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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인도인·흑인 지역 조심” 에어차이나, 인종차별 뭇매

    에어차이나(중국국제항공)가 기내 잡지에 인종차별로 오해를 살 수 있는 안내 문구를 넣어 영국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에어차이나의 기내 월간잡지 ‘윙스 오브 차이나’에는 “런던은 대체로 안전한 도시지만 인도인, 파키스탄인, 흑인이 주로 사는 지역에 들어갈 때 조심해야 한다”면서 “특히 여성들은 이런 곳에 혼자 다니면 안 된다”는 안내 글이 영어와 중국어로 실렸다. 이 문구는 에어차이나를 타고 영국으로 가던 미국 CNBC의 한 프로듀서가 트위터에 올려 순식간에 퍼졌다. 당장 다민족 사회인 영국에서는 소수민족을 헐뜯는 인종차별로 해석돼 공분이 일었다. 영국 하원의원 두 명은 류샤오밍 영국 주재 중국대사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아시아계가 인구의 39%를 차지하는 일링 사우설 선거구를 대표하는 비렌드라 샤르마(노동당) 의원은 류 대사에게 “뻔뻔한 인종차별”이라는 지적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샤르마 의원은 “에어차이나가 신속하게 사과하고 문제의 잡지를 모두 폐기하도록 하라고 대사에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남아시아인이 많은 투팅 지역구의 로제나 앨린 칸(노동당) 의원은 문제의 경고가 소수민족뿐 아니라 런던 주민 전체를 모욕했다고 지적했다. 칸 의원은 “중국대사를 모든 인종이 나란히 함께 사는 투팅에 초대하려고 한다”면서 “그러면 얼마나 다양하고 멋진 공동체가 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키스탄계인 사디크 칸 런던시장도 이번 사안과 관련한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대변인이 전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모든 민족이 평등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며 에어차이나에서 관련 조사를 할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클린턴, 플로리다만 이겨도 ‘마담 프레지던트’”

    “클린턴, 플로리다만 이겨도 ‘마담 프레지던트’”

    당선 선거인단 수 26명만 남아 “경합 지역 10곳서도 6곳 앞서” 미국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가 경합주와 공화당의 전통적 텃밭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나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여론조사업체 서베이몽키와 지난달 9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국 50개 주의 등록유권자 7만 4000여명을 대상으로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를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조사 결과 클린턴은 20개 주에서 트럼프를 앞서 전체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244명을, 트럼프는 20개 주에서 126명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0개 주는 지지율 격차가 4% 포인트 이내인 경합주로 분류됐다. 클린턴은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수인 270명까지 26명만을 남겨두고 있어 경합주 중 29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는 플로리다주에서만 승리하면 대권을 차지할 수 있다. 클린턴은 6개 경합주에서 근소하게 앞섰고, 2곳에서는 동률을 기록했다. 경합주의 판세를 보면 트럼프는 백인층과 노년층의 비율이 높고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가 분포한 중서부 지역에서 선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6번의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위스콘신과 미시간이 경합주로 돌아섰으며, 오하이오와 아이오와에서는 트럼프가 클린턴을 앞섰다. WP는 반(反)이민, 보호무역주의, 애국심을 내세워 백인 노동자층과 노년층의 지지를 극대화하려는 트럼프의 전략이 이번 조사 결과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반면 지난 6번의 대선에서 모두 공화당의 손을 들어줬던 텍사스, 조지아, 미시시피, 그리고 1996년 대선 외에 내리 공화당을 택했던 애리조나가 이번 조사에서는 경합인 것으로 나타났다. 텍사스와 애리조나는 히스패닉 비율이, 조지아와 미시시피는 흑인 비율이 높은 지역이기에 트럼프의 반이민 공약과 인종차별적 발언이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980년부터 대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했던 무디스 애널리틱스도 6일 클린턴이 선거인단 332명을 확보해 206명에 그친 트럼프를 이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CNN은 여론조사기관 ORC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등록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클린턴의 지지율이 44%, 트럼프가 41%로 집계돼 접전 양상으로 접어들었다고 6일 보도했다. 클린턴이 트럼프를 8% 포인트 앞섰던 한 달 전 조사에 비해 격차가 절반 이상 줄어 클린턴의 초반 우세가 증발했다고 CNN은 지적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편견까지 배우는 AI…”흑인 이름 불쾌해”

    편견까지 배우는 AI…”흑인 이름 불쾌해”

    인터넷에 만연한 인종차별의 민낯을 보여주는 한 인공지능(AI) 연구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을 통해 AI가 인간 언어를 학습함에 있어 인간들의 언어사용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사회적 편견까지 덩달아 학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글로브’(GloVe)라는 이름의 유명 알고리즘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글로브는 온라인상에 퍼져있는 텍스트들을 분석, 인간 언어를 이해하는 딥러닝 알고리즘이다. 통계적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이 알고리즘은 인간의 중간 개입 없이 인터넷 상의 텍스트들을 스스로 학습하고 각 단어 사이의 의미적 연결성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위해 연구팀은 지난 1998년 워싱턴대학교 연구팀이 인간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을 많은 부분 참고했다. 당시 워싱턴대학교 연구팀은 백인으로 구성된 참가자들에게 두 개의 단어 그룹을 제시했다. 이 중 한 그룹에는 ‘가족’ 등 ‘유쾌함(pleasant)’으로 인식될 수 있는 단어들이 포함됐고 다른 그룹에는 ‘충돌’ 등 ‘불유쾌함(unpleasant)’으로 인식될 수 있는 어휘가 포함돼 있었다. 그런 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꽃’이나 ‘벌레’ 등 새로운 단어들을 제시하고, 두 그룹 중 어느 쪽에 연관시킬 것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참가자들은 ‘꽃’과 같은 단어는 유쾌함 그룹에 연관지었고, ‘벌레’는 불유쾌함 그룹에 분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지막에 연구팀은 이들에게 주로 백인이 사용하는 이름과 주로 흑인이 사용하는 이름을 주어주고 동일 과정을 반복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백인 이름은 유쾌한 단어 그룹에, 흑인 이름은 불유쾌한 단어 그룹에 분류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에 프린스턴대학교 연구팀은 글로브를 상대로 워싱턴대학교 연구팀과 동일한 수의 단어들을 사용해 유사한 실험을 진행했으며 실험 결과 역시 워싱턴대학교 실험결과와 상당부분 일치했다. 인터넷을 통해 여러 가지 단어들의 연관성을 학습한 글로브는 ‘백인 이름’인 에밀리, 매트 등의 이름을 ‘유쾌한’ 단어들과 한데 묶는 반면 흑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에보니, 자말 등의 이름은 ‘불유쾌한’ 단어와 연관지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는 AI가 인간 언어를 학습함에 있어 각 언어에 각인된 역사적 편견까지 그대로 학습하고 말 것이라는 연구팀의 최초 가설과 일치하는 결과다. 연구팀은 “미래에 AI가 직접 언어를 이해하거나 구사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언어를 학습한다면, 각 언어에 담겨있는 공격적이고 불쾌하며 유해한 문화적 의미까지 함께 학습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런 우려는 실제로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의 트위터 AI 테이(Tay)에 의해 현실로 드러났던 바 있다. 테이는 인터넷에 확산된 인간 언어 습관을 학습하고 이를 트위터를 통해 공유하는 인공지능이다. 그러나 테이는 사용자들의 질문에 대해 백인우월주의 발언, 흑인비하 발언, 대량학살 옹호 발언 등을 일삼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서둘러 테이의 서비스를 종료했던 바 있다. 사진=데일리메일 캡처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호모히스토리쿠스(오항녕 지음, 개마고원 펴냄) 전주대 교수인 저자가 젊은 세대를 위해 쉽게 쓴 역사학 개론. 역사를 바로 보려면 사실 또는 사건에 들어 있는 객관적 조건, 자유의지, 우연 등 세 가지 요소를 두루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248쪽. 1만 4000원. 너희 정말, 아무 말이나 다 믿는구나!(소피 마제 지음, 배유선 옮김, 뿌리와이파리 펴냄) 프랑스의 고교 교사인 저자가 안내하는 ‘지적 자기방어’ 수업. 인종차별·동성애 등 무거운 주제들을 놓고 주변의 지식을 의심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284쪽. 1만 5000원. 버려진 아들의 심리학(마시모 레칼카티 지음, 윤병언 옮김, 책세상 펴냄) 아버지의 위상이 추락한 시대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텔레마코스 콤플렉스’를 제시한다. 252쪽. 1만 5000원.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알파고 시나씨 지음, 헤이북스 펴냄) 14개국 화폐 속에 있는 역사적 인물 52명의 삶을 조명한 책. 저자는 현대 국민국가를 세우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 사람만 골라 간략하게 소개했다. 384쪽. 1만 6800원. 문제적 과학책(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김승진 옮김, 윌북 펴냄) 히포크라테스 같은 고전부터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 등 현대 과학책까지 36권의 과학사 강의. 344쪽. 1만 5800원. 코딱지 코지(허정윤 지음, 주니어RHK 펴냄) 코딱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엉뚱하고 발랄한 이야기. 코딱지를 코지로 캐릭터화해서 만든 클레이북. 그림도 친숙하고 귀엽다. 36쪽. 1만 3000원.
  • 시상대에서 무덤까지…세계를 울린 올림픽 명장면

    시상대에서 무덤까지…세계를 울린 올림픽 명장면

    이번 브라질 리우데자이네루올림픽에서 세계인을 감동시킨 단 한 장면. 넘어진 경쟁자에게 내민 두 손, 지난 16일 육상 여자 5000m 예선 2조 경기에서 나온 모습이다. 트랙을 달리던 뉴질랜드 대표 니키 햄블린은 3000m 지점에서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뒤따르던 미국 대표 애비 다고스티노까지 햄블린에 걸려 넘어졌다. 관중들은 두 선수가 황급히 일어나 달리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두 선수는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 다고스티노는 햄블린 탓에 경기를 망쳤음에도 먼저 달려 나가지 않았다. 그녀는 넘어져 좌절에 빠진 햄블린을 일으켜 세우더니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관중석에서는 박수갈채가 나오기 시작했다. 두 선수는 다시 5000m 결승선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선수가 트랙 위로 넘어졌다. 이번에는 무릎 통증이 심해진 다고스티노였다. 햄블린 역시 앞서 자신을 일으켜 세워준 다고스티노를 외면하지 않았다. 햄블린은 넘어진 다고스티노를 부축해 함께 달렸고, 두 선수는 비록 하위권이지만 끝내 결승선을 통과했다. 두 선수는 결승선 통과 직후 서로 끌어안았고, 이 모습은 세계의 주요 뉴스로 전해졌다. 이렇듯 올림픽에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감동적인 상황이 연출된다. 그간 전 세계 관중들에 깊은 울림을 주었던 올림픽 명장면들을 살펴봤다. 1.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당시 캐나다 피겨스케이팅 선수 조애니 로셰트는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어머니를 잃은 지 나흘 만에 경기를 치러야 했다. 아픈 마음까지 스포츠 정신으로 이겨낸 그녀는 결국 동메달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2. 1988년 서울 올림픽 요트경기에 출전한 캐나다 선수 로렌스 르뮤는 강한 바람에 전복된 다른 선수의 요트를 발견한 즉시 과감히 경기를 포기하고 다친 두 명의 선수를 구했다. 르뮤는 부상자들을 구조대에 인도한 다음에야 경주를 재개했지만 11명의 선수보다 앞선 21위의 기록을 남기며 경기를 마쳤다. 이후 르뮤는 영웅적 행동을 인정받아 명예 메달을 받았다. 3.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육상 400m 경기 중 영국 선수 데렉 레드몬드는 허벅지 뒤쪽 부분의 힘줄인 햄스트링이 끊어지는 치명적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극심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레드몬드는 일어나 레이스를 계속했다. 그런 그를 도운 것은 관중석에 있다가 울타리를 넘어 들어온 그의 아버지였다. 레드몬드의 아버지는 그를 부축한 채 남은 거리를 함께 달렸고, 결승선 직전에 레드몬드를 놓아줘 혼자 힘으로 경기를 마칠 수 있게 했다. 4. 미국인 스피드스케이트 선수 댄 잰슨은 처음으로 올림픽에 나선지 정확히 10년 만인 릴레함메르 동계 올림픽(1994년)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전까지 댄은 세 차례의 올림픽에서 걸쳐 고배를 마셨다. 특히 그 중 두 번째였던 캘거리 올림픽에서는 자신의 누이가 사망한 당일 경기를 치러야 해서 고통이 더욱 컸다. 잰슨은 오랜 노력 끝에 획득한 금메달을 누이에게 바치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5.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남자 육상 200m 메달 수상자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는 시상대에서 검은색 장갑을 낀 채 손을 들어 올리는 ‘블랙 파워 설루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는 당시 극심했던 인종차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행동이었다. 이들은 더 나아가 당시 신발을 신지 않았는데, 이는 미국 흑인들의 빈곤한 삶을 대변하기 위해서였다. 은메달을 수상한 백인 호주 선수 피터 노먼 또한 가슴에 다른 두 선수와 똑같이 OPHR(Olympic Project for Human Rights) 배지를 달아 이들의 의지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영웅적 행동 뒤 이들에게 찾아온 운명은 가혹했다. 올림픽위원회는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의 행위가 정치적이었으며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고 비난했다. 두 선수는 결국 메달을 박탈당하고 선수 자격까지 잃었다. 피터 노먼 또한 용기 있는 행동에도 불구하고 자국에서 이로 인해 조롱을 받았으며 4년 후 뮌헨 올림픽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이후 노먼은 여러 팀에서 코치로 활동하다가 2006년 세상을 떠났다. 국가와 인종을 초월한 세 사람의 뜨거운 동지애는 36년이 지난 뒤에도 빛났다. 노먼의 사망 소식을 접한 스미스와 카를로스는 노먼의 장례식에 참석, 직접 관을 옮기며 고난을 함께 겪은 경쟁자이자 친구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하이재킹’된 ‘최고 높이 범죄소굴’의 대변신 시작

    ‘하이재킹’된 ‘최고 높이 범죄소굴’의 대변신 시작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 요하네스버그에 있다면 어느 곳에서도 뚜렷이 잘 볼 수 있는 건물이 있다. 파리의 에펠탑, 서울의 63빌딩, 뉴욕의 옛 쌍둥이빌딩처럼 랜드마크 역할을 해오는 건물이다. 바로 54층, 173m 높이의 '폰테시티 타워'(이하 폰테)다. 지난 17일(현지시간) NZ헤럴드는 요하네스버그 한복판에 우뚝 솟아있는 '폰테'의 드라마틱한 흥망성쇠를 소개했다. 1975년 '폰테'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남아공은 극단적인 인종차별과 분리 정책, 제도인 '아파르트헤이트'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대적 배경 속에 '폰테'는 요하네스버그 국제지구 힐브로에 세워졌고, 소수의 백인 부유층 중에서도 최고의 부호들만 들어갈 수 있는, 모두가 선망하는 최고급 아파트로 자리매김됐다.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원통 모양에 가운데는 텅 비어 있는 형태다. 사우나, 자쿠지, 테라스 등을 집집마다 갖추고 어느 방향에서도 탁 트윈 전망을 확보했다. 하지만 '폰테' 입장에서 본다면 기가 막힐 저항의 기운이 몰아쳤다. 1980년대 즈음부터 힐브로 지구에 아프리카 전역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폰테'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덩달아 범죄조직들도 근처에 활동 근거지를 만들었다. 위협을 느낀 백인 입주민들은 계속 빠져나갔고, 아파트는 점점 비어가게 됐다. 이들의 저항을 진압하는 데 골머리를 앓던 남아공 정부는 이 지역의 전원을 차단하고 경찰력을 철수하고 말았다. 0.1%의 최상위층만 살 수 있는 선망의 건물이 '하이재킹된 빌딩'이라는 오명을 얻게 되는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리고 '폰테'에서는 마약과 살인, 강도, 매매춘 등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무법의 치안부재 공간이 됐다. '폰테'의 비어 있던 원통 안쪽에는 14층 높이까지 쓰레기 더미가 쌓이기도 했다. 쓰레기더미 안에서 시체를 발견하는 것 또한 별로 드문 일이 아니었다. 요하네스버그시 가이드 제임스 만군자는 "시민들이 어린 아이들에게 '너 공부 안하고, 엄마 말 안 들으면 폰테에서 살게 된다'는 뻔한 겁박을 하는 건물이 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폰테'에도 또다른 변화의 바람이 서서히 불기 시작했다. 1991년 남아공에서는 아파르트헤이트가 공식적으로 철폐되며 인종차별과 관련된 각종 통제와 억압의 정책은 제도적으로 혁파된다. 그리고 1994년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에 올라 그 정점을 찍게 된다. 물론 만델라에게도 '폰테' 문제를 당장 해결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예 건물 자체를 감옥으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되기도 했다. 극적인 변화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개최였다. 관리회사를 바꾸고 어마어마한 높이의, 악취나는 쓰레기 더미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로운 도심 명소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요하네스버그 인근 마보넹지역의 사례를 참고했다. 버려진 빌딩으로 가득해 슬럼화됐던 마보넹은 2000년대 초반 도시재정비사업을 통해 카페, 패션숍, 갤러리 등으로 채워진 문화예술타운으로 변신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폰테'에서 살던 남아공 빈민들과 아프리카 불법이민자들이 쫓겨나야 하는 문제 등이 발생되기도 했다. 각종 국제상업자본들이 앞다퉈 몰려오는 전형적 현상 또한 나타났다. 도심재개발 관련 전문가인 에이단 모슬레슨(요하네스버그 위트워터즈랜드 대학) 교수는 "요하네스버그시의 문제는 단순히 원주민들이 쫓겨나는 문제로 단순히 보기에는 좀 복잡한 측면이 있다"면서 "자본의 요구에 의해 개발되는 부분도 있지만, 공간과 인종의 통합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폰테'의 범죄율은 10년 전보다 훨씬 떨어졌지만, 여전히 남아공에서는 높은 지역 중 하나다. 그럼에도 '폰테'는 다시 과거의 명성을 되찾아가는 중이다. 가이드 제임스 만군자는 "폰테는 지금 입주민들로 가득 찼으며, 이사를 가려고 대기하는 사람들이 늘어서 있는 선망의 아파트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트럼프 주재 국가안보회의에 참석한 딸 이반카 눈길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주재한 국가안보에 관한 회의에 장녀 이반카(35)도 참석해 화제에 올랐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트럼프는 뉴욕에 위치한 트럼프 타워에서 핵심 측근들을 데리고 국가 안보에 관한 회의를 열었다. 외교정책 전문가들이 참여한 이 자리에는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공화당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 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으나 미디어의 주목을 받은 또다른 주인공이 있었다. 바로 첫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장녀 이반카(35)다. 이날 트럼프가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반카는 테이블 오른편 끝에 앉아있다. 그녀의 구체적인 역할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트럼프의 최종병기’라는 일각의 평가가 거짓말은 아닌 셈. 빼어난 외모와 몸매로 모델로도 활동한 바 있는 이반카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을 졸업해 그야말로 미모와 지성을 겸비했다. 특히 아버지의 대선 출마로 더욱 큰 주목을 받은 그녀는 대중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아빠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반카는 '아빠 구하기'에 나선 모양새다. 여성혐오와 인종차별적 막말이 한계치를 넘어 이제는 트럼프의 지지율이 하락세이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달 그녀는 영국 선데이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아빠는 페미니스트”(My father is a feminist)라는 다소 파격적인(?) 발언을 쏟아내 화제에 올랐다.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이반카를 내세워 트럼프의 이미지를 희석화시키려는 선거 캠프의 의도가 깔려있는 셈. 이 회의가 끝난 후 트럼프는 연방수사국(FBI) 뉴욕지부 보안실에서 국가정보국(DNI) 직원으로부터 국가 안보와 관련된 기밀 브리핑을 받았다. 미국은 1950년 대 부터 주요 양당 대선후보에게 기밀 정세 브리핑을 하는 관계가 있다. 브리핑 후 기자들에게 코멘트를 하지 않고 총총히 자리를 뜬 트럼프는 몇시간 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보당국에 대해서는 거의 믿음이 없다"며 각을 세웠다. 이어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의 자료는 그다지 믿지 않는다”면서 “지난 10년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봐라. 재앙과 같았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트럼프 “이민신청자 ‘사상 검증’ 하겠다”

    트럼프 “이민신청자 ‘사상 검증’ 하겠다”

    “美가치 공유하는지 ‘특단의 검열’ … 클린턴, IS와 싸우기엔 부족해” 자체 ‘언론 신뢰도 조사’ 나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얼굴)가 이민신청자의 사상 검증과 테러리스트 출신 국가의 이민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반(反)테러 대책’을 내놓았다. 일부 무슬림 국가 출신 이민자들의 입국을 제한하겠다는 것이어서 또 한번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오하이오주 영스타운 주립대에서 가진 외교정책 연설에서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고 존중하는 사람들만 미국에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오늘날 직면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테스트를 개발할 때가 왔다. 나는 이를 ‘특단의 검열’(extreme vetting)이라고 부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 테러 위험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인물은 나 하나뿐”이라면서 “과거 냉전 시기에 그랬듯 지금의 미국도 (이슬람 급진세력과) 이념 전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민 신청자에 대한 사상 검증 절차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미국으로 테러를 ‘수입한’ 이력이 있는 지역을 선정해 비자 발급을 중단하겠다”면서 “미국 헌법을 불신하거나 편견과 증오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미국에 들어오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방식은 미국은 물론 동맹국과 우호국들도 모두 공유해야 하는 것으로 이슬람 급진주의 확산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나라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이슬람법이 미국법을 대체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라고 언급한 것을 볼 때 미국을 적대시하는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일부 이슬람 국가들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급진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대응 방식을 놓고도 날을 세웠다. 그는 “오바마 정부의 외교정책이 IS를 번성하게 했다”고 공격했고, 클린턴을 향해서도 “IS에 맞서기에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스태미나가 부족하고 대통령이 되기에도 도덕성이 약하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완전히 실패했다며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외교정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트럼프는 언론이 자신에 대해 왜곡 보도를 하고 있다며 자체 ‘언론 신뢰도 조사’를 실시하는 등 미 주류 언론과 전면전에 나섰다고 USA투데이가 전했다. 그는 이날 지지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미국인들이 부정직한 언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자체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항목에는 ‘클린턴은 언론으로부터 여전히 무료 입장권을 받고 그녀의 비밀 서버를 통해 기밀정보를 보낸 것에 대해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 ‘주류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 당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지금은 클린턴을 위해 똑같은 일을 다시 하고 있다‘ 등이 들어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물속에서 기적을 건지다

    물속에서 기적을 건지다

    올림픽에서 육상 다음으로 금메달이 많은 수영 경영(32개)이 숱한 화제를 남긴 채 막을 내렸다. 대회 첫 5관왕을 달성한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31·미국)는 개인 통산 금메달을 23개로 늘려 ‘불멸의 전설’로 남았다. 시몬 매뉴얼(오른쪽·20·미국)은 흑인 여성 최초로 개인종목 금메달을 따 ‘유리천장’을 깼다. 경영은 이번 대회에서 7개의 세계 기록을 포함해 14개의 올림픽 기록이 쏟아지는 등 ‘기록 풍년’을 이뤘다. 펠프스는 14일(이하 한국시간) 올림픽 수영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 혼계영 400m 결승에서 미국 대표팀의 접영 주자로 출전해 3분27초95의 올림픽 기록으로 우승을 일궜다. 펠프스는 개인 마지막 올림픽인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를 수확하며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개인 통산 올림픽 메달은 금메달 2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 등 총 28개에 달한다. 이날 여자 400m 혼계영과 지난 12일 100m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딴 매뉴얼은 펠프스 못지않은 스타로 떠올랐다. 미국에서 흑인은 인종차별로 1950년대까지 수영장 출입이 금지된 여파로 올림픽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나 매뉴얼이 새 역사를 창조했다. 매뉴얼은 “이 메달은 나보다 앞선 세대의 모든 흑인을 위한 것”이라며 “사람들이 나를 ‘흑인 수영 선수’가 아닌 그냥 ‘수영 선수’로 부를 날이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펠프스보다 네 살이나 많은 앤서니 어빈(왼쪽·35·미국)은 방황을 딛고 16년 만에 다시 금메달의 주인공이 돼 감동을 줬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자유형 50m 금메달리스트 어빈은 신동으로 주목받았으나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돌연 은퇴했다. 이후 어빈은 문신 시술소 등에서 일하며 우울증으로 자살까지 시도했다. 하지만 2011년 복귀해 5년간의 눈물겨운 재활 끝에 지난 13일 자유형 5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3일 남자 접영 100m 결승에서 우상 펠프스를 꺾고 조국 싱가포르에 사상 첫 금메달을 안긴 조지프 스쿨링(21)도 화제를 남긴 주인공이다. 경기 직후 “이 기쁨을 국민들과 나누겠다”며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스쿨링은 의회가 직접 준비한 행사에서 뜨거운 환대를 받을 예정이다. 그가 받게 되는 포상금은 100만 싱가포르달러(약 8억 2000만원)에 달한다. 케이티 러데키(19·미국)는 자유영 200·400·800m와 계영 800m에서 우승해 4관왕에 등극, ‘여자 펠프스’의 탄생을 알렸다. 미국은 이번 대회에 걸린 총 32개의 경영 금메달 중 절반인 16개를 쓸어 갔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무한도전 미국 특집, 인종차별 논란..정준하 향해 손 모양 보니 ‘충격’

    무한도전 미국 특집, 인종차별 논란..정준하 향해 손 모양 보니 ‘충격’

    무한도전 미국 특집에서 인종차별 제스처가 포착돼 논란이 되고 있다. 13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는 ‘행운의 편지’ 특집 미션 수행차 미국 LA를 찾은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미국 LA를 찾은 정준하를 비롯해 멤버들은 70층 높이의 마천루 건물 외벽에 설치된 투명 유리로 된 미끄럼틀 타기에 도전했다. 이는 정준하가 롤러코스터 타기 미션을 수행하기에 앞서 훈련을 위해 도전한 것. 정준하에 앞서 유재석, 박명수, 하하, 황광희는 유리 미끄럼틀을 탔고, 뒤이어 정준하가 도전에 나섰다. 이때 겁에 질린 정준하가 미끄럼틀에 들어가면서 주변에 있던 관광객들은 박수를 보내며 응원했다. 하지만 방송 이후 네티즌들은 이 장면에서 한 외국인 남성의 행동에 주목하며 인종차별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남성은 정준하를 향해 동양인을 비하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보통 서양에서는 동양의 외모를 비할 때 찢어진 눈매를 묘사하곤 한다. 이에 네티즌들은 “무한도전 미국 특집 보다가 기분 상했다”, “방송 촬영 중인걸 알면서 대놓고 인종비하를.. 충격이다”라며 분노했다. 사진=MBC ‘무한도전’ 미국 특집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길가다 테러범 오인받은 무슬림 여성, 美시카고시·경찰 제소

    미국 시카고에서 이슬람 여성 전통 복장을 하고 가다 테러리스트로 오인돼 경찰에 체포된 무슬림 여성이 시카고 시와 경찰관 6명을 상대로 인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12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ABC방송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으로 현재 시카고에 사는 이트미드 앨-마타(32)는 전날 시카고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시카고 경찰이 인종차별적 검문 관행과 편견에 의해 자신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앨-마타는 작년 7월 4일 머리와 얼굴을 가린 이슬람 여성 전통 복장을 하고 시카고 전철역 안에서 이동하다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오해받아 경찰에 체포됐다. 전철역 보안카메라에 잡힌 영상을 보면 앨-마타가 역내 계단을 오르고 있을 때 경찰관 5명이 뒤따라와 앨-마타를 붙잡고 바닥에 주저앉힌다. 앨-마타는 소장에서 “경찰이 머리쓰개(히잡)와 얼굴가리개(니캅)를 강제로 벗겼으며, 경찰서로 연행된 후 알몸 수색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히잡과 니캅이 이같은 대응을 불렀다”며 시카고 경찰을 권력 남용·불법 체포·악의적 기소·종교적 표현 자유 침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미국 이슬람관계위원회’(CAIR) 시카고 지부 자문변호사 필 로버트슨은 “외국인 혐오증·이슬람 공포증·인종차별적 검문 관행이 합해져 빚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찰은 당일 사건 보고서에서 “독립기념일을 맞아 테러 행위에 대한 경계가 강화된 상태에서 앨-마터가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였다”며 “자살 테러를 수행하려는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앨-마터가 ‘결의에 찬 태도로 빠르게’ 걷고 있었다는 점, 발목 주위에 폭발 장치로 추정되는 물체를 착용하고 있었다는 점, 가슴에 배낭을 끌어안은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앨-마타는 “기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바쁘게 걷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발목에 차고 있었던 것은 중량 밴드(ankle weights)로 확인됐다. 경찰은 테러리스트 혐의를 벗은 앨-마타를 체포 거부 및 명령 불복종 등의 혐의로 기소했지만, 올 초 재판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연합뉴스
  • [씨줄날줄] 역풍 맞은 트럼프의 막말/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역풍 맞은 트럼프의 막말/구본영 논설고문

    미국민들에게 인기 있는 역대 대통령들의 순위는 정해져 있다. 건국의 아버지 격인 초대 조지 워싱턴을 제외하면 공화당 출신으론 에이브러햄 링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 로널드 레이건 등이 상위 순번이다. 민주당에선 전무후무한 4선 위업의 프랭클린 D 루스벨트와 존 F 케네디가 연례 여론조사에서 늘 앞자리다. 이는 이들이 재임 중 두드러진 업적이나 암살 등 극적인 역정으로 강한 임팩트를 줬기 때문이다. 이런 당연한 요인 말고 사후에도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은 이유가 뭘까. 탁월한 유머와 긴 여운이 남는 ‘긍정의 언어’를 구사했다는 공통점이 그 비결이다. 즉 이들은 정적의 ‘네거티브’에 막말 응수보다 유머를 섞어 유연하게 대응함으로써 상대 지지자들의 마음까지 돌려놓았다는 것이다. 특히 링컨이 그랬다. 링컨이 선거에서 그와 여러 차례 격돌했던 거물급 정적 스티븐 더글러스가 “당신은 두 얼굴의 사나이”라고 공격하자 “그렇다면 이런 못생긴 얼굴로 나왔겠나”라고 웃어넘긴 일화를 보라. 미 대선 레이스의 판도가 다시 출렁거리고 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도 넘은 막말로 역풍을 맞으면서다. 그는 최근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암살까지 암시했다는 ‘오해’를 자초해 코너에 몰려 있다. 지난 9일 노스캐롤라이나 유세가 화근이었다. 그가 “힐러리가 총기 소유를 보장하는 수정 헌법 2조를 폐기하려 한다. 그녀가 당선돼 연방 대법관을 지명하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면서 “다만 총기 소유 옹호자들은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폭력 조장성 멘트로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트럼프는 당내 경선 때부터 인종차별로 비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겠다거나, 멕시코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공약한 게 대표적 사례다. 1980년대 미 대학가에서 시작돼 정치권으로 번진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 캠페인은 성·인종·종교상의 소수자 차별 표현을 삼가자는 게 근본 취지다. 트럼프는 그런 금기를 깨면서 미국 사회의 주류인 백인의 심금을 건드리는 선거전에 승부를 건 꼴이다. 결국 고삐 풀린 그의 막말은 부메랑이 됐다. 무슬림 출신 미군 전사자 부모를 비하하는 발언에 이어 힐러리에 대한 폭력을 사주하는 듯한 멘트가 결정타였다. 한때 힐러리를 앞섰던 지지도는 시쳇말로 ‘폭망’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오죽하면 공화당원 19%가 그의 중도 사퇴를 바란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겠나. 물론 ‘막말 본색’의 트럼프와 ‘깨끗하지 못한’(Crooked) 이미지의 힐러리 간에 누가 덜 비호감인가를 놓고 겨루는 대선인지라 또 어떤 반전이 있을지는 모른다. 분명한 건 상대에 대한 지나친 비방보다는 비전으로 승부를 건 정치인이 역사의 승리자로 기록된다는 게 동서고금의 철칙이라는 점이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포토] ‘미스 틴 USA’ 우승자, 인종차별 논란

    [포토] ‘미스 틴 USA’ 우승자, 인종차별 논란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6 미스 틴 USA(Miss Teen USA)’ 우승자인 텍사스 출신 칼리 헤이가 과거 인종차별적인 단어를 사용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헤이는 논란이 불거지자 자신의 트위터에서 공식 사과했다.AP 연합뉴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단독] 첼시 vs 이방카 유례없는 ‘퍼스트 도터’ 전쟁

    [단독] 첼시 vs 이방카 유례없는 ‘퍼스트 도터’ 전쟁

    ‘퍼스트레이디’ 역할 일정 부분 맡을 듯 미국 대선이 격화되면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외동딸 첼시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가 ‘퍼스트 도터’(영애) 자리를 두고 또 다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첼시와 이방카는 민주·공화 전당대회에서 클린턴과 트럼프의 대선 후보 수락연설 직전에 그들을 직접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미모에서도 서로 뒤지지 않는 이들은 비호감도가 높은 부모의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따뜻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강조했다. 첼시는 28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웰스파고센터에서 어렸을 적 클린턴과의 추억, 할머니 클린턴의 손녀 사랑 등의 일화를 소개하며 클린턴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켜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앞서 이방카가 지난 22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아버지 트럼프를 소개한 연설은 “전당대회 최고의 순간”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방카는 “아버지가 사람을 뽑을 때 인종, 성별이 아닌 오로지 능력만 고려했다”며 트럼프의 성차별, 인종차별주의자 이미지를 불식시키려 했다. 이방카는 또한 “아버지가 동일 임금, 모성 보호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하며 트럼프와 여성 유권자 간 가교를 놓고자 했다. 케이시 키어넌 위스콘신주 공화당 대의원은 AP에 “이방카가 얼마나 훌륭하고 사랑스럽게 자랐는지 보게 되면 그 아버지의 됨됨이 또한 알 수 있다”며 “이방카는 트럼프 최고의 재산”이라고 말했다. 첼시와 이방카는 클린턴과 트럼프의 가장 긴밀한 보좌관 역할을 수행하며 선거전에 참여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트럼프의 비밀병기’로 알려진 이방카와 그의 남편 재러드 쿠시너는 트럼프의 선거 캠페인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방카는 여성과 20~30대 유권자를, 유대인 부동산재벌 출신의 쿠시너는 유대인 유권자와 큰손 기부자들을 트럼프에게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첼시 역시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어머니의 라이벌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정책을 비판하며 적극적으로 선거 유세에 나선 바 있다. 첼시와 이방카의 뛰어난 정치적 능력과 부모에게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해 두 사람 모두 백악관에 입성하면 유례없이 강력한 ‘퍼스트 도터’가 될 것이라고 WP는 전망했다. 이들은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일정 부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턴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경제 회복’과 같은 특정 이슈를 전담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퍼스트레이디의 임무는 첼시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부인이자 이방카의 계모인 멜라니아는 사생활을 중시하기에 정치 일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이방카가 퍼스트레이디 대리로서 정치 무대에 자주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전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단독] 첼시 vs 이방카 유례없는 강력한 ‘퍼스트 도터’ 전쟁

    [단독] 첼시 vs 이방카 유례없는 강력한 ‘퍼스트 도터’ 전쟁

    ‘퍼스트레이디’ 역할 일정 부분 맡을 듯 미국 대선이 격화되면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외동딸 첼시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가 ‘퍼스트 도터’ 자리를 두고 또 다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첼시와 이방카는 민주·공화 전당대회에서 클린턴과 트럼프의 대선 후보 수락연설 직전에 그들을 직접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미모에서도 서로 뒤지지 않는 이들은 비호감도가 높은 부모의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따뜻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강조했다. 첼시는 28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전당대회장에서 어렸을 적 클린턴과의 추억, 할머니 클린턴의 손녀 사랑 등의 일화를 소개하며 클린턴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켜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앞서 이방카가 지난 22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아버지 트럼프를 소개한 연설은 “전당대회 최고의 순간”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방카는 “아버지가 사람을 뽑을 때 인종, 성별이 아닌 오로지 능력만 고려했다”며 트럼프의 성차별, 인종차별주의자 이미지를 불식시키려 했다. 이방카는 또한 “아버지가 동일 임금, 모성 보호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하며 트럼프와 여성 유권자 간의 가교를 놓고자 했다. 케이시 키어넌 위스콘신주 공화당 대의원은 AP에 “이방카가 얼마나 훌륭하고 사랑스럽게 자랐는지 보게 되면 그 아버지의 됨됨이 또한 알 수 있다”며 “이방카는 트럼프 최고의 재산”이라고 말했다. 첼시와 이방카는 클린턴과 트럼프의 가장 긴밀한 보좌관 역할을 수행하며 선거전에 참여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트럼프의 비밀병기’로 알려진 이방카와 그의 남편 재러드 쿠시너는 트럼프의 선거 캠페인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방카는 여성과 20~30대 유권자를, 유대인 부동산재벌 출신의 쿠시너는 유대인 유권자와 큰손 기부자들을 트럼프에게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첼시 역시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어머니의 라이벌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정책을 비판하며 적극적으로 선거 캠페인에 나선 바 있다. 첼시와 이방카의 뛰어난 정치적 능력과 부모에게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해 두 사람 모두 백악관에 입성하면 유례없이 강력한 ‘퍼스트 도터’가 될 것이라고 WP는 전망했다. 이들이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일정 부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턴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경제 회복’과 같은 특정 이슈를 전담시킬 것으로 말한 바 있어 퍼스트레이디의 임무는 첼시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는 사생활을 중시하기에 정치 일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이방카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미국 첫 히잡 검객 “여성 억압 찌른다”

    미국 첫 히잡 검객 “여성 억압 찌른다”

    미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히잡’을 쓰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 펜싱선수 이브티하즈 무하마드(30)가 26일 “리우올림픽 출전을 통해 이슬람교도 여성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며 출전 소감을 밝혔다. 무하마드는 2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탄압받고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슬람교도 여성들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1985년 12월 미국 뉴저지의 한 이슬람 이민 가정에서 태어난 무하마드는 어린 시절부터 운동에 두각을 나타냈지만 히잡을 착용해야 하는 이슬람 율법 때문에 주 종목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좁았다. 그래서 전신 운동복 안에 히잡을 착용할 수 있는 펜싱을 택했다. 무하마드는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 펜싱 사브르 종목에 출전하려 했지만 부상으로 출전이 좌절됐고, 올해 그리스 아테네 월드컵대회 여자 사브르 종목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리우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냈다. 역대 미국 선수 중 올림픽에서 히잡을 착용한 사례는 무하마드가 처음이다. 지난 4월 미국 타임지는 영향력 있는 100대 인물에 무하마드를 선정했다. 미국에서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잇따른 테러로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공포·혐오)가 빠르게 퍼지고 있는 가운데 무하마드의 올림픽 출전이 전 세계에 적잖은 울림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무하마드는 “내 롤모델은 (인종차별에 대항했던) 무하마드 알리와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라며 “어린이들은 지역과 성별 등으로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는다. 어른들도 겉모습으로 사람들을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현재 무하마드는 여자 사브르 세계 랭킹 8위에 올라 있다. 이 종목 개인전에는 우리나라 김지연(28)도 참가한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글로벌 시대] ‘우리의 덴마크’ 논쟁을 바라보며/이은미 덴마크국립박물관 객원연구원

    [글로벌 시대] ‘우리의 덴마크’ 논쟁을 바라보며/이은미 덴마크국립박물관 객원연구원

    ‘우리의 덴마크’. 얼마 전 덴마크 곳곳, 지하철역에서 버스정류장, 거리의 광고판에서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흔하게 볼 수 있던 포스터의 제목이다. 어린이부터 할아버지까지 3세대 남녀노소 구성원 사진 위에 ‘우리들의 덴마크 - 우리가 돌봐야 할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라는 구호가 적혀 있다. 이는 덴마크국민당의 캠페인 포스터이다. 극우 성향의 이 정당은 지난해 덴마크 총선에서 반이민 기조를 내세워 제2당으로 급부상하였다. 언뜻 보기에 덴마크의 화목한 백인 가족사진처럼 보이는 이 포스터는 덴마크 사회에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비판의 핵심은 백인 가족으로만 이루어진 사진이 덴마크 사회의 다양성을 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어 무슬림과 흑인 등 다양한 구성원을 담고 있는 새로운 사진들이 만들어지고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우리는 이미 덴마크를 함께 돌보고 있습니다’라는 반응 또한 공감을 얻었고, 2016년 현재 과연 누가 ‘덴마크인’이며 ‘덴마크’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토론으로까지 이어졌다. 덴마크국민당의 한 정치인이 이 캠페인을 변호하기 위한 발언 중, 여기에 ‘니그로’ 한 명 끼워 놓았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느냐는 말을 하면서, 인종차별적 언어에 관한 새로운 논란이 촉발되었다. 덴마크국립미술관은 그 후 ‘니그로’라는 단어가 포함된 소장품 13점의 제목을 ‘아프리카인’ 등으로 바꾸는 조치를 취하였고, 덴마크국립박물관도 ‘역사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니그로가 단지 검정을 의미하는 것일까?’라는 작은 전시를 마련해 사회적 이슈에 참여하였다. 민족정체성이 강한 작은 나라 덴마크는 1960년대 후반 자국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터키 등지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유치하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 중반 덴마크 전체 인구 중에 이민자 및 그 후손이 차지하는 비율은 3%대에서, 95년도에는 5.3% 그리고 2011년도에는 10.4%로 증가하였다. 최근 들어서는 이민자보다 이민자 후손의 증가가 더 눈에 띄고 있다. 덴마크는 이민자들이 덴마크인과 동등한 임금을 받고, 같은 수준의 복지를 누리도록 제도를 정비하였고, 난민에 대해서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관대한 정책을 펼쳐 왔다. 그렇지만 이민자 증가에 따른 사회문제가 증가함에 따라 덴마크 사회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지난해 우익정권으로 교체 이후 강력한 난민 억제 및 반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민과 난민 문제를 둘러싸고 유럽 전체가 분열과 갈등에 휩싸여 있는 와중에 덴마크도 예외가 아니다. 유럽 변방의 약소국에서, 자유와 평등의 민주주의 가치를 구현하며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를 일구어 온 덴마크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 나갈 것인가. ‘우리의 덴마크’ 논쟁을 바라보며 ‘우리의 대한민국’을 생각해 본다. 2016년 현재 과연 누가 ‘한국인’이며 ‘한국’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나라의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은 17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4%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은 ‘우리의 대한민국’에서 적절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이제 ‘한국인’이 의미하는 외연을 확장하고, 우리에게 조만간 다가올 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대비해야 할 것이다. 변화의 속도는 우리의 예상보다도 휠씬 빠를 것이기 때문이다.
  • [새 영화] 노마 : 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

    [새 영화] 노마 : 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

    먹방, 쿡방 등 넘쳐나는 요리 예능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힐링할 수 있는 음식 다큐멘터리다. 셰프를 꿈꾸는 이에게도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요리에 대해, 요리사에 대해 시종일관 진지하게 접근한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노마: 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이 그렇다. 이 다큐멘터리는 미식 혁명가 르네 레드제피와 그의 레스토랑 노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마는 2003년 당시 스물다섯 살의 르네 레드제피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문을 연 북유럽 요리 전문 레스토랑이다. 요리하면 프랑스, 이탈리아를 떠올리기 쉬운데 북유럽 요리라는 개념도, 요리책도 없던 시절 레드제피는 노마를 통해 북유럽 요리 스타일을 미식계의 메인 스트림으로 끌어왔다.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쓴다는 것도 파격이었다. 요리에 시간(계절)과 공간까지 담아내겠다는 혁식전인 발상을 실천한 것이다. 물론 이 도전이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허무맹랑하다며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레드제피의 뚝심은 노마를 2010년부터 3년 연속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 1위로 이끈다. 영국의 미디어업체가 주관하는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은 영화로 치면 오스카에 해당하는 미식계의 저명한 시상식으로, 프랑스의 미슐랭 가이드와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호사다마라고 위기가 찾아온다. 2013년 집단 식중독 사건이 터진다. 홍합이 문제였다. 또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의 1위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 미슐랭 가이드 최고 영예인 별 세 개를 따내는 데도 실패한다. 하지만 이듬해 노마는 정상을 탈환하며 건재함을 과시한다. 관객들은 영화보다 더 극적인 일련의 과정들을 차근차근 따라갈 수 있다. 요리에 대한 자세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것은 레드제피의 삶이다. 그는 발칸반도의 마케도니아에서 덴마크로 건너온 무슬림의 아들로 태어났다. 이민자의 아들이었지만 토박이보다 더 덴마크적이고 북유럽적이었다. 인종차별은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를 극복한 레드제피 덕택에 코펜하겐은 세계 미식의 중심지가 됐고, 세계 곳곳에서 노마를 찾아오는 미식가들 덕택에 덴마크 관광객이 11%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카메라가 주방에만 머물지 않고 식재료를 제공하는 채집가들에게까지 찾아가는 점도 흥미롭다. 노마의 요리처럼 식재료가 어디에서 오는지 대자연의 공간을 느끼게 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세세한 설명이 없어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대목도 있다. 그래도 마치 자연을 옮겨놓은 듯한 요리들이 풍성하게 등장해 눈이 무척 즐겁다. 전체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서구의 인종차별 발명품 ‘황색 몽골로이드’

    서구의 인종차별 발명품 ‘황색 몽골로이드’

    황인종의 탄생/마이클 키벅 지음/이효석 옮김/현암사/348쪽/1만 6000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살색. 흑인이나 백인의 살색은 어떤 색이라고 말해야 할까. 2000년 네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특정 인종의 피부색을 표기하는 것은 차별행위’라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2년 “크레파스와 수채 물감의 특정색을 ‘살색’으로 이름 붙인 것은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기술표준원에 한국산업규격(KS)을 개정하라고 권고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살색은 오랫동안 ‘살구색’이 아니라 특정 피부색을 가진 황인종, 즉 우리 스스로 우리 몸의 색깔로 인식해 왔다. 그건 흑인이나 동남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이 내포돼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의 피부색이라고 생각하는 황인종이라는 말 자체도 뿌리 깊은 인종 차별의 단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이 책은 황인종이라는 단어의 생성부터 확산, 재생산, 전파 과정을 동서양의 다양한 문헌을 통해 되짚어 나간다. 그 과정에서 황인종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서구 중심적이고 자의적이며 폭력적인지 파헤친다. 황인종이라는 표현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17세기까지 서구인들은 아시아인들을 ‘진짜 백인’이라고 불렀다. 중세 초기 동아시아를 다녀온 기행문 작가들은 중국·일본인들에 대해 “우리처럼 백인이며 상당수가 무명과 비단을 입고 다닌다”고 기록했다. 포르투갈 관료였던 두아르트 바르보자는 “중국인 거상들은 백인이며 풍채가 좋았다. 그 아내들 역시 미인이지만, 남녀 모두 눈이 작았다. 남성들의 수염은 서너 가닥 정도가 났을 뿐”이라고 평가했고, 프란체스코회 선교사인 오도리크는 1330년 중국을 방문한 여행기에서 “잘생겼다”고 묘사했다. 딱히 피부색이 백인이라고 하기도 어려운데 왜 그랬을까. 당시는 피부색을 묘사한 게 아니라 유럽인의 이기심과 아시아에 대한 가치 평가가 반영된 것이었다. 특히 동아시아의 경우 아프리카나 인도와 달리 양말과 신발을 신는 등 세련된 문화를 갖고 풍요롭게 살고 있어 유럽인처럼 ‘문명화’가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유럽의 ‘대항해 시대’ 초기에 동양에서 백인 기독교도를 발견하고 싶어 하는 유럽인의 욕망이 투영된 것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검은색은 더러움과 사악함으로, 죄와 우상 숭배의 의미를 응축하고 있었고, 백인종의 흰색은 순수한 색상으로 여겨졌다. 서구인들이 아시아인에게 황색을 덧칠하기 시작한 건 18세기 ‘생물 분류학’이 등장하면서다. 칼 린네는 1735년 ‘자연의 체계’라는 저서를 통해 인종을 유럽인, 아메리카인, 아시아인, 아프리카인 등 네 가지로 분류했다. 초판에서 아시아인의 피부색은 ‘어두운 색’으로 표현했지만 10판에 이르자 돌연 질병의 색깔을 가리키는 ‘누런’, ‘창백한’, ‘송장같은’ 등 다의적으로 해석되는 단어가 등장한다. 바로 ‘황인종’의 첫 탄생이다. 서구에서 황인종이라는 단어가 급속히 확산된 건 독일의 해부학자인 블루멘바흐가 1795년 ‘몽고인종’이라는 새로운 인종 범주를 발명한 게 계기가 됐다. 서구 중심의 인류학은 아시아에 대한 혐오와 부정이 덧씌워지면서 황색과 몽고인종이 결합한 ‘황색 몽골로이드’로 정립됐다는 게 저자의 연구다. 아시아인이 몽골 계통의 황인종으로 자리잡는 데는 역사적으로 채 200년도 걸리지 않았다. 유럽은 나치 독일이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우생학으로 정당화한 것처럼 ‘백색’을 순수한 혈통으로, 그 이외의 피부색은 열등한 존재로 여기는 오만을 드러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몽고눈, 몽고점, 몽고증(다운증후군) 같은 단어다. 동아시아인만의 특징이 아닌 보편적인 현상인데도 말 속에 ‘미개함’이라는 낙인을 찍기 시작한 것이다. 몽골 정부가 세계보건기구에 항의했지만 불과 30여년 전의 논문에도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이들은 몽고인처럼 생겼다”고 적었다. 과학적으로 인류의 유전자는 인종에 관계없이 99.9% 일치한다. 저자는 “황인종이라는 말은 자신을 타인과 다르다고 구분짓고 차별시한 배척의 역사를 담은 표현”이라고 지적한다. 근대 유럽의 이 같은 경계 짓기는 인간을 피부색으로 범주화하고, 위계화한 야만과 폭력의 잔재로 이해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사라진 아시아계 유권자… ‘백인 잔치’ 美공화 전대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이렇게 아시아계 유권자들이 보이지 않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미국 대선 후보를 공식 지명하는 절차인 공화당 전당대회 사흘 째인 20일(현지시간) 대회장을 찾은 한인 풀뿌리 유권자단체 시민참여센터(KACE) 김동석 상임이사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하며 아쉬워했다. 전당대회장에도, 인근 부대행사에도,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유권자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지난 18일부터 전당대회를 취재하던 기자도 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9일 대의원 ‘롤콜’(공개투표)을 통해 대선 후보로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캠프는 물론 전당대회에 참석한 각 주 대의원단, 전당대회를 개최한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찬조연설자 등 어디에도 아시아계 인사들을 접하기 힘들었다. 특히 2시간여 열린 롤콜에 참석한 2500여 대의원 가운데 아시아계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뉴멕시코주 대의원으로 온 한국계 안과의사 리사 신 박사와 캘리포니아주 부대의원인 미셸 박 스틸 등 소수가 한국계 인사로 참석했다. 60명 규모의 찬조연설자 중 유일한 한인이기도 한 신 박사는 기자와 만나 “지난주 트럼프 캠프에서 갑자기 연락이 와 찬조연설을 하라고 해서 놀랐다”며 “트럼프 측과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트럼프를 위한 공화당 전당대회가 아시아계는 배제된 ‘백인들만의 잔치’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년간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가했다는 김 이사는 “4년 전 밋 롬니, 8년 전 존 매케인을 대선 후보로 지명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아시아계가 대거 참석해 목소리를 냈는데 올해는 소수 중 소수로 전락했다”며 “막말을 일삼는 인종차별주의자인 트럼프에 대한 반감과 관심 결여는 물론 아시아 유권자들에 대한 공화당과 트럼프 캠프의 경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화당 내 한국계 등 아시아계 관계자들이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활동을 소홀히 한 것도 전당대회의 낮은 출석률로 이어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클리블랜드(오하이오주)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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