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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알타이와 스킨헤드/강인욱 부경대 고고학 교수

    [시론] 알타이와 스킨헤드/강인욱 부경대 고고학 교수

    한국인들이 동계올림픽의 영광에 도취되어 있던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바르나울에서는 끔찍한 인종차별 범죄에 한국인 학생이 희생되었다. 바르나울은 필자가 유학한 곳으로, 시베리아 과학단지로 유명한 노보시비르스크 남쪽에 있는 인구 60만의 도시이다. 알타이는 시베리아 평원의 남쪽 끝자락인 평지 알타이와 그 남쪽의 험준한 고원지대인 산악 알타이로 나뉘는데, 바르나울은 평지 알타이의 주도로 알타이의 실질적인 중심지이다. 알타이는 우리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다. 신라고분과의 유사성으로 많은 주목을 받는 기원전 7~3세기 파지릭 문화를 비롯하여 고대부터 동서문명 교류의 중심지였다. 기원전 3500년경 서방에서 전파된 목축문화는 알타이를 거쳐 동쪽으로 전파되었다. 또 중국 한무제에 의해 쫓겨간 흉노는 알타이를 거쳐 서방으로 가서 유럽의 중세시대를 뒤흔든 훈족으로 등장했다. 고구려와 교류한 돌궐(투르크)의 고향이기도 하다. 더욱이 사건이 발생한 알타이 국립사범대학의 유리 키류신 총장은 파지릭 문화를 연구하는 고고학자이다. 키류신 총장은 한국에 무척 호의적이어서 필자에게도 알타이를 한국과 러시아 공동조사의 터전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알타이에서 인종차별 범죄가 일어났다는 사실에 그저 망연자실할 따름이다. 스킨헤드의 발생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증오가 아닌, 지난 몇 년간의 경제위기와 러시아 정부의 보수화와 관계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게다가 현재 러시아의 치안사정을 볼 때 러시아 경찰에 해결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러시아에서 한국인 관련 사건은 그리 크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한국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런 흉악범죄가 워낙 사방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께 발생한 모스크바의 한국인 테러사건은 대낮 쇼핑센터 근처에서 일어난 것을 보니 단순히 개인이 조심한다고 될 문제는 아닌 듯하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시베리아 전문가를 양성하고, 한국의 문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스킨헤드족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하류층의 젊은이들로, 단순한 논리와 폭력으로 무장한 사람들이다. 러시아인 수천만명을 죽게 한 히틀러를 추종하는 그들에게서 무슨 합리적인 논리를 바라겠는가. 굳이 원칙이 있다면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하기’이다. 자신들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는 것을 자기들보다 약해보이는 동양계 사람들에게 화풀이하는 것이다. 그러니 스킨헤드가 폭력을 행사하는 주대상은 자기들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중국이나 중앙아시아 계통에 집중된다. 반면에 이미지가 좋은 일본인들은 잘 건드리지 않는다. 아직도 러시아에 한국인의 이미지는 돈이 많은 작은 나라일 뿐이다. 현실적으로 작지만 강한 나라인 한국의 대응은 결국 문화적인 교류로 러시아에서의 우리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필자를 더욱 슬프게 한 것은 우리나라 언론의 러시아에 대한 무지였다. 어떤 기사는 바르나울이 비행기로 3시간 거리인 이르쿠츠크 또는 극동이라고도 하고, 피살자가 시베리아에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갔다는 등 오류 투성이였다. 수많은 기사가 난무했지만 체계적인 분석은 거의 없었다. 시베리아 전문가가 거의 없는 탓이다. 대다수의 러시아 사람은 한국사람에게 아주 호의적이다. 필자가 유학시절 영하 30~40도의 추운 겨울을 몇 차례 보내면서도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겸손하고 정 많은 시베리아 사람들 덕분이었다. 우리에게 시베리아와 북방은 역사적으로뿐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반드시 협력해야 할 파트너이다. 이번 사건으로 한국인이 전체 러시아를 혐오하고 러시아인들을 백안시하게 된다면 바로 소수의 스킨헤드족이 바라는 바다. 다시 시베리아의 초원이 한반도와 유라시아를 잇는 교류의 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 관용이란 말에 속지 말라, 그 속에 정치·폭력 숨었다

    관용이란 말에 속지 말라, 그 속에 정치·폭력 숨었다

    이런 예를 들어 보자. 당신은 최근 같은 팀의 한 동료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처음에는 불쾌감과 함께 심한 거부감을 느꼈지만, 곧 그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전처럼 함께 일을 해 나가기로 했다. 소수자의 권리와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관용의 정신’을 발휘해서 말이다. 이런 경우 당신은 아마 스스로의 드넓은 포용력에 만족하며 “잘한 일이다.”라고 뿌듯해할 것이다. 그러나 ‘관용-다문화제국의 새로운 통치전략’(이승철 옮김, 갈무리 펴냄)을 펴낸 정치철학자 웬디 브라운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이를 두고 “관용의 탈정치적 전략에 속았다.”고 평가할 것이다. 그러면서 “관용을 운운하기 전에, 소수자에게 느끼는 불쾌감의 근거가 무엇인지, 또 그것이 관용만으로 해결이 될 문제인지를 고민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이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창비 펴냄)를 통해 한국에 처음 소개한 ‘관용(톨레랑스·Tolerance)’이란 개념은, 1995년 책 출간 당시부터 우리 사회에 진지한 성찰을 요구하며 크게 유행했다. 각종 갈등의 씨앗을 품고 있던 한국 사회에서 서로 다른 것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관용은 주목받는 단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관용은 한국 사회는 물론 세계 각 지역에서 여전히 결코 의심받지 않는 가치 중 하나로 존재한다. 하지만 브라운 교수는 이렇게 관용에 절대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를 경계한다. 그는 관용이 ‘자유’나 ‘평등’의 동의어가 아님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관용이란 이름 뒤에 숨은 정치적인 계산들과 헤게모니 투쟁, 심지어 그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의 실태를 낱낱이 고발한다. 그는 최근 20년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예로 들며, 이런 ‘관용의 폭력’이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지적한다. 책에서 설명하는 관용의 탈정치성은 앞서 예로 든 성적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비슷하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인식 문제는 정치적·사회적으로 이해해야 할 요소가 분명 있다. “동성애자는 불쾌하다.”는 차별적 인식을 갖게 한 사회 구조는 무엇인지, 또 이런 차별을 어떻게 해결할지의 문제는 개인이 아닌 국가나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관용은 이러한 국가나 사회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논리로 이용되고 있다고 브라운 교수는 말한다.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등 사회적 문제를 단지 관용이 부족한 개인의 탓으로만 돌린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본격적인 정치 논쟁을 피하고, 소수자들을 배려받아야 할 수동적 위치로만 몰아가면서 이들이 정치세력화되는 것도 막는다. 나아가 브라운 교수는 책의 부제로 붙였듯 이런 식으로 관용이 현대 다문화제국의 새로운 통치전략이 될 수 있음도 지적한다. 관용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사실상 소수자를 포함한 국민의 권리 보장과 계층 간의 소통을 책임져야 할 국가는 교묘하게 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고, 기득권에 대한 도전 역시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브라운 교수는 관용이 제국주의적 침략 전쟁에도 활용되고 있다고 전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이 중동 국가를 상대로 벌인 수많은 전쟁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관용의 논리가 적용됐다. 미국은 이슬람국가나 후진국의 문명은 불관용적이기 때문에 서구 선진 국가의 관용적인 문명이 이들을 처단하고 민중을 해방시켜야 된다는 논리로 침략 전쟁을 일으켰다. 관용의 범위를 자의적으로 정하고 그것을 벗어나는 것들에는 거리낌 없이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책에서 브라운 교수는 계보학의 방법을 통해 관용 담론이 전략적으로 사용된 흐름을 추적해 간다. 애초 종교개혁 이후 종교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사용된 때부터 인도주의로 의미가 확장되고 또 최근 다문화주의의 한 담론이 되기까지, 다양하게 변화한 관용의 용법을 소개한다. 1만 8000원.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월드 뉴스라인] “무상교육 조총련 제외 차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정치적 문제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소속의 조선학교를 고교 수업료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일본 정부 일각의 움직임을 다루기로 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5일 제네바발로 보도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재일 교포의 차별문제로 회의를 여는 것은 지난 2001년 3월 이후 9년만이다.
  • 러서 또 인종차별 의심 범죄…한국교환학생 폭행당해 사망

    교환 학생으로 러시아 극동지역 이르쿠츠크에서 단기연수 중이던 한국 대학생이 러시아 현지 청년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사망했다. 이르쿠츠크 주재 한국 총영사관과 현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알타이 국립 사범대에서 단기 연수 중이던 광주교육대학교 3학년 강모씨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오후 7시30분쯤 이르쿠츠크 바르나울시에서 러시아 청년 3명에게 흉기 등으로 집단 폭행을 당한 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강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18일 오전 끝내 숨졌다. 강씨는 슈퍼마켓에 들렀다가 숙소로 돌아오는 도중 변을 당했다. 강씨와 함께 있던 다른 한국 여학생(22)도 이들에게 맞았으나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사건 직후 용의자로 보이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3명을 붙잡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금품 등을 강탈당하지 않은 점으로 미뤄 ‘인종 범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이들의 범행 동기를 추궁하고 있다. 광주교대는 지난해 초 알타이 국립사범대와 교류협정을 맺고 지난달 처음으로 어학연수를 겸한 연수단을 4주 일정으로 파견했다. 연수단은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모두 20명으로 남학생 7명, 여학생 13명으로 구성됐으며 오는 24일 귀국할 예정이었다. 광주교대측 담당 직원이 알타이 대학까지 학생을 인솔해 주고 며칠 뒤 귀국했으며 이후 학생 관리는 현지 대학에서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넬슨 만델라 출소 20년… 남아공은 지금

    분노에 가득 찬 흑인들이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소리친다. 경찰이 몰려와 최루탄과 진압봉으로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일부를 체포한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7년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지 20년이 되는 11일을 며칠 앞둔 지난 8~9일 남아공 발푸르 지역의 모습이다.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 헤이트’ 철폐를 부르짖던 흑인들이 탄압받았던, 1990년 이전과 닮은 꼴이다. 만델라는 대통령 당선 연설에서 “모두가 정의, 평화, 일자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자.”며 평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270만가구의 무료 주택이 지어졌고 생활용수를 공급받는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62%에서 87%로 늘었다. 흑인도 기업에서 고위직을 차지하고 국가 대표 운동선수나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등 중산층 대열에 올라섰다. 흑인 밀집지역으로 반 아파르트 헤이트 운동의 대명사인 소웨토 지역 젊은이들은 파리의 보헤미안과 같은 삶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있는 곳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는 빈민촌이 존재한다. 단 한번도 수리를 하지 않은 무료 주택에서 전기와 물이 끊긴 채 살아가는 이들에게 ‘만델라 환상’은 깨진 지 오래다. 아그네스 엔탈리는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는 있지만 직업은 없다. 배고프다.”며 20년 전을 연상시키는 시위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남아공의 실업률은 25%에 육박한다. 알 자지라는 부패한 정부 관리들로 인해 남아공이 가난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면서 평등을 얘기한 만델라의 희망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열린세상]‘글로벌’ 뒤집어보기/오영호 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열린세상]‘글로벌’ 뒤집어보기/오영호 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차범근, 허정무, 박찬호…. 내로라하는 해외파 스포츠 스타들이다. 이들에게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차별과 설움을 당한 것이다. 차범근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할 당시 동독 출신 동료가 5m 전방에서부터 마늘냄새가 난다며 코를 쥐었다고 회고했다. 허정무 감독은 PSV에인트호번 선수 시절 체력보강을 위해 황기와 닭, 마늘을 고아 국물을 내 마셨는데, 라커룸에 들어갔다가 “마늘을 먹었냐.”는 힐난을 들어야 했다. 현역 메이저리거인 박찬호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1999년 6월의 ‘이단 옆차기 사건’이 상대 선수가 인종차별성 폭언을 퍼부은 데서 비롯됐다고 털어놨다. 모든 국민이 분개할 이런 사건은 그러나 상황과 내용만 다를 뿐 한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이번에는 한국인이 가해자다. 중국동포를 비롯해 베트남·필리핀·몽골 등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냉대 받거나 무시당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 수출 순위 9위를 기록한 무역강국이자 국내총생산(GDP) 세계 15위의 경제대국이다. 주요 20개국(G20)의 선도국으로, 1인당 소득이 500달러도 안 되는 최빈국에서 60년 만에 2만달러 국가로 발돋움했다. 1990년대 초 ‘세계화’란 말이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해외에 진출했고, 국제사회에서 주목받으면서 글로벌 감각과 세계적 기준을 익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외국인 거주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노라면, 이런 노력도 한낱 물거품처럼 여겨진다. 미국·독일·일본처럼 잘 사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비굴하다 싶을 정도로 관대하고 후발국 국민에게는 가혹할 만큼 냉정하면서 과연 선진국 진입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민족이라는 변할 수 없는 사실이 후발국 이주자 개인에게 투영되는 상식 이하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지난해 서울YWCA가 서울시민 4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문화 관련 조사에서 ‘한국인은 외국인 이주자에 대해 편견이 심한 편’이라는 항목이 5점 만점에 3.84점이나 됐다. ‘타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불편하다.’ ‘국제결혼 여성은 학력이 낮을 것이다.’라는 항목에선 10대들의 반응이 가장 높게 나왔다. 우리는 ‘130만 이주민 시대’를 살고 있다. 국제결혼율이 10%를 넘고, 취학연령이 된 다문화 아동이 3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오는 2050년에는 이민자와 그 자녀의 숫자가 전체 인구의 21%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는 곧 우리 사회가 단일민족·단일문화 사회에서 다민족·다문화 사회로 바뀌고 있음을 뜻한다. 그간 우리는 글로벌 진출에 힘쓴 결과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 우리 손으로 만든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으며, 자동차를 타고 있다. G20 회의에서 국제공조를 이끌어내는 한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하게 국제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모했다. 하지만 이런 대외 지향성, 글로벌 활동과 인식은 우리 사회에 편중된 감각을 심어주기도 했다. 기업은 물론 정부·언론까지 글로벌화를 ‘해외진출’이라는 공격적인 의미로 받아들였다. 냉전체제 이후 경제전쟁 시대가 전개되고 우리 경제의 해외 의존도가 심화될수록 글로벌화 경쟁을 통해 시장의 대세를 장악하는 것으로 해석해왔다. 그게 아니다. 글로벌화는 해외진출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내에서도 세계적 수준인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다양성을 수용하는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글로벌 스탠더드는 달성될 수 있고, 진정한 글로벌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땅의 외국인은 우리 문화에 동화되어야 하고,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인이나 해외동포는 정체성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사고가 지배하는 한 우리의 글로벌 감각은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다. 고답적 전통과 단선적 문화에 매몰되기보다 비록 외부에서 온 것일지라도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해줄 세계적인 제도·가치·사고를 내재화할 때 우리의 글로벌 감각도 성숙될 것이다.
  • ‘포크록의 전설’ 밥 딜런 온다

    ‘음유 시인’ 밥 딜런(69)이 데뷔 48년 만에 처음으로 내한공연을 펼친다. 3월31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다. 그래미 평생 공로상을 받았고, 4년 연속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며, 노랫말이 미 연방법원 판결문에 인용되기도 했던 밥 딜런이다. 그는 인종차별 반대, 반전 반핵 등 사회성 짙은 음악을 끊임없이 발표하며 1960~70년대 시대의 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철학적인 가사와 진솔한 메시지로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전 세계 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밥 딜런은 특히 포크 록이 결합된 새로운 음악 장르를 개척한 혁명가로도 평가받는다. 그가 그동안 발표한 스튜디오 앨범은 34장, 라이브 앨범은 13장, 싱글은 58장이나 된다. 2000명이 넘는 음악가가 그의 음악을 다시 부르기도 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밥 딜런은 1982년 작곡가 명예의 전당에, 1988년에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으며 2000년에는 폴라음악상을 받았다. 또 미국 음악잡지 롤링스톤이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에서 비틀스에 이어 2위에 오른 바 있다. 밥 딜런은 일본에서 3월12~29일 12차례 공연을 치른 뒤 한국을 방문한다. 20t에 달하는 장비가 공수되며 12명의 밴드, 20명의 스태프가 함께 내한한다. 티켓판매는 17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02)3141-3488.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월드컵 맞수]“공포의 돌파력 내가 한 수 위”

    [월드컵 맞수]“공포의 돌파력 내가 한 수 위”

    수만명이 한꺼번에 질러대는 야유는 때때로 경기장을 뜻밖의 순간으로 몰아넣는다. ‘검은 총알’로 불리는 카메룬 축구대표팀의 주장 사무엘 에투(29)는 2004~05시즌부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에서 곤욕을 치렀다. 극성스럽기로 유명한 사라고사 홈 서포터스들은 그가 공을 잡기만 하면 원숭이 소리를 내며 깎아내렸다. 그는 “내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시는 경기를 안 보도록 할 것”이라며 부인 등 네 가족을 아예 프랑스 파리로 옮겼다. 레알 마드리드 2군에서 뛰다 마요르카로 임대돼 1999~2000시즌 13경기 6골을 뽑으며 마요르카 1군으로 발탁됐던 그는 이후 2004년까지 120경기나 뛰며 48골을 낚았다. 그리고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었다. 시샘을 받은 에투는 성난 표범처럼 그라운드를 내달렸다. 동물적인 골 감각은 빛을 더했다. 2004~05시즌 45경기에서 28골. 피부색 탓에 온갖 어려움을 겪었지만 바르셀로나에서 200경기를 채우며 130골이나 터뜨렸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이탈리아 세리에A로 옮겼다. 23경기에서 10골을 보태 현재 빅리그 통틀어 390경기에서 209골. 인종차별로 당한 설움을 보기좋게 물리쳤다.현란한 발 재간에다 아프리카 특유의 탄력을 바탕으로 한 돌파력은 공포를 자아낸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야유를 받은 뒤 그라운드를 뛰쳐나가, 동료들이 겨우 말렸을 정도로 불같은 성격처럼 플레이가 들쭉날쭉하다는 게 단점으로 손꼽힌다. 오는 6월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E조 마지막 한판에서 에투와 맞붙는 네덜란드 공격수 로빈 반 페르시(27)는 ‘유리 몸’이라는 별명을 달았다. 정교한 드리블과 스피드를 갖춘 데다 왼발 킥까지 빼어나 측면과 중앙 모두를 소화할 수 있다. 전술적인 변화에 쓰임새가 많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시스트도 많아 영양가 만점의 활약을 뽐낸다. 2004년부터 아스널에서 188경기를 뛰며 71골 36도움을 올렸다. 그러나 키에 견줘 헤딩엔 약하다. 무엇보다 ‘약골’로 보이듯 부상을 달고 다니는 통에 역시 들쭉날쭉한 경기력이 문제. 지난해 11월 이탈리아와의 친선경기 때도 발목을 다쳐 6개월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젠 목발 신세를 벗어나 다음달 복귀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네덜란드 국민들은 팀 전력의 절반인 그를 월드컵 무대에서 계속 볼 수 있기만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뉴욕에서 띄운 진주알 편지

    뉴욕에서 띄운 진주알 편지

    모국에 계신 독자 여러분께 미국에서 새해인사 드립니다. 올해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제가 살고 있는 뉴욕에서 여러분께 편지를 띄우려 합니다. 제 부족한 글을 읽어주실 독자 여러분께 먼저 감사의 큰절을 올립니다. 우리들 만남의 인연으로 인해 삶이 조금은 더 참되고 착하고 아름다워졌으면 하는 큰 원을 세워봅니다. 제가 앞으로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은 제가 경험한 ‘영혼을 드높이는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아시아 여성 신학자로서 지난 20년간 세계 80여 나라를 다니며 배우게 된 진주알 같은 이야기들이지요. 여러분들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면서 세상살이 지치고 힘든 사람들 목에 걸어줄 진주 목걸이 하나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제 첫 편지는 새로운 미국을 열어가는 버락·미셸 오바마 대통령 부부에 관한 것입니다.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던 밤, 제가 살고 있는 맨해튼에서는 큰 축제가 벌어졌습니다. 누가 계획한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각종 악기를 가지고 거리로 뛰쳐나와 함께 음악을 연주하면서 밤을 새워 노래하고 춤을 추었습니다. 노예의 후손들로 구박받으며 살아왔던 흑인들의 공동체에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생한 것입니다. 아직도 인종차별 문제로 시달리고 있는 미국에서 자신들의 리더를 흑인으로 뽑았다는 것은 혁명적인 일이지요. 기쁨에 들떠 텔레비전 기자와 인터뷰하던 젊은 흑인 엄마의 목소리에서 미국 역사의 기운이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 아이가 ‘엄마, 나는 커서 뭐든지 다 될 수 있어요?’ 하고 물을 때 ‘그럼’ 하고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그걸 믿지 않았어요. 그러나 이젠 자신 있게 내 아이에게 말할 수 있어요. 너는 열심히 노력하면 무엇이든 다 될 수 있다고!” 울먹이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제 눈에도 눈물이 고였습니다. 그녀의 말 속에서 미국의 깊은 비극과 저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오바마 부부가 백악관으로 들어가면서 미국이 많이 밝아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새로운 미국을 여는 희망의 상징이 되기 때문이지요. 아프리카 무슬림 전통의 케냐인 아버지와 기독교인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인도네시아에서도 어린 시절을 보냈던 버락 후세인 오바마는 그 존재 속에 이미 세상을 넓게 포용할 내공이 쌓여 있습니다. 지구의 많은 이웃이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된 것을 기뻐합니다. 로마제국처럼 변해가며 전쟁을 부추기는 미국에 실망하고 분노하다가 좀 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려는 세계인의 희망에 발맞춰나갈 새로운 미국의 가능성을 그를 통해 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려고 노벨 평화상도 세계 평화를 위한 예방주사처럼 그에게 주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정치적 이유보다 그가 다정한 남편, 자상한 아버지라서 더 좋습니다.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욕을 먹어가면서도 뉴욕에 와서 브로드웨이 쇼를 보며 아내와 데이트하는 남편, 바쁜 일정에도 딸들과의 휴가 약속을 지키는 아빠. 가족과의 약속을 잘 지키는 이 세심한 대통령이 보통 사람들이 원하는 평화도 잘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버락 오바마를 볼 때마다 그가 ‘여자의 남자’라서 다른 대통령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버지 없이 할머니와 어머니의 보살핌 속에 잘 자란 남자, 여신 같은 아내와 두 딸의 여성성에 둘러싸인 남자. 그가 연설을 마치고 아내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지배와 폭력의 가부장적 권위가 아니라 돌봄과 보살핌의 여성적 권위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떨림을 느낍니다. 저는 그 떨림에서 새로운 미국을 예감합니다. 그런데 사실 저를 더욱 감동시킨 사람은 미셸 오바마입니다. 미셸은 19세기 후반 6세의 나이에 475달러에 팔려가 15세에 백인 주인의 아이를 낳아야만 했던 멜비니아라는 흑인 노예의 후예이지요. 멜비니아의 5대손이 미셸입니다. 넉넉지 않은 흑인 가정에서 자라난 미셸은 프린스턴과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됩니다. 그리고 버락 오바마의 직장상사로 있다 그와 결혼하여 미국 최초의 흑인 영부인이 됩니다. 흑인 노예 소녀의 자손이 백악관으로 들어가기까지 150여 년이 걸렸습니다. 이것이 미국의 슬픔이고 힘입니다. 미셸을 보십시오! 생명력으로 넘치지 않습니까? 건강하고 당당하며 지혜롭고 자연스러운 미셸, 아름다운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비하하거나 과시하거나 설명할 아무 필요도 못 느끼는 변형된 유전자의 새로운 흑인 여성입니다. 그녀의 슬픔을 뚫고 터져나오는 힘, 진흙탕에서 연꽃을 피워내는 그녀 조상들의 힘과 기도 덕분에 버락 오바마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이 ‘뼈대 없는 나라’ 미국의 새것을 나게 하는 힘입니다. ‘제행무상’이라더니…. 이렇게 모든 것이 변하기 때문에 인생은 살아볼 만하고 역사는 기다려볼 만한가 봅니다. 밝아오는 새해 날마다 새로워지시기를 기원합니다. 현경 _ 기독교 여성 신학자이며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원의 종신교수로,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 생태여성신학, 종교와 평화운동 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세계 80여 나라를 다니면서 달라이 라마, 데스몬드 투투, 머레드 맥과이어와 같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과 함께 종교 간 세계평화위원회의 자문으로 일한 여성·환경·평화 운동가이기도 합니다. 저서로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미래에서 온 편지> 등이 있습니다. 글 현경 | 그림 정명화 2010년 1월
  • ‘아바타’, 인종차별 이어 이번엔 표절논란?

    ‘아바타’, 인종차별 이어 이번엔 표절논란?

    천만 관객을 눈앞에 둔 영화 ‘아바타’가 인종차별 논란에 이어 이번엔 표절이라는 의문이 제기 됐다.영국 가디언 등을 비롯한 주요 외신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1960년대 구 소련 공상과학소설 연작 ‘눈 유니버스’(Noon Universe)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드미트리 비코프는 러시아 신문 ‘노바야 가제타’를 통해 ‘아바타’ 속 무대가 된 외계 행성의 이름이 ‘눈의 세계’와 동일한 ‘판도라’이며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작품을 광범위하게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판도라’에 거주하는 종족 ‘나비’(Na‘vi) 이름 역시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나베’(Nave)를 “완전히 베낀 것”이며 “서양 문명에 해악이다.”고 비판했다.11일자(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는 전면에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동일한 22세기를 배경으로 설정되어 있는 ‘판도라‘는 수풀이 무성한 온난다습의 행성이라는 점이 공통적이다.”고 지적했다.반면 러시아 영화평론가 유리 글라딜시코프는 “어떤 장르건 유사한 부분이 있다. 두 작품에 유사성이 있긴 하지만 표절로 보기는 힘들다.”고 소견을 제시했다.이에 캐머런 감독은 “1994년 처음 80페이지 분량의 시나리오를 썼으며 러시아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것은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스트루가츠키 형제 중 아직 살아있는 동생 보리스는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아바타’를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표절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사진 = 20세기폭스코리아서울신문NTN 이규하 기자 jud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흥행 돌풍 ‘아바타’, 인종차별 영화?

    흥행 돌풍 ‘아바타’, 인종차별 영화?

    전 세계적인 흥행 질주를 하고 있는 영화 ‘아바타’가 인종차별주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영화가 거의 끝날 무렵 나섰던 아바타 정복에 나섰던 쿼리츠 대령은 원주민에 동화된 주인공을 향해 “너의 인종을 배신한 기분이 어떠냐”고 소리친다. 악당이 이렇게 말한 건 주인공인 영웅이 꼬리가 긴 푸른색 피부의 외계인이지만 사실 백인의 영혼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이에 일각에서 주인공이 백인이라는 점을 들어 “‘백인 영웅이 미개한 원주민을 구한다.’는 인종주의적 주제를 은연중에 퍼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뉴욕타임스 컬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에 따르면 “‘아바타’속 백인은 합리주의자로 진보된 과학기술을 보유 하고 있는 반면 식민지 주민은 영적이며 운동을 잘하는 탄탄한 몸의 소유자라는 편견에 기대고 있다.”고 전했다.또한 AP통신 제시 워싱턴에 의하면 “‘아바타’속 백인 메시아가 세계를 구한다는 우화를 강화시키는 백인 관점의 인종 판타지다.”고 비판했다.이에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최근 AP통신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마음을 열고 다른 이들을 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에 인종적 편견과는 거리가 멀다.”고 반박해 ‘인종주의를 부추기기 보단 인종적 편견을 반성하게 하는 영화’라는 설명에 무게를 뒀다.하지만 흑인이자 영화 사학자인 도널드 보글은 캐머런 감독 주장에 일부 동의하면서도 “흑인이나 아시아계 배우가 주인공을 맡으면 메시지가 더 강력했을 것이다.”고 전해 아쉬움을 토로 했다.한편 영화 ‘아바타’는 외화 최초 1000만 관객 돌파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사진 = 20세기폭스코리아서울신문NTN 이규하 기자 jud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바이런 킴 ‘제유법’ 美국립미술관 전시

    바이런 킴 ‘제유법’ 美국립미술관 전시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화가 바이런 킴(49)의 대표작 ‘제유법’이 미국 수도 워싱턴의 국립 미술관에 전시되고 있어 화제다. 국립 미술관은 바이런 킴의 작품을 사들인 뒤 현대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이스트 빌딩(동관) 지하의 한쪽 벽면을 통째로 할애해 지난해 12월1일부터 전시하고 있다. 현존하는 젊은 동양계 작가의 대형 작품(9m x 3m)이 서양 현대 미술 거장의 작품으로 가득한 이스트빌딩에 내걸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제유법은 오늘의 바이런 킴을 있게 한 작품이다. 1993년 뉴욕 휘트니 비엔날레에 출품돼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사물의 한 부분으로 그 사물의 전체를 나타내는 비유법’이란 뜻의 제목처럼 작품은 다양한 피부색을 표현한 나무판 400개를 한데 모아 400명의 인간 군상을 담아냈다. 바이런 킴은 왁스를 섞은 유화물감을 이용해 가족, 친구, 이웃, 동료 작가들의 피부색을 가로 20㎝, 세로 25㎝ 크기의 나무판에 옮겼다.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의 한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가 그동안 만난 사람들의 인종적 다양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무판을 피부색의 밝기 순으로 배치하는 대신 무작위로 진열함으로써 인종차별의 덧없음도 암시하고 있다. 제유법 프로젝트는 현재진행형이다. 바이런 킴은 지금도 사람들의 피부 톤을 나무판에 계속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 미술관 측은 2007년 세상을 떠난 미술품 수집가 리처드 자이슬러의 이름으로 설립된 예술재단의 후원으로 바이런 킴의 작품을 소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女談餘談] 식당이 즐거운 아이들/전경하 정책뉴스부 기자

    [女談餘談] 식당이 즐거운 아이들/전경하 정책뉴스부 기자

    주말이면 아들 둘과 함께 음식점에 자주 간다. 다행히도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할 쌍둥이들은 얌전히 앉아서 식사를 끝낸다. 원래 얌전해서가 아니다. 학습 효과 때문이다. 영국에서 1년 정도 살면서 다양한 식당에 갔었다. 우리 가족을 쳐다본 종업원은 늦게 주문을 받으러 왔다. 처음에는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인 줄 알았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다른 테이블보다 늦게 온 종업원의 손에는 아이들을 위한 물건이 들려 있었다. 식당마다 다르긴 하지만 숨은 그림 찾기, 색칠하기, 철자 맞추기 등을 할 수 있는 필기구와 종이였다. 어린이용 메뉴판과 놀이기구를 합친 식당도 있었다. 어떤 식당에서는 종이 주사위와 주사위판을 갖다줘서 식사를 끝낸 뒤 아이들과 함께 주사위 놀이를 하면서 재미있게 놀았다. 물론 갖고 놀던 물건은, 어떤 경우에는 필기구까지 포함해서 아이들의 것이 된다. 영국에서는 패스트푸드 음식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음식점, 예를 들어 저녁이면 남자들이 모여 맥주 한 잔 마시는 펍에서도 어린이용 메뉴가 따로 있다. 값도 살인적인 물가로 악명 높은 영국 물가와 비교하면 싼 편이다. 영국의 부가가치세는 상품 크기를 기준으로 어린이용에 해당되면 면세가 되거나 저율 관세가 적용되는데, 그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영국의 부가세율은 17.5%다. 우리나라 음식점은 외국보다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더 좋다. 요즘은 한쪽 구석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을 마련한 음식점도 제법 있다. 없는 집보다는 반갑다. 대부분 신발을 다시 신을 필요도 없고 데굴데굴 구르기도 좋다. 하지만 아이들을 그곳에 보내 놓고 계속 시선을 고정시켜야 한다거나, 행여 거칠게 노는 아이가 있으면 아이를 앉은 자리로 불러 오는 등 신경을 쓰긴 매한가지다. ‘밥상머리 교육’이 요즘 강조되고 있지만 그것 또한 가정의 몫으로만 여겨지는 듯하다. 식당을 찾은 아이들이 어른들과 함께 식사는 물론 다른 무엇인가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은 어떨까. 한번만 더 생각해 보면, 가족친화적 사회문화는 곳곳에서 느끼게 만들 수 있다. 전경하 정책뉴스부 기자 lark3@seoul.co.kr
  • 뉴스위크 2010년 일어날 10대뉴스 선정

    유럽발 2차 금융위기, 베네수엘라·파키스탄 쿠데타, 중국의 주식·부동산 거품 붕괴, 브라질의 경제대국 발돋움….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가 2010년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세계 10대 뉴스’를 선정,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① 유럽발 2차 글로벌 금융위기 ② 중국 주식·부동산 거품 붕괴 ③ 파키스탄 정정 불안 뉴스위크 인터넷판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내년에는 유럽발 금융위기가 몰려올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가 넘는 스페인과 아일랜드, 영국, 그리스 등이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으며 이는 2차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④ 베네수엘라 쿠데타 남미 석유 수출대국인 베네수엘라에서는 원유가 하락에 따른 재정 수입 감소를 증세와 국채발행으로 충당하다 보니 막대한 재정 지출을 감행하는 바람에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정부가 상품가격을 통제하는 바람에 경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⑤ 브라질 경제대국 발돋움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정권의 입지는 약화되고 군부 쿠데타 조짐이 가시화될 수 있다. 무능한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정권의 파키스탄도 탈레반의 준동 등으로 사회 불안이 가중되면서 쿠데타 발생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⑥ 쿠바 피델 카스트로의 사망 중국에서는 8%대 이상의 안정적 경제성장에 힘입어 신규대출 1조달러(약 1180조원)가 증시와 부동산으로 몰려 이들 시장의 버블 붕괴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4조위안(약 7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으로 건설 시장이 붐을 이루고 철강과 시멘트, 화공 제품의 과잉생산 양상이 빚어질 전망이다. ⑦ 英캐머런 보수당수 부상 2016년 여름올림픽을 개최하는 브라질이 내년에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브라질은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중도 실용노선으로 정치적 안정과 함께 내년 경제성장률이 8%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중국에 버금가는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⑧ 이란 핵 유엔제재 강화 쿠바에서는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세상을 떠나고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에게 권력이 공식 이양될 것으로 보인다. 카스트로의 사망은 미국과 쿠바의 관계를 개선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⑨ 유럽 인종차별 충돌 내년 5~6월 총선이 실시될 예정인 영국에서는 경제 실정으로 국가 재정을 파탄으로 몰아넣은 노동당 고든 브라운 총리의 실각이 확실시되고 40세의 연부역강(年富力强)한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가 새로운 ‘정치스타’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⑩ 미군 증파 아프간정국 안정 이밖에 이란 핵프로그램을 둘러싼 유엔의 제재 조치가 강화되고, 유럽 지역에서는 ‘인종차별’ 문제와 관련된 물리적 충돌과 분쟁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고,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병력 증파를 통해 아프간 정국을 안정시키는 데 성공할 것이라고 뉴스위크는 예측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셰익스피어는 인종차별 작가?

    셰익스피어는 인종차별 작가?

    르네상스(Renaissance)-학문·예술의 재생, 부흥. ‘르네상스는 14~16세기 그리스·로마 문화와 사상을 부흥시키려는 문화예술적 움직임을 일컫는다. ‘신(神)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변화가 시작됐으며, 중세의 종언이자 근대의 시발점이 되는 운동’이라고 학교는 가르친다. 박홍규 영남대 법학과 교수에 따르면 이는 절반의 정답이자 절반의 무지(無知)에 가깝다. 박 교수는 ‘르네상스는 중세와 달리 자유-자치-자연을 추구해 유토피아를 꿈꿨으나, 유럽 중심, 인간 중심에 매몰되면서 제국주의와 자연정복으로 타락한 14~16세기의 서양 문명’으로 정의하며 기존의 르네상스관(觀)을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르네상스의 본질은 현상적으로 드러난 고대의 문예 부흥이 아니라 ‘인간 시대의 시작’이라고 규정했다. ●“르네상스시대는 고대 문예부흥 아닌 인간시대의 시작” 박 교수가 최근 펴낸 ‘인간시대 르네상스’(필맥 펴냄)는 그 시대의 주요 인물 20명에 대한 평가가 이어진다. 평가 정도가 아니라 그에 의해 르네상스 인물들은 전복되거나 해체되고, 재조명된다. 모든 평가의 준거가 됨과 동시에 르네상스로부터 근본적으로 복원하고자하는 것은 그가 내세우는 ‘삼자(三自)주의’로 귀결한다. 즉, 자유(自由)로운 개인, 자치(自治)하는 사회, 자연(自然)스러운 세계다. 예컨대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이른바 ‘르네상스 3대 미술가’로 꼽히는 라파엘로는 아예 평가에서 제외했다. 또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등을 그리고 ‘다비드’, ‘피에타’ 등을 조각한 미켈란젤로는 교황청 등의 권력을 거부하고 개인의 자유를 추구한 르네상스인으로 재조명된다. 에라스무스는 ‘우신예찬’을 썼고 종교개혁에 앞장선 인물로 세계사 시간에 배웠다. 하지만 이 책은 이탈리아를 둘러본 뒤 낭비와 타락에 젖은 모습에 실망해서 가볍게 쓴 소품에 불과한 점을 밝힌다. 원제도 ‘우신예찬’이 아닌 ‘바보자찬’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는 평까지 덧붙인다. 에라스무스를 ‘휴머니스트들의 왕’이자 ‘인류공동체 사상의 상징’이라고 부르며 칭송한다. 특히 에라스무스의 새로운 면모는 또 다른 저서 ‘평화의 탄핵’에서 빛을 발한다. 그는 ‘전 세계는 공동의 조국’임을 선언한다. 그는 유럽 전체를 조국으로 삼은 최초의 유럽인이자 세계시민이라고 명명한다. 유럽연합(EU)이 20년 전부터 유럽의 점진적 통합을 추진하는 일환으로 나라별 학생 교환 사업인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의 사상적 유구함을 확인할 수 있다. 세르반테스의 ‘동키호테’ 역시 박홍규라는 프리즘을 거치며 새롭게 해석된다. 2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책에 등장하는 동키호테를 박 교수는 “동키호테 같다는 소리를 들을 각오”로 ‘반체제 아나키스트’라고 과감히 명명한다. 설령 망상에 젖었을지라도 물질주의 탐닉을 거부하고 고귀한 정신주의를 구현하려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에라스무스, 마키아벨리 등 르네상스 시대 주요인물 20명 재평가 이러한 인물의 재평가는 권모술수의 상징 마키아벨리를 ‘만드라골라’라는 위대한 희극을 쓴 극작가로서의 면모와 함께 귀족에 대항한 민중사상가로 부각시켰다. 또한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는 이탈리아 바깥에 있던 탓인지 그동안 르네상스 시대 문인으로 분류되지 않는 경향도 있었으나 그를 ‘마지막 르네상스인’으로 포함시킴과 동시에 ‘인종 차별주의와 제국주의에 갇힌 작가’로 규정한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유대인 차별, ‘오셀로’의 흑인 차별, ‘폭풍우’의 제국주의적 관념 등을 대단히 불편해한다. 박 교수는 “우리 시대에도 개혁이 필요하다면 르네상스를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을 지내고 여러 학술 저서를 갖고 있는 법학자이지만 모리스, 고흐, 카프카, 니체 등의 평전을 쓰며 두터운 인문학적 소양을 확인시켜준 ‘한국의 르네상스인’이자 ‘또다른 에라스무스주의자’이기도 하다. 2만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아랍 여가수 ‘흑인 원숭이’ 노래했다가…

    아랍 여가수 ‘흑인 원숭이’ 노래했다가…

    아랍권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레바논 여가수 하이파 와흐비(35)가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최근 발매한 신곡이 이집트에 사는 흑인 누비아족을 비하했다는 것이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 등은 이집트누비아연합(ENA) 소속 변호사 30여명이 와흐비와 작사가 무스타파 카밀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와흐비의 신곡 ‘아빠는 어딨어’의 가사 가운데 ‘누비아 원숭이’라는 두 단어가 논란의 발단이다. 변호사들은 고소장에서 “누비아인을 심하게 모욕한 이 노래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할까봐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문제가 된 노래를 포함, 와흐비의 새 앨범을 이집트에서 판매·방송 금지하도록 가처분 신청도 냈다. 미스 레바논 출신의 와흐비는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노래실력으로 인기를 한몸에 누리고 있지만 크고 작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아랍 남자를 착하고 귀엽다고 표현하는 등 도발적인 가사와 몸을 꽉 죄는 섹시한 의상은 보수적 중동 사회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2006년에는 이스라엘과 전쟁을 일으킨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공개적으로 두둔해 물의를 일으켰다. 와흐비 측은 문제가 커지자 재빨리 수습에 나섰다. 와흐비는 “노랫말을 붙인 이집트인 작사가 카밀이 ‘누비아 원숭이는 대중적인 어린이 오락게임’이라고 주장해 그 말을 믿었다.”며 정중하게 사과했다. 그러나 누비아인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압둘 모하메드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사람을 동물에 비유하는 것은 어느 문화권에서나 모욕이다. 와흐비는 누비아계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가디언은 “이번 논란이 단일국가의 정체성을 앞세우고 소수집단을 외면해 온 이집트 사회의 문제의식을 드러냈다.”고 평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데스크 시각] 레비 스트로스와 韓-阿 포럼/이종수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레비 스트로스와 韓-阿 포럼/이종수 국제부 차장

    세계적 석학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가 지난 1일 타계했다. 인류학에 구조조의를 접목한 그가 학자로서 보여준 가장 큰 미덕은 서구인 중심의 인식론에 조종을 울린 것이다. 그의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저서가 ‘슬픈 열대’다. 제목이 시사하듯 서구인이 황폐하게 만든 ‘열대’를 현장조사한 ‘슬픈’ 심정이 곳곳에 묻어난다. 레비 스트로스는 거미, 나무뿌리 등을 먹고, 벌거벗고 생활하는 브라질 원주민에게서 서구인들 못지않은 합리성을 발견했다. 또 야만스럽게만 여기던 식인 풍습에서는 조상들 몸의 일부를 먹으면서 망자의 덕을 얻고, 적의 살점을 먹어 그 힘을 중화시키려는 주술적 의미를 캐냈다. 이 과정을 통해 레비 스트로스는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던 서구인의 편협성과 원주민 사회에 대한 야만적 선입관을 꼬집었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생애 마지막 강의에서 이런 레비 스트로스의 학문 세계에 대해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다 나름대로 잘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정리했다. 레비 스트로스의 삶을 돌이켜보는 것은 그의 준엄한 경고가 현재에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서구 사회에 독버섯처럼 존재하는 인종차별을 비롯, 우리가 다문화가족에 갖고 있는 편견 등은 그의 교훈이 절실한 이유를 방증한다. 오는 24일부터 이틀 동안 열리는 한-아프리카 포럼도 레비 스트로스의 의미를 생각케 한다. 2006년에 이어 두 번째 열리는 이 포럼에는 장 핑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을 비롯, 아프리카 14개국 각료급 대표단이 참가한다. 의제는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한국의 이니셔티브와 공동번영, 천년개발목표 달성을 위한 협력 그리고 녹색성장 파트너십 등이다. 현재 아프리카와 포럼을 운영하는 국가는 한국만이 아니다. 일본을 비롯, 중국 인도 터키는 포럼 준비 과정과 결과를 중심으로 AU와 협력을 다져왔다. 이란, 호주도 AU와 파트너십 설정을 추진 중이다. 이런 열기 띤 경쟁은 아프리카의 잠재력과 관련이 있다. 아프리카의 석유 매장량은 2005년 기준 1143억배럴로 세계 매장량의 10%에 이른다. 또 다이아몬드 생산량 8780만캐럿(세계 48.5%), 코발트 2만3800t(44.7%), 망간 3710t(38.2%) 등 지하자원도 풍부하다. 또 아프리카에 속한 나라는 53개로 유엔 회원국의 30%를 차지하는 표밭이다. 이에 눈독을 들인 국가들이 일찌감치 아프리카로 몰렸다. 일본은 1993년부터 5년마다 아프리카개발회의(TIC AD)를 열고 있다. 중국도 2000년부터 3년마다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특히 2006년을 ‘아프리카 해’로 선언한 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아프리카 16개국을 방문하면서 대규모 원조를 내세워 에너지 개발권을 얻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미국도 중동 이외의 새 석유 공급처 확보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그에 견주면 한국은 아주 늦다. 후발주자로서 더 큰 효과를 거두려면 무상원조나 프로젝트 사업 외에 인식론적 단절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프리카를 단순히 계몽이나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들의 고유한 문화와 관습을 야만스럽게 보지 않는 열린 시각이 전제될 때 한(韓)-아(阿) 포럼 혹은 아프리카 진출이 성공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1차 한-아 포럼은 서로의 이해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2차 포럼의 주요 목적도 파트너십 구축과 호혜적 협력 틀 수립이다. 여기에 머물지 말고 아프리카를 보는 더 열린 눈을 가져야 한다. 약간 낭만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포럼을 준비하거나 참석하는 이들에게 레비 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를 일독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종수 국제부 차장 vielee@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예언자’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예언자’

    자크 오디아르는 유명 각본가인 아버지 미셸 오디아르를 따라 각본가로 먼저 활동했다. 이후 1994년에 감독으로 데뷔해 15년 동안 고작 5편의 장편영화를 만들었을 뿐이지만, 그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프랑스 감독으로 불린다. ‘위선적 영웅’, ‘내 입술 위에’,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으로 유수의 영화제에서 명성을 떨치던 그는 올해 칸영화제의 심사위원대상에 빛나는 ‘예언자’를 통해 세계적인 감독으로 떠오른다. 그간 범죄스릴러에 남다른 관심을 쏟아온 오디아르는 ‘예언자’에 이르러 자기 스타일의 한 챕터를 완성했다. ‘예언자’는 6년 형을 언도받은 범죄자 말릭의 감옥 연대기다. 고아에다 아랍인 2세인 말릭은 십대 시절부터 소년원을 전전하며 살았다. 스무 살을 앞두고 다시 범죄를 저지른 그는 진짜 범죄자들의 세계인 교도소로 들어가게 된다. 때마침 감옥 내 살인을 계획 중이던 코르시카 마피아조직이 말릭을 집행자로 지목하면서 그의 인생은 걷잡기 힘든 회오리에 휩쓸린다. 조직의 중간 보스인 세자르가 자신을 곁에 두고 노예처럼 부리는 것에 맞서, 말릭은 점차 철없던 소년에서 의젓한 남자로 탈바꿈한다.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평범한 사무직 여자가 범죄행위와 연결되는 과정을 그린 ‘내 입술 위에’, 불순한 행동으로 사업을 영위하던 부동산업자가 예술에 눈떠 인간성을 회복한다는 이야기인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을 잇는 ‘예언자’는 아예 한 범죄자의 단면을 정면으로 돌파하고자 한다. 그리고 주인공을 비극의 희생양으로 삼지 않음으로써 평범한 범죄스릴러에서 탈피해 비범함을 득한다. 말릭은 가공의 인물이라기보다 실재하는 듯이 스스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처럼 보이고, 영화는 싼 감정에 동요되거나 비극의 요소를 함부로 개입시키지 않은 채 인물의 발걸음을 뒤따른다. 이러한 객관적인 자세로 인해 자칫 유사다큐멘터리로 읽힐 법하지만, ‘예언자’는 사실적인 접근에 더해 인물의 내면으로 향하면서 드라마의 입체성을 구축한다. 교도소 내의 폭력적인 상황에 직면한 말릭은 끊임없이 존재의 입지를 강화하려 애쓴다. 교육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문맹에서 벗어나고, 주변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영역을 넓히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영화는 말릭의 심리적인 부분까지 묘사한다. 살인당한 남자의 유령과의 초월적인 대화, 종종 등장하는 사슴이 은유하는 순수함의 갈망은 눈에 보이는 것 너머로 말릭이라는 인물의 존재감을 확장한다. 오디아르는 “말릭은 훌륭한 인물이다. 배움에 대한 좋은 자세를 지녔고, 잘 적응하며, 용기를 갖추었다. 그는 폭력을 극복한 지혜의 승리에 다름 아니다.”고 말했다. 이렇듯 인간의 성장과 승리의 드라마로 읽을 수 있고, 영화를 빌려 권력의 구조, 계급의 형성, 인종차별의 메시지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나, ‘예언자’의 진정한 위대함은 범죄자를 투명한 존재로 대하도록 만든다는 데 있다. 범죄자를 한 인간으로서 무턱대고 옹호하자는 게 아니라, 범죄의 삶을 살았던 인간을 직시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물에 대한 판단, 범죄의 사슬과 영향에 대한 고민, 올바른 삶의 추구’를 각자의 화두로 남겨둔다. 극장 문을 나설 때 질문을 던지는 영화, 그게 좋은 작품이다. <영화평론가>
  • 불체자 조롱 ‘할로윈 복장’ 인종차별 논란

    불체자 조롱 ‘할로윈 복장’ 인종차별 논란

    할로윈데이를 앞두고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 복장이 인종차별 논란을 빚고 있다. 이민자단체들은 “미국에 살고 있는 전체 이민자에 대한 모욕”이라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있다. ”지금 막 국경만 (몰래) 넘어온 게 아니다. 갤럭시를 넘어 왔다.”는 광고문안과 함께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외계인 죄수복’이 바로 문제의 복장. ’불법 외계인 옷’으로 불리는 이 복장은 첫 눈에 보아도 미국에 살고 있는 불법 체류자를 조롱하는 콘셉트 복장이다. 제소자들이 입는 주황색 옷에 가슴에는 ‘불법 외계인’(외국인)이라는 글이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이 옷을 입고 외계인 가면을 쓴 사람은 손에 그린카드(영주권)를 들고 있다. 영락없이 이민자, 특히 불법으로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에 눌러앉아 있는 불법체류자들을 빗대어 제작한 복장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민자단체가 발끈하고 나선 건 당연한 일. 특히 멕시코 등 히스패닉계 단체에서 “미국에 살고 있는 불법체류자 1200만 명을 향한 모욕” , “이민처럼 중대하고 심각한 문제를 가벼운 웃음거리로 대해선 안된다.”는 등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한 히스패닉 이민자단체 관계자는 “미국에서 불법체류자들이 얼마나 고된 생활을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정말 고생을 하는 불법체류자들을 이런 식으로 조롱하는 데 심한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디스트릭트 9’ 참신하고 재미있는 SF영화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디스트릭트 9’ 참신하고 재미있는 SF영화

    198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상공에 거대한 외계 비행선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혼란에 빠진 지구는 우주선 내의 수많은 외계인을 ‘디스트릭트 9’에 수용함으로써 사건을 일단락 짓는다. 이후 집단지구정책에 반발한 외계인이 범죄를 일으키고 덩달아 도시환경이 열악해지자, 외계인을 적대시하는 시민들이 거칠게 항의하는 지경에 이른다. 결국 정부는 외계인을 외딴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키려 하는데, 이 계획이 예기치 못한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외계인으로부터 이주동의서의 사인을 받던 도중 괴물체에 노출된 외계인관리국 직원이 점점 외계인의 모습으로 변해 가는 것이다. 비교적 저예산으로 제작돼 해외에서 엄청난 흥행수익을 기록한 ‘디스트릭트 9’은 근래 등장한 SF영화 가운데 가장 신선하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외계인과 지구인의 조우라는 익숙한 발상은 의외의 상황에 직면해 매끄럽고 빠른 속도로 전개되다 완성도 높은 결말을 맞이한다. 지구인이 열등한 생명체인 외계인을 멸시한다는 설정은 ‘미개의 행성’(1973년) 같은 옛 작품의 내용을 단지 뒤바꾼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정치사회적인 현실, 테크놀로지의 충돌, 낯선 생명체간의 우정, 신체의 변형’ 같은 소재를 대중영화의 형식 속에 버무리는 실력이 너무나 뛰어나 신인감독의 작품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영화의 상업성에 못지 않은 메시지는 또 어떤가. 남아공 출신인 닐 블롬캠프 감독은 실재했던 역사인 ‘아파르헤이트와 디스트릭 6’를 영화의 배경으로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외계생명체에 대한 편견’으로 대입되고, 그것은 또다시 ‘인간의 타자에 대한 불관용’이라는 작금의 화두와 연결된다. 영화 속 인간은 외계인이 어디서 왔으며, 왜 지구에 있는지 아무 관심이 없다. 단지 그들이 끔찍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거리를 둔다. 자신과 다른 존재를 거부하는, 그리고 그러한 현실을 당연시하거나 묵인하는 21세기의 인간과 반대로, 외계인으로 변모하는 주인공이 의미하는 바는 여타 SF작품의 신체변형과 뜻을 달리한다. 이상 ‘디스트릭트 9’의 장점을 말했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가치는 뛰어난 상업성과 진지한 주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디스트릭트 9’은 작년 개봉작 ‘클로버필드’의 위대한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던 관객과 평단에, 영화가 현실을 환기하는 방식을 재인식하도록 만든다. 디지털로 찍은 모큐멘터리인 ‘디스트릭트 9’에는 ‘과거와 기억’ 대신 오로지 ‘현재’만 있을 뿐이다. 28년 전부터 진행된 허구를 오늘 벌어진 뉴스인 양 시침 뚝 떼고 선보이며 시작하는 영화는 회고조의 이미지 혹은 시간에 의해 닳은 영상을 불허한다. 스크린 위의 사건을 과거 시제로 받아들이는 관객에게 여타 영화의 이미지는 유령의 움직임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과장해서 말하면 ‘디스트릭트 9’은 유령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다큐멘터리처럼 있는 대로 찍은 듯하지만 사실은 현실을 반영했을 뿐이고, 드라마처럼 잘 짜인 허구지만 그 바탕은 현실의 충실한 복사인 ‘디스트릭트 9’은 바로 그 사이에서 긴장과 힘을 구한다. 그리고 ‘내가 직접 찍은 이미지, 내 눈 앞에서 벌어진 역사, 내가 목격한 사건’이라는 착각과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아니라 외면했던 현실’이라는 깨달음은 영화의 주제를 강화한다. SF영화를 허무맹랑한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에게는 물론, 새로운 영화를 발견하고 싶은 관객에게 ‘디스트릭트 9’은 꼭 봐야 할 작품이다. 원제 ‘District 9’, 감독 닐 블롬캠프, 15일 개봉.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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