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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대통령 “과거 정상회담 교훈 삼아 준비 필요”

    朴대통령 “과거 정상회담 교훈 삼아 준비 필요”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전달 받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친서는 박 대통령이 오는 23~24일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아베 총리와의 ‘조우’ 또는 ‘회동’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는 가운데 전달된 것이어서 그 효용성이 주목된다. 최근 한·일 간에는 관계 개선을 위한 접촉이 실무선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미래지향적 우호관계를 설정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은 오는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해 왔으며, 이번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의 박 대통령 예방도 한·일 정상회담을 이끌어 내기 위한 정지 작업의 하나로 여겨진다. 박 대통령은 역시 이번에도 과거사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성성 있는 노력이 선행돼야 함을 강조했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회동과 관련해 진전된 태도를 내보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한·일 간 정상회담을 개최한 후 양국 관계가 잘 풀리기보다 오히려 후퇴되는 상황도 있었음을 교훈으로 삼아 사전에 잘 준비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일각에서는 이번 유엔 총회에서는 일단 ‘조우’ 정도의 만남이 성사되고, 아베 총리의 언급처럼 이후 뒤이을 국제회의에서는 조금 더 진전된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11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만일 한국 정부가 이런 제의를 받아들인다면 APEC 무대에서 양국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해 왔다. 물론 앞서 오는 10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서도 두 정상이 참석한다면 회동과 회담도 가능하다. 그간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아무래도 내년 수교 50년을 냉랭한 관계로 지나가기는 양측 정부 모두에 부담”이라는 말로,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박 대통령도 이날 모리 전 총리에게 “내년에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하는데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리 전 총리는 2020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 자격으로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방한했으며 2001∼2010년 한일의원연맹 일본 측 회장을 지낸 대표적인 지한파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사람 사는 냄새가 그립다… 다큐영화제 한번 가 볼까

    사람 사는 냄새가 그립다… 다큐영화제 한번 가 볼까

    ‘다큐영화? 지루하다, 딱딱하다, 서사가 없다, 거칠고 투박하다, 가르치려 든다…. 그래서? 다큐영화는 안 본다.’ 다큐멘터리에 대한 세간의 편견 혹은 진실이다. 사람들은 다큐멘터리 대신 TV 속 ‘정글의 법칙’이니 ‘우리 결혼했어요’니 하는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에 열광한다. 기존 매체 속 서사의 과잉과 리얼리티의 결핍에 대한 반발 속에서 나온 산물로 해석되곤 한다. 그러나 다큐영화의 진짜 매력을 접하고 나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얘기는 어떤가. 평범한 열예닐곱 까까머리 도쿄 조선학교 권투부 청소년들이 있다. 가슴 벅찬 친구와의 우정이 있고 내밀한 고백을 읊조린다. 또래 아이들처럼 늘 희망과 불안이 엇갈린다. 매일 일본극우세력의 시위 속에서 등·하교해야 하는 불편은 덤이다. 권투부로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분투하는 아이들의 삶을 그린 다큐 ‘울보 권투부’다. 또 다른 담담함도 있다. 사방이 유리로 된 승합차가 있다. 레바논 베이루트 도시를 배회한다. 그리고 여기에 올라탄 사람들은 각각의 감정과 기억을 덤덤히 고백하며 자신의 솔직한 내면과 대면한다. ‘움직이는 고해성사실’의 얘기와 풍경을 담은 작품 ‘9월의 새들’이다. 올해로 6회째인 DMZ국제다큐영화제가 오는 17일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다. 국제경쟁부문에 출품된 개막작 ‘울보 권투부’를 비롯해 해외작품 78편, 국내작품 33편 등 모두 30개국 111편의 다큐멘터리가 각각 국제경쟁부문, 한국경쟁부문, 청소년경쟁부문, 비경쟁부문, 특별전 등으로 나뉘어 24일까지 고양아람누리, 메가박스 킨텍스, 고양호수공원, 통일촌 군내초등학교 등에서 상영된다. DMZ국제다큐영화제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상징적 현장인 비무장지대(DMZ)를 영화제 이름으로 내걸고 있는 만큼 ‘평화, 소통, 생명’의 근원적 가치와 주제 의식은 놓치지 않는다. 다큐영화의 본질과도 같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 주류에 대한 저항 또한 흔들림 없다. 여기에 ‘아시아 다큐의 빛’을 주제로 내걸며 한국과 아시아 국가들의 다큐멘터리 네트워크 역할까지 자임했다. DMZ다큐포럼을 활성화할 소재와 주제의 다양성을 꾀했다는 평가다. 특히 2009년 국제다큐영화제를 처음 시작한 이후 첫 결실을 거둔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 ‘DMZ프로젝트마켓’을 강화하면서 아시아를 비롯해 한국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 부분을 특화해 지난해까지 40여편의 장편 다큐멘터리 작품에 5억여원을 지원했다. 이 중 9편의 제작 지원작이 완성돼 이번 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전성권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욱 내실을 기한 만큼 작품성은 물론 관객들의 즐거움도 더욱 클 것이라 생각한다”며 다큐의 대중화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국립여성사전시관, 경기 고양시 확장 이전

    국립여성사전시관, 경기 고양시 확장 이전

    국내 유일의 여성사 전시관인 국립여성사전시관이 경기 고양시로 확장 이전해 문을 연다. 기존의 근현대 여성 생활사 전시 중심에서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여성 역사로 전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재구성했다. 여성가족부는 1일 오후 3시 정부고양지방합동청사에서 김희정 여가부 장관을 비롯해 여성단체, 여성 사학자 및 박물관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립여성사전시관 이전 개관식을 한다. 개관식과 함께 이날부터 ‘북촌에서 온 편지, 여권통문’을 주제로 한 특별기획전을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어 근대 여성 교육과 각 분야 최초 여성, 여성 정치 참여 등을 조명한다. ‘여권통문’은 116년 전인 1898년 9월 1일 발표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인권 선언문이다. 여성의 교육권, 직업권, 참정권을 주장해 여성의 사회 진출과 권익 증진을 촉구하는 원동력이 됐다. 여가부는 여권통문을 주제로 한 ‘제3회 팝 여성사 영상물(UCC) 공모전’을 최근 열어 ‘가장 보통의 이야기, 여권통문: 박지혜·이영민작’ 등 5개 당선작을 선정해 이날 시상한다. 국립여성사전시관은 역사 발전에 기여한 여성들의 삶과 업적을 발굴, 공유하며 양성평등의식 고양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2002년 여가부가 서울여성플라자에 설립해 운영하다 이번에 정부고양지방합동청사 1~2층으로 전시 공간을 옮겼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미래를 창조하는 학과]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예술대학 영화·뮤지컬·연기과

    [미래를 창조하는 학과]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예술대학 영화·뮤지컬·연기과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은 국내 영화계 거장인 임권택 감독의 이름을 단과대학 명칭으로 붙인 국내 유일의 영화예술 특성화 대학이다. 영화·영상, 디자인, 디지털콘텐츠 분야 특성화 대학인 동서대는 2012년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사업)에 선정돼 해운대 연구·개발(R&D) 타운에 센텀캠퍼스를 조성, 지난해 3월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을 이전했다. 이곳에서 실기 중심의 교육을 통해 영화 관련 산업과 전문 예술인을 육성한다. 센텀캠퍼스는 영화의 전당과 부산영상위원회,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등이 들어선 부산 최대 영상콘텐츠 밀집지역에 자리 잡았다. 동서대는 학부제로 운용되지만, 임권택영화예술대학만은 예외다. 2008년 영화과·뮤지컬과·연기과로 출발한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은 2012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이래 짧은 역사에도 200여명의 졸업생이 영화와 뮤지컬 등에 진출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손현석 영화과 학과장은 “지역 영화산업체와 산학협력해 부산 영화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라며 “이들 업체에서 재학생들의 현장실습을 진행하고 졸업생들의 창업도 유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만 운영하는 아시아영화아카데미를 연중 상설화하고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시장과 중국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의 장점은 기존 영화전공 및 공연예술학부 교수에다 ‘임권택 사단’까지 가세해 막강한 교수진을 갖춘 것이다. 석좌교수로 위촉된 임권택 감독이 학생들을 지도하고 그와 함께 활동하는 영화인들이 대거 특강 강사로 강단에서 이론과 실무를 가르친다.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은 국내에서 가장 최신의 영화 제작 장비와 첨단 실습공간을 갖췄다. 동서대는 재학생들에게 작품 제작비를 비롯해 뮤지컬 연기 제작비, 특강비, 기자재 구입비 등을 전액 지원한다. 영화과 학생들의 경우 학기당 최소 한 작품 이상의 단편영화 제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결과 재학생의 작품이 2년 연속 부산국제영화제 본선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영화과 재학생이던 김병준 감독의 장편 ‘개똥이’가 2012년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되자 ‘제2의 윤종빈’이란 찬사를 받았다. 이듬해 개최된 제18회 BIFF 한국영화의오늘-비전 부문에는 서호빈 감독의 ‘못’이 선정됐다. 특히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의 특강프로그램인 마스터클래스에는 임 감독을 비롯해 안성기, 이덕화, 박중훈, 조재현, 강수연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기자와 감독, 영화제작자, 영화평론가 등이 강사로 나서 학생들에게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은 부산국제영화제와 공동으로 영화제 기간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를 운영하며, 미국 채프먼 대학 내 ‘닷지 대학’과 교류, 양 대학 학생들이 연출부터 연기, 스태프로 서로의 작품에 참여한다. 외국인 유학생을 위해 영어 커리큘럼도 운영하고 있다. 동서대는 2012년 해운대캠퍼스에 1134석 규모의 ‘소향뮤지컬시어터’를 개관했다. ‘삼총사’와 ‘시카고’ 등 초대형 뮤지컬이 연달아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과 졸업생들로 구성된 ‘DS뮤지컬컴퍼니’와 산학협동으로 창작 뮤지컬 ‘구름빵’을 제작해 서울과 부산에서 흥행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임권택영화예술대학에는 ‘임권택 영화박물관’도 있다. 임 감독이 연출한 100여편의 영화와 포스터, 극장세팅, 배우들의 의상, 음악, 각종 영화제 수상 트로피와 상장, 언론보도 등이 총망라돼 있다. 조기왕 교학부장은 “우리 대학은 영화의 기획·제작부터 시나리오, 연출, 사운드, 편집 등 5개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시켜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서대는 영화예술에다 인문·사회과학을 접목하는 통섭을 통한 교육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5학년도부터 임권택영화예술대학과 디지털콘텐츠학부를 통합해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으로 재출범시킨다는 방침이다. 장제국 총장은 “영화 관련 지망생들이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부산으로 찾아오게 하고자 모든 지원을 다할 계획”이라며 “특히 서울을 비롯한 타 지역 출신 학생들의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고 중국 등 외국 유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센텀캠퍼스에 기숙사를 건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 오성택 기자 fivestar@seoul.co.kr
  • 빅클럽들 ‘월드컵 별따기’

    월드컵이 끝나면 다음달 말까지 이어지는 유럽 이적시장은 후끈 달아오른다. 세계적인 축구 이벤트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를 모셔 가고 싶은 구단들이 줄을 서기 때문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여느 대회 못지않게 깜짝 스타들이 많아 이들을 영입하려는 구단들의 몸이 달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선수는 득점왕에 빛나는 콜롬비아의 하메스 로드리게스(23·AS모나코). 그는 지난해 7000만 유로(약 971억원)의 이적료를 받고 모나코로 옮길 만큼 유럽 클럽들 사이에서는 떠오르는 별이었지만, 국제대회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A매치 골 기록도 없었다. 그런데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A매치 데뷔골을 뽑더니 8강까지 다섯 경기 6골로 토마스 뮐러(독일·5골),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4골) 등을 제치고 28년 만에 ‘8강 득점왕’에 올랐다. 소속팀 AS모나코는 이적료를 무려 1억 1500만 유로(약 1595억원)로 올려 한몫 단단히 챙기려는 심산이다.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명문 구단들이 손짓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최국 브라질에 맞서 엄청난 선방쇼를 펼친 멕시코 수문장 기예르모 오초아(29·아작시오)에게 손을 뻗치는 구단도 많다. 소속 팀이 다음 시즌 강등되면서 자유계약선수로 풀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20여 클럽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대회가 끝나기도 전 거액 계약을 성사시킨 스타도 있다. 칠레의 알렉시스 산체스(25·아스널)는 네덜란드와의 조별리그 패배 이후 3000만 파운드(약 520억원)의 이적료와 함께 슈퍼스타 메주트 외칠과 비슷한 주급을 받게 됐다. 반면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FC바르셀로나)는 ‘핵이빨’ 기행으로 그토록 붙잡으려 했던 소속팀 리버풀이 뜻을 접었다. 그는 지난 11일 7500만 파운드(약 1300억원)에 바르셀로나로 옮겼다. 이 밖에 월드컵 결승 사상 첫 교체 멤버 결승골의 주인공인 독일의 마리오 괴체(22·바이에른 뮌헨), 국제축구연맹(FIFA)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폴 포그바(21·유벤투스)는 조만간 화끈한 보상과 함께 팀을 옮길 것으로 보인다. 코스타리카를 사상 첫 8강으로 이끈 수문장 케일러 나바스(28·레반테), 러시아전 극적인 동점골로 벨기에의 8강 교두보를 마련한 디보크 오리기(19·릴) 등도 여러 구단의 구애를 받고 있다. 한편 참담한 성적을 거둔 한국 대표팀 선수로는 박주영(29)이 무적(無籍) 상태에서 새 팀을 찾고 있으며 이청용(26·볼턴)은 김보경의 소속팀인 카디프 시티로부터, 기성용(25·선덜랜드)은 애스턴 빌라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임병선 전문기자 bsnim@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옛 여인에 빠지다(조혜란 지음, 마음산책 펴냄) 춘향에서 향랑까지 고전소설에 등장하는 여성 15명을 다시 불러내 그들의 삶에 오늘 우리들의 모습을 투영해 본다. 저자는 전작 ‘옛 소설에 빠지다’로 고전소설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을 귀띔했던 조혜란 이화여대 국문학과 부교수. ‘구운몽’의 백능파, ‘만복사저포기’의 그녀, ‘삼한습유’의 마모 등 고전소설 속 여성 캐릭터 15명을 분석함으로써 욕망, 가부장제, 섹슈얼리티, 버림받은 자에 대한 통찰 등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탐구주제들을 돌아본다. 예컨대 ‘사씨남정기’의 교채란은 남편을 모함하고 정부와 도망치는 악인의 전형으로 묘사됐지만 지금이라면 지극히 욕망에 충실한 여성으로 복권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고전에 매몰된 캐릭터들에게 새로운 의미의 옷을 입히는 과정에서 그 소설들을 정독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면, 그건 ‘덤’이다. 344쪽. 1만 6000원. 진화하는 민주주의(김상준 지음, 문학동네 펴냄) 자생적 민주주의가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이슬람 등 비서구 지역에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조명했다. 이를 통해 저자(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는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유럽을 정점으로 발전한 역사의 결과물로만 단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17세기 유럽 지식인 중에도 중국과 조선을 철학자가 통치하는 선진정치의 모델로 받아들인 이가 있었다는 것. 즉 서구에서 기원해 비서구 지역으로 전파된 것으로 인식된 민주주의는 오랜 고정관념이며 비서구 지역의 문화에서 이미 자생적 민주주의의 토양이 형성되어 있었다는 결론이다. 주 예산의 40%를 주민 결정에 맡긴 주민자치예산제도를 운영하는 인도 케랄라 주, 빈곤가구 현금지원 정책 ‘보우사 파밀리아’를 실시한 브라질 등이 그 예다. 비서구 지역에서 약진하는 민주주의는 기존 민주주의 체제가 보여주지 못한 활력과 창조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서구 중심을 벗어나 다원 균형 문명으로 발전하는 과정에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344쪽. 1만 5000원. 세기말 빈(칼 쇼르스케 지음, 김병화 옮김, 글항아리 펴냄)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빈은 한마디로 지성의 용광로였다. 미국의 문화사 연구가인 저자는 세기 말 빈 사회의 다중적인 모습을 조명함으로써 문화의 본질을 들춰보는 방대한 작업을 했다. 당시 빈 사회는 과학과 예술의 양립, 도덕과 탐미주의의 공존 등 이중적 대립구도가 곳곳에 혼재했다. 자아, 기성가치와 질서의 해체가 급속히 진행되던 역사적 무대에 초점을 맞춘 뒤 그 다중적인 면모를 통찰하는 저자의 지적 편력이 책갈피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문학, 건축, 미술, 음악, 심리학 등 당대 유럽지성사를 풍미했던 주역들이 한 무대에서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문화역사를 직조해 나갔는지를 재확인한 저술이다. 사회에 억압된 본능을 회화로 표현한 클림트, 사회적 무기력감을 극복한 코코슈카의 표현주의 회화, 쇤베르크의 현대음악 등이 빈이라는 특정공간을 무대로 복기된다. 그런 작업을 통해 책은 신통하게도 ‘역사’와 ‘오늘’이 얼마나 긴밀히 상호작용하는지를 웅변한다. 576쪽. 3만 1000원. 부모의 권위(요세프 크라우스 지음, 장혜경 옮김, 푸른숲 펴냄) 자녀를 유능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가 반드시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육 지침서다. 저자는 독일 김나지움(우리나라의 인문계 고등학교) 교장이자 30년 넘게 독일교사연합 회장을 지낸 교육 전문가. 자기밖에 모르는 응석받이 아이들이 교육현장의 문제가 되고 있는 사실을 발견한 저자는 오랜 관찰과 연구 끝에 그런 아이들 뒤에는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권위적’인 게 아니라 ‘권위 있는’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양육하는지, 부모들이 착각하는 자녀교육의 그릇된 진실이 무엇인지를 교육학의 역사, 뇌과학, 사회학 등 연구결과와 유럽 각국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소개한다. 독일의 교육 문제가 우리나라와 너무나 닮은꼴이라는 데 놀라게 되는데, 책의 제언들은 그래서 더 가치 있게 들린다. 권위 있는 부모는 아이를 부족하게 키울 줄 알고, 아이에게 집착하지 않는다는 등의 명쾌한 조언이 이어진다. 192쪽. 1만 2000원.
  • [열린세상] 북·일 교섭의 전략적 함의/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열린세상] 북·일 교섭의 전략적 함의/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지난달 29일 동북아 정세에 돌발변수가 생겼다. 북한의 납치자 문제 재조사와 일본의 대북 독자제재 해제를 골자로 하는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북·일 교섭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국제적인 대북 제재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아베 정권의 대북 독자 행보가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관심이 높다. 현재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본격 추진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드레스덴 제안’에 대해서도 북한이 반발하는 등 남북관계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북·일 관계 진전은 우리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있다. 우선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한·미·일 3국 간 대북 제재에 다소 차질을 줄 가능성마저 있다. 게다가 한·일이 대북 문제에 대한 협조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면 우리의 대북 정책에 대한 선택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베 정권이 국제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대북 교섭에 적극적인 이유는 최근 대북 강경 일변도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전환을 요구하는 일본 여론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납치 유가족이 대북 대화를 강하게 요구한 것이 아베의 대북 정책에 많은 영향을 준 것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납치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은 협조자이긴 하지만, 한·미는 핵과 미사일 문제에 관심이 집중돼 납치 문제는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일본 내 분위기도 한몫을 더했다. 이번 북·일 교섭은 무엇보다도 아베 총리의 정치적인 행보와 연관돼 있다. 작년 5월 이지마 내각 참여의 북한 방문에서도 그랬듯이 납치 문제의 해결은 아베 정권의 장기 집권 프로젝트와 연관돼 있다. 정치가 아베 신조는 납치 문제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장하면서 국민적인 인기와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 총리까지 될 수 있었다. 이번 북·일 합의도 북한이 납치 문제의 재조사를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아베 총리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내년 가을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아베 총리로서는 장기집권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북·일 정상회담의 성사는 중요하다. 따라서 이번 북·일 합의는 일본의 경기 부진과 아베노믹스에 대한 실망을 납치문제 해결로 만회하려는 아베의 정치적인 포석이 깔려 있다. 앞으로 아베 총리는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 타협에 더욱더 적극적일 것이다. 이전 정권과 다른 점은 대북 정책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 민주당 정권 시절 노다 총리도 납치문제 해결을 정권 연장의 수단으로 보았다. 그러나 민주당 정권 내부의 경쟁과 외무성의 견제로 노다 정권은 대북 정책에서 성과를 낼 수가 없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아베 총리는 민주당 정권과는 달리 대북 라인을 단일화하고 납치 문제를 정권의 최우선 순위 어젠다로 설정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북 정책에서 국제적인 공조보다는 아베 정권의 어젠다가 우선될 가능성도 있어 한·미·일 공조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일본의 북·일 교섭은 아베 정권의 독자외교 실현이라는 점에서 한국과 다른 전략적인 이익을 가질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전후 체제의 탈각’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우파 정치가다. 역설적으로 그가 택한 현실적인 대안은 미·일 동맹을 적극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베는 항상 미·중 관계의 타협을 우려하면서 일본 외교의 선택지를 넓혀가고자 했다. 그 예로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 러시아, 호주와의 관계를 긴밀화시키는 것이다. 또한 납치문제도 미국이 핵문제나 미사일 문제와는 달리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 일본이 독자 외교를 개척하려 한 것이다. 이번 북·일 교섭은 한반도에 대한 ‘두 개의 한국’(Two Korea) 정책을 실현하면서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견지하려는 전략적인 의도도 포함돼 있다. 한·일관계의 악화에 대해 북한 카드를 들고 나옴으로써 한국에 대한 견제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유사상태에서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개입 근거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번 북·일 교섭의 진전은 우리에게 일본과의 관계에서 더욱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겨줬다. 지금까지 북한 문제에 대한 한·일의 공통 대응이 당연시되었다면 이제는 북한 문제에 대해 한·일이 전략적인 인식을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추락하는 아베 ‘오바마 효과’ 볼까

    추락하는 아베 ‘오바마 효과’ 볼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23일 방일, 24일 아베 신조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아베 총리는 취임 두달 뒤인 지난해 2월 미국을 찾아 “일본이 돌아왔다”(Japan is back)며 민주당 정권하에서 흔들렸던 미·일동맹의 회복을 자신 있게 천명했다. 그러나 지금 아베 총리는 자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인해 미·일관계를 경색시켰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역사 인식 등의 문제로 삐걱대는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 역시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말부터 특정비밀보호법, 집단적자위권 행사 용인을 위한 헌법 해석 변경 등 ‘아베 컬러’ 정책들을 잇따라 추진하면서 취임 초 60%를 웃돌던 내각 지지율 역시 올해 들어 50%대 초반에서 맴돌고 있다. NHK가 매달 실시하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최고 66%(지난해 3·4월)에 달하던 아베 내각 지지율은 이달 52%에 그쳤다. 아베 내각 지지율의 원동력인 ‘아베노믹스’도 지난 1일 소비세 인상이라는 중대한 변곡점을 맞아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까닭에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아베 정권이 외교적 고립과 지지율 하락세 등 안팎으로 먹구름이 낀 정국을 타개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베 내각의 가장 큰 과제는 미·일동맹의 건재를 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도착한 직후인 23일 아베 총리와의 비공식 만찬을 성사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것이 그 일례다. 미국은 당초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 기간을 1박 2일로 할지 2박 3일로 할지 유동적인 입장을 보였는데 아베 총리가 “흉금을 터놓고 얘기할 기회가 필요하다”며 저녁 회동을 제의함으로써 2박 3일 방일 성사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하지만 일본이 원하는 정도로 미·일의 긴밀함이 표현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본 안팎의 시각이다. 일본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가 미·일 안전보장조약의 적용 범위에 포함된다는 안을 공동 성명에 포함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센카쿠라는 명칭을 문서에 포함시키는 것에 미국 측이 난색을 표하면서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하는 방향으로 절충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대해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언급에 그칠 것으로 전해지는 등 일본과 미국의 온도 차가 정상회담 전부터 드러나고 있다. 이 밖에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납북자 문제 등을 둘러싼 대북 정책을 조율하고,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의 연내 개정을 통한 동맹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한·미·일 3각 공조 복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의 조기 타결 방안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눌 전망이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초긴축 경영 7개월새 323억 절감… 1등 공기업으로 거듭날 것”

    “초긴축 경영 7개월새 323억 절감… 1등 공기업으로 거듭날 것”

    제주가 국제 종합관광중심지로 우뚝 떠올랐다. 투자유치가 잇따르고 관광객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체계적인 관광지 개발을 선도하는 동시에 외국 투자를 끌어와 제주도를 관광 중심의 국제자유도시로 만드는 중앙정부 차원의 공공기관이라고 보면 된다. 김한욱 이사장은 제주도 기획실장과 안전행정부 국가기록원장을 지낸 제주 토박이 공무원 출신이다. JDC 탄생의 산파역을 맡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20일 김 이사장을 만나 국제자유도시 개발 방안과 주요 사업 추진 현황을 들어봤다. 대담 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JDC 설립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 -1997년 제주도 기획관리실장 시절이다. 제주도의 미래 발전방향을 한참 고민하던 중이었다. 홍콩이 중국으로 돌아가던 때였다. 중국이 1국가 1체제로 가면 제주도가 홍콩보다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기회가 찾아왔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에게 업무보고가 있었다. 도지사와 고민한 끝에 제주도의 미래 발전방안을 보고했다. 일반 현황을 포함, 7쪽 분량의 보고였는데 농업·감귤과 관광 중심의 발전방안을 한두 쪽 넣었다. 이를 본 대통령이 무릎을 치면서 구체적으로 만들어 보고하라고 지시하더라. 제주 개발방안에 대한 20쪽짜리 자료를 만들어 보고했다. 전국적으로 자유도시 개발이 유행이었다. 그런데 제주도는 다른 지역과 포커스를 달리했다. 예를 들어 인천 송도는 물류·금융 중심이고 제주는 관광 중심으로 포커스를 맞췄다. 국가전략 차원에서 상호 경쟁이 아닌 보완으로 가는 방안이었다. 이를 이끌고 가는 기관은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아닌 제3기관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이 기관이 토지를 수용하고 기업을 유치해 제주도를 관광중심지로 발전시키자는 안이었다. 이게 JDC 탄생의 시초였다. →막상 JDC 이사장에 부임해 보니 어떻던가. -나름 실적도 많았다. 힘든 상황에서 국제자유도시개발의 기반을 잘 다졌다. 그런데 2012년 말 임명장을 받고 속을 들여다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부채가 6705억원이나 됐다. 물론 이 중 절반이 JDC가 지급 보증한 영어학교 설립·운영에 들어간 빚이었다. 부채비율도 176%나 됐다. 도저히 상환능력이 없어 보였다. 첫 번째 올라온 결재가 200억원 차입문건이었다. 막막했다. 결재를 거부하고 되돌려 보낸 뒤 예산서를 꼼꼼히 뒤졌다. 답이 나왔다. 첫째, 긴축운영만 해도 추가 차입은 막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다음에는 민자를 유치하고 사업을 활발하게 일으켜 보유 중이던 땅을 팔면 빚 갚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을 텐데. -지난해 초긴축운영을 했다. 결과는 7개월 동안 무려 323억원을 절감했다. 또 신화역사공원에 외자를 유치하는 동시에 부지를 1360억원에 매각했다. 영어학교 아파트 부지와 첨단산업단지 아파트 부지도 적절한 가격에 매각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934억원의 순경영이익을 냈다. 이를 바탕으로 부채 500억원을 갚았다. 올해 부채상환 예정액이 400억원, 내년에 갚기로 했던 1000억원을 올 상반기까지 모두 갚을 계획이다. 부채비율이 121%로 떨어진다. 이제 경영에 자신이 생겼다. 직원들도 1등 공기업을 만들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투자유치 실적에만 매달리다 보면 자칫 국부를 헐값에 넘기는 경우도 있다. -우리 자본으로 개발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여력이 없을 때는 건전 자본을 끌어들여 상생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투자자들의 요구를 받아 주는 대신 우리의 요구도 붙이고 다음에는 우리가 얻는 것이다. 제주도의 기반 산업은 농업·관광 등이다. 투자유치는 제주도민의 요구를 반영해 줄 수 있는 기업을 우선해 골랐다. 제주도민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생산품을 사주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천혜의 제주 자연을 해치는 기업이나 단기이익을 좇는 자본은 받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신화역사공원의 경우 3억 달러 외자유치와 별도로 땅값 1360억원을 현금으로 받았다. 또 투자 기업에는 두 가지를 약속받았다. 첫째, 시설이 들어서면 이 지역 주민을 고용해 주는 것이고 둘째는 지역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사주는 조건이다. →외자유치 성공 요인은 어디에 있나.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자들은 땅값이 싸다고만 덤벼드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조건은 뛰어난 의료시설이 있는지,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학교시설은 충분한지, 대규모 쇼핑·레저단지 등은 갖추고 있는지를 먼저 따진다. 그런 점에서 제주도는 경쟁력이 있고, 아직 부족하다면 인프라를 깔아 주면 된다. 앞으로도 그들이 원하는 조건을 충분히 갖춰야 민자유치를 성공할 수 있다. 투자자는 개발이익을 얻는 게 생리다. 제주도가 결코 투자유치에 유리하지만은 않았다. 우리보다 더 좋은 조건을 내세우는 국가도 많다. 하지만 앉아서 감 떨어질 때를 기다리다가는 투자자를 잃고 만다. 결국은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투자자를 찾아다니며 제주 부동산의 이용가치를 설명하고, 인허가 문제나 향후 이용계획 등을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센티브를 약속하고 부족한 부분은 설득도 하고, 그들이 원하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기로 약속한 결과다. →지역개발은 어떤 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제주도는 땅을 싸게 판 것도 아니다. 모두 제값을 받았다. 흔히 개발 하면 관광, 제조업만 생각한다. 그동안 1차산업은 누구도 건들지 않았다. JDC는 대동공업을 유치했다. 이 회사는 제주도에 농업연구시설, 농산물 시험재배시설, 귀농촌 조성, 농촌테마단지 조성사업을 벌인다. 1차산업 유치도 메리트가 크다. JDC가 추진하는 개발사업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 ‘위딩사업(예비사회적기업)’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물을 주는 방식이다. 단순히 농촌 주택 개조비용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기반으로 민박사업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마을회관 건립과 같은 생색내기 사업은 안 한다. 대신 생산한 농산물을 팔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에 필요한 시설을 지어 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개발에 따른 지역주민 반발은 없는가. -왜 없겠는가. 하지만 이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면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우선 하향식 개발은 지역주민이 배제돼 반발을 불러온다. 시설 유치는 좋지만 주민의 직접 이익이 적을 때도 반발한다. 환경문제도 반대 이유 중 하나다. 그래서 JDC가 유치하는 단지지구에는 두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우선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사달라는 것이다. 둘째, 운영이 안정권에 들어가면 아침 두 시간만 로비를 내달라고 했다. 일정 공간에 지역 주민이 생산한 상품 샘플을 전시하고 관광객들에게 쿠폰을 팔고, 관광객들이 도착할 때쯤 집으로 배달해 주는 시스템이다. 그래야만 지역 주민에게 이익이 돌아간다. →항공우주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있다. 경영에 어려움은 없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다. 국내 이 분야 유일의 박물관이다. 1150억원을 투자한 사업이다. 하지만 정부 예산은 한 푼도 안 들어갔다. 공사가 운영해 수익을 내야 하는 구조다. 직원이 45명 필요하다는 용역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추가 인원을 뽑지 않았다. JDC 직원이 267명인데 각 팀에서 25명을 차출했다. 경영 경비를 줄여 입장료를 낮춘 것이다. 돈벌이는 아니지만 손해를 봐서는 안 된다. 입장료를 2만 3000원에서 1만 7000원 정도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 인구가 증가하고 부동산시장도 활발하다. -JDC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인한 경제효과라고 본다. JDC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현상들이다. 인구 유입률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세종시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영어교육도시 주변에는 빈 집이 없을 정도다. 오랜 골칫거리였던 미분양 주택도 모두 팔렸다. →제주 첨단과학기술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이 많다고 들었다. -3차 산업에 편중된 제주의 산업구조에서 고부가가치 지식기반 산업으로 개편을 주도하는 데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는 다음, 이스트소프트, 온코퍼레이션, 모뉴엘 등 정보통신·생물화학 등 첨단 업체 101개가 들어왔다. 1100여명이 근무하고 있고 지원시설 입주율은 67.6%, 산업용지는 100% 분양됐다. 생산 공정에서 특정 대기·수질 등 유해물질 배출로 주위 환경과 인근 업체 조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업종은 입주를 제한하고 있다. 실제 중국, 일본의 몇몇 유수기업이 입주를 희망했으나 자연훼손이 염려돼 허가해 주지 않았다. →JDC는 어떤 도시건설을 지향하고 있는지. -제주도의 지역·역사·인문 특성과 청정한 환경을 바탕으로 국제적인 관광·휴양도시를 조성하는 게 목표다. 원활한 투자유치 환경을 조성하고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제주만이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잘 보존, 활용해 홍콩, 싱가포르와 차별화된 명품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할 것이다. chani@seoul.co.kr ■김한욱 이사장은 ▲1948년 제주 ▲오현고·한국방송통신대·고려대 정책대학원 행정학 석사 ▲제주도 공보관·기획관리실장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장 ▲제주도 행정부지사
  • 美 “한국, 최신형 공대공 미사일 구매 요청”

    한국 정부가 미국 측에 최신형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AIM9X2 사이드와인더’ 76기 등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8일(현지시간) “국무부가 한국에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AIM9X2 사이드와인더’ 미사일 등과 관련 장비 및 부품, 훈련, 지원 등의 판매를 승인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관련 절차에 따라 의회에 이런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AIM9X2 사이드와인더 블록Ⅱ’ 미사일 76기, ‘CATM9X2’ 훈련용 미사일 24기, ‘CATM9X2 블록Ⅱ’ 미사일 유도장치 8기 등 모두 9800만 달러(약 1020억원) 상당이다. 전투기 등에 탑재되는 ‘AIM9X’ 시리즈는 세계 최대 미사일 제조업체인 레이시온사가 개발한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의 차세대형이다. 탐색·제어 기능을 대폭 높여 시계 내 전 범위의 목표물을 자유자재로 공격할 수 있어 4세대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또는 ‘슈퍼 사이드와인더’로 불린다. FMS는 미 정부가 보증하는 방산업체의 무기나 군사장비를 외국에 수출할 때 적용하는 정부 간 직거래 계약 제도로, 군수업체를 대신해 물자를 넘겨주면 해당 국가가 나중에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술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수출 때 미 의회의 승인과 통제를 받아야 한다. DSCA는 “이번 판매가 성사되면 한국군 현대화 및 미군과의 상호운용성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이슈&논쟁] 경복궁 옆 관광호텔 건립

    [이슈&논쟁] 경복궁 옆 관광호텔 건립

    서울 종로구 송현동 호텔 건립 좌초를 놓고 ‘낡은 규제 vs 학교 주변 유해시설 차단’ 논쟁이 한창이다. 대한항공이 2008년부터 7성급 호텔 건립을 추진하다가 학교정화구역 안이라는 이유로 불허된 사업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개혁 드라이브에 관계 부처들이 건립 허용 근거를 만드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어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30여년 전에 제정된 학교보건법으로 호텔 건립 허용을 막는 것은 낡은 규제이고, 호텔은 유해시설이 아닌 수준 높은 복합 문화 공간인 만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측은 교실과 직선거리로 20~3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데다 대법원까지 “학교정화구역 안의 호텔 건립 불허는 정당하다”고 판단한 사안을 뒤집으려는 것은 대기업에 대한 특혜이고 현행 법률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贊]한진수 경희대 호텔관광학과 교수 경복궁·인사동 등 지리적 인접 활용…서울 대표하는 문화 랜드마크 필요 대한항공이 경복궁 인근 송현동의 옛 주한 미국 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에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문화 랜드마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전통 한옥 형태의 영빈관급 게스트하우스와 지상 4층 규모의 호텔, 다목적홀, 갤러리까지 포함한 복합시설로, 문화시설 외에도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편안하게 체류하면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복합문화단지로서의 기능을 갖춘 호텔을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송현동 복합문화단지 건립이 이뤄질 경우 서울의 고급 숙박시설 부족난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경복궁, 창덕궁, 인사동, 북촌 등 서울의 아름다운 문화 지역들을 하나의 벨트로 묶는 효과를 통해 우리나라의 관광, 문화, 예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송현동 복합문화단지 건립은 학교보건법으로 인해 제동이 걸려 있다. 호텔이 실제로 학생들의 위생이나 면학 환경에 해를 끼치는지 판단할 여지 없이 현행 법으로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으로 보인다. 호텔이 유해 업소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미국, 일본, 태국, 중국 등에서도 법률로 학교 인근에 숙박시설 설치를 제한하는 것은 드문 경우다. 학교보건법은 30여년 전에 제정된 법으로서 당시의 호텔과 현재의 관광호텔 개념은 판이하다. 현재의 특급호텔은 수준 높은 문화·여가 생활 공간이자 국제회의 등이 열리는 비즈니스 공간, 가족들의 건전한 휴가·레저 공간이다. 게다가 송현동 복합문화시설은 국내 유일의 7성급 전통 한옥 스타일로서 두바이에 있는 버즈 알 아랍 호텔과 같은 세계적인 랜드마크 호텔의 위상을 갖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다행히 현 정부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개혁하는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관광진흥법 개정을 통해 유해한 부대시설이 없는 숙박시설을 포함한 문화단지 건립을 허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고무적이다. 이미 관광 선진국에서는 문화적인 랜드마크를 만들어 지역 명소로 키우는 한편 관광 경쟁력을 높이는 도구로 육성하고 있는데 한국과 관광산업을 두고 경쟁하는 중국 상하이의 ‘신천지’, 베이징의 ‘동방신천지’, 일본 도쿄의 ‘롯폰기 힐스’ 등은 상업과 주거, 문화시설이 모두 갖춰진 곳으로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특히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대한항공의 윌셔그랜드호텔 프로젝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준 바 있다. 재건축 공사에 필요한 까다로운 규제들을 완화해 준 것은 물론 호텔 완공 후 25년간 숙박세를 면제해 준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적 공간, 상업적 공간, 호텔 등의 주거 공간까지 갖춰진 복합문화시설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건축물들이 기존의 전통적인 환경과 어우러져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탄생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규제 위주의 현실 때문이며 규제를 풀어 관광산업 활성화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대한항공의 복합문화시설은 우리의 국악 공연, 전시회, 미술전 및 시화전 등을 국민과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 교실 프로그램 진행을 통해 친밀하게 교감하게 하는 복합문화예술 공간이 될 것으로 본다. 더 나아가 외국인 관광객 증가를 위한 동인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넘어 수천명에 달하는 고용 창출 등의 연관 효과도 기대된다. 호텔은 일자리 창출이 높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취업유발계수는 10억원당 24.8명이며 10억원당 10명인 제조업의 2.5배에 달한다. 나아가 수용시설, 사회기반시설 및 각종 편의시설 등이 건설돼 지역 개발이나 지역사회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게 돼 국민 경제의 누출 효과가 적은 산업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서울시나 정치권 모두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 [反]백영현 덕성여중 교장 교실과 호텔 직선거리 20m 불과…학생들의 교육 환경 크게 훼손 우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이 있다. 환경이 주는 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면 우리는 언제나 이 고사성어를 인용하곤 한다. 송현동 일대는 참 좋은 교육 환경을 가진 곳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든 계절이 아름다운 좁다란 학교 길, 여학생의 수다가 가득한 떡볶이집들, 조그만 액세서리 가게, 다양한 갤러리와 박물관, 정독도서관. 수십년을 내려오며 만들어진 정겨운 동네 풍경이다. 그런데 여기에 7성급 호텔이 들어선다고 난리다. 5년 전인 2009년부터 대한항공이 호텔을 짓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조용하던 교육 환경이 뒤숭숭해졌다. 대법원 재판에서 패소를 하고 나서 이제는 조용해지나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규제 개혁 완화로 또 소란스럽다. 이 문제는 대법원의 판결을 알고 있는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의 3심 제도와 함께 가르치기 어려운 과제가 됐다. 국가 경제를 살리고 고용을 창출하는 일에 반대할 국민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 학교와 대한항공의 신축 호텔 사이에는 단순히 학교보건법만 가지고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많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기자들이 연락을 해 온다. 그럴 때면 나는 기자들에게 전화만 하지 말고 학교로 오라고 한다.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학교의 출입문에서부터 50m면 절대정화구역에 해당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이 법률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2009년 대한항공 측에서는 모 건축사를 통해 ‘송현동 문화복합 콤플렉스’라는 플랜을 제시하며 학교에 양해를 구한 적이 있었다. 이 조감도에는 대한항공 측이 자랑스럽게 짓겠다는, 정원이 딸린 한옥 영빈관이 교실에서 직선거리로 10m도 떨어져 있지 않다. 게다가 ㄷ자 형태의 7성급 부티크호텔마저도 교실과의 직선거리가 20~30m밖에 되지 않는다. 지형의 생김새로는 이것 이외의 뚜렷한 방법도 없으리라는 생각은 든다. 6층 건물인 우리 학교의 교실에서 4층짜리 호텔을 내려다보는 것뿐만 아니라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는 호텔 객실과 교실과의 불협화음은 또 어찌 해결할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발상이다. 학교를 방문한 기자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이런 구조라면 지어서는 안 되겠네요”라는 말을 남기고 간다. 걱정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학교라는 곳은 늘 소음이 발생하는 곳이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체육 시간, 체육대회, 예술제 등 건강한 소음이 늘 존재한다. 7성급이나 되는 고급 호텔이 들어설 자리로는 애당초 너무 부적합한 환경이 아닌가?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드문 고급 호텔을 지어 놓고 고객들에게 쾌적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이건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망신이기도 하다. 어디 그뿐인가? 이런 굴지의 호텔이라면 국가 원수급에 준하는 귀빈들이 묵을 것이다. 그 경호는 또 어찌하겠다는 것인가. 돌멩이를 가지고도 정확하게 맞힐 수 있는 정도의 거리에 영빈관과 호텔을 지어 놓고 VIP 경호라는 이름으로 교육 활동의 현장을 무차별적으로 점거할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은 학교다. 집에서 통학하는 거리가 조금 멀어도 어느 것 하나 걱정스러운 환경이 없었기에 무척 만족할 수 있었다. 1만원 안팎의 물건들을 보며 소녀적 감상과 아름다움의 가치를 키워 나가는 학생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어느 날 괴물처럼 들어선 고급 호텔에 필연적으로 따라 지어질 명품 아케이드에서 어마어마한 액수의 상품들을 보며 혼란해할 것도 염려스럽다. 인성 교육에 가장 중점을 두고 열성을 다해 온 학교장으로서는 학생들의 예쁜 꿈을 지켜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맹모삼천지교는 2300년 전에 살았던 맹자 시대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 통일부, 코레일 사장 ‘24일 방북’ 승인할 듯

    통일부, 코레일 사장 ‘24일 방북’ 승인할 듯

    통일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최연혜 사장의 평양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례회의 참석을 사실상 승인할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오는 24일부터 열리는 평양 OSJD 회의에 최 사장이 참석할 경우 이명박 정부 이후 6년여 만에 처음으로 평양땅을 밟는 공공기관장이 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격 등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최 사장의 평양행이 성사될 경우 남북 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있다. 코레일은 지난달 28일 통일부와 방북 승인 절차와 관련된 회의를 한 데 이어 국토교통부와도 관련 내용을 협의했다. 코레일은 회의에서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현 등 현 정부의 관심 사안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남북 철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도 이번 방북이 필요하다고 통일부 측에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코레일은 OSJD 가입국 가운데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등 현재 분쟁을 겪고 있는 국가들의 회의 참석 여부와 절차 등을 검토하며 방북을 타진해 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코레일의 방북 승인과 관련한 검토가 내부적으로 진행 중”이라면서 “부처 간 협의를 해야 하는 등 검토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코레일의 방북이 북한의 군사 도발과 별개이지만 남북 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OSJD 정례회의는 오는 24일 평양에서 4일간 열릴 예정으로 코레일의 방북 신청은 회의 개최일 전인 20일 전후에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OSJD는 북한과 러시아, 중국, 동유럽, 중앙아시아 국가 등 27개 나라의 철도협력기구로 코레일은 지난달 23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OSJD 제휴회원에 가입했다. 한반도횡단열차(TKR)와 시베리아횡단열차(TSR), 중국횡단열차(TCR)의 연결을 위해선 가입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한편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컨소시엄사인 코레일은 포스코, 현대상선 등 다른 참여사와의 2차 방북에 대해서도 통일부와 논의했다. 일각에서는 2차 방북 때 상급기관인 국토부 관계자도 함께 참여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통일독일에서 배운다] 동·서독 통일 이끈 두 총리

    [통일독일에서 배운다] 동·서독 통일 이끈 두 총리

    독일 통일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지도자 두 명이 있다. 바로 ‘동방 정책’의 빌리 브란트(왼쪽) 서독 총리와 ‘10단계 통일 방안’을 발표한 헬무트 콜(오른쪽) 서독 총리다. 두 뛰어난 지도자가 장기간 통일을 준비해왔고, 통일 이후에도 재정비 작업을 통해 현재의 독일을 일궈냈다는 평이다. 빌리 브란트는 1970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자리한 유대인 위령탑 앞에 무릎을 꿇은 사진으로 유명하다. ‘동방 정책’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그는 서베를린 시장을 역임하면서 분단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됐다. 1969년 서독 총리에 취임하자 소련 이외 동독 승인국과 외교 관계를 갖지 않는 ‘할슈타인 원칙’을 폐기하고, 동유럽 여러 나라에 대한 외교를 확대했다.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불가리아와 연이어 국교를 회복하는 등 동서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빌리 브란트는 동방 정책으로 1971년 10월 노벨 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1982년 서독 총리로 취임해 1998년까지 16년간 재임한 헬무트 콜은 1989년 11월 28일 의회에서 10단계 통일방안을 발표했다. 통일 의지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10단계 통일방안은 ‘동독과의 정치적 협상 목표는 독일의 통일이며, 독일 통일은 유럽 통합의 큰 틀 내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동독 지원, 동·서독 협력 강화, 동독에 자유·비밀 선거 도입, 군축과 군비 통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결국 빌리 브란트와 헬무트 콜, 두 총리를 중심으로 한 독일의 준비가 통일을 성사시켰다. 김동현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는 “독일 통일은 오랫동안 이어진 상호 교류의 결과물”이라면서 “서독이 동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그 결과 동독의 서독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김택환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는 “정권이 바뀌어도, 보수 정권이 집권해도 서독은 동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면서 “한국도 ‘퍼주기 논란’ 등을 거두고 꾸준히 교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세계정세도 독일을 도왔다.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추진한 개방과 개혁정책으로 동유럽 국가들이 민주화를 추진하게 됐다. 동독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다음 해 첫 자유선거를 실시할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서독이 독일 통일을 둘러싼 외교 문제를 해결하고자 서독과 동독,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등이 참여한 2+4회담을 열었고, 승인을 얻어 민족통일을 이뤄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커버스토리-한국 방위산업 현주소] 대한민국 ‘명품 무기’ 안녕하십니까

    [커버스토리-한국 방위산업 현주소] 대한민국 ‘명품 무기’ 안녕하십니까

    극한 기후에서 실력을 입증한 한국형 헬기 ‘수리온’은 국내 민·군 기술협력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수리온의 개발비용으로 1조 2950억원이 투입됐지만 민수헬기 개발 기반까지 고려하면 경제적 파급효과는 13조 8000억원, 고용창출 효과는 5만명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압축성장에 따른 취약한 기초 기술과 낮은 국산화율, 당국의 원칙 없는 방산정책 등 걸림돌도 많아 우리 방위산업의 ‘하부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형 헬기 ‘수리온’·FA50 등 해외수출 날개 군이 자랑하는 국산 명품무기는 수리온 이외에도 K9 자주포, T50 고등훈련기, 함대함 유도미사일 ‘해성’, 지대공 미사일 ‘천궁’ 등이 있다. 이 밖에 아직 전력화되지 않은 K2 차기 전차, K11 복합소총, 대잠수함 유도미사일 ‘홍상어’ 등이 시험평가 등을 거치고 있다. 특히 10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1999년 전력화된 K9 자주포는 국산 명품 무기 1호로 꼽힌다. K9 자주포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삼성테크윈이 생산했으며 2001년 독일의 판저하이비츠(PzH2000), 미국의 팔라딘 등을 제치고 10억 달러에 터키로 수출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KT1 훈련기를 인도네시아와 터키, 페루에 수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T50훈련기를 경공격기로 변환시킨 FA50을 이라크에 판매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계약금액은 수출액 11억 3000만 달러와 후속 군수지원 10억 달러를 합쳐 21억 달러(약 2조 2100억원)에 달해 방위산업 분야 단일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다. ●결함투성… 소형차 만들 수준인데, 경주용 요구 하지만 ‘명품무기’란 이름이 무색했던 사례도 적지않다. 현대로템이 K2 차기전차를 개발하면서 2008년 터키의 방산업체 오토카르에 4억 달러 규모의 기술협력 계약을 맺고 전차 기술을 전수해주기도 했지만 정작 핵심 부품인 파워팩(엔진+변속기)을 국산화시키지 못하면서 우리 군의 전력화가 지체됐다. 대잠수함 유도미사일 ‘홍상어’는 잦은 시험발사 실패로 성능 결함 논란을 불러일으켜 다음 달 최종 시험평가를 앞두고 있다. 국산복합소총 K11은 장애물 뒤에 숨은 적군의 상공에서 탄을 폭발시켜 파편으로 적을 제압하는 기능으로 주목받았지만 2011년 폭발 사고 이후 개선 절차를 거쳤음에도 지난 12일 다시 폭발사고를 일으켜 보급이 중단된 상태다. 방산업체 관계자들은 군 당국이 우리 국방기술능력에 비해 조급하게 과도한 성능 발전을 요구한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국내 국방기술로 소형 자동차 정도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인데 경주용 자동차를 요구한다는 의미다. 한 방산 전문가는 21일 “전차의 핵심부품인 1500마력의 파워팩을 만드는 데 독일은 2차대전부터 노하우가 쌓여온 반면 한국은 짧은 시험평가와 시제기로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해왔다”라고 말했다. ●국산화율 높이려면 연구개발 투자 축적돼야 우리 무기의 국산화율 제고도 과제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K9자주포의 국산화율은 77.2%, 해성 미사일은 83.05%, 천궁 미사일이 78.5%로 집계됐지만 T50 항공기와 수리온 헬기는 60.6%, 63.25%에 그친다. 이는 고부가가치의 엔진 등 핵심기술 개발과 기술의 완전한 자립이 아직 먼 길임을 보여준다. 특히 방산 부문은 수요도 한정돼 있고 전반적으로 매출 규모에 비해 많은 설비와 연구개발 투자가 축적되어야 한다. 업체들도 정부 지원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주요 방산업체들의 자체 연구개발(R&D)투자는 1952억원으로 자동차 산업의 4%, 기계의 7.2% 수준에 불과하다. 안영수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실장은 “업체들이 방산 수요자인 군 당국의 전력화 시기에 무조건 납기를 맞추려다 보니 새로운 부품을 개발하려 하기보다 리스크가 적은 해외 제품들을 수입해 쓰기도 한다”면서 “이는 중소협력업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사건 터질때마다 땜질식 처방… 도덕적 해이 야기 무원칙의 정부정책도 방산업체들의 도덕적 해이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군은 지난 2006년부터 낭비를 줄인다는 이유로 군납품 가운데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위험도가 낮은 품목들의 품질관리는 계약업체에 위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납품업체들이 규격 미달의 부품을 납품하고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규격 미달의 제품을 납품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방사청이 지난해 도입해 업체들에 적용하는 ‘사업수행 성실도 평가’ 제도는 여타 규제와 중복되고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커 업체들을 옭아맨다는 불평도 나온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필요한 규제는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만 양산하는 원칙 없는 규제개혁”이라면서 “기존 제도를 잘 활용하기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땜질식으로 제도를 신설하는 식의 대응으로는 산업구조를 선진화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방위산업은 일반 시장에서 거래하는 민수제품과 달리 수요가 많지 않고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시장의 경제성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과제”라면서 “연구개발 등 곳곳에 내재된 ‘손톱 밑 가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사청 KFX사업, 창조경제 날개 달까 방위사업청은 지난 1월 한국형 전투기 120여대를 국내에서 개발하는 보라매 사업(KFX) 체계개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2023년을 목표로 현재의 KF16 전투기보다 뛰어난 초도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항공산업이 창조경제의 효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넘어야 할 벽도 만만치 않다. 항공산업은 기계, 전자, 소재 등 분야별 첨단기술이 복합된 종합시스템 산업이자 다른 첨단산업의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선진국형 산업’이다. T50 훈련기 1대가 쏘나타 1250대와 맞먹는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평가다. KFX사업의 산업파급효과는 약 19조원에서 24조원, 고용효과는 4만~9만명으로 추정된다. 민간산업이나 항공우주산업 등에의 기술파급효과도 약 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항공산업은 천문학적 연구개발비에 비해 고객이 국가나 소수의 항공사로 한정돼고 대규모 투자비를 회수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려 정부의 의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KFX 개발 비용이 최소 6조 4000억원에서 최대 16조 9000억원까지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국방부는 이를 2015~2019 국방중기계획에 반영하고 관련기관과 협의를 통해 예산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6조원이 넘는 예산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 세계 전투기 시장 전망도 변수다. KFX 사업은 미국의 최첨단 F35 스텔스기와 같은 ‘하이(High)급’이 아닌 그보다 한 단계 낮은 ‘미들(Middle)급’ 전투기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정보 분석기관 IHS 제인스사는 한국형 전투기가 생산될 무렵인 2025년부터 2040년까지 이스라엘,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핀란드, 싱가포르 등에서 220~676기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현재 세계적으로 운용되는 미국의 FA18, F16, 프랑스의 라팔, 러시아의 MIG29 등은 단종이 예상돼 우리보다 앞서 개발 중인 중국의 J20이나 인도의 AMCA 전투기 등이 경쟁 기종이 될 것 같다.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들 전투기보다 낮은 획득 단가와 운용유지비가 관건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사설] 이산가족·납북자, 이젠 눈물 흘릴 시간도 없다

    남북 이산가족이 오늘 금강산에서 만난다. 2010년 10~11월 이후 40개월 만이다. 이번 만남은 남쪽 상봉 신청자가 북쪽 가족을 만나는 20~22일 1차 상봉과 북쪽 신청자가 남쪽 가족을 만나는 23~25일의 2차 상봉으로 나뉘어 이루어진다. 60년 넘는 세월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버지와 어머니, 혹은 아들과 딸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을 이산가족의 기대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감격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1차 상봉 대상자 83명과 2차 상봉 대상자 88명을 합쳐도 171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꿈에 그리던 남북의 가족과 지난 시절을 이야기하는 동안 상봉을 이루지 못한 이산가족의 한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더 이상 정치적 이유로 위협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산가족은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 이산가족 상봉은 1985년 처음 시작됐다. 이후 중단됐다가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더불어 재개되고 2007년까지 한 해 평균 두 차례 상봉이 이뤄졌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두 차례밖에 성사되지 못했다. 정부의 이산가족정보 통합시스템에 따르면 1988년부터 지난해 12월 말까지 등록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2만 9264명이다. 그동안 전체 상봉 신청자의 44.7%에 이르는 5만 7784명이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에만 3841명이 가족과 재회하지 못한 한을 남긴 채 세상을 등졌다. 이번에 상봉하는 이산가족은 지난해 9월 신청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반 년도 안 되는 사이에 2명이 세상을 떠났고, 13명은 건강 악화로 상봉을 포기했다고 한다. 이번에 금강산에서 북쪽 가족을 만나는 남쪽 이산가족의 연령분포를 보면 이산가족 문제 해결이 얼마나 시급한 일인지 실감할 수 있다. 1차 상봉 대상자는 96세를 최고령으로 90대가 25명, 80대가 42명, 70대가 9명, 69세 이하가 7명이라고 한다. 이 중 부부나 자녀의 상봉은 12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형제·자매나 3촌 이상의 친척을 만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산상봉이 지금처럼 지지부진하다면 반세기가 넘게 쌓인 부부의 한(恨), 부모자식의 한은 풀어볼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여기에 이산가족 상봉에서도 사실상 제외되곤 하는 납북자 가족의 한은 또 어떤가. 앞으로 남북회담에서도 납북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인도적 차원의 가족상봉에 먼저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오늘 금강산에서 만나는 이산가족의 눈물은 당사자들만의 눈물일 수 없다. 분단된 우리 겨레의 뜨거운 눈물이라는 사실을 남북 당국자들은 되새겨 모든 정치적 이유를 떠나 이산가족들이 자유롭게 만나도록 해야 한다. 상설면회소라도 설치해 상시적 만남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머지않아 눈물 흘릴 사람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 [커버스토리] ‘정치 이벤트’ 전락 벗어나려면

    [커버스토리] ‘정치 이벤트’ 전락 벗어나려면

    고령화되는 남북한의 이산가족들을 고려하면 이산가족 상봉은 과거보다 우선순위를 높여 적극적으로 추진할 사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상봉 행사는 일회성 정치적 이벤트로 그쳤다는 지적이다. 상봉행사를 정례화시켜 이산가족들의 눈물을 조금이라도 닦아주려면 전면적 생사·주소 확인 작업과 서신교환이 선행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 간의 탄력적인 상호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은 1985년 9월 ‘남북이산가족 고향방문단’ 157명이 서울과 평양을 한 차례씩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화돼 같은 해 8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16차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2009년과 2010년 추석에 두 차례 실시됐다. 14일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8차에 걸쳐 남측 1만 1800명(3764가족), 북측 6186명(1890가족)으로 모두 1만 7986명이 가족과 친척들을 만났다. 상봉 인원이 가장 많았던 때는 1776명이 금강산에서 만난 2006년 6월 19~30일의 14차 상봉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날 “남북 당국 간 교류협력이 단절된 현 시점에서 이산가족 상봉만 성사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산가족 상봉에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북측 가족들의 입장을 생각할 때 전면적인 생사·주소 확인 작업과 서신교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사각지대가 있다. 바로 국군포로와 납북자 가족 문제다. 인도주의가 아닌 정치적 문제로 인식돼 공개 이슈로 표면화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국방부 전사편찬위원회가 1986년에 내놓은 한국전쟁요약에 따르면 포로 국군 숫자는 8만 2318명이다. 유엔군 집계에는 국군 행방불명자가 8만 8000여명으로 나온다. 전사자로 처리된 군인 가운데에서도 국군포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실제는 12만명 정도라는 추계도 있다. 이 가운데 북한으로부터 돌려받은 국군포로는 7862명 수준이었다. 현재는 북한의 국군포로 가운데 상당수는 사망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생존자도 약 500명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동독에 돈을 주고 정치범을 데려온 옛 서독의 ‘프라이카우프’를 한국에도 도입해 국군포로나 납북자를 송환하자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 첫 통일부 업무보고에도 이 같은 과제가 포함됐고, 같은 해 국정감사에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검토되기도 했지만 가능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일부의 올해 업무보고에 프라이카우프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 빠진 것도 당장은 실현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장기 과제인 사안”이라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백두산 촬영만 20년… 통일의 길이 보여요”

    “백두산 촬영만 20년… 통일의 길이 보여요”

    정말로 백두산이 인사동에 옮겨져 있었다. 백두산의 16개 봉우리가 천지 물빛에 모습을 비치는 것은 1년에 스무 날이 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백두산을 다녀온 이들도 눈에 말간 천지를 담아 오기란 쉽지 않은 일. 그런데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의 가운데 뜰이 확 뚫린 5개 층 9개 전시실에 내걸린 백두산 사진들은 그 산을 다녀온 이들의 갈급증마저 해소할 만하다. 20년째 백두산 사진만 찍어 온 안승일(68)작가의 백두산 사진전 ‘불멸 또는 황홀’이 20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열린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천지를 항공촬영한 사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높이 16m, 너비 4.5m나 되는 엄청난 대작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천지를 제각기 다른 높이에서 조망하는 맛이 이채롭다. 초대형 풍광 사진 60여점, 자생식물 사진 70여점, 백두산에 서식하는 곤충들의 짝짓기 사진 10여점이 내걸렸다. 안 작가는 지난 16일부터 작품들을 내거느라 밤을 지새우곤 했다. 워낙 대작들이어서 천장에 자일을 걸고 장비를 동원하느라 적잖은 비용이 들었다. 안 작가는 1년의 절반 이상을 백두산에서 지낸다. 영하 50도의 혹한에서 얼음집을 지어 놓고 단군신화의 웅녀처럼 백두와 아침 인사를 나눴다. 그렇게 백두산에 렌즈를 향하다 보니 절로 사랑에 빠졌고 통일의 길이 보였다고 했다. 웅걸한 천지를 내려다보는 순간, 한민족 정체성의 벼락 세례가 이뤄졌다고 했다. 안 작가는 “처음 백두산에 갔을 때만 해도 민족이니 그런 거 잘 몰랐다. 백두산은 나라와 민족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민족사적 시공간으로 빠져들어 애국자로 거듭나게 한다”고 말한다. 이어 “한민족이면 피를 나눈 사이이니 통일의 길도, 대화의 길도 백두산 사랑에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라벌예대(현 중앙대) 사진학과를 중퇴한 그는 10대 후반부터 하루도 산에 가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러다 1994년 백두산에 처음 다녀온 뒤 생의 절정 20년을 오롯이 바쳤다. 2007년 1월 백두산 용문봉에서 찍힌 그의 얼굴 사진을 보라. 곤두박질친 수은주를 형상하듯 그의 머리에 서리꽃이 피어 있다. 간첩으로 오인돼 중국 공안에 끌려갔는가 하면 죽을 고비도 서너 차례 넘겼다. 그런데도 “백두산에만 가면 좋아하는 일이라 즐겁기만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사람들은 내게 ‘어떻게 그런 사진들을 찍었느냐’고 묻곤 하는데 그보다 ‘왜 찍었느냐’고 물어야 한다”며 “이 사진들을 보면 내가 그랬듯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1994년 일본 작가 이와하시 다카시, 1998년 북한 작가 김용남과 각각 ‘백두산 2인전’을 열었던 안 작가는 “나의 20년 백두산 사랑이 통일을 이끌 젊은 세대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면서 “전국 순회 전시와 아울러 북녘에서도 이런 기획이 성사됐으면 하는 게 소박한 꿈”이라며 웃었다. 정식 개막식은 오는 24일 오후 5시에 열린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식민지배 사과’ 무라야마 전 日총리 새달 방한

    ‘식민지배 사과’ 무라야마 전 日총리 새달 방한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의 뜻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로 유명한 무라야마 도미이치(90) 전 일본 총리가 정의당의 초청으로 다음 달 방한, 국회에서 한·일 관계 해법을 모색하는 강연을 연다. 15일 정의당에 따르면 무라야마 전 총리는 다음 달 11일 방한해 2박 3일 일정을 소화한다. 국회 방문 강연은 12일로 예정돼 있으며,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일본의 우경화와 한·일관계 개선 방안 등이 주제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무라야마 전 총리가 1995년 8월 15일 ‘제2차 세계대전 종전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에는 일본의 침략전쟁과 식민 정책으로 아시아 국가에 큰 피해와 고통을 준 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악화된 한·일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일본이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는 뜻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방한은 지난해 9월 일본 사민당의 방문 당시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사민당 소속인 무라야마 전 총리의 방한을 공식 요청했고 무라야마 전 총리가 지난달 이에 화답해 성사됐다. 일정은 정의당이 주최하고 한·일의원연맹,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의원 모임’ 등 여야 의원으로 구성된 모임이 후원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강원 속초 아바이마을 새단장

    국내 유일하게 실향민들이 집단으로 사는 강원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이 깔끔하게 단장된다. 속초시는 13일 실향민들이 모여 살면서 개발에 밀려 낙후됐던 아바이마을이 공공디자인 조성사업을 거쳐 테마가 있는 마을로 다음 달까지 새롭게 태어난다고 밝혔다. ‘청호동 아바이마을 공공디자인 조성사업’은 2011년 강원도가 주관하는 강원도형 공공디자인 시범사업에 선정돼 2억원의 재정 인센티브를 받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안전행정부 생활형 지역공공디자인 시범사업에 선정돼 특별교부세 3억원을 지원받았다. 이후 시비 4억원을 포함해 모두 9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대대적으로 디자인사업을 추진해 왔다. 사업 추진을 위해 시는 지난 2월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완료하고 7월부터 국내 유일의 실향민들이 모여 살게 된 역사·문화 콘텐츠와 마을 이미지를 살린 주민 쉼터 공간·쌈지마당 조성 공사를 끝냈다. 속초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한국, 美에 요격미사일 장비 대량구매 타진”

    정부가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 구축에 필요한 요격 미사일 장비를 대량으로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최근 미국에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군수 물자의 해외 판매를 총괄하는 미 국방부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한국 정부가 패트리엇 대전술 미사일(ATM) 112기와 관련 장비 및 부품, 훈련, 군수지원을 구매할 수 있는지를 타진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거래가 성사되면 정부 간 계약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 무기와 지원 시스템의 총 판매액은 4억 400만 달러(4290억원)어치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FMS는 미국 정부가 품질 보증한 방산 업체의 무기나 군사 장비를 외국에 수출할 때 적용하는 정부 간 직거래 계약 제도로, 군수 업체를 대신해 물자를 넘겨주면 해당 국가가 나중에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술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수출 때 철저하게 미국 의회의 승인과 통제를 받아야 한다. DSCA는 “계약이 이뤄지면 이들 ATM 미사일은 제조 회사인 레이시온과 한국 정부 간 직접상업판매(DCS) 방식을 통해 유도 개량형 전술 미사일(GEM-T)로 업그레이드된다”면서 “업그레이드된 GEM-T 미사일이 탄도 미사일과 항공기, 순항 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국의 방어 능력을 크게 높여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주력 요격 미사일 방어망인 PAC2 미사일의 개량형으로 개발된 GEM-T 모델은 레이더의 성능과 소프트웨어를 개선해 탄도 미사일, 항공기, 순항 미사일 등을 격추한다. PAC2 미사일은 목표물 근처에서 폭발해 파편을 분산시켜 타깃을 떨어뜨리는 방식이고 PAC3 미사일은 목표물을 직접 맞혀 파괴하는 방식이다. DSCA는 “이번 판매가 성사되면 한국의 방어력 증강은 물론 미군과의 상호 운용성 증대라는 목표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 측에 이 무기의 구매 의사를 밝힌 것은 미국의 요구대로 KAMD 구축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여서 주목된다. 한국 정부는 KAMD 구축의 본격화가 미국 미사일 방어 체계(MD) 참여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에게 “(한·미가) 서로 연동할 게 있으면 연동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도록 하겠다”면서도 MD 참여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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