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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여성총리론/이목희 논설위원

    현직 여성장관이 1명에 불과한 것은 헌법소원감이다.21세기를 맞아 임명직에서 이렇듯 여성을 홀대하는 국가가 몇이나 될까. 유엔 가입국의 여성장관 평균비율은 10%대를 훌쩍 넘어섰고, 북유럽 국가들은 40%에 육박하고 있다. 노르웨이에 이어 칠레에서는 ‘남녀동수내각’이 출범했다. 참여정부 내각의 양성평등이 무참히 깨진 이유는 정권의 무감각, 무의지 탓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초 4명의 여성장관을 임명했다. 개각을 통해 이들은 물러나고, 그후 임명된 이는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뿐이다. 노 대통령은 여성장관을 늘리겠다고 몇차례 밝혔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참여정부의 인사담당자에게 ‘여성의 세기’를 준비하는 미래감각은 없어 보인다.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여성 중에는 적임자가 없어서….”라고 둘러댄다. 청와대가 후임 총리로 여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여성 총리를 노 대통령에게 천거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도 정치 중립성 확보를 전제로 여성 총리를 환영한다는 의견을 냈다. 어느 때보다 첫 여성 총리 탄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총리론에서 경계할 대목이 있다. 청와대는 국회 인준을 우선 고려해 총리를 임명할 움직임이다. 그러나 ‘여성이기에 결점이 덮어진다.’는 기대로 여성 총리를 택해서는 안 된다. 김대중 정부 말기에 그런 생각에서 장상씨를 총리로 지명했다가 인준 자체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남녀를 떠나 업무능력과 개혁성, 청렴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공인받아야 한다. 여성 총리 제1후보로 한명숙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두차례 장관을 지냈고, 시민사회단체의 평판이 괜찮다. 환경부 장관 시절 부처평가에서 수위를 차지했었다. 그럼에도 ‘관리형’이란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 큰 현안을 해결하는 추진력과 장악력을 보여주지 못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보다는 여성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 누구를 여성 총리로 지명하더라도 ‘의전형’이라는 비아냥이 나오지 않도록 청와대가 신경써야 한다. 책임총리 역할을 당당히 수행할 인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세계 조류에 한참 뒤처져 여성 총리를 내면서 ‘얼굴마담’으로 격하시키는 것은 여성 전체를 모독하는 일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사상 첫 여성총리 나오나

    노무현 대통령의 총리 인선에 대한 구상이 가시화됐다. 노 대통령은 당초 분권형 국정운영 체제에서의 ‘책임 총리형’에서 ‘안정 총리형’으로 인선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관측된다. 말하자면 이해찬 전 총리의 사퇴 직후 꺼냈던 ‘제2의 이해찬 카드’를 거둬들인 듯싶다. 새 총리의 인준에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탓이다. 남은 임기 동안의 국정운영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실제 총리 후보로 압축된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과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도 ‘분권형 책임총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에서도 이런 기류는 나타난다. 이 비서실장은 21일 기자들을 만나 총리 인선의 방향을 거듭 설명했다. 때문에 여론 검증 및 야당 떠보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눈길도 없지 않다. 이 비서실장은 이날 향후 참여정부의 ‘안전항해’,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물론 책임 총리제의 틀은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도 달았다. 이 비서실장은 “안전항해의 첫 관문이 국회”라고 분명히 밝혔다. 또 “야당의 전폭적 지지는 아니더라도 선선하게 큰 반대 없이 인준 동의를 해주실 분을 총리로 지명할 것 같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야당의 거부권이 적은 사람을 지명, 노 대통령의 말마따나 ‘대화 정치’의 길을 닦는 한편 지방선거에 대한 여당의 부담도 덜어주려는 의도로 엿보인다. 한 의원의 급부상도 이 비서실장의 언급과 맥을 같이한다. 여기에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여성 총리 기용에 대한 건의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여권의 여성 지도자 중 가장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04년 고건 전 총리가 물러난 뒤 후임 총리의 물망에도 올랐었다. 청와대 측에서는 한 의원이 여성부·환경부 장관 때의 업무수행과 특유의 ‘외유내강’ 이미지를 큰 장점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당인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한나라당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의 강도는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구상도 한 의원 쪽으로 상당부분 기울었다는 게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전언이다.헌정 사상 첫 여성총리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간 셈이다. 물론 노 대통령의 김 정책실장에 대한 신뢰는 남다르다. 아직 유력한 총리 후보 중의 한 명이다. 실질적인 노 대통령의 ‘정책 브레인’인 데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기조를 이어가는 데 적임자로 꼽힐 정도이다. 정치인이 아닌 학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중립성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강점보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사실 때문에 ‘코드 인사’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부득이하게도 김 정책실장 쪽에서 한 의원 쪽으로 생각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시민들 “야구도 대~ 한민국”

    시민들 “야구도 대~ 한민국”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팀이 미국 대표팀에 7대 3의 대승을 거두자 경기를 지켜본 시민들은 일제히 기쁨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결승전은 아니었지만 한국을 미국 더블A팀 정도라고 폄하하던 미국 대표의 콧대를 꺾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기쁨은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 당시에 못지 않았다. 경기 시작 전에는 사실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승엽의 솔로홈런 후 경기 내내 리드를 지켜가는 대표팀을 보며 시민들은 식당, 기차역, 터미널 등에서 TV 앞으로 몰려들었다. 사무실에서 경기를 봤다는 회사원 박윤선(30)씨는 “전력상 질 것이란 생각에 업무만 보고 있었다. 그러나 시종일관 압도하는 대표팀을 보며 2002년 월드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경기를 봤다는 나효준(28)씨는 “공 하나하나에 환호와 탄식이 오갔는데 특히 최희섭이 3점포를 터뜨리는 순간 모두가 펄쩍 뛰어 올랐다.”며 기뻐했다. 회사원 정용준(29)씨는 ”한국 야구가 세계 무대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 수준에 올랐다는 점을 보고 가슴이 벅찼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역에서 목포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던 이영희(56)씨는 “오만하던 일본도 못이긴 미국을 우리가 보란 듯이 이겨서 자긍심을 느낀다.”며 말했다. 서울 이문동 한국외국어대에서 100여명의 학생들과 경기를 지켜본 이재훈(25)씨는 “여학생들도 큰 관심을 보이는 등 마치 2002년 월드컵과 같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 중 휴대전화 문자로 중계를 봤다는 대학생 조인준(28)씨는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에는 조용한 강의실 여기저기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제 야구도 거리응원이 필요한 것 아니냐.”며 기뻐했다. 이화여대 목동병원 1층 대기실에서는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등 60여명이 숨을 죽이며 경기를 지켜 봤다. 박병옥(59)씨는 “낮 12시30분쯤 진료가 끝났는데 야구경기에 발목이 잡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집에 못 갔다. 술 때문에 병원에 왔지만 한국팀의 승리로 오늘 밤 또 술을 마시게 될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인터넷 포털에는 시간당 1만 여건의 댓글이 달리는 등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아이디 ‘무량수전’은 “경기가 끝나자 머릿속이 멍해지고 한줄기 눈물만 흘러 내렸다. 스포츠에 이렇게 감동하기는 홍수환이 카라스키야를 KO시켰을 때,2002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진출했을 때 이후로 처음”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재훈 윤설영기자 nomad@seoul.co.kr
  • [공직자 재산공개] 증가 10걸중 7명 “부동산 덕”

    [공직자 재산공개] 증가 10걸중 7명 “부동산 덕”

    법원 및 헌법재판소 고위법관들은 대부분 봉급저축과 부동산 등 재테크를 통해 재산을 불렸다. 1억원 이상 재산이 늘어난 고위법관은 모두 33명, 재산증가 상위 10위 중 3명은 본인이나 가족의 재산상속으로 인한 것이었고 나머지 7명은 토지수용 및 부동산 차익으로 인한 것이었다. 재산증가 순위 11∼20위에서도 부동산 값 상승으로 인해 재산이 증가한 고위법관은 6명이나 됐다. 재산총액에서는 심상철 서울고법부장이 40억 7202만원으로 최고였고, 주식투자 이익이 많았던 이용훈 대법원장이 38억 532만원으로 2위에 올랐다. 그 뒤를 지난해 사법부 재산증가 1위였던 김종백 서울고법부장이 34억 9523만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대법관 가운데는 지난해 부의금을 받지 않은 시어머니 장례 등으로 유일하게 재산이 줄었던 김영란 대법관이 배우자 수입과 봉급저축 등 4억 32만원이 늘어 가장 많은 증가액을 보였다. 양승태 대법관도 배우자에게 증여한 대지의 기준시가 차액 등으로 2억 7374만원이 늘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윤영철 소장이 재산총액 29억 7735만원과 증가액 5억 9986만원으로 총액과 증가액 모두에서 1위를 기록했다. 윤 소장은 신고 당시 기준시가 4억 8000만원이던 서울 송파구 문정동 아파트를 10억 9000만원에 팔아 6억 1000만원이 늘었다. 송인준 재판관도 김포의 토지수용 보상금 등으로 2억 3000여만원이 늘어 부동산 투자이익을 얻었다. 전효숙 재판관은 지난해 7월 삼성전자·삼성증권 주식 등을 팔아 1억 9009만원이 늘었다. 반면 지난해 취임한 이공현·조대현 재판관은 자녀학비, 자녀 결혼비, 가족 입원 및 장례비 등으로 8200여만원이 감소했다고 신고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로버트 김 희망 메시지] 장관 인사청문회를 보고

    [로버트 김 희망 메시지] 장관 인사청문회를 보고

    청문회가 도입되었다는 소식을 작년에 들었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시간을 내어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청문회가 미국의 역사와 함께 매우 오래된 관행으로 되어 있으며 청문회 결과가 국민 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청문회에 임하는 판사 내정자, 장관 내정자들의 철학과 자질을 이 기회에 알게 되고 그들이 임명되면 시민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를 예견할 수 있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원의 소관 위원회에서 적격심사가 통과되어도 상원 본회의에 상정해 다시 투표를 하고, 인준이 된 뒤 대통령이 임명장에 서명해야 비로소 내정자들은 장관이나 판사가 되는 것입니다. 비록 미국 땅에 살고 있지만 한국이 내 조국이고 그 조국의 앞날에 큰 관심을 갖고 있어, 이곳 시간으로는 늦은 밤이었지만 이번 장관 인사청문회를 TV로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질의에 나선 국회의원들이 행정 책임자를 선택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하는 것 같아 존경스러웠습니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내정자들의 자질을 공개적으로 검증하고, 그들이 임명되면 국가와 국민에게 끼칠 정책 방향도 미리 알 수 있게 된 것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국회 청문회에서 내정자가 부적격 판단을 받았어도 대통령은 이를 무시할 수 있다니 청문회의 목적이 무엇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국회 청문회가 대통령의 장관직 인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 이러한 청문회는 무용지물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대통령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인사청문회는 내정자에 관해 국민이나 대통령이 모르는 사실을 공개하고 그 자질을 검증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정책방향도 알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대통령도 청문회에서 나온 이슈들을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현행법 체계 하에서 인사청문회는 이름뿐이지 목적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시간만 낭비하는 행사가 되어 그 실효성을 잃은 것 같습니다. 이번 청문회는 ‘그냥 해 본’ 장관청문회가 아닌가 보여집니다. 그리고 청문회 질의자로 나온 여·야 국회의원들의 평가가 너무나 양극화 돼 있어 힘겨루기 같은 모양새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현 정권에서 장관직 수명은 초등학교 반장의 수명보다도 짧다고들 합니다. 새로 마련한 청문회의 목적을 존중해서라도 장관을 쉽게 경질하지 않아도 되도록 적격자를 제청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내정자들도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만 헌신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청문회에 임했으면 합니다. 우리나라 장관직은 수명이 짧은 것으로 국제적으로도 정평이 나 있어서 한 이슈를 가지고 국제 회담을 할 때마다 한국측 대표가 달라지기 때문에 회담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다음번 한반도 6자회담 한국대표도 지금까지 해온 사람이 아니라니 다른 5개국 대표가 얼마나 혼동하고 실망할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인사청문회를 주관하는 국회도 초당적으로 임해 평가의 양극화를 최소로 하고 국민과 국가를 위해 집행부 책임자를 엄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정부에서도 국가와 국민만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인재를 청문회에 제청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내정자들 또한 과거의 사소한 법 위반이나 도덕성에 결격 사유가 있다고 생각하면 자진해서 사퇴하는 용기를 보여야 합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책임자로서 일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의 인격을 갖추어야 국민의 존경을 받고 일하는 데도 모든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은 조국을 사랑하고 조국의 미래를 항상 걱정하는 한 교포의 생각입니다.
  • [부고]

    ●이종민 세령(KT 솔루션지원센터)씨 부친상 인준서(KT 전략기획실)씨 빙부상 이영재(한국수출입은행 국제협력실장)씨 형님상 13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5일 오전 (02)3410-6917●손운익(대구 수성구의회 의원)씨 모친상 대구적십자병원, 발인 14일 오전 8시 016-524-7100●이종순(변호사)종운(사업)종각(〃)씨 모친상 11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4일 오전 8시 (02)3010-2238●고웅권(전 평통자문위원)창권(전 동남은행 홍콩법인장)승권(재 뉴질랜드 목사)충형(우영실업 대표)씨 모친상 봉우(주LA영사관)행우(주 MRI대표)동우(월간 말 기자)씨 조모상 13일 경기 성남 분당구 분당동 요한성당, 발인 15일 오전 9시 (031)780-1114
  • 청문회로 포문…5월까지 전면전?

    청문회로 포문…5월까지 전면전?

    여야의 신임 원내대표단이 첫 격돌한인사청문회가 정치공방과 파행으로 얼룩진 점은 주목할 만하다.5·31 지방선거를 정점으로 첨예한 대결구도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여기에 청문회 이후의 정치 일정도 순탄치 않은 대치 정국을 예고한다. 열린우리당의 2·18전당대회,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2월20∼21일), 대정부질문(22∼28일), 윤상림·황우석 국정조사(3월 이후),4월 임시국회 등 곳곳에 뇌관이 포진해 있다. 한나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9일 “이재오 원내대표가 첫 무대인 인사청문회에서 대여 강성기류를 보이고, 야 4당의 국정조사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시사점이 크다.”면서 “지방선거를 겨냥한 여야의 충돌이 상당히 거셀 것”이라고 내다봤다. ●靑 “오늘 임명 강행” 무엇보다 한나라당이 인사청문회 대상 6명 중 김우식 과학기술부총리와 이종석 통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 3명에 대해서는 ‘절대 부적격’이라며 임명 철회를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10일 임명을 강행키로 해 양측간 대립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김한길·이재오 원내대표가 나란히 나설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비토’ 장관들이 도마에 오를 대정부질문, 쟁점 법안을 다룰 각종 상임위 등에서 여야간 대립각은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 원내대표도 이날 “절대 부적격 판정을 내린 김우식, 유시민, 이종석 후보들이 상임위에서 원만한 협조를 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8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우리당의 새 지도부도 한나라당과의 긴장관계를 늦추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차기 대선까지 염두에 둔 여권내부 역학 관계를 고려할 때 새 지도부가 한나라당과의 ‘어정쩡한 화해’보다는 ‘원칙과 정체성’으로 정국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당 관계자는 “전대 이후 여야 관계가 결코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우리당과 한나라당 지도부가 충돌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차기 대선을 위한 각 당내 경선이나 본선에서 ‘정치력 부족’이라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 “장관 인준 청문회 표결로” 하지만 한나라당 관계자는 “여야가 처한 환경이나 지도부의 인적 구성, 지방선거나 차기대선 등 일정을 감안하면, 향후 여야간 극심한 대결과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또 인사청문회가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청문위원들의 표로 인준 여부를 결정토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에 제출키로 했으나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반대 의사를 밝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사설] 기대 못미친 첫 장관 인사청문회

    헌정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장관 인사청문회가 어제 끝났다.그동안 정부 자체판단과 언론 평가에 맡겨왔던 장관 자질 및 정책 검증을 국회라는 공개장소에서 한 점은 긍정평가해야 한다.그러나 인사청문회의 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해 더욱 내실있는 인사청문회 제도를 가꾸어나가는데 여야 정당과 정부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장관 인사청문회가 절반의 성공밖에 거두지 못한 배경에는 여야의 정치적 이해가 깔려 있다.임기를 가진 대통령이 전횡을 하지 못하도록 고위공직자 인사권을 견제하는 장치가 인사청문회다.미국에서는 인준절차까지 거치도록 되어 있다.우리는 헌법상 대법원장·국무총리 등 한정된 공직만 국회동의를 받는다.지난해 장관 인사청문회가 도입됐지만 국회 의견에 구속력은 없다.청와대는 국회 검증을 통해 장관 임명 이후의 자질 구설수를 없애겠다는 생각에서 제도도입을 제안했다.야당은 좋은 장관 고르기보다는 정부·여당 흠집내기에 활용하려는 의도로 청문회 도입을 촉구해왔다. 도입부터 여야의 속셈이 다르니 청문회가 옳게 진행될 리가 없다.여당 의원들은 청문대상을 무조건 감싸고 돌았다.야당 의원들은 정책 검증보다는 신상약점 캐내기에 전력을 쏟았다.사흘간 청문회가 끝난 지금,야당은 모든 장관후보자가 부적격이라고 주장하고,여당측은 적격이라고 맞서면서 청문회 결과를 정쟁거리로 만들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먼저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장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만을 고집한다면 청문회는 통과절차에 그치게 된다.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을 재검증해 장관 적격여부를 신중하게 결론짓길 바란다.여야 정당은 바로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서면질의·답변 수준과 절차를 정교하게 다듬고,현장질의 시간을 적절하게 배분함으로써 장관후보자의 정책판단 능력과 전문성을 종합적으로 따질 여건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장관 내정기간 동안 발생하는 해당 부처 업무공백을 최소화하는 방안의 마련도 시급한 과제다.
  • 재테크로 본 버냉키 스타일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세계의 경제 대통령’이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신임 의장 벤 버냉키는 재산이 얼마나 되고, 어떻게 관리할까? 1일 취임하는 버냉키가 지난해말 상원의 인준 청문회 등을 통해 밝힌 재산은 110만∼560만달러. 투자한 금융자산이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편차가 크다. 버냉키 의장의 주수입원은 프린스턴 대학의 경제학과 학과장으로 받은 연봉과 저술한 경제학 교과서에서 나온 인세(수십만달러)다. 여기에 부인이 프린스턴 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받은 월급도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 버냉키 의장의 재산 목록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개인연금이다. 그밖의 금융자산으로는 자녀를 위한 신탁투자계좌, 현금관리계좌, 뮤추얼펀드 등이 있다. 버냉키가 선택한 펀드는 메릴린치의 대형주펀드와 균형자본금펀드, 차이나 펀드 등이다. 캐나다 정부 채권과 미국 재무부의 STRIPS(원금과 이자를 분리해서 소유하는 채권)도 있다. 버냉키가 소유한 주식은 단 한 종목으로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다. 월스트리트의 경제 전문가들은 버냉키의 포트폴리오가 일반적인 미국 중산층과 유사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에 비하면 버냉키의 투자 방식은 매우 적극적인 편이다. 버냉키 정도의 평판을 가진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시장의 기능을 신봉하기 때문에 개별 투자 종목을 선택하기보다는 지수와 연동된 상품에 돈을 맡긴다는 것이다. 뉴욕의 증권분석가인 헨리 블로젯은 워싱턴포스트의 인터넷 매거진 슬레이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버냉키의 투자 행태를 네가지 가능성으로 분석했다. 첫째는 버냉키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지적인 엄숙함’이 덜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경제적 진실을 찾는 지적인 능력을 갖췄지만 이를 실행할 능력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의 경우는 모두 버냉키가 FRB 의장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커다란 장애가 될 수 있다. 세번째는 버냉키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해 투자를 하면 반드시 돈을 벌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버냉키의 능력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비판하기 어렵지만 조심스러운 대목이다.네번째는 버냉키가 1∼2%의 수수료에는 크게 집착하지 않는 낙관주의자라는 것이다. 이같은 시각은 버냉키가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인플레이션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한다.dawn@seoul.co.kr
  • 與정책위의장 강봉균의원

    열린우리당 신임 정책위의장에 강봉균 국회 예결위원장이 내정됐다. 우리당 김한길 신임 원내대표는 26일 유재건 당 의장과 협의를 거쳐 강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내정하고 원내 수석부대표에는 최용규(대내담당)·조일현(대외협상담당)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공보담당 원내부대표에는 노웅래 의원이 선임됐다. 강 정책위의장 내정자는 조만간 의원총회의 인준을 받아 공식 임명할 계획이다. 강 정책위의장은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의 재선의원이다. 행정고시 6회로서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경제수석, 재경부장관 등 요직에 중용됐다.부인 서혜원(60)씨와 1남1녀. ▲전북 군산(63) ▲서울대 상대 ▲16·17대 의원 ▲정보통신부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재정경제부 장관 ▲KDI원장 ▲국회 예결특위 위원장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靑만찬 하루 앞두고 ‘유시민 복지’ 전격 발표

    靑만찬 하루 앞두고 ‘유시민 복지’ 전격 발표

    노무현 대통령은 4일 ‘1·2 개각’ 당시 유보했던 보건복지부 장관에 당초 의도대로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을 내정했다고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이 전격 발표했다. 열린우리당의 반발에도 불구, 유 의원의 장관 내정을 강행함에 따라 일부 의원들이 집단서명운동에 나설 기미를 보이는 등 당·청 사이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유 의원의 장관 내정 발표는 5일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만찬 간담회를 앞두고 이뤄진 것이어서 당 소속 의원들의 추가 반발 여부가 주목된다. 특히 당 소속 의원들도 계파별로 유 의원 입각을 놓고 찬·반 입장으로 나뉘어져 있어 2·1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분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유 의원은 이날 “대한민국의 보건의료 산업이 세계 일류가 되도록 하겠다.”며 보건복지부 장관직에 대한 의욕을 나타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일 개각 때 유 의원의 복지부 장관 발탁과 관련, 여당 일각에서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을 이유로 들어 일단 유보했었다. 김완기 인사수석은 이날 오후 3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께서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단”이라면서 “당과 청와대 간에 예상외로 유 의원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것은 양자 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하루속히 종식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대통령의 판단”이라며 유 의원의 내정 발표 배경을 밝혔다. 특히 각료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의 고유권한 행사라는 점을 지적했다. 김 수석은 “개인적으로 과거 어떤 경우에 당에서 동료 의원을 ‘그 사람은 안된다.’고 집단적으로 의사표현을 한 적이 있었는지 되돌아 본다면 ‘대통령의 고유영역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또 유 의원의 장관 내정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당과 상당한 수준의 채널에서 의견 교환이 있었음을 밝혀둔다.”고 강조했다. 김 수석은 유 의원에 대해 “지난 2002년 정계에 진출한 재선 의원인데다 개혁적인 정치인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을 지내는 등 다방면에 걸쳐 풍부한 식견을 지니고 있고 매우 논리적”이라고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또 “정책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소신이 뚜렷해 연금제도 개혁이나 사회양극화 문제, 저출산·고령화사회 대책 등 복지부 현안을 원활하고 성과있게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초·재선급 의원을 중심으로 여당 의원 18명이 “복지장관 인사는 유감”이라는 공개 입장을 내는 등 당내 반발이 이어졌다. 특히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의 통일부장관 내정 등 ‘1·2 개각’ 전반에 걸쳐 한나라당 등이 반발하고 있는데다 유시민 복지장관 내정 이후 여당 일각에서조차 부정적 기류가 강해져 향후 장관 인준청문회에서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박홍기 박지연기자 hkpark@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블랙홀/김미정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블랙홀/김미정

    ●블랙홀/김미정 등장인물 광식 정애 남자 가인 등을 들고 있는 아이 인철 그 밖의 배우들 각 에피소드들의 시간적 배경은 같다. 에피소드 1 전체 무대는 1,2층의 구조로 되어 있다.2층은 오랜 병원생활을 했음을 짐작하게 해 주는 병실의 내부가 있다. 병실에는 환자용 침대와 보호자용 침대가 있고 침대를 바라보며 유리창이 있다. 유리창 밖으로는 도시의 풍경이 보인다. 양끝으로는 줄을 연결해서 빨래를 걸어 놓았다. 한쪽에는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이 있고 그것은 병원 비상계단의 모습이다. 침대 옆에는 인공호흡기와 심장모니터기가 놓여져 있다.1층은 어느 산동네를 연상케 하는 배경들이 있고 계단의 정반대쪽에는 지하철 입구의 표시가 그려져 있다. 계단의 앞쪽으로는 벤치가 있고 그 벤치 옆에는 어느 노숙자가 놓고 간 듯한 신문지들과 소주병들이 나뒹군다. 멀리서 들리는 소리, 얼핏 들으면 기차소리와도 같은 규칙적인 소리.2층의 무대가 조금 밝아지면서 기차소리는 심장 모니터기의 소리로 바뀐다.2층의 무대가 완전히 밝아지면 모니터의 소리는 잦아들고 보호자용 침대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광식의 모습이 보인다. 유리창 밖에는 어깨에 끈을 매단 남자가 유리창을 닦는다. 유리창을 닦다가 소주를 꺼내어 마신다. 광식의 앞에는 먹던 중이었던 김치그릇과 밑반찬 그릇들 그리고 밥그릇이 있다. 나머지 두 침대는 비어있다. 광식:(입맛을 다시며)거 참 맛있겠네. 저 양반 저거 세상을 아는 양반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소주 한 병 사오는 건데.(혼잣말로)거 혼자만 잡숫지 말고 나눠 먹읍시다.(먹던 밥을 계속 먹는다.) 남자가 유리창을 두드리더니 소주병을 내민다. 광식:한 잔 주시게요?아이고 그럼 나야 고맙지요. 유리창 남자가 소주를 따르는 시늉을 한다. 광식이 술잔을 받는 시늉을 한다. 광식:(마시는 시늉)원샷! 캬! 안주는? 안주도 줘야지. 남자가 씩 웃는다. 광식:사람 참 싱겁소. 남자도 하!웃는 모양. 그러고는 유리창을 닦는다. 광식:하, 취한다.(침대의 이불을 젖히니 아이가 반듯이 누워 있다. 광식이 아이의 몸을 옆으로 돌려서 등을 문지른다)우리 딸입니다. 예쁘죠?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이 예수님 귀 빠진 날이래요. 뭐 대단한 양반인지는 몰라도 병원 전체가 들썩들썩 합니다. 우리 병실 환자들은 모두 외출을 나갑디다. 세상을 구원하신 독생자 그리스님인지 놈인지 덕분에 오랜만에 조용하고 좋수.(등을 문지르다가 손을 동그랗게 하고 두드린다.)하나요, 할머니가 지팡이 들고서 달달달, 둘이요, 두부장수 두부를 판다고 달달달, 셋이요, 새 각시가 빨래를 한다고 달달달. 광식이 부르는 노래의 반주와 함께 빨간 등을 든 여자아이가 등장해서 1층의 무대를 돌아다닌다. 아이가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남자가 내려다보고 있다. 아이:(가만히 서서)아빠!일곱은 뭐라고 그랬죠? 남자가 뭔가를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유리창을 두드린다. 광식이 쳐다본다. 남자가 손가락 일곱 개를 유리창에다 댄다. 광식:일곱이요. 일본 놈이 순찰을 돈다고 달달달! 아이:아!(아이가 다시 노래를 부르면서 무대를 돌아다니다가 퇴장한다.) 광식:(아이의 등에 베개를 대주고 이불을 덮어주면서 남자를 빤히 쳐다본다.)우리가 언제 한 번 본 적이 있죠?(유리창에 입김을 불어서 글씨를 쓴다.‘나 몰라요?’큰 소리로 입 모양이 보이게)초등학교 어디? 난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공주에서 살다가 중학교 올라가면서 서울로 이사 왔는데…. 고향이 공주?아닌가?아무튼 형씨 인상 한 번 좋수다. 어쩌다 이런 일…. 뭐 오해는 마슈. 위험하니까. 이런 일 하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잘 될 거요. 인상 보면 알지.(아이를 쳐다보며)우리 애는 십 년째 이러고 누워 있어요.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거든.(사이)원무과에서는 석 달에 한 번씩 청구서가 나옵니다. 일년 만에 집 날리고 벌써 팔 년 짼데 뭐가 남았겠습니까?지금은 월세 낼 돈도 없어서 병원에서 살아요. 뭐 그런 얘기를 밥 먹으면서 하냐고 그러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게 현실인걸. 만날 울고 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 그냥 하루하루 간신히 넘기는 거죠. 하루의 끝은 웃으면서 보내려고 해요.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죠.(한숨을 쉬며)그래도 하루에도 몇 번씩 울화가 치밀어요.(조금 작은 소리로)이건 형씨한테만 하는 말인데요. 처음에는 살아준 것만으로도 고맙더니 딱 일년이 지나니까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길어야 삼년이겠지. 웃기죠?딱 일년 만에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 우리 마누라가 알면 난리 날 겁니다. 긴병에 효자 없죠?맞습니다. 부모라면 벌써 포기했을 겁니다. 자식이니까 붙들고 있는 겁니다.(큰소리로)진짜 나 몰라요?(한참의 사이 후 고개를 숙인다. 어깨를 들썩인다. 다시 한참의 사이를 두고 고개를 든다.)제길, 소주 한잔에 취했네. 다 잘 될 거요.(사이)그거 하면 하루 얼마나 줍 니까? 남자가 유리창에다 손가락을 대고는 여섯, 다섯, 넷, 셋, 둘, 하나를 세더니 칼을 꺼내어서 줄을 끊는다. 순식간에 남자가 사라진다. 광식:어?(광식은 잠시 아무 움직임이 없다가 주머니에서 전화를 찾는다.)씨!지가 왜 죽어. 죽을 놈이 누군데.(한참 만에 전화를 찾는다. 떨리는 목소리로)저 여기 13층인데요.(사이)네?병원(사이)한영병원요. 사람이 떨어졌어요.(사이)아니 안이 아니고 밖인데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누구냐면…유리창을 닦는 사람인데…. 인상이 좋고…. 어디서 많이 본 것도 같고…. 저 위 동네에 사는…. 헉!(갑자기 입을 막는다. 전화를 놓친다.) 광식이 정신없이 병실을 빠져나가 비상계단으로 내려간다. 머리를 벽에다 반복해서 박는다. 무언가 모를 괴로움에 몸부림을 친다. 그러다가 미친 듯이 웃는다. 한참 만에 다시 병실로 돌아온다. 아이를 바라보고 유리창 밖을 바라본다. 두 손바닥을 유리창에다 댄다. 이제부터는 모든 행동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아이의 호흡기 전원을 끈다. 호흡기 소리가 점점 잦아들다가 멈춘다. 침대 위 아이의 몸이 위로 한 번 뛰었다가 털썩 내려앉는다. 심장모니터의 박동소리가 완전히 멈춘다. 광식의 몸이 털썩 밑으로 내려간다. 무대가 서서히 어두워진다. 광식의 손바닥 자국이 드러난다. 소리:2005년 12월25일 서울의 모 병원에서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생명을 유지하던 15세 김모 양의 아버지가 아이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김모 씨는 병원 소각장에서 아이의 신발을 태우다가 붙들렸습니다. 김모 양은 지난 1998년 교통사고를 당해 그 이후로 계속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서 살아왔던 걸로 밝혀졌습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아이의 목숨마저 끊어버리게 된 김모 씨는 현재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씨의 다른 가족으로는 아이의 어머니 최모 씨와 8세의 아들이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김씨는 아내 최모 씨에 의해 경찰에 신고 되었다고 합니다. 같은 날 김모 양의 병실 밖에서는 병원의 유리창을 닦는 강모 씨의 추락사가 있었습니다. 강모 씨의 주머니에는 마시다 만 소주병이 있었고 리프트의 한 쪽에는 분골함으로 보이는 상 자에 하얀 재가 반쯤 들어 있었습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아 한층 들뜬 분 위기의 한 쪽에는 이런 어두운…. 암전 에피소드 2 빗소리와 함께 무대가 밝아진다.2층 무대의 소품들은 여전하다. 정애가 지하철 입구를 통해 밀고 다니는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들고 등장하고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더니 그냥 그 자리에 선다.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어서 닦는다. 남자가 벤치에 앉아 있다가 정애가 있는 곳으로 온다. 정애:(남자를 힐끗 보더니)크리스마스에 눈이 안 오고 비가 오네요. 남자가 쭈그리고 앉는다. 정애도 쭈그리고 앉는다. 정애:(남자를 바라보며)묘한 기분이 들어요. 남자:…. 정애:(천천히 고개를 돌리며)나 좀 봐 주책이야. 남자가 담배를 피운다. 정애:(가방에서 칫솔을 꺼낸다. 혼잣말로 연습한다.)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학교에서나 공부하시느라 살림하시느라 일하시느라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으십니까. 오늘 제가 가지고 나온 물건은 여러분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해소시킬 수 있는 건강 칫솔입니다. 이 건강 칫솔은 아이에스오 9002 인준을 받은 칫솔모를 사용한 칫솔로서 여러분의 이와 잇몸의 구석구석까지 들어가서 찌꺼기와 치석을 제거해 줄 것입니다. 몇 달이 지나도 칫솔모가 상하지 않아 칫솔을 자주 바꾸실 필요가 없습니다.(남자를 쳐다보며)한영병원 1002호에 입원해 있는 가인이를 아시죠? 제 딸이에요. 남자:(그제서야 고개를 돌려서 정애를 본다) 정애:그동안 잘 지냈어요? 남자:…. 정애:당신, 많이 늙었네요. 남자:…. 정애:먹고 살만 하시면 칫솔 두 개만 사주세요.5천원이에요. 이 칫솔은 아이에스오 9002를 인정받았어요. 그게 뭔지 아시죠? 남자가 주머니에서 5천원을 꺼내서 정애에게 준다. 정애가 남자에게 칫솔을 준다. 정애:우리 가인이는 저 혼자 이빨도 못 닦아요. 그래서 칫솔도 필요 없죠.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무대 가운데로 간다. 뒤돌아서 정애를 바라본다. 남자:봉천동 산27번지에 사는 소영이는 어제 바다에 뿌려졌습니다. 며칠 전에 돌에 깔려서 죽었거든요. 그 아이도 이제 칫솔은 필요없을 겁니다. 정애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남자:가인이는 오래오래 살길 바랍니다. 정애가 남자에게 달려들어 옷을 잡고 흔든다. 남자와 정애의 몸싸움. 슬프고도 정열적인 음악이 흐른다. 얼핏 보면 두 사람이 춤을 추는 것 같다.2층 병실로 검은 옷을 입은 조폭이 등장한다. 쇠방망이를 들었다. 조폭:으메 씨벌, 병실 한 번 좋구마잉, 으메 씨벌, 돈 빌려준 놈은 지 엄니 병원비도 없어서 집구석에서 다 돌아가시게 생겼는디 돈 빌려간 놈은 지 자식을 번듯하니 이런 큰 병원에다 모셔두고 있어 잉?니들이 사람이여?개, 돼지만도 못한 것들 아녀 이것!씨발!(방망이를 한 번 내리친다) 정애:병원비가 없어서 사채를 썼어. 갚은 이자만으로도 원금을 까고도 남는데 이 새끼들이 이자가 한달만 밀려도 병실로 찾아오네. 아이의 아빠가 작업복을 입고 1층으로 등장한다. 같은 복장의 배우들이 방망이를 들었다. 광식:이 집은 재개발 지역 내에 있습니다. 나 난 이, 이렇게까지 하긴 싫어요. 어서 어서들 나가세요. 안, 안 그러면 가만 두지 않겠어. 어, 어서 나가!셋을 셀 거야. 하나!둘!씨발 나가요!셋!(방망이를 치켜든다.) 배우들이 같이 치켜든다. 남자:봉천동 산 27번지 재개발 지역. 거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 조폭:울 엄니도 몇 년째 똥오줌 받아내고 있다니까. 니 자식만 자식이고 울 엄니는 늙었응께 고만 돌아가시라 이거여 뭐여!잔말 말고 돈 내놔!안 그러면 자식이고 뭐고 없응께. 인철이가 피에로 분장을 하고 등장한다. 남자와 정애는 본격적으로 춤을 춘다. 광식:인철아!이 자식 여기 있었구나. 나 좀 살려주라!이게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난 못 하겠다. 내가 그 돈은 꼭 갚을게. 인철아. 나 좀 놔 주라. 내 이 손으로 우리 엄니같은 노인네 허리를 치고 머리를 잡고 집에다 불을 지르고 그랬다. 야!인철아!나 좀 ! 인철:아직 먹고 살 만한가 보구나, 니가. 알아서 해. 광식:야, 우리가 불알친구 아니냐. 이 자식아. 인철:어렵게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생각해. 자식을 생각하라고. 광식:인철아. 나 이제 이 짓 못하겠다. 나 좀 봐주라. 인철:야 이 자식아. 일할 사람은 많아. 너 당장 돈 갚을 수 있어? 광식:내가 벌어서 갚을게. 인철:오다가 떨어져서 말이야. 니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나도 곤란해져. 이쪽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 지는 알지? 광식:그래도 난, 난 못해. 인철:이 자식아. 그럼 돈을 가져와. 광식:으으으으으! 인철:쉽게 생각해. 아이의 호흡기 소리가 거칠어진다. 음악이 고조되면서 2층 병실의 조폭과 1층의 광식과 다른 배우들이 방망이를 휘두르고 정애와 남자가 무대를 빙글빙글 돈다. 배우들의 모습은 마치 무협영화의 한 장면 같다. 정애:있는데 안 주는 것 아닌데. 조폭:그려? 갚을 능력이 없으면 몸으로라도 때워야지. 아줌니 아직 탱탱하구마잉. 남자:일곱 살 난 딸이 집 마당으로 뛰어들다가 돌에 깔려 죽었네. 정애:그럴게요, 그럴게요, 제가 가서 일해 드릴게요. 빚만큼 일해 드릴게요. 제발 가주세요. 조폭:오메, 이렇게 쉬운 길이 있었는데 괜히 힘써 부렀네. 현란한 조명이 무대 전체를 채우고 이어서 공사장의 먼지 같은 희뿌연 연기가 무대를 가득 메운다. 무대에 탬버린 소리가 울린다. 연기가 걷힌다. 화려한 옷을 입은 정애가 탬버린을 치고 있다. 정애는 노래를 부른다.2층의 유리창 밖으로 어깨에 끈을 매단 남자가 유골함에서 하얀 재를 허공에 뿌린다. 조명이 서서히 암전된다. 에피소드 3 웨딩마치 흐르면서 무대가 밝아지면 2층의 무대에는 하얀 천이 내려와져 있다. 무대의 곳곳에는 두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단들이 있고 단위에 사람들이 둘씩 앉아 있다. 그들은 모두 광식과 정애다. 첫번째 단 광식:오늘은 입질이 영 시원찮네. 정애:아이 재미없어. 광식:그러게 왜 따라왔어. 정애:집에 있어도 재미없어. 광식:그러셔?가인이는? 정애:아까부터 곯아 떨어졌어. 텐트 치고 잔다고 좋아하더니. 당신은 낚시가 그렇게 좋아? 광식:그러엄. 정애:우리보다도? 광식:그러엄. 정애:치, 그럼 왜 결혼했냐? 평생 혼자 낚시나 하고 살지. 광식:니가 결혼해 달라고 하도 쫓아 다녀서 할 수 없이 했다. 정애:뭐야?내가 언제? 광식:물고기 머리냐? 정애:하이구 그러셔?그래서, 그래서 후회해? 광식:글쎄에. 정애:이이가 정말.(광식을 꼬집는다.) 광식:아야!조용히해. 물고기들 다 도망간다. 정애:똑바로 말하란 말야.(또 꼬집는다.) 광식:아야. 왜 이래 마누라. 똑바로 말하면 잡아먹으려고? 정애:뭐야? 광식:하하하. 두번째 단 정애:방송국에서 우리 가인이를 찍어간대. 광식:그래?방송국에서 어떻게 알고? 정애:간호사들이 편지를 써 줬대. 광식:정말? 세번째 단의 배우들이 플래시를 터트린다. 정애:아이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광식:가끔씩 눈을 맞추고 울기도 합니다. 정애:가인아. 어서 일어나서 엄마랑 밖에 나가 놀아야지. 광식:(얼굴을 찌그러트리고 입을 크게 벌려서 운다.) 정애:그럴 땐 우리말을 알아듣는 것 같아요. 그럼 가인이가 곧 일어날 것 같아요. 광식:(정애의 등을 두드린다.)두 시간에 한 번씩 체위를 바꿔주고 등을 이렇게 두드려 줘야 합니다. 정애:가래도 뽑아줘야 하고요. 낮에는 어머니가 와 계시고 밤에는 우리가 교대로 하죠. 낮에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정애와 광식의 역할을 바꾸어 정애가 광식의 등을 두드린다. 광식:가장 필요한 거는 역시…. 정애:(얼른)아이의 병원비를 석 달에 한 번씩 계산해야 해요. 셋째 단의 배우들이 플래시를 터트린다. 세번째 단 정애:밑 빠진 독에 물붓기지. 벌써 통장이 바닥났어. 광식:인수가 걱정이야. 정애:왜? 광식:장모님이 병원으로 데리고 왔어. 정애:그래서? 광식:데리고 가서 자장면을 사줬는데, 아이가 이상했어. 정애:이상해? 광식:자장면을 먹다가도 눈을 깜빡하고 얘기도 잘 하지 않고 그저 눈만 깜빡거렸어. 정애:하도 오랜만에 보니까 낯설어서 그랬겠지. 광식:그게 아니야. 정애:그럼, 아이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광식:장모님이 그러는데 신경증 증세가 있대. 정애:뭐? 광식:우리가 잘 돌봐주지 못해서 그래. 태어나고 얼마 있지 않아 가인이가 그렇게 되고…. 아무리 장모님이 신경 써 줘도. 정애:그래서 엄마가 잘 못 돌봐서 그런단 거야? 광식:이 사람이!누가 그렇대? 정애:그럼 뭐야, 그럼 뭐냐고. 광식:으이구, 왜 억질 부려. 내가 뭐라고 했다고. 정애:몰라. 정말 미치겠다. 다른 배우들이 세번째 단을 쳐다본다. 네번째 단 광식:당신 저녁마다 어디를 나가는 거야. 정애:내가 말했잖아. 친구 식당일 도와준다고. 광식:당신 정말! 정애:어서 밥이나 먹어. 광식:…. 정애:유리창 닦는 아저씨가 죽었어. 광식:뭐? 정애:집이 재개발돼서 다 부숴지고 식구들이 다 뿔뿔이 흩어지고 그랬대. 광식:그래서, 죽었어? 정애:줄을 끊었어. 광식:다, 당신이 봤어? 정애:아니, 들었어. 깡패들이 와서 집을 다 부쉈대. 참 기분이 묘해. 그 아저씬 우리 가인이가 바깥세상을 잘 볼 수 있게 유리창을 깨끗하게 잘 닦아줬는데. 광식:…. 정애:불쌍하다. 그치?그런 거 보면 우리만 힘든 것도 아냐. 가인이는 이렇게 살아 있잖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도……. 광식: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그게 어울리는 말이니? 정애:왜 이래?오늘?짜증이 컨셉트야? 광식:힘들겠다. 자기는. 정애:새삼스럽게 왜 이래. 광식:밤마다 춤추고 노래하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 정애:뭐? 광식:…. 정애:어, 어떻게 알았어? 광식:더럽다. 정애:누가? 광식:내가. 정애: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당신이 사채만 안 썼어도. 광식:당신이 다른 남자들 앞에서 웃고 있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쏠려. 정애:그럼 가서 일억만 벌어와. 광식:제길! 정애:당신이 신체 포기각서도 썼다며. 콩팥하나 떼어줬는데 이번에는 뭘 주려고?눈?간?심장?그럼 우리 가인이는?당신이 죽으면 가인이도 죽어. 광식:개새끼들한테 돈을 빌리는 게 아니었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정애:허풍 떨지 마. 광식:뭐? 정애:어렵지 않아. 그냥 노래만 불러. 광식:거기가 그런 데냐?노래만 부르는 데냐고. 정애:정 못 믿겠으면 따라와서 보면 되잖아. 광식:꿈에도 생각 못했어. 당신이…. 정애:아까 어머니가 호박죽 끓여 오셨던데 먹을래? 광식:…. 정애:총각김치도 있어. 광식:개새끼. 정애:애 듣는 데서 왜 자꾸 욕을 하고 그래. 광식:듣긴 누가 듣는다고 그래. 병신이! 정애:(광식의 뺨을 친다.) 광식:인생이 억울하다. 정애:…. 광식:…. 정애:가인이가 다 들어. 세 단의 배우들이 일어나서 계단으로 올라가서 하얀 천을 내린다. 침대위의 아이가 호흡기를 단 채 침대에 앉아있다. 빨래가 매달려 있는 줄 사이에는 등이 여러 개 걸려 있다. 등이 하나둘씩 켜지면서 정애의 얼굴 몽환적이 된다. 무대에는 등의 불빛만이 있다. 정애:이상하지. 유리창 아저씨가 우리 병실 앞에서 하얀 재를 뿌리는 꿈을 꿨어. 그게 우리 가인이가 죽어서 태운 재 같아서 가슴이 저려 죽는 줄 알았어.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당신 얼굴이랑 똑같이 생긴 거야. 광식:그 사람. 자기 아이가, 무너지는 집에 깔려서 죽었어. 정애:어떻게 알아? 광식:나도 꿈을 꿨어. 둘이서 장난삼아 주거니 받거니 소주 한 잔 하는데 그 사람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 거야. 초등학교 동창인가 중학교 동창인가 물어보려는 참에 줄을 끊더라. 그러고 나니까 생각이 나는 거야. 죽은 그 아이를 많이 닮았더라. 내가 그 사람을 닮고 죽은 아이가 가인이를 닮고 ……. 정애:꿈을 꾸는 것 같다가 일어나보면 꿈이랑 별 차이가 없는 현실이 돌아와. 광식:내가 거기 있었어. 아이가 죽을 때 내가 거기 있었어. 죄책감 때문에 미칠 것 같다. 배우들이 등 앞에 서있다. 하나의 등에 하나의 광식과 정애. 두 사람이 조금 더 몽환적인 상태가 된다. 정애:지금도 꿈을 꾸는 것 같아. 광식:꿈에서 보면 우리의 머리맡에 등이 하나씩 걸려 있어. 정애:예쁘다. 광식:등이 하나씩 꺼져. 정애:슬프다. 배우들이 등을 차례로 끈다. 광식:가인이 머리위의 등은 아직 켜져 있어. 정애:다행이다. 광식:(두 팔을 천천히 들어올린다)나는 꺼진 내 등을 부여잡고 울어. 당신 등을 부여잡고 울어.(울음을 터트린다.) 정애:부모란 게 그런 거야. 자식이란 게 그런 거야. 광식:저기 아직 꺼지지 않았지만 많이 희미해진 등들이 있네. 정애:그건 누구의 등일까? 광식:인수. 정애:저게 우리 인수 등이야?어머, 정말 빨갛고 작은 등이네. 광식:그 아이, 그 아이 아빠. 정애:어쩜, 저렇게 예쁜 등을 가진 아이였어. 광식:(손을 원을 그리며 돌린다.)나는 가인이의 등을 꺼. 정애:어?그럼 안돼. 광식:천천히, 조금씩 심지를 줄여. 미안해. 정말 미안해. 배우가 가인이의 등을 끈다. 앉아있던 아이의 눈이 무섭게 커진다. 호흡을 거칠게 쉰다. 그러다 점점 잦아든다. 앉은 채로 숨을 멈춘다. 정애가 광식의 목을 조른다. 남아 있는 등들이 무대를 비춘다. 숨을 멈춘 가인의 눈이 등불처럼 떠져 있다. 암전. 에피소드 4 1층 무대의 한곳에 햇빛처럼 조명이 드리우고 광식이 벤치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광식의 그림자가 무대 전체에 비추어지면서 광식의 외로움이 극대화된다. 정애가 계단을 통해 내려와서 무대 가운데로 천천히 걸어간다. 소복을 입고 있다. 광식의 그림자에 정애의 모습이 겹친다. 정애:(허공에 손을 대본다.)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면 뭐라고 그러지? 광식:메리 크리스마스. 정애:치, 화이트 크리스마스 아냐? 광식:알면서 왜 물어봐? 정애:어서 일어나서 이리로 와. 집에 가야지. 광식:왜 이래? 당신이 이쪽으로 와야 해. 병원으로 가는 길은 이쪽이야. 정애가 광식의 쪽으로 걸어오다가 멈춘다. 정애가 당황해하며 멈춰 서서 양쪽을 바라본다. 정애:어디로 가지?가인이가 죽었는데. 광식:(놀라며)무슨 소리야?가인이가 죽어? 정애:균에 감염이 돼서 열이 40도까지 올라갔어. 누가 때리지 않았어도 온몸에 멍이 들고 입과 항문으로 피가 줄줄 나왔어. 당신이 없는 동안에 가인이가 죽었어. 지금 가면 볼 수 있어. 광식:(가슴을 쥐어짜며)아! 정애:죽는 건 너무 순간이라 처음엔 나도 믿을 수가 없었어. 집으로 데려와서 씻기고 옷을 입히고 당신을 기다렸어. 오늘쯤 당신이 병원으로 올까봐 이리로 왔어. 광식:우리한테 집이 있었나? 정애:가인이를 보내려고 집을 구했어. 며칠동안만이라도 있을 수 있었어. 오늘 나가야 해. 주인이 죽은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는 걸 보고는 당장 나가라고 그러는데 며칠만 봐달라고 빌었어. 광식:난 꿈을 꾸는 것 같아. 정애:다른 병실 아이도 죽었어. 아이 아빠가 호흡기를 껐어. 뉴스에도 나왔어. 그 아이 아버지는 잡혀 갔어. 나도 꿈을 꾸는 것 같아. 아니 잘 모르겠어. 지난 8년이 꿈인지, 아니면 지금이 꿈인지. 광식이 운다. 그림자가 흐느낀다. 정애의 몸에 겹쳐져서 두 사람의 흐느낌이 된다. 광식:장례비는? 정애:아이 옷하고, 염할 것 하고, 화장터 가서 화장할 것 하고 집세 내고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 무대 위를 비추는 조명이 시간이 흘러감을 알게 해준다. 그림자가 점점 작아진다. 광식:하나요, 할머니가 지팡이 들고서 달달달…. 정애:차내에 계시는 승객 여러분, 여기를 잠시 봐 주십시오. 우리가 흔히 쓰는 칫솔은 한달만 써도 칫솔모가 쉽게 닳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칫솔로는 치석까지 제거되지 않습니다. 광식:둘이요, 두부장수. 정애:여기 새로운 칫솔이 나왔습니다. 몇 달을 써도 칫솔모가 손상되지 않는 칫솔입니다. 이를 닦으면 부드러운 칫솔모가 이의 구석구석까지 파고 들어가 찌꺼기와 치석을 제거해 줍니다. 광식:낙원으로 갔니? 정애:이를 닦는 동안 여러분을 낙원으로 데리고 가줄 칫솔이 두개에 오천원입니다. 광식:정말 하루저녁이 꿈같다. 아이들이 죽고 어른들은 자살하고 마치 블랙홀에 빠진 것 같아. 정애:하얀 옷을 입어서 니 모습이 성모 마리아처럼 성스럽고 숨소리는 너무나 고요해서 세상의 모든 소음을 덮어주었어. 엄마는 꿈을 꾼다. 니가 등불을 들고 나타나 아빠를 위로해주고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고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선하게 해주는 꿈을……. 죽은 이들이 등불을 들고 등장한다. 자신의 영정사진을 들었다. 환하게 웃고 있다. 조명이 서서히 암전된다. ■ 당선소감 “수술후 벅찬 소식… ‘이런게 인생이구나’ 느껴” 갑자기 배에 기형종이 생겨 수술을 받게 되었고 수술 직후 당선 소식을 들었다. 통증과 전신마취 후의 몽롱함 속에서 들은 가슴 벅찬 소식이었다.‘이런 게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부터 나는 ‘대전여민회’라는 여성운동단체의 연극 소모임 ‘돼지꿈’에서 활동을 해 왔다. 다양한 계층의 수많은 여성 문제를 연극으로 만들어 공연을 하면서 ‘연극’이라는 것이 사람의 다친 마음을 치료해주고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최고의 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호사로서 막연히 연극에 대한 동경만 가지고 있던 나를 연극판으로 이끌어주고 몇 년을 한결같이 믿어준 대전여민회의 언니와 동생들 그리고 진연 언니에게 가장 먼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나와 같이 몇 년을 울고 웃으며 연극을 했던 모든 돼지꿈 단원들과도 술 한 잔 하면서 기쁨을 나누고 싶다.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다. 단 몇 평의 무대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신 김상열 교수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부모님, 대전대의 모든 교수님들과, 같이 스터디했던 동료들, 그밖에 작품을 열심히 읽어주고 평을 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아 주었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과 함께 개인이나 가족의 병이 아닌 사회의 병으로 인식해 같이 치료할 날을 바라며 당선 소감을 마친다. 김미정 ●약력 1971년 대전 출생 충남대학교 간호학과 졸업, 대전대 문예창작대학원 수료 대전여민회 문회위원장(연극모임 ‘돼지꿈’ 연출 및 극작 활동) ■ 심사평 “꿈·현실 넘나들며 존재의 불가사의 부각 돋보여” 신춘문예에도 유행은 있는가 보다. 올해 응모작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심사를 하면서 그 작품이 그 작품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다른 말로 하면 개성 있는 작품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말이다. 자의식과 관념이 과잉되어 작가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작품들, 고통의 아우성만 보여주고 고통의 근원을 성찰하지 않으려는 엄살과 감상(感傷)덩어리의 작품들, 무뇌아적 형식실험에 진부한 소재를 안이하게 결합한 작품들, 존재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보이려는 도살의 욕망은 보이나 존재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나 깨달음은 보이지 않는 작품들 등. 개성이나 독창성의 기준을 떠나 극작의 기본기를 중심으로 작품을 선별하려고도 해보았으나 단편희곡이 지녀야 할 덕목을 지닌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소한 소재를 의미심장하게 구성해내는 능력, 압축적이면서 오랜 울림을 줄 수 있는 내공, 존재의 심연을 깊고 섬세하게 응시하는 통찰력을 지닌 신인을 만날 수 없었다. 정말 심사를 하는 입장에서 독창성보다 기본기에 충실한 신인을 기대했다. 그 이유는 대개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들이 등단과 함께 사라져가는 경우가 너무나 허다하기 때문이다. 등단은 시작일 뿐이다.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끝을 내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미정의 작품과 박재원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거론되었다. 박재원의 희곡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서라운드(surround), 다시 말해 삶의 조건에 대한 성찰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그러나 형식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삶의 조건에 대한 중심인물의 대응이 자폐적이라는 지적 또한 면할 수 없었다. 김미정의 ‘블랙홀’은 공간, 인물, 사건의 혼재와 병치, 꿈과 현실의 넘나듦을 통해 존재의 불가사의한 면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연극 공간의 활용과 극적 이미지의 연결이 돋보였고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와중에도 코믹함을 잃지 않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철리 김태웅
  • 黨의장에 당직자 임명권 부여

    열린우리당 당헌당규 개정안의 얼개가 드러났다. 당의장 권한 강화를 뼈대로 기간당원의 자격요건을 소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조정됐다.당은 당헌당규소위에서 마련한 이 안을 26일 국회의원·중앙위원 워크숍 개최시 중앙위원회에 상정,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당은 23일 핵심 관계자들에게 이같은 내용을 브리핑했다. 당 의장 권한을 강화한 부분이 가장 눈에 띈다. 현재 중앙위 인준 절차를 거치게 돼 있는 정무직 당직자 임명권과 비상설위원회와 주요 상설위원회 인사권을 당 의장에게 부여했다.정책위의장과 정책조정위원장은 현행대로 원내대표에게 지명권을 주되 당의장과 협의토록 했다. 공천심사 과정을 통해 후보자 검증을 하면서 잘못된 검증이 이뤄졌다고 판단될 경우 지도부가 재심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인정했다. 소극적 방식의 공천권으로 풀이된다. 당내 공직선거 후보자 선거 투표권을 부여하는 기간당원 자격 요건은 ‘경선 60일 전까지 6개월 연속 당비를 납부한 당원’에서 ‘경선 30일 전까지 6개월 연속 당비를 납부한 당원’으로 완화했다. 상임중앙위원회의는 과거 민주당 시절 지도부 명칭인 ‘최고위원회의’로 변경하기로 했다. 시·도당에 납부하는 당비의 20%를 중앙당에서 거둬 열악한 시·도당 지원과 중앙당 재정 지원에 쓸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당의장과 상임중앙위원을 분리 선출할 것인지, 중앙위원을 모두 새로 뽑을 것인지, 경선을 기간당원만으로도 할 수 있게 할지 등 쟁점이 남아 있는 데다, 합의 형식으로 조정된 일부 안에 대해서도 계파간 입장이 엇갈려 26일 워크숍에서 격론이 예상된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한기총 대표회장에 박종순 목사

    개신교 최대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23일 실행위원회를 열고,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총회(예장통합) 소속 박종순(66) 서울충신교회 목사를 제12대 대표회장으로 선출했다. 박 목사는 내년 1월26일 열리는 제17회 정기총회에서 인준을 받아 대표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 “2007년까지는 아버지 성 따라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주선회 재판관)는 22일 “자녀의 성(姓)과 본(本)은 아버지를 따른다.”고 규정한 구민법 781조 1항에 대해 재판관 7대1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윤영철 헌재소장·김효종·김경일·주선회·이공현 재판관 등 5명은 자녀가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한 법률 자체는 합헌이나 양부와 계부 등 예외적인 경우에까지 일률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밝혔다.송인준·전효숙 재판관 등 2명은 관련된 법률조항 자체가 위헌이라고 판단했지만 법적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한편 지난 3월 민법이 개정돼 2008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관련 조항은 2007년 12월31일까지 효력을 갖게 된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하프타임] 한국체대·경희대 나란히 3연승

    한국체대와 경희대가 대한항공컵 핸드볼큰잔치에서 나란히 3연승을 질주했다. 한국체대는 2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대학부 1차대회에서 성균관대에 32-26으로 완승을 거뒀다. 경희대도 13골을 쓸어담은 송인준을 앞세워 조선대에 32-28로 승리했다. 한국체대와 경희대는 실업팀과 조별리그를 벌이는 2차대회 진출이 유력해졌다.
  • 헷갈려! 車 이용 범죄 면허취소 위헌? 정당?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동시에 같은 법조항을 같은 날 다루면서 다른 판단을 내렸다. 논란의 중심에 놓인 법률은 ‘자동차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면 운전면허를 취소해야 한다.’고 한 도로교통법 78조 1항 제5호 규정이다. ●‘오후2시´ 근거로 우선판결 결정 애매해 지난달 24일 대법원1부(주심 강신욱 대법관)는 여승객의 가슴을 만져 추행한 택시 운전사 유모(36)씨에게 이 법조항을 적용해 운전면허 취소가 정당하다는 확정판결을 내렸다. 판결이 내려진 시각은 오후 2시. 하지만 같은 시각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송인준 재판관)는 이 법조항에 대해 “범죄의 중함이나 고의성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법 47조 2항에 따르면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은 ‘그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을 잃는다. 다시 말해 24일부터 자동차를 이용해 범죄를 저질러도 면허는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이날 내려진 대법원 판결이 위헌법률을 적용한 것인지 여부이다. 유씨가 대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낸다면 법적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아직 사례가 없어 사건이 접수되면 검토할 것”이라면서 “헌법재판소 결정의 효력이 언제부터 생기는지에 대한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위헌결정과 대법원 확정판결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 내려졌는지 밝혀진다면 해답은 명확하다. 먼저 내려진 판결이나 결정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후2시’라는 근거만으로는 애매하다. 시각뿐 아니라 분과 초까지 일치할 때 내려진다면 어느 판단을 우선해야하는지도 흥미롭다. ●법조계 판결효력 적용 논란 분분 대법원 관계자는 “위헌결정의 효력이 소급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대법원과 헌재가 동시에 선고했다면 대법원의 확정판결은 유효하다.”면서 “최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관계자들이 협의해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보와 자료를 미리 공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헌법재판소법에 규정된 ‘결정이 내려진 날’을 ‘24일 0시부터’라고 해석해 헌재의 결정이 우선이라는 의견과 판결은 선고하는 즉시 효력을 갖는다는 점을 감안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선고되기 전부터 효력을 갖는 것은 모순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2005 뜬별 & 진별

    2005 뜬별 & 진별

    2005년도 저물어간다. 언제나 그렇지만, 욱일승천의 기세로 올 한해를 자신의 해로 만든 부류는 누구인가. 반대로 급전직하의 참담함을 맛본 부류는 또 누구일까. 서울신문은 연말 특집으로 정치, 경제, 문화 분야에서 극과 극의 행보를 보인 이른바 승자(Winner)와 패자(Loser)를 선정했다. ■ 존 매케인 vs 칼 로브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올해 ‘세계의 정치 수도’인 워싱턴에서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와 같은 확실한 승리자와 패배자를 탄생시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권을 잡은 공화당 내에서는 존 매케인을 비롯한 중도적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크게 부상했고, 조지 부시 대통령의 권력 기반인 ‘텍사스 사단’은 눈에 띄게 힘을 잃었다. 매케인 의원은 이라크 전과 같은 안보 이슈에서는 철저하게 부시 대통령을 옹호하고 지원하며 보수성을 과시해왔다. 매케인 의원은 그러나 최근 테러리스트로 지목돼 억류된 포로에 대한 고문을 반대하는 입법을 주도하는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중도적인 태도를 취했으며 민주당측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올 한해 매케인 의원이 직접 제출한 법안과 결의안만도 80건에 이른다. 또 미 상원 의원들은 법안을 제출할 때 정치적 영향력이 큰 매케인 의원이 함께 서명해주기를 원해 그의 서명이 들어간 법안 수는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이같은 노력이 인정을 받아선지 지난 10월말 퓨 리서치 센터가 공화·민주당원 및 무소속 유권자를 상대로 조사한 2008년 대선 후보 여론조사 결과, 매케인 의원은 공화당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공화당에서 2위를 기록한 루돌프 줄리아니 역시 중도적 성향의 정치인이다. 반면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 사단 가운데서도 중심 인물이었던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의 신분을 유출한 ‘리크게이트’ 사건에 연루돼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부시 대통령의 신임도 떨어졌다고 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로브의 힘이 빠지면서 한때 탄력을 받았던 ‘보수세력 장기집권론’도 서서히 잦아들고 있다. 역시 텍사스 출신으로 부시 대통령이 주지사 시절부터 법률 자문을 해온 해리엇 마이어스 백악관 법률고문도 2005년이 오욕으로 점철된 해였다. 마이어스는 부시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으로 지명됐지만, 부족한 경력과 불투명한 성향 때문에 논란이 빚어지자 스스로 물러났다. 마이어스의 상원 인준을 앞두고 ▲판사 경험이 전혀 없는데다 ▲앨 고어 등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기부했던 적이 있고 ▲낙태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입장이 불분명하다는 문제점이 지적돼 보수층으로부터 사실상 외면당했다. dawn@seoul.co.kr ■ 도요타 vs GM 도요타자동차는 내년 3월 결산에서 일본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매출액이 20조엔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순이익도 3년 연속 1조엔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세계 자동차업계 1위인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는 판매부진과 경영악화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급기야 릭 왜고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내년부터 북미지역 공장 9곳을 폐쇄하고 2008년까지 종업원 3만명을 줄이겠다는 처방을 내놓았다.11월 주가는 한때 18년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부도설까지 나돌았다. 올 한해 도요타와 GM의 엇갈린 성적표다. 그래서 ‘빠르면 2006년 도요타가 GM을 넘어선다.’는 예상도 나온다.2008년이었던 도요타의 목표보다 2년 빠른 것이다. 도요타는 내년 예상 판매대수를 900만대로 잡고 있고 공장을 폐쇄해야 하는 GM은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일시적이기는 하나 도요타가 북미시장 점유율에서 GM을 추월하기도 했다. 도요타는 이제 ‘기업’ 이상의 위치를 차지했다. 일본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도요타 배우기’ 열풍이 분 지 오래다. 순이익 1조엔은 이른바 빅3라는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순이익을 전부 합친 것의 2배 가까운 규모다. 일본 언론은 “도요타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주고 있다.”며 ‘일본경제 부활의 구세주’로 묘사하고 있다. 도요타의 힘은 낭비요소를 없앤 생산방식에서 비롯된다. 세계적 부품업체들과의 유기적 협조,50년간 노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노사관계, 철저한 품질 및 인적관리 시스템도 승승장구의 비결이다. 조 후지오 도요타 부회장은 “글로벌시대에는 국가별로 현지 문화 및 고객 기호에 부합하는 고품질 저가격 제품 생산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성공 비결을 역설했다. 반면 GM의 추락은 미국 제조업의 쇠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제조업의 자존심이던 GM의 신용등급은 ‘정크 본드’ 수준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여기에다 아성으로 여겨졌던 북미시장마저 일본 경쟁업체들로부터 위협받자 왜고너 회장이 직접 북미시장을 챙기기에 나섰다.‘직원용 할인가격’을 일반 소비자들에게 적용하는 ‘제살깎기식’ 무한경쟁에 나섰지만 추세를 돌려놓기엔 역부족이었다. GM 추락의 주요 원인으로 우선 낮은 소비자 만족도를 들 수 있다. 과다한 직원 복지후생 부담도 발목을 잡고 있다.GM은 차를 한대 만들 때마다 1500달러씩의 후생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이래서는 도저히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오프라 윈프리 vs 마이클 잭슨 “그녀가 출마한다면 미국 정치의 심장과 얼굴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지난주 미주리주에서 ‘오프라를 대통령으로’란 문구가 새겨진 물품만을 파는 가게를 낸 패트릭 크로의 말이다. 물론 윈프리는 출마를 거부했지만, 여성이 미국을 움직이는 것은 보고 싶다고 말했다. 통큰 선행으로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후보로까지 거론되는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이미 전세계 여성들의 친구이자 ‘대통령’으로 군림하고 있다.21년 동안 전세계 121개국 이상의 여성들이 그녀의 토크쇼를 보며 울고, 웃고, 열광하고 있다. 윈프리는 가난한 사생아로 태어나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실은 17살때 미인 선발대회 왕관을 썼고 3살도 안돼 책을 읽었다. 지난해 토크쇼 방청객 전원에게 자동차를 나눠주는 깜짝쇼를 연출한 데 이어 올해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재앙이 닥치자 연방 정부보다 재빨리 구호활동에 나섰다. 루이지애나주 슈퍼돔으로 달려가 이재민들을 안고 위로했으며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특히 3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을 나중에 토크쇼에 초청, 다이아몬드가 박힌 시계 등 210만달러 어치의 선물을 안겨줬다. 하지만 같은 흑인으로 팝의 제왕이었던 마이클 잭슨에게 올해는 최악의 한해였다. 아동 성추행 소송사건에 휘말리면서 전세계 매스컴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법정 출두를 미루다가 체포 영장을 발부하겠다는 판사의 경고에 잠옷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나타난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제이 레노, 매컬리 컬킨 등 유명 인사들의 대량 증언과 고액 변호사를 앞세워 결국 소송에서는 승리했지만 자택인 네버랜드를 팔아야 할 정도로 경제적 곤궁에 처했다. 변호사 비용만 500만달러를 썼으며, 빚은 4억달러가 넘는다. 잭슨은 미성년 아동과 같은 침대에서 잔 사실은 인정했지만, 성적 접촉은 부인했다. 비록 재판관은 그가 무죄라고 선언했지만, 잭슨이 결백하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전세계 어린이들의 우상이었던 잭슨은 아동 성추행 재판으로 팝의 제왕에서 언론의 웃음거리로 단숨에 추락했다. 팬들은 그가 음악활동을 재개할 것을 바라고 있지만, 대중은 이제 잦은 성형수술로 무너질 위기에 처한 그의 코에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녹색공간] ‘지역전문가센터’로 거듭나는 통영/박은경 환경과문화연구소장

    지난 10월14일 일본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유엔대학교 세미나실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교육의 통영시 지역전문가센터(RCE)를 인준 받기 위한 발표회가 있었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캐나다의 토론토, 남태평양의 피지, 말레이시아의 페낭, 유럽의 벨기에·라인강변지역, 일본의 센다이, 오카야마지역에 이어서 8번째로 통영이 지역전문가센터를 유치하기 위하여 심사받는 자리이었다. RCE 심사장에는 유엔대학 측에서는 한스 반 깅켈 총장을 비롯하여 지역전문가센터(RCE) 관계자 20여명과 한국에서 건너간 이 센터를 준비하고 운영해 나갈 주체인 통영시 진의장 시장을 비롯한 담당직원들과 관계자, 즉 이 일에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는 연세대와 경상대 교수 등 9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은 주로 30년 만에 이룩한 산업발전이나 남·북한 대결, 자주 일어나는 과격한 데모 등으로 세계에 알려 져 있다. 필자는 한국이 갖고 있는 자연, 문화적 아름다움과 역사, 전통적 풍요로움이 전혀 세계 속에 부각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해 왔었다. 통영지역이 윤이상, 박경리, 유치진, 유치환, 김춘수, 전혁림 등의 유수한 예술가들을 배출하고 이순신장군의 16∼17세기 수군 통영이 있었고, 이순신장군의 병영시절부터 수군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는 ‘12공방’에서 비롯되어 통영의 전통문화로 승화된 나전칠기, 소목장, 누비 문화는 또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무엇보다도 통영의 자연을 통하여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 싶은 욕망으로 통영에 반한 외지인인 필자가 발표까지 해 버렸다. 통영시는 시내 중앙에 항아리같이 동그란 모양의 해안이 들어 와 있고 151개의 섬들이 통영 앞바다에 둥둥 떠 있다. 미륵산 위에 올라가 보면 이 섬들은 거인이 긴 다리로 이 섬 저 섬을 한 걸음 두 걸음씩 덤벙덤벙 건너다닐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 볼 정도로 서로서로 붙어 있는 모습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큰 양동이에 수제비 뚝뚝 떼어 놓은 듯이 구불구불한 모양새로 겹겹이 떠 있는 통영 앞 바다의 작은 섬들. 순간적으로 이 앞바다는 아마도 옛날 그 옛날 군수님께서 어느 해 물고기 잡이가 시원찮아서 다 굶어 죽게 된 지역민들을 위하여 드린 정성이 갸륵하여 신이 내리신 수제비국이 바다에 둥실둥실 떠 있게 되었다는 설화를 만들어 봄직하다는 생각마저 일게 하는 ‘섬 너머 섬’인 지역이다. 유엔대학 지역전문가 센터는 2002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180여개 세계 정상과 대표들이 모인 ‘세계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의 부속행사로 열린 교육자회의에 기초하고 있다.11개의 유수한 교육센터의 대표자들이 요하네스버그의 인근지역인 우분투에 모여서 지속가능발전을 이루기 위하여 교육자의 역할을 강조한 우분투 선언을 만들었다. 이 선언은 교육자와 연구자의 협력, 과학과 기술을 지속가능발전 교육 프로그램에 접목시키고, 학교중심의 형식교육과 박물관, 과학관, 시민단체 등의 비형식 교육기관과의 연대를 강조하였다. 유엔이 2005∼2014년의 10년을 ‘지속가능발전 교육의 해’로 지정하여 올해부터 시작된 전 세계 지속가능발전교육의 행진은 유엔대학의 RCE 제도를 탄생시켰고 이제 통영은 전 세계에서 8번째로 이 대열에 들어간 영광을 가졌다. 통영시는 해안의 조화로운 개발, 보행자 중심의 거리조성, 도서지역 생물다양성을 보전하여 생기 넘치는 통영바다 만들기에 전념할 것이다. 또한 RCE의 핵심사항인 사회, 문화적 요소를 강조하는 학교교육과 비형식교육을 접목시켜서 청소년 바다목장운동, 전통문화 배우기 체험장 등과 생태 관광으로 통영을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어 세계 속에 통영과 한국을 부각시킬 것이다. 통영 RCE 준비발표가 끝난 얼마 후 한스 반 깅켈 총장으로부터 수여받는 인증서는 통영 RCE 준비자들을 도쿄거리를 헤매게 한 오후 내내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자부심과 긍지로 넘치게 하였다. 박은경 환경과문화연구소장
  • 헌법재판소 결정 3題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송인준 재판관)는 25일 차량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면 무조건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도로교통법 제78조 1항 5호에 대해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범죄의 중함이나 고의성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반면 조대현 재판관은 “자동차를 직접적인 범행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위험성이 크고 죄질도 불량하다.”며 합헌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송인준 재판관)는 또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회사가 근로자의 3분의2 이상을 대표하는 ‘지배적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게 한 노조의무가입제(유니온숍)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특정노조에 가입할 것을 강제하면 근로자의 단결선택권과 충돌하지만 권한남용을 제한하는 규정 등을 두고 있어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권성·조대현 재판관은 “특정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해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경일 재판관)는 세녹스와 LP파워 등 유사석유제품 제조ㆍ판매 행위를 금지하는 구 석유사업법 26조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석유제품의 품질과 유통을 확보하고 탈세를 방지해 국민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 만큼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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