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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단 시인들이 쓴 ‘잔혹’ 청소년 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단 시인들이 쓴 ‘잔혹’ 청소년 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어 선생님은/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열 가지를 쓰라고 했다./그 열 가지와 함께 배를 타는데/큰 파도를 만나 난파 직전에 있어서/한 가지씩 바다에 버려야만 한다고 했다./컴퓨터 자전거 일기장 이것저것 버리고/일곱 번째로 아빠를 버렸다./하나 더 버리라고 해서/나는 여친 명숙이를 버렸다./그런데 또 하나를 더 버리라 해서/엄마를 버렸다./마지막 가장 소중한 것으로 스마트폰을 남겼는데/다들 그 이유를 말하는 게 말하기 수행 평가다./나는 가족들과 연락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는데/다들 웃었다. 어이없다는 듯 선생님도 웃었다./(중략) 또 한다면/소중한 것 가운데 선생님도 넣었다가/가장 먼저 바다에 던져 버릴 것이다.(난파선 위에서) ‘저 새끼가요./나보고 애자 새끼라고 놀리잖아요./그냥 참으려고 했는데/다른 반까지 가서 떠들고 다녔거든요./하지 말라고 좋은 말로 얘기했는데/실실 쪼개기만 하는 게 더 기분 나빠요./그냥 있으면 나만 바보가 되는 거 같아서/딱 한 대만 치려고 했어요./우리 아빠가 다리를 저시거든요.//그러니까 선생님/저 새끼를 한 대만 때리면 안 될까요?’(한 대만 때리면 안 될까요?) 최근 나온 ‘창비청소년시선’ 1권 ‘의자를 신고 달리는’에 실린 시들이다. 창비는 전문 시인이 쓴 청소년 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청소년 시를 정립하려는 문학사상 초유의 작업에 착수하며 2권의 시집을 내놨다. 20명의 시인이 쓴 100편의 신작 청소년 시가 수록됐다. 이 가운데 ‘난파선 위에서’ ‘한 대만 때리면 안 될까요?’ 등 일부 시가 ‘초등학생 잔혹 동시’ 논란을 재연하고 있다. 두 편의 시를 본 문학평론가들과 중견 시인들은 “청소년 성장소설과 달리 성장시는 취약하다. 성장시의 모형을 제시하는 건 의미가 있다. 사회적인 공론과 비평적 여과 과정을 거쳐 진정한 청소년 문학으로 자리잡는 데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며 애정 어린 비판과 분석, 진단을 내놨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문학은 사회 통합 기능을 지향해야 한다. 리얼한 언어로 아이들 세계를 재현했는데 파괴적이고 패륜적인 내용이 아니라 통합 기능을 발휘하는 쪽으로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무언가를 까발리거나 누군가를 향해 욕을 하는 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 있다. 다만 그것이 활자화됐을 땐 충격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민호 문학평론가는 “아이들의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을 가감 없이 쓴 것 같은데 청소년의 심리를 그런 식으로 보여줘도 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청소년들 상태에 대한 날것의 리얼리즘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청소년들의 삶에 대한 성찰이나 평가, 해석,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 시가 주는 정화나 승화 기능, 감동을 통해 얻는 새로운 깨달음 등과도 거리가 멀다”고 평했다.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어른들이 청소년들은 이런 욕망이 강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가정하고 예단해서 쓴 게 문제다. 청소년 각자가 갖고 있는 욕망, 불안, 상상의 세계를 평면적으로 처리했다. 상상과 욕망의 주체가 돼 청소년이 직접 쓴 시보다 청소년 세계를 더 단순화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함돈균 문학평론가는 “시가 1인칭으로 발화하는 게 많아 흔히 시인과 시적 화자가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시적 화자는 기본적으로 문학적 ‘가상’이라고 봐야 한다. 둘 다 성인이 학생이 돼 발화한 시로, 청소년 화자 입장에서 그들 세계의 일상어를 사용하고 있다. ‘난파선 위에서’는 요즘 아이들의 솔직한 심경을 자기 고백 식으로 표현했다. 그것을 도덕적으로 판단하는 건 어른들 시선이고 차후 문제다. 창작 차원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다. 시인들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한 중견 시인은 “시의 형식을 빌려 쓴 솔직한 내면 일기 같다. 은유성을 획득하지 못하는 욕은 그냥 욕일 뿐이다. 미움을 다른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을 텐데 생명을 죽이겠다고 하는 건 용인하기 어렵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시를 쓰겠다는 이유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중견 시인은 “문학은 비유다. 지난번 잔혹 동시나 이번의 청소년 시나 ‘이게 말이 되느냐’는 식으로 접근하면 문학은 설 자리가 없다. 우리 교육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통렬히 비판하고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쪽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창비 측은 “주된 독자층은 중학교 1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다. 시인들이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시를 쓰려 했다. 학교 현장에선 학생들이 ‘난파선 위에서’를 엄청 좋아한다고 했다. 아이들 정서에 그런 시가 맞는다는 걸 알고 아이들 감수성에 접근해서 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조선 백자 여백처럼… 깊은 울림을 전한다

    조선 백자 여백처럼… 깊은 울림을 전한다

    ‘어디 가서 ‘선생님’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제일 슬프다. 나는 아직도 어린아이의 마음을 간직하고 싶은 평범한 시인!’ 이순을 훌쩍 넘긴 시인이 ‘시인의 말’에 적어넣은 글귀다. ‘고루한 어른이 되지 말자’는 다짐에서 스스로 새기는 초심이다. 현실에 대한 예리한 비판 의식과 투명한 서정을 모두 시 안에서 아우를 줄 아는 이시영(65) 시인 얘기다. 초심을 되새기는 시인답게 그가 최근 펴낸 열세 번째 시집 ‘호야네 말’(창비)에서는 순정하고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본 범속한 세상사가 ‘오래된 노래’가 되어 흐른다. ‘자고 일어나 보니 새똥들이 방금 가장 아름다운 지구의 무늬를 만들어 놓았구나’(일행·一行) ‘검은점호랑나비 한 마리가 산나리꽃 위에 앉아/ 자울자울 조을고 계시다/ 자세히 보니 바람에 날개가 많이 찢기었다’(호랑나비) 간결한 일상어로 눌러 쓴 짧은 서정시는 수묵화 한 폭처럼 단정하고 담백하다. 공연한 정황이나 장식을 달지 않은 시는 조선 백자처럼 넉넉한 여백으로 독자를 맞이해 깊은 울림을 전한다. 만해문학상과 박재삼문학상을 수상한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이후 2년 만에 펴낸 시집에서 그는 짧은 서정시를 중심으로 산문시, 인용시 등 다양한 시적 체험을 안긴다. “일부러 그렇게 쓴 거야. 시라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데, 요즘은 소통이 안 되면 안 될수록 좋은 시라는 인상을 주는 것 같아. 서정시를 쓰면 촌스럽고 낡았다고 생각하죠. 스스로는 그간 참여시, 저항시 등 서사시만 너무 많이 써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표현되지 않은 것에서 더 많은 이야기와 울림을 자아내는 짧은 서정시를 써보고 싶었죠.” “이시영 시인은 삶의 결정적 순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매순간이 결정적인 순간들임을 눈가가 따뜻하게 젖은 사람의 마음으로 찍고 있다”(박형준 시인)는 평처럼 그는 보잘것없는 미물의 움직임은 물론 세속의 풍경에서 포착해낸 순간에서 삶의 이치를 캐낸다. “시인이 짧은 서정시로 모색하는 세상은 ‘고맙다’의 세상일지도 모른다”(오철수 문학평론가)는 지적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지닌 선함과 겸손함이 세상을 이끌어 나가는 힘임을 지그시 강조한다. ‘서초중앙하이츠빌라의 머리가 하얗게 센 경비 아저씨는/ 저녁이면 강아지와 함께 나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 세상엔 이렇게 겸손한 분도 있다’(절) “타인에 대한 배려라든지 고마움, 겸손이 없는 세상이잖아요. 각박하게 살면서 잃어버린 선한 마음, 배려의 마음은 세계 도처에 남아 있어요. 잘난 사람도 많고 지배하려는 사람도 많지만 타인과 사물에 대해 공감할 줄 아는 감수성이 있어야 인간다운 세상이 되지 않겠어요.” 오랜만에 그윽하고 따뜻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다는 시인이지만 그는 ‘결빙(結氷)의 시절’(십이월)이 된 요즘 현실의 참혹 앞에 절망하고 있다고 했다. “그간 민주주의의 퇴행이라는 말을 거듭했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보니 민주주의를 말하기 이전에 책임감, 사명감은 물론 국민에 대한 헌신, 공감 능력이 전혀 없는 지도층의 민낯을 보고 분노의 마음이 들더군요.” 국가가 무엇인가라는 소박한 의문에서 쓴 ‘‘나라’ 없는 나라’는 아이로니컬하게도 국가의 존재 이유를 돌아보게 하는 시가 됐다. ‘어디 남태평양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섬은 없을까. 국경도 없고 경계도 없고 그리하여 군대나 경찰은 더욱 없는. 낮에는 바다에 뛰어들어 솟구치는 물고기를 잡고 야자수 아래 통통한 아랫배를 드러내고 낮잠을 자며 이웃 섬에서 닭이 울어도 개의치 않고 제국의 상선들이 다가와도 꿈쩍하지 않을 거야. (중략) 아, 그런 ‘나라’ 없는 나라가 있다면!’(‘나라’ 없는 나라)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문화마당] 무슨 책을 읽을까?/김재원 KBS 아나운서

    [문화마당] 무슨 책을 읽을까?/김재원 KBS 아나운서

    고2 아들아이가 요즘 묵언수행 중이다. 입을 닫았다. 통 말이 없다. 방학이 끝나가지만 이름만 방학일 뿐 여전히 학교를 오고 가는 그 아이가 아빠는 물론 엄마에게도 입을 닫은 지 벌써 몇 개월째다. 이러다 말겠지 싶었지만 요즘은 심지어 후기인상파다. 얼굴은 우울하고 입은 닫고 사이버 인간처럼 움직인다. 그동안 제법 조잘대던 아이라 더 마음이 쓰인다.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청소년들이 집에서 말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들은 왜 입을 닫았을까? 중학교 2학년들에게 ‘중2병’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그들이 가장 무섭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그 나이 또래의 생각은 종잡을 수 없다. 남보다 우월하다거나 열등하다는 착각에 빠져 있단다. 방송이나 강연에서 만나는 청중 가운데 가장 두려운 존재가 그 또래들이다.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고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할 수가 없다. KBS 한국어연구팀장으로 일하면서 가끔 중·고등학교에 언어폭력 예방 강의를 나간다. 누군가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그들의 언어세계는 이미 언어폭력으로 얼룩져 있다. 은어와 속어는 물론이고 욕설조차 일상어로 자리 잡은 경우가 다반사여서 어른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들의 속마음은 과연 무엇일까? 청소년의 언어폭력은 사회적 분출구가 없는 아이들에게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불투명한 미래와 답답한 부모, 꽉 막힌 스승과의 불통으로 막히고 눌린 아이들의 불만이 오로지 뚫린 입으로 비집고 나온다. 이제 아이들에게 소통수단은 언어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은 더 이상 놀이로도, 운동으로도 소통할 수 없다. 결국 욕설과 은어로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TV에서, 인터넷에서 어른들에게 배운 것이다. 이제 어른의 대화를 고스란히 따라하고 있을 뿐이다. 어른들이 석고대죄해야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모르고 있다. 청소년들이 집에서 부모와 대화를 하지 않는 것도, 강사들에게 불편한 청중이 된 것도, 그들 사이에 폭력적 언어가 만연한 것도 어쩌면 그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누군가가 없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부모도, 선생님도, 친구도 자신의 마음을 읽어주지 않는다. 그저 막막한 공부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전부이다. 그들의 마음을 읽어줄 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세상에 입과 귀를 닫았다. 누가 이 아이의 마음을 읽어줄까? 일부 지방자치단체 도서관에서 ‘휴먼라이브러리’라는 사람 책 읽기 운동을 하는 모양이다. 각 분야 전문가나 유명 저자들이 독자들과 직접 만나 대화하고 질문하며 사람 책을 읽는 프로그램이다. 나도 방송을 진행하면서 매일 ‘사람 책’을 만난다.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인생역사를 듣고 삶이 주는 교훈을 새긴다. 사람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이제 종이활자 책만 읽지 말고, 유명인사의 사람 책만 읽지 말고 가까운 사람들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자. 아들도, 딸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친구도, 선생님도, 제자도 자신의 마음을 읽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마음을 책 삼아 읽어 보자. 나는 요즘 묵언수행 중인 아들의 입을 열려고 굳이 애쓰지 않는다. 그 시기에는 입을 열지 않도록 유전자가 형성되어 있는데 억지로 열 필요가 있을까? 그저 기다리면서 그 아이의 마음 책을 읽어 보련다.
  • 책 어디를 펼쳐도 오감을 엮어낸 표현들

    이런 예민한 감각으로 세상을 살 수 있을까 싶다. 51편이 실린 시집 어디를 펼쳐도 교묘하게 오감을 엮어낸 표현들은 서로 가슴을 부딪히며 노래하고 있다. 가을단풍을 봐도 무심할 정도로 감성이 무뎌졌다면 ‘시소의 감정’(민음사 펴냄)을 한 번 펴볼 만하다. 제1회 ‘세계의문학상’ 신인상 수상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던 김지녀 시인이 처음 묶어낸 이 시집은 입체적 시어들이 이룬 숲과 같다. 곳곳에서 만나는 매력적인 표현들은 가끔 길을 잃게 하는 긴 호흡의 문장들도 빛나게 만든다. ‘벽과 창문과 바닥이 / 하늘 높이 솟았다 가볍게 흩어진다 / 방바닥에는 크래커 부스러기들이 잔뜩 / 떨어져 있다’(‘크래커’) 시인은 이질적인 물체들을 동일한 이미지 속에 능숙하게 섞어 넣는다. 폭파 직전 건물의 팽팽한 긴장감을 그리면서도, ‘바삭바삭 잘도 부서지’는 크래커와 무심히 과자를 씹으며 폭파를 관람하는 화자를 아주 능청스럽게 맞물려 놓은 배치를 보라. 게다가 ‘롱고롱고’나 ‘콰하콰하’ 같은 출처를 알 수 없는 독특한 감각의 시늉말들은 독서 틈틈이 미소를 머금게 한다. 물론 그가 감각만으로 주구장창 시를 이어 간 것은 아니다. 먼 얘기인 듯 써낸 구절의 틈사이에는 또 가슴 싸한 뒷모습 같은 것이 자주 묻어난다. ‘점점 야위어 가는 것은 먹구름 같은 숲 / 뿌리 없이 자라는 나무에 폭언들이 빨갛게 열려 있다’(‘기쁘거나 슬프거나’)라든지 ‘떠나야겠다, 몇 번의 짐을 챙기고 푸는 동안 사랑은 몸을 옮기고’ 같은 구절은 책장을 붙든 손을 멈칫하게 한다. 하지만 이 시집의 미덕은 무엇보다 용인할 수 있는 문법의 범주 내에서 낯설고 아름다운 감각을 지어낸다는 점에 있다. 시인은 무자비의 모국어의 파괴, 고의적 비문보다는 시어의 조탁이라는 정공으로 표현의 한계를 돌파하려 했다. 그래서 최동호(고려대 국문과 교수) 시인도 “지난 10년간 소통 부재의 젊은 시인들의 시가 지닌 병폐를 통쾌하게 넘어섰다.”고 당부어린 찬사를 표지 말에 썼다. 그 말대로 ‘거대한 중력을 끌며 날아가 시간의 날카로운 부리를 땅에 박고 영원한 날개를 접는 저 새들처럼, / 우리가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생각할 때’(‘지구의 속도’) 같은 구절들은 우리 일상어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새삼 일깨워 주는 표현이다. “시집을 준비하는 5년 동안 수없이 도망가고 싶었다.”는 시인은 지금 시집을 낸 후 긴장으로 온몸이 아픈 일종의 산후통을 앓고 있다고 한다. 현재 시인은 연구와 창작을 병행하며 활발한 문단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과학으로 인간을 얘기하는 쿨한 작품이죠”

    “과학으로 인간을 얘기하는 쿨한 작품이죠”

    원숭이를 인간으로 진화시키는 ‘프로젝트’가 대학로에서 진행된다. ‘네안데르탈 작전’ 혹은 ‘원숭이맨 작전’. 요즘 대학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성기웅(34)의 신작 ‘북방한계선과 원숭이’(8월1일∼9월7일·선돌극장)의 테마이다. 재작년부터 선보여온 일본 작가 히라타 오리자의 ‘과학하는 마음’의 2편으로 1편 ‘진화하는 마음’과 3편 ‘발칸동물원’을 먼저 무대에 올렸고, 이번 공연으로 3부작을 완결한다. “3부작을 다 할 줄 알았으면 순서대로 하는 건데….(웃음)관객들이 ‘2편은 왜 안 하냐.’고 하셔서 하게 됐죠. 처음엔 여건도 좋지 않아 좁은 극장에서 17명의 배우들이 계단에서 대기해가며 공연했어요.” ‘과학하는 마음’은 전형적인 일본의 ‘조용한 연극’. 강렬한 드라마나 반전 없이 일상을 그대로 비춘다. 그래서 장면전환도 효과음도 없다. 관객이 들어오기도 전에 이미 배우들이 무대에서 연기하거나 여러 인물이 동시에 다른 대화를 한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이나 끝난 후에도 그들의 일상은 계속 이어질 것만 같다. “그간 우리 연극에서는 커다란 사회적 메시지나 가족이야기 등 감성적인 주제로 눈물을 강요해왔어요. 뮤지컬도 계산된 감정으로 관객을 몰고가죠. 그러나 이 극은 과학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얘기해요. 이성적으로 접근해 관객에게 생각의 여백을 준다는 게 매력이죠.” 성 연출은 ‘북방한계선과 원숭이’를 “쿨한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전편에서는 갈등 관계가 선명했다면 이번 편은 ‘관찰하기’가 더 요구된다. “결국 과학이나 인간의 진화라는 건 500만년이라는 긴 시간을 두고 진행된 건데 이걸 길어야 70∼80년 사는 과학자들이 한 시간 반 동안 다룬다는 차이가 재미있어요.” 작품은 진화된 인간 문명의 자부심을 드러내면서도 원숭이만의 삶의 특성을 보여주며 연구의 아이러니를 조명한다. 이렇 듯 일반인들이 평소에 생각 못했던 지점을 보여준다는 게 연출가가 ‘과학하는 마음’에 빠진 이유다. 그의 작품은 ‘말맛’을 잘 살리기로도 유명하다. 언어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면 극단 이름도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일까. “요즘 넌버벌 퍼포먼스나 이미지극 등이 각광받지만 ‘언어연극이나 사실주의 연극이 충분히 성숙한 다음에 생겨난 것이냐.’ 하면 그렇지 않아요. 기존 연극은 발성이나 화술, 언어가 일상의 감각과 너무 떨어져 거부감이 들거나 희곡의 문학성이 많이 떨어져요. 번역극에서 출발해 번역투도 많고요. 일상어, 잊혀진 옛말, 방언 등 우리 말 속에 있는 재미와 아름다움을 무대에서 살리고 싶습니다.” 그는 ‘조선형사 홍윤식’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 사람들’ 등 1930년대에 주목하는 작가로도 유명하다.11월 두산아트센터에서 올릴 차기작 ‘깃븐우리절믄날’은 ‘소설가 구보씨’의 2년 뒤 이야기로 이상의 두 번째 여인 권영희를 둘러싼 사각관계를 담고 있다. 내년에는 연애를 다룬 실험극도 선보일 생각이다.“쉬고 싶다.”는 말이 먼저 나올 만큼 복이지만 차기작 아이디어는 쉴새없이 새어나왔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2007년을 강타한 말말말

    2007년을 강타한 말말말

    2007년에도 숱한 ‘말’들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촌철살인의 외마디가 때로는 역사의 물길을 바꾸기도 했고, 때론 이해 당자자는 몰론 국민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대선의 해이자 ‘사건·사고의 해’였던 정해년(丁亥年)에 회자된 말과 신조어를 모아 다사다난했던 1년을 되돌아 봤다. ●“깜도 안된다.”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 동국대 교수 비호 의혹,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비리 연루 의혹이 불거진 8월.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요즘 깜도 안되는 의혹이 많이 춤을 추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변 실장과 신씨가 가까운 사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정 전 의전비서관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참 나쁜 대통령”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월10일 노 대통령이 4년제 중임을 골자로 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데 대해 얼토당토않은 소리라며 한 말이다. 이 말은 이후 대선전에서 ‘원조논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인기 슬로건이 됐다. ●‘한방’이냐 ‘헛방’이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연루의혹이 제기된 ‘BBK사건’과 ‘도곡동 땅’을 둘러싸고 범여권과 한나라당이 대선기간 내내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검찰 수사결과의 대선 영향력이 ‘한방’일지 ‘헛방’일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결론은 ‘헛방’이었다. ●“기자실에 대못질해 넘기겠다.” 기자실을 통폐합하려는 정부의 방침에 기자들이 반발하자 노 대통령이 지난 6월8일 원광대 특강에서 자신의 의지를 피력하며 한 말이다. 이후 정부는 취재선진화 방안을 강하게 밀어붙여, 정부 부처 출입기자들이 청사 밖으로 쫓겨났고, 단전된 기자실에서 촛불을 켜고 기사를 쓰기도 했다. ●“놈현스럽다.” 노 대통령이 지지를 잃자 기대를 저버리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놈현스럽다’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국립국어원이 10월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라는 책을 출간하며 이 단어를 싣자 청와대가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땅박이·곶감동영·손학새·버럭해찬 대선 후보들의 별명도 화제였다. 이명박 당선자는 도곡동 땅 등 땅투기 의혹으로 ‘땅박이’로 불렸다. 정동영 후보는 참여정부의 과실만 챙기고 열린우리당을 와해시켰다는 뜻에서 ‘곶감동영’, 한나라당을 떠난 손학규 후보는 ‘손학새’, 자기주장이 강한 이해찬 후보는 ‘버럭해찬’이란 별명을 얻었다. ●“오만의 극치라고 본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1월1일 국회 환경노동위 국정감사에서 이재오 최고위원의 ‘좌시하지 않겠다.’는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후 이 최고위원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대통령이 결심 못하십니까.” 10월2∼4일 2차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다. 회담기간 중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하루 일정을 늦춰 모레 가시는 것으로 하시죠.”라며 회담 연장을 제안했다. 노 대통령이 “경호·의전팀과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결심 못하십니까. 결심하시면 되는데….”라고 말했다. ●“복싱에서처럼 아구를 여러번 돌렸습니다.” 아들이 폭행당한 것에 격분해 ‘보복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6월18일 첫 공판에서 서울 북창동 클럽 종업원들에 대한 폭행사실을 시인하며 한 말이다. 그는 청담동 주점에서 폭행했고, 청계산 공사현장으로 데려가서도 때렸다고 시인했다. ●“쩡아가 오빠에게” 하반기 대선 이외 최대 이슈는 단연 ‘신정아 스캔들’이었다. 단순 학력위조 사건에서 시작했지만 뜻밖에도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권력형 로비의혹으로 커졌다. 검찰이 밝힌 둘 사이의 이메일에서 사적인 연서 내용이 공개돼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과 언론윤리 논란이 일었다. ●“앞으로 3000명의 배형규 목사가 나와야 한다.” 7월1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분당 샘물교회 소속 봉사단원 23명이 탈레반에 의해 납치돼 한달 반 동안 전국민이 마음을 졸이며 석방을 기원했다. 하지만 배형규(42) 목사와 심성민(29)씨가 피살됐다. 분당 샘물교회 박은조 담임목사는 이 와중에 “납치된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며 이런 말을 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남자는 상처를 남기지만 돈은 이자를 남긴다.” 5월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쩐의 전쟁’에서 여주인공이 남긴 명대사. 드라마는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는 대부업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며 한국의 천민자본주의를 통렬하게 고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습이다.” ‘안구에 습기차다.’의 줄임말로 눈물이 난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상대방이 불쌍하거나 안타깝고 슬프게 보일 때 사용됐지만 점점 일상어가 됐다. 개그맨 지상렬씨가 처음 사용했고,‘안폭(안구에 폭풍우)’,‘안쓰(안구에 쓰나미)’도 유행했다. ●‘신이 내린 직장, 공기업’ 5월 공기업 감사 20여명이 브라질 이과수폭포 관광을 떠나 따가운 질타를 받았다. 공기업 감사직 자체에 대한 지탄도 쏟아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유행어로 부활했다. ●테테테테테 텔미 올해 문화아이콘은 단연 원더걸스였다. 복고풍 댄스와 따라부르기 쉬운 노래 ‘텔미’를 들고나온 10대 소녀 그룹 원더걸스는 대중의 롤리타 콤플렉스(소녀에 대한 동경이나 성적 집착을 가지는 현상)를 자극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88만원 세대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는 상위 5%를 제외한 95%의 20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며 비정규직 평균월급 119만원에 20대 평균 급여비율 74%인 ‘88만원´ 가량의 월급을 받는 세대다. 비정규직 신세로 머물며 불투명한 미래를 바라보며 살아가야 하는 비참한 20대를 극적으로 표현한 신조어로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가 낸 책 제목에서 비롯됐다. ●“낚였다.” 언론사나 블로거, 인터넷 업체들이 게시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이나 키워드 등으로 네티즌을 유혹하는 행위를 낚시꾼이 미끼로 물고기를 낚는 것에 비유해 낚시질이라고 표현됐다. 누리꾼들은 충격적인 제목을 클릭했지만 별 내용이 없을 때 “낚였다.”고 말했다. ●저주받은 89년생 정부의 잦은 입시정책 변화로 혼란을 겪은 고등학교 3학년(89년생)을 일컫는 말. 이들이 고교 1학년 때인 2005년 내신을 강화하고 수능 변별력을 약화하는 입시안이 발표된 뒤 학생들은 이에 맞춰 입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대학과 정부의 내신 마찰로 혼선이 빚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논술까지 더해져 89년생들이 ‘내신-수능-논술’이라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에 갇혔다. ●떡값 검사 11월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이 삼성그룹의 비자금 실태를 폭로했다. 특히 현직 검찰 고위간부도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김 전 법무팀장의 폭로로 검사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11월23일 ‘삼성특검법’이 통과돼 삼성 비자금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짝퉁 학위 사회지도층과 유명 연예인들의 학력위조는 우리사회의 도덕성과 학벌주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 줬다. 퍼시픽웨스턴대 등 돈만 내면 박사학위까지 받을 수 있는 이른바 ‘학위공장’(Degree Mill) 출신 인사들이 속속 드러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미국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게 고금리로 주택마련 자금을 빌려 주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의미한다. 이 대출이 부실해지면서 글로벌 신용경색을 불러 왔다. 한국도 여파로 환율, 주식, 금리가 출렁거렸으며 전국민이 생소한 금융전문 용어에 친숙해졌다. ●오일볼 연말 충남 태안 바닷가에서 사상 최악의 유조선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오일볼은 바다 위에 유출된 원유나 폐유가 표류하다 휘발분이 없어지고 남은 흑갈색의 끈적끈적한 아스팔트 덩어리를 말한다.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 생태계를 파괴시켜 ‘2차 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반값아파트 부동산가격 폭등에 따라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는 서민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값아파트 정책이 제시됐다.‘환매조건부 아파트’ ‘토지임대부 아파트’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지역에서 시범 실시됐으나 입지가 좋지 않고, 분양가도 낮아지지 않아 외면을 받았다.
  • 6월 모의수능 EBS 전문위원 분석

    6월 모의수능 EBS 전문위원 분석

    올해 첫 대입 모의수능 평가가 끝났다. 전체적으로 지난해 수능보다 조금 어려워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지만 망쳤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공부하느냐는 것. 모의 시험인 만큼 자신의 실력 수준을 냉정하게 점검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공부 계획을 조정해야 한다.6월 모의수능의 출제 경향을 바탕으로 수능 영역별 공부 방법을 소개하고, 남은 기간 어떻게 공부 계획을 세울지 전문가에게 조언을 들었다. ●오랜만에 출제된 희곡에 주목 지문 길이는 줄었지만 질문 수준은 높아졌다. 그만큼 변별력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문의 길이가 짧아졌다고 해서 주제문을 생각하지 않고 읽으면 답을 찾다가 시간이 두 배로 걸릴 수 있다. 읽으면서 주제문을 파악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문학에서는 현대시와 고전시를 복합적으로 묶은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 비슷한 유형에 익숙해져야 한다. 희곡이 오랜만에 나온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수능이 쉽게 나오면서 낯익은 작품 위주로 출제됐는데 이번에는 시에서도 낯선 작품이 나왔다. 지금까지 나왔던 유형에만 집중해서 공부하는 틀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소설은 지문을 짧게 제시해서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줄거리를 주지 않아 전체 윤곽도 파악하기 어려웠다. 다양한 문학 작품을 접하면서 개념과 원리를 적용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새로운 요소가 나올 때마다 개념을 꼭 정리해 두고 기억해 둬야 한다. 상위권 수험생들은 문제풀이 중심으로 공부하고, 중·하위권은 개념과 원리부터 이해하는 방향으로 학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형·그래프 활용 배우자 지난해 수능에 비해 수리 ‘가’형은 쉽게 출제됐다. 그러나 수리 ‘나’형은 쉬운 문항은 지난해보다 더욱 쉽게, 어려운 문항은 더욱 어렵게 나왔다. 문항간 난이도 차이가 커졌다. 이는 수능 점수가 등급제로 바뀌면서 수험생들의 수준에 따라 등급을 구분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에 대비하려면 핵심적으로 출제되는 문제는 완벽히 알아둬야 한다. 이는 출제 유형이 비슷한 80%의 문제를 확실하게 맞히기 위해서다. 일단 본인이 알고 있는 개념을 확실히 알아야 아무리 어렵게 출제돼도 풀 수 있다. 반복해서 응용 문제를 풀어보며 맞힐 수 있는 확률도 높여야 한다. 이번 시험의 추세로 보면 본 수능에서는 등급을 구분할 수 있는 아주 어려운 문제가 3∼4문제 정도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문제 풀이만 할 것이 아니라 어려운 문제는 유형을 익히고 출제된 키워드를 기억해둬야 한다. 이를 위해 고난이도 문제는 하루 2문제씩 풀어볼 것을 권한다. 남은 기간 자신이 취약한 단원을 많이 공부해야 하는데 보통 ‘나’형은 확률·통계,‘가’형은 공간 도형 벡터에서 어려운 문제가 자주 나온다. 최근 출제 경향을 보면 도형과 그래프가 강화되는데, 올해에도 역시 도형과 그래프를 활용한 진화된 유형의 문제가 출제됐다. 반드시 직접 그려보면서 문제를 푸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일상어휘의 사용법 알아두자 듣기 분야에서는 예년에 비해 다소 호흡이 길어지고 혼자 하는 말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남자와 여자가 주고받는 문제가 대다수였고 끝에 마지막 하나가 독백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대학교에서 교수가 강연을 하듯 길게 얘기를 늘어놓는 스타일이 많아졌다. 그러나 어휘는 어렵지 않고 속도도 빠르지 않으므로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해석이 어렵지는 않다. 독해할 때 스스로 소리내어 듣기 시험 속도로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전체적인 문맥 속에서 단락을 이해하는 식으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장 하나하나에 얽매이면 중요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독해 역시 지문은 길었지만 난이도가 높지는 않았다. 도표나 그림을 활용한 문제들도 나왔는데 평소 경험할 수 있는 문제들이어서 당혹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평이한 어휘도 문장 가운데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에 주목해서 공부해야 한다. 특히 국민교육기본과정의 기본 어휘로 지정한 2067개 어휘를 확실히 점검해야 한다. 단어의 다양한 사용법을 익히는 공부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fast’에는 ‘금식하다, 밥을 굶다.’는 뜻도 있다.“Are you fasting?”이란 말은 병원에서 간호사가 피 검사 하기 전에 “밥은 안 먹었겠죠?”라며 일상적으로 쓰는 어휘인데 다양한 쓰임새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렵다. ●신문으로 ‘시사´를 잡아라 등급제가 완전 도입되면서 난이도를 조정하기 위해 일부 교과서 밖 내용을 다루는 점이 눈에 띈다. 경제학적 사고방식이나, 루소의 사상을 다룬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문제가 본 수능에서도 출제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과목별 20문항 가운데 2문제 정도씩은 까다로운 문제가 출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비하려면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 정확히 푸는 연습을 해야 한다. 틀린 문제는 물론 맞은 문제도 어설프게 맞혔다면 왜 맞고 틀렸는지 보기를 하나하나 분석하고 이해해야 한다. 다양한 참고서가 있지만 기존 수능문제나 전국 학력평가, 모의수능 기출문제를 철저히 분석해 정확히 다시 풀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려운 문제라고 해서 엉뚱한 것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교과서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충실히 이해하면 풀 수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경제에서 최저가격과 관련된 문제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문제다. 교과서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지만 원리를 이해하는 학생들은 풀 수 있는 문제였다. 시사자료나 도표를 활용한 문제 유형은 기존의 출제 경향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신문을 열심히 봐야 한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제목이라도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한 문제라도 정확한 이해를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 여부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다양한 자료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킨 문제도 여전히 강조되고 있고, 계산문제도 많이 출제되는 추세다. 남은 기간 동안 무작정 문제를 많이 풀기보다는 정확히 이해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번 시험을 비롯해 기존 모의수능과 본 수능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문제를 유형화해 보는 것이다. 도표 문제를 보고 뭘 물었는지, 다른 문제를 낸다면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나름대로 정리해두면 도움이 된다. 오답노트도 자주 틀린 문제나 자주 출제되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유형을 정리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 자료를 변형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꾸 풀어보는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풀 때는 답을 내려고 무조건 덤비지 말고, 문제와 관련해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문제 옆에 써 보자.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자신감을 갖고 생각하면 의외로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다. 계산 문제는 되도록 많이 풀어보는 것이 좋지만 개념을 정확히 알고 풀고 계산 시간을 줄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정리 김재천 서재희기자 patrick@seoul.co.kr
  • 신의 베스트셀러/브라이언 모이너핸 지음

    인류 최대의 베스트셀러 성경은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기에서 최초로 대량 제작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소수의 종교가가 아닌 보통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이 작은 책은 종교개혁에 불길을 댕겼고 봉건시대의 의식을 뒤흔들며 근대의 탄생을 예고했다. ‘신의 베스트셀러’(브라이언 모이너핸 지음, 김영우 옮김, 민음in)는 성경이 어떻게 거룩한 금기의 성역에서 벗어나 만인의 책으로 자리잡게 됐는가를 살핀다.16세기초 성경 번역가 윌리엄 틴들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일상어로 씌어진 민중성경 탄생의 역사를 다룬다. 윌리엄 틴들은 극소수 지식인 계층만 접할 수 있었던 라틴어 성경을 쉬운 영어로 번역,‘흠정역 성경’(1611)의 토대가 된 ‘틴들 성경’을 만든 인물이다. 그러나 틴들은 신의 말씀을 독점하려는 교회와 성직자들로부터 ‘악마의 앞잡이’로 비난받았다. 위대한 사상가 토머스 모어가 틴들을 체포하기 위해 비열한 수단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역사적 인물의 또 다른 면모를 엿보게 한다.2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서울광장] ‘희망 격차사회’의 공포/ 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희망 격차사회’의 공포/ 황성기 논설위원

    격차 사회. 이달 초 일본에서 발표한 2006년 유행어 톱10에 든 말이다. 일본인이라면 올 한해 질리도록 접했을 터이다. 전 국민이 중산층이라는 자부심에 똘똘 뭉친 ‘1억 총(總)중류’ 일본이 거품경제와 붕괴의 20년을 지나면서 계층간 격차가 벌어지는 바람에 생활에서도 실감하는 일상어이다. 몇년 전 일부 학자들이 이런 현상에 주목하고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 일본 사회를 보는 하나의 틀이 됐다. 마이니치 신문이 연초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의 64%가 ‘격차사회가 되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나아가 71%는 ‘향후 격차사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일본에서 자신을 ‘중의 하’층 이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66%나 되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의식 면에서 일본의 중산층이 붕괴하고 있음을 이 조사는 보여준다. 완만히 진행돼 온 일본의 격차사회가 5년 넘게 집권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시절 추진한 신자유주의 경제, 글로벌화로 인해 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심화됐다는 데 이론을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고이즈미 정권을 승계한 아베 신조 총리는 ‘재도전 가능한 사회’가 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국민을 달래고 있지만 격차사회를 개선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일본이 패전 후 1970년대 고도 경제성장기를 거쳐 거품 경제가 붕괴되기 전까지는, 노력하면 누구나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사회를 지향하고 그 목표를 실현했다. 그러나 거품이 붕괴해 주가와 부동산의 대폭락, 은행·기업의 줄도산에 이어 구조조정이 전 부문에서 이뤄지면서 노력하면 희망이 실현되는 사람과 노력해도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사람으로 분명히 나뉘는 사회로 이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야마다 마사히로 같은 사회학자는 ‘희망 격차사회’라고 이름붙였다.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미국도 뒷모습을 들춰 보면 상위 5% 미만이 전체 부의 60%를 소유한 것이 엄혹한 현실이다. 한때 전 국민의 60∼70%가 중산층이라고 자랑하던 미국은 의료보험조차 못 드는 사람이 3억명에 가까운 인구 중 4500만명에 이른다.70년대 이후 중산층이 상당수 해체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맹국으로 따지면 미국의 빈곤층은 17.1%로 세계 2위, 일본은 15.3%로 5위이다. 일본은 아직 고용과 소득 면에서의 격차만 문제시하고 있으나 미국은 이를 넘어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의 집중과 세습에 의한 격차의 확대까지 겹쳐 계층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의 길을 걷게 됐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여러 해결책이 제시됐으나 양극화가 완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되는 양상이다. 초기의 양극화가 고용과 소득 면에서 버는 자와 못 버는 자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면 최근의 양극화는 자산, 특히 부동산을 지닌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격차를 크게 벌리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일본형 격차사회와 미국형 계층사회가 지닌 모순이 동시에 진행되며 양극화라는 단순한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계층의 분화와 고정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한국사회학회의 의식조사에서 나타난 ‘월 소득 500만원, 자산 보유 10억원 이상’이란 중산층의 잣대는 빈곤층으로 인식하는 국민을 양산시키고 있다. 노력을 해도 희망을 갖지 못 하는 ‘희망 격차사회’의 공포가 병술년 세밑,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동아시아 근대의 뿌리 신유학

    사람들은 종종 우리나라에도 과연 고유한 철학이 있느냐고 묻는다. 예컨대 유학이나 도가, 불교 같은 사상은 모두 중국이나 인도에서 생겨난 것이지 우리가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것이라고 할 만한 철학은 분명히 있다. 신유학이 그 한 예다. 신유학 역시 중국에서 기원했지만, 그것은 이미 우리 것이 됐다. 일찍이 나일강가에서 재배되던 쌀이 그곳에선 지금 외면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와 주식이 됐듯, 신유학 또한 본래 탄생한 곳에서보다 우리 문명 속에 더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유학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익히 들어온 주자학이나 성리학이 바로 신유학이다. 공자와 맹자로 대표되는 고대 유학과 다르다는 뜻에서 새로운 유학, 곧 신유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신유학은 전통 유학에 노자와 장자 등의 도가사상과 인도에서 건너온 불교가 하나로 통합된 새로운 철학이다. 11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동안 중국뿐아니라 한국과 일본, 베트남 등지에도 전파돼 지배적인 사상으로 자리잡았다. 동아시아 근대문명의 철학적 기반을 제공한 것이다. ‘새로운 유학을 꿈꾸다´(김우형·이창일 지음, 살림 펴냄)는 이러한 철학으로서 신유학의 탄생과 역사, 전망 등을 다룬 신유학 안내서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고전학연구소 연구원인 저자들은 신유학을 딱딱하고 어려운 것으로만 여기는 독자들을 위해 되도록 일상어를 사용했고, 개념어는 문맥에서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책은 신유학에 대해 궁금증을 몇개의 테마로 나눠 다룬다. 그중 하나가 양명학을 신유학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주자학은 ‘앎’을 강조하고 양명학은 ‘행함’을 강조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신유학 내에서의 상대적인 비교일 뿐이다. 이 두 철학은 모두 수양을 통해 성인이 되고자 하는 성인지학(聖人之學)이며,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학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위기지학(爲己之學)이라는 점에서 같은 신유학적 기반 위에 서 있다는 분석이다. 저자들이 또 주목하는 것은 신유학의 과학성이다. 근대과학이 탐구해온 자연의 질서는 곧 마음의 질서이고, 이것은 신유학에서 말하는 격물사상이나 본체론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 격물(格物)은 사물의 이치를 연구해 궁극에 도달하는 것을 말한다. 저자들은 비록 근대과학이 신유학의 자연학적 통찰을 비합리적인 것으로 몰아세웠지만, 신유학은 어떤 사유체계보다도 과학을 믿는 사상이라고 강조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신유학은 결코 시대에 뒤진 낡은 유산이 아니라, 현대문명의 대안으로까지 대접받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사상이라는 게 책의 결론이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버자이너’로 모노극 도전 장영남

    12년차 배우 장영남은 요즘 단어 하나와 씨름중이다. 지금껏 한번도 입밖에 내지 않았던, 아니 낼 수 없었던 사회적 금기어를 일상어처럼 자연스럽게 발음하는 연습에 진을 빼고 있다. 여성의 음부를 가리키는 두 음절의 그 단어가 바로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The virgina monologues)의 무대를 열고 닫는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1996년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미국의 극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이브 엔슬러가 각계 각층의 여성 200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쓴 생생한 ‘성(性)보고서’다. 적나라한 제목에서 드러나듯 금기를 깨는 파격적인 묘사와 도발적인 메시지로 전세계 여성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10년째 장수하고 있는 흥행작이다. 국내에서도 2001년 김지숙, 예지원, 이경미 등 여배우 3명이 토크쇼 형식으로 초연했고, 이후 두번째 공연부터 서주희가 단독으로 출연하는 모노극으로 각색돼 2004년까지 매년 재공연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장영남에게 이번 출연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혼자서 무대를 책임져야 하는 모노극은 처음인 데다 선배 배우의 명성이 짙게 드리운 작품이라 두려움과 부담감이 컸다. 안주하고 싶은 마음과 도전하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모험을 택했다. “예전에 서주희 선배가 공연하는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봤는데 무척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어요. 민망한 대사가 많아서 킥킥 웃었던 기억도 나고…. 무엇보다 선배의 연기가 너무 뛰어나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잘해야 본전’일 수도 있는 공연이지만 “젊을 때 깨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대학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배우중 한명인 장영남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배우다. 가녀린 외모로만 보면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딱일 듯싶은데 무대위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늘 어딘가 어긋나 있거나 비일상적인 면이 강한 캐릭터다. 백상예술상 신인연기상을 받은 연극 ‘분장실’에선 정신이 온전치 못한 단역배우역을 맡았고,‘맥베스’를 각색한 연극 ‘환’에선 광기와 색정에 휩싸인 게이 왕으로 분해 묘한 매력을 발산하기도 했다. “실제 성격은 보수적인 편인데 이상하게도 무대에선 강한 역할에 끌려요.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걸 연기하면서 푼다고 할까요.” 70대 할머니부터 어린 소녀까지 1인9역을 소화해야 하는 ‘버자이너 모놀로그’도 그런 점에서 장영남의 마음을 흔들었다. “아직은 남 앞에서 대사를 하는 것이 부끄럽고 낯설다.”는 그녀. 하지만 “연습을 할수록 누구도 말하려 하지 않는 금기를 수면위로 끄집어내 관객과 함께 알아가는 과정에 호기심이 발동한다.”며 웃었다.‘버자이너 모놀로그’에서 그녀가 보여줄 모습이 기다려진다.9월15일∼11월12일 대학로 두레홀3관.1544-155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간편영어 ‘글로비시’ 인기

    오늘날 영어를 일상어로 쓰는 인구는 5억명 정도, 여기에 제2 언어로 영어를 구사하는 이들을 합치면 10억명 정도다. 앞으로 10년 내 새로 20억명의 영어 사용자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때 비영어권 사람들끼리 편한 방식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지구촌 영어 ‘글로비시(Globish·Global+English)’가 인기를 끌고 있어 미국인들도 관심을 가질 때라고 뉴욕 타임스가 7일 소개했다. 프랑스인으로 IBM 부사장을 지낸 장 폴 네리에르가 제안한 글로비시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 등에서 사용하는 1500개 단어로 어휘를 제한하고 의미 전달에 초점을 맞춘다.조카(nephew) 대신 형이나 누나의 아들(son of my brother or sister)이라고 표현하고 잡담(chat) 대신 서로 편하게 얘기하는 일(speak casually to each other)이라고 표현하는 식이다.영어 단어를 많이 아는 이들이나 원어민이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되레 번거롭겠지만, 엄청나게 많은 단어를 무작정 외워야 하는 이들에겐 영어 구사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불분명한 발음 때문에 생겨나는 오해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피자, 택시, 경찰(police)처럼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단어는 굳이 풀어 쓰지 않는다. 네리에르는 IBM 근무 때 아시아 출장에서 미국인 직원이 한국이나 일본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보다 외국어로 영어를 구사하는 자신이 그들과 훨씬 잘 통하는 것에 착안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미국인들도 영어를 더듬거릴 수밖에 없는 비영어권 이용자들의 의사소통 방식을 배워야만 비즈니스에서 손해보지 않을 날이 올 것이라고 그는 단언했다. 미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은 물론 한국에서도 지난 1999년 교재와 워크북이 출간돼 인기를 끈 바 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 (11) 미국 MIT

    [명문대 교육혁명] (11) 미국 MIT

    |케임브리지(미국 매사추세츠주) 이도운특파원|매사추세츠공대(MIT)는 모든 것이 숫자로 통하는 곳이다. 학생들의 대화에서는 “오늘 10-250에서 18.02가 있고,2-102에서 5.111이 있다.”는 식의 말을 자주 듣는다.10-250은 10번 건물의 2층 50호 강의실이고 2-102는 2번 건물의 1층 2호실이다.MIT는 학교 건물에 일련번호를 붙여 부른다. 물론 건물의 명칭이 따로 붙여진 곳도 있지만 숫자가 사실상의 ‘공용어’이다. 수업 이름도 마찬가지다.‘기초화학’이라는 클래스 명칭 대신 5.111이라는 ‘암호’가 학생들 사이에서는 일상어로 쓰이고 있다. 모호성이 담긴 말이 아니라 딱딱 떨어지는 숫자로 커뮤니케이션하는 MIT는 그만큼 실사구시(實事求是)적인 대학이다. MIT의 관문과 같은 7번 빌딩으로 들어서 강의실과 연구실을 돌아보면 “이곳이 과연 세계 최고의 대학인가?”라는 의문이 저절로 든다. 건물과 시설이 매우 낡았기 때문이다. 컴퓨터공학과 바이오테크놀로지를 함께 전공하는 사라는 “학생들의 생활에서도 군더더기가 빠져있다.”고 말했다. 하버드나 예일 등 다른 명문대학들은 인종이나 출신국 등을 고려해 다양한 학생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기숙사를 배정한다. 그러나 MIT에서는 연구 중심, 문화 교류 중심 등 기숙사의 성격만 정해주면 학생들이 자기가 마음에 맞는 기숙사를 찾아간다는 것이다. 룸메이트도 학생들이 정할 수 있다. 또 기숙사에서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맥도널드 등 패스트푸드 체인점은 있지만 학교에서 운영하는 식당도 없다.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 근처에서 밥을 사먹는다. 또 도서관도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종합도서관 대신 각 단과대학별로 필요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사라는 이런 분위기 때문에 학생들끼리는 “커뮤니티칼리지(미 각 지역의 소규모 대학)에 다니는 것 같다.”고 말하지만 다른 곳에 눈을 돌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강의와 연구에 ‘올인’한다고 말했다. 또 MIT의 한 관계자는 “교수든 학생이든 학교내에서 ‘잘난 척’하는 사람은 볼 수가 없다.”면서 “모두가 상대가 스마트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각자의 연구에 몰두하는 것이 MIT의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MIT는 2차대전과 냉전 초기에 미사일과 항공기의 항해 장치 등 방위산업을 위한 연구에 공헌하면서 눈부시게 성장했다. 그런 전통에 따라 MIT의 미래에도 산학 협력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토머스 매그난티 엔지니어링스쿨 학장은 말했다. MIT의 산학 협력을 대표하는 연구소가 미디어랩이다. 미디어랩은 과학을 실생활에 접목시키는 연구에서 다른 대학과 연구소들을 압도하고 있다. 또 MIT의 경영대학원인 슬로운 스쿨도 하이테크를 경영기법에 응용하는 교육으로 정평이 나있다. MIT의 연구는 대부분 인텔이나 GM, 모토롤라,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의 지원을 받는다. 또 연구를 지원하는 기업들은 반드시 연구원들을 파견한다. 미디어랩의 정혜민 연구원은 “기업에서 파견된 직원들은 연구에 참여하기보다는 첨단기술의 흐름이 어떤 쪽으로 흘러가는가를 파악해서 회사에 보고하는 것이 주임무”라고 설명했다. dawn@seoul.co.kr ■ 토머스 매그난티 학장 “기술발전 적극 수용이 대학·기업의 성공열쇠” |케임브리지(미국 매사추세츠주) 이도운특파원|토머스 매그난티 매사추세츠공대(MIT) 엔지니어링 스쿨 학장은 “대학이나 기업이나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라면서 “MIT는 그런 시대의 선두에 선 교육기관”이라고 강조했다. 1971년부터 MIT 교수를 지내온 매그난티 학장은 엔지니어링과 경영을 접목시키는 연구에 헌신해온 ‘테크노 경영’의 대가이다. ▶MIT 엔지니어링 스쿨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나. -첫째는 사람의 힘이다. 우수한 교수와 우수한 학생들이 있다. 두번째는 교육과 연구의 질을 최고로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외부 환경 변화에 유기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리더십과 혁신 정신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엔지니어링 스쿨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알파벳 O로 끝나는 4개의 분야다. 우리는 ‘Big Four O’라고 부른다. 생명공학(Bio), 나노공학(Nano), 정보공학 (Info), 그리고 매크로공학(Macro)이다. ▶바이오의 경우 연구와 윤리 문제를 어떻게 조절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와 윤리의 관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따라서 연구자들이 윤리 문제를 끊임없이 토론하도록 적극 장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글이나 야후를 배출한 스탠퍼드 공대가 많이 부각되고 있다. 경쟁의식은 없나.(매그난티 학장은 스탠퍼드 출신이다.) -두 학교를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서로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구글이나 야후를 얘기하지만, 사실 MIT 졸업생들이 스탠퍼드 졸업생들보다 더 많은 회사를 창립해 운영하고 있다.MIT 졸업생들이 창업한 회사를 모두 합치면 세계에서 24번째로 큰 나라의 경제 규모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한국 공과 대학들에 해주고 싶은 조언은. -한국은 첨단기술의 강국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공대들은 미국 학교들의 혁신이 어떻게 이뤄졌는가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대학과 기업·산업간의 밀접한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MIT 공대에 입학하기를 희망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MIT 지원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자신을 ‘차별화’하는 것이다. 본인이 갖고 있는 장점과 개성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신문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된다면 어떻게 운영하겠는가. -현대는 첨단기술 시대이다. 따라서 기술 발전에 따라 언론사의 기사 전달 메커니즘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종국적으로 기술 융합을 통해 오디오 버전의 신문도 나올 것이다. 뉴스의 작성과 정보 전달 패턴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dawn@seoul.co.kr ■ 존 폴 포츠 미디어 담당자 “대학 강의는 공공서비스” 1400개수업 일반에 공개 |케임브리지(미국 매사추세츠주) 이도운특파원|“매사추세츠공대(MIT)의 강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MIT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학교에서 이뤄지는 강의의 대부분을 공개하는 열린강좌(Open Course Ware)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강의별로 수업의 개요와 연구 과정, 과제, 팀 프로젝트, 관련 정보 등이 제공된다. 열린강좌의 대부분은 문서파일 형태로 볼 수 있고 일부 강의는 동영상으로도 제공된다. 예를 들어 항공천문학과의 열린강좌 프로그램에 들어가면 학부 수업 17개, 대학원 수업 32개, 학부·대학원 공동 수업 3개의 자료가 올라와 있다. 대부분이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이뤄진 수업들이다. MIT는 현재 1400개의 수업을 공개중이며, 내년까지 1800개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열린강좌 프로그램의 미디어 담당자인 존 폴 포츠는 말했다. 포츠는 “열린강좌 프로그램은 MIT가 미국과 세계에 주는 선물”이라며 “‘공공 서비스’라는 MIT의 교육 철학을 반영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올해 열린강좌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예산은 500만달러(약 50억원). 지금까지 모두 3500만달러(약 350억원)가 투자됐다고 한다. 예산의 대부분은 휼렛패커드 재단, 앤드루 멜론 재단 등 외부의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열린강좌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MIT 직원은 포츠를 포함한 30명. 대부분이 열린강좌를 인터넷에 올리고 자료를 보존하는 작업을 한다. 포츠는 열린강좌의 하루 이용자가 3500∼4000명 정도이며 수강자는 전세계적으로 퍼져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40%로 가장 많고, 아시아 지역은 15∼17%, 유럽 등 나머지 지역은 43∼45% 정도라고 한다. 포츠는 한국은 중국, 인도 등과 함께 ‘5대 이용국’에 포함된다고 전했다. 열린강좌 프로그램에서 인기 있는 수업은 컴퓨터 사이언스, 수학, 물리학,MIT의 경영대학원(MBA) 과정인 슬로운 스쿨의 강좌들이라고 한다. 열린강좌 이용자들의 ‘수업 태도’는 놀랄 정도로 진지하다고 포츠는 전했다. 열린강좌팀은 수업과 관련해서 하루에 30∼40명 정도가 이메일을 통해 ‘피드백’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일부 ‘수강자’는 수업 내용과 관련, 교수들과의 직접 접촉을 원하지만 열린강좌는 교수에게 접근이 안 되고, 학점도 받을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포츠는 열린강좌의 미래와 관련,“다른 파트너(학교, 기업)들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규모를 키워갈 것”이라며 “인터넷을 통해 양질의 교육 내용을 무료로 제공하는 거대한 움직임을 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포츠는 또 미국 학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인터넷 친구 만들기 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닷컴을 벤치마킹해서 마이오픈스페이스닷컴이라는 사이트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 사이트의 콘텐츠는 대부분 교육으로 채워지게 된다. dawn@seoul.co.kr ■ 로봇연구팀은 미래 일구는 ‘상상공장’ |케임브리지(미국 매사추세츠주 이도운특파원|매사추세츠공대(MIT) 15호 빌딩은 미래를 위한 ‘상상공장’이라는 미디어랩 연구소를 위한 공간이다. 이 건물의 485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봇 연구팀이 있다. 미디어랩 홍보담당자인 알렉산드라 칸의 안내로 로봇 연구실에 도착하자 유리 도자기와 철로 만든 듯한 꽃과 식물들로 입구가 장식돼 있었다. 언뜻 의외라는 표정을 짓자 칸은 “사실은 저것들도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기업의 전시회를 위해 만들었다는 ‘화초 로봇’은 사람이 지나가는 상황에 따라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꾸고 소리도 낸다고 한다. 연구실로 들어서자 코리 키드 연구원이 반갑게 맞았다.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는 키드는 키가 훤칠한 미남으로 연구보다는 ‘할리우드’가 더 어울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드뿐만 아니라 로봇 연구실의 연구원들은 대부분이 ‘공부 벌레’보다는 ‘멋쟁이’라는 느낌을 줬다. 이들이 바로 세계 최초로 ‘감정을 표현하는 로봇’이라는 레오나르도를 창조해낸 사람들이다. 로봇 연구실의 구조는 매우 독특했다.50평 정도로 다소 좁아 보이는 연구실에서는 ‘첨단’보다는 ‘어수선함’이 먼저 느껴졌다. 연구실에는 5개 정도의 커다란 책상이 배치돼 있었다. 각 책상에는 3∼5개의 책상이 동그랗게 배치됐다. 이곳에서 쓰는 컴퓨터들의 종류와 사양을 묻자 키드는 “일반인들이 쓰는 것보다 조금 좋은 정도”라고 말했다. 공간의 한쪽에는 칸막이가 돼 있었고 그 안에 레오나르도가 놓여있었다. 연구실에서는 ‘레오’라고 불렀다. 레오는 전형적인 로봇의 모습이 아니라 개와 고양이의 중간 모습을 한 인형과 같았다. 레오는 단순히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과 언어적, 감정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키드는 마침 레오를 수리중이어서 작동하는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그 대신 바로 옆에 놓인 대형 스크린을 통해 레오가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녹화된 화면에서 한 연구원이 “안녕. 레오, 오늘 어때?”라고 말하자 레오는 “안녕. 좋아.”라고 답변했다. 다시 연구원이 “그런데 날씨가 꿀꿀하네. 꿀꿀한 게 뭔지 알아?”라고 묻자 레오는 두 눈을 깜빡거리며 “그게 뭐지?”라고 되물었다. 연구원이 ‘꿀꿀하다는 것은 날씨가 좋지 않아 몸에도 활기가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해주자 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키드는 “인간의 사회에 통합되어 생활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내는 것이 연구실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레오와 같은 첨단 로봇을 만들기 위해 로봇팀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원들로 팀을 구성하고 있다. 신개념 기계 디자인과 센서 테크놀로지, 능동적 시각·청각·촉각 지각 시스템, 언어 인식 및 합성, 감정표현, 사회적 교육, 심리 모델 전문가들이 연구팀에 포함돼 있다. 연구팀은 레오의 독특한 캐릭터를 창조하기 위해 영화 쥐라기 공원의 공룡과 터미네이터의 인조인간을 디자인했던 할리우드의 스탠 윈스턴 스튜디오와 공동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dawn@seoul.co.kr
  • ‘친절한 판사님’으로 거듭난다

    ‘친절한 판사님’으로 거듭난다

    “저는 법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착한 사람이고, 피고는 나쁜 사람입니다.” 26일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민사사법제도 개선 및 법정언행 세미나’의 민사재판 역할극 시간. 원고측 증인으로 나선 의정부지법 정진경 부장판사가 소리치자, 원고로 나온 법원행정처 백강진 판사도 동조하며 억울하다는 듯이 책상을 내리쳤다. ●판사가 증인역 맡은 역할극 역할극의 각본은 6000만원을 빌려준 뒤 “5000만원을 정해진 기일 내에 갚으면 빚을 탕감해주겠다.”는 각서를 주고받은 실제 사건을 모델로 썼다. 돈을 빌려준 원고가 각서 끝부분에 단서조항이 있었다며 피고에게 전액을 갚으라고 요구했고, 피고는 각서의 단서조항은 변조된 것이라고 주장해 재판까지 온 것이다. 평상복 차림으로 책상을 붙여 만든 법정에서 진행된 공판에서는 재판부 역을 맡은 판사보다 당사자와 증인 역을 맡은 판사들이 더 긴장했다. 이들의 역할은 ‘법률용어 안 쓰기’와 ‘판사에게 떼쓰기’이다. 법률 지식이 없는 일반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기 위해 일상어로 입장을 설명했고, 재판부의 대처능력을 보기 위해 엉뚱한 주장을 펼쳤다. ●“판사 4명중1명 지각” 이래선 안된다 법정이 일터인 판사들이지만, 모의재판에서라도 당사자로 서보는 것은 다들 처음이다. 피고역을 맡은 서울고법 이준상 판사는 “피고석에 서보니 법정의 위압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증인역을 한 법원행정처 홍동기 판사는 “증인의 말이 막히면 재판부가 입장을 정리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었다.”면서 “하지만 내가 한 증언을 재판부가 정리해주니 내 생각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어도 부인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당사자들이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세미나와 역할극은 판사들의 심리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에서 마련됐다. 지난해 대한변호사협회는 판사의 변론권 침해사례를 조사해 대법원에 시정을 요구했다. 최근에는 “판사 10명 중 1명이 재판 중에 졸고,4명 중 1명이 지각한다.”는 모니터 결과도 나왔다. ●‘쓰는’ 법관에서 ‘듣는’ 법관으로 최근 당사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며 재판은 판결을 쓰기 위한 과정에서 공판 진행 그 자체로 바뀌었다. 재판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친절하고 공정하지 않다면 소송 당사자들은 승복하지 않는 것이다. 참석자들이 재판 진행 방법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날 역할극에 앞서 참석자들은 실제 민사 재판과정을 녹화한 자료를 보고, 토론을 펼쳤다. 당사자의 말이 늘어져 당황하는 판사의 모습이 비쳐지자 대법원 재판연구관인 이규진 판사는 “당사자가 억지주장을 할 때는 ‘이런 말씀이신가요. 알아들었습니다.’라고 정리해주는 게 신뢰를 쌓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법원행정처는 역할극과 법정 모니터를 포함하는 법관 연수를 늘릴 계획이다. 법원행정처 송무국 이용구 판사는 “바람직한 법적 언행을 연구하는 팀을 만들고, 재판 진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을 제공하는 한편 전국적으로 판사들이 자신의 법정을 촬영해 모니터를 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N언어-제3의 언어인가] “日語·기호까지…잡탕” “유행어·은어일뿐”

    [N언어-제3의 언어인가] “日語·기호까지…잡탕” “유행어·은어일뿐”

    인터넷 언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인터넷이라는 파급력이 엄청난 매체와 함께 자연발생한 제3의 언어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존 언어의 시각에서 인터넷 언어를 재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인터넷 언어는 고유한 특성을 무시한 채 우리말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일 뿐 하나의 언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의사소통을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나아가 한글 전체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쪽의 주장을 살펴본다. ■ 이래서 한글 파괴 “인터넷 언어가 한정된 공간에서만 사용되지 않고 일상 언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박용찬 국립국어연구원 학예연구관은 N언어가 오프라인으로 번지면서 한글을 오염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성인들은 일상어와 구분짓지만 청소년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인터넷 사용이 확대될수록 이러한 현상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어·일어에서 기호까지 뒤섞인 N언어가 구어나 문어 대신 사용되면서 심각한 우리말 파괴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박 연구관은 “초기의 세대간 의사소통 문제는 인터넷 사용인구가 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됐다.”면서 “오히려 인터넷 보급으로 인한 언어 오염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초기 인터넷 언어는 단순 축약이나 띄어쓰기를 무시하는 정도였지만 현재는 한글 해체에 가깝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그는 “외계어처럼 한글 왜곡 정도가 심한 것을 보면 인터넷 언어를 제3의 언어로 인정할 만큼 낙관적인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일상어와 인터넷 언어를 구분하는 교육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연구관도 인터넷 언어를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일부 인터넷 언어는 한글 어휘를 풍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는 “기존에는 기껏해야 한자의 조합으로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지만 인터넷에서는 ‘꽃미남’처럼 순우리말로 된 어휘가 생겨난다.”면서 “일상어와 구분할 수 있다면 인터넷 언어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이래서 제3언어 “인터넷 언어는 한글의 파괴라기보다는 또 다른 언어의 출현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윤태진 연세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오프라인의 시각과 잣대로 온라인 세상을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그는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구어와 문어의 중간형태를 띤 제3의 언어 형태를 보인다.”고 설명한다. 메신저나 채팅방을 이용해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의사소통의 수단은 ‘글’이지만 의사소통의 본질은 ‘말’에 가깝다는 것이다. 때문에 단어가 축약되고 맞춤법이 무시된 채 소리나는 그대로 글자를 적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문자는 지금까지 오프라인에서 사용해왔던 기록과 문서 보관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변하면 언어가 변한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 간에 뜻이 안 통할 정도로 언어를 변형시키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에도 긍정하지 않았다. 요즘 10·20대들이 즐겨 사용하는 외계어는 오프라인의 유행어·은어와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표준어에서 일탈한 유행어와 은어가 존재하면 그것이 존재하는 원인이 논란이 되어야지 존재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특정 세대만 공유할 수 있는 언어가 생겨나는 것은 그 집단간의 내적 결속력을 상징하는 것이고 집단과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보다는 집단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5)구로시오난류와 나로도 삼치잡이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5)구로시오난류와 나로도 삼치잡이

    겨울바다가 따뜻하다. 해풍이 강해 체감온도는 낮아도 실온은 높다. 구로시오(黑潮)난류의 영향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아예 ‘흑조문화권’이란 문화권역을 설정하기도 했다. 가령, 북방한계선을 넘어서 평북 철산의 가도까지 동백이 자생하는 것은 이 난류 때문이다. 이 무렵 방어·삼치·참치 등이 남도의 바다를 찾는 것도 이 난류 영향이다. 삼치 하면 대개 ‘구이’를 생각한다. 점심시간, 도심의 뒷골목을 지나칠 때면 구수한 냄새가 잡아끈다. 구이용으로 쓰이는 길이 30㎝, 무게 800g 정도의 삼치는 현지에서 ‘고시’라 부르는 새끼들.“고시가 삼치 축에나 든다요?”라고들 한다. 일본 수출품이라 일본어인 ‘고시’가 일상어로 남아 있다. 이런 ‘고시’는 삼치로 쳐주지도 않는다. 적어도 삼치 반열에 끼려면 1㎏은 넘어야 한다. ●1㎏은 넘어야 삼치반열에 낀다니… 삼치를 찾아서 멀리 고흥의 나로도까지 내려갔다. 요새야 길이 좋아 어디든 어렵잖게 갈 수 있지만 나로도는 정말 멀다. 좀 돌아가는 길이지만 유장한 득량만을 보고 싶어 장흥쪽 수문리로 접어들었다. 보성 율포는 해수욕장으로 유명하지만 반지락회로도 익히 알려진 곳. 살짝 데쳐서 야채를 넣고 매운 양념으로 버무리는데 이 정도의 선도라면 맥주집의 통조림 골뱅이 정도는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다. 득량만은 곳곳에 개막이그물이 들어차 흡사 개막이의 본향 같은 느낌이다. 나로도는 외나로도와 내나로도 2개의 섬이 모두 다리로 연륙됐다. 고흥 자체도 육지 남단에 고구마처럼 매달린 반도 지형인 데다 나로도는 그곳 읍내에서도 장장 1시간여 거리다. 다리가 없던 시절에는 완벽한 오지의 섬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로도는 자신들만의 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다.‘나로도를 모르면 삼치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돌 법도 하다.‘모든 삼치는 나로도로 통한다.’고나 할까. 언뜻 이런 농담 같은 구호가 떠오른다.‘외국인은 참치, 우리는 삼치, 삼치는 나로도!’. 축정항, 일명 나로도항에서 봉래면 수산담당 김영우씨와 군청의 정상태씨를 만났다. 그들의 안내로 어판장에서 5㎏짜리 삼치부터 샀다. 가격은 ㎏당 1만원. 무게가 자그만치 5㎏인데도 ‘중치’란다. 큰 것은 10㎏도 넘는다니 뒷골목 구이집에서 굽던 삼치는 ‘삼치 반열’에 끼지도 못한다는 말을 이해하겠다. 삼치에 관한 기존 상식이 모두 깨진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어린 것들만 먹고 살아 왔다.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의 김진영 박사가 “키워서 먹어야 하는데 1년짜리들을 무턱 대고 잡아들인다.”고 개탄하지 않던가. 그중 맛있는 놈은 3∼5㎏짜리다. 모든 고기가 그렇듯 너무 크면 맛이 없다. 맛으로 보면 너무 크거나 작지 않은 중간치가 좋다. 어린 삼치는 ‘덜 여문 격’이라 비린내가 심하고 9월 중순 이후 10월 말까지 수확기에 잡힌 놈들이라야 살집이 딴딴하고 영양가도 차올라 맛있다. 나로도 사람들은 삼치구이를 잘 모른다.“이 비싼 고기를 어떻게 날름 구워 먹을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씨알이 아주 잔 놈들만 구워 반찬을 삼는다. 회를 먹어 보니 냉동 참치와 맛이 비슷하다. 삼치는 달리는 뱃전에서 미끼 없는 ‘공갈낚시’로도 연방 낚인다. 물위를 미끄러지는 낚시 미끼를 보고 달려들다가 잡히곤 한다. 채낚기는 주로 낮에 하고, 자망은 해질 녘에 놓았다 아침에 거둬들인다. 푸른 등을 가진 물고기가 모두 바다 윗부분에서 놀듯 삼치도 윗물 고기다. 햇빛을 듬뿍 받는 등 푸른 생선이 몸에 좋은 것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격은 낚시로 잡은 고기가 그물로 잡은 고기보다 위다. 그물에서 발버둥치다가 살이 뭉그러지기 때문에 그만큼 상품의 격이 떨어진다. 그래서 삼치 채낚기가 많다. 그러나 중국의 대형 쌍끌이어선이나 정치망에 잡힌 고기가 국내에 다량 유입되면서 이 삼치가 고작 냉동식품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냉장 기술의 발달은 보존이란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 기술을 믿고 필요 이상으로 무한정 잡아들인다는 점에서는 반생태적이다. 냉동 기술의 발달이 거꾸로 인간의 욕심을 무한대로 극대화시켜 생태계를 얼어붙게 한 꼴이다. ●“외국인은 참치, 우리는 삼치, 삼치는 나로도” 활어가 아닌 다음에야 삼치 맛은 저장 기법이 좌우한다. 일단 잡은 삼치는 얼음에 묻는다. 그러나 냉동은 금물. 냉동하면 연한 살이 녹아내려 씹을 것이 없다. 층층이 얼음을 깔고 살이 다치지 않게 비닐을 깐 다음에 삼치를 한 겹 놓은 뒤 그 위에 다시 얼음을 까는 식이다. 삼치는 잡은 즉시 먹는 것보다 두어 시간 얼음에 재워 놓았다가 먹어야 시원한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활어가 아닌 선어여서 적당히 숙성시켜 먹어야 맛이 좋음을 나로도 사람들은 일찍부터 깨닫고 있는 셈이다. 지난 60∼75년 연간에 나로도는 ‘개도 돈을 물고 다닐 정도’로 흥청거렸다. 파시가 열려 엄청난 양의 삼치가 일본으로 팔려 나갔다. 삼치와 함께 대하, 중하, 서대 등도 덩달아 일본에 팔렸다. 이 어류는 파시가 막을 내린 뒤에도 부산을 거쳐 속속 일본으로 팔려 나갔고, 본토 사람들은 그 바람에 삼치를 맘껏 먹기 어려웠다. 그랬던 삼치의 수출길이 막히자 그제서야 사람들은 삼치에 맛을 들였다. 재미있는 것은 삼치회를 즐기는 이들은 대부분 보성 고흥 순천 여수 등 전남 동부권 사람들이라는 점. 서울에서도 주문이 밀리지만 주로 출향 인사들에 국한된다.“서울에 올라갈 게 없지요. 물량이 달리는 데다가 그쪽 사람들은 삼치회를 모르잖아요.” 그렇다. 서울 사람들이 아는 삼치는 오로지 ‘구이’뿐이다. 부산이나 인근 하동에서도 회는 즐기지 않는다. 그런데 제주에서는 서부두 횟집 등에서 심심찮게 삼치회를 맛볼 수 있다. 삼치의 문화권역이 지극히 토속적이며 남방적임을 확인시켜 주는 사례다. ●두어시간 얼음에 재웠다 먹어야 제맛 값도 애매하다. 많이 잡히면 떨어지고, 그렇지 않으면 금값이다. 명절 무렵, 출향 인사들이 귀향할 때면 집집마다 삼치를 준비한다. 적절하게 때를 맞춰 먹으려고 시간까지 맞춰 가며 냉장을 한다. 그래서 그때는 값이 뛴다. 광주에서는 아예 ‘차떼기’로 사들인다. “회는 살이 흐물거려 맛이 좀 그렇다.”고 했더니 “서울에서 먹던 딱딱한 ‘고시’에 익숙해서 그렇다.”는 핀잔이 돌아온다. 서울에 올라가는 새끼 삼치는 대부분 배를 가른 냉동 삼치인데, 냉장고에 오래 둬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딱딱해졌다는 것이다.“요것이 막 낸 것인디, 이것을 드시고 서울 가서 묵어 보믄 아마 돌 씹는 맛일 것이오.”한다. 같은 횟감이라도 가공처리 방식에 따라 전혀 맛이 달라질 수 있음을 금방 깨닫는다. 여기에서 횟감의 생명은 처리방식이란 배움을 얻는다. 먹다 남긴 회를 거둬 간 주인이 계란 풀어 옷을 입힌 튀김으로 튀겨 내놓는다. 생선전과 비슷하다. 배가 불러 젓가락을 들고 엉거주춤하자,“4명 가족이 오면 잘 먹는 사람들은 5㎏도 부족해요. 한 10㎏는 묵어야 삼치회 좀 묵었다고 할 정도니까요.” 삼치 맛을 아는 마니아들은 몇몇이서 두어 상자쯤 간단히 먹어 치운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삼치회를 보면 사족을 못쓸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 한국인들은 씹히는 맛이 강한 회를 즐기는 반면, 입에 넣으면 녹아내리는 맛이 드는 남방계 회는 덜 좋아하는 편이다. 어렸을 때의 식습관에 길들여진 까닭이다. 기름기가 거의 없어 참치에서 느껴지는 그런 느끼함이 없다. 살을 발라낸 뼈와 머리는 무를 숭숭 썰어 넣고 푹 끓여낸다. 일종의 어죽인데, 국물이 시원해 술안주 겸 식사 대용으로 그만이다. 삼치에 관한 한 나로도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 인근 여수에서도 많이 잡히지만 제값을 받지 못한다. 아귀가 마산에 가야 제값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같은 고흥땅에서도 녹동항에서는 제값을 못받는 대신 나로도 축항에서는 제 대접을 받는다. ●8월말부터 12월초까지 삼치잡이 절정기 삼치는 거문도와 나로도 사이가 주어장이다.7∼8월 중순까지는 대개 어린 새끼잡이다. 찬바람 부는 8월 말부터 12월 초까지가 삼치잡이 절정기. 인근 완도 청산도에서도 삼치가 많이 난다. 그러나 청산도 삼치도 반드시 나로도를 거쳐서 위판되므로 ‘모든 삼치는 결국 나로도로 통한다.’ 고흥의 주요 항구는 나로도항과 풍남항, 그리고 녹동항이다. 소록도가 지척인 녹동항은 아주 조그마한 어촌이었다. 반면 나로도항은 일제시대부터 어업전진기지였다. 나로도항은 수심이 7m나 돼 배가 드나들기에 별 장애가 없다. 어장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사실 오지의 섬에서 어로 아니면 해 먹을 것이 없었던 것도 이곳에서 어업이 발달한 이유가 된다. 이제 나로도는 우주항공센터로 발돋움하고 있다. 발사대는 물론이고 우주체험관이 생기면 관광객들이 떼지어 몰려들 것이다.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 발전에 이만한 희소식도 없다. 그러나 보상도 만만찮다. 발사 소음 때문에 사람은 물론 가축들도 섬을 떠나야 할 운명이다. 나로도의 본디 이름은 ‘나라의 섬’에서 비롯됐다. 흥양현(興陽縣)에 딸린 국영 목장이었다는 뜻인데, 다시금 ‘나라의 섬’이 되고 말 것이란 씁쓸함이 없지 않다. 나로도와 여수 화양면을 연결하는 연륙교도 착공됐다. 지도가 바뀔 판이다. 그러나 나로도 사람들의 삼치회 선호도는 바뀔 것 같지 않다. 오랜 역사문화성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작은 포구마다 각각 자랑하는 해산물이 있어 사랑받고 있으며, 나로도의 삼치문화도 이런 토속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경기도나 충청도에서는 삼치 선호도가 낮다. 남방어류답게 남방에서 선호가 높다. 바로 구로시오난류가 배태한 보다 큰 차원의 난류문화권임에 틀림없다.
  • [기획] 욕, 난세의 ‘문화코드’로…TV·문학 ‘점령’

    [기획] 욕, 난세의 ‘문화코드’로…TV·문학 ‘점령’

    ‘욕’. 그것은 저급한 소통수단인가, 필요악인가-. 우리사회의 정치권과 뒷골목에서 욕설이 난무하는 것 못지않게 문화예술계에서도 온갖 욕과 쌍소리가 넘쳐난다. 그 때문인지 극장 가기도,TV 보기도, 라디오 켜기도, 소설을 들추기도 겁이 난다. 말 그대로 욕의 홍수다. 아무리 문화가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하다 싶다. 하지만 문화예술 각 장르에 만연한 이같은 욕들은 우리시대의 한 코드로 통용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나게’ 스크린은 욕설 경연장? “내 입술 부빈 ×은 니가 처음이야.”“×나게 좋아한다.” 10대 청소년 대상의 영화 ‘그놈은 멋있었다’의 대사중 일부다. 인터넷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동명의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 영화에서 욕은 분노나 위협 등의 격한 감정을 표현하는 특수한 용어가 아니라 10대들의 일상어로 등장한다. 새달 3일 개봉하는 ‘발레교습소’(15세)에서도 주인공 민재가 감정이 격해지면서 ‘18’이라는 말을 쓰고, 양아치들은 ‘×만한 게’‘×발년’같은 욕을 예사로 내뱉는다. 영화 ‘말죽거리잔혹사’(15세)에서는 “대한민국 학교 ×까라 그래!”라고 외치고,‘위대한 유산’(15세)에서는 ‘미친년아’‘변태 또라이 새끼’등 거친 표현이 쉴새없이 쏟아진다. 중년층을 겨냥한 ‘고독이 몸부림칠 때’(15세)에서도 ‘염병할 놈’‘우라질 놈’‘뭔 지랄이여’등이, 전쟁영화인 ‘태극기 휘날리며’(15세)에서도 ‘×팔’‘×나게’라는 표현이 수도 없이 나온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보리울의 여름’‘달마야, 서울가자’‘신부수업’등의 몇몇 영화는 욕설이 없는 무공해표 영화라는 점을 홍보문구로 내세웠을 정도다. 한국 영화에서 ‘이 자식’‘이 새끼’를 넘어서는 욕이 등장한 것은 90년대 초반부터. 욕설 표현의 금기를 깬 선구자는 여균동 감독의 ‘세상밖으로’(94년)다.‘×만아’같은 욕설을 무려 250회에 걸쳐 쏟아놓았다. 이후 송능한 감독의 ‘넘버3’를 시작으로 ‘친구’‘피도 눈물도 없이’등 잇단 조폭영화를 거치며 욕은 코믹한 수준을 넘어섰다. 폭력, 노출과 함께 욕설이 3대 심의 기준의 하나인 미국과 달리 국내 심의에서 욕설은 18세 관람가에서는 아예 문제시되지 않을 뿐더러 15세 이상 관람가에서도 관대한 편이다. ●안방까지 침범한 욕설 최근 방영된 MBC 드라마 ‘아일랜드’에서 에로배우 시연(김민정)은 ‘지랄’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이 상대적으로 엄격한 탓에 영화에서처럼 적나라한 욕설은 등장하지 않지만 비속어나 은어의 사용은 빈번해졌다.MBC FM 신해철의 고스트네이션(3월10일 방송)은 ‘맞장을 까고’‘쪽팔리는 얼빵함’‘지들이 구라치거나’등의 비속어를 사용해 방송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대중가요에서의 욕설도 점차 강도가 세지는 추세다.SBS 심의팀이 올 11월까지 심의한 4675곡 가운데 방송불가 판정을 받은 가요는 총 143곡. 이 가운데 욕설을 포함한 비속어 사용이 문제가 된 경우는 70곡이었다. 조pd의 ‘SHOW MUST GO ON’은 ‘띨빡한’‘까발려진 개수작’‘fucker’‘god damn’ 등의 표현 사용으로 불가 판정을 받았다. 올해 나온 서태지의 노래 ‘F.M Business’에서는 ‘fucking’이 사용돼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고,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2집에 수록된 ‘뒷담화’는 무려 35초 동안 온갖 욕설이 이어진 뒤 노래가 시작된다. 저항을 사명으로 하는 힙합 가수들의 경우 욕설은 거의 필수항목이나 마찬가지다. ●문학속의 욕 한국소설 속에서의 욕설은 오랫동안 ‘갖은 양념’ 같은 것이었다. 이문구 김주영 윤흥길 조정래 등 문단을 이끈 중진작가들은 주요 작품들 속의 등장인물들에게 거의 예외없이 질펀한 욕을 쏟아내게 해 독특한 작가적 질감을 일궈냈다. 예컨대 이문구의 대표작 ‘우리동네’같은 작품은 쉴새없이 끼어드는 욕설이 줄거리보다 더 선명하게 기억될 정도. 사정없이 내다꽂는 욕설이 주요한 문학적 장치가 되는 추세는 서사가 강한 중진작가들의 작품활동이 뜸해지면서 거의 사그라든 형편이다. 그러나 10대가 점령한 인터넷 소설쪽은 사정이 다르다. 아예 ‘욕설의 바다’ 수준이다.10대의 폭발적인 호응을 업고 문학시장 깊숙이 침투한 인터넷 소설은 거침없는 욕설과 원색적 비아냥이 이야기를 엮는 필수 소재가 돼버렸다. 최근 그 경향은 초등학생들쪽으로까지 침투해 내려갔다. 또래끼리 문화층을 갖춘 이들은 나름대로의 변형된 욕 글들을 주고받는다. 한글 자체의 글꼴을 변형하는가 하면 알 듯 모를 듯한 욕설을 일삼는다. 팍팍한 삶에 윤활유가 돼 주었던 욕이, 인터넷 소설판에서는 이제 특별히 감동적일 것도 없는 일상용어로 돌변해버린 셈이다. 연극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막을 내린 뒤 앙코르 공연예정인 ‘청춘예찬’만 보더라도 극중 불우한 환경 속에 고등학교를 4년째 다니고 있는 22살의 청년과 친구들의 대화 속에는 “X발, 개새끼”는 양념 격으로 등장하기 일쑤다. 그런가 하면 “중삐리 관중 X나게 많은데서”“물레 돌리지마 이 X새끼야”“씨박 새끼 넌 술이 들어가냐?”같은 욕과 비속어가 즐비하다. 순수예술의 꽃인 연극의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문화부 종합 coral@seoul.co.kr
  • 책 / 매화

    이어령 등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 조선의 대표적 유학자인 퇴계 이황은 임종 직전에 “저 매화에 물을….”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매화에 대한 퇴계의 남다른 애정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퇴계는 매화를 매형(梅兄)·매군(梅君)·매선(梅仙) 등으로 부르며 하나의 인격체로 대했고,때로는 의인화시켜 시를 주고받기도 했다.“막고산 신선님이 눈 내린 마을에 와/형체를 단련하여 매화 넋이 되었구려…”.퇴계의 이 매화시에서 막고산 신선은 살결이 빙설 같고 몸이 가볍고 보드랍기가 처자 같다는 신선을 일컫는다.그런 신선이 눈 내린 마을에 와 매화가 됐다니 그 청정함이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원산지는 中 광둥성·쓰촨성·후베이성 일대 망매지갈(望梅止渴)이라는 말도 있다.매실은 보기만 해도 갈증이 멎는다는 뜻이다.조조가 언덕 너머에 매림이 있다는 말로 병사들의 입에 침이 괴게 해 갈증을 씻게 했다는 ‘삼국지’ 고사에서 생겨난 말이다.그런가하면 매우(梅雨)는 매실이 익을 무렵인 6∼7월 상순에 걸쳐 계속되는 장마를 뜻하는 말로,한국에서는 낯선 말이 됐지만 일본에서는 지금도 일상어로 흔히 사용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매화 이야기는 이처럼 풍성하다.‘매화’(이어령 등 지음,생각의나무 펴냄)는 이 동북아 3국이 공유하고 있는 매화의 상징과 이미지를 고리로 세 나라의 ‘문화유전자’를 읽어낸 책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매화는 원산지인 중국 뿐 아니라 한반도와 일본의 섬에 퍼져 토착화되면서 세 나라의 문화를 매개하는 ‘매화문화권’을 형성해 왔다.매화야말로 3국의 문화적 DNA를 해독할 수 있는 열쇠인 셈이다.매화의 원산지는 중국 광둥성·쓰촨성·후베이성 일대.그 한자 이름과 함께 한국과 일본에 건너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자의 뜻을 살펴보면 매(梅)는 꽃보다는 산과(酸果) 즉 신열매를 가리키며,완상용이라기보다 신에게 제사 드리는 신성한 나무로 간주됐고,서민보다는 선비들의 꽃이었다. ●궁극적 깨달음의 상징 책은 먼저 종교적 상징으로서의 매화를 다룬다.퇴계가 자신이 기르던 분매(盆梅)에 물을 주라고 한 유언은 매화의 유교적 상징과 관련된 일화로 회자되지만 매화의 상징성이 꼭 유교의 범주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유교의 대표적 경전인 ‘논어’‘맹자’ 등에는 매화란 말이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성리학의 이념을 나타낸다는 문인화의 묵매(墨梅)를 처음 그린 사람도 유생이 아닌 중국의 선승 중인이다.매화를 아내로 하고 학을 아들로 삼아 평생 서호의 고산에 들어가 살았다는 북송 시인 임포의 매처학자(梅妻鶴子) 이야기도 유교의 군자보다는 도교적 신선의 경지를 암시한다.눈 내린 산중에서 매화를 찾아다닌다는 탐매(探梅) 혹은 심매(尋梅)란 말에서도 신선이나 은자를 좇는 구도의 상징성이 묻어난다.일본에서 매화는 일반적으로 유교의 꽃이 아니라 선종의 도를 상징하는 꽃이다.일본의 선종은 궁극적인 깨달음의 세계를 눈 속에 핀 매화 한 송이에서 찾는다. ●순결한 미녀·정절의 표상 문학 속의 매화는 어떤 모습일까.이 책은 매화를 처음 시조형식으로 노래한 고려 말 문인 이색의 작품,조선 고종 때 예인 안민영의 ‘매화사’,판소리 열두 마당의 하나인 ‘강릉매화타령’,조선후기 애정소설인 ‘매화전’ 등을 한국의 대표적인 ‘매화문학’으로 꼽는다.또 ‘사문유취’‘한산시’ 등 중국의 한시와 ‘만요슈’‘고금집’ 등 일본 시가집의 매화시도 소개한다.‘만요슈’에 나오는 노래는 모두 백매(白梅)를 읊은 것이다.‘만요슈’시대의 매화의 인기는 헤이안시대 초까지 지속됐다.꽃이라고 하면 으레 벚꽃을 의미하던 10세기 초까지도 시가에서 매화는 꽃을 대표했다. 풍속비평적인 글들도 적잖이 실렸다.조선실록 중종 편에는 중국으로부터 매화 말안장을 만들어 보내라는 기사가 보인다.이것은 매화의 남성적 상징성을 보여주는 드문 예에 속한다.매화는 흔히 군자의 절개를 상징하는 꽃으로 알고 있지만 순결한 미녀와 정절의 상징으로도 쓰인다.매화는 중국에서는 남녀의 결합을 암시하는 꽃이었으며,일본에서는 섹슈얼리티를 뜻하기도 했다.매화가 정숙한 부인과 기녀를 동시에 아우르는 상징이란 점은 사뭇 역설적이다. ●일본엔 관련된 속담도 많아 매화와 관련된 한·중·일 3국의 속담이나 속설은 색다른 흥미를 안겨준다.매실을 그다지 식용하지 않던 한국에서는 그 수가 별로 많지 않지만 일본에는 유난히 특이한 속담들이 많다.‘매근성’(梅根性,끈질기고 좀처럼 변하기 어려운 성질),‘매화에 꾀꼬리’(서로 조화가 잘 이뤄진 풍경),‘매화와 벚꽃을 양손에 쥐었다.’(좋은 일이 여러 가지 생겼다) 등이 대표적인 일본 매화 속담.매화와 국화를 짝지어 표현한 한국의 ‘매화도 한 철,국화도 한 철’이나 중국의 ‘매형국제’(梅兄菊弟,한 해에 제일 먼저 피는 매화를 모든 꽃의 형에,가을에 늦게 피는 국화를 아우에 비유한 말) 같은 속담도 눈길을 끈다. 출판사측은 이 책에 이어 앞으로도 ‘문화 표제어’를 매개로 한·중·일 3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풀어내는 단행본을 계속 펴낼 계획이다.책임편집을 맡은 이어령씨는 “한·중·일 3국은 서양을 알기 이전부터 3000년 동안 함께 나눠 온 문화를 갖고 있지만,중국의 중화사상과 일본의 대동아 공영권 같은 일국중심의 지배이론으로 동북아시아의 문화적 가치는 편향되고 왜곡돼 왔다.”면서 “이제 우리는 동북아시아가 공유하고 있는 지역문화의동질성과 특성을 새롭게 물어야 할 중대한 문명사적 소명 앞에 있다.”고 지적한다.‘매화’는 그런 물음에 답하는 첫 과실이다.2만 95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녹색공간] 대선주자들의 환경의식

    ‘대선'이라는 말을 일상어로 사용하면서 불쾌감과 모욕감을 느낄 때가 있다.몇 사람들의 개인적 권력욕에 어쩔 수 없이 온 나라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고,그런 분위기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현실이 불러일으키는 모욕감이 그것이다. 그들의 탓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차선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정치구조에 대한 염증인지도 모른다.그들이 어떤 인물이든간에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권력을 금년 안으로 그들 중의 하나에게 허용해야만 하는 구조에 대한 비애라 말해도 괜찮을 것이다. 언론은 벌써 작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대선 후보에 대해 커다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하지만 국민들은 참으로 지루해 하는 것 같다.그들의 대선과 국민들의 대선이 같은 리듬을 타고 있지 않은 것이다.그래서 새해가 당겨져 반복되는 이 지루한 대선담론에서 어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하는 망상에 빠지기도 한다.대통령제를 택한 공화국들이 몇 년마다 피할 수 없이 치르는 국가 에너지의 손실에 대해서도 이런 정치의 계절에는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된다.추석을 앞둔 가을의 한복판,대선 주자들은 세 명으로 압축되었다.더할 수없이 시원한 봄바람을 일으켰던 후보와 아들의 키와 몸무게의 비상식적인 상관관계로 인해 손에 잡힐 듯한 대권욕망의 실현이 어쩌면 위태로울지도 모른다는 풍문에 휩싸인 후보,그리고 축구한국을 과시한 공과 태어나면서부터 너무 많은 돈을 지니고 있다는 게 흠인 후보들이 바로 그들이다. 필자는 이들 세 후보들에 대해 아무도 제대로 질문하지 않고,그들 또한 한결같이 무관심해 보이는 환경의식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세 후보 모두 필자가 보기에는 환경의식이 없어 보인다. 한 사람은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새만금 갯벌에 대한 개인적 반응과 ‘장관'으로서의 소리를 구분해 발언하는 바람에 그를 사랑하는 적잖은 이들에게 당혹감을 주었다.소신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데,바로 그 소신이 의심받음으로 인한 실망감이 그것이었다. 다른 후보는 그를 평생 고위직으로 보장한 지금 상태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게 기본생각인 것 같고,그를 지지하는 세력들 또한 개발과 자연에 대한 난폭한 태도로 인해 돈과 지위를 얻은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나머지 한 사람인 유명한 축구인 또한 개발세대의 대표적 인물을 부친으로 둔 태생적인 조건에서 그가 아무리 유명한 환경운동가와 어울려 사진을 찍는다고 해도,산천의 신음소리를 들을 줄 아는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고 믿기에는 의심스럽다. 우리처럼 정신없이 오로지 굶주림에서 벗어나자고 치달려온 나라,그로 인해 잃어버리면 안 되는 소중한 것들을 많이 잃어버린 나라,지금까지 성취한 것을 다 퍼부어도 현상태의 환경파괴가 더 악화되지 않을 만큼의 비용에 불과한 비극적인 나라에서 대통령이 될 만한 인물의 진짜 능력은 무엇인가.그것은 이 세상의 약자들과 고통을 같이 할 수 있는 감수성에서 비롯된 능력이라 할 수 있다.산업사회에서 약자는 노인과 여성만큼이나 자연이라 할 수 있다.얼마 전 태풍은 바로 그 자연의 거친 항거라 할 수도 있다. 세 후보들 모두 환경의식이 없거나 너무 약하다.그들은 환경 이야기를 하면 표가 떨어질 줄로 아는 모양이다.착각이 아닐 수 없다.국민들의 환경의식은 그들 세 후보들보다 더 깊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착각에서 벗어나면 그들에게도 좋을 것이고,나라에도 다행일 것이다. 최성각 풀꽃세상 사무처장 소설가
  • 영종도·송도·김포매립지 4000만평 내년 경제특구 지정

    이르면 내년부터 송도신도시와 영종도,김포매립지 등 수도권 3개 지역 4000여만평이 ‘경제특별구역’으로 지정돼 동북아시아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육성된다. 이곳에서는 영어가 일상어로 사용되고 외국화폐가 자유롭게 통용되는 등 기존 자치단체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개발된다. 그러나 수도권 인구집중 심화와 지역간 불균형 확대,관련지역 부동산 투기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어 정책추진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다. 정부는 4일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주재로 진념(陳稔) 경제부총리와 김재철(金在哲) 무역협회 회장 등이참석한 가운데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정책조정회의를 갖고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을 위한 기본 청사진’을 확정했다.오는 6월까지 세부실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수도권 서부 5개 지역을2020년까지 3단계로 개발하기로 했다.5개 권역은 ▲영종도(항공물류 및 관광·레저단지) ▲송도신도시(국제업무 및 지식기반산업 중심지) ▲김포매립지(화훼수출단지,위락·주거및 국제금융 중심지)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정보·디지털미디어 산업단지) ▲고양(관광·숙박 및 국제전시단지) 등이다. 정부는 이 가운데 송도신도시 530만평,영종도 3000만평,김포매립지 487만평 등 4000여만평을 경제특구로 지정,다국적기업 지역본사 등 외국기업을 대거 유치하기로 했다. 중앙정부 차원의 행정기구인 ‘경제특구관리청’ 신설을골자로 한 ‘경제특구 지정에 관한 법률’도 마련, 올해 정기국회에 올릴 계획이다.경제특구에서는 한국어 외에 영어가 공용어로 지정되며 달러·유로·엔 등 주요국 통화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외국의 방송사,병원·약국,교육기관 등의 국내 진출이 허용된다.소득세와 법인세 등도 감면된다. 김 대통령은 이날 “동북아 지역은 세계 3대 교역권의 하나이며 전세계 GDP(국내총생산)의 5분의1 이상을 차지하는가장 역동적인 지역”이라면서 “우리의 앞선 인프라와 노동력을 지정학적 조건과 접목할 경우 동북아 중심국가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오늘확정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을 월드컵 등을 통해 국내외에 적극 홍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정부는 부산과 광양지역도 장기적으로 경제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오풍연 김태균기자 poong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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