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차례 정상회담 “이례적”/벳푸 한·일 정상회담이모저모
◎김 대통령“무역역조시정 일 정부서 노력을”/하시모토오찬회담 앞서 일 관방 망언 사과
김영삼 대통령은 25일 상오 일본의 벳푸시에 도착,숙소에 여장을 푼뒤 곧바로 하시모토 총리와 오찬을 겸한 한일정상회담을 갖는 등 하루동안 3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민간 교류성과 언급
▷확대정상회담◁
○…김영삼 대통령은 이날 하오 4시부터 숙소인 스기나이호텔 지하1층 코스모스홀에서 하시모토 총리와 이날 두번째 회담인 확대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경제현안과 재일한국인 법적지위향상문제 등을 논의.
김대통령과 하시모토 총리는 회담장에 나란히 입장,사진기자들을 위해 악수를 하며 기념촬영.
이어 하시모토 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간의 교류성과에 대해 언급.
김대통령은 2002년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양국간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으며 한·일간의 무역역조 시정을 위한 일본의 노력을 촉구.
이날 확대정상회담에는 우리측에서 유종하 외무장관,김태지 주일대사,이석채 청와대경제수석,반기문 외교안보수석 등이,일본측에서는 이케다(지전)외상,야마시타(산하)주한대사,히라바야시(평림)내각외정심의실장 등이 배석했으며 양국 외무장관은 두 정상과 마찬가지로 노타이 차림
○김 대통령 유감 표명
▷오찬회담◁
○…한·일 정상간 오찬회담은 낮12시부터 하오2시까지 시종 진지한 분위기속에서 진행.그러나 회담벽두 한때 군대위안부문제와 관련한 가지야마 관방장관의 전날 「망언」을 놓고 회담 서두에는 다소 심각한 분위기를 연출.
하시모토 총리는 오찬이 시작되기전 먼저 가지야마 장관의 발언과 관련,『대통령 각하와 한국 국민들에게 끼쳐드린 불쾌감과 놀라움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깊이 죄송하게 생각하고 사과드린다』며 세차례나 사죄.
이에 대해 김대통령은 『서두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게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한국내 반응이 얼마나 심각한지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강력한 유감을 표시하고 『한국 국민들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
이어 열린 오찬회담에서 김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대만의 핵폐기물 수출 문제와 관련,『한반도에 핵폐기물이 들어올 경우 생태계와 환경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며 『대만의 핵폐기물 수출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며 일본정부의 협조를 요청.
이에 대해 하시모토 총리는 『만약 핵폐기물이 바다에 버려질 경우 일본으로서도 상당히 우려할 수 밖에 없다』고 동감을 표시한 뒤 『일본이 대만과 공식외교관계가 없는 만큼 앞으로 어떻게 구체적으로 대응할지를 외무성에 지시해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약속.
○일 극우파 차량 시위
▷회담장 주변◁
○…정상회담이 열린 이날 벳푸역앞 광장에서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국가보상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캠페인과 「독도반환」 등의 과격주장을 펴는 극우단체들의 시위가 동시에 열려 한때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펴온 규슈지역 여성 활동가들의 모임인 「종군위안부 문제를 생각하는 여성 네트워크」는 이날 하오1시쯤 벳푸역앞 광장입구에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일본은 공적 사죄와 개인배상을 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펼쳐들고 시민들에게 유인물등을 배포.
이 캠페인 참가자는 모리가와 만지코(삼천만지자)사무국장을 비롯한 여성회원 10여명으로 『유인물 1천여장을 준비했으나 배포한 것은 불과 얼마 안된다』면서 시민의 냉랭한 반응을 아쉬워 하는 모습.
캠페인이 시작된 뒤 20여분뒤 광장에 5대의 검은 차량을 동원한 극우단체 당원 100여명이 확성기로 『독도를 반환하라』,『일본의 약체외교를 보여주는 정상회담 그만두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등장해 험악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한편 「종군위안부 문제를 생각하는 여성 네트워크」는 한·일 정상회담을 즈음해 『(일본)정부가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김영삼 대통령과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에게 보냈다.
○벳푸시 환영불꽃놀이
○…벳푸시는 25일 저녁 역사적인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것을 기념하고 김영삼대통령의 벳푸시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1천여발의 불꽃을 터뜨려 밤하늘을 수놓는 장관을 연출.
시당국은 이날 저녁 김대통령과 하시모토 총리의 만찬회동이 끝난뒤 김대통령이 숙소인 스기나이호텔 하나관에 도착,대통령객실에 들어서는 시간에 맞춰 형형색색의 불꽃을 9가지 순서로 나눠 일제히 쏘아올렸다.
이날 저녁 환영불꽃놀이는 일본의 4계절을 불꽃으로 표현,「신록의 봄」 「파란 하늘과 바다가 눈부신 여름」 「단풍과 낙엽의 가을」 「눈내리는 겨울」 등을 연출하는가 하면 속사연발로 5종류의 꽃다발을 엮어 형형색색의 밤하늘을 연출하는 등 20여분간 진행.
벳푸시가 환영불꽃놀이로 외국정상을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 관계자는 설명.
○국제현안 등 논의
▷3번째 회담◁
○…양국 정상은 하오 7시15분부터 9시30분까지 벳푸시내 음식점 「모미야」에서 오이타현 특산의 음식을 들면서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 3번째 회담을 진행.
김대통령과 하시모토 총리는 오이타현 특산의 카보스 와인으로 건배한 뒤 일본술을 반주로 식사하면서 오이타현의 죽세공,고대사,북한정세,페루 일본대사관 인질사건,중국·러시아와의 관계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대화.
김대통령은 북한 정세와 관련,『한국과 일본이 풍작이 들어도 북한은 흉작이 되고 만다』고 설명하는 등 심각한 인식을 피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