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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환율 ‘상고하중’… 중동 확전 땐 1500원대 길어질 수도”

    중동 전쟁이 확전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외환·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장기간 1500원을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30일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변동 요인과 향후 여건 점검’ 보고서에서 “중동 전역으로의 확전이나 호르무즈 해협 통제 장기화 등 극단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장기간 1500원을 상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올해 원화는 2분기 전후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고, 호르무즈 해협 통제가 완화될 경우 1400원대에서 ‘상고하중’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반도체 호조, 한국은행의 연내 금리 동결 가능성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반기 높은 수준을 유지하되 점진적으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미국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증시 부양 기대가 확대될 경우 연말 달러화 강세 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진옥희 연구원은 “현재는 상·하방 요인이 병존하는 변곡점 국면”이라며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외환 조달 체계 다변화 등 시장 안정성 제고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봉쇄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탈(脫)플라스틱 관련 종목들이 급등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한국팩키지(29.90%), 에코플라스틱(5.26%), 진영(2.38%) 등이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기업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종이 기반 포장재 생산 및 공급 역량을 고도화해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국제 유가 및 해상 운임 상승으로 비닐 등 석유화학 기반 포장자재의 가격 변동성과 수급 불안이 커진 가운데 종이 자원을 기반으로 한 포장재 생산 역량을 확대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 주말만 지나면 증시 급락장… 지붕 뚫린 환율 1520원도 돌파

    주말만 지나면 증시 급락장… 지붕 뚫린 환율 1520원도 돌파

    종가 1515원 마감 뒤 상승폭 키워코스피, 전쟁 이후로 두 번째 저점외국인 줄매도 속 개인 매수 지속예탁금만 100조… “투자 여력 충분” 미국과 이란 간 전면전 우려가 커지면서 30일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20원을 넘어섰고 코스피는 장 초반 4% 넘게 급락하며 출발했다. 중동발 불안이 이어질 때마다 ‘블랙먼데이’(검은 월요일)를 연출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중동발 불안이 지속되면서 오후 4시 43분쯤 1521.1원까지 올랐다. 환율이 1520원 위로 뛴 것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6.8원 오른 1515.7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어진 야간거래에서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9년 3월 10일(장중 최고 1561.0원) 이후 17년여 만의 최고치다. 환율은 4.5원 오른 1513.4원으로 출발한 뒤 상승폭이 점차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KB국민은행 기준 공항 환전 환율은 1583.9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주말에 이어 미국의 이란 공격 가능성과 후티 반군 참전 소식이 겹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된 영향이다. 국제유가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0달러, 브렌트유는 115달러를 각각 넘기며 국제유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달러 강세도 지속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닷새 연속 올라 장중 100선을 훌쩍 넘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61.57포인트(2.97%) 내린 5277.30에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5151선까지 밀리며 약 4% 급락했다. 이후 낙폭을 일부 줄였지만 종가는 지난 9일(5251.8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주일 전인 23일에도 코스피는 6.49% 급락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반복되면서 개인 투자자의 체력이 점차 소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은 하락할 때마다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반등이 짧게 끝난 뒤 다시 하락이 이어지며 손실이 누적되는 구조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 133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관은 8831억원, 개인은 8973억원을 각각 순매수하며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날 각각 전 거래일 대비 1.89%, 5.31% 내린 17만 6300원, 87만 3000원에 장 마감했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아직 개인의 ‘실탄’이 남아 있다고 본다. 투자자 예탁금이 100조원 이상 유지되고 있고, 기업 실적도 급격히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 중동 리스크는 파국보다는 봉합으로 마무리된 사례가 많다”며 “이번 하락 역시 일시적 과민 반응으로, 가격 조정 국면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하는 판단은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 호반그룹 식목일 나무심기 봉사

    호반그룹 식목일 나무심기 봉사

    호반그룹은 지난 20일 충북 제천 포레스트 리솜 일대에서 나무심기 봉사활동을 진행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활동에는 호반그룹의 긍정적인 조직문화 형성과 차세대 리더 그룹 육성을 위해 구성된 ‘주니어보드’ 3기 20여명이 참가했다. 포레스트 리솜 일대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군수물자 확보를 위해 송진이 채취돼 상처가 남은 소나무들이 현재까지 보존돼 있다. 주니어보드 3기 구성원들은 해당 소나무들에 담긴 역사적 배경과 의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연과 역사의 가치를 되새겼다. 이후 리조트 내 지정 구역에 총 20그루의 나무를 식재하며 산림 생태계 회복과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했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이번 활동이 자연과 공존의 가치를 되새기고 일상 속 실천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노 킹스” 트럼프 향한 분노 폭발… 800만명이 거리로 나왔다

    “노 킹스” 트럼프 향한 분노 폭발… 800만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민 단속·이란전쟁·고물가 규탄일부 지역선 최루탄·체포도 발생공화당 강세 지역 등 美 전역 개최유럽·남미·호주 등 12개국에 확산 “광대야, 왕관을 내려놓아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일제히 열렸다. AP통신에 따르면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라는 이름의 대규모 시위는 이날 미국 50개 주 3300여곳에서 열렸으며 80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노 킹스 시위는 지난해 6월과 10월에 각각 500여만명과 700여만명이 참여한 바 있어 이번 시위는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이번 시위에서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강경 이민 단속 등 트럼프 행정부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비판하고 이란 전쟁 반대와 고물가 등 경제난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특히 중동 전쟁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번 시위에는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주에서도 참여가 늘었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시위 현장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기저귀 찬 ‘트럼프 베이비’ 대형 풍선이 등장했고, 시민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히틀러를 합성한 사진과 트럼프를 범죄자로 지칭한 현수막 등을 들고 현 행정부를 비판했다. 시위의 중심은 ICE 요원에 의해 무고한 미국인 2명이 사망했던 미네소타주의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이었다. 미네소타주 의회 앞 광장에 수만 명이 모였고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조앤 바에즈 등 시위를 지지하는 유명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공연했다. 워싱턴DC에서는 수백 명이 링컨기념관을 지나 내셔널몰까지 행진했고 뉴욕 맨해튼 시위에서는 로버트 드니로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나와 시위에 힘을 보탰다. 드니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자유와 안보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며 “지금 당장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일부 도시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며 해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해산 명령을 따르지 않은 시민이 체포되기도 했다. 아울러 이번 시위는 미국 외에도 유럽과 남미, 호주 등 12개 국가에서 열렸다고 AP는 전했다.
  • [사설] ‘살던 곳에서’ 통합돌봄 시작… 희망고문 되지 않으려면

    [사설] ‘살던 곳에서’ 통합돌봄 시작… 희망고문 되지 않으려면

    오늘부터 ‘돌봄통합지원법’이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일제히 시행된다. 노인과 장애인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살던 곳에서 의료·요양·돌봄을 한번에 받게 하는 제도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87.2%가 기존 거주지에서 노후를 보내길 원한다. 그러나 퇴원 후 돌봐줄 사람을 구하지 못해 요양병원을 전전하는 이른바 ‘사회적 입원’을 강요당하는 현실이다. 그런 맥락에서 7년의 준비 끝에 시행되는 통합돌봄은 초고령사회 한국이 가야만 할 방향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인프라와 유인 구조다. 통합돌봄의 핵심인 방문 진료를 담당하는 재택의료센터가 설치되지 않은 시군구가 수십 곳이다.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가 팀을 이뤄 가정을 방문하는 구조인데, 이동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면 수가가 턱없이 낮다. 재정 여력이 상대적으로 큰 경기도는 방문 진료 차량에 인증 스티커를 붙여 주차 단속 손실을 막아 주는 것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국비 보조금 사업의 틀에 묶여 수가 구조를 손댈 수 없는 지방정부의 의료진 유인을 위한 보완 대책이 이 정도라는 사실이 제도의 민낯을 보여 준다. 그런데도 환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부담된다. 동네 의원에 직접 가면 1500원 정액이지만 방문 진료를 받으면 본인 부담금이 30%로 뛴다.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못 가는 어르신들이 오히려 더 높은 비용을 내야 하는 것은 제도의 역설이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새로운 수가 체계 시범사업을 준비했으나 그 시작일이 오는 7월이다. 예산 부족과 지역 격차도 큰 문제다. 올해 통합돌봄 예산 914억원 중 인건비와 시스템 구축비를 빼고 실제 지역 서비스에 쓸 수 있는 돈은 620억원이다. 53개 유관 시민단체가 요구한 2132억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 액수다. 시군구별로 배분하면 4억원에도 못 미친다. 정부는 노인맞춤돌봄·장기요양 등 수조원대 기존 예산과 연계하라고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적극적인 돌봄 서비스는 기대 난망이다.통합돌봄은 국비와 지방비를 매칭해야 사업이 돌아가는 보조금 구조라, 재정이 빈약한 지자체일수록 사업 규모를 제대로 갖추기 어렵다. 결국 돌봄의 질이 지자체장의 의지와 재정 역량에 따라 ‘지역 복권’처럼 들쭉날쭉이 될 수 있다.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늙어 갈 권리는 선언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고령화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정책의 성패가 달린 전문 인력과 예산이 제대로 뒷받침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생업과 일상을 포기한 수많은 간병 가족들에게 빛 좋은 개살구 정책이 되지 않아야 한다.
  • ‘왕사남’ 단종 유배길, ‘케데헌’ 누빈 성곽길… 시간 품은 길[서울 로드]

    ‘왕사남’ 단종 유배길, ‘케데헌’ 누빈 성곽길… 시간 품은 길[서울 로드]

    태조 때 쌓은 18.6㎞ 중 13.7㎞ 남아총 6개 코스 작년 방문객 5580만명처음 찾는다면 평탄한 숭례문 구간백악 구간 경사 가팔라 난이도 최상인왕 구간은 서울 명품 야경 한눈에‘길에는 주인이 없고, 그 길을 가는 사람이 주인이다’ 조선 영조 때 실학자 신경준은 ‘도로고(道路考)’에 이렇게 썼다. 소설가 김훈은 ‘허송세월’에서 ’“길은 소통의 통로란 의미”라고 풀었다. 오래 전부터 길을 중심으로 사람과 재화, 서비스가 움직이고 건물이 들어섰다. 이처럼 길은 도시의 경쟁력이자 풍경이며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600여년 역사의 서울에는 많은 길이 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단종이 쫓겨갔던 유배길부터 3·1 운동과 4·19 혁명, 6월 민주항쟁, 2002년 월드컵, 두 번의 탄핵 촛불까지, 역사의 변곡점마다 길이 있었다. ‘서울 로드’에서 길에 스며든 과거와 현재, 미래를 풀어보려 한다. 태조 이성계는 1392년 조선을 건국하고 3년 뒤 수도를 개경(개성)에서 한양(서울)으로 옮기면서 가장 먼저 도성을 쌓았다. 전국에서 차출된 19만 7400여명이 98일 만에 총길이 18.6㎞의 성곽을 축조했다. 북악산과 낙산, 인왕산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한양도성은 500여년 동안 서울의 울타리로 소임을 다했다. 하지만 근대화 과정에서 시나브로 모습을 잃어갔다. 1899년 도성 안팎을 연결하는 전차 개통과 함께 기능을 상당 부분 상실했고, 1907년 일본 왕세자 방문을 앞두고 길을 넓힌다는 이유로 숭례문 좌우 성벽이 철거됐다. 1908년 평지의 성벽 대부분이 헐렸다. 1925년에는 일제가 남산에 조선신궁, 흥인지문(동대문) 옆에 경성운동장을 지으면서 성벽을 헐어 석재로 썼고, 민간에서도 집을 짓기 위해 훼손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1968년 북한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 습격을 목적으로 침투한 ‘김신조 사건’(1·21 사태)을 계기로 숙정문 주변부터 복원이 시작됐다. 문화유적으로 정체성 변화에 맞춰 서울성곽이란 이름을 쓰다가 2011년부터 한양도성이란 공식명칭을 얻었다. 전체 구간의 70%인 13.7㎞ 구간이 남아 있다. 총 8개의 문(4대문·4소문) 중 숙정문(북대문)과 창의문(북소문)을 제외한 나머지는 헐리거나 소실돼 새롭게 복원(서대문·서소문 제외)됐다. 조선시대에도 한양도성을 따라 걸으면서 풍경을 감상하는 여행을 ‘순성(巡城)’이라 부르며 즐겼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인기 덕분에 낙산공원 성곽길 코스가 유명세를 탔지만, 지금도 한양도성은 전체 구간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지난해 한양도성을 찾은 국내외 방문객은 총 580만명에 이른다. 한양도성을 처음 접한다면 숭례문(남대문) 구간이 제격이다. 강북삼성병원이 있는 돈의문 터에서 남산 입구 백범광장까지 도심을 가로질러 평지로 이동하는 구간이다. 남아 있는 성벽은 없지만 서울역사박물관과 덕수궁 돌담길 등을 지날 수 있어 서울을 처음 찾은 관광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백범광장에서 남산을 타고 장충체육관으로 이어지는 목멱산 구간은 다산 성곽길로 불린다. 당시 공사를 담당했던 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각자성석(刻字城石)’도 볼 수 있다. 성곽길 곳곳에 숨겨진 맛집과 카페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흥인지문에서 장충체육관으로 이어지는 흥인지문 구간 역시 성벽은 없어졌지만 한양도성의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한양도성박물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이 있어 필수 코스로 넣을 만하다.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역대급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단종이 1457년 6월 노산군으로 강등된 뒤 강원도 영월까지 쫓겨가는 700리(280㎞) 유배길에도 흥인지문은 등장한다. 야사에서는 창덕궁에서 출발한 단종이 흥인지문을 나와 청계천 영도교에서 정순왕후와 작별한 것으로 전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광희문(남소문)으로 나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체가 나가는 문이라는 뜻의 ‘시구문(屍口門)’으로도 불린 광희문은 한양에서 죽은 시신을 한양 밖으로 옮길 때 통과하는 문이었다. 시신은 모두 사대문 밖으로 옮겨 묻어야 했는데 광희문이 당시 묘지가 많았던 수철리(현 금호동)의 길목이었기 때문이다. 흥인지문 북쪽으로는 케데헌 성지순례 코스인 낙산 구간이 나온다. 산이 있는 구간 중 가장 완만하고 길게 뻗은 도성에 설치된 조명 덕분에 밤에는 로맨틱한 풍경을 연출한다. 오래된 집을 유지하며 건물 외벽 그림 등을 볼 수 있는 장수마을과 이화마을도 이곳에 있다. 한양도성의 북쪽인 백악산과 인왕산을 연결하는 백악·인왕산 구간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혜화문에서 창의문으로 이어지는 4.7㎞ 백악 구간은 도성에서 가장 높은 백악마루(해발 342m)를 포함한다. 경사가 가팔라 한양도성 6개 코스 중 가장 난이도가 높다. 백악마루에서 청운대로 내려가는 길에는 15발의 총탄이 박힌 소나무에서 김신조 일당과 군경이 총격전을 벌인 흔적을 찾을 수도 있다. 창의문에서 돈의문 터로 이어지는 4.0㎞의 인왕 구간에서는 서울의 명품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에서 출발해 90분쯤 올라가면 인왕산 정상에서 사대문 안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 질 무렵 올라가면 낮의 풍경과 야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도 있다.
  • 25개국서 ‘냉동김밥’ 불티… CJ, 김밥말이 자동화

    25개국서 ‘냉동김밥’ 불티… CJ, 김밥말이 자동화

    전세계에서 냉동김밥이 인기를 끌면서 CJ제일제당이 식품업계 최초로 자동화 김밥 생산 시설을 구축했다. 비비고 냉동김밥은 미국, 유럽 등 25개국에서 누적 판매량 800만개를 돌파했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냉동김밥 사업 확장을 위해 충북 진천 CJ블로썸캠퍼스에 식품업계 최초로 자동화 생산시설을 구축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생산라인은 속재료 투입부터 김밥 커팅, 트레이 담기 등 전 공정을 자동화한 것이 특징이다. 생산 속도, 중량 편차, 위생 수준 등 제품 품질의 균일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에만 1년 6개월이 걸렸다. 특히 밥알의 식감과 윤기 있는 외관을 구현하기 위해 냉동밥을 짓는 기술을 고도화했고, 재료별로 맞춤형 최적 열처리 온도와 시간을 설정해 원재료의 식감과 색감을 향상시켰다. 냉동김밥에 최적화된 급속 냉동 기술로 유통·보관 과정에서도 최상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비비고 냉동김밥은 글로벌 K푸드 확산 전략의 일환으로 2023년 출시 이후 연평균 130%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불고기, 제육, 참치마요 등 한식 기반의 상품 6종이 판매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번 진천 생산거점 확보로 글로벌 사업 확장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유럽, 호주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 입점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업체 관계자는 “이번 자동화 시설 구축은 K-푸드 세계화를 위한 전략적 행보”라며 “비비고 김밥을 글로벌 시장을 대표하는 핵심 제품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120년 전 헤이그 향한 여정… 실패한 역사와 함께 서다

    120년 전 헤이그 향한 여정… 실패한 역사와 함께 서다

    고종 밀명 받고 떠난 3인의 기록실제 역사에 가상의 조력자 더해 오만석 “민족의 염원 담긴 노래”송일국 “운명적 작품과 만났다” “우리는 조선에서 왔습니다. 우리 말을 들어주세요.” 1907년 7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세 명의 조선인이 국제사회를 향해 을사늑약(1905년 11월 17일)의 부당함을 외쳤다. ‘일본은 총칼을 앞세워/ 나라를 도둑질하고/ 황제의 옥새도 없이/ 조약을 체결한 협잡꾼/ 조선을 구해주세요/ 조선을 지켜주세요’ 이들의 노래는 결기가 넘치면서도 처절하다. 고종의 밀명을 받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탄 특사단 수석대표 이상설, 조선 최초의 검사 이준, 통역관 이위종은 만국평화회의에서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고자 했지만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상설과 이위종이 고국으로 돌아올 길은 막혔고 이준은 헤이그 숙소에서 순국했다. 그 이름들은 역사에 남았지만 험난한 여정엔 채워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뮤지컬 ‘헤이그’는 그 빈자리에 ‘이들을 돕는 또 다른 조력자가 있었다면’이라는 상상력을 더했다. 이상설(송일국·오만석·원종환 분), 이준(유승현·이시강·임준혁), 이위종(이호석·이주순·금준현)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되 이들을 돕는 가상 인물인 나선우, 나정우, 홍채경을 새롭게 넣었다. 실존 인물과 가상 인물은 사랑과 우정, 갈등과 희생이라는 감정으로 얽힌다. 이는 단순히 오락적 배치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산 청년들의 삶과 선택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박지혜 연출은 “특사 파견을 준비하는 시점부터 회의장에 들어서지 못하는 시점을 선택한 이유는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면서 “관객이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보다 ‘함께 겪는 것’에 더 가까워지도록 하는 게 지향점”이라고 했다. 오는 4월 1일 초연 개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놀(NOL)씨어터대학로 연습실에서 만난 배우 오만석은 작품에 대해 “특사들의 삶을 정밀하게 재현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놓인 역사적 상황을 배경 삼아 서사를 확장하는 방식”이라면서 “특사단의 머나먼 여정을 도운 분들, 그러나 기록되지 않은 분들의 노력을 상상으로나마 복구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함께 이상설 역으로 합류한 송일국에게 이 작품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는 2018년 세 아들(대한·민국·만세)과 헤이그에 있는 이준열사기념관에 다녀온 사진을 보여주며 “작품을 만난 게 운명 같다”고 했다. 연습실 한켠에 메트로놈을 틀어 박자를 다듬고 음악감독을 찾아가 표현을 확인하는 모습엔 결연함까지 묻어난다. 그는 “독립운동가를 다루는 작품은 유족의 시선에서 제대로 역사를 담았는지 진지하게 따져본다”면서 이상설과 이준의 나이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특사단 대표 이상설이 이준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이 작품에서는 이준 역할에 젊은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배우들이 나이 차이가 있지만 극 중에서 서로 존칭을 쓰고 있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다고 봤다”면서 “이제는 제가 노래로 누를 끼치지만 않으면 된다”고 웃어 보였다. ‘달고나’, ‘김종욱 찾기’, ‘그날들’, ‘내 마음의 풍금’ 등 숱한 초연 작품에 오른 베테랑 오만석은 초연 창작극의 험난함을 인정하면서도 이 작품이 가진 음악의 힘에는 확신을 보였다. 그는 소설가 나선우가 부르는 ‘조선의 봄’을 언급하며 “민족의 염원을 담은 소설에 대한 노래인데,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서 진심을 다해 노래하는 장면이 아름답다”고 부연했다. 이 선율은 작품 초반부터 곳곳에서 변주되면서 극 전체를 관통한다. 오만석은 가장 마음을 울리는 곡으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부르는 ‘특사들의 호소’를, 송일국은 ‘이 길은 마지막/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불꽃’이라는 가사가 담긴 ‘우리의 길’을 꼽았다. 송일국은 “안으로 썩어가고, 밖에선 제국주의 총칼이 나라의 목을 겨누고 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 나라가 있어야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다는 겁니다”라는 대사를 읊으면서 ‘우리의 길’이 작품 전체의 주제를 가장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고 말했다. 두 배우는 ‘실패한 역사’를 다룬 작품의 가치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실패는 또 다른 도전을 만들게 하고 이런 발걸음 하나하나가 결국 오늘의 우리를 만들어 준 것이잖아요. 그 역사가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 우리에게 필요했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헤이그’는 서울 종로구 놀유니플렉스 1관에서 오는 6월 21일까지 공연한다.
  • 환단고기, 삐끗한 판각 하나가 낳은 거짓 대서사

    환단고기, 삐끗한 판각 하나가 낳은 거짓 대서사

    因을 囯으로 새긴 게 왜곡의 시작 사이비역사를 진영 논리 도구 삼아융합·통섭 명분 뒤 비전문성 꼬집어지난해 12월 교육부 업무 보고에서 대통령이 위서 ‘환단고기’를 언급해 학계와 시민 사회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혹자는 우리 역사의 자긍심을 높이는 일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민족의 영광이라는 달콤한 이름으로 포장된 유사역사학은 단순히 흥밋거리나 재밋거리로 치부될 수 없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미 유사역사로 판명된 고대사 담론이 끝없이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과학적 회의주의를 표방하며 초자연적 현상, 사이비과학, 유사과학을 검증하는 교양 과학 전문 계간지 ‘한국 스켑틱’ 45호(2026 봄호)는 커버스토리로 ‘가짜 민족주의와 유사역사’를 다뤘다. 이번 호는 민족이라는 이데올로기와 욕망을 투영해 역사를 바라볼 때 사실이 어떻게 왜곡되며, 실제 한국사 연구와 학계의 토대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비판적으로 살폈다. 유사역사학 연구에 천착해 온 이문영 작가는 ‘환단고기라는 희대의 거짓말’이라는 글에서 문헌학적 추적을 통해 유사역사의 상징과도 같은 ‘환단고기’가 판각 오류에서 비롯된 거대한 환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조선 중기 삼국유사 목판본을 판각하던 한 각수가 환인의 ‘인’(因)을 ‘국’(囯)으로 잘못 새기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는 일부 학자들이 사람 이름인 ‘환인’을 나라 이름인 ‘환국’으로 착각하는 빌미가 됐다. 이 작가는 “환단고기는 환인이 환국으로 잘못 새겨지면서 존재하지도 않는 환국에 대한 환상을 적은 책”이라며 “거대한 서사의 형성이 단 하나의 판각 오류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 사이비역사는 일제 식민사학 극복을 명분으로 삼지만 정작 식민사관의 핵심 논리인 타율성론과 지리적 결정론에 포섭돼 있다. 이들이 ‘낙랑군이 한반도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건 식민사학’이라고 규정하거나 우리 고대사 무대를 ‘대륙’으로 주장하는 이유는 식민사학의 논리구조를 그대로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이비역사야말로 자신들이 그토록 비난하는 식민사학의 정통 계승자인 셈이다. 안정준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 저변의 전근대적 역사 인식에 대한 성찰은커녕 올바른 역사관 확립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사이비역사를 진영 논리의 불쏘시개로 활용하고 있는 정치권의 행태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역사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복무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원칙을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기경량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는 ‘사이비역사학, 학문 권력을 넘보다’라는 글에서 사이비역사가 최근 학제 간 융합과 통섭을 권장하는 학문 분위기를 틈타 자기들의 비전문성과 학문적 저급함을 덮어 주는 알리바이로 악용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 오늘부터 공공 車5부제… 4회 위반 땐 ‘징계’

    오늘부터 공공 車5부제… 4회 위반 땐 ‘징계’

    전기·수소차 등을 제외한 공공부문 승용차 5부제(요일제)가 25일 0시부로 의무화됐다. 중동 정세가 악화되며 정부가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키로 한 데 따른 조치다. 일단 민간은 자율 참여가 원칙이지만 향후 원유 수급 위기가 격상되면 강제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고령층의 대중교통 무료 이용 시간 제한 등도 검토 중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공공부문 5부제를 즉시 시행하고 재택근무 등 추가 수요 절감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승용차 5부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부 산하 공공기관, 지자체 공공기관, 국공립대, 국립병원, 시도교육청 등이 대상이다. 위반 시 최초 경고, 4회 이상 적발 시 징계하기로 했다. 민간은 우선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원유 수급 위기가 ‘경계’ 단계로 높아지면 의무화로 전환된다. 대중교통 수요도 분산한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에는 출퇴근 시간 조정을 독려하고 고령층의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무료 이용 제한도 검토하기로 했다. 또 기후부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12가지 국민 행동 요령도 발표했다. 전기차와 휴대전화 낮 시간대 충전, 세탁기와 청소기는 주말에 사용 등이 포함됐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에너지 수급 대책이 중점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정부 차원의 비상 대응체계를 선제적으로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유사의 기름값 담합 의혹에 대한 일벌백계를 언급하면서도 범국민적인 에너지 절약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 협조도 절실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차량 5부제와 관련해 “(민간 의무화 전의) 중간 단계쯤으로 공영주차장에서 살짝 제약하는 것도 한번 검토해 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대중교통 이용 권장 방침과 관련해선 “(고령층의) 무료 이용을 출퇴근 피크 시간에 한두 시간만 제한하는 (것은 어떠냐)”라고 의견을 물었다. 그러면서도 “다만 노인이라도 출퇴근하는 분도 계셔서 구분하기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냥 놀러 가는 사람은 제한하는 것도 한번 연구해보시라”고 지시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야권 일각의 노인 폄하 주장에 대해 “노인 복지를 줄이자는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폐쇄 예정인 석탄화력발전소 3곳을 거론하며 “지금 상황이 어떨지 모르니 그것은 조정하는 것을 검토해(보겠느냐)”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전기료에 큰 영향을 주는 액화천연가스(LNG)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비 중인 원전을 추가 가동, 원전 이용률을 현재 73%에서 8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유가 상승에 대비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의 빠른 편성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한 ‘전쟁 추경’은 직접 지원을 늘리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오는 27일 유가 최고가격제 2차 조정을 앞두고 유류세 인하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유류세를 깎아주면 부익부 빈익빈이 더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금으로 주는 것보다는 지역화폐로 취급해서 그걸로 동네 골목 상권에서 전통시장에서 영세 소상인들한테 돈을 쓰면 돈이 빨리 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정부는 이번 주 중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 “좋은 대화 중”이라던 트럼프, 거짓말이었나…이란 공격 직전 멈춰 선 이유 [핫이슈]

    “좋은 대화 중”이라던 트럼프, 거짓말이었나…이란 공격 직전 멈춰 선 이유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발전소와 에너지 시설을 곧바로 타격할 듯 압박하다가 막판에 5일 유예로 돌아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이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접촉은 초기 단계에 그쳤고 실질 협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을 멈출 돌파구가 열렸다기보다 최후통첩 시한이 끝나기 직전 확전 부담을 의식해 한발 물러섰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지 않으면 발전소와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그러나 48시간 시한이 거의 끝나가던 시점에 돌연 입장을 바꿨다. 그는 이란과의 대화가 시작됐다며 공격 시한을 금요일까지 5일 더 미루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당국자들은 이런 접촉이 매우 초기 단계였고 실질적이지 않았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발전소 공격 위협에서 물러날 ‘출구’를 찾았다고 해석했다. 협상이 무르익어서 멈춘 것이 아니라 공격을 강행했을 때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자 일단 한발 물러섰다는 뜻이다. ◆ “대화 시작됐다” 했지만…당국자들은 “아직 초기 단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이란과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당국자들의 판단은 달랐다. NYT에 따르면 실제 접촉은 매우 초기 단계였고 아직 실질적인 협상으로 보기 어려웠다. 이란도 곧바로 선을 그었다. 이란 당국은 미국과 협상 중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부인했고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이를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이번 유예를 두고 외교적 진전보다 정치적 퇴로 찾기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 진짜 부담은 발전소 공격 뒤 벌어질 후폭풍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멈춘 이유로는 확전 비용이 우선 꼽힌다. 발전소와 전력 인프라 공격은 대규모 정전과 민간 피해, 국제사회 비판을 부를 수 있고 이란의 보복 범위도 더 넓힐 수 있다. 실제로 이란은 미국이 자국 발전소를 공격할 경우 역내 전력 시설과 미군 기지,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시장도 이런 위험을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예를 발표하자 국제유가는 급락했고 미국 증시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그러나 이란이 협상설을 부인하고 실제 미사일 공격까지 이어가자 국제유가는 다시 반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멈춘 배경에 시장 충격과 에너지 불안이 함께 깔려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트럼프의 ‘공격 유예’ 타이밍, 소름 돋는 이유…이란은 “가짜뉴스” 반박 [핫이슈]

    트럼프의 ‘공격 유예’ 타이밍, 소름 돋는 이유…이란은 “가짜뉴스” 반박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48시간 최후통첩’을 스스로 뒤엎고 5일간 군사 공격 연기를 선언한 가운데, 입장 발표 시간을 둘러싼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오후 7시 44분 SNS에 “만약 이란이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48시간 이내에 아무런 위협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이란의 여러 원자력 발전소를 가장 큰 발전소부터 시작해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틀 후인 23일 오전 “이란과 유익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이란의 발전소 및 에너지 시설에 대한 모든 군사적 공격을 5일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발표 시점은 미 증시 개장 전으로, 정확히는 동부 시간 기준 23일 오전 7시 43분이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시 상황과 관련한 의사 결정이 금융 시장과 맞물려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CNN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기존 방침을 바꾼 것은 전면전 확대에 따른 군사적 부담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장 충격을 고려한 판단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정책과 발언 등을 시장 일정에 맞춰 내놓았다. 관세 정책, 외교 발언, 군사 메시지 등은 주로 증시 개장 직전이나 마감 직후에 발표해 왔다. 예컨대 지난해 4월 ‘해방의 날’ 관세 발표 당시에도 세부 조치는 장 마감 이후 공개됐다. 발효 시점 역시 증시가 쉬는 토요일 자정 직후부터 부과한다고 밝혔다. 당시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상호 관세 발표 직후인 지난해 4월 3일 목요일부터 9일 수요일까지 약 일주일 동안 시장이 급락했다. 그러나 8일 개장 직후 “지금이 바로 매수하기 좋은 시기”라고 언급하고 다음 날 대부분의 관세에 대해 90일 동안 유예를 발표하면서 시장 반등을 이끌었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10일은 나스닥 기준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해외 안보 발언 등 주요 메시지들이 장 마감 이후 또는 개장 직전에 집중적으로 나온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이란 군사 공격 5일 유예 발표 후 시장 반응은?대이란 군사 공격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발표 이후 시장은 이전과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중동 긴장 완화 기대감이 확산하자 미국 뉴욕 증시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테네시주 멤피스 행사에서 “오늘 아침 다우존스 지수가 700포인트나 급등했다. 시장이 내가 이란과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협상이 성사될 것임을 알고 있어서 그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취임한 이후 다우지수와 주요 증시에서 수십 차례에 걸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자평했다. 또 “(이란과) 합의가 타결되는 즉시 기름값은 돌덩이처럼 떨어질 것(drop like a rock)”이라며 “사실 이미 오늘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우리 경제에 엄청난 활력이 될 것이며 주식 시장은 이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타코’ 논란 피할 수 없는 트럼프트럼프 대통령의 중요 정책이나 군사 계획 발표가 증시 개장·마감 시간에 맞춰 이뤄진다는 일부 의혹은 입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48시간 최후통첩’ 시한 마감을 불과 몇 시간 남기고 ‘5일간 공격 유예’를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타코’(TACO, 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 조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투자자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장 마감 전후에 민감한 정보를 공개하는 관행은 있지만, 전쟁이나 외교 사안을 이러한 방식으로 다루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란이 ‘48시간 최후통첩’ 후에도 물러설 기세는커녕 중동의 담수화 시설을 공격 표적으로 거론하고 유럽 주요 국가가 사정권 안에 드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란의 협상 의지를 확인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서둘러 입장을 바꿨다는 점에서, ‘5일간 공격 유예’가 시장 타이밍을 의식한 발표라는 의구심이 짙어지는 분위기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합의하고 싶어 하고 우리 역시 합의를 원한다”며 “이란은 핵무기를 갖지 않는 것에 동의했다. 합의가 최종 타결될 경우 이란의 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미국이 직접 수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강요된 전쟁이 계속된 지난 24일 동안 미국과 어떤 협상이나 대화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란 측 협상자로 거론됐던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도 엑스에 “미국과 어떤 협상도 없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 與경선 합종연횡 시작?… 강기정·신정훈 연대 기류

    더불어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 등 대진표가 속속 확정되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선 예선전부터 단일화 이슈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단수 공천이 확정된 지역에선 정당 간 연대 기류가 형성되는 등 단일화 여부가 6·3 지방선거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본경선을 앞둔 강기정 광주시장과 신정훈 의원은 23일 오후 천주교 광주대교구를 찾아 옥현진 대주교를 함께 예방했다. 강 시장과 신 의원은 통합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 조정과 상생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으나, 정치권에선 이들의 공동 행보를 두고 후보 단일화 내지 연대의 신호탄이란 해석이 나왔다. 다자 구도 본경선에서 결선 진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시장은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가치와 정책을 검증받는 과정에서 단일화 필요성이 존재한다면 그때 결단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에 도전한 민형배·주철현 의원의 연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단일화를 한다 해도 시기, 방식 등을 둘러싸고 후보간 신경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울산에선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김상욱 의원과 진보당 김종훈 전 울산 동구청장의 단일화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양측 모두 보수 색채가 강한 울산에서 선거 승리를 위해 단일화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지분과 방식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남지사 선거도 전현직 지사 맞대결이 성사되면서 범여권 단일화가 승패를 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은 이날부터 24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예비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일제히 오세훈 현 시장을 정조준하며 당심에 호소했다. 이번 예비경선은 권리당원 투표 100%로 진행된다.
  • “중동 암흑” 협박한 이란, 바라카 K원전까지 겨눴다

    “중동 암흑” 협박한 이란, 바라카 K원전까지 겨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중동전쟁 해결을 위한 이란과의 대화 사실을 공개하기 전, 이란은 한국의 첫 해외 수주 원자력발전소인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소재 바라카 원전을 포함해 걸프국 에너지 인프라 초토화와 페르시아만 기뢰 부설을 경고하며 초강경 엄포로 맞섰다. 이날 AP통신은 이란 반관영 매체 파르스통신 등이 잠재적 공격 대상으로 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등 걸프 지역 10개 발전소 이름과 위치 및 발전 형태·용량을 표시한 이미지를 텔레그램 채널에 게시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이미지에는 ‘이란의 전력 기반 시설을 조금이라도 공격하면 중동 전체가 암흑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가 담겼다. 또 “중동 주요 발전소의 70~80%가 페르시아만 해안에 세워졌다. (이란에서) 이 해안까지의 거리는 50㎞가 채 안 된다. 이들 전력 인프라 모두가 이란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뜻”이라고 위협했다. 특히 표적에는 한국전력을 비롯해 한국수력원자력과 국내 협력사 직원들이 머물고 있는 UAE 바라카 원전이 포함돼 중동전쟁이 더욱 확전할 경우 우리 국민의 안전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란 국방위원회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공격에 맞서 대대적인 기뢰 매설로 모든 항로를 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국방위는 “이란의 해안이나 섬을 공격하려는 어떠한 시도라도 페르시아만(걸프 해역)과 해안의 모든 접근 경로 및 통신망에 기뢰를 부설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엑스(X)에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 국토를 침범하는 자들 외에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며 “망상에서 나온 협박에 우리는 전장에서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와 ‘군사공격 유예’ 발언을 일제히 긴급 보도하면서 조롱했다. 이란 메흐르통신은 이 발언이 담긴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을 캡처한 이미지와 함께 “트럼프의 후퇴-이란의 전력 인프라에 대한 위협은 역시나 공허했다. 트럼프가 또 꽁무니를 뺐다”고 주장했다.
  • 최은석, 대구시장 ‘공천 내정설’ 반박…“이정현 위원장 면접서 처음 봐”

    최은석, 대구시장 ‘공천 내정설’ 반박…“이정현 위원장 면접서 처음 봐”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최은석 국민의힘(대구 동·군위갑) 의원이 자신을 둘러싼 ‘공천 내정설’에 대해 “이정현 공관위원장을 면접장에서 처음 봤다”고 반박했다. 최근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은 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 회동을 하고 인위적 컷오프(경선 배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자리에 유영하·최은석 의원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내정설이 불거졌다. 최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 “내정설, 거래설 등 저를 둘러싼 숱한 의혹들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는데도 침묵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저에 대한 추측성 보도와 이런저런 설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고 대구 경제를 위해, 사랑하는 대구 시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시장 후보 공천 경쟁자인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지역 행사에서 오다가다 몇 번 가벼운 인사만 나눴다. 전화번호도 모른다”며 “모종의 거래는 있을 수도, 있지도 않다”고 했다. 최 의원은 대구 경제 상황에 대해 “30여 년째 지역내총생산(GRDP) 꼴찌”라며 “이는 예산이 없어서도 아니고, 정치력이 없어서도 아니다. 바로 리더십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CJ제일제당 사장 출신인 그는 “이정현 위원장께서 말씀하신 ‘기업을 일으켜 본 사람, 경제를 아는 사람, 세대교체’는 결국 대구에 지금 필요한 인재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합리적인 이야기라고 본다”며 “대구 시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문제의식”이라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후보로 내세워도 경쟁력이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김 전 총리가 나오면 승산이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다고 하는데, 저는 김 전 총리와 완전히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 사람”이라며 “그리고 국민의힘 후보 중 그 이름 앞에 기죽은 사람 아무도 없다”고 했다. 최 의원은 최근 이정현 공관위원장이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 중진 컷오프를 암시하면서 “기업을 일으켜 본 경험, 투자를 결정해 본 책임, 일자리를 만들어 본 실행력, 이런 것을 갖춘 새 인물이 정치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밝히면서 대구시장 후보 내정설에 휘말렸다.
  • 설탕·밀가루 가격 내리니 과자·아이스크림도… 롯데·해태·오리온·빙그레·삼립 동참

    롯데웰푸드와 해태, 빙그레, 오리온 등 주요 식품사들이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발맞춰 다음달 1일부터 아이스크림과 과자, 빵 가격을 일제히 인하하기로 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는 제과·빙과·양산빵 등 9개 품목 가격을 평균 4.7% 낮춘다. 대표 품목 ‘엄마손파이 254g’를 6800원에서 6600원으로 2.9% 인하하고, 빙과류 ‘와 소다맛 140㎖ 펜슬’은 1000원에서 800원으로 최대 20% 내린다. 오리온은 배배(6.7%)와 웨하스(4.8%) 등 제과 3종을, 해태제과는 계란과자(5.3%)와 롤리폴리(5.6%) 등의 가격을 조정한다. 삼립은 포켓몬빵(5.6%) 등의 가격을 인하하고 빙그레는 링키바, 구슬폴라포 등 아이스크림 7종의 출고가를 평균 8.2% 낮추기로 했다. 기업들은 원가 부담이 여전하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하기 위해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업들의 가격 인하 조치에 대해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X를 통해 “송미령 장관님 잘 하신다”라며 “이런 성과들이 쌓이면 악명 높은 대한민국 고물가도 많이 시정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앞서 제당·제분업체들이 밀가루와 설탕 가격을 인하하고, 정부가 민생물가 특별관리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면서 식품업계 전반에서 가격 인하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향후 유통 구조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먹거리 물가 안정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선 내수 경기 침체 속에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이 기업의 자율 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성경책 지게에 얹고 버선 속엔 독립선언서… 선교사들 발자취 따라 저 깊은 ‘나’를 만나다

    성경책 지게에 얹고 버선 속엔 독립선언서… 선교사들 발자취 따라 저 깊은 ‘나’를 만나다

    #감리교 선교 발상지 강원도춘천엔 ‘지게 전도사’ 이덕수 자취 방탕한 청춘 접고 복음 전파 실천 고성엔 2대째 헌신한 닥터 홀 흔적선교 위해 이역만리 조선으로 떠나자유와 평등 가치 전파 위해 사역 아들은 결핵 퇴치 ‘X- mas실’ 보급#3·1운동 불길 이어간 양양·강릉 버선 속에 독립선언서 숨긴 조화벽만세고개에서 청년들과 독립 함성버스가 강원 고성군 진부령을 향해 굽이굽이 오르는 동안 함박눈이 쏟아졌다. 도로는 뱀처럼 꼬였다. 최신형 고속버스도 이 고개에서는 속도를 낮춰야 했다. 1890년대 성경책을 지게에 얹고, 혹은 버선 속에 독립선언서를 숨기고 이 산을 넘었을 기독교인을 떠올리니 가슴이 서늘하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주최로 최근 진행된 강원도 기독교 근대문화유산 탐방에 동행했다. 춘천, 고성, 양양, 강릉, 원주를 잇는 약 420㎞ 여정이다. 초기 선교사들의 과거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가난했어도 결코 부끄럽지 않았던 우리 과거와 마주한다. 그런 점에서 기독교 유적지 답사는 우리 내면을 찾아가는 여행과 의미가 같다. 이번 여정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감리교’다. 국내 개신교 중 가장 규모가 큰 교단은 장로교이지만, 유독 강원도만은 감리교의 위세가 압도적이다. 이는 기독교 선교 초기의 ‘선교 지역 분할 협정’ 때문이다. 효율적인 선교를 위해 각 교단이 맺은 약속이었다. 3·1운동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일제강점기 조선 땅에서 독립운동이 불붙기 시작할 때 기독교가 큰 역할을 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강원 지역도 마찬가지다. 다만 당시 기독교인들이 한강 이남에서 흘린 피의 역사가 더 광범위하게 알려졌을 뿐이다. ●한국인 전도사 성지 ‘예술마당’ 변신 가장 먼저 갈 곳은 수도권에서 가까운 춘천시 중앙감리교회다. 물론 기독교 선교 초기의 강원권 ‘선교 루트’는 이와 달랐다. 조선 말기엔 북한 지역의 교통망이나 산업 발전 정도가 남한보다 우세했다. 게다가 강원도는 진부령과 대관령 등 험준한 산악 지형에 막혀 접근이 힘든 지역이었다. 이 탓에 초기 선교사들은 상대적으로 평탄한 원산(당시에는 강원도, 현재는 함경남도)까지 육로로 간 뒤, 뱃길을 이용해 고성과 양양, 강릉 등으로 남하하는 경로를 택했다. 강원 지역 선교의 특징은 한국인 전도자들의 활약이 컸다는 것이다. 특히 춘천 지역이 그랬다. 1898년 세워진 춘천중앙교회는 강원 지역 초기 복음화의 중심지다. ‘지게 전도사’로 불린 이덕수(1858~1910) 전도사가 성경을 지고 장터와 마을을 돌며 복음을 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젊은 시절 술과 노름에 빠졌던 그는 복음을 만나 완전히 달라졌다. 이후 매일 성경책과 전도 책자를 지게에 가득 짊어지고 춘천 시내를 누볐다고 한다. 춘천중앙교회 초기 모습 가운데 현재 남은 건 1950년대 본당이었던 적벽돌 건물이다. 1955년 예수교 병원을 인수해 예배당으로 썼다. 현재는 춘천시에서 매입해 춘천미술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매각 당시의 단아한 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다. 춘천미술관 뒤는 중앙교회가 1970년 건축한 이른바 ‘아폴로 예배당’이다. 교회 생김새가 아폴로 우주선을 닮아 이런 별칭을 얻었다. 현재는 복합 문화공간인 ‘봄내극장’으로 쓰인다. 춘천에선 이 일대를 ‘춘천예술마당’이라 부른다. ●태평양 건너온 청진기와 만나다 초봄에도 함박눈 퍼붓는 진부령을 넘어서니 고성군이다. 언제 눈이 내렸냐는 듯 화창하다. 영서와 영동의 날씨가 서로 딴청을 부리는 듯하다. 고성군에서 만난 기독교 성지는 화진포호다. 송지호와 더불어 고성군을 빛내는 두 개의 맑은 눈동자다. 화진포호는 나라 안에서 가장 큰 석호(潟湖)다. 내륙의 자연호수와 달리 담수와 해수가 뒤섞였다. 호수 주변에 이승만, 이기붕 등 당대 권력자들의 별장이 몰려 있다는 것만으로 화진포호의 빼어난 자태를 짐작할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난 이들은 셔우드 홀 선교사 가족이다. 2대를 이어 한국 선교에 헌신한 미국·캐나다 출신의 의료 선교사 가문이다. 화진포호 초입에 홀 선교사 가족을 기념하는 ‘화진포 셔우드 홀 문화공간’이 있다. 문화공간의 명칭이 된 셔우드 홀(1893~1991)은 한국 최초로 ‘크리스마스실’을 보급하는 등 결핵 퇴치에 앞장선 인물이다. 현재 ‘김일성 별장’이라 불리는 건물을 1938년에 처음 지은 뒤 ‘화진포의 성’이란 아름다운 이름을 붙인 이도, 이 일대를 외국인 선교사 휴양지로 조성한 이도 그다. 이 과정이 한 편의 드라마다. 2대에 걸친 이 가족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셔우드 홀의 부모는 윌리엄 제임스 홀(1860~1894)과 로제타 셔우드 홀(1865~1951·한국 이름 허을) 부부다. 미국 출신의 의사 커플이었던 둘은 조선에 들어와 평양 선교를 담당하게 된다. 이때 태어난 아들이 셔우드 홀이다. 당시 평양 주민들은 갓 돌을 지난 서양인 아기를 무척 신기하게 여겼고, 부러 구경을 오기도 했다. 이를 선교에 활용한 것이 이른바 ‘구경 선교’다. 그러나 곧이어 발발한 청일전쟁 와중에 부상병을 돌보던 윌리엄 홀이 전염병으로 요절한다. 남편의 부재에도 새색시나 다름없던 ‘허을 여사’의 조선에 대한 헌신은 멈추지 않았다. 그 절절한 과정이 ‘셔우드 홀 문화공간’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내 심장도 조선과 함께 뛴다” 문화공간 1층은 로제타 홀, 2층은 셔우드 홀을 기념하는 공간이다. 1층에 들어서면 로제타 홀이 미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40일간의 기록을 담은 ‘두루마리 기행 편지’가 객을 맞는다. 고향 집에 보내기 위해 폭 17㎝의 한지 34장을 이어 붙인 편지다. 미국에서의 보장된 삶을 뒤로하고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서,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일을 하겠다”며 불모의 땅으로 향했던 20대 여성 의사의 두려움과 절절한 심정이 담겼다. 허을 여사는 흔히 ‘한국 맹아의 어머니’라 불린다. 평양에 맹아학교를 설립하고 한글 점자를 최초로 사용하는 등 앞을 못 보는 이들을 위해 헌신했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여성의 건강권 보장과 여성 의료인 양성이다. 1890년 조선 최초의 여성전문병원인 ‘보구녀관’(이화여대 병원의 전신)을 세웠고, 조선 최초의 여의사인 박 에스더(본명 김점동) 등 여성 의료인을 길러냈다. ‘보구’는 보호하고 구한다의 앞머리 글자를 딴 것이다. 이번 여정을 통틀어 가장 감동적이었던 문장 “나의 청진기로 조선 사람들의 심장을 진찰할 때면 내 심장도 조선과 함께 뛴다”는 말을 남긴 것도 이 즈음이다. 동행한 한교총 대표회장 김정석 목사는 “소외되고 억눌린 이들과 여성, 장애인 등 약자를 섬겼던 로제타 셔우드 홀 같은 선교사들이 확산시킨 인간의 존엄과 자유, 평등의 가치가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어머니가 심은 씨앗은 아들에게 이어졌다. 셔우드 홀은 어머니가 애정을 쏟았던 ‘이모’ 박 에스더가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자 결핵 퇴치에 헌신하기로 마음먹는다. 1928년 국내 최초 근대 결핵 요양원인 해주구세요양원을 세웠고, 1932년에는 숭례문 도안이 담긴 한국 최초의 크리스마스실을 발행했다. 그는 일제의 탄압으로 1940년 강제 출국당하기까지 모두 아홉 차례 크리스마스실을 내놓았다. ‘화진포의 성’은 1940년 일제가 스파이 혐의로 셔우드 홀을 추방하면서 그의 손에서 떠났다. 광복 뒤 이 지역이 38선 이북이 되자 김일성 일가가 휴가 때 사용했다. 그래서 ‘김일성 별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랑과 헌신으로 쌓은 돌집에 분단의 상처가 덧씌워진 것이다. ●두 여성의 길이 만나는 곳 고성에 로제타 홀이 있다면 양양에는 조화벽(1895~1975)이 있다. 유관순 열사의 올케라고 소개하면 좀 더 알기 쉽겠다. 로제타 홀과 조화벽은 만난 적이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삶에는 공통점이 있다. 두려움 앞에서 멈추지 않았다는 것. 한 사람은 청진기로, 또 한 사람은 버선 속 문서로 세상을 바꾸려 했다. 로제타 홀은 이 길이 옳은 길이기를 되뇌며 태평양을 건너는 배에 몸을 실었고, 조화벽은 버선 안에 독립선언서를 숨기고 일제의 검문소 앞에 섰다. 조화벽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양양군 현북면 7번 국도에 있는 만세고개다. 1919년 4월 4일, 3·1 운동의 불길이 활활 타오른 곳이다. 양양 만세운동의 구심점인 조화벽은 감리교 전도사인 아버지와 전도부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미국 선교사가 개성에 세운 호수돈여학교에서 공부하며 독립운동에 눈을 뜬 그는 일제의 휴교령이 내려지자 고향 양양으로 돌아가야 했다.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는 독립선언서를 버선 속 깊이 숨겼다. 검문소를 지날 때 심장이 얼마나 두근거렸을까. 천신만고 끝에 고향 땅을 밟은 조화벽은 선언서를 꺼내 양양 지역의 감리교 청년 지도자들에게 전달했다. 소식은 들불처럼 번져 만세고개에서 독립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연인원 1만 5000명이 참여한 이 시위에서 30여명의 사상자가 났다. 만세고개에서 내려오는 길, 발아래로 양양의 들판이 펼쳐졌다. 조화벽이 걸었을 그 길에 봄볕이 내리쬐고 있다. 고개는 지금도 그가 남긴 용기를 붙들고 있는 듯하다. ●만세운동과 근대 의료의 자취 강릉중앙교회(1901년)는 영동 지방 선교의 모태다. 이 교회 안경록(1882~ 1945) 목사는 1919년 4월 2일, 교회 청년들을 이끌고 장날 태극기를 뿌리며 시위를 주도했다. 전설적인 ‘원산 대부흥’의 주역인 캐나다 출신 남감리회 선교사 로버트 하디(1865~1949) 기념관도 교회 옆에 마련됐다. 원주에서는 1913년 앤더슨 선교사가 세운 ‘서미감 병원’을 만났다. 스웨덴의 서(瑞), 미국의 미(美), 감리교의 감(監) 머릿글자를 딴 이름에서 보듯, 여러 나라가 협력해 설립했다. 원주기독병원을 거쳐 지금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이어졌다. 병원 구내에 모리스 선교사 사택(국가등록문화재)이 남아 있다. 1918년 건립돼 현재는 의료사료관으로 쓰인다. 도움말:홍승표 아펜젤러 인우교회 목사·교회사 박사 ■여행수첩 춘천시 외곽의 ‘감자밭’은 베이커리 카페다. 대표 메뉴는 감자빵이다. 쫀득한 겉피에 고소하고 달달한 으깬 감자가 풍성하게 들어가 있다. 고구마빵도 비슷하다. 소양호 아래 신북읍에 있다. 무수히 많은 속초시 해변의 횟집을 보며 ‘선택 장애’가 생긴다면 ‘스끼다시짱 횟집’을 권한다. 양이 푸짐하고, 내는 음식도 다양하다. 원주시 ‘기름장’은 돼지고기 맛집이다. 갈매기살, 항정살 등 다양한 부위를 푸짐하게 내온다. 맛도 정갈하다. 원주 세브란스 병원 인근에 있다.
  • 공민왕 숨결 서려 있는 ‘임영관’…잉어가 이어준 사랑 ‘월화거리’[서동철의 이야기가 있는 옛성]

    공민왕 숨결 서려 있는 ‘임영관’…잉어가 이어준 사랑 ‘월화거리’[서동철의 이야기가 있는 옛성]

    강릉, 고려·조선 때 대도호부 지위강릉읍성, 남대천 북쪽에 자리잡아 객사 ‘임영관’ 현판은 공민왕 친필읍성 내부 한은 등 공공 건물 밀집명주동, 카페·식당 등 문화의 거리영동선 노선은 예국고성 훼손 피해 ‘월화거리’ 무월랑·연화 이야기 담겨 왕릉 방불케 하는 ‘명주군왕릉’ 명소 강원도 평창에서 강릉으로 넘어가는 대관령이라면 곧 아흔아홉 굽이를 떠올린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사람도 없지 않을 듯하다. 오늘날 영동고속도로는 인천에서 강릉을 잇는 명실상부한 동서횡단길로 기능한다. 이 고속도로는 1971년 신갈에서 새말을 잇는 왕복 2차로로 초라하게 시작했다. 대관령을 넘어 강릉까지 전 구간이 개통된 것은 1975년이다. 대관령 옛길 일부를 고속도로로 활용했으니 아흔아홉 굽이 분위기는 어느 정도 남아 있었다. 지금처럼 산악도로 답지 않게 4차로의 큰 길이 된 것은 2001년이다. 이제는 ‘대관령을 넘어간다’보다 ‘대관령을 지나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국사성황신·대관령산신 기리는 단오제 여유로운 가족여행이라면 한번쯤은 아흔아홉 굽이로 유명했던 경강로(京江路)로 대관령을 넘어 봐도 좋을 것이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나들목에서 대관령양떼목장을 지나가는 456호 지방도다. 일부는 2차로 시절 고속도로로 쓰던 길을 지방도로 되돌린 것이니 이것도 새로운 경험이 되겠다. 무엇보다 경강로 주변엔 강릉단오제 주신(主神) 범일국사를 모신 국사성황사가 있다. 대관령산신당엔 강릉을 위협하던 말갈을 물러가게 했다는 김유신 장군이 민간신앙의 대상이 되어 자리잡고 있다. 강릉단오제는 새로 빚은 신주(神酒)를 국사성황신과 대관령산신에게 올리며 영동 지역이 근심을 떨치게 해 달라고 비는 것으로 막을 올린다. 강릉(江陵)이라는 땅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고려시대다. 고려사에는 1194년 ‘좌도병마사 최인이 정예 군사 수천 명을 이끌고 남적(南賊)을 공격했는데, 강릉성에 이르러 복병을 설치하고 기다렸다’는 내용이 보인다. 강릉성의 존재도 여기서 처음 나타난다. 남적이란 당시 남부 지방 곳곳을 휩쓸었던 반란세력을 일컫는데 이들이 동해안까지 진출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고려는 강릉을 동원경, 명주, 하서부, 경흥도호부 등으로 불렀다. 고려사는 ‘1308년 강릉부로 고쳤다. 1389년 대도호부로 승격시켰다. 별호는 임영(臨瀛)’이라고 적었다. 강릉의 고구려 시대 이름은 하슬라(何瑟羅)다. 토착어를 음차해 한자로 표기했지만 순수한 우리말 어감이 살아 있다. 하슬라의 ‘하’는 바다나 태양을, ‘슬라’는 땅이나 나라를 의미하는 것이라 한다. 그러니 바닷가 고을이나 해돋는 고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신라는 고구려로부터 이 땅을 빼앗은 이후에도 하슬라라는 이름을 한동안 쓰다가 742~765년 재위한 경덕왕이 한자식 이름인 명주(溟州)로 바꾼다. 명주는 글자 그대로 바닷가 고을이라는 뜻이다. 옛 이름 하슬라의 의미를 그대로 살린 것이다. 임영 역시 바닷가 고을이라는 뜻이다. ‘강변의 언덕’이란 뜻을 가진 강릉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짐작한다. 당나라 시인 이백(701~762)의 ‘아침에 백제성(白帝城)을 떠나며’에 강릉이 나온다. ‘아침에 무지개 구름 사이로 백제성을 떠나 / 천 리 밖 강릉을 하루 만에 돌아온다’는 대목이다. 백제성은 중국의 장강 삼협에 있었다고 한다. 문학작품에서 강과 바다는 ‘끝없이 이어진다’거나 ‘넓고 아득하다’는 이미지로 혼용되곤 한다. 우리 땅이름이 중국화하는 과정에서 장강 북안 징저우(江陵)가 힌트가 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강릉은 고려시대 대도호부의 지위를 조선시대에도 그대로 물려받았다. 대도호부사는 종3품으로 지방관으로는 위계가 높았다. 강릉읍성은 대도호부사가 행정과 군사를 총괄하던 치소(治所)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고려시대 토성으로 처음 쌓은 것으로 보인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은 ‘1512년(중종 7년) 석성으로 고쳐 쌓았다. 문을 4곳에 두었고 우물이 14곳, 연못이 2곳’이라고 적었다. 개축한 읍성의 둘레를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1134.6m인데 실제는 1826m라고 한다. 지대가 높은 북쪽과 서쪽 일부는 토성을 그대로 유지해 차이가 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임영관 삼문·칠사당만 옛날 그대로 강릉읍성은 남대천(南大川) 북쪽에 남북이 긴 마름모꼴 모양으로 자리잡았다. 남대천이라는 이름도 강릉대도호부 관아 남쪽에 있는 큰 하천이라는 뜻에서 지어졌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이 기록한 대로 강릉읍성은 동서남북에 가해루(駕海樓), 망신루(望宸樓), 어풍루(馭風樓), 빙허루(憑虛樓)의 누각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읍성 내부 지역은 지금도 관아를 중심으로 한국은행, 기상청, KBS 방송국, 우체국, 과거엔 전화국이었을 KT 지점,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 공공성 있는 건물이 밀집한 모습이니 역사는 이어지고 있다. 강릉대도호부 관아는 939년(고려 태조 19년) 세워졌다는 조선시대 기록이 있다. 모두 83칸의 건물이 있었다지만 지금은 객사 정문인 임영관 삼문과 수령의 집무공간인 칠사당만 옛날 것이다. 대도호부 정문과 동헌, 서쪽 언덕 위 의운루(倚雲樓)와 객사 임영관은 최근 복원한 것들이다. 배흘림기둥이 인상적인 임영관 삼문은 강원도에서 유일한 고려시대 건축물이다. ‘증수임영지’에 따르면 염양사(艶陽寺)가 폐사되면서 옮겨 지은 것이다. 임영관 현판은 공민왕의 친필이라고 한다. 공민왕이 1366년 낙산사에 관음 기도를 드리러 가다 강릉에 들렀다. 그런데 큰비가 내리며 강릉에서 열흘 동안 머물렀을 때 임영관 편액을 썼다는 전설이 있다. 삼문 뒤편의 객사 임영관은 일제강점기 초기엔 보통학교로 쓰였다. 하지만 1930년대 이 자리엔 콘크리트로 경찰서 건물이 지어졌다. 수난은 광복 이후에도 이어졌다. 동헌과 칠사당 사이엔 1955년 강릉시청이 들어섰다. 동헌은 강릉시장 사택으로 쓰이다 1967년 헐렸다. 관아에서 길을 건너면 명주동이다. 개성 있는 카페와 음식점, 공연장이 들어서면서 문화의 거리로 발전하고 있다. ‘시나미 명주길’이라는 이름도 붙여졌는데 시나미는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을 뜻하는 강원도 사투리라고 한다. 차분하고 품위 있는 골목이라는 인상이었다. ●옛 남대천 철교, 도보다리 ‘월화교’로 강릉시내 중심부에는 또 다른 옛 성터가 남아 있다. 동예(東濊)의 중심이던 시절의 예국고성이다. 동예라면 ‘삼국지’ 동이전을 떠올리게 된다. ‘같은 성끼리 혼인하지 않았고, 호랑이를 섬겨 신으로 여겼다. 살인자는 죽였고, 도적이 없었다. 10월에는 하늘에 제사 지내고 밤낮으로 마시고 춤추고 노래 부르며 즐겼는데, 이 축제를 무천(舞天)이라 했다’는 대목이다. 월화거리는 강릉읍성 동쪽에 있다. 월화거리는 중앙시장과 더불어 강릉을 대표하는 먹거리 타운으로 떠올랐다. 조선총독부가 1925년 수립한 ‘조선철도 12년 계획’에는 부산과 안변을 잇는 동해선도 들어 있다. 일제는 동해선 노선을 정하는 과정에서 1938년 예국고성을 조사한다. 1962년 동해선의 일부로 개통된 영동선 노선이 남대천을 건넌 이후 역(逆) 기역자(ㄱ)자 모양으로 크게 꺾어진 것도 예국고성 성벽의 훼손을 피하려 했기 때문으로 짐작한다. 옛 남대천 철교는 이제 월화거리와 월화정을 잇는 도보다리 월화교로 탈바꿈했다. 대신 KTX 강릉선은 지하터널로 남대천을 건너 강릉역으로 진입한다. 월화거리는 흔적도 찾기 어려운 예국고성의 서쪽 성벽을 따라 조성한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남대천에서 가까운 예국고성 주변은 지대가 낮은 듯 보인다. 예국고성을 버리고 강릉읍성을 새로 세운 것도 상습적인 수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높은 지대를 선택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월화거리는 ‘무월랑과 연화 부인’의 사랑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월화거리에서 조명이 아름다운 월화교를 건너면 월화정이다. 짐작처럼 무월랑과 연화에서 한 글자씩 따서 지은 이름이다. 월화정 설화는 강릉 출신 문인 교산 허균의 ‘별연사고적기’에 자세히 실려 있다. 무월랑은 강릉에 머물던 시절 연화와 사귀었는데 경주로 돌아간 뒤 연락이 없었다. 연화는 잉어를 잡아 뱃속에 편지를 넣은 뒤 다시 놓아 주었는데, 이튿날 경주의 무월랑 집에서 음식재료로 사들인 물고기가 바로 그 잉어였다는 내용이다. 강릉 김씨 시조가 되는 김주원의 부모가 곧 두 사람이다. 김주원은 신라하대 진골귀족으로 강릉에서 독자적 세력을 형성해 명주군왕에 봉해졌다. 강릉에는 왕릉을 방불케 하는 김주원의 무덤 명주군왕릉도 있으니 한번 찾아가 봐도 좋을 것이다. 글·사진 서동철 논설위원
  • 관악 주유소 이상 무! 가격표시제 일제 점검

    서울 관악구가 최근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석유 가격 안정화와 에너지 절약에 힘쓰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구에 따르면 6일부터 10일까지 주유소 14곳과 석유 일반판매소 1곳을 대상으로 가격표시제 이행 여부를 점검한 결과 모든 업소가 가격표시제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구 관계자는 “점검 당시 대부분 주유소의 판매 가격은 서울 평균보다 10~30원 낮았다”고 설명했다. 구는 ‘석유제품 매점매석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라 지난 13일부터 5월 12일까지 신고센터도 운영한다. 신고 대상은 폭리를 목적으로 휘발유·경유·등유를 과다하게 구입·보유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소비자에게 판매를 꺼리는 경우다. 사재기 행위 등을 발견하면 구청 녹색환경과 또는 120다산콜센터로 신고하면 된다. 구는 주민들이 실시간 유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한국석유공사의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 안내와 함께 지속적 점검과 관리를 통해 건전한 석유 유통 질서 확립에도 힘쓸 계획이다. 또한 구는 청사와 행정복지센터 등 공공건물 전력 사용을 최소화해 에너지 절약에 앞장선다. 홍보 전광판 등 옥외 광고물은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일출 전까지 불을 끈다. 이어 점심시간 일제 소등도 병행해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줄일 계획이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혼란한 국제 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속적 점검과 관리로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민생 경제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한국에 사드 돌려줄 거냐 물었더니…트럼프 행정부의 충격적인 답변 [핫이슈]

    한국에 사드 돌려줄 거냐 물었더니…트럼프 행정부의 충격적인 답변 [핫이슈]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의 일환으로 한국에서 차출된 주한 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와 관련해 미 당국이 아무런 확답을 내놓지 않으면서 안보 공백의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마이클 더피 미 국방부(전쟁부) 획득 및 유지 담당 차관은 17일(현지시간) 미 연방 의회 하원 외교위원회의 청문회에 출석해 아미 베라(민주·캘리포니아) 의원으로부터 주한 미군의 사드 재배치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예정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더피 차관은 “우리는 한국과의 동맹을 유지하고 가능한 모든 능력을 제공하기 위해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자산 재배치 기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며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또 한국에서 미군의 일부 사드 시스템이 중동으로 재배치되고 있는 사실 자체를 언급하지 않은 채 “자산들을 재배치하는 유연성은 우리 시스템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베라 의원은 과거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한한령 등 중국의 보복 조처를 언급하며 “우리는 여전히 북한이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다. 이 시점에서 (사드 재배치의 불분명한 일정이) 진심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주한 미군의 방공 체계 차출과 관련한 질문에 즉답을 피한 것은 더피 차관만이 아니다. 조니 올셰프스키(민주·메릴랜드) 의원이 “한국에 이번 재배치가 일시적이란 점을 확실히 보장했느냐”고 묻자 스탠리 브라운 국무부 정치·군사 담당 차관보는 “나는 그 논의에 참여하지 않아 잘 모른다”고 답했다. 미 국방부와 국무부 차관들은 “사드가 없는 상태에서 이번 재배치가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에서의 억지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확고한 견해가 없다”거나 “내가 담당하는 분야가 아니다”라며 모두 즉답을 피했다. 사실상 국방부와 국무부 고위 인사들이 주한 미군 방공 체계와 관련한 사안에 일제히 모르쇠로 일관한 셈이다. 한반도뿐 아니라 중국까지 걱정하는 미 당국미 행정부 고위급의 이러한 태도에 민주당 의원들은 대중 견제 약화를 우려했다. 올셰프스키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불과 4개월 전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중동이 미국의 외교정책을 지배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며 ‘힘을 통해 중국과 인도·태평양을 억제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동아시아에 배치돼 있던 최첨단 미사일 방어체계를 철수하고 중동 위기를 메우는 것이 어떻게 NSS의 전략을 뒷받침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에 청문회에 출석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은 일제히 입을 닫았다. 올셰프스키 의원은 “사드 재배치는 동맹국뿐 아니라 중국에도 잘못된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안규백 장관 “사드 차출, 유의미한 변화 없어”한편 우리 국방부는 주한 미군의 방공 체계 재배치가 주요 자산에는 유의미한 변화를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중·저고도 미사일 방공 체계인 패트리엇과 고고도 방공 체계인 사드가 중동으로 차출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조심스럽다”면서도 “일부 미세 조정은 있을지 모르지만, 주요 자산에는 유의미한 변화는 없다.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답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주한미군이 자국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서 일부 방공무기를 반출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반대 의견을 내고는 있지만, 우리 의견대로 전적으로 관철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한 미군의 방공무기가 반출되더라도) 이로 인한 대북 억지 전략에 장애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중동 상황으로 주한미군 전력이 일부 이동하더라도 한국의 자체 군사력으로 충분한 억지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동시에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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