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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 파산 늘어난다

    노인 파산 늘어난다

    노인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개인파산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그 실상이 드러난다. 특히 ‘과도한 의료비 지출’ 때문에 60세 이상 고령자들의 개인파산 신청이 크게 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1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수석부장판사 이진성)의 개인파산ㆍ개인회생 제도 운영실태 분석 자료에 따르면 개인파산 사건은 올 1∼8월 2만 7269건이 접수돼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1만 7772건)보다 53%나 늘었다. 이대로라면 올해 모두 4만 4000여건이 접수돼 지난해보다 2.5배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개인파산 신청자 중 60세 이상 고령자의 비중이 2004년 6.3%에서 지난해 9.7%, 올해(1∼8월) 11.5% 등으로 부쩍 증가하고 있다. 법원측은 “개인파산을 신청하게 된 원인 중 ‘병원비 지출’의 비중이 2004년 1.3%, 지난해 3.2%, 올해 6.8% 등 매년 배 이상 증가해 고령자의 파산 신청 증가와 비례 관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뚜렷한 노후대책이 없는 고령 채무자의 과도한 의료비 지출에 따른 개인파산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급증하고 있는 개인파산과는 달리 개인회생은 올 1∼8월 4910건이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5007건)보다 2% 감소했다. 성별로는 남성은 개인회생(60.3%), 여성은 개인파산(54.4%) 신청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파산의 경우 법원의 면책 결정으로 한번에 채무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회생은 5년간 채무를 갚아야 하는 등의 이유 때문에 회생보다 파산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대구육상대회가 남긴 것

    대구국제육상대회가 열린 지난 28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엔 한·일월드컵을 연상시킬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도 육상의 열기가 살아나는 듯했다. 대회도 순조롭게 끝났다. 그러나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오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하려는 대구는 이번 대회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여자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 보유자 옐레나 이신바예바와 남자 110m허들 1인자 류시앙 등 세계적인 스타를 데려오는 데도 성공했다. 특히 이신바예바는 경기 뒤 자신의 소지품을 관중들에게 나눠주는 등 팬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대구 시민들에겐 분명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였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었다. 이신바예바는 자신의 최고기록(5m01)보다 30㎝나 모자란 4m70m을 넘는 데 그쳤고, 류시앙의 기록도 좋지 않았다. 특히 9초대의 초고속 스피드를 기대했던 남자 100m에서도 10초대가 나와 실망감을 안겼다. 물론 선수들의 기록은 주최측의 직접적인 책임은 아니다. 그러나 기록향상을 위한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기록포상금제를 도입,‘욕심’을 불러일으켰더라면 어땠을까. 선수 초청에도 좀더 신중했어야 했다. 이신바예바는 경기 나흘 전 요코하마대회에 출전했고, 류시앙도 닷새 전 상하이대회에 참가했었다. 좋은 기록을 기대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물론 추가 비용이 들겠지만 투자 없이는 발전이 없다는 건 스포츠계의 진리다. 또 4만여명이 들어차기는 했지만 유료관중이 아니라 대부분 동원된 학생들이었다. 세계선수권을 유치하려는 생각이라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기록이 나오더라도 진정한 육상팬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언제까지 동원 관중으로 스탠드를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대형마트 M&A 전쟁 일단락

    대형마트 M&A 전쟁 일단락

    월마트와 까르푸를 각각 인수한 신세계와 이랜드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을 수용함에 따라 올 초부터 촉발된 대형마트(할인점)간의 인수·합병(M&A)전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 공정위가 ‘지역별 경쟁 제한성’을 주요 판단 근거로 내세운 상태여서 앞으로 상위 업체에 의한 대형마트의 M&A 가능성은 줄어들게 됐다.M&A를 통해 대형마트 부문에서 신세계 이마트의 1위는 굳어졌다. 권순문 이랜드 대표는 28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한국까르푸 인수완료 설명회에서 “3개 지점의 매각 조건부 승인명령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랜드가 당초 “대형마트와 아웃렛은 다른 업태”라며 공정위의 판단에 반발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권 대표는 “어차피 유통업태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업태들간의 컨버전스(융·복합)가 이뤄지기 때문에 법률 다툼보다는 공정위의 판단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인수 금액은 1조 4800억원. 당초 예상했던 1조 7500억원보다 2700억원 낮아졌다. 권 대표는 “이랜드월드와 뉴코아 등이 3000억원, 화인파트너스·한국개발금융·동양종금증권·산은캐피탈·도이치뱅크 등 재무적 투자자가 6100억원을 출자하고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에서 8000억원을 빌려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은 금액은 매장 개·보수와 운영자금 등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랜드월드와 뉴코아가 50.9%의 지분을 확보, 이랜드그룹이 경영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랜드그룹은 까르푸 32개 매장 브랜드를 홈에버로 바꾸기 시작했다. 오상흔 이랜드리테일 사장은 “2010년까지 60개의 영업망을 구축하고 매출 7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월마트를 인수한 신세계는 “공정위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공정위 판단에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다.”고 밝혀 이의 제기 가능성을 열어놨다. 신세계는 인수한 16개 점포 가운데 4∼5곳을 팔아야 돼 인수합병 효과가 반감됐다는 게 유통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앞으로 2∼4위 대형마트들 간의 M&A는 공정위의 지역별 경쟁 제한성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점포 매입과 출점 등을 통한 ‘몸집 부풀리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권 대표는 “매각 대상 점포에 대해 이미 3개 업체가 매입 의사를 타진해 왔다.”며 “신세계가 매각하려는 점포에 대한 인수전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롯데 역시 점포 인수전에 나설 방침이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홈에버 간의 2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K-1 2006] ‘테크노 파이터’ 최홍만 또 진화할까

    ‘테크노 파이터, 또 다시 진화할까.’ ‘테크노 파이터’ 최홍만(26)은 지난해 입식타격기 K-1에 데뷔한 뒤 승승장구하고 있다. 데뷔 대회인 ‘K-1 월드그랑프리 서울대회’ 우승을 포함,9승(3KO)1패의 성적을 거뒀다. 예상을 뒤엎는 상승세는 상대를 압도하는 하드웨어(218㎝,160㎏)에서 나온다. 상대가 아무리 펀치나 하이킥을 날려도 최홍만의 얼굴에 쉽게 닿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홍만과 겨뤄온 상대 가운데 톱클래스에 속하는 ‘플라잉 더치맨’ 레미 본야스키(30)와 ‘격투 머신’ 세미 쉴트(33·이상 네덜란드)도 고전해야 했다. 최홍만은 데뷔무대에서 우승했지만, 당시만 해도 제대로 된 파이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펀치는 허우적거렸고, 등을 보이며 도망가거나 체력이 떨어져 흐느적거리는 장면도 연출했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진화는 계속됐다. 주먹은 끊어서 가격할 수 있을 정도로 다듬어졌고, 하이킥은 무리지만 미들킥도 선보이더니 이제 위력적인 니킥까지 심심치 않게 구사한다. 게다가 스태미너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최홍만이 오는 30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K-1 월드그랑프리 개막전(16강전)’에서 또 한 번 진화의 무대를 마련한다. 상대는 ‘무관의 제왕’ 제롬 르 밴너(34·프랑스).190㎝,121㎏의 체격으로 최홍만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돌주먹과 맷집을 자랑하는 전형적인 인파이터다. 최홍만은 지난 4월 인파이터 성향이 짙던 더 프레데터(36·미국)와 경기에서 고전하다가 판정승을 거둔 바 있다. 밴너는 프레데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톱클래스 파이터. 실전 경험은 물론, 경기 운영능력 등에서 최홍만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특히 초반부터 펀치를 난사하는 밴너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최홍만이 1라운드를 어떻게 버텨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밴너와 승부를 앞둔 최홍만은 필살기로 니킥을 더욱 매섭게 가다듬고 있다. 오사카 정도회관에서 하루 5시간 이상 니킥 연습에 매진한다. 최홍만을 지도하는 김태영 코치는 “니킥으로 상대의 가드를 배에 집중시키고, 주먹으로 안면의 허점을 노리는 등 최홍만의 공격이 다양해졌다.”고 말했다.“(니킥으로) 밴너의 삐뚤어진 코를 똑바로 펴주겠다.”는 테크노 파이터의 장담이 실현될지 주목된다. 이 대회에서 ‘20세기 최강의 킥복서’ 피터 아츠(36·네덜란드)-레미 본야스키, 레이 세포(35·뉴질랜드)-스테판 레코(32·독일),‘미스터 퍼펙트’ 어네스트 후스트(41·네덜란드)-후지모토 유스케(31·일본) 등의 16강전도 관심 대상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효심 이어가는 제주 ‘벌초방학’

    효심 이어가는 제주 ‘벌초방학’

    ‘벌초방학을 아십니까?’ 제주 대부분의 학교는 음력 8월 초하룻날인 22일 하루 문을 닫는다. 육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주도만의 독특한 방학이다. 음력 8월 초하루를 전후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일가친척은 물론 일본에서도 자손이 찾아와 조상의 묘를 정성껏 단장하는 벌초행사는 제주만의 오랜 전통 풍습이다. ‘식게(제사)는 안지내도 벌초는 해사(해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주에서 벌초를 하지 않는 것은 ‘불효 중의 불효’로 친다. 이 때문에 음력 8월 초하룻날을 전후해 온 섬이 ‘벌초행사’로 떠들썩거린다. 평소에는 한산한 한라산 중산간 지역이 몰려든 벌초차량으로 교통체증을 빚을 정도다. 형제나 사촌들이 모여 부모와 조부모의 산소를 단장하는 것은 물론 6촌,8촌까지 한 데 모여 증조, 고조부 등 4대 조상 묘까지 깨끗하게 손질하는 ‘모듬벌초’가 벌어진다. 특히 괸당(친·인척을 일컫는 제주사투리)을 중시하는 제주에서 벌초는 문중세를 과시하는 날이기도 해 수년전만 해도 전국에서 밀려드는 벌초 귀향인파로 항공사가 특별기를 투입하기도 했다. 벌초량이 많은 직장인들은 며칠씩 휴가를 받기도 하고 회사는 아무리 바빠도 벌초날 만큼은 휴가를 내준다. 도교육청 한영희 장학관은 “시대가 바뀌어도 학생들에게 제주 전통의 ‘미풍양속’을 체험하게 한다는 취지에서 많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벌초방학을 계속 실시 중”이라고 말했다. 제주에서는 농번기에 부족한 일손을 돕기 위해 보리방학, 미깡(감귤)방학 등도 있었으나 지금은 벌초방학만 남아 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산이좋아 산으로] 강화 마니산

    [산이좋아 산으로] 강화 마니산

    한반도 최북단의 백두산과 최남단의 한라산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는 강화 마니산(469m). 단군왕검이 제사를 올리던 참성단을 품고 있는 마니산은 그렇게 한반도의 중심이 된다. 화도면 상방리 마니산국민관광지에서는 917개의 계단길로 겨우 1시간도 채 안 걸려 참성단에 닿을 수 있어 언제나 남녀노소의 발길이 북적인다. 쉽게 내어주는 길은 그만큼 느낌도 짧은 법. 들끓는 인파에 섞이지 않고 에둘러 가는 길을 택하는 것이 좋다. 산 들머리를 마니산국민관광지 대신 한적한 정수사 입구로 삼은 이유다. 서울에서 강화행 버스를 타고, 다시 터미널에서 한참을 기다려 시내버스를 달리는 동안에도 하늘은 내내 흐릿했다. 함허동천을 지나 정수사 입구에 닿았을 때 먼지를 일으키며 버스가 떠난 자리에 덩그러니 남겨진 우리 앞에 잘 포장된 아스팔트길이 놓여 있다. 얼마간 오르막을 걷다 뒤돌아보니 멀찍이 바다와 하늘이 맞닿고,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세를 낮추니 길가 이름 모를 풀꽃들이 반가이 눈을 맞춰온다. 전등사, 석모도 보문사와 함께 강화 3대 사찰인 정수사를 살짝 비껴 오른쪽으로 난 등산로를 짚어간다. 와르르 무너진 듯 크고 작은 돌무더기가 듬성듬성 박힌 오르막이 꽤나 가파르다. 소나무와 참나무의 적절한 조화 사이 살짝 열린 하늘, 잠시 오솔길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덩치 큰 너럭바위가 나타난다. 풀썩 바위에 올라 정상까지 쭉 뻗은 암릉 초입에 서니 어느새 먹빛 구름이 말끔히 걷히고 동막리 장전마을 쪽으로 바다가 퍼런 속살을 드러낸다. 섬 산행의 묘미다. 산길은 이제 바윗길이 된다. 오르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바다는 끝 간 데 없이 아득히 물러나고, 온몸으로 태양을 품은 갯벌은 캔버스 위 덜 마른 유화 같다. 소사나무 군락을 지나 여전히 이어지는 바윗길. 암릉은 오랜 세월 견고하게 쌓은 성곽처럼 산을 남북으로 갈라놓고 있다. 바위와 바위를 이어 건너는 사이, 지도에 정상이라 표시된 지점에 이르렀지만 정상 표지석이나 이정표는 없다. 지도와는 별개로 사람들이나 강화군에서는 참성단을 정상으로 여겨 제단 옆 헬기장에 정상 표지석을 세웠다고 한다. 지도상 정상에서 헬기장까지는 1.2㎞.20분 정도 지나 숲속으로 살짝 내려선 곳에서 참성단 중수비를 만나고 계속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바윗길을 오르내리다 보면 실질적인 정상, 헬기장에 이르게 된다.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를 배경삼아 서 있는 단군왕검의 제단 참성단은 그저 바라보고 우러러볼 뿐 들어갈 수는 없다. 하산은 참성단을 살짝 돌아 917개의 계단길로 곧바로 내려가면 30분 만에 마리산기도원에 닿고, 동쪽 능선을 따라 좀 더 가서 단군로로 내려가면 1시간30분쯤 걸린다. # 여행정보 강화에서의 먹을거리는 뭐니뭐니해도 신선한 바다회. 선수포구어판장(032-937-8702)에서 지금 전어 굽는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또한 마니산관광단지 입구 단골식당(032-937-1131)의 꽁보리 산채비빔밥도 유명하다. 글 정수정 사진 남영호(월간 MOUNTAIN 기자) www.emountain.co.kr
  • [발언대] 태평로와 을지로에 소나무 가로수를/정동일 서울 중구청장

    서울의 중심인 남산에 아름다운 소나무 숲을 조성하고 태평로와 을지로, 청계천로를 따라서 소나무 거리를 조성하자.“아니, 도심 한복판에 무슨 소나무 거리? 소나무 숲?”이냐고 의아해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많고 많은 가로수 가운데 왜 하필 소나무인가라고. 그러나 빼곡한 빌딩 숲과 수많은 인파 사이로 사시사철 푸른 자태를 뽐내고 서 있는 소나무 띠를 상상해 보자. 생각만 해도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도심 한복판에서 아름드리 소나무가 뿜어내는 솔향기의 청신한 맛을 만끽하게 하고, 또 일상의 지친 심신도 정한케 해주니 말이다. 요즘은 일부러 도시를 벗어나 숲을 찾아 나서지 않고서는 소나무를 쉽게 접할 수 없지만, 사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사람치고 소나무 그늘 밑에서 한여름 더위를 식히곤 하던 추억이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어디 이뿐인가. 우리 아버지 세대는 구황이 들 때 소나무의 속껍질인 송기를 벗겨 떡도 만들고 죽도 쑤어 먹었다. 송편을 만들 때 솔잎이 필수적이듯 소나무는 대들보가 되기도 하고, 갓난아이가 태어나면 솔가지를 매단 금줄을 쳐서 나쁜 기운을 막았다. 그리고 죽음에 이르러서는 소나무관에 묻혀 자연으로 돌아갔다. 이처럼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소나무에 신세를 짐으로써 우리 민족은 늘 소나무와 함께 살아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온갖 풍상을 이겨내며 언제나 변함없이 꿋꿋하게 서 있는 소나무의 기상(절개와 의지)을 견주어 한민족의 상징으로 표현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민족의 역사 속에 함께하며 애환이 서려 있고, 우리에게 친숙한 소나무가 언제부터인가 우리 곁에서 멀어졌으니 민족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소나무 숲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으로 이어지는 애국가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서울 중심부 중구에 소나무 가로수와 숲을 조성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 우리나라 삼림 면적의 40%를 차지하는 소나무에 대해 우리가 언뜻 알고 있는, 공해에 약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소나무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랄 만큼 환경에 대한 적응능력이 뛰어나다. 흙 한 줌 없는 바위 틈에서도 푸르고 울창하게 자라는 것을 보더라도 그 강인한 생명력을 알 수 있다. 이는 좋은 토양뿐 아니라 다른 나무들이 자랄 수 없는 곳에서도 뿌리를 내릴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는 방증이다. ‘솔이 번성해야 나라가 잘된다.’는 혹자의 말을 기억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100년전 한반도의 70% 이상이 아름드리 소나무로 채워졌던 때처럼 이젠 민족 정기를 지켜온 소나무를 심는 운동에 적극 나서 건강한 서울, 건강한 나라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라고 본다. 이에 필자는 중구의 구목(區木)이요, 잎이 많고 단면적도 넓어서 수증기를 수분으로 만들어 뿜어내는 증산량이 활엽수보다도 더 큰 소나무를 서울 도심에 가로수로 심고, 숲을 조성해 민족의 정기를 되살려 서울시민들에게 소나무의 기상을 불어넣어 서울을 활력이 넘치는 도시로 변모시켜 나가고자 한다. 정동일 서울 중구청장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1800만원 채무도 파산 신청할 수 있나

    Q직장을 1년 쉬는 새 소비를 줄이지 못해 1000만원 정도 빚을 지게 됐습니다. 소액 대부업체들로부터 연 66% 이자로 대출을 몇개 받았는데, 수입이 없어 갚지 못했습니다. 늘어난 빚이 1800만원 정도 됩니다. 재산도 없고, 이제 꿀 곳도 없어 파산신청을 할까 하는데, 나이가 젊고 빚도 2000만원을 넘지 않는 소액이니 법원에서 파산신청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혼해 돌 지난 아이를 데리고 있는 처지라 쉽게 직장을 구할 수도 없는데, 고민입니다. -이성미(24)- A근심하지 마십시오. 지금 상환이 힘들면 이성미씨는 파산신청을 할 수 있고, 공적 부조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파산제도는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있을 것, 즉 지급불능을 요건으로 합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출발점이 다르기도 하고 개인적인 능력도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금액을 기준으로 지급불능이라고 할 것인지도 사람마다 다르다고 봐야 합니다. 이성미씨의 처지에서 1800만원은 갚을 수 없는 빚처럼 보입니다. 중산층 기준에서 보면 적은 금액이라도 지금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노동계층 사람이라면 안정적인 직장에서 여러 해 저축을 해야 2000만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성미씨가 취직을 해 돈을 벌더라도 채무상환에 매달려야 하고, 그 동안은 장래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마련할 저축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 기준에서 보면 적은 금액이라도 채무자 개별여건에서 보면 감당치 못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파산신청이 허용됩니다. 파산법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 말을 듣기보다는 바로 법원으로 가셔서 구조를 청하십시오. 이성미씨는 법률구조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우선 동사무소로 가서 모자가정 등록을 하십시오. 배우자 없이 홀몸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나 아빠는 모자가정이나 부자가정으로 분류돼 부족하지만 약간의 사회보장상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비용을 지원 또는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파산비용도 지원받습니다. 등록하신 뒤 모자가정 확인서를 발급받고 주민등록표 등본도 준비하신 뒤 거주지 파산법원 민원실로 가서 개인파산 접수 담당직원을 찾아 모자가정 해당자로 말씀하시고, 소송구조를 신청하십시오. 직원은 법원이 미리 만든 명부에서 개인파산 소송구조 변호사 가운데 한 명을 지정해 줄 것입니다. 변호사 비용은 국고에서 지원하며, 본인 부담으로는 인지 2000원과 송달료 약간이 들어갑니다. 전국에 있는 법률구조공단에서도 비슷한 소송구조를 제공하며, 이 곳의 직원들도 봉사와 헌신을 직무상 목표로 삼는 분들이기에 비교적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파산신청을 대리하는 특정 직업인들 단체에서 소송구조라면서 제공하는 상담 프로그램은 싼 요금을 미끼로 고객을 유인, 사건이 힘들면 보수증액이 가능하다며 추가비용 명분으로 남들이 보통 받는 것 이상으로 돈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른바 ‘짝퉁’ 소송구조인데, 그나마 비전문가가 상업적인 목적으로 가담한 경우가 많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올드트래퍼드서 부럽지 않은 한가지

    지난 6월3일, 필자는 잉글랜드 올드트래퍼드 경기장에 있었다. 박지성이 활약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이다. 마침 잉글랜드와 자메이카의 평가전이 열렸다. 필자는 올드 트래퍼드의 99가지가 너무나 부러웠다. 권태롭고 억압적인 일상에서 축구가 그야말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금세 알 수 있었다. 올드트래퍼드의 두 시간 동안 축구는 전통이었고 종교였으며, 위대한 축제였다. 엄청난 인파가 몰려 뜨겁게 함성을 지르고 이를 발판으로 빛나는 경기를 빚어내는 그 광경은 축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운 드라마의 절정이었다. 그런데 단 한 가지는 조금도 부럽지 않았다. 오히려 이 때문에 99가지를 다시 해석해야 할 것 같았다. 바로 ‘철저한 통제’였다. 입장하는 과정은, 조금 과장하면 경호원들의 터널을 통과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필요할 경우 경호원들은 몸수색까지 샅샅이 했다. 훌리건 등 일부 팬들의 과잉행동 탓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으나 그럼에도 유행어처럼 ‘이건 아니잖아!’라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기억을 새삼 떠올리는 것은 최근 K-리그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일부 현상들 때문이다. 축구를 아름답게 하는 99가지는 여전히 실현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외려 과잉행동과 사전단속이라는 부정적인 양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어 안타깝다. 지난 20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전. 박진감 넘치는 승부와 팬이 함께 어울리는 잔치 마당이었다. 그런데 북쪽 스탠드 팬들은 잔치를 즐길 수 없었다. 과거 안양 LG와 부천 SK의 연고지 이전을 반대하는 일부 서포터스가 ‘안전상의 이유’로 자리를 옮길 것을 요구받았고, 서포터스는 심심찮게 거친 욕설을 뱉었다. 지난 23일 ‘신 라이벌전’으로 4만 관중을 불러모은 FC서울과 수원의 명승부도 판정 시비 때문에 물병 투척과 거친 욕설로 얼룩졌다. 그 야유와 항의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연고 이전 문제는 축구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이며, 석연찮은 판정 시비는 K-리그의 영원한 숙제이다. 그러나 욕설을 내뱉고 물병, 유리병을 던지고 심지어 깃발에 불을 지르는 것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그래서 걱정스럽다. 이러다가 아름다운 축구 문화가 채 꽃이 피기도 전에 몸수색과 통제가 경기장을 압도하는 것은 아닐까. 열정적인 그라운드 문화가 탄생하기에 앞서 성난 서포터스와 경찰의 쫓고 쫓기는 장외 혈전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한번 상상해보라. 관중은 점점 줄고 서포터스와 선수들, 심판 등 경기 관계자, 여기에 경호원과 경찰까지 더해 날마다 욕설과 난투만 벌어지는 축구장을. 끔찍하지 않은가.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로큰·롤」축제서 고함치다 아기 낳기도

    「로큰·롤」축제서 고함치다 아기 낳기도

    지난번 미국서부 「캘리포니아」「알타마운트」초원에서 벌어진 광란의 「로큰·롤」 음악축제는 문자 그대로 광란의 도가니였다. 더벅머리에 긴 수염을 한 괴상한 차림의 온갖 젊은 남녀 30만명이 볼려들어 일대 광상극을 연출했다. 이 음악축제가 얼마나 소란스러웠던가는 하룻동안의 음악제에서 4명이 죽고 4명의 아기가 탄생했다는 사실이 증명하는 것. 영국서 온 유명한 「로큰·롤」악단인 「롤링·스톤즈」의 연주를 듣기 위한 것이었는데 미국을 순회중인 이 악단의 연주는 가는 곳 마다 대성황이어서 이 곳에서는 숫제 야외로 장소를 정한것. 그러나 막상 그 날이 외었을 때는 새벽부터 장사진. 심한 친구들은 전 날부터 숫제 이곳에서 자면서 자리를 지킬 정도 여서 장내 관리는 처음부터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연주가 시작될 때쯤해서는 30만의 인파가 여지없이 초원을 메웠는데 이들은 또한 모두가 제멋대로 하기를 즐기는 「히피」세대. 그래서 음악회는 성황이었지만 뭣을 연주했고 뭣을 들었는지를 아무도 모를만큼 처음부터 혼란연속. 연주가 시작되자 온 천지에서 괴성이 연발, 아기를 낳은 네산모는 너무 고함을 지르다가 그만조산을 했으며 아기와 아이들은 곧 「앰블런스」로 인근 병원에 후송(?). 환각제 과용으로 병원으로 이송된 한 여자는 「헬리콥터」신세를 졌다. 수백명이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았는데 주취측이 대기시킨 19명의 의사도 감당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이밖에도 어떤 젊은 친구는 소란을 피우다가 경찰을 피하느라 13「피트」깊이의 인근 운하에 빠졌으며 옷을 벗은 무리가 군중을 누비고 다녀고 누구하나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환각제는 현장에서 무진장으로 팔고 있었으며 한 친구는 환각제의 힘으로 온통 옷을 벗어 던지고 30「피트」 높이의 벼랑을 뛰어 내리다가 두 다리가 부러지고 엉덩이가 찢어졌으며 머리가 깨어지는 중상도. [선데이서울 70년 신년특대호 제3권 1호 통권 제 66호]
  • [쿠바는 지금] (상) ‘피델’ 없이도 차분한 아바나

    [쿠바는 지금] (상) ‘피델’ 없이도 차분한 아바나

    중남미 사회혁명의 전초기지 쿠바는 어디로 가는가.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권력을 일시 이양한 지 20여일이 흘렀지만, 쿠바의 향배는 명확해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민주화 프로그램을 작동한다고 공언하고 플로리다만의 망명객들은 카스트로 정권의 붕괴를 목하 기대하고 있지만, 쿠바는 여전히 정중동(靜中動)이다.‘포스트 카스트로’의 향배를 아바나 현지 르포로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아바나(쿠바) 최병규특파원|“피델은 매우 강한 사람이지요. 우린 사회주의자도 공산주의자도 아닌, 피델주의자입니다.” 지난 8월20일.6시간이나 출발이 지연된 ‘아에로 유로파’의 여객기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바라하스 공항을 떠난 지 꼭 10시간만에 아바나의 호세 마르티 공항에 안착했다. 그렇지 않아도 좁다란 청사가 밤 12시를 넘겨 도착한 250여명의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공항 관리들은 매캐한 담배연기 속에 삼삼오오 TV 앞에 모여 위성으로 방영되는 미국의 쇼 프로그램을 보며 깔깔대기만 한다.“사회주의의 맹점은 자본과 물질보다는 시스템 부족에 있다.”는 누군가의 말이 새삼스럽게 와닿았다. “어디서 왔느냐.”는 확인 질문에 ”코레아 델 수르(Corea del sur·남한)라고 간단히 대답한 뒤 굳게 닫혀진 입국심사대 쪽문을 연다. 공항 도착 2시간만이다. ●쿠바와 피델주의자들, 지금은 ‘정중동’ 후텁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나선 청사 앞에서 마리아 로드리게스(48)와 작별인사를 나눴다. 마드리드공항 탑승구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꽤 여러 차례 얼굴을 마주쳤지만 그와 얘기를 시작한 건 아바나 도착 30분 전쯤부터였다. 통로 건너편에 앉아 있던 그에게 넌지시 “피델(카스트로)은 괜찮은 것 같냐.”고 묻자 “피델은 매우 강한 사람”이라면서 “내 자신은 물론 주변의 사람들도 그가 곧 병실을 박차고 나올 것으로 믿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쿠바 사람들은 사회주의자가 아니라 ‘피델주의자’”라고 강조했다. 서울을 떠나기 전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그의 신변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미국 행정부의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러 장의 신문 사진을 통해 건재함을 과시했다.‘사진 조작설’이 나돌자 이번엔 자신의 8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의 기념사진으로 ‘설’을 일축해 버렸다. 그러나 지금 카스트로의 동향 기사는 종적을 감췄다.‘카스트로 와병’ 이후 비교적 상세하게 그의 근황을 전하던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에 관련 기사는 더 이상 실리지 않는다. 아바나의 숙소에서 어렵게 받아든 ‘그란마’,‘후벤투드 레벨데’ 등 쿠바 공산당 기관지들도 그의 동정엔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그리고 카스트로가 다시 침묵에 들어간 지금 쿠바의 모습은 여전히 지난 47년간의 철권통치에 길들여진 ‘평온함’과 미국의 경제봉쇄 조치 이후 계속된, 그리고 치열한 ‘생존 투쟁’이 뒤섞인 ‘정중동’의 상태다. ●불법, 더 이상 불법 아니다 비행기 안에서 만난 마리아는 쿠바 사회주의 혁명의 발원지인 ‘산티아고 데 쿠바’ 출신이다. 아바나국립대학을 졸업한 뒤 한동안 학교 교사를 했던 그는 지금은 아바나항구 주변 ‘아바나 비에하(올드 아바나)’ 구역에서 기념품 장사를 하고 있다. 의사와 교사 등 전문직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한 달 평균 임금은 많아야 625페소(약 25달러) 정도다. 그래서 차라리 외국 돈을 만질 수 있는 장사를 하기로 했다. 부업도 있다. 스페인 북부 빌바오에 살고 있는 외가쪽 먼 친척이 1년에 두 차례씩 초청장을 보내온다. 물론 돌아올 때는 짐이 한 보따리다. 극심한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쿠바에서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보따리 장사’다. 세관의 ‘입막음 장치’는 필수적이다. 사실 이같은 불법은 ‘쿠바노’들에겐 더 이상 불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50년 가까운 혁명과정에서 누적된 서민경제의 피곤함이 불러온,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아바나항 입구 ‘모로요새’에서 만난 루이스 알레한드로(44)는 불법택시를 몰고 있다.‘파나택시’와 ‘OK택시’ 이외에는 전부 불법이다. 그러나 칠이 다 벗겨진 그의 54년형 크라이슬러 지붕에는 버젓이 ‘TAXI’ 간판이 달려 있다. 그 역시 한때 정부 기관에서 통계 연구원으로 일하던 공무원이었지만 5년 전부터 ‘불법’에 뛰어들었다. 그는 “퇴직한 2001년 당시 쿠바 가정의 90% 이상이 한 달을 보내기 위해 불법에 의존하고 있었다.”면서 “‘불법의 일상화’는 요즘 사회 전체에 더 만연돼 있다.”고 털어놓았다. 아들과 딸을 포함해 돈을 버는 네 식구 가운데 고급 호텔에서 팁으로 외국 돈을 만지는 아내가 가장 고소득자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말레콘,‘아바노’들의 마음의 고향 새벽의 ‘말레콘’은 쿠바의 앞날과는 관계없다는 듯 평온하기만 하다. 말레콘은 인구 200만명의 아바나시 4개 구역을 연결하는 약 7㎞의 방파제 해안도로다. 서쪽 미국 특수이익대표부(SIEU)에서 시작, 동쪽의 아바나항구까지 이어지는 이 도로는 관광객들에게는 한 번쯤은 걸어야 하는 명소다. 서민들에겐 일상의 피곤을 터는 휴식처이고, 혁명을 겪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겐 둘도 없는 데이트 장소다. 외교관저 밀집지역인 ‘미라마르’를 출발, 동쪽으로 내디딘 새벽 발걸음이 신흥 개발 구역인 ‘베다도’에 이르자 지난밤 흥겨움과 부산함에 들썩이던 ‘아바노’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쿠바 맥주 ‘부카네로’의 빈 깡통이 나뒹구는 널찍한 방파제 위에서는 아직도 젊은 남녀들이 몸을 비비고 있다. 다음달 결혼을 앞두고 있는 카를로스(27)는 “쿠바가 분명 천국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옥은 더더욱 아니다.”면서 “그건 우리에게 말레콘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내던진 뒤 구 소련제 소형차인 ‘라다’에 약혼녀를 태우고 떠나버린다. 떠오르는 해를 마주보며 동쪽으로 갈수록 아바노들의 지친 삶이 그대로 드러난다. 방파제를 따라 인구 밀집 지역인 ‘센트로’ 구역으로 들어서자 부시 미국 대통령과 아돌프 히틀러의 얼굴을 합성시킨 기괴한 모습의 간판 밑으로 출근 행렬이 이어진다. 건너편 방파제 밑 바닷가에서는 허름한 반바지 차림의 헤수스 파라(66)가 물고기를 잡고 있는 모습이 대조적이다. 그는 지난 1959년 혁명군 소속으로 마에스트라 산맥에서의 게릴라 활동에 이어 아바나 입성까지 카스트로를 따라간 쿠바혁명의 산증인이다. 그는 “미국의 경제봉쇄가 아니었다면 쿠바는 지금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피델과 말레콘이 있는 이상 지금 별다른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cbk91065@seoul.co.kr ■ 카스트로 근황은 지난달 31일 장 출혈 증세로 수술을 받은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근황은 베일에 가려 있다. 다만 그의 건강이 회복되고 있다는 주변 인사들의 간접 증언이 있을 뿐이다. AP통신은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형(兄)으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은 동생 라울 국방장관과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의 인터뷰를 인용해 보도했다. 라울 장관은 “형이 점차 회복되고 있고 치료 과정도 매우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14일 그란마 인터넷판에 공개된 두번째 병상 사진이 가장 최근의 모습이다. 전날 8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카스트로 의장을 방문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라울 장관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창백한 모습에도 밝은 표정을 지으며 차베스 대통령과 웃음을 주고 받는 장면이었다. 국영TV도 같은 날 카스트로 의장이 차베스 대통령과 환담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앞서 13일 공개된 아디다스 운동복 차림의 카스트로 사진도 화제를 모았다. 주먹을 불끈 쥐거나 전화통화를 하는 일상 생활이 드러나 있다. 카스트로를 방문했던 차베스 대통령이 그러나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표현하는 등 고령의 나이를 감안할 때 회복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집권 47년 동안 “혁명가에게 은퇴란 없다.”며 원기를 자랑하던 카스트로의 만년 와병은 쿠바의 변화를 예고하는 전주곡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을 가다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을 가다

    |에든버러(영국) 이순녀특파원|축제 초반에 불거진 ‘런던발 악재’로 축제 분위기가 다소 위축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에든버러행 비행기를 타기 전 평소보다 까다로운 탑승 절차를 거치면서 내심 걱정이 앞섰지만 막상 에든버러에 도착해 보니 전세계를 경악시킨 ‘런던 항공기 테러음모’의 어두운 그림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예년과 다름없이 도시 곳곳에서 공연은 수없이 넘쳐났고, 관광객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폈다. ●인구 50만 소도시에 관광객 40만명 영국 북부의 스코틀랜드 주도인 에든버러는 지금 축제가 한창이다. 매년 8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축제인 프린지페스티벌을 비롯해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필름 페스티벌, 재즈페스티벌, 북페스티벌, 밀리터리 타투(군악대) 등 6개의 축제가 한꺼번에 열리기 때문에 도시 전체가 축제의 열기로 가득하다. 이맘때면 인구 50만의 소도시 에든버러에 4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니 어디를 가나 인파에 휩쓸릴 각오를 해야 한다. 올해로 60회를 맞은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은 우선 규모면에서 다른 공연예술축제를 압도한다. 지난 6일 개막한 올 행사에는 전세계 735개 팀이 261개 극장에서 1860여개의 작품을 공연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연 관계자는 공연의 존재를 알리는 일이 가장 중요한 숙제고, 관객은 수많은 작품 중에서 재미있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고르는 일이 즐거운 고민거리다. 도시 중심의 메인 도로인 하이스트리트는 가장 인기있는 공연 홍보 무대다. 도로 한가운데서 즉석 공연을 펼쳐 순식간에 수백명의 구경꾼을 모으는 공연자가 있는가 하면 아이디어 넘치는 이색 복장으로 시선을 끄는 젊은이들도 상당수다. 관광객들의 손길도 바쁘긴 마찬가지다. 하이스트리트에 있는 프린지페스티벌 박스오피스 앞에는 항상 줄이 길게 서있다. 수첩 가득 공연 스케줄을 적어와서 티켓을 예매하거나 신문 리뷰를 꼼꼼히 읽으며 신중하게 공연을 선택하는 열성 관객들이 상당수다. 아내와 두 자녀를 데리고 뉴캐슬 지역에서 휴가 온 사이몬 엘리엇(43)은 “에든버러에 온 지 3일째인데 그동안 10편의 공연을 봤다.”고 말했다. ●무술 퍼포먼스 ‘점프´ 올해도 대인기 1999년 ‘난타’가 처음 에든버러에 입성한 후 한국 작품들도 꾸준히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있다. 올해 참가작은 지난해 에든버러에서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무술퍼포먼스 ‘점프’(예감)와 무언극 ‘기차’(극단 초인), 어린이 영어뮤지컬 ‘춘향’(극단 서울),‘인형도시, 코리아 판타지’(현대인형극회) 스트리트댄스 퍼포먼스 ‘묘성’(묘성)등 모두 7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프린지페스티벌의 가장 큰 공연장인 어셈블리홀을 차지한 ‘점프’의 인기는 대단했다. 개막 초반 740석 객석이 모두 팔려 올해 페스티벌 참가작 중 가장 먼저 ‘솔드 아웃’을 기록했다.17일 공연에선 기립박수가 나올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태권도, 기계체조, 아크로바틱 등 신기에 가까운 무술 동작에선 탄성이 터져나왔고, 등장인물들의 코믹 연기에선 어김없이 폭소가 터져나왔다.‘점프’는 세계적인 매니지먼트사인 IMG사와 계약을 맺고 해외 시장을 적극 추진 중이며,9월 초 종로 씨네코아 지하에 전용관을 오픈한다.‘점프’를 제외한 한국 작품들에 대한 반응은 썩 호의적이진 않다. 일부 작품의 경우 한국에서 제대로 공연해 보지도 않고 서둘러 에든버러행을 결정하는 등 사전 준비가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나 아쉬움을 남긴다.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은 28일 폐막한다. coral@seoul.co.kr
  • 부산 PIFF광장 해운대 이전

    부산국제영화제의 야외장소로 활용됐던중구 남포동 ‘PIFF 광장’이 해운대로 옮겨진다. 18일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10월12∼20일 열릴 예정인 제11회 영화제부터 PIFF 광장을 해운대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조직위측은 “지난해 유명 배우들의 야외무대 인사때 협소한 장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가 몰려 관객의 안전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고 경찰도 행사 자제를 요청해와 야외무대 이전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Leisure+α] 와인이 제철이래요

    롯데호텔서울 와인레스토랑 & 바 바인은 와인 초보자부터 마니아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테마별 와인 행사인 ‘와인 페스티벌 위크’를 오는 9월1일부터 8일까지 연다. 캐주얼한 와인 스탠딩 파티부터 최정상급 와인들로만 구성된 와인 디너까지 날짜별로 와인 애호가의 관심을 집중시킬 행사들이 가득하다.9월6일 부르고뉴 와인 디너,9월7일 그랑 크루 와인 디너,9월8일 포도 수확 스탠딩 파티 등 다양하고 수준 높은 와인파티가 이어진다. 이밖에도 9월1일부터 5일까지 경제적인 가격으로 만나는 와인 프로모션, 와인과 어울리는 정찬 추천 등도 놓치기 아쉽다.(02)317-7151.
  • 징검다리 연휴 막바지 피서인파

    8월의 둘째주 일요일이자 광복절 징검다리 연휴인 13일 전국의 유원지와 해수욕장은 마지막 피서를 즐기려는 인파로 넘쳐났다. 이날 낮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치솟은 부산의 해수욕장 7곳에는 모두 160만명의 피서객이 몰렸다.해운대 해수욕장 60만명을 비롯해 광안리 40만명, 송정에 40만명의 피서객이 찾아와 바다에 몸을 맡겼다. 강원 동해안도 인파로 북적였다. 강릉 경포해수욕장에 50만여명이 몰린 것을 비롯해 동해 망상해수욕장 30만여명, 양양 낙산 해수욕장 20만여명 등 동해안 10개 해수욕장에 100만여명의 피서객들이 찾았다. 충남 서해안의 주요 해수욕장에도 100만여명의 피서객이 몰렸다. 대구·경북지역의 동해안 해수욕장과 계곡 등도 피서 인파가 몰렸으며 제주도에는 6만여명의 국내외 관람객이 찾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와 성산일출봉 등 도내 유명 관광지를 돌아봤다. 전남 완도 명사십리 해수욕장에는 2만여명이 몰렸고, 보성 율포 해수풀장에도 가족단위 피서객 등 3000여명이 물놀이를 즐겼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인 경남 거제 학동과 구조라 해수욕장,‘코끼리 바위’로 유명한 사천 남일대 해수욕장에도 1만여명이 찾아 해수욕을 즐기며 더위를 피했다. 울산은 낮 최고기온이 34도를 기록한 가운데 진하해수욕장과 일산해수욕장, 강동 몽돌밭 등 바닷가에만 10만여명의 피서인파가 몰렸다.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에도 2만 5000명이 찾아 발 디딜 틈이 없었다.또 서포리 7000명을 비롯해 동막 3000명, 십리포 2000명 등 섬 지역 해수욕장도 막바지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화창한 날씨 속에 산을 찾아 더위를 피하려는 등산객들도 많았다. 충북 월악산 국립공원에는 이날 아침부터 6000여명의 등산객이 몰려 공원 야영장과 송계계곡 등이 만원을 이뤘으며, 속리산 화양계곡과 쌍곡 등에서도 3000명 가까운 인파가 물놀이를 즐겼다. 동시에 1만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의 실내물놀이 시설인 용인 캐리비안베이는 정오부터 만원이 되는 바람에 대기표를 나눠주며 방문객들을 돌려보내기도 했다.전국 종합
  • 징검다리 연휴 막바지 피서인파

    8월의 둘째주 일요일이자 광복절 징검다리 연휴인 13일 전국의 유원지와 해수욕장은 마지막 피서를 즐기려는 인파로 넘쳐났다. 이날 낮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치솟은 부산의 해수욕장 7곳에는 모두 160만명의 피서객이 몰렸다.해운대 해수욕장 60만명을 비롯해 광안리 40만명, 송정에 40만명의 피서객이 찾아와 바다에 몸을 맡겼다. 강원 동해안도 인파로 북적였다. 강릉 경포해수욕장에 50만여명이 몰린 것을 비롯해 동해 망상해수욕장 30만여명, 양양 낙산 해수욕장 20만여명 등 동해안 10개 해수욕장에 100만여명의 피서객들이 찾았다. 충남 서해안의 주요 해수욕장에도 100만여명의 피서객이 몰렸다. 대구·경북지역의 동해안 해수욕장과 계곡 등도 피서 인파가 몰렸으며 제주도에는 6만여명의 국내외 관람객이 찾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와 성산일출봉 등 도내 유명 관광지를 돌아봤다.전남 완도 명사십리 해수욕장에는 2만여명이 몰렸고, 보성 율포 해수풀장에도 가족단위 피서객 등 3000여명이 물놀이를 즐겼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인 경남 거제 학동과 구조라 해수욕장,‘코끼리 바위’로 유명한 사천 남일대 해수욕장에도 1만여명이 찾아 해수욕을 즐기며 더위를 피했다. 울산은 낮 최고기온이 34도를 기록한 가운데 진하해수욕장과 일산해수욕장, 강동 몽돌밭 등 바닷가에만 10만여명의 피서인파가 몰렸다.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에도 2만 5000명이 찾아 발 디딜 틈이 없었다.또 서포리 7000명을 비롯해 동막 3000명, 십리포 2000명 등 섬 지역의 해수욕장도 막바지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화창한 날씨 속에 산을 찾아 더위를 피하려는 등산객들도 많았다. 충북 월악산 국립공원에는 이날 아침부터 6000여명의 등산객이 몰려 공원 야영장과 송계계곡 등이 만원을 이뤘으며, 속리산 화양계곡과 쌍곡 등에서도 3000명 가까운 인파가 물놀이를 즐겼다. 동시에 1만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의 실내물놀이 시설인 용인 캐리비안베이는 정오부터 만원이 되는 바람에 대기표를 나눠주며 방문객들을 돌려보내기도 했다.전국 종합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 “개인워크아웃 개선방안 마련”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여러 금융기관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와 관련해 신용회복위원회가 개인워크아웃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시안을 마련, 채권금융기관들과 논의 중”이라며 곧 개선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올 상반기 파산신청자가 4만 9000명으로 급증했으나 이는 파산신청 제도가 정비되고 면책 허가율이 높아지면서 상환능력을 상실한 채무자가 개인파산 절차를 적극 이용했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데스크시각] 청계천의 첫 여름 ‘상상+’ /박선화 지방자치부장

    개구쟁이들의 물장구 소리가 요란하다. 올젠버그의 작품 스프링의 설치공사에도 아랑곳없이 미니 청계천을 뛰노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총총하다. 때마침 아트페스티벌이 벌어져 여기저기서 추억을 담는 여인네의 셔터 소리가 흥겹다. 청계천의 여름은 그렇게 청계광장에서부터 길손을 맞는다. 계단을 내려선 모전교 아래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어릴 적 개울가만큼이나 왁자지껄하다. 누구랄 것도 없이 그 개울의 추억을 길어올리듯 첨벙첨벙 손발을 적시기 바쁘다. 단지 더운 탓만은 아니리라. 청계천의 첫 여름, 처음 맞는 풍경이 그리 낯설지 않다. 적잖은 시민의 돈 3900억원을 들여 지난해 10월1일 개장한 이래 가을과 겨울, 봄을 지나 한여름 사이로 청계수가 흐르고 있다. 조선시대 세종 시절에야 치수가 목적이었다지만 2006년 여름의 청계천은 그 면면한 역사의 개울을 넘어 시민의 품에 안겨 있다. 하루 5만명이 넘는 인파가 찾는다는 청계천에서 시민들은 성하의 선물을 즐기고 있다. 모전교에서 고산자교에 이르는 22개의 다리 밑은 모두가 도심 피서지의 명당으로 자리잡았다. 예의 돌계단마다엔 애틋한 연인과 자녀를 거느린 부모, 여유를 즐기는 중년, 백발의 지기들도 물장구에 고단함을 풀어 보낸다. 압권이야 역시 또래 아이들의 천연욕만 하랴. 허리춤 깊이의 물 속에선 아이들의 자맥질하는 모습이 절로 웃음을 짓게 한다.3대가 손잡고 내를 건너거나 벽안의 외국소녀들이 물장구치는 모습은 정겹기까지 하다. 간간이 버들치와 붕어, 피라미들이 놀라 쏜살같이 달아나는 모습을 살필라치면, 광교까지 진출한 잠자리가 콧등을 스치기도 한다. 수변 수양버들과 우거진 수풀 사이론 야생화와 잡초가 어우러져 물씬 시골정취를 풍긴다. 어느덧 이름모를 풀벌레가 눈에 띄고, 여치가 가을이 곁에 왔음을 알린다. 이처럼 청계천은 불과 1년새 시민 모두의 넉넉한 쉼터로 자리잡았다. 홍수에도 시공상 큰 하자가 발견되지 않았고, 시설물의 파손도 거의 없다. 특히 식물의 활착은 도심 생태하천의 복원 의미를 넘어 누구에게나 친구로 다가설 정도로 가까워졌다. 청계천을 걸을 때마다 세 가지 색깔을 더듬어보곤 한다. 청계수가 탁수가 되어 어둠에 갇혔다가 우리품에 돌아온 역사적 사연을 더듬다 보면, 열섬현상을 빚어내는 콘크리트 빌딩들이 그리 밉지만은 않게 된다. 청계천 복원이 누구의 치적이라기보다 당시의 치수(治水)처럼 오늘날 이수(利水)의 혜택을 시민들에게 가져다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계천변에는 여전히 고단한 삶이 존재한다. 수표교에 이르자 리어커에 기대 지쳐 보이는 한 상인이 눈에 띄었다. 단지 그뿐일까. 많은 상인들이 청계천에 밀려 아직도 생계의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서울시의 세심한 정책 배려가 아쉽다. 또한 동대문타운 개발에는 친환경적이면서도 개발수요를 조화시키는 방안이 강구됐으면 한다. 동대문운동장을 지하로 개발하는 대신 지상은 녹지공원으로 해 관광수요를 한껏 높이는 것이다. 세운상가지구는 층고를 최대한 높여 랜드마크화하되 그만큼 녹지를 늘리면 생산성과 환경보전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청계천의 끝에서 서울숲에 이르는 길에도 멋지고 다양한 운송수단을 갖춘다면 관광상품으로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청계천의 참뜻은 물이 흐르고 싶은 대로 살려둔 데에 있다. 그 물이 흘러 자연을 되살리고, 그 자연이 벌써 도시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서울시가 청계천과 한강을 시민에게 더욱 값지게 되돌려주려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할 참이다. 자연이 개발을 치유하는 지혜를 발휘해주길 기대한다. 박선화 지방자치부장 pshnoq@seoul.co.kr
  • [월척 樂漁 웰빙 樂漁] 춘천 ‘오월낚시터’

    [월척 樂漁 웰빙 樂漁] 춘천 ‘오월낚시터’

    지겨울 정도로 퍼붓던 장맛비가 사라지자 이번엔 폭염이 온세상을 녹여 버릴 듯한 기세로 지면을 달구고 있다. 숨쉬기조차 버거워 더더욱 물가가 그리운 요즘이다. 그러나 마침 휴가철과 겹쳐 전국의 고속도로가 주차장처럼 변해 버린 터라 선뜻 집밖을 나서기가 쉽지 않은데…. 수도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피서와 낚시, 두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차디찬 계곡수가 유입되는 곳으로 어종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곳이 있다. 아직 유명세를 타지 않은 오월낚시터가 바로 그곳. 춘천댐 지류인 머구넘이 부근에 위치해 있다. 서울에서 한시간반이면 넉넉하다. 해오름때면 상류에 위치한 계곡이나 인접한 집다리골 휴양림에서 시원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해거름이면 낚시터 수상좌대에서 시원하고 편한 잠자리와 밤낚시를 즐길 수 있다. 간단한 양념만 준비하면 이곳에서 낚은 마자와 모래무지, 붕어, 누치 등으로 민물고기찜을 맛볼 수도 있다. 깎아지른 산세와 맑고 푸른물이 어우러진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7년전 서울에서 이곳으로 이주했다는 관리인 최재옥(57)씨는 수상좌대 십여동을 물위에 띄우고, 모터보트도 서슴없이 운전하는 마음씨 착한 시골아주머니.“춘천댐에선 유일한 토종붕어터”라며 자랑이 대단하다. 또 봄이 늦게 오고, 겨울이 일찍 찾아오기 때문에 “5월부터 물낚시가 시작돼 11월이면 겨울철 빙어 낚시준비를 해야 한다.”고 전해 준다. 필자도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식히기 위해 아내와 함께 수상좌대에 올랐다. 옆좌대에서 낚시를 하던 이성훈(서울·45)씨는 “민물고기는 거의 다 있다고 할 정도로 낚이는 어종이 다양하다.”며 “요즘같이 기온이 상승할 때면 토종붕어 월척이 잘 낚인다.”고 귀뜸했다. 이씨의 채비를 보자. 원줄 3호, 목줄 2호에 가지바늘 2봉을 사용하고 있다. 낚싯대는 짧은 대로 편성하는 것이 유리하다. 미끼는 곡물류 떡밥과 지렁이를 사용하는데, 둘다 잘 먹힌다. 하룻밤 조과는 월척급 1∼2수를 포함해 15수 정도는 무난하다. 해거름이 시작될 즈음 아내의 작은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졌다. 얼굴가득 함박웃음을 머금은 아내를 보며 “도와줄까?”라고 하자,“손맛을 톡톡히 보아야 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제법 큰놈이 걸렸는지 저항이 만만치 않다. 제대로 제압을 못하던 아내는 물고기와의 싸움에서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더니 급기야 “여보∼이거 도와줘∼” 오월낚시터에는 수상좌대 10동, 방갈로 2동 등이 갖춰져 있다. 이용료는 모두 5만원. 이곳 식당의 자랑거리가 민물고기찜이다. 고기마다 간이 잘 배어 있고, 비린내나 흙내음이 전혀 없다.3만원. 백반류는 5000원을 받는다. 문의 (033)244-7907. # 가는길 경춘국도→강촌→의암댐 못미쳐 춘천댐 이정표 진입→춘천댐→오월리 좌회전→오월낚시터. 글 사진 춘천 김원기 낚시사랑 편집부장studozoom@naver.com # 조황정보 ◇ 민물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댐이나 대형 계곡지쪽으로 출조객들이 몰리고 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일 때까지는 이런 추세가 지속될 듯하다. ●수도권 안성의 두창지, 덕산지 꾸준한 조황. 고삼지 조황도 살아날 듯. 강화의 누산수로, 평택의 진위천·평택호도 호조황. ●충청권 예당지, 대호만 등의 조황이 저조한 가운데 청양권 소류지 대물낚시에서 월척급 낱마리. 충주호는 많은 양의 유입수로 낚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탄금호는 월척급 다수 배출. ●영남권 경북지역 수위가 안정되면서 조황도 살아나는 편. 경남 합천호는 꾸준한 조황. ●호남권 전남지역 죽암수로 떡붕어 잔씨알 20여수. ●강원권 집중호우 이후 조황이 주춤한 상태. 파로호 상류권 출조객 몰렸으나 조황은 떡붕어 낱마리로 저조. 소양호 출조객 주춤. 도로사정 확인후 출조를 결정해야 할 듯. ◇ 바다 해수욕장 주변 방파제로 출조를 겸한 피서객들이 몰리고 있다. 특히 목포 금호방파제에는 갈치낚시 인파가 많이 몰릴 듯. ●동해권 강원도 고성의 선상 가자미낚시 호조황. 경북 영덕지 방파제와 갯바위에선 벵에돔 호조황. 양포항 방파제 벵에돔 낱마리. 경주지역 선상 도다리, 우럭 호조황. 울산지역 동방 전갱이입질 활발. ●남해권 부산지역 부진한 조황중에 감성돔 낱마리. 욕지도, 추도 갯바위 참돔 낱마리. 매물도 참돔, 부시리 호조황. 미조지역 갯바위 참돔과 벵에돔 낱마리. 여수 소리도, 안도 벵에돔과 참돔 호조황. 삼부도 대형 돌돔 마릿수조황. ●서해권 목포 금호방파제 갈치낚시 시즌돌입. 부안 숭어 낱마리. 군산 어청도 부시리와 돌돔, 북방농어 낱마리. 태안 선상 우럭낚시 호황.
  • [09일 TV 하이라이트]

    ●추적60분(KBS2 오후 11시5분) 개인파산제도는 빚의 수렁에 빠져 회복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유일한 탈출구가 되고 있다. 그러나 파산 후,`면책자´라는 낙인 때문에 자신들의 인권마저 행사할 수 없다며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면책자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이들이 겪은 개인파산, 면책제도의 현 주소를 분석한다.   ●살림의 여왕(EBS 오전 11시) 중고차 부분 ‘살림 여왕’ 홍은정 주부.4년 전 97년식 소형 중고차를 구입하여 고장 없이 이용하고 있다. 지금은 더 큰 차가 필요해 역시 중고차를 구입하려고 정보를 모으고 있다. 홍씨로부터 중고차를 저렴하고 똑똑하게 구입하는 비결, 그리고 중고차를 고를 때 꼼꼼히 살펴야 할 점을 알아본다.   ●오버 더 레인보우(MBC 오후 9시55분) 희수는 렉스 후속곡 쇼케이스 때 뮤직비디오 시사를 하면서 희수를 소개한다는 상현의 말에 미소를 짓는다. 혁주는 희수와 렉스가 같이 있는 사진이 신경쓰이지만 애써 태연한 척한다. 한편, 쇼케이스 날 한껏 꾸미고 행사장에 간 희수는 뮤직비디오 속 자신의 모습이 편집된 것을 알고 깜짝 놀란다.   ●환경스페셜(KBS1 오후 10시) 태평양 한가운데의 갈라파고스 제도는 13개의 큰 섬과 6개의 작은 섬, 그리고 수많은 암초들로 이루어졌다. 생명이 살 수 없을 것 같던 불모의 땅은 육지와 격리된 채 고유한 생태계를 형성하며 풍성해졌다. 다양한 어종과 그들이 만들어낸 복잡한 먹이사슬로 얽힌 바다 세상을 고화질 영상으로 만나본다.   ●클로즈 업(YTN 오후 1시20분)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고, 대북 제재 수위를 둘러싼 이견이 노출될 정도로 한·미 공조도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반기문 외교부장관으로부터 북한 미사일 발사 대책 등 최근 외교현안에 대한 해법을 들어본다.   ●체인지 업! 가계부(SBS 오후 7시5분) 집에서 밥 먹어 본 기억이 가물가물한 남편 김현빈의 하루 평균 외식비는 약 10만원. 휴직 중인 아내 선미씨는 어떤가. 태교를 위해 구입한 뒤 그대로 방치한 바이올린, 피아노 등 불필요한 살림 구입비가 총 2200만원에 달한다. 방송계의 소문난 살림꾼 김혜영이 이들 부부에게 살림 노하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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