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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9급 공무원 시험 완전정복]

    ●내용의 사실적 이해 말이나 글의 내용을 이루는 사건이나 사실, 원리와 의견 등을 정보라 한다. 한 편의 글에 제시된 다양한 정보는 글쓴이가 설명·설득하거나 논증하려는 중심 정보와 이를 뒷받침하는 세부 정보로 나눌 수 있다. 내용의 사실적 이해란 글에 제시되어 있는 중심 정보나 세부 정보를 분석하거나,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핵심정보의 파악 하나 이상의 문장이 모여서 통일된 하나의 생각을 나타내는 글의 단위가 문단이다. 이 문단에서 ‘통일된 하나의 생각’이 곧 문단의 주제이다. 각 문단의 내용 중 가장 중심이 되는 문단의 내용이 글 전체의 주제가 된다. 각 문단의 내용이 서로 대등한 경우에는 이들을 포괄할 수 있는 내용이 주제가 된다.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역사란 무엇인가 하는 대단히 어려운 물음에 아주 쉽게 답한다면, 그것은 인간사회의 지난날에 일어난 사실(事實) 자체를 가리키기도 하고, 또 그 사실들에 관해 적어놓은 기록들을 가리키기도 한다고 흔히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날의 인간사회에서 일어난 사실이 모두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쉬운 예를 들면 김 총각과 박 처녀가 결혼한 사실은 역사가 될 수 없고, 한글이 만들어진 사실, 임진왜란이 일어난 사실 등은 역사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사소한 일,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일은 역사가 될 수 없고, 거대한 사실, 한 번만 일어나는 사실만이 역사가 될 것 같지만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나)고려시대의 경우를 예로 들면,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자연현상으로서의 일식과 월식은 모두 역사로 기록됐지만 금속활자에 대한 기록은 없다. 이 때문에 우리는 지금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를 누가 몇 년에 처음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고 있다. 일식과 월식은 자연현상이면서도 하늘이 인간세계의 부조리를 경고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역사가 되었고, 목판본이나 목활자 인쇄술이 금속활자로 넘어가는 중요성이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은 역사로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또 역사라는 것은 지난날의 인간사회에서 일어난 사실 중에서 누군가에 의해 중요한 일이라고 인정되어 뽑혀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경우 그것을 뽑은 사람은 기록을 담당한 사람 곧 역사가라 할 수 있으며, 뽑혀진 사실이란 곧 역사책을 비롯한 각종 기록에 남은 사실들이다. 다시 말하면 역사란 결국 기록에 남은 것이며, 기록에 남지 않은 것은 역사가 아니라 할 수 있다. 일식과 월식은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역사로서 기록에는 남기지 않게 되었고, 금속활자의 발견은 그 중요성을 안 뒷날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최초의 발명자와 정확한 연대는 모른 채 고려 말기의 중요한 역사로 추가 기록된 것이다. (다)그러나 이렇게 보면 여기에 좀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첫째는 ‘기록해 둘 만한 중요한 사실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이고, 둘째는 ‘과거에 일어난 일들 중에서 기록해 둘 만한 중요한 사실을 가려내는 사람의 생각과 처지’의 문제이다. ‘기록해 둘 만하다는 기준이 무엇인가?’ 하고 생각해 보면, 아주 쉽게 말해서 후세 사람들에게 어떤 참고가 될 만한 일이라고 일단 말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하면, 오늘날의 역사책에 남아 있는 사실들은 모두 우리가 살아 나가는 데 참고가 될 만한 일들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라)한글이 만들어진 사실은 조선 시대에 역사로 기록되기는 했지만 그 시대에는 그다지 중요한 사실이 아니었고, 한글은 언문으로밖에 인식되지 않았다. 그러나 개화기 이후 언문이 국문으로 되었고, 한글 창제의 역사적 의의는 높아져만 갔다.‘무엇이 역사가 되는가?’라고 다시 생각해 보면, 일식 월식과 같이 사람의 지혜나 생각이 아직 얕았을 때만 참고가 되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참고가 될 만한 사실이 역사가 되며, 한글 창제와 같이 그 의미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점점 더 높아질 수 있는 사실들이 계속 역사로서 남아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마)또 경우에 따라서는 뜻이 높아지고 확대될 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뜻으로 해석되는 역사도 많다. 지난날 부정적으로 해석된 역사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긍정적인 역사로 평가되는 것이다. 1894년에 전라도에서 전봉준이 많은 농민군을 이끌고 정부군 및 일본군과 싸운 사실은 당연히 역사로서 기록되었지만, 그것은 동학란으로 불리었다. 이 경우 동학란의 의미는 반란에 불과한 것이다. 이 사건은 광복 후에는 동학혁명 또는 동학농민운동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같은 역사적 사실을 두고 해석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말한다. 전봉준 등의 행동이 역사적으로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바뀐 것이다. (예제) (가)∼(마)의 중심 내용으로 적절하지 못한 것은? (1)(가):역사는 인간 사회에서 일어난 사실이나 그 사실의 기록이다. (2)(나):역사란 일어난 사실 중 중요하다고 인정되어 기록된 것이다. (3)(다):중요성과 판단 기준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참고가 될 만한가이다. (4)(라):시대적인 의미나 가치가 높아지는 사실이 역사로서의 가치가 있다. (5)(마):부정적인 인식에서 긍정적인 인식으로 바뀐 사실만이 역사가 된다. 정답은 (5) 해설 (마)에서는 역사의 대상에 대한 가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부정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뀐 예를 든 것뿐이지 긍정적 인식으로 바뀌어야만 역사가 된다고 한 것은 아니다.1979년 12월12일의 군사적 행동이 혁명이 아닌 쿠데타로 재규정되고 인식된 것도 역사이다. 정채영 남부행정고시학원 강사
  •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유령’ 작가의 진실/조연정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유령’ 작가의 진실/조연정

    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게 아니거든 -‘부넝숴(不能說)’ 중에서 ●편집자주:원고의 각주는 편의상 모두 본문 안에 삽입했습니다. 1. 형식에서 정서로, 혹은 인식에서 믿음으로 김연수는 똑똑하고 성실한 작가다. 이것은 물론 그의 작품이 증명해 주는 바다. 이미 첫 장편 ‘7번 국도’의 하이퍼텍스트적 글쓰기에서 그것이 예고되었고,‘굳빠이, 이상’에서는 그의 ‘좌뇌’가 승한 글쓰기가 과도하다 싶을 만치 절정을 이뤘으며, 최근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는 논픽션적 자료의 편집으로 픽션을 제작하는 방식의 글쓰기(이에 대해서는 김연수 심진경 류보선의 좌담 ‘작가-되기, 혹은 사라진 매개자 찾기’, 문학동네 2005년 가을호 참고)가 일가를 이뤘다고 할 만하다. 새로운 소재와 생생한 묘사라는 ‘발로 쓰는’ 글쓰기가 유행하는 가운데, 김연수는 그 나름 ‘읽고 쓰는’ 글쓰기의 장을 적극적으로 열고 있다고나 할까? 예컨대,‘공야장 도서관 음모 사건’의 보르헤스식 모티프에서 ‘연애인 것을 깨닫자마자’에 나오는 경성제대 이어철 박사의 ‘냉수를 마셔라’라는 자료에 이르기까지, 또 휘트먼의 시에서 한시에 이르기까지 그의 레퍼런스는 실로 화려하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비록 대중적이지 않을지는 몰라도 읽을 만하다. 읽을 만하다는 것은 그 자료적 풍부함과 형식적 공들임이 해석의 욕망을 자극한다는 말이다. 비슷한 시기에 등단한 김영하나 백민석이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라는 소재적 새로움을 문단에 던져줄 때, 김연수는 “이런 식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다”라는 형식적 새로움을 마련해 주고 있다. 그는 자칭 “현학적인 문학근본주의자”인 것이다. 더불어 김연수는 시대적 상처와 유관한 작가다. 첫 단편집 ‘스무 살’의 ‘구국의 꽃, 성승경’에서 투신하는 학생 운동가라든지,‘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첫사랑’에서 수배자의 고백이라든지,‘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의 배경이 되는 광주항쟁과 지역감정의 문제라든지, 이처럼 80년대적 상황과 사회적 투쟁의 상처는 89학번 김연수에 의해 소설 안으로 계속해서 호출된다.“세대의식과 소설가적 자의식을 맞세우며 자신의 소설적 지평을 지속적으로 갱신했다.”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 것이다. 물론 김연수가 등단했던 1990년도는 집단의식보다는 ‘나’가 문단의 화두였다. 한편에서는 윤대녕, 신경숙이 ‘나’를 돌아보며 내면으로 침잠할 때, 다른 한편에서는 김영하가 그 ‘나’를 파괴하겠다며 나르시스트의 ‘거울’을 부수고 있었고, 백민석의 주인공들이 엽기적인 행각을 서슴지 않았으며, 여러 문화적 코드들이 혼종된 작품들도 마구 쏟아져 나왔다. 억눌렸(렀)던 개인의 욕망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고, 왜곡된 방식으로 사회의 모순된 구조가 드러났으며, 그 와중에 대사회적인 투쟁이나 고민은 이미 유행지난 옷가지처럼 옷장 깊숙이 처박힌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김연수의 주인공들은, 학생운동의 과잉진압으로 죽은 ‘성승경’의 동생 ‘승진’이 죽은 누나의 원피스를 입고 유령처럼 밤거리를 헤매듯, 그 유행지난 옷가지들을 자꾸 꺼내서 입어본다. 그는 자칭 “80년대에 가까운 작가”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옷은 역시 유행에 걸맞지 않는 터라, 더불어 이 부채의식이라 할 만한 것에 짓눌려 있기에 작가의 상상력의 궤적이 너무나 크고 그의 지적 발랄함이 너무나 경쾌한지라 “김연수에게 문학적 글쓰기는, 자신의 진실을 고통스럽게 토로하는 것보다는 상상력을 통해 세계를 재구성하는 쪽에 훨씬 더 가까이 있다.”(서영채,‘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문학동네 2002년봄,p328)라는 지적이 폭넓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김연수 식 예의 그 경쾌한 글쓰기는 ‘사랑이라니, 선영아’라는 재치있는 연애소설에서 그 빛을 발하고, 결국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 편집자, 주석가, 번역가로서의 그의 재구성 능력이 우연과 필연, 진실과 거짓에 관한 통찰까지 얻음으로써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이렇게 본다면 김연수에게 80년대적 상황 혹은 세대 감각,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고 있는 다소 우울한 정서의 문제는 작가가 초지일관하고 있는 형식적 구성력에의 관심, 또 그에 값하는 작가의 능력에 의해 묻혀 버리게 된다. 따라서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서 징후적으로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들과 그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고독과 비애의 정서는 “이 소설만큼은 연필로 쓰기로 결심했다.”라는 작가의 고백과 함께, 김연수의 작품 목록에서 특이한 것으로서만 간주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집의 독특함 혹은 이질성에 대한 평가는 뒤이어 나온 ‘유령작가’의 형식적 강렬함에서 더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최근 장편 연재를 시작한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문학동네,2005년 겨울호)에서 김연수는 다시 80년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끌고 오면서 전후 한국 현대사를 거론하고, 그러면서 인간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그렇다면 김연수는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이쯤 되면, 김연수의 ‘변전’(김형중),‘기획력’(심진경), 혹은 ‘문턱 넘기’(김연수)는 여전히 한쪽에는 세대의식, 한쪽에는 작가의식을 놓고 그 양극 사이를 진동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수 소설에서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것은 무엇일까? 이 글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김연수는 애초에 인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작가라는 것이다. 그가 유지해 왔고 벌써 정점에 도달한 듯 보이는 포스트모던적 글쓰기나 불가지론적인 사고에는 세계에 대한 냉철한 인식의 차원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있다. 그의 세계인식이 “그러므로 진실은 없다.”는 냉소나 허무주의가 되지 않고,“진실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도 바로 인간에 대한 끝없는 관심 때문일 텐데, 그것은 어떤 ‘정서’의 집약을 통해 스며 나오기도 하고,‘의지’ 혹은 ‘믿음’으로 실천되기도 한다.“아프지 말아라, 너무 아파하지 말아라”(‘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문학동네,2003,p.194. 이하 본문에서 이 책을 인용할 경우 1:페이지수)라는 식의 위로와 “나도 어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기로 했다”(‘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창작과 비평사,2005,p.28. 이하 본문에서 이 책을 인용할 경우 2:페이지수)라는 의지 같은 것들이 김연수를 해체적 허무주의자라는 평가로부터 지켜낸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그 한복판에 항상 ‘언어’에 대한 고민이 놓인다는 점이다. 소설집의 제목에 ‘작가’라는 말을 대놓고 쓸 만큼, 또 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 목록이 다수에 해당할 만큼 그에게 언어의 운용은 중요하다. 김연수 소설의 인물들이 흔히 무엇을 쓰거나 말하거나 읽고 있다는 사실도 그 증거가 된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언어 수행 행위를 바탕으로 해서, 김연수만의 진정성과 고민의 내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으로 이 글은 쓰여진다. 그의 형식적 기발함과 재치와 성실성에 묻혀 버린 김연수의 진정성은 무엇이고, 그가 멈추지 않는 질문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는 그 질문을 지금껏 어떻게, 어디까지 해결했나? 2. 기억으로 말할 수 없는 것, 말로 기억할 수 없는 것-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작가가 그렇듯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말하거나 쓴다. 김병익이 지적했듯,‘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작품들은 이제 무엇에 대해 쓰기 시작하겠다는 말을 먼저 밝히는 것으로 서두를 뗀다.(김병익,‘(해설)말해질 수 없는 삶을 위하여’, 위의 책)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의 ‘나’는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한 채 혼잣말을 계속하고, 그의 이혼한 아내는 꿈꾼 것을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다.‘부넝숴’와 ‘이렇게 한낮 속에 서 있다’의 화자는 아예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한편 ‘거짓된 마음의 역사’는 일방적인 편지 형식이며,‘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는 세상과 단절된 채, 여자 친구의 자살 원인을 알기 위해 ‘소설’을 쓴다. 유서에 자신에 대한 단 한 줄의 언급도 남겨 놓지 않은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존재는 도대체 무엇이었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기는 한 것일까라는 처절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는 ‘너’의 흔적을 그리고 ‘우리’의 흔적을 더듬는다. 문제는,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혼잣말이며,“사랑한다고 해서 한 인간의 꿈 속까지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며,“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며, 편지에는 답장이 없다는 것이며, 소설 속의 인과관계 안에서는 어떤 진실도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들의 언어는 장애를 지니고 있다. 말은 할수록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에서처럼 단어 몇 개로밖에 소통할 수 없는 말하기가 더 단호하고 정확하게 들릴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계속해서 말을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허무한 일인가. 그래도, 여하튼, 침묵은 비겁하다. 그래서 인물들은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또 말하고 쓴다. 전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도 그랬다. 그렇지만 그들은 타인과 소통할 수 없음에 대해서는 무신경하다. 아니 그 점에 대해서는 일부러 외면하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왜일까? ‘첫사랑’의 ‘나’는 수배중이다. 자수할 시간이 임박한 상황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첫사랑 ‘정인’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다. 그 편지 내용이란 건 거창할 게 없다. 삶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에게 역설적으로 아주 사소한 기억들이 떠올려지듯 ‘나’는 어린 시절의 몇 가지 사건을 떠올리고 그에 대해 고해성사를 해나간다. 자신의 관심이 무시당하자 정인의 뺨을 때린 일, 혜지누나에게 화풀이하듯 “남의 잔에 술이나 따르는 더러운 년이 일식은 무슨 일식”(1:114)이냐며 결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일 등을 얘기한다. 그런 고백의 사이사이에 “판문점 도끼만행사건”,“데프콘 발동”,“직선제 개헌”과 같은 정치적 사건들을 무심히 끼워 넣는다. 그런데 그 편지는 단지 자신의 지난날을 정리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망쳐버리는 동물은 사람뿐이야.”(1:114)라는 뒤늦은 뉘우침을 고백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얘기를 남겨야만 한다는 초조한 마음”(1:98)에 사로잡혀 편지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며, 따라서 특별히 그 대상이 ‘정인’이어야 할 것도 없다는 점이다.‘정인’의 주소는 짐 정리를 하다 우연히 발견되었고, 정인에 대한 기억도 따라서 우연히 떠올려 졌을뿐이다. 결국 고백을 들어줘야 할 그 ‘누군가’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는 지난날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스스로를 용서하고 위로하는 과정이 필요했을 뿐이다.“너를 다치게 하지도 않으면서 너를 놓치지도 않는 방법을”(1:105) 연구하던 어린 시절의 ‘나’는 이제 “나를 다치게 하지도 않으면서 너를 놓치지도 않는 방법”이 바로 자기 안에 머물기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까닭 없는 슬픔과 한없는 기쁨과 막연한 불안감이 하늘을 떠도는 먼지 알갱이처럼 내 안에서 서로 섞여서 하나의 거대한 원으로 바뀌는 동안, 조금씩 둥근 원이 태양 속으로 밀려들기 시작했지. 눈물 방울처럼 검은 유리판에 새겨진 그 아름다운 노란빛. 언젠가 보았던 너의, 또 혜지누나의 눈물 맺힌 눈동자처럼 한쪽 부분부터 흔들리는 그 둥근 빛. 그러나 결코 부서지거나 망가지지 않을 그 소중한 동그라미. 무한히 수축됐다가 다시 온 우주로 퍼져나가는 그 노란 물결.(1:118) 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이미지를 둥근 노란빛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이미지는 이 작품에서 특히 일식을 보는 장면에서 두드러진다. 아버지를 따라 나간 시위에서 처음 본 ‘펄럭거리는 노란빛’, 어린 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그 노란빛,‘나’는 그게 꿈이었고,‘사랑’이었다고 정의 내리고 이제 일식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용서한다. 그렇지만 검은 유리판을 통해서만 볼 수 있고, 태양에 의해 완벽하게 가려진 그 노란빛은 꿈도 사랑도 아니다. 어쩌면 꿈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실재(real)를 가리고 있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어둠 속에서 예쁘던 반딧불이 실은 끔찍한 벌레에 다름 아니었듯 말이다. 이렇게 ‘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내 안에서 사랑하고 내 안에서 꿈꾸고 그렇게 자신을 스스로 용서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의 끝, 땅의 귀퉁이’에서 ‘게이코’는 어떤가. 이 작품에서도 편지는 중요한 모티프다.‘태식’과 ‘김씨’가 크리스마스 날 케이크 판 돈을 갖고 사라진 게이코를 찾으러 가는 데는, 게이코가 받았던 펜팔 편지가 중요한 단서가 된다. 게이코의 아버지는 월남 가서 실종됐고, 엄마는 자살을 했고, 따라서 그녀는 ‘천애고아’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엄마’라는 단어 대신 ‘모친’이라는 단어를 쓰는,“하루에 열 마디 이상을 하지 않고”,“말한다고 해도 더듬기 일쑤”(1:29)인 ‘게이코/경자’는 ‘서유진’이라는 이름으로 ‘수잔’에게 펜팔 편지를 쓴다. 답장도 받았고 게이코는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와 서로 소통하는 듯 보이지만, 그 답장은 ‘게이코/경자’에게 온 것이 아니며,‘게이코’가 만들어낸 또 다른 나인 ‘유진’에게 온 것일 뿐이다. 그런데 그녀가 편지에 털어놓는 이야기란,“펜팔 가이드”의 예문대로, 자신은 다니지 않는 학교 얘기, 자신은 가본 적 없는 캠핑 얘기일 뿐이다. 학교와 캠핑, 날씨에 대한 안부를 묻는 것 등이 ‘게이코’ 또래가 누려야 할 삶의 전형이어야 하는 것이다. 말더듬이 게이코는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수잔’에게 일지라도 자신이 그런 삶과는 거리가 먼 빵집에서 일하는 말더듬이 고아라는 것을 이야기할 리 없다. 아니 어쩌면 언어의 장벽 때문에 자기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잔’을 대화 상대로 택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녀가 말을 더듬는다는 것도 말하기 싫다는 무의식적인 의지의 표명일 수 있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게이코’는 왜 편지를 쓸까. 그 편지 역시 ‘첫사랑’의 편지처럼 타인에게 자신을 이해받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녀는 빵집에서 여전히 빵처럼 둥근 그 노란 빛 아래서 편지를 쓰면서, 그렇게 자기를 원하는 방식대로 꾸며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나 그런 식으로라면 그녀가 빵집 창문에 다 못 쓰고 간 ‘New Year‘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편지를 쓰지만 여전히 자기 안에 머물러 있듯, 게이코의 행방의 단서가 되었던 편지는 당연하게도, 그녀가 간 곳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이처럼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에게 쓰는 행위는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으려는 행위이며, 결국 상처를 견디는 방식이다. 그들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상처가 될 만한 것들을 차단한다. 단지 각자의 기억을 더듬고 각자의 이야기를 할 뿐이다. 이처럼 그들의 쓰기/말하기/읽기는 자기 충족적이다. ‘리기다소나무숲에 갔다가’의 삼촌과 도라꾸 아저씨가 끊임없이 ‘만담’을 하는 것도 ‘나’의 궁금증에 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치유의 과정에 가깝다. 카페 여자와 딴 살림을 차렸다가 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자살 소동으로 시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삼촌은 내 “인간 연구”의 대상이다. 나는 왜 “인간 연구”에 골몰할까? 대학 1학년 때 분신 장면을 목격한 나는 “죽을 게 뻔한 길인 줄 알면서 걸어갈 수밖에 없는 심정”(1:151)이 무엇일까 라는 숭고한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그런 질문은 삼촌에게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여하튼 삼촌에게 “물망초 여자 진짜로 사랑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즉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애초에 삼촌으로부터 나올 수 없다. 삼촌 역시 ‘나’에게 답하고 있다는 자의식 없이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떠든다. 그들 사이에는 질문과 답의 형식이 있기는 하지만 진정한 소통은 없다. 삼촌은 넋두리를 늘어놓듯 자신의 로맨스를 말하기 시작하고, 도라꾸 아저씨는 옆에서 “하이고, 조카 듣는데 창피하지도 않나? 뭔 사설이 그래 기나?” 라는 식의 추임새를 넣어 준다. 가히 ‘만담’ 수준이지만, 혼잣말에 가깝다. 이 ‘만담’ 속에서 나는 삼촌을 이해했고, 삼촌은 공감을 얻었을까? 이해는 앎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앎이 이해와 치유의 첫 걸음일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해받는 것과 이해하는 것이 다 무슨 소용일까? 삼촌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그 길은 가지 않은 길이고, 여전히 삼촌은 ‘리기다소나무 숲’ 안에서만, 혹은 자신 안에서만, 지난 날 부르던 로버트 프로스트의 ‘더 로드 낫 테이큰’을 읊조리는 수밖에 없는 것을. 삼촌과 도라꾸 아저씨가 ‘만담’을 하는 동안,‘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의 ‘봉우’는 그야말로 시답지 않은 ‘농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전국낙서문학회 지역지부에서 ‘나대로’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봉우에게 삶이란 ‘만반의 준비는? 5천. 평생동지는? 12월 22일’ 따위의 말장난으로만 파악할 수 있는 것에 불과했다. 방위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주간지의 독자페이지에 이런저런 낙서를 지어서 투고하는 일에 열을 올리면서 봉우에게 삶은 더더욱 우스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봉우가 만든 최고의 낙서는 바로 ‘인생이란? 픽션에 불과하다’였다. 어두운 산길을 걸어가는 자신의 망상이 빚어낸 허상과 직면하니 그야말로 인생은 픽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1:192) 뱃 속에서 죽은 아이를 위해, 자신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절에 들어가 아이의 배냇저고리를 만드는 ‘예정’은 “시답지 않은 주간지에 아무 짝에나 소용없는 낙서 따위나 투고하는”(1:197) 봉우에게 세상을 모르는 ‘멍청이’,‘어릿광대’라고 소리친다. 봉우는 그야말로 상처와 대면하는 것이 두려워 ‘나대로’ 그 상처를 외면하고 살았던 것이며, 그 외면의 방식이 바로 ‘낙서질’이었던 것이다.“아기가 죽으면서 봉우의 마음속에서도 뭔가가 죽어나갔고” “그 자리가 아프지 않을 수 없었지만”(1:198) 봉우는 낙서질을 통해 아픔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있었다. 그러나 피하는 일이 상책일 수는 없다. 예기치 못하는 순간 자기를 보호하던 그 ‘노란 빛’은 꺼져버릴 수도 있고,‘리기다소나무 숲’에서 넋두리만 늘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봉우 역시 “자기만은 어두운 산길에 혼자 버려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산에서 길을 잃고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낀다. 프로이트 식으로 말한다면 봉우의 그 두려움은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고,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불괘 감정으로서의 불안(불안과 증상에 대한 논의는,S. 프로이트,‘억압, 증상, 그리고 불안’,‘정신병리학의 문제들´, 열린책들,2003)에 다름 아닐 텐데, 그 불안은 ‘나대로’의 낙서라는 증상을 극복하고 상처와 맞설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 예정이 자기 안의 ‘노란빛’을 밖으로 드높이 내걸 듯, 혹은 게이코가 빵집을 나와 어디론가 첫걸음을 내딛듯 말이다. 그렇게 했을 때 “노란 꽃잎 가장자리가 흐려지면서 노란색과 초록색과 진회색이 서로 경계도 없이 뒤엉켜”(1:181) 버리듯,“꼭꼭 막아둔 마음의 가장자리도 그렇게 풀리게” 된다. 이제 자기 밖으로 나와 그렇게 풀린 ‘노란빛’은 ‘첫사랑’에서와 달리,‘사랑’도 될 수 있고,‘꿈’도 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다. 최소한 그럴 가능성은 있다. 이처럼 증상과의 타협에서, 증상에의 만족에서 나오는 첫걸음이 도달해야 하는 것은 결국에 “병에 걸리는 원인을 제거하는 일”(1:229)이며, 이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비책”이다. 그 원인을 밝히는 일이 어떤 위험을 동반하든 그 알 수 없는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는 일이 필요하고, 그것이 비로소 윤리적인 행위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들의 상처, 그 병의 원인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도출된다. 상처는 분명 어떤 ‘좌절’에서 기인할 텐데, 일단 우리는 각각의 서사 속에 끼워져 있는 시대적 배경들을 통해 그 상처가 밖으로부터 투사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한 경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은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이며, 이 작품은 일가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특이하다. 물론 여기에서도 쓰기와 말하기에 값하는 ‘읽기’를 통한 상처치유의 행위가 지속된다. 전라도 출신 아버지가 시대에 무기력했던 자신을 용서하고 그 시대 자체를 용서하는 방식은 바로 ‘신문 스크랩’이다. 그리고 ‘내’가 그 초라한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방식도 아버지의 그 신문 스크랩 ‘읽기’이다. 오렌지빛 가로등 불빛에 기대 나는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천천히, 붙여 놓은 기사를 읽었다.(중략)다 읽은 뒤에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글자와 글자 사이, 문단과 문단 사이, 생각과 생각 사이를 읽었다. 아무리 읽어도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그 여름 내내 도서관 한쪽에 앉아서 도대체 무엇을 읽었던 것일까? 누구를 용서했던 것일까? 파도와 파도 사이, 바람과 바람 사이, 달빛과 달빛 사이 이런저런 생각이 오갔다.(1:65∼66) 주목할 점은 이 작품에서만큼은 읽기의 방식이 자족적이고 자위적인 행위에 그치지 않고 소통을 위한 매개가 된다는 점이다. 물론 아버지는 여전히 자기 안에 머문 채로 그 상처를 짓누르고 있지만, 그 ‘신문 스크랩’은 ‘나’로 하여금 초라한 자신의 아버지에게 다가가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아버지의 신문 스크랩을 아무리 읽어도 그 아버지의 마음에 가 닿을 수는 없지만 여하튼 나는 “고작 딸이 집을 나갔다고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를 조금은 이해할 듯하고, 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게 생기고, 전화를 하기로 마음먹는 것이다.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서 전적으로 회상에 의존한 작품은 ‘뉴욕제과점’이라는 자전소설 밖에 없다고 작가가 밝혔듯, 우리는 이 소설집을 단순히 회상 형식을 통해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추억의 보고서’ 또는 ‘반성의 기록’(정선태,‘(해설)빵집 불빛에 기대 연필로 그린 기억의 풍경화’,‘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문학동네,2003,p.295)으로 읽을 수 없다. 그 속에는 분명,‘언어’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통찰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스며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언어’의 불가능성, 즉 언어 자체로는 어떤 진실에도 가 닿을 수 없고, 소통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해묵은 해체적 사고를 재확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리라. 가라타니 고진에 따르면, 언어와 비극은 반복될 수 없는 일회성의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서, 즉 구조로 회수될 수 없는 다수성과 사건성이라는 점에서 서로 관련된다. 비극적 인식이란 바로 그러한 언어 안에 놓인 인간 조건을 발견하는 일이며, 이처럼 다시는 반복할 수 없다는 언어에 의한 고통은 인간이 결코 ‘아이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마르크스의 비유로 확인된다.(가라타니 고진,‘언어와 비극’, 조영일 역, 도서출판b,2004,pp65∼86)그런데 고진은 ‘아이’가 단지 비유가 아니며, 아이는 이미 어른 이상으로 인생을 알고 있는 존재, 어떤 순수한 비애와 부조리감을 깨닫고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런 논의에 기댄다면,‘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전편을 감도는 슬픔과 비애의 정서는 충만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혹은 잃어버린 기억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반복될 수 없는 ‘기억’, 반복될 수 없는 ‘언어’적 조건과 관련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연수는 “기억이나 회상을 기본적으로 불신”하며 “글쓰는 순간만의 진실”(김연수 외 좌담, 앞의 글,p.81)을 믿는다고 말했다. 애초에 우리가 ‘기억’해 낼 것은 없고 ‘언어’로 표현해야 할 것도 없고, 믿을 수 있는 것은 순간 순간의 진실일 뿐이라는 말인 듯싶다. 그 일회적인 언어에 의존하여 쓰고 말하고 읽음으로써 자신의 상처 안에 거주하는 방식으로는 상처가 완벽히 치유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작가는 말해주고 있다. 이는 “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2:61)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세계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3.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넘어서는 몇 가지 방식-‘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최근작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으로 돌아가 보자. 이 소설에서 화자인 ‘나’의 할아버지는 죽기 전 두 개의 글을 쓰고, 하나의 글만 남겨둔다. 남겨둔 글은 “世上萬事 一場春夢 돌아보매 無常ㅎ구나”로 시작되는 203행의 대서사시로서,“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태평양전쟁, 한국전쟁,4·19,5·16 등 한국 현대사의 최중심지를 관통해온” 한 남자의 생애를 담은 것이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그 한 남자의 생애는 또래의 다른 남자의 생애와 크게 다르지 않아, 그 서사시는 한 인간의 내밀한 역사를 다룬 것이라기보다는 시대의 역사를 다룬 시라고 봄이 정확하다. 할아버지는 그 역사를 증명하는 ‘한 남자’일 뿐인 것이다.“할아버지의 또 다른 글은 누구도 읽어보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죽기 전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불태우면서 그 다른 글 역시 태워버렸다. 그 글에는 서사시에서 볼 수 없는 다른 것이 들어 있을 테고, 그것은 인간의 가장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일 테니 다른 사람은 엿볼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4·4조의 정형적인 형식처럼 그 서사시가 어떤 일관되고 형식적인 구조에 속하는 추상화된 개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면, 불태워진 할아버지의 그 비망록은 여전히 ‘언어’로서도 ‘기억’으로서도 도달할 수 없는 개개인의 진실을 의미한다.“한 개인의 진실이란 깊은 밤, 잠자리에 누워 아무도 몰래 끼적이는 비망록에나 겨우 씌어질 뿐이고”,“서로 살을 비비며 살아가는 부부라고 하더라도 옆에 누운 사람의 비망록을 들여다보지는 못하는 것이니” 할아버지의 그 두 글 사이의 거리는 엄연한 것이고,‘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에서 인과관계의 구조로 엮어진 ‘그’의 소설이 현실(reality)과도, 실재(the real)와도 멀어진 거리와 같다. 실재와 구성화된 그것 사이의 거리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 지도에서 비워진 행로로 상징된다. 일년 전 이혼한 아내와 우연히 재회한 ‘나’는 아내를 따라 인사동 거리를 걷는다. 아니 함께 걸었다기보다는 아내를 따라 걸었던 것인데, 그 ‘길’은 한 개인의 진실로 들어가기 위한 끝없는 여정을 뜻한다. 꿈 얘기를 좋아하는 아내는 애초에 그런 소통의 의지를 지니고 있었지만, 꿈따위는 잠에서 깬 다음 바로 잊어버리는 사람이었던 ‘나’는 그런 아내의 의지조차도 간파하지 못했던 것이다. 깨달음은 언제나 사후적으로 찾아오는 것이라, 그는 이제 그 아내의 진실, 아니 그녀와 자신의 진실을 알아보기 위해 지적도를 사고 그날을 행로를 그려 본다. 하지만 기억의 행로는 언제나 불완전한 것이고, 지형도가 아닌 ‘지적도’일지라도 그것은 실재의 ‘유사물(le semblant)’일 뿐이므로, 그 유사물 속에서는 모방된 진실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바디우(Alain Badiou)에 따르면 진리는 언제나 특수한 상황의 진리(S. 지젝,‘진리의 정치, 혹은 성 바울의 독자로서의 알랭 바디우’,「까다로운 주체」, 이성민 역, 도서출판b,2005,pp.208∼218)이다. 하나로 이어진 선 안에서는 그 다양한 상황의 진리들은 모두 지워져 있을 수밖에 없다. 서로 연결될 수 없음에도 그어지는 그 많은 선들은 다 무슨 의미일까? 역사의 인과관계가, 혹은 지나간 일들의 진실이 도중에 사소하고 우연적이고 꾸불꾸불한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단숨에 긋는, 그런 선과 같은 것이라면, 우리가 그날 걸어간 복잡하고 우연에 가까운 행로의 의미는 무엇일까?(2:19) 따라서 ‘나’의 생각이 미치는 지점은 모든 삶의 행로는 우연이고, 그 안에서 진리는 발견될 수 없고, 나의 불행도 그저 불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삶의 우연성을 인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우연에 가까운 행로의 의미를 따져 묻는다. 그리고는, 결국엔,“오랜 시간이 흐르고 하면 지금의 우연한 일들도 모두 필연이 된다”(2:28)는 정답을 얻어낸다.“우리가 만난 것도, 헤어진 것도, 그날 길 잃은 아이들처럼 골목길을 한 없이 걸어다녔던 일들도 필연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게 거대한 ‘농담’일 수는 있지만 자신에게 일어난 우연을 필연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나’는 윤리적 행위의 첫 발을 내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디우는 ‘사건에의 충실성’이라는 말로 윤리를 설명한다.(A 바디우,‘윤리학-악에 대한 의식에 관한 에세이’, 이종영 역, 동문선,2001)그가 정의하는 ‘사건’이란 인식 범위 밖에서 발생하며,‘공식적’ 상황이 ‘억압’했던 것을 가시적이게 만드는, 언제나 어떤 특수한 상황의 진리이다. 따라서 사건에의 충실성이란 사건의 견지에서 ‘인식’의 영역을 횡단하고, 그 속으로 개입하고, 사건의 기호를 찾는 지속적 노력을 가리킨다.(이하 한 단락의 내용은 S. 지젝의 앞의 글을 참조하여 정리한 것임) 지젝의 해석에 따르면, 이러한 바디우의 논의는 “범역적 우연성이라는 조건 속에서 (보편적) 진리의 소생”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실재 사물과의 모든 열정적 조우가 환영일 뿐이라는 해체주의적 사고와 대립된다. 요컨대, 후근대적 해체주의자들이 비관주의의 한계 내에 머물러 있을 때, 바디우는 “기적은 실로 일어난다.”는 전적으로 정당한 사유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영원성과 불멸성에 대한 이와 같은 바디우의 추구는 물론 개별적인 상황, 다양성의 상황의 전제로 하는 열린 개념이다. 다소 길게 인용된 바디우의 논의를 따라,‘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 결국 내가 삶의 모든 길은 우연이고 진실은 알 수 없다는 회의주의에 빠지지 않고 “결코 질문을 멈추지 않을 작정이었다. 나도 어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한번 버텨보기로 했으니까.”라고 말하는 것을 ‘진리’를 위한 행위이고,‘사건에의 충실성’을 담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자기 안에 머무는 회피나, 삶은 우연에 불과하다는 회의에 빠지지 않고 한 개인의 진실, 혹은 삶의 진실에 가 닿으려는 ‘행위(act)’를 시작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 태도는 분명, 자기 안의 둥근 노란빛에 의지하여 자폐적으로 말하고, 쓰고, 읽던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속 인물들의 태도와는 차별되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에서 ‘그’가 쓴 소설의 첫 문장이 “패배는 내 안에서 온다. 여기에 패배는 없다.”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들은 패배주의자가 아니라, 고투하고 있는 인물들임에 분명하다. 그 고투의 방식을 몇 가지 단계로 분류해 보자. 첫 번째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와 같이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끝없이 질문하고 소통에의 의지를 표명하는 방식이다.‘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에서 세영과 네즈미가 지도를 보고 찾아간 길이 잘못 된 길이었지만, 세영이 “돌아갈 수 없어, 네즈미. 우린 계속 가야 해”라고 말하는 것도 이 첫 번째 방식 안에서 설명된다. 잘못 들어선 길이 “공로가 아니라 사유지”라는 것도 상징적이다. 구조화되지 않은 상황의 진리, 혹은 개개인의 사적인 비망록을 들여다 보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두 번째는 ‘말’이 아닌 ‘몸’으로 다가가는 방식이다.‘부넝숴’를 한번 보자. 지평리 전투에 투입되었던 중공군 ‘나’는 들판을 가득 메운 매화꽃잎들처럼 지평리를 가득 메우고 있던 전사자들 틈에서 한 조선인 여성 구호원에게 구조된다. 그들을 실어 나르던 트럭이 전복되고 그 둘은 외딴 농가에 고립된다. 날짜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먹을 것도 없고, 죽음을 지척에 둔 상황에서 그들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들이 한 일은 두 가지이다. 몸을 섞거나 시를 읊거나.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 그때의 일은. 살아 있다는 건 그토록 부끄럽고도 황홀하고도, 무엇보다도 아픈 일이더군. 아프다는게. 소리를 지를 수 있다는 게.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게 그 순간만큼 기뻤던 적이 없었어. 그래서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는데도 계속하라고 채근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우리는 쉬지 않고 몸을 섞었어. 죽음이 지척이었으니까.(2:71) 그들은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죽음과도 같은 아픔을 느끼면서 몸을 섞는다. 이 장면은 그야말로 ‘고통 속의 향유(jouissance)’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만하고 그 향유의 끝장을 보는 ‘죽음충동’을 보여준다고 할 만하다. 그들은 그렇게 “몇 번이나 해가 뜨고 저물었는지, 몇 번이나 달이 둥글어졌다가 다시 여위어졌는지”(2:75)도 모른 채, 수색대가 왔다가 그들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돌아가는 것을 “죽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의식만 살아서 지켜보고 있는지”(2:75)도 모른 채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든다. 결국 ‘그녀’는 죽고 ‘‘나’는 살아남는다. 살아남은 ‘나’는 이제 점쟁이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라캉이 ‘죽음 충동’과 관련하여 ‘두 죽음 사이의 영역’(위의 책,pp.251~265)이라고 말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 라캉에 따르면 그곳은 상징적인 것과 실재적인 것 사이의 영역으로서 존재의 질서 너머에 있는 유령적 환영의 영역이다. 그곳은 ‘죽음 너머의 삶’이 갑작스레 출현한 장소이고, 상징화되지 않는 ‘불가분의 잔여’이기 때문에 기괴하고 공포스럽다. 예컨대, 그 형상은 운명을 이행한 이후의 오이디푸스, 즉 ‘과도하게 인간적’이고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자, 어떤 인간적 법칙들이나 고려 사항에도 묶여지지 않는 존재에서 찾을 수 있다.‘그녀’의 피를 1000그램이나 수혈받고 죽음의 경계를 넘은 ‘나’는 이 ‘산죽은-파괴불가능한’ 유령적 대상과도 같다. 운명을 보아버린 ‘나’는 이제,“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세상에서 믿기 어려운 얘기”(2:77) 속에 진실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산죽은’ 존재인 것이다. 이와 같은 두 번째 방식, 온몸으로 인간을 사랑하는 방식이 성공적이라면 그 순간 상징적 질서로 편입되는 어떠한 ‘언어’도 소용 없게 된다. 그렇다고 그 방식이 성공했는가. 그 둘이 함께 ‘몸’을 통해 ‘유사-죽음’을 경험했더라도, 여하튼 현재 ‘그녀’와 ‘나’ 사이에는 역설적으로 ‘죽음’이라는 경계가 놓여 있지 않는가? 여기서 굳이 라캉의 ‘성관계는 없다’는 공식을 끌어올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로 취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일까? 그것은 타인의 행위를 아예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다. 설령 그게 죽음일지라도. 그것은 소통에의 ‘의지’를 드디어 ‘실천’으로 관철하는 일이며, 반복될 수 없는 ‘언어’의 한계,‘기억’의 한계,‘몸’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의 세영이 5년 동안 한결같이 사랑했던 남편에게 자신이 절대로 이해 못하는 다른 삶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이해하는, 아니 극복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식이냐 하면, 가장 가까운 사람을 배신하는 사람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언니의 동거남,‘네즈미’와 섹스를 하는 방식이다. 네즈미에게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드는” 세영의 방식이 “무모한 열정”으로 보이지만, 세영의 그 무모한 열정은 끝장까지 간다. 자동차 사고로 남편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2시간 동안 울기만 했던 세영, 그렇게 다른 삶이 있었던 남편의 죽음을 방조했던, 아니 어떤 행동(action)도 하지 않음으로써 적극적으로 행위(act)했던 세영은 결국 ‘자살’한다.(정신분석은 행동과 행위를 분리한다. 행위는 그것의 담지자(행위자)를 근본적으로 변형시키다는 점에서 행동과 다르다. 행위 이후에 나는 ‘전과 동일하지 않다’. 행위 속에서 주체는 무화되고 뒤어이 다시 태어난다는 점에서, 라캉은 ‘자살’을 모든 (‘성공적’) 행위의 전형으로 파악한다. 알렌카 주판치치,‘실재의 윤리’, 이성민 역, 도서출판b,2004,p.133∼134) 세영의 방식이 극단적이고 무모하다면,‘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는 어떠한가. 이 작품에는 소통 불가능성과 그 불가능을 넘어서는 시도와 그 결론이 모두 담겨 있다. 그것은 “사랑의 모든 국면을 다 경험”함으로써,“심지어 죽음까지”도 경험함으로써만 가능한 결론이다. 여자 친구가 마지막으로 읽은 ‘왕오천축국전’을 읽고 나서도,‘소설’ 쓰기를 통해서도 애인을 이해할 수 없었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첫째, 그녀와 자신의 삶에,“어떤 진실도, 상상도, 이해도 없는”(2:151) 가장 합당한 주석을 달며, 그저 “짐작을 하며”,“그 사이를 원래 그대로 틈으로 남겨두고 살아가는 일”(2:143)이거나, 둘째,“지도에서 비워진” 그 곳으로 직접 가보는 일이다.‘그’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한다. 그것이 “서로를 속이는 것도, 속는 것도 없는” “인간에게 누구나 있는 어두운 구멍”(2:43)을 들여다보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그것은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이 ‘아직 가지 않은 길’이고,‘의지’의 방식을 택한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의 ‘나’가 ‘결국 가야하는 길’이고,‘부넝숴’의 ‘나’가 ‘덜/더 가버린 길’이다. 당연히,‘그’가 낭가파르바트 정상을 향해 가는 것은, 이처럼 ‘몸’으로도 ‘언어’로도 이해 불가능한 그녀를 이해하는, 아니 자신의 진실을 이해하는 마지막 방법이다. 그는 자신과 함께 걸어가는 검은 그림자의 친구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껄껄거린다. 여기인가? 아니, 저기. 조금 더. 어디? 저기. 바로 저기.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바로 저기. 문장이 끝나는 곳에서 나타나는 모든 꿈들의 케른,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할 바가 없는 수정의 니르바나, 이로써 모든 여행이 끝나는 세계의 끝.(2:154) 그곳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은 많다. 현실과 꿈이 뒤섞인 공간, 육체의 한계를 넘어선 공간, 어떤 논리도 거부하는 공간, 죽음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공간 등등. 그러나 어떤 말도 소용없을지 모른다. 그곳은 가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실재’와 대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현실의 힘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용기’이다. 그 길을 가는 ‘그’에게는, 그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노트를 사면 항상 옮겨 적던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용기다. 아주 기이하고도 독특하고 불가해한 것들을 마주할 용기”(2:111)라는 릴케의 문장이 떠올랐을 것이다. 용기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진실에 도달하고자 하는 자에게 그 용기를 갖는 일은 의무이다. 낭가파르바트 등반은 원정대장이 역설한 바대로 “분명히 의의가 아니라 임무”(2:117)인 것이다.“그 꿈이 제아무리 압도적이라고 해도 원정대는 그곳을 ‘정복’해야만 한다.” 불가능한 것을 자신의 ‘의무’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오로지 ‘의무’ 때문에 ‘행위’한다는 점에서 ‘그’는 분명 윤리적 주체(‘의무’와 윤리적 행위의 관계에 대해서는, 위의 책,5장 참고)이다. 4. 진실은 어디에,“대뇌와 성기 사이”(김연수,‘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문학동네 2005년 겨울,p.158)그 어디쯤 ‘유령작가’라는 말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김연수는 그 의미가 ‘대필작가’ 쯤이 된다고 말했고, 대부분의 논자들은 그 안에서 작가적 자의식을 찾아냈다.‘유령’이라는 말에 방점을 찍어보면 어떨까? 이 글을 마무리 하면서 우리는 김연수의 최근 두 소설집을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죽음을 넘어선 그 어떤 영역을 살펴보고 ‘유령’이 되어버린 작가가,‘아직’ 언어와 기억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아이’에 머물고 있는 상처받은 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고 말이다.“아프면 그 아픔을 고스란히 다 느끼라고. 아픈데도 아프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가 하면 죽기 싫어서다. 그래서 눈물은 조롱거리가 되고 아픔은 비난받고 두려움은 무시되며 믿음은 당연하다고 여긴다.”(2:117). 우울은 도덕적 쇠약함이며, 죄라고 라캉이 말했던가?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가 위와 같은 말에 의지하여 낭가파르바트로 갔듯이 우리도 각자가 넘어야 할 산 하나쯤은 마음 속에 있을 것이고, 그 산을 넘기 위한 ‘용기’를 지녀야 한다. 그것의 우리의 ‘의무’이다. 그렇지만 ‘죽음’이 윤리적 행위의 전형이라며, 그 죽음을 통해서만 우리는 타자의 진실, 나의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현실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김연수는 이런 질문을 던져준다. 현실에서 이해는 필연적으로 오해가 되고, 살 부비는 부부 사이에서조차 서로의 마음 속 비망록을 들여다 보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해결은 한 가지다. 그 “대뇌와 성기 사이” 그 어디쯤에 있을 ‘마음’으로 진실을 그저 믿는 것이다. 김연수의 세계인식과 작가의식은 이제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모아지고 있는 듯 보인다. 결국 “모든 사람은 단 한 사람”이라는 보르헤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말이다(위의 책,p.121)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제 어떻게 들려줄지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의 장편 연재가 기대된다. <끝> ■ 당선소감 “조금은 자신 갖고 내목소리 낼수 있을것” 글쓰기는 나에게 공포다. 학교에서 몇 개월째 학부생들의 리포트 상담을 하고 있지만 난 과연 내가 누군가에게 글쓰기에 관하여 조언을 해 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 항상 회의적이다. 여전히 나는 무엇을 써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안절부절 못하고, 하얀 모니터 앞에서 머릿속까지 하얗게 비워지곤 하는 걸…. 그렇지만 여하튼 읽는 일은 행복하고, 쓰는 일은 나에게 작은 희열을 맛보게 해준다. 그래서 그 일들을 멈출 수가 없다. 혼자 품고 있던 그 공포와 행복 사이에 용기를 채워 준 이번 당선이 정말 기적 같다. 여전히 막막하고 두렵지만, 이제 조금은 자신을 갖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와 온전히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턱없이 부족한 글이라 몹시 부끄럽다.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만으로도 더없이 많은 것을 일깨워 주시는 신범순 지도교수님과 국문과의 모든 은사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꽃비 내리는 자하연을 몇 번이고 함께 맞이했던 1동의 동료, 선·후배들의 자극에도 빚진 바 크다. 함께 공부하던 그 시절이 마냥 그립다. 그리고 나이 서른을 앞에 두고서도 여전히 철없고 무심한 자식을 믿어 주시는 부모님과 가족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어렸을 적부터, 성실히 읽고 쓰는 일을 너무도 당연한 일상으로 여기게끔 해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좋은 글로 보답하겠노라고 다짐해 본다. ●약력 ▲1977년 서울 출생 ▲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 심사평 “‘글쓰는 순간이 진실’ 작가의 본질 파헤쳐” 응모작 총 20편은 작가론이 대부분이었고, 김현론을 비롯한 문학사적인 쟁점을 다룬 게 3편 있었다. 작가론 중에는 시인·소설론이 거의 반반씩이었다. 아마 최근 신춘문예 평론의 주류가 작가론으로 정착된 느낌이다. 특히 전후문학 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4·19세대 작가론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오늘의 작가론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그중 시선을 끈 글은 ‘말하기와 글쓰기의 행복한 공간-김현론’(김윤정),‘몸의 형이상학, 모성적 관능과 타자없는 육체 사이-김선우론’(함돈균),‘속도에 저항하는 시의 모험-김기택론’(강영준)‘‘틈’을 바라보는 시선-배수아 소설을 중심으로’(김나영),‘고독의 의무, 소설의 의무-윤성희 소설집 ‘거기, 당신?’론’(이은주),‘‘유령’작가의 진실-김연수의 최근작을 중심으로’(조연정) 등이었다. 김현론은 정직한 글쓰기의 자세를 보여준 진솔한 비평적 자세가 돋보였으나 개인적인 체험에 너무 함몰된 점이 아쉬웠다. 김선우론은 인문학적인 거시적 시각으로 시인에 접근하면서 미세한 현대적 환상과 성담론을 분석한 점이 돋보였으나 일반론적인 해설위주에 그쳐서 아쉬웠다. 김기택론은 성실한 독법이긴 하나 해설론에 그친 한계가 있었다. 배수아론은 라캉의 틈 이론을 중심으로 작품을 분석하려 했으나 결론이 너무 조급해 보였다. 최종적으로 윤성희론과 김연수론은 우위를 다툴 정도였다. 윤성희론은 반 루카치적인 소설론을 전개한 점이 시선을 끌었지만 문장력이 치밀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 김연수론은 탈구조주의적인 이론의 틀에 너무 얽매인 느낌이 있으나 기억이나 회상을 불신하고 글쓰기의 순간만이 진실이라는 이 작가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헤친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김윤식 임헌영
  • WE와 함께 대박난 맛집

    WE와 함께 대박난 맛집

    ‘We에 소개돼 대박 났어요∼’ 주말매거진 We는 지난 2년간 ‘이집이 맛있대요’와 ‘이 집이 맛있대’라는 코너를 통해 전국 200여곳의 맛집을 발굴, 소개했습니다. 이 코너는 기자들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찾아낸 맛집들로 독자의 입장에서 까탈스러울 정도로 맛을 검증해 찾아낸 집들입니다. 이 때문에 제목과 같이 ‘이 집이 맛있대요∼’라며 자신있게 힘주어 외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독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만들어진 코너이기도 합니다. 독자들이 이메일이나 서울신문 홈페이지 등에 추천한 음식점 등을 직접 가서 취재해 게재한 곳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We가 100호를 맞아 그동안 지면에 소개된 맛집 중 ‘대박난’ 음식점을 찾아 뒷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물론 200여곳 중 7곳을 선정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맛을 찾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 음식점들을 다시 찾아가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맛집들은 취재 당시의 맛을 꾸준히 지키고 있었지만 일부는 매스컴을 탄 뒤 맛의 질이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은 곳도 있어 안타깝게 했습니다. We 첫회(2004년 1월 9일)에 소개됐던 부산 연산동의 영양돌솥밥집인 ‘낙원’과 서울 삼선교의 낙지전골집 ‘오낙도’(2회)를 시작으로 그동안 200여곳의 맛집이 소개됐습니다. 그동안 We에 실렸던 맛집 중 체인점 쇄도요청이 쏟아지거나 음식점을 크게 확장한 이른바 ‘대박난 집’들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A. 서울 광화문 장뚜가리 ‘12오겹살’로 광화문 일대에 명성을 떨치고 있는 ‘장뚜가리’는 We에 소개된 뒤 원조 맛집들이 즐비한 광화문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음식점’ 중 하나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쏟아지는 체인점 문의를 버티다 못해(?) 내년부터는 체인점 사업에도 뛰어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외국의 언론에 ‘한국의 맛집’으로 소개되면서 중국 상하이와 일본, 미국 등에도 체인점을 추진중에 있다. 유성호(38) 사장은 “신문에 소개된 12오겹살을 만들게 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면서 “내년에는 체인점 사업을 통해 한국의 맛을 국내외에 소개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자랑했다.12오겹살은 이 집의 대표 메뉴로 두께가 자그마치 12㎜에 이르는데 유 사장이 직접 1∼20㎜까지 잘라 구워 먹으며 가장 맛있는 두께를 찾아낸 것이다. 일반 오겹살의 두께가 5㎜안팎인 것과 비교해 두배 이상 두껍다. 신문에 영국 유학생활을 접고 음식점에 뛰어든 그의 이색적인 약력이 소개되자 손님들의 호기심 어린 질문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장사가 잘된다고 메뉴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조만간 ‘만배불취 오겹살’이라는 신메뉴를 준비하고 있다.‘술을 만잔 먹어도 취하지 않는다.’는 뜻의 이 오겹살에는 숙취 해소에 좋은 한약재를 넣어 숙성시킨 것으로 현재 한의사와 함께 연구 개발 중이다. 다소 엉뚱하지만 그는 최근 조리할 때 나오는 폐열을 재활용할 수 있는 장치인 ‘폐열을 활용한 난방장치’에 대해 특허 출원을 하기도 했다. 장뚜가리는 현재 광화문점(1호점)과 세종문화회관점(2호점) 등 두 곳이 운영되며,12오겹살은 1인분(200g)에 8000원, 마늘 숙성 오겹살은 1만원, 김치강정은 6000원에 판매하고 있다.(02) 732-9292. 만원, 김치강정은 6000원에 판매하고 있다.(02) 732-9292.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B. 경기도 수원 황포돛대 매서운 추위가 10여일 이상 계속되고 있다. 이런 날씨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매콤한 음식 생각이 절로 난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교동 ‘황포돛대’(031-258-0100)는 온 가족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낙지·오징어’요리 전문점이다. 이 집의 ‘낙지불고기’는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으로 소문나 있다. 지글지글 열기를 뿜어내는 돌 판위에 낙지와 각종 야채, 물엿과 청양고추 등으로 버무린 고추장 양념이 어우러져 특유의 매콤한 맛을 선사한다. 주로 산낙지가 나오는데 1인분에 1만 2000원으로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부담스럽다면 1인분에 6000원 하는 오징어 불고기를 권하고 싶다. 남겨진 양념에 공기밥과 김치, 야채, 김가루 등을 넣어 만들어주는 볶음밥도 빼놓을 수 없다. 돌판 위에 붙어있는 눌은밥을 긁어먹는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주인 김학규(30)씨는 “낙지와 오징어불고기도 좋아하지만 나중에 먹는 볶음밥 때문에 일부러 찾는 손님들이 꽤 많다.”고 귀띔한다. 김씨의 어머니 김부전(59)씨가 주방일을 맡고 있다. 그녀는 “15년 전 가족을 위해 요리기술을 배웠는데 이제는 본업이 돼버렸다.”며 환하게 웃었다. 고급 커피숍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종업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도 손님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C. 서울 송파구 고래집 “서울신문에 큰 빚을 졌습니다.” 지난해 서울신문 We에 맛있는 집으로 소개된 서울 송파구 수서역 현대벤처빌 뒤의 곱창 전문집인 고래집(02-3412-4355)을 1년여 만에 다시 찾았다. 영하 13도의 매서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밖에서는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실내에는 곱창 굽는 연기로 가득했다. 박경미(39) 사장은 “지난해 서울신문의 기사가 나가자마자 대단했습니다. 멀게는 인천과 일산에서 전화를 주시고 찾아 오는 손님들이 있고 일주일 동안은 아예 전화를 받을 수 없을 지경이었어요.”라며 당시를 떠올린다. 또 곱창이 모자라 밤 11시 이후에는 팔지 못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저녁이면 사람들이 항상 줄을 서 있어 가게 앞의 사거리 이름이 ‘곱창사거리’로 변했다. “이 집 곱창 맛이 정말 끝내줘.”라며 언손을 부비며 자리를 잡은 김성식(42·중앙엔지니어링)씨는 “쫄깃쫄깃한 맛과 그 뒤에 흐르는 곱의 담백함은 고래집만의 자랑”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아니야, 여기는 양이 더 맛있어.”라며 “아삭아삭 과일향이 가득하며 고기를 씹는 듯한 양의 부드러움은 대한민국 최고”라는 이형만(43·중앙엔지니어링)씨. 맛이 변하면 손님들이 먼저 안다며 제일 무서운 것이 손님들의 입맛이란 박 사장의 경영철학. 사람들이 너무 몰리면서 서비스가 소홀해질까봐 가장 신경이 쓰인다는 박 사장은 그래도 음식에는 최고, 최상의 품질을 지키기 위해 한치의 소홀함이 없단다. 인심 좋은 박 사장도 지난여름 구제역파동 때는 많이 힘들었단다. 그래서 손님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하자는 의미에서 양과 곱창을 먹기 전에 ‘싱싱한 간과 천엽’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정말 이렇게 퍼주다가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손해가 날 것 같았다. 시원한 선지 해장국과 간, 천엽만 먹어도 다른 가게에서 몇 만원을 주어야 한다. 바로 이렇게 손님에게 퍼주는 인심좋은 곱창집이 바로 고래집이다. 많은 사람들의 프랜차이즈 문의를 물리쳤지만 내년에는 전국에 고래집을 100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음식의 매뉴얼을 만들고 있단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D.가야산 산사의 아침 “주말매거진 We에 맛집 기사(10월27일자)가 나간 직후 대전에 산다는 40대 후반의 남자가 서울신문과 함께 We를 손에 들고 일행 4명과 함께 왔습니다.” 가야산 국립공원 내 치인(해인사)집단시설지구에 있는 사찰음식 전문식당 ‘산사의 아침’ 주인 손숙경(69·여)씨는 WE에 보도된 이후 손님이 크게 늘었다고 즐거워했다. 손씨는 “대전에서 오신 분들은 ‘음식이 맛있다’며 몇 번이나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서울 등 수도권 손님도 많았다. 서울 강남에 있는 50대 후반의 부부는 “기사를 보고 사찰음식을 먹기 위해 해인사까지 달려왔다.”면서 “거리가 너무 멀어 오는 동안 상당히 피곤했으나 음식 맛이 이를 모두 날려버렸다.”며 신문에 난 집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했다고 한다. 손씨는 “경기도 분당 한 아파트 부녀회에서 왔다는 10여명의 주부들은 10여 가지에 이르는 코스 음식을 모두 먹어 본 뒤 역시 신문 기사대로 맛이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울 손님 중에는 자신이 돈을 투자할 테니 서울에서 식당을 열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MBC 모 PD는 We에 난 대로 맛이 있느냐고 물은 뒤 장아찌 담는 법을 가르쳐 달라며 몇번이나 전화하기도 했단다. 손씨는 손님이 늘면서 고들빼기김치 등 반찬을 2가지 늘렸다.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너무 고마워서란다. 합천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E. 부산 동래구 대청 돌판구이 마을 “WE에 보도된 뒤 멀리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서울신문 주말매거진 We에 소개(11월10일자)된 ‘대청 돌판구이 마을’(부산 동래구 명장동) 주인 김정현(40·여)씨는 “기사가 나간 뒤 매상이 껑충 뛰었다.”며 고마워했다. 상호가 말해주듯 널찍한 공간의 마루와 깔끔한 실내 인테리어가 눈길을 끄는 이 집은 질 좋은 한우와 국산돼지고기를 사용해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김씨는 “개업한 지 얼마 안 돼 손님이 하루 100여명에 불과했는데 서울신문 보도와 입소문이 퍼지면서 요즘에는 찾는 손님이 배로 늘어 하루 200여명을 넘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특히 요즘에는 연말을 맞아 송년 모임 등을 갖기 위해 단체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또 주말에는 인근 아파트 등지에서 자녀들과 함께 가족단위의 손님들도 많이 온다고 덧붙였다. 인근의 입시학원 원장인 정은경(45·여·동래구 복천동)씨는 “신문을 통해 대청마을을 알고는 남편과 함께 찾았다가 질좋은 고기와 맛깔스러운 밑반찬 등이 마음에 들어 단골이 됐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을 하는 김영기(43·동래구 명장동)씨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등 음식점 분위기가 좋아 거래처 사람들과 자주 온다.”며 “다른 곳에 비해 값도 비교적 저렴한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김씨는 “집에서 우리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정성껏 음식을 장만한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F. 서울 압구정 유끼노스시 곳곳에 들어서는 회전초밥집과 뭔가 다른 느낌을 주는 서울 압구정동 ‘유끼노스시’에 들어선 것은 일년 전. 유기농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유끼노’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의 컨셉트는 웰빙이었다. 유기농 채소, 태평농법으로 키운 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매일 새벽에 공수하는 싱싱한 재료들로 다양한 메뉴를 선사했다. 인기 종목이 나타나면 이를 따라하는 ‘미투(me too)’ 상품이 판을 치다가 결국 지존만 살아남는 경쟁사회의 냉혹함이 외식업계를 피해갈 리 없다. 컨셉트를 가지고 톡톡 튀는 요리를 선보인 유끼노스시는 We에 소개되고 1년이 지난 지금 승승장구하고 있다. 나무를 모티브로 한 인테리어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은 여전하다. 일년 전과 달라진 것은 메뉴.82m 길이의 벨트 위에 떠다니는 다양한 요리 외에 계절 요리와 자체 요리대회를 열어 새롭게 개발한 특선 요리, 저렴하게 다양한 스시를 즐길 수 있는 런치세트 등 더욱 다양해졌다. 창작 개발 메뉴판에는 만든 사람의 자존심이 엿보인다. 금방 튀긴 새우와 아보카도, 화이트와인과 마요네즈를 섞은 소스, 허니데리야키 소스를 넣어 만든 마키(3300원)는 최인선 조리이사의 이름을 붙였다. 연예인 옥주현이 늘 마지막을 장식하는 메뉴로 삼을 정도로 튀김 같지 않게 뒷맛이 깔끔하다. 이곳의 대표적인 메뉴인 브랜디 다다키스시는 ‘신실장님 스시’(3800원)로 이름을 바꾸었다. 주문을 하자마자 불에 직접 구워내 부드러운 참치 뱃살과 그 뒤에 남는 숯불의 향이 바비큐를 먹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신선한 딸기와 단맛의 밥이 오묘하게 조화된 ‘생과일롤’, 다진 청양고추를 넣은 새우야채볶음을 넣은 ‘군함말이’는 그 독특한 맛에 마니아까지 거느리고 있다.(모두 3300원) 울릉도 특산물인 산마늘잎을 절여 볶음밥을 말아 내는 ‘명이나물 스시’, 과감하게 일식집의 틀을 벗어버린 ‘불갈비 스시’ 등 겨울 특선 메뉴는 유끼노스시에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가격은 접시 색상에 따라 1300원(노란색)부터 1만 2000원(금색)까지.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3시, 오후 5시30분∼밤 10시. 점심특선메뉴는 오후 2시40분까지,8000∼2만 3000원. 휴무일은 없다.(02)540-4888.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G. 서울 청계천 홍어횟집 서울 청계천 새물맞이와 함께 인근 식당들은 은근히 기대를 했을 법하다. 유동인구가 많아질수록 들르는 손님도 많아질테니까.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여우다. 웬만한 정보 없이는 쉽게 발길을 옮기지 않는다. 제대로 된 홍어 맛을 내는 40년 전통의 홍어요리 전문점 ‘홍어횟집’은 흐름을 제대로 탔다. 청계 8가와 9가 사이 지하철 1호선 신설동역 9번 출구 쪽, 약간은 외진 청계천권이지만 청계천 새물맞이에 앞서 지난 9월 말 주말매거진 We에 청계천 주변 맛지도에 이름을 알리면서 손님이 점점 몰려들기 시작했다. 홍어 하나로 승부해 온 뚝심이, 단골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 We를 보고 찾았다가 이제는 단골이 됐다는 정선인(48·서울 송파)씨는 “집에서 멀긴 해도 홍어 맛을 생각하면 절로 발길이 향해진다.”며 “게다가 직접 삭혀 만든 거라 다른 곳에서 먹는 ‘시장산’과 다른 신선한 느낌이 풍긴다.”고 말했다. 이 집의 삼합, 찜, 탕, 무침 등은 직접 옹기에 짚을 깔고 삭혀 만든 홍어로 만들어져 요리마다 신선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홍어가 저장된 수십개의 천연 옹기는 볼거리이기도 하다. 홍어무침에는 생도라지를 넣어 비린 맛도 없앴다. 홍어삼합과 찜, 탕은 각각 6만원, 홍어무침은 4만원(中).(02)2234-1644.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유망자격증 20선] 조리산업기사

    [유망자격증 20선] 조리산업기사

    조리산업기사는 크게 유행을 타진 않지만 꾸준한 인기세를 유지하는 ‘스테디셀러’자격이다. 그만큼 쓸모가 많은 자격이라는 얘기다. 특히나 외식산업의 성장과 전문화로 조리업무 전반 즉, 기술·인력·경영관리까지 담당할 전문인력의 수요가 늘면서 조리산업기사는 업계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산업인력공단측은 “조리기능사 자격이 조리기능 쪽에 초점을 둔 자격이라면 조리산업기사는 기능뿐만이 아닌 관리능력까지 평가하는 중간 관리자급의 자격”이라고 설명했다. ●프로들의 필수 자격 이 같은 조리산업기사의 성격 때문에 지원자들은 주로 프로들이다. 최근에는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의 응시도 증가하고 있지만,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현장에서 경력을 쌓으면서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격의 수준도 상당하다. 산업기사 자격이지만 기능장 자격에 준하는 높은 난이도의 문제가 출제된다. 특히 실기시험은 어렵기로 소문이 나 있다. 산업기사보다 낮은 등급의 기능사 자격의 경우 실기시험 문제가 공개돼 공개된 품목 가운데 출제되지만 산업기사 시험에서는 문제 자체가 공개되지 않는다. 이처럼 까다로운 시험 때문에 합격률도 높지 않다. 대형 학원에서 80여명이 시험에 응시하면 정작 합격자는 5∼6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학원가의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조리산업기사는 업계에서 인정을 받는다고 한다. 호텔의 경우 주방의 직제가 총주방장-부총주방장-주방장-조리장-부조리장-일등조리사-이급조리사-삼급조리사-견습생-조리사 보조 등으로 구성되는데 조리산업기사의 경우 부조리장이나 일등조리사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인천요리제과학교 유성현 이사장은 “업계에서 조리산업기사는 기능장 정도의 대우를 받는다.”면서 “요리업계에서 본격적으로 경력을 쌓으려는 사람들이 시험에 도전한다.”고 설명했다. ●까다로운 실기 평가기준 조리산업기사는 한식·양식·중식·일식·복어 등으로 분야가 나뉜다. 한식조리산업기사는 매년 100여명 안팎의 합격자가 배출되고, 양식과 중식은 20여명, 일식과 복어는 10여명 내외의 합격자가 나온다. 응시자는 공통과목으로 ▲식품위생관련법규 ▲식품학 ▲조리이론 및 원가계산 ▲공중보건학 등에 대한 필기시험을 치른다. 그리고 필기 합격자를 대상으로 실기시험을 보는데 실기시험이 관건이다. 시험 당일 재료를 제공하고 조리의 전 과정을 평가하는데 위생 및 정리정돈, 조리과정과 방법, 작품완성도 등 크게 3가지 기준이 적용된다. 분야별로 출제되는 조리품목은 물론 가짓수도 1∼5가지로 다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패션 아웃렛 “한벌값으로 두세벌’”

    패션 아웃렛 “한벌값으로 두세벌’”

    회사원 최진아(29)씨는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가끔은 월급으로 옷만 사느냐는 질투 섞인 핀잔까지 듣는다.“한벌 값으로 두세벌 구입하니까 자연스레 옷이 많다.”는 게 최씨 설명이다. 최씨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백화점에 들러 맘에 드는 옷이 있는지 살펴본다. 눈에 띄는 상품이 있으면 입어보고, 브랜드와 모델명을 적어둔다. 그리고 재고정리가 시작될 때쯤 단골 아웃렛을 방문한다. 찾는 옷이 매장에 없더라도 모델명만 알려주면 점원이 전국을 샅샅이 뒤져서 가져다 준다. 최씨는 “히트상품이라도 재고는 있기 마련”이라면서 “서두르면 딱 한벌 남은 옷을 절반가격에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아웃렛은 소비자에게도, 패션 브랜드 업체에도 매력적인 공간이다. 업체는 남은 제품을 빨리 팔아 재고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고급 브랜드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경기침체로 백화점 매출은 제자리걸음이지만, 아웃렛은 매해 20∼40%씩 증가하고 있다. 특히 백화점식 전문몰의 성장이 눈부시다. 서울인은 대표적인 패션 아웃렛 다섯 곳을 방문, 특장점을 비교했다. ■ 정통 패션아웃렛 ‘마리오’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자리한 마리오 아울렛은 금천지역 패션 아웃렛 타운의 중심축이다. 소비자들은 전국에서 몰려든다. 주거 밀집지역이 아니기에 지나다 들르는 고객은 거의 없다. 대부분 옷을 구입하려 마음을 먹고 이 곳을 찾는다. 그래서 객단가(고객 1인당 판매액)가 높고 주말 고객이 평일의 2배 수준이다. 주고객층은 20∼30대. 지난 7월 주5일제가 확대되면서 내방객 수가 크게 늘었다. 평일 14%, 토요일 20%씩 증가했다. 평균 3만 6000명이 찾는 토요일에 방문하면 ‘발 디딜 틈이 없다.’는 말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마리오는 정통 패션 아웃렛을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300개 브랜드 대부분이 여성·남성의류다. 식품이나 생활용품, 아동의류는 거의 없다. 마리오의 특징은 의류가 다양하다는 점. 한 직원은 “마리오에 입점한 브랜드 대부분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다.”면서 “자연스레 본사가 마리오 매장에 더 많은, 다양한 상품을 공급해준다.”고 말했다. 마리오는 사은품이나 경품 증정행사를 전혀 갖지 않는다. 판촉행사 비용이 오히려 상품값을 올린다는 이유에서다. ■ 국내 효시… 층별 개성 넘치는 ‘2001 아울렛’ 1980년대부터 아웃렛 거리가 형성됐다. 서울 구로동과 문정동, 목동, 분당 죽전, 수지 등이 대표적인 지역이다. 그러나 골목골목에 숨은 매장을 찾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1994년 이랜드가 전문몰 형태의 아웃렛 매장인 2001 아울렛을 선보였다. 국내 최초의 패션 아웃렛이 탄생한 것이다. 백화점처럼 깔끔하지만, 가격은 50∼80% 저렴한 새로운 유통공간이라 주목을 받았다. 층별로 상품군을 묶고, 밝은 조명과 깔끔한 인테리어로 마무리했다.19일 찾은 2001아울렛 중계점은 주중인데도 북적댔다. 지하는 식품매장,1층에는 패션잡화,2층은 진·캐주얼,3층은 여성의류,4층은 신사·골프,5층은 아동용품,6층은 모던하우스,7층은 문화센터 및 전문식당가로 구성했다. 특이한 곳은 유럽형 하이퍼마켓을 지향하는 식품전문관과 생활용품을 모아놓은 모던하우스. 백화점만큼 고급스럽게 꾸민 식품전문관 ‘파머스렛’은 질좋은 과일과 육류를 골고루 갖추고 있었다. 술과 담배를 내놓지 않고, 건강식품은 국가에서 공인받은 것만 제한적으로 선보인다. 가족과 함께 먹을 음식만 판매한다는 경영철학이 묻어났다. 모던하우스에는 이랜드 자사브랜드(PB)상품이 가득하다. 독특한 컨셉트의 상품을 한자리에서 판매, 집을 손쉽게 꾸미도록 배려했다. ■ PB상품 승부 ‘뉴코아 아울렛’ 2001아웃렛의 성공을 발판으로 이랜드는 뉴코아를 인수, 아웃렛으로 바꿨다. 결과는 대성공. 매출이 지난 해보다 40% 올랐다. 성공포인트는 지역 주민의 요구를 철저히 반영해 상품을 구성한 것이다. 명품을 많이 찾는 강남과 분당, 평촌 등에는 해외유명 명품을 대거 입점시켰다. 뉴코아 관계자는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매장 리뉴얼에 많이 반영했다.”고 전했다. 또 PB상품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유통업체들이 취약한 패션·생활용품 PB부문에서 이랜드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2001아울렛에서 판매하던 의류PB 8개에 ‘홈에버’를 추가했다. 홈에버는 모던하우스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형태다.MD들이 해외에 나가 직접 발로 뛰며 고른 덕에 이국적인 상품이 많다. 이랜드는 매년 10개 패션아웃렛 점포를 신규 출점해 2010년까지 점포를 7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 아동복에 강한 ‘세이브존’ 세이브존은 금융외환위기로 아웃렛이 주목받기 시작한 1998년에 화정점을 처음 열었다. 한신코아, 리베라 등 기존의 백화점을 인수해 매장을 8개로 늘렸다. 세이브존의 특징은 지역밀착형이라는 점이다. 모든 매장이 아파트 밀집 지역에 자리,20∼30대 젊은 주부를 공략한다. 그래서 다른 패션 아웃렛보다 유·아동복이 강하다. 아이들은 쑥쑥 자라기에 엄마들이 가격이 저렴한 아웃렛 상품을 많이 찾는 것. 이상미(35)씨는 “백화점에선 아이들 옷이 어른 것보다 비싼 경우도 많은데, 이곳에선 기획행사 때 여러 벌 사도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세이브존은 매주 수요일 새로운 기획상품을 내놓는다. 수십개의 유명 브랜드 제품을 한 자리에서 비교하며 사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7호선 하계역과 연결된 세이브존 노원점은 아이들 놀이터와 함께 아빠 휴게실, 수유실을 마련했다. 아빠 휴게실은 남편들이 TV나 잡지를 보며 아내를 기다릴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이라 인기만점이라고. 수유실에는 아기 침대와 전자레인지, 싱크대를 넣었다. 기저귀를 달라고 얘기하면 가져다준다. 세이브존은 아웃렛 매장 밖, 야외에서 다양한 기획행사를 펼친다. 천막 아래 의류 등을 진열해 놓고 70∼80%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 관계자는 “야외 기획행사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 비오는 날이면 매출이 줄어들 정도”라고 설명했다. ■ 복합 문화공간 ‘바우하우스’ 예신퍼슨스가 운영하는 바우하우스(Bauhaus)는 동대문구 장안동에 자리하고 있다. 예신퍼슨스는 노튼, 마루,ONG 등을 만드는 의류업체다. 바우하우스는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지하 6층, 지상 17층 규모로 패션의류는 물론, 극장·헬스클럽·카페 등 문화공간을 골고루 갖췄다. 주차장도 넉넉하다. 다만 내려가는 길이 급해 초보 운전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식품·잡화·의류·생활용품은 지하 1층∼지상 8층까지 층별로 구성됐다. 이벤트홀과 더불어 각 매장 앞에는 값싸게 내놓은 ‘미끼 상품’이 진열돼 있다. 대부분 10∼20벌 한정 판매다. 9층 헬스클럽 이용요금은 월 9만원. 주말반은 4만원, 주3일반은 6만원이다. 요가·에어로빅 등은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10층 푸드코트에선 한식·중식·일식 등 다양한 음식을 판매한다.11∼12층에 자리한 프리머스는 영화관 7개를 갖췄다. 영화관 출입구가 극장 중앙에 자리한 게 흠이다. 3시간짜리 영화 ‘킹콩’을 관람한 이태수(29)씨는 “뒤쪽에 앉았더니 출입문을 오가는 사람이 훤히 보여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고 불평했다.
  • [아침해결 이곳에서] 삼성역

    서울 강남 삼성역 주변의 맛집은 코엑스몰에 몰려 있다. 다양한 음식을 한 자리에서 접할 수 있어 ‘낙원’이나 다름없다. 다만 오픈 시간이 대부분 오전 7∼11시로 들쭉날쭉해 미리 체크해 보도록. 삼성역 주변에 자리한 파파존스 피자, 커뮤니케이션 웍스, 미스터피자, 예스 커뮤니케이션, 오길비 PR, 한국 크로락스 직원들이 추천한 아침맛집을 다녀왔다. ●샌드위치점 다 모여라 코엑스에는 샌드위치점이 여러 곳 있다. 각자 독특한 특성을 갖춰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리틀제이콥스(556-5880)는 샌드위치와 커피를 접목시켰다. 커피값은 다른 곳보다 저렴한 1800∼3200원이지만, 샌드위치는 3200∼4300원으로 비싸다. 아침에는 세트메뉴를 내놓고 있다. 오전 7시에 문을 연다. 오전 8시에 오픈하는 그린위치(6002-3456)는 신선하고 저렴해 발디딜 틈이 없다. 햄·에그·치즈 샌드위치와 햄&치즈 베이글이 2900원. 모든 메뉴를 주문받은 뒤 즉석에서 조리해 신선하다. 필리스델리(6002-6674)는 차가운 샌드위치가 아니라 철판에서 요리하는 쿡샌드위치 전문점이다. 당일 배달되는 신선한 야채만을 사용한다고. 오전 10시30분에 문을 열지만, 오후 11시까지 영업한다. 샌드위치와 음료가 5500∼7500원. 고급스러운 햄버거를 먹고 싶다면 크라제버거 아셈점(555-7808)을 추천한다. 한 개에 5500∼8500원이라 매일 찾기는 부담스럽지만, 달콤한 소스에 신선한 재료가 어울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음료는 리필이 가능하니까 친구끼리 나눠먹어도 좋다. 옥에 티는 사람이 많아 자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계 음식을 즐기다 한식·중식·일식은 물론 다양한 음식을 섞어놓은 퓨전 음식도 인기다. 그러나 대부분 오전 늦게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오므토 토마토(6002-6446)가 대표적. 이곳은 40가지가 넘는 오므라이스를 7000∼1만원에 내놓는다. 소시지, 돈가스, 스테이크 등 다양한 토핑을 오므라이스에 올린다. 선릉역 사거리에서 강남구청 방면으로 30m쯤 가다 보면 맞닿는 성원빌딩 지하 1층에 자리한 황토군 토당면 오다리(555-4985)는 라면 전문점이다. 라면을 다양한 재료와 양으로 판매한다. 우선 맛은 순한 맛부터 매운 맛까지 단계별로 선택할 수 있다. 양은 절반부터 한개, 한개반, 곱배기까지 판다. 토핑도 맘대로 골라먹는다. 계란·떡·햄·치즈·순두부 등 10가지. 하나는 공짜고 추가할 때마다 300원씩 받는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지하 1층에 자리한 베즐리 피자카페(3467-6364)는 화덕에 구운 담백한 ‘프리마베라 피자’와 신선한 샐러드를 내놓는다. ●순대국으로 속을 풀자 삼성역 주변에는 소문난 순대국 집이 몇 곳 있다. 경기고 사거리 주변에 신의주찹쌀순대(564-9292)는 따끈한 국물이 일품. 푸짐한 순대국을 뚝딱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하다. 순대국은 6000원. 순대국을 먹을까, 순대를 먹을까 고민스럽다면 정식을 주문하년 된다.9000원으로 비싸지만, 순대국도, 순대나 고기도 넉넉하다. 박서방(568-9205)순대는 포스코 맞은 편에 있다. 매장이 좁아 줄을 서는 것은 물론이고, 혼자 가면 합석을 당연히 각오해야 한다. 오전 9시에 문을 연다. 전주시원콩나물국밥(508-3013)은 오전 7시면 오픈한다. 도심공항터미널 건너편에 있다. 매일 새벽 전주에서 국산 콩만으로 키운 ‘거꾸로 자라는 콩나물’을 직송해 받는다. 지하수만 사용해 싹을 튀운 뒤 3∼4일 동안 거꾸로 키워 썩는병을 방지했다. 또 줄기가 가늘고 잔뿌리가 없다. 그래서 다른 국밥집 보다 콩나물이 연하고 맛있다. 전국 체인점인 조마루 뼈다귀 해장국(566-8288)도 많이 찾는다. 양이 푸짐하고 뼈다귀에 붙은 고기도 많아 단골이 많다. 삼성역 4번출구 글라스타워 뒤편 골목에 자리하고 있다.24시간 영업이며 값은 5000원. 삼성의료원 사거리 먹자골목 중간쯤에 위치한 황태칼국수(445-1411)는 국물이 시원하고 담백하다. 술먹은 다음 날 면이 먹고 싶으면 가볼 만하다.5000원. 오전 8시30분에 문을 연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독일식 국방옴부즈맨’ 추진

    국방부가 병영문화 개선의 일환으로 독일식 ‘국방 옴부즈맨’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27일 “경기도 연천 최전방 GP 총기난사와 같은 유사사건을 막고 군인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병영문화개선 후속대책의 일환으로 독일에서 운영하고 있는 국방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병영문화 개선 후속대책으로 11월부터 군 옴부즈맨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안을 마련해 윤광웅 국방장관의 결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년 1월까지 이 제도의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다는 일정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독일군 사병들이 자율 위주의 내무생활을 하는 등 앞으로 우리 군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흡사하다고 보고, 옴부즈맨 제도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의 김승열 차관보가 12월10일부터 독일을 방문해 국방옴부즈맨 제도의 운영 전반에 관한 자료를 수집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가 추진하는 군 의무발전계획 업무를 총괄하는 김 차관보의 독일 방문은 독일군의 선진 의무제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는 차원 외에 운영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국방옴부즈맨은 군인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군의 ‘내부지휘원칙’이 준수되도록 감독해 군을 헌정질서와 민주사회에 통합되도록 한다는 것이 주요 임무다.연방의회에서 비밀투표에 의해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선출되는 임기 5년의 국방옴부즈맨(1인)은 군인과 군인가족의 청원접수, 부대방문, 자료요청 등의 방법으로 군인 기본권 향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편 국방부는 비전투 분야의 과감한 아웃소싱을 위해 독일의 ‘GEBB’와 같은 민군(民軍)합동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으며 민자 유치를 위해 ‘국방투자전문회사법’(가칭) 제정을 장기 과제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구정이삭]

    ●서울 중랑구 28일(월) 오후 4시 구청 강당에서 2006학년도 대학입시 설명회를 개최한다. 김용근 종로학원 입시평가 실장이 2006 수능결과 분석, 논술 및 면접 준비 요령, 주요 대학 입학전형 분석 및 지원전략 등 입시전반에 대해 강연한다. 질의 응답도 진행된다.(02)490-3410.●서울 강서영상미디어센터 12월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한다.‘알고 보면 너무 쉬운 영상편집’‘포토 샵으로 쓱쓱’‘디지털 카메라 무작정 따라하기’ ‘내가 만드는 나만의 DVD’ 등 다양한 영상미디어 강의가 마련됐다. 홈페이지(www.gsmedia.or.kr)를 통해 접수할 수 있으며 수강료는 3만원이다. 마감은 각 강의당 선착순 20명.(02)3664-8485.●서울 성동구 내년 1월2일(월)부터 24일(화)까지 진행되는 ‘성동·한양 청소년 원어민 영어교실’의 참가자를 오는 30일(수)까지 모집한다. 한양대학교 국제어학원에서 운영하며, 대상은 관내 거주하는 초등학교 3∼6학년생 105명이다. 희망자는 구 홈페이지(www.sd.go.kr)를 통해 접수하면 된다. 참가비는 1인당 20만원.(02)2286-5439.●서울 관악구 평생학습센터는 중앙대학교부설 종합사회복지관이 주최하는 ‘아줌마 걸음마 창업교실’을 후원한다.24일(목)부터 다음달 8일(목)까지 매주 목요일에 구 평생학습센터 5층에서 진행된다. 대상은 관악구민 70명이며,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참가비는 무료. 신청자는 전화 또는 이메일(causwc@naver.com)을 이용하면 된다.(02)872-5802.●서울 성북구 구민들을 대상으로 걷기운동 동아리 ‘끼리-끼리’회원을 모집한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체력측정 및 운동처방, 걷기운동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참가를 원하는 구민은 구 보건소 보건행정과(02-920-1980)로 전화하면 된다.●서울 중랑구 ‘제12회 중랑 사진 공모전’을 개최하고 다음달 2일(금)까지 작품 접수를 받는다. 중랑구의 자연이나 생활상을 소재로 1인당 5점 이내에서 출품할 수 있다. 구 홈페이지(jungnang.seoul.kr)의 사진 공모전 메뉴를 통해 신청하거나 문화체육과로 직접 제출하면 된다. 금상(1명) 100만원, 은상(4명) 30만원, 동상(6명) 20만원을 12월16일(금) 시상한다.(02)490-3411.●서울 성북구 임산부와 수유부 등을 대상으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삼선보건분소에서 ‘모유수유 클리닉’ 을 운영한다. 수유 자세, 모유 보관 방법 등을 주제로 국제모유수유전문가가 진행한다.(02)920-1927.●서울 강남구 대형 버스승차대 디자인을 공모하고 다음달 1일(목)과 2일(금) 접수를 받는다. 설치 장소는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생활관)정류소이며, 규격은 길이 28m, 폭 2.5m, 높이 3m 이내로서 사업비는 8000만원이다. 대상은 ‘금속구조물창호공사업’ 면허취득자로서 설계가 가능하거나 구조물계산서 제출이 가능한 업체다. 현장설명회는 11월21일(월) 오후 3시 강남구립국제교육원(舊강남구청)1층 회의실에서 열린다.(02)548-9334∼5.●경기 부천시 오정구 보건소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 오후 1∼4시 원미구 춘의동 근로자종합복지관내 ‘부천 외국인 노동자의집’에서 외국인들에 대한 검진을 무료로 실시한다. 진료과목은 내과·치과·한방과·이비인후과·외과·안과·가정의학과 등이다.(032)320-3678.●해병대 전략캠프 오는 26일(토)부터 내년 1월 말까지 경기 안산시 대부도 청소년수련원과 전북 무주군 무주수련원에서 ‘해병대캠프’를 연다. 초등학교 2학년 이상 청소년이면 참가 가능하고 일정은 2박3일 또는 3박4일.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camptank.com) 참조.(02)2208-0335.●인천여성복지관 내년 1월 개설하는 직업·문화교실 수강생을 선착순 모집한다. 모집부문은 음식조리(한식·양식·일식), 자수, 매듭, 규방공예, 도배, 의상, 미용, 피부관리, 꽃꽂이, 생활도예, 수지침 등이다. 과목별로 20∼40명이며 교육은 내년 1∼3월 주 2∼3회 실시한다. 수강료는 월 1만∼1만 2000원.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omen-center.incheon.go.kr)를 참고.(032)425-1362.●경기 군포시 30일(수)까지 ‘생!생! 영어캠프’에 참가할 초등학교 4∼6학년생을 모집한다. 캠프는 내년 1월2일(월)부터 5박 6일의 일정으로 3주간 운영된다. 원어민 교사들과 함께 문화·미술·드라마·작문·역사 등을 통해 생활영어를 배울 수 있다. 참가자는 다음달 1일(목) 시청 대회의실에서 공개추첨을 통해 선발한다.(031)390-0685.
  • 儒林(470)-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46)

    儒林(470)-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46)

    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46) 이러한 공자의 하늘에 대한 신앙은 ‘논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도 없게 된다.(獲罪於天 無所禱也)’란 구절에서부터 공자가 위나라 영공의 부인이며 음탕하기로 유명한 남자를 만나보았을 때 자로가 불평하자 공자는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기 위해서 하늘에 두고 다음과 같은 맹세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내게 잘못이 있었다면 하늘이 버리실 것이다. 하늘이 버리실 것이다.” 이는 공자가 가장 사랑하였던 제자 안연이 죽었을 때 ‘아아, 하늘이 나를 망치는구나, 하늘이 나를 망치는구나.’하고 두 번이나 애통해 한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순자는 공자의 이러한 하늘에 대한 형이상학을 완전히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에서 내려오는 일식·월식이 생기거나 혜성이 나타나고, 이상한 기후변화가 생기면 모든 사람들이 옳지 못한 일을 해 경고하는 뜻으로 일으키는 하늘의 징조라는 전통사상까지 부정하였다. 그래서 순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일식과 월식이 생기고, 철에 맞지 않는 비바람이 일고, 이상한 기운이 나타나는 것은 어느 세상에서나 늘 있었던 일이다.…별이 떨어지고, 나무가 우는 소리를 내는 것은 천하의 변화이자 음양의 변화로 드물게 생기는 일이다. 이상하게 여기는 것은 괜찮지만 이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이처럼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분리시킨 순자의 혁명적 사상은 긍정적인 사회현상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그것은 사마천이 쓴 기록처럼 ‘무당·점쟁이에 현혹되어 길흉화복을 믿는’ 미신행위에 결정타를 날릴 수 있었다. 왜냐하면 무당이나 점쟁이 같은 미신들은 맹목적으로 하늘의 권위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순자는 ‘하늘에는 일정한 도가 있고, 땅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으니, 따라서 하늘이 사람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사람이 하늘을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순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하늘과 땅은 군자를 낳았고, 군자는 하늘과 땅을 다스린다.” 순자의 가르침대로라면 하늘과 땅을 다스리는 군자는 일정한 법칙에 따라 땅을 다스리고 백성들을 다스려야 하는데, 이 일정한 법칙이 바로 법(法)인 것이다. 법은 인간끼리 만든 약속이며, 계율이며, 다스리는 기준이며, 조화하는 법칙인 것이다. 따라서 순자는 법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소청을 처리하는 대원칙은 선한 일을 가지고 온 자는 예로써 대접하고, 선하지 못한 일을 가지고 온 자는 형벌로써 대접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잘 분별하면 어진 이와 못난 이가 섞이지 않게 되고, 옳고 그름이 혼돈되지 않는 것이다.…그러므로 공평하다는 것은 일을 하는 기준이 되고, 알맞게 조화된다는 것은 일을 하는 법칙이 된다. 법에 있는 일들은 법에 따라 처리하고, 법에 없는 일들은 전의 일들을 비추어 결정하면 소청은 바르게 처리될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법이 있어도 어지러워지는 일은 있으나 군자가 있으면서도 어지러워진다는 말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들어본 일이 없다. 옛말에 ‘다스림은 군자에게서 나오고 혼란은 소인에게서 생겨난다.(治生乎君子 亂生乎小人)’고 한 것은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다.”
  • “흡수통일땐 비용 감당 힘들 것”

    “흡수통일땐 비용 감당 힘들 것”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이 우리나라의 통일비용과 관련, 독일식으로 흡수통일을 할 경우 통일비용이 엄청나 재정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변 장관은 최근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흡수통일을 하게 되면 한꺼번에 통일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우리 정부가 서구식 흡수통일의 비용을 대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변 장관은 이어 “흡수통일은 체계를 흡수하는 것인데 독일식은 단순히 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다.”면서 독일은 해마다 국내총생산(GDP)의 4∼5% 정도를 통일비용으로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경우 동독에 비해 경제사정이 안 좋아 독일보다 비용이 더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도 했다. 북한은 인구비례로 따지면 동독의 2배가 넘고 못사는 정도로 봐도 20배나 돼 전문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흡수통일되면 GDP 10% 정도는 북한에 들어가야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줄여 잡아서 GDP 5%만 하더라도 연간 40조원 정도가 된다.”면서 “독일은 지난 15년을 이렇게 지원했고 앞으로도 15년은 더 지원해야 되는데 우리나라는 40조원 지원하라고 하면 5년도 못버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7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지난 1일 남북관계 추진과 관련한 관계장관 회의가 열렸으며 남북협력공사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공사설립 준비과정이 필요하고 재정 등을 감안, 최대한 신중하게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박정현 강충식기자 jhpark@seoul.co.kr
  • [서울戀街] (6)박물관주변 ‘국보급’ 먹을거리

    [서울戀街] (6)박물관주변 ‘국보급’ 먹을거리

    국립중앙박물관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박물관을 다 둘러봤다면 다리가 꽤 아플 것이다. 이쯤되면 맛집을 찾아가는 것보다 ‘우리집 방바닥’이 더 그립겠지만 내친 김에 근처 맛집에 들러 한끼를 해결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박물관 근처에는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전철역을 지나 이촌동으로 가거나 택시 등을 타고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으로 가야 한다.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인 이촌동은 이국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삼각지역 근처 음식점들은 겉보기엔 낡아보이지만 그만큼 사연도 많고, 맛의 전통도 깊다. “박물관 관람도 식후경?” 박물관에서도 음식·차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카페테리아·찻집 등이 9군데 있다.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며 주변 공원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식당 인력이 부족한 편이어서 안되는 메뉴도 있고, 일부 카페테리아는 이용객들이 너무 많아 입장할 수 없을 때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추천하는 곳으로 거울못 앞에 있는 거울못 레스토랑인 아리수(별관)는 서양요리를 내놓는다. 창가에 앉아 널찍한 연못을 통유리 너머로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파스타와 볶음밥류가 1만원 이내다. 저녁에는 단체 손님을 대상으로 별실 예약을 받기도 한다. 스테이크 위주의 코스 메뉴가 3만∼10만원이다. 보물 2호인 보신각종이 보이는 카페테리아인 미르뫼(동관 1층)도 전망이 좋은 손꼽히는 명소다. 박물관 정원과 조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샌드위치·김밥·우동·머핀·커피 등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는 음식을 내놓는다. 사유(동관 3층)에서는 전통 녹차인 세작·우전과 퓨전 음료인 인삼셰이크를 맛볼 수 있다. 전통찻집이기는 하지만 커피를 비롯해 얼 그레이·장미차·다즐링·키페라떼 등도 내놓는다. 음료를 시키면 모둠떡을 서비스로 준다. 한식당 한차림(서관 3층·동관 1층에 해당)은 산채비빔밥·육개장을 각각 6500원에, 버섯비빔밥 정식은 1만 8000원에 내놓는다. 원목 인테리어와 나뭇살로 만들어진 둥근 전등이 깔끔하기는 하지만, 음식은 손맛이 제대로 배어나오지 않는 게 아쉽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만남(별관)에서는 에스프레소·카푸치노 등의 음료를 판다.푸드코트(서관 3층·동관 1층에 해당)에서는 덮밥류·비빔밥·돈가스·우동·찌개류 등의 메뉴를 4000∼7000원에 판다.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이밖에 극장 ‘용’의 로비에 있는 델리숍 모란(서관 5층·동관 2층에 해당)에서는 공연 도중 휴식시간에 간단히 때울 수 있는 샌드위치나 각종 꽃잎차·허브차를 맛볼 수 있다.1544-5955.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삼각지역 주변 맛집 국립중앙박물관을 다 둘러본 뒤 동부 이촌동까지 걸어갈 힘이 없다면 지하철 2·6호선 삼각지역 부근을 찾는 것도 맛집을 찾아나서는 방법 중 하나다. 박물관 앞에서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 정도면 되고 4호선 지하철을 타도 괜찮다. 걸어서는 20∼30분 이상 걸려 박물관을 둘러본 뒤라면 조금 힘에 부칠 수 있다. 삼각지역 부근은 미군 부대와 국방부가 있어 그동안 개발되지 못했다. 부근 맛집은 여전히 낡은 2∼3층 높이의 건물에 있어 선뜻 들어서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번 빠져들면 그 맛에 취해 좀처럼 빠져나오기 어렵다. 원대구탕 평양집 건물 바로 옆은 대구탕 골목으로 불린다. 원대구탕은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원조. 국방부에 근무하던 군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대구탕·대구지리·내장탕이 6000원으로 저렴한 편. 대구탕과 지리는 다 먹은 후 공기밥을 넣어 볶아먹을 수 있다. 개운한 국물 맛이 끝내준다.717-8222. 옛집 우리은행 쪽으로 가다 신아트와 원마트 사이 골목으로 가면 국수와 김밥 등을 파는 옛집이 있다. 국수가 부족하면 선뜻 사리를 더 얹어주는 주인 할머니의 인심이 넉넉한 곳이다. 주메뉴인 온국수는 2000원이고, 비빔국수 2500원, 칼국수·수제비 3000원, 김밥은 1500원에 불과해 주머니 사정이 넉넉찮은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794-8364. 평양집 양곱창, 차돌박이, 아롱사태 등 쇠고기와 소 부산물을 주 메뉴로 하는 가게. 골목 초입에 있어 찾기 쉽다. 드럼통으로 만든 식탁에서 양념에 절인 아롱사태와 곱이 풍부한 양곱창을 먹는 맛이 일품이다. 새콤한 양념장이 별미. 곱창 1만 5000원, 차돌박이 1만 7000원.793-6866. 진설렁탕 식당 입구에 걸린 큰 가마솥이 절로 발길을 끄는 집. 건물 외벽이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이 마치 스파게티 가게와 비슷한 인상을 준다. 설렁탕(5000원), 도가니탕(9000원), 머리고기수육(크기에 따라 1만∼2만원)이 주메뉴. 집에서 곤 것처럼 맛이 깨끗하고 구수하다. 토요일에는 가게 문을 열지 않는다.793-6965. 명화원 삼각지역 11번 출구에서 30여m에 위치한 중화요리 전문점. 테이블이 7∼8개 정도밖에 없을 정도로 작지만 식사 시간에는 줄을 서서 음식을 먹을 정도로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탕수육과 짬뽕, 만두가 일품이다. 중국음식 특유의 기름기가 느끼함이 없어 식도락가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음식점이다.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다.792-2969. 아이파크 몰 호남선 종점인 용산민자역사에 들어선 종합 쇼핑몰. 박물관에서 0211번을 타면 갈 수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면 1호선 용산역이나 4호선 신용산역에서 내리면 된다.11개 스크린이 운영되는 복합영화상영관 용산 CGV11이 함께 들어서 있다. 관람료가 조금 비싸지만 기념하고 싶은 날 이용하면 좋은 ‘퍼스트 클래스 시네마 골드클래스’도 운영된다. 전자제품·의류 전문상가와 이마트, 전문 식당가가 함께 있어 쇼핑과 식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용산역 앞 홍등가를 지나거나 바라볼 때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라면 다소 민망할 수 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박물관 옆 이촌동 먹을거리 국립중앙박물관 바로 건너편에 동부이촌동이 있다.1970년대 한강외인아파트가 세워진 이후 일본인이 모여 일식집, 우동집, 로바다야키(일본식주점)가 유독 많다. 대부분 아파트 상가에 딸린 아담한 가게들이다. 동네 식당인 만큼 오랫동안 손맛을 인정받은 곳만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국철 1호선 밑의 지하 보도로 건너가거나 선로 건널목쪽으로 돌아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그래도 걸어서 10분 정도다. 동네 자체가 폐쇄적이라 주말에 외부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최근 국립중앙박물관 개관으로 조금씩 붐비고 있다. 이촌동 떡볶이 1000원짜리 떡볶이에 잘게 썬 당면이 들어간 못난이만두, 김말이만두, 야키만두(모두 300원씩)를 버무려 먹는 맛은 쉽게 잊지 못한다. 아무리 배부르게 먹어도 시내에서의 밥 한끼 값도 안나온다. 학창시절의 추억을 곱씹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특히 떡볶이 양념은 매콤하면서도 달착지근해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맛이 있다. 여기에 서비스로 주는 어묵국물맛도 추워지는 날씨와 잘 어울린다. 김밥류는 2000∼2500원, 순대는 2000원.749-5507. 금홍(金洪) 가게 바깥의 녹색 칠판에 분필로 적힌 메뉴는 마치 유럽식 카페를 연상시킨다. 고급스러운 검은색 톤의 내부 인테리어로 기존의 중국집과는 다르다는 것을 나타내려 하는 것 같다. 그렇다. 동네 중국집이라기보다는 퓨전 차이니스 레스토랑이라고 불리는 게 더 어울리는 곳이다. 칸쇼새우와 사천탕면이 인기메뉴다.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맛이 나는 닭고기 요리인 유린기(2만 8000원)와 아주 뜨겁게 그릇을 덥혀 나오는 누룽지탕(3만 5000원)이 잘 나간다. 충신교회 맞은편에도 2호점을 낼 정도로 손님이 많이 몰려온다.1호점 796-0995.2호점 794-7378. 보천(寶泉) 진한 국물에 굵은 면발을 넣어주는 일본식 수타우동이 유명하다. 가쓰오부시 국물 맛이 일품으로, 간장으로 맛을 낸 국물은 조금 진하다. 즉석에서 말아주는 김밥은 상쾌한 김 향내가 살아있다. 우동 5000원 안팎, 김밥 3000원.795-8730. 아지겐(味源) 일본인 주인이 운영하는 식당답게 오니기리(주먹밥), 오차즈케(녹차를 부은밥), 돈부리(덮밥), 야키도리(닭꼬치구이) 등 서민적인 일본식 메뉴가 90여가지에 이른다.‘안주는 한 사람당 한 가지 이상 주문 바랍니다.’라는 문구는 낯설다. 일본 음식이라 양이 적어서이기도 하지만 음식에 자신이 있다는 주인의 자부심이 읽히는 대목이기도 하다.790-8177. 와세다야(早稻田屋) 소의 부위 20여가지를 맛볼 수 있는 일식집이다. 우설(소의 혀)에 다진파, 참기름, 소금을 얹은 구이는 부드러운 맛을 자랑한다. 처녑(소의 위)을 살짝 데쳐 역시 파·참기름·소금으로만 무친 처녑 사시미는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한국의 불고기를 변형시킨 달콤한 야키니쿠도 인기메뉴다.1인분 2만원 안팎이다.796-0608. 스틱(Stick) ‘젓가락’이라는 이름대로 동남아시아의 음식들을 집합시킨 레스토랑이다. 개업한 지 반년도 안됐지만 어느새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꽤 있다. 돼지고기를 넣어 새콤한 소스에 버무린 얌운센, 깊고 담백한 맛을 내는 베트남 쇠고기 쌀국수인 퍼보, 태국식 볶음 쌀국수 팟 타이 등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식사류는 1만원이 넘지 않지만 요리는 3만원선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노천카페 분위기가 나는 베란다의 원목테이블 자리도 인기를 끌 것 같다.798-0355. 이밖에 강촌아파트 맞은편에 단(795-4700),변경(794-8482),국화(797-5251) 등 로바다야키 전문점이 몰려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지금 그곳은] 국립중앙박물관 주변 이촌동

    [지금 그곳은] 국립중앙박물관 주변 이촌동

    “우리 동네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박물관이 들어서니 당연히 좋죠. 뿌듯하기도 하고요. 애들 교육에 이만한 데가 어디 있겠어요.” 국립중앙박물관 개관을 사흘 앞둔 25일 늦은 오후. 주부 박경선(36·동부이촌동)씨는 각각 초등학교 2학년과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아들 딸을 데리고 박물관을 미리 찾았다. 개관 전 한적할 때 미리 이곳의 모습을 아이들과 함께 카메라에 담아두기 위해서다. 박씨는 “걸어서 10분 거리니까 운동하기에도 좋다.”면서 연방 셔터를 눌러댔다. 용산동 6가에 들어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은 인근 주민들의 삶도 풍요롭게 하고 있다.‘주한 미 8군’이라는 이름표를 떼고 서울의 최고 주거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문화환경 갖춰 국립중앙박물관 앞에는 ‘세계 6대 규모’와 ‘단일 최대’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국보 83호 반가사유상, 보물 527호 김홍도 풍속도첩 등 소장 유물의 질도 규모에 못지 않다. 신장·위구르 지역 등의 중앙아시아실까지 마련하는 등 다양성의 미덕까지 갖췄다. 이곳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당연히 국민 전체다. 그러나 인근 이촌동, 동부이촌동 주민들이 어느 누구보다 큰 혜택을 누리게 됐다. 먼저 미 8군 기지 대신 박물관이 들어서면서 교육·문화 환경이 국내 최고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설명이다. 원래 박물관 자리에는 헬리콥터 기지가 있었다. 일단 기지가 없어지면서 소음도 많이 줄었다. 용산구 관계자는 “박물관 자리 맞은편의 용강중이나 아파트 단지에서 헬기 소음 때문에 ‘애들이 공부를 못 한다.’는 민원이 쇄도하곤 했다.”고 말했다. ●아파트가격도 ‘강남급’ 이 곳의 발전은 이제 시작이다. 장기적으로 미 8군이 평택으로 떠나고, 그 자리에 민족공원 등이 들어설 만큼 이곳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원래 이곳은 ‘준강남’급이었다. 그러나 지금 인근 아파트 가격은 강남 부럽지 않다. 삼각지 용산자이와 용산시티파크는 평당 2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한가람, 대우 등 인근 아파트들도 평당 2000만원 가까이 된다. 국립중앙박물관 ‘프리미엄’이 상당히 붙은 수치다. 다만 요즘 부동산 거래는 거의 끊겼다. 정부의 8·31 부동산 정책의 여파 때문이다. 내놓는 주인도, 집을 보는 손님도 거의 없다. 가격도 약보합세다. 다만 박물관 개장 이후에는 어느 정도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촌동 H부동산 관계자는 “아파트 소유자들이 장래성을 보고 지켜보고 있는 추세”라면서 “연말이나 내년 초쯤에는 가격도 오르고 시장도 어느 정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대 식당가도 환영 일색이다. 인근 동부이촌동은 일식당 거리로 유명하다. 박물관 특수까지 가세하면 서울의 ‘대표 맛집 거리’로 부상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정통 일식 우동집으로 유명한 ‘보천’을 운영하는 용원중씨는 “불경기라 손님이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박물관 개관으로 장사할 맛이 날 것 같다.”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소설·산문집 들고 한국찾은 히라노

    “일본인은 신을 믿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윤리가 종교를 대신하지도 못합니다. 지금은 잘 사는 사람이 승자로 대접받고, 못사는 사람이 패자로 손가락질 당하는 경제지배의 시대가 돼버렸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이것이 작가로서 평생을 안고 갈 관심사입니다.” 1989년 교토대 법학부 재학중 ‘일식’으로 아쿠타카와상 최연소 수상기록을 세우며 일본 신세대 문학의 기수로 떠오른 히라노 게이치로(30). 우리말로 번역된 ‘일식’‘달’로 국내에도 상당수 팬을 확보하고 있는 그가 산문집 ‘문명의 우울’(염은주 옮김)과 장편소설 ‘장송’(전2권·양윤옥 옮김, 문학동네 펴냄)의 번역 출간과 강연회 참석차 방한했다. ‘문명의 우울’은 한 일간지에 2년 간 연재한 글을 묶은 것으로, 시사적인 현상과 사건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분석한 에세이집.‘장송’은 1848년 2월 혁명을 전후한 프랑스 파리를 무대로 쇼팽, 들라크루아, 조르주 상드 등 낭만주의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을 그렸다. 1년간의 자료수집과 3년간의 집필과정을 거쳐 탄생한 ‘장송’(2002년)은 낭만주의 예술철학을 다룬 예술가 소설이자 심리소설이며, 당대 사회상을 세밀하게 묘사한 풍속소설의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에 맞춰 발자크, 플로베르 같은 19세기 작가들의 문체를 염두에 둔 점도 흥미롭다. 신에서 인간으로, 전통에서 현대로 이행하는 유럽 근대화시기는 문명의 폐해와 물질만능주의로 위기에 처한 오늘날의 풍경과 자연스레 겹쳐진다. 국내에서 인기있는 일본 작가들의 작품이 주로 섬세한 심리묘사와 감성에 무게중심을 둔 반면 그의 소설은 진지한 주제의식과 작품마다 자유자재로 변하는 문체의 다양함을 무기로 삼고 있다.“한살 때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는 그는 다음 작품에서 ‘살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1년 간 프랑스 파리에 머물다 지난 8월 돌아온 그는 고향인 교토를 떠나 현재 도쿄에서 살고 있다.27일에 이어 28일 오후4시30분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이야기-전달한다는 것’을 주제로 강연회를 연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Leisure+α] 초가삼간 집을 짓고… 영차영차!

    [Leisure+α] 초가삼간 집을 짓고… 영차영차!

    한국민속촌에서는 20일부터 11월6일까지 초가집 지붕을 만드는 체험행사를 갖는다. 짚으로 이엉엮기를 비롯해 용마름틀기, 새끼꼬기, 헌 지붕 벗기기, 이엉이기, 새끼줄 돌리기, 용마름 올리기 등의 과정을 한국민속촌 기능장과 함께 무료로 체험해 볼 수 있다.(031)288-0000,www.koreanfolk.co.kr ●연예인 4인방 모터스포츠 레이스 2005 BAT GT 시리즈가 오는 23일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열리는 챔피언결정전(7전)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번 경기는 총 7전으로 구성된 시리즈의 마지막 경기. 지난 6전까지의 결과 ‘투어링 A’의 김영관(KTdom)만이 종합 1위로 확정되었고 나머지 종목은 이번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결정된다. 완주만 하면 국내 모터스포츠사상 첫 여성 챔피언이 되는 강윤수(타키온)와 연예인팀의 안재모, 류시원, 최재훈, 이동훈 등 4인방의 마지막 레이스가 기대를 모은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자세한 내용은 kmrc.co.kr ●한강둔치서 불꽃축제 두배로 즐기기 63시티는 22일과 29일 양일간 63빌딩 앞 한강둔치에서 펼쳐지는 ‘2005서울세계불꽃축제’를 맞아 편안하게 식사를 하며 불꽃놀이를 감상할 수 있는 ‘Kiss On The Fire’ 상품을 판매한다. 식사는 중식(57층 백리향), 일식(56층 와꼬), 양식(59층 워킹온더클라우드) 등 다양한 레스토랑에서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요리 외에 와인 2잔이 무료로 제공된다. 금액은 2인 기준 19만 8000원.(02)789-5558,www.63.co.kr ●한강 경관 오감으로 느껴봐요 한강유람선을 운영하는 한리버랜드는 오는 11월25일까지 유람선이 곁들여진 오감체험 학습프로그램을 패키지로 운영한다. 잠실을 순환하는 한강유람선을 타고 한강의 다리 등 한강과 주변 경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1시간 동안 한강을 직접 돌아본다. 또 잠실선착장 체험관(진주나루)에서는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창의력 발달과 감성개발에 도움을 주는 재미있는 감각놀이를 통해 5가지 감각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02)3271-6900,www.hanriverland.co.kr ●수준높은 애완동물 문화 체험 2005 국제애완동물 용품박람회(KOPET)가 11월4∼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7개국 80여개사가 참가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수준 높은 애완동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다양한 애완동물을 볼 수 있는 ‘애완동물관’을 비롯해 ‘용품·액세서리관’‘설비·장비류관’‘기타 서비스관’으로 나눠 애완동물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준다.28일까지 홈페이지(www.kopet.com)에서 신청을 하면 입장권 4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계의 장난감 홍콩에 모였다 자유여행사(www.freedom.co.kr)는 홍콩 여행과 해외 장난감 시장을 관람할 수 있는 ‘홍콩 국제장난감박람회 2박 3일’ 상품을 판매한다. 박람회에서는 전세계의 선물용품, 완구류, 크리스마스 용품 등 다양한 장난감과 선물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동양 최대의 레저타운인 해양공원과 빅토리아 피크에서 ‘백만불’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출발은 19·20·21·22·26·27·28일 7회, 요금은 54만 9000원부터.(02)3455-0005.
  • 유행보다 튀어라

    유행보다 튀어라

    1997년 말에 시작된 외환위기를 겪은 뒤 퇴직자들이 늘면서 창업 붐이 일었다. 가맹점을 모집해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는 프랜차이즈 전문업체들도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가 수없이 사라졌다. 최근 소자본 프랜차이즈 창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고 있다. 경기회복의 조짐도 보이고 저금리 덕분에 사업자금 마련에도 여유가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97년 말에 시작된 외환위기를 겪은 뒤 퇴직자들이 늘면서 창업 붐이 일었다. 가맹점을 모집해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는 프랜차이즈 전문업체들도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가 수없이 사라졌다. 최근 소자본 프랜차이즈 창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고 있다. 경기회복의 조짐도 보이고 저금리 덕분에 사업자금 마련에도 여유가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행을 놓치지 마라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변신하고 있다. 과거처럼 똑같은 브랜드와 음식 종류, 판매 기법 등을 고집하지 않는다. 손님의 기호 변화에 더욱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창업 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18일 창업 컨설팅업계에 따르면 치킨점은 맛과 기호에서 변화를 거듭했다. 단순한 튀김 닭에서 바비큐식 통닭, 이어 매콤한 양념을 곁들인 양념통닭이 인기를 끌더니 최근에는 지독히 매운 양념에 범벅한 ‘불닭’이 휩쓸고 있다. 신세대를 중심으로 손님들이 늘 새로운 맛을 원하기 때문이다. 변화에 맞추지 못한 통닭집은 문을 닫았다. 이를 반영해 최근 죽 전문점에서 아메리칸 커피를 팔고, 냉면과 칼국수를 한 접시에 내놓으며, 일식 초밥과 이탈리아식 스파게티를 동시에 파는 복합매장이 등장했다. 이를 겨냥한 프랜차이즈 전문업체들도 생겼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민속주점, 호프집, 일식 구이점 등과 같이 다른 성격의 전문점을 한 프랜차이즈 업체가 관리하며 주변의 여건과 소비자 기호의 변화에 따라 맞춤식으로 점포가 변할 수 있는 ‘변신 프랜차이즈점’도 등장했다. 이들 프랜차이점들은 대부분 ‘3년 이상 머물지 마라.’를 모토로 내걸었다. ●통념을 과감히 깨라 가맹점을 모은 뒤 관리를 못해 슬그머니 사라진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특징은 소비자에게 깊은 맛을 전하지도 못하면서 동일한 맛과 판매 방식만을 고집했고, 이를 가맹점에 강요했다는 점이다. 브랜드를 앞세운 반짝 인기 덕분에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돈을 벌었지만 막상 장사를 하는 가맹점들은 가맹점 가입비와 인테리어 비용 등만 날리고 마는 경우도 생겼다. 국내에서 인기를 잃은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중국 진출을 대안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변신 프랜차이즈 업체의 대표 주자인 ‘성암푸드시스템(대표 손종선)’이 내세우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행은 ‘일본→부산→서울 강남→서울 강북→전남→대전’ 등으로 이어지는데, 일본에서 대전까지 이르는 기간이 10년쯤 걸린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부산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이를 전국에 똑같은 모델로 보급하려 한다면 뜻밖의 냉담한 반응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설명이다. 한때 부산에서 색다른 실내장식과 깔끔한 안주 등으로 인기를 모았던 J생맥주 전문업체가 다른 지방에선 철저하게 외면받은 예를 근거로 삼는다. 시대의 변화에도 빨라야 한다.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는 구워먹고, 즉석에서 튀겨먹고, 뚝배기에 푸짐하게 담아 먹지만 2만달러 시대에는 색다른 분위기 속에서 나만의 맛을 즐긴다. 따라서 ‘제주흑돼지삼겹삽(단순한 예에 불과함)’ 등과 같이 상호에 지역명, 음식의 특징 등이 함축된 전문점이 꾸준한 인기를 누리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손님의 변화에 나를 맞춰라 성암푸드시스템은 대학가 주변을 노린 생맥주점 ‘모야’, 직장인을 겨냥한 일식 구이점 ‘니또내’, 주변지역의 여건을 고려한 퓨전 민속주점 ‘부치미’ 등 3종의 주점을 운영한다. 술과 본 안주는 뷔페식으로 했다. 본점에선 기본 안주 40종을 갖추고, 가맹점은 지역 여건을 고려해 15종만 선택한 뒤 테이블에 모두 내놓는다. 손님에게 고르는 재미를 주기 위해서다. 가장 큰 특징은 가맹점 가입비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본점과 가맹점은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관계다. 특정한 인테리어를 강조하지도 않는다. 여건 변화에 따라 실내장식을 순발력있게 바꾸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초기 창업자금이 적게 드는 편이다. 본점이 가맹점에 대한 ‘하드웨어’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대신에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반드시 따르도록 조건을 붙였다. 즉 가맹점은 점포를 운영하는 방식, 손님을 대하는 법, 반(半)조리 공급 원료의 품질 유지 등에 대해선 본점으로부터 계속 관리받고 상의해야 한다. 가맹점이 동의하면 주방장도 본점에서 파견한다. 이는 본점이 가맹점의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맞춤식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설계는 수시 점검을 통해 언제든지 바뀐다. 본점은 인테리어 비용 등을 강요하며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가맹점 주인이 점포를 운영하며 불편한 점을 호소했을 때 이를 해결해주는 대가로 수익을 얻는다. 홍보비, 허가 대행비, 용품 구입비 등이 이에 속한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대박 사장님의 ‘변신 철학’ “10년 장사하면 3년만 돈 번다는 옛말이 틀린 말이 아닙니다.3년만 돈을 번 뒤 변신한다면 또 다른 3년을 낚아챌 수 있습니다.” 성암푸드시스템 손종선(47) 대표는 18년 장사 경험에서 터득한 독특한 ‘변신 철학’을 내놓았다. 그는 “창업하면 처음 3년은 적자를 보고 이어 4년은 그럭저럭 장사하다 나머지 3년에 비로소 돈을 버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면서 “이제 앞의 7년은 전문가 집단인 프랜차이즈 본점에서 책임질테니 가맹점 주주들은 뒤의 3년만 장사하다 다음 3년을 찾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장사가 잘 안 되면 흔히 주인은 자신의 눈에 거슬리는 물건 탓을 하며 돈을 들여 간판이나 실내장식을 바꾼다.”면서 “그러나 손님이 원하는 것은 요란한 간판이 아니라 늘 변하는 입맛에 맞게 음식에도 신선한 느낌을 담아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식만 바꾸면 프랜차이즈 본점만 돈을 번다.”며 혀를 찼다. 그는 “가맹점 가입비, 인테리어 비용 등에서 수익을 내지 않으면 ‘어디서 돈을 빼먹느냐.’고 사람들이 묻는다.”면서 “가맹점 주주들이 장사를 하다 보면 점포의 사정에 따라 전기가 더 필요할 수도 있고, 불량배들이 귀찮게 할 수도 있으며, 인·허가 문제 등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를 해결해주고 대가를 받아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장사를 처음 시작할 때 흔히 아이템부터 찾고, 본인의 능력이 맞는지 등을 고민한다.”면서 “아이템은 얼마 뒤에 다른 아이템으로 바꿀 것이기 때문에 그리 중요하지 않고, 무리하게 욕심부리지 않으면 저절로 (사업은)키워진다.”고 충고했다. 손 대표는 대학에서는 경영학과를 전공했다. 졸업 후 해보지 않은 음식·유흥업종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가게를 차렸다. 맨처음 손 댄 ‘룸살롱’만 망했을 뿐 삼겹살 구이점, 뷔페, 생맥주점, 감자탕 전문점 등은 비교적 장사가 잘돼 업종을 계속 추가한 셈이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부고]

    ●남승호(전 전남도의회 의원)씨 별세 기창(서울신문 지방자치뉴스부 기자)기성(사업)지숙(학원 강사)희숙(장흥군 공무원)현숙(학원 강사)씨 부친상 18일 전남 장흥군 장평면 탑동리 자택, 발인 20일 오전 10시 (061)862-3270●이종옥(전 서울경찰청 공보계장)씨 별세 18일 국립경찰병원, 발인 20일 오전 9시 (02)431-4400 ●이한열(전 주택은행 부행장보)씨 별세 동우(헬씨메이트 대표)씨 부친상 김정준(윤호병원 안과과장)씨 빙부상 1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0일 오전 9시 (02)3410-6914●백명호(전 해운공사 전무)씨 별세 기욱(자영업)지웅(주피터프로젝트 실장)혜원(미국 거주)씨 부친상 18일 한양대병원, 발인 20일 오전 6시 (02)2290-9457●전수천(설치미술가·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씨 모친상 18일 전북 정읍 아산병원, 발인 20일 오전 10시 (063)530-6703●최요한(서울신일고 교사)씨 부친상 18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20일 오전 10시 (02)392-3499●정병소(지산 회장·전 주택은행 부행보)병원(대업 대표)병천(지산 〃)씨 모친상 변재철(건일식품 대표)김영규(대영 〃)씨 빙모상 1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0일 오전 9시 (02)3410-6915●반상조(일본삼성 상무)씨 빙부상 1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병원, 발인 19일 오전 8시30분 (031)902-5499●윤영관(전 외교통상부 장관)영찬(동아일보 정치부 차장)씨 부친상 김학윤(감사원 감사관)최동식(사업)김문수(한국자산관리공사 팀장)씨 빙부상 18일 서울대병원, 발인 22일 오전 7시 (02)2072-2091●김학률(전 현대산업개발 고문)씨 별세 승준(공인회계사)씨 부친상 1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0일 오전 7시 (02)3010-2239●김상근(시원스튜디오 대표·전 중앙일보 출판국 차장)상철(사업)씨 모친상 1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0일 오전 9시 (02)3410-6917
  • 양재IC 인근 할인점 저렴은 기본

    양재IC 인근 할인점 저렴은 기본

    강남지역 할인점은 다를까. 달랐다. 비싸지만 맛있는 육류, 생선, 와인이 많았다. 못생겼지만 몸에 좋은 유기농 채소가 가득했다. 스포츠·건강용품도 다양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IC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코스트코홀세일, 신세계 이마트, 농협 하나로클럽을 비교·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각 매장의 특징을 짚어본다. 미국계 회원제 할인점인 코스트코홀세일 양재점은 모든 것이 ‘대형’이다. 상품은 물론 매장, 천장, 복도, 카트가 넓고 크다. 심지어 시식하라며 주는 과일, 빵, 과자 조각도 큼직했다. ●매장·카트·시식품 등 대형 일색 매장에 들어가려면 회원카드가 필요했다. 연회비는 3만 5000원.10월14일에 신청하면 내년 10월31일까지 회원으로 등록된다. 회원은 비회원 2명까지 데리고 쇼핑을 즐길 수 있다. 회원수는 50만명 남짓. 마케팅팀 김경환 팀장은 “회비로 직원 월급과 매장운영비를 충당한다.”며 싼 가격의 비밀을 털어놨다. 회원 탈퇴를 원하면 언제든지 연회비를 돌려준단다. ●탈퇴 회원엔 연회비 반납 코스트코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그러나 ‘싸구려’는 없다. 소비자가 많이 찾는 상품만을 모아 5∼20% 저렴하게 판매한다. 그래서 취급상품이 4000여가지에 불과하다. 매장에는 겨울옷과 크리스마스 용품이 가득했다. 인테리어·홍보·고객 서비스에 돈을 쓰지 않는다. 매장은 콘크리트 빛깔 그대로였다. 천장이 8.6m에 달하는 것도 따로 창고가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눈이 머무는 곳은 진열대로, 그 위는 창고로 활용한다. 광고가 없고, 물건을 골라주거나 주차를 돕는 직원을 만나기도 어렵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100% 환불 대신 구입상품의 교환·환불에 철저하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100% 환불해 준다. 주부 김경수(37)씨는 “교환이나 환불이 쉬워 옷을 자주 구입한다.”고 말했다. 직수입품 덕에 냉동과일·야채, 치즈, 보석류, 와인, 맥주가 다양하다.2000만원을 웃도는 시계도 진열하고 있다. 용량이 적은 상품은 묶어서 내놓는다.2ℓ짜리 오렌지주스 4묶음(7990원), 슬라이스 치즈 130개들이(1만 5990원),1.6ℓ짜리 맥주 6병(2만 990원) 등이 대표적이다. 지하 푸드코트에서 파는 카페라떼(1000원)와 피자(1만 2500원)가 일품이다. 현금이나 삼성카드만 받는다. ●와인·유기농·골프 전문코너도 마련 코스트코 맞은편 하이브랜드 지하에 자리잡은 이마트 양재점은 고급스럽다. 지하지만 흰색으로 도색하고 조도를 1600∼1700룩스로 올려 밝고 상쾌한 느낌이다. 직원도 백화점만큼이나 친절하다. 매장 곳곳에서 허리를 곧게 세우고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다. 상품 수는 6만 5000여가지. 많이 찾는 신선식품을 맨 끝쪽에 배치했다. 길목에는 프리미엄급 전자·생활용품을 진열했다. 와인, 유기농, 골프 전문 코너도 따로 마련했다. 와인전문점에선 프랑스 페트뤼스 와인(113만 9000원)과 더불어 샤토 무통 로쉴드(132만원) 등 유명한 와인이 기다린다.10만원 이상만 40여가지, 단품수도 250가지를 웃돈다. 유기농 전문점인 올가홀에는 야채와 과일이 빼곡하다. 가격이 비씨자만, 매출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골프 전문점의 월매출은 1억∼1억 5000만원. 중식·일식·한식 도시락 등 즉석요리가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다. 초밥도 개별 포장해 300∼700원에 판매한다. 과일에는 당도를 표시한 이름표를 달아놓았다. 표준은 13도. 맛이 없으면 교환해준다. 양재점의 하루 방문자는 5000∼9000명이고, 소비자 1인당 쇼핑단가는 6만 5000원. ●믿을 수 있는 우리 농산물 즐비 20∼30대가 이마트를 간다면 40∼50대는 하나로클럽을 찾는다. 믿을 수 있는 우리 농산물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로클럽이 지난 8월 리뉴얼을 통해 고급 할인점으로 변신했다. 넓고 환한 매장에 특색을 갖춘 전문매장이 쇼핑을 즐겁게 한다. ●수유실·어린이 놀이터 설치 푸트코트와 어린이 놀이터·수유실을 설치하고, 계산대도 50개로 늘렸다. 여전히 바나나, 오렌지 등 외국 농산물은 없다. 키위, 자몽, 멜론도 우리 농장에서 재배한 것들만 판다. 심순섭 지사장은 “하나로클럽마저 수입 농산물을 취급하면 우리 농민이 정말 설 곳이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나로클럽의 최대 강점은 다양한 식품. 매출의 88%를 차지한다. 냉장온도를 유지한 야채·과일 매장에는 소포장한 채소 450종이 진열돼 있다. 산지에서 올라온 식품을 직원들이 옆방에서 나눠 포장한 것. 백화점만큼이나 깔끔하다. 주부 이은미(58)씨는 “식품의 원산지가 분명하고, 믿을 수 있어 매장을 자주 찾는다.”면서 “소포장이 많아 간편하다.”고 말했다. 친환경 매장은 100평 규모. 생산자 실명제를 통해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임을 강조한다. 나물과 야채 과일이 빠짐없이 들어와 있다고 마케팅팀 이유신씨가 전했다. 햇밤은 농협에서만 판매하는 유기농 식품이라고. 축산물은 DNA 검사를 통해 순수 국산 한우만 판매한다. 수입품은 없다.‘이력 추적시스템’을 도입, 소비자가 상품의 출생에서 사육·유통과정을 알 수 있도록 했다. 계란이나 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쌀 480가지 취급 하나로클럽은 쌀만 480가지나 다룬다. 웰빙 열풍에 힘입어 ‘즉석방앗간’이 인기를 얻고 있다. 벼 껍질을 완전히 벗겨 백미를 만들지 않고,5분,7분,9분만 쓿는다.2만원만 주면 홍삼도 달임방에서 48시간동안 달여준다. 특산물 매장에는 할인점, 백화점에서 보기 힘든 상품이 즐비하다. 쑥환, 산수유환, 누에가루, 호두기름 등이 보인다. 본매장 밖에 자리한 명품관(12평)에는 최고급 농특산물을 모았다.30년 이상된 야생상황버섯(1500만원), 손재리김(9만 6250원), 서면농협 도원한우(12만 6774원), 계란 10개(3980원) 등 80여가지. 명절선물로 인기가 높단다. 심 지사장은 “주차 공간을 더 확보하고, 인터넷 쇼핑몰을 활성화해 농산물 전문매장으로 입지를 굳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미국인 ‘뿌리찾기’ 열풍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미국인 ‘뿌리찾기’ 열풍

    미국인들이 조상의 ‘뿌리’를 찾는데 열중하고 있다. 워싱턴 시내에 위치한 마틴 루터 킹 기념 도서관의 2층 역사 서적 열람실을 방문하면 특별전시 중인 계보학(Genealogy) 관련 각종 서적을 만나게 된다. 이 도서관은 10월을 ‘가족 역사의 달’로 지정했다. 도서관의 주된 고객인 흑인들에게 그들의 혈통과 조상이 어디서부터 기원되는가를 찾아볼 수 있도록 관련 서적을 제공하거나 방법도 가르쳐 주고 있다. 또 가족의 계보를 찾을 수 있는 각종 자료공급처를 모아 책자도 만들었다. ■ 73%가 “조상이 궁금”…관련서적만 1만6564종 |워싱턴 이도운특파원| 미국인들이 조상을 찾는데 가장 유용한 자료는 각종 정부 기록보관소다. 이곳에 보관된 연금, 토지거래 등 정부의 각종 공식 문서에서 조상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또 이민국의 기록과 정부의 공식 인구 통계인 센서스, 군 복무 자료도 중요한 정보원이다. 최근에 등장한 인터넷은 미국인들의 조상 찾기 확산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 왔다. 인터넷 조상 찾기 사이트인 앤세스트리닷컴 등은 양적·물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계속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가계를 찾아 입력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해마다 새로 선보이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가족 계보와 관련한 서적은 무려 1만 6564종이나 된다. 마케팅 전문회사 마켓 스트레티지와 계보찾기 사이트 마이패밀리닷컴이 지난달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73%가 가족의 역사에 대해 알기를 원한다고 답변했다. 마틴 루터 킹 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 내에 흑인들의 조상 찾기와 관련한 강좌가 개설됐었으나 현재는 도서관 밖에서도 이같은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다.”면서 “아프리카에서 온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조상찾기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서도 조상 찾기에 관심이 더욱 큰 민족은 아일랜드인과 유대인, 폴란드인, 이탈리아인, 독일인 등이라고 한다. 이들은 미국의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자기 민족의 조상 찾기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dawn@seoul.co.kr ■ 다이안 오코너 미국계보연구회 사무국장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상의 뿌리를 찾는 것은 인종과 지역을 초월한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자리잡은 미국계보연구회(National Genealogy Society)의 다이안 오코너 사무국장은 “어느 가족에게나 전설은 있고 그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 인간 본능”이라고 말했다. 연구회는 미국인 계보와 관련된 데이터베이스들을 정리하고 조상의 뿌리를 찾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자료를 찾고 이용하는 방법도 정기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미국인들이 왜 조상 찾기에 열중하나. -미국은 이민 사회다. 여러 민족이 모여 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자기의 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또 입양된 미국인들은 성장하면서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어한다. 뿌리를 찾는 것은 이 사회에서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보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다. ▶조상의 뿌리를 알게 된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자신의 조상이 ‘왕’과 ‘왕비’였을 것으로 믿고 싶어한다. 그러나 찾고 보면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의 자손이다(웃음). 그런데 일단 뿌리 찾기를 시작하면 갈수록 그 일에 심취하게 된다. 왜냐면 한 사람의 새로운 조상을 찾아내게 될 때마다 그만큼 알아내야 할 일이 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양파를 벗기는 것과 같은, 끝나지 않는 작업이다. ▶서로 모르는 사람이 같은 조상을 찾게될 수도 있을 텐데. -그렇다. 그들은 서로 모임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조상이 같아도 현재의 후손들은 비슷한 것은 아니다. 중간에 다른 인종이 들어오기도 하고 해서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다. ▶계보학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서유럽에서는 이미 수백년전부터 시작됐다. 가족들의 기록을 남기려는 전통이 있었던 것이다. ▶계보를 찾는데 출신 지역이나 인종별로 다른 점은. -유럽의 경우는 나처럼 다양한 조상을 갖고 있다. 반면 아시아쪽은 상대적으로 복잡하지 않은 곳도 있다. 인도의 경우는 매우 단순하더라. 대부분이 몇개의 큰 패밀리에 속해 있다. ▶인터넷이 계보를 찾는 데 큰 영향을 미치나. -물론이다. 예전에는 조상의 뿌리를 찾기 위해서는 조상이 살던 지역을 방문하지 않으면 안됐다. 또 관청이나 도서관, 신문사에 가서 가족과 관련한 자료를 일일이 찾아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워싱턴에 앉아서 스코틀랜드의 자료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은 계보학을 학자들만의 연구 대상에서 모든 이의 관심사로 바꿔 놓았다. ▶계보 찾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아일랜드의 경우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에 정복을 많이 당했기 때문에 기록이 많이 사라졌다. 아마 한국과 베트남 같은 나라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건국 초기부터 기록이 잘 보관되어 있는 편이기 때문에 좋은 여건을 갖고 있다. ▶미국 내에서 한국인 등 아시아인의 계보는 그다지 많을 것 같지 않은데. -그렇지 않다. 샌프란시스코 옆에 ‘에인절 아일랜드’가 있다. 그곳이 미국 건국 초기에 이민오는 아시아인들의 집합소였다. 마치 뉴욕의 ‘앨리스 아일랜드’가 유럽 이민자의 창구였던 것처럼. 그곳에 가면 한국인 초기 이민자들의 기록이 많아 남아 있을 것으로 본다. dawn@seoul.co.kr ■ 미국인들 姓의 유래 |워싱턴 이도운특파원| 조상의 계보와 밀접하게 연계된 것이 이름이다. 미국인의 성(姓)만 알아도 어느 정도 그의 뿌리를 짐작할 수 있다. 출신 국가가 달라도 대체로 작명법은 비슷해 아버지의 이름이나 직업 등에서 유래된 이름이 많다. 오닐(O’Neil)처럼 이름 앞에 O’가 들어간 경우는 아일랜드 사람이 대부분이다.O’는 ∼출신이라는 의미를 갖는 접두사로 오닐은 닐의 자손이라는 뜻이다. 맥그리거(MacGregor)는 그리거의 아들이라는 스코틀랜드인의 이름이다. 윌리엄슨(Williamson)은 쉽게 짐작이 가는 대로 윌리엄의 아들이라는 영국 이름이다. 피터센(Petersen)은 같은 이치로 피터의 아들이라는 덴마크식 이름이며, 자노위츠(Janowicz)도 자노의 아들이라는 폴란드식 이름이다. 멘델손(Mendelssohn)이란 독일 이름과 안토네스쿠(Antonescu)라는 루마니아 이름도 모두 멘델과 안톤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작명들이다. 조상의 직업을 따라 만든 이름도 출신 지역을 짐작하게 만든다. 베이커(Baker)와 베커(Becker), 블랑저(Boulanger), 포르나리(Fornari), 피카르츠(Piekarz)라는 이름을 들으면 그들이 각각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출신이며 그들의 조상을 빵을 굽던 사람들이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만일 이름이 지명과 관계된 것이면 잉글랜드 출신일 가능성이 크다. 잉글랜드에서는 처음 성을 붙일 때 살던 지역의 특성을 갖다붙였기 때문이다. 힐(Hill)이나 밀(Mill), 우드(Wood), 리버스(Rivers), 애트워터(Atwater), 그린(Green) 등이 거기에 해당한다. 미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에는 현재 150만개의 성이 있다. 가장 많은 성이 스미스로 1990년대말 당시 미국에는 무려 220만명의 스미스가 살고 있다. 여기에는 스미스와 마찬가지로 ‘대장장이’라는 뜻을 가진 독일인 슈미트와 이탈리아인 페라로, 러시아인 쿠즈네트조프의 이름이 녹아들어가 있다. 특히 독일에서 건너온 미국인들의 경우 1·2차 세계대전 당시 주위의 편견 때문에 독일식 이름을 버리고 영국식 이름으로 바꾼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dawn@seoul.co.kr
  • [송두율칼럼] 독일통일을 잊자

    [송두율칼럼] 독일통일을 잊자

    독일통일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주제는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신선한 주제는 아닌 것 같다. 그동안 많은 책과 연구논문, 그리고 크고 작은 학회나 토론회가 이 주제를 다루었다. 그런데 독일통일 15주년을 맞아 그러한 주제를 또 다루는 학술토론회에서 필자는 강연을 하게 되었다. 진부하게 들리는 주제지만 통일이라는 주제는 흡사 ‘영원의 철학’처럼 아직은 우리 모두에게 다가서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또 다른 장벽인 ‘휴전선’이 무너질 시간을 나름대로 자신 있게 예언했던 그 많은 주장들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는 독일통일의 부정적인 후과(後果)를 강조하고 독일통일을 우리 통일의 반면교사로서 볼 것을 요구하는 주장들이 대신 들어섰다. 한편에서는 독일식 흡수통일에 대한 경고로서,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른바 ‘한탕주의’에 기초한 감상적 통일론에 대한 경고로서 그러한 주장들이 제기되었다. 우리의 통일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어떤 식이든지 우리는 대개 독일통일을 먼저 떠올리며 그로부터 한반도의 통일문제를 유추(類推)하게 된다. 물론 베트남의 통일도 한때 그러한 유추의 대상이었으나 오래 전부터 우리의 뇌리로부터 사라졌다. 우리의 사고활동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추는 비교하는 대상간의 복잡한 내적 요소들과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이를 둘러싼 환경을 비교해야만 한다. 그러나 완전한 신과 불완전한 인간사이의 유추처럼 대칭적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비교대상들을 전체로서 유추해보는 이른바 ‘수식적 유추’가 독일과 한반도통일의 비교연구를 강하게 지배해왔다. 이로 인해 합리적인 분석에 의거한 유추보다는 대개 선언적인 내용들이 먼저 자리잡은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과학이라는 이름 밑에서 자연과학적인 엄밀성을 모범으로 한 여러 가지 사회과학적 연구방법을 동원해서 독일통일에서 한반도통일을 유추해보려는 시도도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많은 경우 햇볕정책 그리고 이의 구체적인 결실이었던 6·15공동선언도 일종의 감상적 통일의 표현으로 보려고 한다.‘뭉치면 죽는다.’는 식의 탈현대적(脫現代的)인 역설까지 동원해서 이른바 ‘퍼주기’식의 통일정책을 비판한다. 그토록 정교하게 구성된 서독학계의 합리적 분석들도 독일통일을 예견치 못했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보여주었듯이, 그러한 ‘과학적’시도도 기본적으로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지나치고 있다. 구조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이를 혁파하려고 부단히 움직이는 인간주체의 능동적 역할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 민족통일문제도 일종의 사회공학(工學)적인 문제로만 여기게 된다. 이 점에서는 당시 동독의 학계도 마찬가지였다. 계획이 곧 합리성이라고 오해했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동독체제에 등을 돌린 이른바 1989년 가을의 ‘탈출혁명’을 예견할 수 없었다. 하나의 사건처럼 불쑥 다가온 통일은 한때 축제의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이는 곧 지루한 일상생활 속으로 녹아들었다. 물리적 장벽을 허무는 작업에는 무엇보다도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마음의 장벽이 저절로 사라지지도 않았다. 바로 이렇게 사건과 일상성이 뒤얽혀 전개되는 삶의 세계로서 통일은 우리에게 현실과 꿈, 물질과 사람, 객관과 주관으로 단순히 갈라 볼 수 없는 하나의 원초적(原初的)인 세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상기시킨다. 이 세계는 분명 고향처럼 우리 모두가 하나였던 그 때를 기억토록 만든다. 고향은 과거를 되살리는 세계다. 그러나 이 원초적인 세계로서 통일은 더 이상 그러한 ‘과거의 고향’이 아니라, 우리 중의 어느 누구도 아직까지 밟아보지 못한 ‘미래의 고향’을 의미한다. 통일이 바로 이러한 미래의 고향이기에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풍부한 상상력을 항상 요구한다. 바로 이 풍부한 상상력을 훼파(毁破)시켜온 독일통일로부터 우리 스스로도 이제는 해방되어야만 한다.
  • [사설] 통일준비 필요성 보여준 統獨

    동·서독이 통일된 지 어제로 15년이 됐다. 통일 후 독일은 여러 면에서 곤경에 처해 있다.‘유럽의 기관차’로 불리던 경제는 2류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동·서독 주민간 메워지지 않는 생활격차가 정치·사회적 후유증을 양산하는 상황이다. 통일독일의 사례는 우리에게 남의 일이 아니다. 한민족통일, 한반도평화를 연착륙시키는 데 있어 소중한 간접경험이다. 하나가 된 독일은 통일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서독 정부는 우리보다 광범위한 통일대비를 했었다. 동독에 대한 과감한 경제지원과 인적 교류를 추진했었다. 그럼에도 경제적 수준차를 좁히지 못한 채 통일이 되었다. 통일 이후 15년 동안 동독지역에 15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었음에도 격차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투입자금 대부분이 경제개발보다는 동독주민의 사회보장비용으로 들어갔다. 통독 당시 서독의 1인당 GNP는 동독의 2.5배였다. 지금 남북한의 1인당 GNP 격차는 10대1에 이르고 있다. 특히 남북한은 직접 전쟁을 벌였고, 더 장기간 단절되어 있었다. 이런 정황을 감안, 정부도 이제는 독일식 흡수통일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연방제, 국가연합 등 과도체제를 거치거나 시간을 갖고 유럽연합(EU)식 경제공동체를 동북아에서 구현시킬 방안을 짜고 있다. 옳은 판단이라고 본다. 하지만 통일은 의외로 빨리 다가올 수 있다. 북한이 경제·사회 수준을 높이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 우리가 북한을 지원하는 데 두가지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북핵 해결을 비롯, 군사·정치적인 문제가 풀려야 한다. 둘째, 북한 지원은 결국 통일비용으로 남측에도 도움이 된다는 국민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6자회담 타결이 한국에만 최대 120조원의 경제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북 에너지 지원에 10조원 이상을 써도 10배의 수익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과감한 대북 지원이 몇십년 후 수십, 수백조원을 절약한다는 논리를 객관적으로, 설득력 있게 만들어 국민에게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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