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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결혼 후 근황 공개 “결혼하더니 소녀가 됐다”

    김정은, 결혼 후 근황 공개 “결혼하더니 소녀가 됐다”

    김정은 근황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12일 방송된 ‘비디오스타-럭셔리잇셔리 특집! 품격 있는 그녀’ 편에서는 유서진, 김준희, 김혜진, 이유애린이 출연했다. 이날 김정은은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를 통해 사랑받은 배우 유서진의 절친으로 전화 응원에 나섰다. 유서진은 “김정은이 결혼하더니 소녀가 됐다”고 전했는데 통화로 확인한 근황은 말 그대로였다. 김정은은 작년 4월에 결혼한 후 오랜만에 근황을 전하며 행복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출연진들의 부러움을 샀다. 또한 2세 계획을 묻는 MC의 질문엔 “밤낮으로 열심히 노력 중이다” 라며 알콩달콩한 신혼생활을 자랑했다. 마지막으로 남편에 대해 “인생의 베스트 프렌드를 얻은 느낌”이라고 설명해 MC들의 부러움을 유발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한 여자를 지키기 위한 챔피언의 사투…‘보이카’ 예고편 공개

    한 여자를 지키기 위한 챔피언의 사투…‘보이카’ 예고편 공개

    영화 ‘보이카: 언디스퓨티드 파이널’이 개봉을 앞두고 메인 예고편을 공개했다. ‘보이카: 언디스퓨티드 파이널’은 세계 최고의 파이터 보이카가 경기 중 상대 선수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고 발생 후, 죽은 선수의 아내를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공개된 예고편은 유럽지부 챔피언십에 나가기 위해 일생일대의 경기를 치르는 보이카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번 경기를 통해 인생역전을 꿈꾸던 보이카는 경기 중 사고로 상대 선수를 죽이게 된다. 죄책감을 느끼며 괴로워하던 보이카는 죽은 선수의 아내를 돕기 위해 러시아로 떠난다. 그 사이, 범죄조직으로부터 협박당하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링에 오르게 되는 그의 모습이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극중 주인공 보이카 역은 ‘본 얼티메이텀’, ‘닥터 스트레인지’ 등 다수 작품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였던 ‘스콧 애드킨스’가 맡았다. 또 시원한 액션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메카닉: 리크루트’의 제작진이 참여했다. 영화 ‘보이카: 언디스퓨티드 파이널’은 9월 14일 개봉 예정이다. 88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언터쳐블’ 진구 김성균 고준희 정은지, 믿고 보는 배우들의 캐스팅

    ‘언터쳐블’ 진구 김성균 고준희 정은지, 믿고 보는 배우들의 캐스팅

    2017년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 JTBC 새 금토드라마 ‘언터처블’에 진구-김성균-고준희-정은지가 출연을 확정하며 묵직한 첫발을 내디뎠다.JTBC 새 금토드라마 ‘언터처블’(연출 조남국, 극본 최진원) 측은 “‘언터처블’이 ‘더 패키지’의 후속으로 오는 11월 24일, JTBC 새 금토드라마로 첫 방송되며 배우 진구, 김성균, 고준희, 정은지가 출연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언터처블’은 삶의 전부인 아내를 잃고 가족의 추악한 권력과 맞서는 차남 장준서와 살기 위해 악이 된 장남 장기서, 두 형제의 엇갈린 선택을 그린 웰메이드 액션 추적극이다. 무엇보다 ‘언터처블’은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 ‘황금의 제국’으로 선 굵은 연출력을 인정받은 조남국 감독과 드라마 ‘빅맨’ 등을 통해 밀도 높은 필력을 뽐냈던 최진원 작가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기대작. 여기에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진구-김성균-고준희-정은지가 합세하면서 연출, 극본, 연기 삼박자가 어우러진 믿고 보는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먼저 진구는 ‘장준서’ 역을 맡았다. 장준서는 일가의 추악함과 맞서는 장씨일가의 차남으로 죽은 아내의 진심과 사건의 진실을 끝까지 쫓는 인물이다. 미치도록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 후, 아내의 모든 것이 가짜였음을 알게 되면서 가혹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진구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영화 ‘26’년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며 존재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여온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다. 매 작품 탄탄한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본인 만의 캐릭터를 구축해온 진구가 ‘언터처블’을 통해 어떤 연기 변신을 선보일지 관심이 증폭된다. 김성균은 ‘장기서’를 연기한다. 장기서는 아버지의 어둠에 물든 장씨일가의 장남으로 약해질 수 없었기에 악해져야만 했던 남자. 그는 악마 같은 아버지를 두려워하지만 생존을 위해 아버지처럼 악랄한 권력자로 변모해가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이 가운데 김성균의 연기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성균은 앞서 영화 ‘이웃사람’을 통해 오금이 저릴 정도로 섬뜩한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바 있다. 이에 김성균이 ‘언터처블’을 통해 또 한번 악역 연기의 새 역사를 쓸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편 고준희는 전직 대통령의 딸 ‘구자경’ 역을 맡았다. 구자경은 야망으로 가득 찬 장씨일가의 며느리이자 화려한 일상 뒤에 가려진 고요한 분노와 증오를 지닌 인물. 그는 뛰어난 두뇌와 권력욕을 가졌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며 가슴 속에 깊은 그늘과 날카로운 가시를 동시에 품은 여인이다. 고준희는 ‘언터처블’을 통해 2년만에 컴백을 알리고 있다. 무엇보다 고준희는 조남국 감독과 ‘추적자 THE CHASER’ 이후 두 번째 만남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고준희가 ‘추적자 THE CHASER’를 통해 안정적인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배우로서 입지를 공고했던 만큼, ‘언터처블’을 통해 조남국 감독과 또 한번의 기분 좋은 앙상블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감을 높인다. 끝으로 정은지는 ‘서이라’ 역으로 분할 예정이다. 서이라는 장씨일가와의 연이 시작된 신임검사로, 꿈꿔왔던 권력이 믿기 힘든 현실이 되어버린 인물이다. 권력집단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당한 타협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지만 준서와 함께 정혜의 행적을 쫓으며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하고 이와 동시에 준서에게 점점 빠져들게 된다. 정은지 역시 ‘언터처블’을 통한 2년만의 브라운관 복귀. 정은지는 아이돌 출신 배우에 대한 선입견을 깨부순 1등공신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력을 자랑하는 원조 연기돌. 정은지가 학원물부터 시작해 로맨스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온 만큼 2년만의 안방극장 컴백에 기대감이 고조된다. 한편 JTBC 새 금토드라마 ‘언터처블’는 삶의 전부인 아내를 잃고 가족의 추악한 권력과 맞서는 차남 장준서와 살기 위해 악이 된 장남 장기서, 두 형제의 엇갈린 선택을 그린 웰메이드 액션 추적극이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불타는 청춘’ 정유석♥이연수 “누나였지만..사람일은 모른다”

    ‘불타는 청춘’ 정유석♥이연수 “누나였지만..사람일은 모른다”

    ‘불타는 청춘’ 정유석 이연수가 핑크빛 기류를 보였다.12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에서는 보라카이에서 여행을 즐기는 ‘불타는 청춘’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연유 남매’ 이연수 정유석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흘러 눈길을 끌었다. 27년지기인 두 사람은 평소에도 주변에서 “잘해봐라”라는 말을 들을 정도. 이연수과 정유석은 저녁 시간이 되자 김국진의 지시에 따라 저녁 장을 보기 위해 시장으로 갔다. 이연수는 “나 버리고 가면 안 된다”고 말했고, 정유석은 “내 가방끈을 잡으라”며 이연수를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연수와 정유석은 장을 마치고 맥주 한 잔을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핑크빛 기류가 흐른다는 주변의 반응을 이야기하며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정유석은 “주변 사람들 얘기를 참고해 보려고. 잘 어울린다고 하니”라고 말했고, 이연수도 “사람의 마음은 억지로 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나를 맡기고 싶다”고 말했다. 정유석은 ‘불타는 청춘’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사람 일은 모르지 않냐. 이건 정말 알 수 없다”고 말했고, 이연수는 “주변에서 잘 해봐라 하니까 한 번쯤은 생각이 든다. 인생은 알 수 없는 일이니까”라고 말했다. 이후 정유석은 저녁을 먹은 뒤 김완선과 해변에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김완선은 이연수와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했고, 정유석은 “마지막 연애를 하고 많이 힘들었다. 지금은 혼자인 게 편하다”면서도 “그렇다고 할아버지가 돼서도 혼자 살 생각은 없다. 하지만 아직은..”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유석은 이연수에 대해 “처음 볼 때부터 그냥 누나였다. 그게 마음에 박혔다”면서 “사람은 일은 모르는 거지만..”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완선은 “지금 당장 어쩌라는 게 아니라, 찬찬히 보다 보면..”이라고 조언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불타는 청춘’은 전국시청률 1부 6.5%, 2부 7.2%로 집계됐다. 이는 동시간대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지난회 6.9%, 6.6% 보다도 소폭 상승한 수치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지구의 소리’와 외계인 탐사 40년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지구의 소리’와 외계인 탐사 40년

    공상과학(SF) 영화와 소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는 다름 아닌 ‘외계인’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SF에 등장한 외계인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인류의 친구로, 때로는 인간을 말살하고 지구를 식민지화하려는 정복자로 묘사돼 왔습니다.세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외계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영국 소설가 허버트 웰스가 1898년에 펴낸 ‘우주전쟁’에 등장하는 다리가 여러 개 달린 문어 모양이나 1982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ET’에 등장하는 다리가 짧고 목이 길며 머리가 큰 모습일 것입니다.그렇다면 외계인은 정말로 있을까요.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학문 분야 중 하나인 우주생물학은 지구를 포함한 우주에서 생명의 기원과 본성, 진화를 연구합니다. 우주생물학에서 중요한 세 가지 질문은 ‘생명이 거주할 수 있는 곳은 얼마나 많을까’, ‘생물학은 지구에서만 적용 가능한가’, ‘우주 어딘가에 지적이며 소통 가능한 문명은 있는가’입니다. ●40년 전 보이저 1·2호 발사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인류는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77년 9월 5일 ‘보이저 1호’를 발사했습니다. 보이저 2호는 이보다 2주 앞선 1977년 8월 20일에 먼저 발사됐지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쌍둥이 탐사선을 동시에 발사하려고 했지만 1호에 문제가 발생해 2호를 우선 발사했던 것입니다. 2주 차를 두고 발사된 보이저 1, 2호는 지금 이 시간에도 ‘그랜드 투어’라고 불리는 성간(Interstellar) 여행 중입니다. ●지구 정보 담긴 ‘골든 레코드’ 탑재 보이저호에는 다른 우주 탐사선들과 달리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혹시 모를 외계 문명과의 조우를 위해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과 지구 환경 및 인류 문명을 암시하는 사진 118장, 지구를 대표할 음악 27곡, 지구와 생명의 진화를 표현한 소리 19개가 담겨진 ‘지구의 소리’라는 이름의 골든 레코드가 실려 있다는 것입니다. 지름 30㎝ 정도의 이 금박 LP레코드판 안에는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란 말도 또렷하게 녹음돼 있습니다. 골든 레코드를 기획, 제작하고 우주로 내보낸 총책임자는 ‘코스모스’의 저자로 유명한 칼 세이건 박사입니다. 세이건 박사는 골든 레코드에 어떤 사진과 음악을 넣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무척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지구를 대표한다는 것을 넣어 놨는데 그것을 보고 외계인이 자칫 지구 문명에 대해 오해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사실 세이건 박사와 당시 골든 레코드를 만든 연구자, 제작자들은 외계인이 골든 레코드를 읽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지는 않았답니다. 그럼에도 골든 레코드판의 수명을 10억년 정도로 한 것은 언젠가는 만날 외계 생명체에게 지구 문명을 알리고 우리를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단서를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 프로젝트 ‘세티’의 창설자 중 한 명이자 보이저호에 실린 골든 레코드의 기술감독이었던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가 만든 ‘드레이크 방정식’은 인류 문명과 교신 가능한 외계 문명의 수를 계산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물론 방정식에 들어 있는 변수 중 은하에 있는 별의 개수와 행성을 갖는 항성(별)의 비율 이외에는 정확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계산된 문명의 수는 최소 10개에서 최대 수백만 개까지 다양합니다. 어쨌든 이 넓은 우주에 인간만이 유일하게 문명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점’에 사는 인생, 너그럽게 살기를 1990년 2월 14일 지구에서 61억㎞ 정도 떨어져 있는 보이저 1호가 지구를 찍은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그 사진을 본 세이건 박사는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우주에서는 보잘것없는 하나의 점에서 살면서 사람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 아웅다웅 싸워 대는 것이 안타깝다고도 했습니다. 빛 공해 때문에 도심에서는 밤하늘의 별을 보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가끔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세상과 타인에 대해 좀더 너그러워지고 겸손해졌으면 싶습니다. edmondy@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낮은 곳부터 발품팔기 7년째… 관악 ‘스토리 행정’ 해피엔딩

    [자치단체장 25시] 낮은 곳부터 발품팔기 7년째… 관악 ‘스토리 행정’ 해피엔딩

    ‘원고지 위에서 죽고 싶다.’ 2013년 작고한 소설가 최인호 선생이 손도장과 함께 남긴 글이다. 사망 한 달 전이었다. 유종필(60) 서울 관악구청장은 요즘 일주일에 한 번꼴로 유명 포털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있다. 연재 아닌 연재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물었더니 최인호 선생의 손도장과 마주한 기억을 꺼낸다. “2014년 이맘때쯤 서울 평창동에 있는 영인문학관에서 최인호 선생의 1주기 추모전이 열렸어요. 죽기 한 달 전 선생이 남긴 손도장과 글,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빠진 손톱을 대신하던 고무 골무를 봤습니다. 인간은 기록하는 동물입니다. 제가 쓰는 글을 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공직자로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일종의 의무지요. 아니, 기록의 특권을 누리려고 합니다.”2014년 6월 이후 멈춰 있던 유 구청장의 게시판에 새 글이 올라온 건 지난 7월 19일이었다. 첫 글 이후 지금까지 모두 아홉 개의 글이 모였다. 글을 아우르는 제목은 ‘유종필의 관악 소리’. 평소 자기만의 색깔이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며 ‘헤드(Head)보다는 헤어(Hair)’를 외치는 그답게 머리를 노랗게 염색했을 때의 얼굴 사진을 오려 대문에 익살스럽게 붙였다. 글에 한도를 두지 않았다. “직무와 관련됐거나 무관한 이야기를 부정기적으로 포스팅하려 합니다. 길이도 다 다르고요. 스스로 지난 7년을 돌아보고 나머지 기간을 마무리하는 나만의 방법이지요.”실제로 구청장 불출마 선언, 장애인, 반려동물과 관련된 주요 사업 등과 같은 구청장 유종필의 이야기부터 휴가에 대한 단상, 대중교통의 날에 본의 아니게 대중교통을 이용했던 에피소드 등 인간 유종필에 대한 이야기도 섞여 있다. 하지만 아홉 개의 글에 나름의 원칙이 엿보인다. 글마다 생생한 에피소드가 있고 그의 전매특허인 유머도 살아 있다. “글이나 말을 할 때 3가지 원칙이 있는데요. 첫째가 ‘가급적 단순할 것’이고요. 둘째가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이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입니다. 스웨덴 작가인 요나스 요나손이나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유머가 있으면 금상첨화지요. 몇 번을 읽어 보고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쓰려고 합니다.” 그중 ‘한 동물을 사랑하기 전까지 내 영혼의 일부는 잠든 상태로 있었다’는 글은 서울대 고시촌에서 만난 ‘캣맘’(길고양이에게 주기적으로 사료를 챙겨 주는 사람)들과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지난해 관악구는 전국 최초로 반려동물팀을 만들고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행복한 관악’을 선포했다. 반려동물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동반자로 인식하기 위함이다. 유 구청장은 임기 동안 동물매개활동과 서울대 동물병원과 협업 사업 등을 펼쳤다. “동물매개 활동이란 사람이 동물과 함께 즐겁게 지내면서 정서적·심리적 안정을 찾고 신체적 발달을 촉진할 수도 있는 활동입니다. 교육을 수료한 사람과 반려견이 홀몸노인이나 한부모 가정 자녀 등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찾아가 자연스럽게 마음을 보듬어 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일본의 유명한 치료견 ‘지로리’는 쓰레기장에 버려진 유기견이었지만 치료견으로 13년간 활동하며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보듬어 준 일이 있었다. 관악구의 동물매개 활동으로 지난해 봉사자 16명, 봉사견 19마리가 수료했고 올해는 봉사자 6명, 봉사견 5마리가 교육을 받았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동물병원과 함께하는 ‘반려동물과 사람이 행복한 관악 만들기’ 사업도 큰 인기다. 교수들이 직접 주민들에게 반려동물의 건강과 양육에 관한 상식뿐 아니라 반려견의 주요 행동 원인과 해결 방법, 반려동물 마사지 방법, 강아지 언어 등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동물복지, 학대행위 방지 등을 위한 동물보호 조례도 만들어졌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누릴 수 있는 편의시설인 ‘개판 5분 전’도 도림천 인근 200㎡(약 60평)와 낙성대 야외놀이마당 내 250㎡(약 75평)에 조성됐다. ‘누구라도, 언제라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글은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를 만난 이야기로 시작된다. 발달장애인은 어른이 돼도 정신연령이 초등학생 수준이지만, 받아 주는 곳이 없다는 게 요지였다. 유 구청장은 어머니들의 바람을 실현했다. 관악구에는 내년 발달장애인들이 성인이 돼서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평생교육센터가 완공된다.“2010년 구청장 출마 때 장애인종합복지관 설립을 공약했더니 대다수 장애인이 냉소적이었죠.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거였죠. 실제로 예산을 뽑아 보니 130억원 정도인 걸 보고 한숨만 나왔습니다. 당시 재정으로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거든요. 일단 첫걸음을 떼는 게 중요했습니다. 장애인복지관 기금 마련 조례를 만들고 매년 10억원 정도를 기금으로 적립했어요. 3년 정도 후에 중앙정부의 로또복권기금을 따내고 서울시 지원을 90억원 가까이 확보하면서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유 구청장의 두 번째 취임식은 특별했다. 그는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단상에 오르길 포기하고 휠체어를 탔다. 그리고 장애인들과 관악산 무장애등산로를 올랐다. 경사도 8도 미만의 1.8㎞ 무장애등산로는 유 구청장이 중점적으로 기획한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장애인이 251만명이고 관악구만 해도 2만여명이 장애인입니다. 이 중 90%가 후천적으로 장애가 생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누구라도 언제라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장애인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고 바로 자기 일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유 구청장이 즐기는 농담 중에 ‘경로당’ 레퍼토리가 있다. 유 구청장은 노인들에게 “제가 무슨 당이지요?”라고 묻는다. 그리고 이렇게 답한다. “저는 여당도 아니고 야당도 아니고 경로당입니다. 제가 경로당 청년부장의 자세로 어르신들을 모시겠습니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 줄 알고 잔뜩 힘을 주고 있던 어르신들은 유 구청장의 농담에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유 구청장의 9번째 포스팅은 노인복지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유 구청장은 지역 내 전체 112개 경로당 순회를 마쳤다. 구청장으로 있는 동안 경로당에 방문한 횟수만도 500회가 될 정도다. 그는 경로당의 보일러, 에어컨을 점검하고 냉장고와 찬장까지 열어 본다. 자주 경로당을 찾다 보니 예산 배분의 문제점도 직접 발견했다. “경로당 보조금 지원을 면적 기준으로 하다 보니 비좁은 곳은 오히려 보조금이 적어지는 불합리한 상황이었습니다. 전형적인 행정편의 사례였죠. 그래서 4가지 기준을 만들었어요. 가령 임대아파트는 지원 등급을 올리는 식입니다. 무조건 임대아파트부터 우선순위로 하자고 했어요.” 유 구청장은 종종 관악구 곳곳에 피어 있는 능소화 이야길 한다. 지난 7월 유 구청장은 다음 구청장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능소화는 시들기 전에 스스로 꽃을 떨군다.… 불출마 선언 안팎’이라는 글에 자신의 심경을 능소화에 빗대 썼다. 능소화는 시들 때까지 피어 있지 않고 절정의 시기에 스스로 꽃을 떨군다. “저는 성공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는 불문율 비슷한 걸 가지고 있는데 관악구청장으로 8년은 내 인생에서 최장기간이니 떠나는 것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로컬에서 일했던 만큼 앞으로는 내셔널하게 활동해야지요.”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월드피플+] “내 딸이 당신 가슴 속에…” 낯선 이와 눈물의 만남

    [월드피플+] “내 딸이 당신 가슴 속에…” 낯선 이와 눈물의 만남

    "당신 가슴 속에 내 딸의 폐가 숨을 쉬고 있네요" 지난해 6월 20일 부모라면 누구도 받고싶지 않은 비극적인 소식을 담은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딸이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것. 그리고 얼마 전. 악몽같은 현실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한 부모는 낯선 여성을 꼭 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가슴 속에서 딸의 폐가 숨쉬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미국 NBC뉴스는 장기기증 가족과 수혜자의 가슴 아프지만 따뜻한 만남의 사연을 전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장기기증자의 부모인 레이와 안젤라 저스티스 부부와 수혜자인 재키 프라이스다. 저스티스 부부의 금지옥엽같은 딸 사만다는 워싱턴D.C.의 한 도로에서 트럭에 치여 숨졌다. 불과 20세의 꽃다운 나이였다.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도 잠시 저스티스 부부는 딸의 장기를 이식하는 고귀한 선택을 하게 된다. 이같은 희생으로 사만다는 생면부지의 5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렇게 1년 여가 흐른 최근 저스티스 부부는 한 낯선 여성으로부터 장문의 편지를 받았다. 바로 사만다의 폐로 새로운 삶을 얻게 된 25세 여성 재키였다. 그녀는 "사만다의 폐가 내 안에서 숨을 쉰다"면서 "내가 지금 여기에 살아있는 것은 그녀 덕분"이라고 편지에 적었다. 이렇게 편지를 계기로 저스티스 부부와 재키는 지난 10일 만났고 서로를 꼭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숨진 사만다의 엄마 안젤라는 "당신 가슴 속에서 내 딸의 아름다운 영혼이 숨을 쉰다"면서 "생전 딸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였다"며 눈물을 훔쳤다. 고귀한 희생 덕에 새로운 인생을 얻게 된 재키 역시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1년 전 만 해도 폐병으로 인생의 마지막으로 향하던 그녀에게 오늘날의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재키는 "나에게는 고귀한 선물이 저스티스 가족에게는 비극이었다"면서 "뭐라고 감사의 말을 해야할 지 표현조차 못하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어 "앞으로 계속 저스티스 가족과 연락하며 만남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최파타 지소울 “지난 1년, 인생에서 술 가장 많이 마셔” 왜?

    최파타 지소울 “지난 1년, 인생에서 술 가장 많이 마셔” 왜?

    가수 지소울이 앨범 작업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12일 방송된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에는 지소울, 황인선이 출연해 입담을 과시했다. 최근 지소울은 신곡을 발매했다. 지소울은 “모든 곡을 술에 취해 작업했다. 지난 1년 동안 내 인생에서 술을 가장 많이 마셨다”고 고백했다. 이어 “작년에 힘든 일이 많았다.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여러 일을 겪으며 술에 의존하게 됐다. 이번 앨범 수록곡 중 3곡이 술에 대한 곡이다”라고 털어놨다. 사진 = SBS 파워FM 보이는 라디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고진하의 시골살이] 청풍명월과 노니는 법

    [고진하의 시골살이] 청풍명월과 노니는 법

    저물녘 꽃봉오리를 여는 신비로운 꽃. 저녁에 피었다가 아침에 지는 꽃. 캄캄한 밤중에도 노란 등(燈)을 주위에 밝히는 꽃. 7080세대가 기억하는 가수 이용복이 통기타를 치며 애잔한 목소리로 불렀던 달맞이꽃. “얼마나 그리우면 꽃이 됐나/찬 새벽 올 때까지 홀로 피어/쓸쓸히 쓸쓸히 시들어 가는/그 이름 달맞이꽃.” 달빛 흐르는 마을 농로를 홀로 걸으며 길가에 핀 달맞이꽃 동무 삼아 밤길을 걸으며 그 이름 달맞이꽃 불러 본다. 누가 들었으면 웬 청승이냐 했을까나. 그러나 두메의 산촌 길엔 고요와 적막만 가득할 뿐. 길가에서 화답하듯 귀뚜르르 귀뚜르르…. 우짖는 풀벌레들의 나직한 메아리만 있을 뿐.그렇게 밤의 정취를 일깨우는 달맞이꽃을 보고 걷자니 친구 시인 송재학의 아름다운 시구도 떠오른다. “내가 짐작하는 달은 지상에만 제 짝이 있다 달빛이 쌓아 올린 저녁 너머 달의 일부였던 꽃이 있고, 달을 따라가지 않고 지상에 남았던 꽃은 삭망(朔望)을 되새김질하는데, 그게 슬프지만 않다.”(‘달맞이꽃’ 부분) 지상에만 제 짝이 있는 시인의 달, 그 달빛이 쌓아 올린 저녁 너머 달의 일부였던 꽃이지만, 달을 따라가지 않고 지상에 남은 달맞이꽃, 시인은 그 꽃이 슬프지만 않다고 노래한다. 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서재에 들어와 앉으니 온종일 뒤숭숭하던 마음이 한결 고즈넉해진다. 북핵, 미사일, 대북 제재, 선제공격 따위의 사뭇 거칠고 위협적인 말들이 난무하던 하루. 하지만 서재 창엔 교교하게 어린 달의 눈빛이 오련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엔 오가리 든 인생들이 서로 다투고 찍어 누르고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공생의 삶을 거부하지만, 오련한 달의 눈빛을 바라보고 있자니 우주는 공존공생의 사랑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웅변하는 듯싶다. 얼마 전 중국 소동파의 ‘적벽부’를 읽었다. 소동파가 누구던가. 북송 4대가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위대한 시인이자 서예가이자 창조적인 화가가 아닌가. 하지만 그는 자기 인생의 황금기를 유배 생활로 보냈다. 노년에 이르기까지 낯선 오지에서 유폐된 생활을 했다. 오늘 우리가 살던 시대와 견주어도 그는 그렇게 여유와 한가로움을 노래할 만큼 쉽고 편안한 생을 살지 않았다. 늘 벼랑을 마주한 것과 같은 삶을 살았으면서도 소동파는 가파른 벼랑 위에 뜬 달을 노래했다. “저 강상의 맑은 바람과 산간의 밝은 달이여./귀로 듣느니 소리가 되고 눈으로 보노니 빛이 되도다./갖고자 해도 금할 이 없고 쓰자 해도 다할 날이 없으니./이것은 조물(造物)의 무진장이로다.” 그렇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은 돈을 들여 사지 않을뿐더러 그것을 누가 가져도 금할 이 없다. 왜? 무진장(無盡藏)이니까. 그러나 세상에 무진장한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즐기려는 사람은 몹시 드물다. 은퇴하면 산촌으로 솔가해 한가롭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이는 많지만, 그렇게 은퇴한 사람들도 은퇴하지 않은 듯 분주함의 굴레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더라. 여전히 티격태격 남들과 경쟁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더라. 그처럼 경쟁하는 습성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람이 어찌 청풍명월을 즐길 수 있겠는가. 요샌 어디 가서 놀아도 돈을 요구하는 세상이지만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청풍명월은 돈 없이 즐길 수 있지 않는가. 이처럼 값없는 청풍명월과 노니는 법을 모르고 어찌 이 거칠고 사나운 천민자본의 세상을 건널 수 있겠는가. 옛사람은 말했다. 하늘은 한가로움을 아껴 아무에게나 한가로운 삶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그렇다. 한가로움은 돈으로나 정보로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 떠 있는 두메에 들었다고 한가로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존재가 한가로울 때 비로소 유유자적하는 삶을 누릴 수 있는 법. 이유 없이 행복을 누릴 수 있을 때 남에게도 행복을 선사할 수 있는 법.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 그렇듯 한가로움은 무진장이다. 그러나 진동한동 매사에 분주한 사람은 무진장인 한가로움도 누릴 수 없다. 나는 이제 더이상 생의 큰 바람이 없다. 식구들 끼니를 굶기지 않고, 내 골방을 덥힐 땔나무가 있고, 창가에 어린 달빛 조명 아래 읽고 싶은 책 몇 페이지를 흔감하는 것.
  • 또 다른 세상… 70석 ‘광장’에 나가다

    또 다른 세상… 70석 ‘광장’에 나가다

    “나는 비로소 세상과 다시 만나기 위해 매일 저녁 광장에 나가서 커피를 나누어 주었소.”연출가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미국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의 ‘동물원 이야기’를 한국 이야기로 완전히 바꿔 쓴 연극 ‘노숙의 시’(17일까지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 2장의 첫 대사다. 이 연극에서 질곡의 근현대사를 겪은 60대 노숙인 ‘무명씨’를 연기하는 배우 명계남(65)의 실제 경험담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겨울 토요일마다 열린 촛불 집회에서 매번 지인들과 함께 1000여잔의 커피를 시민들에게 나눠주면서 그들과 눈을 맞췄다. 뜨거운 광장의 기억을 오롯이 간직한 그는 요즘 저 대사처럼 또 다른 세상과 뜨겁게 만나고 있다. 작은 숨소리마저 귀에 닿는 70여석의 소극장이 ‘광장’이다. 올해로 배우 인생 44년째에 접어든 그는 “멋있게 말하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말 연극을 처음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1973년 대학 연극반에서 작품 준비를 하던 도중 계엄령이 나서 학교가 문을 닫았어요. 그래서 학교 앞 다방에 모여서 공연을 하기로 했는데 그 작품이 바로 ‘동물원 이야기’입니다. 저의 연극 데뷔작이죠. 아직까지 대사를 기억하는 장면이 있을 정도로 배우를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에요. 연극이 지닌 생명력, 관객과의 만남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을 처음 알게 해 준 작품이거든요.” 지난해 연극 ‘황혼’에 이어 연희단거리패와는 두 번째 작업이다. 동갑내기인 이윤택 연출가의 ‘러브콜’ 덕분에 인연이 시작됐다. “이윤택 선생이랑 작업을 할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매번 엇갈렸어요. 그러다가 연희단거리패가 매년 여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저의 모노극 ‘콘트라베이스’라는 작품을 2013년에 공연했는데, 마침 이 작품을 보신 이 선생이 제게 나중에 작품을 함께해 보자고 하더라고요. 저야 불감청고소원이었죠(웃음).” 다른 요소들을 거의 배제한 채 언어만으로 극을 이끄는 이번 작품에서 명계남의 연기력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그는 A4용지 1장 분량이 넘는 대사를 막힘없이 술술 쏟아낸다. 저 많은 걸 다 어떻게 외웠을까 싶지만, 명계남은 배우라면 응당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게다가 직접 경험한 광장에서의 ‘놀라운 기억’ 덕분에 연기가 “자신에게 달라붙기 쉬웠다”고. “지난해 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보면서 ‘이 세상에 완전한 절망은 없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결국은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이끌어간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이었어요. 최루탄이나 돌멩이 없이 촛불로 세상이라는 거대한 산을 움직이는 것이 경이로웠죠.” 작품의 내용이 촛불 시위와 근현대사의 비극에 관한 것인 만큼 평소 뚜렷한 정치적 소신을 밝혀온 그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에 기대를 안고 오는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연극이 우리 사회를 관통하지만 상징과 은유를 통해 표현한 만큼 특정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예술은 세상의 고민을 잊게도 하지만, 우리가 딛은 세상에서 놓치기 쉬운 것을 되새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죠. 그런 면에서 이번 연극은 광장의 혁명에 대해, 광장에서 촛불을 든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주머니와 학력의 크기에 상관없이 촛불을 들었던 정신처럼 서로를 적대시 하지 말고 생명, 화합, 치유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보자는 거죠.” 명계남과 이윤택의 남다른 ‘케미’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우선 17일 서울에서 공연을 마친 뒤 새달 밀양에서 ‘노숙의 시’ 특별 공연을 이어 간다. 내년에는 영국 작가 크리스토퍼 말로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파우스트 박사의 선택’과 오페라 ‘꽃을 바치는 시간’에서도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사람들이 텔레비전이나 영화관이 아닌 공연장을 찾아 연극을 보는 것에 대해 이 선생이랑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좀 더 정통적인, 연극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계속 해보자는 이야기도요. 윌리엄 셰익스피어 작품이라든지 관객들이 보통 접하기 힘든 것들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많이 선보이고 싶어요. 생각하시는 것보다 저 아직 젊거든요. 하하하.”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삶과 자연의 결정적 순간, 짧은 언어 긴 여백에 담아

    삶과 자연의 결정적 순간, 짧은 언어 긴 여백에 담아

    “시란 행간과 여백을 통해 더 많은 것을 표현하며, 이 표현되지 않은 침묵과 함축이 내부로부터 어쩔 수 없이 리듬을 생성시킨다.”이시영(68) 시인이 지난해 펴낸 산문집 ‘시 읽기의 즐거움’에 쓴 말이다. 최소한의 언어가 거느린 여백. 그 침묵과 함축의 공간에서 스며 오르는 시적 감흥와 리듬은 그의 열네 번째 시집 ‘하동’(창비)을 미리 내다본 듯하다. 올해 시력 48년을 맞는 시인이 ‘호야네 집’ 이후 3년 만에 펴낸 새 시집에는 “인생과 자연의 결정적 순간”을 그대로 결빙한 2~4줄의 단시들이 자연이 생래부터 터득한 이치와 범속한 세상사의 속살을 꿰뚫는다. ‘대추나무에 대추들이 알알이 달려 있다/스치면서 바람만이 그 노고를 알 것이다’(노고) ‘형의 어깨 뒤에 기대어 저무는 아우 능선의 모습은 아름답다/어느 저녁이 와서 저들의 아슬한 평화를 깰 것인가’(능선)1990년대부터 단시 실험에 골몰해 온 시인의 새 시편들에는 순수한 감정이 생동한다. 특히 시 ‘무제’(‘겨울 속의 목련나무에 꽃망울이 맺혔다/세상엔 이런 작은 기쁨도 있는가’)를 두고 시인의 오랜 지기인 염무웅 문학평론가는 “시를 잊고 삶을 얻은 것”이라며 “큰 이야기에 묻힌 작은 이야기들의 귀환을 정성스레 갈무리하려는 시인의 뜻, 바로 그 근처가 산화(이시영 시인의 호) 단시의 둥지”라고 짚었다. 시인의 시선은 일상의 찰나에만 머물지 않는다. 1948년 여순사건으로 즉결처분된 매형의 죽음을 돌아보며 국가의 폭력을 건조한 어투로 상기시키는가 하면, 1970년대 고은 시인과 그를 감시하던 형사까지 함께 둘러앉아 먹던 아우죽(시 ‘아욱죽’)을 그리워해도 본다.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에서 ‘하얀 헬멧’의 품에 구조된 생후 3주 된 아기의 숨결(인샬라!)까지 굽어살피면서, 관심글로 지정한 세월호 유족 어머니의 트윗을 그대로 시(2014년 9월 19일)로 들여보내는 등 시대와 장소를 아우르며 통증을 공유한다. 동화작가 권정생, 김남주 시인 등 동료 문인들의 죽음 앞에서 삶의 자세를 다시 곧추세우는 시편들은 문학과 시대 앞에 염결한 시인의 태도를 엿보게 한다. ‘임종이 임박했다는 새벽 전화를 받고 고려병원에 달려갔을 때의 일이다. 황달이 퍼져 샛노란 눈빛의 김남주가 주변을 돌아보며 외쳤다. “개 같은 세상에 태어나 개처럼 살다가 개처럼 죽는다. 부탁한다. 남은 너희들은 절대로 이렇게 살지 마라!” 그의 숨이 끊어지고 난 뒤 병실 복도에 나와 나는 나에게 다짐했다. 빗방울 하나에도 절대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다고!’(베르톨트 브레히트를 생각함)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여수시장애인보호작업장, 면장갑 생산하며 장애인 자립 돕는다

    여수시장애인보호작업장, 면장갑 생산하며 장애인 자립 돕는다

    전남 여수시장애인보호작업장이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로서 관공서에 면장갑을 납품하며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여수시장애인보호작업장은 100% 국내산 면사로 면장갑, 반코팅 장갑 등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장애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어 2012년 1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로 지정됐다. 공공기관은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특별법’에 의해 의무적으로 총구매액 가운데 1% 이상을 장애인직업 재활시설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구매해야 한다. 여수시장애인보호작업장은 우수한 품질의 면장갑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며 여수지역 관공서를 비롯해 여천산단, 공업사, 선박, 항운업체, 주유소, 조선소, 공구점, 산업현장, 정육점 등에 납품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적색 코팅장갑과 미끄럼방지 효과가 뛰어난 도트무늬 코팅 장갑 등도 생산 중이다. 장애인 근로자들은 제품의 원자재(국내산 면사 100%) 입고부터 출하까지 10여 가지 제조 과정을 익힌 뒤 생산업무에 투입된다. 체계적인 매뉴얼 하에 교육이 이뤄지고 있어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 및 직무능력 향상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장갑생산과 판매에 따른 이익금은 관리운영비와 원자재 구입비를 제외한 전액을 장애인 근로자와 훈련생의 자립생활을 위한 급여와 수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현재 여수시장애인보호작업장은 저가 수입산 장갑의 대량 수입으로 인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매년 인건비와 원자재비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에 대해 여수시장애인보호작업장 관계자는 “여수시장애인보호작업장 전 직원들은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이 난관을 극복하려 노력 중”이라며 “주변의 따뜻한 관심이 장애인들의 경제적 자립에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다음 이재웅 “공직자의 비평을 비판한 것···오지랖 그만 떨고 내일 할 것”

    다음 이재웅 “공직자의 비평을 비판한 것···오지랖 그만 떨고 내일 할 것”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비판하는 글로 파문을 일으킨 포털 다음의 창업자 이재웅씨가 11일 “발언 취지가 와전됐다”며 진화에 나섰다.이씨는 이날 페이스북 개인 계정에 게재한 글에서 “(공정위의) 총수 지정이나 대기업 집단 지정이 오만했다고 비판한 것이 아니었다. 공직자가 이해진 네이버 이사를 짧게 만나봤는데, ‘미래비전이 없다’고 비평한 행위를 비판한 취지였는데 일부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그는 9일 페이스북에 “맨몸으로 정부 도움 하나도 없이 한국과 일본 최고의 인터넷 기업을 일으킨 사업가를 김 위원장이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가 해당 발언이 보도되자 ‘오만’이라는 단어를 ‘부적절’로 수정했다.이씨는 해명 글에서 “‘오만’이라는 단어를 쓴 것도 그렇고 상세한 해설을 하지 않은 것은 내 잘못”이라며 “맨몸으로 시작해 의미 있는 기업을 키워낸 사업가가 너무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화가 나 짧게 얘기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답답해하는 것은 총수가 지정되고 임원이 대주주인 기업이 대기업 계열사로 편입된다는 대목”이라며 “그렇지만 이 때문에 경영이 어려워지거나 투자 유치가 무산되거나 공시 의무가 무거워지면서 회사 경쟁력이 크게 악화한다고 보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이와 관련해 “네이버와의 이해관계가 전혀 없고 이 전 의장과의 친분 때문에 김 위원장에 관한 비판 글을 올린 것도 아니다”면서 “이를 마지막으로 오지랖을 그만 떨고 내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앞서 김 위원장은 최근 일간지 인터뷰에서 이 전 의장과의 지난달 면담을 언급하며 “이 전 의장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책임자(CEO)처럼 우리 사회에 미래에 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아쉬웠다. 지금처럼 가다간 네이버가 많은 민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한편 이씨는 2008년 이후 다음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현재 벤처 사업가 육성 및 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다음은 이재웅씨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전문이다. 페이스북에 공개로 글을 쓴다고 해서 그것이 종이신문에서 인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쓰는 것이 아니어서 생각지도 못한 구설을 겪었습니다. 저는 어떤 공직도 맡고 있지 않고, 상장기업 임원도 아니고, 정치인이 아닌 것은 물론,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사직도 사임한 것이 거의 10년전인 2008년이어서 제가 공직자에 대해서 비판한 것이 기사화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생각이 짧았던 제가 일단 잘못했습니다.페이스북의 글을 인용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글이라 제가 인용하지 말아달라고 하면 인용을 하지 않을 줄 알았고, 하더라도 제가 맡고 있는 직책이나 나이등을 확인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글이라 인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도 인용하고, 10년이 넘어서 언제 그만두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붙인다거나 굳이 틀린 나이를 괄호치고 집어넣는다거나 하면서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사를 보면서 제가 아직도 순진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순진했던 제 잘못입니다. 글의 맥락을 보면 제가 총수지정이나 대기업집단 지정이 오만했다고 비판한 것이 아니라 ‘이해진 이사를 만나서 짧게 이야기해봤더니 미래비젼이 없다’고 공직자가 비평한 것을 비판한 것이라는 것을 기자들이면 이해할 줄 알았습니다. 저같은 일반 국민은 그것이 대통령이건 장관이건 술자리에서, 페이스북에서 잘한다 잘못한다 비평도 하고 비판도 할 수 있지만 장관이나 대통령이 국민을 자질이 모자란다, 비젼이 없다고 비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교수나 언론인이라면 또 몰라도 장관이 민간기업 기업가의 잘못을 따지거나 개선을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미래비젼이 없다는둥의 비평을 언론사 인터뷰에서 공적으로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제 의견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만이라는 단어를 쓴 것도 그렇고, 상세한 해설을 하지 않은 것도 제 잘못이었습니다. 맨 몸에서 시작해서 의미있는 기업을 키워낸 기업가들이 우리 사회에서 너무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화가 나서 짧게 이야기하다보니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제부터는 기록을 위해서 몇가지 정리하자면, 저는 네이버. 넥슨, 카카오가 준대기업집단에 지정된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이해관계자도 아니거니와 IT기업이라도, 벤처기업에서 출발한 기업이라도 일정규모 이상이 되면 그에 따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정부의 감독이나 감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러지 않고도 사회적 책임을 다 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않으니까요. 저는 오히려 대기업집단이 아닌 중견기업집단도 내부거래나 특수관계인 거래등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조치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제가 답답해 하는 것은 총수지정과 임원이 대주주인 기업이 대기업계열사로 편입되는 부분인데요,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조치가 기업의 경영을 크게 어렵게 하거나, 투자 혹은 투자유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너무나 많은 공시등으로 인한 기업경쟁력이 커다랗게 악화되거나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소 불편함도 있고 경쟁력도 더 강화되지는 않겠지만 더 큰 것은 정부의 철학 문제겠지요.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어느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이 학교 학생들이 워낙 사교육을 많이 받아서 전교 1등부터 10등까지는 선생님이 밤 12시까지 반에 모아놓고 자율학습을 시켜서 사교육을 받지 않고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 학생들을 전국 100등안에 들게 하는 것이 목표지요. 그런데 갑자기 전학온 친구가 사교육을 받지도 않고 도서관에서 혼자 밤 11시까지 공부하더니 전교 1등을 하더니 혼자서 전국 100등안에도 들었습니다. 자, 그러면 이 학생을 어찌해야 할까요? 첫번째 방법은 전교10등안에 들었으니 다른 전교 1-9등과 함께 밤 12시까지 자율학습을 시키는 방법이 있겠죠. 물론 이 친구는 도서관에서 친구와 스터디하던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성적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사교육받지 않고 혼자 공부하던 습관이 든 친구니까요. 두번째 방법은 전학 온 친구를 하던대로 혼자 공부하게 하고 자율학습받던 다른 친구들에게도 너희도 사교육 안 받고 도서관에서 공부해서 전국 100등안에 들면 강제로 하는 자율학습을 안해도 되게 해주겠다고 하는 거지요. 어차피 전국100등안에 드는 것이 목표였지, 자율학습이 목표가 아니었잖아요. 어떤 방법이 더 나을까요? 저는 철학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형평성을 많이 따지거나 학생들에 대한 불신이 더 많으면 첫번쨰 방법을 선택할 것이고, 좀 더 자율성을 선호하거나 학생들을 믿는다면 두번째 방법을 선택하겠죠. 저는 총수지정이 부당한 내부거래나 특수거래를 방지하고 좀 더 선진적인 지배구조로의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어서 나중에 모든 대기업이 총수없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면 상대적으로 좋은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고 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네이버를 총수없는 기업으로 지정하거나 아니면 이렇게 저렇게 조금 더 노력하면 총수없는 기업으로 지정해주겠다라고 해주는 방법이 더 좋다고 생각하고, 만약 대기업이라는 것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고 관리의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형평성을 위배했을때 반발하거나 빠져나가는 다른 기업이 걱정된다면 네이버도 총수를 지정하는 것이 방법이겠죠. 저는 정부의 결정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 결정에 대해서 답답하기는 하지만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변대규 의장이 네이버라는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회사의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하고 총수없는 구조로 바꾸겠다고 참여했을터이고 그렇게 만들기 위한 이해진이사의 결단이 컸을 터인데 그 결과가 이해진이사의 총수 지정이고 휴맥스계열사의 네이버계열사 편입이라는 것은 정말 황당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해당사자도 아니고 그것때문에 네이버나 휴맥스가 문 닫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기업지배구조개선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해 온 전문가로서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제시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다시 이야기하지만, 저는 네이버의 이해관계자가 아닙니다. 물론 네이버 경영진도 잘 알고, 직원들중에서도 같이 일해본 사람도 많고 그렇지만 저는 네이버가 내일 문을 닫는다고 해도 개인적으로는 별로 손해보는 사람이 아닙니다. 물론 이해진이사와 친구관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네이버나 이해진을 위해서 총대를 메고 도와줄 이유 전혀 없습니다. 제가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도와주는 사람 아니라는 건 제 주변분들이 오히려 더 잘 아실겁니다. (그 분들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 가지고 있구요) 그런데 왜 이렇게 오지랖이냐구요? 저는 저 자신을 혁신기업가 (entrepreneur)로 규정짓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사람입니다. 모든 기업가는 아니겠지만 많은 기업가는 인생의 여러가지를 걸고 모험을 하며 살아갑니다. 물론 그 모험의 댓가나 목표가 돈밖에 없는 기업가도 있겠지만 그런 기업가는 생각만큼 많이 보지 못했고, 그런 사람은 진정한 기업가가 아니겠죠. 그래서 기업가는 일정부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겠지만 그들이 있어야 세상이 바뀌지 모두 공무원, 변호사, 정치인만 해서는 세상이 바뀌지 않을거든요. 그 중에서 특히 혁신기업가는 시스템을 바꾸고 개선하고 그것이 사회에 미쳐지는 영향을 고민하는 것에 더 즐거움을 느끼고 노력합니다. 제가 아는 많은 IT기업가들과 그들과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그런 분들이죠. 저는 그런 혁신기업가들이 좀 더 존중받고 즐겁게 혁신할 수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노력해서 네이버와 라인을 만든 이해진님과 그 동료들, 그리고 휴맥스를 만들었던 변대규님과 그 동료들 모두의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위한 노력이 좀 더 인정을 받고, 설혹 실패를 하더라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이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좀 더 많은 혁신기업가들이 탄생하고 우리 사회 시스템도 좀 변화하지 않을까요? 재벌만 때려잡는 방향보다 혁신기업과 혁신기업가의 생태계를 키워 내는 방향이 사회가 발전하는 더 좋은 방향 아닐까요? 이제 이것을 마지막으로 오지랖은 그만 떨고, 저도 제 일을 하겠습니다. 네이버의 대기업집단편입도 문제지만 저 스스로도 혁신기업가의 일원으로서 할 일이 아직도 많다는 것 잘 알고 있거든요.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성진 인사청문회…야당 “자진 사퇴하라”, 여당도 냉랭한 분위기

    박성진 인사청문회…야당 “자진 사퇴하라”, 여당도 냉랭한 분위기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1일 진행됐다. 야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의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 등을 집중 추궁하면서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역사관·도덕성 검증에 나서면서 박 후보자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아파트 분양권의 다운계약서 거래 등을 거론하며 “박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5대 원칙 가운데 언론에 난 것만 해도 3가지를 위배했다. 버티면 장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느냐, 자진해서 사퇴할 용의는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은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정기세미나와 포항공대 간담회 행사에 각각 뉴라이트의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와 ‘보수 논객’ 변희재 씨를 초청한 것을 물고 늘어졌다. 이 의원은 “뉴라이트 대부란 사람을 박 후보자가 다른 세미나도 아니고 기계공학과 세미나에 두 번이나 초청했다”며 “촛불정국으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을 해달라고 요청을 했을 때 이런 사관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거부를 못 하고 이 자리까지 나오게 됐느냐”고 꼬집었다. 박 후보자는 이에 “(두 사람을) 제가 연결한 것은 맞고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드린다”면서도 “기본적으로 학교의 창업교육센터장이 모든 일정을 정하고 비용을 쓴 데 대해 전혀 관계가 없는 제가 책임을 제야 한다는 것은 약간 비약이 아닌가 한다”며 약간의 억울함도 호소했다. 이 의원은 이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박 후보자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도 문제 삼았다. 그는 “박 후보자가 제출한 법인카드 사용 내용을 보면 2013년 1월 6일 국내여비 명목에 강원랜드에서 60만원을 지출한 것이 있고, 2016년에 여러 차례 기술정보활동비 명목으로 다양한 곱창집을 방문한 것이 있다. 어떤 목적으로 누구와 사용한 것인지 구체적인 사용 내용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은 역사관 논란과 관련해 박 후보가 자신의 ‘역사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한 데 대해 “박 후보자의 변명 때문에 공대 출신, 과학기술자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과학기술자는 헌법도 모르고, 왜곡된 역사관을 갖고 있어도 도구적 유용성만 있으면 되나”라고 꼬집었다. 야당의 이러한 파상공세 속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박 후보자를 적극 엄호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특히 박 후보자의 역사관에 대해서는 민주당 의원들도 문제 삼았다. 김경수 의원은 “장관으로 지명된 것은 정책·업무 적합성을 높이 평가받아 지명이 됐을 텐데 역사관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역사적으로 어떤 시기에 들어섰고,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에 맞는 요구가 무엇인지에 대해 분명한 인식을 하고 장관직에 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문제 제기가 된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익표 의원은 박 후보자가 아파트 분양권의 다운계약서 거래로 탈세했다는 의혹과 관련, “국회 검증과정에서도 2006년 이후 다운계약서는 엄중하게 다루는데 이 문제를 가볍게 처리한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민주당 의원들은 “(뉴라이트 인사 초청 논란과 관련해) 인사 추천이든 사람 추천이든 공적 활동은 본인 책임하에서 하는 것이다”(이훈 의원), “총체적 여론이 지금 후보자에게 좋지 않다”(권칠승 의원) 등의 비판 목소리도 쏟아냈다. 박 후보자는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 등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대체로 수세적인 자세를 취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장병완(국민의당) 위원장으로부터 ‘부적절한’ 답변 태도라는 주의를 받기도 했다. 장 위원장은 “뉴라이트 사관 질의 과정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중 한두 가지 사건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위원들을 훈계하는 조로 답변을 한다”며 “박 후보자에게 주의를 주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은 박 후보자가 전날 국회를 찾아 별도의 승인 없이 ‘청문회 리허설’을 한 것을 문제 삼았고, 이에 장 위원장이 박 후보자에게 경고하는 선에서 문제를 마무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황현산 “빈민인 최영미 시인, 언제 호텔에 갑이었나”

    황현산 “빈민인 최영미 시인, 언제 호텔에 갑이었나”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인 문학평론가 황현산씨가 최영미 시인이 호텔에 홍보 대가로 객실 투숙을 제안했다 논란에 휩싸인 것에 대해 “갑질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빈민에 속하는 최영미 씨가 호텔에 언제 갑인 적이 있었던가”라고 말했다.황 명예교수는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최영미 시인의 호텔 홍보대사 제안, 호텔이 받아들이면 좋고 안 받아들이면 그만인 사안 아닌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황 명예교수는 “어떤 사람의 행동이나 생각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을 비난할 일은 아니다.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나는 내 책에 쓸 권리가 있다. 그러나 좀 허황되어 보이는 한 개인에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할 권리는 내게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최영미 시인은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 홍보 대가로 객실 투숙을 요청했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해 논란을 빚었다. 최 시인은 “집주인에게서 월세 계약 만기에 집을 비워달라는 문자를 받았다. 이사라면 지긋지긋하다. 내 인생은 이사에서 시작해 이사로 끝난 것 같다”면서 서울의 한 호텔에 ‘방 하나를 1년간 사용하게 해주신다면 평생 홍보대사가 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적었다. 이후 해당 글의 내용이 논란이 되자 최 시인은 “특급호텔 원했다고 비난하시는데 오래 집 없이 셋방살이 떠돌던 사람이 여름휴가 가서도 좁고 허름한 방에서 자야 하나?”며 “호텔에 거래를 제안한 거지 공짜로 방을 달라고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황금빛 내인생’ 신혜선, 의심→안심으로 만든 원톱 파워 ‘시청률 30% 육박’

    ‘황금빛 내인생’ 신혜선, 의심→안심으로 만든 원톱 파워 ‘시청률 30% 육박’

    신혜선 파워가 빛을 발하고 있다. 2주만에 ‘황금빛 내인생’ 시청률 10% 상승을 이끌며 원톱 여주인공으로서의 역량을 확실히 입증했다.지난 10일 방송된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인생’(극본 소현경 연출 김형석)은 각각 29.6%(tnms 기준), 28.4%(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최고 시청률를 경신했다. 지난 2일 첫 방송에서 19.7%(tnms) 20.7%(닐슨코리아)로 시작한 것에 비해 10% 포인트 가깝게 상승한 수치다. 지난 방송에서는 가족을 택했던 서지안(신혜선)이 재벌가 입성을 선택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이날 지안은 빚을 갚기 위해 선택한 백화점 아르바이트에서 갑질의 횡포를 당했다. 오해로 빚어진 사건으로 무릎을 꿇게 된 것.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던 지안은 빚을 탕감해주러 온 도경(박시후)과 마주한다. 사과를 하고 빚을 감면해주겠다는 도경에게 지안은 자신도 모르게 남은 자존심을 모두 쏟아낸다. 하지만 이내 도경의 차가운 비난에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오열했다. 그렇게 지안은 친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2000만원을 빌려달라고 한 뒤 다음날 가족들에게 떠나겠다고 말했다. 신혜선은 애정으로 자신을 키워준 부모님과 따뜻한 형제들에 대한 여전한 사랑과 열심히 살아도 앞이 보이지 않은 암담한 현실 사이에서의 고민을 섬세한 감정 연기로 그려냈다. 그리고 차곡차곡 쌓아온 힘겨운 감정을 자존심이 바닥난 후의 오열신으로 터뜨리며 시청자들의 감정선을 자극했다. 물음표로 시작했던 신혜선의 주연 신고식은 방송 첫주 안심으로 변모했고, 2주만에 확신으로 안착했다. 그가 끌어갈 차원이 다른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도 증폭되고 있는 상태다. 한편 ‘황금빛 내 인생’은 흙수저를 벗어나고 싶은 3無녀에게 가짜 신분상승이라는 인생 치트키가 생기면서 펼쳐지는 황금빛 인생 체험기를 그린 세대불문 공감 가족 드라마. 매주 토,일요일 오후 7시 55분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윤진서 “제주도 삶, 스스로 의미 찾는 치열함 생겨”

    윤진서 “제주도 삶, 스스로 의미 찾는 치열함 생겨”

    배우 윤진서가 제주도 삶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윤진서는 최근 마사 스튜어트 웨딩 코리아 측과 함께 웨딩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윤진서는 이번 웨딩 화보를 통해 다양한 디자인의 하얀 웨딩드레스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특히 아름다운 제주도의 경치에 완벽히 녹아 드는 자유분방한 포즈로 프로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윤진서는 그간의 연기 활동과 결혼 후 제주도 삶에 관해서 이야기하며 자신의 삶에 대한 솔직하고 깊은 속내를 밝혔다.특히 제주도 삶이 연기에 어떤 도움을 주냐는 질문에 “서울에 살았을 때는 나를 더 치열하게 만든 것 같다. 지금은 그런 종류의 치열함은 사라졌다. 대신 스스로 의미를 찾는 치열함이라는 게 생겼다. 그 의미를 찾는 일은 꽤나 외롭고 꽤나 힘든 일인 것 같다. 인생처럼”이라고 답했다. 한편, 윤진서는 지난 4월 제주도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사진제공=마사스튜어트 웨딩 코리아 가을, 겨울호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강하늘 입대 소감 “제 필모그래피에 뽀뽀를 해주고 싶네요”

    강하늘 입대 소감 “제 필모그래피에 뽀뽀를 해주고 싶네요”

    배우 강하늘이 삭발 사진과 함께 입대 소감을 전했다.11일 강하늘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친구들이 직접 머리를 깎아주는 모습과 함께 장문의 입대 소감을 올렸다. 강하늘은 “제가 대학에 프레쉬맨이 됐을 때 이 친구들을 만났다. 그리고 올드맨이 되어갈 때 이 동생들을 만나고. 지금 10년 가까이, 8년 가까이 되어간다”며 “한참 옛날부터 생각했던 건데 ‘내가 군대 갈 때에는 꼭 한줄씩 내 머리를 밀어달라고 하고 싶다’ 그걸 이렇게 이루게 됐네요. 정말 인생에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친구들아 너무 고맙다”고 사진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제가 올리는 이 인스타그램이 제 인생 20대에 올리는 마지막 인스타그램이 될 것 같다”며 “20대를 돌아보니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다. 그 시간을 떠올려보니 헛되이 흐르는 시간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너무 소중한 순간 순간들이 모여있다. 참 재밌고 웃기고 행복하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강하늘은 “정말 사랑스런 작품들을 만났고 단 한작품도 사랑하지않는 작품이 없다는 건 참 행운이고 뒤를 돌아봤을때 웃게해주는 힘인 것 같다”며 “제가 걸어온 필모그래피에 뽀뽀를 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시간에도 응원해주시고 걱정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문자메시지와 전화를 주시는데 걱정말라”며 “즐거운 마음이라면 분명 즐거운 일들이 많을 것 같다. 모든 게 기대되고 즐거울 것 같다. 항상 웃는 2년 보내고 오겠다”고 인사를 전했다.한편 강하늘은 이날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한다.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후 수도방위사령부 헌병기동대소속 MC(모터사이클) 승무헌병으로 군 복무할 예정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퍼블릭 詩IN] 아내의 장독대

    [퍼블릭 詩IN] 아내의 장독대

    손 없는 날 아내가 장을 담근다 눈가에 잔주름이 그윽한 아내는 이제 갓 시집온 새색시처럼 맵시나는 생활한복을 입고 익숙해진 손놀림으로 메주를 건져 낸다 한 뭉치 지푸라기 솔로 팍팍 문질러 닦아내어 쨍쨍한 햇볕에 메주를 말려서 정성 가득히 장을 담그는 아내 하늘 한 자락 잘 발려 새끼손가락 휘저어 입맛을 쩝쩝 다시며 꼼꼼하게 연신 장맛을 보고 햇발이 반짝반짝 빛이 나도록 장독 항아리를 문질러댄다 우리가 함께하는 동안 행여 미쳐 내가 헤아리지 못하는 사이에 답답한 가슴을 쿵쿵 쳐대며 햇볕에 보타져 장졸아 줄 듯 해마다 아픔으로 되돌아올 기억을 쟁여두고 아내의 마음도 저렇게 타닥타닥 보타지는 것일까 나는 온기 가득한 장독대 항아리를 무심코 들여다보다가 훅, 순간 뜨거운 숨결이 내 얼굴에 덮치고 문득 뭉글뭉글한 함박꽃이 환하게 피어 복이라곤 일복밖에 없다던 어머니가 비치고 늘 짭조름한 인생 술에 절여 막 살다가 강물처럼 떠내려간 아버지가 밀려오고 옹알이가 한창인 큰 손주 놈 햇살이 시들 때까지 첨벙첨벙 물장구치며 놀다가고 쩌-억 쩌-억 갈라진 메주덩이 사이사이로 푸름 한 곰팡이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고스란히 삶의 깊은 손맛을 내는 아내의 장독대 이따금 어디선가 톡, 톡, 톡 꽃망울이 터지는 소리 장독대에선 보글보글 장 익는 소리가 나고 어느덧 펑퍼짐한 동네 아줌마 차림이 물씬 묻어나는 아내는 여직 아물지 않는 상처 하나 묻어두고 벅차게 차아 오르는 장처럼 아내의 삶도 저리 익어가는 것일까 오늘따라 마음속에 응어리처럼 고여 있는 신열이 저하늘에도 푸르게푸르게 번지는 것일까김헌기 (장흥교도소 교위) ■ 20회 공무원 문예대전 동상 수상작
  • [공연리뷰] 창작 뮤지컬 ‘사의 찬미’

    [공연리뷰] 창작 뮤지컬 ‘사의 찬미’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나의 가는 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고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 (윤심덕 ‘사의 찬미’ 중)노랫말에 깃든 쓸쓸함과 처연함은 노래를 부른 이의 인생과 조금 닮았다.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 그녀는 남다른 생애와 의문의 죽음으로 오랫동안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1926년 그녀가 전라도 거부의 아들이자 천재 극작가로 신극 운동을 주도한 김우진과 배에서 동반자살했다는 사실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윤심덕이 당시 유명한 신여성이었던데다 김우진이 유부남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소문과 억측이 무성했다. 이 세기의 스캔들 뒤에는 과연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 2013년 ‘글루미데이’라는 제목으로 첫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창작 뮤지컬 ‘사의 찬미’는 비극적 운명에 휘말린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재해석했다. 작품에는 윤심덕과 김우진 말고도 허구의 인물인 사내가 등장한다. 작품은 이 신원 미상의 사내가 두 사람의 죽음을 부추겼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1921년 윤심덕과 김우진의 첫 만남에서부터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관부연락선에서 두 사람이 투신하기 직전까지 5시간을 좇는다. 일본에서 유학 중이던 김우진은 자신을 유학생 한명운이라고 소개한 의문의 사내를 만난다. 사내는 본인의 사상과 김우진의 생명력 있는 창작력을 더해 새 시대를 노래하는 희곡을 쓸 것을 제안하고, 당시 재일 조선인들에게 유명한 스타였던 윤심덕을 배우로 출연시키자고 말한다. 사내의 소개로 만난 김우진과 윤심덕은 순식간에 서로에게 이끌리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김우진은 어느 순간 희곡이 사내가 의도한 대로 쓰이고 있으며, 그 이야기가 자신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내가 자신의 뜻대로 되어가는 상황에 즐거워하는 가운데 김우진은 사내가 이끄는 운명에 맞서기 위해 애쓴다. 사내가 김우진과 윤심덕의 인생을 비극으로 몰아가는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다. 처음엔 실재하는 인물로 등장한 한명운은 어느 순간 김우진이 시달리는 환상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이런 설정 덕분에 공연을 여러 번 관람하는 팬들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구슬프다 못해 울음을 토해내는 듯한 윤심덕의 노래 ‘사의 찬미’가 변주되어 곳곳에 흐른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현악 라이브 삼중주와 어우러진 넘버들은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과 심리 변화를 정교하게 그리는 동시에 극에 속도감을 더한다. 10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4만 4000~6만 6000원. (02)766-7667.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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