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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대문~남이섬 셔틀버스로 한번에

    중구는 다음 달 1일부터 매주 토요일 남대문시장에서 경기 가평 남이섬을 오가는 직행 셔틀버스를 운행한다고 26일 밝혔다. 시범적으로 운행하고 이용자가 많을 경우 평일에도 확대할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1시간~1시간 30분 걸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1시간 이상 빠르게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이섬은 드라마 겨울연가 등으로 한류 팬 선호 관광지”라며 “구 주관으로 지난 1월 맺은 남대문시장과 남이섬의 ‘남남 상생협정’ 후속으로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숭례문광장 앞 남대문 관광버스 주차장(남대문시장 1번 게이트 롯데손해보험빌딩 맞은쪽)에서 오전 9시 30분 출발하고 오후 4시 남이섬에서 출발한다. 요금은 편도 7500원이다. 현재 인사동과 잠실에서도 남이섬을 오가는 버스가 매일 운행되고 있다. 요금은 남대문시장 구간과 같다. 구는 앞으로 남남 공동 브랜드 개발, 남이섬에서 남대문시장 페스티벌 개최 등 다양한 남남 상생협정 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최창식 구청장은 “관광 셔틀버스 운행에 따른 한류 관광객 이용 증가로 남대문시장이 관광 쇼핑브랜드 명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커버스토리-서울은 ‘호텔 공화국’] 서울, 호텔 지도를 새로 그리다

    [커버스토리-서울은 ‘호텔 공화국’] 서울, 호텔 지도를 새로 그리다

    지난 4일 오전 11시 흥인지문(동대문) 인근 청계천로에 동대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특급 호텔이 문을 열었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이다. JW메리어트는 세계 최대의 호텔 기업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최고급 브랜드 호텔로, 서울에서는 강남에 이어 두 번째로 들어섰다. 그만큼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쇼핑하러 한국에 오는 중국 관광객 등을 겨냥했다. 지상 11층, 객실 170개로 규모가 다소 작은 부티크 급이다. 지척에 있는 보물 1호 흥인지문과 조화로운 풍광을 빚어내기 위해 외관 디자인에도 크게 신경을 썼다. 이날 오프닝 행사에는 취재진 수십 명이 몰리며 언론도 큰 관심을 드러냈다.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한국, 특히 서울 시내 호텔 시장이 포화 상태이지 않으냐는 질문을 받은 사이몬 쿠퍼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아태 지역 사장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최근 한국 경제가 둔화되고 일본 관광객이 줄기는 했지만 이런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고 보지 않는다. 이미 성숙한 시장인데도 외려 객실 공급은 크게 늘고 있지 않는 편이다. 한국, 특히 서울은 굉장히 강력한 시장이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적절한 기회를 찾아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를 선보일 생각이다. 해외에서 한국으로 오는 관광객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론 한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과 기업도 중요하다. 지난 25년 동안 아태 지역에서 가장 큰 기업 고객은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수입 업체였는데 올해부터 삼성으로 바뀌었다. 그 정도로 우리에게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관광호텔이 우후죽순 솟고 있다. 특급 호텔들이 단연 눈에 띈다. 광화문 사거리에선 ‘포시즌스’ 호텔이 올라가고 있다. 벌써 9층가량 지어졌다. 굴지의 글로벌 호텔 브랜드인 포시즌스가 국내에 상륙하는 것은 처음이다. 지상 25층, 객실 317개로 2015년 5월 개관이 목표다. 공인 최고 등급인 5성급(국내 기준 특1등급)을 뛰어넘는 6성급이란다. 이른바 초특급 호텔이다. 강남구 삼성동에 6성급 호텔이 또 생긴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 스타우드 그룹의 ‘럭셔리 컬렉션’이다. 복합시설 파르나스 타워에 들어선다. 2016년 12월 개장할 예정이다. 비슷한 시기 롯데그룹도 송파구 잠실에 짓고 있는 123층 규모 제2 롯데월드 타워에 6성급 호텔을 개장할 계획이다. 롯데호텔 소공동 본점 신관도 6성급으로 리모델링된다고 한다. 앞서 2012년엔 영등포구 여의도에 콘래드 호텔이 들어서기도 했다. 기존에 6성급으로 평가받던 곳은 삼성동 파크하얏트와 광장동 W호텔 정도였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해외 큰손 관광객을 붙잡기에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초특급 호텔이 다수 들어서면 경쟁에 대한 부담감도 늘지만 인프라가 있어야 프로모션도 할 수 있는 법이다. 국내 관광산업이 질적으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급 호텔 시장만 달궈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 전체적으로 호텔 밀도가 높아지고 있다. 2008년 131곳에 그쳤으나 2011년부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 2011년 146곳에서 2012년 161곳, 지난해 10월 말 기준 190곳으로 뛰었다. 사업 승인을 받았거나,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이르면 2017년 300곳을 넘어서게 된다. 불과 10년 사이에 호텔 숫자가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지렛대 역할은 외국 관광객들이 하고 있다. 2000년 532만명이었던 해외 관광객은 지난해 1220만명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일본 엔저 영향과 독도 문제, 위안부 피해 할머니 파문 등 정치·외교적인 이슈, 중국의 여유법(旅遊法) 시행으로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됐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전년 대비 9.3% 증가했다. 관광업계는 2017년 1600만명이 한국에 올 것으로 점치고 있다. 외국 관광객 10명당 8명(2012년 기준)은 서울을 찾는다. 숙박 수요는 수직 상승했으나 관광숙박 시설 증가는 조금 더딘 편이다. 2000년 2만 3644실에서 지난해 3만 1556실로 33% 늘었다. 그나마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 등 당근책을 꺼내든 결과다. 사업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용적률 규제 완화다. 쉽게 말해 같은 넓이의 땅이라도 관광호텔을 지으면 일반 건물보다 더 높게 올릴 수 있어 사업비는 더 들어가더라도 재산상 가치가 더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대기업은 물론 쇼핑몰이나 모텔도 리모델링과 증축 등을 통해 호텔 사업에 뛰어드는 등 신규 사업 승인 요청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업계 현장에선 과잉 공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서울시 등은 ‘여전히 배고프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당분간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시는 지난해 6월 숙박 시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2014년 1만 5335실, 2017년 2만 4451실이 부족할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들어서는 그 폭이 줄어든 리포트가 나왔다. 지난달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4076실, 2017년 7437실이 부족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울 호텔 지도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마포구 서교동의 경우 30년 가까이 관광호텔은 서교호텔 한 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10여년 사이 홍대 앞 지역이 새로운 관광 명소로 급부상하며 지난해 초 관광호텔 두 곳이 잇따라 들어섰다. 옛 청기와주유소 자리와 복합역사로 개발되는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도 호텔이 지어질 예정이다. 종로·동대문 일대도 마찬가지다. 아벤트리호텔(2012년 9월), 센터마크호텔(2012년 11월), 이비스 앰배서더 인사동(2013년 10월),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2014년 1월), 이비스버젯 동대문, 롯데시티호텔 장교, 하얏트 플레이스 서울(이상 개관 예정) 등이 청계천을 따라 줄줄이 들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관광 산업에서 한발 비켜 서 있던 서울 외곽 지역에도 호텔이 새로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자치구들이 저마다 지역 특색에 맞은 스토리텔링을 개발하는 등 관광 자원을 적극 활용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의료관광호텔업과 소형호텔업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관광진흥법 시행령이 개정됐다”며 “20~30실 규모의 작은 호텔도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찜질방을 호텔로 둔갑? 불법 게스트하우스 업주 무더기 덜미

    찜질방이나 고시원을 호텔로 속여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인 게스트하우스 업주들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외국인을 상대로 불법 영업을 한 게스트하우스 27곳을 적발해 정모(38)씨 등 업주 25명을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위생상태가 불량한 찜질방 내에 외국인 전용 방을 만들어놓고 호텔이라고 과장광고를 하거나 과도하게 비싼 요금을 요구하는 등 불법 영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22∼28일 서울 중구 명동, 남대문, 종로구 인사동, 마포구 홍대 등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불법 게스트하우스 집중 단속을 벌였다. 이번에 적발된 중구 소재 N업소와 G업소는 게스트하우스 한 곳만 제대로 신고한 채 체인 형태의 다른 4∼5개 게스트하우스를 신고하지 않고 영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명동에 있는 G업소는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고시원을 개조해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규정에 따르면 업주가 실제로 거주하는 69.5평 이하의 다가구·다주택 건물에서만 게스트하우스 영업이 가능하다. 중구 소재 M업소는 찜질방 내에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크기의 ‘캡슐방’을 설치한 뒤 호텔로 속여 광고해 관광객을 끌어모았고, 보통 찜질방 이용금액보다 비싼 3만 5000원의 숙박료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영업 중인 외국인 전용 게스트하우스는 900여 곳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정식으로 지정받은 곳은 377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500여 곳은 불법 운영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처럼 불법 운영되는 게스트하우스는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좁은 골목에 있거나 소화기가 제대로 비치돼 있지 않아 화재시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고 도난사고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경찰은 불법 게스트하우스 영업 행위가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만큼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불법 콜밴과 호객행위, 가격 미표시 등 여러 방면에서 단속을 펼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 외국인 관광객 지난해 1000만명 돌파

    서울 외국인 관광객 지난해 1000만명 돌파

    서울에서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가 열렸다. 서울연구원은 지난해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 1004만 5000여명을 기록했다고 ‘서울관광의 질적 내실화 방안’ 정책 리포트를 통해 23일 밝혔다. 연구원은 지난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 1217만 5550명(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2012년 외국인 관광객의 서울 방문율 82.5%를 적용해 이같이 추산했다. 1000만명 돌파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힘이 컸다. 엔저 영향으로 일본인 관광객은 2012년 290만 3175명에서 지난해 226만 7100명으로 22% 줄어든 반면, 중국인 관광객은 234만 525명에서 356만 9775명으로 53% 늘었다. 중국인 수가 일본인 수를 처음 추월했다. 연구원은 또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에서 쓴 돈을 1인당 141만 1000원으로 집계했다. 2007년(73만 8000원)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5월 5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와 이전 통계를 비교한 결과다. 타이완(145만 6000원), 중국(144만 5000원), 일본(139만 8000원) 순으로 썼다. 평균 체류 기간도 5.4일로 2008년(4.8일)보다 증가했다. 숙박 시설은 비즈니스호텔, 이노스텔, 여관, 게스트하우스, 유스호스텔 등 중저가 시설 이용률이 58.2%를 차지했다. 관광호텔은 34.3%에 그쳤다. 최근 7년 새 선호 관광지도 달라졌다. 명동(59.6→83%)과 인사동(36→49%)은 여전했으나 남대문(55→42%), 동대문(62→54%), 이태원(23→16%), 박물관(29→17%) 방문율은 꾸준히 줄었다. 대신 홍대 일대(6→35%), 북촌·삼청동·청와대(6→33%), 압구정·신사동(3→25%), 강남역 일대(10→19%), 대학로(4→15%)가 늘었다. 금기용 연구위원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시급히 개선할 것으로 언어 소통과 교통 혼잡, 상품 강매 등을 꼽았다”며 “만족도를 높여 또 찾고 싶은 서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백두산 촬영만 20년… 통일의 길이 보여요”

    “백두산 촬영만 20년… 통일의 길이 보여요”

    정말로 백두산이 인사동에 옮겨져 있었다. 백두산의 16개 봉우리가 천지 물빛에 모습을 비치는 것은 1년에 스무 날이 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백두산을 다녀온 이들도 눈에 말간 천지를 담아 오기란 쉽지 않은 일. 그런데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의 가운데 뜰이 확 뚫린 5개 층 9개 전시실에 내걸린 백두산 사진들은 그 산을 다녀온 이들의 갈급증마저 해소할 만하다. 20년째 백두산 사진만 찍어 온 안승일(68)작가의 백두산 사진전 ‘불멸 또는 황홀’이 20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열린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천지를 항공촬영한 사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높이 16m, 너비 4.5m나 되는 엄청난 대작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천지를 제각기 다른 높이에서 조망하는 맛이 이채롭다. 초대형 풍광 사진 60여점, 자생식물 사진 70여점, 백두산에 서식하는 곤충들의 짝짓기 사진 10여점이 내걸렸다. 안 작가는 지난 16일부터 작품들을 내거느라 밤을 지새우곤 했다. 워낙 대작들이어서 천장에 자일을 걸고 장비를 동원하느라 적잖은 비용이 들었다. 안 작가는 1년의 절반 이상을 백두산에서 지낸다. 영하 50도의 혹한에서 얼음집을 지어 놓고 단군신화의 웅녀처럼 백두와 아침 인사를 나눴다. 그렇게 백두산에 렌즈를 향하다 보니 절로 사랑에 빠졌고 통일의 길이 보였다고 했다. 웅걸한 천지를 내려다보는 순간, 한민족 정체성의 벼락 세례가 이뤄졌다고 했다. 안 작가는 “처음 백두산에 갔을 때만 해도 민족이니 그런 거 잘 몰랐다. 백두산은 나라와 민족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민족사적 시공간으로 빠져들어 애국자로 거듭나게 한다”고 말한다. 이어 “한민족이면 피를 나눈 사이이니 통일의 길도, 대화의 길도 백두산 사랑에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라벌예대(현 중앙대) 사진학과를 중퇴한 그는 10대 후반부터 하루도 산에 가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러다 1994년 백두산에 처음 다녀온 뒤 생의 절정 20년을 오롯이 바쳤다. 2007년 1월 백두산 용문봉에서 찍힌 그의 얼굴 사진을 보라. 곤두박질친 수은주를 형상하듯 그의 머리에 서리꽃이 피어 있다. 간첩으로 오인돼 중국 공안에 끌려갔는가 하면 죽을 고비도 서너 차례 넘겼다. 그런데도 “백두산에만 가면 좋아하는 일이라 즐겁기만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사람들은 내게 ‘어떻게 그런 사진들을 찍었느냐’고 묻곤 하는데 그보다 ‘왜 찍었느냐’고 물어야 한다”며 “이 사진들을 보면 내가 그랬듯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1994년 일본 작가 이와하시 다카시, 1998년 북한 작가 김용남과 각각 ‘백두산 2인전’을 열었던 안 작가는 “나의 20년 백두산 사랑이 통일을 이끌 젊은 세대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면서 “전국 순회 전시와 아울러 북녘에서도 이런 기획이 성사됐으면 하는 게 소박한 꿈”이라며 웃었다. 정식 개막식은 오는 24일 오후 5시에 열린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여전히 패배한 편에 여전히 빈손이지만 팔순 시인은 말한다…그래도 행복하다고

    여전히 패배한 편에 여전히 빈손이지만 팔순 시인은 말한다…그래도 행복하다고

    ‘아무래도 나는 늘 음지에 서 있었던 것 같다/개선하는 씨름꾼을 따라가며 환호하는 대신/패배한 장사 편에 서서 주먹을 부르쥐었고/몇십만이 모이는 유세장을 마다하고/코흘리개만 모아놓은 초라한 후보 앞에서 갈채했다/그래서 나는 늘 슬프고 안타깝고 아쉬웠지만/나는 불행하다고 생각한 일이 없다/나는 그러면서 행복했고/사람 사는 게 다 그러려니 여겼다//쓰러진 것들의 조각난 꿈을 이어주는/큰 손이 있다고 결코 믿지 않으면서도.’(쓰러진 것들을 위하여) 평생 쓰러진 것들을 위무했던 시인은 팔순에 이르러서도 낮게 엎드린 사람들의 등을 쓸어준다. 6년 만에 낸 열한 번째 시집 ‘사진관집 이층’(창비)에서 신경림(79) 시인은 여전히 빈손으로도, 패배한 편에 서서도 행복한 삶이었노라고 노래한다. 기교 하나 없는 서정적인 시어들에 59년 시력(詩歷)의 깊이와 무게가 담담하게 실려 있다. “얼마 남지 않은 내일에 대한 꿈도 꾸고 내가 사라지고 없을 세상에 대한 꿈도 꾼다. 때로는 그 꿈이 허황하게도 내 지난날에 대한 재구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시인의 꿈 목록에 가장 먼저 올라 있는 이들은 가족이다. 시에서 그는 치매로 아들도 못 알아보던 할머니, 중풍으로 다리를 절던 아버지, 일찍 사별한 아내 등 이제는 맨살을 부비지 못하는 그리운 얼굴들을 불러 모은다. ‘가난한 아내의 기침 소리 속에 산다/도시락을 싸며 가난한 자기보다 더 가난한 내가 불쌍해/눈에 그렁그렁 고인 아내의 눈물과 더불어 산다.’(가난한 아내와 아내보다 더 가난한 나는) 지독한 가난의 기억에 진저리 치면서도 시인은 시곗바늘을 자꾸만 그 시절로 돌린다. 지금도 경기 안양시 비산동 달동네에,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산 일번지에, 아버지와 가난한 아내와 아내보다 더 가난한 내가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움이 꿈과 현실의 경계마저 지우는 셈이다. “서러운 행복과 애잔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시집”이라는 박성우 시인의 추천사가 더없이 들어맞는 시편들이다. ‘통금에 쫓겨 헐레벌떡 돌아오면 늦도록 기다리다/문을 따주던 아버지의 앙상한 손이 싫다./중풍으로 저는 다리가 싫고/죽은 아내의 체취가 밴 달빛이 싫다./지금도 꿈속에서 찾아가는, 어쩌다 그리워서 찾아가는/어쩌면 다시는 헤어나지 못한다는,/헤어나도 언젠가 다시 닥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던,/나의 마흔이 싫다.’(나의 마흔, 봄) 고 민병산 선생이 인사동 카페에 남긴 글씨 한 폭은 위로와 타박을 동시에 안기며 시인의 평생을 곱씹어 보게 한다. ‘歲月靑松老/그만하면 꽤 버텼다고?/歲月靑松老/이제 뭘 더 바라느냐고?/세상에 만 예순해를 살다 간 그의 글씨 한폭이/아니, 삐딱하니 모자를 쓴 그가/그뒤로도 스무해나 더 살고 있는 나를/위로도 하고 나무라기도 하면서 걸려 있다/바보로 사는 게 더 어려웠다는 걸/아직도 모르겠느냐면서.’(세월청송로) 어느덧 ‘황홀한 윤무에 끼여 빙빙 돌아갈 날’(윤무)을 넘겨다보는 황혼에 이른 시인. 눈은 흐려지고 귀는 멀어 가지만 순리를 순정하게 받아들이는 그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형형하게 빛난다. ‘다시 느티나무가 커진 눈에/세상이 너무 아름다웠다./눈이 어두워지고 귀가 멀어져/오히려 세상의 모든 것이 더 아름다웠다.’(다시 느티나무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숨 막힌다, 미술계 일등주의

    숨 막힌다, 미술계 일등주의

    “‘일품주의’가 한국 미술계를 망쳤습니다. 이를테면 겸재 정선 이외의 그림은 산수화로 취급조차 하지 않는 식이죠.”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출신인 정준모(57) 평론가가 미술계에 쓴소리를 던졌다. 다양성을 상실한 채 과도한 명품 강박증에 빠진 미술시장이 스스로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14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정 평론가는 “미술시장에선 ‘이제 팔 것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박수근·이중섭 등의 작품이 아니면 다루려 하지 않는 데다, 이 작품들이 재벌가 등 ‘좋은 집’에 들어가면 좀처럼 (시장에) 다시 나오지 않아 작품을 볼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반면 ‘안 불러주니까 못 나섰던’ 훌륭한 작가의 작품들은 새로운 기풍과 시대정신을 반영했음에도 사장되고 있다고 자조했다. 그는 김경, 김주경, 안상철, 이규상, 이종무, 장운상, 정규 등 91명의 작품 108점을 간추려 최근 ‘한국 근대 미술을 빛낸 그림들’(컬처북스)을 펴냈다. 박수근, 이중섭 등의 작품도 포함됐지만 어디까지나 초점은 미술사적 ‘맥락’을 이룬 잊혀진 작가들에 맞췄다. 정 평론가가 바라보는 국내 미술계는 구매자와 컬렉터 모두 명품 편식증에 빠진 비정상적 구도를 띠고 있다. 그는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이 알려준 국내의 절경처럼, 국내 미술품에도 알려지지 않은 명작이 많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예컨대 서화계의 대부인 김규진(1863~1933년)의 ‘총석정’은 구한말 조선황실의 위엄을 드러낸 수작이지만 창덕궁 희정당에 벽화 형태로 걸려 있어 일반인은 접근조차 어렵다. 또 지난해 타계한 한국화가 박노수(1927~2013년)의 ‘선소운’은 일반 수묵화와 달리 옷의 주름을 흰 여백으로 표현하는 등 새 기풍을 드러낸 작품이다. 여인의 엉덩이가 의자 끝에 살짝 걸려있는 비정형적 구도로 화제가 됐지만 요즘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안상철(1927~1933년)의 ‘전’의 경우 작가의 초기 특성을 잘 드러낸 작품이지만 한동안 행방이 묘연했다. 수소문 끝에 찾아낸 작품은 개인 소장자의 방에 신문지처럼 둘둘 말려 보관돼 자칫 세상에서 잊혀질 뻔했다. 책은 국립현대미술관 재직 시절 근대미술 100점을 선정해 전시한 ‘한국 근대회화 100선, 1900~1960’이 바탕이 됐다. 그는 “우리나라도 미국의 모마나 영국의 테이트모던 같이 특색 있는 미술관을 가져야 하는데, 아직 경영자의 의식이 여기까지 이르지 못한 것 같다”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이 관람객을 위한 소장품 도록조차 발간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인중개사·감정평가사와 같은 미술사 자격증 도입과 미술품 기부 세제 혜택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의견을 개진했다. “저도 예전에 집에 식모가 있었지만, 화랑가 아주머니들(사장들)은 정말 심합디다. (중소 화랑에서) 일하는 큐레이터들을 종 부리듯 합니다. 관련 자격증을 만들고 의무고용하도록 해야 실업난도 해결하고 함부로 대하지도 못하지요.” 아울러 박물관과 미술관이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기부 미술품을 법정기부금으로 인정해 감세 혜택을 줘야 한다는 주장은 그간 미술계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미국 등에서 왜 기부가 활성화된 줄 아십니까. 세금 혜택이 정답입니다. 현행법상 국내 국공립미술관은 기부행위를 요청할 수 없고 관련 규정이 복잡해 실제 혜택받는 기증자 사례가 전무합니다.” 미술교육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김환기 화백의 이름조차 모르는 미대생들이 국내외 유명 미술관 몇 군데만 돌면 미술을 다 알게 된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작품에 담긴 시대의 미감과 역사적 맥락에 대해선 생각조차 하지 않더군요.” 정 평론가는 “누구나 ‘첫사랑’을 찾는 심정으로 스스로 그림을 보도록 노력해야 창의적인 눈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도심 속 숨은 보석, 한옥 살리기 팔 걷은 자치구들] 지붕 하나, 서까래 하나까지 찾아 4대문 밖 숨은 한옥 숨결 깨운다

    [도심 속 숨은 보석, 한옥 살리기 팔 걷은 자치구들] 지붕 하나, 서까래 하나까지 찾아 4대문 밖 숨은 한옥 숨결 깨운다

    역사·문화 메카를 꿈꾸는 서울 성북구가 한옥 보전 및 활성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성북구는 서울 사대문 밖 한옥 밀집 지역 지정을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한양도성~성북동, 성북천~삼선동, 돈암역~동선동, 성신여대~동선동, 이층 한옥~보문동, 성북천~보문동, 정릉천~보문동 등 한옥이 최소 71채에서 최대 180채 들어선 7곳이 대상이다.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서울시 한옥 지원 체계가 바뀌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시 한옥 밀집 지역은 북촌, 인사동, 운현궁 주변, 돈화문로, 경복궁 서쪽 등 사대문 안쪽에 집중돼 다양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한옥 밀집 지역으로 지정되면 한옥 신축, 전면 및 부분 개·보수 때 최고 1억원(일부 융자 포함)에서 최소 1000만원을 지원 받을 수 있다. 구의 잰걸음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한옥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한옥 보전 및 관리를 위한 기본 구상’을 세운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립대 송인호 교수팀이 지난해 4~12월 진행한 전수조사 결과 구에는 모두 1618채의 한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전체 1만 3703채(추정치) 가운데 11.8%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옥 요소가 대부분 남아 있어 보전 가치가 높은 가 등급이 180채, 지붕만 남은 나 등급이 506채, 서까래와 측벽 일부만 남은 다 등급이 932채로 집계됐다. 행정동별로 따지면 삼선동(310채), 보문동(279채), 성북동(266채), 동선동(257채), 안암동(145채) 순이다. 조사는 건축물 대장에 나온 구조와 지붕 재료를 통해 한옥 가능성이 있는 후보군(5450채)을 추려 일일이 현장에서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구는 지역 특성과 한옥 유형에 맞게 전략적 관리 방안을 수립해 지역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정이 늦춰질 경우 수리가 시급한 가 등급 한옥 네 채를 선별해 보조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시는 밀집 지역 내에 있는 한옥에 대해서만 지원하고 있으나 구는 조례 제정을 통해 지역 지정 여부와 상관없이 개별 한옥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해 놓은 상태다. 구는 이달 내로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옥위원회를 출범시켜 한옥 전담 부서 및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한옥 및 한옥 사업체 데이터베이스 구축, 유지 관리 매뉴얼 및 개·보수 가이드라인 마련 등 기본 구상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김영배 구청장은 “관련 부서 및 기관들을 아우르는 한옥 마스터플랜을 계획하고 있다”며 “한옥은 지역 문화·경제적 발전을 위한 중요한 자산으로 관리, 보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커버스토리] 전통 덮은 건축… 디자인 서울 길을 잃다

    [커버스토리] 전통 덮은 건축… 디자인 서울 길을 잃다

    구글어스를 통해 대한민국 서울 중구의 흥인문과 광희문 사이를 보면 전에 없던 대형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구렁이가 똬리를 튼 것 같기도 하고, 시내 한복판에 불시착한 UFO(미확인비행물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공위성에서도 식별이 가능한 이 건축물은 옛 동대문운동장 부지에 들어서 오는 3월 개관할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앤 파크(DDP)다. 오세훈 전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의 역점 사업이자 서울의 랜드마크로 삼고자 했던 곳이다. 하지만 이 건물이 창조와 변혁의 아이콘으로 서울을 전 세계 디자인의 중심도시로 만들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단정짓기엔 설계부터 건설공사 과정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미 5000억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혈세가 투입됐을 뿐 아니라 앞으로 운영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세금을 더 쏟아부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도심 흉물로 전락한 서울시 신청사, 세빛 둥둥섬과 함께 오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디자인서울 프로젝트가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오를 조짐이다. 거대한 조감도와 허황된 표어를 앞세운 프로젝트가 시민 모두의 자산이자 살아 꿈틀거리는 서울 도시디자인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제라도 메가시티 서울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도시공간’을 만들려면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 프로젝트 진행절차상의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 개관을 앞둔 DDP의 사례에서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다. 동대문운동장과 그 주변지역을 재개발하는 계획은 2000년대 중반 이전에 이미 세워져 있었다. 민선 4기 오 전 시장은 관광객 1200만명을 목표로 하는 도시마케팅 정책을 내세워 2006년 이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문화로 돈을 번다’는 컬처노믹스를 강조하며 광화문축, 인사동-명동축, 세운상가 녹지축, 동대문디자인축을 근간으로 하는 도심재창조사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2007년 월드디자인플라자 건설계획을 추가했고, 이를 위해 국내외 건축가 8명을 지정한 가운데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했다. 그해 8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자하 하디드의 ‘환유의 풍경’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그 일대의 역사성을 살려 공원화하려던 계획은 명품 건물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예산규모도 900억원에서 3700억원으로 늘어났다. ‘동대문 잔혹사’는 동대문운동장 철거과정에서 600년 도읍 한양의 역사 유적이 발굴되면서 클라이맥스를 맞는다. 2008년 겨울 DDP 건설현장에서 청계천 물길이 성곽 밑을 관통해 흘러가도록 만든 이간수문(二間水門) 등 총 123m에 이르는 한양도성 성곽과 조선시대 최대 군영인 훈련도감의 부속기관인 하도감 터 유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울성곽은 일제강점기에 경성운동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멸실된 것으로 추정됐지만 최고 잔존 높이 4.1m에 바닥 폭 8~9m에 이르는 규모로 남아 있다는 게 확인됐다. 서울시는 일단 공사를 중지하고 자하 하디드와 협상을 벌인 끝에 1000억여원을 다시 들여 설계를 약간 변경해 공사를 강행했다. 서울성곽 안쪽에 있던 하도감을 성곽 밖으로 이전시키고, 그 터에 있던 유적들도 여기저기로 옮기고 터를 덮어버렸다. ‘주변과도 어울리지 않는 기괴한 외관’이라는 비난은 디자인의 독창성이니 덮어 두더라도, 서울의 유구한 역사를 무시한 채 올라선 건물에 서울시민들이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주기를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5000억원짜리 애물단지’를 떠안게 된 박원순 시장은 DDP의 콘셉트를 ‘세계 디자인 메카’에서 ‘함께 만들고 누리는 디자인’으로 바꾸고 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에 들어갔다. 공공건축물이란 용도와 목적이 먼저 있고 그에 맞게 건축물을 구상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인데, DDP의 경우는 그 반대가 된 셈이다. 7년여에 걸쳐 3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세운 서울시 신청사의 건물디자인 공모부터 완성까지의 과정을 담은 다큐영화 ‘말하는 건축 시티:홀’은 시청사 디자인 선정을 둘러싼 논란을 개괄하고, 대형 시공사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일괄적으로 맡아 계약하는 턴키 방식으로 인한 상업주의와 관료주의의 폐해를 꼬집는다. 이 영화를 만든 정재은 감독은 “시청사가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공공건축물이 진영논리에 갇혀 그 속에 어떤 가치를 담아야 하는지의 가치가 실종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사람들은 흉물이 된 시청사 건설에 많은 돈이 들어갔다는 것을 문제 삼을 뿐 정작 어떤 가치를 위해 돈을 들여야 하는지, 우리에게 어떤 공간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면서 “DDP의 경우도 세계적인 위대한 건축가의 예술작품을 갖고 싶다는 요구와 욕망이 있었지만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디자인 서울’로 가시화되고 본격화된 공공프로젝트에 대한 비난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추적해 보자. 발주의 주체인 공무원 혹은 국가기관의 무능과 무지, 리더의 정치적 야심이 그 단초를 제공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공무원들에게 건축의 전문성을 갖추라고 요구할 수는 없을지라도 다른 방식으로 전문성을 갖춰 이를 극복할 것을 주문할 수는 있다. 건축비평가 이종건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공공프로젝트의 성패와 관련한 모든 공과는 주체능력의 한계가 그 원인”이라며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동원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공공프로젝트의 추진과정에서 윤리적인 기준과 전문적 안목을 갖춘, 제대로 된 전문가들을 배제한 채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신청사의 디자인 결정도 그렇고, DDP의 공모당선작 결정도 한국건축문화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을 최종심사에 참여시켜 정치적인 결정에 거수기 역할을 하게 한 결과 시민혈세만 낭비하고 비루한 외형물이 탄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대학에서도 건물을 짓는 데 모든 학생과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공개심사를 하며 문제점을 검토하는 등 결정과정을 거친다”면서 “공공프로그램은 절차가 가장 중요하며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없을수록 모든 절차는 더 투명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름다운 도시공간을 만들려면 앞으로 추진될 공공프로젝트는 전체 절차 안에 검증·비판·감시가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무엇보다도 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인물을 부지런히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절차상의 문제도 문제지만 정치적인 야심에 휘둘려 조급증을 부린 것도 앞으로의 공공프로젝트 추진에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대목이다. 서울시 신청사를 짓는 데 7년, DDP를 추진하는 데 7년 6개월이 각각 소요된 사실은 세계적으로는 뉴스거리가 될 만하다. 가까운 일본을 예로 들어보자. 일본 오사카 시립역사박물관 건물터는 고대궁궐 유적지 궁터 일부였다. 유적 파괴 논란이 일자 오사카 시는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토론하며 의견을 수렴하는 데만 7년을 보냈다. 그리고 유적을 훼손하지 않고 그 자체를 지하에 보존키로 했다. 그 위에 건설된 고층 박물관은 오사카의 랜드마크가 되어 있다. 서울시 디자인 서울 총괄본부장을 지낸 권영걸 서울대 교수는 “서울을 디자인 도시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한 점은 인정해야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추진한 측면이 있다”며 “장·단기 계획을 투트랙으로 진행하면서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커버스토리] 전통 덮은 건축… 디자인 서울 길을 잃다

    [커버스토리] 전통 덮은 건축… 디자인 서울 길을 잃다

    구글어스를 통해 대한민국 서울 중구의 흥인문과 광희문 사이를 보면 전에 없던 대형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구렁이가 똬리를 튼 것 같기도 하고, 시내 한복판에 불시착한 UFO(미확인비행물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공위성에서도 식별이 가능한 이 건축물은 옛 동대문운동장 부지에 들어서 오는 3월 개관할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앤 파크(DDP)다. 오세훈 전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의 역점 사업이자 서울의 랜드마크로 삼고자 했던 곳이다. 하지만 이 건물이 창조와 변혁의 아이콘으로 서울을 전 세계 디자인의 중심도시로 만들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단정짓기엔 설계부터 건설공사 과정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미 5000억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혈세가 투입됐을 뿐 아니라 앞으로 운영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세금을 더 쏟아부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도심 흉물로 전락한 서울시 신청사, 세빛 둥둥섬과 함께 오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디자인서울 프로젝트가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오를 조짐이다. 거대한 조감도와 허황된 표어를 앞세운 프로젝트가 시민 모두의 자산이자 살아 꿈틀거리는 서울 도시디자인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제라도 메가시티 서울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도시공간’을 만들려면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 프로젝트 진행절차상의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 개관을 앞둔 DDP의 사례에서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다. 동대문운동장과 그 주변지역을 재개발하는 계획은 2000년대 중반 이전에 이미 세워져 있었다. 민선 4기 오 전 시장은 관광객 1200만명을 목표로 하는 도시마케팅 정책을 내세워 2006년 이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문화로 돈을 번다’는 컬처노믹스를 강조하며 광화문축, 인사동-명동축, 세운상가 녹지축, 동대문디자인축을 근간으로 하는 도심재창조사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2007년 월드디자인플라자 건설계획을 추가했고, 이를 위해 국내외 건축가 8명을 지정한 가운데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했다. 그해 8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자하 하디드의 ‘환유의 풍경’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그 일대의 역사성을 살려 공원화하려던 계획은 명품 건물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예산규모도 900억원에서 3700억원으로 늘어났다. ‘동대문 잔혹사’는 동대문운동장 철거과정에서 600년 도읍 한양의 역사 유적이 발굴되면서 클라이맥스를 맞는다. 2008년 겨울 DDP 건설현장에서 청계천 물길이 성곽 밑을 관통해 흘러가도록 만든 이간수문(二間水門) 등 총 123m에 이르는 한양도성 성곽과 조선시대 최대 군영인 훈련도감의 부속기관인 하도감 터 유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울성곽은 식민지 시대에 경성운동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멸실된 것으로 추정됐지만 최고 잔존 높이 4.1m에 바닥 폭 8~9m에 이르는 규모로 남아 있다는 게 확인됐다. 서울시는 일단 공사를 중지하고 자하 하디드와 협상을 벌인 끝에 1000억여원을 다시 들여 설계를 약간 변경해 공사를 강행했다.서울성곽 안쪽에 있던 하도감을 성곽 밖으로 이전시키고, 그 터에 있던 유적들도 여기저기로 옮기고 터를 덮어버렸다. ‘주변과도 어울리지 않는 기괴한 외관’이라는 비난은 디자인의 독창성이니 덮어 두더라도, 서울의 유구한 역사를 무시한 채 올라선 건물에 서울시민들이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주기를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5000억원짜리 애물단지’를 떠안게 된 박원순 시장은 DDP의 콘셉트를 ‘세계 디자인 메카’에서 ‘함께 만들고 누리는 디자인’으로 바꾸고 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에 들어갔다. 공공건축물이란 용도와 목적이 먼저 있고 그에 맞게 건축물을 구상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인데, DDP의 경우는 그 반대가 된 셈이다. 7년여에 걸쳐 3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세운 서울시 신청사의 건물디자인 공모부터 완성까지의 과정을 담은 다큐영화 ‘말하는 건축 시티:홀’은 시청사 디자인 선정을 둘러싼 논란을 개괄하고, 대형 시공사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일괄적으로 맡아 계약하는 턴키 방식으로 인한 상업주의와 관료주의의 폐해를 꼬집는다. 이 영화를 만든 정재은 감독은 “시청사가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공공건축물이 진영논리에 갇혀 그 속에 어떤 가치를 담아야 하는지의 가치가 실종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사람들은 흉물이 된 시청사 건설에 많은 돈이 들어갔다는 것을 문제 삼을 뿐 정작 어떤 가치를 위해 돈을 들여야 하는지, 우리에게 어떤 공간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면서 “DDP의 경우도 세계적인 위대한 건축가의 예술작품을 갖고 싶다는 요구와 욕망이 있었지만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디자인 서울’로 가시화되고 본격화된 공공프로젝트에 대한 비난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추적해 보자. 발주의 주체인 공무원 혹은 국가기관의 무능과 무지, 리더의 정치적 야심이 그 단초를 제공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공무원들에게 건축의 전문성을 갖추라고 요구할 수는 없을지라도 다른 방식으로 전문성을 갖춰 이를 극복할 것을 주문할 수는 있다. 건축비평가 이종건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공공프로젝트의 성패와 관련한 모든 공과는 주체능력의 한계가 그 원인”이라며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동원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공공프로젝트의 추진과정에서 윤리적인 기준과 전문적 안목을 갖춘, 제대로 된 전문가들을 배제한 채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신청사의 디자인 결정도 그렇고, DDP의 공모당선작 결정도 한국건축문화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을 최종심사에 참여시켜 정치적인 결정에 거수기 역할을 하게 한 결과 시민혈세만 낭비하고 비루한 외형물이 탄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대학에서도 건물을 짓는 데 모든 학생과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공개심사를 하며 문제점을 검토하는 등 결정과정을 거친다”면서 “공공프로그램은 절차가 가장 중요하며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없을수록 모든 절차는 더 투명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름다운 도시공간을 만들려면 앞으로 추진될 공공프로젝트는 전체 절차 안에 검증·비판·감시가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무엇보다도 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인물을 부지런히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절차상의 문제도 문제지만 정치적인 야심에 휘둘려 조급증을 부린 것도 앞으로의 공공프로젝트 추진에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대목이다. 서울시 신청사를 짓는 데 7년, DDP를 추진하는 데 7년 6개월이 각각 소요된 사실은 세계적으로는 뉴스거리가 될 만하다. 가까운 일본을 예로 들어보자. 일본 오사카 시립역사박물관 건물터는 고대궁궐 유적지 궁터 일부였다. 유적 파괴 논란이 일자 오사카 시는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토론하며 의견을 수렴하는 데만 7년을 보냈다. 그리고 유적을 훼손하지 않고 그 자체를 지하에 보존키로 했다. 그 위에 건설된 고층 박물관은 오사카의 랜드마크가 되어 있다. 서울시 부시장 시절 디인서울 총괄본부장을 지낸 권영걸 서울대 교수는 “서울을 디자인 도시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한 점은 인정해야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추진한 측면이 있다”며 “장·단기 계획을 투트랙으로 진행하면서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커버스토리-디자인 서울] “서울의 역사성 로마에 꿀리지 않아… 그 결 그대로 살려서 디자인해야”

    [커버스토리-디자인 서울] “서울의 역사성 로마에 꿀리지 않아… 그 결 그대로 살려서 디자인해야”

    도시는 생물이다. 인간이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도시가 살아나고 죽는다. 그러나 보통 인간은 자본의 논리로 그것을 황폐하게 한 뒤 다른 곳으로 옮겨가 똑같은 일을 한다. 고서와 금석학의 거리였던 서울 종로구 인사동이 중국산 제품과 질 낮은 공예품이 판치는 국적 불명의 장소가 된 것이 대표적이다. 푸진 음식으로 서민의 주린 배를 달랜 종로 피맛골, 근대 역사를 품은 동대문운동장 등은 초고층 빌딩과 온갖 상업시설들에 잠식당했다. 600년 고도(古都) 서울은, 대체 어디까지 더 ‘세련’돼지기만 할 것인가. 권영걸(63·서울대 미술관장)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서울은 역사문화 도시로 분명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10일 인터뷰에서 권 교수는 서울의 역사를 먼저 훑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풍납토성과 오륜동 몽촌토성 지역을 백제의 도읍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는 “아주 겸손하게 잡아도 서울은 2000년 역사를 가진 도시로서, 유럽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다”고 했다. “로마나 아테네보다 훨씬 더 오랜 역사의 결이 켜켜이 쌓인 도시”라고 강조했다. ‘디자인 서울’을 내세운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초대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그는 “서울시장은 행정가여야 하는데 역대 시장을 살펴보면 정치가 성향이 더 강했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임기 초반에 뭔가를 보여 줘야 한다는 과잉 의욕이 디자인의 오남용을 불렀던 점이 없지 않았다. 서울이 역사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인식도 약간은 부족했다”고 고백했다. “고층빌딩을 세우고 지역 개발을 할 때 유적과 유물이 나오면 개발 방향을 틀고 설계 변경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권 교수는 “서울을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만들기 위해서 ‘개발’보다 ‘역사보존’을 앞세우고 문화재법을 지엄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라도’라는 단어에 힘을 주면서 “공무원도, 자치단체장도, 중앙정부도 이제는 ‘유물이 나오면 개발을 중단한다’는 방향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가 3년 만에 탈고해 내놓은 신간 ‘나의 국가디자인전략’ 역시 그런 기조를 깔고 있다. 책에서 그는 ‘공공성’을 바탕에 둔 88개 디자인 전략을 제안한다. “좋은 디자인은 공공성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디자인의 본래 가치는 자연의 도를 따르고 인간을 섬기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반구대 암각화 카이네틱 댐 설계변경 모색할 수도”

    “반구대 암각화 카이네틱 댐 설계변경 모색할 수도”

    “새로운 대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고, 내가 바꿀 상황도 아닙니다. 하지만 ‘설계변경’이란 것이 있지 않은가요.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합리적으로 이끌어 가겠습니다.” 나선화(65) 신임 문화재청장은 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나 울산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나 청장은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카이네틱 댐 건설에 대해 기존 방침을 따를 것”이라면서도 “큰 방향은 그렇지만 추후 문제점이 보이면 다시 의견을 수렴해 바꿔 나갈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국무조정실과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울산시가 합의한 이동식 물막이 댐 건설안을 당장 반대할 수는 없지만 시간을 두고 문화재계의 입장을 더 반영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화재계는 카이네틱 댐 건설안에 대해 암각화에 손상을 줄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현재 댐 건설안은 반구대 일대에서 선사시대 공룡의 발자국이 발견되면서 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나 청장은 반구대 암각화와의 인연도 소개했다. “대학 졸업 후 학교 박물관 조사팀에서 일할 때 암각화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겼다”는 것이다. 그는 “암각화 손상의 원인을 아직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100년 갈 암각화를 지혜를 모아 200년, 400년 가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같은 이화여대 사학과 미술사 전공인 전임 변영섭 청장에 대해선 “반구대 현장에서 함께 일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변 전 청장에 대한 경찰 수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부실 복원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지 경찰 수사 대상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현안인 숭례문 부실 복원 대책에 대한 질문에는 “한지를 만들려는데 닥나무가 없고, 비단을 짜려는데 뽕나무가 없는 격”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문화재 보존·복원에는 시대정신이 담겨야 하는데 단순히 기술만 논의되고 있다. 원형 복원을 원칙으로 역사 계승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숭례문 부실 복원에 대한 책임 논란을 일으킨 신응수 대목장에 대해선 “경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 등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 구체적인 답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보인 반가사유상 해외 전시와 같은 사안에는 “전시도 많이 나가고 현지 활용도 해야 한다”며 “시간을 두고 사안마다 여러 의견을 취합하겠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강남 땅부자 사칭 30억 국보급 유물 빼돌려

    강남의 땅 부자를 사칭하며 고려청자 등 시가 30억원 상당의 골동품을 가로챈 일당이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8일 땅, 건물과 골동품을 교환해 주겠다고 속여 국보급 유물을 빼돌린 박모(67)씨와 박씨의 범행을 도운 골동품 상인 민모(51)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또 박씨가 빼돌린 유물이 장물인 줄 알고도 이를 담보로 수천만원을 대출해 준 골동품 업자 김모(49)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는 지난해 7∼8월에 서울 인사동 골동품 상인들에게 “내가 수백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보유했는데 땅과 골동품을 바꾸자”고 제안해 고려청자 진사화병 등 시가 30억원 상당의 골동품 4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1년여 전부터 실제 강남의 부동산 재벌인 60대 송모씨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하고 송씨 명의의 부동산 등기증명서까지 들고 다니며 송씨 행세를 해 상인들을 속였다. 박씨는 사전 감정을 하겠다며 골동품 보관 장소로 접근해 상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새 유물을 훔치는 방법 등으로 골동품 4점을 빼돌렸다. 경찰은 박씨가 빼돌린 유물 4점 중 3점은 회수해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을 의뢰했으며, 가장 고가의 국보급 문화재인 고려시대 진사화병(시가 20억원 상당)은 소재를 확인하고 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국내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화폭에 담는 ‘산꾼 화가’ 곽원주씨

    [김문이 만난사람] 국내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화폭에 담는 ‘산꾼 화가’ 곽원주씨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즉, ‘미쳐야 미친다’라는 뜻이다. 남이 이루지 못할 경지에 도달하려면 그 일에 미치지 않고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조선 후기의 화가 우봉 조희룡(1786~1856)은 한평생 매화에 미쳐 살았고 매화 그림으로 이름을 날렸다. 침실에 매화가 그려진 병풍을 세워놓고 매화로 만든 차를 마셨다고 한다. 또 매화 벼루에 매화 먹을 갈아서 매화 시를 썼을 만큼 광적으로 매화를 좋아했다. 그는 추사 김정희보다 세살 연하였으나 스승으로 깍듯이 예를 갖췄다. 우봉은 추사의 심복으로 지목돼 신안 임자도에서 3년간 유배생활을 했다. 그는 유배지에서 오두막집을 짓고 ‘만구음관’(萬鷗吟館·갈매기 1만 마리 우는 집)이라는 편액을 내걸어 화아일체(畵我一體)의 경지까지 체험하기에 이르렀다. 힘찬 용틀임과 곳곳에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매화가 조화를 이루는 용매도(龍梅圖)라는 그림도 이곳에서 그린 것으로 알려진다. 곽원주(64) 화백은 ‘산꾼 화가’로 통한다. 그저 단순한 산꾼 화가가 아니다. 평생 산에 미쳤고 그림에 미쳐 사는 사람이다. 국내 섬산을 두루 거쳤고 백두대간, 낙동정맥 등 국내 산 1000여곳을 올랐다. 이어 중국과 일본의 명산 100여곳까지 올랐다. 그 다음 히말라야 14좌를 모두 다녀왔으며, 지금은 그 히말라야의 8000m급 14좌의 힘찬 모습을 열심히 화폭에 담고 있다. 올해 9월이면 전시를 할 예정이며 동양화가로는 최초의 일이다. 그가 이렇게 산과 그림에 미친 계기는 섬산을 다닐 때 임자도에서 만난 우봉의 ‘불광불급’ 정신에서 비롯됐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화실에서 곽 화백을 만났다. 붓을 들고 화선지에 그림을 그리다가 잠시 멈추고 “일출을 보기 위해 동대산(오대산 국립공원 내)을 다녀왔다. 일출이 너무 아름다워 올해는 좋은 일이 많을 것 같다”며 자리에 앉는다. 먼저 왜 히말라야인지 물었다. “삶이 무료하고 답답하다고 느낄 때 대부분 여행을 떠나지요. 정보가 부족한 오지로 떠나는 여행은 처음 접하는 신비감 때문에 삶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다가 혼자 상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면 한없는 환희와 걷잡을 수 없는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그림 하나를 보여주면서 다시 설명을 한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를 거쳐 딩보체에서 바라본 마차푸르레입니다. 물고기 꼬리를 닮았지요. 이곳은 신의 영역입니다. 일본 등산객 5명이 주민들 허락 없이 이곳에 갔다가 조난당했습니다. 신성스러운 곳인데 인간이 함부로 발을 디뎌 그랬다고 하더군요.” 히말라야 그림은 바로 그 신들의 파노라마를 그리는 작업이라고 했다. 묵묵히 세상을 바라보면서도 아무 말 없는 히말라야를 우리 인간 세상에 내려놓는 일이라고 했다. 네팔 쪽에 있는 히말라야 7좌 14폭의 병풍그림을 이미 마무리했고 현재는 파키스탄 쪽에 있는 히말라야를 그리고 있다고 했다. 히말라야는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눈(雪)을 뜻하는 히마(hima)와 거처를 뜻하는 알라야(alaya) 2개 낱말이 결합된 복합어라는 설명도 곁들인다. 왜 히말라야인지 다시 물었더니 “불광불급이다. 그 신들과의 만남이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곽 화백은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낭가파르바트, K2, 브로드피크 등 히말라야 14좌의 베이스캠프를 다니며 사진을 찍고 스케치를 했다. 해발 3700m에서 6000m에 이르는 베이스캠프에서 바라본 정상의 아름다운 광경들을 화폭에 담았던 것. 안나푸르나, 다울라기리, 에베레스트, 로체 등의 절경을 고스란히 재현해 내고 있다. 처음에는 히말라야가 동양화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발을 내딛는 순간 흠뻑 매료됐다. 눈앞에 펼쳐진 형형색색의 야생화, 짙은 녹음과 가을, 설경 등 한 시야에 4계절이 펼쳐지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망설일 것도 없었다. 동양화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기법을 총동원할 수 있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시 말해 ‘히말라야 산수화’인 셈이다. 신들이 잠든 모습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로 표현되는 관념성을 접목시켰다. 중국의 산수화는 먹의 농담(濃淡)으로 산의 형상을 표현하고, 일본의 경우 채색 산수화, 그리고 우리나라 산수화는 실경에 주자학적 관념성을 반영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산꾼으로서 히말라야를 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동양화에는 안 맞는다고 생각했지요. 산이 각지고 음영이 심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붓을 저절로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곽 화백의 화풍은 전통 산수화에서 현대적 실경 산수화로 바뀌었다. 히말라야의 바람, 느낌, 풍경, 그리고 오묘한 신들의 메시지를 담아야 했기 때문이다. 히말라야를 혼자 가는 경우도 있지만 등정 원정대와 같이 가는 경우도 있다. 히말라야 10좌를 등정한 한국도로공사 소속 김미곤씨와 동행할 때가 많다. “네팔의 히말라야가 지리산에 비유해 여성적이라면 파키스탄 발토르 빙하에 솟아오른 히말라야 산군은 한겨울 설악산을 빼닮아 강한 남성적 느낌을 갖게 합니다. 그래서 히말라야를 걷다 보면 제가 히말라야를 오르는 것이 아니라 히말라야 산들이 저를 오르게 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합니다.” 처음에는 히말라야에 대해 두려움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막상 가보니 한국의 지리산, 설악산과 비슷한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해발 4000~5000m의 트레킹 코스는 한국의 여러 둘레길처럼 친숙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힘든 경우는 없었을까. “히말라야를 가려면 세 가지 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고지대를 걸을 수 있는 체력, 경제적인 문제, 그리고 30일 정도 걸리는 시간이 허락돼야 합니다. 그것만 해결된다면 한국의 산을 오르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아마 다른 화가들도 히말라야를 가고 싶어 하겠지만 이런 문제 때문에 주저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가 스케치하던 베이스캠프 인근에서 탈레반의 습격을 받아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고 강력한 거머리를 보고 섬뜩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열악하게 살아가지만 행복하고 만족하는 현지인들의 표정이었다. 그가 히말라야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1년 5월 ‘한·중·일 3국 명산전’, 그러니까 우리나라 백두대간, 낙동정맥, 중국과 일본 명산 50곳을 화폭에 담아 전시할 때였다. 우연히 전시장을 들른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에게서 ‘히말라야를 가봤느냐. 히말라야를 그릴 생각이 없느냐’는 적극적인 권유를 받고 시작됐다. 그가 산꾼이 된 것은 1969년 제주 여행을 갔다가 한라산을 오르면서였다. 산 중턱에 있는 나무 숲과 백록담을 보고 스케치를 하고 그림을 그렸다. 이전부터 그림을 틈틈이 취미로 그렸으나 한라산을 보고 난 뒤 산 그림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어 비금도, 거문도, 욕지도, 임자도 등 남도 섬산을 찾아 화폭에 담았다. 임자도에서의 기억을 잠시 더듬는다. “임자도(荏子島)는 한자 뜻에서 보듯 들깨섬을 말합니다. 이곳에서 우봉 조희룡의 마음을 헤아려본 적이 있습니다. 한양에서 불원천리 임자도까지 온 우봉은 바닷가 밝은 달을 쳐다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외로운 마음을 달래려고 그림에 미친 불광불급을 떠올려 봤지요.” 이런 마음으로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등 국내 산들을 스케치북을 들고 섭렵했다. 이렇게 그의 산꾼 인생은 섬산에서 시작돼 국내를 거쳐 중국과 일본, 그리고 히말라야로 이어진다. 중국의 경우 무이산, 안탕산, 장가계, 숭산, 화산, 태산 등 우리가 흔히 들었던 명산을 다니면서 화폭에 담았다. 그는 전남 고흥 출생이다. 어릴 때부터 스케치북을 들고 등산하는 것을 좋아했다. 임진왜란 당시 성터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호연지기를 키웠다. 대학 다닐 때에는 낙수회라는 문학동호회를 결성해 시화전 등을 주관했다. 또 산과 그림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다. 이 가운데 김찬삼의 여행기를 읽고 감동을 받아 제주도로 무전여행을 떠난 것이 산과의 인연이 됐다. 군복무를 마치고 제약회사에 다니면서 산악회를 조직해 전국의 산을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전업작가가 된 것은 40세 때였다. 그는 지금도 주말이면 ‘산예모’(산과 예술을 사랑하는 모임) 멤버들과 가벼운 산행을 하면서 산과 예술에 대해 공감을 나눈다. 올해는 어떤 계획이 있을까. “오는 9월 히말라야 전시가 끝나면 킬리만자로로 갈 것입니다. 아시아에서 아프리카와 남미까지 말의 해를 맞아 말처럼 달리면서 멋진 고봉들을 화폭에 담아볼 생각입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곽원주 화백은 전남 고흥 출신이다. 순천대학을 졸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중국 시안(西安) 섬서미술관 초대작가이다.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대한민국 신미술대전, 동아 국제미술대전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백두대간을 화폭에 담아’가 있다. ‘3국 명산전’ 등 개인전 20회, 한·중문화교류 3인전 등 국내외 단체전 150여회를 가졌다. KBS1 TV ‘학자의 고향’에 그림 연재를 했다. 현재 국민예술협회이사, 한국미술협회 회원, 현대한국화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깐깐해진 인사동… “전통 부활 위해 어쩔 수 없어요”

    종로구가 인사동에서 판매하는 고미술품전, 공예품점 등에 대해 ‘전통문화상품 인증제’를 시행한다. 공예품 범위를 축소하는 한편 금지영업 시설은 확대하고 문화지구 주가로변 구역 범위를 조정한다. 구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인사동 문화지구 관리계획’을 확정해 서울시에 승인 요청했다고 6일 밝혔다. 계획에 따르면 구는 인사동 고미술품점, 골동품점, 표구사, 필방, 공예품점 가운데 우수한 기술력과 문화상품을 갖춘 업체를 인증하고 마케팅을 지원한다. 또 인사동 권장시설 업종 중 ‘공예품’이 ‘민속공예품’으로 바뀐다. 인사동 중심 가로변에는 화장품점, 제과점, 중국음식점, 마사지점, 이동통신제조판매업(대리점 포함), 의료유사업(침구사, 접골사 등), 학원·교습소, 안경사, 고시원이 들어설 수 없다. 문화지구 전체엔 인터넷 컴퓨터게임 시설과 복합유통게임제공업, 여성가족부 고시 청소년유해업소가 금지된다. 지난해 3월 서울시 문화지구 내 금지영업시설의 범위를 확대한 ‘서울시 문화지구관리 및 육성에 관한 조례’를 반영한 것이다. 인사동은 2002년 전국 첫 문화지구로 지정돼 지난해부터 ‘인사동 문화지구 관리계획’을 적용받고 있다. 김영종 구청장은 “이번 관리계획 변경은 전통문화 대표거리인 인사동 문화지구 보존과 효율적 관리를 위한 것”이라며 “문화지구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서동철의 시시콜콜] ‘7성급 문화도시’ 개발 사례 보고 싶다

    [서동철의 시시콜콜] ‘7성급 문화도시’ 개발 사례 보고 싶다

    경복궁 동쪽 송현동의 옛 미국 대사관 숙소 부지에 ‘7성급 호텔’이 들어서는 것이 절대적으로 반(反)문화적인 것은 아니다. 오피니언 리더급의 외국 관광객이 많이 드나들 테니 한국의 문화 수준을 홍보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저런 국제 행사도 자주 열릴 것이고, 고급 식당도 여럿 들어설 테니 문화적 기능이 전혀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더욱 근사한 개발 방안이 있는데 호텔 개발에만 ‘올인’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경제를 활성화시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당면 과제인 정부의 약점을 거액의 투자 계획을 미끼로 파고드는 모습도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송현동 부지는 그저 비어 있는 집터가 아니다. 서울이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느냐를 가름할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는 중요한 땅이다. 그 남동쪽에는 인사동이 있다. 전통문화 중심지로 인사동이 갖고 있는 중요성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 인사동의 폭발하는 문화 수요를 물리적으로 감당하지 못해 대안으로 떠오른 공간이 삼청동 아닌가. 삼청동은 지난 10년 사이 인사동과는 다른 현대적 문화 양상을 과시하며 새로운 문화중심으로 떠올랐다. 송현동은 인사동과 삼청동을 잇는 문화적 연결 고리에 해당하지만 호텔이 지어지면 소통은 단절될 수밖에 없다. 문화 자체는 겉으로나마 순수성을 과시하며 상업성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속성을 갖지만, 문화 공간은 지극히 상업적 마인드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인사동이 문화지구로 지정되고, 내외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가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뛰어올랐다. 인사동의 대안이었던 삼청동마저 인사동 뺨치는 임대료를 부르기 시작하자, 부동산 열기는 이미 경복궁을 넘어 인왕산 아랫동네를 점령한 것이 사실이다. 홍대 앞 문화 역시 한강에 가로막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확산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문화적 트렌드를 읽는 부동산 개발과 투자는 이미 상식이다. 미국에서는 한 부동산 회사가 세계 미술의 중심지로 일찌감치 떠오른 뉴욕 맨해튼의 건물값과 임대료가 뛰어오르자 한적한 브루클린 덤보(Dumbo)의 공장단지를 개발해 새로운 현대미술의 메카로 만든 사례가 있다. 이 회사는 문화 발전에 기여한 것은 물론 1억 달러를 투자해 100억 달러를 벌었다는 투자 성공의 전설도 남겼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소비성 문화에 머물고 있다는 한계는 있지만, 고양 일산신도시의 ‘라 페스타’ 같은 문화적 부동산 개발의 성공 사례가 있고, 이런 방식의 개발은 갈수록 늘어나는 양상이다. 대한항공도 문화 발전과 수익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문화적 부동산 개발을 검토해야 한다. 인사동-송현동-삼청동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대표문화의 산파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대한항공의 자본과 감각이면 ‘7성급 문화 중심지’를 너끈히 만들어 낼 수 있다.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낮은 곳과 함께… 종교계, 성탄절·연말 나눔 열기

    낮은 곳과 함께… 종교계, 성탄절·연말 나눔 열기

    성탄절과 연말을 맞아 종교계에 ‘낮은 데’를 향한 나눔과 봉사의 행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각 종단과 교단은 물론 종교단체들이 앞다퉈 ‘온정’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계획 중이다. 특히 올해는 종전의 단순한 물품지원이나 위로 차원을 벗어나 찾아가는 미사며 모금 운동, 문화 프로그램까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성탄, 연말 행사 중 종단과 교단연합 차원에서 진행하는 나눔의 프로그램들은 가장 주목되는 부분.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조계종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 가운데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불우이웃을 찾아가는 미사와 노숙인 돌봄 야간순회 행사는 천주교 안팎에서 각광받는 프로그램. 염수정 서울대교구장과 보좌주교 조규만 주교가 23, 24일 노숙인 보호시설 은평의마을과 서초노인요양센터에서 각각 성탄 미사를 집전하는 데 이어 서울대교구 주교단과 사제단이 산하 시회복지시설을 방문해 성탄의 기쁨을 함께 나눈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오는 24일까지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과 전국 11개 병원 소아병동 환자 1400명, 2004년 이후 치료받은 어린이 120명에게 성탄선물을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는 20일부터 내년 2월까지 서울역과 영등포역, 을지로입구역 일대에서 노숙인들에게 음식과 방한용 의류를 제공하고 상담해 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주교회의 김운회 주교가 성탄절·연말을 앞두고 ‘우리의 손길이 닿지 않는 어려운 이웃들을 기억하자’는 취지의 특별 자선 담화를 발표해 천주교계의 나눔·봉사는 전국 교구로 확산될 전망이다. NCCK가 ‘가장 소외된 자와 함께’를 표방해 마련한 노숙인 돕기도 개신교계의 눈길을 끄는 행사. 오는 26일 오전 11시 국제개발 NGO 굿피플(이사장 이영훈 목사)이 후원한 물품들을 노숙인 현장에 전달하고 특히 전국 시설의 여성 노숙인들에게는 여성화장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와 맞물려 개신교 각 교단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은 내년 1월 중순까지 서울시 쪽방촌 주민 1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온천 휴양과 문화공연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부설 ‘날마다좋은날’은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행복바라미’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국 교구본사 사찰과 조계종사회복지재단산하 복지기관 및 포교단체 50여곳에 디지털 모금함을 설치했으며 2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남인사마당에서는 3000인분의 팥죽 나눔 행사를 열고 모금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개신교계의 찾아가는 예배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대한기독교감리회는 오는 23일 오전 10시 40분 감리교 본부 앞 희망광장에서 ‘농촌교회와 함께하는 광화문 크리스마스’를 열어 이날부터 감리교 신도들을 대상으로 ‘농촌교회를 위한 하루100원모으기 1만성도운동’을 전개한다. 기독교 진보단체들은 25일 오후 3시 대한문 앞에서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예배’를 계획하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청계천 상권 활성화·기념품 판매점 설치 약속”

    “청계천 상권 활성화·기념품 판매점 설치 약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지역 중소업체 대표와 소상공인들을 만나, 서울 청계천 지역 상권 활성화와 서울관광기념품 판매점 설치 등을 약속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서울시장 초청 간담회’에서 김사직 종로광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청계천 주변 상권 활성화와 시민 편의를 위해 청계천 전 구간의 진출·입로를 확대해 달라”고 박 시장에게 요청했다. 김 이사장은 “청계천 복원 당시 인근 광장시장 등과 상권연계가 고려되지 않았다”면서 “최근 등축제를 하면서 보더라도 진출·입 시설이 너무 적어 혼잡을 빚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재천 서울관광기념품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서울기념품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며 “명동이나 인사동 등지에 중소기업 제품 전용 전시판매장을 설치해 달라”고 제안했다. 김봉식 동대문구 소상공인회장은 “서울시가 권역별 소상공인 지원센터를 설치·확대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 밖에 ▲전력난 해소를 위한 겨울철 가스 난로 보급 확대 지원 ▲종로지역 도금업 신규 창업 허가 ▲자동차 관리기업 등록기준 완화 ▲초·중·고 저소득층 졸업앨범 무상제공 ▲자치구별 소상공인회 지원조례 제정 등 다양한 건의가 쏟아졌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모두 적극 추진하거나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박 시장은 “소통하는 방법은 많으니 언제든지 의견을 달라”며 “한꺼번에 다 할 수는 없지만, 순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5000만원 빌려줄게” 속여 3억짜리 고려청자 꿀꺽…알고 보니 만원짜리 가짜

    1만원도 안 되는 가짜 고려청자를 놓고 서로 속고 속인 사기꾼들이 붙잡혔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고려청자를 담보로 돈을 빌려 주겠다’고 지인을 속여 청자를 빼돌린 곽모(54)씨 등 2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하지만 이 고려청자는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 2월 평소 알고 지내던 정모(52)씨에게 고려청자를 담보로 5000만원을 대출해 주겠다고 속여 정씨로부터 청자 1점을 편취한 뒤 약속한 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건네받은 고려청자를 진품으로 알고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일대의 고미술품 전문가 3명에게 감정을 의뢰했지만, 청자는 시가 1만원도 안 되는 가짜인 것으로 밝혀졌다. 감정가 3억 5000만원이라고 적힌 감정서도 허위였다. 그러나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담보로 내준 고려청자가 가짜였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씨 등은 고려청자가 진품이 아닌 것을 알고 나서도 허위 감정서와 함께 지인 최모씨 등에게 보관을 의뢰했고, 고려청자는 최씨의 손을 거쳐 사채업자에게 넘어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강남 화랑의 부활 꿈꾼다

    강남 화랑의 부활 꿈꾼다

    ‘강남 부촌’으로 알려진 서울 청담동 일대의 갤러리 18곳이 함께 뭉쳐 오는 8일까지 미술축제를 이어 간다. 1991년 닻을 올려 올해 23회를 맞은 ‘청담미술제’이다. 올해는 박여숙화랑, 박영덕화랑, 아라리오갤러리, 쥴리아나갤러리, 청화랑 등 ‘터줏대감’들이 모여 순수예술의 흐름과 대중의 만남의 장을 펼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덕분에 다양하고 특색 있는 작품들이 관객을 찾아왔다. 각양각색의 회화부터 부조, 비디오·한지·설치 작업까지 두루 선보인다. 김기린·박서보(박영덕화랑), 김환기·김종학·이대원(주영갤러리), 강형구(아라리오갤러리) 등 대가의 작품부터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인 이이남(비앙갤러리), 역량 있는 중견 작가인 김석영·전혁림·한희숙(갤러리두), 젊은 작가인 김호준·신수진(갤러리세인), 외국작가인 무라카미 다카시·나라 요시토모·앤디 워홀(쥴리아나갤러리)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강남구, 한국예술위원회, 한국미술협회 등이 후원하는 이 행사는 이미 인사미술제, 신사미술제 등의 아류를 낳았다. 박미현 운영위원장은 “강남에 팽배한 소비문화의 홍수 속에서 예술문화를 정착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한 해도 미술제를 거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담동에선 갤러리아 명품관 등 고급 매장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화랑들에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다. 수년간 이곳의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면서 학동·청담사거리, 청담공원에 이르는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급격히 청담동을 떠나는 빌미를 제공했다. 갤러리라기보다는 카페나 레스토랑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외양도 관람객과 거리를 두는 데 일조했다. 여기에 미술가 불황까지 겹치면서 청담동 화랑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담동 화랑가는 인사동으로 대표되는 옛 화랑들이 새로운 고객을 찾아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터를 닦았다. 1990년대 이후 국내 제2의 화랑가로 자리 잡았다. 한 미술계 인사는 “청담미술제가 강남의 소비문화 속에서 예술의 향기와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다양한 작가들의 생명력 넘치는 작품전을 더 많이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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