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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로서 사랑해요” 시어머니에 키스한 며느리 ‘충격’(아씨 두리안)

    “여자로서 사랑해요” 시어머니에 키스한 며느리 ‘충격’(아씨 두리안)

    “어머니 사랑해요. 며느리 아닌 여자로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파격적인 러브라인 티저로 화제된 TV조선·쿠팡플레이 미니시리즈 ‘아씨 두리안’. ‘아씨 두리안’은 기묘하고 아름다운 판타지 멜로 드라마로 단씨네 별장에서 성대한 파티와 함께 월식이 진행된 순간 등장한 정체 모를 두 여인과 단씨 일가의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시대를 초월한 운명의 이야기를 담는다. 해당 작품의 극본을 맡은 임성한 작가는 그간 어디서도 볼 수 없던 파격적인 전개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켜 왔다. 임 작가의 가장 유명한 명대사는 “암세포도 생명”이다. 다양한 시대와 인물을 다루던 그는 임성한이라는 필명에서 ‘피비’라는 필명으로 바꿔 활동 중으로, 이번에는 ‘아씨 두리안’을 통해 인생 첫 ‘멜로 판타지’ 장르에 도전한다. 극 중 며느리 장세미(윤해영)는 시어머니 백도이(최명길)에게 “사랑해요 여자로서요”라며 고부 간 러브라인을 그린다. 잠든 백도이를 바라보며 입을 맞추고 싶은 듯 다가가는 장세미의 모습이 티저에 함께 공개돼 많은 이들의 충격을 자아냈다.
  • “칼잡이·최초 타이틀 스토리보다 금융웰빙 성과로 평가받고 싶어” [안미현의 인물 프리즘]

    “칼잡이·최초 타이틀 스토리보다 금융웰빙 성과로 평가받고 싶어” [안미현의 인물 프리즘]

    ‘금융감독원 최초의 내부 출신 여성 부원장’, ‘김미영 잡는 김미영’, ‘고졸 신화’…. 숱한 수식어는 그를 만나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인터뷰를 망설이기도 했다. 실상이 ‘화려한 포장’에 못 미치는 경우를 종종 봐 왔기 때문이다. 당사자에게는 미안한 얘기이지만 주변 탐문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금융감독 권역에서 남녀를 떠나 손에 꼽히는 ‘칼잡이’라는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술 잘하고 화통하다는 사족도 어김없이 따라 나왔다. 금융사 잘못을 잡아내던 칼잡이가 그 금융사에서 소비자들을 어떻게 지켜낼지도 궁금해졌다. 지난달 임기 3년의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 수장(부원장급)으로 승진한 김미영(56) 처장을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만났다.-일찍부터 금융소비자보호처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외부 하마평도 많아 발표가 나기까지 두 달가량 걸렸다. 내정 소식을 들었을 때의 느낌은.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조직이 드디어 나를 보고 웃어 주는구나 싶었다(웃음). 모든 월급쟁이는 조직을 짝사랑하지 않나. 금감원 사람들이라고 별다를 게 없다. 내 짝사랑이 보상받은 것도 좋았지만 (내부 발탁으로) 롤모델이 될 수 있겠다 싶어 더 좋았고 더 부담스러웠다. 조직에 자생적 롤모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다.”(전임 김은경 처장도 여성이지만 한국외국어대 교수 출신으로 외부 영입 사례다. 금감원 내부 출신으로는 이성남 전 국회의원이 최초의 여성 부원장보를 지냈다. 하지만 이 전 의원도 씨티은행에서 사실상 ‘경력 채용’된 경우다. 금감원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와 부원장보, 부원장까지 지낸 이는 김 처장이 처음이다.) -금융감독, 검사, 소비자 보호 업무까지 두루 경험했다. ‘김미영 금소처’에 대한 기대가 남다른데. “많은 사람이 감독 업무와 소비자 보호를 떼어 놓고 생각한다. 하지만 바닷물이 밀려오면 바가지로 퍼내나 양동이로 퍼내나 한계가 있다. 물이 들어오는 입구를 틀어막아야 한다. 금감원 내 감독조사 부서와 금소처가 따로 가는 게 아니라 같이 가야 한다는 얘기다. 앞으로는 금융사 검사나 감독 때 소비자 보호 체계도 들여다볼 생각이다.” -체계는 어느 정도 만들어져 있지 않나. 상품 판매만 하더라도 소비자 설명이 의무로 돼 있지만 제대로 알리고 이해시키는 목적보다 ‘설명했다’ 식의 금융사 면책 수단으로 활용되는 게 현실인데. “맞는 얘기다. 그래서 앞으로는 내부통제기준 등 체계 자체보다는 그 틀이 얼마나 실효적으로 작동되는지를 꼼꼼히 손 볼 작정이다. 근본적으로는 금융사들이 소비자를 민원 경계대상이 아닌 수익의 동반자로 여기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사실 감독기관이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최접점인 금융사의 몫이 크다. 얼마 전 은행, 보험, 증권사 최고고객책임자(CCO)를 한자리에서 만난 것도, 그 자리에서 (CCO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든든한 백이 돼 주겠노라고 약속한 것도 그래서다.” -김미영 팀장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김미영 팀장입니다’로 시작하는 보이스피싱 문자에 수만 명이 낚여 400억원 넘는 피해를 봤다. 재작년 필리핀에서 잡힐 때까지 9년 동안이나 악명을 떨쳤다. 잡고 보니 그는 50대 전직 남자 경찰이었다.) “워낙 흔한 이름이라 초등학교 때는 ‘김미영4’로 불렸다. 2012년 팀장으로 승진했을 때는 이름과 직급까지 (보이스피싱범과) 같다 보니 오해도 많이 받았다. 제가 보낸 이메일을 금융사들이 스팸 처리하기도 했다. 주로 맡은 업무가 금융사 검사와 불법금융 단속이어서 꽤 오랫동안 ‘김미영 잡는 김미영’으로 이름을 날렸다. 개인적으로는 달갑지 않은 유명세였지만 덕분에 보이스피싱 경각심이 높아져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김미영 팀장에 가려져 있지만 실상은 ‘여성 칼잡이 1호’로 더 유명하다.(금감원이 은행 검사역에 여자를 임명한 것은 2001년이 처음이다. 세 명을 발령냈는데 그중 한 명이 김 처장이다. 금감원 ‘중수부’로 불리는 기획검사국에서 최초의 여성 검사반장도 지냈다.) “시중은행에 처음 검사 나갔을 때 뜨악해하던 시선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어떤 은행은 남자 검사역의 보조로 오해하기도 했다. 되돌아 보면 오히려 약이 된 시간이었다. 똑같은 지적을 해도 남자 검사역이 하면 순순히 수긍하던 은행들이 제가 하면 반론을 제기했다. 그 반론에 반론, 또 반론까지 계산하고 준비하다 보니 실력이 좀더 탄탄해진 측면도 있었다(웃음).” -좌절했던 적은 없나. “왜 없겠나. 2006년 미국 통화감독청(OCC)에 1년 연수를 갔을 때 승진심사에서 물을 먹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연수와 승진은 무관했는데 갑자기 이중특혜는 안 된다고 하더라. 너무 속상해 사표 쓸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후배들이 ‘이미 선배는 우리 마음속의 팀장님입니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거에 훅 낚여 여기까지 왔다(웃음). 그런데 이 연수 경험 덕분에 나중에 부국장을 건너뛰고 국장(자금세탁방지실장)으로 승진 발탁됐으니 인생이 참 묘하다. 아, 미국 연수 때 받은 질문도 잊을 수 없다.” -뭔가. “연수 첫날 ‘너희 나라에도 여자가 있었니?’라고 묻더라. 그때 이미 OCC는 임직원의 절반이 여자라 (한국서) 처음 온 여자 검사역이 신기했던 모양이었다. 내가 검사역이 되니까 시중은행에도 검사 업무에 여성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여성 부원장 발탁으로) 이런 분위기가 더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성 검사반장 시절,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차명계좌도 조사했는데. “누가 봐도 세 사람이 한날한시에 같은 지점에서 통장을 만들었으니 수상한 게 확실했다. 하지만 정황증거만으로는 차명을 입증하기 힘들었다. 검사통으로 살면서 입증 증거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해 준 계기라 기억에 남는다.” -금융 인생 출발은 한국은행이다. 서울여상에서 전교 1, 2등을 다퉜다던데 왜 대학 대신 취업을 선택했나. “위가 오빠이고 아래가 남동생인데 자식 셋을 모두 대학에 보내는 게 버겁다고 생각한 부모님이 한은을 권유하셨다.” -1985년 한은에 입행했는데 바로 이듬해 동국대(영어영문학과) 야간에 들어갔다. “막상 취직하고 보니 단순한 업무가 많았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한은에 다니면서 대학을 졸업했다. 졸업하던 해(1990년)에 외국계 은행 채용시험에도 합격했는데 마침 그때 한은에서 직종(일반 종합직) 전환 시험이 있었다. 그 시험에도 붙었다.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한은에) 눌러앉았다.”(직종 전환 뒤 한은 은행감독원에서 일하던 그는 은감원이 1999년 금감원으로 통합 분리되면서 ‘적’을 옮겼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기도 할 것 같다.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가끔씩 ‘능력은 처지는데 여성 할당으로 됐다는 건가?’ 하는 삐딱한 마음이 올라오기도 한다(웃음). 남들보다 잘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김미영은 없다는 압박감도 부담스럽다. 최초니, 고졸 신화니 이런 개인적 스토리보다 내가 무엇을 했느냐로 평가받고 싶다. 그래서 지금의 금소처 일이 정말 중요하다.” -소비자도 바뀌어야 하지 않나. “전적으로 공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명시했듯이 금융웰빙이 중요한 시대다. 단순히 돈을 잘 버는 재테크 문제가 아니다. 기대수명과 자산수명을 계산할 줄 알고 저축과 투자의 차이를 알아야 하며 생애주기에 맞춰 금융자산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정보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소비자에게는 있다. 반대로 받을 의무도 있다. 높은 소비자 의식이야말로 좋은 금융사를 만들어 내는 최고의 유인책이다. 죽어라 노력해 다른 금융사와 차별되는 상품, 차원 다른 서비스를 내놓았는데 소비자가 알아 주지 않으면 어떤 금융사가 그 노력을 계속하겠는가. 금융사와 소비자라는 두 바퀴가 제대로 맞물려야 금융웰빙은 비로소 가능해진다.”
  • 한국오픈 2연패 시동 거는 김민규… 디오픈 문 연다

    한국오픈 2연패 시동 거는 김민규… 디오픈 문 연다

    김민규가 내셔널타이틀 대회인 코오롱 제65회 한국오픈(총상금 14억원) 2연패에 도전한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다음달 영국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디오픈 출전권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김민규 입장에선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코오롱 한국오픈은 22일부터 나흘 동안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 컨트리클럽(파71·7326야드)에서 개최된다. 지난해 우승자인 김민규가 올해 또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 2015년과 2016년 우승한 이경훈 이후 7년 만에 한국오픈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는 선수가 된다. 김민규에게 한국오픈은 특별히 의미 있다. 10대 때 유럽투어에 진출해 쉽지 않은 선수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한국오픈에 출전해 우승하면서 상금 4억 5000만원을 받아 단숨에 상금 순위 1위를 차지하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 제대로 자리를 잡게 됐다. 시즌 중반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상금 순위 2위로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그의 골프 인생에 전환점이 된 대회다. 김민규가 2연패에 욕심을 내는 이유는 또 있다. 이 대회 우승자와 준우승자에게는 다음달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골프 대회이자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디오픈 출전권이 주어진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을 준비하는 김민규 입장에선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첫 디오픈 출전에서 컷 탈락을 당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생각이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올 시즌 8차례 대회에서 5차례나 톱10에 이름을 올리는 등 교통사고 후유증을 털어 버린 모습이다. 지난해 김민규와 연장전 승부를 벌인 끝에 준우승한 조민규도 이번 대회에서는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여기에 지난주 일본에서 열린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한 양지호는 2주 연속 우승을 노린다. KPGA 선수권대회 깜짝 우승의 주인공 최승빈과 괴력의 장타자 정찬민도 유력 우승 후보다. 23일에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총상금 8억원)에서는 박민지가 대회 2연패에 나선다. 올 시즌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첫 우승을 따낸 박민지는 지난주 한국여자오픈에서도 공동 4위(9언더파 279타)를 기록하는 등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이고 있다.
  • 둘은 닮았다… 시련 앞, 열정으로 운명을 연주한 게

    둘은 닮았다… 시련 앞, 열정으로 운명을 연주한 게

    아우구스틴 하델리히(39)는 열다섯 살에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가족 농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심한 화상을 입었다. 다섯 살에 음악을 시작해 일곱 살에 데뷔 연주회를 열고 이듬해부터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던 영재에겐 가혹한 시련이었다. 다시 음악을 하기 힘들 거라는 주변의 말에도 음악에 온 열정을 바친 그는 2006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인간 승리가 무엇인지 보여 줬다.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의 모습이야말로 가장 나답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을 음악과 함께 보낼 수 있어 감사하다.” 세계 곳곳에서 자신의 연주를 들려주는 하델리히의 말은 평범하지만 특별히 더 깊은 감동이 있다. 지난해 서울시립교향악단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돼 한국 관객과 만났던 하델리히가 1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오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을 시작으로 경기 고양(28일), 경북 안동(30일), 경남 통영(7월 1일)으로 이어지는 순회공연이다. 고양 리사이틀을 제외하고 나머지 공연에서는 스위스 명문 악단 루체른 심포니와 함께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서면으로 만난 하델리히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에 대해 “나를 바이올리니스트로 이끈 특별한 작품”이라며 “느린 악장을 연주할 때마다 얼마나 완벽하고, 얼마나 단순하며 친밀하고 또 인간적인지 경이로움을 느낀다”고 소개했다. “베토벤을 알아 갈수록 한 사람이 그렇게 특별한 무언가를 쓰고 남길 수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도 했다. 하델리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유튜브다. 그의 채널을 구독하는 사람은 약 7만명에 이르고 동영상도 192개나 올라와 있다. 특히 팬데믹 기간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영상을 몇 개 만들고 나면 주제가 금방 떨어질 것 같았는데 오히려 아이디어가 점점 많아졌다”며 “여전히 영상을 가끔 올리고 싶은데 공연이 많아져서 예전처럼 자주 올리기는 어렵다”고 아쉬워했다. 독일인 부모와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자란 하델리히는 스무 살 때부터 미국 줄리아드에서 공부하며 뉴욕 한인타운에 자주 갔다고 했다. 한식을 좋아하고,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찾아본다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 관객들은 열정적이고 따뜻하며 친절하다”면서 “음악가로서 음악이 가진 메시지를 관객에게 최대한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게 목표”라며 멋진 공연을 예고했다.
  • 화상 딛고 우뚝 섰던 바이올리니스트의 베토벤이 찾아온다

    화상 딛고 우뚝 섰던 바이올리니스트의 베토벤이 찾아온다

    아우구스틴 하델리히(39)는 열다섯 살에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가족 농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심한 화상을 입었다. 다섯살에 음악을 시작해 일곱살에 데뷔 연주회를 열고 이듬해부터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던 영재에겐 너무나 가혹한 시련이었다. 주변에선 다시는 음악을 하기 힘들 거라고 했다. 평범한 일상이 하루아침에 무너졌지만 하델리히는 음악에 온 열정을 바쳐 다시 일어섰고 2006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인간 승리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그리고 이후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전 세계 곳곳에서 자신의 연주를 들려줬다.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의 모습이야말로 가장 저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제 인생을 음악과 함께 보낼 수 있어 감사하다”는 그의 말은 평범하지만 특별히 더 깊은 감동이 있다. 지난해 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돼 한국 관객과 만났던 하델리히가 1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아온다. 오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을 시작으로 경기 고양(28일), 경북 안동(30일), 경남 통영(7월 1일)으로 이어지는 순회공연이다. 28일 리사이틀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스위스 명문 악단 루체른 심포니와 함께 여덟살 때 처음 했던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베토벤 역시 고난을 이긴 예술가라는 점에서 하델리히의 베토벤 연주는 남다른 울림을 전한다.공연을 앞두고 서면으로 만난 하델리히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은 저를 바이올리니스트로 이끈 정말 특별한 작품”이라며 “부드럽고 아름답고 순수하다”고 말했다. 이 곡은 베토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하델리히는 “느린 악장을 연주할 때마다 얼마나 완벽하고, 얼마나 단순하며 친밀하고 또 인간적인지 경이로움을 느낀다. 베토벤의 작품을 더 잘 알아갈수록 한 사람이 그렇게 특별한 무언가를 쓰고 남길 수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감상을 전했다. 화상을 이겨낸 불굴의 의지와 베토벤 협주곡 이외에도 하델리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유튜브다. 그의 채널을 구독하는 사람은 약 7만명에 이르고 동영상도 192개나 올라와 있다. 특히 팬데믹 기간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영상을 몇 개 만들고 나면 주제가 금방 떨어질 것 같았는데 오히려 아이디어가 점점 많아졌다”며 “여전히 영상을 가끔 올리고 싶은데 공연이 많아져서 예전처럼 자주 올리기는 어렵다”고 아쉬워했다. 독일인 부모와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자란 하델리히는 스무살부터 미국 줄리어드에서 공부한 복합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 그런 그에게 한국 역시 그의 인생에 특별한 나라 중 하나다. 뉴욕에서 한식을 먹으러 한인타운에 자주 갔고,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지금도 찾아보고 있다. 한국 관객들을 “열정적이고 따뜻하고 친절한 관객”으로 기억하는 그는 “음악가로서 제 목표는 음악이 가진 메시지를 관객에게 최대한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라며 멋진 공연을 예고했다.
  • 우상호 “조국이 신당 창당? 개똥 같은 소리”

    우상호 “조국이 신당 창당? 개똥 같은 소리”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 창당설’과 관련해 “개똥 같은 소리”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지난 2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호사가들이 옛날에는 취재를 좀 한 다음에 설을 유포했는데 요즘은 앉아서 진짜 마음대로 (말한다). 여의도의 피카소 그룹들, (정치 전망과 관련해) 추상화 그리는 것”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우 의원은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설’에 대해서는 “(조 전 장관) 출마설이 팽배할 때 저하고 문자를 교환했는데 결론으로 말하면, 현재 2심 재판을 받고 있어서 2심 재판에 전념하고 싶다. 정치적인 어떤 그런, 출마하냐 안 하냐를 주제의 대상으로 안 삼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행자가 조국 신당 창당설과 광주 출마설이 박지원 전 국정원장 발언이라고 언급하자 우 의원은 “(박 전 원장도) 요즘 감이 많이 떨어졌다. 옛날에는 굉장히 정확한 정보를 주셨는데 요즘은 이제 본인 거취까지 관련되다 보니까 약간 낭설 비슷한 시나리오를 (말한다)”고 답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지난 10일 경남 양산시 평산책방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뒤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총선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해석이 나왔다. 우 의원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출마설에 대해서는 “제가 갖고 있는 정보로는 우병우씨가 민정수석실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출마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검사장 승진 탈락한 다음에 불만을 갖고 정치권의 제안을 받아서 영주·봉화 그쪽에서 사실은 출마하려고 하다가 민정수석실에 비서관으로 들어갔다가 민정수석이 된 것이다. 사실 민정수석실 안 갔으면 지금 국회의원 3선하고 있을 거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그런 또 후환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뭐 (우 전 수석이) 100% 출마한다고 본다”며 “박근혜 탄핵은 국민이 내린 심판인데, 국민의 심판을 받은 세력이 시간이 지났다고 다시 꾸물꾸물 준동하는 건 역사의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우 전 수석은 2013년 4월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한 뒤 변호사로 활동하다 그 다음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에 임명됐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우 의원은 “지난번에 서울시장 경선에서 졌다. 경선에서 한 번 지면 이제 약간 약이 오른다. 그래서 광역단체장을 정치 인생의 마지막 도전으로 (하려 한다)”고 다음 행보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 김민규 한국오픈 2연패 정조준

    김민규 한국오픈 2연패 정조준

    김민규가 내셔널타이틀 대회인 코오롱 한국오픈(총상금 14억원) 2연패에 도전한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다음 달 열리는 디오픈 출전권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김민규 입장에선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22일부터 나흘 동안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 컨트리클럽(파71·7326야드)에서 코오롱 제65회 한국오픈이 열린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김민규는 2년 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다. 이번에 김민규가 우승하면 2015년과 2016년 우승한 이경훈 이후 7년 만에 한국오픈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는 선수가 된다. 김민규에게 한국오픈은 의미가 깊은 대회다. 10대 때 유럽투어에 진출해 쉽지 않은 선수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한국오픈에 출전해 우승하면서 상금 4억 5000만원을 받아 단숨에 상금순위 1위를 차지하면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 제대로 자리를 잡게 됐다. 시즌 중반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상금순위 2위로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그의 골프 인생에 전환점이 된 대회다. 김민규가 2연패에 욕심을 내는 이유는 또 있다. 이 대회 우승자와 준우승자에게는 다음 달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골프 대회이자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디오픈 출전권이 주어진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을 준비하는 김민규 입장에선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첫 디오픈 출전에서 컷 탈락을 당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생각이다.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지난해 교통사고 후유증에서 벗어난 김민규는 올 시즌 8차례 대회에서 5차례나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김민규와 연장전 승부 끝에 준우승한 조민규도 이번 대회에서는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여기에 지난주 일본에서 열린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한 양지호는 2주 연속 우승을 노린다. KPGA 선수권대회 깜짝 우승의 주인공 최승빈과 괴력의 장타자 정찬민도 유력 우승 후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총상금 8억원)에서는 박민지가 대회 2연패에 나선다. 올 시즌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첫 우승을 따낸 박민지는 지난주 한국여자오픈에서도 공동 4위(9언더파 279타)를 기록하는 등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이고 있다.
  • 서울청년센터 서초오랑 ‘청년 정서 케어링 코스’ 운영

    서울청년센터 서초오랑 ‘청년 정서 케어링 코스’ 운영

    서울청년센터 서초오랑이 청년의 마음 챙김 및 셀프케어를 위해 ‘청년 정서 케어링 코스’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운영한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1월 서울시가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고립·은둔 청년은 약 13만 명으로 서울시 청년 인구의 4.5%에 해당하는 수치다.이에 서초오랑은 청년의 고립·은둔 예방 및 마음 챙김 활동 지원을 위해 정서 케어링 코스를 기획 및 운영한다. 집단상담, 미술치료, 요가와 명상 등 분야별 전문가와의 만남으로 ‘나’에 대해 알아보고, 청년지원매니저를 비롯한 또래 청년과의 교류를 통해 정서적 친밀감을 고취할 수 있는 다회기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먼저 1~2회 차에는 광운대학교 상담복지정책대학원 김순자 교수와 스트레스 검사 및 성격유형 검사, 동물 사진을 통한 감정 읽기, 인생 그래프와 생애 목표 설정 등을 기반으로 ‘집단심리상담’을 운영하고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후 3회 차는 청년지원매니저와 교류 및 소통을 기반으로 아로마 테라피, 베이킹 등을 청년 활력 증진을 위한 체험 위주의 외부 활동을 지원한다. 4회 차에는 한국통합미술심리치료학회 명예회장((前 목원대학교 교수)인 미술심리치료 전문가 정진숙 강사와 함께하는 ‘미술과 치유’ 시간을 갖는다. 조형물을 통한 스토리텔링, 자기 개방을 통한 이해 쌓기, 친밀감과 협동심 고취를 위한 조별 미술 작업을 통한 자아 성찰 등으로 구성한다. 끝으로 5~6회 차는 마음 코칭 기관 언니네파라솔 대표이자 요가 전문 강사인 백지혜 대표와 함께하는 ‘요가와 명상, 셀프케어’가 마련된다. 단계별 요가와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보이차를 곁들인 대화를 통해 일상 속 습관 케어 등에 대해 배운다. 서초오랑 함정현 센터장은 “요즘 청년들은 다양한 사유로 고립되어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기도 한다”며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기에 정서 케어링 코스와 같은 마음챙김 활력 활동을 지속해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이봉원 “박미선과 별거 중”… 자취집 공개

    이봉원 “박미선과 별거 중”… 자취집 공개

    코미디언 부부 이봉원(59)과 박미선(56)이 별거 생활 중인 근황이 전해졌다. 19일 방송된 SBS ‘동상이몽 2-너는 내 운명’은 ‘300회 특집 릴레이’로 꾸며졌다. 이날 방송에는 결혼 31년 차인 이봉원·박미선 부부의 ‘각집살이’가 최초로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이봉원은 “본의 아닌 주말부부를 하고 있다”며 환한 미소를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짬뽕집 운영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홀로 천안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그는 “3대가 덕을 쌓아도 될똥 말똥 한 주말부부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자유로운 영혼, 제 인생 즐기며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봉원은 방송 최초로 공개한 자신의 자취집을 공개했다. 그는 싱크대에서 양치질을 하는 등 눈치 볼 필요 없이 원하는 대로 생활했다. 그런가 하면 능숙하게 아침을 차려 먹은 후 바로 뒷정리를 하고 스마크폰 앱으로 영어회화, 피아노 연주 등을 하며 반전 매력을 드러냈다. 이봉원은 “궁금한 거 못 참고 호기심 많은 성격이다. 하고 싶은 건 꼭 해봐야 한다. 그것도 낭만이니까”라며 “언제 죽을지 아무도 예측 못 하는 거 아니냐. 그래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봉원은 운영 중인 짬뽕집에서 재료 준비와 주문, 서빙은 물론 배달까지 직접 하며 ‘열정 CEO’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봉원은 ‘좋아하는 짬뽕으로 사업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짬뽕에 도전하게 됐다면서 중식·한식 자격증을 땄다고 해 감탄을 자아냈다.
  • [정은귀의 詩와 視線] 어떤 기다림/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정은귀의 詩와 視線] 어떤 기다림/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햇볕 달구어진 너른 해변. 하얀 열기. 초록 강. 다리, 8월 내내 꼬박꼬박 졸고 있는 여름잠 자는 집에서 그을린 노란 야자나무들. 내가 붙잡았던 날들, 내가 잃어버린 날들, 딸들처럼, 웃자란 날들, 내가 안고 있는 팔들. ―데릭 월컷, ‘토바고에서의 한여름 어린 날 세계지도를 펼쳐 놓고 먼 나라의 수도를 찾는 놀이를 하곤 했다. 가보지 못한 나라를 상상하며 종이 위의 어떤 낯선 이름을 말하면 이름을 달싹이는 행위가 그 먼 나라를 가까운 경험으로 당기는 듯 괜히 신났다. 지금은 종이 지도 대신 구글 맵으로 세세한 거리 풍경까지 볼 수 있지만 그 옛날 종이 지도만큼 무성한 상상력을 주지는 않는다. 폭염주의보로 한여름이 앞당겨 선언된 날 땡볕 아래 걷다가 이 시를 떠올렸다. 데릭 월컷은 1992년 노벨문학상을 탄 세인트루시아의 시인이다. 세인트루시아는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에 있는 조그마한 섬나라다. 점점이 떠 있는 카리브해 섬나라 중에 토바고도 있다. 트리니다드토바고 나라, 세인트루시아와 베네수엘라 사이에 있다. 아마 월컷은 이 섬에서 보낸 시절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시인은 “햇볕 달구어진 너른 해변”을 시의 시작 지점에 한 줄로 배치한 후 그 섬에서의 기억들을 간명하게 두 줄씩 살려 낸다. 하얀 열기와 초록 강, 흰 백사장 작열하는 빛과 카리브해의 청록색 물빛. 한가한 다리와 집들, 늘어진 야자나무들. 그 풍경을 직접 보지 못해도 우리는 이 시를 통해 각자가 품고 있는 한여름의 기억을 소환한다. 그 기억 속에서 우리 각자는 붙잡았다 놓친 날들을 떠올린다. 그 시절을 ‘화양연화’(花樣年華)라고 하는가?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 시절은 너무 빨리 지나간 달콤한 시간, “딸들처럼, 웃자란 날들”이다. 직유(simile)에 해당되는 ‘딸들처럼’이란 표현을 쓰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처럼 꼬물꼬물 귀엽던 아가들이 어느새 쑥 자라 내 품을 떠나는 시간의 마법을 생각하면 이 구절은 빗대는 말 이상으로 충분히 아름답고 아프다. 시 마지막 연의 배치가 절묘하다. 풀어서 쓰면 ‘마치 딸들처럼 내가 안고 있는 팔보다 커져서 더는 맞지 않는 날들’이란 뜻이지만 마지막 행은 여전히 내가 그날들을 놓지 못하고 있음을 말한다. 다 커 버린 딸을 놓지 못하는 아비처럼. 지났지만 지나지 않은 노스탤지어의 시간이다. 시인은 그 시간을 기꺼이 품는다. 항구(harbor)가 배를 안듯이. 이렇게 시는 향수(鄕愁)를 불투명하고 무의미한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현재를 다시 살게 하는 힘으로, 미래형의 기다림으로 끌어당긴다. 붙잡았다 놓친 날들, 그 소슬한 아픔이 새로운 기다림으로 여며진다. 올여름의 인생 공부를 초대하는 시의 시선, 시의 힘이다.
  • “너네 나라에도 여자가 있었네…그 말 지금도 잊을 수 없다” 女검사역 1호 김미영 금감원 금소처장

    “너네 나라에도 여자가 있었네…그 말 지금도 잊을 수 없다” 女검사역 1호 김미영 금감원 금소처장

    ‘금융감독원 최초의 내부 출신 여성 부원장’ ‘김미영 잡는 김미영’ ‘고졸 신화’…. 숱한 수식어는 그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인터뷰를 망설이게도 만들었다. 실상이 ‘화려한 포장’에 못미치는 경우를 종종 봐 왔기 때문이다. 당사자에게는 미안한 얘기이지만 주변 탐문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금융감독 권역에서 남녀를 떠나 손에 꼽히는 ‘칼잡이’라는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술 잘 하고 화통하다는 사족도 어김없이 따라 나왔다. 금융사 허물을 베어내던 칼잡이가 그 금융사에게서 소비자들을 어떻게 지켜낼 지도 궁금해졌다. 지난달 임기 3년의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 수장(부원장급)으로 승진한 김미영(56) 처장을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만났다.  -일찍부터 금소처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외부 하마평도 많아 발표가 나기까지 두 달가량 걸렸다. 내정 소식을 들었을 때의 느낌은.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조직이 드디어 나를 보고 웃어주는구나 싶었다(웃음). 모든 월급쟁이는 조직을 짝사랑하지 않나. 금감원 사람들이라고 별다를 게 없다. 내 짝사랑이 보상받은 것도 좋았지만 (내부 발탁으로) 롤모델이 될 수 있겠다 싶어 더 좋았고 더 부담스러웠다. 조직에 자생적 롤모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다.”(전임 김은경 금소처장도 여성이지만 한국외대 교수 출신으로 외부 영입 사례다. 금감원 내부 출신으로는 이성남 전 국회의원이 최초의 여성 부원장보를 지냈다. 하지만 이 전 의원도 시티은행에서 사실상 ‘경력 채용’된 경우다. 금감원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와 부원장보, 부원장까지 지낸 이는 김 처장이 처음이다.)  -금융감독, 검사, 소비자 보호 업무까지 두루 경험했다. ‘김미영 금소처’에 대한 기대가 남다른데. “많은 사람이 감독 업무와 소비자 보호를 떼어놓고 생각한다. 하지만 바닷물이 밀려오면 바가지로 퍼내나 양동이로 퍼내나 한계가 있다. 물이 들어오는 입구를 틀어막아야 한다. 근본적인 민원 감축을 위해서는 (금감원 내) 감독조사 부서와 금소처가 따로 가는 게 아니라 같이 가야 한다는 얘기다. 앞으로는 금융사 검사나 감독 때 소비자 보호 체계도 들여다볼 생각이다.”  -체계는 어느 정도 만들어져 있지 않나. 상품 판매만 하더라도 소비자 설명이 의무로 돼있지만 제대로 알리고 이해시키는 목적보다 ‘설명했다’ 식의 금융사 면책 수단으로 활용되는 게 현실인데. “맞는 얘기다. 그래서 앞으로는 내부통제기준 등 체계 자체보다는 그 틀이 얼마나 실효적으로 작동되는 지를 꼼꼼히 들여다 보고 개선할 작정이다. 근본적으로는 금융사들이 소비자를 민원 경계대상이 아닌 수익의 동반자로 여기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솔직히 감독기관이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최접점인 금융사의 몫이 크다. 얼마 전 은행, 보험, 증권사 최고고객책임자(CCO)를 한자리에서 만난 것도, 그 자리에서 (CCO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든든한 백이 돼주겠노라고 약속한 것도 그래서다.”  -김미영 팀장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김미영 팀장입니다’로 시작하는 보이스피싱 문자에 수만명이 낚여 400억원 넘는 피해를 봤다. 재작년 필리핀에서 잡힐 때까지 9년 동안이나 악명을 떨쳤다. 잡고 보니 그는 50대 전직 남자 경찰이었다.) “워낙 흔한 이름이라 초등학교 때는 ‘김미영4’로 불렸다. 2012년 팀장으로 승진했을 때는 이름과 직급까지 (보이스피싱범과) 같다 보니 오해도 많이 받았다. 제가 보낸 이메일을 금융사들이 스팸 처리하기도 했다. 주로 맡은 업무가 금융사 검사와 불법금융 단속이어서 꽤 오랫동안 ‘김미영 잡는 김미영’으로 이름을 날렸다. 개인적으로는 달갑지 않은 유명세였지만 덕분에 보이스피싱 경각심이 높아져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이젠 검거됐으니 ‘김미영 잡은 김미영’이 보이스피싱에 당하지 않는 팁을 알려준다면. “내 주머니를 노리는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예전에는 휴대폰 액정이 깨졌으니 돈을 보내달라고 했지만 지금은 단순히 앱을 깔라거나 통장 사진을 찍어보내라고 한다. 어떤 분은 보이스피싱을 의심하면서도 통장 잔고가 얼마 안 돼 사본을 넘겼다가 비대면 대출에 당하기도 했다. 아무리 사소해도 금융 정보를 넘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자각해야 한다. 그럼에도 갈수록 사기 수법이 진화하고 있어 누구든지 당할 수 있다. 그러니 일단 피해를 봤으면 자책하거나 쉬쉬하지 말고 신속하게 신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김미영 팀장에 가려져 있지만 실상은 ‘여성 칼잡이 1호’로 더 유명하다.(금감원이 은행 검사역에 여성을 임명한 것은 2001년이 처음이다. 세 명을 발령냈는데 그 중 한 명이 김 처장이다. 금감원 ‘중수부’로 불리는 기획검사국에서 최초의 여성 검사반장도 지냈다.) “시중은행에 처음 검사 나갔을 때 뜨악해 하던 시선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어떤 은행은 남자 검사역의 보조로 오해하기도 했다. 되돌아 보면 오히려 약이 된 시간이었다. 똑같은 지적을 해도 남자 검사역이 하면 순순히 수긍하던 은행들이 제가 하면 반론을 제기했다. 그 반론에 반론, 또 반론까지 계산하고 준비하다 보니 실력이 좀더 탄탄해진 측면도 있었다(웃음).” -기억에 남는 일화는. “한번은 시중은행 영업점에 (검사를)나갔는데 은행 업무 시작 전에 시재(현금) 점검하는 과정을 살펴봐야 했다. 객장에 앉아서 지켜 보는데 유독 한 직원만 탈의실로 가는 게 보였다. 수상해서 파보니 실명제 위반 혐의가 드러났다. 나중에 그 직원이 볼멘 소리로 ‘검사역인줄 알았으면 탈의실로 절대 안 갔을 거다. 진상고객인 줄만 알았다’고 털어놓더라.”  -좌절했던 적은 없나. “왜 없겠나. 2006년 미국 통화감독청(OCC)에 1년 연수를 갔을 때 승진심사에서 물을 먹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연수와 승진은 무관했는데 갑자기 이중특혜는 안 된다고 하더라. 너무 속상해 사표 쓸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후배들이 ‘이미 선배는 우리 마음 속의 팀장님입니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거에 훅 낚여 여기까지 왔다(웃음). 그런데 이 연수경험 덕분에 나중에 부국장을 건너뛰고 국장(자금세탁방지실장)으로 승진 발탁됐으니 인생이 참 묘하다. 아, 미국 연수 때 받은 질문도 잊을 수 없다.” -뭔가. “연수 첫 날 ‘너네 나라에도 여자가 있었니?’라고 묻더라. 그때 이미 OCC는 임직원의 절반이 여자라 (한국서) 처음 온 여자 검사역이 신기했던 모양이었다. 내가 검사역이 되니까 시중은행에도 검사 업무에 여성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선한 영향력이다. 이런 분위기가 더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성 검사반장 시절,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차명계좌도 조사했는데. “당시만 해도 통장을 빌려준 사람은 처벌하는 규정이 없었다. 누가 봐도 세 사람이 한날한시에 같은 지점에서 통장을 만들었으니 수상한 게 확실했다. 하지만 정황증거만으로는 차명을 입증하기 힘들었다. 검사통으로 살면서 입증 증거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해 준 계기라 기억에 남는다.” -금융인생 출발은 한국은행이다. 서울여상에서 전교 1, 2등을 다퉜다던데 왜 대학 대신 취업을 선택했나. “위가 오빠이고 아래가 남동생인데 자식 셋을 모두 대학에 보내는 게 버겁다고 생각한 부모님이 한은을 권유하셨다. 나중에 들어 보니 등록금 부담 때문이 아니라 여자가 다니기엔 한은이 최고의 직장이라고 생각해 그러셨다고 하더라(웃음).” -1985년 한은에 입행했는데 바로 이듬해 동국대(영어영문학과) 야간에 들어갔다. “막상 취직하고 보니 단순한 업무 처리가 많았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한은에 다니면서 대학을 졸업했다. 졸업하던 해(1990년)에 외국계 은행 채용시험에도 합격했는데 마침 그때 한은에서 직종(일반 종합직) 전환 시험이 있었다. 그 시험에도 붙었다.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한은에) 눌러앉았다.”(직종 전환 뒤 한은 은행감독원에서 일하던 그는 은감원이 1999년 금감원으로 통합 분리되면서 ‘적’을 옮겼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기도 할 것 같다.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가끔씩 ‘능력은 처지는데 여성 할당으로 됐다는 건가?’ 하는 삐딱한 마음이 올라오기도 한다(웃음). 남들보다 잘 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김미영은 없다는 압박감도 솔직히 크다. 최초니, 고졸 신화니 이런 개인적 스토리보다 내가 무엇을 했느냐로 평가받고 싶다. 그래서 지금의 금소처 일이 정말 중요하다.”  -소비자도 바뀌어야 하지 않나. “전적으로 공감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도 명시했듯이 금융웰빙이 중요한 시대다. 단순히 돈을 잘 버는 재테크 문제가 아니다. 기대수명과 자산수명을 계산할 줄 알고 저축과 투자의 차이를 알아야 하며 생애주기에 맞춰 금융자산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정보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소비자에게는 있다. 반대로 받을 의무도 있다. 높은 소비자 수준이야말로 좋은 금융사를 만들어내는 최고의 유인책이다. 죽어라 노력해 다른 금융사와 차별되는 상품, 차원 다른 서비스를 내놓았는데 소비자가 알아주지 않으면 어떤 금융사가 그 노력을 계속 하겠는가. 금융사와 소비자라는 두 바퀴가 제대로 맞물려야 금융웰빙은 비로소 가능해진다.” -전임 금소처장이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됐다. 성급한 질문이기는 하지만 정치권에서 영입 제안이 온다면. “(손사래를 치며)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 기안84 “학폭, 군대서도 괴롭힘 당해”

    기안84 “학폭, 군대서도 괴롭힘 당해”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가 학교 폭력을 당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17일 유튜브 채널 ‘인생84’에는 ‘곽튜브와 찐따 토크’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기안84는 “못 믿겠지만 중학교 1학년 때까지 괴롭힘을 많이 당했다. 몸이 초등학생 같았다. 내가 사립초등학교를 나왔는데 부자인 줄 알고 정말 많이 괴롭혔다”고 말했다. 이에 곽튜브는 “그때 남은 트라우마가 있냐?”고 물었고 기안84는 “거의 살면서 엄청 좀 세게 박혔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싸움 잘하는 애 옆에 붙어서 낄낄낄 웃겨주는 캐릭터였다. 웃기면서 보호받는 애들 있지 않나. 센 애들이 오면 니모가 말미잘에 숨듯이 살았다”고 말했다. 이어 “중학교를 갔는데 건달 생활하는 형들이 있더라. 학교 짱이라는 형은 삭발하고 러닝을 입었다. 배가 무슨 40대처럼 많이 나왔다. 잘못 번진 이상한 문신을 했다. 옆에 또 한 명이 있는데 그 형은 담배를 피우면서 농구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안84는 “이 얘기를 왜 이렇게 길게 하고 있지? 누가 많이 맞았나 대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기안84는 군대에서도 폭력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난 군대가 제일 끔찍하긴 했다. 갑자기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른다”며 “좋은 얘기 하자”며 화제를 전환했다. 그러자 곽튜브는 “궁금한 게 있다. 눈은 언제부터 깜빡거리기 시작한 거냐”고 물었다. 이에 기안84는 “틱장애? 내가 어렸을 때 (생긴 것)”이라고 밝히며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 ‘GD 매형’ 김민준, 결혼 결심한 이유가

    ‘GD 매형’ 김민준, 결혼 결심한 이유가

    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 매형으로도 잘 알려진 연기자 김민준이 20일 SBS ‘신발벗고 돌싱포맨’에서 결혼 스토리를 언급한다. 김민준은 이날 방송에서 아내와의 운명적인 첫 만남부터 결혼까지의 풀 스토리를 공개한다. 특히, 연애 초기 아내가 챙겨준 반찬을 맛보고 결혼을 결심했다고 밝혀 ‘돌싱포맨’의 시기와 질투를 받는다. 하지만 결혼 5년차인 지금은 집안의 공기만으로도 아내의 이상 분위기를 감지한다고 해 ‘돌싱포맨’의 폭풍 공감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한편 뼛속까지 ‘상남자’라는 김민준은 어렸을 때부터 ‘대인배’ 주입식 교육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김민준도 아내가 고른 고가의 선물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 인생 최대 위기에 봉착했던 순간이 있었다고 털어놓아 현장을 초토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준이 출연하는 ‘돌싱포맨’은 20일 오후 9시 공개된다.
  •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자원봉사센터·50플러스 재단 방문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자원봉사센터·50플러스 재단 방문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김원태, 국민의힘·송파구 제6선거구)는 제319회 정례회 기간 중 행정자치위원회 첫 일정으로 마포구에 있는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와 서울시 50플러스 재단을 방문했다. 서울시 자원봉사센터는 지난달 1일 제7대 센터장인 송창훈 센터장이 새로 임명됐으며 서울시 50플러스재단은 소관위원회가 변경(보건복지위원회 → 행정자치위원회)되고 처음으로 실시하는 업무보고와 함께 시설 사찰을 방문했다. 현장방문에는 김원태 위원장을 비롯해 박유진 부위원장, 구미경 위원, 서호연 위원, 송재혁 위원, 옥재은 위원이 참석했다.서울시 자원봉사센터에서는 송 센터장으로부터 자원봉사센터 일반현황과 2023년 사업추진현황을 보고받았으며, 행정자치위원회 위원들은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와 각 자치구 자원봉사센터간 연계사업 부족, 봉사분야 다양화 필요,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한 노력 및 분위기 조성 필요, 싱크탱크 역할이 아닌 현장중심형, 재난상황에서 기민한 대처, 능동적 대응 등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의 역할 변화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서울시 50플러스재단에서는 이성수 사업운영본부장과 함께 상담센터, 유튜브 스튜디오 등 중부캠퍼스 시설을 시찰한 후, 임성미 경영기획본부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종전에 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부서였으나 지난 1월 조례 개정에 따라 행정자치위원회 소관 부서로 변경 후 첫 업무보고로, 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장년층의 은퇴 전후의 새로운 인생준비 및 성공적인 노후생활을 위한 사회참여 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으로 지난 2016년 4월에 설립됐으며, 현재는 4개의 캠퍼스(서부·중부·남부·북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오는 2024년 동부캠퍼스가 개관 예정이다.행정자치위원회 위원들은 중장년 지원을 위한 50플러스 재단의 사업 및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홍보 부족과 50플러스 재단만의 고유한 역할과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50플러스 재단은 존폐의 갈림길에서 어렵게 기관을 유지하기로 한 만큼, 재단 스스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주도적․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행정자치위원회에서도 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 한 번뿐인 기회… 한땀 한땀 ‘황제의 선물’ 복원했어요

    한 번뿐인 기회… 한땀 한땀 ‘황제의 선물’ 복원했어요

    기회는 딱 한 번. 혹여 틀리면 어쩌나 가슴 졸이며 잠도 제대로 못 들던 날이 수두룩했다. 한 땀을 뜨고 다시 그림을 그리고 모양이 나오면 선대 장인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다시 조심스레 한 땀을 떴다. 그렇게 몇 달 바느질을 교차해 가며 오롯이 매달린 끝에 나온 완성본을 보자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상당히 어려웠는데 그래도 사명감을 가지고 하다 보니까 재밌었어요.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감동적인 제작이었습니다.” 국가무형문화재 침선장 전승교육사 박영애씨는 19일 서울 중구 덕수궁에서 지난 몇 달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박씨는 한독 수교 140주년을 맞아 1899년 고종 황제가 하인리히 왕자에게 줬던 홍전갑주(갑옷과 투구)와 갑주함을 재현한 장인 중 하나다. 옷감 만드는 일을 맡은 그는 기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우선 100년도 더 전에 썼던 직물을 구할 수 없어 최대한 비슷한 것을 구하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진짜 옷감은 하나밖에 못 구해 다른 천으로 무수히 연습했다. 여러 궁중의상을 만들어 봤으나 갑옷 제작은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많았다. 실물이 아닌 기록과 사진만 보고 바느질 간격을 어떻게 해야 할지, 실이 얼마나 필요한지 등을 밤낮없이 치열하게 고민했다. “옷을 만드는 건 침선장의 책임이라 여러 달 동안 한 번도 마음 편했던 적이 없었다”는 그는 “함께 작업한 입사장 이경자(경기도 무형문화재 입사장 보유자) 선생님과 자문단분들이 잘 도와주셨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니었다”고 공을 돌렸다. 박씨를 포함한 여러 장인이 공들여 완성한 유물은 20일부터 오는 7월 2일까지 덕수궁 덕홍전에서 열리는 ‘1899, 하인리히 왕자에게 보낸 선물’ 특별전을 통해 공개된다. 박씨는 “만들 때는 애지중지 노심초사했는데 잘 키워서 출가시키는 것 같다”면서 “갑옷에 큰 사고 없이 잘 나와 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며 웃었다.
  • “생명 조작되는 미래 세계 안 보고 떠나 행복”

    “생명 조작되는 미래 세계 안 보고 떠나 행복”

    지난 3월 직장암 투병 끝에 71세로 눈을 감은 일본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사카모토 류이치의 자서전이 21일 출간된다. 19일 출판사 신초샤에 따르면 사카모토의 자서전 ‘나는 앞으로 몇 번이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는 그가 직장암으로 수술받은 뒤인 2021년 1월 31일부터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인 지난 3월 26일까지 2년간 투병 생활을 하며 남긴 기록을 정리한 것이다. 그가 쓴 일기와 컴퓨터 및 휴대전화로 작성한 메모 등이 책에 담겼다. 신초샤는 “사카모토가 유년기부터 57세까지의 인생을 돌아본 ‘음악으로부터 자유로워지다’(2009)를 잇는 결정적 자서전”이라고 설명했다.자서전에 실린 2021년 5월 12일 일기에서 사카모토는 생명에 대해 “예부터 사람이 태어나면 주위 사람은 웃고 사람이 죽으면 주위 사람은 울었다”며 “미래에는 생명과 존재를 더 가볍게 볼 것이고 생명은 점점 조작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런 세계를 보지 않고 죽는 것은 행복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3인조 전자음악 그룹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에서 함께 활동한 다카하시 유키히로가 올해 1월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좀더 힘내 보겠다”며 투병 의지를 밝혔다. 사카모토는 별세하기 사흘 전 생명을 연장하는 연명 치료가 아닌 고통 완화 치료를 희망하면서 의사들과 악수한 뒤 “여기까지 해 주시길 부탁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그의 자서전을 편집한 스즈키 마사후미는 NHK에 “사카모토는 매우 관용적인 사람이어서 언제나 주위를 신경 쓰며 행동했다”며 “이 자서전으로 사카모토 류이치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카모토는 영화 ‘마지막 황제’(1987)로 아시아인 최초 아카데미 음악상·그래미상 수상의 영광을 안으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영화 ‘남한산성’(2017)의 음악을 만들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 ‘실신 영상’ 공개한 장경태 “기절쇼 의혹, 법적책임 묻겠다”

    ‘실신 영상’ 공개한 장경태 “기절쇼 의혹, 법적책임 묻겠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방송통신위원회 방문 때 실신한 것을 두고 ‘기절쇼를 했다’는 국민의힘 측 주장에 대해 “명백한 허위 사실에 대해 공정하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의혹을 제기한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자업자득”이라고 맞받아쳤다. 장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러 언론사에서 과정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자료화면을 사용하는데, 인간적인 모멸감을 무릅쓰고 (실신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낸다”며 “(언론사는) 발작을 포함해 편집 없는 풀 영상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하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실신하는 모습이 찍힌 통신 매체 사진을 공개하면서 “여러 각도에서 찍힌 사진을 종합 분석했다”며 “사진 어느 곳을 봐도 무릎 보호대 의혹이 없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필요하면 해당 영상 파일을 공유하고 반론 보도도 요구하겠다. 무릎 보호대로 물타기 하지 말고 정확하게 보도해달라”며 “(무릎 보호대를 착용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네티즌과 이 주장을 인용했다는 장 최고위원에 대해 허황된 주장에 대한 명확한 자료 제시와 구체적 근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있으면 장 최고위원도 말하고, 여러 커뮤니티 네티즌들에게도 시간을 드리겠다. 악의적인 부분이 있다면 재고하라”며 “앞으로 강력하게 법적 조치를 하고 대통령실 고발 건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진실규명을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장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가짜뉴스 공장장 장경태의 자업자득”이라며 “애꿎은 네티즌 고소하지 말고, 할 거면 고소장 나한테만 보내라”고 받아쳤다. 이어 “고소부터 하는 것은 김남국 의원한테 배운 거냐. 민주당 김앤장 참 대단하다”며 “왜 사람들이 장 의원을 걱정하지 않고 오히려 의심하고 비판할까. 기자회견 할 시간에 지난 인생을 돌아보고 잘못 살았구나 반성하라”고 했다. 그는 장 의원을 향해 “천안함 음모론을 퍼트린 이래경 혁신위원장을 두둔해 장병들과 유족들 가슴에 대못을 박은 죄, 최원일 함장님이 현충원 앞으로 어떻게 넘어왔냐고 또 다른 음모론을 제기한 죄”라며 “청담동 술자리 가짜뉴스 녹취록을 틀고 거짓임이 밝혀져도 한동훈 장관에게 사과하지 않은 죄, 김건희 여사 캄보디아 조명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캄보디아에 사람 보낸다더니 감감무소식인 죄”라고 덧붙였다. 앞서 장 의원은 지난 14일 KBS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갑자기 기침하며 앞으로 쓰러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장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장 의원이 무릎보호대를 차고 계획된 기절 쇼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 “생명 조작되는 세계 보지 않고 떠나 행복”…3월 별세 사카모토 류이치 자서전 출간

    “생명 조작되는 세계 보지 않고 떠나 행복”…3월 별세 사카모토 류이치 자서전 출간

    지난 3월 직장암 투병 끝에 71세로 눈을 감은 일본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사카모토 류이치의 투병 생활을 담은 자서전이 오는 21일 출간된다. 19일 출판사 신초샤에 따르면 사카모토의 자서전 ‘나는 앞으로 몇 번이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는 그가 직장암으로 수술받은 뒤인 2021년 1월 31일부터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인 지난 3월 26일까지 2년간 투병 생활을 하며 남긴 기록을 정리한 것이다. 그가 쓴 일기와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작성한 메모 등이 담겼다. 신초샤는 “사카모토가 유년기부터 57세까지의 인생을 돌아본 ‘음악으로부터 자유로워지다(2009년)’를 잇는 결정적 자서전”이라고 설명했다. 자서전에 실린 2021년 5월 12일 일기에서 사카모토는 생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예부터 사람이 태어나면 주위 사람은 웃고 사람이 죽으면 주위 사람은 울었다”며 “미래에는 점점 생명과 존재를 더 가볍게 볼 것이고 생명은 점점 조작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런 세계를 보지 않고 죽는 것은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그는 3인조 전자음악 그룹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에서 함께 활동한 다카하시 유키히로가 올해 1월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좀 더 힘내 보겠다”며 투병 의지를 밝혔다. 사카모토는 별세하기 사흘 전 고통 완화 치료를 희망하면서 의사들과 악수한 뒤 “여기까지 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그의 자서전을 편집한 스즈키 마사후미는 NHK에 “사카모토는 매우 관용적인 사람이어서 언제나 주위를 신경 쓰며 행동했다”며 “이 자서전으로 사카모토 류이치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1978년 스튜디오 앨범 ‘사우전드 나이브스’로 데뷔한 사카모토는 YMO 해체 후 영화 음악 부문에서 주로 활동했다.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를 비롯해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 등의 음악을 맡았고, 특히 ‘마지막 황제’(1987)로 아시아인 최초 아카데미 음악상과 그래미상 수상 영광을 안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는 영화 ‘남한산성’(2017)의 음악을 만들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 [데스크 시각] 수능 난이도 논란 그 너머를 보자/전경하 수석부장

    [데스크 시각] 수능 난이도 논란 그 너머를 보자/전경하 수석부장

    쌍둥이 아들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던 2년 전 필자도 국어, 영어, 사회탐구 과목을 풀어 봤다. 풀면서 계속 드는 느낌은 ‘뭘 묻는 거지’였다. 지식을 묻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비튼 문제를 잘 풀어낸 뒤 다섯 개 답지 중에 가장 정답스러운 것을 찍는 과정 같았다. 종종 발생한 수능 정답 오류는 문제를 최대한 비틀다 벌어진 참사일 거다. 잘 찍으면, 당일 몸 상태가 좋으면 성적이 훌쩍 뛴다. 인생이 ‘운칠복삼’이라지만 억울함을 느끼는 수험생이 많으니 재수생 등 ‘N수생’이 갈수록 늘어난다. 아들 한 명이 재수한 데에는 필자의 권유도 있었다. 아들들 수능 준비는 학교보다 학원에서 한 것이 좋았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과외를 하거나 1타 강사의 현장·인터넷 강의를 들은 아들들은 만족해했다. 사교육비 월 200만원은 필자 몫이었다. 한 아이의 재수 비용도 일 년에 3000만원가량 들었다. 아까웠지만, 이게 맞는 건가 싶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우리 사회에서 수능은 노동시장에 어떻게 진입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다. 수능 성적이 좋으면 명문대에 입학할 확률이 높아진다. 명문대 졸업생이면 대기업 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정규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계속 비정규직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기업의 월평균 소득은 563만원(2021년 세전 기준)으로 중소기업 266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70.6%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 경쟁에 내몰리고 좋은 일자리를 갖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대학 간판은 필요하기에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73.3%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44%)보다 훨씬 높다. 사실 대학진학률이 70%대인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올 11월 16일 치러질 2024학년도 수능의 난이도를 두고 걱정들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말한 후폭풍이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범위 안에서 출제하라는, 원칙적으로는 맞지만 그동안 교육당국이 시도해 보지 않은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크다. 각 대학은 지난 4월 입학전형계획을 발표했다. 학과별 모집 인원은 물론 정시와 수시의 비중, 내신 반영 비중, 과목별 가중치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오는 9월 6일 수능을 앞두고 전국 단위 모의평가가 치러진다. 실전과 가장 비슷하고, 수시 지원의 척도가 되며, 성적은 수능까지 남은 시간 동안 학습의 길잡이가 되는 중요한 시험이다. 당장 9월 모의평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교육개혁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한 경기만 잘 뛰면 되는 상황도 아니다.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아 어느 방향으로 뛰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쾌도난마식 해결을 기대해서도 안 된다. 특히 대학 입시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준비 과정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언급이 늘 조심스러운 일이다. ‘한강의 기적’에는 교육열이 큰 역할을 했다. 그 교육열이 아이 낳아 교육하는 문제가 너무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들어 아이를 낳지 않는 저출생 사회를 만들었다. 교육열 탈출 전략이 시급하다. ‘공교육 정상화’ 논의를 제대로 해 보자.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 논의도 함께 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줄여야 자식 교육에 노후를 밀어넣는 중장년의 아둔함을 깨우칠 수 있다. 대학 안 나와도 가능한 일자리가 많아야 청년들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기를 입시에 반복적으로 밀어넣지 않는다. 당장 급한 불도 꺼야 한다. 수능까지 150일 남았다. 교육당국은 올해 수능에서 변화가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구체적 유형 등을 마련해서 내놔야 한다. 수능시험에 매달려 있는 모든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되 그 기준은 공교육 정상화여야 한다.
  • “문화유산은 ‘기억의 창고’… 전 세계가 누려야 할 역사” [임형주의 임의 동행]

    “문화유산은 ‘기억의 창고’… 전 세계가 누려야 할 역사” [임형주의 임의 동행]

    서울 중구 정동길을 따라가다 국립정동극장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오래된 건물이 하나 나온다. 1899년 대한제국 황실도서관으로 태어난 덕수궁 중명전이다. 경운궁(덕수궁의 옛 이름)에 화재가 나면서 1904년 이곳이 고종의 임시 거처가 됐다. 이듬해 11월 일본에 의해 을사늑약이 강제 체결된 곳도 이곳이다. 한일강제병합 이후 외국인들의 사교클럽 장소로 쓰이다가 불이 나면서 외벽만 남긴 채 소실됐다. 이후 민간이 소유하던 건물을 2006년 정부가 사들였고, 문화재청이 대한제국 당시 모습으로 복원해 국민에게 돌려줬다. 건물 2층에는 문화유산국민신탁이 들어와 있다. 개발과 무지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놓인 우리의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하기 위한 기관이 이 건물에 자리한 건 당연하다. 통한의 역사라도 잊지 말고 제대로 알아야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인식을 실천하고 있다. ●‘월 1만원’ 회비… 문화유산 매입·관리 이곳에서 만난 김종규(84)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또한 그런 책임감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기억이라고 하는 건 기록으로 갖고 있으면서도 실제 모습을 기억 창고처럼 해놔야 하는 거예요. 숭례문도, 경복궁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도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누려야 하는 역사인 거죠. 이 모든 걸 보존하는 일을 정부가 어떻게 다 해요. 그래서 우리가 힘쓰는 거지.” 2007년 문화재청 산하기관으로 설립된 문화유산국민신탁은 민간의 모금으로 보존 위기에 처한 우리 문화유산을 매입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인 전남 보성 ‘보성여관’을 복원한 것을 시작으로, 이상(1910~1937) 시인이 21년간 살았던 서울 통인동 집과 경주지역 교육 및 문화재 복원에 힘썼던 고청 윤경렬의 옛집을 매입하고 대전 소대헌·호연재 고택을 개관했다. 일제강점기 우리말을 지키고 항일운동을 했던 서민호 선생의 유택 전남 고흥 죽산재도 관리하는 등 의미 있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기관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데는 문화유산국민신탁 회원들의 힘이 크다. 매달 1만원 이상 회비를 내는 회원이 지난해 9월 1만 5000명을 돌파했고, 현재 1만 6000여명에 달한다. 김 이사장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회원 가입을 독려한다. 월 1만원으로 우리 문화유산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을 설파하면서. “너무 많이 내면 부담이 돼서 금방 그만두고 싶어지니 1만원 이상은 못 내게 한다”는 게 철칙이다.●문화·출판계 촘촘한 인맥 가진 ‘거목’ ‘문화계 마당발’로 유명한 그는 이젠 “최선을 다해서 ‘문화유산 지킴이’로 살 수 있다는 게 굉장한 영광이며 축복”이라고 했다. 4년 전쯤 한 문화계 인사를 회원 가입시킨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이런 감정의 배경을 에둘러 말했다. “나보다 두 살 많은 분께 문화유산국민신탁에 가입하라니까 ‘이 나이에 무슨’이라고 하는 거예요. 젊은이들은 나중에라도 할 수 있지만 우린 하루라도 빨리 가입해서 좋은 일을 해야 한다고 했죠. 나중에 염라대왕 앞에 가서 ‘가장 잘한 일이 뭐 있나’라는 질문을 받으면, 우리 소중한 문화유산을 후대에 남겨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잖아요.” 너스레를 떨며 껄껄 웃는 모습에 경외감이 이는 것은, 60년 가까이 지치지 않고 한국 문화계를 위해 헌신한 모습이 겹쳐 보여서다. ‘세계문학전집’(100권), ‘세계사상전집’(36권), ‘한국문학전집’(60권) 등 1960~80년대 지식인의 필독서를 낸 삼성출판사 창업주가 그의 형 김봉규씨다. 1964년 삼성출판사를 창립하자 김 이사장은 부산지사에서 출판일을 시작했다. 삼성출판사 사장을 거쳐 1992년 회장에 올랐다. 1990년엔 국내 유일의 출판 전문 박물관인 삼성출판박물관을 세웠다. 박물관에는 국보 제265호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보물 제758호 ‘남명천화상송증도가’ 등 국보와 보물 10점을 포함해 한국 근현대 출판물, 고활자, 도록 등 10만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그는 문화재위원, 한국박물관협회 회장,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에 대한 공로로 문화예술계 국민훈장 모란장, 은관문화훈장, 문화부 장관 표창, 대통령 표창, 한국출판학회상, 자랑스러운 박물관인상을 수상했다. ‘출판계의 대부’라는 또 다른 수식어를 증명하듯, 그는 서울신문과의 인연도 읊었다. 김대중 정부 때 차일석 서울신문 사장과 플라자호텔 뒤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일부터 꺼냈다. “그 자리에서 ‘3대 메이저 신문 사장을 지낸 분과 함께하니 아주 밥맛 당긴다’고 했지. 서울신문과 대한매일신보 사장에, 전엔 국민일보 대표도 했으니 3대지. 그분이 ‘누가 출판쟁이 아니랄까 봐’ 그러면서 웃더라고.” 서울신문이 1998~2003년 대한매일로 제호를 변경한 일부터 차 전 사장의 선대인 차남수 선생과 사촌인 극작가 차범석 선생, 전남 목포와의 인연을 술술 풀어냈다. 서울신문이 내놓은 주간지 ‘선데이 서울’로 소재를 옮겨가더니, “선데이 서울을 성인잡지 정도로 보는데, 절대 그리 볼 게 아니다. 선데이 서울은 근대문화유산이라고 할 만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선데이 서울’에 ‘걸레스님’, ‘한국의 피카소’로 불리던 중광(1934~2002)의 인터뷰가 나온 걸 언급하며 “매체에 여러 가지를 담아내고 파격을 추구할 수 있는 게 선진 언론이다. 그런 면에서 서울신문은 매우 앞서간 매체였다”고 평가했다. 1974년 국어학자 신기철·신용철 형제가 ‘새우리말 큰사전’을 낼 수 있었던 것에도 서울신문의 역할이 컸다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북한의 ‘조선말큰사전’ 정보를 듣고 한국엔 우리말을 정리한 사전이 없다는 데 체면이 구겨지자 부랴부랴 서울신문에 사전을 발행하라는 지시를 했다. 당시 김종규(김 이사장과 이름이 같으나 한자가 다른) 서울신문 사장이 삼성출판사에 도움을 요청했다. 은행 대출과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기부 등으로 자금을 마련해 4000쪽에 육박하는 국어사전을 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서울신문이 우리나라의 체면을 살렸다는 걸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이야기를 듣노라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삼성출판사 편집고문으로 ‘문학사상’을 창간한 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의 각별한 인연이나, 명창 임방울 선생의 공연 이야기 등이 시대와 장소를 넘나들며 이어졌다. 산수(傘壽)를 넘어선 나이에도 지치지 않는 에너지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거다. “내 시간은 지금 여기, 내가 있는 지금 이곳에 흐르고 있잖아요. 내일이 어디 있어. 오늘 이 시간에 우리는 최선을 다할 뿐이지.” ●사회에 되돌려주는 ‘세 번째 30년’ 그는 모두의 인생은 단 하나로, 이 세상에 나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확신을 담아 말했다. 스스로를 두고 한 말이기도 하고, 모든 이에게 전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모토로 삼는 말을 들려줬다. “인생을 90세까지로 볼 때 첫 30년은 배움으로 채우고 다음 30년은 생업에 전력을 쏟으며 그 이후 30년은 사회에 되돌려줘야 한다고 늘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난 사회에 되돌려주는 30년에 들어가 있어요. 그동안 내가 만들어놓은 것을 주변 사람들,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나눠줄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그는 다시 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지금 우리한테는 우리 문화를 잘 보호하고 물려줘야 할 의무가 있어요. 부끄러워하면 안 됩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뿐만 아니라 지방 어느 마을에 가도 만날 수 있는 당산나무조차 정말 소중한 유산인 거죠.” 올해 문화유산국민신탁 회원을 2만명까지 늘리고, 답사와 문화 강좌도 많이 하면서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노력을 꾸준히 할 계획이다. “앞으로 할 일들이 많습니다. 고맙게도 열심히 잘 따라주고 노력하는 우리 직원들과 함께 할 일이죠. 아마도 이러다 보면 90세가 아닌 100세까지 거뜬히 닿지 않을까요.” 이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에 천진난만한 미소가 가득 번졌다. 2016년 필자가 문화유산국민신탁의 첫 홍보대사로 위촉되며 처음 만났을 때 그 모습 그대로다. 그는 이렇듯 밀도 높은 순수함으로 문화를 사랑하며 한껏 껴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와 같은 문화인으로 나이 들어가기를 꿈꾸게 한다. 임형주 팝페라 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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