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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실패의 역설/미술평론가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실패의 역설/미술평론가

    세잔은 실패한 삶을 살았다. 매년 살롱전에 작품을 냈으나 마흔 넘어 딱 한 번 입선했을 뿐 번번이 낙선했다. 인상주의에 가담했으나 집단을 이루어 활동하는 게 기질적으로 맞지 않았고, 인상주의 예술관에 찬동하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 전시회에 두 번 참여하고는 발을 끊었다. 제3회 전시회에 출품한 ‘빅토르 쇼케의 초상’은 인상주의 지지자들까지 어안을 벙벙하게 했다. 큐비즘과 추상미술을 경험한 현대인의 눈에는 세잔의 모던함이 들어오지만, 인상주의조차 생소했던 당대 사람들이 세잔을 이해하는 것은 무리였다. 오십 줄에 들어서자 동년배인 모네와 르누아르는 세상이 알아 주는 화가가 됐고, 다른 동료들도 자리를 잡아 갔다. 성공한 친구들과는 서먹해졌고, 고향에 은둔하면서 파리 화단과의 관계도 끊어졌다. 사생활도 실패였다. 세잔은 서른 살에 자신의 모델 오르탕스 피케와 같이 살기 시작했으나 완고한 아버지가 생활비를 끊을까 두려워 결혼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아버지는 죽기 몇 달 전 마음을 돌려 며느리를 받아들였다. 세잔과 오르탕스의 아들은 열네 살이 돼 있었고, 부부 사이에는 아무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유산을 상속받자 오르탕스는 아들 공부를 핑계 삼아 파리로 가 버렸다. 사십대 후반이 된 세잔은 고향 엑상프로방스의 생트빅투아르산을 그리기 시작했다. 1901년에는 아예 산기슭으로 스튜디오를 옮기고 매일 2㎞ 정도 걸어 올라가 그림을 그렸다. 세잔은 햇빛이 만드는 찰나의 이미지에 집중하는 인상주의를 포기했다. 자연에는 영속하는 부분, 변하지 않는 본질이 있고 화가는 그것을 캔버스 위에 물감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연은 모사의 대상이 아니라 색채와 조형적인 균형을 통해 해석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의 그림에서 전통적인 원근법은 사라지고 색의 조각들이 겹치고 엇갈리면서 공간을 재편한다. 생트빅투아르산은 저 멀리 있는가? 바로 눈앞에 있는가? 세잔은 인상주의를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사물의 재현이라는 미술의 관습 자체를 뒤흔들었다. 당뇨병과 고독, 이대로 영영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싸우며 세잔은 현대미술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젖혔다. 실패가 그를 만든 것이다.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그림의 제목/미술평론가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그림의 제목/미술평론가

    전근대 시대의 그림은 제목이 없었다. 그림은 주문 제작됐고 완성된 작품이 인도되면 외부에 공개될 일이 없었으므로 제목이 불필요했다. 귀족이나 부자들의 유산 목록을 작성했던 비서나 공증인은 장부에 그림 내용을 간략하게 적어 넣어 식별할 수 있게 했다. 그림에 제목을 붙이는 관행은 근대의 산물이다. 근대 시장경제에서 미술시장이 성립하면서 그림은 상품으로 거래됐고 제목이 필요해졌다. 전근대 그림 제목은 미술상들이 붙인 게 많다. 미술상들은 케케묵은 그림들을 찾아내 경매에 부치면서 카탈로그를 작성했다. 유산 목록을 참조하거나 그조차 없으면 생각나는 대로 적당한 제목을 붙였다. 이를 근거로 작품이 사고 팔리면서 공인된 제목이 됐다. 근대 이후 예술가들은 직접 자기 작품에 제목을 붙이게 됐다. 미술시장에서 그림을 팔려면 고객에게 자신과 작품을 알려야 했고 전시회가 빈번해졌다. 전시회를 열려면 도록을 만들어야 하고 작품 제목이 있어야 했다. ‘인상, 해돋이’는 제목 하나로 미술사에 엄청난 흔적을 남긴 작품이다. 제목이 아니었다면 이 그림은 잊히고 말았을 것이다. 클로드 모네는 르아브르의 한 호텔에서 이 그림을 그렸다. 멀리 부두가 희미하게 보이고 앞쪽에는 작은 배 두 척이 있다. 막 떠오른 주황색 해가 안개를 뚫고 빛을 발하고 있다. 모네는 이 그림을 1874년 첫 번째 인상주의 전시회에 출품했다. 이때는 물론 인상주의라는 말이 없었다. 도록 표지에는 그냥 전시회라고만 써 넣었으나 거기 실릴 작품에는 제목이 있어야 했다. 편집을 맡은 르누아르의 동생 에드몽은 모네가 가져온 여러 점의 그림이 다 비슷비슷한 제목이라 골치를 앓았다. 에드몽이 투덜대자 모네는 농담 반 진담 반 대꾸했다. “그럼 ‘인상’으로 하지 그래.” 전시회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기 마련이다. 한 신문기자는 신랄하게 조롱하는 칼럼을 쓰고 ‘인상, 해돋이’에 착안해 ‘인상주의자들의 전시회’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 칼럼은 대중의 뇌리에 인상주의라는 단어를 각인시켰다. 전시회에 참여했던 화가들은 이 말을 끔찍하게 여겼지만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제주 ‘빛의 벙커’ 가을 프로모션

    제주 ‘빛의 벙커’ 가을 프로모션

    제주 ‘빛의 벙커’는 10월 31일까지 3000원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빛의 벙커’ 주변 관광지, 호텔, 렌터카 등을 이용한 사람은 입장료(1만 8000원)에서 3000원을 할인하는 이벤트다. 할인권 배포처는 ‘빛의 벙커’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빛의 벙커’는 프랑스에서 제작한 미디어아트를 전시하는 공간이다. 고전 명화를 영상으로 풀어내 쉽고 흥미롭게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살아 움직이는 영상에 음악, 스토리텔링 기법이 더해져 몰입감을 높인다. 현재는 ‘모네, 르누아르... 샤갈’과 ‘파울 클레’전이 열리고 있다. 색채감 넘치는 지중해 연안을 배경으로 인상주의에서 모더니즘까지의 여정을 풀어내고 있다. 모네, 르누아르, 샤갈, 피사로 등 대가들의 작품 500여점이 다양한 영상 콘텐츠로 펼쳐진다. 내년 2월 28일까지.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조성진, 9개월 만에 국내 무대…무르익은 쇼팽과 함께 여는 가을

    조성진, 9개월 만에 국내 무대…무르익은 쇼팽과 함께 여는 가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이달 말부터 국내 무대를 갖고 화려한 선율로 가을을 연다. 야나체크, 라벨 등 인상주의 작곡가들의 곡을 소개한 뒤 쇼팽 스케르초로 한껏 무르익은 연주를 선보인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에 따르면 조성진은 오는 31일 부산시민회관을 시작으로 다음달 2일 아트센터 인천, 5일 대구 수성아트피아를 거쳐 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지난해 10월 전국 11개 도시에서 팬들을 만난 뒤 9개월 만이다. 이번 무대는 야나체크의 피아노 소나타 ‘1905년 10월 1일 거리에서’로 시작한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걸작을 소개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던 조성진은 지난해 4월 발매한 음반 ‘방랑자’에 베르크의 소나타를 담았고 10~11월 공연에서는 시마노프스키 ‘마스크’를 연주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피아니시시모(ppp)부터 포르티시시모(fff)까지 넘나들어 악상의 범위가 매우 넓은 야나체크의 피아노 소나타를 골라 특유의 다이내믹한 연주를 보여준다.조성진은 이어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를 선보인다. 프랑스 시인 베르트랑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물의 요정’, ‘교수대’, ‘스카르보’ 등 세 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특히 ‘스카르보’는 엄청난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난곡 중의 난곡으로 꼽혀 어떤 작품이든 무결점으로 완성하는 조성진의 연주에 더욱 기대를 모은다. 2부에서는 이번 리사이틀의 하이라이트인 쇼팽 스케르초 전곡이 흐른다. 오는 27일 도이치 그라모폰(DG)을 통해 전 세계에서 동시 발매될 새 음반 수록곡이기도 하다. 그가 우승을 거머쥔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3라운드에서 선보인 곡이 스케르초 2번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스승인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를 처음 만났던 모차르트홀에서 연주했던 곡도, 지휘자 정명훈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들려준 곡도 쇼팽의 스케르초였다. 세계 무대를 누비며 시간이 갈수록 더 깊어지는 뛰어난 음악을 그려가는 조성진이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했던 작품을 국내 팬들과 다시 나눈다.
  • 냉장고에도 예술을… 삼성전자 ‘비스포크 아뜰리에’ 공개

    냉장고에도 예술을… 삼성전자 ‘비스포크 아뜰리에’ 공개

    삼성전자가 냉장고에서도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애플리케이션 ‘비스포크 아뜰리에’를 6일 공개했다. 고전 명화부터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 등 총 182점의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2017년 이후 출시된 패밀리허브 냉장고부터 적용이 가능하다. 사진은 후기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가 냉장고 디스플레이 화면에 전시된 모습. 삼성전자 제공
  • “자가격리? 감사할 따름”… 한국에 빠진 ‘서부의 아가씨’

    “자가격리? 감사할 따름”… 한국에 빠진 ‘서부의 아가씨’

    푸치니 대표작… 19세기 美 배경 서부극술집 주인·무법자·보안관 사이 사랑 다뤄 코로나 탓 작년 4월 예정서 올해로 연기베르티 “다시 작품 시작, 축하 파티 했죠”양준모 “유럽과 달리 열린 무대 보여줄 것”푸치니의 실험적 역작으로 꼽히는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가 다음달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한다. 공연을 앞두고 지난 25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주역 3인방은 “한국 관객에게 첫선을 보이게 돼 영광”이라며 들뜬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서부의 아가씨’는 1907년 푸치니가 뉴욕에서 연극 ‘황금시대 서부의 아가씨’를 보고 영감을 받아 작곡한 뒤 1910년 메트로폴리탄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19세기 미국 골드러시 시대 캘리포니아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서부극을 다채로운 아리아로 한 편의 영화처럼 그린다. 강인하며 주도적인 성격의 술집 주인 미니, 금을 약탈하려다 미니에게 반해 버린 무법자 딕 존슨(일명 라메레즈), 미니를 연모하며 강도를 쫓는 보안관 잭 랜스의 엇갈리는 사랑을 역동적으로 풀어냈다. 특히 푸치니의 ‘나비부인’, ‘토스카’, ‘라 보엠’ 등 감상적인 선율과 달리 과감한 불협화음을 사용하고, 미국 전통음악과 통속민요 등을 차용한 개성 뚜렷한 아리아가 특색이다.미니 역을 맡은 아르메니아 출신 소프라노 카린 바바잔얀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지만 음악이 많이 어려워 성악가들도 캐릭터 맡기를 꺼리고 완벽히 이 역할에 맞는 인물을 찾기도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여기 완벽한 세 명이 모이게 됐다”고 자신했다. 유럽 무대에서 ‘서부의 아가씨’를 여섯 차례나 공연했다는 딕 존슨 역의 마르코 베르티는 “음악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작품이라 준비 기간이 다른 작품들보다 훨씬 길지만 인상주의 느낌이 강해 듣자마자 풍경이 그려지는 영화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애초 지난해 4월 막을 올릴 예정이었다가 코로나19로 미뤄졌다. 특히 두 사람은 지난달 18일 국내에 들어와 2주간 자가격리를 마치고 연습에 들어갔다. 나흘간 단 두 차례 무대를 위해 감내해야 하는 긴 시간이었지만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페라 전막 공연으로 관객을 만나는 게 거의 2년 만”이라는 바바잔얀은 “여기 왔다는 자체가 가치 있고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베르티도 “다시 작품을 시작한 것에 축하파티를 했을 정도로 극장에 서는 게 저희 삶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보안관 잭 랜스를 맡은 바리톤 양준모는 “유럽 많은 나라는 록다운이 되었지만 한국은 이렇게 무대가 열려 있다는 걸 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초연인 만큼 좋은 선례를 남기기 위해 이번만큼은 음악의 디테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밖에 2013년 국립오페라단 ‘돈 카를로’로 호흡을 맞춘 이탈리아 지휘자 피에르토 리초를 비롯해 연출을 맡은 니콜라 베를로파 등 제작진들도 첫 한국 무대에 애정을 담뿍 담고 있다. 세 사람이 펼치는 ‘서부의 아가씨’는 다음달 1일과 3일 만날 수 있다. 2일과 4일 공연에선 소프라노 이윤정(미니 역), 테너 국윤종(딕 존슨 역), 최기돈(잭 랜스 역)이 무대에 오른다.
  • 국내 초연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주역 3인방 “첫 무대 설 수 있어 감사”

    국내 초연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주역 3인방 “첫 무대 설 수 있어 감사”

    푸치니의 실험적 역작으로 꼽히는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가 다음달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한다. 공연을 앞두고 지난 25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주역 3인방은 “한국 관객에게 첫선을 보이게 돼 영광”이라며 들뜬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서부의 아가씨’는 1907년 푸치니가 뉴욕에서 연극 ‘황금시대 서부의 아가씨’를 보고 영감을 받아 작곡한 뒤 1910년 메트로폴리탄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19세기 미국 골드러시 시대 캘리포니아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서부극을 다채로운 아리아로 한 편의 영화처럼 그린다. 강인하며 주도적인 성격의 술집 주인 미니, 금을 약탈하려다 미니에게 반해 버린 무법자 딕 존슨(일명 라메레즈), 미니를 연모하며 강도를 쫓는 보안관 잭 랜스의 엇갈리는 사랑을 역동적으로 풀어냈다. 특히 푸치니의 ‘나비부인’, ‘토스카’, ‘라 보엠’ 등 감상적인 선율과 달리 과감한 불협화음을 사용하고, 미국 전통음악과 통속민요 등을 차용한 개성 뚜렷한 아리아가 특색이다.미니 역을 맡은 아르메니아 출신 소프라노 카린 바바잔얀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지만 음악이 많이 어려워 성악가들도 캐릭터 맡기를 꺼리고 완벽히 이 역할에 맞는 인물을 찾기도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여기 완벽한 세 명이 모이게 됐다”고 자신했다. 유럽 무대에서 ‘서부의 아가씨’를 여섯 차례나 공연했다는 딕 존슨 역의 마르코 베르티는 “음악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작품이라 준비 기간이 다른 작품들보다 훨씬 길지만 인상주의 느낌이 강해 듣자마자 풍경이 그려지는 영화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애초 지난해 4월 막을 올릴 예정이었다가 코로나19로 미뤄졌다. 특히 두 사람은 지난달 18일 국내에 들어와 2주간 자가격리를 마치고 연습에 들어갔다. 나흘간 단 두 차례 무대를 위해 감내해야 하는 긴 시간이었지만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페라 전막 공연으로 관객을 만나는 게 거의 2년 만”이라는 바바잔얀은 “여기 왔다는 자체가 가치 있고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베르티도 “다시 작품을 시작한 것에 축하파티를 했을 정도로 극장에 서는 게 저희 삶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보안관 잭 랜스를 맡은 바리톤 양준모는 “유럽 많은 나라는 록다운이 되었지만 한국은 이렇게 무대가 열려 있다는 걸 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초연인 만큼 좋은 선례를 남기기 위해 이번만큼은 음악의 디테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밖에 2013년 국립오페라단 ‘돈 카를로’로 호흡을 맞춘 이탈리아 지휘자 피에르토 리초를 비롯해 연출을 맡은 니콜라 베를로파 등 제작진들도 첫 한국 무대에 애정을 담뿍 담고 있다. 세 사람이 펼치는 ‘서부의 아가씨’는 다음달 1일과 3일 만날 수 있다. 2일과 4일 공연에선 소프라노 이윤정(미니 역), 테너 국윤종(딕 존슨 역), 최기돈(잭 랜스 역)이 무대에 오른다.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자본주의의 초상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자본주의의 초상

    인상주의의 주제인 근대 도시의 삶을 다룬 것처럼 보이지만 이 그림은 사실 초상화로 그려졌다. 똑같은 차림을 한 남자들이 화면에 가득하다. 얼굴이 확실히 보이는 사람은 가운데 있는 에르네스트 메이뿐이다. 서른네 살에 은행장 자리에 오른 인물로 성공을 과시하기 위해 예술 수집에 몰두했다. 드가는 동료 화가 카유보트의 소개로 메이를 만나 그의 초상화를 그리게 됐다. 인상주의 이전의 초상화는 어디라고 특정할 수 없는 공간을 배경으로 인물의 위엄이나 지위, 미모 등을 부각하는 방식이었다. 인상주의는 초상화를 풍속화 비슷하게 바꿔 놓았다. 인상주의 이론가 뒤랑티는 초상화란 그의 직업적 환경이나 그가 살아가는 터전 속에서 그 인물의 심리와 성격을 나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그림은 그러한 이론의 실제 적용 사례다. 메이는 동업자와 함께 증권거래소에서 투자 업무를 보는 중이다. 메이의 은행은 상업은행이 아니라 이때 처음 등장한 투자은행이었다. 산업이 발달하고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예금을 맡아 주고 어음을 처리하는 전통적인 은행의 업무를 뛰어넘어 공격적으로 투자처를 물색하고 산업 자금을 조성하는 새로운 은행이 출현했다. 메이의 은행은 몇 년 뒤 에펠탑 건설 자금 조성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증권거래소의 메인 홀은 코르베유라 불린 원형 공간과 그 외부로 나뉘어 있었다. 펜스로 둘러쳐진 코르베유 안에서는 국가의 공인을 받은 중개인들이 주문을 처리했고, 투자자들은 코르베유 바깥 공간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주문을 냈다. 이 바깥 공간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를 유도하는 중개인들이 따로 있었다. 코안경을 낀 메이는 중개인이 제시하는 표를 들여다보고 있다. 같이 온 동업자도 메이의 어깨에 손을 짚고 표를 들여다보는 데 열중하고 있다. 메이를 제외한 사람들의 얼굴은 뭉개진 듯 불분명하게 처리돼 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증권거래소의 분주한 분위기를 잘 나타내고 있다. 왼쪽 기둥 뒤에도 비슷한 무리가 있다. 이들의 음험한 인상은 화가가 이 바삐 돌아가는 자본주의의 심장에 썩 좋은 감정을 품지는 않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미술평론가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여성 화가가 그린 어린이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여성 화가가 그린 어린이

    펜실베이니아 아카데미는 1850년대에 여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메리 커샛은 이곳에 입학한 최초의 여학생 중 한 명이었다. 공부를 마치고 파리로 갔으나 여성을 받아 주는 미술학교가 없었다. 커샛은 아카데미 화가들이 사적으로 연 교습소에 나가는 한편 루브르미술관을 드나들며 고전 작품을 모사했다. 1877년 드가가 그녀에게 인상주의전 합류를 권했다. 살롱전에 낙선해 실망하고 있던 커샛으로서는 반가운 제안이었다. 1879년 네 번째 인상주의전에 커샛은 이 그림을 포함해 열한 점을 냈다. 방 안에 네 개의 푸른 의자가 흩어져 있고 그중 하나에 한 소녀가 앉아 있다. 회갈색 바닥이 푸른 의자를 생동감 있게 한다. 소녀의 맞은편 의자에는 작은 밤색 개가 엎드려 있다. 방 안에는 다른 가구나 장식물은 없고 배경에 유리 달린 문의 아랫부분이 보일 뿐이다. 이 그림에는 드가의 흔적이 많다. 어린 소녀는 드가 친구의 딸이고, 작은 개는 드가가 친구에게 얻어다 커샛에게 선물한 것이다. 비대칭적 구도, 화면 끝에서 잘려 나간 의자, 느슨한 붓질은 드가의 기법이 느껴진다. 하지만 커샛은 자신만의 개성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소녀는 지루한 듯 의자에 누워 있다. 한쪽 팔로는 머리를 받치고, 다른 팔은 아무렇게나 팔걸이에 걸치고 있다. 다리를 벌리고 무심한 눈길로 바닥을 내려다보는 소녀는 누가 자신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는 듯하다. 소녀는 아마 자세를 단정히 하고 바로 앉아 있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잔소리를 자주 들었을 것이다. 방 안에 혼자 남겨진 순간 소녀는 반항적인 자세로 긴장을 풀고 있다. 이 어른들의 방에는 소녀가 눈길을 주거나 가지고 놀 만한 물건이 없다. 소녀가 지루함을 온몸으로 드러내고 있는 데 반해 사회적 억압을 모르는 개는 편안히 엎드려 있어서 대조적이다. 19세기 여성 화가들은 출발선부터 남성 화가들에게 뒤처졌고, 화가가 된 후에도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았다. 여성 화가들의 그림은 가족이나 친지를 모델로 해서 가정생활을 묘사하는 데 한정될 수밖에 없었지만 커샛은 남성 화가들이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어린이의 심리 상태를 관찰해 표현의 영역으로 끌어냈다. 미술평론가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사무실 능률 오르는 ‘명당’은 여기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사무실 능률 오르는 ‘명당’은 여기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말을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법학자이기도 했던 벤담은 다수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죄수를 교화하기 위한 ‘파놉티콘’을 설계하기도 했습니다. 파놉티콘은 중앙에 탑을 세우고 감방들을 주변에 둥글게 배치한 원형 감옥입니다. 간수가 있는 중앙탑은 어둡지만 감방은 밝게 만든 것도 특징입니다. 죄수들 스스로 간수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여기도록 해 규면을 내면화하도록 의도한 것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자신의 저서 ‘감시와 처벌’에서 파놉티콘의 핵심은 ‘시선’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 때문에 스스로를 통제하게 된다는 겁니다. 시선은 예술작품에서나 심리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미국 역사학자 스티븐 컨은 ‘문학과 예술의 문화사’라는 책에서 19세기 문학작품과 인상주의 예술을 시선이라는 차원에서 분석해 문화사, 사회사적 해석을 제시했습니다. 과학자와 공학자들도 시선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이들은 인문학자들과 달리 좀더 실용적 차원에서 접근합니다. 어떻게 공간을 배치해야 시선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면서 생산성을 높이고 의사소통도 원활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지요. ●시각적 환경 통제 가능하면 결속력도 ‘업’ 영국 런던대(ULC) 바틀릿건축학교에서 건축환경과 공간디자인을 연구하는 커스틴 세일러 교수팀도 이 같은 차원에서 접근했습니다. 연구팀은 직원 각자가 시각적 환경을 통제 가능한 개방형 사무실이 업무 집중력과 생산성을 높이고 업무 협력, 결속력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4월 29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7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대형 국제기술기업의 런던 본사 사무실 4개 층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연구팀은 4개 층의 사무실 배치도와 사무실 내 책상 위치, 업무 위치에 따른 직원들의 시선 각도 등 물리적 정보 분석과 작업 공간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했습니다. ●마주 보는 3~6명 공간·창가 집중력 향상 분석 결과 개방형 사무실이지만 시야에 다른 사람들의 사무공간이나 책상이 많이 보이는 경우와 동료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 1인 사무실이 배치돼 있는 경우는 집중력과 업무 효율은 물론 팀원 간 결속력도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반면 동료들과 마주 보는 형태로 책상이 배치되고 시야가 3~6명으로 제한된 공간에서 근무하는 경우 업무 집중력과 생산성이 높아지고 의사 소통도 원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벽과 맞닿아 있는 곳보다는 창가에 책상이 배치된 경우 집중력이 더 높아진다고 합니다. 자신이 물리적 업무 환경을 통제 가능하다고 느낄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생산성, 집중력, 유대감에 대한 긍정적 평가비율이 약 40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개방형 사무실 내에서도 팀 단위로 구획을 나누는 것이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된 요즘이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그날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다시 한 공간에 모이게 될 것입니다. 물론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형태는 아닐 것입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업무 효율을 높이고 사람과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공간 활용에 대한 고민도 미리 해 둬야 할 것 같습니다. edmondy@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장미는 피었지만 그대는 가고 없네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장미는 피었지만 그대는 가고 없네

    지난 3월 15일 프랑스 문화부 장관 로즐린 바슐로는 오르세미술관이 소장한 클림트의 ‘나무 아래 장미 덤불’을 적법한 소유주에게 반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그림은 오르세가 소장한 클림트의 유일한 작품이었다. 인상주의에 가려서 외국 작품이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오르세는 1980년 큰 맘 먹고 미술시장에 나온 클림트의 작품을 사들였다. 그런데 이 그림이 나치가 약탈한 작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80년 전인 1930년대에 이 그림의 소유자는 노라 스티아스니라는 부유한 오스트리아 여성이었다. 1938년 오스트리아가 나치 독일에 병합되면서 유대인 탄압이 본격화했다. 나치는 유대인의 재산을 직접 몰수하기도 하고, 헐값에 매각하도록 위협해 빼앗기도 했다. 유대인이었던 스티아스니는 살아남기 위해 5000마르크가 나가던 이 그림을 평소 알고 지내던 나치 예술가에게 400마르크에 넘겼다. 그러나 그녀는 목숨을 건지지 못했다. 1942년 체포돼 폴란드로 이송됐고 얼마 못 가 사망했다. 오르세가 작품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최근 나치 몰수 예술품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원소유주가 승소한 예가 많아 오르세는 깨끗이 단념하고 ‘정의를 회복한다’는 명분을 택한 것 같다. 이 그림은 오르세를 떠나 스티아스니의 조카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클림트는 1900년대에 잘츠부르크 동쪽 아터 호반에서 여름을 보내며 수십 점의 풍경화를 그렸다. 이 그림은 풀밭에 서 있는 나무와 장미 덤불을 묘사하고 있다. 윗부분 양쪽 구석에 하늘이 아주 조금 보일 뿐 정사각형 캔버스는 연두에서 짙은 초록에 이르는 작은 점들로 채워져 있다. 중간중간 섞인 노랑과 주황색 점이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나무 밑에는 분홍 꽃이 활짝 핀 장미 덤불이 있다. 자연에 뿌리박고 있지만, 이 그림은 상징적이고 장식적이다. 정사각형 캔버스는 수직선과 수평선 어느 한쪽이 우위를 점하지 못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원근법은 사라지고 패턴처럼 배열된 색점들로 메워진 화면은 태피스트리나 러그처럼 보인다. 활짝 핀 장미꽃과 우거진 숲의 향기가 감도는 한 조각 파라다이스 같다. 그곳에서는 유한함과 영원함이 하나로 된다. 죽은 이도 평안하기를. 미술평론가
  • 도서관이야 갤러리야… 노원, 일상 속 문화 가득

    도서관이야 갤러리야… 노원, 일상 속 문화 가득

    서울 노원구가 각 분야 문화예술 공간의 벽을 허물어 주민 일상에 문화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노원구는 오는 29일까지 도서관에 전시와 공연을 유치하는 ‘도도야 프로젝트’의 첫 번째 사업으로 ‘도대체 도서관이야 갤러리야?’를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 이 사업은 구내 도서관 세 곳에 인상주의 화가들의 모작 32점을 전시하는 게 골자다. 상계10동 노원정보도서관엔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작품 16점이, 중계본동 불암도서관엔 프랑스에서 활동한 영국 화가 알프레드 시슬레 작품 4점이 전시되고 있다. 상계1동 상계문화정보도서관에 전시되는 모작은 빈센트 반 고흐 그림 12점이다.구는 다음달과 7월엔 도서관에서 공연을 진행한다. ‘도대체 도서관이야 공연장이야’는 명화와 클래식을 큐레이터 해설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다. 구는 이 밖에도 중계본동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신혜우 작가의 ‘이웃집의 식물학자의 초대 봄꽃봄’ 식물 세밀화전을, 더숲갤러리 1·2관(상계 6·7동)에서 ‘2021 시각예술 신진작가전’을 개최한다. 이와 함께 구는 일상 속 문화 향유 기회를 늘리기 위해 지난해 12월 노원지하보도 아트갤러리 ‘아랫마당’을 조성했다. 하반기엔 지하철 노원역 4호선과 7호선 연결 통로에 미디어 예술작품을 상시 전시할 계획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다양한 전시·공연 문화 체험이 코로나19로 지친 주민 마음에 위로가 되길 바란다”면서 “문화 향유 기회를 넓혀 ‘쉼표’가 있는 노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추사의 글에서 세잔을 보듯… 글씨인 듯 회화인 듯

    추사의 글에서 세잔을 보듯… 글씨인 듯 회화인 듯

    서예 토대로 그림 다룬 작가들 김광업·김환기·백남준 등 11인 주류와 거리, 독자적 세계 구축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 우성 김종영(1915~ 1982)의 예술적 뿌리는 서예였다. 사물의 형태보다는 정신에 치중해 그리는 전통 서화의 ‘사의’(寫意)를 바탕으로 ‘추상’(抽象)이라는 서양미술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였다. 마음속 스승인 추사 김정희와 프랑스 후기 인상주의 화가 폴 세잔의 공통점을 찾아내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불각(不刻)의 미’를 이룩했다. 그는 “내가 완당(김정희의 다른 호)을 세잔에 비교한 것은 그의 글씨를 대할 때마다 큐비즘을 연상하기 때문”이라며 “완당의 글씨는 투철한 조형성과 아울러 입체적 구조력을 갖고 있고, 동양 사람으로는 드물게 보는 적극성을 띠고 있다”고 했다.올해 개관 20년을 맞은 서울 종로구 김종영미술관이 기념전 ‘화가의 글씨, 서가의 그림’으로 이 같은 우성의 예술관을 돌아본다. 전통 서예를 토대로 서양미술을 수용해 독자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한 작고 작가 11명의 작품 50점을 모았다. 서예가 김광업·최규명, 시인이자 서화가 중광, 동양화가 이응노·황창배, 서양화가 곽인식·김환기·정규·한묵, 조각가 김종영, 비디오 작가 백남준 등이다. 일제강점기와 해방기에 태어난 이들은 한국 화단이 전통 서화에서 미술로 전환되던 시기에 주류 미술계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당시 서둘러 서구 미술을 모범으로 삼아 따라가려는 세태와 정반대로 끊임없이 전통을 새롭게 해석해 자기화하고자 했던 작가들”이라며 “21세기 한국 미술이 세계 속의 한국 미술로 나아가는 데 참고가 될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전시는 두 개의 공간에서 나뉘어 진행된다. 먼저 1층 전시실에선 미술가로서 서예에 정진한 작가, 제도권에서 활동하지 않은 서예가 등 서예를 공통분모로 한 8명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누가 서예가고, 누가 화가인지 구별이 어려울 만큼 글씨와 그림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풍경이 펼쳐진다. 기하학적 추상회화의 거장인 한묵이 쓴 ‘비도’와 조각가 김종영의 글씨 ‘통천하일기이’(通天下一氣耳)는 서예가의 솜씨 같고, 서예가 최규명이 먹과 색으로 쓴 ‘요산’은 추상회화를 보는 듯하다. 서예와 문인화 전통에 기반을 두고 추상화를 시도한 이응노, 동양화에 서구 미술사조를 가미해 현재화를 모색했던 황창배, 선화(禪畵)의 영역에서 파격적인 필치를 구사했던 ‘걸레 스님’ 중광의 글씨와 그림도 만날 수 있다.3층 전시실에는 특별히 서예에 정진하지는 않았지만 전통 서화의 미감과 작품관을 지닌 김환기, 백남준, 정규 세 작가의 작품을 모았다. 김환기가 신문지에 유화로 한글 자모와 한자 등을 그린 1960년대 ‘무제’ 3점은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작품들이다. 김환기가 남긴 서예 작품은 2점으로 알려졌는데 이 중 조선 후기 방랑시인 김삿갓(김병연)의 한시를 적은 작품이 2년 전 일반에 처음 공개되기도 했다. 백남준의 작품에는 문자와 기호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번 전시에선 검은 바탕에 흰색으로 쓴 ‘心’(마음 심) 등 4점이 선보인다. 유화와 판화, 도자기 등 다양한 작업을 펼친 정규의 작품 ‘다도해’에선 전통적인 우리 자연의 형태와 색채미가 도드라진다. 전시는 4월 25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김환기·백남준 작품에 깃든 서예의 미감… ‘화가의 글씨, 서가의 그림‘전

    김환기·백남준 작품에 깃든 서예의 미감… ‘화가의 글씨, 서가의 그림‘전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 우성 김종영(1915~1982)의 예술적 뿌리는 서예였다. 사물의 형태보다는 정신에 치중해 그리는 전통 서화의 ‘사의’(寫意)를 바탕으로 ‘추상’(抽象)이라는 서양미술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였다. 마음속 스승인 추사 김정희와 프랑스 후기 인상주의 화가 폴 세잔의 공통점을 찾아내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불각(不刻)의 미’를 이룩했다. 그는 “내가 완당(김정희의 다른 호)을 세잔에 비교한 것은 그의 글씨를 대할 때마다 큐비즘을 연상하기 때문”이라며 “완당의 글씨는 투철한 조형성과 아울러 입체적 구조력을 갖고 있고, 동양 사람으로는 드물게 보는 적극성을 띠고 있다”고 했다. 올해 개관 20년을 맞은 서울 종로구 김종영미술관이 기념전 ‘화가의 글씨, 서가의 그림’으로 이 같은 우성의 예술관을 돌아본다. 전통 서예를 토대로 서양미술을 수용해 독자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한 작고 작가 11명의 작품 50점을 모았다. 서예가 김광업·최규명, 시인이자 서화가 중광, 동양화가 이응노·황창배, 서양화가 곽인식·김환기·정규·한묵, 조각가 김종영, 비디오 작가 백남준 등이다.일제강점기와 해방기에 태어난 이들은 한국 화단이 전통 서화에서 미술로 전환되던 시기에 주류 미술계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당시 서둘러 서구 미술을 모범으로 삼아 따라가려는 세태와 정반대로 끊임없이 전통을 새롭게 해석해 자기화하고자 했던 작가들”이라며 “21세기 한국 미술이 세계 속의 한국 미술로 나아가는 데 참고가 될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전시는 두 개의 공간에서 나뉘어 진행된다. 먼저 1층 전시실에선 미술가로서 서예에 정진한 작가, 제도권에서 활동하지 않은 서예가 등 서예를 공통분모로 한 8명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누가 서예가고, 누가 화가인지 구별이 어려울 만큼 글씨와 그림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풍경이 펼쳐진다. 기하학적 추상회화의 거장인 한묵이 쓴 ‘비도’와 조각가 김종영의 글씨 ‘통천하일기이’(通天下一氣耳)는 서예가의 솜씨 같고, 서예가 최규명이 먹과 색으로 쓴 ‘요산’은 추상회화를 보는 듯하다. 서예와 문인화 전통에 기반을 두고 추상화를 시도한 이응노, 동양화에 서구 미술사조를 가미해 현재화를 모색했던 황창배, 선화(禪畵)의 영역에서 파격적인 필치를 구사했던 ‘걸레 스님’ 중광의 글씨와 그림도 만날 수 있다.3층 전시실에는 특별히 서예에 정진하지는 않았지만 전통 서화의 미감과 작품관을 지닌 김환기, 백남준, 정규 세 작가의 작품을 모았다. 김환기가 신문지에 유화로 한글 자모와 한자 등을 그린 1960년대 ‘무제’ 3점은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작품들이다. 김환기가 남긴 서예 작품은 2점으로 알려졌는데 이 중 조선 후기 방랑시인 김삿갓(김병연)의 한시를 적은 작품이 2년 전 일반에 처음 공개되기도 했다. 백남준의 작품에는 문자와 기호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번 전시에선 검은 바탕에 흰색으로 쓴 ‘心’(마음 심) 등 4점이 선보인다. 유화와 판화, 도자기 등 다양한 작업을 펼친 정규의 작품 ‘다도해’에선 전통적인 우리 자연의 형태와 색채미가 도드라진다. 전시는 4월 25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제주, 황톳빛 바람이 분다

    제주, 황톳빛 바람이 분다

    제주서 38년간 완성한 40여점 소개 자연·사회·인간 내면의 ‘바람’ 담아이 거센 바람은 어디서 불어와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하늘이 흔들리고, 땅이 뒤집히는 황톳빛 폭풍 한가운데서 한 남자가 등을 구부린 채 지팡이를 짚고 서 있다. 잔뜩 휘어진 소나무와 웅크린 초가집,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바라보는 조랑말이 금방이라도 큰일이 벌어질 듯 위태로운 긴장감을 자아낸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는 지금 온통 제주의 빛과 바람으로 출렁인다. ‘폭풍의 화가’ 변시지(1926~2013)가 쉰 살에 고향 제주로 내려가 38년간 고유한 화법으로 완성한 작품 40여점을 소개하는 ‘변시지, 시대의 빛과 바람’ 전시가 한창이다. 황토색 바탕 위에 먹색 선으로 형태를 간결하게 표현하는 그의 제주 시절 화풍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대표작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서귀포에서 태어난 화가는 여섯 살 때 가족과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미술학교에서 그림을 배웠다. 졸업 후 도쿄로 옮겨 일본 화단의 거장인 데라우치 만지로 도쿄대 교수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사실주의 기법과 후기 인상파 표현주의 등 서양 근대미술 기법을 익혔다. 1948년 ‘광풍회’전에서 최고상을 최연소(23세)로 수상하고, 이듬해 광풍회 심사위원을 역임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변시지가 귀국한 건 1957년이다. 서울대 강의를 제안받고 돌아온 그는 이듬해 첫 개인전을 열어 국내 화단에 존재를 알렸다. “민족적인 기반 위에 나의 예술을 세워야겠다”는 결심으로 창덕궁의 비원 등을 극사실주의적으로 그려 한국의 전통미를 표현하고자 애쓴 시기였다. 일본과 서울에서 다양한 화풍의 변화를 시도했던 그는 1975년 제주에 정착하면서 마침내 자신만의 예술적 정체성을 발견한다. 고유의 색인 황토색을 배경으로 서양화의 인상주의 표현과 동양화의 문인화 기법이 하나의 캔버스 안에 녹아들었다. 황톳빛에 대해 작가는 생전에 “제주는 아열대 태양빛의 신선한 농도가 극한에 이르면 흰빛도 하얗다 못해 누릿한 황톳빛으로 승화된다. (…) 제주를 에워싼 바다가 전위적인 황톳빛으로 물들어 감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서 빠질 수 없는 본질적 요소는 바람이다. 섬을 지배하는 자연의 바람이자 시대와 사회의 광풍, 인간 내면에 소용돌이 치는 본연의 바람을 모두 품고 있다. 그의 그림에 오직 한 사람만이 존재하는 건 절대적인 고독의 운명을 타고난 인간의 숙명을 성찰하는 작가의 자화상에 다름아니다. “예술은 언제나 공허하고 죽을 만큼 지루하게 영원한 반복 속에 갇혀 무엇인가 기다릴 것도 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것은 고독한 기다림, 비인칭적 기다림이다.” 전시는 오는 15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병충해가 만든 색깔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병충해가 만든 색깔

    유럽의 10월은 포도 수확의 계절이다. 빈센트 반 고흐가 살던 아를의 농부들도 바쁘다. 아낙들은 바구니에 포도를 따 모으고, 밭 가운데에는 포도를 운반해 갈 마차가 서 있다. 론강을 따라 아득히 펼쳐진 들판 끝으로 태양이 가라앉고 있다. 붉은색과 노란색의 대비가 강렬하고 아름답다. 그런데 포도나무는 이렇게 붉지 않다. 수확기에도 잎이 녹색이라야 정상이다. 화가가 색을 왜곡했을까? 아니다. 19세기 말 진딧물의 일종인 필록세라가 유럽의 포도밭을 덮쳤다. 20년 가까이 계속된 병충해로 수확량은 심각하게 감소했다. 이 공백을 남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아르헨티나, 칠레 등지에서 생산된 포도주가 메웠다. 포도주를 증류한 브랜디도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스카치위스키가 대체재로 떠올랐다. 병충해는 주류 시장의 지형을 변화시켰고 덤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탄생시켰다. 고흐는 900여점의 유화를 그렸는데 살았을 때 팔린 것은 이 그림 단 하나였다. 산 사람은 벨기에 화가 안나 보슈. 안나의 남동생 외젠도 화가였고 고흐와 친구 사이였다. 이 남매는 부유한 사업가 아버지 덕택에 여유 있게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1890년 고흐는 외젠의 권유로 브뤼셀에서 열린 ‘20인전’에 참가했다. 여기서 안나는 이 그림을 400프랑에 샀다. 일류 화가들 그림이 1만~3만 프랑을 호가한 데 비하면 형편없는 헐값이었지만, 무명인 고흐로서는 잘 받은 것이었다. 안나는 고흐가 동생 친구고 사정이 어려운 걸 잘 알고 있어서 후하게 값을 치렀다. 1895년부터 인상주의 그림값이 치솟았다. 안나는 1906년 파리의 한 화랑에 그림을 내놓았다. 그림은 1만 프랑에 러시아 사업가 시추킨의 손에 들어갔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 그의 저택과 수집품은 몰수됐다. 시추킨은 파리에서 우울하게 여생을 마쳤다. 혁명 정부는 시추킨의 저택을 미술관으로 만들어 대중에게 공개했다. 1948년 스탈린은 건물이 너무 부르주아적이라는 이유로 미술관을 폐쇄하고, 수집품은 모스크바의 푸시킨 미술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슈 미술관으로 분산시켰다. ‘붉은 포도밭’은 푸시킨 미술관으로 이관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미술평론가
  • [포토] 명화 전시회로 변신한 쇼핑몰 기둥

    [포토] 명화 전시회로 변신한 쇼핑몰 기둥

    26일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 기둥에 설치된 디지털 사이니지(디지털 디스플레이 광고판)를 통해 인상주의 화가 작품이 영상 콘텐츠로 전시되고 있다. 스타필드 코엑스몰은 디지털 사이니지 론칭을 기념해 ‘큐브나인 미디어아트전’을 진행한다. 2020.8.26 연합뉴스
  • 경남도립미술관, 이상갑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회

    경남도립미술관, 이상갑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회

    경남도립미술관은 다음달 2일부터 9월 16일까지 3층 전시실에서 2020년 지역작가 조명 전시회 ‘이상갑 탄생 100주년 기념전’을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도립미술관은 경남지역 출신이면서 미술계에서 인정하는 업적을 이룬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지역작가 조명 전시를 해마다 연다. 올해는 마산에서 태어나 해방 후 한국화단과 경남지역 서양화단을 이끌었던 1세대 화가로, 경남에서 생애 대부분을 보내며 후진 양성에도 힘쓴 이상갑(1920∼1996) 화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전시회를 기획했다. 이 화백은 옛 마산시 중성동에서 태어나 마산공립보통학교(현 성호초)와 서울 중동중학교를 거쳐 만 14살이던 1934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동경부국중학교에 편입했다. 이어 1938년 동경제국미술학교 양화과에 입학해 조선미술전람회를 시작으로 일본 양대 미술공모전인 동경 이과전(二科展·1940년)과 독립전(獨立展·1941년)에 잇따라 입상해 재능을 인정받았다. 1946년 귀국해 잠시 서울과 제주도에 머무르다가 경남 거창에서 8년간 미술교사로 재직했다. 1959년부터 고향 마산에 정착해 작품활동과 후진 양성에 열정을 쏟았다. 이 화백 작품은 사실주의보다는 인상주의에 가까운 구상화가 주를 이룬다. 산, 들판, 바다와 같은 자연풍경과 그 속에 존재하는 인간, 가축 등 주변의 친근한 대상을 소재로 삼아 수평의 안정된 구도를 바탕으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채를 사용해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고향 마산의 산, 들, 바다, 해변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보냈던 유년 시절의 정서적·물질적 풍요로움이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 함께 따스하고 안정감 있는 회화적 표현으로 그의 작품 전반에 드러난다. 도립미술관 5전시실과 4전시실 두 공간을 각각 이 화백의 생애 초·중반기(1930∼80)와 후반기(1980∼90)로 나눠 그 시기 대표작을 중심으로 전체 작품의 큰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1936년 일본 유학 당시 그린 자화상을 비롯해 1996년 마지막 미완성 작품에 이르기까지 이 화백의 생애를 망라한 100여점의 유화와 25점의 드로잉 및 채색화가 전시된다. 경남도립미술관은 이 화백 기념전이 100년 전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치열한 근·현대를 살며 한국 서양화단을 이끌었던 1세대 화가의 삶과 예술세계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다시 문 연 공공미술관… 수장고 명작 깨우다

    다시 문 연 공공미술관… 수장고 명작 깨우다

    국립현대미술관, MMCA 소장품 상설전 개최…박수근·이중섭·백남준·천경자 등 대표작 전시 서울시립미술관, 31일까지 ‘모두의 소장품’전…사전 예약제 거쳐 제한된 인원만 입장 가능어느 미술관이든 소장품 목록은 자존심이자 자부심이다. 미술관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드러내는 동시에 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한 나라를 대표하고, 한 도시를 상징하는 국공립 미술관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았던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이 지난 6일 재개관하면서 소장품전을 나란히 선보이고 있다. 아직은 사전 예약을 거쳐 제한된 인원만 입장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철통 보안 수장고에서 벗어나 모처럼 전시장에 나들이한 귀한 소장품들을 보면서 전염병에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 건 어떨까.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 작가 50명의 작품 54점으로 구성된 ‘MMC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0+’전을 서울관 1전시실에 마련했다. 전시 기한을 정하지 않은 상설전이다. 과천관에선 주기적으로 소장품 상설전이 열리지만 서울관은 2013년 개관 이후 처음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국내 관객은 물론 외국인도 서울에 오면 꼭 봐야 할 한국 미술 대표작들을 한자리에 모았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전시는 ‘개항에서 해방까지’, ‘정체성의 모색’, ‘세계와 함께’, ‘다원화와 글로벌리즘’ 등 시기와 주제별로 4부로 구성됐다. 해방 이전 작품 중에선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고희동의 ‘자화상’(1915), 오지호의 ‘남향집’(1939), 김환기의 ‘론도’(1939)가 눈길을 끈다. 국내에 남아 있는 최초의 서양화인 ‘자화상’은 가슴을 풀어 헤친 낯선 구도와 사실적 묘사로 한국 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다. ‘남향집’은 한국적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론도’는 우리나라 초기 추상 미술의 선구적 작품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국민화가’로 꼽히는 박수근과 이중섭의 그림도 나왔다. 박수근의 ‘할아버지와 손자’(1960)는 작가 특유의 화강암 질감 기법으로 전쟁 직후 가난했던 시대상을 표현한 대표작이다. 미술관이 1971년 100만원에 구입했는데 현재 가치는 100억원(보험가)에 이른다. 이중섭의 ‘투계’는 고분 벽화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것으로, 두 마리 닭이 싸우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묘사했다.경제성장과 더불어 한국 미술이 급성장한 1960~1970년대 활동한 작가 가운데는 백남준, 최만린, 천경자, 이건용, 박서보 등의 작품이 전시됐다.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윤석남, 해외에서 각광받는 이불과 서도호의 설치 작품도 대표 소장품으로 소개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모두의 소장품’전은 소장 작가 49명의 작품 131점을 3개 층 전관에 걸쳐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다. 소장품 외에 작가의 다른 작품들까지 포괄해 전시 외연을 확장한 점이 새롭다. 미술관의 주요 기능인 ‘수집’의 의미와 공공성을 탐구하고, 공유재로서 소장품의 미래와 다양한 가능성을 제안하려는 취지로 마련됐다.사회, 환경, 미래 등 우리 삶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연결고리에 대한 예술적 모색의 결과물들이 주제별로 6개 공간에 전시됐다. ‘콜렉티브 랩’은 김기라×김형규, 뮌, 믹스라이스 등 두 명 이상으로 구성된 협업 작가 8팀이 이주, 노동, 소외, 재난 등을 다룬 작품을 모았다. ‘레퍼런스 룸’은 동서고금의 예술이나 역사를 참고해 작업하는 여성 작가 10명의 공간이다. 한국 전통 가옥의 문살을 병풍 형식으로 제작한 양혜규의 ‘그래-알아-병풍’, 조선 세종이 창안한 유량악보인 정간보를 설치 작품으로 재해석한 강서경의 ‘검은 유랑’이 나와 있다.‘그린 라이브러리’에선 김주현의 ‘생명의 다리-9개의 기둥’을 비롯해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경기 용인 느티나무도서관이 참여한 도서 컬렉션이 눈길을 끈다. 이 밖에 ‘미디어시어터’, ‘퍼포먼스 스테이지’, ‘크리스탈 갤러리’에서도 다양한 영상과 설치 작품이 관객을 맞는다.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제주 대표 화가 변시지 전 생애 다룬 첫 화집 발간

    제주 대표 화가 변시지 전 생애 다룬 첫 화집 발간

    제주를 대표하는 변시지 작가 (1926~2013)의 화집인 ‘바람의길, 변시지’가 출간됐다.작가의 전 생애의 작품과 삶을 다룬 첫 화집이다. 작가의 20대 일본시절과 ‘비원파’로 알려진 30대 서울시절, 50대 이후 작고하기까지의 38년에 가까운 제주시절 등 그의 70년 작품세계의 변화와 특징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2000년 이후 후기작품과 작고 직전 미완성작까지 망라했다. 화집은 그가 남긴 작품세계를 그의 생생한 육성만으로 되살렸다.마치 작가가 살아서 그의 목소리로 작품을 시기별로 안내하고 창작의 심연을 이야기하는 듯하다.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의 작가노트, 채록 등도 수록했다. 이번 화집에 수록된 180여 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대중에게 처음 선보이는 작품.변시지의 시그너처가 된 황토색 화풍을 찾아가는 과정의 시기별 주요 작품 뿐 아니라, 수묵화 작품도 다수 실려 있다. 동서양의 독자적 융합과 동양미의 관찰에 깊이 심취했던 작가의 면면을 잘 보여준다. 2년여의 작업 끝에 이번 화집을 발간한 문화공간 누보 송정희대표는 “미술계의 보편적 흐름을 거스르며 전개되었던 그의 독자적 작품세계와,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그만의 색을 찾기 위한 구도적 자세를 평생 견지했던 예술가의 삶이 제대로 조명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또 “인쇄소에서 하루 15시간이나 서서 한장한장마다 색 조절, 인쇄색감 재조절,원화 느낌을 살리기위해 중간중간 인쇄기 청소 등 원색을 살리기위해 정성을 쏟았고 책 표지는 두꺼운 커버에 제대로 색이 나오지 않아 그림을 따로 인쇄해서 수작업으로 일일히 붙였다”고 덧붙였다. 변시지는 평소 “사람들을 나를 가리켜 제주도를 대표하는 화가라 한다. 제주도의 그 독특한 서정을 표현하려 무던히 애써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진정으로 내가 꿈꾸고 추구하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제주도’라는 형식을 벗어난 곳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변시지는 제주에서 태어나 6살 때 일본으로 건너가 20대 당시 일본 최고의 중앙화단으로 알려진 광풍회에서 한국인 최초이자 일본인을 포함한 최연소로 최고상을 받고 24세에 심사위원이 된 유일한 작가였다. 이후 30대 일본에서 배운 서양화의 아카데니즘과 철학을 버리고 한국의 고유한 민족정신을 찾고자 서울대 초청으로 영구 귀국한다. 그만의 독특한 화풍을 찾고 말겠다는 그의 집념은 가장 한국적이면서 역사적이라고 여겼던 비원으로 들어가 일명 ‘비원파’라는 별명을 얻으며 극사실주의와 인상주의 화풍을 추구하게 된다. 70년대 후반, 50대에 접어든 변시지는 그만의 독특한 황토색과 먹색 선으로 제주를 표현하며, 폭풍의 화가 변시지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그의 나이 여든을 넘어서, 세계 최대 박물관인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서 그의 작품 두 점이 2007년부터 10년간 상설 전시돼 화제가 됐다.생존 작가의 작품이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 전시된 첫 한국작가였다. ‘바람의 길, 변시지’ 화집은 제주돌문화공원 내 문화공간 누보, 서귀포 기당미술관, 서울 에스팩토리 변시지 아트라운지 등에서 구매 가능하며, 5월부터는 온라인에서도 판매된다.정가 7만원.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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