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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 특사’들 출소하던 날… 교도소앞 풍경 너무나 달랐다

    ‘MB 특사’들 출소하던 날… 교도소앞 풍경 너무나 달랐다

    ■최시중, 형기 31%만 채우고 ‘LTE급’ 석방 한 남성 지폐 던지며 항의… 崔 “국민께 죄송”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 최시중(76)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이 대통령의 오랜 친구 천신일(70)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31일 설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과 함께 8억원을 받은 최 전 위원장과 세무조사 무마 청탁 대가로 47억원을 받은 천 회장은 각각 수감 276일, 337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두 사람은 징역 2년 6개월과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었다. 특히 최 전 위원장은 형기의 31%만 채운 채 사면되면서 ‘LTE급 사면’(속도가 빠름을 비유)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의 출소가 예정된 오전 10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 앞은 70여명의 취재진과 출소자의 지인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10시 15분쯤 비상등을 켠 구급차 한 대가 정문으로 내려오면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차량 유리가 짙게 코팅돼 신원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한 남성이 얼굴을 가린 채 누워 있었다. 보조석에 탄 남성은 “빨리 병원에 가야 하니 비켜 달라”고 소리쳤지만 취재진은 “신원만 확인해 주면 비켜 주겠다”며 맞섰다. 얼굴을 가린 남성은 결국 천 회장으로 확인됐다. 보조석의 남성은 “뒤에 바로 최 전 위원장의 차가 내려오고 있다”며 취재진의 관심을 돌린 뒤 황급히 현장을 떠났다. 검은색 에쿠스를 타고 구급차를 뒤따르던 최 전 위원장은 취재진이 막아서자 차에서 내려 사과의 뜻을 밝혔다. 최 전 위원장은 취재진이 일순간 뒤엉키자 “시간을 충분히 드릴 테니 포토라인을 정리해 달라”며 여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최 전 위원장은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면서 “지난 9개월간 인간적인 성찰과 고민을 했다. 사죄하는 마음으로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에 사면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느냐’, ‘청와대 측과 교감을 통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등의 질문에는 “제가 언급할 성질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건강을 추스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겠다. 황혼의 시간을 좀 더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차에 올랐다. 한편 이날 한 남성은 구급차 탑승자를 최 전 위원장으로 오인, 차량 앞유리에 두부와 함께 1000원권 지폐 수십장을 던지며 특별사면에 거세게 항의했다. 지폐에는 ‘최시중씨, 대한민국 공공의 적이 돼 석방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등의 비난 문구가 적힌 쪽지가 붙어 있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용산 철거민 이충연씨 4년만에 부인과 포옹 “두부는 죄인이 먹는것… 새정부 진상규명을” 31일 오전 10시 경기 안양시 호계동 안양구치소 앞. 꽃다발을 들고 남편 이충연(39·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씨를 기다리던 정영신(40)씨는 연신 종종거렸다. 누군가 “두부는 사왔어?”라고 묻자 정씨는 “두부는 죄인이 먹어야지. 우리가 그걸 왜 먹어”라고 받아쳤다. 용산참사 당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됐던 이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남편과 4년 만의 포옹. “고생했어”란 담담한 말을 주고받은 부부는 눈물을 글썽였다. 축제 분위기였지만 정씨 가슴에 달린 ‘근조(謹弔), 여기 사람이 있다’는 검은 색 리본은 2009년 용산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그해 1월 19일, 정씨는 남일당 옥상 망루에서 시아버지 고 이상림씨를 잃었다. 마이크를 잡은 이씨는 말했다. “오늘은 따뜻하네요. 망루에 올랐던 그날은 영하 10도였습니다. 제 아버지와 동지 네 분이 돌아가셨죠. 이명박 정부가 절 사면할 권한이 있을진 몰라도 용서할 권한은 없습니다. 용산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약속한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이 꼭 지켜지길 바랍니다.” 6년의 열애 끝에 결혼한 부부는 신혼 8개월 만에 생이별을 했다. 분노, 원망, 죄책감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4년 내내 들끓었다. 남편은 “망루에서 뛰어내려 혼자 살았다는 죄책감에 죽고 싶었는데 그럴 수도 없더라”고 흐느꼈고, 정씨는 “내가 당신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서로에게 서로가 유일한 탈출구였다. 정씨는 매일 편지를 썼고, 한 달 다섯 번의 면회를 부지런히 챙겼다. 4년은 길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정씨는 시민운동가가 됐다. 희망버스를 타고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만나러 갔고 제주 강정마을, ‘작은 용산’으로 불린 홍대 두리반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그는 “40년의 삶보다 용산참사 이후 4년이 내 삶을 바꿨습니다. 다른 사람을 통해 살아갈 힘을 얻었으니까요”라고 했다. 이날 용산참사 관련 수감자 김창수(39·순천교도소), 김성환(57·여주교도소), 김주환(49·춘천교도소), 천주석(50·대구교도소)씨 등도 가족 품에 안겼다.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 사무국장은 “측근 사면에 대한 비판을 피하려고 우리를 방패막이로 쓴 것 같아 불쾌감이 있다”면서도 “어쨌든 사면은 기쁘고 앞으로도 남경남 전 전국철거민연합회 의장의 사면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특급호텔·스마트폰 ‘은밀한 거래’ 성매매특별법 ‘풍선효과’ 현실로

    성매매가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휴게방’, ‘립카페’, ‘키스방’ 등 변종업소가 우후죽순 생겨난 데 이어 최근에는 인터넷·모바일메신저 등을 이용한 특급 호텔·오피스텔 성매매가 활개를 치고 있다. 최모(42)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온라인에 자신들이 연예 기획사에 있다고 소개하며 성매매를 알선했다. 이들은 성인 인터넷사이트에 ‘화끈한 만남, 애인모드’라는 문구를 걸고 피팅모델, 레이싱모델, 스튜어디스 등 23명의 프로필과 선정적인 사진을 올렸다. 전화를 건 남성들에게 “외모도 성격도 다 좋다. 마음에 안 들면 100% 환불한다”고 꾀었다. “연예인급 미모의 여자와 만났다. 특급호텔이라 단속 염려도 없고 품격 있다”는 자작 후기도 올렸다. 성매매 장소로는 단속이 덜한 서울 강남의 5성급 호텔을 이용했다. 여행·숙박 예약 사이트에서 특급호텔을 50% 할인된 가격에 예약한 뒤 하루 2~3명의 손님을 받았다. 비용은 ‘미모 등급’에 따라 35만~80만원으로 비싼 편이었지만 미모의 연예 지망생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남자들의 예약이 밀릴 정도였다. 경찰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인기몰이를 한 덕에 업주 등은 수억원을 챙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당은 대포폰을 쓰며 단속망을 피했지만 구매자로 위장한 경찰에 결국 덜미를 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2일 최씨 등 업주 5명과 성매매 여성 2명, 광고 배포자 6명 등을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모바일메신저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게릴라성 성매매도 최근 들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야한 프로필 사진을 보여 주며 일대일 마케팅을 하는가 하면 심야 골프나 낚시, 성인사이트 등에 성매매 광고글을 올렸다 지우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추적이 쉬운 휴대전화 번호 대신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친구를 맺어 ‘비밀영업’을 하는 것도 큰 흐름이다. ‘만남주선’, ‘친구찾기’ 등 스마트폰앱을 이용해 노골적으로 유인하는 경우도 많다. 경찰은 “유흥주점, 신·변종업소에서 이뤄지던 성매매가 사이버공간을 통해 확산되고 있어 단속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中골프관광 가요” 15억 갈취 40대 꽃뱀 4년만에 자수 왜?

    “中골프관광 가요” 15억 갈취 40대 꽃뱀 4년만에 자수 왜?

    재력가에게 접근해 함께 중국 골프관광을 떠난 뒤 사기도박에 끌어들여 거액을 뜯어낸 이른바 ‘꽃뱀’이 4년간의 해외도피 끝에 자진 귀국해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2일 배모(47·여)씨를 사기 및 인질강도 혐의로 구속했다. 배씨는 2007년 7월 중국 골프관광에 동행한 부동산사업가 김모(60)씨를 산둥성의 한 호텔에 차려놓은 사기도박판으로 유인, 1억 5000만원을 뜯어내는 등 같은 해 11월까지 피해자 3명에게서 15억 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총책과 전문도박꾼, 자금세탁책 등 13명으로 구성된 사기단의 일원인 배씨는 국내 유명 골프클럽에 다니며 재력가에게 접근, 골프관광을 제의해 중국으로 유인하는 꽃뱀 역할을 맡았다. 배씨 등은 피해자들에게 약을 탄 음료수를 먹여 판단력을 흐리게 하거나 미리 패를 맞춰 놓는 수법으로 돈을 가로챘다. 일당 13명 중 9명은 2009년 검거돼 총책 김모(78)씨 등 5명이 구속됐다. 배씨는 2009년 중국으로 출국해 식당 허드렛일 등을 하며 전전하다 도피생활에 지쳐 한국대사관에 자수,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검거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용산의 눈물 닦아내야 대통합 흐른다

    용산의 눈물 닦아내야 대통합 흐른다

    4년 전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참사의 원인 규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4년이 흘렀다. 철거민들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관련 수감자 6명은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다. 용산 참사가 터진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남일당 터는 현재 주차장이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용산 참사 당시 물대포를 쏘던 용역들이 주차장을 관리하고 있다. 이윤만 추구하고 무대책으로 일관한 도시개발 정책의 폐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용산참사 범국민 추모위원회 이원호 사무국장은 17일 “조합 측과 시공사인 삼성이 승강이를 벌이다가 결국 계약이 해지됐는데, 입찰에 나서겠다는 시공사가 없다”며 ‘재개발 속도전’의 폐해를 지적했다. 오는 20일 용산 참사 4주기와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도시개발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무분별한 속도전으로 일관하고 있는 도시개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 상생을 위한 도시개발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주거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유영우 상임이사는 이날 “주택정책은 ‘소유자 중심’에서 ‘거주자 중심’으로 하는 수요자 공급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치권에서 용산 참사 재발방지를 위한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여야가 상생의 도시개발을 위한 해법을 논의하는 데서부터 대통합의 물꼬를 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재산권 보호에 초점을 맞춘 기존 패러다임을 전환해 주거권 보장 수단으로 강제퇴거 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다. 용산 참사 관련 수감자들에 대한 특별사면 역시 사회통합의 해법으로 제시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아직 용산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면담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박 당선인이 후보 시절 용산 참사 관련 논란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 필요한 부분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상기시켰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6명이나 희생된 대가가 고작 주차장입니까

    6명이나 희생된 대가가 고작 주차장입니까

    서울시 한강로2가 224-1번지.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2번 출입구에서 150m 정도 떨어진 이곳에는 4년 전만 해도 낡은 누런색 4층짜리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5만 3066㎡에 이르는 이 일대가 용산 재개발 4구역으로 지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건물 1층에는 남일당이란 상호의 금은방이 있었다. 위로는 사무실, 의원, 탁구장, 호프집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2009년 1월 20일 통틀 무렵 이 건물은 시뻘건 불길에 휩싸였다. 옥상 망루에서 농성을 벌이던 철거민 40여명은 경찰 특공대원 10여명이 컨테이너박스를 타고 4층 건물 옥상으로 올라오자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했다. 경찰 진압 40분 만에 망루에 불길이 치솟았고 이내 옥상 전체로 번졌다. 결국 철거민 5명은 이날 검은 주검으로 내려왔다. 진압에 나섰던 경찰 특공대원 1명도 숨졌다. TV 뉴스 화면으로 생중계되며 국민의 마음을 시커멓게 태워버린 사건, 바로 ‘용산 참사’였다. 용산 참사 4주기를 앞둔 17일, 옛 남일당 건물 일대를 다시 찾았다. 42층짜리 주상복합 건물 5동이 들어설 예정이라던 용산 재개발 4구역은 현재 42층은커녕 1층짜리 건물도 지어지지 못한 상태다. 재개발이 중단돼 주차장과 공터로 변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용산 참사 유가족들이 “이럴 거면 왜 성급하게 철거부터 했느냐”, “경찰이 사람 목숨 6명을 앗아가며 강제진압을 한 이유가 고작 주차장 하나 만들려고 그런 것이냐”며 울분을 토하는 이유다. 텅빈 공터 주변에는 2m 높이의 철제 펜스가 둘러처져 있었다. 펜스에는 용산 참사를 규탄하는 시민단체들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안쪽에는 각목과 녹슨 철근 등 건축자재 잔해와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고 나머지 공간은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주차관리인 오모(60)씨는 “지난해 7월부터 재건축 조합에 위임받아 운영 중”이라고 했다. 주차장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50)씨는 용산 재개발 4구역에 대해 “도심 속 페허”라고 표현했다. 김씨는 “주차장을 볼 때마다 속이 터진다”면서 “철거 예정이던 건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다 밀려나 결국 은행에서 2억원을 대출받아 인근으로 이주해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 달에 대출이자만 200만원을 내야 해 너무 힘들다”고 했다. “가장 속상한 건 근처에서 고깃집을 15년간 운영하던 칠순의 어르신이 살고 싶다고, 대화하고 싶다고 남일당 망루에 올라갔다 돌아가신 거야. 재개발이 결정된 뒤 아무런 대책 없이 철거부터 무리하게 추진하더니 결국….” 갑자기 감정이 복받친 김씨가 말끝을 흐린다. 남일당 부지에서 용산 참사로 남편 양회성(당시 56세)씨를 잃은 김영덕(58)씨는 “지금까지도 재개발이 이뤄지지 않을 거였다면 왜 그렇게 세입자들을 몰아세웠는지 모르겠다”면서 “주차장 운영도 용역 깡패들이 하는 것으로 안다. 현장을 볼 때마다 화가 난다”며 가슴을 쳤다. 고층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설 자리에 왜 폐허 같은 주차장이 만들어진 걸까. 철거민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 용산 4구역 재개발 사업이 현재 전면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공사비 증액과 일반분양 수익 감소에 따른 추가 분담금 문제로 조합과 시공사인 삼성물산 컨소시엄 간 계약이 2011년 8월 해지됐다. 이후 조합에서 새로운 시공사 계약을 위해 재입찰 공고를 냈지만, 금융 위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현재까지 성사시키지 못했다. 유족들은 한목소리로 차기 정부에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당시 49세로 숨진 윤용헌씨의 아내 유영숙(52)씨는 “박근혜 당선인이 진정한 국민대통합을 말하려면 용산 참사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김석기 전 경찰청장은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사과하는 시늉만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7일 오전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고 이성수(당시 51세)씨의 부인 권명숙(51)씨도 “바로 앞에서 외치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 당선인의 정부에는 기대할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경찰 아들 가슴에 묻은 지 벌써 4년 망루에 올랐던 철거민도 이해합니다…이젠 서로 양보해 풀었으면 해요

    경찰 아들 가슴에 묻은 지 벌써 4년 망루에 올랐던 철거민도 이해합니다…이젠 서로 양보해 풀었으면 해요

    “희생된 경찰과 철거민 모두 피해자라고 생각해요. 감정적인 말을 거두고 조금씩 양보했으면 좋겠습니다.” 김권찬(66)씨는 17일 용산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옛 남일당 건물을 찾아 주차장으로 변한 터를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었다. 경찰특공대원이었던 아들 고(故) 김남훈(당시 31세) 경사가 2009년 1월 진압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함께 숨진 곳이다. 7살 된 딸을 남기고 떠난 자식을 가슴에 묻은 지 4년이 흘렀지만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했다. 김씨는 “여태까지 용산참사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씨는 당시 망루에 올랐던 철거민을 원망하지 않았다. “없이 살아봐서 알지만 보상 한푼 못 받고 상가에서 나가라고 한다면 나라도 죽을 각오로 농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사 당시 숨진 철거민들의 빈소를 찾고 참사 1년 뒤에는 철거민 희생자인 고(故) 이상림(당시 72세)씨의 아내 전재숙(70)씨와 만나 가족 잃은 슬픔을 서로 달래기도 했다. 하지만 용산참사 당시 경찰이 과잉 진압을 했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남일당 건물 앞 대로에는 차량 통행량이 많은데 (망루 위 철거민들이) 그곳에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상황에서 진압은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고 본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철거민 가족들이 ‘한가지 주장’만 철회한다면 구속된 철거민들이 석방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함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진압 경찰을 처벌하라’는 요구다. 김씨는 “서른을 갓 넘긴 아들이 공권력 집행 과정에서 죽었는데 힘든 마음으로 치면 철거민 분들보다 못하겠느냐”면서 “경찰을 구속하라고 하면서 철거민은 풀어달라고 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 마음이 아프시겠지만 시간이 흐른 만큼 조금씩 양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만 “용산 참사를 다룬 영화 ‘두개의 문’을 보니 현장에서 진압을 지휘한 과정에는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찰특공대의 진압 지휘 과정에 대한 진실 규명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4주기인 오는 20일 경찰특공대원 40여명과 함께 아들이 있는 대전 국립현충원을 찾을 예정이다. 김씨는 “이유를 막론하고 용산 참사는 결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아빠 수감에 우울증 빠진 딸, 만화편지로 치료”

    “아빠 수감에 우울증 빠진 딸, 만화편지로 치료”

    “제가 감옥에 갇히고서 우울증을 앓던 딸이 아내에게 그랬대요. 아빠가 우리를 배신하고 떠났다고. 가슴이 미어졌죠.” 2009년 1월 ‘용산참사’ 당시 망루에 올랐던 철거민 김재호(57)씨는 14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터 사건 현장을 찾았다. 희생자 가족, 시민단체가 진행한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 추모주간’ 회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김씨의 손에는 이번 주 발간될 자신의 책이 들려 있었다. ‘꽃피는 용산, 딸에게 보내는 편지’란 제목의 책은 용산참사로 실형을 선고받고 3년 9개월간 복역하며 외동딸 혜연(13)이에게 부친 편지 400여통을 만화 형식으로 묶은 것이다. 그해 초였다. 20년 넘게 장사해 온 가게가 도시 정비사업 대상에 포함돼 철거될 처지에 놓이자 김씨는 다른 철거민들과 함께 망루에 올랐다. 망루에서 그는 ‘생존권 보장’을 외쳤다. 운명의 1월 20일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다. 검찰은 철거민 농성자들의 화염병 때문에 불이 났다며 김씨 등 철거민들만 기소했다. 김씨는 4년형을 선고받고 가족을 떠났다. 교도소에서 딸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딸은 온 종일 울기만 했다. 44세에 어렵게 얻은 딸은 갑작스러운 이별도, 세상의 손가락질도 받아들이지 못해 마음의 병이 생겼다. 아들이 공안사범이 돼 교도소에 갇혔다는 소식에 김씨의 아버지는 충격으로 청력을 잃었다. 어머니는 치매가 심해져 지난 4년간 무슨 일이 났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자신이 만든 상처라는 생각에 그는 자책했다. 펜을 들었다. 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였다. 딸과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만화와 글로 썼다. 부인을 처음 만난 이야기, 용산참사를 겪으며 괴로웠던 심정, 딸에 대한 부탁, 50대 가장의 속내를 편지지에 천천히 풀어 갔다. 편지는 가장 좋은 치료제가 됐다. “혜연이가 이제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호전됐습니다. 적어도 아버지가 가족을 버렸다는 생각은 안 하게 됐죠.” 지난해 10월 가석방된 김씨는 쌍용차 사태, 제주 강정마을 사태 등 사회 갈등 속에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다른 가족들을 걱정했다. “우리가 스쳐 지나가듯 읽는 뉴스의 가운데에 어떤 가족은 울면서 서 있습니다. 그들의 일을 우리 사회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참사로부터 4년. 세상은 제자리걸음이다. 남일당 회견장에서 유족들은 구속자 사면과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국민대통합을 하려거든 용산참사와 쌍용차 문제부터 해결 노력을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부산항운노조 또 터진 취업비리

    정년 연장 등 인사청탁과 취업을 미끼로 6억여원을 받아 챙긴 부산 항운노조 간부 6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은 14일 정년 연장과 취업 등을 미끼로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사기)로 부산항운노조 제1항업지부장 우모(55), 제2항업지부 반장 배모(46)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부산신항만(PNC) 지부장 송모(45)씨 등 노조 간부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구속된 우씨 등은 2010년 5월 정년퇴직 예정자인 김모(61)씨 등 2명으로부터 3년 정년 연장을 대가로 5500만원을, 조합원 조모(35)씨 등으로부터는 조장 승진을 대가로 74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2010년 10월쯤 항운노조에 취업시켜 주겠다며 최모(44)씨로부터 1200만원을 받는 등 11명으로부터 모두 4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불구속 입건된 송씨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일용직 근로자들로부터 속칭 ‘동원비’ 명목으로 매일 1만원씩을 받는 등 모두 7800만원을 착복한 혐의다. 동원비는 근로자들이 주간 일당이나 야간 일당에서 2%의 조합비 외에 통상경비 등의 명목으로 1만원씩 내온 돈으로, 근로자들은 계속 일을 받기 위해 항의도 못 하고 관행적으로 이 돈을 거의 강제적으로 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 제1항업지부 반장 신모(52)씨 등 중간 간부 3명도 취업 등을 미끼로 1200만원에서 최대 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일부 간부들은 받은 돈으로 아파트를 사거나 명품시계를 구입하는 등의 수법으로 돈을 빼돌려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한 노조 간부의 집에서 시가 47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비롯해 남녀 고급 시계 7점과 황금열쇠 등 총시가 1억 1000만원 상당의 물품과 1000만원짜리 수표 등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들 간부는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조합원들에게 수사에 협조하면 힘든 작업장으로 보내겠다고 협박하고 사람을 시켜 부산경찰청사 입구에서 참고인 조합원들의 출석을 확인하는 등 수사를 방해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부산항운노조는 2005년 검찰의 대대적인 취업비리 수사 이후 2006년 1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자정 결의를 했지만 이후 거의 매년 노조 간부들이 검경에 구속되는 등 취업 비리가 재발하고 있다. 1947년 설립된 부산항운노조(28개 지부)는 조합원 7500명이 부산항에 필요한 각종 노무를 공급하고 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커버스토리-짝퉁 코리아] 카탈로그도 제작 ‘기업화’… 새벽엔 오픈마켓서 은밀한 거래

    [커버스토리-짝퉁 코리아] 카탈로그도 제작 ‘기업화’… 새벽엔 오픈마켓서 은밀한 거래

    #지난해 6월 500억원대 짝퉁 명품을 밀수, 제작해 유통한 일당이 세관에 적발됐다. 이들은 ‘김태희 가방’처럼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붙인 짝퉁 제품을 소개하는 자체 카탈로그까지 제작,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모(51·여)씨 등 3명은 유명 상표가 부착된 명품을 위조한 가방 등 짝퉁 5만여점을 중국에서 밀수하거나 국내에서 제조,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이태원과 남대문시장, 부산 등 전국의 소매상에 뿌렸다. 국내 짝퉁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소규모 구멍가게식으로 운영되던 짝퉁업체들이 이제 제조와 판매, 영업 등으로 세분화하면서 규모가 수백억원대로 커지고 기업화되고 있다. 11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위조 상품 시장 규모는 약 27조 4000억원에 이른다. 또 유통되는 위조상품의 종류도 다양하다. 짝퉁 명품을 비롯해 가짜 석유와 양주,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등 수많은 분야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속는 때도 있고 알면서도 진품보다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다. 관세청이 최근 5년간 가짜 가방과 시계 등의 밀반입을 적발한 건수는 1528건(2조 2074억원)에 달한다. 2008년에 328건(3407억원), 2009년 325건(7117억원), 2010년 319건(2704억원), 2011년 231건(3371억원), 2012년 225건(5475억원)이 적발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주로 홍콩이나 중국 쪽에서 짝퉁 제품들이 많이 들어온다”면서 “수법이 교묘해져 육안으로 봐서는 진품과 구별이 쉽지 않아서 수출입 자료나 돈거래 등을 통해 정상적인 수입인지를 식별한다”고 말했다. 불법으로 제조된 가방과 옷, 시계 등이 다양한 채널로 유통돼 소비자들을 유혹 중이다. 거래 수법도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과 차명계좌, 퀵서비스 등 온갖 수법이 동원되고 판매책 간에도 서로 신분을 숨기는 등 적발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또 짝퉁 상품의 단속이 뜸해지는 새벽 시간이면 가짜 해외 유명 명품이나 스포츠 브랜드 등이 버젓이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거래된다. 유럽 명품뿐 아니라 해외 스포츠 브랜드 등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짝퉁 제품이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주로 거래되는 시간은 밤 12시부터 아침 6시 사이다. 오픈마켓이 자구노력의 하나로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짝퉁 검색 시스템을 운영하기 때문에 이 시간을 피해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정신수 서울세관 조사관실 계장은 “상표법 위반 제품들은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다가 최근에는 블로그나 카페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은밀하게 판매된다”고 설명했다. 일명 ‘폐쇄몰’(회원제로 운영되는 블로그나 카페, 소셜커머스 등)에서 판매되는 경우에는 접근이 차단돼 단속하기가 더욱 어렵다. 정 계장은 “짝퉁 제품을 팔 때 그들만이 쓰는 은어가 있다”면서 “‘이미테이션’이나 ‘SA급’ 등의 은어는 검색을 통해 단속이 되기 때문에 새로운 은어를 계속 만들어 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술집에서 판매되는 양주도 마찬가지다. 국내 양주시장 규모는 1조 2000억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짜 양주 시장은 1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조직적인 규모의 가짜 양주 제조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업소에서 남은 술을 섞어 파는 식의 소규모 유통은 성행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물론 업체에서 매년 수십억원의 비용을 들여 첨단 위조 방지 기술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등 짝퉁 근절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계도 짝퉁 탓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은 40% 정도다. 이는 세계 평균인 42%보다 낮은 수치다. 하지만 선진국 평균 수준인 2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평균치인 27%와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2011년 불법 소프트웨어에 따른 손실액은 약 351억원에 달했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관계자는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를 10%만 줄여도 약 2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면서 “소프트웨어가 국내 산업 발전의 초석인 만큼 불법복제를 줄이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짝퉁이 판치는 것은 사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짝퉁을 사는 이유와 사정은 제각각이었지만, 짝퉁 구매가 과시욕을 위한 합리적 소비라고 강변한다. 대부분의 짝퉁 구매는 진품보다 싸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출발한다. 자동차용 유사석유를 가끔 쓴다는 이모(39·경기 수원)씨는 “일반 주유소 휘발유보다 유사석유가 ℓ당 400~500원이 싸다”면서 “한 달이면 최소한 15만원 이상은 아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험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씨는 “차도 10년 이상 타서 낡았고 어차피 몇 년 더 타다가 폐차시킬 텐데 문제가 있느냐”면서 “주유할 때 담배만 안 피우면 사고 날 확률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도 짝퉁 구두를 샀다는 회사원 이모(31)씨는 “어차피 요즘 구두는 닳고 해져서 산다기보다 기분 전환의 이유로, 또 신고 있는 게 싫증이 나서 사는 게 대부분”이라면서 “품질은 좀 떨어지지만 국산 구두 한 켤레 값으로 검증받은 디자인의 구두를 두세 켤레 살 수 있으니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리만족형도 많다. 주부 임모(41)씨는 “200만~300만원 하는 루이비통이나 구찌 가방을 사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짝퉁을 사기 시작했다”면서 “20만~30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나도 남들처럼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닐 수 있다는 만족감이 크다”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른바 짝퉁 구매는 명품이 갖는 이미지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명성을 갖고자 하는 허영심과 과시욕 등의 사회심리 현상”이라면서 “짝퉁이 사라지려면 정부의 철저한 단속과 소비자들의 그릇된 인식이 바뀌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명문대 알바생 1000명 휴대전화 사기 당했다

    명문대 학생들을 ‘학습 멘토’ 아르바이트생으로 모집해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하고 판매 보조금(리베이트)을 챙겨 달아난 일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대학생 30여명이 권모(35)씨 등 일당을 사기 및 사문서 위조 혐의로 고소했다고 9일 밝혔다. 고소장에 따르면 권씨 일당은 지난해 9월부터 입시 관련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고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명문대 재학생 1000여명을 아르바이트생으로 모집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인터넷에서 중고생들에게 명문대 입학 비법 등과 관련해 학습 지도와 고민 상담을 해 주고 하루 게시글 3개와 댓글 15개를 일주일에 3번씩 남기면 월급으로 12만원을 받기로 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다른 명문대생을 데려오면 3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의 소개비를 받았으며 권씨 일당은 이러한 다단계 방식으로 회원 수를 늘렸다. 권씨 일당은 아르바이트 채용 당시 건네받은 주민등록증 사본으로 휴대전화 1000여개를 개통해 대리점으로부터 판매 보조금 일부를 챙겨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하면서 “지급한 스마트폰으로 일해야 업무 시간을 체크할 수 있으며 기기값과 통신비는 모두 회사에서 대납한다”고 속였다고 학생들은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권씨 일당이 휴대전화 대리점과 짜고 브로커 노릇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해당 대리점은 3개월 후에 나오는 리베이트를 앞당겨 권씨 일당에게 지불해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담뱃불 빌리다 시민 폭행한 ‘무서운 스머프들’

    담뱃불 빌리다 시민 폭행한 ‘무서운 스머프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인기 애니메이션 ‘스머프’의 주인공들이 현실에서는 악당으로 변해 동심을 울렸다. 지난 9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 경찰은 담뱃불 시비를 벌여 한 시민을 폭행한 4인조 스머프 일당이 자수했다고 밝혔다. 일명 ‘스머프 폭행’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지난달 16일 새벽 멜버른 외곽의 한 편의점에서 발생했다. 이날 편의점 앞에서 피해자인 37세 남자는 스머프 분장을 한 4인조와 마주쳤다. 이때 일당 중 ‘파파 스머프’가 피해자에게 담배를 달라고 말해 건네주자 이번엔 담뱃불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곧바로 무자비한 폭행이 시작됐다. 폭행 직후 스머프 일당은 인근에 세워둔 차를 타고 도주했으며 피해자는 인근병원으로 후송됐다. 사건 조사에 나선 경찰은 편의점에 촬영된 CCTV를 바탕으로 공개 수사에 나섰으며 결국 4인조 모두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와 자수했다. 경찰은 “범인들은 놀랍게도 18, 19세의 10대들” 이라면서 “이중 파파 스머프는 폭행 여부가 확인됐으나 나머지 3명도 가담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인터넷뉴스팀 
  • 남방주말 파업 타결됐지만… 신경보로 불똥

    남방주말 파업 타결됐지만… 신경보로 불똥

    당국의 검열에 반발한 기자들이 파업에 나서면서 관심이 집중됐던 중국의 개혁 성향 주간지 남방주말 사태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베이징(北京)에서 발행되는 신경보(新京報) 기자들이 남방주말 기자들의 검열 반대 요구를 비난한 당국의 사설 게재 요구에 항명했다 부당 압력을 당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또 다른 언론 자유 촉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공산당 선전 당국은 지난 8일자 신문에 남방주말 기자들의 언론 검열 반대 행태를 비난한 관영 환구시보의 사설을 주요 언론사들 모두 공동 게재하도록 했으나 신경보가 이를 거부해 통제를 받고 있다고 해외에 서버를 둔 명경신문망이 9일 보도했다. 베이징시 당 선전부 렁옌(言) 부부장이 신경보를 방문해 관련 사설을 게재하라고 지시했으나 신경보는 내부 투표를 거쳐 사설을 싣지 않기로 했고, 다이쯔겅(戴自更) 사장은 항의 표시로 사직 의사까지 밝혔다. 신경보는 결국 8일자 신문에 사설을 게재하지 않았으며, 베이징시는 일단 이를 묵인했다. 그러나 류치바오(劉奇?) 당 중앙선전부 부장이 신경보도 사설을 게재해야 한다고 고집했고, 언론·선전 부문 최고사령탑인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도 이에 동감을 표시하면서 렁옌 부부장이 직접 신경보에 대한 통제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에 신경보는 하루 늦게 사설을 게재했고, 베이징 둥청(東城)구 신경보 본사 주변에는 공안(경찰)들이 대거 배치됐다. 신경보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다이 사장은 경질되지 않았으며, 신경보는 정상 운영되고 있다”며 사태 추가 확산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신경보 사가(社歌) 동영상을 올리는 방식으로 신경보의 항명 행위를 응원했으며, 일부 누리꾼들은 웨이보의 대문 사진을 신경보 로고로 바꾸기도 했다. 앞서 홍콩 명보는 남방주말 본사가 있는 광둥(廣東)성 후춘화(胡春華) 서기의 중재로 남방주말 파업 사태가 사실상 타결됐다고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기자들은 파업 철회 조건으로 ‘검열 폐지’를 요구했으며 광둥성 공산당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여 극적으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후 서기는 회사 측에 관련자 문책 면제 등도 약속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그러나 광저우(廣州) 남방주말 본사 인근에는 파업 기자들을 지지하는 시위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시위 과정에서 ‘6·4 톈안먼 사건’, ‘공산당 일당 독재 종식’ 등 당국이 금지하는 구호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공안이 제재하지 않아 남방주말 본사 주변이 ‘정치 해방구’가 됐다고 명보가 보도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애니메이션 大戰 2R ‘

    애니메이션 大戰 2R ‘

    겨울 극장가의 숨은 강자는 따로 있다. 지난달 31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12년 마지막 주말(12월 28~30일) 박스오피스 톱 10 중 4편이 애니메이션이었다. 지난달 19일 개봉한 디즈니의 ‘주먹왕 랄프’(6위)는 누적 관객 57만명을 넘어섰다. 주원·나르샤·김원효가 목소리 출연한 ‘니코:산타비행단의 모험’(7위)과 유준상·하하·노홍철을 내세운 ‘잠베지아:신비한 나무섬의 비밀’(8위)은 개봉 1주일도 안 돼 20만명을 돌파했다. ‘극장판 포켓몬 베스트위시 큐레무 vs 성검사 케르디오’(10위)도 30만명을 돌파했다. 방학을 맞은 꼬마 손님들의 티켓 파워를 실감할 만하다. 1월에도 만만치 않은 애니메이션이 대기 중이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1874~1942)의 동명소설을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가 손잡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빨간머리 앤:그린게이블로 가는 길’(왼쪽)은 10일 개봉한다. 1986년 KBS에서 처음 방송됐던 낯익은 주근깨 소녀 모습 그대로다.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일본에서 2010년 개봉했던 극장판이 한국에서 뒤늦게 개봉한다. 아이들에게 아날로그 감성을 전하고 싶은 20~30대 엄마들이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파이스토리:악당상어 소탕작전’(오른쪽)도 같은 날 개봉한다. 평화로운 산호마을을 지키는 영웅 파이와 인간의 실험약물 투여로 더 사악해진 악당 상어 트로이 일당의 대결을 그렸다. 김병만·류담 콤비와 배우 남보라가 더빙했다. ‘스폰’(1997)과 ‘가필드 펫포스 3D’(2009) 등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두루 거친 마크 AZ 디페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지난해 9월 북미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했던 ‘몬스터호텔’(원제:호텔 트랜실베이니아)은 17일 개봉한다. 제작비 8500만 달러(약 906억원)의 3배가 훌쩍 넘는 3억 1102만 달러(약 3317억원)를 전 세계에서 벌어들였다. ‘딸 바보’ 드라큘라가 딸의 118번째 생일을 맞아 늑대인간, 투명인간, 미라 등을 파티에 초대하는데 이곳에 인간 소년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컬투의 김태균과 정찬우가 목소리 연기를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지금&여기] 경찰 유감/김승훈 사회부 기자

    [지금&여기] 경찰 유감/김승훈 사회부 기자

    18대 대선을 앞두고 경찰은 알아서 권력의 뜻을 받드는 ‘정치 경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 듯해 심히 유감이다. 경찰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는 모습이 포착될 때면 출입처와 상관없이 비판하곤 했지만 이번 대선에서 보인 경찰의 ‘이중적 행태’는 도를 넘은 듯하다. 경찰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비방 댓글을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28)씨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서둘러’ 발표했다. 김씨가 지난 13일 자신의 컴퓨터 2대를 경찰에 제출한 지 사흘 만인 16일 “김씨가 비방 댓글을 단 흔적이 없다.”는 결과를 내놨다.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둔 데다 여야 대선후보가 마지막 TV 토론에서 국정원 댓글 의혹을 두고 거센 공방을 주고받은 당일 밤 11시,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반면 선진통일당 부정경선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 착수 6개월이 넘도록 ‘꿀 먹은 벙어리’다. 지난 6월 21일 수사 착수 이후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부정경선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사실 등을 파악했지만 ‘윗선’의 지시로 함구했다고 한다. 한 경찰은 “사실상 수사는 끝났는데 선진당이 새누리당에 백기 투항한 이후 ‘위’에서 민감한 사안이니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말고 보안을 유지하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기습 발표(국정원 댓글 의혹)와 함구(선진당 부정경선 의혹), 경찰이 누구에게 유리한 판단을 했는지는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검찰을 취재하며 정권과 연관된 권력비리 수사 때면 ‘정치 검찰’의 행태를 심심찮게 체감했다. 경찰의 정치적 행보도 오십보 백보다. 경찰은 현 정부 초기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 ‘좌파 연예인’ 숙청에 나섰다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수사를 덮은 전례가 있다. 최근 검찰은 현직 부장검사의 억대 뇌물수수, 초임 검사의 성(性) 스캔들, 브로커 검사 등 전대미문의 비리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정치권, 시민단체 등 곳곳에서 개혁 요구와 개혁안도 쏟아져 나왔다. 경찰은 이런 흐름에 편승해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수사권 독립인지 묻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원칙론자라고 한다. 당부하고 싶다. 진정한 ‘민주·민생 경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치 경찰’의 끈을 끊어 줬으면 한다. hunnam@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인간의 조건’ 쓴 한승태씨

    [저자와 차 한 잔] ‘인간의 조건’ 쓴 한승태씨

    섭씨 영하 10도 안팎의 날씨에도 얇은 셔츠에 얇은 점퍼 하나만 걸친 채 나타났다. 2007년 겨울 전남 진도 서망항의 꽃게잡이배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편의점과 서초구 서초동 주유소, 충남 아산의 돼지농장과 당진의 자동차부품공장 용역직, 강원 춘천의 오이 비닐하우스까지 거친 그의 이력으로 보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이력에 어울리지 않게 손가락이 하얗고 길었다. 춘천의 한 대학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스물여섯 무렵부터 한 달 죽도록 일한 대가로 100만원 남짓 쥐는 밑바닥 일터들을 맴돌았다. 위장취업의 불온함, 그 흔했던 문학수업,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 돈이 필요해 그런 곳을 돌아다녔다. 중학생 때 작가가 되면 좋겠다고 꿈꿨던 것을 편의점과 주유소에서 일하던 2008년 가을쯤, 신림동 고시원의 가로 1.2m에 세로 2.3m 방에서 기억해 내고는 농업, 축산업, 제조업 일자리를 모두 거친 뒤 책을 쓰겠다고 결심했다. ‘대한민국 워킹 푸어 잔혹사’를 부제로 거느린 ‘인간의 조건’(시대의창 펴냄)을 쓴 한승태(31·필명)씨를 26일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만났다. 그는 서문에 ‘누구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길 법한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 사는지 보여주고 싶어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잊힐 게 분명한 사소한 사항들로 책을 가득 메우고 싶었다’고 적었다. 그의 의도대로 깨알같은 사연들이 넘쳐난다. →요즘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비닐하우스 일을 그만 둔 게 지난해였습니다. 그때부터 아르바이트 일을 하며 돈을 모아 원고를 쓰고 돈이 떨어지면 일하는 식으로 지냈습니다. 지금은 도배일을 하고 있고요. 그냥 무거운 것 들어주고 기술 배우는 수준이지요. 일당 5만원입니다. 신림동과 난곡 일대에서 일하는 팀에 속해 있습니다. 오늘은 연락이 안 와 놉니다. 일 있는 날 전화 오면 형편 닿는 사람이 일하는 식이지요. 제가 지금 거주하는 신림동과 난곡 일대에도 저와 비슷한 또래, 처지의 사람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책은 어떻게 낸 거지요. 비닐하우스 일을 그만 둔 지난해 가을부터 쓰기 시작해 올해 4월 마쳤습니다. 제 책에 가장 흥미를 느낄 만한 출판사를 골랐는데 그게 시대의창이었습니다. 원고 일부를 읽어보시고 곧바로 연락이 와 나머지를 모두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하더군요. 보냈더니 곧바로 일주일이 안돼 책을 내자고 했어요. 일사천리로 진행됐죠.   편집자 이정남씨는 “워낙 원고 정리가 잘 돼 거의 손 댈 것이 없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책의 성격상 정확한 르포르타주로도 훌륭하고도 개성 넘치는 문학으로도 읽힐 수 있어 출판사 입장에서 포지셔닝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나중에 한씨를 통해서 들으니 출판사는 대통령선거와 새 정부 출범 등의 워낙 큰 이슈에 묻힐까 우려했다고 했다.   →그래서 다 쓰고 난 뒤 어떤 느낌이 들던가요. -홀가분한 느낌이었습니다. 짐을 벗었다는 생각도 들었고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다 썼으니까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지요. 전 그냥 제가 떠돌던 곳들이, 동시대 사람들이 아무런 관심도 애정도 기울여주지 않는 공간에서 시간이 멈춘 듯 공존하는 게 너무 신기하고 한편으로는 당연하게 느껴지고 했어요. 해서 이쪽의 사람들에게 그런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 그곳에서도 사람들이 살 부대끼며 살아간다는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는데 그 얘기를 다 마친 셈이지요.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했어요. -네, 그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요. 스스로 많이 닮고자 노력했어요. →책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요. -정말 쓰는 게 즐거웠는데요. 쓰는 동안 제가 갖고 있는 불안감 때문에 괴로웠지, 쓰는 것은 즐거웠어요. 과연 (독자들이) 받아주기나 할까, 계속 글만 쓸 수는 없어 생계비를 버느라 잠깐 멈추고 그랬지요. 제 머리 속에 들어 있던 거를 다 쏟아냈으니 만족합니다. 자신에 대한 불안감말고는 딱히 어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술도 못 마시면서 배 위에서의 생활을 어떻게 견뎌냈어요. -재미있는 게요, 돈 많은 사람들은 막 먹이고 그럴텐데요. 그 사람들은 돈이 없으니 입이 하나 줄면 그게 좋은 거예요. 술 마시라고 하는 시기가 어느 정도 지나면 ‘너 안 먹으면 좋지, 내가 더 먹을 수 있으니’ 이렇게 돼요. →워낙 키가 크니 군대에서 혹시 ‘고문관’ 아니었나요. -네, 키만 컸지. 체력이 뛰어나게 좋은 것도 아니고. 특히 제가 말귀를 잘 못 알아들어서. 그래도 제가 운이 좋았던 건 안 그런 사람도 있지만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아서. 좋게좋게 넘어가고 그랬던 거 같아요.   →책에는 비닐하우스 여주인과 다툰 뒤 하우스 안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을 때-그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그는 정말 키가 크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와 웃다가 짐짓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는 대목이 나온다. 어쩼든 큰 키 때문에 가는 곳마다 재미있는 사연들이 많이 나온다.   -특별히 그런 일 구하다 보면 키 큰 사람 좋아해요. 전구 가는 용도(?)로도 쓸모있지만, 이를테면 다른 사람들이 토익이나 뭐 그런 것들이 스펙이 되듯 제게도 스펙이 되는 거지요. 인력시장에서 전 스펙이 굉장히 좋은 편이었어요. 한국사람이지, 30대 초반이고 키도 아주 크고, 최고의 스펙이라 할 수 있죠.(웃음)   처음 출판사를 통해 인터뷰를 섭외할 때부터 사진을 찍고 싶지 않아 할 것 같았다. 두 가지 이유를 어렵지 않게 댈 수 있었다. 역시나 그랬고 몇번의 밀당 끝에 마주앉기는 했다. 앞으로도 평생 비슷하게 살텐데 취업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사진 촬영을 극구 마다하는 그를 설득할 수가 없었다. →돼지농장에서 Belle & Sebastian의 노래들을 흥얼거렸다는 대목에서 지독한 패러독스같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던데요. 늘 책보고 음악 듣지요. -예. 배에서도 일기를 썼어요. 그런 것들이 다 모여 책이 된 거고요. 늘 떠돌아 다녔으니 여자친구를 만나거나 할 상황도 아니었고. 만난 사람만 만나고 그렇지요. →형님들이나 아저씨들이 뭐라 하지 않나요. -상관 안하세요. 배 처음 탈 때는 굉장히 무섭고 두려웠는데 그곳 사람들, 의외로 관대해요. 처음엔 한두 번 뭐라 핀잔도 하고 눈치도 주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용납되고. →돼지농장에서 자돈(子豚)을 버리는 끔찍한 경험 같은 것들이 내면화되거나 해 괴롭거나 하지는 않는지요. -물론 머리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게 있지요. 누구나 그러는 건데 가끔식 떠오르거나 연상되곤 하지요. 길에서 죽은 고양이 시체를 봤을 때 그런 것들. 굳이 그런 이미지 때문에 생활을 못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요. 또 워낙 제가 잘 잊는 편이라. 너무 자연스럽게 돼지농장 사람들의 꿈은 다 로또였어요. 사회 초년생들이야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 나가는 과정을 밟겠지만 그곳 사람들이야 극단적으로, 초월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지요. 그곳을 빠져나오든가 굶든가 둘 중의 하나인 거지요. 혼자인 저야 논외지만 그들은 가족도 있고 아이 공부도 시켜야 하고 부모도 모셔야 하고, 빚도 있으니까. 현재와 미래를 단계적으로 그려볼,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그럴 경황이 없는 거지요. 그래서 더 공상적이 된다는 그런 느낌으로요. →함께 일했던 분들이 보고 싶거나 그런가요. -연락하고 싶기는 한데, 이를테면 책을 쓰는 게 아니라 제가 일만 하며 어느 곳을 떠돌다 만나면 그럴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렇지 않으니 선뜻 연락하기도 힘들고 같이 일할 때에는 제 개인적인 성격 탓도 있지만 그렇게 일하는 분들 역시, 멀리 있는 인연을 가까이 끌어 당기는 것에 부담스러워 하는 걸 많이 봐왔기 때문에. 그분들끼리는 당장 배 위나 돼지농장에서 닥친 상황,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만 신경쓰니까. 그런 연락을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부자가 됐으면 합니다. 부자가 돼 하고 싶은 일하며 사는 것인데 제게는 글 쓰는 일이 되겠지요. 생계비 걱정 않고 글 쓰는 것이 제 꿈입니다. →전업작가로 살려면 한달 얼마 정도? 물론 다른 이에 견줘 한참 낮겠지요. -한달에 80만~90만원 정도. 또 그런 게 죽 있어야 하니까 그렇게 쉽지는 않지요. (책에 나오는) 고시원 방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임시로 가는, 도저히 생활이 안되는 공간고요. 싼 데를 찾아보면 한달에 방세 30만~35만원, 식비는 30만원, 이것도 처음엔 아껴서 먹어요. 하루에(한끼가 아니다!) 7000원 정도씩 먹다가 더 이상 못 참겠다며 확 먹어버려서 대중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무리 아껴도 한 30만원 들어요. 여기에 공과금 전화세 교통비 등 합쳐 그 정도만 있으면 글만 쓰며 살 수 있지요. →문학 인생의 설계 같은 게 있나요. -당장은 없어요. 제 특성이기도 하지만요. 눈앞의 것만 확 처리하는 게 바쁘니까. 글 쓰며 살아야겠다, 생각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뭔가를 채워넣지 못하죠.. →2권을 생각하나요. -이걸로 끝입니다. 다음 책은 아마 다른 주제일 겁니다.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요. -이 책이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제가 책을 읽을 때 가슴에 뒀던 것은 사람들이 위로와 위안 받았으면 좋겠다, 이 정도로 생각했지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 앞에서 얘기한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과 함께 최근에는 존 툴 케네디가 쓴 ‘바보들의 결탁’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줄거리는 미국의 한 또라이 백수가 부모님 재산 축내며 살다가 안되겠다 싶어 직장 구하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워낙 이 친구 정신세계가 독특해 계속 쫓겨나는 일을 실었어요. 얼핏 굉장히 우울하게 들리는 얘기인데 너무 유쾌하게 썼어요. 캐릭터가 특이하고 좋아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1984’나 ‘동물농장’을 보고 오웰이 유머가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앞의 책을 보면 유머가 충만하죠. 제 나름대로 중점을 뒀던 대목은 이 책에도 진지한 정치적 사회적 성찰을 요하는 그런 부분이 있는데 이런 이슈에 관심없는 사람들도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출판사에서는 치밀하고 객관적인 르포르타주와 특이하지만 잘 쓴 문학작품의 경계가 혼재해 포지셔닝이 쉽지 않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제겐 후자가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좋은 읽을거리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진지한 사회적 성찰은 이미 좋은 책들이 많고 제가 깊이를 따라갈 수 없이 훌륭한 책들이 많아요. 제 책은 아카데믹하기보다 엔터테인먼트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비꼬는 글의 맛, 그런 것을 좋아해요. 더글러스 애덤스의 책이나 영국 작가들에 그런 게 특히 많은데 그런 걸 살리려고 조금은 했어요. →그러면 앞으로도 알바하고 글 쓰고, 그런 그림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겠네요. -네. 새 봄에는 누가 소개해줘 경남 합천의 대나무농장에 가서 일하게 될 것 같아요. 그러면서 틈틈이 계속 글 써야죠.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中 ‘종말론 신봉’ 전능신, 제2의 파룬궁 되나

    중국 당국이 종말론을 신봉하는 것으로 알려진 종교집단 ‘전능신’(全能神) 확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찌감치 ‘사교(邪敎) 집단’으로 규정, 구성원들에 대한 탄압에 나서고 있다. 관영 매체들이 대대적으로 ‘전능신과의 전쟁’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제2의 ‘파룬궁’(法輪功)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지난 23일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전능신의 폐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CCTV는 특히 “전능신은 세뇌를 통해 신도들을 범죄에 악용하고 있다.”면서 “시민들이 전능신 광신도 체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지난 14일 허난(河南)성 광산(光山)현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 등 전능신 신도 관련 범죄를 집중적으로 전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금까지 1000명 이상의 전능신 신도가 당국에 체포됐다. 당국은 파룬궁과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전능신의 싹을 잘라낼 태세다. 중국인민공안대학 우보신(武伯欣) 교수는 24일 “전능신 집단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관련자 색출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전능신 색출에 집중하는 것은 이들이 공산당 일당 독재 타도를 내세우는 데다 대학생, 공무원 등으로까지 급속하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공안 구타 등 실질적으로 공권력에 대한 도전 양상까지 나타나 크게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룬궁’의 악몽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파룬궁 수련자 1만여명은 1999년 4월 수련자 체포에 항의하며 중국의 권부인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를 에워싸고 대대적인 시위를 벌여 당국을 바짝 긴장시킨 바 있다. 이후 당국은 파룬궁을 사교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탄압에 나서 많은 수련자들이 미국, 한국 등으로 도망쳤다. 당국은 전능신 신도들도 비슷한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 7일 산시(陝西)성 한중(漢中)에서는 전능신 관련자 60여명이 전단을 뿌리는 동료들을 체포하려던 지역 공안들을 집단 구타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나 재벌 손녀딸인데 비자금 세탁 도와줘” 수십억 사기단 검거

    비자금 세탁을 도와주면 돈을 불려주겠다고 속여 수십억원을 챙긴 사기단이 검찰에 붙잡혔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 이태형)는 23일 펀드매니저 행세를 하며 자금 세탁에 필요한 돈을 투자해 몇 배로 돌려주겠다고 속여 돈을 챙긴 이모(47)씨 등 3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씨의 부인 행세를 한 김모(39·여)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또 “자금 세탁을 도와주고 큰 돈을 벌었다.”며 다른 피해자를 끌어 들인 피해자 김모(54)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가짜 보석 피해자들에 담보로 맡겨 이씨 등은 2009년 11월 피해자 김씨에게 “100억원대 비자금을 세탁한 뒤, 투자해 몇 배로 돌려주겠다.”며 2억원을 받아 챙기는 등 올 초까지 피해자 8명에게서 32억여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 계좌에 수천만원을 보낸 뒤 피해자의 돈 수천만원을 추가해 돌려보내면 자금을 양성화할 수 있다고 속여 피해자들의 돈을 뜯어냈다. 이씨 일당은 피해자들과 1718차례나 돈을 주고받았지만 피해자들이 입금받은 돈은 송금한 액수보다 항상 적었다. 피해자들이 이씨를 믿게 하기 위해 부인 역을 맡은 김씨가 재벌의 손녀딸 행세를 했고, 가짜 보석이나 위조어음 등을 피해자들에게 담보로 맡겼다. 부인역 김씨는 실제 대기업 임원의 부인으로 아침 저녁에는 평범한 주부로 생활하고 낮에는 고급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사기 행각에 가담하는 등 철저한 이중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32억 사기… “유사사건 보강 수사” 피해자들은 종종 수수료나 이익금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돌려받기도 했지만 곧바로 다시 비자금 세탁 명목으로 돈을 뜯겼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 등 피해자 3명은 자신이 투자한 돈을 돌려받기 위해 다른 피해자들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이씨는 신분증을 위조하고 가명 5개를 돌려썼으며 피해자 명의의 휴대전화만 사용하는 수법으로 피해자들로부터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겼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는 이번 사건 외에도 전남 순천 등 전국에서 총 4건의 범죄로 수배 중이었다.”면서 “유사 피해 사례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고 보강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新지역주의’ 조짐?

    지역주의의 부활일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과 호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승리하면서 신지역주의가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인물론으로 고질적인 지역주의가 약화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지만 결국 실패했다는 것이다. 영남과 호남으로 갈라진 지역주의 투표 성향은 올 대선에서도 여전했다. 오히려 더 강해진 측면도 있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는 “문 전 후보가 부산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지지를 덜 받은 것”이라며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도 “지역주의는 상수로 존재하는 것으로 올 대선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면서 “이른바 인물론으로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했지만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지역주의가 만들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형준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박 당선인이 서울과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승리함으로써 신지역주의 형태가 만들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른바 ‘영남+충청’의 지역구도가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충청 지역 정당인 선진통일당과 합당을 하고 박 당선인도 충청에 연고를 둔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와 이인제 전 선진통일당 대표의 지지선언을 이끌어내면서 이른바 ‘영남+충청’의 지역구도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또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 김경재 전 의원 등을 영입하는 등 호남에도 공을 들여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보수 후보 가운데 처음으로 호남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지역주의보다는 세대별, 연령별 투표가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2030세대와 5060세대가 각각 진보와 보수로 갈라졌다는 것이다. 세대별로 지지후보가 나뉜 가운데 2030세대에 비해 투표적극성이 높은 5060세대가 당락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2002년 16대 대선에 비해 2030세대의 투표율이 5~8% 포인트 올랐지만 5060세대도 이전보다 많게는 6% 포인트까지 투표율이 올라간 데다 인구수도 많아지면서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조사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이번 대선은 세대별, 연령별 투표가 지역주의를 넘어 제1의 사회적 균열 구도로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2030세대는 진보, 5060세대는 보수로 구분하는 것은 세대별 성향을 너무 단순화했다는 것이다. 개혁에 대한 욕구가 높았던 386세대가 40대와 50대 초반을 차지하고 있어 50대를 단순히 보수로 분류하기에는 무리라는 것이다. 반대로 20대도 보수표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있다. 박 교수는 “20대, 특히 남성의 경우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인 성향이 30대에 비해 더 강한 측면도 있다.”면서 “북한에 대한 태도에서는 60대에 비해 20대가 더 강경할 정도로 꼭 세대별로 보수 진보가 구분됐다고 보기 힘든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첫 여성대통령 시대] 친박계 전·현의원 주축…정책라인이 ‘싱크탱크’

    [첫 여성대통령 시대] 친박계 전·현의원 주축…정책라인이 ‘싱크탱크’

    이번 대선에서는 ‘주연’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못지 않게 ‘조연’ 역할을 한 측근 인사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선거 기구에서 위원장과 본부장, 단장, 위원 등의 공식 직함을 받은 인사만 줄잡아 5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박 당선자와 다양한 연결고리를 맺고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움직였다. 성공 신화를 쓴 ‘박근혜 사람들’을 들여다봤다. 김무성 본부장 등 ‘10인 회의’멤버 주목 ●‘액션 탱크’, 전·현직 의원들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과 서병수 당무조정본부장, 유정복 직능본부장, 홍문종 조직본부장, 변추석 홍보본부장, 안종범 정책메시지단장, 이정현 공보단장, 권영세 종합상황실장, 이학재 비서실장, 이상일 대변인 등 10명은 선거기간 내내 매일 아침 머리를 맞댔다. 비공개로 진행된 ‘10인 회의’에서 그날 그날의 선거 전략이 나왔다. 대선 승리를 이끈 ‘기관차’ 역할을 한 셈이다. 특히 김 본부장은 지난 10월 당내에서 불거진 ‘친박(친박근혜)계 퇴진’ 논란에 대한 박 당선자의 돌파구였다. 김 본부장은 선거 사령탑을 맡은 뒤 안형환·조해진·박선규·정옥임 대변인과 권영진·백성운 전 의원 등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을 대거 캠프에 합류시켰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박 당선자와 관계가 소원해졌던 김 본부장의 복귀에는 박 당선자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최경환 전 비서실장이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본부장과 비슷한 길을 걸은 ‘친박 구주류’로는 진영 국민행복추진위 부위원장을 꼽을 수 있다. 친박계 내부 갈등으로 한때 ‘탈박(탈박근혜)’을 선언했던 진 부위원장은 컴백 후 캠프에서 ‘정책 조율사’ 역할을 했다. 이렇듯 박 당선자를 도운 주축 세력은 친박계 전·현직 의원들이다. 상당수는 2007년 대선 경선 때 멤버들로, 사람을 쉽게 바꾸지 않는 박 당선자의 용인술이 반영돼 있다. 이주영 특보단장과 김학송 유세단장, 윤상현 수행단장, 박대출 수행부단장, 조윤선 대변인 등은 박 당선자를 근거리에서 보좌했다. 김태환·서상기·유기준·한선교·김재원·이진복·조원진·서용교 의원 등도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된다. 당의 간판인 황우여 대표와 ‘원내 사령탑’인 이한구 원내대표, 이혜훈·정우택 최고위원 등도 박 당선자를 측면 지원했다. 다만 경선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홍사덕 전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되면서 2선으로 후퇴했다. 강석훈·안종범·이종훈 의원 ‘3인방’ ●‘싱크 탱크’, 정책 브레인 박 당선자가 공약을 중시한 만큼 정책 라인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우선 강석훈·안종범 의원은 박 당선자의 핵심 정책통이다. 이들은 진 부위원장과 함께 박 당선자가 공약을 발표하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 응했다. 강·안 의원은 이종훈 의원과 더불어 원내에서 ‘경제 브레인 3인방’으로도 꼽힌다. 이들은 모두 교수 출신으로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안 의원은 또 2007년 대선 경선 당시부터 박 당선자를 도와온 ‘5인 공부모임’ 출신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김광두 서강대 명예교수와 최외출 영남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김영세 연세대 교수가 포함됐다. 박 당선자의 기획조정특보인 최 교수는 ‘조용한 조력자’로 통한다. 겉으로 드러난 행보는 없었지만, 박 당선자의 의중을 캠프에 전달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 인사들과 박 당선자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도 했다. 실제 박 당선자가 지난 9월 소설가 이외수를 만났을 때 이를 사전 조율한 인물이 최 교수였다. 김 명예교수는 박 당선자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국가미래연구원도 이끌었고, 연구원 소속 250여명의 학자들과 함께 박 후보의 대선 공약 밑그림을 짠 것으로 전해졌다. 현명관 전 전경련 부회장도 연구원 소속이다. 이 밖에 윤병세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은 외교·안보, 최성재 서울대 명예교수는 복지, 박명성 명지대 교수는 문화, 곽병선 전 한국교육개발연구원장은 교육, 옥동석 인천대 교수는 정부개혁 등의 분야에서 각각 핵심 참모로 꼽힌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박 후보의 역사 인식 등과 관련해 조언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선자 이미지 변신에 기폭제 역할 ●‘새로운 피’, 영입 인사 최근 들어 가장 주목받는 그룹은 외부 영입 인사들이다. 박 당선자의 이미지 변신을 이끌어내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인재 영입은 지난해 12월 박 당선자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이후 가속도를 냈다. 특히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 등은 당내 인사와 차별화되는 독자적인 위치를 확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당선자는 1987년 개헌 때 헌법 제119조 경제민주화 조항을 입안한 김 위원장을 끌어들여 경제민주화 논의를 주도했고, 2003년 한나라당의 ‘차떼기 대선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한 안 위원장을 영입해 쇄신 의지를 보여줬다. 대표적 여성 기업인인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김용준 공동선대위원장, 민주당 출신의 한광옥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 등도 비중 있는 영입 인사들이다. 이 중 김성주 위원장은 적극적인 유세와 언론 접촉 등으로 대선에서 적잖은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변추석 홍보본부장과 조동원 홍보부본부장도 박 후보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다. 카피라이터 출신인 조 부본부장은 올해 초 당명 개정 등을 주도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공식 포스터를 제작했던 변 본부장은 ‘박근혜가 바꾸네’ 등의 선거 슬로건을 만들어냈다. 신뢰 높아… 신동철 부소장 ‘맏형’ ●‘궂은일 전담’, 보좌·지원 그룹 실무 보좌진 그룹도 빼놓을 수 없다. 보안을 중시하는 박 당선자는 입이 무겁고 성실한 보좌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이재만·정호성·안봉근 전 보좌관은 박 당선자가 정치권에 입문한 1998년 이후 줄곧 근거리에서 보좌해 왔다. 박 당선자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만큼 이들에 대한 박 당선자의 신뢰는 절대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실무 그룹의 맏형 격이다. 여연에서 여론조사를 총괄했다. 백기승 공보위원도 2007년 대선 경선 패배 이후 이른바 ‘마포팀’을 이끌며 박 후보에 대한 홍보 업무를 전담해 왔다. 조인근 메시지팀장, 장경상 전략기획팀장, 이창근 일정기획팀장, 장성철 공보상황팀장, 음종환 공보기획팀장 등 박 당선자의 선거 운동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한 보좌 인력들은 역할에 비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이름 없는 조력자들’이다. 박 당선자 주변에는 외곽 지원 부대도 있다. 박 당선자와의 개인적인 인연을 바탕으로 의원들 못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KBS 보도본부장 출신의 김병호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병기 여연 고문, 이성헌·김호연·김선동·손범규·허원제 전 의원, 전광삼 공보위원 등도 박 당선자를 물밑 지원했다. 공개활동 자제… 정치적 무게감 커 ●‘캠프의 중심추’, 원로 그룹 원로 인사들의 경우 공개적인 활동은 자제한 편이나, 정치적 무게감은 상당했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 등을 계기로 박 후보를 돕는 ‘7인회’도 이러한 원로 그룹에 속한다. 강창희 국회의장과 김기춘·김용갑·김용환·최병렬 당 상임고문,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현경대 전 의원 등이다. 이번 대선이 보수와 진보의 진영 대결로 흐르면서 캠프 외곽에서 박 후보를 지원하는 움직임도 활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이인제 전 선진통일당 대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김진홍 전 뉴라이트 상임의장,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 등이 지원 사격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민생과 안정’ 전략 주효… 보수대결집으로 완승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18대 대선 승리는 그가 걸어온 길 만큼이나 드라마틱했다. 19일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박빙의 오차범위 내 우세(1.2%)로 출발한 박 당선자는 문재인 후보의 추격을 뿌리치고 100만표가 넘는 표차로 승리했다. 국민들은 ‘변화’를 기대하면서도 ‘민생’과 ‘안정’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당의 승리 요인은 가장 먼저 박 당선자의 개인적 역량을 빼놓을 수 없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애칭에서 알 수 있듯 박 당선자는 새누리당 대선 전략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박 당선자는 선거 초반 새누리당이 불안과 내홍에 휩싸였을 때 “나를 믿고 따라와 달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문재인·안철수 연대’에 짓눌린 당 분위기를 추스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민생과 대국민통합을 강조한 선거 전략도 유효했고 보수층을 결집한 리더십도 돋보였다. 여기에 정책 공약의 큰 줄기였던 경제민주화와 정치쇄신 이슈를 선점해 야권의 칼날을 무디게 한 것도 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대선을 일주일 남짓 앞두고 우후죽순 터져 나온 야권발 각종 네거티브 공세에 맞불을 놓으며 ‘강(强) 대 강(强)’ 대결로 몰고 간 것도 결국 승리의 요인이 됐다. 박 당선자는 대선 출마 이후 줄곧 민생과 국민대통합을 얘기해 왔다. 양극화의 확대로 팍팍해진 살림살이와 10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등 어느 때보다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서민들에게 거창한 구호 대신 민생을 내걸고 소통했다는 점이 주효했다. 캠프 관계자는 19일 “우리는 선거 기간 동안 민생 정부를 외치며 국민만을 보고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전략을 구사했다.”고 말했다. 박 당선자가 지난 8월 20일 새누리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100% 국민대통합’을 선언한 이후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광폭 행보’도 참신했다는 평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의 참여와 지지도 큰 힘이 됐다. 박 후보가 호남에서 선전한 배경이기도 하다. ‘여성 대통령론’도 예상외의 파급력을 보여 줬다. 여론조사 내내 박 후보는 여성 유권자의 지지율이 남성 유권자의 지지율을 웃돌았다. 역대 대선에서 볼 수 없었던 ‘보수 대결집’도 승리의 일등 공신이다. 선진통일당과의 합당으로 보수 대결집의 물꼬를 튼 박 당선자 진영은 이후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와 박세일 전 국민생각 대표, 김영삼 전 대통령, 막까지 애를 태웠던 친이계의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합류하면서 보수 대결집을 완성했다. 역대 대선에서는 1992년 박찬종, 1997년 이인제, 2002년 이한동, 2007년 이회창 등 제2, 제3의 보수 후보들이 출마해 보수층의 지지표를 잠식했다. 이번 대선과 같은 초박빙 승부에서 보수 성향의 유력 후보가 출마했다면 승부의 추는 야권으로 기울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박 당선자는 국민대통합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보수와 중도세력 결집에 성공했다.”면서 “역대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집권당을 탈당하지 않은 것도 야권으로부터 ‘이명박근혜’라는 비판을 받았어도 전통 보수층으로부터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박 당선자의 또 다른 승리 요인으로는 이슈 선점을 꼽을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정권교체 공세를 무력화한 배경에는 경제민주화와 정치쇄신이라는 시대적 어젠다를 발 빠르게 선점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경제민주화의 ‘저작권자’인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영입해 야권의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었던 경제민주화 공약을 약화시켰으며 ‘스타 검사’ 출신인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삼고초려’로 영입해 야권의 정치개혁 공세를 막았다. 물론 김 위원장과의 갈등으로 박 당선자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지만 2차 TV토론회를 앞두고 전격 ‘구원 투수’로 등장해 이 같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 등의 정책에서 ‘좌(左) 클릭’했다는 점이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과거사를 비롯해 야권 후보의 단일화, 막판 네거티브 공세를 잘 넘긴 것도 승리의 요인이다. 과거사 문제는 선거 초반 분위기를 야권에 넘겨 주는 계기가 됐다. 박 당선자는 인혁당 사건을 놓고 “두 개의 판결”로 곤욕을 치렀고, 정수장학회와 관련해 법원의 강탈 판결을 놓고 야권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야권이 후보 단일화에 나서면서 과거사 이슈가 묻혔고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아름다운 단일화’를 보여 주지 못하면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안 전 후보가 선거 막판에 문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로 돌아섰지만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 ‘억대 굿판’, ‘신천지 연루설’, ‘국정원 여직원 불법 댓글 논란’ 등 야권발(發) 네거티브 공세는 청와대로 가는 마지막 고비였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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