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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100세 최고령의원 “물러갑니다”

    [워싱턴 AFP 연합] 오는 12월5일로 100세가 되는 스트롬 더몬드(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의원이 20일 미국 상원 107번째 회기를 끝내는 의사봉을 두드림으로써 최고령이자 최장수인 자신의 상원의원 생활을 공식적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더몬드 의원은 이날 “올해 상원 회기가 끝났음을 선포합니다.”고 선언했고 의회에 모여 있던 동료 의원들과 직원,의원 보좌관들은 열렬한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그는 다음달 31일로 공식 퇴임한다. 1902년생인 더몬드 의원은 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가한 후 교사를 거쳐 변호사로 일하다 인종차별주의 세력의 후보로 48년 대선에 출마했다.47∼51년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지사로 재직한 그는 3년뒤 민주당 상원의원으로 선출됐고 64년에 공화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특히 그가 57년에 행한 24시간 18분간의 민권법 반대 연설은 상원 사상 최장 의사진행 방해 기록으로 남아있다.
  • TV 리뷰/ 전통 가족드라마 변해야 한다

    대학강사까지 지낸 오지연(이승연)도 예외는 아니었다.KBS2 주말드라마 ‘내사랑 누굴까’(극본 김수현·연출 정을영)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전원 집안에 붙박여 가사만 돌본다.이를 두고 시청자 김정은씨는 “요새 여자들이 저렇게 식모처럼 일만 하는 집은 없다.”면서 “‘내사랑…’은 성차별을 조장하는 드라마”라고 비난했다. 최근에는 미리 공개된 72회분 내용을 두고 인종차별 논란까지 일었다.시청자 민병희씨는 “(연애 상대가)‘코쟁이도 아니고 하필 흑인이라니.’라는 대사는 흑인비하적이다.”라면서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이처럼 ‘내사랑…’프로그램 게시판에는,성차별·인종차별 등을 문제삼으며 보수적인 내용을 성토하는 시청자들의 글이 쇄도한다. 그러나 ‘정통 홈드라마’를 표방하며 대가족을 소재로 한 ‘내사랑…’이보수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문제는 예전에는 묵인되어 온 그 보수성이,이제는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사고 있다는 것일 게다. 한국 가족 드라마에서 가정은 서로 다른 연령·역할·지위·입장을 가진 인물들이 충돌하는 갈등의 공간이다.그와 동시에,가정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신성불가침한 공간이기도 하다.이 양면성은 결국,갈등은 존재하되 변화는 존재하지 않는 지극히 보수적이고 전형적인 공간을 만들어냈다. 대가족 드라마일 경우 특히 더하다.가정은 외부사회로부터 도전받고 갈등을 겪긴 하지만,끝에서는 항상 기존 가치관의 승리로 보호받는다.‘내사랑…’의 경우,육아와 가사는 여성 몫,돈벌어오기는 남성 몫으로 전통적인 성 역할분담이 확실하다.또 시어머니가 며느리들에게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것,버릇없는 연소자에 대한 처벌,문제가 된 인종차별 발언 등도 대가족 드라마에서 흔히 드러나는 전형적인 보수성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전형적·보수적인 공간 밖에는 계속 변화하는 현실사회가 있다.그리고 그 변화는 결국 가족 드라마 속의 가정에도 영향을 미친다.요즘 드라마들에서는 이혼녀·미혼모·동성애·혼인 전 동거·연상연하 커플 등 다양한 형태의 대안 가정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즉 예전에는 잠깐 등장하기도 힘들던 대안 가정들이,이제는 주인공 위치에서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요구하는 것이다.이는 제작진의 변화보다는 시청자들의 수용태도 변화에 기인했다고 보인다.‘내사랑…’에 대한 일부 시청자들의 거부반응도 거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대가족 드라마를 통해 안정감과 향수를 느끼고 싶어하는 시청자도 많을 것이다.그러나 ‘가족 드라마의 거장’김수현 작가라면 새로운 형식의 대가족 드라마로 더 폭넓은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단순히 기존 가치관을 옹호하는 드라마가 아닌,변화한 사회에 기존 가치관이 어떻게 적용될지에 관한 진지하고 성실한 실험.그것이 ‘내사랑…’에 바라는 것이다. 채수범 기자 lokavid@
  • [도쿄 이야기] 사라진 ‘목욕탕 인종차별’

    일본의 온천이나 대중탕에 가보면 조심스럽고 점잖은 목욕법에 놀라게 된다.비누거품이나 물이 옆 사람에게 튀는 일이란 거의 없다. 큰 동작으로 비누칠을 하거나 물을 쫙쫙 끼얹는 버릇이 있다면 비누나 물을 튀기지 않는 일본인들의 신통한 목욕법에 이내 답답함을 느낄 법하다.그래서 일본 관광길에 온천에서 기분을 내다 ‘주의’를 받는 한국인이 적지 않다. 일본은 외국인이 살기에 상당히 편한 곳이지만 외국인으로서 넘기 힘든 문턱이 없는 건 아니다.간혹 눈에 띄는 목욕탕의 ‘외국인 출입금지’도 그런 문턱 중의 하나이다. 이런 문턱이 “차별이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에 상처를 받았다.”는 한 외국인이 낸 소송에 일본 법원은 11일 “인종차별”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37세의 미국인 대학강사였다.그는 1999년 9월 홋카이도(北海道) 항구도시인 오타루 시내의 한 온천에 ‘외국인 출입금지’ 안내문을 무시하고 들어가려다 제지당했다.일본인과 결혼해 아르도 데비토(有道出人)란 이름으로 일본 국적을 취득한 뒤인 2000년 10월에는 운전면허증까지 보이며 이 온천에 입장하려 했으나 다시 거부당하자 다른 외국인 2명과 함께 소송을 냈다. 발단은 오타루 항구에 정박하는 러시아 선원들이었다는 것이 온천측 주장이다.비누칠을 한 채 욕탕에 들어가고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일본인 손님이 줄었다는 것이다.온천측은 “목욕 매너가 나쁜 외국인들로 경영난에 빠질 우려가 있었다.”고 법정에서 호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호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측에 철퇴를 가했다.재판장은 “피고의 행위는 인종차별에 해당되고 입욕 거부는 사회적으로 허용된 한도를 넘어섰다.”며 온천측에 300만엔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일본 어느 목욕탕에서건 ‘외국인 출입금지’가 사라지게 된 점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황성기 특파원marry01@
  • 교과서 인권침해 내용 없앤다

    특정 인종,장애인,여성,특정 직업에 대해 차별의식을 조장하거나 개인의 인권을 경시하는 교과서의 내용이 모두 사라진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1일 초·중·고교 제7차 교육과정 11개 교과서의 13개항목이 인권의식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수정할 것을 교육인적자원부에 권고했다.교육부는 권고를 받아들여 권고항목 모두를 수정하기로 했으며,2003년 1학기부터 수정된 국정교과서를 배부하고 이미 인쇄된 검정교과서는 2004년부터 반영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헌법의 기본권조항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등을 기준으로 ▲국가이익을 이유로 인권침해를 정당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 ▲생명권·신체자유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것 ▲편견과 차별의식을 조장할우려가 있는 내용에 대해 수정 권고를 내렸다. 인권위는 우선 고교 1학년 사회(디딤돌) 교과서에서 ‘가정부와 결혼할 경우 국내총생산이 줄어든다.’는 문구가 가정부라는 특정직업을 비하한다고 지적했다.또 걸레질하는 여성 가정부에게 남자 고용주가 반지를 들고 청혼하는모습을 그린 삽화도 여성 차별적 인식을 조장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능력이 정상인과 대등하다면 장애인이라고 해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기술한 중앙교육의 고교 1학년 사회 교과서 내용은 ‘장애인은 비정상인이다.’는 의미로 오해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1학년 미술 국정 교과서는 서울시의 상징마크를 설명하면서 인종차별적이라고 지적돼온 ‘살색’이라는 표현을 써 문제가 됐다.이밖에도 가사노동을 여성의 역할로 고정화한 표현, 인권보호보다 국가목적을 우선시하는 문구 등이 삭제되거나 대체될 예정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
  • [이경형 칼럼] ‘남아공’식 북핵 해법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관련,“평화적인 무장 해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23일 새벽에 끝난 제8차 남북장관급회담은 핵 문제를 대화로 해결한다는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북한의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문제를 싸고,각양각색의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이런 가운데 과거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어떻게 핵 개발과 보유를 포기했는가를 보면 지금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하나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1993년 3월 데 클레르크 당시 남아공 대통령은 그동안 자력으로 개발해 은닉했던 핵무기의 자진 폐기 결과를 공표했고,이듬해인 94년 8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사찰로 이를 공식 확인함으로써 객관적 사실로 인정받았다.아무런 조건 없이 스스로 핵 능력을 폐기함으로써 국제사회의 고립으로부터 탈피하고,국가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 70년대 초반부터 핵개발에 착수한 남아공은 핵 포기를 결정할 때까지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우라늄 원자탄과 위력이 비슷한 6개의 핵무기를 보유했다.남아공은 왜 핵 포기를 결정했으며,또 당초왜 핵을 개발하려 했던 것인가.핵 포기 배경은 오랜 흑백 인종차별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 비등과 지속적인 국제 제재로 인한 남아공 경제의 악화였다.그러나 더 실질적인 이유는 소련이 붕괴되고,나미비아 독립으로 앙골라 내전이 종식되어 5만명에 이르던 쿠바군이 철수하는 등 주변 안보 상황이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남아공이 처음 핵개발에 착수한 동기는 인근 앙골라 사태로 소련의 지원 아래 쿠바군이 진입하는 등 안보가 위협받은 데서 비롯됐다.당시 남아공으로서는 유사시 외부의 원조를 기대하기 어려워 한정적인 핵 억지력을 필요로 했고,따라서 핵 전략도 실전 사용 전략이라기보다는 미국 등 대국의 분쟁 조정 개입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 했던 것이다. 우리가 남아공 사례에서 참고할 수 있는 시사점은 우선 특정국의 핵 포기문제는 안전보장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북한의 핵 포기 선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북한 체제의 안전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실제로 북한은 미국이 ‘불량 국가’‘악의 축’운운하는 ‘적대적 행위’를 철회할 경우 ‘안보상 우려를 해소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다. 또 하나는 국제 제재 문제다.남아공의 핵 포기는 장기간에 걸친 국제 제재의 누적된 효과인 점은 부인할 수 없다.하지만 국제적 고립을 강화할 초기제재 단계에서는 오히려 핵개발을 가속화했다.그리고 국제사회가 남아공의 핵 개발 의혹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를 해왔지만,남아공이 스스로 핵 시설을 밝힐 때까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이런 점을 되돌아 볼 때,일방적인 대북 압박 조치나 북한이 수용하지 않는 국제사회의 핵 감시가 반드시 효과를 발휘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북한이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 당시처럼 핵 카드를 또다시 구사하도록 방치하자는 것은 아니다.무엇보다 북한에 대해 핵 포기를 선언하는 것이 ‘벼랑 끝’ 협상에서보다 훨씬 많을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해줘야 한다.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강한 미국’과 함께 북한이 미국에 절망감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기술적으로는모순되는 강·온 정책이 될지는 몰라도 한국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과 일본의 협력을 통해 얼마든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성급하게 중유 제공을 중단하거나 경수로 건설을 철수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해법이 아니다. 북한은 남북 평화체제 구축의 형식을 통하든,안 통하든 간에 그들의 안전보장과 외부의 투자가 절실히 요청되는 상황이다.이런 상황을 잘 요리하면 북핵 해법의 묘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경형/논설위원실장 khlee@
  • 1인극 ‘슬픔의 일곱단계’ 나자명씨 국내배우 첫 도쿄예술제 초청받아

    연극배우 나자명(34).그녀는 참 눈물이 많다.극중 배역에 관해 말하면서 내내 눈물을 글썽인다. “힘없는 한 여인이 폭력 앞에서 그저 슬퍼하고 있어요.문화가 말살되고 형제들이 죽임을 당하지만 슬픈 마음을 두 손에 담아 침묵의 시위를 벌일 뿐이죠.” 나자명은 호주 원주민 여인의 삶을 담은 1인극 ‘슬픔의 일곱단계(The 7 Stages of Grieving)’의 주인공으로 도쿄국제예술제에 초청받았다.국내배우로는 처음이다. ‘슬픔의…’는 호주 원주민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 웨슬리 이노크의 작품으로,일본 극단 라쿠텐단(樂天團)의 와다요시오 연출로 새달 11∼19일 도쿄국제예술제 무대에 오른다.초청작 20여편 가운데 하나다. 그녀가 라쿠텐단 극단과 인연을 맺은 것은,올 3월 캐나다 극작가 톰슨 하이웨이의 작품 ‘레즈 시스터스’에 출연하면서부터.성과 인종차별로 상처받은 원주민 역으로 초청받아 도쿄 가제극장 무대에 섰다.“그 작품을 하면서 사는 희망을 얻었어요.잘못된 것을 사실인 양 눈감고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레즈…’로 더욱 성숙해졌다는 그녀는 이번 역도 그에 못지 않은 상처 투성이라고 설명했다.“전 예쁜 역은 닭살이 돋아요.찢기고 무너지는 역에 더 몰입할 수 있고요.” 그녀는 식민지 시대를 겪은 우리에게도 울림이 있을 것 같다며,내년 가을까지는 ‘슬픔의…’를 국내 무대에 올리겠다고 했다. 연극계에서 ‘마당발’로 통하는 그녀는 일본 쇼와 음악예술대학과 영국 런던배우훈련 스튜디오에서 공부했다.지난 98년 일본 문부성 초청으로 6개월간 연수를 받기도 했다.일본에 체류하던 중 극단 신주쿠 양산박의 ‘오적’에 참가했고,국내에서는 뮤지컬 ‘환타스틱스’‘코러스 라인’,연극 ‘햄버거에 대한 명상’등에 출연했다. 김소연기자 purple@
  • [CEO 탐구] 美 경량철골 1위 ‘패코스틸’ 백영중 회장

    ‘영어도 못하던 무일푼 한국 시골청년이 미국 철강왕이 됐다.’ 어언 40여년이 흘렀다. 유색인종에게 진입 장벽이 높기로 소문난 미국 철강산업에 뛰어들어 회사를 업계 1위의 반석위에 올려놓은 패코스틸 백영중(白永重·72) 회장. 그는 어떻게 미국을 점령했을까.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제1회 세계한상대회에 참석한 그를 만나 성공비결을 들어봤다. “노 머니,노 잉글리쉬의 고통을 아십니까.돈도 없고 영어도 못하던 청년이 미국 사회에서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정직과 성실함 뿐이었습니다.” 정직과 성실은 백회장의 생활신조다.자신이 창업한 패코스틸을 미국 경량철골업계 1위 업체로 키운 비결이다.6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는 평남 성천 출신으로 한국전쟁 당시 월남했다.부산에서 군밤장사를 하다가 연희전문학교(연세대 전신)에 들어갔다.1956년에는 교수 추천을 받아 흥사단 장학생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흥사단미주위원장이던 한시대씨를 찾아갔다.미국에서 처음 만난 한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였다.그에게 “노잣돈을 아끼기 위해 정부에서 빌린 달러를 암시장에 내다팔아 4배로 불렸습니다.비행기표를 마련하고도 남았습니다.”하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한위원장의 호통 뿐이었다. “젊은 학생이 사회와 정부를 속이면 나라가 어디로 가겠느냐며 노발대발하시더군요.그러면서 성인은 10계명을 지켜야 하지만 사람은 3계명만 지키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는 3계명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거짓말하지 말고 신용을 쌓아라.’ ‘책임감을 갖고 부지런히 일하라.’‘봉사와 양보로 사람을 사랑하라.’ 그는 이를 미국 생활속에 고스란히 녹였다.지난 59년 인디애나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교수 추천으로 오하이오주정부에 토목기사로 취직하면서 사회 첫발을 디뎠다.베트남 전쟁으로 철제구조물 수요가 크게 늘면서 그의 능력이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철제구조물을 운반하기 쉽게 철골의 티자 연결을 용접에서 볼트방식으로 바꿨다.그의 이름을 따 ‘팩스 니(Paik’s Knee)’로 불린이 기술은 미 국방부에서 채택했다.유능한 엔지니어로 인정받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세일즈 경험을 쌓은 뒤 74년 패코스틸을 창립했다.자신의 방을 사무실로 만들어 책상과 전화기 2대를 들여 놓았다. “당시 동양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특히 한국 사람에 대한 불신은 상당했습니다.” 그래서 거래방식을 바꿨다.한달동안 거래를 하고 만족하면 대금을 받되,그렇지 않으면 돈을 받지 않겠다는 식이었다.재고가 없으면 다른 곳에서 물건을 사서라도 거래처와 약속을 철저히 지켰다.이러한 그의 경영방식은 거래처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었다. 이어 코카콜라를 보고 개발한 ‘주름잡이 빔’을 선보여 세계적 상품으로 인정받았다.창립 25년만에 패코스틸은 연평균 1억 5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미국 경량철골 판매 1위 업체의 자리를 꿰찼다. 성실과 정직으로 쌓아올린 신용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빛나는 그는 인종차별을 극복하며 99년에는 미국 최우수 기업인상을 받기도 했다. 패코스틸은 현재 LA에 본사를 두고 아칸소에 4만평 규모의 생산공장,미국전역에 8곳의 물류기지를 두고 있다. 기업인으로서 30여년의 세월을 보낸 그가 후배 기업인들에게 던지는 충고는 간단하고 명쾌하다. “장사는 신용입니다.이번만 잘 넘기면 앞으로 거래가 편해지고 쉬워질 것이라는 생각은 실패를 부릅니다.정직과 성실만이 세계 경제를 장악할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최여경기자 kid@ ■백회장 이력 ▲1930년 평안남도 성천 출생 ▲52년 연희전문학교 입학 ▲56년 흥사단 장학생으로 미 유학 ▲59년 인디애나 공대 토목과 졸업 ▲59∼70년 오하이오주 밴위트카운티 토목기사.슐레스틸사 엔지니어 ▲72∼73년 마크 크레스트 기술 부 사장 ▲74년 패코스틸 창립 ▲80년 ‘주름잡이 빔’ 개발,미국 등 해외특허 ▲90년 미 경량철골 매출 1위 기업 달성 ▲94년 아시안 커뮤니티대표로 미 대통령과 백악관 면담 ▲95년 미 경제대표단으로 북 방문 ▲99년 미 최우수기업인상 제조부문 수상. 자서전 ‘나는 정직과 성실로 미국을 정복했다’ 발간 ▲현 패코스틸 회장,흥사단 미주위원장, 서울대 등 초청강연
  • 유엔서 ‘北인권 비난’ 총기 발사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한국계 미 시민권자인 스티브 김(57)씨가 3일 오전(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 본관 앞에서 공중을 향해 7차례 총기를 발사하고 북한의 인권상황을 비난하는 유인물을 뿌린 뒤 경찰에 체포됐다. 사상자는 없으나 유엔본부 건물 18층의 여자 화장실과 20층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사무실이 총탄에 맞았다.일부 직원들은 총알이 자신들을 가까스로 비껴갔다고 말했다. 1945년 한국에서 태어나 20여년 전 서울에서 미국으로 이민한 것으로 확인된 김씨는 체포되기 앞서 총기를 바닥에 버렸다.김씨가 영어로 쓴 유인물의 제목은 ‘자유와 정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로 돼 있으며 “21세기 빛나는 문명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화와 자유를 누리는 반면,북한은 기아와 독재의 억압에 신음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김씨에게는 ‘외국공직자 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리노이주 시카고 외곽의 데스 플레스인스에서 김씨와 함께 살고 있는 아들 마이클 김씨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어머니와 나한테 북한 문제를 비롯해 한국내 정치문제에 대해 평소 거의 얘기하지 않았으며,총기를 소지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워싱턴 근교에서는 2일과 3일(현지시간)에 걸쳐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한 무차별적 총기사건이 잇따라 발생,5명이 숨졌다.희생자에는 백인과 히스패닉계가 각각 2명,흑인이 1명 포함돼 인종차별과는 무관한 사건으로 추정됐다. 사건 발생 24시간이 넘도록 범행동기나 용의자가 드러나지 않아 주민들은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인 채 외부출입을 가급적 삼가고 있다.경찰은 사건마다 1명씩 정조준해 죽인 것으로 미뤄 동일범의 ‘계산된’소행으로 보고 있다. mip@
  • 박홍규 영남대교수 ‘아나키즘과 예술’ 주제발표/“아나키즘은 현대예술의 밑거름”

    문학 등 예술에서 아나키즘은 어떤 정체성과 표현양식을 갖는가. ‘우리 사회의 전위적이고 다양성을 함축하는 변화의 중심에 있는 사상’이라는 점에서 최근 들어 아나키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아나키즘학회(회장 김성국 부산대 교수)가 주최한 ‘2002 가을 학술세미나’가 최근 동국대에서 열렸다. 세미나에서 박홍규 영남대 교수는 ‘아나키즘과 예술’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노래(팝)와 문학에서의 아나키즘을 소개하고 “아나키즘은 현대예술의 가장 특징적인 측면임에도 주목받지 못했다.”면서 “아나키즘으로 현대 예술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아나키즘을 빼고 현대예술을 말하는 것도 부분적일 뿐”이라고 규정했다.그의 발표 요지를 정리했다. 존 레넌은 섹스 피스톨스나 클래시,첨바왐바처럼 아나키스트를 자처하지는 않았지만,그가 부른 ‘이매진(Imagine)'은 알려진 것처럼 단순한 사랑 노래가 아니라 자본주의를 부정한 명백한 아나키즘의 노래이다.그는 노래에서 ‘국가’와 ‘사유 재산’‘종교’를 부정하고 ‘모든 사람에 의한 세계의 공유’를 주장했다.‘민중에게 권력을(Power to People)’이라는 노래에서는 “우리가 믿는 민주주의는 민중이 주인 돼서 스스로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1970년대 영국의 록그룹 섹스 피스톨스는 권위의 상징이라는 영국 여왕과 왕실이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고 비아냥거리는가 하면,기성 제도권에 대해서는 ‘문제는 우리가 아니라 우리에게 일자리 하나 주지 못하는 너희’라고 성토했다.‘난 반(反)기독교도 아나키스트,내가 원하는 게 뭔진 모르지만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는 알아.’하는 식이다.인종차별과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에 대해 내놓고 저주와 모욕을 쏟아부은 펑크 록그룹 클래시도 있다.이들은 “난 미국이 지긋지긋하다.”고 반미감정을 노래했다. 8명의 혼성 그룹 첨바왐바는 결성 당시부터 아나키즘을 표방해 주목받았다.이들은 첫 앨범‘혁명(Revolution)’에서 “언제나 혁명으로 시작해서 언제나 자본주의로 끝나고,곤봉에 의해 묵살되며 이권 야합으로 팔려 나간다.”라고 노래하는 등 자본주의 체제를 극단적으로 냉소했다. 문학에서의 아나키즘은 현대 문명을 거부하는 아방가르드로 대표된다.톨스토이를 비롯해 보들레르,니체,에밀 졸라,제임스 조이스,프란츠 카프카,알베르 카뮈,조지 오웰,발터 벤야민,도스토예프스키와 랭보 등이 아나키즘 성향을 보였거나 초현실주의를 통해 아나키즘을 실현한 문학인들이다. 톨스토이는 1856년에 발표된 ‘지주의 아침’을 통해 사유재산권을 비판했으며,‘코삭’에서는 자연 속 노동을 문명생활에 대비해 문명의 비인간화를 성토했다.그런가 하면 ‘전쟁과 평화’에서는 카라타에프를 통해 민중적 기독교사상을 역설하기도 했다.카프카도 ‘변신’에서 인간성 타락과 이성의 말살을 경고했으며,‘아메리카’에서는 권력자와 하층민을 대비시켜 하층민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등 아나키즘적 성향을 드러냈다. 또 카뮈는 ‘페스트’에서 종교를 노골적으로 경멸했으며,‘정의의 사람들’에서는 아나키스트 테러리스트를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테러리스트 입장을 적극 수용하는 면모를 보였다.베른하르트는 더욱 극단적인 아나키스트였다.그는 희곡 ‘영웅광장’에서 “국가는 악취를 풍기는 하수구이자 거대한 똥더미”라고 무정부주의적 발상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결국 아나키즘 시각에서 ‘국가’‘종교’‘사유재산’은 인간을 노예화하는 족쇄일 뿐이다.국가는 강제·착취·파괴적이다.또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게 하는 자본주의,권력과 결탁하거나 가부장적 권위의 상징으로 인간에게 체념을 강요하는 교회도 부정의 대상이다. 김성국 교수는 “아나키즘의 최고 가치는 개인적 자유와 사회적 해방이며,이를 가로막는 모든 기성 권위에 대한 저항과 도전을 행동으로 실천하고자 했다.”면서 “주류·지배문화에 저항하는 하위문화의 조직가로서 아나키스트들은 문화와 정치의 역동성을 극적으로 결합한 선구자들이었다.”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
  • 참관기/ 지구정상회의 한국은 뭐했나

    이번 요하네스버그 지구정상회의는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훨씬 더 많은 회의였다.지난 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가 선언한 지구온난화 저감,생물종 다양성의 보존,사막화 방지,해로운 화학물질의 무역규제 등 지구적 환경문제를 개선하려는 실천계획이 제시되지 않았다.빈민 위생 문제의 개선,어족자원복구 등 극소수 사안만 구체적인 이행계획으로 타결됐을 뿐 리우 선언의 대부분은 또 다른 선언으로 대체됐다. 한국 비정부기구(NGO)들이 숙소에서 회의장으로 가는 길 오른쪽에는 긴 담벽에 고압선까지 쳐진 호화주택들이 즐비했으나,왼쪽에는 양철로 만든 성냥갑 같은 집들이 빼곡하게 슬럼을 이루고 있었다.과거 백인정권의 인종차별정책은 대다수 백인들에게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토지(87%)와 에너지를,300만 가구가 넘는 흑인들에게는 아직도 전기와 물이 공급되지 않은 슬럼가를 유산으로 남긴 것이다.토지개혁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이웃 짐바브웨 역시 흑백간 빈부격차가 심각하다. 많은 참가국 NGO들이 주최측의 준비 부족과 교통,치안문제 등으로어려움을 겪으면서 “왜 이런 곳에서 회의를 열어야 했나.”라는 불만을 토로했다.그러나 요하네스버그의 거리는 세계의 빈부격차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또 회의에 참석한 선진국들은 토지개혁을 시도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실책을 따지기만 할 뿐 식민지시대의 책임은 외면했다. 그동안 교토의정서 탈퇴,요하네스버그 정상회의 협상들에 대한 거부 등으로 지탄받았던 미국의 위상 하락은 회의 폐막연설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미국대표단은 식량난을 겪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유전자조작 옥수수를 원조하려다 거부당한 것에 불만을 털어놓고,자국은 환경정책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항변하다 망신과 봉변을 당했다. 교토의정서의 경우에도 러시아와 중국 등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미국의 유일한 동조자였던 호주마저 따로 움직이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미국은 완전히 따돌림을 받았다.미국의 반대로 무산됐으나 유럽연합과 멕시코,노르웨이등 30개국이 교토의정서의 연장선상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이용비중을 높이기위한 시한과 목표를 선언했다. 회의 기간중 각국 정부대표단을 모니터한 외국 NGO들로부터 “한국의 입장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불만을 많이 들었다.석유수입 4위,에너지소비 9위인 한국은 더 이상 지구환경보존을 위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하지만 한국정부는 여전히 미국의 그늘에 숨어,미국이 환경실천협약을 깨면 부수 이익이나 적당히 챙기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이번 정상회의에서 세계 각국은 미국이 깨버린 협약들을 복구하려 안간힘을 쏟았지만,한국은 도대체 세계의 이웃과 후손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석광훈 (녹색연합 부장)
  • [오늘의 눈] 美공항의 인종차별

    “한국인들은 줄을 따로 서시오.” 최근 미국에 본사를 둔 한 다국적 기업의 초청으로 9박10일 동안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한 기자를 비롯한 한국 기자단 일행 6명은 미국 공항에서 심한 모멸감을 느껴야 했다. 9·11테러 1주년을 앞둔 미국의 각 공항에서 유색인종에게만 집중적으로 행해지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검색때문이었다. 유유자적하게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는 백인 승객들의 조롱기 섞인 시선에 얼굴이 절로 화끈거릴 정도였다. 일행은 지난달 31일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에서의 취재일정을 마치고 신시내티로 떠나기 위해 제럴드 포드 국제공항을 찾았다. 검색원들은 승객 가운데 유일한 이방인이었던 일행의 짐과 몸을 샅샅이 훑었다.일행중 한 여성이 몸수색에 반발하자 검색원은 단호한 어조로 “당신이 싫다면 손바닥이 아닌 손등으로 몸을 검색하겠다.”고 일축했다.동행하던 미국인 안내원이 “너무하지 않느냐.”고 항의하자 공항 직원들은 “당신은 상관말고 어서 탑승하라.”며 면박을 주었다. 인종차별이라고 느끼기에 충분한 몸수색은도착 첫날에도 마찬가지였다.지난달 28일 서울발 대한항공편으로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도착한 일행은 승객의 절반쯤을 차지하는 유색인종들과 함께 모든 소지품을 꺼내 보이며 ‘경계대상 1호’취급을 받아야 했다. 특히 입국 검색대를 무사히 통과,목적지인 그랜드 래피즈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탑승구 앞에서 행해진 또 한차례 검색은 여행 기분을 망치게 했다. “방금 입국 검색대에서 검색을 마쳤다.”는 항변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은 가방 밑바닥에 있던 속옷과 컵라면까지 모조리 꺼냈다.신발을 벗기고 심지어 허리띠까지 풀게 했다. 일부 지식인들은 9·11테러 직후 이같은 테러가 왜 일어났는지를 미국이 차분하게 생각해볼 것을 주문했었다. 미국의 독선과 패권주의가 테러를 부추긴 측면을 지적한 것이었다. 그러나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테러범 취급을 당한 이번 방미 기간에 과연 미국이 자기 성찰과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이창구/ 사회교육팀 기자window2@
  • 희망의 섬 78번지-전쟁의 참혹함에도 희망은 있단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는 마음을 울리는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법이다.하지만 현실은? 서점을 둘러보면 어린이책은 빼곡히 채워져 있지만 청소년책은 상대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참고서나 논술고사를 위한 모음집만 쥐어주고서 청소년 정서가 메말라 간다고 한탄해 봤자 헛 일.고전을 읽히면 된다고 반박할 수 있지만,왠지 지루할거라는 생각으로 대부분 서가의 장식용으로 전락한 것이 현실이다. 비룡소가 시리즈로 펴내는 ‘청소년 문학선’은 그래서 지금,의미있는 작업이라 할 만하다.특히 현재 청소년 문학계에서 주목 받는 신선한 작품을 골랐다.화사하지만 고통스러운 10대의 자화상을 솔직하게 조명하고,세상으로 떳떳하게 나아가는 용기를 주는 작품들이다. 이번에 출간한 ‘희망의 섬 78번지’는 지난 96년 안데르센상을 받은 이스라엘 작가 우리 오를레브의 자전적 소설.제2차 세계대전 중 유태인 소년 알렉스가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아빠가 찾으러 올 때까지 게토에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은 열두살짜리알렉스의 시점으로 전개된다.게토의 빈 집을 뒤져 먹을것과 입을 것을 찾으며 생존하는 법을 터득하는 알렉스의 생생한 서술은,인류의 양심을 시험대에 올린 20세기의 가장 처참한 현장으로 독자를 이끈다. 그 현장의 경험에는 전쟁과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이 녹아 있다.알렉스는 유태인 반란군을 살리려다 독일 군인을 총으로 쏴 죽인다. 바닥에 뒹구는 시체를 보고 나서야 모험소설의 전쟁과 실제의 전쟁이 얼마나 다른지 실감한다.영화와 게임으로 폭력에 무감각해진 청소년들에게 읽히고싶은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은 이 모든 내용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과 닮았다는 점.폐허가 된 장소에서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어른의 문턱에서 삭막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소년의 심정과 비슷할 터.힘겹지만 좌절 대신 최선책을 찾아가는 알렉스의 길을 따라 성장의 터널에서 한발 앞으로 다가선 자신을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끄는 것이 ‘언젠가 아빠는 돌아온다.’라는 알렉스의 믿음이었다는 점에서,인간다울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결국 희망이라는 따뜻한 메시지도 전달한다.8000원. 이 책을 포함,비룡소가 지금까지 펴낸 ‘청소년 문학선’은 5권.데이비드알몬드의 ‘스켈리그’는 평범한 학생 마이클이 천사 스켈리그를 만나 세상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깨닫는 과정을 미스터리 형식에 담았다.추한 몰골이지만 어깨에 날갯죽지가 있는 스켈리그처럼 어두운 청소년기를 지나면 날아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것.티에리 르냉의 ‘운하의 소녀’는 성추행으로 고통받는 10대 소녀의 내면을 간결한 문체로 그려내,청소년에게 닥친문제를 그들의 눈으로 들여다 본다. 쿠르트 뤼트겐의 ‘늑대에겐 겨울이 없다’는 조난당한 고래잡이배 선원을구조하고자 혹독한 자연을 거슬러 가는 사람들의 모험을 그렸다. 수지 모건스턴의 ‘0에서 10까지 사랑의 편지’는 오랫동안 헤어져 산 아버지와 편지를 통해 화해하는 한 아이의 이야기로,가족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김소연기자 purple@
  • 해외 경제 브리핑/ 나스닥 “”아시아 진출 포기””, 다임러社 인종차별 도와 피소위기

    ***나스닥 “아시아 진출 포기” [도쿄 AP 연합] 미국 나스닥 증시는 19일 시장 여건이 악화된 아시아 시장에 대한 진출을 포기하고 유럽 시장 진출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존 힐리 나스닥 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는 “우선 독일 시장에 새로운 전자주식거래를 도입,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와 경쟁할 것”이라며 “독일시장에 도입될 새 주식거래시스템은 내년 1월쯤 출범할 것이며 3000여개 기업의 주식이 거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임러社 인종차별 도와 피소위기 [베를린 AFP 연합] 독일의 거대 자동차기업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를 강행한 남아공 백인 소수정권 유지에 도움을 준 혐의로 집단소송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의 존 응세벳샤 변호사는 이 회사가 1977년 남아공 무기금수 조치를 깨고 흑인탄압에 쓰일 것을 알면서도 남아공 군경에 다목적 군수송차량 ‘우니모그’를 인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면서 곧 소송관련 서류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아파르트헤이트 피해자들은 이미 미 시티그룹,IBM,UBS와 크레디트 스위스 등 스위스 은행,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 등 독일 은행 등을 상대로 500억∼1000억달러에 달하는 집단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놓고 있다.
  • [열린세상] 이주노동자를 동등한 이웃으로

    영화 ‘아미스타드’를 보면 수많은 아프리카 원주민이 노예 상인들에 의해 강제로 팔려나가는 모습이 아주 생생하다.17세기 들어 아메리카 대륙에 농장이나 광산이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값싼 노동력이 대규모로 필요했기 때문이다.노예를 실어 나르던 큰 배에는 사람들이 마치 나무토막처럼 차곡차곡 쌓여 운반되었고 혹시 병든 자는 바다에 내동댕이쳐졌다.육지에 내려서도 좋은 상품이 될 만한 자에게만 겨우 약간의 밥이 주어졌다.이 영화의 교훈은,돈의 패러다임이 삶의 패러다임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꼭같은 현실이 바로 지금 ‘우리의’ 위대한 ‘대∼한민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그 대표적 예가 다른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다. 하나: 중국인 허씨는 현지법인 연수생으로 와서 공장에서 프레스 작업을 했다.기계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아 상사에게 말했으나 그는 아무 상관없으니 그냥 일하라고 했다.허씨는 작업을 계속했고 기계는 작업 도중 이상을 일으켰다.그로 인해 허씨는 두 손가락을 잃고 한 손가락은 현저한 장애를 보이는 사고를당하고 말았다. 둘: 네팔 노동자 둔씨는 돈을 벌기 위해 9년 전 한국에 왔다.그는 숱한 어려움에도 철문 코팅,식품 포장,농장 일,플라스틱 공장,전자 조립 등 다양한 일을 했다.그가 경험한 한국 회사와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건강이나 산업안전,인간다운 노동조건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둔씨가 몸이 아파 고통스러워 공장 일을 멈추고 병원에 가겠다고 하자 사장은 허락하지 않았다.그래도 억지로 병원에 가면 사장은 월급에서 하루 일당을 뺐다.철문 코팅 회사에서 일할 때는 아침 8시30분에 시작해서 하루종일 하고도 저녁 내내 일하고 새벽 1시나 2시까지 연장 근무를 했다.매일 그런 식으로 일하다가는 쓰러질 것같아 노동시간을 줄여달라고 건의했지만 묵살당했을 뿐 아니라 협박까지 당했다.맘에 안 들면 출입국관리소에 전화해서 강제 추방한다는 것이었다. 셋: 방글라데시에서 대학생이었던 꼬빌은 24세의 나이로 한국에 와 경기도 마석의 한 가구 공장에 취업했다.반장이던 한국인 노동자가 “야 임마,일어나봐.”라고 해서 “난 임마 아니에요.내 이름은 꼬빌이에요.”라 했다.그러자 반장이 “야 임마.”라 또 그랬다.그는 못 들은 척 했다.갑자기 주먹이 날아왔고 코피가 흘렀다.한국 동료들이 몰려들었고 사장과 부인도 달려왔다.부인은 “네가 잘못한 거야.미안하다 그래.”라 했다.그는 “나는 잘못한 게 아니야.나는 신고하겠어.”라 했다.이에 한국 동료들은 “너는 신고 못해.너는 불법체류자니까.”라고 ‘딱지’를 붙였다.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위대한 한국을 온 세상에 알렸다고 좋아하던 때가 엊그제다. 그러나 위의 그림은 1990년대 이후 항상 존재하는 우리 자화상이다.돈벌이를 한답시고 또 한국 경제를 살린답시고 다른 나라 사람들을 ‘현대판 노예’로 부려먹는 일이 허다한 것은 우리 모두의 수치다.이제부터라도 바꾸어야 한다. 첫째,이주노동자는 단순한 생산 요소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이다.돈벌이수단이나 이방인이 아닌 이웃이나 친구로 대해야 한다.근본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둘째,현재의 연수생 제도를 ‘땜질처방’할 것이 아니라 폐지해야 한다.부족한 인력 수급은 정부 공공기관이 담당하여 전 과정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또 고용주와 이주노동자에게 ‘그린카드’를 부여하여 상호간 자유 선택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이런 점에서 8월13일,국가인권위원회가 연수생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라고 권고한 것은 고무적이다. 셋째,외·내국인 사이의 차별을 지양하고 모두가 더불어 사는 ‘세계 시민’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언론과 교육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우선,크레파스나 그림물감의 이름에서 ‘살색’이라는 것이 인종차별주의적 성격을 띤다고 해서 그 이름 바꾼 것은 매우 희망적이다.또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 노동자라는 말보다 ‘이주’노동자라는 말을 쓰는 것도 좋은 일이다.앞으로 모든 나라나 민족의 전통적 가치나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필요한 교류는 확대해야 한다.그래야 우리가 가진 이중의식,즉 선진국 사람에게는 온갖 아양을 떨면서도 후진국 사람에겐 경멸을 일삼는 모습을 올바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강수돌 고려대 교수 경영학
  • 오피니언 중계석/ 김용암스님 기고 요지 - 인종주의적 편견 극복 ‘발등의 불’

    한·일 월드컵때 유럽 강호들을 차례로 격파하며 4강에 오른 한국 축구대표팀 경기를 보며 열광한 한국인들.그런데 그 열기와 환호의 이면에 인종적 열등감이 도사리고 있었다면? 천태종 총무원 김용암 교육부장이 월간 ‘금강’에 기고한 ‘인종주의와 한국인’이란 글을 보면 모르는 결에 허를 찔린 느낌을 갖게 된다.용암스님은 우리네 의식엔 인종주의적 편견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으며,이같은 편견을 냉정하게 반성하여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용암스님 기고 요지 지난 월드컵에서 우승후보로 꼽히던 유럽 강호들을 누르는 광경을 보면서 한국인들은 가히 감격에 가까운 희열감을 맛보았다. 그 감격은 ‘우리가 해냈다.’는 성취감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우러나오는 것으로 보였다.‘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난생 처음 자랑스럽다.’며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감격이 자신감과 자부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유럽 팀 격파에 감격하는 한국인들의 심리 이면에는 어쩌면 인종적 열등감이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한국 근대사와 현실을 돌이켜 보면 이러한 분석은 결코 억지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근대 역사를 통해 한국인들은 알게 모르게 인종적 편견에 젖어들었다는 지적을 쉽게 외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1876년 강화도조약 체결 이전의 조선에는 인종차별은 물론 인종이라는 말조차 없었다.중화문명을 배운 ‘화(華)’와 그렇지 못한 ‘이(夷,오랑캐)’로써 구별하는 화이관(華夷觀)에 입각한 문화주의가 있었을 뿐이다. 인종주의가 한반도에 수용된 것은 19세기 후반 조선의 개항과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서양문명 수용을 통해 자강(自强)을 추구하는 동도서기론(東道西器論)을 앞세운 조선의 개화파 지식인들은,그들의 스승격인 서구와 북미의핵심 이데올로기인 인종주의에 쉽사리 감염되었다. 백인 우월주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개화파 지식인들의 인종주의적 개화관이 근현대 한국인의 집단의식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것이며,그것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횡행하는 동남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멸시와 무관하다고볼 수 없다. 해방 이후에는 백인 앵글로색슨 계통의 신교도 미국인들을 정점으로 하는 인종주의가 맹위를 떨치게 된다.해방후 한국인들의 백인 콤플렉스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영어 원어민 교사’채용문제이다. 국제결혼에서도 백인과의 결혼과 동남아인과의 결혼이 천양지차의 인식과 대접을 받는 것도 한국인들에게 뿌리내린 인종주의와 백인 콤플렉스의 산물일수 있다. 과연 한국에 인종주의가 횡행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의 대답은 회의적일 것이다.그러나 어쩌면 한국사회는 예상보다 훨씬 인종주의에 오염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인들의 집단의식 속에는 인종주의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뿌리내려 왔을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다고 외치는 젊은이들과,기회만 되면 자녀들에게 미국 국적을 갖게 해주려고 안달인 기성세대의 이 엄청난 의식 차이를 우리는 차분하게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일제 식민통치에서 해방은 되었지만 하루 밥 세끼 온전하게 먹기가어려운 시절 미국과 선교사와 교회는 구원의 통로였다.이들의 원조 아래 교육받고 귀국한 사람들은 지도층으로 활동했지만 그들의 의식은 사실상 거의 미국인이었다.현재 한국사회 지도층의 가족이 미국 국적 문제로 논란을 일으키는것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고려해야 이해된다. 근대화에 기여한 미국 등 선진국의 도움은 부인할 수 없다.그러나 이제는 지나친 미국 및 서구 편향으로 인해 발생한 후유증도 직시해야 한다.인종적 편견이 뿌리내리게 된 역사적 외연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무지와 편견을 극복하는 게 우리의 시급한 과제이다. 정리 김성호기자 kimus@
  • “살색 표기 인종차별”인권위,KS규격 개정권고

    크레파스와 수채물감에서 특정색을 ‘살색’이라고 표기한 것은 헌법에 규정된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의 유권해석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성남 외국인 노동자의 집 김해성 목사와 가나 출신 커피딕슨 등 외국인 4명이 “크레파스의 색상 이름이 피부색을 차별하고 있다.”며 기술표준원장과 3개 크레파스 제조업체를 상대로 낸 진정을 받아들여 기술표준원에 한국산업규격(KS)을 개정토록 1일 권고했다. 인권위는 ‘살색’ 이름이 “황인종이 아닌 인종의 평등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인종과 피부색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확대시키는 등 세계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고 취지를 밝혔다.한국산업규격은 1967년부터 크레파스와 수채물감의 색명을 51가지로 지정하고 있는데,이 가운데 황인종의 피부색과 유사한 엷은 오렌지색을 ‘살색’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세영기자 sylee@
  • 책꽂이/ 증여론 등

    ***인문.사회 ◇증여론(마르셀 모스 지음,이상률 옮김)=20세기 인류학의 스승이라 불리는 모스가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증여인 선물을 통해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파헤친 책.저자가 사회생활의 중요한 기초로 해석한 증여의 논리와 윤리가 명쾌하게 제시된다.한길사.2만원. ◇미국에서 절대로 말해서는 안될 10가지(래리 얼더 지음,권은정 옮김) =유명한 흑인 변호사이자 LA 라디오방송의 시사토크쇼 진행자인 얼더가 편견과 오만으로 얼룩진 미국사회의 야누스적 두 얼굴을 고발한다.백인보다 심각한 흑인의 인종차별과 이 인종차별을 압도하는 백인의 생색주의,언론의 편견과 복지를 망치는 복지정책 등 미국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그렸다.홍익출판사.1만2000원. ◇인간부흥의 공예(이데카와 나오키 지음,정희균 옮김)=‘야나기 무네요시의 민예를 넘어서’를 부제로 한 이 책은 ‘쓰임’을 전제로 만든 민중적 공예,즉 민예를 본격적으로 해부·비판하고 있다.민예와 조선 공예의 상관성은물론 민예의 앞날에 대한 저자의 전망도 제시했다.학고재.1만 5000원. ***경제.경영 ◇피터 드러커의 미래경영(피터 드러커 지음,이재규 옮김)=뛰어난 예지력을 가진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로 평가받는 저자가 지난 60년 동안 발표한 ‘경영의 실제’ 등 명저의 핵심내용을 요약·정리한 책.포천지가 선정한 500대기업 중 그의 자문을 받지 않은 기업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드러커의 미래론이 명료하게 요약·정리돼 있다.청림출판.1만 6500원. ◇레인메이커(제프리 J 폭스 지음,최영철 옮김)=아마존 비즈니스 분야에서 가장 오랫동안 1위를 차지한 세일즈 모범교본.제목인 레인메이커는 인디언들이 쓰던 말로,가뭄에 비를 부르는 주술사를 지칭한다.단순한 세일즈 이상의 이익 창출 모델이 될 만한 책이다.더난출판.1만원. ◇에너지 민주주의(이이다 데쓰나리 지음,제진수 옮김)=가장 바람직한 미래사회는 에너지와 민주주의가 결합된 사회.저자는 핀란드·스웨덴·독일 등북유럽의 단일 환경블록에 속한 나라들이 추구하는 탈원자력,탈화석연료,탈중앙집권적 정책 등 이른바 ‘에너지 민주주의’를 생태적 민주화의 중요한 패러다임으로제시한다.이후.1만 3000원. ◇번거로운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방법 52가지(하이브로 무사시 지음,김성기옮김)= 전문 심리카운슬러인 저자가 일상적인 생활 가운데서 자주 직면하는 번거로운 인간관계를 가장 효율적으로 정리·정비할 수 있는 요령을 사례별로 정리,제시한다.다리미디어.8500원.
  • 새영화/ 19일 개봉 ‘하드 캐쉬’ - 훔치고보니 수사관 돈?

    경찰관 집에 도둑이 들었다면? 영화 하드 캐쉬(Hard Cash·19일 개봉)는 600만달러의 돈을 둘러싸고 부패한 FBI와 천재 도둑이 벌이는 머니게임. 천하 제일의 도둑 테일러(크리스찬 슬레이터)는 캐나다에서의 새 출발을 꿈꾸며 경마장 장외 발매소에서 돈을 훔친다.그러나 하필이면 훔친 200만달러는 부패한 FBI 마크 코넬(발 킬머)이 빼돌린 작전용 자금.특수문자가 기록된 돈이기 때문에 돈 세탁을 하지 않으면 휴지조각과 다름없다. 한편 경마장에서 돈 세탁업자를 기다리다 봉변을 당한 코넬은 테일러의 ‘도둑질’능력을 높이 산다.코넬은 테일러의 딸을 납치한 뒤 그를 이용해 600만달러를 털 생각을 한다. 치밀하게 짜여진 범행 수법과 반전이 거듭되는 탄탄한 사건전개가 볼만한 수작.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조연들이 영화의 생생함을 더한다.특히 영화 ‘오스틴 파워’에서 미니비 역을 맡아 인기를 모은 버니 트로이어의 깜찍한 연기가 돋보인다. 영화는 “인간의 존엄성 상실,자본주의의 부조리,인종차별등의 사회문제를 담고 싶었다.”는 피터 안토니제빅감독의 말처럼 단순한 액션영화를 넘는 철학을 담고 있다.도둑질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테일러 앞에서 사탕을 훔친 뒤 “이거 나쁜 짓이지?”하고 묻는 딸이나,옛 소련 출신의 돈 세탁업자가 멕시코 사람들은 무시하는 에피소드는 감독의 이런 의도를 잘 드러낸다. 그러나 눈물겹게 행복한 결말과,남의 돈을 빼았을 망정 살인은 하지 않는다는 테일러의 이중적인 성격은 여느 할리우드 액션영화와 다를 바가 없어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이송하기자 songha@
  • 美배우 로드 스타이거 사망

    (로스앤젤레스 AFP 연합)‘밤의 열기 속으로’‘워터프론트’등 수많은 명화에서 개성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 로드 스타이거가 9일 77세를 일기로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타계했다. 지난 67년 ‘밤의 열기…’에서 남부의 인종차별주의자 경찰서장 역으로 열연,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스타이거는 영화 ‘워터프론트’(1954),뮤지컬 ‘오클라호마!’(1955),전쟁영화 ‘사상 최대의 작전’(1962) 등 100편이넘는 작품에서 셀 수 없이 다채로운 성격의 인물들을 만들어냈다. 스타이거의 뛰어난 연기력은 홀로코스트의 망령에 시달리는 뉴욕의 유대인 이민자를 그린 ‘전당포’(1965)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 만델라 前부인 사기혐의 법정에

    (프리토리아 AFP 연합)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전 부인이자 반(反)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투쟁의 여걸인 위니 마디키젤라 만델라가 사기사건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프리토리아 지방법원은 위니가 이번 주중 재판에 출석한다면서 100만란드(약 10만달러) 상당의 사기·절도를 포함해 모두 85가지 혐의가 적용됐다고 7일 밝혔다.위니는 자신이 의장으로 있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여성동맹에 허위로 회원들을 등록시켜 은행 대출에 필요한 서명을 받아 사기극을 벌인 혐의도 받고 있다.그녀는 지난달에도 신용카드 구매로 빚진 10만란드를 갚지 못해 차량과 카드를 압류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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