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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 中 군용기, 韓·日 방공식별구역 침범 왜?

    중국 군용기 1대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열흘 앞둔 29일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한 사실에 대해 중국 관영 언론과 정부는 ‘정당한 행위’라며 한·일 양국이 과민 반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군사력 과시는 평창올림픽 이후 재개될 한·미 연합훈련을 견제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인 해외망은 30일 자국 군용기가 비행한 이어도는 동중국해의 암초라고 주장하며 “이어도 인근 해역은 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중첩되고, 한국의 행동은 어떠한 법률적 효력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2013년 12월 한국 국방부가 정식으로 해당 해역 상공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으로 발표하면서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CADIZ)과 겹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군사전문가는 관영매체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지만, 일부 매체와 전문가들은 중국에 적의를 품고 있다”면서 “이들은 중·한 관계 개선을 달갑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 군용기 1대가 29일 오전 9시 30분쯤 이어도 서남방에서 KADIZ로 진입해 한국 공군 F15K 전투기가 대응 출격했다. 중국 군용기는 KADIZ를 이탈한 뒤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으로 진입해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도 긴급 발진했다. 방공식별구역은 외국 항공기가 영공을 무단으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추적·감시하기 위해 설정한 구역으로 영공은 아니다. 하지만 외국 항공기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려면 24시간 전에 해당국 군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앞서 지난해 12월 18일에도 중국 군용기 5대가 이어도 인근 KADIZ를 침범한 바 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 군용기의 JADIZ 진입은 중·일 관계 개선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며 중국 측이 재발 방지를 위해 움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항공기가 다른 국가의 영공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공역을 비행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리제 중국 해군 군사학술연구소 연구원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평창올림픽이 2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중국군이 이를 감행한 데는 한국 정부에 북핵 위기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음을 상기시키려는 목적도 있다”면서 “중국은 올림픽 이후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할지 등에 대해 많은 불확실성과 우려를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월드피플+] 세계 울린 ‘눈송이 소년’ 그후…아빠도 만났다

    극심한 추위로 인해 머리가 눈송이처럼 변해버린 한 중국인 소년의 사연이 현지는 물론 전세계를 울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 중국언론들은 12일 윈난성 루뎬현의 가난한 시골마을에 사는 왕푸만(8·王福滿)과 학교에 온정의 손길이 쇄도했다고 보도했다. 왕군의 사연은 얼마 전 인터넷과 언론에 보도된 사진 한장에서 시작됐다. 초등학교 3학년인 왕군은 매일 아침 4.5km 거리에 있는 학교를 가기위해 1시간 이상 걷고 또 걷는다. 그러나 최근 아침 기온이 갑자기 영하 9도로 떨어지면서 학교에 도착했을 때 왕군의 머리카락과 눈썹은 고드름처럼 변해버렸다. 왕군의 학교 교장은 "왕군의 모습을 보고 같은 반 친구들이 킥킥 웃어도 전혀 곤혹스러워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우스운 표정을 지어 아이들을 웃게 만들었다. 그래서 귀여웠다”고 밝혔다. 특히나 왕군은 추위로 갈라진 손까지 보여주며 주위 사람들을 감동을 안겼다. 왕군은 “할머니 농장 일을 돕다보니 동상에 걸렸다”면서 “아빠를 몇 달 동안 보지 못해 무척이나 그립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왕군의 아버지는 다른 도시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로 어머니는 가족을 버리고 떠나 현재 누나, 할머니와 진흙 집에서 살고 있다. 소년의 사연이 알려지자 온정은 불어닥친 추위를 금방 녹였다. 왕군의 갈라진 손에는 장갑이, 그리고 따뜻한 옷과 모자가 기부됐다. 인민일보는 "10만 위안(약 1600만원)이 넘는 후원금이 학교에 도착했으며 144개의 옷과 난방기구가 기부됐다"면서 "왕군 뿐 만 아니라 학생 81명에게 500위안(약 8만원) 씩 주어졌다"고 보도했다. 사실 기부 만큼이나 왕군에게 더 기쁜 소식은 뒤늦게 알려졌다. 한 회사가 외지에 나가있는 왕군의 아빠에게 일자리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왕군은 뉴스를 보고 집으로 돌아온 아빠가 용돈으로 손에 쥐어준 5위안(약 800원)을 받고 가장 기뻐했다. 왕군은 "많은 사람들이 선물을 주고 도와준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행복하다"면서 "돈을 부지런히 저축해 아빠가 아플 때 치료비로 쓰고싶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일대일로 올라탄 ‘찰리우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일대일로 올라탄 ‘찰리우드’

    중국이 글로벌 영화시장에서도 우뚝 섰다. 중국 대륙 내 영화 흥행 수입과 영화관 스크린 수, 영화관 방문객 수 등 여러 부문에서 미국을 따돌리고 세계 1위 자리를 꿰찬 것이다.중국 미디어 총괄 부처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國家新聞出版廣電總國)에 따르면 2017년 중국 본토 내 영화 흥행 수입 규모는 전년보다 13.5% 늘어난 559억 1100만 위안(약 9조 17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 시장으로 등극했다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지난 1일 보도했다. 지난해 중국산 영화 흥행 수입은 전년보다 54%나 급증한 301억 400만 위안이다. 지난해 1억 위안 이상의 흥행 수입을 올린 ‘소박’을 터뜨린 영화가 92편이고, 이 중 중국산 영화는 절반이 넘는 51편(55.4%)이다. 전년( 39편)보다 30%나 늘어나 중국 영화의 경쟁력이 급성장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특히 10억 위안 이상의 흥행 수입을 올린 ‘대박’ 영화가 6편이고, 5억 위안의 흥행 수입을 올린 ‘중박’ 영화도 13편에 이른다. 지난해 7월 말 개봉된 ‘전랑(戰狼)Ⅱ’는 1억 60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57억 위안의 흥행 수입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미 할리우드 영화를 포함해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 가운데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중국 흥행만으로 아시아 역대 흥행 1위, 세계 흥행 5위의 성적이다. 이 영화는 중국 특수부대 출신 주인공 렁펑(冷鋒)이 내전 중인 아프리카에 들어가 중국인과 난민을 구한다는 내용의 액션 블록버스터다. 중국 전사가 세계의 난민을 구하는 내용을 두고 중국 내에서는 자부심을 고취시킨다는 호평이, 서방에서는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홍보물이라는 혹평이 엇갈렸다. 어쨌든 중국 관객들이 세계 최고 흥행작을 만들어 냈다. ‘전랑Ⅱ’와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그레이트월’(長城) 등 중국산 영화는 지난해 해외에서 42억 위안을 벌어들여 전년보다 11%의 성장을 기록했다. ‘전랑Ⅱ’ 외에도 지난해 개봉된 코미디 영화 ‘수줍은 철권’(羞羞的 鐵拳·6위)과 청룽(成龍) 주연의 ‘쿵푸요가’(功夫瑜伽·8위), 쉬커(徐克) 감독의 ‘서유복요편’(西遊伏妖篇·10위) 등도 중국 역대 흥행 10위권 내에 들었다.중국 영화산업이 고속 성장하는 까닭은 정부가 문화산업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덕분이다. 1997년 문을 연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저장(浙江)성의 헝뎬스튜디오((橫店影視城)가 그중 하나다. 36㎢의 부지(약 1100만평·축구장 60배 크기)에 자금성과 진(秦)나라 황궁 등을 실물 크기로 재현했다. 이곳은 촬영에 필요한 소품과 단역 자원이 넘친다. 2200여년 전 춘추전국(春秋戰國)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시대별 소품 수십만 가지가 구비돼 있고, 단역 배우는 4만명이 넘는다. 이곳에서 촬영된 영화와 드라마는 2000편이 넘고 ‘미션 임파서블 3’, ‘미이라 3’ 등 세계적 흥행작도 제작됐다. 이를 발판으로 중국 영화시장은 연평균 37%의 고속성장률을 기록하며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700억 위안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헝뎬스튜디오가 중국과 할리우드를 합친 ‘찰리우드’로 불리는 이유다. 중국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에 영화업계는 성장의 기회로 잘 활용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주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편승해 중국 영화가 해외 수출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아시아, 중동,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철도 등 인프라 투자와 무역 확대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영화라는 문화상품의 수출 확대에도 좋은 기회가 된다는 분석이다. 베이징의 영화사 샤인워크미디어(閃亮媒體)는 이를 위해 카자흐스탄과 전기(傳記) 영화, 이란과 코미디 영화, 인도네시아와 재난 영화를 공동으로 제작하기로 하는 등 일대일로 프로젝트 관련 국가들의 영화사들과의 합작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완성을 앞둔 중국·카자흐스탄 합작 영화 ‘작곡가’가 대표적이다. 영화는 중국인이 카자흐스탄에서 작곡가로 활약하며 양국 교류·협력의 상징적 인물이 된 시싱하이(洗星海)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제작자 선젠(沈健)은 “2013년 시진핑 주석의 연설 속에서 언급된 작곡가의 이름에서 감명을 받았고 영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서 영화 제작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는 셈이다. 중국 제작자들이 영화를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부로 간주하는 정부 당국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 정부는 실크로드 주변 국가들과 영화제, 영화 제작을 통한 인적 교류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의 지원은 중국 영화계에서 금전적 투자 이상의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정부 지침을 따르는 영화들은 검열과 행정적 규제를 쉽게 통과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터키 영화 감독인 무라트 야부즈가 ‘요리사와 공주’(?師與公主)라는 영화를 제작하는 데 제작 비용을 대기로 했다. 13세기 실크로드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중국의 공주가 터키의 요리사와 함께 아나톨리아(소아시아·거의 대부분 터키 영토)로 달려가 침략자들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는 내용이다. 야부즈 감독은 3년간 투자자를 물색하던 끝에 중국 투자자를 만나 실크로드를 테마로 한 작품이라는 사실을 말하자 그들이 반색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지난 5월 촬영에 들어갔고 야부즈 감독은 중국과 터키는 물론 몇몇 실크로드 지역에서 로케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영화의 배경이 실크로드 전체이기 때문에 중국, 터키와 실크로드 주변 나라에서 모두 상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우선하는 동양의 가치를 바탕으로 할리우드에 대적하는 영화가 많이 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발맞춰 지난달 초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에서는 제4회 실크로드 국제영화제도 열렸다. 중국과 실크로드 주변 국가들의 합작 확대 가능성을 보여 준 행사였다. 주최 측은 고대의 무역로를 보여 주는 대형 지도를 걸었고 중국 유명 배우들은 그 위에 속속 자필 서명을 남기게 하는 등 일대일로 프로젝트 전파에 총력전을 펼치기도 했다. 중국 내에서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주제로 한 민족주의 성격의 대작들이 등장하고 있다. 중국 통신사 직원이 유럽 라이벌을 누르고 아프리카에서 계약을 따내는 성공담을 다룬 ‘차이나 세일즈맨’(中國推銷員)의 탄빙(檀冰) 감독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주제가 해외 바이어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며 “이미 30여개 실크로드 주변 국가들에 영화 배급권을 팔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개봉된 ‘쿵푸요가’는 고대 티베트의 보물을 찾아 나선 중국과 인도 고고학자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다. 인도 여성 고고학자 역을 맡은 아미라 다스투르가 영화 중에서 “우린 중국과 인도의 고고학 협력을 증진할 수 있습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에도 부합하겠죠”라고 말하자 중국 고고학자 역을 맡은 청룽은 “당연하지”라고 대답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 사업 중 하나로 신장(新疆)자치구 카스(喀什)에서 파키스탄 남부 과다르항까지 2300여㎞에 도로와 철도, 에너지망 등을 구축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사업에 인도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지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khkim@seoul.co.kr
  • 벽돌 당구대에서 포켓당구하는 아이들

    벽돌 당구대에서 포켓당구하는 아이들

    지난해 12월 21일(현지시각) 중국 인민일보에서 소개된 30초짜리 영상은 아이들의 놀이를 향한 ‘창의력’과 ‘상상력’이 끝이 없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열정’은 덤이다. 추운 날씨 속에도 3명의 어린이가 손수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벽돌 당구대 위에서 당구공을 큐대로 친다. 나름대로 각도도 재며 어떻게 하면 모서리 구멍에 넣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모습이 재밌다.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상대방의 조잘거리는 ‘방해 공작’도 보는 이의 미소를 짓게 만든다. 놀라운 것은 당구공을 치는 영상 속 어린이의 실력. 순식간에 공 3개를 구멍에 넣는다. 당구큐대를 손가락 위에 올려 놓은 동작과 큐대를 부드럽게 미는 기술, 공을 치는 순간 힘의 강약 등 일반 성인 당구 초보자도 따라하기 힘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또한 이 영상의 제목은 풍요와 편리함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Never stop finding joy even in hardship, just like these kids’.(이 아이들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기쁨을 찾는 것을 멈추지 말라)사진·영상=People’s Daily, China/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세계 최대 영화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세계 최대 영화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중국이 글로벌 영화시장에서도 우뚝 섰다. 중국 대륙 내 영화 흥행 수입과 영화관 스크린 수, 영화관 방문객 수 등 여러 부문에서 미국을 따돌리고 세계 1위 자리를 꿰찬 것이다. 중국 미디어 총괄부처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國家新聞出版廣電總國)에 따르면 2017년 중국 본토 내 영화 흥행수입 규모는 전년보다 13.5% 늘어난 559억 1100만 위안(약 9조 17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 시장으로 등극했다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가 지난 1일 보도했다. 지난해 중국산 영화 흥행수입은 전년보다 54%나 급증한 301억 400만 위안이다. 지난해 1억 위안 이상의 흥행 수입을 올린 ‘소박’을 터뜨린 영화가 92편이고, 이중 중국산 영화는 절반이 넘는 51편(55.4%)이다. 전년( 39편)보다 30%나 늘어나 중국 영화의 경쟁력이 급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10억 위안 이상의 흥행 수입을 올린 ‘대박’ 영화가 6편이고, 5억 위안의 흥행수입을 올린 ‘중박’ 영화도 13편에 이른다.지난해 7월말 개봉된 ‘전랑(戰狼)Ⅱ’는 1억 60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57억 위안의 흥행 수입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미 할리우드 영화를 포함해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 가운데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중국 흥행만으로 아시아 역대 흥행 1위, 세계 흥행 5위의 성적이다. 이 영화는 중국 특수부대 출신 주인공 렁펑(冷鋒)이 내전 중인 아프리카에 들어가 중국인과 난민을 구한다는 내용의 액션 블록버스터다. 중국 전사가 세계의 난민을 구하는 내용을 두고 중국 내에서는 자부심을 고취시킨다는 호평이, 서방에서는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홍보물이라는 혹평이 엇갈렸다. 어쨌든 중국 관객들이 세계 최고 흥행작을 만들어냈다. ‘전랑Ⅱ’와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그레이트월’(長城) 등 중국산 영화는 지난해 해외에서 42억 위안을 벌어들여 전년보다 11%의 성장을 기록했다. ‘전랑Ⅱ’ 외에도 지난해 개봉된 코미디 영화 ‘수줍은 철권’(羞羞的 鐵拳·6위)과 청룽(成龍) 주연의 ‘쿵푸요가’(功夫瑜伽·8위), 서극(徐克) 감독의 ‘서유복요편’(西遊伏妖篇·10위) 등도 중국 역대 흥행 10위권 내에 들었다. 중국 영화산업이 고속 성장하는 까닭은 정부가 문화산업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덕분이다. 1997년 문을 연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저장(浙江)성에 있는 헝뎬스튜디오((橫店影視城)가 그중 하나다. 36㎢의 부지(약 1100만평·축구장 60배 크기)에 쯔진청(紫禁城)과 진(秦)나라 황궁 등을 실물 크기로 재현했다. 이곳은 촬영에 필요한 소품과 단역 자원이 넘친다. 2200여년 전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시대별 소품 수십만 가지가 구비돼 있고, 단역 배우는 4만명이 넘는다. 이곳에서 촬영된 영화와 드라마는 2000편이 넘고 ‘미션 임파서블 3’, ‘미이라 3’ 등 세계적 흥행작도 제작됐다. 이를 발판으로 중국 영화시장은 연평균 37%의 고속성장률을 기록하며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700억 위안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헝뎬 스튜디오가 중국과 할리우드를 합친 ‘찰리우드’로 불리는 이유다. 중국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에 영화업계는 성장의 기회로 잘 활용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주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편승해 중국 영화가 해외 수출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아시아, 중동,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철도 등 인프라 투자와 무역 확대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영화라는 문화상품의 수출 확대에도 좋은 기회가 된다는 분석이다. 베이징의 영화사 샤인워크미디어(閃亮媒體)는 이를 위해 카자흐스탄과 전기(傳記) 영화, 이란과 코미디 영화, 인도네시아와 재난 영화를 공동으로 제작키로 하는 등 일대일로 프로젝트 관련 국가들의 영화사들과 합작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완성을 앞둔 중국-카자흐스탄 합작 영화 ‘작곡가’가 대표적이다. 영화는 중국인이 카자흐스탄에서 작곡가로 활약해 양국 교류·협력의 상징적 인물인 시싱하이(洗星海)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제작자 선젠(沈健)은 “2013년 시진핑 주석의 연설 속에서 언급된 작곡가의 이름에서 감명을 받았고 영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서 영화 제작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는 셈이다. 중국 제작자들이 영화를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부로 간주하는 정부 당국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 정부는 실크로드 주변 국가들과 영화제, 영화제작을 통한 인적 교류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의 지원은 중국 영화계에서 금전적 투자 이상의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정부 지침을 따르는 영화들은 검열과 행정적 규제를 쉽게 통과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터키 영화 감독인 무라트 야부즈가 ‘요리사와 공주’(㕏師與公主)라는 영화를 제작하는데 제작 비용을 대기로 했다. 13세기 실크로드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중국의 공주가 터키의 요리사와 함께 아나톨리아(소아시아·거의 대부분 터키 영토)로 달려가 침략자들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는 내용이다. 야부즈 감독은 3년간 투자자를 물색하던 끝에 중국 투자자를 만나 실크로드를 테마로 한 작품이라는 사실을 말하자 그들이 반색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지난 5월 촬영에 들어갔고 야부즈 감독은 중국과 터키는 물론 몇몇 실크로드 지역에서 로케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영화의 배경이 실크로드 전체이기 때문에 중국, 터키와 실크로드 주변 나라에서 모두 상영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우선하는 동양의 가치를 바탕으로 할리우드에 대적하는 영화가 많이 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발맞춰 지난달 초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에서는 제4회 실크로드 국제영화제도 열렸다. 중국과 실크로드 주변 국가들의 합작 확대 가능성을 보여준 행사였다. 주최 측은 고대의 무역로를 보여주는 대형 지도를 걸었고 중국 유명 배우들은 그 위에 속속 자필 서명을 남기게 하는 등 일대일로 프로젝트 전파에 총력전을 펼치기도 했다. 중국 내에서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주제로 한 민족주의 성격의 대작들이 등장하고 있다. 중국 통신사 직원이 유럽 라이벌을 누르고 아프리카에서 계약을 따내는 성공담을 다룬 ‘차이나 세일즈맨(中國推銷員)’의 탄빙(檀冰) 감독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주제가 해외 바이어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며 “이미 30여개 실크로드 주변 국가들에 영화 배급권을 팔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개봉된 ‘궁푸요가’는 고대 티벳의 보물을 찾아 나선 중국과 인도의 고고학자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다. 인도 여성 고고학자역을 맡은 아미라 다스투르가 영화 중에서 “우린 중국과 인도의 고고학 협력을 증진할 수 있습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에도 부합하겠죠”라고 말하자 중국 고고학자역을 맡은 청룽은 “당연하지”라고 대답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 사업중 하나로 신장(新疆)자치구 카스(喀什)에서 파키스탄 남부 과다르항까지 2300여㎞에 도로와 철도, 에너지망 등을 구축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사업에 인도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지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트럼프 “두고 보자”

    中, 北 평창 대표단 파견 반색… 日, 남북관계 개선 의욕에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핵단추가 책상 위에 놓여있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두고 보자”라고 반응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연말을 보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2017년 마지막 날 새해 전야 파티 참석에 앞서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두고 보자”라고 두 차례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주요 언론은 북한이 핵 위협과 동시에 한국에 ‘올리브 가지’(화해의 손길)를 내밀었다면서 이를 한반도 긴장 완화 가능성의 신호로 해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김 위원장이 핵단추 위협을 하면서도 북한이 위협받지 않는 한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을 부각했다. 중국은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을 파견할 뜻을 밝히자 반색하고 나섰다. 중국 매체들은 특히 김 위원장의 대미 핵위협 내용보다는 남북 대화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기대감을 보였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평양발 속보를 통해 “김 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김 위원장이 평창올림픽 참석을 위해 한국과 회담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김 위원장의 남북 긴장 완화 발언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김 위원장의 발언은 한국이 이전에 제안한 남북 군사당국 회담에 북한이 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내용을 속보로 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핵단추를 언급하며 위협하면서도 남북 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국을 견제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는 긍정적 자세를 보였다고도 전했다. NHK도 김 위원장이 트럼프 정권을 위협하는 한편 평창동계올림픽의 참가에 긍정적 입장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 역시 인터넷판 기사로 김 위원장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실전배치를 선언했다며, 한편으로는 평창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2017 결산] 2017년 중국의 키워드는 ‘공유’다

    [2017 결산] 2017년 중국의 키워드는 ‘공유’다

    지난 20일 중국 정부기관인 국가언어자원 검측연구센터가 각계 전문가와 일반인 투표를 거쳐 ‘올해의 한자’와 올해의 단어‘를 선정했다. 그중 2017년 국내뉴스를 대표하는 한자로는 ’누릴 향(享)‘자가 선정됐다. 이는 중국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공유경제를 뜻하는 말로, 현지에서는 공향(共享)경제라고 부른다. 올 한해 중국의 공유경제는 그야말로 폭풍성장을 했다. 그중 가장 빛을 발한 것은 ‘자전거 왕국’ 다운 공유자전거 서비스였다. 상하이에서 시작된 공유자전거 서비스는 이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한 업체의 올 상반기 회원 가입자 수는 6만 명을 기록했을 정도다. 지난 9월, 중국 선양의 한 신혼부부는 공유자전거를 타고 결혼 퍼레이드를 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중국에서는 성대한 결혼식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수억 원대의 수입 브랜드 자동차 수십 여대를 출동시키는 등의 사례가 비일비재한데, 공유자전거가 인기를 끌면서 고급차를 이용한 웨딩퍼레이드를 공유자전거로 대체하는 모습이 공개되자 현지 네티즌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공유경제 바람은 자전거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항저우에서는 ‘슈퍼카 공유 서비스’가 등장했다. 지난 8월 한 스타트업 기업은 시간당 300~600위안(약 5~10만원), 맥라렌 P1의 경우 시간당 1만 5000위안(약 255만원)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슈퍼카 공유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우버 중국법인을 인수한 기업가치 56조원의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은 공유경제 열품의 선봉장으로 꼽힌다. 공유경제의 확산 배경에는 고도성장한 IT 기술을 바탕으로 모바일 사용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새로운 습관이 있다. 지난 9월 중국 국영 언론 인민일보, 인민대학교 금융 연구원, 동영상 공유 전문 업체 텐센트(tencent) 등이 전국 324개 도시, 6596명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가입자 등을 조사한 결과, 중국인의 약 84%가 현금을 소지하지 않고 외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 소비자들이 경제생활 대부분을 모바일로 향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모바일을 자주 이용하는 소비 패턴은 모바일 이용을 필수로 하는 공유경제 확산에서 다분히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공유경제가 확산되면서 부정적인 상품이나 현상도 등장했다. 지난 8월 중국의 연인절이자 칠월칠석을 맞아 베이징 싼리툰(三里屯)에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공유 남자친구’가 등장했다. 길거리 한가운데 세워진 표지판에는 거리를 함께 걷는 경우 15분에 5위안(850원), 1시간에 20위안(3400원), 함께 식사하는 경우 15분에 6위안, 1시간에 30위안이라는 ‘가격표’가 적혀 있었다. 함께 영화를 보는 경우 15분에 7위안, 1시간에 30위안이며, 노래방을 가는 경우 15분에 8위안, 1시간에 30위안을 받는다. ‘짝퉁 공유’라는 근본적인 비판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월 “공유경제의 전리품은 오로지 막대한 자본을 보유한 벤처캐피털로 귀속될 뿐이며, 공유기업들은 이용자 정보를 수집하고 판매하는 데만 혈안이 됐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공유자전거 사용자의 실명제 도입과 사용자를 위한 상해보험 도입, 고객의 보증금을 유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증금 전용계좌 의무화 등 공유경제를 건전하게 발전시키려는 묘수 찾기에 한창이다. 2017년 한 해 중국의 키워드는 ‘공유’였다. 2018년에는 또 어떤 기발한 공유경제 서비스가 등장해 중국 뿐 아니라 세계의 관심을 끌지 기대가 쏠리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특파원 생생 리포트] 中, 5000만 독거청년 ‘두 얼굴’

    [특파원 생생 리포트] 中, 5000만 독거청년 ‘두 얼굴’

    학력·소득 높은 청년 트렌드 주도 혼밥 익숙… 배달 앱 소비자의 65% 취업·주택난 등 힘들고 어두운 면도 스마트폰이 유일한 동반자 ‘씁쓸’올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유행어는 ‘독거청년’이다. 학업과 취업을 위해 농촌을 떠나 대도시에서 혼자 사는 청년 또는 대도시 출신으로 결혼을 하지 않은 20~39세 미혼 인구를 일컫는다. 약 5000만명으로 추산된다. 독거청년은 ‘1인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과거 농촌에서 이주한 노동자(농민공)와 달리 농촌에서 수재 소리를 듣고 큰 독거청년들은 학력이 높고 일정한 소득 수준도 유지하고 있어 ‘소비 주력군’으로 떠올랐다. 중국판 솔로데이인 알리바바의 광군제(光棍節·11월 11일 솔로의 날)를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 이벤트로 만든 주역도 이들이다. 올해 광군제 할인 행사의 하루 거래액은 1682억 위안(약 28조 3078억원)에 달했다.알리바바에 따르면 독거청년의 소비품목 1위는 통신비이며 2위는 패션이다. 컴퓨터 등 전기전자제품, 스낵이 뒤를 이었다. 음식배달, 가사 도우미 등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도 5위에 올랐다. 이들은 ‘혼밥’뿐만 아니라 ‘혼자 영화 보기’에도 익숙하다. 독거청년 375만명이 1년간 혼자 극장에서 영화를 본 경험이 있었다. 중국 음식 배달 앱 기업인 메이퇀 뎬핑에 따르면 배달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는 소비자의 65%가 독거청년이다. 독거청년은 여행업체의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시트립(携程)에 따르면 ‘나홀로 여행객’ 비중이 2014년 8.3%에서 지난해 15%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중국 여행사들은 1인 여행상품뿐 아니라 ‘여행 동반자 찾기’ 상품까지 출시하고 있다.그러나 독거청년이 ‘독거노인’에서 파생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어두운 측면도 많다. 취업난, 직장 내 경쟁, 주택난 등 생활고로 고통받는 오늘날 중국 청년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변변한 직장을 갖지 못했거나 소득 수준이 낮은 젊은층은 중국 사회의 새로운 빈곤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혀 모르는 사람과 방을 함께 쓰는 ‘낯선 동거’도 이들이 연출한 새로운 부동산 풍속도다. 베이징청년보는 “이들의 유일한 동반자는 스마트폰”이라고 전했다. 최근 인터넷에는 독거청년을 풍자하는 ‘늙은 청년’ 사진이 퍼지고 있다. 20대 청년이지만, 머리가 다 빠지고 몸이 야위어 병약한 노인처럼 보이는 젊은이가 하루 종일 누워서 ‘시체 놀이’를 하는 장면이다. ‘청춘이 탈탈 털린 청년’, ‘88년생 중년 아줌마’ 등이 이들의 새로운 언어로 자리 잡았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 10월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청년이 흥해야 국가가 흥하고 청년이 강해야 국가가 강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고단한 청춘들은 이런 정치적 구호에 아무런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인민일보조차 지난 17일 논평에서 “청년들의 무기력이 설교나 질책으로 해소될 상황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文대통령 방중 결산] 文자서전 ‘운명’ 중문판 연내 발간…환구시보 “文대통령 힘써 中 감동”

    [文대통령 방중 결산] 文자서전 ‘운명’ 중문판 연내 발간…환구시보 “文대통령 힘써 中 감동”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 중문판이 연내 중국 서점에 깔린다.중국 관영 인터넷 매체 펑파이는 17일 “문 대통령의 첫 국빈 방문에 맞춰 출판된 ‘운명’ 중국어판이 12월에 중국 서점에서 판매된다”면서 “35만자 분량에 60여장의 사료적 사진이 실린 이 책은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식 인증한 외국어 번역본”이라고 전했다. 펑파이는 중국어로 “모든 것은 운명이다. 반드시 강조할 점은 각고의 노력으로 바꾼 운명이라는 것이다”고 적힌 책 표지 사진과 함께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를 회상한 ‘노제, 50만명의 바다’ 부분을 출판사(장쑤봉황문예사)의 동의를 얻어 전제했다. 책 표지에 “대통령의 중문판 특별 머리말 수록”이라는 문구가 있는 점으로 볼 때 문 대통령이 중국 독자들에게 직접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쓴 것으로 보인다. 평파이는 “가난한 집안, 수감 생활, 특전사, 인권변호사, 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서 한국 정치의 중심에 서기까지 문 대통령의 생활은 소탈했지만, 정치적 운명은 기복이 컸다”면서 “그의 자서전은 개인사이자 한국 현대사”라고 평가했다. 중국 출판사가 문 대통령의 자서전을 출간하고, 관영 매체가 이를 보도한 것은 국빈 방문 전후로 문 대통령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킨다’도 2014년 중국어로 번역돼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서점에서 사라졌다. 한국에 대해 비판적 보도 경향을 보여 온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 16일자 1면 전체를 할애해 문 대통령의 충칭시 방문을 전했다. 제목은 ‘문재인, 힘써 중국을 감동시키다’였다. 이날 인민일보도 1면에 문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회담을 보도하며 양국의 경제 협력 재개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다만 환구시보는 한국 기자 폭행 사건과 관련한 사설에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중국 정부에 책임을 묻지 말라”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 이후 보류시켰던 한·중 산업단지 건설을 승인했다. 중국 국무원은 17일 장쑤성 옌청, 산둥성 옌타이, 광둥성 후이저우 등 3개 지역에서 설립 신청을 올린 한·중 산업단지 건설을 승인한다고 회신했다. 통지문은 “19차 당대회 정신에 따라 개혁개방을 심화 확대하고 한국과의 합작의 장점을 살려 첨단 산업단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무원은 또 한·중 간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규정을 적극적으로 이행해 한·중 산업단지가 전면적 개방의 시험구가 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中 환구시보, 1면털어 문 대통령 대서특필

    中 환구시보, 1면털어 문 대통령 대서특필

    CCTV 등도 일제히 회복... 한중관계의 완벽한 회복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마지막 날인 16일, 중국 매체들이 문 대통령의 충칭 방문을 집중했다. 특히 한국과 관련 비판적 보도를 해오던 중국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6일자 1면 전체를 털어 문 대통령 방중 소식으로 전하며 ‘문재인, 중국 감동시키기 위해 노력’이라는 제목을 달아 대서특필했다. 문 대통령의 방중 첫날인 지난 13일 이후 관련 소식을 거의 다루지 않았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14일 정상회담과 15일 문 대통령과 리커창 국무원 총리의 면담으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실질적으로 ‘봉인’되고 한·중 관계가 오롯이 정상화됐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환구시보는 “오늘이 문 대통령의 4일간의 방중 일정의 마지막 날”이라며 “문 대통령이 충칭에서 ‘뿌리 찾기 여정’을 시작했고, 이번 일정을 통해 양국 간 친근한 감정이 깊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홍콩 명보(明報)를 인용해 “한국 대통령들은 방중 시 베이징 외 지방을 방문하는 데 매우 신경을 써 방문지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적 측면에서도 충칭은 서부대개발의 대문(大門)이자 인구 3300만의 중국 4대 직할시로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거대경제권 구축) 구상의 중심 도시이기도 하다”면서 “현대차와 SK하이닉스 공장 등도 문 대통령이 충칭을 택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환구시보는 별도 기사로 문 대통령 부부가 전날 우리의 인사동 격인 베이징 전통거리 류리창(琉璃廠)과 전문대가(前門大街)를 찾아 전통문화를 체험했다고 보도했다. 또 최고 명문인 베이징대학을 방문해 재학생 290여 명 앞에서 ‘한중 청년의 힘찬 악수, 함께 만드는 번영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한 내용도 소개했다.  중국 중앙(CC)TV도 아침 뉴스를 통해 문 대통령이 2박 3일간 베이징 일정을 마치고 전날 충칭으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CCTV는 “문 대통령은 방중 계획에 따라 충칭 방문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친다”면서 “방중 기간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을 통해 한·중관계 발전과 경제·무역, 한반도 문제 등에서 공동인식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관영 신경보(新京報)도 충칭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문 대통령이 충칭을 택한 이유는 ‘뿌리 찾기’라며 한국과 충칭의 인연을 자세히 소개했다. 신경보는 “충칭은 한국 건국의 뿌리이자 1919년 상하이에서 수립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면서 “임시정부는 1940년 9월 충칭으로 옮겨와 1941년 충칭을 임시 정부의 수도로 선포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충칭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中 환구시보, 1면털어 문 대통령 대서특필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마지막 날인 16일, 중국 매체들이 문 대통령의 충칭 방문을 집중했다. 특히 한국과 관련 비판적 보도를 해오던 중국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6일자 1면 전체를 털어 문 대통령 방중 소식으로 전하며 ‘문재인, 중국 감동시키기 위해 노력’이라는 제목을 달아 대서특필했다. 문 대통령의 방중 첫날인 지난 13일 이후 관련 소식을 거의 다루지 않았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14일 정상회담과 15일 문 대통령과 리커창 국무원 총리의 면담으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실질적으로 ‘봉인’되고 한·중 관계가 오롯이 정상화됐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환구시보는 “오늘이 문 대통령의 4일간의 방중 일정의 마지막 날”이라며 “문 대통령이 충칭에서 ‘뿌리 찾기 여정’을 시작했고, 이번 일정을 통해 양국 간 친근한 감정이 깊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홍콩 명보(明報)를 인용해 “한국 대통령들은 방중 시 베이징 외 지방을 방문하는 데 매우 신경을 써 방문지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적 측면에서도 충칭은 서부대개발의 대문(大門)이자 인구 3300만의 중국 4대 직할시로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거대경제권 구축) 구상의 중심 도시이기도 하다”면서 “현대차와 SK하이닉스 공장 등도 문 대통령이 충칭을 택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환구시보는 별도 기사로 문 대통령 부부가 전날 우리의 인사동 격인 베이징 전통거리 류리창(琉璃廠)과 전문대가(前門大街)를 찾아 전통문화를 체험했다고 보도했다. 또 최고 명문인 베이징대학을 방문해 재학생 290여 명 앞에서 ‘한중 청년의 힘찬 악수, 함께 만드는 번영의 미� ?� 주제로 강연한 내용도 소개했다. 중국 중앙(CC)TV도 아침 뉴스를 통해 문 대통령이 2박 3일간 베이징 일정을 마치고 전날 충칭으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CCTV는 “문 대통령은 방중 계획에 따라 충칭 방문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친다”면서 “방중 기간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을 통해 한·중관계 발전과 경제·무역, 한반도 문제 등에서 공동인식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관영 신경보(新京報)도 충칭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문 대통령이 충칭을 택한 이유는 ‘뿌리 찾기’라며 한국과 충칭의 인연을 자세히 소개했다. 신경보는 “충칭은 한국 건국의 뿌리이자 1919년 상하이에서 수립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면서 “임시정부는 1940년 9월 충칭으로 옮겨와 1941년 충칭을 임시 정부의 수도로 선포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충칭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문 대통령, 임시정부 찾아 독립유공자 후손 격려…中언론도 대서특필

    문 대통령, 임시정부 찾아 독립유공자 후손 격려…中언론도 대서특필

    문재인 대통령은 방중 마지막 날인 16일 중국 충칭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해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격려하고 독립운동의 정신과 의미를 되새겼다. 한국 대통령이 충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1919년 상하이에 설립된 임시정부는 중국 각지를 전전하던 끝에 1940년 4월부터 1945년 해방을 맞을 때까지 충칭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 남아 있는 임시정부 청사(상하이, 항저우, 창사, 충칭) 중 가장 큰 큐모다. 임시정부가 충칭에 머문 6년은 중국 내에서의 독립운동 기간 중 가장 중요하고 활발했던 시기로 임시정부의 군대인 광복군도 이곳에서 창설됐다. 청사는 1990년대 초에 충칭 도시 재개발 계획으로 헐릴 위기에 처했으나 한국과 중국 정부의 공동 노력으로 보존돼 1995년 8월 정식으로 복원, 개관했다. 문 대통령은 청사 관람에 앞서 청사내 김구 선생의 흉상 앞에서 묵념을 갖고 임시정부의 마지막 소재지인 충칭 방문의 의의를 되새기는 한편,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애국선열들의 희생에 대해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 것으로 보답할 것을 다짐했다. 방명록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의 뿌리입니다. 우리의 정신입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청사 회의실에서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다과회를 갖고 “우리 정부도 충칭에 소재한 광복군 총사령부 복원 문제를 비롯해 중국내 독립운동 사적지 보호를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과회에는 이소심 여사(독립유공자 이달 선생의 장녀) 등등 충칭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 6명과 이종찬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추진위원장 등 서울 거주 4명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중 제3국 공동진출 산업협력 포럼에 참석한 뒤 지난 19차 공산당 대회에서 차세대 지도자로 급부상한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와 오찬 회동을 가졌다. 중국 관영언론 매체들은 문 대통령은 중국 국빈방문의 마지막 일정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6일자 1면 전체를 문 대통령 방중 소식으로 전하며 ‘문재인, 중국 감동시키기 위해 노력’이라는 헤드라인을 달아 대서특필했다. 환구시보는 “오늘이 문 대통령의 4일간의 방중 일정의 마지막 날”이라며 “문 대통령이 충칭에서 ‘뿌리 찾기 여정’을 시작했고, 이번 일정을 통해 중한 양국 간의 친근한 감정이 깊어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中언론 “양국 새로운 전기”

    15일 중국 관영매체들은 전날 오후 열렸던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하면서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시 주석이 사드 문제를 거론했다는 내용보다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는 데 초점을 뒀다. 한반도 비핵화와 전쟁 반대 등 양국 정상이 합의한 4대 원칙도 자세히 다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정상회담 소식을 1면 오른쪽 상단에 크게 실었다. 제목은 “시진핑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이 양국 관계의 방향을 정확하게 잡아 장기적인 안정을 확보하기로 합의했다”고 달았으며, 두 정상이 의장대를 사열하는 사진을 실었다. 인민일보 해외판은 “시 주석과 문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견지하고 한반도 전쟁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했다”면서, 이를 지지하는 사설을 1면에 게재했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문 대통령이 관건적인 시기에 중국을 방문해 관계 개선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시 주석의 발언을 제목으로 내세운 뒤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시 주석과 문 대통령이 협력을 위한 대화를 했다”면서 “무역·에너지·동계올림픽과 관련한 협력 문서가 체결됐다”고 전했다. 양시위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신문에 “한·중 정상회담은 사드 문제에 대해 이견을 좁히는 새로운 토대를 마련했다”면서 “앞으로 한·중 군사 당국이 세부 협상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중국 환구시보 “경호원 기자폭행에 공안 책임 없다”

    중국 환구시보 “경호원 기자폭행에 공안 책임 없다”

    중국 측 경호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취재하던 한국 사진기자들을 폭행한 사건에 대해 중국 관영 매체(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가 “가해자가 중국 공안이라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면서 “해당 기자들이 취재규정을 어긴 탓에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환구시보는 15일 중국 측 경호원에 의한 한국기자 폭행 사건을 보도하면서 한국의 일부 누리꾼들의 댓글을 인용해 “폭행당한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들이 취재규정을 어겼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한국 기자들은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문제의 원인은 한국 측에서 고용한 사람이지 중국 공안이 아니다”라는 등의 댓글을 인용하면서 이번 폭행 사건에 대해 한국 내에서도 동정 여론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가 목격한 상황을 소개하며 “문 대통령 주변에는 한국 측 경호원들이 경호를 맡았고, 외곽에는 중국 경호원들이 상황을 통제했다”면서 “이들이 중국 공안이라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썼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이번 폭행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청함에 따라 중국 공안 당국은 밤새 세 차례 피해 조사를 진행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부상 정도가 심한 피해자의 치료를 고려해 중국 공안 측에서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피해자 조사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시진핑 뒤에 ‘왕’ 있다

    [글로벌 인사이트] 시진핑 뒤에 ‘왕’ 있다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 고위급 대화’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왕후닝(王滬寧·62) 정치국 상무위원과 만찬을 함께 하고 토론회도 가졌다. 추 대표는 왕후닝에 대해 “대학자의 풍모가 느껴졌다”고 말했다.하지만 학자풍의 왕후닝만 봤다면 추 대표는 그의 반쪽 모습만 본 것이다. 1994년 푸단대 교수 시절 쓴 책 ‘정치적 인생’(政治的人生)처럼 왕후닝은 학자일 때도 언제나 정치적 인생을 염두에 뒀다. 그는 이 책에서 “누가 진정한 정치가인가”라고 자문한 뒤 “죽음 앞에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고, 온갖 냇물을 다 받아들이는 바다와 같은 도량과 대세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춘 인물이 진정한 정치가”라고 자답했다. 왕후닝은 지난 10월 25일 열린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중국 최고지도자 집단인 7인 상무위원회의 멤버가 됨으로써 ‘은둔의 책사’에서 ‘진정한 정치가’로 거듭나기 위한 기회를 잡았다. 중국 정치가의 위상을 나타내는 기준은 인민일보 1면을 얼마나 많이 장식하느냐이다. 시진핑(習近平) 2기 체제 들어 시 주석 다음으로 인민일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왕후닝이다. 중국의 뉴스포털인 왕이신문망은 지난 4일 왕후닝이 상무위원에 오른 이후 40일 동안 어떤 활동을 펼쳤는지를 소개하는 특집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베이징 정가에서는 지난 5년의 ‘시진핑 1기’를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위 서기가 떠받쳤다면, 앞으로 5년은 왕후닝이 책임질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시 주석은 지난 10월 19차 당대회를 통해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비전을 내놓았다. 5년 동안 반부패 사정으로 1인 지배체제를 갖춘 시 주석이 향후 미국과 본격적인 체제 경쟁을 벌이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체제 경쟁은 이론 싸움이고, 지금 중국의 정치 이론은 모두 왕후닝의 머리에서 나온다. 시진핑 뒤로 왕후닝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이유다.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 고위급 대화’는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시진핑 등 3명의 주석을 잇따라 보좌한 왕후닝이 책사에서 정치 지도자로 변신한 것을 알리는 무대이기도 했다. 왕후닝은 본인 명의로 200여개 국가 460여명의 정당 지도자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개막 연설은 시 주석이 했지만, 대회의 주인은 왕후닝이었다. 왕후닝은 베이징에서 세계 정당 대회를 주관한 이후 곧바로 저장성 우전으로 갔다. 제4회 세계인터넷대회를 주관하기 위해서다. 그는 시 주석 대신 개막식 기조연설을 했다. 지난해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이 시 주석의 연설문을 대독한 것과 비교하면 왕후닝의 높아진 위상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상무위원 등극 이후 왕후닝의 행보는 모두 이데올로기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상무위원이 된 지 5일 만에 국가 자문기구인 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들을 소집해 19차 당대회에서 통과된 ‘시진핑 사상’을 교육시켰다. 11월 1일 열린 19대 정신을 학습하고 관철하는 중앙선전단 동원대회에서 왕후닝은 선전 공작에 대한 7개 지침을 내렸다. 중앙선전단은 정치국원으로 승진한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서기 등이 포함됐다. 그동안 정치국원에게 지침을 내리는 인물은 시 주석이 유일했다. 이데올로기·선전 담당 상무위원으로서 이 같은 활동은 당연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관영 매체들이 유독 왕후닝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권력의 추가 어디에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시진핑 1기에선 왕치산의 움직임을 보고 중국의 방향을 가늠했는데, 이젠 왕후닝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시진핑 친정체제가 구축된 지금 왕후닝의 역할은 왕치산을 뛰어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왕후닝은 1955년 10월 상하이에서 태어났다. 문화대혁명이 한창이던 중학생 시절 몸이 약해 하방에서 제외된 그는 온종일 책만 봤다고 한다. 그는 “이때 매일 독서하는 습관과 사고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길렀다”고 회고했다. 하루는 “매일 책만 보는 게 재미있냐”고 묻는 친구에게 그는 “스님이 왜 매일 불경을 외는 줄 아냐”고 대꾸했다고 한다. 1972년 상하이사범대학 외국어 육성반에서 프랑스어를 배웠지만, 외교관 대신 학자의 길을 택했다. 1978년 문화대혁명이 끝나자 푸단대는 가장 먼저 정치학과를 부활했다. 왕후닝은 이 학과 석사과정에 합격했다. 스승은 ‘자본론’ 연구 권위자인 천치런(陳其人)이었다. 푸단대는 1985년 29세에 불과한 조교 왕후닝을 풀타임 부교수로 승진시켰다. 전국에서 가장 젊은 부교수가 탄생한 것이다. 1988년 미국으로 건너가 아이오와대학과 캘리포니아대학에서 방문학자로 지냈다. 왕후닝은 이때 20개 대학을 돌며 미국 학자들과 토론했다. 이를 기초로 ‘미국은 미국을 반대한다’라는 책을 썼다. 책에서 그는 “어떤 정치체제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어떻게 권력 교체를 하느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정적인 정치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돌아온 그는 중국 언론에 정치 개혁에 대한 글을 많이 기고했다. 중국의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앙으로 권력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신권위주의’ 이론을 주장했다. 당시 장쩌민 상하이 당서기 아래에서 선전 부문을 맡고 있던 쩡칭훙(曾慶紅)은 왕후닝의 권력 집중론에 매료돼 그를 장쩌민에게 천거했다. 장쩌민의 부름을 받아 1995년 중앙정책연구실에 발을 들여놓은 뒤 지금까지 이곳에 적을 두고 있다. 현재 그의 직책은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이다. 신중국 수립 이후 지방 서기나 중앙 부처 장관 등 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학자 출신이 상무위원에 오른 것은 왕후닝이 유일하다. 시 주석이 얼마나 이론에 집착하는지, 왕후닝이 이를 얼마나 잘 충족시키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중앙정책연구실은 국가의 이론과 정책을 입안해 당 중앙에 보고하고, 중앙의 결정을 현업 부서로 전파하는 곳이다. 여기서 왕후닝은 장쩌민 지도 사상인 ‘삼개대표론’을 만들어 중국 공산당이 노동자·농민의 당에서 전체 인민을 위한 당으로 변신하는 데 필요한 논리를 제공했다. 후진타오 시대엔 고속 성장의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한 ‘과학발전관’을 내놓았다. 사회주의 유일 강국의 꿈이 담긴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도 왕후닝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세 황제를 모두 가르친 스승이라는 뜻의 ‘삼조황사’(三朝皇師)가 바로 왕후닝이다. 뉴욕대의 샤밍 교수는 왕후닝과 푸단대에서 10년 동안 함께 공부한 단짝이었다. 하지만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놓고 왕후닝과 대립한 뒤 미국으로 떠났다. 샤밍 교수는 최근 중화권 매체 보쉰과의 인터뷰에서 “왕후닝은 침착하고 노련한 학자”라면서 “이론을 현실화해 정치적 권력을 획득하는 데 능하다”고 평가했다. 샤밍 교수는 특히 “왕후닝이 서구 정치학을 통달한 이유는 그것을 받아들이려는 게 아니라 극복하려는 것”이라면서 “오직 마르크스주의만 진리로 생각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왕후닝은 장쩌민이 해외 순방에 나갈 때마다 ‘주석 특별비서’ 신분으로 수행했다. 후진타오 10년 동안에도 이 신분에는 변화가 없었다. 2012년 시 주석이 집권했을 때 왕후닝은 정치 무대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시 주석은 그를 분신처럼 여겼다. 이제 왕후닝은 주석의 비서가 아니라 주석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꿈을 펼치는 막후 실력자가 됐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특파원 생생 리포트] 남편에게 복종하라… 최고의 혼수는 ‘정조’다?

    [특파원 생생 리포트] 남편에게 복종하라… 최고의 혼수는 ‘정조’다?

    “女노예 만드는 학원” 비난 일자 폐쇄명령 아버지·남편에 의해 대다수 강제로 입학“남편에게 무조건 복종하라. 때리면 맞아라. 세 명 이상의 남성과 성관계를 가져 정액이 섞이면 독이 돼 죽을 수 있다. 가장 귀한 혼수는 정조다.” 중국 랴오닝성 푸순시의 한 ‘여성도덕’ 교육학원의 강의 동영상이 중국 여성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중국 동영상 공유사이트를 통해 퍼진 이 학원의 강연 내용은 “절대로 이혼하지 마라. 남편이 무엇을 요구하든 아내의 대답은 ‘예, 즉시 하겠습니다’여야 한다. 여성이 운영하는 회사는 망한다” 등으로 채워져 있다.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이 학원은 2011년 문을 열었다. 전통문화 교육을 통해 교양 있는 여성을 육성한다고 선전해 왔다. 수강생들은 대부분 가정주부였다. 영상에 등장한 한 여성은 “남편이 여성의 가치와 복종을 배우라고 나를 여기에 보냈다”고 말했다. 동영상이 퍼지자 중국 여성들은 분노했다. “여성 노예를 만드는 학원”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푸순시 당국은 즉각 현장 조사에 나서 “사회주의 가치관에 위배되는 학원”이라며 폐쇄 명령을 내렸다. 학원 측은 “일부 강연이 와전된 것”이라고 항의했지만, 강제로 폐쇄됐다. 인민일보는 지난 5일 평론을 통해 “여성도덕이란 허울뿐인 명분으로 전통문화를 욕되게 했다”고 비판했다.문제는 ‘여덕반’(女德班)이라고 불리는 이런 학원이 중국 전역에서 성업 중이라는 데 있다. 학원생들은 대부분 아버지나 남편에 의해 강제로 입학당했다. 인민일보는 “가장들의 잘못된 교육관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반항적인 딸이 스파르타식 교육을 통해 요조숙녀가 되고, 남편에게 대들던 아내가 ‘삼종지도’에 충실한 현모양처가 된 ‘성공 스토리’로 가부장적인 아버지들과 남편들을 꾀어냈다. 신경보는 “학원들은 강연 동영상 판매, 출판, 심지어 미용실 운영 등으로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허베이성 전통문화연구회 부회장인 딩쉬안은 ‘여덕(女德) 대모’로 불리는 유명 강사다. 딩쉬안은 지난 5월 한 대학 강연에서 “미니스커트 착용은 부모를 욕보이는 짓이다. 여자는 종족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남자를 바꿔서는 안 된다. 강간은 집안의 수치이므로 발설해선 안 된다”는 망언을 했지만, 여전히 활발한 강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1949년 신중국 수립 당시 헌법에 남녀평등을 규정했다. 마오쩌둥 주석은 “세상의 반은 여성”(婦女能頂半邊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남녀 차별이 가장 심각한 국가로 남아 있다. 딩쉬안은 여권 신장을 책임지는 공산당 중앙 기관인 전국부녀연합회의 초빙 강사다. 상하이 부녀연합회는 지난 10월 ‘가정폭력 남편에게 대처하는 방법’을 공식 웨이보에 올렸다. “남편이 폭력을 휘두를 때 조용히 남편을 안으면 처음에는 더 때리지만, 어느 순간부터 어찌할 바를 모르고 폭력을 멈춘다. 남편이 후회하기 시작하면 부부 갈등은 눈 녹듯 사라진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美 법인세 인하에 발맞춘 日… 中도 감세 ‘만지작’

    美 기업 자본유출 확대·철수 우려 中, 캐나다와 FTA 체결 서둘러 미국 상원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35%에서 20%까지 대폭 낮추는 세제 개편안을 가결하자 중국과 일본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기업이 본국으로 돌아갈까 크게 우려하고 있고, 일본은 바로 혁신 기업의 법인세 인하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4일 일제히 미국의 법인세 인하가 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은 지난해 중복 과세의 약점이 있던 영업세를 증치세(부가가치세)로 전환해 1조 위안(약 165조원)가량 감세했으나, 미국의 법인세율이 중국(25%)보다 낮아지자 추가 감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인민일보의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인 샤커다오(俠客島)는 이날 “미국의 법인세율 인하보다 법인세 징수 방식이 속인주의에서 속지주의로 바뀐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납세했다면 미국으로 이윤을 송금해도 추가 세 부담이 사라진 만큼 미국 기업의 자본 유출이 확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소 메이신위 연구원은 “미국의 세제 개혁이 중국의 자본 유동성과 화폐정책에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중국 내 미국 기업의 유보 이윤이 대거 미국으로 되돌아가면 미국 기업의 중국시장 철수까지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 압박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율 인하는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를 부를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도 감세 카드를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재정부 산하 중국재정과학연구원 류상시 원장은 “영업세를 증치세로 전환하는 개혁 과정에서 조세 구간이 세분화됐으니, 다음 단계는 세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집권 2기를 맞아 중복지 수준의 샤오캉(小康) 사회 건설을 약속한 마당에 섣부른 감세는 복지 예산을 축소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캐나다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서두르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방중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FTA 체결을 논의했다. 한편 일본은 임금을 적극적으로 올리고,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기업들의 법인세 실질 부담을 현재 29.97%에서 20% 정도로 낮추기로 했다. 애초 일본 정부는 25%까지만 낮추려고 했지만, 미국과 프랑스 등 경쟁국들의 적극적인 감세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감면 폭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아베 신조 정부는 이 같은 세율을 2018~2020년 한시적으로 적용한 뒤 추가 조치를 취해 나가기로 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원유 끊어야” 연일 압박 美 “안보리 문제” 몸 사리는 中

    공급량 추가 제한으로 접점 찾을 수도 미국이 연일 중국을 향해 대북 원유 금수조치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대북 해법이 될 수 없다며 반대의 뜻을 완곡하지만, 분명히 밝히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30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북한을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원유 공급과 관련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면서 “북한을 대화의 장에 나오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원유를 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CNN 등이 전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같은 주문을 했다. 코리 가드너 미국 상원 외교위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은 이날 CNN에 “중국이 한국에 했던 것만큼 북한에도 가혹했다면 (북한과의) 모든 무역을 중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드너 위원장은 “중국은 사드 배치를 명분으로 한국 경제에 120억 달러(약 13조 400억원)에 가까운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경제 보복 조치를 했다”고 비판하고 “중국의 사업체 5000여곳이 현재 북한과 거래를 계속하고 있다. 북·중 간 최근 무역 수치를 보면 중국은 여전히 북한과 50억~60억 달러어치의 거래를 하고 있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은 관영 매체들을 중심으로 미국의 요구에 반발감을 드러냈다. 인민일보의 중문·영문 자매지인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1일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원하는 대로 일방적인 대북 제재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북 외교 관계 단절과 원유 공급 중단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승인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일부 반북 성향의 중국 교수들은 대북 원유 공급 중단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장롄구이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계속 핵개발을 추진하면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도 “중국은 추가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 추진한다면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을 옥죌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은 일단 ‘공급량 추가 제한’에서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틸러슨 장관은 “우리는 공급량을 더 제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중국도 화답하려는 듯 보인다. “중국이 북한과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중단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이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매년 봄 60여명의 대학생을 북한에 보내 7개월가량 어학을 공부하도록 한다. 북한도 비슷한 수의 대학생을 중국으로 보낸다. 한편 유엔 안보리의 제재에도 내년 러시아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 수는 크게 줄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 정부 소식통은 이날 “현재 노동 비자를 받고 일하는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3만 7000여명 대부분이 지난해 11월 2년짜리 노동허가를 받았다”면서 “따라서 내년에는 북한 노동자 수가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뉴스 분석] “北 테러지원국”…한반도 다시 안갯속

    美·中, 북한과 대화 노력 물거품 中특사 만남 거부 = 北 핵개발 가속 ‘대북 영향력 한계 노출’ 中 난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던 미국과 중국의 노력이 일단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국면 전환의 갈림길에 섰던 한반도 정세도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북한과 중국은 21일까지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방북했던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중앙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을 했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중국 인민일보는 이날 쑹타오의 방북 성과를 국제면 동정 기사로 간략하게 처리하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전날 김정은이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를 시찰했다는 소식만 내보냈다. 면담 불발을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제공할 진일보한 소식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쑹타오 특사가 ‘빈손’으로 베이징으로 돌아온 직후 미국은 20일(현지시간) 곧바로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쑹타오 특사의 방북 성과를 지켜보기 위해 테러지원국 재지정 결정을 미뤄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 외교 소식통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시 주석은 쑹 특사에게 중국과 미국의 ‘종합 의견’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은 미·중의 손짓을 거부했다. 미국과 중국의 ‘협력’이 김 위원장에게는 중국의 ‘배신’으로 비쳤을 가능성도 있다. 베이징의 한 대북 소식통은 “쑹타오는 김정은에게 북·중 우호를 위한 특사가 아니라 미·중의 최후통첩을 전하는 ‘전령’으로 보였을 것”이라면서 “쑹타오와 만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핵무기에 대한 입장 변경을 알리는 신호로 비칠 것을 우려해 김정은이 이를 원천 차단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이 최룡해·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을 통해 먼저 중국의 입장을 타진한 뒤 최종적으로 쑹타오를 만나지 않기로 결정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특사를 만나지 않은 것은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할 뜻이 전혀 없을 뿐더러 어떤 어려움에도 개발을 가속할 것을 천명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입장을 확인한 미국은 ‘군사 옵션’을 포함한 더 강한 제재만이 김정은의 폭주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을 굳힐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60여일 도발 중단과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으로 조성된 ‘북·미’ 해빙 분위기도 급랭할 전망이다. 중국은 긍정적 측면에서의 대북 영향력에 한계를 노출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인사는 “중국은 단기적으로도, 중·장기적으로도 대북 전략에 변형을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中, 세계 평화·안정 기여”… 북핵 공개언급 없었던 北·中 접촉

    “中, 세계 평화·안정 기여”… 북핵 공개언급 없었던 北·中 접촉

    ‘시진핑(習近平) 특사’로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중련부) 부장이 ‘잠행’ 중이다. 쑹 부장은 지난 17, 18일 북한의 핵심 실세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과 북한의 외교 수장인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을 잇달아 만났으나 북한과 중국은 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쑹 부장의 표면적인 방문 목적인 중국 공산당 19차 당대회 결과 설명에만 초점을 맞출 뿐 북한 핵문제에 대해 담판을 했는지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中 “특사는 마술사 아냐… 기대 말라” 중국 중련부는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쑹 부장이 전날 리 부위원장을 만났다고만 밝혔다. 중련부에 따르면 쑹타오는 리수용에게 “19차 당대회에서는 이번 세기 중반까지 중국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한다는 목표와 전략을 마련했다”며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가 세계 평화와 안정에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평화를 강조한 대목이 눈에 띌 뿐 북핵 관련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쑹타오와 리수용의 회담을 전하면서 “조선반도와 지역 정세, 쌍무관계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혀 북핵 문제가 논의됐음을 시사했다. 중국이 오히려 북핵 논의의 공개를 자제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8일자 사설에서 ‘쑹 부장은 마술사가 아니다”라면서 “그의 방북에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밝혔다. “한반도 형세 완화의 관건은 북한과 미국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연쇄 면담에서 북핵 위기와 관련된 공식적인 언급이 없었다”면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제한적인 것은 김정은이 중국을 불신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한대성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대사는 지난 17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이 합동군사훈련을 계속하는 한 미국과 협상할 가능성은 없다”며 “미국이 먼저 중단한다면 그다음에 우리가 뭘 할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사는 “미국이 적대 정책을 유지하고 전쟁놀이를 계속한다면 우리는 방어 능력을 계속 높여 나갈 것이며 그 핵심은 핵무기”라고 덧붙였다. 리 부위원장은 회담 후 특사단을 위해 연회를 베풀었다. 쑹타오 일행은 이날 평양시 교외의 만경대 혁명학원을 참관하고 구두공장을 견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련부는 또 지난 17일 열린 쑹 부장과 북한 권력서열 2위 최룡해 부위원장의 면담 사실도 발표했다. 중련부는 “두 사람은 북·중의 전통적 우호는 전 세대 지도자들이 구축한 것으로, 양국 인민의 소중한 재산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양당·양국 관계를 앞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시주석 北문제 향후 공세적 접근 예상” 한편 국내 전문가들은 중국 특사의 방북이 앞으로 북핵 문제에 관한 미·중 간 시각차를 좁힐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체적으로 한반도 정세를 대화 쪽으로 끌고 가자는 흐름에 일조할 수 있다”고 말했으며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중, 미·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국제사회의 엄중한 인식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이번 특사 방문은 중국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압박을 하면서 유화책도 함께 펴는 양온 국면으로 가는 것”이라며 “향후 시진핑 주석이 조금 더 공세적으로 미·중 관계와 북한 문제에 접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서울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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