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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넥타이 풀고 의총 참석 安, 이준석과 10초간 악수하며 대화 ‘눈길’

    넥타이 풀고 의총 참석 安, 이준석과 10초간 악수하며 대화 ‘눈길’

    “의원님, 인사드리려고요. 수고 많으십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지방선거 후 처음 열린 의원총회에서 “초심자의 입장에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일찌감치 회의장에 도착한 안 의원은 당내 의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건네며 ‘눈도장’을 찍었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하고 당직자, 당원, 당협위원회가 노력해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3·9 대선,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를 잘 넘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의원은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되면서 국민의힘에 3선 중진(경기 성남시 분당갑)으로 합류했다. 최근 제3지대를 떠나 집권여당 소속이 된 만큼, 겸손한 자세로 새로운 당내 기반을 닦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는 “저는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하면서 정부에 많은 네트워크를 갖게 되는 행운을 누렸다”며 “혹시 그런 일들이 필요하신 분들이 계시면 같이 협력하고 저도 정부의 발전을 위해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집권여당 새내기 의원’의 면모도 눈에 띄었다. 안 의원은 이날 총회가 시작하기 전 회의장을 돌며 당내 의원들에게 악수를 건넸다. 한 의원이 좌석에 앉아 서류를 읽고 있자, 조용히 뒤에서 기다렸다가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네는 모습도 포착됐다. 국민의당 대표 시절 항상 넥타이를 착용했던 것과 달리 ‘노타이’ 차림이었다.이준석 당 대표와의 ‘긴 악수’도 이목을 끌었다. 이 대표도 회의장에 일찍 도착해 당내 의원들과 인사를 나눴는데,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이 마주치자 서로 팔을 뻗어 악수를 건넸다. 이 대표와 안 의원은 손을 맞잡은 채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약 10초간 대화를 나눴다. 한편 안 의원은 이날 당선자 인사말을 통해 ‘민생 위기 극복’을 강조했다. 그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을 한국 경제에 비유하면서 “거의 40년 만에 가장 큰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를 덮고 있다”며 “미국·일본·프랑스는 전부 올해 긴축재정에 들어갔는데, 우리나라는 정반대 상황”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우리나라는 다른 긴축재정을 하는 선진국들과 달리 반대로 확장재정을 하고 있고,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인데 금리를 많이 올리다 보면 가계부담이 엄청나다. 확장재정 때문에 금리를 올려도 효과는 반감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앞으로 2년 정도가 우리에게 엄청난 위기”라며 “우리뿐 아니라 전 국민들이 (위기 상황을) 공유하고, 더 나아가 야당에게도 이 문제에 대한 협조를 얻어서 이 위기를 잘 이겨내야 우리나라의 미래도 있고 차기 총선도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 ‘지구 피부’ 이끼야 고맙다… 전 세계 먼지 방출 55% 감소

    ‘지구 피부’ 이끼야 고맙다… 전 세계 먼지 방출 55% 감소

    토양 표면에 사는 미생물과 이끼라고 부르는 지의류, 무관속식물이 온난화로 발생하는 먼지를 막아 준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알메리아대 작물학과 연구진을 중심으로 독일, 스위스,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오스트리아 6개국 14개 연구기관 과학자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팀은 지표면을 덮고 있는 생물학적 지각(地殼·바이오크러스트)이 전 세계 먼지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감소시킨다고 22일 밝혔다. 연구에는 독일 막스플랑크 화학연구소, 막스플랑크 기후학연구소,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ETH) 대기기후과학연구소, 미국 지질조사국(USGS),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UCSD) 스크립스 해양과학연구소 등 전 세계 주요 연구기관들이 참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구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5월 17일자에 실렸다. 바이오크러스트는 땅 위에 사는 미생물과 이끼처럼 줄기가 없는 무관속식물, 균류(곰팡이)와 광합성을 하는 조류가 공생하는 지의류가 이룬 군집이다. 전 세계 육지 표면의 약 12%를 덮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오크러스트는 토양 안정성을 높여 침식을 막아 주는 지구의 ‘피부’다. 연구팀은 바이오크러스트가 기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대기먼지(에어로졸)와 전 지구 순환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바이오크러스트는 전 세계 먼지 배출을 55%까지 줄여 연간 약 7억t의 먼지 방출을 막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변화가 계속되고 토지 개발로 인해 바이오크러스트가 손상되면 2070년쯤엔 전 세계적으로 대기먼지가 현재보다 최대 15%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나오는 것처럼 모래폭풍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경고다.
  • [아하! 우주] 다른 별에서 온 그대…외계 천체, 2014년 지구에 떨어졌다

    [아하! 우주] 다른 별에서 온 그대…외계 천체, 2014년 지구에 떨어졌다

    지난 2017년 10월 마치 시가처럼 길쭉하게 생긴 특이한 외형을 가진 천체가 발견돼 전세계 천문학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미국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에이브러햄 러브 석좌교수 연구팀이 발견한 이 천체의 이름은 ‘오무아무아‘(Oumuamua)로 태양계 밖 곧 '외계에서 온 첫번째 손님'으로 발표됐다. 당시 오무아무아는 베가(Vega)성 방향에서 시속 9만2000㎞의 빠른 속도로 날아와 태양계를 곡선을 그리며 방문한 후 페가수스 자리 방향으로 날아갔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라이브사이언스 등 과학 전문매체들은 오무아무아보다 3년 앞선 지난 2014년 외계 천체가 지구로 날아와 대기권에서 폭발해 바다에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름도 명명되지 않은 이 천체는 지름이 0.45m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작은 크기로, 지난 2014년 1월 8일 시속 21만㎞ 이상의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와 파푸아뉴기니 북쪽 남태평양 상공에서 폭발했다. 만약 대기권에서 다 타지않고 남아있다면 남태평양 어딘가에 외계 운석이 떨어진 셈이다.이같은 사실은 최근 미국 우주사령부(USSC)의 자료가 기밀 해제되면서 뒤늦게 확인됐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 2019년 하버드 대학 천체물리학 연구팀이 이미 이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이다. 당시 연구팀은 이 천체의 속도와 궤적 등을 분석한 결과 태양계 너머에서 온 것을 밝힌 논문을 썼지만 동료 심사를 받거나 과학 저널에 발표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논문에 반드시 필요한 일부 데이터를 미 정부가 기밀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당시 논문의 주요 저자인 천체물리학자 아미르 시라즈 박사는 "과학계가 이 천체의 연구를 다시 진행할 수 있도록 연구 논문을 발표할 계획"이라면서 "당시 운석이 바다에 떨어져 사실상 찾기 불가능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과 함께 이를 회수하기 위한 탐사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천체가 외계에서 온 것으로 과학계의 공식 인정을 받는다면 지구 대기권에 들어온 최초의 인터스텔라 천체가 된다. 물론 이는 오무아무아처럼 인류가 발견한 첫번째일 뿐, 실제로는 지구 역사상 이같은 일이 많다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 ‘고요의 바다’ 최항용 감독 “한윤재 대장 결말은…”

    ‘고요의 바다’ 최항용 감독 “한윤재 대장 결말은…”

    넷플릭스서 한국 첫 SF 드라마 도전“개발중인 과학 기술 토대로 만들어”박은교 작가 “인류 생존을 위한 선택우리가 어떻게 해야할까 묻고 싶었다”“조금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SF는 가짜라고 볼 수 있어요. 이 가짜를 어떻게 진짜로 느껴지게 할까를 가장 많이 고민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고요의 바다’ 최항용 감독은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첫 우주 SF 드라마에 도전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2014년 미장센 단편영화제를 통해 발표한 동명의 작품이 시리즈로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최 감독은 “처음 장편 영화로 제안 받고 들떠 있었지만 중단됐다”며 “넷플릭스로 가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답했다. 배우 정우성이 제작하고 공유·배두나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고요의 바다’는 지구에서 고갈된 물을 찾아 달로 간 대원들이 특수 임무를 수행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그린다. “자원 고갈, 기후 변화, 계급 갈등 등 다양한 메시지를 녹이고자 했다”는 그는 “물이라는 소재가 중요하고 이를 먼 우주의 얘기로 국한 시키지 않고 우리의 삶과 연결시키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원 고갈과 인권 등에 대한 메시지로 이어졌다”고 했다. 달 표면과 달 연구기지 ‘발해’ 구현은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다. 2700평 규모 세트를 만들기까지 콘셉트 아트 작업을 거치고, 3D로 가상 기지를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했다. 여기에 블루스크린 대신 실제 합성될 그림을 보면서 촬영할 수 있는 최신 기술인 LED 월(wall)을 활용했다. 최 감독은 “영화 에일리언, 인터스텔라와 실제 우주정거장 등 레퍼런스가 있었지만 그보다 현재 개발 중이거나 이론적으로 거론 된 기술을 토대로 만들려 했다”고 덧붙였다. 각색을 맡은 박은교 작가도 서면을 통해 “상상했던 것보다 세트 규모와 완성도가 훌륭해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대본 작업 내내 “과연 이 장면이 구현될 수 있을까 고민이 컸다”는 박 작가는 “해외 작품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달 지면이 잘 나왔다”고 자평했다. 영화 ‘마더’, ‘키친’, ‘미쓰홍당무’ 등을 필모그래피에 올린 박 작가는 각색에 참여한 계기에 대해 “최 감독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제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라 시나리오부터 먼저 봤다”고 설명했다. 원작은 등장 인물도 적고 공간도 협소하지만 더 밀도 있는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작품이었고,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매력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SF 장르에 대한 제작 노하우나 관련 전문가도 소수이다 보니 어려움도 많이 겪었지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의 자문을 얻어 8부작을 완성했다. 박 작가는 “생존의 위협 앞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우리는 과연 생존할 가치가 있는 인간인가’를 되묻게 한다는 주제를 강조하고 싶었다”며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 모두가 인류의 생존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고민하게 하는 구성을 의도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선택의 문제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은 한윤재(공유) 대장이다. 대원들을 탈출시키고 자신은 기지에 남았던 한 대장은 살아남았을까. 두 사람은 “안타깝지만 죽었다고 보는 게 가장 적절하다”고 답했다. 박 작가는 “한 대장도 자신이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고 느끼며 눈을 감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보시는 분들은 또 다른 가능성, 윤재가 살아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계속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즌 2 계획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최 감독은 “박 작가와 아주 러프하게 주고받은 정도”라며 “만약 시즌2가 제작된다면 ‘월수’와 ‘루나’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더 밝혀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 미국 첫 우주인의 딸 “우주의 가장자리를 본 최초의 부녀”

    미국 첫 우주인의 딸 “우주의 가장자리를 본 최초의 부녀”

    ‘셰퍼드가 셰퍼드했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셰퍼드의 딸이 셰퍼드 했네’가 맞겠다.’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이 11일(현지시간) 세 번째 유인 우주여행에 성공했는데 6명의 탑승자 가운데 가장 눈에 띈 인물이 미국 최초의 우주인인 앨런 셰퍼드의 딸 로라 셰퍼드 처칠리(74)였다. 블루오리진의 우주선 ‘뉴 셰퍼드’는 오전 10시(동부시간)쯤 민간인 승객 6명을 태우고 우주의 가장자리가 시작된다고 여겨지는 고도 107㎞까지 올라갔다가 지구로 무사히 귀환했다. 텍사스주 시골 마을 밴혼 인근의 발사장 ‘론치 사이트 원’을 떠나 수직으로 날아오른 뒤 10분 13초의 여행을 마치고 서부 텍사스 사막에 착륙했다. 아버지 앨런이 1961년 5월 5일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너배럴에서 머큐리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아간 지 60년 만에 부녀 우주여행 기록을 쓴 처칠리는 마중 나온 베이조스에게 아버지와 달리 자신은 무중력 상태에서 유영하며 우주여행 시간을 즐겼다고 말했다. 부친은 좌석에서 안전벨트를 맨 채 비행 내내 일해야 했지만, 자신의 우주여행은 달랐다는 것을 내세운 것이었다. 하지만 딸의 비행 시간은 아버지의 첫 모험에 견줘 5분 짧았고, 고도는 186㎞ 낮았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그녀는 1998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1971년 아폴로 14호를 타고 달에 가 표면을 걸었을 때 우주선의 작은 조각과 기억들을 함께 가지고 왔다. 처칠리는 “지구로 돌아오며 아버지를 생각했다. 아버지는 나만큼 즐기면서 내려오지 못했겠구나 생각했다. 그는 일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나서 일해야 했다. 난 그저 남이 태워줘 여행했다”고 털어놓았다. 베이조스가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 부녀를 염두에 둬 그녀를 초대했을 것이란 생각마저 든다. 처칠리와 마찬가지로 베이조스의 초청을 받아 무료 여행을 즐긴 이는 미국프로풋볼(NFL) 스타에서 ABC 방송 ‘굿모닝 아메리카’ 진행자로 변신한 마이클 스트레이핸이 있었다. 돈을 낸 손님으로는 우주탐사 기업 ‘보이저 스페이스’의 최고경영자(CEO) 딜런 테일러, 발명가 에번 딕, 투자·마케팅 업체 ‘베스 벤처’ 창업자인 레인 베스와 그 아들 캐머런 베스 등 넷이었다. 뉴 셰퍼드가 정원 6명을 채워 비행한 것은 처음이다. 스트레이핸도 비행 경험이 “비현실적”이고 “기대 이상”이었다며 또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베이조스는 “다음번에는 돈을 내야 한다”고 응수했다. 블루오리진은 이번 여행으로 유료 승객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안정적 사업 기반을 구축했음을 재확인했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평가했다. 블루오리진은 새해에 두 달에 한 번꼴로 여섯 차례 이상 우주선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지구 저궤도 비행은 짧지만 몇 분간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면서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이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올해는 가장 많은 13차례의 민간 유인 우주여행이 이뤄진 해였다. 블루오리진이 베이조스를 포함해 민간인 14명을 우주로 보냈고, 영국의 버진갤럭틱도 창업자이자 억만장자인 리처드 브랜슨을 태운 비행을 포함해 두 차례 우주비행 실험을 했다.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역시 4명의 민간인을 사흘간 우주로 보내는 ‘인스피레이션 4’ 미션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러시아도 여배우와 영화 프로듀서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냈다.
  • [문화마당] 이 글을 언제 어떻게 읽고 있을까/최나욱 건축가·작가

    [문화마당] 이 글을 언제 어떻게 읽고 있을까/최나욱 건축가·작가

    다들 이 글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읽고 있을까. 틀어 놓은 음악이 있는지, 있다면 어느 연주일 것인지, 타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시간 동안 읽고 있는 건지 혹은 지겨운 웹서핑을 하다 우연히 읽기 시작했는지 알 수가 없다. 잠은 좀 잘 잤는지, 저녁은 맛있게 먹었는지. 하잘것없어 보이는 생각을 왕왕 떠올린다.  그러나 그렇지만도 않은 건 정말로 이것들이 우리가 무언가를 감상하는 경험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막연히 같은 걸 보고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각자의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감상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감정을 동기화할 수 없으니 다만 모른 척 미뤄 둘 뿐이다. 간만에 붐비는 영화관을 보며 얼마간 미뤄 두었던 감상의 전제조건에 대해 생각한다. ‘듄’이라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개봉하자 이 영화는 반드시 아이맥스로 봐야 한다는 요건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주장은 이렇다. 집에서 보거나 일반 영화관에서 보는 것은 “그 영화가 아니”라고. 그러니 “다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맥스관을 예매하려면 웃돈까지 줘야 하는 상황이 일전에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의 경우를 떠올리게 한다. 같은 것을 봤는데 같은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도 같은 슬픔인데 같은 슬픔이 아니라고 하는 것보다는 한결 다행일까. 감정의 동기화는 불가능한 영역이지만, 적어도 이것은 형식과 매체의 문제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같다고 착각하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을지언정 그것의 형식을 어떻게서든 조금이라도 맞춰 볼 수 있으며, 나아가 언제나 다를 수밖에 없는 필연성 그 자체를 다뤄 볼 수 있다. 일찍이 현대미술은 여기에 좀더 예민해 왔던 분과다. 스피커를 어디에 몇 개 설치할 것인지, 작품을 어느 거리에서 볼 수 있는지, 시작점과 끝점이 없는 영상은 어느 시점에서부터 봤는지 등. 내용 이상으로 형식에 매진해 온 역사가 짧지 않다. 그렇기에 나는 전시 디자인에 참여할 때면 그저 작품을 지탱하는 좌판을 만든다기보다 어떤 환경을 조성하느냐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곤 한다. 물론 우연적인 것은 관여할 도리가 없다. 어떤 사람과 어느 대화를 하며 어떠한 감정으로 있느냐에 따라 모든 형식과 내용이 뒤바뀐다. 괜히 창작자들이 관객석을 어슬렁거리는 게 아니다. 어느 영화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영화의 상영관을 몇 번씩 찾는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과연 어디서 웃고 어디서 우는지 궁금해서 말이다. 어느 각본가는 글을 읽을 때 특정 음악을 함께 틀어 달라고 요청한다. 쓸 때의 자신과 읽는 누군가의 정서를 최대한 동기화하기 위해서다. 의도한 바가 맞으면 맞는 대로, 틀리면 틀린 대로 흥미로운 경험일 따름이다. 건축은 경우의 수가 좀더 다양한 것 같다. 계절과 시간마다 달라지는 풍광은 물론 사람들이 이용하는 방식과 관심 갖는 지점이 늘 예상을 벗어나기 일쑤다. 우연히 만들어진 부분을 디테일로 발견해 사진 찍고, 예상치 못한 시야각을 찾아내며, 전혀 다른 용례를 만들어 내기까지 한다. 최근 들어 건축의 형식이 공간이 아니라 평면으로 옮겨지고, 트렌드에 발맞추어 일부러 포토스폿을 지정하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경우 다양성과 우연성을 담보하고 있다. 직접 만들어 놓고도 “이런 것도 있었구나” 내지는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하고 놀란다. 어떤 경우 나와 동기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상호작용이 불행을 주지만, 어떤 경우에는 상반된 관찰과 감상이 즐거운 상상력을 제공하기도 한다. 같은 것을 보지만 늘 다를 수밖에 없다는 필연성. 그럼에도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불가역성이 일련의 형식에 대한 담론을 만든다.
  • 시간이 비켜 간 사이 청춘이 움트다

    시간이 비켜 간 사이 청춘이 움트다

    시간이 자라처럼 느리게 가는 도시가 있다. 충북 청주다. 이 도시에선 시간이 왜곡돼 흐르는 듯하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 밀러 행성처럼 말이다. 이 행성에선 1시간이 지구의 7년과 같다지. 어쩌면 이 도시에서 불과 몇 시간을 보냈는데도, 도시 밖에서는 벌써 수십년의 시간이 아주 바삐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청주는 다른 지역들과 달리 ‘원도심’이라 할 만한 곳이 많지 않다. 하긴 시간이 더디게 흐르니 옛것이 그리 낡아 보일 리도 없을 터다. 한데 도드라진 여행지는 없어도 다녀온 이들마다 편안하고 좋은 곳이라며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우는 곳이 청주이기도 하다. 이제 전하려는 건 그 무색무취의 도시 안쪽에서 길어 올린 풍경들의 이야기다.무서움은 종종 낯섦에서 시작된다. 어딘가 다른 모습, 익숙하지 않은 형태와 마주할 때 본능적으로 경계가 시작된다. ‘탑동양관’의 건물들을 마주할 때 느낌이 딱 그랬다. 우리 전통 기와를 올린 적벽돌의 서양풍 건물은 대낮인데도 어딘가 기이한 느낌을 안겼다. 저 단단한 적벽돌집 지하실 어디선가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뭐, 그만큼 이질적이고 독특했다는 뜻이다. 과장은 좀 보탰지만. 탑동양관은 ‘탑동에 있는 서양식 건물’이란 뜻이다. 일제강점기인 1911년부터 1932년(시초에 대한 기록이 저마다 달라 청주 역사 책자를 기준으로 삼았다)까지 세워진 여섯 채의 건물이 탑동 언덕에 일렬로 늘어서 있다. 국내 어디서도 이런 형태의 경관은 마주한 기억이 없는 듯하다. 건물을 지은 이들은 미국의 북장로교 선교사들이다. 한국명 ‘민노아’(프레드릭 S 밀러) 등이 청주 외곽의 구릉지대에 정착하면서 숙소와 병원 등으로 쓰기 위해 지었다. 당시 듣도 보도 못했던 유리, 스팀 보일러, 수세식 변기 등의 건축 재료들이 건물 신축에 쓰였다. 탑동양관을 비롯한 선교촌의 당시 면적은 얼추 5만평에 달했다고 한다. 건물은 저마다 개성이 있다. 전통과 양식이 혼재된 건축물이란 공통점만 제외하면, 입구부터 처마까지 다 다르다. 건물은 할리우드 ‘로코’ 영화의 배경으로 쓰일 법한 몸체에 전통 기와가 얹혀진 형태다. 팔작이나 우진각 등의 한옥 지붕이 경계면에 약간의 변형만 준 것과 달리, 이 양관들은 지붕 가운데 기와를 여러 개의 처마처럼 겹쳐 놓거나, 세우는 등 다양하게 멋을 냈다. 청주 사람들조차 탑동양관을 모르는 이가 태반이다. 여학교 안에 있어서다. 졸업생 등 일부 외엔 탑동양관의 존재 자체를 몰랐을 것이고, 설령 알았다 해도 겁 없이 여학교 교정을 드나들 이는 아마 없었지 싶다. 탑동양관을 둘러싼 일신여중·고교 역시 선교를 위해 세운 ‘미션스쿨’이다. 다만 연혁은 탑동양관보다 짧다. 탑동양관은 모두 6개동이다. 이 가운데 후문 밖의 1호 양관은 개인에게 팔렸고, 2호는 충북노회 등의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덕혜옹주’ 등의 영화와 드라마 등이 양관 2호에서 촬영됐다. 학교 안에 있는 건 3호~6호다. 1호를 제외하면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주변 건물에 올라가 보면 탑동양관이 처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파트를 앞세운 도시화 물결은 이미 학교 담장 옆까지 밀려들었다.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개발 욕망의 틈바구니에 낡은 문화재가 옹색하게 낀 모양새다. 일신여중·고처럼 ‘미션스쿨’이었던 인근의 세광중·고교는 진작에 도시 외곽으로 밀려났다.다행히 옛 건물은 학생들 사이에서 아직 숨을 쉬고 있다. 교목실, 다도실, 상담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여학교 교정에 있다 보니 잘못 얼쩡댔다간 ‘경을 칠’ 수 있다. 등하교 전이나 주말 등 여학생들이 교내에 없는 동안에 학교 측의 양해를 얻어 들여다봐야 한다. 모든 게 느린 청주지만 빛의 속도로 사라진 것도 있다. 영화관이다. 서울에선 전통의 영화관 폐관 소식이 최근에야 관심을 끌었지만, 청주에선 이미 수십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복합상영관의 출현 때문은 아니었다. 공룡 멸종처럼 원인 불명인 채 한순간에 사라졌다. 청주엔 영화관이 많았다. 예나 지금이나 중소도시 수준을 겨우 넘는 곳치고는 꽤 많은 편이었다. 청주대 앞 청도극장, ‘2편 동시상영의 명가’ 자유극장, 싹 밀어져 ‘청소년 광장’이 된 중앙극장 등에 갈 곳 없는 청춘들이 들끓었다. 지금도 근근이 ‘핫플’의 지위를 이어 가는 시내 철당간 주변에도 영화관이 두 곳이나 있었다. 철당간 바로 앞은 청주극장, 그 옆은 현대극장이었다. 지금은 서점과 유명 백화점이 각각 들어섰다. 고려 시대 구조물인 철당간(국보 41호)과 최신식 건물이 ‘따로 또 같이’ 어울린 모습이 퍽 독특한 미감을 안겨 준다. ‘청주 행성’의 시간대로라면, 불과 두어 시간 전에 철당간 앞을 오갔을 숱한 옛사람들의 모습도 어른대는 듯하다. 철당간에서 성안길을 건너면 중앙공원이다. 중앙공원은 서울의 탑골공원과 비슷하다. 어르신들이 많다. 수령이 1000년을 헤아린다는 은행나무 ‘압각수’, 병마절도사영문 등의 볼거리가 있다. 망선루는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라떼시절’ 이야기가 고려 공민왕(1361) 때까지 거슬러 오른다. 물론 역사가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는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복원됐다. 중앙공원에서 성안길로 나서는 좁은 골목엔 이름난 맛집들이 몰려 있다. 요즘 인기를 끄는 ‘고추만두’부터 쫄쫄호떡, 떡볶이, 메밀국수 등 다양한 먹거리들과 만날 수 있다. 특히 공원당의 메밀국수는 청주의 노스탤지어 먹거리라 부를 만하다. 예전 청주에선 빵집에서 분식도 함께 팔았다. 어쩌면 분식집에서 빵을 팔았다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라면, 즉석 떡볶이 등이 주메뉴이면서 고로케, 팥빵 등을 함께 파는 집도 적지 않았다. 공원당 메밀국수는 당시의 흐릿한 흔적이다. 서문다리 인근의 서문우동도 비슷하다. 우동 맛집으로 인기를 끌면서는 원래 상호에서 ‘제과’를 떼고 아예 ‘우동’으로 갈아탔다. 성안길에서 그리 멀지 않다. 성안길은 청주 도심의 번화가다. 옛 이름은 ‘본정통’이다. 일제강점기에 어느 도시, 어느 중심가에나 있었던 ‘혼마치’와 같은 말이다. ‘본정통’이 ‘성안길’로 바뀐 건 1994년이다. 바뀐 이름이 정착되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하면, 여전히 청주 시민 상당수가 ‘본정통’이란 이름에 더 익숙하지 싶다. 성안길은 자박자박 걷는 재미가 있다. 오래된 건물과 말끔한 건물이 뒤섞여 있다. 한데 희한하기도 하지. 오래된 건물도 그리 낡아 보이지 않고, 최신 건물도 그리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 ‘청주 행성’이라 그렇지 싶다. 성안길 건너편은 중앙동이다. 전설적인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목욕탕인 ‘학천탕’을 카페로 바꾼 ‘목간’(목욕의 사투리), 옛 중앙극장 자리에 들어선 청소년 광장 등이 명물이다. 옛 청주역을 철길과 함께 전시관으로 꾸민 ‘청주역사(驛舍)전시관’은 셀피 찍으려는 ‘청춘’들이 많이 찾는다. 청주의 간선도로는 T자 형태다. 사통팔달인 여느 지역과 다르다. 간선도로의 교차점에 상당공원이 있다. 아무도, 여전히 아무도 찾지 않는 공원이다. 그래도 쉬기는 딱 좋다. 1970년대의 권위주의적이고 계몽적인 기념물들 사이에서 쉬다 보면 입으로 실소 한 모금이 절로 새어 나온다. 상당공원 주변으로도 볼거리들이 많다. 우선 현 충북도청 본관이 등록문화재(55호)다. 충북문화관(등록문화재 353호)도 둘러볼 만하다. 일본 강점기 때 지어진 이후 충북 도지사 관사로 쓰이다 2010년 전시시설로 바뀌었다. 지역 작가들의 미술, 조각, 사진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충북문화관 바로 위의 청주향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일품이다.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노거수 몇 그루가 대성전을 호위하고 있다. 인근의 성공회 성당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셀피 사진의 명소로 발돋움하는 중이다. 한옥 지붕에 아치형 창문 등 서구 건축 양식이 가미됐다.옛 연초제조창은 몇 안 되는 청주의 ‘핫플’ 중에서 첫손 꼽을 만한 곳이다. 해방 직후인 1946년 세워진 연초제조창은 국내 최대 담배공장이었다. 거대한 건물 안에서 3000여명의 직원이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해 국내외로 공급했다고 한다. 2004년 문을 닫은 연초제조창은 아파트 단지로 개발될 뻔하다가 2018년 도시 재생사업을 통해 복합문화시설로 화려하게 다시 태어났다.옛 연초제조창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문화제조창C, 그리고 동부창고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전시 기능보다 수장과 복원에 무게를 둔 국내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이다. 개방형 수장고 등 다양한 전시 공간을 갖췄다. 코로나19로 휴관하다 7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미술관 외부에도 예술의 향기가 가득하다. 벽에 걸린 거대한 인쇄물은 권민호 작가의 연작 ‘회색 숨’의 하나다. 미술관 앱을 내려받아 벽에 비추면 휴대전화 화면에 SF영화의 미래도시를 연상시키는 증강현실(AR) 콘텐츠가 펼쳐진다. 제조창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1960~1970년대 모습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는데, 볼수록 신기한 콘텐츠다. 한석현 작가의 설치미술작품 ‘다시, 나무 프로젝트’도 있다. 연초제조창 터에서 고사한 목련을 소재로 제작했다. 잔디광장 끝엔 담뱃갑을 모티브로 세운 ‘게이트 센터’가 있다. 원래 안내소 용도로 세운 구조물인데, 청주시와 미술관 어느 곳도 애정을 두지 않는 눈치여서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미술관 옆은 문화제조창C다. 청주 공예비엔날레 전시관, 도서관, 카페, 쇼핑몰 등이 들어찼다. 8일부터 새달 17일까지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온·오프라인으로 열린다. 32개국 309명의 작가가 참여해 119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동부창고는 1960년대 지은 7개 동의 담뱃잎 저장창고 가운데 일부를 재활용한 공간이다. 코로나로 활기를 잃은 모습이지만, 동부창고 8경 등 인증샷 명소를 찾는 발걸음은 꾸준하다. 미술관 바로 뒤에 있다.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로를 건너면 천주교 내덕동주교좌성당이 나온다. 정진석 추기경(1931~2021)이 무려 28년이나 머물렀다는 성당이다. 주교좌성당 역시 동서양의 건축 양식이 절충된 형태다. 엄격한 건축 양식을 따르는 유럽 선교회에 견줘 비교적 개방적인 미국 메리놀회에서 세웠기 때문이다. 가장 독특한 건 종탑이 측면에 위치한 것이다. 대부분의 보수적인 성당들이 건물 중심에 종탑을 둔 것과 다르다. 성당은 야트막한 언덕에 터를 잡았다. 적요한 성당에서 도심을 굽어보는 맛이 각별하다. 반면 눈엣가시 같은 건축물도 있다. 골프연습장이다. 키 낮은 문화시설이나 공원 정도가 들어서면 좋을 공간을 고래 등뼈 같은 골프연습장이 꿰차고 있다. 이 구조물 하나로 공간과 공간의 연계성이 완벽히 차단되고, 문화와 예술의 향기로 충만했던 기분도 덩달아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다. 옛 연초제조창에서 안덕벌을 거슬러 오르면 청주대 예술대다. 여기서 조붓한 산길을 따라가면 벽화로 유명한 수암골과 만난다. 이제 도심을 벗어나 대청호로 간다. 늘 맑은 바람 일렁이는 곳. 청주 쪽 대청호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경관은 문의문화재단지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에서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꼽은 곳이다. 대청댐 건설로 수몰될 뻔했던 주변 지역의 옛 건축물 등을 옮겨와 너른 공원으로 조성했다. 대청호가 굽어보이는 산자락 중턱에 자리해 시원한 풍경이 일품이다.
  • 세월이 머무는 사이 예술이 터 잡다

    세월이 머무는 사이 예술이 터 잡다

    시간이 자라처럼 느리게 가는 도시가 있다. 충북 청주다. 이 도시에선 시간이 왜곡돼 흐르는 듯하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 밀러 행성처럼 말이다. 이 행성에선 1시간이 지구의 7년과 같다지. 어쩌면 이 도시에서 불과 몇 시간을 보냈는데도, 도시 밖에서는 벌써 수십년의 시간이 아주 바삐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청주는 다른 지역들과 달리 ‘원도심’이라 할 만한 곳이 많지 않다. 하긴 시간이 더디게 흐르니 옛것이 그리 낡아 보일 리도 없을 터다. 한데 도드라진 여행지는 없어도 다녀온 이들마다 편안하고 좋은 곳이라며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우는 곳이 청주이기도 하다. 이제 전하려는 건 그 무색무취의 도시 안쪽에서 길어 올린 풍경들의 이야기다.무서움은 종종 낯섦에서 시작된다. 어딘가 다른 모습, 익숙하지 않은 형태와 마주할 때 본능적으로 경계가 시작된다. ‘탑동양관’의 건물들을 마주할 때 느낌이 딱 그랬다. 우리 전통 기와를 올린 적벽돌의 서양풍 건물은 대낮인데도 어딘가 기이한 느낌을 안겼다. 저 단단한 적벽돌집 지하실 어디선가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뭐, 그만큼 이질적이고 독특했다는 뜻이다. 과장은 좀 보탰지만. 탑동양관은 ‘탑동에 있는 서양식 건물’이란 뜻이다. 일제강점기인 1911년부터 1932년(시초에 대한 기록이 저마다 달라 청주 역사 책자를 기준으로 삼았다)까지 세워진 여섯 채의 건물이 탑동 언덕에 일렬로 늘어서 있다. 국내 어디서도 이런 형태의 경관은 마주한 기억이 없는 듯하다. 건물을 지은 이들은 미국의 북장로교 선교사들이다. 한국명 ‘민노아’(프레드릭 S 밀러) 등이 청주 외곽의 구릉지대에 정착하면서 숙소와 병원 등으로 쓰기 위해 지었다. 당시 듣도 보도 못했던 유리, 스팀 보일러, 수세식 변기 등의 건축 재료들이 건물 신축에 쓰였다. 탑동양관을 비롯한 선교촌의 당시 면적은 얼추 5만평에 달했다고 한다. 건물은 저마다 개성이 있다. 전통과 양식이 혼재된 건축물이란 공통점만 제외하면, 입구부터 처마까지 다 다르다. 건물은 할리우드 ‘로코’ 영화의 배경으로 쓰일 법한 몸체에 전통 기와가 얹혀진 형태다. 팔작이나 우진각 등의 한옥 지붕이 경계면에 약간의 변형만 준 것과 달리, 이 양관들은 지붕 가운데 기와를 여러 개의 처마처럼 겹쳐 놓거나, 세우는 등 다양하게 멋을 냈다. 청주 사람들조차 탑동양관을 모르는 이가 태반이다. 여학교 안에 있어서다. 졸업생 등 일부 외엔 탑동양관의 존재 자체를 몰랐을 것이고, 설령 알았다 해도 겁 없이 여학교 교정을 드나들 이는 아마 없었지 싶다. 탑동양관을 둘러싼 일신여중·고교 역시 선교를 위해 세운 ‘미션스쿨’이다. 다만 연혁은 탑동양관보다 짧다. 탑동양관은 모두 6개동이다. 이 가운데 후문 밖의 1호 양관은 개인에게 팔렸고, 2호는 충북노회 등의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덕혜옹주’ 등의 영화와 드라마 등이 양관 2호에서 촬영됐다. 학교 안에 있는 건 3호~6호다. 1호를 제외하면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주변 건물에 올라가 보면 탑동양관이 처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파트를 앞세운 도시화 물결은 이미 학교 담장 옆까지 밀려들었다.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개발 욕망의 틈바구니에 낡은 문화재가 옹색하게 낀 모양새다. 일신여중·고처럼 ‘미션스쿨’이었던 인근의 세광중·고교는 진작에 도시 외곽으로 밀려났다. 다행히 옛 건물은 학생들 사이에서 아직 숨을 쉬고 있다. 교목실, 다도실, 상담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여학교 교정에 있다 보니 잘못 얼쩡댔다간 ‘경을 칠’ 수 있다. 등하교 전이나 주말 등 여학생들이 교내에 없는 동안에 학교 측의 양해를 얻어 들여다봐야 한다. 모든 게 느린 청주지만 빛의 속도로 사라진 것도 있다. 영화관이다. 서울에선 전통의 영화관 폐관 소식이 최근에야 관심을 끌었지만, 청주에선 이미 수십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복합상영관의 출현 때문은 아니었다. 공룡 멸종처럼 원인 불명인 채 한순간에 사라졌다. 청주엔 영화관이 많았다. 예나 지금이나 중소도시 수준을 겨우 넘는 곳치고는 꽤 많은 편이었다. 청주대 앞 청도극장, ‘2편 동시상영의 명가’ 자유극장, 싹 밀어져 ‘청소년 광장’이 된 중앙극장 등에 갈 곳 없는 청춘들이 들끓었다. 지금도 근근이 ‘핫플’의 지위를 이어 가는 시내 철당간 주변에도 영화관이 두 곳이나 있었다. 철당간 바로 앞은 청주극장, 그 옆은 현대극장이었다. 지금은 서점과 유명 백화점이 각각 들어섰다. 고려 시대 구조물인 철당간(국보 41호)과 최신식 건물이 ‘따로 또 같이’ 어울린 모습이 퍽 독특한 미감을 안겨 준다. ‘청주 행성’의 시간대로라면, 불과 두어 시간 전에 철당간 앞을 오갔을 숱한 옛사람들의 모습도 어른대는 듯하다. 철당간에서 성안길을 건너면 중앙공원이다. 중앙공원은 서울의 탑골공원과 비슷하다. 어르신들이 많다. 수령이 1000년을 헤아린다는 은행나무 ‘압각수’, 병마절도사영문 등의 볼거리가 있다. 망선루는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라떼시절’ 이야기가 고려 공민왕(1361) 때까지 거슬러 오른다. 물론 역사가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는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복원됐다. 중앙공원에서 성안길로 나서는 좁은 골목엔 이름난 맛집들이 몰려 있다. 요즘 인기를 끄는 ‘고추만두’부터 쫄쫄호떡, 떡볶이, 메밀국수 등 다양한 먹거리들과 만날 수 있다. 특히 공원당의 메밀국수는 청주의 노스탤지어 먹거리라 부를 만하다. 예전 청주에선 빵집에서 분식도 함께 팔았다. 어쩌면 분식집에서 빵을 팔았다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라면, 즉석 떡볶이 등이 주메뉴이면서 고로케, 팥빵 등을 함께 파는 집도 적지 않았다. 공원당 메밀국수는 당시의 흐릿한 흔적이다. 서문다리 인근의 서문우동도 비슷하다. 우동 맛집으로 인기를 끌면서는 원래 상호에서 ‘제과’를 떼고 아예 ‘우동’으로 갈아탔다. 성안길에서 그리 멀지 않다. 성안길은 청주 도심의 번화가다. 옛 이름은 ‘본정통’이다. 일제강점기에 어느 도시, 어느 중심가에나 있었던 ‘혼마치’와 같은 말이다. ‘본정통’이 ‘성안길’로 바뀐 건 1994년이다. 바뀐 이름이 정착되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하면, 여전히 청주 시민 상당수가 ‘본정통’이란 이름에 더 익숙하지 싶다. 성안길은 자박자박 걷는 재미가 있다. 오래된 건물과 말끔한 건물이 뒤섞여 있다. 한데 희한하기도 하지. 오래된 건물도 그리 낡아 보이지 않고, 최신 건물도 그리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 ‘청주 행성’이라 그렇지 싶다. 성안길 건너편은 중앙동이다. 전설적인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목욕탕인 ‘학천탕’을 카페로 바꾼 ‘목간’(목욕의 사투리), 옛 중앙극장 자리에 들어선 청소년 광장 등이 명물이다. 옛 청주역을 철길과 함께 전시관으로 꾸민 ‘청주역사(驛舍)전시관’은 셀피 찍으려는 ‘청춘’들이 많이 찾는다. 청주의 간선도로는 T자 형태다. 사통팔달인 여느 지역과 다르다. 간선도로의 교차점에 상당공원이 있다. 아무도, 여전히 아무도 찾지 않는 공원이다. 그래도 쉬기는 딱 좋다. 1970년대의 권위주의적이고 계몽적인 기념물들 사이에서 쉬다 보면 입으로 실소 한 모금이 절로 새어 나온다. 상당공원 주변으로도 볼거리들이 많다. 우선 현 충북도청 본관이 등록문화재(55호)다. 충북문화관(등록문화재 353호)도 둘러볼 만하다. 일본 강점기 때 지어진 이후 충북 도지사 관사로 쓰이다 2010년 전시시설로 바뀌었다. 지역 작가들의 미술, 조각, 사진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충북문화관 바로 위의 청주향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일품이다.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노거수 몇 그루가 대성전을 호위하고 있다. 인근의 성공회 성당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셀피 사진의 명소로 발돋움하는 중이다. 한옥 지붕에 아치형 창문 등 서구 건축 양식이 가미됐다.옛 연초제조창은 몇 안 되는 청주의 ‘핫플’ 중에서 첫손 꼽을 만한 곳이다. 해방 직후인 1946년 세워진 연초제조창은 국내 최대 담배공장이었다. 거대한 건물 안에서 3000여명의 직원이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해 국내외로 공급했다고 한다. 2004년 문을 닫은 연초제조창은 아파트 단지로 개발될 뻔하다가 2018년 도시 재생사업을 통해 복합문화시설로 화려하게 다시 태어났다.옛 연초제조창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문화제조창C, 그리고 동부창고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전시 기능보다 수장과 복원에 무게를 둔 국내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이다. 개방형 수장고 등 다양한 전시 공간을 갖췄다. 코로나19로 휴관하다 7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미술관 외부에도 예술의 향기가 가득하다. 벽에 걸린 거대한 인쇄물은 권민호 작가의 연작 ‘회색 숨’의 하나다. 미술관 앱을 내려받아 벽에 비추면 휴대전화 화면에 SF영화의 미래도시를 연상시키는 증강현실(AR) 콘텐츠가 펼쳐진다. 제조창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1960~1970년대 모습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는데, 볼수록 신기한 콘텐츠다. 한석현 작가의 설치미술작품 ‘다시, 나무 프로젝트’도 있다. 연초제조창 터에서 고사한 목련을 소재로 제작했다. 잔디광장 끝엔 담뱃갑을 모티브로 세운 ‘게이트 센터’가 있다. 원래 안내소 용도로 세운 구조물인데, 청주시와 미술관 어느 곳도 애정을 두지 않는 눈치여서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미술관 옆은 문화제조창C다. 청주 공예비엔날레 전시관, 도서관, 카페, 쇼핑몰 등이 들어찼다. 8일부터 새달 17일까지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온·오프라인으로 열린다. 32개국 309명의 작가가 참여해 119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동부창고는 1960년대 지은 7개 동의 담뱃잎 저장창고 가운데 일부를 재활용한 공간이다. 코로나로 활기를 잃은 모습이지만, 동부창고 8경 등 인증샷 명소를 찾는 발걸음은 꾸준하다. 미술관 바로 뒤에 있다.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로를 건너면 천주교 내덕동주교좌성당이 나온다. 정진석 추기경(1931~2021)이 무려 28년이나 머물렀다는 성당이다. 주교좌성당 역시 동서양의 건축 양식이 절충된 형태다. 엄격한 건축 양식을 따르는 유럽 선교회에 견줘 비교적 개방적인 미국 메리놀회에서 세웠기 때문이다. 가장 독특한 건 종탑이 측면에 위치한 것이다. 대부분의 보수적인 성당들이 건물 중심에 종탑을 둔 것과 다르다. 성당은 야트막한 언덕에 터를 잡았다. 적요한 성당에서 도심을 굽어보는 맛이 각별하다. 반면 눈엣가시 같은 건축물도 있다. 골프연습장이다. 키 낮은 문화시설이나 공원 정도가 들어서면 좋을 공간을 고래 등뼈 같은 골프연습장이 꿰차고 있다. 이 구조물 하나로 공간과 공간의 연계성이 완벽히 차단되고, 문화와 예술의 향기로 충만했던 기분도 덩달아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다. 옛 연초제조창에서 안덕벌을 거슬러 오르면 청주대 예술대다. 여기서 조붓한 산길을 따라가면 벽화로 유명한 수암골과 만난다. 이제 도심을 벗어나 대청호로 간다. 늘 맑은 바람 일렁이는 곳. 청주 쪽 대청호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경관은 문의문화재단지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에서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꼽은 곳이다. 대청댐 건설로 수몰될 뻔했던 주변 지역의 옛 건축물 등을 옮겨와 너른 공원으로 조성했다. 대청호가 굽어보이는 산자락 중턱에 자리해 시원한 풍경이 일품이다.
  • 윤제균, 할리우드와 케이팝 영화 제작

    윤제균, 할리우드와 케이팝 영화 제작

    ‘국제시장’(2014), ‘해운대’(2009) 등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이 할리우드 베테랑 프로듀서 린다 옵스트와 손잡고 케이팝을 소재로 한 글로벌 영화를 만든다. CJ ENM은 10일 윤 감독이 자사의 지원을 받아 미국 할리우드에서 2023년 개봉을 목표로 영화 ‘K팝: 로스트 인 아메리카’(가제)를 연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J ENM 측은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2019)이 아카데미 시상식 4개 부문을 석권한 뒤 한국 창작자와 케이팝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면서 “유능한 한국 창작자의 해외 진출을 돕고 한류 콘텐츠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차원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옵스트는 영화 ‘인터스텔라’(2014)를 비롯해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 ‘어느 멋진 날’(1996), ‘콘택트’(1997) 등의 흥행을 이끈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다. 오스카, 골든글로브, 에미상을 모두 수상했다. 윤 감독은 한류스타, 할리우드와 팝 음악계의 아이콘들을 대거 캐스팅할 계획으로, 이번 달부터 보이 밴드 역할을 맡을 주연 배우 오디션을 시작으로 본격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돌입한다.
  • 밤 10시 13분 발사돼 22분 귀환 베이조스 첫 우주여행 성공

    밤 10시 13분 발사돼 22분 귀환 베이조스 첫 우주여행 성공

    세계 최고의 부자이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57)가 우리 시간으로 20일 밤 10시 13분 우주를 향해 출발했다. 당초 정각에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두 차례 카운트다운이 중단돼 13분 지연됐다. 발사 4분 만에 캡슐과 분리도니 니로딘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지 52주년이 되는 날이다. 베이조스는 미국 텍사스주 서부 황량한 사막에 들어선 ‘론치 사이트 원’에서 발사되는 재활용 로켓 맨 위에 자리한 탐사캡슐 ‘뉴 셰퍼드’에 다른 3명의 승객과 함께 앉아 지표면으로부터 100㎞ 떨어진 ‘카르만 라인(우주의 끝)’ 위까지 올라간다. 캡슐은 미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나중에 아폴로 14호에 올라 인류 다섯 번째로 달 표면을 밟은 앨런 셰퍼드의 이름에서 따왔다. 발사 4분 만에 캡슐과 분리된 로켓이 2분 뒤 발사 지점으로 떨어졌고 캡슐도 낙하산을 펼친 채 서서히 고도를 낮춰 22분 무사히 안착했다. 당초 11분쯤 걸린다고 했는데 9분 정도 걸렸다. 29분쯤 회수팀이 캡슐 문을 열자 내내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있던 베이조스가 모자를 벗은 채 창 밖의 요원들에게 엄지를 치켜 들어 보였고 자리에서 일어나 1분 뒤 캡슐 문을 열고 요원들과 하이파이브와 포옹을 나누며 흙을 밟았다. 4명의 승객들이 3분여 무중력 상태에서 유영을 즐겼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베이조스는 출발 전 미국 CBS 뉴스 인터뷰를 통해 “흥분된다. 사람들은 걱정되지 않느냐고 계속 물어본다. 정말 걱정하지 않는다. 호기심이 일 뿐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배우게 될지 알고 싶다”면서 “우리는 훈련도 받았다. 비행체도 우리 팀도 준비됐다. 이 팀은 환상적이다. 우리는 진짜 좋은 느낌만 가득하다”고 말했다. 모든 비행은 지상에서 완벽히 통제돼 로켓이나 캡슐에 조종사들은 타지 않았다. 우주복도 입지 않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선발시험에 1등으로 합격하고도 여성이란 이유로 꿈을 미뤄야 했던 월리 펑크(82)가 최고령 우주인 기록을 고쳐 쓰고, 네덜란드 18세 예비대학생 올리버 다먼이 첫 비행에 2800만 달러(약 320억원)를 베팅해 당첨된 사람이 일정이 맞지 않는다고 양보한 데 이어 아버지로부터 대신 지명 받아 이 회사에 최초로 요금을 내는 고객으로 함께 해 최연소 우주인 기록을 새로 쓰며, 베이조스의 남동생이며 베이조스 가족재단의 재정을 담당하며 소방대원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마크(53)가 함께 했다. 펑크는 “이제 일이 벌어질 것이다! 난 오랫동안 기다렸고 저 위로 올라가길 오래 기다려왔다”면서 우주로 나아가 무중력 상태가 되면 공중제비와 텀블링을 해볼 것이라고 들떠 했다. 아흐레 전 영국의 괴짜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71) 회장의 버진 갤럭틱 ‘VSS 유니티 22’가 했던 첫 상업 우주관광에 첫 번째 기록을 내줬지만 그 여정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니티 22가 지표면으로부터 88㎞까지만 올라간 것보다 높이 뿐만 아니라 미래의 야심 자체가 훨씬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베이조스는 2000년 블루 오리진을 만들 때부터 언젠가 수백만명이 일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인공 중력이 존재하는 떠다니는 우주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꿈을 제시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도 언뜻 그려졌던 모습이다. 이제 그는 그 꿈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다. 블루 오리진은 지금도 ‘뉴 글렌’이란 더 무거운 화물들을 수송하는 로켓과 달 착륙선 개발에 매달리고 있어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참여를 겨냥하고 있다. 우주개척 컨설팅 회사인 아스트랄리티컬(Astralytical)의 창업자 로라 포르칙은 “그들은 뉴 셰퍼드의 무인 비행을 15차례나 성공했으며 우리는 그들이 사람들을 실어나르기 시작하는 날을 보길 몇년째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엔진을 쓰며 마하(음속) 3의 속도로 솟구친다. 부스터 로켓에서 캡슐이 분리되면 승객들은 안전벨트를 풀고 무중력 상태를 3분 정도 경험하게 된다. 국제적으로 카르만 라인은 100㎞으로 여겨지는데 이들은 106㎞까지 올라간다. 캡슐의 표면 3분의 1을 차지하는 커다란 창문을 통해 지구와 우주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된다. 블루 오리진이 이날 첫 비행에 성공하면 앞으로 어떻게 관광 일정이 진행되는지는 상대적으로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버진 갤럭틱은 700명 승객이 짜여져 있는데 블루 오리진이 창업된 사실도 3년 뒤에야 공개될 정도로 오랫동안 비밀을 유지했다. 우주관광 티켓도 판매하지 않고, 다먼 같은 경우도 경매로 탑승권을 구매했을 뿐이다. 이 회사는 올해 두 번 더 비행하고 내년에 더 많이 한다고만 AFP 통신에 밝혔다. 포르칙은 초창기 비행이 얼마나 수요를 불러일으키냐, 만약 사고가 일어나면 얼마나 보험이 적용될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괴짜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50)의 스페이스 X는 오는 9월 크루 드래건으로 완전 민간인 궤도 비행에 나서는데 종국에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방문하는 상품을 개발하는 악시옴(Axiom)과 합작 등 힘을 합칠 것으로 보인다. 포르칙은 블루 오리진이 관광으로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스페이스 X를 NASA의 민간 부문 파트너를 끌어들이는 데 힘을 보태고 있으며, 뉴 셰퍼드를 “디딤돌의 일종이자 더 큰 야망을 실현할 돈을 만드는 방식으로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 [길섶에서] AI와의 대화/박홍환 논설위원

    운전하면서 이제는 무슨 스위치를 누르기보다는 차와 대화하는 버릇이 생겼다. “음악 틀어 줘”라고 말하면 가장 최근 들었던 장르의 음악을 재생해 주고 “집에 가자!” 하면 내비게이션을 작동시켜 길을 안내하니 이런 비서가 또 있을까 싶다. 음성인식 버튼을 누르면 친절한 목소리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며 응대하는데 마치 알라딘의 램프 요정 지니나 진배없을 정도다. 엊그제 보건소에서 전화를 받았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몇 가지 여쭤볼 것이 있다며 발열 증상이 있는지, 목이 아픈지, 기침은 나는지, 다른 불편한 점은 없는지 꼬치꼬치 캐묻는 게 전문 역학조사관 뺨친다. 알고 보니 인공지능(AI)이라고 한다. 전화 속 목소리만으로는 사람인지, AI인지 전혀 분간할 수 없다. 앞으로 일주일 넘게 매일 전화를 하겠다는데 AI와의 대화가 일상화하게 생겼다. AI기술의 진화로 이제는 대화하는 사람의 감정까지 읽어낼 수 있다고 한다. 기분에 맞춰 농담과 위로까지 건넬 수 있다는 것인데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AI ‘타스’가 현실화된 셈이다. 영화에서는 운용하는 사람이 AI의 능력을 가감할 수 있었다. 놀랍긴 하지만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AI와의 대화, 썩 내키지는 않는다.
  • 머스크, 내일 베이조스의 우주비행 비꼬는 밈에 “하하”

    머스크, 내일 베이조스의 우주비행 비꼬는 밈에 “하하”

    “하하“ 세계 최고의 부자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57)는 20일 밤 10시(한국시간) 우주로 나아가는 가운데 그가 지표면으로부터 100㎞까지 밖에 안 올라간다는 사실을 꼬집은 밈 트윗에 일론 머스크(50) 스페이스X 창업자가 17일(이하 현지시간) 짧고 굵은 댓글을 달아 눈길을 끌었다. 이 밈 트윗은 베이조스가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에 나오는 캐릭터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얼굴로 등장해 “나 우주로 갈 거야”라고 하자 그의 부인 파드메로 분장한 머스크가 “궤도야, 맞아?”라고 되묻는 것으로 편집돼 있다. 여기에 머스크가 재미있다고 댓글을 단 것이다. 그 외 아무런 코멘트가 없어 원래 라이벌 관계가 심한 둘의 관계를 의식해 자제했다고 볼 수도, 촌철살인 식으로 꼬집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AFP 통신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미국 텍사스주 서부 황량한 사막에 들어선 ‘론치 사이트 원’에서 발사되는 재활용 로켓 맨 위에 자리한 탐사캡슐 ‘뉴 셰퍼드’에 다른 3명의 승객과 함께 앉아 100㎞ 떨어진 ‘카르만 라인(우주의 끝)’ 위까지 올라간다. 4명의 승객들은 3분여 무중력 상태에서 유영해보고 발사부터 낙하산을 편 채로 사막에 안착할 때까지 불과 11분 남짓의 우주여행에 나선다. 발사 90분 전부터 BlueOrigin.com에서 라이브스트리밍으로 생중계된다. 4명의 승객은 18일 14시간의 사전 교육을 받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모든 비행은 지상에서 완벽히 통제돼 로켓이나 캡슐에 조종사들은 타지 않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선발시험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으나 여성이란 이유로 꿈에 도전하지 못했던 월리 펑크(82)가 최고령 우주인 기록을 고쳐 쓰고, 네덜란드 18세 예비대학생 올리버 다먼이 첫 비행에 2800만 달러(약 320억원)를 베팅해 당첨된 사람이 일정이 맞지 않는다고 양보해 최초로 요금을 내는 고객으로 함께 해 최연소 우주인 기록을 새로 쓰며, 베이조스의 남동생이며 베이조스 가족재단의 재정을 담당하며 소방대원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마크(51)가 함께한다.AFP 통신은 아흐레 전 리처드 브랜슨 회장의 버진 갤럭틱 ‘VSS 유니티 22’가 했던 첫 상업 우주관광에 첫 번째 기록을 내줬지만 그 여정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니티 22가 지표면으로부터 88㎞까지만 올라간 것보다 높이 뿐만 아니라 미래의 야심 자체가 훨씬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베이조스는 2000년 블루 오리진을 만들 때부터 언젠가 수백만명이 일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인공 중력이 존재하는 떠다니는 우주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꿈을 제시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도 언뜻 그려졌던 모습이다. 이제 그는 그 꿈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다. 블루 오리진은 지금도 ‘뉴 글렌’이란 더 무거운 화물들을 수송하는 로켓과 달 착륙선 개발에 매달리고 있어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참여를 겨냥하고 있다. 우주개척 컨설팅 회사인 아스트릴리티컬(Astralytical)의 창업자 로라 포르칙은 “그들은 뉴 셰퍼드의 무인 비행을 15차례나 성공했으며 우리는 그들이 사람들을 실어나르기 시작하는 날을 보길 몇년째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엔진을 쓰며 마하(음속) 3의 속도로 솟구친다. 부스터 로켓에서 캡슐이 분리되면 승객들은 안전벨트를 풀고 무중력 상태를 3분 정도 경험하게 된다. 국제적으로 카르만 라인은 100㎞으로 여겨지는데 이들은 106㎞까지 올라간다. 캡슐의 표면 3분의 1을 차지하는 커다란 창문을 통해 지구와 우주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된다. 부스터는 발사 지점의 북쪽에 떨어지고, 캡슐은 자유낙하하다 3개의 대형 낙하산을 펼쳐 사막에 부드럽게 안착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10분 남짓 밖에 안 걸린다. 유니티 22는 모선 ‘이브’에 실렸다가 카르만 라인보다 아래까지 갔다가 글라이더 비행으로 귀환해 60분 정도 걸렸다. 블루 오리진이 이날 첫 비행에 성공하면 앞으로 어떻게 관광 일정이 진행되는지는 상대적으로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버진 갤럭틱은 700명 승객이 짜여져 있는데 블루 오리진이 창업된 사실도 3년 뒤에야 공개될 정도로 오랫동안 비밀을 유지했다. 우주관광 티켓도 판매하지 않고, 다먼 같은 경우도 경매로 탑승권을 구매했을 뿐이다. 이 회사는 올해 두 번 더 비행하고 내년에 더 많이 한다고만 AFP 통신에 밝혔다. 포르칙은 초창기 비행이 얼마나 수요를 불러일으키느냐, 만약 사고가 일어나면 얼마나 보험이 적용될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스페이스 X는 오는 9월 크루 드래건으로 첫 상업 궤도(400㎞) 비행에 나서는데 종국에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방문하는 상품을 개발하는 악시옴(Axiom)과 합작 등 힘을 합칠 것으로 보인다. 포르칙은 블루 오리진이 관광으로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스페이스 X를 NASA의 민간 부문 파트너를 끌어들이는 데 힘을 보태고 있으며, 뉴 셰퍼드를 “디딤돌의 일종이자 더 큰 야망을 실현할 돈을 만드는 방식으로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조스와 머스크의 개인적 라이벌 관계와 달리 두 회사는 서로를 돕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 세계 최고 부자·최고령·최연소 20일 밤 10시 우주로 나아간다

    세계 최고 부자·최고령·최연소 20일 밤 10시 우주로 나아간다

    세계 최고의 부자가 오는 20일 밤 10시(한국시간) 우주로 나아간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57)는 미국 텍사스주 서부 황량한 사막에 들어선 ‘론치 사이트 원’에서 발사되는 재활용 로켓 맨 위에 자리한 탐사캡슐 ‘뉴 셰퍼드’에 다른 3명의 승객과 함께 앉아 지표면으로부터 100㎞ 떨어진 ‘카르만 라인(우주의 끝)’ 위까지 올라간다. 4명의 승객들은 3분여 무중력 상태에서 유영해보고 발사부터 낙하산을 편 채로 사막에 안착할 때까지 불과 10분 남짓의 우주여행에 나선다. 발사 90분 전부터 BlueOrigin.com에서 라이브스트리밍으로 생중계된다. 모든 비행은 지상에서 완벽히 통제돼 로켓이나 캡슐에 조종사들은 타지 않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선발시험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으나 여성이란 이유로 꿈에 도전하지 못했던 월리 펑크(82)가 최고령 우주인 기록을 고쳐 쓰고, 네덜란드 18세 예비대학생 올리버 다먼이 첫 비행에 2800만 달러(약 320억원)를 베팅해 당첨된 사람이 일정이 맞지 않는다고 양보한 데 이어 자신의 아버지가 양보하는 바람에 이 회사에 최초로 요금을 내는 고객으로 함께 해 최연소 우주인 기록을 새로 쓰며, 베이조스의 남동생이며 베이조스 가족재단의 재정을 담당하며 소방대원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마크(51)가 함께 떠난다.AFP 통신은 아흐레 전 리처드 브랜슨 회장의 버진 갤럭틱 ‘VSS 유니티 22’가 했던 첫 상업 우주관광에 첫 번째 기록을 내줬지만 그 여정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니티 22가 지표면으로부터 88㎞까지만 올라간 것보다 높이 뿐만 아니라 미래의 야심 자체가 훨씬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베이조스는 2000년 블루 오리진을 만들 때부터 언젠가 수백만명이 일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인공 중력이 존재하는 떠다니는 우주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꿈을 제시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도 언뜻 그려졌던 모습이다. 이제 그는 그 꿈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다. 블루 오리진은 지금도 ‘뉴 글렌’이란 더 무거운 화물들을 수송하는 로켓과 달 착륙선 개발에 매달리고 있어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참여를 겨냥하고 있다. 우주개척 컨설팅 회사인 아스트라리티컬(Astralytical)의 창업자 로라 포르직은 “그들은 뉴 셰퍼드의 무인 비행을 15차례나 성공했으며 우리는 그들이 사람들을 실어나르기 시작하는 날을 보길 몇년째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엔진을 쓰며 마하(음속) 3의 속도로 솟구친다. 부스터 로켓에서 캡슐이 분리되면 승객들은 안전벨트를 풀고 무중력 상태를 3분 정도 경험하게 된다. 국제적으로 카르만 라인은 100㎞으로 여겨지는데 이들은 106㎞까지 올라간다. 캡슐의 표면 3분의 1을 차지하는 커다란 창문을 통해 지구와 우주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된다. 부스터는 발사 지점의 북쪽에 떨어지고, 캡슐은 자유낙하하다 3개의 대형 낙하산을 펼쳐 사막에 부드럽게 안착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10분 남짓 밖에 안 걸린다. 유니티 22는 모선 ‘이브’에 실렸다가 카르만 라인보다 아래까지 갔다가 글라이더 비행으로 귀환해 60분 정도 걸렸다.블루 오리진이 이날 첫 비행에 성공하면 앞으로 어떻게 관광 일정이 진행되는지는 상대적으로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버진 갤럭틱은 700명 승객이 짜여져 있는데 블루 오리진이 창업된 사실도 3년 뒤에야 공개될 정도로 오랫동안 비밀을 유지했다. 우주관광 티켓도 판매하지 않고, 다먼 같은 경우도 경매로 탑승권을 구매했을 뿐이다. 이 회사는 올해 두 번 더 비행하고 내년에 더 많이 한다고만 AFP 통신에 밝혔다. 포르칙은 초창기 비행이 얼마나 수요를 불러일으키냐, 만약 사고가 일어나면 얼마나 보험이 적용될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괴짜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는 오는 9월 크루 드래건으로 완전 민간인 궤도 비행에 나서는데 종국에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방문하는 상품을 개발하는 악시옴(Axiom)과 합작 등 힘을 합칠 것으로 보인다. 포르칙은 블루 오리진이 관광으로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스페이스 X를 NASA의 민간 부문 파트너를 끌어들이는 데 힘을 보태고 있으며, 뉴 셰퍼드를 “디딤돌의 일종이자 더 큰 야망을 실현할 돈을 만드는 방식으로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선과 악 풀리지 않는 ‘인간 탐사’ 우주 액션

    선과 악 풀리지 않는 ‘인간 탐사’ 우주 액션

    86년간 우주선 생활… 공간적 한계로 볼거리 아쉬워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1954)은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 고립된 소년들이 점차 질서와 규율을 잃어 가며 서로 죽고 죽이게 되는 과정을 충격적으로 묘사했다. 고립된 공간이 무인도 대신 우주선 안이었다면 어땠을까. 26일 개봉하는 SF영화 ‘보이저스’는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를 배경으로 위기에 몰린 인간에게 힘과 본능적 욕구만이 우선시되는 사회상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이를 통해 인간 본성의 선과 악에 대해 풀리지 않는 질문을 던진다. 2063년 온난화로 지구가 멸망 위기에 처하자 우성 인자로 태어난 아이 30명이 미래 세대가 살아갈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고자 우주선 휴매니타스호에 탑승한다. 탐사대원들은 86년의 긴 항해 기간에 우주선에서 후손을 낳고 이들이 ‘제2의 지구’로 이주하도록 돕는 매개자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출발한 지 10년이 지나 청년이 된 대원들은 대장 리처드(콜린 패럴 분)의 갑작스런 사고사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그동안 각종 욕망을 적절히 억제하려 복용하던 약물 ‘블루’를 끊으면서 혼란이 찾아온다. 새 대장으로 크리스토퍼(타이 셰리던 분)가 뽑히지만,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혈안이 된 잭(핀 화이트헤드 분)은 대원들에게 외계인이라는 공포의 대상을 부각시키고 무제한적 자유를 약속하며 크리스토퍼를 고립시킨다. 영화 ‘리미트리스’(2011), ‘다이버전트’(2014)에서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 준 닐 버거 감독은 이번엔 외부의 도움을 바랄 수 없는 우주선이라는 공간을 실험실처럼 활용해 내면의 심도 있는 고찰을 담아냈다. 그 실험의 결론은 외부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극한 생존 위기 속에선 힘만이 유일한 가치가 돼 약육강식과 각자도생의 사회가 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블루’를 끊은 아이들이 보여 주는 성욕, 질투, 욕심은 태초 인간과 유사하며, 인류가 현재의 체계화된 문명을 갖출 때까지의 과정을 함축적으로 설명한다. 공포와 회유책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잭은 위험한 대중 선동 정치의 상징이다. 적절한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신뢰받는 지도자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진다. 다양한 자유와 욕망을 추구하는 민주 사회를 유지하는 힘과 시민의 역할에 대한 고민까지 가닿는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지만, 우주선 안이라는 공간적 한계로 볼거리가 제한된다는 점은 아쉽다. ‘인터스텔라’(2014)나 ‘마션’(2015) 등 기존 우주 SF에서 볼 수 있는 광활한 무중력 상태의 우주 공간을 실감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열세에 놓인 선과 우위를 점한 악의 대립 구도 속에서 쫓고 쫓기는 액션과 스릴러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긴장감 속에서도 서서히 밝혀지는 외계인의 실체와 리처드 죽음의 진실을 둘러싼 궁금증을 풀어 가는 반전의 묘미도 돋보인다. 15세 관람가.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우주판 ‘파리대왕’ 통해 본 고립된 인간의 본성…영화 ‘보이저스’

    우주판 ‘파리대왕’ 통해 본 고립된 인간의 본성…영화 ‘보이저스’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1954)은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 고립된 소년들이 점차 질서와 규율을 잃어 가며 서로 죽고 죽이게 되는 과정을 충격적으로 묘사했다. 고립된 공간이 무인도 대신 우주선 안이었다면 어땠을까. 26일 개봉하는 SF영화 ‘보이저스’는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를 배경으로 위기에 몰린 인간에게 힘과 본능적 욕구만이 우선시되는 사회상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이를 통해 인간 본성의 선과 악에 대해 풀리지 않는 질문을 던진다. 2063년 온난화로 지구가 멸망 위기에 처하자 우성 인자로 태어난 아이 30명이 미래 세대가 살아갈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고자 우주선 휴매니타스호에 탑승한다. 탐사대원들은 86년의 긴 항해 기간에 우주선에서 후손을 낳고 이들이 ‘제2의 지구’로 이주하도록 돕는 매개자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출발한 지 10년이 지나 청년이 된 대원들은 대장 리처드(콜린 패럴 분)의 갑작스런 사고사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그동안 각종 욕망을 적절히 억제하려 복용하던 약물 ‘블루’를 끊으면서 혼란이 찾아온다. 새 대장으로 크리스토퍼(타이 셰리던 분)가 뽑히지만,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혈안이 된 잭(핀 화이트헤드 분)은 대원들에게 외계인이라는 공포의 대상을 부각시키고 무제한적 자유를 약속하며 크리스토퍼를 고립시킨다.영화 ‘리미트리스’(2011), ‘다이버전트’(2014)에서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 준 닐 버거 감독은 이번엔 외부의 도움을 바랄 수 없는 우주선이라는 공간을 실험실처럼 활용해 내면의 심도 있는 고찰을 담아냈다. 그 실험의 결론은 외부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극한 생존 위기 속에선 힘만이 유일한 가치가 돼 약육강식과 각자도생의 사회가 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블루’를 끊은 아이들이 보여 주는 성욕, 질투, 욕심은 태초 인간과 유사하며, 인류가 현재의 체계화된 문명을 갖출 때까지의 과정을 함축적으로 설명한다. 공포와 회유책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잭은 위험한 대중 선동 정치의 상징이다. 적절한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신뢰받는 지도자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진다. 다양한 자유와 욕망을 추구하는 민주 사회를 유지하는 힘과 시민의 역할에 대한 고민까지 가닿는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지만, 우주선 안이라는 공간적 한계로 볼거리가 제한된다는 점은 아쉽다. ‘인터스텔라’(2014)나 ‘마션’(2015) 등 기존 우주 SF에서 볼 수 있는 광활한 무중력 상태의 우주 공간을 실감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열세에 놓인 선과 우위를 점한 악의 대립 구도 속에서 쫓고 쫓기는 액션과 스릴러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긴장감 속에서도 서서히 밝혀지는 외계인의 실체와 리처드 죽음의 진실을 둘러싼 궁금증을 풀어 가는 반전의 묘미도 돋보인다. 15세 관람가.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유용하의 사이언스 브런치] 온난화 가속화시키는 영구동토층, 온난화 늦추는 숲

    [유용하의 사이언스 브런치] 온난화 가속화시키는 영구동토층, 온난화 늦추는 숲

    SF영화 ‘인터스텔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곳곳이 사막화되고 그로 인한 거대한 모래폭풍이 마을을 덮치는 장면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된다면 영화 속 이야기라고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구동토층이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심각한 위협이라는 지적과 함께 숲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패가 될 수 있다는 분석과 극단적 환경 위협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식물 유전자를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들이 동시에 나왔다.미국 우드웰 기후연구센터, 하버드대 과학·국제문제연구센터 공동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극지방과 주변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땅속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대규모 배출돼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며 이 같은 상황은 현재의 기후변화 대응방식만으로는 막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23일 제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 5월 18일자에 실렸다. 최근 10년간 극지방, 특히 북극지역의 급격한 온난화는 북극 빙하와 영구동토층 해빙, 시베리아의 기록적 폭염, 잦은 산불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북극 영구동토층은 지난 수천년 동안 탄소를 축적해 왔으며 그 양이 현재 대기 중 탄소량의 2배가 넘는다. 그런데 최근 영구동토층의 해빙 때문에 땅속 탄소가 대기 중으로 대량 방출되고 있다. 그렇지만 전 지구적인 지구온난화 대응방안이나 연구들에서는 영구동토층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연구팀은 지적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지구 기온상승을 1.5도 이하로 막기 위한 현재의 각종 대응방안은 실패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영국 리즈대 지리학부, 요크대 환경지리학과를 중심으로 13개국 54개 연구기관이 참여한 국제공동팀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더위와 가뭄이 심해지고 있음에도 아프리카 열대우림의 탄소 흡수능력은 줄지 않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들은 대기 중 온실가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건조한 날씨를 견딜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진 나무들로 숲을 꾸미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PNAS’ 5월 18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가나, 가봉, 라이베리아, 우간다, 카메룬, 콩고 등 아프리카 6개국 열대우림 100곳 4만 6000그루 나무의 이산화탄소 제거 능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 열대우림은 연간 11억t의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데 이는 2019년 영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배에 해당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또 아마존이나 동남아시아 지역 열대우림보다 탄소흡수 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는 아프리카 열대우림의 나무들이 보다 건조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 데이비스대(UC데이비스), UC리버사이드, 포트밸리주립대, 에모리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캐나다 토론토대, 이탈리아 파도바대, 노르웨이 국립생명과학대 공동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각종 환경위협에 대응해 식량작물이 효과적으로 생존할 수 있고 수확량도 늘릴 수 있는 유전자를 발견하고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5월 19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내와 외부에서 자란 토마토 뿌리의 서로 다른 세포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결합시켜 염분과 가뭄, 열 등 환경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토마토를 개발했다. 이 같은 생존 메커니즘은 쌀을 비롯한 다른 식물에서도 적용될 수 있어 지구온난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식량작물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지구의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간으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들이 나오고 있지만 과학자들의 노력과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인류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다면 반드시 대응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나오는 유명한 대사처럼 말이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큰 숲 하나보다 곳곳에 나무 심기, 온난화 막아요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큰 숲 하나보다 곳곳에 나무 심기, 온난화 막아요

    아침저녁으로 여전히 찬 기운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가까운 공원이나 동네 한 바퀴 걷는 정도의 가벼운 운동은 하기 좋은 봄입니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사정이 여의치 않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좀처럼 잠잠해지지 않고 있는 데다 이번 주는 심각한 중국발 황사로 인해 대기 상태가 그야말로 최악입니다. 황사나 미세먼지로 인해 평소 선명하게 보이던 산과 건물들이 뿌옇게 보일 때마다 SF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처럼 모래폭풍이 일상화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중국발 오염물질이나 국내 미세먼지 모두 다양한 원인으로 만들어지지만 이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숲 가꾸기와 식목을 통한 녹지화입니다. ●산림 공익가치 年 221조원… 1인당 428만원 대표적인 지구온난화 완화 수단으로 여겨지는 나무와 숲은 널리 알려졌다시피 다양한 형태로 인류와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과거에는 식량 공급원, 땔감, 건축자재처럼 직접 이용되는 것은 물론 종교나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요. 요즘은 나무를 직접 이용해 얻는 효용보다 간접적이고 공익적인 효과가 훨씬 더 큽니다. 온실가스 흡수, 대기질 개선, 산사태와 가뭄 방지, 생물다양성 확보, 열섬효과 완화, 산림휴양 등이 대표적이지요. 지난해 말 산림청은 우리 산림의 공익적 가치가 연간 221조원에 달하고, 국민 1인당 428만원에 상당하는 혜택을 준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 차원에서만 보더라도 과학자들은 온실가스인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지만 나무와 숲이 하는 것만큼 효율이 높지는 않다고 합니다. 보통 녹지화나 숲 가꾸기라는 말을 들으면 거창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렵게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산림학자와 조경학자들은 도심 녹지 조성을 할 때 대형 녹지공간을 덜렁 하나 만들어 놓는 것보다는 도심 곳곳의 자투리땅들을 이용해 나무를 심거나 식물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열섬현상과 대기오염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도심 곳곳에 중소형 녹지를 조성하는 것이 지구온난화로 나타날 수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삭막한 삶을 사는 도시민들의 정서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내 정서와 지구를 위해 식물 키워 보기를 다음주 월요일은 나무를 심는 날, ‘식목일’입니다. 올해로 76회를 맞는 식목일은 2006년 휴일에서 제외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기념일이 됐습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매년 4월 5일의 일평균 기온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3월로 식목일을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요. 이런저런 이유로 예전 같은 나무심기 행사를 보기는 힘듭니다. 영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아마추어 정원사인 수 스튜어트 스미스는 저서 ‘정원의 쓸모’에서 식물을 키우는 것은 다른 어떤 방법보다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합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고립감, 소외감,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식목일을 맞아 식물 키우기에 나서는 것도 코로나 블루를 날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작은 나무 한 그루, 화분 하나를 가꿔 보는 행동이 크게는 온난화로 몸살을 앓는 지구를 위한 일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edmondy@seoul.co.kr
  • “쓰나미같이 마을 덮친 모래폭풍”…24시간이면 한국 온다[이슈픽]

    “쓰나미같이 마을 덮친 모래폭풍”…24시간이면 한국 온다[이슈픽]

    고비사막이나 중국 내몽골 지역에서 발원한 황사는 북서풍을 타고 빠르면 24시간에서 48시간 이내에 국내까지 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몽골 국가방재청에 공개된 영상에는 최근 몽골 중남부 우브르항가이 아이막에서 촬영된 모래폭풍의 위력이 담겼다. 기상청은 16일부터 전국 곳곳에 나타난 황사가 18일까지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영향을 받겠다고 전했다. 이날 기상청은 “17일 미세먼지(PM10) 농도는 차차 낮아지겠으나 18일까지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황사가 이어지는 곳이 있겠으니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다 보니 눈이 덮여 있는 지역도 없고 토양이 더 건조해지면서 황사가 발원할 가능성이 예년보다 커졌다”며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황사 발원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몽골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3~15일 몽골의 건조한 사막지대에서 최고 풍속이 초속 40m에 이르는 황사(모래폭풍)가 발생했다. 모래폭풍의 습격으로 몽골 초원 지역의 마을들은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 환경단체 푸른 아시아 몽골지부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유목민들의 거처인 게르가 무너지고 염소 등 가축들은 떼죽음을 당했다. 몽골 국가 방재청에 따르면, 폭풍으로 인해 10명이 숨지고 한때 590명이 실종됐다. 또 1600마리의 가축이 없어졌다.신동현 푸른아시아 몽골지부 사무차장은 “유목민들은 낮에 주로 벌판에 나가는데 그 상황에서 갑자기 모래폭풍이 불어오면 피할 데가 없다 보니 재난을 당하고, 가축들을 찾으러 나갔다가 같이 바람에 휩쓸려서 실종된 사람들도 있다”며 현지 피해 상황을 전했다. 이를 접한 네티즌은 “쓰나미같이 마을 덮친 모래폭풍”, “인터스텔라 한 장면 같아”, “종말 오는 듯한 광경”, “모래폭풍이 무섭구나”, “앞으로 더 조심하자”등 반응을 보였다. 모래폭풍으로 마을 전체가 암흑이 된 장면은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지구 종말을 연상케 했다. 고비사막서 발원한 황사 24시간이면 도달 국내에 발생한 황사의 대부분은 몽골 남부의 고비사막과 중국 만주 지역에서 발원한다. 이동속도도 빨라서 고비사막이나 중국 내몽골 지역에서 발원한 황사는 북서풍을 타고 빠르면 24시간에서 48시간 이내에 국내까지 도달한다. 이번에 몽골에서 발원한 모래폭풍 역시 15일 중국 베이징을 덮치면서 10년 만에 최악의 황사를 일으켰다. 여기에 중국 내몽골고원 쪽에서 추가로 발원한 황사가 겹치면서 국내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는 “지구 종말을 연상케 하는 모래 먼지 폭풍은 몽골이 지난 60년간 평균 기온이 2.1도가량 상승했기 때문”이라며 “국토의 80%가 사막화되면서 전역이 황사 발생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황사 발원지인 몽골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모래폭풍 현상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겨울에는 몽골에 이상기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황사가 발원하기 좋은 조건이 형성됐다.“황사 중국발 아닌 몽골” 중국, 한국 보도에 발끈 한국이 황사의 영향으로 심각한 공기오염 상황을 겪는 가운데, 중국 언론들은 한국이 ‘중국발 황사’라고 보도하는 것에 발끈했다. 베이징은 16일 오전 9시 현재 공기질지수(AQI)가 70으로 양호 등급이다. 불과 하루 전에는 최악의 수준인 ‘심각한 오염’(AQI 301∼500) 수준이었다. 베이징 시내 6개 구의 PM 10 농도는 전날 8108㎍/㎥까지 올라갔지만, 이날은 PM 10 농도가 100㎍/㎥ 밑으로 떨어졌다.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22㎍/㎥에 그쳤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전날 베이징을 포함한 북방 12개 성·직할시에서 황색 황사 경보를 발령했었다. 그러자 중국 언론들은 이번 황사를 ‘중국발’이라고 보도하는 한국 언론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 관영 환구시보의 영어판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일부 한국 언론이 제목에 ‘중국’을 거론하고 베이징 사진을 기사에 붙이며 선정적으로 보도했다고 전했다.한국 기상청은 황사 예보에서 이번 황사가 중국 네이멍구와 고비사막 부근에서 발원했다고 밝혔다. 고비사막은 몽골 남부와 중국 북부 네이멍구에 걸쳐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언론이 황사와 초미세먼지 등이 발생할 때마다 중국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상 당국과 언론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날씨를 예측하고 보도해야 동아시아 국가들이 협력해 문제를 함께 극복할 수 있다면서 여론을 선동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중국 언론은 이번 황사가 주로 몽골에서 발원한 것이라는 점을 집중부각하며, 몽골의 모래폭풍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연일 보도하고 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아하! 우주] 인터스텔라로 간 보이저호, ‘전파 폭발’ 발견했다

    [아하! 우주] 인터스텔라로 간 보이저호, ‘전파 폭발’ 발견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쌍둥이 우주 탐사선 보이저호가 성간공간에서 계속 새로운 발견들을 알려오고 있다. 보이저호는 새로운 유형의 ‘전자 폭발'(electron burst)을 감지했는데, 이는 별이 플레어를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하나의 통찰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새로운 연구가 보고했다. 전자 폭발은 태양계를 가로질러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입자인 우주선(宇宙線)이 태양면 폭발로 야기된 충격파에 의해 밀렸을 때 일어난다. 그럴 경우 전자는 성간공간의 자기장선을 따라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가속된다고 연구팀의 한 과학자가 밝혔다. “충격파가 입자를 가속시킨다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라고 전제한 논문 교신저자 돈 거넷 미국 아이오와 대학 천체물리학 명예교수는 “그러나 그 같은 현상을 새로운 영역, 곧 유사한 과정이 관찰된 태양계의 태양풍과는 전혀 다른 성간 매체 속에서 발견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고 설명했다.두 보이저 우주선은 43년 동안 우주를 항해하고 있는 중이지만 여전히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탑재된 과학장비들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각종 과학 데이터들을 지구로 전송하고 있다. 단, 보이저 2호는 지구의 수신 시설 업그레이드로 인해 올해 몇 달 간 교신하지 못했지만, 지난 11월 다시 통신이 재개되었다. 전자 폭발을 일으키는 첫 번째 단계는 태양의 코로나 질량 방출에서 촉발된다. 이러한 태양 폭발은 엄청난 양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우주공간으로 방출하고, 이것은 태양계를 가로질러 퍼져나가는 충격파를 만든다. 이러한 충격파는 빠르게 움직이는 우주선 전자, 즉 먼 초신성으로부터 오는 하전 입자를 가속한다. 이러한 우주선은 성간 매질 속에서 별 사이로 이어지는 자기장선을 따라 더욱 가속된다. 그리하여 자기장선은 결국 우주선을 거의 광속에 가깝게 가속시킨다. 이는 처음 우주선을 가속시킨 태양 충격파보다 670배나 빠른 속도다. 연구진은 충격파의 속도가 시속 160만㎞에 이른다고 밝혔다. 아이오와 대학 연구팀은 “물리학자들은 성간 매질에 있는 이러한 전자가 충격파의 첨단에 있는 강화된 자기장에서 반사된 후 충격파의 움직임에 의해 가속되는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반사된 전자는 성간 자기장선을 따라 나선형으로 진행하며, 전자와 충격점 사이의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고 밝혔다. 보이저 1,2호는 충격파로 인한 전자 가속이 발생한 후 며칠 내로 이를 감지했다. 그리고 얼마 후 두 탐사선은 모두 전자 폭발에 의해 생성된 성간 매체를 통해 느리고 낮은 에너지의 플라스마 파 진동을 발견했다. 보이저 1, 2호는 모두 전자 폭발이 발생한 후 최대 1년이 지난 후에야 태양 충격파를 감지했다. 이는 우주선이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걸린 대기 시간이다. 보이저 1호는 태양에서 약 227억㎞ 떨어져 있고, 보이저 2호는 약 188억㎞ 거리에 있다. 지구와 태양의 평균 거리는 1억 5000만㎞(1AU)이므로 두 우주선은 각각 151AU, 125AU 거리에 있는 셈이다. 천문학자들은 충격파와 우주선이 어떻게 태양 폭발에서 발생하는지 더욱 잘 이해하기를 희망한다. 태양 폭발은 국제우주정거장(ISS)이나 NASA가 2024년에 착륙하기를 희망하는 달과 같은 곳의 우주비행사에게 위험한 방사선을 생성할 수 있다. 특히 격렬한 폭발은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이나 전력선과 같은 기반 시설에 치명적인 손상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은 우리 생존에도 직격된 문제다. 새로운 연구는 ‘천문학 저널’ 12월 3일자에 발표되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주말극장가] 평일 관객 4만명대로 위축…대형 신작 없어도 선택지는 다양

    [주말극장가] 평일 관객 4만명대로 위축…대형 신작 없어도 선택지는 다양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600명대까지 치솟는 ‘3차 대유행’의 와중에 영화관을 찾는 평일 관객 수는 4만명대까지 떨어졌다. 대형 한국 영화 신작이 사라졌지만, 소규모 다양성 영화들과 재개봉작들로 선택지는 다양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달 들어 평일 관객 수는 4만명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박스오피스 1위인 ‘이웃사촌’(3일 하루 1만 3651명, 누적 관객수 26만명)를 제외하면 나머지 영화들의 관객 수는 하루 1만명에도 못 미쳤다. 이번 주 개봉한 신작 중에는 메릴 스트리프와 니콜 키드먼이 주연한 뮤지컬 영화 ‘더 프롬’은 지난 2일 3위(4000여명)로 출발해 이튿날엔 4위(3000여명)로 내려섰다. 같은 날 개봉한 한국 독립영화 ‘잔칫날’은 6∼7위(1300여명)에 올랐다.관객 수가 크게 줄면서 ‘서복’, ‘인생은 아름다워’ 등 이달 선보일 예정이었던 한국 영화 신작들이 개봉일을 잡지 못하고 있다. 반면 소규모 다양성 영화들과 함께 특별전과 기획전으로 선보이는 재개봉작들이 극장을 채우고 있다. 한 달째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도굴’(누적 관객수 139만명) 과 아니시 차간티 감독의 ‘런’(누적 관객수 21만명)외에 종교 영화 ‘파티마의 기적’, 4DX로 재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터스텔라’·‘덩케르크’·‘다크나이트’, 젊은 세대를 겨냥한 미국의 호러 영화 ‘프리키 데스데이’, 다큐멘터리 ‘증발’ 등이 예매율 10위권에 들어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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