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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당] 잃어버린 언어

    초·중·고 학생의 ‘나홀로 유학’이 드디어 연간 1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실제로 2,3년 전부터 외국에서 교육 과정을 마치고 편입한 학생들을 대학 강의실에서 만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외국에서 근무하거나 유학한 부모를 둔 소수의 학생들이 경험했던 유학과 어학연수의 과정을 이제는 다양한 학생들이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오래 전 나의 학교 시절에 외국에서 살다 온 학생들은 대부분 외교관,해외지사,교수의 자녀들이었다.요즘 아이들이 들으면 비웃겠지만 이들이 외국에서 가져온 학용품이나 장난감을 선망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기억도 어렴풋이 난다.이제는 시절이 바뀌어서 방학 때마다 외국 여행과 어학연수를 다니는 가족들도 많아졌다.중·고등학교의 수학여행 역시 중국이나 일본으로 다녀오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다. 경제적 불황이 가슴을 짓누르는 현실이지만 자식 교육을 향한 한국 부모들의 열기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현진건 소설의 한 구절을 흉내내어 “왜 그 몹쓸 사회가 ‘유학’을 권하는고?”라고 되물어보기도 하지만유학과 해외연수가 중산층 이상의 계층에 편입해 살아가기 위한 자격증으로 탈바꿈한 지는 오래되었다.그 과정에 한국의 공교육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엄마의 입을 빤히 쳐다보며 웃고 옹알이하던 아기들이 자기 힘으로 책을 고르고 읽는 나이로 차근차근 성장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그러나 숨가쁜 입시위주의 경쟁 속의 아이들은 모국어의 감수성을 풍부하게 확장하고 사고하는 여유로운 문화 체험을 하지 못한다.이들은 사교육의 열풍 속에 뺨이 창백해진 채 퀭한 눈과 굽은 허리를 억지로 추슬러 여기저기 학원으로 뛰어 다닐 뿐이다.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운 병든 신체 속에서 책을 읽고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힘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이런저런 이유로 이 땅의 교육현실을 벗어나려는 부모의 마음도 이해할 수밖에 없다.그러나 한국의 열악한 공교육 과정을 비난하며 유학과 이민을 떠난 부모와 아이들은 결국 소외계층의 삶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돌아온다.이 과정에서 풍부한 모국의 언어도,새로운 나라의 언어도 둘 다 제대로 익히지 못한 상처투성이 미아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선생의 눈에 모국어를 더듬거리며 영어 단어를 어설프게 늘어놓는 청년들이 안쓰럽게 비칠지라도 또래의 친구들에게 해외유학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타고난 환경 덕분에 일찌감치 외국 문물을 경험하고 그것을 통해 사회의 경쟁체제 속에서 우월한 자리를 갖는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그러나 정작 돌아온 유학생의 상당수는 그 어느 체제 속에도 온전히 젖어들지 못한 채 언어와 문화의 혼돈 속에서 가슴앓이하고 있다. 낯선 땅에서 소외계층의 삶을 감당하기를 거부하고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돌아온 청년들에게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잃어버린 모국어의 시간 대신 우리가 확인시켜줄 수 있는 것은 학점경쟁과 고시의 열기,만성적 청년실업뿐이다. 엉성한 국어 맞춤법과 초급 영어가 기묘하게 섞여 있는 학생들의 시험 답안지 속에는 갈갈이 찢겨져 신음하는 국적없는 언어들이 소용돌이치고 있다.나의 아이가 자라 청년이 될 때 외국어와 유학만이 살 길이라고부르짖는 부모가 되지 않겠노라고 선뜻 장담할 수 없는 미래의 교육현실이 두렵게만 다가오는 요즘이다. 백지연 문학평론가
  • [씨줄날줄] 서울역

    “나는 복순이가 아니에요.복순이는 죽었어요.내 이름은 엘레나.김 엘레나예요….”어린 시절 숱하게 듣던 남보원 원맨쇼의 단골대사 한토막이다.복순이는 개발붐이 한창이던 60∼70년대초 서울역 무작정 상경파의 대명사쯤되는 여인.돈이 넘쳐나던 시절 유흥가 인기마담으로 입신,성공은 했지만 지지리도 못 먹고 못 입고 못 배웠던 어릴 적 생각,눈에 걸리는 동생들,배신한 애인생각에 술만 들어가면 이렇게 홀로 타령하는 것이다.상경 소년소녀를 꾀는 엉큼한 포주,호객꾼,소매치기,암표상,매혈꾼,광장의 선교사들….지난 시절 서울역전을 장식해온 주인공들이다.IMF위기 이후 노숙자들이 가세했지만 그 풍경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새해 첫날 환한 대형 유리건물의 고속철 서울역사가 문을 열면서 한많은 서울역 풍경도 함께 마감될지 모르겠다.대형 쇼핑몰과 함께 위용을 드러낸 새 역사는 마치 국제공항 대합실을 연상시키듯 너무 화려해 옛 서울역전의 주인공들이 머물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울역사가 처음 들어선 것은 1900년 8월,염천교 아래 논 한가운데 10평 남짓한 목조건물이었다.첫 이름은 남대문정거장.인천과 서울을 잇는 경인선 33㎞의 출발역이었다.경성시민들은 ‘불을 먹는’쇠덩어리 괴물의 등장에 기절초풍들 했다고 하니 그 문화충격이 가히 짐작된다.지금의 르네상스식 붉은 벽돌건물은 이후 서울인구가 30만명으로 늘어나 새 역사가 필요해진 1925년 준공됐다.일본 건축가 쓰카모토 야스시가 설계했고 설립주체는 일본의 남만주철도주식회사였다.당시 동양 제1역은 도쿄역,제2역은 경성역이라고 했다 하니 대단한 건축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조선을 착취하려는 일제의 야욕이 숨어있는 부끄러운 유물이기도 하다.다행히 1919년 9월 강우규 의사가 사이토 신임 일본총독 일행에게 폭탄을 던져 의거한 곳이기도 하니 부끄러운 역사만 있는 자리는 아니다.1988년 대합실이 현대식으로 바뀌긴 했지만 지난 80여년간 서울역의 얼굴은 이 아름다운 붉은 벽돌집이었다.이 건물이 문화관으로 바뀌고 대신 활시위를 상징하는 역동적인 초현대식 고속철 역사가 들어섰으니 또 한 시대의 자리바뀜이 이렇게 해서 이뤄지는 모양이다. 이기동 논설위원
  • 국내단체들 “日 우경화 증거”

    국내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이 새해 첫날 야스쿠니 신사를 기습 참배한 고이즈미 일본 총리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김재근 부회장은 “일본의 야욕으로 큰 고초를 겪은 피해자가 아직도 고통 속에서 사는데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신사를 참배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 할 일”이라면서 “이런 일이 되풀이될 때마다 강력하게 항의해도 ‘소 귀에 경 읽기’에 그치니 정부가 나서서 해묵은 한·일 과거사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강주혜 부장은 “새해 벽두부터 총리가 신사를 참배한 것은 지난해 유사법제를 통과시킨 일본이 우경화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과거를 속죄하지도 않고 야금야금 군대를 부활시키는 최근 일본의 움직임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활빈단 홍정식 단장은 2일 서울 종로1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길에서 때밀이 수건을 들고 고이즈미 총리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열었다.그는 “우리 정부가 나서서 재발방지 약속을 받지 않는다면,일본 총리가 신사참배를 강행하는 것이연례행사로 굳어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네티즌 ‘f5189g’는 “우리 정부가 아무리 항의해도 극우파가 역사를 왜곡하고,총리가 신사를 참배하는 등 일본은 꿈쩍하지도 않았다.”면서 “오히려 가장 무서운 침묵으로 항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네티즌 ‘초딩’은 “일본 총리도 문제지만,50년이 넘도록 국내 친일파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박지연기자 anne02@
  • [日 열도에 뿌리내리는 신보수](1)일본의 신보수 탄생 배경

    21세기 일본의 첫 총선거(중의원)가 치러진 작년 11월 9일,하나의 키워드가 창조됐다.보수 양당제로의 재편,사민·공산당의 몰락이 일어난 열도를 읽어낼 새 흐름,풀뿌리 신보수이다.열도에 뿌리내려가는 신보수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간단하다.그 흐름이 주류가 되어가고,그 핵인 젊은 세대들이 일본의 주역으로 성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그들은 어떤 일본을 구상하고 있는가,그들이 주역이 되는 일본에 대해 우리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가.풀뿌리 신보수,침몰해 가는 사민주의,그들과의 새 한·일 관계를 3회에 걸쳐 제시한다. |도쿄 황성기특파원| 세밑인 12월18일 게이오대학.강연에 나선 작가겸 와세다대 교수인 헨미 요(59)는 200여명의 청중 앞에서 “도무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다.”고 운을 뗐다. 그의 수수께끼는 이렇다.북·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다나카 히토시 외무성 심의관 집에 지난 9월 폭발물이 설치됐다.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는 ‘당연한 일”이라는 망언을 했다.“자기와 생각이 다른 인물을 암살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이 공인으로서 있을 수 있는 국가는 일본 밖에 없다.이런 발언을 하는데도 어떻게 300만표를 얻었는지,그리고 비인간적인,상식적이지 않은,있어서는 안될 발언을 한 그가 어떻게 도쿄도 지사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는지.왜 이런 발언을 해도 인기가 있는 건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무엇인가.” 이렇게 호소한 헨미는 “자연발생적인 파시즘의 전조”라고 지금 일본의 현상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다나카 심의관 집에 폭발물을 설치한 범인들이 체포된 것은 12월19일이었다.조총련과 사민당,일본교직원노동조합 건물에 총격을 가하거나 정치인들에게 실탄과 협박문을 보냈던 이들은 ‘도검(刀劍) 벗의 모임’ 회원들이었다.전통적인 우익단체와는 다른 자생적 신보수다.면면을 보면 치과의사,미용실 경영자,주지 등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40∼50대 보통 시민이다. 2001년 한·일 역사교과서 파동을 일으킨 ‘새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일반 참가자들도 ‘보통’을 자처하는 시민들로 추정된다.이 모임의 가나가와현 지부에 2001년부터 4월부터 10개월간 참가해 회원들을 조사한 우에노 요코(25·당시 게이오대 학생)에 따르면 회원들은 스스로를 ‘침묵하는 다수’로서 보통시민의 감각을 지녔다고 생각한다.2차대전 패전 후 태어난 30∼40대가 주축인 이들은 좋아하는 정치가로 이시하라 도쿄도 지사를 첫 손가락에 꼽는다. “침묵하는 다수”였던 야마모토 헤루미(37)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접하고 1999년 행동파로 변신했다.신보수 정치인의 산실인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인 그는 ‘청년의 모임’을 만들어 1인 시위를 해오다 지금은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한 전국협의회’ 간사를 맡아 가두서명 등 “행동부대”로 일하고 있다. 야마모토는 “시대가 바뀌었다.”고 실감한다.재작년 9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게 일본인 납치를 시인하기 전만 해도 술자리에서 납치,안보 문제를 꺼내면 시큰둥했던 친구들이 이제는 진지하게 응해온다.군대보유,천황제,애국심을 강조하는 그는 납치 해결 전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를 해서는 안되는 대북 강경론자이다.그가 주도하고 있는 ‘청년의 모임’ 회원들은 주축이 10대에서 4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산케이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도요가쿠엔대학 전임강사 사쿠라다 준(38)은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보수논객이다.그는 천황제,헌법 9조 개정을 통한 군대보유,야스쿠니(靖國)신사 존속,애국심을 강조하는 교육기본법을 주장하지만,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과격보수와는 약간 다르다.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일본이 진주만 공격에 나선 것은 “미국의 석유금수 조치로 절망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비유하는 사쿠라다는 “북한을 만족시켜서도 절망시켜서도 안 된다.”고 대북 지원 필요성을 주장한다.그런 점에서 야마모토보다는 온건하다. 좌파 주간지 ‘슈칸긴요비(週刊金曜日)’의 다케우치 가즈하루(33) 기자는 이들을 “좌절을 겪으면서 경제대국의 재현,국제사회에서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군사력에 대한 갈망을 키워가고 있는 세대”라고 정의한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얻은 것은 내셔널리즘”이라고 분석하는 간사이가쿠인대학 아베 기요시(39)교수의 말처럼 풀뿌리 신보수는 1990년대 거품경제의 붕괴와 더불어 저변을 넓히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 극우 만화가 고바야시 요시노리(50)가 등장,젊은 세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만화 ‘전쟁론’ 등을 통해 침략전쟁을 미화하고,군대 보유를 알기 쉽게 설명해 군사 내셔널리즘의 토양을 다졌다. 이런 가운데 신보수의 지형을 넓히고,단결토록 만든 “패전 후 첫 퍼블릭 메모리”(헨미 요)는 역시 2002년 9월 북한의 납치 시인이었다는 데 대다수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일본 국회에서 지한파로 꼽히는 고바야시 유타카(39·참의원)는 일본의 최대 적을 “북한”이라고 꼽는다.그도 헌법 9조 개헌 등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신보수 대열에 서있기는 하지만 지금의 흐름이 “과거 히노마루(일장기)를 흔들던 군국주의적인 것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가네코(63·회사이사)는 올해 두 종류의 연하장을 만들었다.나이든 사람에게 “일본 안보의 위기감”을 주제로,젊은층에게는 “싸우는 일본은 어디로 갔는가.”였다.건설회사 간부로 20여년간 해외를 다니며 ‘강한 일본’을 체감했던 그는 지금의 ‘약한 일본’에 위기감을 느끼는 ‘보통 시민’이다. marry04@ ■ 오구마 게이오대 조교수 |도쿄 황성기특파원|게이오대 조교수 오구마 에이지(小熊英二)는 “영국,프랑스에서 경기가 좋지 않았던 70∼80년대 이민 배척 운동이 태동한 것처럼 지금의 일본이 그렇다.”면서 “네오나치즘을 했던 사람들이 과거의 나치즘을 알고 했다기보다 경제적 불만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택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일본의 내셔널리즘은 선진국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 내셔널리즘이 탄생한 배경은. -1990년 전후 냉전 종언과 불황이 동시에 일본에 찾아왔다.지금은 가난하지도 않지만,과거처럼 고도성장이 되는 시기도 아니다.그런 점에서 첫째,목표가 없어졌다.과거처럼 가난을 딛고 풍부하게 된다거나 좋은 생활을 추구하는 목표가 사라진 것이다. 둘째,냉전이 끝나고 미국 일극체제가 되면서 일본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요구가 강해졌다.미·일 가이드라인 수정,자위대 파병 요구 같은 것들이다.셋째,전쟁을 경험한 사람이 사회에서 점점 물러나면서 전쟁기억이 없어지고 있다는 점이다.이 세가지가 현재 내셔널리즘으로 불리는 현상의 배경이다. 특징이라면. -패전 직후의 (전통적)우익과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과는 분명 다르다.예전의 우익,보수는 전전(戰前)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지만 교과서 모임측은 전전을 모른다.그때를 살지 않았으니까.고도성장기 이후의 사람이 많다.전쟁 전을 몰라서 “전쟁이 좋다.”거나,“한·일병합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라든가 해도 그 말에 리얼리티가 없다. 이전의 보수,우익은 한국 중국에 대해 전통적인 멸시가 있었다.가난한 시절의 한국,중국밖에 모르기 때문이다.지금의 20∼30대들은 한국과의 우호나 한국 문화 같은 것을 자연스럽게 얘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일병합은 옳았다.”는 형태로 나타난다. 목표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헤매고 있고,미국의 압력에 의한 군사요구의 흐름 속에서,자신 속에 전쟁체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그래서 명확히 뭔가에 몰두할 수 있는 내셔널리즘이 필요한것이다.신흥종교를 추구하는 마음과 비슷하다고 할까.그들은 ‘천황'에 충성심을 갖지도 않고 있다. 젊은 세대들에게 내셔널리즘을 가르치는 세력은 누구인가. -단순히 말할 수 없을 만큼 많다.전통적인 우익들이 먼저 있다.자민당 지지 기반과 연결돼 있고,신도(神道)의식,야쿠자 조직과도 연결돼 있다.이들은 이익 기반과 연결돼 있다.‘새 역사교과서 모임’ 같은 사람들도 있다.그러나 이들은 조직과 연결돼 있지 않고,신도의식 같은 것도 없다. 2002년 북한의 납치 시인이 일본내 여론을 폭발시키고 보수진영을 단결시켰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오구마는 1962년 도쿄 출신.도쿄대 농학부를 거쳐 이와나미 출판사에서 10년간 근무.도쿄대에서 박사학위 취득한 뒤 현재 게이오대 종합정책학부 조교수.저서로는 ‘민족과 애국-전후 일본 내셔널리즘과 공공성’,‘치유의 내셔널리즘’ 등.
  • 정동주가 말하는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민중의 恨·魂 다시 보듬을 것”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은 한국인의 삶을 뒤돌아보고자 하는 것이다.앞만 보고 달리는 삶을 두고 우리는 뭔가에 쫓기듯 사는 삶,뒤돌아볼 겨를이 없는 삶,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곰곰 되씹어 볼 생각을 하고 있는 삶을 산다고들 한다.정신 없이 바쁘게 산다는 말로 압축시켜 볼 수 있겠다.바쁘다는 말은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웬만한 잘못쯤은 면책시켜주거나 아예 문제삼지 않으려는 집단면죄부와 같은 능력을 지닌 것쯤으로 여긴다. 하지만 바쁘다는 것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려니와 냉혹하게 말하자면 죄악에 속할 것이다.큰 실수를 범하고 있다는 말이다.한국인은 뭐든 잘 잊어버린다고 한다.망각증이라고도 하는 이 심리는 분명 한국인 특유의 자기중심주의 사고 방식이 낳고 기른 질병이다. ●허탈·부끄러움의 역사 참회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금방 잊어버리지만 유리한 것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특이한 질병이다.지배계급일수록,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자일수록,권력이 있고 이른바 한국을 망해먹는 3연(緣) 즉 지연,혈연,학연이 치밀하게얽힐수록 망각증이 심하다.이 따위 엉터리 삶을 부끄럽지만 뒤돌아보고 참회하려는 것이다. 한국인의 삶 모두가 역사 안으로 들어와서 역사를 기록하는 닥나무로 만든 책갈피에 안겨 있는 것은 아니다.역사를 정사(正史)와 야사(野史)로 나누어 말할 때 앞의 것은 대개 지배자 중심이다.후자에 속하는 많은 것들은 역사의 책갈피가 아닌 강물이나 바람소리,풀잎이나 나무,물과 불,흙과 바위의 체온 속에 숨거나 기대어 한국인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다.그들의 삶을 불러내어 역사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기 위한 시도가 ‘달빛의 역사’다. 그들의 삶 어떤 것은 귀신이나 도깨비가 되고,어떤 것은 전설이나 노래가 되어 한사코 한국인의 삶과 죽음 언저리를 기웃거리기도 한다.이것들은 절대적으로 신화가 될 수 없다.신화라는 이양물(異洋物)로 덮어 싸서 헐값으로 치워버리려는 서구적 태도는 그 저의가 아무래도 수상쩍어 보인다.알고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고구려사를 중국 역사로 둔갑시키려 하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한국인은 잘못이 없는가? 중국 역사에 함몰된 중화사대주의자나 서구우월주의자 모두 ‘달빛의 역사’로 볼 때는 지배계급들이며 정사의 편에서 살다 죽고 싶은 이들이다.죽어서도 그렇게 되기를 꿈꾸는 사람들이다 역사 바깥에서 서성거리거나 웅크리고 있다가 잊혀져버리기도 하는 것이 달빛의 역사다.모든 것은 모든 것과 관계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달빛의 역사는 햇빛의 역사와 관계 있다.이것을 부정하는 것이 관제사학이다.한국 관제사학의 근원에는 중화사대주의와 친일사관이 숨어 있다.한국역사이면서도 한국사에서 추방당해야 하거나 폄하되고 무시되어온 것이 달빛의 역사다. 달빛의 역사는 이 땅에 발 딛고 하늘 이고 살아온 사람들의,다만 자연에 순응하고 노래해온 인간과 자연의 생생한 허밍 코러스다.그래서 아직 따뜻한 체온과 숨결이 남아 있다.눈물의 고뇌와 웃음의 향기가 살아 있다. 일년 동안 만나게 될 주제는 모두 90여 개이다.그중 몇 개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될 것이다. 맨 먼저 풀고 싶은 과제는 이른바 천불천탑의 성지로 불리는 운주사 석탑에 새겨져 있는 낯선 문양들의 의미다.어쩌면 이 문양들의 비밀이 풀려짐으로써 그동안 우리가 지녀온 여러 생각들이 허탈과 부끄러움으로 결론지워지게 될지도 모른다. ●잠들지 못하는 편견·박해의 희생물 대원군의 편견과 오만이 빚은 천주교도의 대학살,영원을 꿈꾸는 자의 시간이 시작되는 미륵의 세계,보기 드문 인문적 감동의 명소이면서도 숨겨져 있는 역사와 문화의 남평문씨 마을,새뮤얼 무어 목사가 심어준 한국 천민들의 인권해방을 향한 기도,전쟁과 증오의 폐허에서 꽃 피운 화엄사상의 전설,한국 찻그릇의 미학을 빚은 젊은 사기장들,차별 없는 삶을 꿈꾼 스승들,조선의 사랑을 온몸으로 노래하며 떠나간 논개와 그 후예들,김시습이 일본 차문화에 끼친 불멸의 정신사,목 없는 불상들이 전하는 조선 유학생들의 이념과 시위문화,임술년 진주농민항쟁과 오늘의 한국농민들,편견과 증오의 상처를 통해서 읽는 파괴와 자기 부정의 역사인 양주 회암사지의 교훈,외로움과 절약으로 산 여성운동사의 한 증거,이도차완의 비밀과 미륵사상,초의가 침묵으로 외친 조선은 중국보다 못하지 않다는 교훈,서포 김만중의 유배지 파도소리로 다시 읽은 구운몽,남한산성에 숨겨진 종교 박해사,한국은 일본 차 문화와 중국 차 문화의 식민지 등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일궈왔으면서도 지배계층의 이념이나 편견에 매몰된 채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 애절하고 그리운 옛일이면서 동시에 우리로 하여금 참회하게 하는 부끄러움들을 만나보고 싶다. 대부분 한국인 역사의식의 수면 아래서 잠행하고 있는 이 대단한 비밀 아닌 편견과 박해의 희생물들은 우리를 용서하기 위해 잠들지 못하고 있다.더는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전쟁과 이별,기구한 삶과 죽음의 기록 혹은 그림들은 숨길 수 없는 한국인의 자화상이면서 그리운 것들로 쌓여온 역사의 원천이자 문화의 양식이다. 살아서 먼 길을 걸어 죽음 너머의 시간에 닿기 위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있다면,그 노래 듣기를 원한다면,먼저 차별의식을 극복해야 한다.성,신분,지역,소유에서 차별의식이 남아 있는 한 그대는 영원히 인간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무어 목사의절규 앞에서 과연 우리는 떳떳한가? 인간의 아름다움을 본 이는 그 자리에서 천국을 볼 것이라는 그의 말이 오늘날 한국인에게 어떤 교훈으로 다가올 것인가.햇빛으로서의 지배자가 아닌 달빛에 물들 뿐인 피지배자의 낮은 삶과 고요한 죽음이 때로는 우리를 지나온 길로 뒤돌아보게 한다. ●지나온 길 되돌아 가는것도 여행 지금 한국인은 너무 바쁘다.바쁘기만 한 삶에서는 그윽한 향기를 만들기 어렵다.향기 없는 삶은 거칠고 단조롭다.자신은 물론 남에게도 역겨울 수 있고 귀찮은 존재이기 쉽다.그것은 인생을 다만 분주하게 살 뿐이다.시끄럽고 무의미하다.그래서 새로움을 느끼게 하고 나를 그 위에 싣고서 더욱 새로워져 모두에게 새로움을 주는 문화가 필요하다.그것의 절반은 내가 스쳐 지나온 길 위에 놓여 있다.잠깐만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자.지나온 길로 돌아가는 것도 여행이고 나그네 길이다.잘만 돌아가면 그것만큼 진보하기도 어렵다.그리고 새벽을 기다리자.깨어 있어야 새벽을 본다.집이 아닌 들길이나 산길에서 밤을 맞으면 달빛은 더 아름답다.집이어야만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오래도록 눈비 맞고 자란 슬픔을 만나려면 눈비 내리는 들길에 서야 옳다.슬픔을 지나야 문화가 보인다. 슬픔은 인간의 조건이니까.달빛을 쪼이고 슬픔을 캐는 여행이 될 것 같다.
  • [씨줄날줄] 대~한민국

    워싱턴의 봄은 벚꽃으로 더 화사해진다.봄이면 워싱턴 포토맥 강변의 벚나무들은 그 몽환적이고 화려한 꽃을 피운다.해마다 4월 초에 열리는 벚꽃 축제는 유명한 관광 상품이 됐다.그 벚꽃 축제가 일본 기업들의 후원으로 개최된다고 한다.벚꽃은 일본의 나라꽃이다.일본은 벚꽃을 통해 일본의 이미지를 아름다운 꽃처럼 만들려 한다. 일본은 2차 대전후 국가 이미지 개선에 적극 나섰다.일본이 자랑할 만한 벚꽃·다도(茶道)·꽃꽂이·기모노 등을 전략적으로 홍보했다.전쟁의 어두운 이미지를 지우고 문화적 이미지를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키려는 계산된 홍보전략이었다.그리고 1964년 도쿄 올림픽을 통해 일본을 널리 알렸다.소니·도요타 등 일본 기업들은 세계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 냈다.‘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은 세계시장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일본’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됐다. 한국의 국가브랜드는 어느 수준일까.성균관대 국가브랜드 경영연구소는 문화관광부 의뢰로 지난 8월18일부터 9월30일까지 11개국 3011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국가브랜드 조사를 했다.한국은 개발도상국에는 ‘따라 배워야 할 모델’로 높게 평가를 받았다.빠른 경제성장 덕분이다.그러나 미국은 한국을 좋아하거나 친숙하게 여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미국의 한국 이미지 가치는 10점 만점에 6.24점으로 타이완·독일·일본과 함께 최하위 수준이었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52.4%가 한국하면 문화가 떠오른다고 대답했다.문화 중에서는 음식(51.8%),월드컵(17.8%),영화·드라마(10.9%)의 순이었다.상품경쟁력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KOTRA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함성 속에 열린 지난해의 월드컵은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KOTRA가 월드컵 직후 실시한 조사에서 국가 이미지와 한국 상품 이미지가 10%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한국 상품의 구매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음이 1년후 조사에서 밝혀졌다.상품의 고급화와 문화적 이미지 향상으로 국가브랜드를 높여야 한다.그러나 국가적 혼란과 폭력시위의 재발은 한국의 이미지를 어둡게 하고 있다. 이창순 논설위원
  • [대한포럼] 119조원의 딜레마

    추수가 막 끝난 요즘 농촌에는 일가족 야반도주가 속출하고 있다.지난봄 영농자금을 받아 피땀 흘려 농사를 지었건만 추수를 해놓고 보니 인건비는커녕 빚 갚을 길조차 막막해서다.추수가 끝나기가 무섭게 빚독촉에 나선 농협이 야속하기만 하다.농협에 따르면 빚독촉에 시달리다 못해 밤 봇짐을 싸는 농가들이 단위조합별로 5∼10곳은 족히 될 것이라고 한다. 전국의 350만 농민들이 빚더미 위에 올라앉아 있다.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지난 1998년 이후 정부는 모두 6번의 농가부채 대책을 내놓았다.하지만 농가부채는 갈수록 늘고 있고,지난 2월 들어선 노무현 정부도 또 다른 부채 대책을 준비중이다.그러나 이번 조치로 빚을 털고 자립경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농민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그래서 성난 농민들이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농민시위에 나선다고 한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정부는 지난주 허겁지겁 초대형 ‘농정 로드맵’을 발표했다.향후 10년간 각종 농업 투융자 사업에 119조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이다.그동안 허송세월하다가 도하개발 어젠다(DDA)협상과 쌀 재협상으로 개방이 눈앞에 닥쳐서야 농민 달래기에 나서는 모습이 10년 전의 우루과이 라운드(UR) 때와 너무도 흡사하다.그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정부는 지난 10년간 농업에 무려 62조원을 쏟아부었다.그런데도 왜 농촌은 갈수록 피폐해지고,농민들은 빚에 억눌려 있어야 하는가? 정부는 농민 달래기에 급급한 나머지 119조원짜리 돈 보따리를 내놓기에 앞서 지난 10년의 농정 실패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반성해야 한다.그 실패의 원인은 아무리 농업 투자를 늘려도 농업의 생산성은 늘지만 농가소득 증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에 있다.수요 감소와 개방의 확대로 그냥 둬도 농산물 값이 하락할 판에 과잉생산을 유발해 가격폭락을 자초하기 때문이다.쌀이나 축산이나 유리온실 사업 등이 모두 증산일변도의 정책을 강행하다 실패한 예다. 필자는 한국농업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즉,관념적 농업보호론과 쌀 자급론만으로 잘사는 농촌,빚없는 농촌을 만들어갈 수 없다는 점이다.350만 농가인구를 먹여 살리기에 농업은 너무도 작은 밥그릇이다.전체 인구중 농가인구는 7.5%인데 전체 소득중 농업소득은 4%도 안 된다.게다가 더 큰 문제는 한정된 시장으로 인해 농업투자를 늘려도 소득은 못 늘리고 부채만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는 데 있다. 농촌에 투자하지 말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농가의 밥그릇을 키우려면 농업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일본 농가들은 전체 소득중 쌀에서 얻는 소득의 비율이 3%에 불과한데 우리는 이 비율이 33%나 된다.또 일본 농가들은 농외소득 비율이 87%나 되는데 우리는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개방화 시대의 농정은 ‘농업 살리기냐,농민 살리기냐’의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농민의 살 길은 농외소득을 확대해 탈농재촌(脫農在村)을 유도하는 정책에서 찾아야 한다.그러려면 농정의 기본 방향을 농업에서 농촌·농민으로 전환해야 한다.산업 중심에서 지역·사람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이를 위해 농림부의 이름을 ‘농업농촌부’로 바꾸는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더 욕심을 낸다면 유럽 국가들처럼 ‘농업농촌식품부’로 확대 개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다시 119조원의 돈 보따리를 농민들에게 내밀고 있다.그러나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빚쟁이를 만들어낼지 걱정이 앞선다.농민들에게 농가부채주의보를 울리고 싶다. 염 주 영 논설위원 yeomjs@
  • 평생 조국에 헌신… 이젠 편히 쉬소서/100세로 타계한 최고령 독립운동가 이강훈 선생

    최고령 독립운동가인 이강훈(李康勳) 선생이 100세를 일기로 12일 오전 별세했다.선생은 2000년 직장암 판정을 받고 서울보훈병원에 입원,치료를 받아왔으나 이날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타계했다. 빈소는 서울보훈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오는 16일 오전 9시 발인한 뒤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현충관 앞에서 영결식을 갖고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된다. 1903년 6월13일 강원 김화에서 태어났으며,1919년 3·1 독립운동 당시 고향에서 만세시위에 참가하고,1920년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사업을 도왔다.이어 1924년 신민부에 가입해 활동했고,1926년에는 김좌진 장군의 지시를 받아 백두산 근처의 신창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젊은이들에게 조국 광복을 위한 민족정신을 고취시켰다. 1933년에는 일제의 주중(駐中) 공사 유길명이 친일파 중국 정치인들을 매수해 한인들의 독립운동을 방해하기 위한 음모를 꾸민다는 사실을 알고 ‘흑색공포단' 을 조직,유길명을 살해하기 위한 계획을 준비했다.그러나 유길명을 살해하기 직전 일본 경찰에 체포돼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일본 도쿄로 이송돼 옥고를 치르던 중 1945년 조국 광복으로 출소했다. 선생은 광복 이후 재일한국거류민단 부단장으로 일하다 1960년 귀국,한국사회당 총무위원으로 활동했으나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세력에 의해 사상을 의심받아 또다시 2년간 옥고를 치렀다.이후 선생은 1969년 독립운동사 편찬위원,1977년 독립운동유공자 공적심의위원으로 활동하다 그해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받았고,1988년부터 5년동안 제10·11대 광복회 회장을 역임했다.유족으로는 부인 이병환(58)씨와 아들 승재(30)씨가 있다.(02)2225-1258. 조승진기자 redtrain@
  • 나으리 궁중요리 드시며 ‘무협게임’ 어떻소?/ ‘사극 열풍’ 인터넷 달군다

    사극 열풍이 인터넷에서도 거세다.조선시대에 사용하던 ‘하오체’가 네티즌들의 온라인 언어로 뜨고 있다.과거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무협 온라인게임도 덩달아 인기다.궁중 음식도 폭넓은 사랑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다모’,‘대장금’ 등 드라마와 영화 ‘스캔들’,‘황산벌’ 등 역사를 배경으로 한 영상물의 대중적인 성공에 힘입은 현상이다.특히 궁중 이야기를 다룬 ‘대장금’이 내년 3월까지 방영될 예정인데다 ‘천년호’,‘낭만자객’ 등 사극 영화들이 올해 말 일제히 개봉을 준비하고 있어 ‘온라인 사극 바람’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빨리 답글을 달아주시오.” 지금껏 온라인 언어는 일반인들이 알아보기도 어려운 ‘통신어’와 ‘외계어’가 주류였다.그러나 ‘다모 폐인’이라는 용어를 만든 다모와 스캔들 등 사극에 나오는 ‘하오체’가 자리를 넘보고 있다. 네티즌들은 ‘간밤에 그리도 아팠느냐.’,‘너는 그러지 말아라.’ 등 사극의 대사를 메신저의 대화명으로 사용하고 있다.인터넷 게시판에는 “오늘 술이 과했으니빨리 리플(답글)을 달아주시오.”,“양반이 있는데 어디 감히 상것이 말을 섞느냐.”는 등의 복고풍 제목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실제 인터넷 채팅에서 하오체가 쓰이는 것은 기본이다.‘마님’,‘소인’,‘나으리’,‘낭자’ 등의 호칭도 심심찮게 쓰인다. ●무협 온라인게임도 상한가 최근 등장한 ‘운 온라인’,‘열혈강호’ 등 무협 온라인게임도 인터넷의 복고풍 현상에 따라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동토의 여명’,‘거상’ 등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까지 출시되고 있다. 이들 게임은 온라인게임의 지존인 ‘리니지 2’가 건재함에도 불구,나름대로 틈새시장을 조성해 선전하고 있다.중세 배경의 팬터지 온라인게임이 죽을 쑤는 것과 대조되는 현상이다. 동토의 여명은 조선 최정예 무사인 ‘별시위’의 일원으로 일본 적장을 암살하는 내용을 기본 틀로 삼고 있다. ‘거상’은 16세기 조선시대 대상인들의 교역과 파란만장한 삶을 주제로 하는 온라인 게임이다.최고 동시접속자만 4만5000명을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운’은무협장르답게 영화 ‘와호장룡’처럼 캐릭터들이 공중으로 떠오른 뒤 경공 등 화려한 동양 무술을 펼친다. ●궁중요리 상품도 선봬 온리안 쇼핑몰들도 궁중요리 상품을 줄줄이 선보이고 있다.H몰(www.Hmall.com)은 다음달 초 궁중요리 전문가와 공동으로 매일 한가지씩 30여종의 궁중요리 재료 및 조리방법을 홈페이지에 올리는데다 방문횟수별로 궁중요리 시식권 등을 증정하는 ‘대장금 이벤트’도 연다.CJ몰(www.cjmall.co.kr)도 궁중 육포,궁중 강정,궁중 떡 등 다양한 궁중요리 상품을 준비했다. 디지털카메라사진 동호 사이트인 디씨인사이드(www.dcinside.com)에도 궁중떡볶이,떡갈비 등 ’대장금’에 나왔던 궁중 음식을 중심으로 한식 사진을 띄우고 있다.지난 9월 이후 하루 40여건으로 ‘대장금’ 상영 이전보다 두배 이상 늘었다. 사이버문화연구소 김양은 소장은 “온라인 문화는 기본적으로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해서 생겨나는 만큼,최근 온라인의 ‘사극 열풍’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전통 양식이 새로운 문화적 조류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영상물의 공급뿐 아니라 전통에 대한 양·질적인 인식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
  • “일본내 중국인은 좀도둑”日 가나가와현 지사도 망언 中 反日감정 불매운동 비화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 내 반일(反日) 감정이 심상치 않게 고조되면서 일본인과 용모가 닮은 한국 유학생들로까지 불똥이 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어글리 재패니스(추악한 일본인)’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잠복해 있던 반일 감정이 폭력을 동반한 시위로까지 폭발했다.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東京)도 지사의 망언과 일본 유학생들의 음란물 공연 등으로 반일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 가운데 3일 일본 가나가와(神奈川) 현 지사가 다시 중국인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타오르는 반일 감정에 기름을 부었다.이날 일본 언론에 따르면 마쓰자와 시게후미(松澤成文) 가나가와현 지사는 2일 저녁 가와사키에서 중의원 총선거 지원유세중 치안 악화 문제와 관련,“중국 같은 곳에서 취학비자를 이용해 (일본에) 들어오고 있지만 모두 좀도둑”이라고 말했다. 치솟는 반일 감정이 요즘 중국의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일본상품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분위기다.베이징의 대표 포털 사이트인 톈룽왕(天龍網)의 징화(京華)논담에 네티즌들이 몰려와 “일본 군국주의가 총 하나를 적게 사도록 일본 제품을 사지 말자.”고 호소하고 중국에서 판매되는 소니나 도요타 등 유명 메이커의 이름까지 열거했다.다른 네티즌들은 “일본 돼지들을 중국에서 몰아내자.”,“당사자들을 붙잡아 궁형(宮刑·거세)에 처하자.”는 등 격심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29일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의 시베이(西北) 대학 외국어학부생 문화제에서 일본 유학생들이 가짜 생식기를 동원해 음란한 춤을 추면서 중국 학생들의 반일 시위를 촉발시켰다.이 와중에 지난 1일 일본의 보수정객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는 중국의 자존심인 ‘유인우주선 발사’에 대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며 중국인은 무지하기 때문에 기뻐하고 있다.”고 중국 민중까지 자극했다. oilman@
  • 1032개 사이트 해킹 17세 브라질 反戰소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국내 58개 사이트를 비롯,전세계 1032개 사이트를 해킹한 세계적인 반전 해커는 놀랍게도 ‘17살 소년’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3월 이라크전쟁 당시 국내외 홈페이지를 해킹해 메인화면에 반전 메시지가 저절로 뜨게 만들었던 국제 해커그룹 ‘사이버로드(Cyber Lords)’ 소속의 브라질 국적 17살 소년 한 명을 한·일 공조수사 끝에 최근 일본에서 검거했다고 2일 밝혔다. ●‘시리얼 킬러’를 잡아라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임박했던 지난 3월20일 오후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는 비상이 걸렸다.반전의 메시지를 담은 누군가에 의해 국내 사이트들이 연쇄반응처럼 하나둘씩 해킹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 식품회사의 홈페이지를 비롯,58개 사이트에 무차별적인 공격이 가해졌다.동시에 미국,일본 등 이라크전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국가들의 사이트도 차례로 해킹당했다.홈페이지마다 초록색 하트 모양 안에 브라질 국기가 그려졌고 검은 바탕에 붉은 글씨로 “부시와 토니 블레어가 석유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영문내용의 문구가 가득 채워졌다.국내외 1000개가 넘는 사이트를 해킹하는 데는 불과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단서라고는 해커가 해킹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 남긴 ‘시리얼 킬러’(Serial killer·연쇄 살인범)라는 아이디뿐.해커는 3∼4개국의 서버를 경유해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으며,마지막 경유지인 브라질의 한 IP주소를 뺀 나머지 경유지 IP는 이미 깔끔히 지워버린 뒤였다. ●한·일 공조수사의 개가 한달이 넘는 IP 추적 끝에 경찰은 브라질,미국,중국 등을 경유해 국내에 접속한 해커의 IP주소를 가까스로 파악했지만 범인이라는 확신을 갖기 위해선 추가 확인이 필요했다.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원들은 해커를 가장해 인터넷메신저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범인에게 접근했다.여러차례 실패 끝에 겨우 시리얼 킬러와 온라인상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전세계를 흔들어놓은 해커는 불과 17살의 브라질 소년.이 소년은 영문채팅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미국의 음모가 싫어 국제해커그룹 회원들과 함께 웹사이트 화면을 해킹,변조(Deface)했다.”면서 “나는 브라질 해커그룹 사이버로드 소속이며 일본에 거주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브라질로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가 파병 결정 이후 사이버 공격 가능성 고조” 지난달 외국의 해킹그룹인 고스트 보이(The Ghost Boys)가 미국정부 및 해군 홈페이지 등 3곳을 또다시 해킹하는 등 세계적으로 사이버 반전 시위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이에 경찰은 ‘최근의 파병논쟁을 타고 국내외 해커들이 또다시 움직이는 것 아니냐.’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특히 우리나라가 추가 파병을 결정한 뒤 사이버 공격의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유영규기자 whoami@
  • 대사관 100m내 집회금지 위헌

    국내 주재 외교기관 100m 안에서의 옥외집회를 전면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周善會 재판관)는 30일 민주주의민족통일 전국연합 상임의장 오종렬씨가 제기한 집시법 11조 1호의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에 대해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규정”이라며 7대 2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오씨는 “외국대사관 100m 안의 집회나 시위를 원천봉쇄한 집시법 규정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헌법소원을 냈다. 이번 결정은 외교기관 근처에서 시위를 하더라도 해당기관에 대한 항의 목적이 아니거나 소규모 평화적인 시위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허용돼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외교기관 외에 국회나 청와대 등 집회가 금지된 구역에 대한 조항도 손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집시법 11조 1호는 보호기관에 대한 위험상황이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집회 및 시위도 예외없이 금지하는 조항”이라면서“이는 헌법상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배되며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규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집회장소는 집회의 목적과 효과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때문에 장소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집회의 자유가 효과적으로 보장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번 위헌결정이 외교기관 인근의 집회를 전면허용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면서 “공공의 안녕질서에 위협되는 경우 집회를 사전·사후에 금지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여전히 효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오씨는 2000년 2월 서울 세종로 시민열린마당에서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양민학살 규탄대회’를 열기 위해 종로경찰서에 집회신고서를 냈다.그러나 “일본대사관에서 35m,미국대사관에서 97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고 금지통보를 받자 행정소송도 기각당하자 같은 해 8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홍지민기자 icarus@
  • [씨줄날줄] 환율 세계대전

    또 하나의 전쟁이 시작됐다.이번에도 미국 부시 행정부의 ‘힘의 논리’가 발동했다.미국은 멕시코 칸쿤회의에서 자유무역 추진이 벽에 부딪히자 재빨리 전선을 외환시장으로 옮겼다.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까지 끌어들인 다국적군도 편성했다. 주된 표적은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올리고 있는 중국의 위안화.하지만 한국 원화도 이들의 보조 표적물 범주 안에 들어 있다. 지난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재계회의에서 미국은 중국 위안화와 한국 원화에 대해 각각 25%와 10% 평가절상을 요구했다.이에 앞서 지난 주말 열린 선진7개국(G7) 재무장관회담에서도 한·중·일 3국의 환율정책을 비난하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다국적군의 무력 시위인 셈이다. 미국이 자국산업의 취약한 경쟁력을 환율장벽으로 보호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지난 1985년 9월 자동차를 앞세운 일본 상품들의 공세에 견디다 못한 미국은 무역적자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환율 칼’을 꺼내든다.뉴욕의 플라자호텔에서 선진5개국(G5) 재무장관들을 불러모아 달러화의 대폭적인 평가절하(일본 엔화의 평가절상)를 위한 각국의 외환시장 개입 협조 약속을 받아낸다.미국은 이 ‘플라자 합의’를 활용해 2년 3개월만에 엔달러 환율을 달러당 260엔에서 120엔으로 끌어내렸다.지난 1990년대에 미국경제가 장기 호황을 누리고 일본경제는 장기 불황에 빠져 아직까지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플라자 합의’가 가져온 ‘엔고 저달러’와 무관하지 않다. G7의 공동선언문 채택에도 불구하고 EU가 아시아국 통화의 평가절상을 위한 미국의 작전(외환시장 개입)에 당장 동참해줄지는 확실치 않아 보인다.경제에서도 ‘일방주의 외교’를 펼치는 부시 행정부를 향한 세계여론의 비판도 거세다.“미국 재무부가 편협한 정치적 목적(부시의 내년 대통령 선거 승리)을 위해 환율조작을 시작한다면 불행한 일”(월스트리트 저널)이며,“미국은 국내 유권자 표를 의식해 다른 국가의 외환관리를 변화시키려고”(쾰러 IMF사무총장) 해선 안 된다. 지난 85년에 이어 제2차 환율세계대전은 일어날 것인가.일어난다면 과거와는 달리 한국이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염주영 논설위원
  • “뜻있게 살던사람 역사가 재평가”한통련인사들 만난 DJ 對北송금 수사 불만 비쳐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일 서울 동교동 자택을 찾은 재일본 한국민족통일운동연합(한통련) 인사들과 30년 만에 만나 과거 해외민주화운동 등에 관해 담소하며 감회에 젖었다. 김 전 대통령은 한통련 양동민·곽수남 부의장,김정부 기획실장,손마행 사무총장이 30년 전 도쿄 납치사건 후 자신의 구명운동에 앞장섰던 데 대해 감사의 뜻을 밝혔다.곽동의 한통련 의장은 협심증으로 불참했다. 30분에 걸친 면담에서 김 전 대통령은 “미국·일본·유럽 교포들이 민주화투쟁을 끊임없이 해왔다.”며 “필리핀 아키노 상원의원을 만났더니 필리핀 민주화 시위 당시 우리 교포들이 시위참여 인원을 채워 줬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교류가 획기적으로 증진됐다.”면서 “과거 뜻있게 살았던 사람들이 생전에 평가를 못받고 역사속에서 재평가를 받은 경우가 많다.”고 말해 대북송금 수사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나타냈다. 김 전 대통령은 양 부의장이 “앞으로 정치발전에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하자 “정계은퇴한사람인데…”라며 말끝을 흐리면서도 “나라가 잘 되려면 국민이 훌륭해야 하고,(대통령이)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정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연기자
  • [대한포럼] 그래도 다시 일어서야

    태풍 ‘매미’가 북상한다는 소식에 서둘러 귀경하던 날의 발걸음은 한없이 무거웠다.아들 가족이 탄 승용차가 골목길을 빠져나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구부러진 몸으로 손을 흔들어 주시던 팔순 노모의 진한 모정이야 어제오늘 모습은 아니었는데 그 날 따라 왜 그렇게 눈에서 지워지지 않던지.초속 60m의 강풍을 동반한 태풍이 북상중이라면 홀로 계신 어머님과 함께 있어야 했건만 “태풍 오기 전에 어서 가라.” 하시는 어머님의 강권으로 추석 연휴의 절반도 곁에서 보내지 않고 떠나던 우리의 모습은 초라했다. 추석 당일 오후부터 전국의 고속도로는 태풍을 피해 미리 고향을 떠나는 이 땅의 아들·딸들로 가득했다.마음 한 구석 고향걱정이야 왜 없었을까 마는 행동은 위험이 곧 닥칠 그 곳을 떠나고 있었다.1959년,그 해에도 추석을 전후해 들이닥친 사라호 태풍의 위력을 아는 터에 그보다 ‘더 무서운 녀석’이 닥칠 것이라고 하는 데도 우리는 각자 제 처자식을 챙겨 도망쳤다. 제14호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우리의 고향은 만신창이가 됐다.지난해‘루사’가 휩쓴 지역을 또 덮치기도 했다.밟고 또 짓밟아 일어설 수 없게 했다.그 피해 규모는 상상을 훨씬 뛰어 넘는다.15일 현재 우리의 부모·형제 117명이 숨지거나 실종됐으며,주택 등 건물 1731채가 파손되고,3237채가 침수되는 등 1조 3000여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이재민은 모두 3323가구 8938명에 이르러 학교나 마을회관 등에서 피눈물을 쏟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잦은 비와 냉해로 시름하던 우리의 농촌에 닥친 ‘매미’는 무자비했다.물에 잠긴 농토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 들어간다.수확을 앞둔 논밭 3만 258㏊가 물에 잠겼으며 작물이 쓰러진 지역도 4만 5907㏊에 이르러 8년만의 대흉년을 예고하고 있다.그런 가운데 멕시코 칸쿤에서 날아든 우리 농민대표의 자살사건 비보는 지난 6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반대시위 이후 잠잠하던 농민운동의 새로운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이다.최종 각료 선언문 도출에는 실패했지만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 초안에는 사실상 국내 농업시장의 완전개방을 담고 있었다.농민들은 바로이 대목에서 정부의 협상력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개방시대에 농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영농교육 등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하겠다. 이 엄청난 재해와 변화 앞에서 우리는 한없이 무력하고 작기만 하다.도저히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만 같은 무력감과 좌절감에 빠져 있다.그러나 우리는 다시 일어서야 한다.그 것이 순리다.이번 재난은 어쩔 수 없었던 측면도 있지만 미리 대비하지 않은 인재(人災)적인 측면이 더 크다.태풍의 경로와 예상 상륙시간,지점까지 예고됐는데도 무방비로 기다리다 당했다.12명의 인명피해가 난 마산 해피프라자상가의 경우가 대표적이다.행정당국의 무신경에 시민들의 안전불감증까지 더해 화를 키웠다.감사원의 ‘보강조치’요구에도 꿈쩍도 하지 않다 넘어진 송전탑이며 중단돼선 안 될 원자력발전소 5곳이 멈춰섰다.우리보다 더 큰 위력의 태풍을 맞고도 피해가 적었던 일본과 대조적이다. 태풍이 예고됐을 땐 철저히 대비해야 하지만 지금은 재난을 극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함이 살아가는 이치다.벌써 수많은 경찰관과소방대원,군인들 외에 자원봉사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고 있지 않은가.정치권도 모처럼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다행이다.우리의 안이함과 이기심으로 화를 키웠다면 복구작업은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신속·정확하게 피해조사가 이뤄지고 예산이나 장비가 제때 지원돼야 마땅하다.폐허가 된 삶의 터전에서 울부짖고 있는 저 이웃들은 바로 “태풍 오기 전에 어서 가라.”며 우리를 쫓다시피 했던 우리의 부모요 형제며 자매들이다. 최 홍 운 논설위원실장 hwc77017@
  • 애국지사 노평구 선생

    애국지사 노평구(盧平久) 선생이 8일 오후 10시30분께 노환으로 별세했다.91세. 함북 경성 출신인 고인은 1930년 2월 어랑공립보통학교 재학 중 광주학생운동이 일어나자 학생 200여명을 규합,‘일본 제국주의 타도’ 등이 적힌 깃발과 태극기를 흔들며 항일시위를 주도하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8개월의 옥고를 치렀다.고인은 1995년 건국포장을 받았다.빈소는 서울대병원,발인 15일 오전 10시,장지 대전국립묘지애국지사 제2묘역,(02)760-2028.
  • 지령 20000호에 부쳐 / 처음처럼 하겠습니다

    대한매일이 2003년 9월9일 지령 2만호를 기록합니다.지령 2만호를 맞는 이 아침,우리는 대한매일이 걸어 온 지난날을 돌아보며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하고자 합니다. 솔직히 대한매일의 지난날은 영욕이 엇갈린 역사입니다.대한매일의 지령은 대한매일신보와 서울신문의 지령을 계승했습니다. 1904년 배설·양기탁·박은식·신채호 등 선각자들이 창간한 대한매일신보는 언론학자들이 “가히 전설적인 신문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대한제국 말기 우리 민족의 구심점이었습니다.최초의 시민운동이라 할 애국적인 국채보상운동과 항일 비밀결사조직인 신민회의 실질적인 본부 역할을 하면서 항일운동을 확산시키고 민족의 입장을 대변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이었습니다. 한국 언론사상 처음으로 국한문,한글,영문판(Korea Daily News) 세가지 신문을 동시에 발간했고 발행부수도 최고를 기록했습니다.당시 발행되던 다른 신문의 발행부수를 모두 합쳐도 대한매일신보의 발행부수(약 1만부) 절반에도 못미칠 정도였다고 합니다. 대한매일신보를 강탈해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를 발간한 일제가 패망한 1945년,서울신문은 매일신보의 시설을 흡수해 창간되면서 대한매일신보의 지령을 이어 받았습니다.3·1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두사람(오세창 사장,권동진 고문)과 당시 문단의 원로이자 소설 ‘임꺽정’의 작가인 홍명희(고문) 등이 서울신문 창간에 참여했습니다. 서울신문은 1968년 모든 기사와 제목을 한글로 쓰기 시작했을 만큼 한글전용과 신문말 다듬기에 선구적 역할을 했습니다.서울신문의 신문말다듬기를 통해 만들어진 새 말 가운데는 ‘사재기’등 요즘 널리 쓰이는 것이 많습니다.상업주의와 선정주의에 휩쓸리지 않고 어느 신문보다 재벌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하는데 과감했습니다.문화예술 활동 지원에도 앞장섰습니다.서울 세종로의 이순신 장군 동상을 비롯,애국선열 동상 15기를 건립했고,금이 간 보신각 종을 새로 만들어 제야의 종소리가 계속 울리게 했습니다.언론환경의 변화에 따라 컴퓨터 조판시스템을 가장 먼저 도입한 것도 서울신문입니다. 그러나 서울신문은 4·19때 성난 시위대에 의해 사옥이 불타는 오욕의 역사도 지니고 있습니다.해방후의 좌우익 대립,군사독재 등을 거치면서 지면과 논조가 굴절되고 권언유착의 폐습에 물들었던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한국 제도권 언론이 자의든 타의든 빠져들었던 곡필의 역사에서 선두에 섰던 적도 있습니다. 이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통절한 반성을 바탕으로 1998년 서울신문은 대한매일로 이름을 바꾸었고 2002년 사원들이 최대주주가 되는 민영화를 이룩해냄으로써 소유형태에 있어서도 완전한 독립언론으로 탈바꿈했습니다.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한 국민의 신문으로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민영화 이후 대한매일은 온건합리주의 개혁노선을 지향하며 민족문제와 남북 공동체 회복,인권,시민의 권리 신장,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진취적인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내년이면 창간 100주년을 맞는 대한매일은 이처럼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항상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지령 2만호를 맞는 이 아침에도 우리는 지난날을 교훈 삼아 언론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옷깃을 여밉니다.초심으로 돌아가 대한매일신보의 창간 정신을 되새기면서 시대정신을 이끄는 신문을 만들고자 합니다. 북한 핵 문제로 인해 6자회담이 열리고 있는 오늘의 상황은 일본이 세력을 확장하며 서구 열강들이 앞다퉈 아시아를 넘보던 100여년전의 상황과 매우 흡사합니다.대한매일은 대한매일신보가 그랬듯이 민족의 앞날을 먼저 생각하는 신문이 될 것입니다.아울러 새로운 시대의 동인을 먼저 읽고 사상의 자유로운 시장기능을 수행하면서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이 있는 신문이 되도록 하겠습니다.무한경쟁의 신문시장에서 상업주의나 자사이기주의에 휩싸여 진실을 왜곡하지 않고 독자의 입장에서 뉴스를 판단하겠습니다.독자가 참여해 독자가 신문을 만드는 참신하고 도전적인 신문이 될 것입니다. 임영숙 주필 ysi@
  • 대구 유니버시아드 / 체조 男단체전 사상 첫金

    한국 기계체조가 남자 단체전에서 국제종합대회 사상 첫 우승을 일궈냈다.이원희(용인대)와 홍옥성 남북 유도 오누이는 동반 금메달의 기쁨을 맛봤다.최미연(광주여대)은 양궁 콤파운드 입문 6개월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을 꺾고 정상에 서는 이변을 연출했다. 27일 계명대체육관에서 열린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체조 남자단체전에 출전한 양태영(경북체육회) 이선성(수원시청) 김대은 신형욱 양태석(이상 한체대)은 6개 종목 합계 168.425점을 기록,우크라이나(168.150)를 0.275차로 따돌리고 예상치 못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한국은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게 남자 단체전 사상 최고 성적.한국은 이날 막판까지 우크라이나에 0.425점 뒤지다 간판 양태영이 링에서 9.70을 획득해 짜릿한 뒤집기에 성공했다. 한국 남자유도의 이원희는 계명문화대학 수련관에서 열린 73㎏급 결승에서 일본의 다카마쓰 마사히로를 업어치기 한판으로 매트에 뉘고 금메달을 따냈다.이원희는 초반 고전했으나 종료 2분36초를 남기고 다카마쓰를 업어치기 공격으로 매트 위에 메다꽂았다.이원희는 1회전부터 결승까지 5경기 모두 한판으로 꺾는 쾌조를 보였다. 북한의 홍옥성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프랑스의 유러니 팡에게 우세승을 거둬 북한선수단 1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준결승에서 한국의 양미영(한체대)에 우세승을 거두고 결승에 오른 홍옥성은 팡에게 절반을 먼저 내줬으나 중반 업어치기 절반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린 뒤 막판 팡의 지도를 이끌어내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여자 52㎏급 결승에 나선 북한의 안금애는 오드리 라리자(프랑스)에게 막판 효과 1개를 허용해 금메달을 내줬다. 최미연은 예천 진호국제양궁장에서 벌어진 콤파운드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예선 때 687점의 세계타이기록을 세운 메리 존(미국)을 114-112로 꺾고 우승했다.결승에서 존과 마주친 최미연은 존이 첫발을 8점에 맞히며 흔들리는 사이 9점을 두차례,10점을 세차례 연속으로 쏘는 등 7발까지의 합계에서 66-65로 앞선 뒤 2발을 연속해 중앙 과녁에 꽂아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펜싱에서는 하창덕 최병철(이상 대구대) 고재원(경남체육회)이 출전한 남자 플뢰레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에 맥없이 25-45로 져 은메달 1개를 추가하는데 그쳤다. 대구 박준석 박지연기자 pjs@ ■콤파운드란 양궁 콤파운드는 유럽과 미국 등에서 사냥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올림픽 종목이 아니어서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다.일반적인 양궁을 말하는 리커브보다 무게가 3㎏ 정도 더 나가는 콤파운드(5∼6㎏)는 활 양쪽 끝에 도르레가 달려있는 게 가장 큰 특징.활시위를 일단 당겨 놓으면 도르레가 고정해주기 때문에 힘이 리커브에 비해 덜 든다.시위에는 집게 형태의 방아쇠도 달려 있다.시위를 당기는 손등이 리커브는 밖으로 향하지만 콤파운드는 안으로 향한다.
  • 만경봉호 니가타항 출항

    |도쿄 연합|북한 화물·여객선 만경봉 92호가 26일 오후 7시 정박 중이던 일본 니가타(新潟)항을 떠나 원산(元山)으로 향했다. 만경봉호는 애초 이날 오전 10시 출항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실시된 일본 정부의 항만국 통제(PSC) 검사에서 5개 항에 걸쳐 안전상의 미비점이 지적되는 바람에 출항이 9시간 정도 지연됐다. 만경봉호는 이날 오전 팩시밀리로 일본 당국에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시정계획서를 제출하면서 니가타현(縣)측에 접안 허가를 오후 4시까지 연장해 주도록 요청한 데 이어 오후 들어 다시 6시,7시로 3차례에 걸쳐 접안허가 연장을 요청했다. 이날 만경봉호 주변에는 우익단체 등의 시위에 대비,삼엄한 경비가 펼쳐졌으나 별다른 불상사는 없었다.
  • 日 “만경봉호 출항금지”/선박안전기준 5개항 위반

    |도쿄 연합|북한의 화물·여객선 만경봉-92호가 25일 일본 니가타(新潟) 항에 입항했다. 일본인 납치문제 등을 둘러싼 일본내 대북 감정악화 등으로 지난 1월 운항을 중지한 이래 7개월 만의 일이다.지난 6월초 입항 예정일 전날 운항을 전격 취소했던 소동 이후로는 2개월 보름여 만의 입항이다. 일본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본의 태도를 떠보기 위해 6자회담을 이틀 앞둔 미묘한 시점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만일 일본이 지나치게 만경봉호에 대한 검사를 엄격히 할 경우,북한은 6자회담에서 북·일 양자회담에 응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일본이 6자회담에서 북한과 양자회담을 열어 납치문제 등을 거론하기 위해서는 만경봉호를 쉽게 내칠 수 없는 입장을 북한이 십분 활용했다는 얘기다. 이날 니가타 항 부두에는 만경봉호 입항을 반기는 총련 관계자들과,반대입장에 선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과 단체들이 뒤엉켜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납치 피해자 가족들은 “납치 일본인을 즉각 돌려 보내라.”라고 적힌 피켓 등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였다.반면 총련 관계자 등 200여명은 만경봉호를 향해 “열렬히 환영한다.” “영광으로 가득한 조국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만세”등의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일본 정부는 이날 만경봉호에 대한 선박안전 검사결과,5개항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면서 시정이 이뤄질 때까지 만경봉호의 출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26일 오전 조선대학교 수학여행생 등 200여명을 태우고 북한의 원산 항으로 향할 예정이던 만경봉호의 출항이 다소 불투명해졌다. 위반 항목은 ▲부엌 환기구의 화재 조절판 미비 ▲비상구 표시등의 높이 및 밝기 위반 ▲비상시 항공기와 연락을 위한 무선전화 미비 ▲바닷물을 이용한 화재진압 장비 미비 ▲기름과 하수 분류장치 오류 등이다. 만경봉호측은 이날 밤 예정된 출항시간에 맞추기 위해 시정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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