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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 / 다보스 포럼

    최대의 국제회의요, 각국의 정·재계 거물들의 연례적인 모임인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폐막됐다. 이 회의는 개최지인 스위스의 휴양도시 다보스의 이름을 따 ‘다보스 포럼’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35회째 열린 올해 다보스포럼은 ‘어려운 선택들을 위한 책임’라는 주제 아래 이라크 문제, 신기술 동향, 문화 조류 등 국제적인 의제를 다루었다. 이번 행사에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빅토르 유시첸코 우크라이나 신임 대통령, 이냐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등 세계 90여개국의 정치ㆍ경제계 지도자 2250명이 참석했다. 미국 대표는 로버트 죌릭 무역대표와 존 매케인,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 등이다. 이밖에 샤론 스톤, 안젤리나 졸리, 리처드 기어, 보노, 라이오널 리치 등 연예인들도 참석해 부채 탕감과 빈곤 축소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표현처럼 다보스포럼은 ‘세계 최대의 인맥구축 마라톤’이다. 명함을 몇통씩 갖고 온 참석자들은 더 많은 명함을 모아 돌아갈 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나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다. ●다보스포럼이란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은 1981년부터 매년 1∼2월 스위스의 고급 휴양지인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다. 세계의 저명한 정치가, 기업인, 경제학자, 저널리스트 등이 모여 세계 경제, 정치, 외교 등의 현안을 놓고 토론하는 국제민간회의다.1971년 독일 출신의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가 만들어 독립적 비영리재단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본부는 제네바에 있다. 배타적이라는 비판이 일자 2001년부터 비정부기구 인사를 초청하고 있다. 연차총회 외에도 지역별 회의와 산업별 회의도 열며 세계무역기구(WTO)나 선진국 정상회담(G8)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워낙 거물들이 많이 참석하기 때문에 극비의 수뇌회담도 열리는 등 외교 살롱의 역할도 한다. 다보스 인구의 4분의 1에 가까운 참가자들이 뿌리는 돈이 무려 25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올해 논의된 문제들 올해 회의에서는 기후변화와 평등한 세계화, 글로벌 경제와 지배구조, 미국의 리더십, 대량살상무기, 세계무역 등 12개 주제를 중심으로 220개의 워크숍과 토론회가 열렸다. 특히 세계화의 결과로 심화되고 있는 국가간, 국가내 양극화 문제에 대한 대책이 중요한 이슈로 논의됐다.‘(초국적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이 주요 의제가 됐다.‘빈익빈부익부는 불가피한가.’란 주제로 세미나도 열렸다. 세계화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한 주제들이다. 워크숍과 토론회에서 중동 문제, 중국의 영향력 증대, 인종문제 등 다양한 이슈가 논의됐다. 블레어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자신이 올해 의장을 맡는 선진 8개국(G8)회의와 하반기 의장이 되는 유럽연합(EU)에서 빈곤과 기후변화 대처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군사력만으로는 테러에 대처할 수 없다고 인정하고 미국과 세계는 상호 이해에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올해에는 China와 India의 합성어인 ‘친디아(Chindia)’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이번 회의에서도 경제대국으로 등장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에 주목했다. 슈바프는 “WEF가 중국과 인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새로운 지정학과 지경학(地經學)의 출발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반(反) 세계화와 다보스 비판론 다보스포럼이 주창하는 것은 세계화다. 이는 국가경제의 세계경제로의 통합을 뜻한다. 즉 상품, 서비스, 자본, 노동, 정보 등에 대한 인위적 장벽을 제거해 세계를 거대한 단일시장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세계화의 특징은 무역자유화, 금융의 세계화, 생산의 세계화다. 정보통신기술과 인프라의 발달로 세계화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맥러한(M.McLuhan)과 피오레(Q.Fiore)가 1967년 ‘매체는 메시지’ 저서에서 예언한 지구촌(Global Village)이 현실화된 것이다. 세계화는 1993년 12월 우루과이 라운드 다자간무역협정이 체결되고 이어 1995년 1월 WTO 체제가 출범한 뒤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세계화는 부정적인 면도 많다. 긍정적 효과로서는 효율의 극대화, 자원배분의 합리화, 규모의 경제이익 초래 등을 들 수 있다. 부정적인 면은 일부 선진국의 패권적 지배, 대외의존도 심화, 비교열위 산업의 퇴출, 국가 및 계층간 소득의 양극화 등이다. 또 대량 실업, 생활수준의 하락, 기업의 합병 및 파산, 외국자본의 횡포, 국가주권의 위축, 문화적 충격, 기아·자살·이혼·폭력·매춘·범죄의 유발, 가정해체 등도 세계화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화에 대한 반대의 물결도 거세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의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46%, 독일인의 40%가 세계화는 국민 경제에 나쁘다고 생각한다. 캐나다, 프랑스, 멕시코 등에서도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세계화를 비난하는 측은 자본가와 기업 엘리트들은 기업을 정부의 통제나 간섭에서 해방시키고 경제력과 소득을 일부 특정 부유층에 지속적으로 집중시키려 한다고 말한다. 또 세계화의 확대로 선진국과 신흥시장경제국은 모두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신흥국들은 선진국들에 상품시장, 서비스시장, 자본시장을 잠식당하지만 선진국들은 산업의 동공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진행된 지난 20년 동안 모든 나라에서 경제 성장률이 둔화됐다고 주장한다. 영국 언론인 존 웍스는 세계화(Globalization)를 ‘세계적 거짓말’(Global-lies)이라고 불렀다. ●세계사회포럼(WSF) 다보스포럼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것이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이다. 다보스 포럼과 때를 같이 해 대서양 건너 브라질 남부의 항구도시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세계화에 반대하는 환경단체, 이코노미스트, 자유주의자, 노동운동가 등이 모여 열고 있다.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슬로건 아래 세계화에 대한 대안을 모색한다. 다섯번째인 올해 포럼의 주제는 ‘정의롭고 평등한 세계를 위한 인권과 존엄성’이었다.120여개국에서 7만 5000여명의 대표단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참가했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英·佛 “기후변화 공동대처”

    |다보스 AFP 연합|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연례회의(다보스포럼)가 26일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세계 정치·경제계 지도자 22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어려운 선택들을 위한 책임’을 주제로 개막됐다. 이날 개막회의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등 주요 인사들은 기후변화 및 빈곤 대처, 에이즈 퇴치 등을 위해 전세계가 공동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30일 폐막하는 이번 포럼 기간에는 중동 문제, 중국의 영향력 증대, 인종 문제 등 다양한 이슈가 논의될 전망이다. 블레어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교토 의정서 불참을 겨냥, 온난화의 원인에는 이견이 있지만 다양한 기후변화 징후들이 다수의 의견을 뚜렷하게 뒷받침하고 있다며 “다수 의견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동참을 호소했다.
  • 쉬어가기˙˙˙

    론 앳킨슨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 감독의 인종 차별 발언에 중국 축구스타들이 발끈. 앳킨슨 전 감독은 최근 공개 석상에서 “중국 여자들이 그렇게 못생겼는데도 인구가 많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AFP통신이 25일 전했는데, 이에 대해 중국대표팀의 베테랑 공격수 하오하이둥은 “그가 얼마나 구시대적인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런 사람은 멍이 들도록 때려서 입을 다물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한식 마니아 3인의 “사랑해요 김치”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한식 마니아 3인의 “사랑해요 김치”

    지난 21일 낮 12시30분(현지시간). 워싱턴과 마주 보는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펜타곤시티에 자리잡은 한국 레스토랑 우래옥에서 미국인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김치와 한국 음식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참석자는 3명. 한국 음식을 경험한 정도로 나눠볼 때 상급 단계인 마셜 스콜과 중급 단계인 스콧 듀위크, 초보자인 토머스 반헤어 등이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점심 메뉴는 해물잡탕에 불고기, 간장게장, 된장찌개, 녹두전. 여기에다 서비스로 제공되는 김치와 생선구이 등 밑반찬까지 곁들여져 그야말로 상 하나가 가득찼다. ●“사스도 물리친 김치… 강한맛에 매료” 워싱턴에서 ‘비즈니스 테크놀로지’ 사업을 운영하는 스콜은 35년 전 친구의 권유로 김치를 맛본 이후 계속해서 한국 음식을 먹어왔다고 한다. 스콜은 김치가 “맛 좋고, 냄새 좋고, 건강에도 좋다.”고 평가했다.“냄새가 좀 고약하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강한 냄새에 강한 맛이 마음에 든다.”고 답변했다. 그는 신문 등에서 얻은 갖가지 자료를 토대로 ‘김치 먹는 방법’도 나름대로 세웠다. 스콜은 “일주일에 한번씩 한국 식당을 찾아 한국 음식과 김치를 먹는다.”면서 “김치를 매일 먹는 것과 일주일에 한번 먹는 것이 똑같은 효능을 발생시킨다.”고 설명했다. 스콜은 집 근처의 한국 슈퍼마켓에서도 김치를 사다 먹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냄새가 난다며 질색을 했지만 지금은 냉장고 안에 갖가지 김치를 담은 큰 병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고 한다. 간장게장을 다 먹은 스콜은 게 껍데기에 밥을 넣어 쓱쓱 비벼 먹었다.‘정말 한국인처럼 먹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를 상대로 하는 정보통신(IT) 컨설팅 회사 GTSI의 이사인 스콧 듀위크는 지난 1997년 한국에 출장을 가서 처음으로 김치와 한국 음식을 맛봤다고 한다. 듀위크는 “김치를 좋아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김치의 어떤 점이 좋으냐고 묻자 “김치를 먹는 사람은 몸으로 느끼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듀위크는 “한국에 가보니 김치도 여러가지고 음식도 참 종류가 많더라.”며 “김치만 따지면 서울의 음식점에서 먹는 것보다 미국의 한국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이 낫더라.”고 말했다. 미국의 한국 식당들은 미국인의 입맛도 고려해 맛이 덜 강한 김치를 제공하기도 한다. ●밑반찬 무채 먹고 “베리 굿” 역시 IT 관련 사업을 하는 토머스 반헤어는 이날 처음으로 김치와 한국 음식을 먹어본다고 했다. 젓가락질이 능숙한 소콜과 듀위크에 비해 그는 젓가락도 짧게 잡았다. 반헤어는 밑반찬으로 나온 무채를 “베리 굿”을 연발하며 맛있게 먹었다. 그것이 그가 처음 먹는 김치다. 그러나 진짜 김치인 배추김치에는 그다지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반헤어는 처음 먹어본 불고기는 순식간에 해치운 뒤 “입에 딱 붙는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가 이날 한국 식당을 찾은 것은 친구인 스콜과 듀위크의 초청도 있었지만 고인이 된 아버지의 오래 전 권유 때문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불고기 순식간에 해치우고 “내입에 딱” 반헤어의 부친은 한국전 참전 용사.1950년에 미 공군 조종사로 김포 공군기지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그는 미국에 돌아온 뒤 어린 아들에게 “한국에 가면 전세계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음식이 있다.”면서 “나중에 꼭 먹어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세 사람 모두 김치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한 뒤 보스턴 글로브 등 미국 언론이 “한국인들은 김치의 힘으로 사스를 이겨냈다.”고 보도해 김치의 효능에 대한 인식이 한층 높아졌다고 한다. 그들은 김치에 관한 기사를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신문에도 기고해보라고 권했다. dawn@seoul.co.kr ■ 미국인들의 김치소비 행태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인들이 김치를 얼마나 먹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농수산물 유통 관련 기관에서 미국인을 상대로 김치에 대한 인식조사는 실시했지만 소비량을 수치화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 내 대표적인 한국 슈퍼마켓 체인 한아름의 버지니아주 폴스처치 매장 민정환 지배인은 “전체 김치 판매량 가운데 85%를 우리 교민이, 나머지 15% 정도를 미국인이 사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 지배인은 김치를 사가는 미국인 가운데 5% 정도만 정기적으로 김치를 먹는 애호가로 추산했다. 또 대부분의 미국 소비자는 파티를 열면서 다양한 음식을 준비할 때 김치를 사간다고 한다. 민 지배인은 “김치를 먹는 미국인 가운데 다수는 도시에 사는 백인”이라고 전했다. 아무래도 백인이 소수 인종들보다 김치가 건강에 좋다는 정보를 많이 접하기 때문인 것 같다는 게 민 지배인의 설명이다. 특히 미국 신문에 김치 관련 기사가 나온 다음날 김치 판매량이 두배로 뛴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이나 일본, 베트남 등 다른 나라 음식과 비교할 때 김치가 눈에 띄게 잘 팔리는 것은 아니라고 민 지배인은 지적했다. 그는 “아직도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김치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홍보와 이벤트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1일 한아름의 김치 진열대에서 만난 중년 여성 크리스틴은 “종류는 많은데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난감해했다. 이같은 이유로 한국 슈퍼마켓을 찾는 미국인들은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 가장 작은 병에 담긴 막김치를 사간다. 반면 김치에 대해 잘 아는 미국 소비자들은 병에 담긴 김치가 아니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매장에서 직접 버무려서 파는 생김치를 사간다. 생김치 단골손님인 마릴린 마르티네스는 “금방 담근 김치가 훨씬 신선하고 맛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파견된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들은 “미국인의 김치 소비성향은 맨해튼의 젊은이들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덜 맵고 냄새가 덜 나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지만 최근에는 그런 취향이 바뀌었다고 한다. 냄새 나고 맵고 김치 고유의 맛이 나야 더 인기가 좋다는 것이다. 겉절이 종류도 신선한 느낌을 줘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김치에 대한 취향이 변하는 것처럼 한국 음식에 대한 기호도 변하고 있다. 1982년 개장한 워싱턴 지역의 대표적 한국 식당 우래옥의 강정선 지배인은 “전통적으로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메뉴는 갈비와 불고기였지만 지금은 매운탕과 된장찌개, 우거지갈비탕 등 범위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우래옥에서는 갈비탕에 밥을 말아 먹는 미국인이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고 강 지배인은 전했다. dawn@seoul.co.kr ■ 스콜의 ‘한국음식 세계화’ 제언 나는 한번도 한국에 가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 30여년 동안 미국의 많은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갖가지 한국 음식을 맛보았다. 김치를 비롯한 한국 음식과 한국 식당이 미국의 요식업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이제는 미국인이 보다 간편하고 쉽게 한국 음식에 다가갈 수 있는 방안들을 한국인이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한국 식당과 슈퍼마켓에서 구입할 수 있는 한국 음식에 대한 광고가 더 많아지고, 좀 더 세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한국 음식의 조리법을 소개하는 책자도 필요하다. 당장 책을 내기 어렵다면 각종 주간지의 음식란에라도 간단한 한국 음식 조리법을 소개하기 바란다. 미국인들 가운데 한국 음식이 정말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미국인 스스로 한국 음식을 요리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직접 요리를 해봐야만 그 음식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나는 미국 음식으로 점심과 저녁을 먹을 때 꼭 샐러드를 곁들이는 것처럼 한국 음식으로 점심이나 저녁을 먹을 때는 꼭 김치를 먹고 싶다. 그렇지만 미국 의사들은 늘 환자들에게 ‘맵고 짠’ 음식은 소화가 안 되고 특히 당뇨와 같이 특정한 증상을 가진 환자에게는 건강에도 해롭다고 주의시킨다. 때문에 미국 내 한국 식당들에서 여러 종류의 김치 가운데 ‘맵고 짠’ 김치만 제공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언젠가 한국 음식 조리법을 소개한 책자가 발간되고 한국 식당과 슈퍼마켓도 좀더 정비되면 한국 음식이 미국에서 더욱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제안해보고 싶다. 마셜 스콜 International Institute of Business Technologies 대표
  • ‘아메리칸 드림’ 몰락 예견한 2권의 책

    경제가 어렵고, 전망이 불투명할수록 사람들은 미래를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선지 올 초 서점가엔 유독 미래를 전망하는 신간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중 신선한 시각으로 많은 역작을 내온 미국의 사회사상가 제러미 리프킨과 독일 총리를 지낸 헬무트 슈미트의 미래전망은 꽤 의미 있게 읽힌다. 지난 2000년 ‘소유의 종말’에서 ‘소유의 시대’가 가고,‘시간과 체험의 상품화’란 새로운 국면을 진단했던 리프킨은 이번엔 아메리칸 드림이 몰락하고 유럽의 시대가 온다는 도발적 예측으로 관심을 모은다. 또 헬무트 슈미트는 20세기 세계사의 산 증인답게 매우 현실적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 유러피언 드림/제러미 리프킨 지음 아메리칸 드림이 미국인을 넘어 전 세계인의 꿈으로 보편화한지는 이미 오래됐다. 무한한 기회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이 말은 아무리 불신이 팽배한 시기에도 미국인들이 가슴 속에 품고 세계 최고를 향해 진군해가는 동력이었다. 그러나 미래의 비전을 가장 정확하게 읽어낸다는 미국인 사회사상가 제러미 리프킨은 미국인들이 종교만큼이나 애지중지하는 아메리칸드림에 깊은 회의를 나타낸다. 아니 회의를 넘어 몰락을 예견한다. 그가 내세우는 미래의 비전은 이제 아메리칸 드림이 아니라 ‘유러피언 드림’에 있다. 제러미 리프킨은 이 책에서 ‘아메리칸 드림’의 종말을 고하면서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그것은 개인의 자유보다 공동체 내의 관계를, 동화보다는 문화적 다양성을, 부의 축적보다는 삶의 질을, 무제한적 발전보다 환경 보존을 염두에 둔 지속가능한 개발을 중시한다. ●미국 물질만능주의·한탕주의 성행 저자에 의하면 미국의 이상이며 세계인들이 선망하는 아메리칸 드림은 더 이상 세계화 시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자수성가 신화가 물질만능주의로, 개척과 모험정신은 한탕주의로 변질됐다. 개발과 정복, 부의 축적과 출세 지상주의로 대변되는 아메리칸 드림은 개척시대의 사고방식에 젖은 케케묵은 꿈으로 오래 전에 폐기돼야 했으며, 실제로 쇠퇴하고 있다. 저자는 저명한 미래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말’에서 냉전 종식후 시장 지향적 자유민주주의가 최종적 승리를 거두고, 다른 대안이 없다고 주장한 것에 편견이 숨어 있음을 꼬집는다. 민주국가에서 개인이 속박당하지 않고 부를 축적하는 것을 강조하는 아메리칸 드림이 곧 역사의 종말을 대변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러피언 개별국가 아닌 거대한 집합체 유러피안 드림에서 그가 주목하는 대상은 독일, 프랑스 등 개별 국가가 아니라 유럽연합, 즉 EU란 거대한 집합체다.EU 국민들은 이제 자신들을 프랑스인, 독일인이라기보다는 유럽인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그는 지적한다. 저자는 미국의 50개 주를 아메리카합중국의 일부로 생각하는 것처럼, 유럽 각국을 EU의 일부로 생각해야 하며, 독일과 미국이 아니라 독일과 캘리포니아주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EU는 아직 유아기지만 GDP, 삶의 질, 환경, 교육 등 모든 면에서 미국을 능가하며 새로운 슈퍼파워로 부상하고 있다.‘포천’이 선정한 140개 대기업 가운데 미국 회사(50개)보다 유럽회사(61개)가 더 많다. 미국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를 주시하는 동안 유럽에서 전혀 다른 경제혁명이 진행되고 있지만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는 유럽의 변화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가늠하지 못하고, 그에 대응할 준비도 돼 있지 못하다고 경고한다. ●EU 공동체속 개인 자유 신장 미국과 EU가 궁극적으로 엇갈리는 것은 주권 문제다. 미국은 국가권위를 최고로 보고 국가 내에서만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다는 과거 민족국가 시대의 주권개념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유럽인들은 보다 더 큰 공동체에 포함되어 긴밀한 관계를 형성할 때 개인의 자유가 신장된다고 본다. 점점 경계가 모호해지는 글로벌 세계에서 EU는 국가법보다 보편적 인권규약을 상위에 놓고 있으며, 실제로 인권 협약을 위반한 나라에 병력을 파견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지배와 일방주의적 사고가 팽배한 미국과 달리 공존과 조화를 추구하는 유럽에서 지은이는 미래의 비전을 본다. 결국 유러피언 드림은 인종과 종교 분쟁이 항시 잠재해 있는 21세기의 범세계적 갈등을 포용하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유럽을 넘어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역설한다.2만 2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미래의 권력/헬무트 슈미트 지음 독일 총리를 지낸 헬무트 슈미트(87)는 20세기의 독일뿐 아니라 세계 역사의 산 증인이다. 그래선지 그가 미수를 앞두고 내놓은 세계 정세와 미래를 진단한 ‘미래의 권력’(나누리 옮김, 갑인공방 펴냄)은 결코 가벼이 읽히지 않는다. 그는 미래의 전망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로 인구팽창과 환경오염, 기술과 경제 세계화로 인한 권력 집중현상, 국제 금융시장의 취약성에 따른 위기, 확산일로에 있는 소형무기 등을 지목한다. 이들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따라 세계의 미래상은 예측할 수 없는 극단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제국주의화 경향을 보이는 미국이다. 앞으로도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미국의 영향력이 지배적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대외정책의 전통으로 자리잡은 고립주의적 역사에 대해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미국이 국제사회에 취해야 할 자세를 제시한다. 이슬람 세계를 존중할 것, 악의 축이니 악당국가니 하는 멸시적인 표현을 중단할 것, 석유 수급 문제가 최대 관심사임을 솔직히 밝힐 것, 이스라엘 안전을 확보하는 데 관심이 높음을 인정할 것 등등이다. 저자는 21세기엔 강대국의 판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중국, 인도가 강대국 대열에 편입되며, 특히 중국은 민족·종교 분쟁 등 내부적 불안요인만 극복하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내다본다. 또 유럽연합이 공동시장과 유로 덕분에 경제 강대국이 될 것이며,30년 뒤엔 세계 경제가 유럽연합, 미국, 중국의 삼각구도를 이룰 것이라고 예측한다.1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장애인고용안정협회장에 박승규씨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는 중계동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박승규 상임부회장을 제3대 회장으로 지난 18일 선출했다.
  • [제22회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1500m 안현수·최은경 男·女 동반우승

    마침내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하늘에 태극기가 휘날렸다. 한국 쇼트트랙의 쌍두마차 최은경(21)과 안현수(20·이상 한국체대)가 제22회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의 금빛 질주에 힘찬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동메달 2개로 중간 집계 18위에 그쳤던 한국은 이로써 금 2, 은 2, 동 3개를 기록해 19일 자정 현재 단독 11위로 뛰어올랐다. 최은경은 19일 밤 인스브루크 올림피아월드 스몰아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선에서 동료 여수연(20·중앙대)을 0.08초 차로 제치고 2분22초249로 결승선을 통과, 한국에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안현수 역시 곧 이어 벌어진 남자 1500m 결선에서 2분26초991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이날 쇼트트랙 세계 최강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남자는 안현수를 비롯, 출전 선수 4명 모두 6명이 겨루는 1500m 결선에 무난히 진출했다. 금메달을 거머쥔 안현수에 이어 송석우(22·2분27초120·단국대)와 서호진(22·2분27초154·경희대)마저 2,3위로 골인하며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하는 저력을 뽐냈다. 여준형(22·한국체대)은 4위. 앞서 열린 여자 경기에서도 전다혜(22·한국체대)만 준결승에서 아깝게 탈락했을 뿐 최은경, 여수연, 김민정(20·경희대)이 모두 결승에 합류했다. 다만 김민정이 중국의 왕 웨이(2분22초349)에게 간발의 차로 뒤지며 4위에 머물러 아쉽게 남녀 동반 메달 싹쓸이를 놓쳤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20일 밤 남녀 개인 500m에서 금빛 질주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한국 스키점프 대표팀은 이날 베르기겔 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지막 종목 K-120에 도전했으나 메달권 진입에 실패,2년 전 ‘타르비시오의 기적’을 이어가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은 김현기(22) 강칠구(21) 최흥철(24·이상 한국체대) 등 3명이 결선 2차 시기에 진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김현기가 1·2차 합계 232.2점으로 6위에 머물렀고 최흥철은 14위(202점), 지난 대회 2관왕에 올랐던 강칠구는 21위(192점)에 그쳤다. 최돈국 스키점프 감독은 “잘해야 한다는 긴장감 때문인지 2차 시기에서 도약 타이밍을 놓치는 실수가 잦았다.”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여 1500m 金 최은경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최은경이 ‘구타 파문’으로 인한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버렸다. 중학교 1학년이던 1998년부터 태극마크를 달았던 최은경이 자신의 이름을 세계무대에 알린 것은 2002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면서부터. 이후 장점인 지구력을 살리고 단점인 순발력을 보완해 2003동계아시안게임 2관왕에 올랐고, 이듬해 세계선수권에선 3관왕으로 개인종합에서도 1위를 차지해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시련이 찾아왔다. 당시 코칭스태프의 강압적인 훈련 방식에 반발했던 최은경이 동료 선수들과 태릉선수촌을 집단 이탈한 것. 코칭스태프가 전면 개편되고 월드컵 3,4차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등 파문은 커져갔다. 석 달 가량의 공백을 딛고 이번 대회에 나선 최은경은 1500m 결승 7바퀴째부터 과감하게 선두로 치고 나와 한국선수단에 첫 금을 선물하며 시련이 끝났음을 알렸다. ■ 남 1500m 金 안현수 동계U대회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안현수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쇼트트랙을 대표하는 선수다. 명지초등학교 2학년 때 취미로 스케이팅을 시작했던 그는 뛰어난 지구력, 스피드와 더불어 기복이 없다는 것이 장점. 몸싸움을 다소 싫어해 단거리에서 스타트가 늦은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서울 신목고 3학년이던 2003년 10월 ‘반칙왕’ 안톤 오노(미국)를 제치고 세계랭킹 1위에 올랐고, 지난해 세계선수권 4관왕과 개인종합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표팀 구타 파문이 일기 전에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에서는 전관왕(5관왕)을 질주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막바지 훈련을 하던 도중 왼쪽 무릎을 다쳐 1주일 정도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은퇴하는 날까지 정상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다.”는 다짐이 그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함혜리특파원 유럽은 지금] 되살아나는 나치 망령

    전후 60년이 지난 지금도 나치 때문에 유럽이 시끄럽다. 영국에서는 얼마전 왕위 계승 서열 3위인 해리(20) 왕자가 친구 생일파티 가장무도회에 카키색의 나치 제복을 입고 나타난 것이 ‘선’지 표지에 실리면서 왕자의 분별력 없는 행동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해리 왕자의 무분별한 행동에 크게 분노한 찰스 왕세자는 해리 왕자에게 유대인 학살의 상징인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방문하라고 지시했다고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런가하면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장 마리 르펜(76) 당수가 최근 극우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을 두고 프랑스가 발칵 뒤집혔다. 유대인단체와 반 인종차별주의단체가 격분한 것은 물론 좌우 할 것 없이 정계가 일제히 르펜을 비난하고 나섰다. 급기야 검찰은 르펜의 발언이 반인류 범죄를 부인하는 발언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조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고 1년의 징역형과 4만 5000유로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그는 RTL 라디오와 회견에서 “독일의 프랑스 점령을 다른 나라 점령과 비교한다면 고통이 가장 경미했던 곳은 프랑스였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전후 60년이 된 지금까지도 이런 주제들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이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아돌프 히틀러 최후의 날들을 그린 독일 영화 ‘추락’이 프랑스 개봉과 함께 논쟁의 불씨로 떠올랐다. 올리버 히르슈비겔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히틀러가 최후 12일 동안 베를린의 지하 벙커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현실에 번민하며 자살을 준비하는 인간적 면모를 2시간30분짜리 영상물에 부각시켰다. 이 영화는 독일군이 소련군과 연합군에 일방적으로 공격당하는 구도로 짜여 있어 역사적 내막을 잘 모르는 관객들, 특히 전후 세대의 젊은이들이라면 끔찍한 전쟁 범죄자와 측근들을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lotus@seoul.co.kr
  • “북한 정치범 20만명”

    |워싱턴 이도운특파원|국제 인권 감시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RW)는 13일(현지시간) “북한이 일상적이고 터무니없이 거의 모든 국제 인권기준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HRW는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발표한 지난해 세계 60개국의 인권상황 연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20만명으로 추산되는 정치범 ▲1990년대 이래 200만명의 아사자 ▲수십만명의 탈북 ▲북한 요원들에 의한 탈북자 체포와 강제송환 등을 인권 탄압 사례로 제시했다. 또 탈북 여성들이 납치되거나 강제결혼을 통해 윤락이나 성노예 상태에 빠지고, 일부는 생계를 위해 자발적으로 몸을 파는 등 여성의 인권 상황이 특히 악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의 케네스 로스 총장은 그러나 “북한 관리들이 지난해 방북한 빌 라멜 영국 외교부 차관에게 인권을 별로 중시하지 않고 있음을 시인하고 재교육을 위한 노동수용소의 존재를 확인한 것은 과거 인권유린을 전면 부인해온 것에서 작지만 진일보한 측면”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북한 인권상황을 조사·연구하기 위한 직접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탈북자 및 수용소 탈출자들과 면접을 통해 북한 인권상황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 역시 탈북자를 돕는 사람들을 일상적으로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스 총장은 이와 함께 기자회견에서 미군이 운용한 이라크의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쿠바 관타나모 기지 수감자 학대 사건으로 세계 인권보호 체제가 약화됐다.”며 수단 다르푸르 사태와 아부 그라이브 사건에 대한 책임자 처벌을 미국 정부에 촉구했다. 그는 ”미국이 9·11 테러사건 이래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문제 등으로 세계 인권 지도국으로서의 신뢰를 잃었고, 이집트가 자국의 비상입법을 미국의 대 테러 입법에 비유하는 등 자국내 인권문제를 미국의 사례에 비유하거나 미국을 핑계로 대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신뢰 회복을 위한 미국의 노력을 강조했다. 로스 총장은 또 지난해 수단 다르푸르의 ‘인종 청소’와 관련,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유엔안보리 등 국제사회에 요구했다. HRW 인권보고서는 인권탄압 의혹이 큰 국가를 조사 대상으로 했다. 우리나라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HRW는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고문 등 인권탄압 사례를 폭로한 바 있으며, 김선일씨 납치, 사망 사건 직후 강력한 비난 성명을 낸 바 있다. dawn@seoul.co.kr
  • 天上 그곳, 앙코르와트에 가 볼까

    天上 그곳, 앙코르와트에 가 볼까

    앙코르는 ‘느낌’이다. 형언할 수 없는 뭔가 특별한 느낌이 배어 있다. 보는 순간마다, 보는 장소마다, 보는 기분에 따라 각각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유적지의 웅대함에 놀라고, 고색창연한 건축물의 신비로움과 인류의 위대함에 매료된다. 캄보디아인의 인자한 미소가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그러나 어딘지 모를 슬픔이 느껴진다.13세기 인도차이나 반도를 지배하던 앙코르 왕조의 몰락과 폐허로 변해버린 유적지는 삶의 허망함을 느끼게 만든다. 또 유적지 곳곳에서 구걸하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앙코르 유적은 아는 만큼 보인다. 사전 지식없이 무작정 찾았다가는 가도가도 끝이 없는 ‘돌무더기’의 지루함만을 느낄 수도 있다. 신들이 사는 세계를 이땅에 재현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지. 왕조가 멸망된 뒤 수세기동안 역사의 어둠속에 묻혀있다가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앙코르의 느낌속으로 들어가 보자. # 설렘 앙코르 유적과의 만남은 설렘으로 시작됐다. 캄보디아 시엠레압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신들의 땅을 직접 본다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오른 가슴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늦은 밤에 도착한 탓에 유적지 인근 호텔에서 들어가 잠을 청했지만 뒤척임 속에 새벽을 맞아야 했다. 호텔을 출발해 처음 찾은 곳은 ‘거대한 도시’라는 뜻의 앙코르톰. 시엠레압 주변 1000여개 유적지 가운데 앙코르와트와 함께 최고로 손꼽히는 걸작이다. 유적지 매표소에서 3일 동안 자유롭게 유적지를 볼 수 있는 앙코르 패스(40달러)를 끊은 뒤 앙코르톰의 관문인 남문에 도착하자 장엄한 건축물이 눈앞에 펼쳐졌다. 불교도로는 처음 왕위에 오른 자이야바르만 7세(1181∼1201)때 지은 정사각형 도성이다. 입구에는 벌써부터 관광객들이 몰려 사진을 찍느라 복잡했다. 각 변이 3㎞로 돌벽과 해자(성곽 주변의 못)를 가로지르는 다리는 힌두교의 창조신화인 유해교반(乳海攪拌)이 형상화돼 있다. 다리 난간에는 일곱개의 머리를 가진 뱀의 몸통을 부여잡고 있는 54개의 반인반수의 나가(크메르인이 믿었던 뱀 신)상과 입구인 남문에 새겨진 관음보살의 얼굴, 코끼리 조각과 비슈누 등 화려한 장식물이 먼저 발길을 사로잡았다. #웅대함 인간의 세계와 신의 세계를 가르는 다리를 건너 남문을 통과하자 본격적인 신들의 안식처가 눈앞에 펼쳐졌다. 앙코르 톰의 중심에 있는 바이욘 사원은 ‘크메르의 미소’라고 불리는 관음보살의 얼굴이 새겨진 사면 돌탑이 있는 곳. 보는 각도와 시간에 따라 표정이 변한다. 수백m에 이르는 회랑 벽화에는 다른 앙코르 유적과 달리 당시의 생활상과 위대한 왕의 전투장면이 관광객을 맞는다. 벽화에는 창을 들고 전쟁에 나서는 크메르인과 밥을 짓느라 분주한 여성의 모습, 투견과 투계에 빠져있는 남자들의 모습 등 당시의 생활상을 그대로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복원 공사를 잘못해 무너져 내린 수많은 석축물들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했다. 바이욘 사원 북쪽에 있는 바푸온 사원은 복원공사가 한창이다.13세기 이 곳을 방문한 원나라 사신이 쓴 ‘진랍풍토기’에 ‘아침에 해가 떠서 해가 질 때까지 도성을 비추던 곳’으로 묘사된 힌두 사원이다. 바로 위에는 3층 피라미드 형식으로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피미야나카스(천상의 궁전) 사원이 버티고 서있고, 오른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열병식을 거행했던 광장과 코끼리 테라스, 라이왕 테라스를 볼수있다. 앙코르 톰 동쪽에 있는 타프롬 사원(왕의 수도원)은 복원이 어려워 발견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1861년 프랑스 탐험가 앙리 무어에 의해 발견될 당시 ‘앙코르 유적은 거대한 나무뿌리로 뒤덮여 있었다.’는 말 그대로 스퐁(열대 무화과 일종)이라 불리는 나무가 사원 곳곳을 뒤덮고 있다. 나무 뿌리가 돌틈 사이를 파고 들어가 사원이 무너져 내렸다. 현재로서는 나무를 베어낼 수도 벽돌을 다시 세우기도 어려워 유네스코에서도 복원보다는 현상을 유지키로 했다는 후문이다. 이 곳은 영화 ‘툼레이더’의 매력적인 여주인공 ‘라라 크로프트’(안젤리나 졸리)가 사원에서 나오는 장면을 촬영한 장소로 알려져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명소다. # 경외로움 그동안의 앙코르 유적은 서막에 불과했다. 다음날 새벽 5시. 짙은 어둠을 가로질러 앙코르와트로 향했다. 숨죽일 만큼 아름답다는 앙코르와트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해자를 지나 본당으로 들어가는 폭 12m, 길이 540m의 참배도로 주변에는 일찌감치 관광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길은 인간의 세계와 신의 세계를 가르는 갈림길. 죽음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잠시 뒤 수미산(세계 중심에 있는 산)을 상징하는 중앙탑 등 5개의 탑 뒤로 장엄한 일출이 시작되자 곳곳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사원이 시시각각으로 붉게 물드는 장면은 마치 신들이 자신의 세계를 인간들에게 조금씩 내어주는 듯했다. 앙코르와트는 앙코르 건축과 예술이 집대성돼 있으며 앙코르의 유적 중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편이다. 장엄한 규모와 균형, 조화 그리고 섬세함에 있어 최고로 꼽힌다. 이 사원은 동쪽을 향하고 있는 다른 사원과 달리 서쪽을 향하고 있는데 이는 왕의 사후세계를 위한 고려인 듯하다. 수리야바르만 2세(1112∼1152)때 3만명의 숙련된 장인들이 30여년에 걸쳐 완성했다.7t짜리 돌기둥 1800개, 높이가 67m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거대한 석조 건축물이다. 3개의 회랑 벽면과 기둥에 새겨진 정교한 벽화는 힌두교 2대 경전인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의 이야기. 라마야나 이야기는 비슈누(힌두교 3대 신 중 우주를 관장하는 신)의 화신인 라마 왕자가 팔이 스무개인 악마 라바나에게 강탈당한 아내 시타 왕비를 되찾기 위해 싸우는 내용으로 캄보디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대표적인 신화다. 3층으로 된 앙코르와트의 중앙탑에 오르는 길은 70도 경사도. 손과 발을 이용해 기다시피 해야 올라설 수 있다. 신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어찌 인간이 두발로 걸어 갈 수 있겠는가. # 아쉬움 앙코르 유적지에서 북쪽으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쿨렌산은 앙코르의 발원지. 앙코르의 건립자 자야바르만 2세(802∼850)가 최초로 도읍을 정했던 곳. 돌무더기 유적에 질린 관광객들이라면 꼭 한번 다녀와 볼 만한 코스다. 정상에서 약 10m크기의 와불상과 함께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다. 또 툼레이더가 촬영된 멋진 폭포도 구경할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반테아이스레이 사원도 볼 만하다. 이 사원은 왕들이 세운 다른 사원과 달리 고위 관료가 지은 사원. 붉은 색 사암으로 지어진 핑크빛의 사원은 규모가 작지만 다른 사원과 비교해 어느 한군데 빠지지 않는 화려한 조각품들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 곳은 프랑스 문화장관을 지낸 전위작가 앙드레 말로가 1923년 사원내에 있는 데비상을 밀반출하려다 체포돼 실형을 받은 일화도 있다. 앙코르 관광의 마무리는 프놈바켕의 일몰. 앙코르와트와 바이욘의 중간지점에 있는 높이 60m의 작은 언덕으로 오르는 길이 힘들고 가파르지만 수평선 너머로 지는 석양을 바라볼 수 있다. 길고도 짧은 앙코르 관광이 끝났지만 신들이 새겨놓은 장엄한 잔상들은 쉽게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원들을 돌아보느라 밀려드는 피곤함보다는 다시 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특히 9∼15세기에 걸쳐 인도차이나 반도 중앙에서 번성하던 앙코르 왕조와 내전으로 피폐해진 현재의 캄보디아 모습이 복잡하게 교차한다. 사원 곳곳에서 구걸하거나 물건을 파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은 여행 내내 마음을 무겁고 아프게 했다. 과연 역사란, 삶이란 무엇일까. 알고가면 편해요 앙코르와트 여행은 겨울철이 가장 좋다.11∼2월이 건기로 이 기간이 가장 시원해서 유적을 둘러보기 적합하다. 고온 다습한 열대몬순 기후지만 하루에 몇번 스콜이 지나가는 정도일 뿐 금방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반면 3∼4월은 최고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는 혹서기이며,5∼10월은 고온다습한 우기다.시차는 2시간으로 한국이 오전 10시면 캄보디아에서는 오전 8시다. 화폐는 리엘(Riel)이지만 시엠레압 등 대도시에서는 달러가 유통돼 환전할 필요는 없다. 소규모 상점에서는 거스름돈이 부족하므로 1달러짜리 소액권을 많이 준비해야 한다.1달러는 약 4000리엘 정도. 입국에는 비자가 필요하다. 여행을 떠나기전 캄보디아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거나 현지 도착후 공항에서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여권과 여권용 사진 1장, 비용 20달러가 필요하다. 종교는 상좌부불교(소승 불교)이며, 인종은 크메르족이 80%를 차지한다. 유의 사항으로는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위생사정이 좋지 않다. 반드시 생수를 사먹는 편이 좋다. 관광지에서는 돌 하나도 가져가면 밀반출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으며, 하루종일 햇볕이 강하게 내려쬐므로 모자는 필수다. 전화가 거의 없으며, 호텔에서도 1분당 6달러 정도로 비싸다.전압은 220V로 우리나라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유적지에 들어 가려면 앙코르 패스를 구입해야 한다.1일권 20달러,3일권 40달러,7일권 60달러이며,1일권 외에는 사진을 찍어 함께 코팅해 준다. ‘쏙 싸바이’(안녕하세요),‘쭙닙수’(반갑습니다),‘옥꾸운’(감사합니다) 등 기본적인 캄보디아어를 외워두면 편하다. 가는 길은 시엠레압까지는 직항편이 없어 태국 방콕이나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인천에서 방콕까지는 4시간 20분, 방콕에서 시엠레압까지는 1시간이 걸린다. 이르면 3월부터 아시아나항공에서 주 2회 직항편을 준비하고 있다. 숙박은 공항과 앙코르 유적지에서 각각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르 메르디앙호텔’이 있다. 지난해 9월 개관한 리조트형 5성급 호텔로 223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www.lemeridien.com, (02)794-4011. 여행 상품으로는 가야여행사(www.kayatour.co.kr·(02)536-4200)에서 앙코르 문화유적지를 충분히 둘러보는 3∼5일 여행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공항서 급행료 주지마세요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지는 연간 10만여명의 우리나라 관광객이 찾는 곳. 그러나 이에 걸맞지 않은 부끄러운 모습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시엠레압 공항에서 한국 단체관광객들은 다른 외국인들과 달리 입국심사를 제대로 받지 않고 통과하는 특권을 누린다. 공항 직원에게 일종의 ‘급행료’(?)를 지불했기 때문. 실제로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우리 일행에게 공항직원이 “10달러를 주면 빨리 통과시켜 주겠다.”는 요구를 했다. 거부하자 한명에 5∼10분가량의 까다로운 입국심사를 거쳐야 했다. 급행료를 만든 것은 한국인. 좁은 공항에서 다소 오래 걸리는 입국 시간을 줄이기 위해 뇌물을 건넨 것이 관행화됐다는 게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설명이다. 유적지를 훼손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이 때문에 현지 한국인 관광안내원이 빼놓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은 유물을 훼손하지 말라는 말이다. 얼마전 한국인 관광객이 유적지내 돌탑을 흔들며 심한 장난을 치다 부숴뜨려 벌금 800만원과 함께 한달간 실형을 산 뒤 영구 추방조치되기도 했다. 캄보디아인들은 평소에는 좀처럼 화를 내지 않지만 앙코르 유적지를 모독하거나 훼손, 파손할 경우 엄하게 처벌한다. 또 현지인들이 우리보다 못 산다고 무시하거나 종교적으로 모독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신들의 세계를 관광하기에 앞서 좀더 차분하고 경건한 마음 자세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시엠레압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수단, 20년 내전 막내렸다

    20년이 넘도록 지속돼 온 수단 남부지역 내전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하지만 서부 다르푸르 지역에서는 여전히 분쟁이 계속되고 있어 수단에 완전한 평화가 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알리 오스만 타하 수단 부통령과 존 가랑 수단인민해방군(SPLA) 의장은 9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에서 만나 1983년부터 계속돼온 분쟁을 끝맺음하는 평화협정에 공식 서명했다. 협정의 주요 내용은 남부 지역의 자치권을 인정해 주고 6년 뒤 독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는 것. 기독교도인 원주민들로 구성된 남부 반군이 아랍 이슬람계가 다수인 북부 정부군에 맞서 무장투쟁에 나서면서 시작된 이 내전으로 21년 동안 20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이번 평화협정 체결로 2003년 2월 인종 갈등으로 시작된 다르푸르 사태에 대한 전망도 밝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단 정부가 국제사회의 요구를 일단 수용한 데다 1년 안에 유엔 평화유지군 1만명이 수단에 파견될 예정이다. 유엔은 다르푸르 사태로 지금까지 7만여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주니어쇼트트랙 선수권 男·女 개인종합 싹쓸이

    ‘동생들도 세계 최강.’ 19세 이하 한국 남녀 쇼트트랙 대표팀이 2005세계주니어선수권을 석권하며 세계 최고의 실력을 뽐냈다. 한국은 10일 세르비아-몬테네그로에서 막을 내린 대회에서 이호석(신목고) 김현곤(경희대) 곽윤기(목일중)가 남자부 개인종합 1∼3위를 싹쓸이했고, 여자부 개인종합에서도 박선영(세화여중)과 전지수(한체대)가 1·2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한국 남자 주니어 쇼트트랙은 지난 2000년 이후 개인종합 6연패를, 여자도 2002년부터 4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1500m에서 주니어 신기록(2분13초34)으로 1위에 올랐던 이호석은 이날 1500m 슈퍼파이널에선 김현곤에 밀려 2위(2분20초49)에 그쳤지만 개인종합 3연패에 성공했다. 김현곤은 남자 1500m 슈퍼파이널과 1000m 등 2관왕에 등극했다. 여자부에서도 박선영이 1500m에 이어 1500m 슈퍼파이널에서 2분24초00으로 대회 2관왕과 함께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내 인생의 등대] 이상범 서울시립대 총장

    [내 인생의 등대] 이상범 서울시립대 총장

    “뻔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구성원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이 바뀌어야 합니다. 하지만 다수를 바꾸는 힘은 대개 한 사람의 강인한 의지에서 비롯되기 마련이죠.” 영화 ‘파워 오브 원’은 인종차별이 심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백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동료 백인들의 따돌림 뿐만 아니라 흑인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받으며 인종차별을 타파하려는 영화속 주인공이 이상범 서울시립대 총장의 마음 속을 강하게 파고들었다. “영화의 내레이션에서 ‘이 사회를 바꾸려면 사회를 구성하는 많은 사람들의 의식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물론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은 자신의 희생을 대가로 치러야 하기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희생의 리더십은 조직을 변화시키죠.” 물론 선발대에 선 사람은 변혁을 맛보지 못하고 역사의 희생양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결국 시대의 흐름이 뒤바뀐다. 그는 김구 선생이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것은 자신을 희생한 순수한 모습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례로 우리의 정치 구조가 바뀌려면 국민부터 변화해야 합니다. 물론 주위로부터 시샘이나 공격을 받을 수 있으며 사람들을 설득하는 작업은 쉽지 않은 과정이죠.” 대학에서도 이런 원칙은 어김없이 적용된다. 누구나 변화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뭔가를 추진하려면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고 진통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변화가 탄생한다. 그는 총장에 취임하면서 ‘영화속의 말’을 되뇌었다고 소개했다. 자신부터 희생하면 결국 대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개인의 자유로움을 마음껏 누리고 있어요. 개인의 자유로움이 이기주의로 번지는 풍토에서 한 사람의 희생은 이들에게 경종을 울렸으면 합니다. 오는 3월에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이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할까 합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청진기/박만호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청진기/박만호

    (무대) 원룸 아파트 아래 위층,301호와 401호 (등장인물) 남:소리감별사 여:빨간 구두의 여인 의뢰인1:50대 초반 의뢰인2:30대 중반 의뢰인3:30대 초반 할머니:꿈속의 환영 딸:중학생 (소리에 대해) 소리는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연기한다. 극의 흐름을 이끌고 가는 극적 요소로 기능하는 것이다. 이 소리를 측정하는 청진기는 ‘호른’의 유려한 곡선 음관을 부착한 특별한 도구이다. ●제1장 어둠 속에서 “영호야- 영호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원룸 아파트 아래 위층인 301호와 401호가 서서히 드러난다. 스탠드만 침침하게 켜져 있는 아래층 301호는 실내가구들이 어렴풋이 보인다. 그 위층 401호는 아직 어둠 속에 싸여있다. “우웅 우웅-”하는 진동음이 들리자, 침대에서 부스스 일어나 귀마개를 벗고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남자.“새로운 메시지가 없습니다.”라는 안내음이 들린다. 이어 아파트의 여러 생활소음들이 와글와글 들려온다. 다시 귀마개를 하고 눕는 남자. 이때 다급한 뾰족구두 소리. 쫓기듯 달려와 위층 401호로 올라간다. 문을 닫고 구두를 벗고 룸으로 들어서는 여자. 외투를 벗고 침대 위로 무너지듯 쓰러진다. 아래층 침대에 누웠던 남자가 슬며시 몸을 일으킨다. 플래시를 켜서 천장을 비춰본다. 위층 여인의 숨소리가 평정을 되찾는다.“끼리리리-”하며 냉장고 가동 소음이 시작된다. 냉장고를 비추는 플래시. 새벽 4시를 알리는 괘종시계 소리와 함께 암전된다. 무대 밝아지면, 아래층 301호의 실내가 드러난다. 침대와 평범한 실내가구들. 구석 쓰레기통에는 호른 나팔과 야구방망이가 처박혀 있다. 탁자에서 남자에게 소리 감별을 받고 있는 의뢰인들. 호른을 닮은 청진기로 손목시계들을 검진하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소리:(손목시계) “째각 째각 째각 째각-” 남자:이게 불량입니다. 태엽이 긁히는 소리가 나는군요. 의뢰인1:계측기로는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남자:0.5데시벨의 소음이군요. 계측기는 보통 플러스 마이너스 1데시벨의 오차를 가지고 있지요. 다음 분. 의뢰인2:(믹서기 3개를 탁자에 놓고) 동방가전에서 출시한 신제품입니다. 모델별 소음의 차이를 알고 싶습니다. 소비자에게 주는 청각적 영향 말이죠.(뚜껑을 살피는 남자에게) 저... 뚜껑이 아니라 작동시의 소음만 분석해 주시면. 남자:모든 소리를 다 분석해야죠. 의뢰인2:우리가 필요한 건. 남자:다시 말하지만, 소리는 복합적입니다. 의뢰인1:감별사님을 믿고 따르세요. 남자:G-1800, Q-300, A-7, 이 세가지 모델의 소리 중에서 A-7이 가장 우수합니다. 의뢰인2:그럴리가요.A-7이 가장 구형인데. 남자:신제품이 G-1800이죠? 이건 실패작입니다.110데시벨의 고주파 파동 현상이 발생합니다. 여기에 무방비로 노출되면 고객만족도가 어찌 될까요? 다음 분이오. 의뢰인3:역시 탁월한 분석이십니다.(포도주 2병을 내밀며) 적포도주와 백포도주입니다. 소리:(뾰족구두) “또각 또각 또각 또각-” (포도주 병을 살펴보다가, 뾰족구두 소리에 눈길을 돌리는 남자. 초인종 소리. 남자가 청진기를 벗고 문을 연다. 복숭아 접시를 들고 들어오는 이층 여자) 여자:안녕하세요? 저는…. 남자:위층 401호 분이시죠? 여자:어머나, 어떻게 아셨죠? 남자:(여인의 빨간색 뾰족구두를 보며) 내 추측이 맞았군요. 빨간색일 거라 생각했죠. 어젯밤에 구두 소리를 들었어요. 여자:어머나, 새벽 4시가 넘어 들어왔는데. 남자:새벽엔 더 잘 들리죠. 여자:한데 색깔까지 어떻게 아셨나요? 남자:검은색 구두였다면 소리가 더 낮게 깔리거든요. 낡은 가죽이라 세월의 나이가 느껴지던데요.15년 된 캥거루 가죽입니다! 여자:호호호- 점쟁이신가봐! 어제 이사왔어요. 인사도 드릴 겸 복숭아 좀 드시라고요.(남자에게 복숭아 접시를 건네며) 어머나, 손님들이 많이 계시군요. 남자:제 의뢰인들입니다. 여자:무얼 의뢰 받으시는데요? 남자:소리요. 의뢰인1:제품의 소리를 감별해 주시는 거죠. 의뢰인2:그 느낌까지요. 의뢰인3:감별사님은 기계보다 정확하시죠. 여자:우리 아파트에 대단한 명인이 살고 계시는군요. 저…이것도 감별이 되나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소리가 잘 안 들리거든요. 남자:(휴대전화를 검진하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소리가 작게 설정된 거 외엔.(진동음을 조정하고) 들어보세요. 소리:(휴대전화 진동음) “우웅 우웅 우웅…” 남자:커졌죠? (휴대전화를 여자에게 주며) 이웃사촌이니 감별비는 받지 않겠습니다. 여자:아유, 고마워요. 남자:소리를 놓치면 후회가 크답니다. 여자:맞아요. 일년 전에 정말 중요한 연락을 놓친 적이 있어요. 샤워 중이었거든요. 제 인생이 걸린 중요한 기회였는데….30분 늦게 연락하는 바람에 바이 바이! 근데 감별사님은 소리를 어떻게 분석하시나요? 남자:기억되어 있는 소리들 때문에 분석이 되는 겁니다. 여자:이 세상 소리를 전부 기억하고 계세요? 남자:한 번 들으면. 의뢰인2:스리쿠션 때린 당구공처럼요? 의뢰인3:구구 팔십일 구구단처럼요? 여자: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처럼? 남자:망각이 안돼요. 모두:오!…. (다시 포도주 병을 검진하는 남자. 가만히 주시하는 사람들) 소리:(포도주) “출렁 출렁 출렁 출렁-” 남자:아르마냑 17년산이군요. 의뢰인3:네! 맞습니다. 남자:색깔도 소리를 냅니다. 적포도주는 백포도주보다 0.3데시벨 정도 고음을 지닙니다. 잔에 따를 때, 잔을 부딪칠 때, 적포도주는 유혹의 소리를 발산하지요. 좋은 술은 좋은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두:우와!…. 의뢰인2:선생님. 그 차이를 일반인도 인식할 수 있나요? 남자:그들도 분명 듣습니다. 말로는 표현하진 않지만, 마켓에서 돈으로 표현하죠. 의뢰인들:(박수치며)니즈는 욕망이다! 여자:전 들을 수 없거든요! 색깔이 소리를 낸다고요? 그런 황당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는 거죠? 왜들 무조건 믿는다고만 하시죠? 남자:이걸 쓰고 한번 들어보세요. (여자에게 청진기를 건네는 남자) 여자:이건 호른의 음관이잖아요! 남자:제가 특별히 제작한 청진기입니다. 여자:(쓰레기통에 처박힌 호른의 나팔부분을 발견하고) 저기서 떼어내 만드셨나요? 남자:네. 난 새로운 악기가 필요하거든요. 여자:이 청진기가 악기라고요? 남자:그럼요. 혼자만 들을 수 있는 악기죠. 여자:혼자만 듣는 게 어떻게 악기가 되죠? (청진기를 던지며) 이건 장난감에 불과해요. 남자:진정하세요. 이 세상은 소리로 가득차 있습니다. 소리를 외면하지 마세요. 제발…. 이리 오셔서 들어보세요. 호른 소리를 음미할 수 있어야 진정한 호른 주자가 될 수 있듯이, 이 청진기는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듣게 해 줍니다. 이 세상이 얼마나 수많은 소리로 가득 차 있는가를 가르쳐 주는 거죠.(청진기를 여자에게 씌워주고 백포도주를 흔든다.) 들리나요? 눈을 감고 들어 보세요. 소리:(백포도주) “출렁 출렁 출렁 출렁-” 여자:들려요. 남자:이번엔 적포도주입니다. 소리:(적포도주) “출렁 출렁 출렁 출렁-” 남자:안단테 칸타빌레로 사라지는 아련한 고음의 잔상이 왼쪽 귓전을 스치죠? 여자:(청진기를 벗으며) 들려요…. 하지만 차이는 모르겠어요. 의뢰인1:허허허- 소리 감별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의뢰인2:그래서 우린 의뢰를 하러 오고요. 의뢰인3:기계보다 정확하시니까요. 여자:흥, 정말로 듣지 못하는 소리가 하나도 없어요? 남자:듣지 못하는 소리라…. 있죠. 잠들었을 때. 여자:밤에도 안 자고 전부 듣는다면서요. 새벽 4시에 제 구두소리도 듣고. 남자:낮에 자나보죠? 여자:농담하세요? 어째 좋은 이웃이 되기는 힘들 것 같군요. (휭하니 나가버리는 여자. 의뢰인들도 일어선다.) 의뢰인1:허허허. 성질도 급하시네. 오늘도 좋은 감별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뢰인2,3:최상의 분석이었어요.(박수치며) 엑설런트! (모두 나가면 하품하는 남자. 위층 402호로 들어서는 여자. 소리를 읊조린다.) 여자:“우리 아기 예쁜 배, 할미 손은 약손, 쓱쓱 만져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우리 아기 동그란 배, 할미 손은 약손. 궁글궁글 쓸어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남자, 위층의 소리를 의식하며 침대 밑에서 박스 하나를 꺼낸다. 박스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꺼내 물끄러미 바라보는 남자. 스케이트 신발의 줄을 풀렀다가 다시 매더니 하품하며 드러눕는다. 조명 분위기가 바뀐다.) (탁자 위에서 남자의 휴대전화가 진동한다. 코를 고는 남자. 이어 부르는 소리) 소리:“우웅 우웅 우웅- 영호야. 영호야-” 남자:(몸을 뒤채며) 순이니…. 인라인 스케이트 사놨다. 어여 신어봐….(부스스 얼굴을 들고) 엥! 내가 자고 있었나. 순이니? 순이 왔니? 날 저물었는데 얘는 뭐하고 안 들어오나. 어휴, 말을 말아야지. 세상 좋아졌다. 맨땅에서 스케이트를 다 타고.(보호장구와 헬멧을 착용해보며) 돈 쓰게 만드는 기술도 가지가지여. 앉아서 이런 거만 연구하는 놈들 천지니. 어뗘. 순이야. 아빠도 멋져 보이냐? 아빠도 소싯적에 얼음지치기 한가닥 했다. 외날 썰매 모르지? 우선 중심을 잘 잡고…. 긴 꼬챙이 하나를 다리 사이로 넣고 얼음을 팍팍 찍으면서 달리는 거여. 대가미 방죽에선 아빠가 일등했다. 니 이렇게 차려입고 씽씽 달리면 동네 남학생들이 줄줄 따르것다. 순이야, 얼른 들어온나. 인제 호른을 필요로 하는 나이트클럽은 없다. 그러니 아빠는 내일이면 배 타러 가야헌다. 한동안 못 보니까 얼른 와. (시계를 흘낏 보다) 아니 근데 이누무 지지배가 아직도 들어올 생각을 안 하고 어딜 싸돌아 다니는 거여. 내 이년을….(휴대전화 메시지를 발견하고) 얼래, 이게 뭐여.“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그려 근데.“아빠. 로데오광장 빨리….” 20분전에 온 거네. 로데오 광장? 하하- 요것이 눈치 하난 빨라요. 거기서 스케이트 타고 싶다 이거지? 다른 애들처럼. 오냐. 아빠가 가마. 근데 얘가 스케이트 사논 걸 어떻게 알았지? 돈 없다고 등짝을 후려패서 학교 보내 놨더니…. 하여튼 귀신이여 귀신. (박스를 옆구리에 끼고 달려 나가는 남자. 그 열린 문으로 여자가 은밀하게 들어와, 가구들 뒤에 무엇인가를 붙여 놓는다. 감별사의 청진기를 보고 자기 심장에 대본다.) 소리:(심장박동) “쿵 쿵 쿵 쿵-” (남자가 돌아오는 기척. 얼른 복숭아 가져왔던 접시를 드는 여자. 남자가 힘없이 들어선다.) 여자:어머! 오셨네요. 문이 열려 있기에 접시를 가져가려고요. 아깐 제가 너무 흥분했었나 봐요. 어디 산책 다녀오세요? 남자:근처 로데오 광장에 갔었습니다. 아이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있더군요.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도 즐거워지거든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지요. 웬 처녀가 글쎄 나한테 “아빠”라고 부르는 겁니다. 여자:어머나, 그래서요. 남자:후후후. 당황스러워 혼났습니다. 여자:그 아가씨 아빠가 감별사님과 비슷한가 보죠. 남자:하긴…. 그 아가씨도 우리 딸애와 비슷하긴 했어요. 여자:따님이 있으세요? 남자:……. 여자:참, 그거 잘 타세요? 스케이트요. 남자:내 스케이트가 아닙니다. 여자:누구한테 선물하시려나 보죠? 남자:……. 여자:호호- 말씀하기 싫으신가 봐요.(문으로 가며) 그럼 또 뵙겠습니다. 남자:일년 전, 휴대전화 소리 때문에 인생이 달라졌다고 했죠? 소리는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금방 사라지거든요. 여자:감별사님. 좋은 이웃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여자 나가면, 남자는 박스를 옆에 낀 채 홀로 서성인다. 조명 분위기 다시 바뀐다.) 남자:어휴! 몇 분 차이로 이게 뭐여. 속 터져. 쬐금만 더 기다리지 않고선.(박스를 놓고 휴대전화 메시지를 확인하며) 이누무 기지배는 대체 어딜 간 거여. 소리:“삐- 삐- 새 메시지는 없습니다.” 남자:아! 눈부시다. 눈부셔. 왜 이리 눈이 부시지? 불을 끌 수도 없고. 순이야, 어여 연락 좀 해라. 아빠 이러다가 죽는다잉. 일주일째 이러고 잠 한숨 못 잤다.(침대에 드러누우며) 이러다 아빠 죽겠다. 순이야. 순이야…. 소리:(진동소음) “우웅 우웅 우웅 우웅-” 남자:(벌떡 일어나 휴대전화 확인하며) 아니잖아. 어디지? 아래층 201호여! 죽겠네. (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뛰어가는 남자. 문을 다급히 두드리는 소리) 남자(E):여보세요,201호 아저씨! 전화 왔어요- 얼른 휴대전화 좀 받아 봐요. 201호(E):돌겠네! 안 받으려던 건데. 알았다니까- (휴대전화 진동소리 겨우 멈춘다. 다시 들어오는 남자) 남자:싸가지 없는 놈. 끝까지 안 받네. 매너들 없어. 소리:(TV 끝나는 소리)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치이-” 남자:302호 미친놈. 오늘도 저 모양이야. 꺼라. 제발 좀 꺼라. 바로 옆방에서 이러면 어떡하냐.(앞쪽 베란다로 나와서) 302호- 텔레비전 좀 끄쇼. 시끄러워 살 수가 있나. 이웃들(E):조용히 좀 해요. 남자:302호, 조용히 하라잖아요∼ 이웃들(E):301호, 당신이 조용히 해∼ 당신 때문에 못자. 아저씨 날마다 이게 뭐예요. 남자:이런 우라질. 귓구멍이 거꾸로 뚫렸나. 나는 니들 때문에 못자- 아! 눈이 터질 것 같네. 그래도 안 끈다 이거지. 니기미! 대한사람 살아야 길이 보전도 된다. (야구방망이 들고 나가는 남자.302호 문 부서지는 소리. 비명소리. 순찰차 사이렌 소리) (위층 401호 여자는 나지막이 뭔가를 읊조린다.) 여자:“쓱쓱 만져 주면…뭐든지 다 낫는다…궁글궁글 쓸어 주면…뭐든지 다 낫는다….” 무대 서서히 어두워진다. 암전. ●제2장 무대 밝아지면, 아래층 301호 침대에 우울하게 앉아있는 남자. 얼굴에 수건을 두르고 귀마개를 하고 있다. 말씨가 점차로 사투리 운율로 변해간다. 남자:백두산이 다 닳기 전에, 대한사람 살고 보자는데 웬 말들이 많은 겨.(수건을 풀며) 돌아와 보니 문은 닫혀있고 불은 꺼져 컴컴하고…. 아무도 없는 거여. 그냥 빈집이여. 빈집.(귀마개를 벗으며) 기껏해야 한 삼일이면 됐지. 왜 삼일이 열흘 되고 달포 되고 한달 되느냔 말이여. 왜 삼일이 석달 되고 석삼년 되느냔 말이지. 이상타. 참말 이상한 일이다. 어무이는 금가락지 끼워주면 훨훨 날아간다 허지, 딸년은 스케이트 있어야 씽씽 달려간다 하지. 아! 나도 편지 한 장 달랑 써 놓고 부산으로 가서 외항선 탔다 했지? 석달 열흘만 꾹 참고 다녀오자. 어무이도 없지. 딸자식도 없지. 여편네도 없지∼ 허참, 귀신이 곡할 노릇인 거여, 시방 이것이. 태평양 넘어 동지나해 건너 알류산 열도 거쳐 부산항에 도착, 광복동 시장에서 딸년 인라인스케이트하고 어무이 서돈짜리 금가락지 서둘러 해가지고 와보이, 종적이 묘연한 것이여. 여편네 줄려고 야들야들한 속곳 둘둘 말아 끼고 왔는디, 입을 사람이 없는 거여. 세상 참 얄궂네. 인생 허망타. 어무이도 없지, 딸자식도 없지. 여편네도 없지∼ 소리:(진동음)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얼른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남자.“새로운 메시지가 없습니다.”라는 안내음. 실망하는 남자. 이때 문을 노크하는 소리. 남자가 문을 여니 의뢰인들이 의뢰품들을 들고 들어온다.) 의뢰인들:좋은 아침입니다. 의뢰인1:(전자레인지를 탁자에 놓고) 부품 교체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남자:(청진기로 검진하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흠…흠… 소리:(전자레인지) “위이이잉-” 남자 : 모터가 낡았으니 교체하세요. 다음. 의뢰인2:(책들을 놓으며) 신나라출판사의 기획 시리즈 견본품인데요. 남자:(책장 넘기며) 책도 소리를 가집니다. 종이 지질에 따라서 소리는 천차만별입니다. 소리:(종이) “펄렁 펄렁… 팔랑 팔랑… 풀렁 풀렁…” 남자:이건 모조지, 이건 아트지, 이건 하드보드에 코팅까지. 아트지는 반짝 반짝! 모조지는 서글 서글! 3데시벨의 편차가 있네요.(표지를 보며) “세계의 미스터리”라…. 이 제목에는 모조지보단 아트지가 어울립니다. 미스터리는 반짝반짝해야죠. (여자가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와 몰래 엿본다.) 의뢰인3:(돌멩이 2개를 놓으며) 심산인테리어에서 의뢰한 겁니다. 남자:(돌을 살피며) 흥미 있는 소재이군요. 돌의 소리는 가장 심원한 소리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재질이니까요. 돌의 소리는 음악의 근본입니다. 돌로 만든 악기인 편경의 소리는 국악의 표준 음정이죠.(돌을 부딪쳐 본다.) 오만년의 역사를 간직한 소리입니다. 소리:(돌) “딱 딱 딱 딱-” 의뢰인들:정말 탁견이십니다. 남자:저 전자레인지는 전에도 감별해 드린 건데요. 저를 시험하시나요? 의뢰인1:예? 오해십니다. 남자:칠일 전에도 해드렸고, 한 달 전에도 했습니다. 의뢰인1:청진기가 착오를 일으킬 수도 있지 않습니까? 남자:기계든 인간이든 자기만의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리는 살아있는 생명체죠. 청진기는 거짓을 모릅니다. 여자:(앞으로 나서며) 감별사님의 판단을 믿지 못하시나요? 의뢰인1:음…. 출고담당 직원의 미스인가 봅니다. 확인해 보죠. 여자:(모두 자신을 쳐다보자) 어머나! 안녕하세요. 호호호- 문이 열려있지 뭐예요. 의뢰인1:소리 감별은 회사의 일급 기밀입니다. 여자:한심한 출고담당 재교육도 중요하죠. 의뢰인1:(전자레인지 들고 나가며) 성질도 급하시고 변덕도 심하시군요. 흠, 흠. 여자:오늘의 분석은 어땠나요? 의뢰인2:출판사가 관심을 가질 것 같습니다. (의뢰인2,3도 나간다. 남자가 문을 잠그더니, 얼른 여자를 데리고 구석으로 간다.) 남자:혹시 이 아파트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 못하셨나요? 여자:글쎄요? 남자:이사 온 뒤로 다른 주민들 보신 적 있나요? 여자:네… 봤죠. 남자:이상하지 않던가요? 여자:네. 남자:언제부터인가 이 아파트 주민들이 잠만 자고 있어요. 모든 활동이 중지된 겁니다.201호는 휴대전화를 안 받는 버릇이 있고,302호는 지가 무슨 애국시민이라고 날마다 애국가를 시청하더니 모두 조용해 진 겁니다. 여자:에이, 고급 아파트는 원래 조용하잖아요. 남자:(눈치를 보더니 말소리를 죽이며) 나는 저 의뢰인들을 믿지 않습니다. 여자:(놀라며) 네? 무슨 말씀이세요? 남자:뭔가 수상쩍은 음모가 있어요. 의뢰 물품이 변하지 않고 있어요. 여자:날마다 똑같아요? 남자:일주일 주기로 반복되고 있어요. 예전엔 한달 주기였죠. 점점 짧아지고 있어요. 나는 새로운 소리를 원합니다. 여자:좋아하는 음악은 자꾸 듣기도 하잖아요. 가령 호른 연주는 어때요? 남자:모차르트 호른협주곡 3번 2악장 로만자… 호른은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날마다 다릅니다.(청진기 곡선음관을 어루만지며) 호른을 통해서 들어야 세상은 아름다워집니다. 하지만 누가 날마다 같은 구름을 보고 싶겠소. 누가 날마다 같은 바람을 맞고 싶겠소. 출고담당 직원의 미스라고 둘러대지만 실수가 아닙니다. 치밀하게 반복되는 순환시스템이죠. 소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이 세상이 죽어가는 것처럼. 저들이 소리를 뺐어가는 겁니다. 아…. 이러다가는 당신의 잠꼬대마저 뺐어갈지도 몰라요. 여자:어젯밤에 제가 잠꼬대했나요? 남자:(흉내 낸다.) “쓱쓱 만져 주면… 궁글궁글 쓸어 주면…” 여자:어머, 어머! 저를 너무 속속들이 아시네. 호호호- 내 정신 좀 봐. 가야겠어요. 남자:어젯밤에 당신의 잠꼬대 소리를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아세요? 제발 가지 마세요. 여자:네? 남자:잠꼬대 소린 정말 너무 오랜만에 들어 봤어요. 지금 이 아파트에서 당신만이 유일하게 살아있는 사람이에요. 지금 가버린다면 당신도 잃어버릴 것만 같아요. 여기 계세요. 여긴 안전하니까. 여자:(남자를 경계하며)감별사님은 소리를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남자:사실은 소리가 무서워요. 여자:왜요? 남자:너무 진실하니까. (이때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온다. 점점 고조되는 온갖 소리들. 서로 뒤섞여 아비규환의 아우성처럼 난무한다.) 소리:“찌르르르… 출렁출렁… 저벅저벅… 쿵쾅쿵쾅… 우웅우웅… 영호야∼영호야∼” 여자:이게 뭐야? 어디서 들리는 소리지? 남자:(귀를 막으며) 아! 아! 저리가. 듣기 싫어. 씨끄러. 듣기 싫어. 아아악- (남자 귀를 막으며 고통스러워한다. 나가려 하지만 열리지 않는 문. 야구방망이로 치고 머리로 들이받으며 발광하다가 쓰러진다. 여자는 놀라서 남자를 부둥켜안는다. 소리들이 그친다.) 여자:여보… 여보! (병원 가운을 입은 의뢰인들이 나타난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남자를 침대에 뉘고 벨트로 사지를 결박한다. 남자를 청진기로 진단하는 의뢰인1) 여자:아… 어떻게 된 거죠. 무서워요. 무슨 소리였죠? 그이는 괜찮은가요? 의뢰인2:안심하세요. 본 특병동의 소리치료 시스템입니다. 일종의 충격요법이죠. 의뢰인1:상태가 좋지 않아.2단계 프로그램도 실패야. 발작 증세가 멎지를 않네.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내일 수술 일정 잡도록 해. 의뢰인3:근데 보호자께서 동의서에 아직 서명을…. 의뢰인1:그깟 동의서 하나를 여태 못 받아? (여자에게) 똑바로 들으세요. 내일도 서명하지 않으면 조치를 취할 겁니다.(의뢰인2에게) 자네 수련의가 왜 그 모양이야. 그럴 거면 딴 병원으로 가. 내가 이젠 환자한테 훈계까지 받아야 돼? 내가 저를 시험한다고? 미친놈이 입만 살아서. 한데… 어떻게 알았지? 의뢰인2:환자는 지각능력이 있는 게 확실합니다. 자신에게 의미있는 것에만 몰두하는 주의력 증가 기제가 너무 왕성해서 그렇습니다. 환자의 소리 분석은 정상입니다. 의뢰인1:믹서기 회사에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했잖아. 의뢰인2:그건 생산부장의 말이고요. 오늘 아침에 마케팅팀장과 통화했는데 좋은 지적이라고 반기더군요.2차 분석도 의뢰하겠답니다. 일시적인 “해리성 황홀경”입니다. 의뢰인1:속단하지 말라고 했지? 자네의 진단은 정서적인 판단이 앞서고 있어. 의뢰인2:“뇌손상에 의한 퇴행성 기억장애”란 과장님의 진단은 측두엽의 손상만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거 아닙니까? (쓰레기통에서 부서진 호른 나팔을 꺼내서 안고 있던 여자가 나선다.) 여자:선생님, 우리 그이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의뢰인1:미치겠네 정말. 아까 발작하는 거 못 봤어요? 가족도 몰라보잖아요. 여자:예전에 연주하던 곡 이름을 정확히 기억해 냈단 말이에요. 의뢰인1:단편적인 기억 정도는 모든 환자들이 다 가지고 있어요.(부적뭉치를 던지며) 이게 뭡니까? 이런 식으로 맘대로 행동하면 퇴거조치시킬 겁니다. 여자:이 부적에 어떤 힘이 있다고 믿으세요? 미신에 불과하다면서요? 의뢰인1:그게 아니고…. 의사의 치료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 아닙니까. 협조요. 협조! 여자:협조했잖아요. 가구며 소지품들 가져다가 집안처럼 꾸며놓고… 순이더러 로데오 광장에서 아빠를 기다리라고 해서 그렇게 했잖아요. 근데 별 이상도 없는 이가 왜 딸을 몰라보나요? 왜 아내도 몰라보나요? 그저 지쳐서 그런 걸 거예요. 집에 가서 잘 요양하면… 고요한 호숫가를 찾아서 호른도 불면서 푹 쉬면 나아질 거예요. 의뢰인1:흥, 호른 분다고 치료가 되면 병원이 뭐하러 있어요! 도대체 의사를 뭘로 보는 거요? 기물을 파손하고 상해를 입힌 환자는 완치되기 전엔 퇴원할 수 없습니다. 내일까지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세요.(의뢰인3에게) 진정제 5밀리그램…. 아니 7밀리그램 준비하고, 면회는 금지시켜. (의뢰인1,3 나간다. 흐느끼며 부적을 줍는 여자. 창문으로 복도에서 담배 피우는 의뢰인1이 보인다.) 여자:흑흑흑…. 날더러 어떡하라고요. 기다려라. 기다려라…. 벌써 세 달이 됐어요. 의뢰인2:왜 그토록 소리에 집착하는지 그 압제의 요인을 찾아야 하는데…. 기억 과잉이 문제입니다. 뇌의 측두엽에 너무 많은 소리의 기억들이 축적되어서, 컴퓨터가 다운되듯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주치의께선 손상된 부위를 제거하지 않으면 발작이 계속된다고 보십니다. 삭제키를 눌러야 리소스 부족에서 해방되니까요. 여자:그러면 과거의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면서요. 의뢰인2:대신 새 기억은 지킬 수 있습니다. 여자:그토록 찾던 딸이 눈앞에 나타나도 못 알아보는데, 앞으론 영원히 그렇게 되겠죠? 이 빨간 구두요… 15년 된 캥거루가죽 맞아요. 저이가 나이트밴드 아르바이트 뛰어서 첫 월급으로 사준 우리 결혼 선물이죠. 이거 신고 난생 처음 비행기 타고 제주도로 신혼여행 갔어요. 이 호른은 방직공장 월급 일년을 꼬박 모아서 제가 사준 거예요.(호른을 쓰다듬는 여자. 창가에서 귀 기울이는 의뢰인1) 서귀포 밤바다는 그날 따라 왜 그렇게 고요했는지, 저이가 부는 호른 소리가 수평선 끝까지 울려 퍼졌어요. 모차르트 호른 협주곡 3번 2악장 알레그로. 그게 저이가 아는 유일한 연주곡이죠. 순이를 낳게 되어서 사범대학을 그만뒀으니… 이 모든 걸 다 잊어버리겠죠? 의뢰인2:아마 그렇게 되겠죠. 여자:그렇게 되면, 우린 이 세상 안 산 거나 같네요. 시골 고등학교 밴드부 남학생이 부는 호른 소리에 바람나 쫓아다니다가…. 외아들 사범학교 나와 선상님이 평생소원이던 홀어머니 가슴에 못질하고, 남자 앞길 망쳤다고 원망들은 촌년이… 저승 가서 어머니까지 못 알아보는 산송장 만들어 놨다는 소린 죽어두 들을 순 없네유. 차라리 청진기 쓰고 세상의 소리에 미쳐서 사는 게 나아요. 저인 소리를 사랑했으니까. 저이 어머니도 소리를 벗삼아 사셨으니 하늘나라에선 서로 알아보겠지요. 의뢰인2:사모님…. 여자:선생님도 저이가 미쳤다고 보세요? 의뢰인2:의사가 해서는 안 되는 말이 하나 있지요. 알 수 없습니다…. (의뢰인3이 주사기 가지고 들어온다. 의뢰인2가 여자를 부축해 나간다. 의뢰인3이 주사할 준비를 하는데, 창문에서 지켜보던 의뢰인1이 들어와서 부서진 호른을 들어본다.) 의뢰인1:아까 몇 밀리그램이라 했지? (쳐다보는 의뢰인3) 3밀리그램만 투여해. 의뢰인3:3밀리요? 네…. (주사기 용량을 조절해서 남자의 팔에 주사 놓고 나가는 의뢰인3) 의뢰인1:길영호씨. 지금 혼자서 호숫가를 거닐고 있소? (입으로 모차르트 호른협주곡 3번을 불며 빠져든다.) 빠밤 빠바바밤 바밤바 빠바밤- 빠밤 빠바바밤 바밤바 빠바밤- (이층 401호로 힘없이 들어서는 여자. 부적 뭉치를 탁자에 놓다가 세어본다.) 여자:하나, 둘, 셋, 넷…. 분명 다섯장을 붙였는데. 한 장이 살아있어! (암전) (무대 밝아지면, 병실 분위기가 나는 아래층 301호. 환자복이 입혀진 남자가 침대 벨트에 묶여있고, 의뢰인2를 따라 여자와 딸이 들어선다.) 의뢰인2:휴, 제가 미친 거 같네요. 주치의가 회진오시기 전에 끝내셔야 합니다. 여자:고맙습니다. 순이야, 어서. 딸:아빠! 제가 왔어요. 어째 잠만 자는 거야. 흑흑흑…. 아빠 일어나세요. 눈떠- 아빠- 여자:여보! 순이가 돌아왔어요. 이제 일어나세요. 다 잘되었어요. 저도 직장 잡아 돈벌이해요. 지난 일은 잊고, 정신 좀 차리세요. (여자와 딸이 벨트를 풀고, 사력을 다해 남자를 일으켜 세운다. 아무리 흔들어도 눈을 뜨지 못하고 무너져 태아처럼 웅크리는 남자) 딸:흑흑흑…. 엄만 대체 무얼 한 거야! 아빠가 저리 되도록. 여자:엄만 안 해본 거 없다. 귀신 쫓는다는 복숭아도 들이고, 부적도 붙여보고, 약손으로 아픈 데 쓸어주시던 할머니 소리도 해보고…. 너는 뭘 하고 있었어. 이년아, 니 아빠 이리된 것 다 너 때문이다. 나가버릴 거면 그냥 나가지 메시지는 왜 남겨! 딸:난 그냥…. 아빠가 기다릴 것 같아서…. 여자:그걸 아는 년이 세 달이나 안 들어와! 니 메시지 못 들었다고, 또 올지도 모르니까 지켜봐야 한다고, 휴대전화에서 눈도 못 떼고 일주일을 뜬눈으로 지새우셨다. 그러다 결국 쓰러지신 겨. 산송장 되신 겨. 집으로 가요, 여보. (남자의 환자복 윗도리를 벗기고 몸을 쓸어주며 사복으로 갈아입히는 여자와 딸. 자연스럽게 할머니의 소리를 하게 된다.) 여자:“우리 아기 예쁜 배, 할미 손은 약손, 쓱쓱 만져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할머니:“우리 아기 동그란 배, 할미 손은 약손. 궁글궁글 쓸어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소리를 받아 부르는 할머니의 환영. 문으로 들어와 부엌에서 요리를 한다.) 할머니:어여 일어나거라. 영호야. 된장찌개에 밥 말아먹고 어여 핵교 가야지. 온나 온나. 어여…(미소 짓는 남자) 우리 외동이, 온나 온나. 딸:엄마! 아빠가 웃어. 여자:어디? 정말! 여보, 어디 좋은 곳 유람이라두 하는 게유? 할머니:아유, 찌린내. 요 녀석 바짝 섰네. 쯧쯧쯧. 이부자리는 한강이구. 늦게까지 숙제하더니 곤했던 게여. 그려 됐다. 옷 갈아입자. 아부지 모르시게 저리 치워놨다. 인나렴. (여자와 딸이 남자의 아랫도리도 사복으로 갈아입힌다. 할머니는 싱크대로 가서 도마를 꺼내 칼자루 끝동으로 마늘을 다진다.) 소리:(마늘 다지는) “쫑 쫑 쫑 쫑-” 여자:여보,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눈을 떠요. 딸:아빠. 눈 떠. 제가 잘못했어요. 흑흑흑. 아빠. 제발! 남자:불…. 불이여…. 딸:뭔 불이 나? 남자:집에 불났다. 어쪄 어무이. 할머니:간밤에 어매가 호롱불 꺼놨다. 걱정 말그라, 불 안 났으니. 밥 다됐다. 소리:(찌개 끓는) “보글 보글 보글 보글….” (마침내 힘없이 눈 뜨는 남자) 할머니:됐다. 눈 떴다! 딸:아빠! 여자:여보! 할머니:어매는 좀 쉴란다. (이젠 할머니가 기력이 다한 듯 눕는다. 중얼거리며 그 옆으로 다시 무너지는 남자) 남자:왜 이리 자꾸 졸리지. 어무이 괜찮으셔유? 주무시는가베. 순이야, 엄마는 일 나갔니? 밥은 먹었니? 그래 아빠 잠깐 눈 좀 붙였다 일어날 테니 뭔 일 있으면 깨우렴. 아주 잠깐이다…. 아빠가 일어나서 떡볶이 해줄게. 설탕도 넣고 달달하게…. (모로 쓰러진 남자 어느새 코를 곤다. 할머니가 부스스 일어나 아들과 손녀를 보더니 천천히 문으로 걸어 나가며 아들을 부른다.) 할머니:애비야…. 영호야! 영호야….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남자) 남자:어무이! 딸:아빠. 꿈에 할머니 봤어? 남자:순이야. 혹시 할머니가 뭐라 하셨니? 딸:언제요? 남자:돌아가시기 전에. 딸:(할머니 목소리로) “애비야…. 영호야! 영호야….” 남자:그래… 맞았어. 어무이가 날 부르는 소리였어.(딸을 안으며) 순이야. 할머니가 아빠를 불러주셨구나. 아빠는 할머니가 한마디도 안 하고 그냥 가신 줄 알았다. 여보, 어무이가 나를 불러 주셨대. 날 용서하신 거여. 여자:여보, 흑흑흑…. 딸:내가 아빠를 얼마나 깨웠는 줄 알어? 남자:기특한 것. 아빠가 잘못했다. 어무이, 지가 죽일 놈입니다. 여자:아니에요. 지가 죽일 년이에요. 남자:어무이 손은 약손이여. 암…. 그렇구 말구. 딸:할머니 손이 약손? 남자:니 여섯 살 때, 맹장염을 앓았단다. 할머니가 밤새 순이 배를 문질러 주셨대. 할머니 약손으로. 니가 잠이 들어서 새벽이 됐는데, 아빠가 나이트 일 마치고 와보니 이미 혼수상태인 거라. 그래 아빠가 들쳐 업고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은 거여. 딸:애게, 약손이면 맹장도 고쳐야지. 남자:아픈 걸 잊게 해주셨잖니. 그러니 약손이지. 이렇게 배를 쓸어주시면서…. (약손 소리를 함께 부르는 가족. 할머니가 밖에서 창문을 열고 함께 부른다.) 가족:“우리 아기 예쁜 배, 엄마 손은 약손, 쓱쓱 만져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할머니:“우리 아기 동그란 배” 가족:“엄마 손은 약손” 할머니:“궁글 궁글 쓸어 주면…” (노래하다가 침울하게 그치는 할머니) 할머니:인자 이 손 약발도 다 떨어졌는가부다. 이 손으로 아범 뺐어가려던 저승사자들 다 쫓아 버렸는데 이젠 안 되는가부다. 내 다시는 약손 안 할란다. 남자:어무이, 이참에 그 달랑무 소리도 그만 두세요. 동네 애들이 벌써 순이를 놀린대요. 할머니:내 그리하마…. 달랑무 소리두 안 할란다. (창문을 닫는 할머니. 의뢰인1이 방으로 들어선다. 긴장하는 의뢰인2) 의뢰인2:선생님, 환자가 깨어났습니다. 어제 2단계 프로그램의 효과인 것 같습니다. 옷은 환자가 갈아입고 싶다고 해서…. 의뢰인1:음…. 잘했구만. 길영호씨. 이제 환청이 들리지 않습니까? 남자:네, 사라졌습니다. 의뢰인님. 의뢰인1:허허허…. 잊으세요. 불필요한 소리들을. 불필요한 기억들을. (의뢰인3이 호른 케이스를 하나 들고 들어온다.) 의뢰인3:지금 도착했습니다. 의뢰인1:(케이스를 남자에게 주며) 퇴원하게 되면 이게 필요하실 겁니다. 여자:호른이잖아요? 의뢰인1:제가 30년간 가지고 있던 겁니다. 주인을 잘못 만나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었죠. 한적한 호숫가를 찾게 되거든 연락 한번 주세요.(나가며) 한번 들으러 가고 싶군요. 의뢰인2:선생님! 의뢰인1:자네가 “알 수 없습니다.” 하는 순간, 나도 알 수 없어 졌다네. 의사는 신이 아니지 않은가. 남자:선생님. 신은 이 수많은 세상의 소리를 어찌 다 들을까요. 의뢰인1:허허허- 다 듣다간 신도 입원해야지요. (마주보고 씩 웃는 그들. 의뢰인들 나간다.) 남자:어머니더러 달랑무 못 파시게 한 그것이 내내 걸리는 거여. 바깥출입도 안 하시구 말수도 적어지더니 그냥 가신 거여. 여자:제 잘못이에요. 동네 푼수들 말만 듣고…. 남자:어무이는 소리 힘으로 사신 겨. 그게 어무이 약손이여. (문이 열린 채다. 그 문으로 겨울바람이 불어온다. 어머니가 다시 들어와 서성이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뭔가 바람에 날려 쿵- 엎어지는 소리) 할머니:영호니? 영호야- 야가 삼일씩이나 어딜 간 거여. 저게 누구여. 영호지. 어여 어여 온나. 세상에! 야가 못 먹어서 눈이 십리는 들어갔네. 집 놔두구 어딜 갔다 이제 오는 겨. 들어가 밥 묵자. 엄매가 된장국 끓여놨다.(흰 고무신을 주며) 봐라. 흰 고무신 사놨다. 따습지? 어여 신어봐. (흰 고무신을 받아 침대 머리맡에 놓았다가, 가슴에 끌어안고 웅크리는 남자) 소리:(소년) 흰 고무신 때 타면 어쩐대유. 소리:(할머니) 영호야 자니? 엄매는 그깟 금가락지 없어도 된다. 영호만 있으면 된다. 소리:(소년) 어무이. 흰 고무신… 내 눈 내리면 신을란다. 소리:(눈 밟는) “뽀작 뽀작 뽀작 뽀작” 할머니:멋지다. 헌헌장부 났다. 남자:남학생들이 줄줄 따르것다잉. 손이 얼은 것 좀 봐. 요리로 들어와. 어여. (어느새 인라인 스케이트 신고 헬멧 쓰고 서있는 딸. 아빠 엄마 있는 침대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간다. 문가에서 고개 끄덕이던 할머니, 달랑무 팔러 가신다.) 할머니:달랑무∼ 있어. 푸성귀나∼ 달랑무∼ 있어. 무대 서서히 어두워지며 암전. ■ 희곡 당선소감 게으른 며느리에게 시켜야 할 일은 두부 만드는 일이랍니다. 느긋하게 일해야 맛있는 두부가 만들어진다죠. 군대 지휘관도 게으른 사람이 좋답니다. 게으른 천재여야지 괜히 아랫사람 생고생 시키지 않는다는 건데…. 요건 사실 게으른 아랫사람들의 소망이죠. 부지런한 천재 즉 이순신 같은 양반 만났다간 그저 죽었구나 하고 뛰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는 없지요. 안 뛰면 바로 곤장 맞지요. 난중일기 쬐금 보니까, 임진왜란 발발 전에 이 어른 매일 하는 일이 순찰 나가서 하급지휘관 곤장 치는 게 주업무이시더군요.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다 하셨으니 백전백승의 신화를 창조하셨던 게죠. 선친께서 제 원래 이름자에 늦을 만(晩)자 하나를 넣어주신 덕택에 이렇게 느즈막히 입문하게 되었나 봅니다. 작은 상 하나를 펴놓으시고 늘 만년필로 원고지에 글을 쓰셨던 아버님께서는 교단 은퇴 후에 스스로 책 몇 권을 출간하셨죠. 그러곤 집안잔치가 있으면 친구 분들께 그 책을 선물하던 낙으로 사셨습니다. 평생 글을 쓰시던 열정은 정말 프로작가 못지않으셨지요. 이제부턴 저도 작심하고 자세 가다듬어 열심히 쓰겠습니다. 작은 상 앞이 아니라 PC 앞이 되겠네요. 축하해주는 벗님들, 사랑하는 영두와 영소, 그리고 가족들. 더불어 삶의 위안과 기쁨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서. 아울러 미흡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약력 1959년 충북 제천 출생 중앙대 교육대학원 무용 석사과정 ■ 심사평 세상이 어수선한 탓인지 응모작들 중에서도 투신자살, 노숙자, 입시부정, 로또복권 등 세상살이의 고달픔을 담은 작품들이 유난히 많았다.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 그리고 각종 드라마 매체에 많이 노출된 탓인지 대화체의 이야기 구사에는 능숙해졌으나 막상 연극이라는 무대예술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는 작품은 드물었다. 최종적으로 심사자들의 손에 남은 희곡들은 박만호의 ‘청진기’, 김성제의 ‘바다로 가는 성북행’, 그리고 류세균의 ‘달 속의 그늘’이었다. 공사판의 살인사건을 그린 ‘달 속의 그늘’은 밑바닥 인생들의 성격설정이나 대사구사에 능숙했으나 극 구성이 너무 평이하고 결말 부분을 배영감의 감상적인 인생고백으로 가져간 점이 지적되었다. 지하철 승강장을 배경으로 해서 사회적으로, 성적으로 상처받고 억압된 두 모자의 아픈 일상을 포착해낸 ‘바다로 가는 성북행’은 살아있는 독특한 정서가 심사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남편에게 맞고 사는 식당 파출부인 엄마와, 성전환 수술을 위해 일본으로 돈벌러 가는 여성적 아들의 아픔을 과장되지 않은 일상적 대사 속에 담아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극적 상황과 행동을 충분히 연극적으로 객관화시키지 못했고 극이 아직 작가의 주관적인 관점 안에 갇혀있다는 느낌이 있다. 현대생활을 지배하는 각종 소음과 어린 날에 듣던 정겨운 소리들을 대비시킨 ‘청진기’는 ‘소리’를 극적으로 전경화시킨다는 아이디어나, 신경증환자인 남편을 아내가 의료진과 공모해서 연극적으로 치유한다는 설정 등이 충분히 연극적이며 대사나 극 전개 기법도 상당히 감각적이었다. 그러나 ‘문명의 비인간성/어린 시절의 순수함’이라는 대비가 도식적이며, 극전개의 생략과 비약이 과도한 점에서 어느 기성작가를 연상시킨다는 점이 다소 걸렸다. 결국 각각 장단점을 갖춘 ‘청진기’와 ‘바다‘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다가 그 나름의 완성도와 무대적 상상력을 높이 사 ‘청진기’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김철리(연출가)·김방옥(평론가)
  • [열린세상] 송구영신과 아파트의 담장/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송구영신의 12월이다. 꼬꼬댁 꼬끼오하며 새해를 여는 닭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갓난아기의 울음처럼 생명과 번성의 여명을 기원한다. 변함없는 지구의 공전과 자전에 새해의 명칭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상징적인 행위이다. 상징의 절정인 송구영신에 우리 사회가 버리고 가야 할 것을 평가하고 맞이해야 할 것을 꿈꾸는 것은 당연하다. 공동체로서 우리 사회를 형성하는데 장애가 되는 것은 버리고 보탬이 되는 것을 발전시키자는 것은 송구영신에 걸맞은 꿈이다. 일반아파트와 임대아파트 사이가 담장으로 가로막혔다는 보도는 공동체로서 우리 사회가 붕괴되고 있음을 상징하는 한 사례였다.‘철망 형태로 설치된 담장으로 인해 서쪽으로 난 일반아파트 정문은 이용하지 못하고 동쪽으로 난 임대아파트 정문으로만 다녀야 하기 때문에 80여명의 초등생이 5분거리의 학교를 20분 돌아서 다니며, 이런 담장이 쳐진 곳은 서울 시내에 많이 있다.’는 것이다(서울신문 12월1일 13면). 이러한 물리적 구분은 등하굣길의 불편을 넘어서 ‘임대아파트 사람들의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주며, 주민간에 재산상의 격차만큼이나 높은 장애물이 존재하고, 임대아파트 주민들을 같은 단지의 이웃으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에 억울함을 삭여야 하고, 어린이들도 임대와 일반아파트를 구분해 따로 어울리는 현실’이라는 보도이다. 경제적인 빈부의 격차가 눈에 보이는 차별은 물론이고 ‘이웃으로 여기지 않는 이질감’과 같은 심리적인 차별의식을 낳고 있음을 일러준다. 어떤 형태이든 차별이 인간의 가치와 존엄을 얼마나 훼손하는가는 다른 나라의 사례나 지난 역사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극소수의 백인들이 흑인원주민들의 자유와 거주 및 이주를 제한하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 경제제재 등 외부세계와의 격리와 살육의 내부 갈등을 치러야 했다. 혈통, 종족, 피부색의 차별에서 유래한 인도의 신분차별제도(카스트)는 평등의 권리를 침해하고 인도라는 공동체의 경제와 사회 단합을 저해하는 암적 요소로 비판받고 있다. 더욱 무서운 점은 종교와 결합하여 인도인의 생활과 풍습을 불평등한 구조로 지배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흑백인종차별정책의 비인륜적이고 비지성적인 참담함도 극명한 사례다.1963년 8월28일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을 이끌었던 마틴 루터 킹은 위싱턴의 링컨 기념관 앞에서 미국 역사상 드물게 많이 모인 20여만명의 시민과 세계를 향하여 가슴 저미는 연설을 하였다. 미국이라는 물질적 풍요와 번영의 바다에서 흑인은 외로이 떠있는 빈곤의 섬에서 살고 있다는 것. 흑인의 자녀들이 ‘백인외 출입금지’라는 팻말에 자긍심을 갈취당하고 존엄성을 약탈당하고 있다는 것. 미시시피주의 흑인들에게는 투표권이 없고 뉴욕주의 흑인들은 투표할 대상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 흑인들이 출세해봤자 작은 가난한 곳에서 넓고 큰 가난한 곳으로 옮기는 상황이라는 것을. 그의 꿈은 이러했다. 어느 날 조지아의 붉은 동산 위에 전 노예의 아들과 전 주인의 아들이 형제애의 테이블에 같이 앉게 되는 꿈. 자신의 네 아이들이 피부색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격에 의해 평가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 킹이 연설한 1963년의 우리 사회는 가난했지만 생명을 존중하고 이웃을 귀중히 여기고 가난한 이와 함께 나누는 공동체였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오늘 상대적으로 풍부해졌지만 빈부에 의해 지나치게 지배받는 사회가 되고 있다. 혈연 학연 지연에 근거한 불공정거래의 망국적 고질병에 빈부의 차이가 끼어들고 있다. 차이가 차별이 될 때 공동체로서 우리 사회는 회생불능이 된다. 임대아파트와 일반아파트를 가르는 담장이 대변하는 물리적인 차이도 문제지만 학교성적, 대학진학, 의료건강, 직업종류, 인간관계, 이웃관계에까지 빈부의 차이가 영향력을 무섭게 확장하고 있다. 우리 공동체를 해체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담장을 없애는 법의 보완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법으로도 어쩔 수 없는,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게 하는 휴머니즘과 공동체의식을 형성하는 의사소통이다. 이를 위해 지혜를 모으고 실행의 각오를 다져야 한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 [씨줄날줄] 黨同伐異/이기동 논설위원

    당동벌이(黨同伐異)는 말 그대로 같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다른 사람을 친다는 뜻이다. 후한의 역사를 기록한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말이다. 동서고금의 역사치고 당동벌이 아닌 역사가 있었을까마는 후한때는 좀 별났던 모양이다. 전한은 외척이 망쳤고, 후한은 환관이 망쳤다고 한다. 황실의 비호를 받은 후한의 환관들이 외척과 선비들을 탄압, 그 결과 관료집단인 선비들이 황실에 등을 돌려 후한의 멸망이 초래됐다. 교수신문이 시사칼럼을 쓰는 교수들을 상대로 2004년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를 나타내는 대표 사자성어가 무엇이냐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당동벌이가 뽑혔다. 돌이켜보면 후한에 결코 뒤지지않는 당동벌이로 지새운 한해였다. 연초부터 시작해 공격의 주도권을 쥔 쪽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똘똘 뭉친 친노(親盧)단체들이었다. 일방적 선거몰이에 야당은 어설픈 탄핵카드로 반격했지만, 총선 참패로 거세당한 환관꼴이 됐다. 후한 황실의 외척이 되거나, 아니면 이들을 치기 위해 황실이 내세운 환관편이 된 듯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 학자, 일반시민들이 가세해 죽기살기로 싸워댔다. 진보와 보수, 개혁과 친시장, 가진자와 못 가진 자, 친북반미…등등 녹슨 무기고에 쌓여있던 온갖 무기들이 다른 쪽을 치는, 벌이(伐異)에 동원됐다. 청와대까지 “세상을 바꾸자.”며 독전에 가담했고, 야당은 철 지난 색깔론으로 응수했다. 역사는 어떤 당동벌이에도 일방적인 승리를 안겨준 적이 없다.600만명의 유대인을 가스실로 보낸 히틀러식 혈통 당동벌이의 말로가 그랬고, 그의 아류를 자처하며 코소보 인종청소를 감행했던 밀로셰비치의 말로 또한 그렇다. 홍위병들이 벌인 문화혁명의 당동벌이는 지금 중국인들의 가장 부끄러운 과거사가 됐다. 킬링필드로 17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공산 크메르 루주의 말로는 또 어떠했나. 행정수도 이전, 국보법 폐지, 언론개혁 등을 놓고 벌이는 죽기살기식 싸움이 우리의 목숨을 떼로 앗아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소모전에 지금 우리의 경제발목이 꽉 잡혀있다. 지난해와 그 전해에도 ‘우왕좌왕’‘이합집산’처럼 부정적인 뜻의 사자성어들이 뽑혔다. 언제쯤이면 구동존이(求同存異)나 화이부동(和而不同)처럼,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사자성어가 대표로 뽑힐 수 있을까.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 [따뜻한 손 나눠요] ①코시안, 그들의 크리스마스

    [따뜻한 손 나눠요] ①코시안, 그들의 크리스마스

    종교와 인종, 국경을 넘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크리스마스는 그 이름만으로도 따뜻하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이국땅에 둥지를 튼 이주노동자의 가정에도 크리스마스는 힘겨움을 달래주는 소망의 시간으로 다가온다. ●이웃주민·코시안 첫 성탄 잔치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경기 안산 단원구 안산역 웨딩홀에서는 원곡동 ‘국경없는 마을’ 주민과 이주노동자 200여명이 모여 성탄 잔치를 열었다. 머리엔 빨간 산타 모자를 쓰고 손엔 촛불을 든 이들은 피부색과 국적은 다르지만 한데 어울려 모처럼 따뜻한 시간을 나눴다.‘국경없는 마을’은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와 ‘코시안의 집’을 비롯한 안산역 주변 이주노동자 밀집지역을 일컫는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인 ‘코시안의 집’ 아이들은 재롱 발표회에서 평소 닦아온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코시안(Korean+Asian)은 한국으로 건너와 적응한 이주노동자나 한국인과 이주노동자의 결혼으로 이뤄진 가족의 구성원 등을 뜻하는 합성어다. 몽골 출신 냠카(14)는 서툰 한국말로 일용노동을 하는 아버지 토르조(38)와 어머니 잉헤(38)에게 드리는 편지를 읽어 눈시울을 젖게 했다. 냠카는 지난해 5월 한국에 왔다.2000년 먼저 한국에 온 부모가 냠카를 불러들인 것. 대학생 형(20)은 지금도 몽골에 남아 있다. 냠카는 현지에서 초등학교 5학년을 다녔으나, 지금은 학교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서울에서 일자리를 잃은 부모가 집값이 싼 안산으로 옮기면서 서울의 몽골외국인학교를 그만둬야 했기 때문이다. 냠카는 “빨리 학교로 돌아가 한국 말도 배우고 한국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며 소원을 빌었다. ●“오늘 하루만은 힘겨움 잊고 웃자” 이주노동자 자녀를 위탁 보호하는 코시안의 집은 2000년 9월 원곡동의 빌라 3층에 세워졌다. 현재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몽골, 중국 등에서 온 아이와 한국인과 동남아인 가정의 자녀 등 40여명이 드나든다. 몽골인 비구(13)는 불법체류자인 리코(35)·이흘(35) 부부의 외아들이다. 근처 초등학교에 다니는 비구는 남들보다 2년 정도 공부가 늦어 4학년이다. 하지만 학급에서 다른 한국 학생을 제치고 반장을 맡는 등 활발하고 적극적이다. 언제 내쫓길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리코 부부도 이날 하루만은 시름을 덜었다. 코시안의 집에서 연습한 피아노 연주실력을 뽐내고, 수화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불러 갈채를 받은 비구가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다. 비구는 “허리가 아픈 어머니와 항상 피로해 보이는 아버지의 건강이 가장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인 칸실(36)과 한국인 아내 이정오(24)씨 사이에 태어난 수진(3)양, 형편이 어려워 코시안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방글라데시인과 한국인 부부의 아들 정운(11)군은 올챙이송과 곰 세마리 노래에 맞춰 깜찍한 율동을 선보였다. 방글라데시인 키투(26)는 “이슬람교를 믿지만 한국의 크리스마스는 종교와 상관없이 이웃끼리 한데 어울리는 날인 것 같다.”면서 “자리를 함께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코시안의 집 김영임(39) 원장은 “성탄절 하루만이라도 서로 어려움을 어루만지고 따뜻한 세밑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올해 자리를 처음 마련했다.”며 흐뭇해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펄벅 평전/피터 콘 지음

    펄벅 평전/피터 콘 지음

    ‘펄벅평전’(피터 콘 지음, 이한음 옮김, 은행나무 펴냄)을 읽으면서 펄 벅(Pearl S. Buck)의 노벨문학상 수상소설인 ‘대지’의 또 다른 주인공을 보았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펄 벅의 80 평생은 소설의 주인공 왕룽일가의 일대기만큼이나 파란만장하고 거친 것이었다. 왕룽일가는 펄 벅이 평생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살며 만난 평범한 중국인들의 전형이었고, 그의 몸속 깊이 체화된 채 삶의 지도를 그려나가는 유전자 같은 것이었다. 오래 전 ‘대지’를 감동적으로 읽으며 책의 저자가 미국인이라는 점에 놀랐고, 어떻게 한 외국인 여자가 격변기 중국의 모습, 그것도 표피가 아닌 속살의 모습을 그토록 사실적으로 그렸을까 하는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었다. 이번 평전은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이요, 작가로서의 명성에 가려진 사회운동가 펄 벅의 또 다른 모습에 대한 조명이라고 할 수 있다. 펄 벅의 삶은 크게 두 시기로 나뉜다. 그는 1892년 미국에서 태어나자마자 선교사인 부모와 함께 중국에 건너와 40여년간 거대한 대륙에서 펼쳐지는 격변기의 풍랑을 몸소 체득하게 된다. 그러나 1934년 일본의 침략으로 외국인에 대한 적대감이 치솟으면서 쫓겨나다시피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두 나라를 모두 사랑하고 가슴에 품었지만 한 평생 어느 쪽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아웃사이더로 살아간 ‘파란 눈의 동양인’이었으며, 그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문화적 이중초점’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대지’의 주인공들, 즉 평범한 중국인들은 그의 인생, 특히 작품활동과 사회운동에 강력한 유전자로서 작용했다. 관습처럼 행해지던 여아살해를 피해 살아남으면 전족의 아픔이 기다리고 있었고, 성장하면 남편과 아들에게 단순한 일꾼이요 종 노릇을 넘기 어려웠던 중국 여성들의 고난은 그를 훗날 맹렬한 여성운동가로 인도한다. 또 광신에 가까울 정도로 가족을 팽개친 채 전도에만 열중하는 아버지와 그로 인해 평생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어머니, 지체아인 딸, 인종차별적인 개신교 선교사들의 모습도 그의 머리에 그대로 각인된다. 미국에 돌아온 그는 작품활동과 함께 왕성한 인권운동을 펼친다. 일곱명의 아이를 직접 입양해 길렀고, 미국 내 소수민족의 인권 개선, 버려진 아이들을 돕기 위한 여러 기구들을 설립 운영했다.1950년에 설립한 웰컴하우스,1964년에 세운 펄벅재단이 이같은 활동의 중심이 됐다. 특히 펄벅재단(후일 ‘펄벅인터내셔널’로 바뀜)은 아시아 10여 나라에서 미국인과 동양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2만 5000명에게 의료혜택과 교육기회를 제공해왔다. 또 동서협회 설립, 잡지 ‘아시아’ 발행 등 동서문화 이해와 교류에 적극 나섰으며,1940년대엔 악명높은 중국인 이민배제법 철폐운동,2차대전 때는 일본계 미국인 억류정책에 대한 강력한 항의운동을 펼쳤다. 이는 그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살며 동서양간 몰이해의 폭을 조금이나마 좁혀보려는 몸부림이었다. 그같은 인종적 몰이해에서 얼마나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정책과 행위들이 표출됐는지, 그는 몸소 체득해온 터였다. 이같은 활동은 상당수의 미국 보수층 백인들의 반발을 샀다. 적극적인 인권활동은 우파로부터 공격을 받았고, 반공산주의 발언으로 좌파의 불신을 받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위한 인권운동에 적극 나서면서 FBI의 적대적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평전엔 펄 벅의 사회활동 안쪽에 숨은 인간적인 내밀한 삶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특히 중국에서 성장하면서 광신적인 아버지 아래서 겪었던 외로움과 소외감, 조개 속 모래알처럼 불편했던 첫 결혼생활과 이혼, 지체아로 낳은 아이를 키우던 고통 등. 그는 고독하고 자신의 치부를 감추려 노심초사하면서도 당당하고 때로는 독선적일 정도로 일에 몰입한다. 그러면서도 부모와 자식에게 얽매여 있고, 온갖 마음의 상처들을 곱씹으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펄 벅은 이같은 개인적 삶의 내밀한 모습들을 그가 죽기 직전 낸 자서전에서도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 그의 자서전 ‘나의 세계’에선 자신의 부모는 물론, 첫번째 및 두번째 남편인 로싱 벅과 리처드 월시의 이름조차 언급되어 있지 않다. 저자는 이 책을 ‘문화일대기’라고 지칭한다. 일반인들이 미처 알지 못했거나 왜곡되어 있던 당시 중국과 미국의 분위기와 문화, 인물들이 펄 벅과 함께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어 격변기의 중국과 미국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십년 동안 그녀의 집과 활동본부 역할을 한 필라델피아 북부 벅스 카운티에 있는 그린힐스 농장은 지금 펄벅인터내셔널 본부이자 펄벅기념관 겸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펄의 침실엔 비단옷, 도자기, 서예작품 등 중국 물품들이 유리상자에 담겨 있는데, 그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19세기 중국 여성들의 뭉개진 발을 담던 전족신 한 쌍이다. 펄은 평생 이 ‘아름다운’ 물품을 가까이 두고서 권력이 약자에게 일상적으로 어떤 고통을 가하는지 끊임없이 되새겼다고 한다. 펜실베이니아대 영문과 교수이자 펄벅인터내셔널 위원장인 지은이 피터 콘은 평전 집필에 대해 두가지 의미를 부여한다. 하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펄 벅의 진면모와 활화산 같았던 그의 생애를 되살려내기 위해, 또 하나는 제니퍼 경 콘이란 딸을 얻게 해준 개인적 빚을 갚기 위해서다. 제니퍼 경 콘은 20년 전 김경림이란 이름으로 영양실조와 온 몸에 염증이 난 상태로 그의 삶 속에 들어왔고, 지금은 대학졸업 후 요리사이자 작가로서 뉴욕시에 있는 한 재단에서 집 없는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있다고 한다.2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日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 (하) ‘열린’ 서술로 합의해야

    [日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 (하) ‘열린’ 서술로 합의해야

    역사학자 크로체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궁극적으로 “모든 역사는 현대사”일 수밖에 없다. 크로체가 ‘국민국가’의 전성시대였던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의 인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겸손함’으로도,‘냉소’로도 읽힐 수 있는 말이다. 교과서 왜곡을 둘러싼 일본 우익의 문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관점에만 그치지 않고 사건의 ‘존재 여부’까지 손대려 한다는 점이다. 누구나 일본이 역사교과서를 왜곡했다는 데 분개한다. 그러나 어디가 어떻게 왜곡됐느냐고 물으면 말문이 턱하니 막히기 일쑤다.2001년 파문을 일으켰던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후쇼사(扶桑社)교과서를 펴봐도 눈에 딱 띄는 구석을 찾기란 쉽지 않다. 교과서이다 보니 서술이 간결하고 세련됐기 때문이다. 내년 검정에 제출될 후쇼사 교과서는 2001년의 경험을 되살려 더욱 정교하게 꾸며질 것으로 보인다. 아예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소재는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 이미 새역모는 “옛 적국의 ‘선전’에서 자유롭다.”고 자신들의 교과서를 자랑한다. 또 “대동아전쟁은 (아시아)여러 나라의 독립을 촉진했다는 명료한 인과관계도 공평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2001년 새역모 교과서에서 논란이 된 부분 가운데 대표적인 것 10가지를 뽑았다. 앞의 것은 새역모 교과서의 서술, 뒤의 것은 우리 정부의 수정 요구안이다. 근대사 부분에서 유치한 지정학과 저질스러운 인종주의를 확인할 수 있다. ●임나일본부설 -4세기 후반 야마토 조정이 조선으로 출병한 뒤 반도 남부 임나를 차지. 고구려가 남하정책을 폈으나 일본군의 저항으로 실패. -신라의 요청으로 고구려가 일본을 격퇴했고 일본군이 계속 주둔한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 ●임진왜란 -히데요시가 중국의 명(明)뿐 아니라 인도까지 정복하고자 출병했으나 명과의 평화교섭을 위해 철수. -‘침략’을 출병으로, 침략원인을 명 정복과 히데요시 개인의 망상으로만 기술. ●조선통신사 -조선과 국교를 다시 연 뒤 막부의 장군이 바뀔 때마다 조선에서는 통신사파견. -일본의 국교정상화 노력이 빠졌고 통신사의 파견 목적과 초빙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음. ●강화도사건 -강화도에서 조선과 일본이 교전했고 청(淸)이 이 사건을 계기로 조선에 일본과의 교섭을 허가. -조선의 발포를 유도한 계획적인 군사작전이었다는 사실 등 도발의 주체·목적·경위 등을 은폐. ●동학농민운동과 청·일전쟁 -종교집단에 의한 농민폭동으로 서울까지 압박했다고 서술. 또 청일전쟁은 중국이 일본을 가상적국으로 삼은 것이 원인인 것처럼 서술. -반봉건·반외세운동을 단순 폭동으로 기록. 청일전쟁에 대한 일본의 고의성 은폐. ●러·일전쟁 -러시아의 위협을 강조해 일본의 안전 차원에서 전쟁이 발발한 것으로 묘사. 결과에 대해서도 유색인종국인 일본이 백인제국인 러시아에 승리했다고 서술. -스스로 도발한 전쟁을 안전상 위협으로 미화하고 인종간 전쟁으로 오도. 한국에 대한 지배권을 보장받았다면서 유색인종의 승리였기에 피억압민족에 희망을 줬다고 모순되게 서술. ●한국강제병합 -병합은 일본에 꼭 좋은 일만은 아니었지만 서구제국들의 찬성으로 합법적으로 이뤄졌음. -침략행위를 은폐하고 합법적인 것처럼 기술. 병합 반대 의견이 극소수인 것처럼 서술. ●한반도위협설 -한반도는 대륙에서 일본을 향해 불쑥 솟은 팔뚝이자 흉기이고 배후지가 없는 일본은 자국방위에 고민했다고 서술. -위협설 강조로 청·일, 러·일전쟁 등을 자위권 발동으로 묘사하고 한국의 식민지화를 합리화. ●관동대지진 -대지진 뒤 조직된 자경단이 유언비어 때문에 조선인·중국인·사회주의자들 수천명을 학살. -관헌(군경)에 의한 학살사실 은폐. 주된 피해자는 조선인이었다는 사실 축소. ●군대위안부 -고의로 누락. -반인륜적 전쟁범죄로 규정된 군대위안부 문제를 고의로 누락하고 정부 관여사실도 은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우리 역사서술 방향은 우리의 역사서술 역시 개방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유신정권의 탄생과 함께 만들어진 ‘국정교과서’를 없애야 한다는 비판이다. 한국식 민주주의를 모토로 내걸었던 유신체제는 그야말로 국사교과서에 ‘한민족의 역사’가 담겨야 한다고 봤다. 이 때문에 서울대 이영훈 교수는 74년 국정교과서제가 채택된 뒤부터 우리나라 역사교과서가 너무 경직됐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제시대 관련 기술은 거의 무비판적으로, 관성적으로 ‘우리는 순진무구한 피해자, 일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게 악랄한 가해자’라는 공식을 확대 재생산해 왔다고 꼬집는다. 아직도 그 영향 때문에 우리 역사교과서에서 문장의 주어로 ‘우리 민족’이란 표현이 많이 쓰이고 있다.“너희는 민족적 자존심을 높이기 위해 역사교과서를 쓰면서 우리는 왜 안 되느냐.”는 일본의 반발도 여기서 나온다. 이 문제가 불거지자 우리도 근현대사부분에 한정해서 검인정제를 도입하는 타협책을 선택했다. 성공회대 권혁태 교수는 “다양한 역사서술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우리부터 국정교과서제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양국 정치권 움직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양국 정치권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은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의원 모임’을 결성했다. 연말까지 약 100여명의 의원들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쯤 일본측과 심포지엄 등을 개최, 공감대를 마련한 뒤 역사교과서 검정이 이뤄지는 3∼5월에 적극적으로 활동한다는 계획이다. 조직만 비대해질 경우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10인 위원회’ 형식으로 대의원단을 구성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도 ‘한·일 평화연대’를 조직했다. 일본 민주당 의원 70여명, 한국측 여야 의원 30여명이 참가한 이 조직은 지난 18∼19일 창립대회를 열었다. 참가한 일본 의원들은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상징되는 일본의 군국주의 흐름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각 주제에 대해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해서 결론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각 분과에는 근현대사 학자들도 포함되어 있어 교과서왜곡 문제를 포함한 과거사문제도 다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 의원측은 장기적으로 한·일평화연대를 ‘아시아평화연대’로까지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일본 민주당은 일본내 활동에도 열심이다. 민주당 오카자키 도미코 참의원, 이시게 게이코 중의원은 한·일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14일 청와대를 방문해 한·일과거사 문제를 거론했다. 민주당에서는 또 ‘국회도서관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국회도서관 내에 강제동원 등 일제시대 피해와 관련된 사료를 수집하는 위원회를 설치하자는 법률안이다. 기본적인 사료를 모은다는 중립적인 접근법을 사용한 덕분에 자민당에서 공산당까지 90여명의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끌어냈다. 내년에는 당 차원에서 ‘전후처리 프로젝트팀’을 별도로 구성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본 정치인들이 역사교과서 문제를 전면에서 다루기는 어려울 전망.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우경화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별도 조직보다는 한·일의원연맹이라는 기존 조직을 활용하자는 소극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의원연맹 아래 과거사 문제를 다루는 소위원회를 두자는 방안이다. 의원들의 이런 활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알 수 없다. 정치인은 아무래도 국내사정에 영향을 받는다. 거기에다 우리의 경우 여야간 다툼이 치열해지면 모임 자체가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4대 개혁법안이나 이철우 의원 사건처럼 첨예한 정치적 사건이 불거지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 실제 단결해서 한목소리를 낸다 해도 궁극적으로 역사 문제는 정치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일본 총리가 100번 사과하는 것보다 학자들의 공동연구를 통해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한 가지라도 더 남겨두는 것이 더 의미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결의를 통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재계 등 민간 차원에서의 지원이 확보돼야 한다. 이는 정부가 역사교과서 왜곡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는 부담감을 덜어준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지원이 거의 없다. 여기에서 굴곡많은 우리현대사 문제가 다시 부각된다. 근현대사를 심도깊게 연구하는 사람일수록 우리 현대사에 비판적인 학자가 많다. 이러다보니 못마땅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최근 친일인명사전편찬사업을 지원하는 예산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반대한 것이 좋은 예다. 편찬사업을 주도하는 역사문제연구소가 대표적인 ‘反 박정희 단체’라는 점이 문제가 된 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쉬어가기˙˙˙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위원회는 22일 스페인과 잉글랜드의 A매치 도중 스페인 홈팬들이 인종차별 구호를 외친 사건과 관련, 스페인축구협회에 30일 내에 벌금 10만 스위스프랑(약 9159만원)을 납부하도록 명령했다.FIFA는 스페인 팬들이 지난달 18일 잉글랜드전에서 흑인 선수 애슐리 콜과 숀 라이트 필립스가 공을 잡을 때마다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외쳐댄 것이 서포터스의 행동에 관한 규정의 2개 조항을 위반했다며 조사에 착수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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