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평택·당진항’을 ‘마한항’으로
만호리의 솔개바위 부두에 서서 대안을 바라보면 낮은 산에 폭 파묻혀 아늑한 어촌이 어슴푸레 시야에 들어온다.한진나루이다.중국배가 드나들었다고 해서 한진(漢津),하긴 당진(唐津)이란 이름도 당나라로 가는 항구란 뜻에서 나왔다.아산만 해협에는 용출한 바위산이 군함처럼 떠 있다.육지에 진치고 있던 청군이 일본군함으로 오인하여 포격을 가하였다고 한다.‘평택이 무너지느냐 아산이 깨지느냐’ 청일전쟁 때 이야기이다.
평택항은 만호리를 중심으로 한 포승면 일대에,당진항은 한진리(부곡지구)를 중심으로 한 송악면 일대에 건설한 미래지향의 큰 항구이다.두 항은 아산만의 좁고 긴 해협을 경계로 동과 서에 위치하여 행정구역이 경기도와 충청남도로 갈려 있다.해양수산부에서 4년간의 고심 끝에 내 놓은 의견이 ‘평택·당진항’이라는 통합명칭인데,평택과 당진 주민들이 자기네 지명을 고수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선택되었다고 한다.
두 지역명을 연칭으로 사용한 예는 전에 없었던 일이고,이름이 길어서 부르기도 불편하다.조만간 자기 쪽의 지명만을 떼어서 부르게 될 것 같다.이미 당진에서는 당진항을 분리 지정해 줄 것을 요구하나 경제 등 여러 면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대개 두 개의 지역을 통합하여 하나의 행정구역이 생겨날 경우 새로운 지명을 창안하여 사용하는 것이 관례인데,이번의 경우는 도가 다르기 때문에 더 어려워진 것이다.중국의 유명한 우한(武漢)은 인구 360만의 대도시인데,폭4㎞의 양쯔강을 사이에 두고 동에 우창(武昌) 서에 한커우(漢口)·한양(漢陽)으로 나뉘어 있고,역사와 기능이 각각 다른데도 우한이란 통합명칭이 가능하였다.또 일본의 기타큐슈시(北九州市)는 야하다(八幡)·고쿠라(小倉)·모지(門司) 등 3개의 항구도시를 통폐합하여 하나의 거대시를 만들었지만,항구는 예전대로 와카마쓰항 고쿠라항 모지항 등 3개의 항으로 나뉘어 기능하고 있다.이런 예를 참고로 한다면 우리의 경우도 한두 가지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평택의 포승면과 당진의 송악면을 통합하여 ‘서해시’라는 하나의 시를 만드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포승면과 부곡지구중 어느 한쪽을 다른 쪽에 통합시키는 것인데,어느 경우에나 주민의 양보를 필요로 한다.또 다른 하나는 행정구역은 그대로 두고 새로운 통합명칭을 창출하는 방법인데,가능성이 가장 커 보여,여기에 새로운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는 ‘서해항(西海港)’이란 명칭을 생각할 수 있다.포승면과 송악면을 연결하는 서해안고속도로의 교량명칭이 서해대교(西海大橋)이다.고심의 산물은 이미 이 때 생겨났다.둘째는 ‘마한항(馬韓港)’이란 명칭이 어떨까 싶다.마한은 다 알다시피 삼국시대 이전에 나오는 고대국가 명칭이다.아산만을 육지 쪽으로 소급해 올라가면 북쪽의 안성천(安城川)과 남쪽의 삽교천(揷橋川)으로 이어진다.두 강의 유역에는 천안청당동유적 천안두정동유적 아산남성리유적 예산동서리유적 등 중요한 유적이 많고,청동기 철기 도기 등 유물도 많이 나왔다.그래서 마한의 중심소국이었던 목지국(目支國)의 자리로 추정하기도 한다.
어느 곳에 국제무역항이 위치해 있었고,그 항구를 통하여 중국의 한·낙랑·대방·고구려 등 북방의 선진지역에서 많은 사람과문물이 마한으로 들어 왔기 때문이다.그러니까 ‘평택·당진항’은 마한에 이어 두 번째로 역사적 각광을 받는 셈이다.
이 기회에 양 지역 주민의 정서도 통합하고,백제의 모체였던 마한문화의 역사적 사실도 부각시킬 겸,또 역사적 전통 위에 미래를 건설한다는 의미에서 ‘마한항’으로 명칭을 정하면 어떨지?
강 인 구 한국정신문화硏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