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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과학 따라잡기] 패류독소 분석 표준물질 개발/신현호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패독으로 인한 마비, 두통 등 중독증상은 마비성 독소를 가지고 있는 와편모조류를 섭취한 조개, 홍합 등 어패류를 사람이 먹었을 때 나타나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른다. 이 때문에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매년 패류를 채취해 독성을 분석하고 독성이 기준치를 넘으면 패류의 유통과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마비성 패류 독소의 정량적, 정성적 분석을 위해서는 표준물질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엔 표준물질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캐나다 국립연구원에서 표준물질을 구입해 독성을 분석해 왔다. 표준물질은 패류독소를 가지고 있는 와편모조류의 대량 배양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국내 연구팀은 2018년 동중국해에서 약 100년간 학계에 보고가 없었던 와편모조류인 센트로디니움을 발견하고, 우리나라에서 출현하는 마비성 패독의 원인종과 분자 계통학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것을 확인했다. 약 3년간의 연구로 센트로디니움이 기존에 알려진 마비성 패독의 원인 종보다 매우 강하고 다양한 독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최근 대량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센트로디니움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내 연구팀만 보유하고 있는 식물플랑크톤 자원이고, 이 종이 가진 다양하고 강한 독소를 이용해 조만간 표준물질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센트로디니움 대량 배양과 독을 정제, 생산할 수 있는 안정적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기초연구뿐만 아니라 의약품 생산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 ‘변이’로 세진 감염력, 중증·치명률은 낮아

    ‘변이’로 세진 감염력, 중증·치명률은 낮아

    영국을 진원지로 전 세계 20여개국으로 확산된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내에도 유입되면서 3차 대유행에 악영향을 끼칠지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감염력이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최대 70%까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내과 교수와 방역 당국의 설명을 토대로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었다. Q. ‘변이’와 ‘변종’ 가운데 어느 게 맞나. A. 현재까지는 변이라고 보는 게 맞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자연적으로 복제하면서 유전자서열이 조금씩 변하는데 이때 감염력, 병원성 등의 바이러스 특성이 유의미하게 달라지면 변종, 그 정도 수준이 아니면 변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변종은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시작된 건 같지만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19 등으로 분화된 바이러스들을 가리킨다. 변이는 변종 바이러스 안에서 조그맣게 계속 일어나는 변화다. 사실 변종, 변이를 나누려면 더 많은 연구 결과가 나와야 한다. Q.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처음인가. A.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전자 염기서열 차이로 인한 아미노산의 변화를 기준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S, V, L, G, GH, GR, 기타 등 모두 7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내에선 중국 우한발 유행 초기에는 입국자로부터 S그룹이 주로 발견됐고, 지난 5월 이태원발 집단감염 사태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3차 대유행에는 S그룹에서 변이가 일어난 GH그룹이 광범위하게 유행했다. 11월 중에 분석한 바이러스 134건도 모두 GH그룹에 해당한다. 현재까지도 GH그룹이 국내 우세형이라고 할 수 있다. Q. 감염력이 70%까지 높다던데. A. 정확히 말하면 짧은 시간 내에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최대 70% 강하고, 감염 재생산지수를 0.4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감염 재생산지수가 1 이하면 억제, 1 이상이면 확산 흐름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보다 0.4 높아지는 건 상당히 감염력이 높다는 걸 뜻한다. 지역이나 인종 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연구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Q. 더 많이 감염되면 치명률도 높은 것 아닌가. A. 일반적으로 바이러스가 진화하거나 변이할수록 감염력은 높아지지만 치명률은 낮아진다. 다시 말해 감염력과 치명률은 반비례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중증질환 또는 치명률을 증가시킨다는 증거는 아직까진 없다. Q. 지금 나오는 백신으로 막을 수 있을까. A. 아직까지는 화이자, 모더나 백신 등이 변이 바이러스를 방어하지 못한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이들 회사는 영국 변이 바이러스에도 자신들의 백신이 유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변이가 지속됐을 때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도 있어 당국에서도 적극적인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 Q. 변이 바이러스의 소아 감염 우려가 더 큰가. A. 독감 바이러스는 소아 감염 우려가 더 큰 게 맞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소아에 대한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꾸준히 소아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지만 중증이나 사망한 사례는 아직 없다. 부모들은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물론 코로나19는 안 걸리는 게 최선이다. 아이들이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을 철저히 할 필요는 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청송군 “서울동부구치소 확진자 이감 방역·안전대책 마련하라”

    청송군 “서울동부구치소 확진자 이감 방역·안전대책 마련하라”

    경북 청송군은 법무부 등 교정당국에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경북북부 제2교도소 방역과 군민 안전대책을 요구했다고 27일 밝혔다. 군은 전날과 이날 오전에 진보면사무소에서 긴급간담회 1·2차 회의를 열고 서울 동부구치소 교도소 확진자 관리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는 경북북부 제2교도소의 생활치료센터 전환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단, 주민의견 수렴에 따라 교정공무원 자가격리 시 자택이 아닌 교도소 관사나 임업인종합연수원 활용, 경북북부 제2교도소 교정직 공무원 인센티브 제공 등 요구사항이 내걸렸다. 하지만 2차례 회의에 법무부 및 질병본부 관계자들이 참석하지 않아 요구사항이 제대로 수용될 지는 미지수다. 앞서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은 청송군 진보면에 있는 경북북부 제2교도소를 생활치료센터로 전환해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이감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청송군과 지역 주민들이 철저히 배제되면서 반발을 샀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무엇보다 의료진, 근무자, 군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지난 3월 소노벨 청송(옛 대명리조트)을 생활치료센터로 운영한 경험을 살려 방역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청송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의사인 나도 흑인이라고 코로나 치료 차별” 폭로 후 끝내 사망

    “의사인 나도 흑인이라고 코로나 치료 차별” 폭로 후 끝내 사망

    코로나19 치료 과정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폭로한 미국 의사가 끝내 사망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던 흑인 여성 의사 수전 무어(52)가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무어는 지난달 2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인디애나폴리스 대학 병원에 입원했다. 통증이 심해 백인 의사에게 진통제를 추가로 투여하고 코로나19 치료에 쓰는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를 처방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의사는 이런 무어의 요청을 거절했다. 무어 본인이 의사라 치료 과정이나 절차에 대해 일반 환자보다 훨씬 잘 알고 있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병원 측은 무어가 거듭 통증을 호소한 끝에 검사를 진행했고, 폐렴 증상과 림프샘 문제가 발견되고 나서야 진통제를 투약했다. 그나마 몇 시간이 지나서야 실제 투약이 이뤄졌다는 게 무어의 주장이다. 무어는 “내가 백인이었다면 이런 대우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의사는 나를 마약중독자 취급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흑인들은 이런 식으로 집으로 돌아가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죽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병원 최고 책임자를 만나 자신이 겪은 상황에 대해 항의했다. 그러자 병원은 무어의 담당 의사를 교체하고, 인종 다양성 교육을 약속했다. 덕분에 무어의 통증도 완화되는 등 치료에 희망이 보였다. 그리고 지난 7일 무어는 의사 권고로 퇴원했다. 하지만 퇴원 12시간도 채 되지 않아 무어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했다. 병원의 퇴원 후 점검 전화도 받지 않았다. 병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무어는 호흡이 불안정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체온은 40도에 육박했고 혈압도 낮았다. 처음과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무어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20일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뉴욕타임스는 무어의 사례처럼 흑인은 특히 통증 완화 치료를 받을 때 백인보다 열악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 병원을 포함해 어디서든 흑인의 교육 수준과 상관없이 차별을 받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냉장고 속 아이’ 더이상 없으려면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하라

    ‘냉장고 속 아이’ 더이상 없으려면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하라

    두 달 전 유기견 한 마리를 입양했다. 큰 결단이 필요했다. 그런데 나만 결단하면 된다는 생각은 큰 착오였다. 강아지 입양조건이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한 생명과 함께하는 것은 큰 책임이 따르는 일임에도 강아지의 귀여움만 보고 데려갔다가 학대하거나 유기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입양자의 조건을 엄격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 눈길을 끈 제일의 조건은 강아지 이름과 소유자의 인적사항 정보 등이 담긴 인식전자칩을 강아지 몸속에 심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강아지 유기를 예방하고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경우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강아지 인식칩’은 사람으로 치면 신분등록 즉, 출생신고와 유사한 것이다. 강아지 한 마리를 반려로 맞이할 때도 신분등록을 의무화하는데 태어난 우리 아이들이 이만 한 대접도 못 받는 현실이 떠올라 절로 한숨이 나왔다. ●아동학대·시신 유기 사건 끊이지 않아 2020년 11월 10일쯤 전남 여수에서 ‘엄마가 일곱 살, 두 살 아이를 방임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는 사실로 확인돼 두 아이는 엄마로부터 분리돼 아동쉼터로 보내졌다. 두 아이 중 두 살 아이는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아이였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얼마 뒤 이웃 주민이 또 다른 아이가 있었다고 신고했다. 경찰이 집을 수색한 끝에 냉장고에서 생후 2개월 된 아이의 시체를 찾아냈다. 두 살 아이의 쌍둥이 남매였다. 2015년 인천에서는 친부와 계모에게 감금돼 학대받던 11세 여자아이가 집의 2층 세탁실에서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했다. 가게에서 과자를 훔쳐 먹던 아이를 발견한 가게 주인이 지나치게 마른 아이의 모습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친부와 계모는 아동학대로 전격 구속됐다. 조사 결과 아이가 학교에 장기간 결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이가 오랫동안 결석하고 있었음에도 학교도, 지역사회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다. 이 일로 전국 초등학교의 장기 결석자에 대한 전수조사가 실시됐고 중학교, 미취학 아동까지로 전수조사가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아동학대 또는 아동학대 의심 사례, 교육방임 사례가 확인됐다. 부천에서는 초등학생 아들을 폭행해 아이가 숨지자 시체를 훼손해 유기한 사건, 또 중학생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체를 집안에 방치한 사건(백골 상태로 발견)이 수년 만에 밝혀졌다. 그나마 이 아이들은 출생신고를 해 그 존재를 세상에 알렸기에 비참하고 억울한 죽음과 죽음의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 광주의 한 가정에서는 부모가 10명의 자녀 중 18세, 15세, 13세, 12세 등 4명의 아이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아이들은 주민번호도 없고, 학교도 다니지 못했으며, 의료보험 혜택 등 아무런 사회보장 혜택도 받지 못한 채 존재하지만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유령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출생신고 안 하면 죽음의 진실도 묻혀 2018년 3월에는 한 여성이 태어난 아이를 방치하다 사망에 이르게 한 뒤 시체를 유기했다고 자수했다. 그 여성은 2010년 10월 여자아이를 출산했다. 부부는 출생신고도, 예방접종도 하지 않는 등 아이를 방치했고, 결국 그해 12월 감염으로 추정되는 고열에 시달리다 사망했다. 부부는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아이가 사망하자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고 시체를 유기했다. 이 사실은 죄책감에 시달리던 엄마가 7년 만에 자수해 알려지게 됐다. 2020년 2월쯤에는 강원도 원주에서 20대 부부가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아이를 방치하다 사망에 이르자 시체를 암매장한 사실이 밝혀졌다. 20대 부부는 2016년 딸을 출산한 후 첫째 아들과 딸을 남겨 두고 자주 집을 비우다 결국 5개월된 딸이 사망했고, 시체를 인근 묘지에 암매장했다. 이후 이들은 셋째를 출산했지만,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방치하다 사망에 이르게 한 뒤 시체를 암매장했다. 이 사실은 다섯 살 첫째 아이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로 부부를 조사하던 중 첫째 아이의 진술로 밝혀졌다. 특히 다섯 살인 첫째 아이의 진술이 없었다면 셋째 아이의 출생과 죽음의 진실은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보건복지부가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표한 통계를 살펴보면 이 기간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157명인데 숨진 아동 중 1세 미만인 영아가 35.7%로 확인된다. 이는 출생신고 된 아동만이 잡힌 통계수치로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아 확인할 수 없는 아동까지 고려하면 학대로 인해 사망에까지 이른 1세 미만 아동이 훨씬 더 많을 것임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출생신고 안 된 아이들 범죄에 노출 위험 출생 즉시, 그 출생 사실이 공적으로 등록되는 것은 위의 사례를 재론하지 않더라도 아동의 생사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들은 세상에 존재하지만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살아남는다 해도) 법의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필수적인 예방접종을 받지 못하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질병 또는 상해로 치료가 필요한 때에도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기 어렵다. 아동수당 등의 복지혜택도 받지 못하며, 취학연령에 이르러도 학교에 다닐 수 없다. 출생기록이 없다 보니 유기, 불법입양, 인신매매 등의 범죄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 더 자라면 자신의 공식적 신분증명서가 없어 법정연령이 미달함에도 결혼을 하거나, 노동시장에 편입되거나, 군에 강제징집될 수 있다. 또한 범죄 혐의로 기소되는 경우 아동이 자신의 연령을 입증하지 못하는 탓에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되고 성인이 돼서는 사회부조 내지 공적 분야에서의 취업의 어려움을 겪으며 유권자로서의 권리도 인정받지 못하고, 여권도 발급받을 수 없다. 법원 역시 출생신고의 중요성을 알고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부모에게 “출생신고는 사회구성원으로서 교육, 보건의료, 사회보장 등 공적 서비스와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이며, 아동의 정체성과 존재를 인정하여 사회 전반에 걸친 관심과 보호의 대상으로 편입하는 사회적 의미의 첫 관문으로 출생신고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동에게 주어진 권리라고 할 것인데, 피고인이 피해아동에 대한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고 피해아동을 돌보지 않아 피해아동이 기본적인 의료혜택조차 받지 못하도록 방임(2016. 6. 9. 선고 인천지방법원 2015고단6538)”했다면서 아동학대를 인정했다. 최근 대법원도 “아동에 대하여 국가가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거나 그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출생신고를 받아 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발생한다면 이는 아동으로부터 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다’(2020. 6. 8. 선고2020스575 친생자출생신고를 위한 확인)”라고 하여 아동의 권리로서 출생등록될 권리를 인정했다. ●유엔, 한국 출생신고제 개선 촉구 이토록 중요한 출생신고가 누락되고, 많은 아이가 법의 사각지대에서 학대당하고 때론 죽어도 그 사실조차 밝힐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출생신고는 전적으로 부모에게 맡겨져 있다(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부모에게는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될 뿐이다. 부모의 선의에 전적으로 맡겨진 출생신고제도, 자녀가 출생하면 부모는 출생신고를 할 것이라는 당연한 믿음은 출생신고 되지 못하고 법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수많은 아동의 존재를 외면한다. 아동학대사건이 발생하면 언론들은 학대를 저지른 부모를 악마화하기에 바쁘다. 악마가 아니고서야 그런 일을 저지를 리가 없다는 것이다.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절대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우리를 안도하게 하지만, 아동학대사건의 70%가 친부모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그들을 악마화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음을 금방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부모라면 당연히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으로는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다. 부모의 선의에 의존하는 한국 출생신고제의 문제점에 대해 시민사회는 오랫동안 지적해 왔고,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도 이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출생신고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인권위는 출생아동의 98.7%가 병원에서 출생하는 점에 주목해, 아동의 출산을 담당하는 의사 및 조산사 등이 국가기관에 출생을 통보할 의무를 부여하도록 법 개정을 권고했다. 영국,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많은 나라가 병원의 출생통보제를 채택하고 있다. 또한 2011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한국에 “협약의 제7조(출생 즉시 등록될 권리, 친생부모를 알권리 등)에 합치되도록 부모의 법적 지위나 출신에 상관없이 모든 아동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을 대한민국에 촉구한다. 또한 대한민국이 이러한 과정에서 출생신고에 아동의 생물학적 부모가 정확히 명시되도록 보장하고 이를 확인하도록 촉구”한 이래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2012년, 2019년), 자유권규약위원회(2015년), 사회권규약위원회(2017년), 여성차별철폐위원회(2018년) 등에서도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 보편적 출생등록제 공허한 약속만 이렇게 절실하게 도입이 요구되는 제도인데도, 돈이 든다, 어른들의 삶이 복잡해진다, 의료기관에 과도한 책임을 떠넘긴다 등등의 사정을 내세워 한국의 출생신고제도는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가 출생신고조차 되지 못한 아이의 시체가 냉장고에서 발견되는 강력 사건이라도 터지면 제도가 문제라며 당장이라도 개선하라며 여론이 들끓는 일이 반복된다.2019년 정부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에서 누락 없는 출생등록제 도입을 공언했다. 법무부는 외국아동출생등록제에 관해 2019년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외국인 출생등록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는 올해 5월 8일 출생통보제의 신속한 도입을 권고했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는 지난 15일에야 출생통보제 도입을 발표했다. 그러나 실현되지 못한 반복된 약속들은 공허할 뿐이다. 우리는 얼마나 또 차가운 냉장고 속에서, 꽁꽁 언 땅에서 존재했으나 존재하지 않았던 아이들의 주검을 마주해야 하는가. 더이상 약속은 필요 없다. 당장 도입하라. 출생통보제! 이 땅에서 태어난 단 하나의 아이도 놓치지 않도록 당장 도입하라.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김수정 민변 아동인권위원회·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 김수정 사시 40회로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전문위원, 법무부 여성아동정책심의위원회 위원,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이다. 저서로 ‘아주 오래된 유죄’(2020)가 있다.
  • ‘성전’ 이름으로 정당화… 국가 간 분쟁보다 위험

    ‘성전’ 이름으로 정당화… 국가 간 분쟁보다 위험

    기독교 약 18억명, 이슬람교 약 13억명. 두 종교를 믿는 신자들의 숫자다. 이 두 거대 종교를 따르는 신자들을 합하면 거의 세계 인구의 절반이 된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이다. 두 종교 모두 ‘평화의 종교’를 내세우지만 세계는 평화롭지 않다. 외려 인간이 저지른 최악의 폭력들이 두 종교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경우가 많았다. 다른 종교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왜 그럴까. ‘종교가 사악해질 때’는 이를 종교가 타락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미국 비교종교학자인 저자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간의 갈등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을 쓰면서 서문(개정판)에 “종교에서 영감을 얻거나 종교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활동하는 사람과 집단의 위험이 지금만큼 분명하게 드러난 적은 없”기 때문이라고 출간 이유를 밝혔다. 세계에서 종교가 가장 들끓는 곳은 인종의 용광로, 미국이다. 지금까지는 기독교가 다수이고 유대교가 그다음이었지만, 이제 이슬람교가 2위를 넘본다. 세계 유일 초강대국의 내부에서 거대 세력 간의 싸움이 벌어진다면 국가 간 분쟁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종교가 타락하는 징후를 살피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저자는 종교 타락의 징후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자신들만이 절대적 진리를 알고 있다고 주장하고, 맹목적인 순종을 강요하며, ‘이상적인 시대’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확립하려 든다. 또 숭고한 목표를 위해 동원되는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고, 이기적인 명분으로 ‘성전’을 선포한다는 것 등이다.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주는 내용이다. 저자는 “모든 종교가 다 똑같지 않다면, 모든 종교의 세계관이 똑같이 타당하다고 보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자기비판적인 의식, 타인에게 열린 마음을 갖는다면 건강한 미래를 일궈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무슬림이 다수를 차지하는 일부 국가에서 극단주의를 부추기는 심각한 문제가 도드라지는 만큼, 이를 제어하기 위해 서구의 무슬림들이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 美 의사당 ‘노예제 옹호’ 리 장군 동상 110년 만에 철거

    美 의사당 ‘노예제 옹호’ 리 장군 동상 110년 만에 철거

    미국에서 과거 노예제를 옹호했던 남부연합군의 사령관 로버트 리(1807~1870)의 동상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서 철거됐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의사당 건물 안에 1909년부터 110년 넘게 서 있던 리 장군의 동상이 이날 새벽 3시쯤 철거됐다고 밝혔다. 의사당에는 50개 주에서 2명씩 고른 인사의 동상이 서 있는데 리 장군은 미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함께 버지니아주를 대표하는 동상이었다. 이번 철거는 민주당 소속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가 주의회 산하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요청한 것이다. 위원회에서는 노예제 존속을 위해 싸웠던 인사가 다양성이 추구되는 현시점에는 주를 대표하는 상징이 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지난 5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숨지는 사건으로 인해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남부연합군을 이끈 장군들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동상 철거를 요구한 제니퍼 웩스턴 하원의원 등은 성명을 내고 “역사적이자 한참 전에 이뤄졌어야 할 순간”이라면서 “리 장군 동상은 분열과 압제, 인종주의 유산으로 미국 역사의 어두운 시대를 기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리 장군의 동상이 서 있던 자리에는 1951년 당시 16세로 흑인 학생에 대한 처우를 문제 삼으며 시위에 나섰던 바버라 존스의 동상이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존스의 사건은 흑인과 백인의 분리교육을 금지한 미 연방대법원의 유명한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 클레오파트라 인종적 정체성(상)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 클레오파트라 인종적 정체성(상)

    지난 10월 영화 ‘원더우먼’으로 널리 알려진 이스라엘 출신의 배우 갈 가도트가 새롭게 제작되는 영화 ‘클레오파트라’에서 클레오파트라 역을 맡기로 하면서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가도트는 과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을 옹호한 전력이 있는데, ‘친이스라엘ㆍ반팔레스타인’의 정치적 성향을 가진 배우가 아랍권에 속하는 이집트와 관련된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아랍인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것이다. 클레오파트라 역 캐스팅을 둘러싼 논란의 배경에는 가도트의 출신이나 정치 성향과 별개의 문제도 얽혀 있다. 클레오파트라의 ‘인종적 정체성’이 문제다. 요컨대 겔 가도트와 같은 외모를 가진 배우가 클레오파트라의 역할을 맡는 것이 적절하냐는 질문을 누군가는 던질 수 있다. 그 질문에 대해 답하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실제로 클레오파트라의 정체성은 상당히 복잡하다. 그는 고대 이집트인이면서 동시에 그리스인이었다.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 출신의 알렉산드로스가 동방원정의 과정에서 당시 페르시아가 지배하던 이집트를 정복한 것은 기원전 332년의 일이다. 그는 결국 페르시아 제국을 멸망시키고 자신의 ‘헬레니즘 대제국’을 완성했다. 그런데 이 불세출의 영웅은 정복 사업을 마무리 짓자마자 예기치 않게 사망한다. 그리고 그 직후 제국은 4개의 왕국으로 쪼개지는데, 그 가운데서 이집트를 장악한 것은 알렉산드로스의 부하이자 친구였던 프톨레마이오스라는 인물이었다. 그가 이집트의 지배자, 즉 파라오가 된 뒤에 이집트는 300년가량 그의 후손이 통치했다. 이 그리스 계통의 왕조를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라고 부른다.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 역사 속에서 최후의 독립 왕조였던 이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마지막 파라오였다.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시대 내내, 그리스 출신들을 조상으로 하던 이집트의 지배계층은 일정 부분 이집트화되기는 했지만 문화적으로 그리스적 정체성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이 왕조의 파라오들 대부분이 갖고 있었던 프톨레마이오스(Ptolemaios)라는 이름도 그렇고, 클레오파트라(Cleopatra)라는 이름 역시 이집트식이 아닌 그리스식이라는 사실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클레오파트라는 분명히 이집트의 파라오였고 ‘웨레트-네브트-네페루-아케트-세흐’라는 고대 이집트어로 된 이름도 있다. 그리고 그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파라오들 가운데는 흔치 않은 그리스어와 고대 이집트어를 모두 하는 인물이다. 더불어 프톨레마이오스 1세 이래로 근 300년 가까이 왕조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그리스인들과 토착 이집트인들 사이에서 혼혈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아마도 클레오파트라는 오늘날 동지중해 지역에 사는 이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만큼 적어도 외모에서 이스라엘 배우 가도트가 클레오파트라의 역할을 맡는 것이 크게 무리가 될 것 같지는 않다. 한편 아프리카 중심주의(아프로센트리즘ㆍAfrocentrism)를 따르는 이들은 클레오파트라 역을 흑인 배우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심상 지도에는 ‘아프리카=흑인’이라는 등식이 탄탄하게 자리잡은 것처럼 보인다. 으레 이집트인이라면 흑인이어야 한다는 논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고대 이집트인들은 일반적인 의미의 흑인은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아프리카 내륙 출신들과 분명하게 구분해서 인식했고, 실제로 조형물이나 부조 등에서도 토착 이집트인을 흑인들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그렇다면 설령 클레오파트라를 그리스인이 아닌 이집트인으로만 규정하더라도, 그 역할에 맞는 배우가 굳이 흑인일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아프리카 중심주의자들의 주장이 다소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사실적 기반이 전혀 없는 것은 또 아니다. 이 이야기를 위해서는 클레오파트라의 여동생이었던 ‘아르시노에의 유골’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하)편에서 계속 됩니다.
  • 어, 피카소? 남미서 온 과야사민!

    어, 피카소? 남미서 온 과야사민!

    오스왈도 과야사민(1919~1999). 멕시코의 디에고 리베라와 함께 라틴아메리카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에콰도르의 국민화가이자 문화영웅이다.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 실제 그의 모든 작품은 에콰도르의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어 정부의 승인 없이는 나라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없다. 지난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그의 대표 작품들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오스왈도 과야사민 특별기획전’이 지난 주말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양국의 문화교류 활성화 차원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행사다.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태어난 과야사민은 1941년 키토미술학교를 졸업하고 1948년 ‘제2회 에콰도르 국립수채화 데생 살롱전’을 통해 두각을 나타냈다. 1956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비엔날레에서 그랑프리상을, 이듬해 상파울루 비엔날레에서 1등 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남미 대표 화가로 입지를 굳혔다. 남미 원주민인 케추아족 부모에게서 태어난 과야사민은 원주민과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가난한 노동자와 빈민을 핍박하는 참혹한 현실에 분노했다. 스페인 내전과 2차 세계대전 등 분쟁과 독재로 인한 폭력과 비극에 대해서도 깊이 고뇌했다. “예술가라면 시대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신념 아래 불의와 부정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작품 활동을 50여년간 쉼 없이 펼쳤다.이번 전시에서는 초기작부터 ‘애도의 길´(1940~1950년대), ‘분노의 시대’(1960~1970년대), ‘온유의 시대’(1980~1999년) 등 시기별 대표작을 아우르는 유화, 수채화, 드로잉 89점을 선보인다. 과야사민의 첫 연작인 ‘애도의 길’은 페루, 볼리비아, 칠레 등 남미를 직접 여행한 후 그린 시리즈로, 남미 원주민의 정체성과 희로애락을 담았다. ‘분노의 시대’ 작품들에선 반제국주의 성향이 확고했던 작가의 정치적인 색깔이 가장 강하게 드러난다. 인류의 미래를 움켜쥔 권력자 5명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펜타곤에서의 회의’ 연작, 스페인 내전으로 남편, 아들, 아버지를 잃은 여인의 슬픔을 극적으로 표현한 ‘눈물 흘리는 여인들’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회화 기법에서도 피카소에게서 영향을 받은 입체주의로의 변화가 확연하다. 노년기에 그린 ‘온유의 시대’ 작품들에선 세상 모든 어머니에게 바치는 사랑과 희망을 느낄 수 있다. 전시 관람은 무료이며, 내년 1월 22일까지 열린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이메일 해고·성차별 임금… 여성 밀어내는 실리콘밸리 ‘민낯’

    이메일 해고·성차별 임금… 여성 밀어내는 실리콘밸리 ‘민낯’

    #1. “구글 검색 인공지능(AI) 기술의 편향성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려다 해고당했다. 논문을 철회하거나 공저자 중 구글 직원 이름을 빼라는 요구에 불응하자 이메일로 해고를 통보해 왔다.” 지난 3일 구글 AI윤리팀 공동리더 팀닛 게브루의 트위터 폭로다. 흑인 여성인 게브루는 스탠퍼드대 박사로 ‘AI가 유색인종보다 백인 남성을 특히 잘 식별한다’는 논문으로 주목받은 인물. 지난해 구글에 입사해 신설된 AI윤리팀 공동 리더를 맡아 왔다. ●게브루 “구글 CEO 알맹이 없는 사과” 일축 폭로 뒤 구글 직원들은 “연구 자유를 보장하지 않은 부당한 행위”라며 게브루 편에 섰다. 트위터에선 #ISrpportTimnit(나는 팀닛을 지지한다)을 게시하는 게브루 지지 해시태그 운동이 전개됐다. 결국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일 “(해고는) 고통스러운 사건이지만 (구글에) 아직 진보해 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상기시켜 주는 중요한 사건”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게브루는 “알맹이 없는 사과”라고 일축하며 “나를 마치 ‘화난 흑인 여성’으로 바라보지 말라”고 받아쳤다. 게브루의 연구 자유를 지지하는 흐름은 멈추지 않았다. 해고 통보 뒤 2주가 지난 17일 구글 직원들은 게브루에 대한 공식 사과 및 그의 복직을 요구하는 서한을 경영진에게 전달했다. 그보다 앞서 구글 직원 2700명과 학계 4300명이 게브루 지지 서명을 했다. 비슷한 시기 실리콘밸리의 또 다른 기업 핀터레스트에서는 늦봄에 시작됐던 갈등이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2. 지난 4월 회사 내 성차별 문제를 제기한 뒤 화상통화로 해고 통보를 받았던 프랑소와 브로어 전 핀터레스트 최고운영책임자(COO). 이미지 공유 앱을 운영하는 핀터레스트를 직장 내 성차별 혐의로 고소했던 브로어는 지난 16일 2250만 달러(약 247억원)에 핀터레스트와 소송 취하에 합의했다. 핀터레스트는 브로어에게 지급하는 금액 중 250만 달러(약 27억원)를 정보기술(IT) 업계 성차별 문제 개선에 공동 기부하기로 했다. 미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출신인 브로어는 2005년 구글에 입사해 글로벌 영업 및 운영 담당 부사장까지 올랐다. 이후 위치 기반 모바일 결제회사 스퀘어로 이직했다가 2018년 3월 핀터레스트 COO가 됐다. 브로어는 소를 제기할 때 쓴 블로그에서 “중요한 회의에서 지속적으로 배제됐고, 입사 당시 남자 동료들보다 적은 급여와 주식을 받았다”면서 “사내에 만연한 여성 차별, 적대적인 근무환경, 여성 혐오 문화에 대해 공공연하게 이야기한 것 때문에 해고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게브루는 2주, 브로어는 약 8개월 동안 회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직원들이 지난 몇십 년 동안 겪은 경로대로 움직였다. 회사의 잘못된 문화에 대한 공개 지적→ 일방적인 해고 통보→ 사측 부당행위에 대한 공개 및 저항→ 회사의 사과 또는 보상. ●AI 인종·성 편견 사후에 걸러내는 건 불가능 그래도 게브루와 브로어는 각각 회사의 응답을 받았다. 비록 여성, 특히 게브루는 흑인 여성으로 실리콘밸리의 소수그룹에 속하지만 둘은 명문대를 나온 ‘엄친딸’이고, 책임자급 지위에 있었고, 소속 회사를 넘어 실리콘밸리에 광범위한 인맥을 구축해 두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2명의 여성에게만 초점을 맞춰 ‘메신저들의 승리’로 결론 짓기엔 찜찜한 부분이 있다. 애초에 이들이 제기했던 ‘메시지’의 민감함 때문이다. 평소 직원들의 연구를 장려하는 구글은 왜 유독 게브루팀의 논문에 대해서만 제재를 가했을까. 논문을 입수해 분석한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는 AI에 관한 잠재적 위험이 논문에 총망라돼 있다고 평가했다. 논문은 AI 학습을 위해 인터넷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려는 관행 속에서 인종차별, 성차별, 학대적인 언어가 AI 훈련 데이터에 무분별하게 포함될 수 있는 반면 AI는 인간의 집단적 각성에 대해선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인종차별 관행을 반성하고 정반대 생각으로 각성해 ‘블랙 라이브스 매터’(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운동에 나서는 인류를 AI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AI는 인간의 언어를 완벽에 가깝게 흉내낼 수 있기 때문에 편향된 입력 데이터에 기대 가짜뉴스를 만들거나 오역을 할 수도 있다. AI의 편견을 사후에 걸러내면 된다는 반론에 대해 논문은 너무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기 때문에 AI 사후 교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결론 냈다. ●사용자 70% 여성 ‘핀터…’ 女 경영진은 소외 게브루는 결론적으로 AI를 학습시키는 데이터를 저인망식으로 수집하는 지금의 행태에서 벗어나 더 세심하게 구조화해 수집해야 한다고 논문을 통해 구글을 직격했다. 구글의 사업 전략과 정반대 주장을 제시한 데다 ‘편향된 AI’에 관한 구글과 과학자들의 미필적 고의를 꼬집은 셈이다. “핀터레스트에서 여성 경영진은 소외되고 배제되고 침묵해야 한다”던 브로어의 폭로 역시 사용자의 70%가 여성인 핀터레스트에 매우 위협적인 진실이었다. 핀터레스트 측은 브로어의 개인적인 태도 문제에서 해임 사유를 찾으려고 했지만, 일단 브로어가 시작하자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정책팀 소속이던 2명의 흑인 여성은 핀터레스트에서 저임금을 받았고, 상사가 자신을 ‘하인’이라고 부르는 폭언을 들었으며, 관련 불만을 제기한 뒤 보복당했다고 트위터에 썼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핀터레스트는 궁지에 몰렸다. 하필 올해는 빅테크 기업이 정치권으로부터 혹독하게 공격받은 시기였다. 미 의회는 빅테크 기업들을 청문회장에 세워서 무분별한 정보 수집 관행과 생태계 독점 문제를 추궁했다. 이런 와중에 내부에서 사업전략과 조직문화를 직격했으니 구글과 핀터레스트가 탐탐지 않아 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두 여성 리더들의 문제 제기는 실리콘밸리에선 이색적이지만, 전통 기업의 영역에선 아주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인적관리(HR) 회계 창립자인 에릭 플램홀츠 UCLA 교수는 창업 단계의 기업은 수요에 민감하고 내부 인력의 다양성을 존중하지만,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며 급팽창한 다음부터는 창설 멤버와 직원들이 양분되거나 회사보다 부서에 충성하는 식의 배타적인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이 빠르게 성장한 빅테크 기업의 막강한 시장 지배력에 우려를 표시하며 마치 과거 에너지 재벌을 대하던 태도로 IT 기업을 다룬 것처럼 게브루와 브로어가 실리콘밸리 기업과는 어울리지 않는 구태스러운 조직문화를 폭로했던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선) 당당하고 열정적으로 나서는 여성이 동등한 기회를 거머쥔다’던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의 책 ‘린 인’이 나온 지 7년 만의 반전이다. ●“다양성 존중 않는 문화의 폐해” 폭로 중 게브루와 브로어는 내부자가 된 소수자가 문제 제기를 한 경우이지만, 사실 소수자의 빅테크 기업 입성 자체도 쉽지 않다. 2018년 여름부터 1년 동안 집계한 빅테크 기업 11곳의 여성 인력 비중은 32.0%로 실리콘밸리 전체 여성 직원 비중인 44.8%보다 낮았다. 실리콘밸리 재직자 중 흑인 비중은 2008년 3%에서 2018년 2%로 줄었다. 애초에 공학을 전공하는 여성과 흑인이 적어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수자로 내부자가 됐다가 배제된 두 여성은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가 이미 빅테크 기업 안에 있음을 증언 중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F1의 ‘전설’ 슈마허를 넘은 해밀턴 ‘올해의 스포츠인’

    F1의 ‘전설’ 슈마허를 넘은 해밀턴 ‘올해의 스포츠인’

    국제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원(F1) 그랑프리 최다 우승 기록을 고쳐 쓴 루이스 해밀턴 (35·영국·메르세데스)이 20일(현지시간) 영국 BBC의 ‘올해의 스포츠인’으로 선정됐다. 해밀턴이 BBC가 선정하는 올해의 스포츠인으로 뽑힌 것은 2014년에 이어 두 번째다. 해밀턴은 지난달 F1 챔피언 자리에 오르면서 ‘전설‘ 미하엘 슈마허(51·독일)가 보유했던 역대 최다 챔피언(7회)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해밀턴이 2007년 데뷔했을 때 백인이 지배하던 F1에서 유일한 흑인 드라이버였다. 하지만 인종 장벽을 깨고 데뷔 다음해부터 F1 챔피언 트로피를 수집하기 시작해 2017년부터 4년 연속 챔피언 우승컵을 모았다.또 2020 F1 월드챔피언십 12라운드 ‘2020 포르투갈 그랑프리’에서 우승해 개인 통산 그랑프리 92승째를 달성하며 슈마허의 역대 최다인 91승 기록을 경신했다. 그는 올해 그랑프리 17개 레이스 가운데 11개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승수를 94승까지 끌어올렸다. 해밀턴은 “올해의 스포츠인 모든 후보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며 “그들이 달성한 업적이 자랑스럽고 나를 뽑아 준 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미스 프랑스 준우승자 “이스라엘 후예” 밝히자 反유대 트윗 난무

    미스 프랑스 준우승자 “이스라엘 후예” 밝히자 反유대 트윗 난무

    19일(현지시간) 미스 프랑스 2021 결선에서 준우승한 미스 프로방스 에이프릴 베나윰(21)이 시상식 도중 이스라엘 피가 흐른다고 밝히자 반유대주의 트윗이 난무하고 있다. 그녀는 일간 바 마르탱 인터뷰를 통해 친척들로부터 자신에 대한 반유대주의 공격이 난무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2020년에도 이런 식의 행동을 지켜보는 일은 슬프다”면서 “분명하게 이런 코멘트들에 반박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내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딱잘라 말했다. 제랄드 다르마닌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트위터에 베나윰을 향해 “반유대주의 비난이 봇물을 이룬 데 깊은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놔둬서는 안된다”며 경찰이 트윗 내용들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주최측은 베냐윰을 공격하는 “증오 발언”들은 “채널의 가치, 제작, 그리고 쇼의 가치에 완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밝혔다. 미스 프랑스 2021 대회는 1920년 언론인 모리스 드 왈레페가 만들어 정확히 100주년 행사라 더욱 뜻깊었는데 반유대 트윗 때문에 달갑지 않은 입길에 올랐다.미스 노르망디인 아만딘 프티가 베냐윰을 누르고 29명이 참가한 대회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현금 상금, 파리의 아파트 한 채, 일년 동안 월급을 받게 됐다. 그녀 역시 베냐윰에게 쏟아진 비난 댓글들은 “적절치 않은 언급들”이라며 이를 지켜보는 일은 “완전 실망”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연대의 뜻을 밝히는 이들이 많았다. 마를렝 시아파 시민권 장관은 트위터에 미인 경연대회이지, “반유대주의 콘테스트가 아니라”고 빗댔다. 유럽의회 프로방스 대표를 지낸 르노 무셀리에는 “질색(abomination)”한 것이라며 베냐윰이 “프랑스와 이탈리아, 이스라엘의 피가 모두 흐른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에서 이런 일은 자연스럽다. 더 할 나위 없는 우리 지역이나 우리 나라 대표”라고 감쌌다. 유대인 단체도 예외가 아니었다. 인종주의 및 반유대주의에 반대하는 국제연맹(Licra)은 미스 프랑스 대회가 “트위터를 미스 프로방스를 공격하는 반유대주의 시궁창으로 만들었다”고 개탄했다. 프랑스의 유대인 인구는 50만명 가량으로 유럽에서도 가장 큰 유대 공동체로 최근 들어 반유대 공격이 부쩍 늘었다. 프랑스 정부는 유대인에 가해지는 폭력이나 조롱에 대해 즉각 대응하라는 압력을 많이 받고 있다. 2018년 유럽연합(EU) 국가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프랑스 내 유대인들은 95%가 반유대주의를 단 하나이거나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었다. 같은해 에두아르드 필리페 총리는 반유대 사건이 69%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다·시·만·나·자/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다·시·만·나·자/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생각지도 않게 받은 겨울 휴가가 무료해질 무렵 인천 영종도로 나들이에 나섰다. 코로나19 탓에 위험할지도 모를 먼 여행 대신 택한 고육지책이다. 간단히 칼국수로 허기만 채우고 돌아오려 한 당초 일정은 인천국제공항에 근무하는 지인 A를 만나 짧은 투어에 나서면서 길어졌다. 코로나19 1년을 앞둔 인천공항의 모습은 처연하기까지 했다. 탑승 카운터마다 넘쳐 나던 여행객은 온데간데없고 대가리가 둥근 스테인리스 줄 기둥만이 열주(列柱)처럼 넓디넓은 빈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입국장 곳곳에선 흰옷과 투명 고글을 뒤집어쓴 방역 요원이 눈을 부릅뜨고 여행객을 감시한다. 늘 아수라장이던 청사 밖 차량 승강장은 어쩌다 작별의 포옹을 하는 연인을 빼면 차디찬 겨울바람만이 유일한 손님이다. 음료수 한 병, 햄버거 한 개 사 먹으려 해도 예전처럼 쉽지 않다. 점포를 따라 길게 차단줄이 쳐진 구역. ‘통과의례’처럼 열을 재고 신분 확인을 한 뒤에야 비로소 갈증과 허기를 달랠 수 있다. 그러나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바리케이드를 넘어 빵과 커피를 사려는 사람조차 없다는 게 문제다. 코로나19가 이 땅을 유린한 지 1년에서 한 달 모자란, 올 연말 인천공항의 모습이다. 사실 인천공항은 대혼란의 시발점이었다. 지난 1월 20일 당시 우한 폐렴으로 불리던 몹쓸 바이러스의 국내 첫 확진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던 여행객으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꼭 11개월이 지난 20일 현재 5만명에 가까운 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개항 이후 20년째 근무하고 있는 A는 “2001년 3월 29일 개항 이후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마치 생명체가 한꺼번에 사라지고 살아 있는 시체들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좀비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매일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집계한 통계를 보니 코로나19의 피해가 더욱 실감 난다. 지난 11월 한 달 동안 인천공항을 통해 들고 난 여행객의 수는 19만 8789명. 화물기를 포함해 모두 1만 편의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1월에는 557만 470명의 여행객이 떠나고 도착했다. 1년 사이에 무려 30분의1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국제선만이 아니다. 지난 11월 인천공항과 한국공항공사 산하 김포공항을 비롯해 국내 13개 공항을 통해 국내선을 이용한 여행객 수도 612만 8194명으로 지난해 1280만 2171명에 견줘 반 토막이 났다. 특히 연말의 공항 수요를 감안하면 지난해 12월과 3차 팬데믹으로 거리두기 3단계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올해 12월의 집계 간 차이는 이보다 훨씬 더 벌어질 게 뻔하다. 코로나19는 산탄총알처럼 공항 주변 곳곳에도 치명적인 생채기를 남겼다. 항공사들은 여객기 좌석을 줄여 화물칸으로 개조하는 데 한창이다. 떠나지만 차마 여행지에 내리지 못하고 그 자리로 돌아오는 ‘무착륙 여행’까지 유행이다. 최근 한 여행사가 내년 5월을 예상해 9개월 만에 내놓은 실제 여행상품에는 1만명이 한꺼번에 몰려 홈페이지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인천공항 3층 중앙홀에 설치된 ‘그라피티 아트’가 눈에 확 들어온다. 입간판에 그려진 각기 다른 인종 5명의 얼굴 마스크에 ‘다시 만나자’ 문구를 한 글자씩 새겨 넣은 벽면 공공예술 작품이다. A는 “썰렁해진 공항에서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적인 삶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돌아보고 여행을 포함해 단절했던 모든 것들과 재회하고자 하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여행이 떠났다’며 자신의 SNS에 절망을 담았던 또 다른 항공업계 지인 B의 얼굴이 오버랩될 무렵 노을빛에 물든 비행기 한 대가 오랜만에 33번 활주로에 육중한 몸을 내린다. 우리의 일상과 다시 만날 그때가 멀지 않았음을 느낀다. cbk91065@seoul.co.kr
  • 주식 장기 보유자에 양도세 혜택 주나

    정부가 주식 장기 보유자에 대해 세제지원을 포함해 다양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종목·계좌별로 양도소득세 혜택을 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7일 발표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2023년 주식 양도소득 과세(금융투자 소득세) 전면 시행에 대비해 일정 기간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에게 세제지원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거래세보다 양도세에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도세 관련 혜택은 투자자가 특정 종목을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할 경우 그로부터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우대 세율을 적용하거나 세액공제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혹은 투자자가 특정 계좌의 자금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고 운용할 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도 검토될 수 있다. 이 경우 동일 계좌라면 종목을 바꿔 투자해도 장기보유로 인정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통한 세제 혜택도 가능하다. 내년부터 상장주식도 ISA 계좌에 담을 수 있는데, 여기서 기존에 주어지던 비과세 혜택 금액을 늘리거나 납입 한도를 늘리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 일본은 장기 자본이득에 대한 우대세율을 따로 적용하지 않지만, 주식 양도차익을 비롯해 ISA 계좌에서 발생하는 모든 순이익에 대해 5년간 비과세하는 세제지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필수근로자냐, 중년층이냐…접종 다음 순서는

    필수근로자냐, 중년층이냐…접종 다음 순서는

    세계 각국이 최우선 대상자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본격화한 가운데 다음 접종 순서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AP통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자문위원들이 주말 긴급회의에서 백신 접종 순위에 대해 논의한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는 국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노인층과 요양원 거주자 및 직원, 의료진들을 중심으로 먼저 접종을 시작한 상태다. 예컨대 세계에서 최초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한 영국은 요양시설 노인과 직원이 1순위, 80세 이상 노인이 2순위로, 그 다음 순서는 나이별로 구분해 접종하기로 한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우선순위 다음 접종자를 누구로 해야 할지에 대해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AP에 따르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필수 근로자부터 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65세 이상 중년층부터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딪치고 있다. 필수 근로자의 우선 접종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이들이 감염에 가장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대표적인 필수 근로자인 버스기사나 식료품점 직원 등의 직업에 많이 종사하는 유색인종들은 미국에서 백인과 비교해 감염률이 더 높은 것이 사실이다. 경제정상화를 위해서는 근로자부터 집단면역을 형성해야 할 필요도 있다. 반면 65세 이상과 임상적 취약층들은 코로나19 감염시 사망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들부터 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손주가 있는 70세 이상 노인이 먼저 접종받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들 노인에게 면역이 형성되면 가정의 어린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우려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근로자부터 백신을 맞기로 한다면 직종 별로도 다시 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예컨대 네바다주의 현재 접종계획에 따르면 교사와 보육시설 근로자들이 대중교통 종사자보다 우선하게 된다. 각 주별로 현장 상황과 이익단체간 이해관계에 따라 우선순위가 제각각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특히 백신 수급 물량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다음 접종 순서에 대한 문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각 주로 운송된 화이자 백신 물량이 당초 예상과 달리 현저히 부족해 주정부들이 다음주 백신 접종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존 위즈먼 워싱턴주 보건부 장관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40% 적은 물량”이라고 성토했다. 이때문에 주정부들은 당초 요양시설 거주자에게 접종할 백신 물량은 의료진에 투여해야하는 지 고민에 빠졌다고 WP는 전했다. NBC 방송도 당초 내년 2월말로 예정됐던 대규모 접종 일정이 백신 배분 지연과 물량 부족 등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이날 보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미인대회 1위 출신 의사의 근황…코로나19 백신 연구자로 변신해

    미인대회 1위 출신 의사의 근황…코로나19 백신 연구자로 변신해

    미스잉글랜드 출신의 한 영국인 의사가 코로나19를 예방하는데 가장 적합한 백신 후보를 찾기 위한 연구에 앞장서온 것으로 전해졌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카리나 티럴(31) 박사는 지난 한해 동안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후보의 안전성를 검토하는 연구에 힘써 왔다. 그녀는 또 백신 시험이 정확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전 세계 과학자나 의사와도 협력했다. 그녀와 그녀의 동료 연구자들은 전 세계 모든 백신 임상시험을 비교함으로써 가장 적합한 백신을 찾기 위해 애써온 것으로 전해졌다.티럴 박사팀은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뿐만 아니라 아스트라제네카가 옥스퍼드대와 공동개발한 백신까지 모든 백신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담당했다. 티럴 박사에 따르면, 이 팀은 코로나19와 관련한 모든 백신을 살폈고 몇 달 전 연구 논문을 출판했다. 이를 위해 이들 연구자는 무려 727건의 개별 연구 논문을 살폈다. 거기에는 화이자와 모더나 그리고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 공동개발 백신에 관한 연구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티럴 박사는 “백신이 특정 집단에도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도 중요하다. 인종적 배경이나 나이 또는 건강 상태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면서 “우리 연구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백신이 노인이나 젊은층은 물론 암 여부에 관계없이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그것은 중요한 작업이었다”고 덧붙였다. 백신을 승인하는데는 보통 몇 년이 걸리지만, 과학계와 의료종사자 등 모든 관계자의 노력 덕분에 백신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작업을 1년 안에 마칠 수 있었다. 티럴 박사는 “병원이 코로나19 환자의 급증으로 병실 부족 문제를 겪고 있을 때 환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책에 관한 일부 자문을 작성했고 영국의학저널(BMU)에 게재한 과학논문을 쓰는 데도 앞장서 왔다”고 말했다. 2014년 미스잉글랜드와 미스영국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한 뒤 그해 미스월드에서 5위를 거머쥔 티럴 박사는 여전히 미스월드와 미스잉글랜드 등 미인대회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녀는 여전히 미스잉글랜드를 선발하는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그녀는 이번에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될 때까지 자신이 코로나19의 백신을 찾는 팀의 일원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진=카리나 티럴/페이스북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임병선의 시시콜콜] 인디언 출신 美 내무장관 첫 지명, 역사적 무게

    [임병선의 시시콜콜] 인디언 출신 美 내무장관 첫 지명, 역사적 무게

     우리가 생각 없이 “인디언”이라고 부르던 아메리카 원주민이 미합중국 내각에 처음으로 입각할 전망이다. 24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과거 저소득층 영양을 지원하는 푸드 스탬프에 의존해야 했던 ‘싱글 맘’으로 지금도 자신과 딸의 대학 학자금 융자금을 갚고 있는 뎁 할랜드(60) 연방 하원의원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의해 내무장관 후보에 지명될 것으로 17일(현지시간) 알려졌다. 라구나 푸에블로 부족의 후예로 뉴멕시코주에 지역구를 둔 할랜드 의원이 상원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첫 원주민계 내무부 장관이 된다. 내무장관은 연방정부가 공식 인정한 600개 가까운 부족 190만명의 원주민 뿐만 아니라 5억에이커의 연방 용지, 수로, 62개 국립공원과 광물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단한 직책이다.  따라서 원주민들의 터전을 빼앗는 주무 부처였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수용하면서 원주민들을 삶의 터전에서 쫓아내는 등 숱한 갈등을 일으키며 그들이 백인 문화에 동화하도록 종종 노력해 왔다. 원주민들의 터전을 빼앗는 주무 부서에 처음으로 원주민 출신 장관이 임명돼 자신들의 앞날에 관련된 일을 처리해낼 수 있게 됐다.  상당수 원주민 부족 지도자와 활동가들이 그녀를 내각에 입각시키라고 바이든 당선인과 캠프를 강하게 밀어붙인 성과이기도 하다. 그녀는 2018년 연방 의회에 입성한 첫 원주민 출신 여성 둘 중 한 명이었다. 2년 동안 하원 천연자원위원회에서 활동한 할랜드는 환경 및 기후변화 대처에 뉴멕시코주를 전진기지로 삼으려는 바이든 당선인의 구상에 최적의 인물이란 의미도 지닌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할랜드를 가장 촉망 받는 하원의원으로 표현했다. 동료 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여러 측면에서 역사적”이라며 “그녀는 환경과 정의를 세우려고 노력했다. 진취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원주민 여성이 연방 토지를 관할하게 된다는 것의 역사적 무게는 실로 엄청나다”고 말했다.  영국 BBC는 두 명의 원주민 출신 여성에게 소감과 할랜드 지명이 왜 그렇게 중요한 비중을 갖는지 물었다. 소감은 물론 기쁘다는 것, 스스로가 입각한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노스다코타주의 트윌라 베이커(44)는 “우리는 그렇게나 많은 터전을 잃었다. 우리 땅과 우리 자원을 지키기 위해 이번 (바이든) 행정부를 뒤에서 밀어왔다. 이런 식으로 돌파구를 만드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우리 딸들과 아들들이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 뎁 같은 누군가가 앉는 모습을 보는 일은 아주 대단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스다코타주의 조던 대니얼(32)은 “우리는 늘 정의롭지 못한 일들에 대해 소리를 내왔는데 우리 공동체는 늘 그런 일에 직면해왔다. 이런 일은 우리에게 테이블에 앉을 의자를 내준 것인데 원주민들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이자 원주민 주권이 어떤 것인지, 더 나은 미래를 앞당길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원의원 할랜드는 원주민도 코로나 구호 패키지에서 제외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두 번씩이나. 해서 전국구 얼굴로서 이런 목소리, 영향력을 갖는 일은 우리 공동체 뿐만아니라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엄청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당선인은 또 환경보호청(EPA) 청장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 환경품질부 장관인 마이클 리건(44)을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선은 내각을 인종의 용광로 이미지를 되찾겠다는 바이든 당선인의 구상을 좇은 것으로 보인다. 리건 역시 인준 청문회를 통과하면 최초의 흑인 청장이 된다.  리건은 2017년부터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최고 환경 책임자를 맡아 듀크에너지와 수십억달러 규모의 석탄재 정화 합의를 하고 환경정의자문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공화당 우위의 주 의회와 협력해 왔다. 일간 워싱턴 포스트(WP)는 “리건은 기후변화와 싸우고 녹색 에너지를 포용하겠다는 바이든 당선인의 약속 실현에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차량 연료효율 표준 입안, 발전소와 연료시설의 배출 감독, 오염지역의 정화 임무를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논설위원 bsnim@seoul.co.kr  
  • [씨줄날줄] 자이니치와 혐한 발언/이종락 논설위원

    [씨줄날줄] 자이니치와 혐한 발언/이종락 논설위원

    일제강점기에 일본에는 200여만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었다. 1945년 광복과 함께 약 140만명이 우리나라에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와 봤자 일거리가 없거나 이미 일본에서 생활터전을 잡은 60여만명은 일본에 거주했다. 일본에서는 이들을 재일(在日) 한국인이라는 뜻에서 ‘자이니치’라고 부른다. 이들을 소재로 한 영화 ‘용길네 곱창집’, ‘박치기’, ‘GO’ 등에는 일본에서 살면서 겪는 고민과 갈등, 그러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자이니치의 삶이 잘 그려져 있다. 2000년대 들어 일본에서 태어나서 자란 3세와 4세가 일본으로 귀화하는 숫자가 늘어나면서 재일 한국인의 숫자가 현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일본 법무성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재일 한국인은 43만 5459명이다. 2018년 말 47만 9193명이었으니 감소 추이가 무척 빠른 편이다. 아직도 엄존한 일본 내 혐한 의식과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오는 혐한 발언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화장품 대기업 DHC의 요시다 요시아키 회장이 자사 온라인쇼핑 홈페이지에 한국인을 멸시하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빚고 있다. 요시다 회장은 지난달 ‘야케쿠소 추첨에 대해’라는 글에서 기능성 식품 분야의 경쟁 기업인 산토리와 비교하며 “산토리 CM(광고)에 기용된 탤런트는 어떻게 된 일인지 거의 전원이 코리안계 일본인이다. 인터넷에서는 존토리라고 야유받고 있다”라고 썼다. ‘존토리’는 한인을 멸시하는 용어인 ‘존’(チョン)과 ‘산토리’를 합친 말이다. 존은 에도시대 이래 ‘바보, 반푼이, 하찮은 인간·물건’을 뜻한다. 현재 한인, 한국(북한 포함)을 비하하는 의미로 각종 단어와 결합해 사용되는 대표적 차별어다. 현재 산토리 모델 중에는 여성 배우 I와 K 등이 재일 한국인일 것이라는 얘기가 일본 연예계와 인터넷에서 회자되고 있다. 요시다 회장은 2016년에도 재일 한국인과 조선인을 ‘사이비 일본인’으로 멸시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면 좋겠다”라는 글을 올려 물의를 일으켰다. 하지만 요시다 회장은 한국인 차별 발언을 하면서도 고려인삼 건강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런 그의 이중성에 트위터 등 일본 내 SNS에서도 ‘#차별기업DHC의상품은사지않습니다’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하는 등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어제 요시다 회장에게 항의 메일을 보내고 강력한 DHC 제품 불매운동을 국내외에서 전개하겠다고 한다. 요시다 회장의 헤이트스피치(특정 민족·인종 혐오 표현)가 일본의 국격을 심하게 훼손하고 일본인의 명예에 먹칠을 한다는 점을 이번에 확실히 깨닫게 했으면 한다.
  • 50여년 전 흑인 가뒀던 감화원… 지금은 무엇이 다른가

    50여년 전 흑인 가뒀던 감화원… 지금은 무엇이 다른가

    미국 플로리다주 텔레해시의 한 학교 터에서 그동안 숨겨졌던 비밀 묘지가 발견된다. 두개골에 금이 가고 갈비뼈에 산탄이 박힌 신원 미상의 유해들이 세상 밖으로 드러난다. 이곳은 악명 높은 니클 감화원이 있던 자리다. 미국 전역의 언론들이 이 사건을 주목하면서 감화원 출신 피해자들이 하나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뉴욕에 사는 엘우드 커티스도 숨겨 왔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50여년 전 자신과 친구들이 겪은 학대를 세상에 알릴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흑인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가 지난해 출간한 소설 ‘니클의 소년들’은 흑인 소년 엘우드를 통해 ‘짐 크로’법(흑백 분리를 인정하는 인종차별법)이 남아 있던 1960년대 미국의 차별과 폭력을 고발했다. 엘우드가 니클 감화원에서 벌어졌던 악행을 회상하면서 현재와 과거를 대비시키는 서술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간다. 1962년 할머니와 단둘이 살던 엘우드는 대학 진학의 기회를 얻지만 자동차 절도범이란 누명을 쓰고 불량 청소년을 교화시키는 니클 감화원에 들어갔다. 수준 낮은 감화원의 수업과 비위생적인 시설은 엘우드를 끊임없이 좌절시킨다. 흑인 소년들은 백인 소년들보다 더 낡은 옷과 열악한 기숙사, 형편없는 음식을 배급받으며 감독관들의 폭력에 시달린다. 감화원의 현실은 비참하지만 작가가 그리는 미래는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우리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존재이므로, 매일 삶의 여로를 걸을 때 이런 품위와 자존심을 잃지 말야야 한다” 등 곳곳에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연설을 인용하며 희망과 용기를 녹여 놨다. 한 사람의 집념과 노력이, 다른 이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화이트헤드는 올해 이 소설로 두 번째 퓰리처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인종차별과 인간의 악행은 현재 진행 중”이라면서도 좌절하지 말고 희망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1960년대뿐 아니라 트럼프 시대 들어 흑백 인종갈등과 분열이 격화된 현대 미국사회에도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부티지지 “20년 전 나처럼, 날 지켜볼 17살 성소수자 떠올라”

    부티지지 “20년 전 나처럼, 날 지켜볼 17살 성소수자 떠올라”

    “10대 때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가 성소수자라서 상원 인준을 거부당한 뉴스를 본 기억이 납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어디에선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17살짜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커밍아웃(공개)한 성소수자 장관이 되는 피트 부티지지(38) 교통장관 내정자는 16일(현지시간)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부티지지를 소개하는 무대에서다. 그는 “이번 지명에 역사의 눈이 쏠린 것을 알고 있다”며 감격을 표했다. 부티지지가 언급한 사례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룩셈부르크 대사로 지명한 제임스 호멀이다. 당시 상원이 그의 성정체성을 이유로 인준을 거부하자 클린턴 전 대통령은 상원 휴회 중 호멀을 임명했다. 부티지지는 “(어린 시절) 나는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었고, 스스로가 성소수자라고 확신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이 나라에 한계가 존재하고, 주요한 자리에 속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부티지지는 바이든 내각에서 지금까지 지명된 장관 중 최연소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바이든을 긴장시켰으나 14개주 경선이 걸린 3월 초 ‘슈퍼 화요일’ 직전 하차하고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유엔 대사와 보훈부 장관 등에 거론되다 교통장관에 낙점된 그는 개인사를 동원해 교통 분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여행은 성장과 모험, 사랑과 같은 말”이라며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인디애나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암트랙(전미 철도여객 공사)을 타고 1000마일(약 1609㎞)을 이동했다”고 했다. 또 동성 배우자인 채스턴 글래즈먼에게 미 주요 공항 중 하나인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청혼했다는 일화도 덧붙였다. 바이든은 부티지지 내정자에 대해 “내가 만난 이들 중 아주 똑똑하고 겸손한 사람”이라며 “시장이자 행정 전문가, 큰 심장을 가진 정책통이고, 해군 예비군 중위이자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장교”라고 소개했다. 이어 “어떤 내각보다 유색인종이, 여성이, 장벽을 깬 이들이, ‘첫 번째’인 이들이 많은 내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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