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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리아리’ 새 인사말 개발… 평창서 친근한 한류몰이 나선다

    ‘아리아리’ 새 인사말 개발… 평창서 친근한 한류몰이 나선다

    ‘한류가 평창동계올림픽 바람을 이끌고, 평창은 올림픽으로 한류몰이에 나선다.’ 5일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249일 남긴 가운데 대회 조직위원회는 한류가 평창에서 축제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동계올림픽의 경우 자칫 일부 메달권 국가들만 즐기고 겨울스포츠가 약한 ‘따뜻한 나라’로부터는 외면받을 수 있는데 지구촌에 퍼져 있는 한류를 이용해 전 세계가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회 기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문화 콘서트를 열어 겨울스포츠뿐 아니라 한류까지 즐기는 ‘문화 올림픽’을 일굴 참이다. 올림픽 기간에 ‘한국 문화의 힘’을 뽐내며 한류를 키우고 아직 한류와 먼 나라에도 새로운 물결을 전파할 요량이다.지난 1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는 ‘세계의 중심 평창, 한류와 함께하다-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전문가 패널 6명과 ‘제7회 서울신문 케이팝 커버댄스 페스티벌’ 본선에 출전한 9개국 젊은이 62명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서울신문 주최, 문화체육관광부·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후원이다. 문영훈 조직위 인력운영국장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한류를 더욱 띄우면서도 레퍼토리를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역대 어느 대회보다 친절한 자원봉사 문화를 만들어 ‘케이볼런티어’(K-Volunteer)를 달성하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더없이 다정하게 다가가는 ‘케이프렌즈’(K-Friends), 겨울스포츠뿐 아니라 국내에서 사계절 스포츠를 모두 즐길 수 있는 레저 관광국으로서의 면모를 널리 알리는 ‘케이스포츠’(K-Sports)라는 새로운 형식의 한류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케이볼런티어’와 ‘케이프렌즈’를 위해 조직위는 ‘아리아리’라는 인사말을 개발했다. 아리아리는 ‘없는 길을 찾아가거나 길이 없을 때 길을 낸다’는 의미의 순수 우리말로, 대표적 콩클리시인 ‘파이팅’ 대신 쓸 수 있다. 2만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대회 기간 외국인을 만나면 주먹을 쥐었다 펴는 제스처와 함께 ‘아리아리’라고 인사를 건네면서 친밀감을 배가시킬 계획이다. 토크 콘서트에 참석한 이경형 서울신문 주필은 “한류에서는 소통과 공감을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 각국의 문화가 한류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 교감하고 확대되는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문화적인 종합 페스티벌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경선 ‘위드컬처’ 대표는 “스포츠를 메인이벤트로 하는 행사이지만 조직위에서 강조하는 ‘문화 올림픽’을 통해 한류가 다시 한번 거듭나고 전 세계에 알려졌으면 더욱 좋겠다”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기존 한류를 냉철하게 분석한 전문가들도 있었다. 현재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대회에 활용해 한류를 더욱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오원형 ‘K-컬처’ 부사장은 “주춤한 듯한 한류에 대해 걱정하기도 하지만 나라마다 다른 것 같다”며 “이전에는 케이팝에서 강세를 보였다면 이젠 드라마나 드라마에 등장한 화장품 등 다른 산업으로도 연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창운 아리랑TV미디어 대표는 “한류 1.0은 드라마 붐, 한류 2.0은 케이팝, 한류 3.0은 패션·한식, 한류 4.0은 산업 연계 상품, 한류 5.0은 해외 한류팬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 상품을 이야기한다”며 “한류 1.0이 아직 강세인 나라도 있고 어느 곳에선 케이팝을 높이 여긴다. 한류의 미래를 생각하면 어느 한쪽으로만 가는 게 아니라 종합적이고 다양하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영철 ‘구디스튜디오’ 대표는 “한국 배우·가수들과 해외 콘서트 팬미팅에 갔더니 외국인들에게 아주 사랑을 받는 것 같았다”며 “이제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사랑에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쏟아진 의견과 관련해 문 국장은 “조직위가 D-500, D-365 행사에서 케이팝을 이용한 대규모 이벤트를 벌인 바 있다. 내년 2~3월 패럴림픽을 포함한 대회 기간에도 개회식·폐회식에 더해 아예 날마다 올림픽 플라자 주변에서 문화행사를 갖는다”며 “한류 스타를 등장시키고 전국의 대표적 전통 공연도 곁들여 한국의 흥을 널리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지난달 28~30일 일본과 인도네시아, 한국 등 7개국 청소년 500여명이 고성 통일전망대 등지에서 평화행진을 벌이며 분단국가에서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했다. 조직위는 세계인의 축제로 만들기 위해 현재 50여개국에서 외국인 자원봉사자 835명을 선발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늘릴 예정이다. 평창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한국 이해”… 한·미 ‘사드 논란’ 봉합 수순

    ‘북핵·미사일’ 글로벌 최대 이슈 아시아안보회의서 北 우선적 언급 “남중국해보다 북핵 관심 더 고조”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6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한 청와대의 훈령을 전하고, 미 측의 양해를 구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앞서 한 장관은 전날 한·미 국방장관 회담 후 “사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조치는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이며 기존의 결정을 바꾸거나 미 측에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드 문제는) 한·미 동맹의 정신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미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매티스 장관은 “이해하고 신뢰한다”는 말 외에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 장관은 전했다. 한 장관은 전날 일정을 마무리한 후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정부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할 필요가 있어서 충실히 이야기했고 매티스 장관은 다른 언급 없이 한국 정부를 이해하고 신뢰한다고 이야기한 것”이라고만 밝혔다. 한 장관은 또 “다 청와대와 조율한 것”이라며 사실상 청와대 훈령을 전달한 것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사드 논란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을 미 측에 전하고 양해를 구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한 장관은 그러나 보고 누락, 환경영향평가 등을 언급했는지에 대해서는 “그런 것들을 적시해서 이야기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사드 문제는 한 장관이 먼저 “한국 내 논란을 알지 않느냐”며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은 미국 측 반응의 의미 등에 대해서는 “추가 설명할 입장이 아니다”, “내용에 대해 내가 해석을 이리저리 말할 수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청와대의 보고 누락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조사가 되고 나름 정리되고 있는데 이런저런 말을 하는 건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 장관은 이날 폐막한 회의에서 미국, 일본, 호주,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등의 국방장관들과 만나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에 대한 공동 대응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실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글로벌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각국 대표들은 거의 예외 없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우선적으로 언급했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및 유럽 지역 40여개 국가의 국방장관 등 고위 국방 관계자들과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전통적으로 아시아안보회의는 남중국해 분쟁 이슈가 부각되면서 미·중 간 격돌이 최대 관심사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북한이 올 들어 벌써 9차례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다 6차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공언하는 등 핵·미사일 위협을 노골화한 탓에 모든 참가자의 관심이 남중국해보다는 북한에 쏠렸다. 미국, 일본, 호주 국방장관 등이 주도한 측면이 크지만 어느 나라도 부인하지 못할 만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북한 핵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은 미국의 경우 이번엔 매티스 장관이 강도 높게 이슈화에 나섰다. 그는 지난 3일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우리 모두에게 즉각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북한은 명백하고 상존하는 위협이어서 경제적, 외교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영구적인 핵 포기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의 대표적 우익 인사인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은 전날 기조연설에서 뜬금없이 주제와 전혀 무관한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거론하며 “일본은 역할을 했고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싱가포르 박홍환 전문기자 stinger@seoul.co.kr
  • [남상훈의 글로벌 리더십 읽기] 미국에 ‘고려해 본다’고 할 수 있는 나라

    [남상훈의 글로벌 리더십 읽기] 미국에 ‘고려해 본다’고 할 수 있는 나라

    대만계 경영 컨설턴트가 인도에 갔다. 억대 단위의 큰 계약. 나름 철저하게 준비를 했고 고객사 임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열정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 반응이 이상하다. 사람들이 고개를 양쪽으로 설레설레 흔든다. 기운이 쭉 빠진다. 실패했다는 생각에 억지로 마무리한 뒤 풀이 죽어 가방을 챙기는데 인도인 사장이 악수를 청한다. 마음에 들었다고. 같이 일을 해 보자고. 고개를 양쪽으로 흔드는 제스처의 의미가 인도에서는 예스. 아시아 안에서도 나라마다 소통 방식이 다르다. 하물며 동서양의 차이는 말할 것도 없다. 아침 식사를 하던 중 인터넷 텔레비전 화면에 뜬 우리나라 뉴스의 한 장면에 눈에 들어온다. 신임 국무총리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부족하고 부덕한 제가 중책을 맡아….” 잠깐. 서양 사람들은 이 말을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수업 시간에 표현을 그대로 번역해 학생들에게 들려준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질문이 터져 나온다. “스스로 부족하고 부덕하다면서 국무총리를 하겠다고 하면 나라는 어떻게 되나요. 무책임한 거 아닌가요?” 예상했던 반응이다. “그러게. 왜 부족한 사람이 한 나라의 리더를 하겠다고 하는 건지. 대한민국 걱정되네.” 일단 웃으면서 맞장구를 쳐준 뒤 설명을 곁들인다. “그런데 동양은 서양과 달리 말 그대로 해석을 하면 안 될 때가 많다.” 학생은 더 혼란스러워한다. “말 그대로 해석을 하면 안 된다니….” 스코틀랜드 사람이 일본에 왔다. 일본인 동업자와 지방으로 출장을 갔다가 한 여관에 묵게 됐다. 저녁 식사가 끝나갈 무렵 일본 사람이 한 가지 부탁을 해도 좋겠느냐고 묻는다. 다소 상기된 표정이다. 자신의 방을 두고 스코틀랜드 사람의 방에 와서 자고 싶다는 것이다. 전혀 뜻밖의 제안에 스코틀랜드 사람은 순간 멍해진다. 대체 무슨 뜻인지. 혹시 동성연애자? 만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간다. 고민하다가 예스. 밤새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 다음날 일본 사람의 태도가 눈에 띄게 바뀌었다. 훨씬 더 친절하고 호의적이다. 어찌 된 영문인지. 답은 그 지역 사무라이 전통에 있었다. 옛날 사무라이들이 동맹을 맺기 전 상대방이 나를 정말로 믿는지 시험하는 방법이 하룻밤 같이 자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잠든 사이에 상대방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아무 탈 없이 일어나면 둘은 평생 동지가 된다. 이 세상에는 소통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개의 문화권이 존재한다. 사회학에서는 이를 고상황(high context) 및 저상황(low context) 문화로 구분한다. 아시아, 중동, 중남미, 그리고 대부분의 아프리카는 전자에 속한다. 표현이 우회적이다. 문자 그대로 이해하면 바보가 된다. 언어적 표현보다는 상황 속에 말하는 사람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 그걸 읽어 내는 능력을 눈치라고 한다. 북미, 서유럽, 호주 및 뉴질랜드 등은 후자에 속한다. 소통이 직선적이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고 분명하게 얘기해야 한다. 그렇게 못 하면 쉽게 신뢰를 잃는다. 우리가 저상황 문화와 소통 때 본의 아니게 신뢰를 상실하는 경우가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 미국 기업으로부터 큰 투자를 유치하고자 우리 정부가 나섰다. 경쟁자는 말레이시아. 경제 규모나 사회적 인프라 같은 하드웨어는 우리가 한 수 위.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말레이시아의 승리다. 패인은 소프트웨어. 소통상 오해가 있었다. 미국 측 협상가의 설명은 이렇다. 협상이 진행되는 중 우리나라 파트너가 자신의 말을 분명히 못 알아들은 것 같은데 알아들은 척하고 슬쩍 넘어가는 행동이 여러 번 있어 결국 상대에 대한 신뢰를 접었다는 것이다. 글로벌 현장에서는 체면 의식이 금쪽같은 수백 개의 일자리를 날려 버리기도 한다. 다른 경우도 있다. 미국 사업가가 오랜 협상 끝에 한국 측으로부터 ‘고려해 보겠다’는 답을 받았다. 긍정으로 생각하고 한참 답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어 알아보니 그때야 ‘노’(No)를 했다면서 분을 터뜨린다. 우리 문화에 대한 오해다. 우리는 원래 ‘노’라는 말을 꺼린다. 최근 회자되는 ‘미국에 노라고 할 수 있는 나라’ 대신에 ‘미국에 고려해 본다는 말을 할 수 있는 나라’는 어떨까.
  • “일본에 온 듯”… 지구촌 관광체험

    “일본에 온 듯”… 지구촌 관광체험

    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32회 한국국제관광전’의 일본 온천문화 홍보 부스에서 학생들이 일본 전통의상인 유카타를 입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각국의 관광문화 콘텐츠 홍보를 위해 마련된 이 행사에는 60여개국이 참가했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 99칸 한옥을 퓨전한옥으로… 서울 표정 바꾼 ‘경성의 건축왕’

    99칸 한옥을 퓨전한옥으로… 서울 표정 바꾼 ‘경성의 건축왕’

    오늘날 우리가 보고 즐기는 북촌은 기농 정세권(鄭世權·1888~1965)이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동산 디벨로퍼가 설계하고 건설한 거대한 퓨전 한옥지구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정세권은 북촌과 익선동, 봉익동, 성북동, 혜화동, 창신동, 서대문, 왕십리 등 서울 전역에 한옥단지를 건설해 서울의 표정을 바꾼 사람이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서울은 일본 적산가옥이 점령한 도쿄의 아류도시로 전락했을 것이다. 서울을 찾은 외국관광객은 무엇을 찾는가. 서울의 경관을 지배하는 빌딩숲이나 공룡 같은 아파트단지를 보러 오지는 않는다. 1930년대에 한 선각자가 지은 북촌 한옥밀집지역이 있었기에 서울은 서울다워졌다. 그리고 지금 이곳은 서울의 몇 안 되는 볼거리로 남았다. 북촌 한옥밀집지구는 국보도, 보물도, 사적도, 지정문화재도, 등록문화재도 아니지만 한국의 대표 문화유산이다. 바로 서울미래유산이다. 기농은 북촌에 자리잡은 왕족이나 권문세가의 99칸 한옥을 매입해 작은 한옥으로 쪼개 팔았다. 불편한 전통한옥에 근대적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개량 한옥의 개념을 심었다. 주거문화의 혁신을 가져왔다. 일제강점기 청계천을 경계로 조선사람은 북촌, 일본인은 남촌에 살게 된 것도 그가 지은 한옥의 역할이 크다. “일본인들이 종로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되뇌인 선생 덕택이다. 부동산 개발로 번 돈은 아낌없이 신간회와 조선물산장려운동에 썼으며 조선어학회에 회관과 토지를 기증했고 우리말큰사전 편찬 자금을 댔다. 납북되기 전 춘원 이광수는 “그를 존경하지 아니할 수 없다. …한 사람의 인격의 힘이 이처럼 영향력이 큰가를 느꼈다”면서 정세권의 자서전을 집필하려 할 정도였다. 만해 한용운도 이례적으로 ‘정세권씨에게 감사하라’는 제목의 글을 잡지에 기고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하찮은 집장수로 취급받아 역사책이나,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인물로 잊혀졌었다. 우리는 북촌에 열광하면서도 누가 이런 동네를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정세권은 사후 반세기 만에 북촌 한옥과 더불어 ‘경성의 건축왕’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서울미래유산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 [탐방 플러스] ‘敬’으로 빛나는 퇴계 종손… ‘살아 있는 교과서’

    [탐방 플러스] ‘敬’으로 빛나는 퇴계 종손… ‘살아 있는 교과서’

    21세기 퇴계 이황의 철학사상과 실천적 삶을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 86세 이근필 옹이다. 이 옹은 퇴계 이황의 16대 종손이다. 그런데 이 옹은 노환으로 소리를 거의 듣지 못한다. 세월이 유수처럼 흘러 청년이 노년이 된 때문이다. ‘만물은 유전하고 변화한다’는 명제를 실감케 한다.하지만 늘 한결같은 분이 계시다. 흔들림의 변화도 없다. 퇴계 종택의 이 옹이다. 이 옹의 퇴계 이황 할아버지가 남긴 유지를 정성과 성심을 다해 봉양하는 정행의 삶이 바로 그것이다. ‘무릎 꿇는 퇴계 종손’, 이미 오래전부터 세간에 알려졌다. 세월이 흐르고 또 흘러도 ‘무릎 꿇는 퇴계 종손’은 변함이 없다. 남녀노소를 차별하지 않는다. 신분의 높고 낮음도 따지지 않는다. 퇴계 종택을 찾는 사람을 맞이할 때면 그 누구를 막론하고 ‘무릎을 꿇는다’. 평생을 지극정성으로 변함없는 한길을 걸었다. 종손으로 산다는 것. 종손은 한 해 서른 번이 넘을 정도의 제사와 수많은 대소사를 치러야 한다. 몸도 마음도 편하게 쉬기 어렵다. 하지만 이 옹은 상상 못 할 피로와 가볍지 않은 삶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 옹은 예(禮)를 다해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한다는 경(敬)의 마음으로 인간존중·인간사랑을 실천했다. 그렇다 보니 그 예는 무릎 꿇음이 됐고, 경은 겸손이 되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 감동을 일으켰다.86세 퇴계종손의 무릎 꿇는 가르침 퇴계 이황은 성리학적 삶의 표상이다. 그분은 경(敬)으로써 명덕(明德)한 성리철학을 삶에 녹여내는 지행합일의 실천적 삶을 사셨다. 그래서인지 퇴계 이황의 유전자를 받은 16대 종손 이 옹 역시 ‘무릎 꿇는 삶’으로 ‘경’을 실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병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은 퇴계 종택을 “퇴계 선생의 아주 검소한 서당”이라고 묘사했다. 퇴계 종택이 500년 전 이황 선생이 사셨던 오래된 옛집이 아니란 뜻이다. 퇴계 종택은 이황 당시에도 그랬듯이 지금에도 여전히 ‘배움의 학교’란 설명이다. ‘서당’은 그래서 훈장만 바뀌었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 서당이다. 예전에는 퇴계 이황이었고, 21세기 오늘에는 16대 종손 이 옹이다. 사람은 오고 갔지만 정신과 삶은 그대로이다. ‘무릎 꿇고 공손하게 말하는 86세 종손의 삶’은 그래서 현장이고, 실제상황이다. 그리고 ‘살아있는 책, 교과서’이기도 하다. 퇴계 이황이 빛나는 이유다.퇴계 종택은 살아 있는 책 경북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에 위치한 퇴계 종택은 퇴계의 13대 후손인 하정공 이충호가 1926년~1929년에 새로 지었다. 원래의 가옥은 1907년 왜병의 방화로 모두 타 없어졌다. 1982년 12월 1일 경상북도기념물 제42호로 지정되었다. 이 종택은 야산을 등지고 비교적 평탄한 지형에 동남방으로 앉았다. 이 종택은 5칸 솟을대문과 ‘ㅁ’자형 정침이 있다. 정침이란 주택의 가장 중심이 되는 집과 방을 말한다. 오른쪽에 5칸 솟을 대문과 추월한수정(秋月寒水亭)이 있다. 그 뒤에 솟을삼문과 사당이 있다. 본채인 ‘ㅁ’자형 정침은 사랑마당을 건너 사랑채와 마주한다. 그 뒤가 안채이다. 이 종택은 근대에 지어졌음에도 사대부가의 공간영역을 구비했다. 대종가로서의 품격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옛 살림살이의 풍모를 간직하고 있다. 특히 퇴계 종택 앞에 논이 있어 씨 뿌리고 거두는 자연과 인간의 합일을 보여 준다.도산서원, 퇴계의 성리학적 자연관 담아 종택에서 10여분 거리에 도산서원이 있다. 퇴계 이황이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제자들이 건립했다. 현재의 도산서원은 퇴계가 생전에 성리학을 깊이 연구하며 제자들을 가르쳤던 도산서당과 퇴계 사후에 스승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지은 도산서원으로 나눌 수 있다. 앞쪽이 도산서당이고 그 뒤편이 도산서원이다. 도산서당은 3칸밖에 안되는 작은 규모의 남향 건물이다. 서쪽 1칸은 골방이 딸린 부엌이고, 중앙의 온돌방 1칸은 퇴계가 거처하던 완락재이며, 동쪽의 대청 1칸은 마루로 된 암서헌이다. 퇴계는 이곳에서 자연과 합일하는 퇴계성리학적 자연관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한다. 도산서원은 퇴계가 세상을 떠나고 삼년상을 마치자 그의 제자들과 온 고을 선비들이 1574년 봄 “도산은 선생이 도를 강론하시던 곳이니 서원이 없을 수 없다”해서 서당 뒤의 두어 걸음 나가 조성됐다고 한다. 그 이듬해인 1575년 8월 낙성과 함께 선조로부터 ‘도산(陶山)’이라는 사액을 받았다. 1576년 2월에 사당을 준공해 퇴계 선생의 신위를 모셨다. 권기창 안동대 교수는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 선생의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유일한 현장”이라며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평가했다. 선비문화수련원, ‘오늘의 선비’ 양성 목표 도산서원 부설기관으로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은 퇴계 종택 왼쪽 위에 자리하고 있다. 2001년 11월 퇴계 선생 탄신 500주년을 맞아 설립됐다. 개개인의 바른 인성과 선진 도덕사회 구현, 지와 덕을 겸비한 인재로서 오늘의 선비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련원은 150~200명 숙박이 가능하다. 제1원사와 제2원사로 구성돼 있다. 제1원사와 제2원사는 강의실, 실습실, 토의실,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다. 구내식당은 15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수련원은 “선비정신은 21세기 문화의 시대, 우리의 자랑스런 국민정신이다”를 모토로 ▲나보다 남을 위하는 겸손과 배려의 박기후인의 자세 ▲자기인격을 닦고 나서 사회에 기여하는 수기치인의 삶 ▲공동체가 어려울 때 자신을 희생하는 견위수명의 실행을 실천덕목으로 삼고 있다. 권 교수는 “퇴계 이황 선생은 우리나라 최고의 성리학자로 학문연구와 유교문화의 이념을 몸소 실천하신 세계적인 인물”이라며 “각박하게 변하는 지금의 이 시점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노력 중의 하나가 퇴계 선생의 삶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교수는 “안동은 한국인본정신의 본향이고, 전통문화의 중심지”라면서도 “가장 보수적인 지역이면서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가장 혁신적인 곳”이라고 소개했다. 우리 인류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 가치가 바로 안동에 있다는 설명이다. 권용진 객원기자 spangle007@seoul.co.kr퇴계 이황은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년)은 한국정신문화 원류의 한 축인 조선시대 성리학의 대가이다. 그는 지금의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 온혜리에서 태어나 조선 지성사에서 사림의 성장기를 살아갔다. 당시 연속된 사화는 사림의 학문에 치열성을 더함으로써 사림의 세를 전국적으로 확장시켰다. 특히 퇴계의 학문은 한국역사를 통해 영남을 배경으로 한 주리적(主理的)인 퇴계학파를 형성했다. 퇴계의 학풍을 따른 학자는 당대의 류성룡·김성일 등을 위시한 260여 명에 이르렀다. 그리고 일본유학의 기몬학파와 구마모토학파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아울러 개화기 정신적 지도자에게서도 크게 존숭을 받았다. 한국뿐만 아니라 동양 3국의 도의철학의 건설자이며 실천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퇴계가 세상을 떠난 지 4년 만에 고향 사람들이 도산서당 뒤에 서원을 짓기 시작해 이듬해 낙성하여 도산서원의 사액을 받았다. 그 이듬해 2월에 위패를 모셨고, 11월에는 문순(文純)이라는 시호가 내려졌다. 그의 위패가 있는 도산서원은 제5공화국 때 크게 보수 증축되어 우리나라 유림의 정신적 고향으로 성역화되었다.
  • [이사람 e향기] “세종기지 30주년, 이젠 극지실용화 전략이다”

    [이사람 e향기] “세종기지 30주년, 이젠 극지실용화 전략이다”

    ‘정직이 힘이다’. 이는 윤호일(56) 소장이 실패를 통해 온몸의 세포로 체득한 인생철학이자, 삶의 좌우명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피치 못할 사정에 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때 사람은 잘못을 인정해 수용하느냐, 아니면 부정해 회피하느냐의 두 갈래 길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 보통 사람은 지위와 논리로 자신의 책임을 면피하려고 한다. 그 렇지만 이것은 정직이 아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누가 봐도 ‘내 잘못이다’고 지적받았을 때 이를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용기’가 정직이다. 이 같은 윤 소장의 인생 철학은 2003년 15명의 대원과 함께 세종기지 대장으로 남극을 찾았을 때의 쓰라린 아픔이 만들어 준 교훈에서 비롯됐다. 사람이 혹한의 폐쇄 환경에 놓여 살면 인간 본성의 밑바닥이 드러난다. 바로 그때 균형을 잡아주는 힘이 정직이다. 그래서 정직은 공평보다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 윤 소장의 지론이다. ‘세종기지 30주년, 이제는 극지실용화 전략이다’. 우리나라 극지과학은 내년 2월 17일이면 30주년을 맞이한다. 성년을 지나 중년을 향해 나가고 있다. 인생에서 중년은 도전과 성취이다. 윤 소장이 ‘극지실용화 전략’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데는 ‘남극에서 북극으로 30년’, 도전 그 다음의 비전을 성취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극지실용화 전략은 천연자원 개발 등 미래자원 확보와 에너지 안보를 목표로 한다.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함도 담고 있다. 극지 생물 유전체와 대사체의 특성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도 물론이다. 모두 극지연구를 한 단계 더 높이 성장시키기 위함이다. 최근 캐나다와 함께 쇄빙선 아라온호를 이용해 벌이는 ‘북극해 캐나다 연안 수역에 담겨 있는 자원에 대한 기초조사’ 활동이 대표적이다. 2년째 진행되면서 R&D(연구·개발)로 발전하고 있다. 두 번째가 ‘북극해 루트’ 개척이다. 북극해 공해상으로 나가는 루트다. ‘북극해 탈러시아 전략’인 셈이다. 제2 쇄빙선이 필요한 이유다. 닻은 이미 올려졌다. 미래 후손들에게 활동무대를 넓혀주는 영토확장, 그 웅장한 고동소리가 양극해를 진동시키고 있다. 특히 남극에서 북극으로 나가는 최근 추세에 맞춰 북극해 공략을 위한 제2, 제3의 쇄빙선 위로 태극기 휘날리는 미래는 밝다. 편집자 주“극지연구, 후손에 물려줄 과학유산” 얼음 덮인 북극 바다가 녹고 있다. 온난화로 지구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다. 이상 한파가 몰아치기도 한다. 극지가 9~11년 전부터 인류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인류의 미래가 극지 연구에 달렸다”는 윤 소장의 주장이 웅변인 이유다. 극지는 그래서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장소”이고 “미래를 현실로 앞당기는 견인력”이며 “미래 후손에 물려줄 우리의 소중한 과학유산”이다. 여기에 극지 과학인들의 희생과 피땀이 스며있음은 물론이다. 1988년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남극에 세종과학기지를 건설하며 극지 연구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해 1차 월동대원을 시작으로 29년 동안 매년 마다 월동대원들이 남극을 찾았다. 윤 소장은 1991년부터 1년 대장을 포함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씩 25년 동안 혹한의 남극을 오갔다. 월동대원들은 1년이라는 기간 동안 문명 세계와 철저히 단절된 채 연평균 온도가 영하 23도, 여름 기온은 0~5도지만 겨울엔 영하 40도의 혹한을 견뎌야 한다. 남극은 특히 얼음사막이라고 부른다. 그렇다 보니 3차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월동대원까지 더하면 100여명이 넘는 극지인들이 대한민국 극지과학연구에 헌신과 희생의 피땀을 받쳐왔다. 윤 소장이 “극지인들의 피땀”을 강조하는 것은 자기애적 동료애를 넘어선 진심 어린 존경을 에둘러 표현한 언어목록이다. 혹한의 폐쇄공간인 극지 생활을 잘도 견디어 온 극지인들에 대한 무한사랑의 표현이다. 말하자면 불립문자(不立文字)인 셈이다. 눈물 젖은 빵을 함께 나눈 사이,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30년 세월, 한 세대를 말이다. ‘눈물샘 마른 극지인, 윤호일’ 윤 소장의 눈물샘은 말랐다. 울고 울지만 눈물은 흐르지 않는다. 부하의 얼어붙은 시신을 마주한 사건 때문이다. 윤 소장의 가슴 깊은 곳에는 그래서 ‘영원한 영웅, 고(故) 전재규 대원’이 함께 산다. 그때가 국민이 기억하는 바로 ‘2003년 남극 세종기지 실종사건’이다. 윤 소장이 당시 대장의 책임을 맡아 고(故) 전재규 대원을 포함해 15명의 대원과 함께 남극에 도착한 지 10여일 만의 참사였다. 윤 소장은 또 짝발이다. 오른발이 왼발보다 짧아서다. 1993년 남극 월동대원으로 1년을 머물면서 당한 사고가 원인이다. 연구활동 중 얼음에 깔려 허리를 다쳤지만, 어찌 치료해 볼 도리가 없었다. 귀국해 요추 3개를 철심으로 교체하는 수술로 몸을 다시 세울 수 있게 된 것이 천운으로 다행이었다. 하지만, 발에는 그 흔적을 남겼다. 그 후유증으로 윤 소장은 오른쪽 눈가와 입꼬리 떨림을 안고 산다. 분명 윤 소장은 극지과학 재해 장애인이지만, 장애인 등록은 하지 않았다. 과학자의 운명으로 받아들인 때문이다.“제2 쇄빙선은 미래 성장동력” 윤 소장은 오는 8월이면 제5대 극지연구소 소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된다. 1986년 한국해양연구소에 입소한 윤 소장은 지난 30년 동안 극지연구소, 한국극지연구의 눈부신 성장과 함께했다. 그렇다 보니 윤 소장은 “극지연구는 이제 질적 성장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극지실용화 전략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가치창출로써 국민의 성원에 화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소장이 취임 후 “국민이 공감하는 사회문제해결형 사업단을 구성”한 이유다. 또 전통적인 학문분야별 연구와 별도로 “임무(이슈) 중심형 사업단을 운영”하는 배경이다. 윤 소장은 이를 위해 북극해빙예측사업단, 해수면 변동 예측사업단, 극지 유전체 사업단, K-루트 사업단을 신설했다. ▲글로벌 기후변화에 대한 남극의 역할 규명 ▲콜드러시 시대를 주도하는 전략적 북극진출 발판 마련 ▲미답지 도전과 극지자원 활용기술을 바탕으로 한 미래가치창출이라는 3대 연구전략목표를 위해서다. 이에 따라 윤 소장은 “극지연구는 범부처 정책 사업으로 확대돼야 한다”며 “극지활동진흥법 제정과 제2 쇄빙연구선 건조”를 주문했다. 북극권 진출이 목표다.“북극권도 대한민국이 관할할 또 하나의 영역” 윤 소장에 따르면 현재 일본 정부는 한국과 같은 비 북극권 국가이면서도 일본 홋카이도를 중심으로 ‘북극해가 남의 땅이 아니다’는 논리로 일본국민을 설득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일본 정부는 아예 선단을 구성해 북극해 러시아 연안에서 나오는 LNG가스와 유전자원을 일본열도에 공급한다는 ‘에너지 안보개념’을 운용하고 있다. 내친김에 러시아산 LNG가스와 원유를 북극해 항로를 이용해 유럽까지 운송하는 역할을 독점하겠다는 전략까지 구사하고 있다. 또 일본은 북극에서 일어나는 미국과 러시아 간의 냉전에도 대비하고 있다. 인공위성을 이용해 북극해에서 일어나는 모든 자연현상, 재해, 선박이동, 유전활동에 대한 고급정보를 촘촘히 수집해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물론 항공우주연구원이 중심이 돼서 인공위성이 있지만 개수와 질, 궤도의 문제를 안고 있다. 그렇다 보니 윤 소장은 “10대 강국인 대한민국도 북극권이 우리가 관할해야 하는 하나의 영역이란 원칙이 필요하다”며 “북극권이 이후 분쟁지역이 됐을 때 우리 몫을 차지할 영역이라는 관점에서 정부는 극지정책을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제5대 극지연구소 소장으로 취임한 지 오는 8월이면 1년이 된다. 그간의 소회는. -취임 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열심히 달려왔다. 극지연구의 질적 성장과 극지인력 양성을 목표로 기존 연구 과제를 전면적으로 개편했다.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과제 발굴에 힘써왔다. 당장 눈앞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10년, 20년 앞을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경영에 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극지연구소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1987년 작은 연구실에서 시작, 2004년 부설화를 거쳐 올해 개소 13주년을 맞이했다. 1988년 남극 세종과학기지 준공 이래 본격적인 극지연구에 착수, 현재 남극과 북극에 3개 과학기지를 건설하고 아라온호를 건조해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극지활동에 대한 국가적 비전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남극연구활동 진흥기본계획, 북극정책 기본계획, 극지활동진흥법 등 국가 극지정책의 전략적 수립과 추진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극지연구 발전의 중심에 극지연구소가 있다. 어떤 연구인가. -극지연구는 기초과학연구다. 인류의 탄생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지구 과거 역사부터 미래자원 확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요한 분야이다.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이슈 대응에 있어 극지연구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얼음으로 덮여있던 북극 바다가 녹으면서 북극의 막대한 천연자원 개발 가능성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더불어 북극의 지정학적 의미와 안보가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다. 특히, 아라온호 탐사를 통해 동시베리아해에서 처음으로 가스하이드레이트를 발견하고 향후 북극 해저자원과 북극항로 개발이 이루어질 북극 지역의 해저 자원 환경을 파악할 수 있는 기초 자료 획득하는 등 미래 에너지자원 확보에 기여할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극지 실용화연구 중장기 전략의 수립을 통해 극지생물 유전체 및 대사체 특성 규명과 이를 통한 극지 유용 자원발굴 등을 추진하고 있다.→신정부 국정과제와 연계해 어떤 기여가 예상되는가. -사회 문제해결형 연구체제 수립으로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고 극지연구의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을 기관 전략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는 만큼 정부의 실용적 극지 정책 수립·추진과 국가 이익,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산·연 극지공동연구프로그램(PIP) 등을 통해 극지연구에 필요한 장비·로봇 및 관련 융·복합 기술개발을 활성화, 사업화를 촉진하고 극지유전체 및 대사체 활용기술 개발을 산업계와 연계하는 실용화 전략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가치창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극지연구소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계가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새로운 사회적 가치창출의 주역이 되길 희망한다. →앞으로의 포부와 목표가 있다면 -내년 2월 17일이면 우리나라의 첫 남극 진출의 상징인 세종과학기지가 준공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세종기지는 현재 노후된 인프라 개선 및 대규모 증축공사를 하고 있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세종기지는 기후변화 연구와 국제협력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이다. 또 남극 반대편에서는 남극 내륙으로 독자적으로 진출하는 ‘코리안 루트’ 프로젝트 등 새로운 연구영역을 개척해 나갈 것이다. 극지연구는 이제 질적 성장을 해야 할 시점이다. 극지 연구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극지활동진흥법 제정과 제2 쇄빙연구선 건조 등 주요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극지연구는 해양과학, 지질학, 생명과학, 기후학 등 다학제적 학문 분야의 협력 및 국제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앞으로의 10년은 타 분야, 타 연구 기관과 협업 체계를 이루어나가는 그랜드 컨소시엄 형태로 극지 연구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 극지연구소가 그 중심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며 극지연구 외연 확대에도 힘쓰겠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윤호일 소장은 현재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소장 2015년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부소장 2014년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선임연구본부장 2013년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기후변화연구부 부장 2003년 제17차 남극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 대장 1995년 인하대학교 대학원 해양지질학 박사 1986년 한국해양연구소 입소 1960년 12월 12일 출생
  • 무패행진 아트 사커, 빗장 수비 부술까

    무패행진 아트 사커, 빗장 수비 부술까

    새달 1일 佛·伊 맞대결 ‘눈길’ 日, 8강 오르면 한일전 가능성 희한한 일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의 단골손님들인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유스 월드컵에서는 초라하다 싶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20회가 치러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나란히 다섯 차례 출전했을 뿐이다. 성인 월드컵에는 프랑스가 14회 출전해 한 차례씩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탈리아가 18회 나서 네 차례 우승, 두 차례 준우승한 화려한 발자취와 대비된다. U20 월드컵 최고 성적을 따지면 프랑스가 2013년 한 차례 우승했을 뿐이며 이탈리아는 1987년과 2005년, 2009년 세 차례 8강에 오른 게 고작이었다. 프랑스는 곧바로 2015년 대회 예선 탈락했고, 이탈리아는 2011년부터 세 대회 연속 본선행이 좌절됐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절치부심한 두 나라가 다음달 1일 오후 8시 16강전에서 맞닥뜨린다. 이탈리아는 지난 27일 D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일본과 2-2로 비기면서 1승1무1패(승점 4)로 일본을 골 득실로 따돌리고 조 2위로 겨우 16강에 진출했다. F조 1위 프랑스는 파죽의 3연승을 달리는 동안 9골을 넣고 무실점으로 버텨내 조별리그 24개국 가운데 B조 1위 베네수엘라(10골 무실점) 다음으로 나은 전력을 뽐냈다. 이탈리아는 1년 전 예선 격인 19세 이하(U19) 유럽선수권 결승에서 0-4 수모를 안겼던 프랑스에 설욕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두 경기 세 골로 득점 공동 2위를 달리는 장케빈 오귀스탱(파리 생제르맹), 28일 뉴질랜드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두 골을 뽑아낸 알랭 생 막시맹(바스티아)을 비롯한 프랑스의 다채로운 공격 옵션을 전통적으로 수비가 강한 이탈리아가 얼마나 막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오귀스탱은 U19 유럽선수권 대회 여섯 골로 주가를 올렸다. 그나마 당시 대회에서 오귀스탱에게 한 골 뒤져 득점왕이 좌절됐던 킬리앙 음바페(AS모나코)가 이번 본선에 나오지 않은 것을 라이벌 팀들은 안도할 지경이다. 그다음 눈길이 가는 16강전을 찾는다면 일본-베네수엘라 경기를 꼽을 수 있다. 일본이 이기고 미국-뉴질랜드 승자마저 꺾고, 한국이 포르투갈을 제압하고 우루과이-사우디아라비아 승자마저 일축하면 4강전에서 한·일전이 성사될 수 있어서다. 일본은 1999년 나이지리아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1983년 멕시코대회 4위를 최고 성적으로 내세우는 한국을 따돌렸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까치·나무·아이들… 모두 품은 자연, 인간과 삶 자체

    까치·나무·아이들… 모두 품은 자연, 인간과 삶 자체

    까치와 나무, 집과 어린이, 강아지, 시골 길, 해와 달….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단순하고, 맑고, 소박한 그림을 남긴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 장욱진(1917~1990)의 작품은 보는 이의 마음도 순수하게 만들어 준다. “나는 심플하다”는 말을 평소 강조했던 장욱진은 누구보다도 철저한 작가의식을 통해 특유의 작품세계를 구현했다. 스스로에게는 엄격했지만 인간에 대한 속 깊은 애정과 자연을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자그마한 캔버스에 동심처럼 순수한 세계를 담았다.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유영국 등과 함께 2세대 서양화가에 속하는 화가 장욱진의 탄생 100년을 맞아 경기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장욱진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상설전을 마련했다.‘장욱진의 삶과 예술생애’라는 타이틀을 단 상설전은 그의 예술세계를 대표하는 작품 20여점과 유품 등 다양한 아카이브로 꾸며졌다. 이번 상설전은 삶과 예술세계를 ‘까치의 눈’, ‘인간’, ‘자연’ 등 큰 주제로 묶어 보여 주고 아카이브와 영상, 오브제의 방, 화가의 아틀리에 등 6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까치는 장욱진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다. 어린 시절 독특하게 그린 까치 그림을 미술교사가 히로시마고등사범 주최의 전일본소학생미전에 출품해 1등상을 받았다. 어린 장욱진에게 그림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 준 까치 그림을 계기로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이후 까치는 그의 예술활동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소재로 등장한다.장욱진의 작품에서 인간은 자기 자신과 가족, 아이 혹은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표현한 인간을 통해 그의 인본주의적 예술철학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아이는 인간 심성의 가장 본질적인 순수함을 추구했던 그의 주된 소재였다. 마치 아이가 그린 듯 아주 단순하게 순수하고 본질적인 요소만을 작은 화면에 응축한 조형성은 그의 예술세계를 관통하는 표현 방식이다. 장욱진은 삶과 예술의 순수한 본질을 찾고자 했으며 그 근원을 자연에서 발견했다. 단순하지만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자연은 그가 꿈꾸던 이상세계이자 그의 삶 자체였다. 대표작 ‘자화상’(1951) 등 그가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기부터 1990년 작고할 때 마지막까지 작업했던 ‘밤과 노인’(1990), 유족들이 올 초 양주시립미술관에 기증한 ‘가족도’(1972) 등 작품들이 각 주제에 맞게 전시돼 있다. 아카이브 자료는 영상과 생활기록물 및 문서, 사진과 신문기사, 전시도록, 단행본 등으로 구성됐다. 오브제의 방에는 그가 평생을 즐겼던 술을 위한 술병과 파이프, 안경과 시계 등 필수품들과 창작활동에 사용했던 도구들이 전시된다. 간결하고 단순한 삶을 추구했던 그의 삶이 그대로 드러난다. 장욱진은 두 번의 사회생활, 즉 광복 후 귀국해 2년간 몸담았던 국립중앙박물관 재직 경험과 1954년부터 6년간의 서울대 미대 교수 시절을 제외하고는 시골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자연과 함께 완전 고독을 즐기며 창작활동에 전념했다. 그의 생애는 주로 작업실을 중심으로 덕소 시기(1963~1974), 명륜동 시기(1975~1979), 수안보 시기(1980~1985), 용인 시기(1986~1990)로 나뉜다. 마지막 화실이었던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마북리 고택은 직접 개조한 한옥과 양옥 그리고 정자가 함께 어우러진 공간으로 ‘전통적 사고방식을 현대적으로 구현해 낸’ 장욱진만의 예술 철학과 가치를 잘 드러내고 있다. ‘화가의 아틀리에’는 용인 고택화실이 연상되는 공간으로 그의 예술 생애와 자연친화적인 삶이 주는 메시지를 담았다. 장욱진미술문화재단 이사인 장녀 장경수(73·경운박물관관장)씨는 “탄신 10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에 상설전시실을 마련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며 “아버지의 작품뿐 아니라 예술가로 치열하게 작업하고 순수하고 심플한 삶을 고집하셨던 아버지의 정신세계에 대해 깊이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로 개관 3년째를 맞는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관장 변종필)은 상설전에 앞서 장욱진의 자연친화적 삶과 자연관을 소개하는 ‘장욱진과 나무’전도 화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열고 있다.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우리 식생활 바꾼 음식 이야기] 끝내주는 한 그릇의 은밀한 ‘한 꼬집’

    [우리 식생활 바꾼 음식 이야기] 끝내주는 한 그릇의 은밀한 ‘한 꼬집’

    집에서 만드는 탕, 찌개 등은 식당에서 사 먹는 탕이나 찌개에 비해 맛이 없다는 이야기들을 종종 한다. 이때 주부들이 하는 말은 “조미료 안 넣었어!”다. 주부들이 걱정하는 조미료, 특히 MSG(L글루타민산나트륨)는 맛을 내기 위해 음식에 조금 넣어도 괜찮다.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국제기구들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혔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첨가물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일반인들이 맛을 느끼는 최저농도가 소금은 0.2%, 설탕은 0.5%인 반면 MSG는 0.03%의 매우 낮은 농도에서도 맛을 느낄 수 있다. 식약처는 MSG는 짠맛, 신맛, 쓴맛을 완화시켜 주고 단맛을 높여 주는 특성이 있다고 밝혔다. 조미료 시장의 80%는 업무용, 즉 음식점과 간편식(HRM) 등이다. 가정에서는 전체 조미료의 20% 정도만 쓰지만, 알고 잘 쓰면 식탁이 더 즐거워질 수 있다.조미료는 꾸준히 진화해 현재 4세대 조미료까지 나왔다고들 한다. 1세대가 대상의 ‘미원’으로 상징되는 발효조미료, 2세대는 발효조미료에 건조한 소고기, 마늘 등 천연재료를 넣은 혼합조미료다. 3세대는 합성 보존료·착색료 등 기존 조미료에 들어간 건강 유해 성분을 빼고 소고기, 해물, 양파, 마늘, 표고버섯 등을 말린 가루를 그대로 쓴 자연조미료, 4세대는 샘표식품의 ‘연두’ 출시로 대중화된 액상 조미료다. ●1956년 日조미료 잡으려 출시 국내산 조미료의 시초인 미원은 고 임대홍 대상 회장이 1950년대 중반까지 국내 시장을 독점하던 일본 조미료 ‘아지노모토’를 이기겠다는 집념으로 1956년 출시한 조미료다. 그는 미원의 주성분인 글루타민산을 만들기 위해 돌솥을 개발했다. 철분과 염산 함량 등이 농축에 적합한 전라도 황등산의 돌로 만들었다. 제작에 4개월가량 걸린 돌솥 하나당 월 15t 내외 조미료를 생산했다. 돌솥은 1965년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공장이 준공된 이후 쓰이지 않고 있으며 현재 전북 군산공장에 보존돼 있다.글루타민산은 육류, 채소, 과일 등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다. 일본의 이케다 기쿠니 박사가 100년 전 발견했다. 다시마, 표고버섯, 멸치, 조개, 새우 등 천연재료에 포함돼 있다. 대상은 사탕수수에서 얻은 원당을 미생물로 발효시켜 글루타민산을 만든다. 이후 여기에 물에 잘 녹도록 나트륨을 더한다. MSG는 88%의 글루타민산과 12%의 나트륨으로 이뤄져 있다. 대상 측은 된장, 간장, 고추장과 같은 전통 발효식품의 발효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원의 독보적인 인기에 CJ제일제당이 1963년 ‘미풍’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미원과 미풍을 둘러싼 경품 경쟁도 치열했다. 미풍이 고급 스웨터를 경품으로 내걸자 미원은 빈 봉지 5장을 순금반지로 교환하는 순금반지 행사로 맞불을 놓았다. 미풍은 미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라졌지만 혼합조미료 시장에서는 CJ제일제당의 ‘다시다’가 압도적인 1위다.●김혜자 다시다 25년 최장수 모델 1975년에 나온 다시다는 ‘맛이 좋아 입맛을 다시다’에서 따온 말이다. 소고기, 생선, 양파 등 천연 재료를 더해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CJ제일제당은 설명했다. 마케팅도 적극적이었다. “그래 이 맛이야”라는 광고 멘트를 탤런트 김혜자씨가 1990년까지 25년간 했다. 한국 최장수 광고모델이다. 발효조미료는 미원, 혼합조미료는 다시다로 양분됐던 조미료 시장은 1990년대 큰 홍역을 겪었다. 한 식품회사가 신제품을 내면서 기존 조미료에 MSG가 다량 함유돼 있다는 마케팅으로 MSG의 유해성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MSG를 뺀 제품은 비슷한 수준의 감칠맛을 내기 위해 다른 추출물들을 더 쓴다. 다른 성분에 대한 과학적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가격은 더 비싸진다. 업소를 중심으로 발효조미료나 혼합조미료가 꾸준히 쓰이는 이유다. MSG 논란을 일으켰던 제품은 시장에서 사라졌다. 첨가물에 대한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자 제조사들은 조미료에 들어가는 천연 재료를 강화했다. 2007년 대상은 ‘맛선생’을, CJ제일제당은 ‘산들애’를 각각 내놨다. 맛선생은 마늘, 파, 다시마, 버섯 등의 원재료 입자를 그대로 살려 유리병에 담았다. 한우, 해물, 멸치가쓰오, 오색자연 등 4가지 종류가 있다. 산들애는 표고버섯, 무 등 9가지 자연재료에 발효 성분을 더했다. ●국내외 MSG 유해성 논란 거세 MSG 논란이 국내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68년 미국에서 있었던 ‘중국 음식 증후군’ 논란이다. 로버트 곽이라는 의사가 중국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고 난 뒤 목과 등, 팔이 저리고 마비되는 증세를 느꼈고 갑자기 심장이 뛰고 노곤해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러 연구가 진행됐는데 결론은 MSG와 관련이 없으며 여러 음식과 음료, 오렌지주스, 커피 등을 섭취한 후에도 일어날 수 있는 증상이라는 평가였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농업기구(FAO)가 공동 설립한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에서도 MSG는 인체안전기준치인 하루 섭취 허용량을 별도로 정해 놓지 않은 품목이다. ‘아무도 말해 주지 않은 감칠맛과 MSG 이야기’(리북)의 저자 최낙언씨는 “MSG의 유해성 논란은 단백질의 유해성 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의미 없는 일”이라고 썼다. 2013년에 나왔던 이 책은 ‘죽음을 부르는 맛의 유혹 우리의 뇌를 공격하는 흥분독소’(에코리브르) 출간으로 이를 반박하기 위해 2015년 개정판이 나왔다. MSG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래도 발효조미료와 혼합조미료는 2015년에 전년 대비 매출이 증가했다. 그해 7월부터 식약처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MSG 무첨가’ 마케팅을 금지시켰고 쿡방 등에서 요리사들이 부담 없이 조미료를 사용해 맛을 내는 모습을 시청자들이 접했기 때문이다. 사실 미원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 30개국에 수출된다. 지난해 수출액은 1500억원으로 국내 매출액(1000억원)을 웃돈다. 다시다 역시 몽골, 미국, 일본 등에 수출되고 있다. ●요리하는 가정 줄어 새로운 도전 현재 조미료 시장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맞벌이 부부 및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집에서 요리하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다. 미원이나 다시다를 즐겨 쓰던 고객은 늙어가고 있다. 틈새시장을 본 샘표식품, 신송식품 등은 액상조미료를 내놨다. 콩을 발효하고 채소를 우려낸 ‘연두’는 청양고추를 넣은 제품 등 4가지가 있다. 전통적 강자들은 기존 제품의 업그레이드로 대응하고 있다. 대상은 2014년 ‘발효미원’, ‘다시마미원’ 등을 내놓고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서울 서대문구 홍대 인근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액상 조미료 ‘요리에 한수’도 내놨다. CJ제일제당도 2015년 액상 제품인 ‘다시다 요리수’를 출시했다. MSG 논란과 업계의 치열한 경쟁은 다양한 조미료 제품이 나오는 결과를 가져왔다. 입맛에 맞게 골라 보자.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젓가락, 식사도구에서 문화로

    젓가락, 식사도구에서 문화로

    젓가락/Q 에드워드 왕 지음/김병순 옮김/따비/416쪽/2만 2000원인류 역사상 최초의 젓가락은 중국 장쑤성의 신석기 유적지인 롱치우장에서 발견된 42개의 가느다란 뼈막대로 추정된다. 고대 중국인들은 춥고 건조한 날씨 때문에 음식을 뜨거운 상태로 먹는 것을 선호했다. 밥을 먹을 때 손을 데지 않기 위해서는 당연히 기구가 필요했다. 일찌감치 젓가락이 발명되었지만 한동안 가장 중요한 식사도구로 취급받지는 못했다. 당시 중국인이 먹던 밥은 쌀이 아니라 낟알이 작은 기장을 찌거나 끓인 형태였기 때문이다. 곡물을 끓여 먹을 때는 숟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더 편하기에 젓가락은 부차적인 식사 도구로 여겨졌다. 그랬던 젓가락이 주된 식사도구의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은 점착성이 강한 쌀로 밥을 지으면서부터다. 쌀밥을 덩어리로 떠서 먹을 수 있고 그 덩어리를 움켜쥐고 옮기기 쉬웠기 때문이다. 그러다 국수와 만두 같은 밀가루 음식이 중국에서 대유행을 하면서 집기에 편한 젓가락이 더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당나라의 이웃 나라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면서 젓가락 문화가 외국으로 전파됐고 14세기에는 오늘날 한국, 베트남, 일본 등을 아우르는 ‘젓가락 문화권’이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중국계 미국인인 Q 에드워드 왕 미국 로완대 역사학과 교수가 쓴 새 책 ‘젓가락’은 젓가락의 기원, 젓가락 사용의 변천 과정, 젓가락 문화권, 젓가락 사용 방식과 예절, 은유와 상징으로서의 젓가락 등 평소 우리가 알지 못했던 젓가락의 역사를 세세하게 짚는다. 특히 같은 젓가락 문화권이라도 젓가락의 모양과 재질, 젓가락을 사용한 식사 예절이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예를 들면 한국은 중국과 달리 금속 수저를 선호하는데 이는 야금술이 발달하고 금, 철, 구리 등의 매장량이 풍부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한 접시에 차려진 음식을 덜어 먹는 공통 식사 방식의 중국은 젓가락의 평균 길이가 길었을 뿐 아니라 젓가락이 식탁 가운데 있는 음식을 향해 세로로 놓이지만 개별 식사 방식을 유지하는 일본에서는 젓가락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고 상 위에 가로로 놓였다고 한다. 또 일본이 주로 나무젓가락을 쓰는 이유는 한 번 입에 들어갔다 나온 젓가락에는 사람의 영혼이 붙는다고 생각해서 쓰고 난 뒤 버리기 때문이다. 저자는 “젓가락과 젓가락질은 수천 년 동안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마침내 하나의 살아 있는 전통이 되었다”면서 “아마 이 전통은 그 자체로 생명을 유지하며 계속 살아갈 것”이라고 강조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사람이 곧 풍경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사람이 곧 풍경

    사람은 곧 풍경입니다.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몸으로 표현하는 기예를 볼 때면 세상 그 어떤 풍경보다 아름답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진행한 네 곳의 지역 명사 체험여행을 따라가 봤습니다. 여정 전체에서 길어올린 건 ‘흥의 발견’이었습니다. 틀에 갇힌 춤사위는 없었고, 악보 위에 박제된 음악 역시 없었습니다. 불의 마법을 이해한 도예가도, 300년 전의 맛을 기억하는 종부의 손도 그랬습니다. 이번 여정은 그러니까 사인사색의 풍경을 좇는 인문여행입니다.●인간문화재 하용부(경남 밀양)뼛속 깊은 ‘춤꾼 DNA’… 나비 같은 몸짓에 홀리다 기쁨을 아는 얼굴이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희열을 길어올리지 못한다면 절대 지을 수 없는 표정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실없는 농담 섞어가며 강연을 진행했다. 그의 얼굴에선 무슨 일에서든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같은 대한민국 장년 남성의 전형적인 표정이 엿보였다. 한데 춤판이 열리면서 그의 얼굴은 완벽하게 변했다. 입가엔 옅은 웃음과 침울한 슬픔이 교차했고, 눈가엔 열락의 세계가 흐르는 듯했다. 어떻게 저리 쉽게 변할 수 있을까. 경남 밀양의 춤꾼 하용부 이야기다. 춤을 선보이기 전 그는 다소 장황하게 자신의 과거를 관객들에게 풀어냈다. 한데 솔직히 그리 재밌는 스토리는 아니다. 학창 시절에 껌 좀 씹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 것이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이가 어디 한둘일까. 그의 진가는 역시 몸짓에 있다. 몰아치다 늦추고, 주는 듯 빼앗아간다. 손오공이 여의봉을 다루는 재주가 저랬을까 싶다. 하용부는 가만히 서 있어도 춤이 된다는 ‘전설의 명무’ 하보경의 손자다. 춤꾼의 DNA를 타고 났다. 5세 때부터 할아버지를 따라 전통춤을 추기 시작해 여태 춤꾼의 계보를 잇고 있다. 나라 안팎을 오가며 우리 춤을 알리는 일도 한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 중요무형문화재 제68호 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그의 공연은 밀양연극촌(055-355-2308)에서 열린다. 즉흥 춤 공연과 춤사위 배우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거친 숨소리와 나비처럼 떨리는 손짓을 지근거리에서 경험할 수 있다. 춤을 배우는 시간도 흥겹다. 처음에 멀쑥해하던 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저마다 흥의 세계로 빠져든다. 밀양은 한천의 고향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한천의 역사가 근 80년을 헤아린다. 제주 등에서 들여온 우뭇가사리를 겨우내 얼렸다 녹이기를 반복해 양질의 한천으로 되살려 낸다. 한천테마파크(1577-6526)에 박물관, 기념품점, 한천 맛집 등이 들어차 있다.●아리랑박물관장 진용선(강원 정선)‘한류 원조’ 아리랑… 세계를 울린 역사에 놀라다 강원 정선의 아리랑 박물관에서 알게 된 사실 몇 가지. 미국 장로교단에서 발행한 찬송가 229장(Christ, You Are the Fullness)은 우리 아리랑을 번안한 것이다. 유엔이 아프리카 나라들에 보급한 음악책 일부엔 아리랑이 담겨 있다. 엮음 아리랑은 요즘의 랩보다 수세기 앞서 빠른 비트의 음악을 실현했다. 이처럼 아리랑의 이면엔 우리가 모르는 역사가 무수히 숨어 있다. 이를 발견하게 하는 이가 진용선 아리랑 박물관장이다. 아리랑 박물관은 세계를 울린 아리랑 이야기와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사진 두 장을 제외한 전시물 모두가 진본이다. 진 관장이 젊은 날을 통째 바쳐 수집한 것들이다. ‘대지’의 작가 펄 벅이 지은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The Living Reed) 역시 이곳에 있다. 아리랑을 담아낸 소설로, 평단으로부터 한국 외교관 100명이 할 일을 펄 벅 한 명이 해냈다는 극찬을 받았다는 책이다. 아리랑은 일본에도 수출됐다. 요즘으로 치자면 ‘한류의 원조’다. 1930년엔 고바야시 지오코란 여가수가 아리랑 앨범을 냈다. 앨범 재킷엔 ‘금색가면’이란 이름을 박았다. 차마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못하고 가명을 쓴 것이다. 요즘의 ‘복면가왕’인 셈이다.한국전쟁은 사람과 국토를 산산조각 냈지만, 역설적으로 아리랑이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위문 공연차 한국을 방문한 뮤지션들이 세계에 다양한 장르로 아리랑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진 관장이 거둔 결실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들이 부르고 연주한 아리랑 음반을 찾아낸 것이다. 야전화장실에서 통역관의 아리랑 휘파람 소리를 듣고는 이를 재즈풍으로 재해석한 오스카 페티포드의 ‘아디동(아리랑) 블루스’, 종군기자가 기록한 아리랑 멜로디를 보고 편곡해 불렀다는 미국 여가수 엘리 윌리엄스의 ‘아디동’, 미국 포크 음악의 비조로 꼽히는 피트 시거의 ‘아리랑’ 앨범, 그리고 1970~80년대 폴 모리아 악단의 ‘아리랑’ 등과 만날 수 있다. 홍익여행사 등 몇몇 여행사에서 관련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 정선아리랑열차를 타고 가는 상품이다. 진 관장의 강연을 듣고, 군립예술단의 공연을 보고, 정선 아리랑의 여러 가락들을 배울 수 있다.●재령 이씨 13대 종부 조귀분(경북 영양)종가의 300여년 손맛에 반하다 경북 영양엔 전설적인 요리서가 전해온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종가의 레시피 ‘음식디미방’이다. 이름 그대로 경상도 양반가의 음식을 담고 있는 책이다. 340년 전 석계종가의 1대 종부인 ‘여중군자’ 장계향이 일흔이 넘은 나이에 “어두운 눈으로 등잔불을 밝혀가며 간신히” 썼다. 그런데 구슬이 서 말이라도 이를 꿸 사람이 있어야 보배가 될 터. 당대의 음식을 현재로 소환하는 이가 바로 석계 가문의 13대 종부인 조귀분 여사다. 종부에서 종부로 300년 넘게 이어져 온 손맛을 식탁 위에 펼쳐 놓는다.두들마을은 재령 이씨 집성촌이다. 이 마을 가운데 터를 잡은 석계종택에서 ‘음식디미방’ 속 요리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잡과편(떡의 일종) 등 비교적 손쉬운 음식들이 대상이다. 조 여사가 강연자로 나선다. 음식디미방의 레시피대로 만든 한상차림을 맛볼 수도 있다. 물론 값은 녹록하지 않다. 유물전시관과 두들마을의 고택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더 감동을 주는 건 조 여사와의 대담이다. 봉제사 접빈객(제사를 모시고 손님을 맞는 일) 등 종부가 걸어온 삶의 뒤안길 이야기가 잔잔하고 재밌다. 그는 일행 중 한 명이 종부의 삶을 살아 보고 싶다고 하자 “종부 될 생각일랑 아예 말라”고 했다. 물론 힘든 종부의 삶에 빗댄 농담이니 오해 없길. 하기 싫다 말하면서도 그럴수록 더 꼼꼼하게 차려내는 이가 종부이니 말이다.●흑자 도예가 김시영(강원 홍천) 흙과 불의 연금술사, 黑에 빠지다 시종 겸손하면서도 구태여 자신의 가치를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 그는 스스로를 불의 길을 개척한 이라 했고, 흙의 연금술사라고도 했다. 이게 무슨 뜻인지는 그의 삶을 뒤따라가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김시영 작가는 국내에서 드문 흑자(黑磁) 명인이다. 말 그대로 검은빛의 도자기를 빚는 이다. 고려청자, 조선백자는 익숙하다. 한데 까만 도자기라니, 도무지 생경하다. 흰빛을 즐기는 우리네 정서에 비춰 보면 검은빛은 어둡고 묵직한 주제에 더 잘 어울린다. 백의민족이란 고전적인 수사와도 동떨어진 느낌이다. 하지만 대학 시절 우연히 마주한 흑자는 이후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만큼 강렬했다.흑유(黑釉) 또는 흑자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에서 널리 만들던 검은 도자기다. 흰빛을 즐겼던 조선시대에 맥이 끊겨서 그렇지 고려 때만 해도 청자보다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철분이 든 약토(유약)를 발라 굽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의 검은빛이 나온다. 더 중요한 건 불이다. 김 작가는 “흑자의 7할은 불”이라고 했다. 가마에서 얼마나 불에 노출시키느냐에 따라 오묘한 색채의 무늬가 자기에 침착된다. 이를 요변(窯變)이라 부른다. 김 작가는 그 불의 마법을 자유자재로 부린다. 그가 흑자 재연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대학시절 태백산맥 종주 중 발견한 흑자 파편 때문이다. 이때 마주한 신비로운 검은색은 결국 그를 도예가의 길로 이끌게 된다. 강원 홍천의 ‘가평요’(033-434-2544)에 가면 다채로운 빛깔을 내는 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흑자를 만날 수 있는 전시장이다. 흑자를 계승하게 된 사연, 흙과 불의 조화에 따라 사뭇 다른 빛깔로 태어나는 흑자 이야기 등을 들을 수 있다. 그의 두 딸도 도예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김 작가 역시 서예가였던 아버지 옆에서 먹을 갈면서 검은빛에 동화됐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 김 작가는 오는 8월 10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종로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Trans: 흙, 쇠, 나무’전을 연다. 변화무쌍하면서도 직관적인 그의 작품들과 만날 수 있다. angler@seoul.co.kr
  • 1억 5500만원짜리 초고가 세계여행단 한국 2박 3일 들른다

    1인당 여행경비가 1억 550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세계일주여행 단체가 한국을 방문한다. ‘컬리너리 디스커버리(미식탐방) 투어’란 이름의 이 여행단체는 세계 각지에서 30여명이 참가하며, 오는 27일부터 6월 15일까지 19일 동안 서울을 비롯해 일본 도쿄, 홍콩, 태국 치앙마이, 인도 뭄바이, 이탈리아 피렌체, 포르투갈 리스본, 프랑스 파리 등 세계 9개 도시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들의 여행코스는 전 일정 내내 포시즌스 전용기를 타고 포시즌스 호텔 체인에서 숙박하는 등 럭셔리하게 꾸며져 있다. 이번 여정의 출발지가 서울이라는 점이 특히 이채롭다. 포시즌스 전용기를 이용한 여행은 2014년부터 매년 2~3회 실시하고 있는데 한국이 여행 코스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선 2박 3일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이종국 요리연구가가 제공하는 식사를 비롯해 제3땅굴, 경기 광주요, 가구박물관 등을 방문한다. 특히 한국관광공사의 지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 비원을 산책하고 조선의 왕들이 신하들을 위해 작은 연회를 베풀던 가정당에서 전통공연을 관람하는 기회도 갖게 된다. 궁중음식 등 유서 깊은 한국문화도 체험할 예정이다. 진관사에서는 사찰음식도 맛보게 된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여행단이 방한 관광시장의 질적 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외래관광객이 17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으나 질적으로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관광공사는 향후 고부가가치 관광시장에 대한 콘텐츠 발굴과 해외 홍보 마케팅에 집중할 예정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기고] 4차 산업혁명과 농업의 미래/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기고] 4차 산업혁명과 농업의 미래/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싼 관심이 뜨겁다. 18세기 기계화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 19세기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으로 대표되는 2차 산업혁명, 20세기 정보화·자동화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은 수백년간 인류의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은 지난 세 차례의 산업혁명 이상으로 강력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1차 산업혁명 이전부터 존재해 온 전통 산업인 농업은 많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초연결’과 ‘초지능’이다. 초연결 시대의 농업은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을 통해 생산, 유통, 소비로 이어지는 가치 사슬이 통합되는 혁신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초지능에서의 농업은 사람의 사고와 판단을 도와주는 AI로 최적화가 이뤄지고, 농작업을 기계와 로봇이 대체하면서 노동 부담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농업이 살아남으려면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기존의 노지 생산으로는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ICT를 농업에 접목해야 한다. ICT 접목은 곧 시설농업의 지능화·자동화를 뜻한다. 땅에 알맞은 종자를 고르거나 싹을 틔울 때 적합한 일조량을 조절하는 등 AI 시스템을 통해 생산물의 양적·질적 확대를 이룰 수 있다. 또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비용을 절감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최근 농장에 ICT를 접목한 스마트팜 보급이 가속화되고 있다. 스마트 온실은 2014년 60㏊에서 2016년 1143㏊로 급증했고, 스마트 축사는 30호에서 234호로 늘었다. 이러한 시설농업에는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는데, 최근에는 한국형 스마트팜 모델이 개발되면서 보급 단가도 내려가는 추세다. 농업의 범위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식량을 생산하는 전통적 역할에서 생명산업, 에너지산업, 소재산업, 의료산업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글로벌 농업시장 개방이라는 위협 요인이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은 우리나라 농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ICT 기술뿐 아니라 농업 기술도 상당하다. 특히 실험실 내에서의 기술은 굉장히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우리 이웃에는 중국과 일본이라는 큰 시장도 있다. 물론 기술만능주의와 조급함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나 외형에만 치우친 성급한 정책이 아니라 우리 농업과 농민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과 속도에 맞추는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산 이후 유통과 소비 등 전방 산업을 통합해 국가 푸드 시스템을 진일보시키고 종자, 비료, 농약, 농기계, 농자재 등 후방 산업을 연계 발전시키는 일도 우리 농업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문인력 양성과 유능한 인재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우리 농업이 성장할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본다. 기회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다.
  • [그때의 사회면] ‘종삼’ 사창가 단속/손성진 논설실장

    [그때의 사회면] ‘종삼’ 사창가 단속/손성진 논설실장

    ‘30여년간 악명을 떨치던 서울 종로3가 일대의 홍등가가 5일 상오 시 당국의 마지막 소탕으로 없어졌다. 5일 새벽 5시를 기한 ‘나비 작전’에는 경찰 기동대원 234명, 종로구청 철거반 236명, 차량 14대가 동원돼 돈의동 훈정동 묘동 봉익동 인의동 등 일대에 끝까지 남아 있던 창녀 72명을 검거, 서울시립부녀보호소(대방동)에 수용했다. 지난달 26일 ‘종삼 적선지역 철폐’ 발표가 있은 후 그동안 세 차례의 경찰 단속으로 250여호 1400여명의 창녀가 없어진 것이다.’(경향신문 1968년 10월 5일자)서울의 사창가 이른바 ‘종삼’ 단속에 관한 기사다. 10월 5일은 추석 전날. 윤락녀들도 고향에 간다고 들떠 있었다. ‘종삼’ 사창가는 6·25 이후 서울 세운상가 맞은편 종로 3가와 4가 일대에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었다. 작전명은 ‘나비 작전’이었다. 나비란 윤락녀(꽃)를 찾는 남성들을 이르는 말이었다. 사창가를 없애려면 유객들을 단속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데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1968년 9월 26일 서울 종로구청에는 김현옥 시장을 비롯해 종로구청장과 보사부, 경찰 간부들이 모였다. 회의는 갑작스럽게 소집됐다. 이날 오후 2시쯤 김 시장이 세운상가 건축 현장을 둘러보고 수행원 두세 명과 예지동 뒷골목을 걸어가는데 한 윤락녀가 “아저씨 놀다 가요”라며 소매를 잡은 것이다. 불시 단속은 윤락녀가 시장의 얼굴을 몰라보고 접근한 데서 시작됐다. 불도저라는 별명을 가졌던 김 시장은 그 길로 구청장실로 직행해 소탕 작전을 발표했다. 지방 사람들은 종삼 앞에 서울의 서자를 붙여서 ‘서종삼씨’라고 의인화해서 불렀다. 한 원로 작가는 1950년대의 폐허에서는 명동의 술과 종삼의 여자만이 작가들의 고향이었다고 고백했다. 매춘업은 일제강점기부터 번성했다. 일본인들은 일본에서 일인 매춘부들을 불러들여 매춘 영업을 시작했다. 예기(藝妓)와 창기(唱妓), 작부(합쳐서 게이샤)가 경술국치 당시에 이미 4000여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종삼에 광범위한 사창가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방이 여러 개인 전통 한옥들이 밀집된 종삼 지역은 윤락녀들이 터를 잡기에 좋았다. 처음에 단성사 뒷골목에서 출발한 종삼은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동서로는 탑골공원에서 종로 5가까지 1㎞나 뻗쳤고 남북으로는 200m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장됐다. 서울시는 날로 뻗어 가는 사창가를 주기적으로 단속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종삼의 윤락녀들은 그 후 어떻게 됐을까. 일을 그만두지 않고 다른 곳으로 옮겨 간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풍선 효과다. 종삼이 없어진 뒤 ‘미아리 텍사스’나 ‘청량리 588’ 같은 작은 종삼들이 생긴 것도 그런 이유다. 손성진 논설실장
  • 전통 알고 세계 느끼고… 5월 강원은 축제 삼매경

    전통 알고 세계 느끼고… 5월 강원은 축제 삼매경

    ‘몸짓의 향연’ 춘천마임축제, ‘천년의 종이’ 원주한지문화제가 다채롭게 열린다.강원 춘천시와 원주시는 18일 마임축제와 한지문화제를 각각 오는 21일과 25일부터 펼친다고 밝혔다. 올해로 29회째를 맞는 춘천마임축제는 생명력을 상징하는 물·봄·불을 주제로 21~28일 몸짓극장과 도심 곳곳에서 선보인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등 6개국 50개 단체 500여명의 공연자가 참여한다. ㈔춘천마임축제가 주최하는 마임축제는 ‘물의 도시: 아! 수(水)라장’, ‘봄의 도시: 나의 봄, 모두의 봄’, ‘불의 도시: 도깨비 난장’ 등 3개 분야로 나뉘어 펼쳐진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물의 도시: 아! 水라장’은 21일 오후 1시부터 강원일보사 앞~중앙로터리 도로 한복판에서 진행된다. 물총싸움과 도로가 스케치북이 되는 컬러링 로드, 비눗방울이 가득한 버블 로드 등의 다양한 이색 프로그램이 열린다. ‘봄의 도시: 나의 봄, 모두의 봄’은 22~25일 극장 공연과 함께 도심 곳곳을 찾아가는 공연으로 펼쳐진다. 실제 프랑스 아베롱 숲의 네발로 걷는 소년 이야기를 극화한 ‘야생 소년 빅터’ 공연이 22~23일 오후 7시 30분 몸짓극장 무대에 오른다. 찾아가는 공연 ‘우리동네 좋은 날’은 24~25일 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 등에서 열린다. 마임축제의 하이라이트 ‘불의 도시: 도깨비 난장’은 25~28일 춘천 수변공원에서 펼쳐진다. 높게 솟구치는 200개의 화염 머신이 축제장 전역에 불기둥을 만들어 내고 불의 도시를 건설한다.19회째를 맞는 원주한지문화제도 25~28일 원주 한지공원길 한지테마파크 일대에서 열린다. 이미 지난 2일 골판지 등으로 만든 ‘한지마을 궁금한 놀이터’를 개장하면서 문화제의 시작을 알렸다. 행사장에는 ‘한지마을 한지하우스’를 설치, 다양한 한지 관련 상품 판매와 체험이 이뤄진다. 이곳에는 모두 27개 공방과 업체가 입주해 관람객들을 맞는다. 특히 행사장 내 한지테마파크는 전체가 전시장으로 탈바꿈한다. 1층 역사실에는 한지와 종이의 역사와 한지 유물 전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일본 미노화지 특별전도 함께 열린다.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대한민국한지대전 수상작품전과 국제종이조형작가협회(IAPMA) 작가 작품도 선보인다. 원창묵 원주시장은 “한지패션쇼를 비롯해 한지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 체험 행사가 열리는 원주한지문화제에서 우리의 소중한 한지 문화를 접하며 추억을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춘천·원주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박형주 세상 속 수학] 수학도 흩어지고 모인다

    [박형주 세상 속 수학] 수학도 흩어지고 모인다

    고대에서 계몽시대까지도 수학은 철학과 동일시되며 지성사의 큰 부분을 담당했다. 특히 고대 아테네의 수학은 거의 기하학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플라톤 철학에서는 피안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창구로 간주했다. 수의 간단한 연산조차도 기하학적으로 이해했다. 예를 들면 1+1이라는 숫자는 1의 길이를 가진 두 개의 직선을 연결해서 생기는 직선의 길이로 간주했다.하지만 영원한 게 무엇이 있으랴. 러셀 같은 수학자는 수학을 논리학으로 보았는데, 논리학조차도 이제는 대학의 철학과에서 담당하거나 협동과정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언어적 성격이 부각되던 논리학에서 모델 이론이 부상하며 새로운 수학적 발견을 이끄는 사례도 출현했다. 수학이 세분화와 전문화된 사례는 많다. 이론적 측면이 강한 확률론은 아직도 수학과에서 대부분 다루지만, 통계학은 데이터를 다루는 실험적 성격이 커지면서 독자성이 대세가 됐다. 최근 빅데이터 붐이 일자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통계학의 다른 이름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전산학과 IT의 측면도 있고 위상수학 같은 순수수학 이론도 역할을 하면서 나름의 독자성을 갖는 새로운 융합 분야로 간주된다. 거대 분야였던 수학의 가지치기는 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예전의 러시아 대학에는 대수학과 해석학과 기하학과 또는 유체역학과 같은 학과명이 있는 경우가 있었다. 수학과 물리학의 경계도 분명치 않아서 역학과나 수리물리학과에도 많은 수학자가 채용됐다. 지금도 이런 학과명이 일부 남아 있는데, 수학의 전통적인 분야인 대수학, 해석학, 통계학 등이 성장하고 규모가 커지면서 독자적인 분야로 간주할 정도가 됐다는 견해를 반영한다. 이런 세분화의 흐름이 모든 시기에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어서 국가 간, 지역 간의 문화적 차이가 상당히 있다. 일본의 경우는 수학과 또는 수리과학과라는 이름으로 대부분의 수학 분야를 커버하고 통계학과가 독립된 경우는 드물다. 반면에 경제학과나 경영대 등에 통계학이나 수학 분야의 교수가 채용되는 경우는 잦다. 러시아 정도의 세분화는 아니지만, 미국 대학에서는 수치 해석을 중심으로 하는 응용수학과가 따로 있는 경우가 흔하다. 캐나다의 워털루대학에는 최적화 이론을 중심으로 하는 최적화학과가 있는데, 150명 이상의 교수진을 보유한 거대 학과다. 미적분 이론과 조합론의 활용 분야인 최적화 이론은 전통적으로 물류 산업 등에서 중요 역할을 하면서 산업공학과의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자리 잡았었다. 최적화 이론의 중요성이나 활용이 경영학 등으로 확대되자 국내외 대학에서도 산업공학과를 경영학과나 수학과와 합치는 경우도 빈번하다. 최적화 이론은 빅데이터의 부상과 함께 그 근간 이론으로서의 중요성이 재발견되면서 이제는 데이터 사이언스 학과의 주요 과목이 됐다. 전통적으로 응용수학의 근간은 수치 해석이었지만,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자 정수론이나 조합론 또는 위상수학 같은 순수수학 분야가 응용되는 사례가 급속히 늘었다. 그래서 수학과와 응용수학과의 분리가 타당한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국내에서도 카이스트의 수학과와 응용수학과가 통합돼 수리과학과가 된 지 꽤 됐다. 이렇게 수학의 역사에서는 세분화 뒤에 연결과 융합의 중요성이 등장하곤 했다. 그러니 수학의 가지치기는 세분화의 일방향성이 아니라 ‘모이고 흩어지기가 거듭되며 발전하는’ 이합집산에 가깝지 않을까.
  • 오늘 개막 제70회 칸영화제 화제 만발… 3색 관전 포인트

    오늘 개막 제70회 칸영화제 화제 만발… 3색 관전 포인트

    ① 황금종려상 3회 수상자 나올까 ② 24년 만에 女감독 황금종려상? ③ ‘옥자’ 등 韓영화 관심 어디까지 화제 만발 제70회 칸영화제가 17일(현지시간) 개막해 28일까지 12일간 열전을 펼친다.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 역대 최다인 3회 수상자 배출 여부, 24년 만에 사상 두 번째 여성 감독 황금종려상 수상 여부, 한국 영화의 성과 등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경쟁 부문에는 모두 19편이 진출해 경합을 펼친다.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지난해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영국 켄 로치 감독까지 통산 2회 수상만 8명에 달하지만 3회 수상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벨기에의 뤼크, 장 피에르 다르덴 형제가 ‘언노운걸’로 문을 두드렸지만 기록 달성에는 실패했다. 올해는 미하엘 하네케(75) 감독이 출사표를 던졌다. 2009년과 2012년 ‘하얀 리본’과 ‘아무르’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독일 거장이다. 신작 ‘해피엔드’를 들고 칸을 찾는다. 난민 수용 문제를 놓고 갈등이 일었던 프랑스 칼레를 배경으로 한 가족 드라마다. 하네케 감독으로선 일곱 번째 경쟁 부문 진출인데 단 한 번을 제외하곤 어떤 상이든 적어도 트로피 하나는 받아갔다. 때문에 최초 3회 수상자 탄생에 그 어느 때보다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칸은 여성 감독에게 인색했다. 여성이 최고 영예를 품은 것은 1993년 ‘피아노’의 제인 캠피언 감독이 유일하다. 올해는 중견 세 명이 도전한다.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의 영국 린 램지(48), ‘히카리’의 일본 가와세 나오미(48), ‘매혹당한 사람들’의 미국 소피아 코폴라(46) 감독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 규모인데 올해 결과가 더욱 주목되는 까닭은 심사위원단의 구성 때문이다. 8명 중 절반이 여성이다. 게다가 심사위원장을 맡은 스페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여성성을 섬세하게 탐구해 온 감독이라 여성 영화에 우호적 분위기가 이루어졌다.린 램지는 칸이 단편 경쟁에서 두 차례나 심사위원상을 주며 눈여겨봤던 감독이다. 장편으로는 전작에 이어 두 번째 경쟁 부문 초청. ‘유 워 네버…’는 성매매에 연루된 소녀를 구하려는 전직 군인의 이야기를 그렸다. 가와세 나오미는 1997년 신인감독상에 해당하는 황금카메라상, 2007년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실력파로, ‘히카리’는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영화 작업을 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감성 로맨스다. 소피아 코폴라는 ‘대부’, ‘지옥의 묵시록’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딸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1971년 주연작을 리메이크한 ‘매혹당한 사람들’은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남부의 여학교에 부상을 당한 북부군 장교가 숨어들며 펼쳐지는 스릴러다. 우먼 파워가 곳곳에서 빛나고 있다. ‘매혹당한 사람들’의 주연 니콜 키드먼의 경우 또 다른 경쟁 부문 진출작인 ‘더 킬링 오브 어 새크리드 디어’(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등 네 편의 출연작이 한꺼번에 초청받는 전례없는 기록을 세웠다. 프랑스 누벨바그의 기수였던 아녜스 바르다 감독은 다큐멘터리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노익장을 뽐냈다. 올해 초청 감독 중 최고령인 89세다.국내 팬 입장에서는 우리 영화의 활약이 관심이다. 경쟁 부문에 진출한 봉준호 감독의 SF ‘옥자’와 홍상수 감독의 ‘그 후’를 비롯해 장편만 다섯 편이 초청받았다. ‘옥자’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기본으로 제작된 작품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칸 경쟁에 나섰지만 전통적인 극장 배급을 우선시하는 프랑스 현지에서 논란이 뜨거워 수상 가능성이 옅어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네 번 초청받아 한 차례 수상했던 홍 감독은 이번이 네 번째 경쟁 부문 입성일 정도로 칸이 아끼는 터라 황금종려상은 아니더라도 트로피를 챙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 후’는 유부남 출판사 사장 봉완(권해효)과 그의 여자로 오해를 받는 전 직원 아름(김민희)에 대한 이야기다. 이수원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박찬욱 감독과 중국 배우 판빙빙이 경쟁 부문 심사위원인 점이 아시아 영화 수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서울형 도시재생 공공 디벨로퍼가 이끈다] 22㎡ 창작공간 맞춤형 임대… ‘한국판 잡스’ 꿈꾸는 공간으로

    [서울형 도시재생 공공 디벨로퍼가 이끈다] 22㎡ 창작공간 맞춤형 임대… ‘한국판 잡스’ 꿈꾸는 공간으로

    “이 방이 우리에게는 잡스의 차고 같은 곳이죠. 스티브 잡스도 좁은 차고에서 첫 애플 컴퓨터를 만들었잖아요.”16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 402-122 빌라의 204호. 7평(약 22㎡) 남짓한 방에는 책상과 컴퓨터 6대, 싱크대 등이 빼곡했고 벽과 창문에는 사업 아이디어가 적힌 포스트잇이 촘촘히 붙어 있었다. 오태근(29)씨 등 20대 사업가 4명이 만든 가상현실(VR) 영상 촬영업체 ‘일리오’의 사무실 겸 숙소였다. 이들이 입주한 건물의 이름은 도전숙.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중소기업청, 성북구가 함께 만든 맞춤형 임대주택으로 아이디어는 있지만 돈이 부족한 1인 창조기업과 창업 준비생을 위한 공간이다. 오씨는 “보증금 1500만원, 월세 8만원을 내고 6개월째 생활 중인데 밤낮없이 일하는 프로그래머의 습성에 딱맞는 공간”이라며 만족해했다.도전숙처럼 낡은 도시에 혁신공간을 조성해 새 숨을 불어넣는 SH공사와 서울시의 도시재생(지역색을 그대로 살린 채 낙후 환경을 정비하는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혁신공간이란 정보기술(IT) 같은 첨단산업이나 예술 분야 등 전도유망한 일자리가 있는 곳이다. 낡은 부둣가에서 첨단기업의 거점으로 변신한 미국 보스턴의 네이버야드 ‘이노베이션 디스트릭트’ 가 대표적인 혁신 공간이다. 정락현 SH공사 산업경제부장은 “일본은 도시재생사업 때 벽화그리기, 전통문화 복원 등 겉모습을 바꾸는 데 치중해 일자리 만들기에 실패했다”면서 “자립도시를 만들려면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혁신공간을 만들면 젊은층이 몰려들어 도시는 자연스레 활력을 띠게 된다.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젊은 혁신가들은 차가 없으니 걸어다니고, 시간이 없으니 주변 음식점을 자주 이용하며 협업에 익숙하니 카페에서 회의를 한다”고 말했다. 덕분에 거리는 걷기 편하고 안전한 모습이 되고 주변에는 청년층이 좋아할 법한 음식점과 카페가 들어선다. 인위적인 노력 없이도 자연스레 지역이 살아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서울 홍대 인근이 젊은 창업가가 모여들면서 변모한 대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최승철 성북 스마트앱창작터 센터장은 “도전숙 입주자들이 지역 장터인 ‘정릉개울장’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등 지역 사회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특히 한 공간에서 잠도 자고, 일도 할 수 있는 주거·업무 복합형 혁신공간이 필요하다. 주거비 문제 탓에 머릿속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청년층이 많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한국에는 ‘창조계층’(디지털에 대한 높은 이해력을 가져 IT 산업에 잘 적응하는 계층) 인구가 많은데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창업을 가장 못하는 나라라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저렴한 비용을 내고 일과 주거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공간을 서울에 얻는다면 창업 도전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SH공사와 서울시가 업무·주거 융합형 시설을 대폭 확충해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SH공사는 여러 직업을 가진 혁신가들이 모여 살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시설을 여럿 만들고 있다. 성북구의 도전숙 1~4호를 비롯해 중구 만리동의 예술인협동조합주택과 도봉구 쌍문동의 만화인 마을, 성북구 삼선동의 배우의집 등이 대표적이다. 이 주택들은 주변 시세의 30~50% 수준에 특정 직업인에게 임대된다. 김경호 만리동예술인주택조합 이사는 “예술가끼리 고립된 섬처럼 모여 산다면 의미가 없다. 지역사회와 공생할 방법을 고민 중”이라면서 “예술가들이 지역 청소년, 학부모와 함께 저녁 먹으며 예술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를 만드는 등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도 “맞춤형 임대주택 덕에 임대주택의 이미지가 ‘지역 이미지를 악화시키는 시설’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활력 넘치는 시설’로 변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용산전자상가 도시재생사업도 혁신공간을 마중물 삼아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좋은 예로 꼽힌다. 시는 용산전자상가를 ‘2차 서울형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하고 관련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한때 전자제품 쇼핑의 메카였다가 2000년대 들어 인터넷쇼핑에 밀리며 쇠락했다. 이 용산전자상가에 공대생을 위한 ‘디지털랩’(연구시설)을 만들어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젊은 개발자가 이곳에서 로봇과 드론,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연구하고 제품화해 용산만의 상품을 만들면 상권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동짜리 혁신 건물을 짓는 수준을 넘어 큰 단위의 ‘창조 단지’를 만들려는 시도도 본격화하고 있다. 우선 SH공사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지을 ‘청년창업지원플래폼’이 눈에 띈다. 1만 2949㎡ 규모인 이 시설은 ▲청년·예비 창업가들이 모여 사는 창업지원주택 ▲연구개발(R&D) 중심의 강소기업, 시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 등이 입주할 공공형 지식산업센터 ▲쇼핑센터 등으로 구성되며 2018년 하반기 첫삽을 떠 2020년 문을 열 계획이다. 조동기 SH공사 수석연구위원은 “창조적인 인력이 한 공간에 모여 주거와 업무, 문화 생활 등을 즐기며 자연스레 어울리고 이 과정에서 공동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유도하려는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SH공사는 유엔 산하 해비타트(주택 관련 국제 협력 기구)와 오는 8월쯤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청년창업지원플래폼 모델이 전 세계 개발도상국으로 확산되도록 할 계획이다. 내년 1~2월쯤 성북구 월곡동에 만들어질 ‘창조인빌’도 주목할 만하다. 규모를 확대한 도전숙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연립주택을 매입해 12개동 규모로 조성하는 창조인빌에는 대학생 등 청년과 신혼부부, 예술인, 창업가 등 138가구가 입주한다. 임대주택과 도서관, 카페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정 부장은 “SH공사의 혁신공간 모델은 중앙정부에서 벤치마킹해 ‘창업지원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전국화했고, 다른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잡스가 애플을 창업한 차고인 ‘애플 개라지’(Apple Garage)가 혁신의 발원지로 칭송받는 것처럼 도전숙이 그렇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문화와 전통 공유 화합의 장 ‘김포 세계인 큰잔치’

    경기 김포시가 외국인주민과 함께하는 ‘김포 세계인 큰잔치를’ 개최한다. 김포시는 제10회 김포 세계인 큰잔치를 오는 21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걸포중앙공원에서 벌인다고 16일 밝혔다. 이 행사는 재한외국인과 한국인이 서로 문화를 공유하고 존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됐다. 행사는 퍼니밴드의 공연을 시작으로 11시에 기념식을 갖는다. 놀이마당에서는 인도네시아 전통놀이인 빤짜삐낭을 비롯해 태국의 코코넛밟기, 일본의 다루마오토시가 진행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유령권투, 인도의 칼라축제도 이어진다. 체험마당에서는 세계의 의상과 문자·공작·악기 등 세계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를 준비한다. 음식마당으로 가면 세계 8개 나라의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이 밖에 외국인주민들이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기자랑 경연이 주무대에서 펼쳐진다. 걸포다목적구장에서는 10개팀이 겨루는 축구대회가 열린다. 특히 이번행사에서는 내·외국인이 함께할 수 있는 플래시몹 행사도 펼쳐질 예정이다. 현재 김포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만 3602명으로 경기도 31개 시·군 중 9번째로 많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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