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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은둔의 절집, 세계문화유산으로 - 공주 마곡사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은둔의 절집, 세계문화유산으로 - 공주 마곡사

    “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 봄은 마곡사, 가을에는 갑사가 아름답다는 옛말이 전해질 정도로, 충청남도 공주에 위치한 마곡사는 충청도 근역에서는 단연 최고의 풍광을 지니고 있는 사찰이다. 해발 417m의 태화산 깊숙이 들어앉은 마곡사는 물살 넉넉히 흐르는 마곡천을 대웅보전 바로 옆에 끼고 있는 가람배치가 무척이나 특이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한여름 녹음 우거진 사찰 옆 개울물소리는 풍경소리와 어우러져 참배객들의 없던 불심(?)도 끌어낼 만큼 매력적이다. 바로 이 마곡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에 의해 보존되어야 할 세계문화유산(Cultural Heritage)으로 지난 6월 30일에 등재되었다. 그동안 정부는 공주 마곡사와 더불어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를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유산 등재에 힘을 쏟아 왔었다. 이중 공주에 위치한 마곡사는 이번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다른 여섯 사찰들에 비하여 그동안 대중의 관심을 덜 받아온 사찰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마곡사가 자리 잡은 마곡천 일대는 <정감록>이나 <택리지>에도 몸을 보전할 땅 10군데, 즉 십승지지(十勝之地) 중 한 곳으로 선정될 정도의 심산유곡에 자리잡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은 물론 국군도 들어오지 못했다는 말도 내려올 정도이니 은둔의 사찰로서는 제 격인 셈이다. 마곡사는 이런 지리적 연유로 인하여 독특한 이력들을 지니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백범 김구 선생(1876-1949)과의 인연이다. 1896년 치하포 사건으로 인천감리서 옥사에 갇혔던 백범은 1898년 3월에 탈옥, 가까스로 도착한 곳이 이곳 마곡사였다. 하은당 스님의 상좌가 된 백범은 원종(圓宗)이라는 법명을 받아 승려로 1년여를 지냈는 데 당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거처가 백범당이라는 이름으로 대광보전 왼편에 소박하게 자리잡아 있다. 마곡사의 연원은 꽤 깊은 편이다. 640년, 중국에서 돌아온 자장율사가 선덕여왕으로부터 토지 200결을 받아 마곡사를 창건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1172년 보조국사 지눌스님이 다시금 대규모 불사를 벌여 중창하였는데, 세조가 친히 영산전 현판을 친필로 남기기도 하였다. 임진왜란 당시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되었다가 1651년 현재의 대웅전, 영산전, 대적광전 등을 중건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마곡사에는 보물 제801호로 지정된 대웅보전, 보물 제802호인 목조 건물 대광보전, 보물 제 799호로 높이 8.7m 오층석탑이 사찰 중앙에 모여 있어 사찰의 깊이를 더해 준다. 특히 오층석탑은 상륜부가 라마탑 형식의 청동도금제로 만들어진 한국 유일의 탑이기도 하다. 무더위가 가시지 않는 여름 한 낮, 마곡천 시원한 냇가 그늘 옆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마곡사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의 수준, 방문 추천! 2. 누구와 함께? - 가족, 친목회 3. 가는 방법은? - 충청남도 공주시 사곡면 마곡사로 966 - 공주버스터미널에서 마곡사까지 770번 버스 종점 하차. 40분 소요 4. 감탄하는 점은? - 마곡천과 어우러진 경내의 가람배치, 울창한 녹음.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세계문화유산 등재 후 관람객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 대웅보전, 대광보전, 마곡천, 백범당.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짬뽕 ‘동해원본점’, ‘명성불고기’, ‘황해도전통손만두국’, 어죽 ‘어가명가’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magoksa.or.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공산성, 국립공주박물관, 송산리 고분군, 갑사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역사로 인하여 유명 사찰이 지니는 분주함은 없는 편이다. 더운 여름, 마곡천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냇가 바람을.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김정은, 사흘째 강원도 공장 시찰…이번엔 리설주도 동행

    김정은, 사흘째 강원도 공장 시찰…이번엔 리설주도 동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흘째 강원도 일대 공장을 시찰하는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정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강원도 송도원종합식료공장과 원산영예군인(상이군인)가방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앞서 지난 24일 강원도 양묘장, 25일 인민군 제525호(식품)공장을 각각 시찰하며 주민 생활 향상을 강조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송도원종합식료공장을 둘러보고 “인민들 속에서 수요가 높고 좋은 평가를 받는 제품들을 꽝꽝 생산”하고 있다고 평가한 뒤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식료품과 의약품인 경우 품질과 위생안전성을 철저히 담보하기 위한 제품검사제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앞으로 공장에서 모든 생산공정을 보다 완벽하게 자동화, 무인화, 무균화하기 위한 현대화를 우리의 기술 역량과 우리의 자재, 설비에 의거해 진행함으로써 공장을 국산화, 주체화된 생산기지로 꾸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원산영예군인가방공장을 둘러본 김 위원장은 “도들마다에 수십만 개의 학생가방들을 생산할 수 있는 물질기술적 토대가 원만히 갖추어진 만큼 이제는 가방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며 “각 도 가방공장들에서 가방의 질적 수준이 꼭같게 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앙에서 가방천과 쟈크(지퍼), 테프(테이프), 합성가죽, 수지가공품을 비롯한 가방생산원료와 자재들을 계획화하여 책임적으로 보장함으로써 도들에 꾸려진 가방공장들에서 생산을 정상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시찰에는 한광상·조용원 노동당 간부들이 동행했으며, 박정남 강원도당 위원장이 현지에서 김 위원장을 영접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과 동행한 부인 리설주 여사를 기존의 ‘여사’ 대신 ‘동지’로 호칭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리설주 여사를 동지로 호칭해오던 북한 매체는 올 초부터 ‘여사’로 호칭하기 시작해 지난 1일 김정은 위원장의 신의주화장품공장 현지지도 동행 때도 ‘여사’로 호칭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미·중 무역분쟁에… 환율 1150원 찍나

    ‘분쟁’ 봉합 땐 1090원까지 하락 예상 美 경기 경착륙하면 다시 급등 가능성 중국이 24일 미국의 ‘환율 조작’ 압박에도 보란 듯이 위안화 가치를 또다시 절하(환율 인상)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지면서 원·달러 환율도 기존 궤도를 이탈했다. 시장의 관심은 지난달부터 위안화와 한 배를 탄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원화 가치가 얼마나 더 오르냐에 쏠린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환율을 전날보다 0.44% 오른 달러당 6.7891위안으로 고시했다. 역외 시장에서 환율은 6.83위안을 넘어섰다. 이날 원·달러 환율도 전날 대비 3.80원 오른 1135.20원에 마감했다. 이날 위안화 절하는 중국 정부의 인위적 개입이라기보다는 미국 달러화 강세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현진 NH선물 연구원은 “미국 경기에 대한 낙관이 이어져 엔화를 제외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올랐다”고 짚었다.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위안화는 물론 중국 경제와 밀접한 원화까지 출렁인다는 해석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줄면서 자본 유출을 차단해야 하는 중국 정부 역시 위안화 강세를 원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흐르는 셈이다. 결국 향후 환율의 방향성은 무역전쟁의 향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9~10월쯤 무역전쟁이 봉합돼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가 위안화에 연동돼 움직이는 모습도 사그라들 것으로 예상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위안화는 달러당 7위안을 넘길 수 있지만 미·중 모두 위안화 약세를 원하지 않아 내려올 것”이라면서 “원·달러 환율도 3분기에 달러당 1150원을 찍은 뒤 연말에는 1090원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이나 유럽 경제가 주춤하면 원·달러 환율이 추가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은 “무역전쟁에 대한 시장 경계감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전개 양상에 따라서 환율이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면서 “내년 말로 예상되는 미국의 경기 정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지거나 미국 경기가 경착륙한다면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월드피플+] 3대 걸쳐 41년째 무료 냉차 나누는 노인의 사연

    [월드피플+] 3대 걸쳐 41년째 무료 냉차 나누는 노인의 사연

    찜통 같은 무더위에 41년 동안 3대(代)에 걸쳐 무료로 냉차를 제공하는 노인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23일 중국 항저우 상청구(上城区)에서 무료 냉차를 나눠주는 구쭝건(顾忠根) 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매년 초복부터 말복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구 씨는 새벽 5시경 기상한다. 물을 끓여 10개의 보온물병을 가득 채운다. 여기에 찻잎, 진피, 청호(青蒿), 백국화, 은단, 한방약 등의 원료를 비율에 맞춰 배합해 식히면 바로 그 유명한 ‘항저우 냉차’가 탄생한다. 오전 10시가 되면 그의 냉차 가판대는 문을 열어 오후 3~4시경까지 운영된다. 하루 중 가장 무더운 시간이다. 손님들이 헛걸음하지 않도록 이 시간 동안에는 될 수 있는 대로 자리를 뜨지 않는다. 비록 돈벌이는 안 되지만, 그는 ‘생명수’를 파는 마음가짐으로 이 일에 임하고 있다. 거리의 청소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택배 직원, 일반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냉차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곤 한다. 이 유명한 ‘항저우 냉차’는 그의 외할머니 때부터 시작되었다. 외할머니는 식음료점을 운영하던 중 삼복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무료로 냉차를 제공했다. 이어서 그의 모친 역시 집 앞에서 훈툰(馄饨)을 팔며 행인들에게 냉차를 제공했다. 15년 전 그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면서 “나를 대신해 이 일을 계속하라”고 당부했고, 구 씨는 어머니의 유언을 따랐다. 이렇게 3대에 걸쳐 매년 가장 더운 시기가 오면 ‘무료 냉차’ 봉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미술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그의 사연에 감동해 냉차 가판대를 새롭게 장식해 주었다. ‘가장 아름다운 냉차’라는 글자를 새긴 가판대는 인터넷에서 유명세를 탔고, 그의 뜻깊은 봉사에 동참하겠다는 젊은이들도 서서히 늘고 있다. 올해 여든 살의 나이인 구 씨는 허리 펴기조차 힘겹지만 “내 힘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에서 온 한 유학생 봉사자는 “그의 사연에 감동했고, 이 같은 즐거움을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또 다른 봉사자는 “이 일은 우리가 반드시 이어갈 것”이라면서 “우리가 나이 들면 다음 세대가 이어갈 것이기 때문에 이 냉차 가판대는 영원히 이곳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인민일보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곽병찬의 역사 앞에서 묻다] 1945년 ‘소련 신탁통치 주장’ 가짜뉴스에 통일정부 수립 물거품

    [곽병찬의 역사 앞에서 묻다] 1945년 ‘소련 신탁통치 주장’ 가짜뉴스에 통일정부 수립 물거품

    “나는 지금 우리나라의 파쇼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인데 성명 석 자가 반파쇼의 위원장이 되고, 나는 총동원 조직을 마음에 합당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인데 성명 석 자가 위원회의 상무가 되어 있다. 이만 정도는 참을 수 있지만….”대하소설 ‘임꺽정’의 저자 벽초 홍명희는 1946년 1월 5일자 서울신문에 개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모스크바 3상회의가 결의한 신탁통치 문제를 놓고 극우와 극좌 진영이 벌인 헤게모니 싸움에서 양쪽이 그의 이름을 멋대로 도용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하소연이었다. 홍명희는 당시 서울신문 고문이었다. 당시 한민당과 이승만이 주도하던 극우 진영은 김구의 임시정부를 앞세워 ‘반탁’ 대중운동에 총력전을 펴고 있었다. 임시정부는 1945년 12월 28일 신탁통치반대국민총동원위원회(이하 총동원)를 결성해 대중운동으로 미군정 권력을 이양받으려 했다. 공산당, 인민당 등 좌익도 30일 반파쇼공동투쟁위원회(이하 반파쇼)를 결성해 ‘반탁’의 주도권 다툼에 뛰어들었다. 양쪽에 일제 병탄기 항일 민족통일전선을 추구한 신간회를 주도했던 홍명희는 명분 확보와 외연 확장에 꼭 필요한 인물이었다. 해가 바뀌면서 반파쇼 측은 돌연 반탁의 기치를 ‘모스크바 3국 외상회의 결정 지지’(찬탁)로 바꿨다. 반파쇼는 1월 3일 개최한 ‘민족통일자주독립촉성시민대회’를 애초 공지한 것과 달리 외상회의 결정 지지 행사로 진행했다. 본의 아니게 ‘반탁’과 ‘찬탁’에 양다리를 걸치게 된 홍명희로서는 묵과할 수 없었다. 그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탁통치는 빵을 달라고 하는데 돌을 던지는 것과 같다”고 밝힌 바 있었다. 좌익의 시민대회 이후 국론은 돌이킬 수 없는 분열의 길로 들어섰다. 정국 주도권은 극좌와 극우의 손으로 넘어갔다. 해방 후 가장 강력했던 여운형, 김규식 등 중도 혹은 좌우합작 추진 세력은 민주통일전선 기치를 꺼내기조차 힘들었다. 이들은 우선 통일된 임시정부를 세운 뒤 신탁통치를 거부해도 늦지 않다고 설득했지만, 흥분한 대중들에게 먹혀들 리 만무였다. 한민당의 공식 입장과 달리 ‘반탁 운동’에 회의적이었던 수석총무 송진우가 12월 30일 암살당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국론 분열에 이어 분단, 나아가 골육상잔의 길로 내몬 찬탁·반탁의 충돌은 어이없게도 한 토막 ‘가짜뉴스’에서 비롯됐다. 1945년 12월 27일 석간신문들은 합동통신을 받아 미국 번스 국무장관이 정부로부터 받았다는 훈령 한 토막을 보도했다. “번스가 (3국 외상회담) 출발 당시 소련의 신탁통치안에 반대하여 즉시 독립을 주장하도록 훈령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동아일보는 이것을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 미국은 즉시 독립 주장, 소련의 구실은 38선 분할점령”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소련이 한반도 38도선 이북을 집어삼키기 위해 신탁통치를 주장한다는 것이었다. 조선일보는 “조선의 자주독립은 어디로, 독립·신탁론 대립” “미국은 즉시 독립을 주장”, 서울신문은 “아(조선) 독립 문제 표면화” “미, 즉시 실현 주장”이라는 제목 아래 훈령 내용이라고 전해진 것만 간단히 보도했다. 출처도 애매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이 기사는 미군 태평양사령부가 발행하는 태평양판 성조지에 보도된 것을 합동통신이 전재한 것으로 취재원도 없었다. 훈령 내용 역시 그동안 미 국무부가 밝힌 입장과 전혀 달랐다. 소련이 신탁통치를 주장한다는 내용도 알려진 것과 정반대였다. 그러나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28일자에서 1면 전부를 ‘탁치’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채웠다. 29일 미 군정청에서 외상회의 결정문을 발표했다. ‘한국에 민주주의 임시정부를 수립하며, 최장 5년간 신탁통치를 하되 미국과 소련 대표로 구성되는 공동회의가 임시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확정한다’는 것이었다. 동아일보는 신탁통치만 앞세워 간단히 처리했고, 나머지 지면은 ‘반탁 운동’으로 채웠다. “한국은 신탁통치를 받게 되겠지만 임시정부가 수립되고 그 기간은 최장 5년”이라고 보도한 서울신문과 대조를 이뤘다. 신탁통치를 한사코 밀어붙인 것은 미국이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1942년 전후 식민지 신탁통치 구상을 처음 밝힌 이래 1943년 영국의 앤서니 이든 총리와의 워싱턴 회담에 이어 11월 스탈린과의 테헤란 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신탁통치안을 공식화했다. 1945년 2월 얄타회담에선 ‘신탁통치 20년’ 안을 제시했다. 루스벨트에 이은 트루먼 행정부도 마찬가지였다. 10월 20일 존 카트 빈센트 미 국무부 극동국장은 외교정책협의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조선은 자치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미국은 따라서 우선 신탁관리제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조선에서 반탁 운동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빈센트는 1월 16일 “조선 임시정부가 통일적인 통치와 치안의 능력을 보여 줄 때에는 탁치를 실현하지 않겠다는 것이 미국뿐만 아니라 연합 3국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그날 동아일보는 소련이 조선을 속국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소련이 한국에서 ‘신탁통치의 원흉’으로 악마화되자 스탈린은 1월 23일 윌리엄 해리먼 주소련 미국대사를 불러 ‘회담 과정을 공개하겠다’고 통보했다. 24일 관영 타스통신은 회담 과정을 소상히 보도했다. 그러자 동아일보는 다짜고짜 “근거 없는 타스통신 보도”라고 비난했다(1월 26일자). 27일 미 국무부는 “타스통신 보도가 맞다”고 확인했다. 가짜뉴스임이 드러났지만,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난 뒤였다. 한민당을 중심으로 한 친일파들은 즉각 독립을 추구하는 민족세력의 일원이 됐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친일 매판의 과거를 세탁하고 ‘민족지’로 분식했다. 통일정부 수립이라는 민족적 염원은 분단 정부 건설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이승만과 한민당의 꿈은 성큼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대성공은 이후 가짜뉴스의 거대한 뿌리가 됐다. 그 대상이 소련과 좌익에서 북한과 민주세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북한 관련 뉴스는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학 교수의 말마따나 “백지수표”처럼 이용됐다. 아무렇게나 쓰고 말해도 되는 대상이었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때 조선일보 25일자 사설엔 이런 대목이 있다. “(남파 간첩들이) 민심을 흉흉케 함으로써 사태를 격화시켰으리라는 것도 십분 짐작이 가기도 한다….” 남파간첩 배후설이다. 1986년 11월 16일자엔 ‘세계적 특종’이라며 1면 톱으로 김일성 주석 암살 의혹을 보도했다. 김 주석은 다음날 조선중앙TV에 나타났다. 이후 성혜림 망명설, 김정일 국방위원장 정신병설, 평양 계엄령 선포설, 조명록 전 군총정치국장 쿠데타설 등 ‘아니면 말고’ 식의 가짜 기사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2010년 천안함 사건 때는 북한의 인간어뢰설을 제기해 세계적인 비웃음을 사더니, 2012년엔 김정남이 일본 도쿄신문 고미 요지 편집위원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통해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필요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는 기사를 창작했다. 2018년 1월 북한 공연단을 이끌고 남쪽을 방문한 현송월은 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3년 ‘음란물 제작 취급 혐의로 공개 총살’당한 인물이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할 때 방문 취재기자들에게 1인당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가짜뉴스에 청와대 대변인이 발끈했지만, 이런 전례를 생각하면 특별한 ‘가짜’도 아니었다. ‘해방일기’의 저자 김기협 교수의 1945년 12월 27일 ‘일기’ 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동아일보가 아직 살아 있는 신문이라면 해마다 12월 27일에는 1945년 12월 27일 내보낸 이 기사에 대한 사과문과 반성문을 실어야 한다. 언론이 사회에 해악을 끼친 사례로 이 기사는 한국 언론사에서 가장 극악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가짜뉴스의 거대한 뿌리는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한다. 가짜뉴스를 잘 활용해 최고의 영향력을 구가하는 매체가 달라졌을 뿐이다. 혹자는 법적 처벌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북한 관련 오보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오로지 눈 밝은 시민들의 양심과 판단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이다. 논설고문
  • 역사 교과서 ‘민주주의·자유민주’ 함께 쓴다… ‘유일 합법정부’는 빠져

    역사 교과서 ‘민주주의·자유민주’ 함께 쓴다… ‘유일 합법정부’는 빠져

    교육부 “역사 인식차 고려 절충했다” 보수 “기존보다 후퇴” 진보도 “문제” 새 집필기준 등 개정안 이달 말 확정중·고교에서는 오는 2020년, 초교에서는 내년 3월부터 배울 새 역사 교과서에서 ‘민주주의’와 ‘자유민주’라는 표현이 함께 쓰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자유민주’라는 표현 대신 ‘민주주의’를 쓰게 하려던 구상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반면, 대한민국 정부를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고 한 표현은 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빠졌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새 역사교과서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개정안을 이달 말 확정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집필기준은 서로 다른 여러 출판사가 검정교과서를 만들 때 최소한 공통적으로 언급해야 할 내용의 서술 방향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이다. 앞서 교육부는 교육과정평가원 연구진이 만든 교육과정 및 집필 기준안을 바탕으로 시안을 만들어 지난달 22일 행정예고했다. 시안에는 기존 역사교과서에서 혼용했던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민주주의’로 바꾸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민주주의에는 자유·평등·인권 등 다양한 구성요소가 담겼는데 자유민주주의로 표현하면 뜻이 좁아진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교육부 안이 공개된 뒤 보수 사학·법학계 등에서는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와 구별하는 의미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써야 한다”는 등의 반발이 일었다. 교육부는 최종안에서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중·고교 역사 교과서와 초등 사회과 교과서에서 모두 쓸 수 있게 했다. 예컨대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서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다룰 때 저자들에 “6월 항쟁 이후 정치·제도적 변화를 통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정착하고, 자유·평등·인권·복지 등 다양한 가치를 포괄하는 민주주의가 발전했음을 이해하게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행정예고 기간 용어에 대한 반대의견이 458건 접수됐는데 대부분 ‘민주주의’를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그대로 강행한다면 진보와 보수 진영 간 교과서 갈등이 다시 불붙어 혼란이 커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새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는 또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내용이 제외됐다. 앞서 교육부는 “국가기록원 자료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유엔 선거 감시가 가능한 지역에서 수립된 유일한 합법정부”라며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옛 집필기준은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었다. 또, 국정교과서 추진 당시 논란이 됐던 1948년의 의미는 ‘대한민국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정했다. 임시정부의 정통성과 독립운동 역사를 존중한다는 취지다. 교육부는 보혁의 역사 인식 차를 고려해 ‘절충’했다는 입장이지만 양 진영 모두 만족시키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보수성향인 박인현 대구교대 교수(사회교육과)는 “새 집필기준에 대한 사회 저항이 거세니 교육부가 회피한 것 같다”면서 “대한민국을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로 표현하지 않기로 하는 등 기존 교과서 내용보다 후퇴했다”고 말했다. 진보 사학계에서는 “학계 의견을 수렴해 시안이 마련된 건데 교육부가 마음대로 바꾸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쿠바의 봄’… 42년 만에 사유재산·동성결혼 허용

    ‘쿠바의 봄’… 42년 만에 사유재산·동성결혼 허용

    ‘공산주의 사회 건설’ 구절 삭제 평의회 의장 5년 중임 임기 제한 총리직도 신설… 독점 권력 분산 시장경제·민주적 요소 일부 수용사회주의 일당 독재국가인 쿠바가 사유재산과 동성 결혼을 허용하고 최고 지도자의 장기 집권을 금지하는 새로운 헌법 개정안을 42년 만에 확정했다. 지난 4월 새 국가평의회 의장(대통령)으로 미겔 디아스카넬(58)이 선출되며 59년 만에 ‘포스트 카스트로’ 시대를 연 쿠바의 첫 변화를 향한 조치다. ●하반기 국민투표 거쳐 최종 발효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쿠바 국회인 인민주권민족회의(이하 인민회의)는 사회주의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1976년 제정했던 낡은 소련식 헌법을 개정했다. 이 개헌안은 하반기 국민투표를 통해 최종 발효된다. 개헌안의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자본주의의 잔재로 여겼던 사유재산 보유를 허용하고, 헌법 조문에 있던 ‘공산주의 사회 건설’ 문구를 삭제했다. 대신 해외 투자 유치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내용을 새로 넣었다.그동안 민간 주도 경제를 점차 확대해 온 쿠바 정부가 본격적인 개혁 개방을 모색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존 헌법에서는 오로지 국가, 협동조합, 농민의 재산권만 인정됐다. 쿠바의 우방인 북한도 2009년 개정 헌법에서 ‘공산주의’라는 용어를 삭제했다. 쿠바의 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2016년 사망)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87) 전 국가평의회 의장(현 공산당 제1서기)은 경제난 타개를 위해 2010년부터 식당, 미용실 등 제한된 업종에서 자영업을 허가하는 시장 개혁 조치를 실시했다. 이후 쿠바의 시장경제는 상당한 규모로 커져 현재 전체 노동자의 13%가량이 비공공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쿠바는 2011년에는 자동차·주택 매매를 허용했고 2013년에는 해외 여행도 자유화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 국교를 정상화하고 경제제재를 완화한 것도 쿠바 정부의 경제 개혁과 무관하지 않다. 테드 헨킨 뉴욕시립대학 교수는 “쿠바가 그동안 진행해 온 개혁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이제 헌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여태까지의 개혁 조치가 위헌이 돼 버리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각료 34명 임명… 25명은 유임 인민회의는 총리직도 신설해 국가원수인 국가평의회 의장이 독점한 권력을 분산했다. 이에 따라 국가평의회 의장은 기존 내각에 대한 통솔 권한을 총리에게 이임하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연임 제한 규정이 없어 카스트로 형제가 장기 집권했던 국가평의회 의장직도 임기를 5년 중임(최장 10년)으로 선을 그었다. 이 밖에 60세 이하 인물만 평의회 의장으로 취임(첫 임기)할 수 있도록 해 지도자의 세대 교체까지 보장했다. 다만 공산당이 쿠바를 지도하는 유일 정당으로 규정한 내용은 헌법에서 그대로 유지됐다. 획기적인 건 결혼을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규정한 기존 헌법 조항을 두 개인 간 결합으로 대체한다고 해 사실상 동성 결혼까지 용인했다는 점이다. 한편 인민회의는 21일 개헌안 통과와 함께 각료 34명을 공식 임명했다. 이 가운데 신임 각료는 9명이며 나머지는 카스트로 전 의장 시절의 각료들이 유임됐다. 이는 여전히 당을 장악하고 있는 ‘막후 실력자’ 카스트로 전 의장의 영향력이 건재함을 의미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남북경협 넘어 신동북아 경제지도] “한·중·러 철도 연결 땐 압록강·두만강 동북아 경제중심지 될 것”

    [남북경협 넘어 신동북아 경제지도] “한·중·러 철도 연결 땐 압록강·두만강 동북아 경제중심지 될 것”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와 경제협력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서울신문은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4회에 걸쳐 남북경협의 시야를 압록강과 두만강, 중국 동북 3성 그리고 러시아 연해주, 몽골, 일본까지도 아우르는 ‘동북아 경제지도’로 넓힐 것을 제안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5회에선 한·중·일·러 4개국 학자들과 함께 동북아 경제지도를 모색하는 지상대담을 싣는다. 이들은 총론에는 동의하면서도 각자 처한 위치에 따라 사뭇 다른 진단을 내놓았다. →동북아 경제지도에서 압록강·두만강 하구가 주목받고 있는데.-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임 위원) 남북협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압록강·두만강 하구의 중요성이 눈에 들어온다. 현재 북·중 경협의 70%가량이 신의주·단둥에서 이뤄진다. 두만강 하구는 아직까진 취약하다. 정치 바람에 취약하고 북·중·러 협력틀도 취약하다. 단둥은 열려 있는 공간인 반면 연변은 변경이다. 단둥은 돈이 많이 굴러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관광도 꽤 활발하다. 연변은 백두산에 가기 위해 잠깐 들르는 정도다. 연변을 중심으로 한 경제협력에서 관건은 현지 조선족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이다. 조선족과 동반자 관계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조선족을 미래 협력 파트너로 생각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아르촘 루킨 러시아 극동연방대 국제관계학 교수(루킨 교수) 러시아와 북한 모두 두만강 하구 프로젝트에 한국이 투자하길 바란다. 나진·하산 철도연결 사업을 재개한다면 매우 긍정적일 것이다. 대북 제재와도 무관하다. 농업과 수산업에서 한국의 기술과 자본, 러시아의 토지와 자원,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하는 것은 투자가치가 크다.-왕이웨이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왕 교수) 북한은 40년 전 중국처럼 굉장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제재가 풀리면 압록강·두만강에서 경제협력이 급성장할 것이다. 북한 투자에 관심 있는 중국 기업이 많다. 물론 한국과 일본, 러시아도 나서야 한다. 가장 급한 건 서울에서 중국 단둥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직행할 수 있는 철도망이다. 그럼 압록강 하구와 두만강 하구는 동북아 경제지도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중국 국익에도 부합한다. 중국으로선 동북 3성 개발이 국가적 과제다.-미야모토 사토루 일본 세이가쿠인대 특임교수(미야모토 교수) 압록강·두만강 개발을 처음 시작한 건 일본이었다. 압록강철교, 수풍댐을 만들었고 조선총독부 직속 독립행정기관인 나진청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북한 자원을 이용해 동북 3성의 중화학공업을 발전시켰다. 냉전 이후 압록강·두만강은 낙후지역이 돼 버렸다. 가치는 높지만 걸림돌이 많다. 북한에 투자해 성공한 중국 기업이 없다. 북한 투자는 불확실성이 크다. 러시아는 중국을 경계하고 중국은 조선족 문제로 한국을 경계한다. 두만강과 달리 압록강 하구는 좀 쉽다. 북·중 교역이 활발해질 수 있는 조건이다. →동북아 경제지도를 바라보는 각국 입장은 무엇인가. -루킨 교수 대규모 프로젝트에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 한국은 지금까진 말로만 투자했다. 한국 기업들은 연해주에 투자하는 데 위험 부담이 크다고 느낀다. 무엇보다 미국 눈치를 본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다양한 한러 경제협력 사안이 미국 제재 조치에 막혀 있다. 러시아로선 금융, 첨단 기술,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하고 싶다. -왕 교수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는 남북경제협력과도 접점이 있다. 한반도와 중국 동북 3성, 러시아가 직접 만나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이를 통해 낙후됐던 동북 3성이 큰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동북아경제지도는 5개국 모두에게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한국과 중국이 가장 많은 공동 사업을 할 것이다. 일본은 조금 다를 것이다. 일본 정부는 여전히 신중하고 북한은 일본에 호의적이지 않다. -미야모토 교수 일본은 북한과 무역을 했던 경험이 있다. 북한이 일본에 갚지 않은 채무 가운데 경제산업성에서 관리하는 게 4000억엔(약 4조원)가량이다. 북한에 차관으로 준 쌀 30만t도 있다. 일본 기업으로선 금전관계가 분명하지 않아 투자하기를 꺼린다. 국교 정상화하면 경제협력한다는 말은 나오지만 그전에 북한이 빚을 갚아야 한다. 북한은 신용이 없으니까 아무도 투자 안한다.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임 위원 박근혜 정부가 주장했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북핵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게 결정적 약점이었다. 더구나 북한을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꿔야 하고 바꿀 수 있으며, 그게 안 되면 물리적 수단도 불사하겠다는 접근법이었다. 북한 입장에선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이었다. 오히려 지금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주목할 수 있는 국면이다. 문재인 정부는 절실함에서 시작한 정권이다. 그래서 대북정책의 성과가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전쟁만은 안 된다는 데서 출발했으니까 같이 잘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거다. 문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을 거치면서 북한의 변화상을 우리가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퍼주기 논란, 불신, 붕괴론 등이 여전히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다. 비핵화 이후를 고민할 준비가 우리 스스로 제대로 돼 있는지 의문이다. -루킨 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보다 독립적 국가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 러시아는 동북아 국가들이 국제무대에서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본다. 러시아 입장에서 그런 시스템이 가장 안정적이다. 그런 맥락에서 러시아는 한반도 통일을 가장 순수하게 지지하고 바라는 유일한 국가다. 미·일·중은 남과 북이 따로 있는 게 좋다. 통일 코리아는 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다. 통일 코리아가 자리잡으면 일본과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 이익이다. -미야모토 교수 한국에선 대체로 보수 정권과 진보 정권으로 구분하는데 그걸로는 실상을 다 파악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핵실험과 미·일의 비판에 직면해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보수 정권은 다 잘못했고 진보정권은 다 잘했다는 건 사실과 맞지 않다. →한국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임 위원 북한을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의 동반자로 세우는 것이 관건이다. 북한은 자기들 방식으로 개방할 것이다. 그때쯤이면 핵심은 중국에서 다 가져갈 수도 있다. 중국은 10년 넘게 준비했다. 우리는 10년을 허송세월했다. 지금부터라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왕 교수 지도에서 한반도를 보면 고대 로마와 닮았다.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남북한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가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를 맞을 수 있다. 밥을 한꺼번에 다 먹을 순 없다는 중국 속담처럼, 아직 불확실성과 위험 부담이 많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상만 앞세울 순 없다. 일부 한국인들은 국제관계를 감정으로 접근한다. 국제관계에서는 어떤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중립적인 마음으로 길게 보고 통일과 동북아경제지도를 생각하길 권한다. -미야모토 교수 북핵문제가 다 해결된 게 아니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이란이 미국 등과 핵 합의를 한 뒤 일본은 이란과 관계정상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핵 합의를 파기했다. 국제관계는 언제라도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한다. 서울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도쿄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블라디보스토크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베이징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美,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신흥국들 바짝 긴장

    美,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신흥국들 바짝 긴장

    트럼프 “中·EU 통화가치 조작” 경고 므누신 “위안화 약세 면밀히 관찰 중” 원화 가치 위안화 등락에 동조 현상 10월 발표 환율보고서 벌써부터 촉각 실물경제 충격 금융 분야로 확산 우려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실물경제를 넘어 금융시장까지 충격파가 미칠 수 있는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중국 인민은행이 23일 오전 고시한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7593위안으로 전 거래일보다 0.12%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이 통화가치를 조작하고 이자율을 낮추고 있다”고 한 이후 위안화 약세가 주춤하는 형국이다. 앞서 위안화는 지난 2월 7일 달러당 6.2653위안에서 지난 20일에는 6.7697위안으로 8.0% 하락했다. 달러화 강세는 미국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로 해석된다. 중국 역시 무역전쟁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자국 기업의 수출에 도움이 되는 환율 인상을 눈감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쌍둥이’(재정+무역) 적자가 확대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강(强) 달러는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환율전쟁은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지난 20일 “위안화 약세가 환율 조작 신호인지 여부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면서 오는 10월 발표하는 환율보고서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 4월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은 우리나라와 같은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미·중 갈등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원화 가치도 위안화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 2일 달러당 1054.50원에서 지난 20일 1133.70원으로 7.5% 상승했다. 위안화 약세가 주춤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2.30원(0.2%) 떨어진 1131.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의 위안화 약세가 아시아 통화의 흐름을 바꿔 놓을 ‘게임 체인저’”라면서 “투자자들에게는 금융시장 전반과 경제가 압박을 받을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의 약(弱) 달러 정책은 자국 기업의 실적을 높여 무역적자를 줄이고 반대로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올려 외국인 자금 유출을 억제할 수 있는 만큼 환율 문제가 무역전쟁을 해결하는 실마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용접공 노씨’서 진보정치의 별로… “삼성 떡값” “50년 판 갈아야” 권력 겨눠

    ‘용접공 노씨’서 진보정치의 별로… “삼성 떡값” “50년 판 갈아야” 권력 겨눠

    2004년 민노당 비례대표로 여의도 입성 떡값 검사 밝힌 ‘X파일’로 의원직 잃기도 연동 비례대표·특활비 폐지 등 개혁 앞장 “정의당 아껴달라” 남기고 30년 정치 마감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소탈하고 서민적인 행보, 재치 있고 날카로운 화법으로 한국 진보정치의 대중성을 확장한 진보정당의 거두였다. 노동자와 서민의 입장을 대변하고 정치 기득권 타파에 앞장서며 거대 양당 틈에서 진보정당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1956년 부산에서 태어난 노 의원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하던 1982년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인천에서 ‘용접공 노씨’란 별칭으로 일하며 노동운동에 투신한 그는 1987년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을 결성했다. 이 일로 노 의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아 1989년부터 2년 6개월간 복역하기도 했다. 제도권 정당 정치를 시작한 건 1997년 민주노동당의 전신인 국민승리21의 기획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다. 민노당 창당 후에는 2000년 부대표, 2002년 사무총장을 거쳐 2004년 민노당 비례대표 8번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그는 2004년 17대 총선 방송 토론회 때 “50년 동안 한 판에서 계속 삼겹살을 구워 먹어 판이 새까맣게 됐으니 삼겹살 판을 갈아야 한다”는 발언으로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이른바 ‘판갈이론’을 펼친 뒤 노 의원은 진보진영의 ‘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시련도 적지 않았다. 2012년 서울 노원병에서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지 9개월 만에 ‘삼성 안기부 X파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당시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 형을 받았다. 노 의원은 2014년 7·30 서울 동작을 재보궐 선거에서 재기를 노렸다. 선거 막판 기동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해 야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나경원 당시 새누리당 의원과 정면 승부를 펼쳤으나 낙선했다. 20대 총선 때는 경남 창원성산으로 지역구를 옮겨 진보 정치인 중 드물게 3선 고지에 올랐다. 노 의원은 의정 활동 내내 개혁적 입법에 공을 들였다.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를 극복하자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줄곧 주장했다. 국회의원들의 ‘눈먼 쌈짓돈’으로 불리는 특수활동비 관행을 바로잡는 데에도 주력했다. 노 의원은 지난 6월 교섭단체 원내대표로서 3개월 동안 받은 특활비를 반납했다. 하지만 지난달 ‘드루킹 특검´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불거졌다. 2016년 3월 경공모가 노 의원에게 5000만원을 전달한 정황이 담긴 회계 장부 등이 확인됐다. 30여년간 한국 진보정치를 이끈 노 의원은 23일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건물주 배만 불려주던 의사는 왜 중국에 진출했나

    건물주 배만 불려주던 의사는 왜 중국에 진출했나

    “한국 의료계는 경쟁이 너무 심해 개업한 의사는 건물주 배만 불려주는 상황이고, 중국은 의사들이 수련 과정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경우가 많아 전문적이지 않습니다.”  유정원(56) 중평제이케이 원장은 22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부문 협상이 타결되면 중국 진출 시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가 의료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의료관광도 지난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시들해지는 추세에서 경쟁력 있는 한국 의사의 중국 진출은 한국 의료산업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의료 부문은 완전히 개방되어 있지는 않지만 베이징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한국 의사의 면허를 인정해주고, 합작회사를 건립해 한국 의료법인이 중국에 진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 2일에는 2021년 개관을 목표로 세브란스 병원 착공식이 칭다오에서 열렸고, 허난성 성도인 정저우에서 중평제이케이도 이날 중국 당국의 면허 발급과 함께 진료를 시작했다. 그동안 성형외과, 피부과와 같은 한국 의료기관의 중국 진출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성공사례는 없다. 중국 현지사정을 잘 모르는데다 중국 공동 사업자의 신뢰도가 낮아 실패하는 예도 많았다. 중평제이케이는 지난 1년여간 1만여명의 중국인에게 평균 1111위안(18만원)의 비용으로 최신 기기를 이용한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한국 의료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유 원장은 의약분업에 반발한 의사들의 초유의 파업사태가 있었던 직후인 2001년 제자들의 개업으로 더는 대학병원에 남을 수 없어 서울 압구정동에 개원을 감행했다. 하지만 매년 오르는 임대료에 건물주만 이득을 보는 상황에서 도전정신을 갖고 2015년 중국 시장 진출을 결심했다. 그는 구순구개열(언청이) 수술의 대가인 미국 의사 사뮤엘 누도프가 제자들을 길러낸 대만 장경기념병원에서 수련했다. 성형수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대만 병원에서의 연수는 류 원장의 중국 진출의 발판이 됐다.  유 원장은 “중국은 한국과 심미관이 달라 중화권 대표 여배우 판빙빙과 같은 인공적인 미를 선호하며 중국 환자들은 의사를 존중하기보다 자기 주관이 강한 편”이라며 “사회주의 중국의 의료제도는 모든 인민에게 병을 고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로 공무원의 입김이 세다”고 중국의 의료제도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암 완치율이 66%로 미국의 65%보다 높은 한국의 의료수준은 중국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정저우의 인구는 1000만명으로 서울과 비슷하지만 강남구에만 400여개의 성형외과가 있는 한국에 비해 경쟁은 덜한 편이다. 중국도 최근 권위있는 학술지에 발표하는 의학 논문 숫자가 미국 다음으로 많을 정도로 의료기술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중국인의 신뢰를 못 받고 있다. 유 원장은 “중국을 이해하지 않고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가는 큰코 다치기 십상”이라며 본인의 실패 사례도 털어놓았다. 상하이에서 3년 계약으로 근무했다가 1년 만에 이사짐 120상자를 들고 귀국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평제이케이가 건강검진으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한국의 의료기술을 안정적으로 선보인다면 해외진출의 새 역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대만 말려죽이려는 중국… 美·中 사이에 뛰어들어 활로 찾는 대만

    대만 말려죽이려는 중국… 美·中 사이에 뛰어들어 활로 찾는 대만

    “중국은 ‘당근과 채찍’ 전략을 구사하면서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를 깨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군사·외교적 수단으로 대만을 흡수통일하려고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에 굴하지 않을 것입니다.” (천밍퉁(陳明通) 대만대륙위원회 주임) “우리(미국)는 대만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요한 파트너로서 공헌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대만 해협은 국제 수역이며 미국 항공모함은 대만해협을 통과할 권리가 있습니다.” (랜달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해리티지 재단이 워싱턴 DC에서 주최한 ‘양안(兩岸) 관계 세미나’에서 천민퉁 대만대륙위원회 주임이 대만을 강하게 압박하는 중국을 규탄하자, 랜달 슈라이버 미 국방부 차관보가 대만을 지키기 위해 자국 항모를 중국의 앞바다인 대만해협에 전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이날 오전부터 오는 23일까지 동중국해에서 대만을 위협한 대대적인 포격 훈련에 돌입했다.슈라이버 차관보는 이에 대해 대만 수호 의지를 과시하는 한편 중국 포위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만을 끌여들이겠다는 의중도 내비쳤다. 중국이 장차 통일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대만을 사실상 미국의 동맹으로 편입시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中 대만 고사 작전 가속…미국에 적극 밀착함으로써 살길 찾는 대만 대만 독립을 주장해온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정부가 2016년 5월 집권한 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하면서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부는 무력 사용을 불사하겠다고 경고하며 국제 무대에서 대만을 고사(枯死)시키기 위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차이 총통은 활로를 찾기 위해 어느때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밀착하고 있으며, 중국과 무역 및 남중국해 패권을 놓고 다투는 미국은 ‘대만 카드’를 사용할 뜻을 노골화하고 있다. 이는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양자 대결에 약소국인 대만이 본격적 행위자로 뛰어들게 됐음을 의미한다. 중국은 군사적으로 2016년 4차례, 지난해에는 19차례 대만을 향한 무력시위를 벌였다. 올해 들어선 지금까지 11차례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이 총통은 대만에 우호적인 트럼프 행정부에 더욱 밀착하는 친미 행보로 대응했다. 대만 정부 일각에서는 대만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가운데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암초 ‘이투 아바’(타이핑다오)의 일부를 미국에 임대해 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군사적 측면에서 대만은 핵보유국인 중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올해 중국 국방비는 1조 1100억 위안(189조원) 수준으로 미국(778조원)에 이어 세계 2위로 평가된다. 올해 대만 국방예산은 3278억 대만 달러(약 12조원) 수준이다. 실제 대만은 미국의 군사력 분석기관인 글로벌 파이어파워(GFP)가 평가한 군사력 순위에서도 2016년 19위에서 5계단이 하락한 24위에 머물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변국들이 급속도로 군비와 군사력을 확충하는 상황에서 대만 군사력만이 퇴보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군사적으로 대만의 대미 의존도는 견고해지고 있다. 중국은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차이 총통 취임 이후 대만과 외교 관계를 맺은 국가들을 대상으로 경제적 보상을 동원하며 단교 압박을 가해 국제적 고립에 대한 대만의 위기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2년 사이 아프리카 서부의 소국인 상투메 프린시페를 시작으로 파나마, 도미니카 공화국, 부르키나파소가 대만과 외교 관계를 끊고 중국과 손을 잡아 대만과 수교한 국가는 바티칸을 포함한 18개국밖에 남지 않았다. 중국으로의 우수 인력 유출도 대만으로서는 큰 고민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양안 경제문화교류 확대 정책’을 발표하면서 중국내 대만 기업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회계사 등 전문직종 자격증 시험을 대만인에게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만 우수 인력을 중국으로 대거 흡수하고 대만 유력 기업을 중국 본토에 유치해 대만 경제를 공동화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대만 구직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18~24세 청년층 69%가 중국 본토 취업을 희망한다고 답변했다. 대만 입장에서는 외교·경제적 위기가 심화되면서 유일한 활로를 트럼프 행정부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대만 카드’ 노골적 사용하겠다는 트럼프 트럼프 행정부도 중국에 대해 대만 카드를 활용할 뜻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미국과 대만 공직자들의 상호 방문을 공식화한 ‘대만 여행법’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미 행정부 고위 관리가 합법적으로 대만을 방문할 수 있으며 대만 정부의 고위 관리들을 공식적으로 미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사실상 그동안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자제해온 미국과 대만 정부 간의 공식 회담도 가능하도록 한 조치다. 대만을 완전히 중국 영토로 만들겠다는 중국 공산당의 계획과도 배치된다. 미국 상원이 지난달 18일 통과시킨 ‘2019 국방수권법’(NDAA)에는 미군이 대만군의 정례 군사훈련인 한광(漢光) 훈련 등에 참가하고 대만도 미군의 군사훈련에 참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차이 총통은 다음달에는 미국 공항을 경유해 남미의 수교국인 파라과이를 방문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파라과이는 남미에서 대만과 수교 관계에 있는 유일한 국가이며 차이 총통은 텍사스주 휴스턴이나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공항을 경유해 마리오 압도 베니테즈 파라과이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1979년 미국과 수교한 이후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 총통이 미국 영토를 방문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차이 총통이 미국내 어느 공항을 이용하더라도 미·중 관계는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화폐전쟁 돌입하나…트럼프 “달러 강세로 불이익, 위안화 급락”vs 중국, 위안화 큰 폭 평가절하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화폐전쟁 돌입하나…트럼프 “달러 강세로 불이익, 위안화 급락”vs 중국, 위안화 큰 폭 평가절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에 대해 공개 비판한 것은 달러 강세와 맞물린 위안화 약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 전쟁에 이어 화폐전쟁에 돌입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압박에도 중국은 큰 폭으로 위안화를 평가절하해 응수했다.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미 CNBC 인터뷰 영상에서 “(금리가) 올라갈 때마다 그들은 또다시 올리려고 한다”면서 “나로서는 정말이지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통화는 급락하고 있다”며 “달러 강세가 우리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며 말했다. 친(親)시장 성향의 ‘비둘기파’로 꼽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스스로를 ‘저금리 인간’이라고 부르며 달러 강세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와 저금리 선호를 드러내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무역분쟁이 한창인 상대국 통화의 방향성을 직접 지적한 것은 이례적이며, 미·중 무역 갈등이 통화전쟁으로까지 확전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달러 강세는 기본적으로 미국 경제 호조를 반영한 것이다. 연준의 금리 상승과 자국우선주의에 바탕을 둔 미 정부의 무역적자 감축 방침에 힘을 받고 있다. 그와 반대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지난 4월 중순 이후 급락세가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대중(對中)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하라고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한 직후다. 4월 20일 1달러당 6.2897위안이었던 위안화 환율은 이달 4일 6.6595위안으로 두 달 반 동안 위안화 가치가 5.6%가 떨어졌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최근 시장에 유동성을 조금씩 공급하고는 있으나 통화에 적극 개입하진 않아 사실상 위안화 절하세를 용인하는 것으로 읽힌다. 비라지 파텔 ING그룹 전략가는 “인민은행이 시장의 힘이 작동하도록 내버려두고 개입하지 않는 것이 시그널(신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전해지고 나서 외환시장은 출렁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19일 한때 근 1년 들어 최고치인 95.652까지 올랐다. 그러나 중국의 추가 절하로 위안화 가치는 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인민은행은 20일 위안화 거래 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0.90% 오른 6.7671위안에 고시했다. 이는 지난해 7월 14일(6.7774) 이후 최고치이다. 달러 강세는 미국 수출 업체들에 부담이 돼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에도 환율 문제에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미국으로부터 2500억달러(약 283조 1000억원) 규모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받을 위기에 처한 중국도 수출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 벤저민 코헨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지난 4월 언론 기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위안화에 대한 직접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의 수출과 투자가 위협이라고 판단되면 위안화를 겨냥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미·중 환율 전쟁이 전면화하는 와중에 달러가 계속 강세를 이어가면 신흥국 경제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20일 “무역전쟁 자체보다는 달러 강세가 신흥시장 국가들의 신용등급에 전반적으로 더 큰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호텔에 갇힌 32년 유머러스한 생존기

    호텔에 갇힌 32년 유머러스한 생존기

    모스크바의 신사/에이모 토울스 지음/서창렬 옮김/현대문학/724쪽/1만 8000원‘암울한 시대, 우아함과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은 한 러시아 신사가 호텔에서 보낸 32년간의 생존기.’ 미국 출신 작가 에이모 토울스가 2016년 발표한 장편소설 ‘모스크바의 신사’는 이쯤으로 요약할 수 있다. 책은 러시아 혁명 이후인 1922년 구시대 귀족이 특혜를 몰수당한 채 평생 갇혀 지내게 된 한 호텔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인 서른세 살의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은 내무인민위원회에서 혁명에 동조했다는 시를 쓴 공로를 인정받아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대신 호텔을 벗어나면 총살형에 처한다는 종신 연금형을 선고받는다. 그동안 지내던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다락방으로 쫓겨나는 신세가 되지만 로스토프는 자신의 삶을 비관하기는커녕 주어진 환경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적응해나간다. 그는 호기심이 많은 소녀인 ‘니나’의 친구가 되어 호텔을 탐험하고, 유명 여자 영화배우와 뜻밖의 밀회를 갖는 한편 당 관료와 프랑스어·영어 개인 교사로서 친분을 나눈다. 특히 로스토프는 세월이 흐른 후 니나가 자신에게 맡기고 간 어린 아이 ‘소피야’를 딸처럼 기르게 되면서 아버지로서의 깊은 애정과 책임감을 느낀다. 아버지로서 소피야에게 들려준 두 가지의 인생 조언은 로스토프가 호텔에서 수십년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법이기도 하다. ‘인간이 자신의 환경을 지배하지 못하면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과 ‘가장 현명한 지혜는 늘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잊지 않는다면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로도 들린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차이나 머니 앞세워 시진핑 阿·중동 순방…反美연대 영토 확장

    차이나 머니 앞세워 시진핑 阿·중동 순방…反美연대 영토 확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9일부터 집권 2기 들어 첫 해외 순방에 나선다. 28일까지 열흘 동안 아랍에미리트(UAE), 세네갈, 르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리셔스 등을 방문하고 25~27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제10차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시 주석의 이번 순방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국면에서 전통적인 우방인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반(反)보호무역주의 연대를 모색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28일까지… 中 ‘일대일로’ 사업 강화 시 주석은 UAE에서 세이크 무함마드 알막툼 총리,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아부다비 황태자 등과 만났다. 화리밍(華黎明) 전 UAE 중국대사는 관영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UAE와 중국은 1980년대부터 무역과 인력 교류를 이어 왔으며 무함마드 황태자는 야심 있는 중동의 신세대로 중국이 UAE의 새로운 에너지 시장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며 “UAE는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과의 협력을 위해 지상 및 해상 원유 개발권을 중국 회사에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과 UAE는 원유 개발뿐 아니라 농업, 금융, 과학 연구, 인적 및 문화 교류 등 여러 방면에서 일대일로 관련 사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화 전 대사는 덧붙였다.그는 특히 UAE가 담수화 기술 등 중동에서 과학기술 혁신의 최전방에 있는 만큼 협력 분야가 에너지로만 한정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에너지는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을 확대하기로 약속한 분야지만 미국의 ‘관세폭탄’ 부과로 모두 무효가 된 바 있다. 왕이웨이(王義) 인민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남아공과 친선 방문을 하는 모리셔스를 제외하면 이번에 시 주석이 국빈 방문하는 국가는 모두 저개발국으로 ‘일대일로’ 참여를 통해 큰 수혜를 누릴 수 있다”며 “서방에서는 중국이 아프리카의 자원을 이용한다고 비난하지만 이번 시 주석의 순방이 편견을 무너뜨리고 아프리카 대륙과 중국의 협력 성과를 보여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 교수는 중국이 지난해 케냐 몸바사와 수도 나이로비를 잇는 총연장 480㎞의 철도를 개통한 것을 예로 들며 이 철도가 르완다까지 연결돼 아프리카 발전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 브릭스 정상회의 6회 연속 참석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등 신흥경제 5개국이 참여하는 제10차 브릭스 정상회의는 시 주석의 여섯 번째 연속 참여로 주목받고 있다. 브릭스 5개국의 해외 투자는 세계 경제 성장의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장쥔(張軍) 중국 외교부장조리는 “국제 규칙을 존중하지 않는 미국은 국제 관계의 심각한 위협”이라며 “브릭스 5개국은 일방주의에 반대하면서 국제사회에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중국 기업들에 몰려오는 ‘디폴트 공포’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중국 기업들에 몰려오는 ‘디폴트 공포’

    상하이(上海)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에너지 및 석탄화학그룹인 융타이넝위안(永泰能源·Wintime Energy)이 디폴트(Default·채무불이행) 사태에 빠졌다. 융타이는 지난 5일로 만기가 돌아온 15억 위안(약 2518억원) 규모의 1년물 기업어음(CP)을 상환하지 못했다. 특히 융타이의 디폴트 규모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말까지 45억 9000만 위안 규모의 채권 만기가 돌아오는 탓이다. 융타이가 발행해 시중에서 유통되는 회사채의 규모는 39억 달러(약 4조 413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역내 위안화표시 채권이 대부분이지만 5억 달러 규모로 발행된 2년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도 포함돼 있다.중국 기업들에 ‘디폴트 공포’가 몰려오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의 비은행권 대출업체와 금융과 정보기술(IT)을 접목한 핀테크 업체에 대한 단속이 엄격해짐에 따라 빚더미에 오른 기업을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8일 ‘미국과의 무역전쟁보다 더 큰 중국의 걱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 금융당국은 금융 선진화를 위해 비은행권 대출업체와 핀테크 업체와 같은 ‘그림자 금융’(제도권 밖의 금융)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같은 조치는 중국 기업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들어 디폴트를 선언한 중국 기업은 모두 24곳에 이른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공모채권과 사모채권 디폴트 규모는 663억 위안으로 전체 채권의 0.39%를 차지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들어 중국 기업이 발행한 공모채권에서 발생한 디폴트는 165억 위안이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16년 207억 위안의 80% 수준에 이른다. 중신(中信)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2016년의 디폴트 사태는 주로 국유기업의 과잉 생산이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올해는 대부분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민간 부문에서 발생했고 다양한 업종에 걸쳐 있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의 부채 문제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민간 부채를 줄이기 위해 자금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올 상반기 경기 둔화로 영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위험 수준에 다다랐다.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의 지원 아래 대량 발행한 채권들의 만기 대부분이 올해와 내년에 돌아오기 까닭에 중국 기업의 디폴트 건수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중국 경제관찰보는 예측했다. 중신증권의 애널리스트는 “올해 채권 디폴트 규모가 2016년을 넘어서 역대 최고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신용평가사들이 전례 없이 많은 중국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디폴트 공포는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중국 신용평가회사 다궁(大公)은 올해 13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회사채 금리까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의 지원마저 받지 못하는 민간 기업들이 채권 상환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회사채 금리의 기준이 되는 ‘AA- ’등급 회사채 금리는 최근 연 6.99%까지 치솟았다. FT는 회사채 금리가 상승하고 이익이 줄어들면서 중국 기업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채무 상환을 연장받거나 재대출받는 게 힘들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의 한 비은행권 대출업체 대표는 “금융당국이 비은행권 자금원을 폐쇄하고 은행들에 독점권을 주었지만 은행들은 소규모 기업들에 어떻게 돈을 빌려줄지 방법을 모른다”며 “우리는 모두 자금난으로 굶어 죽을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물론 중국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중소기업 대출을 강화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실제로 이강(易綱) 인민은행장은 지난달 루자쭈이(陸家嘴) 금융포럼에서 고용의 80%를 창출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라고 은행들에 촉구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전통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는 바람에 이미 수천개의 P2P 금융 플랫폼이 문을 닫았다. P2P는 개인과 개인 간 거래를 중계해 주는 인터넷 금융 플랫폼을 말한다. 리스 중국청신 국제신용평가 등급·채권연구국장은 “올 들어 기업 수익이 나빠졌고 경제 성장 둔화로 향후 개선되지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은행이 은행처럼 대출하는 새도뱅킹(그림자금융)에 대한 단속이 이어지는 한 채권 차환 발행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은 기업들의 자금난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중국 양자 간 무역전쟁이 무역을 넘어 중국 금융권을 강타해 회사채 디폴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징 울리치 JP모건 아시아·태평양 부사장은 보복 관세로 소비자 수요가 줄어들고 경제에 거시적인 타격이 예상된다며 “이 여파가 장래에 신용 수준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역전쟁이 중국 기업들의 상환 능력을 떨어뜨리고 소규모 은행들을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뜩이나 당국의 부채 감축 압박으로 돈 빌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보복관세까지 부과되면 경영 악화는 피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산 공산품은 추가 관세(25%)만큼 가격이 오를 것이다. 미국산 대두(大豆)와 육류에 대한 중국의 보복관세 역시 콩기름과 육류 가격 상승을 불러 중국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진다. 린이푸(林毅夫) 전 세계은행 부총재는 “무역 전쟁으로 중국은 0.5%포인트, 미국은 0.3%포인트 가량 성장률이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은 5000억 달러,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1300억 달러 수준이다. 무역 전쟁이 극단으로 흘러가면 수출액이 많은 중국의 피해가 더 크다. 저장(浙江)성 기업인 200여명이 지난달 항저우(杭州)에서 총회를 열었다. 이곳 출신인 마윈(馬雲) 알리바바그룹 창업자는 연설에서 “미·중 무역 전쟁이 계속될 30년간 세계 경제의 판이 새로 짜일 것”이라며 “개혁·개방 때와 비슷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여기 있는 200개 기업 중 20개 정도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총부채비율은 2008년 160%에서 지난해 260%로 급상승했다. 현재 중국의 부채 문제는 이전과는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동안은 돈을 풀어 소비와 투자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중국 정부도 더 이상 여력이 없아 위기가 불거졌을 때 마땅히 쓸 만한 정책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 금융위기가 터지거나 최소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급해진 중국 정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인민은행은 상업은행의 유동성 확보와 기업 자금난 해소를 위해 지난 4월 지급준비율을 1%포인트 인하하고, 시중에 공급된 1조 3000억 위안의 유동성 중 9000억 위안은 은행의 중기 유동성지원 대출(MLF) 상환에, 4000억 위안은 은행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에 활용키로 했으나 역부족이다. 그러나 판궁성(潘功勝) 인민은행 부행장은 “5월말 기준 중국 채권시장 디폴트 비율은 0.39%로 2017년 말 상업은행의 부실대출비율 1.74%는 물론 최근 국제시장 수준인 1.2~2.08%를 밑돈다”며 “채권 디폴트는 시장경제에서 기업 신용 리스크가 분출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고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크리스토퍼 리 스탠다드앤푸어스(S&P) 기업평가 부문 매니징 디렉터도 “(회사채 디폴트는) 신용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해 장기적으로 더욱 건강한 채권 시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며 “다만 시스템이 붕괴될 정도의 리스크가 발생한다면 중국 당국이 신속히 개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규모 디폴트나 연쇄 디폴트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완전한 코리아’를 위하여/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완전한 코리아’를 위하여/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1949년 10월 1일 중국 공산당을 기반으로 한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됐다. 이듬해 6·25전쟁과 마오쩌둥(毛澤東)의 극단적인 반미주의 정책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중국은 미국을 포함한 자본주의 국가와의 단절을 무려 20년 동안 지속했고 두 나라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극심한 냉전에 지친 미국은 1969년 이른바 ‘닉슨 독트린’을 발표하고 긴장 완화에 나섰다. 그러나 20년 동안 끊어진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20년의 벽을 허문 건 미국의 외교기술도 경제정책도 아닌 무게 2.7g의 ‘작은 공’이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의 ‘핑퐁 외교’다. 미국은 탁구선수단 15명을 꾸려서 중국을 방문했는데, 이들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중국을 방문한 최초의 미국인이었다. 1972년 2월 닉슨과 마오쩌둥은 상하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양국 연락소를 설치하는 등 관계 개선의 고삐를 바짝 죄면서 결국에는 미·중 수교라는 옥동자를 탄생시켰다. 당시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헨리 키신저를 파트너로 ‘물밑 협상’을 주도했던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는 “국제외교사에서 스포츠가 그렇게 효율적으로 사용된 적은 전례가 없었다”고 닉슨의 핑퐁 외교를 극찬했다. 그는 수교 협상장에서 닉슨이 손을 건네자 그의 손을 꽉 잡은 뒤 “당신과의 악수가 세계 최대의 대양(태평양)을 건넜다. 오랜 불통을 극복했다”고 감격을 감추지 않았다. 닉슨의 핑퐁 외교는 스포츠가 사람과 국가 사이의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탁구라는 특정 종목을 통한 유사한 사례는 우리에게도 있다. 지난 1991년 일본의 지바에서 열렸던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한 ‘코리아’가 덩야핑이 버틴 중국의 9연패를 저지하고 우승, 남북 탁구의 ‘컬래버’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세계에 알린 사건이다. 흰색 바탕에 푸른색 한반도를 그린 ‘한반도 깃발’이 첫선을 보인 것도 바로 이때다. 당시 단체전 결승에서 리분희와 호흡을 맞췄던 현정화 렛츠런 감독은 우승 시상대에 올라 “마치 작은 통일을 한 것 같다”고 감격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막연하나마 통일에 대한 열망은 그때뿐이었고, 다시 굴곡의 남북 관계가 30년 가까이 이어졌다. 지난 17일 대전에서 개막한 국제탁구연맹(ITTF)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공식 만찬장에서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은 “1971년 핑퐁 외교가 그랬듯이 한반도에서도 탁구는 평화의 메신저”라고 축사를 통해 탁구와 평화의 등식을 새삼 강조하기도 했다. 그의 말은 27년 전 일본 지바에서 잠시나마 지폈던 통일의 불씨가 엄연하게 살아 있음을 천명한 말이기도 했다. 북측의 남녀 탁구대표팀 선수 16명이 남측의 대전을 찾았다. 2002년과 2014년 부산,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이후 세 번째다. 이번에는 ‘완전한 코리아’를 이룰 수 있을까. 관중석 한쪽에 걸린 손팻말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지바에서 피어난 희망, 통일로 자라라.’ cbk91065@seoul.co.kr
  • [남북경협 넘어 신동북아 경제지도] 국가 주도 시장화…‘개성·신의주·나선’ 동북아경제 중심에 서다

    [남북경협 넘어 신동북아 경제지도] 국가 주도 시장화…‘개성·신의주·나선’ 동북아경제 중심에 서다

    중국 단둥시 중심가에 있는 북한식당인 류경식당에서는 저녁 6시 30분이 되자 종업원들이 한복으로 갈아입고 공연을 시작했다. 공연은 시작과 마무리만 북한 노래이고 나머지 5곡은 모두 중국 노래다. 식당을 채운 손님 30여명 가운데 2명을 빼곤 모두 중국인이어서다. 음식과 공연 모두 중국 손님 취향에 맞춘 이유는 딱 하나, 돈을 더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공연은 사회주의 모자를 쓴 북한식 ‘주체 자본주의’의 단면을 보여 준다.북한을 빼놓고는 ‘동북아 경제지도’ 자체가 불가능하다. 남북 경협은 개성, 북·중 경협은 신의주, 북·중·러 경협은 나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이 거부하면 한국은 대륙으로 갈 수 없고, 중국은 동해로 나올 수 없다. 북한도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북한은 자신들의 지정학적 입지를 디딤돌 삼아 동북아 경제지도의 중심이 되려 한다. 북·중 접경지역에서 만난 북한 노동자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인 사업가들,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말하는 현재 북한의 모습은 딱 ‘잘살아 보세’를 외치던 산업화 시기 한반도 남쪽을 떠올리게 한다. 그 당시 국가가 나서서 경제발전을 독려하고 외국으로 광부와 간호사, 건설노동자를 보내던 걸 21세기 한반도 북쪽에서 되풀이하고 있다. 북한에서 파견한 노동자들은 대북제재 와중에도 여전히 중국 곳곳에서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 북·중 접경지역에서 10년 넘게 북한 관련 연구를 하는 남모씨는 “훈춘이나 투먼에선 지금도 북한 노동자 수천명이 기숙사형 공장에서 일한다”면서 “매일 자체적으로 자아비판과 사업평가로 이뤄지는 ‘총화’를 하고 그 결과를 대사관이 보고받는다. 철저하게 북한 당국 관리하에 파견노동이 움직인다”고 말했다. 단둥 현지조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문화인류학자인 강주원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단둥에 나와 있는 북한노동자는 2만명 규모”라고 밝혔다.북한 노동자들은 중국에서 인기가 높다. 인건비가 저렴하고 일을 잘하는 데다 성실하기 때문이다. 남씨는 “훈춘에 있는 한 중국 식당이 중국인 종업원 8명을 쓰다가 북한 종업원 4명으로 바꿨는데 일을 더 잘한다고 칭찬하는 걸 들었다”면서 “중국만 해도 인건비가 많이 올랐다. 한국에서 동남아 노동자를 찾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한 중국인 사업가는 의류를 생산하는 북한 공장과 거래하는 게 무척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북한 공장에 200명이 일하는데, 500명으로 늘리자고 제안했다”면서 “북한 공장을 방문해 보니 마감시간을 맞추기 위해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를 ‘북한식 발전국가’로 표현했다. 그는 “1990년대엔 자생적으로 시장이 발생했다면 지금은 국가 스스로 계획경제 안에서 시장을 포괄하려 한다”면서 “한마디로 ‘국가가 주도하는 시장화’다. 시장이 발달하면 북한 체제가 붕괴할 거라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순진한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최응구 베이징대 조선문화연구소 명예소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박봉주 총리에게 경제정책을 일임한 뒤 젊고 해외를 아는 240명을 모아 연구팀을 꾸렸다”면서 “이들은 수년 동안 한국, 중국, 미국을 연구하고 있다. 북한은 지금 이들이 세운 경제개발계획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변화상은 북한에서 온 보따리상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달 28일 오전, 훈춘에 있는 한 세관 앞에서 북한에서 온 보따리상 일행 5명과 조심스레 대화를 나눴다. 함경북도에서 같은 동네에 산다는 이들은 50대에서 70대 여성들이었다. 훈춘에 있는 친척 방문 목적으로 정식 도강증을 발급받아 1개월을 체류한 뒤 귀국하기 위해 세관 검사를 받는 중이었다. 현재 동네에서 인민반장을 맡고 있거나 맡았던 경험이 있었다. 두 명은 자식이 군복무 중이었고 한 명은 남편이 공무원이었다.이들은 모두 화가 나 있었다. “친척들이 조금씩 생활에 보태라고 옷이며 각종 물건들을 줬는데 세관에서 못 가져가게 막는다”면서 “중국이 미제 승냥이들한테 머리를 팍 숙이고 있다”고들 했다. 김모씨는 “여기 올 때 버섯, 고사리, 다시마, 까나리, 젖은 물고기를 가져왔는데 세관에서 못 가져가게 해서 다 두고 왔다. 귀국할 때 찾아가라고 하더라”면서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이번에는 우산이나 옷걸이조차도 ‘쇠붙이라 안 된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모씨는 “난 원래 훈춘에서 태어났다. 갓난아기 때 아버지 등에 업혀서 조선으로 넘어왔다”면서 “당시만 해도 조선족들은 물론이고 한족들까지 두만강을 건너와 쌀이며 옷, 숟가락, 젓가락까지 얻어 갔다”고 회상했다. 이어 “우리는 그때 하나라도 더 쥐여 주며 정성으로 보살펴 줬다”면서 “중국이 이제 좀 잘살게 됐다고 우리를 이렇게 괄시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세관에 신고하기 위해 적은 물품은 겨울옷, 바지, 속옷, 와이셔츠, 아동복, 사탕, 쌀, 담요, 가루비누, 맥주, 자전거, 우산, 옷걸이 등 일상용품이 대부분이었다. 이들과 두 시간 넘게 얘기를 나눠 보니 행동이 생각보다 훨씬 자유로웠다. 기자의 말을 듣자마자 대뜸 “남쪽에서 왔습니까?”라고 묻더니 “연길(옌지)에서 왔다. 사업차 이남을 많이 다녀와서 그렇다”고 둘러대자 더 묻지도 않았다. 크게 개의치 않는 느낌이었다. 이들은 주요 소식도 얼추 파악하고 있었다. “북·남 수뇌회담을 생중계로 보는데 눈물이 났다. 문재인 대통령 부모가 함흥사람이라더라”며 호감을 보이기도 했다. 1990년대 기근 사태, 이른바 ‘고난의 행군’ 이래 북한 각지에서 활발하게 생긴 장마당 얘기도 했다. 박모씨는 “중국 장마당은 너무 지저분합니다. 우린 여기처럼 질서 없게 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깨끗하게 하는지 모릅니다. 한군데 정해 놓고 거기서 장사합니다”며 북한과 중국의 장마당을 비교했다. 박씨는 이어 “학생들은 장마당 출입금지다. 공부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관공서의 통제를 벗어난 장마당이 아닌, 당국이 관리하는 시장이 작동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최근 북한 경제상황이 좋아졌다는 것도 느껴졌다. 최모씨는 “요즘은 인구가 많아지니까 새 집을 많이 짓는다”고 했다. 김씨는 “여기 쌀 값이 우리보다 비싸다. 우리 동네에선 중국돈으로 3위안이면 쌀 1㎏을 살 수 있다”면서 “요새 새 옷이 유행이다. 헌 옷은 장마당에서 아무도 사질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돈 100위안이면 우리 돈으로 12만 5000원가량”이라면서 “그걸로는 네 식구 먹고살기 힘들다. 200위안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급으로 받는 쌀은 실제 먹는 쌀의 절반가량”이라면서 “먹고살려면 늙은이들도 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친척방문으로 중국에 와서 각종 물건을 고향으로 가져가려고 하는 건 말 그대로 “살림살이에 보태려는” 의도였다. 최씨는 “집에서 재봉틀로 재단을 한다”고 했다. 가내수공업으로 옷을 만들어 파는 셈이다. 이들은 세관을 통과하면 친척들이 차를 가지고 마중 나올 거라고 했다. 이들은 세관에서 트럭에 실어 놓은 물건을 모두 풀어 놓고 검사를 받으라고 한다며 걱정이 태산이었다. 저녁 무렵 이들 가운데 두 명을 다시 만났다. 트럭 맨 위에 있는 물건 몇 개만 빼고는 다 통과시켜 줬다고 했다. 공식적인 대북제재와 현실 속 대북제재의 간극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씨는 “몇 년만 지나면 우리 조선이 잘살게 될 것”이라면서 “지하자원도 많고, 한다고 결심하면 일치단결해서 해내는 인민들 아니냐”고 했다. 이어 “함경북도엔 유명한 온천이 여럿 있다”면서 “통일 되면 놀러오시라요”라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단둥·옌지·훈춘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베이징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기부를 멈춰달라”…하루 아이스바 100개 팔아 돈버는 中남학생

    “기부를 멈춰달라”…하루 아이스바 100개 팔아 돈버는 中남학생

    가정형편이 어려운 남학생이 스스로의 힘으로 대학 등록금과 아픈 가족의 치료비를 벌겠다며 기부금을 마다하고 아이스 바 판매에 뛰어들었다. 16일 중국 저장성 저장인민방송(CZTV)에 따르면, 중부 허난 성 출신의 자오 학생은 올해 대학 입학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 대학 신입생이 되었다. 그러나 자오 학생이 공부에만 전념하기에 현실은 너무도 가혹했다. 아버지는 질병으로 인해 무직 상태이며, 치료비만 매달 1000위안(약 16만 8천원)이 든다. 거기다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 된 동생까지 먹여 살려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자오는 가족 중 유일한 수입원인 어머니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돈을 벌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달 초 일자리를 구하러 집에서 2km 떨어진 곳에 있는 관광지 위시(豫西) 대협곡을 찾았으나 18세 이하의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일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관광지의 부관리자인 시에 강이 자오에게 아이스 바를 팔아보는 것이 어떻겠냐며 제안하고 나섰고, 관리소 측은 어려운 형편의 자오를 돕기 위해 아이스 바 저장 박스와 손수레까지 구입했다. 강씨는 “보통 행상인들의 출입을 금하고 있지만 자오의 집안 사정이 너무나도 딱해 이번에만 예외를 두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자오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오가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름 방학 2달 동안 아이스 바 7000개를 팔아야 한다. 자오는 매일 100개의 아이스캔디를 팔아 100위안(약 1만 7000원) 이상의 수입을 벌고 있다. 자신의 등록금과 아버지 치료비를 댈 만큼의 돈을 벌고 싶다는 자오는 “앞서 있었던 언론보도 덕분에 사람들에게 기부금 3000위안(약 5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 기부금이 내게는 상당한 중압감으로 작용한다. 더 이상 기부하지 말아달라. 스스로 돈을 벌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저장인민방송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시진핑 초상화 먹물 투척’ 이후 ‘개인숭배’ 주춤?

    ‘시진핑 초상화 먹물 투척’ 이후 ‘개인숭배’ 주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상화에 먹물을 끼얹고 반대를 표명한 여성이 구속된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신문이 17일 보도했다.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주석 ‘개인숭배’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중국 각지에서 이어져 중국 공산당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디오프리아시아(RFA)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에 사는 한 여성은 지난 4일 이른 아침 시내 중심가에 있는 ‘중국몽’(中國夢) 선전 간판에 있는 시진핑 주석의 얼굴에 먹물을 끼얹었다. 이 여성은 “나는 시진핑의 독재전제적인 폭정에 반대한다”면서 “나를 비롯해 수많은 중국인들이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뇌를 공격당하는’ 박해를 받고 있다. 국제기구가 개입해 조사해달라”고 외쳤다. 또 “나를 체포할 거라면 여기서 기다리겠다”고도 말했다. 이 여성은 이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이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자 국내외에서 모방 사건이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에는 “독재자의 얼굴에 먹물을 끼얹자”는 글이 퍼지고, 시진핑 주석의 초상이 그려진 간판에 오물을 칠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도 올라왔다. RFA는 문제의 여성뿐만 아니라 딸의 행동을 지지한 아버지도 13일 경찰에 구속됐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 여성이 ‘뇌를 공격당하고 있다’고 외친 것으로 보아 피해망상증 환자일 가능성이 있다며 먹물을 뿌린 행위의 동기가 불분명하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여성의 동기와 별개로 시진핑 주석 초상에 먹물을 뿌린 행위와 독재에 반대하는 메시지에 호응하는 움직임을 중국 당국은 주시하고 있다. 반정부 성향의 중화권 매체 보쉰은 지난 9일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에서 이례적으로 시진핑 주석 관련 기사가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이는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5년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보쉰은 시진핑 주석에 대한 ‘개인숭배’에 대해 당 중앙에서 제동을 거는 움직임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경찰이 건물 관리자에게 시진핑 주석 포스터 철거를 요구하는 긴급통지를 보냈다는 투고도 인터넷에 확산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하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에 대한 ‘개인숭배’ 흐름은 집권 2기를 시작한 지난해 10월 19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본격화했다. 보쉰은 ‘개인숭배’로 보이는 시진핑 주석에 대한 지나친 선전이 인민들의 반발을 불러왔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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