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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동위원은 ‘인상파’?

    김태동 위원은 ‘소수파’? 27일 공개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8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7월에 이어 8월에도 김태동 위원만 유일하게 실명을 게재하며 콜금리동결에 반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위원은 7월에 이어 8월에도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김 위원은 “3·4분기에는 민간소비 회복률도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되며 수출도 연초 예측대로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명목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는 등 하반기에도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이 기대된다.”면서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단기적인 성장률의 소폭 희생은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다.”고 금리인상론의 근거를 댔다. 김 위원은 이어 “국제유가 폭등이 향후 물가에 미칠 영향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데도 정책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면서 “최근 단기자금 비중이 급격히 늘고 은행권 예금이 머니마켓펀드(MMF) 등 초단기 수익상품으로 대거 이동하는 등 시중 자금흐름의 왜곡 현상을 정책금리 인상으로 완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기조로 볼때 김 위원은 9월에 콜금리가 다시 동결됐을때도 역시 금리인상을 주장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8월 의사록을 보면 7월과 달리 다른 위원들 사이에서도 금리인상의 당위성에 동조하는 발언들이 여러 차례 나오는 등 금리인상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 다음달 금통위때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한국미술의 자아찾기

    한국미술의 자아찾기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목욕하는 두 여인. 통통하게 살쪄 볼륨감이 넘친다. 둥글둥글한 선과 여인의 몸을 비추는 밝은 빛은 인상파 화가 르누아르의 화풍을 연상케 한다. 우리나라 근대 서양화가 김관호의 ‘석모(夕暮,1916)다. 그는 고희동과 함께 우리나라 서양화 개척에 쌍벽을 이루었던 인물. 김관호를 비롯, 우리 근·현대 미술사에서 잊혀졌던 작가들이 대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한국 미술 100년’(1부)에서다. 조선왕조의 몰락부터 개화기, 일제침략,4·19(1960)이전까지의 회화, 한국화, 조소, 공예등의 작품 800여점을 비롯, 관련 자료 200여점등 모두 1000점이 전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1969년 개관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전시회다. 특히 이번 전시회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 평양에서 활동하던 최지원의 ‘걸인과 꽃’(1939)은 제 18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된 목판화로 조선미술전람회 사상 최초의 판화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각가 문신의 유화 ‘고기잡이’(1948)는 붉은 색을 주조로 해방직후 새로운 유토피아 건설을 열망했던 청년들의 열기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그동안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사회주의 계열의 작가들도 이번 전시회에서는 주인공.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월북한 사회주의자 이쾌대는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1948∼1949)에서 해방직후 사회주의 이념에 몰두했던 자신의 모습을 강하게 표현했다. 러시아 레핀대학 교수이자 화가이던 변월룡은 작품 ‘김용준 초상’‘리기영 초상’에서 근대기 화가 김용준과 소설가 이기영의 월북후 모습을 뛰어난 사실적 묘사력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일제시대 몰락한 황실이 1933년 덕수궁 석조전에 설립했던 ‘이왕가미술관’소장품들도 소개된다. 요코하마 다이칸의 ‘정숙’등 일제시대 선전에 당선됐던 일본 작가의 작품 33점은 식민지 시절 우리의 미감을 조성, 근대화가들이 이들의 양식을 쫓아갔다는 점에서 미술사적 의미를 지닌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서중서 성대교수(근현대), 최원식 인하대교수(문학), 김영나 서울대교수(미술) 등이 자문에 나서 주체적으로 근대를 맞이하는 우리 미술가들의 창조정신과 역사를 유기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개인 소장가의 작품 공개거부로 최초의 여류서양화가 나혜석의 작품을 볼 수 없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윤수 현대미술관장은 “그동안 시기별, 주제별로 근·현대미술을 다룬 양식사 중심의 전시회였다면 이번 전시회는 사회·문화사적 맥락에서 처음으로 접근한 전시회”라고 말했다.8월 13일∼10월 23일.(02)2188-6000.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자연을 사랑한 화가들/ 김영숙 노성두 류승희 지음

    들밭에서 일하던 농부와 아내는 저녁 종소리가 울리자 일손을 멈추고 두손모아 기도한다. 밀레의 작품 ‘만종’의 모습이다. 농민의 삶과 애환을 화폭에 담은 그의 그림은 ‘바르비종파’의 대표작이다. 바르비종파는 미술사에서 인상파로 가는 디딤돌 역할을 했다. 그 이전 자연을 관념적으로, 비현실적으로 그렸다면 바르비종파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자 했다. 바르비종파의 작업이 훗날 화실 밖으로 뛰쳐나왔던 인상파에 영향을 미친 것은 당연했다. 자연의 풍요로움이 살아있는 퐁텐블로 숲을 가기 위해 바르비종이라는 지역에 몰려든 화가들. 그 덕분에 밀레를 비롯해 루소, 뒤프레, 쿠르베, 코로, 자크 등은 바르비종파로 불렸다. ‘자연을 사랑한 화가들’(김영숙 노성두 류승희 지음, 아트북스 펴냄)은 재불화가 류승희, 미술사가 노성두·김영숙 등 3명이 각각 현장을 다녀오고 풍경화의 역사를 조명하는 등 바르비종파에 대해 심층적으로 접근했다. 풍부한 현장사진도 돋보인다. 최근 번잡한 도심을 떠나 대자연속에서 주변 풍경과 일상을 포착하는 작가들이 느는 것을 보면 바르비종파 거장들이 보여준 ‘자연으로의 귀의’가 옛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1만 6000원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현대미술의 향수] (5.끝) 빛과 색채의 화가 르누아르

    [현대미술의 향수] (5.끝) 빛과 색채의 화가 르누아르

    르누아르(1841∼1919)는 인간의 영원한 아름다움에 매달렸다. 밝은 태양을 사랑한 그의 화폭에 어두운 구석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굳이 해설이 없어도 된다. 아름다움을 느끼면 될 뿐, 미술사적 의미나 구구한 이론과는 거리가 멀다. 시공을 초월해 르누아르가 사랑받는 이유다. 그의 작품은 몰아치는 속도와 경쟁에 시달리는 우리가 편안히 쉴 수 있는 그늘이자 ‘오아시스’다. “나에게 그림은 적어도 사랑스러운 가치가 있어야 하고 즐거울 수 있어야 된다. 특히 아름다워야 한다. 세상에는 즐거울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고 그런 즐거운 것들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르누아르는 평생 아름다움만을 추구했다. 어찌 세상이 아름다울 수만 있을까? 하지만 그의 그림에는 예쁜 여자 아이와 통통하게 살찐 풍만한 여인의 나체, 꽃과 나무 같은 아름다움의 상징이 말을 건넨다. ●작고 평화로운 마을에서 전시회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크렘스. 푸른 도나우 강이 시골 마을을 끼고 흐르고, 흐드러지게 널려 있는 포도밭에는 포도주 향기가 넘쳐나는 고장이다. 저 멀리 언덕바지에 고성과 수도원이 자리잡은 고즈넉한 분위기의 이곳은 백포도주 맛이 좋다. 농가의 주민들은 앞마당에 식탁을 몇개 차려놓고 손님들을 맞이한다. 자신이 빚은 포도주에 햄, 소시지 같은 요리로 지나가는 이들을 유혹한다. 농부의 땀이 배어든 오스트리아 가정식 요리다. 르누아르는 프랑스 출신이지만, 오스트리아의 이 작고 평화로운 마을에 자리한 쿤스할레 미술관에서 자신의 특별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으면 무척 기뻐할 것이다. ‘르누아르와 인상파 화가의 여성’(4월2일∼7월31일)을 테마로 한 이 특별전에는 그의 작품 40점을 포함, 동시대에 활동한 인상파 화가 19명의 작품 120점이 전시되고 있다. 인구 2만∼3만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주말에는 2000∼3000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타이푼 벨진(49) 미술관장은 “빈으로 출장 온 세계 각국의 비즈니스맨들이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르누아르를 만나기 위해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르누아르의 사랑스럽고 따뜻한 작품 성격 때문인지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눈에 많이 띈다. ●아름다운 것이 좋아 미술관 1층에는 19세기에 활동한 화가들의 그림이 걸려 있다. 르누아르의 그림과 당대의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비교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풍경화에선 한가롭게 노닐고 싶게 만드는 그림이 좋고, 여자 인물화에선 젖가슴이나 등을 손으로 만져 보고 싶게 만드는 그림이 좋다.” 르누아르의 이같은 생각을 담은 작품들은 2층 전시실에 펼쳐져 있다.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그림은 ‘책 읽는 가브리엘’(1906년). 빨간 앞치마를 두르고 책을 읽는 그녀의 진지한 표정을 보면 도무지 나쁜 짓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성경책을 넘기고 있는 것 같다. 르누아르가 가장 이상적인 여성으로 생각한 사람은 바로 자신의 아이들을 돌보던 유모 가브리엘. 그가 즐겨 그린 둥글둥글한 품새의 얼굴과 엉덩이를 가진 여인에서는 깊은 영혼의 향기가 풍기고 있다. ‘아기를 안은 알게리아인’(1882년)은 ‘빛’이라는 특성을 잘 활용한 전형적인 인상파 색채의 작품이다. 아기를 안은 여인의 옷을 보고 당시 사람들은 “옷도 아니다.”고 비웃었다. 심지어 “그림도 아니다.”라는 혹평을 받을 정도였다. 타이푼 벨진 미술관장은 “르누아르는 흰 옷에 파란색을 칠해 명암을 표현했는데 이는 당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화법이었다.”며 “그늘진 곳을 검은색이나 회색으로 표현했던 당시 화풍에선 엄청난 ‘혁명’이었다.”고 말했다. 르누아르는 여성의 벗은 몸이나 목욕하는 모습을 많이 그렸다. 그에게 여성의 나체는 아름다움이 샘솟는 원천이었다. ●르누아르에게 여성은? 르누아르의 여성은 당대 다른 화가들과 사뭇 다르다. 많은 화가들이 여인을 그렸지만, 그처럼 포근하면서도 따뜻한 향기를 가진 여인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거리에 나앉은 채 젖을 물리고 있는 어두운 표정의 여인을 그린 페르난드 펠레츠의 ‘집없는 사람들’(1883년), 깨진 그릇과 빵조각이 흩어진 문가에 기대 앉은 한 노파가 등장하는 에드가 드가의 ‘로마의 구걸하는 여인’(1857년) 등을 보면 도무지 같은 시대 사람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이번 전시장에는 르누아르와 드가의 작품 세계가 나란히 전시, 확연히 비교되도록 했다.‘나는 춤추는 사람을 그리는 화가’라고 얘기한 것처럼, 드가는 발레리나를 많이 그렸다. 그의 발레리나는 아름다움의 상징이 아니다. 힘든 동작을 취하기 위해 힘들게 ‘노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펠레츠의 발레리나도 힘들고 무표정한 표정이다. 미술관 연구원으로 전시장 가이드를 맡은 미하일 폴츨(27)씨는 “르누아르는 기분을 좋게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는 자세로 작업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10년은 손에 붕대 감고 작업 실제로 그가 그린 여자들은 모두 아름답고, 그가 그린 아이들은 모두 착한 아이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우울한 그림을 한번도 그려본 적이 없는 유일한 화가가 르누아르가 아닐까? 그러나 그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려운 환경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그의 그림에서 가난과 고민스러운 날들의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는 생애 마지막에 관절염으로 고생했다. 붓을 직접 들 수 없어 다른 사람이 마비된 손가락 사이에 붓을 고정시켜줘야만 했다. 그가 변함없이 아름다운 인간의 몸을 그리려고 한 것은 어찌보면 자신의 몸이 불편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르누아르는 관절염으로 고생하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 말년 작품에서는 그의 육체적 고통이 절절하게 배어나온다.‘사람이 있는 카뉴슈메르의 풍경’(1916년)에는 손을 제대로 들 수 없어 높은 위치의 붓질을 하기 힘들어했고, 그 붓질마저 현저하게 힘이 빠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름다움이라는 화두는 끝내 놓지 않았다. 전시장에서 만난 헬가 킨스키(75)씨는 르누아르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표현했다.“르누아르의 그림은 밝고 따뜻해서 좋아요. 말년에 휠체어를 탈 정도로 건강이 나빴지만 삶의 즐거움을 표현했잖아요?” ■ 크렘스 쿤스할레 미술관 타이푼 벨진 관장 “일본을 두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일본인들이 경쟁사회에서 힘든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것을 봤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왜 우리가 르누아르를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점차 살기가 각박해질수록 우리는 아름다운 그림을 통해 평화와 안식을 얻고자 한다.” 타이푼 벨진(49) 크렘스 쿤스할레 미술관장은 르누아르가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문화역사학 박사로 독일인인 그는 1년6개월 전부터 이곳 미술관의 최고책임자로 일하고 있다.2년의 준비 끝에 40여군데에서 그림을 빌리고 엄청난 예산을 투입한 이 전시회는 “이 작은 미술관에서 10년에 한번 할까 말까한 전시회”라고 자랑했다. 인상파 성격의 그림은. -르누아르는 ‘아기를 안은 알게리아인’에서 여자의 흰 옷에 파란색을 칠했다. 인상파 화가들은 아무리 흰 옷이라도 밝은 날 햇볕을 쬐게 되면 파랗게 보이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파란색으로 그늘을 그려 명암을 표시했다. 르누아르와 드가를 비교하면. -둘 다 목욕하는 여자의 모습을 그렸다. 드가는 여자를 목적물로 그렸다. 여자의 움직이는 순간을 포착하는데 마치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반면 르누아르는 아름답고 부드러운 선이 특징이다. 여자 모델은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그리고 있다는 의식 속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여성을 아름답게만 본 것은 르누아르의 한계가 아닌지. -예술에는 어떤 이념이 없다. 그는 여성을 존중, 드가처럼 창녀를 그리지 않고 유모 등 자신의 주변에 있는 여성을 그렸고, 여자를 무시하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르누아르가 갖는 차별성은.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그림을 그렸다. 작품은 화가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변화를 갖는데, 피카소의 경우는 점점 더 각져 갔다. 여성의 모습도 딱딱하다. 하지만 르누아르는 처음부터 끝까지 둥글게 표현하고 있다. 최광숙기자 문화부 차장 bori@seoul.co.kr 협찬 Sharp Travel
  • [신연숙칼럼] 반가운 코리아 임팩트

    [신연숙칼럼] 반가운 코리아 임팩트

    지난주 문화예술계는 세계적인 피나 바우슈 무용단의 한국소재 신작 초연행사로 술렁였다. 이미 1년여 전 제작이 시작돼 지난 4월 독일 현지의 시범 공연이 극찬을 받았던 터라 국내 관객들의 기대는 더욱 컸다. 휴식시간을 포함해 3시간이 소요된 거대한 스케일과 웅장한 암벽바위의 무대, 단원들의 열정적인 몸놀림은 ‘무용극’이란 장르의 개척자이자 대명사로도 불리는 무용단의 명성을 확인시키기에 충분했다. 감상 소감은 엇갈렸지만 한국이란 소재의 익숙함과 다국적 무용수들의 낯선 시각이 빚어낸 울림은 색다른 맛으로 다가왔다. 드라마·영화의 한류 열풍과 함께 세계적 예술가에 의한 한국 소재 작품 제작은 최근 문화예술계의 주목할 만한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피나 바우슈의 경우에서 보듯, 한국에 대한 이해가 피상적이거나 인상적인 데 머물고 있는 게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문화와 정서가 외국 예술가들의 탐구 대상이 되는 것은 여러가지로 반갑고, 그 의미와 효과가 작지 않은 일이다. 첫째, 한국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코리아브랜드를 세계에 제고하는 효과가 크다. 지금까지 한국은 분단국가, 핵, 시위, 월드컵, 삼성·현대의 나라 정도로 알려졌지 문화에 대한 이미지는 거의 없었다. 특히 동아시아 3국 가운데 한국문화는 중국과 일본에 가려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월드컵 이후 국가브랜드의 상승과 함께 한국문화에 대한 인식 여건도 좋아지고 있어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둘째, 국내 문화예술계에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 한국문화가 국내에만 머물러 있을 때는 특수성은 유지할 수 있지만 보편성을 획득하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계적 예술가들의 뛰어난 상상력, 표현력과 결합해 새로 태어난 작품은 국제 무대에 보편적 호소력을 확보하면서 국내 문화예술계에는 새로운 동력으로 환원될 수 있다. 지난 5월 경기도 문화의 전당이 러시아의 세계적 연출가 빅토르 크라메르에 의뢰해 공연한 태권도 퍼포먼스 ‘더 문’이 한 사례가 된다. 태권도의 탄생과 발전과정을 주제로 한 작품은 기발한 상상력과 무대 아이디어가 국내 공연계에도 상당한 충격을 줬다는 평가다. 셋째, 한국문화 상품의 수출을 촉진하고 세계문화 발전에 의미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 세계의 문화예술계는 소재의 고갈로 동양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은 일찍이 세계 예술사에 커다란 자취를 남겼다. 고흐, 세잔, 로트렉 등 인상파 화가들이 목판화 우키요에의 대담한 기법에 매혹돼 다투어 이를 모방했던 것이다. 이제 한국의 차례다. 독일의 재즈 연주단체 살타첼로의 작업도 작은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밀양아리랑’ ‘강강술래’ ‘옹헤야’ 등 한국민요를 재즈화했다. 최근에는 ‘위대한 손기정’‘빨리빨리’ 등 한국을 소재로 한 창작곡을 만들어 유럽 등지에서 팔고 있다. 한국의 설화, 이야깃거리를 찾아오는 외국 작가, 영화관계자들도 늘고 있다. 외국 예술가들이 그리는 한국인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한번쯤 스스로를 낯선 눈으로 바라보게끔 한다. 김치, 태권도,‘빨리빨리’신드롬, 격정 같은 것들이 우선 그들의 관심 대상이다. 그러나 그것뿐일까? 사실 한국문화의 다양성은 무궁무진하다. 외국인들에게 한국문화의 진수, 한국인의 실체를 보다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 피나 바우슈 무용단에는 LG아트센터가, 연출가 크라메르에게는 경기도 문화의 전당이 각각 10억원의 제작비를 지원했다. 국가나 지자체, 기업들의 이런 지원은 상찬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 외국 예술가들의 한국이해가 좀더 깊어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제부터는 국내 예술가들과의 워크숍개최 등 깊이있는 한국알리기 방법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본다. 진정한 코리아 임팩트를 위해서.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 [현대무술의 향수] (4)영혼의 화가 빈센트 반고흐

    [현대무술의 향수] (4)영혼의 화가 빈센트 반고흐

    지독한 가난과 고독 속에서 살다 간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그는 사후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생전에는 유화 한 점만이 팔렸지만, 그의 작품은 현재 경매시장에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후기 인상파 화가로서 독특한 그의 화풍은 독일 표현주의에 영향을 미치는 등 현대 미술사에 새생명을 불어 넣었다. 우리는 그의 찬란한 작품뿐만 아니라 그 작품 뒤에 숨어 있는 비극적인 삶에 다가가면 다가 갈수록 영혼의 위안을 얻게 된다. 꿈틀거리며 밀려오는 파도처럼 가을 벌판을 온통 뒤덮은 노란색 물결. 그 밑밭에서 낫질을 하는 한 사나이. 반 고흐가 태어난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반 고흐 미술관’ 2층 전시장에 걸린 ‘수확하는 사람’(1889년 9월초). 화가의 초상이 담겨 있는 그 작품에 사로잡힌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떠날 줄을 모르고 있다. ●그림 뒤에 숨어 있는 진실 “뙤약볕에서 온 힘을 다해 일하는 흐릿한 인물에서 나는 죽음의 이미지를 발견한다. 그건 그가 베어들이는 밀이 바로 인류인지도 모른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이 죽음 속에는 슬픔이 없다. 태양이 모든 것을 순수한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환한 대낮에 발생한 죽음이기 때문이다.”(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그는 생산을 의미하는 ‘수확’을 화폭에 담으며 아이러니하게 ‘죽음’에 다가가고 있었다. 이 작품은 그가 죽기 9개월 전에 그려졌다. 자신의 가슴에 권총 한발을 날리며 자살을 기도한 곳도 바로 밀밭이었다. 프랑스 프로방스 생레미에 있는 어두컴컴한 요양원 병실 철창을 통해 망연히 바라본 밀밭 풍경은 반 고흐의 뇌리에 깊게 각인되어 이글거리는 노란색과 역동성을 길어올렸다. “화가는 그림으로 모든 것을 말한다.” 반 고흐의 이 말은 그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듯, 반 고흐는 밀밭 그림 속에 삶과 죽음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치열한 예술정신을 드러내고 있다. ●반 고흐는 네덜란드의 영웅 매년 전세계에서 130만명의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하루 3560여명이 찾는 셈이다. 마치 순례자들의 성지 순례 코스처럼 미술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암스테르담을 찾는 관광객들의 단골 코스다. 1973년 개관한 이 미술관은 현대적 양식에 맞춰 설계한 건축가 이름을 따 ‘리트벨트’라고도 불린다. 본관에선 반 고흐 작품의 상설전시가 열리며,1999년 만들어진 신관에선 작가를 바꿔가며 전시를 한다. 이곳에선 마침 ‘에곤 실레’의 특별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천장이 뚫려 있는 본관 2층은 반 고흐의 작품들을 연대별로 정리해 짧은 생애지만 불꽃처럼 화려한 그의 작품 변화를 한눈에 보여 준다. 반 고흐 유화 200점, 드로잉 500점, 고흐가 모은 회화 등 세계 최대의 반 고흐 컬렉션을 자랑한다. 특히 이곳에 있는,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 700통은 그의 삶과 작품이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술관에서 만난 사람들은 “네덜란드인의 자랑이자 긍지”라고 입을 모았다. 암스테르담에서 승용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질랜드에서 왔다는 엔 마이어스(62)는 “이번이 4번째 방문”이라며 “반 고흐는 네덜란드에서 손꼽히는 위대한 사람 10명 중 하나이자 영웅”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헤이그, 누에넨 등에서 살며 그린 초창기 작품 중 ‘감자를 먹는 사람들’이 단연 눈에 띈다.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어두컴컴한 실내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네덜란드 농부들의 모습은 비록 비천한 신분이지만 삶의 엄숙함과 성스러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초기 작품 ‘새둥지’ 등은 당시 활동한 다른 화가들과 별 차이 없는 평범한 톤의 작품들이다. 이후 10년, 반 고흐는 놀라운 변신을 한다. 동생 테오가 화상 점원으로 있던 프랑스 파리로 옮겨 그림 공부를 하던 시절, 그의 작품 ‘자화상’‘구두’ 등에서 서서히 놀라운 재능이 엿보이기 시작한다. 큐레이터 루이 반 틸보르흐(48)는 “반 고흐의 초창기 그림을 보면 별로 좋은 그림이 아니다. 처음부터 재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2년간 그림을 배운 뒤 큰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27세부터 10년간 주요 작품 남겨 파리를 떠나 여러 화가들이 같이 생활하고 작품활동을 하는 공동체를 꿈꾸던 아를 시절,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던 반 고흐는 미치광이로 오인돼 주민의 고발로 병원에 감금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 시기에 그린 200여점 가운데는 그의 대표작 ‘해바라기’‘침실’‘노란집’이 포함되어 있다. 만 고갱과의 불화로 자신의 귀를 잘라 창녀에게 전해주는 기괴한 행동을 벌인 뒤 그린 ‘귀에 붕대를 감고 있는 자화상’‘파이프를 물고 있는 자화상’은 미국과 영국에 각각 소장돼 있어 아쉽게도 미술관에서는 감상할 수 없었다. 아쉬움도 잠시, 더 큰 감동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병원에서 나와 자발적으로 요양원에 들어갔던 생레미 시절에 그린 ‘수확하는 사람들’‘붓꽃’, 그리고 마지막 삶의 터전 오베르 쉬즈 오아즈 시절에 그린 ‘까마귀 나는 밀밭’‘오베르 풍경’ 등은 마지막 불꽃 같은 열정이 담겨 있다. 반 고흐 작품에 푹 빠져 눈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호사’를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아를 시절 이후 정신 질환에 시달리면서도 붓을 놓지 않은 예술정신이 우리를 더욱 열광시키는지 모른다. “발작의 고통이 나를 덮칠 때 겁이 왈칵 난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여러가지 이유로 남프랑스에 와서 나의 모든 것을 그림에 던졌다.”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 속에서 자신의 삶을 온통 그림에 바쳤음을 토로했다. 상상하기 어려운 고난 속에서도 그의 작품세계가 중단되지 않은 것은 경이였다. 반 고흐가 예술의 절정에 오른 것은 파리를 떠나 남프랑스 지방 아를과 생레미에서 작품활동을 하던 시절이었다. 그의 색감은 기존 화가들의 제약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비상했고, 거칠 것 없는 붓놀림은 화폭 위에 고스란히 흔적을 남겼다. 그는 빨간색과 초록색 같은 보색이 어우러진 작품을 통해 사랑과 운명의 대비와 엇갈림을 표현했다.‘해바라기’‘고갱의 의자’를 보면 그가 보색에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작업했는지 알 수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왔다는 빌 데니히(52) 부부는 “반 고흐가 그렇게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 몰랐다.”며 ”그러한 역경 속에서도 정작 작품에는 화려한 색깔을 자유분방하게 사용했다는 것이 인상 깊다.”고 말했다. 3층에서는 인터넷과 책자를 통해서 반 고흐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할머니 세분이 한가롭게 반 고흐의 도록과 관련 책들에 빠져 있었다. 은빛 머리카락의 할머니들과 37세에 요절한 영원한 청년 반 고흐. 시간과 경계를 훌쩍 뛰어넘은 이들은 ‘예술’을 화제로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반 고흐 미술관 큐레이터 루이 반 틸보르흐 “반 고흐의 작품은 현대 미술에 끼친 지대한 영향, 천재성, 드라마틱한 삶 등 3가지 요소가 잘 어우러져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습니다.” 반 고흐 미술관 큐레이터 루이 반 틸보르흐(48). 카키색 양복 안에 받쳐 입은 진한 녹색 와이셔츠가 잘 어울린다. 어떻게 반 고흐 작품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나. -파리에서 네덜란드로 건너온 반 고흐의 동생 테오의 부인 요한나가 죽자 그의 아들 윌렘(엔지니어로 알려짐)이 재단을 만들어 작품들을 관리하다 이 미술관에 영구 임대해주고 있다. 요한나에 의해 반 고흐 형제들의 편지가 일찍 번역되는 바람에 그의 삶과 그림세계의 조화가 잘 이뤄졌다. 반 고흐가 현대미술에 끼친 영향은. -그는 현대미술의 아버지다. 색깔, 밝기, 하모니(색깔의 조화) 등 세 가지에 영향을 줬고 특히 독일의 표현주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반 고흐는 죽기 직전부터 조금씩 화단에서 알려지기 시작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15년만 더 살았다면 그는 부자로 살았을 것이다. 네덜란드 미술에 미친 영향은.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예술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반 고흐의 그림도 처음에는 받아들이려 하지 않다가 조금씩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천재성에 대해. -프랑스에서 2년 공부하면서 스타일이 바뀌고 대담한 색채를 썼다. 두꺼운 붓터치 스타일을 즐겼던 그는 느낌으로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굉장히 빨리 그렸다. 모티프, 즉 주제를 찾는 데 재능이 뛰어났다. 그래서 ‘반 고흐는 어디에 갔다놔도 주제를 찾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자연을 보는 눈도 순수하고, 그의 그림은 추상적이지 않아서 이해하기 쉽다.
  • 아름다운 풍경화에 뭐가 숨어 있을까/이주헌 지음

    서양미술평론가 이주헌(44)이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한번 미술공부를 시켜 보겠다고 나섰다.‘아름다운 풍경화에 뭐가 숨어 있을까’(다섯수레 펴냄)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미술을 맞추되 주제를 정해 좀더 구체적인 방식으로 감식안을 키워주려는 미술교양서이다. “어린이들의 입맛에 맞는 미술의 모습만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본격적인 미술의 모습까지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이번 책은 ‘어린이를 위한 이주헌의 주제별 그림읽기’란 부제가 붙는 시리즈의 첫번째 권.‘이 유명한 그림은 어느 작가의 그림’식의 사실을 일방적으로 나열하지 않는다는 점이 책의 큰 미덕이다. 책장을 열면 ‘풍경화란 무엇일까요’라는 큰 물음 아래로 풍경화가 왜 미술역사에서 뒤늦게 나왔는지, 언제부터 발달했는지, 동양의 풍경화, 야외에서 그리는 풍경화, 풍경화에 나타난 신의 섭리 등 다양한 설명들이 이야기체로 뒤따른다.“풍경화는 자연의 경치를 그린 그림을 말합니다.”로 시작해 “풍경은 ‘사람’을 그리는 배경으로만 생각된 데다 풍경에 나타난 요소들을 그 하나하나의 형태와 색채를 맞춰 그리는 것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라는 등의 해설은 쉬우면서도 자상하다. 풍경화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풍경화의 A,B,C’를 가르치기 위한 배려이다. 하늘, 물, 계절, 도시 등을 소재로 한 ‘눈으로 보는 풍경화’가 있는가 하면 날씨, 상상, 신화 등 추상적 소재를 동원한 ‘마음으로 읽는 풍경화’가 있을 수 있다고 귀띔한다. ‘눈으로 보는 풍경화’ 가운데서도 ‘하늘과 물의 풍경’ 부분에 첫 사례로 등장한 강요배의 그림 ‘미리내’.“…천하장사 헤라클라스 알지요?…배가 무척 고팠던 아기 헤라클레스는 열심히 젖을 빨았답니다.…아마도 우주는 모든 사람을 위한 거대한 엄마 품인 것같습니다.” 그림 속 철학적 의미까지 넌지시 일러주는가 싶으면, 또 같은 밤하늘을 소재로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어떻게 느끼고 표현했는지 나란히 대비시키기도 한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그림 아래로 “고흐는 밤하늘의 별들로부터 서로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열망을 본 게 아닐까요?”라는 감상을 덧붙이는 식이다. 2부에 해당하는 ‘마음으로 읽는 풍경’에 이르면 독자들은 좀더 추상화된 풍경화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날씨를 바라보는 화가들의 마음상태에 따라 그림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영국 낭만주의 화가 윌리엄 터너의 안개 자욱한 철도 그림(비, 증기 그리고 속도-대서부 철도)과 돌풍이 부는 언덕을 묘사한 르누아르의 ‘돌풍’을 비교감상할 수 있다. 이 시리즈는 앞으로 인물화, 역사화, 정물화 등 서양미술의 전통장르들을 잇달아 소개할 예정이다. 지은이는 홍익대 서양화과를 나와 일간지 미술기자를 거쳐 학고재 관장을 지냈다. 초등 3년 이상.1만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찬란한 ‘서양미술 400년’

    찬란한 ‘서양미술 400년’

    1793년 프랑스혁명의 세 거두 가운데 한 사람인 장 폴 마라는 고질인 피부병 때문에 반신욕을 하며 집무를 보던 중 반대파의 자객에 의해 암살당한다. 마라의 동지이자 나폴레옹 황제의 수석화가였던 자크 루이 다비드는 이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마라의 죽음’이라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3개월 만에 완성한다. 암살자가 들고 온 편지, 피묻은 칼이 당시 상황을 재연하듯 화면에 그대로 놓여 있는 ‘기록화’ 같은 작품이다. 자객의 단검에 살해된 마라의 시신은 실제로는 선혈이 낭자한 끔찍한 모습이었지만, 다비드는 마라의 죽음을 마치 격무에 시달리다가 잠이 든 ‘시민의 일꾼’ 같은 모습으로 이상화했다. 엄격한 형식미를 추구한 다비드의 신고전주의 양식이 그대로 녹아 있는 이 그림이 10여 개월의 복원과정을 거쳐 새 단장한 모습으로 한국을 찾는다. 21일부터 내년 4월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서양미술 400년전-푸생에서 마티스까지’가 바로 화제의 전시다. 소개되는 화가는 다비드, 푸생, 부셰, 앵그르, 들라크루아, 쿠르베, 코로, 모네, 시슬레, 피사로, 르누아르, 고갱, 마티스, 뒤피, 피카소, 들로네 등 88명. 미술애호가라면 한번쯤 그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유명 작가들이다. 프랑스 랭스미술관에서 70여점을 대여받은 것을 비롯,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릴, 말로, 몽펠리에, 피카르디 미술관, 트루아 역사박물관 등에서 모두 119점의 작품을 빌려 왔다. 전시는 시대별로 서양 미술 400년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17세기 절대왕정을 배경으로 한 장중하고 화려한 바로크 양식과 국립 미술아카데미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고전주의 양식,18세기 귀족사회가 낳은 장식적인 로코코 양식, 산업기술의 발달로 근대화되기 시작한 19세기의 사조들인 낭만주의, 신고전주의, 사실주의, 자연주의, 인상주의, 후기인상주의와 20세기 야수파, 큐비즘 등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초대형 전시인 만큼 전시작 중에는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 마티스가 친필 글씨를 새겨 랭스미술관에 기증한 ‘재즈’ 판화집, 엽서 한 장 크기인 1호도 채 되지 않는 작품이지만 여인의 코발트빛 옷과 장밋빛 혈색이 생생하게 묘사된 르누아르의 유화 ‘대본낭독’ 등이 공개된다. 특히 ‘대본 낭독’은 워낙 크기가 작아 도난 위험이 커 한번도 해외에서 전시된 적이 없는 작품이지만 특수액자를 제작해 이번에 처음 선보이게 됐다. 고대의 여러 조각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부분만을 조합해 완벽한 아름다움을 구현한 앵그르의 두 작품 ‘샘’과 ‘물 속에서 태어난 비너스’도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원본 작품들이다. 이밖에 근대회화의 시조인 푸생의 ‘두 발을 적시고 있는 여인과 풍경’, 뒤프레누아의 ‘리코메드 왕의 딸들 사이에 숨어 있다가 율리시스에게 들킨 아킬레스’, 사실주의 대가 쿠르베의 ‘협로’, 인상파 화가인 모네의 ‘벨 일의 바위’, 피사로의 ‘루브르’, 고갱의 ‘건초 말리는 사람’, 뒤피의 ‘마리-크리스틴 카지노’, 고갱의 판화 ‘테 아릴 바이네(왕가의 여인)’ 등도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다. 입장료 일반 1만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6000원.(02)2113-3477.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티끌 모아 태산” 식품업 ‘1조원 클럽’

    ‘1조원 클럽’에 들어야….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올해 경기불황과 우유값 인상파동 등으로 ‘식품업계 1조원 클럽’ 가입 문턱에서 아쉽게 좌절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클럽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울우유의 올 매출은 1조원에서 100억원 정도 모자란 9900억원으로 예상된다. 1조원 클럽은 과자, 라면 등 단가가 낮은 수백원짜리 제품을 팔아 매출 1조원을 이뤘다는 뜻에서 식품업계에서는 ‘대기업군’으로 불린다. 전자, 자동차 등 굵직한 상품들과는 달리 수백원짜리 ‘티끌’을 모아 조단위의 ‘태산’을 이뤘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현재 매출 1조원대를 돌파한 회사는 ㈜CJ, 대상, 농심, 롯데칠성, 롯데제과 등 5개사에 이른다. 내년 가입을 목표로 뛰고 있는 기업들은 서울우유를 비롯, 한국야쿠르트, 남양유업, 오뚜기 등으로 ‘열심히’ 뛰고 있다. 맨 처음 1조원 매출을 이룬 곳은 CJ. 지난 91년이다. 이어 97년에는 2조원의 벽까지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매출이 2조 4500억원이고, 올해 목표가 2조 6000억원대임을 감안하면 늦어도 2∼3년 안에 3조원 매출이 예상된다. 이어 대상이 98년 두번째로 클럽에 가입했다.CJ가 2조원을 돌파한 다음해에 1조원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1조 2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농심은 2000년 클럽에 등록했다. 가입은 대상보다 2년 늦었지만 지난해 매출은 CJ에 이어 식품업계 서열 2위(1조 5200억원)다. 네번째는 2001년에 입성한 롯데칠성. 지난해 매출은 1조 1087억원에 이른다. 롯데제과도 2002년 회원사 자격을 따내 현재로선 ‘막내 회원’이다. 지난해에는 1조 9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매출 1조원 정도라야 식품 대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규모의 경영을 실현할 수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유키요에의 미/고바야시 다다시 지음

    유키요에의 미/고바야시 다다시 지음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한 거대한 파도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는 뱃전의 어부들, 이를 지켜보며 태연하게 자리잡고 있는 후지산….18세기 일본 에도 시대에 성행한 회화 장르인 우키요에 최고 걸작 가운데 하나인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齋)의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라는 그림이다. 프랑스의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는 이 그림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어 교향곡 ‘바다’를 완성했고, 영국의 소설가 조지 무어는 이 그림에 매료된 나머지 ‘호쿠사이의 그림 한 폭의 가치는 전 일본인의 생명과 대등하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우키요에의 어떤 점이 그토록 세계의 예술가들을 끌어당겼을까. ●우키요에 거장 12인의 생애와 작품 소개 ‘우키요에의 미’(고바야시 다다시 지음, 이세경 옮김, 이다미디어 펴냄)는 우키요에 거장 12인의 생애와 작품을 시대 배경과 함께 알기 쉽게 설명한 우키요에 입문서다. 일본 최고의 우키요에 권위자인 저자(63·가구슈인대 교수)는 개인적인 연구를 위해 소장하고 있던 작품 100편의 도판을 컬러로 실어 원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끼도록 했다. 우키요에에 대한 사랑은 서구 미술계에서도 뜨거웠다.‘빛의 화가들’이라 불린 고흐와 모네, 드가, 로트레크 등의 인상파 화가들은 특히 우키요에의 강렬한 색채, 과감한 시점처리, 빼어난 소묘력, 현대적인 화면구성에 매료됐다. 모네는 방안을 우키요에로 가득 채울 정도로 열렬한 수집광이었으며, 고흐는 우키요에를 거의 표절한 듯한 그림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우키요에는 처음엔 유럽으로 수출되는 일본 도자기를 포장하는 데 쓰였다. 그러나 우키요에가 불러일으킨 열풍은 19세기말 유럽에서 자포니즘(Japonism)이라고 하는 문화적 경향으로까지 확산됐다. 당시 자포니즘에 열광한 유럽인들은 우키요에를 일본 그 자체인 것처럼 여기기도 했다. 우키요에는 지금도 ‘서양 근대미술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일등공신’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전세계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키요에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우키요에는 목판화와 육필화 두 종류가 있다. 괴기물에서 춘화, 인물화, 풍자화에 이르기까지 현실과 환상을 망라한다. 단색판화에서 시작해 다색 판화로 발전됐으며, 우키요소시(浮世草子, 일본 중세와 근세에 유행한 삽화가 많은 대중소설)나 삽화본 등의 읽을거리가 유행하면서 대중화됐다. ●춘화·인물화·풍자화 등 총망라 책은 ‘서민미술’인 우키요에의 탄생배경도 소상히 다룬다. 우키요에는 에도시대 초기부터 메이지시대 초기까지 약 200년간에 걸쳐 에도라는 특정한 도시에서 우키요(浮世), 곧 ‘이 세상’의 풍속을 소재로 하나의 유파를 형성했던 화가들의 그림을 말한다. 그런 만큼 당세풍(當世風)을 추구하는 ‘우키요’를 그리는 것은 우키요에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였다. 당대 풍속을 소재로 한 우키요에는 자연스레 유곽의 모습이나 기녀, 가부키, 스모 등 서민들의 향락적인 문화를 즐겨 표현했다. 신흥 도시 에도의 젊고 활기찬 분위기 또한 수준 높은 서민문화가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처럼 일반 대중의 미적 관심을 반영해온 우키요에는 메이지시대 들어 사진이나 제판, 기계인쇄 등이 유입되면서 쇠퇴했다. 그러나 조선후기 서민들의 생활상을 그린 민화와 마찬가지로 우키요에의 전통은 일본 현대미술에까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그것은 ‘일본미술의 혼’이기 때문이다.2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2일 TV 하이라이트]

    ●김용만 신동엽의 즐겨찾기(SBS 오후 11시5분) 염정아, 이지훈, 신화 에릭, 신혜성, 김동완, 이민우, 전진, 앤디가 출연한다. 스타들의 숨겨진 모습을 보여 주는 ‘셀카짱 콘테스트’에서 염정아, 이지훈, 신화의 깜짝 영상을 공개한다. 경악할 만한 에릭의 표현연기, 전진과 앤디가 함께 선보이는 기상천외의 쇼 등을 보여 준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프랑스가 낳은 대표적인 인상파 화가 모네가 그린 ‘런던의 국회 의사당’이 백년 만에 뉴욕 경매장에 나왔다고 하는데 그 현장을 찾아가 본다. ‘런던의 국회 의사당’ 유화 시리즈는 모두 19점으로 이번에 경매에 부쳐진 작품은 다른 그림보다 많은 건물을 담고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문화 문화인(EBS 오후 11시40분) 80∼90년대 대중가요뿐 아니라 대학가에서 인기 싱어 송 라이터로 활동했던 백창우. 그런 그가 언젠가부터 이른바 잘 팔리지는 않지만, 세상의 자양분이 되는 실험적이고 독특한 음반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노래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가수이자 작곡가인 백창우를 만나 본다. ●리얼 스토리 ‘실제상황’(iTV 오후 10시50분) 평소 자기관리가 철두철미한 이 여인의 부재는 가족과 회사동료에게 커다란 의문과 걱정을 남긴다. 실종자의 통화내역을 수사하던 형사들은 그녀의 주변에 머물던 두 명의 남자를 주목하게 된다. 태국 여행 중 만난 두 남자와 한 여자, 그들은 대체 어떤 관계였을까? ●TV특종 놀라운 세상(MBC 오후 7시20분) 하루 세끼 밥 대신 막걸리를 먹는 별난 할아버지의 막걸리 사랑 속으로 들어가본다. 인터넷에 올라온 놀라운 사진 속에는 손가락이 뒤로 꺾인 채 손등에 닿는 사람,90도 직각의 브이가 되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팔꿈치에 혀닿기’를 할 수 있다는 사람까지 나타났다고 한다. ●용서(KBS2 오전 9시) 수민은 6년간 사귀며 결혼을 약속했던 찬기가 아무런 연락도 없이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는다. 한편 연락을 끊은 채 공항에 나타나지 않은 인영 때문에 제주행 비행기에 홀로 오른 형우는 착잡하다. 그러던중 옆 자리에 대낮부터 술에 취한 채 앉은 아가씨에게 눈길이 가게 된다. ●금쪽같은 내새끼(KBS1 오후 8시25분) 진국 생모의 산소에 진수를 데리고 간 희수는 외출했던 덕배와 영실을 부르고, 영실은 희수에게 시어머니를 가지고 논다며 노발대발한다. 깨어나지 않는 지혜와 절망감에 빠져 있는 재민을 위해 선자는 입양기관을 찾아가 자신이 갓난아기의 대리모가 되겠다고 자청한다.
  • “회기 늘리고 의원 수당 현실화 꼭 실현”

    “회기 늘리고 의원 수당 현실화 꼭 실현”

    “지방의회 제도의 효율적인 개선에 앞장설 것입니다.” 이재창(55) 강남구의회의장은 우리나라 지방의회제도의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1인 3역의 슈퍼 기초의원이다. 지난 2년에 이어 제4대 후반기 의회가 끝나는 오는 2006년까지 서울시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와 전국 시·군·구의장협의회 회장을 동시에 맡게 됐다. ●1인3역 슈퍼 기초의원 우선 그는 우리나라 지방의회제도의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현재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지방의원 유급화,의회 사무직원에 대한 인사권,의원 보좌관제 등 지방의회의 현안을 남은 임기중에 꼭 매듭지을 각오다. 이를 위해 최근 2주에 1번씩 열리는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 참석하는 등 정부 및 정치권 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지방의원은 명예직’이라는 지방의회의 족쇄(?)조항이 삭제된 것도 이 의장의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그는 “기초의원 및 의회의 전문화를 위해서는 현재 80일로 제한하고 있는 회기를 120일 이상으로 늘리고 수당을 현실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회기 일수나 수당 등은 지방자치의 취지에 맞춰 지역실정에 따라 조례를 정할 수 있도록 지방의회에 권한을 대폭 위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울 자치구의회의 현안 해결에도 적극적이다.현재 시민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수도이전문제에 대한 기초의회의 뜻을 모아 서울시의회와 적극 대처해 나가고 있다. 26일에는 서울지역 25개 자치구의회의장과 임동규 서울시의회의장 등이 한자리에 모여 심도있는 논의를 펼친다.또 다음달 3일에는 이명박 서울시장과 간담회를 갖기로 하는 등 서울 자치구의장협의회의 역할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서울자치구의장협의회의 역량을 모으기 위해 매월 1차례씩 정례 모임을 갖고 각 의회별 특성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도 이 의장의 아이디어다.500명이 넘는 서울 자치구의원들이 체육대회를 통해 한자리에서 우의를 다지고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이의장의 작품이다. 강남구의장으로서의 역할에도 소홀함이 없다.1인 3역의 바쁜 일정속에서도 거의 매일 의회에 출근해 주민들의 불편사항을 점검하고 현안문제 해결을 연구하고 있다. ●재산세율 인하 주민위해 불가피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재산세인상 파동도 강남구의회가 “가장 적절히 대처해냈다.”는 찬사를 주민들로부터 듣고 있다.“강남구의회가 재산세율 인하를 최초로 결정했을 때 타 자치단체가 곱지않은 시선을 보냈지만 주민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2003년 12월에 이미 재산세 인상파동을 예상,지난 5월부터 구민공청회를 열어 주민 및 의회의 뜻을 모아 의원발의로 재산세 인하적용을 결정하게 됐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또 지난 25일 문을 연 ‘강남 CCTV 관제센터’의 지원도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확신하고 있다.“처음 계획이 거론됐을 때 인권침해 등 논란을 빚고 있는 와중에 의회가 과감히 95억원의 예산지원을 결정한 것은 일종의 ‘용기’였다.”고 회고했다. 이 의장은 “항상 주민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며 이런 용기의 근원이 의원으로서,기초의회 리더로서의 ‘겸허함’임을 느끼게 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세계적 ‘명화’ 만져보며 감상한다

    “세계적인 명화를 직접 만져도 된다고요?” 서울 중랑구(구청장 문병권)는 6일까지 중앙문화예술프로그램센터와 함께 중랑구민회관 1층 홍보전시실에서 ‘세계명화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국내 미술전시업체가 세계 유명 박물관과 정식 라이선스를 맺고 국내 특허기술로 제작됐다.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를 한 후 그 위에 정교한 수작업을 거쳐 제작된 전시작들은 원화의 색조나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는 평이다. 명화를 복제한 모사화는 서양 미술사에서는 미술발전과 확산에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때문에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복제 명화를 문화적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인정하고 있다.미국에서는 ‘Finepoint Show’라는 모사화 전시회가 매년 열리기까지 한다. 전시작은 인상파 화가 르누아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를 비롯해 고흐의 ‘해바라기’,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명화 50점이다.원본이 아니어서 마음껏 만져도 되고 기념사진을 찍어도 괜찮다. 문 구청장은 “방학을 맞이한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씨줄날줄] 당인리 프로젝트/신연숙 논설위원

    프랑스 파리에서 루브르박물관 못지않게 꼭 가봐야 할 명소로 오르세이 미술관을 꼽는다.오르세이 미술관은 고흐,마네,르누아르 등 친숙한 인상파 화가의 그림들을 다리가 아프도록 볼 수 있다.마찬가지로 영국 런던에서 2000년대 들어 새로운 필수 관람코스로 떠오른 곳이 테이트 모던이다.드가,피카소 등 현대작가의 명작이 가득한 것은 물론,상식의 허를 찌르는 기발한 기획전을 보여줘 현대미술의 롤러코스터라 불린다. 두 미술관은 세계적 문화명소란 점 말고도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건물이 미술관용으로 지은 것이 아니라 기존의 오래된 건축물을 재활용했다는 점이다.오르세이 미술관은 1986년에 폐쇄된 철도역사를 개조했고 테이트 모던은 1981년에 문을 닫은 화력발전소를 되살렸다.오르세이 미술관엔 기차출발시각을 챙겨줬던 커다란 시계와 플랫폼이 있었던 중앙홀을 그대로 살려 역사의 정취가 남아있다.테이트 모던 역시 발전 터빈 등을 뜯어내고 재탄생한 공간들이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처럼 세계적 도시들이 왜 대표적인 문화공간을 리모델링 건물에 앉혔을까.무엇보다 개발이 끝난 도시에서 새로운 부지 찾기의 난점 때문이었을 것이다.기존의 낡은 건물에 눈을 돌리면 넓고 접근성이 좋은 부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그러나 역시 보다 의미있는 해석은 오래된 건축물의 상징성과 역사성이다.오르세이 미술관은 건축가 빅토르 랄로,테이트 모던은 영국의 명물인 빨간 공중전화 부스를 디자인한 길버트 스콧 경이 설계했다.이들 공간은 건축으로서의 작품성과 시대의 역사성을 보존하면서 현대적 혁신을 가미함으로써 시대의 상징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여기에 재활용에 따른 경비절감 측면도 중요한 고려점이 됐을 것이다. 참여정부가 문화정책 청사진으로 내놓은 ‘21세기 문화비전’에 당인리화력발전소의 리모델링 계획을 제안했다.당인리발전소는 국내최초의 화력발전소로서 수명을 다해 2012년엔 폐쇄될 예정이다.개발연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역사성을 보존하고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 장소로서 손색이 없을 듯하다.어떤 창의적 문화공간이 탄생할지,‘당인리 프로젝트’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seoul.co.kr˝
  • 강길원 교수 정년퇴임展

    강길원 공주대 교수가 5월3일부터 8일까지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갤러리 1전시실에서 개인전을 연다. 강길원의 작품세계는 크게 네 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후기 인상파의 영향을 받아 인물화를 주로 그린 1960년대,풍경 그림을 통해 현실을 풍자한 1970년대,상징주의적 화풍의 1980년대,그리고 1990년대 이후 오늘에 이르는 ‘순수 풍경시대’가 그것이다. 이번 정년퇴임 기념전엔 ‘가을찬가’‘청송의 여름’‘대둔산의 추경’‘변산의 해변’ 등 자연의 사계를 노래한 35점이 출품된다.풍경을 통해 현실을 비판하던 1970년대 ‘만능’ 같은 작품과는 구분되는 보다 순도 높은 자연,즉 풍경 그 자체로서의 자연을 담았다.작가는 자연을 눈에 보이는 대로 모사하지 않는다.강조와 생략을 통해 일필휘지로 단숨에 그리는 편이다.자연은 작가 특유의 눈으로 재창조된다.그런 만큼 강길원의 풍경화는 한층 자연의 순수함과 힘을 느끼게 한다.그러나 강길원 그림의 가장 큰 특징은 역원근법을 시도하는 다시점(多視點) 회화란 점이다.(02)2000-9737.˝
  • 재산세 ‘인상 파동’ 재연 조짐

    지난해 말 재산세 인상 폭을 높이려는 중앙정부와 이를 낮추려는 서울 강남·서초구 등 일부 지자체간에 재산세 ‘인상파동’이 재연될 조짐이다.오는 7월 재산세 부과를 앞두고 강남구 등이 인상폭을 완화해 줄 것을 행정자치부 등에 다시 건의했다.‘부동산보유세’ 개혁을 지난해 가장 우수한 정책 성공 사례로 꼽아온 행자부는 지자체와 주민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제도개선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감산율을 낮춰달라” 서울 강남구는 30일 “재산세의 과표 산정기준이 면적에서 국세청 기준시가로 바뀌면서 재산세가 전년대비 평균 59.3%(공동주택 138.6%) 인상되고,아파트는 최고 460%까지 올라 극심한 조세저항과 집단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정부에 완화건의문을 냈다고 밝혔다.구는 건의문에서 “보유세액 인상은 점진적,단계적으로 이뤄져야 납세자의 이해를 구할 수 있다.”면서 “최대 100%까지 규정된 국세청 기준시가별 가감산율을 60%까지 낮출 수 있도록 조정해 달라.”고 덧붙였다.서초구도 국세청 기준시가 3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 가감산율 적용기준을 단계별로 10%씩 낮출 수 있도록 돼 있는 것을 3억원 이상 아파트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을 건의했다. 지난연말 정부의 재산세 인상안 최종안을 수용했던 이들이 다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올 7월 세금부과를 앞둔 주민들의 집단민원 때문이다.실제로 지난해 12만 6000원을 낸 강남구 A아파트는 올해 77만원을 내게 돼 511%나 올랐다.반면 용인의 C아파트는 지난해 117만 3000원을 냈지만 올해에는 44.5% 줄어든 65만 1000원만 내면 된다.전반적으로 강남의 고가 아파트는 5∼6배까지,서울 강북은 20∼30% 올라 서울 대부분의 자치구가 부담을 안고 있다.특히 강남구 대치동 삼성래미안,도곡동 삼성래미안,압구정동 미성,신현대아파트 등의 주민들은 집단서명까지 하며 재산세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강남구의회도 “자치구가 건물과표를 하향 조정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지방세법상 자치단체장이 재산세 세율의 50%를 가감할 수 있는 탄력세율을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서울시 관계자는 “재산세 과표는 지난 1월1일자로 고시됐지만 재산세 납부 고지서가 발부되는 7월15일 이전인 5월말까지 수정,고시할 수 있다.”면서 “자치구의 건의문과 함께 서울시의 의견도 행자부에 냈다.”고 자치구를 거들었다. ●행자부 “다시 바꾸면 신뢰성에 문제” 행자부는 이미 고시된 재산세 과표는 재검토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결정고시까지 마친 것을 시행도 하지 않고 다시 바꾸면 행정의 신뢰성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더구나 지난연말 합의할 때와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반응이다. 관계자는 “강남구가 독자적으로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는 있지만,그렇게 되면 다른 곳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이 또한 쉽지 않다.”면서 “대폭 인상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담세력이 있는지 시뮬레이션중이지만,현재로선 수용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조덕현 장세훈기자 hyoun@seoul.co.kr˝
  • [책꽂이]

    ●오스만 제국은 왜 몰락했는가(앨런 파머 지음,이은정 옮김,에디터 펴냄) 터키의 오스만제국은 유럽·아시아·아프리카 3대륙에 걸쳐 방대한 영토를 지배하며 600년 동안 강력한 군사대국으로 군림했다.그러나 오스만제국은 1683년 오스트리아의 제2차 빈 포위공략의 실패를 전환점으로 쇠락의 길을 걷는다.발칸반도와 근동에서 맹위를 떨쳤던 오스만제국의 쇠망사를 살폈다.2만 5000원. ●명화 속 풍경을 찾아서(사사키 미쓰오 등 지음,정란희 옮김,예담 펴냄) 고흐가 자신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는 오베르의 언덕길,밀레의 작품 ‘만종’의 무대가 된 바르비종의 황금빛 들판,모네가 사랑한 지베르니 연못의 수련,로트레크가 그린 몽마르트의 화려한 밤거리….1860년대 프랑스를 중심으로 태동한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 속 아름다운 풍경들을 찾아 떠난다.풍경은 ‘빛을 그린’ 인상파 화가들의 주된 화제(畵題)였다.9800원. ●의학사의 이단자들(줄리 펜스터 지음,이경식 옮김,휴먼앤북스 펴냄) 고대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든 길흉화복,삶과 죽음,병과 치유는 전적으로 ‘신의 뜻’이었다.현대의학의 발달과정은 수천년간 이어져온 이같은 신 중심의 사고방식에 대한 도전의 역사였다.이 책은 당대의 편견과 고정관념에 맞서 현대의학의 지평을 넓힌 인물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전기’ 형식으로 되살린다.1만 4500원. ●EU 신가입 10개국(코트라 구주지역본부 지음,리수 펴냄) 폴란드·헝가리·체크·슬로바키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슬로베니아·몰타·사이프러스 등 중동구 유럽 10개국은 오는 5월 새롭게 EU(유럽연합)의 회원국이 된다.EU는 이제 25개 회원국에 인구 4억5000만명,교역액 2조 4000억 달러의 세계 최대 단일 경제권으로 부상했다.이 책은 신규 가입 10개국에 대한 비즈니스 백서다.2만 9900원.˝
  • 예술가와 돈, 그 열정과 탐욕/오브리 메넨 지음

    신전의 금을 빼돌린 고대 그리스 조각가 페이디아스,땀과 조각칼로 벌어들인 돈을 무능력한 가족에게 끊임없이 뜯겨야 했던 천재 미켈란젤로,수도회와 옥신각신 끝에 돈대신 그림 한 점 주고 자신의 묘를 마련한 티치아노,치밀한 자기 홍보와 마케팅전략으로 최고의 부와 명성을 누린 루벤스,방을 데울 숯이 없어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야 했던 전설적인 가난의 주인공 모네….예술가에게 돈이란 무엇인가.영국 작가 오브리 메넨이 쓴 ‘예술가와 돈,그 열정과 탐욕’(박은영 옮김,열대림 펴냄)은 돈에 얽힌 대가들의 인간적인 이면을 낱낱이 파헤친다. 화가 모네는 가난과 사투를 벌인 대표적인 인물이다.돈을 빌리기 위해 친구들에게 보낸 구구절절한 편지들을 보면 그의 가난이 얼마나 절박했는지 알 수 있다.“나는 알거지 신세로 여인숙에서 길거리로 내동댕이쳐졌어.카미유와 불쌍한 어린 것은 시골로 보냈다네.…어제는 너무 절망스러운 기분에 바보같이 강물에 몸을 던지려 했다네.” 사뭇 서글픈 내용이다. 반면 같은 인상파 화가인 세잔은 큰 어려움 없이 작품활동을 했다.평생 아들을 지지하고 돈을 대주고 유산까지 물려준 아버지 덕분이었다. 돈을 벌고 또 번 돈을 불리는 데 일가견이 있는 예술가도 적지않다.플랑드르의 화가 루벤스는 예술이 곧 비즈니스임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경우다.루벤스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 비서에게 편지를 받아쓰게 하거나 책을 소리내어 읽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만능’ 이미지를 과시했다.이런저런 이벤트가 연출해내는 위세에 눌려 고객들은 그의 호화로운 화실을 나가면서 기꺼이 은화를 내놓았다.고객들로선 루벤스에게 그의 그림 하나만 의뢰하기 어려웠다.자신의 그림 외에 그가 모아 놓은 다른 화가들의 작품까지 사게 만드는 ‘끼워팔기’ 전술을 썼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로의 대리석 조각상 ‘잠자는 큐피드’ 위조사건 역시 돈이 문제였다.미켈란젤로의 후원자였던 로렌초 데 메디치는 미켈란젤로에게 이 ‘골동품’을 로마로 보내면 훨씬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조각상을 후원자의 제안대로 로마의 골동품 판매상 발다사레에게 보냈다.발다사레는 이 큐피드 조각상을 포도밭에 묻었다가 자연스럽게 색이 배어든 뒤 꺼내 진품으로 속여 팔았다.미켈란젤로는 자신이 고대 로마의 조각가들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조각상을 만들어 로마로 보냈는지 모른다.하지만 “돈은 내가 이루어낸 온갖 눈부신 업적의 동인이었다.”는 미켈란젤로의 말을 새겨보면 그 속뜻은 알 수 없다. 돈을 사랑하고 돈에 상처받은 예술 거장들의 이야기는 천재성은 돈이며,예술은 비즈니스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하지만 예술가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따스하다.저자는 예술가와 물욕은 별개의 문제이며, 물욕은 오히려 예술가의 창작열을 불태운 원동력이 됐다고 주장한다.1만 6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물방울 그림 30년… 고생한 보람 느껴”/프랑스 국립주드폼미술관서 회고전 여는 김창열 화백

    |파리 함혜리특파원|지난 30여년간 물방울을 화두 삼아 도 닦듯이 회화 작업을 해 온 ‘물방울 화가’ 김창열(金昌烈·사진·75) 화백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회고전이 13일부터 3월7일까지 약 두달간 프랑스 국립 주드폼미술관에 열린다. 물방울이라는 하찮은 소재를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미적 체험을 제공해온 그는 “선배들도 많은데 먼저 미술관 전시회를 갖게 돼 송구스럽다.”면서도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파리에서 처음 갖는 미술관 전시회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인다. 주드폼미술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대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온 현대 미술관.19세기 중엽 건립된 미술관으로 오랑주리 미술관과 함께 1954년부터 오르세 미술관 개관(1986년) 이전까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던 유서깊은 곳이다.한국 작가로는 이우환씨가 97년 처음 초대전을 가졌고 조덕현씨가 아시아 작가 그룹의 한 명으로 이 미술관 앞뜰에서 설치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김 화백의 회고전은 올 봄부터 사진 전문 미술관으로 모습을 바꾸기에 앞서이곳에서 열리는 마지막 전시회다. 그는 미술관 전시가 갖는 의미에 대해 “한 작가의 작품세계가 미술사에 기록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작품이 공인된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라고 말한다. 물방울의 생성과 소멸 사이의 한 순간을 포착해 캔버스 위에,모래판에,나무판자 위에,천자문 위에 극사실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는 그의 물방울 시리즈 작품들은 ‘우리의 존재 방식에 대해 우리 스스로를 규정하도록 요구하는 내면성의 그림’이라는 찬사와 함께 동서양을 초월한 보편적인 시각언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시회에는 60년대 초 미국에서 작업한 앵포르멜 경향의 추상미술 작품 ‘제사’부터 파리에 건너온 초기의 스프레이 작업,화면 바탕에 천자문을 써 넣은 ‘회귀’,최근의 ‘황토’까지 30여년간 작업 중 대표적인 작품들이 소개된다.총 34점의 그림과 함께 지름 20㎝의 물방울 모양 수정작품 ‘명상’도 전시된다. 그는 ‘미련하리만치’ 오랜 세월 동안 물방울에만 천착하는 이유에 대해 “1969년 말 어느 아침에 캔버스 뒷면에 영롱하게 맺혀 있는 물방울을 발견했습니다.바람이라도 불면 후두둑 떨어져 버리는 덧없는 운명 앞에서도 아침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순수한 물방울의 아름다움은 충격적이었지요.그 아름다움을 전달하기 위해 지금까지 씨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지금껏 물방울과 씨름하며 묵묵히 살아온 그는 또다시 물방울을 그리기 위해 붓을 잡았다. lotus@
  • [폴리시 메이커]조대룡 서울시 재무국장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부동산 보유세 강화 방침에는 공감하지만,정부에 대한 신뢰를 깨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합니다.” 서울시의 세입과 지출 등 ‘안방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조대룡(51·행시 18회) 재무국장의 말이다. 조 국장은 지난해말 정부와 서울시간 재산세 ‘인상파동’ 과정에서 서울시가 사실상의 ‘판정승’을 거두는 데 역할을 톡톡히 했다.그는 재산세 인상 폭을 높이려는 정부와 이를 낮추려는 강남구 등 기초자치단체 사이에서 중재역을 맡았다. 조 국장은 “자칫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충돌처럼 비쳐질 수 있었던 정책결정 과정에서 광역자치단체가 갈등을 조절하는 롤모델(role model)을 찾은 게 성과”라면서 “또 지방세제 분야를 체계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현실 인식을 싹트게 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조 국장은 국내 최초의 ‘지방세연구소’를 오는 3월 발족시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그는 “서울시 직속기관인 서울시립대학에 세무학과가 있지만,국세 위주의 교육과정으로 지방세 연구엔 한계가 있다.”면서 “연구소는 지방세 관련 정책수립 및 집행과정에서 실질적인 ‘싱크탱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한다는 정부의 보유세 개편안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종합부동산세는 지방세인 현재 순수한 지방세인 종합토지세 가운데 일부를 국세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조 국장은 “국세청 기준시가를 근거로 한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제도 도입에 걸림돌이 없지만,단독주택은 과세 근거자료가 없어 ‘선(先) 보완,후(後) 도입’의 원칙을 지켜야 과세 형평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지방재정분권을 강조하면서 지방세를 국세로 전환하는 것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신 그는 “현행 시·군·구세인 재산·종토세 가운데 지자체별로 재정수요를 초과하는 부분을 광역시·도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럴 경우 서울 강남지역의 초과재정을 강북에 재분배해 뉴타운 건설 등 강남·북 균형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이어 “장기적으로는 지자체별 재정수요를 고려해 재산·종토세 등 부동산 보유세 뿐만 아니라,자동차세 등 지방세 전반에 대한 세율조정 방안이 검토돼야 조세저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무국은 이명박 시장 취임 이후 업무의 중요성 때문에 과단위 부서에서 확대 개편됐으며,조 국장이 신설 이후 지금까지 진두지휘하고 있다. 특히 재무국 계약심사과는 지난해 처음으로 도입된 ‘예산집행 사전심사제’를 통해 물품구매나 공사발주 과정에서 500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올해에는 산하 구청 및 공사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장세훈기자 sh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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