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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자화상 국립중앙박물관

    시대자화상 국립중앙박물관

    자화상 하면 떠오르는 작가는 빈센트 반 고흐일 것입니다. 그러나 서구 미술사에서 가장 많이 자신의 그림을 그린 거장은 렘브란트로 알고 있습니다. 생전에 10점이 넘는 자화상을 남겼습니다. 렘브란트는 17세기 르네상스시대에 살았습니다. 젊은 시절의 그에게 인간적인 패기가 느껴지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문예부흥의 시대가 저물어가던 말년에 그린 ‘쾰른 자화상’은 마치 유령을 보는 듯합니다. 그러나 세상과의 오랜 불화를 견뎌낸 여유가 느껴집니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둘러보다 한 작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17세기 말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입니다. 고산 윤선도의 증손자로 알려져 있지만 조선시대 사실주의 화풍의 대가입니다. 남인이었던 그는 출세길이 막혀 막막했던 심경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자화상은 그의 대표작입니다. 허울이 아닌 사실을, 시대를 녹여버릴 듯한 강렬한 눈빛을 내뿜고 있습니다. 그의 수염은 떨리는 듯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 시대,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애석하게도 웃는 얼굴이 아닙니다. 여섯 차례의 이사 끝에 겨우 마련한 집. 그러나 유명한 작품들의 상당수는 일본 등 외국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보는 남산은 주한미군의 골프연습장에 가려 잘 눈에 띄지도 않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헬기 소리로 요란합니다. 일제침탈과 한국전쟁, 그리고 독재로 이어지는 역사의 굴곡은 이곳에선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다시 희망을 힘겹게 떠올려 봅니다. 먼 훗날에도 이 땅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고백’으로 남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겠지요. 당당하면서도 너그럽고, 가난하지 않아도 겸손한 우리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글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1층 고고관·역사관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은 그 곳에 있었다. 후손들에게 기록을 남긴 역사(歷史)시대의 모습도, 지혜가 미치지 못해 문자를 남길 수 없어 유물로만 자취를 남긴 선사(先史) 시대의 모습도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박물관 건물로 들어서면 사람들의 발걸음은 동관으로 줄지어 이어진다.1층에 들어서면 상설전시관인 고고관과 역사관이 관람객을 맞는다. ●구석기 시대에서 남북국 시대까지 한눈에 동관 1층 101∼110 전시실이 바로 고고관이다. 첫 걸음을 떼는 순간 세계전도와 함께 일본·중국·대한민국·세계고고학의 연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학창시절 교과서나 사회과부도·역사부도 등의 첫 페이지에서 볼 수 있었던 ‘빗살무늬토기’(신석기시대·서울 암사동 출토)는 관람객들이 가장 처음으로 만나는 유물. 이어 ‘요령식 동검’(청동기시대·황경남도 신천 〃),‘산수무늬 벽돌’(백제·충남 부여 〃) 등이 눈길을 멈추게 한다. 마치 검은 돌처럼 바싹 말라버린 선사시대 ‘도토리’(신석기시대·경남 창녕 비봉리 〃)는 ‘갈판·갈돌’(〃·서울 암사동〃)과 함께 진열돼 있었다.500년 쯤 지나면 미니홈피 배경 음악이나 배경 화면을 사고 파는 전자화폐 ‘도토리’가 나란히 소개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선을 따라 청동기·초기 철기 유물들이 역사 다큐멘터리를 보듯 스치며 지나간다.4∼6세기 고구려 고분에 집중적으로 그려졌다는 벽화는 ‘사신도’가 대표하고 있었다. 비록 모사품이지만 청룡·주작·백호·현무의 모습은 그 시절 고구려인의 호방한 기상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백제실을 대표하는 ‘백제금동대향로’(충남 부여 능산리 절터 〃) 앞에서는 좀처럼 관람객들이 눈을 떼지 못한다. 신선들이 산다는 박산(博山) 굽이굽이마다 상상의 동물들과 사람들의 모습으로 장식된 향로는 백제인들의 이상향을 엿보는 듯하다. 가야실에서 볼 수 있는 ‘투구’와 ‘말머리가리개’(부산 복천동 〃)는 외국 영화의 전투장비를 연상시키는 듯하다. 경주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신라시대 ‘금관’과 ‘허리띠’ 앞에서도 관람객들은 오래 머문다.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유물은 아니었지만 발해실의 ‘용머리 장식’이나 ‘도깨비 기와’(중국 헤이룽장성〃)는 세상의 모든 나쁜 귀신을 쫓아낼 듯하다. 반면 두명의 부처가 함께 조각된 ‘발해불상’(발해 팔련성 〃)은 이민족도 너그러이 융합했던 민족의 포용력을 상징하는 듯하다. ●딸을 시집보낸 왕도 범부와 다르지 않았음을… 고고관을 다돌고 나면 맞은 편 111∼120 전시실인 역사관으로 이어진다. 우리의 대표적 기록문화유산인 한글, 금속활자를 비롯해 금석문, 문서, 지도 등 당대의 생활상을 볼 수 있게 꾸며져 있다. 역사관 첫 전시실인 한글실에는 한글의 과학성보다는 우리 민족의 애환을 달랜 어버이의 모습이 가슴에 더 와닿는다.‘새 집에 가서 밤에 잠이나 잘 잤느냐. 어제는 그리 덧없이 내어 보내 섭섭무료하기 가이 없어 하노라.’며 조선 현종 임금이 궐 밖으로 시집간 셋째 딸 명양공주에게 보낸 한글 편지는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지도실에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의 밑거름이 됐던 ‘동국대전도’가 2.3배 확대돼 바닥 타일로 꾸며져 있다. 허리를 굽혀 살펴보면서 걸어보면 마치 소인국의 ‘걸리버’가 된양 한반도 전체를 걷는 느낌이다.‘수선전도(김정호가 만든 것으로 추정)’‘도성도’ 등 서울의 옛 모습을 담은 옛 지도도 직접 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등기제도, 노비의 경제적 가치, 조선시대의 의술 등 선조들의 생활상을 이해하기 쉽게 배울 수 있다. 다리가 아플 때쯤이면 소파나 영상물 상영관 등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게시설이 전시관 곳곳에 만들어져 있다. 정해진 동선대로 이동하지 않으면 시대 흐름을 놓칠 수 있으니 질서를 지키며 정해진 동선을 따르는 것이 좋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2층 미술관Ⅰ·기증관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 올라서면 서예·회화·불교회화 등 한국 미술사의 대표적인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Ⅰ’과 국내·외 각계각층 213명이 아무런 대가없이 박물관에 기증한 작품들이 있는 ‘기증관’이 있다. 특히 미술관Ⅰ에는 교과서에 실려 눈에 익은 작품들도 많아 직접 실물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교과서에 실린 그림이네? 미술관Ⅰ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끄는 작품은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첩(보물 527호)’. 춤추는 아이, 행상, 벼타작, 담배잎썰기, 씨름도 등이 눈길을 모은다. 꽉 짜인 원형 구도에 간략한 필선으로 조선시대 서민들의 소박한 일상을 담았다. 작품 크기는 30㎝ 안팎으로 아담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씨름도’의 씨름꾼 옆에는 이들의 신발로 보이는 신발들이 내팽겨쳐져 있다. 그런데 하나는 짚신, 하나는 고급신발로 보이는 고무신이다. 신분의 차이가 나는데도 공평한 승부 겨루기를 하는 것이다. 구경꾼들이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표정을 하고 경기를 보고 있다.‘허허, 저런’‘빨리 넘겨 버려.’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구경꾼들의 긴박한 표정과는 달리 엿판을 매고 떠꺼머리 총각은 아랑곳없이 천연덕스럽게 가위를 치면서 열중하는 것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얼핏보면 빛 바랜 누런 종이에 검은 잉크가 뭉개져 있는 듯하다. 한참 들여다보면 왼쪽 하단 현실세계를 보여주는 야산에서 오른편 상단 도원의 세계가 보인다. 세종대왕의 아들인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풍경을 안견에게 설명해서 그리게 한 것이다. 전체적인 경관은 짙은 안개로 분리되어 있는 듯하면서도 잘 어우러져있다. 꿈과 현실을 한폭의 화폭에 담은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철학적인 질문도 떠오를 법하다. 두루말이 형태로 폭이 20m에 이르는 이 작품은 당대 지적 권력이 집약된 작품이다. 작품 양쪽에 자신이 안평대군이 직접 지은 제발(題跋)뿐만 아니라 정인지, 신숙주, 박팽년, 서거정, 성삼문 등 당대 20여명의 문사들의 찬시가 곁들였다. 다만 안타깝게도 진품은 일본 덴리(天理)대학 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화려한 불교회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알기 쉽게 표현한 그림들이 모여있는 불교회화관에 들어서면 좀 더 화려해진다. 청(靑), 황(黃), 적(赤), 백(白), 흑(黑) 등 선과 악을 상징하는 오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대웅전 석가모니 불상 뒤에 놓였던 ‘영취산(靈鷲山)에서 설법하는 석가모니불’은 석가가 인도 마가다국의 영취산에서 법화경(法華經)을 설법한 사실을 화려한 색깔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원근법을 쓰지 않아 평면적으로 보이는 것이 어찌보면 불화의 세계가 시공(時空)을 초월한 세계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사 김정희가 쓴 자신의 별호에 대한 글인 ‘묵소거사 자찬(默笑居士 自讚)’은 날카로움 속에서 정중함과 정성을 담아 쓴 흔적이 엿보였다.‘침묵할 때 침묵하는 것은 때에 맞는 것이요, 웃어야 할 때 웃는 것은 중용에 가까운 것이다.’라는 글귀가 담겨 있다. 부리부리한 눈매가 인상적인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국보 240호)’에서는 내면의 세계까지 드러나는 듯하다. ●문화재 사랑으로 만들어진 기증관 기증관은 11개실로 구성됐으며 이홍근 박병래 등 문화재를 기증한 이들의 이름을 따 만들었다.1946년 이희섭 선생이 금동불상 세 점을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213명이 청동기 금속공예 회화를 비롯한 국보 6점과 보물 32점 등 모두 2만 2091점을 기증했다. 특히 아시아민족조형문화연구소 운영자인 가네코 가즈시게 선생 등 일본인 3명도 기증자 대열에 포함돼 있어 눈에 띈다. 기증관에서는 손기정 선생이 기증한 그리스 청동 투구(국보 904호)를 볼 만하다. 투구는 1500년쯤 고대 그리스 올림피아 경기에서 승리를 기원하고 신에게 감사하는 뜻에서 제작됐다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손 선생에게 부상으로 주어졌다. 투구는 베를린 박물관이 보관하다가 1986년 뒤늦게 손 선생에게 돌아왔다. 그는 이 투구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민족의 것이라 생각해 1994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3층 아시아관·미술관Ⅱ 국립중앙박물관 어느 곳이나 비슷한 상황이겠지만 특히 3층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인기 유물’과 그렇지 못한 ‘비인기 유물’ 사이의 차이가 유독 크게 느껴지는 곳이다. 이곳에는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교과서를 통해 숱하게 봐 왔던 익숙한 유물이 전시돼 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정서와는 사뭇 다른 인도네시아·중앙아시아 지역의 유물도 ‘아시아관’에 전시돼 있다. ●중국·일본·중앙아시아 유물도 전시 3층에는 306∼311호까지 인도네시아·중앙아시아·중국·일본의 유물이 전시된 ‘아시아관’이 있으며,301∼305호까지 ‘미술관Ⅱ’에는 불상·청자·백자 등 우리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보통 301호부터 관람하는 것이 순서겠지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3층에 올라오면 바로 왼쪽으로 ‘아시아관’입구인 306호가 보이기 때문에 대부분 관람객들은 306호 ‘아시아관’을 먼저 관람하게 된다. 306호를 먼저 들어왔다고 해서 다시 나가 301호로 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아시아관’을 얼른 둘러본 뒤 ‘미술관Ⅱ’에서 우리 유물의 아름다움을 느긋하게 즐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아시아관’에서 관람객들의 발걸음은 다른 전시관에 비해 조금 빨라지는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12개의 팔을 가진 부처 조각상이나, 인자해 보이지 않는 부처의 미소는 이질감이 느껴진다. 다른 전시관에서는 아이들에게 유물에 대해 박사 수준의 설명을 해 주던 엄마들도 이곳의 잘 모르는 유물들 앞에서는 슬쩍 조용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시아관’에서 잠시 풀 죽은 엄마들은 3층 북쪽에 자리잡은 ‘미술관Ⅱ’에서 활기를 되찾는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볼것 많고 배울것 많은 고려청자 전시실 자비롭고 은은한 미소로 가득찬 301호 불교조각 전시실을 지나면, 전시된 모든 유물이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친숙한 금속공예(302호)·청자 전시실(303호)을 지나게 된다.304호에는 수수한 느낌의 분청사기 전시실이 있고 305호에는 백자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유물에 대해 ‘일자무식’이라도 한 마디 정도는 할 수 있는 국보 78호 미륵반가사유상도 이곳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따로 마련된 방에 모셔진 이 불상은 검은 천으로 둘러싸인 전시실 자체에서 풍기는 위엄만으로도 관람객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미륵반가사유상 외에도 고려청자 전시실은 관람객들의 ‘정체현상’이 가장 심한 곳이다. 사방이 온통 비취색인 이곳에서 사람들은 걸음을 옮길 생각을 잠시 잊게 된다. 또 국보와 보물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에 메모하는 학생들의 손놀림도 빨라진다. 비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진열된 어느 것 하나 국보·보물 아닌 것이 없을 듯한데, 그 가운데서도 국보가 있고 보물이 있는 것을 보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절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1층부터 차례로 관람하면서 올라왔다면 3층이 마지막 장소다. 특히 조선백자들이 전시된 305호를 마지막으로 관람하게 된다면, 어수선하게 관람했던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차분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손목없는 부처님…왜? “엄마, 왜 부처님 손이 없어요?” 3층을 관람하면서 엄마들이 아이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301호에 마련된 불교조각 전시실에는 많은 불상들이 늘어서 있는데 그 가운데 3개 철조불좌상의 양 손목이 없다. 공교롭게도 ‘손목 없는 불상’3개 모두 철로 만들어졌으며 앉아 있는 자세도 비슷하다. 첫번째 ‘손목 없는 불상’은 301호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볼 수 있다. 약 2m크기이며 통일신라 시대인 8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것으로 충남 서산군 운산면에서 출토된 철조불좌상이다. 두번째는 충남 서산군 보원사 터에서 출토 된 것으로 11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것이며, 세번째는 10세기에 만들어져 경기 포천군에서 출토된 철조불좌상이다. ‘손목 없는 불상’에 대해 불상 전문가인 홍익대 김리나 교수는 “불상의 손목은 다른 곳에 비해 가늘고 몸체에서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유실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누군가 고의로 잘랐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불상의 손 모양새(손갖춤)는 부처나 보살이 깨달은 중생 구제의 소원을 밖으로 표시하기 위해 짓는 것으로 부처상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수목공원·공연장…가족나들이 ‘딱’이네 “박물관도 즐기고 공원 나들이도 하세요.” 박물관은 자칫 아이들에게는 딱딱하게만 느껴질 수 있다. 유물에 서려 있는 유구한 한민족의 역사를 공감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은 그런 염려를 덜어도 될 것 같다.‘거울못’과 10만그루의 수목 등 다양한 자연 환경이 박물관 주위로 넓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과 공연장도 갖추고 있다. 박물관을 싫어하는 아이도, 박물관을 구경하고 싶은 어른도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연못·폭포·정원·식물원 등 눈길 박물관 바로 앞에는 도심 공원이 펼쳐져 있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거울못’이다. 거울못은 지름만 150m에 달하는 인공연못이다. 박물관을 설계한 정림건축 박승홍 건축가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다. 박물관에 들어섰을 때 맨 처음 만나게 된다. 거울못은 성벽 모양을 한 박물관을 비추는 거울이다. 모든 물들이 한데로 모이는 저수지이자 통일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연못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연못과 박물관 정문 사이에는 언덕이 하나 있다. 박물관 정문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의 그림자가 연못에 비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박물관은 겨울에는 거울못이 얼면 야외 스케이트장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열린마당’은 박물관 중심에 시원하게 배치된 수목 공원이다. 한옥의 대청마루에 해당한다.10만 그루의 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는 보물 2호 보신각종, 보물 365호 흥법사 진공대사탑 및 석관 등이 숨어 있다. 박물관이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닌 사람들이 공부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조성하고자 하는 설계가의 바람이 담겼다. 박물관 왼편으로 석조물정원, 어울마당, 미르폭포 등 다양한 녹지 공간이 펼쳐져 있다. 박물관 뒤편에도 크지는 않지만 녹음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전통염료식물원에서는 개암나무, 씀바귀 등이 재배된다. 그 옆으로는 의자와 잔디밭 등이 펼쳐져 있어 가을 햇살을 받으며 도시락을 먹기에 그만이다. ●뮤지컬 즐기고 도서관서 책도 보고 박물관에는 공연장과 도서관 등 다양한 문화 시설도 갖추고 있다. 전문 공연장 ‘용’은 805석짜리 중극장이다. 서관에 있다. 박물관 안 공연장으로는 국내 최초다. 클래식,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무대에 올릴 수 있다. 공연도 연말까지 계속 이어진다. 지난달에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심청’과 금난새·정명화의 공연이 열렸다.4일부터 페리아 뮤지카의 ‘나비의 현기증’, 연극 ‘이’, 뮤지컬 ‘러브 다이어리’ 등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장점은 1층에 8석의 장애인석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휠체어로 들어와서 옮겨 앉지 않고 그대로 관람할 수 있다. 다만 회전무대 등 무대시설이 부족하고 완벽한 음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흠이다. 지적인 관람객들이라면 서관 4층에 있는 도서관이 제격이다. 고고학·미술사학·역사학 전문 도서관이다.9만여권의 장서와 600여점의 디지털 자료를 갖추고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환갑을 맞았다. 그러나 한 번도 ‘제 집’을 갖지 못했다. 무려 6차례나 이삿짐을 꾸려야 했다.60년 동안 타의에 의해 ‘역마살’에 시달렸다. 전쟁과 문화 홀대의 역사를 아프게 말해주는 대목이다. 국립박물관은 광복이 된 1945년 12월 경복궁 내 건물에서 정식 개관했다. 그러나 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중요 유물 2만여점은 부산대학교 박물관 등으로 전전해야 했다. ‘전세방 처지’는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았다.53년 피란생활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와 남산 분관에 자리잡았다가 55년 덕수궁 석조전에 이어 72년에는 경복궁 현 국립민속박물관 건물로 이전했다. 86년 박물관은 옛 중앙청 건물로 네번째 이사를 갔다. 그러나 조선총독부 건물이었다는 게 문제가 됐다. 결국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96년 경복궁 사회교육원 건물로 옮겨가 지난해까지 임시 거처로 사용했다.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은 환갑이 돼서야 제대로 된 보금자리를 마련한 셈이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교통편 ●지하철 용산∼회기 국철과 지하철 4호선 이촌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정문까지 걸어서 100m도 안 된다. 박물관 입구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10분 거리다. ●버스 버스도 비교적 편리하다. 초록버스 0211번(보광동∼옥수동)이나 빨강버스 9502번(의왕 고천∼신세계백화점)을 타면 된다. 용산가족공원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광화문에서 출발하는 서울시티투어버스(도심순환코스)를 타도 바로 도착할 수 있다. ●승용차 서문으로 입장하면 된다. 주차료는 2시간에 소형차 2000원, 대형차 4000원이다.30분당 각각 500원,1000원의 추가 요금이 부과된다. 단 종일 주차는 각각 1만원,2만원이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개관 초기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훨씬 편리하다. ◆관람료 올해 말까지 무료다. 그러나 매표소에서 무료관람권을 발급받아야만 입장할 수 있다. 관람질서 유지와 이용객 안전 등을 위해서다. 내년부터는 성인(19∼64세) 2000원, 청소년(7∼18세) 1000원의 요금이 부과된다.20인 이상 단체는 성인 1500원, 청소년 500원이다.1주일 전에 인터넷으로 신청해야 한다. 어린이박물관도 7∼64세까지 500원을 받는다. 6세 이하와 65세 이상은 돈을 안 내도 된다. 그리고 매달 넷째 토요일과 관람 시간 종료 1시간 전부터도 무료 입장할 수 있다. 국빈이나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장애인 등도 무료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립중앙박물관과 연계된 문화 기관 17곳 가운데 5곳을 이용하면 무료관람이 가능하다. ◆관람시간·입장제한 평일은 오전 9시∼오후 6시,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9시∼오후 7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매표는 관람시간 종료 1시간 전까지 한다. 휴관일은 1월1일과 매주 월요일이다. 최대 3000명이 동시 입장할 수 있다. 하루 최대 허용인원은 1만 8000명이다. 어린이박물관은 더 경쟁이 치열하다. 오전 9시부터 1시간30분 단위로 150명만 들어갈 수 있다. 평일에도 오전 일찍 가지 않으면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관람 유의사항·편의시설 이용법 박물관 안은 당연히 금연지역이다. 음식물이나 애완동물과 함께 들어와도 안 된다. 다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은 출입할 수 있다. 전시실에 들어가기 전에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돌려 놓는 것은 상식이다. 전화 통화로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싫다면 차라리 전화 전원을 꺼 놓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유물과 작품의 사진을 찍을 수는 있다. 그러나 플래시를 터뜨리거나 삼각대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 몰지각한 행동은 삼가야 한다. 상업적 용도의 촬영도 금지돼 있다. 박물관 입장료는 유물을 관람하는 값이다.1000원짜리 두 장 냈다고 제것처럼 만지면 안 된다. 혹시 아이들이 제집처럼 뛰어다니거나 유물을 손대면 따끔하게 혼을 내자. 편의시설도 꽤 갖춰져 있다. 유아나 노약자, 장애인은 유모차와 휠체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물품보관함도 있어 가방 등을 넣어둘 수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PDA·MP3플레이어 이용하세요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 최대의 최첨단 IT(정보기술) 박물관을 자랑한다. 설비시설은 물론 박물관 관리에 최신 IT 기술을 접목시켰다. 무엇보다 PDA와 MP3 플레이어 등 개인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더욱 편리하고 상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박물관은 모바일 안내 시스템을 도입했다.PDA와 MP3를 갖고 전시품 앞에 서면 단말기가 전시품 위 적외선 발생장치와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후 관람객들에게 화상과 음성으로 전시물에 대해 안내를 해 준다. 지난해 리움박물관에서 처음으로 소개됐다. 사용법도 비교적 간단하다.PDA를 켜면 한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언어 선택 화면이 뜬다. 이후 각각의 박물관 전시실과 관람 코스가 안내된다. 전시실이나 코스를 따라 돌기만 하면 된다. 또 세계 최초로 박물관 네비게이터 기능도 갖췄다. 관람객의 현재 위치를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MP3 플레이어도 유물 소개는 PDA와 마찬가지다. 다만 네비게이션만 안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현재 PDA 300대,MP3 400대를 갖추고 있다. 현장에서는 각각 100대 이하만 선착순 대여하고 나머지는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한다. 그러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터라 오전 10시만 되면 바로 동이난다. 대여료는 종일 PDA 3000원,MP3 플레이어 1000원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서울戀街] (6)박물관주변 ‘국보급’ 먹을거리

    [서울戀街] (6)박물관주변 ‘국보급’ 먹을거리

    국립중앙박물관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박물관을 다 둘러봤다면 다리가 꽤 아플 것이다. 이쯤되면 맛집을 찾아가는 것보다 ‘우리집 방바닥’이 더 그립겠지만 내친 김에 근처 맛집에 들러 한끼를 해결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박물관 근처에는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전철역을 지나 이촌동으로 가거나 택시 등을 타고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으로 가야 한다.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인 이촌동은 이국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삼각지역 근처 음식점들은 겉보기엔 낡아보이지만 그만큼 사연도 많고, 맛의 전통도 깊다. “박물관 관람도 식후경?” 박물관에서도 음식·차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카페테리아·찻집 등이 9군데 있다.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며 주변 공원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식당 인력이 부족한 편이어서 안되는 메뉴도 있고, 일부 카페테리아는 이용객들이 너무 많아 입장할 수 없을 때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추천하는 곳으로 거울못 앞에 있는 거울못 레스토랑인 아리수(별관)는 서양요리를 내놓는다. 창가에 앉아 널찍한 연못을 통유리 너머로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파스타와 볶음밥류가 1만원 이내다. 저녁에는 단체 손님을 대상으로 별실 예약을 받기도 한다. 스테이크 위주의 코스 메뉴가 3만∼10만원이다. 보물 2호인 보신각종이 보이는 카페테리아인 미르뫼(동관 1층)도 전망이 좋은 손꼽히는 명소다. 박물관 정원과 조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샌드위치·김밥·우동·머핀·커피 등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는 음식을 내놓는다. 사유(동관 3층)에서는 전통 녹차인 세작·우전과 퓨전 음료인 인삼셰이크를 맛볼 수 있다. 전통찻집이기는 하지만 커피를 비롯해 얼 그레이·장미차·다즐링·키페라떼 등도 내놓는다. 음료를 시키면 모둠떡을 서비스로 준다. 한식당 한차림(서관 3층·동관 1층에 해당)은 산채비빔밥·육개장을 각각 6500원에, 버섯비빔밥 정식은 1만 8000원에 내놓는다. 원목 인테리어와 나뭇살로 만들어진 둥근 전등이 깔끔하기는 하지만, 음식은 손맛이 제대로 배어나오지 않는 게 아쉽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만남(별관)에서는 에스프레소·카푸치노 등의 음료를 판다.푸드코트(서관 3층·동관 1층에 해당)에서는 덮밥류·비빔밥·돈가스·우동·찌개류 등의 메뉴를 4000∼7000원에 판다.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이밖에 극장 ‘용’의 로비에 있는 델리숍 모란(서관 5층·동관 2층에 해당)에서는 공연 도중 휴식시간에 간단히 때울 수 있는 샌드위치나 각종 꽃잎차·허브차를 맛볼 수 있다.1544-5955.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삼각지역 주변 맛집 국립중앙박물관을 다 둘러본 뒤 동부 이촌동까지 걸어갈 힘이 없다면 지하철 2·6호선 삼각지역 부근을 찾는 것도 맛집을 찾아나서는 방법 중 하나다. 박물관 앞에서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 정도면 되고 4호선 지하철을 타도 괜찮다. 걸어서는 20∼30분 이상 걸려 박물관을 둘러본 뒤라면 조금 힘에 부칠 수 있다. 삼각지역 부근은 미군 부대와 국방부가 있어 그동안 개발되지 못했다. 부근 맛집은 여전히 낡은 2∼3층 높이의 건물에 있어 선뜻 들어서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번 빠져들면 그 맛에 취해 좀처럼 빠져나오기 어렵다. 원대구탕 평양집 건물 바로 옆은 대구탕 골목으로 불린다. 원대구탕은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원조. 국방부에 근무하던 군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대구탕·대구지리·내장탕이 6000원으로 저렴한 편. 대구탕과 지리는 다 먹은 후 공기밥을 넣어 볶아먹을 수 있다. 개운한 국물 맛이 끝내준다.717-8222. 옛집 우리은행 쪽으로 가다 신아트와 원마트 사이 골목으로 가면 국수와 김밥 등을 파는 옛집이 있다. 국수가 부족하면 선뜻 사리를 더 얹어주는 주인 할머니의 인심이 넉넉한 곳이다. 주메뉴인 온국수는 2000원이고, 비빔국수 2500원, 칼국수·수제비 3000원, 김밥은 1500원에 불과해 주머니 사정이 넉넉찮은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794-8364. 평양집 양곱창, 차돌박이, 아롱사태 등 쇠고기와 소 부산물을 주 메뉴로 하는 가게. 골목 초입에 있어 찾기 쉽다. 드럼통으로 만든 식탁에서 양념에 절인 아롱사태와 곱이 풍부한 양곱창을 먹는 맛이 일품이다. 새콤한 양념장이 별미. 곱창 1만 5000원, 차돌박이 1만 7000원.793-6866. 진설렁탕 식당 입구에 걸린 큰 가마솥이 절로 발길을 끄는 집. 건물 외벽이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이 마치 스파게티 가게와 비슷한 인상을 준다. 설렁탕(5000원), 도가니탕(9000원), 머리고기수육(크기에 따라 1만∼2만원)이 주메뉴. 집에서 곤 것처럼 맛이 깨끗하고 구수하다. 토요일에는 가게 문을 열지 않는다.793-6965. 명화원 삼각지역 11번 출구에서 30여m에 위치한 중화요리 전문점. 테이블이 7∼8개 정도밖에 없을 정도로 작지만 식사 시간에는 줄을 서서 음식을 먹을 정도로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탕수육과 짬뽕, 만두가 일품이다. 중국음식 특유의 기름기가 느끼함이 없어 식도락가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음식점이다.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다.792-2969. 아이파크 몰 호남선 종점인 용산민자역사에 들어선 종합 쇼핑몰. 박물관에서 0211번을 타면 갈 수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면 1호선 용산역이나 4호선 신용산역에서 내리면 된다.11개 스크린이 운영되는 복합영화상영관 용산 CGV11이 함께 들어서 있다. 관람료가 조금 비싸지만 기념하고 싶은 날 이용하면 좋은 ‘퍼스트 클래스 시네마 골드클래스’도 운영된다. 전자제품·의류 전문상가와 이마트, 전문 식당가가 함께 있어 쇼핑과 식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용산역 앞 홍등가를 지나거나 바라볼 때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라면 다소 민망할 수 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박물관 옆 이촌동 먹을거리 국립중앙박물관 바로 건너편에 동부이촌동이 있다.1970년대 한강외인아파트가 세워진 이후 일본인이 모여 일식집, 우동집, 로바다야키(일본식주점)가 유독 많다. 대부분 아파트 상가에 딸린 아담한 가게들이다. 동네 식당인 만큼 오랫동안 손맛을 인정받은 곳만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국철 1호선 밑의 지하 보도로 건너가거나 선로 건널목쪽으로 돌아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그래도 걸어서 10분 정도다. 동네 자체가 폐쇄적이라 주말에 외부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최근 국립중앙박물관 개관으로 조금씩 붐비고 있다. 이촌동 떡볶이 1000원짜리 떡볶이에 잘게 썬 당면이 들어간 못난이만두, 김말이만두, 야키만두(모두 300원씩)를 버무려 먹는 맛은 쉽게 잊지 못한다. 아무리 배부르게 먹어도 시내에서의 밥 한끼 값도 안나온다. 학창시절의 추억을 곱씹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특히 떡볶이 양념은 매콤하면서도 달착지근해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맛이 있다. 여기에 서비스로 주는 어묵국물맛도 추워지는 날씨와 잘 어울린다. 김밥류는 2000∼2500원, 순대는 2000원.749-5507. 금홍(金洪) 가게 바깥의 녹색 칠판에 분필로 적힌 메뉴는 마치 유럽식 카페를 연상시킨다. 고급스러운 검은색 톤의 내부 인테리어로 기존의 중국집과는 다르다는 것을 나타내려 하는 것 같다. 그렇다. 동네 중국집이라기보다는 퓨전 차이니스 레스토랑이라고 불리는 게 더 어울리는 곳이다. 칸쇼새우와 사천탕면이 인기메뉴다.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맛이 나는 닭고기 요리인 유린기(2만 8000원)와 아주 뜨겁게 그릇을 덥혀 나오는 누룽지탕(3만 5000원)이 잘 나간다. 충신교회 맞은편에도 2호점을 낼 정도로 손님이 많이 몰려온다.1호점 796-0995.2호점 794-7378. 보천(寶泉) 진한 국물에 굵은 면발을 넣어주는 일본식 수타우동이 유명하다. 가쓰오부시 국물 맛이 일품으로, 간장으로 맛을 낸 국물은 조금 진하다. 즉석에서 말아주는 김밥은 상쾌한 김 향내가 살아있다. 우동 5000원 안팎, 김밥 3000원.795-8730. 아지겐(味源) 일본인 주인이 운영하는 식당답게 오니기리(주먹밥), 오차즈케(녹차를 부은밥), 돈부리(덮밥), 야키도리(닭꼬치구이) 등 서민적인 일본식 메뉴가 90여가지에 이른다.‘안주는 한 사람당 한 가지 이상 주문 바랍니다.’라는 문구는 낯설다. 일본 음식이라 양이 적어서이기도 하지만 음식에 자신이 있다는 주인의 자부심이 읽히는 대목이기도 하다.790-8177. 와세다야(早稻田屋) 소의 부위 20여가지를 맛볼 수 있는 일식집이다. 우설(소의 혀)에 다진파, 참기름, 소금을 얹은 구이는 부드러운 맛을 자랑한다. 처녑(소의 위)을 살짝 데쳐 역시 파·참기름·소금으로만 무친 처녑 사시미는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한국의 불고기를 변형시킨 달콤한 야키니쿠도 인기메뉴다.1인분 2만원 안팎이다.796-0608. 스틱(Stick) ‘젓가락’이라는 이름대로 동남아시아의 음식들을 집합시킨 레스토랑이다. 개업한 지 반년도 안됐지만 어느새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꽤 있다. 돼지고기를 넣어 새콤한 소스에 버무린 얌운센, 깊고 담백한 맛을 내는 베트남 쇠고기 쌀국수인 퍼보, 태국식 볶음 쌀국수 팟 타이 등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식사류는 1만원이 넘지 않지만 요리는 3만원선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노천카페 분위기가 나는 베란다의 원목테이블 자리도 인기를 끌 것 같다.798-0355. 이밖에 강촌아파트 맞은편에 단(795-4700),변경(794-8482),국화(797-5251) 등 로바다야키 전문점이 몰려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NPB] 승엽, 롯데 떠나나

    일본 열도를 정복한 이승엽(28·롯데 마린스)의 향후 진로는 ‘일본 잔류’로 정해질 전망이다. 일본의 전문지 ‘스포츠호치’는 3일 “이승엽이 최종 목표는 메이저리그이지만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일본 내 다른 구단으로의 이적도 고려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데일리스포츠가 이적 가능성을 처음 보도한 이후 두번째. 스포츠호치는 또 이승엽이 경험 많은 일본인 에이전트를 선임해 이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까지 구체적으로 덧붙였다. 이승엽의 진로는 ‘일본 잔류 후 타 구단 이적 타진’으로 요약된다. 미국 진출과 한국으로의 U턴은 일단 배제된 상황. 이승엽은 “2년 전 일본땅을 처음 밟았을 때에 견줘 자신감에 차 있고, 마지막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도 “그러나 수비가 받쳐주지 않아 당장 도전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승엽의 원래 포지션은 1루. 올시즌에는 좌익수로도 변신을 꾀했지만 대부분 지명타자로 나섰다.가장 불만을 품고 있는 대목이다. 수비와 공격을 동시에 해야 집중력이 살아날 수 있는데 지명타자로만 나서다 보니 경기력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승엽은 “올해처럼 출장하다 보니 동기 부여가 덜 돼 꽤 힘들었다.”고 고충을 털어 놓은 뒤 “따라서 현재로선 롯데 잔류가 최상책”이라면서 “아시아시리즈가 끝난 뒤 경험이 풍부한 일본 에이전트를 선임할 수도 있다.”고 말해 일본 잔류 계획을 내비쳤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조영증의 킥오프] 재일본 대한축구단

    해마다 이맘때면 일본 후지산 아래의 한 골프장에서는 200여명의 재일동포들이 한자리에 모여 성대한 자선 골프 축제가 열린다. 재일본 축구협회가 주관하고 재일본 체육회와 거류민단이 후원하는 이 행사는 재일동포들의 친선 도모와 축구발전을 위해 마련된 자리다. 올해로 다섯번째다. 한국 축구인을 대표해서 초청된 이회택 축구협회 부회장과 필자는 참석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는 날로 기억되기 충분했다. 일본측 축구인으로는 모리 전 국가대표감독과 기무라, 하시라다니 등 일본 전 대표선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행사를 통해 마련된 기금은 동포축구단인 ‘재일본 대한축구단’ 후원금으로 전액 쓰인다. 재일본 대한축구단은 동포 2,3세들이 주축이 되어 올해로 창단 5년째를 맞고 있다. 매년 봄철에 열리는 대통령배에 출전,2년 연속 예선을 통과했고 지난달 전국체전에서는 2년 연속 우승하는 등 해가 거듭될수록 실력이 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K-리그나 J-리그에서 활동할 만큼의 우수한 선수를 배출하지는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재능있는 동포 유소년들이 의욕을 가지고 축구를 시작하지만 일본인으로 귀화를 하지 않으면 외국인으로 취급하는 일본축구협회의 제도 탓에 많은 재일동포 유소년들이 꿈을 접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송일열 재일 축구협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필요에 따라 훈련할 수 있도록 재정적·정신적 지원으로 많은 힘을 주고 있다. 필자는 재일본 대한축구선수들의 훈련과 경기 모습을 자주 볼 기회가 있었고 다재다능한 우수 선수들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꾸준한 훈련과 연습을 하지 못해 기량이 퇴보하는 모습을 볼 때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젊은 선수들의 꿈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늘 허전하며 개운하지 못하다. 이번 자선골프대회와 같은 여러 뜻있는 독지가들의 모임이 더욱 번창하여 재일동포 축구선수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아름다운 오아시스가 되길 기대해본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 youngj-cho@hanmail.net
  • 선배들의 따끈따끈한 사랑

    선배들의 따끈따끈한 사랑

    “결식 아동 없는 학교 원년을 만들겠습니다.” 1일 오후 서울 문래동 영등포초등학교.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가득 머금은 교정 한편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희끗한 머리의 70대에서부터 30·40대 중장년층까지 오랜만에 모교를 찾은 졸업생들은 감개무량하면서도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행사는 이날로 개교 100주년을 맞아 총동창회에서 마련한 ‘결식후배 돕기 내리사랑운동’ 캠페인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식사를 거르면서 공부를 하는 어린 후배들을 위해 마련됐다. 최근 석 달 동안 모은 성금은 3000여만원. 졸업생 기수별로 모두 150여명이 십시일반 모았다. 총동창회 권용인(56) 부회장은 “아직도 식사를 거른 채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라면서 “어린 후배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배들을 돕자는 이번 행사는 한 동창생의 제안으로 시작됐다.17회 졸업생인 이시덕(56) 사무국장이 총동창회 일을 맡던 중 변병권 교장에게 모교의 결식 아동 비율이 전국 최상위권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전교생 650명 가운데 10%가 넘는 70명이 식사를 굶고 있었고,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공부에 전념하기 어렵다. 이 국장은 이를 총동창회에 알렸고,100주년을 맞아 졸업 기수별로 6만 3000여명의 졸업생들이 힘을 보태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 국장은 “우리가 어릴적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식사를 거르는 후배들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총동문회 차원에서 캠페인을 시작했다.”면서 “앞으로 1억원까지 모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생활 장학금을 주는 활동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행사에는 일제강점기에 이곳에서 학교를 다닌 일본인 5명도 참석했다.1939년 졸업한 일본인 가와치 하지메(78)씨는 “오늘 참석하기 위해 그동안 체력을 단련해왔다.”면서 “이곳은 15년 동안 교편을 잡았던 어머니와 제가 신세를 진 잊을 수 없는 나의 고향”이라며 감격했다. 총동창회 고문인 손동명(83)씨는 “일본에서는 지금도 매년 모임을 가질 정도로 모교를 잊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뜻깊은 행사가 어린 후배들에게도 뜻깊은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초등학교는 1905년 일본인들이 다니는 경성 영등포 공립 심상고등소학교로 개교했다.1945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으며, 한국전쟁 당시에는 미군 약품보급창으로 쓰이기도 했다.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을 비롯해 이택형 전 육군중장, 이명구 전 한양대 법대학장, 김명원 범우화학 회장, 탤런트 임채무·박주아, 코미디언 심형래, 라경민 배드민턴 국가대표 등이 이곳을 졸업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한국男 성매수 日人보다 악명” 성매매관광 대책 국제심포지엄

    “한국 남성들이 사업·관광차 방문해 성매매 업소를 찾는다는 것은 너무나 유명합니다.” “이제는 일본인보다 한국인이 성매매로 더 악명 높을 정도입니다.” 31일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한국 남성의 아동·청소년 대상 해외 성매매 관광 실태 및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에서는 국내 성매매 단속이 심해짐에 따라 더욱 늘어난 한국 남성들의 해외 성매매 실태를 고발했다.이미 남태평양의 조그만 섬나라인 ‘키리바시’에서 한국 원양어선 선원들이 아동 성매매를 한 사실이 국제적으로 알려지면서 국가 이미지를 떨어뜨린 일이 있다.ECPAT(아시아 아동성매매 관광 근절기구)의 한국 지부인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는 필리핀과 캄보디아측 관계자가 참석해 현지 사정을 전했다. 필리핀에서는 지난해 8월 한국 남성이 현지인과 함께 마사지 업소를 가장해 성인여성은 물론 청소년들을 소개해주는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다 적발됐다.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정명훈의 도쿄 필하모닉 어떤 색깔일까

    마에스트로 정명훈(53)이 특별 예술고문으로 취임하면서 우리에게 친숙해진 일본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오는 1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이번 공연 역시 정명훈이 지휘봉을 잡는다. 지난 2001년 정명훈의 영입으로 짧은 시간 내 눈부신 변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 도쿄 필은 그동안 일본 현지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현재까지 정명훈의 열기가 뜨겁다. 한·일수교 40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이번 무대는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촉망받는 차세대 대표 주자들을 협연자로 내세워 주목을 끌고 있다. 첼리스트 고봉인(20)과 바이올리니스트 사야카 쇼지(22)가 바로 그들. 이들은 바이올린과 첼로에서 모두 높은 기교와 정교한 호흡이 필요한 고난도 곡목인 브람스 더블 콘체르토를 연주, 자신들의 기량을 뽐내게 된다. 12세에 제3회 차이코프스키 청소년 국제 콩쿠르 첼로부문 1위로 입상한 고봉인은 최고의 첼리스트 요요마가 빌려준 악기를 사용할 정도로 떠오르는 스타 음악가로 정평나 있다. 세계를 돌며 연주하는 그는 김대중 대통령과 엘리자베스여왕으로부터 초청 받아 연주회를 갖기도 했다. 현재 하버드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있다. 16세에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경연대회에서 일본인으론 처음이자 대회역사상 최연소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사야카 쇼지는 비슷한 연령대의 바이올리니스트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메타, 주커만을 포함한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공연해왔으며 뉴욕필하모닉, 베를린 심포니오케스트라등과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도쿄필은 이번 공연에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선보인다.1930년대 스탈린 1인 숭배체제에서 만들어진 이 곡은 혹독한 억압에도 꺼지지 않는 민중의 승리와 개인의 낭만적인 의지가 표현된 곡이다. 이미 필라델피아 필하모닉과 쇼스타코비치 4번을 녹음, 화려하고 명쾌한 울림으로 쇼스타코비치를 해석한 정명훈이 이번에는 어떤 음악적 색채를 일구어낼지 기대가 크다.(02)518-7343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포스트 고이즈미’ 원조 보수 대결

    ‘포스트 고이즈미’ 원조 보수 대결

    31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단행한 개각의 특징은 크게 후계 경쟁체제 구축과 보수·강경파들의 전면 포진, 경제팀 유임을 꼽을 수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들인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 대리와 아소 다로 총무상을 각각 관방장관과 외무상에 임명하는 등 주요 각료를 극우파들로 채움으로써 일본의 우경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사람 모두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어 최근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역사교과서 문제 등 과거사를 놓고 불거진 한국 및 중국 등 주변국과의 불편한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한국 등 주변국과 국민들을 향해 수없는 망언을 일삼았다는 점에서 아시아 주변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강경 외교기조를 이어가려는 고이즈미 총리의 속내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아베 신임 관방장관은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여서 일본인 납치문제와 대북 국교 정상화 등 향후 북·일관계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읽혀진다. ●총리후보 3인방 중용, 치열한 후계경쟁 차기 총리 ‘0’순위로 거론되는 아베 간사장 대리의 관방장관 기용은 그에 대한 고이즈미 총리의 두터운 신뢰를 보여준다. 관방장관은 정부 대변인이자 총리 외유시 총리직을 대행하는 막강한 자리다. 아리마 하루미 정치평론가는 “아베가 관방장관에 입각한 것은 총리직에 한발 더 가까이 간 셈”이라고 분석했다. 대중적 인기가 가장 높은 아베 관방장관은 일본 정치 명문가 출신.A급 전범으로 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이자 아베 신타로 전 외상의 아들이다.1993년 아버지의 지역구인 야마구치현에서 당선된 뒤 2003년 49세 3선 의원으로 드물게 자민당 간사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간사장에서 물러났었다. 아소 다로 외상은 지난 4월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로 시끄러울 당시 각료 중 유일하게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던 보수적 인물이다. 다니가키 사타카즈 재무상은 유임됐으며, 중도온건파로 아시아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은 입각에 실패했다. 한편 다케베 쓰토무 간사장은 당 2인자인 간사장 연임에 성공함으로써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를 관리하며 ‘차차기’를 노릴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대 아시아정책 강경외교 유지 정권 말기 아시아 중시외교를 표방함으로써 야스쿠니 참배 강행으로 악화된 주변국들과의 관계 회복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을 깨고 강경파인 아소 전 총무상을 외상에 전격 기용했다. 아소 신임 외상은 2003년 창씨개명이 “조선인이 희망해 이뤄졌다.”는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인물이다. 제3의 추도시설 건립에도 반대한다. 그러나 경제각료 대부분은 유임됐다. 금융개혁에 이어 우정민영화 등 경제개혁을 흔들림없이 계속해서 추진해나간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고이즈미 총리 취임 때 입각, 경제개혁의 선봉장 역할을 맡아온 다케나카 헤이조 경제재정상은 공무원 개혁을 담당하는 총무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명당 몫으로 입각했던 기타가와 가즈오 국토교통상도 유임됐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대장금’ 한류열풍 잇는다

    |도쿄 이춘규특파원|드라마 ‘대장금’이 ‘겨울연가’에 이어 일본에서 한류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공영방송 NHK가 지상파로 방영하면서 일기 시작한 바람은 속속 이어지는 대장금 관련 대형이벤트로 거세지고 있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는 30일 NHK와 공동으로 도쿄 NHK홀에서 ‘장금이 팬미팅-한국 식문화의 만남’이라는 ‘한·일 우정의 해 2005’ 기념사업을 개최, 성황을 이뤘다. 일반 관람객 3000여명과 저명인사, 한국식품 수입·유통업체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는 대장금에서 ‘한상궁’역을 맡은 탤런트 양미경씨와 가수 김연자씨 등이 나와 일본 팬들을 맞았다. 한국궁중요리와 전통음식, 농식품 전시회가 동시에 열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방청권을 확보한 일본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대장금은 ‘장금의 맹세’라는 제목으로 매주 토요일 밤 11시 한편씩 모두 54부작으로 1년여간 NHK지상파 채널을 통해 방영되며, 지난 8일 첫 전파를 탄 뒤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겨울연가의 시청자들이 중년 여성에 국한됐던 것에 비해 대장금은 남성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특히 대장금은 일본 사회의 한류붐을 먹을거리와 전통문화, 역사 등 한국문화 전반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NHK가 지난해 10월 위성방송인 BS2에서 대장금을 방영하면서 펴낸 대장금과 한국 궁중요리 가이드북이 지금까지 78만부나 팔려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NHK는 지상파 방영을 계기로 가이드북 특별판 7만여부를 추가 제작했다.taein@seoul.co.kr
  • “I love Korea” 한국 찾은 두 사람

    ■ 야스쿠니 다룬 다큐 ‘안녕, 사요나라’ 공동연출 가토 구미코 감독 “고이즈미 총리, 일본 대표로서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요?” 한국 감독 김태일(42)씨와 함께 연출한 작품 ‘안녕, 사요나라’가 개막작으로 상영된 제5회 인디다큐페스티벌에 참가한 일본의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 가토 구미코(30).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일본법원의 위헌판결에도 불구하고 최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고이즈미 총리를 향해 대뜸 목소리를 높였다.“전쟁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함이라면 다른 방법이 있겠지요. 진정 일본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래서는 결코 안 됩니다.” 이번 작품도 야스쿠니 신사참배의 부당함을 일본인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이웃나라가 화내는 이유조차 몰라요. 야스쿠니 신사가 전쟁을 위한 도구였다는 것, 또 거기에 숨겨진 진실들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으면 합니다.” ‘안녕,’는 일제에 징용됐다가 야스쿠니에 합사된 부친의 유해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벌이는 한국여성 이희자(63)씨와, 그를 돕는 일본인 후루카와 마사키(43)의 이야기. 두 사람의 발길을 쫓으며 매듭되지 않은 양국의 과거, 그리고 같이 풀어나가야 할 미래를 조명한다. 이미 오사카, 도쿄에서 일본 관객을 상대로 시사회를 가져 “감동했다.”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야스쿠니 문제를 새롭게 돌이켜볼 계기를 마련한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그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원폭 피해자였다. 역사 문제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어찌보면 운명적인 일. 대학에서 개발경제를 공부했으나, 우연히 필리핀에 갔다가 위안부 할머니를 만나 전환점을 맞았다.“국가간에는 이해가 걸린 문제가 많지만, 사람 사이에는 국경이 없어요. 서로 마주한다면 갈등은 사라질 겁니다. 다큐를 통해 여러 나라에 걸쳐진 ‘벽’을 허물고 싶습니다.”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하는 그는 조만간 재일 한국인의 애환을 다뤄보고 싶다고 했다. 한국 2·3세인 친구들이 한국과 일본, 어느 곳에서도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고뇌하는 모습을 자주 지켜봤기 때문이다. 홍지민 윤설영기자 icarus@seoul.co.kr ■ 시카고大 스마트미술관 리처드 본 수석 큐레이터 “한국 전통미술에 푹 빠졌어요.” 미국 시카고대 스마트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리처드 본(56)의 명함 뒷면에는 용이 새겨진 조선시대 분원백자 사진이 실려있다. 한국 전통미술에 심취한 나머지 명함에도 한국 도자기 모양을 새긴 것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권인혁)이 한국문화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해외 박물관·미술관의 한국미술 담당 큐레이터를 대상으로 매년 개최, 올해로 7회째를 맞은 ‘해외 큐레이터 워크숍’에 참가한 그를 만났다. 본 큐레이터는 1972년 시카고에서 열린 한국미술 전시회 관람을 계기로 한국미술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의 고미술, 회화, 도자기, 불교미술, 공예, 고분유물 등 매년 달라지는 워크숍 주제에 흥미를 느껴 2000년부터 이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가해온 열성파다.“평소 시카고대학내 동양문화 프로그램이 많아 관심을 갖고 있던 중 한국미술품을 접하면서 빠져들게 됐습니다.”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물관내 상당수의 중국·일본 미술품과 한국 미술품 3점으로 구성된 ‘동아시아 코너’를 확대,1980년대 초 드디어 ‘한국컬렉션’ 전시를 시작했다.1910년대부터 대학이 소장해온 17세기 분청 등 고려·조선시대 도자기와 회화 등 20여점으로 조촐하게 출발했지만 구입 및 기증을 통해 소장품이 60점 정도로 늘어났다. 그의 노력으로 한국컬렉션은 삼국시대·통일신라 유물과 서예·불교회화, 현대작가의 작품까지 갖춰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게 됐다.“국제교류재단 워크숍에서 배운 지식으로 전시물의 수준을 높이고 시대별 대표유물을 갖추게 됐지요. 후배 큐레이터와 관람객에게 한국미술에 대한 지식을 나눠줄 수 있어 보람이 큽니다.” 요즘은 조선말기∼근대기 한국미술을 공부하고 있으며, 은퇴한 뒤엔 한국관을 별도로 하나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8일 개관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대해서는 “신설된 동아시아관이 인상적”이라면서 “주변국가들의 문화가 한자리에 모인 만큼 중앙박물관이 아시아 문화의 중추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결코 피할 수 없는 야스쿠니 문제/다카하시 데쓰야 지음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가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일본 고이즈미 총리가 ‘개인 자격’으로 단행한 신사참배와, 지난 100년간 야스쿠니 신사에 방치됐다가 최근 고국의 품에 안긴 임진왜란 승전기록비인 북관대첩비를 보면서, 야스쿠니 신사의 존재와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일본 국민들, 특히 지식인들은 야스쿠니 신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일본의 대표적인 양심적 지식인으로 손꼽히는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가 쓴 ‘결코 피할 수 없는 야스쿠니 문제’(현대송 옮김, 역사비평사 펴냄)는 야스쿠니 신사를 여러가지 각도로 접근, 비판적인 시각으로 풀어냈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의 최근 발언뿐 아니라, 관련 재판진술서, 언론기고 등 생생한 기록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자기 주장을 자제한다. 읽는 이로 하여금 야스쿠니 문제의 핵심에 대해 스스로의 입장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저자는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피할 수 없는 진실을 파헤친다. 신사에는 조선인이 무려 2만 1000여명이나 합사돼 있으며, 타이완인도 2만 8000여명이나 있다. 한국이나 대만 유족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야스쿠니가 일방적으로 계속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왜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가 문제가 되는지, 야스쿠니의 본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위해 논리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첫번째 접근은 ‘감정의 문제’. 저자는 야스쿠니 신사가 ‘감정의 연금술’에 의해 전사의 비애를 행복으로 탈바꿈시키는 장치에 불과하며, 전사자를 단순히 추도하는 것이 아니라 현창(顯彰)하는, 즉 드높여 받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야만 ‘기꺼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질’ 병사들을 다시 천왕의 명예를 대가로 전장으로 끌어낼 수 있기 때문.‘역사인식의 문제’로서의 접근에서는 ‘A급 전범’을 분리시키는 것에 대한 정치적 타협성을 비판한다.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역사인식은 전쟁책임 문제를 넘어 식민주의 문제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의 문제’에서는 헌법상 정교분리 문제를 논의하면서 ‘신사는 종교가 아니다.’라는 술수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검증한다. 오히려 국가신도(國家神道)라는 초종교를 만들어 신사참배를 국민의 의무로 설정한, 종교의 윤리적 위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문화적 문제’는 야스쿠니에 대한 일본과 중국, 한국문화를 비교하면서 일본이 문화적 차이에 따른 야스쿠니 권리를 주장하는 것의 허구성을 지적한다. 마지막의 ‘국립추도시설의 문제’는 ‘제2의 야스쿠니’가 될 수밖에 없는 추도시설의 문제점을 점검한다. 이미 지난 4월 일본에서 출간돼 6개월 만에 30만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다. 야스쿠니 문제를 대중화하는데 기여한 셈이다. 야스쿠니 신사를 생각하는 한국인과 일본인이라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책.98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소설·산문집 들고 한국찾은 히라노

    “일본인은 신을 믿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윤리가 종교를 대신하지도 못합니다. 지금은 잘 사는 사람이 승자로 대접받고, 못사는 사람이 패자로 손가락질 당하는 경제지배의 시대가 돼버렸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이것이 작가로서 평생을 안고 갈 관심사입니다.” 1989년 교토대 법학부 재학중 ‘일식’으로 아쿠타카와상 최연소 수상기록을 세우며 일본 신세대 문학의 기수로 떠오른 히라노 게이치로(30). 우리말로 번역된 ‘일식’‘달’로 국내에도 상당수 팬을 확보하고 있는 그가 산문집 ‘문명의 우울’(염은주 옮김)과 장편소설 ‘장송’(전2권·양윤옥 옮김, 문학동네 펴냄)의 번역 출간과 강연회 참석차 방한했다. ‘문명의 우울’은 한 일간지에 2년 간 연재한 글을 묶은 것으로, 시사적인 현상과 사건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분석한 에세이집.‘장송’은 1848년 2월 혁명을 전후한 프랑스 파리를 무대로 쇼팽, 들라크루아, 조르주 상드 등 낭만주의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을 그렸다. 1년간의 자료수집과 3년간의 집필과정을 거쳐 탄생한 ‘장송’(2002년)은 낭만주의 예술철학을 다룬 예술가 소설이자 심리소설이며, 당대 사회상을 세밀하게 묘사한 풍속소설의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에 맞춰 발자크, 플로베르 같은 19세기 작가들의 문체를 염두에 둔 점도 흥미롭다. 신에서 인간으로, 전통에서 현대로 이행하는 유럽 근대화시기는 문명의 폐해와 물질만능주의로 위기에 처한 오늘날의 풍경과 자연스레 겹쳐진다. 국내에서 인기있는 일본 작가들의 작품이 주로 섬세한 심리묘사와 감성에 무게중심을 둔 반면 그의 소설은 진지한 주제의식과 작품마다 자유자재로 변하는 문체의 다양함을 무기로 삼고 있다.“한살 때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는 그는 다음 작품에서 ‘살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1년 간 프랑스 파리에 머물다 지난 8월 돌아온 그는 고향인 교토를 떠나 현재 도쿄에서 살고 있다.27일에 이어 28일 오후4시30분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이야기-전달한다는 것’을 주제로 강연회를 연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MLB 월드시리즈] 화이트삭스 ‘우승 -1’

    46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기적같은 3연승을 일궈내며 88년 만의 우승을 눈앞에 뒀다. 화이트삭스는 26일 ‘적지’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3차전에서 5시간41분간의 혈투 끝에 연장 14회초 터진 지오프 블럼의 결승 솔로홈런에 힘입어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7-5,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5시간41분은 지난 2000년 뉴욕 메츠-뉴욕 양키스의 ‘서브웨이시리즈’ 1차전에서 기록된 4시간51분을 뛰어넘는 역대 월드시리즈 최장 경기. 이로써 화이트삭스는 남은 4경기 가운데 1승만 보태면 지난 1917년 우승 이후 팀통산 3번째 패권을 거머쥐게 된다. 스콧 포세드닉이 2차전의 깜짝스타라면 3차전 히어로는 블럼이었다. 연장 13회말 일본인 2루수 이구치 다다히토의 대수비로 나선 블럼은 연장 14회초 2사뒤 타석에 들어섰다. 현지시간 7시40분에 시작된 경기는 어느덧 새벽 1시를 넘어섰고, 두팀 선수들과 팬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생애 첫 월드시리즈 타석에 들어선 빅리그 8년차 블럼은 바짝 독을 품고 있었다. 블럼은 휴스턴의 7번째 투수 에제키엘 아스타시오의 몸쪽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힘껏 받아쳤고, 쭉쭉 뻗어나간 공은 그대로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순간 미닛메이드파크에는 좌절과 절망의 탄식이 감돌았고, 필 가너 휴스턴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의자를 집어던졌다. 우승에 목말랐던 화이트삭스는 한번 잡은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애런 로완드와 조 크리디의 연속안타, 후안 유리베의 볼넷으로 2사만루를 만들었고, 크리스 위저가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7-5로 달아나며 사실상 승부를 마무리지었다.4차전은 27일 같은 장소에서 프레디 가르시아(화이트삭스)와 브렌든 베키(휴스턴)의 선발대결로 펼쳐진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장애인과 지구촌 방방곡곡 오소도 마사코씨

    장애인과 지구촌 방방곡곡 오소도 마사코씨

    “장애인도 여행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장애인 여행에 불가능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일본인 ‘여행광’인 오소도 마사코(56·여)는 지난 95년부터 최근까지 45차례에 걸쳐 장애인 등 900여명을 이끌고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지를 돌아 다녔다. 오소도가 대부분의 장애인에게 꿈이나 다름없는 해외여행 기획에 뛰어든 것은 90년대 초반 영국 런던의 한 서점에서 장애인 100여명의 여행체험기인 ‘더이상 도전할 게 없다(Nothing Ventured)’라는 책을 접하고부터. 의족을 가방에 담고 중국 대륙 5000㎞를 횡단한 사람과 하반신 마비인 남편과 함께 아마존강의 선상에서 금혼식을 올린 여성의 사연을 읽고서 장애인 여행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28살에 ‘지구는 좁다’라는 출판사를 만들어 여성들을 위한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펴냈지만, 시간이 흘러 여성 혼자 여행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게 되자 장애인 여행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지요.” 오소도는 일본에 돌아와 시각장애인을 일일이 접촉하며 95년 시각장애인 9명, 비장애인 자원봉사자 9명, 맹인견 4마리와 함께 프랑스로 첫 여행을 떠났다. 맹인견의 항공료가 무료라는 사실에 착안해 시각장애인을 고른 것이다. 이후에는 시각장애인이 지체장애인의 휠체어를 밀면서, 서로에게 눈이 되고 다리가 되어 함께 어우러지는 여행도 만들었다. “지체장애인이 타는 전동휠체어의 무게가 50㎏이나 나가 항공사에서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눈치를 보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욱 밀어붙여야한다는 의지가 굳어졌습니다. 바깥 세상을 경험할 때 장애인들의 밝은 표정을 보면 이 정도쯤이야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지요.” 현지에서의 장애인 이용시설 섭외부터 통역, 여행가이드 등 전반을 오소도가 도맡는다. 대신 자원봉사자를 장애인과 같은 인원으로 구성하며, 장애인이 자원봉사자 여행경비의 3분의 1을 대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누구나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저 역시 뚱뚱한데다 겁이 많다는 ‘장애’를 갖고 있죠. 앞으로 지구 어디든지 장애인이 씩씩하게 여행할 시대가 오리라 믿습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日정부 ‘고시개정·항소’ 기로

    日정부 ‘고시개정·항소’ 기로

    |도쿄 이춘규특파원|25일 일본 도쿄지방법원이 소록도 한센인의 보상청구를 기각하고, 타이완측 한센인들의 청구는 받아들이자 한국과 일본측 변호인단은 ‘즉각 항소’ 계획을 밝혔다. 변호인단은 동시에 타이완 한센인들이 보상권을 획득한 점을 들어 소록도 한센인도 후생노동성의 ‘고시’를 고쳐 동시에 보상받을 수 있도록 고시 개정을 촉구하기로 했다. ●한국정부 ‘강건너 불구경´ 이 과정에서 그동안 ‘외교력 부재’라는 지적을 받아온 한국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변수다. 이를 위해 원고와 변호인단, 일본·한국·타이완 인권 및 시민단체 회원 수백명이 도쿄시내 후생노동성 청사 앞에서 28일까지 ‘항소 포기’와 ‘고시 개정’ 촉구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아울러 정치권의 협조를 얻기 위해 이날부터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물론 공산·사민당 등 야당측과 간담회를 갖고 소록도 한센인들도 법개정 없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고시가 개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피해자들이 70∼90대의 고령인 점을 감안,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항소심을 진행시켜 승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변호인단은 항소심이 1년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원고측 한국 변호인인 박영립 변호사는 “법원의 양식을 믿고 항소해 반드시 승소하겠다.”면서도 “후생성 고시에 소록도 한센인들의 강제격리시설도 보상대상에 포함시키면 즉각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고시 개정 촉구 운동을 병행할 뜻을 밝혔다. ●변호인단 “항소땐 승소 확률 높다” 타이완 한센인들이 승소했기 때문에 같은 외국인인 소록도 한센인들도 항소하면 승리 확률이 높아 후생성이 타이완 한센인 판결에 항소를 포기하면서 고시를 개정, 소록도 한센인도 동시에 보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고측 일본인 변호인단도 “앞으로 후생성이 ‘고시’만 바꾸면 소록도 한센인 문제는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다.”며 “이제 바통은 후생성 쪽으로 넘어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소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타이완 낙생원 재판장의 경우, 법무성 인권옹호국장 출신으로 과거 한센병 관련 소송에 밝았던 인사여서 타이완측 한센인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왔을 수 있다고 원고측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日정부 낙생원 판결 항소할까 따라서 일본 정부가 고시 개정 요구를 묵살하고, 낙생원 재판에 항소해 법논리를 중시하는 2심 재판부를 만날 경우 사태는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측은 그동안 “한센병보상법은 2차대전후 국내에서의 격리정책의 구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전후에 주권이 미치지 않게 된 외국시설 수용자는 보상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해 왔다. taein@seoul.co.kr
  • “日문화 계승 스모선수들 인간문화재로 존경받아”

    “日문화 계승 스모선수들 인간문화재로 존경받아”

    |도쿄(일본) 이재훈특파원|2005씨름 일본대회가 열린 도쿄 국기관의 후지모토 히데유키(48) 시설관리실장은 ‘스모의 산 증인’이다. 그는 스무살 때 스모의 도장 격인 ‘베야’(部屋)의 매니저로 스모와 인연을 맺기 시작,80년대 초반부터 20여년 동안 ‘스모의 전당’ 국기관을 내 몸처럼 관리하며 스모와 삶을 함께 했다. 후지모토는 스모를 통해 일본의 민속문화가 살아 숨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키시(스모 선수)들은 머리 따는 방식인 모토유이와 스모 복장인 마와시를 묶는 방식 등을 행동으로 계승하는 인간 문화재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때문에 일본인들은 15살부터 베야에서 종교적인 단체 생활을 하는 리키시들을 신성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씨름 역시 선수들이 복장과 생활 태도 등에서 형식을 갖춰 사람들에게 외경심을 기를 수 있는 토양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 그는 기술이 뛰어난 한국의 씨름이 좀 더 팬들을 흡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후지모토는 “스모 선수들은 시합 전 도효를 여러 바퀴 돌며 상대를 탐색하고 물로 입을 헹군 뒤 소금을 뿌리는 등의 기싸움으로 팬들을 서서히 경기에 몰입시킨다.”면서 “씨름은 재미있지만 너무 빨리 끝나고 선수들의 표정이나 행동에서 긴장감을 느낄 수가 없다는 점이 다소 아쉬웠다.”고 말했다. nomad@seoul.co.kr
  • 한국씨름, 16년만에 열도 녹였다

    |도쿄(일본) 이재훈특파원|“간코쿠노 씨르므 스고이(한국 씨름 멋집니다).” 탄탄한 근육의 두 어깨가 동시에 뭉쳐진 순간, 시작을 알리는 심판의 휘슬과 함께 4200여 일본 관중들의 환호성이 모랫바닥을 뒤흔들었다. 들배지기와 뒤집기, 차돌리기와 호미걸이 등 손과 다리, 허리의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현란한 기술이 쏟아지자 ‘밀어내기 싸움’인 스모에만 익숙해 있던 일본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국의 16명 씨름꾼들이 지난 1989년 이후 16년 만에 열도 심장부에서 펼친 힘과 기술의 향연은 한국 씨름의 진수를 보여주기에 결코 모자람이 없었다. 23일 일본 도쿄 료고구에 위치한 ‘스모의 전당’ 국기관에서 벌어진 2005일본장사대회 한라·백두 통합장사결정전(3판2선승제).‘코뿔소’ 하상록(26)이 ‘슈퍼베이비’ 박영배(23·이상 현대삼호중공업)를 2-1로 제압하고 꽃가마에 올랐다. 기습적인 안다리로 첫 판을 따낸 하상록은 박영배의 화려한 들어뒤집기에 둘째 판을 내줬지만 셋째 판 힘을 앞세워 돌진하던 박영배를 지능적인 차돌리기로 역습, 생애 첫 황소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앞서 하상록은 16강전에서 송두현(의성군청)을 들배지기로 가볍게 제친 데 이어 ‘황태자’ 이태현(현대삼호)과 노장 강성찬(구미체육회)까지 모래판에 누이며 반란을 준비했다. 전날 벌어진 태백·금강 통합장사전에서는 ‘재간둥이’ 이성원(29·구미시체육회)이 왼무릎짚기로 한 판을 따낸 뒤 ‘악바리’ 김유황(24·현대삼호)이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 지난해 의정부대회 이후 16개월 만에 통산 세 번째 정상에 올랐다. 한국 씨름에 대한 일본 스모팬들의 관심은 예상보다 높았다. 친구와 국기관을 찾았다는 마쓰 유야(21)는 “스모에 견줘 한국 씨름 선수들의 체격이 훨씬 더 단단하고 움직임이 빨라 재미있다.”고 말했다.nomad@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4)조선찻사발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14)조선찻사발

    “눈 뜨고 바라보니/꽃은 보이지 않고/물오른 이파리도 없구나/바닷가 모래밭에 자리잡은/고즈넉한 초가 한 채/가을 밤 몽롱한/불빛 아래 있구나” 모든 것이 일탈해버린 가을바다는 고즈넉하다 못해 추사의 세한도처럼 담백하기도 하며 쓸쓸하기까지 하다. 달도 별도 잠든 가을밤 바닷가 한 귀퉁이를 틀어쥐고 사는 열평 남짓한 초가집에서 홀로 차를 마시는 것은 완전한 자유인의 경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청복(淸福)이다. 일본의 다성(茶聖)은 센리휴다. 그가 이른바 ‘와비즈키’ 다도의 완성인 초암의 아름다운 정경을 한편의 광막한 시로 읊고 있다.‘와비즈키’의 정체성은 평범한 다도를 추구하는 데 있다. 평범, 불균형, 자연, 탈속, 정적인 것이 바로 와비즈키 정신이 추구하는 것이다. 그보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평범하면서도 범속한 찻자리와 차도구들이다. 과거 명·청대에도 그랬듯이 차문화의 저변확대는 과도한 문화적 사치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황금의 찻잔’으로 차를 마신다든지, 좋은 차를 감별하기 위해 차를 겨루는 ‘투다’ 등 다양한 문화적 변형들을 초래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 차인들의 찻자리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제대로 된 찻자리를 꾸미기 위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이 넘는 차 도구들을 갖추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중국에서 건너오는 자사호 같은 경우는 수백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비싼 다구가 능사가 아니라 차를 제대로 우려낼 수 있는 적절한 분위기와 품격을 갖춘 것이 차를 즐기는 차인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센리큐는 이같은 차인들의 문화적 사치에 대해 이렇게 충고했다.“다구가 좋은지 나쁜지 또는 새것인지 헌것인지를 따지는 것은 장사꾼들이나 하는 짓이요, 차의 도에 뜻을 둔 사람이라면 깨진 발우에라도 차를 마실 수 있소.”라며 다구의 좋고 나쁨을 질문하는 차인을 경책한 경우도 있다. 차인의 찻자리는 담백하고 검소해야 한다.‘조선의 찻사발’(이도다완)은 이같은 진실한 차인의 세계를 잘 담아내고 있다. 조선의 찻사발은 사찰에서 공양할 때 쓰는 발우를 닮았다. 발우는 우주의 생명을 담는 그릇으로 깨달음을 상징하는 ‘화현’같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찻사발의 미학은 바로 공존과 상생의 미학을 담고 있는 검박함에 있다. 꾸미지 않는 아름다움, 누구나 손에 붙잡고 밥이면 밥, 나물이면 나물, 차면 차, 그 어떤 생명의 공양들을 담아도 못나지 않는 우주적인 ‘화엄’의 미학이 깃들어 있는 것이 바로 ‘조선찻사발’이다.‘조선찻사발’의 미학은 먼저 미완성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절묘함에 있다. 서툴고 투박한, 그리고 다급해서 미처 갈무리를 짓지 못한 것 같은 미완성의 완벽함에 있다. 그러나 그 미완성 속에는 ‘완성’보다 더 완벽한 미학들이 깃들어 있다. 굽의 당당함, 그릇표면에 자연스럽게 그려진 자연을 닮은 문양, 온유한 색감, 가벼움과 높은 굽, 끊임없는 색의 변화와 따뜻한 촉감 등은 그 어떤 찻사발도 결코 흉내낼 수 없는 것이다. 조선찻사발이 일본의 국보로, 세계적인 명물이 된데는 참으로 드라마틱한 역사가 한몫을 했다.‘기자에몬이도’로 불리는 조선찻사발 이야기를 해보자. 기자에몬은 원래 다케다라는 성을 가진 오사카 상인의 이름이었다. 차를 무척 좋아했던 기자에몬은 조선의 찻사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마구잡이로 수집, 가문의 가보로 아낄 정도로 소중하게 다뤘다. 그 기자에몬이 수집한 찻사발이 17세기초 혼다다요시에게 헌납되고, 고오리야마의 나카무라 소에추를 거쳐 1775년 푸마이에게 넘어갔다. 기자에몬이도를 아낀 푸마이는 죽으면서 유언을 남겼다.“이 사발은 천하의 명물이다. 오랫동안 소중하게 보관하라.” 그러나 푸마이의 아들 게탄은 그같은 유언을 어기고 1818년 교토의 대덕사 분원인 고호안에 기증을 하고 만다. 게탄이 기자에몬이도를 기증한 이유는 단순했다. 기자에몬이도가 액운을 불러온다는 것이었다. 그 기자에몬이도는 그후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일본의 차인들뿐만 아니라 세계 차인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조선찻사발이 일본의 국보가 되고 최고의 다완으로 불리게 된 것은 바로 그 어떤 것으로 흉내낼 수 없는 자연적인 아름다움 때문이다. 물레를 돌리는 도공의 손에서 당당하고 즉흥적이면서도 질박한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품고 있는 것은 오직 조선찻사발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치 온 우주를 품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찻사발은 차인들에게 몽환적인 꿈같이 아련하게 다가오는 신기루 같은 것이다. 마치 봄날 아지랑이를 몰고오며 꽃의 향내를 피워내는 나비와 벌같이, 때로는 가까이 할수록 멀어져만 가는, 사랑하는 여인의 향내와 같은 끝없는 설렘만 던져주는 존재와 같다. 명품 찻사발은 그런 점에서 차인들의 오랜 꿈 같은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자신의 차 살림살이와 부합되는 명품찻사발은 어떻게 골라야 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불이다. 첫째, 가능하다면 장작가마로 구워진 찻사발을 구하는 것이다. 찻사발의 생명은 ‘요변’이다. 가마에서 타는 장작불로 인해 화학적 결합으로 나타나는 도자기의 자연발색을 요변이라고 하는데 가마내의 기압, 습도, 장작의 두께, 포개짐 등 인간이 도저히 통제하기 불가능한 변수에서 생겨나는 자연적 결과물이다. 그 다음은 바로 ‘흙맛’이다. 옛날부터 도자기를 굽는 명인들은 질 좋은 흙을 찾아 전국의 산야를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고 한다. 명인들은 자신만의 흙을 고집하며 그 흙맛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다음은 차색과 찻사발에 관한 것이다. 차인들은 흔히 좋은 찻상이나 좋은 찻사발을 가지면 아름답고 품격있게 찻물을 들이기 위해 노력한다. 찻상이나 찻사발에 깃들인 찻물은 그 차 도구에 형용할 수 없는 기품을 선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명품 찻사발에는 숨어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그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찻잔을 떠받치고 있는 ‘굽’이다. 찻사발을 고즈넉하게 떠받치고 있는 굽은 싱그러운 말차의 향을 들이켠 후 그 찻잔을 뒤집어 보면 잘 알 수 있다. 장인들은 찻잔의 자연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굽깎기에 최선을 다한다. 찻사발의 굽에서 장인의 진정한 솜씨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명품찻사발은 가볍다. 외관에서 보면 명품찻사발은 매우 무겁게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그 찻잔을 들어보면 마치 종이를 들거나 바짝 마른 나무조각을 드는 것처럼 매우 가볍다. 일본에서 가장 먼저 국보급으로 지정된 조선찻사발의 무게는 고작 360g정도라고 한다. 참으로 종잇장처럼 가벼운 것이 바로 명품 찻사발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찻잔속에 스미는 차색의 아름다움만 가지고 명품의 찻사발을 선별하는 품평회가 있을 정도다. 차로 인해 변하지 않는 찻사발은 그러므로 죽은 찻사발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찻사발이 명품 찻사발이 되는 것은 바로 찻사발을 사용하는 차인의 심미안과 인격에 의해 결정된다. 명인의 손길과 가마속의 불꽃으로 점화되는 요변을 통해 완성된 명품은 그 찻사발을 사용하는 차인의 차품에 의해 최종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경우든 차의 완성은 바로 인격의 완성에 있다. 먼저 물을 끓여 차를 집어넣고 적당히 우러난뒤 마시는 차인의 행위는 그 사람의 마음자리가 어디에 있는가에 완성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느날 센리큐를 따르던 차인이 물었다.“스님 진정한 다도의 비밀은 어디에 있습니까.” 센리큐는 그 차인을 한참동안 바라보다 다음과 같은 답을 했다.“그대는 불을 지펴 물을 적당한 온도로 끓이고 차가 적당한 맛이 우러나도록 우려라. 그대는 다옥에 꽃과 나무를 마련하여 마치 그것들이 자라고 있는 것처럼 하라. 그리고 여름에는 선선하다는 암시를 주고 겨울에는 따뜻하다는 암시를 주라. 이밖에 다른 비밀은 없다.” 이 얼마나 명쾌한 대답인가. 차는 바로 일상속에서 거칠 대로 거칠어진 우리의 영혼을 쉬게 해주는 것이다.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삶과 함께하는 것이 바로 차인 것이다. 그리고 그 차는 바로 나를 제외한 소외된 자들에게 열려있는 따뜻한 나눔의 영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지암 암주 ■ 日 3대 명품찻잔 ‘쓰쓰이쓰쓰’ 고려청자와 함께 세계적인 도자기가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바로 일본에서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이도다완’이다. 일본 차인들 사이에서는 ‘신물’(神物)로 여겨지는 ‘이도다완’은 진주 웅천지역 등에서 생산된 조선막사발이다. 그 조선막사발을 우리는 ‘조선찻사발’로 부르기도 한다. 최근 우리나라 사발 장인들과 차인들 사이에서 새롭게 그 가치를 지닌 이름으로 재평가하자는 움직임에서 나온 것이다. 늦었지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최근 막을 내린 ‘불멸의 이순신’에 나오는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본 차인들은 ‘이도’를 찻사발의 으뜸으로 친다. 그밖의 찻사발에는 등급이 없는 것을 볼 때 조선찻사발의 위대함에 일본인들이 붙이는 찬사는 참으로 대단한 것이기도 하다. 조선찻사발 이야기중 일본천하 3대 이도다완으로 불리는 ‘쓰쓰이쓰쓰’ 찻사발 이야기를 해보자.‘쓰쓰이쓰쓰’ 찻사발은 비파색을 기본바탕으로 두터운 기벽, 은은한 물레자국, 태산을 짓누른 듯한 중후함, 크고 작은 빙렬의 아름다움 등 완벽한 명품다완이라고 평가받고 있다.‘쓰쓰이쓰쓰’라는 유래는 일본 전국시대 가장 큰 사건중 하나인 ‘혼노우지의 변’이다.‘혼노우지의 변’은 당시 가장 강력한 ‘쇼군’이었던 오다노부가나를 아케치 미쓰히데가 암살하는 사건을 말한다. 당시 쓰쓰이쓰쓰는 오다노부가나를 죽인 영주의 통치하에 살고 있던 이도요시 히로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었다. 이도요시 히로는 당시 야마토고오리야마성의 성주 쓰쓰이케이의 부하였다. 주군의 원수를 갚으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그 유명한 야마사키 전투에서 승리하며 전국의 패자로 떠오를 수 있었다. 도요토미의 승리를 본 쓰쓰이케이는 자신의 목숨과 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부하인 이도요시 히로가 소장하고 있던 ‘이도다완’을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헌납했다. 자신의 비천한 출신을 차도를 통해 극복하려고 했던 도요토미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었던 셈이다. 그 선물로 인해 쓰쓰이케이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고 그 조선 찻사발의 이름을 ‘쓰쓰이이도’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쓰쓰이쓰쓰이도’라는 이름은 그 다음에 붙여지게 된다. 도요토미는 ‘쓰쓰이이도’를 천하제일의 찻사발이라고 극찬하며 아꼈다. 그러던 어느날 차를 시중들던 시동이 실수로 쓰쓰이이도를 떨어뜨려 다섯조각을 내고 말았다. 쓰쓰이이도를 아깝게 여긴 도요토미는 당시 자신의 차두였던 일본의 다성 센리큐에게 수리를 맡겼다. 센리큐는 그 다완을 이틀에 걸쳐 수리했다. 그리고 그 다완의 우주적인 심미감에 사로잡힌 센리큐는 도요토미도 모르게 찻사발에 차 한잔을 했다. 그러나 그같은 사실을 도요토미에게 들켜 엄청난 분노를 사게 됐다. 센리큐에게 수리된 쓰쓰이이도는 일본말로 다섯조각의 이도라는 뜻으로 ‘쓰쓰이쓰쓰이도’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쓰쓰이쓰쓰이도 찻사발은 현재 일본의 보물로 지정되어 가나자와현의 사가에 소장되어 있다.
  • 민속씨름 일본안방서 ‘으랏차차’

    ‘일본의 심장부에서 들배지기’ 한국 고유의 민속씨름이 ‘스모의 나라’ 일본에서 모래판 잔치를 연다.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오는 22일부터 이틀동안 일본 도쿄의 국기관에서 사상 최초로 외국 팬들을 대상으로 한 ‘2005씨름 일본대회’를 치르는 것. 지난 83년 출범한 민속씨름은 85년 천하장사씨름미주대회를 시작으로 2003뉴욕장사씨름대회까지 모두 13차례의 대회를 해외에서 열었다. 하지만 모두 동포들을 대상으로 열린 성격이 짙었고 실제 모래판을 찾은 팬들도 대부분 동포들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일본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 특히 89년 제3회 천하장사일본대회 이후 16년만에 국기관에서 대회가 열린다.1909년 도쿄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료고구에 1만3000명 수용 규모로 지어진 국기관은 일본 스모 전용구장으로 일본인들에게는 ‘스모의 전당’과 같은 장소다. 성격이 비슷한 스포츠이지만 훨씬 더 다채로운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한국의 씨름이 일본 스모의 심장부에서 열린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때문에 씨름연맹도 이달초 도쿄에서 대회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팬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또 대회 식전행사로 난타와 비나리, 판굿과 민요 등 다채로운 민속문화행사를 열어 스포츠와 더불어 한국의 문화를 선보이는 역할도 함께할 전망이다. 이번 대회에는 이태현(29)과 박영배(23·이상 현대), 김경수(33·기장) 등 현대삼호중공업과 구미시체육회, 기장철마한우씨름단에서 12명,10개 지자체 및 실업팀에서 20명 등 모두 32명의 씨름꾼들이 자웅을 겨룬다.이들은 22일 태백·금강급,23일 한라·백두급으로 나눠 16강에서는 단판제,8강부터는 3판2선승제를 펼친 뒤 2명의 통합장사를 가린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씨줄날줄] 탄로가(歎老歌)/이상일 논설위원

    ‘손에 막대 잡고, 또 다른 한 손엔 가시를 쥐고/늙어 가는 것을 가시덩굴로 막고/오는 백발은 막대기로 치려고 하였더니/어느새 백발이 먼저 알고 이곳으로 오더라.’고려 시대의 유학자 우탁(禹倬)은 ‘탄로가(歎老歌)’에서 어쩔 수 없이 오는 노화를 한탄했다. 옛날뿐 아니다. 요즘 주위에서도 속절없이 간 젊음을 아쉬워하는 모습은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노년특집을 마련해 우아하게 늙는 남녀 각 5명씩 10명을 선정했다. 영화배우 폴뉴먼(80)을 비롯해 콜린파월 (68)전 미국무장관, 샌드라 데이 오코너(여·75)전 미 연방대법원 판사 등이다. 이들은 여전히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이 잡지는 앤드루 웨일 애리조나대 의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우아하게 늙는 첫 비결은 탄로가를 부르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즉 늙음을 한탄하거나 부정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라는 것이다. 그외에도 금연 등 건강한 생활습관, 꾸준한 운동, 잦은 스킨십과 건강한 성생활 등을 우아하게 늙는 조건으로 들었다. 탄로가를 부르지 말라는 충고는 새롭지는 않다. 일본인 소설가 소노아야코의 저서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원제목 戒老錄)에도 나온다.“자연스레 주어진 늙음의 모습에 하등 저항할 필요가 없다.”그는 이어 “무리하게 젊어보이려고 애를 쓰면 타인은 단지 그 노력에 대해 ‘젊으시군요.’라고 할 뿐 속으로는 씁쓸하게 생각한다.”고 갈파했다.“지나치게 꾸미면 오히려 노화가 더 눈에 띄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노아야코 역시 우아하게 늙기 위한 지혜를 전하고 있는데 노년기의 처신을 많이 다룬 점에서 흥미롭다. 즉 ▲푸념해서 좋은 점은 단 한가지도 없다 ▲자신의 생애가 극적이라고 생각하지 말 것 ▲한가하게 남의 생활에 참견하지 말 것 ▲최고 연장자가 되어도 자신이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려고 애쓰지 말 것 등이다.‘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이여.’(서정주의 ‘국화옆에서’)처럼 우아한 품위를 보여주지는 못해도 좋다. 그저 추하게 늙는 모습만은 너나없이 보여주지 않고 안 보며 살았으면 싶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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