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짚기]‘아일랜드발 공포’ 왜 부풀리나
아일랜드 돼지고기와 쇠고기에 이어 11일엔 이탈리아산(産) 양(羊)에서도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돼 국내 언론의 호들갑이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호들갑이란 표현을 쓴 게 해당 매체들에겐 대단히 송구스러운 일이지만 제 생각에는 달리 맞아떨어지는 표현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8일 이 란을 통해서도 지적했듯이 인체에 암을 유발하거나 유해한 영향을 미치려면 아일랜드산 돼지고기를 엄청나게 많이 먹어야 합니다.
먹거리의 안전성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돌아볼 때 조심해서 나쁠 일은 없습니다.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공포를 부풀린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더욱이 시민들의 공포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간과한다면 이건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아일랜드산 돼지고기에 대해 가장 먼저,그리고 가장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는 문화일보는 11일 다음과 같은 요지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골자만 추리는 점 양해 바랍니다.
다이옥신 오염 우려가 있는 아일랜드산 돼지 목뼈와 내장 45,8t 가운데 최대 30여t은 이미 식당에서 소비자들에게 판매됐을 것으로 추정돼 다이옥신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정부는 현재까지 12.9t에 대해 회수 조치를 마무리하고,나머지 25.1t에 대해서도 회수에 들어갔지만 이 물량의 상당부분이 이미 소비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는 이날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아직 조사 중인 물량 가운데 아일랜드에서 문제가 된 9월1일 이후 생산된 돼지고기는 일부에 불과하지만,장부 및 상자 폐기 등으로 인해 이를 구별할 방법이 없다.”면서 “모든 물량을 다이옥신 의심 물량으로 가정하고 회수 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또다른 관계자는 “수거된 돼지고기에 대한 조사에서 만약 다이옥신이 검출되지 않을 경우 시중판매를 막을 근거가 없어 다이옥신 검출조사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일보의 보도에 앞서 이날 오전 노컷뉴스는 아일랜드의 돼지고기 판매 재개 소식을 다루고 있어 주목됩니다.
다이옥신 돼지고기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아일랜드 정부는 안전하다고 확인된 돼지고기에 대해서는 판매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0일 CNN 인터넷판에 따르면 아일랜드 농림부 장관 브렌든 스미스(Brendan Smith)는 10일(현지시각) “문제의 돼지고기와 베이컨 등을 모두 회수했으며, 안전한 아일랜드산 돼지고기는 판매를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제재를 받고 있는 도살장을 제외하고 문제가 없다고 확인된 도살장에 한해 돼지고기를 판매하도록 허락했지만, 정확한 판매 재개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판매가 재개된 돼지고기들은 정부가 안전을 보장한다는 인증 표시를 달고 판매될 예정이다.
한편 아일랜드 돼지 농장주들은 10일 농림부 앞에서 즉각적인 대처를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이들은 ”돼지고기 판매 중지로 인해 하루 100만 유로(18억여 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지난 6일 다이옥신 성분이 섞인 사료를 먹고 발생한 이번 사태와 관련 세계 각국에 수출된 돼지고기를 수거했다.
다이옥신은 염소를 함유한 유기화합물이 탈 때 발생하는데 주로 음식물을 통해 흡수되며, 이 중 95%가 동물성 지방의 섭취에 의해 흡수된다고 미국 환경호보국(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은 밝혔다.
다이옥신은 주로 몸 속의 에스트로겐 관련 내분비계에 작용해 독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분류되며, 피부질환, 면역력 감소, 기형아 출산, 성기 이상, 암 유발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히려 훨씬 많은 소비자들이 문제의 돼지고기를 먹었을 가능성이 높은 아일랜드에서 벌써 판매재개 조치가 내려졌는데 등뼈와 내장 등
30t 때문에 호들갑을 떤다면 과장이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문화일보는 그렇다치고 과장된 뉴스 밸류 판단에 덩달아 다른 신문들이 공포 확산에 일조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입니다.특히 서울신문이 11일자 16면 사이드톱으로 아일랜드산 쇠고기를 다룬 것은 의아한 대목입니다.
연합뉴스가 전날 오전 10시39분 ‘아일랜드산 쇠고기 국내 수입되지 않았다.’고 보도해 별로 걱정할 일이 없는데도 다른 국제뉴스를 제쳐놓고 이 기사가 비중있게 보도된 것은 조금 어이없는 일입니다.
’키우는 게 장땡’이란 언론계 속설을 감안하더라도 적정한 상황 파악과 위험도를 전달하는 노력이 절실해 보입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