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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 문재인 대통령 2021년 신년사

    [전문] 문재인 대통령 2021년 신년사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올해 우리는 온전히 일상을 회복하고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으로 새로운 시대의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발표한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는 지난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고 성장률로 GDP(국내총생산) 규모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하는 등 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미래가 밝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래는 신년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신축년 새해를 맞았습니다. 희망을 기원하면서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새해가 새해 같지 않다는 말이 실감 납니다. 코로나와의 기나긴 전쟁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생명과 안전이 여전히 위협받고, 유례없는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일상의 상실로 겪는 아픔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고난의 시기를 건너고 계신 국민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새해는 분명히 다른 해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함께 코로나를 이겨낼 것입니다. 2021년은 우리 국민에게 ‘회복의 해’, ‘포용의 해’, ‘도약의 해’가 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2020년, 신종감염병이 인류의 생명을 위협했고, 일상은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우리 또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세계 경제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를 겪었습니다. 우리 경제 역시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습니다. 모두가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국민들은 일 년 내내 불편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은 오히려 빛났습니다. 의료진들은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봤고 국민들은 스스로 방역의 주체가 되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이웃의 안전이 곧 나의 안전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진실을, 놀라운 실천으로 전 세계에 보여주었습니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상한 창의적인 방역 조치들은 신속하게 현장에 적용되었습니다. 한국의 진단키트와 ‘드라이브 스루’ 검사방법과 마스크 같은 방역 물품들은 세계 각국에 보급되어 인류를 코로나로부터 지키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K-방역’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헌신과 희생 위에 세워진 것입니다. 세계 최초로 전국 단위 선거와 입시를 치러냈고 봉쇄 없이 확산을 최대한 억제하며 OECD 국가 중에서도 손꼽히는 방역 모범국가가 된 것은 우리 국민들이 만들어 낸, 누구도 깎아내릴 수 없는 소중한 성과입니다. 우리 국민들의 상생 정신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도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착한 임대료 운동’을 시작으로 ‘착한 선결제 운동’과 ‘농산물 꾸러미 운동’이 이어졌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과 함께 사는 길을 찾았습니다. 노동자들은 경제 위기 극복에 앞장섰고 기업들은 최대한 고용을 유지해주었습니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OECD 국가 중 최고의 성장률로 GDP 규모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할 전망이며 1인당 국민소득 또한 사상 처음으로 G7 국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됩니다. 주가지수 역시 2,000선을 돌파하고 14년 만에 주가 3,000시대를 열며 G20 국가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고, 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미래전망이 밝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결코 멈추지 않았습니다. 국민 모두 어려움 속에서 최선을 다하며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는 드디어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입니다. 불확실성이 많이 걷혀 이제는 예측하고 전망하며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올해 우리는 온전히 일상을 회복하고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으로 새로운 시대의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 경제가 나아지더라도 고용을 회복하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입은 타격을 회복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코로나로 더 깊어진 격차를 줄이는 포용적인 회복을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국민 여러분, 마스크에서 해방되는 평범한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점차 나아지고 있는 방역의 마지막 고비를 잘 넘기는 것이 우선입니다. 정부는 국민과 함께 3차 유행을 조기에 끝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음 달이면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우선순위에 따라 순서대로 전 국민이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기업이 개발한 치료제의 심사도 진행 중입니다. 안전성의 검사와 허가, 사용과 효과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습니다. 자체적인 백신 개발도 계속 독려할 것입니다. 백신 자주권을 확보하여 우리 국민의 안전과 국제 보건 협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경제에서도 빠르고 강한 회복을 이룰 것입니다. 이미 우리 경제는 지난해 3분기부터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수출은 2년 만에 500억 달러를 넘었고 12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기세를 이어 우리 경제는 올해 상반기에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게 될 것입니다. 민생경제에서는 코로나 3차 확산의 피해 업종과 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오늘부터 280만 명의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돌봄 종사자를 비롯한 87만 명의 고용 취약계층에게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합니다. 충분하지 않은 줄 알지만 민생경제의 회복을 위한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앞으로도 정책역량을 총동원하겠습니다. 상반기 중에 우리 경제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확장적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하고 110조 원 규모의 공공과 민간 투자 프로젝트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습니다. 민생경제의 핵심은 일자리입니다. 지난해보다 5조 원 늘어난 30조 5천억 원의 일자리 예산을 1분기에 집중 투입 하겠습니다. 특히, 청년·어르신·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을 위해 직접 일자리 104만 개를 만들 예정입니다. 함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도 한층 강화됩니다. 청년층과 저소득 구직자들이 취업지원서비스와 함께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이달부터 시행됩니다. 지난해 예술인들에 이어 오는 7월부터 특수고용직까지 고용보험 적용이 확대될 예정입니다. 그동안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생계급여를 받지 못했던 어르신과 한부모 가정, 저소득 가구 모두 이달부터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내년부터는 모든 가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합니다. 앞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 상병수당 등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 확충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위기일수록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가야 합니다. 함께 위기에서 벗어나야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도 그만큼 수월해집니다. 지난해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과 저소득층 지원 노력으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고용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습니다.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 지원을 대폭 늘려 재정을 통한 분배개선 효과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민생 회복과 안전망 확충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불편을 참고 이웃을 먼저 생각해주신 국민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격차를 좁히는 위기 극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입니다.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특별히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습니다.국민 여러분, 코로나로 인해 세계 경제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비대면 경제와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고 4차 산업혁명이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변화하는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입니다. 우리 경제도 ‘선도형 경제로의 대전환’에 나섰습니다. 자동차, 조선과 같은 우리 주력산업들이 경쟁력을 되찾고 있습니다.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 세계 5강에 진입했고, 조선 수주량은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았습니다. 정부가 역점을 두어온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 등 3대 신산업 모두 두 자릿수 수출증가율을 보이며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 투자 100조 원 시대가 열렸습니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 규모입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제2의 벤처 붐이 더욱 확산되어 지난해 벤처펀드 결성액이 역대 최대인 5조 원에 달하고, 벤처기업 증가, 고용증가, 수출 규모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우리 경제의 혁신 속도는 상생의 힘을 통해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우리는 대·중소기업의 협력으로 일본 수출규제의 파고를 이겨냈고, 광주에서 시작된 상생형 지역 일자리는 전국으로 확산되어 전기차, 첨단소재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한국판 뉴딜의 핵심 또한 ‘사람’과 ‘상생’입니다. 한국판 뉴딜이 본격 추진되면 대한민국은 전국 곳곳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새로운 인재를 육성할 것이며 새로운 성장동력과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입니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은 국민의 삶의 질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국민이 한국판 뉴딜을 체감하고 선도국가로 가는 길에 동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국판 뉴딜의 중점을 지역균형 뉴딜에 두겠습니다. 지역이 주체가 되어 지자체와 주민, 지역 기업과 인재들이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이고 창의적인 발전전략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역경제 혁신을 위한 노력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국가지방협력 특별교부세 등을 활용한 재정지원과 함께 규제자유특구를 새롭게 지정하여 혁신의 속도를 높이겠습니다. 또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대규모·초광역 프로젝트를 신속하게 추진하고, 생활 SOC 투자를 늘려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더욱 높이겠습니다. 한국판 뉴딜이 지역균형 뉴딜을 통해 우리 삶 속에 스며들고, 기존의 국가균형발전계획과 시너지를 낸다면 우리가 꿈꾸던 혁신적 포용국가에 성큼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는 민간이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뉴딜 펀드 조성과 제도기반 마련에 힘쓰겠습니다. 디지털경제 전환, 기후위기 대응, 지역균형발전 등 뉴딜 10대 영역의 핵심입법을 조속히 추진하고 기업과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국민들께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회가 공정하다는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함께 사는 길을 선택할 수 있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로 혁신의 힘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공정의 힘을 믿으며 그 가치를 바로 세워가고 있습니다. 권력기관 개혁은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일입니다. 법질서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공정하게 적용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해 오랜 숙제였던 법 제도적인 개혁을 마침내 해냈습니다. 공정경제 3법과 노동 관련 3법은 경제민주주의를 이뤄낼 것이며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줄 것입니다. 모두 오랜 기간 형성된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일인 만큼 현장에 자리 잡기까지 많은 어려움과 갈등 요소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여 개혁된 제도를 안착시켜 나가겠습니다. 코로나 시대 교육격차와 돌봄격차의 완화, 필수노동자 보호, 산업재해 예방, 성범죄 근절, 학대 아동 보호 등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새롭게 제기되는 공정에 대한 요구에도 끊임없이 귀 기울이고 대책을 보완해 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상생의 정신이 발휘되어야 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자신이 좀 불편해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올해는 기후변화협약 이행 원년입니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 경제 구조의 저탄소화를 추진해왔습니다. 그 노력을 확대하여 올해 안에 에너지와 산업을 비롯한 사회 전 분야에서 ‘2050 탄소중립’ 추진계획을 구체화할 것입니다. 정부는 수소 경제와 저탄소 산업 생태계 육성에 더욱 속도를 내고 세계시장을 선점해 나가겠습니다. 오는 5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P4G 정상회의’가 탄소중립을 향한 국제사회의 의지가 결집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국민들과 함께 준비하겠습니다.소프트파워에서도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입니다. 우리 문화예술은 민주주의가 키웠습니다. 우리 문화예술의 창의력, 자유로운 상상력은 민주주의와 함께 더 다양해지고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BTS와 블랙핑크, 영화 ‘기생충’ 같은 K-콘텐츠들이 세계인을 매료시키고, 행복을 주고 있습니다. 정부는 문화예술인들이 마음껏 창의력과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예술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한류 콘텐츠의 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문화강국의 위상을 더욱 확실하게 다져나가겠습니다. 훌륭한 기량을 갖춘 우리 스포츠 선수와 지도자들도 그 자체로 대한민국을 알리는 K-콘텐츠입니다. 지난해 손흥민, 류현진, 김광현, 고진영 선수를 비롯한 많은 체육인들이 우리 국민과 세계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했습니다. 이제 메달이 중요한 시대는 지났습니다. 즐기는 시대입니다. 정부는 전문 체육인들과 생활 체육인들이 스포츠 인권을 보장받으면서 마음껏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간섭없이 지원하겠습니다. 코로나는 거리두기를 강요했지만, 역설적으로 전 세계인의 일상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한국은 당당한 중견국가로서 선진국과 개도국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며 상생할 수 있도록 ‘가교 국가’의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RCEP, 한-인도네시아 CEPA에 이어 필리핀,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과의 FTA에 속도를 높여 신남방, 신북방 국가들과의 교류와 협력을 넓히겠습니다. 중국, 러시아와 진행 중인 서비스 투자 FTA,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메르코수르, 멕시코 등 태평양 동맹과의 협상을 가속화하고 CPTPP 가입도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서도 계속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의 검증된 보건의료 역량과 높은 시민의식, 우수한 문화 역량과 디지털기술의 발전, 탄소중립 사회의 의지, 높아진 국제사회에서의 역할과 위상을 통해 대한민국은 소프트파워에서도 책임 있는 선도국가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올해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국제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남북은 손잡고 함께 증명해야 합니다. 전쟁과 핵무기 없는 평화의 한반도야말로 민족과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의무입니다. 정부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발맞추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멈춰있는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남북협력만으로도 이룰 수 있는 일들이 많습니다. ‘평화’가 곧 ‘상생’입니다. 우리는 가축전염병과 신종감염병, 자연재해를 겪으며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많은 문제에서 한배를 타고 있습니다. 남북 국민들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코로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상생과 평화의 물꼬가 트이기를 희망합니다.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한-아세안 포괄적 보건의료 협력’을 비롯한 역내 대화에 남북이 함께할 수 있길 바랍니다. 코로나 협력은 가축전염병과 자연재해 등 남북 국민들의 안전과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들에 대한 협력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협력이 갈수록 넓어질 때 우리는 통일의 길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 동력은 대화와 상생 협력입니다.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습니다. 지금까지 남과 북이 함께 한 모든 합의, 특히 ‘전쟁 불용’, ‘상호 간 안전보장’, ‘공동번영’의 3대 원칙을 공동이행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낸다면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평화·안보·생명공동체’의 문이 활짝 열릴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마스크는 지금까지 아주 쉽게 구입할 수 있었고 인류의 삶에서 그리 주목받는 물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가 닥쳐오자 마스크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보호장비이면서 동시에 배려의 마음을 표시하는 아름다운 물품이 되었습니다. ‘필수노동자’라는 말도 새롭게 생겨났습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보건, 돌봄, 운송, 환경미화, 콜센터 종사자와 같이 우리의 일상 유지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분들의 노고를 새롭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흔하게 보던 물품 하나가 어느 순간 가장 중요한 물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마찬가지로 우리는 꼭 필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우리 사회에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모두의 안전이 나의 안전’이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함께 행동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2021년, 우리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회복’과 ‘도약’입니다. 거기에 ‘포용’을 더하고 싶습니다. 일상을 되찾고, 경제를 회복하며, 격차를 줄이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시대가 끝나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 나아가는 선도국가 도약의 길을 향할 것입니다. 지난해는 위기에 강한 나라, 대한민국을 재발견한 해였습니다. 2021년 올해는 회복과 포용과 도약의 위대한 해로 만들어 냅시다. 감사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허백윤의 아니리] 음악가들의 시간

    [허백윤의 아니리] 음악가들의 시간

    플루티스트 최나경은 지난 1일 대만 타이베이 내셔널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신년음악회 연주를 앞두고 지난해 말 대만에 입국했다.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 사이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등 코로나19가 다시 심상치 않은 확산세를 보이자 대만 정부는 외국인들의 경우 입국한 지 3주가 지나야 공공장소에 갈 수 있도록 했다. 음악회에서 유일한 외국인이었던 그는 결국 1월 1일 무대에 서지 못하고, 자가격리 후 지난해 12월 30일 귀국했다. 한국에 돌아와 그는 다섯 번째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그는 지난해에만 여덟 차례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다. 한 해 동안 예정됐던 약 70회에 달하는 공연은 취소되거나 미뤄졌다.코로나19로 모든 사람이 그렇듯 음악가들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대는 줄줄이 사라졌고 어쩌다 기회가 주어지면 그 한 차례를 위해 감수해야 할 일이 많았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도 지난 열두 달 가운데 두 달을 자가격리로 보냈다.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음악감독도 맡고 있어 4월과 6월, 8월, 11월 서울시향 정기 연주회마다 미국에서 들어와 격리 기간을 가진 것이다. 서울시향 단원들도 두세 차례, 또는 그 이상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20일 공연을 위해선 출연진 65명을 비롯해 무대를 준비하는 스태프까지 전부 사전 검사를 받았다. 매년 대미를 장식했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실내악 버전으로 축소하면서까지 지킨 무대는 콘서트홀 안에 들어갈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고서야 확정됐고, 무관중으로 온라인 중계됐다. 공연 당일 수석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의 회색 마스크는 땀에 젖어 검게 변했고, 국립합창단 단원들과 소프라노 박혜상 등 성악가 4명은 KF94 마스크를 쓰고 노래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한 공연을 3월에서 9월로, 9월에서 12월로, 12월에서 이달로 무려 세 차례나 미뤘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도 불리던 그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은 2020년 후기 피아노 소나타로 관객들과 만나려고 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시기와 겹쳐 버렸다.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무대를 준비했던 그는 번번이 다음을 기약해야 했고, 11일 그토록 기다리던 관객들과 마주한다. 그러나 슬픈 시간만은 아니다. 늘 함께했던 무대에 서기 위해 감내해야 할 여러 고충이 공연을 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로 희석된다. 무대를 갖지 못하는 이들에겐 그저 부러운 경험담이기도 하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연주자들은 어떠한 어려움을 감수하고라도 무대에 오를 수만 있다면 행운인 상황”이라면서 “그마저도 극소수, 유명 연주자들에게만 무대 기회가 주어져 ‘부익부 빈익빈’과 같은 현상이 매우 심해졌다”고 말했다. 하루 몇 시간씩 연습하면서도 공연이 취소될지 몰라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부터 갑작스럽게 계획이 뒤엎어지는 데 대한 불안감, 줄어드는 통장 잔고의 압박. 이 어두운 시간들은 민간 예술단체, 소규모 기획사, 수많은 연주자에게 훨씬 짙게 드리웠지만 정작 이들의 어려움은 듣는 것조차 쉽지 않다. 최근 미국 뉴욕에선 ‘Save NYC Musicians’ 캠페인이 이어진다. 링컨센터와 카네기홀은 물론 브로드웨이, 재즈바, 교회 등에서 연주하던 음악가들이 극장 문이 닫히며 겪게 된 생활고를 알리고 기부를 받고 있다. 목소리를 낸 음악가들의 사연을 통해 세계 곳곳 무대를 잃은 연주자들의 상황을 그저 가늠해 볼 뿐이다. 음악가들에게 무대는 존재의 이유 그 자체다. 평생 일구고 다져 온 시간을 확인받는 순간이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닦는 과정이다. 음악이 곧 직업인 그들에게 무대는 경제활동 공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음악가들은 일터가 사라지는 고충을 애써 말하지 않는다.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확산세 속에서 무대를 언급하는 건 일종의 사치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다만 음악과 음악가들의 역할에 관심을 호소할 뿐이다. “이런 때일수록 음악이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는 음악가들의 공통된 말 속엔 그들이 차마 말하지 못한 그리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어려운 시간들이 쌓여 있다.
  • 日국민 67% “코로나 감염시 사람들 비난이 건강 악화보다 더 두려워”

    日국민 67% “코로나 감염시 사람들 비난이 건강 악화보다 더 두려워”

    일본인 3명 중 2명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자신의 건강 악화보다도 주변사람들로부터 전해질 따가운 시선을 더 우려한다. 아사히신문이 최근 전국 유권자 22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0일 공개한 코로나19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건강에 대한 불안보다도 주변이나 직장 등 세간의 시선이 더 걱정스러울 것 같은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67%가 “그렇다”(매우 26%, 다소 41%)고 답했다. 또 “외출 자제가 요구되고 있는 상태에서 외출을 했다가 감염됐을 때 책망을 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도 77%(매우 27%, 다소 50%)에 달했다. 마스크를 코로나19 예방보다도 다른 사람들의 눈치가 보여서 쓴다는 비율도 35%나 됐다. 특히 30대 이하에서는 이렇게 답한 비율이 40%를 넘어 젊은층일수록 주위 시선을 더 많이 의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감염 후 중증화될 가능성에 대해 87%에 이르는 사람들이 “불안을 느낀다”고 답해 감염시 생명의 위협에 대한 공포심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응답자의 67%가 “자신의 건강보다 타인의 시선을 더 의식한다”고 한 것과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결과인 셈이다. 나카야치 가즈야 도시샤대 교수(리스크 심리학)는 아사히에 “감염될 경우 중증화될까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90%에 가까운데도 67%가 건강보다 세간의 시선이 더 우려된다고 답한 것은 코로나19가 사회적 관계성에서도 불안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일본 사회에 규범준수 의식이 부족한 행동을 서로 감시하는 의식체계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음이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노무현보다 더 나은 대통령은 누구?

    노무현보다 더 나은 대통령은 누구?

    역대 정부의 업적평가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15년째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국가 목표에 관해서는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경제 발전’을 최고로 꼽았다. 분단 체제가 고착화하면서 북한에 냉정해지고, 일자리 경쟁으로 다문화에 냉담해지는 기류도 보인다. ●박정희 전 대통령 15년째 업적 평가 ‘1위’ 비영리연구기관인 동아시아연구원이 최근 출간한 ‘2020 한국인의 정체성’에 담긴 내용들이다. 연구원은 2005년부터 5년마다 1000명 규모 설문 조사를 시행하고, 이를 사회학 전공 교수들에게 맡겨 한국인의 정체성과 가치관, 사회 참여, 갈등 인식, 대외 인식 변화 등을 분석한다. 15년간 궤적에는 한국인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보인다. 우선 한국인은 한민족 역사와 대한민국에 관해 대체로 높은 자긍심을 지니고 있었다. ‘우리 역사가 자랑스럽다’는 의견은 2005년 52.9%에서 2010년 62.3%, 2015년 61.7%, 2020년 59.1%로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이념과 세대에 따라 정치지도자를 판단하는 시각은 상당히 갈렸다. 보수층·미래통합당 지지자·60세 이상 한국인들은 이승만과 미국정부의 역할에 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반대로 진보성향·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자·젊은 응답자일수록 부정적으로 평가했다.2020년 역대 정부의 업적평가에서는 2005년부터 계속 1위였던 박정희 대통령이 또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노무현, 김대중, 문재인 대통령 순으로 높았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9위, 10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방역했던 5월에 설문을 시행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인이 되기 위한 조건을 묻자 ‘대한민국 국적 유지’가 95.2%로 가장 높았다. 특히 ‘대한민국의 정치제도와 법을 따르는 것’ 응답이 2005년 77.5%에서 2020년에 무려 94.3%로 뛰었다. 이에 비해 인종적 의미의 정통성을 가리키는 ‘한국인의 혈통을 가지는 것’ 응답은 같은 기간 80.9%에서 81.1%로 소폭 상승했다. 탈북민에 관한 인식은 ‘북한사람’이라는 응답이 2005년 42.9%에서 2020년 23.2%로 크게 줄었다. ‘남한사람’이라는 응답은 43.9%에서 47.8%로 올랐다. 연구진은 “혈연적, 인종적 의미의 민족 정체성보다 시민적, 정치적 의미의 국가 정체성이 강화됐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국가 최우선 목표 ‘경제안정’, ‘경제발전’ 실리를 중시하는 경향도 점차 뚜렷해졌다. 국가의 목표에 관한 질문에 ‘경제 안정’(28.0%)과 ‘경제 성장’(18.1%)이라는 가치가 지난 15년간 한결같이 1, 2순위로 꼽혔다. 특히, 이런 선호는 모든 세대에서 유사한 경향을 보였고, 보수와 진보 이념적 성향 차이도 보이지 않았다. ‘안전한 사회’(12.2%)와 ‘공정한 사회’(9.0%), ‘개인의 자유가 존중을 받는 사회’(7.6%)가 뒤를 이었다. 정책 선호 방향에서는 복지(30.7%)보다 성장(69.1%)을 더 우선하고,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강화(61.4%)를 공정시장 경제를 위한 규제강화(37.8%)보다 선호했다. 진보 성향은 그동안 경제성장보다 복지를 우선하고, 규제완화보다는 사회적 규제강화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경제성장과 규제완화를 복지와 규제강화보다 먼저 꼽았다. 최근 증대하는 미·중 갈등 사이에서 ‘균형적 태도’를 꼽는 경향이 강했지만(2005년 64.2%, 2020년 63.9%), 굳이 한쪽을 꼽는다면 중국(11.1%)보다 미국(24.9%)과의 관계 강화를 더 지지했다.북한에 관한 태도는 점점 냉랭해지는 추세다. 북한에 대한 생각을 묻자 ‘우리(13.9%)’, ‘형제’(17.8%), ‘이웃’(21.8%), ‘남’(18.6%), ‘적’(19.1%), ‘무관심’(8.8%) 순으로 응답했다. 특히 ‘우리’로 보는 인식은 2005년 30.5%에서 2020년 13.9%로 가파르게 감소했다. 관련해 통일에 관한 인식도 회의적으로 바뀌었다. ‘빨리 통일을 해야 한다’는 2005년 17.4%에서 2020년 8.9%로 급격히 낮아졌다. ‘굳이 통일할 필요가 없다’, ‘통일을 서둘 필요가 없다’는 통일 반대론은 2020년 조사에서 53%로 처음으로 과반을 기록했다. ‘통일이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에 41%의 응답자가 ‘경제 성장이 촉진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통일 방식도 ‘공존형 통합’(44.9%)이 ‘남한식 체제’(43.3%) 못지않게 많은 지지를 받았다. 통일 후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문제를 떠안지 않으려는 태도로 여겨진다. 실제로 전체의 53%가 ‘통일 때문에 비용을 부담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공고해진 분단 체제를 반영하는 것으로 중요한 정책적 함의를 가진다”면서 “통일이 더는 민족적 동질감에 근거한 당위적 목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자리 위협” 다문화에 부정적 반응 늘어지난 10년간 한국 사회는 다문화 사회로 변화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감소했고, 다문화화에 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가 늘었다. 2010년 조사에서 ‘단일민족·단일문화국가보다 다민족·다문화국가를 지향한다’는 비율이 60.6%였지만 2020년에는 44.4%로 크게 낮아졌다. 특히 ‘잘 모르겠다’는 응답률이 이 기간 2.4%에서 13.1%로 5배 이상으로 상승했다. 한국인의 외국인 이주민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다’고 인식한 비율이 2020년 42.7%로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일자리 경쟁과 같은 실질적인 이유로 다문화 냉담주의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면서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방안은 유효하지 않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맥락에서 다문화 문제를 토론하는 게 적합한 처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좁은 시골길 등장한 전봇대 7배 길이 풍력 날개…아슬아슬 운반

    좁은 시골길 등장한 전봇대 7배 길이 풍력 날개…아슬아슬 운반

    좁고 굽이진 시골길을 돌고 돌아 전봇대 7배 길이의 풍력발전기 날개를 운송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7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국제운송회사가 67m 길이의 풍력 터빈 블레이드, 즉 풍력발전기 날개를 성공적으로 운반했다고 보도했다. 새해전야,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유럽 전역에서 활동하는 한 국제운송회사가 풍력발전기 날개 운송 장면을 대중에 공개했다. 길이 67m, 무게 25t짜리 대형 날개를 실은 트레일러가 굽이진 산골 마을로 들어서자 5갈래로 나뉜 도로를 달리던 차량이 일제히 멈춰 섰다.수십 미터에 달하는 풍력발전기 날개는 보통 20도~45도 각도로 세워 트레일러에 고정한 후 운반한다. 회전 구간에서 수평 이동이 어려운 탓이다. 이 때문에 운반에 장애가 되는 가로등이나 도로 표지판이 임시 제거되며, 트레일러가 지나는 길목의 전신주에는 전력 공급이 일시 중단된다. 업체 측은 “까다로운 경로였지만 67m짜리 날개를 성공적으로 운반했다”고 설명했다. 67m면 높이 10m 내외의 전봇대 7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 길이다. 해상풍력 세계 최강국, ‘바람의 나라’ 덴마크가 1980년대 풍력 터빈을 막 수출하기 시작했을 때 날개 길이는 약 7m에 불과했다.풍력발전기의 날개는 길수록 좋다. 그만큼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공대(DTU)에 따르면 날개 길이가 2배 늘어날 때 풍력 터빈은 4배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한다. 다만 날개가 받는 하중은 8배나 커지기 때문에, 긴 날개일수록 설계와 제조 난도도 높아진다. 반복하중과 중량에 의한 관성력, 직선형 날개가 받는 굽힘 응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 2018년 덴마크공대가 만든 날개 역시 고난도의 기술이 적용됐다. 2008년 정부 자금 지원을 받은 덴마크공대는 올보르그대학교, GE리뉴어블에너지의 자회사인 풍력발전기 제조업체 LM Wind Power와 협력하여 대규모 풍력발전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풍력 터빈의 대량 생산을 용이하게 하고,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다.하지만 금융위기로 신기술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자 덴마크공대는 많은 날개를 신속하게 생산하는 대신,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날개를 소량 생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88.4m로 세계에서 가장 긴 날개 생산에 성공했다. 덴마크공대 측은 “날개가 커질수록 더 많은 강성이 필요하다. 날개가 스스로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단단하면서도 운반이 가능하도록 가벼운 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탄소 섬유와 유리 섬유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소재를 개발, 세계에서 가장 긴 날개를 만들었으며 전력 생산까지 마쳤다. 다만 운송 및 설치의 문제는 앞으로도 꾸준한 개선이 필요하다. 덴마크공대에 따르면 88.4m짜리 초대형 날개를 생산 시설에서 한참 떨어진 테스트 센터로 옮기기까지 9개월이 걸렸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누가 17살 고교생 민우를 죽였나 [강주리 기자의 K파일]

    누가 17살 고교생 민우를 죽였나 [강주리 기자의 K파일]

    보육원서 ‘홀로서기’ 1년 앞둔 고교생 투신아동복지법상 만 18세면 보육원 퇴소해야대학 진학·장애 등 특정 사유시 연장 가능연평균 퇴소자 2500명 중 절반은 18살“퇴소 시점 못 박지 말고 준비 기간 줘야”“전문위탁제 활성 시급, 당국 관심 필수”“퇴소 후 원하면 돌아올 수 있는 기회 줘야”“저기 높이가 얼마나 될까.” 민우(가명)는 보육원에서 멀지 않은 한 건물을 바라보며 지인에게 물었다. 그리고 며칠 뒤 이 건물 옥상에 섰다. 구호용 매트리스가 깔리고 있었지만 민우는 기다리지 않고 허공에 몸을 던졌다. 작은 상자에 갓난아기로 담겨 보육원에 온 지 열일곱 해 만이었다. 마지막 순간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누가, 무엇이 민우를 죽게 했을까. “부모 없는 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조울증에 코로나 시기 겹쳐 상태 악화 올해 보육원 퇴소 법적 나이 도달 지난달 28일 광주 남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홀로서기’를 준비 중이던 고교생 민우가 투신해 목숨을 잃었다. “자유롭고 싶다”며 본인이 나가길 원했고 자립교육도 받았다고 보육원 측은 전했지만, 조울증을 앓았던 민우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등교마저 중단된 지난해 수차례 자해를 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8~9월, 10~11월 두 차례 병원 입원까지 한 것으로 광주 남부경찰서 등 관계기관 조사 결과 7일 확인됐다. 아동복지법(16조)상 보육원 청소년은 만 18세가 되면 보호 기간이 종료된다. 남구청은 “올해 18살인 민우는 4개월 뒤 퇴소할 수 있지만 고교 졸업을 감안해 1년 뒤인 내년 4월 퇴소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보육원 측은 “자립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복지 전문가들은 “보호 종료를 앞둔 아이들은 의지할 데가 없어 ‘애정 결핍’ 정도가 매우 커진다”면서 “자립교육을 받았다 해도 형식적으로 참여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우는 최근 주변에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며 부모가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매년 1300명, 18살에 홀로서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보호 종료로 인해 아동양육시설(281개)을 퇴소하는 인원은 연평균 2500명에 이른다. 2019년에도 2587명이 퇴소했다. 대학 진학, 장애 등 사유가 있으면 연장이 가능하지만 이 중 절반 정도인 1300명은 연장 없이 18살에 퇴소해 사회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퇴소 연령 상향 조정에 대해 “보호는 단기보호, 원가족 복귀를 지향한다”면서 “퇴소 시기 아동들은 사실 청소년보호체계로 넘어가야 하나 시스템이 미흡해 아동복지법 내 머무는 것으로 20대 중반까지 연장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보호가 종료되면 자립정착금 500만원과 3년간 자립수당 월 30만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임대주택 등 주거지원 등을 받는다. 후원자가 있으면 후원액 만큼 정부가 매칭 지원(최대 5만원)해주는 디딤씨앗통장(아동발달지원계좌·CDA)도 받을 수 있다. “자립정착금, 돌연 부모 나타나 강탈”사기 당해 범죄 빠지는 경우 비일비재 사회 무관심·당국 소극행정·코로나 삼중고 잘해 내는 이들도 있지만, 계약 사기로 정착금을 날리고 비행과 범죄로 빠져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돌연 부모가 나타나 지원금을 강탈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추적 조사가 매우 필요하지만 ‘감시 받는다’는 우려에 당사자 동의를 받기가 어려워 현황 파악조차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아동복지법 38조·42조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이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대상아동의 퇴소 이후 자립 지원을 위해 주거·생활·교육·취업 등과 자산 형성·관리를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보호 종료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국상담심리학회와 연계해 심리상담을 강화하고 주거지원통합서비스를 마련해 사례관리사를 통한 아동 일대일 지원에도 나섰지만, 예산당국과 지자체의 소극적인 집행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정치·사회적 관심도 낮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을 위한 출산장려책 못지않게 부모에게서 외면 받는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이미 소중한 목숨을 갖고 태어나 생활하고 있는 수많은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해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지방이양사업 특성상 지자체의 관심과 적극 행정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우울증·학대피해 등 세심히 돌봐줄 전문 가족위탁제 활성화 해야” 민우처럼 심리치료가 절실한 청소년의 경우 전문 가족위탁제를 활성화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민우의 죽음은 당연히 자립문제와 연결돼 있다”면서 “특히 심리 상태가 불안정하고 약한 아이일수록 생활 환경 자체가 치료 환경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행정편의적으로 정보 없이 사회로 내몰리거나 퇴소 불안을 겪지 않도록 우울증·학대피해 아동 등을 세심하게 돌봐 줄 전문 가족위탁제를 실질적으로 활성화하고 퇴소 후에도 본인 희망 시 다시 보육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청소년을 성인처럼 다뤄서는 안 돼”“충분한 유예기간·상시 상담 가능해야” “집 계약서 작성 등 실질적인 교육 필요”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살은 계속해서 사인을 보낸다”면서 “치료를 받겠다고 의지를 밝혔던 민우는 더더욱 살릴 수 있는 아이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굉장히 불안한 시기의 청소년들은 아직 사회에 나갈 준비가 안 되어 있고 실제 성인처럼 다뤄져서는 곤란하다”면서 “부모가 있는 가정에서 성장한 학생들도 대학 졸업 후 곧바로 경제적 독립이 어렵고 취업·결혼이 늦어지면서 홀로서기가 힘든데 보육원에서 성장한 요보호 아동이나 청소년의 경우는 부담이 더욱 커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보호종료시기의 청소년들은 일반 가정의 청소년들보다 심리적으로 위약한 상태이고 개인차도 매우 커서 좀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퇴소 시기를 과감히 없애거나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유예기간을 주고 집 계약서 작성 등 현실에 맞는 실질적인 교육과 법률 지원, 상시 상담 시스템을 통해 고립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호 종료 아동이 자립 교육이나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도록 아동권리보장원에서는 ‘찾아가는 자립교육’과 ‘사이버 자립교육’을 운용해 지원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인 카카오톡에서는 ‘아동자립지원’이라고 치면 채널 구독을 통해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복지부는 다른 부처와의 연계성을 높인 자립지원 모바일앱 ‘자립정보온’을 지난해 개발해 이달 초부터 서비스한다. 스마트폰 앱에서 다운로드 받으면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호종료 아동 멘토링 프로그램인 ‘바람개비 서포터즈’를 신청하면 심리 상담도 할 수 있고 먼저 홀로서기에 나선 선배들로부터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생활 정보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의 K파일은 강주리 기자의 이니셜 ‘K’와 대한민국의 ‘K’에서 따온 것으로 국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취재파일입니다.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사까지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온라인 서울신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정부 “확진자 감소세지만…위·중증 환자는 시차 두고 증가”

    정부 “확진자 감소세지만…위·중증 환자는 시차 두고 증가”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위·중증 환자는 시차를 두고 증가하고 있다고 평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7일 코로나19 상황 백브리핑에서 “확진자가 위·중증으로 가는 데는 보통 7일에서 10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확진자는 감소세지만, 위중증 환자는 이전 확진자들이 위중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위·중증 환자의 증가 원인에 대해 그는 “요양병원과 시설의 환자들은 고령에다 기저질환이 있는 등 면역력이 약화해 있다”며 “요양병원·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이분들은 어떤 인구집단보다 위·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위·중증 환자는 400명으로, 전체 환자의 2.2%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위·중증 환자는 지난달 31일부터 일별로 344명→354명→361명→355명→351명→386명→411명→400명을 기록하며 지속해서 증가해 왔다. 다만 위·중증 환자를 치료할 병상에는 아직 여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하루 이상 병상 배정을 기다리는 확진자는 이날까지 닷새째 ‘0명’을 유지했다. 윤 반장은 “외국과 비교해 중증환자 재원 일수가 길다는 평가가 있는데 재원 일수를 줄여 병상 회전율을 향상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한편 중수본은 코로나19 현장의 일부 의료진이 지난해 6월 이후 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선 ‘3차 대유행’ 관련 근무 인력에 대한 수당 지원 계획을 재차 강조했다. 윤 반장은 “5월 31일까지 근무한 인력에 대해서는 추경을 통해 예산이 지원됐고, 3차 유행과 관련해선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에서 근무한 간호 인력에 대해 5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정 총리 “형평성 어긋나는 방역 기준, 곧바로 보완할 것”

    정 총리 “형평성 어긋나는 방역 기준, 곧바로 보완할 것”

    정세균 국무총리가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현장의 수용성이 떨어지는 방역기준은 곧바로 보완하겠다”라며 “경각심이 무뎌진 곳은 방역의 고삐를 더 단단히 쥐고 이행과 실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7일 정 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방역기준 형평성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방역당국은 아이 돌봄 등을 이유로 태권도장 등 운영을 허용했지만, 유사시설인 헬스장 등은 여전히 운영이 금지되면서 형평성 문제가 지적됐다. 이에 정 총리는 “코로나19 3차 유행을 맞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 등 강화된 방역조치를 한 달간 지속하고 있다”며 “오랜 기간 일상을 잃어버린 채 경제적 고통까지 감내하고 계신 국민들의 피로감이 매우 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끝을 알 수 없는 답답함이 계속되면서 방역기준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거나 일부 업종에서는 집단적 반발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1년 가까이 계속된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경각심이 느슨해질 때마다 어김없이 위기가 찾아왔음을 잘 알고 있다”며 “특히 이번 3차 유행은 계절적 요인과 그간 누적된 사회적 피로감까지 더해져 위기상황이 더 길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께 부탁드린다. 힘들고 지칠 때지만,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함께 모아야 위기는 우리 앞에서 빨리 사라질 것”이라며 “‘연대와 협력’, 그리고 ‘양보와 배려’의 힘으로 이 싸움에서 꼭 승리하자”고 다짐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이은주의 비하인드 컷] ‘유튜브 저널리즘‘, 그 낯선 길에서

    [이은주의 비하인드 컷] ‘유튜브 저널리즘‘, 그 낯선 길에서

    지난해 늦여름 언론사에 근무하다 지금은 모 대학의 연구소에 있는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유튜브 저널리즘’에 관한 연구를 하는데 인터뷰를 좀 해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유튜브 채널 ‘은기자의 왜 떴을까TV’를 운영하고 있는 내가 꼭 답을 해 줘야 한다는 말과 함께.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나 역시 1년 넘게 유튜브 채널을 하면서 좌충우돌 고민이 많았던 터라 인터뷰에 응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언론계가 아닌 학계에서 ‘유튜브 저널리즘’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연구의 제목은 ‘유튜브 저널리즘의 콘텐츠 특성화 전략에 관한 연구’였다. 기자들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사례를 중심으로 유튜브 콘텐츠를 생산하는 목적과 기자의 역할 변화, 기자의 전문성과의 연관성 등 폭넓고 세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답변을 하던 중 한 가지 질문 앞에서 멈칫했다. ‘귀하가 제작하는 유튜브 콘텐츠는 포털사이트, 크리에이터 등 다른 생산자와 무엇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하면서 스스로 가장 많이 던졌던 질문이고, 가장 고민됐던 지점이었다. 유튜브의 세계는 기자로서 매체별 계급장을 뗀 ‘정글’ 그 자체였고, 수많은 크리에이터 및 콘텐츠 제작자들과 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그 사이에서 기자로서 얼마만큼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승부할 것인가는 지금도 어려운 문제다. 유튜브를 시작할 때쯤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기자의 유튜브는 성공하지 못한다’, ‘폭로성으로 가야 성공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정공법으로 승부하기로 했고, 그동안 펜기자로서 아쉬웠던 점을 영상을 통해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 구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밀착 취재하고, 정확한 사실을 균형감 있게 전달하는 것은 기존 저널리즘의 원칙과 다르지 않았다. 구독자들은 어렵게 섭외하고 공들여 기획한 콘텐츠일수록 귀신같이 알고 더 큰 호응을 보냈다. 외로운 이 항해에 감사하게도 함께해 준 전 세계 9만여 구독자들의 응원은 큰 힘이 된다. 이들은 때로 새로운 취재거리를 던져 주기도 한다. 하지만 유튜브의 세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난무하고 저널리즘의 원칙조차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 기자로서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하는지 늘 고민스럽다. 또한 얼굴이 ‘팔린’ 이상 콘텐츠에 관한 모든 책임은 기자 개인이 져야 한다는 점도 엄청난 압박감이다. 그래도 유튜브는 쌍방향성을 비롯해 시공간적 제약이나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 확장성 등 대안 언론적인 순기능을 충분히 갖고 있다. 그래서 올해도 여전히 낯설지만 흥미로운 이 항해를 이어 나가 볼 생각이다. 부디 험한 파도가 아닌 순풍이 불기만을 기도하면서. erin@seoul.co.kr
  • 양천, 온라인 학습 사각지대 없앤다

    양천, 온라인 학습 사각지대 없앤다

    서울 양천구는 6일 지역 학생들의 온라인 학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온라인 스튜디오’ 구축에 나섰다고 밝혔다. 구는 다음달까지 금옥여고와 서울영상고, 양원초, 양목초 등 4개 학교 내 유휴공간에 온라인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스튜디오를 만들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구는 코로나19 시대의 학력 편중과 저하 문제를 해결하고 학생들에게 평등한 학습권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미 자체적으로 온라인 학습공간을 조성한 학교도 있지만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해당 학교에서만 시설을 이용하도록 제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의 재정 상태에 따라 설비 및 사양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학습의 질적 차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양천구의 온라인 스튜디오는 지역 학생들에게 격차 없는 보편적인 온라인 학습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또 인근 학교와 다른 학교 선생님들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그간 체육관이나 운동장 등 학교시설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한 사례는 많았지만, 학교가 담을 허물고 지역사회는 물론 다른 학교와 공간을 공유하도록 한 것은 처음이다. 구는 이를 마중물 삼아 더 많은 학교에서 고품질 온라인 학습이 가능한 교육생태계 조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득해 나갈 방침이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등교수업이 원활하지 않고 원격수업이 점차 늘어 가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집에서도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학교뿐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져야 할 책임”이라며 “앞으로도 코로나19 등 어려운 때일수록 힘을 모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반년 넘게 ‘코로나 수당’ 못 받은 의료진들… “사명감에 버텨요”

    반년 넘게 ‘코로나 수당’ 못 받은 의료진들… “사명감에 버텨요”

    “코로나19 위로금을 안 받아도 상관없어요. 누적 피로에 한파까지 더해도 우리는 사명감으로 버틸 겁니다.” 정부가 지난해 6월부터 ‘코로나19와의 전쟁’ 최일선에서 싸우는 의료인력에 지급하는 위로금의 일종인 ‘코로나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6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과중한 업무와 감염 위험 등에 시달리고 있는 코로나19 의료진을 위한 ‘교육훈련비’와 ‘치유상담프로그램수당’ 명목으로 지급되는 ‘코로나 수당’을 주지 않고 있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정부는 K방역의 성과를 자랑만 할 게 아니고 최일선에서 고생하는 의료인력을 위해 최소한 성의를 보여야 한다”면서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보다 밀린 의료진의 수당 지급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정부는 지난해 추경을 통해 확보한 예산으로 2~5월 코로나19 업무에 직접 투입된 의료인력에 대해 보상 차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확진자가 입원한 병원 등에서 근무한 의료인력의 근무 일수에 직렬별 수당을 곱한 금액을 지자체에 내려보냈다.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는 하루 수당이 3만 9600원, 방사선사와 임상병리사는 2만 8000원, 기타 방역인력은 2만원이다. 정부의 지원 예산이 끊어지면서 모든 지자체는 수당지급을 전면 중단했다. 전북지역은 전북대병원, 원광대병원, 진안군의료원 등에서 근무하는 959명이 각각 근무일만큼 위로금을 받았지만, 지난해 6월부터는 받지 못하고 있다. 대구도 지난해 5월까지 의료진 7318명에 대한 수당 70여억원을 지급했으나, 6월부터 정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아직 수당을 지급하지 못했다. 충북도 지난해 6월 이후 위험수당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해 2~5월 4개월간 코로나19 확진자가 입원 치료를 받은 각급 의료기관 의료진 1800여명에게 수당 17억 3860만원을 지급했지만, 6월 이후부터 수당을 한 푼도 주지 못했다. 정부가 기관별로 주는 치유상담프로그램수당 역시 6월 이후 예산이 내려오지 않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전북도 관계자는 “코로나 수당 지급 여부를 중앙부처에 문의해 본 결과 ‘지난해 지급한 수당은 국회가 긴급하게 꽂아 준 예산으로 집행했다. 6월 이후에는 어떻게 할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지방비라도 지원하려 했지만 법적 근거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의료진은 “지난해 5월 지급했던 위로금은 우리의 고생을 정부가 인정한다는 의미”라면서 “누적 피로와 감염 등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를 위해 병원을 지키고 있는 우리를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이 정도도 못해 주나’라는 생각을 하면 참 허탈하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전국종합
  • 코로나19 의료인력 하반기 수당 못받았다

    ‘코로나19와의 전쟁’ 최일선에서 싸우는 의료인력들이 지난해 6월부터 ‘교육훈련비’와 ‘치유상담프로그램수당’ 명목으로 지급되는 ‘코로나 수당’을 받지 못해 사기저하가 우려된다. 6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치료하고 지원하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격려하기 위해 지급하는 코로나 수당이 하반기부터 지급되지 않아 긴급재난지원금 보다 더 급하게 이들의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정부는 지난해 추경에서 2월~5월까지 코로나19 업무에 직접 투입된 의료인력에 대해 보상 차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확진자가 입원한 병원 등에 근무한 의료인력의 근무일수에 직렬별 수당을 곱한 금액을 지자체에 내려보냈다. 코로나 수당은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는 하루 3만 9600원, 방사선사와 임상병리사는 2만 8000원, 기타 방역인력은 2만원이다. 전북지역의 경우 감염병 전담병원인 군산·남원의료원, 전북대병원, 원광대병원, 진안군의료원 등에 근무하는 959명이 각각 근무일수 만큼 수당을 받아 적지 않은 위로가 됐다. 하지만 6월 이후 코로나수당 예산이 내려오지 않아 지자체 마다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를 진료하는 의료진들이 장기간 근무에 지쳐 번아웃 상태이고 일부 의료진들은 감염까지 되는 사태가 빚어졌지만 이들을 위로할 수당을 지급한다는 소식은 없는 실정이다. 대구의 경우 지난해 5월까지 의료진 7318명에 대한 수당 70여억원을 지급했으나 6월부터 정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아직 지급하지 못했다. 충북지역 역시 지난 6월이후 위험수당이 지급되지 않았다. 의사나 간호사 등은 몇달치라도 수당을 받았지만 근무표 등 증빙자료 부족으로 수당을 한푼도 만져보지 못한 직원들도 있다. 충주의료원의 경우 코로나 페기물 처리 등에 투입된 직원 등 10여명은 수당을 구경조차 못했다. 경북도는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4개월간 코로나19 확진자가 입원 치료를 받은 각급 의료기관 의료진 1800여명에게 수당 17억 3860만원 지급했지만 5월 이후부터는 관련 의료진들에게 이 수당을 한 푼도 지급하지 못했다. 정부가 기관별로 주는 치유상담프로그램수당 역시 6월 이후 예산이 내려오지 않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전북도 관계자는 “코로나 수당 지급 여부를 중앙부처에 문의해본 결과 지난해 지급한 수당은 국회가 긴급하게 꽂아준 예산으로 6월 이후에는 논의 조차 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지방비라도 지원하려 했지만 법적 근거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촉구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정승민의 막론하고] 왜 의원들은 지도자를 ‘거역’할까

    [정승민의 막론하고] 왜 의원들은 지도자를 ‘거역’할까

    ‘우리 이니 여니 하고 싶은 거 다 해’의 시대는 갔는가.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메시지에 영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검찰총장의 직무를 복귀시킨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는 청와대의 입장과는 거꾸로 여당 의원들은 계속 탄핵을 입에 담고 있다. 수감 중인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을 건의하겠다는 당대표도 역풍에 휩싸였다. 거센 반대 기류는 대표를 당내 윤리규범 위반으로 신고하자는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 앞장서서 팔로어의 모범을 보여 주던 의원들이 지도자의 리더십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모습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한국 정치사에서 유례없는 열광적 지지를 이어 오던 팬덤 지도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생각해 보자. 우선 이심전심론이다. 인사권자로서 사과를 했지만 검찰총장을 축출하고 싶은 대통령의 본심을 읽은 의원들이 탄핵의 총대를 멨다는 해석이다. 평소 자타가 인정하는 ‘친문’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엔 청와대와의 물밑 교감이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도출된다. 진짜 충성파는 드러난 말과 글이 아니라 심기를 헤아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은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주어진 권한, 즉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 되는데 SNS나 서한으로 변죽만 울리는 것이다. 검찰총장의 징계 과정에서 대통령도 강조한 절차의 정당성이 훼손됐다는 사법적 판단이 일차적으로 나온 상황인 만큼 실제로 탄핵이 인용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대통령의 심층적 메시지가 탄핵이라고 확신한다면 왜 행동에 나서지 않는지 궁금하다. 한편으로 떠오르는 것은 ‘확증편향’이다. 정치에 관해서는 국민 대부분이 권위자다. 구미에 맞는 정보만 취사선택하기에 대화와 토론이 필요 없다. 자신의 믿음이나 의견과 다른 뉴스는 가짜뉴스다. 따라서 기존 관념이나 정서에 부합하는 증거나 자료만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린다. 무엇보다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여의도의 금배지들일수록 확증편향에 사로잡히기 쉽다. 장기간 쌓은 전문성을 과신하기에 낯선 시각을 거부하고 기존의 견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현실을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카리스마가 넘치는 지도자도 언제든 토사구팽이 가능하다. 강준만 교수의 지적처럼 대중이나 의원들이 리더에게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은 확증이지 사고나 관점의 변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따져 볼 것은 그럼에도 대통령이나 당대표를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의원과 지지자의 복합적 의식이다. 궤멸적 패전 후에도 굳건한, 소위 ‘천황제’를 지켜본 작가 사카구치 안고는 권력과 권위에 대한 일본인의 이중성을 격렬하게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 역사에서 집권층은 권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천황을 호출했다. 막부의 장군들은 자신들이 전면에 등장해 군림하기보다는 무늬만 왕을 세워 놓고 그에게 복종하는 모양새를 취할 때 한층 강력한 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백성이나 국민의 충성과 복종을 끌어내려면 상징적 권위와 실제적 권력을 이원화하는 것이 유리하다. 먼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면 만인을 굴복시킬 수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맘대로 왕을 추대하고 권력은 내가 휘두르니 떠받들면서 업신여기는 이중의식이 구조화된다. 일본의 사례에서처럼 지도자와 관련한 신화와 팬덤을 부추기면서 자신의 권력욕을 충족하는 일들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공식적인 권력자들뿐만 아니라 국민도 이용 대상이다. ‘존경하는 국민’을 입에 달고 살지만 내심은 ‘움직이는 표’로만 인식하는 것이다. 공복을 자처하면서 상전 행세는 여간 톡톡하지 않다. 결국 권위와 권력이 분리된 이중의식으로 정치가 운용된다면 지도자는 사실상 어떤 새로운 일도 펼칠 수 없다. 다만 껍데기를 내세워 호가호위하는 세력들이 내뱉는 존경과 능멸의 입찬말만 무성하게 남을 것이다.
  • ‘태양광’ 한마디에 프리패스…‘친환경’ 미명 아래 무한삽질

    ‘태양광’ 한마디에 프리패스…‘친환경’ 미명 아래 무한삽질

    친환경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태양광 사업이 오히려 지역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농민들의 생활 터전인 논밭을 헤집고 마을 경관과 친환경 부지의 훼손, 대규모 산지 개발 등으로 지방의 난개발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어촌 지역에 들어설 대규모 사업일수록 자연경관 침해는 물론 농가와 축사, 어업 등에 악영향을 끼치는 등 지역 주민들의 생활 피해 호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5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고흥군 해창만과 영암군 간척지 등에 대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지역사회가 강력 반대하고 있다. 고흥군에서는 해창만 간척지 일대 담수호 100㏊ 면적에 들어설 95㎿급 수상 태양광발전 시설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수상태양광발전소 건설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부 구간에 송전철탑 공사가 포함돼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고흥군 율치리 조계산 일대를 지나는 8~9기의 송전철탑이 포함됐다. 주민들은 농어업 피해는 물론 자연환경과 경관 파괴, 축산 농가들의 손실 등 건강권과 자연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고 있다. 인근 지역인 영암군도 영산강 4지구 3-1공구 간척지(삼호읍 서호·망산, 미암면 신포·호포 일원)에 초대형 태양광발전 사업 조성 소식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SK E&S는 영산강 4지구 일대에 약 16.5㎢(500만평) 면적에 2GW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를 설립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전국 최고의 우량농지가 없어지고 철새도래지인 영암호의 환경 파괴 등 천혜의 자연경관을 크게 훼손하는 행위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SK E&S는 “이미 영산강 태양광 사업을 모두 중단했다”며 “지역 주민들이 태양광 단지를 계속 반대한다면 이번 사업 계획을 백지화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1만 2700여곳에 태양광이 설치돼 있다. 지난해 8월 긴 장마에 따른 전국적 집중호우로 태양광 시설 12곳에서도 큰 산사태가 일어났다. 나무를 자르고 설치한 패널이 폭우에 무너지는 등 태양광이 산사태의 원인이 됐다. 김광민 푸른영암21협의회 사무국장은 “영암군의 활성산과 장흥호에는 태양광 패널만 설치했는데도 비가 오면 물이 지반으로 넘쳐 지역 농가의 상수원으로 흘러들어 2, 3차 피해가 생기고 있다”면서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거의 모든 곳이 나무를 자르고 산을 깎았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친환경 태양광사업이 오히려 지방의 환경파괴 주범

    친환경 태양광사업이 오히려 지방의 환경파괴 주범

    친환경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태양광 사업이 오히려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자리잡고 있다. 농민들의 생활 터전인 전답을 헤집고 마을 경관과 친환경 부지 훼손, 대규모 산지 개발 등으로 난 개발을 부채질하는 주 요인이 되고 있다. 농어촌 지역에 들어설 대규모 사업일수록 자연경관 침해는 물론 농가와 축사, 어업 등에 악영향을 끼치는 등 생활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근 전남에서는 고흥군 해창만과 영암군 간척지 등에 태양광발전 사업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지역 사회가 강력 반대하고 있다. 전남 고흥군에는 해창만 간척지 일대 담수호 100㏊ 면적에 2000여억이 투입돼 들어설 95㎿급 수상 태양광 발전 시설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수상태양광발전소 건설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부 구간에 송전철탑 공사가 포함돼 군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 구간에는 고흥군 풍양면 율치리 조계산 일대를 지나는 8~9기의 송전철탑이 포함됐다. 주민들은 농·어업 피해는 물론 자연환경과 경관 파괴, 축산 농가들의 손실이 불 보듯 하는 등 건강권과 자연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고 있다. 인근 지역인 영암군도 영산강 4지구 3-1공구 간척지(삼호읍 서호·망산,미암면 신포·호포 일원)에 초대형 태양광발전 사업 조성 소식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업시행사인 SK E&S는 3조원을 투입해 약 16.5㎢(500만평)의 면적에 2GW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를 설립할 계획이다. 3-1공구 간척지는 국가사업으로 영암방조제가 1996년 11월에 준공돼 삼호읍에서 해남 화원까지 4.3㎞에 이른 바다를 막는 간척사업에 포함된 지역이다.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우량 간척 농지(1650㏊)가 들어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계획’에 따라 농촌지역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으로 염해간척지 발전시설 설치가 가능해지면서 사업이 추진됐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영암군과 군의회, 주민 등은 중앙부처와 국회 방문, 민·관 협의체 및 실무추진단을 구성하는 등 법의 테두리 내에서 총력 저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전국 최고의 우량농지가 없어지고, 철새도래지인 영암호의 환경 파괴 등 천혜의 자연경관을 크게 훼손하는 행위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SK E&S는 영암군에 사업보류 의사를 전달한데 이어 반대가 심하면 철수도 고려하고 있다. 김광민 푸른영암21협의회 사무국장은 “영암군에 있는 활성산과 장흥호에는 태양광 패널만 설치했는데도 비가 오면 물이 지반으로 넘쳐 지역 농가의 상수원으로 흘러들어 2,3차 피해가 생기고 있다”며 “전국 거의 모든 지역에는 급격한 경사도로 산을 깎아 자연 재해가 항상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작년 ‘청명한 하늘’ 154일… 초미세먼지 농도 역대 최저

    지난해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2015년 공식 관측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472개 국가대기오염측정망의 관측값을 분석한 결과 전국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19㎍/㎥로 집계됐다. 2015년(26㎍) 이후 가장 낮은 농도로 전년(23㎍) 대비 17.4%(4㎍) 줄어 연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나쁨 이상(36㎍ 이상) 일수는 27일로 2019년보다 20일 감소한 반면 좋음(15㎍ 이하) 일수는 154일로 39일 증가해 청명한 날이 가장 많았던 해로 조사됐다. 특히 매우 나쁨(76㎍ 이상) 발생일이 하루도 없었다. 첫 계절관리제가 시행된 1~3월 농도 감소폭(9~18㎍)이 4~12월(-2~7㎍)보다 컸고 지역별로는 충북(7㎍), 세종·전북(각 6㎍)에서 개선 효과가 높았다. 서해 백령도의 연평균 농도는 19㎍으로 전년보다 1㎍ 감소에 그쳐 국내 개선 효과가 간접적으로 확인됐다. 환경과학원은 이 같은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의 개선과 관련해 국내 정책 효과, 중국의 개선 추세, 코로나19 영향, 양호한 기상조건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관측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사슴인 줄 알았는데…등산객에 산탄총 쏜 70대 일본 사냥꾼

    사슴인 줄 알았는데…등산객에 산탄총 쏜 70대 일본 사냥꾼

    멧돼지, 사슴, 곰 등 사람에 피해를 주는 유해조수 구제활동을 하는 엽사들의 고령화가 일본에서 고민거리로 떠오른 가운데 70대 엽사가 등산객을 사슴으로 오인해 잘못 총을 쏘는 사고가 발생했다. 3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11시쯤 야마나시현 다바야마촌의 해발 2000m 등산로에서 과도하게 불어나 농가에 피해를 주는 사슴 구제 활동을 벌이던 남성 엽사 A(73)씨가 산길을 지나던 등산객 남성(73)을 향해 산탄총을 발사했다. 새해를 맞아 도쿄도에서 이곳으로 산행을 왔던 등산객은 왼손에 총알을 맞아 손가락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고 헬리콥터로 긴급 후송됐다. 당시 A씨는 현지 사냥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들짐승 구제작업을 하고 있었다. 경찰은 A씨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사슴을 비롯해 곰, 멧돼지 등 야생동물에 따른 인명 및 재산피해가 잇따르면서 수렵 동호회 등을 동원한 구제활동을 벌이고 있다. 산림이 많은 농촌지역일수록 곰, 멧돼지 등 야생조수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심각해 엽사들의 활동이 중요해지고 있지만, 심각한 고령화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야마가타현의 경우 1978년 8330명에 달했던 수렵면허 소지자가 지난해 2249명으로 4분의 1까지 감소했다. 특히 60~70대가 70% 정도를 차지한다. 야마가타시의 경우 전체 180명 중 20대는 4명에 불과하다. 이곳 관계자는 “새로 들어오는 사람보다 그만두는 사람이 더 많다”고 마이니치에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자치광장] 공간은 우리의 삶을 바꾼다/이정훈 강동구청장

    [자치광장] 공간은 우리의 삶을 바꾼다/이정훈 강동구청장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카페에서 테이크아웃만 가능해져 ‘카공족’이 곤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카공족은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자리 경쟁이 치열하고 갑갑한 도서관에서 공부하기보다 자유로운 카페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도서관당 인구수(2019년 기준)는 4만 5723명이다. 독일의 1만 1614명, 호주의 1만 4963명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기반시설이 노후화된 지역에 사는 어려운 사정의 청년이라면 어떨까. 극단적인 예이지만 독일인 청년의 경우 가까운 공공도서관에 가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차비도, 카페 비용도 없는 우리나라 청년은 취업과 자기계발을 위한 공부도 어려워질 것이다. 가난의 대물림이 특정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청소년, 어린이, 어르신 등 취약계층일수록 더 심각해지며 이웃을 만날 수 있는 기회나 공간도 부족해 이웃 간, 세대 간의 단절은 이곳에서 흔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날 수 있는 공공 공간은 국가에서 책임지고 지속적으로 늘려야만 한다. 이른바 지역밀착형 생활인프라 확충을 통한 공간복지다. 강동구는 학교 공간혁신 사업인 행복학교를 시작으로 책과 차를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복합문화공간인 북카페 ‘다독다독’을 조성했다. 딱딱한 분위기의 기존 도서관과 달리 담소를 나누고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놀 권리를 가진 영유아와 부모가 맘껏 뛰놀면서 이웃 간 육아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아이·맘 강동육아시티도 이런 ‘강동형 공간혁신’이다. 이들 공간을 2022년까지 거점별로 10개씩 확충할 계획이다. 물론 단순히 공간을 확충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존에 노후화되고 고전적인 경로당을 성별, 장애의 유무에 상관없이 어르신의 눈높이에 맞춰 개선한다거나 획일적인 학교 공간을 학생에게 맞춰 밝고 창의적 공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사용자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는 공간 확충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뿐이므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공간복지를 적극 도입해야 할 것이다.
  • 갈 길 먼 원격수업… ‘재난 교육과정’ 세워야

    갈 길 먼 원격수업… ‘재난 교육과정’ 세워야

    “지난해엔 ‘원격수업이 처음이니까’라고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결정된 부분이 많았습니다.”(이윤경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 “예년에 100%를 가르쳤다면 2020년엔 60%도 가르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등교 지침이 바뀔 때마다 대면수업으로 준비했던 것을 원격수업으로 바꾸거나 반대로 바꾸기를 반복했어요.”(손은정 경기 모현중학교 교감)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나라 공교육은 ‘원격수업’이라는 미래를 현실로 앞당겨 맞이했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 없이 ‘고육지책’으로 시작한 원격수업은 지난 1년 내내 시행착오를 거듭했다.교육당국이 실시한 각종 설문조사에서 교사 10명 중 8~9명이 “원격수업으로 학습 격차가 심화됐다”고 응답했고, 초등학생들은 ‘발달 격차’ 우려마저 커졌다. “대면수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었다. 교육부는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을 병행한 지난해의 교육을 ‘미래교육’, ‘블렌디드 러닝’(원격·대면 융합수업)이라고 자평하지만 교육계의 평가는 냉정하다. 서울시교육청의 ‘서울시 초·중·고등학교 코로나19 대응 원격교육 현황 조사’에서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가 이끈 연구진은 “지금의 원격수업은 진정한 의미의 온라인 원격교육이 아니다”라면서 “대면수업을 대신하거나 뛰어넘는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진정한 의미의 ‘블렌디드 러닝’은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이 효과적으로 맞물려 학습 효과를 극대화한다. ‘거꾸로 수업’(온라인으로 교과 내용을 학습하고 대면수업에서 토론·모둠과제 등을 진행)이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현재의 학교 교육을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이 반복되거나 비정기적으로 병행되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연구진이 지난 7월 서울시내 교사 13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교사들은 원격수업의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주로 ‘대면수업에서 제공’(초등학교 56.7%·중학교 38.3%·고등학교 54.6%)했으며, 과제를 확인하더라도 절반가량이 ‘제출 여부만 확인’했다. 원격수업은 과제를 통해 출결을 확인하는 데 그친 셈이다. 특히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이 병행되면서 학생들의 원격수업 참여도가 점차 낮아졌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온라인 개학 한 달여 뒤 대면수업이 시작됐지만 내실 있는 수업은 어려웠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원격수업 기간 학생에 대한 평가는 ‘실시간 쌍방향(화상) 수업에서만 가능하다’는 교육부의 평가 지침 탓에, 일선 학교는 대면수업에서 수행평가를 몰아서 할 수밖에 없었다. 손 교감은 “대면수업하는 날에는 평가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해 자기주도학습이 어려운 학생에 대한 개별 지도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올해도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 시대 교육의 틀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먼저 대면수업을 전제로 했던 기존 교육과정을 대폭 손질한 ‘재난 시 교육과정’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은 “대면수업 일수가 줄고 원격수업으로는 한계가 있는데도 방대한 기존 교육과정을 그대로 운영해야 해 진도를 쫓기 급급했다”면서 “반드시 배워야 할 핵심 성취기준을 선별해 수업을 내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주마다 바뀌는’ 등교 지침 대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등교 계획을 제시하고, 경직된 지침을 개선할 필요도 제기된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원격수업과 대면수업, 수업과 피드백 등 다양한 요소들이 최적의 조합을 이룰 때 좋은 융합수업이 만들어진다”면서 “각 학교와 교사가 ‘황금률’을 찾아낼 수 있도록 수업과 평가의 자율성을 넓히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학생의 출석과 건강 자가진단 참여 독려 등에 시간을 소모하지 않고 수업과 피드백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절실하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한국교육행정학회장)는 “학생들의 70%는 생활 습관과 학습 습관이 흐트러져 있고, 30%는 자기주도학습에 익숙해져 교실 수업이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면서 “이들 학생이 다시 한 교실에 모여 수업을 하면서 발생할 문제들에 대해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와 교사는 원격수업에서 활용한 스마트기기와 플랫폼, 콘텐츠를 활용한 교실 수업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조언이다. 학생들의 온라인 학습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지원 체계도 정비돼야 한다. 박 교수는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원격수업 매뉴얼을 각각 만들어 제공하고, 원격수업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상담 체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가정에서 원격수업을 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마을 공동체가 ‘온라인 공부방’ 같은 인프라를 마련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 회장은 “원격수업 기간에는 가정이 제2의 교실, 학부모가 제2의 교사가 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자녀의 학습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전문적인 정보를 얻을 곳이 없다는 게 학부모들이 토로하는 가장 큰 고충”이라면서 “교육당국은 학부모와의 소통 채널부터 구축해달라”고 촉구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길섶에서] 흰 눈/손성진 논설고문

    흰 눈처럼 살고 싶었으나 얼룩덜룩 정갈하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숨을 곳이 필요했는데 그때마다 받아 준 것은 흰 눈이었다. 바라보기도 눈부시게 하?던 흰 눈은 거무튀튀한 나를 고이 덮어 주었다. 감히 따를 수 없는 흰 눈. 만들어지자면 구름이 극한의 추위를 견뎌야 하는데 태생부터 닮기 어려운 존재였다. 근본은 얼음이면서도 저리 따듯한 내강외유(內强外柔)는 짧은 수양으로는 흉내 내는 것조차 욕심이었다. 새털보다 가벼운 것을 삭풍이 마구 휘젓더라도 몸을 내맡기고는 어느 산천에 내려앉더라도 불평하지 않는 흰 눈. 그곳이 비록 더러운 오물로 가득 찬 속세의 한가운데라도 기꺼이 천사처럼 감싸 준다. 창공에서 흰 눈이 본 세상은 전쟁, 분열, 증오, 질병으로 지옥 아닌 지옥이었고 인간은 피투성이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흰 눈이 스르르 스며 인간의 검은 속을 백화(白化)해 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으련만 흰 눈은 생명이 몹시 짧은 것을 한탄했다. 한심한 세상과 인간이 답답해서인지 흰 눈은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서울 같은 오염도가 높은 곳일수록 더욱. 그래도 새해에는 흰 눈을 자주 보고 싶다. 잠시라도 백학보다 더 순백한 흰 눈을 맞는다면 사소한 것을 놓고 다투는 우리의 마음도 조금이나마 정화되지 않을까. sons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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