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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쇼핑 장애인 상담원 박미용·구현정씨

    홈쇼핑 장애인 상담원 박미용·구현정씨

    “CJ홈쇼핑에 뼈를 묻을 거예요.” 재택 상담원으로 얼마나 오래 일할 계획이냐고 묻자 박미용(38·지체장애 2급)씨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여덟살 아들과 여섯살 딸이 결혼한 뒤에도 일하고 싶다고도 했다. 소아마비를 앓아 양쪽 다리가 불편한 그에게 직장은 희망이고 꿈이기 때문이다. ●주부끼리 통하는 ‘감성 응대´ 호평 “결혼하기 전, 어린이집에서 2년간 일하며 정말 행복했어요. 사람을 만나 어울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러나 이후엔 새 직장을 얻기가 힘들더군요. 일하고 싶다는 욕망에 늘 목말랐습니다.” 박씨는 언젠가 기회가 오리라 믿었다. 그래서 컴퓨터 교육 등을 틈틈이 받으며 준비했다. 지난 5월 CJ홈쇼핑이 장애인 재택 상담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는 망설임 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계약직이지만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도,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일한다는 조건도 ‘꿈의 직장’이기에 충분했다. 전화 상담원 경험은 없었지만 수년간 단련된 ‘아줌마의 힘’에 승부수를 걸었다. “새로 산 물건을 놓고 동네 아줌마와 수다를 떨 듯, 상품을 소개하고 맞장구치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홈쇼핑 소비자가 대부분 주부라 박씨의 ‘감성 대응’은 호응을 얻었다. 기계적인 설명보다 어눌하지만, 다정한 상담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정규직 전환·승진 부푼 꿈 남편과 아이들도 박씨의 도전에 박수를 보냈다.‘남의 회사에 폐나 끼치지 말라.’며 핀잔을 주던 남편도 경제적 짐을 나누려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아들, 딸도 ‘부자 엄마가 맛난 것을 사주는 게 더 좋다.’고 했단다. 기특하게도 엄마가 컴퓨터 앞에서 전화를 받을 때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금방 깨우쳤다. 집안도 훨씬 깔끔해졌단다. 하루 8시간씩 일하니 빨래도, 청소도 미루지 않고 후다닥 해치우게 됐다. “나이가 많다고, 장애인이라고, 전업주부라고 모두가 외면할 때 기회를 준 거잖아요. 회사 로고만 봐도 가슴이 벅찰 만큼 고마워요. 열심히 달려서 정규직 사원도 되고, 승진도 할래요. ”첫 장애물을 넘은 박씨는 자신감에 넘쳤다. ●월급여 130만~160만원 안팎 CJ홈쇼핑 콜센터를 운영하는 CJ텔레닉스는 지난 5월 박씨와 같은 장애인을 50명 뽑았다. 전체 직원 1450명 중 3.65%가 장애인이 된 것이다. 장애인 의무고용비율(2%)을 훨씬 웃돈 수치다. 상담원의 연령(22∼44세), 장애 정도(지체장애 1∼6급)가 다양하다.35세 이상이 22명이고, 중중 장애인이 35명에 달한다. 언어·시각장애가 없고 컴퓨터를 사용하는 데 불편하지 않으면 실력에 따라 선발했기 때문이다. 월급은 130만∼160만원. 게다가 2년간의 계약직 근무가 끝나면 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출퇴근이 불편한 장애인의 생활을 고려, 재택 근무를 권장한 것도 지원자에겐 큰 매력이었다. 은행, 홈쇼핑, 카드사 등에서 7년간 전화상담원으로 일한 구현정(33·지체장애 2급)씨는 CJ홈쇼핑으로 옮긴 이유를 “지하철과 버스를 탈 때마다 공포스러웠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끝도 없이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것, 사람과 부딪치고 밀치는 것이 너무 힘겨웠다고 했다. 그래서 오전 9시 출근이더라도 새벽 5시 30분부터 서둘러 집을 나서곤 했단다. 구씨는 “오후 1∼4시,6∼9시에 일해 다소 불편하지만, 출퇴근 시간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득”이라면서 “하루를 꼼꼼히 계획하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보다 배려심 깊어” 재택 근무인데다 대부분 상담원 경험이 없기에 회사측은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우선 지난 6월 한달동안 장애인 고용촉진공단에서 합숙훈련을 했다. 또 인터넷 메신저, 게시판, 유선 통화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품 정보와 이벤트 소식을 전달한다. 업무시간 10분 전에는 사이버 회의를 진행, 중요 정보를 나눈다. 재택상담원은 입과 귀로 소비자와 대화를 하면서 눈과 손으론 회사와 정보를 주고받는 셈이다. CJ텔레닉스 김혜정 재택센터장은 “일반 상담원보다 장애인들이 소비자의 불편을 더 안타까워하고, 빨리 도와주려 노력한다.”면서 “힘든 삶의 경험이 배려하는 마음을 깊게 만든 듯하다.”고 평했다. 글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열린세상] 사이버 ‘양심5敵’ 몰아내자/강지원 변호사

    사이버상에 양심5적(敵)이 판을 치고 있다. 욕설·비방 퍼붓기, 야동·야사 유포하기, 허위사실·유언비어 퍼뜨리기, 이름·아이디 훔쳐쓰기, 남의 저작물 마구 쓰기 같은 것들이다. 딱히 양심을 팔아 먹는 일들이 이런 일들만은 아니겠으나, 요즘 사이버상에서 가장 극심한 몰양심을 5가지만 골라 재미있게 붙여본 별칭이다. 사이버세상은 어느 틈엔가 오프라인과 똑같이 사람들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되어 버렸다. 그것도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마치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광장과 같은 ‘광장형’ 공간이 되어 버렸다. 하긴 원래 인간이 영적인 존재라면 온 세상에 퍼져 있는 사람들끼리도 마치 한 광장에 모여 있는 것과 같은 광장형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처럼 영적으로나 가능한 현상들이 목전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1995년 우리나라에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처음 발족할 때 창설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PC통신상에 음란물이 많이 떠돌아 다닌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정도였다. 그로부터 10년, 그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보니 10년만에 강산이 변한 것이 아니라 아예 또 하나의 세상이 창조된 것 같은 느낌이다. 숨소리, 목소리까지 소통되는 거대한 광장형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원래 사람사는 세상이란 다 그런 것일까. 지금 이 온라인세상에서는 온갖 탈선과 범죄, 비행과 일탈, 타락과 악행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가고 있다. 오프라인의 그것들과 비교해보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광장성 때문에 더 큰 폐해가 나타나기도 한다. 소위 ‘개똥녀’를 비롯해 일단 표적이 정해지면 오프라인에서는 모여질 수 없는 수많은 인파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공격을 퍼붓는다. 가히 사이버 ‘폭격’이다. 음란물의 수준도 옛날 포르노 수준이 아니다. 허위 사실로 중상모략하고 매장시키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남의 이름, 아이디, 주민등록번호를 몰래 쓰거나 음악 영화 등을 공짜로 마구 다운받아 쓰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오프라인에는 나름대로 법과 윤리·도덕 같은 사회적 규범이 있다. 그리고 곳곳에 경찰, 학교, 교회, 사찰 같은 존재들이 있다. 그런데도 어디 한시도 조용한 날이 있던가. 그런데 온라인에는 그런 것마저도 없다. 인간의 저변에 깔린 악성들이 아무런 제동없이 그대로 솟구쳐 올라오는 것 같은 양상이다. 마치 연못을 휘저어놓을 때와 같다. 연못이 평온할 때는 윗물은 다소 맑고 쓰레기는 바닥에 깔린다. 그런데 그 연못을 작대기로 휘저으면 온갖 쓰레기가 수면위로 올라와 전체가 볼썽사나워진다. 사람이란 그렇게 쓰레기 같은 악성을 타고 날까. 프로이트식으로 말하면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정신병환자만 열심히 관찰한 이였으므로 어느 정도 편견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 이도 많다. 그러나저러나,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어느 누군들 크고 작은 유혹에 혹하지 않는 이들이 있을까. 아무도 없는데 나 혼자 슬쩍 해 볼 수 없을까,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데 아무 짓이나 내키는 대로 해 본들 누가 알아나 차릴까…. 순간순간 뜬구름처럼 스쳐가는 유혹과 충동과의 싸움은 결국 자기자신과의 싸움이다. 혹 이상한 짓 한번 해볼까 하다가도 이내 ‘양심에 찔려’ 차마 실행에 나아가지 못하는 일들이 허다하다. 신독(愼獨)을 좌우명으로 살아온 지 오래지만 이처럼 어려운 일은 없다는 느낌을 받는 때가 적지 아니하다. 양심은 법이나 윤리·도덕보다 더 근본적이고 내면적인 개념이다. 오프라인에서 그런 것처럼 온라인에서도 똑같이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연습을 하여야 한다. 사이버양심운동을 제창하는 소이이다. 강지원 변호사
  • [국제플러스] 야스쿠니참배 20만5천명 사상최다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의 패전 60주년인 15일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는 20만 5000명이라는 사상 최대의 인파가 참배했다고 신사측이 밝혔다. 신사측은 패전 60주년인 올해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던데다,60주년이라는 의미를 새기며 많은 참배객들이 몰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신사측에 따르면 고이즈미 총리가 8·15 직전 참배해 큰 논란이 됐던 2001년에는 12만 5000명이 참배했고, 그 다음해는 8만 5000명으로 줄었었다.
  • 한국 최초의 수중결혼식

    한국 최초의 수중결혼식

      수중결혼식 비용 모두 2만원, 답례품은 사진 든 예쁜 카드로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한국 최초의 수중결혼식이 12월 14일 하오 2시 수심 3m의「워커힐·풀」속에서 성대히 거행됐다. 전 세계를 통틀어 7번째인 이 수중경사를 구경하려고 모여든 인파는「워커힐·풀」을 가득 채웠는데 하객들은 모두 신발을 벗어 들고 입장. 구두가 뒤바뀌는 소동도 벌이고. 7백여 하객이 빽빽이 들어선 가운데 먼저 신랑인 현용남(玄勇男)(30·기독교방송근무)군이 물속에 입장, 다음 신부인 이애자(李愛子)(25·기독교방송근무)양이 노란「스폰지」로 된 수중「드레스」에 면사포를 쓰고 물속에 입장. 식은 수심 3m의 물속에서 진행되어 하객들은 장내에 특설된「마이크」를 통해『지금 결혼서약서에「사인」했습니다』『이제 곧 한국최초, 아니 세계최초의 수중「키스」가 있겠습니다』하고 소개되는 것으로 겨우 식의 진행을 알 수 있는 정도. 그동안 하객들은 물위에 떠있는 흰 꽃송이 5, 6개가 이리저리 흘러 다니는 모습과 때때로 흰 물거품이 솟아오르는 것만을 구경하고 있을 뿐. 신랑의 할머니뻘 된다는 한 할머니는 흰 물거품이 솟아오를 때마다『저거 저러다 물먹는 거 아니냐?』고 초조해 하기도. 고대(高大) 밴드가 흥겨운 음악을 연주하는 가운데 드디어 수중결혼식의「클라이맥스」인「키스」가 성공한 순간 두 개의 소형 축포가 터지고 색채도 선명한「핑크」빛 축연(祝煙)이 물속에서 솟아올라 장내는 삽시간에「핑크·무드」. 식이 끝난 후 신랑 현용남씨가 밝히는 바로는, 이 진기한 수중결혼식에 든 비용은 모두 2만원. 청첩장은「스쿠버·다이빙·클럽」에서 찍어주고「워커힐·풀」은「워커힐」측이 무료제공. 대신 이 두 원앙은 첫날밤을「워커힐」에서 지냈다. 결혼식에 온 하객들에겐 예쁜「카드」가 답례선물로 주어졌는데 이「카드」엔 수중결혼식 광경사진이 들어있다. [ 선데이서울 68년 12/22 제1권 제14호 ]
  • 손님 멋대로 흐느적거리십쇼

    손님 멋대로 흐느적거리십쇼

      뉴요크에 기발한 아이디어 살롱, 놀다 싫증나면 전류의 자극을 즐겨 「뉴요크」시「맨해턴」의「브룹」가 429번지엔 기발한「살롱」이 생겨 화제. 일명『「맥루한」식 기생「하우스」』로 불리는『세레브럼』이란 이「살롱」은 엄격한 회원제로 되어 있다. 회원은 우선 429번지「빌딩」앞에서 비밀히 장치된「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바로 앞 검은 유리문이 열리면서『어서 오십시오. 여기는「세레브럼」입니다』하는 안내자의 말이 들린다. 다음 신발을 벗고 흡사 사제의 것 같은 흰 옷으로 갈아입고「살롱」안에 들어간다. 「살롱」안엔 흰 옷을 입은 남녀들이 제멋대로 누워있다. 어떤 노인은「요가」하는 자세로, 어느 쌍쌍은 부드러운 애무를, 또 머리를 길게 땋아 늘인 처녀는 맨발의「발레」를- 말하자면 제멋대로 굴어도 딴 사람에게 피해만 입히지 않으면 되는 것. 장내엔「모차르트」에서부터 전자음악까지 음악도 제멋대로. 이것도 싫으면 약한 전류를 몸에 통하게 하여 그 짜릿한 자극을 즐기기도. 하여튼 모든 것이 흐느적거리듯 풀어지는 해방감을 준다는 것이『세레브럼』경영자측의 말. 그렇다고『세레브럼』이 음란한 곳이라고 알았다간 큰 일.「키스」나 가벼운 애무 정도는 용납되어도 그 이상의 짓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입장료는 평일엔 1「달러」, 요일이면 1시간에 1「달러」, 그리고 1주일로 계약하면 7「달러」가 먹힌다. 항상 초조와 긴장감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겐 이『세레브럼』이 하나의 도피처이자「에덴」인 듯, 몰려드는 인파로 경영자측은 즐거운 비명. [ 선데이서울 68년 12/22 제1권 제14호 ]
  • [광복60-민족대축전 화보] 광복에 바친 生 영원히…

    [광복60-민족대축전 화보] 광복에 바친 生 영원히…

    ■ 北대표단 현충탑 참배 안팎 그들의 얼굴 앞에 포연(砲煙) 대신 향연(香煙)이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14일 ‘8·15 민족대축전’ 북한 대표단이 6·25 전쟁 전사자의 위패가 모셔진 현충탑 앞에서 참배하는 장면은 실감이 나지 않을 만큼 긴 여운을 남겼다. 50여년 전 서로 총부리를 들이댔던 쌍방이 무덤 앞에서 참배의 형식으로 만나는 그림은 전쟁 당시는 물론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일반 국민으로서는 상상키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측 대표단의 표정과 행동엔 약간의 경직됨이 묻어 있었고, 참배 절차와 시간도 최대한 짧게 하는 등 전체적으로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인상을 풍겼다. 이날 오후 3시쯤 대형버스로 현충원 현충문 앞에 도착한 북측 대표단 32명은 김기남 당국대표 단장과 안경호 민간대표 단장을 선두로 해 5열 종대로 줄을 맞춰 현충탑으로 향했다. 고경석 현충원장과 송기호 현충과장이 좌우에 서서 대표단을 안내했다. 이때 양옆에 도열한 국군의장대가 “받들어 총”이라는 구령과 함께 거총 자세로 예우를 갖췄지만 대표단은 일체 두리번거리지 않고 정면만을 응시했다. 표정은 엄숙하면서도 굳어 있었다. 대표단은 50m가량을 걸어서 2분여 만에 현충탑에 도착했다. ●행동경직… 참배시간 모두 5분정도 걸려 현충탑 앞에 도열한 대표단은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해 묵념”이라는 집례관의 구호에 따라 약 5초간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대표단은 묵념을 끝내자마자 곧바로 오던 길을 되돌아 현충문으로 나왔으며 이때 의장대가 다시 “세워 총”이라는 구령으로 거총 자세를 취하면서 참배는 마무리됐다. 전체 시간은 5분 정도 걸렸다. 김기남 단장은 나오는 길에 고경석 원장에게 현충원의 시설과 규모에 대해 물었다. 이어 그는 “이렇게 현충원을 방문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민족의 화합을 위해 앞으로 일들을 많이 합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안경호 단장은 기자들이 몰려들자 “역사적인 장면이니까 취재 경쟁이 심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충원의 공식 참배 절차는 헌화→분향→묵념 등 순으로 진행되지만 북측은 이날 헌화와 분향 절차를 생략했다. 다만 대표단이 도착하기 전 현충원측에서 향을 피워놓아 묵념 당시에는 하얀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었다. 통일부측은 “우리와 북측은 참배 관행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보수단체 회원 24명 연행 격리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동상 등을 참배할 때 헌화는 하지만 분향은 하지 않는다. 앞서 오후 1시45분쯤 현충원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보수단체 회원 24명이 경찰에 의해 연행돼 강제 격리됐으며, 대표단 버스가 현충원 정문을 통과할 때도 40대 남성이 경찰 저지선을 뚫고 버스에 달려들며 반북구호를 외치다가 연행됐다. 김상연 이효연기자 carlos@seoul.co.kr ■ 헌화·분향 않고 왜 묵념만 14일 국립현충원을 방문한 북측 대표단이 묵념만 하고 5분 만에 서둘러 자리를 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표단은 현충원의 공식 참배 절차 가운데 헌화와 분향 순서를 생략했다. 이는 북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의 참배 관행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북측은 김일성 동상과 혁명열사릉 등 현충시설을 참배할 때 분향은 안 하지만 꽃다발과 꽃바구니로 헌화도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측은 5초 정도의 짧은 묵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둘러 현충탑을 떴고, 내내 경직된 표정을 풀지 않았다. 이와 관련, 북한 당국이 북한내 강경파와 대남관계의 수위 조절을 두루 감안한 것 같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충탑에 헌화할 경우 김일성 동상에 대한 예우와 맞먹는다는 점에서 북한 주민이 받을 충격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아직 남한과의 공조 방침이 확실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번에 너무 최고의 예우를 할 경우 나중에 남북관계가 부정적으로 흐를 때 빠져나갈 여지가 없다는 점도 감안했다는 관측도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민족대축전 이모저모 14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은 관중석을 가득 메운 5만 인파의 우렁찬 통일 함성으로 진동했다. 함성은 이어 벌어진 통일축구로 절정에 달했다. ●“말복 폭염도 통일열기 못 따라와” 나흘간 계속되는 8·15 민족대축전은 오후 5시10분 남·북·해외 대표단의 민족대행진(상암동 평화공원∼월드컵경기장)으로 막을 열었다. 북한 대표단은 ‘역사적인 북남공동선언 기치 밑에 통일운동을 거족적으로 벌여나가자.’고 적힌 플래카드를 앞세워 행진했다. 성자립 김일성종합대 총장은 “오늘이 말복이라 날씨가 덥고 폭염이 계속되고 있지만 통일열기는 따라잡지 못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대표단이 경기장에 도착한 오후 6시 각각 백두산과 한라산에서 채화된 성화가 성화대에 불을 붙였고, 그 순간 한반도기가 게양됐다. 개막식은 백낙청 남측 준비위원회 위원장의 개막선언과 북측 당국 대표단장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남측 당국 대표단장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개막연설 순으로 진행됐다. ●세종로서도 축구 보며 남북 동시응원 오후 7시 남북 통일축구 경기 시작에 앞서 일제시대 위안부로 끌려갔던 최갑순씨 등 정신대 할머니 3명과 경기 하남시 대안학교인 ‘꽃피는 학교’ 학생 28명이 ‘고향의 봄’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경기가 열린 상암월드컵경기장 주변은 물론 차량의 통행을 막은 세종로에 모인 시민들까지 남북 양측을 모두 응원하며 통일을 향한 염원을 실어보냈다. 통일연대 등 진보단체는 15일 0시쯤 경희대 노천극장에서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결의의 밤’ 행사를 가졌다.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 등의 인사말로 시작된 행사에는 학생 등 1만6000여명(경찰추산)이 참가했다. 이례적으로 한국민주통일연합(재일 한국인 단체) 등 해외인사들도 참석했다. 당초 행사는 연세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연세대측과 연세대총학생회의 반대로 장소가 변경됐다. 유영규 이효연 나길회기자 whoami@seoul.co.kr
  • 막바지 피서 전국 ‘몸살’

    8월의 둘째 휴일이자 광복절 연휴 둘째 날인 14일 전국적으로 30도를 웃도는 막바지 무더위 속에 해수욕장과 유명 계곡 등에는 피서객으로 붐볐다. 또 전국 고속도로와 주요 국도는 하루 종일 교통체증이 빚어졌으며 전국적으로 물놀이 안전사고와 교통사고도 잇따랐다. 해운대해수욕장은 올 여름 최다인 100여만명의 피서 인파로 붐볐고 송정과 광안리해수욕장에도 각 60여만명이 몰렸으며, 송도(20만명), 일광(8만명) 등 부산지역 해수욕장마다 기록적인 피서객이 찾아와 물놀이를 즐겼다. 서해안 최대의 대천해수욕장에는 30여만명, 동해안 경포·망상·낙산해수욕장에는 각각 50여만명의 인파가 찾아 막바지 더위를 식혔다. 또 국립공원 설악산에 1만 6000여명이 찾아온 것을 비롯해 오대산, 계룡산, 지리산과 울진 불영계곡, 대구 팔공산 수태골 등 유명산과 계곡에도 이른 아침부터 행락객이 찾아와 더위를 식혔다. 한편 전국 고속도로와 피서지로 향하는 주요 국도는 이날 하루 동안 차량으로 인해 심한 정체현상을 빚은 가운데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톨게이트는 평소보다 30∼40% 많은 1만여대의 차량이 이용했다. 물놀이 안전 사고도 잇따랐다.14일 낮 12시10분쯤 전남 신안군 흑산면 소사리 새께해수욕장에서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던 박모(19)군이 물에 빠져 숨졌다. 오전 10시47분쯤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북한강에서는 노모(32)씨가 조종하던 제트스키가 전복되면서 동승한 이모(29)씨가 실종됐다.경찰과 소방당국은 운전미숙으로 제트스키가 전복되면서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이씨가 물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이에 앞서 13일 오후 9시30분쯤 경남 통영시 욕지면 내초도 갯바위에서 일행 3명과 함께 낚시를 하던 유모(51·대구시 동구)씨가 파도에 휩쓸려 숨졌고, 같은 날 오후 8시33분쯤 부산시 수영구 민락동 수변공원 해경초소 앞 방파제에서는 가족과 함께 놀러온 김모(43·부산 동구 범일동)씨가 실족, 바다에 빠져 숨졌다.전국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파리시민들의 도심 바캉스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파리시민들의 도심 바캉스

    |파리 함혜리특파원|약국, 슈퍼마켓, 식당 등 모두가 바캉스를 떠나 텅빈 파리. 그러나 8월의 파리는 절대 무료하지 않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바캉스를 떠나지 못한 파리지앵들이나 관광객들을 위해 무궁무진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파리의 중심을 흐르는 센 강변에서 해변의 낭만을 즐길 수 있도록 파리시가 마련한 ‘파리 플라주(Paris Plage)’를 비롯해 파리 시내 명소 곳곳에서 마련되는 야외 영화감상회, 공원의 무료 음악회, 시청앞 비치발리 등 스포츠, 문화, 여가 프로그램이 곳곳에서 여름 내내 펼쳐지고 있다. ■ 문화 넘실대는 도시속 해변 ‘파리플라주’ ●센 강변에서 추는 삼바춤 퐁뇌프역에서 지하철을 내려 바깥으로 나오면 바로 센강과 만난다. 흥겨운 북소리에 이끌려 강변로 쪽으로 내려가 보니 북적이는 인파로 발을 내딛기 조차 힘들다. 파리 시내의 주택가가 쥐 죽은 듯 고요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달 21일 개장한 ‘파리 플라주’다. 플라주(plage)는 해변이라는 뜻이다. 파리 플라주는 센강 우안의 강변도로 3.9㎞를 막아 모래, 파라솔, 긴 비치 의자, 샤워기 등 해변의 시설물을 갖추고 각종 문화, 스포츠, 여가 관련 행사들을 한달동안 제공한다.1500t의 모래를 가져다 인공백사장을 꾸미고,50여그루의 야자수를 심어 해변 분위기를 냈다. 한쪽에는 깊이 1.1m의 야외수영장도 갖췄고 식당, 카페, 음료수대 등 편의시설과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오는 21일까지 계속되는 올해 파리 플라주는 ‘브라질의 해’를 맞아 ‘삼바와 축구의 나라’ 브라질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많이 포함된 것이 특징. 전체 해변을 3개 구역으로 나눠 이파네마, 마라카나, 코파카바나 등 브라질의 명소와 같은 이름을 붙였다. 리우데자네이루의 관광명소 이름을 딴 ‘이파네마’는 여유롭게 일광욕을 즐기는 공간. 모래, 잔디, 자갈로 조성된 3개의 인공해변에는 긴 의자와 파라솔이 설치돼 있고 매일 오후 신나는 리듬에 맞춰 삼바춤도 배울 수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카니발 아틀리, 암벽타기 연습장도 개설돼 인기다. 상파울루의 유명한 축구경기장 이름을 딴 마라카나는 비치발리볼, 비치축구, 스피드볼, 족구 등 해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코파카바나에는 브라질의 식물을 옮겨다 브라질 공원을 꾸몄으며 이곳의 수영장에서는 아쿠아짐나스틱 강습도 받을 수 있다. 주말에는 음악회와 영화상영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이밖에 신나는 드럼연주에 맞춰 삼바춤을 추거나 연주를 하고 축구공으로 발묘기를 보이는 거리의 예술가들이 방문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도심형 피서지로 정착 파리 플라주는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의 아이디어로 지난 2002년 시작돼 올해로 네번째를 맞는 도시 이벤트. 첫 해에는 행사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교통혼잡만 초래한다며 파리 시민들로부터 많은 불평을 샀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프로그램이 충실해지고, 편의시설 또한 확대되면서 이제는 파리의 대표적인 여름행사로 자리잡았다. 특히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아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저소득층이나 노인, 어린이들은 센 강변에서 각종 놀이를 즐길 수 있는 파리 플라주를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훌륭한 피서지 역할을 한다. 파리에 사는 아들네 집을 방문해 손자들과 파리 플라주를 찾은 마들렌(65·리옹 거주)은 “정말 볼 것도 많고 할 것도 많다. 집에서는 손자들과 할 이야기도 별로 없었는데 이곳에 나와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시의 문화담당 고문 크리스토프 지라르는 “대부분 사람들이 7,8월에 바캉스를 떠나지만 파리에는 그러지 못한 사람들도 무척 많다.”며 “바캉스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여가시설을 마련하고,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시(市)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치 발리볼장이나 모래밭, 산책로 이용자들 중 상당수가 이민자 가정의 어린이들이나 여성들이다. 파리시의 1차 목표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지난해 파리 플라주를 찾은 사람은 모두 400만명. 파리시민 수(250만명)를 훨씬 넘어설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파리 플라주를 찾는 사람들은 비치 의자에 누워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시민들, 파리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관광객들, 주변 도시에 사는 사람들 등 다양하다. 지라르는 “파리 플라주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각자 원하는 것을 선택해 즐길 수 있다.”며 “파리 플라주의 컨셉트는 파리 주변 지역과 지방도시, 다른 유럽국가의 대도시들로 수출될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공원에서는 재즈와 클래식 감상 특별히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파리 시내와 근교의 공원을 찾아 클래식, 재즈, 로큰롤 등 다양한 장르의 연주를 즐길 수 있다. 파리 동쪽 뱅센에 있는 화훼공원에서는 다음달 18일까지 매주 주말 오후에 클래식 콘서트를 열고 있다. 올해에는 첼로, 피아노, 클라리넷 등 신세대 솔로연주자들의 연주가 소개되고 있다. 루빈슈타인 국제피아노콩쿠르 수상자인 이고르 레빗, 제네바 텝시코르드 사중주단 등 수준높은 연주자들의 음악을 야외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파리 남서쪽에 있는 소(Sceaux)공원에서도 다음달 18일까지 오랑주리 페스티벌이 열린다.21차례의 실내악 연주회와 함께 기량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연주자들을 위한 마스터클래스가 실시된다.10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무료로 지도를 받을 수 있고, 성인들은 18∼25유로(2만∼3만원)를 내고 전문 연주자들의 지도를 받을 수 있다. 라빌레트 연주회장에서는 30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앨리스 콜르트레인 쿼텟, 데이비드 머레이 등 수준높은 재즈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생클루 숲에서는 25·26일 파리지역 최대의 록 페스티벌이 열려 젊은이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lotus@seoul.co.kr ■ 파리 유적지서 상영 한여름밤 영화 감상 |파리 함혜리특파원|8월 첫 주말인 지난 6일 저녁 루이 13세 때인 1612년 완공된 유서깊은 보주 광장. 왕에 의해 건설된 첫 왕실광장으로 17세기엔 파리의 귀족사회와 사교계의 중심지였고,19세기 중엽 광장의 6번지에 문호 빅토르 위고가 살았던 이곳이 이날은 거대한 스크린이 설치된 야외극장으로 바뀌었다. 잔디밭에는 영화가 시작되길 기다리며 샌드위치와 포도주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스크린 앞 정면에 가지런히 놓인 의자는 영화가 시작되기 1시간 전 모두 주인을 찾았다. 집에서 야외용 안락의자를 가져와 편안한 자세로 안방극장 분위기를 내는 사람도 있다.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한 오후 9시30분쯤 영화가 시작됐다. 이미지포럼(www.forumdesimages.net)이 파리시 후원으로 주최하는 제5회 ‘달빛 야외영화감상회(Cinema au claire de lune)’가 지난 3일부터 열려 영화팬은 물론 여름에 파리에 남아있는 파리시민들과 관광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는 20일까지 총 15편의 영화가 무료로 상영되는데 그날 상영되는 영화와 관련있는 장소에서 감상회가 열린다는 점이 독특하다. 예컨대 첫날인 3일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장 르누아르 감독의 ‘프렌치 캉캉’을 상영한 것은 영화 속 배경이 되는 물랭루즈 카바레가 바로 몽마르트르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이날 상영된 영화는 필립 드 브로카 감독의 1962년 작품 ‘카르투슈(Cartouche)’. 젊은 시절의 장폴 벨몽도가 의적 카르투슈로 나오고 그의 상대역을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맡은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보주광장을 완성한 루이 13세 시절. 올해 행사의 폐막작은 마르셀 카르네 감독의 1945년 작 ‘천국의 아이들’. 올해로 제작된 지 60년을 맞는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 아를레티가 장루이 바로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 장소가 바로 탕플 대로이며, 그곳과 인접한 생튀스타슈성당 앞의 르네카생 광장에서 오는 20일 감상회가 열린다. 이미지포럼의 안 쿨롱 홍보국장은 “‘달빛 영화감상회’는 문화적이고, 대중적이며,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행사”라며 “그날 상영되는 영화와 직접 관련이 있는 파리시내의 유서깊은 장소 13곳에서 감상회가 진행되기 때문에 시민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파리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동시에 야외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색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맛’ 때문에 매년 감상회를 찾는 단골관객도 상당수라고 쿨롱 국장은 소개했다. 지난해에는 5만 4000명이 야외 영화감상회장을 찾았고 올해에도 6만명 정도가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이미지포럼측은 기대하고 있다. lotus@seoul.co.kr
  • 맘대路 멋대路 프랑스여행

    맘대路 멋대路 프랑스여행

    유행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가이드의 깃발을 쫓아 다니는 패키지 여행은 구시대 유물.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두고 ‘내맘대로’ 자유롭게 떠나는 선진국형 개별자유여행(FIT)이 새로운 추세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어디를 가보았다는 ‘점찍기식’ 여행에서 벗어나 나만의 여행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젊은이들이 가장 먼저 찾는 유럽의 관문인 프랑스를 FIT로 직접 다녀왔다. 쪽빛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 초록빛 계곡과 드넓은 초원을 따라 파리에서 노르망디, 루아르, 꼬뜨 다쥐르, 프로방스까지 발길 닿는 대로 다녔다. 렌터카와 지하철, 버스, 프랑스 철도와 연안 여객선, 조그만 지방 철도에도 올랐다. 여행도중 뜻하지 않은 곳에서 멋진 풍경을 만났다. 에펠탑이나 니스해변 등 여행안내책자에 나와 있는 명소들보다 프랑스의 푸른 자연속에 숨겨진 비경들이 더 아름다운 감동을 안겨줬다. 그렇다고 패키지 여행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 크게 어렵지도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전정신과 철저한 준비다. 출발부터 도착까지 기자가 다녀온 10박 11일간의 프랑스 여행을 소개한다. ■ 도움말 MK유럽, 레일유럽, 프랑스관광청 프랑스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여행, 이렇게만 하면 준비가 반이다 준비에 많은 시행착오가 뒤따랐지만 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준비에 노력한 만큼 편하고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다는 교훈을 준 시간이기도 했다. 출발 한달전. 본격적인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항공과 숙박, 이동수단 등의 순으로 여행의 골격을 잡았다. 항공편은 인터넷 서핑을 통해 에어프랑스 홈페이지에서 특가 상품을 찾아냈다. 프랑스 파리를 경유하는 니스행 항공권으로 항공료 79만 9000원에 파리 스톱오버(경유지에서 24시간 이상 체류하는 것) 비용 10만원, 세금 10만 9000원 등 모두 100만 8000원. 정상 가격(130만∼180만원대)보다 많이 쌌다. 일본이나 두바이 등을 경유하는 60만∼80만원대 항공편도 있었지만 편하고 빠른 직항편을 택했다. 숙박은 유럽지역 호텔 예약 전문업체인 MK유럽(02-719-0461)을 통해 일정에 맞는 주요 도시에 호텔을 정했다. 인터넷에 숙박예약 사이트가 많지만 MK유럽은 국내 여행사 등에 호텔을 공급하는 다국적 호텔 체인업체로 훨씬 저렴하다. 숙박은 특급부터 일반 호텔까지 다양하며, 숙박비는 문의해 경비에 맞추면 된다. 교통수단의 경우 지하철이나 버스 등 단거리 이동은 현지에서 해결하면 되지만 철도나 렌터카 등은 국내에서 예약하는 것이 편하고 저렴하다. 유럽 지역의 철도는 레일유럽 한국사무소가 있는데 개인 예약은 받지 않으며, 서울항공(755-1144)과 걸리버(2170-6500),RTS(722-4033)에서 대행한다. 렌터카는 허츠나 에이비스, 알라모 등의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개별 여행인 만큼 휴대전화 로밍서비스를 받으면 된다. 통신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략 분당 발신은 1000∼2000원, 수신은 400∼500원이다. 여행자 보험은 출국직전 공항에서 가입하면 된다. 비용은 보상액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사망 1억원, 상해치료 2000만원, 질병치료 1000만원, 휴대품 분실 40만원의 경우 10일에 1만 5000∼2만원선이다. 여행 준비물로는 인터넷 등을 통해 자기가 가볼 곳에 대한 여행정보를 미리 찾아 준비하고, 프랑스 여행서적 2권 정도를 지참하면 좋다. 특히 파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관광지는 불어 안내서밖에 없는 만큼 불어 사전도 지참하면 요긴하다. 이 정도만 준비하면 여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 기타 현지 여행 정보는 기사의 <ⓘ>를 참고하면 된다. ◆ DAY1 몽마르트르, 야경에 취하다 ●설렘과 걱정, 파리에서의 첫날밤 ‘잠시후 샤를르 드골공항(CDG) 도착하겠습니다.’현지 시간 오후 6시40분(국내 시간 새벽 1시40분). 파리 도착을 알리는 대한항공 KE 901편 기장의 목소리에 잠이 깼다. 창밖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파리의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그저 파랗기만 하다. 오후 1시55분 서울을 출발한 비행기는 12시간을 날아왔지만 파리는 한낮의 강렬한 태양이 내리쬔다.‘뭘 해야하나?’ 첫 숙박지를 찾는 것조차도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목적지는 파리시내 북쪽에 위치한 ‘포레스트 힐 라 빌레트’(Forest Hill La Villette). 시내 지도를 펴고 한동한 고민한 끝에 고속전철(RER)과 지하철을 타는 것이 찾기 쉬울 듯싶어 공항 RER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RER 티켓(8.75유로)과 지하철표를 10묶음 단위로 할인 판매하는 ‘카르네’(carnet)를 구입했다. 지하철과 버스를 함께 탈 수 있는 티켓 1장은 1.30유로지만 카르네는 10유로. <ⓘ-1> 처음 타본 RER는 후텁지근했는데 무엇보다 내릴 역에 대한 안내방송이 없어 당혹스러웠다.RER는 20분만에 파리 북역(Gare du Nord)에 도착했고, 지하철 2,7호선으로 갈아타고 ‘포르트 드 라 빌레트’(Porte de la Villette)역 에 내렸다. 지하철 역시 안내방송이 없어 역구내의 간판을 보면서 내릴 곳을 가늠해야 했다. 지하철 문도 우리와 달리 수동식으로 내릴때 녹색버튼을 누르거나 손잡이를 손으로 돌려서 열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호텔 프런트에 ‘호텔 바우처’(호텔 예약서)를 보여주고 방을 얻은 뒤 짐을 풀었다. 별 3개인 호텔 숙박료는 조식을 포함,1박에 210유로. <ⓘ-2> ●젊음이 가득한 몽마르트르 언덕 밤 9시. 피곤함이 밀려왔지만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가기위해 과감히 방을 나섰다. 지하철 7,2호선을 타고 앙베르(Anvers)역에 내려 사크레쾨르 사원이 있는 언덕을 올라갔다. 순백의 성당 잔디에는 늦은 시간에도 많은 인파로 붐볐고, 언덕위의 노천 식당 테라스는 활기가 넘쳤다. 배가 고파왔다. 성당 아래 ‘레테 앙 팡트 두스’(L´ete en Pente Douce)라는 작고 예쁜 식당을 찾았다. 식사는 ‘오늘의 요리’로 치즈와 토마토, 돼지고기 등을 넣은 샐러드 ‘살라드 뒤 뮐레’(11유로)로 양이 무척 많다. 팁은 식탁에 놓고 나오면 된다. <ⓘ-3> 순백색 조명을 밝힌 성당을 올라가자 야경을 감상하는 인파로 가득했다.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젊은 남녀가 키스를 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처음에는 다소 당황했지만 너무 자주 보여(?) 금방 익숙해 졌다. 이어 성당을 끼고 오른쪽길로 올라가면 몽마르트르 언덕이 나타나는데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도 10여명의 화가들이 관광객들에게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었다. 밤 12시 호텔로 돌아와 파리의 첫날밤을 지냈다. 한국 시간으로 치면 아침 7시로 밤을 꼴딱 세운 셈이다. <ⓘ-4> ◆ DAY2 센강은 좌우를 나누지 않는다 ●쪽빛 하늘을 따라 도심을 걷다 눈이 부시도록 파란 물빛이 창밖에서 쏟아진다. 그 빛에 놀라 잠을 깬 것은 오전 5시. 시차 탓에 빨리 일어난 것이다. 호텔에서 간단히 빵과 커피로 아침을 먹은 뒤 본격적인 시내 관광에 나섰다. 오전 8시. 지하철을 타고 파리의 중심인 시테(Cit)섬의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향했다.<ⓘ-5> 시테역에 내리자 고딕 건축의 최고 걸작인 대성당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닥에는 파리 중심석이 새겨져 있다. 형형색색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비취는 성당 내부는 장엄함과 엄숙함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이어 걸어서 파리의 중심을 흐르는 센(Seine)강을 건넜다. 강폭은 넓지 않았지만 주변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파리 3·4대학(소르본대학)을 거쳐 뤽상부르 공원에 도착해 휴식을 취했다. 앙리 4세의 왕비가 세운 공원으로 넓이가 25만㎡에 이른다. 사각형으로 반듯하게 깎아놓은 나무과 넓은 잔디밭. 잔디에 누워 하늘을 봤다. 구름 한점없는 하늘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죽은자들의 세계 카타콩브 찌는 듯한 더위는 시원한 곳으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지하묘지 카타콩브(Catacombes·입장료 5유로). 사전 지식이 없이 들어간 지하묘지는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주택가 한복판에 만들어진 지하묘지로 800m에 이르는 동굴안에 인골 600만기가 안장돼 있다. 낮 12시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관광객이 거의 없다. 나선형 계단을 땅속으로 내려가자 어두컴컴한 동굴안에서 서늘함이 밀려왔다. 기온은 11∼12도. 밖의 날씨와 비교하면 등골이 오싹해지다 못해 춥다. 가로 1.5m, 높이 3m의 동굴을 따라 100m쯤 걸어들어가자 유골이 동굴 양 옆으로 빼곡하게 쌓여 있다. 출구까지는 45분이 걸린다. 밖으로 나와 인근에 있는 ‘와자’(Wadja)라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이 지역 예술가들이 모여 토론을 벌이는 식당이다. 매일 바뀌는 오늘의 메뉴는 전채요리와 메인요리, 디저트 세 가지로 구성된다. 전채요리는 꽃양배추 샐러드, 메인요리는 생선과 쇠고기, 디저트는 과일프루츠나 치즈빵 중에 고르면 된다. 발품을 팔아도 아깝지 않을 만큼 맛있다. 가격도 14유로로 비교적 저렴하다. 몽파르나스 묘지는 철학자 사르트르와 시인 보들레르, 소설가 모파상 등 저명인 100여명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인근 주민들에게는 공원처럼 편안한 곳이다. 파리에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집을 찾아 지하철을 타고 7호선 퐁마리(Pont Marie) 역에 갔다. 역에서 나와 퐁마리 다리를 건너 첫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바로 보이는 ‘베르티용’(Berthillon)이라는 집이다. 유사한 아이스크림 집이 많아 헷갈리기 쉽지만 간판에 ‘31번’이라고 쓰인 집이 원조다. 가격은 1컵짜리가 2유로,2컵짜리가 3.5유로다. <ⓘ-6> 휴식도 여행의 일부. 오후 8시 간단히 저녁을 먹은 뒤 잠자리에 들었다.<ⓘ-7> ⓘnformation center ⓘ-1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RER와 버스, 택시 등 다양하다.15∼2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에어프랑스 버스의 경우 편도 11.50유로 정도이며, 택시는 도심까지 40∼50유로(야간 20% 할증)다. 환율은 1유로에 1240원 정도. ⓘ-2 이는 공시 가격으로 국내에서 예약하면 훨씬 저렴하다. 호텔 숙박료는 대도시와 지방,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지방 도시의 별 1∼2개짜리 호텔이 40∼80유로다. 별 3개 이상은 100∼300유로 선이다. ⓘ-3 팁은 음식값이나 택시요금의 10% 정도지만 식당에서는 통상적으로 2∼3유로 정도면 된다. ⓘ-4 항공권은 에어프랑스 티켓을 끊었지만 왕복 대한항공을 이용했다. 인천∼파리행은 오전 10시25분, 오후 1시55분 두차례 있는데 오전은 에어프랑스, 오후는 대한항공이 운항된다. 두 항공사가 코드셰어(좌석공유)를 해 두 곳 중 저렴한 항공사에서 티켓을 끊으면 된다. 돌아오는 항공편은 오후 1시15분,9시50분에 있다. 에어프랑스 티켓으로도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하다. ⓘ-5 지하철은 14호선까지 있으며, 운행은 오전 5시30분부터 자정넘어(0시30분)까지 운행한다.1·3·5일권인 파리비지트 패스(www.parisvisite.co.kr) 등 다양한 할인 티켓 제도가 있지만 하루에 티켓이 2∼3장 정도면 충분한 만큼 카르네가 간편하다. ⓘ-6 프랑스 거리는 집 주소만 알면 지도 한장만 들고도 어디든 찾아갈 수 있을 만큼 잘 정비돼 있다. 지도에 표시된 도로 번호를 따라 가면 원하는 곳을 찾을 수 있다. ⓘ-7 프랑스 전원은 220V로 우리나라와 같다. 자기전 카메라와 캠코더 등을 충전하면 된다. ◆ DAY3 전원 드라이브, 느림을 즐기다 ●파리의 명물 에펠탑과 개선문 전날 너무 일찍 잠을 청한 탓에 눈을 떠보니 새벽 2시. 잠이 오지 않아 오후부터 시작될 렌터카 여행을 준비했다. 책을 펴고 오를리(Orly) 공항에서 노르망디 지역의 수도원 몽생미셸로 가는 길을 연구했다. 전날 5유로 주고 구입한 미슐랭(Michelin) 프랑스 전도를 펴고 고민하는 사이 어느 덧 날이 밝았다. 오전 일정은 에펠탑과 개선문. 식상하리만치 유명한 파리의 상징물이지만 빼놓을 수는 없었다. 오전 8시 에펠탑을 향했다. 에펠탑은 6호선 트로카데로(Trocadero)역과 비르아캥(Bir-Hakeim)역에서 내리면 갈 수 있다. 샤이요(Chaillot) 궁전도 구경하면서 내려갈 겸 트로카데로 역에서 내렸다. 멀리 샹드 마르스 공원과 에펠탑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1898년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건립된 에펠탑은 높이 320m로 3개 층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시내 전경을 볼 수 있다. 이어 샤를르 드골 에투알(Charles de Gaulle Etoile)역에서 내려 개선문을 본 뒤 콩코드 광장까지 이어지는 샹젤리제 거리를 걸었다. 넓은 도로를 따라 유명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있다. 오를리 공항을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센강을 따라 앵발리데(Invalides) 옆에 있는 에어프랑스 버스정류장으로 걸었다. 센강 유람선을 타는 바토뮤슈 승선장에는 일찍부터 관광객들이 유람선 관광에 나섰다. 센강과 어우러진 에펠탑의 풍경이 장관이다. 퐁데 앵발리드 다리와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앵발리드 공원을 지나자 정류장이 나타났다. 도보로 30분. 오를리행 버스는 30분마다 1대씩 있는데 1인당 8유로다. 차비는 기사에게 내면 된다. 시내 교통이 막혀 공항까지 40분쯤 걸렸다. ●렌터카를 몰고 시골 풍경속으로 오를리 웨스트 공항 허츠 렌터카 데스크에서 한국에서 예약한 바우처와 함께 국제면허증, 신용카드를 내밀자 손쉽게 수속을 끝냈다. 직원은 프랑스내 호텔 주소를 물은 뒤 “한번도 안 탄 새차를 빌려 주겠다.”며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수속을 마친 뒤 터미널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렌터카는 이제 막 출고된 소형 벤츠. 타코미터(운행기록장치)에 36㎞라고 찍힌 갓 출고된 차량이었다.<ⓘ-8> 오후 1시30분. 무작정 공항을 빠져 나왔다. 낯선 곳에서의 운전, 낯선 차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왔다.‘괜히 빌렸다.’는 후회도 들었다. 렌터카 직원이 “공항을 나가 5분쯤 파리 시내쪽으로 가다가 ‘베르사이유’(Bersailles) 방향의 표지판이 보이면 그 길로 진입하라.”고 알려줬지만 긴장한 탓에 진입로를 놓쳤다.10여분쯤 헤매다 결국 차를 세운 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 겨우겨우 고속도로에 오를 수 있었다. 고속도로에는 차가 많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편도 3차로의 차선중 모든 차가 가장자리의 차선을 이용한다는 것. 추월할때만 1·2차선을 이용했다.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는 130㎞, 비가 올 때는 110㎞. 차들은 운전경력 15년인 나도 별로 내본적이 없는 170∼190㎞의 속도로 말그대로 쌩쌩 달린다. 어느 정도 운전에 익숙해지자 주변 경치가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널찍한 벌판에 젖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그림속의 풍경들이 계속 이어졌다. 긴장이 풀리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샤르트르 지방을 지나 고속 휴게소로 들어갔다.<ⓘ-9> 낯선 프랑스 라디오 방송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들으며 달린지 3시간. 국내에서 좋아하는 음악 CD 등을 가져 올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국도로 1시간쯤 달리자 오후 5시30분 몽생미셸에 도착했다. 널찍한 갯벌 사이로 난 긴 도로를 달리자 햇빛을 받아 금색으로 빛나는 웅장한 수도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수도원 앞 주차장(주차료 4유로)에 차를 세운 뒤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성 내부 관람은 6시까지로 아쉽게도 입장이 마감됐다. 그렇지만 성안 마을 등은 돌아볼 수 있었다. 성안은 17세기의 마을 모습 그대로다. 고풍스러운 호텔, 식당, 매점, 기념품 가게 등이 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살아있는 과거의 마을이다. 레스토랑 호텔인 ‘메르 풀라르’ 맞은편에 있는 유명한 비스킷 가게에 들러 버터와 우유가 듬뿍 들어간 ‘칼레트’ (9유로) 한상자를 샀다. 오후 8시쯤 성을 나와 숙소를 잡기로 했다. 다른 지역의 숙소는 서울에서 미리 예약을 했으나 이 지역은 렌터카 일정이 늦게 결정되는 바람에 숙소를 정하지 못했다. 몽생미셸에서 10분쯤 거리에 있는 성밖 마을에는 호텔들이 많았다. 그러나 차로 1시간을 달려 항구도시 생말로(St.Malo)에 도착했다. ●시골 피자집 아저씨의 미소 밤 9시. 생말로는 젊음의 활기가 넘쳤다. 해변에는 수영하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제트스키, 보트 등이 거친 물살을 가르며 달렸다. 숙소는 유스호스텔의 일종인 상트로 바트릭 바탕고 ‘오베르주 쥐네스’(Auberge de jeunesse). 건물이 아담하고 예쁜데다 해변 근처에 있어 인기가 높은 숙소다.2인실을 빌려 짐을 풀었다.(숙박료는 조식 포함 1인당 16.5유로). 방은 깨끗하고 넓었다. 직원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자 “올 초부터 한국 배낭여행객들이 조금씩 찾고 있다.”며 2유로인 침대 커버를 무료로 건네줬다. 짐을 풀고 인근 ‘엘 파티오’(El Patio)란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했다. 작은 피자와 시원한 생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자 하루의 피로가 씻은 듯 달아났다. 특히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고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피자집 아저씨의 미소는 두고두고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음식값은 10유로. ⓘnformation center ⓘ-8 렌터카는 국내 대행업체에 전화로 예약하면 이메일로 바우처를 보내주는데 인쇄해서 가져가면 된다. 비용은 24∼27일(3박 4일) 72시간 빌리는데 89.59유로이며, 세금 등을 포함해 143유로 정도가 든다. 예약시 오토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국제면허증은 각 운전면허시험장에 가면 당일 발급해 준다. 인지대 5000원. ⓘ-9 휴게소는 우리나라 비슷하다. 주유소를 거쳐 들어가면 대형 슈퍼마켓과 화장실, 레스토랑이 있다. 톨게이트도 우리나라 체계와 비슷해 입구에서 표를 뽑은 뒤 나갈 때 돈을 지불한다. ⓘ-10 프랑스의 운전에서 반드시 알아둬야 할 것은 ‘선진입차 우선’인 교차로. 우리나라와 같은 사거리에는 대부분 로터리가 있는데 왼쪽에 진입한 차가 없으면 들어갈 수 있다. ⓘ-11 고성 투어버스는 투르역 광장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출발하는 투어 차량이 있다. 반나절(5∼6시간), 하루코스(9시간) 등이 있는데 20∼40유로다. 입장료와 점심값은 별도다. ◆ DAY4 투르, 동화나라로 가는 길 ●생말로에서 투르까지 안개 낀 ‘그랑베 섬’(Rocheur du Grand Be)과 해안선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해변은 이른 아침부터 조깅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간간이 빗줄기가 쏟아지는 해변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차를 몰고 시내를 한바퀴 돌았다. 좁은 도로를 따라 가자 프랑스 최대의 항구답게 수백여척의 요트가 정박해 있고, 영국 등지로 떠나는 대형 여객선도 기적을 울리며 사람들을 불렀다. 오전 10시. 간단하게 숙소에서 아침을 해결한 뒤 루아르(Loire) 고성지역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고속도로보다는 시골 국도를 달리고 싶은 마음에 국도를 따라 떠났다. 내리던 빗줄기도 점차 줄어든다.<ⓘ-10> 시골길은 무척 한적했다. 스쳐지나가는 하나하나의 풍경이 그림이다. 그래서 프랑스에 고흐, 고갱, 마티스 등 유명 화가들이 이곳에서 활동하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 스쳤다. 대형 지도를 따라 가다 보니 수차례 길을 잃었지만 그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그냥 주변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라발, 앙제시내를 거쳐 지나갔다. 기름이 거의 바닥이 가까워 온다. 주유도 하고 잠시 쉴 겸 다시 고속도로에 들렀다. 얼마쯤 달리자 휴게소다. 주유소는 셀프 주유다. 노랑, 파랑, 빨강 라벨의 주유기가 있어 어느 것을 넣어야 하나 잠시 고민. 근처에 있는 “주유원에게 어느 것을 넣어야 하느냐”고 묻자 ‘쉬페르 프르미에르’(Super Premiere)라고 쓰인 노란색 주유기를 가리켰다. 처음으로 직접 해보는 주유. 차의 주유기를 열고 넣자 45ℓ나 들어간다. 기름이 가득차면 저절로 멈춰 주유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기름값은 50유로로 따져보니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계산은 주유한 후에 중앙에 있는 계산원에게 가서 주유기 번호를 불러주면 된다. 투르로 향하는 길은 영화속에서나 봤음직한 전원 풍경 그대로다. 경치에 취해 차를 대놓고 쉬어가기를 여러번. 사나흘을 머물러도 좋을 듯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의 만남 오후 4시 ‘프랑스의 정원’으로 불리는 루아르 계곡에 접어들었다. 프랑스에서 가장 긴 1020㎞의 루아르 강을 따라 르네상스 시대의 왕후, 귀족들의 수많은 성이 흩어져 있다. 프랑스 전역에 약 5000개의 성이 있는데 이중 쉬농소·앙부아즈·랑제·앙제·블루아·쇼몽·슈베르니성 등 80여개가 이 곳에 있다.<ⓘ-11> 첫 목적지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무대가 된 위세(Uss)성. 투르시내에서 28㎞떨어진 곳으로 1485년에 건축됐다. 동화속의 성처럼 하늘로 솟아오른 첨탑이 주변 경치와 어울려 아름답다. 너무 조용해 정말 공주가 잠만 잘 수밖에 없었을 것처럼 고요하다. 사진은 성 앞에 있는 작은 강 뒤에서 찍는 것이 예쁘다. 사진을 찍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인근에 있는 아제 르 리도(Azay-le-Rideau)성으로 향했다. 성보다는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휴양객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 점심은 인근의 ‘라망드’라는 식당에 들어가 오믈렛(8유로)으로 간단히 때웠다. 이어 빌랑드리(Villandry) 성으로 향했다.16세기 건축물로 르와르 고성중 가장 마지막에 곳.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기 쉽지 않아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성 관광’ 안내 광고에 등장할 정도로 아름다운 성이다. 각종 야채가 있는 정원, 장식정원, 분수정원 등 정원이 특히 아름답다. 내부와 정원 관광은 8유로. 오후 7시. 투르 시내에 예약한 ‘홀리데이 인 호텔’에 들어갔다. 기차역 앞에 있어 찾기 쉬웠다. 주차장에 들어가려면 먼저 호텔 체크인을 한 뒤 가로막을 통과할 수 있는 비밀 번호를 받아야 하며, 주차료 7유로를 내야 한다. 식사는 역 앞에 있는 ‘로데옹’(L´odeon)이란 식당.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민물고기 요리를 파는 곳으로 가격은 15∼20유로. ◆ DAY5 작은 마을에 들러 고흐를 기리다 ●투르에서의 한적한 휴일 프랑스의 주말은 어떨까. 시민들의 휴일 생활을 엿보려 일요일마다 시청앞에 장이 서는 벼룩시장을 찾았다. 100여개의 노점에는 집에서 쓰던 소품이며, 책, 그림, 찻잔, 액자, 음악판과 CD 등 없는 것이 없다. 쓰던 물건이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예쁜 액자 하나를 사려고 물어보자 30유로. 새것에 비해 결코 싸지 않다. 시내를 빠져나오자 몽콩투르(Moncontour) 포도주 동굴 저장 지역이 나왔다. 파리로 향하던 중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난 이 곳의 경치 또한 아름답기 그지 없다.‘포도밭 산책로’라는 표지판을 따라 올라가보니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끝없이 펼쳐진 넓은 포도밭과 대형 저장고가 보였다. 마을 전체가 포도주를 생산하는 곳이다. 인근에 있는 ‘뱅 드 부브라이’라는 곳에는 바위산에 동굴을 뚫고 집을 지은 이색적인 마을. 바위산 위에 지은 돌탑과 그 아래 마을, 호텔 등 모두가 돌산과 연결돼 마을이 형성돼 있다. 렌트카로의 마지막 여행지인 파리시내 북쪽에 있는 조그만 마을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파리 외곽도로의 교통 체증 탓에 5시가 넘어서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고흐의 발자취를 찾아 오베르 쉬르 우아즈는 1890년 7월 고흐가 3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곳. 비록 이곳에서 고흐가 산 시간은 두달 남짓하지만 이 곳을 무대로 많은 그림을 남겼다. 고흐가 자취했던 ‘라부(Ravoux)의 숙소’(입장료 5유로) 등 골목 구석구석에 숨은 그림 찾기 하듯 고흐의 자취를 더듬어 갈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안내판이 나온다. 그림을 그린 방향을 어림잡아 가늠해 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다. 마을과 계단, 오베르 교회, 까마귀 들판 등을 그림의 소재를 돌아본 뒤 산중턱에 있는 고흐의 묘지를 찾았다. 동생과 나란히 묻혀 있는 묘지는 담쟁이 덩굴로 둘러싸여 있지만 다른 묘지들에 비해 그리 화려하지는 않다. 오후 8시. 오를리 공항 근처 홀리데이 인 호텔로 돌아와 저녁을 먹은 뒤 내일을 기약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 DAY6 니스 해변, 푸른 바다에 마음을 적시다 ●렌터카 여행을 마치고 렌터카를 반납한 뒤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남프랑스의 니스(Nice)로 향했다. 느지막이 일어나 공항터미널로 향했다. 렌트카 반납에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오전 11시 공항으로 출발했지만 반납은 열쇠를 건네 주는 것으로 간단히 끝났다.<ⓘ-12> 비행기는 오후 3시. 공항 방침상 짐을 보관해 주는 장소나 라커가 따로 없기 때문에 출발 시간까지 무작정 공항에서 기다려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비행기가 1시간30분이나 연착했다.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3∼4시간 걸리는 떼제베(TGV)를 이용하는 것는 건데 아쉬움이 든다. ●가슴을 열어주는 니스해변 오후 6시 ‘리비에라의 여왕’이라는 별칭이 붙은 니스에 도착했다. 국제 영화제로 유명한 칸느와 함께 지중해를 바라보는 꼬뜨다쥐르 지방의 중심도시.4번홀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선 버스’(요금 4유로)에 올랐다. 니스 해변을 따라 가는 버스에서 보는 풍광이 눈을 사로잡는다. 공항에서 해변까지는 약 6㎞.20분 정도 걸린다. 리비에라(Nice Riviera) 호텔에 짐을 푼 뒤 곧바로 해변으로 향했다. 그냥 물속으로 뛰어 들고 싶을 정도로 푸르다. 그 속에서 흘러가는 여유로운 시간. 호텔에서 마세나광장에서 해변으로 가면 활모양으로 뻗은 해안을 따라 화려한 호텔들이 즐비하다.<ⓘ-13> 프롬나드데장글레(영국인의 산책로)는 해안을 따라 3.5㎞에 걸쳐 계속되는데 해변은 형형색색의 파라솔과 데크체어로 채워져 있다. 밤 9시가 넘도록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긴다. 볼거리도 많다. 마세나 광장 등지에서는 음악공연과 길거리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길거리에 동상처럼 서있는 각종 캐릭터 모형은 실제 사람으로 관광객들이 돈을 넣으면 슬쩍 움직인다. 이 곳에서 동쪽으로 가다보면 약간 높은 바위산이 보이는데 이곳이 빠끄 드 샤또라고 불리는 ‘성터공원’이다. 해안선과 옛항구 등 니스의 마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전망대 엘리베이터(편도 0.7유로)가 있다. 맛집은 마세나 광장 인근에 있는 지중해 요리 전문점 방돔(Le Vendome)에서는 원조 홍합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가격은 9유로. ◆ DAY7 칙칙폭폭, 지중해를 끼고 달리다 ●기차를 타고 지중해를 따라 기차를 타고 지중해의 쪽빛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것만큼 시원한 것이 있을까. 맑게 갠 하늘, 검푸른 지중해의 먼 바다, 수영복 차림으로 바닷가를 거니는 연인들…. 니스에서 칸, 툴롱, 마르세유, 아를, 아비뇽을 거쳐 계속되는 철로변의 풍경은 마치 영화속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굳이 어느 도시에 내리지 않아도 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광만 보아도 가슴이 시원하다. 이렇게 기차 여행이 시작됐다. 호텔에 큰 짐을 맡긴 뒤 니스빌 역으로 갔다. 한국에서 끊어온 3일짜리 프랑스철도 자유 티켓으로 첫 목적지인 아를(Arles)로 향했다. 시간표는 각 역마다 비치돼 있다. 직접 가는 편도 있지만 대부분 마르세유(Marseille)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가야 한다. 오전 9시 니스역에서 기차를 타고 갔다. 가는 길은 영화의 도시 칸 등을 지나가는데 주변 풍광이 아름답다. 마르세유엔 11시26분, 아를에는 오후 1시51분에 도착했다. 기차는 영화에서 보는 왜건형 칸막이방. 한 방에 6명이 마주보고 앉아서 간다. ●작지만 예쁜도시 아를과 아비뇽 론강(Le Rhone)을 끼고 있는 아를은 작지만 기원전 1세기 로마시대의 유적 등 볼거리가 많은 도시다. 아를 역에서 걸어서 라마르틴 광장을 거쳐 내려가면 카발르리몬, 원형투기장, 고대극장, 생트로핌 교회, 반고흐 카페, 반고흐 다리 등 볼거리가 많다.3세기 초엽 만든 생트로핌 교회는 로마네스크 미술의 견본으로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장소다. 반 고흐가 요양을 했다는 아를 요양원에서는 이젤을 펴놓고 예쁜 정원을 그림에 담는 화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반고흐 다리는 시내에서 직접 가는 버스가 없다. 바리올(Barriol)행 1번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20분 정도를 걸어야 볼 수 있다. <ⓘ-14> 오후 6시 아를 역으로 돌아와 인근 도시 아비뇽(Avignon)으로 향했다. 기차로 17분.14세기 교황청이 이 곳으로 이전해 오면서 세계 교회의 중심지가 됐다.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교황청 광장 주변 카페들이 예쁜데 로셰 데 돔 공원에서 바라본 론강의 경치가 압권이다. 공원에서는 ‘생베네제’ 다리가 보이는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멜로디인 ‘아비뇽 다리위에서’라는 동요의 무대가 된 곳이다.12세기 지어졌으나 17세기 홍수로 소실돼 지금은 반쪽만 남아있다. <ⓘ-15> ◆ DAY8 섬섬옥수, If I were a bird ●하늘 빛을 담은 프리울섬 마르세유 항구에 있는 어시장은 어촌 마을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갓 잡아 올린 정어리와 도미 등 각종 생선을 판매하는 어부들과 아침 찬거리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마르세유는 프랑스에서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BC 600년전 그리스인들이 세운 항구도시다. 마르세유에서는 한번쯤 여객선을 타고 인근섬 여행을 떠나도 좋다. 아침 일찍 항구의 ‘벨주부두’에 있는 마르세유 여객선 터미널(www.answeb.net/gacm)을 찾았다. 이 곳에서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무대가 됐던 ‘이프섬’(Ile D´If)으로 가는 배가 떠난다. 왕복 10유로. 오전 9시부터 1시간 단위로 배가 출발하는데 만선이면 시간에 관계없이 출발한다. 이프섬은 배로 10여분 남짓 걸린다. 여객선의 종착지는 이프섬에서 10분쯤 더 떨어진 ‘프리울 섬’으로 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성이다. 나무 한그루 없는 민둥산은 사막을 연상케 한다. 섬에 내려 순회 코끼리 열차(왕복 3.5유로)에 올랐다. 차로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 30분쯤 걸리는데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황홀하게 만든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해수욕장이 있는데 쪽빛 물빛 그자체다. 가는길에 있는 해수욕장은 2∼3일쯤 푹 쉬다가고 싶게 만든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전 11시30분 배를 타고 서둘러 섬을 나왔다. 기차를 놓쳐 바로 직후 있는 테제베를 예약했다. 일반 철도는 그냥 타도 되지만 테제베는 예약이 필요하며, 따로 수수로(1.5유로)를 내야한다. 그래도 프랑스 대표 철도인 테제베를 타본다는 기대감에 표를 끊었다. 그러나 니스까지 걸리는 시간은 2시간50분. 일반열차가 2시간10분 걸리는 것에 비해 이 구간에서만은 시속 300㎞이상으로 달린다는 테제베가 오히려 일반 고속열차보다 느리다. 자리도 일반열차에 비해 불편하다. ⓘnformation center ⓘ-12 렌터카 반납시 우리나라와 달리 꼼꼼하게 체크하거나 묻는 일이 없다. 기름이 부족하거나 렌트 시간을 초과하면 미리 100유로 정도 임치해 놓은 돈에서 제하고 돌려준다. ⓘ-13 공항 등 프랑스의 공공장소에서는 노인과 장애인, 임산부, 유아 등에 대한 우대가 특별하다. 줄을 서지 않고 우선적인 서비스를 받는다. ⓘ-14 프랑스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사계절이 분명한데 남프랑스는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에는 덥지만 건조해 지내기 쉽고, 겨울에도 온난하다. ⓘ-15 프랑스 철도 예약을 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여행 계획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철도 패스중 적합한 것을 골라야 한다. 패스를 이용하는 국가 수에 따라 요금이 천차만별이다. 유럽 전지역을 돌아다니려면 유레일 패스가 유리하지만 프랑스 등 특정 국가만을 여행하려면 프랑스 패스를, 프랑스와 인근 국가 3∼5개국을 이용하려면 유레일 셀렉트 패스를, 프랑스와 이탈리아 2국가만 여행하려면 프랑스-이탈리아 패스를 구입하는 것이 저렴하다. 프랑스 철도패스는 1등석 성인이 299달러이며,2명 이상 여행할 경우 세이버 티켓을 끊으면 15%정도 저렴하다. 나머지 패스의 경우 1개국을 추가할 때마다 7만∼10만원정도 요금이 올라간다. 특히 철도패스에는 센강 유람선, 박물관 할인 등 보너스 할인 혜택이 있으므로 꼼꼼하게 살펴보면 좋다. 모든 패스로는 해당국가 테제베와 일반 철도 모두를 탈 수 있는데 테제베를 타려면 반드시 미리 예약을 해야 하며, 예약비로 1.5∼8유로 정도를 내야 한다. 일반 철도는 예약없이 기차역에 나가 오는 기차를 그냥 타면 되는데 3일권의 경우 한달동안 3일을 탑승 횟수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 DAY9 포도주·풍경, 프로방스의 유혹 ●프로방스 철도에 몸을 싣고 아침 일찍 ‘살레야 광장’으로 향했다. 아침에는 과일, 야채 판매상과 꽃시장, 기념품 가게 등이 들어서 서민적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니스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중심부에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 전문점 등이 즐비하다. 생필품은 물론 고급 브랜드부터 저가 브랜드까지 다양한 품목을 갖췄다. 우리나라에서 맛볼 수 없는 프랑스 전통 치즈와 포도주, 과자 등 각종 먹을거리를 맛봐도 좋다. 낮 12시 호텔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코드다쥐르 지방의 웅대한 산악풍경을 볼 수 있는 프로방스 철도(www.trainprovence.com)에 올라보기로 했다. 철도역은 니스역에서 북쪽으로 약 400m,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데 하루 4차례 정도 기차가 운행한다.<ⓘ-16> 철로가 단선이라 교행이 어려운데다 철로가 오래돼 수리를 자주해 역에 도착하면 돌아가는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들어가야 한다. 기차는 두칸짜리 아담한 기차지만 10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 기차다. 기차역에서 프랑스철도 티켓을 보여주면 50% 할인해 준다. 디뉴까지는 150㎞로 3시간10분이 걸리는데 시간이 없어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앙트르보(Entrevaux)까지만 가보기로 했다. ●17세기 요새마을 앙트로보 앙트로보까지는 크고 작은 13개의 기차역을 지나는데 1평 남짓한 간이역도 많다. 기차는 바르강 계곡을 따라 달리는데 깎아지른 듯 세워진 바위산과 계곡, 산허리에 매달린 자그마한 마을 등 주변 경치가 아름다워 차창밖으로 매력적인 마을이 즐비하다. 이날도 철로에 이상이 생겼다. 오래된 철로라서 수리중이라는 차장의 말에 따라 중간에 내려 2∼3개 역을 버스로 갈아타고 갔다. 바위산 단면들은 지층이 지리책에 나온 사진처럼 그대로 보아도 멋있다.2시간 걸려 도착한 앙트르보는 17세기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바위산 정상에 있는 요새도시가 눈을 휘둥그레 하게 만든다. 성을 휘감고 올라가는 길이 이채롭다. 그 앞으로는 강물이 흐르고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는 고성문이다. 강에는 마을 아이들이 수영을 즐기고, 마을은 한적하기 그지없다. 고성을 들어가는 길에 입장료를 따로 받는 사람이 없어 입장료 자판기에 돈을 넣고 3유로짜리 코인 티켓을 끊은 뒤 회전문에 넣으면 들어갈 수 있다. 올라가는 길은 다소 가파르다. 그렇지만 건너보이는 마을 전경이 감탄이 나올 정도로 예쁘다. 정상에는 각종 방과 감시탑, 감옥 등 전형적인 성이다. 정상까지 다녀오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된다. ◆ DAY10 마지막 시간은 마티스와 함께 ●니스에 아쉬움을 남겨두고 이제 막 적응이 됐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후 비행기를 타기 때문에 오전에는 호텔에 짐을 맡기고 마티스 미술관과 샤갈 미술관을 돌아보기로 했다. 마티스 미술관까지는 17번 버스(1.20유로)를 탔다. 가는 길에 검표원들이 버스를 가로 막고 표검사를 했다.<ⓘ-17> 마티스 미술관(입장료 4유로)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아 다소 실망스러웠다. 오히려 인근 시미에 지구에 있는 로마시대의 투기장과 원형극장, 목욕탕 등 유적들이 더 볼만하다. 이어 걸어서 20분정도 떨어진 샤갈미술관(입장료 4.5 유로)에는 구약성서 이야기를 묘사한 17장의 연작 유화 등 450점이 전시돼 있다. 오후 2시 공항으로 출발, 아쉬웠던 여행이 끝났다. 호텔에서 택시를 불러 탔는데 편도 요금은 25유로.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프랑스. 일상에 찌들어 쫓기듯 살아온 지난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유익한 여행이었다. ⓘnformation center ⓘ-16 기차는 니스에서 알프스 온천마을인 디뉴(Digne)까지 운행한다. 니스에서 오전 06:42,09:00,12:43,17:00에 출발하고, 디뉴에서는 07:00,10:33,13:58,17:25분에 출발한다. ⓘ-17 버스 티켓을 기사에게 구입하면 꼭 버스에 비치된 개찰기(콩포스테·Composter)에 표를 체크해야 한다. 그래야 표에 시간이 찍히고 이후 표가 1시간 정도 유효한데 만일 이를 하지 않고 있다가 검표원에게 걸리면 ‘무임승차’에 해당하는 벌금을 문다. 무임승차하다 걸리면 30배의 벌금을 물게 된다. ⓘ-18 관광지와 호텔 주변은 소매치기 등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크게 위험하지 않다.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경찰·구급차(19), 소방서(18), 주 프랑스대사관(01.47.53.01.01), 한국관광공사(01.45.38.71.23), 대한항공(01.42.97.30.80)으로 연락하면 된다.
  • 휴가, 서울서 즐기자

    휴가, 서울서 즐기자

    몰려드는 인파로 전국 휴양지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바가지요금에 교통체증까지, 휴가길이 고생길이 되기 십상이다. 차라리 평소보다 덜 붐비는 서울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바다 대신 한강 한강시민공원 야외수영장에 가면 수중 테마파크나 바닷가보다 훨씬 여유롭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서울시는 8월말까지 망원·뚝섬 등 6군데에서 야외 수영장을 운영한다. 바다가 아닌 강가에서 수영을 즐기며 일광욕·모래찜질을 즐기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다. 요트(난지)·수상스키(뚝섬 등 6곳)·윈드서핑(뚝섬) 등 다양한 수상 스포츠도 한강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이용료도 1만 8000∼20만원선이다. 인라인스케이트(이촌)나 낚시도 즐길 수 있다. ●도심 속 캠프체험 난지캠핑장과 서울대공원 캠핑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캠프를 즐길 수 있다. 난지캠핑장에서는 시원한 강바람을 쐬며 바비큐 파티도 할 수 있다. 텐트는 대여하거나 직접 가지고 와서 설치하면 된다. 청계산 자락에 자리잡은 서울대공원 캠핑장은 한적하고 고요한 분위기여서 인기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개인파산 사상 최고

    빚이 많은 채무자들의 개인 파산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3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개인 파산신청 건수는 1만 3931건으로 연간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의 1만 2317건을 이미 훌쩍 넘어섰다. 개인 파산신청 건수는 2003년 3856건에서 2004년 1만 2317건으로 3.2배 늘어났다. 올해 들어서는 1월 1906건,2월 1751건,3월 2423건,4월 2372건,5월 2636건,6월 2843건 등으로 증가했다.매달 평균 2000건 이상이 접수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전체적으로 2만 5000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 3월에는 현행 파산법보다 비용과 절차가 간소화된 통합도산법이 시행돼 개인 파산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통합도산법에 따르면 파산 판결 후 면책이 된 사람은 면책공고(광고)를 신문에 내지 않아도 된다. 현재에는 38만원의 돈을 들여 면책공고를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개인 파산신청이 크게 증가하는 이유로 장기불황에 따른 채무자들의 상환능력 상실, 파산제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등을 꼽고 있다. 신용불량자 등 과중 채무자들이 채권자 중심의 개인워크아웃이나 배드뱅크에서 공적회생 제도인 법원 파산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세계의 도청 실태] 국가 감시 개인파괴 다뤄

    [세계의 도청 실태] 국가 감시 개인파괴 다뤄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는 국가기관의 도청과 감시가 얼마나 개인을 철저하게 파괴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 1998년 개봉됐을 때만 해도 이 영화에 나오는 첨단 장비를 이용한 치밀한 도청과 감시는 ‘공상과학’의 영역에 속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국가기관의 도·감청을 합법화하는 법안에 반대하던 한 국회의원은 미 NSA 요원에게 피살되고 이 장면은 우연히 사진작가의 카메라에 잡힌다. 변호사 로버트 딘(윌 스미스 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 장면이 담긴 디스켓을 갖게 되면서 그에게는 감당하지 못할 시련이 찾아 온다. 갑자기 변호사 사무실에서 해고당하고, 금융기록이 조작돼 신용불량자가 된다. 다른 사건 때문에 연락을 주고 받던 옛 애인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여기저기 숨어보지만 NSA는 항상 그의 뒤를 따라다니며 위협을 가한다. 자신이 왜 쫓기는지, 자신의 행적을 NSA가 어떻게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영문을 모르던 딘은 전직 정보기관 요원 브릴(진 해크먼 분)을 만나면서 궁금증을 풀게 된다. 딘의 옷과 신발, 소지품에는 초소형 전자추적장치가 숨겨져 있고 집에는 구석구석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통화내용은 물론 그가 다른 사람과 나누는 모든 대화는 정보기관에서 도청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NSA는 마치 딘의 옆에서 보는 것처럼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빠짐없이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 속에서 딘은 브릴의 도움을 받아 NSA에 멋지게 복수를 한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개인이 국가기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맞서 싸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500만 피서인파 전국이 ‘들썩’

    ‘찜통더위’가 이어진 7월의 마지막 주말 전국의 해수욕장과 유원지, 계곡 등 피서지에는 500여만명의 인파가 몰리는가 하면 이에 따른 물놀이 및 교통사고도 잇따랐다. ●피서 절정 전국적으로 500만명이 넘게 피서지를 찾았다. 휴일인 31일 부산 해운대에 100만명, 광안리 80만명, 송정 60만명, 송도 20만명 등 부산지역 해수욕장에 280만명의 피서객들이 찾아 물놀이를 즐겼다. 동해안도 강릉 경포 60여만명, 동해 망상 30여만명, 양양 낙산 해수욕장 20여만명 등 모두 130만명이 몰렸으며,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에도 지난 25일 개장 이래 가장 많은 50여만명의 피서객들로 북적거렸다. 전북 부안 변산과 격포 해수욕장 등에도 각각 10만명 안팎의 피서객이 몰렸다. 또 광주 무등산과 전남 담양 가마골, 국립공원 계룡산과 지리산, 덕유산 등 유명 산과 계곡에도 먹을거리를 싸온 가족들로 넘쳐났다. 제주에 관광객 5만명이 몰리는가 하면 서울 근교의 놀이공원과 수영장 등에도 가족단위 피서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잇따른 익사사고 주말 연휴기간 익사 및 사고로 10명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31일 오전 10시25분쯤 경북 포항시 흥해읍 화진해수욕장에서 모터보트(운전자 김재민·31)와 바나나보트가 충돌, 바나나보트에 타고 있던 오명섭(43·경남 마산시)씨가 숨지고, 오씨의 아들 세혁(11)군 등 4명이 부상을 당했다. 31일 오전 울산시 동구 일산동 일산해수욕장 앞바다에서 50대 남자가, 인천 영종도 왕산리 해수욕장 앞바다에서는 20대 초반의 남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오후에는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과 경남 산청군 덕천강에서 각각 1명이 물에 빠져 숨졌다. 한편 30일 오전 전남 영암군 영암호에 항공방제용 10인승 헬리콥터가 추락, 기장 김득선(58·서울 동작구 상도동)씨가 숨지고, 함께 타고 있던 이민식(48·전남 해남군)씨가 중상을 입었다. ●교통체증과 사고 피서객이 한꺼번에 밀리면서 고속도로 곳곳에서 극심한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경부와 호남·서해안고속도로 하행선은 구간별로 31일 아침 일찍부터 심한 지·정체현상을 보였다. 영동고속도로 강릉방면 용인휴게소 부근과 만종∼새말 6㎞, 여주∼강천 11㎞에서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오후부터는 귀경 차량이 몰리면서 상행선의 정체 구간이 늘었다. 서울요금소 부근, 죽전∼판교 5㎞에서 차량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한편 30일 오후 7시쯤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법정사앞 31번 국도에서 장평면 쪽으로 가던 승합차와 25t 덤프트럭이 정면 충돌, 운전자 등 2명이 숨지고 6명이 크게 다쳤다. 31일 오후 4시에는 전남 순천시 별량면 원창역 부근 철길에서 건널목을 건너던 50㏄ 오토바이가 순천발 목포행 통근열차에 치여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마을주민 이모(55)씨와 김모(45)씨가 숨졌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안귀옥 가족클리닉 행복 만들기] 남편의 정신학대 무서워 이혼 하려고 하는데…

    ‘그는 나를 때린 적이 없어. 생활비도 꼬박꼬박 챙겨줬지. 늘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그런데 난 왜 행복하지 않을까.’몇달 전 저녁 생각을 정리하느라 메모를 적어 봤습니다.‘맞아, 그는 남자 특유의 권위의식으로 나를 언제나 무시했지. 알긴 뭘 아느냐고, 살림이나 잘 하라고. 나는 그런 말이 너무 공포스러웠어. 그 앞에서 언제나 나는 작아지기만 했고, 대화는 단절됐지.’제가 내린 결론은 남편의 굴레에서 벗어나 이혼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이혼의 정당성을 따지고 그에 대한 입증도 하지 못한 채 무기력해지고 말 것 같습니다. -이정희(38·가명) 가사소송은 민사소송절차에 준하여 처리됩니다. 이는 당사자가 법관에게 서증이나 물증 등의 증거를 확보해 보여주며 입증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밀폐된 집안 내에서 벌어지는 부부간의 문제에 대해 가타부타 따지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누구에게 이혼의 귀책사유가 있는지를 밝혀내는 데 심리의 상당 부분을 할애합니다. 문제는 앞으로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이혼에 대해 누가 대비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남편과의 말다툼을 녹음한다든지 다툼 끝에 구타를 당했다고 진단서를 받아놓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남편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각서를 받기도 하지만 이혼 법정에서는 자필로 서명하거나 심지어 자신의 피로 쓴 혈서마저 부인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때때로 이혼 당사자들은 조작된 증거자료를 법원에 내기도 합니다. 이혼소송을 당한 남편이 흥신소에 의뢰해 가짜로 아내에 대한 간통죄 증거자료를 만들어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입니다. 또는 속옷이 두 동강 난 사진을 찍어 아내가 손으로 찢었다며 사진을 제출하는 남편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허위증거는 공판 과정에서 신빙성이 없다는 점이 밝혀지게 됩니다. 부부의 결혼생활을 잘 아는 사람의 증언도 증거로 채택이 가능합니다. 법관이 양 당사자의 법정 진술태도를 보고 과연 혼인파탄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헤아려 판단하므로 증거자료 확보에 심하게 치중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체면문화가 중시되는 우리 사회에서 친정 식구들에게조차 자기 남편을 흉보는 것을 꺼리는 여성이 많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주변 사람의 증언을 확보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정희씨처럼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편과의 갈등을 묻어두고 참고 살다가 한계를 느꼈을 때 변호사를 찾아와 의논하곤 합니다. 남편의 귀책사유를 입증할 증거가 있을 리가 없죠. 증거가 없을 때는 정황증거를 요긴한 자료로 쓰기도 합니다. 만일 이정희씨가 남편으로부터의 정신적 학대를 못이겨 진료를 받은 자료가 있다면 법관이 당시 상황에 대한 심증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남편의 외도에 대해 직접적인 증거가 없을 때도 남편이 집에 들어오지 않은 날을 달력 등에 표시해 놓은 것만으로도 상황에 대한 추측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또는 재판 도중에 법원을 통해 남편의 통화내역이나 카드 사용 내역을 조회해 보면 뜻밖의 자료를 얻어내기도 합니다.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법률상 이혼이 가능한지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여지는지를 따지는 가사소송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같습니다. 가족 갈등에 해소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은 사단법인 한국행복가족상담소 (www.e-happyhome.or.kr/032-8627-119)에서 상담을 통해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 [20&30] “판박이는 싫다” 바캉스도 개성시대

    [20&30] “판박이는 싫다” 바캉스도 개성시대

    “판에 박힌 휴가는 싫다.”개성과 취향에 맞춰 특별한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휴가 목적지는 도심 한복판부터 나라 밖, 심지어 방구석까지 다양하지만 자신만의 시간을 알차게 꾸며보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짧고 굵게 부르주아적 낭만을” 도심파 화려한 휴가를 즐기려는 20∼30대 사이에 ‘서비스드 레지던스(Serviced Residence)’가 신종 휴가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란 호텔식 서비스와 주거공간이 결합된 형태로, 주로 외국인 등 장기 투숙객을 대상으로 거주지를 빌려주는 고급 숙박시설이다. 맞벌이를 하는 정유정(32·여)씨는 다음달 초 2박3일의 휴가를 도심 한복판 서비스드 레지던스에서 보내기로 했다. 정씨는 “회사 사정 등을 고려하다 보면 남편과 휴가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면서 “이틀간 여행을 떠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도시 속에서 짧지만 화려한 휴가를 보내며 신혼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의 장점은 일급호텔 수준의 품격과 서비스에 더해 완벽한 주방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콘도나 펜션처럼 직접 음식을 해먹을 수 있다. 또 홈시어터와 오디오, 세탁기 등 모든 전자제품을 갖춰 내집 같은 편안함을 제공한다. 물론 호텔급 수영장이나 골프연습장, 사우나 등 부대시설도 공짜다. 또 방의 실평수가 29∼35평으로 기존 호텔보다 2배 이상 넓다. 다만 이용료가 비싼 것이 흠. 평수에 따라 하루 25만∼30만원 정도가 들지만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파티와 여름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예약은 끊이지 않는다. 이용자는 20,30대 직장인이 주류를 이루지만 친구나 가족 단위의 손님도 적지 않다. 오크우드 프리미어 홍보팀 임푸르메(30)씨는 “요금이 다소 높은 탓인지 1박2일 정도를 선호하는 손님들이 많다.”면서 “좁은 객실과 취사, 음식물 반입 등이 어려운 일반호텔에 비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텔을 이용하던 손님들이 옮겨오는 추세”라고 말했다. ●‘휴가비 절약 성수기는 피하자’ 실속파 휴가 인파가 몰리는 7∼8월 성수기를 살짝 피해 6월 말이나 9월 초로 일정을 맞추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성수기에 맞춰 한없이 올라가는 항공요금이나 숙박비를 아낄 수 있는 데다 휴가지에서 겪는 사람의 홍수를 피해갈수 있기 때문이다. 홍보대행사에 다니는 조원미(26·여)씨는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8박9일의 일정으로 프랑스 파리와 보르도, 중동의 두바이를 다녀왔다. 항공요금은 세금을 포함해 왕복 71만원. 성수기라면 최고 170만원대를 호가하는 항공권을 일정조정을 통해 반도 안 되는 가격에 산 것이다. 항공권을 제외한 나머지 여행일정은 스스로 인터넷을 검색해 선택하는 방법으로 일반상품과 차별화했다. 평소 와인을 좋아한다는 그는 여행 중 많은 시간을 와인의 명산지 프랑스 보르도를 둘러보는 데 할애했다. 그는 “남들이 안 가는 시간에 잡다 보니 모든 일정이 여유로워 좋았다.”고 말했다. 회사원 전모(30)씨도 남편과 함께 9월 초 제주도를 여행할 계획이다. 전씨는 “항공권과 숙박시설 이용료가 싸다는 점 외에 인파의 홍수에서 고생하는 게 싫어 휴가계획을 느지막이 잡았다.”면서 “9월 둘째 주는 추석 때문에 다시 성수기 요금으로 바뀌니 주의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하나투어 강우원(31) 대리는 “주 5일제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 데다 최고의 성수기는 피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선호하는 국가나 여행코스도 다양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내집이 최고” 휴가철 단기 코쿤족도 평소에 못했던 취미생활을 하며 집안에서 휴가를 보내겠다는 ‘코쿤족(cocoon·누에고치를 뜻하는 말로 집안에서 나만의 세계를 즐기려는 사람들)’들도 적지 않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최정훈(28)씨는 “휴가는 말 그대로 쉬는 것이 최고”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는 올 여름휴가를 위해 지난주 말 서울 용산전자상가 비디오게임 판매점을 찾았다. 평소 하고 싶던 중고 게임CD 5장을 사는 데 든 돈은 14만 2000원. 이 정도면 1주일 휴가기간 내내 집안에 칩거하는 데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게임마니아인 최씨지만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좋아하는 게임을 마음껏 즐길 시간이 많지 않다. 그는 “휴가에 길 막히고 북적거릴 것을 생각하면 집안 거실에 누워 대형 TV에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휴식이 될 것”이라며 즐거워했다. 그는 “어머님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하루쯤은 가족과 함께 교외로 나가는 센스도 발휘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인터넷 영화동호회 시삽인 회사원 이승휘(37)씨도 대부분의 시간을 집과 극장을 오가며 영화를 보며 지낼 생각이다. 다행히 부인도 영화를 좋아하는 탓에 휴가계획을 두고 별다른 마찰은 없었다. 그는 “결혼할 때 장만한 홈시어터가 이제 위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면서 “꼭 어디를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휴가를 좀더 넉넉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돌연사…탈진…전국이 헉헉

    돌연사…탈진…전국이 헉헉

    장마가 끝난 뒤 연일 30도를 넘는 극심한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져 전국이 더위를 먹었다. 서울의 경우 23일과 24일 아침기온이 26도를 넘으면서 끈적끈적한 무더위에 많은 시민들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곳곳에서 탈진 등 무더위로 인한 사고가 잇따랐고 전력수요량도 최고치를 경신했다. 도시를 빠져 나가지 못한 시민들은 강변이나 공원·할인마트 등에서 더위를 쫓았다. ●전력소비 껑충…정전사고 속출 24일 0시50분쯤 광주 북구 중흥동 서모(45)씨 집에서 평소 특별한 지병이 없는 서씨가 TV를 보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23일 오전에도 광주 북구 용봉동 고속도로 철조망 밑에 박모(62)씨가 탈진해 숨졌다.23일 오후 2시10분쯤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조선시대 왕궁수문장 교대식을 재현하던 행사요원 윤모(22)씨가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정신을 잃어 병원으로 후송됐다. 전력 소비량이 늘면서 정전사고도 잇따랐다.23일 오후 9시20분쯤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아파트에서 전기가 끊겨 50여가구가 무더위 속에 고통을 겪었다. 이어 10여분 뒤에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200여가구도 정전으로 불안에 떨었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6시 시간당 평균 전력수요는 지난 6일 3450만㎾에서 22일 3610만㎾로 뛴 데 이어 23일에는 3670만㎾를 기록했다. 또 24일 오후 9시에는 4400만㎾로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금요일인 22일 오후 3시에는 전력수요가 5371만 2000㎾로 사상 최대였던 하루전 5272만 5000㎾를 경신했다. 훨씬 더 더웠던 23일 오후 3시에는 5023만 9000kW로 다소 줄었으나 주5일 근무제에 따른 토요휴무를 감안하면 가정 등 비(非)산업 수요는 최고치를 경신했을 것으로 추산됐다. ●극장으로, 공원으로…찜질방 찾아 ‘이열치열’도 더위를 피해 지난 23일 모두 33만여대의 차량이 ‘탈(脫)서울’을 한 데 이어 휴일인 24일에도 26만여대가 빠져 나간 것으로 추산됐다. 이날 대천 해수욕장을 비롯한 충남 서해안 해수욕장에는 40여만명이 찾아왔으며 부산 지역 해수욕장 6곳에도 200만명의 피서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국내 최대 워터파크인 경기 용인 캐리비안베이도 1만 4000여명이 찾았다. 피서를 떠나지 못한 시민들은 극장가나 공원을 찾아 1주일 동안 계속됐던 무더위를 떨쳐냈다. 회사원 김은석(29)·이지영(27·여)씨 커플은 주말 심야영화를 보며 더위를 식혔다. 이씨는 “해가 진 뒤 느지막이 만나 영화관으로 직행했다.”면서 “시원한 극장 안에 있으니 더위는 남의 얘기 같았다.”고 했다. 이희원(40·주부)씨는 가족들과 함께 자정이 넘도록 한강시민공원을 산책하며 더위를 잊었다. 늦은 시간까지 야외에서 더위를 피하던 시민들 덕분에 공원 근처 상점과 할인마트 등은 ‘무더위 특수’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근처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57)씨는 “평소보다 빙과류나 음료수·주류 등의 판매량이 30%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안동환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마지막 황세손 떠나는 길 하늘에선 ‘애도의 소나기’

    마지막 황세손 떠나는 길 하늘에선 ‘애도의 소나기’

    대한제국 마지막 황세손 고 이구(李玖)씨의 영결식이 24일 서울 창덕궁 희정당에서 오전 10시에 열렸다. 고인은 고종황제의 둘째 아들 영친왕(英親王)의 왕세자로서 조선왕가의 마지막 적통이었다. 이날 영결식은 유홍준 문화재청장과 이환의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이사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황세손장례위원회’ 주관으로 치러졌다. 상주는 지난 22일 고인의 양자로 입적된 이원(李源)씨가 맡았다. 영결식에는 이해찬 국무총리와 유홍준 청장, 주한일본대사, 박진·이낙연 등 현직 국회의원과 문중인사, 취재진 등 약 1000여명에 달하는 인파가 모여들었다. 마침 창덕궁을 둘러보던 외국인 관광객들도 우연히 마주치게 된 이번 행사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해찬 총리등 1000여명 인파 몰려 또 조선왕조의 마지막 행사라는 역사적 의미 때문인지 일부러 자녀들의 손을 이끌고 나온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방학 숙제 주제로 잡고 이번 행사를 꼼꼼히 기록하는 중·고등학생들도 많았다. 무더위 때문에 일부 관람객들은 쓰러지기도 해 119구조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영결식은 운구 운반→개식 선언→묵념→조악(弔樂) 연주→고인의 약력보고(이용규 장례부위원장)→인사(이환의 이사장)→식사(유홍준 청장)→조사 낭독(이해찬 총리)→유족과 조문객 분향→조악(弔樂) 연주→퇴회식 순서로 진행됐다. 이해찬 총리는 조사를 통해 “대한제국 마지막 황세손 고 이구 저하의 훙서(薨逝)를 진심으로 애도하오며, 영령께서 사랑하시는 부왕(영친왕)과 모후(이방자)를 만나 현세에서 다하지 못한 행복을 영원토록 누리시기를 삼가 기원합니다.”라고 말했다. ●돈화문~종로3가~종묘 노제 영결식 뒤 운구 행렬은 창덕궁 돈화문과 종로 3가를 거쳐 종묘에 도착해 노제(路祭)를 지냈고, 노제 뒤에는 경기 남양주시 금곡동 영친왕 묘역인 영원(英園)으로 옮겨 고인을 안장했다. 운구행렬이 지나는 동안 종로3가는 교통이 통제됐고 지나가던 시민들도 황세손의 마지막 길을 유심히 지켜봤다. 일부 시민들은 “이렇게 행사만 요란하게 할 게 아니라 왕손들을 지금이라도 우리가 잘 챙겨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으나 휴일을 맞아 극장가에 나온 젊은이들은 행사의 의미를 잘 모르는 듯 무심코 지켜보기도 했다. 행사는 전통과 근대 사이에 있었던 대한제국의 역사를 반영하듯, 전통과 근대가 혼합된 형식으로 치러졌다. 한편에서는 군악대와 국군의장대, 캐딜락이 있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취타대와 만장 행렬 등이 함께 했다. ●3년상위해 낙선재에 상청 설치 논의 9일장으로 치러진 고인의 장례식은 고궁 내에서 치른 마지막 장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후에라도 양자가 지명됐다고는 하지만 고인의 사망으로 조선왕실의 적통은 단절됐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고인과 결혼했으나 ‘외국여자인 데다 후손도 없다.’는 이유로 강제 이혼당한 줄리아는 노제가 열린 종묘공원 맞은 편에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조용히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장례는 고인의 어머니 이방자 여사의 1989년 장례절차를 기록해둔 ‘의민황태자비 장의록’에 따라 치러졌으며,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우제’는 낙선재에서 25일 열린다. 종약원측은 3년상을 위해 낙선재에 상청을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 문화재청과 계속 협의키로 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짜릿찌릿 7일간의 DVD여행

    본격적인 한여름 무더위와 함께 기다리던 휴가철이 시작되었다.‘인도차이나’의 하룽 베이나 ‘리플리’의 배경이 되었던 나폴리 같은 곳으로 휴가를 떠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게 문제다. 그렇다고 가까운 해수욕장에 가려니 수많은 인파와 바가지요금과 씨름하기란 또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자칫 피서가 아니라 ‘피로’ 여행이 될 수도 있다. 7일간의 휴가 중 하루이틀쯤은 집에서 얼음물에 발 담그고 보고 싶었던 DVD를 실컷 보는 게 어떨까. 가벼운 발마사지와 더불어 적당한 수면을 취하고 여유롭게 DVD를 감상한다면 바캉스 이상의 충전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살얼음이 살짝 도는 시원한 오미자 화채 한 그릇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속을 파낸 통 수박에 꿀을 넣은 오미자 냉차와 배, 수박 속을 섞으면 여름철 더위는 물론 피로회복에도 그만이다.7일간의 휴가 동안 하루하루 꺼내 볼 수 있는 DVD 다이제스트를 소개한다. 오미자 화채만큼이나 다양한 맛을 내는 영화들을 만나다 보면 한여름 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 것이다. 박은영 DVD칼럼니스트·mlue@naver.com ■ MON-주먹이 운다, 아라한 장풍대작전 칠선의 도움으로 도시의 무협 초인이 되었던 교통경찰 상환이 이번엔 열아홉 살의 소년원 복서 상환으로 돌아왔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형제인 류승완 감독과 배우 류승범은 벌써 4편의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다. 전작 ‘아라한 장풍대작전’이 코믹한 도시 무협극이었다면 ‘주먹이 운다’는 류승완 감독의 농익은 연출과 성숙한 류승범 연기가 어우러진 비장미 넘치는 복싱 드라마다. 류승완 감독은 DVD 마니아로 유명하다. 수집에도 남다른 열의가 있지만 자신의 영화를 DVD로 제작하는데 있어 국내 어떤 감독보다도 적극적이다.‘아라한 장풍대작전’은 지난해 우수 DVD로 선정될 만큼 깨끗한 화질과 사운드로 주목받았는데,‘주먹이 운다’ 역시 극적인 영화의 구성과 인물들의 우여곡절 많은 인생을 표현한 시각적인 효과와 섬세하고 예민한 사운드가 빼어나다.6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찍은 신인왕전 장면의 메이킹 필름과 감독의 열정적인 코멘터리도 부가영상에 수록되었다. ■ TUE-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하나와 앨리스 최근 일본 멜로영화들이 조용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일본 열도를 열광시킨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결혼을 앞둔 한 남자가 백혈병 소녀와의 첫사랑을 추억하는 내용이다. 다소 신파조의 이야기임에도 첫사랑에 대한 가슴 아픈 기억을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풀어내 국내 극장가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첫사랑 영화의 원조는 누가 뭐래도 이와이 지의 ‘러브레터’가 아닐까. 이와이 감독은 꾸준히 비슷한 심상을 지닌 영화들을 만들어왔는데 특히 최근작인 ‘하나와 앨리스’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귀여운 이야기다. 한 소년을 사이에 두고 예기치 않은 삼각관계에 빠진 두 소녀의 귀여운 거짓말과 성장과정이 동화처럼 전개된다. 순수한 사랑의 느낌을 살린 색감과 배우들과 감독의 교감을 확인할 수 있는 메이킹 필름이 인상적이다. 특히 5분간의 발레 장면은 다시 보고 다시 봐도 예쁘다. ■ WED-프렌즈, 24 만약 이 시리즈들을 보기 시작한다면 앞으로의 DVD 감상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될지도 모른다. 시리즈에는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일단 보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즌 9까지 출시된 ‘프렌즈’가 바로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남자 셋, 여자 셋으로 구성된 여섯 명의 친구들이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매우 일상적이면서도 생활 속에 배어나는 감칠맛이 있다. 뚜렷한 성격을 지닌 캐릭터들과 가족 이상으로 따뜻하게 서로를 감싸안는 우정, 오늘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즐거운 기대감이 있다. 잭 바우어의 테러 진압기 ‘24’를 보려면 한층 더 강한 결심을 해야 한다. 제목 그대로 24시간 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실시간으로 따라가므로 중독성이 한층 더 강하기 때문이다. 테러방지단의 활약과 대통령을 둘러싼 음모가 유기적으로 전개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된다. 웬만한 액션 스릴러보다 긴장감이 넘치며, 키퍼 서덜랜드의 안정감 있는 연기는 발군이다. ■ THU-나비효과, 리컨스트럭션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의 태풍을 만든다는 ‘나비효과’는 시간을 되돌려 과거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과거의 작은 변화는 오히려 걷잡을 수 없는 현재의 비극으로 이어진다. 이 DVD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감독판과 극장판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는 것인데 삭제된 7분과 더불어 극장판과 다른 결말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로 이동할 때의 프레임을 뒤흔드는 시각효과와 날카로운 굉음은 DTS 사운드를 통해 입체적으로 표현되었으며 색보정을 거친 영상에선 개성이 넘친다. ‘나비효과’가 자신의 의지대로 과거를 수정했다면,‘리컨스트럭션’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상황이 재구성되는 경우다. 애인을 두고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판 순간 애인과 관련된 모든 이들이 자신을 잊어버린다. 칸 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감각적인 카메라는 다양한 질감의 화질을 보여 준다. 독특한 이야기와 연출이 어우러진 지적이며 아름다운 영화다. ■ FRI-맨추리안 캔디데이트, 쏘우 ‘맨추리안 캔디데이트’의 원작인 1962년 버전은 한국전이 배경이었다. 그러나 조나단 드미 감독은 9·11 테러를 겪고 우경화된 미국에서 걸프전에서 대량 기억 조작이 있었다는 가설을 내세운다. 고도의 정치적 함수관계와 심리전이 얽히고 신화적인 상상력까지 더해져 보는 이들에 따라 영화의 해석의 폭도 달라진다. 섬뜩할 정도의 차가운 인물로 분한 메릴 스트립과 덴젤 워싱턴, 리브 슈라이버 등의 연기도 뛰어나다. 영화촬영 전 6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미국의 현실에 대해 토론하는 영상 등 부가영상에도 무게가 실렸다. ‘쏘우’는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영문도 모르는 채 끌려와 살인마의 지령을 따라야 하는 두 남자의 8시간을 긴박하게 쫓는다. 밀폐된 공간 안의 현재와 죄의 원류를 쫓는 과거가 교차되면서 고도의 심리전이 전개된다. 한순간도 예측하기 어려운 긴장감과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지는 공포가 입체적인 DVD 사운드로 한층 더 섬뜩하게 표현되었다. ■ SAT-에비에이터, 콘스탄틴 마틴 스코시즈의 역작 ‘에비에이터’는 미국 영화와 항공업계의 신화인 억만장자 하워드 휴즈의 일대기를 쫓는다. 미국 항공전문가들이 조언을 구했을 정도로 그는 비행기와 영화에 미쳐 있는 인물이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신경증과 결벽증을 두루 갖춘 인물을 완벽에 가깝게 표현해냈다. 비행기를 좋아하던 그는 추락하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더 철저한 자기 소외를 경험하면서 쓸쓸히 죽었다. 부가영상을 통해 실제 하워드 휴즈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이 방대한 영화의 제작과정 다큐멘터리를 확인할 수 있다. 시온을 구하려 했던 레오가 ‘콘스탄틴’에서는 악마의 세력으로부터 세상을 구하려는 엑소시스트가 되었다. 절묘하게도 레오와 콘스탄틴은 닮은꼴이다. 어찌 보면 ‘매트릭스’의 외전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적들의 세력은 강하고 고군분투하는 폐병쟁이 영매의 싸움은 눈물겹다. 화려한 영상은 영웅의 활극만큼이나 파워가 넘치고 부가영상 패키지도 묵직하다. ■ SUN-그루지, 링 슬프고 무서운 살인의 기억이 원혼으로 남아 집에 들어온 사람들을 죽인다. 덮고 있는 이불 안에서 푸르고 창백한 얼굴의 소년이 기어 나오는 장면만 떠올려도 ‘주온’은 충분히 공포스럽다. 일본 TV 시리즈로 제작되었다가 영화로 제작되었고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일본 대표 호러다.“끼익”대는 기분 나쁜 소리와 음침한 집의 구조는 공포를 배가시키며 DTS로 예리하게 날을 세운 사운드는 순간순간 소스라치게 만든다. 시미즈 다카시 감독은 TV판 1,2편과 일본 극장판 1,2편 그리고 이례적으로 할리우드판의 연출까지 맡았다. 그러나 일본 공포영화의 최고봉은 여전히 ‘링’이다. 나카다 히데오 감독은 소설을 원작으로 사다코라는 여인의 원한과 복수, 죽음 바이러스의 확장이라는 새로운 공포 코드를 만들었다. 개봉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이상의 공포영화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고어 버번스키 감독의 할리우드 버전과 비교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휴가철 피서지 ‘공짜 차량점검’

    휴가철 피서지 ‘공짜 차량점검’

    “휴가 떠나는 길에 공짜로 차량 점검 받으세요.” 자동차업계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국 주요 나들이 길목에서 차량 무상 점검 서비스를 벌인다.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다. 희망 고객은 고속도로, 국도, 휴양지, 해수욕장 등에 설치된 자동차업체별 임시 서비스센터로 가면 된다.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피서 인파가 특히 많이 몰리는 무주 구천동 휴양지와 화진 해수욕장에는 자동차 5개사의 합동 임시센터가 들어서 편하게 점검을 받을 수 있다. 엔진·브레이크·에어컨·타이어·냉각수 등을 점검해 주고, 인근 지역 고장 차량에 대한 긴급출동 서비스도 제공한다. 여름철 장거리 운행차량의 관리 요령 및 안전운전 요령도 알려준다. 한편,GM대우차는 이달부터 주5일 근무제가 확대 시행됨에 따라 토요 정비를 재개했다. 회사측은 “지난해 7월 주5일제가 실시되면서 직영 정비소의 토요 업무를 중단했으나 주5일제 확대에 따라 토요일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이 급증해 정비 업무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정비 시간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이며 예약은 080-728-7288로 하면 된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佛 자동차대리점엔 차가 없다?

    佛 자동차대리점엔 차가 없다?

    |파리 안미현특파원|프랑스 파리 시내의 콩코드 광장 맞은편에 자리한 한 건물. 세련된 디자인의 커다란 통유리문을 밀치고 들어서자 이동식 접이의자와 빨간색 돗자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과일바구니와 포도주, 여행용 책자가 여기저기 흐트려져 있는 게 영락없는 야외 나들이 풍경이다. 옆에는 가족들이 몰고온 듯한 레저용 스포츠카까지 주차돼 있어 상상력을 더 자극했다. 자동차 대리점에도 ‘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 르노삼성차의 대주주이자 프랑스의 대표적 자동차그룹인 르노가 유럽권 최초로 선보인 이색 딜러점이 대표적이다. 한 대라도 더 많이 전시하기 위해 애쓰는 기존 딜러점과 달리 이 가게에는 정작 차가 두세 대에 불과하다. 대신, 전시공간은 온통 그 달의 주제를 나타내는 소품으로 채워진다. 이른바 주제가 있는 ‘컨셉트 딜러점’이다. 휴가철인 이달의 주제는 여행. 주제는 매월 바뀐다. 지난달에는 세계적 자동차 경주대회인 F1이 파리에서 열린 점을 감안해 전시장을 온통 F1 풍경으로 꾸몄다. 신차가 나올 때는 당연히 신차가 주인공이다. 르노가 이 딜러점을 선보인 것은 지난 2004년.1년동안 무려 40만유로(약 5억 3000만원)를 들여 기존 대리점을 과감하게 뜯어고쳤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의 대성공. 하루 40명에 불과하던 방문객 수가 150∼200명으로 4∼5배나 급증했다. 이 대목에서 궁금증 하나. 구경인파가 많다고 해서 꼭 실속이 있으란 법은 없지 않은가. 호기심에 실컷 구경만 하고 정작 차는 안산다면? 딜러점 책임자인 뱅상 카레씨는 “방문객의 5∼10%가량이 구매고객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덕분에 전보다 매출이 60%나 신장됐다.”고 설명했다. 판매대수는 연간 400여대. 궁금중 둘. 이 이색 딜러점이 본사의 지원을 토대로 고객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 부근의 ‘평범한’ 딜러점들이 반발하지 않을까. 카레씨는 “인근 딜러점 위치가 에펠탑 부근으로 거리가 꽤 떨어져 있어 대리점간 충돌은 없다.”고 설명했다. 궁금증 셋. 이 차 저 차 직접 비교해 보고 차를 구입하려는 실수요 고객에게는 전시된 차종이 너무 적어 오히려 불편하지 않을까.“가까이에 또다른 전시공간이 있어 다른 차를 보기를 원하는 고객은 그곳으로 안내한다. 하지만 굳이 발걸음을 옮기지 않더라도 컴퓨터 스크린으로 모든 차의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그런 불만은 적다.” 카레씨의 설명이다. 또 전시차량도 주제와 연관된 차종 안에서 2∼3일에 한번씩 바꾼다고 한다. 예상밖의 성공에 고무된 르노그룹은 파리 시내에 컨셉트 딜러점 2호를 가을께 문 열 예정이다. 르노가 샹젤리제 거리에 낸 이색 아틀리에도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다.‘밥도 먹고 차도 보는’ 일석이조 공간이다.1층은 자동차 이벤트홀,2층은 카페다. 식사를 하러온 고객들이 전시된 차를 직접 타보기도 하고, 차량 정비 시연과정을 구경하기도 한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아틀리에의 반응이 매우 좋아 한국에도 비슷한 공간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hy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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