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일본인
    2026-06-21
    검색기록 지우기
  • 차병원
    2026-06-21
    검색기록 지우기
  • 톈진
    2026-06-21
    검색기록 지우기
  • 오감
    2026-06-21
    검색기록 지우기
  • 잠수
    2026-06-2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2,853
  • “임무 실패땐 수백만명 위험”… 70人, 원전과 최후의 사투

    칠흑 같은 어둠, 그들의 시선은 한줄기 손전등 빛을 따라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등에 진 산소탱크만큼이나 초침은 무겁게 그들을 짓누른다. 파손된 원자로에서 새어 나온 수소가스의 간헐적인 폭발음은 단 1초의 주저나 방심도 허용치 않는다. 방독마스크와 특수제작한 전신 작업복으로 단단히 무장했다. 하지만 진눈깨비처럼 흩날리는 방사성물질을 차단하기에는 이조차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16일 ‘방사능 쓰나미’의 진원지인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건물 내부에서는 70명의 원전 직원들이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 나갔다. 동료 직원 730여명은 안전을 위해 전날 이미 현장을 떠났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성물질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최후의 70명은 모두 자원한 직원들이다. 이들은 1분에 수백~수천ℓ의 바닷물을 펌프로 끌어들여 1~3호기 원자로를 식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전면적인 노심(心) 용해를 막기 위해서다. 작업 과정은 극도의 위험과 변수 투성이다. 원격제어 장치가 파괴돼 이들은 원자로의 뚜껑을 직접 손으로 열어야 한다. 또 급수 과정에서 내부 압력이 상승한 원자로가 붕괴될 수 있어 뚜껑을 열고 가스를 내보내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그렇다고 가스를 무작정 방출할 수만도 없다. 임무 실패는 곧 대재앙으로 직결된다. 수천t의 방사성물질이 후쿠시마 상공을 뒤덮고 일본 전역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적어도 일본인 수백만명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일본 열도의 운명이 이번 사투의 승패에 달린 셈이다. 그렇다고 일본인 특유의 근성이나 불퇴전의 각오만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원자로 주변에서는 일반인이 연간 노출되는 한계 피폭량의 400배에 이르는 시간당 400m㏜(밀리시버트)의 방사선량이 관측되고 있다. 15분 이상 작업하면 인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때문에 70명의 직원들은 조를 나누어 수분 단위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피폭량이 위험 수치에 도달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16일 오후에는 작업을 일시 중단하고 전원 철수하기도 했다. 이들의 작업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1986년 체르노빌 사고를 떠올리면 알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당시 사고 수습을 위해 투입된 자원자 가운데 28명은 방사능에 노출돼 3개월 만에 숨졌고, 적어도 19명이 방사능에 의한 피부 손상과 이에 따른 감염으로 사망했다. 백혈병과 혈액암에 시달린 사람도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체르노빌 당시 자원자들이 사전에 위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았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25년이 지나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무엇이 이들 자원자 70명의 발길을 붙들었을까. 외신들은 어릴 때부터 공동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강조해 온 일본의 교육에 주목하고 있다. 70명의 자원자 중에는 정년을 6개월 앞둔 협력업체 직원도 포함돼 있다고 일본 현지 언론은 전했다. 40년 동안 원전 업무에 종사한 50대 후반의 이 남성은 “지금의 대응에 원전의 미래가 달려 있다. 사명감을 갖고 간다.”며 15일 오전 집을 나섰다. 아내와 딸은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면 후회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그를 배웅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일본발 입국자, 방사성 물질 검출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를 17일 출발, 인천공항에 도착한 비행기 탑승자 중 3명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사람은 일본인 2명과 한국인 1명으로, 오후 5시10분에 착륙한 아시아나 항공기에 탑승해 있었다. 이 중 일본인 1명과 한국인 1명은 소량의 방사성 물질만 검출돼 의복과 일부 소지품을 폐기한 후 귀가 조치됐지만, 일본인 1명은 비교적 많은 양이 검출돼 정밀 검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밀 조사를 받고 있는 일본인은 50대의 일본인 남성이며, 방사선 게이트를 통해 검사한 결과 기준치인 1μSv(마이크로시버트)를 넘는 방사선이 확인됐다. 방사선이 검출된 부위는 머리, 외투, 신 등이었다. 그러나 검사 직후 외투와 신 등을 벗자 방사선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당국은 이 탑승객의 짐을 추가로 검사한 뒤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귀가 조치할 예정이다. 이 일본인은 최근 원전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현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7일부터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 각기 2대씩의 ‘고정식 방사능 오염감지기’를 설치해, 일본에서 도착한 항공편 승객들의 방사성 물질 피폭 여부를 진단하고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기고] 일본의 선진 시민의식이 주는 교훈/유찬열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기고] 일본의 선진 시민의식이 주는 교훈/유찬열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일본 동북부 해안의 대지진은 세계를 놀라게 하는 사건이었다. 지금 세계는 일본의 재난 상황 및 복구과정을 바라보며 어떻게 상처받은 일본을 도울까 고심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는 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그것은 대재앙 속에서도 질서와 책임 있게 행동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공동체를 중시하고, 정부를 신뢰하며 인내를 갖고 고난을 극복하려는 일본인들의 선진화된 국민의식이다. 우리는 그동안 경제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고 공공연히 말하며 자부심을 느껴왔다. 그렇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많은 것이 부족하다는 자괴감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국가의 위기 시에 나라를 살리려는 애국심과 절망하는 이웃에 대한 온정이 존재하는 반면, 사회 구성원들 간에 많은 반목이 서려 있고 남보다는 내가 먼저라는 이기심과 절박감이 광범위하게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시민의식의 현 상황은 아직도 취약한 경제 여건을 포함하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유래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주된 원인은 전통 사회로부터 현대 사회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비롯된 가치관의 혼란 때문으로 보인다. 서유럽과 미국에서 자유민주주의가 발생하고, 일본이 오랜 기간에 걸쳐 전통적인 공동체의 기초 위에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조화시킨 반면, 우리 사회는 아직 사회 사상적 차원에서 흔들리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전통에서 어느 부분을 계승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고, 다른 한편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존재한다. 예컨대 자유민주주의는 내 생각과 나의 행동은 절대적 자유를 가지며 다수의 견해는 절대적 권위를 갖는 것으로 이해되어 그로부터 ‘국민정서법’ ‘떼법’과 같은 민주주의의 왜곡이 나타난다. 현 상황에서 우리의 시민 의식 발전에 요구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 경제 성장과 더불어, 일단은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개념과 가치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개념은 법치, 개인의 자유와 책임, 공정한 경쟁, 인권을 포함한다. 법치는 사회 행동 기준으로서의 기존 법질서를 누구나 수용해야 함을 의미한다. 개인의 자유와 책임이 뜻하는 것은,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에서 설명하듯, 나의 자유는 천부인권이지만 타인의 이익과 권리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한 경쟁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연·지연·혈연에 기초한 연고주의에서 탈피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형태의 잔인한 경쟁을 지양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권은 사회 구성원 간에 사회·경제적 신분의 차이를 넘어 상대방이 어느 한 개체로서 가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치가 유기적으로 확고하게 정착되어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나만이 정의롭고 옳다는 생각에서 한 걸음 멀리할 때, 또 그것이 우리의 바람직한 전통적 가치와 잘 접목될 때,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은 성숙하고, 한국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를 이룩한 선진 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 日요청 ‘맞춤식 지원’ 중요 이미지 마케팅이용 경계를

    절망에 빠진 일본 돕기가 과열 양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한적십자사를 비롯해 기업·언론·대학들까지 ‘인류애’를 내세워 성금 모금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본은 구호물품을 사양하고 있다. 각계에서 맹목적인 물타기식 지원보다는 일본 정부가 공식 요청하는 부분에 대해 맞춤식 지원을 해야 국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일본 피해지역에 구호물품으로 ‘햇반’을 지원하기로 했던 CJ그룹은 지난 14일 일본적십자사로부터 사양한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16일 밝혔다. CJ 관계자는 “지금 일본이 도로 유실 등으로 유통망이 원활하지 않아서 고생하는 것이지 물품이 부족할 만큼 가난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구호물품을 사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혁태 성공회대 일어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이 절실히 원하는 것을 도와줘야 일본도 고맙게 느낄 것”이라면서 “연예인과 기업들이 일본의 상황을 모른 채 일방적으로 돕겠다고 나서는 것은 이미지 마케팅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혜련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일본을 돕자는 열기가 뜨거운데, 이는 높은 수준의 복지의식은 아니다.”라면서 “우리 주변의 소외계층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습관적으로 후원하는 문화를 정착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다른 견해도 있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교수는 “동물 구호에 힘쓰는 사람들에게 동물 도와줄 돈으로 사람부터 도우라고 말할 수 없듯, 일본을 위한 성금 모금을 편협한 시각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고통을 당하는 일본인들을 돕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라면서 “국경을 넘어 사람이 우선이기 때문에 최대한 돕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모금 그 자체는 높은 인권 의식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지만, 뉴스가 24시간 내내 일본의 자극적인 상황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을 마취시키는 것은 잘못”이라며 언론의 보도행태를 꼬집었다. 이영준·김진아기자 apple@seoul.co.kr
  • 4호기 폐연료봉 ‘폭탄’ 돌변… 냉각수 투입 못해 일촉즉발

    4호기 폐연료봉 ‘폭탄’ 돌변… 냉각수 투입 못해 일촉즉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폭발 도미노’가 연일 계속되면서 일본인들의 불안감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안전지대로 믿었던 4호기가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라 최악의 핵분열 가능성까지 제기됐고 2, 3호기에서는 마지막 버팀목인 격납용기가 파손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사회에 강진과 쓰나미 이상의 대재앙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있다. ●4호기 불붙으면 최악 방사능 가스 제1원전에서 가장 위태로운 원자로는 4호기다. 이 원자로는 대지진 당시 가동을 멈춘 상태였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평가됐으나 15일과 16일 연이어 폭발과 화재가 발생, 건물에 8m 크기의 구멍 2개가 뚫렸다. 전문가들은 폭발 이후 이미 상당량의 방사성물질이 유출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4호기가 화약고가 된 건 충분히 식지 않은 폐연료봉이 폭탄으로 돌변한 탓이다. 핵분열 과정을 거친 연료봉에서는 평소의 5% 정도의 잔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원자로 내 수조에 넣어 냉각시킨다. 그러나 4호기처럼 수조 안 수위가 줄어 연료봉이 냉각되지 않으면 원자로 내 온도가 올라가 연료봉 외부 피복재가 녹고 결국 방사선이 그대로 새어나오게 된다. 또 연료봉에 불이 붙어 방사성물질을 함유한 가스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폐연료봉 수조의 경우 사용 중인 연료봉과 달리 격납용기에 덮여 있지 않은 탓에 폭발 시 외부로 손쉽게 유출될 수 있다. 원자로를 관리하는 도쿄전력 측은 “4호기의 폐연료봉이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며 최악의 상황을 경고했다. 원자로 주변의 방사선 수치가 높아 직원들이 접근을 못하자 일본 당국은 헬기를 이용, 물을 뿌려 원자로의 온도를 낮추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그러나 백원필 원자력연구원 본부장은 “원자로 내 저장수조에 정확히 살수하려면 저공비행해야 하지만 방사선 탓에 접근이 어려워 (헬기 이용이)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도쿄전력은 15일 화재 당시 진화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등 부실한 조치를 취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3호기엔 흰 연기… 불안감 증폭 ‘죽음의 재’로 불리는 플루토늄을 원료로 쓰는 3호기에서도 내부 ‘최후의 안전판’인 격납용기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본 정부가 3호기 격납용기 손상 여부를 확인하지는 않았으나 16일 오전 이 원자로 주변에서 흰 연기가 나오면서 주변 방사선량이 급증해 용기가 파손됐을 것이라는 심증이 굳어지고 있다. 에다노 유키오 일본 관방장관도 “제1원전 3호기의 격납용기가 손상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2호기 역시 내부 폭발로 용기 내 배관부에 균열이 생겼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미 노심의 5%와 연료봉의 30%가 손상됐다. ●체르노빌 재앙과 점점 닮아가 격납용기가 부서진다면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스리마일 사고’보다 ‘체르노빌 재앙’과 더 닮아갈 공산이 크다. 세계 3대 원전사고로 알려진 미국 스리마일 섬의 원전 사고는 노심용해(원자로 내부의 원료봉이 고온으로 녹는 현상)가 진행됐으나 5중 차폐시설 덕에 방사선의 대량 외부 유출은 막았다. 그러나 1986년 체르노빌 사고의 경우 원자로에 격납용기가 없어 방사성물질이 대기 중에 유출되는 바람에 대재앙으로 번졌다. 안전장치가 뚫린 상황에서 노심용해를 막으려면 원자로 냉각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수작업으로 원자로를 식히고 있는 직원들이 오래 버텨야 한다는 얘기다. 원자로 건설 전문가인 미국의 에드윈 라이먼 박사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방사성물질 유출 수위가 높아지면서 수작업 중인 70명의 근로자도 언제 탈출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1호기도 노심용해 가능성 커 지난 12일 가장 먼저 폭발 사고가 난 1호기 역시 원자로 연료봉의 70%가 손상되는 등 노심용해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도쿄전력 측은 “냉각이 최우선 과제”라며 바닷물을 쏟아붓고 있으나 냉각수 수위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지진 당시 가동을 중지했던 5, 6호기도 냉각수 수위가 떨어지거나 원자로 온도가 올라가고 있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백 본부장은 “5, 6호기의 연료봉은 4호기와 달리 (밀폐된) 원자로 안에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금 낫지만 정확한 내부 상황을 알 수 없는 만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삼성·LG·신한금융 각 1억엔 기부금

    재계와 금융계가 지진 피해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일본 난민들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삼성은 지난 11일 발생한 일본 대지진과 관련된 피해 복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성금 1억엔(14억원) 전달 ▲구호세트 2000개 제공 ▲3119구조대(삼성 자체 구조대) 및 의료 자원봉사단 파견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고 15일 밝혔다. 2008년 5월 중국 쓰촨성 대지진 당시 삼성은 총 3000만 위안(당시 환율로 45억원)을 기부한 것과 비교하면 적은 액수지만 우리와 다른 일본의 기부 문화를 감안했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삼성 관계자는 “도요타와 파나소닉, 소니 등 자국 기업들이 이번 지진 피해 성금으로 각각 3억엔(42억원)을 낸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도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다 보니 우선적으로 상징적 수준의 기부금을 낸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삼성이 일본을 대표하는 업체들보다 많은 돈을 내면 일본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줘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대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일본 거래선에 아들인 이재용 사장 명의로 위로서한을 보내고 피해복구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이 지원금액을 1억엔으로 정하면서 다른 기업들도 이 수준에서 성금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LG도 이날 일본 지원을 위해 LG그룹 일본법인을 통해 성금 1억엔을 기부하고, 구호단체 등과 협의를 거쳐 구호물품도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히다치 등 일본 내 협력업체들에 협력을 약속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포스코재팬을 통해 전략적 제휴관계인 신일본제철 무네오카 쇼지 사장, JFE스틸 하야시다 에이지 사장, 스미토모금속 도모노 히로시 사장에게 각각 위로 서한을 보냈다. 한국과 일본에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인 롯데 역시 일본롯데와 한국롯데 양측에서 별도의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호텔의 경우 전국 7개 체인호텔 곳곳에 모금함을 설치하고 16일부터 모금 활동에 들어간다. 국내 은행들도 성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15일 구호 성금 1억엔을 기탁한다고 밝혔다. 성금 중 8000만엔은 국내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했으며, 2000만엔은 일본 현지법인인 SBJ은행이 일본 적십자 등 구호단체에 직접 기부할 예정이다. 산은금융지주 산하 산업은행과 대우증권도 각각 1억원을 기부했다. 우리금융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10억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김경두·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대지진도 한·일학생 10년 우정 못갈랐다

    대지진도 한·일학생 10년 우정 못갈랐다

    15일 오후 3시쯤 울산 남구 무거동 우신고등학교 청아관(체육관) 앞에 일본 고교생 수학여행단을 태운 전세버스들이 도착했다.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 폭파 등으로 아수라장이 된 고향 집을 잠시 떠나 울산에 온 일본인 학생들을 울산 학생들이 반갑게 맞았다. 일본 이바라키 현 조소학원의 교사와 학생 151명이 10년째 자매결연 우정을 이어가고 있는 울산 우신고를 방문한 것이다. 이바라키 현은 지진(진도 6.2)과 쓰나미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데다 인접한 후쿠시마 현의 원자로 폭발로 이날 아침까지 시내에서 측정된 방사능 오염도가 100배에 달한 해안 지방이다. 일본인 교사와 학생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 못한 이유다. 한·일 고교생 200여명은 청아관에 임시로 마련된 곳에서 일본인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했다. 하라다 도시카즈(原田 敏和·65) 교장은 “지난 11일 처음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집무실의 선반과 책장이 넘어지고 물건이 나뒹굴었다.”면서 “수업 중이던 학생들을 급히 운동장 가운데로 대피시킨 뒤 3시간가량을 서로 껴안은 채 공포가 어서 사라지기를 빌었다.”고 전했다. 그는 “운동장에서 추위에 떨다가 인근의 대피소로 이동해 또 12시간가량을 보냈다.”면서 “오늘 아침 울산으로 출발하기 전까지 이바라키 현에서는 20여명이 숨지고 전기와 수도, 가스 등의 공급이 모두 중단된 상태였다.”고 했다. 하라다 교장은 “유례없는 대지진 등으로 피해를 입었지만 모두 잘 극복하리라 믿는다.”면서 “수학여행을 앞두고 대지진이 발생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학생들에게는 평생 한번뿐인 고교 수학여행이라서 일정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이어 일본인 학생들은 행사장에 들어서며 한국 학생들의 따스한 눈빛을 마주하자 비로소 천진난만하게 미소를 보였다. 우신고 학생들도 입가에 웃음을 보이며 서툰 영어로 말을 걸고 손을 붙잡았다. 마치다 다이치(町田 大地·17)군은 “집안일이 걱정돼 공항 출발 전에 집에 전화를 걸었다.”면서 “어려운 상황에서 힘들게 온 만큼 한국의 문화를 확실히 배우고, 한국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쌓겠다.”고 말했다. 김종수 우신고 교장은 “일본 국민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면서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기 바란다.”면서 “우리 학교 차원에서도 도울 일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조소학원 고교생 145명과 교사 6명은 미리 준비해 둔 댄스공연을 선보인 뒤 한국 학생, 교사들과 축구 시합을 했다. 우신고 학생들은 판소리와 해금 연주, 생활체조 시범 등의 장기로 화답했다. 개인 소개와 ‘프리토킹’ 시간도 가졌다. 수학여행단은 저녁 때쯤 경북 경주시로 떠났다. 16일에는 수학여행단 후발 조인 293명이, 17일에는 143명이 도착한다. 1주일 일정으로 경주의 신라문화 탐방과 부산 관광 등을 마친 뒤 이바라키 현 고향 집으로 돌아간다. 우신고와 조소학원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 대회 때부터 상호 교류 행사를 갖고 있다. 오는 7월에는 우신고 학생들이 일본을 방문한다. 글 사진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씨줄날줄] 슈퍼 문(Super Moon)/이춘규 논설위원

    큰 재난을 당하면 대부분의 인간들은 초기에는 어느 정도 냉정을 유지한다. 남을 우선 배려하는 등 훈훈한 미담도 많이 들려온다. 하지만 재난이 길어지면 상황은 급변한다. 인간의 이기심이 이성을 마침내 압도하기 시작한다. 지난 11일 일본에서 리히터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한 뒤에도 마찬가지다. 사재기·매점매석·새치기도 없었고, 남을 먼저 배려해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지진 발생 나흘을 넘기며 상황이 변하고 있다. 산케이신문 인터넷판 기사는 재난 현장의 스산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신문은 14일 피해가 큰 이와테현의 한 대피소 모습을 전하며 “식량부족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50대 여성은 ‘먹을 것을 손에 넣으면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몰래 조리하는 등 분위기가 나빠지고 있다’고 말한다. 식량부족을 이유로 뒤늦게 들어온 피난민을 내쫓자고 선동하는 피난민도 나오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사재기와 매점매석 역시 확산되고 있다. 도쿄에서는 공포에 질린 주민들이 여진 등에 대비해 생필품을 사재기하고 상인들이 물건을 내놓지 않아 텅 빈 상품진열대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주유소에서는 휘발유를 가득 채워 달라고 보채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서 사재기·매점매석이 확산되자 정부가 나섰다고 한다. 소비자청은 과도한 사재기·매점매석에 대한 조사와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공포 확산 악순환을 막기 위한 비상 조치다. 지진현장을 무대로 설치는 절도나 사기범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쿄 하치오지시에 사는 70세 노인에게 아들이라고 속인 남자가 ‘급한 일이 있으니 계좌로 돈을 넣어달라.’는 후리코메(계좌이체) 사기를 시도하려다 탄로나자 전화를 끊었다. 경찰은 노인의 신고를 받고 “앞으로 비슷한 수법의 범죄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상하면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최근 노인 상대 후리코메 사기가 횡행하고 있다. 유언비어도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슈퍼 문’(Super Moon) 괴담. 오는 19일 달과 지구의 거리가 19년 만에 가장 가까워져 보름달 중에서도 가장 큰 슈퍼 문이 뜨는데 보다 더 강력한 대지진을 불러온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지진과 슈퍼 문과의 상관관계를 강력히 부인하지만 민심은 뒤숭숭하기만 하다. 미증유의 재난을 당하고도 미담을 쏟아내던 일본인들. 일본인들의 냉정을 끝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아니면 사재기·매점매석 등 혼란은 일시적인 것으로 끝날까.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한류스타 “기부물결 일으킬 수 있다면…”

    한류스타 “기부물결 일으킬 수 있다면…”

    동일본 대지진 피해를 돕기 위한 유명 스타들의 기부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배우 송승헌(왼쪽)과 최지우는 15일 구세군과 대한적십자사에 각각 2억원을 기탁했다고 밝혔다. 송승헌은 “제 작은 기부가 다른 많은 분들에게도 기부 물결을 일으킬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지우도 “강진과 쓰나미로 삶의 터전을 잃고 정신적 공황에 빠진 일본 이재민들을 위해 작은 정성이나마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신한류 열풍을 일으킨 걸그룹 카라는 새 싱글 수익 전액을 일본 지진 피해 복구에 내놓기로 했다. 소속사 DSP미디어는 “카라가 오는 23일 일본에서 내는 세 번째 싱글 ‘제트 코스터 러브’의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했다.”면서 “기부금은 카라의 일본 음반유통사인 유니버설재팬을 통해 공신력 있는 구호 기관에 전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빅뱅, 투애니원 등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도 5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YG는 “자체적으로 벌이고 있는 사회 공익 캠페인 ‘위드’(With)의 올해 예상 적립금 5억원을 일본 지진 피해자들에게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YG가 2009년 시작한 ‘위드’는 소속 가수들의 판매 음반 1장당 100원, 음원과 상품 매출의 1%, 콘서트 티켓 1장당 1000원씩 적립해 루게릭병 환자와 미혼모를 돕는 데 쓰는 캠페인이다. 한해 동안 모인 기금을 연말에 기부해 왔으나 올해는 ‘위드 재팬’이라는 구호 아래 적립 예상금 일부를 미리 사용한다.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에서 뛰는 야구 스타 박찬호(오른쪽)도 1000만엔(약 1억 4000만원)의 성금을 내놓았다. 박찬호는 구단을 통해 “많은 고귀한 생명이 희생됐고 지금도 행방을 알 수 없는 분들이 여럿 계신다. 깊은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면서 “조금이라도 피해 지역의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승헌 소속사 측은 “한류 스타들 사이에 그동안 (한류로 일본인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줄 때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어 기부 행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독자의 소리] 일본인 질서는 반복훈련 덕분

    대지진 혼란 속에서 일본 국민이 보여 준 차분한 대응과 질서의식에 놀랐다. 필자는 지난 연말 종각 타종식 행사에 혼잡경비를 나갔다. 그 전해에 압사사고가 있었기에 대원들과 함께 폴리스라인을 손에 들고 운집한 참가자들을 통제하였지만, 막상 행사가 시작되자 통제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일본 국민의 차분한 대응과 질서의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을까? 우리도 올림픽이나 월드컵 당시 높은 국민의식을 보여 주었다. 일본국민이라고 해서 특별히 국민의식과 질서의식이 높은 것은 아닐 것이다. 사전에 충분한 훈련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도 민방위훈련을 하고 있지만, 재난에 대비한 충분한 훈련과 다중이 운집하는 곳에서의 질서는 곧 생명과 연관됨을 홍보하고 훈련해야 한다. 자연재해를 사전에 예방하기는 어렵겠지만, 경찰 등 관계기관의 통제와 안내에 적극적으로 따르고 질서를 유지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 금천경찰서 김동림 경사
  • [오늘의 눈] 미국목사·한국목사/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오늘의 눈] 미국목사·한국목사/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미국 교회는 어떠할까라는 궁금증에 13일 아침 인터넷을 두드려 찾아간 곳은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커뮤니티 유나이티드 감리교회’였다. 청교도적 신성(神聖)과 고풍스러움으로 찬연한 교회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일생을 성경과 기도로 살았을 법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옹기종기 앉아 백발이 성성한 목사의 설교를 듣고 있었다. 신도들 자리까지 내려와 문답식으로 설교하는 칼 리플리 목사의 모습은 종교적 권위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윽고 단상으로 올라간 그는 설교 내용(사순절)과 관련한 ‘평범한’ 내용으로 기도를 시작했다. 그러다 ‘뜻밖에도’ 일본 지진을 언급하면서 일본인들이 속히 고난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러고는 리비아에 평화가 깃들기를 간구하는 것으로 기도를 마쳤다. 아, 인류를 향한 예수 그리스도의 무조건적 사랑은 미국의 어느 시골 교회 한 구석에서도 어김없이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흐뭇한 여운을 안고 귀가해 인터넷으로 한국을 연결했을 때 나는 경악했다. 서울 한복판 초대형 교회의 목사가 일본 지진을 두고 일본 국민이 하나님을 멀리한 데 대한 경고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것이다. 이 땅에 그리스도가 재림한다면 센다이로 달려가 고통 받는 이들을 치유하고 보리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기적을 베풀까, 아니면 ‘거 봐라, 나 안 믿으니까 그런 꼴 당하지.’라고 고소해할까. 그리스도가 재림한다면 원수는커녕 이웃마저 사랑하는 데 인색한, 가진 것 많은 부자 목사의 편을 들까, 종교를 떠나 불쌍한 자들을 걱정하는 시골 목사를 귀하게 여길까. 개신교를 의미하는 프로테스탄트는 원래 ‘항의하다’(프로테스트)라는 말에서 나왔다. 성직자 마르틴 루터가 타락한 로마 가톨릭 교회에 항거한 정신에서 비롯됐다. 부패하고 비뚤어진 한국의 ‘재벌 교회’에 항거하는 일은 이교도의 몫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따르겠다고 서약한 기독교인들의 책무다. carlos@seoul.co.kr
  • 트위터 응원, 한·일 네티즌 SNS 우정나눠

    “당신의 마음속에 따뜻한 햇살이 비추기를…. 희망을 광합성해 용기 얻기를…. 물 건너 친구들이 기도합니다.” (아이디 BluPn·한국인), “한국인들로부터 격려의 메시지를 많이 받았는데, 한국말을 잘 몰라 바로 답장할 수 없어 죄송합니다.” (아이디 hiro_atarashi·일본인)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의 네티즌들 사이에 ‘트위터 우정’이 싹트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슬픔을 보듬는 격려와 감사의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오랜 이웃의 정을 새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네티즌들은 일본인 응원 태그인 해시태그(한 가지 주제에 대한 검색을 쉽게 해주는 트위터만의 태그) ‘Prayforjapan’를 달고 일본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아이디 aswitrix는 “부디 이 재앙이 더는 커지지 않도록, 더 이상의 인명 피해가 없도록 기도합니다.”라는 마음을 전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박재범 칼럼] 우리가 더 걱정이다

    [박재범 칼럼] 우리가 더 걱정이다

    끔찍했다. 쓰나미가 일본 해안 도시를 초토화시키는 장면을 보고 자연재해의 무서움을 실감했다. 칠레(2010년 2월), 아이티(2010년 1월), 중국 쓰촨성(2008년 3월), 인도네시아 해안(2004년 12월) 등 지진과 해일이 쓸고 간 흔적을 여러차례 외신 등을 통해 봤지만 이번엔 느낌이 달랐다. TV에서 시커먼 쓰나미의 물결이 시속 700㎞로 도시를 덮치고, 달리는 차량을 집어삼키는 것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충격이 컸음에도 사태 발생 초기 일본인들은 의연함을 잃지 않아 눈길을 모았다. TV 등 언론에서도 피해 현장은 방송하되 시신은 일절 보여주지 않고 있다. 선진국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준다. 우리는 과연 어떨까라고 자문해봤다. 시민들은 이웃의 아픔을 덜어주자고 말하지만 지도층에 속하는 이들은 오히려 황당한 발언을 내뱉고 있어 개탄스러울 뿐이다. 일본의 피해를 놓고 각 분야마다 냉정한 진단과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살아남은 자들이 더 고민해야 하기에 당연하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대형 재해 대비 능력과 의식을 되돌아보는 것은 더없이 중요하다. 쓰나미 발생 다음 날인 지난 12일 정부 부처 몇곳에 전화를 걸어 일본의 재앙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물어보고는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아무래도 발등의 불이 아닌 까닭에 긴장의 강도는 떨어지겠지만 정부로서 나름대로 대응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쓰나미 발생 직후 한국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소방방재청을 중심으로 원전 등 주요시설과 해안가 등의 안전상태를 긴급점검했다는 것이다. 기존에 만든 재앙 대비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행정기관 간의 횡적인 협력 수준이 적절히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파악했다고 한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은 쓰나미 발생 이후부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방문하기 위해 전용기에 탑승하기 직전까지도 시시때때로 화상회의 등을 갖고 관계기관을 독려했다는 것이다. 힘있는 기관들이 소방방재청의 말을 따르도록 힘을 실어준 셈이다. 그럼에도 미진하다는 인상이다. 그것은 우리의 현주소가 너무나 낙후돼 위험에 취약한 탓이다. 또 해당 전문가들 말고는 입법·행정부의 대다수는 물론 국민 일반의 의식이 너무나도 뒤떨어져 있다. 실제로 1995년 지진법이 제정됐지만, 그 이전에 지어진 노후건물이 많아 지진 무방비 건물이 서울만 해도 10채 중 9채에 이른다. 게다가 상황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직접 입을 주민의 안전불감증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해변에 설치하려던 쓰나미 안내 간판마저 주민들의 반대로 달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회와 정부 일각의 시각이다. 안전은 생명에 직결된 가장 중요한 과제임에도 관련 부서 위상은 정부 내에서 말석이다. 차관급 부처라서 장관급 부처에 밀리기 일쑤다. 국회에서도 국민의 안전은 찬밥이다. 지난해 부산의 고층아파트 화재 이후 초고층빌딩의 대피시설 의무화는 입법화됐지만, 내진설계 대상에서 빠진 3층 이하 건물에 대해 내진설계를 의무화하려던 정부입법안은 무늬만 남게 됐다. 국회는 서민 부담을 감안해 ‘의무화’를 ‘권장’으로 수위를 낮췄다고 하지만 진실로 국민을 위한다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재원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회의 이런 안일한 습성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현상이 반복된다. 이번 쓰나미로 지진·해일 등 대형 재해 대책을 강화하려 해도 입법화의 난항, 주민의 반대, 나눠먹기식 예산 편성 등의 고질적 늪에 빠져 허송세월을 거듭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행정부에 앞서 국회가 국민 의식을 전환시키는 선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한반도가 상대적으로 지진 등의 안전지대에 속하지만 언제든 자연의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jaebum@seoul.co.kr
  • “지진 피해보다 방사능 누출 공포가 더 불안했다”

    “지진 피해보다 방사능 누출 공포가 더 불안했다”

    “이제야 마음이 놓입니다.” 일본 센다이지역을 빠져나온 교민들은 인천공항에 도착해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5일 교민, 유학생 등 200여명은 대한항공 KE764편을 타고 일본 니가타를 출발해 오전 11시 55분 인천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한시라도 빨리 일본을 빠져나가고 싶다는 뜻을 밝힌 센다이 지역 교민들은 이날 새벽 2시에 버스로 4시간을 달려 일본 서북부 항구도시인 니가타에 도착, 비행기에 올랐다. 일본 지진 이후 교민들이 단체로 귀국한 것은 처음이다. 두꺼운 외투에 간단한 가방 한두개만을 손에 든 교민들은 피곤한 얼굴로 취재진에 현지상황을 알렸다. 센다이에서 9시간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손인자(43·여)씨는 “지진이 발생한 후 전기·수도·가스 등 모든 것의 공급이 중단됐다가 14일부터 전기가 일부 공급되기 시작했다.”면서 “생활이 불편한 것보다 방사능 누출 등 추가적인 사고 위험이 높다는 소문이 나돌아 더 불안했다. 한국에 도착하니 이제 안심이 된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손씨는 한국에 거처가 없어 일단 자신이 소속해 있는 수원의 교회를 임시 숙소로 삼을 계획이다. 부모를 따라 10년 전 일본으로 건너간 안진실(17)양은 “학교가 무기한 방학에 들어갔다.”면서 “선생님이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학교에 오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지진 여파로 원전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방사능 유출에 대한 걱정이 일본인은 물론 교민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었다. 일본에서 유학 중인 김병철(24)씨는 “도쿄 도심에 있어서 지진 피해는 적었다. 도시도 평화로운 상태였다. 하지만 원전사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학생들이 방사능 노출을 걱정하는 말들을 많이 했다.”면서 “일본 방송에서는 안전하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그걸 믿는 유학생은 거의 없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교민들은 현지의 식량과 식수 부족도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에 남편을 남겨두고 귀국한 김옥기(41)씨는 “남편과 통화를 했는데 오늘부터 식사배급을 두 끼로 줄이고 물도 1컵씩만 공급되고 있다고 한다.”면서 “교민들에게 물과 식량 지원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면서 울먹였다. 평소 알고 지내는 아저씨를 따라 일본을 벗어난 이지원(14)군은 “대피소에 1000여명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식사로 제공되는 것이 식빵 한 조각과 1ℓ짜리 물 3통밖에 없었다.”면서 “그나마 물은 14일부터 1통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항공사들과 협의를 거쳐 이날부터 니가타 정기편을 중대형 항공기로 바꿨다. 일본 영사관은 아이와 여성을 우선적으로 센다이 지역에서 니가타로 이동시켜 한국으로 수송하고 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이시하라 도쿄지사 “대지진은 천벌”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지사가 14일 동일본 대지진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일본인의 정체성은 이기심이다.”라며 “이번에 쓰나미를 잘 이용해서 이기심을 한번에 씻어내야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지진은) 역시 천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시하라 지사는 이어 “미국의 정체성은 자유다. 프랑스는 자유와 박애, 평등이다. 일본은 그런 게 없다. 이기심, 물욕, 금전욕”이라며 “이기심에 묶여서 정치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에 일본인의 이기심이 횡행하고 있다.”며 “오랫동안 쌓인 일본인의 묶은 때를 쓰나미로 한번에 쓸어버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시하라 지사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를 비난하는 글들이 트위터와 인터넷에 올랐다. 특히 트위터 사용자들은 “이게 천벌이었으면 이시하라 지사가 제일 위험했을 것이다.” “이시하라 지사가 리비아의 카다피 원수처럼 머리가 이상해진 것 같다.”며 비난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이제 다시 일어설 때” 日 복구 사투 시작됐다

    ‘이제는 다시 일어설 때다.’ 강진과 쓰나미, 원전 폭발로 대재앙에 직면한 일본이 생존과 복구를 위한 사투(死鬪)를 시작했다. 동일본 대지진 나흘째인 14일 일본은 실종자 수색과 구조작업을 본격화하고, 전력 비축을 위해 제한송전을 실시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일본인들은 큰 혼란이나 동요 없이 고통 분담과 배려의 정신으로 정부의 재난 극복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간 나오토 총리는 전날 밤 기자회견에서 “전후(戰後) 65년에 걸쳐 가장 어려운 위기”라면서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해외 각국에서도 지원의 손길이 이어져 88개 국가와 국제기구에서 온 구호팀이 일본 현지에서 재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공군 C130 수송기 3대를 이용, 구조지원 및 피해복구 활동을 벌일 긴급구조대 102명을 미야기현 센다이 등 피해 지역에 보내 본격적인 구조활동에 나섰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도 이날 일본 동북부 해안에 도착, 구조활동에 착수했다. 레이건함은 당초 이달 중 한·미연합 야외 기동훈련에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지진 구호활동에 긴급 투입됐다. 레이건함이 실어온 헬기 두대는 일본 자위대 소속 헬기 한대와 함께 3만명분의 긴급 식량을 운반하기 시작했다. 국제구호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잇따라 긴급모금 운동에 나섰다.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은 일본에 초기 긴급구호 자금 5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40만 달러를 목표로 모금 운동을 시작한다고 이날 밝혔다. 월드비전은 이재민에게 담요 등 긴급구호 물품을 지급하고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아동들의 쉼터를 설치하는 한편 일본 월드비전에서 지원을 요청하면 인력을 지원할 방침이다. 하지만 규모 9.0 강진의 여파는 이날도 계속 이어져 일본의 재활 노력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현지에 파견된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관계자는 “강력한 여진과 쓰나미 경보, 화재 등으로 인해 구조활동이 지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교사들 “지진교육 실시하란 말도 못들어”

    일본인들의 대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대응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대참사의 충격이 가신 14일부터 정치권을 비롯한 각 계에서 이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자연의 재앙 앞에서 엄청난 타격을 입었음에도 일본인들이 보여준 대응력이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고 체계적이어서다. 이를 두고 우리도 일본처럼 지진에 대비한 학교교육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교육과학기술부, 서울시교육청 등 교육 당국에 따르면 현재 국내 교육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지진 등 재난 교육은 매우 취약하다. 교사들은 “지진에 대비한 교육을 실시하라는 말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고, 학생들도 “지진 대처 방법을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위기관리 실무 매뉴얼’을 각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공문을 확인한 결과 “교육청의 자체적인 현장조치 매뉴얼을 만들라.”는 내용만 있었을 뿐 “학생들에게 교육하라.”는 지시는 없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한반도의 지진 발생 빈도가 일본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에서도 연평균 40~50차례의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해가 갈수록 한반도에서 지진 빈도가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 우리도 일본처럼 유아기 때부터 지진 등 재난교육을 정규 교육 과정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인들은 취학 전부터 가정이나 학교에서 지진 대처 방법을 배운다. 학교에서는 필수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다. 또 전국에 수백개의 재난 체험장이 있어 각종 재난 상황을 몸소 체험해 보고 실제 상황에 맞는 실습을 한다. 이런 체험교육은 유아, 초·중·고 및 성인 등 연령대에 따라 맞춤형으로 실시된다. 소방서에서도 수시로 주민들을 대상으로 재난대비 특강을 한다. 지진이 발생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책상 아래로 몸을 숨기거나 기둥에 몸을 기대고 머리를 숙이거나 바닥에 엎드려 자세를 낮추는 것은 오랜 교육과 훈련의 결과다. 위기 상황에서도 노인을 부축하거나 사재기 등 혼란을 부추기는 행동을 자제하는 모습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바로 이런 점을 우리가 보고 배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우리 정부 대책은

    정부는 일본 대지진으로 곡물과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원자재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동시에 이번 주 국내 원전과 석유 비축 기지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관광업계에 어려움이 가중될 경우 관광진흥개발기금을 통한 특별 융자를 검토하기로 했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이같이 보고했다. 정부는 LNG, 유연탄 등의 원자재 수급 차질 가능성과 관련해 가스공사와 발전 5개사 등에 비상 태스크포스를 구성, 수급 상황과 국제 가격 동향을 점검하기로 했다. 곡물과 수산물 등 해외 식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노력도 강화키로 했다. 산업 부문에서는 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대일(對日) 부품·소재 수급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필요할 경우 물량 확보를 돕기로 했다. 일본의 소비 감소에 대비해 화훼류의 경우 다른 지역으로 수출을 늘릴 방침이다. 일본 동북부 4개 항구 폐쇄와 관련, 수송 물량을 도쿄항 등 인근 항만으로 돌리거나 육로 이용을 추진할 방침이다. 일본 원전의 폭발에 대해서는 방사능 유출 원인을 분석한 뒤 필요할 경우 국내 원전의 안전 강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이번 주에 국내 원전과 석유 비축 기지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벌일 예정이다. 임 차관은 복구 지원에 대해 “일본과 성숙한 동반자 관계가 더욱 공고히 되도록 민관 차원의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로서 일본의 구호 활동과 조기 복구에 필요한 지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이 매우 어려운 시기인 만큼 국민, 기업 등 민간 차원의 협력을 유도하는 분위기도 조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지진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대일 수입 비중이 높은 명태, 갈치 등 일부 수산물은 단기적 수급 차질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며 우리의 농수산물 수출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일본인 관광객 감소로 관광업 등 서비스업에도 피해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日 70여년째 국제사회 지원… 88개국 앞다퉈 “日 돕겠다”

    ①한발 앞선 ‘공공외교’ 비록 지난해 중국에 추월당해 ‘넘버3’로 내려앉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초경제대국이다. 초유의 국가적 재난을 당했지만, 경제력만으로 따지면 어느 나라보다 강한 복원력을 지닌 나라인 것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 88개 국가가 일본을 돕겠다며 앞을 다투고 있다. 적어도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86개국은 일본보다 경제력이 뒤진다. 그중에는 아프가니스탄처럼 오랜 전쟁을 겪고 있는 나라들도 적지 않다. 이들이 지원 대열에 줄을 선 것은 바로 일본이 지닌 국제적 위상, 그리고 소프트파워의 힘이다. 일본이 수십년 동안 펼쳐온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가 이번 지진·쓰나미 위기 속에 도움의 손길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로 일본 ‘공공외교’의 힘이다. 그동안 센카쿠 열도를 놓고 일본과 영유권 갈등을 빚어온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선 “쓰촨 대지진 때 보여준 그들의 행동이 고마워 일본을 미워하지 않는다.”며 신속히 일본을 지원하라고 촉구하는 글이 인터넷에 올랐다. 중국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일본은 중국과 긴장 관계 속에서도 쓰촨 대지진 구호뿐 아니라 1979년부터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중국에 도움을 줬다. 1979년부터 2009년까지 유상자금협력이 3조 3160억엔, 무상자금협력 1544억엔, 기술협력이 1704억엔 등에 이른다. 지난해만 해도 인재육성 장학계획이란 이름으로 4억 9200만엔을 지원했다. 기존 외교가 전문외교관 대 전문외교관 중심이라면 공공외교는 장기적인 국가이익을 목표로, 정부를 포함한 상대국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 수행 주체도 외교관이 아니라 정부, 개인, 비정부기구 등을 포괄한다. 공공외교에는 국제사회 대중의 요구를 이해하고, 자국의 관점을 제시하고, 자국과 국민에 대한 오해를 교정하고, 국제사회의 공통된 대의에 참여하고, 리더십을 키우는 일과 같은 광범위한 영역이 포함돼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출범에 즈음해 미국의 ‘소프트파워위원회’가 제시한 5대 전략목표 가운데 세 번째가 바로 공공외교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소프트파워위원회에 따르면 공공외교의 목적은 “한 나라의 ‘정부’가 아닌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공공외교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다양한 노하우를 자랑한다. 일본의 공공외교는 1934년 국제교류진흥회를 세우고 해외 문화단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일본을 소개하는 등의 활동을 시작한 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40년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체코 프라하에 일본 정보문화원을 개설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일본의 공공외교는 1970년대에 골격이 형성됐다. 개발도상국의 문화와 교육 활동을 지원하는 정부 원조가 본격화된 것도 이때부터다. 1978년 아세안(ASEAN) 문화기금을 설립하고 대규모 지원을 시작했고, 1980년에는 아세안 국가의 차세대 젊은이들을 후원하는 청년장학금제도도 마련했다. 1980년대부터는 일본국제교류기금을 중심으로 일본어 보급 사업도 본격화했다. 1990년대부터는 NHK 월드 등을 통한 미디어 공공외교로 확장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②‘메이와쿠’는 없다 사재기·새치기·울부짖는 사람 거의 없어 지진이나 태풍, 화재 등 국가 재난이 발생하면 흔히 범죄와 약탈, 무질서와 폭동이 횡행한다. 사재기도 판을 친다. 하지만 도호쿠 대지진이 일어난 지난 11일 이후 일본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길게 늘어선 줄에서 차례를 기다리다 자신에게 순서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새치기를 하거나 다른 이를 밀치는 사람도 없다. 실제로 지진 이후 신오쿠보에서 목격된 장면은 일본인의 질서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코리아타운 내 슈퍼마켓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24·여)은 “11일 지진이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이 놀라서 모두 밖으로 몰려 나가는데, 계산대에 있던 일본 사람들은 끝까지 기다리다 계산을 마치는 모습이 특이했다.”면서 “우리 같으면 계산이고 뭐고 일단 바구니 던지고 뛰쳐나갈 텐데 참 대단했다.”고 말했다. 사재기가 없는 것도 ‘이방인’의 눈에는 특이했다. 대지진 첫날에는 주택가나 사무실 주변 슈퍼마켓 등에서 라면과 빵 등 비상 생필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간혹 눈에 띄었지만, 4일째인 14일에는 그런 모습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 주택가 슈퍼마켓에는 다시 라면과 빵, 음료수가 쌓이고 있다. 일본 사람들의 질서의식은 어릴 때부터 몸에 밴 ‘메이와쿠(迷惑) 회피 정신’에서 나오는 것이다. 메이와쿠는 ‘남에게 끼치는 폐’를 뜻한다. 일본의 가정과 학교에서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수시로 교육한다. 이런 뜻인 ‘메이와쿠 가케루나’를 아예 가훈으로 삼는 집도 적지 않다. 또 일본 학교에는 ‘인내하는 힘’(耐える力)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붙어 있는 곳이 많다. 단체생활을 위해 개인은 참고 순응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일본인들은 꾸준하고 일관된 재해 대처 교육을 유치원 때부터 받는다. 책상 옆에는 늘 재해에 대비한 방재 두건이 걸려 있다. 이러한 철저한 재해 예방 교육은 메이와쿠 정신과 함께 대형 재해에 침착하게 대응하게 하는 비결이 된다. 재해를 당한 일본인들이 크게 흐느끼거나 울부짖는 일도 거의 없다. “내가 그런 행동을 하면 나보다 더 큰 피해를 당한 이들에게 폐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이 제한 송전에 나선 14일 예상치보다 전력 수요가 많지 않아 오전 6시 20분부터 오전 10시까지 송전을 제한하려던 제1그룹에 대해 송전 제한 계획을 취소한 것에서도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전기를 아껴 쓰겠다는 일본인의 고통분담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의 방사능 유출로 인해 일본이 초토화되고 있지만 일본인들이 무서울 정도로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려 정신의 발로인 셈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③세계 최고 지진경보 체제 세계 1000개 관측소 연계 “전국민에 지진 1분 전 경보” 지난 11일 일본을 강타한 지진은 인간의 힘으로 막기엔 너무나 무시무시한 재앙이었다. 그럼에도 일본이 입은 피해는 재앙의 크기에 비해서는 약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철저한 사전 대비를 제도화한 시스템의 힘으로 열악한 자연환경을 극복한 셈이다. 차분한 준비와 침착한 대처에 세계 외신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AP통신은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의 대비를 한 덕분에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와 지난해 아이티 지진 때보다 피해가 훨씬 적었다.”고 보도했다. 규모 7.0이었던 아이티 대지진 사망자는 30만명이 넘었고 인도네시아 쓰나미 사망자는 약 23만명이었다. 일본의 지진 경보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지진은 이마저도 뛰어넘을 정도로 강력했다는 점에서 불가항력이었던 점도 있었다. 일본 기상청이 동북부 해안에 쓰나미 경보를 내린 것은 11일 오후 2시 49분. 높이 10m의 쓰나미가 해안을 덮친 건 오후 3시 정각 무렵이었다. 해안가 주민들은 대피할 겨를도 없었다. 그러나 기상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재난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번 지진경보가 늦었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외신에서도 일본의 사전 경보 시스템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AFP통신은 “일본 국민 수천만명이 지진경보 시스템을 통해 진동이 발생하기 약 1분 전에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이는 전 세계 1000여곳의 지진관측소와 연계된 일본의 정교한 재해경보 시스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철저한 준비 덕분에 최악의 사태를 면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지진이 잦았던 도쿄 남서부를 중심으로 지진 대비책을 준비하고 별다른 지진이 없었던 도호쿠 지역에 대한 대비는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다는 지적은 뼈아픈 대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평소 쓰나미에 대한 경계심과 대피 훈련 덕분에 피해자를 줄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싸우다가 구조 돕는 矜恤之心(긍휼지심) 그 유전자의 정체는

    강진과 쓰나미가 할퀴고 간 일본 열도에서 세계는 또 한번 위대한 인류애를 발휘하고 있다. 미국 등 일본의 ‘친구’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와 러시아, 중국 등 한치의 땅과 국익을 두고 일본과 사사건건 드잡이하던 경쟁국조차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또 서로의 국격을 두고 험담하기 바빴던 네티즌들 역시 한마음으로 일본이 다시 일어서길 간절히 응원한다. 이기심과 이타심, 그 사이에서 묘한 줄타기를 하는 인류는 모순의 동물이기에 때때로 아름답다. 인류는 왜 고통받는 타인을 돕는가. 학자들은 인간의 긍휼지심에는 복잡한 유전·심리적 신비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인간의 이타심을 설명할 때 ‘혈연선택 가설’과 ‘반복·호혜성 가설’을 곧잘 활용한다. 혈연 선택 가설은 윌리엄 해밀턴이 1963년 제기한 이론으로 피붙이를 도와야 결국 자신의 유전자가 번성할 수 있기 때문에 가족 간 희생이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인류의 선행은 종족 보존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도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인간의 이타적 행동을 ‘유전자를 번식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에 따른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인이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낯선 일본인들을 돕고자 주머닛돈을 기꺼이 꺼내 놓는 것은 ‘인류’라는 종의 보존을 위한 일종의 전략일 수 있다는 풀이다. 반복·호혜성 가설도 혈연 선택 가설과 맥을 같이한다. 세상사라는 ‘게임’ 속에서 인간은 언제든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내가 먼저 선의를 베풀어야 위기 때 타인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인간에게 이타심은 동물적 본능과 같다.”면서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인류는 생존을 위해 공존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고 이 교훈이 인간 심리에 새겨져 발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타적 인간의 출현’을 쓴 최정규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본 열도를 돕는 데 혈연 선택 가설 등을 활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반박한다. 측은지심을 ‘전략적 이기심’이라고만 보기에는 인간의 심연이 너무 깊다는 설명이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사람들이 (성범죄 피해 아동인) 나영이를 보며 느끼는 동정심이나 자연재해 앞에 무기력하게 넘어진 일본인을 보며 느끼는 감정은 결국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 같다.”면서 “훗날의 도움을 위해 보험 차원에서 선행을 베푼다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그보다는 과학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인간 본연의 동정심이 이타심의 근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