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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戀街’/바닷가] 해운대·광안리·태종대로 오이소

    [부산 ‘戀街’/바닷가] 해운대·광안리·태종대로 오이소

    부산은 서울에 이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다. 사람도 많고 땅도 넓다. 효율적으로 다니지 않으면 제대로 즐기지는 못하고 몸만 피곤하기 십상이다. 부산을 찾는 관광객을 위한 부산시 추천 코스를 소개한다. 시간이 반나절밖에 없다면 용두산공원을 시작으로 자갈치시장-태종대-어린이대공원-아시아드주경기장을 찾기를 권한다. 그러나 최소한 하루 이틀 정도는 다녀야 부산의 맛을 봤다고 말할 수 있다. 대표적인 하루 코스는 범어사에서 출발해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을 지나 복천박물관-충렬사-수영공원-UN기념공원-용두산공원을 거쳐 자갈치시장에서 끝난다. 사적보다는 놀거리·볼거리를 즐기는 관광객은 아시아드주경기장-해운대해수욕장-달맞이공원-벡스코-이기대공원-UN기념공원-용두산공원-자갈치시장을 둘러보면 된다. 을숙도와 자갈치시장, 태종대, 초량상해거리, 서면 등을 도는 코스도 있다. 이틀 코스는 더 다양하다. 태종대에서 시작해 자갈치시장과 PIFF광장, 국제시장을 거쳐 용두산공원에서 1박을 한다. 다음날에는 민주공원에서 시작, 어린이대공원-아시아드주경기장-충렬사-복천박물관-광안리해수욕장-UN기념공원-부산박물관을 들르면 된다. 3,4일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부산 이틀 코스에 경남 통도사, 울산 석남사, 경남 부곡온천, 경북 경주, 경남 창녕 등을 함께 다니면 훌륭한 남도 여행이 된다. 부산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부산은 항구다. 이 명제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차량과 사람들로 넘쳐나는 도심보다는 해안가다. 넓은 백사장과 호텔, 술집 등 유흥가가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해운대. 비릿한 바다 냄새와 횟집들이 셀 수 없이 들어서 있는 광안리. 그리고 기암괴석의 천국 태종대. 이곳을 들르지 않고서는 항도(港都) 부산에 왔다고 말할 수 없다. ●설명이 필요없는 피서 1번지 해운대 해운대구 중동, 좌동, 우동 일대의 대규모 유원지다. 너무 유명해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한국 8경의 하나로 꼽히는 명승지다. 신라 말기의 대학자 최치원이 해인사로 가던 길에 들렀다가 절경에 반해 자신의 호 해운을 따 이름을 지었다. 조선시대부터 행락지로 유명했던 이곳은 일제시대 때 휴양관광지로 개발됐다. 타원형의 해운대 해수욕장 백사장은 길이만 1.6㎞로 국내 최대 규모다. 동백섬, 해운대온천과 달맞이고개 등이 근처에 있다. 각종 호텔과 콘도미니엄 등 숙박은 물론 휴양시설이 완비돼 있다. 파라다이스 호텔에서는 카지노도 즐길 수 있다. 국제적인 휴양지답게 축제도 끊이지 않는다.1월에는 연날리기와 북극곰 대회를 비롯해 6월 모래작품전,7월 해수욕,8월 해변걷기와 비치발리볼 대회,10월 철인3종 경기가 펼쳐진다. 그중에서도 10월 부산국제영화제는 축제의 백미다. 국내외에서 몰려든 영화 팬들이 남포동과 해운대를 가득 메운다.APEC의 현장인 벡스코도 근처에 있다. 먹을거리 또한 풍성하다. 가장 대표적인 식당은 해운대구청 인근의 금수복국(051-742-3600). 숙취에 좋은 콩나물과 미나리가 복어와 함께 뚝배기 한 가득 나온다. 해장에는 복국에 따라갈 음식이 없다. 맛 자체도 워낙 뛰어나 이곳에서 아침을 해결하는 장기 여행자도 많다. 매운탕보다는 맑고 담백한 지리가 낫다. 냉동복국은 8000원, 황복국은 2만원. 원조할매국밥(051-746-0387)도 지나칠 수 없다. 해운대에서만 40년 가까이 이어왔다. 얼큰한 쇠고기국밥과 깔끔하고 담백한 선지국밥, 따로국밥이 이 집의 모든 메뉴다. 그러나 빼어난 맛과 저렴한 가격에 두 번 놀란다. 국밥 2500원. 리베라호텔 뒤편에 있다. 이밖에 로드비치호텔 근처 서울집(051-742-6245)이나 그랜드호텔 근처 동백섬횟집(051-741-3888)도 고등어구이와 회로 일가를 이뤘다. ●“회 하면 광안리지예∼” 근처 금련산에서 내려온 질 좋은 모래가 백사장을 이루고 있다. 광안리 해수욕장은 해운대, 송정 등과 함께 부산의 대표 피서지로 손꼽힌다. 이곳의 명물은 광안대교.2003년 1월에 개통됐다. 길이만 7420m다. 웅장함과 미려함을 함께 갖추고 있어 개장하자마자 부산의 명물이 됐다. 이 곳에서 회를 안 먹으면 광안리에 왔다고 말할 수 없다. 그중에서도 민락동 회센터가 가장 유명하다. 회센터에서는 직접 횟감을 구입한 뒤 요리를 해 주는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긴다.1인당 2000∼3000원만 내면 회를 떠 주는 것은 물론 해물탕도 끓여준다.1인당 2만원 안쪽이면 충분히 먹는다. 광안리 백사장을 내려다보며 먹는 운치도 싱싱한 맛의 회 못지않게 감칠난다. 광안대교를 좀더 가까이서 보면서 회를 먹고 싶다면 부산횟집(051-753-8881)을 찾으면 된다. 이 집의 회는 유난히 쫀득쫀득하기로 유명하다. 비결은 ‘공기 숙성’. 회를 뜬 뒤 1시간 남짓 냉장고에 놔 두면 회 표면의 물기가 날아가면서 훨씬 쫄깃쫄깃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문어, 멍게 등 함께 나오는 음식도 맛깔나다. 모둠회가 1인당 2만∼2만5000원으로 가격도 부담스러운 편이 아니다. 민락동 회센터에서 바닷가 쪽으로 30m 정도 더 들어가면 된다. 민락동 회센터 맞은 편 새벽집(051-753-5821)은 부산에서 호남식 콩나물국밥을 맛볼 수 있는 집이다. 전남 담양산 간장으로 간을 낸 국밥맛은 깔끔하고 시원하다. 싱싱한 콩나물과 파, 그리고 생달걀이 구미를 돋운다. 서비스로 나오는 두부도 맛있다. 민락동 회센터 맞은편에 있다. ●기암괴석의 향연 태종대 부산 해안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태종대다. 해발 250m의 최고봉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암괴석이 층층이 솟아있는 기이한 절벽이다.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 깎아내린 듯 아슬아슬한 절벽이 한번 보면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 원시 그대로의 태종대를 기대하며 다시 방문한 관광객은 조금은 실망할 수 있다. 방문자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바위를 깎아 평평한 나무 계단이 설치됐다. 절벽 중간중간에 전망대, 카페 등 건물도 지어놓았다. 걷기 편하고 볼거리도 제공하지만 일부러 조성한 공원 느낌이 난다. 색색의 지층, 공룡 발자국 등 한반도 역사의 현장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절벽에서 보이는 지층은 어릴 적 색깔 섞인 찰흙으로 빚던 모형처럼 색이 또렷하다. 유적을 설명해 주는 안내판이 있어 미리 공부하지 않고 찾아가도 쉽게 익힐 수 있다. 다만 분별없이 써 놓은 낙서들이 눈을 찌푸리게 한다.‘며칠 철수가 다녀가다’ 유의 글씨를 페인트나 매직, 수정액 등으로 큼지막하게 써놓은 자국이 곳곳에 보인다. 추억은 마음 속에 담아두고 흔적은 일기장에나 남길 것. 동절기에는 오후 8시까지만 개방한다. 부산 이두걸 서재희기자 douzirl@seoul.co.kr
  • [9·19 공동성명 이후(3)] 한반도 평화체제 가능할까

    “나는 오늘 경기도 북부의 ‘평화동산’에 놀러갔다. 울창한 숲에 사슴과 토끼가 뛰어다니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맛있게 김밥을 먹었다. 그런데 엄마는 몇년 전만 해도 ‘DMZ’로 불렸던 이곳엔 지뢰가 묻혀 있었고 사람들이 드나들지 못했다고 했다. 믿어지지 않았다.” 한반도에서 핵 문제가 해소되고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바뀌어 다자간 안보체제가 확립되면, 어린이들의 일기장에서 이런 글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9·19 공동성명은 ‘6자는 동북아에서의 안보 협력 증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로 합의했으며,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다.’고 명시,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태식 외교부 1차관은 22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한·미간 예비접촉을 개시하는 등 이번 합의의 실천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이란,1953년 유엔군과 북한·중국군 사이에 체결돼 반세기 넘게 유지되고 있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이 협상을 6자회담의 하위기구에서 북핵 문제와 병행해 논의하겠다는 구상이다. 물론 이런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이미 남·북·미·중은 1997년부터 2년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4자회담’을 가동했다가 무위로 그친 적이 있다. 그러나 미국과의 양자 협상만 고집하거나 무작정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던 북한의 자세가 변화한다면,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북한이 얼마나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느냐에 협상의 진척도가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관측이다. 중앙대 제성호 교수는 “향후 평화체제 협상에서는 비무장지대(DMZ)의 지뢰 제거와 전방병력의 후방 철수 등 현실성 있는 신뢰회복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면서 “북한이 경수로를 얻어내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한다면,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체제 논의가 자칫 핵 문제의 심각성을 가리는 부작용을 가져오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핵 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난관은 있다. 다자간 안보의 원칙과 전통적 한·미·일 3각 동맹의 위상을 어떻게 재정립하는가의 문제다.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관계에서 이탈해 중립지대로 이동할 경우 중국을 잠재적 경쟁자로 경계하고 있는 미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다자간 안보를 한다면서 과거의 안보구도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결국 북한은 미국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수준의 정상국가로 탈바꿈하고, 남한은 동맹을 배려하면서도 균형을 모색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경주하는 태도가 동시에 모색돼야 성과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그런 점에서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주목받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참석하는 이 회의에 북한 지도자가 기꺼이 참석해 한반도 냉전구도의 해체를 만천하에 선언하는 장면이 펼쳐진다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중간과정을 성큼 뛰어넘어 바로 결실국면으로 내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대검 ‘솜방망이 감찰’

    대검 감찰부(부장 문효남)는 지난 14일 상반기 감찰위원회를 열고 검사등 검찰 공무원 45명을 징계하거나 주의·경고조치 등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감찰 대상에 오른 검사는 6명이었지만 징계를 받은 검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전별금을 받는 등 검찰 공무원 윤리강령을 위반한 검사 등 4명이 경고처분을 받았다. 아들의 불법과외 사실이 드러났던 정모 부장검사와 지난 7월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수도권 지검의 이모 부장검사는 감찰처분 전 사표를 내 징계를 받지 않았다. 반면 징계를 받은 검찰직원은 14명이었다.감찰위원회는 근무시간에 업자와 함께 접대골프를 치다 암행감찰반에 적발된 검찰 직원 한 명의 해임을 권고키로 했다. 수감자의 도움으로 부동산을 사들였던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찰 직원 3명을 감봉처분했다. 감찰위원회는 검찰·경찰·방송 금품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브로커 홍모(64·구속)씨의 일기장에 금품 및 향응을 받은 것으로 기록된 서울에 근무하는 김모 부장검사와 검찰 직원 등 2명은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 형사처벌하는 대신 징계를 청구키로 했다. 이들을 내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석동현)는 검찰총장에게 김 검사에 대한 중징계를 청구하기로 했다.김효섭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인권선진국으로 가는길](9)한국 인권의 현주소(한국)

    [인권선진국으로 가는길](9)한국 인권의 현주소(한국)

    인권의식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2005년 상반기를 돌아보면 곳곳에 사각지대가 있었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물론 군인·여성·학생 등 우리 사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의 인권도 그야말로 ‘등잔 밑’에 있었다. 만연한 인권 불감증에 시사점을 던진 주요 사건들을 통해 한국의 인권 현주소를 짚어봤다. 지난 6월 경기도 연천 전방초소(GP)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은 그야말로 커다란 충격이었다. 하지만 파장이 컸던 만큼 군내 인권 문제를 단숨에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렸다. ●쉬쉬하기 급급했던 군 인권 수면 위로 총기 사건 전에도 군 인권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지난 1월 한 육군훈련소에서 화장실 청결교육을 강조하면서 훈련병 192명에게 인분을 먹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섰다.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대해 부하가 시정을 건의할 수 있고 단체기합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아 ‘군인복무규율’을 개정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인분 사건 직후 인권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권침해가 심각한 기관 1위로 교도소와 같은 구금시설이 아닌 군대가 꼽혔다. 과거 ‘인분쯤은 나도 먹었다.’‘요즘 군대 많이 편해졌다.’는 식의 주장으로 군 인권 문제를 쉬쉬하고 덮어두려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국민의식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GP 총기 사건이 터지면서 군 인권에 대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알몸으로 기합 받는 사진이 잇달아 공개되는 등 안으로 곪았던 문제들이 터져 나왔다. 육군은 이를 계기로 선진 병영문화 조기 정착을 위해 5개 분야 33개의 중·단기 과제를 선정, 추진할 것을 결정했다. ●호주제 폐지, 여성 종중원 인정 양성평등과 관련해 커다란 획을 그은 뉴스는 단연 호주제 폐지다. 지난 2월 부계 혈통주의를 토대로 한 호주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어 민법개정법률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호주 개념은 삭제하고 대신 가족의 범위를 확대했다. 아내가 남편의 집에 입적하는 조항도 사라졌으며 입양 혹은 재혼 가정을 위한 ‘친양자제도’도 신설됐다. 또 하나 기록할 만한 사건은 여성도 종중원으로 인정받게 된 이른바 ‘딸들의 반란’이다. 대법원은 1958년 이후 “종중은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 남자를 종원으로 하여 구성된다.”는 판례를 유지해 왔으나 지난 7월 이를 변경했다. 재판부는 “성인 남성만을 종중 회원으로 인정하는 종래의 관습은 1970년대 이후 우리 사회와 국민 의식의 변화로 법적 확신이 상당히 약화됐으며 개인존엄과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호주제 폐지가 가족 내 양성평등을 인정한 사건이라면 여성의 종중인정은 출가외인으로 불리던 기혼여성의 지위를 인정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학생들의 움직임 부쩍 늘어 지난 5월 400여명의 중고생과 시민단체 회원이 서울 광화문으로 쏟아져 나와 학교 내 두발자유를 외쳤다. 이에 앞서 학생들은 인터넷상에서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전교생 앞에서 머리카락을 짧은 스포츠형으로 자르거나 교사가 이발기계로 머리카락 일부를 미는 등의 사례를 공개하면서 학생들의 인권 보장을 외쳤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인권위는 지난 7월 교육부총리와 각 시·도 교육감에게 “두발자유는 학생의 기본적 권리”라면서 “두발 제한·단속은 교육 목적상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하라.”고 권고했다.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단체도 등장했다. 전국 47개 고교 학생회의 연합체인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한고학연)가 지난 6월 출범한 것이다. 개별 학생회의 힘을 한데 모아 위상을 높이고, 고등학생의 생각과 주장을 ‘어른’들에게 적극 알리고 설득하는 압력단체로 키우겠다는 게 목표다. 중고생뿐만 아니라 초등학생의 인권문제도 주목을 받았다. 인권위가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일기장을 검사하는 것은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의견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어린이들의 인권과 사생활의 중요성을 사회 전반에 일깨워 준 의미있는 사건이었다. 이밖에 여성 동성애자의 인권문제를 부각시킨 레즈비언 단체의 연대모임 결성이나 사이버상의 인권에 불을 붙인 ‘개똥녀 사건’ 등도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주요한 인권 현안의 하나였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영역 넓히는 인권위우리 사회에서 ‘인권’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된 계기로는 지난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출범을 빼놓을 수 없다.1993년 빈 세계인권대회에 참가한 민간단체들이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한 뒤 2001년 ‘독립적 인권 전담 기구’로 출범한 인권위는 그간 인식하지 못한 각종 침해·차별행위를 ‘인권’의 범주로 해석하면서 우리 사회에 적극적인 인권의 개념을 심었다. 인권위의 진정 사건 현황을 보면 이같은 경향을 짐작할 수 있다.2002년 2790건이던 진정건수는 2003년 3815건,2004년에는 5368건으로 급속히 증가했고, 올해는 7월까지 이미 3323건을 기록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심해진다기보다는, 예전에는 인권 문제로 생각지 않았던 사안들에 대해 국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권리를 찾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개별 진정사건뿐 아니라 국가보안법 폐지, 사형제 폐지 등 굵직한 사안들에 대해 권고·의견표명 등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던 인권위는 차별시정기능의 통합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6월 말 여성부의 성차별·성희롱 조사구제업무가 인권위로 이관됐고, 오는 10월쯤 노동부의 고용차별시정업무도 이관될 예정이다. 또한 올해 말에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권고안을 수립해 정부에 권고할 계획이다. 인권 관련 법·제도·정책을 총괄하는 범국가적 중장기 인권정책 종합 계획인 NAP는 2006년 6월까지 유엔에 보고하도록 돼있다. 지난해 초 실무팀을 구성해 장애인, 여성, 난민 문제 등은 물론 제한적 안락사, 대체복무제, 프라이버시권 등 논의가 가능한 모든 사안에 대해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 정부기관 협의를 거쳐 올해 말 NAP가 확정·시행되면 국가 전반에서 인권관련 인식과 정책이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인권선진국 문턱 국보법 폐지 시급” / 최영애 인권위 상임위원“법과 제도만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인권 수준은 상당하지만, 그것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하는 것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최영애 상임위원은 “세계 속에서 인권 선진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권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상임위원은 “지난해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한 인권 순위에서 한국은 120개국중 58위에 그쳤다.”면서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고 인정받으면서도 선진사회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은 법적인 권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드는 비용을 미리 국가가 나눠줘 검진을 받게 한다면 그 사회적 비용은 훨씬 절감될 것”이라면서 “인권 문제 역시 이같은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 단계 도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가인권기구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로 그는 ‘인권 감수성’의 함양을 꼽았다. 기독교 학교의 채플이나 여대의 금혼 학칙 등이 차별적 규정이라는 것을 예전에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지만, 이러한 일상의 문제들을 인권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인권 감수성’이라는 것. 최 상임위원은 “이는 교육은 물론 진정사건을 통해서도 키워진다.”면서 “체벌이나 일기장 검사가 인권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진정사건의 처리 결과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감수성을 일깨워 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계 인권의 흐름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협력의 증가를 꼽았다. 난민·기아 등 초국가적인 인권 현안에 대해 국가인권기구간의 논의가 증가되는 추세라는 것. 예를 들면 한 국가에 전쟁이 발생할 경우 주변국가 인권기구들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논의해 해당 국가에 권고하거나, 자연재해로 인한 실향민을 위해 국가인권기구가 실행해야 할 지침 등을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시점에서 한국이 인권선진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꼽았다.“지난해 세계인권기구대회때 방한한 70여개국 인권기구 대표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이 국가보안법의 폐지였다.”면서 “유엔에서도 여러번 권고를 받았던 사안인 만큼 실질적인 효과뿐 아니라 상징적 의미도 매우 큰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12일 TV 하이라이트]

    ●다큐극장-맞수(EBS 오후 9시30분) 응암동 감자탕거리, 이 골목에 10년 넘게 대결을 벌여오고 있는 맞수가 있다. 현존하는 감자탕집 중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시조’집과 전통 있는 가게를 인수받아 새로운 전통을 쌓아가고 있는 ‘태조’집.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같은 종류의 음식을 파는 두 집은 어떤 식으로 손님을 사로잡는 것일까?   ●서동요(SBS 오후 9시55분) 마침내 태학사에 군사들이 몰려들자 목라수는 맥도수를 비롯한 태학사 사람들을 피신시키고, 부여선의 지시를 받은 흑치평은 목라수와 장을 제거하기 위해서 끝까지 추적한다. 군사들을 피해 도망가던 목라수가 계곡에서 굴러 정신을 잃는다. 목라수는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10년 만에 연가모와 마주친다.   ●사이언스+〈극지연구의 메카, 극지연구소〉(YTN 오후 1시25분) 우리나라 남·북극 연구의 중심지인 극지 연구소.1986년 남극조약에 가입 후 최초이자 유일한 남극세종기지를 세운 데 이어 2002년 4월에는 북극에 다산기지를 설치해 연구활동에 나서고 있다. 종합적인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미래 자원의 새로운 장을 열 극지연구소를 찾아가 본다.   ●논스톱5(MBC 오후 6시50분) 우연히 보게 된 민우의 일기장에서 진우와 경준은 민우의 첫사랑 이야기를 알게 된다. 첫사랑은 사라졌다는 민우의 표정. 바람 잘 날 없이 사랑의 화살을 쏘아대는 민우의 진짜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효주는 타블로에게 지석과 함께 갈 좋은 데이트 코스를 알려달라고 하고, 타블로는 차마 거절하지 못하는데….   ●TV소설 고향역(KBS1 오전 8시5분) 채달평은 선경에게 접근하는 준호가 껄끄러워 신경이 쓰이고, 은근히 선경과 보건의사 상우를 연결시켜보려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가 않아 애태운다. 아직 준호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상우는 선경에 대한 호감이 점점 커져가고, 드디어 용기를 내 선경에게 영화를 함께 보자고 제의한다.   ●웨딩(KBS2 오후 9시55분) 세나는 승우의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세나의 모습에 감동한 승우는 그동안 미안했다며 다시 결혼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마음을 확실하게 안 세나 역시 결혼에 대한 확신을 굳힌다. 한편, 윤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승우와 세나의 다정한 모습을 지켜보지만, 그런 윤수의 모습에 진희는 마음이 복잡하다.
  • 포도 눈물/류기봉 지음

    ‘시를 쓰듯이 포도를 키우고, 포도를 키우듯이 시를 써온’농부 시인 류기봉(40)의 시선집 ‘포도 눈물’(호미)이 나왔다. 류 시인은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장현리 산97에서 아버지의 포도밭을 대물림해 15년째 포도 농사를 짓고 있다.1993년 ‘현대시학’에 김춘수 선생의 추천으로 등단한 이후 ‘장현리 포도밭’ ‘자주 내리는 비는 소녀 이빨처럼 희다’등 두 권의 시집을 냈다. 시선집 ‘포도 눈물’은 지금까지 쓴 시들 가운데 포도 농사에 관한 것만 27편을 골라 실었다. ‘수만 가지 보랏빛으로 익는 포도알은 봄부터 가을까지의 내 혼이 담긴 나의 시들’이라고 서문에 쓴 것처럼 시인에게 포도 농사를 짓는 일과 시를 쓰는 일은 다르지 않다. 포도에 대한 그의 순정한 사랑과 자부심은 다음 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나를 키우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1974년에 태어난 그 나무를 보고 나는 할멈, 할멈 한다.(중략)30년 동안 내게 옷 주고 집 주고 학비 주고 詩人 되게 해준 나무, 눈빛 반짝이며 나를 보고 있는 나무에게 몇 년 전에 내가 쓴 시 ‘내가 지게에 짊어진 눈물’詩를 읽어주어야겠다.”(‘반곱슬머리 나무’중) 이 땅을 딛고 사는 농부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의 농업정책 등 열악한 현실에 대한 자괴감과 분노도 숨기지 않는다.‘포도 한 송이가 일천원인데/아내는 포도 열다섯 송이 값으로 커피를/나는 포도 열다섯 송이 값으로 맥주를/마셨다. 아, 열애 아, 열애/우리는 금방 포도나무 한 그루를 먹어치웠다./열애를 하지 못하고 나왔다.’(‘아, 열애’중)에선 허탈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고,‘농민 류기봉은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농업 부적격자이기에 오늘 이후로/포도나무들과 함께 눈물을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눈물1-한, 칠레 자유무역협정 타결’중)에선 서늘한 한기가 느껴진다. 지난 3월 시인은 포도밭에 나가는 대신 다른 일거리들을 찾았다. 하지만 결국 포도밭으로 돌아왔다. 그때의 일기장엔 이렇게 적혀 있다.‘포도 농사짓기 서른한 해. 하마터면 내 포도밭에는 서른한 번째 봄이 오지 않을 뻔했다.´ 6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브로커 홍’ 무늬만 거물?

    ‘알고 보니 무늬만 거물?’ 검찰·경찰·방송 등에 전방위 로비를 한 브로커 홍모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석동현)는 9일 홍씨를 네팔 인력송출업체의 로비를 해주는 대가로 6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구속기소하기로 했다. 무차별 로비를 펼쳤다는 홍씨의 범죄 내용에 비해서는 비교적 가벼운 혐의라고 할 수 있다.검찰은 홍씨 사건이 사건이 실체보다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경찰 수사 과정에서 알려진 사실과는 달리 홍씨가 ‘무늬만 거물 브로커’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사건의 내용이 축소됐지 않았느냐는 말에 대해 “봐줬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어 더 엄격히 조사했다.”고 말했다. 홍씨가 로비를 벌였다는 현직 검사의 경우, 한 명은 홍씨가 6년 전에 소개받은 뒤 지난해 1월 인사차 들러 고급 양주를 건넸다. 또 700만원을 받았다고 일기장에 적힌 다른 검사도 그런 일이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자신이 적은 글이기는 하지만 홍씨도 검사의 주장에 동의한다. 전방위 로비의 내용이 적힌 일기장도 명백한 증거로 인정하기 어렵다.어떤 목적으로 금품을 주고받았다는 내용은 없고, 이름과 액수만 적혀 있다. 주고받았다는 것이 대부분 현금이나 물건이어서 추적하기도 어렵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특히 홍씨는 경찰에서 했던 진술을 대부분 번복,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이현세 만화경] 삶이라면…

    [이현세 만화경] 삶이라면…

    가끔 “어떻게 하면 만화를 잘 그릴 수 있을까요.”라는 공허한 질문을 받는다. 그때마다 나는 “훌륭한 만화는 그리기도, 판단하기도 어렵지만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는 방법은 있습니다. 그것은 정직하게 그리는 것입니다.”라고 얘기한다. 학교 학생들에게도 만화를 그릴 때 어깨에 힘을 빼고 화장실 낙서처럼 자신에게 정직하라고 주문한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 고상한 척 또는 뭔가 있는 것처럼 억지로 꾸미는 그런 얘기는 누구에게도 감동을 주지 못한다. 교수에게 보이기 위해 재미도 없는 이야기를 뭔가 있는 것처럼 꾸며서 교수의 약점을 파고드는 그런 만화는 아무리 잘 그려도 학점은 C를 주게 된다. 보는 내가 지겹고 졸려서 끝까지 볼 수가 없다. 자기 지적 수준에 자기가 가장 잘 아는 얘기를 자신의 스케치 능력에 맞게 정직하게 표현하면 최소한 자신의 지적 수준과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는 재미있다는 느낌을 주게 되고 때로는 감동까지 주게 된다. 이런저런 곳에서 베껴서 그럴듯하게 짜깁기한 가짜는 누구에게도 감동을 주기 어렵다. 화장실 낙서나 타인의 일기장이 재미있는 이유는 그 기록들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작가들의 첫 발표작은 그 작가의 데뷔작이자 은퇴작이 된다. 작가들의 데뷔작은 어떤 소재와 어떤 형식이든 간에 자신의 자전적인 요소가 많다. 작가는 자신이 살아온 세월의 정수를 이야기에 고스란히 담았을 것이고 정직한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과 감정이 읽는 이를 특별한 경험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 직접경험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끝이 나면 그다음 작업은 간접경험을 직접 경험화해야 되는 것인데 대다수 작가들이 여기서 실패한다. 그래서 데뷔작이 은퇴작이 되는 것이다. 전업작가가 되는 것은 이처럼 굉장히 어렵지만 한번의 재미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완전히 까발려서 솔직하게 기록하면 최소한 그것은 재미있다. 사형수의 수기라든지 정치적인 비화, 잠입르포 같은 것들이 작가의 내공과는 상관없이 재미있는 이유도 그것이다. 나는 대단한 몽상가이지만 그래도 다큐멘터리보다 더 드라마틱한 상상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누구나 점심시간이 되면 무엇을 먹을까가 큰 고민거리 중에 하나다. 포기 끝에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맛있는 음식은 복권 맞은 기분만큼이나 횡재한 느낌까지 들지만 고르고 골라서 시킨 음식이 맛이 없으면 그 주인과 자신의 선택에 대해 화가 난다. 음식도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맛있게 만들 수는 없다. 가끔 자장면집 주인이 자장면을 싫어한다든지 냉면집 주인이 평생 냉면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하면 살의까지 느끼는 나를 본다. 도대체 자신이 먹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것인가. 그런 집은 아무리 외양이 화려해도 엉터리다. 그 집은 음식점인 척하는 것이지 음식점이 아니다. 숟가락을 드는 순간 맛있고 맛 없고를 알아버리듯이 만화도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재미있겠다와 재미없겠다가 느껴진다. 아무리 화려한 그림과 연출로 꾸며 놓아도 자신이 공감하지 않고 유행 따라 진짜인 척하는 만화는 재미가 없다. 가짜가 너무나 많은 세상이다. 잘난 척, 예쁜 척, 착한 척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가장 재미있는 삶은 정직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것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삶은 가짜다. 자신을 위해 자신에게 정직한 삶을 우리도 가질 때가 되었다. 위대한 삶을 꾸려나가는 것은 어렵더라도 엉터리 삶은 이제 버릴 때가 되었다.
  • 할머니 초딩들 “까막눈 뜨니 희망의 빛”

    성인 대상 학력인증학교인 양원초등학교에 다니는 늦깎이 학생들이 방학숙제로 낸 생활수기 내용이 눈물겹다. 한 학기 동안 익힌 한글로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써내려간 수기에는 전쟁과 가난으로 배우지 못한 절절한 사연이 담겨 있다. 가난 탓에 학교 근처에도 가지 못한 변두리(64·여)씨는 15세에 대구의 한 직물공장에서 일하면서 까막눈의 설움을 처음 느꼈다. 작업설명서를 읽지 못해 실수를 거듭했다. 연애편지조차 친구에게 대독과 대필을 부탁해야 했다. 결혼해 남편과 차린 음식점에서는 계산을 못해 거스름돈을 많이 내주기도 했다. 그 때마다 가족이 힘이 됐지만 결혼 12년 만에 낳은 아들이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쓰지 못하고, 남편마저 충격으로 세상을 등지면서 시련이 닥쳤다.‘무식한’ 탓에 집과 가게까지 이웃에게 손해보고 팔아버린 그는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이 없었다. 변씨에게 희망의 빛줄기가 된 것이 배움의 기회였다. 이제 웃음과 희망을 되찾은 그는 “학교가 아니었다면 고통 속에 부모를 원망하고 신세를 한탄하다 지금쯤 죽었을지 모른다.”면서 “마음 속 생각을 일기장에 적는 내 자신이 너무 신기하다.”고 썼다. 무려 14장에 걸쳐 한풀이하듯 인생 역경을 풀어낸 하종심(58·여)씨는 “쓰고 싶은 건 뭐든지 쓸 수 있게 해 보자.”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공부한다고 했다.6·25전쟁을 겪으며 배움의 기회를 놓친 뒤 할머니의 손에 자란 하씨에게 공부는 사치였다. 할머니가 시력을 잃은 12살 때부터는 생계를 떠안아야 했다. 지금도 밤새 청소일을 하느라 한숨도 자지 못하고 곧바로 책과 씨름하는 그는 “전쟁이 내 인생을 망쳤다는 생각에 세상이 원망스럽지만 늦게라도 공부할 수 있어 한이 풀리는 것 같다.”고 했다. 어려서 몸이 약해 학교를 다니지 못한 한윤남(57·여)씨는 수십년 동안 은행에 갈 때면 가슴이 턱턱 막혔다. 눈이 잘 안 보이는 척 옆 사람에게 부탁했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과 함께 은행 일을 보곤 했다. 그는 “지금은 사람들을 붙잡고 자랑하고 싶은 심정”이라면서 “대학에서 신학을 배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1학년 2반 담임교사인 고예곤씨는 “모질게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일어선 분들의 글을 읽으며 가슴이 뜨거웠다.”면서 “뒤늦게 시작한 배움을 통해 인생이 장밋빛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박동섭 가족클리닉 행복만들기] 섹스없는 결혼생활 증명할 방법 없나

    중매로 만난 남자와 결혼식을 올리고 동거를 시작했지만, 아직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신혼 첫날밤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묵고, 다음날부터 4박5일 동안 태국으로 신혼여행을 떠났습니다. 첫날밤은 “피곤하니 그냥 자자.”고 하는 남편을 이해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그냥 잤습니다. 남편에게 애교를 부리며 성관계를 요구해도 남편은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우리 방식대로 살아가자.”면서 “세상에 할 말이 얼마나 많은데 나에게 할 이야기가 잠자리 이야기밖에 없느냐.”며 거부했습니다.1년이 지난 지금 사실혼 부당파기를 원인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는데, 남편은 부인하고 있습니다. 성관계가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방법이 있을까요. -이갑순(28·가명)-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소송 중에 이를 증명할 방법이 있습니다. 정상적인 부부간이라면 일정한 주기로 부부관계 내지 성관계를 맺는 것이 보통입니다. 성욕은 식욕·수면욕·소유욕 등 인간의 여러가지 욕망 중 가장 강한 욕망의 범위에 포함될 것입니다. 그래서 정당한 이유 없이 성관계를 거부하거나 피한다면 이혼사유 또는 손해배상 사유가 됩니다. 대법원은 지난 1966년 6개월간의 신혼생활 동안 한차례도 성관계를 갖지 못한 부부에게 이혼 판결을 내렸습니다.<대법원 65므65> 1994년에도 대법원은 13년동안 성생활을 하지 못한 부부에 대해 이혼을 하도록 했습니다.<대법원 93므1020> 이 소송의 당사자들은 어떻게 결혼생활 동안 성관계가 없었다는 점을 증명했을까요. 먼저 이혼소장을 통한 방법이 있습니다. 남편이 성생활을 무시하고 부부관계를 거부했다는 내용을 소장에 풀어야겠지요. 원고 소장에 기재된 내용을 가정법원은 일단 사실로 인정합니다. 피고측인 남편이 답변서를 통해 부부관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면 남편 역시 그 주장을 증명할 책임을 지게 됩니다. 부부간 성관계가 있었는지 입증하는 방법은 이밖에도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증인을 신청할 수도 있겠지요. 부모나 형제·자매, 또는 친구를 증인으로 내세워 평소 원고가 “부부관계로 고민해왔다. 결혼한지 1년이 지났는데 아이도 낳지 않는다.”는 등의 사실을 증언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갑순씨가 써온 일기장이 있다면 그것도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장이 사건을 가사조사관의 조사에 회부한다는 조사명령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명령에 따라 조사관이 조사기일을 정하여 당사자를 소환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사관은 원고와 피고를 확인해 이를 소상하게 기록해 재판장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조사보고서는 공문서의 일종이기 때문에 증거로 채택됩니다. 의학적인 입증방법도 고려해볼만 합니다. 산부인과 병원 의사에게 진단을 받아 ‘처녀막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소견서를 받아 증거로 제출하거나, 마지막 수단으로 남자의 불능을 감정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재판장은 전문 의료기관에 남성의 성불구여부에 대한 감정을 명할 수 있습니다. 감정보고서는 중요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남자의 불구로 인해 성관계를 할 수 없는 심인성 발기부전증 등으로 진단돼 감정보고서에 반영된다면 이 역시 증거로 쓰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맡은 사건 하나를 소개하며 상담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신혼여행 때부터 결혼하고 1년 동안 남편이 아내에게 성관계는 커녕 키스·애무 등 기타 일체의 애정표현도 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소송을 통해 부인은 중앙대학교 부속 남성과학회에 감정신청을 해 감정을 받아 남자의 성불능을 증명할 수 있었고, 위자료 2000만원을 받았습니다.
  • [학교소식]

    ●9일 입학전형 시안·출제경향 설명회 대일외고는 9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길음동 현대백화점 미아점 10층 사파이어홀에서 입시설명회를 연다. 이날 입학전형 세부시안과 출제경향, 면접내용 등에 대해 설명한다.●체육관·수영장 개관… 주민에게도 개방 서울 용산초등학교는 지난달 14일 체육관과 수영장을 개관했다. 학생들은 1주일에 한 차례, 교직원들은 수요일마다 수영강습을 받는다. 수영장은 오전 6∼8시, 오후 5∼9시에는 지역주민들에게 개방된다. 체육관에는 배드민턴과 배구경기장이 마련돼 있다. 체육관도 조만간 지역주민에게 개방될 예정이다.●1학년 110명 캐나다·영국 연수 실시 이화외고는 방학중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외연수를 실시한다. 모두 110명이 간다. 한 팀은 10일부터 8월3일까지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어학기관 브리티시 컬럼비아 칼리지에서 연수를 받고, 다른 팀은 오는 17일부터 8월3일까지 영국 옥스퍼드대학 안에 있는 어학기관 ‘잉글리시 옥스퍼드 센터’에서 연수를 받는다.●각종 질병예방 `1830 손씻기 운동´ 서울 동북초등학교는 전염병 등 각종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1830 손씻기 운동’을 하고 있다.‘1830 손씻기’는 1일 8차례, 한번에 30초 이상 손을 씻자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린이들은 야외 활동을 마치고 난 뒤나 점심 먹기 전 등 틈나는 대로 손을 씻고, 각자 지닌 손수건으로 깨끗이 닦는다.●뛰어난 발표·모범학생에 `칭찬 스티커´ 서울 이수초등학교 4학년 4반은 4월부터 칭찬스티커를 받고 있다. 칭찬스티커는 뛰어난 발표를 하거나 철저한 준비성을 보이거나 모범적인 행동을 하면 받는다. 칭찬스티커를 25개 모으면 담임선생님은 상장과 상품을 준다.●필독도서 중심 9월 독서왕 선발 퀴즈대회 서울 아주초등학교는 지난달 15∼17일 3일 동안 도서 바자회를 열었다. 이번 바자회에는 학년별 필독 도서 60종과 권장 도서 48종이 판매됐다. 아주초등학교는 오는 9월 필독 도서를 중심으로 독서 퀴즈 대회를 열어 독서왕을 선발할 예정이다.●아버지 학교방문 행사… 350명 참가 예상 서울 영훈초등학교는 8일 ‘아버지 학교방문’ 행사를 연다. 어머니에 비해 학교 소식을 모를 수 있는 아버지와 교사의 만남을 위해 마련됐다. 이날 아버지 350여명이 방문할 예정이다. 학생과 아버지가 저녁시간에 함께 와서 담임교사를 만나 학생이 공부한 학습결과물을 함께 보고 체육관과 음악실, 과학실, 미술실, 실과실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인천·부천 중3생 무료 외국어 체험교실 인천외국어고등학교는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인천·부천지역 중학교 3학년 100명을 대상으로 무료 외국어체험교실을 연다. 운영하는 교과는 영어·중국어·일본어·프랑스어·스페인어 등이며, 기본적인 회화와 함께 노래, 영화, 문화체험 등을 중심으로 학습이 이뤄진다. 인천외고 홈페이지(www.icf.hs.kr)에서 신청서를 다운받아 이메일(jinamour7@hanmail.net) 또는 팩스(032-511-3544)로 접수하면 된다.●인천 학생디자인공모전·경진대회 인천시는 인천디자인고등학교에서 2005인천학생디자인공모전(10월4∼15일) 및 경진대회(10월21일)를 연다. 참가부문은 제품디자인, 환경디자인, 시각디자인 등이며 입상작은 오는 10월31일∼11월3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 전시된다. 신청서는 인천디자인고등학교 홈페이지(www.indigo.hs.kr)에서 다운받으면 된다.●초등학생 여름방학 프로그램 운영 인천주안도서관(www.juanlib.or.kr)은 오는 8월 9·10일 초등학교 1·2년생을 대상으로 ‘밥보다 과자가 좋아’ ‘놀면서 친해지는 영어테크’ ‘그림 독서일기장 꾸미기’ ‘꼴깍 이야기 듣고, 뚝딱 만들기’를,3∼6년생은 ‘나만의 독서카드 꾸미기’ ‘신문으로 보는 세상’ ‘부자습관 기르기’ ‘우리 궁궐 엿보기’ 등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각각 선착순 30명씩 모집하며, 접수기간은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다.●인하케미캠프 참가자 15일까지 모집 인하대는 인천·경기지역 중학생을 대상으로 오는 25∼28일 ‘제5회 인하케미캠프’를 운영한다. 주제는 ‘천연색소의 추출’,‘청사진 만들기’,‘혈당량 측정’,‘DNA 관찰과 모델링’ 등이며, 실험은 2인1조로 진행된다. 참가신청은 15일까지며, 참가비는 10만원이다.
  • [스포츠라운지] 코치로 거듭나는 ‘기록의 사나이’ 장종훈

    [스포츠라운지] 코치로 거듭나는 ‘기록의 사나이’ 장종훈

    말끔하게 수트를 차려입고 서울의 한 호텔 로비에 들어선 그를 본 순간 야구장에서 땀과 흙먼지로 뒤범벅된 유니폼 차림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어색한 순간은 잠시였다. 넉넉한 웃음으로 악수를 건넨 뒤 말문이 트이자 홈런포를 뿜어내며 팬들을 들었다 놨다하던 ‘살아있는 신화’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연습생 신화, 기록제조기 지난 15일 은퇴한 장종훈(37·한화)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너무나 많다.24년 프로야구사에 그가 남긴 족적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일 것. 1949경기에 나서 6290타수 1771안타(22일 현재 양준혁과 공동1위).340홈런에 1145타점 1043득점, 덤으로 3172루타와 997사사구까지…. 타격 8개부문에서 1위기록을 보유한 사나이.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야구기록은 숨가쁘게 고쳐졌고, 팬들의 박동은 급격하게 치솟았다. 숱한 기록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무엇일까.“2∼3년전엔 홈런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라며 “올시즌 엔트리에 오르는 것 자체가 힘들다보니 출장 기록이 가장 소중하더라고요.”라고 멋쩍게 털어놨다.“잘 나갈땐 2000경기,2000안타,400홈런은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죠.”라며 화려했던 시절을 더듬었다. 지난 86년 세광고를 졸업한 장종훈을 원하는 팀은 한 곳도 없었다. 결국 신생팀 빙그레(현 한화)를 찾아가 연봉 480만원짜리 ‘연습생’으로 프로에 뛰어들었다. 진흙 속에서도 진주는 빛나는 법. 그의 재능을 눈여겨 본 배성서 감독은 87년 장종훈을 1군에 세웠고, 데뷔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쏘아올리며 ‘신화’는 시작됐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는 어쩔 수 없었다.2003년 16년 만에 한 자릿수 홈런(6개)을 기록하며 하향곡선을 그렸고, 올해엔 6경기에 나선뒤 2군으로 내려갔다. “지금도 체력은 자신있어요. 그런데 실력으로 내 자리를 지킬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뒤엔 더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한 세대를 풍미한 슈퍼스타다운 은퇴의 변이다. 항간에 나도는 구단의 ‘외압설’도 슬쩍 물어봤다.“등을 떠밀었다면 제 성격에 오기를 부렸겠죠.”라며 부인했다. ●지도자로 신화를 만들겠다 은퇴를 즈음해 스트레스로 5㎏이나 불었다는 장종훈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기자들의 빗발치는 전화도 팬들의 성화도 아니었다. 아내와 어린 두 아들에게 설명하는 게 가장 힘들었단다. 이튿날 들춰본 아홉살난 큰아들의 일기장엔 ‘아빠가 야구를 끊은 것 같다.’고 쓰여 있었다. 아침엔 꼬깃꼬깃 모아놓은 천원짜리 10장을 챙겨 건네며 “아빠, 이제 돈 못벌잖아.”라고 말해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기도 했다. 남은 시즌 2군 보조코치로 활약한 뒤 내년 정식 코치로 뛸 계획인 장종훈은 “저같은 연습생 출신도 눈여겨 볼테고, 최고와 최악을 두루 겪어봤으니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보듬어 줄 것”이라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최근 네티즌 사이에 7월17일 올스타전때 장종훈을 출전시켜 의미있는 은퇴경기를 열어주자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도 긍정적이어서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만 21년을 뛴 ‘닮은꼴 스타’ 칼 립켄 주니어처럼 은퇴하던 해(2001년) 올스타전에서 홈런을 터뜨리는 감동적인 장면을 볼지도 모르겠다. “다시 태어나도 당연히 야구를 할 테지만 왼손타자가 되고 싶다.”며 끝없는 야구사랑을 쏟아놓고 떠나는 이 사내의 뒷모습을 보면서 지도자로서 또 다른 신화를 이뤄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범행동기, 언어 폭력? 게임식 사고?

    육군 총기사고 합동조사단의 20일 조사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문점은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특히 희생자 유족들은 합조단이 김동민 일병의 범행 동기로 제시한 선임 병사들의 ‘언어폭력’이 사고의 원인은 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희생자들의 사망·부상 원인과 관련해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급기야 군 당국은 21일 기존의 육군 윤종성(대령) 중앙수사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전방 GP사고 수사본부’까지 구성했다. 사고 현장도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수류탄 피해 규모 논란 지난 19일 새벽 경기도 연천군 최전방 GP에서 발생한 김 일병의 총기난사사건으로 발생한 인명 피해는 사망 8명, 부상 2명 등 10명. 내무실 수류탄 폭발 당시 1명은 현장에서 숨지고 2명은 부상했으며 5명은 수류탄 피해도 입었지만 김 일병의 총격이 결정적인 사인이라는 게 군당국 분석이다. 비록 경미하지만 수류탄 파편 부상자 2명이 이날 GP 공개 과정에서 이틀이나 뒤늦게 확인된 점도 허술한 조사의 또다른 단면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시 26명이 내무실에서 자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부상자 수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적다며 의문을 제기한다. 수류탄의 위력이나 소총이 난사된 점을 감안할 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것. 일부 부대원들이 사고 당시 내무실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계속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부대원들은 이날 새벽까지 방영된 한국 대 브라질의 세계 청소년축구 경기를 TV로 시청했으며, 문제의 TV는 내무실이 아닌 체력단련장에 설치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하지만 군 당국에서는 김 일병이 던진 수류탄의 경우, 침상에서 잠자고 있던 박모 상병의 몸에 가까운 자리에서 폭발, 많은 양의 파편이 그의 몸에 박히면서 옆에서 자고 있던 다른 동료들의 피해를 상대적으로 줄이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총격 역시 전방에서 우측방향으로만 난사됐기 때문에 희생자가 적었다는 것이다. ●김일병 수양록에도 괴롭힘받았다는 말 없어 김 일병이 선임병들의 언어 폭력에 시달리다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 실행에 옮겼다는 군 당국의 발표에 대해 유가족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사고 현장을 방문해 병사들을 직접 면담하고 돌아온 유가족들은 김 일병에 대한 소대원들의 언어폭력이나 괴롭힘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 대표인 조두하(50)씨는 언어폭력이 사고 동기였다는 군 당국 발표에 병사들이 이해를 못 하고 억울해하는 분위기였다.”며 “범행을 저지른 김 일병의 수양록(일기장)에도 선임병들이 괴롭혔다는 내용은 없다.”고 주장했다. 한 유가족은 “휴가 나온 아들로부터 ‘예전에는 고참이 되면 대우를 받았는데 지금은 신병을 모셔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사고를 낸 김 일병의 얘기를 검증없이 발표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폐휴대전화 수거합니다”

    환경부가 폐휴대전화 수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연간 폐휴대전화 발생량 1300여만대 가운데 각 가정의 장롱 속에 방치되고 있는 900여만개의 폐휴대전화가 수거 대상이다.환경부는 14일 “휴대전화에는 납과 카드뮴 등 인체에 해로운 중금속이 포함돼 소각이나 매립될 경우 환경오염을 일으키게 된다.”면서 “올해 1월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나 실적이 저조해 가정에 보관 중인 폐휴대전화의 집중 수거 캠페인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15일부터 서울시 소재 초등학교(555개교)와 중학교(362개교)를 대상으로 수거 캠페인을 벌인 뒤 다음달부터는 수도권 소재 학교로,9월부터는 전국의 시 이상 소재 초·중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폐휴대전화 처분에 따른 수익금은 전액 학생과 해당 학교에 지급한다. 환경부 박일호 자원재활용과장은 “휴대전화의 회로기판과 배터리에는 금·은·파라듐·코발트 등 값이 나가는 금속도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면서 “폐휴대전화 처분금액으로 학생에게는 환경일기장을, 학교에는 환경도서 구입비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MD의 훈수-디지털도어로크·금고] “휴가철 빈집털이 꿈도 꾸지마”

    [MD의 훈수-디지털도어로크·금고] “휴가철 빈집털이 꿈도 꾸지마”

    모처럼의 설레는 여름 휴가. 그러나 막상 집을 비우려면 불안감이 앞서기 마련이다. 여기 근심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보안용품들이 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도어로크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일부 고급 아파트나 사무실 등에만 설치됐던 디지털 도어로크가 최근 입주하는 아파트에는 기본 사양으로 제공될 만큼 대중화됐다. 선택할 때 반드시 고려할 요소들을 정리한다. ●보조키는 이전설치 쉽지만 주키는 어려워 디지털 도어로크는 크게 주키와 보조키로 나뉜다. 주키는 도어로크와 손잡이가 통합된 형태다. 가격은 20만원 후반에서 40만원대(설치비 포함)로 보조키에 비해 10만원가량 비싸다. 주키는 도어로크와 손잡이가 일체형이어서 디자인을 잘 살펴야 한다. 디자인이 우수한 주키 도어로크는 아이레보사의 게이트맨XP, 엔씨스 하이테크의 하이락 등. 다만 시공할 때 직접 문에 타공을 하기 때문에 이전 설치는 어려운 편이다. 보조키는 가장 대중화되어 있으며 설치시간도 20∼30분으로 짧다. 또 이전 설치가 간편해 세입자나 최신 도어로크으로 자주 교체하는 이들에게 인기다. 추천 상품은 삼테크 아이엔씨의 세이퍼 존, 현대디지텍의 도어캡, 아이레보의 게이트맨 로즈 등이며 최근에는 현관 손잡이를 함께 교체하는 고객들을 위해 복합 구성해 판매하고 있다.15만∼19만원(설치비 포함). ●고장 대비 ‘24시간 AS’ 확인 필수 24시간 AS망도 도어로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늦은 밤에 고장났을 때 즉각적인 처리가 필요한 때문이다. 자주 일어나는 문제는 배터리 방전. 대부분 9V 외부 건전지를 교체, 고객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 삼테크, 현대디지텍, 아이레보 등 판매량이 많은 도어로크 회사의 경우 전국 120여개의 AS망을 연중 휴일 없이 24시간 내내 운영한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형태는 비밀번호를 이용한 번호키 방식과 반도체키를 이용한 터치키가 함께 구성된 제품이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지문인식이나 홍채인식 도어로크도 출시됐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 가격이 비싸 가까운 시일 안에 대중화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고는 무겁고 손잡이 없어야 안전 일반적으로 금고에는 귀금속을 보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금융기관의 예금 이율 하락 등에 영향을 받아 용도가 다양해지는 추세다. 각종 중요 서류와 고급 소형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배냇저고리, 초음파 검진 필름, 일기장 등 소중한 추억이 깃들인 물품도 넣어놓는 것. 금고는 유행에 민감하지 않아 한번 사면 2∼3대에 걸쳐 물려 줄 만큼 반영구적이라는 게 장점이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 중인 금고의 대부분은 내화 금고이다. 섭씨 900도가 넘는 화재에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화재 및 일반적 재난에 의한 충격에도 안전해 가정용으로 알맞다. 금고란 절도 시간을 늘려 도둑들이 훔치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따라서 손쉽게 옮길 수 없도록 손잡이가 없어야 한다. 잠금장치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혼자서는 쉽게 운반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야 하기에 강철로 만들어 무게가 36∼100㎏에 달한다. 그러나 이같은 금고가 도난 시간은 지연시켜도 도난 자체에서 완전히 안전하다고는 볼 수 없다. 현재 유통되는 가정용 금고는 가격대가 저렴한 내화 금고가 대부분. 무게에 따라 천차만별이나 가정용으로 적합한 모델의 경우 19만원(34㎏),25만원(56㎏) 안팎이다. 금고 제조사들은 대부분 수출 위주로 영업 중이다.44년 전통의 범일금고와 세계 일류 상품으로 선정된 디프로매트, 외국에서 더욱 유명한 선일금고 등이 무게와 용도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박준석 현대홈쇼핑 MD
  • 이젠 눈물이 말랐어요

    이젠 눈물이 말랐어요

    나는 학사기생(學士妓生) S각(閣)일기 학사기생 - 어느「멜로드라마」의 제목 아닌 생생한 현실속의 이야기다. 역경을 디디고 일어선 방년 24세, 한 아가씨의 의지가 오히려 믿음직스럽기까지 하다. 신파조(新派調)의 눈물보단 냉엄한 현실이 새삼스레 느껴지는 이 아가씨의 일기장을 뒤져 보면 - 67년 7월 ○일 집에 돌아오니 11시 20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내 방으로 건너왔다. 옷을 갈아 입으니 벗어놓은 옷이 마치 뱀껍질처럼 징그럽다. 왈칵 울음이 솟구쳤다. 울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했지만, 끝내 울어버리고 말았다. 선운각(仙雲閣) - 흔히들 기생「하우스」라고 하는 곳의 기생이 되어버린 내 자신이 초라하다. 내일 아침 학교에 어떻게 나가나? 이제 여섯달이면 졸업이다. 하지만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나의 차이가 몸서리치도록 무섭다. 오늘로 내 삶은 또 하나의 새로운 길에 접어들었다. 성도 이름도 낯설기만 한 박은숙(朴恩淑) 세 글자 - 나에게 붙여진 이 새 이름 뒤엔 그림자처럼「기생」이란 두 글자가 따라다닐 걸 생각한다. 어쩌면 그렇게도 떨렸을까? 아까 처음으로 곱게 단장하고「유니폼」인 하늘색 한복 치마 저고리를 입고 손님방엘 들어설 때, 방안에 몇 사람이나 있는 줄도 몰랐었지. 그저 두렵고 떨리기만. 푹 고개를 숙인 채 묻는 말에만 대답했다. 나중에 생각하니 모두 동문서답. 손님들은 또 어째 그럴까? 나이 지긋한 분들이 딸 같은 내게 그렇게 짓궂은 질문을. 또 눈물이 날 것 같다. 언니들 이야길 들으니 처음 나오는 애들한텐 대개 그렇단다. 몸 둘 곳 모르고 앉아 있기 두어 시간. 얼떨결에 받아 쥔「팁」이 2천원. 돈 때문에 나왔으면서도 마치 자신이 기생충같이 여겨지는 이 불결함. 낮엔 부업 피아노 선생님 밤에는 본업 박은숙 아씨 67년 8월 ○일 아침에 S가 찾아왔다. 밉기도 하고 반갑기도 한 계집애. S는 자상히 지난 한 달 동안의 일을 묻고 선배다운 충고를 몇 마디 했다. 생각해보면 묘한 인연이다. 대학입시 공부하러 그 절에 가지 않았던들 S와 만나지 못했을 거고. 그럼「여대생 기생」이 되지도 않았을 걸. 서로 외로우니 공부하다 쉬는 틈에 사귀고 보니 정이 들고 서울에 돌아와서도 언니, 동생이 되어 버렸다. S가 기생「하우스」에 나가고 있는 걸 알기는 대학교 3학년 때. 그리고 석 달 전 학교를 그만두느냐 마느냐 할 때 이 집을 제의한 게 바로 S였으니. 한 달이나 망설였다. 천하고 밑바닥 인생이라는 느낌이 강박관념처럼 머리에서 뱅뱅 돌았다. S와 두어 시간 얘기를 하고 나니 한결 가슴이 후련하다. S는 역시 좋은 계집애다. S에게서 그녀의 의지 같은 걸 더 배워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레슨」시간이 됐기에 S를 보내고 아이네 집으로 갔다. 모여대 기악과 졸업반 학생이란 것만 알 뿐「그 집」얘길 모르는 아이 어머니는 그저 상냥스럽기만 하다. 좀 극성이긴 하지만. 두 시간 아이와「피아노」앞에서 실랑일 하다 보니 전에는 몰랐던 즐거움이 느껴졌다. 전엔 신경 쓰이고 피곤하기만 하더니 이젠 오히려 아이와「피아노」치는 시간이 뭔지 모르게 즐거웠다. 내 마음을 알 리 없는 아이는「레슨」이 끝나자 한 곡 쳐달라고 자꾸 조른다. 어젯밤 마지 못해 마신 두어 잔 술 때문인지 머리가 무겁긴 했으나 꼬마의 청을 들어주었다. 「모짜르트」를 한 곡. 오래간만에 속이 후련해진다. 집으로 돌아오는「버스」속에서도 연방「모짜르트」를 흥얼거리던 내 모습이 얼마나 우스웠을까? 67년 10월 ○일 꼭 석 달째다. 이젠 손님방에 들어가도 떨리는 버릇은 없어졌다. 모르는 사이에 나도 동화되어 가는 것일까?「레슨」을 끝내고 미장원엘 다녀오니까「마이크로·버스」가 떠날 5시가 다 되었다. 통근「버스」속에서 나는「핸드백」속에 든 세 아이의「피아노·레슨」값 1만 5천원과 오늘 받을 월급 5만원의 지출 내역을 곰곰히 생각한다. 생각하던 것보다 늘어난 내 쓰임새를 좀 줄여야겠다고 생각하며-. 「팁」으로 받은 1~2천원은 미장원 가고「택시」타고 하면 하루 용돈으로 다 없어지고 어쩌다 좀 두둑한「팁」을 받아도 공돈이란 생각 때문인지 친구들과 구경가고 점심 먹고 나면 그만. 손님이 적어 월급만 받고 일찍 돌아왔다. 어머님에게 가니 8살짜리 막내와 어머니가 반겨 맞는다. 다 큰 딸년이 내놓은 3만원에 어머니는 또 치맛자락으로 얼굴을 가리신다. 『얼마나 고되냐』는 엄마의 말에 찔리는 듯 가슴이 아프다. 아이들「레슨」을 위해 할머니와 방을 따로 얻어 나가 살고 있는 것으로만 아는 어머니. 아무리「피아노」를 가르쳐도 7식구의 생활비는 못 된다는 걸 모르시는 선량한 엄마가 사실을 알아 버린다면? 생각만 해도 무섭다. 철없는 막내가 20가지 색나는「크레용」사게 2백원 달라기에 내주었더니 좋다고 매달리며『큰 언니가 최고』란다. 그「최고」의 말 뒤에 숨은 이야길 언젠가 저 애가 알게 되면 언니를 어떻게 생각할까? 집에 돌아와 할머니에게 생활비로 2만원을 내놓았다. 할머닌 이 큰 손녀가 자랑스러워 동네방네 효녀라고 떠들고 다니신다. 이부자리 속에 누워 곰곰히 생각했다. 이젠 눈물이 나지 않는다. 누가 무어라 손가락질 해도 나는 떳떳하고 그래서 오늘 같은 날은 보람을 느낀다.「백」속에 남아 있는 1만 5천원은 내일 아침 우선 은행에 달려가 예금해야지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나는 화려한「리사이틀」에 나가「모짜르트」를 치고 있었다. 68년 2월 ○일 졸업이다. 내 생의 가장 즐거웠고 슬펐던 기억들이 담긴 4년의 맺음이다. 검은「가운」을 입은 이 많은 동창들이 저마다 숱한 사연이 담긴「캠퍼스」를 떠나길 서러워 한다. 엄마와 몇몇 이웃들의 축하인사를 받으면서 나는 마음 속으로 끝없이 울었다. 그러면서 몇 번이고 외쳤다. 『은숙아 - 잘했어』 각(閣)에서도 아줌마랑 한바탕 축하연을 벌여 주었다. 그러면서 이젠「여대생 기생」이 아니라 어엿한「학사 기생」이란다. 아직 학교에 나가고 있는 아이들은 내 졸업이 무척 부러운 모양이다. 나는 그 아이들에게 언젠가 S가 내게 들려주던 식으로 마음을 굳게 가지라고 일러주었다. 이젠 나도 제법 고참이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단골 손님이 두 패가 왔을 땐 아직도 쩔쩔매지만 웬만한 농이나 유혹은 적당히 넘겨버리는 여유가 생겼다. 어쩌다 단골 손님들과 낮에「데이트」를 할 정도로 -「데이트」라야 점심을 먹거나 영화구경을 하는 게 고작이지만 - . 외국손님이 60%가 넘는 이 곳 생활에도 익숙하고 영어회화도 자신이 붙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우리를 관광요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에 알맞은 마음가짐과 자세를 갖기에 무척 노력도 하고 혹시 몸에「기생티」가 밸까 제일 두려워 한다. 이제 졸업했으니 목표는 하나. 외국유학을 가는 거다. 그래서 맘껏「피아노」공부를 할 테다. 그래서 박은숙이란 이름이 결코 천하지 않았던 것임을 언젠가 알려 주리라. <Z> [ 선데이서울 68년 9/29 제1권 제2호 ]
  • 성지중·고생 학교폭력 모의재판

    성지중·고생 학교폭력 모의재판

    “급우 ‘허약한’을 자살로 몰고 간 집단따돌림에 유죄를 인정한다. 피고인 ‘나칠레’를 징역 3년, 피고인 ‘조패리’를 징역 2년, 집행유예 2년에 처한다.” 재판부가 학교폭력에 대해 엄중한 판결을 내리자 숨을 죽이며 지켜보던 방청객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3일 오전 대안학교인 성지중·고교 학생 15명은 서울 동숭동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의 야외무대에서 친구, 학부모, 교사 등 6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학교폭력을 주제로 ‘형사모의재판’을 열었다. 방청객들은 나칠레, 조패리 등 폭력을 암시하는 이름이 처음 소개될 때에는 웃음을 터뜨렸지만 자신들도 학교폭력의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인지 긴장 속에 재판을 지켜봤다. 이날 모의재판에서는 실제 법정과 다름 없이 검찰과 변호인, 검찰과 피고인간에 치열한 신경전과 법리논쟁이 벌어졌다. 일진회 회원인 피고인 나칠레 역을 맡은 정상기(20)군은 검사 역할의 차동환(19)군이 “자살한 허약한에게 침을 뱉고 때린 행위는 폭행치상죄에 해당하는데 인정하느냐.”고 날카롭게 신문하자 “때리지도 않았고 때리라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억울하다.”라고 발뺌했다. 다른 가해자인 조패리 역의 박성환(19)군도 “나 말고도 허약한을 몇 대 안 때려본 학생이 어디 있느냐.”면서 “나칠레가 시켰을 뿐 나는 순한 양이다.”라고 진술해 집단따돌림와 학교폭력에 젖어 둔감해진 가해 학생의 내면을 보여줬다. 나칠레와 조패리의 변호인역을 맡은 김이레(19)양과 이종환(18)군은 “평범한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장난이었다.”면서 “가해 의도는 없었다.”고 강변했다. 피고인측이 혐의 인정을 거부해 소강 상태를 보이던 재판은 허약한의 짝이었던 이쁜이 역할의 배혜원(19)양과 허약한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박무임(57)씨가 등장하면서 극적으로 반전됐다. 단짝의 증언과 자살한 아들의 일기장을 읽어 나가면서 가해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 이날 검찰의 구형량은 두 사람 모두 징역 7년. 이윽고 재판부의 판결문 낭독이 시작됐다. 재판장을 맡은 김수용(19)군이 “집단 따돌림 문제를 청소년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또래 관계의 유형으로 보기에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 할 수 있고 급우를 자살로 몰고 가고도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 채 변명만 늘어놓는 도덕적 상실과 가치관의 전도현상을 볼 때 애석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하자 장내는 숙연해졌다. 재판부는 “집단 따돌림과 폭행은 분명한 범죄행위이며 우리 사회가 또 다른 허약한을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법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 마땅하다.”며 나칠레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조패리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으로 이번 사건을 통해 충분히 반성했을 것이므로 정상을 참작할 여지가 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라는 조패리의 참회의 절규 속에 끝났다. 연극 지도를 맡은 박진철(42) 교사는 “학생들이 학교폭력의 무서움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Love & Wedding] 이태성(29·서울신문) 노은영(29·학원강사)

    [Love & Wedding] 이태성(29·서울신문) 노은영(29·학원강사)

    오늘로 꼭 30일째입니다. 제 인생 최고의 기쁨을 얻은 후로 말이죠. 올 4월 10일,11년이라는 긴 연애기간을 마치고 많은 하객들의 축하와 사랑속에서 드디어 하나가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그녀를 보는 순간 첫눈에 반해서 정말 열심히 마음을 얻고자 노력했습니다. 내가 과연 그 아이와 사귈 수 있을까 하고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물어봤던 게 생각납니다. 저의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았는지,6개월의 스토커 생활 끝에 그녀의 마음을 훔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영화속 한 장면처럼 무작정 골목길을 지켜서서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만들고자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서 있었던 일, 큰 키에 약간 통통한 그녀를 업고 뛰어다녔던 일, 수없이 주고 받았던 편지 등 정말 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그녀를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군대도 의경을 지원해서 다녀왔습니다. 그 당시 의경은 시험을 봐서, 성적순으로 자기 고향에서 근무할 수 있는 특권(?)을 줬거든요. 우스운 얘기지만 시험을 위해 새벽부터 저녁까지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그녀의 집에서 불과 500m 정도 떨어진 부대에서 외근을 하게 돼 보고 싶으면 얼마든지 볼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라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가끔씩 둘이서 제가 쓴 일기장을 보면서 웃곤 합니다. 솔직히 아직도 신혼이라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네요. 아무래도 오랜 연애기간 때문인 것 같아요. 정말 너무나 편한 친구인 것 같은 느낌. 세상의 모든 사람이 나를 외면해도 그녀만은 내편일 것 같은 든든함. 요즘 근무 끝나기가 무섭게 집에 들어갑니다. 오후 5시가 되면 저녁 메뉴를 물어봅니다. 집에 들어가면 인터넷을 다 뒤져서, 메뉴를 찾아 모니터에 띄워놓고 열심히 음식을 만듭니다. 솔직히 맛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행복합니다. 그녀에게 많은 것을 주고 싶습니다. 하루에 한번은 반드시 웃게 해주겠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어설프게 넘어갔던 프러포즈를 대신 하고 싶습니다.“은영아, 잠시라도 같이 있음을 기뻐하고 애처롭기까지 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않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는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할 거야.”
  • 자치구 사이버스쿨 성적이 ‘쑥쑥’

    자치구 사이버스쿨 성적이 ‘쑥쑥’

    서울 각 자치구가 교육용 홈페이지를 잇따라 개설하면서 교육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섰다. 비록 기초자치단체의 고유업무는 아니지만 지역간 격차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교육서비스 격차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중랑구, 예·복습 스스로 할 수 있게 서울 중랑구는 이달부터 구청 홈페이지(jungnang.seoul.kr)에서 초·중학생을 위한 ‘중랑 사이버 스쿨’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대상은 지역내 초·중학생 5000명이다. ‘…스쿨’은 기존 학교수업의 보조수단의 하나로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의 학교교육이 서로 결합될수 있도록 기획됐다. 콘텐츠는 교과서 내용을 바탕으로 학습계획표에 따라 예습과 복습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학습을 마치면 월말·기말평가와 일기장 등을 통해 학습결과를 측정할 수 있다. 학습동기를 잃지 않도록 애니메이션과 전문 성우의 해설 등을 곁들여둔 것이 특징이다. 다음 학기나 상위학년에서 배울 내용도 미리 확인하거나 학습할 수 있도록 돼 있어 편리하다. 이뿐만 아니라 학습사전·백과, 음악감상실, 사이버 실험실, 그래픽 자료 등 학습에 도움을 주는 보조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학습계획표, 월말 평가, 일기장, 관련사이트 등 부가서비스도 제공된다. 공부하다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학습도우미’ 메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학생들의 학습참여도나 결과 등은 학부모들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통보돼 자녀들의 학습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문병권 구청장은 “원래는 지난 2월부터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지만 무료로 사이트를 운영하면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적에 따라 관계법령을 확인하느라 제공시기가 늦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원·과외수업 등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콘텐츠 보강을 지속적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스쿨’을 이용하려면 구 홈페이지에서 가입신청을 한 뒤 로그인하면 된다. 지속적으로 학습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 이용에 제한이 따를 수 있다.(02)490-3318. ●‘원조’은평구선 현직 교사들이 강의 인터넷을 통한 교육서비스를 처음으로 제공한 것은 2003년 은평구(구청장 노재동)가 최초다. 현재 은평구는 구청 홈페이지(eunpyeong.seoul.kr)를 통해 중·고교과정 국어·영어·수학 과목의 강의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강의는 지역내 현직 중·고교 교사들이 맡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약 4000명의 학생들이 사이트를 이용해 학습을 했다. 구는 2∼3개월 내에 전용사이트를 마련하고 강의과목을 확대하는 등 업그레이드에 착수할 예정이다.(02)350-3588. ●강남구, 더욱 알차게 업그레이드 강남구(구청장 권문용)는 보다 다양한 교육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구는 지난 3월부터 1만원으로 초등학교 전학년과정을 배울 수 있는 ‘e-홈스쿨’을 강남원격교육원 홈페이지(gnelc.gangnam.go.kr)에서 운영하고 있다. 또 강남구는 이밖에도 전자도서관(ebook.gangnam.go.kr), 인터넷 수능방송(edu.ingang.go.kr) 등 다양한 사이버 학습시스템을 갖춰 구민들 및 타지역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02)2104-1253.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학교소식]

    [학교소식]

    ●1·6학년생 토요일 함께 보내기 인기 서울 매동 초등학교(교장 김문자)가 올 새학기부터 매월 한 차례 재량활동 수업 시간을 활용,1학년과 6학년 학생들이 형제자매처럼 함께 토요일을 보내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6학년생이 1학년생에게 재미있는 책을 읽어주는 ‘사랑의 고리 책 읽어주기’는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 1학년과 시소를 타거나 체스도 하고 그림도 그리는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함께 하기도 한다. 김 교장은 “이런 만남을 통해 1학년들이 6학년 학생들을 대할 때 무서워하거나 어려워 하는 것이 아니라 형제처럼 가까운 느낌을 가진다.”고 밝혔다. ●스스로 반성 바른생활 익히기 경기도 과천시 문원 초등학교(교장 이강신)는 전교생 ‘코시일기장 쓰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코시’(KOCEHS)의 K는 친절,O는 질서,C는 청결,E는 예절,H는 정직,S는 봉사를 뜻하는 말로, 바른 생활을 몸으로 익히자는 취지다. 지난달 초 일기장을 나눠주고 매일 일기를 쓰게 해 6가지 덕목을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다. 이 교장은 “학생들이 바른 마음가짐을 갖게 하자는 뜻에서 도입했다.”고 밝혔다. ●서울 서신초등학교 지난주 개교 서울 서신초등학교(교장 김민숙)가 지난 달 28일 문을 열었다. 은평구 신사2동 산 80번지에 자리잡은 이 학교는 26학급 911명의 어린이와 51명의 교직원으로 출발했다. 과학실과 음악실 등 특기·적성 교육을 받을 수 있는 14개의 특별실과 교실마다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최신식 책상을 갖췄다. ●충무공 탄생기념 글짓기·그림그리기 대회 서울 중구청 관내 초등학생들이 지난달 21일 충무공 이순신 탄생을 기념해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글짓기 및 그림 그리기 대회’를 열었다. 광희·남산·덕수·리라·봉래·숭의·장충·충무·청구·흥인 등 10개 학교가 참여했다. 행사 전에는 각 학교에서 미리 이순신 장군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동부교육청, 전자도서관 개통식 서울 동부교육청(교육장 김주남)은 지난 2일 오후 면동초등학교(교장 오운홍)에서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과 구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자도서관 개통식’을 가졌다. 전자책은 컴퓨터나 개인휴대단말기(PDA) 등으로 실시간대로 원하는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관내 42개 초등학교 학생들이 강남구 전자도서관의 전자책을 열람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대출과 열람이 가능하며, 책 내용 중 필요한 부분은 편집하거나 인쇄할 수 있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학부모 105명 명예교사 위촉 수원 조원고등학교는 지난 26일 교내 강당에서 학부모 105명에 대한 명예교사 위촉식을 가졌다. 이날 명예교사에 위촉된 1·2학년 학부모들은 앞으로 1년간 정기고사, 학력평가 등 각종 시험에 참여해 교사들과 함께 시험관리를 하게 된다. ●영재교육기관·과학교육관 개관 인천시 서구와 계양구 지역의 우수학생을 선발, 영재교육을 맡게 될 영재교육기관과 과학교육관이 지난달 29일 문을 열었다. 인천시 서구 검암동 소재 간재울초등학교에 문을 연 서부과학교육관은 과학완구실험실과 공작실 등 완구 관련 실험실과 강의실을 갖추고 있다. 또 서부영재교육원은 수학·과학 분야의 우수한 실력을 가진 중학생 108명을 뽑아 수학·과학 심화학습, 창의력 향상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학생·학부모 과학 공동학습 개강식 인천시북부교육청은 지난달 29일 북부과학교육관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학부모 과학 공동학습’ 개강식을 가졌다. 공동학습은 초등생 3학년 학생(20명)과 학부모(20명) 등 모두 40명을 대상으로 다음달부터 11월까지 20회에 걸쳐 과학실험과 발명교육 등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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