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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겨울, 똑똑하게 촉촉할래

    올겨울, 똑똑하게 촉촉할래

    한겨울 수은주와 함께 뚝 떨어지는 게 습도다. 특히나 보일러나 난방기구를 사용하면 습도는 더 급격하게 떨어진다. 실내 습도는 40~50%를 유지하는 게 좋다. 하지만 요즘 같은 때 아무 가습 대책이 없으면 습도는 20% 중반을 오간다. 난방을 하면 20% 밑으로 떨어지는 일도 잦다. 아침에 일어나면 입안이 마르고, 콧속 사정이 좋지 않은 사람은 안쪽이 갈라져 코피를 흘리기도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 널어 둔 젖은 수건이나 빨래가 몇 시간 뒤 마르고 나면 오히려 습도는 더 빠르게 떨어진다. 집에 아이가 없더라도 가습기가 필요한 계절이다. 다른 가전제품과 마찬가지로 가습기 역시 종류가 다양하고 쓸 때 유의할 점도 많다.가습기는 크게 초음파식, 기화식(자연증발식), 가열식으로 나뉜다. 이 중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초음파식 가습기다. 가습기를 검색하면 나오는 제품들이 대체로 초음파식이며 요즘 사무실 책상에 두고 쓸 수 있도록 작게 나오는 제품들도 거의가 그렇다.초음파 가습기는 초음파 진동자가 물을 미세한 방울로 쪼개 날려 보내는 식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수증기처럼 보이는 뿌연 기체가 뿜어져 나오는데 이는 증기가 아니라 물방울과 공기의 혼합물로 안개와 비슷하다. 단시간에 실내 습도를 올릴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전력소모도, 소음도 적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단점도 많다. 대부분 물을 쪼개서 직접 뿜어내기 때문에 물속에 섞인 물질이 그대로 공기 중에 뿌려지기 때문이다. 만약 가습기 물통에 담긴 물에 세균이나 오염물질이 포함돼 있다면 사용자가 그걸 들이마시게 된다. 초음파 가습기의 이런 성격과 관련, 가장 충격적인 예는 2011년에 일어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다. 초음파 가습기에만은 절대 사용해선 안 되는 물질인데 업체가 아무런 주의나 구분 없이 생산·판매해서 그런 비극이 일어났다.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 미세한 물방울에 섞여 그대로 흡입된 것이다. 해당 살균제를 초음파식이 아닌 기화식이나 가열식 가습기에만 사용했다면 이런 피해가 일어나진 않았을 것이다. 독성 물질이 아니라도 물은 본질적으로 수용성 세균이나 곰팡이 등을 증식시키기 좋은 환경이다. 물통 안에서 이런 세균이 증식하면 초음파 가습기를 켰을 때 물방울과 함께 공기 중에 살포된다. 방금 받은 신선한 물이라도 미량 녹아 있는 미네랄은 초음파 가습기를 통해 물방울과 함께 공기 중에 떠다니다 TV 등 정전기를 일으키는 물건 표면 등에 달라붙어 허옇게 얼룩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백분현상’도 초음파 가습기의 단점이다. 그럼에도 초음파식 가습기가 가장 널리 쓰이는 건 역시 가습 효율성과 경제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사용하는 공간이 넓을 경우 기화식이나 가열식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다행히 최근 출시되는 제품들은 대부분 구조나 기능적으로 자체적인 항균·위생 대책을 탑재하고 있다. 백분현상을 줄여 주는 필터를 내장하고 있는 제품도 있다. 그래도 내부를 자주 청소하고 소독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빨래나 젖은 수건을 널어 놓는 것과 같은 원리로 실내 습도를 높여 주는 게 기화식 가습기다. 물통의 물을 부직포 등 섬유재질 필터로 빨아올리고 필터가 머금은 습기를 자연 그대로, 혹은 기계적 장치로 바람을 불어 증발시키는 방식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습도를 올려 주는 기화식 가습기의 최대 장점은 ‘안전’이다. 만약 물에 오염물질이나 세균 등이 섞여 있다 해도 초음파 가습기처럼 사용자가 습기와 함께 직접 들이마실 염려가 없다. 필터를 통해 공급되는 습기는 순수한 물이다. 집에 아기가 있거나 가습기 때문에 오히려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집에서 쓰기에 좋다. 실내에 습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증발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과도한 가습으로 인한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바람을 불어 가습효율을 높여 주는 보조장치를 쓰지 않을 경우 전기료와 소음이 아예 없다. 하지만 기화식은 가습능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넓은 공간에서 사용할 경우엔 효과가 미미하다. 대용량 제품도 있지만 값이 비싼 편이다. 또 필터에 물때나 수돗물의 미네랄이 쌓이게 돼 자주 청소를 해 주지 않으면 가습 효율이 더 떨어진다. 보조장치를 탑재한 제품을 구입해 아기방이나 침실 등 넓지 않은 공간에 각각 두고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가열식 가습기는 내부에서 물을 끓여 실내로 뿜어내는 방식이다. 기화식 다음으로 자연스러운 가습 방식이며, 마찬가지로 물속 불순물이 공기 중으로 뿌려지지 않는다. 가습효율은 기화식과 초음파식의 사이에 해당한다. 반면 전기로 물을 끓이는 전열 방식이라 하루 종일 사용할 경우 전기료를 걱정해야 한다. 소음도 세 종류 가습기 중 가장 크다. 특히 수증기를 뿜어내는 부분은 상당히 뜨겁다. 요즘엔 안전대책을 구비한 제품들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아이가 있는 집에선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수돗물을 바로 쓸 경우 수조 안에 물이 증발하고 남은 찌꺼기가 많이 쌓인다. 가습기는 종류를 불문하고 내부 물 저장공간을 자주 청소하고 살균소독을 해 주는 등 관리가 필수적이다. 기화식 가습기의 경우 수조에 전용 살균제를 넣거나 락스를 조금 타면 필터를 청소하는 것 외에 따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지 않다.수돗물을 사용하느냐, 정수된 물이나 끓인 물을 쓰느냐를 두고 주장이 엇갈렸는데 최근엔 정수나 끓인 물을 쓰는 게 낫다는 쪽이 힘을 얻고 있다. 수돗물의 소독 성분이 세균 번식을 막아 준다고도 하지만 염소도 물을 받아 두면 날아가기 때문에 이런 효과도 물을 자주 갈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 정수된 물을 쓰면 초음파 가습기 백분 현상을 줄일 수 있다. 과하게 가습을 하는 것도 좋지 않다. 가습 효율이 좋은 초음파 가습기를 계속 돌리면 기관지 점막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습기를 배출하는 부분에 얼굴이나 코를 대는 것도 좋지 않다. 초음파식의 경우 물에 포함된 불순물을 그대로 들이마시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공기청정기와 초음파 가습기를 함께 쓰는 것도 좋지 않다. 초음파 가습기를 통해 나온 미세 물방울은 이보다 더 미세한 공기청정기 필터에 걸리고 만다. 그럼 가습 효과가 없어질 뿐 아니라 공기청정기는 물방울을 미세먼지로 인식, 자동모드를 사용할 경우 굉음을 내며 최대 출력으로 돌아갈 것이다. 게다가 종이를 여러 번 접은 것 같은 형태의 필터가 가습기를 통해 나온 물기를 잔뜩 머금으면 수명이나 성능이 떨어질 수 있고, 이 상태로 장시간 사용하지 않으면 세균이 번식할 가능성도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연동형 비례대표제 野3당에 ‘양날의 검’…원외 종교·이념정당 표 뭉치면 의석 위협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군소 야 3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선거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제도가 이들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아래서는 사표(死票) 없이 모든 득표가 의석 수로 연결된다. 따라서 현재의 원내 군소 정당에 유리한 제도로 인식돼 있다. 예컨대 현행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아래 치러진 2016년 총선에서 정의당은 6석을 얻었다. 반면 지난 2월 국회 입법조사처 발표에 따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2016년 총선 결과에 대입할 경우 정의당은 23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17석을 더 가져가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현재의 원내 정당(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구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서의 계산이다. 막상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다면 다른 많은 원외 군소 정당들의 국회 진입이 더 수월해지기 때문에 기존 원내 정당들의 기득권이 잠식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총선에서 정의당(7.23%)에 이어 5위를 차지한 기독자유당은 2.63%의 정당 득표율을 얻고도 원내 의석을 하나도 얻지 못했다. 현행 선거법은 정당투표에서 유효득표의 3% 이상을 얻은 정당에만 의석을 배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려면 이 3% 조항이 철폐돼야 하기 때문에 이 경우 기독자유당은 지역구 의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않고서도 국회 의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그동안 소선거구제 아래서는 원내 진입에 한계가 있어 적극적으로 선거에 뛰어들지 않았던 많은 군소 정당들이 선거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표의 응집력이 강한 종교단체나 이익집단, 이념정당들이 앞다퉈 원내 진입을 노릴 게 명약관화하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녹색당의 돌풍도 눈여겨 볼 만하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슬로건을 내세워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신지예 녹색당 후보는 1.67%의 지지율을 얻으며 박원순(민주당), 김문수(한국당), 안철수(국민의당) 후보에 이은 4위를 기록해 원내 진보 정당을 대표하는 정의당 후보를 따돌렸다. 현행 소선거구제에서는 대안 부재로 진보세력이 정의당에 몰렸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많은 진보 정당들이 난립하면서 정의당의 독보적 위상이 흔들릴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더욱 위태로울 수 있다. 지역 기반이 확실치 않은 데다 이념적으로 민주당이나 한국당과 뚜렷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박수영 한반도선진화재단 대표는 “보수, 진보 양극단의 주장만 하는 정치세력이 국회로 들어오면 역설적으로 야 3당의 존재는 희미해질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극단적인 예로 이석기씨의 석방을 요구하는 ‘민중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태극기 부대’가 국회로 입성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올해 경찰공무원 등 77명 배출

    계명대 경찰행정학과가 올해 경찰공무원 간부후보생 경위 3명, 순경 44명, 검찰?법원?소방직 공무원 등 21명, 공기업 및 일반 기업 9명 등 77명을 배출했다. 계명대 경찰행정학과의 정원 내 모집정원이 70명인 것을 감안하면 졸업 후 모두 진로를 찾은 셈이다. 올해 합격한 경찰공무원 44명은 지역별로 대구?경북 27명, 부산?울산?경남 3명, 서울?경기 13명, 강원 1명이다. 1996년 학과 창설 이후 금년까지 경찰간부후보생 18명, 경찰공무원 800여 명을 비롯해 사법고시 합격자 9명(로스쿨 4명), 소방간부후보생, 검찰직, 법원직 등 1,000여 명의 국가공무원을 배출했다. 이 밖에도 교수, 연구원, 공기업, 금융권, 대기업 등에도 활발한 진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체계적인 교육과정과 교수진의 열정적인 강의, 입학과 동시에 이뤄지는 직렬별 공무원시험 진로지도에서 찾을 수 있다. 교과과정 내에 경찰공무원을 비롯해 검찰직, 법원직, 교정보호직, 일반직 등 공무원 전 분야에 걸쳐 어떤 시험이든 준비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편성하여 운영하는 것이 가장 큰 성공요소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경찰공무원 시험에 가산점이 주어지는 유도 단증의 취득을 돕기 위해 전문 유도 교수를 초청해 유도 실기수업을 진행하고, 학교 내외의 안전 및 질서 유지를 위해‘캠폴(캠퍼스 폴리스)’제도를 운영, 학생들에게 경찰관으로서의 간접체험과 함께 지역사회 봉사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도 입학 때부터 진로상담을 통해 학생들이 조기에 진로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돕고, 경찰학, 범죄학, 법학 등 각 세부전공별 교수들이 각각의 공직 영역별로 집중적으로 지도하면서 학생들의 시험 준비를 돕고 있다. 또한, 자체 고시원인‘경시헌’을 운영함은 물론, 비사스칼라를 비롯한 우수학생 특별장학금 지급 및 교재 지원, 지역경찰서 현장실습, 형사사법기관의 전문영역별 명사 초청특강 등 다각적인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허경미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학과장은 “경찰 관련학과로는 지역에서 처음으로 창설돼 지난 20여 년 동안 꾸준히 우수 인재 배출에 매진해왔다. 그 동안의 노력이 지속적인 결실로 나타나 기쁘다”며“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국가와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추도록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계명대 경찰행정학과는 지난 1996년 지역 최초로 설립돼 지속적인 교과과정 개선과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며 지난 20여 년 동안 경찰직은 물론 사법시험, 검찰, 법원, 교정직 등 공공안전 분야에 많은 동문들이 진출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민간 자동차검사소 합격률 높은 이유 “있었다”

    민간 자동차검사소(지정정비사업자) 61곳이 배출가스나 안전검사 기준 부적합 차량을 합격시키는 등 부정 검사를 일삼다 적발됐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겪이다. 2017년 기준 민간 자동차검사소 합격률(86.1%)이 한국교통안전공단 직영검사소(77.0%)와 격차가 컸던 이유는 부정이 개입됐기 때문이다. 20일 환경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공동으로 11월 5일부터 이달 7일까지 한달여 민간 자동차검사소 286곳을 특별 점검한 결과 61곳의 불법 행위를 적발했다.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높아지고, 대도시 지역은 도로수송부문 배출이 상대적으로 많아 철저한 자동차 관리가 요구된다. 자동차 배출가스가 국내 미세먼지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 전국 평균 11.7%, 수도권은 25.3%로 최다 배출원이다. 그러나 고객 유치와 수익 창출 등을 위한 민간 자동차검사소의 불법구조 변경 차량 묵인, 검사결과 조작, 검사항목 일부 생략 등 봐주기식 검사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점검 대상은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한국환경공단에서 운영 중인 자동차관리시스템에서 부정 검사가 의심되는 259곳과 지난해 특별점검에서 적발된 27곳 등 286곳을 선정했다. 단속 결과 불법 개조 차량과 안전기준 위반 차량 합격이 33건(54%)을 차지했고 검사기기 관리 미흡(16건), 영상 촬영이 부적정하거나 검사표 작성 일부 누락(9건) 등이다. 61곳 검사소 1곳당 1건씩 불법행위가 적발됐다. 적발된 검사소는 업무정지 처분과 함께 기술인력(59건)에 대해서는 직무정지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검사기관으로 지정받은 민간 검사소는 1700여 곳이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정부, ‘펜션 참사’ 전에 수차례 안전점검, LP가스 배관은 빠져… ‘겉핥기’만 했다

    최근 5년간 가스보일러 사망 14명 정부가 최근 가스 안전점검을 여러 차례 진행했지만 이번 강릉 참사의 원인이 된 일산화탄소 점검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안전부와 관계부처, 지방자치단체가 합동으로 가스 안전점검을 벌인 뒤에 사고가 발생해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행안부는 지난 13일 15개 중앙부처와 17개 시·도가 참여하는 ‘범정부 사회기반시설 안전관리대책’ 회의를 갖고 일제 점검을 실시했다. 지난 9월 3일부터 10월 19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가스안전공사와 공동으로 안전감찰을 진행했다. 그러나 안전점검에서 LPG 배관 관련 안전점검은 없었다. 최근 경기 고양 저유소 화재 사고로 안전점검이 대형시설 위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가스 안전감은 범법사항 위주로 감찰을 진행해 공동주택 안 LPG 용기, 가스용기 재검사기관 등을 특정 시설만 집중 점검했다. 에너지 일제 점검에서도 지하 매설 열수송관, 가스배관, 전력구 위주로 살폈다. 결국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안전점검이 유일하지만 LPG 공급업체가 방문해 보일러 배기통 확인, 환기구 점검 등을 검침하는 것만으로는 사고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는 사이 가스보일러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23건의 사고가 발생해 14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부상당했다. 이 가운데 배기관 이탈 등으로 유해가스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중독으로 이어진 사고는 17건(74%)이다. 가스보일러 사상자 49명 중 48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가스나 일산화탄소 경보 장치를 설치하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지만 일부만 의무화됐다. 도시가스사업법 사고예방설비기준에 따라 식품접객업소 등 영업장 면적이 100㎡ 이상이나 지하에 위치한 가스사용시설은 가스누출경보기나 차단기를 설치해야 하지만 가정용 시설은 예외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도 다르지 않다. 정부는 지난 9월 야영장의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 의무화 법안을 마련했지만 펜션은 설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안전불감 공화국’ 한걸음도 못 나갔다

    ‘안전불감 공화국’ 한걸음도 못 나갔다

    농어촌 민박 2만 6578곳… ‘주택’ 분류 보일러 점검·가스경보기 설치 의무 없고 전수조사 안 해… ‘안전 사각지대’ 위험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교 3학년생 10명이 지난 18일 강원 강릉의 한 펜션에서 일산화탄소에 스러진 사고의 원인이 ‘안전 점검 소홀’로 드러나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분노는 치솟았지만, 안전망 구축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19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농어촌 민박 안전관리실태 점검표’에 따르면 이번 사고에서 유독 가스가 배출된 보일러는 점검 대상에서 아예 빠져 있었다. 점검 대상 가스 설비는 ‘가스레인지’뿐이었다. 점검을 하더라도 월 1회 가스가 새지 않는지 비눗물로 확인하는 게 전부였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펜션과 같은 농어촌 민박의 설치와 운영을 규정한 농어촌정비법 시행규칙 어디에도 보일러실 관리 규정은 없었다. 강릉소방서에 따르면 사고를 당한 학생들이 머물렀던 아라레이크 펜션 201호는 보일러실이 실내에 있는 구조였다. 인근 펜션 주인 김모(57)씨는 “펜션 보일러실을 외부에 설치하도록 규제했다면 가스가 실내로 유입되지 않았을 것이고 이런 참변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민박은 ‘특정소방대상물’로 지정되는 호텔이나 모텔과 달리 ‘주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가스경보기나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의무가 없다. 연면적 230㎡ 미만의 주택에서 소화기를 1개 이상 갖추고 객실마다 화재 감지기만 설치하면 누구나 펜션을 차릴 수 있다. 강릉시 관계자는 “안전관리 실태 점검은 동절기와 하절기에 각 1회씩 진행하며, 화재위험 여부나 피난시설, 건물 균열, 전기 시설의 이상 여부를 점검한다”면서 “민박은 소화기와 화재경보기만 확인해 이상이 없으면 영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박의 안전 점검은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로 진행된다. 강릉 지역에만 630개 펜션이 있는데 200곳을 임의로 선정해 점검하는 식이다. 사고 펜션은 지난 7월 24일 영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안전 점검을 한 차례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점검은 소방서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농어촌 담당 부서나 보건소가 맡는다. 농가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장려된 농어촌 민박은 전국에 2만 6578개나 된다. 전국 지자체의 펜션 안전 관리는 강릉과 엇비슷해 관광객 누구든 질식사의 위협에 내몰려 있었던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표본점검 기간을 연장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나, 3명의 학생이 숨진 뒤 내놓은 ‘뒷북 대책’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농어촌 민박의 안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농어촌 민박이 농가 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들어서다 보니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안전 기준도 함께 완화됐다”면서 “농어촌은 소방서로부터 거리가 멀기 때문에 안전 기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은 최소한의 기준이므로 법 개정보다 안전에 대한 국민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창영 한양대 방재안전공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일산화탄소의 위험성에 얼마나 무지했고, 재난 안전에 대한 기본 상식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 주는 사고”라면서 “안전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논의가 있어야 하고, 특히 호텔이나 펜션 관리자들은 안전관리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릉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강릉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서울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서울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플라스틱 사용 줄이고 폐기물은 처리한 만큼 보조금 지급해야”

    “플라스틱 사용 줄이고 폐기물은 처리한 만큼 보조금 지급해야”

    공공의 일을 민간에 맡기는 순간부터 부작용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돈이 되지 않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편법과 탈법이 등장했고 여기에 브로커까지 관여하면서 불법 폐기물 수출이 체계화됐다. 이제 비정상을 공공이 나서 바로잡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불법 폐기물이 수출되지 않으려면 관리체계 개편과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시에 재활용할 수 없는 폐기물을 줄이고, 폐기물 처리시설을 확대하고, 재활용 불가능한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불법 폐기물 말만으론 안 줄어 규제 강화를 지방자치단체는 민간 선별 업체와 폐기물 처리계약 조건으로 선별 후 잔재폐기물의 비율을 40% 이하로 줄이도록 요구한다. 인천시의 ‘재활용품 선별·처리 민간대행 계약조건’을 보면 ‘잔재쓰레기 양이 반입량의 40%를 초과하면 재활용품 선별 업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 초과분에 한해 익월 대행료를 전액 감액해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선별 후 잔재폐기물을 줄이는 의무를 민간 선별 업체에 모두 떠넘긴 셈이다. 업계는 “처음부터 재활용이 불가능한 제품이 많이 나오는 한국 플라스틱 제품의 특성상 무리한 요구”라고 항변한다. 이들은 재활용할 수 없는 폐기물을 생산하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독일 사례가 참조할 만 하다. 독일은 2022년까지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현재 17%에서 19% 포인트 높은 36%로 끌어올릴 계획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플라스틱 제품과 포장을 줄이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친환경적인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도록 하고, 포장용품을 생산하지 않는 기업엔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강력한 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7일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재활용촉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재활용이 어려운 3등급 포장재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에서는 포장재 겉면에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 결과를 표시해 소비자가 포장재의 재활용성을 고려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재활용업계에 8년간 종사한 박모씨는 “가정에서 분리수거를 잘 하지 않거나 선별장이 제대로 선별하지 않아 재활용할 수 없는 폐기물이 많아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의 생산을 금지하고, 플라스틱 사용량을 제한하는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EPR’ 제도 개선·폐기물 처리 시설 확대 재활용업계 보조금 체계인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 EPR 제도는 비닐이나 페트와 같은 포장재를 쓰거나 만든 생산자가 분담금을 내면 그 분담금을 재활용업체에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기업 분담금이 재활용업체의 지원금으로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최근 4년간 EPR 제도 분담금 및 지원금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분담금은 2014년 대비 40.7% 증가했지만 지원금은 26.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스매칭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그 이유로는 EPR 제도의 의무할당량과 연관이 있다. 현재 매년 의무할당량을 정해주고 그 범위 내에서 지원금을 주기 때문이다. 소비량이 많은 비닐 이행률은 147.2%나 된다. 폐비닐 사용량이 많아 EPR 의무가 없는 업체의 비닐까지 재활용하다 보니 이행률이 초과달성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폐기물을 처리한 만큼 보조금이 돌아가는 구조가 필요하다. 국내 폐기물 처리시설도 확대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중반까지 주민 반대로 신규 소각시설 설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일부 소각시설이 설치됐지만 모든 폐기물을 처리할 수준은 아니다. 정부는 이런 이유로 2000년대 후반부터 폐기물고형연료(SRF)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폐기물고형연료로 가연성 폐기물을 처리하면 환경오염을 줄이고 주민들의 민원도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올해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SRF 처리시설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지난 4월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 조치까지 더해져 폐기물을 SRF로 처리하는 게 더욱 어려워졌다. 주민 반대를 설득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는 게 급선무다. 주민 보상시스템을 마련해 주민 반대를 제도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불법 폐기물 유출 경로 몰라 분리 수거 ‘헛수고’ 불법 폐기물 수출이 이뤄진 데는 폐기물 이동 과정에서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분리수거율은 2016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위에 오를 만큼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선별장 등에서 폐기물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일반 가정의 분리수거가 모두 헛수고가 될뿐이라고 지적한다. 불법 폐기물이 흘러나가는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이다. 5t 이상 건설 폐기물처럼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일정 규모 이상의 폐기물은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올바로 시스템’ 전자등록서비스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업자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분산 배출하거나 양을 줄이는 수법을 쓴다. 이런 폐기물들이 빠져나가면 환경당국은 실태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폐기물 수출 관계부처의 주기적이고 지속적인 단속이 요구된다. 환경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관세청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나서야 효과적인 감시가 가능하다. 각 기관들이 가진 최신 기술을 활용해 불법 폐기물 수출에 관여하는 업체들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급선무다. ●드론 활용 감시·‘앱’ 통한 신고 체계 구축해야 최근 주목받는 기술이 드론 활용이다. 정부는 최근 공적 사업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는데, 폐기물 무단 유출 감시체계에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 해양수산부는 2022년까지 우리나라 전 해역에 드론 500대를 배치할 계획이다. 불법 조업 단속, 항만시설 관리, 항만 보안, 적조 예찰, 해양 쓰레기 모니터링 등에 드론을 활용한다. 불법 폐기물 수출 감시는 해양 쓰레기 감시와 크게 다르지 않아 해수부의 노하우를 전수받는다면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으로 감시를 확대해 불법 폐기물의 포위망을 촘촘히 해야 한다. 폐기물 수출 애플리케이션(앱) 등으로 주민들이 사진을 찍어 올리면 지자체가 기동감시반을 투입하는 식이다. 서울시는 서울스마트불편신고 앱, 행정안전부는 생활불편신고 앱을 통해 민원을 받고 있다. 아직까지 폐기물 무단 유출에 대한 신고체계가 구축되지 않았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들이 해외로 폐기물을 수출하고 있는데, 현재 올바로 시스템이 있으면서도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상당히 큰 문제”라면서 “정확히 어떤 지점에서 폐기물 누수 현상이 발생하는 것인지를 정확히 따져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내륙에 방치된 폐기물에 한정했던 ‘방치·불법투기 폐기물 발생 예방 및 처리 대책’을 내년 1월부터 불법 수출 폐기물로 확대해 실태 조사에 나서겠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관계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수출 전 현장 확인 절차 강화 등 폐기물 불법 수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4년 연속 서울대 합격… 시골학교 군위고의 반란

    4년 연속 서울대 합격… 시골학교 군위고의 반란

    ‘다윗이 골리앗을 살려 낸다?’전형적인 ‘시골학교’인 경북 군위고등학교가 인구 감소로 존폐 위기에 놓인 군위군을 되살리고 있다. 군위고가 최근 4년 연속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면서 절망에 빠져 있던 군위가 재기의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군위는 인구가 2만 3000여명으로 경북 영양에 이어 도서지역을 제외하곤 전국에서 두 번째로 적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37.5% 이상으로 고령화율은 세 번째로 높다. 이런 탓에 군위의 전체 학생 수는 고작 1000여명이다. 초등학교 7곳 493명, 중학교 4곳 248명, 고교 2곳 343명 등이다. 결국 이들마저 다른 지역으로 떠날 경우 군위의 소멸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학생 수가 290명으로 이 지역을 대표하는 군위고가 군위를 절망에서 희망으로 구해 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군위고는 최근 발표된 2019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 전효주(19) 학생이 의과대학 의예과에 합격했다고 18일 밝혔다. 2016년 2명, 지난해와 올해 1명씩에 이어 4년 연속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한 것이다. 1953년 개교 이래 65년 만에 처음이다. 2010~2012년 3년 연속 1명씩 합격했던 기록을 갈아 치웠다. 특히 서울대 의예과 합격은 학교 역사상 최초라는 새로운 기록도 세웠다. 군위고의 이 같은 성공 신화에는 군위군 전체가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해 사활을 걸고 절박하게 노력한 결과로 여겨진다. 군위고는 학생들의 수준별 맞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명문대생 배출 노하우를 십분 활용했다. 지역사회도 학교 및 학생 지원에 파격적으로 나섰다. 주민과 출향인 등이 286억원의 교육발전기금을 조성해 매년 10여억원을 각급 학교와 학생 지원에 사용한다. 조건호 군위고 교장은 “특별전형이 있다고 모든 농어촌 학교가 서울대생을 배출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군위고가 농촌 학교와 학생들의 희망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만 군위군수는 “군위의 희망인 군위고가 지역 학생들의 타지 전출을 막고 외지 학생들의 군위 전입을 유도하는 등 지역 현안인 인구 늘리기의 선봉장이 되고 있다”고 했다. 군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명예기자가 간다] 울산 ‘벤젠’ 배출 저감 합격점… 규제 한계 넘은 민·관 협치의 힘

    [명예기자가 간다] 울산 ‘벤젠’ 배출 저감 합격점… 규제 한계 넘은 민·관 협치의 힘

    규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환경 난제들이 많다. 변화하는 시대상이나 현장의 분위기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해 발생하는 공백과 같다. 울산석유화학단지에서 발생한 벤젠 문제도 그중 하나다. 2012~2016년 연속적으로 벤젠이 대기환경 기준치를 초과 배출됐다. 벤젠은 석유화학제품 제조 공정에서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울산은 전국 벤젠 배출량의 26%를 차지한다. 입주 기업들은 법에서 정한 배출 허용 기준을 준수한다고 했지만 현실은 달랐던 것이다. 단순 배출 총량을 규제하는 것으로 문제를 풀 수 없었다. 기업들에 저감 노력을 요구했는데 추가 규제에 해당됐다. 이미 법적 기준치(10)보다 낮은 수치(1~3)인데 추가 시설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에 불만이 컸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기업은 단순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 환경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능동적 참여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설득과 이해의 과정을 반복했다. 마침내 기업들이 벤젠 저감 조치에 동참했다. 대신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민관이 공동으로 벤젠 초과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벤젠오염분포도를 작성하고 누출 지점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기업들은 벤젠 배출을 줄이는 시설 개선 투자를 시작했다. 벤젠 관리 역량을 높이기 위한 전문 교육도 병행 추진됐다. 그동안 경쟁 관계였던 기업을 동반자로 인식 전환했고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변화도 이뤄냈다. 6년 만에 울산의 벤젠 배출량이 기준치 이내로 줄었다. 지난 1월 측정 결과를 받았을 땐 수험생이 수능 점수를 받는 것 만큼이나 떨렸다. 지난 2월엔 울산에서 환경부 장관이 주재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울산의 저감 사례는 성과와 방법론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오아시스’(OASIS)라는 말이 있다. 현장 중심의 문제해결 의지(On site solution), 문제해결 태도(Attitude), 소통과 공감(Sympathy), 투자 결정(Investment), 교류(Synergy) 등을 의미한다. 신뢰를 기반으로 서로의 역할과 책임을 논의하며 지역 현안을 짧은 시간 내에 해결하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국민은 쾌적한 환경을 요구한다. 규제만으로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민관 협치가 필요한 이유다. 조성수 명예기자 (낙동강유역환경청 환경감시단장)
  • 미세먼지 주간 예보제로 ‘선제 대응’, 中 먼지 모니터링… 감축 협약 추진

    환경부가 2022년까지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지난해 대비 32% 줄이기로 했다. 국내 미세먼지 발생에 영향이 큰 국외 대책으로 각국이 자발적인 저감 목표를 정해 이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환경부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내년 업무계획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에 맞춰 세부 시행계획을 구체화하고 집행을 내실화해 내년 배출량을 4만 668t 감축할 계획이다. 이는 배출량 총조사가 이뤄진 2014년(32만 4109t)의 12.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서울의 PM2.5 연평균 농도를 25㎍/㎥(지난해 기준)에서 17㎍/㎥으로 32% 낮춘다.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도 선제적으로 전환한다. 이틀 후 고농도가 예상되면 하루 전부터 도로 청소와 공공부문 차량 2부제를 비롯해 예비 저감조치를 시행한다. 내년 하반기에 주간 예보제를 시범 운영해 예비 저감조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고농도 발생 땐 배출가스 5등급 차량(269만대) 운행을 제한하고 석탄·중유 발전소 42기의 가동률을 80%로 낮추는 ‘상한 제약 기간’도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또 드론과 이동 측정 차량을 이용해 불법 오염물질 배출을 집중 점검하고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방지시설 미가동 행위를 단속하기로 했다. 수도권 미세먼지 최다 배출 원인 중 하나인 경유차를 줄이고 전기·수소차를 포함한 친환경차를 확대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공공부문 경유차를 퇴출시키고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연장과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 등을 통해 2022년까지 친환경차 54만 5000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발표한 당초 계획(41만 5000대)보다 31% 늘어난 규모다. 국외 미세먼지 대책도 내실화한다. 그동안 연구 조사와 모니터링에 집중된 중국과의 협력을 발생량 저감으로 이어 갈 계획이다. 조기경보체계 구축과 공동 투자사업, 자발적 감축목표 설정, 이행 방안 등을 담은 국가협약으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사법 수뇌·김앤장 곳곳에 ‘민판연’… 강제징용 재판 개입 지렛대

    사법 수뇌·김앤장 곳곳에 ‘민판연’… 강제징용 재판 개입 지렛대

    강제징용 소송에서 일본 기업을 대리한 김앤장의 송무팀을 맡은 한상호 변호사는 어떻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독대할 수 있었을까. 그 배경에는 민사판례연구회가 있다. 그동안 민판연은 대법관 수십명을 배출한 엘리트의 산실 혹은 전관예우의 통로 등으로만 알려졌다. 그러나 사법농단 사태에서 민판연은 판사와 변호사를 잇고 재판 개입을 실현하는 지렛대가 됐다.서울신문은 18일 2018년 민사판례연구회 명단을 분석해 사법농단 사태와 민판연과의 상관관계를 따져 봤다. 외부에 문호를 개방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엘리트 판사 위주의 모임이었다. 민판연 소속 판사들과 판사 출신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들은 민판연을 고리로 강제징용 소송을 논의하는 등 재판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2018년 민사판례연구회 전체 회원은 236명이었다. 이 가운데 판사 126명, 교수 76명, 변호사 31명, 검사 1명 등으로 나타났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 등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에 있는 최고위층 법관들 대다수는 민판연 회원이었다. 강제징용 재상고심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조작 재판의 주심을 각각 맡은 김용덕·민일영 전 대법관도 현재 민판연 소속이다. 사법농단과 관련해 이날 대법원 징계 내용이 공개된 판사 8명 중 4명도 민판연이다. 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민판연에서 탈퇴했고, 행정처 심의관으로 재판 개입 문건을 작성하거나 판사 사찰 행위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박상언·정다주·김민수 부장판사도 모두 민판연 소속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정의당에서 탄핵을 추진하는 판사 15명 명단에도 올라 있다. 주목할 점은 민판연이 단순히 전관예우 통로 역할만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합진보당, 국정원 댓글조작, 전교조 법외노조 등 수많은 재판 개입 의혹이 있지만 변호사까지 연루된 것은 강제징용이 유일하다. 사법농단을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달 국내 1위 로펌 김앤장을 사상 최초로 압수수색하며 드러났다. 김앤장 송무팀을 이끄는 한상호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과 수차례 독대하며 재판을 의논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대법원이 김앤장의 소송서류를 검토해 주고, 관련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상호 변호사는 법원행정처 심의관과 법원도서관장을 지낸 엘리트 판사 출신으로 과거 대법관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민판연 소속 박찬익 김앤장 변호사는 2013년 사법정책실 심의관 시절 ‘강제동원자 판결 관련 검토’ 등 강제징용 관련 문건 등을 작성하고 이를 대법원 재판연구관에게 전달했다고 앞서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적시돼 있다. 역시 민판연 소속인 백창훈 김앤장 변호사는 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작성한 국회의원 관련 문건에서 상고법원 입법 로비를 위한 의원들의 접촉 경로로 지목됐다. 민판연 소속 변호사 31명 중 절반에 가까운 14명이 김앤장 소속이었다. 민법, 민사소송법, 상법 등을 전공하는 교수 76명도 민판연에 가입돼 있는데 이들 중 7명도 김앤장 변호사 출신이었다. 민판연 판사 대부분은 법원행정처 심의관이나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력을 갖고 있었다. 민판연은 본래 대법관의 산실이었다. 이용훈·양승태 전 대법원장, 김황식·김소영·김용담·김용덕·민일영·박재윤·박병대·박우동·서성·손지열·양창수·윤일영·윤재식·이일수·정귀호·차한성 전 대법관, 권성·목영준·이공현 전 헌법재판관이 민판연 소속이다. 현직 김재형 대법관은 취임 직전 탈퇴했고,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과 권오곤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총회 의장도 회원이다. 이들은 모두 서울대 법대, 연수원 성적 최상위권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민판연은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판사들 극소수만 가입할 수 있었다. 폐쇄적인 모임에 대한 비판이 일자 외부에 문호를 개방해 2010년 181명에 불과하던 회원은 올해 2월 기준 236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판사, 교수, 변호사 대부분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고 검사는 1명뿐이다. 민판연 회장을 맡고 있는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농단 수사 이후 재판을 담당할 특별재판부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법조 엘리트의 시각을 드러냈다. 윤 교수는 지난 10월 25일 페이스북에 독일연방헌법재판소 결정을 인용하며 특정 사건만 심리할 재판부를 따로 구성하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라고 밝혔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실내 일산화탄소 8배…보일러 어긋난 연통 틈으로 누출된 듯

    실내 일산화탄소 8배…보일러 어긋난 연통 틈으로 누출된 듯

    학생들 거품 물고 쓰러져… 주인이 발견 “전날 입실해 새벽 3시까지 소리 들렸다” LP가스 연소 과정서 유입 가능성 조사 번개탄 태운 흔적·가스 누출 경보기 없어 5년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49명 사상18일 오후 강원 강릉시 저동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서울 은평구 대성고 학생들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 사람은 펜션 주인 김모(68)씨였다. 김씨는 경찰에서 “펜션 시설을 점검하려고 거실문을 열었는데 학생 10명이 모두 쓰러져 있어 119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복층 구조의 펜션 1층 거실에 4명, 방 안에 2명이 거품을 문 채 쓰러져 있었고 나머지 4명은 2층 거실에 쓰러져 있었다.소방서와 경찰은 사망자와 의식 불명의 학생들을 병원에 긴급 후송했다. 이 펜션은 강릉 경포대 해변에서 600m쯤 떨어져 있다. 마을 주민 원태연(63·여)씨는 “집안에서 실려 나오는 학생들 팔이 축 처졌고, 어떤 학생은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심장이 아직 벌렁벌렁한다”며 참담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원씨는 “어린 학생 10명이 한꺼번에 구급차에 실리는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다”며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수능 봐놓고 친구들과 내려와서 놀던 학생들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눈시울을 붉혔다. 마을 주민 박양길(71)씨는 “축 늘어진 학생들의 얼굴과 발이 창백했다”며 “대학교에 막 입학해서 꿈을 키울 아이들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군 등은 모두 대성고 2개 반 3학년생들로 친구 사이다. 이들은 지난 17일 오후 3시 45분쯤 펜션에 입실했다. 수능 점수 발표 이후 한 학생이 인터넷으로 2박 3일 일정으로 펜션 전체를 예약했다. 이들은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해 여행 간 것으로 파악됐다. 펜션 주인은 “학생들만 10명씩이나 와 수상해서 한 학생의 어머니와 통화한 뒤 입실을 허용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입실한 17일 밤 7시 40분까지 밖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고, 18일 새벽 3시까지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는 주민들의 진술 이 있었다”고 했다. 경찰과 소방서는 사고 직후 펜션 안의 일산화탄소 농도가 정상 수치 20보다 8배 가까운 155에 달했다고 밝혔다. 일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번개탄 등을 태운 흔적은 없었고 라면, 과자 등 간식거리만 방과 거실에 널려 있었다. 경찰은 2층 베란다에 설치한 난방용 보일러실의 보일러와 연통 이음매가 어긋나 틈이 벌어진 데다 가스누출 경보기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LP가스가 연소되면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이 틈으로 새어 나와 실내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15일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최근 5년(2013~2017년) 동안 4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리고 진상 확인에 나섰다. 사고가 난 건물은 2014년 준공된 뒤 소유주가 두 번 바뀌었고, 지금은 김씨가 임대한 상태다. 요즘 남고생 사이에서는 방학이나 수능 시험 후 등 시간이 나면 몇 명씩 모여 펜션으로 놀러 가는 게 트렌드로 알려졌다. 친구들끼리 직접 음식을 해 먹고 밤새 얘기할 수 있어 풍치 좋은 강원도 펜션 등이 인기를 끌지만 숙박시설의 안전문제가 지적돼왔다. 강릉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강릉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김태수 서울시의원,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시 비상저감조치 시행에 관한 근거 마련”

    최근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은 시민들을 위협하는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고 나아가 재난으로까지 인식됨에 따라, 보다 강력한 대책 마련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의회 김태수 의원(환경수자원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중랑2)은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에 맞춰 미세먼지나 미세먼지 생성물질 배출을 저감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시민들의 건강에 미치는 위협을 예방할 목적으로 발의한 「서울특별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조례안」이 12월 17일 상임위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정안은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시 5등급 차량의 운행제한 등을 포함한 비상저감조치 시행에 관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주요 내용을 보면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를 위한 시장, 사업자, 시민의 책무 △비상저감조치 시행 △비상저감조치 운행제한, 대상지역, 대상차량, 기간 및 절차, 단속 및 위반차량에 대한 과태료 부과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 지정 등을 담고 있다. 김태수 의원은 “지난 1월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에 따라 서울형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고 차량 운행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요금 무료정책을 실시하여 3일 동안 무려 150억원을 지출한 바 있으나, 실효성이나 지원근거 등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실질적인 대기질 개선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차량 운행중단 등의 강제수단이 필요한 만큼 이번 제정안이 그 근거를 마련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조례 시행과 관련하여 김태수 의원은 “비상저감조치 발령시 5등급에 해당되는 자동차는 운행을 중단해야 하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더불어 유예기간 동안 저공해 조치를 조속히 추진하여 시민불편을 최소화할 것”을 당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토성, ‘고리’ 잃고 평범한 행성되나

    [달콤한 사이언스] 토성, ‘고리’ 잃고 평범한 행성되나

    태양계에서 두 번째로 큰 행성이자 독특한 고리를 갖고 있는 유일한 행성인 ‘토성’. 그런데 토성을 특징짓는 이 고리가 점점 사라져 여느 태양계 행성들처럼 밋밋하고 평범한 모습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 행성자기표면연구소, 제트추진연구소, 보스턴대 우주물리학센터, 전미우주연구협회, 영국 랭카스터대 천체물리학과, 런던대 천체물리학과 대기물리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토성 자기장의 영향으로 고리를 구성하고 있는 얼음조각들이 녹거나 증발하면서 사라지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연구는 천문학 분야 국제학술지 ‘이카루스’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보이저 1호와 2호가 보내온 관측치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토성 자기장이 얼음조각들을 녹이고 암석조각들을 끌어당기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행성의 중력 때문에 고리에 있는 얼음이 녹거나 증발하는 토성의 ‘고리 비’(ring rain) 현상은 30분만에 국제규격 수영장을 채울 수 있을 정도의 수분이 배출되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토성의 고리는 1609년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처음 발견했지만 고리인지 확신하지 못했으나 50년 뒤 네덜란드 천문학자 호이겐스와 1675년 이탈리아 천문학자 카시니가 토성의 고리를 자세히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천문학자들은 여전히 토성 고리 생성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천문학자들은 토성이 만들어지고 난 뒤 남은 물질들이 고리를 이룬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토성의 강한 중력에 못 이겨 부서진 위성이나 유성, 혜성 같은 천체들의 잔해라고 보기도 한다. 실제로 토성의 나이는 40억년이 훨씬 넘었을 것으로 보지만 고리의 나이는 1억년 미만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고리비 현상이 계속되고 암석덩어리들이 토성으로 끌려들어간다면 3억년 뒤에는 토성도 다른 태양계 행성들처럼 고리가 없는 밋밋한 행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토성 고리는 대부분 암석덩어리거나 미세한 분진 입자에서 수 m 크기의 얼음덩어리로 구성돼 있는데 고리를 구성한 입자들은 현재 토성의 전리층과 화학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토성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자기장 선이 형성되면서 토성의 전리층과 고리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제임스 오도나휴 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 박사는 “토성의 고리비 현상이 점점 강화되고 있는 추세로 계절에 따라 고리 비가 어떻게 변화되는지에 대해 분석을 해야 아름다운 토성 고리의 수명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김천대 소방안전공학과, 올해 소방공무원 20명 합격 앞두고 있어 화제

    김천대 소방안전공학과, 올해 소방공무원 20명 합격 앞두고 있어 화제

    최근 안전에 대한 가치를 중시하는 전국민적 공감대가 사회 전반에 자리잡고 있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방공무원에 대한 노고가 현대인들에게 박수를 받고 있는 가운데 소방공무원의 꿈을 키우는 청소년들 또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국가 안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소방청이 출범된 후로 정부에서는 안전문화 창달이라는 국가목표 달성을 위해 매년 2,500명 이상의 소방공무원 채용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의 소방관련학과를 지원하는 수험생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2017년 대구경북지역 4년제 사립대학 취업률 1위(2016년 기준)를 달성한 김천대학교(총장 윤옥현)의 소방안전공학과는 체계적인 커리큘럼 하에 매년 다수의 소방방재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천대의 소방안전공학과에서는 2016년 이후로 10명 이상의 소방공무원을 배출하고 있다.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10명의 학생이 소방공무원에 최종 합격 했으며, 하반기에는 현재 11명이 1차 필기시험에 합격한 상태다. 소방공무원의 채용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김천대 소방안전공학과는 올해 20명이라는 학생이 합격을 하는 쾌거를 이룰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학과 정원이 40명임을 감안했을 때 김천대 소방안전공학과의 합격자 비율은 전국 소방안전공학과 중에서도 상위권 수준을 자랑한다. 명실상부한 소방공무원 양성기관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천대 소방안전공학과는 1992년 경북 지역 최초로 소방관련 학과가 개설된 이래 지금까지 130여 명의 소방공무원 및 1,200여 명의 소방 안전 전문가를 배출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구성해 소방공무원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는 김천대 소방안전공학과는 재학 중 위험물산업기사, 소방설비기사, 산업안전기사, 화재감식평가기사 등 대기업체 안전환경팀, 건설회사 등 소방 안전에 관련되어 취업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도 별도로 운영 중이다. 더불어 졸업 후에는 소방공무원 특별채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소방공무원의 꿈을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졸업생은 소방 및 위험물시설에 대한 설계, 시공, 감리와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고, 학과 재학 중 의무소방대 지원으로 군복무 대체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소방공무원의 여학생 별도 채용이 확대되고 있으며, 방재안전공무원 직렬 신설로 소방학과 학생이 졸업 후 소방공무원 뿐만 아니라 방재 안전 전문 공무원 등 진로 선택의 폭이 확대되고 있다. 김천대 소방안전공학과의 학과장인 이성호 교수는 “안전의 가치가 중시되면서 방재, 산업안전, 소방시설 분야에 활동 중인 재난관리 전문가의 일자리는 물론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김천대는 소방 안전 전문가를 배출하는 명문대학으로서 안전에 관한 시대적인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창조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 힘쓸 것을 약속 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김천대 소방안전공학과에서는 경북지역 대학 등 전국 35개 대학생들과 함께 한전기술, 소방전문기업 등 산업체 프로그램 등에 참가하는 등 전공 관련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김천대 소방안전공학과의 학과 정보 및 입학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김천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꾸라지가 물 흐린다?…박관천이 보는 ‘청와대 특감반 사건’

    미꾸라지가 물 흐린다?…박관천이 보는 ‘청와대 특감반 사건’

    청와대 특별감찰반(특감반)에서 근무하다가 비위 행위가 적발돼 검찰로 복귀한 김태우 수사관의 잇따른 폭로를 청와대가 그때그때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공방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를 놓고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는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일한 박관천 행정관이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에서 ‘쫓겨난’ 일이 떠오른다면서, 이번 사안이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청와대 특감반 사건’으로 다시 이름이 소환되고 있는 박관천 전 행정관을 JTBC ‘뉴스룸’이 지난 17일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이번 사태에 대한 박 전 행정관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 아닌 특감반의 직무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진행됐다. 박 전 행정관은 김태우 수사관처럼 자신이 생산한 첩보 내용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일이 특감반의 통상적인 활동인지를 묻는 질문에 “제가 경험한 바로는 통상적이지 않다”면서 “특감반원이나 국무총리실 감찰반원들이 생산한 비위 첩보는 이 첩보를 생산한 사람이 누군가는 철저하게 비공개로 부쳐지는 것이 관례”라고 밝혔다. 앞서 김태우 수사관은 언론을 통해 자신이 전직 국무총리의 아들이나 은행장 등 민간인들의 동향을 상부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는 ‘민간인 사찰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손석희 앵커 역시 이를 의식해 특감반원 활동 과정에서 ‘민간인 사찰인지 감찰인지 경계선이 모호할 때도 있나’라는 질문을 박 전 행정관에게 했다. 박 전 행정관은 “경계선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공직자는 공사 생활에서도 품위유지 의무가 있다. 두 번째로 민간인도 관급 공사를 한다. 그런데 그 관급 공사를 하는 민간인이 공사를, 국민의 세금을 제대로 안 쓰고 공사 감독하는 공무원들에게 향응이나 제공하고 하면 이거 당연히 감찰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래와 같은 예를 들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또 하나 공무원은 평상시에 국가 정책에 대한 정보 수집 동향이 있습니다. 제가 출퇴근길에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데 현재 대통령의 환경 정책이 어떻고 문제가 많다, 그러면 저는 그걸 ‘참고 보고’로 써서 정책에 반영하는 것까지 합법입니다. 그런데 어떤 문제가 생겼냐 하면, 그걸 첩보를 받아본 비서관이나 수석이 ‘이거 누가 이런 말을 했어?’ (묻고, 거기에 제가) ‘어디서 슈퍼마켓 하는 A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 (위에서) ‘A 혹시 세금 탈루하고 있는지 확인해 봐’ 이런 지시를 하면 그때는 민간인 사찰이고 불법인 것이죠. 딱 거기가 경계선입니다.”박 전 행정관은 “민간은행장의 사생활을 캤으면 그건 문제가 된다. 하지만 민간은행장이 국민이 저축해 놓은 돈에 대해서 그것을 개인적으로 불법적으로 운영하거나 이런 문제에 대해서 감찰 지시가 내려온 것은 (특감반이 감찰을) 할 수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김태우 비서관의 폭로 직후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 곧 불순물은 가라앉을 것이고 진실은 명료해질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박했다. 청와대의 이런 대응에 대해 박 전 행정관은 개인적인 견해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런 일일수록 국민들이 알기 쉽게, 이번에 김 수사관이 어떠어떠한 비위가 있다는 첩보를 배출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게 사실이면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 확인이 안 된 거면 우리가 다시 수사기관에 확인해 보겠다, 이렇게 딱 정확히 이야기를 해 줘야 합니다. 그래서 국민이 알기 쉽게 해야 되고요. 그 다음에 개인적 일탈이라고 그러는데, 그 사람이 개인적 일탈을 어디서 했습니까? 민정(민정수석실)에 근무하면서 했습니다. 그러면 청와대 민정도 그 사람을 관리 못 한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면 국민에게 ‘우리가 관리하다 보니까 이런 게 잘못됐다’, 따라서 이런 건 제도를 관리하고 우리 실수도 인정을 해야 됩니다. 그래서 관리하고 국민께 투명하게 해야 되지, 어떠한 개인적인 비난조로 나가는 것은 그것은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청와대의 모습은 아니지 않나 하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문화로 거듭난 공간] 25년 전 카세트테이프 찍어낸 곳, 예술 창작·교육 이끄는 거점으로

    [문화로 거듭난 공간] 25년 전 카세트테이프 찍어낸 곳, 예술 창작·교육 이끄는 거점으로

    ●1992년 공장 폐업…2016년 건축설계 수립 “그쪽 사다리에는 장식이 너무 많다. 이쪽에 좀더 붙이자.” 전북 전주 팔복예술공장 중앙 마당. 전주 덕일중 1학년 1반 학생 10여명이 널찍한 잔디밭 광장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드느라 바쁘다. 커다란 알루미늄 사다리 4개를 모아 산처럼 만들고 장식품을 붙여 나간다. 이들을 한참 바라보다 A동 내부로 들어가 보니 한 무리의 학생들이 중정에서 못질에 여념이 없다. 각목을 나무 모양으로 만들고 다른 형태의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드는 중이다. “여길 잡아야 내가 망치질을 할 수 있지”, “네가 톱질을 못해 모양이 이상해” 처음 해보는 못질이 능숙하지 않아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목소리에 활기가 넘친다. 유한샘군은 “자유학기제라서 학교 수업 대신 이곳으로 왔다. 수업보다 훨씬 재밌다”고 했다. 박진주양도 “공장이라고 해서 어떤 곳일까 궁금했는데, 직접 와보니 예술 작품도 많다. 우리가 작품을 직접 만들 수 있어 더 재밌다”고 말했다.이들을 지도하는 은호석(35)씨는 전북 정읍시의 ‘M건축’ 대표다. 그는 “앞서 2시간은 종이컵으로 빌딩 만들기, 2시간은 생각과 느낌대로 건축물을 만들어 보는 ‘파빌리온’ 수업을 했다. 지금 하는 일은 팀을 나눠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드는 나머지 수업”이라면서 “기성 건축가로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쳐 보고 건축의 재미도 알려 주고자 강사를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교육은 학교 밖 유휴공간에서 진행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인 문화체육관광부의 ‘꿈꾸는 예술터’ 사업 일환으로 진행했다.●폐공장 A동 입주 작가 작업실· 카페 등 운영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독동에 자리한 팔복예술공장은 공장 건물을 개조한 문화예술 공간이다. 전주 제1일반산업단지 입구에서 북전주역으로 난 철길인 ‘북전주선’을 따라 500여m 정도 걸어가면 만날 수 있다. 주변에는 ‘금화천’이라는 작은 냇물이 철길과 나란히 흐른다. 예전 공업용수를 전주천으로 배출하려고 만든 인공하천이다. 예전에는 각종 공업용수가 흘렀지만, 지금은 본래 기능 대신 그저 물줄기만 남았다. 북전주선과 금화천 주변에 나무도 심어 의외로 경관이 나쁘지 않다. 쇠를 자르는 소리, 용접 소리를 들으면서 기찻길을 따라가면 1970~80년대 분위기의 낙서로 가득한 문을 마주한다. 멀리서 커다란 쇠로 된 물탱크가 보인다. ‘팔복예술공장’이라는 커다란 흰 글씨가 쓰여 있다. 너머에 ‘㈜쏘렉스’라는 글씨가 써진 탑도 보인다. 1979년 팔복동에 설립한 썬전자 공장은 카세트테이프 대중화 바람을 타고 아시아 곳곳으로 카세트테이프를 수출했다. 그러나 콤팩트디스크(CD) 시장이 성장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1987년 노동자들의 반발이 극심했고, 국회 국감에 ‘썬전자’ 사태로 출석하기도 했다. 1992년 공장이 완전히 문을 닫고 나서 임대를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잘 되질 않았다. 25년 동안 닫혔던 문은 전주시가 공장을 사들이고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가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사업을 벌이면서 다시 열렸다. 운영을 맡은 전주문화재단이 주민, 전문가들과 논의 끝에 팔복동의 명칭을 따 ‘팔복예술공장’이라 이름 지었다. 대지 면적 1만 4323㎡(약 4340평)이고, 건축연면적 2929㎡(약 890평)다. 국비 25억원, 시비 25억원의 50억원이 투입됐다.●카페 근무자·해설사·환경관리사 모두 주민 현재 폐공장 3개동 가운데 1개동(A동)만 쓰고 있다. A동의 경우 1층에 예술가 12명이 입주한 작업실이 있다. 작업실 입구에는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나 경력을 알 수 있도록 해놨다. 지난해 10명 모집에 77명이 지원했다. 김정연 팔복예술공장 교육기획 홍보 직원은 “정진용, 유진숙, 장은희 작가 등 커리어 있는 이들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입주작가 가운데 한 명인 정진용(47) 작가는 1주일에 4~5일씩 이곳에 체류하며 작업한다. 그는 “버려진 공장을 문화예술공간으로 쓴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지원했다. 주변에 모두 공장이 있지만, 생각보다 조용하다. 오히려 팔복예술공장이 생기면서 일반인 출입이 많아져 활력이 돈다는 이야기가 많다”면서 “옛 공장 건물이라는 매력이 있고, 오히려 주변 공장의 흔치 않은 오브제에서 영감을 얻곤 한다”고 말했다.작업실과 마주 보는 ‘써니’는 제법 잘 갖춰진 카페다. 테이블은 공장 철문을 떼어내 재가공해 만들었다. 전등은 공원들이 일하던 의자를 분해해 재조립했다. 지붕 함석판은 벽이 됐다. 카페에서 일하는 5명, 해설사 2명, 환경관리사 2명은 모두 주민이다. 2016년 사업 선정 이후 주민들과 공간을 어떻게 쓸지 논의했는데, 주민들이 ‘카페’와 ‘일자리’를 원했다. 주민들과 상생하면서 시너지 효과도 크다. 써니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이희정씨는 “삭막했던 공간이 바뀌면서 사람들도 많이 찾고 있다. 주민들도 일자리를 얻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전시회 개최… 내년 여름 B·C동 개관 2층과 3층은 작가들 전시회가 주로 열린다. 곳곳에 옛 카세트테이프 제조 공장의 모습을 재현했다. 맞은편 B·C동은 내년 여름쯤 예술 교육 전용 공간으로 문을 연다. 문체부 ‘꿈꾸는 예술터’ 사업 등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A동과 B동을 잇는 7개의 소형, 중형 컨테이너 박스에는 만화방,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컨테이너 주변에 평상을 놔둬 잠깐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25년 동안 문 닫았던 공장은 이렇게 문화로 거듭난다. 글 사진 전주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기후변화와 국제 에너지 산업 개편, 1997년 외환위기

    유럽의 전기가격은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네덜란드의 첨단 유리온실을 방문했을 때 제일 먼저 내 눈에 띈 것은 정부의 지원으로 설치한 지열시스템이었다. 지열시스템을 도입하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전기료가 비싼 유럽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동시에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에너지 전환’에 동참하는 것은 개별 농가의 생존이 걸린 문제였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할까? 국내 원예농가의 에너지 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상승할 경우를 상상해 보았다. 저렴한 농업용 난방유와 전기를 사용하여 겨울철 비닐하우스, 유리온실 등을 사용하는 한국의 농가들은 대부분 적자로 사업을 접어야 할 것이다. 즉 한국 농가 수익의 원천은 낮은 에너지 비용인 셈이다. 1997년 외환위기 전 금융시장이 개방되면서 우리 금융계는 잠시 좋은 시절을 맞았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발을 빼는 동안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외화를 차입하여 아시아채권의 고금리 투자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우리 실력과 상관없이 외부환경 변화로 조성된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않는 법이다. 관치금융에 의존하는 허약한 체질, 금융권 부실을 우려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경고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고 정치권의 갑론을박 속에 체질개선은 뒤로 미루어졌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 편입된 금융시장은 더 이상 관치금융으로 통제되지 않았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시작된 외환위기에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은 속절없이 녹아내렸다. 1997년 12월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 금융을 받기로 결정을 내릴 즈음 이웃나라 일본 교토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 협약,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다 우리가 외부로부터 강제된 가혹한 구조조정을 시작할 무렵,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본격화된 셈이다. 그로부터 20년, 우리나라는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 되었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경제 성장세를 이어가며 온실가스 배출 증가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가 되었다. 1997년 안팎에 아시아 채권에 투자에 열을 올렸다가 외횐위기로 산업·금융에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당한 한국은, 20여년 만에 선진국을 제치고 세계 2위의 석탄발전소 투자국가로 등극했다. 그리고 철강, 석유화학, 전기전자 등 온실가스 배출이 크고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산업들이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세계 에너지 산업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불길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 참여하였다. 1990년대 초반 우리 금융시장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편입되었듯이 글로벌 기후변화 체계에 참여한 것이다. 요즘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하여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예사롭지 않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가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기존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간 차원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RE100,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글로벌 기업을 필두로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천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IT기업들은 이제 재생에너지 공급이 보장된 국가에 클라우드 센터를 세우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회사로부의 부품조달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회사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구매하려 한다. 윤리적 활동으로만 보이는 이러한 기업활동은 엄밀히 말하면 민간 차원에서 벌어지는 교역과 투자 장벽에 다름이 아니다. EU는 2021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했고 유럽 국가들은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디젤 및 가솔린 자동차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영국정부는 화학비료 사용 농장에 대한 지원을 축소할 계획이다. 결국 한국의 간판 산업,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 변화가 본격화되는 셈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온실가스 규제가 느슨한 개발도상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프리 라이더, 한쪽에서 온실가스 감축의 경제적 부담을 지는 동안,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려가며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국가와 산업에 대한 징벌적 무역-거래 장벽을 만들자는 주장은 이미 과거 수차례 선진국을 중심으로 공론화된 바 있다. 20여년전 금융시장 체질개선을 놓고 그랬듯이 지금 우리나라는 다시 에너지 전환과 체질개선 문제를 놓고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그랬듯이 어쩌면 우리 의지와 상관 없이 글로벌 시장은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강요된 체질개선은 혹독한 구조조정 밖에 없다. 중국과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상황. 우리나라와 정반대로 중국은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투자로 파리 기후 협약을 충실히 준수하는 국가로 분류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적어도 지금까지 미국은 꾸준히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왔다. 주요 산업국가 중 우리 편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대로 눌러앉아 우리나라의 농업과 산업이 현상유지라도 하기를 기약해야 할까? 아니면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리고 우리 산업 전반의 에너지 효율성 개선에 집중해야 할까?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글: 농업법인 성우대표
  • [핵잼 사이언스] “가리비 속에 미세플라스틱 수십억 개 존재”

    [핵잼 사이언스] “가리비 속에 미세플라스틱 수십억 개 존재”

    우리가 먹는 해양 생물 중 하나인 가리비의 몸속에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이 쌓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 연구진이 가리비를 6시간 동안 플라스틱 나노입자에 노출하는 일련의 실험에서 플라스틱 입자 수십억 개가 체내에 축적되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입자들은 가리비 체외로 배출되는 데 몇 주가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팀의 테드 헨리 영국 헤리엇와트대학 환경독성학과 교수는 “플라스틱 입자들이 생체막을 통해 흡수돼 내부 장기에 축적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이런 입자가 해양 생물와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위험을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탄소 방사성 폴리스티렌(carbon-radiolabeled nanopolystyrene)으로 불리는 플라스틱 나노입자를 만들었다. 폴리스티렌은 스티로폼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이들 입자를 20㎚(0.00002㎜)와 250㎚(0.00025㎜)라는 두 가지 크기로 만들어 6시간 동안 가리비들에게 노출했다. 그리고 이들 입자가 가리비들의 장기와 조직에 유입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방사성 사진 촬영술인 오토래디오그래피를 사용해 분석했다. 그런데 결과는 심히 충격적이었다. 6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가리비들의 창자에서 250㎚ 플라스틱 입자들이 축적돼 있었던 것이다. 이보다 더 작은 20㎚ 입자들은 가리비 몸 전체는 물론 신장, 아가미, 근육 등 장기까지 널리 퍼져 있었다. 그리고 이들 입자는 모두 오랫동안 가리비 몸속에 남아있었다. 20㎚ 입자들이 사라지는 데는 14일이 걸렸고 250㎚ 입자들이 사라지는 데는 48일이 걸렸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이번 결과는 플라스틱이 야생 해양생물은 물론 우리 인간의 몸으로 어떻게 유입되고 있는지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현재 자연환경에서 확인되는 것보다 훨씬 더 농도가 높은 기존 연구와 달리 환경적으로 관련이 있는 농도를 사용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영국 플리머스대 국제해양쓰레기연구소 소장인 리처드 톰슨 오비 교수는 “이는 과학적 접근과 발견의 측면에서 획기적인 연구”라면서 “다음 핵심 단계는 이런 접근 방식으로 나노입자의 잠재적 영향을 조사하는 연구, 특히 장기간 노출 결과를 고려하는 연구로 인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이도헌의 돼지농장 주인으로 살기] 기후변화와 우리 산업에 드리워진 먹구름

    [이도헌의 돼지농장 주인으로 살기] 기후변화와 우리 산업에 드리워진 먹구름

    유럽의 전기가격은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네덜란드의 첨단 유리온실을 방문했을 때 먼저 내 눈에 띈 것은 정부의 지원으로 설치한 지열 시스템이었다. 전기값이 비싼 유럽에서 지열 시스템을 도입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는 농가의 노력은 생존이 걸린 문제였을 것이다. 국내 원예 농가의 에너지 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상승할 경우를 상상해 보았다. 저렴한 농업용 난방유와 전기를 사용해 겨울철 비닐하우스, 유리온실 등을 난방하는 우리나라 농가들은 대부분 적자로 사업을 접어야 할 것이다.1990년대 금융시장이 개방되면서 우리 금융계는 잠시 좋은 시절을 맞았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발을 빼는 동안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외화를 차입해 아시아 고금리 투자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외부 환경에 기인한 호시절은 오래가지 않는 법이다. 관치금융에 의존하는 허약한 체질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고, 정치권의 갑론을박 속에 체질 개선은 뒤로 미루어졌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 편입된 금융시장은 더이상 관치금융으로 통제되지 않았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시작된 외환위기에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은 속절없이 녹아내렸다. 1997년 12월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 금융을 받을 즈음 일본 교토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 협약인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 우리가 외부로부터 강제된 가혹한 구조조정을 시작할 무렵 국제사회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본격화한 셈이다. 그로부터 20년. 우리나라는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 됐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경제 성장세를 이어 가며 온실가스 배출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가 됐다. 우리나라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 참여했다. 1990년대 초반 우리 금융시장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편입됐듯이 글로벌 기후변화 체계에 참여한 것이다. 요즘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들려오는 소식들이 예사롭지 않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가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간 차원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RE100,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글로벌 기업들을 필두로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천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회사로부의 부품 조달 방침을 천명했다. 우리나라 기업이 온실가스 규제가 느슨한 개발도상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프리 라이더, 한쪽에서 온실가스 감축의 경제적 부담을 지는 동안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려 가며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국가와 산업에 대한 징벌적 무역, 거래 장벽을 만들자는 주장은 이미 과거 수차례 선진국을 중심으로 공론화된 바 있다. 20여년 전 그랬듯이 지금 우리나라는 다시 체질 개선 문제를 놓고 논란에 휩싸여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그랬듯이 글로벌 시장은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지 모른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강요된 체질 개선은 혹독한 구조조정밖에 없다. 우리나라와 정반대로 중국은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투자로 파리기후협약을 충실히 준수하는 국가로 분류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적어도 지금까지 미국은 꾸준히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왔다. 주요 산업국가들 중 우리 편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대로 눌러앉아 우리나라의 농업과 산업이 현상 유지라도 하기를 기약해야 할까? 아니면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리고 우리 산업 전반의 에너지 효율성 개선에 집중해야 할까?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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