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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금융회장 후보 3명 압축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에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1차관과 황영기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각축하는 가운데 최명주 전 교보증권 사장도 ‘다크 호스’로 함께 거론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사장에는 유재한 재경부 정책홍보관리실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는 13일 시내 모처에서 박 전 차관 등 5명을 상대로 후보 면접을 마치고 박 전 차관과 황 회장 등 3명을 회장 후보로 재경부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광우 딜로이트컨설팅 한국 대표와 최영희 전 신한지주 사장도 이날 면접을 끝냈다. 기업은행장을 지낸 김종창 법무법인 광장 고문(행시 8회)은 당초 면접대상에 포함됐으나 행시 후배인 박 전 차관(17회)을 배려해 스스로 물러났다. 박 전 차관과 황 회장의 ‘2파전’이 예상되지만 금융권 일각에선 최 전 사장도 주목하고 있다. 이날 면접은 후보들간 만남을 피하기 위해 넉넉한 간격을 두고 철저한 보안 속에 이뤄졌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추천된 후보 가운데 2명을 대통령에 제청, 이달 말 대통령이 신임 회장을 임명하게 된다. 12일부터 공모 접수가 시작된 우리은행장 후보로는 한일은행 출신인 이종휘 현 수석부행장과 상업은행 출신인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의 최병길 금호생명 사장 등이 각각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최 사장이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으로 일하고 있어 다소 유리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앞서 주택금융공사 사장 후보에는 유재한 실장과 진병화 국제금융센터 소장, 최창호 공사 부사장 등이 추천됐다. 재경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22일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에서 공사 사장이 내정될 예정이다. 현재 유 실장과 진 소장의 맞대결이 거론되는 가운데 진 소장의 ‘연임’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행시 13회인 진 소장은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를 지냈는데 정부가 인사권을 가진 민간 쪽의 국제금융센터 소장을 이미 거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강종만 금융연구원 선임위원은 공공적 성격이 짙은 공사의 특성 때문에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9일 공모를 마감한 기업은행장 후보에는 장병구 수협 대표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인턴도입 반대는 행자부 월권”

    “인턴도입 반대는 행자부 월권”

    “행정자치부가 인턴제도를 문제삼는 것은 지방자치단체 길들이기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인턴직원 문제는 지자체에 맡기는 게 순리예요.” 박주웅(65) 서울시의회 의장은 행자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인턴직원 문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7월 7대 의회 전반기 의장을 맡은 박 의장은 의원들이 대폭 물갈이된 시의회를 무난히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의회에 거의 매일 나오다시피하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인턴 제도’는 서울시의회가 행정사무감사 등에 필요한 인턴직원을 둘 수 있도록 지난해 2월 도입했다. 그러나 행자부는 올해 서울시 예산에 편성된 인턴직원 급여를 문제삼아 예산안의 재의를 지시했고, 시는 이에 따라 시의회에 2007년 예산안에 대한 재의를 요청한 상태다. 시의회는 오는 6일 열리는 임시회에서 이를 다룰 예정이다. 만약 시의회가 재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서울시 예산 전체가 동결돼 준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박 의장은 “6대 의회 때에는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가 이제와서 문제를 삼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말이 인턴이지 연간 300일 밖에 급여가 나가지 않는 임시직” 이라면서 “지방의회의 질적 향상을 위한 것인 만큼 직을 걸고 사수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이 문제는 대승적 차원에서 자치단체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합당하다.”면서 “재정여건에 따라 스스로 판단할 만큼 자치단체들이 성숙됐다.”면서 타협 모색 지적을 일축했다. 화제를 돌려 올해 시의회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를 묻자 “유급제 등으로 시의원을 전문성을 가진 직업인으로 보는 시각이 정착돼 가고 있다.”면서 “의원들을 적극 지원해 정책의회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의장 취임 이후 내건 의원보좌관제 도입, 시의회 인사권 독립, 시의회 청사 등 3대 공약 가운데 올해는 의회 행정직 신설 등을 통한 인사권 독립문제를 풀겠다고 말했다. 집행부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지난해 한나라당 일색이라는 이유 때문에 오히려 집행부를 너무 세게 몰아친 부분이 없지 않다.”면서 “잘잘못은 가리더라도 의도적으로 너무 몰아붙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에 대해서는 “초기 일각에서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 지나보니까 시를 잘 이끌고 있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서울신문과 공동으로 펼치고 있는 의정모니터 제도에 대해서는 “평가가 좋아지고 있다.”면서 “지원을 늘리고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글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사진 남상인기자 sanginn@seoul.co.kr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임기말 대통령과 탈당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임기말 대통령과 탈당

    15대 대통령선거가 있던 1997년 10월쯤인가.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는 김영삼(YS)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안기부장 인사권을 자신에게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한 YS는 이후 사석에서 “그 사람(이 후보를 지칭)이 그럴 줄 몰랐어.”라며 배신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진다. 두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으로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당한 이 후보 진영은 김대중(DJ) 새정치국민회의 대통령후보의 비자금 의혹을 회심의 반전(反轉)카드로 꺼내든다. 하지만 도와줄 것으로 기대했던 YS는 공정한 대선관리를 들어 임기중 수사 불가 방침을 천명했다. 이에 반발한 이 후보는 YS와 건건이 갈등을 빚다 끝내는 YS의 탈당을 요구하게 되는데, 안기부장 인사권 요구도 이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YS도 결국 대선을 한 달가량 앞둔 11월7일 신한국당을 탈당한다. 선거 불개입 원칙을 겉으로 내세웠지만 이 후보의 승리를 위해 어떤 일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 배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YS의 탈당은 이 후보 패인의 여러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YS도 민자당 대통령후보 시절이던 1992년 9월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관권선거 개입의 폐습을 청산하겠다.”며 전격 탈당하는 바람에 뜻밖의 타격을 입은 바 있다. 현직 대통령의 여당 탈당은 그때가 처음이다.YS는 노 대통령의 탈당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선거자금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당시 YS는 2박3일이나 3박4일간의 지방유세 중에도 매일 저녁 서울로 급히 올라와 지인들에게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다음날 새벽에 유세단과 합류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다행히 11월부터는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금문제는 해소됐으나 YS 측근들은 그때 일만 떠올리면 몹시 불쾌해한다.YS 본인도 나중에 “노 대통령이 나를 대통령에 당선시키지 않기 위해 탈당했다.”고 밝힐 정도였다. DJ는 대선을 7개월여 앞두고 일찌감치 민주당을 탈당했다. 세 아들의 비리가 기폭제였지만 노무현 후보를 배려하는 차원이었다는 게 중론이다.DJ의 이른 탈당으로 민주당과 노 후보는 검찰 수사에서 자유로워진 것은 물론 대선가도에도 한층 탄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앞서 두 케이스와는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탈당 얘기를 꺼냈다.“대통령 때문에 탈당한다면 차라리 그 사람들이 나가는 것보다 내가 나가는 것이 당을 위해서도 좋은 일 아니겠느냐.” 깨질 위기에 처한 열린우리당을 살려보겠다는 간곡함이 깃들어 있다. 난파선과 같은 우리당의 상황이 변수이지만 노 대통령의 탈당은 이제 상수(常數)다. 대략 하반기쯤으로 점치는 추론이 대체적이었던 만큼 이번에 탈당하면 시기는 무척 빨라지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이전 세번의 직선 대통령의 경우 전부 여당 후보가 결정돼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 오리무중이다. 탈당 시기는 노 대통령의 의중에 달렸지만 정쟁을 야기하는 탈당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정파적 이해에 얽힌 탈당, 정치 개입을 위한 탈당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탈당 즉시 중립 선거관리내각을 출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임기말 대통령의 의무라고 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정치 개입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하지 않았다. 지금 봐도 잘한 결정이다.” jthan@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3) 여진족과 만주Ⅱ

    [병자호란 다시 읽기] (3) 여진족과 만주Ⅱ

    청나라의 시조 누르하치가 장차 동북아시아 전체의 역사를 바꾸어 놓는 대격변의 첫걸음을 내디딘 해는 1583년이었다. 이 해부터 시작해 1626년 사망할 때까지 누르하치의 일생은 전쟁으로 점철되었다. 전쟁은 처음에는 여진의 여러 부족을 아우르는 단계에서 출발해 나중에는 직접 명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누르하치는 왜 군사를 일으키게 되었는가? 그리고 명은 왜 누르하치가 댕겼던 불씨에 휘말려 끝내 자신의 온몸을 태우고 말았는가? ●명, 건주·해서·야인 여진을 주무르다 명나라 시절 만주의 여진족은 거주지역에 따라 크게 건주(建州), 해서(海西), 야인(野人) 여진으로 구분되었다. 누르하치를 배출한 건주여진은 주로 요동에 가까운 조선의 압록강 너머 고구려와 발해의 고토 지역에 살고 있었다. 일찍부터 농경에 종사했다. 해서여진은 과거 금을 세웠던 아구다의 직계로서 오늘날 하얼빈 부근과 송화강 유역에 흩어져 살았다. 야인여진은 송화강 북방, 흑룡강 남쪽에 거주했다. 명으로부터 한참 멀리 떨어진 데다 주로 수렵에 종사했기 때문에 가장 미개한 종족으로 취급되었다. 여진족 내부에서 아구다와 같은 패자가 출현하는 것을 막으려 했던 명나라는 정치적 통제 이외에도 경제적 통제 수단을 교묘히 활용했다. 당시까지 여진족들은 곡물을 비롯해 소금, 포목, 철제 농기구 등 생필품을 자급하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특산물인 말(馬), 모피, 인삼, 진주 등을 주고 명나라 상인들로부터 생필품을 구입했다. 명 조정은 상인들끼리 교역하는 장소를 엄격히 제한했을 뿐 아니라, 명나라 황제 명의의 칙서(勅書:교역허가증)를 소지한 여진족 유력자에 한해서만 교역을 허가했다. 명이 정한 규칙을 위반하거나, 명의 권위에 도전하려 할 경우 칙서는 가차없이 회수되었고 교역은 금지되었다. 생필품 공급이라는 ‘목줄’을 틀어쥠으로써 여진족들을 길들이려는, 명의 입장에서는 아주 편리하지만 여진족의 입장에서는 무시무시한 수단이었다. 그같은 명의 지배정책에 정면으로 도전한 인물이 건주여진 출신의 왕고(王)였다. 누르하치의 외조부로 알려진 왕고는 1574년, 부족의 병력을 이끌고 랴오양과 선양을 공격했다. 명이 고분고분하지 않은 자신에게 교역을 금지시킨 데 따른 반감을 행동으로 옮겼던 것이다. 하지만 3000여명에 불과했던 왕고의 병력은 6만명에 이르는 명의 진압군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고, 왕고는 겨우 탈출해 해서여진의 하다부(哈達部)로 숨어들었다. 그런데 하다부는 왕고를 포박하여 명군 사령관 이성량(李成梁)에게 넘겼고, 왕고는 다시 베이징으로 압송돼 능지처참형에 처해졌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피값으로 얻은 기반 이성량이 왕고를 진압할 무렵, 누르하치의 조부 교창가(覺昌安)와 부친 타쿠시(塔克世)는 이성량의 편에 서서 명에 충성을 다하고 있었다. 타쿠시는 장인인 왕고를 진압하는 명군의 작전에 협조했고, 그 대가로 명 조정으로부터 벼슬을 받기도 했다. 1583년, 더 참혹한 비극이 일어났다. 자신의 부친을 죽게 만들었던 하다부와 명군에 대해 원한을 품었던 왕고의 아들 아타이(阿台)가 복수에 나섰던 것이다. 아타이는 하다부와 대립했던 해서여진의 예헤부(葉赫部) 등을 끌어들여 하다부를 공격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성량이 걸림돌이었다. 이성량은 교창가와 타쿠시, 누르하치까지 이끌고 아타이가 쫓겨 들어간 고륵채(古勒寨)성을 향해 총공격을 감행했다. 성이 거의 함락될 무렵, 교창가와 타쿠시는 성안으로 들어갔다. 아타이의 아내가 교창가의 손녀(누르하치의 백부의 딸, 누르하치의 사촌)였기 때문에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아타이에게 항복을 권유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타이는 항복을 거부하다가 부하에게 피살되었고, 성은 결국 함락되었다. 이윽고 명군은 성안에서 대학살을 자행했는데, 교창가 부자도 그 와중에 적으로 오인되어 피살되었다. 눈앞에서 조부와 부친이 피살되는 장면을 목도했던 누르하치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명은 이제 그에게 ‘만세불공의 원수’가 되었다. 누르하치가 훗날 명에 선전포고하면서 일곱 가지 원한(七大恨)을 내세웠는데, 그 가운데 명군에 의한 부조(父祖)의 피살을 가장 먼저 거론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어쨌든 난감해진 것은 이성량과 명 조정이었다. 그들은 두 사람의 피살이 ‘고의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누르하치에게 칙서 30통과 말 30필을 배상금으로 주었다. 동시에 그에게 타쿠시가 명으로부터 받았던 도독(都督) 직함을 물려주었다. 이윽고 1583년 5월, 누르하치는 부조의 원수를 갚기 위해 군대를 일으켰다. 그 대상은 명이 아니라, 명에게 협조적이었던 주변의 건주여진 부족이었다. 당시 스물다섯의 약관에 불과했던 누르하치에게 명은 아직 상대하기가 몹시 버거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명으로부터 받은 칙서 30통은 군사활동에 필요한 자금줄이 되었다. 칙서를 많이 가진 누르하치에게로 명 상인들과 무역을 원하는 여진의 인삼, 모피, 진주 상인들이 모여들었다. 그는 인삼, 모피, 진주의 유통로를 장악했으며 무역 과정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는 이제 군사 지휘관인 동시에 확실한 기반을 지닌 거상(巨商)이기도 했다. 1589년, 누르하치는 마침내 건주여진 부족 전체를 통일했다. 누르하치에게서 ‘아구다’의 재림(再臨) 조짐을 간파한 이성량은 경악했다. 그는 명 조정에 건의하여 누르하치에게 용호장군(龍虎將軍)이라는 직함을 내렸다. 그를 명의 관직체계 속으로 끌어들여 견제하기 위한 응급수단이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채수(債帥)’ 이성량 이성량(1526∼1618)은 임진왜란 때 명군을 이끌고 조선에 들어온 이여송(李如松)의 부친이다. 그의 조상은 본래 조선 출신으로, 명나라 초기에 요동으로 건너가 철령(鐵嶺)에 정착했다. 뒤에 군공을 세워 철령위 지휘첨사(指揮僉使)가 되었고 40세 이후 출세 가도를 달렸다. 그는 1570년부터 1591년까지 만주에서 여진과 몽골 세력을 견제하는 명의 최고 군사책임자를 역임했다. 승패가 무상하고, 그에 따른 상벌이 엄격할 수밖에 없는 무장의 세계에서 무려 22년 동안이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역사는 이성량을 ‘채수(債帥)’라고 부른다. 인사권을 쥐고 있는 조정의 고관들에게 막대한 뇌물을 정기적으로 상납하고, 그들의 비호 아래 자리를 유지하는 장수를 말한다. 이성량은 누르하치와 결탁하여 만주에서 얻은 막대한 양의 모피와 진주를 밑천으로 명 조정의 중신들을 구워삶았다. 그 결과 그의 패전은 ‘없었던 일’이 되고, 시원찮은 승전은 ‘대첩(大捷)’으로 둔갑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의 아들 이여백(李如柏)은 누르하치 동생의 딸을 첩으로 맞이했다. 요동에서는 ‘오랑캐 추장의 사위가 요동을 지킨다.’는 비아냥까지 일어나고 있었다. 권력과 부를 한손에 거머쥔 이성량이 누르하치를 제대로 견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는 ‘장기집권’으로 타락하고 있었고, 그 배후에는 부패한 명 조정의 중신들이 있었으며, 다시 그 뒤에는 태만하고 무능한 만력(萬曆) 황제가 있었다. 이같은 배경에서 1583년은 역사적인 해가 되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이성량의 군대가 좀더 분별력이 있었더라면 누르하치의 부조를 죽이지 않았을 것이고, 누르하치가 복수심에 불타 명과의 전쟁에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궁극에는 조선도 병자호란과 같은 비극을 겪지 않았을 것이며, 명·청 교체와 같은 대격변도 없었을 것이라는 가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역사에서 가정이란 부질없는 것이지만 누르하치와 이성량의 행보를 보면 문득 ‘나비효과’라는 용어가 떠오른다.‘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한달 후 뉴욕에서 폭풍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물리학의 비유 말이다. 사소해 보이는 인간의 행동 하나가 엄청난 파국으로 이어졌던 역사의 거울 앞에서 문득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은행장 좌·불·안·석

    은행장 좌·불·안·석

    올해 줄줄이 3년 임기가 만료되는 은행장들이 좌불안석이다. 이미 ‘사장공모 광고’가 난 정홍식 주택금융사장을 시작으로,3월에는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 등 8명이나 ‘퇴임이냐, 유임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자리는 자산규모에서 국민은행의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사의 황영기 회장이다. 최근 황 회장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자회사인 우리은행의 행장인사권을 갖는 회장이라면 좋다.”며 연임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황 회장에 대한 우리은행 내부의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영업파트를 우대하는 등으로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공격적인 영업으로 몸집을 키웠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가장 먼저 시도했다. 그러나 약점은 있다. 황 회장은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사람’이라는 ‘낙인’이 그것이다. 당시 황 회장이 우리은행장으로 임명될 때도 보이지 않는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들이 적지 않았다. 현재 재경부는 당시의 ‘이헌재 사단’이 배제된 구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은행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임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청와대나 정부의 의중이 중요하다. 금융업계에서는 황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강권석 기업은행장과 김지완 현대증권 사장, 이덕훈 금융통화위원, 장병구 수협은행장, 전광우 전 우리금융 부회장, 정문수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 최명주 교보증권 사장, 최영휘 전 신한지주 사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등 10여명이 차기 회장이나 행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강권석 행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강 행장은 재정경제부 관료와 금감원 부원장을 거쳤다. 전례를 볼 때 국책은행 행장은 유임된 적이 없기 때문에 교체가 유력하다. 다만 재임 3년 동안 자산을 74조원에서 105조원으로, 순이익도 2200억원에서 1조원 규모로 대폭 늘린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주가도 7000원 선에서 1만 7000선으로 2배 이상 올려놓았다. 거론되는 후임으로 재경부나 금감위 출신으로 박병원 재경부 제1차관, 진동수 재경부 제2차관, 이우철 금감원 부원장 등이 있다. 1991년 신한은행 행장부터 시작해서 17년째 ‘장기집권’을 하고 있는 신한금융지주사의 라응찬 회장에 대해서는 금융권 안팎에서 ‘유임설’이 제기된다. 내부에서 전혀 하마평이 나오지 않는다. 재임시 업적은 조흥은행 인수·합병, 굿모닝증권 인수,LG카드의 성공적 인수 등이다. 이인호 신한지주사장도 이번 3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우리금융지주 산하의 정경득 경남은행장, 정태석 광주은행장, 홍성주 전북은행장도 3월에 임기가 끝난다. 우리금융지주의 황 회장 거취가 유임 여부의 결정적인 변수다. 이외에 4월에 존 필메리디스 SC제일은행장,5월에는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10월에는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단 한명도 학원 다니지 않는 학교 만들렵니다”

    “단 한명도 학원 다니지 않는 학교 만들렵니다”

    “단 한 명의 학생도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올 3월 서울 묵동에 첫 개방형 자율고로 문을 여는 원묵고 공모교장으로 부임하는 박평순(56) 교장은 22일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지역사회가 원하는 학교를 만들어 보이겠다.”며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개방형 자율고는 학생선발권과 교원 인사권, 교육과정 편성·운영권에서 교장에게 자율권을 주는 형태의 학교다. 지난해 말 전국에서 선정된 자율고 4곳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 지역 학교다. ●철저한 맞춤식 수업… 과목별 강사 활용 박 교장이 밝힌 학교 운영구상은 단 하나.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의 다양한 요구와 전인교육을 잘 조화시키는 것이다. 그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하는 가장 큰 오해가 인성교육을 시키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다양한 인성교육을 통해 학습동기가 올라가면서 오히려 입시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되, 이를 바탕으로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원하는 실력까지 갖추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이를 위해 두 가지 방향에서 학교 운영을 구상하고 있다. 우선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법부터 개선할 생각이다. 학생 개개인 맞춤식 수업을 위해 영어와 수학 교과에는 상·중·하의 수준별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기초가 부족한 ‘하’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10명 안팎으로 구성해 철저한 맞춤형 개별지도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주요 교과는 수준별 보조교재를 만들어 활용하고, 학생들의 교과 선택권을 최대한 늘려주기 위해 과목별 강사도 대거 채용할 방침이다. ●전인교육 활성화…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인재로 전인교육도 활성화한다. 서울 지역 고등학교에서는 거의 사라져 버린 축제와 체육대회 등 교내외 행사를 부활하고, 지방 농촌마을과 자매결연을 맺어 농촌체험 및 봉사활동도 적극 펼칠 생각이다.‘공부벌레’가 아닌 실력도 갖추면서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겠다는 취지다. 그는 학교 운영과 관련해 “다행히 지역사회의 관심이 커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그의 의욕을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공모교장으로 결정된 직후에는 중랑구 지역 주민들 모임인 ‘원묵고 좋은학교 만들기 추진위원회’의 요구로 비공식 ‘인사 청문회’까지 받았다. 당시 주민들은 “중학교 교장이 와서 뭘 하겠느냐.”며 부정적이었지만 “부모들이 원하는 학교로 만들어 주겠다. 단 지원을 아끼지 말아달라. 믿어달라.”는 박 교장의 말에 적극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새로운 학교의 청사진을 구상하는 박 교장에게도 고민은 있다. 바로 돈이다. 개방형 자율고로 지정돼 학교 운영비 외에 별도로 1억원을 지원받지만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에도 추가 지원을 요청했지만 중복 지원은 안 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중랑구청에서도 적극 지원을 약속했지만 재정자립도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인 점을 감안하면 전폭적인 지원은 어려운 실정이다. 박 교장은 지난해 11월 1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공모교장으로 뽑혔다. 서울대 사범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사대부고 교사,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상계고 교감 등을 거쳐 2005년 9월부터 용마중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다양한 인성교육을 강조하면서도 5·6차 교육과정 당시 수학교과서를 집필하고,10년 이상 진학지도를 맡아온 입시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글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55 : 45’ 우리지주·은행 분리론 우세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분리될 것인가.3월 주총을 앞두고 회장 및 행장의 인선과 맞물려 있어 금융권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분리 쪽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19일 “굳이 확률로 따진다면 55대 45의 비율로 분리론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황영기 회장 체제와 대립각을 세운 예금보험공사는 이 비율이 80대 20 정도이다. 다만 재경부는 분리와 통합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말한다. 금융지주회사 본연의 업무로 보면 분리가 당연하지만 정부가 주주인 점을 감안할 때에는 일사불란한 경영을 위해 통합도 나쁘지 않다는 지적이다. 워낙 윤병철 전 회장과 이덕훈 전 행장이 사사건건 충돌, 황 회장 체제부터는 통합했지만 적잖은 문제도 있다고 강조했다. 민영화 등 지주회사 업무는 등한시했고 은행에만 매달려 증권 등 기타 분야는 뒷전이었다는 것. 일각에선 정부의 입김이 먹혀들지 않아 황 회장에게 정부의 ‘미운털’이 박혔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경부 관계자는 “제도의 문제라기보다 사람의 문제이겠지만 분리를 통해 업무의 견제와 균형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선과 관련됐기에 최종 결정은 ‘윗선’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통합 체제가 유지될 경우 은행과 증권 등 자회사를 대표하는 경영협의회를 둬 금융지주 회장을 견제하는 방안이 검토돼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리되면 지주 회장이 경영협의회를 대체한다. 문제는 분리할 때 회장과 행장에게 비슷한 연봉을 줘야 하는데 ‘자리’ 하나 더 늘리려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 황 회장은 앞서 “지주 회장에게 확실한 인사권을 주면 분리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분리를 전제로 한 회장과 행장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황 회장이 모든 자리를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으로 청와대의 ‘점수’를 땄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분리냐 통합이냐가 결정돼야만 그에 따른 인선 작업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의정중계석]강북 뉴타운 소외지역 환경개발 요청

    새해 들어 각 자치구 의회는 구청장 등 집행부와 신년 인사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상호 협력을 다짐하는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정당공천제를 둘러싼 민감한 사안도 언급됐다. 의회 홈페이지에는 뉴타운에 대한 주민 목소리가 뜨거웠다. ●강북구의회(의장 윤영석) 의회 홈페이지 ‘의회에 바란다’에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실렸다. 백남창이라는 제안자는 “미아동이 뉴타운에 지정돼 뿌듯하게 생각하지만 미아동 가운데 760번지 삼양초등학교 인근 지역은 전혀 개발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북한산 때문에 2종 주거지역이면서도 고도제한에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길 건너편 벽산아파트 주변 등은 원래 고도 제한이 없어 그동안 개발 혜택을 누렸고, 또 이번에는 뉴타운으로 지정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삼양초교 앞 재개발이 힘들면 주거환경개발지구로 지정해 도로만이라도 반듯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서대문구의회(의장 정혜연) 김영열 운영위원장은 최근 지역 방송인 큐릭스방송에 출연해 민선4기에 들어선 의회운영위원회의 활동, 성과 등에 대해 자평한 뒤 “지방기초의원 후보자에 대한 정당공천 문제를 보다 발전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방송에서 사회자가 “상임위 구성에서 당 대결구도가 나타났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이 있나.”라고 묻자 김 위원장은 “처음 정당공천제를 도입하다 보니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많이 드러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의원마다 각 당의 지침이나 당론의 영향을 받아 대립을 보이기도 했으나 현재는 각 당 대표를 뽑아 1차적으로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는 등 초당적인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초의원은 민원해결에 있어서는 정치색을 자제해야 한다면서 정당공천제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의회 사무국 인사권이 행정부에 있다 보니 의회 업무에 행정부 영향이 강한 것 같다.”면서 “서울시 전체에서 의회 사무국 직원을 별도로 통합관리하고 선발하는 시스템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의회 사무국 인사의 독립적 운영을 강조했다. 시청팀
  • 대통령-감사원장 “임기 일치돼야”

    감사원이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감사원장(4년)과 대통령(5년)의 임기가 맞지 않아 ‘애로’를 적잖이 겪었기 때문이다. 감사원 내부에서는 원장의 임기 문제도 함께 논의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감사원장은 헌법상 독립기구로 임기 4년이 보장돼 있다. 정권 교체와는 관계없이 임기를 채우면 된다. 동시에 대통령 소속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현실적으로 ‘2중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임기가 완료되더라도 정권 교체기가 얼마 남지 않으면 후임을 임명하지 않고 ‘직무대행’으로 가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는 11월9일로 임기가 끝나는 전윤철 감사원장이 4년 임기를 모두 마치고 물러나면 당장 후임 원장의 인선이 고민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를 불과 4개여월 앞두고 다시 새 원장을 임명하기는 쉽지 않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지만 몇달짜리 원장을 임명하기에는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설령 무리하게 인사권을 행사하더라도 대선을 앞두고 국회가 인사청문회에서 동의해 줄지도 불투명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자신이 임명한 이시윤 전 원장이 4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게 되자 후임 원장을 인선하지 않았다. 정권 교체를 불과 2개월 앞두고 임기가 끝나자 신상두 감사위원의 ‘직무대행’체제를 택했다. 원장이 공석이면 감사원법상 수석 감사위원이 직무 대행을 맡는다. 반면 노태우 전 대통령은 김영준 전 원장을 두번이나 임명했다. 하지만 김 전 원장은 두번째 임기가 시작된 지 불과 6개월 뒤 정권이 바뀌자 자진 사퇴하는 길을 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종남 전 원장은 4년 임기를 마쳤다. 법조인 출신답게 소신대로 헌법이 보장한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고 버티자 노무현 대통령은 후임 원장감을 마음에 두고도 애를 태워야 했다는 후문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9일 “감사원장은 헌법상 임기가 보장되지만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임기와 무관하게 일하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보니 정권 교체기에는 위상이 애매해진다.”고 말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경남, 다면평가·직위공모제 손본다

    공무원들의 인사에 적용되고 있는 ‘다면평가제’와 ‘직위공모제’가 수술대에 올랐다. 이들 제도가 인기투표식으로 변질돼 파벌을 만들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때문이다. 특히 직위공모제는 폐지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남도는 다면평가제와 직위공모제의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정부의 인사혁신지침에 따라 지난 2003년부터 전국 자치단체가 시행하고 있으나 지연과 학연, 혈연으로 얽힌 우리 공직사회에서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다는 내부 여론에 따른 것이다.●학연·지연·혈연 따른 `인기투표´ 전락다면평가제는 지방공무원임용령에 따라 4∼6급 승진인사때 실시해야 된다. 평점 반영비율과 평가위원 선정은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규정돼 있다.반영비율이 30%이지만 근무평점이 크게 차이나지 않아 다면평가 점수가 승진을 좌우한다. 따라서 대상자의 능력과 무관하게 친소관계에 따라 평가가 이루어져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진주시의 경우 반영비율이 40%인데다 지난 2005년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가 평가위원의 절반을 추천, 사실상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 지적이다.부작용은 직위공모제도 마찬가지다. 학연과 지연이 동원되고, 지나친 ‘선거운동’ 탓에 항상 뒷말이 남는다. 도는 총무과장을 비롯, 감사·예산·인사담당 등 4개 직책 희망자를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1∼3위 득표자 가운데 도지사가 선택한다.●기피 직위도 공모… 파격 혜택 추진김태호 지사는 최근 “직위공모제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오히려 많다.”며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온정주의가 만연하면 조직의 미래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 따른 개선책으로 다면평가위원을 전산으로 무작위 추출하고, 평가위원 수를 늘려 온라인에서 평가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으며, 직위공모제도 기피하는 직위를 공모, 실적에 따라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가 이들 제도를 자치단체장의 인사권 견제장치로 보고 있어 개선책 마련까지는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이용원 칼럼] 노 대통령의 ‘말’과 ‘桃李不言’

    [이용원 칼럼] 노 대통령의 ‘말’과 ‘桃李不言’

    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말(언어)에 관한 철학을 상세히 공개했다.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서이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가진 수단 가운데 중요한 것이 인사권과 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정을 이끌어오면서 참 어려웠던 것이 소통의 문제라고 밝히고 “대화가 안 되더라도, 타협이 안 되더라도 말귀는 서로 통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같은 대통령 발언이 공개된 날은 1월2일이로되 실제 발언은 지난달 28일 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평통 자문회의에서 격정적인 언사를 토해낸 지 7일째 되는, 또 국무회의 석상에서 “그동안 참아 왔지만…앞으로는 할 말 다 할 생각”이라고 공언한 지 이틀 뒤인 시점이다. 따라서 ‘말과 소통’을 길게 언급한 그 발언은 그간의 ‘작심(作心) 발언’에 따른 사회적 반향에 대한 반박 또는 해명의 뜻으로 들린다. 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주요 수단으로 말을 꼽은 데 이의가 없다.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도 동의한다. 다만 노 대통령 스스로 밝힌 것처럼, 말은 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로 목적은 아니라는 사실이 문제의 핵심인데 본인은 정작 이를 잊은 듯하다. 말이란 본질적으로 나 자신을 위해 기능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위해 존재한다. 아무리 내가 유익한 말을 해주더라도 상대가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것은 불필요한 행위에 불과하다. 아니, 그 정도로 그칠 일이 아니다. 말이란 잘 쓰면 약이요 못 쓰면 독이 된다. 흔히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고들 하지만, 이는 거꾸로 해석하면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진다.’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통령의 말은 진솔하되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해야 한다. 그 말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격정적으로, 걸러내지 않은 말을 마구 토해내면서 국민에게 내 말을 이해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태도는 현명하지 못한 짓이다. 노 대통령은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 몇몇을 예로 들면서 그들이 ‘말의 천재’이어서, 말을 많이 했기에 정치를 잘한 것처럼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본말(本末)이 뒤바뀐 해석이다. 그들이 정치를 잘했으므로 그 말이 빛난 것이다. 역사에 남은 지도자의 말이란 신중하게 선택되고 품격을 갖춘 것들이지, 솔직하게 감정을 뱉어내기만 한 것들이 아니다. 노 대통령이 소통을 원했는데 대화가 되기는커녕 말귀조차 통하지 않았다면 그 책임은 스스로에게 있다. 국민은 노 대통령의 말을 참고 들으며 애써 이해해야 하는,‘듣기 시험’의 대상이 아니다. 국민에게는 오히려 쉽게 이해되고, 때로는 감명과 희망·용기를 주는 지도자의 말을 들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동양 역사학의 비조인 사마천은 사기 열전에서 이광(李廣) 장군을 평하면서 ‘桃李不言 下自成蹊(도리불언 하자성혜)’라고 찬양했다.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는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밑에 자연스레 샛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꽃이 아름답고 열매가 달기에 사람들이 저절로 찾아들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말귀가 통하지 않는다고,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불평하기에 앞서 묵묵히 제 할 일을 실천하기 바란다. 그 실천이 아름답고 달아 정녕 국민을 기쁘게 하는 일이라면,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국민이 제 발로 대통령 주변으로 몰려들 것이다. 남은 임기 1년1개월은 국민의 사랑을 되찾기에 짧은 기간이 아니다. ywyi@seoul.co.kr
  • 노대통령 “말귀 안통해 온몸으로 소통”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일련의 ‘작심 발언’에 대한 파문과 관련,“말귀가 서로 안 통하는 것이 요즘 너무 많다.”고 전제,“환경이 이렇다보니 부득이 온몸으로 소통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민주평통’ 발언 등에 대한 입장 설명인 셈이다. 청와대는 2일 청와대 브리핑에 지난달 28일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밝힌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을 자세하게 정리해 올렸다. 노 대통령은 “저더러 말을 줄이라고 한다. 방송뉴스를 봤더니 말이 많다고 한다.”면서 “독재자는 힘으로 통치하고, 민주주의 지도자는 말로써 정치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제왕은 말이 필요없다. 권력과 위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왜 성공했느냐.”고 물은 뒤 “말을 잘해서 성공한 것”이라고 했다. 또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도 말의 달인, 말의 천재 아니냐.”고 반문,“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말 못하는 지도자는 절대로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대통령이 가진 수단 가운데 중요한 것이 인사권과 말”이라고 규정한 뒤 “말로써 토론하고 그렇게 해서 성장하고 말로써 선거하는 것”이라면서 “내가 선거할 때 말 못하게 했으면 대통령이 어떻게 됐겠느냐. 말이 안되는 얘기”라고 스스로 묻고 답했다. 그런 뒤 “그 속에서 정치가 이루지는 것인데 날 더러 말을 줄이라고 한다.”고 강조,“합당한 요구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아베가 뽑은 세제조사회장 도덕성 문제로 불명예 퇴진

    |도쿄 이춘규특파원|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성장 중시의 경제 운영을 위한 사령탑으로 재무성 반발을 무릅쓰고 임명한 정부세제조사회장이 도덕성 문제로 1개월 반 만에 불명예 퇴진, 아베 총리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혼마 마사아키 일본 정부세조회장이 민간인 신분으로 공무원 관사에 입주하고, 혼외여성과 동거했다는 등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물의를 빚다가 아베 총리에게 사의를 표명,21일 불명예스럽게 조기 퇴진한 것이다. 혼마 회장은 오사카대 교수로 이달 초 스캔들이 불거졌다. 아베 총리는 임명권자인 자신의 인사권 행사에 중대 약점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 전날까지도 “직책에 전력해 책임지는 것이 좋다.”며 신임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내년 참의원선거의 악재를 우려한 자민당의 반발을 끝내 무마하지는 못했다. 일본 언론은 일제히 “관저 중심의 강력한 정국 운영을 표방해온 아베 총리의 의지에 타격을 줘 구심력 저하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혼마 회장은 11월 초 아베 총리에 의해 발탁돼 1일 법인세 인하 등 기업감세를 검토키로 하는 내용의 내년도 세제개정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러나 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으로 활약시 오사카서 상경하는 일이 잦자 민간인 신분으로 공무원 숙소에 시세의 3분의1 수준에 입주한 특혜를 누린 것이 문제가 됐다. 특히 부인이 아닌 다른 여성과 이 숙소에서 동거했다고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졌다.taein@seoul.co.kr
  • 국정홍보처의 월권?

    정부 부처가 민간 홍보전문가를 특별채용할 때 국정홍보처와 사전 협의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홍보처는 논란이 일자 사전 협의의 수위를 낮췄지만, 반발이 수그러들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홍보처는 최근 대통령 훈령인 ‘국정홍보업무 운영규정’을 대통령령인 ‘국정홍보업무 강화에 관한 규정’으로 격상시키기 위해 정부 부처를 대상으로 의견을 조회했다. 홍보처가 각 부처에 보낸 원안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민간 홍보전문가 채용시 국정홍보처장과 미리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돼 있었다. 정책광고를 시행하거나 정책을 발표할 때 내용과 방법 등을 홍보처장과 사전 협의토록 하고, 협의 대상도 홍보처장이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각 부처가 ‘인사권 침해’,‘월권 행위’라며 반발하자 홍보처는 ‘채용시 미리 협의’에서 ‘심사와 관련한 사항을 사전 협의’ 등으로 수정한 뒤 법제처 심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이 역시 부처 자율권을 확대하고 있는 중앙인사위원회 방침과 배치된다. 중앙인사위는 지난해부터 모든 특채 권한을 각 부처에 일임하고 있다. 한 사회부처 관계자는 “부처의 자율성과 권한을 강화하는 추세에 어긋나게 민간 홍보전문가 채용에서만 사전 협의를 내세우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홍보전문가 임용과정을 스크린할 의도라면 내부 공무원도 포함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부처마다 특수성이 있고, 특색에 맞는 사람을 뽑기 위한 것이 특채 제도”라면서 “사전 협의는 특채 제도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홍보처 관계자는 “인사의 기준이나 원칙에 대해 협의한다는 게 취지”라면서 “인사권을 침해할 의도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장세훈 윤설영기자 shjang@seoul.co.kr
  • [2006 결산 공직사회 5大 핫이슈] (5) 고위공무원단 출범

    [2006 결산 공직사회 5大 핫이슈] (5) 고위공무원단 출범

    올해 중앙부처 4급 이상 공무원들의 가장 큰 관심은 지난 7월 출범한 고위공무원단이었다. 수십년간 지속된 공무원제도의 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강제퇴출 위험도 있고, 고위공무원단에 들어가기 위해 역량 평가를 받아야 하며, 급여에서 차이도 커지게 됐다. 지방공무원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이 제도를 바라봤다. 그러나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최근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방에도 중앙부처와 비슷한 고위공무원단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행자부, 용역발주 행자부 관계자는 20일 “고위공무원단제도의 지방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대상 범위와 구체적인 인사 운영 방향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용역보고서가 나오면 지자체와 협의를 하고 공청회를 거쳐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행자부는 그러나 중앙정부처럼 밀어붙이는 식으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자치단체와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행자부는 지방에 고위공무원단이 시행되더라도 중앙부처보다는 범위가 ‘제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력을 풀(Pool)로 관리하고, 자치단체간 교류를 확대하며, 개방직과 공모직위를 늘리는 정도가 될 것이란 추측이다. 현재 고위공무원단제도에 규정된 ‘직권면직’조항은 자칫 악용될 수도 있어 부담감이 없지 않다. 인사권자가 임명직인 중앙과는 달리 자치단체장의 경우 선출직이기 때문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줄서기와 편가르기가 만연하는데, 중앙부처처럼 적격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을 경우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판단이다.‘직권면직’이 가능해지면 ‘미운 사람’쫓아내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실인사를 차단하려면 행자부는 기본적으로 제도 설계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역량평가 8.9% 미통과 고위공무원단이 올해 도입된 이후 첫 역량평가에서 8.9%가 통과하지 못했다. 고위공무원단에 편입되려면 3급 과장과 4급 과장들은 의무적으로 중앙인사위의 역량평가를 거쳐야 하는데 지금까지 36차에 걸쳐 214명이 응시, 이중 8.9%인 19명이 통과하지 못했다. 예견됐던 정실인사 등은 아직 나타나지 않지만, 개방직과 공모직에 적임자 선정이 늦어지면서 행정공백이 심각한 것은 개선해야 할 과제다. 각 부처가 국장급 직위 가운데 20%(164개 직위)는 민간과 공직이 경쟁을 하는 ‘개방형’으로,30%(199개 직위)는 공무원끼리 경쟁하는 ‘공모직위’로 운영하는데, 적임자 선정이 늦어져 재공모와 3차공모 등을 거치다보니 공백이 심각한 것이다. 현재까지 80개 직위에 대해 개방형과 공모로 충원하기로 했는데, 이 중 38개 직위만 임용이 된 상태다.22개 직위는 신원조회 중이고,20개 직위는 현재 공고 중이다. 출범 당시 1240개이던 고위공무원단 직위는 이날 현재 1244개로 조정됐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헌소 ‘개정 사학법’ 치열한 공개변론

    헌소 ‘개정 사학법’ 치열한 공개변론

    “개정 사학법은 학교 법인과 설립자의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을 침해하는 반개혁적 법안이다.”(사학재단측) “개정 사학법은 사학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여 사학비리의 원인을 없애고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교육부측)14일 오후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대심판정.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사립학교법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공개 변론이 열렸다. 사학재단측은 물론 여·야 등 정치권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으로, 지난해 말과 올 3월 학교법인 우암학원 외 14명과 우암학원 설립자 조용기씨 등이 학교법인의 이사 선임권을 제한한 개정 사립학교법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면서 관심이 증폭됐다. 이를 반영하듯 대심판정에는 사학법인 관계자 등 100여명이 공개변론을 지켜봤고, 공개변론에 앞서 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 50여명은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 사학법에 대한 위헌 결정과 재개정을 촉구했다. 공개 변론은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에서 2배수 추천한 인사 중 이사 정수의 4분의1 이상을 선임하도록 한 개방형 이사제 ▲선임 요건을 완화하고 임기 제한을 없앤 임시이사제도 ▲학교법인 이사장의 배우자, 직계존비속과 그 배우자의 학교장 임명 제한 등이 대상이었다. 공개 변론에서 사립학교측과 교육부측 변호인들은 여·야 간의 정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공방이 치열했다. 청구인측 이석연 변호사는 “개정 사학법은 일부에 불과한 비리 사학을 빌미로 모든 사립학교를 공립화와 사회화를 꾀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학교법인과 설립자의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은 물론 헌법의 기본토대인 사적자치와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교육부측 법무법인 태평양의 가재환 변호사는 “개정 사학법은 사학의 건학이념을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학교법인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제고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장치”라고 강조했다. 핵심 쟁점사항인 개방형 이사제에 대해서도 논쟁이 뜨거웠다. 교육부측 곽태철 변호사는 “개방형 이사제는 외부인의 참여를 통해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로 전체도 아닌 4분에1에 불과한 인원으로 사학의 설립취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사학재단측 이헌 변호사는 “사학의 설립 목적과 전혀 관계 없는 외부인사의 의무적 참여를 규정하는 것은 사학의 인사권과 경영권 등 본질적인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개정 사학법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재의 결론은 내년 초쯤 내려질 전망이다. 통상 공개변론이 열린 뒤 1∼2개월 뒤에 선고가 이뤄져 왔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野 “지방선거 낙선자 보은인사”

    野 “지방선거 낙선자 보은인사”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11일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노무현 대통령의 보은인사와 박 내정자의 5·31 지방선거 당시 행적 등을 집중추궁했다. 야당 의원들은 노 대통령이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박 후보자를 장관에 기용한 것은 ‘보은인사’라고 주장한 반면 여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가 5·31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포항시장 후보로 이력서를 낸 점 등을 집중 추궁했다. ●“내년 대선 선거중립 의지 의심”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은 “지방선거 낙선자가 당선자인 자치단체장을 관장하는 행자부장관이 된다는 건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이는 대통령의 사적 차원의 인사권 남용이며 후보자가 국민의 눈을 의식하고 상식적인 생각을 한다면 스스로 사퇴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정권 의원은 “박 후보자는 선거 차출에 대한 ‘보은인사’의 측면이 강하다고 보지 않느냐.”고 묻고 “내년에는 대선이 있어 선거관리업무의 주무장관인 행자부장관의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한데 지방선거에 여당후보로 출마했던 사람을 내정한 것은 정부의 공정선거 의지를 의심케 한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최인기 의원은 박 후보자가 저서 ‘연어는 손짓하지 않아도 돌아온다.’에서 ‘신라정신의 계승’을 주장한 점을 지적하고 “노 대통령이 영남 패권주의를 주장하는 사람을 장관에 기용한 것은 영남중심 정치세력화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 이력서 제출 등 추궁 열린우리당 이인영 의원은 박 후보자가 5·31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에 이력서를 보냈던 사실을 지적하고 “한나라당의 요청에 시달리다 못해 이력서를 보낸 것이냐. 본인이 고심끝에 낸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같은 당 강창일 의원은 “한나라당에 이력서를 제출한 뒤 하루 만에 입당의사를 철회할 때 가장 영향력을 미친 인물은 누구인가.”라고 물은 뒤 “우리당과 한나라당 중 어느 당이 후보자 본인의 코드에 더 맞다고 판단하느냐.”고 물었다. 한편 박 후보자의 개인 신상과 관련된 문제도 제기됐다.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은 “박 후보자 부인이 1996년 1월부터 2005년 11월까지 H 섬유에 근무해 매월 10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았는데도 부당하게 배우자 공제 100만원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지명자는 “보은인사가 아니라 행자부 기획관리실장을 지내는 등 전문성을 인정 받은 것”이라고 답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사설] 또 네탓만 한 노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에 앞서 열린우리당 당원들에게 남긴 편지가 또 한번 국민들을 실망시킨다. 작금의 국정 난맥상에 대해 노 대통령은 수미일관 남의 탓으로 돌렸다. 자신은 한국정치의 모순구조의 피해자일 뿐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국민 10명 가운데 9명이 등을 돌린 정치현실을 자초한 데 대한 반성과 책임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노 대통령은 국정 수행에 있어서 “한나라당이 흔들지 않는 일이 없다.”고 했다. 이로 인해 개혁법안과 예산의 발목이 잡혔고, 인사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역구도에 따른 대결정치로 국정 표류가 일상화돼 왔다고 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도 “창당 이후 3년간 9차례나 지도부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당의 정책과 노선이 정립되지 못하고 지도력이 흔들리고 당원과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고 진단했다. 야당과 언론의 무책임과 여당의 무능을 두루 질타했다. 그러나 대통령 스스로의 책임과 자성에 대한 언급은 없다. 국정의 정점에 선 대통령의 것으로 보기 힘든 언사와 인식이 아닐 수 없다. 노 대통령의 발상대로라면 야당의 흔들기와 언론의 호도, 국민들의 몰인식이 오늘의 국정 난맥을 불러왔다는 얘기가 된다. 집권세력은 피해자이고, 국민 대다수는 가해자 대열에 서는 셈이다. 그동안 여론을 외면한 독선적 행태와 미숙한 국정 운영에 대해서는 그 어떤 책임의식도 찾을 길이 없다. 우리 정치가 지역구도의 폐단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 정치의 모든 모순이 여기서 비롯된다는 주장은 책임 회피일 뿐이다. 집권세력의 진로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하는 것은 말릴 일이 아니다. 다만 뼈 아픈 자성이 전제되지 않는 한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 “탈당 도움안돼… 책임 다할것”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6일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제안 이후 국정 표류와 정계재편 문제에 대해 줄곧 발언의 강도를 높여 왔다. ‘이제 할 말을 하겠다. 더 이상 여의도 정치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라는 의중을 표현하기 위해서다.4일 청와대 브리핑에 띄운 노 대통령의 ‘우리 모두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라는 A4용지 5장 분량의 글은 잇단 발언의 ‘결정판’에 가깝다. 최근 거론된 임기 및 당적 문제에서부터 열린우리당의 진로, 국정운영의 난맥상 해법 등에 이르기까지 총망라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편지의 주요내용이다. ●“직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한나라당이 흔들지 않는 일이 없다. 지난해 사학법 개정 이후 1년여 동안 중요한 법안의 대부분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정상적인 국정수행이 어려웠다. 여야에서 모두 관리내각, 중립내각, 거국내각 등 여러 가지 제안이 무성하다. 그러나 합의가 없는 한 실행이 불가능한 제안들이다. 인사권마저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면 대통령의 직무수행은 참으로 어렵다. 가끔 여당도 야당과 같은 주장할 때 답답하다. ●국정표류, 여소야대 정치구도 역대 정부 후반기마다 대선을 앞둔 야당의 정치공세와 여당의 대통령과의 차별화로 국정이 어려웠다. 단지 대통령 개인의 능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정치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소야대, 그것도 지역구도하의 다당제와 결합된 여소야대라는 최악의 정치구도가 그 원인이다. 정책보다 지역간의 정치적 대립과 불신에 바탕한 지역구도는 대화와 타협을 불가능하게 한다. ●“차별화와 탈당, 해답될 수 없다” 지금 열린우리당이 처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책임을 통감한다. 대통령에게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 차별화와 정부·여당의 균열은 당의 지지도나 대통령 후보들의 지지도를 올리는 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참여정부는 역대 정부와 다른 조건이 많다. 권력형 비리는 없을 것이다. 또 당정분리 원칙을 세우고 당무에 개입하거나 여당을 통제하지 않았기에, 과거처럼 대통령에 대한 여당의 권력투쟁이 발생할 이유도 없다. ●“지역당은 안 된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고자 기득권을 포기하고 결단했던 열린우리당이 다시 지역구도에 기대려 한다면, 이는 역사와 국민과 당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당의 정체성은 더욱 중요하다. 당의 진로와 방향은 정책과 노선을 어떻게 변화·발전시킬 것인지를 중심으로 논의돼야 한다. 또 그동안 열린우리당이 보여준 지도력의 훼손과 조직윤리의 실종을 바로잡는 노력부터 선행돼야 한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노대통령 발언 전문

    국회에서 표결을 거부하고 표결을 방해하는 것은 명백히 헌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다. 부당한 횡포다. 어제 대통령이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을 철회했다. 현실적으로 상황이 굴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대통령이 굴복했다. 이제 대통령 인사권이 사사건건 시비가 걸리고 있어서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대통령이 갖고 있는 정치적 자산은 당적과 대통령직 2가지뿐이다.만일 당적을 포기해야 되는 상황까지 몰리면 임기 중에 당적을 포기하는 4번째 대통령이 될 것이다. 아주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급적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지만 그 길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임기 동안 직무를 원활히 수행하자면 이런저런 타협과 굴복이 필요하면 해야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다만 임기를 다 마치지 않은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 최선을 다해 보겠다. 여러분들도 상황에 너무 동요하지 말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 정기국회의 예산안과 법안 등이 걱정이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는 의안과 법안이 있을 수 있고, 개별적인 노력에 의해 극복해 갈 수 있는 그런 사안도 있을 것이다. 정치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법안들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이 역량을 총동원해 최선을 다해 정기국회의 좋은 마무리를 하도록 노력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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