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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트 윈슬렛, 골든글로브 주·조연상 2관왕

    케이트 윈슬렛, 골든글로브 주·조연상 2관왕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케이트 윈슬렛이 지난 11일 오후8시(현지 시각)에 열린 6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동시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케이트 윈슬렛과 더불어 ‘체인질링’의 안젤리나 졸리 등 쟁쟁한 후보들로 인해 시상식 직전까지 해외 평단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그동안 ‘센스 앤 센서빌리티’ ‘타이타닉’ ‘이터널 선샤인’ 등으로 아카데미 5회 노미네이트, 골든글로브 7회 노미네이트에 이어 처음으로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통해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게 된 그녀는 ‘더 리더’로 여우조연상까지 두 부문을 동시에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녀를 ‘골든글로브의 여왕’으로 만들어준 작품이자, 남편 샘 멘데스의 첫 작품이기도 한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영화 ‘타이타닉’ 이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11년만의 재회로도 화제를 모아온 작품이다. 케이트 윈슬렛의 골든글로브 2관왕으로 인해 더욱 주목 받게 될 이 영화는 오는 2월19일 국내 관객들을 찾는다. 서울신문NTN 이현경 기자 steady101@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모성·부성애 다룬 할리우드 영화 두편

    모성·부성애 다룬 할리우드 영화 두편

    모성애와 부성애는 다를까, 같을까. 자식을 잃는 비극을 맞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 두 편이 찾아와 눈길을 모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클린트이스트 우드 감독의 ‘체인질링’과 원작소설 ‘내 생애 가장 슬픈 오후’(존 번햄 슈워츠 작)를 영화로 만든 테리 조지 감독의 ‘레저베이션 로드’가 각각 22일, 29일 개봉된다. ‘체인질링’은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세상과 싸워나가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28년 미국에서 일어난 크리스틴 콜린스 사건을 영화화한 것. 싱글맘 크리스틴(앤절리나 졸리)은 아들이 사라지자 경찰에 신고한다. 몇달 뒤 아들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가지만, 경찰이 찾은 아이는 아들이 아니다. 하지만 여론의 비난이 무서운 경찰은 오히려 그녀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며 사건을 종결지으려 한다. ‘레저베이션 로드’에는 두 부성애가 등장한다. 에단(호아킨 피닉스)은 나들이를 다녀오던 길에 뺑소니 사고로 아들을 잃는다. 사고를 낸 사람은 드와이트(마크 러팔로)로 그는 자신의 아들과 야구장에서 돌아오는 길이다. 눈앞에서 자식을 잃은 에단의 가족은 깊은 슬픔 속으로 침잠하고, 드와이트는 제 아들이 받을 충격이 두려워 달아난 뒤 죄책감에 고통받으며 살아간다. 경찰의 수사와 변호 의뢰로도 진척이 없자 에단은 직접 범인을 찾아나선다. ‘체인질링’은 ‘용서받지 못한 자’와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두 차례나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레저베이션 로드’는 ‘호텔 르완다’로 2004년 토론토 영화제 관객상, 영국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던 테리 조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두 영화는 자식을 잃은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 부모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통된다. 타성과 부패, 무능에 젖은 경찰 권력에 맞서 외롭지만 강인한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도 비슷하다. 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앤절리나 졸리는 ‘체인질링’으로 미국배우조합(SAG) 여우주연상과 2009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레저베이션 로드’의 캐스팅 면면도 포만감을 안겨 준다. 이 영화를 찍은 뒤 은퇴를 선언한 호아킨 피닉스는 아들을 잃은 아픔을 표현하기 위해 음주운전 희생자 어머니들을 만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마크 러팔로, 제니퍼 코넬리의 연기도 작품에 빛을 더한다. 이 캐릭터들에서 상실에 대처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차이를 읽을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하지만 두 영화가 비슷한 내용을 다룬다고 감정이입의 정도까지 같진 않다. ‘체인질링’이 권력에 휘둘리기만 하는 주인공의 행동에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반면, ‘레저베이션 로드’는 방황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맞서나가는 내면을 보다 현실적으로 그려 금방 동화되게 만든다. ‘체인질링’을 두고 미국의 한 평론가(‘USA투데이’ 클라우디아 퓨즈)는 “너무 계산적인 진행과 너무 조심스러운 멜로드라마적 감성이 이 영화를 수동적인 경험이 되게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시대적 배경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영화평론가 김봉석씨는 “‘체인질링’은 192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여성의 지위를 반영하고 있다.”면서 “당시 남성 위주의 사회체제에서 여성이 권력에 대항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던 것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현대 시점에서 바라봤을 때 이해할 수 없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화를 극화한 ‘체인질링’이 소설을 영화화한 ‘레저베이션 로드’보다 설득력이 낮다는 점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배우들의 호연을 감안할 때, 이는 아무래도 연출력의 책임으로 돌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체인질링’ 18세 관람가, ‘레저베이션 로드’ 12세 관람가 예정.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자식 잃은 슬픔 딛고 세상과 맞서다

    자식 잃은 슬픔 딛고 세상과 맞서다

    모성애와 부성애는 다를까, 같을까. 자식을 잃는 비극을 맞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 두 편이 찾아와 눈길을 모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클린트이스트 우드 감독의 ‘체인질링’과 원작소설 ‘내 생애 가장 슬픈 오후’(존 번햄 슈워츠 작)를 영화로 만든 테리 조지 감독의 ‘레저베이션 로드’가 각각 22일, 29일 개봉된다. ‘체인질링’은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세상과 싸워나가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28년 미국에서 일어난 크리스틴 콜린스 사건을 영화화한 것. 싱글맘 크리스틴(앤절리나 졸리)은 아들이 사라지자 경찰에 신고한다. 몇달 뒤 아들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가지만, 경찰이 찾은 아이는 아들이 아니다. 하지만 여론의 비난이 무서운 경찰은 오히려 그녀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며 사건을 종결지으려 한다. ‘레저베이션 로드’에는 두 부성애가 등장한다. 에단(호아킨 피닉스)은 나들이를 다녀오던 길에 뺑소니 사고로 아들을 잃는다. 사고를 낸 사람은 드와이트(마크 러팔로)로 그는 자신의 아들과 야구장에서 돌아오는 길이다. 눈앞에서 자식을 잃은 에단의 가족은 깊은 슬픔 속으로 침잠하고, 드와이트는 제 아들이 받을 충격이 두려워 달아난 뒤 죄책감에 고통받으며 살아간다. 경찰의 수사와 변호 의뢰로도 진척이 없자 에단은 직접 범인을 찾아나선다. ‘체인질링’은 ‘용서받지 못한 자’와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두 차례나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레저베이션 로드’는 ‘호텔 르완다’로 2004년 토론토 영화제 관객상, 영국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던 테리 조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두 영화는 자식을 잃은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 부모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통된다. 타성과 부패, 무능에 젖은 경찰 권력에 맞서 외롭지만 강인한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도 비슷하다. 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앤절리나 졸리는 ‘체인질링’으로 미국배우조합(SAG) 여우주연상과 2009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레저베이션 로드’의 캐스팅 면면도 포만감을 안겨 준다. 이 영화를 찍은 뒤 은퇴를 선언한 호아킨 피닉스는 아들을 잃은 아픔을 표현하기 위해 음주운전 희생자 어머니들을 만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마크 러팔로, 제니퍼 코넬리의 연기도 작품에 빛을 더한다. 이 캐릭터들에서 상실에 대처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차이를 읽을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하지만 두 영화가 비슷한 내용을 다룬다고 감정이입의 정도까지 같진 않다. ‘체인질링’이 권력에 휘둘리기만 하는 주인공의 행동에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반면, ‘레저베이션 로드’는 방황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맞서나가는 내면을 보다 현실적으로 그려 보는 내내 동화하게 된다. ‘체인질링’을 두고 미국의 한 평론가(‘USA투데이’ 클라우디아 퓨즈)는 “너무 계산적인 진행과 너무 조심스러운 멜로드라마적 감성이 이 영화를 수동적인 경험이 되게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시대적 배경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영화평론가 김봉석씨는 “‘체인질링’은 192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의 여성의 지위를 반영하고 있다.”면서 “당시 남성 위주의 사회체제에서 여성이 권력에 대항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던 것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현대 시점에서 바라봤을 때 이해할 수 없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화를 극화한 ‘체인질링’이 소설을 영화화한 ‘레저베이션 로드’보다 설득력이 낮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배우들의 호연을 감안할 때, 이는 아무래도 연출력의 책임으로 돌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체인질링’ 18세 관람가, ‘레저베이션 로드’ 12세 관람가 예정.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체인질링’, 이스트우드와 졸리가 그린 모성애

    ‘체인질링’, 이스트우드와 졸리가 그린 모성애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안젤리나 졸리가 감독과 배우로 만나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아온 영화 ‘체인질링’이 22일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체인질링은 1920년대 수줍음 많은 ‘여자’에서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머니’가 된 크리스틴 콜린스(안젤리나 졸리 분)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세상에 맞서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툼 레이더’ ‘원티드’ 등에서 강한 여전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던 안젤리나 졸리는 체인질링에서 평소 아이를 좋아하는 그녀답게 진한 모성애를 오롯이 담아냈다. 그녀의 연기력을 눈부시게 빛나게 해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안젤리나 졸리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위해 리허설은 거의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50여 년 동안 배우이자 감독으로 영화 촬영장에서 살아온 그이기에 배우의 입장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하기 때문. 감독의 배려에 대해 안젤리나 졸리는 “세심한 배려가 배우들에게 더욱 열심히 연기할 수 있게 해줬다. 그를 더욱 존경하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7일 오후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시사회를 지켜본 한 영화 관계자는 “훌륭한 연기, 완벽한 연출이 돋보인다. 올해 최고의 영화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감상을 전했다. 서울신문NTN 이현경 기자 steady101@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할리우드의 트렌드 ‘감동실화’… 어떤 작품 있나?

    할리우드의 트렌드 ‘감동실화’… 어떤 작품 있나?

    실화의 감동을 스크린으로 옮긴 ‘실화 영화’는 올 상반기 개봉 할리우드 영화의 뚜렷한 트렌드 중 하나다. 히틀러에 저항하는 영웅의 이야기 ‘디파이언스’ ‘작전명 발키리’를 시작으로 안젤리나 졸리의 ‘체인질링’ 제니퍼 애니스톤이 출연하는 ‘말리와 나’ 등이 실화의 감동을 스크린에 담아낸 작품이다. #히틀러에 저항하는 다니엘 크레이그와 톰 크루즈 다니엘 크레이그와 톰 크루즈는 히틀러의 나치에 저항한 실존 인물 투비아와 슈타펜버그 대령으로 분해 절제된 연기를 선보였다.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 영화 ‘디파이언스’(8일 개봉)는 죽음을 앞둔 수천 명의 유태인을 희망으로 이끌었던 실존인물 ‘투비아 비엘스키’와 비엘스키 유격대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1941년 여름 유럽이 히틀러의 군대에 의해 점령당했을 때, 비엘스키 형제는 수천 명의 피난민을 구하며 유격대를 결성하게 된다. 이같은 역사를 배경으로 다니엘 크레이그는 투비아를 통해 극한 상황에서도 냉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며 형제들과 수 천명의 생명을 지켜내는 진정한 영웅의 모습을 표현했다. 톰 크루즈도 ‘작전명 발키리’(22일 개봉)에서 슈타펜버그 대령이라는 독일 장교로 분해 히틀러에 저항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한 투비아가 ‘우리가 살아남는 것이 저들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한 것과 달리 톰 크루즈의 슈타펜버그 대령은 죽음을 불사하고 히틀러를 암살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지휘한다. 극중 슈타펜버그 대령은 히틀러가 독재자로 위세를 떨치며 세계를 2차 대전의 공포로 몰아가는 상황 속에서 히틀러 제거만이 인류를 구원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게 된다. 조국을 사랑하는 숭고한 정신으로 무장한 그는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위험에 처할 것을 감수하며 신념을 행동으로 옮긴다. 메가폰을 잡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발키리 작전’을 통해 히틀러를 암살하고 나치 정부를 전복하는 실화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가슴 따뜻해지는 휴먼 드라마 ‘체인질링’ ‘말리와 나’ 영화 ‘체인질링’(22일 개봉)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안젤리나 졸리가 감독과 배우로 만나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지난 여름 ‘원티드’로 화려한 여전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던 안젤리나 졸리는 아들을 찾기 위해 세상과 맞서는 싱글맘으로 돌아왔다. 평소 아이를 좋아하는 안젤리나 졸리답게 영화에서도 그는 진한 모성애를 오롯이 담아냈다. 아이를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녀의 용기 있는 모습은 관객들을 눈물짓게 한다. 안젤리나 졸리는 완벽한 모성 연기를 통해 올해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노미네이션을 시작으로 각종 시상식 여우주연상에 이름을 올렸다. 크리스틴 콜린스를 연기한 졸리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현장에서 절대 ‘액션’이라고 소리치지 않는다. 그는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연기하길 원하고 나 역시 그런 그의 방식이 좋다.”고 밝혔다. 안젤리나 졸리의 강한 모성애 연기에 클린트 이스트우드 특유의 연출력이 더해지면서 ‘체인질링’은 관객의 심금을 울릴 드라마로 탄생됐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또 한 편의 감동 실화가 있다.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소설 ‘말리와 나’를 영화화한 ‘말리와 나’(2월 19일 개봉)는 사랑, 결혼, 이사 등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사건들 속에서 진실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스토리다. 발간 당시 40주 동안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 부분을 뜨겁게 달군 이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닌 실제 있었던 실화를 그려낸 작품. 각각의 캐릭터만으로도 생동감 넘치는 매력을 자랑하는 오웬 윌슨과 제니퍼 애니스톤은 영화에서 서로의 동반자로 출현하며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발산, 보는 재미를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데이빗 프랭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말리와 나’는 전미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달리면서 순수한 사랑과 인생의 참된 행복을 스크린에서 전하고 있다. 서울신문NTN 이현경 기자 steady101@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사설] 합의 가능한 법안부터 우선 처리하라

    임시국회 회기를 불과 사흘 남겨놓고 여야가 어제 다시 대화에 나섰다.본회의장과 상임위의 점거 농성, 무수한 발길질과 몸싸움, 기물파손 등 난장판에 난장판을 거듭한 끝에 겨우 대화의 실마리를 잡은 것이다. 여야 모두 이번 기회를 살려 대화의 물꼬를 넓히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거니와 남은 기간 등을 고려할 때 합의 가능한 법안들을 우선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기실 쟁점 법안들 가운데는 국회에 제출된 지 얼마되지 않아 상임위 논의 과정이 없거나 충분치 못한 것들이 꽤 있다. 당연히 국민 여론 수렴과정도 제대로 거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국민에게 법안 내용을 알리고 설명하는 노력도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쟁점법안에 가로막혀 경제위기 극복과 서민생활 보호를 위해서 꼭 필요하거나 여야가 쉽게 합의할 수 있는 법안들을 마냥 방치해서는 안 된다.한나라당은 이번 사태 동안 줄곧 우왕좌왕했다. 하루는 대화, 하루는 강경대응으로 돌아서는 일을 되풀이했다. 그 결과는 난장판 국회였다. 심지어 박근혜 전 대표가 어제 최고위원·중진회의에서 쟁점법안 강행 처리 입장에 우려를 표시한 데서 나타나듯이 당내 이견 조정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강행처리만을 고집해 왔다. 이런 상태에서는 설혹 쟁점법안들을 강행처리한다 해도 강력한 추진력을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민주당도 이번 사태를 통해 국민에게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충분히 과시했다. 이제는 여당과의 대화와 법안의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야당으로서의 존재 의의를 보여줄 때이다.국회는 쟁점법안의 ‘인질’이 되어 있는 비쟁점법안들을 우선 처리해 원활한 국정수행을 지원하는 한편 쟁점법안은 시간을 갖고 심도있게 논의하고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함으로써 국론분열을 치유해 나갈 것을 권고한다.
  • [Healthy Life] (6) 저혈압

    [Healthy Life] (6) 저혈압

    고혈압이 무섭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그 자체가 질병이기도 하지만 치명적인 심장질환이나 뇌혈관 질환을 부르는 직접적인 요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런 고혈압 인지도에 비해 저혈압은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다.그도 그럴 게 저혈압은 아직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질병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다.특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혈압이 다소 낮은 저혈압은 고혈압과 달리 치명적이지 않아서다.그러나 아직도 많은 이들이 “난 저혈압이야.”라고 자가진단을 하고는 “들으니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훨씬 겁나고 무섭대.”라고들 말하기도 한다.이들은 장기·지속적으로 혈관에 심한 압박을 가하는 고혈압의 반대 개념을 적용해 저혈압이 종국에는 혈관을 맥없이 짜부라뜨리고 그 때문에 자신의 건강과 삶이 빈 캔처럼 쉽게 구겨져 버릴 수도 있다고 믿는 건 아닐까.이런 일상적 의문에 대해 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고영국 교수가 바른 답을 제시했다.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걱정을 사서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흔히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무섭다’고들 말한다.이런 의식이 의학적 근거가 있는 말인가? 저혈압이란 정상보다 혈압이 낮은 상태를 말한다.수축기 혈압이 100㎜Hg 이하일 때 일반적으로 저혈압이라고 하지만 사실 저혈압의 정확한 의학적 정의는 없다.오히려 정상 혈압의 기준은 수축기혈압 120㎜Hg미만,확장기혈압 80㎜Hg 미만으로 상한치만 있을 뿐 하한치가 없어 어지럼증,실신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만 않는다면 혈압은 낮으면 낮을수록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률도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따라서 특별한 증상이 없이 혈압만 낮은 것은 해가 되기보다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이런 관점에서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무섭다.’는 세간의 인식은 상당 부분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봐도 된다.의사들이 흔히 말하는 ‘저혈압’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질병으로서의 저혈압이 아니라 혈압이 정상치에 못 미친다는 뜻이므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단순히 혈압이 조금 낮은 수준인 저혈압과 질병으로서의 저혈압은 어떻게 다른가? 우리 몸의 혈압은 일반적으로 혈액량,심장기능,미세한 말초혈관의 저항에 의해 변하게 되며,자율신경에 의해 자동적으로 조절이 된다.특별한 원인질환이 없이 젊은 사람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저혈압은 자율신경의 부조화 등에 의해 나타날 수 있으며,그 밖에도 피로,고열,탈수,감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도 나타날 수도 있다.또 특별한 신체질환이 없이 혈압이 정상치보다 낮으면서 특히 앉았다가 일어설 때나 장시간 서 있을 때 현기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대부분 휴식을 취하면 회복되고,고혈압과 달리 합병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이에 비해 심장혈관계,신경계,내분비계의 이상으로 계속되는 저혈압이나 특히 중증의 감염,출혈,탈수,심장질환,알레르기 반응이 원인이 되어 혈압이 낮아지는 경우라면 문제가 다르다.이런 상태는 뇌,심장,신장 등 주요 장기의 혈액 공급에 문제가 생기는 쇼크 상태로 이어져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심각한 경우이다.따라서 혈압이 낮으면서 어지럼증 또는 실신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런 증상을 초래한 원인 질환이 따로 있는지 반드시 검사해 봐야 한다.하지만 증상이 아예 없거나 일시적인 증상만 있는 가벼운 정도의 저혈압이라면 일반적으로 특별한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적절한 휴식과 규칙적인 운동만으로도 얼마든지 상태가 나아질 수 있다. ●저혈압의 종류와 각 종류에 따른 증상을 설명해 달라. 저혈압은 원인에 따라 본태성과 2차적,기립성 저혈압 등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본태성 저혈압은 특별한 원인이 없이 태어나면서부터 지속적으로 혈압이 낮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주로 마른 체형의 사람과 젊은 여성들에게 나타나며,저혈압의 일반적인 증상을 보인다. 2차적인 저혈압은 주로 내분비,심혈관계,뇌혈관계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저혈압을 말한다.이런 경우라면 당연히 검진을 통해 원인질환을 알아내야 한다.앉았다 일어서거나 할 때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기립성 저혈압은 젊은 여성,특히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는 여성들에서 많이 나타나며,고혈압 치료제,전립선비대증 치료제 등을 복용하는 노인들에게서도 흔히 나타날 수 있다.하지만 이런 기립성 저혈압은 하나의 현상일 뿐 질병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의 저혈압 발병추이는 어떤가,또 발병 추이에 나타난 특이성은 무엇인가? 저혈압은 하나의 질병으로서 정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자료 역시 마련되어 있지 않다.저혈압은 고혈압과 달리 다른 질병에 의해서 갑작스럽게 나타나거나,증상을 가지고는 있지만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 추이를 파악하거나 추이의 특성을 간파하기가 쉽지 않다. ●저혈압 치료는 어떻게 하며,일반인들 대처법은? 대부분의 저혈압은 어지럼증 같이 일시적인 증상을 보이거나 약물 등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내분비,심혈관계 또는 뇌신경계 질환에 의한 2차적 저혈압은 매우 드문 편이다.하지만 일단 저혈압 증상이 시작된 사람 중 만성적으로 어지럼증 등의 저혈압 증상이 나타나거나 증상이 심해져 실신 등을 겪는다면 내과 및 신경과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고한다. 여러 가지 약물과 시술 등을 동원해 치료하는 고혈압과 달리 저혈압은 대부분 안정과 휴식을 취하면 증상이 완화되므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약물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저혈압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정밀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 치료를 해야 한다.일상생활을 하다 이유없이 갑작스럽게 피로와 무기력증이 나타나고,어지럼증 등 저혈압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일단 무조건 휴식을 취해야 한다.또 휴식을 취하면서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 자칫 나타날 수 있는 탈수 현상에 대비하는 것도 현명한 대처법이다. ●저혈압 극복할 수 있는 바람직한 생활태도는 무엇인가? 저혈압은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따라서 평소 저혈압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습관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규칙적인 운동은 혈관수축 운동을 도와줘 저혈압 예방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준다.하지만 혈관계 질환을 가졌다면 지나친 운동은 금물이다.또 5대 영양소(단백질·탄수화물·지방·무기질·비타민)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식단을 만들어 실행하며,일상생활 속에서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동물성식품 섭취 6배 늘었다

    동물성식품 섭취 6배 늘었다

    우리나라에서 40년 만에 육류 등의 동물성 식품 섭취 비율이 6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동물성 식품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비만과 성인질환 발병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4일 질병관리본부가 ‘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1명이 하루 평균 섭취한 식품 섭취량은 1283g인 것으로 조사됐다.이 가운데 80.7%(1027g)가 식물성 식품,나머지 19.7%(256g)만이 동물성 식품이었다. 그러나 동물성 식품 섭취 비율은 국민건강영양조사가 처음 시작된 1969년의 3%와 비교해 6배나 늘어나 장기간에 걸쳐 서구화된 식생활이 조금씩 우리 식탁을 점령해온 것으로 풀이됐다. 남성의 동물성 식품 섭취 비율(21.8%)이 여성(19.3%)보다 높았다.특히 고기류는 남성(121.5g)이 여성(65.9g)보다 2배가량 많이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군별 섭취량은 채소가 하루 평균 287.5g으로 가장 많았고 곡류(283g),과실류(175.7g) 등이 뒤를 이었다.동물성 식품만 놓고 보면 육류(93.9g),우유류(88.6g),어패류(52.0g) 등의 순서였다.식품 섭취량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30,40대로 조사돼 이 연령대가 가장 비만이 되기 쉬운 것으로 분석됐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청구서/안재승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청구서/안재승

    ▶등장인물: 어머니,아들,딸,아버지(1인1역),외교통상부 관계자,무장단체 요원들,기자들,시민들,각 단체 대표들(해병전우회장,기독교단체장,시민단체장),동시통역사(이상 1인다역) ▶시간 및 공간: 현대,대한민국 ▶무대: 이 극은 장면의 전환이 많다.따라서 기본적으로 빈 무대를 사용하며,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의 분위기를 상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품들을 사용한다. 1장 방 세 개짜리 반 지하방의 거실.한밤중.붉은 색,취침등이 켜져 있다.정적을 깨는 전화벨 소리.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잠시 후,다시 울리는 전화벨.거실 한 구석에서 토막잠을 자던 어머니,잠에서 깨어 전화기 쪽으로 엉금엉금 기어와 손을 뻗는다.어머니,전화를 받을까 말까 망설인다.전화벨이 끊어진다.잠시 후,다시 시끄럽게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딸이 방문을 열고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나온다. 딸 에이 씨! 어머니 그들일까? 딸 시끄러워.빨리 받아. 어머니,쉽게 전화를 받지 못한다.아들,방에서 나온다.어머니,망설임 끝에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 여보세요? 외교통상부 (소리)여기 외교부인데요! 어머니 (말을 자르며)어디요? 외교통상부 외교통상부요! 어머니 무슨 일이시죠? 외교통상부 (소리)조금 전에 주 파키스탄 대사관에 이 전화번호하고,김만수씨를 인질로 잡고 있다는 무장단체의 메시지가 전달됐는데요.저희도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을 해야 해서요.김만수씨 집에 계시면 좀 바꿔주시죠. 어머니 제 남편요?그럼요.지금 방 안에서 자고 있는걸요.잠깐만요. 어머니,남편의 방 문 앞에 가서 문을 두드린다. 어머니 나와서 전화 좀 받아봐요! 정적.아무런,인기척이 없다.어머니,남편의 방문을 다시 두드린다. 딸 그냥 열어! 어머니 항상 잠겨 있잖니. 딸,아버지 방의 문고리를 거칠게 돌린다.쉽게 열린다.어두운 방 안에는 아무도 없다.아버지의 방은 파키스탄 어느 민가로 전환된다.환영처럼,어둠 속,눈이 가려지고 양 손이 결박당한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아버지의 뒤로 소총을 들고 얼굴에 복면을 한 무장 단체 요원들.무장 단체 요원 중 한 명이 커다란 아랍 칼을 들어 아버지의 목을 베는 듯한 시늉을 한다.옆에서 다른 요원이 아랍어로 된 성명서를 읽으려 하는 도중,무대 밝아진다.거실,가족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어머니 언제 없어진 걸까?(사이)너하곤 종종 얘길 하지 않았니. 아들 옛날 얘기예요. 딸 정확히 3년 전이야!내가 연기학원을 그만둔 날이었으니까. 아들 저녁을 먹는데 느닷없이 ‘난 파산했다.’고 말했죠. 딸 처음엔 장난치는 줄 알았지. 어머니 ‘양심적으로 갚으려고 했는데.이젠 돌려막기도 한계에 다다랐구나.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얘기했어. 아들 침묵.한참 후에 엄만 ‘그럼 우린 이제 어떻게 살죠?’라고 물으셨죠. 어머니 니 아빤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니?’라고 대답했고. 딸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어. 아들 그 이후,우리가 있을 땐 절대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죠. 어머니 산 입에도 거미줄을 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딸 우리가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을 때도. 아들 절대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죠. 딸 어쩌다 가끔 소리는 들려왔어. 아들 아직 살아 있구나를 확인할 수 있는. 가족들의 기억에 따라,아버지의 방 너머에서 다양한 소리들이 들려온다. 어머니 한참을 누군가와 애기하는 듯했지. 아들 알 수 없는 중얼거림. 딸 끙끙 앓는 신음소리. 어머니 다친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 아들 무서운 비명소리. 딸 귀신이 곡하는 소리. 어머니 깊은 한숨소리. 아들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지면 소리가 시작되었죠.우리가 들어주길 바라는 것처럼. 어머니 아주 서툰 연기였지. 아들 동정을 바랐겠죠.아니면 자기 역시 힘들다는 걸 알리고 싶었거나. 딸 TV 볼륨을 높이면 더 크게 소리를 내.소리를 죽이면 멈추고.마치 우리를 조롱하는 것처럼. 아들 우리의 일과에 맞춰,늘 정해진 시간에 시작해서 정해진 시간에 끝이 났죠. 침묵.소리,사라진다. 딸 유령 같았어.살아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워질 정도로. 아들 방 안에서 도대체 뭘 했던 걸까요? 어머니 시간을 죽였겠지. 딸 바깥의 상황을 살피며 어떡하면 더 불쌍하게 보일까 궁리했든가. 아들 우리가 나가고 나면? 어머니 밥을 먹거나,TV를 보거나.살아 있다는 흔적을 남기듯이. 아들 외출은? 어머니 가끔 신발의 위치가 바뀌어 있긴 했는데.먼지가 그대로인 걸 봐서는 멀리 다녀온 것 같지는 않더라. 침묵. 어머니 신음 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은 게 언제였더라? 아들 (사이)이주 전쯤 이었을 거예요.아버진 누군가와 얘길 하고 있었어요.누군가와 비밀스런 대화를 하듯,‘이브라힘!’이라는 말을 반복했죠.미친 게 아닐까 의심했어요.제 인기척이 느껴지자 급하게 전화를 끊더라고요.그러곤 다시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죠.늘 그랬던 것처럼.갑자기 짜증이 밀려 왔어요.그래서 제가 한마디를 했죠.(사이)에이! 씨발.조용해지더군요.평화가 내려앉은 것처럼. 어머니 네가 좀 심했구나. 아들 씨발.아버지가 즐겨 내뱉던 단어죠.침묵을 제외한 유일한 단어. 딸 아빤 언제나 화가 나 있었어. 아들 늘 긴장해야 했지요. 어머니 말을 안 하니까 더 불안했지. 딸 그래도 얼굴엔 다 쓰여 있었어.알아서 기어라! 아들 복종과 침묵의 룰.일종의 계약이었죠. 딸 누구 맘대로? 아들 아빠 맘대로. 딸 왜? 아들 그야,이 집의 가장이니까. 사이.어머니,갑자기 하품을 한다. 어머니 이러면 안 되는데….자꾸 졸음이 오는구나. 딸,크게 하품을 한다. 어머니 니 아빠가 지금 잡혀있는 곳이 어디라 했지? 아들 파키스탄요. 어머니 거긴 어떤 곳이니? 아들 끝없는 모래사막 주변으로,깎아놓은 듯한 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어요. 어머니 경치가 무지 좋겠구나. 딸 이런 홀가분한 기분 정말 오래간만인 것 같아. 아들 신경 써야 할 무언가가 없다는 거. 딸,바닥에 눕는다.하품이 전염된다.아들 역시 하품을 한다.아들도 바닥에 눕는다.어머니도 하품을 한다.어머니,졸음을 참는다.어머니,갑자기 무엇인가 생각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을 뒤진다. 아들 왜요? 어머니 오늘이 이자 내는 날이구나. 딸 에이-씨.기분 잡치게 그딴 소린 왜 해. 어머니 미뤄달라고 사정 좀 해볼까? 아들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 하세요! 아들과 딸,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다.어머니,고민한다. 어머니 근데 니 아빠는 왜 거길 간 걸까?(사이)진짜 아버질 죽일까?(사이)이자는 어떻게 마련하지? 무대 천천히 어두워진다.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밝아지는 무대.그 소리에 잠에서 깨는 어머니.조심스럽게 현관으로 걸어가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려고 애쓴다.누군가 밖으로 난 거실의 창문을 열려는 시도를 한다.어머니,아들의 방으로 도망치듯 들어간다.어머니,아들을 앞세워 걸어 나온다.현관문과 거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 이번엔 확실하지? 아들 그냥 아무도 없는 척해요.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깬 딸,부스스한 모습으로 방문을 열고 나온다. 딸 (소리를 지르며)에이-씨!왜 이렇게 시끄러워! 어머니와 아들,원망스러운 눈초리로 딸을 바라본다.조금 전보다 더 격렬하게 현관문과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딸 뭐야? 어머니 그들. 딸 아빠,파키스탄으로 도망갔다고 해. 아들 그럼 우리가 갚아야 돼. 딸 왜? 아들 가족이니까. 딸 더 이상은 아니라고 해.아버지는 우릴 버리고 떠났다.그래서 우리도 기억에서 아버지를 죽였다.그러니까 아무런 관계도 아니다. 딸,현관문을 벌컥 연다.일제히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아들,딸을 밀쳐내고 문을 닫는다.딸,화장실로 뛰어간다. 어머니 뭐였니? 아들 기자들. 어머니 왜? 아들 인터뷰하러. 어머니 뭘? 아들 우리. 어머니 왜? 아들 테러리스트에게 가장을 인질로 잡힌 가족,극적이잖아요. 딸,화장실에서 나온다.세수를 하고 나온 얼굴이다.급하게 화장품을 바른다. 딸 에이 씨,쌩얼이었는데.인터넷에 엽기사진으로 돌아다닐 게 분명해. 아들 이 상황에 그딴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니? 딸 내 미래가 걸린 심각한 상황이니까. 아들 미친년! 어머니 (소리를 지르며)그만. 아들과 딸,각자의 방으로 들어간다.갑자기 굳게 닫혀있던 창문 틈 사이로 머리 하나와 마이크가 불쑥 들어온다. 기자1 김만수씨는 왜 파키스탄에 간 겁니까? 어머니 (당황해서)몰라요. 기자1 짐작 가는 거라도 있으신가요? 어머니 정말 몰라요.한 달 간 방안에 틀어박혀 나오질 않았으니까. 기자1 암중모색! 기자1의 얼굴이 사라지고,기자2의 얼굴이 들어온다. 기자2 와신상담!그렇다면 어떤 큰 결심이 있으셨단 얘기군요.최근 평상시와는 다른 특별한 말이나 행동은 없었나요? 어머니 늘 신음소리와 한숨소리뿐이었죠. 기자2 고뇌에 찬 인간의 탄식!집에선 주로 어떤 생활을 하셨죠? 어머니 유령처럼 살아있다는 작은 흔적만 남겼어요. 기자2의 얼굴이 사라지고,기자1의 얼굴이 들어온다. 기자1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기 위한 수양!그리고요? 어머니 가끔 TV를 봤어요. 기자1 어떤 프로그램이었죠? 어머니 동물의 왕국. 기자1,안간힘을 다해 버틴다.기자1의 얼굴이 사라지고,기자3의 얼굴이 들어온다. 기자3 저희 방송사의 인기 프로그램이군요.인터뷰를 종합하면 김만수씨는 한 달 동안의 칩거를 통해 생태계의 문제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그 뜻을 펼치고자 파키스탄에 가신 거네요? 기자3의 얼굴이 사라진다.창 밖에서 기자들이 다투는 소리가 들려온다.무대 점점 어두워지고,주변사람들이 아버지에 대해 증언한다.증언자의 기억에 따라,아버지의 모습이 다양하게 재현된다. 여성 그 아저씨,특별했어요.전 한 무리의 고양이들이 아저씨네 집 창문 앞에 모여 있는 걸 자주 봤어요.‘야옹!야옹!’고양이들이 선창을 하면,‘야옹!야옹!’아저씨는 화음을 넣었죠.합창하듯이.무언가 교감이 이루어지는 듯했어요.그걸 지켜보는데 온 몸에 소름이 돋더라고요. 청년 마치 축지법을 연마하는 도인 같았어요.매일 아침,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소리와 함께 아저씨의 수련이 시작되죠.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걸음으로 제 창문 앞을 스쳐 지나가요.‘사-삭!사-삭!’지면과 발바닥의 마찰이 없는 것처럼.잠시 후 다시 ‘사-삭!사-삭!’제 창문 앞을 스쳐지나,집으로 들어가면 수련이 마무리됐죠.아저씨 손에는 언제나 수련의 징표가 들려있었죠.요 앞 지하철역에서 나눠주는 무가지요. 무대 밝아오면,거실에 심각하게 앉아 있는 가족. 딸 에이 씨!아빠가 무슨 사이비 교주라도 되는 것처럼 떠들어대잖아.내 미니홈피는 온통 악플로 도배야.(엄마에게)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거야? 아들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면 되지. 딸 진실이라 해도 안 믿어. 아들 거짓말이라도 해서 믿게끔 만들어야지. 딸 난 결백하다,자살이라도 해야 겨우 믿을 걸? 아들 이런 건 어때?예를 들어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서 파키스탄에 갔다고 하든가,국가적 사명을 가지고 갔다고 하든가.그러면 악플 달 이유가 없는 거잖아. 딸 (비아냥거리며)아빠가 틈만 나면 욕을 퍼붓든 두 가지네. 아들 조작하면 어때?직접 확인할 수도 없는데. 어머니 있잖니….아버지 말이다.예전에 교회를 다녔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같구나.결혼하기 전에.해병대에서. 딸 (화를 내며)그게 뭐 어쨌다고! 아들 해병대와 교회!완벽한 알리바이야!(사이,아들 부산을 떤다)엄마는 아빠 서랍장에서 해병대 군복을 찾으세요.그리고 넌 십자가 목걸이 가져오고.빨리!지금부터 우리 집 가훈은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예수천국 불신지옥!’아버진,신의 부름을 받고 귀신을 잡기 위해 파키스탄에 간 거야! 무대 점점 어두워진다,해병대 군복을 입은 해병전우회장(이하 해병)이 성명서를 발표한다. 해병 김만수 해병이 왜 파키스탄에 갔느냐?호랑이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잡아요.네!김만수 해병은 귀신처럼 숨어있는 테러리스트를 소탕하기 위해 스스로 인질로 붙잡힌 겁니다.세계 평화를 위한 김만수 해병의 희생을 우리가 헛되이 하면 되겠습니까?테러리스트를 쓸어버리고 김만수 해병을 구합시다,여러분! 이에 질세라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띠를 두른 한 기독교 단체 대표(이하 기독교)가 성명서를 발표한다. 기독교 할렐루야!김만수 신도는 하나님의 뜻을 전하기 위해 홀로 미개한 땅 파키스탄에 간 것입니다.배고픔과 병으로 죽어가는 파키스탄을 어린 영혼들을 천국으로 인도하기 위해,사탄과 악마의 소굴로 몸소 걸어 들어간 것입니다.김만수 신도,죽으면 천국 갑니다.하나님의 뜻을 전파하다 죽은 자,반드시 하나님의 땅에서 영생을 누립니다.하지만 김만수 신도는 반드시 살아 돌아와서,하나님의 뜻으로 사는 자는 사탄의 총칼 앞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음을 간증해야 합니다,여러분! 암전. 2장 무대 밝아지면,다시 거실.아버지의 방문에는 빛바랜 해병대 군복이 훈장처럼 걸려 있다.군복엔 반짝이는 십자가 목걸이가 걸려 있다.아들과 딸,인터뷰를 하고 있다. 아들 아버지는 언제나 해병대 정신과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며 사셨지만,단 한 번도 저희들에게 그것을 강요하시진 않았습니다.저희에겐 언제나 관대하셨죠.그래서 저희 가족은 교회에 나가지 않은 거고,저도 해병대에 가지 않은 겁니다.하지만 자신에게만큼은 엄격하셨습니다.항상 먹고사는 문제로 인해 세계평화와 전도에 자기 한 몸을 바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셨죠.(동생에게)그렇죠? 딸 (대답하지 않는다) 아들 감사합니다.여기까지 하죠. 일상의 거실로 되돌아온다. 딸 오빠,거짓말 진짜 잘하더라. 아들 다 우릴 위해서야.(답답하다는 듯)그래,너 연기하고 싶어 했잖아.그냥 지상 최대의 연속극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거라 생각해. 딸 지상 최대의 사기극이겠지. 아들 사기라니?이건 아버지,어머니,그리고 너의 생명이 달린 중대한 문제라고. 딸 그럼 오빤? 아들 나는 예비 법관으로서의 양심을 팔고 있잖아.법조인으로서의 내 인생은 오늘로 끝이라고.후회는 안 해.가족을 위해 나 스스로 포기한 거니까. 딸 그토록 바라던 게 이루어졌네. 아들 신문에 니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실릴 걸.졸지에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가 되는 거지.넌 그냥 내 계획대로만 따라와.그럼 모든 게 잘 될 테니까. 딸,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아들,자리에 눕는다.TV를 튼다.TV에선 코미디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아들,잠시 웃는다.그때,TV에서 뉴스 속보가 흘러나온다. 소리 뉴스 속봅니다.조금 전 파키스탄에 납치된 김만수씨에 관한 새로운 소식이 입수되었습니다.인질범들의 구체적 협상 조건이 담긴 테이프가 몇 시간 전 알 자지라 방송국에 우편으로 전달되었다는 사실이 알 자지라를 통해 보도됐습니다. 무대 어두워지면,어둠 속,눈이 가려지고 양 손이 결박당한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아버지의 몸엔 폭탄으로 보이는 물체가 매달려 있다.폭탄을 두른 아버지의 뒤로 소총을 들고 얼굴에 복면을 한,한 명의 무장 단체 요원이 아랍어로 된 성명서를 읽는다.인질 석방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된다.외교통상부 관계자,해병전우회장,기독교단체장,무장단체 요원이 나온다.동시통역사가 진행자의 역할을 수행한다.과장된 무장단체 요원의 몸짓을 따라하며 통역을 하는 동시통역사.가족들도 토론의 장에 불려 간다.이들은 토론에 참여한 방청객으로,패널의 말을 듣고 반응한다. 동시통역사 우리는 김만수와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용되어 있는 탈레반 인질 10명의 맞교환을 요구한다. 외교통상부 인질범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것이 국제사회의 철칙입니다.테러리스트의 석방이라니요?국제사회의 비난이 불 보듯 뻔합니다. 해병 일단 교환합시다.교환하고 나서 아예 싹쓸이해 버리자고요.해병 1개 연대면 초토화시킬 수 있습니다. 기독교 하나님은 김만수 형제를 사랑하십니다.잘못된 길로 빠진 테러범들도 사랑하십니다.일단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고,테러범들이 하나님 앞에 참회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무장단체 요원,무언가를 말한다. 동시통역사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몸에 감긴 폭탄을 터뜨리겠다. 기독교 오,지저스!당장에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십시오. 해병 저런 사지를 찢어죽일 놈들. 외교통상부 인질 맞교환은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미국 정부와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기독교 세계는 모두 하나님의 나라입니다.미국도 하나님의 나랍니다.우리는 형제입니다.형제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면 미국은 어떤 조건도 내세우지 않을 겁니다. 해병 미국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하는 나랍니다.국민들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군사작전도 불사합니다.안보문제라면 해병 전우회라도 특공대로 보냅시다.해병대는 예비역도 귀신 잡습니다. 무장단체 요원,황당한 표정이다.한참을 고민한 끝에 무언가를 말한다. 동시통역사 협상시한은 내일 낮 12시! 기독교 자,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김만수씨의 무사 생환을 촉구하는 예배를 올립시다.다 같이 일어나십시오!기도합시다!(손뼉을 치며,찬송가를 부른다.) 해병 전우여,해병의 힘을 보여줍시다.김만수 해병,우리가 구해옵시다.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반동에 맞추어 ‘팔각모 사나이’를 부른다.) 상대에게 질세라,목청 높여 노래한다.무장단체 요원,어이없다는 표정이다.가족들,무언가를 말하려 하지만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아 제지당한다.무장단체 요원,무언가를 말한다. 동시통역사 다만……. 모두 숨을 죽인 채,통역이 되기를 기다린다. 동시통역사 미화 100만달러를 지불한다면,인질을 석방할 용의가 있다. ‘와~’,기독교 단체와 해병전우회가 서로 끌어안고 환호한다. 기독교 기적입니다!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해병 저 놈들,겁먹은 거야!해병대의 패기에 얼어버린 거야! 그때,시민단체장(이하 시민단체)이 나타난다.젊은 여성이다. 시민단체 국민의 혈세를 함부로 낭비할 순 없습니다! 해병 지금 사람 생명보다 돈이 중요해! 기독교 하나님은 그 무엇보다도 인간의 생명이 중하다 말씀하십니다. 시민단체 도대체 그 많은 돈을 어디서 마련합니까!외교부 예산에서 마련하시겠습니까?아니면 국방예산에서 마련할까요?종교인에게 세금을 거둘까요? 침묵. 해병 솔직히 100만달러면 바가지 아니야? 기독교 목사님들,항상 베풀기 때문에 배고픕니다. 해병 정부가 나서서 협상금 내려야 하는 거 아니야? 기독교 자,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김만수씨의 협상금을 낮추는 예배를 올립시다.다 같이 일어나십시오!기도합시다! 해병 전우여,해병의 힘을 보여줍시다.김만수 해병 협상금,우리 깡으로 깎아봅시다.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시민단체 잠깐!왜 팔각모 사나이죠?여해병도 있는데!이건 남녀 차별이에요! 서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느라 바쁘다.참다 못 한 어머니,토론장으로 뛰어들어 말한다. 어머니 사람 목숨 가지고 지금 뭣들 하시는 거예요!그 돈,우리가 갚을 테니,일단 살리고 봐요! 침묵. 외교통상부 정부는 인질 석방을 위해 미화 100만불을 지불할 용의가 있음을 무장단체 측에 공식적으로 통보합니다.단,추후 김만수씨 가족에게 협상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 일체를 청구하되,도의적 차원에서 이자는 받지 않겠습니다.이상.기자회견을 마칩니다. 가족만 남기고 모두 사라진다.어머니를 노려보는 딸과 아들. 딸 에이- 씨! 아들 도대체 왜 나서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요! 침묵. 아들 젠장 무덤에 들어가서도 청구서 받게 생겼군. 딸 둘이 알아서 잘 해봐.그 돈 갚느라 내 청춘 낭비하고 싶지는 않아. 아들 니 청춘은 금값이고,내 청춘은 똥값이냐? 딸 오빤 장남이잖아. 어머니 니들은 걱정 말아라.내가 갚으마.일을 하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아들 뭐 생명보험이라도 들어놓은 거 있어? 그때,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아무도 문을 열려 하지 않는다.문을 두드리는 소리.마지못해 딸이 현관문을 연다. 딸 에이 씨!누구야! 얼굴을 내미는 검은 양복의 대부업체 직원. 대부업체 여기가 김만수씨 댁이죠? 아들 인터뷰 안 해요.그냥 가요. 아들,문을 닫으려 한다.대부업체 직원,필사적으로 문을 막아서고 안으로 들어온다. 대부업체 (주머니에서 계약서를 꺼내 들이밀며)하지만 계약서상에는……. 아들 약속 취소합시다. 대부업체 그러면 법적인 문제가……. 아들 기자양반.기자 양반이 양심이 있어야지.아무리 특종이 밥 먹여 준다 해도,당사자가 원치 않는 취재를 하면 쓰겠어! 대부업체 기자라니요?전 희망캐피탈에서 나왔는데요,김만수씨 대출금 관계로. 아들의 표정이 굳어진다.대부업체 직원 얼굴에 미소를 띠고,친절하게 말한다. 대부업체 경황이 없을 줄은 압니다만,국가에서 청구한 돈을 먼저 갚으시느라 연체 이자가 산처럼 불어나는 상황에 처하게 되시는 건 아닐까 걱정이 돼서 찾아왔습니다.상환일은 앞으로 삼일.만약에 그 기한 내에 갚지 못하시면,김만수씨의 협상금 중 일부를 차압할 계획입니다.뭐,확실히 돈을 갚으시겠다는 약속만 해주시면 도의적인 차원에서 일주일정도 기한 연장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암전. 3장 어머니가 가사도우미를 하는 아파트의 베란다이다.의자 위에 올라가 창과 창틀을 닦는다.매우 힘겨워 보인다.허리가 아파 쉬는 어머니.크게 하품을 한다.어머니,다시 창을 닦는다.창을 닦는 속도가 느려지고 어머니,꾸벅꾸벅 존다.그 모양이 위태롭다.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 어머니.초겨울 낮의 나른한 햇살에 평화롭게 잠든 어머니.잠시 후,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어머니,그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존다.누군가 현관문을 다급하게 두드리는 소리.그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존다.휴대전화가 울린다.휴대전화 소리에 놀란 어머니,균형을 잃고 창문 밖으로 떨어질 뻔한다.다시 균형을 잡고 전화를 받는 어머니. 어머니 여보세요. 아들,무대 오른쪽에 나타난다. 아들 나예요! 어머니 웬일이니.아침밥은 챙겨먹었니? 아들 지금 그게 중요해요?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 어머니 잠깐만…….누가 왔나보다.조금 있다가 다시……. 아들 문 열면 안 돼요. 어머니 왜? 아들 경찰이에요. 어머니 경찰? 아들 아래를 봐요. 어머니,아래를 내려다본다.무대 왼쪽,고개를 쳐들어 위를 바라보고 있는 일군의 사람들. 어머니 어디 구경거리라도 있니? 아들 엄마. 어머니 나를 왜? 아들 자살하려는 줄 아니까요. 어머니 (큰 소리로)저기요!전 죽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아들 미쳤어요?당장 죽을 것처럼 행동하세요. 어머니 왜 그런 거짓말을 하니. 아들 우리를 살리는 거짓말이니까요.아버지 얘기를 해요.사람들의 동정심을 유발해서,돈을 모으는 거예요. 딸,무대 왼쪽에 나타난다. 딸 (비명을 지르며)엄마!죽으면 안 돼!내려와 제발! 사람들,딸을 쳐다본다. 어머니 (창 밖을 내다보며)저 아래서 소리 지르는 애,미애 아니니? 딸,실신한다.사람들,딸의 얼굴에 물을 붓고,뺨을 때린다. 어머니 어머,쟤 왜 저래.어디 아픈 거 아니야? 아들 연기하는 거예요. 어머니 내려가 봐야겠구나. 아들 가만히 계세요.제가 그러라고 시킨 거예요.극적 효과를 위해서.모든 게 제가 짠 시나리오예요.얘기를 시작하세요.더 이상 시간이 없어요.사람들 관심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으니까요.일단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세요. 어머니 도대체 이게 뭐하는 건지. 아들 (화를 내며)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좀 하세요.이게 우리에겐 마지막 기회고 희망이에요.(사이)저는! 어머니 (작은 목소리로)저는. 아들 크게!그래서 저 사람들한테 들리겠어요? 어머니 (큰 소리로)저는. 사람들,딸을 내팽개쳐 둔 채,고개를 쳐들어 어머니를 바라본다. 아들 파키스탄에 피랍되어 있는 김만수의 아내입니다. 어머니 (큰 소리로) 파키스탄에 피랍되어 있는 김만수의 아내입니다. 아들 제발 제 남편 좀 살려 주세요. 어머니 (큰 소리로) 제발 제 남편 좀 살려 주세요. 사이.사람들,웅성거린다. 아들 저는 죄인입니다. 어머니 (큰 소리로)저는 죄인입니다. 아들 협상금을 마련할 돈이 없어,차라리 남편이 죽기를 바랐습니다. 어머니 (큰 소리로)협상금을 마련할 돈이 없어,차라리 남편이 죽기를 바랐습니다. 아들 이젠 우세요. 어머니 (큰 소리로)이젠 우세요. 아들 (화를 내며)진짜 울라고요! 어머니의 실수에 사람들 동요한다.실눈을 뜬 채 상황을 지켜보던 딸,갑자기 일어나 소리를 지른다. 딸 (비명을 지르며)엄마!죽으면 안 돼! 사람들,딸을 쳐다본다.어머니,우는 시늉을 한다. 아들 더 크게 울어요. 어머니,대성통곡을 한다.사람들,고개를 쳐들어 어머니를 바라본다. 아들 좋아요.사람들 반응이 오기 시작했어요.자 이번엔 발을 하나 밖으로 빼세요. 어머니,망설인다. 아들 뭐 하세요!빨리요! 어머니,발을 하나 뺀다.중심을 잃고 휘청거린다.사람들 웅성거리며,눈을 가린다. 아들 아주 좋아요!어,잠깐….저게 뭐지?큰 일이에요.옥상에서 구급대원들이 내려와요.(사이)그냥,뛰어내려요.안전 매트 때문에 죽지는 않을 거예요! 어머니 여기서? 아들 여기서 끝나면 해프닝이지만,뛰어내리면 충격이 돼요.남편들은 남편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던지려 한 어머니를 보며 잠시나마 사라졌던 자신의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겠지요.주부들은 가슴 속에서 싸늘하게 식어버린 남편에 대한 순수한 사랑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 거고요.그리고 그런 기회를 준 어머니에게 기꺼이 자신들의 지갑을 열겠지요.따지고 보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에요. 어머니,망설인다. 아들 어머니!빨리요!그들이 와요! 어머니,뛰어내린다.딸,비명을 지르며 실신한다.암전. 4장 거실.어둠 속,아들과 딸이 나란히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아들 얼마야? 딸 기다려. 딸,조심스럽게 클릭을 한다. 아들 (손으로 자릿수를 셈하며) 9억 5천 백……. 딸 7십 4만 5천원. 아들 (환호하며)됐어.성공이야. 딸 (아들을 기쁘게 끌어안으며)지금도 계속 들어와. 아들 (감격에 겨워)고생 끝났다. 딸 이게 다 오빠 아이디어 덕분이야. 아들 니 연기가 큰 몫을 했지.(비명 지르며 쓰러지는 흉내를 내며)아! 딸 근데 솔직히 아깝다.협상금을 다 모은 걸 알게 돼도,사람들은 계속 돈을 보내줄까? 아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어?계좌추적 해 보는 것도 아니고. 딸 더도 말고 한 5억만 더 들어왔으면 좋겠다. 아들 우선 집 한 채 사고,작은 가게 하나 내고,남으면 차 한 대 사고…. 딸 왜 집하고 가게야?그냥 똑같이 반으로 나눠. 아들 가게해서 돈 많이 벌면,너 시집갈 때 한 몫 단단히 챙겨줄게. 딸 그럼 가게는 내가 할게. 아들 널,뭘 믿고. 딸 오빤,뭘 믿고? 어머니,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아들,어머니를 보며 반가워한다. 아들 다녀오셨어요. 딸 다녀오셨어요. 어머니,말이 없다.넋이 나간 사람 같다.어머니,외투를 벗어들고 딸의 방으로 들어간다. 아들 (은밀하게)어머니한테는 돈 얘기 하지마.괜히 신경 쓰시게 하지 말자고. 딸 남은 돈,모두 돌려주라고 할까봐 그러지? 아들 그렇게 되면 어머니나 너한테도 안 좋은 일이잖아. 어머니,옷을 갈아입고 나온다.아들,어머니를 부축해 자리에 앉힌다. 아들 (어깨를 주무르며)피곤하시죠. 어머니 일은 잘 처리됐니? 딸 아직 많이 모자라요. 아들 그래도 협상금 정도는 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머니 한 시름 놨구나. 딸,조용히 방으로 들어간다. 어머니 큰일이다.일,그만 나오라는구나.협상금은 해결됐다고 해도,당장 사채 갚을 일이 막막하네. 아들 걱정마세요.이제 일 그만두셔도 돼요.어머닌 이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스타잖아요.잡지 인터뷰도 줄을 이을 거고,방송출연 요청도 쇄도할 거예요. 침묵. 어머니 남 속이는 일은 그만하자. 아들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마세요. 어머니 나중에라도 진실을 알게 되면 어떡하니. 아들 용서하겠지요.모두를 위한다는 명분이면,모두 용서되는 시대니까요. 침묵. 어머니 뉴스에 니 아버지 소식은 없었냐? 아들 만날 똑같은 뉴스의 반복이죠.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침묵. 어머니 니 아버진 벌써 죽은 게 아닐까? 아들 아버진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에요.의지가 강한 분이잖아요.평생을 자기 뜻대로만 살아오신 분이에요.심지어는 우리들까지도 자기 뜻대로 만드셨죠. 어머니 그래서 걱정되는구나.테러범들한테까지 제 고집 부릴까봐. 아들 걱정하지 마세요.(사이)도장 좀 주세요.일단 돈 좀 찾아서 아버지 협상금부터 보내야겠어요. 어머니 네 침대 밑에 있어. 아들 제 침대요? 어머니 거기가 제일 안전할 것 같아서. 침묵. 아들 그럼 쉬세요. 어머니 법아. 아들 네? 어머니 아니다. 어색한 침묵.아들,자기 방으로 들어간다.어머니,자신의 주머니에서 카드 명세표를 꺼내 본다.한동안 아들 방을 쳐다보다,고개를 푹 숙인다.그때,방문을 열고 뛰쳐나온다. 딸 큰 일 났어. 아들,자기 방에서 뛰어나온다.딸,TV의 전원을 켠다. 소리 다시 한 번 전해드립니다.무장단체에 피랍된 김만수씨와 관련된 새로운 동영상이 유튜브에 게시되었습니다.이 동영상은 알자지라에 의해 공개된 테이프의 원본으로 보이는데요.아마도 누군가가 테러범들의 컴퓨터를 해킹해 인터넷상에 올려놓은 것이 아닐까 짐작됩니다. 무대 어두워지면,눈이 가려지고 양 손이 결박당한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아버지의 뒤로 소총을 들고 얼굴에 복면을 한 두 명의 무장 단체 요원들. 한 명의 무장 단체 요원,커다란 아랍 칼을 들어 아버지의 목을 베는 듯한 시늉을 한다.옆의 다른 요원,아랍어로 된 성명서를 읽는다.아버지의 목에 칼을 대고 있던 무장단체 요원,칼을 떨어뜨리고,성명서를 읽던 무장단체 요원의 말이 꼬인다.그 순간,아버지가 피식하고 웃는다.갑자기,해병전우회장과 시민단체장이 무대 위에 난입해 설전을 벌인다. 해병 생명의 위협을 받는 순간에 미소라?이게 바로 해병대 정신입니다. 시민단체 돈 뜯어내려고 연기하다 실수하니까,지들끼리 히히덕거리는 거 아닙니까.이건 명백한 대국민 사기극입니다.정부가 얼마나 물러 터졌으면,이런 사기를 칩니까. 해병 해병대는 오로지 악입니다. 시민단체 진실이 명백하게 밝혀졌는데,아직도 사기꾼을 우상화하실 작정입니까? 해병 해병대는 오로지 깡입니다. 시민단체 속아서는 안 됩니다.어젠 김만수 부인이 국민을 상대로 쇼를 벌이더군요.누가 봐도 어설프지 않습니까?실제 자살하려는 사람은 그렇게 말이 많지 않아요!김만수 부인이 떨어진 건 의도된 거라고요.뒷조사를 해봤더니,김만수씨 빚이 조금 있더군요. 해병 그게 뭐요?요즘 은행 빚 없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시민단체 다 사채빚이라는 게 문제지요.여기 증거자료가 있습니다. 해병 뒷조사는 불법 아니에요?정의니 어쩌니 떠들어 대더니 다 가식이구먼? 시민단체 (당당하게)어쨌든지 결과가 이렇게 나오지 않았습니까!이건 다 정부의 무능 때문이에요.정부가 일을 확실하게 했다면,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 아닙니까?뭐,가족은 진실을 알겠죠.내일 12시,외교통상부에 나와서 가족들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할 것을 강력하게 건의합니다. 해병 네,해병대 정신으로 당당하게 진실을 밝히세요. 두 사람,사라진다.가족들,둘러앉아 있다. 딸 에이- 씨.좀 어떻게 좀 해봐.다 오빠가 벌인 일이잖아. 아들 (화를 내며)나도 지금 생각중이야. 어머니 솔직하게 이야기하고,돈 돌려주자. 아들 미쳤어요? 어머니 나쁜 의도로 그런 게 아니니까,용서해 줄 거야. 아들 그럼 나랑 미애는?평생 빚쟁이한테 시달리면서 살라고? 딸 차라리 죽어버리지! 침묵. 아들 일단 아버지가 왜 웃었는지만 밝히면,어머니가 벌인 자살소동에 대한 의심은 사라질 거예요.아버진 도대체 왜 웃었을까? 딸 저번처럼 그냥 모른다고 할까? 아들 오히려 더 의심할걸? 딸 모르는 게 사실이잖아. 아들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거짓을 말해야 믿는 게 사람들이잖아.(사이)이건 어때?아버지는 무서우면 웃는 버릇이 있다. 딸 그러면 해병은 겁쟁이가 아니라고 말하겠지. 아들 그럼 이건?아버지는 지금 납치범들의 행동을 비웃는 것이다.웃음은 의지의 표현이다. 딸 그러면 시민단체에서 의심하겠지.그렇게 의지가 있는 사람이 사채를 끌어다 썼느냐고. 아들 (화를 내며)에이- 씨! 사이,가족들 생각한다.딸,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다.문갑 위,작은 액자를 들고 온다. 딸 이게 언제지? 어머니 아버지 생일파티 같구나. 딸 여기 날짜가….내가 여덟 살 때네? 아들 난 케이크 자르는 칼을 들고 있고. 딸 난 그 앞에서 편지를 읽고 있고. 아들 아버진 웃고 있어. 어머니 얼마 후,니 아버진 친한 친구에게 사기를 당했지.그 친구를 잡겠다고 전국을 헤매다가 정작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걸 보지도 못했고. 아들 그때부터였어.아버지가 웃지 않은 건.아버진,그때를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딸 죽을 거라고 생각해서? 어머니 마지막으로 웃었던 그때를? 그때,아들 휴대전화의 벨이 울린다.아들,전화를 받는다. 아들 여보세요. 무대 한 쪽,이브라힘의 모습이 나타난다.한국어를 제법 구사한다. 이브라힘 안녕하세요. 아들 누구시죠? 이브라힘 이브라힘이다. 아들 (잘 못 알아듣는다)누구요? 이브라힘 만수형님 같이 일하던 이브라힘이다.집에도 몇 번 갔다. 아들 이브라힘? 이브라힘 그래 이브라힘이다.지금 옆에 누구 있냐? 아들 가족들요. 이브라힘 노 폴리스? 아들 네. 이브라힘 만수형님,나랑 같이 있다. 아들 뭐라고요? 이브라힘 걱정 말아라.만수형님 다 좋다. 아들 무슨 소리예요?아버지가 왜 당신이랑 있죠? 이브라힘 믿어라.내가 만수형님 목소리 들려준다. 이브라힘,수화기에 녹음기를 가져다 댄다.아들,전화를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스피커폰으로 전환한다. 아버지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라.모든 건 다 내가 꾸민 일이다.대충 모든 게 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구나.협상금이 전달되면,나는 협상금의 3분의1을 이브라힘 몫으로 떼어주고,나머지를 해외 계좌에 송치해 둔 채 한국으로 들어갈 거다.그 돈이면 내가 진 빚 갚고도 넉넉히 남으니까,사업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듯하다.(사이)일단 이브라힘한테 빌린 돈으로 그럭저럭 지낸다.솔직히 음식도 입에 안 맞고 잠자리도 불편해 죽겠다.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구나.(사이)메시지 받거든,그곳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이브라힘한테 좀 전해라.꼭! 어머니,전화를 끊어버린다.긴 통화대기음,암전. 5장 외교통상부 내의 작은 방.작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가족이 앉아 있다.긴 침묵. 어머니 지금 몇 시니? 아들 7분 남았어요. 딸 시간, 뒤로 미뤄. 아들 무슨 꿍꿍이냐고 더 의심할 걸? 딸 그럼 빨리 결정하든가?뭐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난 아까 결정했어. 어머니와 아들,딸을 쳐다본다. 딸 난 우릴 속였다는 게,용서가 안 돼. 아들 그래서? 딸 협상금 주지 마. 어머니 그럼 아빤? 딸 어떻게 되겠지. 아들 이브라힘이 순순히 보내줄까? 딸 알아서 해결하겠지. 어머니 그래도 그럴 순 없다. 딸 왜? 어머니 니들 아버지니까. 딸 아버지다워야 아버지지.다 늙어서 그나마 엄마 대접 받고 살려면,엄마도 결정 잘해.어떡할 거야? 엄마,충격을 받은 듯 무너진다. 딸 에이-씨!시간 없어.빨리 결정해!아니면 나가서 내 맘대로 말한다! 딸,문을 열고 나가려 한다. 아들 아버지가 돌아오면 어떻게 될까? 딸 모든 게 예전으로 돌아가겠지.난 더 이상 그렇게는 못 살아.그나마 아버지한테 빚이 있었으니까,우리가 숨이라도 쉬면서 살았던 거 아니야?아마 빚 갚고 나면 그 빌어먹을 가장의 권위를 내세워서 다시 우리 숨통을 조일 거야.우리가 빚이라도 진 것처럼 끊임없이 무언가를 청구하겠지. 아들 그래도 아버지는 돈은 잘 벌어 왔잖아.그걸로 우리도 한동안 먹고살았고. 딸 결정적인 순간엔 아버지 편드는 걸 보니까,오빠도 별 수 없는 남자구나. 아들 누구 편을 들어!솔직히 너한테 들어가는 돈이 나보다 몇 배는 많았잖아. 딸 돈을 주니까 그게 사랑인 줄 알았고.하지만 지금은 그게 사랑이 아닌 건 알아.난 그냥 먹이를 주면 반사적으로 꼬리를 흔드는 개랑 다를 바 없었어. 아들 네 허영심을 채우려면 돈이 필요하니까,그래서 꼬리친 건 아니고? 딸 마약이라도 발라 놓으셨는지,끊어버리기엔 너무 달콤하더라고. 아들 그 돈이 아깝다.내가 그 돈을 가지고 장사를 했으면 재벌 됐겠다. 딸 나도 더러워서 진즉에 독립하려 했어.근데 빌어먹을 집구석이 당장에 원룸 마련해줄 돈 한 푼 없는데 어떻게 해!우리 협상금 나눠 갖고,여기서 다 갈라서자.아빠야 그냥 납치범들한테 죽었다고 생각하면 되지.사실 우리한테 아빤 죽은 거나 다름없었잖아.그리고 엄마한테 한 가지 충고하는데,이 새끼한테 밥 얻어먹을 생각 하지도 마.말하는 본새가 아빠랑 똑같아. 어머니,딸의 뺨을 때린다. 아들 그 년 잘 맞았다!계집애가 주둥아리를 함부로 나불대더라고.어디 오빠한테 대들어! 어머니,아들의 뺨을 때린다. 어머니 이놈의 종자들 다 지긋지긋해.애비나 새끼나 다 돈 생각뿐이야.돈이 가족보다 중요해?(사이)그럼 나도 이참에 엄마 딱지 버리고,돈 한 번 밝혀볼까?(사이)앞으로 모든 일은 내가 알아서 해.토 달면 알몸으로 확 내쫓아버리는 수가 있으니까,조심해! 어머니,아들의 전화기를 빼앗아든다.이브라힘에게 전화를 한다. 어머니 여보세요?이브라힘?나야.김만수 아내.남편한테 전해.협상금이고 뭐고 땡전 한 푼 보내 줄 수 없으니까,알아서 오든지 거기서 살든지 맘대로 하라고. 뭐?난 모르는 일이니까,빌려준 돈은 알아서 받아! 무대 한 쪽,단상이 마련되고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어머니,아들의 가방에서 협상금이 담긴 통장을 꺼내든다.그리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다. 어머니 우선 제 남편 일과 관련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저희 가족은 남편이 왜 목에 칼이 들어온 순간에 웃었는지 모릅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 솔직히 전 남편의 얼굴도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예전에는 먹고사는 게 바빠서 얼굴을 볼 시간이 없었고,먹고살 만하니까 더 잘살아 보겠다고 바빠서 얼굴을 볼 시간이 없었고,욕심 부리다 쫄딱 망해먹고 나선 가족 볼 면목이 없다고 방에서 나오질 않아서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 남편이 왜 파키스탄에 갔느냐를 두고 말이 참 많았습니다.듣고 있으면 하나같이 다 그럴듯합니다.근데 자기들 맘대로 사람을 살렸다 죽였다 합니다.하긴 그게 직업이니까,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겠지요.그래도 이건 아닙니다.먹고사는 게 사람 목숨보다 중요합니까?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라고 해서 다 용서가 됩니까?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어머니,통장을 단상 위에 놓는다. 어머니 남편은 지금 무장단체에 붙잡혀 있는 게 아닙니다.같이 일하던 파키스탄 노동자가 임금체불에 대한 대가로 사기극에 가담해 달라고 협박한 모양입니다.네,베란다 사건은 다 쇼입니다.남편이 진짜로 붙잡힌 줄 알고, 사기를 친 겁니다.다들 엄청난 돈을 보내주셨더군요.‘이 끔찍한 땅에도 아직까지 온정이란 게 살아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남편의 협상금에 보태라고 보내주신 돈,여기 그대로 있습니다.한푼도 건드리지 않았으니 다들 찾아가세요.하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제가 국민여러분을 기망했으니 책임을 져야죠.저를 사기 미수죄로 처벌하십시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 욕 하실 분들,실컷 욕하십시오.하지만 저도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욕 좀 해봅시다.자기만 배불리 먹겠다고 돈 떼어 먹은 최동렬,돈 제때 갚지 못한다고 인질 협상금까지 차압하겠다는 희망캐피탈,니들 그렇게 사는 거 아니야!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무대 서서히 어두워진다. 에필로그 어머니와 가족,거실에 둘러앉아 있다.어머니,상 위에 장부를 펼쳐놓고 있다.그 옆에서 아들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딸은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검색창을 띄워놓고 있다. 아들 일이 잘 해결되어서 다행이에요.사기 미수죄는 처벌할 수 없다는 거,정말 기막힌 아이디어였어요. 딸 덕분에 떼인 돈도 받아낼 수 있었고,사채이자도 탕감 받을 수 있었고.정말 연기가 죽여줬어요. 어머니 니들만 잘난 줄 알았지?니들이 누구 배에서 나왔는데! 아들과 딸,웃는다.어머니의 표정은 냉담하다. 아들 근데 아버지는 왜 안 돌아오세요? 어머니 그 인간 고생 좀 할 거야.이브라힘한테 돈 부쳐주면서 그랬지.그 인간 정신차릴 때까지 한 달 정도 파키스탄에서 일 좀 시키라고 했거든. 딸 그래도 좀 심한 거 아니에요? 어머니 그 인간이 한 거에 비하면 새발의 피야.그건 그거고,계산을 마저 끝내 볼까? 아들 근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요? 어머니 사랑을 돈으로 환산하는 거,이게 너희들 사고방식 아니니?싫으면 집 나가시든가. 아들 어디까지 했죠? 어머니 부부생활 항목. 아들 섹스를 하는데 들어가는 노동 비용을 20~24세 도시 근로자 평균 임금……. 어머니 니 아버진,평균에도 못 미쳤다.최저로 계산해. 딸 (자판을 두드리며)시간당 최저 임금은 삼천 칠백 칠십 원이야! 아들 그럼 반올림해서 시간당 사천원.칼로리 소모가 보통 노동의 10배는 될 테니까 시간당 4만원을 잡고……. 어머니 1시간까지 가본 적은 없는데?보통 30분 안에 끝났어. 아들 그럼 최저 임금의 이분의 일인 이만 원에 한 달 평균 20회 정도 관계를 맺는다고 치고……. 어머니 스무 번은커녕 열 번도 채 안 됐어. 아들 그럼 열 번으로 계산하면 40만원,그 대가로 얻게 되는 쾌락의 비용을 성매매를 하기 위해 지불하는 최소비용 회당 7만원……. 어머니 내가 칠만 원짜리밖에 안 돼 보이니?십만 원으로 해. 아들 거기에 엄마가 얻게 되는 쾌락의 비용을 오만 원 정도 더하고……. 어머니 난 절정에 다다른 적이 없었어.기껏해야 다섯 번에 한 번 정도? 아들 그럼 쾌락의 비용을 만원으로 계산하고,모두 더하고 빼면 대략 한 달에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지불해야 할 돈이 오십만 원,일 년이면 육백만 원.어머니가 결혼한 지 30년이 됐으니까……. 어머니 솔직히 너 중학교 들어간 이후로는 관계를 안 했다. 아들 그럼 14년치만 계산 하면,총 팔천사백만 원. 어머니,장부에 기재한다. 어머니 자,다음 항목은 가사 노동에 대한 미지급분에 대한 피해보상 청구. 딸 (자판을 두드리며)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은 시급 이만 오천 원에서 5만원 사이래. 어머니 시급 사만 원 정도가 적당하겠구나. 아들 하루 평균 15시간의 가사노동을 했다고 가정하고……. 어머니 깨어 있는 동안은 다 가사노동 아니야?난 평균 5시간도 채 못 잤어! 아들 그러면 계산이……. 어머니 이리 내.넌 대학까지 나온 놈이 뭐 그렇게 계산이 느려.들인 돈이 아깝다.이러다 너랑 미애 청구서는 오늘 안에 만들지도 못하겠네. 암전.
  •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심사평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심사평

    올해도 150여편의 희곡이 접수되었다.드라마 장르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커진 탓인지 터무니없이 미숙한 희곡들은 줄어든 반면 눈이 번쩍 뜨이는 작품은 여전히 찾기 힘들었다. 최근의 경제적으로 암울한 세태를 반영하듯 응모작들 중에는 사채의 덫에 걸린 가장,성매매 하는 딸,노숙자, 청년 실업자 등을 다룬 희곡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촛불시위,해외파병 등 정치적인 문제를 건드린 응모작들도 적지 않았다. 올해 당선작인 안재승의 ‘청구서’ 역시 최근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신랄한 풍자로 극화해내고 있다.파산한 후 빚을 갚기 위해 파키스탄에 건너가 자작 인질극을 벌인 가장(家長)을 둘러싸고 사회 구성원들과 가족들의 각종 오해와 부풀리기,속이기와 쇼하기와 정면 대처하기 등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그런 가운데 정부,언론,종교,각종 이익집단들,네티즌,사채업자,시민단체,심지어 가부장제에 대한 풍자들이 여기저기서 빛을 발한다.복잡하게 얽히는 에피소드들을 구성하고 몰아가는 솜씨,극적 언어의 구사,극 전체를 타고 흐르는 리듬감 등이 신인의 솜씨답지 않게 능란하면서도 발랄하다.다만 풍자의 대상들이 너무 많다 보니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가 다소 혼란스러워지고 에피소드들이 너무 꼬이다 보니 마지막 청구서의 의미가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지 못해 아쉽다. 당선작 외에 상가집의 부조리한 풍경을 스케치한 이계형의 ‘숲에는 바람소리’,연인들 간의 스쳐가는 관계를 그린 연성이의 ‘우는 사람들’,쓰레기 집하장 노인들의 애환을 다룬 최진희의 ‘섬에서’,폭력적 상황에서의 긴장과 분노를 표출한 조병여의 ‘묵은 안개’ 등이 심사대상으로 논의되었으나 각각의 작품들이 지닌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완성도 면에서 아직 부족하다는 평이었다. 손진책·김방옥
  • 日 피랍인 석방에 몸값 지불 논란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 정부가 지난해 10월 이란에서 무장단체에 납치된 요코하마대 학생 나카무라 사토시(24)를 풀어주는 대가로 2억엔(약 27억원)을 지불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몸값’ 논란이 일고 있다. 교도통신은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나카무라가 피랍 8개월 만인 지난 6월에 풀려났을 당시 ‘외교기밀비’에서 2억엔 정도를 사실상 몸값으로 이란 측에 건넸다고 31일 보도했다.또 일본 정부가 자국인이 연루된 인질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돈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는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외무성은 “사실 무근”이라며 반박했다.일본과 이란 정부는 나카무라가 석방된 뒤 일절 몸값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던 터다. hkpark@seoul.co.kr
  • [씨줄날줄] 21세기 정화함대/강석진 수석논설위원

    중국 하이난도(海南島) 싼야(三亞) 해군기지에서는 26일 의미가 작지 않은 행사가 열렸다.소말리아 해역의 해적을 소탕하러 파견되는 중국 함대의 출항식이 열린 것이다.앞으로 열흘 뒤 소말리아 해역에 도착할 함대는 미사일 구축함 2척과 보급선 한 척으로 구성됐다. 소말리아 해역에는 이미 미국,영국,독일,프랑스,러시아,사우디 아라비아,인도,말레이시아 등에서 함정이 파견돼 있는데,유독 중국 함대 파견에 대해선 국제사회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그 이유는 상대적으로 해군 전력이 취약했던 중국 해군이 인민해방군 창건 이후 처음으로 전함을 실제 작전에 파견하게 됐기 때문이다.드디어 대양 해군으로 발돋움했다는 것이다. 600년전 소말리아를 비롯해 아프리카 동부 해안까지 원정을 갔던 명나라 정화 함대에 빗대 ‘21세기의 정화 함대가 되어 해적 소탕에 큰 성과를 보여 달라.’는 격려의 글도 쏟아지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이웃나라들의 심정은 복잡하다.일본은 지난 10월부터 함정 파견을 검토해 왔으나 이달 들어 해상보안청 순시선 파견은 포기했다. 현지 조사 결과 다국적군이 국제적 비난을 우려해 해적선 공격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어 굳이 일본 함정을 파견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한다.일본 언론들은 배와 화물을 빼앗고 선원을 걸핏하면 죽이는 동남아 해적과 달리 소말리아 해적은 몸값이 목적이기 때문에 인질을 비교적 정중하게 대하며,외국 선박이 마구잡이 어로로 소말리아 어민의 삶의 터전을 빼앗은 것이 이들을 해적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함정 파견보다는 차라리 예멘과 오만의 연안경비대를 증강하는 것이 해적 억제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하지만 중국 함대가 출항한 26일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해상자위대 함정의 파견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해군이 4500t급 구축함 강감찬함 파견에 적극적인 반면,국방부에선 미국의 요청이 있었으나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소말리아 해적 활동이 동아시아 지역의 해군 활동에도 미묘한 파장을 그리고 있다.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 ‘조폭 잡는 저승사자’ 퇴임

    ‘조폭 잡는 저승사자’ 퇴임

    부산지역 조직폭력배에 ‘저승사자’로 불렸던 부산지방경찰청 폭력계 고행섭(58) 경감이 30일로 30여년간의 형사 생활을 접는다. 지난 79년 순경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한 그는 무려 20여년을 부산 경찰청 폭력계에서 보내며 ‘조폭 형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1992년 ‘범죄와의 전쟁’에서 칠성파,20세기파,유태파,영도파 등 부산 4대 폭력조직을 일망타진했다. 1998년 부산 금정구 서동에서 엽총 인질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는 인질범을 설득시켜 수갑과 함께 단주(짧은 염주)를 채워줬다.독실한 불교신자인 그는 이때부터 붙잡은 범인들에게는 단주를 꼭 채워줬다. 2002년 ‘사랑의 경찰교사제’와 예비폭력배 양성을 뿌리뽑기 위해 2005년 도입한 ‘스쿨폴리스(배움터 지킴이)’도 그의 작품이다.고 경감은 ‘청소년 상담가’로 제2의 인생을 설계 중이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경성대학 야간과정에 다니며 2년째 책과 씨름하고 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타임지 선정 올해 10대 뉴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될 버락 오바마의 당선 등을 올해의 10대 뉴스로 선정해 8일(현지시간) 인터넷판을 통해 발표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을 깨달았을 때 타임은 월가에서 시작돼 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를 ‘하늘의 붕괴’로 표현하며 10대 뉴스의 첫머리로 꼽았다.9월13일 토요일에 흘러나온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위기 소식은 일년내 먹구름이 가시지 않던 경제에 폭풍을 몰고 왔다는 것.그런 점에서 9월13일 토요일은 온갖 우울한 경제뉴스의 범람을 몰고온 시작점이었다는 게 타임의 설명이다. ●그가 해냈다! 미국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될 버락 오바마의 당선에 대해 타임은 “인종적 장벽을 극복한 것은 물론 미국 정치의 세대이동을 가져온 혁명적인 선거운동이었다는 점에서 웅장한 여정이었다.”고 평가했다.그리고 이 같은 드라마의 중심에는 영웅적이고 침착하며 라이벌을 압도하고 카리스마를 지닌 ‘그 자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인질로 잡힌 뭄바이 지난 10년간 종교라는 미명 아래 고통받아 온 대도시 명단에 뉴욕과 런던,마드리드에 이어 뭄바이가 추가됐다. 인도의 금융 중심지이자 영화의 도시인 뭄바이는 사흘 동안 단 10명의 무장괴한들에게 인질로 잡혔다. 타임은 이웃들과 파키스탄인들을 지목하는 지역 정치인들과 보안 관리들의 행태에 대해 “인도 도시들에 대한 공격이 인도내 소수 무슬림집단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사실을 간과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슬라마바드의 참상 파키스탄은 뭄바이 테러에 대한 인도의 비난을 자신들도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실제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대에 둥지를 틀고 있는 무장단체들은 국경은 물론 파키스탄 중심부까지도 공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타임은 지난 9월20일 6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슬라마바드 메리어트 호텔 테러를 올해의 10대 뉴스로 꼽았다. 타임은 이 밖에도 ●해적이 장악하다(소말리아 해적의 선박 납치) ●코카서스의 전쟁(러시아와 그루지야간 전쟁) ●중국이 멜라민을 뿌리다(멜라민 파동) ●쿠바 아버지의 말년(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2선 후퇴) ●콜롬비아의 대담한 구출(좌익 게릴라에 6년간 인질로 잡혔던 잉그리드 베탕쿠르 전 콜롬비아 대통령 후보의 구출)●자연이 내린 이중 재앙(미얀마의 사이클론 피해와 중국 쓰촨 대지진) 등을 올해의 10대 뉴스로 정의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101) 포로들의 고통과 슬픔 ②

    [병자호란 다시 읽기] (101) 포로들의 고통과 슬픔 ②

    병자호란 직후 청으로 끌려간 수많은 포로들은 어떤 고통을 겪었을까? 한마디로 그들 피로인(被擄人)들은 시종일관 끔찍한 고난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그들의 고통은 청군에게 사로잡히는 순간부터 시작되어,심양으로 끌려가는 과정에서,심양에 도착한 이후에도,도망이나 속환(贖還)을 통해 조선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또 조선으로 귀환한 이후에도 계속되었다.요컨대 청군의 포로가 되었던 사람들은 목숨을 부지하는 한,온갖 고통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사로잡혀 끌려갈 때의 고통 포로들의 고통은 청군에게 붙잡히는 순간부터 시작되었다.도성이나 강화도가 함락되었을 때,수많은 사람들이 청군의 체포를 피해 달아나거나 저항하다가 목숨을 잃었다.죽음은 슬픈 것이지만,죽은 사람들은 그나마 처참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1637년 9월,국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여 속환에 몰두하라고 촉구했던 예조좌랑 허박(許博)은 ‘포로가 되어 겪는 고통은 죽음보다 더 심하고,그것이 화기(和氣)를 해치는 것 또한 죽음보다 더 심하다.’고 말한 바 있다. 청군의 마수를 피하지 못하고 사로잡힌 사람들은 심양으로 연행될 때까지 청군 진영을 비롯한 주둔지 이곳저곳에 수용되었다.포로들이 사로잡혔던 시기는 한겨울이었다.당시 남한산성을 지키던 병사들 가운데서도 혹심한 추위 때문에 얼어죽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었다.그런데 포로가 된 조선 사람들에게 적절한 식사와 잠자리가 주어질 리 만무했다.결국 수많은 포로들이 추위와 굶주림 때문에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수용되어 있거나 심양으로 연행되고 있었던 시기에 포로들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추위였다.이미 언급했듯이 1637년 2월8일,인조는 인질이 되어 심양으로 출발했던 소현세자(昭顯世子)를 전송하던 자리에서 청의 구왕(九王) 도르곤(多爾袞)에게 신신당부했다.심양으로 가는 도중 소현세자를 온돌방에서 재워 달라는 부탁이었다.인조는 그러면서 1월30일부터 시작된 열흘 남짓의 노숙 때문에 아들에게 이미 병이 생겼다고 호소했다.장차 조선의 지존(至尊)이 될 신분이라 상대적으로 우대 받고 있었던 소현세자의 상황이 이러할진대 나머지 일반 포로들의 상황이 얼마나 처참했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포로들은 수백명 단위로 열을 지은 채,엄중한 감시 속에 심양을 향해 행군했다.청군 지휘부는 탈출을 우려해 포로들이 행군하는 연로에서 조선 사람들과 접촉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엄격히 금지했다.행여 접촉이나 탈출을 시도하는 포로들에게는 곧바로 철퇴가 날아들고 처참한 살육이 자행되었다. 대오(隊伍)를 유지하면서 걷는 과정은 시간도 많이 걸리는 데다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었다.당시 홍익한,윤집과 함께 척화(斥和)했다는 이유로 끌려갔던 오달제(吳達濟)는 ‘심양에 오기까지 60일 동안 옷을 벗지 못한 채 자야 했기에 온몸에 이가 들끓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여성 포로들의 슬픔 포로들 가운데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은 특히 더 처참했다.그들은 우선 사로잡힌 뒤 능욕을 당하거나 그것에 저항하다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또 많은 여성들이 청군의 능욕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특히 사대부 집안의 여인들이 대거 피란해 있던 강화도의 비극이 처절했다.강화도 함락 직후,청군의 체포와 능욕을 피하기 위해 수많은 여인들이 바다에 뛰어들어 자결했다.워낙 많은 여인들이 몸을 던졌기 때문에 ‘여인들의 머릿수건이 바다에 떠 있는 것이 마치 연못 위의 낙엽이 바람을 따라 떠다니는 것 같다.’는 묘사가 나올 정도였다. 청군은 아이가 있는 여자라고 해서 봐주지 않았다.젊고 예쁜 여자는 가리지 않고 끌고 갔다.당시 포로가 된 여인들 가운데는 아이를 데리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청군은 이들 여인을 끌고 가면서 아이들을 죽이거나 내팽개치는 만행을 저질렀다.저항하는 여인들은 살해되었다.‘강도록(江都錄)’을 비롯한 실기류(實記類)에 ‘포개진 시신들 사이로 젖먹이들이 어미를 찾아 기어다니며 울고 있다.’는 처참한 표현이 나오는 것은 그 같은 상황을 방증한다. 심양으로 연행되는 과정에서도 여성 포로들은 또 다른 고통을 겪어야 했다.당시 청군 장수들은 사로잡은 조선 여인들을 자신의 첩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그런데 자신보다 계급이 낮은 자가 예쁜 여인을 소유하고 있을 경우,강제로 빼앗는 사례가 있었다.또 만주족 출신 장수가 한족 출신 장수가 데리고 있는 여인을 빼앗는 경우도 있었다.조선 여인을 둘러싸고 쟁탈전이 벌어졌던 셈인데,이렇게 자신을 최초로 사로잡았던 장수로부터 또 다른 장수에게 소유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여성 포로들이 어떤 수난을 겪었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졸지에 청군 장수의 첩으로 전락하여 심양에 도착한 여성 포로들에게는 뜻밖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다.그것은 다름 아닌 청군 장수의 본처들이 자행하는 투기(妬忌)로 말미암은 것이었다.본처들 가운데는 질투심에 눈이 멀어 조선에서 온 여성 포로들을 참혹하게 학대하는 자들이 있었다.심지어 조선 여인들에게 뜨거운 물을 끼얹거나 혹심한 고문을 가하는 여자들도 있었다.이 같은 사태는 청 조정에서도 논란이 되었다.1637년 4월,홍타이지는 도르곤 등 신료들을 불러놓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조선에서 데려온 여성들에게 계속 그런 짓을 자행하는 본처들이 있을 경우,남편이 죽었을 때 순사(殉死)시키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홍타이지까지 직접 나서서 본처들의 악행(惡行)을 근절하라고 했던 것을 보면 당시 여성 포로들에게 닥쳤던 고난이 얼마나 처참했던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속환(贖還)의 난맥상 청이 조선인 포로들의 속환을 공식적으로 허용한 것은 1637년 4월 이후였다.하지만 실제로는 청군이 철수 길에 올랐던 2월 초부터 이미 속환이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청군이 철수에 앞서 자신들의 주둔지 부근에서 조선인 포로들을 ‘매매’하기 시작했던 것이다.포로들을 직접 끌고 가는 것이 귀찮거나 돈이 필요했던 자들이 매매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항복했던 직후부터 청군이 철수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포로들의 몸값(贖還價)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청은 병자호란 이후 속환가를 은(銀)으로 계산했는데,당시 남자는 한 사람 당 은 5냥,여자는 3냥 정도였다.또 아무리 높이 잡아도 10냥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공식적인 속환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종전 직후 조선은 이성구(李聖求)를 사은사(謝恩使),회은군(懷恩君) 이덕인(李德仁)을 부사(副使)로 임명하여 심양에 파견했다.사실상 최초의 속환사(贖還使)였다.이들이 심양에 도착한 5월15일 이후 심양에서 ‘인간시장’이 열렸다. 혈육을 데려가려는 소망을 품고 많은 원속인(願贖人)들이 심양으로 모여들었다.하지만 그들은 곧 절망하고 말았다.속환가가 최소 수백냥에서 천냥 단위로 폭등했기 때문이다.그것은 인신매매로 한밑천 잡으려는 청인(淸人) 소유주들의 탐욕과 그에 놀아난 일부 조선 고관들의 조바심과 무책임 때문이었다.한 예로 이성구는 자신의 아들을 1500냥에 속환했다. 헤어진 혈육을 하루라도 빨리 데려오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하지만 그들의 조바심은 몸값을 폭등시키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뛰어버린 몸값을 마련할 수 없었던 가난한 사람들은 속환의 희망을 이룰 수 없었다.최명길은 한 사람의 몸값으로 100냥을 넘기지 말 것과 청인들이 100냥 이상을 부를 경우,속환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몸값을 지불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일부 고관들은 사적 통로 등을 이용하여 여전히 높은 몸값을 치르고 있었고,나머지 사람들은 은을 마련하기 위해 집과 땅을 팔고,빚을 내기 시작했다.그렇게 속환가를 마련한 사람들이 심양으로 달려가게 되면서 다시 값이 오르는 악순환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全全대결’ 전재희 장관의 승리

    동갑(만59세)인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과 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9일 보험업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국무회의에서‘정면충돌’했다.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국무총리실의 국정조정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전 복지-전 금융위장 국무회의 설전 정부 대변인인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이날 국무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보험업법 개정안 가운데 금융위가 제기한 ‘보험사기 사건을 막기 위해서 질병자료를 요청할 경우 그것(질병자료)을 제공해야 된다.’라는 내용과 관련,금융위와 보건복지부간의 이견이 있었다.”고 털어놨다.이 문제와 관련,그동안 날카롭게 대립했던 ‘양전(全)’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공개적으로 갈등을 표출함으로써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충돌은 금융위가 보험사기 유형을 ‘자동차 사고를 원인으로 하는 보험사기’로 최소화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불거졌다.전 장관은 “이 역시 개인질병정보 제공을 하는 것으로 적절치 않다.”며 “보험가입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쪽’ 개정안조차 반대했다.전 장관은 “보험사기방지라는 공익적인 측면이 인정되지만 개인질병정보를 보호하는 것은 더 중요한 공익”이라면서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았다.전 위원장은 이에 대해 “매년 우리나라의 보험사기가 2조원가량 된다.”고 맞섰다. ●내년 상반기 중 재협의키로 특히 양전은 이 문제를 놓고 국무회의 참석 전날 담판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총리실 관계자는 “어젯밤(8일) 전 장관과 전 위원장이 통화를 갖고 조정을 시도했으나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결국 한승수 국무총리가 나서 “이번에는 문제의 조항을 삭제해 개정안을 올리고,총리실이 주체가 돼서 금융위와 보건복지부 외에 다른 관련부처도 참여한 가운데 내년 상반기까지 재협의해 그 결과를 입법사항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교통정리했다.1라운드는 명분을 중시하는 정치인(전 장관)이 판정승했지만 정작 공방은 이제부터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뭄바이 테러범 LeT지도부와 통화”

    뭄바이 테러범들이 테러 직전 파키스탄 테러조직과 접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뭄바이 경찰 당국은 이번 참사를 일으킨 10명의 테러범들이 인도 입국 이틀 전 파키스탄 무장세력 라시카르에토이바(LeT) 지도부와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이어 테러범들의 어선에 남겨져 있던 위성 휴대전화에 LeT 간부 5명의 이름과 통화내역이 저장돼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AFP통신도 마이크 매코넬 미 국가정보국장의 말을 빌려 LeT가 뭄바이 테러의 배후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테러범들은 전 세계를 인질로 삼으려는 ‘무국적 행위자’들로 우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AP통신도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정보 당국의 하급 관리 가운데 일부가 무장세력에 공감대를 가질 수는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테러범들과 연결돼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뭄바이 테러의 배후를 둘러싸고 인도와 파키스탄의 갈등이 날로 고조되는 가운데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이 인도와 파키스탄을 잇달아 방문한다.3일 오전 뉴델리에 도착한 라이스 장관은 만모한 싱 총리,프라납 무케르지 외무장관 등 인도 정부의 고위급 지도자들을 면담했다.또 4일에는 파키스탄을 방문해 유수프 라자 길라니 총리,샤 마무드 쿠레시 외무장관 등과도 만날 예정이라고 현지 일간 ‘더 뉴스’가 보도했다.마이크 멀린 합참의장도 3일 파키스탄에 도착해 파키스탄 정부측에 “뭄바이 테러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적극적으로 조사해 달라.” 요청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한편 인도 뭄바이 기차역에서 3일 폭발물이 발견됐으나 곧 제거됐다고 인도 현지 TV 방송이 보도했다.인도 경찰은 발견된 폭발물은 무게가 8㎏가량 되는 고성능 폭약 RDX라고 밝혔다.뭄바이 기차역은 지난주 호텔,유대인센터 등과 더불어 테러리스트들의 공격 목표가 됐던 곳이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염주영 칼럼] 남북관계 위기의 해법

    [염주영 칼럼] 남북관계 위기의 해법

    남과 북이 서로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남북을 달리던 기차가 멈춰서고,금강산과 개성 관광이 끊기고,휴전선의 동쪽과 서쪽 끝을 허물어 만든 남북통행로도 절반쯤 차단됐다.이산가족 상봉사업은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다.대화채널도 단절됐다.이제 개성공단만 남았다. 개성공단은 남한의 선진 자본과 기술을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과 값싼 토지와 결합하여 함께 이익을 보는 상생협력의 모델이다.북에는 개방으로 가는 징검다리이며,시장경제를 배우는 교육의 장이다.우리에게는 어렵게 구축한 대북 전진기지이며,백만대군보다 강력한 한반도 평화유지 장치다.북한은 피폐해진 경제를 재건해야 한다.그것을 하려면 개성공단은 필수적인 존재다.북·미관계가 정상화한다 해도 당장 북에 들어갈 서방기업은 없다.개성을 닫고 신의주를 열겠다는 생각은 오산이다.대중국 의존도만 높여 경제종속을 심화시킬 것이다.개성공단을 인질로 잡아 남쪽을 길들이겠다는 생각은 스스로에게 위험한 선택이다.북한은 그런 위험한 선택을 곧잘 해왔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남북관계의 악화를 목표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정책방향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상대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려운 법이다.하물며 군사적 대치상태에 있고,상대가 체제붕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면 신뢰는 필수 요소다.그런 점에서 북이 우리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비핵화와 개방을 전제로 하고 있다.그는 지난해 6월14일 기자회견을 통해 ‘비핵 개방 3000’ 구상을 발표했다.그 자리에서 “북한이 핵폐기와 개방이라는 결단을 내리면,우리도 협력의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그런데 북은 비핵화와 개방을 체제붕괴의 위협으로 인식한다.따라서 결단을 내리자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그 결단,즉 북한의 핵폐기와 개방이 이뤄질 때까지는 정책의 공백이 생긴다.지금이 그런 상황이다.6·15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유보적인 태도와 보수단체의 전단 살포도 신뢰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정책 공백이 길어지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일이 더 꼬이기 전에 해법을 찾아야 한다.북한 탓만 하고 있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비핵 개방이 되면 이런 일을 하겠다.’에서 ‘비핵 개방을 위해 이런 일을 하겠다.’로 바뀌어야 한다.그렇게 하면 정책 공백에서 벗어날 수 있고,북한과도 대화할 공간이 생길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하나는 개성공단의 포기를 무릅쓰고 기존의 정책을 고수하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전제를 목표로 바꾸어 보다 유연한 정책으로 선회하는 것이다.후자를 선택해야 한다.개성공단을 포기한다면 깊은 상처를 감수해야 한다.북을 비난함으로써 일시적으로 책임을 북에 돌릴 수는 있을 것이다.그러나 역사는 퇴임 이후에 이명박 대통령을 어떻게 기록할까.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것이다.개성공단은 이미 우리의 현실적인 국익으로 존재하게 되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때다. 염주영 이사대우·멀티미디어 본부장 yeomjs@seoul.co.kr
  • ‘뭄바이 테러’ 풀리지 않는 의문점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인도 뭄바이 테러가 60여시간 만인 29일 오전(현지시간) 완전히 진압됐다.인도 정부는 이번 테러로 172명이 사망하고 239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AP통신은 외국인 사망자의 경우 신원이 확인된 18명을 포함해 22명에 이를 것으로 집계했다. 미국과 영국,이스라엘 정보기관들은 인도 보안당국과 함께 이번 테러를 수사할 계획이다.사건은 마무리됐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정부 “테러범 10명,5000명 정도 살해 계획”  인도 마하라슈트라주는 30일 공식입장을 발표하고 “테러범 10명 가운데 9명을 사살하고 1명을 생포했다.이들은 5000명 정도를 살해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하지만 불과 10명의 인원으로 이런 대규모 테러가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8㎏짜리 고성능 RDX폭탄 2상자,부비트랩,수류탄 등 상당량의 무기를 동원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지원세력이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타임스오브인디아도 “생포된 파키스탄 출신 테러범이 (테러에 도움을 줬던) 뭄바이 현지인 5명의 인적사항과 주소를 털어 놓았다.”며 그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GPS로 이동경로 추적 가능할 듯  이번 테러의 배후도 여전히 의문이다.파키스탄에 기반을 둔 무장단체 ‘라시카르 에 토이바(LeT·선량한 자들의 군대)’와 파키스탄 정보부(ISI)가 지목되고 있지만 ISI측은 오히려 수사단을 보내겠다며 결백을 주장한다.  하지만 인도 당국은 “테러범들은 인질극을 벌이면서 위성전화를 통해 해외에서 지령을 하달받았고 지령을 내린 국가는 모두 알고 있는 곳”이라면서 우회적으로 파키스탄을 지목했다.이 때문에 인도 정부가 파키스탄과의 평화협상 중단을 며칠 내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프레스트러스트오브인디아가 30일 보도했다.  따라서 생포된 테러범의 진술과 테러범들이 타고온 어선에서 발견된 위성전화, 위성항법장치(GPS) 등이 핵심단서가 될 전망이다.특히 GPS에는 이들의 뭄바이 잠입 과정 등의 이동경로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다. ●‘反서방 테러’로 단정지을 수 있는가  이번 테러가 주목을 받은 것은 기존의 단순 폭탄테러가 아니라 알카에다의 무차별 테러와 ‘닮은 꼴’인 데다 미국 등 서구세력에 대한 반감,이스라엘에 대한 혐오가 작용했다는 분석 때문이었다.실제 테러범들은 뭄바이 시내 이스라엘 거주 지역과 외국인들이 많은 주요 호텔에서 인질극을 벌였고 미국인과 영국인을 가려 내는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반서방 테러가 이라크와 아프간을 거쳐 인도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작 사망자 가운데 외국인은 10% 정도에 불과하다.더욱이 테러범이 카슈미르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져 힌두-이슬람 갈등일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뭄바이 테러 파키스탄 LeT 개입”

     인도의 경제심장부인 뭄바이 시내에서 발생한 동시다발 테러의 배후로 파키스탄 라호르 지역에 기반을 둔 무장단체 ‘라시카르 에 토이바(LeT·선량한 자들의 군대)’가 지목되면서 인도·파키스탄 관계가 급랭할 조짐이다.현지 경찰 고위관계자는 28일(현지시간) 이번 테러로 인한 사망자가 외국인 8명을 포함해 155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하지만 타지마할 호텔에서 시신 50여구가 무더기로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사건 수습 과정에서 사망자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LeT는 알카에다 연계 테러집단  인도 PTI통신 등 현지언론은 이날 인도 보안당국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타지마할 호텔 진압 과정에서 테러범 3명을 체포,이들로부터 LeT대원이라는 자백을 받았다고 보도했다.프라납 무케르지 인도 외무장관도 “파키스탄내 조직이 테러를 저질렀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인도에서 이슬람교도가 가장 많은 카슈미르지역 분리주의 운동에 주로 개입해온 LeT는 2006년 7월 200여명의 사망자를 낸 뭄바이 통근열차 폭탄테러 사건 등 인도에서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어김없이 배후로 지목돼 왔다.LeT는 또 2002년 이후 알카에다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eT는 파키스탄 정보부(ISI)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전해져 인도·파키스탄 관계악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보안당국은 파키스탄 국적의 한 테러범으로부터 “12명의 무장단체 대원들이 상선을 타고 뭄바이 해안 10마일까지 이동한 뒤 소형 쾌속정으로 갈아타고 뭄바이항까지 이동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이와 관련,보안당국은 뭄바이항 근처에서 고무보트를 발견한 데 이어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출발해 최근 뭄바이항에 도착한 화물선을 정밀 조사하고 있다.파키스탄 정부 대변인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뭄바이 테러 조사에 협조하기 위해 ISI의 수장을 보내겠다.”고 밝혀 인도의 의심을 일축하려 애썼다. ●경찰 “테러범 26명중 11명 사살”  유대인 집단거주촌인 나리만하우스의 유대교 센터 ‘차바드 하우스’를 장악하고 있던 테러범들에 대한 진압작전은 시가전을 방불케 했다.인도 보안당국은 이날 오전 헬기를 통해 특수부대 병력 수십명을 차바드 하우스와 인근 건물 옥상에 투입했다.테러범들과 진압부대원들의 교전 상황은 TV를 통해 그대로 방송됐다.군사작전 과정에서 5명의 이스라엘 인질이 사망한 채 발견되기도 했다.로이터통신은 테러범들이 100여명의 유대인을 인질로 붙잡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타지마할 호텔과 오베로이 호텔에 대한 진압은 이날 오후 사실상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군사작전 과정에서 수류탄이 터지고 총격이 오가는 등 혼란은 계속됐다.  오베로이 호텔에서는 인질 100여명이 구출됐다.해군 특수부대원들은 두팀으로 나누어 호텔을 에워싼 채 층별 수색을 계속하면서 인질이나 고립됐던 투숙객들을 구출해냈다.작전에 참여한 특수부대의 부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 객실에서 12~15구의 시신을 수습하는 등 타지마할 호텔에서 50구의 시신을 발견했다.”며 참혹했던 현장 상황을 전했다.현지 경찰 고위간부는 테러범들이 모두 26명이라고 추정했다.테러범 가운데 11명은 사살됐고 8명은 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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