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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부활하는 군국주의/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부활하는 군국주의/강동형 논설위원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군국주의 논란에 휩싸였다고 한다. 그런데 드라마를 시청한 사람이라면 태양의 후예를 군국주의와 결부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군인과 군인정신을 소재로 다루었다고 군국주의로 매도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다. 군국주의는 군사력 증강을 우선시하고, 국민 생활에서 전쟁 준비나 정책을 중시하는 이념이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이 군국주의를 지향한 대표적인 나라다. 일본에서는 21세기에도 ‘군국주의 유전자’가 죽지 않고 꿈틀대고 있다. 군국주의 일본은 1946년 발효된 평화헌법에 따라 어떠한 무력이나 교전권도 없는 나라가 됐다. 그런데 1950년 한국전쟁을 계기로 경찰예비대를, 2년 뒤에는 이를 보안대로, 또 2년 뒤에는 자위대로 명칭을 변경했다. 걸프전과 9·11 테러 이후 분쟁 지역 개입도 가능해졌다. 일본은 아직도 성이 차지 않은 것 같다. 아사히신문은 그제 아베 정권이 평화헌법을 개정해 일왕을 국가원수의 지위로 격상하고, 자위대를 명실상부한 육·해·군 국군으로 변경하는 두 번째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베 정권은 2012년 군국주의를 부활하는 개헌안을 들고나와 주변국을 긴장시켰다. 전문에 ‘천황을 모시고’를 삽입하고, 전쟁 포기 조항을 개정했으며 긴급사태 선언에 관한 내용을 넣었다. 과거와 다른 점은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 맞춰 중의원을 해산한 뒤 동시선거를 실시해 개헌선을 확보하겠다는 구체적인 복안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일왕과 군국주의 부활이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안보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이미 아시아에서 중국과 맞서는 군사대국이다. 최첨단 무기는 말할 것도 없고, 자위대 병력만 25만명이나 된다. 자위대 명칭을 사용하나, 일본 국군으로 변경하나 알맹이는 다를 게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천황을 모시고 국방군을 가진 일본’은 차원이 다르다. 일본의 우경화는 더욱 속도를 내고 강대국들과 군비경쟁도 벌여 나갈 것이다. 독도 문제에 대한 일본의 무력 개입 가능성도 커진다. 주한 미군의 역할도 축소되고, 남북 통일도 지체되는 등 여러 가지 변화도 예상할 수 있다. 우리로서는 아베 정권의 군국주의화를 막을 방도가 딱히 없다.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건 일본의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일본에는 군국주의 부활을 외치는 사람이 있지만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그렇다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군국주의의 꿈을 포기하도록 주변국과 공조 외교를 벌여 일본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외에도 중국과 러시아 등 다자간 안보협력을 제안하고 있다. 일본의 군국주의화는 ‘태양의 후예’의 논란처럼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군국주의가 부활하기 전에 싹을 잘라야 한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프로야구] 짐 될까, 힘 될까… 너는 팀 운명

    [프로야구] 짐 될까, 힘 될까… 너는 팀 운명

    2016 KBO 정규시즌이 1일 닻을 올렸다. 10개 구단은 이날 개막전을 시작으로 팀당 144경기, 총 720경기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올 시즌에는 NC, 한화, 두산이 우승 후보로 꼽히지만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박빙의 전력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혼전이 예상된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등을 거쳐 겨우내 전력 보강에 힘써 온 각 팀마다 특히 기대하는 선수가 있다. 이른바 ‘키플레이어’다. 팀 전력 강화를 위해 새로 영입하거나 부상에서 회복돼 그 어느 때보다 활약이 예상되는 선수들이다. 이들의 활약 여부가 올 판세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시선을 모은다. 프로야구 해설위원 등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팀의 운명을 쥔 각 구단의 키플레이어를 선정했다. 챔프 두산, 구멍난 좌익수 걱정 없네 지난해 챔피언 두산은 간판 스타 김현수(볼티모어)의 미국 진출로 공수에 구멍이 생겼다. 현재도 김현수의 좌익수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김태형 감독은 일단 박건우를 후보 1순위로 지목했다. 이 때문에 박건우(26)는 올 시즌 남다른 기대에 차 있다. 지난해까지 쟁쟁한 선배에 밀려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올해는 욕심을 낼 각오다. 박건우는 장타력과 정확성을 겸비한 타자다. 줄곧 주전 외야 한 자리를 꿰찰 선수로 꼽혀 왔다. 그는 지난해 70경기에 나서 타율 .342에 5홈런 26타점을 기록했다. 이번 시범 14경기에서 타율 .282에 1홈런 7타점을 올렸다. 2루타 3개, 3루타 1개도 터뜨렸다. 박건우의 출장 기회가 많아질수록 두산이 걱정을 덜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체인지업 갈고닦아 삼성 뒷문 지키리 다시 왕좌를 노리는 삼성에는 심창민(23)의 활약이 절실하다. 최강 마무리 투수였던 임창용이 도박 파문으로 벌금형을 받으며 팀에서 방출됐고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셋업맨 안지만도 경찰 조사가 완료되지 않아 삼성의 불펜이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필승조에서 뛸 것으로 보이는 심창민은 안지만이 나서지 못할 경우 유력한 마무리 후보로 꼽힌다. 팀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이제는 내가 팀의 중심에 서야 한다”며 볼 컨트롤과 체인지업을 중점적으로 연마했다. 그 결과 심창민은 시범경기에 4차례 등판해 시속 150㎞ 이상의 위력적인 직구를 선보이며 평균자책점 0, 피안타율 .077의 인상적인 성적을 냈다. 심창민의 어깨에 삼성의 우승이 달려 있다. 석민씨 하나면 3루 수비 해결·타력 ‘업’ 삼성의 주포였던 박석민(31)은 역대 자유계약(FA) 최고액인 4년 96억원에 NC 유니폼을 입었다. NC는 그의 영입으로 단숨에 우승후보 1순위에 올랐다. 박석민은 감각적인 3루 수비에 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 등 최강 3루수로 꼽힌다. NC의 취약 포지션이던 3루 수비는 강화됐고 지난해 최고 화력(팀타율 .289, 팀홈런 161개)을 자랑했던 팀 타선은 폭발력을 더하게 됐다. 좌타자가 많은 NC 라인업에서 참을성 강한 ‘우타 거포’ 박석민의 가세로 좌우 균형까지 맞췄다. 박석민은 지난해 타율 .315에 홈런 27개를 치며 데뷔 11년 만에 3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최고 시즌을 보냈다.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까지 풍부한 그가 NC 첫 우승에 한몫할지 주목된다. 굴러온 3할 거포… 넥센 하위권 아닐세 채태인(34)은 줄곧 삼성의 중심 타선에 자리했다. 삼성의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삼성은 ‘도박 파문’에 휩싸인 마무리 임창용을 퇴출시키고 윤성환과 안지만의 투입도 불투명하다. 그러자 채태인을 넥센에 내주고 투수 김대우를 받는 고육책을 단행했다. 주포 박병호와 유한준의 이탈로 고심하던 화력의 팀 넥센도 채태인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좌타 거포 채태인은 당장 넥센의 중심 타선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타율 .348에 8홈런 49타점으로 활약했다. 지난 9시즌 동안 통산 타율 3할대(.301)를 감안하면 변치 않는 활약이 예상된다. 뜻하지 않게 버림받은 그가 오기까지 발동할 경우 하위권으로 점쳐진 넥센의 ‘복덩어리’로 거듭날 수 있다. 흔들린 투수왕국 SK 구할 희수 왕자 SK는 막강 불펜을 구축했던 정우람(한화)과 윤길현(롯데)을 한꺼번에 잃어 뒷문이 허전하다. SK는 경험이 풍부한 박희수(33)의 부활을 고대하고 있다. 그는 예리한 제구력을 앞세워 2013년 24세이브로 맹활약했고 2014년에도 13세이브로 마무리 입지를 굳혔다. 2012년에는 홀드왕(34개)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온전치 않은 몸 상태 탓에 14경기에서 2홀드, 평균자책점 5.40으로 부진했다. 올 시범경기에서도 7경기(6과3분의1이닝)에서 8안타 6사사구 7실점(6자책), 평균자책점 8.53으로 제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타선 강화로 기대를 부풀리지만 허약한 불펜으로 한 시즌을 견뎌내기는 쉽지 않다. 박희수의 활약이 더 절실하다. ‘슬러브’ 장착한 은범 독수리 비상할 때 송은범(32)의 지난해 성적은 초라했다. FA 선수로 연봉 4억 5000만원에 한화로 이적해 치른 첫 시즌에서 2승 9패, 평균자책점 7.04로 고개를 떨궜다. 2013년부터 세 시즌 연속 7점대 평균자책점이다. 그는 지난겨울 절치부심했다. 스프링캠프 동안 니시구치 후미야 투수 코치로부터 ‘슬러브’(커브와 슬라이더의 중간 공)를 전수받았고 체인지업도 가다듬었다. 그 결과 시범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80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지난달 27일 KIA와의 마지막 등판에서는 3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기대감을 더했다. 에이스 로저스의 팔꿈치 부상으로 송은범의 비중은 더 커진 상황이다. 14년차 송은범이 부진을 씻어내고 한화 돌풍에 앞장설지 이목이 쏠린다. KIA 투수진 OK… 제발 4번만 살아나라 KIA는 지난해 팀 타율 꼴찌(.251)였다. 무엇보다 주포 나지완(31)이 지독히 부진했다. KIA는 올해 막강 선발진을 구축하며 명가 부활을 꿈꾼다. 빅리그 출신 헥터와 프리미어12 미국대표팀의 지크를 영입했고 윤석민까지 포함시켜 양현종과 튼실한 선발진을 꾸렸다. 마무리 임창용도 후반기 가세할 태세다. 하지만 허약한 타선에는 변화가 없다. 결국 방망이가 팀 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 타선이 살아나려면 나지완이 제 몫을 해 줘야 한다. 그는 2009년 SK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끝내기포를 날린 주인공이다. 2014년까지 6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도 기록했지만 지난해 타율 .253에 7홈런 31타점에 그쳤다. 체중 10㎏을 감량하며 절치부심한 나지완은 올해 30홈런 이상을 일궈 믿어준 감독과 팬에게 보답할 각오다. 역전패 그만! 우리 롯데가 달라질게요 올해 KBO리그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달라진 롯데’다. 지난해에도 롯데는 고질적인 불펜 난조 탓에 막판 역전을 허용하는 경기가 잦았다. 올 시즌 롯데는 불펜 강화를 위해 FA 시장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손승락(34)을 4년 60억원에 영입해 4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게 됐다. 손승락은 4년 연속 20세이브를 달성하는 등 꾸준한 구위를 자랑했다. 그가 올 시즌에도 20세이브 이상을 올린다면 구대성 이후 역대 두 번째로 ‘5년 연속 20세이브’를 일구게 된다. 손승락은 직구와 커터 위주의 단조로운 투구 탓에 최근 3년간 세이브가 46-32-23개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겨울 캠프에서 포크볼과 슬라이더를 연마해 반등을 노린다. 올 시즌 롯데의 운명은 손승락의 활약과 무관하지 않다. LG 선봉 ‘봉 기사’ 5선발로 새출발 지난해 마무리 봉중근(36)은 잇단 부진에 시달렸다. 어느덧 노장 반열에 들어선 봉중근에게 마무리는 정신적, 체력적으로 부담이 됐다. 그러면서 시즌 막판 선발로 나서 보직 변경을 시도했다. 봉중근은 양상문 감독의 결단으로 5선발로 낙점돼 올 시즌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하지만 그의 몸 상태는 좋지 않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허벅지 통증을 호소했다. 다행히 현재 통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선발 시험 무대인 시범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올 시즌 확 달라진 모습으로 도약을 다짐한 LG로서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그는 2군에서 실전 등판을 한 뒤 정규리그에 뒤늦게 나설 전망이다. LG의 기대가 큰 만큼 그의 활약 여부는 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막내 kt 큰형님, 부상 딛고 부활 노린다 ‘막내 구단’ kt 선수들에게 이진영(36)은 한없이 큰 존재다. 1999년 쌍방울에서 데뷔해 프로 18년 차를 맞이하는 이진영은 프로야구 통산 타율이 .303에 달하며, 국가대표에서 활약하며 ‘국민 우익수’라고 불린 프로야구 정상급 선수다. 그러나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이진영에게도 이번 시즌은 걱정이 앞선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에서 kt로 이적해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만 한다. 게다가 지난달 시범경기를 앞두고는 우측 갈비뼈에 미세 골절을 당했다. 그 여파로 시범경기에서도 8타수 1안타에 그쳤다. 상황이 어렵지만 이진영은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훈련에도 열심히다. SK 시절 스승과 제자로 만난 후 9년 만에 재회한 조범현 kt 감독도 무한신뢰를 보내고 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한재희 기자 jh@seoul.co.kr·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2년 전 실종 여중생’ 日명문대생이 납치·감금

    ‘2년 전 실종 여중생’ 日명문대생이 납치·감금

    용의자 자살 시도… 경찰에 검거 일본 명문대생이 여중생을 납치해 2년 동안 감금한 사건이 알려져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28일 NHK방송 등에 따르면 일본 경찰은 미성년자 유괴 용의자인 데라우치 가부(23)를 이날 시즈오카현에서 발견해 신병을 확보했다. 데라우치는 명문대인 국립 지바대를 최근 졸업하고, 다음달부터는 소방설비회사에 출근할 예정이었다. 그의 범행은 전날 낮 12시쯤 도쿄 나가노구의 집에 감금돼 있다 탈출한 A(15)양이 인근 JR히가시나가노역 공중전화를 이용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드러났다. A양은 중학교 1학년이던 2014년 3월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하교 중 실종돼 행방이 묘연해졌다. 경찰은 이 여학생이 지바현에서 2년 가까이 감금돼 데라우치와 함께 거주하다가 지난달 도쿄 나가노구의 아파트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피해 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밖에서 문을 잠가 도망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A양은 이날 오전 데라우치가 장시간 외출한 틈을 타 문을 부수고 도망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탈출 직후 공중전화로 먼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A양을 안전하게 보호한 뒤 곧바로 데라우치를 공개 수배했다. 경찰은 시즈오카현 이토시 시내에서 한 남자가 피투성이인 채로 걷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28일 오전 3시 20분쯤 데라우치를 검거했다. 용의자가 흉기로 자살을 시도한 직후였다. 그는 대학 연구실에서 일할 만큼 모범적이었고, 항공 분야에도 관심이 깊은 학생이었다고 지바대학 관계자들은 밝혔다. 용의자가 거주하던 도쿄 아파트의 주민들도 “빈방이라고 생각할 만큼 늘 조용했다”며 “그런 사건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국제공조 나서는 철벽女 고립주의 치닫는 마초男

    [글로벌 인사이트] 국제공조 나서는 철벽女 고립주의 치닫는 마초男

    미국 대선 경선이 중반을 지나면서 오는 7월 민주당·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각 당이 누구를 최종 후보로 지명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공식 후보 지명은 전당대회에서 이뤄지지만 지금까지 이뤄진 경선 레이스로 볼 때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68) 전 국무장관이, 공화당에서는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69)가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클린턴과 트럼프의 정책과 사람들, 본선 매치 경쟁력 등을 들여다봤다. ●클린턴 ‘공조외교’ vs 트럼프 ‘고립주의’ 클린턴의 외교·경제 등 분야별 정책 공약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현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이 오바마 대통령 1기 국무장관을 지내며 외교정책의 틀을 짰다는 점에서 오바마 정부 정책을 이어가지 않을 경우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는 것이 되기 때문에 상당수 정책을 유지하려는 모습이다. 특히 외교정책에 있어서는 한국·일본·이스라엘 등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 등에 대한 대응도 국제공조를 강화해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북한·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대응 경험이 많은 클린턴은 북한의 도발에는 제재로 맞서되 대화의 창구는 열어 놓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클린턴이 대통령이 될 경우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반면 트럼프는 한국·일본·독일 등 미군주둔 동맹국들이 비용을 적게 낸다며 안보 무임 승차론을 제기하고 대테러 정책으로 무슬림 입국 금지, 물고문 부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무용론 등 극단적 정책을 내놔 미국을 고립주의로 끌고 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은 더이상 세계 경찰이 아니다. 남의 나라 안보 수호에 엄청난 돈을 쓸 수 없다”며 한·일이 분담금을 많이 안 내면 미군을 철수하고, 핵무장도 용인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김정은(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미치광이”라며 강경하지만 중국이 나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라며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중동·중남미 정책도 발을 빼려는 분위기로 일관하는 가운데 이란 핵협상은 물론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협상도 미흡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경제·통상·사회 정책도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클린턴은 오바마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을 지지하며 공정한 무역협정을 중시한다. 지난해 10월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는 미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 불만 등을 고려,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보완책이 마련될 경우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클린턴은 또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지지 및 총기 규제, 이민개혁, 최저임금 인상 등 추진을 밝혔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일자리 사수를 앞세운 보호무역주의로, 자유무역이 대세인 오늘날 글로벌 경제 상황과 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중국과 멕시코, 베트남 등 미국과 무역이 많은 나라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어갔다며 이들 국가와의 무역협정을 재검토, 재협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또 오바마케어를 반대하고 히스패닉 등 이민자를 막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워싱턴 소식통들은 “클린턴과 트럼프의 정책이 대조돼 본선에서 만날 경우 정책별 차이가 유권자들의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도표를 얻기 위해 정책 재조정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린턴 ‘호화군단’ vs 트럼프 ‘아웃사이더 군단’ 클린턴과 트럼프 선거 캠페인의 일등공신이자 가장 든든한 지지자는 누구보다도 그들의 가족이다. 클린턴은 남편 빌 클린턴(69) 전 대통령, 딸 첼시 클린턴(36), 유대계 금융인 사위 마크 메즈빈스키(38) 등이 총출동해 유세 현장을 함께 누비고 있다. 빌은 대통령 시절 경제 살리기 등 성과를 앞세워 부인을 돕고 있지만 ‘르윈스키 스캔들’ 등은 악재가 되기도 한다. 마크의 어머니 마저리 마골리스 메즈빈스키(73)는 유명 언론인·정치인 출신으로, 클린턴의 막강한 후원자가 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마저리는 특히 한국에서 입양한 딸을 둬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트럼프는 첫째 부인과 둔 2남 1녀 중 외동딸이자 둘째인 이반카 트럼프(34)에게 가장 많이 의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반카는 유대계 사업가 남편 자레드 쿠시너(35)와 함께 아버지의 유세 참여는 물론 캠프 활동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용히 내조해 온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45)도 인터뷰 등을 통해 남편을 돕고 있으며 아버지 사업을 이어온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38), 에릭 트럼프(31) 등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클린턴 선거 캠프는 워싱턴 주류 출신 ‘클린턴사단’과 ‘오바마사단’으로 이뤄진 호화군단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반면 트럼프 캠프는 ‘트럼프재단’과 보수단체 출신 아웃사이더들로 이뤄져 있다. 클린턴 캠프가 탄탄한 맨파워로 준비된 면모를 보이는 것과 달리 트럼프 측은 계속 인력을 영입하는 등 좌충우돌하고 있다. 클린턴 캠프의 대표 인사로는 클린턴사단 출신으로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존 포데스타 선거대책위원장,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본부장 출신인 로비 무크 선거본부장, ‘문고리 권력’ 개인 비서로 평가받는 인도계 여성 휴마 애버딘 등이 있다. 정책은 민주당 성향 싱크탱크 출신 마야 해리스, 백악관 특보 출신 앤 오래어리, 국무부 고문 출신 잭 설리반, 월가 개혁론자 개리 겐슬러 등이 맡고 있는데 이들에게 경제 및 외교안보 등 각종 자문을 제공하는 전문가 그룹이 수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셉 스티그리츠, 래리 서머스 등 진보학자들을 비롯해 매들린 올브라이트, 레온 파네타, 톰 도닐런 등 고위 관료 출신들이 대거 참여한다. 트럼프 캠프는 보수정치단체 출신 코리 르완도우스키 선거대책본부장, 밥 돌 전 상원의원 수석고문 출신 마이클 글래스너 부본부장 등이 이끌고 있다. 막후 실세는 법률·정치고문 역할의 마이클 코헨이며, 뉴욕 컨설팅회사에서 이반카와 함께 일했던 27세 여성 호프 힉스가 언론보좌관을 맡아 ‘문고리 권력’으로 통한다. 트럼프는 최근 언론을 통해 캠프 외교안보팀인 ‘국가안보위원회’ 인사들을 공개했는데, 위원회를 이끄는 제프 세션스 앨라배마 상원의원 이외에 전직 정부·군 출신, 교수, 업계 관계자 8명 모두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무명 인사다. 클린턴과 트럼프가 최종 후보가 될 경우 부통령 후보로 누구를 선택할지도 주목된다. 클린턴은 멕시코계 훌리안 카스트로 주택도시개발장관을 선호하고 있으며,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 진보 인사인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등도 거론된다. 트럼프 측은 경선에서 뛰었거나 경쟁하고 있는 테드 크루즈, 마코 루비오, 존 케이식, 벤 카슨, 크리스 크리스티 등이 언급되며 ‘깜짝 인사’ 지명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트럼프, “한국과 일본의 독자적 핵무장 미국에 불리하지 않아”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북한에 맞서기 위한 한국과 일본의 독자적 핵무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액수를 늘리지 않으면 당장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통령 당선을 전제로 이 같이 외교정책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개진했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국가가 아니며 점차 힘을 잃어갈 것”이란 현실적인 판단이 배경에 깔렸다.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은 점차 스스로 방어하기 위해 핵무장을 하려 할 것”이라며 “어느 시점이 되면 이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으로서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동안 동북아 지역에서 핵무장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온 역대 미국 정부의 움직임과는 상반되는 발언이다.  트럼프는 동북아 동맹국의 독자적인 핵무장론에 이어 방위비 분담 재협상도 다시 언급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그동안 분담금을 인상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도 “만약 아니라면 당장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주장했다.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과의 기본 조약들을 재협상할 것이란 의사도 밝혔다.  중동의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선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언급했다. 그는 “사우디가 이슬람국가(IS) 퇴치를 위한 지상군 파병 요청을 거부하거나 혹은 전투자금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원유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사우디는 미국이 없으면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모욕적 언사도 담겼다.  그는 장기적으로 중동문제에서 손을 떼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중동 정세에 개입했던 이유가 원유 때문이었는데 이제 그럴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밖에 트럼프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억제하기 위한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해 다른 지도자들과는 관점의 차이를 드러냈다. 또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공산품 수입 규제 등 미국 시장 진입 차단을 거론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일본 승마클럽 탈출한 얼룩말의 최후는?

    일본 승마클럽 탈출한 얼룩말의 최후는?

    일본의 한 승마클럽에서 탈출한 얼룩말 죽음 소식에 일본 사회가 슬픔에 빠졌다. 23일(현지시간) 일본판 허핑턴포스트는 지난 22일 일본 아이치 현 세토시의 한 승마클럽에서 탈출한 얼룩말 한 마리가 포획하기 위해 쏜 마취총에 맞아 익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승마클럽을 탈출한 얼룩말은 키 1.2m, 몸무게 200kg에 달하는 2살짜리 수컷으로 22일 오후 5시 30분경 승마클럽 울타리를 넘어 도망쳤다. 오후 8시 30분께 한 운전자가 탈출한 얼룩말을 목격한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경찰의 포획작전이 활기를 띠었지만 어두운 상황 속에서 얼룩말을 발견하진 못했다. 다음날인 23일 오전 6시 30분경 세토시 인근 기후 현의 한 주민이 얼룩말이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는 신고를 했으며 출동한 경찰은 인근 지역의 한 골프장 내에서 얼룩말을 발견했다. 이어 골프장에 난입한 얼룩말을 잡기 위해 포획 작전이 시작됐으며 이를 취재하기 위해 여러대의 방송사 헬리콥터까지 동원돼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오전 10시경. 경찰들은 포위망을 좁혀 포획작전을 계속 수행했지만 자유를 찾아 탈출한 젊은 얼룩말을 쉽게 잡을 순 없었다. 결국 수의사의 도움을 받아 마취총을 발사해 얼룩말을 잡는 듯했지만 마취제에 힘이 빠진 얼룩말은 포획을 피해 골프장 연못으로 뛰어들었다. 12시 40분께 경찰들은 연못에 빠진 얼룩말을 꺼내 심장마사지를 비롯해 응급처치를 시도했지만 얼룩말은 결국 죽고 말았다. 한편 얼룩말의 죽음 소식은 들은 네티즌들은 “미안해, 얼룩말아!”, “얼룩말이 좋은 곳으로 가길 빌게요”, “안타깝네요” 등 애도하는 댓글을 남겼다. 사진·영상= AP / ANNnewsCH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소주 딱 한 잔’도 이제 면허 정지랍니다

    ‘소주 딱 한 잔’도 이제 면허 정지랍니다

    정부가 음주운전과 이로 인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다각도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검찰이 음주운전 차량 동승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경찰은 혈중알코올 농도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22일 “운전면허 정지 이상의 처벌을 받는 혈중알코올 농도의 기준을 0.05%에서 0.03%로 강화하는 방안 등에 대해 대국민 인식 조사를 실시한다”고 22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여론조사 기관이 앞으로 한 달간 운전자 700명, 비운전자 300명 등 1000명에게 전화로 설문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 강화 방침을 사실상 확정하고 관련 절차를 밟는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여서 찬성 쪽이 우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찰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5월쯤 공청회를 열고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혈중알코올 농도 0.03%는 성인(체중 65㎏)이 소주 1잔(50ml·20도), 와인 1잔(70ml·13도), 맥주 1캔(355ml·4도)을 마신 정도다. 혈중알코올 농도 기준을 0.03%로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 개정안은 2007년 처음 발의됐다. 국토교통부가 2011년 ‘제7차 국가교통안전기본계획’과 2013년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확정한 ‘교통사고 사상자 줄이기 종합대책’에도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자동차보험 회사들로 구성된 손해보험협회도 정부에 꾸준히 ‘0.03% 기준’을 건의해 왔다. 지금까지는 ‘0.03%’에 대해 신중론이 우세했다. 세계적으로 음주운전 단속 기준이 우리나라와 같은 0.05%가 대세라는 게 주된 논거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도로안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38개국 중 24개가 0.05%였고, 0.03% 미만은 10개국이었다. “벌금을 늘려 정부 수입을 높이려는 꼼수”라는 일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음주운전 단속에서 혈중알코올 농도가 0.05~0.1%이면 6개월 이하 징역 혹은 300만원 이하 벌금, 0.1~0.2%는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 0.2% 이상은 1~3년 징역이나 벌금 500만~1000만원에 처해진다. 경찰청은 이에 대해 “음주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다소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비율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14%에 달하기 때문에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찰 관계자는 “일본은 2002년에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기존의 혈중알코올 농도 0.05%에서 0.03%로 강화하고, 동승자나 술을 권유한 사람도 벌금 50만엔(약 515만원)을 물리도록 했다”며 “이후 음주운전 사망자 수가 2000년 1276건에서 2010년 287건으로 77%나 줄었고,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음주 교통사고 사망자의 비율도 6%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속 기준을 0.03%로 낮추면 연간 음주운전 사망자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단속 현장에서 측정 수치를 두고 논란의 여지가 커지기 때문에 더욱 정확한 음주단속기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日, 조선총련계 로켓 엔진 전문가 포함 재입국 금지 대상자 22명 지정

    일본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등에 대한 독자 제재 차원에서 북한을 방문할 경우 재입국이 금지되는 대상에 로켓 엔진 전문가를 포함해 총 22명을 지정했다고 교도통신이 20일 전했다. 일본 정부에 의해 지난 2월 재입국 금지 대상자로 지정된 사람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소속 간부 등 17명과 산하 단체인 재일본조선인과학기술협회(과협) 회원 5명 등이다. 과협 회원 5명 가운데 1명은 로켓 엔진 개발에 권위가 있는 도쿄대학 출신 연구자로 박사학위를 갖고 있다. 이 연구자는 경제산업성에 의해 대량파괴무기 개발에 참여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목된 북한의 미사일 관련 기업인 ‘금강원동기’와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일본 공안 당국은 보고 있다. 또 금강원동기에는 이 연구자를 포함해 다른 과협 회원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일본 공안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과협의 나머지 재입국 금지 대상자 가운데는 교토, 오사카 등 간사이 지역 국립대의 원자력연구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경찰이 지난해 3월 허종만 조선총련 의장의 차남이 북한산 송이버섯을 불법 수입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재일 조선인에 대해 첨단기술 정보 수집을 지시한 문서가 발견된 만큼 공안 당국은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기술의 북한 유출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피해자의 간절한 ‘시그널’ DNA로 범죄 진실을 찾다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피해자의 간절한 ‘시그널’ DNA로 범죄 진실을 찾다

    땅속에 보관된 DNA 수명 1000~1만년 지속 美선 성범죄자 DNA 영구 보관하기도 최근 장기 미제 사건을 다룬 케이블 드라마 ‘시그널’이 선풍적인 인기를 넘어 사회적 관심을 모았다. 누군가의 기억에서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인 미제 사건의 피해자 혹은 피해자의 가족에게 사건의 해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관심이라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드라마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제’는 ‘아닐 미’(未)와 ‘건널 제’(濟)를 쓴다. ‘濟’에는 ‘건너다’의 뜻 외에도 ‘구제하다’ ‘돕다’라는 뜻이 있다. 그러니까 미제 사건은 어쩌면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의미 보다는 ‘피해자를 돕지 못한’의 뜻이 더 강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구원받지 못한 피해자들의 사연은 비단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존재하는 어느 곳에나 미제 사건은 존재한다. ●美 등 반인류 범죄 공소시효 없어 미제 사건을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 기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는 공소시효다. 공소시효는 어떤 범죄행위에 대해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 형벌권이 소멸하는 제도다. 공소시효는 범죄 분야나 국가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 미제 사건의 대부분은 살인죄에 해당한다. 또한 공소시효의 기간과 유무가 미제 사건 해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법규라는 것 역시 국가를 막론한 공통점이다. 미국은 살인죄에는 공소시효를 아예 적용하지 않는다. 일부 주(州)에서는 살인죄뿐만 아니라 아동 학대나 성범죄에 대해서도 공소시효를 두지 않는다. 영국 역시 살인죄를 포함한 모든 중범죄에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으며, 프랑스는 살인죄가 아니더라도 반인륜적인 사건이라면 범죄자들에게 공소시효의 ‘혜택’을 주지 않는다. 일본은 2010년 들어 살인을 포함한 12가지 중대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했고, 중국은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공소시효 30년을 적용한다. 한국은 2015년 7월부터 살인으로 인해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 일명 ‘태완이법’이 적용되는 사건은 2000년 8월 1일 0시 이후에 발생한 살인 사건으로, 200여 건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DNA 데이터베이스화’ 인권 침해 논란도 각국을 ‘대표하는’ 수많은 미제 사건이 여전히 지속적인 수사를 필요로 하는 가운데 국내외에서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그중 첫 번째는 ‘DNA 감식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DNA의 수명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산소와 접촉이 적고 온도가 낮은 땅속에 보관된 DNA라면 그 수명은 1000~1만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 제한된 상황이 아니라 할지라도 DNA는 매우 안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고 물리화학적 충격에서도 보존 상태가 양호하기 때문에 범죄 수사에서 유용하게 활용된다. 과거에는 이러한 DNA의 특성을 이용해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DNA와 용의자의 DNA를 대조하는 방식을 사용했다면,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DNA 표현형질 감식’ 기법이 활용된다. 이 기법은 대조나 비교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DNA를 분석해 실제 DNA 주인의 신체적 특징을 파악해 내는 기법이다. 이미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생체정보 기업과 수사당국이 손을 잡고 이러한 기술을 이용해 미제 사건을 함께 해결한 사례가 많다. 미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두 번째 키워드는 ‘DNA 관리 체계 및 범죄 예방 시스템’이다. 미국에는 성범죄자의 DNA를 영구 보관하고 장기간 이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성범죄 예방 시스템이 존재한다. 하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장기간 보존하는 데 인력과 기술을 투자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게다가 DNA 데이터는 인권 및 개인정보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09년 10월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는 세계 최초로 전 국민과 거주비자를 받은 외국인들의 DNA를 모두 채취해 데이터베이스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확보한 DNA 정보는 미제 사건 해결이나 무연고 시신 신원 확인 등에 활용되는데, 유럽인권재판소는 전과가 없는 사람의 DNA와 지문 자료를 보관하는 것은 인권 침해로 위법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한국은 2010년 ‘DNA법’ 시행으로 살인이나 강도, 성폭행 등의 범죄와 관련한 DNA를 대상자의 동의 없이 채취할 수 있게 됐다. 대검찰청과 경찰청의 2015년 발표에 따르면 정부가 보유한 DNA 신원 확인 정보는 2014년 말 기준으로 17만 3024건에 달한다. 경찰 당국은 이러한 DNA 정보를 수집하고 보관할 수 있는 법적 조치가 강력범죄의 공소시효 배제와 맞물려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포기하지 않는다” 끈질긴 관심이 관건 드라마 ‘시그널’ 속 형사들은 “누군가가 포기하기 때문에 미제 사건이 만들어진다”고,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드라마 속 대사가 아니다.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데는 DNA 감식 기술의 발전과 이를 뒷받침해 주는 법적 보호망이 필수적이긴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수사당국의 끈질긴 노력과 대중의 관심이다.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잊지 않는 것, 그래서 포기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가장 뛰어난 ‘요원’이 아닐까. huimin0217@seoul.co.kr
  • [문화마당] 당신은 소설을 열심히 읽었습니까/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문화마당] 당신은 소설을 열심히 읽었습니까/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1995년 3월 20일 월요일 아침. 도쿄 지하철 마루노우치선, 히비야선, 지요다선의 다섯 개 차량에서 신경가스계 독가스가 살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지하철에 타고 있던 시민들은 눈이 멀거나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켰고 부상자는 5000여명에 달했다. 인간의 중추신경계를 손상시키는 이것의 정식 명칭은 ‘사린’이며 나치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개발한 맹독 가스로 알려져 있다. 아사하라 쇼코는 1955년 3월 2일 구마모토현 야쓰시로에서 태어났다. 소작으로 겨우 집안을 건사하던 부모가 일곱 번째로 낳은 자식이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눈에 이상이 있었는데 자라면서 거의 보이지 않게 돼 구마모토 현립 맹인학교에 다녀야 했다. 아사하라와 같은 처지의 학생들이 많았고 그중에는 미나마타의 수은 중독이 원인인 경우도 있었다. 야쓰시로에서 미나미타까지는 차로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으며 같은 바다에 면해 있다. 하지만 아사하라의 형이 아사하라를 미나마타병 환자로 관청에 신고했을 때 돌아온 것은 아사하라를 “빨갱이로 몰아세우는 소문과 괴롭힘”이었다. 후지와라 신야는 ‘황천의 개’에 이렇게 적었다. “미나마타의 질소 공장은 패전 후 국가 재건에 앞장선 선봉이었다. 그 국가적 산업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을 알면서도 미나마타 앞바다에 수은을 방류했다. 중앙정부는 냉혹하게도 국가 재흥에는 다소간의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아사하라가 고향을 떠나 도쿄에 머물며 옴진리교를 설립한 것은 1984년이었다. 10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1만여명에 가까운 이들이 모였다. 변호사와 생화학자, 의사, 과학자, 심지어 정부 관료와 경찰의 수도 상당수에 달했다. 이른바 사회 엘리트층인 그들을 향해 아사하라는 핵전쟁을 예언하고 옴진리교의 신자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최첨단 무기와 독가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반론은 허용되지 않았다. 교단 내부에서 아사하라의 예언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은 조용히 제거됐다. 교단의 활동에 항의한 인근 주민들에게는 테러가 가해졌다. 문제는 살인과 납치, 폭력이 자행됐음에도 경찰 당국은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옴진리교에 대한 경찰 내부의 움직임이 교단에 소속된 경찰 간부에 의해 시시각각 보고될 정도였다. 1995년의 대참사가 벌어진 그 순간까지도 사린에 대한 방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문학 수업을 맡고 있던 무라카미 하루키는 뉴스를 접하고 일본으로 돌아가 책을 쓸 결심을 한다. 그는 피해자 140명을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언더그라운드’라는 제목의 르포르타주를 출간하며 평범한 사람들이 허무하게 죽어갈 수밖에 없었던 주된 이유로 “무방비 상태의 정치가와 경직된 관료 시스템”을 들었다. 한편으로 사건에 가담한 신자들과 인터뷰할 때는 공통 질문 하나를 던진다. “당신은 소설을 열심히 읽었습니까?”라는 것이었다. 철학이나 종교, 과학 서적을 탐독해 온 신자들 대부분이 소설에는 흥미가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들의 대답을 종합해 하루키는 “아사하라가 내세운 세계관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픽션이었다. 그러나 픽션에 익숙하지 않은 신자들은 아사하라가 제시한 픽션을 사실과 뒤죽박죽 섞어 고스란히 받아들였다”고 진단했다. 일리가 있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점점 소설을 읽지 않게 되는 것도 어쩌면 비슷한 맥락일지 모른다. 하긴 읽지 않는 것이 어디 소설뿐이겠냐만.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8) 김도연 포스텍 총장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8) 김도연 포스텍 총장

    서울의 낮 기온이 영상 20도까지 올랐던 지난 4일, 덕수궁 근처의 식당에서 만난 김도연(64) 포스텍 총장은 진 웹스터의 소설 ‘키다리 아저씨’의 주인공을 연상시켰다. “전에는 진짜로 190㎝였는데 나이 먹더니 좀 줄어든 것 같다”며 유쾌하게 웃는 그에게 척박했던 국내 공학연구의 토양을 개척하고, 교수와 행정가의 길을 거쳐 한국을 대표하는 두뇌집단인 포스텍을 이끌게 되기까지의 여정을 들어 봤다. -“헤이, 무슈(미스터) 김. 여기 신문 좀 봐봐. 너네 나라 얘기 맞지?” 얼마 전에도 그러더니 기숙사에 같이 있는 녀석이 또다시 아침부터 자존심을 긁었다. 기사 제목이 대략 ‘한국은 세계에서 아기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였다. 버려진 한국 아기들의 해외 입양에 대한 특집기사였다. 그 프랑스인 학생이 아시아 후진국에서 온 유학생을 조롱할 목적으로 기사를 보여준 건지, 단순히 관심을 나타낸 것뿐인데 내 자격지심이 옹졸하게 받아들인 건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1976~79년에 걸친 3년 반의 프랑스 유학생활 동안 나는 ‘해외에 나가면 자기 나라 국력만큼 대접받는다’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절감해야 했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결심했다. “열심히 배워 한국으로 돌아가서 너희들이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만들어 다시 돌아오마.”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석사를 마친 1976년 초,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고 프랑스로 건너갔다. 해외 유학은 당초 나의 인생 로드맵에 존재하지 않았다. 공부를 마치면 돈을 벌고 싶었다. 어려서 나의 장래희망은 ‘과학자’도 ‘선생님’도 아닌, 오직 ‘부자’였다. 석사 졸업을 앞두고 박사과정에 진학할지, 취업을 할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데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카이스트 졸업생 중 프랑스로 유학하는 학생들에게는 프랑스 정부에서 특별 장학금을 제공한다는 공고가 붙었다. 당시 대한항공이 자국산 에어버스 여객기를 구매해 준 데 대한 프랑스의 정부 차원의 보답이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그때 나와 같은 케이스로 프랑스 유학 길에 올랐다. -“돈을 벌려고 해도 석사보다는 박사 학위를 받고 와야 기회가 많이 생기지 않겠나.” 당시 프랑스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우리는 달에 못 가는 게 아니라 가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미국의 달 착륙을 평가절하했던 프랑스였다.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나중에 한국에 수출한 초고속 열차 ‘TGV’, 세계 최고의 원자력 발전 기술 등이 다 프랑스의 대학과 연구실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6개월의 프랑스어 랭귀지 스쿨을 거쳐 그해 가을 미셰린타이어 공장으로 유명한 소도시 클레르몽페랑의 블레즈파스칼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나는 산학협력 연구학생을 자원했기 때문에 유학 생활의 대부분을 파리에 있는 르노자동차 중앙연구소에서 보냈다. 산학협력 과정을 택했던 건 기술의 현장 응용에 관심이 많아서이기도 했지만, 현지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생존 차원의 절박함 때문이기도 했다. 유학 시작 6개월 만에 한국에서 아내가 건너 왔는데, 프랑스 정부가 주는 장학금으로는 나 혼자 살아가기도 빠듯했다. 산학협력 연구학생을 하면 르노자동차에서 추가로 연구비와 생활비를 줬다. 자동차 생산공장에 딸린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다 보니 어떻게 특허로 연결시킬 수 있을까, 생산라인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실용적인 연구를 할 수 있었다. -평안도의 기독교 집안이었던 우리 가족은 북한 정권의 종교 탄압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왔다. 나는 1952년 피란지인 부산에서 태어나 전쟁이 끝나고 서울로 올라왔다. “공부는 반에서 중간 정도만 해라. 대신에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라.” 아버지는 중학교 선생님이셨는데,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아버지는 왜 다른 집들처럼 공부하라고 얘기를 안 하시지?’ 어린 마음에 섭섭함까지 들 정도였는데, 결과적으로 그 말씀만큼은 참 잘 지켰다. 경기고 우리 교실 60명 중에 30등을 왔다 갔다 했다. 동창 중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며 천재 소리를 듣던 친구가 나노 분야 최고 전문가로 노벨물리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우리 학교의 임지순(65) 석좌교수다. -1974년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마치고 카이스트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그 당시 카이스트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대단했다. 20대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인 병역 의무가 면제됐고, 석사 과정인데도 나라에서 당시 직장인 평균 월급(4만 5000원)의 3분의1이나 되는 1만 5000원을 다달이 생활비로 보조해 줬다. 카이스트 교수들의 월급은 서울대 교수의 3배였고, 아파트도 나왔다. 외국 유학을 마치고 카이스트 교수로 부임하면 대통령이 공항까지 관용차를 보내 줬을 정도였다.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1979년 7월 돌아옴과 동시에 아주대 기계공학과 조교수로 임용됐다. 그때 나이 27세. 아주대는 1971년 우리나라와 프랑스 정부의 한·불 기술초급대학 설립에 관한 협정 이행을 위해 설립된 학교였는데, 1977년 당시 김우중 대우실업 사장이 인수를 했다.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을 교수로 많이 채용했다. -아주대에서 나는 ‘빡빡이 교수’로 불렸다. 병역은 면제받았지만 3주 군사훈련은 필수였다. 귀국하고 얼마 후 훈련소에 들어갔는데, 지금과 달리 그때는 박사 학위 소지자를 거의 볼 수 없었다. “박사님이 그 정도밖에 못하나.” 남보다 한참 늦은 나이에 박사 학위를 받고 들어온 나를 훈련소 조교들이 얼마나 괴롭히던지. 훈련소를 나오고 얼마 되지 않은 그해 9월 1일 첫수업을 하러 들어왔을 때 학생들은 내가 교수라고 하자 처음에는 믿지를 않았다. 군인 머리를 한 멀대 같은 청년이 허여멀건 얼굴로 다니면 먼 발치에서도 못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교수 임용 2개월도 안 돼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는 ‘10·26사태’가 일어났다. 이듬해 5월까지 대 학이 문을 닫았다. 계엄령 초기에는 교수들까지 완전히 통제했는데, 얼마 후 교수들은 연구실 출입이 허용됐다. 학교 정문 앞에서 버스를 타고 연구실로 들어가는 식이었는데, 어느 날 버스에 올라온 계엄군이 출입증을 검사하더니 내 직위에 ‘조교수’로 돼 있는 걸 보고는 “야, 조교는 내려. 교수도 아닌 게 왜 여기에 타고 있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다행히 옆에 있는 다른 동료 교수가 ‘조교’가 아니라 ‘조교수’라고 말해 줘서 들어갈 수 있었다. -1982년 서울대 재료공학과에서 학과 졸업생을 교수로 유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 덕에 1969년 재료공학과 창립 이후 2회 입학생이었던 나는 서울대 교수로 옮길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서울대 이외 대학 이공계에서는 인문사회 계열처럼 그냥 강의만 이뤄졌다. 실험실이 갖춰진 대학이 거의 없었다. 절삭공구 하나 변변한 걸 찾기 힘들었다. 아주대에 있을 때도 학교에서 연구를 위한 실험은 거의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중견기업과 손잡고 기술 실용화 연구를 함께 했었다. 사실 아주대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기술회사를 창업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서울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 꿈을 버렸다. 훌륭한 학생들과 함께 좋은 논문을 쓰는 공학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비로소 하게 됐다. -당시 연구환경이 얼마나 척박했는지는 상상도 못 한다. 요즘에야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이 국내에서 연간 5만건 넘게 나오지만 서울대에 부임하던 해에는 전체 100건이 안 됐다. 제대로 된 첫 논문은 일본 정부의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 1984년 일본이 전 세계 청년 학자들을 초청해 일본 문화를 소개해 주는 프로그램을 가졌는데, 나는 2개월 반 동안 일본무기재료연구소에 갔다. 거기서 현지 연구원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했다. 그때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서울대로 자리를 옮겨 1986년에 처음 SCI급 논문을 낼 수 있었다. -우리 사회 전체에 민주화 바람이 불던 1980년대, 대학은 그 중심에 있었다. 학생과 전투경찰이 아침에 캠퍼스에 같이 등교하던 시절이었다. 1987년 부교수로 승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선배 교수가 연구실에 찾아와 종잇장 하나를 꺼내 놓았다. “김 교수, 여기에 사인해. 나만 믿고 그냥 하면 돼.” 그 선배가 시키는 일이라면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 흔쾌히 사인을 했다. 알고 보니 그것은 ‘서울대 교수 4·13 호헌반대’ 성명이었다. 사인을 한 다음날 모든 신문 1면을 그 기사가 장식했고, 해당 교수들 이름이 모두 실명으로 게재됐다. -아침부터 연구실 전화가 불이 났다. 가족이며 친척, 친구들이 “큰일 난 거 아니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걱정은 됐지만 특별히 겁이 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잘리면 잘리는 거지. 그런데 해직교수가 되고 나면 나는 뭘 먹고살아야 하지? 당초 꿈대로 돈이나 벌까?’ 그러나 6·10항쟁으로 이어지는 도도한 민주화의 물결 아래 우리 서명 교수들에게 특별한 불이익을 주는 조치 같은 것은 취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수시로 어찌해 볼 수 없는 나의 현실을 한탄하며 남몰래 눈물을 훔쳐야 했다. 교내에 경찰이 들어와 제자들을 폭력적으로 체포해 가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던 나는 30대 나약한 젊은 교수일 뿐이었다. 마음이 참담했고 학생들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4·13 호헌반대 성명에 서명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나의 괴로움은 한층 더 컸을 것이다. -조용히 연구나 하던 사람이 2005년 갑자기 동료 교수들의 추천으로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으로 뽑혔다. 1990년대 초에도 학생 담당 부학장이라는 보직을 맡기는 했는데 공대 학장이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과학 행정가로서의 길을 걷게 됐다. 2007년까지 공대 학장을 했었는데 졸지에 2008년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를 합친 교육과학기술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됐다. 6개월 정도 하다가 그만두고 울산대 총장으로 갔다. 그러다 다시 2011년에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을 즐기지도 않지만 일이 주어지면 싫다고 거부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보니 지금까지 온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학생들에게 ‘과학’과 ‘기술’은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한다. 당연히 ‘과학자’와 ‘엔지니어’의 역할도 다르다. 과학자는 ‘새로운 지식과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고 엔지니어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테크닉을 만들어 돈을 벌게 해주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는 노벨상은 엔지니어들이 받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과학자들의 영역이다. 그런 개념도 없이 매년 10월 노벨상 시즌이 되면 기술을 전공한 공학자들에게 “왜 노벨상을 받는 연구를 못 하느냐”고 질타하는 사람들이 있다. 몰라도 한참을 모르는 얘기다. -충북 감곡에서 주말농장을 하는데, 재미가 쏠쏠하다. 과학기술은 농사 짓는 것과 비슷하다. 씨를 뿌리고 움을 틔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빨리 채소나 과일을 먹고 싶다고 해서 씨를 뿌린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계속 흙을 뒤적이거나 이제 막 싹이 텄는데 키를 키우겠다고 잡아 늘이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만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노벨상 수상자가 당장 몇 년 안에 나오는 것은 원치 않는다. 지금처럼 사교육이 공교육을 넘어서고, 학생들의 창의성을 북돋우지 못하는 교육을 시키는데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과학기술 정책이나 교육시스템을 지금처럼 운영해도 문제 없구나’ 하는 착각을 낳을 수밖에 없다. -나는 술을 좋아한다. 그리고 술이 적당히 센 편이다. ‘논어’의 ‘유주무량불급란’(唯酒無量不及亂)이란 말을 자주 인용한다. 내가 좇는 공자의 주도를 압축한 말이다. 공자의 주량은 거의 무한대였는데, 어지러운 데까지 이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나 역시 실제로 이른바 ‘필름’이 끊겨 본 기억은 없다. 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프랑스 블레즈파스칼대(클레르몽페랑 제1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재료의 물성을 연구하는 재료공학 중 무기재료(세라믹) 공학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발표한 논문이 200편이 넘는다. 세라믹은 전자재료, 내열재료뿐만 아니라 강철을 절단하는 재료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는 물질이다. 연구자로서의 능력뿐 아니라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초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을 지내 행정가로서 경험이 풍부하다. 다양한 이력 때문에 고든리서치 콘퍼런스를 포함해 세계적인 학술회의에 40회 이상 초청받아 강연자로 나섰다.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 시절에는 공대 학생들의 결혼식 주례를 도맡다시피 했다. ▲1952년 부산 출생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 ▲서울대 재료공학과 교수·공과대학 학장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울산대 총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장관급)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포스텍 제7대 총장
  • [송혜민의 월드why] ‘시그널’처럼 끝까지…미제사건 해결 방법

    [송혜민의 월드why] ‘시그널’처럼 끝까지…미제사건 해결 방법

    최근 장기 미제사건을 다룬 케이블 드라마 ‘시그널’이 선풍적인 인기를 넘어 사회적인 관심을 모았다. 누군가의 기억에서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인 미제 사건의 피해자 혹은 피해자의 가족에게 사건의 해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관심이라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드라마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제’는 ‘아닐 미’(未)와 ‘건널 제’(濟)를 쓴다. ‘濟’에는 ‘건너다’의 뜻 외에도 ‘구제하다’, ‘돕다’의 뜻이 있다. 그러니까 미제사건은 어쩌면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의미 보다는 ‘피해자를 돕지 못한’의 의미가 더 강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구원받지 못한 피해자들의 사연은 비단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존재하는 어느 곳에나 미제사건은 존재한다. ◆미국은 성범죄, 아동학대 등에는 아예 공소시효 없어 미제사건을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 기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는 공소시효다. 공소시효는 어떤 범죄사건이 일정한 기간의 경과로 형벌권이 소멸하는 제도다. 공소시효는 범죄 분야나 국가에 따라 액간의 차이를 보이는데, 대부분의 미제사건이 살인죄에 해당한다는 것과, 공소시효가 미제사건을 해결하는데 매우 중요한 법규라는 것만은 국가를 막론한 공통점이다. 미국은 살인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아예 적용하지 않는다. 일부 주(州)에서는 살인죄뿐만 아니라 아동학대나 성범죄에 대해서도 공소시효를 두지 않는다. 영국 역시 살인죄를 포함한 모든 중범죄에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으며, 프랑스는 살인죄가 아니더라도 반인륜적인 사건이라면 범죄자들에게 공소시효의 ‘혜택’을 주지 않는다. 일본은 2010년에 들어 살인을 포함한 12가지 중대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했고, 중국은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공소시효 30년을 적용한다. 한국은 어떨까. 2015년 7월부터 살인으로 인해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 기존의 15년에서 25년으로 연장한지 8년 만에 이뤄진 개정이다. 일명 ‘태완이법’이 적용되는 사건은 2000년 8월 1일 0시 이후에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이에 해당하는 사건은 2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미제사건 해결 키워드, DNA 각국을 ‘대표하는’ 수많은 미제사건이 여전히 지속된 수사를 필요로 하는 가운데, 국내외에서 미제사건을 해결하는 키워드는 크게 2가지로 꼽을 수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DNA 감식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DNA의 수명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산소와 접촉이 적고 온도가 낮은 땅속에 보관된 DNA라면 그 수명은 1000~1만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 공룡의 화석이나 오래된 미라에서 DNA를 추출하고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이유다. 제한된 상황이 아니라 할지라도 DNA는 매우 안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리화학적 충격에서도 잘 보존된다. 뿐만 아니라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를 성질의 변화없이 죽을 때까지 간직하기 때문에, 범죄수사에서 매우 유용하게 활용된다. 과거에는 이러한 DNA의 특성을 이용해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DNA와 용의자의 DNA를 대조하는 방식을 사용했다면,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DNA 표현형질 감식’ 기법이 활용된다. 이 기법은 대조나 비교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DNA를 분석해 실제 DNA 주인의 신체적 특징을 파악해내는 기법이다. 이미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생체정보 기업과 수사당국이 손을 잡고 이러한 기술을 이용해 미제사건을 함께 해결한 사례가 많다. 미제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두 번째 키워드는 ‘DNA 관리체계 및 범죄예방시스템’이다. 미국은 성범죄자의 DNA를 영구 보관하고 장기간 이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성범죄 예방 시스템이 존재한다. 하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장기간 보존하는데 인력과 기술을 투자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게다가 DNA 데이터는 인권 및 개인정보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09년 10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정부는 세계 최초로 전 국민과 거주비자를 받은 외국인들의 DNA를 모두 채취해 데이터베이스화 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확보한 DNA 정보는 미제사건 해결이나 무연고 시신 신원 확인 등에 활용되는데, 유럽인권재판소는 전과가 없는 사람의 DNA와 지문자료를 보관하는 것은 인권침해로서 위법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비슷한 시기, 영국 정부는 체포된 모든 범죄 용의자의 DNA 정보를 보관하겠다고 밝혔다가 인권단체의 비난을 받은 뒤,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의 DNA 정보만 보관하는 것으로 법을 개정했다. 한국은 2010년 ‘DNA법’ 시행으로 살인이나 강도, 성폭행 등 범죄와 관련한 DNA를 채취자의 동의 없이 채취할 수 있게 됐다. 대검찰청과 경찰청의 2015년 발표에 따르면, 정부가 보유한 DNA 신원확인 정보는 2014년 말 기준으로 17만 3024건에 달한다. 경찰 당국은 이러한 DNA 정보를 수집하고 보관할 수 있는 법적 조치가 강력범죄의 공소시효 배제와 맞물려 미제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끈질긴 노력과 관심이 장기미제사건 해결의 열쇠 드라마 ‘시그널’ 속 형사들은 “누군가가 포기하기 때문에 미제사건이 만들어진다”고,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드라마 속 대사가 아니다. 미제사건을 해결하는데에 있어서 DNA 감식 기술의 발전과 이를 뒷받침 해주는 법적 보호망이 필수적이긴 하지만, 이보다도 중요한 것은 수사당국의 끈질긴 노력과 대중의 관심이다.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잊지 않는 것, 그래서 포기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미제사건을 해결하는 가장 뛰어난 ‘요원’이 아닐까.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In&Out] 운전면허시험 장내기능 폐지하고 안전의식 강화해야/정강 녹색교통정책연구소장

    [In&Out] 운전면허시험 장내기능 폐지하고 안전의식 강화해야/정강 녹색교통정책연구소장

    올해 하반기부터 자동차 운전면허 시험을 강화한다고 경찰이 발표하자 운전면허 학원과 운전면허 시험장이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운전면허 시험이 너무 쉽다는 국민여론이 높고,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었다고 경찰청은 개정 취지를 밝혔다. 또 2011년에 폐지한 장내 기능코스 중에서 일부를 부활시켜 오는 9월부터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의 설명대로 운전면허 시험을 강화하면 초보 운전자의 운전능력이 향상되고 도로는 안전해질까. 현행 운전면허 시험은 2011년 6월 11일부터 시행됐다. “운전면허 취득비용이 필요 이상으로 높은 반면에 효율성은 낮은 만큼 미국식으로 개선해 보라”는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지시에 따라 마련된 개선안이었다. 당시 세계에서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시행하는 장내 기능코스 시험은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 시험으로 지적됐다. 장내 기능코스를 폐지해 취득절차를 간소화하고 미국, 유럽 등 교통선진국처럼 도로주행 시험을 적극 활용하여 운전면허 시험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번 운전면허 개선안은 장내 기능코스 시험을 다시 강화하는 방향이다. 지난 2011년 이후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한 장내 기능시험 강화 방안과 비슷하다. 정말 장내 기능시험 코스항목을 부활시키고 연습시간을 확대하면 교통사고가 감소할까. 장내 기능시험과 도로주행 시험 2가지 유형의 시험을 시행하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발생률은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선진국은 학과시험에 합격하면 연습운전면허를 발급해 주고 이후 도로주행 시험에 합격하면 운전면허를 발급하는 식이다. 우리나라 운전자 중 약 700만명이 이미 자동차운전 전문학원에서 실시하는 35~60시간의 운전교육을 경험했다. 또 운전면허 취득비용으로는 약 100만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장내 기능시험이 완화되기 전인 2011년 6월 이전에 운전면허를 취득한 초보 운전자들도 혼자 운전할 수준이 되려면 최소 10시간 이상의 도로연수가 필요했다. 이번에 경찰이 발표한 운전시험 개정안으로 인해 국민의 운전면허 취득비용은 20%가량 오른다. 2011년 6월 이전의 시설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자동차운전 전문학원의 경우 수익증대 효과가 발생한다. 국가가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할 때에는 국민이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따라서 영국 등 대부분의 국가는 학과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 연습운전면허를 발급해 운전연습을 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대부분 운전면허 취득자가 자동차지정교습소를 이용하고 있지만, 100여개의 운전면허 시험장을 남겨 둬 운전연습장으로 제공하고 있다. 어떤 개정안이 도로 위의 안전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장내 기능시험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운전자의 안전의식과 운전능력을 향상시키자고 말한다. 연습운전면허 취득단계에서 장내기능시험을 폐지하는 대신, 좀더 심도 깊게 교통안전상식을 습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학과시험을 개선하고 도로주행 시험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또 기존 자동차운전 전문학원이나 2011년 6월 이후에 신설한 일반 운전학원이 보유하고 있는 장내 기능연습장에서 실시하는 운전교육은 자율화해야 한다. 운전학원 간에 경쟁체제를 만들어 운전교육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유도하자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교통사고가 가장 적게 발생하는 국가보다 사고가 10배나 많다. 실질적이고 직접적으로 도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선진국처럼 예비 면허제를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도입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 운전연습장을 조성하고 개방하는 식으로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 군산 미 공군기지 총성에 출입통제령 해프닝

    북한의 도발에 맞서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 연례 연합훈련 키리졸브 연습이 진행되는 가운데 전북 군산 미공군기지에서 수발의 총성이 들렸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비행기 이동에 따른 해프닝으로 알려졌다. 8일 군산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8분쯤 미공군기지에서 총성이 들려 미군이 영내에 비상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총성 발생 직후 미군 측은 1시간 동안 기지 출입통제령을 내리고 총성이 들린 건물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내 근무자들은 “총소리가 났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그러나 인명피해도 없었고 1시간 뒤 출입통제가 해제됐다”고 전했다. 경찰이 영내 근무자들에게 수소문한 결과 총성은 1~6발로 차이가 컸다. 인명피해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총성은 F16 전투기를 배치하고 준비하는 가운데 나온 소리를 오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온라인에 ‘군산 미공군부대에서 총기 난사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의혹을 제기했던 일본 아사히신문도 정정보도를 했다. 경찰 관계자는 “미군기지에서 발생한 사건은 수사권이 없어 접근을 하지 못하고 영내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탐문수사했지만 미군 측은 총성 자체를 부인했다”고 말했다. 군산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한민족 얼 담긴 ‘조선말 큰사전’ 70년 만에 바스라진 원고 복원

    한민족 얼 담긴 ‘조선말 큰사전’ 70년 만에 바스라진 원고 복원

    조선어 말살정책이 추진된 일제강점기에 국어학자들이 한글 보존을 위해 작성한 ‘조선말 큰사전 편찬원고’ 일부가 70년 만에 복원, 복제됐다.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은 국가지정기록물 제4호이자 등록문화재 제524의 2호인 편찬원고를 소장기관인 독립기념관 의뢰로 11개월에 걸쳐 복원했다고 7일 밝혔다. 편찬원고는 주시경 선생이 중심이 된 학술단체인 조선어학회 국어학자들이 1929년부터 1942년까지 최초의 우리말 대사전인 ‘조선말 큰사전’ 편찬을 위해 작성한 자료로, 1942년 사전 인쇄작업 도중 일본 경찰에 압수됐다. 해방 후 1945년 9월 8일 경성역 조선통운 창고에서 단 17권만 발견됐다. 발견된 편찬원고는 한글학회가 1947년부터 1957년까지 간행한 ‘조선말 큰사전’(6권)의 밑바탕이 됐다. 현재 편찬원고 17권 중 12권은 한글학회가 소장하고 있다. 나머지 5권은 독립기념관에 있다. 국가기록원은 지난해 산성화가 진행돼 곳곳이 바스라진 편찬원고 2권(독립기념관 소장본)을 넘겨받아 복원했다. 저급용지인 갱지가 사용된 부분을 한지로 보강하고 종이 내부의 산을 제거하는 등의 처리작업을 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낚싯배로 한·일 밀입국 알선자 검거

    일본에서 활동하며 한국과 일본 간 밀입국을 알선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남해해양경비안전본부 국제범죄수사대는 밀항단속법 위반혐의로 김모(57)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김씨는 2013년 5월 국내 밀입국 조직원 박모씨와 공모해 조모(44·여)씨 등 여성 4명에게 낚싯배를 이용해 일본에 밀입국시켜 주겠다며 1인당 12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부산에서 출발한 배가 일본에 도착하면 이 배로 한국에 밀입국할 사람을 모집하는 등 일명 ‘양방향 밀입국’ 알선도 계획했다. 일본에서 25년간 생활해온 김씨는 올해 1월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현지 출입국사무소에 들렸다가 한국에서 수배 중이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난 3일 한국으로 강제추방됐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장국영 추모 13주기 ‘성월동화’ 무삭제 감독판 개봉

    장국영 추모 13주기 ‘성월동화’ 무삭제 감독판 개봉

    장국영이 남긴 마지막 러브스토리 ‘성월동화’의 무삭제 감독판 개봉이 확정된 가운데, 예고편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성월동화’는 교통사고로 연인을 잃은 한 여자와 그녀의 연인을 꼭 닮은 홍콩 비밀경찰의 운명적 만남을 그린 작품이다. 국내 개봉 17주년과 장국영 추모 13주기를 맞이해 오는 31일 무삭제 감독판이 개봉된다. 이번에 공개된 예고편에는 장국영의 테마곡이라고 할 수 있는 리처드 융(Richard Yung)의 ‘가슴 속 불꽃(Flame In My Heart)’이 흐르며 ‘2003년 4월 1일 거짓말처럼 그는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라는 카피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어 비밀경찰 활동 중 아내와 사별한 주인공 가보(장국영)가 슬픈 표정으로 거울을 보고 있다. 그는 마약 조직에 위장 잠입을 앞둔 상황. 그 무렵 교통사고로 연인을 잃은 히토미(토키와 타카코)가 옛 연인의 유품을 찾고자 그가 다니던 홍콩의 회사로 향한다. 이렇게 두 사람은 같은 건물에서 마주치게 되고, 히토미는 자신의 과거 연인과 닮은 가보의 모습에 놀란다. 영화 ‘성월동화’는 1999년 액션영화 ‘흑협’으로 전미 박스오피스 8위를 기록한 이인항 감독 연출작이다. 당시 장국영과 일본 여배우 토키와 타카코의 캐스팅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된 바 있다. 각자 사랑의 상처를 가진 두 남녀의 운명적 만남이라는 소재에 감각적인 영상과 서정적인 음악을 더한 러브스토리 ‘성월동화’는 기존의 필름을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복원해 젊은 관객에게도 다가갈 예정이다. 장국영 최고의 러브스토리이자 그가 남긴 마지막 사랑 영화 ‘성월동화’는 오는 3월 31일 디지털 리마스터링 무삭제 버전으로 국내 개봉된다. 사진 영상=브릿지웍스엔터테인먼트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하프타임] 나바로, 체포 9일 만에 훈련 재개

    실탄 소지 혐의로 체포됐던 야마이코 나바로(29·지바롯데 마린스)가 체포 뒤 9일 만에 훈련을 재개했다고 일본 스포츠 신문 산케이스포츠가 2일 보도했다. 나바로는 지난 1일 오후 2시 일본 지바현 지바 QVC 마린스필드 실내연습장에서 1시간 30분 동안 달리기와 타격훈련 등으로 몸을 풀었다. 나바로는 지난달 21일 오키나와 나하공항에서 실탄 소지 혐의로 체포됐으며, 현지 경찰은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하루 만에 석방했지만 구단은 29일 정규시즌 4주 출전 금지 징계를 내렸다.
  • “또 한번 우승 신화 써야죠”

    “또 한번 우승 신화 써야죠”

    “야구장 있을 때 빛나고 행복” “한화에서 (김성근)감독님과 다시 우승을 한다면 가슴속에서 뜨거운 감동이 올라올 것 같습니다.” 지난달 26일 오전 9시 일본 오키나와현 아야세 고친다 구장 불펜. 구름이 잔뜩 낀 쌀쌀한 날씨였지만 한화 좌완투수 정우람(31)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우람아 가볍게 던져 가볍게.” 김정준 코치의 말이 무색하게 정우람은 한 구 한 구 신중하게 공을 뿌렸다. 투구 수는 30분 만에 100개를 넘어섰다. 정우람은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던 선수다. 2004년 SK에 입단해 김성근 감독과 ‘SK 전성기’를 함께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셋업맨으로 성장한 정우람은 지난 시즌 종료 뒤 FA 자격을 얻었고 젊고 경험이 풍부한 현역 최고 왼손 불펜에게 뒷문이 허약한 팀들은 군침을 흘렸다. 투수진 강화가 간절했던 한화는 4년 84억원이라는 역대 불펜 투수 중 최고 대우로 정우람을 불러들였다. “솔직히 FA 하면 긴장이 풀릴 것 같아 걱정을 했어요. 하지만 김 감독님과 함께 야구를 한다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초심을 찾고 싶어 감독님을 따라 한화로 왔습니다.” 지난 시즌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정우람은 69경기에 나서 7승5패, 11홀드, 16세이브, 평균자책점 3.21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보여 줬다. 경찰청이나 상무 소속이 아닌 ‘상근예비역’이라는 일반 군인으로 2년을 보낸 정우람은 “야구가 뭔지 조금 알 것 같은 시기에 군대를 가 아쉽긴 했다”며 “야구를 안 하면 편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내가 야구장에 있을 때 가장 빛났고 행복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우람은 “감독님이 어려운 시기에 (한화에) 오셨는데 내가 발벗고 도와드리고 싶다”면서 “SK에서 감독님과 우승했을 때는 어렸을 때라 마냥 좋기만 했는데 한화에서 우승하면 그 느낌이 다를 것 같다. 감독님과 반드시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글 사진 오키나와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외국산 양파·참깨·꽃게 국내산 속여 판매한 25명 기소

    인천지검 부정식품합동단속반(부장 이정훈)은 중국·일본산 양파를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한 A(60)씨 등 농산물 유통업체 대표 2명을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또 참깨, 꽃게, 돼지고기 등 수입산 농축수산물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 혐의로 도·소매업체 대표 23명을 재판에 넘겼다. A씨 등 2명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중국·일본산 양파 각각 3000㎏(420만원 상당)과 1300㎏(247만원 상당)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수입업체로부터 납품받은 중국·일본산 양파의 껍질을 벗겨 낸 뒤 국내산으로 속이고 경기 안산의 한 기사식당과 인천의 한 중국음식점에 판매했다. 검찰은 지난 1월 중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인천지방경찰청, 인천시 등과 합동단속반을 꾸리고 원산지 허위 표시업체 25곳을 집중 수사했다. 이들 업체 가운데 중국산 꽃게나 멕시코산 돼지고기를 국내산으로 속여 판 업체도 포함됐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산 양파는 주로 봄철인 3∼4월에 생산된다”며 “겨울철에 가격이 낮은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둔갑해 파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인천지검은 앞으로도 관련기관 합동으로 부정식품 사범을 단속할 방침이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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