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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대광고 엿보기] 독립운동가의 발명특허 1호-말총모자/손성진 논설고문

    [근대광고 엿보기] 독립운동가의 발명특허 1호-말총모자/손성진 논설고문

    고종의 조칙(詔勅)으로 단발령이 내려진 것은 을미사변 직후인 김홍집 내각 때였다. 남자들이 머리카락을 자르자 상투가 없는 머리에 얹을 모자가 외국에서 들어와 인기를 끌었다. 대한매일신보 1909년 8월 24일자에 중산모자, 중절모자, 운동모자, 학생모자, 부인모자, 예복모자, 상복모자 등 모자를 종류별로 소개한 광고가 실렸다. 이 모자들은 보통 모자가 아니라 말총으로 만든 말총모자다. 말총이란 말의 갈기나 꼬리의 털을 뜻하는데 질기고 촉감이 좋아 예전부터 갓, 망건, 탕건, 관모, 허리띠 등을 만드는 데 쓰고 있었다. 광고 위쪽에는 등록상표인 비둘기 문양이 있다. 그 아래에 남성이 모자를 물로 씻는 모습이 있듯이 말총모자의 장점은 심하게 구겨져도 물에 담그면 잘 펴지고 세척이 쉽다는 점이었다. 땀으로 더러워진 부분과 먼지, 때를 비누와 솔로 문질러 씻으면 새것처럼 쓸 수 있다고 광고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전통 갓을 만드는 재료인 말총을 이용해 만든 서양식 모자는 광고에 써 놓은 대로 발명특허를 받은 제품이었다. 광고를 내기 5일 전인 1909년 통감부 특허국에 특허 제133호로 등록됐으며 한국인 특허로는 1호였다. 말총모자를 만들어 특허를 받은 인물은 정인호(1869~1945) 선생이다. 그런데 광고에 보면 좌우에 서양식 복장을 하고 모자를 쓴 남녀가 ‘옥호서림광고’(玉虎書林廣告)라고 적힌 글자판을 들고 있어 의아하게 한다. 정인호는 궁내부 감중관이라는 관직과 청도군수 등을 지내다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자 사직하고 1906년 고향 양주에 동흥학교를 세워 교장을 지냈다. 또 교과서를 저술하는 등 교육을 통한 구국운동에 헌신한 사람이다. 구세의원이라는 병원을 세워 운영하기도 했다. 1908년 선생은 ‘초등대한역사’, ‘최신초등소학’ 등의 교과서를 저술, 이 교과서들을 옥호서림에서 펴냈는데 옥호서림의 주인이 바로 정인호였다. 모자를 책과 함께 옥호서림에서 판매한 것이다. 선생은 말총으로 모자뿐만 아니라 핸드백, 토시, 셔츠 등의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일본, 중국 등에 수출도 하며 민족기업으로 키웠다. 그렇게 번 돈은 구국활동에 썼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독립운동에 본격적으로 투신, 구국단이라는 비밀결사를 조직하고 단장을 맡아 상하이 임시정부의 활동을 지원했다. 특히 부자들을 상대로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하는 데 힘을 쏟았는데 1920년 12월(음력) 충남의 부호 임병철에게 군자금 납입을 요구하다가 일경에 붙잡혀 징역 5년을 선고받아 옥고를 치렀다. 정부는 선생의 공훈을 기리어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sonsj@seoul.co.kr
  • 靑 “일본의 한국인 입국제한 유감…상호주의 입각한 조치 검토”

    靑 “일본의 한국인 입국제한 유감…상호주의 입각한 조치 검토”

    청와대가 6일 일본의 한국인 입국 제한 강화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취한 우리 국민에 대한 입국 제한 강화 조치와 자국민에 대한 여행경보 상향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전날 일본은 한국과 중국 등에서 일본으로 온 입국자에 대해 검역소장이 지정한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고, 국내(일본 내) 대중교통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NSC 상임위원들이 “세계가 평가하는 과학적이고 투명한 방역 체계를 통해 우리나라가 코로나19를 엄격하게 통제·관리하는 데 비춰 일본은 불투명하고 소극적 방역 조치로 국제 사회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청와대는 “일본 정부가 이런 부당한 조치를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만큼 우리 정부는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를 포함해 필요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 등을 검토하겠다고 한 만큼 조만간 우리 정부도 일본인의 방한을 제한하는 등 ‘맞불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다. 상임위원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국제 사회의 불확실성 증가와 이로 인한 초국가적·비전통적 안보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안도 협의했다. 특히 우리 국민이 해외 체류 또는 여행 중에 겪는 불편함과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대응 조치들을 점검했다고 청와대는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씨줄날줄] 116년 서울신문과 조선일보/문소영 논설실장

    [씨줄날줄] 116년 서울신문과 조선일보/문소영 논설실장

    “100년이 넘은 기업은 두산과 조흥은행, 그리고 서울신문뿐입니다.” 대한상의 박용성 회장은 2004년 7월 18일 서울신문 창간 100주년 행사에서 이렇게 축하했다. 당시 한국신문협회장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도 “현존 언론사 가운데 100년의 전통을 기념하는 신문사가 출현한 그 하나만으로 우리 언론계 전체의 큰 경사”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그 자체로 영욕의 한국 근현대사다. 1904년 7월 18일 창간한 ‘대한매일신보’(大韓每日申報)가 전신이다. 첫 발행인·편집인은 영국 언론인 어니스트 베델(E T Bethell)이었다. 창간에 참여한 애국지사 양기탁과 신채호, 박은식 등은 “일본의 검열망을 뚫을 수 있는 길은 당시 일본과 군사동맹을 맺은 영국인 명의로 신문을 발행하는 길뿐”이라고 인식했다. 독립운동 등을 알리려 국문·영문판을 발행했고, 발행부수도 1만 부로 파격적이었다. 이토 히로부미 통감은 대한매일신보를 두고 “…확증이 있는 일본의 제반 악정을 반대하여 한인을 선동함이 연속부절하니”라며 눈엣가시로 여겼다. 회유와 매수로도 논조를 꺾지 못한 일제는 뒤에 영국과 외교적 마찰을 감수해 가며 베델을 쫓아냈고, 경술국치가 있던 1910년 강제 매수했다. 이후 ‘대한’을 떼어낸 ‘매일신보’(每日申報)는 조선총독부 기관지로 활용됐다. 공기(公器)로서의 역할은 수행했다. 1915년 처음으로 신춘문예를 시행했고 1920년 한국 언론 최초로 여기자 채용을 공고해 ‘한국 언론 1호 여기자’ 이각경 기자도 탄생시켰다. 해방 후 1945년 11월 10일 미군정으로부터 매일신보는 정간처분을 받았다. 이에 ‘민족대표 33인’이던 오세창 등은 새 경영진을 구성해 ‘서울신문’을 창간하는데 이때 서울신문의 지령(紙齡ㆍ신문의 나이)을 신생 신문처럼 1호가 아니라 ‘대한매일신보’부터 ‘매일신보’로 내려온 지령을 계승한 1만 3738호로 시작한다. 이 출발선으로 서울신문은 1904년에 창간해 116년이 된, 한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신문이라 할 수 있다. 언론학 전공인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가 이를 확인해 한국 언론사에도 기록해놓았다. 1920년 3월 5일 창간한 조선일보가 ‘한국 언론 역사상 첫 창간 100년’이라며 선전한다. 팩트체크를 하자면, 1904년 7월 18일 창간한 서울신문(대한매일신보의 후신)보다 16년 4개월 13일이나 늦은 창간이다. ‘장수기업’이 드문 한국에서 조선일보의 100번째 생일맞이는 기념할 만하지만, 자신을 돋보이고자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서야 되겠나. 이는 조선일보가 지난 4일 ‘1986년 김일성 사망보도’, ‘2013년 현송월 총살보도’ 등의 오보를 시인하고 사과하면서 “사실보도만 하겠다”고 한 약속의 위반이다. symun@seoul.co.kr
  • “마블링 적어도 사료 대신 목초 고집… 소는 소답게 키워야죠”

    “마블링 적어도 사료 대신 목초 고집… 소는 소답게 키워야죠”

    ‘한국형 한우 사육 모델’ 전남 장흥 풀로만 목장 조영현 대표지난 4일 봄기운이 완연한 전남 장흥군 대덕읍 월정마을. 굽이굽이 좁은 길을 돌아 천관산이 굽어보는 한 한우 목장을 찾았다. 축사에 들어서니 스위스 알프스산에서나 들릴 법한 요들송과 알프혼 소리가 흘러나왔다. 음악은 잔잔했지만 경쾌했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를 위한 배려였다. 축사에 들어서니 특유의 고약한 악취가 없다. 고작 시큼한 냄새가 전부다. ‘한국형 한우 사육 모델’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풀로만 목장 조영현(66) 대표를 만났다. ‘사람은 사람답게, 소는 소답게.’ 이것이 이 목장의 모토다. 조 대표는 “한우를 사육하는 농가도 소고기를 먹는 소비자도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곡물 배합사료나 볏짚을 먹이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 그래서 목장 이름을 ‘풀로만’으로 지었다. 그는 영양가 높은 알팔파 말린 풀과 장흥에서 직접 기른 목초만을 먹인다. 이런 이유로 자연스레 마블링(근내 지방도) 중심의 현행 소고기 등급제도와 정반대 지점에 서 있다. ‘소는 풀을 먹여 키워야 건강하게 된다’는 그의 철학을 들어 봤다. -한국형 사육 모델을 설명해 달라. “소를 가두고 키우는 계류식과 초지에 풀어놓는 방목형의 장점을 살린다는 뜻이다. 우리는 땅이 넓은 미국이나 호주처럼 소를 방목할 수 없다. 그렇다고 비좁고 냄새 나는 우리에 가둬 둘 수도 없다. 축사에서 풀을 먹인 다음 넓은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한다. 스트레스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또 소들의 상태를 관찰하고 이상이 있는 소들은 조기 발견하고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풀로만 목장을 시작한 이유는. “초식동물은 원래가 근육 내 지방이 침착되기 어려운 구조다. 비타민A를 결핍시켜 상피세포를 약하게 해야 지방이 잘 축적된다. 이런 기술이 배합사료 회사를 통해 보편적으로 보급됐다. 결국 건강하지 못한 소를 사육하게 되고 과잉비만으로 온갖 질병을 야기하는 사육 방식이 된 것이다. 좁은 공간에서 여러 마리를 키우니 소들은 운동이 부족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좋은 음식을 먹는 사람이 건강하듯이 좋은 풀을 먹인 소가 건강하다는 평소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나만의 사육 방식을 적용했다. 20년 전부터 한우를 잘 키우려면 목초를 먹여야 한다고 주위를 설득했지만 아무도 내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마블링을 중시하는 현행 소고기 등급제 때문에 한우 농가들이 사육 방식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직접 나의 신념과 철학을 실천하게 된 것이다. -목장을 언제 시작했나. “서울 토박이로 2011년 7월 이곳으로 귀농했다. 한우 2개월짜리 12마리를 구입해 한우를 키우기 시작했다. 현재 95마리의 한우를 키우고 있다. 우리 목장에서 풀만 먹여 키운 소는 지방 함량이 낮아 저등급을 많이 받는다. -수익 측면에서 불이익이 클 텐데. “최근 마블링이 많은 소고기가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특히 전통적인 한우 맛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풀만 먹여 키운 저등급 소고기가 건강에 좋다고 인식해 소비자의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다. -무슨 풀을 먹이는가. “두 종류의 풀이다. 인근 장흥 농가와 계약 재배한 유기농 라이그래스와 미국에서 수입한 최고급 알팔파다. 라이그래스는 섬유질이 풍부하고 ‘목초의 여왕’이라 불리는 알팔파는 단백질·칼슘 함량이 높다. 한창 크는 송아지에게는 알팔파를 많이 준다. 신안 천일염, 미네랄·비타민제 등으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한다.” -배합사료를 먹인 소와 다른 점은. “건강한 소에서 생산한 저지방 적색육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아미노산과 철분 등 양질의 영양소 공급원이 된다. 한우를 ‘그래스페드’로 생산했을 때는 더 깊고 강한 향과 풍미 그리고 짠맛과 단맛까지 강화된다. 우리 목장의 소고기는 그런 방향으로 한우 소고기 생산과 소비를 선도하고 있다.” -장흥에서 목장을 시작한 이유는. “원하는 풀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 나는 라이그래스의 46%가 장흥에서 자란다. 외국에서 수입하는 알팔파의 80%가 가까운 광양항으로 들어온다. 풀로만 키우는 한우 사육지로서는 최적이라고 생각한다.” -사료 박사로 알려졌는데. “젊은 시절 산에 미쳐 산악회 활동을 하면서 알프스를 비롯해 히말라야까지 안 다녀 본 산이 없다. 그러다 1990년부터 사료 관련 일을 해 왔다. 사료 원료를 구입하는 일을 하다가 미국 최대 건초 수출회사의 한국 법인장으로 4년간 일하게 됐다. 그 시기 미국과 캐나다, 중국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좋은 풀을 찾아 헤맸다. 그때 소가 풀을 먹어야 가장 건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소의 사료를 취급하다가 풀 전문가가 돼서 이렇게 직접 소를 키우게 된 것이다.” -현행 소고기 등급제는 어떻게 시작됐나. “한우 등급제가 처음 도입된 시기는 1992년으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농축산물의 수입이 허용되면서다. 축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마블링을 중시하는 미국과 일본의 제도를 참고했다. 한국도 자연스럽게 마블링을 소고기 등급 판정의 제1기준으로 삼게 된 것이다. 당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외국 소고기들이 들어오면 우리 농가들이 무너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이었다. 한우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한우가 수입 소고기보다 더 좋고 맛있다’는 이미지가 필요했다. 이렇게 생겨난 제도가 한우 등급제였다. -현행 제도의 문제점은. “지난해 12월 최고등급 기준을 마블링을 줄이는 방향으로 완화했지만,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축산업의 목적이 소를 더 빨리, 더 크게 키워 투플러스(1++) 등급을 받는 것이다. 축산 농가 대부분이 짧은 시간에 소를 살찌우기 위해 풀이 아닌 옥수수를 주원료로 하는 곡물배합사료를 먹인다. 곡물배합사료는 풀보다 비쌀뿐더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면 한우 가격 역시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주위 농장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는데. “수요가 늘어나면 공급량에 문제가 생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송아지를 키우는 번식우 농가와 협력하는 방식을 택했다. 풀로만 목장과 똑같은 방식으로 키운 어미소가 낳은 4개월째 송아지를 구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엄격한 기준으로 시중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구입해 어미소가 될 때까지 우리가 키운다. 협업 목장은 현재 3군데이고 올해 50마리를 구매할 예정이다.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들과 소통하는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을 통해 예약과 주문을 받고 있다. 지난 10년간 거의 매일 SNS에 일기 형식으로 사육 과정을 자세하게 소비자들에게 알렸다. 이런 노력이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준 것 같다. 현재 950명의 고객 리스트가 있다. 이들 가운데 평생회원은 34명이다. 이들의 도움과 후원으로 비용이 비싸게 들더라도 건강한 소를 생산하고 있다. 소비자들을 공동생산자라고 생각한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향후 포부와 계획은. “지속적인 도시민과의 교류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장흥을 소비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드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싶다. 현재 국내에 310만 마리 정도의 한우가 있다. 0.1%면 대략 3000마리가 된다. 풀로만 먹여 키우는 한우 시장을 0.1% 정도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제주도에 15만평을 임차해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5월부터 240마리 규모를 목표로 목장을 준비하고 있다. 글 사진 장흥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우리 의뢰인은 지구”… 건축계 노벨상 받은 두 아일랜드 여성

    “우리 의뢰인은 지구”… 건축계 노벨상 받은 두 아일랜드 여성

    40년간 동업… 휴식 공간 세심히 살려‘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이 두 명의 아일랜드 출신 여성 건축가에게 돌아갔다. 여성 공동 수상은 프리츠커 사상 처음이며, 아일랜드 건축가로서도 처음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프리츠커상 심사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이본 파렐(69)과 셸리 맥나마라(68)를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위원단은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적인 건축계에 우뚝 선 선구자들이며, 전문가로서 훌륭한 길을 구축해 다른 이들의 지침이 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이 상을 탄 여성 건축가는 2004년 이라크 출신 자하 하디드, 2010년 일본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남성 1명과 공동 수상), 2017년 스페인 건축가 카르메 피헴(남성 2명과 공동 수상) 등이 있다.파렐과 맥나마라는 거대한 콘크리트로 빚어낸 압도적인 구조 속에서도 사람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전망대와 휴식 공간 등 세심한 ‘디테일’이 살아 있는 건축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두 사람은 1974년 처음 만나 40여년간 아일랜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페루 등에서 다수의 교육용 건물과 공공시설을 건축했다. 이들은 2008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세계 건축 축제에서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보코니대학 건축물로 올해의 세계건축상을 받으면서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이들은 총감독을 맡은 2018년 제16회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서 “우리는 지구를 의뢰인으로 본다. 이는 오래 이어지는 책임을 수반한다”고 자신들의 건축 철학을 설명한 바 있다. 또 “우리는 사람들의 요구와 꿈을 현실로 변환하는 사람”이라며 건축가를 번역가에 빗대 표현하기도 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아시아계에 폭언·폭행… 환자 수용시설 반대, 코로나 공포에 다시 도진 美 인종차별·님비

    아시아계에 폭언·폭행… 환자 수용시설 반대, 코로나 공포에 다시 도진 美 인종차별·님비

    인디애나선 “호텔 예약 취소됐다” 기피 택시·우버 호출 서비스 일방적 승차 거부 트럼프, 앨라배마 격리시설 계획 백지화미국 사회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곳곳에서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금기시됐던 인종차별이 노골화하고, 코로나19 수용시설을 둘러싼 님비현상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내에서 코로나19 관련 첫 사망자가 나오고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3명이 확진자로 판정받으면서 공포가 번지고 있다. 이에 코로나19 확진환자를 위한 수용시설을 반대하는 지역 이기주의(님비현상)뿐 아니라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무차별 폭언·폭행 등이 잇따르고 있다. 다민족·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 ‘인종차별’과 ‘님비’는 금기어였다. 최근 한인들이 많이 사는 로스앤젤레스의 지하철 안에서 백인 남성이 태국계 여성을 향해 코로나19 관련 폭언을 퍼부었다. 그는 “모든 질병은 중국에서 왔다. 중국인들은 역겹다. 그들이 미국으로 질병을 옮겨 온다”며 인종차별 발언을 쏟아냈다. 또 뉴욕의 지하철에서는 한 흑인 남성이 마스크를 쓴 아시아계 여성에게 “병에 걸렸다”며 무차별 폭행을 하는 사건도 있었다. 인디애나에서 아시아계 한 남성은 호텔 입실을 거부당했다. 그는 “직원이 대뜸 중국인이냐고 물었고 ‘아니다’라고 말해도 ‘예약이 취소됐다’며 쫓겨났다”면서 “근처 호텔도 똑같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택시나 우버 등 차량 호출 서비스에서도 ‘아시아인 혐오’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아시아계 승객이나 운전자를 드러내고 피하는 것이다. 워싱턴DC의 제러미 서는 “공항에서 우버를 호출했는데 몇 번을 일방적으로 취소당했다”면서 “코로나19의 공포감이 커지면서 아시아계 이름의 승객을 거부하는 등 우버나 리프트 기사들의 인종차별적 승차 거부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공포 확산이 ‘우리 동네는 안 된다’는 님비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대선 등을 앞두고 공화당 표밭에 관련 시설을 지을 경우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산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해외에서 감염돼 귀국한 환자들을 군 기지와 특수의료시설을 갖춘 네브래스카 의료센터에서 치료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늘기 시작하자 증상이 가벼운 일부 환자들을 앨라배마 애니스톤 한 격리시설로 이송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주지사뿐 아니라 상·하원 의원이 강하게 반대했다. 케이 아이비 앨라배마 주지사는 성명에서 “최우선 과제는 앨라배마 주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보건복지부의 앨라배마 수용소 계획을 크게 질책하며 ‘백지화’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으로 앨라배마는 공화당의 텃밭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 공고한 지역이다. 여기에 수용시설을 만드는 것은 오는 11월 대선을 포기하는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환자 이전 계획과 일본 크루즈 환자 이송 등으로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평이다. 또 캘리포니아의 코스타메이사시도 같은 이유로 연방정부와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연방법원은 환자 이송 일시 중단을 명령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코로나19 공포감이 커지면서 ‘정의’와 ‘포용’이라는 미국적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자국우선주의 등에 따른 부작용이란 지적도 나온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단독] 獨, 벌금형 외 선고유예 등 다양… 美·英, 전담재판부 운영

    [단독] 獨, 벌금형 외 선고유예 등 다양… 美·英, 전담재판부 운영

    해외 약식사건 처벌은 어떻게우리나라의 약식명령 제도는 벌금과 과료 또는 몰수형만 내릴 수 있다. 선고유예나 자유형을 선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식재판을 거쳐야 한다. 경미한 범죄로 약식기소가 되면 벌금형을 피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반면 독일은 약식명령을 통해 부과할 수 있는 형벌이 다양하다. 한때 독일도 우리나라처럼 약식절차로 부과할 수 있는 형벌이 벌금형에만 국한됐지만 지금은 선고유예, 운전금지, 운전면허정지, 추징, 몰수, 유죄판결 공시 등으로 다양한 처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집행을 유예하는 1년 이하의 자유형도 약식명령으로 선고할 수 있다. 영국은 벌금 미납자를 교도소에 수감하는 대신 벌금 즉시 납부자에 대한 공제(최대 50%)와 벌금을 낼 경제적 형편이 되지 않는 범죄자에 대한 전부 혹은 일부 면제 제도, 통행금지명령 등을 시행하고 있다. 송광섭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선고유예는 범죄의 여러 사정을 고려한 뒤 내려지는 판결이어서 통상 정식재판에 회부하지 않으면 선고할 수 없는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선고유예는 판사가 형 결정을 미룬 상태에서 유예기간이 지나면 최종 선고까지 면하게 하는 제도로, 경미한 범죄에 주로 내려진다. 미국과 영국은 약식사건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사실상 전담재판부인 치안법원을 운용한다. 약식사건이 판사의 별도 업무로 취급되는 것을 막고 전담 판사들에 의해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되도록 사법체계를 꾸린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인구수 대비 판사수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인구수 대비 독일은 판사 1명당 4000명, 미국은 판사 1명당 9500명인 데 비해 한국은 판사 1명당 1만 7941명(2018년 12월 기준)의 재판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은 약식 절차를 진행하기 전 피의자에게 사전통지 절차를 밟는다. 사건을 약식 처리하는 데 이의가 없다는 서면을 피의자에게 제출받고, 만약 피의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정식재판을 한다. 영국도 경미사건의 경우 피의자에게 정식재판 절차와 약식 절차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송 교수는 “피의자 동의와 관계없이 국가의 형벌권이 행사될 필요가 있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지면서 현재 우리나라는 사전 동의 절차가 없는 상태”라면서 “검찰의 공소유지 업무, 법원의 공판업무 부담을 줄여 주는 쪽으로 사법체계가 짜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文대통령 “3·1운동처럼… 온 국민이 함께하면 이겨 낼 수 있다”

    文대통령 “3·1운동처럼… 온 국민이 함께하면 이겨 낼 수 있다”

    “감염병 남북 공동 대응”… 보건 협력 제안 “日 과거 직시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어” 코로나 영향에 50여명 참석·수여식 생략문재인 대통령은 1일 “함께하면 무엇이든 이겨 낼 수 있다”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극복을 위한 ‘단결’을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서울 배화여고에서 열린 3·1절 101주년 기념식에서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외환위기가 덮쳐 온 1998년에도 지난 100년간 단 한번도 빠짐없이 3·1 독립운동을 기념하며 단결의 ‘큰 힘’을 되새겼다. 오늘의 위기도 온 국민이 함께 극복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구·경북에 이어지고 있는 응원과 온정의 손길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저력이며 대구·경북은 결코 외롭지 않다”며 “안으로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밖으로는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을 이뤄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진정한 독립이며 새로운 독립의 완성”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보건 분야 공동 협력을 제안하고, 일본에 대해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 구축 의지를 내비치면서 공통분모로 코로나19 등 비전통적 안보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필요성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고 접경지역의 재해재난과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처할 때 겨레의 삶이 보다 안전해질 것”이라며 “9·19 군사합의를 준수하며 다양한 분야의 협력으로 넓혀 나갈 때 평화도 굳건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보건 협력을 화두로 던진 것은 코로나19가 북한에도 최우선 현안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북한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북중 국경을 전면 봉쇄하는 등 비상방역체계에 돌입했지만, 방역물자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제적으로 손을 내밀어 남북 대화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정부는 최근 민간단체나 국제기구가 대북지원 협력을 요청해 온다면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북한의 호응은 미지수다. 북한은 지난달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잠정 폐쇄하는 등 남측의 코로나19 확산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 “과거를 직시할 수 있어야 상처를 극복할 수 있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며 “과거를 잊지 않되, 우리는 과거에 머물지 않을 것이며 일본 또한 그런 자세를 가져 주길 바란다”고 했다. 통상 3·1절 기념사와 달리 한일 관계 언급이 눈에 띄게 줄어든 점이 눈에 띈다. 한일 관계 복원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과거사와 미래지향적 관계를 분리하는 ‘투트랙 기조’를 유지하되 후자에 더 무게를 둔 것이다.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서 ‘친일잔재 청산’을 강조한 것과 달리 ‘강제징용’, ‘지소미아’ 등을 언급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출규제와 관련, “지난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목표로 ‘소재·부품·장비의 독립’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3·1 독립운동 정신과 국난 극복의 저력이 있었기 때문”이란 표현으로 갈음했다. 지난해 100주년 기념식이 광화문광장에서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것과 달리 올해는 배화여고에서 50여명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훈·포장 수여식도 생략됐다. 코로나19에 대응 중인 정세균 국무총리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불참했다. 악수도 최소화했다. 문 대통령도 주요 참석자들과 목례만 했다. 다만 행사 후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는 악수했다. 장소는 옛 배화학당이 3·1운동 이듬해인 1920년 만세운동이 열린 곳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해설]‘코로나19’ 매개 대북·대일 메시지 발신한 문 대통령

    [해설]‘코로나19’ 매개 대북·대일 메시지 발신한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북한을 향해 보건분야 공동협력을 공식제안하고, 일본에 대해 미래지향적 협력관계 구축 의지를 내비치면서 공통분모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와 같은 비전통적 안보위협에 대한 공동대응 필요성을 꼽아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이날 3·1절 기념사에서 감염병 확산 등을 언급하며 “한 국가의 능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고, 코로나19의 국제적 환산을 통해 초국경적 협력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3·1독립선언서에서 언급된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통합의 정신’과 일맥상통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인 셈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사람과 가축의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고 접경지역의 재해재난과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처할 때 우리 겨레의 삶이 보다 안전해질 것”이라며 “남북은 2년전 ‘9·19 군사합의’라는 역사적 성과를 일궈냈다. 그 합의를 준수하며 다양한 분야의 협력으로 넓혀 나갈 때 한반도의 평화도 굳건해질 수 있을 것”고 강조했다. 앞서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환경 협력과 전염성 질병의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한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은 즉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이후 문 대통령이 보건협력을 콕 집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올 신년사에서 ‘생명공동체’와 함께 접경지역 협력을 제안한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역시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선 가운데 남북 협력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도다. 남북관계가 장기 교착국면을 맞고 있는데다 북한도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상황에서 당장 제안에 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선제적으로 손을 내민 것이다.과거사 문제를 빌미 삼은 일본의 수출규제와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조건부 유예 등으로 한일 관계 복원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과거사와 미래지향적 관계를 분리하는 ‘투트랙 기조’를 유지하되 이날 기념사는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에 무게중심이 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서 ‘친일잔재 청산’을 강조한 것과 달리 ‘강제징용’ ‘수출규제’ ‘지소미아’ 등 민감한 현안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수출규제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해 우리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목표로 ‘소재·부품·장비의 독립’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함께하면 해낼 수 있다는 3·1 독립운동의 정신과 국난 극복의 저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미래지향적 협력관계’의 전제조건이 일본의 ‘과거사 직시’에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과거를 직시할 수 있어야 상처를 극복할 수 있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전문] 문 대통령 “코로나19, 단합으로 위기에 강한 저력 보여주자”

    [전문] 문 대통령 “코로나19, 단합으로 위기에 강한 저력 보여주자”

    101주년 3·1절 기념사“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독립운동가 최고 예우”문재인 대통령은 1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는 잠시 우리의 삶을 위협할 수 있지만 우리의 단합과 희망을 꺾을 수는 없다”면서 “단합으로 위기에 강한 우리의 저력을 발휘하자”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배화여고에서 열린 제101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억압을 뚫고 희망으로 부활한 3·1독립운동 정신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힘이 됐듯 코로나19를 이기고 우리 경제를 활기차게 되살릴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구·경북 지역에 이어지고 있는 응원과 온정의 손길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저력”이라면서 “대구·경북은 결코 외롭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에도 보건 분야의 공동 협력을 강화하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람과 가축의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고 접경지역의 재해재난과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처할 때 우리 겨레의 삶이 보다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일제강점기 시절 항일무장투쟁에 앞장서며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의 승리를 견인한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카자흐스탄에서 봉환해 안장하게 됐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이 우리에게 국가의 존재가치를 일깨우고 선열의 애국심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독립운동가 한분 한분을 기억하는 것이 우리 스스로의 긍지와 자부심을 일깨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들의 정신과 뜻을 기리고 최고의 예우로 보답해나갈 것”이라고 거듭 역설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기념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외동포 여러분, 비상한 시국에 3·1절 기념식을 열게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힘든 시기이지만 1920년 3월 1일 첫 번째 3·1절을 기념하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이곳 배화여고에서 3·1절 101주년 기념식을 열게 되어 매우 뜻깊습니다. 1919년 12월,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민주공화국의 첫 번째 달력 ‘대한민력’을 발간하면서 3월 1일을 독립기념일로 정하고 국경절로 표시했습니다. 임시정부는 3월 1일을 대한인이 부활한 성스러운 날(聖日)로 내무부 포고를 공포하며 상해에서 최초의 3·1절 기념식과 축하식을 거행했고, 배화학당을 비롯한 전국·해외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념 만세시위가 열리는 구심 역할을 했습니다. 서대문 감옥에서는 유관순 열사와 독립운동가들이 목숨을 걸고 독립만세를 외쳤고, 동경과 블라디보스토크, 미국, 프랑스에서도 나라의 독립과 민족의 자주를 선언했습니다. 우리 겨레가 있는 곳 어디에서나 3·1독립운동 기념식은 일제강점기 내내 계속되었습니다. 일제는 특별경비와 예비검속으로 그날의 기억을 지우고 침묵시키고자 했지만, 학생들은 동맹휴학으로, 상인들은 철시로,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3·1독립운동의 정신을 되살려냈습니다. 1951년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외환위기가 덮쳐온 1998년에도, 지난 100년간 우리는 단 한 번도 빠짐없이 3·1독립운동을 기념하며 단결의 ‘큰 힘’을 되새겼습니다. 함께 하면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금 3·1독립운동으로 되새깁니다. 매년 3월 1일, 만세의 함성이 우리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오늘의 위기도 온 국민이 함께 반드시 극복해 낼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1919년 한해에만 무려 1542회에 걸친 만세 시위운동으로 전국에서 7600여명이 사망했고 1만 6000여명이 부상했으며 4만 6000여명이 체포 구금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일제의 탄압이 가혹했지만, 우리 겨레의 기상은 결코 꺾이지 않았습니다. 학생, 농민, 노동자, 여성이 스스로 독립과 자강, 실력양성의 주인공이 되면서 오히려 더 큰 희망을 키웠습니다. 1920년 1월 13일, 임시정부의 기관지 ‘독립신문’은 대한독립군 홍범도 의용대장의 권고문을 실어 무장투쟁의 정당성과 국토회복을 위한 각오를 다졌습니다. 1월 30일에는 서간도 신흥무관학교에서 봉오동, 청산리 전투의 주역이 될 76명의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민족교육운동으로 실력을 양성했고 여성의 교육과 권익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일제의 수탈과 억압에 저항했고 기업가들은 근대적 기업을 일구기 위해 분투했으며 국민들은 민족경제 자립운동을 펼쳤습니다. 자각한 국민들의 자강 노력이 이어지면서 1920년에만 무장항일 독립군의 국내 진공작전이 무려 1651회나 펼쳐졌습니다. 그해 6월, 우리 독립군은 일본군 ‘월강추격대’와 독립투쟁 최초로 전면전을 벌여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바로 홍범도 장군이 이끈 ‘봉오동 전투’였습니다. 임시정부는 이를 ‘독립전쟁 1차 대승리’라 불렀습니다. 1920년 3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독립군 북로군정서와 체코군 간에 무기 매수계약이 이뤄졌습니다. 9000명의 ‘인간사슬’로 연결해 운반해온 이 무기들이 10월 ‘청산리 전투’ 승리의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신식 무기로 무장하고 체계적으로 훈련된 군대와 식량과 의복을 지원한 우리 겨레 모두가 독립군이었고 승리의 주역이었습니다. 봉오동, 청산리 전투 100주년을 맞아 국민들과 함께, 3·1독립운동이 만들어낸 희망의 승리를 자랑스럽게 기억하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외동포 여러분, 오늘 저는 온 국민이 기뻐할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의 승리를 이끈 평민 출신 위대한 독립군 대장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드디어 국내로 모셔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계봉우·황운정 지사 내외분의 유해를 모신 데 이어 ‘봉오동 전투 100주년’을 기념하며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방한과 함께 조국으로 봉환하여 안장할 것입니다. 협조해주신 카자흐스탄 정부와 크즐오르다 주 정부 관계자들, 장군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주고 묘역을 보살펴오신 고려인 동포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독립운동가 한분 한분을 기억하는 것이 우리 스스로의 긍지와 자부심을 일깨우는 일입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를 열어갈 힘을 키우는 일입니다. 정부는 독립운동가들의 정신과 뜻을 기리고 최고의 예우로 보답해나갈 것입니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이 우리에게 국가의 존재가치를 일깨우고 선열의 애국심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왔습니다. 지난해 우리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목표로 ‘소재·부품·장비의 독립’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함께 하면 해낼 수 있다는 3·1독립운동의 정신과 국난극복의 저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 우리는 단합된 힘으로 역량을 길렀습니다. 무상원조와 차관에 의존했던 경제에서 시작하여 첨단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했고, 드디어 정보통신산업 강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지금도 온 국민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고, 위축된 경제를 되살릴 수 있습니다. 우한의 교민을 따뜻하게 맞아주신 아산·진천·음성·이천 시민들과 서로에게 마스크를 건넨 대구와 광주 시민들, 헌혈에 동참하고 계신 국민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전주 한옥마을과 모래내시장에서 시작한 착한 임대인 운동이 전국 곳곳의 시장과 상가로 확산되고 있고, 은행과 공공기관들도 자발적으로 상가 임대료를 낮춰 고통을 분담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성금을 내고 중소 협력업체에 상생의 손을 내밀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방호복으로 중무장한 채 격리병동에서 분투하고 있습니다. 고통을 나누고 희망을 키워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 이어지고 있는 응원과 온정의 손길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저력입니다. 전국에서 파견된 250여명의 공중보건의뿐 아니라 자발적으로 모인 많은 의료인 자원봉사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뒤로한 채 대구·경북을 지키고 많은 기업들과 개인들이 성금과 구호품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대구·경북은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대구시와 경상북도와 함께 정부는 선별진료소와 진단검사 확대, 병상확보와 치료는 물론, 추가 확산의 차단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국민들께서 힘을 모아주실 것이라 믿으며 반드시 바이러스의 기세를 꺾는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믿습니다. 정부는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올려 전방위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비상경제 시국’이라는 인식으로 경제 활력을 되살리는데도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중소기업, 관광·외식업, 항공·해운업 등에 대한 업종별 맞춤형 지원을 시작했고, 보다 강력한 피해극복 지원과 함께 민생경제 안정,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전례 없는 방안을 담은 ‘코로나19 극복 민생·경제 종합대책’도 신속하게 실행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예비비를 적극 활용하고 추경 예산을 조속히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겠습니다. 국회에서도 여야를 떠나 대승적으로 협조해주시기로 했습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방역의 주체’입니다. 서로를 신뢰하며 협력하면 못해낼 것이 없습니다. 안으로는 당면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밖으로는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을 이뤄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독립이며 새로운 독립의 완성입니다. 정부가 앞장서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단합으로, 위기에 강한 우리의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합시다. 국민 여러분, 지금 세계는 재해와 재난, 기후변화와 감염병 확산, 국제테러와 사이버 범죄같은 비전통적 안보위협 요인들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 국가의 능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입니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을 통해 초국경적인 협력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했습니다. 3·1독립선언서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통합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평화와 인도주의를 향한 노력은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의 정신입니다. 북한은 물론 인접한 중국과 일본, 가까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야 비전통적 안보 위협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북한과도 보건 분야의 공동협력을 바랍니다. 사람과 가축의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고 접경지역의 재해재난과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처할 때 우리 겨레의 삶이 보다 안전해질 것입니다. 남북은 2년 전, ‘9·19 군사합의’라는 역사적인 성과를 일궈냈습니다. 그 합의를 준수하며 다양한 분야의 협력으로 넓혀 나갈 때 한반도의 평화도 굳건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이웃입니다. 안중근 의사는 일본의 침략행위에 무력으로 맞섰지만, 일본에 대한 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동양평화를 이루자는 것이 본뜻임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3·1 독립운동의 정신도 같았습니다. 과거를 직시할 수 있어야 상처를 극복할 수 있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과거를 잊지 않되, 우리는 과거에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일본 또한 그런 자세를 가져주길 바랍니다. 역사를 거울삼아 함께 손잡는 것이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의 길입니다. 함께 위기를 이겨내고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위해 같이 노력합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외동포 여러분, 우리는 국가적 위기와 재난을 맞이할 때마다 ‘3·1독립운동의 정신’을 되살려냈습니다. 단합된 힘으로 전쟁과 가난을 이겨냈고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뤄냈습니다. 코로나19는 잠시 우리의 삶을 위협할 수 있지만 우리의 단합과 희망을 꺾을 수는 없습니다. 억압을 뚫고 희망으로 부활한 3·1독립운동의 정신이 지난 100년,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를 여는 힘이 되었듯, 우리는 반드시 코로나 19를 이기고 우리 경제를 더욱 활기차게 되살려낼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와 희망입니다. 우리 모두 서로를 믿고 격려하며 오늘을 이겨냅시다. 새로운 100년의 여정을 힘차게 걸어갑시다. 감사합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문 대통령 “코로나19 극복, 한반도평화 이뤄야 새로운 독립”

    문 대통령 “코로나19 극복, 한반도평화 이뤄야 새로운 독립”

    “북한과 보건 공동협력… 9.19합의 확대해야” “일본과 과거 잊지 않되, 과거 머물지 않을 것” 문재인 대통령은 1일 3·1 독립운동 정신과 국난 극복의 저력을 되새기고 “함께 하면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다”라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극복을 위한 ‘단결’을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서울 배화여고에서 열린 3·1절 101주년 기념식에서 “비상한 시국에 3·1절 기념식을 열게 됐다”며 “1951년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외환위기가 덮쳐온 1998년에도 지난 100년간 우리는 단 한 번도 빠짐없이 3·1 독립운동을 기념하며 단결의 ‘큰 힘’을 되새겼다”고 강조했다. 통상 3·1절 기념사가 대일 메시지에 집중된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단합에 초점을 맞췄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우리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목표로 소재·부품·장비 독립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함께하면 해낼 수 있다는 3·1 독립운동의 정신과 국난 극복의 저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온 국민이 함께하고 있다.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고, 위축된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키워드로 ‘단결’을 제시한 문 대통령은 우한 교민을 품어준 아산·진천·음성·이천 시민과 서로에게 마스크를 건넨 대구·광주 시민들, 헌혈 동참, 착한 임대인 운동, 대기업의 상생 노력, 의료진의 헌신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한 대구·경북을 거론하고 “대구·경북에 이어지고 있는 응원과 온정의 손길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저력”이라며 “대구·경북은 결코 외롭지 않다”고 했다. 이어 “더 많은 국민들께서 힘을 모아주실 것이라 믿는다”며 “반드시 바이러스의 기세를 꺾는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문 대통령은 또한 “안으로는 당면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밖으로는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을 이뤄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한 독립이며 새로운 독립의 완성”이라며 코로나19와 같은 비전통적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3·1 독립선언서에 나온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통합의 정신’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과도 보건 분야의 공동협력을 바란다”며 “2년전 9·19 군사합의를 준수하며 다양한 분야의 협력으로 넓혀 나갈 때 한반도의 평화도 굳건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과거를 직시할 수 있어야 상처를 극복할 수 있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며 “과거를 잊지 않되, 우리는 과거에 머물지 않을 것이며 일본 또한 그런 자세를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의 주역인 홍범도(1868~1943) 장군 유해를 카자흐스탄에서 국내로 송환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 한분 한분을 기억하는 것이 우리 스스로의 긍지와 자부심을 일깨우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문 대통령, 삼일절에 “홍범도 장군 유해 국내로 모셔오게 됐다”

    문 대통령, 삼일절에 “홍범도 장군 유해 국내로 모셔오게 됐다”

    文 “독립운동가 기억은 긍지 일깨우는 일… 최고 예우로 보답” 北 평양 출신 홍범도, 항일무장투쟁 선봉 서봉오동·청산리 전투서 일본군에 대승 거둬카자흐스탄서 생 마감…文, 유해 봉환 요청문재인 대통령은 삼일절(3·1절)인 1일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의 승리를 이끈 평민 출신 위대한 독립군 대장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드디어 국내로 모셔올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북한 평양 출신의 홍 장군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일제강점기 당시 만주와 연해주 등에서 대한독립군을 조직해 항일무장투쟁을 이끌며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인물이다. 광복이 되기 전인 1943년 10월 카자흐스탄에서 75세로 사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배화여고에서 열린 제101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저는 온 국민이 기뻐할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면서 “지난해 계봉우·황운정 지사 내외분의 유해를 모신 데 이어 ‘봉오동 전투 100주년’을 기념하며,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방한과 함께 조국으로 봉환해 안장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카자흐스탄 국빈방문 당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을 만나 현지에 묻혀 있는 홍 장군의 유해봉환을 요청했었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 한분 한분을 기억하는 것이 우리 스스로의 긍지와 자부심을 일깨우는 일”이라면서 “정부는 독립운동가들의 정신과 뜻을 기리고 최고의 예우로 보답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문 대통령은 “봉오동, 청산리 전투 100주년을 맞아 국민들과 함께, 3·1독립운동이 만들어낸 희망의 승리를 자랑스럽게 기억하고 싶다”면서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이 우리에게 국가의 존재가치를 일깨우고 선열의 애국심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홍 장군의 항일 업적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1919년 한 해에만 무려 1542회에 걸친 만세 시위운동으로 전국에서 7600여명이 사망했고, 1만 6000여명이 부상했으며, 4만 6000여명이 체포 구금됐다”면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제 탄압이 가혹했으나 우리 겨레의 기상은 결코 꺾이지 않았다. 학생, 농민, 노동자, 여성이 스스로 독립과 자강, 실력양성의 주인공이 되면서 오히려 더 큰 희망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이어 “자각한 국민의 자강 노력이 이어지면서 1920년 무장항일 독립군의 국내 진공작전이 무려 1651회나 펼쳐졌다”면서 “그해 6월, 우리 독립군은 일본군 ‘월강추격대’와 독립투쟁 최초로 전면전을 벌여 대승을 거뒀다. 바로 홍범도 장군이 이끈 ‘봉오동 전투’로, 임시정부는 이를 ‘독립전쟁 1차 대승리’라 불렀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1920년 3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독립군 북로군정서와 체코군 간에 무기 매수계약이 이뤄졌다. 9000명의 ‘인간사슬’로 연결해 운반해온 이 무기들이 10월 ‘청산리 전투’ 승리의 동반자가 됐다”고 말했다.文 “일본, 과거 직시해야 상처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어” “일본, 언제나 가장 가까운 이웃”문 대통령은 한때 한국을 침략해 많은 살상을 저지른 일본을 향해서도 “일본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안중근 의사는 일본의 침략행위에 무력으로 맞섰지만, 일본에 대한 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동양평화를 이루자는 것이 본뜻임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3·1 독립운동의 정신도 같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를 직시할 수 있어야 상처를 극복할 수 있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면서 “과거를 잊지 않되, 우리는 과거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일본 또한 그런 자세를 가져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을 지키되,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도 동시에 구축한다는 기존의 ‘투트랙’ 전략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역사를 거울삼아 함께 손잡는 것이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의 길”이라면서 “함께 위기를 이겨내고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위해 같이 노력하자”고 말했다. 文 “북한, 보건 분야 공동 협력 바라…한 국가만으로 해결 어려워”문 대통령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해서 “북한과 보건분야 공동협력을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람과 가축의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고 접경지역의 재해재난과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처할 때 우리 겨레의 삶이 보다 안전해질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안으로는 당면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밖으로는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을 이뤄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낼 것”이라면서 “그것이 진정한 독립이며, 새로운 독립의 완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북은 2년 전, ‘9·19 군사합의’라는 역사적인 성과를 일궈냈다”면서 “그 합의를 준수하며 다양한 분야의 협력으로 넓혀 나갈 때 한반도의 평화도 굳건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문 대통령은 “지금 세계는 재해와 재난, 기후변화와 감염병 확산, 국제테러와 사이버 범죄같은 비전통적 안보위협 요인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면서 “한 국가의 능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을 통해 초국경적인 협력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물론 인접한 중국과 일본, 가까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야 비전통적 안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고 전했다. 文 “코로나19 위기, 단합하면 반드시 함께 극복해낼 것” 文, 작년 일본 수출규제 극복 위기 언급“대구경북에 온정의 손길…외롭지 않다”“단합으로 위기에 강한 저력 보여주자”문 대통령은 이날 3·1 독립운동 정신과 여러 차례 국난 극복의 저력을 되새기며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단결’을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외환위기가 덮쳐온 1998년에도 지난 100년간 우리는 단 한 번도 빠짐 없이 3·1 독립운동을 기념하며 단결의 ‘큰 힘’을 되새겼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함께 하면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3·1 독립운동으로 되새긴다”면서 “오늘의 위기도 온 국민이 함께 반드시 극복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우리가 ‘소재·부품·장비의 독립’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함께하면 해낼 수 있다는 3·1 독립운동의 정신과 국난 극복의 저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고 지난해 7월 한국의 주력수출품목인 반도체 핵심 소재 3종에 대해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1차 경제 보복을 단행했다. 이후 8월에는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수출 우대 국가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2차 경제 보복을 감행했다.문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고, 위축된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한 대구·경북을 거론, “대구·경북 지역에 이어지고 있는 응원과 온정의 손길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저력이다. 대구·경북은 결코 외롭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한 교민을 따뜻하게 맞은 지역 주민들, 헌혈에 동참한 국민들, 착한 임대인 운동 확산, 은행·공공기관·대기업의 고통 분담, 의료진의 헌신에 존경과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더 많은 국민들께서 힘을 모아주실 것이라 믿는다”면서 “반드시 바이러스의 기세를 꺾는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올려 전방위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비상경제 시국이라는 인식으로 경제 활력을 되살리는데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문 대통령은 “우리는 국가적 위기와 재난을 맞이할 때마다 3·1 독립운동의 정신을 되살려냈다”면서 “코로나19는 잠시 우리의 삶을 위협할 수 있지만, 우리의 단합과 희망을 꺾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반드시 코로나 19를 이기고 우리 경제를 더욱 활기차게 되살려낼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단합으로 위기에 강한 우리의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하자”고 거듭 호소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한국 세금·복지 가장 낙후… ‘삶의 연대 도구’로 세금 활용 필요”

    “한국 세금·복지 가장 낙후… ‘삶의 연대 도구’로 세금 활용 필요”

    ‘어차피 각자도생 세상이다. 알아서들 살아남길 바라고 나도 그렇게 할 것이다….’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학창 시절 ‘나만 아니면 된다’는, ‘나는 아닐 거야’라는 걱정 섞인 바람으로 살았다. 서울 한 귀퉁이의 일반고에서 반에서 10등 정도 하는 성적은 미래를 낙관하기도, 마냥 어둡게만 보기도 어려운 애매한 위치다. 평범한 일반고등학교에서도 ‘대학을 갈 사람’과 ‘대학 가지 않을 사람’이 암묵적으로 분리돼 있다. 겉으로 표현되지는 않아도 후자들은 순탄한 삶을 살기는 쉽지 않을 거라 판단하기 어렵지 않다. 성적이 대단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들보다 처지가 나아서 다행이라 생각했고, 그들을 밟고 올라서는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학교 중퇴로 경쟁서 낙오→비정규직→루저 그러나 이른바 ‘루저’(loser)가 되었다. 대학교 1학년 중퇴자. 공부 경쟁에서 낙오했다. 낙오의 귀결을 알면서도 피하지 못했다. 1997년 외환위기(IMF)로 인한 집안의 풍비박산은 모자란 실패자들의 흔한 변명과 비슷하다. ‘능력자’들은 어떤 역경도 이겨 낸다. 결과적으로 ‘능력’이 모자랐나? ‘은둔형 외톨이’를 거쳐 공장 생활을 시작했다. 온갖 이름의 비정규직 신분으로 직장에 다니면서 어릴 때부터 가졌던 흐릿한 문제의식이 한층 또렷해졌다. 계급적 문제의식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성실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다.” 이런 계급적 문제의식은 과거 ‘공부 경쟁’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졌다. 여가 없는 공장 생활을 하던 어느 날, ‘벌’을 받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불굴의 의지가 부족했던 것에 대한 벌이다. 둘째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에 대한 벌이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아니 남이 어렵게 살 확률이 높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개인의 성적과 등수만 중요시했던 ‘그 자세’가 문제의 근원이었다. 그런 삶의 태도 때문에 후과를 치른다는 생각이 시간이 갈수록 또렷해졌다. 비록 미성년의 학생이었지만, 낙오자들이 어떻게 될지 인지하면서도 홀로 살아남으려 아등바등했다면 대가를 치르기에 충분한 과오였다. 이를 ‘연대 실패의 대가’라 명명한다. 이 대가는 아래쪽에 있는 사람일수록, 펜대를 굴리는 공부형 머리가 부족한 사람일수록, 부모가 ‘흙수저’일수록 더 크고 잔인하게 휘몰아친다. 원초적으로 공정할 수 없는 경쟁의 장에서 ‘연대 실패의 대가’가 불거지지만, 어쨌든 누구나 힘겨운 입시와 취업전쟁 등을 거치기에, 또 사람의 시야는 자기 울타리 안에 갇히기 쉬운 것이기에, ‘연대 실패의 대가’로부터 빗겨난 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풍경의 바깥을 헤아리기 어렵다. 한국식 ‘각자도생’ 구조가 타파되기 어려운 커다란 이유다. ‘연대 실패의 대가’는 제도적인 사회연대가 부실할 때 이에 비례해 증가하여 그 피해자가 불어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독일의 신학자 마르틴 니묄러의 시로 알려진 ‘그들이 내게 왔을 때’는 이를 축약적으로 묘사해 준다. 통계적으로도 한국 사회를 내리누르는 ‘연대 실패의 대가’를 확인할 수 있다. 흔히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 또는 비정규직 문제가 2000년대 초반부터 대두된 것으로 인식하지만 실제는 그 이전이다. 1987년부터 IMF 사태 이전까지 10여년, 한국 자본주의의 황금기로 평가되는 바로 이 시절에 ‘연대 실패의 대가’가 본격 구조화되고 노동 약자와 노동 격차의 문제가 발발한다. 1987년을 기해 기업 규모별 임금격차가 급격히 벌어진다(그림 1). 기업복지도 1990년대 초를 기해 똑같이 확대된다(그림 2). 이와 동시에 나타나는 통계적 변화는 대기업의 사업 중 중소기업에 이양하는 품목이 증가하고, 중소기업 가운데 하청업체의 수가 늘어나며, 매출액의 80% 이상을 하청에 의존하는 업체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그림 3, 그림 4, 그림 5). 요즘에는 이를 ‘저임금 중소하청업체의 비정규직이 늘어나 문제다’는 식으로 표현한다.●한국 자본주의 황금기에 노동약자 문제 발발 1980년대 후반부터 나타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당시 언론은 ‘3D 저임금 일자리’를 사람들이 기피하고 있다며 사회문제의 하나로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과거의 내가 그러했듯 ‘나만 아니면 된다’고, ‘나만, 내 자식만 좋은 일자리에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올바른 대처는 열악한 ‘3D’ 일자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나아가 사회약자들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국민, 기업이 머리를 맞대는 것이지만, 한국 사회는 정반대로 대응했다. 1987년 7000억원이었던 사교육 시장은 1997년 9조 2000억원으로 급성장하며, 10년 새 무려 1200% 수직 상승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이 사상 최고치를 찍고 상당수 블루칼라의 임금이 사무직의 임금에 도달하며 그 나름 준수한 일자리가 대거 늘었던 호시절임에도, 어쩐 일인지 사교육 경쟁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과열되고 만 것이다. 교육경쟁이 격화되자 성적 압박에 목숨을 끊는 청소년들의 소식도 틈틈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1994년 중고생 2800명 대상의 한 조사에서는 70%가 “대학을 나와야 사람 행세를 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중산층 귀속감이 80%를 넘나들며 한국 자본주의의 황금기로 기억되는 그때, 오히려 어린 학생들은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짙은 암운을 감지했던 것이다. 당시 한국의 복지 및 세금 지표도 ‘나만 빼고’라는 한국 사회의 지배이념을 잘 보여 준다. 각국이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에 진입할 시기, 한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에서 걷어들인 세금의 양은 현저한 차이가 있다(표 1). 이 차이는 복지 규모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유럽은 차치하고 일본, 미국처럼 전통적으로 복지가 약한 나라들에 비해서도 한국의 세금과 복지는 예로부터 왜소했다. ●韓 2017년 세금 27%… 1965년 유럽보다 작아 그뿐만 아니라 주요국의 1965년 세금의 양은 1995년 국민소득 1만 달러에 진입했던 한국의 그것보다 한결 많다. 한국의 2017년 GDP 대비 세금의 규모는 26.9%로 1965년 일본과 미국보다는 크지만, 같은 시점 유럽의 주요국들보다는 작다. 1965년 OECD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오늘날의 한국은 더 적은 세금을 걷고 있는 것이다. 1995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와 그보다 앞선 주요국의 1만 달러는 같지 않다. 과거 1만 달러가 가치가 높고 따라서 세금을 더 낼 여지도 컸다. 그렇다 해도 한국 사회의 세금은 예나 지금이나 매우 적다. 한국의 복지가 빈약한 이유는 세금 중에서 복지로 가는 비중이 작은 탓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지난 시간 한결같이 왜소했던 세금이 부실한 복지의 근원이다.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한국과 주요국의 세금 규모는 단순히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부자 증세’만으로는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다. 세금은 내 몫을 양보하는 공동의 자금이고, 복지는 ‘더불어 살자’는 연대의 제도적 구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빈약하기 짝이 없는 세금과 복지는 한 사회의 연대적 시스템이 허술하기 그지없음을 의미한다. 노동자 간의 연대도, 세금과 복지를 통한 구성원 간의 연대도 한국에서는 모두 부실하다. 전자가 신통치 않더라도 후자를 잘한다면 한결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두 가지 과제 모두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 이런 ‘연대 실패의 대가’는 대를 이어 전승되고 축적되었다. OECD 최고의 대학 진학률과 사교육비를 기록하며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나라보다 가열차지만 성공하는 이들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어느 틈에 저임금 육체노동자는 비정규직이란 새 이름을 갖게 되었고, 이러한 전통의 기피 일자리가 더욱 팽창함은 물론, 직종을 불문한 질 나쁜 일자리가 비정규직의 명찰을 달고 널리 퍼져 갔다. 벌이가 좋은 직장이라고 꼭 무사한 것도 아니어서 명예퇴직 후 느닷없이 자영업에 뛰어들어 몰락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했다. 알다시피 한국인들은 사회적 약자들과 충분한 연대적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살아왔다. 중산층 중에서 상당수가 취약계층으로 내려앉았다. 한국은 연대 실패의 파급에 관한 살아 있는 교과서다. 사회연대의 원리를 통찰한 니묄러가 틀린 게 아니라면, 한국의 노동여건이 유달리 악화되고 내리막길을 걷는 이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최고 스펙 청년도 ‘미생’… 비연대의 노력 결과 유사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춘 수많은 청년이 그토록 ‘노오력’ 했음에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한다. 하지만 이들 역시,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일 뿐이다. 다 같이 잘돼 보자는 ‘연대의 노력’이 메마르고, 나만 잘되고 보자는 ‘비연대의 노오력’이 대를 이어 충만한 ‘헬조선’에서, 수많은 청년이 ‘미생’으로 떠도는 것은 자연스럽고 온당한 귀결이다. 세금과 복지라는 제도적 사회연대가 가장 잘 구현되는 나라는 통계적으로 볼 때 북유럽 국가들이다. 부자는 물론 중산층과 서민으로부터도 사회연대의 수단으로서 세금을 충분히 걷고, 그렇게 걷은 세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숫자 가운데 하나가 성별 고용률이 모두 높은 가운데 그 차이가 가장 작다는 것이다. 성별 임금 및 고임금과 저임금의 차이도 좁혀져 있고, 저소득층마저도 세 부담이 작지 않지만, 강력한 ‘보편복지+저소득층 복지’로 취약계층의 생활여건을 끌어올린다. 유럽통계청에서 실시하는 연례 조사 중 주거비 부담에 대한 실태 조사를 보면, 빈곤층에게 주거비가 무거운 부담인지 물었을 때 2018년 기준 노르웨이 12.5%, 스웨덴 20.5%, 덴마크 22.2%로 나타난다. 가장 가난한 소득층일지라도 5명 가운데 1명 정도만 주거비 부담을 무겁게 여긴다는 뜻이다. 완벽하지 않지만,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을 이처럼 완화한 것은 유럽 내에서 눈에 띄게 좋은 여건이다. ‘주거비 부담이 무겁다’고 답하는 전체 소득층의 비율에서는 노르웨이가 4.6%, 스웨덴이 7.2%, 덴마크가 8.5%로 유럽 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고르게 잘 산다는 말이 어울리는 사회이다. 글로벌 기준에서 한국의 가장 취약한 분야가 세금과 복지 영역이다. 경제력에 비해 낙후돼 있다. 달리 생각하면 아직 기회가 있다. 선행 국가들의 성과와 시행착오를 참고하여 빠르게 세금과 복지를 발전시킬 수 있다. 이에 우리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나와 내 가족은 물론, 타인에게도 지금보다 한결 나은 삶을 가져다줄 연대의 도구가 바로 세금이다.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연대 실패의 저주’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세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장제우는 독립민간연구소 ‘균형사회연구센터’의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IMF 시기 대학을 중퇴했으며 여러 생산직 일자리를 경험했다. 현실 경제 한복판의 체험을 바탕으로 조세와 복지, 격차와 주거 분야를 연구하며 최근 ‘장제우의 세금수업’을 펴냈다.
  • 한중 신뢰 먼저 깬 中… 선양공항 등 3곳서 한국發 승객 전원 격리

    한중 신뢰 먼저 깬 中… 선양공항 등 3곳서 한국發 승객 전원 격리

    웨이하이·선양·옌지 승객 전원 검사받아 난징공항선 한국인 승객 40여명 발 묶여 무증상자까지 지정호텔 등서 격리시켜 싱가포르, 대구·청도 방문자 입국금지 입국금지 12개국·제한 강화 16개국으로 사전통보도 못 받은 정부 ‘유감’ 표명만 미국, 일본 등은 물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마저 한국에 대한 빗장을 걸기 시작했다. 정부가 중국발 입국 제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과 달리 중국은 한국과 사전 협의 없이 성급하게 한국발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함에 따라 한중 간 신뢰 관계를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공항에서 한국발 항공편에 탑승한 승객 전원이 격리된 데 이어 랴오닝성 선양 공항과 옌지 공항에서도 추가로 전원 격리 조치가 취해졌다. 주선양 총영사관에 따르면 선양공항 당국은 한국발 항공기 두 편에 탑승한 한국인 49명 등 승객 413명에 대해 무증상자일지라도 14일간 자가 또는 지정 호텔에서 격리토록 했다. 같은 성 옌지공항 당국도 이날 한국발 항공편의 한국인 13명 등 승객 168명에 대해 체온검사 후 정상인 승객에 한해 하기를 허용하고, 자가 또는 지정 호텔에서 격리토록 했다. 승객 168명은 모두 정상 체온인 것으로 확인됐다. 장쑤성 난징공항에 도착한 아시아나항공편의 한국인 승객 40여명도 지정 호텔로 격리됐으나, 난징공항 당국은 이 여객기에 중국 국적 승객 3명이 발열 증세를 보여 인근 좌석에 앉은 이들도 격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중국 중앙정부가 공식 지시한 것이 아닌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하루 동안 웨이하이에 이어 선양, 옌지 등 공항도 한국인을 격리함에 따라 지역 방역과 경제를 이유로 한국발 입국 제한을 하는 중국 지방정부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싱가포르 정부도 이날 대구와 청도를 14일 이내 방문한 이들에 대한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으며, 프랑스 정부는 한국 여행경보를 1단계 정상에서 3단계 여행 자제 권고로 격상했다. 세계 각국이 잇따라 한국발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자 정부는 이날 주한외교단을 상대로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노력을 소개하고 한국발 입국 제한 등 과도한 조치를 자제할 것을 설득하고자 설명회를 열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아이만 후세인 알사파디 요르단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고 최근 요르단 정부가 사전 통보와 협의 없이 한국발 입국 금지를 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앞서 요르단은 지난 23일 한국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고, 이에 한국인 53명이 공항에 격리됐었다. 이들은 25일 모두 출국했다. 다만 검역은 주권 사항이고 국내 코로나19 확진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세계 각국이 한국발 입국 제한에 동참하는 것을 막을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날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의 공지에 따르면 한국발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한 국가는 나우루, 키리바시, 홍콩, 바레인, 요르단, 이스라엘, 모리셔스 등 12개국이다. 전날 한국발 입국 절차를 강화한 국가는 대만 등 16개국이다. 이는 한국 정부에 입국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식 통보한 국가만 집계한 것이기 때문에 사전 통보나 협의 없이 관련 조치를 취한 국가는 제외돼 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코로나 우려로 한미군사훈련 축소 검토…美, 방위비분담금 증액 압박

    코로나 우려로 한미군사훈련 축소 검토…美, 방위비분담금 증액 압박

    정경두 “연합방위태세 문제없도록 할 것”에스퍼 “한국, 방위비 더 분담할 능력있어”북한 완전한 비핵화 위한 협력의지 재확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24일(현지시간) 한국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라 한미연합 군사훈련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국방부 청사에서 정경두 국방장관과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연합훈련 취소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우려로 인해 연합지휘소 훈련을 축소하는 것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는 다음달 9일부터 ‘연합지휘소훈련’을 예정하고 있다. 정 장관은 이에 “연합연습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조정된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한미연합방위 태세가 공고히 유지되게 하고 한미동맹이 유지될 수 있게 할 것”이라면서 “그러면서 외교적으로 진행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문제점이 없도록 한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이어 “제가 미국에 와 있어서 직접 관여하지 않고 있지만 에이브럼스 사령관과 박 합참의장이 이 부분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면서 향후 연습진행과 관련해 어떻게 할지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만에 하나 훈련 상황에 변화요소가 있다고 하더라고 연합방위 태세에 문제가 없도록,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한 평가일정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심사숙고하면서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아울러 에스퍼 장관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증액은 미국에 있어 최우선 과제”라며 한국을 압박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공동 방위비용 부담에서 납세자에게 불공평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방위비를 더 분담할 능력이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면서 “(한국 분담금은) 전체 비용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상호 이익이 되고 공평한 협정에 도달하기 위한 확고한 의사를 갖고 있다”면서 유럽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도 증액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스퍼 장관은 또 공동목표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에도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 일본과 3국의 상호방위 협력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3국 방위 협력에는 정보교환, 훈련 등이 있을 것”이라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유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한반도, 나아가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안전, 번영에 린치핀(핵심축) 역할을 한다”면서 한미동맹이 굳건하며 강력한 연합방위태세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국산 삼계탕 캐나다 첫 수출...23년만의 쾌거

    국산 삼계탕 캐나다 첫 수출...23년만의 쾌거

    국산 삼계탕이 태평양 건너 캐나다에 간편식 형태로 수출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2월 캐나다 정부와 삼계탕 수출 협의를 완료함에 따라 오는 20일 첫 물량을 수출한다고 19일 밝혔다. 정부는 1996년 캐나다 정부에 삼계탕 수입을 요청한지 23년여만에 수출을 하게 됐다. 세계무역기구(WTO) 쇠고기 분쟁 등으로 6년간 협의가 중단된적이 있지만 2018년 캐나다 정부의 국내 수출작업장에 대한 현지 실사가 이뤄져 수출 절차를 신속히 진행했다. 양국은 지난해 12월 삼계탕 ‘수출위생조건 및 수출위생증명서’에 최종 합의하고 캐나다 식품검사청(CFIA)이 마니커 에프앤지와 하림 공장을 수출 작업장으로 승인했다. 올해 수출예상 물량은 총 80t으로 7만 4000개 분량이다. 20일 마니커 에프앤지가 처음으로 13t을 수출하고 이어 다음달쯤 46t을 수출한다. 나머지 21t은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수출할 예정이다. 삼계탕 간편식은 현재 미국·일본·대만·홍콩 등 12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수출액은 지난해 116억원이며 올해는 122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 27개국에 대한 삼계탕 수출 협의를 진행 중이어서 삼계탕 수출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캐나다 수출은 우리 고유 전통 식품인 삼계탕이 국제 식품안전기준을 충족한 사례”라고 말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글로벌 In&Out] 북한 수상보안대와 건국사 연구 동향/바실리 V 레베데프 고려대 사학과 석사

    [글로벌 In&Out] 북한 수상보안대와 건국사 연구 동향/바실리 V 레베데프 고려대 사학과 석사

    북한 정권 수립의 역사는 북한 건국 때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연구자의 주목을 받아 왔으며, 북한 건국 과정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의견을 담은 연구 성과가 발표돼 왔다. 이 해석을 간단하게 정리해 요약하자면 소위 ‘전통주의’ 세력과 ‘수정주의’ 세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물론 그 세력도 동질하지 않고 연구자 사이의 의견 차이가 존재하지만, 그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정통주의’적 학자들은 북한을 소련의 꼭두각시로 보고 ‘북괴’(北傀)라는 용어를 쓴다. 그들은 소련이 북한에 들어오는 순간 적화(赤化) 정책을 펴기 시작하면서 김일성을 지도자로 임명하고 공산주의적인 북한을 건설해 나갔다고 주장한다. 최근에 나온 하나의 연구에는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9월 20일에 소비에트 질서를 도입하지 말 것을 명령한 스탈린이 “또 하나의 명령을 내렸고, 이 명령에서 소비에트화 정책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승인했다는 것”으로 설명하는 경우까지 발견된다. 이러한 가설을 내세우는 것을 역사가가 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것은 의문이다. 반면 ‘수정주의’적 학자들은 북한의 토착성을 지적하면서 북한 정부 수립을 소련의 개입보다 북한 엘리트들의 권력 투쟁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일부에서 ‘북조선 혁명’이라는 용어도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1945년 9월부터 1948년의 철군까지 북한 내정의 관리는 소련군 수중에 있었고, 토착 세력들은 오직 그가 허락하는 범위에서 활동할 수 있었다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북한 연구는 이 두 가지의 견해를 분석하고 실사구시(實事求是)라는 방법으로 그 학파적 한계를 넘어서 보다 훨씬 더 복잡한 실상을 밝혀내고자 한다. 지난 2개월 동안 발표한 글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지만, 한 가지 예를 더 들어 보겠다. 1946년 4월 소련군이 북한의 보안국 부서 체계를 개편하면서 남한에서 바다로 들어오는 밀수품과 극우 테러 분자들의 밀입북을 막기 위해 ‘수상보안대’를 조직할 것을 결정했다. 1946년 6월과 7월에는 북한의 수상보안대가 동해수상경비대와 서해수상경비대로 분리됐으나 임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소련군의 지원을 오랫동안 받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큰 문제로는 선박의 부족이었다. 소련군이 북한에 진주할 때 북한 해안 도시에 있었던 거의 모든 선박은 남한으로 옮겨졌거나 파괴된 상태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상보안대 조직 직후 북한인들이 침몰된 일본 선박 및 쾌속정을 해저에서 인양하는 목적으로 주식회사를 설립했고 작업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소련군 스메르시 요원들이 이에 대해 알게 되자 1946년 6월 3일 출동해서 자금과 설비를 몰수함으로써 그 회사를 폐업하게 했다. 당연히 북한 측은 소련군의 행위에 대해 항의를 표시했다. 1946년 10월 20일 김일성은 소련군 참모부에 항의서를 보내 몰수된 물품들을 돌려주고 작업을 계속할 것을 허가할 것을 요구했다. 소련의 답변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1946년 7월 1일 진행된 제2회 각도 보안부장회의에서 보안국 대표는 동서 해안 수상보안대 배치 계획을 실시 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김일성은 1947년 4월 15일 제25군 사령관 코로트코프 중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수상보안대가 자기 기능을 수행할 수 없으며, 그 대신에 일반 보안대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소련군의 지원을 다시 요청했다. 이러한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적어도 1946년 말까지 소련은 북한에서 독립국가를 세우려고 하지 않았으며, 그 조치의 목적은 ‘북한군의 모체’라고 불리는 철도보안대의 창설, 그리고 만주 국경 경비대의 조직과 같이 북한 점령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한정됐다. 문제 해결 외에 부합하지 않는 북한의 노력은 실패로 끝났다.
  • 산케이 “아베 정부, 코로나19 대응 문재인 정부에게 배워야”

    산케이 “아베 정부, 코로나19 대응 문재인 정부에게 배워야”

    “TV뿐만 아니라 버스·지하철서 예방수칙 수시 안내”마스크 착용·1339도 언급…“모든 재난이 인재” 인식 일본의 우익 성향 매체 산케이신문이 아베 신조 총리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배워야 한다는 취지의 칼럼을 18일 게재했다. 이 신문의 구로다 가쓰히로 서울 주재 객원논설위원은 ‘모든 재난은 인재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은 지금까지 코로나19를 막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글을 시작했다. 구로다 위원은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지내면서 일본군 위안부와 독도 문제 등과 관련해 일본 극우의 시각을 거침없이 표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번 칼럼에서 사업, 관광 등을 통한 교류와 한국계 중국인, 유학생 등의 왕래로 한국의 중국 접촉이 일본보다 훨씬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한국이 코로나19 대응에서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 배경에 2015년 다수의 사망자를 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얻은 교훈도 있다면서 이번에는 한국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초기부터 대대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구로다 위원은 거국적인 대응의 한 사례로 TV와 신문 등의 매체들이 매일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는 데 보도 내용의 절반 이상을 할애하는 점을 꼽았다. TV에서 매 시간 예방책을 방송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동차나 버스 안에서도 마스크 착용, 손 씻기, 기침할 때의 에티켓 등 예방행동수칙을 안내하는 내용이 계속 흘러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지하철이나 버스뿐만 아니라 심지어 거리의 현수막이나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 가는 곳마다 코로나19 예방행동수칙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구로다 위원은 지하철에서 승객의 80~90%가 마스크를 쓰고 있고, 마스크 착용을 싫어하는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은 ‘비국민’(매국노)으로 내몰릴 정도로 차갑다고도 언급했다. 전국 공통의 상담전화번호인 ‘1339’가 잘 운용되는 점도 높게 평가했다. 구로다 위원은 이 상담전화 번호를 한국인 모두가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구로다 위원은 담당 장관을 비롯한 한국 정부 당국자들이 모두 노란색 방재 점퍼를 입고 등장하는 것이 한층 비상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이를 남북 분단 상황에 연결지어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방역은 군사작전처럼 전력을 대량으로 투입하는 속전속결로 해야 한다. 그런데 일본은 병력을 조금씩 동원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실패하고 있다”는 한국군 출신 인사의 말을 소개했다. 또 문재인 정부가 이번 사태를 잘 수습해야 올해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정치적 절박감이 대응을 잘하게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면서 세월호 침몰 사고도 거론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모든 재난이 인재’이고 인재의 가장 큰 원인은 정치라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에선 전통적으로 극심한 자연 재해가 발생했을 때 ‘임금(지도자)의 덕’을 문제 삼는 일이 자주 있었다고 설명했다.구로다 위원은 결론적으로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를 야기한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당시 민주당 정권이 몰락했다고 할 수 있다며 “지금은 아베 정부가 문재인 정부로부터 배우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은 지난 3일부터 요코하마항에 선상 격리된 채 검역을 받다가 선내 확진자가 날마다 늘어나고 있는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내 감염자 454명을 포함해 전체 감염자 수가 17일 현재 520명에 달한다. 한편 우리 정부는 대통령 전용기를 이날 급파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 중인 한국인 4명과 일본인 배우자 1명을 국내로 이송할 방침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코로나19 확진자 500명 넘겨도 홋카이도 ‘알몸 축제’ 열려

    코로나19 확진자 500명 넘겨도 홋카이도 ‘알몸 축제’ 열려

    올해도 어김없이 용감한 일본 홋카이도의 남성들은 지난 15일 거의 알몸으로 거리를 누볐고, 차가운 물을 몸에 끼얹었다. 열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크루즈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 승선자까지 포함해서 500명을 훌쩍 넘겼는데도 무로마치 시대부터 510년을 이어온 축제는 강행됐다. 홋카이도에서는 지난 15일까지 두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됐다. 중국 우한에서 온 40대 여성 관광객과 50대 일본인 남성이다. 홋카이도 오카야마에 있는 킨료잔 사이다이지 사찰에서 매년 2월 셋째주 토요일에 펼쳐지는 전통 지역 마츠리(축제)인 사이다이지 에요 하다카다. 이른바 ‘훈도시’를 두른 남성들이 영험한 기운을 지닌 지팡이 둘을 차지하기 위해 꽤 치열한 몸싸움을 벌인다. 기함과 함성을 질러대기 일쑤이니 비말(침)도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국내 연합뉴스를 통해 배포된 로이터 통신 김경훈 기자가 촬영한 사진들이나 영국 BBC가 17일 편집해 홈페이지에 올린 동영상을 봐도 마스크를 쓴 남성 참가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행사를 지켜보는 여성들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응급요원, 자원봉사 소방대원만 마스크를 쓰고 있다.올해도 1만명 가까운 남성들이 참가해 여느 해와 마찬가지였다고 BBC는 전했다. 참가자들은 먼저 요시이 강의 찬 물을 몸에 끼얹어 정갈하게 한다. 밤 10시쯤이 되면 모든 불빛이 꺼지고 주지 스님이 군중을 향해 20㎝ 길이의 지팡이 ‘싱기’(shingi)를 던지면 서로 먼저 차지하겠다며 몸싸움을 벌인다. 2시간쯤 몸싸움을 벌인 뒤 두 명의 행운남(男)이 절을 떠나면서 축제는 마무리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사진 오카야마 로이터 연합뉴스
  •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사드(THAAD)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MD 즉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요소 중 하나이다. 이러한 사드는 패트리어트보다 높은 고도에서 종말단계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며 군 병력과 장비, 인구밀집지역, 핵심시설 등을 방어하는데 사용된다. 2017년 4월 26일 경상북도 성주군에 주한미군의 사드가 전격 배치되면서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사드의 요격미사일은 대기권내의 성층권과 전리층 사이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한다. 사드의 요격미사일은 마하8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는데, 요격 미사일에 내장된 킬 비이클(Kill Vehicle)이라는 요격체가 탄도미사일을 파괴한다. 요격체는 패트리어트 PAC-3 미사일과 같이 탄도 미사일에 직접 충돌해 파괴하는 “Hit-to-kill” 방식을 사용한다. Hit-to-kill 방식은 대량살상무기 즉 핵과 화학탄을 탑재한 탄도미사일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청난 운동 에너지로 탄도미사일의 탄두에 충돌해 갈아버리기 때문에 파편으로 인한 피해, 핵이나 화학 오염물질에 의한 2차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드 요격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200㎞에 달하며 최대 요격 고도는 150㎞로 알려져 있다.사드는 기본적으로 8개의 요격미사일을 탑재한 발사대 6기와, 레이더 및 통제 장비 그리고 통신장비 등으로 1개 포대가 구성된다. 여기에 발사통제소와 전술작전통제소를 하나씩 더 하면 발사대 3기를 추가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사드는 최대 9기의 발사대를 운용할 수 있으며 72발의 요격미사일을 갖게 된다. ‘사드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AN/TPY-2 레이더는 에이사(AESA) 즉 능동위상배열레이더로, 2만 5천 여 개의 송수신기를 한 개의 평면에 장착되어있다. AN/TPY-2 레이더는 2가지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다. 우선 사드에 사용되는 종말단계방식의 AN/TPY-2 레이더는 약 1,000㎞에서 상승중인 탄도 미사일을 감지해, 600여㎞에서 낙하하는 종말단계의 탄도미사일을 정확히 탐지하고 요격 미사일을 유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 전진배치방식은 중거리탄도미사일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발사를 사전에 탐지하는 임무를 수행하는데, 최대 탐지거리가 1,800~2,0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전진배치방식의 AN/TPY-2 레이더는 FBX-T(Forward-Based X-Band - Transportable)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스라엘과 터키 그리고 일본에 배치되어있다. 사드는 지난 2008년부터 미 육군에 전력화되었으며 7개 포대가 만들어졌다. 미국 외에 아랍에미리트가 사드를 구입해 운용 중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지난 2011년 12월 FMS 즉 미 대외군사판매로 사드 2개 포대를 49억 달러(약 5조 8000억 원)에 구매했다. 이밖에 사우디아라비아도 2017년 사드 7개 포대를 구매했다. 최근 미군이 사드의 원격 발사가 가능하도록 개량할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 사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만약 주한미군의 사드에 동일한 성능개량이 진행될 경우 경상북도 성주군에 위치한 주한미군 사드 요격 미사일 발사대가 성주가 아닌 전방이나 후방으로 배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kodef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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