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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선언] 호주제로 고통받는 가족들

    “남편의 상습적인 폭력으로 이혼한 뒤 엄마인 제가 아이들에 대한 친권을 가지고 키우고 있지만,아이들은 양육비한푼 내지 않고 이미 재혼해서 연락도 두절된 지 오래인전 남편 호적에 그대로 올라 있습니다.저는 일가 창립해서 호주가 되었는데 아이들이 제 호적에 옮겨올 수 없다니,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남편과 사별한 지 5년 만에 주위의 권유로 상처한 사람과 어렵게 재혼했습니다.새롭게 가족을 이룬다는 생각에남편,그리고 아이들 모두 열심히 노력해서 4년이 지난 지금 서로 피를 나눈 가족 못지않게 화목합니다.그런데 새아버지,다른 형제들과 달리 유독 혼자 호적과 성이 다른제 아이가 요즘들어 부쩍 말수가 적어졌습니다.사춘기라고는 하지만 일기장에 가족과 다른 성씨에 대한 고민이 적혀 있는 것을 봤습니다.아이의 성과 호적을 바꿀 수만 있다면 제 가정의 고민도 없어질 텐데,법이 바뀔 수 있도록 여성단체에서 도와주십시오.” 오래 전부터 여성단체에는 이런 내용의 호주제 피해사례들이 꾸준히 접수되었다.법이 그 모양이니,고통받는 가족들에게 여성단체에서 상담해줄 수 있는 말은 뾰족한 해결책 없이 조금만 참고 기다리라고,단체에서 국회에 입법청원을 하고 호주제 위헌소송을 벌이고 있으니 기다리라는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달 말 드디어 법원에서 남성중심적인 호주제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민법이 위헌소지가 있다며 위헌심판 제청 결정을 내렸다.서울지법 북부지원 및 서부지원에서 내린 이 결정은 한국여성단체협의회를 비롯한 여성·시민사회단체들이 힘을 합쳐 발족한 ‘호주제 폐지를 위한시민연대’가 지난해 원고인단을 모집해 위헌소송을 본격적으로 전개한 결과 우선,서울 본적지 관할 구청들을 상대로 낸 호주변경신청 불수리처분 취소신청에 대한 판결이었다. 서울가정법원과 서울지법 남부지원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지난해말 기계적으로 이 사안을 기각한데 이어 나온 북부지원과 서부지원의 이 결정은 호주제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모처럼 희망의 싹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소식이다. 현행 민법에는 자녀는 출생하는 즉시 부가(父家)에 입적토록 하는 ‘부가 우선’ 입적주의와 호주가 사망하면 아들-미혼인 딸-처-어머니 순으로 호주를 승계토록 하는 ‘남성 우선’ 승계순위를 규정하고 있다.대표적인 성차별법제도인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가 구성원들의 의식이 발전하고 변화하면서 다양한 가족형태가 출현하고 있는 이 시대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이다.한 부모가정,재혼가정,독신가정 등등 가족의 형태만을 가지고 정상·비정상을 나눌수 없듯이 이들에게 생부의 호적과 성을 강제하여 고통을줄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부계혈통이나전통이라는 명분보다는 이들 가족의 실제 행복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헌법에 명시된 평등정신에 입각하여 헌재에서 호주제 위헌판결이 나오는 그날을 기다린다. 권 수 현 한국여성단체협 사무총장
  • [사설] 어떻게 ‘노예매춘’이…

    인두겁을 쓰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접대부 10여명을 쇠창살을 단 방에 가두고 매춘을 시켜온 충북 청원군의 술집주인 부부를 서울 용산경찰서가 검거했다.이 부부는 10여년동안 속칭 ‘방석집’을 운영하며 접대부들을 매춘시켜 번돈으로 지역에서 유지 행세까지 해 왔다.남편은 지역 사교클럽 회장이고,부인은 학교의 자모회장을 맡기도했다.이들에감금돼 혹사당한 접대부들은 여러 차례 강제 낙태수술을 받았고 아홉 번이나 받은 경우도 있다.수술받은 날에도 매춘을강요했다니 부부의 인면수심(人面獸心)은 끝이 보이지 않는듯하다. 이런 끔찍한 인권 사각지대가 있고서야 어찌 문명한 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그 지역에는 경찰관서도 없단 말인가.끊임없이 강조돼온 매매춘 단속은 공염불이었던가.윤락의 길에 들어선 본인들에게도 책임은 있는 것 아니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그들에 대한잔혹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그들을 짐승처럼 우리에 가두고 성노예처럼 부리며 착취할 권리는 아무에게도없다. 매매춘은 경찰이 ‘전쟁’이라는 말까지 붙이며 강력단속해온 것이다. 이른바 ‘노예매춘’의 참혹한 실상도 이미 지난해 9월에 발생한 전북 군산의 윤락가 화재 때 여실히 알려져사회의 공분(公憤)을 일으켰던 것이다. 화재로 윤락녀 다섯이 불에 타 숨졌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남긴 일기장에는감시받지 않고 동네 목욕탕에 한 번 가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씌어 있었다.젊은 나이에 목욕탕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고사라진 가련한 영혼을 가슴아파하며 이 사건을 계기로 ‘노예매춘’이 없어졌으리라고 우리는 믿었다. 아직도 ‘노예매춘’이 있고 또 다시 우리는 ‘방석집’에서 피맺힌 일기장을 읽는다.지난해 타다 남은 집에서 나왔던일기장의 사연과 결코 다르지 않은, 절망에 빠진 이들의 절규를 듣는다.“1분 1초마다 숨통이 끊어질 것 같다” “죽고싶다. 죽으면 훨훨 나는 새로 환생하고 싶다” “100m 거리도 안되는 슈퍼도 마음대로 못 가는…” 등등.소외받는 이들이 절망의 일기장을 쓰지 않아도 되게 가장 그늘진 곳의 인권에 더 한층 깊은 관심이 기울여져야 한다.소외계층과 장애인 등을 학대하고 착취하는 자들은 더욱 준엄하게 처벌되어야 한다. 단속 관서에도 책임을 분명하게 묻지 않으면 안된다. 작은지역사회에서 단속 기관의 묵인이나 비호 없이 다년간 가혹한 위법행위가 자행될 수 있는가.경찰서,보건소,군청 어느한 군데서도 몰랐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탈출한 피해여성이왜 서울까지 와서 신고해야 했겠는가를 해당 지역 관계자들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
  • 연애편지 681통 등 한전 사원들의 이색 기록

    681통의 ‘연애편지’를 주고 받은 직원.400여회의 인형극을 무료로공연한 과장.5만4,800여장의 우표를 수집한 직원…. 한국전력이 지난해 말 발행한 ‘기업문화를 가꾸는 사람들’이라는책자에 실린 진기록들이다. 부산지사의 이호평 과장(41)은 681통이나 되는 연애편지를 받은 ‘행복한’ 사내다. 80년대 초 삼천포지점에 근무하면서 부산에 사는 현재의 아내와 5년동안 주고받은 편지다. 전남지사의 김기수 과장(54)은 중1때부터 40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쓰고 있다.김과장은 “중1때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일기장을선물받으면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면서 “부끄러운 기록을 남기지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전기(電氣)를 훔쳐쓰는 사람들을 끝까지 추적해 30년 동안 16억7,000여만원의 위약금을 받아낸 부산지사 염갑중 부장(48)은 한전의 보물이다. 도전(盜電)을 적발하려는 집념과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게 동료들의 증언이다. 노무처의 허정석 과장(48)은 대학 시절 법학을 전공한 사무직이면서도 산업안전기사1급,전기기사2급,교원자격증 등 10개의 자격증을 땄다. 울산화력발전처 양기실 과장(54)은 고2부터 꼭두각시극 공연을 시작,지금까지 400여회의 공연을 무료로 했다.남서울전력관리처 신장철과장(47)은 지난해 서울단오제에 양천구 대표로 출전해 한발차기 300회,양발차기 400회 등 710회로 우승한 ‘제기차기의 달인’이다. 전영우기자 ywchun@
  • “알뜰살림 가계부 쓰기 나름”

    새해를 맞아 주부들에게 가계부가 새로운 인기를 모으고 있다.경제상황이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짜임새있는 가계운영을 위해가계부를 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 99년부터 가계부를 만들어 배포해온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권수현 사무총장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가계부를 나눠달라는 사람들이부쩍 늘었다”면서 “남성 중에도 가계부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무척 많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가계부를 정리하는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17년째 내리가계부를 쓰는 주부가 있는가 하면 봉투에 매월초 쓸돈을 넣어두고그 한도를 지키는 주부도 있다.‘나만의 방법’으로 가계부를 적는이들을 소개한다. ▲가계부는 나의 동반자=서정애씨(44·성남시 분당구 서현동)는 결혼직후인 17년전 검은비닐 표지의 금전출납부 부터 컴퓨터 파일까지 13권의 가계부를 갖고 있다.기록보다는 절약을 위한 것이었다.그는 가계부를 쓰면서 물건값을 비교,더 싼곳을 찾게 됐고 연평균 씀씀이를보면서 예산세우기가 몸에 익었다고 밝혔다. ▲봉투 가계부 편해요=결혼 9년째인 김만자씨(36·경기도 고양시 행신동)가 봉투로 가계부를 대신한지 벌써 4년이 지났다.매월 남편월급날 아이들 보험료 등 자동이체금 총액에 5만원을 더한 금액을 통장에 남겨놓고 모두 현금으로 찾는다.이를 10개 봉투에 나눠담는다.한달을 5주로 나눠 주당 생활비(부식비·세탁비 등 포함) 7만원(지난해 12월까지는 5만원)씩을 5개 봉투에 나눠 넣는다.그리고 아이들 교육비,우유·쌀값 등 고정지출비를 각각 봉투에 담는다.간혹 집안 행사나명절이 끼어있는 달에는 봉투를 하나 더 만든다.남은 돈은 예비비통장에 넣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통장에서 돈찾는 일은 자제한다.김씨는 “가계부와 달리 살아온 모습을 돌아볼수 없다는 약점이 있지만 봉투에서 돈을 꺼낼 때마다 ‘너무 많이 썼다’‘절약해야겠다’는생각이 든다”며 절약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포스트?? 활용=결혼 2년째인 류모씨(26·서울시 양천구 목동)는 직장다니랴 집안 일에 시달리랴 시간이 없어 날마다 가계부를 적지는못한다.그래서 스티커형 메모지인 포스트^^을 활용하고있다.지갑에포스트?堧? 붙이고 지출내역을 꼼꼼히 메모한 뒤 그 포스트^^을 주말에 한꺼번에 정리한다. ▲가계부,여자만 쓰나=광고대행사 오리콤에 근무하는 홍준의씨(34)는4년째 아내 대신 가계부를 쓴다. 홍씨는 엑셀프로그램으로 토요일마다 한주의 수입·지출내역을 정리한다.공과금 등 자동이체 내용과 신용카드 사용내용을 항목별로 기입한다. 강선임기자 sunnyk@. *가계부사이트 모음. 사이버가계부 프로그램은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는 단순한 것부터 예산작성과 금융자산관리 기능을 수행하는 다소 복잡한 것까지 다양하다. 컴퓨터에 능숙한 이들은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나만의 가계부’를 만들 수 있다.그러나 컴퓨터운용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사람도사이버가계부를 작성할 수 있다.인터넷사이트에서 프로그램을 무료로다운받거나,회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마이인터넷 다이어리(www.myinternetdiary.com) 일정기간 동안 지출예정금액을 입력하면 그 금액이 초과됐을때 경고메시지가 뜬다. 원하는 기간의 항목·일자별 통계내용을 볼 수있다.회원가입만으로사용할 수 있다. △홈노트(homenote.co.kr) 그날그날 메모할 사항을 정리해둘 수 있는공간이 있어 편리하다. 예산수립이 가능해 몇달치 계획을 미리 입력할 수 있다. △가계부만들기(www.gagaebu.com) 수입지출을 간략하게 적을 수 있다.기록용이다. △햇쌀가득한 집(www.okriu.co.kr)·리듀스인터넷일기장(www.diarizen.co.kr) 회원으로 가입하면 가계부 사용이 가능하다.
  • 대한매일 신춘문예 당선작 동화/ 다락방 친구- 공지희

    우리집은 도시 변두리에 있는 장미연립 오 층,맨 꼭대기집이다. 밖에서 보면 오 층 건물 지붕 위에 더 높이 뾰족한 빨간 지붕이 솟아 올라 있다.그 뾰족한 부분은 다락방이다. 엄마는 다락방을 창고로 생각한다.안 쓰는 물건을 잔뜩 갖다 놓고 청소는 하지 않아서 언제나 먼지가 풀풀 날린다.하지만 나는 이 곳을우리집에서 제일 좋아한다. 다락방엔 나만의 비밀공간이 있다.책장과 커다란 상자가 쌓여 있는뒤쪽에 있다.나는 거기다가 하나하나 귀중한 물건을 모아 두었다. 미니카,딱지 모은 것,구슬통,미니게임기.그리고 비밀일기장까지 숨겨 두었다. 만화책은 꼭 다락방에서 본다.그래야 더 재밌다.일기도 물론 여기서쓰면 더 잘 써진다. 처음에는 화가 나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 가끔 다락방엘 올라 왔었다. 한 번 올라오고 두 번 올라오고,그러다가 어느 날 부터인지 화가 나지도 않고 속상하지도 않은데 다락방엘 올라 오고 싶어졌다. 나는 다락방이 자꾸만 좋아졌다. 다락방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생각을 차분하게 모아주기도 하고,또 새로운 용기를 주기도 했다. 별이 초롱초롱 빛나는 밤 하늘이 그렇게 예쁜지 나는 이 다락방에서알게 되었다.또 지붕으로 비가 내리는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도이 다락방에서 알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이 다락방을 뺏길지도 모를 일이 생긴 것이다. 어느 날,아버지가 갑자기 내 다락방에 올라 왔다. 아버지가 다락방에 올라 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나는 그 때 미니게임기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내 게임기를 보면서,“나도 한 번 해 보자.” 했다. 아버지와 나는 번갈아 가면서 게임을 했다. 다음날,아버지는 또 다락방에 올라왔다. 아버지는 내가 읽고 있던 만화책을 들여다 보았다. 나는 잔뜩 긴장을 하면서 아버지 눈치만 살폈다.내가 만화책을 보는것을 싫어할 것 같아서였다.그런데 아버지는 화를 내지 않았다.오히려 내 옆에 앉으면서 “재밌니?”하고 물었다. 나는 고개만 끄덕거렸다.그러자,아버지는 다른 만화책을 한 권 꺼내바닥에 엎드려서 보기 시작했다.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아버지는 ‘큭큭!’ 웃기까지 했다. 나는 놀라서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재밌어요?”아버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날,아버지와 나는 한참 동안 만화책을 함께 보았다. 나는 아버지 옆에 조용히 앉아서 생각했다. ‘언제나 바빠서 집에 늦게 들어오는 아버지가 요즘은 왜 이렇게 일찍 들어올까? 늘 피곤해 하던 아빠가 지금은 안 피곤할까? 집에 오면 거의 아무말도 없고 신문이나 텔레비젼만 보는 아버지가 이제는 신문이나 텔레비젼이 재미 없어진 걸까?’궁금했지만 아버지에게 물어보지는 못했다. 나는 아버지가 무서웠다.왠지 가까이 느껴지지가 않고 남처럼 느껴질 때가 더 많다.언제나 친구처럼 놀아주는 아버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 날 밤,엄마와 아버지가 하는 얘기를 듣고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아버지 회사에 큰 일이 생긴거다.가끔 들었던 ‘부도’ 라는 것이 아버지의 회사에도 일어났단다.엄마는 눈물을 흘렸고,아버지는 긴 한숨을 쉬었다. 다음날,비가 왔다. 나는 학교에서 오는 길에 생각했다. ‘오늘도 아버지가 다락방에 올라 올까?’집에 와 보니 아버지는 벌써 다락방에올라 와 있었다. 정말 이러다가 아버지가 다락방을 혼자 쓰겠다고 할까 봐 겁이 났다. 아버지는 다락방 창문 앞에 앉아서 비 오는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오밀조밀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 너머로 들판이 보였다.막 추수를 끝낸 논이 쓸슬해 보였다.아버지는 더 멀리에 얕으막한 소나무 언덕을보고 있는 것 같았다. 지붕으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음악같이 들렸다. “두둑 두두둑!” 오늘 같은 날은 다락방에 있기가 더 좋은 날이다. 아버지도 그걸 알았나 보다. “야! 희동이 다락방 최고다.”아버지는 감탄스런 목소리로 엄지손가락을 내보였다. 이제는 아버지에게 다락방을 내 놓아야 할 때가 된 건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희동아! 여기가 좋으니?”“네”아버지는 고개를 크게 끄덕끄덕 했다. “나는 다락방이 싫었어.”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아버지도 너 만할 때 다락방에서 살았거든.”“정말이요?”“그래.아버지 살던 산동네 집은 아주 좁았단다.어머니 아버지,그리고 할머니,그리고 사 남매가 함께 살았지.”“일곱 식구였네요?”“그래.집은 좁은데 식구는 많았지.방이 모자라서 아버지는 작은아버지랑 다락 방을 함께 썼어.”나는 아버지 옆에 나란히 앉아서 아버지와 함께 비 오는 창밖을 내다 보았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점점 낮고 부드러워졌다. “서서 허리도 펴지 못할만큼 천장이 낮았어.동생이랑 둘이 누우면꽉 찰 만큼 좁고… 다락방이 참 싫었어.”나는 머리속으로 아버지의 다락방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다락방에 누워서 잠을 잘 때면 빨리 커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지.그러면 천장이 높은 내 방 하나를 갖는 거야.커다란 창문 앞에반지르르 칠을 한 멋진 책상을 놓고 싶었어.그러면 저절로 공부가 잘 될 것 같았지.”아버지의 옆 얼굴을 보는데 괜히 가슴이 찡해졌다. “그런데 지금은 그 다락방이 그리워.”아버지는 고개를 돌려가면서 다락방을 샅샅이 훑어보았다.마치 그립다던 그 다락방에 다시 온 것 같은 얼굴이었다.나는 가슴이 조마조마해졌다. ‘그럼 다락방이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아버지는 다행히 나에게서 다락방을 뺏으려 하지 않았다.하지만 아버지가 집에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다락방에 올라와있는 시간도 점점 늘어났다. 나는 다락방을 혼자 차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아버지와 다락방에 같이 있는 것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버지가 다락방에 올라온 뒤로 재밌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만화책을 아버지랑 같이 보니까 혼자 보는 것 보다 더 재밌다. 게임도 역시 둘이 번갈아 하니까 더 재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은 건 혼자라서 할 수 없었던 놀이를 하는거다. 딱지치기나,구슬치기는 아버지가 나보다 훨씬 더 잘했다.아버지가 딱지를 접는 솜씨도 정말 예술이었다. 과자도 같이 먹고,라면을 끓여와서 같이 먹기도 했다. 그리고 또 좋은 게 있다.아버지가 놀이를 하면서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이다. 이 옛날이야기는 옛날에 옛날에… 하는 전래동화가 아니다.아버지가들려주는 아버지 어릴적 이야기다. “아버지 어릴 적에는 말야….” 하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참 재밌다. 작은아버지랑 고모들이랑,친구들이랑 놀던 이야기들이다. 아버지는 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얼굴에 웃음이 활짝 핀다. 아버지 웃는 얼굴은 정말 오랜만에 보았다.나는 아버지 이야기도 재밌지만 아버지가 웃는 얼굴을 보는 게 너무 좋았다. 이제는 아버지가 하나도 무섭지 않다. 다락방에 올라온 아버지는 예전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다락방에 올라올 때 마다 점점 어린아이 같아 졌다. ‘혹시 계단을 올라오면서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건 아닐까? 아니 아예나이를 뚝,떼어 버리고 올라 오는 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어떨 때는 형 같이 느껴졌다.그러다가 어떨 때는 꼭 친구같았다. 나는 바닥에 엎드려 일기를 쓰고 있었다. 아버지도 나를 따라서 공책을 펴고 엎드렸다. “나도 이제부터 일기 좀 써야지.”이 다락방에서는 내가 아버지를 따라하고,아버지가 나를 따라하는 일이 많았지만,아버지가 일기를 쓰는 것까지 나를 따라 한다는 게 어쩐지 어색해 보였다. 아버지는 공책의 하얀 종이를 한참을 들여다 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십오 년 만에 일기를 쓸라니까 뭘 써야할 지 모르겠네?”“십오 년만이라고요? 정말?”내가 이 세상에 태어 나지도 않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보다 더 긴 시간이다. 그 긴 시간동안 아버지가 일기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니.그만큼 바빴던 걸까? 아니면 여유가 없었던 걸까?“희동아! 너는 뭘 쓰는데? 좀 보여줘라.”아버지는 어린애처럼 졸랐다. 우리는 일기를 다 쓰고 바꿔 보았다. 나는 일기를 이렇게 썼다. 제목: 다락방 친구요즘 새 친구가 생겨서 너무 신난다. 다락방에서 같이 노는 친구다. 나이도 많고 늙었지만,마음은 나와 똑 같은 열 한 살 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재미있게 놀아 본 적이 없었다. 요즘은 너무 행복하다. 언제까지나 나와 함께 놀았으면 정말 좋겠다. 나는 다락방 친구가 너무 좋다. 아버지는 일기를 편지처럼 썼다. 내 아들 희동아. 우리 희동이 많이도 컸구나.참 자랑스럽고 기쁘다. 아버지가 너무 힘들었는데 희동이가 함께 있어줘서 참 든든하단다. 희동이하고 다락방에서 지내는 시간이 너무 재밌고 좋다. 내가 이 곳에서 너와 함께 있는 동안 뭘 찾았는지 가르쳐 줄까?내가 어릴 적 살았던 다락방에서 품었던 꿈을 찾았단다. 이제 아버지는 힘이 막 솟아나서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거 같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희동이를 사랑하는 아버지가. 그 뒤로 우리는 늘 다락방에서 붙어 있었다.엄마가 직장에서 돌아와서 우리를 막 불러 내야만 마지 못해 내려왔다. 난 이제 아버지가 조금도 무섭지 않다.친구가 되었으니까. 그런데 요즘 섭섭하게도 아버지가 다락방에 올라오는 일이 뜸해졌다. 다시 일을 하게 되어 바빠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집에 있는 동안에는 우리는 잠깐이라도 다락방에 올라간다. 나는 아버지랑 예전처럼 놀지 못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다락방에는 아버지랑 같이 놀았던 기억이 가득하니까. 공지희
  • 기쁨 두배로 즐길 수 있는 7가지 방법을 보면

    곧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로 도시의 연말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하지만 경기침체와 취업난으로 예년 같지 않다는 지적이다.리얼 공간이차분한 연말연시를 맞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인터넷은 어떤 모습일까. 벌써 각종 온라인 경품 이벤트로 들썩들썩하다.인터넷을 이용하여 멋지게 연말을 보낼 수는 없을까.여기에 7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음악과 백신파일까지 끼워 주는 e-mail 카드 거리마다 쏟아져 나오는 크리스마스와 새해·설날 카드들.그러나 카드를 직접 사러 다닐시간과 여유가 없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무심할 수는 없는 법.인터넷에는 재미나고 실용적인 인터넷 카드가 수두룩하다.인터넷 카드는 재미난 이야기를 실은 동영상 카드가 인기인데,음악도 함께 실어 보낼수 있다.‘다음’이나 ‘야후’등 포탈사이트나 ‘시즈메일(www.cizmail.com)’‘Send2u(www.send2u.co.kr)’등의 메일 전문 사이트에서다양한 종류의 메일을 맘껏 고를 수 있다.특히 바른손카드(www.barunsonco.kr)의 ‘나만의 카드’,에브리존(www.everyzone.co.kr)의 동영상 백신 메일을써보는 것도 실용적이다. ◆정확하고 편한 인터넷 연말 세금정산 모든 소득이 노출되는 봉급생활자에게 연말정산은 효과적인 절세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일이다. 국세청 홈페이지(www.nta.go.kr)와 재테크전문 사이트 크레디앙(www.credian.com)이 대표적으로 연말정산과 관련된 정보와 자동계산프로그램을 서비스한다.삼일인포마인(www.samilinfomine.com)총무닷컴(www.chongmu.com)수노이닷컴(www.sunoi.com)도 대표적인 곳이다.또 비즈라인(www.bizline.co.kr)은 연말정산 무료 사이버특강을 이달말까지 실시해 궁금점을 풀어준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사이버 사랑고백을 한해동안 마음에만 두고 사랑고백을 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인터넷을 통해 독특한 사랑고백을 연출해 보자.인터넷에는 상대를 사로잡을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즐비하다. 커플간에 마음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개인광고’는 딴지일보(www.ddanzi.com)가 유명하다.사진과 사연을 운영자에게 보내주면 내용을 심사해 사이트에 광고를 실어주는 것이다.또 세이클럽(www.sayclub. co.kr)의전광판도 효과만점이다.아이스월드(my.netian.com/~amblro/)를 통하면 미리 만들어진 샘플을 응용해 즉석에서 공짜 배너를 만들 수 있다. ◆새해 계획을 인터넷에서 관리하자! 연말이 되면 꼭 챙겨야할 필수품 다이어리.이젠 손에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인터넷에서 자신의다이어리를 만들어 일정관리는 물론 일기장으로도 쓰는 사람이 늘고있다.타임글라이더(www.timeglider.com)마이플랜(www.myplan.co.kr)마이쉘(www.myshell.com) 등에서 날짜·시간별 일정을 한 눈에 관리할 수 있는 웹다이어리와 캘린더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텔미텔미(www.telmetellme.com)에서는 웹상에 기록된 주소록·메모·일정·이메일 등을 24시간 전화로 듣고 녹음할 수 있으며,음성 이메일과 메모를 작성할 수 있다.또한 마이인터넷다이어리(www.myinternetdiary.com)와 다이어리즌(www.diarizen.co.kr)에서는 가계부와 차계부를 비롯 육아일기장과 개인 일기장도 제공한다. ◆연말 인터넷의 꽃 쇼핑몰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타고 활짝피어난 건 인터넷의 꽃 쇼핑몰.흰눈,크리스마스 트리와 산타그림 등으로 사이트 디자인도 바꿨고 접속시 캐롤송까지 들려줘 연말 분위기를 한층 돋군다.지금 쇼핑몰은 그야말로 백화점 세일이 부럽지 않을정도로 각종 기획 상품전과 이벤트가 한창이다. 바이엔조이(www.buynjoy.com)한솔CSClub(www.csclub.com)등은 N세대,커플,아이들,가족,고마운 사람 등을 위한 맞춤용 선물코너를 따로마련했다.또 개성있게 나만의 선물을 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사이트도 부쩍 늘었다.커플타운(www.coupletown)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나 사연을 선물에 적어 보낼 수 있다.특히 사진이 들어간 캐릭터 글씨를 새겨주는 다이어리 등과 함께 닮은꼴 인형 주문판매도 인기를끌고 있다. ◆불우이웃도 온라인에서 돕자 한파가 몰아닥치고 경제도 침체 일로에 있는 요즘,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는 싶지만 방법을 모를 땐 인터넷에 접속하면 쉽게 할 수 있다.온정의 온(溫)라인이 올해엔 대거 등장했기 때문. 대표적인 사이트는 구세군 사이버 자선냄비(www.salvationarmy.or.kr).ARS모금과 휴대폰 기부,헌혈증보내기 등 온라인에서 여러 방법으로 기부가 가능하다.산타나라(www.santanara.net)는 배너광고를 클릭해 모은 적립금을 사회단체에 기부하며 모아주자(www.moajuja.com)에서는 마일리지 업체들의 사이버머니를 모아 불우이웃 성금으로 쓸 예정이다. ◆풍성한 연말 공연 예약도 인터넷에서 밋밋하게 연말을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풍성한 연말 공연이 기다린다.인터넷 티켓예매는 필수.티켓링크(www.ticketlink.co.kr)와 티켓파크(www.ticketpark.com) 등에서는 좌석위치까지 확인하며 예약할 수 있다. 또 세종문화회관(www.sejongpac.or.kr)국립극장(www.ntok.go.kr)예술의 전당(www.sac.or.kr)정동극장(ww.chongdong.com)LG아트센터(www.lgart.com) 등 주요 공연장 사이트도 인터넷 예매 서비스를 실시한다.신용카드 등으로 결제하면 입장권을 우편으로 받거나 공연당일 현장에서 찾을 수 있다.수수료는 없다. 전효순기자 hsjeon@
  • 정세영회장 회고록 출판기념회

    정세영(鄭世永)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회고록 ‘미래는 만드는것이다’ 출판기념회가 23일 오후 6시30분 서울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기념식에는 정상영(鄭相永) KCC명예회장 등 형제를 비롯한 정씨 일가,자동차 업계 관계자,국·내외 주요 인사 등 1,000명이 자리를 같이했다.그러나 정몽구(鄭夢九·MK) 현대·기아자동차총괄회장과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이사회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정 회장은 인삿말을 통해 “책을 집필하는 동안 수십번을 고쳐쓰기도 하고,더러는 오랜 기억을 더듬느라 틈틈이 기록해 둔 일기장을 뒤지기도 했다”며“오늘 이 자리를 자동차 인생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전환점으로 삼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자동차를 포함해 우리나라 모든 산업 분야의 위상은 현재 99%까지 선진국 수준에 와 있다고 믿는다”면서 “모두가 마지막 1%의정성을 다해 준다면 우리의 모든 산업분야가 세계시장에서 당당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병철기자 bcjoo@
  • ‘님은 가시고‘ 시집 낸 송철봉 할머니

    “잠깐 세우(細雨)에 녹색 신엽/더욱 청청 눈 부셔라/적색 단풍에기대선 옥매화야/호접이 너더러 무어라 속삭이더냐…” 눈이 어두워 펜 잡는 것조차 쉽지 않은 팔순의 벽촌 할머니가 시집을 냈다. 전북 익산시 왕궁면 도순리에 사는 송철봉(宋喆鳳·83)할머니는 최근 ‘님은 가시고 꽃은 피고(방문사 간)’란 시집을 펴냈다. 167쪽의 시집은 송 할머니가 9남매를 기르며 평생 20여권의 일기장에 빼곡히 정리해둔 가족사랑 및 삶의 애환 가운데 70여편의 시와 일기를 간추려 담았다.특히 12년전 먼저 타계한 ‘할아버지(金一榮)’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물씬 배어있다. 보통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송 할머니는 “막내사위의 성화에못이겨 글같지도 않을 글을 책으로 냈다”고 겸손해 했다. 송 할머니는 서른아홉살때 버스화재 사고를 당해 딸을 가슴에 품고보호하느라 심한 화상을 입었다.당시 할아버지는 송 할머니에게 “먼저 가면 안돼,벽에 기대고 살아도 좋으니 살아만 달라”고 말했다.송할머니는 요즘도 밤에 할아버지 사진을 머리맡에 둬야 잠이잘 온다고 한다.6남3녀 중 장남 김병한씨(남원 용성중)와 차남 병채씨(만경여상)는 지난해 교직에서 정년퇴임했지만 아직도 아들,딸,며느리 등6명이 교직에 있다. 송 할머니의 조카인 김병량(金炳亮) 경기도 성남시장은 시집 앞머리‘추억하는 글’에서 “‘작은 어머니’는 가정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무척 강하고 평소 늘 메모하는 습관을 갖고 계셨다”고 회고했다. 전주 조승진기자 redtrain@
  • [오늘의 눈] 노예매매춘과 ‘검은 경찰’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 ‘경찰 수사력의 한계’……. 전북지방경찰청이 지난 9월19일 발생한 군산시 대명동 윤락가 화재사건 재수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공무원들의 금품 수수 의혹 등에 대한 의혹 제기에 못이겨 수사 주체를 지방 경찰청으로 승격시켜 재수사에 착수한 지 20여일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그러나 재수사 결과에 대해 대다수 시민들은 ‘경찰이 하는 일이 그렇지’라며 냉소적인 반응이다.뇌물 상납 고리도 밝히지 않은 채 하급 경찰과 공무원 몇명만 ‘도마뱀 꼬리 끊듯’ 사법 처리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증거나 제보가 발견될 경우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말한다. 이미 수사가 벌어지고 있는데 제보나 증거가 더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말이지만 설혹 제보나 증거가 있어도제대로 수사할지 의문이다. 초동수사시 일기장도 발견하지 못했다.윤락가 불법을 파헤칠 결정적단서가 될 업소의 장부 하나도 확보하지 못했다.뒤늦게 임모씨의 일기장에서는 감금된채 윤락을 강요당해온 사정이 자세히 드러났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김모양이 뇌물 상납 증언을 할 때까지 경찰은 뇌물 부분에 관한 한 꿈적도 하지 않았다. 단지 화재 발생 후 거의 두달 만인 9일에야 포주와 연락을 취하며수사 진행 상황을 알려준 군산경찰서 역전파출소 전모,차모 경사에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화재가 난 뒤 “윤락가가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고 포주는“파출소 직원과 일면식도 없으며 떡값을 준 일도 없다”고 상납을부인했다.하지만 파출소 직원과 포주는 화재 당일에도 두세 차례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거짓이 들통났다.여전히 뇌물 부분은 밝혀지지 않은 채였다.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감추려 한 그들의 끈끈한 관계의 비밀은 무엇일까.경찰은 왜 의문점을 속시원히 밝혀내지 못하는 것일까. “꽃다운 나이에 스러진 어린 영혼들을 위해서는 각종 의혹들이 밝혀져야 한다”는 시민들의 주장은 강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지방경찰청마저 안된다면 경찰청 본청이 개입해서라도,그래도 안되면 검찰이 나서서라도 노예매매춘에 기생하는 검은 공무원들을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다. [조 승 진 전국팀 기자]redtrain@
  • “매매춘여성 인권유린 철저 수사를”

    “희생자들이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매매춘 여성이라고 해서 수사를대충대충 하는 것은 ‘인권 국가’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전북 군산시 대명동 매매춘지역 화재 참사사건 대책위원회의 안향자(安香子·53) 공동대표는 “경찰이 매매춘업소 주인들과의 유착 등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사건을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려 하고있다”면서 당국의 수사 태도를 강하게 성토했다. 대책위는 전북도와 전북경찰청에 대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국감일정에 맞춰 27일 오전 10시부터 전북도청사 앞에서 100여명의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피켓시위를 벌였다. 안 대표는 “이들 희생자들은 여성으로서 한달에 한번씩 하는 ‘생리’까지도 거를수 있는 ‘주사’를 맞아왔다”면서 “이는 포주들이매매춘 여성들에게 인간 이하의 대접을 해왔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희생자들 대부분 강제로 이 곳에 팔려왔으며 감금과 폭행,화대 갈취 등의 인권 유린 사실이 이들의 일기장을 통해 드러났는데도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국감을실시하는 국회의원과 시민들에게 직접 호소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편 대책위는 이에 앞서 26일엔 한국여성단체연합 등과 공동으로윤락업소들의 불법행위를 막지 못한 전북경찰청장과 군산경찰서장,사건 담당 검사,군산시장 등 관련 공무원을 포함해 14명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또 희생자 유족들은 이날 불법감금과화대 갈취,당국의 단속소홀 등의 책임을 물어 국가와 군산시 등을상대로 9억1,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안 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사법당국의 처리 태도는 우리 사회의인권 수준을 가늠할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전주 조승진기자 redtrain@
  • [외언내언] 사이버 생존게임

    엿보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일러 ‘피핑 톰(Peeping Tom)’이라고 한다.11세기 영국 컨벤트리마을의 백작 레오프릭은 가렴주구(苛斂誅求)를 일삼아 주민들의 원성을 산다.그는 자신의 부인이 세금감면을 간청하자 화를 내며 “알몸으로 백마를 타고 시장을 한바퀴 돌면 들어주겠다”고 한다.뜻밖에도 백작부인은 그렇게 한다.대신 마을 사람들은 집안 덧문을 내리고 이를 보지 않기로 했다.그러나 단 한사람,재단사 톰은 호기심을 억제하지 못하고 백작부인을 훔쳐보다 백작에게들킨다.그래서 톰은 결국 장님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리스신화에서 나르시스는 물 위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홀딱반해 상사병에 걸려 죽는다.자기애(自己愛)를 일컫는 나르시시즘에도‘관음적(觀淫的) 쾌감’은 배어 있다.나르시스는 물을 통해 ‘엿보는’ 쾌감 속에서 자기 자신을 사랑한 것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엿보기 심리는 인간의 오랜 본능인 것같다.사실 훔쳐보는 행위와 그를 통한 즐거움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답안지 훔쳐보기,옆사람 신문 엿보기,동생 일기장 훔쳐보기,문자사서함 엿보기….이런 일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하기야 예전 우리나라에서도 초야(初夜)의 신방은 창호지에 구멍을 내어 엿보는 동네 아낙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네덜란드 한 케이블TV는 처음 만난 성인남녀 9명을 외딴 집에 가두어 놓고 이들의 행동과 대화를 낱낱히 찍어 방송한 적이 있다화장실과 침실에 카메라를 설치한 것은 물론이고 적외선 카메라까지동원해 ‘어둠 속’까지 찍어냄으로써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도 외딴 곳에서 생활하는 성인남녀 10명의 56일간 모습을 24시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사이버 생존게임’이 곧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경기도 한 독립가옥에서 살며 주최측이 제시한 각종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방송한다는 소식이다.매일 한명씩 탈락시키는 생존게임식 일상을 소개해 건강한 엿보기 문화를 유도하겠다고 주최측은 설명한다. 그러나 엿보기가 아무리 인간 본능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나치게만연되어 있는 사회는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어느 사회이건간에 엿보기는 어느 정도 통제가 필요하고,그 테두리는 개인의 사적 영역을보호하는 수준이 적당하다고 보기 때문이다.비밀스런 것이 너무 많이공개돼 있는 것도 현대사회의 큰 문제다.‘사이버 생존게임’ 인터넷 중계가 자칫 관음증 문화를 부추겨서 ‘피핑 톰’이나 ‘나르시스’를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와선 안될 일이다. 박건승 논설위원
  • [해외 항일전적지를 찾아서] (10)美洲 거점 워싱턴DC·미디아市

    [필라델피아·워싱턴DC 김삼웅주필] 8월초 필라델피아시는 공화당전당대회 관계로 온 시가지가 시끌벅적하고 호텔방의 예약도 어려웠다.변두리 초라한 모텔에서 자고 오전 일찍 펜실베이니아주 미디아시에 위치한 서재필박사 기념관을 찾았다. 대지 1.5에이커, 건물 4,000평방피트의 이 건물은 서박사가 1925년에 입주하여 1951년 서거할 때까지 25년동안 조국의 독립과 근대화를염원하며 활동의 근거지로 삼아 기거했던 곳이다.이 유택은 1987년서박사기념재단이 구입하여 기념관 뿐만 아니라 한국이민 역사에 관한 도서실과 연구실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서박사가 쓰던 유물 가운데 역사적 유품은 이미 한국독립기념관으로이관되었으며 그밖의 유품들은 기념관에서 보관하고 있다는 이지영사무총장의 설명이다.유물중에는 서박사의 손떼묻은 성경책과 일기장이 전시돼 있고 192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안창호 선생과 찍은 사진도걸려있다. 정원이 한국식으로 꾸며진 것이나 한국산 대나무를 심은것 등은 서박사의 조국사랑 정신을 기리는 것이라 한다. 서박사는 김옥균·홍영식 등과 갑신정변을 일으켜 18세 나이로 병조참판이 되었으나 정변의 실패로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해 워싱턴대학 의과대학에 입학,세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미국과 인연을 맺었다.서박사는 1894년 갑오경장때 귀국하여 독립협회를 창립하고,1896년에는 ‘독립신문’을 창간해 국민의 독립정신을 드높이는한편 사대의 상징인 영은문 터에 독립문을 세웠다. 그러나 수구세력의 책동으로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3·1운동 후에는 한국문제를 세계여론에 호소하는 한편 ‘한인친구회(Friends of Korean)’를 조직,재미교포들을 결속해 독립운동후원회를 만들었다.그리고 상해 임시정부와 긴밀한 연락을 취하면서 외교위원장 자격으로 필라델피아에 ‘한국통신부’를 두고 활약했다. 1922년에는 워싱턴 군축회의에 독립을 청원하는 연판장을 돌렸고 1925년에는 호놀룰루의 범태평양회의에 한국대표로 참석,일본의 야만성을 폭로했다.독립운동으로 파산상태에 이르러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강의하고 광복후 80세의 노령으로 미군정 고문으로 초빙되어귀국,노혁명가로 국민의 추앙을 받았으나 시국의 혼잡함속에서 세번째로 미국으로 건너가 여생을 마쳤다. 서박사의 미국내 독립운동 사적지로는 1914년 4월 필라델피아에서개최한 ‘한인자유인대회’의 장소와 1919년에 창설한 ‘한국통신부’건물을 들수 있다.한국통신부는 상해 임시정부 구미위원부의 산하인데도 불구하고 서박사의 노력으로 필라델피아에 본부를 두고 독자적인 조직으로 활발하게 대미선전 활동을 벌였다.1919년 한국통신부는 필라델피아 체스넛 1524번지 웨이트맨 빌딩 825호에서 ‘한국평론(Korea Review)’을 발행하면서 국제사회에 일본 식민통치의 부당성과 한국독립의 당위성을 선전했다. 서박사는 1920년 9월부터 한국통신부 바로 옆 체스넛 1537번지에 Philip Jaisohn Company라는 인쇄소와 문방구점을 운영하면서 ‘한국평론’을 발행하였다.8층 건물이었던 한국통신부 건물이 현재는 3층 건물만 남아 GAP outlet라는 의류체인점이 들어있다.인쇄소와 문방구가있던 건물도 신축되어 약품상이 입주해 있다. 서재필 이승만 조병옥 등 유학생과 임병직 선교사 등 150여명이 모여 ‘한인자유인대회’를 열었던 필라델피아 17가 리틀극장은 지금도여전히 연극 전용극장으로 이용되어 고색창연함을 보여준다.필라델피아 역사보존회가 승인한 역사보존물(제391호)로 지정돼 있다.서박사 일행은 한인자유인대회에서 임시정부 수립과 한국독립을 천명하고결의안을 채택한 다음 미국독립기념관까지 태극기 퍼레이드를 벌이고 한국통신부 설치를 결의했었다.서박사는 이 대회에서 의장으로 추대되었다. 필라델피아 미디아시 로즈 트리공원에는 서박사의 광복운동과 생애를 기리는 서재필박사 기념비가 세워져 이웃주민들의 발길을 멈추게한다. 대한제국 정부는 1880년대부터 대미외교를 중시하여 워싱턴시에 주미외교의 본산인 주미공사관을 설치했다.처음에는 박정양 공사가 워싱턴시의 스트리트 1513번지 3층 건물을 임대해 쓰다가 1891년 시 중심지인 15가 1500번지의 독립빌딩을 당시로는 거금인 2만5,000불을주고 매입, 공사관으로 사용했다. 현재 백악관에서 동북쪽으로 길게 뻗은 버먼트 에버뉴가 13 번가와교차하는 노건로타리에 위치한다.주소가 로건 15번지다.이 공사관은대한제국이 국권을 일제에 빼앗길 때까지 공관으로 사용하다가 강제합병과 함께 주미일본대사에게 넘어갔다. 대한제국 황제 이희의 명의로 등기되었던 이 건물이 1910년8월29일주미일본대사 우찌다에게 공사관 건물과 토지일체가 어떠한과정을 거쳐 넘겨졌는지는 미궁으로 남아있다. 소유권이 넘어가고 곧미국인 홀트에게 매각되어 현재는 개인소유 주택으로 사용중이다. 워싱턴 한인연합회에서는 1998년 이 건물의 매입을 시도했으나 예산부족으로 중단했다.한말 풍운과 함께 조국의 비극을 상징하는 유서깊은 이 건물을 현지 교민의 성금과 본국정부 지원으로 매입하여 사료관 등으로 사용했으면 한다.붉은 벽돌조 콘크리트건물로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영사관의 한미외교사료실장을 맡아 근현대 한미관계사의 사료를 수집·정리하고 있는 노령의 양기백 박사는 직접 현장을 안내하면서 이 건물의 역사를 증언한다. 워싱턴구미위원회는 1919년 상해에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과 함께이승만이 대통령에 선임되면서 이승만이 프랑스 파리의 주 파리위원회와 필라델피아 대한민국 통신부를 통합, 워싱턴구미위원회(구미위원부)를 조직하고 김규식·이대위·임병직 등이 업무를 수행케하였다 워싱턴 구미위원회는 창설때부터 1922년까지 노스웨스트 H스트리트1314번지 콘티넬탈 드르스트 빌딩에 본부를 두고 외교활동을 벌였다. 워싱턴시 중심가에 있는 이 빌딩은 그후 철거되고 그 자리에는 1951년에 신축한 뉴욕 에버뉴 장로교회가 웅장한 모습으로 세워지면서 옛자취를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구미위원부는 1922년에 개최된 워싱턴 국제회의를 겨냥한 외교활동에서 별 성과를 올리지 못한 뒤로는 활동이 현저하게 위축되었으며본부도 몇차례 옮겨 다녔다.1927∼1931년 구미위원회 본부였던 파크로드 1310번지의 붉은 2층 양옥은 지금도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kimsu@
  • 군산 화재참사 윤락녀 임모씨의 일기

    “날고 싶다.훨훨 새가 되어 꽉 막힌 곳을 벗어나…베란다 중앙에새장을 보았다.외로이 새 한 마리가 보였다.새의 울부짖음을 보며 나 역시 울었다” 지난 19일 전북 군산시 대명동 속칭‘쉬파리 골목’화재 참사로 숨진 윤락녀 임모씨(20)가 남긴 일기장이 23일 임씨가 스러져 갔던 잿더미 속에서 발견됐다. 임씨의 일기에는 감금된 상태에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자유와 인권마저 유린당한 채 하루하루를 겨우 연명해야 했던 윤락녀의 비애가 고통스러운 필치로 기록돼 있다. “오늘 하루가 왜 이렇게 긴지 모르겠다.너무 우울한 날이었다.집에 가고 싶다.정말 집에 가고 싶다.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참고 또 참아 겨우 울음을 달랬다(6월29일)” 임씨는 또 친구와 언니에게 차마 부치지 못하고 일기장에 남겨놓은편지 형식의 글을 통해 감금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망을 절절하게 적고 있었다. “항상 이곳에서의 마지막 날을 꿈꿔.그때 제일 먼저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 너와 언니,내 동생하구.빨리 자유라는 걸 되찾고 싶어…(중략)…혼자서 목욕탕가고 슈퍼 가고 커피숍 창가에 앉아 사람들 구경하고…근데 ○○야 내가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 임씨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던지 화재로 숨지기 이틀 전인 17일자일기에서“모든 걸 잊고 죽고만 싶다. 인간에게 질려버리고 짜증이 난다. 남자! 남자! 남자가 싫어진다.자꾸 외롭고 슬퍼지는 이유가 뭘까?” 그리고 임씨는 19일 새벽“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는 짤막한 일기를 남기고 이날 오전 9시30분 화염 속에서 꽃다운 스무살의 생을 마감했다. 전주 조승진기자 redtrain@
  • 한빛銀 불법대출수사‘대출압력 전화’진위 밝혀질듯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과 관련,박지원(朴智元) 문화관광부 장관이검찰에 자진 출두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19일 오전 검찰 수사팀은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보강수사를 재개하면서 결연한 의지를 보였지만 박 장관을 소환 조사하지 않고는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아도대다수의 여론이 믿지 않을 것이라는 데 심적 부담감을 느껴왔다. 검찰은 박 장관이 출두하면 박 장관이 신용보증기금 전 영동지점장이운영(李運永)씨를 상대로 대출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에 대해 진위를 가릴 계획이다.검찰은 우선 오는 21일 자진출두하는 이씨에 대한조사를 마친 뒤 이를 토대로 박 장관에 대해 조사를 벌이는 수순을밟을 것으로 예상된다.두 사람의 진술이 현격하게 엇갈릴 경우 대질신문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장관에 대한 조사의 핵심은 지난해 2월 청와대 공보수석으로 재직시 두 차례 아크월드를 도와주라는 압력성 전화를 이씨에게 했는지의 여부이다.만약 박 장관이 직접 전화를 건 사실이 밝혀지면 이씨에대한 사직동팀의 내사도 개인비리 때문이 아니라 권력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이씨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게 된다.검찰은 이씨가 “자진출두하면 박 장관의 외압을 입증할 녹취록과 일기장 등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한 점을 중시,증거의 신뢰성에 따라 두 사람의 주장에 대한진위가 가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가 박 장관과의 통화를 직접 녹음한 녹취록 정도의 증거를 제출하면 모르겠지만 증거의 신뢰성이 미비하면 “이번 불법대출과 관련해 결백하다”는 박 장관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검찰은 또 박 장관이 한빛은행 이수길(李洙吉)부행장에게 대출 및 감사와 관련,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여 권력형대출비리인지 단순한 대출사고인지를 가릴 방침이다. 이종락기자 jrlee@
  • ‘사이더 하우스’ 내일 개봉

    아마도,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가슴이 아주 따뜻한 사람일 거다. 늘 그렇듯그의 카메라가 보내는 시선에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출세작 ‘개같은 내 인생’에서는 흠집투성이의 세상을 보는 데 열두살 소년의 순수한 눈을 빌리더니,‘길버트 그레이프’에서는 과식증과 정신박약 환자를 둔 소외가족을 모두의 이야기로 반듯하게 이끌어 냈었다. 그 후일담같은 영화 ‘사이더 하우스’(원제 The cider house rules)는 어느 모로 보나 ‘할스트롬 표’다.일기장 한 귀퉁이에서 문득 끄집어낸 듯한유년의 기억과,조금은 모자라고 그래서 엉거주춤한 인간군상쪽으로 눈길이가있다. 이번에는 한적한 시골 고아원이 무대다.원장이자 산부인과 의사인 라치 박사(마이클 케인)가 호머(토비 맥과이어)에게 쏟는 정성은 유별나다. 그도 그럴 것이, 갓난아이 때 두번씩이나 입양됐다 퇴짜를 맞고 되돌아온 호머는 그후 18세가 되도록 단 한번도 고아원을 떠나본 적이 없었다.라치박사가 의술을 전수해줄만큼 고아원의 기둥으로 커있는 그에게 늦바람이 찾아온다. 낙태수술을 받으러온 캔디(샤를리즈 테론)와 월리(폴 러드) 커플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새삼 잊고 있던 꿈을 꾼 거다.드넓은 세상을 겪어보고픈 청년의 꿈. '집'을 떠난 청년이 새로 맞닥뜨린 세상에서 영화는 작정한듯 절망과 희망,상처와 이해를 교직시킨다.월리를 따라들어간 사과농장에서 호머는 난생처음 사랑을 알게 되지만,근친상간으로 임신한 막일꾼의 딸 로즈를 낙태수술해주면서 생의 방향을 튼다.낙태 반대론자이던 그가,원치 않은 임신이 또 다른인권을 해치는 거라며 낙태를 옹호하던 라치박사를 그제서야 이해하게 된다. 화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할 일이란 없는 건지도 모른다.제목의 함의는 퍽이나 깊다.누군가가 규칙을 만들고,다시 그 규칙을 깨가는 반복으로 세상은 조금씩 모양새를 갖춰간다는 얘기를 하려했던 게 아닐까. 소년과 청년 사이에서 멈칫멈칫하는 주인공 토비 맥과이어의 이미지는 성장영화의 캐릭터를 묘사하기에는 맞춤이다.‘디스 보이스 라이프’에서 동네건달 역을,‘아이스 스톰’에서는 케빈 클라인의 아들 역을 맡았던 그 얼굴이다. 올 아카데미에서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마이클 케인과 존 어빙에게 남우조연상과 각색상을 각각 안겼다.광선처리가 돋보이는 풍부한 화면이 한참동안 잔상을 남길 영화다.3일 개봉. 황수정기자 sjh@
  • 어린이·청소년 책세상

    각계 유명인사 13명이 어린이들에게 자신들의 성장과정을 소개하며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책이 나왔다.‘어린이 성공시대’(김영사). 소를 연구하고 싶어 수의학과를 택하고 최초의 복제 젖소 ‘영롱이’를 만든 서울대 황우석교수,여성 차별의 벽을 뚫고 국내 최초의 여자 경찰서장이 된 김강자총경,어려서 아버지를 여의어 내성적이었던 성격을 180도 개조한 개그우먼 김미화,도전정신을 잃지 않은 탐험가 허영호씨….직업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어려서부터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정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 그분야에서 최고가 된 것. 모두가 우등생이었던 것만은 아니다.‘새 박사’로 알려진 윤무부 경희대 교수의 초등학교 성적표에는 ‘양’이 가장 많았다.대신 동물을 기르며 애정을 키워갔다.동네 개 17마리를 바다에 헤엄시켜 벼룩으로부터 해방시키기도 했다.주위의 권유를 뿌리치고 생물학과에 진학했다.건빵으로 점심을 때우며 새를 쫓아다닌 열성이 오늘의 권위자를 만들었다. 이 책은 동원육영재단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중인 명사초청특강을 묶어낸 것.김재철 재단 이사장은 “지금은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에 패기있게 도전한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시대”라면서 “무조건 공부만을 강요하기보다는 아이들의 타고난 소질을 살리고 본인이 원하는 것을 공부하도록해줘야 한다‘고 학부모들에게 당부한다.한편 독후감 등을 재단 홈페이지(www.dongwonedu.or.kr)에 올리면 책을 한 권 더 받을 수 있다.값 6,900원. 김주혁기자. ■풀코스 짚문화 여행(인병선 지음) 우리 조상들이 곡식을 재배하고 생활에필요한 여러 도구를 만들면서 발전해온 농경문화의 발자취를 보여준다.현암사 8,500원. ■우리 아빠(톤 텔레헨 지음) 네덜란드의 독보적 동화작가가 아이들 눈에만보이고,아이들이 원하는 아빠의 모습과 사랑이 담긴 이야기들을 시적으로 엮었다.비룡소 7,500원. ■누가 아기 석가모니로 태어났을까. 미래에 오는 미륵불(하종오 지음) 석가모니와 미륵불 이야기를 쉽게 풀어쓴 불경동화.이웃 사랑을 일깨운다.문학동네 각권 7,500원. ■햄,뭐라나 하는 쥐(이금이 지음) 아이들의 삶과 현실의문제를 그린 동화집.할아버지가 햄스터를 키우는 손녀딸을 이해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그렸다. 푸른책들 6,000원. ■나의 비밀 일기장(문선 등 지음)생 카로에서 온 승요(정재광 등 지음) 제8회 MBC창작동화대상 장·단편 수상작품집.금성출판사 각권 6,500원. ■환경이 욱신욱신(니콜라 바버 지음)쨍하고 핵뜰날(펠릭스 피라니 지음) ‘앗,문화가 보인다’와 ‘앗,이렇게 새로운 과학이’ 시리즈의 2,4권.김영사각권 3,900원. ■어린 왕자(생텍쥐페리 지음) 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깔끔한 새 번역과 새 장정으로 꾸몄다.비룡소 7,000원.
  • 교황 요한 바오로2세, 새천년 첫 시성 행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30일 베드로 광장에서 고국 폴란드에서 온 축하객들을 맞이하면서 20세기 폴란드 크라코프의 수녀 마리아 파우스티나 코왈스카를 성인으로 선언하는 2000년 첫 시성행사를 거행했다. 나치 지배하의 폴란드에서 비밀 신학교 학생으로 있을 때 자신도 파우스티나 수녀의 무덤에서 기도한 바 있는 교황은 이 수녀를 “20세기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폴란드의 딸”이라고 말했다. 파우스티나 수녀는 2차대전 발발 즈음에 33세의 나이로 결핵으로 죽으면서자신이 본 그리스도의 모습을 기록하고 추종자들에게 자비를 베풀도록 호소한 일기장을 남겼다. 교황은 예르지 부제크 폴란드 총리와 솔리대리티(연대) 노조 대표들도 포함된 광장을 메운 20만 청중들에게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특히 당시의 사건들과 그후 수백만명에 들어닥친 무서운 고난을 목격하고 이를 직접 체험한사람들에게 그러한 자비의 메세지가 얼마나 필요한 지를 잘 알 것”이라고말했다. 이날 폴란드에서도 약 7만명의 신도들이 크라코프 교외에 있는 파우스티나수녀사당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의 TV를 통해 그녀의 시성 의식을 지켜봤다. 바티칸시티 AP 연합
  • MBC 창작동화상 수상자 발표

    금성출판문화재단(이사장 김낙준)은 26일 MBC와 공동 주최한 제8회 MBC 창작동화상 수상자를 선정,발표했다. 장편부문 대상은 문선희씨의 ‘나의 비밀 일기장’이,단편부문 대상은 정제광씨의 ‘생 카로에서 온 승요’가 각각 선정됐다.가작은 장편부문 민현숙씨의 ‘풍경화를 그리며 달리는 바퀴’,단편은 이성자씨의 ‘집들은 불을 켠다’,황규섭씨의 ‘봄볕 좋은 날’이 뽑혔다.시상식은 5월 4일 오후 3시 MBC 10층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 인간성회복協, 45개 초중고에 총선일기장 배포

    초·중·고교 학생들이 16대 총선 현장을 일기로 기록하고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배우게 된다.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회장 金富成)는 8일 오전 서울 명륜동 사무실에서 ‘자녀와 함께 하는 선거로’ 행사를 갖고 이번 총선에 맞춰제작된 ‘사랑의 일기-민주주의편’을 서울 소재 45개 초·중·고등학교에배포했다.오는 13일까지 전국 227개 선거구별로 학교를 선정,한 학교당 30∼1,200부씩 모두 6만5,000부의 일기장을 나눠줄 계획이다. 학생들은 선거 유세장과 투표소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현장을 기록하고 주위에서 벌어지는 향응 제공 등 잘못된 선거 문화를 일기장에 적어 기록으로남기게 된다. 이와 함께 ‘우리의 소원은’이라는 이름의 엽서도 배포해 여야 4당 대표들에게 선거에 대해 바라는 점을 써 보내도록 할 예정이다.다음주 중에는 인터넷에 홈페이지(www.sarangilgi.or.kr)를 개설,학생들이 선거현장 체험기를게재할 수 있도록 하고 부모와 함께 유세장 가보기,지역감정 조장 발언 스크랩 하기 등의 실천사항도 알리게 된다.지난 90년 설립된 인추협은 그동안 사랑의 일기 쓰기를 통해 건강한 가정을만드는 데 힘써 왔다. 모두 64쪽으로 구성된 일기장의 머리글에는 우리나라의 선거제도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선거운동 과정과 느낀 점을 솔직히 기록,민주주의가 무엇인가를 스스로 아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취지를 밝혔다. 일기장의 중간중간에 공명선거의 중요성 및 선거법의 주요 내용,시민운동의개요,뽑아야 할 후보·뽑아서는 안될 후보 등의 글도 실려 있어 학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정현우(12·광남초등학교 6년)군은 “뇌물과 부정 없이 나라를 위해 일할 대표를 뽑는 것이 민주주의 선거라고 배웠다”면서 “반장 선거에서도 당선되면 사탕을 돌리겠다고 말하는 친구를 봤는데 그런 사람은 뽑지 않을 것”이라고 당차게 밝혔다. 학부모 김영미(金英美·40·여)씨는 “아직 어린 학생들이라 걱정이 되기도하지만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바른 눈을 뜨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이 일에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추협 고진광(高鎭光)사무총장은 “학생들의 순수하고 무서운 눈초리로 선거를 감시하고 잘못된 선거 문화를 기록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면서“총선까지 적은 일기장을 수거해 4월 말쯤 백서 형태의 책을 펴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택동기자 taecks@
  • [대한매일 신춘문예 당선] 안은영씨 당선소감/심사평

    * 안은영씨 당선소감 횡단보도를 건널 때 마다 짜릿함을 느낀다.정지해 있는 자가용과 버스가 나를 삼키고 박살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몇초 동안 정신없이 한다.횡단보도를다 건너면 아까 세상은 사라지고 다른 세상이 시끄럽게 울며 벌거숭이로 나온다.횡단보도를 건널 때 차들의 눈치를 보면서 허겁지겁 걷는 내 모습을,바람이 되어 지켜보는 나는 눈물이 난다.그래서 가끔은 총질을 해대며 느릿느릿 횡단보도를 걸어보기도 한다.끝이 없을 것만 같은 그 길을 건너고 나면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기특해서 한참을 서서 웃으며 꽃 선물이 받고 싶어진다.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다.귀가 상추 잎 만큼 커지다가 ‘띠’하는 소리에 깜짝 작아진다. “어서 오십시오.이 상자에 타신 분은 마술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창백한 목소리로 나는 붙잡는 환청이 처음에는 겁만 났는데 요즘에는 일부러 횡단보도를 건너고 소리를 만나려고 한다.소리를 쥐어박으며 짜증을 낼 정도로 친해져서 지금은 오히려 든든하다.덕분에 일기장에 소복하게 쌓인 이야기는 날마다 뚱뚱해져서보기만 해도 웃기는 모습이다.가끔 뚱뚱이가 토라지면 뼈만 남는 모습으로 되돌아 갈까봐 달래느라 진땀을 빼긴 하지만 그래도금방 내 손을 잡아준다.소리를 들려주고 횡단보도의 짜릿함을 느끼게 해 주신 박상률선생님,문학을 대하는 자세를 일깨워 주신 윤한로선생님,내 모든스승님과 부모님 감사합니다. ▲78년 부산 출생 ▲숭의여대 문예창작과 졸업 ** 심사평 아마도 새 세기는 드라마 혹은 드라마적 표현이 대중매체의 내용을 주도해갈 것으로 전망된다.이러한 문화현상을 반영이라도 하듯이,최근 극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신춘문예의 희곡작품 증가 역시 예외가 아니다.60여편의 응모작 가운데 ‘수갑찬 종달새’와 ‘창 달린 방’이 당선을 겨뤘다.둘 다 뽑고 싶었다. ‘수갑찬 종달새’는 외아들을 지나치게 편애하는 어머니가 며느리의 임신에 소외와 질투를 느끼는가 하면,며느리는 이러한 시어머니의 지나친 간섭과압력때문에 결국 유산하고 만다는 내용이다.며느리에 대한 어머니의 피해망상증과 며느리의 유산으로 이어지는 잔잔한 저항심리가 치밀하게 잘 드러났다.간결한 대사가 긴장을 지속시킨다.후반부에는 의사가 아들에게 어머니의증세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목은 전체의 격조를 깨는 군더더기로 보인다. ‘창 달린 방’은 창문도 없는 지하 단칸방에 세들어 사는 오누이의 고달픈삶을 그린 작품이다.누나는 정신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일을 하고 있지만집세를 제대로 낼 수 없을 정도로 수입이 적다.남동생에게는 일정한 일거리가 없다.그는 절망적인 현실에 대한 저항심에서 오토바이 폭주를 하다가 팔이 부러지는가 하면,일회용 부탄가스를 마시며 침침한 방에서 환상에 젖는다.애인과 밀회하는 밝은 모습이 방안의 현실과 대조적으로 반복된다.시종 절제된 행동과 간결한 대사가 밀도와 무게를 느끼게 하고,상징적인 표현은 신선한 무대를 연상시킨다.후자를 당선작으로 정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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