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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낮 아파트 공포의 인질극

    40대 남자가 대낮에 아파트에 침입, 여고생 등 2명을 인질로 잡고 5시간 동안 인질극을 벌이다 경찰에 검거됐다. 30일 오전 9시35분쯤 대구시 동구 지묘동 P아파트 최모(44)씨의 집에 윤모(43·대구시 달성군)씨가 침입했다. 윤씨는 집 안에 있던 최씨의 두 딸을 인질로 잡은 뒤 집에 휘발유를 뿌리고 사기 사건으로 고소돼 도피 중인 최씨의 전 부인 김모(41)씨를 불러줄 것을 요구했다. 침입 당시 집에는 최씨의 동생(39)이 함께 있었으나 윤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은 뒤 집밖으로 탈출,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윤씨의 자수를 종용하다 오후 2시30분쯤 베란다 창문 등을 통해 경찰을 투입,5시간 만에 윤씨를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윤씨가 휘두른 흉기에 최씨의 작은딸(19)이 부상,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비극의 역사’ 영화로 만든다

    ‘실미도’와 ‘역도산’. 올해 한국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대작들이다. 근현대사와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들이 유독 많았던 올 영화계 트렌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다.‘실미도’를 제외하고 대다수 영화들이 비평과 흥행에서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류는 꺾일 줄 모른다. 당장 내년에만 근현대사의 비극과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가 열대여섯편에 이를 전망. 노근리 사건,10·26,5·18, 삼청교육대, 언론통폐합 등 다뤄지는 과거사도 다양하다. 영화계가 가장 관심을 보이는 현대사는 5·18민주화운동. 현재 3편의 영화가 동시에 기획 중이다.‘이재수의 난’ ‘전태일’ 등을 제작했던 기획시대는 당시 시민군의 대변인이자 지도부 홍보부장이었던 고 윤상원씨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준비 중이고, 호엔터테인먼트는 광주항쟁 당시 시민 자치의 유토피아를 다룬 ‘광주’를 제작하고 있다.5·18기념재단에서도 제작비 100억원의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추진 중이다. 80년대 삼청교육대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도 나온다. 엔이오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는 ‘삼청교육대’는 순화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자행됐던 인권유린의 현장을 고발하는 영화.‘테러리스트’ ‘김의 전쟁’을 연출한 김영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강철웅 대표는 “삼청교육대의 실상을 본격적으로 다룬 첫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7월 개봉 예정이다. 이밖에도 80년 언론통폐합을 다룬 ‘TBC가족여러분, 안녕하세요’(제작사 마술피리),88년 탈옥수 지강헌의 인질극을 소재로 한 김의석 감독의 ‘홀리데이’(현진시네마),75년 최초의 연쇄살인범 김대두를 극화한 ‘살인마 김대두’(필마픽쳐스),70년대 중반 무등산 빈민들의 영웅으로 알려진 박흥숙을 다룬 ‘무등산 타잔, 박흥숙’(백상시네마), 일본의 진주만 공습계획을 미리 알아낸 한국인 최초의 이중 첩보원 한길수의 이야기 ‘파일명 Haan’(트라이엄프픽쳐스) 등이 촬영 중이거나 기획 단계에 있다. 최근 10·26사건을 블랙코미디식으로 그린 영화 ‘그때 그사람들’의 촬영을 마친 강제규&명필름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민간인 학살을 폭로하는 ‘노근리 다리’와 일제시대 공산주의 혁명가 김산의 일대기인 ‘아리랑’까지 일련의 근현대사 영화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심재명 대표는 “우리 현대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격렬하고, 드라마틱하다는 점에서 늘 영화 창작자들의 관심권안에 있었다.”면서 “검열에서 자유로워졌고, 관객들의 기대치도 높아지면서 한국 영화가 과거 금기시됐던 소재들을 다루는 데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실미도’와 ‘태극기휘날리며’의 흥행 여파를 무시할 수 없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과거의 잊혀진 근현대사가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실미도’가 입증한 셈”이라면서 “새로운 유형의 영화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 아무래도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경향이 큰 만큼 당분간 한국 영화계에서 근현대사물과 실존 인물 영화붐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서울신문 선정 2004년 10대뉴스

    서울신문 선정 2004년 10대뉴스

    ■ 국 내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헌재 기각 3월12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 야3당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저지 속에 찬성 193표로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고건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했지만 후유증은 심각했다. 탄핵 반대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고 이에 맞서 찬성 시위도 끊이질 않았다.60여일간 계속된 탄핵 논란은 5월14일 헌법재판소가 기각 결정을 내림으로써 마침표를 찍게 됐다. ●대학수능시험 사상 최대 부정행위 적발 대규모 부정행위로 얼룩진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도덕불감증과 점수 만능주의가 결합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었다. 전국적으로 모두 374명이 입건되고 수험생 312명의 성적이 무효처리되는 등 사상 최대의 부정행위로 기록됐다. 광주에서 적발된 휴대전화 부정은 고교 선·후배가 공모한 대물림 범죄였다. 청주에서는 웹투폰 기법을 악용한 현직 학원장이, 부산에서는 아들의 대리시험을 알선한 학부모가 구속되기도 했다. ●17대총선 여대야소· 세대교체 4·15 총선은 한국 정치사에 묵직하고 또렷한 발자국을 남겼다. 열린우리당은 46석 미니정당에서 152석 과반수 제1정당으로 올라서 ‘참여정부 집권 2기’에 안정 의석을 확보하면서 여대야소(與大野小) 정국으로 전환시켰다. 새 정치, 깨끗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에 힘입어 기존 정치인들은 대폭 물갈이되고 초선 의원이 187명이나 국회에 입성했다. 민주노동당도 의원 10명을 배출, 진보의 첫걸음을 내딛고 정치 제도권으로 진입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지난 9월23일 0시부터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는 피해자가 있는 엄연한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전국 집창촌이 된서리를 맞았고, 업주와 종업원이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며 대대적인 시위를 했다.‘2차’를 가볍게 여기던 남성들이 줄줄이 입건되고, 일부 여종업원은 살길이 막막하다며 자살을 기도했다. 집창촌이 개점휴업 상태가 되면서 해외원정 성매매 상품이 등장했다. 혹자는 “경기도 나쁜데…”라며 부작용을 지적, 파문을 일으켰다. ●행정수도 이전 위헌결정 헌법재판소가 10월21일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의 핵심 공약이었던 수도 이전 사업은 중단됐고, 충청권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발하는 등 진통이 뒤따랐다. 헌재가 위헌결정의 논리로 든 관습헌법을 놓고 정치권과 학계는 물론 시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신행정수도후속대책위를 구성, 후유증을 줄이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과 김선일씨 참수 지난 6월23일 가나무역의 직원이던 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돼 살해된 사건은 많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나는 죽고 싶지 않다.”고 절규했던 김씨는 끝내 참혹한 시신으로 고국 땅을 밟아야 했다. 김씨의 죽음은 추가 파병의 정당성 논란을 불러왔다. 앞서 지난 2월 이라크 추가 파병 동의안은 거센 찬반 양론 속에서 국회를 통과했다. 자이툰부대원 3600여명은 지난 8월부터 평화 재건 활동을 벌이고 있다. ●내수 침체·장기 불황·청년 실업 내수시장은 지독한 불황 그 자체였다.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는 연중 세일로 ‘내수 지피기’에 나섰지만, 닫힌 지갑을 끝내 열지 못했다.10원짜리 아동복도 팔리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한다.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태도지수는 올 4·4분기 39.3을 기록해 98년(34.9) 이후 가장 낮았다. 내수 경제의 ‘세포’인 자영업자들도 휴·폐업과 업종 전환으로 생존을 모색할 정도였다. ●황우석 교수 인간배아 복제 성공 황우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국보급 과학자’로 우뚝 섰다. 이 연구는 뇌질환·당뇨병·심장병 등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아복제 연구는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뉴스’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황 교수는 현재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법 개발과 무균돼지 생산 등에 주력하고 있다. ●유영철 연쇄살인사건 연쇄살인마 유영철(34)은 지난해 9월부터 여성과 노인 등 21명을 잔인하게 살해해 온 국민을 경악케 했다. 그는 정부수립 이후 가장 많은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로 기록됐다.7월18일 체포된 뒤 “100명을 죽이려 했는데 빨리 잡혀 아쉽다. 시신의 일부를 먹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쏟아낸 그는 12월13일 1심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살인 행각은 인간의 야만성을 극명하게 드러낸 ‘무동기 증오범죄’의 전형이 됐다. ●고속철도 개통 4월1일 ‘단군 이래 최대의 역사(役事)’라는 고속철(KTX)이 개통됐다. 대형 제트기 이륙속도와 맞먹는 속도인 시속 300㎞로 주파하는 고속철은 국민들의 생활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고속철 개통은 여행시간 단축뿐 아니라 공간개념까지 바꿔놓았다. 때마침 시행된 주5일 근무제와 맞물려 지방화 시대를 열었다. 인구의 지방분산, 기업의 지방이전, 지방 관광산업 활성화 등 국토의 균형 개발에 영향을 미쳤다. ■ 국 외 ●부시 재선과 미국 일방주의 강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제43대 대통령에 재선됐다. 존 케리 민주당 후보와 접전을 펼쳤으나 미국민의 과반인 51%는 ‘전시 사령관’에 힘을 몰아줬다. 미국의 일방주의를 우려하며 케리의 승리를 바라던 국제사회의 기대와는 달랐다. 재선된 부시가 유럽 등에 화해의 손짓을 보내지만 일방주의적 외교행태를 멈출지는 미지수다. 힘의 절대적 우위를 강조하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움직임이 변수다. ●지구촌 1년내내 테러 몸살 미국의 대테러전 속에서도 이라크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테러가 끊이지 않는 등 스페인과 러시아, 이집트 등 전세계가 테러로 몸살을 앓았다. 총선을 사흘 앞둔 3월11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기차역에서 동시다발적인 폭탄테러가 발생,1400명의 사상자를 냈다. 스페인은 총선 후 이라크 파병군을 철수시켰다.9월1일 러시아 북오세티아공화국의 베슬란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인질극은 330여명의 사망자를 낸 유혈 진압극으로 끝났다. ●고유가와 달러 약세 고유가는 회복세에 접어든 세계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국제유가는 10월2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55.6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라크 사태 악화, 중국 등의 수요 증가, 투기 극성 등이 주 원인이었다. 이후 하락세로 반전했으나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합의와 이라크 사태 등 불안요소는 여전하다. 여기에다 미국정부가 경상수지·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약달러를 용인하며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가 급락했다. ●후진타오 시대 본격 출범 후진타오(胡錦濤)시대의 출범은 실용적인 제4세대 지도부의 전면 등장을 상징한다. 평화적 세대교체를 통해 중국 정치가 개인적 카리스마에 의존하기보다 법과 제도의 의한 보다 합리적인 통치체제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9월 중국공산당 전당대회에서 군사위 주석에 올라 당·정·군의 권력을 장악한 후진타오는 친정체제 구축 강화와 함께 지속적인 경제발전, 빈부격차 해소 등 균형발전이란 당면 과제를 어떻게 달성할지 주목받고 있다. ●아라파트 사망과 중동 평화분위기 기대 팔레스타인 독립 투쟁의 상징이던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11월11일 프랑스의 군병원에서 사망, 중동의 정치지도가 크게 바뀌었다. 그의 죽음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무장투쟁이 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지만 아라파트의 뒤를 이어 새 수반이 될 것으로 유력시되는 마흐무드 압바스는 무장투쟁 포기를 촉구하는 등 아라파트와는 차별화된 온건노선을 내걸어 중동 평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기상이변과 교토의정서 내년초 발효 8월과 9월 4개의 허리케인이 미국 플로리다주를 강타했고,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홍수로 1000여명이 숨졌다. 중국 남부지방은 50년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물부족 사태를 겪었다. 올해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액은 전세계적으로 900억달러에 달한다. 지구촌이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11월 러시아가 이산화탄소·메탄 등 온실가스 감축을 규정한 교토의정서를 비준함으로써 내년 2월16일 발효된다. ●이라크 주권 이양과 포로 성학대 파문 연합군 임시행정처가 6월 이라크 임시정부에 주권을 이양, 이라크의 민주화 일정이 시작됐지만 1년 내내 테러와 전투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인 고 김선일씨를 비롯해 30여명의 외국인이 이라크에서 납치, 살해됐고 개전 이후 사망한 미군 숫자는 1300명을 넘어섰다. 이라크 민간인은 최소 1만 4000명이 희생됐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미군이 포로를 무차별 구타하고 성학대한 사실이 드러나 전세계의 분노를 샀다. ●일본 열도 ‘욘사마’ 열풍 배용준이 ‘욘사마’란 극존칭과 함께 일본 열도를 ‘한류 열풍’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했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요 촬영지엔 일본 여성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으며, 그의 일본 방문 때면 공항과 호텔이 마비될 정도였다. 일본 내에서는 ‘욘겔계수’(총수입에서 욘사마 관련 상품 구매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욘플루엔자’(욘사마 열병)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욘사마’가 한·일 경제에 3조원의 파급 효과를 낳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EU통합 가속 유럽연합(EU)은 5월1일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슬로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몰타·키프로스 등 동유럽 10개국을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이로써 EU는 25개 회원국의 동·서유럽을 포괄하는 대표기관이 됐다.10월29일 25개국 정상들은 로마에서 회원국 전체에 적용되는 헌법안을 채택했다. 터키 및 기타 동유럽국가들의 추가가입을 심사중이어서 국내총생산에서 미국을 넘어서는 거대 유럽의 탄생을 앞두고 있다. ●화성 스피릿 안착 1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쌍둥이 탐사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가 잇달아 화성 표면 착륙에 성공한 뒤 과거 화성에 물이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화성 표면 사진들과 광물 분석 자료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토대로 화성에 물뿐 아니라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자극받아 유럽과 러시아, 중국, 일본 등이 앞다투어 우주탐사 경쟁에 뛰어들면서 ‘제2의 스타워스’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 [2004 지구촌 인물] ④ 푸틴 러시아 대통령

    ‘철권통치의 독재자인가, 개혁적인 지도자인가.’ 블라디미르 푸틴(53) 러시아 대통령에게 2004년은 시련의 한해였다. 테러 및 분리주의, 유코스 해체, 서방과의 관계 등 난제들과 1년 내내 씨름해야 했다. 한편으로는 특유의 밀어붙이기로 권력을 한층 강화했다.“대통령이 아니라 황제가 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국내 문제에서 푸틴 대통령은 철저하게 ‘중앙집권 강화’를 선택했다. 때론 엄청난 희생과 국제사회의 비난도 마다하지 않았다. 베슬란 학교 인질극, 유코스 사태가 대표적이다. 분리주의를 내세운 체첸 반군은 끊임없이 테러를 자행했다. 지난 2월 39명의 사망자를 낸 모스크바 지하철역 폭탄테러,8월 2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러시아 여객기 2대 연쇄 추락사고가 체첸 반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9월에는 급기야 북오세티야 베슬란의 학교를 점거했다. 어린 학생 수백명의 목숨이 위태로운 절박한 상황이었지만, 푸틴은 ‘협상 불가’를 선언했다. 결국 러시아는 무력진압을 선택했고,300명이 넘는 희생자를 낳은 참사로 막을 내렸다.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였던 유코스는 푸틴 대통령의 ‘에너지 산업에 대한 통제권 회복’ 방침 속에 해체되고 있다. 유코스측이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내고, 서방국가들은 해외투자 위축 등을 내세우며 압력을 넣었지만 푸틴은 지난 19일 핵심 자회사 유간스크네프테가즈를 매각해 버렸다. 주지사·시장선거 폐지와 의회와 언론에 대한 통제 강화도 푸틴의 절대 권력과 맥이 닿는다. 푸틴이 이처럼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은 지난 3월 재선에 성공한 뒤 70%대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고, 고유가 덕분에 연 7%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푸틴 지지자들은 “러시아에 만연한 부패와 비효율성을 일소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푸틴이 독재자의 길로 들어섰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자신에 대한 일련의 도전에 푸틴은 ‘중앙집권 강화’라는 매번 같은 답을 내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교적으로도 적잖은 상처를 입은 한 해였다. 그루지야 등 옛 소련 국가들이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푸틴은 우크라이나 대선에 개입, 친러시아 후보를 지지했다. 그러나 미국·유럽의 반발과 야당후보 지지자들의 시위에 밀려 결국 재선거를 치르게 됐다. 유코스 매각 강행에 대해서도 서방국가들은 “자본주의 경제를 포기한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중국과는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지만 미국·유럽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앞으로 푸틴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권위주의 강화와 강력한 통제권 확보를 통해 ‘강한 러시아’를 만들고자 했던 푸틴의 전략이 근본적인 문제였다.”고 평가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이라크 신병 49명 집단 총살

    훈련을 마치고 귀대하던 이라크 신병 49명이 23일(현지시간) 바그다드 북동쪽 바쿠바 인근에서 사살된 채 발견되는 등 이제 막 출범한 이라크군을 겨냥한 공격이 점점 기승을 부리면서 이라크군에 치안 유지를 맡기려는 미국과 이라크 정부의 계획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 또 이날 이라크 경찰을 겨냥한 두 건의 자살폭탄 공격으로 이라크 경찰 20명이 숨지고 47명이 부상하는 등 이라크 저항세력이 이라크군 입대병을 미국에 협조하는 적으로 규정,‘제1 공격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 내무부의 아드난 압둘-라만 대변인은 “이란 접경지역 사막에서 훈련을 마친 뒤 귀환하던 이라크 신병 49명이 12명씩 4줄로 누워 사살된 채 발견됐다. 이들은 모두 머리 뒤쪽에 총알 한 발씩을 맞았으며 처형된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24일에는 이라크에 파견된 미 외교관이 처음으로 살해됐다. 베이징을 방문 중인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24일 이날 새벽 5시(현지시간) 바그다드 공항 인근 캠프 빅토리에서 이라크 반군의 포 공격으로 바그다드주재 미 대사관에 근무 중인 에드 자이츠가 숨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교관인 자이츠가 왜 새벽 시간에 군 기지에 있었는지 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등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한편 이라크 무장단체들의 인질극은 외국인은 물론 미군과 임시정부에 협조하는 이라크인까지 국적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알 카에다와 연계된 이라크 무장단체 ‘안사르 알 순나군’은 23일(현지시간) 자신의 웹사이트에 한 30대 이라크인을 참수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게재했다. 한 무장대원은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의 피를 빨고 사는 이라크인 스파이를 체포했다.”면서 “카난에게서 죄를 자백받은 뒤 참수했다.”고 주장했다. 목이 잘린 카난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함께 게재됐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이끄는 무장단체 ‘유일신과 성전’이 지난주 알 카에다에 충성서약을 한 뒤 ‘이라크 성전을 위한 카에다의 지하드 조직’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전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알 카에다’ 테러 위협] 9·11테러 자행… 55개국 1만여명 활동

    알 카에다는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해 오사마 빈라덴이 이끄는 국제적 테러지원 조직이다.알(Al)은 정관사,카에다(Qaeda)는 ‘기지(基地)’를 뜻한다. 1979년 옛 소련이 이슬람 국가인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이에 반대하는 세계 각지의 모슬렘들이 ‘무자헤딘(전사)’의 이름으로 참전했다.당시 20대 청년으로 유산과 건설업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라덴도 파키스탄 등지에서 무자헤딘을 모집하고 훈련시키는 ‘무크탑 알키다마트(MAK)’를 만들었다.1988년 소련이 물러나기 직전 무자헤딘을 중심으로 ‘알 카에다’를 창설,이듬해 MAK를 흡수했다. 1991년 걸프전쟁이 터지자 수단으로 근거지를 옮겨 반미 테러로 방향을 틀었다.처음에는 이슬람권에서만 활동하다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미국과 영국 등지에도 조직을 침투시켰다.서방의 정보기관들은 9·11 이전에 55개국 이상에서 1만명의 점조직이 활동한 것으로 평가했다.1996년 미국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1998년에는 이집트의 원리주의 무장단체 지하드 등과 결합,‘알 카에다 알 지하드’로 세를 넓혔다.지하드를 이끌던 이집트 의사 출신의 아이만 알 자와히리는 빈 라덴에 이은 조직내 2인자로 9·11을 계획하고 집행한 실질적 장본인으로 알려졌다. 9·11에 앞서 19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지하 주차장 폭탄테러와 1998년 탄자니아 및 케냐의 미 대사관 테러,같은해 예멘의 미 군함 콜호 폭탄공격이 모두 알 카에다의 소행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체첸 공화국의 학생 인질극과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 테러도 이들과 무관치 않다.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이은 대대적인 소탕작전으로 지도부 75%가 체포되는 등 조직이 상당부분 괴멸된 것으로 평가된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러, 학생 인식표 착용 의무화

    러, 학생 인식표 착용 의무화

    베슬란 학교 인질극 참사로 홍역을 앓은 러시아가 학생들에게 군인처럼 ‘인식표’ 착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9일 보도했다. 러시아는 인식표와 함께 학생들에게 신분증도 항상 갖고 다니도록 할 계획이다.여기에는 이름과 사진,지문 등 신원확인 정보와 혈액형,병력 등 응급조치에 필요한 정보가 담기게 된다.인식표는 목에 걸거나 신분증에 부착하게 되며,폭발과 화재에 견딜 수 있는 견고한 재질의 금속으로 제작된다.일단 올해 말부터 모스크바 남동쪽 일대 학교들에서 시범운용을 해본 뒤 순차적으로 모스크바 전역,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러시아가 이같은 방안을 마련한 것은 학교 인질극 사태 당시 사망자 신원 확인과 부상자 응급처치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주요한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아직도 심하게 훼손된 시신 60여구의 신원을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이에 따라 사망자에 대한 지원금 지급 역시 미뤄지고 있다.러시아는 또 신분증 안에 테러와 대형 화재, 교통사고 등 긴급상황시 행동 요령을 함께 넣어 학생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데스크 시각] 양보 않는 지도자들/유세진 국제부 부장급

    러시아의 9월은 충격과 함께 시작되었다.새 학기 첫날을 맞아 축제 분위기였던 학교는 무장괴한들이 난입하면서 순식간에 공포와 혼란으로 뒤덮였다.이렇게 시작된 러시아 베슬란에서의 인질극은 이틀 뒤 330여명의 희생자를 내면서 막을 내렸다.전쟁이었다고 해도 아무런 대항 능력도 갖지 못한 어린이와 여자들조차 인질이 된 것은 전쟁범죄로 지탄받았을 것이다.이제까지는 아무리 테러라 해도 여성과 어린이는 가능한 한 대상에서 배제됐었다. 그러나 더 큰 충격은 이처럼 많은 희생자를 내고도 앞으로 이같은 잔인한 일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가 국가를 위협하는 테러범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이같은 비극이 초래됐다.”면서 체첸 무장반군들에게 보다 강경하게 대처할 것임을 천명했다.푸틴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은 그러나 또 다른 비극이 되풀이될 것을 예고할 뿐이다.인질극이 일어난 근본 원인을 똑바로 보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테러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테러에 따른 희생만을 비난하면서 테러를 뿌리뽑기 위한 전쟁을 벌이려 한다는 점에서 푸틴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뒤를 따르려는 것 같다.그에게 있어 베슬란에서의 인질 참극은 ‘러시아판 9·11테러’라 할 수 있다.약한 모습을 떨쳐버리고 힘을 내세워 테러를 없애겠다는 단순한 생각까지 부시를 그대로 빼어 닮았다.문제는 부시 대통령의 ‘테러와의 전쟁’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듯이 푸틴의 시도 역시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9·11테러가 발생하고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지 3년이 지났지만 그로 인해 세상이 더 안전해지기는커녕 오히려 테러만 더 대형화하고 잔인해졌을 뿐이다.부시 대통령조차 ‘테러와의 전쟁’에서 완전히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 수 있다고 시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은 3년에 걸친 ‘테러와의 전쟁’으로 미국이 보다 안전해졌다고 말하고 있다.하지만 그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테러는 물론 비난받아야 하고 미리 방지해야만 한다.그러나 부시나 푸틴이 앞세우는 말 뒤에는 국민들에게 위기 의식을 심어주고 ‘테러 근절’이라는 뿌리치기 힘든 명분을 내세워 테러를 부르게 된 자신들의 정책적 잘못을 가리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이슬람교도들의 눈에 비치는 미국의 오만과 체첸인들이 느끼는 러시아의 억압이 사라지지 않는 한 미국과 러시아의 힘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테러를 완전히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미국은 미국식 민주주의만을 강요할 게 아니라 이슬람 문화에 어울리는 그들의 민주주의를 확립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러시아 역시 체첸을 포기할 수 없다면 체첸이 러시아에 협조하는 관계가 되도록 체첸의 자치권을 확대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오랜 협상이 필요할 것이다.많은 인내가 뒤따라야 하는 힘든 협상이 되겠지만 미국과 러시아라는 강대국의 지도자라면 당연히 나서야 할 협상이다. 그러나 협상이 성공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어느 정도의 양보는 불가피하다.문제는 부시나 푸틴 모두 조금도 양보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처럼 양보할 줄 모르는 지도자로 인해 테러가 되풀이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나 양보없이 싸움만 하는 우리 여야 지도자들을 보는 것이나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유세진 국제부 부장급 yujin@seoul.co.kr
  • “푸틴, 차르 시대로 회귀”

    러시아 연방의 자치공화국 중 하나인 북오세티야에서 일어난 인질극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력 독점이 가속화하고 있다.대외적 경제 개방은 확대하되 대내적 정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함에 따라 “차르(Czar·제정러시아의 황제) 시기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난마저 나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와 정부 소유의 천연가스기업 가즈프롬의 합병안을 승인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 등이 보도했다.러시아 정부는 외국자본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가즈프롬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지분투자 제한도 풀어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병안 승인 조치는 정치 규제를 대폭 강화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민주화에 역행하는 정책에 따른 불만을 경제 개방을 통해 무마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의도가 엿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합병안 승인 하루 전 주지사를 비롯,현재 선출직인 러시아 연방의 자치공화국과 주정부 등 89개 지방정부의 고위 관료들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또 국가두마(하원) 450석의 절반을 차지하는 지역대표 선출의석도 비례대표제로만 뽑겠다고 밝혔다.친(親) 크렘린계 정당이 399석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비례대표제로만 선출할 경우 무소속 당선은 거의 불가능하다.북오세티야 인질극에 따른 테러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 정치적 일치단결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그러자 정권 내부에서도 일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친크렘린계로 러시아 최대 정당인 통합러시아당(UR)의 콘스탄틴 자툴린 의원은 14일 “심지어 스탈린 시절과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도 하원 의원들은 형식상 선출직이었다.”면서 “이것은 차르 시대로 회귀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뉴욕타임스는 “이론상 유권자를 대표하는 지역 지도자들이 중앙 정부에 도전할 수 있는 정치력을 갖춰야 하지만 현실에선 푸틴이 크렘린의 지배를 공식화했다.”고 꼬집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지방정부 관료 직접 임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발생한 학교 인질극과 관련해 정부기구 및 국가 선거시스템 개편 등 대대적 개혁을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고 이타르타스통신 등 러시아 언론들이 13일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연방의 자치공화국과 주정부 등 89개 전체 지방정부 수장들이 참석한 확대각료회의에서 주지사를 포함해 현재 선출직인 고위직 지방관료들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위해 연내에 국가두마(하원)에 관련 법안에 대한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이는 형식상 대통령이 주지사 등을 추천하면 지방의회가 추인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동안 지역구제와 비례대표제로 선출했던 국가두마 의원을 비례대표로만 뽑는 방식을 도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무소속 의원들의 출마를 막고 친크렘린계 통합러시아당 의원 수를 늘려 정책 실행에 힘을 싣겠다는 논리다. 연합
  • [US오픈테니스]러시아 여인들 코트 휩쓸다

    러시아 북오세티야 인질극 참사가 벌어진 지 8일째이자 미국의 9·11사태 3주기를 맞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플러싱메도 국립테니스센터 아서 애시코트에서 벌어진 US오픈테니스 여자 단식 결승.상의에 검은 리본을 단 두 명의 러시아 여자 선수가 들어섰다. 2만여 관중들은 경기 시작 전 두 차례의 참극을 침묵으로 애도했지만 ‘러시아슬램’이 끝난 뒤에는 19세 소녀가 펼친 우승 세리머니에는 열광적인 박수와 탄성을 아끼지 않았다. 러시아의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9번시드)가 US오픈테니스(총상금 1775만달러) 여자 단식 결승에서 자국 동료 옐레나 데멘티예바(6번시드)를 2-0으로 꺾고 첫 메이저 타이틀을 안았다. 이전까지 이 대회에서 두 차례 3라운드 진출이 고작이던 쿠즈네초바는 이번 대회서는 준결승까지 여자선수 중 최다인 44개의 에이스를 터뜨리며 결승까지 내달렸고,이날도 최고 구속 111마일(177㎞)의 ‘총알 서비스’로 데멘티예바를 무너뜨렸다. 프랑스오픈을 시작으로 연속 세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휩쓴 러시아는 미국의 뚜렷한 하락세와 함께 여자코트의 최강국으로 우뚝 섰다. 현재 세계 랭킹 ‘톱10’에 든 선수만 5명.한 나라의 각기 다른 선수가 메이저 정상에 세 차례나 오른 것은 지난 1979년 미국의 바버라 조던(호주오픈),크리스 에버트(프랑스오픈),트레이시 오스틴(US오픈) 이후 처음이다. 남자 단식에서는 올시즌 3개의 메이저 타이틀에 도전하는 ‘스위스 특급’ 로저 페더러(1번시드)와 2001년 챔피언 레이튼 휴이트(5번시드·호주)가 결승에 올랐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지옥의 학교’ 공포에 떨던 소년 살아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앞에서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던 러시아 소년. 300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인질극 현장에서 누구도 소년이 살아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다.하지만 ‘지옥의 학교’에서도 한 줄기 살 길은 있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러시아 북오세티야 베슬란의 제1학교에서 인질로 잡혀 있던 열살짜리 소년 게오르그 파르니예프의 얘기다.그는 이날 개학식을 맞아 신나게 학교에 갔다.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고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갈증 호소하자 한 인질범 호의 베풀어 갑자기 무장괴한들이 운동장으로 들이닥치면서 학교는 지옥으로 변했다.인질범들은 총질을 하면서 1000명이 넘는 학생과 학부모,교사들을 강제로 체육관으로 몰아넣었다.“첫 희생자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남자였다.비명을 지르며 엄마 품으로 달려가던 소녀도 총탄에 맞아 숨졌다.”고 게오르그는 9일 모스크바의 병원으로 가는 앰뷸런스 안에서 생생하게 증언했다. 체육관 안에서 게오르그의 자리는 하필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폭탄을 터트릴 기폭장치를 발로 밟고 있는 인질범의 바로 앞이었다.그가 발을 떼면 게오르그는 가장 먼저 목숨을 잃게 될 참이었다.양손을 머리에 얹은 채 겁에 질려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은 7일 공개된 현장 비디오테이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흘째 되던 날 갈증을 참지 못한 게오르그는 “물을 마시게 해달라.”고 호소했다.‘뜻밖에도’ 한 인질범이 게오르그를 수도가 있는 교실로 데려가는 호의를 베풀었다.소년의 운명이 갈리는 순간이었다. 물을 마시고 체육관으로 돌아오는 순간 농구 골대에 매달린 대형폭탄이 터졌다.게오르그가 살 수 있었던 것은 불과 4.5m 앞 공중에서 터진 폭탄의 파편들이 소년의 머리 위로 날아갔기 때문이었다. 이어 진압작전이 시작됐고 체육관 안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빗발치는 총알과 폭탄을 피해 식당으로 도망친 게오르그는 부엌의 벽장 속에 숨었다.도망치다가 왼팔과 오른쪽 무릎에 폭탄 파편을 맞은 게오르그는 겨우 팔에 박힌 파편을 빼냈다.소년은 “인질범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생쥐처럼 숨을 죽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내가 본 장면 꿈에 볼까 두려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누군가 게오르그의 손을 잡았다.“인질범인 줄 알고 ‘이제 죽는구나.’하고 생각했다.”고 게오르그는 공포의 순간을 떠올렸다.하지만 게오르그를 잡은 것은 학교 안으로 진입한 러시아 군인이었다.그의 도움으로 소년은 무사히 빠져 나와 안전한 지역으로 옮겨졌다.게오르그는 “다치기는 했지만 어쨌든 나는 살았다.”고 웃으면서도 “내가 본 장면들이 악몽으로 되살아날까 두렵다.”고 치를 떨며 말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도마에 오른 ‘러 선제공격론’

    러시아가 심각한 테러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 군 총참모장이 8일(현지시간) 세계의 테러기지를 선제공격할 수 있다고 밝히자 찬반논란과 함께 각국으로부터 부정적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을 비판하며 인질극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부시 흉내내는 러시아의 선제공격론 유리 발루예프스키 러시아 군 총참모장은 “세계 어느 지역의 테러기지라도 분쇄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선제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밝혔다.학생 인질극을 계기로 체첸 문제를 대테러 차원에서 다뤄,무력사용을 서슴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대테러 전쟁을 주도하는 미국과 영국은 유엔헌장이 각국의 자위권을 보장했다며 간접적으로 지지를 표시했다.그러나 미 국무부는 러시아와 체첸 반군의 대화를 강조,이중성을 보였다. 유럽연합(EU)의 엠마 우드윈 집행위 대변인은 “러시아 정부의 공식정책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폄하한 뒤 “25개 회원국은 선제공격 형태의 ‘치외법권적’ 살인을 반대한다.”고 밝혔다.프랑스와 터키는 “특정국의 일방적 결정이 아닌 국제사회에서 논의될 사항”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혼선 빚는 인질극 수사 블라디미르 유스티노프 러시아 법무장관은 329명이 죽고 727명이 부상했다고 밝혔으나 인질범중 아랍계가 포함됐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인질범 10명은 아랍 출신이며 인질극은 러시아의 대체첸 정책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세르게이 프리딘스키 법무차관은 인질범의 요구가 체첸 내전과 연관됐고 인질범 12명은 지난 6월 잉구세티야 테러와 관련됐다고 말했다. 특히 유스티노프 장관은 인질범이 32명에 이르며 ‘대령’으로 불린 책임자가 학생을 인질로 잡는 것에 반대하는 1명의 부하를 총으로 쐈고 2명의 여성 테러범에 장착된 폭발물도 터뜨려 죽게 했다고 말했다.유혈극은 인질범들이 체육관에 설치된 폭탄의 배열을 바꾸려다 실수로 하나가 터지고 인질이 탈출하면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도마에 오른 푸틴의 위기관리 능력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독일 함부르크 방문중 “인질극이 벌어진 것에서부터 잘못된 진압작전까지 의문투성이이며 러시아의 위기관리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고 푸틴 정권을 질책했다.그는 푸틴 대통령이 앞서 의회의 조사는 ‘정치적 쇼’라며 정부의 수사를 지시한 것과 달리 의회와 대중이 참여하는 엄중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7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반테러 관제시위에선 인질범들이 최근 옛소련제 무기를 어떻게 입수했는지 비난이 쏟아졌다.일반시민들은 경찰이 관제시위를 보호하기 위해 길을 봉쇄하자 거세게 항의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피의 악순환’ 20개국으로 확산

    러시아에서 최악의 학교 인질극 사건이 터진 지 열흘도 안돼 9일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중심가에서 또다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이번에는 호주대사관이 타깃이 됐다. 여객기 2대가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에 잇따라 충돌한 ‘9·11테러’ 직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지 3년이 지났다.테러공격이 줄어들기는커녕 세계 곳곳에서 더욱 극렬해진 대형 테러들이 빈발하고 있다.9·11테러 3주년을 앞두고 러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연달아 터진 테러로 사람들은 다음은 어디일지 가슴을 졸이고 있다. ●테러,무차별·대형화·세계화 물론 9·11테러 이전에도 테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하지만 9·11을 계기로 테러의 양태가 무차별·대형화·세계화됐다.기존에는 독립 등을 둘러싼 종족간 분쟁이 주류였다면 이제는 ‘서구 대 아랍권’ 내지 ‘기독교 대 이슬람’이라는 문명적·종교적 충돌의 양상까지 띠고 있다. 9·11 이후 테러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같은 분쟁지역은 물론 러시아 스페인 사우디아라비아 모로코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케냐 등 전세계 20개국으로 확산됐다.이라크 전쟁에 반대했던 반전국들도 예외는 아니다.프랑스는 자국 기자 2명이 히잡(머릿수건) 착용 금지법의 철회를 요구하는 무장단체들에 의해 이라크에서 납치됐다.러시아는 말할 것도 없다.9·11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체첸 반군들이 2002년 이후 수도 모스크바 도심에서 테러를 잇달아 감행하는가 하면 여객기를 공중폭파하는 등 더욱 과감해지고 있다. 대상도 어린이,여자,노인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이다.차량폭탄은 기본이고,미사일 공격과 여객기 폭파 등으로 사상자가 수백명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게다가 테러조직들이 생화학무기와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에까지 손을 뻗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선제공격·일방주의는 테러 억제못해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말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NBC와의 인터뷰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이길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대테러전의 한계를 시인했다. 미국은 9·11 이후 테러 대책으로 선제공격론을 주창했다.압도적 힘을 바탕으로 한 위력시범만으로도 적성국의 전의를 꺾었던 종래의 억지전술로는 목숨을 걸고 덤비는 자살 테러리스트를 막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베슬란 학교 인질극 직후 러시아도 선제공격론에 가세했다.‘적’을 미리 공격해 화근을 없앤다는 것이다.하지만 선제공격론도 테러를 억제하기보다는 피의 악순환만 반복시킬 뿐이다.생생한 예가 바로 이라크다.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들이 존재하는 한 테러를 완전 근절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대신 테러리즘을 최소화하고 억제할 수는 있다.이는 미국의 선제공격론과 일방주의가 아닌 보다 많은 국가들의 참여를 통해 세계 차원의 대테러 전략을 세워 공동대처할 때만 가능하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러 인질범 고려인 없었다”

    러시아 북오세티야의 학교 인질 사건에 카레예츠(고려인)가 개입됐다는 주장은 검찰의 실수였던 것으로 점차 드러나고 있다. 인질사건을 조사 중인 북오세티야 당국은 8일 당초 고려인으로 알려졌던 인질범이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계통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모스크바 주재 한국대사관도 이같은 소식을 비공식 경로를 통해 들었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의 유력한 인터넷 정치미디어인 ‘스미(SMI)’는 7일 북오세티야 내무부가 ‘인질범 가운데 고려인이 포함됐다.’는 세르게이 프리딘스키 북카프카스 대검 차장의 발언을 반박했다고 7일 보도했다.북오세티야 내무부는 “아마 프리딘스키가 착각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고 스미는 전했다. 모스크바에서는 7일 13만명이 모인 가운데 대규모 반(反)테러 집회가 열렸다.하지만 일부 현지 언론들은 이번 집회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주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는 7일 “미국은 온건한 체첸 분리주의자들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체첸 분쟁은 정치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러시아를 압박했다.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은 “어린이들을 살해한 자들과 대화하지 않겠다.”며 체첸 반군과 협상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테러와 연계된 의혹을 받고 있는 아슬란 마스하도프 전 체첸 대통령의 측근인 아흐메드 자카예프 등 해외 체류 중인 체첸 주요인사들의 송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마스하도프는 이번 인질극과 무관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유리 발루예프스키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8일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는 전세계 모든 지역에 있는 테러기지에 대한 선제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또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샤밀 바사예프 등 체첸 반군 지도자들의 정확한 소재를 제공하는 대가로 3억루블(약 120억원)의 상금을 걸었다.북오세티야 정부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공포… 전율‘ 러TV 인질극현장 테이프공개

    러시아 북오세티야 학교 체육관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인질범들이 찍은 비디오테이프가 7일(현지시간) 러시아 NTV에 의해 처음 공개됐다.겨우 87초밖에 안되는 매우 짧은 테이프였지만 공포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는 충분했다. 학생과 학부모,교사 등 인질 1000여명은 머리에 손을 얹고 체육관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복면을 한 30여명의 인질범들이 건물 전체에 전선을 깔고 폭발물을 설치하는 모습을 공포에 떨며 쳐다보고 있었다.일부는 책을 부채삼아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웃옷을 벗은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으로 미뤄 인질극 초기의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사람들은 인질범들과 눈길이 마주칠까봐 눈을 똑바로 뜨지도 못했다.머리에 흰 물체를 얹고 복도에 서 있는 남자아이의 모습도 잠깐 비쳤다. 체육관 중앙과 양쪽 농구 골대 주위에는 축구공 크기의 폭발물이 설치됐고,골대들을 가로질러 연결된 전선 중간중간에 폭발물들이 매달려 있었다.체육관 양쪽 모퉁이에는 폭발물이 가득했다.검은 복면을 한 인질범 1명은 폭발물과 연결된 기폭장치가 설치된 듯한 책 위에 발을 올려놓고 있었다. 체육관 나무 바닥 곳곳에 피가 고여 있었고,중앙에는 피를 흘리는 인질을 끌고 간 듯한 자국이 선명했다. 누군가 러시아어로 “아이들을 아직 이곳으로 데려오지 마.”라고 외치는 소리도 들렸다.구석에 온몸을 검은 옷으로 가린 여성 인질범이 권총을 들고 서 있었다.테이프는 러시아어가 아닌 다른 말로 휴대전화에 대고 통화하는 목소리를 끝으로 끝났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9·11 이후…] (상)테러 진앙지 왜 이슬람인가

    [9·11 이후…] (상)테러 진앙지 왜 이슬람인가

    ‘테러의 배후에는 왜 항상 이슬람 전사들이 등장하는가? 3년 전 뉴욕의 9·11테러뿐 아니라 지난주 러시아 베슬란의 학생 인질극에서도 이슬람 무장세력이 개입된 것으로 전해졌다.미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는 9·11 3돌을 맞아 평화를 강조하는 코란을 읽는 이슬람권에서 테러전사들이 양산되는 까닭을 집중 분석했다. ●‘침략자를 베어버리고‘ 코란 신봉 베슬란의 러시아 인질범들은 이슬람권인 체첸의 독립을 주장했다.최근 이라크 전쟁을 반대한 프랑스 언론인 2명도 이슬람 무장세력에 납치돼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이슬람 여학생들이 학교에서 전통의상인 머리스카프를 쓰지 못하도록 금지한 프랑스 법 때문이다.전문가들은 이슬람권과 충돌하는 지역에선 테러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이슬람권 테러세력들이 꼭 미국을 겨냥하는 것만은 아닌 셈이다. 1차적 이유로 53개국에서 13억인구를 가진 이슬람권 ‘내부의 문제’를 꼽는다.특히 아랍지역을 중심으로 1000년 이상 지속된 과격 원리주의자와 평화와 개혁을 부르짖는 온건주의자의 갈등에 따른 ‘부산물’이라는 지적이다.이슬람권 정부의 억압적이고 가학적인 속성도 간접적으로 테러를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다. 코란의 가르침에 충실하라는 원리주의자들은 서구문물을 배격한다. 십자군 전쟁에서 그랬듯이 기독교 문화와 서구적 이념을 ‘이단’으로 본다.오토만 제국 이후 끊긴 이슬람의 영화를 꿈꾸기도 한다. 9·11테러의 주범으로 몰린 오사마 빈 라덴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정 타도를 목표로 한다.이들은 1979년 왕권을 무너뜨린 호메이니옹의 이란 혁명을 전형으로 삼는다. 원리주의자들은 “침략자를 베어버리고…너희를 몰아낸 장소에서 그들을 다시 몰아내라.”는 코란의 가르침을 내세운다.1990년대 세력화한 알 카에다는 여기에서 테러와 폭력의 정당성을 찾는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이 반미 부추겨 따라서 팔레스타인을 쫓아낸 이스라엘은 분명한 ‘적’이자 이교도다.이들의 뒤에는 서구문명의 대명사격인 미국이 있다.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한 미국과의 전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세계 이슬람 가운데 아랍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18%에 불과하지만 중동문제가 ‘핫 이슈’가 됨으로써 테러리스트와 아랍계 이슬람은 같은 말로 쓰였다. 9·11도 이스라엘과 반목하는 이들 원리주의자의 공격으로 해석된다.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했으나 성과를 거두기보다 이슬람 원리주의자의 입지만 강화시킨 측면이 크다고 타임은 13일자 최신호에서 밝혔다.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미국에 동조하는 비율은 올해 15%로 떨어졌다.9·11 직후인 2002년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우호적이던 61%와는 아주 딴 판이다. ●일방적 서구식 민주주의 이식은 곤란 게다가 9·11 이후 이슬람권에서는 서구식 민주화에 대한 논쟁이 격화됐다.물론 극단적인 원리주의자들이 자살공격을 서슴지 않는 가운데 이란에서는 진보적 개혁론자들이 민주화 운동을 벌였다. 지난 2월 이란 총선에서 개혁론자들이 배제되자 도시지역의 유권자 70%는 투표를 보이콧했다.이들은 아직 정치적인 힘을 얻지 못했지만 테러를 수단으로 삼는 극단주의와는 다른 ‘실험적 노선’을 걷고 있다. 다수의 이슬람 온건주의자들도 ‘종교적 이름’을 내건 폭력을 비난한다.특히 민간인을 살해하는 수법은 이슬람 교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한다.코란은 무기를 들지 않은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했다.팔레스타인의 자살공격은 무장한 ‘적군’인 이스라엘을 상대로 하기에 부분적으로 용납된다. 그러나 첨단무기를 앞세운 미군의 이라크 침공과 장기간의 주둔으로 원리주의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 영국의 회교도 가운데 13%는 알 카에다나 유사한 조직이 미국을 다시 공격하는 게 정당하다고 대답했다.핵심적인 과격 회교도들도 영국에서만 1만명을 넘어 계속 느는 추세다. 미 프린스턴 대학의 역사학자 버나드 루이스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오토만 제국의 붕괴 이후 이슬람 사회가 서구문명에 침해당했다는 인식이 이라크 전쟁 이후 확산돼 호전적인 이슬람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무사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대테러 전쟁에서 미국의 편에 섰으나 이슬람 성직자들은 금요일마다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에서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성전(지하드)’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이 중동에서 이라크를 서구식 민주화의 거점으로 삼으려 하지만 문화적·종교적 이질감을 무시,더 큰 테러만 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왜 어린이를 인질로 잡았을까

    왜 러시아 학교 인질범들은 하필이면 어린이들을 볼모로 잡았고 끝까지 풀어주지 않았을까.이번 참사가 시작된 뒤 줄곧 제기돼온 의문이다.아직 러시아 당국과 이번 사건을 저지른 세력 모두 이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우선 어린이들을 인질로 잡음으로써 전세계의 시선을 모으고 러시아 국민들,특히 카프카스 지역 주민들의 감정을 극도로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이를 뒷받침하듯 러시아군에 붙잡힌 인질범은 6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원들이 ‘왜 학교를 점거해야 하느냐.’고 묻자 지휘관은 ‘이번 인질극의 목적은 카프카스 지역에 전쟁을 촉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을 이용,러시아군의 진압작전을 늦춰 시간을 벌어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에 의해 목숨을 잃은 체첸 어린이들의 복수를 위해서였다는 해석도 있다.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6일 인질로 잡혔다가 풀려난 교사의 말을 인용,“한 인질범은 ‘러시아군이 체첸 아이들을 죽였으니,우리는 러시아 아이들을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체첸 반군과 관련된 한 웹사이트에는 “이번에 얼마나 많은 러시아 아이들이 죽었는지 몰라도 러시아 침입자들에게 살해된 4만 2000명의 체첸 아이와 25만명의 시민들보다는 적을 것”이라는 글이 게재됐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푸틴의 책임회피용” 맹비난

    러시아 남부에서 벌어진 학교 인질사건의 배후로 러시아 당국이 카레예츠(구 소련 거주 한인을 지칭.고려인,카레이스키 등으로도 불림)도 포함된 다국적군을 거명하고 나섰다.이에 대해 러시아 언론들조차 국제적인 테러조직을 부각시켜 최소 338명의 사망자를 낸 무자비한 진압작전의 당위성을 부각시키려는 ‘거짓말’,‘책임회피’라고 비난하고 있다. 체첸 분리주의자 지도부는 이번 인질사건을 “괴물 같은 어처구니없는 행위”라고 비난하면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체첸 반군과의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어린이를 죽인 사람들과 왜 이야기를 해야 하느냐.”며 이를 일축했다.대신 푸틴 대통령은 지난주 터키 방문을 취소한 데 이어 10일로 예정된 독일 방문도 취소하는 등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체첸인 중심의 다국적군 소행? 세르게이 프리딘스키 북카프카스 대검 차장은 6일 “10여개국 출신들로 구성된 인질범들에 체첸인,잉구슈인,타타르인,카자흐인,카레예츠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프리딘스키 차장은 32명의 인질범 중 체첸인 1명을 제외한 31명은 사살됐다고 밝혔다.그는 구체적인 인질범의 신상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으로 인종분쟁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는 카프카스 지역에 거주하는 고려인은 4만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따라서 고려인의 개입 여부를 떠나 이번 발언으로 고려인에 대한 보복 공격이 우려되고 있다.최근 러시아에서는 극우파 청년들이 소수 민족을 공격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번 인질범들이 체첸인을 중심으로 한 여러 국가 출신이란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발레리 안드레예프 연방보안국(FSB) 북오세티야 지부 담당자는 테러범 가운데 10명이 아랍계통이고 이 중 한 명은 흑인이라고 밝혔다.인질범들과 협상에 나섰던 잉구셰티야 공화국의 전 대통령인 루슬란 아우셰브는 “인질범들이 러시아어만 썼다.”고 말했다.또 체첸 출신으로 푸틴 대통령의 카프카스 담당 보좌관인 아슬람벡 아슬라하노프는 “인질범들은 체첸어가 아닌 카프카스 액센트가 강한 러시아어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인질들도 인질범들이 자기들끼리는 러시아어를 썼다고 증언하고 있다. ●푸틴,집중적 포화에 강공 선택 러시아 언론과 야당들은 러시아 정부의 발표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사건 초 러시아 정부가 베슬란 주민들의 주장에도 불구,인질 수를 354명이라고 축소했다가 1181명이라고 수정했기 때문이다.러시아 일간 모스코프스키 콤소몰레츠는 “거짓말 연대기”,노바야 가제타는 “거짓말이 테러범의 공격을 부추겼다.”는 제목의 기사를 6일 일제히 실었다. 러시아의 자유주의계 정치인인 보리스 넴초프는 “인질극 뒤에 국제 테러리스트가 있다는 정부 주장은 푸틴 대통령의 책임을 다른 곳으로 전가하기 위한 속임수”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체첸 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6일 저녁 모스크바 외곽에서 외국 언론들을 대상으로 3시간 반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체첸과 협상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제 정신이 아니라며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그는 “볼가공화국,타타르스탄공화국,바슈코르토스탄공화국에도 이슬람교도들이 있다.체첸은 이라크가 아니며 멀지 않다.체첸은 우리 영토의 핵심적 부분이며 러시아 영토보전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러언론 “인명피해 큰건 푸틴탓”

    러시아 남부 북오세티야 베슬란 인질극이 6일(현지시간)로 발생 닷새째에 접어든 가운데 정부 비판을 금기시해온 러시아 언론들이 인질극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에 비판적 보도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처참한 현장 사진을 신문에 비중 있게 게재한 유력 신문 편집장이 해임된 것으로 알려져 언론 탄압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례적 정부비판 보도 쏟아져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이날 “인질극의 원인이 국제테러리즘 탓이라는 크렘린 주장은 어린이 인질들의 희생이 지난 10년 간 계속된 체첸 내전이 아닌 국제테러리즘 때문이라는 얘기”라며 정부가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일간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는 블라디미르 리츠코프 의원의 기고문을 통해 “이번 사태의 책임은 의심의 여지없이 푸틴 대통령과 연방보안국(FSB),내무부가 져야 한다.”며 푸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난을 퍼부었다. 비판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현장의 참혹한 사진을 신문에 게재한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 편집장 래프 샤히로프가 그 때문에 해임됐다고 라디오방송 ‘에코 모스크바’가 6일 보도했다. ●“러시아,체첸 반군에 협조 요청” 한편 알렉산드르 자소호프 북오세티야 대통령이 인질극 발생 직후인 2일 체첸 반군의 특사인 아흐메드 자카예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6일 모스크바 타임스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신문은 런던에 망명중인 자카예프의 말을 인용,“자소호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1000명이 넘는 인질이 잡혀 있으니 인질범들과 협상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자카예프는 자소호프 대통령이 크렘린 승인하에 이런 부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이것이 사실이라면 ‘체첸 반군과 협상은 없다.’던 푸틴의 정책이 반전됐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용의자 “어린이들에게 미안” 5일 러시아 국영TV ‘채널 1’은 이번 인질극의 범인 가운데 한명으로 러시아군이 생포했다고 알려진 남성의 인터뷰를 내보냈다.그는 기자가 “어린이들에게 미안하지 않느냐.”고 묻자 “알라에게 맹세컨대 미안했다.나에게도 아이들이 있다.”고 말했지만 총을 쐈느냐는 질문엔 “결코 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알라를 언급한 것으로 미뤄 무슬림인 그는 체첸과 북오세티야 등 러시아의 북카프카스 주민처럼 러시아어를 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TV는 이름과 국적을 밝히지 않았고 범인이라는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황장석기자 외신 suron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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