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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통만 안고 떠난 ‘아홉살 인생’… 천안 계모 적용 혐의는?

    고통만 안고 떠난 ‘아홉살 인생’… 천안 계모 적용 혐의는?

    아동학대 중상해에서 ‘아동학대 치사’로 바꿔충남 천안에서 계모가 7시간 동안 여행용 가방에 가둬 중태에 빠졌던 아홉 살짜리 의붓아들이 끝내 숨졌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지난 3일 오후 6시 30분 천안 순천향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A(9·초등 3년)군이 숨졌다고 4일 발표했다. 이 병원 의료진은 A군이 비좁은 가방 속에 웅크린 자세로 장시간 갇히면서 산소부족으로 장기 등이 손상돼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경찰은 오는 5일 좀 더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A군의 시신을 부검하기로 했다. A군은 지난 1일 오후 7시 25분 천안시 서북구 백석동 자신의 아파트 집에 있는 가방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계모 B(43)씨가 이날 낮 12시쯤부터 거짓말을 했다며 7시간 동안 대형에서 더 작은 중형 여행용 가방으로 바꿔가며 의붓아들인 A군을 가둔 것이다. B씨는 A군을 가두고 3시간 동안 외출도 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A군은 중환자실에서 기계호흡에 의지하며 치료를 받았으나 사흘째 끝내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지난 3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B씨의 죄를 아동학대 중상해에서 ‘아동학대 치사’로 바꿔 적용했다. 천안·예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장미덩굴 뒤에는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장미덩굴 뒤에는

    비로소 장미의 계절이다. 주택가 담장을 따라, 아파트 울타리를 따라 붉은 장미가 한창 만개 중이다. 올해처럼 도심의 장미가 주목받던 시기가 있었나 싶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장미축제는 모두 취소됐고, 나들이를 자제해야 하는 시기이기에 사람들은 일상에서 만나는 장미를 더욱 반길 수밖에 없다.장미가 피는 이 계절이면 자동적으로 장미를 그림으로 기록한 식물세밀화가 피에르 조셉 르두테가 떠오른다. 식물세밀화를 그린다고 하면 사람들은 종종 르두테 이야기를 꺼낸다. 프랑스에서도 그랬다. “당신은 르두테와 같은 일을 하는군요.” 신기하게도 특별히 식물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모두 르두테를 알고 있었다. 그는 벨기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였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식물세밀화가다. 식물을 기록하는 일을 할 뿐인 르두테가 유독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이유는 그의 어마어마한 후원자 리스트 덕분인데, 그중엔 마리 앙투아네트와 나폴레옹의 아내 조세핀도 있었다. 물론 이 이유뿐만은 아니다. 그는 장미 역사상 중요한 그림 기록을 남겼다.장미의 역사는 1867년을 기점으로 나뉜다. 1867년에는 ‘라 프랑스’라는 분홍색 장미가 발표됐다. 우리가 현재 이용하는 하이브리드티의 최초 품종으로, 1867년 전까지 인류는 대개 장미 원종이나 자연적으로 개량된 장미만을 즐겼다. 하이브리드티의 탄생 후 그전에 존재했던 고전 정원장미는 점차 사라졌다. 사람들은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롭고 이색적이며 특별한 품종을 원했기 때문이다. 이제 고전 정원장미는 보존을 위해 일부 장미 애호가들에 의해 재배될 뿐, 우리는 이들을 실제로 만날 일이 잘 없다. 그저 그림 기록으로 볼 수 있다. 르두테는 바로 이 고전 정원장미의 그림 기록을 남겼다. 그가 그린 고전 정원장미 컬렉션 ‘장미들’은 1917~1924년 세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고, 현재까지 식물학적, 예술적 기록으로서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용 액자로서까지 널리 활용된다. 르두테의 그림을 보면서 내가 궁금한 것은 따로 있었다. 과연 그는 이 많은 장미 생체를 어디에서 구해 보고 그렸을까? 식물세밀화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 두 가지는 무엇을 그릴 것인가, 그리고 식물을 어디에서 구하느냐다. 요리사는 식재료 없이 요리를 할 수 없고, 신선한 고품질 식재료만 있다면 최소한의 조리로도 훌륭한 맛을 낼 수 있듯이 식물세밀화가 또한 재료인 식물 생체 없이는 그림을 그릴 수 없고, 꽃부터 뿌리까지 완벽한 형태의 생체가 있다면 큰 수고로움 없이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르두테가 그린 장미는 약 168종이며 그림 속 장미들은 세계 곳곳을 원산지로 하는 주요종이다. 그가 짧은 시간 세계를 항해하며 이 모든 장미 생체를 수집해 그렸을 리 만무한 일. 이미 누군가 수집한 장미를 그린 것이 분명했다. 르두테는 표본이나 스케치를 거의 남기지 않아 개별적인 그림 속 식물 출처를 알 순 없지만 그가 그린 장미는 파리 외곽에 위치한 말메종 정원이 출처라는 것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말메종은 나폴레옹의 첫 번째 아내 조세핀이 인생의 마지막을 지낸 집이다. 르두테는 자신의 후원자였던 조세핀의 장미 정원에 식재된 생체를 재료로 그림을 그렸다. 그렇다면 조세핀은 그 많은 장미를 정원에 왜 심었을까? 당시 프랑스에서는 장미가 현금처럼 거래되고 투기의 대상이기도 했으나 여러 기록을 보아 조세핀은 태초부터 장미를 사랑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그를 ‘로즈’라 불렀고, 그는 세계 곳곳의 장미 재배자들과 교류해 자신의 능력 안에서 세계의 장미를 말메종에 수집했다. 말메종의 장미 정원은 오로지 조세핀의 장미 사랑, 수집의 욕구가 만들어 낸 하나의 장미 박물관이고, 조세핀은 르두테에게 이 장미를 기록하도록 도왔다. 그러니 르두테의 장미 컬렉션은 오직 르두테 혼자서 완성한 것은 아닌 셈이다. 기록을 위해 희생된 수많은 장미 송이와 그들을 수집해 식재하고 재배한 가드너, 이 모든 일을 기획한 조세핀이 함께했다. 식물을 공부하고부터는 만나는 식물들마다 이 꽃 한 송이가 피어나기까지 지나온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 품종의 원종을 발견해 이름을 붙인 식물학자와 관상적 가치를 예견해 새로운 품종으로 탄생시킨 육종가, 그리고 수많은 장미 중 굳이 이 종을 선택해 모종을 심은 가드너 혹은 담장 너머 장미 덩굴의 주인인 내가 모를 동네 어르신까지. 지금 피어나는 장미에는 이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묻어 있다. 이 모든 걸 떠올리다 보면 장미를 실컷 볼 수 있는 이 계절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 “불확실한 길 선택, 오늘을 만들어” 이정은 LPGA 홈피에 에세이 기고

    “불확실한 길 선택, 오늘을 만들어” 이정은 LPGA 홈피에 에세이 기고

    지난해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 이정은(24)이 자신의 골프 인생을 돌아보며 쓴 글 ‘아직 남은 길’을 LPGA 투어 인터넷 홈페이지에 기고했다. 지난달 고진영(25)의 ‘내 할아버지의 딸’에 이어 한국 선수로서는 두 번째다. 이정은은 “내가 네 살때 트럭 운전사였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장애를 입었다”고 털어놓았다. 부친 이정호씨는 이정은이 국내에서 뛸 당시 대회 때마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장애인용 승합차로 뒷바라지를 했다. 이정은은 “당시 자기 연민에 빠져 있을 수도, 인생을 포기했을 수도 있었는데, 아버지는 오로지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이어 “3년간 골프를 쉰 뒤 15세때 다시 골프채를 잡았을 때는 휠체어에 앉아 계신 아버지로부터 떨어지기 싫었고 두려웠지만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그게 나의 전환점이었다”면서 “고생스럽고 불확실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지난해 US오픈 우승, 신인왕 등은 없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모든 삶에는 전환점이 있고 선택의 갈림길이 있다”고 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헬조선이 웬 말? 한국만 한 나라는 없다” 한국인보다 더 ‘찐’ 한국인

    “헬조선이 웬 말? 한국만 한 나라는 없다” 한국인보다 더 ‘찐’ 한국인

    한국 사람보다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이라는 세간의 평가는 틀리지 않았다. 선불교에 빠져 ‘무일푼 한국행’을 택했다는 독일인은 한국의 구불구불 산길이 너무 좋다고 했다. 20년을 한국에서 지낸 그는 녹색이든 파란색이든 대충 ‘파란색’이라고 부르던, 넉넉히 음식을 마련해 낯선 외국인도 정으로 나누어 먹이던 소싯적 한국을 그리워했다. 한국만 한 나라 없다고, 헬조선이 웬 말이냐며 청춘 시절 자신의 ‘노오력’(노력의 강조형)을 언급할 때는 외국인답지 않은 ‘꼰대스러움’(?)에 웃음을 짓게 했다. 반면 교육 문제·댓글문화·서울집중화·고령화·상대적 박탈감 심화 등 한국의 민감한 사회문제를 지적할 때는 짧게 끊어 치는 특유의 저돌적인 화법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방송인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안톤 숄츠(48) 기자를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서울신문 편집국 회의실에서 1시간가량 만났다.-기자, 프로듀서, 여행작가 등 호칭이 여러 가지다. 직업이 뭔가. “프리랜서 기자다. 2001년부터 잡지용 여행기사를 쓰고 사진도 찍었다. 인도, 네덜란드, 태국 등 10개국에 6개 국어로 기사를 제공했다. 하지만 사진의 디지털화로 수입이 줄어 영역을 넓혔다. 2002년부터 한일월드컵 등 행사가 많아져 프로듀서를 겸했다. 해외 방송국의 한국 취재를 돕고 직접 촬영도 했다. 또 2007년부터 2018년까지 ARD(독일 공영방송)의 특파원들과 일하는 프로듀서였다. 2003년부터 7년간 조선대에서 독일어교육과 전임강사도 했다.”(KBS의 저널리즘 토크쇼J, tvN의 외계통신 등 TV 시사프로그램에서도 활약했다) -언제 한국에 왔나. “1994년이다. 독일에서 열여섯 살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는데 한국 ‘사부님’이 동양철학, 선불교, 참선 등도 가르쳐주며 정신수양을 강조하셨다. 한국의 옛 문화에 관심이 많아졌는데 어느 날 도장에 왔던 한국 스님이 선불교에 관심이 많으니 제대로 배우려면 한국에 오라고 했다. 당시는 군 복무 대신 18개월간 사회복무를 할 때여서 이듬해인 스물두 살 때 한국에 왔다. 참고로 태권도는 1단이다. 한국은 군 복무만 하면 1단이라지만 독일에서는 5년은 해야 1단을 딴다.” -한국에 와서 스님을 만났나. “한국에 도착해서 바로 스님과 금수산(충북 제천)에 갔다. 돈은 없었지만 산 수행이 너무 좋았다. 밤늦게까지 겨울 산을 돌아다니다 길을 잃고 추위에 떨다가 소위 ‘도사’(산속 수행자)의 작은 텐트에서 함께 자기도 했다. 출신이나 이름도 안 묻고 음식을 나누어 주고, 재워 주는 한국 문화가 좋았다. 독일도 정이 많지만 이방인한테까지 그렇지는 않다. 지금은 그런 한국 문화가 사라져 가는 듯해 아쉽다. 이후에 한국 불교를 해외에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한 숭산 스님의 제자가 됐다. 1년간 일본 사찰에서 수행도 했다.” -요즘에도 산을 자주 찾나. “등산도 하지만 오토바이 타는 것도 좋아한다. 아름다운 산길을 한 시간가량 구불구불 달려서 지리산에 자주 간다. 거제도나 강원 지역은 정말 아름답다. 천국이다. 한국에서 가 보지 않은 곳은 거의 없을 거다. 다만 오토바이가 고속도로를 못 달리는 법은 아마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이라는 평이 있다. “한국에서 20년쯤 살았다(웃음). 말하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 한국에 처음 온 1994년에는 지금처럼 영어가 보편적이지 않았다. 한국어 습득은 생계의 문제이기도 했다. 외국 친구가 아닌 스님과 지낸 것도 도움이 됐다. 외국 커뮤니티보다 빨리 한국 사회로 들어가는 게 언어 습득에 유리한 것 같다.” -좋아하는 한국어가 있나. “단어는 정서를 담는다는데 한국말 중에는 정확하지 않은 단어 표현이 외려 매력적인 경우가 있다. 파란색이 그렇다. 블루(blue)나 그린(green)을 다 의미할 수 있다. ‘거시기’라는 단어도 좋다. 순간 뭔지 생각나지 않을 때 쓰면 신기하게도 듣는 사람이 알아듣는다.” -왜 주거지로 광주를 택했나. “조선대에 근무하면서 2004년 광주에 정착했다. 서울을 좋아하지만 막히는 교통과 비싼 집값이 싫었다. 인생을 도로에서 버리는 느낌을 자주 받았고, 당시에 알아봤던 서울의 30평 아파트 가격은 7억원이나 했다. 수도권에 살 생각도 했는데 한 시간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서울에 일이 있을 때 광주에서 KTX를 타는 게 낫겠다 싶었다. 광주는 서울과 다른 분위기이지만 살기 편한 도시이고 자연도 너무 좋다. KTX나 SRT로 서울까지 한 시간 30분 걸린다. 아침 식사 후 KTX를 타고 노트북으로 일을 하며 서울에 왔다가 저녁 식사는 다시 광주 집에서 할 수 있다.” -광주에 아늑한 집도 지었더라. “2012년에 땅을 샀고 돈 좀 더 모으고 2016년에 지었다. 만족한다. 한국은 분권이 필요하다. ‘서울 집착’은 한국의 강점이 아니라 약점이다. 독일의 아디다스는 헤르초게나우라흐라는 인구 2만 3000명 정도의 작은 곳에 있고 기업용 소트프웨어 업체인 SAP도 인구 1000명이 안 되는 라인란트팔츠주 발도르프에 있다. 인구 150만명 정도인 광주에서 시작했던 금호 등은 서울로 이사갔다. 분권을 못 하면 삶의 질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지방분권 외에 한국과 독일의 차이점을 꼽는다면. “교육이 독일과 크게 다르다. 한국의 교육 수준은 높지만 핵심이 잘못됐다. 독일은 교육을 잘 받으려고 시험을 본다. 한국은 시험을 잘 보려고 교육을 받는다. 시험은 도구인데 한국에서는 시험이 목적이다. 요리를 하는데 재료가 아니라 프라이팬을 돌리는 기술에 집착한다. 한국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다. 자신처럼 고생할까 봐 애를 안 낳는다는 한국 사람들도 있다. 독일에서는 학원이 뭔지도 몰랐다. 독일에서 초등학생에게 밤 10시까지 학원에 다니게 하면 주위에서 정신상태를 확인하려고 할 거다. 독일 초등학생들은 오후 1시면 학교를 마치고 논다. 노는 게 창의성을 키운다.” -스펙이 없으면 직장을 구하기 힘든 게 한국의 현실이다. “독일에서는 구직자를 찾을 때 사람을 보는데 한국은 학벌, 부모의 직업, 토플점수 같은 숫자를 본다. 독일에서는 아무도 토익점수를 묻지 않는다. 나도 토익, 토플을 한 번도 안 봤지만 큰 기업에서 통역 일을 했다. 독일에서는 시험문제가 아니라 인생의 문제를 잘 풀 사람을 원한다. 그러니 창의성과 실질적 경험을 중시한다. 독일에서 왜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오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데 결국 ‘좋은 교육’ 때문이다.” -한국인 중에는 살기 힘든 나라에 산다고 여기는 이들이 꽤 많다. “7포시대, 흙수저 등의 단어도 알고 60%가 한국에서 떠나고 싶다는 설문 조사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다. 새벽 2시에 밖에 마음대로 나간다. 배가 고파서, 집이 없어서, 약을 못 먹어 죽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내 고향인 독일 함부르크 시내를 걷다 보면 돈을 달라며 접근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누구나 의료제도의 혜택을 받고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요즘 한국에 열심히 해도 어차피 안 된다며 자포자기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열심히 하면 무조건 잘된다는 법칙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처음에 한국에 왔던 90년대는 어땠나. “당시는 일본도 넘어설 거라며 자신감이 대단했다. 요즘은 그 자신감이 없다. 독일에서는 50%가 월셋집에 산다. 수입차나 집이 없는 게 무조건 가난한 건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90년대에 상대적으로 내 집 마련이 쉬웠다는데 그렇지 않았다. 나도 돈 없이 서울에 도착해 3평 남짓 크기의 하숙방을 다른 사람과 함께 썼다. 겨울이면 식사값을 아끼려고 1000원으로 붕어빵 5개를 사 먹었다. 당시 한국인들은 고생하면서도 정이 있었다. ‘밥 먹었냐’는 흔한 인사말에 그런 마음이 있었다. 요즘 청년들은 한국의 좋은 점보다 안 좋은 점에 집착하는 건 아닌가 싶다. 일부는 해외에 나가면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던데 외려 힘들 수 있다.”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 아니겠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문화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지는 것 같다. 맛있는 음식, 값비싼 소유물, 럭셔리 여행 등 대부분 자신의 인생 중 최고의 10%를 보여 주는데, 그것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 같다. 실제 인생보다 멋지게 보이고 칭찬받고 싶은 것 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는 가짜가 많다. 댓글도 그렇다. ‘자기 의견’과 ‘잘못된 의견’이라는 두 가지만 존재하는 것 같다. 오른쪽과 왼쪽 사이에 틈은 너무 큰데 아무것도 없다. 내 의견과 다르다고 틀린 의견은 아니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게 민주주의다. 토론문화가 필요하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넣어봤자 쥐꼬리 이자” 적금통장서 6조 뺐다

    “넣어봤자 쥐꼬리 이자” 적금통장서 6조 뺐다

    코로나발(發) 경제위기로 연 0%대 기준금리 시대가 앞당겨지면서 지난달 시중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 0%대 이자를 주는 예금 상품이 늘어나자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려 제로금리에 가까운 예적금 상품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기예금 줄고, 입출금자유예금은 12조↑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42조 7699억원으로, 전월보다 0.9%(5조 8499억원) 감소했다. 지난 3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하한 이후 연 0%대 이자를 주는 예적금 상품이 생겨나면서 고객들이 더이상 이자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 만기가 되면 재예치를 하기보다 사업자금이나 개인생활자금으로 쓰기 때문에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예적금을 비롯해 총수신 금액은 1565조 5386억원으로 전월 대비 1.2%(20조 7446억원) 증가했다. 특히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은 같은 기간 478조 4795억원에서 490조 6185억원으로 2.5%(12조 1390억원) 증가했다. 금리가 내려가자 갈 곳 없는 유동자금이 요구불예금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MMDA) 등 부동자금 규모는 지난 3월 기준 1106조 338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0%대 금리 예적금 늘어… 자금 이탈 우려도 게다가 시중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추가로 내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날 ‘국민수퍼정기예금’의 금리를 연 0.9%에서 연 0.6%로 0.3% 포인트 낮췄다. 국민은행은 적립식 예금인 ‘KB맑은하늘적금’을 포함한 예적금 상품,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인 ‘KB우대저축통장’ 등 50여개 상품의 금리도 이달 중 인하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잇단 금리 인하로 은행에 예치된 자금이 지속적으로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구불예금 잔액이 증가했지만 지난 4월에 비해 총수신 금액은 증가했다”며 “자금 이탈 추이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마일리지 말고 새 혜택” 요즘 뜨는 ‘이 카드’ [최선을의 말랑경제]

    “마일리지 말고 새 혜택” 요즘 뜨는 ‘이 카드’ [최선을의 말랑경제]

    “코로나19 이후 신용카드로 항공 마일리지를 모으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져요. 새로운 혜택을 주는 카드를 찾고 있습니다.” 30대 직장인 오모씨는 “올 여름 휴가를 위해 지난해 미리 마일리지로 유럽 항공권을 결제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취소하며 마일리지를 모두 날려 허탈함을 느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 동안 항공 마일리지 적립에 특화된 신용카드를 주로 이용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이 힘들어진 지금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오씨는 “코로나19 사태가 한두 달 안에 끝날 것 같지도 않아서 당분간 쓸 다른 신용카드를 고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거리 두기’ 강조되며 비대면 소비 활성화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자들이 찾는 카드 혜택도 달라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면서 직접 만나지 않는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활성화됐고, 그에 맞춰 카드사들도 온라인쇼핑 등 관련 혜택을 대거 강화하는 중이다. 달라진 소비 방식에 맞는 신상 언택트 카드를 골라 쏠쏠한 혜택을 누려보자. 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최근 언택트 소비에 최적화된 ‘카드의 정석 언택트’, ‘카드의 정석 언택트 플래티넘’ 2종을 출시했다. 쿠팡에서 제품 구매 때 무료로 배송 받을 수 있는 쿠팡 로켓와우 멤버십 월회비가 전액 지원된다. 또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웨이브, 티빙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멜론, 지니뮤직 등 음원서비스도 1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온라인 상에서 간편하게 쓸 수 있는 ‘디지털 카드’도 잇따라 출시됐다. 기존에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면 실물 카드가 기본이고 온라인에선 ‘앱 카드’ 등을 이용할 수 있는 형태였지만, 앞으로는 이런 디지털 카드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하나카드는 플라스틱 카드가 없는 모바일 전용 상품 ‘모두의 쇼핑’을 선보였다. 플라스틱 카드를 발급받으려면 수수료 50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모두의 쇼핑은 기본적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10% 적립 혜택을 제공하며, 출시 기념으로 오는 7월 말까지 ‘반값 혜택’ 이벤트를 진행한다. 쿠팡, 11번가, G마켓, 옥션, 위메프, 인터파크를 비롯한 온라인 쇼핑 가맹점과 넷플릭스 등 언택트 기반 업종에 대해 50% 적립 혜택을 준다.모바일 전용 ‘디지털 카드’ 출시 잇따를 듯 신한카드도 모바일 단독 카드 ‘신한카드 예이’를 출시했다. 신청, 발급, 사용까지 전 과정이 100%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디지털 카드인 만큼 카드 플레이트에 ‘움짤’(움직이는 이미지)을 도입했다. 언택트 소비를 겨냥해 OTT와 배달음식 업종을 함께 이용하면 혜택을 주는 게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넷플릭스·유튜브 프리미엄 등 OTT 영역에서 30%, 배달의 민족·요기요 등 배달음식 영역에서 15% 포인트 적립 혜택을 주고, 한 달에 2개 영역을 모두 이용하면 배달음식 영역에 15%가 추가 적립된다. 직장인 김모(32)씨는 “최근 콘서트 티켓 등 문화 혜택에 강점이 있던 카드들도 인기가 시들해졌고, 지금으로선 카드 포인트를 현금화하는 게 가장 실용적이라고 느껴진다”면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새로운 카드 혜택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 우리음악의 가치를 되짚어 보다… ‘수림뉴웨이브 2020’ 개최

    우리음악의 가치를 되짚어 보다… ‘수림뉴웨이브 2020’ 개최

    한국 전통음악 예술가를 발굴·지원하는 수림문화재단(이사장 유진룡)이 전통음악축제인 <수림뉴웨이브 2020(Soorim Newwave 2020)>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파생’이라는 주제로 음악적 역동성을 예술가 각자의 관점에서 해석·표현·공유하는 이번 축제는 전통을 기반으로 한 창작음악을 통해 ‘우리음악’과 ‘수림뉴웨이브’의 가치 확산에 기여한다는 취지다. 김희수 기념 수림아트센터에서 오는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에 걸쳐 진행된다.수림DAY인 12일에는 ‘2010 수림뉴웨이브상’ 수상자인 장재효 예술감독의 개막공연 ▲民謠(민요)-사람의 노래가 펼쳐진다. 아트DAY인 6월 13~14일에는 추진위원들이 선정한 ‘<수림뉴웨이브 2020>이 주목한 아티스트 6팀’의 공연이 관객을 찾아간다. 13일에는 ▲아마씨 효과: 울려퍼지다(밴드 AMA-C) ▲연희 땡쇼(연희 안대천) ▲앨리스뎐-저마다의 첫 소절(판소리 정지혜)을, 14일에는 ▲지금, 여기(가야금 오혜영) ▲두 개의 방(거문고 황진아·박다울) ▲무장단(타악 임용주)을 통해 관객들과 호흡하는 시간을 갖는다. 축제 마지막 날인 14일에는 ‘2020 수림뉴웨이브상’ 수상자를 선정한다. 수림문화재단 관계자는 “전통음악 예술가를 발굴·지원하는 수림아트센터 우리음악 축제를 통해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든 시민에게 위로와 힐링을 제공할 것”이라며 “시설 방역은 물론 방문객 질문지 작성, 체온 측정, 마스크 착용 등 생활 방역 지침을 준수, 안전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009년 설립된 수림문화재단은 동교(東橋) 김희수(金熙秀) 선생의 인생철학인 ‘문화입국’을 뿌리로 한다. 설립자의 뜻을 이어받아 예술 창작 지원·문화예술 인재 양성·시상·국제문화교류 사업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수림뉴웨이브 2020>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수림문화재단 홈페이지와 수림뉴웨이브 공식 SNS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통합신공항 최종 이전지 조속 결정… 사업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통합신공항 최종 이전지 조속 결정… 사업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국방부는 하루빨리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군공항·민간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를 개최해 최종 이전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김영만 경북 군위군수는 1일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통합신공항 이전과 관련해 해당 자치단체들이 지난 1월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주민투표를 한 뒤 이를 바탕으로 국방부에 유치지역을 신청했으나 이후 최종 이전지 선정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김 군수는 “대구시와 군위군, 지역 시민단체들이 줄기차게 이전부지 선정위를 조속히 개최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하지만 국방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면서 언론을 통한 일방적인 입장발표, 비공개 협조요청 등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군위군에 책임을 돌리려는 술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업의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방부가 법적 절차대로 이전부지 선정위를 개최해 이전 후보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군수와의 일문일답.-국방부에 공항 이전부지 선정위를 조속히 개최할 것을 계속 촉구하는데. “공항 이전부지 결정이 늦어지면서 사업이 답보상태에 놓였다. 또한 군위와 의성 유치 지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월 ‘주민투표 결과를 반영해 이전부지 선정을 위한 필요한 후속 조치를 충실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공식화했지만, 정작 이전부지 선정위 개최 시기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유치 신청은 해당 지자체장 고유 권한” -국방부가 지난 1월 21일 주민투표 직후 ‘의성 비안·군위 소보’ 공동후보지를 공항 이전 지역으로 확정해 발표했는데. “특별법에 따라 선정위의 심의·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국방부의 단독 입장에 불과하다. 어떻게 군위군이 유치 신청도 않은 지역(소보)을 국방부가 일방 이전지로 결정할 수 있느냐. 말이 안 된다.” -군위군은 ‘군위 우보’ 단독후보지가 유일하게 적법성을 갖췄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특별법은 공동후보지의 경우 군위군수와 의성군수 두 명 모두 공동으로 유치 신청해야 국방부 이전부지 선정위에 상정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군위군수는 투표결과에 따라 공동후보지에 대해서는 유치 신청을 하지 않았다. 국방부가 주민투표 이전에 실시한 주민공청회에서 ‘유치 신청은 해당 지자체장의 고유 권한’이라고 분명히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공동후보지는 선정위가 열려도 심의대상이 될 수 없다.”-일각에서 주민투표에 진 군위군이 의성군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우보 단독후보지 찬성률이 소보에 월등히 앞섰다는 이유로 우보에 대해서만 유치 신청을 해 선거에 불복한다고 주장하는데. “주민투표 결과 공동후보지인 의성군 비안의 찬성률(90.36%)이 군위군의 우보 단독후보지(76.27%)를 앞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군위군 주민투표 결과는 단독후보지 우보 찬성 76.27%, 공동후보지 소보 반대 74.21%로 나타났다. 군위군수는 관련 법에 따라 지역 주민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해 과반이 찬성하는 단독후보지 ‘우보’ 한 곳만 유치 신청했다. 선거 불복이 아닌 관련 법을 철저히 준수했으며, 국방부를 비롯해 대구시, 경북도, 군위군, 의성군 등 4개 관련 자치단체도 주민투표 이전부터 예상했던 것이다.” -최근 국방부가 군위군에 비공개 공문을 보내 “군위군수가 유치 신청한 우보 단독후보지를 통합신공항 이전후보지 선정위원회에 상정해도 부적합 판정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협조해 달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이다. 국방부가 법적 절차에 속하지 않는 협조 공문을 통해 공동후보지 유치 신청을 압박하는 것은 법을 위반하라고 종용하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국방부가 대구경북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통합신공항 이전 문제를 밀실협상으로 졸속처리하려 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우리 군이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군위군수가 주민투표 결과와 부합되지 않는 공동후보지를 유치 신청할 경우 (군 공항 이전)특별법 위반’ 의견이 있었다. 이를 근거로 즉각 국방부에 ‘통합신공항 공동후보지 유치 신청 불가’ 입장의 회신 공문을 공식 통보했다. 어떤 경우에도 군위군민 74%가 반대하는 공동후보지에 대해 유치신청은 할 수 없고, 이는 타협의 대상도 될 수 없다.”●“법적 절차대로 이전 사업 진행 해야” -국방부가 이전부지 선정위 개최에 미온적이라는 일부의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법적 절차대로 이전 사업을 진행시키기 않고 시빗거리 차단에만 급급해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국방부가 지난달 13일 김상훈(대구 서구) 국회의원의 서면질의에 대해 “군위군수의 유치신청 없이 공동후보지를 이전부지로 선정할 수 있는지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법률적 다툼의 소지가 크다는 게 다수 의견”이라고 답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또한 국방부 스스로 의성군수 단독 유치 신청한 소보·비안 후보지에 대해 선정위를 열 수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정치권 등에서 군위군이 공항이전에 대승적으로 협력해 줄 것을 요청하는데. “공항 이전 사업은 특별법에 따라 엄격히 추진되고 있다. 일부의 대승적 협력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우리 군이 마치 지역이기주의에 매몰돼 생떼라도 쓰는 것처럼 호도되고 있어서다. 국책사업인 공항이전을 흥정의 대상으로 삼거나 위법적으로 추진해서는 절대 안 된다.” -군위 우보 단독후보지 입지의 장점은. “우보는 인구, 접근성, 교통망, 이동시간 등에서 우수성을 지녔다. 우보 단독후보지는 50㎞ 반경 내 인구 353만명으로 공동후보지 169만명보다 2배나 많고, 접근성 면에서도 현 대구공항에서 직선거리가 27㎞에 불과하지만 공동후보지는 46㎞나 된다. 현 대구시청에서도 30분대 접근이 가능하다. 항공기 운영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연간 안개일수도 단독후보지는 5일인데 반해 공동후보지는 58.8일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국방부에 조속한 부지 선정위 개최와 이전부지 결정을 계속 촉구하겠다. 국방부는 통합신공항 사업에 집중해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만일 국방부가 정상적인 법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면 우리 군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 군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그는 누구 도전정신 강한 ‘오뚝이 군수’ 김영만(67) 군위군수는 세 번의 도전 끝에 군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 텃밭인 경북에서 유일하게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됐다. 2017년에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을 유치하려 한다는 이유로 반대추진위원회로부터 주민소환 대상이 됐지만 청구요건 미달로 투표가 무산돼 군수직을 유지했다. 이듬해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하면서 통합신공항 군위 유치에 주력해 왔다. 경북도의회 재선(4·8대) 도의원을 지내기도 했으며, 8대 후반기 땐 농수산위원장을 역임했다. 특유의 뚝심과 도전정신이 강해 ‘오뚝이 인생’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불가능은 없다’는 게 좌우명인 그는 경북대 농업개발대학원을 졸업했다. 부인 박인순(68)씨와의 사이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취미는 독서. 군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장군의 아들까지 알 수 없는 죽음 당해…우리가 싸우지 않으면 軍 변하지 않아”

    “장군의 아들까지 알 수 없는 죽음 당해…우리가 싸우지 않으면 軍 변하지 않아”

    “훈이 생각하면 너무 기가 막혀. 내 마음을 정리해서 표현할 문구를 아직까지 못 찾았어. 슬픈데 얼마나 슬픈지, 고통스러운데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아직도 정확히 말할 수가 없어요.” 육군 장교의 부인으로 평생 ‘꽃길’만 걸으며 살았던 ‘사모님’이 50대 중반에 돌연 ‘투사’가 됐다. 아버지를 따라 육군사관학교에 가겠다는 아들을 말리면서도 내심 자랑스러웠던 것은 그만큼 남편이 몸담았던 군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 어머니가 22년째 군을 상대로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1998년 2월 2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초소에서 사망한 김훈(당시 25세·육사 52기) 중위는 자살한 것이 아니라고, 자살한 것으로 몰아간 것을 잘못했다는 말을 군으로부터 듣기 위해서다.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동에서 김 중위의 아버지 김척(77·육사 21기) 예비역 중장과 함께 만난 어머니 신선범(76)씨 눈에는 아들을 먼저 보낸 참척(慘慽)의 아픔을 풀어내는 내내 연신 눈물이 맺혔다. 19년 만에 순직 결정 직후 국가 배상 ‘다시 시작’ 김 중위는 숨진 지 19년 만인 2017년 10월 가까스로 순직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부모에게는 또 다른 싸움의 시작이었다. 부모는 “국방부가 사망 원인을 자살로 고집하며 20년 가까이 순직 결정을 미뤘다”며 순직 처분 다음해 국가를 상대로 다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곧바로 항소해 지난달 20일 항소심 판결이 선고될 예정이었다가 재판부의 변론 재개 결정으로 오는 25일 다시 재판이 열리게 됐다.사망원인 여전히 외면… 1심 패소·오는 25일 항소심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심 재판 과정은 어땠나. “재판은 분노의 연속이었다. ‘진상규명 불능’일 경우 순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직접적인 근거 조항이 없었다며 1심이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지 꼬박 1년이 지났다. 그사이에도 우리는 국방부에 ‘훈이의 사망 원인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과거 훈이를 자살로 몰며 순직 결정을 미뤄 온 데 대해 사과하면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런데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던 지난 4월 13일 국방부는 재판부에 낸 참고서면에서도 ‘재판 중인 사항에 관하여는 공식 답변이 제한된다’며 끝내 우리를 무시했다.”(김) -국가(국방부)를 상대로 낸 소송이 이번이 두 번째다. “2000년에는 군 수사기관이 처음부터 훈이가 자살했다고 결론 내고 사망 사건을 은폐·조작했다고 소송을 냈다. 2006년 대법원에서 군의 1차 수사 과실이 최종 인정됐고, 처음 수사가 잘못돼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다고 명백히 밝혔다.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도 2009년 10월 ‘진상규명 불능’으로 결론 냈다. 이후 추가 조사도 안 이뤄졌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순직 처분을 미루고, 여전히 국회 국방위원회를 비롯한 공식·비공식 자리에서 훈이를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자로 몰았다. 2017년 5월 정부가 바뀐 뒤 군 의문사가 ‘적폐’로 규정된 뒤에야 그해 순직 처분이 됐다. 두 번째 소송에서는 대법원 판단 이후 11년간의 시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김) -순직 결정으로 유족들의 요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인식도 있다. “그래서 순직 처분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거다. 우리는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훈이는 ‘직무수행 중 사망한 사람’으로 분류됐다. 애국자로 정당한 예우를 받아야 한다. 가끔 만나는 사람들은 ‘국립묘지에 안장됐으니 다 끝난 것 아니냐’고 한다. 그런데 군 안에서는 여전히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나약한 군인으로 기록돼 있다. 처음부터 제대로 조사하기는커녕 진실을 덮은 뒤 순직 결정을 미뤄 온 그 시간들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돌려놓고 싶은데 여전히 국방부는 훈이 사망 원인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김) “장군의 아들도 의문의 죽음… 우리가 멈추면 軍 안 변해” -어떤 과정들이 특히 고통스러웠나. “훈이 아빠가 3성 장군 출신으로 평생 군에 몸담았는데도 훈이가 떠난 그 순간부터 나라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았다. 가까웠던 사람들조차 ‘공공연히 훈이가 자살했다’며 우리의 목소리를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 1998년 12월 특별합동조사단이 꾸려져 재수사를 할 때도 ‘형님, 형수님’ 하며 따랐던 후배 장군마저 ‘조사단 회의를 지켜보게만 해달라’던 우리를 부하들을 시켜 끌어냈다(당시 특조단이 연 법의학자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8명 가운데 가족들이 추천한 노여수 박사만 유일하게 타살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후 특조단은 1999년 4월 다시 한번 김 중위의 사망 원인을 자살로 발표했다).”(신)-김 중위의 사망으로 가족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겠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결국 가족들이 나서야 했다. 훈이와 함께 근무했던 전역한 병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물었고, 훈이 육사 동기생들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확보했다. 서울역 버스정류장 앞에서 약국을 하던 친언니가 문산에서 오는 버스에서 내리는 군인들이 볼 수 있도록 약국 벽에 훈이 사진과 제보 요청 글을 써 놓기도 했고, 진상을 밝혀 달라는 내용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평생 정갈하고 예쁘게 삶과 가정을 꾸려 왔던 나의 인생이 거친 길을 헤매고 시도 때도 없이 울분을 토하는 것으로 뒤바뀌었다.”(신) “훈이가 떠난 그날 오후 군에 남아 있던 동기로부터 ‘너희 집 무슨 일 있니? 훈이가 자살했다’는 전화를 받은 뒤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마음 편히 밥을 먹은 날이 없다(김척 예비역 중장은 1997년 예편). 우리뿐 아니라 훈이 동생까지 평온하던 가정이 깨지다 못해 하루아침에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지옥 속에 들어갔다. 훈이가 갑자기 떠난 것도 아프지만 그 죽음이 헛되게 매도당하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어려서부터 ‘군인을 하겠다’던 아이였고 워낙 올곧은 원칙주의자여서 육사 동기생들 사이에서 별명이 ‘곰’이었다. 그런 훈이를 두고 ‘부모의 강압적인 입대 권유 등 가정 환경의 영향을 받아 우울함으로 자살했다’고 한 군을 용서할 수 없었다.”(김) -군 의문사 진상을 밝히기 위해 싸우는 부모들이 여전히 많다. “내가 멈출 수 없는 게 바로 그 이유다. ‘장군의 아들’도 이렇게 알 수 없는 죽음을 당하고, 엘리트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그 진실을 풀기가 이토록 힘든데 다른 부모들은 오죽하겠나. 간단한 자료 하나 얻기도 어렵다. 3성 장군을 지낸 사람이 어떻게 군을 상대로 그렇게 싸우냐고 나무라는 이들도 많았는데, 내가 군인이었기 때문에 더 싸워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싸우지 않으면 군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지금도 순수하게 나라를 위해 고생하는 군인들이 많은데 군에서 혹시 잘못되더라도 명예로울 수 있다는 믿음을 그들에게 줘야 한다.”(김) -22년째 이어 온 싸움에서 궁극적으로 무엇을 얻고 싶나. “진실을 밝히는 것과 진심의 사과를 받는 거다.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국방부가 공식 사과를 한다면 소송도 취하할 것이다. 오히려 재판은 국방부가 ‘당시 법령 등 근거가 명확지 않았다’며 순직 결정을 미뤄 온 이유를 합리화할 수 있는 면피 수단이기도 하다. 소송은 돈 때문이 아니라 훈이가 정신질환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하는 거다. 아버지이자 전우로서 훈이 죽음의 진실을 밝혀야만 하는 의무가 나에게 있다. 훈이 사건은 또 다른 ‘드레퓌스 사건’으로 볼 수 있다. 가족들은 군의 규정을 어긴 누군가의 큰 잘못을 덮기 위해 훈이가 죽게 된 것이라 믿고 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밝혀졌듯 언젠가 훈이 죽음의 진실도 밝혀질 것으로 믿고 그때까지 버텨 낼 것이다.”(김) “우리 훈이는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었다. 어려서부터 부대에서 군인들과 함께 뛰고 자라면서 군인을 꿈꿨다. 육사를 졸업하고도 공수부대에 자원하려고 했다. 군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자부심이 컸다. 나 역시 군인의 아내로 살며 군을 사랑했다. 부대 병사들 간식이며 생일잔치까지 챙겨 줬고, 수색대대를 떠난 뒤에도 수색대 병사들만 보면 반가워서 남편 주려고 산 떡이나 담배를 아낌없이 쥐여 보냈다. 편안히 군 생활에만 신경쓸 수 있도록 철저하게 내조했다. 국가를 위해 평생 헌신한 남편이 자랑스러웠고, 그 길을 이으려던 아들이 멋있었다. 우리 가족에게 군이 이토록 잔인해선 안 되는 일이었다. 지난 시간들에 대한 사과를 받고 싶다.”(신)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여기는 남미] “내 남편은 임신 8개월”…성별 바뀐 부부 화제

    [여기는 남미] “내 남편은 임신 8개월”…성별 바뀐 부부 화제

    아기가 자라면서 한동안 누가 엄마인지, 누가 아빠인지 헷갈릴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지금 최고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고 한다. 콜롬비아의 여자모델 단나 술타나가 최근 공개한 사진이 화제다. 활짝 웃고 있는 남편과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찍은 사진이다. 여느 부부처럼 찍은 사진이지만 두 사람의 사진엔 약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수염을 기른 남편은 팔뚝에 커다란 타투까지 갖고 있어 상남자 같지만 복부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남편은 잔뜩 복수가 차오른 사람처럼 배가 불러 있다. 여자라면 임신을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사진을 보면 남편은 분명 남자로 보인다. "혹시 남자가 임신을?" 황당한 질문 같지만 이게 정답이다. 두 사람은 성별이 뒤바뀐 부부다. 부인 단나 술타나는 남자로 태어났지만 후천적으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발견, 여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트랜스젠더다. 반대로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남편 에스테반 란드로는 생물학적으로는 여자로 태어났지만 남자로 살기로 결심해 성을 전환한 경우다. 남자에서 여자로, 여자에서 남자로 각각 변신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두 사람은 운명의 장난처럼 만나 백년가약을 맺었다. 두 사람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면서 천생연분을 자랑한다. 그렇게 가정을 이룬 두 사람에게 지난해 2세가 잉태됐다. 두 사람은 의학의 힘을 빌리지 않고 아기를 갖게 됐다. 겉모습은 여자에서 남자로, 남자에서 여자로 각각 완벽하게 바뀌었지만 은밀한 신체부위는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생물학적으론 완전하게 여성을 유지하고 있는 남편은 이제 임신 8개월이 됐다. 부부는 건강한 남자아기가 자라고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아리엘'이라는 멋진 이름도 준비해 놓았다. 예정된 산달은 다음달이지만 남편은 얼마 전 예상치 않은 산통을 겪었다. "혹시 아기가 앞당겨 나오는 것 아냐?" 이런 걱정을 한 부부는 황급히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는 "임신 8개월엔 이런 증상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두 사람을 안심시켰다. 태아의 덩치가 커 산통을 또 느낄 수도 있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부부는 "꿈은 이루어진다고 한 말이 사실이더라"라면서 최근 사진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개했다. 사진에는 "너무 예쁜 부부다"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당신들 덕분에 용기를 갖게 됐다"는 응원의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사진=단나 술타나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심현희 기자의 술 이야기] 얼얼함에 찡긋, ‘불맛’에 빠져든다

    [심현희 기자의 술 이야기] 얼얼함에 찡긋, ‘불맛’에 빠져든다

    한국에서 위스키를 마시는 문화는 최근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김영란법, 회식 문화의 변화, 혼술족의 증가 등 사회 트렌드에 가장 영향을 받은 술이 위스키이기 때문입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위스키 시장 규모는 반 토막이 났지만 위스키를 소비하는 층은 오히려 젊어졌습니다. 지역별로 개성이 강한 싱글몰트위스키를 영화 ‘소공녀’의 주인공처럼 바에서 홀로 즐기는 일은 나를 위한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싱글몰트위스키 가운데 ‘술꾼’들의 침샘을 자극하는 건 스코틀랜드 남서부에 있는 아일러섬에서 증류하는 위스키입니다. 아일러섬은 3000명 남짓한 주민 대부분이 위스키 산업에 종사해 ‘위스키섬’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피트(peat·이탄)를 태워 맥아를 말리는 과정을 거친 아일러 위스키는 강한 훈연 향과 병원 소독약 냄새, 해초 향(갯내) 등의 독특한 아로마를 내뿜는 것이 특징인데요. 지역별 위스키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한다면 초심자라도 아일러 위스키만큼은 쉽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개성이 강합니다. 섬 남부의 아드벡과 라가불린, 라프로익, 중부의 보모어 등 위스키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 봤을 유명 증류소가 이곳에 모여 있죠. 아일러 위스키 초심자라면 이 중에서도 다채로운 맛의 균형이 일품인 라가불린 16년부터 마셔 보기를 권합니다. 위스키 업계의 전설적 평론가 마이클 잭슨이 만점을 준 위스키로도 유명한 이 위스키는 버번 오크통을 쓰는 여타 증류소와 달리 셰리 오크통에 위스키를 숙성시켜 강한 훈연 향에 꽃향기와 은은한 과일 향을 입혔습니다. 첫 아로마는 과일 향인데 중간부터 스모키 향이 폭풍처럼 밀려옵니다. 캐러멜과 과일 향이 어우러진 부드러운 오크 향을 선호하는 이라면 아일러 위스키를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묘한 건 아일러 위스키가 가진 중독성입니다. 처음 맛봤을 땐 특유의 얼얼함 때문에 표정을 찡그리다가 점점 빠져들고 마는 ‘마라’ 요리처럼 말입니다. 이 지역 위스키는 한번 중독되고 나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을 지녔습니다. 이 짙은 매력의 핵심이 바로 훈연 향입니다. 불의 발견으로 문명을 일군 인간의 본능이라 해야 할까요? ‘불 맛’을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아일러 위스키의 페어링을 논할 때 애호가들은 겨울 석화를 1순위로 꼽지만 이 위스키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불에 구운 소고기가 제격입니다. 서울 종로구 내자동 골목 깊숙한 곳에 있는 한옥을 개조한 건물에 마련된 코블러에선 위스키를 잔으로 주문할 때 서비스로 참나무에 구운 소고기 2점을 내어 줍니다. 잔을 넉넉하게 채운 피트 향 가득한 아일러 위스키 1잔과 소고기를 머금으면 “인생 뭐 별거 있나”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입안에선 불 맛이 증폭하고 참나무 향 가득한 고기 한 점이 혀끝을 살살 녹이는 순간만큼은 세상에 부러울 일도, 아무런 근심·걱정도 없을 것만 같습니다. macduck@seoul.co.kr
  • [데스크 시각] 팔순 아버지의 ‘미닝아웃’/유영규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팔순 아버지의 ‘미닝아웃’/유영규 사회부장

    “보건소 갔다 왔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혼자 사시는 아버지가 무심히 종이 한 장을 툭 내밀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였다. 어느덧 여든에 가까워진 아버지는 그렇게 종이 한 장을 통해 ‘본인이 치료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을 때 심폐소생술이나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같은 의미 없는 연명치료를 하지 말아 달라’는 뜻을 내비쳤다. 아버지가 떠날 채비를 하시는 듯해 만감이 교차했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뭔가 말을 꺼내야 했지만, 솔직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잘하셨다”고 하자니 내심 섭섭해하실 수도 있겠다 싶었고, “왜 그러셨어요”라고 하자니 생각과는 다른 말을 내뱉는 듯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사를 써왔고 주변에도 그런 의사를 밝혀 왔지만 아버지의 갑작스런 ‘미닝아웃’(신념(meaning)과 나오다(coming out)의 합성어. 자신의 취향이나 정치·사회적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당혹스러웠다. 한참을 애먼 TV만 멀뚱멀뚱 바라봤다. 우리 가족에겐 아픈 기억이 있다. 11년 전 어머니는 폐암 선고를 받고 6개월의 시한부 인생을 살다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정작 어머니는 자신이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담당의사가 ‘시한부’라는 사실을 절대 환자에게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비소세포성 폐암인데 미국에 가도 수술은 불가능합니다. 환자에겐 절대 6개월 남았다는 이야길 꺼내지 마세요. 그러면 정신력이 강하신 분도 3개월을 못 버팁니다. 먹는 표적치료제인 이레사를 써 볼 테지만 장담은 못 합니다.” 그의 처방은 잔인했다. 가족들로 하여금 또 다른 가족이 스스로의 삶을 정리하고 마감할 기회 자체를 앗아가라는 주문이었다. 의료윤리적 측면에서도 의사는 환자에게 진실을 알려야 할 당연한 의무가 있지만 그는 자신의 의무를 방기했다. 하루하루가 딜레마였다. ‘본인은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가족이라고 해서 이럴 권리가 있을까’ 고민스러웠지만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의사의 말을 거역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가족들의 하얀 거짓말이 시작됐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아들, 부탁인데 사실대로 이야기해 줘야 해. 그래야 엄마도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정리할 일들도 정리하지….” 본인의 몸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지 어머니는 먹는 약과 병에 대해 솔직히 말해 달라고 했다. 그때마다 “괜찮다”고만 했다. 그게 최선이라고 믿었다. 실은 적당한 시점엔 말씀드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병세는 예상했던 것보다 급격하게 나빠졌다. 암세포가 몸 곳곳으로 전이되면서 대화조차 나누기 어려운 상태가 됐고 결국 다시 환자를 들쳐 업고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야 했다. 평생을 엄마이자 아내로 사는 게 먼저였던 어머니의 버킷리스트는 결과적으로 가족들에 의해 지워졌다. 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순간이었다. 얼마 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갑자기 건강이 나빠진 것도, 몹쓸 병에 걸린 것도 아니다. 그저 진심으로 옳다고 생각하면 미루지 말고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의향서를 작성한 가장 큰 이유는 내 삶의 마지막 순간을 비교적 존엄하게 마무리하고픈 마음에서다. 문득 “왜 이야길 안 했냐”며 아내가 섭섭해할 거란 생각도 든다. 마지막을 준비하려는 건 우리 가족이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함이라고 설명하련다. 아버지에게도 못 했던 이야길 건넬 생각이다. “잘하셨어요. 저도 아버지 덕분에 등록했어요.” whoami@seoul.co.kr
  • 신부 사망했는데...웨딩업체 환불 대신 조롱 받은 美남성 사연

    신부 사망했는데...웨딩업체 환불 대신 조롱 받은 美남성 사연

    예비 신부가 비극적인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결혼식 예약을 취소해 달라는 남성의 요청을 거절한 웨딩사진 업체에 비난이 쏟아졌다. 뉴욕포스트 등 미국 현지 언론의 27일 보도에 따르면, 저스틴 몽트니라는 이름의 남성은 여자친구였던 알렉시아 와트와 5월 23일 결혼식을 올리기로 약속하고, 지난해 11월 웨딩 사진업체에 계약금 1800달러(약 223만 원)를 건넸다. 하지만 지난 2월 4일, 예비 신부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고 그녀는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얼마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몽트니는 마음을 추스린 뒤 웨딩사진 업체를 찾아가 “결혼식이 취소됐으니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당신의 다음 결혼식까지 해당 계약을 연장해 주겠다”며 환불을 거절했다. 몽트니는 예비 신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사연을 구구절절 설명했지만, 업체 측은 “유사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환불이 불가하다. 이미 우리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 일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해당 업체의 SNS 페이지에 찾아와 부정적인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입소문이 퍼지자 업체 측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저스틴 몽트니 웨딩 닷컴’이라는 사이트까지 만들어 서슴없이 그를 조롱하는 등 반격을 가했다. 여기에는 “인생이 비열한 저스틴 같다” 등의 ‘망언’이 포함돼 있었지만, 현지 언론까지 나서며 일이 확대되자 문제가 되는 메시지를 삭제했다. 대신 해당 업체 측은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예비 신부가 사망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하는 동시에, 계약 당시 규정상 환불이 불가한 부분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는 사실을 환기했다”면서 “계약자(몽트니)가 지속적으로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환불을 요청해 왔기에 결국은 응답을 피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해명했다. 이후 해당 업체는 이와 관련한 추가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을지대 평생교육원, 50·60세대 경기도생활기술학교 무상 교육생 모집

    을지대 평생교육원, 50·60세대 경기도생활기술학교 무상 교육생 모집

    을지대학교 성남캠퍼스 평생교육원에서 2020년 경기도생활기술학교 상반기 교육생을 모집한다고 28일 밝혔다. 경기도생활기술학교는 경기도에서 시행하고 을지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사업으로, 지난 25일 을지대학교 평생교육원과 경기도가 수탁기관 협약을 체결하면서 진행하게 됐다. 이 과정은 은퇴 이후 인생 2막 설계를 위한 사회 환원 및 재취업 기술과정으로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50세~69세 중장년층이면 무상으로 참여할 수 있다. 교육은 외식 케이터링·디렉터 과정 25명, 웰다잉상담지도사·치매예방지도사 과정 30명으로 이뤄지며, 서류와 면접 절차를 거쳐 상반기와 하반기 교육생을 각각 55명씩 110명 선발한다. 이 과정을 통해 각 분야의 자격증 및 총장 명의 수료증이 발급된다. 외식 케이터링·디렉터 과정은 6월 17일부터 8월 21일까지 매주 수?금요일 식품산업외식학과 신미혜 교수가, 웰다잉상담지도사·치매예방지도사 과정은 6월 17일부터 9월 11일까지 매주 수?금요일 장례지도학과 최재실 교수가 맡아 진행한다. 교육 참여를 희망하는 예비 수강생은 평생교육원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내려 받아 작성 후 이메일 및 우편, 팩스로 6월 12일까지 접수가 가능하고. 상담 및 기타 문의는 평생교육원(031-740-7283)에 하면 된다. 신규옥 평생교육원장은 “이번 교육과정은 실무와 연계성이 높아 중장년층이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데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을지대는 코로나19와 관련해 다양한 감염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는 만큼 안전한 수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신간] “낭만적인 회상의 자유시”

    [신간] “낭만적인 회상의 자유시”

    쪽배여정(정문기 지음, 한림출판사 펴냄, 392쪽, 1만 5000원) 저자가 20여년간 쓴 시·수필·비문을 담았다. 시는 1부에서 8부까지 130여편이 수록돼 있으며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꼈던 희로애락을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수필은 어머니에 대한 효의 참의미 등 20여편을 담았다. 성균관 전학에 재임하면서 쓴 비문 중 20여편도 엄선해 실었다. 정상기(문학박사) 시인은 “낭만적인 회상의 자유시”라고 서평 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신간] 인문교육 전문가의 창조적 일상으로 이끄는 사색 에세이

    [신간] 인문교육 전문가의 창조적 일상으로 이끄는 사색 에세이

    인문학적 성장을 위한 8개의 질문(김종원 지음, 나무생각 펴냄, 260쪽, 1만 4800원) 인문 교육 전문가인 저자는 책에서 ‘무엇’에 대한 기준과 방향이 그 사람이 살아갈 인생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삶에 영향을 끼치는 ‘열정’, ‘언어’, ‘일’, ‘성장’, ‘생각’, ‘기품’, ‘조화로운 삶’, ‘관계’라는 큰 주제를 선별해 다각도로 함께 사색하고, 더 풍요롭고 균형 잡힌 삶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인문학은 세상과 사람에 대한 사랑에서 기인하며 배움에만 그치지 않고 삶으로 그려지고 실천되는 것”이라면서 “일상을 떠나지 않고 시종일관 거짓 없이 실천되는 사색은 자기 삶의 철학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삶의 현장을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성장 동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월드피플+] 왼쪽 다리없는 남성과 오른쪽 다리없는 여성의 러브스토리

    [월드피플+] 왼쪽 다리없는 남성과 오른쪽 다리없는 여성의 러브스토리

    지난 3월 중순 하노이 응호아 마을에서는 매우 특별한 결혼식이 열렸다. 왼쪽 다리가 없는 남편, 오른쪽 다리가 없는 신부, 이들의 만남과 사랑은 운명이었을까? 베트남넷을 비롯한 현지 언론은 이들의 사랑에 얽힌 아름다운 사연을 전했다. 아내 투(26)는 10살 때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한편 남편 바오(27)는 어려서 아열대 지방의 풍토병으로 알려진 상피병에 걸렸다. 치료를 위해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점점 악화하는 병을 고칠 수 없었고, 결국 지난 2012년 왼쪽 다리를 절단했다. 당시 그의 나이 19살, 젊음의 열정을 불태울 시기에 다가온 불행이었다. 하지만 낙담과 실의에 빠지지 않도록 자신을 부여잡기 위해 바오는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도전했다. 그는 평범한 사람도 도전하기 힘든 스포츠의 세계에 입문했다. 롤러 스케이팅, 수영, 암벽 등반, 스키 등 각종 스포츠를 섭렵했다. 장애인 스키 대표선수로 장애인 올림픽에 참가한 적도 있다.이들 둘이 서로를 만난 것은 장애인 단체 활동을 통해서였다. 우연히 바오의 사진을 보게 된 투는 그의 자신감에 가득 찬 밝은 표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자신과 같은 장애를 지녔지만,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강한 긍정의 힘이 뿜어졌다. 바오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면서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친구가 되었다. 한쪽 다리로 롤러 스케이팅을 가르치는 그에게 운동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투는 바오와 직접 만나게 되었다. 당시 투는 바오와 사랑에 빠지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왜냐하면 장애를 지닌 두 사람이 정상적인 가정을 꾸릴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난 순간 투의 사랑에 대한 ‘기준’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바오 역시 투를 처음 보는 순간 ‘운명의 짝’임을 느꼈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교제를 주위에서도 축복해 주었다. 둘은 완벽한 한 쌍으로 보였다. 혼자면 불완전해 보이는 결핍의 부분이 둘이 함께하면 꼭 맞추어진듯 했다. 함께라면 어떠한 인생의 난관도 두려움이 없었다. 결혼 후 이들에게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결혼 두 달만인 이달 초 아이를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행여라도 아이에게 문제가 있을까 염려했던 부부에게 의사는 “아기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두 사람의 두 눈에 기쁨의 눈물이 흘렀다. 이들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에 감동한 수많은 누리꾼들은 행복이 가득한 가정을 꾸려나가길 축복했다. 이종실 호치민(베트남)통신원 litta74.lee@gmail.com
  • [유세미의 인생수업] 인생의 무게가

    [유세미의 인생수업] 인생의 무게가

    “싫은데요.” 쏘는 듯 바라보는 두 눈은 나를 어쩔 거냐는 식의 비웃음으로 가득하다. 당황스러울 법도 한데 영은씨는 막상 어린 제자에게서 이런 꼴을 당하고도 ‘쟤는 참 눈빛이 깊구나’라는 뜬금없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올해 기간제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그것도 나이 마흔이 넘어서. 결혼하고 연년생으로 아들만 둘을 낳은 영은씨는 육아전쟁이 남달랐다. 남편을 꼭 닮은 아들들은 기골이 장대하고 체력이 좋아 뿜어 나오는 에너지를 어찌할 바 몰랐다. 집에는 멀쩡히 남아나는 물건이 없고, 전쟁터라 불러야 마땅했다. 마트에서 양손 가득 먹거리를 사 날라도 이틀이 못 갔다. 임꺽정이라는 별명을 가진 남편과 리틀 임꺽정 두 아들에게 보랏빛 향기 강수지처럼 여리여리한 영은씨는 라이트급과 헤비급의 불공평한 경기 같은 육아로 십여 년을 보냈다. 이제는 내 인생을 좀 다시 살아 보자는 목마름으로 야심 차게 시작한 교사 생활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등교한 첫날부터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게 되는 낯선 학교환경에 그녀는 아연실색했다. 한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수업으로 버텼으니 망정이지 첫날부터 아이들 앞에 섰더라면 어찌됐을지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난다. 저소득층이 밀집해 있는 도시의 영향일까. 이 고등학교에는 유난히 어려운 가정환경의 학생들이 많다. 부모가 없거나, 있더라도 중증 장애인이거나, 소득이 거의 없는 가구의 아이들…. 병석에 평생 누워 있는 엄마, 집 나가 몇 년째 소식을 모르는 아빠, 얘기를 들어 보면 고등학교까지 무사히 다녀 주는 것만으로도 기특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기함할 만한 속사정을 아이들은 하나씩 품고 있다. 지각한 것도 모자라 아침조회 시간에 태연히 콜라와 햄버거를 먹고 있는 여학생을 제지하자 ‘배고파서’라는 말이 돌아온다. 그럼 먹고 난 쓰레기는 가지고 나가라고 하자 “싫은데요”라는 대답이 나온 거다. 수업시간 내내 정신없이 떠드는 아이들 때문에 편두통이 생길 판이다. 교실 뒤에서 밑도 끝도 없이 춤추는 아이도 있다. 수업과는 관계없이 깊이 숙면을 취하는 학생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학창 시절 모범생의 끝판왕이던 영은씨가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동료 교사에게 하소연하자 그는 정색을 한다. “아이들이 가진 인생의 무게가 있어요. 그걸 이해하면 그럴 만하다, 그럴 수 있다, 나라면 더했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꼭 가난만이 문제는 아니다. 멀쩡히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학생들도 그들 나름대로 감당이 안 되는 인생의 무게에 쓰러지기 일쑤다. 그걸 알면 아이들이 제대로 보인다고, 기다려 줄 마음은 얼마든지 채워진다고 선배인 그가 담담히 전했다. 세상에서 스치는 누구라도 이해 못 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가 감당해야 할 무게를 누군가 이해하고 있다면 그건 행운이고 축복이다. 영은씨는 햇병아리 교사인 자신이 문득 부끄럽다. 사람을 안다는 건 새로운 우주를 만난다는 뜻. 그 어마어마한 우주에 대해 무엇을 알았기에 멋대로 판단하고 진저리를 친 걸까. 퇴근길 마음 급히 동네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를 샀다. 카운터 직원이 물건을 던지듯 퉁명스럽다. ‘당신의 인생 무게는 뭐길래 그리 불친절한 거요? 집안걱정으로 머리가 천근만근인가, 종일 마스크를 쓰고 일하니 더 피곤하려나….’ 그리 생각하니 별로 불쾌할 일도 없다. 누구나 그만의 이유가 있다. 그 인생을 들여다보지 않고는 모를 일이다. 내 잣대를 거둬들이면 그 사람이 아니라 내가 평화를 누린다. 타인의 인생 무게를 이해하려는 자에게 건네는 신의 선물인 셈이다.
  • [정승민의 막론하고] ‘넘어 넘어’ 오는 진실들

    [정승민의 막론하고] ‘넘어 넘어’ 오는 진실들

    꼭 40년 전 오늘 광주는 다시 계엄군에게 넘어갔다. 끝까지 전남도청에서 저항하다 죽어간 시민군 중에는 몇 명의 학생이 있었다. 문재학, 박성용, 안종필. 빡빡머리 고교생들을 조명한 서울신문의 특집 기사를 읽다가 한강 작가의 장편 ‘소년이 온다’가 떠올랐다. 현실의 그들처럼 소설의 주인공도 10대 ‘아그’이기 때문이다. 짧은 생(生)은 항상 억울하고 원통하다. 더욱이 국가권력에 의한 죽음은 죽은 자뿐만 아니라 산 자에게도 무거운 숙제다. ‘오월의 사회과학’에서 광주의 진실을 학문적으로 밝힌 정치학자 최정운은 5·18이 모든 이에게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사건이라고 확언한다. 금남로의 죽음이 없었다면 독재는 계속되었을 것이고 지금의 민주주의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무거운 부채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소년이 온다’가 5월마다 찾아오는 ‘계절풍’ 베스트셀러인 사정도 그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그런데 미증유의 참극을 다룬 소설의 주인공이 왜 중학생일까. 10대가 가장 정의감이 강한 시기이기도 하고 사건의 비극성을 부각하기 위한 설정일 수도 있다. 당시 광주시 인구 7명 가운데 1명이 학생이라는 인구학적 특성도 감안하지 않았을까. 여러 풀이가 있겠지만 질문을 던지기에 가장 적합한 캐릭터가 아닌가 한다. 교과서에서 배운 화려강산(華麗江山)이 현실의 광주에서는 피로 돌변한 까닭을 에두르지 않고 묻는 인물이 중3 동호다. 국군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 주고 태극기로 감싸는지 궁금하다. 죽음이 예고된 도청의 시민군들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피해 버리면 되는데 누구는 남고 누구는 떠나는지 온통 의문투성이다.  소설 말고 여타 기록에서도 시민들은 태극기와 애국가에 필사적으로 집착한다. 한낱 ‘도륙된 고깃덩어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 또는 반란군이 죽인 것이기에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존재증명을 위해서다. 국가(國歌)를 제창하고 국기를 펄럭이는 것은, 일종의 ‘내전’을 감행한 폭력과 야만의 나라를 새로운 나라로 바꾸어 내면서 국민주권이 무엇인지를 보여 줬다는 것이 김종엽 한신대 교수의 평가다. 여기서 광주는 희생자가 아니라 건설자로 승화된다. 민주공화국의 역사를 다시 정초하는 주인공들이어서다. 물리력으로는 더이상 정치적 갈등을 풀 수 없다는 광주의 교훈이 있었기에 2016년의 촛불이 가능했고 대통령을 탄핵하는 헌정 절차가 작동했다. 실로 한 세대 전에 뿌려진 유혈의 씨앗이 무혈의 결실을 거둔 것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정치적 차원은 차치하고 실존적 차원에서 가장 답답하고 안타까운 대목은 ‘왜 그들은 남아서 죽었을까’다. 동호의 말마따나 ‘꽃 핀 쪽으로’ 가지 않고 캄캄한 죽음의 세계를 선택했는지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철학자 칸트는 인간의 내면에 들어 있는 도덕법칙에 대한 소명의식이 세속적 부와 권력은 물론 생명까지도 상대화시킬 수 있다고 봤다. 절대적인 숭고함을 느끼는 순간, 생존본능이라는 자연법칙마저 극복하고 불가능한 용기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최정예 특수부대의 압도적 폭력에 맞서면서 시민들은 자신의 목숨과 공동체의 삶이 일치하는 이른바 ‘절대공동체’를 경험했다. 광주의 진실은 죽음에 대한 공포마저 뛰어넘게 했다. 만약 모두가 무기를 두고 떠났다면 광주의 10일은 폭도의 시간으로 회칠되고 반역의 도시라는 낙인이 찍혔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십자가를 짊어진 시민군들이 있었기에 민주주의는 부활할 수 있었다. 개 끌리듯 끌려간 그들이 ‘죽음을 넘고 시대의 어둠을 넘은’ 것이다. ‘유리같이 연약한’ 인간들이 총탄을 맞고 사라지더라도 그들이 보았던 밤하늘의 별, 그들이 보여 줬던 빛나는 양심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그때 그곳에서 스러진 영혼들을 언제나 기억하고 기념하자. 그렇게 사회적 애도, 역사적 조문을 치를 때 우리의 사람됨과 시민됨은 복구되는 것이다.
  • [정승민의 막론하고] ‘넘어 넘어’ 오는 진실들

    [정승민의 막론하고] ‘넘어 넘어’ 오는 진실들

    꼭 40년 전 오늘 광주는 다시 계엄군에게 넘어갔다. 끝까지 전남도청에서 저항하다 죽어간 시민군 중에는 몇 명의 학생이 있었다. 문재학, 박성용, 안종필. 빡빡머리 고교생들을 조명한 서울신문의 특집 기사를 읽다가 한강 작가의 장편 ‘소년이 온다’가 떠올랐다. 현실의 그들처럼 소설의 주인공도 10대 ‘아그’이기 때문이다. 짧은 생(生)은 항상 억울하고 원통하다. 더욱이 국가권력에 의한 죽음은 죽은 자뿐만 아니라 산 자에게도 무거운 숙제다. ‘오월의 사회과학’에서 광주의 진실을 학문적으로 밝힌 정치학자 최정운은 5·18이 모든 이에게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사건이라고 확언한다. 금남로의 죽음이 없었다면 독재는 계속되었을 것이고 지금의 민주주의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무거운 부채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소년이 온다’가 5월마다 찾아오는 ‘계절풍’ 베스트셀러인 사정도 그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그런데 미증유의 참극을 다룬 소설의 주인공이 왜 중학생일까. 10대가 가장 정의감이 강한 시기이기도 하고 사건의 비극성을 부각하기 위한 설정일 수도 있다. 당시 광주시 인구 7명 가운데 1명이 학생이라는 인구학적 특성도 감안하지 않았을까. 여러 풀이가 있겠지만 질문을 던지기에 가장 적합한 캐릭터가 아닌가 한다. 교과서에서 배운 화려강산(華麗江山)이 현실의 광주에서는 피로 돌변한 까닭을 에두르지 않고 묻는 인물이 중3 동호다. 국군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 주고 태극기로 감싸는지 궁금하다. 죽음이 예고된 도청의 시민군들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피해 버리면 되는데 누구는 남고 누구는 떠나는지 온통 의문투성이다.  소설 말고 여타 기록에서도 시민들은 태극기와 애국가에 필사적으로 집착한다. 한낱 ‘도륙된 고깃덩어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 또는 반란군이 죽인 것이기에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존재증명을 위해서다. 국가(國歌)를 제창하고 국기를 펄럭이는 것은, 일종의 ‘내전’을 감행한 폭력과 야만의 나라를 새로운 나라로 바꾸어 내면서 국민주권이 무엇인지를 보여 줬다는 것이 김종엽 한신대 교수의 평가다. 여기서 광주는 희생자가 아니라 건설자로 승화된다. 민주공화국의 역사를 다시 정초하는 주인공들이어서다. 물리력으로는 더이상 정치적 갈등을 풀 수 없다는 광주의 교훈이 있었기에 2016년의 촛불이 가능했고 대통령을 탄핵하는 헌정 절차가 작동했다. 실로 한 세대 전에 뿌려진 유혈의 씨앗이 무혈의 결실을 거둔 것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정치적 차원은 차치하고 실존적 차원에서 가장 답답하고 안타까운 대목은 ‘왜 그들은 남아서 죽었을까’다. 동호의 말마따나 ‘꽃 핀 쪽으로’ 가지 않고 캄캄한 죽음의 세계를 선택했는지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철학자 칸트는 인간의 내면에 들어 있는 도덕법칙에 대한 소명의식이 세속적 부와 권력은 물론 생명까지도 상대화시킬 수 있다고 봤다. 절대적인 숭고함을 느끼는 순간, 생존본능이라는 자연법칙마저 극복하고 불가능한 용기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최정예 특수부대의 압도적 폭력에 맞서면서 시민들은 자신의 목숨과 공동체의 삶이 일치하는 이른바 ‘절대공동체’를 경험했다. 광주의 진실은 죽음에 대한 공포마저 뛰어넘게 했다. 만약 모두가 무기를 두고 떠났다면 광주의 10일은 폭도의 시간으로 회칠되고 반역의 도시라는 낙인이 찍혔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십자가를 짊어진 시민군들이 있었기에 민주주의는 부활할 수 있었다. 개 끌리듯 끌려간 그들이 ‘죽음을 넘고 시대의 어둠을 넘은’ 것이다. ‘유리같이 연약한’ 인간들이 총탄을 맞고 사라지더라도 그들이 보았던 밤하늘의 별, 그들이 보여 줬던 빛나는 양심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그때 그곳에서 스러진 영혼들을 언제나 기억하고 기념하자. 그렇게 사회적 애도, 역사적 조문을 치를 때 우리의 사람됨과 시민됨은 복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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