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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에서도 ‘오바마 신화’

    |파리 이종수특파원|프랑스에서 처음으로 흑인 도(道)지사가 탄생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열린 각료회의에서 카메룬 이민자 출신인 피에르 느가한(45)을 알프-오트-프로방스 도지사로 임명했다. 이에 르 주르날 뒤 디망시 등 주요 언론들은 ‘오바마 신화’가 프랑스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고 보도했다. 흑인 도지사를 처음 임명한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소수 인종 차별 철폐를 내걸었다. 취임 이후 1기 내각에는 북부 아프리카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난 라시다 다티, 라마 야드를 각각 법무장관과 인권 담당 장관으로 임명하기도 했으나 그 뒤로는 소수인종 차별 폐지에 대한 이렇다 할 정책이 없었다. 그러나 오바마가 당선된 이후 평등선언 청원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자극받은 듯하다고 언론들은 분석했다. 특히 부인 카를라 브뤼니도 10일 평등선언 청원운동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vielee@seoul.co.kr
  • 獨망명 작가 이미륵의 삶 재조명

    獨망명 작가 이미륵의 삶 재조명

    SBS는 소설가 이미륵(1899~1950)의 생애를 조명한 창사특집 드라마 ‘압록강은 흐른다’(극본 이혜선·연출 이종한)를 14일 오후 8시50분에 방송한다. 한·독 수교 125주년을 맞아 SBS와 독일 방송사 BR(Bayerischer Rundtunk)이 공동 제작한 이 작품은 1946년 발표된 이미륵의 자전적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와 후속 ‘그래도 압록강은 흐른다’를 토대로 했다. 이 작품에는 황해도 해주에서 출생한 이미륵이 경성의전 재학시절 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중국 상하이를 거쳐 독일까지 건너가게 된 파란만장한 인생사가 담겨 있다. 독일로 망명한 이미륵은 소설가로 변신해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 상실의 문제와 동양의 문화, 사상을 작품으로 풀어냈다. 당시 독일 평론가들은 그의 문장을 카프카나 베른하르트에 견줄 만큼 간결하면서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총 12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드라마는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는 이미륵의 가족사와 성장기,2부에서는 그의 독일 탈출기와 정착기,3부는 독일에서 한국의 정서와 동양철학을 전파하는 원숙기를 그린다. 특히 주인공 이미륵 역을 위해 무려 4명의 배우가 출연해 눈길을 끈다.5살 미륵과 11살의 소년 미륵 역에는 SBS드라마 ‘왕과 나’에서 어린 연산군으로 출연했던 정윤석 군과 어린이드라마 ‘고스트팡팡’에서 열연한 노민우군이 각각 맡았다. 청년 미륵에는 SBS 7기 공채 탤런트 출신으로 ‘성녀와 마녀’,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그놈 목소리’등에 출연한 연기자 최성호가 캐스팅됐다. 그리고 중년 미륵에는 현재 10여년 가까이 독일에서 활동 중인 오페라가수이자 배우인 우벽송이 맡아 열연을 펼친다. 이밖에도 신구, 나문희 등 중견 연기자와 귀화 독일인 이참 등 독일 배우들이 참여했다. 드라마 제작진은 지난 7월 초 독일과 미국에 있는 배우들을 화상 오디션으로 선발한 뒤 서울과 인천, 경남 하동, 전남 구례, 전북 고창 등과 독일 현지 촬영 등 총 4개월간 촬영했다. 독일에서는 2009년 BR방송에서 전파를 탈 예정이다. 연출은 ‘관촌수필’,‘화려한 시절’,‘토지’ 등을 지휘한 이종한 PD가 맡았다. 이PD는 “이미륵이 인종이 다르고 언어가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킨 핵심을 알려주고 싶었다.”면서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전쟁 속에 숨은 휴머니즘 등을 조명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오바마의 미국] 다인종 내각?

    오바마가 다인종 내각을 꾸릴 가능성은?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이 뿌리깊은 백인 중심의 인선정책을 극복하고 ‘다인종 내각’을 만들 수 있을지 미 정가의 관심이 뜨겁다. 다인종 내각의 카드로 가장 먼저 주목되는 쪽이 히스패닉계. 히스패닉계는 민주당 후보경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쪽에 힘을 실어줬지만 본선에서는 오바마의 이민법 강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오바마를 지지해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해냈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 “히스패닉계는 이런 이유로 당선인 측을 압박해 적어도 2~4개의 장관급 자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입장에서도 이들의 요구를 묵살하긴 어렵다. 히스패닉계가 미국 내 인구비율에서 흑인을 제치고 2번째로 많은 인종으로 기록돼 있는 데다 앞으로 닥칠 선거에서도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와 페더리코 페나 전 교통에너지장관, 안토니오 빌라라이고사 LA시장, 자비에르 베세라 캘리포니아 하원의원 등이 장관급 인선 대상자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다인종 내각’이 구성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지금까지 ‘백인 편식’을 해온 미 정치사회가 정작 꺼내들 소수인종 카드가 많지 않다. 흑인으로는 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각각 국가안보보좌관과 교육장관으로 물망에 오른 정도다.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KBS ‘미수다’ 출연진 “외국인 강사 맹신 안 돼”

     최근 불법 외국인 강사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KBS 2TV 예능프로그램인 ‘미녀들의 수다’(미수다)에서 외국인 출연자들이 ‘영어 강사 자질 문제’를 논했던 방영분이 뒤늦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3월 10일 방송된 ‘미수다’에서는 ‘한국에서 본 안내문구,이런 것이 신기했다’는 주제로 외국인 출연자들이 얘기를 나눴다.한 출연자가 “대구에서 학원 강사를 할 때 원장이 내 졸업증과 사진을 벽에 붙이고 ‘원어민 강사 있습니다’라는 글을 써 놨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다른 출연자들이 각종 에피소드를 풀어놓으며 대화는 이어졌다.  캐나다 출신 도미니크 노엘은 “학원에서 ‘텍사스 A대학,애리조나 B대학’ 등으로 광고를 하는데, 알고 보면 별로 유명하지 않은 학교다.하버드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보통 대학”이라고 말하며 한국내 ‘학벌 중시 풍조’를 비판했다.  일본계 영국인인 에바 포피엘은 “영어 과외를 신청했을 때 영국 출신인 난 탈락했는데,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스페인 사람은 합격했다.내 머리 색깔이 검은 색인데 비해 그 사람은 금발이어서 그런 것”이라며 실력보다 외모를 중시하는 세태를 지적했다.실제로 몇몇 학원에서는 흑인 등 유색인종을 강사로 채용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금발에 비해 영어가 서툴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방송에서는 “원어민 강사를 맹신하면 안 된다.”는 발언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독일인 미르야는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외국인이라면 아이들한테 문법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것”이라며 “원어민 강사가 정말 최선의 선택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씨줄날줄] 마음속의 관타나모/ 이목희 논설위원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 존 조는 국내 고정팬을 꽤 갖고 있다.007시리즈에 출연했고,‘해롤드와 쿠마’라는 작품으로 떴다. 올해 선보인 ‘해롤드와 쿠마2-관타나모 탈출’은 코미디물이다. 하지만 인종 편견의 폐부를 다뤘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영화는 아니다. 존 조와 함께 주연을 맡은 배우는 인도계인 칼 펜이다. 어벙한 두 친구는 애인을 찾아 암스테르담행 비행기를 탔다가 테러리스트로 몰린다. 존 조는 북한 테러범, 칼 펜은 알 카에다로 의심받는다. 악명높은 관타나모 수용소로 끌려가고, 거기서 탈출하려는 과정을 코믹하게 풀어가고 있다. 그들이 백인이었다면 그런 처지가 됐을까. 유색 인종인 그들 역시 흑인을 꺼려한다. 착한 흑인이 도와주려 하자 해치려 한다는 선입견에 줄행랑을 치고 있다. 앞서 개봉한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무거운 내용의 영화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경종을 울리며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탔다. 평범한 파키스탄계 영국 청년들이 겪은 고난사가 주제다. 친구 결혼식 참석을 위해 파키스탄을 찾은 길에 아프가니스탄에 들렀다 그곳에서 테러범으로 몰려 관타나모로 잡혀가 2년간 죽을 고생을 한다. 관타나모 수용자들. 불법구금과 고문·학대, 머리에 두건을 씌운 채 번호표를 달아 놓은 형상. 도살을 기다리는 짐승과 다를 바 없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그토록 강조하는 미국이 21세기에 만든 수용소다. 쿠바 내 미군기지에 위치해 있음을 내세워 국내법도, 국제법도 무시한 짓들이 벌어진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 측이 취임 즉시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할 뜻을 밝혔다. 오바마는 흑인이고, 이슬람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앞의 두 영화 속의 피해자들에게 느끼는 연민이 백인과는 다를 것이다. 그러나 수용소를 폐쇄한다고 마음까지 바로 바뀔까. 같은 유색인이면서 좀더 짙은 유색인을 보면 발동하는 경계심. 영국에 돌아가 피자가 먹고 싶은 청년을 테러범이라고 몰아붙이는 미군의 애국심. 인종·문화적 편견의 완전한 극복은 언제나 가능할까. 오바마가 새로 이끄는 미국의 과제이자, 한국을 포함한 지구촌 전체의 과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신경림 누항 나들이] 오바마의 승리와 우리의 인종 편견

    [신경림 누항 나들이] 오바마의 승리와 우리의 인종 편견

    “…내가 어머니 뱃속에 있던 어느 날 밤 두건을 쓴 KKK단 한 패거리가 말을 타고서 네브래스카 주의 오마하 시에 있는 우리 집에 쳐들어 왔다. 그 자들은 집을 포위하고 엽총과 소총을 휘두르며 아버지에게 나오라고 고함을 질러댔다. 어머니가 앞문으로 나가서 문을 열었다. 어머니는 자신이 임신 중임을 그자들이 똑똑히 볼 수 있는 위치에 서서 지금 혼자서 꼬마 셋을 데리고 있으며 아버지는 설교를 하러 출타 중이라고 말했다. 단원들은 아버지가 옳지 않은 주장을 흑인들 사이에 퍼뜨리면서 말썽을 일으키는 꼴을 ‘선량한 백인 기독교도들’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으니 우리 가족이 이 마을에서 떠나는 것이 좋을 거라고 큰 소리로 협박 겸 경고를 했다.…협박을 퍼붓던 단원들은 이윽고 말에 박차를 가하더니 집 주위를 돌면서 개머리판으로 유리창을 모조리 박살내 버렸다. 그러고 나서 그 자들은 횃불을 너울대며 올 때처럼 홀연히 말을 달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1965년 마흔의 나이로 암살을 당한 흑인 지도자 맬컴 엑스의 ‘자서전’ 첫 대목으로, 우리도 영화에서 드물지 않게 보아온 불과 50,60년 전 미국의 낯익은 풍속도다. 그 미국에서 반은 아프리카 흑인인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다니 놀라운 일이다. 역시 미국은 대단한 나라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많은 다문화 가족이 존재하지만,50년 뒤 혹은 백 년 뒤 이들을 지도자로 선택할 용기가 우리에게 있을까.KKK단원 못지않은 인종적 편견이 우리한테도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예컨대 시골에 사는 친구 중의 하나가 동남아에서 며느리를 맞았다. 손자가 초등학교엘 들어갔는데,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 같은 폐쇄사회에서 저 외모를 하고 제대로 살아 갈 수 있을까, 벌써부터 그는 걱정이 태산이다. 이것이 기우가 아닌 것은 내가 직접 목도한 사실로도 증명된다. 며칠 전 전철에서다. 한 흑인이 앉아 있는 옆자리가 비어 있는데 많은 젊은이들이 서 있으면서도 아무도 그 자리에 가 앉으려고 하지 않는다. 맞은편에 앉았던 내가 오히려 불편해서 빈자리가 있는데 왜 안 앉느냐니까 모두들 묵묵부답인 채 외면 했다. 저 사람이 백인이었어도 사정은 같았을까. 듣자니 학원에서도 백인과 흑인 혹은 동남아인은 같은 원어민 강사라도 보수에 있어 상당한 차등을 둔다고 한다. 백인이 원어에 더 능통하다는 것이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이지만, 실은 흑인 혹은 동남아인 강사를 학생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뿌리 깊은 인종편견, 백인=우월, 유색인=열등의 선입관에서 우리는 언제쯤이나 벗어날 수 있을까. 오바마의 승리는 람보로 상징되는 부시가 극대화시킨 미국의 망나니 이미지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역시 미국은 기회의 땅이요 희망의 나라라는 생각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부시가 악의 축으로 명명한 이란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조차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당선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고, 일마다 미국과 각을 세워 온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도 적극 환영의 뜻을 표한 것만 보아도 미국의 대외적 이미지가 얼마나 업그레이드되었는가를 알 만하다. 우리나라에는 지금 수십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 일하고 있으며, 수만 명이 외국인을 배우자로 맞고 있다.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은 이미 우리나라를 표현하는 말로는 낡은 틀이 되었다. 이들 가운데서 정치가도 나오고 학자도 나오고 문인도 나온다면, 이들의 모국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기회의 나라, 평등의 나라로 크게 높아지리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일류 국가가 되는 길이 아니고 무엇인가. 통일운동가들이 입에 걸고 다니는 우리 민족끼리라는 낡은 화두도 통일을 위해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데는 한물 간 깃발이 되었다는 점도 이 기회에 생각해 봄직하다. 시인 신경림
  • [오바마의 미국] 佛도 ‘Yes, we can’ 열기

    |파리 이종수특파원|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이 내세운 ‘예스, 위 캔(Yes,we can)’ 열기가 프랑스에서도 요원의 불길처럼 확산될 전망이다. 일요신문 르 주르날 뒤 디망시는 9일(현지시간) 알제리 출신 재계 인사 야지드 사베그가 “프랑스의 인종차별을 폐지하자.”고 제안한 청원서를 전면 공개했다. 사베그는 ‘실질적 평등을 위한 시위. 위 누 푸봉(Oui,nous pouvons!)’이란 제목의 이 청원서에서 프랑스 사회의 현존하는 인종 차별을 준엄하게 꼬집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의 유세 슬로건이던 ‘그래, 우린 할 수 있어.(Yes,we can)’를 프랑스어로 옮긴 ‘위, 누 푸봉’ 청원 운동에는 이미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참가했다. 특히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부인 카를라 브뤼니 여사가 공개적으로 적극 지지 의사를 밝혀 열기가 확산될 전망이다. 사베그는 이 청원서에서 “오바마의 당선은 인종차별 문제로 분열된 프랑스 사회의 모자란 부분을 여실히 드러내 주었다.”고 전제한 뒤 “미국은 평등과 다양성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 사회의 정당성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의 대표적인 다인종 사회인 프랑스는 여전히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 정치·경제·사회 분야가 독점되고 있다.”며 “프랑스도 오바마 시대를 맞아 진정한 시민정신을 발휘해 사회적 불평등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서는 구체적으로 ▲사회적 불평등과의 전쟁 ▲빈민지역 인재 발굴 ▲사회적 다양성을 구현할 도시정책 등을 제안했다.vielee@seoul.co.kr
  • [글로벌 시대]오바마가 보여준 다양성의 힘/ 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글로벌 시대]오바마가 보여준 다양성의 힘/ 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미국인 여성 스탠리 던햄이 흑인 유학생과 결혼을 감행했던 60년대의 미국은 타 인종과의 결혼이 일부 주에서 불법이던 시대였다.50여 년이 지나 그녀의 아들 버락 오바마는 변화와 희망을 기치로 내걸고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에 당선됐다. 인간의 역사가 위대한 이유는 이렇게 더디나마 진일보하기 때문이다. 그의 당선이 확정된 순간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엔 큼지막한 헤드라인이 떴다.‘유권자들이 변화를 포용하면서 인종의 장벽이 무너지다.’ 뭐니뭐니 해도 이번 미국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의 치부인 인종문제가 유례 없는 수준으로 공론화됐다는 점이다. 오바마의 당선은 인종문제에서 한 단계 성숙해진 미국인들의 의식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수락 연설에서 오바마는 남녀노소, 부자와 빈자,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리고 흑인, 백인, 히스패닉, 아시아인, 인디언이 하나가 되는 새로운 미국을 강조했다. 수많은 이들이 오바마가 전파했던 변화의 메시지에 열렬히 호응했던 것처럼 앞으로 다양성의 힘을 긍정하는 시대정서도 힘을 얻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실제 인물만큼 강력한 변화의 동인은 없다. 2년 전 하인즈 워드의 방한이 우리의 뿌리 깊은 순혈주의를 반성하고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특히 기업 세계에서도 다양성의 힘이 새롭게 주목받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서조차 인종, 국적, 성별, 계층, 나이, 종교 등을 이유로 비주류에 대한 보이지 않는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전히 글로벌 기업의 여성 또는 흑인 CEO는 극소수이고 그 존재만으로도 특별한 뉴스 거리가 된다. 인도에는 아직도 카스트 제도의 잔재로 유수의 기업에 취업이 좌절되는 능력있는 젊은이가 존재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성을 장려하는 이유는 다양성이 곧 생산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인생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사안을 보는 관점이 입체적일 뿐 아니라 문제해결 방식에서도 놀라운 시너지를 발휘한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도시일수록 번성하고, 다양한 배경의 이사진으로 구성된 이사회일수록 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며, 다양한 문화권의 과학자들이 모일 때 더욱 혁신적인 연구성과를 낸다는 것은 학술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장점 중 하나는 이런 다양성의 미덕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동료들 중엔 외교부 공무원 출신, 국제구호단체 소속으로 아프리카에서 일했던 친구, 옛 클린턴 대통령의 선거참모, 전직 저널리스트 등 다양한 직업적 경험을 가진 이들이 있다. 비록 매일 얼굴을 마주 하진 않지만 이들과 일하며 얻는 자극은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 준다.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풍토에서 꽃피는 다양성은 그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이기도 하다. 미국인들이 흑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오바마를 선택했듯이 다인종 다문화 사회가 되어가는 한국도, 나아가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우리 기업들도 다양성이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지향할 시점이다. 오바마의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을 책장에서 꺼내본다. 소외감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한 인간의 영혼을 얼마나 성숙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던 그 감동을 다시 느껴 보고 싶다. 이번 미국 대선에선 모처럼 영감을 주는 정치인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자신의 태생과 성장과정을 위대한 유산으로 탈바꿈시킨 그를 보며 수많은 이들은 담대한 희망의 싹을 키울 것이다. 오바마의 말대로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 [오바마의 미국] 백악관 취재는 흑인기자가 딱?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사상 첫 흑인 대통령의 백악관 입성에 때맞춰 미국의 주요 언론사들은 잇따라 아프리카계 기자들을 백악관 기자단에 투입하고 있다고 정치전문 웹사이트 폴리티코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라이베리아 출생의 외교담당 여기자 헬렌 쿠퍼를 새 백악관 출입기자단에 포함시키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앞서 지난 3일 워싱턴포스트는 아프리카계인 마이클 플레처 기자를 포함한 4명의 백악관 출입기자단을 발표했다. 플레처는 부시 행정부에서 3년간 경제 담당 기자로 일해 왔다. 플레처는 흑인 기자만이 흑인 정치인을 취재할 수 있는 선입견에 반대하면서도 흑인과 관련된 각종 이슈에 대해 백인 동료 기자들보다는 전체적인 맥락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따라서 다른 언론사들도 새로 구성할 백악관 출입기자단에 흑인 기자들을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했다.특히 흑인 관련 신문과 잡지들은 워싱턴 지국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잡지 에보니와 제트의 편집장 브라이언 몬로는 “지금도 워싱턴에 지국을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취재진을 보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출입 기자단뿐 아니라 방송들에 출연하는 전문가 집단에도 흑인 전문가들의 비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오바마 당선인의 효과가 가장 먼저 백악관 기자단 구성 인종에서 가시화하고 있는 셈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만 해도 백악관 기자실과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흑인 기자들은 상당수됐으나 조지 부시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는 그 수가 줄어 들었다. 부시 2기에 접어들면서 최근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 참석하는 흑인 기자는 4~5명에 불과하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kmkim@seoul.co.kr
  • [오바마의 미국] “오바마 암살을 막아라”

    6일(이하 현지시간) 시카고 도심에서 한 승용차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탑승한 차량을 추월하려 하자 비밀검찰국 요원들이 탄 SUV가 순식간에 승용차를 막아섰다. 중무장한 경호요원들이 승용차를 향해 총을 겨눴다. 승용차에 있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놀라 혼이 빠진 표정이었지만 이내 무슨 상황인지 이해했다. 시카고 선 타임스에 따르면 당시 오바마 일행은 시카고 도심의 연방수사국(FBI) 본부에서 예정된 보안 브리핑에 가는 길이었다. 다행히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오바마의 경호를 책임진 국토안전부 산하 비밀검찰국은 요즘 오바마 암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특별경호대를 편성하는 등 비상이 걸려 있다.비밀검찰국은 현재 4000명에 이르는 전문인력을 투입하여 워싱턴과 전국의 120여개 주요도시에서 오바마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비밀검찰국은 대통령 경호를 위해 FBI와 중앙정보국(CIA)은 물론 군까지 지휘·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AFP통신은 5일 “오바마는 인종문제로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암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백인우월주의 그룹에 속한 극단주의자들이 취임 전 암살을 계획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호당국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오바마는 지난해 5월부터 비밀검찰국의 경호를 받아왔는데, 이처럼 일찍부터 경호를 받기 시작한 대통령 후보는 없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비밀검찰국이 대선 기간 중 오바마에 대한 암살 위협을 조사한 건수만 500건이 넘는다.”고 전했다. 때마침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쿠 클럭스 클랜(KKK)’은 6일 오바마에게 경고를 보냈다. 데일리텔레그래프는 KKK의 총책인 토머스 롭이 대통령선거 전 ‘오바마가 당선된다면, 반격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에선 역대 대통령 44명 가운데 존 F 케네디를 비롯해 4명이 암살되고 2명이 다쳤다. 지난달 22일에는 백인우월주의자인 스킨헤드족 2명이 오바마 후보 암살을 모의한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Yes,We Can’의 힘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Yes,We Can).” 그의 연설은 이 한마디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편견과 차별 속에서도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인종의 벽을 허문 오바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한국에서도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서적 매출·연설문 조회수 급증 가장 큰 관심은 이번 선거에서 오바마를 승리로 이끈 ‘오바마 리더십’이다. 국내 출판계는 오바마 승리를 예견하고 미리 관련 서적을 잇달아 출시했다. 지난 1일에도 ‘버락 오바마 새로운 꿈과 희망’(윌리엄 마이클 데이비스),‘오바마 아저씨의 꿈과 힘’(박성철) 등이 발간됐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오바마 당선일인 5일 오바마 관련 서적 판매량은 전날보다 161.11% 늘었다. 네티즌들은 또 케네디를 닮은 유려한 화법을 구사하는 오바마에 열광하고 있다. 이들은 오바마의 당선 연설문을 빠르게 퍼나르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미디어다음’에는 당선 연설문 및 동영상이 5일 이후 120여건이나 올라왔다. 미디어다음에서 활동하는 블로거들은 한국어로 된 연설 전문을 5일 하루 동안 1070여건이나 자신들의 블로그에 올렸다. 블로거 이스칸달은 “‘Yes,We Can’이라는 선거 문구가 이렇게 심금을 울릴 줄 몰랐다. 진실이건 아니건, 이런 연설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에 감동과 전율을 느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화법을 배우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영어학습 카페와 사이트에는 오바마의 연설 동영상과 MP3 파일을 올려달라는 요청이 밀려들고 있다. 회원 수 24만명을 자랑하는 토익 카페인 토익캠프에는 오바마 대선 출마 선언 이후의 연설문을 연재한 글이 인기다. 연설문의 조회 수는 최고 2000회를 넘어섰다. 회사원 이민희(24·여)씨는 “오바마는 흑인인데도 발음이 정확해 영어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면서 “그의 연설을 100% 이해할 때까지 열심히 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UCC 동영상·오바마 티셔츠도 인기 인터넷에서는 오바마의 연설 사진에 자막을 넣고, 팝송 ‘All by myself’를 배경음악으로 깔아놓은 UCC(사용자제작콘텐츠)가 화제다. 후렴구의 ‘All by myself’가 ‘오바마일세’로 들리는 점을 이용한 익살스런 동영상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또 한국 유학생에게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오바마 동영상도 마찬가지다. 영어가 다소 서툰 동양 남학생이 “나는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자, 오바마가 깨끗한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 네티즌들은 열광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OBAMA’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 등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수입쇼핑몰인 Wizwid에는 ‘Barack of love’,‘Barack you rock’ 등 오바마의 이름이 프린팅된 티셔츠에 대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이달에 만난사람] 달린다, 나는 살아 있다

    [이달에 만난사람] 달린다, 나는 살아 있다

    패럴림픽을 포함, 29일간의 베이징올림픽 기간 중 유일하게 육상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홍석만 선수(33세). 그에게는 사람들의 관심만큼이나 별명도 많다. 제주특급, 총알 탄 휠체어, 장애인 육상계의 우샤인 볼트…. 결승선을 여유 있게 통과해도 아무도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경기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그는 분명 볼트와 닮은꼴이다. 귀국 후 청와대 초청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에서 서울로 올라온 그를 의정부장애인종합복지관 마당에서 만났다. 반갑게 악수를 하는 그의 손에는 손가락 마디마다 큼지막한 옹이가 박혀 있었다. 35킬로미터 안팎의 순간 시속으로 달리기 위해서는 엄지와 검지, 중지 손가락 끝으로 팽이를 치듯 바퀴를 쉴 새 없이 굴려야 하기 때문이다. 휠체어 바퀴를 굴리는 그의 팔뚝은 웬만한 사람의 허벅지보다 더 굵다. 그는 지금도 휠체어 경주를 처음 봤던 날을 잊지 못한다. 경기용 휠체어는 평지에서는 시속 26~27킬로미터, 내리막길에서 시속 60~70킬로미터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자신의 모습을 얼마나 꿈꾸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지금 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휠체어 사나이 중 한 명이 되었다. 어릴 적 꿈은 ‘화가’ 그는 이번 베이징패럴림픽에서 세 개의 개인 종목과 두 개의 계주 종목에 참가해 금메달 한 개와 은메달 한 개, 두 개의 동메달을 획득했다. 종목이 많고 일정이 빡빡해 한두 종목에 참가하는 것이 보통인 육상에서 그가 이렇게 무리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동료들과 함께 메달을 목에 거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였다. 수액주사까지 맞으며 혼신의 힘을 다한 덕분에 그는 400미터 계주에서 동료들과 함께 시상대에 오르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서울패럴림픽 이후 계주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처음이다. 우리나라의 휠체어 육상 선수는 20여 명 남짓. 여건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업팀이 없는 상황에서 운동과 생업을 병행하며 고생해온 동료들과 함께 일군 값진 결과였다. “혼자 딴 금메달의 기쁨도 컸지만 함께 딴 동메달의 기쁨은 더욱 더 컸습니다.” 그의 어린 시절 꿈은 뜻밖에도 ‘화가’였다. 어머니가 업어서 학교에 등교시키면 데리러 올 때까지 그 자리에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했던 그때, 그림은 그가 가장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이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꾸준히 그림을 그렸지만 화가의 꿈은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었다. 삼 형제 키우기도 버거운 집안 형편에 그림 공부 뒷바라지는 무리였기 때문이다. 첫 날개를 접었던 그에게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온 건 제주산업정보대 2학년 무렵이었다. 1995년 휠체어마라톤대회에 일반 휠체어를 타고 출전하면서부터 그는 달리고 싶다는 꿈을 품기 시작했고, 1996년 휠체어 육상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돈도 안 되고 힘들기만 한 걸 왜 하느냐”며 부모님은 그를 말렸지만 이번엔 그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 출전이 무산되면서 그는 목표를 잃고 방황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어요. 올림픽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운동을 그만두고, 사람들과의 연락도 끊고, 서귀포장애인복지관에서 정보화 강사로 일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질주 본능’이 되살아났다. 고민 끝에 그는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단거리로 종목을 바꾸었다. 직장―운동장―집을 오가는 생활이 2년간 계속되었다. 모자라는 잠은 점심시간에 차에서 잠시 눈을 붙이며 보충했다. 그리고 ‘중고 신인’ 홍석만은 2004년 아테네패럴림픽에 첫 출전해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했다. 화가와 운동선수. 얼핏 보면 상반돼 보이는 두 가지 꿈이지만 그에게는 다르지 않은 것들이다. “그림은 어렸을 적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운동은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포기하는 것이 가장 쉽다”고. 힘들어 도망치고 싶을 때도, 길이 안 보여 낙담했을 때도 그는 한 번도 쉬운 선택을 하지 않았다. 그의 선택은 늘 ‘그래도 끝까지 가보자’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느냐고 물으니 그 답이 명쾌하다. “후회하고 싶지 않았어요. 후회할 일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고요.” ’포기하는 것이 가장 쉽다” 인터뷰가 끝난 뒤 그는 오전 운동을 위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경기용 휠체어에 올랐다. 복지관 주변 도로를 달리는 그는 아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차분하고 따뜻했던 그에게서 생기와 야성이 느껴졌다. 배우가 무대에서 가장 빛나듯, 그는 달릴 때 가장 빛나는 사람이었다. 그의 나이 서른셋. 아직 전성기의 파워를 과시하는 그이지만 이제 조심스레 후배들에게 뭔가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새로운 꿈을 품어본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설렘….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나를 살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내 옆에서 날 지켜주는 가족.”(홍석만 선수의 미니홈피 중에서) 취재, 글 이미현 기자 | 사진 한영희
  • [오바마의 미국] 오바마 당선 키워드는 ‘단결’

    오바마 당선의 키워드는 ‘진보’가 아니라 ‘단결’이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남길 오바마 당선인은 흑인은 물론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층이었던 히스패닉, 백인노동자계층의 표심까지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그가 비주류 흑인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당선된 비결은 민주당 가치인 진보보다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단결’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대선기간 동안 그의 연설에서 잘 드러난다. 대중연설의 연금술사라는 평가를 받아온 오바마는 보수적 유권자들의 반감을 지우고자 ‘진보’라는 단어는 거의 쓰지 않았다. 대신 ‘단결’과 ‘변화’를 강조했다. 인종, 계층, 세대를 아우르고 공화당 집권 8년의 실정을 바꾸자고 역설했다. 그는 5일(현지시간) 밤 시카고에서 당선 연설을 하면서도 “미국에 변화가 도래했다. 가파른 길이 앞에 놓여 있다. 단결해야 한다.”고 미국민의 단합을 호소했다. 2004년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에선 “흑인의 미국, 백인의 미국, 라틴계 미국, 아시아계 미국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하나의 미합중국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했다. 인종의 용광로인 미국사회에서 오바마는 단결이라는 구호가 가장 효과적으로 먹힐 정치인이기도 하다. 혼혈흑인으로 ‘미니 유엔’으로 불릴 만큼 다양한 인종이 섞인 집안 출신이기 때문이다. 보수주의 논객 크리스토퍼 버클리는 이미 대선 전 뉴스위크에 “오바마의 본능은 보수주의자이지만 교묘하게 피할 줄 아는 요령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버클리는 “그는 미국이 기본적으로 보수적임을 알아야 한다. 그는 보수적인 레이건도 진보적인 루스벨트도 아닌 오바마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오바마의 미국] NYT 1면 제목 ‘OBAMA’ 다섯자뿐이었다

    역사적인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5일(현지시간) 미국 신문의 제목은 파격적이었다. 뉴욕타임스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은 단지 ‘OBAMA(오바마)’였다. 미국 독립 232년 만의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도, 노예해방 선언 이후 145년 만이라는 거창한 의미부여도 사족(蛇足)에 불과한 것이었다.‘OBAMA’라는 다섯 글자가 훨씬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인종장벽을 무너뜨린 것이 승리에 결정적이었다.’는 작은 부제를 달았을 뿐이다. 이 신문이 고백한 대로 흑인 대통령은 2년 전만해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의 유력지 시카고트리뷴도 1면에 ‘오바마’라는 큰 제목 밑에 조그맣게 ‘차기 대통령’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또 매사추세츠의 더 선, 필라델피아 데일리 뉴스, 앨라배마의 타임스데일리, 코네티컷포스트, 플로리다의 뉴스프레스, 하와이의 호놀룰루애드버타이저 등도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별도 수식어없이 ‘오바마’라는 제목을 달았다. 한걸음 나아가 메인의 케네벡저널은 오바마의 이름을 패러디해 ‘Oh(오)-bama(바마)!’라고 제목을 달아 눈길을 끌었고, 캘리포니아의 레코드 스톡톤은 대선 레이스 과정에서 등장했던 오바마 진영의 구호인 ‘YES,WE CAN(예, 할 수 있어요) ’을 제목으로 달기도 했다. 미주리의 캔사스시티스타는 ‘History(히스토리, 역사)’라는 제목으로 이번 대선이 갖는 의미를 알렸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가 역사를 만들었다(Obama Makes History)’, 워싱턴 타임스는 ‘대통령 오바마’라고 일간신문의 정석에 해당하는 제목을 택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사설] 오바마 당선에서 다문화 존중 배우자

    버락 오바마 후보의 미국대통령 당선은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다인종, 다문화를 존중하는 사회다. 우리는 단일 민족국가임을 자랑으로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단일 민족국가에 긍지를 갖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외국인, 특히 동남아시아 사람들을 얕잡아보는 편협한 민족주의에 빠져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 사람이 인종 차별 의식이 강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일본인과 한국인에 대해 ‘명예 백인’이라고 비꼬는 소리도 있다. 백인처럼 행세하며 백인보다 더 심하게 인종을 차별한다는 비아냥이다. 오늘날 미국이 초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다인종, 다문화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안 등 소외계층을 껴안아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를 만들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미국에 처음 진입한 소외계층들은 3D업종에 종사했다. 그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 경제의 굳건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우리도 지방으로 가면 세 집 가운데 한 집은 다문화 가정일 정도로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노동자들과 결혼 이민 여성들이 코리안 드림을 실현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그만큼 인종차별주의적 의식과 제도가 뿌리깊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에서 배워야 한다. 소외계층을 배려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아울러 미국의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들이 그랬듯이,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더이상 우물안 개구리식의 편협한 민족주의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미국이 소외계층을 배려해 오늘날의 미국이 되었듯이 동남아시아의 친구들을 배려해야 한국의 미래가 있다.
  • [기고] ‘보이지 않는 인간들’을 위하여

    [기고] ‘보이지 않는 인간들’을 위하여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1776년 건국 이후 그동안 미국 사회의 근간을 이루어온 서구·백인중심 문화가 혼혈 대통령의 등장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이제 본격적인 다인종·다문화 시대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바로 그 의미심장한 변화의 정점에서 앞으로 4년 동안 미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지도자로 부상했다. 그래서 그의 대통령 당선은 한 개인의 영광을 초월해 국가적인 대사건이자, 세계적인 화제일 수밖에 없다. 사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오바마야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미국적인 인물이며, 미국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오바마처럼 하이브리드며, 다인종으로 이루어진 다문화사회이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미국의 아프리카계 인구가 미국 총인구의 12.4%밖에 되지 않는데도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그가 많은 백인들의 지지를 받고 당선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바마의 당선에 공헌한 또 다른 사람들은 미국 인구의 14.8%를 차지하고 있는 라틴계와 4.4%를 점유하고 있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다. 사실 총 인구의 33.8%에 달하는 유색인들의 지지가 없었더라면 오바마의 당선은 어려웠을 것이다. 오바마의 당선은 또 미국이 스스로의 숙명적인 짐인 인종차별을 극복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케네디 대통령이 미 의회에 제출한 민권법이 1964년 정식으로 발효되기 전까지 유색인들은 차별과 분리의 대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식당과 극장 그리고 버스와 학교에서 백인들과 같은 자리에 앉지도 못했던 유색인들이 불과 44년만에 미합중국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것은 가히 놀라울 만한 발전이다. 미국 흑인작가 리처드 라이트는 미국에서 태어난 흑인들이 전혀 미국인 취급을 받지 못하는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자신의 소설에 ‘네이티브 선’(1940)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어린 시절, 라이트는 양손에 짐을 들고 엘리베이터에 탄 적이 있었다. 실내에서 모자를 쓰는 것은 버릇없는 일이기 때문에 옆의 백인이 그의 모자를 벗겨주었다. 문제는 그런 경우, 흑인은 백인에게 ‘생큐’라는 말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백인이 흑인에게 서비스를 해주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그 역시 무례한 경우가 된다. 그래서 그는 그냥 백인을 바라보며 씩 웃는 것으로 감사를 표시했다고 회상하고 있다. 또 다른 흑인작가 랠프 앨리슨은 소설 ‘인비지블 맨’(1952)에서 백인들이 흑인들을 개체로 보지 않고 전형화해서 보기 때문에, 흑인들은 미국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인간’들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되었으며, 미국은 오바마의 등장으로 새로운 인종화합의 시대를 열게 되었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온 유학생과 백인여성의 후예인 오바마는 흑인이 아니라, 혼혈 공화국인 미국을 상징하는 흑·백인이며,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한 미국인이다. 마틴 루서 킹과 맬컴 엑스가 그 대표적인 예지만,1960년대만 해도 꿈과 이상을 품었던 흑인 지도자들은 암살자들의 총탄에 쓰러져 갔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미국에 귀화한 영국시인 W H 오든은 “미국인들은 변화를 믿으며, 변화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당선은 변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믿음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다. 다인종 사회인 미국은 앞으로도 계속 변화해나갈 것이고, 그것은 그 어느 나라도 따라갈 수 없는 미국만의 독특한 저력이 될 것이다. 김성곤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한국 아메리카학회장
  • [오바마의 미국] “변화 향한 마이너리티의 승리”

    [오바마의 미국] “변화 향한 마이너리티의 승리”

    “미국에 와서 보니 오바마 열풍이 대단합니다. 그를 통해 미국 국민들은 ‘아메리칸 드림’의 복원을 꿈꾸는 것 같습니다.” 지난 8월 민주·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미국의 대선 레이스를 현지에서 지켜보고 있는 김헌태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이 꼽은 오바마 승리 요인은 ‘변화를 향한 마이너리티의 열망’이었다. 흑인과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들이 불평등을 심화시킨 부시 정부에 실망했고, 오바마에게 미국을 다시 기회의 나라로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소장은 6일 서울신문과 이메일인터뷰에서 “오바마를 당선시킨 건 부시 대통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나친 감세정책, 정당성 없는 이라크전,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추락 등 부시 정부의 잇단 실정에 국민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고 진단했다. ●약자외면한 부시에 국민들 실망 부시 행정부의 실정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것이 10월 금융위기로 오바마가 승리를 굳힌 것도 바로 이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페일린의 등장으로 정통 보수층의 표가 결집하면서 매케인이 잠깐 앞서기도 했지만,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5~10%의 부동층이 오바마로 움직였다. 이게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김 전 소장은 이 때문에 취임한 뒤 오바마의 행보는 주로 국내 위기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금융위기에 이라크 철군, 대(對)탈레반 대응 등 현안이 산적해있다. 북핵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한반도 문제가 이슈의 초점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미 FTA는 이미 민주당의 기조가 ‘자동차 부문 재협상’으로 어느 정도 굳어져 있는 만큼 이를 거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美, 北포용 가능성… 미리 대비해야 다만 북한 문제의 경우 대북 포용기조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국 정부에서 이런 변화의 흐름을 놓치면 동아시아 내부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메일 인터뷰 말미에 김 전 소장은 “우리나라에도 오바마 같은 지도자가 꼭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오바마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인종, 계층, 종교, 성별 등으로 분열된 미국의 ‘공동체’에 대한 문제의식이었다. 오바마가 던진 이 문제의식에 대해 미 대중은 그를 선택함으로써 분열하는 공동체를 추스려가리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밖으로는 경제위기, 안으로는 공동체 위기에 직면한 상황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동일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들은 민생불안과 양극화로 인해 지쳐 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지도자가 필요하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오바마의 미국] “피부색보다 능력 우선”

    [오바마의 미국] “피부색보다 능력 우선”

    |시카고(미 일리노이주) 김상연특파원|버락 오바마의 ‘검은 혁명’은 상당수 백인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오늘의 미국 백인들은 흑인 대통령을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는 것일까. 백인들의 솔직한 심정은 어떨까. 시카고 시민 중 백인들에게 선거 다음날인 5일(현지시간)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흑인 대통령을 갖게 된 기분이 어떠냐고…. 드러내 놓고 피부색이 문제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물론 없었다. 하지만 대답에서 풍기는 느낌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흑인들에게 권력을 빼앗길까 혹시 걱정되지는 않느냐는 직설적인 물음에 젊은층은 피부색이 도대체 왜 문제가 되느냐는 투로 기자를 되레 무안하게 했다.“그런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다. 나는 민주당 경선 때는 오바마가 아닌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는데, 그렇다면 내가 여성한테 권력을 넘겨 준다고 생각했다는 얘기냐.”(29·제이슨 케이) 중년으로 가면 뉘앙스가 약간 달라진다.“시대가 변했다. 이젠 다양성의 시대다. 똑똑하고 능력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게 당연하다.”(45·마크 브래넌) 젊은층은 애초부터 인종적 편견이 전혀 없다고 간주해도 좋을 만큼 대답이 명쾌하고, 나이가 많을수록 속마음과는 별개로 시대의 대세를 수용하는 쪽으로 비쳐진다. 결국 오늘날 미국의 백인은 ▲선천적 인종평등주의자(주로 젊은층) ▲후천적 인종평등주의자(주로 중년층 이상) ▲인종차별주의자(주로 노년층과 남부지역민)로 3등분된 것으로 단순화시킬 수도 있다. 오바마의 승리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줄어들고 후천적 인종평등주의자가 늘어난 덕택으로 분석된다. 미국 밖에서 바라보는 것과 달리 백인들의 가치관이 획일적이지 않다는 점, 그리고 활발한 운동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와신상담하며 권토중래를 노릴 것이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이미 그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대도시 시민과 젊은층을 중심으로 백인 우월주의가 빠르게 와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히스패닉, 아시안계, 혼혈인구 등이 반(反)인종차별주의에 우군으로 가세하고 있다. carlos@seoul.co.kr
  • [한국사회 오바마를 말하다] (중) 혼혈 축구선수 강수일씨

    [한국사회 오바마를 말하다] (중) 혼혈 축구선수 강수일씨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FC에서 활약하는 축구선수 강수일(21)은 지난 5일 오후 훈련을 끝내고 사우나에 앉아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 당선 소식을 접했다. 순간 그의 뇌리에는 미국프로풋볼(NFL)에서 2006년 MVP를 거머쥐고 어머니의 고향을 찾았던 하인즈 워드가 생각났다.6일 인천 동춘동 숙소에서 만난 강수일은 “이번에도 그때처럼 반짝 관심으로 끝날 것 같다.”고 씁쓰레했다. 강수일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흑인 혼혈아였지만 주위의 편견에 흔들리지 않고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선 워드를 우상으로 여기고 있다. 워드 방한 당시 한국사회는 “이젠 인종에 대한 편견을 접어야 할 때”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열풍은 금방 식었다. 그는 “이번에도 오바마 열풍이 불고 있지만 혼혈에 대한 편견을 해결해 주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한국사회가 다문화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는 동시에 혼혈인들 역시 진정한 한국인이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열풍도 혼혈 편견 못 없앨것” 동두천에서 살던 어린 시절 그는 학교에서는 소문난 싸움꾼이었고, 동네에서는 예의 바르고 착한 어린이였다. 축구선수가 된 것도 초등학교 4학년 때 옆 초등학교의 ‘싸움 짱’을 혼내주러 갔다가 그 학교 체육선생님에게 발탁된 게 계기가 됐다. 하지만 집에 오면 동네 아주머니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아들 하나를 바라보며 공장, 막노동판, 양로원 등을 전전하는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사람들에게는 먼저 다가가려고 애썼다. 어머니는 고등학교 때 축구부 합숙소에서 밥을 짓는 일을 하기도 했다.“내가 먼저 다가가야 사람들이 마음을 연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버지는 미군 병사였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만나본 적이 없어요.” ●“다문화 사회 위해 초등교육 중요” 그는 진정한 다문화 사회가 되려면 초등학교 때의 교육과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같은 욕을 들어도 민감한 시절이라 더 큰 상처를 입고, 혼혈인들의 가정형편이 대부분 어려워 초등학교 때 이미 꿈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강수일은 “혼혈인은 한국의 그 어떤 선거에 나가도 떨어질 것”이라면서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해도 피부색이 다른 사람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프로축구 2군리그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한국에 사는 모든 혼열아들이 꿈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국가대표의 꿈을 꼭 이룰게요.” 이경주 황비웅기자 kdlrudwn@seoul.co.kr [서울신문 관련기사 보러가기] [한국사회 오바마를 말하다]<상> ‘코리안 드림’ 꿈꾸는 아이들
  • [인종 벽을 넘다-美 오바마 시대] 오바마 어떤 정책 펼까?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된 오바마 당선인이 어떤 정책을 펼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경제정책이다.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세계를 강타한 ‘위기국면’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오바마가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뉴딜’을 이어받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은 2일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 유권자들이 보다 강력한 정부를 원하고 있다.”면서 “오바마 후보의 당선으로 로널드 레이건 이후 28년간 득세했던 보수주의가 막을 내리고 미국 정치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딜은 ‘잊혀진 사람들을 위한 뉴딜(신정책)’이라는 정식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단순한 건설사업이 아니라 자유방임에서 국가개입으로 경제시스템을 바꾸고 사회복지를 시작한 신경제정책이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미래를 말하다’에서 “뉴딜은 단순한 경기부양책이 아니다. 경제를 회복시키면서도 미국의 소득불평등을 극적으로 줄인 정책이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소득세 증세를 통해 부자들과 근로자들의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고 미국을 중산층 중심 사회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경제정책의 핵심은 ‘증세’와 ‘일자리 창출’로 요약된다. 미국 근로자의 95%에게 세금을 깎아 주는 대신 연 소득 25만달러 이상 고소득층에 대해 세금을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또 국내에 남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기업에는 세금을 깎아 주는 대신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세금 혜택을 중단키로 했다. 아동 의료 보험 강제 가입, 저소득층 무료 의료 수혜 대상자 확대 등을 통해 보건·의료 정책의 혜택을 전 국민으로 확대시키겠다는 공약을 강조해 왔다. 교육 부문에서는 공교육을 강화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교육 재원을 연방정부 기준에 못 미치는 학교나 대안학교 등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민 정책 개선에도 적극적이다. 이민자 자녀를 위한 교육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공약으로 내거는 한편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위한 소액창업을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내놓았다. 환경 정책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기존 화석원료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앞으로 10년간 1500억달러를 친환경 에너지원 개발에 투자함으로써 500만개의 친환경 일자리, 이른바 ‘그린 칼라’를 창출할 계획이다. 또 600억달러를 ‘전국 사회간접자본 재투자은행’에 투자할 생각이다. 이 은행은 이 돈을 고속도로 다리, 공항 등 공공시설 건설에 사용함으로써 약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최근 주택경기 침체로 타격을 받은 건축업계의 회복을 촉진할 계획이다. 금융위기와 관련해서는 구제금융을 통해 금융기관 회생에 주력한 조지 부시 행정부와 달리 주택대출자 보호, 금융기관에 대한 감시·감독과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오바마는 주택차압 억제를 위해 100억달러 규모의 주택차압방지기금을 설치하고,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참가 금융기관에 대한 90일간의 주택압류 금지 조치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연금 조기 인출에 대한 위약금 면제, 중소기업 대출 확대 등 600억달러 규모의 대책을 통해 가계 및 기업의 신용경색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오바마는 다자주의와 대화에 입각한 국제분쟁해결과 외교정책에 힘쓸 가능성이 높다.“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직접 만날 용의가 있다.”는 공언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북 직접대화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아시아에서 미군의 역할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라크 문제에 대해서도 “2010년 여름까지 이라크에서 철군하겠다.”고 공약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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