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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 유권자 “오락가락 교육정책, 일관성부터 확보해 달라”

    청소년 유권자 “오락가락 교육정책, 일관성부터 확보해 달라”

    “코로나19로 현재 고3은 재수생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졌습니다. 2002년생끼리만 경쟁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합니다.”(김민서양) “장거리 통학을 하는데 교통비가 많이 듭니다. 통학버스를 운영해 줬으면 좋겠습니다.”(최정민양) 지난 4·15 총선으로 첫 선거를 경험한 만 18세 청소년을 비롯해 전국 청소년 54명이 지난 6일 ‘청소년 모의국회’를 열어 ‘교육정책 재정비를 통한 일관성 강화’ 등 여섯 가지 핵심 정책을 도출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한 공유오피스 세미나실은 청소년 모의국회 준비로 오전부터 분주했다. 서울신문과 비영리 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이 공동 기획하고 사단법인 한국청소년재단과 코리아스픽스가 주최한 청소년 모의국회는 당초 오프라인에서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처음으로 비대면 모의국회를 열었다.회의 진행을 도운 오퍼레이터 등 10여명은 비말 가림막이 설치된 세미나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 등을 점검했다. 회의 시간이 다가오자 각자의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접속한 참석자들이 한 명씩 ‘입장’했고 소그룹 토론을 위한 ‘방’으로 안내됐다. 이들은 역시 자택 등에서 접속한 각 방 ‘퍼실리테이터’(진행촉진자)의 도움을 받아 각자가 준비해 온 청소년 정책을 꺼내 토론했다. 이어진 전체회의(본회의)에서는 54명 전원이 소그룹 토론 결과를 토대로 다시 의견을 나눴다. 한 주제에 대해 참석자들 간 이견이 대립하는 등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회의가 끝날 무렵 21대 국회가 가장 먼저 처리했으면 하는 핵심 정책들에 대해 의견이 모였다. 여섯 가지 핵심 정책을 대상으로 진행한 투표에서 응답자 38.9%는 ‘교육정책 재정비를 통한 일관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와 관련해 이지민양은 “매번 바뀌는 교육정책 때문에 교직원·학생·학부모가 혼란을 겪는다. 이 때문에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는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다. “생활기록부 작성을 준비할 시간이 줄었다”(김가을양), “온라인수업 만족도가 떨어진다”(김채은양) 등 발등의 불인 입시가 코로나19로 인해 혼선을 빚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응답자의 22.2%는 ‘청소년국회 상설화 등 청소년 참정권 보장’이 다른 정책보다 먼저 추진돼야 한다고 답했다. 하수민양은 “고등학생이 되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회가 만 16세로 선거 연령을 낮춰 줄 것을 요청했다. 김민주양은 “대부분의 친구들은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어 공약 등 정보를 알기 힘들다”며 “정치에 대한 학교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등 ‘모든 폭력으로부터의 청소년 보호’와 ‘직업선택의 창의성과 다양성 보장’은 각각 응답자 11.1%의 선택을 받았다. “학교폭력 가해자를 전학도 안 보내고 봉사시간으로 때운다”(황서정양), “입시를 앞두고 진로를 정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일들이 있다. 직업체험 확대를 통해 자기 진로를 정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한승현군) 등의 의견이 나왔다. 회의에서 나온 청소년 정책 발언들을 분야별로 종합하면 교육 분야에서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고3 학생들에 대한 대책 마련의 공감대가 컸다. 청소년법 분야에서는 학교폭력 방지를 주장하면서 소년법 개정 등을 통해 가해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교육감 선거 연령을 낮추자는 의견과 청소년 통학비를 지원하자는 의견 등도 많은 공감을 얻어 우선 정책으로 선정됐다. 학생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울산에서 온 변윤상군은 “교무실 청소를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학생인권보장조례가 있음에도 학생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언사를 쓰는 선생님들이 있다”며 “학생들이 교육감 등 교육 당국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하는 채널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전문가 질의 시간에 청소년들과 화상으로 만났다. 장 의원은 “청년위원장 활동을 하면서 청소년을 주변인으로 규정짓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청소년이 주체가 돼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대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회의 진행을 맡은 이병덕 코리아스픽스 대표는 “참가자들이 높은 집중력과 솔직함을 보였다. 원거리 참가자들끼리의 소통 강점이 있는 등 비대면 숙의민주주의를 위한 새로운 시도였다”고 자평했다. 최정묵 공공의창 간사는 “청소년 인권 등 근본 문제가 후순위인 건 아프다”며 “일상적인 참정권부터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2016년 설립된 공공의창은 리서치뷰·리얼미터·우리리서치·리서치DNA·조원씨앤아이·코리아스픽스·타임리서치·한국사회여론연구소·한국여론연구소·피플네트웍스리서치·서던포스트·세종리서치·소상공인연구소·DPI·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15개 여론조사 및 데이터분석 회사가 모인 비영리 공공조사네트워크다. 정부·기업의 의뢰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공공조사를 실시해 발표한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메르스 피해액 10.8조… 코로나19는 천문학적 수준 될 것”

    “메르스 피해액 10.8조… 코로나19는 천문학적 수준 될 것”

    “메르스 3개월간 생산 유발 감소 6.2조… 코로나 사회경제적 피해 가늠 어려워” 전경련 “올 하반기 코로나 2차 대유행, 내년 4월 정상화… 2022년 완전 회복”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 비용이 10조 8449억원에 달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천문학적 수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메르스 때는 186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해 38명이 사망했다. 7일 0시 현재 코로나19 확진환자는 1만 1776명, 사망자는 273명에 이른다. 질병관리본부가 7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신종 감염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 비용 추계 및 신종 감염병 대응 사회투자의 영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메르스 당시 피해 비용 가운데 환자 치료비와 환자 사망에 따른 소득 손실 등 질병비용이 329억원에 이르렀다. 또 치료 및 확진자 발생으로 폐쇄된 의료기관, 약국, 상점에 지급된 손실보상금이 1781억원, 전국 17개 시도가 지급한 긴급생계비와 사망자 유족에 대한 장례비용이 각각 142억원, 4억 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메르스로 인한 전체 산업의 생산유발 감소액은 메르스가 발생한 2015년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6조 2220억원에 이르렀다. 음식점·숙박서비스업이 1조 6030억원(25.8%), 문화·기타 서비스업 7760억원(12.5%), 운송서비스업 7520억원(12.1%), 도소매서비스업 6380억원(10.3%)으로 나타났다. 이들 주요 서비스업의 생산유발 감소액이 전체의 60.6%를 차지했다. 고용 분야에도 영향을 미쳐 국내 전체 산업에서 2015년 6월 한 달 동안 4만 7053개, 8월까지 3개월 동안 7만 3586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지 못했다. 보고서는 “메르스가 경제에 미친 영향은 3개월 정도의 비교적 단기 충격이었다면 코로나19의 사회경제적 폐해는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올 하반기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탓에 세계경제가 다시 ‘W자형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경련은 주요 18개국 대표 경제단체 등을 대상으로 한 ‘A.D.(After Disease) 1년, 포스트 코로나 세계 전망’ 조사에서 이같이 예측됐다고 이날 밝혔다. 조사 결과 응답 단체의 절반이 넘는 52%가 ‘더블딥’(회복세를 보이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을 우려했다. 올여름 봉쇄 조치가 해제되며 세계경기가 일시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지만 가을·겨울 2차 대유행으로 다시 봉쇄 조치가 강화되며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세계경제가 내년 4월쯤 정상화 기미를 보인 뒤 2022년 하반기에나 완전히 회복할 것으로 봤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서울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단독] 거래도 출금도 막혔다… 수천억 삼킨 ‘좀비 코인’

    [단독] 거래도 출금도 막혔다… 수천억 삼킨 ‘좀비 코인’

    7억 쏟아 20만원 남은 전직 교사 암호화폐 지식 없이 투자 시작한 60대 지인 끌어들여 月 200만원 ‘홍보 수익’ “불안했지만 ‘연예인 인증샷’ 등에 안심”코인 폭락→ 다른 코인 투자 피해 반복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라서 소송 꺼려” 다단계 코인 사기 피해자 김모(55)씨는 지난해 1월 딸의 옛 담임교사인 박모(63)씨 앞에서 손목을 자해했다. 오래전 이혼 후 경남의 한 중소도시에서 홀로 딸을 키우며 마련한 아파트 담보 대출금 4000만원을 코인 투자로 날린 후였다.  김씨는 투자을 권유했던 박씨가 보상하지 않으면 분신하겠다고 했다. 퇴직교사인 박씨 역시 막다른 상황에 내몰렸다. 그도 트레이드코인클럽(TCC)이 발행한 암호화폐 ‘티코인’에 쏟아부은 1억원을 모두 잃었다. 자신의 투자금뿐 아니라 함께 투자했던 지인들의 원성이 쏟아지자 박씨는 “나도 다 접고 싶다”는 심경을 내비쳤다.  박씨와 김씨, 두 사람의 인연을 악연으로 바꾼 건 코인 투자였다. 이들의 코인 투자 과정에서 지난 3년간 휩쓸고 간 암호화폐 대박 신화의 이면을 엿볼 수 있다. 코인 사기 피해자들 대부분이 두 사람처럼 노후 불안감이 짙은 ‘베이비 붐’ 세대다. 이들은 암호화폐·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사기꾼들의 먹잇감이 된다. 현재 TCC 피해자 집단 소송 참여자 107명에 대한 조사에서도 5060세대가 55명(51%)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퇴직 후 당뇨를 앓아 써 주는 곳도 없고 돈을 더 벌 방법도 마땅치 않은데 코인만이 살길로 보였다.” 박씨는 딱 이런 마음이었다. 그의 투자는 백숙이나 먹자던 친분 깊은 지인의 소개로 시작됐다.  “코인이란 게 있는데 지금 1만원 넘지만 조만간 30만원까지 오를거야. 나만 믿고 사 봐.” 지인의 호언장담 사이로 비트코인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TV 뉴스가 박씨의 귓가에 환청처럼 맴돌았다.  박씨는 처음에는 부인 몰래 코인을 사들였다. 1개 가격이 1만 3000원. 박씨는 지인들을 하위 투자자로 끌어들이면서 매달 200만원 안팎을 수익금으로 받았다. 2018년 1월부터는 임대료 60만원짜리 사무실을 빌려 본격적으로 하위 투자자들을 모았다. 어린이집 원장이었던 부인도 이즈음 합류했다. 박씨가 굴린 지인들의 투자금은 6억원 규모로 불었다. 그의 TCC 암호화폐 지갑 속 코인은 지인들을 대신해 관리하는 코인 6만개를 합쳐 17만개에 달했다. 상위 사업자들은 그가 불안감을 토로할 때마다 고급 호텔에서의 사업설명회나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보여 줬다. 이를 사업 순항의 증거로 활용한 셈이다.  꽃길만 걸을 듯했던 그의 행보는 개당 1만 3000원에 매입한 코인이 하루아침에 4분의1인 3000원으로 폭락하면서 끝났다. 10년 이상 인연을 맺어 온 지인들의 원망 어린 얼굴부터 먼저 떠올랐다. 그중 교사 시절 애제자의 어머니가 바로 김씨였다. 박씨는 “말년에 돈도 잃고 사람도 잃어 막막하다. 집 앞 다리만 보면 극단적인 충동을 느끼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와 지인들이 투자한 코인은 망가졌지만 상위 사업자들은 그새 다른 코인(H3)으로 갈아타 또 투자자들을 꾀었다. 티코인 1개와 새로 만든 코인 8개를 교환해 준다는 뻔한 사기 행각에도 출금이 막힌 하위 투자자들이 벌떼처럼 몰렸다. 하지만 새로운 코인조차 200원에서 400원으로 두 배가 뛰었다가 한순간 2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박씨 등 피해자들은 그렇게 두 번 울었다.  박씨는 상위 사업자들을 상대로 한 피해자모임의 고소마저 포기한 상황이다. 1인당 부담해야 할 소송 비용 20만원조차 부담스럽게 됐다. 그의 암호화폐 계정에는 TCC 투자로 얻은 티코인 17만개가 출금이 막힌 채 쌓여 있다. 그는 “전 재산과 맞바꾼 코인인데 17만개를 다 팔아도 소송비 20만원도 못 건지는 게 어이없다”면서 허탈해했다. 그 와중에 10만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코인 17만개 계정이 사라진다는 경고 공지까지 떴다. 사기꾼들은 살던 아파트까지 처분하고도 2억원 넘게 빚을 떠안은 박씨의 영혼까지 탈탈 털었다.  다단계 코인 사기의 끝은 절망적이다. TCC 국내 1호 사업자에게 아파트·토지 담보 대출, 카드론 등으로 투자한 돈 3억원을 사기당했다는 김모(38)씨는 “월 이자만 300만원을 떠안고 있는데 다 포기하고 싶다”고 울먹였다. 강모(49·여)씨는 암 진단으로 받은 보험금 1150만원을 날려 치료마저 막막하다. 권유안 서울시 민생사법경찰 방문판매수사팀 수사관은 “다단계 사기의 특징 중 하나가 잘 아는 지인끼리 투자 소개를 주고받아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경우가 많아 신고나 소송에도 적극 나서지 못한다”고 말했다.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손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노년을 극심하게 방황하며 보낸다. 고교 동창 소개로 코인에 투자했던 7000만원 중 단돈 10원도 회수하지 못한 요양사 한모(52)씨는 울화증으로 얼굴에 열꽃이 피고 공황장애도 앓고 있다. “다른 코인은 위험하지만 내가 상위 투자자들과 친분이 있어서 문제가 없다”고 소개했던 둘도 없던 친구는 연락조차 끊겼다. 한씨는 원금이라도 회복하겠다며 돈을 빌려 다시 코인을 사는 지인과 피해자끼리 서로를 등치는 ‘폭탄 돌리기’를 목격하며 절망했다. 권단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비트코인 투기 광풍 이후 무법지대를 악용한 사기 범죄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암호화폐 사기로 목숨을 끊는 이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부탁드립니다.
  • [단독] 거래도 출금도 막혔다… 수천억 삼킨 ‘좀비 코인’

    [단독] 거래도 출금도 막혔다… 수천억 삼킨 ‘좀비 코인’

    7억 쏟아 20만원 남은 퇴직 교사다단계 코인 사기 피해자 김모(55)씨는 지난해 1월 딸의 옛 담임교사인 박모(63)씨 앞에서 손목을 자해했다. 오래전 이혼 후 경남의 한 중소도시에서 홀로 딸을 키우며 마련한 아파트 담보 대출금 4000만원을 코인 투자로 날린 후였다. 김씨는 투자을 권유했던 박씨가 보상하지 않으면 분신하겠다고 했다. 퇴직교사인 박씨 역시 막다른 상황에 내몰렸다. 그도 트레이드코인클럽(TCC)이 발행한 암호화폐 ‘티코인’에 쏟아부은 1억원을 모두 잃었다. 자신의 투자금뿐 아니라 함께 투자했던 지인들의 원성이 쏟아지자 박씨는 “나도 다 접고 싶다”는 심경을 내비쳤다. 박씨와 김씨, 두 사람의 인연을 악연으로 바꾼 건 코인 투자였다. 이들의 코인 투자 과정에서 지난 3년간 휩쓸고 간 암호화폐 대박 신화의 이면을 엿볼 수 있다. 코인 사기 피해자들 대부분이 두 사람처럼 노후 불안감이 짙은 ‘베이비 붐’ 세대다. 이들은 암호화폐·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사기꾼들의 먹잇감이 된다. 현재 TCC 피해자 집단 소송 참여자 107명에 대한 조사에서도 5060세대가 55명(51%)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퇴직 후 당뇨를 앓아 써 주는 곳도 없고 돈을 더 벌 방법도 마땅치 않은데 코인만이 살길로 보였다.” 박씨는 딱 이런 마음이었다. 그의 투자는 백숙이나 먹자던 친분 깊은 지인의 소개로 시작됐다. “코인이란 게 있는데 지금 1만원 넘지만 조만간 30만원까지 오를거야. 나만 믿고 사 봐.” 지인의 호언장담 사이로 비트코인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TV 뉴스가 박씨의 귓가에 환청처럼 맴돌았다. 박씨는 처음에는 부인 몰래 코인을 사들였다. 1개 가격이 1만 3000원. 박씨는 지인들을 하위 투자자로 끌어들이면서 매달 200만원 안팎을 수익금으로 받았다. 2018년 1월부터는 임대료 60만원짜리 사무실을 빌려 본격적으로 하위 투자자들을 모았다. 어린이집 원장이었던 부인도 이즈음 합류했다. 박씨가 굴린 지인들의 투자금은 6억원 규모로 불었다. 그의 TCC 암호화폐 지갑 속 코인은 지인들을 대신해 관리하는 코인 6만개를 합쳐 17만개에 달했다. 상위 사업자들은 그가 불안감을 토로할 때마다 고급 호텔에서의 사업설명회나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보여 줬다. 이를 사업 순항의 증거로 활용한 셈이다.꽃길만 걸을 듯했던 그의 행보는 개당 1만 3000원에 매입한 코인이 하루아침에 4분의1인 3000원으로 폭락하면서 끝났다. 10년 이상 인연을 맺어 온 지인들의 원망 어린 얼굴부터 먼저 떠올랐다. 그중 교사 시절 애제자의 어머니가 바로 김씨였다. 박씨는 “말년에 돈도 잃고 사람도 잃어 막막하다. 집 앞 다리만 보면 극단적인 충동을 느끼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와 지인들이 투자한 코인은 망가졌지만 상위 사업자들은 그새 다른 코인(H3)으로 갈아타 또 투자자들을 꾀었다. 티코인 1개와 새로 만든 코인 8개를 교환해 준다는 뻔한 사기 행각에도 출금이 막힌 하위 투자자들이 벌떼처럼 몰렸다. 하지만 새로운 코인조차 200원에서 400원으로 두 배가 뛰었다가 한순간 2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박씨 등 피해자들은 그렇게 두 번 울었다. 박씨는 상위 사업자들을 상대로 한 피해자모임의 고소마저 포기한 상황이다. 1인당 부담해야 할 소송 비용 20만원조차 부담스럽게 됐다. 그의 암호화폐 계정에는 TCC 투자로 얻은 티코인 17만개가 출금이 막힌 채 쌓여 있다. 그는 “전 재산과 맞바꾼 코인인데 17만개를 다 팔아도 소송비 20만원도 못 건지는 게 어이없다”면서 허탈해했다. 그 와중에 10만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코인 17만개 계정이 사라진다는 경고 공지까지 떴다. 사기꾼들은 살던 아파트까지 처분하고도 2억원 넘게 빚을 떠안은 박씨의 영혼까지 탈탈 털었다.다단계 코인 사기의 끝은 절망적이다. TCC 국내 1호 사업자에게 아파트·토지 담보 대출, 카드론 등으로 투자한 돈 3억원을 사기당했다는 김모(38)씨는 “월 이자만 300만원을 떠안고 있는데 다 포기하고 싶다”고 울먹였다. 강모(49·여)씨는 암 진단으로 받은 보험금 1150만원을 날려 치료마저 막막하다. 권유안 서울시 민생사법경찰 방문판매수사팀 수사관은 “다단계 사기의 특징 중 하나가 잘 아는 지인끼리 투자 소개를 주고받아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경우가 많아 신고나 소송에도 적극 나서지 못한다”고 말했다.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손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노년을 극심하게 방황하며 보낸다. 고교 동창 소개로 코인에 투자했던 7000만원 중 단돈 10원도 회수하지 못한 요양사 한모(52)씨는 울화증으로 얼굴에 열꽃이 피고 공황장애도 앓고 있다. 한씨는 원금이라도 회복하겠다며 돈을 빌려 다시 코인을 사는 지인과 피해자끼리 서로를 등치는 ‘폭탄 돌리기’를 목격하며 절망했다. 권단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암호화폐 사기로 목숨을 끊는 이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부탁드립니다.
  • [단독] “돈 잃고 사람 잃어 인생 포기” 암호화폐 대박 신화의 그림자

    [단독] “돈 잃고 사람 잃어 인생 포기” 암호화폐 대박 신화의 그림자

    코인 사기로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리는 피해자들표적이 된 기술 취약 중장년층 “노후 막막” 울상사기 판치는 코인 시장 관리·감독 절실다단계 코인 사기 피해자 김모(55)씨는 지난해 1월 딸의 옛 담임교사인 박모(63)씨 앞에서 손목을 자해했다. 오래 전 이혼 후 경남의 한 중소도시에서 홀로 딸을 키우며 마련한 아파트 담보 대출금 4000만원을 코인 투자로 날린 후였다. 김씨는 투자를 권유했던 박씨가 보상하지 않으면 분신하겠다고 했다. 퇴직교사인 박씨 역시 막다른 상황에 내몰렸다. 그도 ‘인공지능(AI)이 코인을 사고 팔아 투자금을 불려준다’는 암호화폐 다단계 투자업체 트레이드코인클럽(TCC)과 이 업체에서 발행한 암호화폐 ‘티코인’에 쏟아부은 1억원을 모두 잃었다. 자신의 투자금 뿐 아니라 함께 투자했던 지인들의 원성이 쏟아지자 박씨는 “나도 다 접고 싶다”는 심경을 내비쳤다. 박씨와 김씨, 두 사람의 인연을 악연으로 바꾼 건 코인 투자였다. 이들의 코인 투자 과정에서 지난 3년간 휩쓸고 간 암호화폐 대박 신화의 이면을 엿볼 수 있다. 코인 사기 피해자들 대부분 두 사람처럼 노후 불안감이 짙은 ‘베이비 붐’ 세대들이다. 하지만 암호화폐·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는 낮아 사기꾼들의 표적이 된다. “퇴직 후 당뇨를 앓아 써주는 곳도 없고 돈을 더 벌 방법도마땅치 않은 데 코인만이 살 길로 보였다.” 박씨는 딱 이런 마음이었다. 그의 투자는 백숙이나 먹자던 친분 깊은 지인의 소개로 시작됐다. “코인이란 게 있는 데 지금 1만원 넘지만 조만간 30만원까지 오를거야. 나만 믿고 사봐.” 지인의 호언장담 사이로 비트코인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TV 뉴스가 박씨의 귓가에 환청처럼 맴돌았다. 박씨는 처음에는 부인 몰래 코인을 사들였다. 1개 가격이 1만 3000원. 박씨는 지인들을 하위 투자자로 끌어들이면서 매달 200만원 안팎을 수익금으로 받았다. 2018년 1월부터는 임대료 60만원짜리 사무실을 빌려 본격적으로 하위 투자자들을 모았다. 어린이집 원장이었던 부인도 이즈음 합류했다. 박씨가 굴린 지인들의 투자금은 6억원 규모로 불었다. 그의 TCC 암호화폐 지갑 속 코인은 지인들을 대신해 관리하는 코인 6만개를 합쳐 17만개에 달했다. 상위 사업자들은 그가 불안감을 토로할 때마다 고급 호텔에서의 사업설명회나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보여줬다. 이를 사업 순항의 증거로 활용한 셈이다. 꽃길만 걸을 듯 했던 그의 행보는 개당 1만 3000원에 매입한 코인이 하루 아침에 4분의 1인 3000원으로 폭락하면서 끝났다. 10년 이상 인연을 맺어온 지인들의 원망어린 얼굴부터 먼저 떠올랐다. 그 중 교사 시절 애제자의 어머니가 바로 김씨였다. 박씨는 “말년에 돈도 잃고 사람도 잃어 막막하다. 집 앞 다리만 보면 극단적인 충동을 느끼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와 지인들이 투자한 코인은 망가졌지만 일부 상위 사업자들은 그새 다른 코인(H3)으로 넘어가 또 투자자들을 꾀었다. 티코인 1개와 새로 만든 코인 8개를 교환해준다는 뻔한 사기 행각에도 출금이 막힌 하위 투자자들이 벌떼처럼 몰렸다. 하지만 새로운 코인조차 200원에서 400원으로 두 배가 뛰었다가 한순간 2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박씨 등 피해자들은 그렇게 두 번 울었다.‘TCC 사건’ 피해자모임 대표 김희수(40)씨는 현재 집단 고소를 준비 중이다. 개인 피해자들이 전국 각국에서 진정을 넣어 개별 수사가 진행 중이만 집단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단 소송의 대리인인 최우석 변호사는 “TCC가 트레이딩 시스템의 핵심으로 앞세운 AI를 직접 본 사람이 없어 사업의 실체성이 없는 폰지 사기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폰지 사기란, 하위 사업자의 돈으로 상위 사업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말한다. 이어 최 변호사는 “TCC는 국내에 다단계 법인으로 등록도 하지 않았다”면서 “방문판매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Top 20’ 상위 사업자로 알려진 이들은 피해자들의 호소를 외면하는 모양새다. 피해자들에 의해 가해자로 지목된 정모(41)씨는 “나도 투자를 했다가 피해를 본 금액이 있어 상위사업자라 칭하면 곤란하다”면서 “회사쪽 사람이 아니라서 본사와도 연락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박씨는 상위 사업자들을 상대로 한 피해자모임의 고소마저 포기한 상황이다. 1인당 부담해야 할 소송 비용 20만원조차 부담스럽게 됐다. 그의 암호화폐 계정에는 TCC 투자로 얻은 티코인 17만개가 출금이 막힌 채 쌓여 있다. 그는 “전재산과 맞바꾼 코인인데 17만개를 다 팔아도 소송비 20만원도 못 건지는게 어이없다”면서 허탈해했다. 그 와중에 10만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코인 17만개 계정이 사라진다는 경고 공지까지 떴다. 사기꾼들은 살던 아파트까지 처분하고도 2억 넘게 빚을 떠안은 박씨의 영혼까지 탈탈 털었다. 다단계 코인 사기의 끝은 절망적이다. TCC 국내 1호 사업자에게 아파트·토지 담보 대출, 카드론 등으로 투자한 돈 3억을 사기 당했다는 김모(38)씨는 “월 이자만 300만원을 떠안고 있는 데 다 포기하고 싶다”고 울먹였다. 강모(49·여)씨는 암 진단으로 받은 보험금 1150만원을 날려 치료마저 막막하다. 권유안 서울시 민생사법경찰 방문판매수사팀 수사관은 “다단계 사기의 특징 중 하나가 잘 아는 지인끼리 투자 소개를 주고받아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경우가 많아 신고나 소송에도 적극 나서지 못한다”고 말했다.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손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노년을 극심하게 방황하며 보낸다. 고교 동창 소개로 코인에 투자했던 7000만원 중 단돈 10원도 회수하지 못한 요양사 한모(52)씨는 울화증으로 얼굴에 열꽃이 피고 공황장애도 앓고 있다. “다른 코인은 위험하지만 내가 상위 투자자들과 친분이 있어서 문제가 없다”고 소개했던 둘도 없던 친구는 연락조차 끊겼다. 한씨는 원금이라도 회복하겠다며 돈을 빌려 다시 코인을 사는 지인과 피해자끼리 서로를 등치는 ‘폭탄 돌리기’를 목격하며 절망했다. 권단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비트코인 투기 광풍 이후 정부가 암호화폐를 무시하는 정책 기조를 지속하면서 무법지대를 활용한 사기 범죄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암호화폐 사기로 목숨을 끓는 이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되며 제도권 안에서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 추적기’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받습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K리그는 세계가 한국을 들여다 보는 새로운 창입니다“ K리그 영어 해설 젠슨

    “K리그는 세계가 한국을 들여다 보는 새로운 창입니다“ K리그 영어 해설 젠슨

    영국 출신 스포츠 등 취재 언론인+크리스탈 팰리스 ‘찐팬’10년전 한국 와 프리랜서로 일하며 한반도 소식 세계 알려올해 K리그1 경기 영어 해설도 맡아 매주 2경기씩 ‘열일’“강원-서울전 최고 경기..송민규, 한찬희, 이동준 주목돼”“코로나19 사태 통해 세계는 이전과 다른 한국 모습 느껴”“K리그 언젠가 아시아의 프리미어리그가 될 수 있을 것”“K리그는 세계가 한국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창문 중 하나입니다.” 프로축구 K리그 영어 해설가 알렉스 젠슨(40)은 7일 서울신문과 만나 “한 축구리그를 좋아하려면 열정적으로 응원할 ‘내 팀’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해외 팬들이 K리그에서 자신의 팀을 고를 수 있도록 모든 팀과 선수들, 역사 등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공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영국 런던 출신 언론인이다. ESPN 등에서 프리미어리그(EPL)를 비롯한 스포츠 분야를 취재하기도 했다. 10년 전 한국에 와서 프리랜서로 일하며 한반도 소식을 세계에 알려왔다. 라디오와 TV 영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간간이 스포츠 뉴스도 전했던 게 영어 해설가를 찾던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 “한국 축구의 어렴풋한 첫 기억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와 맞붙었던 경기죠.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것은 대학 시절인 2002년 한일월드컵 때에요. 플레이가 역동적이고 빠르고 열정이 넘쳐서 즐겁게 경기를 봤지요.” 젠슨은 런던 남부 작은 클럽으로, 이청용이 몸 담았던 크리스탈 팰리스의 열성 팬이다. 2016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이 팀의 FA컵 결승전을 보기 위해 영국으로 날아 갔다가 이틀 만에 돌아올 정도다. K리그에서 응원하는 팀은 FC서울이었다. “현재 살고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와 강한 유대감이 있기 때문에 선택지가 별로 없었는데 FC서울 같은 빅클럽을 응원하는 것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지요. 영어 해설을 맡고서는 K리그의 모든 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보통 한 팀의 열성 팬이 되면 축구보다 팀 자체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은 축구 자체를 더 순수하게 즐기게 된 것 같아요.” 잰슨은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개막전을 영어로 해설한 뒤 영국의 가족과 친구들은 물론, 낯선 사람들까지 소셜미디어에 찾아와 격려해줬다며 웃었다. “뿌듯하고 행복했어요. 전북-수원전은 ‘코로나19에 빼앗긴 축구를 과연 되찾을 수 있을까’ 우려하던 유럽 축구 팬들에게 정말 특별했던 경기였으니까요.” 매라운드 2경기씩 해설한다. 지금까지 모두 10경기를 지켜봤는데 그 중 강원이 서울에 선제골을 내주고 세 골을 몰아쳤던 1라운드 경기를 최고로 꼽았다. 박진감이 넘쳐 해외 팬들이 K리그가 어떤 리그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K리그의 젊은 선수들도 무척 좋아합니다. 포항 스틸러스 송민규는 언젠가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서울의 한찬희도 잠재력이 풍부하고, 부산 아이파크 이동준은 수비하기 힘든 선수죠.” 그는 코로나19가 축구는 물론 정치, 경제, 의료, 문화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한국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바이러스에 휩쓸렸지만 곧바로 통제했고 그래서 지금 특별한 시간이 찾아왔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이상은 몰랐죠. 이젠 ‘기생충’도 알고 K팝도 알아요. K리그도 코로나19 시대 축구의 모델이 됐죠. 코로나19 사태가 한국에 대해 새로운 창을 열어젖혀 세계가 한국을 이전과는 달리 보게 됐어요.” K리그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해외 팬들도 많이 만들고 유소년 인프라도 늘리고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 더 많은 팀이 생겼으면 해요. 경기장은 대형 스타디움이 아니라 전용 경기장이 더 좋겠고요. 모든 걸 단기간에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K리그는 아직 젊어요. 언젠가는 아시아의 EPL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글·사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日아베, 北납치 피해자 부친 사망으로 외교적 성과 다시 도마 위에

    日아베, 北납치 피해자 부친 사망으로 외교적 성과 다시 도마 위에

    코로나19 부실 대응과 시대착오적 검찰 장악 시도 등으로 최악의 지지율 하락을 경험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번에는 ‘구호뿐인 대북 외교’로 또다시 비판받고 있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사건 피해자의 상징적 인물 요코타 메구미(납치당시 13세)의 아버지가 사망하면서다. 메구미의 아버지 요코타 시게루는 지난 5일 지병으로 87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메구미는 중학교 1학년이던 1977년 고향인 니가타에서 학교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다 실종됐고, 나중에 북한으로 납치된 사실이 드러났다. 북한 당국은 메구미가 북한에서 결혼해 딸을 낳고 살던 중 1994년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발표했다. 2004년에는 메구미의 것이라는 유골을 일본 정부에 보냈다. 그러나 감정 결과 다른 사람의 유골로 확인되면서 일본 정부와 가족은 북한의 말을 못 믿겠다면서 메구미의 생존을 전제로 한 송환을 요구해 왔다. 시게루는 1997년 3월 납치피해자가족회가 결성된 뒤 이 모임 대표를 맡아 아내 사키에와 함께 일본 전역을 돌며 딸의 구출을 호소하는 서명운동을 하고 1400회 이상 강연도 했다. 그러나 끝내 딸과 상봉을 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면서 납치문제를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해 온 아베 정권의 약속이 진정성이 결여된 정치적 구호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요코타의 별세에 대해 “전력을 다해왔지만 메구미의 귀환을 실현하지 못해 애끊는 심정이다. 정말로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와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그는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의 방북에 동행해 북·일 간 주요 현안이었던 납치 문제에 관방부장관으로서 깊이 관여했다. 당시 고이즈미 총리 일행은 ‘북일 평양선언’의 대가로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의 납치 사실에 대한 사과를 받고 피해자 5명을 데리고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당시 김 위원장과의 약속은 잠시 가족상봉만 하고 피해자들을 다시 북한에 돌려보내는 것이었지만, 일본에 돌아온 아베 총리는 태도를 바꿨다. 피해자들을 북한에 다시 보내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를 기대하고 하고 있던 외무성은 펄쩍 뛰며 반대했지만, 아베 총리는 결국 여론의 전폭적 지지 속에 피해자 5명의 영구 귀국을 관철시켰다. 이로 인해 북·일 관계는 다시 얼어붙었지만, 그는 자국민을 지켜 낸 정치인으로 주가를 띄우는 데 성공했다. 이는 그가 2005년 10월 관방장관을 거쳐 이듬해인 2006년 9월 만 52세에 제90대 총리에 오르는 데 커다란 밑거름이 됐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해 압력을 통한 해결을 모색했다가 진전이 없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무조건 대화를 요구했지만, 지금은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야당인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아베 정권에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즈카 시게오 납치피해자가족회 회장은 “이렇게 오랜 기간 납치 문제를 방치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의) 귀국을 기다리는 가족이 한두명씩 줄어가고 있다”고 아베 정권에 아쉬움을 표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매일 1만원씩 맡기면”… 시장 상인들 울린 430억대 투자사기극

    “매일 1만원씩 맡기면”… 시장 상인들 울린 430억대 투자사기극

    신협 출신 대부업 사장 ‘3%이자 보장’ 미끼은행보다 높은 이자에 최대 17억 맡기기도전주일대 시장상인 71명 고발… 경찰 수사전북 전주시 전통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430억원대 투자사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4일 경찰과 전북상인연합회에 따르면 전주 중앙시장, 모래내시장, 남부시장 상인들이 높은 이자를 준다는 꼬임에 넘어가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까지 투자를 했으나 대부업체 사장이 자취를 감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터지기 시작한 전통시장 투자사기 사건은 처음에는 규모가 100억원대였으나 최근에는 430억원대로 증가했고 갈수록 피해 신고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까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전통상인은 71명에 이른다. 피해자들은 10년 전까지 신협 직원이었던 A(47)씨가 대부업체를 차리고 3%대 이자를 보장할테니 돈을 맡기라는 권유에 투자를 한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이 항상 유통되는 전통시장의 특성을 잘 아는 A씨는 매일 1만원씩 맡기면 100일 뒤에 103만원을 주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처음에는 꼬박꼬박 이자가 들어오자 상인들은 투자금을 늘렸고 친지나 지인의 돈을 건네받아 투자를 확대하기도 했다. 중앙시장 한 상인은 주택 구입 자금을, 모래내 시장 상인은 아들 결혼자금을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봤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높은 이자를 준다는 꼬임에 빠져 최대 17억원을 맡긴 사례도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상인들은 지난 3월 A씨가 갑자기 자취를 감추자 뒤늦게 ‘돌려막기’ 투자사기에 당했음을 알게 됐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피해가 확대되자 전북지방경찰청은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잠적한 A씨의 소재를 추적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해! 해! 해!… 100세 최고참 농부의 ‘스마일’ 건강학

    해! 해! 해!… 100세 최고참 농부의 ‘스마일’ 건강학

    공익직접직불제 보조금 최고령 신청자 아영면사무소 조사 통해 ‘현업 농부’ 인정 정 할아버지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농사”“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농사를 지어야지. 집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답답하고 몸이 더 축나는 거야.” 몸을 추스르기도 어려운 고령에도 건강하게 농사를 짓는 백세 농부가 화제다. 주인공은 전북 남원시 아영면 서갈마을 정필상(100) 할아버지. 정 할아버지는 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활짝 웃었다. 정 할아버지는 올해 공익직접직불제를 신청한 국내 최고령 농부다. 공익직접직불제는 1000㎡ 이상 농지를 실제로 경작하는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아영면사무소는 현지 조사를 거쳐 정 할아버지의 현업이 농업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정 할아버지는 올해로 69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 그가 보유한 농지는 3300㎡. 고랭지인 아영면에서 결코 적은 면적은 아니지만 성실하게 노력해야 빠듯하게 살아갈 수 있는 소농이다. 정 할아버지와 부인 박한순(87) 할머니는 이 토지를 피땀으로 일궈 4남1녀의 자식들을 남부럽지 않게 길렀다. 노부부는 올해도 지난달 초 모내기를 마쳤다. 이들은 모내기 현장에서 바쁜 일손을 도와 상일꾼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정 할아버지 부부는 건강한 가족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부부 모두 고혈압, 당뇨 등 지병이 없어 영농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정 할아버지는 100년을 살아오면서도 잔병치레도 별로 하지 않아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없을 정도다. 그는 요즘도 농사를 짓는 시간 외에는 공공근로에 참여할 정도로 건강하다. 고령이다 보니 거동이 약간 불편하긴 하지만 총기는 젊은 사람 못지않게 또렷하다. 그의 건강 비결은 긍정적 사고로 생활에 충실한 것이다. 술과 담배는 전혀 하지 않고 일상에서 건강과 행복을 찾는다. 하루 세 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음식도 가리지 않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무조건 밖으로 나와 걷기 시작하지. 근처 논도 둘러보고 일거리를 찾아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다 보면 시간이 부족할 정도야.” 경남 함양군 백전면이 고향인 정 할아버지는 집안 대대로 부호였다. 그러나 아버지 때 가세가 기울어 외할아버지댁인 지금의 아영면 서갈마을로 이사 와 농사와 인연을 맺었다. 일제강점기에 소련 탄광으로 강제징용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성실하고 착한 성품으로 마을에서도 본보기가 되고 있다. 서갈마을 이장 박국선씨는 “정 할아버지는 마을에서 200m쯤 떨어진 독립 가옥에 살고 계시지만 주민들과 항상 소통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큰어른”이라면서 “백세시대 건강한 농부의 표본인 정 할아버지 부부가 오래오래 건강 장수하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남원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노동유연화·감세·수도권 규제 완화 ‘3대 당근’ 있어야 해외 공장들 유턴”

    “노동유연화·감세·수도권 규제 완화 ‘3대 당근’ 있어야 해외 공장들 유턴”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리쇼어링’(해외 공장의 국내 복귀)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돌아오는 기업엔 각종 혜택을 주겠다는 정부의 ‘당근책’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노동유연화, 세금 부담 완화, 수도권 입지 규제 완화’와 같은 핵심 유인책이 빠진 리쇼어링은 결국 구호에만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韓, 임금격차 크고 노사 대결구도 심해” 해외에 사업장이 있는 기업들이 리쇼어링의 선행 조건으로 가장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노동유연화’ 이슈다. 국내 기업 환경에서는 노사의 대결 구도가 심한 데다 최저임금의 꾸준한 상승으로 해외 사업장과의 임금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국내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기업들은 자동화 설비가 잘 꾸려진 스마트 공장을 지어 인건비를 어떻게든 줄이려 할 텐데 그렇게 되면 정부가 리쇼어링을 통해 얻고자 하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베트남만 해도 숙련된 근로자들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 월급이 30만~40만원 정도인데 어떤 기업이 국내로 들어오려 하겠느냐”면서 “주 52시간 근무제나 노사 문제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 환경에서는 노동계층의 힘이 너무 세다. 그래서 회사가 망하더라도 우리는 계속 고용하라는 식의 주장을 하는 노조도 있다”면서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사업장이 ‘셧다운’된 기업들도 국내로 돌아오기보다는 차라리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게 낫다고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美 법인세율 인하, 日 펀드 등 파격적 지원” 파격적인 세제 감면 혜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법인세율을 최고 35%에서 21%까지 떨어뜨려 준 미국이나 ‘유턴기업’을 지원하는 펀드까지 만든 일본처럼 획기적인 지원책이 주어지지 않으면 리쇼어링에 나서는 기업은 현실적으로 나오기 어렵다”고 했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제 혜택을 더 확실히 줘야 한다. 여건이 안 됐는데 애국심만으로 돌아오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입지 규제 완화가 정부의 당근책에서 빠진 점에 대해서도 지적이 많다. 정부는 해외에 있던 사업체가 국내 수도권으로 돌아와도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했지만 공장총량제는 여전히 유지하기로 해 실효성 문제가 불거졌다. 공장총량제는 수도권에 3년 단위로 일정한 면적을 정해 이 범위에서만 대규모 공장의 신설과 증설을 허용하는 규제다. ●“공장총량제 여전… 수도권 공장 증설 어려워” 가전 업계 관계자는 “TV나 냉장고, 세탁기 등은 부피가 큰데 이를 국내에서 생산해 선박으로 배송하면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면서 “노사 문제나 규제 이슈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물류비 절감을 포기하고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패널을 구매하는 기업들의 사업장이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많이 퍼져 있다. 가까이 공장을 지으면 서로 협력도 쉽고 납품할 때 물류비가 빠져 단가가 싸진다. 이를 상쇄하려면 복귀 기업에 대해 지속적이고 확실한 혜택이 보장돼야만 한다”고 밝혔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金 “4년전 내 자리” 李 “새 모습으로”… ‘32년 악연’두 남자 신경전

    金 “4년전 내 자리” 李 “새 모습으로”… ‘32년 악연’두 남자 신경전

    李, 13대 총선 4%P 차이 김종인 꺾어 20대 무소속 당선 뒤 복당·대표 꿰차 金, 20대 총선 때 ‘친노’ 이해찬 컷오프 金 “정상 개원 협력을” 李 “법 지켜야” 3차 추경 필요성 공감… 원 구성 난항“4년 전에는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기분이 이상하다.” 3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예방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이렇게 농담을 건네자 주변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대표도 웃으면서 “비대위원장을 맡으셨으니 새로운 모습으로…”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이 대표와 김 위원장의 이날 만남은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원 구성을 둘러싼 현안 외에도 두 정치인의 ‘32년 악연’으로 이목을 끌었다. 두 사람은 1988년 13대 총선에서 처음 맞붙었다. 당시 두 번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김 위원장은 민주정의당 후보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 3선을 노렸으나 평화민주당 후보인 이 대표에게 5000여표(4% 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이후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는 김 위원장이 민주당의 비대위 대표로 친노(친노무현) 주류와 강경파를 타깃으로 물갈이를 했고, 친노 좌장인 이 대표도 컷오프(공천배제)됐다. 이 대표는 컷오프에 반발해 탈당, 무소속으로 세종시에 출마해 당선된 뒤 복당했고, 김 위원장은 비례대표직을 던지고 탈당해 야인으로 돌아갔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난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은 평소보다 밝은 얼굴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김 위원장이 이 대표를 만나자마자 꺼낸 말은 “건강 괜찮으시냐”였고, 이 대표는 “많이 좋아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김 위원장에게 “어려운 일을 맡으셨다”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그렇죠. 팔자가 그렇게 되나 봐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두 대표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3차 추경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경제 문제를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 재정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에서 국회가 정상적으로 잘 작동이 돼야 이 사태를 빨리 극복할 수 있다”며 “정부의 노력에 적극 협력할 테니 그런 식으로 (정상적으로) 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5분가량 진행된 비공개 대화에서는 이 대표가 3차 추경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내용을 보고 하겠다”고 답했다고 민주당 송갑석 대변인이 전했다. 여야가 원 구성을 놓고 갈등을 빚는 상황에 대해서는 신경전도 벌어졌다. 김 위원장은 “7선으로 의회 관록이 가장 많으신 분이니까 과거의 경험을 보셔서 정상적인 개원이 될 수 있도록 협력해 달라”며 민주당의 단독 개원 추진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이 대표는 “5일에 (개원을) 하도록 돼 있다”며 “기본적인 법은 지키면서 협의할 것은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원 구성 협상은 이날도 겉돌았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어제도 (두 당의) 원내대표와 수석이 만났지만 (협상이) 잘 안 됐다”면서 법사위 문제로 협상이 막혀 있다고 설명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5일 본회의를 강행하면 통합당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당내에도 여러 의견이 있어 4일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모아볼 예정”이라면서도 “과거처럼 장외투쟁·농성·단식 등과 같은 방식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열린세상] ‘인간 안보’의 필요조건/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인간 안보’의 필요조건/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대한민국이 국격을 높일 절호의 기회다. 코로나19 방역에서 한국이 거둔 독보적인 성과는 한국에 ‘선진국의 추격’에서 ‘선진국의 선도’로 도약할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 같다. 외국 정상들의 잇단 찬사에 고무된 문재인 대통령이 ‘선진국’ 화두를 다시 꺼냈다. 특히 미국의 유력 정치인 등의 한국에 대한 칭찬은 혹여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몽니를 부리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할 정도이다. 전 세계 확진환자가 600만명을 넘어 치료제와 백신을 인류의 공공재로 공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미국 중심의 ‘비용/편익 비교’를 판단기준으로 삼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에 비추어 볼 때 백신을 ‘무기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문 대통령이 K방역의 성공을 배경으로 취임 3주년 기념사에서 ‘인간 안보’ 개념을 주창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초 이 개념은 유엔개발계획(UNDP)이 1994년 ‘인간개발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제안함으로써 군사적 의미가 강했던 전통적인 ‘안보’ 개념을 경제, 식량, 건강, 환경, 개인 안전, 정치 등으로 확대한 개념이다. 안보에서 국가라는 추상체가 아니라 ‘사회 속에서 숨 쉬며 살아가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사람중심’의 국정철학과도 맞닿는다. 하지만 ‘인간 안보’가 현실이 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당장 ‘K방역’을 이끈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의 3대 원칙이 국내에서 ‘인간 안보’에도 적용될지 의문이다.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분명 ‘궁여지책’이었던 비대면 진료가 갑자기 ‘한국판 뉴딜’에서는 수출주도성장의 ‘묘책’으로 둔갑하고 있다. 코로나 퇴치 과정에서 전 국민 건강보험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국민들은 공공의료의 확충 필요성에 공감했다. 유럽에서 독일이 거의 유일하게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배경도 비교적 튼튼한 공공의료에 있었다. 이것을 이제 와서 ‘원격진료’의 도입으로 바꿔치기 하는 것은 정확한 배신이다. 약자에 대한 공동체의 배려를 분명히 약화시킬 원격진료의 도입이 ‘모두를 위한 자유’의 철학과 양립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일이다.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각종 위협(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서 작동한 4대보험이 ‘인간 안보’에 얼마나 부합하고 있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고용보험은 가입돼 있지 않은 직업군에서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실업이 발생하면서 그 미비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어렵지 않게 도출됐고 점진적인 도입이 시작됐다. 연금보험은 노후의 안전을 보장하기에 크게 미흡하다. 부족한 국민연금은 개인연금, 주택연금 등으로 보충되고 있지만 노인빈곤율 세계 1위에서 벗어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노인은 재취업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고 ‘임계장은 고다자´(임시 계약직 노인장은 고르기도, 다루기도, 자르기도 쉽다)라는 우울한 현실을 가져왔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효과를 입증하는 기본소득제가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기획재정부의 ‘재정건전성’ 도그마를 극복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에 비해 산업안전은 한국판 ‘인간 안보’의 아킬레스건이다. 코로나19를 피해 출근해도 노동현장에서는 노동자의 생명이 소모품이 되는 나라라면 ‘선진국’을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울 것이다. 성수대교 붕괴 이후 반복돼 온 ‘전형적인 후진국형 참사’라는 평가는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안전 불감증’이라는 개탄에 우리 모두가 ‘불감증’이 걸려 버렸다. 인천의 ‘거짓말 강사’에게는 구상권이 행사될 예정이지만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직원명단 제출을 고의적으로 지연한 쿠팡에는 2주 영업정지가 내려졌을 뿐이다. 안전의 가치가 기업의 이윤추구 앞에서는 무력해지고 있다. 기업의 비용절감과 수출경쟁력 확보라는 경제적 목표에 매달려 ‘기업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정부의 관행이 시정되지 않는 한 ‘인간 안보’에는 큰 구멍이 날 수밖에 없다. 안전이라는 ‘기본 중의 기본’(LG 구광모 회장)을 스스로 지킬 때 비로소 세계와 북한을 향해 ‘생명공동체’(문 대통령)를 구축하기 위한 ‘인간 안보’를 당당하게 외칠 수 있을 것이다.
  • [글로벌 In&Out] 다문화사회, ‘단군신화’ 등 역사 교육이 중요하다/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글로벌 In&Out] 다문화사회, ‘단군신화’ 등 역사 교육이 중요하다/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역사는 참 신기한 현상이다. 역사는 학문의 영역이고, 때로는 수많은 사상이나 이데올로기의 기둥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부는 역사를 낭만적으로 접근하고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적 교리를 뒷받침하는 도구로 활용하려고 한다. 나 같은 사람들은 교훈을 얻으려고 역사에 접근하고 현재를 이해하는 도구로 쓴다. 역사는 인류의 제일 큰 사회적 실험실이다. 그 실험실에서 얻은 결과를 감정이나 정체성, 신념에서 벗어나 분석하면 많은 가르침을 얻는다. 이렇게 긴 서론을 쓰는 이유는 역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아서다. 한국 TV에 자주 출연한 한 외국인과 대화하다가 ‘단군신화’에서 멈추게 됐다. 그 외국인 친구가 단군신화의 내용을 모른다는 것을 알아챘다. 친구는 모른다고 시인했다. 나는 너무나 놀랐다. 한국어도 그렇게 잘하고, 한국에서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 어떻게 단군신화를 모를 수 있나 싶어서 물어봤다. “어학당 다닐 때도 안 배웠어? 나는 단군신화를 충남대 정치외교학과에서 배운 거 아니야. 난 어학당에서 배웠어. 4급 때는 가르치던데? 넌 6급 졸업한 거 아니었어?” “응, 4급이나 5급 때 그런 거 배운 적이 없어. 우리 교과서가 다른가 봐.” 이 친구가 진짜로 단군신화를 하나도 모른다는 것을 확인하고 난 후에 바로 설명했다. 일단은 단군신화를 요약했다. 환인과 환웅 이야기를 하고, 다음에 곰과 호랑이 이야기를 하면서 단군의 탄생을 서술하고, 아사달에서 건국됐다고 하는 고조선의 배경을 알려 줬다. 물론 그 친구의 질문은 멈추지 않았다. “이 이야기가 어디에 쓰여 있어?” “단군에 대한 언급은 ‘삼국유사’, ‘제왕운기’, ‘세종실록’ 그리고 ‘동국통감 외기’ 같은 문서에 있는데, 단군신화가 제일 이쁘게 나온 대표적인 문서는 일연 스님이 집필한 삼국유사야.” 그다음 대화는 왜 일연 스님이 갑자기 삼국유사를 집필했는지로 넘어갔다. 왜냐하면 외국인 관점에서는 당시에 유력한 종교의 스님이 불교적 교리와 어긋난 이야기들을 가지고 책을 냈다는 것 자체가 흥미진진하다. 그러다 보니까 대화의 주제가 몽골 제국의 한반도 침략 및 고려시대가 돼 버렸다. 몽골 지배하에서 지식인들이 종교보다는 민족적인 감정이 강해져서 삼국유사 같은 책이 나오게 됐다. 신기한 것은 삼국유사가 몽골 침략이 끝나고 나서 살짝 잊혀졌다가 조선시대 말에 다시 한번 크게 관심받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조선시대 말에는 주권이 다시 위협받는 상황에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단군신화를 바탕으로 그 당시에 탄생한 신흥 종교 대종교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홍익대학교, 단국대학교 그리고 경희대학교의 성립 배경을 이야기했다. 다음에 개천절이 국경일로 지정된 역사적 흐름을 말해 주니까 그 친구의 눈이 좀 커졌다. 단군신화 하나로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는 그런 눈빛이었다. 물론 나는 단군신화에 속 이야기를 믿지는 않는다. 무슨 곰이 40일 동안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참았다고 여성으로 변신해서 한국 여성의 조상이 됐겠는가. 오히려 개인적으로 그 동굴에서 여성으로 변신한 동물은 곰이 아니라 호랑이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단군신화가 성경이나 불경 같은 신성한 종교적인 문서는 아니지만, 한국의 공동체를 하나의 국민으로 묶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만큼 한국과 인연을 맺은 외국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론은 한국에서 살려고 결심한 외국인은 한국어만큼 한국인을 구성하는 정신적인 요소인 역사나 신화 등을 알아야 한국 사회를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각 대학의 어학당이나 한국어 교육을 하는 장소들에서 언어 교육 속에 한국의 신화와 역사를 녹여서 교육해야 한다.
  • “정년 65세 연장 시 매년 16조 추가 부담”… 정년 연장 논란 재점화

    “정년 65세 연장 시 매년 16조 추가 부담”… 정년 연장 논란 재점화

    “4대 보험료 등 간접 비용 1.5조 추가 발생 임피제로 절감 비용 청년 8만명 고용 가능 청년 일자리 감소·기업비용 부담 등 고려 65세 의무화보다 노사 자율결정 바람직” 기업선 코로나 상황 비용 추가 부담 우려현재 60세인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이 한 해 약 16조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년 연장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업인들은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경영 여건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청년 고용은 유지해야 하고 정년 연장으로 인한 비용 부담까지 지게 될까 우려스럽다”며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정년 연장의 비용 추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65세로 늘리면 60~64세 연령의 집단이 정년 연장의 수혜자가 되는 도입 5년차에 직접 비용(임금)은 한 해 14조 3876억원, 간접비용(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업주가 부담하는 4대 보험료)은 1조 4751억원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이에 따라 65세 정년 연장에 따른 60~64세 추가 고용 비용은 도입 5년차부터 15조 9000억원에 이른다는 결론이다. 60~64세 연평균 임금 감소율을 2.5%로 가정한 것이다. 보고서는 다만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연평균 임금 감소율이 5.0%로 증가하면 정년 연장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은 도입 전과 비교했을 때 2조 7173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임금피크제로 절감된 직접비용 2조 4645억원은 25~29세 청년의 일인당 연평균 임금으로 나눌 경우 약 8만 6000명의 청년층 근로자를 추가로 고용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계산이다. 이처럼 정년 연장은 ‘청년 고용 감소’ 우려와 늘 연동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근로자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한 뒤 민간기업에서 청년 취업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KDI가 2013~2019년 민간기업의 고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직원 수 10~999명 규모의 민간기업에서 정년을 연장한 고령자가 1명 늘어나면 청년층(15~29세) 고용은 0.2명 감소하고 고령층(55~60세) 고용은 0.6명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0명 이상 규모 기업에서는 정년 연장 수혜자 1명당 고령층 고용은 1명 늘어난 반면 청년 고용은 1명 줄었다. 이에 따라 KDI는 “정년을 크게 올려야 하는 기업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명예퇴직이나 권고사직을 확대 시행할 수 있고 신규 채용을 줄여 청년 고용을 줄일 수 있다”고 신중론을 제기했다. 이런 까닭에 청년 일자리 축소, 기업의 비용 부담 등을 최소화하려면 정년 연장을 의무화하기보다 노사 간 합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업장 특성에 맞게 근로 연령, 임금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년 연장을 의무적으로 추진하면 기업의 추가 인력 고용 여력이 떨어지는 만큼 현재와 같은 호봉제가 아닌 직무급제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거나 임금피크제를 확대해 청년층과 노년층, 기업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년 연장이 도입된 지 4년밖에 안 된 시점에서 정년을 연장하는 법 개정이 다시 이뤄지면 기업들 입장에서는 신규 채용 감소, 사업장 근로자 고령화, 추가 비용 부담 등이 초래되기 때문에 우려가 크다”면서 “임금피크제 확대가 보완책이 된다고 하지만 개별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법률적 제한도 있어 개편이 쉽지 않아 현재로선 사실상 무리”라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월드컵 동료 ‘사령탑 대결’ 김남일만 웃었다

    월드컵 동료 ‘사령탑 대결’ 김남일만 웃었다

    대전 황선홍-경남 설기현 2-2 무승부31일 프로축구 K리그1 4라운드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일궜던 김남일(43) 감독과 최용수(47) 감독이 각각 성남FC와 FC서울을 이끌고 격돌했다. 김 감독은 2016년 최 감독이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을 이끌 때 코치로 한솥밥을 먹은 인연도 있다. 과거 끈끈던 동료에서 적장으로 다시 만난 그라운드에서는 일진일퇴의 격렬한 공방이 오고 갔다. 슛은 살짝살짝 골대를 벗어났다. 드디어 골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찰나 골키퍼들의 선방이 빛났다. 그렇게 경기는 0-0으로 막을 내리는 듯했다. 두 감독은 앞다퉈 막판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 37분 김 감독은 수비수 최오백 대신 크로아티아 출신 공격수 토미를, 4분 뒤 최 감독은 미드필더 한승규 대신 브라질 출신 공격수 아드리아노를 투입하며 고삐를 조였다. 웃은 것은 김 감독이었다. 후반 44분 후방에서 날아온 패스를 서울의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이태희에게 살짝 밀어 주고 문전으로 파고든 토미는 이태희의 크로스가 서울 골키퍼 유상훈의 손에 맞고 자신에게 날아들자 몸으로 밀어 넣으며 골망을 갈랐다. 핸드볼 반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비디오판독(VAR)이 가동됐지만 골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김 감독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그라운드를 벗어났다. 기싸움에서 지기 싫었다던 김 감독은 그제서야 최 감독과 악수하며 이날 첫 인사를 나눴다. 성남이 토미의 결승골에 힘입어 서울을 1-0으로 제압했다. 2승2무(승점 8)를 기록한 성남은 전북 현대(3승1패·승점 9), 울산 현대(2승2무)에 이어 단독 3위로 뛰어올랐다. 같은 무패 팀인 울산에는 골 득실에서 밀렸다. 김 감독은 경기 뒤 “가슴이 벅차다. 선수들이 정말 고맙다. 열심히 해줘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개선할 점들도 많이 드러난 경기였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다음 경기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앞으로 고비가 있겠으나 더욱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전날 열린 또 다른 ‘월드컵 영웅 대전’ K리그2 황선홍(52) 감독의 대전하나시티즌과 설기현(41) 감독의 경남FC 경기는 2-2로 끝났다. 내용적으로는 황 감독이 얼굴을 붉혀야 했다. 전반 8분 경남 선수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했고, 후반 2분 선제골까지 넣었으나 경기 막판 어이없는 수비 실책으로 인한 동점골과 자책골까지 거푸 내주며 역전당했다가 추가 시간 안드레의 페널티킥으로 겨우 균형을 맞췄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월드컵 동료 ‘사령탑 대결’ 김남일만 웃었다

    월드컵 동료 ‘사령탑 대결’ 김남일만 웃었다

     31일 프로축구 K리그1 4라운드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일궜던 김남일(43) 감독과 최용수(47) 감독이 각각 성남FC와 FC서울을 이끌고 격돌했다. 김 감독은 2016년 최 감독이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을 이끌 때 코치로 한솥밥을 먹은 인연도 있다. 과거 끈끈헸던 동료에서 적장으로 다시 만난 그라운드에서는 일진일퇴의 격렬한 공방이 오고 갔다. 슛은 살짝살짝 골대를 벗어났다. 드디어 골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찰나 골키퍼들의 선방이 빛났다. 그렇게 경기는 0-0으로 막을 내리는 듯했다. 두 감독은 앞다퉈 막판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 37분 김 감독은 수비수 최오백 대신 크로아티아 출신 공격수 토미를, 4분 뒤 최 감독은 미드필더 한승규 대신 브라질 출신 공격수 아드리아노를 투입하며 고삐를 조였다. 웃은 것은 김 감독이었다. 후반 44분 후방에서 날아온 패스를 서울의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이태희에게 살짝 밀어 주고 문전으로 파고든 토미는 이태희의 크로스가 서울 골키퍼 유상훈의 손에 맞고 자신에게 날아들자 몸으로 밀어 넣으며 골망을 갈랐다. 핸드볼 반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비디오판독(VAR)이 가동됐지만 골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김 감독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그라운드를 벗어났다. 기싸움에서 지기 싫었다던 김 감독은 그제서야 최 감독과 악수하며 이날 첫 인사를 나눴다.  성남이 토미의 결승골에 힘입어 서울을 1-0으로 제압했다. 2승2무(승점 8)를 기록한 성남은 전북 현대(3승1패·승점 9), 울산 현대(2승2무)에 이어 단독 3위로 뛰어올랐다. 같은 무패 팀인 울산에는 골 득실에서 밀렸다. 김 감독은 경기 뒤 “가슴이 벅차다. 선수들이 정말 고맙다. 열심히 해줘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개선할 점들도 많이 드러난 경기였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다음 경기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앞으로 고비가 있겠으나 더욱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전날 열린 또 다른 ‘월드컵 영웅 대전’ K리그2 황선홍(52) 감독의 대전하나시티즌과 설기현(41) 감독의 경남FC 경기는 2-2로 끝났다. 내용적으로는 황 감독이 얼굴을 붉혀야 했다. 전반 8분 경남 선수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했고, 후반 2분 선제골까지 넣었으나 경기 막판 어이없는 수비 실책으로 인한 동점골과 자책골까지 거푸 내주며 역전당했다가 추가 시간 안드레의 페널티킥으로 겨우 균형을 맞췄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여기는 남미] “내 남편은 임신 8개월”…성별 바뀐 부부 화제

    [여기는 남미] “내 남편은 임신 8개월”…성별 바뀐 부부 화제

    아기가 자라면서 한동안 누가 엄마인지, 누가 아빠인지 헷갈릴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지금 최고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고 한다. 콜롬비아의 여자모델 단나 술타나가 최근 공개한 사진이 화제다. 활짝 웃고 있는 남편과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찍은 사진이다. 여느 부부처럼 찍은 사진이지만 두 사람의 사진엔 약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수염을 기른 남편은 팔뚝에 커다란 타투까지 갖고 있어 상남자 같지만 복부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남편은 잔뜩 복수가 차오른 사람처럼 배가 불러 있다. 여자라면 임신을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사진을 보면 남편은 분명 남자로 보인다. "혹시 남자가 임신을?" 황당한 질문 같지만 이게 정답이다. 두 사람은 성별이 뒤바뀐 부부다. 부인 단나 술타나는 남자로 태어났지만 후천적으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발견, 여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트랜스젠더다. 반대로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남편 에스테반 란드로는 생물학적으로는 여자로 태어났지만 남자로 살기로 결심해 성을 전환한 경우다. 남자에서 여자로, 여자에서 남자로 각각 변신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두 사람은 운명의 장난처럼 만나 백년가약을 맺었다. 두 사람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면서 천생연분을 자랑한다. 그렇게 가정을 이룬 두 사람에게 지난해 2세가 잉태됐다. 두 사람은 의학의 힘을 빌리지 않고 아기를 갖게 됐다. 겉모습은 여자에서 남자로, 남자에서 여자로 각각 완벽하게 바뀌었지만 은밀한 신체부위는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생물학적으론 완전하게 여성을 유지하고 있는 남편은 이제 임신 8개월이 됐다. 부부는 건강한 남자아기가 자라고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아리엘'이라는 멋진 이름도 준비해 놓았다. 예정된 산달은 다음달이지만 남편은 얼마 전 예상치 않은 산통을 겪었다. "혹시 아기가 앞당겨 나오는 것 아냐?" 이런 걱정을 한 부부는 황급히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는 "임신 8개월엔 이런 증상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두 사람을 안심시켰다. 태아의 덩치가 커 산통을 또 느낄 수도 있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부부는 "꿈은 이루어진다고 한 말이 사실이더라"라면서 최근 사진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개했다. 사진에는 "너무 예쁜 부부다"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당신들 덕분에 용기를 갖게 됐다"는 응원의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사진=단나 술타나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소상공인이 느끼는 재난지원금은?…“숙박·음식점업 효과 많다”

    소상공인이 느끼는 재난지원금은?…“숙박·음식점업 효과 많다”

    이달부터 전 국민에게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이 소상공인 업종별로 다르게 와닿은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음식점업 등에선 긍정적 영향이 있다는 응답이 많았으나, 제조업·개인서비스업 등에선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답변이 많았다.재난지원금 숙박·음식점 효과 ↑…제조업·개인서비스업은 “글쎄” 29일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소상공인 7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사용 이후 사업장 경영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응답(42.7%)과 현재까지 별다른 영향 없다는 응답(42.6)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따지면 숙박·음식점업 및 도·소매업 종사자는 47.3%가 ‘긍정적’이라고 대답했고, 38.3%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반면 제조업·개인서비스업 등 그 외 업종은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응답(48.0%)이 긍정적이란 응답(35.4%)보다 더 많았다. 재난지원금 지원 제도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선 ‘만족한다’는 응답이 59.3%로 나타났다. 향후 재난지원금으로 인한 골목상권 및 지역경제 변화 예상으로는 호전될 것이라는 응답은 70.5%에 달했다. 재난지원금 사용 형태로는 신용·체크카드가 64.3%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선불카드(13.8%)와 지역사랑상품권(13.2%) 순으로 나타났다. 열에 아홉은 코로나 부정적 영향…긴급자금 대출은 절반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1월 말 이후 경영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부정적’이라 답한 비율이 86.8%에 달했다. 특히 ‘매우 부정적’이라 응답한 비율은 62.8%였다. ‘보통’과 ‘긍정적’은 각각 10.8%, 2.4%에 불과했다. 경영비용 중 가장 부담이 큰 요인은 임대료(38.%)가 가장 컸고, 이어 대출이자(21.9%), 인건비(18.0%), 세금(10.3%) 순으로 이어졌다. 소상공인을 위한 2차 금융지원정책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64.7%였다. 실제로 대출을 신청했다고 답한 비율은 50.8%로 나타났다. 신청을 안했거나 신청 계획이 없다면 그 이유를 묻는 물음에는 기존 대출이 많아서가 29.4%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소상공인 1차 금융지원 정책자금을 받아서’가 21.2%, ‘소상공인 1차 금융지원보다 높은 금리 때문에’가 21.0%였다. 그러나 대출을 신청했음에도 조사 시점에서 아직도 받지 못한 비율은 33.0%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일 이내(30.0%), 15일 이내(14.7%), 1주일 이내(14.2%), 3일 이내(8.0%) 순으로 순차적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이 가장 바라는 코로나 지원정책은 ‘별도의 소상공인 재난 수당 지원’이 26.4%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부가세 등 직·간접세 세금감면’(21.6%), ‘임대료 지원’(17.3%) 순으로 이어졌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2000자 인터뷰 38] 김석현 “넘어진 김에 주 4일·가을 학기제 논의를”

    [2000자 인터뷰 38] 김석현 “넘어진 김에 주 4일·가을 학기제 논의를”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해 자부심을 얻은 것은 작지 않은 성과지요. 그런데 그 과정을 찬찬히 살펴보면 엉성하고 허술한 구석이 적지 않았거든요. 다소 안정됐으니 그동안 잘 되지 않았던 것들을 추스르며 사회적 협의를 통해 사회적 담론들을 점검했으면 좋겠는데 주 4일 근무제, 9월 학기제, 재난기본소득 등 사회경제적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굵직한 화두들이 또 그냥 흘려 버려지는 것 같아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한 지 다섯 달이 돼 간다. 현미경으로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이 생명체가 일으킨 지구촌 전체의 창조적 파괴, 또는 파괴적 창조의 본령이 궁금해졌다. 김석현(54) 인텔리전스코리아 대표를 만나자고 한 것은 감염병 학자나 방역 전문가, 경제학자, 사회학자들과 조금 다른 면모 때문이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석사는 수학을, 박사 학위는 미국 노터담 대학에서 경제학, 그것도 산업 발전을 전공한 다채로운 이력 덕분이었다. 2005년 귀국하자마자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과학기술 혁신지표를 연구해 10년 동안 꾸준히 보고서를 썼던 이력도 더해졌다. 그런 그가 신천지발 확산 이후 코로나19 관련 데이터를 누구보다 바지런히 찾아내 요점을 정리해 페이스북에 매일 올려주니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당연했다. 이런 노력을 평가받아 지난달 말 지식공작소가 발빠르게 기획해 펴낸 ‘코로나19 동향과 전망’에 이일영 한신대 교수 등 다른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자신의 보고서를 싣는 인연으로 이어졌다. 그의 보고서 가운데 돋보인 대목은 20세기 노르딕 국가의 교량 국가 역할을 한국이 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한 것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Q. 오랜 시간 국내외 자료를 꾸준히 업데이트했으니 현재의 코로나19 국면을 어떻게 보는지로 인터뷰를 시작하자. A. 나도 이렇게 오랫동안, 석달 가까이나 코로나 데이터를 갖고 씨름할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심각한 감염병 문제인데 전문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어서 뭐라고 말하기가 두렵다. 그저 매일 생기는 워낙 많은 숫자와 정보들을 사람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게이트키핑 역할을 한 건데 많은 분들이 숫자 뒤에 숨어있는 의미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줘 고맙다는 댓글들을 달아주셨다. 그래서 용기를 내 ‘동향과 전망’에 참여할 수 있었고, 아직 등교를 못하는 초등 2학년 딸을 집에서 돌보며 데이터들을 살펴보고 있다. 감히 지금의 국면을 정리하자면 5월 초 이태원 클럽발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데 1차 파고의 여진인지, 두 번째 파고의 시작인지 헷갈렸는데 최근 데이터들을 보면 신천지발 감염증 바이러스와 유형도 다르고 5월 초 연휴 이후 생활방역으로의 전환과 맞물려 있어 두 번째 파고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아직 그 파장이 어떠할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다. Q. 책을 보면 김 박사는 한국이 코로나19 대응에 리더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메르스 때 비싼 수업료를 치른 덕이며, 자유주의적 조치를 취하면서도 선제적인 대응을 미세하게 해냈다. 절벽 앞에서 가까스로 멈춰섰다고 표현했던데? A. 국가전체의 시스템적 대응은 부족하다. 대신 확진자가 발견되면 연관자를 찾아내는 기동성은 유럽과 미국 어느 나라도 따라오지 못한다. 가령 예를 들어 5월 연휴가 시작되기 전 누구나 연휴와 학교 개학 시기가 겹치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는데도 연휴 끝나 2주가 지나기 전 개학한다고 했다가 나중에 위험하다며 일주일 연기한 것이 예가 될 것이다. 뻔한 판단 착오를 하곤 했다. 유럽에서는 시나리오 대응을 한다. 독일은 항체 검사를 전국적으로 실시해 국민들 사이에 얼마나 면역이 진행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봉쇄를 풀면서도 나중에 이런저런 요건이 되면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지방정부와 메르켈 총리가 합의해 나간다. 스웨덴은 8주 간격으로 항체 검사를 한다며 1차 검사를 했다. 스톡홀름은 16% 정도로 면역이 됐다는 것이 나타나 방역을 평가하고 이후 대응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질본, 지방자치단체, 보건소 등은 정말 헌신적으로 뛰어 이번 사태에 대처했는데 질본 위 정치 시스템의 결정들은 근거도 없고, 외국인 입국 통제도 한 발 늦었고, 사회적 합의와 정치권이 개학이냐 연기냐 하는 커다란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걸 해내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Q. 그래서 많은 이들이 불안해 한다. 머리가 계획하고 팔다리가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운이 좋아 얻어 걸린 것 같은 이 국면이 많은 이들의 불안감을 키운다고 본다. A. 영화 ‘살인의 추억’ 가운데 송강호의 대사가 떠오른다. 미 연방수사국(FBI) 과학수사 기법 그런 것 모르겠고 한국은 좁으니까 발로 열심히 쫓아다니면 잡힌다는 대사 말이다. 실행 부문에서 잘하고 역량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실행 부문에 너무 의존하는 한계가 있다. 관료를 동원하기 좋은 조직을 갖고 있다. 관료를 민간의 군대라고 비유한다. 관료, 공보의, 군인 등 방역에 최적화된 조직을 갖고 있었다. 짧은 시간에 후닥닥하는 것을 우리는 그동안 안 좋게 보아왔는데 감염병 대처에서는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 방역은 전쟁이란 점을 절감했다. 민간 병원이 강한 공공성을 요구받고 있다. 싱가포르도 비슷하다. 아시아적 특성이 있는 것 같다. 평소에는 갈등의 여지가 있는데 감염병 대처 국면에 효율성을 인정받게 됐다. Q. 그런 연장 선상에서 아시아적 공동체를 앞세우는 것이 서구 개인주의를 물리친 사례라고 보는 시각도 있더라. 권위주의나 독재를 옹호하는 것이란 핀잔을 들을 수 있겠지만. A. 독일이 다른 유럽 국가와 다른 측면이 있더라. 전통적으로 정부의 권위와 역할이 많아서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정부의 조처가 존중받는 면이 있다고 여겨진다. 개인주의에 치우치지 않는 면모들이 이번 방역의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자유주의에 선제적이고 효율적인 리더십이 결합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번 방역에서 그 의의가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유럽에서는 독일,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대만, 홍콩 같은 나라들이 그 예를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을 보며 많은 나라들이 놀라워하는 것은 자유주의적 접근을 버리지도 않고, 일정하게 개인주의는 양보를 하면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에 최선을 다해 오히려 전면 봉쇄로는 가지 않아 이동과 생업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새로운 모델을 보여준 것에 있다. Q. 수축사회란 개념이 흥미롭더라. A. 이자율이 형편없이 낮아져 투자할 곳이 없고, 일자리가 늘어날 여지는 적어 보인다. 온라인 유통에 밀려 어중간한 오프라인 기업은 없어지는, 도심의 상가는 비는 등 연쇄 효과가 일어나고, 우리 경제전망이 낙관적일 수만은 없는 우려를 갖게 된다. Q. 우리는 사회적 합의를 결여한 것이 적잖이 눈에 띈다. A. 메르스 이후 방역에 유리한 쪽으로 법률이 개정됐는데 코로나19가 닥쳐서야 그런 것을 확인하게 됐다. 분명히 있어야 할 사회적 합의를 생략하고 한 것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럽과 미국에서 마스크를 쓰지 말자, 봉쇄를 풀자고 시위하는 것을 보며 우리는 반사회적이네 여기기 쉽지만 한편으로 그 사회는 목소리가 다양한 것이다. 저렇게 격렬한 사회적 토론이 이어지고 합의가 이뤄지면 훨씬 굳건할 것 같다. 우리는 서구의 토론과 합의 문화를 배우고 서구는 우리의 창조적인 대응 방식을 배우고, 이런 것이 코로나 시대의 교훈이라고 생각한다.Q. 지금 우리가 가장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 A. 질본에서 항체 검사를 한다고 했다. 이는 5월 말에 실시하는 연간 국민영양건강조사에 포함된다. 스웨덴은 8주 간격으로 샘플링한다. 독일은 이미 항체검사를 시작했다. 중국은 우한 시민 1100만명 전원을 진단검사해 마무리 단계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교사 50만명은 너무 많다고 했다. 10명 검체를 모으면 5만번 실시하는데 우리의 진단검사 키트 능력으로도 가능한 일이었다. 가장 위험한 의료진, 양로원, 교사 이런 사람들은 했어야 했다. 이런 기획 능력이 부족하구나. 어두운 상자 안에 손을 집어넣고 더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떤 일이 벌어지면 즉각 대응은 하는데 시나리오를 세워 대응하는 것은 많이 부족하구나 느끼게 된다. Q. 책이 나온 지 한달이 됐는데 ‘아시아발 노르딕 국가‘란 개념이 충실히 채워지고 있나? A. 우리만 잘났다고 해선 안되니 객관적으로 개념을 들여다보려고 유럽 역사를 들여다보고 있다. 독일과 북구는 영국과 프랑스 모델의 개인주의보다 사회 전체의 복지를 위해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사회체계를 갖고 있더라. 우리 모델을 권위주의적이라고 폄하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시스템에 대한 장점도 알게 하고 자부심을 갖게 만든 게 코로나가 불러온 뜻밖의 성과 아닌가 한다. 대중들이 무작정 선망하던 미국과 유럽 국가가 막대한 인명 피해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적어도 방역에서는 한국이 나은 면도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런데 이런 자부심이 자만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배우는 자세로 이어져야 한다. 이런 격변은 이전에 비용 때문에 과감히 하지 못하는 사회적 실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홍수가 나면 리모델링하듯 말이다. 뉴질랜드는 주 4일제 근무제를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했다. 일자리 공유 차원 만이 아니라 연성화된 사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도 한 번 토론해 볼만한 일인데 아무도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또 학교 개학과 관련, 이참에 가을 학기제를 해보자는 얘기가 반짝 나오다 말았다. 전 개인적으로 해볼 수 있다고 본다. 재난기본소득도 더 근본적이고 폭넓게 논의해야 하는데 어물쩡 단기적 처방에 머무르고 말았다. 방역 뿐만아니라 사회경제적 시스템에 관한 논의로 넓히자는 것이다. 글 사진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빗자루로 때려달라” 침입했더니 남의집, 의뢰인은 경찰 신고

    “빗자루로 때려달라” 침입했더니 남의집, 의뢰인은 경찰 신고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남성이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켜달라며 페이스북에서 인연이 닿은 두 남성에게 자신의 집에 무기를 지니고 침입해 자신의 속옷으로 자신을 묶고 빗자루로 때려달라고 제안했다. 뉴사우스웨일즈(NSW)주 그리피스 근처에 사는 의뢰인은 뜻대로 일이 풀리면(?) 5000 호주달러(약 410만원)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두 남자는 지난해 7월 의뢰인이 건넨 주소로 찾아갔다. 새벽 6시 15분 그 집 주인은 주방에 불빛이 비치는 것을 보고 가끔 들러 모닝커피를 끓이는 친구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두 남자가 생판 모르는 남자(의뢰인)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그제야 주인이 불을 켰더니 두 남자가 정글 숲을 헤칠 때 쓰는 큰 칼 마체테를 든 채 침대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 남자가 곧바로 실수했음을 깨닫고 악수하자는 듯 손을 내밀며 “미안, 친구”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의뢰인이 50㎞ 떨어진 곳으로 이사해놓고 두 남자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었다. 두 남자는 곧바로 의뢰인이 사는 집으로 차를 운전해 갔는데 의뢰인이 보니 정말로 르로이란 이름의 남자가 바지에 엄청 커다란 칼을 숨기고 있었다. 의뢰인은 베이컨과 계란, 국수로 아침을 대접하며 뒤로는 경찰에 신고했다. 아무리 자신이 부탁했더라도 마체테처럼 무지막지한 흉기를 들고 찾아올줄 몰랐다는 것이었다. 결국 두 남자는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NSW 법원 재판부는 28일(현지시간) “이 사건의 일들은 모두 이례적”이라며 두 남자가 마체테 같은 흉기를 지니고 남의 집에 들어간 것은 맞지만 의뢰인이 무기라고 애매하게 표현한 것을 자의적으로 해석했을 뿐 해칠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르로이의 무기 소지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판결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르로이의 변호인은 “이건 일종의 상업적 합의였다. 침입에는 누군가를 위협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변호했는데 재판부에 먹혔다고 현지 AAP 통신은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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