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만사태 한달째… 강석진특파원이 본 대치현장
◎미군,장기주둔 태세… 군수품 비축 총력/다란기지에 미 장병들 연일 증파/사막전 대비,A10기 확충 서둘러/완전 무장한 미 여군,“우린 오직 싸울 뿐이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비롯된 페르시아만 사태가 한달을 넘어섰으나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고 있다. 기대를 걸었던 케야르 유엔 사무총장과 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의 회담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외교적 노력과는 관계없이 전선은 역시 전선이다.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미국은 계속해서 군장비를 증강하면서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가속하고 있다.
사우디 동북방에 위치한 다란 공군기지는 요즘도 미군 병력과 군장비를 실어나르는 화물기와 전투기들로 북적대고 있다.
31일 하오 5시 지평선 너머로 해가 질무렵 팬암사의 보잉747기가 굉음을 내며 활주로에 착륙했다.
잠시후 비행기 트랩으로 미 제16헌병대의 지휘관과 기수가 모습을 보였다. 기수병은 재빨리 활주로 끝에 부대기를 세웠다. 세찬 바람에 펄럭이는 부대기 뒤에는 제16헌병대의 장병 4백명이 차례차례 부대별로 도열했다.
이들 옆에는 이미 에버그린 인터내셔널 항공사의 수송기로부터 군용화물들이 산처럼 실려나오고 있었고 미군 대형 수송기 1대는 이륙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는 듯했다.
활주로 끝에서 3대의 대형 항공기가 나란히 서서 미군 병력과 군수물자를 쏟아놓고 있을때 다른 한편에서는 미군 전투기들이 꼬리에 불꽃을 내뿜으며 상공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올랐다. 미군 병사들은 전투기의 비상하는 모습에 휘파람을 불며 환호한다.
유난히 여군이 눈에 많이 띄는 가운데 한 여군 지휘관은 우렁찬 목소리로 부대를 정렬시키고 있었다. 그녀에게 다가가 『당신이 하는 일이 만족스러운가』『이라크의 화학무기가 두렵지 않은가』『사막전에서 체력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고 기자들이 거푸 질문을 던졌다.
그 여군 지휘관은 『그것은 내 소임일 뿐』이라고 간단히 대답하고는 부대 지휘에 바삐 움직인다.
영화 람보에 나오는 슈와츠 제네거 만큼이나 덩치가 큰 흑인사병옆에는 이제 막 소녀티를 벗은 깜찍한 여군도 서있다. 물론 그 여군은 여늬 장병과 마찬가지로 M16ㆍ방독면ㆍ방탄조끼를 몸에 걸치고 더블백도 야무지게 건사했다.
이들에게 앞으로의 행선지와 임무를 묻는 것은 모두 쓸데없는 일이었다. 미군들은 이에 관해 지침이 있었던 듯 『모른다』고 똑같이 대답했다.
약 1시간에 걸쳐 점검을 마친 제16헌병대 장병들이 에어컨이 가동되는 텐트 교육장으로 향할 즈음 이륙준비를 마친 수송기들이 활주로를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리그스라는 이름의 한 대위가 기자를 보더니 한국말로 『안녕하십니까』라고 말을 건네며 다가왔다. 그는 미군이 사우디에 도착하면 즉시 2∼3시간에 걸쳐 사막의 기후조건,사우디에서의 행동지침 등을 교육받고 임지에 투입된다고 설명해준다. 그는 또 행선지 임무에 관해서는 함구명령이 하달됐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는 그는 사막근무 몇주일만에 눈이 새빨갛게 충혈돼 고통스러운 표정이었다.
벨기에 라디오 TV에서 파견된 이스트반 펠케이 기자등과 함께 기지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기지주변의 드넓은 공지위에 각종 보급물자가 끝없이 야적돼 있었다. 그 사이로 대형트럭과 지게차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출구로 향하는 길 옆에는 텐트 수개 동으로 이루어진 야전병원이 보였고 병원 정문에는 선글라스를 낀 미군 병사가 발을 벌린 부동자세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출구 정문 검문소에는 저녁기도 모그렙(MOGHREB)이 시작되는 하오 6시42분 사우디 병사들이 메카를 향해 기도드리고 있었다.
군용수송기도 부족해 민간항공기까지 동원돼 물자를 퍼붓는 미국,식량이 부족해 인질 부녀자와 식량을 바꾸자는 이라크ㆍ이번 중동사태는 물자동원능력이 관건이 될 조짐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미군 당국의 설명. 31일 하오 4시 기자회견을 가진 H 노먼 슈워츠코프 미 중부사 사령관은 자신이 전선을 둘러본 결과 미군이 공군력은 우수하지만 사막전의 승패를 좌우하는 탱크전에서 승리를 장담하려면 A10 전차 공격기의 대량 보충이 필요하다고 판단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사태의 진전을 묻는 병사들의 질문에 『오랫동안 있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슈워츠코프 대장은 『위기가 종식된 뒤에 미군은 철수할 것인가』라는 물음에도 『정책결정은 나의소임이 아니지만 사우디에 항구적으로 주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쏟아져 들어오는 병력과 물자,장기주둔을 기정사실화해 가는 미군당국의 모습을 보면서 중동지역에서의 미국의 역할,미군의 비중이 크게 클로스업돼 왔다.
□페만사태 주요 일지
▲8.2=이라크,탱크 3백50여대와 14개 사단병력을 동원,상오 2시(현지시간) 쿠웨이트 전격 침공. 미 인도양에서 항모발진. 미ㆍ소 대 이라크 공동제재로 외국에 있는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자산 동결 및 이라크와의 무역금지.
▲8.3=이라크군 사우디 국경이동.
▲8.4=이라크,영국인 35명 바그다드로 이송.
▲8.6=유엔안보리 대 이라크 금수조치 승인. 미 인질구조특공대 급파.
▲8.8=미,공정대 병력 및 전투기 사우디파견. 미 지중해 함대 페르시아만 이동.
▲8.9=미,나토동맹국들에 「다국적군」 파병 요청.
▲8.10=아랍 정상 카이로에서 회동.
▲8.12=후세인,철군조건 제시.
▲8.14=미,해상봉쇄 강화.
▲8.16=이라크와 쿠웨이트내 미국인 2천5백여명과 영국인 4천명 호텔집결 명령.
▲8.17=이라크,이란 국경선에서 병력 철수.
▲8.19=이라크,서방인들을 「인간방패」로 삼기 위해 전략요충지로 이동 명령. 미 함,이라크 유조선에 경고사격.
▲8.20=미,아랍에미리트연합에도 파병키로 결정.
▲8.22=부시,예비군 동원령 발표.
▲8.24=이라크군,쿠웨이트내 서방대사관 포위.
▲8.25=유엔,대 이라크 무력사용 승인.
▲8.26=이라크,케야르 유엔 사무총장의 중재제의 수락.
▲8.27=미,이라크 외교관 추방명령.
▲8.28=이라크군 사우디국경서 후퇴. 이라크,여성ㆍ어린이 인질 석방 선언.
▲8.31=케야르 유엔 사무총장과 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 암만서 회담(1차ㆍ2차).
▲9.1=케야르,아지즈 3차 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