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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쉬어가기˙˙˙

    잉글랜드 아마추어 축구 경기에서 주심이 자신에게 레드카드를 주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노샘프턴셔주 아마추어리그의 심판 앤디 웨인(39)은 자신이 주심을 맡았던 경기도중 선수들에게 위압적인 태도를 보인 것을 반성, 자신을 향해 레드카드를 꺼낸 뒤 스스로 그라운드를 떠났다고 일본의 닛칸스포츠가 1일 보도. 웨인은 경기 전날 의붓아버지가 사망하고 아내가 중병을 앓고 있는 데다 당일에는 친구 한 명이 목숨을 잃어 정상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없었던 상태였다고.
  • ‘챔프’ 지인진 2차방어 성공

    한국 유일의 남자프로복싱 세계챔피언 지인진(31·대원체)이 2차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지인진은 30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특설링에서 벌어진 세계복싱평의회(WBC) 페더급 2차 방어전(12회)에서 노련미를 앞세워 호주의 토미 브라운(21)에 3-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지난해 7월 1차 방어전에서 일본의 스가마 에이치에 10회 KO승을 거둔 지인진은 이로써 통산 30승(19KO)1무2패를 기록, 페더급 최강자의 자리를 굳게 지켰다. 링에 오를 때부터 자신감있는 표정으로 상대를 제압한 지인진은 1회 종료 1분여를 남기고 카운터 펀치로 브라운을 넘어뜨렸지만 주심이 다운으로 인정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지인진은 이어 짧은 잔펀치를 연달아 복부와 안면에 날리며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갔다.4회까지 일방적으로 브라운을 몰아붙인 지인진은 5회부터는 블로킹마저 내리고 여유를 보였고,7회에는 상대를 코너에 몰아 넣은 채 소나기 펀치로 다운 직전까지 몰고 갔다. 9회 1분여를 남기고 안면훅을 허용, 위기에 몰린 지인진은 원투 스트레이트로 맞받아치며 전세를 되찾은 뒤 10회 알토란 같은 좌우 훅을 상대 복부와 안면에 꽂았고,12회 막판 브라운이 마지막 저항을 강펀치로 저지했다. 지인진은 “처음부터 승리를 확신하긴 했지만 상대의 끈질긴 수비 때문에 화끈한 KO승을 올리지 못했다.”면서 “롱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프로배구 심판 데뷔한 왕년의 스타 장소연

    [스포츠 라운지] 프로배구 심판 데뷔한 왕년의 스타 장소연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인걸요.” 프로배구 시범대회가 시작된 지난 25일 용인체육관. 장소연(31)은 언제나처럼 단짝 강혜미(31)와 함께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러나 예전과는 달랐다. 그들이 자리한 곳은 바닥 매끈한 코트가 아니라 관중석 맨 아랫자락. 현대건설과 KT&G의 여자부 첫번째 경기가 끝난 뒤 장소연은 자리를 털듯 일어섰다.“소연아 잘해야 돼.”라며 어깨를 툭툭 치는 강혜미에게 장소연은 두툼한 점퍼를 건넸다. 흰색 T-셔츠와 검은색 바지의 심판 복장을 드러낸 장소연은 예전과 다름없이 성큼성큼 코트로 들어섰다. 늘 뛰던 곳이었지만 그의 몫으로 배정된 곳은 네트 앞이 아니라 코트의 한 구석 외로운 선심의 자리. 빨간 깃발을 손에 쥔 그의 얼굴은 이미 묘한 흥분으로 깃발만큼이나 빨갛게 달아올랐다. ●이동공격의 명수, 심판으로 머리 올린 날 이날은 장소연이 ‘머리를 올린’ 날이다. 지난 11년간의 국가대표 생활을 포함,20년 가까이 뒹굴며 땀을 쏟아내던 코트를 떠난 뒤 심판으로 데뷔한 것. 풀세트까지 펼쳐진 첫 시범대회 경기는 그에게도 접전이었다. 장소연은 “심판강습회 때는 마음 편하게 했는데 막상 정식경기에 나서고 보니 긴장이 많이 됐다.”면서 “온통 공에만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언제 경기가 끝났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큰 실수 안 했는지 걱정된다.”고 ‘첫 경험’의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나 김건태 심판위원장은 장소연의 데뷔 점수를 제법 후하게 매겼다. 김 위원장은 “경기에 임하는 자세와 판정의 정확도 등 모든 면에서 95점 정도는 줘야 할 것 같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배구코트는 영원한 친정 구민정(32), 강혜미 등과 함께 ‘현대 트리오’로 불리며 여자실업배구 현대건설의 겨울리그 5연패를 이끌어낸 장소연은 지난해 아테네올림픽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접었다. 부산 남성여중 1년 때 잡은 배구공은 2년 전 결혼한 남편을 빼곤 지금까지 그의 유일한 동반자였다. 그러나 그는 떠날 때를 알았다. 서른을 넘긴 나이는 둘째 이유. 언제나 ‘이동공격의 명수’로 코트에 남아 있기에는 후배들과 나눠 입은 유니폼이 너무 무거웠다. 새로 이룬 가정과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남겨놓은 학업도 그에겐 버거운 짐이었다. 이철용 대표팀 감독의 협박에 가까운 강력한 권유와 ‘삼고초려’ 끝에 결정한 아테네올림픽 출전은 그래서 그에겐 선수로서의 마지막 선택이었다. 결과는 5위. 지난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동메달에는 못 미쳤지만 장소연은 이전까지 47승47패로 팽팽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던 숙적 일본을 깨는 데 온 몸을 던져 12득점으로 마지막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주위에 땅거미가 내려앉은 용인체육관을 나서는 장소연은 새달 20일 원년을 여는 프로배구에 대한 기대와 걱정도 잊지 않았다. “심판으로 성공하는 것보다는 배구가 예전의 인기를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친정 잘 되길 바라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잖아요.” ■ 장소연은 누구 ●1974년 부산 출생 ●184㎝ 76㎏ ●부산 남성여중-남성여고-경기대-경기대학원 ●최종팀-현대건설(센터) ●국내 경력 1996 슈퍼리그 2위, 97 슈퍼리그 2위, 2000∼04 겨울리그 1위 ●국제 경력 1993 세계청소년여자선수권 3위, 94 히로시마아시안게임 1위, 95 아시아여자선수권 2위, 96 애틀랜타올림픽 6위, 97 아시아선수권 2위, 98 방콕아시안게임 2위, 99 월드컵대회 4위, 2000 시드니올림픽 8위, 2002 부산아시안게임 2위, 2004 아테네올림픽 5위 글 사진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 정도령은 누구인가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 정도령은 누구인가

    ●정도령과 진인 ‘정감록’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계룡산 밑에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된다는 ‘정도령’이다. 달리 ‘진인(眞人)’이라고도 한다. 누구나 빤히 아는 것 같으면서도, 조금만 따져들면 실체가 애매한 것이 바로 그 진인이고 정도령이다. 실체를 잘 모르면서도 사람들은 정도령에게 제법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이다. 여러 해 전 일이었다. 대기업 총수 정모씨가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했는데 당시 칠순 노인이던 그를 가리켜 ‘정도령이 나왔다.’며 사람들이 수군댔다. 도령치곤 참 늙은 도령이었다. 맨손으로 일어나 굴지의 대기업을 키운 사람이었던 만큼 그 뚝심이면 못 할 일이 없다고들 봤던 것일까. 하여간 그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고 그 뒤에도 정도령 감은 몇 명 더 있었다. 그런데 막상 정도령이란 칭호는 ‘정감록’에 안 보인다. 고작 ‘정성(鄭姓)’ 또는 ‘진인(眞人)’이 언급되는 정도다. 때론 그 정씨와 진인이 같은 인물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내가 조사해 보니 민중들이 쉬쉬하며 진인의 출현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먼저 조성됐고, 한참 뒤 그 진인이 정씨라는 예언이 등장했다.18세기 후반 들어 ‘왕조실록’에 ‘정성진인’이란 단어가 보인다. 물론 체통 있는 양반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니다.‘정감록’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에 섞인 단어다. 그런데 정진인이 난데없이 웬 도령인가? 알다시피 도령은 양반집 사내아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정도령은 정진인에 대한 일종의 애칭이다. 도령이란 호칭을 달리 풀이할 수도 있다. 진인이 초능력자라 해도 정식으로 민중 앞에 나서기 전엔 아직 검증이 안 된 인물이다. 시쳇말로 딱지를 못 뗀 일종의 미성년이다. 진인으로 검증을 받을 때까진 정도령, 검증이 끝난 한참 뒤에는 성스러운 임금이다. 진인이 정씨라는 수사의 논리는 무엇인가? 정감록에 그 답이 있다. 이 예언서는 이성계의 조상인 이심, 이연 형제와 정몽주의 선조 정감이 대화하는 형식으로 돼 있으나 3인이 두 집안의 실제 조상은 아니었다. 상상속의 인물들일 뿐이었다. 그런데 민중은 유독 정감을 더 사랑했다. 엄밀한 의미에선 책 제목을 3인의 대담집이라 해야 옳을 테고 실제로 ‘정이문답(鄭李問答)’이라 한 경우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건 매우 드문 경우고 대개는 ‘정감의 기록’이란 뜻에서 ‘정감록’이라 불렀다. 그 제목엔 역사의 승리자는 조선왕조의 적대자들, 즉 정씨 성을 가진 진인과 그의 추종자들이라는 주장이 담겨있다. 그런데 새 왕은 왜 하필 정씨여야 하는가? 정씨는 ‘정감록’의 맥락에서 볼 때 고도의 상징성을 지닌다. 조선왕조를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정씨로 대표된다는 뜻이다. 이 주장의 배후엔 민중들의 집단적 기억이 배경에 깔려 있다. 민중은 조선태조 이성계의 즉위를 반대하다 죽은 정몽주 이야기를 잊지 못했다. 조선왕조 건설의 주역이었으나 태종에게 제거된 정도전, 선조 때 역적으로 몰려 죽은 정여립, 영조 때 일어난 반란 사건에 연루된 정희량의 이름을 들먹이기도 했다. 정씨는 조선왕조와 상극(相剋)이므로, 새 나라는 반드시 정씨가 왕이 돼야 한다는 민중의 주장이었다. 따지고 보면 김씨, 이씨, 박씨 등 다른 성씨 중에도 역모에 휘말려 죽은 사람은 수두룩했다. 그런 점에서 정씨 자손이 다음 세상의 주인이 돼야 한다는 논법은 너무 순박하다. 진인이 반드시 정씨 집안에서 출생해야 될 이유는 없었다.20세기 전반 어느 종교 운동가는 ‘정(鄭)도령’은 ‘정(正)도령’이라고 했다. 정씨 진인설의 핵심을 찔렀다고 본다. 정도령은 성씨가 무엇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민중이 믿고 따를 만큼 도덕적인 사람인가가 최고 검증요건이었다. ●진인이란? 조선시대엔 성리학이 지배층의 이데올로기였고, 그에 따르면 ‘도덕군자’가 제일이었다. 그 군자를 제쳐 두고 갑자기 왜 진인이란 생소한 존재가 나타나 왕조를 뒤엎는가? 그 이유를 나는 민중의 숨은 뜻에서 찾는다. 새 시대는 군자 되기를 외치는 사람들이 큰소리치게 내버려둬선 안 된다는 민중의 노여움이 느껴진다. 성리학을 아주 폐기처분하지는 못할망정, 민중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는 뜻을 그렇게 밝힌 것이다. 진인(眞人)의 사전적 정의는 참된 도(道)를 깨달은 사람, 또는 진리를 체득한 사람이다. 진인이란 표현은 본래 도교 용어다. 영어로 된 도교전문 서적을 뒤적여 봤더니 ‘완벽한 인간 존재(perfect human-being)’라고 한다. 인간적 한계를 초월한, 신선과 비슷한 존재가 도교의 진인이다. 불교 쪽은 어떤가 싶어서 알아보았다. 놀랍게도 현대의 임제선에선 진인을 핵심개념으로 삼고 있다. 몇 해 전 어느 신문 기자가 서옹 스님(전남 장성 백양사 고불총림 방장)에게 진인의 개념을 물었다. 그때 서옹의 답은 이러했다. “거짓말 없는 사람이 ‘참사람’이지. 거짓이 없으면 양심에 부끄러울 게 없고, 양심이 깨끗하면 절대 자유로울 수 있는 거야. 정치인, 경제인, 관리들 정말 거짓말 너무 많이 하더군.” 서옹 덕분에 현대 불교의 진인 개념이 명료해졌다. 진인은 절대자유인이라 불릴 만한 참사람, 수행의 최고단계에 오른 사람이다. 조선후기 민중은 그런 진인이 나와서 세상을 확 뒤집어 놓기를 바랐다. 정감록에 함께 실린 예언서 ‘동차결(東車訣)’에는 진인왕이 건국한 뒤엔 불교신자가 대접받는다고도 되어 있다. 불교적 진인관이 맥맥이 흐르고 있다. 이 글을 쓰다 말고 잠시 나는 호남지방에 퍼져 있는 진묵 대사 설화를 떠올렸다. 진묵은 석가모니의 현신이었다는 전설도 있긴 한데, 그는 발달된 기계기술 문명을 가져다 백성들의 고생을 덜어주려고 잠시 서역으로 날아갔다고 했다. 육신은 절간에 두고 진묵의 영혼만 잠시 떠났던 것인데, 속된 유학자 김봉국이 그 육신을 불태우는 바람에 그만 개화의 꿈이 허망하게 무너졌다고 한다. 사실 진묵은 17세기 인물이었고 문명개화와는 무관하였다. 그럼에도 일부 민중은 유교가 못 이룬 개화의 꿈을 진묵이라면 이룰 수 있었을 거라고 여긴 것이다. 다시 본래 이야기로 돌아가자. 민중이 기다리던 진인은 도덕적으로 특출한 인물이어야 했다. 그런데 도덕성을 통치자의 필수요건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민중의 생각은 양반들의 정치관을 닮았다. 유교의 성현(聖賢)이 진인으로 대체되고 만 느낌이다. 민중은 기존질서에서 벗어나고자 애썼지만, 제도가 아니라 인물을 최우선으로 삼는 유교적 사유의 틀에 갇혀 버렸다. 그런 한계를 인정해도 민중이 지배 이데올로기를 부정하고 대안을 궁리하였다는 사실은 무척 중요하다. 민중의 의식 속에 자리잡은 진인은 구원자라는 점에서 미륵불 또는 기독교의 재림 예수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예수의 재림에 앞서 벌어질 아마게돈에서의 선악의 일대결전이나 최후의 심판 같은 것은 진인의 출현과 무관하다. 진인이 세상에 나올 때 전쟁과 환난이 예정되어 있긴 해도 그것으로 역사가 완결되지는 않는다. 예수는 죽은 사람의 영혼까지도 불러다 영생을 준다지만 진인은 산 사람들을 좀더 살기 좋은 사회로 이끌 따름이다. 진인은 미륵불처럼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성불시키지도 못한다. 진인의 문제해결은 한시적이고, 부분적이다. 진인은 예수나 미륵불에 비하면 훨씬 현실적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때가 이르면 환상의 섬에서 나올 진인 현대의 우리로서는 잘 이해가 안 되지만 조선후기 민중은 섬에서 진인이 나온다고 보았다. 깊은 산골짜기의 신비한 동굴도, 오랜 암자도 아니었다. 바다 한가운데 이상향으로 상정된 섬이 있고, 거기서 때가 되면 진인이 출현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상향을 말하다 보니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이엿사나 이여도사나’로 시작되는 제주의 이어도 타령이 생각난다. 그 노래에는 이어도에 살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이어도는 파랑도라고도 하는데 제주도 남제주군 마라도(馬羅島)에서 서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수중섬(水中島)이다. 엄밀히 말하면 암초(暗礁)다. 해수면 아래 깊이 잠겨 있어 파도가 몹시 심할 때만 모습이 잠깐 보인다. 그런 이유로 이어도는 예부터 이상향으로 자리매김돼 왔다. 서양에서도 미지의 섬을 이상향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있었다. 영국의 토머스 모어(1478∼1535)는 1516년 정치 공상소설 ‘유토피아(아무 데도 없는 나라란 뜻)’를 발표했다. 모어는 히스로디라는 뱃사람에게 어떤 신기한 섬나라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 ‘유토피아’인데 실제로는 당시 영국사회를 호되게 비판하고 저자가 동경하던 이상세계의 모습을 묘사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그 섬은 공화국이고, 모든 시민은 하루 6시간만 노동하면 된다고 했다. 거기선 남녀 모두 교육 혜택을 받아 교양이 풍부하다. 전쟁이나 다툼도 전혀 없고,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평등하다. 누구나 이상향에 가보고 싶겠지만 그곳을 찾아가긴 불가능하다. 토머스 모어는 자기가 속한 세상을 이상향으로 만들자고 했다. 조선시대 민중도 그런 생각을 했을까? 민중이 세상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조선왕조의 정치적·사상적 통제력은 그 시대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강했다. 그래서였을 테지만 민중은 이상향에서 구원자를 불러오고자 했다. 모어의 유토피아엔 법과 제도가 구원을 보장해 주었다. 그곳엔 구원자가 따로 없었다. 그러나 조선 민중의 이상향은 그 반대였다. 사람이 문제를 푸는 열쇠였다. 민중은 진인이란 구원자를 통해 현실 문제를 풀려 했다.17세기 후반부터 역사기록에 나타난 해도진인(海島眞人)이 그것이다. 섬에 희망을 걸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되나? 바다는 신화시대로부터 생명이 숨쉬는 희망의 요람이었다. 하지만 조선시대 민중은 대부분 뭍에 살며 농사에 종사했다. 그런 판국인데 진인이 낯선 섬에서 나온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이 문제로 씨름한 사람은 아직 없었다. 고민 끝에 나는 이런 짐작을 해봤다. 진인을 하필 섬에서 찾는 이유는 민중을 괴롭혀온 조정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공간이라는 점 때문이었을 것이다. 권력의 공백 지대는 음모와 꿈이 무르익을 수 있다. 게다가 17세기부터 먼 바다에서는 뜻밖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낯선 서양 선박(황당선, 이양선)이 출몰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의외의 사건소식을 접한 민중은 바다에서는 상상하지 못한 일도 가능하다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것이 해도진인설로 굳어졌다고 본다. 서양 선박에 관해 좀더 이야기해 보자. 그때 네덜란드 상인들은 일본의 나가사키를 오가며 무역업에 종사했다. 그들은 조선 배보다 수백 배나 큰 거함을 타고 대서양·인도양을 가로질러, 대만을 지나 제주 남쪽 해상을 통과하여 일본을 오갔다.18세기 후반이 되면 그 큰 서양 선박들이 가끔 서남해에 나타났다. 그 소식을 듣고 실학자 박제가도 놀라 자빠질 정도였다. 배 안에는 생김새, 언어, 습관이 우리와 전혀 다른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서양 선박은 조선 해안에 표류하기도 했다. 박연, 하멜 등이 그들인데 훗날 하멜은 도망에 성공, 나가사키를 거쳐 네덜란드로 귀국하였다. 그는 ‘하멜표류기’를 통해 유럽각국에 한국을 알리기도 했다. 조선후기 민중의 입장에서 보면 서양 사람은 외계인이었다. 얼마나 먼지 거리조차 짐작할 수조차 없는 곳에서 큰 대포를 장착한, 초대형 선박을 타고 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서양 선박의 출현은 민중의 공포심과 신비감을 동시에 자극했다. 그러나 19세기 전반까지 아직 서양 함대가 조선을 침략한 일은 없었기 때문에 두려움 못지않게 신비스러움이 컸다. 이양선이 출몰하는 서남해는 경이로운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 바다에 서양 선박이 나타난 것이 전혀 뜻밖이었듯, 언제 또 새로운 존재가 등장할지 호기심 많은 민중으로선 귀추가 주목되었다. 동해나 서해에도 이상향이 있다는 소문이 가끔 떠돌았지만 남해설은 좀더 유력했다. 어느덧 서남해는 진인의 고향으로 자리매김되고 있었다. 물론 서양배의 출현만 가지고 해도진인설을 다 설명하지는 못한다. 조선후기엔 무인도가 이주지로 각광을 받게 됐다는 점도 언급돼야 한다. 당시는 육지의 개발이 이미 끝난 상태였다. 가난한 민중은 삶의 터전을 섬에서 일구기 시작했다. 한번 민중의 눈길이 바다 쪽으로 쏠리자 수십의 무인도가 유인도로 바뀌었고, 율도·무석국 등 상상의 섬들이 인식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런 사회적 맥락을 염두에 둘 때 ‘진인(眞人)이 남해에서 계룡(산)으로 나오면 (새 왕조의) 창업을 알 수 있다.’는 예언의 의미가 충분히 살아난다. 서남해에 서양 선박이 출몰하고, 무인도가 개척되는 가운데 민중은 해도진인의 출현을 동경했던 것이다. 육지로 나온 진인은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진인의 정체를 밝히려는 나의 탐구는 다음 호로 이어진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삼성그룹 ②-막강 파워 구조조정본부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삼성그룹 ②-막강 파워 구조조정본부

    지난해 삼성은 ‘건국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어려움을 뚫고 매출액 135조원, 세전 이익 19조원을 달성하는 놀라운 저력을 보였다. 경영혁신 신경영을 선언하기 전인 1992년과 비교해 볼 때 매출은 4배, 이익은 80배로 뛰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기술경영 자매지인 ‘닛케이(日經) 비즈테크’는 지난해 10월호에 ‘삼성, 역전의 방정식’이란 제목으로 48쪽에 걸친 특집을 게재하면서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과 구조조정본부의 전략·보좌 시스템을 격찬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재벌 체제의 사령탑으로 지목하며 해체 압력을 가하는 구조본이 해외에서는 오히려 한국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재벌 개혁의 상징, 삼성 신화의 원동력 지난 98년 그룹 비서실에서 구조조정본부로 이름을 바꾼 삼성 구조본은 법무실, 재무팀, 경영진단팀, 기획팀, 인사팀, 홍보팀, 비서팀 등 7개 실·팀으로 구성돼 있다.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아 각 계열사에서 파견나온 100여명이 일하고 있다. 구조본은 그 자체로서 별도 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직원들이 구조본 명함을 쓰지만 실제 소속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제일기획 등으로 나뉘어 있다. 구조본이 재벌체제를 상징하며 폐지 압력을 받고 있지만 삼성은 구조본 체제를 유지하면서 IMF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났다. 구조본에서 일하다가 계열사로 옮긴 임원들은 하나같이 “구조본이 계열사 전반을 넓고 높은 시각에서 조명해 주지 않으면 계열사간 중복투자, 과당경쟁 등 ‘누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삼성을 끈질기에 괴롭힌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문제도 구조본에서 해법을 내놓았다. 삼성에버랜드가 보유 중인 삼성생명 지분 일부(6%)를 제일은행에 5년간 신탁하고 일정기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삼성의 결정이 공정거래법 15조 즉, 누구든지 지주회사의 행위제한의 적용을 면탈하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삼성의 ‘묘안’이 현행법에 어떻게 위반되는지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신경영 전도사 이학수 부회장 구조본의 현재 수장은 삼성의 ‘2인자’ 이학수(58) 부회장이다.97년 비서실장을 맡은 이후 8년째 구조본을 이끌고 있는 이 본부장은 이건희 회장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바로 뒤에서 수행한다. 이 회장이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보다 한남동(최근 이태원으로 이사) 자택에서 주로 업무를 보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 본부장이 그룹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이 본부장은 이 회장의 의중과 경영철학을 누구보다 잘 꿰뚫어 낸다. 이 회장의 두터운 신임과 계열사 CEO들의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 본부장은 200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연말에 출입기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삼성에 대한 기자들의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줬다. 반응은 “(이 본부장이) 생각보다 소탈하고 부드러워 보인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그만큼 외부에 비친 그의 모습이 카리스마 그 자체였던 것이다. 경남 밀양생으로 부산상고, 고려대 상대를 졸업한 이 본부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고교 1년 선배라는 이유로 현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주목을 받았다. 노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심을 맡았던 주선회 재판관도 고향이 비슷하고 고대 동창이어서 가까운 편이다. 비서실에서 같이 일하다가 열린우리당 재정위원장을 거쳐 지난해 대한주택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한행수씨는 부산상고 2년 선배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중학교(마산중) 동창이다. 이 본부장은 “취임 이후 삼성이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평가에 “내가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겸손해 하지만 삼성자동차 사태와 외환위기로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강력한 구조조정과 개혁으로 헤쳐나온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94∼96년 안국화재에서 막 이름을 바꾼 삼성화재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 능력도 검증받았다.94년 삼성과 제일제당(CJ)의 관계가 불편할 때 제일제당 대표이사로 파견된 사람도 이 본부장이었다. 이건희 회장이 그만큼 믿고 맡길 수 있었던 것이다. ●오른팔의 오른팔 김인주 사장 지난해 부활된 구조본 차장직에 오른 김인주(47) 사장은 이 본부장, 삼성전자 CFO인 최도석 사장과 함께 ‘제일모직 경리팀 사단’으로 불린다. 경남 김해생으로 마산고를 졸업했다.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김 사장은 80년 제일모직에 입사한 뒤 90년부터 비서실(현 구조본)에서 일하며 줄곧 재무를 담당했다. 김 사장은 97년 이사,98년 상무,99년 전무,2001년 부사장,2004년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 본부장의 마산중 후배인 김 사장은 유력한 차기 본부장 후보로 거론된다. 재무팀은 IMF때 전 계열사를 샅샅이 뒤져 각종 부실과 문제점 등을 찾아내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지휘했다. 당시 김 사장은 자신의 키보다 더 높은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했고, 그때 수립했던 전략이 오늘날 삼성의 밑거름이 됐다.CJ, 신세계, 한솔 등을 분가시킬 때마다 대주주와 계열사간에 얽히고 설킨 지분관계를 말끔히 정리한 것도 재무팀의 공이다. 삼성의 지배구조를 지탱하는 것도 재무팀의 역할이다. 재무팀이 ‘빛나는’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김 사장은 2003년 말 대선자금 수사때 고역을 치러야 했다. 당시 검찰 수사에서 구조본 재무팀이 맡아야 하는 ‘악역’이 공개됐다. 정치자금 마련부터 전달 수단과 방법까지 재무팀이 담당한 것이다. 궂은 일은 도맡아야 하는 만큼 ‘보상’도 철저하다. 삼성은 지난해 시민단체 등의 거센 비난을 받았던 이 본부장과 김 사장을 오히려 한 직급씩 승진시켰고 대선자금 제공에 연루됐던 윤석호 전무(대외협력담당)도 삼성SDS 부사장으로 영전시켰다. ●구조본의 ‘7인방’ 김 사장의 뒤를 이어 재무팀을 맡고 있는 최광해(49) 부사장은 부산 출생으로 경남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93년부터 줄곧 재무팀에서 일했으며 삼성의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의 감사를 맡기도 했다. 이종왕(56) 법무실장(사장)은 경북 경산생으로 경북고와 서울대법대를 졸업했다. 사시 17회로 노무현 대통령과 동기다.99년 대검 수사기획관을 끝으로 검찰을 떠나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의 대표변호사를 지내다가 지난해 삼성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충기(51) 기획팀장(부사장)은 부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현 국제경제학과) 72학번이다. 그는 94년 기획팀으로 오기 전에는 삼성물산에서 영업과 전략기획팀장을 맡았다.‘불도저와 돌다리’라는 독특한 별명이 붙어 있는데 소신껏 밀어붙이면서도 섬세하게 고려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붙여준 것이다. 이런 스타일이 기획과 대외 관계를 총괄하는 기획팀장에 적격이라는 평이다. 노인식(54) 인사팀장(부사장)은 서울 중앙고와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인사팀에서 일하다가 97년 구조본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연하고 합리적인 성품으로 인사팀장의 전형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5∼10년후 뭘 먹고 살지에 대한 해답으로 제시한 우수인재 확보와 글로벌 인재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의 감사를 총괄하는 최주현(51) 경영진단팀장(부사장)은 경북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삼성전자 미주 본사에서 일하다가 99년 구조본으로 이동한 뒤 지난해부터 경영진단팀장을 맡고 있다. 작은 구멍이 조직을 망가뜨리기 전에 이를 집어내는 ‘사전 진단형’ 감사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삼성의 모 해외조직의 잘못을 감사에서 적발해 현재 대대적인 개혁을 진행 중이다. 배재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인 이순동(57) 홍보팀장(부사장)은 홍보를 경영의 한 축으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 홍보팀을 창설, 책임자로 시작해 20여년간 일하다가 99년부터 홍보팀장을 맡고 있는 이 부사장은 삼성이 최고의 기업 이미지와 글로벌 브랜드가 되는 데 기여했다. 전경련 경제홍보협의회장과 한국PR협회장을 맡으며 ‘반기업 정서 해소’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건희 회장과 늘 함께하는 김준(47) 비서팀장(전무)은 고려대 경제학과를 마치고 삼성생명에 입사한 뒤 94년 비서실 부장으로 비서 업무를 시작했다.2001년부터 비서팀장을 맡아 1년에 수개월을 해외에서 보내는 이 회장을 수행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언제나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업무에만 충실하다는 평이다. 이같은 ‘노고’를 인정받아 지난 12일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삼성의 인재 양성소 계열사 전반을 아우르는 구조본의 업무 성격 때문에 구조본 출신은 ‘엔지니어’ 출신과 함께 삼성 CEO의 양대축을 형성하고 있다. 삼성SDI 김순택 사장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경북대 경제학과 출신인 김 사장은 72년 제일합섬으로 입사했지만 78년 비서실 감사팀,91년 비서팀장 등 구조본에서만 17년을 일했다. 구조본 경영진단팀장을 6년간 맡은 박근희 중국본사 사장은 계열사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다. 지난해 구조본에서 삼성캐피탈 사장으로 옮겨 삼성카드와의 합병, 증자 등을 마무리지은 뒤 ‘문제’가 발생한 중국본사로 옮겼다. 박 사장은 청주대 상학과 출신으로 ‘실력을 따지지 학력은 따지지 않는다.’는 삼성식 인사의 상징이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도 경영진단팀장을 2년간 맡았고 이우희 에스원 사장은 기획홍보팀장·인사팀장을, 김인 SDS 사장은 인사팀장,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은 재무팀장을 역임했다. 일본본사 정준명 사장과 이창렬 사장은 둘다 비서팀장 출신이다. 중국본사도 지난해까지 비서실 출신인 이형도 회장-이상현 사장체제로 움직였다. 최근 사장으로 승진한 삼성전자 북미총괄 오동진 사장도 비서실 감사팀장·경영분석팀장을 지냈다. 최근 세계 규모의 광고홍보대행사로 면모를 바꾼 제일기획의 배동만 사장도 전략홍보팀장 출신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 이석재 삼성코닝정밀유리 사장, 고홍식 삼성토탈 사장, 안복현 삼성BP화학 사장, 김상기 삼성벤처투자 사장, 한용외 삼성문화재단 사장 등도 비서실을 거쳐간 CEO다. ●한국 재계를 움직이는 구조본 ‘동문’ 구조본 출신으로 외부에서 맹활약하는 이들도 숱하게 많다.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은 1989년부터 94년까지 비서실 재무팀 이사로 일했다. 삼성전자, 삼성생명을 거쳐 삼성증권 사장으로 일하다가 우리금융 회장으로 뽑혔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도 78년 삼성에 입사해 90년 비서실 국제팀 차장을 지내다가 95년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으로 옮겨갔다. 김 사장은 김인주 사장의 서울대 산업공학과 2년 선배로 윤창번 하나로텔레콤 사장과 동기동창(74학번)으로 ‘산공과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현명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93∼96년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제주 출신인 그는 공무원에서 삼성인으로 변신, 비서실장까지 지낸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디지털방송 관련업체인 알티캐스트 지승림 사장은 비서실 기획팀장(부사장)까지 승진했다가 2000년 그만뒀다. 알티캐스트는 계열사인 알티전자 회장에 삼성물산 회장 출신의 이필곤씨를 영입하면서 삼성과의 끈끈한 연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은 구조본을 중심체로 움직이지만 보다 상위의 의사결정은 ‘구조조정위원회’에서 이뤄진다. 삼성은 지난해 구조위의 구성원을 6명에서 11명으로 늘렸다. 구조본에서는 위원장인 이학수 본부장과 김인주 사장이, 삼성전자에서는 윤종용 부회장, 이윤우 부회장, 최도석 사장, 황창규 사장이 참여한다. 금융계열사 대표로 배정충 삼성생명 사장, 이수창 삼성화재 사장,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이, 이밖에 이상대 삼성물산 사장,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도 계열을 대표해 참석한다. 구조위는 2주에 한번꼴로 회의를 개최, 신규 사업 진출과 투자, 사업조정, 구조조정 전략 등을 논의한다. 구조위에서 논의된 내용은 이건희 회장의 최종 승인을 받고 실행에 들어간다. ukelvin@seoul.co.kr ■ 구조본의 역사 ‘재계의 청와대’로 불리는 삼성 구조조정본부는 1959년 5월 고 이병철 회장의 지시로 탄생했다. 이 전 회장은 삼성의 규모가 날로 커져 계열사의 일들을 직접 챙기기 힘들어지자 관리조직을 분산한다는 차원에서 비서실을 만들었다. 처음엔 삼성물산안의 과조직으로 출발, 직원은 20여명에 불과했다. 초대 실장은 당시 제일모직 총무과장이던 36세의 이서구씨로 2년 6개월간 비서실을 맡으면서 조직의 기반을 닦았다. 이씨는 제일제당, 중앙개발 대표이사를 거쳐 삼성문화재단 이사를 끝으로 삼성을 떠났다. 대림콘크리트 사장, 고문을 지냈지만 지금은 은퇴했다. 비서실이 막강한 파워를 갖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들어서다. 삼성의 조직 규모가 급팽창하면서 비서실의 기능은 크게 확대됐다. 지난 72년 당시 비서실 구성을 보면 송세창 실장(전 나산 부회장), 이두석 실차장(현 성우회장), 이수빈 재무팀장(현 삼성사회봉사단 회장), 심명기 기획팀장(전 인천무역상사협의회장), 손병두 조사팀장(전 전경련 부회장), 양인모 비서팀장(삼성엔지니어링 부회장), 이용석 감사팀장(전 삼성화재 전무), 한의현 마케팅팀장(전 유양정보통신 사장) 등이다. 계열사를 벌벌 떨게 만드는 감사팀은 67년 1월에 발족됐다. 당시 비서실 근무자의 전언에 따르면 이병철 회장이 어느 날 비서실 직원을 다 불러 놓고 문을 걸어 잠근 뒤 “계열사의 경영 진단과 능률 감사를 위해 감사실을 만든다.”고 전격 발표했다. 78년부터 90년까지 비서실장을 맡은 소병해씨는 강력한 추진력과 엄격한 관리로 비서실의 기능을 크게 강화시켰다. 소 실장 시절 비서실은 15개팀에 250여명의 인력을 거느린 대조직으로 성장했다. 기능도 인사 위주에서 감사, 기획, 재무, 국제금융, 경영관리, 정보시스템, 홍보 등으로 다양해졌다. 소 실장은 삼성생명·삼성카드 부회장을 거쳐 삼성화재 비상임 고문으로 있다. 삼성의 은퇴 임원 가운데 최고 대우를 받고 있으며 최근 건강이 많이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실은 자율 경영을 강조하는 이건희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기능과 역할이 점차 축소됐다. 이 회장의 취임은 87년 11월이다. 91년부터 93년까지 비서실장을 지낸 이수빈 회장은 이 회장의 서울사대부고 4년 선배로, 이 회장이 그룹 경영을 속속들이 이해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 회장의 신경영 선포와 맞물려 93년 6월부터 비서실장을 맡은 현명관 현 전경련 부회장은 삼성 공채 출신이 아니어서 ‘개혁’ 작업에 적임이었다는 평가다. 현 부회장은 “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회장을 법정에 세운 게 가장 가슴 아팠다.”고 회고했다. 90년 이후 점차 조직이 축소된 비서실은 98년 IMF 체제에 돌입하자 계열사 사업 및 인력구조조정이 핵심현안으로 등장하면서 발전적으로 해체되고 지금의 구조조정본부로 재탄생하게 됐다. 하지만 삼성의 사장단 50여명 가운데 20여명이 구조본 경력을 갖고 있고, 계열사 경영진에 구조본 출신이 중용되는 전통이 계속 이어져 내려온다.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휘파람 돈내고 불러라”…北 저작권처 신설

    “휘파람 돈내고 불러라”…北 저작권처 신설

    북한 소설 ‘임꺽정’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내년 남측 법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될까. 북한이 지난 6월 내각 산하에 ‘저작권처(처장 장철순)’를 새로 만든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북측은 또한 저작권 보호의 일환으로 남측에 저작권 대리인 선임 작업을 진행 중이며, 남측의 출판·영상물, 음반 등 무단사용 사례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북측은 최근 모든 작가들로부터 수표(서명)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한이나 외국에서 북측 작가의 서명이 없는 출판물 등이 나올 경우 저작권보호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사장 한완상) 관계자는 23일 “북한이 지난해 4월 저작권 보호 국제기구인 베른협약에 가입한 뒤 지난 6월 저작권처와 저작권 관리기구인 ‘저작권사무국’을 만드는 등 영상·출판물에 대한 저작권 보호 정책 집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본과 남측 등의 무단사용에 대한 사용료 청구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른협약은 회원국들간에 사용료 청구 등을 통해 가입 이전의 저작권에 대해서도 보호받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는 “일단 벽초 홍명희 선생의 소설 ‘임꺽정’과 홍 선생의 손자인 홍석중씨의 소설 ‘황진이’가 북측 저작권 계약의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북측 출판물 등에 대한 남측내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송 진행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SBS 드라마 ‘임꺽정’과 관련한 협상은 아직 진척이 없다.SBS측은 “그동안 북측 대리인이라며 원작 사용료를 달라고 한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북측의 위임장을 가져오면 공식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일단 일축하고 있는 입장이다. 다만 이미 노래방 등에서 빈번하게 불리어지고 있는 북한가요 ‘휘파람’,‘반갑습니다’,‘심장에 남는 사람’ 등에 대한 곡사용료 문제는 기존의 사용에 대해서는 양해하고 향후 곡사용료를 받는 쪽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북측은 일본에서는 조총련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북측 영상물에 대한 사용료로 1분당 500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도쿄TV와 후지TV 등 일부 언론사에서는 “저작권법상 인정되는 보도 목적의 인용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소정의 사용료를 지불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다른 언론사에서는 “자국법에 의해 대북 송금이 규제되고 있다.”면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시론] 우리에게 일본은 무엇인가?/전진호 광운대 일본학 교수

    [시론] 우리에게 일본은 무엇인가?/전진호 광운대 일본학 교수

    최근 일본에서 금년 일년을 대표하는 유행어로 배우 배용준씨의 일본 애칭인 ‘욘사마’가 아사히(朝日)신문의 조사결과 1위로 뽑혔다.‘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방영된 직후부터 일본열도는 겨울연가 붐을 이루었으며, 주인공인 배용준, 최지우씨는 일본인들의(특히 아줌마들의) 우상이 되었다. 얼마 전에는 배용준씨의 일본 팬클럽 ‘배사모’(배용준을 사랑하는 모임)가 일본인 방문객들로 지저분해진 춘천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싶다며 춘천시장에게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겨울연가의 무대였던 춘천에는 하루 700명 정도의 일본인이 방문한다고 한다. 왜 일본에서 이토록 겨울연가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있으나, 우리 드라마가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의 정서적이고 문화적인 동질성의 한 단면을 찾을 수 있다. 가슴으로 느끼는 ‘사랑과 효(孝)의 콘텐츠’는 한·일(韓日) 공동의 것인 모양이다. 한편 지난 17일 일본의 집권 자민당은 ‘자위군’ 설치와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및 국제공헌활동에서의 무력사용 용인 등을 담은 일본헌법개정안 초안을 발표했다. 자민당의 초안은 전력보유를 금하고 있는 헌법9조를 바꾸어, 일본의 자위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을 보유하는 자위군을 설치하며, 자위군은 국제공헌을 위해서는 무력사용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990년대부터 시작된 일본의 (군사적) 보통국가화의 과정이며, 일본의 보통국가화는 헌법개정으로 완성될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급속한 변화를 한국과 중국은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본은 전후청산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역사인식에 있어서도 과거의 제국주의, 군국주의를 미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일본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경계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에 대해 한·중 양국이 반대의 입장을 밝힌 것에서도 한·중의 대일인식은 잘 나타나 있다. 다시 말해, 일본이 그리고 있는 21세기 국가전략에 대해 한·중은 부정적인 시각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가슴으로 느끼는 ‘사랑과 효(孝)의 콘텐츠’가 한·일 공동의 것일 수 있지만, 머리로 느끼는 한·일간의 거리는 아직 상당히 멀다. 우리가 일본을 생각할 때면 대부분 이러한 머리와 가슴의 이율배반이 작용한다. 얼마 전 어느 신문의 여론조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가장 본받아야 할 나라와 경계해야 할 나라의 1위를 일본이 차지한 것이다. 본받아야 하면서도 경계해야만 하는 애증(愛憎)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우리는 일본을 보고 있다. 우리는 일본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참으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에게 “일본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되물어 보아야 할 것이다.21세기의 동북아시대를 열어가는 동반자로서 일본을 인식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준엄한 역사의 심판자가 되어 역사의 굴레 속에서 대립하고 갈등하는 관계를 이어갈 것인가? 우리가 내릴 결론은 분명하다. 21세기를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열어갈 것인가, 아니면 대립과 갈등을 이어갈 것인가? 이제 공은 일본으로 넘어가 있다. 겨울연가가 한·일 간에 공유될 수 있듯이, 이러한 21세기적 인식이 한·일간에 공유될 때 진정한 한·일협력은 가능할 것이며, 우리의 머리와 가슴도 비로소 서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전진호 광운대 일본학 교수
  • ‘PDP 특허분쟁’ 日에 승소

    ‘벽걸이 TV’로 알려진 PDP(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기술을 둘러싸고 국내 전자업체 4곳과 일본 후지쓰가 5년 동안 벌인 특허분쟁에서 대법원이 삼성SDI와 LG전자 등의 손을 들어줬다. 일본 마쓰시타가 특허권 침해를 이유로 LG전자 PDP모듈에 대한 수입금지 가처분신청 및 통관보류를 신청하는 등 한·일간 PDP 특허분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나온 판결이라 주목된다. 대법원 2부(주심 유지담 대법관)는 삼성SDI,LG전자, 현대전자(현 하이닉스), 오리온전기 등 국내 PDP 제조업체 4곳이 일본 후지쓰사를 상대로 낸 특허등록무효소송 상고심에서 “후지쓰의 기술은 통상적 수준”이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후지쓰 원천기술의 특허 등록이 무효로 결론남에 따라 ‘크로스 라이선스’(상호특허 인정) 방식을 취하고 있는 국내 제조업체들이 앞으로 후지쓰와의 특허 사용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플랫형 표시장치의 계조구동 회로 및 계조구동 방법에 관한 후지쓰의 특허 발명은 이 기술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누구라도 특허발명 출원 전 기술로 설명할 수 있는 보편적 내용”이라면서 “일본 공개특허 공보에도 실렸고 기술 자체도 진보성이 없다.”고 말했다. 1995년 특허청이 후지쓰가 특허출원한 ‘플랫형 표시장치의 계조구동 회로 및 계조구동 방법’에 대한 국내 특허 등록을 받아주자 삼성SDI 등은 “후지쓰의 특허 발명은 일반적 지식에 불과하다.”며 무효를 주장, 특허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세계 PDP TV시장은 2001년까지 일본기업들이 97%를 차지했으나 국내 기업들의 급성장으로 올 3·4분기 삼성SDI가 세계점유율 24.1%로 1위를 차지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日 최고재판소, 한국인 日帝보상청구 기각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29일 일제가 일으킨 침략 전쟁에 군인과 군속, 위안부로 강제 동원됐던 한국인 피해자와 유가족 등 35명이 일본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아시아 태평양 한국인 희생자 보상 청구소송’을 기각함으로써 13년여에 걸친 재판이 종결됐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이날 상고심에서 “전쟁피해와 전쟁희생에 대한 보상은 헌법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단순히 정책적 견지에서 배려 여부를 고려할 수 있는 데 지나지 않는 사안”이라며 한국인 피해자들이 가해자인 일본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1명당 2000만엔을 보상하라는 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재판소는 원고들이 1940년대 초 일본군에 강제 입대, 전몰하거나 위안부로 끌려가 일본군을 상대하도록 강요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최고재판소의 이번 기각 결정으로 한국인 피해자들이 사법적 판단을 통해 가해자인 일본으로부터 개인보상을 받아낼 수 있는 길은 사실상 막히게 됐다. 공판 시작과 동시에 3명의 재판관이 ‘기각, 소송비용은 원고부담’이라는 짤막한 선고문을 읽은 뒤 곧바로 퇴장하자 양순임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등 원고들은 일제히 방청석을 박차고 재판정으로 뛰어들어가 “판결은 무효, 비인도적 판결에 불복한다.”며 15분여간 소동이 일었다. 원래 40명이었던 한국인 원고들은 1965년 한ㆍ일청구권 협정은 양국 국교정상화의 일환으로 정부가 청구권 문제를 타결했던 것일 뿐, 피해 당사자들에 대한 일본 국가의 개인 보상 책임은 해결되지 않았다며 1991년 12월 도쿄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소송과정에서 원고들은 전쟁에 의한 재산권 침해의 배상과 일본 국적을 잃었던 한국인 보상조치 거부는 평등권에 위반된다는 등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그러나 33차례의 심리 끝에 2001년 나온 도쿄지법의 1심 판결은 “국제법상 가해국에 대한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어 도쿄고등법원이 내놓은 지난해 7월 2심판결 역시 일본국이 위안부 등에 취했어야 할 ‘안전배려 의무’ 위반은 최초로 인정하면서도 한ㆍ일협정을 들며 청구권은 소멸됐다고 확인했다. 원고들은 이날 판결 후 최고재판소 앞에서 회견을 갖고 “일제는 조선인 강제연행 희생자들에 대한 관련 문서 모두를 즉각 공개하고 사망자 유가족들에게 유해 현황을 통보하며, 유해를 찾지 못한 유족들의 정신적 피해배상을 국제 관행대로 시행하라.”며 ‘미반환 유해 유족’들의 정신적 피해배상 청구소송을 일본 법원에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taein@seoul.co.kr
  • [이경기의 스크린 1인치]할리우드는 커닝의 마법사?

    할리우드는 다양한 소재를 새롭게 녹여내는 용광로다.2004년에도 어김없이 각국에서 히트된 영화 사연을 재빨리 각색해 관객들의 구미를 맞추고 있다. 평범한 중년 남자가 어느날 우연히 댄스 교습소에 들렀다가 삶의 활력을 찾는다는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쉘 위 댄스’(96년)는 늘상 반복되는 일상에서 일탈을 꿈꾸는 남성에게 춤이 인생의 의미를 되찾아 준다는 설정으로 관객들의 환대를 받아냈다. 현재 미국 흥행가를 달구고 있는 리처드 기어 주연의 할리우드 버전에서는 원작의 샐러리맨을 변호사로 직업을 바꾼 것 외에는 대부분의 상황이 원작과 흡사하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산과 할리우드산에서는 묘한 동서양의 가치관 차이를 엿볼 수 있는 구성 형식을 보여준는 것. 일본 작품에서 춤은 상하 복명의 엄격함에 짓눌려 있는 중년 남자가 자유분망한 춤으로 이러한 억압감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기둥 줄거리. 미국판에서는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춤을 탈출구로 선택했다.’는 주인공의 말을 통해 욕망의 문제에 초점을 두었다. 뤽 베송이 제작을 맡은 ‘택시’는 피자 배달부가 택시 운전사로 전업했다가 천부적인 운전 솜씨를 활용해 마르세이유 지역의 소심한 경찰의 사건 수사 파트너로 활약한다는 내용. 힙합 가수 퀸 라티파가 주연을 맡은 미국판 ‘택시’는 스피드광인 수다스런 여자 택시 운전수가 뉴욕의 은행 강도단을 일망타진하려는 형사와 팀웍을 이룬다는 것으로 변경됐다. 맷 데이먼 주연의 ‘리플리’는 유럽에서 방탕스런 생활을 하고 있는 백만장자 아들 디키를 개과천선시켜달라는 부탁을 받은 리플리가 물질적 욕망에 사로 잡혀 친구인 디키를 교살한 뒤 그를 대신해 호화스런 생활을 하다 결국 행각이 탄로돼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리플리’는 60년대 유럽 출신 미남 스타로 주가를 높였던 아랑 드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의 미국판. 스위스 출신으로 영국에서 주로 활동했던 여류 작가 패트리시야 하이스미스는 ‘리플리’를 비롯해 ‘리플리 게임’ ‘리플리 돌아오다’ 등의 3부작을 통해 ‘탐욕으로 인해 손에 잡을 수 없는 행운을 잡으려다가 나락으로 빠지는 청춘상’을 묘사해 공감을 얻어냈다. 콜린 세로 감독의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85)는 합숙을 하고 있는 3명의 총각이 어느날 문앞에 방치된 갓난 아이의 육아를 떠맡게 되면서 벌이는 해프닝을 다룬 드라마.2년 뒤 ‘스타 트렉’에서 스포크 선장으로 우리에게도 낯이 익은 레오나드 니모이가 메가폰을 잡고 3명의 총각들이 미혼모가 버리고 간 아이를 키우게 된다는 ‘3남자와 아기’로 리메이크 됐다. 파트리샤 브라우데 감독의 ‘네프 무아’(94)는 아버지가 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 남자가 동거녀가 의도하지 않게 임신을 하게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자는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점차적으로 한 생명이 뱃속에서 성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마음에 감추어져 있는 뜨거운 부성애를 찾게 된다. 이 소재는 휴 그랜드 주연의 ‘나인 먼스’(95)로 각색됐다. 흥미로운 점은 프랑스 히트작들이 미국 시장에서 번번이 재활용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프랑스 영화인들은 ‘할리우드의 아이디어 뱅크는 바로 자신들’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 ‘마쓰시타 특허’ 무효심판 내기로

    LG전자는 마쓰시타와의 PDP(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 특허분쟁과 관련,“이달 말 일본특허청에 마쓰시타의 방열기술 관련 특허 2건에 대해 특허 무효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마쓰시타가 문제삼은 방열기술은 이미 평판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보편화된 것으로 특정업체의 특허가 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특허 무표심판을 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또 마쓰시타의 자사 PDP 특허 침해를 이유로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마쓰시타 한국법인 파나소닉코리아에 대한 수입제재 잠정조치를 이날 신청했다. 잠정조치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파나소닉코리아가 수입하는 PDP TV에 대해 즉각 수입제재가 이뤄진다. LG전자는 마쓰시타의 수입금지 신청이 받아들여졌다는 일본 언론보도와 관련,“통관보류 신청을 위한 자격이 갖춰졌음을 인정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며 “현재 일본세관에 계류중인 LG전자 PDP 모듈이 전혀 없기 때문에 통관보류 결정이 내려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이젠 로스쿨시대] (中)변호사-전문자격사 영역 다툼

    로스쿨 도입은 ‘고시 법학’에 찌든 대학 강단을 되살리자는 취지지만 눈앞에 닥친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하자는 의미도 있다. 한마디로 전문화된 변호사들을 키워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명분은 사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난 50여년간 법무사 변리사 세무사 등 각종 전문자격사들과 업무영역을 칸막이식으로 나눠왔던 변호사들이 영역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물론 전문자격사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법률시장 개방에 로스쿨 도입까지 동시에 닥치면서 이들간 싸움은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시합격자 1000명 시대를 열면서 변호사들은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예전과 같은 수준의 고소득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변호사들은 자신들이 ‘발 뻗을 수 있는 곳’을 찾는 데 열중하고 있다. ●“유사직역 없애라” 보폭 넓히는 변호사 일단 사법개혁위원회에 적극 참여해 변호사들의 입맛에 맞는 조항을 몇개 삽입했다. 로스쿨 도입을 결정한 지난 4일 사개위 회의 결과를 보면 로스쿨로 배출될 변호사 수를 매년 1000명 수준에 한정되도록 했다. 그 외에도 ▲행정기관에 개방형직위로 법무담당관을 만들어 경험많은 변호사를 앉히고 ▲기업 내에 법률전문가를 두는 것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명문화했다. 강제력이 있는 규정들은 아니지만 법대교수들이나 법대 학생회장단이 사개위안을 비판한 것도 이런 내용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변호사들의 밥그릇 챙기기가 너무 많이 반영됐다는 비판이다. 여기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던 비변호사의 법무법인 설립 문제도 변호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업무특성상 변호사는 공공성이 중요한데 비변호사 법무법인이 허용되면 자본의 논리에 얽매이게 된다.”면서 “특히 브로커의 존재가 양성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종합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추진됐던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의 통합문제도 물건너갔다. 통합을 허용하면 자본력이 강한 회계법인에 법무법인이 사실상 흡수되어 비변호사의 법무법인 설립을 허용한 것과 동일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변호사 업무의 공공성 때문에 그동안 엄격하게 제한됐던 광고규제조항 개선은 받아들여졌다. 이미 대한변호사협회 차원에서 인터넷 게시판을 이용한 광고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유사직역의 폐지를 들고나왔다. 국회에 변호사법 개정안을 입법청원하면서 변호사 직무범위에 변리사·세무사·관세사·공인노무사·공인중개사 등의 유사직역을 명시하라고 요구했다. 현행 변호사의 직무는 변호사법 3조에서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사무’로만 규정되어 있다. 변호사들은 이들 유사직역이 변호사가 부족했던 시절에 임시적으로 생겨났던,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참에 전문자격사를 전문변호사로” 전문자격사단체들은 변호사들의 주장을 ‘속 좁은 이기주의’라고 일축하고 있다. 대한공인중개사협회 홍승훈 연구원은 “공인중개사는 사실행위에만 개입하고 변호사는 법률사무만 본다는 이유로 경매에 관여하지 못하게 했던 변호사들이 이제는 말을 싹 바꿨다.”고 비판했다. 홍 연구원은 특히 “최근 공인중개사업을 겸업하려던 변호사가 1·2심에서 패소하자 입법을 통한 반전을 위해 입법청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문자격사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세무협회에 따르면 매년 행정심판에서 기각된 3300여건의 소액사건 가운데 60%인 2100여건이 소송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승소하더라도 과다한 변호사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법무사들도 “300만원 이상받는 변호사도 있어야 하고 20만∼30만원 하는 법무사도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세무사·법무사협회는 일본처럼 소액사건에 대한 소송대리권은 이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법무사협회는 이미 소액사건에 대한 소송에서 변호사와 공동대리권을 달라고 대법원에 법무사법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아예 변호사들만 독점하고 있는 소송대리권을 내놓으라고 ‘맞불’을 놓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전반적인 법률지식에서는 변호사만 못하지만 특허·세무·관세 등 분야별 업무의 세세한 실무에까지 웬만한 변호사보다 낫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변리사들은 과학기술에 대한 지식이 없는 변호사가 특허를 다룬다는 것 자체를 난센스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변리사가 되려는 변호사는 이공계에 편입해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 또 ‘특허법원’의 위상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변리사협회 최태창 부회장은 “특허 관련 소송을 전담하기 위해 특허법원이 설립됐는데 일부 침해소송 부분은 민사법원으로 넘어갔다.”면서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특허법원에 관할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세무사협회 정구정 회장은 “법률시장 개방이 두려운 이유는 덩치가 아니라 전문성”이라면서 “전문자격사를 내치는 것보다는 기존의 전문자격사들 가운데 어떤 검증 과정을 거쳐 변호사 자격증을 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의 움직임에 대해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무법인에 소속된 한 변호사는 “지금이 무한경쟁 시대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변호사단체가 일부 개업 변호사들의 이해관계에 얽매인 듯한 주장만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6000명 안팎인 변호사들 가운데 이미 로펌에 몸담고 있는 변호사가 50% 이상이라는 사실도 지적했다. 또 다른 L변호사는 “전문적인 사건을 다룰 능력이 없어서 변리사나 세무사 등에게 사실상 고용된 상태에 있는 변호사가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면서 “‘몫’을 두고 자존심을 걸기보다 ‘윈-윈 전략’을 찾아내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태성 강혜승기자 cho1904@seoul.co.kr
  • [부고]

    ●한국권투 심판위원장 정대은씨 한국 프로복싱을 이끌어온 정대은(58) 한국권투위원회(KBC) 심판위원장 겸 세계권투협회(WBC) 국제심판이 일본에서 돌연사했다. 이세춘 KBC 사무총장은 “18일 오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미들급 동양타이틀전에서 주심을 봤던 정대은 심판위원장이 경기 후 저녁식사를 하다 갑자기 쓰러져 밤 11시5분쯤 숨졌다.”고 19일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정확한 사인은 시신이 국내에 운구된 뒤에 알 수 있겠지만 과로사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영등포고와 경희대를 거쳐 70년대 국가대표로 이름을 날렸던 정 심판위원장은 80년대부터 심판계에 입문,94년 WBC 최우수심판상을 받았고 2000년부터 KBC 심판위원장으로 활동해왔다. 정 심판위원장은 아시아 프로복싱 국제심판 가운데 독보적인 존재로 무려 100여차례의 세계타이틀매치에 심판으로 지명받아 세계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WBC에서는 역대 최고 주심으로 꼽힌다. ●金福圭(전 의성군수)씨 상배 建鎬(인천신공항에너지 과장)鉉鎬(데코미 팀장)씨 모친상 蔡禧昌(세계일보 사회부 차장)씨 빙모상 19일 경북 의성군 공생병원, 발인 21일 오전 11시 (054)834-9906 ●白定基(롯데칠성음료 전무)漢基(의사)匡基(한림대 교수)씨 모친상 金圭欽(자영업)孔濟九(교사)씨 빙모상 19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1일 오전 7시 (02)3410-6917 ●朴孝洙(피부과 원장)志洙(자영업)씨 부친상 李成太(한국은행 부총재)李永斗(부산 동주대학 교수)金尙圭(자영업)씨 빙부상 18일 천주교 부산남천성당, 발인 21일 오전 11시 (051)628-0141 ●尹蒼普·承普(사업)씨 부친상 車永煥(클리너지판매 대표)金琮河(전 대한화재 상무)金吉根(공군 중령)씨 빙부상 1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0일 오전 8시 (02)3010-2240 ●李商天(대한당구연맹회장)씨 별세 19일 오후 2시 국립암센터, 발인 21일 오전 8시 (031)920-0310 ●金吉泰(공정거래위원회 심판관리1담당관)씨 모친상 18일 광양장례식장, 발인 20일 오전 11시 (061)761-7309
  • [임영숙 칼럼] 고령사회, 심판의 날

    [임영숙 칼럼] 고령사회, 심판의 날

    8순의 할머니는 손자들이 내미는 봉투를 받으며 “내가 많이 늙었구나.”라고 말했다.얼마전까지만 해도 할머니가 주는 용돈을 받으며 좋아하던 손자들이 의젓한 회사원이 돼 거꾸로 할머니에게 용돈을 드리게 된 것이다. 그 할머니의 대학교수 아들은 65세 정년을 몇년 앞두고 노후의 삶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보내야 할지 가족들 앞에서 고민을 털어 놓았다. 그 아들의 사회초년생 조카는 숙부의 이야기를 ‘행복한 고민’으로 받아들였다.연금도 없이 ‘3·8선’‘사오정’신세가 되는 일반 회사원들에게 월 200만∼30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직종의 종사자들은 부러움의 대상이라는 것이다.미혼의 그 조카는 결혼해도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40대에 직장을 그만두고 80대까지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겠느냐는 걱정 때문이었다. 지난 추석,남도의 한 읍내에서 마주친 정경이다.통계청은 추석 연휴가 끝난 후 그 읍내를 포함해 전국의 30개 지역이 초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주민 5명 가운데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지역이 그토록 많다는 것이다. 노인 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은,노동력이 감소하고 저축률이 하락하며 사회복지 비용 부담과 소비율은 늘어나 국가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퇴직 후에는 그동안 투자했던 자산을 현금화해서 생활자금으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회 고령화 속도에 따라 주식과 자산가치도 떨어지게 된다는 분석도 있다. 이같은 고령사회 문제는 전세계적인 ‘재앙’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심판의 날이 눈앞에 닥쳤다.”(브루스 바틀릿 미 국민정책분석센터 선임연구원)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한국보다 고령화 속도가 늦은 중국도 최근 가구당 한자녀만 낳도록 하는 정책을 폐지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늙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문제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미국과 유럽,일본이 길게는 115년,짧게는 24년이 걸렸던 고령사회에 한국은 불과 19년만에 도달하고 초고령사회에도 7년만에 진입한다.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 가는 나라인 것이다. 고령사회 해법으로 복지정책 확대,저출산 문제 해결 등이 흔히 제시되지만 가장 현실적인 대책은 노인이 계속 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한다.노인인구가 젊은이의 부담이 되지 않고 스스로 부양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지난해 방한한 미국 노인학협회 존 헨드릭스 회장은 “노령층이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일자리를 주거나 기존의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한국개발연구원(KDI)도 한국사회 노령화의 근본대책으로 정년기준의 상향조정,고령자고용촉진제도 개선,노인의 고용기회 확대 등을 제안한 바 있다.노인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평생학습 사회가 되어야 하고 환경영향 평가처럼 정부의 각종 정책에 ‘노인영향평가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추석명절 고향을 찾은 젊은 회사원의 고민처럼,아이를 낳아 키우기도 두려운 조기퇴직 사회에서 근로자의 연령층을 높이는 이 해법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한 청년실업자들에겐 조기퇴직 걱정마저도 행복한 고민으로 보일 것이다. 결국 우리사회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황혼의 반란’에서처럼 일자리와 예산배분을 둘러싼 세대간의 전쟁 상태에 조만간 돌입하게 될지 모른다.‘황혼의 반란’의 주인공은 노인 저항운동을 이끌다 진압군에 붙잡혀 죽어가면서 말한다.“너도 언젠가는 늙은이가 될 거다.” 모든 젊은이들이 기억해야 할 말이다. 주필 ysi@seoul.co.kr
  • [논술비타민] 역사는 살아있다

    동일한 사물과 사건일지라도 그에 대한 표현은 다양할 수 있다.제시문 (가)와 (나)를 참조하여 (다)와 (라)의 차이점을 여러 측면에서 분석한 뒤 그것이 지닌 사회·문화적 의미를 오늘날의 문제와 연관지어 논술하시오.(1800자 내외)-연세대 2002대입 논술고사(인문계) 가개념적 지식의 한계나 상대성을 끊임없이 자각하는 일은 우리들 대부분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왜냐하면 실재를 표현해 놓은 것이 실재 그 자체보다 훨씬 파악하기 쉽기 때문이며,우리는 곧잘 이 둘을 혼동하여,이 개념과 상징을 실재 그 자체로 착각하곤 한다.이러한 미혹을 떨쳐버리게 하는 일이 바로 동양 신비사상의 주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다.그래서 불교의 선사들이 이르기를,손가락은 달을 가리키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이니,달을 인식한 후에는 그 손가락 때문에 우리가 혼란을 일으켜서는 안된다고 하고 있다.또한 도가의 현자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통발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있으며 물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 따위는 잊혀지게 마련이다.올가미는 토끼를 잡기 위해 필요하며 토끼를 잡고 나면 올가미는 잊혀지고 만다.말은 생각을 전하기 위해 있으며 생각하는 바를 알고 나면 말 따위는 잊고 만다.” 서양에서는 의미론자인 알프레트 코지프스키가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라는 분명한 어구로 똑같은 견해를 정확하게 표현했다.(…중략…) 동양의 신비사상가들은 궁극적인 실재란 추론의 대상이나 형상화할 수 있는 지식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그것은 우리의 언어나 개념의 근원이 되는 감각이나 지성의 영역 밖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말로 적절하게 기술될 수 없다는 것이다.(…중략…)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어떤 사람의 그림자 실제 길이가 얼마나 되는가를 묻는 것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처럼,한 물체의 ‘진정한’ 길이를 묻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그림자란 3차원 공간에 있는 점들이 2차원 평면 위에 투영된 것이며,그래서 그 길이는 투영의 각도에 따라서 달라진다.마찬가지로 움직이는 물체의 길이는 4차원 시공 속에 있는 점들이 3차원 공간에 투영된 것과 같으며,그것의 길이는 상황에 따라서 달라진다.(카프라,‘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나성문이 일곱 개나 되는 테베를 누가 건설했던가? 책 속에는 왕들의 이름만 나온다.왕들이 손수 돌덩이를 운반해 왔을까? 그리고 몇 차례나 파괴되었던 바빌론―그때마다 누가 그 도시를 재건했던가? 황금빛 찬란한 리마에서 건축노동자들은 어떤 집에 살았던가? 만리장성이 완공된 날 밤에 미쟁이들은 어디로 갔던가? 그 많은 보고(報告)들.그 많은 의문들.(브레히트,‘어느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 다태조(太祖) 무황제는 패국 초군 사람으로 성(姓)은 조(曹),휘(諱)는 조(操),자(字)는 맹덕(孟德)이었다.태조는 어려서부터 임기응변하는 기지가 있었으나,멋대로 놀기를 좋아해,덕행과 학업을 닦는 일을 등한히 하였다.따라서 세상 사람들은 그를 뛰어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오직 양(梁)나라 사람 교현(橋玄)과 남양의 하옹만이 달랐다.교현이 태조를 일러 말하기를 “천하는 장차 혼란에 빠질 것인데,세상을 구할 만한 재목이 아니면 이를 구제할 수 없을 것이다.천하를 안정시키는 일은 아마도 그대에게 달려 있으리라!”라고 하였다. 나이 스물에 효렴에 천거되어 낭관이 되었고,승진하여 제남국의 상(相)이 되었다.제남국에는 10여개의 현이 있었는데,장리들 가운데 대부분이 귀족과 척신에게 아부하고 뇌물을 받는 일이 횡행하였다.이에 태조가 상주(上奏)하여 그 중 8명을 파직시켰고 음란한 제사를 엄금하니 간악한 자들이 모두 숨어버려 군내의 질서가 안정되었다.얼마 후에 고향으로 돌아갔다.얼마되지 않아 기주자사 왕분,남양 사람 허유,패국 사람 주정 등이 호걸들과 연합하여 영제를 폐위시키고 합비후를 옹립할 계획을 세우고 태조에게 알렸지만,태조는 그런 제의를 거절하였다.왕분 등의 계획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동탁은 태조를 효기교위로 삼아 그와 함께 조정의 모든 일들을 의논하고자 하였다.그러나 태조는 성과 이름을 바꾸고,사잇길을 따라 동쪽(고향 초군)으로 돌아가려고 했다.호뢰관을 빠져나와 중모현을 지나갈 때 정장의 의심을 받아 현읍까지 압송되어 갔다.마을사람 중에 어떤 이가 태조를 알아보자 그에게 부탁하여 풀려나게 되었다.(진수,‘삼국지’ 위지(魏志)무제기(武帝紀)) 라그의 관직은 기도위로,패국 초군 사람인 조조인데 자는 맹덕이다.조조는 성을 나와서 초군으로 달아났다.그날 밤 진궁은 노자를 마련하여 조조와 함께 변장을 하고 칼 한자루씩을 가지고 슬그머니 관청을 벗어나 고향을 향해 말을 달렸다.3일 동안을 달려 성고지방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저 마을에 여백사라는 분이 계시는데,그분은 우리 아버님과 결의형제한 분이오.집안 소식도 들을 겸 오늘 밤 그곳에서 묵어가도록 합시다.” (…중략…) 여백사는 안으로 들어가더니 한참 후에 다시 나와 진궁에게 이렇게 말했다.“집 안에 좋은 술이 없어 서촌으로 가서 술을 좀 사올 테니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말을 마치고 나서 그는 나귀를 타고 밖으로 나갔다.(…중략…) 두 사람은 살며시 뒤꼍으로 다가갔다.그곳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쑤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묶어서 죽여버리는 것이 어떨까?” 조조가 진궁에게 속삭이듯 말했다.“내 생각이 맞았소.먼저 선수를 써서 처리해 버립시다.” 말을 마치자 조조는 진궁과 더불어 칼을 빼들고 들어가서 남녀를 가리지 않고 죽이니 여덟 사람이 죽었다.조조가 나머지 사람들을 찾아 부엌으로 가보니,그곳에는 잡으려고 묶어 놓은 돼지 한 마리가 있었다.진궁의 마음은 아프고 괴로웠다.두 사람은 급히 말을 타고 여백사의 집을 나와 달아났다.한 두 마장쯤 달려가다가 그들은 나귀를 타고 돌아오는 여백사 노인과 만났다.백사의 나귀 안장에는 술 두 병과 갖가지 안주가 실려 있었다.여백사는 떠나는 그들을 한사코 만류했다.조조는 듣지 않고 길을 서둘렀다.몇 걸음 가지 않아서 조조는 갑자기 칼을 빼들고 도로 돌아가서 여백사에게 “저기에 오는 저 사람이 누구입니까?”하고 소리를 쳤다.여백사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는 순간 조조의 칼이 여백사의 목을 내리쳤다. 진궁이 크게 노하여 조조를 꾸짖었다.“조공,이게 무슨 짓이오!”“여백사가 집에 돌아가서 식구가 다 죽은 것을 보면 우리를 그냥 놔두겠소? 사람들을 풀어 우리를 뒤쫓을 것이니 그렇게 된다면 꼼짝없이 큰 화를 당할 것이오.”“알고서도 사람을 죽이는 것은 의에서 크게 벗어나오.”“차라리 내 편에서 천하 사람들을 저버릴지언정 천하 사람들이 나를 저버리게 할 수는 없소.”조조는 차갑게 대답했다.진궁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나관중,‘삼국지연의’) 1.사오정,저팔계와 토론하다 “요전에 과거사 청산 관련 TV토론 봤니? 되게 짜증나더라.특히 정신대 할머니들의 피해를 성매매 행위 비슷하게 인식하는 모 교수 발언은 너무 심하지 않냐?” 사오정은 저팔계에게 동의를 구하듯 물었다. “글쎄,나도 우연히 토론회를 보았는데,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거 같아.그날 그 교수의 얘기는 그런 뜻이 아니라 그 시기에 한국인들 중에도 잘못한 사람들이 있으니 우리 자신도 반성하자는 의미로 얘기한 것인데 방송토론회 속성상 잘못 전달된 부분이 있다고 봐.” 저팔계의 말에 사오정은 흥분했다.“너 잘 안봤구나.상대 토론자가 ‘국가권력에 의해 강제로 동원된 것이 아니라 상업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일종의 공창 형태로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는 주장은 일본 우익들의 궤변’이라고 반박하자,그 교수는 ‘조선총독부가 강제로 동원한게 명백하다고 말했는데 누가 주장했나.’라고 하기도 했지.사회자가 ‘정신대 문제를 성매매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 아닌가.’라고 했을 때도 ‘정신대 문제가 한국전쟁과 해방 이후 한국에 존재한 미군 위안부와 전혀 관계 없다고 하는 인식이라면 대단히 유감’이라고 했어.정신대를 미국 위안부와 같게 취급한다는 소리 아냐?” 저팔계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래.그런 표현만 놓고 보면 오해의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데.그렇다고 그 교수의 발언이 정신대와 미국 위안부는 같은 것이라고 얘기한 것도 아니잖아.정신대 시절의 비양심적인 인간들과 미국 위안부 시절의 비양심적 인간들 모두 반성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는 동일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 아닐까? 실제 그 이후의 발언을 보면 일본의 잘못을 분명히 인정했고,당시에 잘못한 한국인의 문제도 따져야 한다는 일관된 주장을 펴고 있기 때문에 내 판단이 맞을 거야.” 저팔계의 말에 사오정은 “말 뜻을 파악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똑같은 표현을 두고도 이렇게 생각이 다르다니….”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 때 삼장 선생이 들어왔다.“무슨 얘기를 그렇게 진지하게들 하고 있느냐?” 둘은 자신들이 나눈 얘기를 들려주었다.“허허! 어려운 문제구나.언어라는 것이 정확한 듯하면서도 사실은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마침 오늘 문제가 너희들의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줄 수 있을 듯하구나.” 2.삼장 선생,문제를 풀다 “자! 문제를 풀어볼까? 먼저 제시문 (가)와 (나)를 참조하라고 했으니 두 글의 중심 내용을 파악해야겠지? 제시문 (가)는 언어의 불충분성,또는 그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나)는 왕이나 영웅 중심으로 역사를 기술하는 역사관이나 역사 기술방식의 잘못을 우회적으로 풍자하고 있는 내용이다.이런 점들은 문제의 서두에서 제시하고 있는 ‘동일한 사물이나 사건에 대하여 표현이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다)와 (라)를 보면,똑같은 사건을 두고 서술자의 관점이나 인식의 차이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표현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다)의 경우는 조조를 영웅으로 기술하고 있다.조조에 대하여 ‘어려서부터 임기응변하는 기지가 있었으나 멋대로 놀기를 좋아해 덕행과 학업을 닦는 일을 등한히 하였다.따라서 세상 사람들은 그를 뛰어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나 몇 사람은 영웅을 알아 보았다.’는 식으로 서술하고 있다.잘못된 부분보다는 그 업적 중심의 기술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라)에서는 조조가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으로 표현되고 있다.또한 좋지 않은 품성이 나타난 사건을 자세히 서술하는 양상을 볼 수 있다.따라서 본론1에서는 앞서 예시한 것들처럼 똑같은 사건이 어떻게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달리 표현되고 있는지를 분석해 서술하면 된다. 그 이후에는 ‘그것이 지닌 사회·문화적 의미를 오늘날의 문제와 연관지어 논술하라.’고 하였다.따라서 본론 후반부에서는 현대에서 역사에 대한 해석이나 평가가 달라진 사례를 들면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음을 밝혀야 한단다.역사에 대한 평가가 정반대로 달라진 경우는 많다.동학혁명은 과거에 ‘폭동’으로 해석됐지만 지금은 ‘혁명’으로 재평가되고 있고,광주민주화운동 역시 과거에는 ‘광주사태’로 불렸으나 현재는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게 된 대표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현재 우리 사회에는 이런 것과 관련해 친일청산,국가보안법 폐지,의문사 진상규명,이라크 파병,행정수도 등 많은 문제들이 현존하고 있다.결국,이러한 역사 해석의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가를 논리적으로 서술해 나가는 일이 이번 논술의 관건이라 할 것이다.제시문의 내용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언어의 한계와 해석 관점의 차이로 인해 실재가 왜곡되거나 잘못된 인식이 싹틀 수 있으므로 이런 점에 특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3.삼장선생,덧붙이다 “말이 나온 김에 역사에 관해 좀더 얘기해보자.인간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게 마련이다.사회의 변화,문화의 변화 등 이 모든 변화가 곧 역사다.어느 역사학자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라고 말한 것처럼 역사는 과거의 사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현재 우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나아가 오늘의 우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역사는 단지 과거의 사실로서가 아니라,오늘의 우리를 이해하고 내일의 우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바탕으로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인간은 역사적 존재이며,역사의 의미를 찾아 삶을 창조해 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따라서 역사를 공부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서 출발해 ‘역사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역사에 대한 가치 판단은 가능한가.’로 이어진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은 역사적 사고를 하게 되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해 나갈 수 있는 단초를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런 점 때문에 논술고사에서 역사 관련 논제를 직접 제시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이와 관련된 내용이 제시문으로는 자주 나오므로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역사를 항상 오늘의 우리와 관련지어 생각하려는 자세와 올바로 역사를 보고자 하는 관점의 문제를 염두에 두며 공부하려무나.” 4.사오정 깨닫다 “예! 잘 알겠습니다.” 둘은 힘차게 대답한다.“팔계야! 우리 좀더 역사공부를 한 뒤 다시 한번 아까 그 문제를 토론해 보자.”“응.그때는 선생님 모셔놓고 누가 더 설득력 있게 얘기하는지 시합하자.선생님 심판이 돼주실 거죠?” “물론이지.그런데 심판 봐주는 값은 얼마나 줄거니?” 삼장선생의 말에 둘은 웃음보를 터뜨렸다. 다음 주에는 ‘새로운 것은 낯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논술강의가 이어집니다. 논술과 심층면접 지상강의 내용에 대해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http://cafe.daum.net/seoulinseoul로 문의하면 선생님들의 조언과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 [시네마 천국]만화 원작 영화 2편-지옥갑자원·퍼니셔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10일 나란히 개봉한다.마블코믹스의 캐릭터 가운데 가장 어두운 영웅인 ‘퍼니셔’,일본의 황당무계한 엽기 스포츠만화 ‘지옥갑자원’.이 두 영화는 만화적 상상력과 현실 사이에서 길을 잃긴 했지만,원작만화의 팬이라면 또다른 종류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싶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지옥갑자원 리얼리티는 완전 무시하고 만화적 상상력으로만 완전 무장한 영화 ‘지옥갑자원’(地獄甲子園)은 황당무계한 엽기코드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이성을 무장해제시킨 채 낄낄대고 웃을 만한 작품이다.하지만 영화의 필터로 한 번쯤은 걸러냄직한 표현조차 거침없이 쏟아내니,대다수의 평범한 관객들은 어안이 벙벙해질 듯싶다. 오매불망 갑자원 진출만 바라보는 교장이 있는 세이도 고교로 불량소년 주베이(사카구치 다쿠)가 전학온다.온 몸을 공처럼 날리는 주베이의 전투야구 실력을 지켜본 교장은 야구의 꿈을 접은 주베이를 설득시켜 야구부에 들어오게 한다. 내용이야 뻔한 스포츠물의 전형이지만,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은 상식을 뛰어넘는다.주베이의 공을 잡아주던 아버지가 공이 너무 빨라 몸을 관통하는 바람에 죽어버려 그가 야구를 멀리하게 됐다는 황당무계한 사연도 그렇고,막가고를 상대로 야구시합을 하자 해골과 시체가 즐비한 아수라장이 되는 것도 그렇다. 그래도 초반부는 그런대로 참신하고 재미있다.어차피 대놓고 유치찬란한 엽기코드로 풀어가기로 작정한 영화인 만큼,그 수준으로 눈을 낮추면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게 감상할 수 있다.하지만 영화는 뒤로 갈수록 ‘엽기’의 진열장으로 변질해간다.야구경기는 없고 패싸움만 있어,왜 주베이를 강속구의 소유자로 설정했는지 의아해질 정도.‘소림축구’같은 엽기 스포츠 경기를 기대했다면 실망이 클 듯싶다.동명의 만화가 원작으로,야마구치 유다이가 감독을 맡았다.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 판타스틱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 ● 퍼니셔 ‘스파이더맨’‘엑스맨’‘데어데블’‘헐크’에 이어 마블코믹스의 대표 캐릭터인 ‘퍼니셔’(The Punisher)가 영화화됐다.‘퍼니셔’는 이 가운데 가장 양면적인 캐릭터.초능력 하나 없이 인간의 분노만으로 영웅으로 올라섰다는 점에서 가장 인간적이지만,그 어떤 캐릭터보다 잔인한 방법으로 정의를 심판하기에 가장 비인간적이기도 하다. 퍼니셔(처형자)란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는 영화의 초반부는 그 어떤 캐릭터의 사연보다 공감을 산다.불법 무기 거래상의 위장근무를 끝으로 은퇴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FBI 비밀요원인 프랭크 캐슬(톰 제인).하지만 마지막 임무 때 죽은 범인이 무기 밀매와 검은 돈 세탁에 연루된 대기업 총수 하워드 세인트(존 트라볼타)의 아들임이 밝혀지고,격분한 하워드는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는 프랭크의 가족 수십명을 몰살한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살리려 기를 쓰지만 이미 한 발 늦어버린 프랭크의 모습을 보며 가슴 끝이 시려오지 않을 관객은 없을 듯.그런 관객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가까스로 살아남은 프랭크는 하워드에 대한 잔혹한 응징에 나서며 스스로 ‘퍼니셔’가 된다. 하나하나 현실이 되는 복수의 진행에 통쾌함을 느끼다가도 슬픔이 밀려오는 건,묵묵히 복수를 감행한 뒤 돌아와 술로 마음을 다스리는 고독한 영웅의 모습 때문이다.모든 것을 잃어서 더 잃을 것이 없는 사내.그를 진한 연민없이 바라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 캐릭터는 그 이상으로 진전하지 못한다.아버지가 살해당한 뒤 정의의 이름으로 복수를 감행하는 퍼니셔와 닮은 캐릭터인 ‘데어데블’은,선한 영웅인 동시에 악마의 가면을 쓴 자신의 이중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었다.반면 퍼니셔는 캐릭터의 양면성에 대한 고민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한 채 끝없이 비장해지기만 한다.몇몇 장면에서는 비장함이 지나쳐 실소까지 낳는다.가장 인간적인 캐릭터로 출발했지만,비장함과 폭력성만 남아 가장 만화적인 캐릭터로 바뀌어버린 탓이다.‘다이하드3’‘아마겟돈’의 각본을 썼던 조너던 헨슬레이가 감독·각본을 맡았다.
  • [아테네 2004] 내일부터 태권도 금빛 주인공 가려

    [아테네 2004] 내일부터 태권도 금빛 주인공 가려

    ‘금빛 발차기로 황금 주말 재현한다.’ 국기인 태권도가 오는 28일 새벽,양궁과 배드민턴에서 금메달 3개를 수놓았던 지난 ‘황금 주말’ 재현의 신호탄을 쏘아올린다.전 체급 석권으로 한국 선수단의 목표인 ‘톱 10’ 복귀도 직접 일궈낸다는 각오다. 26일부터 시작되는 ‘금밭’ 태권도에 걸린 전체 금메달은 8개.한국은 이 가운데 4체급만 출전한다.종주국 한국의 ‘싹쓸이’를 막기 위한 조치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태권도가 드러낸 목표는 금 3개.그러나 4명의 선수 모두 황금 월계관을 쓰기에는 모자람이 없다.유도에서 금 8개의 풍성한 수확을 거둔 종주국 일본처럼 전 체급 석권으로 한국 ‘국기’의 자존심도 한껏 곧추세울 태세다. 선봉은 여자 57㎏ 장지원(25·삼성에스원)과 남자 68㎏ 송명섭(20·경희대).27일 가장 먼저 매트에 오르는 이들은 금메달 ‘보증수표’로 불린다. 여자 중량급의 에이스인 장지원은 왼발 돌려차기가 남자 선수들도 두려워할 만큼 위력적이다.174㎝의 큰 키에 파워까지 갖춰 유럽 선수들과 겨뤄도 밀리지 않는다.지난해 세계선수권자인 아사나소 아레티(그리스)를 비롯해 타이완 멕시코 선수들의 도전을 무난히 뛰어넘을 전망이다. 송명섭은 대표선발전에서 라이벌 이용열(용인대)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대표팀에 처음으로 합류한 ‘신성’이다.지난 시드니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스티븐 로페스(미국) 등 상대가 쟁쟁하지만 전력이 노출되지 않아 ‘비밀병기’나 다름없다. 다음날은 남자 80㎏의 문대성(28·삼성에스원)과 여자 67㎏급의 황경선(18·서울체고)이 출격한다.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은 폭발적인 뒷발차기가 일품인 한국 태권도의 ‘자존심’이다.99캐나다세계선수권 헤비급을 제패하며 선배 김제경과 함께 세계를 평정했다. 의혹 어린 대표선발전 판정으로 시드니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지만 이번 아테네에서는 역경을 딛고 일어선 그의 태권도 인생을 금메달로 보상받겠다는 다짐이다. ‘무서운 10대’ 황경선은 대표선발전에서 세계 최강 김연지를 꺾고 올라왔다.주무기인 앞발 상단차기는 상대에게 공포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곳곳에 ‘지뢰’가 도사리고 있다.이번 대회 심판진(24명) 가운데 한국인이 1명뿐이어서 결정적인 순간에 최강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게다가 남자 양궁이 개인전에서 절감했던 ‘부메랑 효과’도 우려되는 대목.한국인 지도자들의 손에 길러진 외국 선수들이 한국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한국인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나라는 전체 출전국의 3분의1이 넘는 무려 23개국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장미 ‘아라리오’ 무효소 기각

    종자산업법에 의한 품종보호심판위원회의 첫 심결이 나왔다. 농림부 품종보호심판위원회는 지난 5월 일본의 장미육종 업체가 경북 칠곡의 봉계농산이 개발한 ‘아라리오’ 장미에 대해 자사의 ‘사하라’ 품종 변이체를 육성한 것이라며 한국내 대리인인 다고원예를 통해 제기한 품종보호 무효 심판건에 대해 청구기각을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위원회는 봉계농산의 아라리오가 구별성,안정성 등 품종보호 요건을 충족하는 신품종으로 유래 품종에 관계없이 품종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결정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AFC 아시안컵]극동 뜨고 중동 지고

    ‘모래 바람 잦아드나.’ 아시아 축구 최고의 자리를 가리는 아시아축구선수권(아시안컵)에서 극동 파워가 중동세를 압도했다. 디펜딩 챔피언 일본은 지난 7일 중국 베이징 노동자경기장에서 열린 2004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후쿠니시 다카시(29·주빌로 이와타),나카타 고지(25·가시마 앤틀러스),다마다 게이지(24·가시와 레이솔)의 연속골로 홈팀 중국을 3-1로 꺾었다.이로써 2000년 레바논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아시아 축구 정상에 오른 일본은 92년 일본 대회를 포함해 통산 3번째 우승을 일궈내며 사우디아라비아,이란과 함께 최다 우승국으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한국,일본 등 극동 축구와 함께 아시안컵을 양분해온 중동 축구가 결승에 오르지 못한 것은 사상 처음.앞서 중동 4개국이 8강에 오르는 등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점쳐졌으나 결승 무대는 극동을 위한 것이었다. 당초 아시안컵은 한국이 지난 56년과 60년 1·2회 대회 결승에서 이스라엘을 연달아 꺾으며 극동 강세로 출발했다.그러나 이후 체력과 개인기를 앞세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모래 바람이 28년 동안 우승컵을 휩쓸었다. 60∼80년대에 걸쳐 한국이 고군분투하던 극동세가 다시 탄력을 받은 것은 체계적인 투자를 거듭하던 일본이 90년대 들어 강자로 떠오르면서부터.이후 중국도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2002한·일 월드컵은 극동과 중동의 희비가 엇갈린 무대였다.중동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본선에 오른 사우디아라비아가 형편없는 성적으로 조별리그 탈락을 면치 못했지만 한국,일본 등은 각각 4강과 16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편 한국-이란 8강전의 주심을 맡기도 했던 쿠웨이트 출신 사드 알 파들리 심판은 이날 나카타의 핸들링 반칙에 이은 결승골을 득점으로 인정하는 등 판정 시비를 남겨 약 6만명에 달하는 홈 관중들의 분노를 샀고,다행히 불미스러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베이징 시민들은 톈안먼 광장에 모여 일본 국기를 불태우는 등 소동을 빚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日 “중국인 강제 징용자에 배상” 첫 판결

    |도쿄 이춘규특파원|태평양전쟁 중 강제연행돼 중노동을 강요당했던 중국인들에게 일본 고등법원이 원심을 뒤집고 배상판결을 내렸다. 히로시마 고등법원은 9일 태평양전쟁 기간 히로시마현 가케초의 발전소 건설을 위해 강제 연행돼 가혹한 노동을 강요당했다며 중국인 2명과 유족 3명이 니시마쓰 건설을 상대로 한 2750만엔(약 2억 7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판결을 취소,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스즈키 사토시 재판장은 “중대한 인권침해이고,10년의 시효를 원용하는 것은 권리의 남용”이라며 청구를 기각한 1심 결정을 취소하고 니시마쓰 건설에 2750만엔의 지불을 명령했다.중국인 강제 연행 소송은 전국에서 10건이 계류 중이지만,고등법원이 2차대전 중 강제징용 관련 재판에서 배상 명령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이번 판결은 일본 전국에서 진행 중인 비슷한 사건의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시효와 제척기간 등을 내세워 전후 보상책임을 회피해온 일본정부와 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소장에 따르면 송모(75)씨 등 중국인 5명은 1944년,일본군의 포로가 되거나 강제연행된 뒤 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충분한 식사도 주어지지 않은 채 터널 굴착 공사에 종사했다. 1심인 히로시마 지방법원은 2002년 7월,“열악한 환경으로 장시간의 노동을 강제하는 등 인간의 존엄과 명예를 돌아보지 않았다.”라고 니시마쓰건설의 불법 행위(강제 연행,강제 노동)와 안전 배려 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그러나,불법 행위에 대해서,손해배상 청구권이 존속하는 ‘제척 기간’(20년)이 지났다고 해,안전 배려 의무 위반에 관해 ‘소멸 시효’(10년)가 성립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tae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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