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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같은 시골 노인들에겐 농협직원이 스마트뱅킹이라오”

    “우리 같은 시골 노인들에겐 농협직원이 스마트뱅킹이라오”

    “농협이 없어진다고? 은행이라곤 여기뿐인데 없어지면 큰일 나!” 강원 횡성군 횡성읍에 사는 김갓난(89·가명) 할머니는 지난달 13일 NH농협은행 횡성군지부에서 ‘횡성에 시중은행이 없는데 농협도 없어지면 어떤 점이 불편하시겠어요’라는 질문에 화들짝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 집 앞에서 장애인 이동서비스 차량을 타고 농협에 온다. 이 차를 타면 10분가량 걸리지만 버스를 타면 2시간가량 돌고 돌아야 한다. 김 할머니는 “통장에 돈을 넣고 빼려고 가끔 농협에 오는데 직원들이 안내를 잘해 줘서 편해”라면서 “농협이 없어지면 돈 찾을 데가 없어서 안 돼”라고 고개를 저었다.●횡성·평창엔 농협 이외 시중은행 지점 0곳 한우로 유명한 횡성에는 농협 이외 시중은행 지점이 없다. 1989년 강원은행 지점이 문을 열었지만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조흥은행에 합병된 뒤 구조조정을 거쳐 2001년 5월 폐점했다. 횡성읍 안에는 조흥은행을 인수한 신한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2대만 있다. 이날 농협을 찾은 원성희(49)씨는 “20년 전에는 조흥은행이 주거래은행이었는데 지점이 없어져서 은행일을 보려면 하루를 잡고 원주까지 나가야 했다”면서 “불편해서 주거래은행을 농협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원씨는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남편이 운영하는 중소기업에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정책자금을 활용한다. 원씨는 “지금은 대출받으러 다른 시군까지 멀리 안 나가도 되니까 편한데 농협도 없어지면 금융서비스를 받기가 너무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이 횡성에 지점을 두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장사가 안 돼서다. 2017년 기준 횡성군 인구는 횡성읍과 8개 면을 합쳐 4만 3211명이다. 인구가 적고 주민 상당수가 노인이다. 읍내에 농협은행 횡성군지부가 있고 면 단위에 축협을 포함해 6개 지역농협이 있다. 지난해 동계올림픽이 열린 평창군도 마찬가지이다. 대관령면 횡계리에 있던 강원은행 지점이 문을 닫은 뒤로는 농협만 평창을 지키고 있다. 평창올림픽 공식 후원은행이었던 KEB하나은행이 지난해 대회 기간 동안 평창을 비롯해 강원도 안에 4개 출장소를 운영했지만 대회 종료 직후 철수했다.●농협 “수익 보다 취약계층 위한 사회적 책임” 농협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122개 농·축협에서 총 4710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강원의 횡성·평창·고성·양구·화천군 등 5곳을 포함한 전국 21개 시군구에는 농협은행이나 지역농협만 있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7일 “비용 대비 수익도 중요하지만 공공성이 강한 금융 서비스를 누구나, 특히 어려우신 분들이 받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이 농협금융의 정체성”이라고 지점 유지 이유를 밝혔다. 노인이 많은 지역에서 은행의 대면 서비스는 더욱 중요하다. 젊은층에게 당연한 인터넷·스마트뱅킹이 노인들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여서다. 읍내에 볼일이 있을 때마다 농협은행 횡성군지부를 찾는다는 이분남(79·가명) 할머니는 “입출금이랑 세금을 내려고 자주 들러”라면서 “젊은 사람들은 안방에서 휴대전화로 다 한다는데 우리는 불편해서 못해. 우리한테는 농협 직원들이 스마트뱅킹이야”라고 말했다. 농협 직원들은 창구를 찾은 노인들의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깔아 주고 스마트뱅킹 사용법을 자세히 알려준다. 하지만 70대 이상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일단 스마트폰 화면의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아서다. 또 통장에 들어오고 나간 돈이 숫자로 찍히지 않으면 안심이 안 된다.●평창군지부 ‘노인 전담’ 유정녀 청경 인기 그래서 농협은행 횡성군지부와 평창군지부에는 노인 전담 직원이 있다. 횡성군지부에서 2년째 일하는 이소정 주임은 노인들 은행일을 다 봐주다시피 해서 얼굴 자체가 신용이다. 이 주임은 “ATM이나 공과금수납기를 이용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창구에서 직접 도와드린다”면서 “매번 부탁만 하기 미안하다면서 장날에 꽈배기나 음료수 등 간식을 사서 손에 쥐여 주고 가는 어르신들도 있다. 제 일이어서 당연히 해드리는 건데 제가 더 미안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주임은 지역 특산물을 파는 ‘신토불이’ 창구도 맡고 있는데 ‘이 주임 매상 올려 줘야지’라면서 일부러 농산물을 사 가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 유정녀 청경은 평창군지부의 마스코트다. 7년째 평창군지부에서 노인들을 안내하고 있다. 문밖에서부터 유 청경과 눈을 맞추고 손짓으로 부르는 노인들도 많다. 유 청경은 “ATM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업무는 거의 다 해드리고 창구에서 일을 보시는 분들은 입출금액 등을 종이에 다 써드린 뒤 본인에게 성함만 쓰시라고 하고 창구에서 바로 처리해 드린다”고 말했다. 유 청경도 어르신들로부터 직접 빚은 만두나 농사지은 채소 등을 자주 받는다. 횡성과 평창에서는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은행도 농협뿐이다. 특히 농협은 저금리로 대출을 바꿔 주는 대환업무에 적극적이다. 주민들이 은행에서도 충분히 대출받을 수 있는데 금융정보에 취약하다 보니 TV광고만 보고 대부업체에 전화해 고금리로 대출받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런 주민들에게는 바꿔드림론이나 햇살론, 새희망홀씨대출 등 저금리 대출로 바꿔 준다. 실제 지역농협이 모인 농협상호금융은 1960년대 농촌에 만연했던 고리사채를 없애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농협상호금융은 지난해 말 기준 총수신 315조원, 대출 228조원 규모로 성장했다.●농축산경영자금·귀농·귀촌자금 등도 빌려줘 농협은행은 지역농협과 연계해 농축산경영자금, 귀농·귀촌·창업자금 등 정책자금을 빌려준다. 기본적으로 농협은행이 관리하지만 지역농협에서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지역농협이 창구 역할을 한다. 박상용 농협중앙회 횡성군지부장은 “지역농협에서도 영농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중소기업 저리대출은 농협은행에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농협의 정책자금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잔액이 19조 4000억원이며 이 중 72.2%(14조원)를 지역농협에서 빌려줬다. 지난해 신규 대출 규모는 7조 1000억원으로 지역농협에서 60.6%(4조 3000억원)를 취급했다. 농협은 사랑방 역할도 한다. 횡성군지부의 김택종 과장은 “1일과 6일이 장날인데 장에 들렀다가 농협에 와서 가족사나 고민 등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시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평창군지부에서 근무할 때 특별한 선물도 받았다. 할아버지 한 분이 미국에 있는 자녀들에게 돈을 보내야 하는데 구비서류 등을 하나도 몰라서 김 과장이 미국에 있는 자녀들과 며칠에 걸쳐 통화해 송금을 해 줬다. 김 과장은 “한 달쯤 뒤에 사무실로 국제소포가 왔는데 할아버지 자녀들이 고맙다는 편지와 함께 미국에서 제일 큰 백화점에서 샀다며 넥타이를 보냈다”며 웃었다. 농협은 금융서비스만 하는 게 아니다. 농가 지원은 물론 지역 봉사활동과 복지사업으로 수익을 환원한다.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가 터지면 해당 지역 농협 직원들이 곧바로 방역 작업에 나서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역의 이색사업을 발굴해 농협중앙회의 지방자치단체 보조사업으로 승인을 받아 예산을 지원하기도 한다. 최두헌 농협중앙회 평창군지부장은 “지난해 중앙회 지원액 9700만원은 평창군지부 수익에서 매우 큰 비중”이라면서 “농협이 금융사업으로 수익을 내는 목적은 농민과 지역민들을 돕는 사업에 쓰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방방곡곡에 농협 지점이 있다 보니 직원들의 애환도 있다. 서울과 멀리 떨어진 오지로 발령이 나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신입사원도 더러 있다. 폼나는 은행원이 되려고 농협에 들어왔는데 시골에 가서 가족·친구도 못 만나고 퇴근 후에는 상사들과 같은 숙소에서 생활해야 해서다. 대표적인 오지가 울릉도다. 그래서 울릉군지부장 발령에는 불문율이 있다. 승진 인사에서 경북 지역으로 발령 받은 지부장 중 최연소자가 간다. 농협 관계자는 “경북 지역 지부장 승진자들이 인사가 난 뒤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다른 지부장들과 나이를 비교하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면서 “농협은 울릉도를 비롯한 지방에서 지역인재를 채용해 지방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런 문제점도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횡성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컨트롤타워 부재·공공의료 미비… 사회적 재난 키웠다

    컨트롤타워 부재·공공의료 미비… 사회적 재난 키웠다

    확진자 186명, 사망자 39명. 2015년 느닷없이 닥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한국 사회를 아비규환에 빠뜨렸다.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았던 이들은 구멍난 방역체계 속에서 메르스의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살을 맞대고 살아온 가족들은 음압병실과 두꺼운 방진복에 가로막혀 손도 잡아보지 못한 채 작별을 고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했던 정부가 우왕좌왕하면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 메르스 감염자와 가족, 이들을 돌보는 의료진까지 ‘바이러스’ 취급을 받으며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메르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정부는 그해 9월 국가방역체계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높여 위상을 강화하는 한편 감염병에 대해 24시간 감시를 하는 ‘긴급상황실’ 설립, 질병관리본부 방역관을 팀장으로 하는 ‘즉각대응팀’ 출동 등의 초기 즉각 대응체계 구축, 음압격리병상 확대와 권역별 감염병 전문치료병원 지정과 같은 전문치료체계 구축 등이 골자다. 역학조사관 확충과 역량 강화, 응급실에서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응급실 개편, 국민의 불신을 최소화하기 위한 위기관리 소통 강화 등도 포함됐다.2018년 9월 국내에 다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지만 3년 전의 실수는 반복되지 않았다. 공항 검역 단계에서 의심환자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한계로 남았지만, 의심환자가 입국 직후 병원으로 향했고 보건당국의 방역체계가 즉시 가동돼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내년 1월부터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감염병 대응 이원화가 이뤄진다. 위험도가 큰 신종 및 변종 감염병은 질병관리본부가 대응하고,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감염병은 지자체가 현장 대응하며 질병관리본부는 지원한다. 전국 시군구의 보건소에 감염병 전담팀이 설치되는 등 지자체의 감염병 대응 역량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제2의 메르스 사태’는 없었지만 언제, 어디에서 또 다른 신종 감염병이 닥쳐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서울신문은 감염병 분야 전문가인 김병권 동아대 기업재난관리학과 교수와 김도형 미국 텍사스대 공공정책학과 교수의 자문을 통해 2015년 메르스 사태를 되돌아봤다. 우리나라의 감염병 대응체계 변화와 나아가야 할 방향도 짚어봤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피해가 커졌던 이유는. 김병권 교수 국가의 방역체계 자체가 부실했다. 초기 대응부터 늦었다. 질병관리본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한 2015년 5월 20일은 첫 번째 환자의 증상이 발현된 지 열흘 가까이 지나 여러 병원을 거치며 2차 감염자가 발생한 뒤였다. 초기 역학조사에 따른 격리와 방역 조치도 실패했다. 초기 격리 대상이 된 밀접접촉자의 범위는 당시 대응지침에 제시된 ‘2m 이내 1시간 이상’이었지만 이 기준에서 벗어난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평택성모병원에서는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있지 않았던 환자들에게도 메르스가 전파됐다. 일부 밀접접촉자는 격리되지 않고 출국했다 외국에서 격리되기도 했다. 14번째 환자는 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밀집된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과 접촉해 2차 감염자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김도형 교수 메르스와 신종플루 등 2015년 당시 국외에서 유행하고 있던 신종 감염병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구체적이고 선제적인 준비가 부족했다. 이러한 예방적 차원의 대비 부족은 첫 환자 발생 이후 총체적인 부실을 야기했다. 초기 역학조사와 검역, 격리 대상 및 범위의 선정에서 안일하고 비전문적으로 대응했으며 지휘체계와 정보전달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의심 및 확진 환자에 대한 공공의료적 지원도 미비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음압병원과 격리병상 등이 부족해 의심환자의 이송과 격리가 지연됐고 질병의 빠른 확산을 막지 못했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환자 및 접촉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사회적 불안이 극대화한 것은 한국 사회의 대형병원 선호 문화, 간병 및 병문안 문화, 정부 및 전문가에 대한 신뢰 부족 등 사회문화적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컨트롤타워로서 정부의 역할은 어땠나. 김병권 교수 컨트롤타워가 계속 바뀌면서 혼선이 초래됐다. 5월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세워진 뒤 28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로 확대 개편됐고 5일 뒤 본부장이 차관에서 장관으로 격상됐다. 그러나 이후 민관합동대책반, 민관종합대응 태스크포스(TF), 대통령 지시로 세워진 즉각대응팀,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 범정부 대책회의 등이 연이어 꾸려졌다. 메르스 대응 수준에 따라 조직이 확대·개편됐지만 컨트롤타워가 복잡하고 지휘·권한 체계가 명확하지 않았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투입된 정부 관계자들의 경험 부족도 드러났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병원 간에 정보 공유와 업무 협조도 순조롭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역학조사 결과 공유와 접촉자 관리 등의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것도 감염자를 양산한 원인 중 하나다. 김도형 교수 메르스 확산을 신속하게 방어해야 할 정부 당국은 컨트롤타워의 부재와 책임 공방, 비능률적인 보고체계 등으로 골든타임을 놓쳤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물론 청와대와 국민안전처,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두고 불필요한 공방이 난무했다. 첫 확진 환자가 나온 게 5월 20일이었는데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즉각대응팀이 꾸려진 게 6월 8일임을 감안하면 2주 이상을 허비한 것이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의 정보 공개 등 정책 소통의 기회도 놓쳐 국민들에게 불신의 빌미를 제공했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괴담이 급속도로 유포되면서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초래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변화한 감염병 대응체계에 대한 평가는. 김도형 교수 정부가 내놓은 감염병 대응체계 강화 방안은 방대하고 다양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어 그 자체로는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을 확대하고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한 응급실 대응체계 개선 등의 노력은 2018년 메르스 환자가 다시 발생했을 때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었던 기반이 됐다. 김병권 교수 음압병실 등 감염병 치료시설 확충은 감염병 관리에서 매우 기초적인 시설이다. 그러나 의료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민간 병원에서 모두 갖추어 운영하기에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공 분야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 내년부터 실시되는 감염병 대응 이원화에 맞춰 감염병 대응 및 지원 분야 관련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각 지자체 인력을 중심으로 수행된다면 질병관리본부 자체의 자율성과 전문성 강화로 보기 어렵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감염병 대응체계 이원화는 현재의 중앙집권적 시스템 아래에서 지자체가 대응체계를 지속적으로 운영함에 있어 예산 등의 문제에 부닥칠 수 있다. 이동이 자유로운 시대에 한 지자체 단독으로 감염병에 대응한다는 것도 무리가 될 수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상호 협력이 보다 원활히 이뤄지도록 역할과 인력의 재배치가 필요하다. -국외의 감염병 대응체계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는가. 김도형 교수 2014년 에볼라, 2016년 지카바이러스 등 신종 해외 유입 감염병으로 인한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해온 미국을 참고할 만하다. 미국에서는 2014년 라이베리아에서 입국한 첫 번째 에볼라 환자가 사망하면서 2015년 우리나라의 메르스 사태 당시처럼 우려와 공포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CDC)의 에볼라대응팀(CERTs), 시설평가지원팀(FAST) 등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부여받은 강한 권한과 막대한 예산 및 전문성을 기반으로 대응해 추가 확산 없이 사태를 마무리했다.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당시 오바마 정부는 18억달러를 CDC에 투입해 감염병 차단을 위한 검역체계 개선과 국제공조 강화 등을 지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질병관리본부를 독립적인 인사와 재정권을 쥔 질병관리청으로 개편하고 보건복지부에서 보건 영역을 분리해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논의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여전히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김병권 교수 미국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과 A형 간염,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감염 등의 경험을 통해 사전 대비의 필요성을 깨닫고 ‘공중보건위기대응준비모델’을 구축했다. 이후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A(H1N1)를 경험하면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지방정부 차원의 대응 표준화를 위해 ‘공중보건위기대비역량’이 필요함을 제시했다. 사전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지역사회의 역량 강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앙정부 중심의 대응체계를 운영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측면의 접근방식을 보여 준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신종 감염병 재난을 막기 위해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김도형 교수 감염병 대응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비전 수립과 예산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역학조사관과 공공병원, 음압격리실 등 공공의료 분야 시설 및 인력 확충도 절실하다. 특히 공공의료 부문이 서구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전(全) 정부 차원의 장기적·체계적인 감염병 대응계획과 재정 확보 노력이 위원회 등 책임있는 상설 기구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향후 어떤 방식으로 유입·확산될지 모를 신종 감염병의 유행을 막을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김병권 교수 감염병은 ‘사회적 재난’으로 분류되고 재난 상황으로 판단해 대응해야 한다. 풍수해와 같은 자연재난에 대한 대비는 대응 조직이 방대하게 구성돼 있다. 정부의 감염병 대응이 보건의 측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질병관리본부가 재난관리의 측면에서 감염병에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의 역할은 미래에 점차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공중보건 위기 분석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방안, 일상적 감염병 관리와 공중보건 위기 시 급증하는 방역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 위한 방안 등이 적극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감염병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놓칠 수 있는 환자의 인권과 보호자의 심리에 대한 배려도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환자에 대한 지원과 가족의 심리 상담 지원을 실질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난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진다.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정부의 몫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2차 정상회담 앞둔 북한 “식량 140만톤 부족..배급량 절반”

    2차 정상회담 앞둔 북한 “식량 140만톤 부족..배급량 절반”

    유엔 “北 국제기구에 식량난 도움 요청” 공식 확인140만톤 식량 부족으로 배급량 절반으로 줄어오는 27~28일 양일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이 지난해 식량 부족으로 올해부터 배급량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공문이 공개됐다. 외신은 북한이 외부에 식량난을 공개한 것을 이례적이며 시기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를 거론했다는 점이 주목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유엔은 폭염과 가뭄, 홍수, 유엔 제재 등을 이유로 북한의 수확량이 급격히 줄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로이터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핵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 지원을 차단하고자 2006년 만장일치로 대북 제재를 강화했었다. 유엔에 따르면 북한이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 명의로 보낸 두 쪽짜리 공문엔 지난해 11월 26일부터 12월 7일까지 세계식량계획(WFP)과의 공동 평가에 대한 후속조치가 담겼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495만 1000톤으로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50만 3000톤이나 줄었다. 북한은 20만톤의 식량을 수입하고 40만톤의 작물을 초기에 생산할 계획이나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에 지난 1월 하루 배급량을 550g에서 300g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유엔은 이러한 수치가 지난 1월 말 제공된 정부의 공식 자료임을 확인했으며, 여기에 포함된 농작물에는 쌀과 밀, 감자, 콩 등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WFP는 공식적인 언급을 피했다. 북한 대표부는 아울러 공문을 통해 “북한 정부는 국제기구에 식량 상황 해결에 시급이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이날 “북한에 있는 유엔과 원조단체가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식량 안보 상황이 미치는 영향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북한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유엔과 원조단체는 지난해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추정되는 600만명의 북한 주민 중 3분의1을 도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두자릭 대변인은 또 “북한 주민의 절반에 달하는 1030만명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으면, 41%의 주민들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모는 또 낮아진 경작률의 원인으로 극심한 날씨뿐 아니라 유엔 제재를 꼽았다. 제재로 인해 농업용 자재 전달이 원활하지 않고 농업 부문의 연료 공급에서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다. 한편 스티븐 비건 미 국부무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달 초 미국은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관한 규정을 완화했으며 유엔 승인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벤자민 실버스타인 북한경제감시위원회 공동편집위원 겸 대외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도 농작물 수확은 나빴으나 비상사태의 징후는 없다고 전했다. 실버스타인 연구위원은 “제재는 부분적인 것”이라면서 “북한은 (유엔)제재가 기아와 직결된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그들에 대해 포기하고 자비로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엔 안보리 북한제재위원회는 “민간인에게 불리한 인도주의적 결과를 일으키려는 의도는 없다”고 말했으나 미국이 유엔 제재의 시행을 강화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원조는 지난해 거의 중단됐었다. 마가레타 월스트롬 스웨덴적십자회 총재는 지난해 11월 북한을 다녀온 뒤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플루엔자와 폭염, 태풍 등으로 인해 평소보다 수확량이 65%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한편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북한에 5만톤의 밀을 인도주의적 지원으로 보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잇딴 AI와 구제역 발생…정월 대보름 행사 직격탄

    잇딴 AI와 구제역 발생…정월 대보름 행사 직격탄

    최근 수 년째 잇따르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발생으로 정월 대보름 행사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13일 경북도와 시·군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 안성과 충북 충주에서 발생한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오는 19일 개최될 예정이던 시·군 단위 정월 대보름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일부 지역에서 마을 단위 소규모 행사만 열린다. 행정안전부가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 자제를 요청했고 5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행사를 열 경우 구제역 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시·군별 거점소독시설을 운영하고 공동방제단 등을 투입해 구제역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로써 도내 상당수 시·군이 수 년째 AI와 구제역으로 정월 대보름 행사를 아예 열지 않거나 대폭 축소했다. 김천시는 2017년과 2018년에 AI 확산 방지를 위해 취소했던 정월 대보름 행사를 올해는 구제역 발생으로 취소했다. 인근 구미시도 정월 대보름인 오는 19일 금오산 잔디광장·낙동강체육공원에서 열 예정인 ‘2019 정월대보름 민속문화축제 및 달집태우기’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구미는 2017년부터 3년 연속 구제역과 AI 확산 방지를 위해 정월대보름 행사를 열지 못하게 됐다. 청도군도 ‘2019 정월대보름 민속한마당’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 군은 애초 오는 19일 청도천 둔치에서 전국 최대 규모의 달집을 태우며 군민의 안녕과 화합, 풍년 농사를 기원할 예정이었다. 앞서 군은 2017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달집태우기, 도주줄당기기 행사를 한창 준비하다 AI 확산이 우려되면서 전격 취소한 바 있다. 김종수 경북도 관계자는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 자제를 요청했고 각 시·군이 차단 방역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어 정월 대보름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곳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아프다고 결근하면 해고”…독감에 두번 우는 日노동자들

    “아프다고 결근하면 해고”…독감에 두번 우는 日노동자들

    올해 일본 인플루엔자 환자 수가 역대 최다치를 경신하는 등 기록적인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여기에서 비롯된 회사와 직원간 갈등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본인이나 자녀·부모 치료 등을 위해 휴가를 내는 사람들이 급증했지만 많은 기업이나 점포들이 ‘일손 부족’을 이유로 휴가 처리를 해주지 않거나 인사·금전적 불이익을 주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11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독감인데도 회사에서 쉬게 해주지 않는다’는 직장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또 법률상 독감 등으로 병가를 내면 유급휴가 처리를 하도록 돼 있지만, 급여를 삭감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도쿄도의 한 점포에서 일하는 20대 여성은 최근 “독감 때문에 며칠 쉬었더니 그 기간 만큼 급여를 안주겠다고 하는데, 이건 법률 위반 아닌가”라고 노동인권 관련단체 ‘포세’(POSSE)에 문의했다. 이 여성은 “독감 진단을 받고 3일간 출근을 하지 않았더니 상사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했다. 상사는 “너무 오래 쉬고 있는데, 자기자신에게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여성은 “손님들에게 독감을 옮길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상사는 말을 끊고 출근을 강요하면서 “결근한 3일치는 월급에서 제하겠다”고 통보했다. 소매업에 종사하는 20대 비정규직 남성은 “독감에 걸린 아이의 간병을 위해 휴가를 신청했더니 회사에서 ‘그러면 인사평가에 반영해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POSSE에 하소연했다. 20대 정규직 영업사원은 회사에 독감이라고 연락했다가 “하루만 쉬고 바로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독감으로 결근하고 나왔더니 “근무조에서 뺐으니 회사를 그만두라”고 해고통지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도쿄노동상담정보센터에는 “출근 후 체온이 40도까지 치솟았는데도 조퇴를 시켜주지 않았다”, “쉴 거면 차라리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와 같은 민원이 급증했다. 정보센터 관계자는 “독감의 경우 통상적인 감기에 비해 결근기간이 길기 때문에 직장과 갈등이 빚어지기가 더 쉽다”면서 “특히 직원이 적은 중소기업의 경우 문제가 더 크다”고 했다. 곤노 하루키 POSSE 대표는 니혼게이자이에 “독감에 걸린 상태에서 무리하게 업무를 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독감처럼 감염성이 높은 질병을 퍼뜨리면 직장내 안전배려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인정돼 사업자가 관련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의료계도 독감에 걸린 상태에서 출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독감의 경우 열이 내린 후에도 2일 정도는 주위 사람들에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고열과 탈수 증상으로 현기증이 빚어져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건강한 2030은 예방접종 필요없다? A형간염 에이~하다간 간부전 큰 코!

    건강한 2030은 예방접종 필요없다? A형간염 에이~하다간 간부전 큰 코!

    성인이 돼 잊고 사는 것 중 하나가 예방접종이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홍역이 유행하면서 예방접종에 대한 관심도 커졌지만 대개 나이가 들면서 면역력이 자연스럽게 생겼을 거라 여겨 지나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 한 예방접종의 면역력이 서서히 약해지기도 하고, 추가로 접종해야 하는 질환들도 있어 성인도 예방접종이 필요하다.질병관리본부는 ‘2018 성인예방접종 안내서’에서 인플루엔자,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Tdap), 폐렴구균, A·B형 간염, 대상포진 등을 성인 예방접종 대상 질환으로 꼽았다. 예방접종의 원리는 병원체와 유사하나 질병은 일으키지 않는 물질을 우리 몸에 주입해 면역력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한번 경험한 ‘가짜’ 병원체를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진짜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 신속히 방어체계를 가동한다. ●매년 유행 달라… 백신 맞아도 독감 걸릴 수도 물론 예방접종을 받는다고 해당 질병을 100%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인이 돼서도 받아야 하는 대표적인 예방접종인 인플루엔자 백신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겨울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러스 유형을 예측해 ‘유행 맞춤형’으로 만들기 때문에 다른 유형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독감에 걸릴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의 균주와 유행하는 바이러스 항원(몸에 침입한 이물질)이 일치하면 70~90%의 예방 효과가 있다. 하지만 만성질환자나 고령자는 백신 예방 효과가 40% 정도까지 떨어진다. 그래도 합병증 발생을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어 예방접종을 받는 게 낫다. 백신은 집에서 지내는 노인의 경우 입원 확률을 70%, 사망률을 85% 감소시킨다고 한다. 만 50세 이상 성인은 매년 1회 받는 것을 권하며, 만성질환자나 6개월 미만 영아를 돌보는 사람도 접종을 받는 게 좋다. 6개월 미만은 예방접종을 받을 수 없어 가족 중 독감 환자가 있다면 바이러스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65세 이상·당뇨병 환자 폐렴 예방접종 필수 65세 이상은 폐렴 예방접종도 필수다. 폐렴 예방접종은 폐렴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균인 폐렴사슬알균(폐렴구균)에 대한 백신이다. 면역력이 약해지는 65세 이상 성인이 많이 걸리는 만큼 한 번에 걸쳐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단순 고혈압을 제외한 만성심혈관 질환자, 만성폐질환, 만성간질환, 만성신부전, 당뇨병 환자는 나이에 관계없이 접종을 권한다. 대상포진도 예방접종으로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 대상포진은 수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척추를 중심으로 작은 수포와 물집이 생기며 발병 부위의 통증이 매우 심하다. 노화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50대 이상 환자가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예방접종 대상은 만 60세 이상이다. 인플루엔자, 폐렴구균, 대상포진 백신과 달리 파상풍 백신은 전 연령대 성인이 접종 대상이다. 일반적으로 사백신(병원체가 활동하지 못하도록 열이나 약품으로 죽인 백신)을 맞으면 수년 뒤에 면역력이 예방 가능한 수준 이하로 떨어질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이 파상풍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파상풍은 주로 개나 돼지를 포함해 동물에게 물리거나 가시철망, 못, 오염된 바늘 등에 상처를 입어 발병한다. 상처 부위로 들어온 파상풍균이 근육을 수축·마비시키고 통증을 일으킨다. 신생아와 노약자가 감염되면 90% 이상 사망하고, 일반 성인의 사망률도 25~75%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지만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한 번 감염되더라도 면역력이 생기진 않는다. 어릴 때 파상풍 예방 백신을 맞았더라도 면역력이 유지되도록 성인이 되어 10년마다 한 번씩 백신을 맞는 게 안전하다. A형 간염 예방접종 대상은 특이하게도 전 연령대 중 가장 건강한 만 20~39세 성인이다. 질병관리본부의 ‘2017 감염병 감시연보’를 보면 2017년 4419명의 A형 간염 환자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86.3%가 20~40대였다. 20~40대가 A형 간염에 취약한 이유는 상하수도와 위생 환경이 개선된 1980년대 이후 깨끗한 환경에서 성장기를 보내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될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A형 간염은 혈액으로 감염되는 B·C형 간염과 달리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먹거나 감염된 환자의 분변과 접촉했을 때 발병한다. 해외에서 음식을 먹다 감염되는 일이 특히 많다. 전염성도 높아 한 사람이 감염되면 직장이나 학교에 쉽게 퍼진다. 과거 상대적으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란 50대 이상은 성장기에 자연 감염돼 90% 이상이 항체를 갖고 있지만, 20대는 10명 중 9명이 항체가 없다. 초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나 성인이 A형 간염에 걸리면 영유아보다 심하게 앓을 수 있고 일부는 간부전으로 간 기능을 잃을 수도 있다. A형 간염 백신을 6개월 간격으로 두 차례 접종하면 항체가 생겨 평생 면역이 지속된다. 그럼에도 예방접종률이 낮아 환자가 2013년 867명, 2014년 1307명, 2015년 1804명, 2016년 4679명, 2017년 4419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백신 맞은 뒤 고열·몸살 계속 땐 의사 진료를 모든 약에 부작용이 있듯 백신에도 접종 부위가 붓고 아프거나 미열, 몸살이 나는 부작용이 있다. 이런 부작용은 2~3일 이내면 가라앉는다. 백신에 극소량 포함된 알루미늄은 하루 만에 몸에서 절반이 배출돼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만약 백신을 맞고서 고열이 나거나 증상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으면 예방접종의 부작용일 수도 있고, 다른 질병 때문일 수도 있으니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국가 예방접종을 받고서 부작용이 생겨 30만원 이상의 의료비를 썼다면 의료비 보상도 받을 수 있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가벼운 약물조차 함부로 먹을 수 없는 임신부에게도 적극 권한다. 임신부가 인플루엔자에 걸리면 폐렴 등 호흡기계 합병증, 조기분만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엄마가 예방접종을 받으면 항체가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돼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가능 연령인 생후 7개월 전까지 아이를 독감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도 임신 주수와 관계없이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출산 후 모유 수유 중에도 맞을 수 있다. 임신 전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백신 접종을 받지 못했다면 임신 27~36주 사이에 접종을 권장한다. 임신 중에 접종하지 못했다면 분만 후에 신속히 접종하는 게 좋다. 다만 생백신(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수두, 대상포진, 일본뇌염 생백신)은 임신 중에 맞아선 안 된다. 생백신은 살아 있는 바이러스로 만든 것이어서 살아 있는 균이 태반을 통과해 태아에게 전달될 수 있다. 가임 여성은 생백신 접종 후 4주간 임신을 피해야 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만경강 조류인플루엔자 음성 판정

    만경강 야생조류에서 검출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음성으로 판정됐다. 전북도는 익산시 석탄동 만경강에서 포획한 야생조류에서 검출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를 정밀 검사한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일대에 설정된 방역대는 해제됐다. 그러나 전북도는 겨울 철새의 분변에서 AI 항원이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는 만큼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줄 것을 농가에 당부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익산 만경강 일대에서 포획한 야생조류의 생체 시료를 분석한 결과 H7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돼 주변 반경 10㎞ 지역에 방역대가 설정됐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전북 익산 만경강에서 ‘고병원성 의심’ AI 바이러스 검출

    전북 익산 만경강에서 ‘고병원성 의심’ AI 바이러스 검출

     전북 익산시 석탄동 만경강 일대에서 H7형 야생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돼 정부가 병원성을 확인중이다.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달 30일 포획한 야생조류의 생체시료를 분석한 결과 H7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2일 밝혔다. H7형은 고병원성이 의심되는 AI 바이러스다. 병원성 확인까지는 3∼5일 정도 걸린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우선 새만금지방환경청과 함께 만경강 일대 검출지점 반경 10㎞ 내 야생조류 분변 및 폐사체 예찰을 강화했다. 또 농림축산검역본부,질병관리본부,해당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에 AI 바이러스 검출 사실을 통보해 신속히 방역 조치할 수 있도록 했다.  닭이 감염됐을 때 1∼2일 만에 80% 이상이 죽는 AI 바이러스를 고병원성으로 분류한다.저병원성은 사실상 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국내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것은 지난해 2월 충남 아산에서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남 창원서 조류 AI 바이러스 검출…고병원성 의심

    경남 창원서 조류 AI 바이러스 검출…고병원성 의심

    경남 창원시 의창구 주남저수지 일대에서 야생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돼 정부가 확인 중이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주남저수지 일대에서 30일 채집한 야생조류의 분변 시료를 분석한 결과 H5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오늘(1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국립환경과학원은 시료가 채취된 주변 지역에서 병원균 발생 상황이나 밀도, 주변 작물 상태 등을 살피면서 상황이 어떻게 변동되는지 예측하는 ‘예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질병관리본부, 해당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에 AI 바이러스 검출 사실을 통보해 신속히 방역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검출한 AI 바이러스의 최종 병원성 확인까지는 3~5일 걸릴 예정이다. 닭이 감염됐을 때 1∼2일 만에 80% 이상이 죽는 AI 바이러스를 고병원성으로 분류한다. 반면 저병원성은 사실상 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2월 충남 아산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0만명 넘어 사상 최대 기록한 일본의 독감환자

    200만명 넘어 사상 최대 기록한 일본의 독감환자

    일본에서 인플루엔자(독감) 감염 환자 수가 222만 명을 넘어서면서, 과거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위세가 수그러들지 않아 독감 감염자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NHK 등은 1일 일본 전국의 독감 환자 수가 지난달 21~27일을 기준으로 222만 6000여 명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이는 1주일 전보다 10만명 가량 늘어난 숫자이다. 또 전국 500여 곳의 의료기관의 독감 입원 환자는 3205명에 이르렀다. 입원 환자 수 중 절반 이상은 70대 이상 고령자이며, 20% 가량은 0~9세 어린이로 파악됐다. 곳곳에서 고령자를 중심으로 한 독감 사망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같은 기간 전국 5000여 곳의 의료시설에 보고된 독감 환자 수는 의료기관 1곳 당 57.09명이다. 이는 지난 겨울 최고 수준이었던 의료기관 1곳 당 54.33명을 넘어선 것이며, 독감 통계를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의료기관 1곳 당 독감 환자 수를 지역별로 보면 사이타마(埼玉)현 84.09명, 니가타(新潟)현 77.70명, 지바(千葉)현 73.00명, 미야기(宮城)현 69.81명, 가나가와(神奈川)현 67.94명이었다. 도쿄(東京)도 64.18명, 오사카(大阪)부 47.99명으로 광역자치단체 49곳 가운데 31곳의 환자 수가 그 이전 주보다 늘었다. 독감 확산으로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 등 전국 8929개 시설이 휴교에 들어가거나 일시 폐쇄했다. 올 겨울 유행하는 독감은 2009년에 신종 플루로 유행한 A형과 A홍콩형이 대부분이며, 지난 겨울 유행한 B형 독감은 1%에 그쳤다. 특징은 ‘고열’로, 전문의들은 이번 독감은 39도 이상의 고열이 나는 환자가 지난해 보다 많은 경향이 있다며, 고열 및 경련 등이 지속될 경우 즉시 병원을 찾을 것을 당부했다. 후생 노동성은 손을 자주 씻거나 기침이나 재채기가 날 경우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사설] 설 대이동 앞두고 구제역·AI 방역 만전 기하자

    구제역이 확산 조짐을 보이고,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등 가축전염병 방역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28일과 29일 경기도 안성 농가 2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데 이어 어제 충북 충주의 한 농가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했다. 경기도를 벗어난 지역에서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전국적인 확산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전국 축산 농가를 대상으로 48시간 일시 이동중지 및 우제류 시장 3주간 폐쇄를 결정했고, 전국의 모든 소와 돼지에 구제역 백신을 긴급 접종하기로 했다. AI 바이러스도 잇따라 검출되고 있다. 경북 고령군 다산면 낙동강 일대와 전북 익산 만경강 일대, 충북 청주 미호천에서 채집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H7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돼 정부가 고병원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폐사율이 80% 이상인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확인된 것은 지난해 2월 충남 아산에서였다. 각 지자체는 해당 반경 10㎞를 예찰 지역으로 설정해 가금류 이동제한 조치를 내리고, 농가 소독을 시행하는 등 방역 강화에 나섰지만, 올겨울 철새 유입이 예년보다 늘어나면서 AI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터라 걱정이 크다. 구제역과 AI는 한번 확산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축산업계를 초토화시킬뿐더러 나라 전체로도 큰 피해를 입힌다. 백신 접종 등 예방에 최선을 다하는 게 우선이지만, 원천 차단하기는 매우 어려운 만큼 발생 즉시 확산을 차단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과 차량 이동이 가장 많은 시기인 설 연휴를 앞둔 만큼 방역에 한층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관련 지자체들은 연휴 기간 24시간 비상 방역에 들어간다고 한다. 전국 각지의 농가도 방역에 적극 협조하고, 귀성객들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일본 인플루엔자 대확산에 교도소 1곳서 300명 대랑감염

    일본 인플루엔자 대확산에 교도소 1곳서 300명 대랑감염

    일본에서 인플루엔자(독감)가 급격히 확산되는 가운데 한 교도소에서 교도관과 재소자 등 300명이 집단 감염됐다. 31일 NHK 등에 따르면 아이치 현 미요시 시의 나고야 교도소에서 올 겨울 들어 재소자 205명, 교도관 등 직원 95명이 인플루엔자에 감연됐다. 전체 재소자의 12%, 직원의 21%에 해당하는 소치로, 교도소 측은 관련 기록이 있는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재소자가 인플루엔자에 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에서 인플루엔자가 대유행하며 지난 20일까지 일주일 동안 환자 수가 213만명에 달하고 있다. 환자 수는 47개 전체 광역지자체에서 경보 레벨을 넘어섰다. 환자의 60% 정도는 10년 전 ‘신형 인플루엔자’(신종 플루)라고 불리며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했던 H1N1형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방역 당국은 환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면서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해줄 것을 당부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범석학술장학재단 22회 범석상… 논문상 연세대 강석구 ·의학상 서울대 오명돈 교수

    범석학술장학재단 22회 범석상… 논문상 연세대 강석구 ·의학상 서울대 오명돈 교수

    을지재단 설립자인 故 범석 박영하 박사의 뜻을 기리는 22회 범석상 논문상과 의학상 수상자로 강석구 연세대 교수와 오명돈 서울대 교수가 선정 됐다. 범석학술장학재단은 강석구 연세대 교수와 오명돈 서울대 교수를 수상자로 선정하고 2월 8일 오후 5시 30분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시상식을 한다고 28일 밝혔다. 재단은 보건·의료 분야 발전에 공헌해온 사람들을 선정, 각각 상패와 상금 2000만원을 수여해왔다. 올해는 의학상 2명, 논문상 3명 등 총 5명의 후보자가 추천됐으며 심사위원회에서 최종 수상자를 선정했다. 범석 논문상 수상자인 강석구 교수는 인간 교모세포종(glioblastoma : GBM)의 발생이 암이 존재하는 곳이 아닌 정상신경줄기 세포가 존재하는 뇌실하영역(subventricular zone : SVZ)임을 증명한 논문을 발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Nature에 게재된 바 있다. 범석상 심사위원회는 “강 교수의 논문은 암에 대한 치료적 접근을 암 조직이 아닌 암 발생 부위로 전환하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향후 암 치료 패러다임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연구로 평가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범석 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오명돈 서울대학교병원 내과학교실 교수는 우리나라 감염내과학의 대가로 메르스 유행 당시 중증메르스 환자 위기대응 센터장을 역임하며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학술적 성과로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바이러스와 지카바이러스를 국내 최초로 분리하여 보고하는 등 신종 전염병 원인 병원체의 특성을 규명한 바 있다. 심사위원회는 “오 교수는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 시 국가격리병상(음압시설)확충 사업을 주도하고 병상 운영과 국가자문활동, 세계보건기구를 통한 공헌 등 국내외를 불문하고 감염성 질환의 예방과 퇴치에 앞장서왔다”며 의료인으로서의 봉사정신과 열정을 높이 평가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미·중 무역협상 타결 위해 미국에 식탁을 ‘통째로’ 내주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미·중 무역협상 타결 위해 미국에 식탁을 ‘통째로’ 내주는 중국

    미국산 밀과 대두(콩), 쌀, 유전자조작 농산물(GMO) 대두·옥수수·유채씨기름, 닭·닭고기·종란(種卵)…. 미국산 농산물이 머지않아 중국 식탁을 점령할 전망이다. 중국이 오는 30~3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한 ‘화해의 제스처’로 미국산 농산물 수입에 탄력을 붙이고 있는 까닭이다. 중국 관리들은 미·중 무역협상의 진전 정도에 따라 미국산 밀을 최대 700만t까지 수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22일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처음에는 소량의 미국산 밀을 사들이다가 무역협상이 잘 풀리면 그 수입량을 크게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이들은 무역협상이 어떻게 진전되느냐에 따라 수입량이 달라지겠지만 최소 300만t에서 최대 700만t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의 수입도 크게 늘리고 있다. 미 농무부는 이달 17일까지 1주일에 걸쳐 41만 6408t의 대두를 선박 6척에 실어 중국으로 보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는 지난해 3월 8일까지 1주일 동안 선박 8척이 대두를 싣고 중국으로 떠난 이후 10개월여 만에 가장 큰 규모이다. 중국은 무역협상 타결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지난해 연말에도 두 차례에 걸쳐 미국산 대두를 대규모로 사들였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전에 모두 200만t 넘는 미국산 대두 수입 계약을 맺었다. 지난달 13일 113만t을 구입한데 이어 같은달 19일 미국산 대두 15카고(약 90만t)을 구매한 것이다. 1995년까지 대두를 수출했던 중국은 경제발전에 따른 생활수준 향상으로 육류 소비가 크게 늘면서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9554만t의 대두를 세계 각국에서 사들였다. 중국의 수입의존도는 무려 87%에 이른다. 이 중 미국산 대두가 3283만 4000t으로 34%를 차지했다. 중국의 대두 전문가 한톈푸(韓天富)는 “현재 중국의 대두 소비는 압착·사료 가공 분야를 비롯해 대두식품 생산, 생화학 추출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며 이중 압착·사료 가공에 쓰이는 대두가 85%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콩기름을 짜낸 콩깻묵은 단백질 공급원으로 사료에 쓰인다. 지난해 소비된 1억 500만t의 사료 단백질원료 중 콩깻묵이 69%에 이른다. 그러나 미·중이 고율 보복관세를 주고 받는 난타전에 휘말리면서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은 사실상 중단됐다. 중국은 미국 대체지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 지역의 대두 수출이 한계를 보이면서 대두 확보가 어려워졌다. 다급해진 중국 정부는 부랴부랴 국유기업 중국저비(儲備)관리총공사와 중량(中糧)그룹을 통해 미국산 대두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컨설팅업체 애그리소스의 댄 베이스 대표는 “중국이 약속을 지키는 데 적극적이라는 점이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 등 외국 회사들의 GMO 수입도 허용했다. ‘인민의 건강권’을 내세워 GMO 수입을 최대한 억제하던 중국 정부가 스타일을 구기면서까지 물러선 것이다. 농업농촌부는 지난 8일 대두와 옥수수, 유채씨기름 5종의 GMO 수입을 허용한다고 관영 차이나데일리가 전했다. 승인한 5개 품종은 독일 바이엘사가 개발하고 현재 바스프가 특허권을 보유한 카놀라(유채씨기름), 글리포세이트 성분 제초제에 내성을 지닌 몬산토의 카놀라, 다우듀폰의 파이오니아 옥수수, 그리고 다우듀폰 자회사 애그리사이언스의 대두, 신젠타의 대두이다. 중국이 GMO 수입을 허용하는 것은 18개월 만이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GMO의 세계 최대 생산국과 수입국이다. 중국은 GMO 수입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고 미국은 중국의 수입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중국이 GMO 수입을 허용한 것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의지를 피력함으로써 협상 타결을 위한 환경 조성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산 쌀 수입을 허가했다. 중국해관총서(관세청)는 홈페이지를 통해 “27일 자로 중국의 관련 법률 규정과 미·중 간에 체결한 ‘미국의 대중국 쌀수출에 관한 식물위생 요구 의정서’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미국산 쌀 수입을 허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당시 쌀 시장을 개방했지만, 중국 정부는 미·중 간에 식물위생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사실상 수입이 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중국의 이런 결정은 무역 분야에서 더욱 개방하겠다는 대미 약속을 이행한 차원”이라며 “미국산 쌀은 남아시아산과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호의의 표시”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쌀 소비량이 많은 만큼 미국의 쌀 농가가 특수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중국은 닭과 닭고기, 종란 등 미국산 가금류에 대한 수입을 재개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 농무부는 미 축산업계에 가금류와 그 상품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의 일부로 논의되고 있다고 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논의가 성사되면 샌더스 팜, 필그림스 프라이드, 타이슨 푸드 등 미국의 대형 육류업체들이 다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미국 내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을 이유로 미국산 가금류와 가금류 제품, 달걀을 수입 금지한 바 있다. 수입 금지 전 미국산 가금류와 달걀의 대중국 수출 규모는 수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에 발벗고 나선 것은 수혜지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는 ‘팜벨트’(Farmbelt·농장지대)로 불리는 시골의 표심이 큰 힘을 보탰다. 이를 고려해 중국은 무역전쟁 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을 맞불 관세의 주요 표적으로 삼은 바 있다. 중국의 유화적 제스처에도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리들은 시큰둥한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무역협상에서 해결이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 다른 의제인 이른바 ‘첨단기술 절취’ 문제가 사실상 헛바퀴를 돌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관행에 대한 중국의 구조적 변화를 두고는 협상에 진전이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관여하는 미 관리들은 무역협상이 지식재산권 문제를 허술히 다룬 채 무역 불균형 해소만으로 봉합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회의론을 반영하듯 USTR가 이달 말 무역협상을 준비하려고 지난주 중순 예정됐던 중국과의 회동 계획을 취소했다는 보도도 흘러나왔다. 미 CNBC방송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USTR 관리들이 중국의 차관급 관리 2명과 무역 관련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만나기로 한 회의가 취소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회동 계획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미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수출을 더 늘리되 불공정 관행에 대한 개혁요구를 완화하는 선에서 무역전쟁을 끝내는 게 타당한지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일본 인플루엔자 이상행동 급증 “창문 잠가라”

    일본 인플루엔자 이상행동 급증 “창문 잠가라”

    일본에서 인플루엔자 환자가 창밖으로 뛰어내리려 하는 등의 ‘이상행동’을 했다는 보고가 2017년 가을부터 지난해 봄까지 100건에 육박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25일 해당 보도와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직전 유행기 인플루엔자 환자의 이상행동은 모두 95건 보고됐다. 여기에는 의료기관 등이 보건당국에 알린 경우만 포함돼 실제 이상행동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행동으로 보고된 환자 연령은 10세 전후가 많았으며 이상행동은 대부분 열이 난지 이틀 이내에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갑자기 질주하는 행동이 가장 많았으며 흥분해서 창을 열고 뛰어내리려고 하거나 같은 자리를 계속 걸어서 맴도는 등의 행동도 적지 않았다. 대부분 타미플루 등 인플루엔자 치료약을 복용한 경우였지만 20% 가량은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상행동과 치료약 복용 사이의 인과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NHK는 설명했다. 일본에서 지난 14~20일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수가 207만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치를 경신하는 등 크게 유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플루엔자 환자가 이상행동을 보이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사이타마현의 초등학교 6학년생 남자 아이가 아파트 3층에서 지상으로 투신해 부상했다. 이 아이는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학교에 등교하지 않고 집에 머무르다가 이상행동을 했다. 일본 보건당국은 시민들에게 인플루엔자로 인한 열이 나타나면 이틀간은 환자를 혼자 두지 말고 창문을 잠가놓으라고 당부하고 있다. 또 2층 이상 개인 주택은 환자가 되도록 1층에 머물러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단독]800만弗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 재논의한다

    현행법상 다음 회계연도 재이월 안 돼 유엔 제재 면제로 현물 지원 허용 방침 통일부가 2017년 9월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 등을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800만 달러(약 90억 1600만원)를 지원키로 했던 남북협력기금 지원안을 재논의키로 했다. 남북 관계 및 북·미 비핵화 담판 과정을 보며 공여 시점을 검토했지만 북·미 간 교착상태가 길어지면서 지난해 말까지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재정법은 불가피한 사유로 사용하지 못한 경비를 다음 회계연도로 이월할 수 있지만 재이월은 안 된다. 이에 따라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한 공여 액수나 시기는 다음달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나 남북 관계 진전에 따라 늘거나 줄어들 수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23일 “2017년 9월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를 통해 800만 달러에 달하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기로 했지만 국가재정법에 따라 2019년부터 기존안은 폐기됐다”며 “향후 한반도 및 북·미 간 정세를 보면서 재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시 유니세프의 아동 및 임산부 보건의료·영양실조 치료 등 지원사업에 350만 달러, WFP의 탁아시설·소아병동 아동 및 임산부 대상 영양강화 식품 지원사업에 450만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사업을 재개하려면 교추협을 다시 열어서 지원 시기와 액수를 정해야 한다. 통일부는 아직 교추협개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통일부는 현금이 아닌 의약품 등 현물 지원은 허용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유니세프, 유진벨재단, 퍼스트스텝스,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CFK) 등 4곳의 제재면제 요청을 올해 처음으로 승인했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양국은 인도적 대북 지원에 대한 전반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통일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상황을 지켜보면서 공여 액수와 시기를 조율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에 독감(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의 제공, 이산가족 화상상봉장 설치 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겨울철 기승부리는 AI바이러스 현장 검출 기술 개발

    겨울철 기승부리는 AI바이러스 현장 검출 기술 개발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나 철새를 따라 옮겨지는 조류인플루엔자(AI)는 동물전염병이지만 사람에게도 옮겨지는 경우가 있고 사람에게 옮겨지는 고전염병성 바이러스는 치명적이다. 조류인플루엔자는 늦가을부터 봄까지 철새들의 이동시기에 많이 발생하는데 국내에서도 매년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개 이상 유형의 바이러스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국내 연구진이 기존보다 1000배 이상 우수한 감도를 가진 반도체 기반 AI 검출 바이오센서를 개발해 신속한 방역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재료연구단과 건국대 수의학과 공동연구팀은 이동식 측정이 가능한 반도체 바이오센서를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AI바이러스를 즉시 검출할 수 있는 진단 플랫폼도 만들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분야 국제학술지 ‘ACS 나노’ 최신호에 실렸다. 현재 AI 바이러스 검출 현장키트는 금 나노입자를 활용해 만든 래피트 키트로 바이러스의 병원성 여부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표시돼 사용이 편리하지만 감도가 낮다는 문제가 있다. 래피트 키트는 임신진단기처럼 가금류의 배설물을 키트에 묻히면 두 줄의 선이 나타나는지 여부에 따라 AI 바이러스를 확인할 수 있는 현장 분석장치이다. 연구팀은 화학적 방식이 아닌 전기 신호방식의 얇은 반도체 바이오센서를 만들어 검출 신호 감도도 높이고 현장에서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이동식 장치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한 장치는 고위험성 AI바이러스를 기존 장치보다 1000배 이상의 정확도로 검출할 수 있으며 조류인플루엔자와는 유사하지만 인체감염성은 없는 뉴캐슬 바이러스 같은 유사 바이러스도 명확히 구별해 냈다. 이관희 KIST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를 안정적이고 정확하게 검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 신속한 현장 진단과 방역체계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독감 주사 맞아도 감기 걸리는 이유

    독감 주사 맞아도 감기 걸리는 이유

    ‘독감 주사를 맞아도 감기에 걸렸다’고 억울해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감기와 독감은 엄연히 다른 다른 질환이다. 7일 강동경희대병원에 따르면 감기는 코와 목에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정식 명칭은 ‘상기도 감염’이다. 단순히 몸이 피곤하거나 추운 곳에 있다고 생기는 병이 아니고 주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감기 바이러스는 100여 종으로 리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이 있다. 그 중 리노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코감기가 가장 흔하다. 감기는 환자의 기도 분비물이 직접 접촉, 대기 등을 통해 전파되면서 발병한다. 흔히 콧물이나 코막힘, 두통, 미열 등을 주증상으로 호소하는 코감기가 있다. 인후통, 인후 건조증, 쉰 목소리 등이 주증상인 목감기와 기침, 객담 등이 주로 나타나는 기침감기도 있다. 대개는 발열, 오한과 함께 여러 가지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드물게는 결막염이나 설사가 동반되기도 한다. 감기는 특별히 치료하지 않아도 대부분 2주 정도면 자연 치유된다. 무리하지 않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고칼로리 음식과 수분을 많이 섭취하면 된다. 물을 많이 마시면 가래가 묽어져 배출이 쉬워진다. 또 물은 열로 인한 탈수증상을 완화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적절한 실내 습도와 온도를 유지하고 실내를 정기적으로 환기하는 것도 좋다. 과로해 증상이 악화하면 중이염, 부비동염, 기관지염, 폐렴, 뇌막염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감기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외출 후 손을 자주 씻는 것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해 체력을 높여야 한다. 감기에는 특효약이 없다. 콧물, 고열 등의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이 전부다. 열이 나거나 목이 아프고 몸살, 두통이 있을 때 해열제와 진통소염제를 쓴다. 또 가래나 기침이 심하면 가래를 삭히고 기침을 억제하는 거담제나 진해제를 복용한다. 콧물을 억제하는 ‘항히스타민제’는 졸음 부작용이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독감은 ‘독한 감기’로 오해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원인 바이러스가 다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인플루엔자는 갑작스러운 고열과 더불어 전신근육통, 쇠약감 등의 전신증상이 아주 심한 것이 특징이다. 기침, 인후통, 객담 등의 호흡기 증상도 있다. 독감은 예방백신이 있지만 감기는 예방접종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독감 예방접종을 해도 감기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독감은 감기보다 증상이 심하고 합병증도 잘 생기는 병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기관지가 손상되고 2차적으로 세균감염이 발생해 ‘세균성 폐렴’이 생길 위험이 높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당뇨병, 심장병, 기관지천식, 만성 기관지염 등의 만성병이 있는 사람, 건강하더라도 65세가 넘은 사람, 면역이 떨어지는 병이 있는 사람, 이런 사람과 자주 접촉하는 간병인, 가족 등은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가축 살처분 4명 중 3명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인권위 제도개선 권고

    “가축 살처분 4명 중 3명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인권위 제도개선 권고

    가축을 살처분한 4명 중 3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가축 살처분 작업 참여자의 트라우마 예방과 치료를 위한 제도개선을 농림축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4일 인권위가 의뢰해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수행한 ‘가축매몰(살처분) 참여자 트라우마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축 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 및 공중방역 수의사 268명 중 76.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였다. 살처분 참여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평균점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추정하는 점수인 24~25점보다 높은 41.47점이었다. 또한 조사대상의 우울 평균점수는 14.99점으로 나타나 평균적으로 경우울증(10~15점) 증상을 보였으며, 23.1%는 중우울증(24~63점)에 해당하는 점수를 나타냈다. 가축 전염병인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때마다 공무원 및 공중방역 수의사 등은 많은 수의 가축들을 살처분 한다. 2010년 11월 경북 안동에서 발생해 전국으로 확산된 이른바 구제역 사태 때 공무원 48만 8000명, 군인 33만 8000명, 경찰 14만 6000명, 소방 공무원 30만 6000명, 민간인 69만 2000명(이하 누적 인원)이 동원돼 145일 동안 약 350만 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했다. 인권위는 “살처분 작업에 참여한 공무원 등이 자살이나 과로로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고, 이에 살처분 작업 참여자가 겪는 트라우마의 심각성과 심리 지원의 문제가 대두됐다”고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 제49조 및 시행령에 따르면 가축 살처분 참여자에게 신청을 받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심리적·정신적 치료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인권위는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이 사건에 대해 다시 떠올리고 싶어 하지 않는 회피반응을 보여 스스로 적극적인 치료를 신청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위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가축 살처분 작업 참여자들에게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무적으로 안내하고, 작업 전후로 심리적·신체적 증상 체크리스트를 등을 통해 고위험군을 초기에 발견해 치료를 지원하는 등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살처분 작업에 일용직 노동자나 이주노동자 등의 참여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가축 살처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인권위는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트라우마센터가 가축 살처분 작업 참여자의 트라우마에 관한 조사연구를 실시해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11년 전 ‘타미플루 이상반응’ 알고도…환자에 경고는 작년 한 번뿐

    11년 전 ‘타미플루 이상반응’ 알고도…환자에 경고는 작년 한 번뿐

    2009년 중학생·2016년 초등학생 추락 의료인 대상 안전성 서한 2차례만 보내 의협 “9년 간 망상·지각이상 등 3051건” 약사단체 “식약처 서한으로 책임 회피”보건당국이 2007년 독감치료제 타미플루의 이상 반응을 인지하고도 지난 11년 동안 환자 대상의 경고 전단지를 단 한 차례만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의료인 안전성 서한도 2009년과 지난 22일 여중생 사망 사고를 계기로 보낸 것까지 포함해 두 차례에 불과했다. 의·약사가 주의사항을 알려주지 않거나 직접 주의사항을 읽어보지 않으면 환자는 이상 반응을 알 방법이 없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대한의사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7년까지 타미플루 제조사인 ‘로슈’에 보고된 이상 행동, 망상, 지각 이상, 섬망 등 신경정신과적 증상은 3051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91%인 2772건이 일본에서 보고됐다. 로슈 측은 ‘사망과 약물은 인과관계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그럼에도 일본은 2007년부터 10대 청소년에 대한 타미플루 처방을 금지하다가 지난 8월에야 투약을 재개했다. 반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09년 14세 남자 중학생, 2016년 11세 초등학생 등 두 차례의 추락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주의사항을 알리지 않았다. 이상 행동에 의한 사고 위험성은 이미 2007년 타미플루 약품 경고 문구에 포함됐다. 식약처는 신종인플루엔자가 유행하던 2009년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차례 안전성 서한을 제공했을 뿐이다. 현재 약품 설명서에는 ‘2일간 소아, 청소년이 혼자 있지 않도록 환자와 가족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문구가 있지만 여전히 의료인 대상의 주의사항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8월 뒤늦게 이상 반응 주의사항이 담긴 환자용 전단지를 한 차례 배포했다. 2007년 이상 반응 인지 이후에도 줄곧 ‘나몰라라’ 했던 셈이다. 지난 22일 여중생 사망 사건 발생 이후 의료인, 환자 대상 주의사항을 공개해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약사단체인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은 “2009년 타미플루 안전성 서한 하나만 배포한 채 모든 책임을 다한 것처럼 행동한 식약처는 직무유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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