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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지숙의 미술산책] 장애인 배려 아쉬운 헤이리 갤러리들

    주말 아침, 대개는 밀린 잠을 자거나 빈둥거리게 되는 이른 시간에 헤이리로 가는 임대버스에 몸을 실었다. 장애인을 위한 재활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푸르메재단과 아르코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진행하고 있는 (장애청소년 동화책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동화책이 제작되는 인쇄소와 어린이청소년 책 전문서점, 갤러리 등을 직접 가보기 위해서였다. 지난 9월에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13명의 장애 청소년들이 12주 동안 글쓰기와 그리기, 만들기 등의 워크숍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그 결과물을 책으로 출간하는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주 월요일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이 워크숍에 참여하기 위해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체장애, 발달장애 등 각기 다른 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이 가장 멀리는 광주에서부터 하나둘 씩 대학로로 모여든다. 몇 회 워크숍을 거치면서 서로 이름도 익숙해지고 워크숍 과정이 슬슬 지루해지기도 할 무렵, 바람도 쐴 겸 같이 소풍을 떠난 셈이다. 날씨도 좋았고 일정에 차질도 없었고 섭외된 기관들도 대부분 협조적이었으니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나들이였을 법한데도, 나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참여한 학생들은 장애의 종류도 다르고 각자 처한 상황도 차이가 있어서 여러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가족, 친지들이 함께 움직이게 된다. 당연히 이동의 속도도 느리고 간혹 수화통역 때문에 산만해지기도 하고 여러 명이 동시에 서로 다른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때문에 부산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가 방문했던 현장의 조건은 이런 차이를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준비되어 있거나 혹은 순발력이 있는 쪽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렵사리 마련한 이 체험의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많은 부분 그냥 흘려보내는 것 같아서 영 아쉬웠던 것이다. 특히 이런 자책의 마음은 헤이리의 갤러리들을 방문하면서 배가되었다. 예의 현대미술이 종용하는 “만지지 마시오”란 우리 일행과는 상극인 관람방식이 아니던가. 전시를 같이 관람하면서 나는 한편으로는 전시된 작품이 다칠세라, 다른 한편으로는 참가자들 마음이 다칠세라 아슬아슬하기만 했다. 모든 시설에서 장애인전용 엘리베이터나 점자안내도를 기대한 것도 아니었고, 설사 그런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완비된다고 해서 저절로 문제가 해소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장애인복지 차원의 문제일 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문화적 인식이나 태도의 전향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장애인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은 최소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접근성의 문제로 환원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최고의 경험을 급진적으로 제시하는 것이어야 한다. 장애인들이 저마다 접속할 수 있는 까다롭고도 복합적이며 유기적인 문화적 인테페이스가 개발될 때 비장애인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의 질은 저절로 동반 상승되기 마련이다. 반면, 장애인들이 참여하는 문화예술활동은 그 기회상 특별한 우대가 필요하지만 평가의 단계에서는 보다 냉엄해질 이유도 있다. 예술의 경우 장애가 그저 한계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미술의 시각중심주의에 대한 반성과 실험성에 대한 제고 그리고 정상성에 대한 재고는 이미 미술사를 통해서밝혀진 대로 장애를 통해 더 깊이 더 높이 그리고 더 멀리까지 나아가고 있지 않은가. 아르코미술관장
  • 집단에 희생되는 개인… 군더더기 없는 연출

    집단에 희생되는 개인… 군더더기 없는 연출

    일본 부조리연극의 대가인 극작가 베쓰야쿠 미노루의 ‘죠반니’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사전 지식이 좀 필요하다. 이 작품이 모티브로 삼은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은하철도의 밤’을 모르고선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은하철도의 밤’은 바다로 나가 소식이 없는 아버지와 병든 어머니를 대신해 인쇄소에서 일하는 어린 죠반니의 이야기다. 늘 따돌림을 당하는 죠반니는 별축제가 열리는 밤, 홀로 언덕에 올라 하나뿐인 친구 캄파넬라와 은하철도를 타는 꿈을 꾼다. 잠에서 깨어나 마을로 내려온 죠반니는 캄파넬라가 물에 빠진 친구 자네리를 구하려다 행방불명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어린 죠반니의 성장과 우주에 대한 동경, 환상을 담은 ‘은하철도의 밤’은 일본에선 국민 동화로 통할 정도로 유명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도 이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다. ‘죠반니의 아버지로 가는 여행’이란 부제가 붙은 연극은 기억을 잃은 성인 죠반니(이상직)를 무대로 불러낸다.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23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죠반니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캄파넬라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힐 것을 강요당한다. 그들은 죠반니가 자네리를 물에 빠트렸고, 이를 본 죠반니의 아버지가 대신 누명을 뒤집어썼다고 여기고 있다. 그래서 23년 전처럼 별축제가 열리는 날, 그때와 똑같은 상황을 연출해 죠반니의 기억을 되살리려 애쓴다. 극단 청우의 김광보 연출은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 진실과 거짓이 엇갈리는 다층적인 구성의 희곡을 군더더기없이 절제된 솜씨로 무대화했다. 그러나 집단의 진실에 희생되는 개인의 진실, 부조리한 현실에 휘둘리는 소시민의 삶을 통해 아버지의 존재가 희미해진 현대사회에서 스스로 아버지가 돼야 한다는 원작의 주제의식은 명확히 전달되지 않는다. 자신의 이름을 부인하고, 아버지가 되기를 꺼리는 죠반니의 여정을 따라가는 과정은 멀리서 들리는 은하철도의 기적소리처럼 아련하고 애매하다. 극단 산울림이 마련한 ‘연극 연출가 대행진’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11월2일까지 서울 산울림소극장에서 공연된다.(02)744-030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인천 해안동 근대건축물 미술전시관으로 재탄생

    인천 도심에 1930∼1940년대 건립된 근대 건축물들이 미술 창작과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인천시는 8일 중구 해안동1가에 223억원을 들여 조성 중인 ‘미술문화공간’이 내년 하반기 개관된다고 밝혔다. 시는 해안동1가 8500㎡의 부지에 자리잡고 있는 근대 건축물 13채(연면적 5600㎡)를 리모델링하거나 복원해 향토 우수작가들의 작업실과 전시공간으로 활용키로 하고 지난해 1월 공사에 들어갔다. 이 건물들에는 1933년 세워진 ‘일본우선주식회사’를 비롯해 ‘삼우인쇄소’(1942년),‘대한통운창고’(1948년),‘대진상사’(1948년) 등이 포함돼 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Metro] ‘서울 독립운동 역사 현장’ 발간

    서울시는 대한제국 시기 구국운동에서 해방에 이르기까지 항일독립운동 사적지 126곳을 소개한 ‘서울 독립운동의 역사현장’을 14일 발간했다. 275쪽 분량이며 현재 위치가 확인된 독립운동 현장을 담았다. 만해 한용운 선생이 머무르며 불교잡지 ‘유심(惟心)’을 발행한 거처(현 종로구 계동 43), 독립운동가 송학선 의사가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를 살해하려고 했던 창덕궁의 모습 등을 소개한다.또 200여명의 직공들이 3·1 만세운동을 벌인 용산인쇄소 직공 파업시위 터, 민립대학 설립을 주도한 조선교육협회 회관,6·10 만세운동을 벌인 조선학생과학연구회관 위치 등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의 현장을 사진과 신문자료 등으로 보여준다. 동아일보와 중외일보 창간사옥 터 등도 담겨 있다. 비매품으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 있는 시사편찬위원회 서울시 종합자료관, 국·공립도서관 등에서 열람할 수 있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손으로 만든 따뜻한 시집

    손으로 만든 따뜻한 시집

    ‘첨단 디지털 시대에 웬 아날로그 책?’ 출판업계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던 납활자 인쇄 방식을 사용해 만든 책이 나왔다. 화제의 책은 시월출판사가 납활자 인쇄소 ‘활판공방’을 통해 첫 작품으로 펴낸 이근배(사진 오른쪽) 시인의 시선집 ‘사랑 앞에서는 돌도 운다’와 김종해(왼쪽) 시인의 ‘누구에게나 봄날은 온다’. 활판 인쇄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출판 인쇄의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이후 대량 고속인쇄가 가능한 오프셋 인쇄와 전자조판 등 디지털 출판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점차 사라져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이번 시선집 제작은 조판부터 인쇄, 제본까지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활판 인쇄에 맞게 주문 제작한 전통 한지를 사용해 보존성을 높이고 고서의 분위기를 풍기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시선집에는 시인이 직접 고른 자신의 대표시 100편씩이 실렸다. 특히 이근배 시인은 자신의 시선집 한 권 한 권마다 책 앞에 육필로 시 구절을 적고 책의 종이를 직접 재단하기도 했다. 시선집은 각 1000부 한정판으로 제작돼 일련번호가 매겨졌다. 가격은 권당 5만원으로, 꽤 비싼 편이다. 시월출판사는 앞으로도 이 같은 방식으로 정진규·허영자·오세영 시인 등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지낸 시인들의 시집을 비롯,10년간 모두 100권의 시집을 펴낼 예정이다. 이근배 시인은 “현대시 탄생 100년을 맞아 시로써 활자문화를 복원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촛불과 진보의 앞날] “촛불은 멈출 곳을 미리 정하지 않아 긴 호흡·먼 시선으로 보는 지혜를”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촛불과 진보의 앞날] “촛불은 멈출 곳을 미리 정하지 않아 긴 호흡·먼 시선으로 보는 지혜를”

    2008년의 촛불시위는 한국 진보진영에 익숙한 많은 것들을 낡은 것으로 만들었으며, 그동안의 관념과 실천을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몇 가지 점에서 2008년의 촛불은 매우 독특하다. 첫째 촛불시위 참여자들은 위계적 조직에 의한 동원과 지도를 거부하며, 개인의 자발성에 기초해서 저항을 전개하려 한다. 이들은 단단한 중핵을 갖는 방사형 구조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크고 작은 각양각색의 점들을 모아 점묘화를 그리려 한다. 사람들이 아고라에서, 인터넷 동호회에서, 한 명의 개인으로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모아 집단적 흐름을 만들었다. 둘째 촛불 참여자들은 운동조직으로 제도화된 분업체계를 거부하며, 느슨하고 거대한 규모의 공동체적 협동으로 전체를 작동시킨다. 기존의 진보단체들은 틀을 가진 벌집형 분업체계 속에서 움직였다. 이에 반해 촛불시위대는 색종이 조각들을 붙여가며 전체의 모자이크를 만들어간다. 사진전문가, 트럭운전사, 신경과 의사, 김밥집 아줌마, 인쇄소 아저씨가 각자 자기 재주를 발휘해 촛불 작품을 만든다. 정해진 의무도 아니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셋째 이념과 사상, 거대담론들이 이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삶의 구체적 문제와 열망이다. 그 이야기들이 모여 사회적 담론이 되는 것이지, 사회체제의 이념이 먼저 있어 그것을 좇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지금 단 한 번도 진보를 말하지 않은 채 대한민국 진보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그러나 촛불의 새로운 힘 역시 그에 상응하는 약점과 한계를 갖고 있다. 촛불시위의 자유분방함은 그것의 생명력의 근원이기도 했지만, 바로 그 장점이 약점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계획되고 조직된 저항과 달리, 개인들의 무수한 물줄기들이 만나 흐르는 촛불의 강은 그것이 멈출 곳을 미리 정하고 흐르지 않는다. 모두가 당장 내일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긴 호흡, 먼 시선이 부족한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상황이 너무나 급박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촛불의 동력이 거시적이고 장기적 비전에 관련된 토론으로까지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촛불 참여자들이 애초에 쇠고기 이슈에서 출발하여 점차 한국의 정치·경제·문화의 다양한 문제들을 깊고 포괄적으로 제기해 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일각에서는 촛불집회가 정치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견해가 있지만, 정치적 표현과 정치행동의 자유는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다. 우리나라 헌법은 결코 대통령과 국회의원만이 정치에 관한 발언과 표현의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 점에서 2008년의 촛불 참여자들은 놀랍게도 적극적이었다. 시민들은 정당·사회단체의 선전지를 받아 단지 읽기만 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었다. 이들은 아고라에서, 인터넷 동호회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하며 의견을 나누고 공론을 만들어간 주체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모두는 개인들의 일상이 정치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으며, 사회의 문제는 개인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각은 지금 우리 손에 쥔 작은 촛불의 생명력을 더욱 끈질기고 강인한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 가슴 속의 불씨는 이제 꺼지지 않을 것 같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카사노바 “후회는 없다”

    카사노바 “후회는 없다”

    유명한「아나운서」를 사칭, 명함을 뿌리면서 한달동안 6명의 양가집 아가씨들을 떡주무르듯 요리한 한국판「카사노바」가 쇠고랑을 찼다. 멋진 연기로 재미를 톡톡이 본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 K대학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의 모국군 방송국에서 6개월동안「아나운서」생활을 했다는「인텔리」백영남(白英南)(29·부산시 영도구 봉락동 134). 24일 사문서위조 동행사등 혐의로 부산중부에서 구속된 백씨는 그동안의 호사를 잊지못하겠다는듯 한달동안의 엽색행각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아나운서」라고만 하면 잘도 넘어가데요” 백씨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밥벌이를 못해 형집에서 신세를 지고있는 실업자. 매일 배를 깔고 누워서 하루 해를 보내던 그에게 잊지못할 추억은 지난 66년 서울의 모국군의 방송 「아나운서」로 재직할 때 수없이 따르던 아가씨들이었다. 그당시는 너무 순진해 점잖게 돌려 보내곤 했던 사실이 후회스럽기 짝이 없었다.『여자는 인기인에 약하다』는 착상은 이렇게해서 떠올랐다. 그는 우선 부산에서 가장 인기있는「아나운서」인 부산 M방송국 송모씨를 사칭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지난 8월10일 부산 동구 범일동 K인쇄소에서 큼직한 명함 1백장을 박았다. 그리고 다시 이틀후 신분증 까지 인쇄해냈다. 그에게 처음으로 걸려든 미끼는 충부동3가의 이름난 양장점의 「디자이너」김영숙양(21·가명 동래구 연산동). 대낮에 하릴없이 남포동거리를 헤매던 그에게 늘씬한 미녀가 지나쳤다. 정신이 번쩍 든 그는 드디어 시험할 때가 왔다고 그녀를 따르기 시작했다. M양장점으로 들어가는 것을 눈여겨본후 다음날 다시 M양장점앞에 숨어서 지켜봤다. 그녀가 M양장점 직원이라는것을 확인한후 작전을 세밀히 세웠다. 다음날 낮 1시쯤 한가한 시간을 틈타 그는 조용한 다방을 선택, M양장점에 전화를 걸었다. 『거기가 M양장점이죠?「미스」김 좀 바꿔주실까요? 』이씨보다는 김씨성이 더 흔해 김양이라 했다. 아니나 다를까, 김양이라면서 고운 목소리가 전화를 받았다. 그날 김양이 입고간 옷을 설명해 보이면서 그가 노린 여자임을 확인했다. M양장점에는 김양이 3명이나 됐지만 공교롭게도 백이 찾던 김양이 전화를 받았다. 그의 사기극은 처음부터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는 점잖은 목소리로『나 N방송국 아나실장 송XX올시다.「미스」김을 전부터 잘알고 있읍니다. 한가한 시간이니 차라도 한잔- 』김양은 가슴이 철렁- 순간 한없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 송XX「아나운서」가 「프로포즈」를 하다니… 이렇게해서 첫날「데이트」는 일사천리로 진행. 첫날 벌써 김양은 백에게 반해 밤12시가 되도록 쫓아 다녔단다. 그는 그날로 단숨에 손댈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여유를 두고 다음날을 기약했다. 다음날은 「데이트」장소를 해운대로 옮겼다. 북적대던 한여름이 지난 조용한 해변을 거닐면서 그는 사랑한다고 능청스럽게 김양의 손을 잡은 후 결혼해 달라고 점잖게「프로포즈」했다. 그날밤 해운대 「고고·클럽」에서 밤늦게까지 춤을춘후「호텔」로 직행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김양에게 자기 신분증과 명함을 내보인후 결혼할 몸이니 같이 잠자리에 들어도 괜찮다고 얼러 첫시험을 성공리에 끝맺었다. 다음날 행복해하는 김양에게 자기는 늘 「아나운서」실에서 녹음중이어서 전화해도 만날수없다고 연막을 친후 자기가 먼저 전화를 할테니 방송국에는 절대 전화하지 말라고 둘러댔다. 백은 그후 김양과 3번 만나 즐긴후 결혼비용조로 10만원을 우려낸 다음 자취를 감췄다. 다음으로 걸려든 여인은 동구 수정동 김단아양 (23·가명)과 박복순양(22·가명). 둘은 한동네사는 절친한 친구사이로 이를 똑같이 하루 사이로 백의 제물이 됐다. D대 3학년에 재학중인 이들은 지난 9월2일 시내 충무동 S다방에서 처음으로 백을 만났다. 한가하게 음악을 즐기고있는 이들에게 백이 나타나 명함을 건네면서「데이트」를 신청했다. 처음에는 둘이 같이 만났으나 며칠후 둘은 서로 질투끝에 싸운후 따로 따로 만나는 기회를 만들었다. 백은 둘을 차례로 유인한후 정복했다. 4번째 희생자는 부산진구 범천2동 김(金)영순양(24·가명). 명함을 보고 눈이 동그래진 김양은 그날로 자진해서 몸을 바쳤다. 그녀는 자기와 하룻밤을 즐긴 것을 평생의 영광으로 기억하겠다고 말하며 기분좋게 헤어졌단다. 지금도 자기눈에 삼삼한 여인은 5번째여인인 김(金)성희양(22·가명·동구 수정동)4번째 여인을 거친 다음날 시내 초량동 M식당에서 만나 김양은 백이 처음대한 순수한 숫처녀였다고. 그래서 그만큼 손보기도 좀 어려웠다. 처음만난지 일주일만이 었다니까 그에겐 좀 지리한 시간이었다. 부산(釜山) 아가씨 싫증나 대구(大邱)원정길에 덜컥 15일동안 무려 5명의 아가씨를 거쳐간 백은 이제 부산아가씨에 물렸다. 타지방을 원정갈 계획을 세웠다. 대구는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곳. 여섯번째의 박(朴)미숙양(22·가명·대구시 비산동)은 바로 대구행 고속「버스」내에서 사로잡혔다. 명함을 들여다보고는 홀딱 달라붙더라고. 그날로 대구에서 같이 하룻밤을 즐긴후 부산으로 내려왔다. 다음날 대구 박양집에 전화를 걸어 급한일로 대구 갈일이 있다고 마중을 나오게 했다. 바쁜 일정이기 때문에 낮엔 만날 수 없다고 능청을 떨고는 밤에 만난 박양에게 돈 5만원을 요구했다. 갑자기 회사일로 서울을 다녀와야 하는데 돈이 필요하다고 얼버무렸다. 2일후에 반드시 갚겠다고 약속하고는 박양의 통장에 모아둔 5만원을 빼앗아 부산에 내려왔다. 그의 꼬리는 그의 엽색행각 한달만인 23일 드디어 들통이 났다. 첫번째 여인인 김영숙양이 그동안 너무 소식이 없어 전화하지 말라는 백의 당부를 알면서도 방송국에 전화를 걸었다. 송「아나운서」와 통화가 됐다. 그러나 사람이 달랐다. 우연히 다음날 백이 김양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다. 송「아나운서」와 대기하고 있던 형사들이 다방을 들어서는 백의 덜미를 낚아채 수갑을 채웠다. <부산(釜山)= 김성기(金成麒)기자> [선데이서울 71년 10월 3일호 제4권 39호 통권 제 156호]
  • 檢, 서청원대표 7일 소환

    거액 공천헌금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공상훈)는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를 오는 7일쯤 불러 비례대표들에게 30억여원을 받은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검찰은 또 서 대표 소환 조사 후에 지난 2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양정례 당선자 모친 김순애씨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서 대표 측과 최근 일정 조율을 마쳤고, 이번 주 중에 출석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서 대표가 출석하면 양 당선자 모녀를 처음 만나게 된 경위, 비례대표 1번으로 공천한 이유, 공천 직후 특별 당비와 선거비용 대여 명목으로 17억원을 당 계좌로 받은 경위, 차용증에 기재한 액수 등과 작성 경위 및 돈의 사용처 등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서 대표의 부인과 사촌동생이 관여하고 있는 홍보기획사와 인쇄소에 친박연대 총선 광고 대행 및 홍보물 인쇄를 맡긴 이유와 계약 내용, 돈의 흐름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거리 미술관 속으로] (60) 여의도 금감원 뒤 ‘활자기둥’

    [거리 미술관 속으로] (60) 여의도 금감원 뒤 ‘활자기둥’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를 자랑하지만 컴퓨터에 자리를 뺏긴 인쇄술을 부활시킬 방법을 찾을 수는 없을까. 높은 빌딩만큼 조형물들이 많은 서울 여의도에서 노주환(48·성신여대 조소과) 교수의 ‘활자기둥’에서 해답이 엿보인다. ‘활자기둥’을 발견하는 순간 보물을 찾은 듯한 기쁨에 들뜨게 된다. 큰 길가인 금융감독원 건물 앞과 옆에 있는 김선구 작가의 ‘해와 달’이나 엄태정 작가의 작품과 달리 건물 뒤편에 조용하게 서있는 탓에 상대적으로 시선을 덜 받는 조형물이기 때문이다. 조형물을 꼼꼼하게 살필수록 2m 남짓한 높이의 조형물을 하나 만들기 위해 작가가 어느 정도 각고했는지 느껴지면서 다시 한번 흥분에 휩싸이게 된다. 작가는 2000년부터 수만개의 납활자를 이용해 작품 활동을 해왔다. 크고 작은 납활자로 서울의 지형을 표현하고, 책이나 바벨탑 형태로 변신시키기도 한다.2003년에 제작한 ‘활자도시’는 한강이 가로지르는 서울을 허공에서 내려다 보는 착각이 들 정도로 섬세하다. “서울 지역의 인쇄소에서 폐활자를 찾을 수 없어 지방 곳곳을 누비며 활자를 찾고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땀방울이 배어 있다. ‘활자기둥’도 다르지 않다. 납활자로 쌓은 탑의 꼭대기에서 한글, 영어, 기호 등 다양한 글자가 찍힌 네 개의 띠가 유연하게 흘러 내린다. 탑에는 ‘말 한마디로 천냥빚 갚는다.’ ‘부자는 걱정이 많다.’ ‘돈은 주조된 자유이다.’ 등 다양한 옛말들이 숨은 그림처럼 곳곳에 놓여 있다. 이 조형물에서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들고, 가장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문자를가진 우리 민족의 자긍심이 느껴졌다면 과장일까. 다만 사라져 가는 과거의 유산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글 사진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후보 홍보물에 공약이 없어요”

    “후보 홍보물에 공약이 없어요”

    총선 때면 각종 선거 홍보물을 찍어대는 기계 소리로 요란했던 서울 중구 충무로 3가 인쇄골목은 25일 쥐죽은 듯 조용했다. 인쇄업자들은 “과거 이맘때면 후보 측에서 서로 빨리 해달라고 난리쳤는데 올해는 너무 조용하다. 내일모레면 선거운동이 시작되는데 선거를 치르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선거일을 겨우 2주 앞둔 이날 국회 의원회관 보좌관들은 이제서야 홍보물 초안을 만드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보좌관들은 “공천 따내느라 정작 본선거는 대비하지 못했다. 정책이고 뭐고 이미지로 밀어붙이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생각해도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유권자를 무시한 채 ‘대충’ 치러지는 18대 국회의원 선거의 자화상이다. 충무로 3가 인쇄골목은 4년 전 17대 총선까지만 해도 전국 곳곳에 뿌려질 홍보물을 만드는 ‘인쇄의 메카’였다. 하지만 이날 인쇄소 5곳을 둘러본 결과 4곳에서 단 한 건의 선거홍보물 인쇄 수주도 받지 못했다. ●정책 홍보물보다 사진 명함이 대세 S인쇄업체 직원 한모(43)씨는 “2000년에는 5만부를 찍었고,2004년에도 3만부는 찍었는데 이번에는 1만부나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는 “여기서 20년을 일했는데 선거특수는 옛말이 됐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나마 겨우 수주 받은 선거 홍보물은 이미지 선거를 대변하듯 공약이 없고 얼굴만 드러내는 명함형 홍보물이 많았다. 인쇄업자 이모(44)씨는 “공약은 아예 적지 않고, 치적을 나타내는 사진만 크게 부각시킨다.”면서 “아이를 안고 찍은, 아무 의미 없는 이미지 사진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또 “공약보다 얼굴을 알리는 게 중요해지다 보니 명함을 찍는 게 대세”라면서 “명함은 90년대 후반부터 조금씩 찍기 시작했는데 요즘에는 정책 홍보물보다 물량이 훨씬 많다.”고 귀띔했다. 충무로의 썰렁한 분위기에 대해 의원 보좌관들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었다. 공천이 늦어져 공약을 제대로 만들 시간이 없었고 홍보물 제작도 신경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울에 출마하는 현역의원의 A보좌관은 “이번 선거에서는 지난 선거와 다르게 정세 구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집권 여당의 ‘공천 내홍’과 새 정부의 지지도 하락 추이를 살피며 홍보물을 제작하다 보니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빨리빨리 대충대충 할 수밖에 없다.”면서 “심지어 첫 유세지도 결정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의원실 “빨리빨리 대충대충” 다른 의원의 B보좌관은 “이번 공천은 각 당의 거물급도 안심할 수 없었기 때문에 홍보물을 미리 맡길 수 없었다.”면서 “요즘 밤을 새며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C보좌관은 “이미 내보낸 예비후보 홍보물에도 공약을 넣지 못했다.”면서 “27일부터 선거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공약 홍보물은 생략하고 명함만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이경주 김정은기자 kdlrudwn@seoul.co.kr
  • 경찰 선거경비 비상근무 돌입

    경찰은 25일 제18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등록과 함께 공식 선거일정이 시작됨에 따라 경찰청, 지방경찰청, 경찰서 등 전국 255개 경찰관서에 선거경비상황실을 설치하고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경찰은 거리 유세가 벌어질 때 신변 보호에 중점을 두고 주요 인사 참석여부, 청중 규모, 지리적 여건 등에 따라 경찰력을 탄력적으로 배치키로 했으며 안전사고 예방과 원활한 교통 소통에도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또 투표용지 인쇄소·보관소, 투표소에서 우발적인 상황이 벌어질 경우에 대비해 관할 경찰서와 지구대 사이에 비상연락체계를 구축하고 관할 지구대가 매시간 특별순찰을 실시토록 할 방침이다. 선거 당일 투표함을 모으는 1만 570개 노선에 무장 경찰관 2명씩이 지원되며 전국 249개 개표소에는 출입구부터 개표장 입구까지 60∼90명씩의 경찰관이 배치된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2008 희망지기] 소년원 출신 인쇄소 창업 황찬·박은희

    [2008 희망지기] 소년원 출신 인쇄소 창업 황찬·박은희

    “새해에는 꿈과 희망만 얘기할래요. 모두 파이팅하세요” 소년원 출신의 두 젊은이가 2008년 희망가를 부르고 있다. 한국소년보호협회가 지원하는 창업 소기업 엔씨위즈(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를 운영하는 황찬(23)·박은희(20)씨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한국소년보호협회는 법무부 재단으로 소년원 출신 청소년들의 재활을 위해 소기업 창업을 돕고 있다. 인쇄·출판 업체인 엔씨위즈도 그중 하나다. 두 젊은이는 지독한 불황에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성실성으로 월매출 600만원을 올리며 엔씨위즈를 반석 위에 올려 놓았다. ●월수입 600만원 사장으로 황씨는 15세 때 벌써 폭력전과 5범이 돼 소년원 학교인 고봉정보통신중고등학교에 들어갔다. 황씨는 이 시기를 “잠시의 실수로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소년원 학교에 들어가 인쇄기술을 접했고, 이제는 어엿한 디자이너로 우뚝 섰다. 황씨는 올해 소년보호협회가 지원하는 ‘창업지원 1호’ 사업가가 된다. 이왕이면 인쇄업 1번지인 서울 충무로에서 겨뤄 보고 싶다. 그가 배운 진리는 ‘기본을 지켜라.’이다.“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가 좌우명입니다. 기본이 틀어지면 그 위에 아무것도 세울 수 없습니다. 소년원 학교에서 도망치고 싶은 때도 많았지만 기본을 지키기 위해 견뎠습니다.” 황씨는 매출 600만원 중 100만원만 갖는다. 나머지는 자신과 비슷한 길을 걸어온 소년원 후배들의 일자리 창출에 쓰인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아” 박씨는 소년원 여학교인 정신여자정보산업학교 시절을 ‘열심히 살지 못했던 나를 반성했던 시기’로 규정했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록음악에 빠져 밤마다 클럽을 전전하다 학교를 그만뒀다. 소년원 학교에서 컴퓨터, 피부미용, 네일아트 등 자격증 10여개를 땄다. 그는 짧지만 뼈아픈 경험을 통해 ‘고통 없이는 얻는 게 없다.’는 말을 깨달았다.“뿌린 대로 거둔다는 평범한 진리가 통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처럼 한때 실수했던 사람들도 노력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내 노력은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거예요.” 황씨와 박씨는 올해 연말에 다시 서울신문 독자들을 만나기로 약속했다. 자신만의 기업을 운영하고 있을 황씨와 훌륭한 인쇄디자이너가 돼 있을 박씨를 기대해 본다. 글 사진 안산 이경주 신혜원기자 kdlrudwn@seoul.co.kr
  • ‘인간 채플린’ 그를 말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에는 도록에서만 보아 오던 그의 대표작이 줄지어 걸려 있다. 하지만 뉴욕이나 파리, 도쿄에서 대규모 반 고흐 전시회가 열릴 때면 상황은 달라진다.‘해바라기’ 같은 대표작이 빠져 나간 전시실에는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그림이 대신 걸리기 마련인데, 그의 생애를 구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전시가 이루어지곤 한다. ‘감자먹는 사람들’처럼 ‘민중미술가’에 가까웠던 네덜란드 시절의 그림부터 프랑스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작품을 훑어보다 보면 그의 광기(狂氣)란 결코 천재성의 발로가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 현실에서 느끼는 지독한 괴리의 결과였음을 깨닫게 된다. 대표작이 줄지어 걸려 있을 때의 반 고흐 미술관보다 감동은 오히려 깊다. ‘찰리 채플린-나의 자서전’(이현 옮김, 김영사 펴냄)도 그렇다.‘황금광시대(Gold Rush)’와 ‘시티라이츠(City Lights)’,‘모던 타임스(Modern Times)’,‘위대한 독재자(The Great Dictator)’ 같은 걸작이 ‘해바라기’라면 채플린의 자서전은 ‘해바라기’를 낳을 수 있었던 그의 ‘감자먹는 사람들’시절의 이야기이다.‘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통찰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찰리 채플린(1889∼1977)은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다재다능한 배우였지만 술 때문에 세상을 일찍 떴고, 채플린을 낳은 이듬해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 또한 유능한 가수였지만 후두염을 앓으면서 목소리를 잃었다. 채플린이 다섯 살에 처음 무대에 섰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당시 런던의 햄프셔주에 있는 육군훈련기지의 병영극장에 나가고 있었다. 노래를 부르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갈라지자 극장안은 야유로 가득찼고 채플린은 감독의 손에 이끌려 무대로 나가 노래를 불렀다.‘잭이 옛 친구들을 대하는 것 좀 보세요. 정나미가 뚝 떨어져요.’라는 가사의 노래였는데 중간쯤 불렀을 때 동전이 빗발치듯 무대 위로 날아들었다. 이날의 무대는 채플린 인생의 첫번째 무대였지만 어머니에게는 마지막 무대였다. 이후 어머니와 형 시드니, 그리고 채플린은 런던의 한 빈민구호소에 들어간다. 출소 이후 채플린 처지는 누군가의 표현대로 궁지에 몰린 눈먼 쥐가 맞아 죽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았다고 한다. 신문팔이, 인쇄소 일, 장난감 만드는 일, 유리 부는 일, 병원 잡부, 장작 패는 일 등 온갖 일을 다했지만,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은 한시도 마음에서 떠난 적이 없었다. 지칠 줄 모르는 노력과 꺼지지 않는 열정의 배후에는 ‘머리를 숙이고 땅바닥만 쳐다 봐야 건질 것은 하나도 없다.’는 어머니의 인생관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채플린은 각본·감독·주연·음악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다재다능한 영화인으로 코미디에 머물지 않는 인간의 보편적 삶에 대한 진지한 접근, 산업화와 대공황의 시기에 인간성 상실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 휴머니스트로 우리에게 인상지워져 있다. 그가 “세상은 내게 최상의 것과 최악의 것을 동시에 선사했다.”고 술회한 것도 이처럼 극단의 인생을 살아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플린이 반 고흐처럼 인생을 끝내지 않고 행복하게 노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말미에서 밝혔듯 “살아 오는 동안 좋지 않은 일도 많이 겪었지만, 나는 행운과 불운은 떠다니는 구름처럼 종잡을 수 없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인생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유머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고양하고, 우리가 제정신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유머 덕분에 우리는 인생의 부침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채플린이 말하는 ‘살아야 할 이유’이다.3만 2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부고]

    ●권오형(전 문경초등학교장)씨 별세 기용(전 농협중앙회 고양지점장)기목(전 연세대 부처장)기대(대오엔지니어링 대표)기홍(이화공영 이사)기창(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씨 부친상 29일 서울대병원, 발인 31일 오전 6시 (02)2072-2016 ●김용억(대한항공 수석기장)용범(솔빛테크 대표)용보(자영업)씨 모친상 29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31일 오전 9시 (02)2650-2752 ●원용권(무궁화 감사)용진(광양선박 대표)용석(미국 거주)용기(나노정보 대표)용대(한국후지쯔 부장)씨 모친상 원재희(유유 약사)씨 조모상 28일 서울대병원, 발인 31일 오전 7시 (02)2072-2022 ●이윤창(제삼글라스텍 부장)윤혁(주라인성형외과 원장)윤광(현문인쇄소 대리)미진씨 부친상 안진선(통일그룹 기획실장)씨 빙부상 29일 뉴타운장례식장, 발인 31일 오전 8시 (02)941-6499 ●김광식(대구MBC 보도국 구미지사)청조(자영업)두식(〃)씨 모친상 29일 대구 파티마병원, 발인 31일 오전 6시 (053)957-4442 ●원종승(대한항공 구조조정실장)종세(성지순례관광 이사)씨 부친상 28일 일산 국립암센터, 발인 30일 오후 2시 (031)920-0301 ●박종렬(변호사·전 법무부 보호국장)씨 모친상 27일 광주 서구 상무종합병원, 발인 30일 오전 10시 (062)600-7406 ●최문환(전 해양수산부 서기관)씨 상배 윤석(실리콘바인 수석연구원)준호(중앙일보 경제부문 기자)윤정(통신위원회 변호사)씨 모친상 박성우(참조은내과 원장)김범준(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씨 빙모상 차명실(포시즌인스코 과장)권로사(한국가스공사 대리)씨 시모상 29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31일 오전 7시 (02)3410-6903 ●최희정(한국일보 독자마케팅본부 마케팅1부 수도권3팀)씨 빙부상 29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31일 오전 8시30분 (031)787-1511 ●윤호열(전 코리아헤럴드 편집장)씨 별세 종규(삼성코닝정밀 사원)우규(인천길병원 〃)씨 부친상 29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31일 오전 9시 (02)3410-3153
  • [Local] 부안서 신석정 100주년 문화제

    탄생 100주년을 맞은 고(故) 신석정(辛錫正·1907∼1974) 시인을 기리는 문학제가 고향 전북 부안에서 열린다. 행사에서는 군민 100명이 적은 석정 시(詩) 필사원고 전시회와 석정 시 낭송의 밤, 청소년 석정 시 낭송대회, 제 5회 석정 문학·백일장대회가 진행된다. 이와 함께 지역 출신 김용옥 시인이 선생을 추모하는 자작시 ‘시인은 가고 시가 남아’를 낭송한다. 신석정 시인은 일제 저항적인 시 ‘그 먼나라를 알으십니까’와 서구 낭만시를 접목한 ‘봄의 유혹’ 등을 발표했다. 대표 시집으로 ‘촛불’과 ‘산의 서곡’ 등이 있다. 특히 시집 ‘슬픈 목가’는 고향 인쇄소에서 출판됐다.
  • 38회 한국법률문화상 수상자 선정 권성 前헌법재판소 재판관

    38회 한국법률문화상 수상자 선정 권성 前헌법재판소 재판관

    1980년 5월의 광주는 잉크가 아닌 피로 기록된 ‘현대사의 원죄’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원죄를 청산하기 위한 다양한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이 이뤄졌지만, 작전명 ‘화려한 휴가’는 여전히 많은 의문점에 둘러싸여 있다.‘화려한 휴가’는 영화로 제작돼 상영 중이다. 지금보다 11년 앞서 이런 의문점들에 직면한 판사가 권성(66)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다.12·12와 5·18 사건의 항소심에서 재판장(서울고법 부장판사)을 맡아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해 논란을 빚었던 이다. 그는 ‘항복한 장수는 죽이지 않는 법(항장불살·降將不殺)’이라는 판결문을 남겼다. 대한변협이 수여하는 ‘한국법률문화상’의 38번째 수상자로 선정된 지난주 권 전 재판관을 만났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에서 정년퇴임한 뒤 미국 댈러웨어 대학에서 객원교수로 머물다 올 3월 귀국, 법무법인 ‘대륙’의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37년의 법조인 생활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법조계의 원로이지만 가장 먼저 떠올린 사건은 역시 12·12와 5·18 항소심 재판이다. 기록만 캐비넷 6개 분량에다, 검찰과 변호인측이 신청한 증인은 100명 가까이 됐다. 항소심에 들어가기에 앞서 계획표를 짜서 1주일에 두번씩 심리를 진행하는 강행군을 했다. 권 전 재판관은 법원 출두를 거부하는 고 최규하(지난해 작고) 전 대통령에게 구인장을 발부해 증인석에 세웠다. 전직 대통령 3명을 한 법정에 모으는 진기록을 세웠지만, 최 전 대통령은 재임중 국정행위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권 전 재판관은 “최 전 대통령을 강제 구인까지 했는데 끝내 증언을 거부해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배후를 좀 더 밝히는 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증언을 해주셨으면 참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법원의 판결에 정치적인 영향력을 미치려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라면서 법의 신뢰와 권위를 높이기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판결까지 이르는 재판 과정도 힘들었지만,300쪽이 넘는 판결문을 인쇄·제본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판결 전날 법원 회의실에서는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판결문 작성 작업이 벌어졌다.“타이핑을 잘하는 법원 직원 40명 정도가 밤새 판결문을 쳐서 프린터로 뽑았어요. 법원행정처 재직 시절에 알았던 인쇄소 사장에게 부탁해서 제본 기계도 회의실에 들여다놓고, 인쇄소 직원들을 동원해서 대기하고 있다가 프린트가 나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제본을 하게 했죠. 선고가 오전 10시였는데 아침 8시쯤 전화번호부 두께만 한 판결문 100여 부가 완성됐습니다. 판결 전에 내용이 새나가면 큰일나니까 직원들을 10시30분까지 꼼짝 말라고 회의실에 ‘연금’을 해놨죠.(웃음)” 권 전 재판관이 이 사건의 판결문에 인용한 ‘항장불살’이라는 표현은 두고두고 논란이 됐다.‘역사 바로세우기’에 제동을 걸었다는 비난까지 받으며 감형을 결심한 까닭은 무엇일까. “처벌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피로써 피를 씻는 악순환을 계속 되풀이할 수는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이미 광주에서 수없이 피를 흘렸는데 거기에 보태서 또 피를 흘려야 하겠느냐, 이건 어느 시점에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항장불살이란 표현은 국가적 관심이 쏠려 있는 사건인 만큼 감형 이유를 보다 설득력 있게 제시하려다 보니 인용하게 됐습니다.” 그는 감형 판결을 내리면서도 거센 비판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판결 다음날 광주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 중이던 고 홍남순(지난해 작고) 변호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을 때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용은 예상과 정 반대였다. “권 판사, 굉장히 용기있는 판결이었어요. 이쪽에서도 다소 불만 있고, 사형을 원하는 사람이 여럿 있지만 그렇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굉장히 어려운 판결 내려줬어요.” 홍변호사의 이 전화는 권 전 재판관에게 큰 힘이 됐다. 판사실로 항의전화가 오지 않을까 크게 걱정했는데, 대여섯통에 불과했고 그 전화들도 의견이 반반씩 엇갈렸다. 하지만 판결 2년 만에 사면된 ‘피고’의 모습을 보고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당시의 기분을 묻자 권 전 재판관의 입술에 금세 씁쓸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 사면뿐만이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정치인과 관련해 법원이 애써 해놓은 재판을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사면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치인들이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재판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참….” 권 전 재판관과 대통령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헌재 재판관이던 2004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맡았다. 헌법재판소법상 탄핵 심판에서 소수의견 공개 여부에 대한 언급이 없어 그의 의견도 비공개됐지만, 전무후무한 역사적 사건에서 그는 아쉬움도 많이 갖고 있다. 퇴임 뒤 소장 공백 사태 등 진통을 겪은 ‘친정’을 보면서 안타까움도 많았다고 한다. 탄핵심판과 행정수도법 등에 대한 판단을 내리며 헌재의 위상이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는 그는 “헌법재판소 사건들은 정치인과 관련된 사안이 많은데, 여론 등을 동원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정치인들이 많다.”면서 “재판관으로서 이로부터 초연할 수 있는 자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는 수상 소감에 대해 “나같은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수상의 영광을 안게 돼 놀랍고 기쁠 뿐”이라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사진 김명국 기자 daunso@seoul.co.kr ■ 용어 클릭 ●한국법률문화상 대한변협이 법조 실무나 법률학 연구를 통해 인권옹호와 법률문화의 향상 등에 공로가 있는 법조인에게 수여하는 법조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1969년 첫 시상을 시작해 올해로 38회를 맞는다. 올해 시상식은 오는 27일 변호사대회에서 열린다. ■ 권성 前 재판관은 누구 권성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별명은 ‘Mr. 소수의견’이다. 헌재가 2001년과 2002년 간통죄의 위헌 여부를 다뤄 8대1,7대2로 합헌결정을 내렸을 당시에 권 전 재판관은 위헌 의견을 냈다. 간통은 윤리적 비난의 대상일 뿐이고, 죄가 아니라는 얘기다. 호주제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을 때도 그는 합헌 쪽에 섰다. 신행정수도법에 대해 위헌 결정(8대1)을 내렸을 때는 위헌의견을 냈고, 헌재가 1년 뒤에 행정도시특별법 헌법 소원에 대해 7대2로 각하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합헌의견을 냈을 때도 그는 위헌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소신있는 법관의 모습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Mr. 소수의견’이라는 별명에 대한 그의 솔직한 심정은 어떨까. “만족 못하죠. 내가 밝힌 소수의견이 뒷날 다수의견이 된다면 당당하겠지만, 그 전까지야 어디까지나 소수의견일 뿐입니다.” 헌재에서 내린 판결들 때문에 보수 인사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그의 판결 성향을 보수 일변도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이던 1993년 고 박종철씨 유족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신원권(伸寃權)’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 국가가 유족에게 1억 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는 “손해배상이 성립하려면 법률로 보호할 만한 이익이나 권리가 침해됐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하는데, 가족이 갑자기 죽었을 때 그 원인을 밝히고 싶어하는 건 인간의 당연한 성정이고 권리”라면서 “신원을 못하게 막았으니 ‘신원권’을 침해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권성 전 헌재 재판관은 ▲1941년 충남 연기 출생 ▲경기고·서울대 법대 ▲8회 사법시험 합격(1967년) ▲부산지법 판사(1969년)·서울고법 부장판사(1991년)·서울 행정법원장(1999년)·헌법재판소 재판관(2000∼2006년)
  • 종이안경 구멍뚫고 “알몸 보입니다”

    종이안경 구멍뚫고 “알몸 보입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외설적 오락기구등 각종 잡구(雜具)의 과대 광고가 판을 치는 요즈음 『어떤옷을 입어도 당신의 앞에선 여성의 알몸을 환히 들여다 볼수있다』는 내용의 광고문을 실어 엉터리 투시안경을 팔아먹던 사기한이 쇠고랑을 찼다. 안경알 대신 종이를 끼워 옷입어도 알몸 보인다고 지난23일 서울종로경찰서 수사과에 사기혐의로 구속된 양기석(梁起碩·24·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198)은 『한밑천 잡아보려던 것이 그만…』하고 말꼬리를 흐리며 멋적게 웃었다. 피의자 조서를 받는 양앞에 놓인 문제의 「X-레이」안경을 찬찬히 뜯어보던 다른 형사들도 안경을 얼굴에 갖다댄 다음 주위를 둘러보다 『야 이게 무슨 투시안경이냐? 알몸커녕 사람모습도 제대로 안뵌다』며 『엉터리같은 친구』라고 눈을 흘겼다. 싸구려 안경테에 두꺼운 종이를 안경알대신 끼우고 콩알크기만한 구멍에 새털을 붙여 놓은게 투시안경의 정체였다. 이 엉터리안경을 만든 것은 양의 창안은 아니었다. 이미 7년전 미국 「뉴요크」시 「하니톤」회사에서 만들기 시작, 3류오락잡지인 「리얼맨」 「어드벤쳐」등에 어머어마한 문구로 소개하며 단돈 1「달러」에 팔아대던 것. 돈벌이 궁리를 해오던 양은 지난여름 은행에서 바꿔온 1「달러」와 반송료를 동봉, 미국잡지에 적힌 주소로 띄웠으나 한달후에 받아본 미제 「X-레이」안경도 별 신통한게 없었다는 말이다. 햇빛이 비치는 야외나 전등 불밑에서 안경을 쓰고 보면 촘촘히 늘어선 새털사이로 들어오는 광선(光線)이 굴절되어 「프리즘」역할을 하기때문에 물체가 무지개색을 띠워 어른거리며 가늘게 보이는 정도였다는 것. 양은 엄청난 문구와 그림을 그려놓은 미국잡지의 선전과는 너무 차이가 나는 실물을 보고 속았다는 생각에 허탈한 웃을을 지었지만 그런대로 남을 엿본다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세기의 경이(驚異) X레이 안경” 유령회사로 엉터리 광고 원물(原物)을 조심스럽게 분해해가며 1주일동안을 밤낮없이 방구석에 박혀 확대경을 통해 들여다보며 제조과정을 연구해낸 양은 안경점에서 1개 50원하는 싸구려 안경테를 구입했다. 인쇄소에서 두꺼운 종이에 영자(英字)로 인쇄한 안경알을 만들고 동그란 구멍에 끼우는 새털을 남대문양계시장 쓰레기통에서 주워모았다. 지난 9월17일부터 문신·잡지에 양이 싣기 시작한 이 가짜투시안경의 광고내용은 절시증(竊視症)환자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놀라지 마시오, 세기의 경이(驚異)를 이룩한 이 「X-레이」안경을 쓴 당신은 「미니」건 「팬털룬」이건 어떤 옷을 입었든지 관계없이 여자 옷속의 모든것을 볼수 있읍니다. …단돈 6백50원으로 옷속을 보며 즐길수 있는 미제 「X-레이」안경. 상공부특허국에 발명특허출원중…, 서울 청량리우체국사서함 136호』 그 위에는 광고내용의 안경을 쓴 호색적인 모습의 남자가 옷속에 비친 여자의 나체를 보며 입을 딱 벌리고 즐거운듯 웃는 모습을 그려 놓았다. 한미상사라는 유령회사까지 차린 양앞에 처음 며칠동안은 1,2통의 의문섞인 편지가 날아들었으나 양은 자세한 사용법이 적힌 설명서를 보내 이들의 의혹을 씻어주었다. 질문해오는 사람들의 성별로보면 10명가운데 4명은 여자. 약 1주일동안의 선전시간이 지나자 매일 30~40명의 구입신청자가 사서함을 통해 소액환을 보내오기 시작, 양은 혼자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방구석에 앉아 간단하고 힘들이지 않는 이 엉터리 안경제조작업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사기행각은 결코 오래 계속되진 않았다. 지난 10월초 잡지에 실린 이 안경판매광고가 처음으로 꼬리를 잡힌 곳은 문화공보부장관실. 매일 구입신청 30~40명씩 모 종합병원에서도 신청 문공부당국은 광고내용이 사실일 경우 미풍양속을 해쳐 수사해줄 것을 내무부에 의뢰했다. 내무부로부터 수사를 하명받은 종로경찰서 김모형사(32)등 수사진들도 처음엔 호기심까지 곁들여 바짝 긴장, 양의 집을 급습, 양을 검거한 뒤 문제의 안경을 쓰고 동료들의 옷을 뚫어보려 했으나 모두들 허탕을 쳤다. 그동안 양이 팔아온 가짜 안경은 4백여개. 구입자중에는 「X-레이」안경이라는 광고를 보고 환자 진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해서 사갔다가 『투시 현상이 전혀 없는 엉터리 안경이다』라는 항의문을 보낸 XX종합병원, 『소포로 우송되는 도중 안경이 부서졌는지 잘안보이니 포장을 잘해서 하나 더 보내달라』는 광고맹신(盲信)파…등등. 약 한달동안 26만원을 벌었다는 양은 한창 돈벌이 될때 재수없이 잡혔다고 투덜대다가 담당형사들에게 한마디 쏘아 붙였다. 『엉터리를 만들어 파는 나도 나쁘지만 남의 옷속을 보겠다고 염치없이 사려드는 사람들은 뭐가 나을게 있읍니까?』 <우홍제(禹弘濟) 기자> [선데이서울 70년 11월 1일호 제3권 44호 통권 제 109호]
  • 파업 6개월째 ‘막다른 골목에’

    파업 6개월째 ‘막다른 골목에’

    ‘시사저널 사태’가 1년을 맞았다.18일은 삼성 사장단 인사 관련 기사가 시사저널에서 삭제된 지 366일째 되는 날. 파업 6개월째인 시사저널 기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 시사저널사 앞과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 연이어 섰다. 기사삭제 책임자 처벌을 외쳤고, 매체 매각을 추진 중인 사측을 비판했다. 기자들은 “이제 사태를 마무리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회사가 물러서든 우리가 회사를 떠나든 결론을 맺겠다.”는 각오다. 기자들은 이를 ‘끝장투쟁’이라고 표현했다. 기자들은 이날 회사 경영진에게 받았던 사령증과 상패, 기자증을 회사에 반납했고, 노조위원장과 사무국장은 사주 심상기 서울문화사 회장의 북아현동 자택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독립언론 정신 회복’이란 전제 없이는 회사에 복귀할 수 없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1년 전인 지난해 6월15일, 금창태 사장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삼성 이모 당시 부사장은 사장단 인사문제를 비판한 통권 870호 기사에 문제를 제기했고, 금 사장은 17일 편집까지 마친 기사를 인쇄소에서 삭제했다. 회사는 ‘편집권 침해’라며 항의사표 낸 이윤삼 편집국장의 사표를 21일 수리했고, 기자단은 22일 사장 퇴진 시위를 벌였다.29일엔 기자협의회가 노조로 전환하는 등 시사저널 기사삭제 ‘사건’은 순식간에 ‘사태’로 발전했다. 올 1월5일 기자들은 창간 19년만에 첫 파업에 돌입했다. 회사는 회사대로 비상임 편집위원을 대거 위촉해 파업 3일 뒤인 18일 ‘기자 없는 시사저널’을 발행,‘짝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5월15일 기자들의 금 사장 퇴진 요구를 사측이 거부하면서 최종 노사협상이 결렬됐고, 같은 달 22일 기자 23명 전원은 노조 집행부에 사표를 일임했다. 노사간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얼마 전부터는 시사저널 매각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노조측은 “사측의 매각 추진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면서 “매각은 절대 없다고 약속한 심 회장이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노조 주장을 “사실무근”이라 일축하고 있다. ‘시사저널 사태’ 1년, 기자들은 기로에 서 있다. 회사복귀가 불가능하다는 최종 판단이 설 때, 기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새 매체 창간이다. 정희상 위원장은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시민사회가 주도해 창간하는 방식을 제안 받았다.”고 전하면서도 “시사저널 복귀 가능성이 단 1∼2%만 있어도 끝까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끝장투쟁’이 시사저널과의 끝장이 될지 새로운 희망의 시작이 될지, 이번 주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김준성 이수그룹 명예회장 미수 맞아 문학전집 출간

    미수(米壽·88세)를 맞은 원로작가 김준성 이수그룹 명예회장의 문학적 업적을 집대성한 ‘김준성 문학전집’(전6권, 홍영사 펴냄)이 나왔다.‘먼 시간 속의 실종’ ‘사랑을 앞서 가는 시간’ ‘양반의 상투’ ‘문명인쇄소’ ‘욕망의 방’ ‘그가 남기고 온 자리’ 등의 장편과 중·단편 등 36편이 실렸다.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등 자녀들 초청으로 다음달 1일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출간기념회가 열린다. 각권 1만 8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부고]

    ●이근영(전 기술신용보증기금 부장)근우(변호사)명신(미국 거주)명주(〃)씨 부친상 이창무(전 제일은행 비서실장)장기호(주 이라크 대사)안희진(A&A 대표)최종률(전 현대자동차 이사)신인철(STMNET 상무)씨 빙부상 3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6일 오전 7시 (02)3410-6908●박용숙(전 부산대 사범대학장)씨 별세 청원(산업자원부 바이오나노팀장)호원(강릉대 치대교수)정원(약사)씨 부친상 김시경(사업)이제룡(사업)씨 빙부상 변숙희(대진고 교사)씨 시부상 3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6일 오전 4시 (02)3410-6903●박문규(경향신문 산업부 차장)홍규(거로산업)종배(STN)씨 모친상 이상수(자영업)씨 빙모상 4일 경남 함양성심병원, 발인 6일 오전 9시 (055)963-0967●심현제(신원종합개발 전무)씨 모친상 이방규(오토맥스 대표)이경훈(한국씨큐리트 부장)정재학(미국 거주)씨 빙모상 3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6일 오전 9시 (02)3410-6912●김세환(홍성조양인쇄소 대표)씨 별세 기원(자영업)기천(충남정구연맹 회장)씨 부친상 4일 충남 홍성장례식장, 발인 6일 오전 9시 (041)631-6351●김사훈(대코시스템 대표)씨 모친상 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6일 오전 7시 (02)3410-6919●정영주(봉화초등학교 행정실장)미경(머니투데이 편집2부장 겸 사진영상부장)영훈(LG전자 선임연구원)씨 부친상 최철훈(한사랑의원 원장)씨 빙부상 3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5일 오전 8시 (02)3010-2291●김영규(농림부 비상계획관)씨 모친상 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6일 오전 7시 (02)3010-2237●김희겸(메리츠증권 전무)유용호(사업)유영렬(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김세연(출판인)씨 빙부상 4일 인하대병원, 발인 6일 오전 8시 (032)890-3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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