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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경의 사진 산문] ‘반도체’ 뒤에 숨겨진 풍경들

    [박미경의 사진 산문] ‘반도체’ 뒤에 숨겨진 풍경들

    실타래를 풀어놓은 듯한 길옆으로 광활한 협곡이 펼쳐져 있다. 협곡 바닥에 서 있는 인물의 크기를 보면 협곡의 너비와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언뜻 보아서는 자연 그대로의 원생 지역을 담은 장쾌한 풍경 사진처럼 보인다. 울끈불끈 굴곡진 바위며 구불구불 돌아 흐르는 물줄기는 저 멀리 능선 위에 솟구친 뭉게구름의 형상만큼이나 자연스럽다. 그러나 스트레이트로 찍은 이 사진의 뒤에는 말하자면 ‘반도체가 숨어 있다’. 협곡은 인공을 가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이르는 원생이 아니다. 협곡이 펼쳐진 자리는 본디 길과 나란한 높이의 평지였다. 그 평지를 사람들이 주석을 캐기 위해 오랜 세월 파고 또 파서 저와 같은 협곡이 생긴 것이다. 인도네시아 방카섬에 인공적으로 생겨난 이 협곡의 깊이와 너비는 사람들이 파헤친 욕망의 크기다. 사진 안에서 한 사람은 선 채로, 한 사람은 앉은 채로인 인물들은 사금을 캐듯이 주석을 캐고 있는 중이다. 생계가 어려운 섬 주민들은 주석 광산으로 쓰임을 다한 이곳에서 아직도 불법 채굴을 이어 가고 있다. 파괴된 환경 생태계와 섬 주민들의 무너진 경제 생태계를 한 장의 사진 안에 압축한 것이다.이 사진은 홀로 수년간 ‘반도체의 궤적’을 좇는 사진가 신웅재의 <From Sand to Ash>의 일부다.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직업으로 포토저널리즘 사진을, 개인 작업으로 다큐멘터리 사진 프로젝트를 이어 가는 그는 ‘모래(실리콘)에서 나와 재(산업폐기물)가 되기까지’ 반도체 산업이 인류 문명에 쏟아내는 폐해들을 르포르타주 방식으로 담고 있다. 미래를 이끌어 갈 산업 기술로 열광할 뿐 환경파괴와 오염, 자원고갈, 노동착취, 아동노동 문제 등 반도체 산업의 어두운 이면들은 알지도, 세상에 잘 알려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방카섬은 섬 전체가 주석이 풍부해 수백 년간 전 세계 주석의 공급원이었던 섬이다. 반도체칩을 이용하는 제품 제작에 주석이 필수 광물로 사용되면서 현재는 토양 파괴를 넘어 인근 해역의 생태계까지 재앙에 가까운 환경문제에 직면해 있다. 방카섬에 관한 르포르타주가 ‘모래’의 일부라면 아프리카 각지와 유럽 국가의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가나의 수도 아크라 슬럼 지대 사람들의 전자제품 소각 현장은 ‘재’에 해당한다. 서울과 뉴욕, 도쿄에서 새로운 휴대전화의 출시에 열광하는 인파에서부터 전자제품에 둘러싸인 일상까지 반도체가 최첨단 기기로 소비되는 대도시의 모습들도 포착했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공장 노동자들의 안전을 방치하고 그들이 처한 위험과 죽음을 은폐해 온 반도체 메모리칩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의 ‘자랑스러운 한국 기업’을 상대로 피해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벌여 온 11년간의 투쟁 또한 기록했다. 반도체칩이 생산되고 소비되고 폐기되는 전 과정에 걸쳐 일반적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명백히 존재하고 발생하는 ‘감춰진’ 폐해들을 사진의 힘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처음 그 용어가 시작된 20세기 초부터 지금껏 망각의 반대편에서 ‘우리 주위의 세상을 묘사하려는 정직한 노력’(‘세계, 인간, 그리고 다큐멘터리’에서 스튜어트 프랭클린이 말한 다큐멘터리의 정의)을 지속하고 있다. 세계 여러 지역을 하나의 ‘현장’으로 넘나드는 젊은 사진가 신웅재는 그 다큐멘터리 사진의 가치에 복무 중이다.
  • 모든 것이 조작 가능한 디지털 시대… 가짜와 진짜 사이

    모든 것이 조작 가능한 디지털 시대… 가짜와 진짜 사이

    ‘축음기영화타자기’(문학과지성사)에서 저자 키틀러는 단언한다. “매체가 우리의 상황을 결정한다.” 매체학자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겠다 싶으면서도, 그의 말을 쉽게 넘겨버릴 수가 없다. 그간 기술 매체들은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는 도구라고 여겨 왔으니까. 한데 그것이 우리의 존재 양식 자체를 틀 짓는 절대적인 조건이 된다니. 그런 사례 중 대표적인 매체로 키틀러는 19세기 후반의 발명품인 축음기, 영화, 타자기를 든다. 기존에는 문자로만 저장되던 정보를 각각 음향, 광학, 텍스트로 나누어 처리하게 되면서 인간의 감각 체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아날로그 매체뿐 아니라 디지털화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변조, 변환, 동기화. 느리게 하기, 저장하기, 전환하기. 혼합화, 스캐닝, 매핑. 이렇게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총체적인 매체연합이 매체 개념 자체를 흡수한다. 기술이 사람들에게 연결되는 대신, 절대적 지식이 끝없는 순환 루프로서 돌아간다.” 이 책이 출간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키틀러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에게도 디지털화는 탐구 대상이었다. 이에 대한 나름의 답변을 그는 영화 ‘논-픽션’으로 내놓았다. 사실 키틀러의 매체론 연구와 비교하면 이 작품은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정교한 관점, 치밀한 논증, 충격적 반향이 부족해서다. 그렇지만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와 ‘퍼스널 쇼퍼’ 등의 수작을 만든 감독의 신작인 만큼 ‘논-픽션’도 근사한 매력이 있긴 하다. 출판인, 작가, 마케터, 배우, 비서관이 서로 얽혀 나누는 지적인 대화는 물론 각각의 에피소드가 결합해 빚어내는 아이러니한 유머는 관객에게 충분하진 않아도 괜찮은 만족감을 선사한다. 오디오북에 참여할 스타로 쥘리에트 비노슈를 거론하는 자리에서 셀레나(쥘리에트 비노슈)가 끼어드는 장면은 좀 지나치다 싶지만 말이다. 감독이 뭘 이야기하려고 했는지는 알겠다. 이는 모든 것이 조작 가능한 디지털 시대에 논픽션, 다시 말해 사실·허구의 구분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이다.이쯤에서 ‘논-픽션’의 원제목이 ‘이중생활’임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등장인물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직업 활동 외에 비밀스러운 사적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한마디로 불륜을 저지른다는 뜻이다. 누가 누구와 관계를 맺는지는 직접 확인해 보시길. 다만 나는 이들의 직업 활동과 사적 생활이 논픽션처럼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더불어 이것은 진실을 은폐하거나 변형시키는, 혹은 애초에 진실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삶의 디지털화가 이미 한창 진행 중이라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아닌가 생각했다. 디지털화라는 물살에 일찌감치 올라탄 한국인들에게는 좀 심심한 전언이긴 해도.
  • 13개월 재조사하고도 방씨 일가 ‘수사권고’조차 못했다

    13개월 재조사하고도 방씨 일가 ‘수사권고’조차 못했다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최종 결과 보고 공소시효 지난데다 직접 증거도 못 찾아 장씨 소속사 대표 위증 혐의만 수사 권고 조선 기자들 경찰 외압 행사 보고서 포함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13일 ‘장자연 사망 의혹 사건’ 관련 최종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지난해 4월 사전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지 13개월 만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핵심인 성접대·성폭행 의혹은 수사권고 대상에 들어가지 않아 결국 미완으로 남게 됐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에 따르면 조사단은 이날 장자연 사건을 ▲장자연 리스트 존재 여부 ▲검경 부실수사 의혹 ▲조선일보 외압에 의한 수사 무마 의혹 등 12가지 쟁점으로 정리해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배우 장자연씨는 2009년 3월 기업인, 언론인,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경찰과 검찰 수사가 진행됐으나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와 매니저 유모씨만 기소되고, 성상납 의혹을 받은 나머지 상류층 인물들은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 13개월간의 재조사에도 술접대·성접대 강요 및 성폭력 의혹은 최종 수사권고 의견에서 제외됐다. 대신 ‘검찰에 기록을 넘겨 수사개시 여부를 검토해달라’는 일부 조사단원 의견이 보고서에 포함됐다. 장씨가 폭로한 소위 ‘장자연 리스트’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단 내부 의견이 엇갈렸다. 조사단은 의견을 통일하지 못한 쟁점에 대해선 A안과 B안으로 나누어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조사단은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 등 80명이 넘는 참고인을 조사했지만, 공소시효를 극복하고 성폭행 관련 수사권고를 요청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장자연 리스트의 목격자로 알려진 윤지오씨 등 핵심 증인의 진술도 신빙성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됐다. 조사단 관계자는 “중요 참고인이 소환에 불응하는 등 협조를 해주지 않아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조사단은 장씨 소속사 대표 김씨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명예훼손 사건에서 위증한 혐의에 대해선 수사권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씨는 2012~2013년 관련 재판에서 “장자연 등 소속 연예인을 폭행한 적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부실수사를 하거나 조선일보 소속 기자들이 경찰에 외압을 행사한 부분도 일부 사실로 판단돼 최종 보고 내용에 포함됐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지난 8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민사재판에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집무실로 찾아와 ‘이명박 정부가 우리 조선일보하고 한판 붙자는 겁니까?’라고 말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과거사위는 조사단에 일부 문구 수정 등 보고서 보완을 요청한 한편, 이르면 오는 20일 조사 및 심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13개월 재조사 하고도 방씨 일가 ‘수사권고’조차 못했다

    13개월 재조사 하고도 방씨 일가 ‘수사권고’조차 못했다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13일 ‘장자연 사망 의혹 사건’ 관련 최종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지난해 4월 사전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지 13개월 만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핵심인 성접대·성폭행 의혹은 수사권고 대상에 들어가지 않아 결국 미완으로 남게 됐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에 따르면 조사단은 이날 장자연 사건을 ▲장자연 리스트 존재 여부 ▲검경 부실수사 의혹 ▲조선일보 외압에 의한 수사 무마 의혹 등 12가지 쟁점으로 정리해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배우 장자연씨는 2009년 3월 기업인, 언론인,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경찰과 검찰 수사가 진행됐으나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와 매니저 유모씨만 기소되고, 성상납 의혹을 받은 나머지 상류층 인물들은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  13개월간의 재조사에도 술접대·성접대 강요 및 성폭력 의혹은 최종 수사권고 의견에서 제외됐다. 대신 ‘검찰에 기록을 넘겨 수사개시 여부를 검토해달라’는 일부 조사단원 의견이 보고서에 포함됐다. 장씨가 폭로한 소위 ‘장자연 리스트’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단 내부 의견이 엇갈렸다. 조사단은 의견을 통일하지 못한 쟁점에 대해선 A안과 B안으로 나누어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조사단은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 등 80명이 넘는 참고인을 조사했지만, 공소시효를 극복하고 성폭행 관련 수사권고를 요청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장자연 리스트의 목격자로 알려진 윤지오씨 등 핵심 증인의 진술도 신빙성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됐다. 조사단 관계자는 “중요 참고인이 소환에 불응하는 등 협조를 해주지 않아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조사단은 장씨 소속사 대표 김씨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명예훼손 사건에서 위증한 혐의에 대해선 수사권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씨는 2012~2013년 관련 재판에서 “장자연 등 소속 연예인을 폭행한 적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부실수사를 하거나 조선일보 소속 기자들이 경찰에 외압을 행사한 부분도 일부 사실로 판단돼 최종 보고 내용에 포함됐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지난 8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민사재판에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집무실로 찾아와 ‘이명박 정부가 우리 조선일보하고 한판 붙자는 겁니까?’라고 말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과거사위는 조사단에 일부 문구 수정 등 보고서 보완을 요청한 한편, 이르면 오는 20일 조사 및 심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양정철 “정책·인물로 총선 승부”… 공천 물갈이 예고

    양정철 “정책·인물로 총선 승부”… 공천 물갈이 예고

    출마 여부엔 “일 시작도 안 해” 즉답 피해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에 임명된 양정철 신임 원장은 13일 “돌아오는 총선에서 정책과 인재로 승부를 해야겠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김민석 원장의 이임식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연구원장으로서 어떤 역할로 당에 도움이 될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양 원장은 14일 취임해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그는 “총선 승리에 꼭 필요한 일종의 병참기지로서의 역할을 해서 좋은 정책과 좋은 인재가 차고 넘치는 당으로 만드는 데 최선의 역할을 다하려 한다”고 밝혔다. 양 원장이 내년 총선을 위해 인재 영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예산의 3분의1 이상을 쓰는 민주연구원은 총선을 앞두고 공약 설계, 여론조사 등을 주도하게 된다. 때문에 양 원장이 이해찬 대표와 함께 공천 작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양 원장은 “그동안 이 대표와 연구원 운영 방안이나 목표 이런 것에 대해 충분히 의논을 많이 했다”며 “이 대표가 구상하는 거나 당 지도부가 구상하는 거나 제가 생각한 게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이 대표와 지도부를 잘 모시면서 열심히 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언론의 관심이 쏠리자 양 원장은 “제가 대선 끝나고 떠나면서 ‘잊혀질 권리’를 이야기했는데 말을 많이 하면 조금 그렇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일을 시작도 안 했는데”라며 즉답을 피했다. 양 원장은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후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국내를 떠나 미국과 일본 등에 머물러 왔다. 그는 “2년 전 대선 승리하고 곧바로 당에서 짐을 싸서 출국했으니까 딱 2년 만에 당에 돌아오는 것”이라며 “그때하고 상황이 많이 바뀌기도 하고 책임도 크고 해서 어깨가 무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과거사위 ‘장자연 사건’ 다음주 최종 발표…‘성폭행 수사권고’ 조사단 의견 분분

    과거사위 ‘장자연 사건’ 다음주 최종 발표…‘성폭행 수사권고’ 조사단 의견 분분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13일 ‘장자연 사망 의혹 사건’ 관련 최종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지난해 4월 사전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지 13개월 만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핵심인 성접대·성폭행 의혹은 최종 수사권고 대상에 들어가지 않아 결국 미완으로 남게 됐다.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에 따르면 조사단은 이날 장자연 사건을 ▲장자연 리스트 존재 여부 ▲검·경 부실수사 의혹 ▲조선일보 외압에 의한 수사 무마 의혹 등 12가지 쟁점으로 정리해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배우 장자연씨는 2009년 3월 기업인, 언론인,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경찰과 검찰 수사가 진행됐으나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와 매니저 유모씨만 기소되고, 성상납 의혹을 받은 나머지 상류층 인물들은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 13개월간의 재조사에도 술접대·성접대 강요 및 성폭력 의혹은 최종 수사권고 의견에서 제외됐다. 대신 ‘검찰에 기록을 넘겨 수사개시 여부를 검토해달라’는 일부 조사단원 의견이 보고서에 포함됐다. 장씨가 폭로한 소위 ‘장자연 리스트’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단 내부 의견이 엇갈렸다. 조사단은 의견을 통일하지 못한 쟁점에 대해선 A안과 B안으로 나누어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조사단은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 등 80명이 넘는 참고인을 조사했지만, 공소시효를 극복하고 성폭행 관련 수사권고를 요청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장자연 리스트의 목격자로 알려진 윤지오씨 등 핵심 증인의 진술도 신빙성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됐다. 조사단 관계자는 “중요 참고인이 소환에 불응하는 등 협조를 해주지 않아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조사단은 장씨 소속사 대표 김씨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명예훼손 사건에서 위증한 혐의에 대해선 수사권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씨는 2012~2013년 관련 재판에서 “장자연 등 소속 연예인을 폭행한 적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부실수사를 하거나 조선일보 소속 기자들이 경찰에 외압을 행사한 부분도 일부 사실로 판단돼 최종 보고 내용에 포함됐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지난 8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민사재판에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집무실로 찾아와 ‘이명박 정부가 우리 조선일보하고 한판 붙자는 겁니까?’라고 말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과거사위는 조사단에 일부 문구 수정 등 보고서 보완을 요청한 한편, 이르면 오는 20일 조사 및 심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별장 성접대 의혹’ 김학의 구속영장 청구…억대 뇌물수수 혐의

    ‘별장 성접대 의혹’ 김학의 구속영장 청구…억대 뇌물수수 혐의

    뇌물수수와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검찰이 13일 1억 6000만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달 1일 검찰이 별도 수사단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한 지 42일 만이다. 과거 부실수사 의혹, 별장 성접대 동영상 의혹 등 국민의 비판 여론이 뜨거운 가운데 ‘모르쇠’로 일관하는 김 전 차관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은 이날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해 김 전 차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13년 3월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지면서 김 전 차관이 자진 사퇴한 이후 검찰은 2차례 무혐의 처분을 거쳐 6년여 만에 신병확보에 나섰다. 검찰은 지난 12일 2차 소환 조사에서 김 전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6시간 동안 건설업자 윤중천(58)씨 등에게서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정황과 성범죄 의혹을 추궁했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은 지난 9일 첫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윤중천(58)을 알지 못한다”고 잡아뗀 뒤 “윤중천을 모르니 별장에 같이 간 적도, 돈을 받은 적도 없다. 별장 성접대 동영상 속에 나오는 남성도 내가 아니다”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차관은 금품거래 의혹이 제기된 또다른 사업가 최모씨도 전혀 모르는 인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최근 두 차례 소환 조사에서 “윤씨를 알지 못한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함에 따라 증거인멸 등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수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수사단은 당초 윤씨 등 금품공여자들과 김 전 차관을 대질신문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이 두번째 조사에서도 이들과 관계 자체를 완강히 부인함에 따라 대질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성접대 의혹에 대한 검·경 수사에서도 윤씨를 모른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해왔다.검찰은 그러나 윤씨와 최씨가 내놓은 진술, 김 전 차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과거 동선분석과 계좌추적 결과 등을 토대로 김 전 차관에게 1억원 이상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 전 차관은 2007∼2008년쯤 건설업자 윤씨에게서 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을 비롯해 1억 3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검사장으로 승진한 2007년 “승진을 도와준 인사에게 성의표시를 하라”는 명목으로 윤씨가 건넨 500만원을 받았고 이밖에도 명절 떡값 등으로 모두 2000만원 안팎의 현금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초에는 윤씨의 강원도 원주 별장에 걸려있던 박모 화백의 감정가 1000만원짜리 서양화 한 점을 가져간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검찰은 또 김 전 차관이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이모씨와 윤씨 사이의 보증금 분쟁에 개입해 이씨가 1억원의 이득을 얻었다고 보고 김 전 차관에게 제3자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윤씨는 2007년 이씨에게 명품판매점 보증금으로 1억원을 줬다가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윤씨는 2008년 2월 이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가 취하했다. 윤씨는 검찰에서 “김 전 차관이 이씨에게 받을 돈을 포기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윤씨로부터 수차례 성접대를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뇌물수수 혐의에 포함했다. 다만 이씨에 대한 특수강간 등 성범죄 혐의는 구속영장에서 제외됐다. 김 전 차관은 사업가 최모씨에게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최씨가 2006년쯤부터 김 전 차관에게 차명 휴대전화를 제공하고 용돈과 생활비 등을 대주며 일종의 ‘스폰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씨가 제공한 뇌물이 3000만원을 넘고 2009년 5월 이후까지 금품거래가 이어진 사실을 확인해 공소시효가 10년인 특가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은 윤씨와 최씨가 특정한 형사 사건을 부탁하지 않았더라도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였던 김 전 차관에게 향후 청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금품을 건넸다고 보고 대가성·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뇌물수수와 성범죄 정황을 다시 추궁할 방침이다. 이씨가 제출한 정신과 진료기록 등을 토대로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여기는 중국] 중국서 마약하다 걸리면…재벌 2세에 사형 판결

    중국 정부가 마약 상습 투약 및 밀매 혐의를 받았던 재벌 2세에 대해 사형 판결을 내렸다. 저장성 리수이시(丽水市) 중급 인민법원은 최근 공개 재판을 열고 마약 상습 투약 및 밀매 혐의를 받았던 재벌 2세와 사건 관련자 14인에 대해 엄중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1일 공개된 판결문에 따르면, 일명 ‘푸얼따이'(재벌 2세, 富二代)인 오 모 씨는 마약 상습 투약 및 밀매, 운반 등의 혐의로 이날 ‘사형’ 판결을 받았다. 특히 오 씨는 지금껏 재벌 2세라는 점을 악용, 장기간 대량의 마약을 투약한 혐의 외에도 대량의 마약을 구매, 재유통하며 불법 수익을 챙겨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오 씨와 관련된 마약 상습 투약범 및 유통 업자 등에 대해서도 △일체의 정치적 권리 종신 박탈 △개인 전 재산 몰수 △무기 징역 등의 중형을 내렸다. 실제로 이날 공개 재판장에 선 사건 피고인 14명 중 재벌 2세 오 씨 1인에 대해서 사형, 마약 운반책이자 오 씨와 함께 마약을 상습 투약한 5명에 대해서는 무기징역 및 현재 소지하고 있는 개인 전 재산 몰수, 나머지 사건 관련자에 대해서는 징역 8년에서 15년까지의 장기 복역을 명령했다. 해당 판결문이 공개되자 재판 현장에 참석했던 피고인 가족들은 울음을 참지 못하는 등 사형 판결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는 모습이 연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사건 담당 재판부는 공개 판결문을 통해 마약 상습 및 유통을 책임진 오 씨에 대해 사형 집행을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공개 판결문을 통해, 사건 피고인들은 지난 2016년부터 올 초까지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를 중심으로 약 300만 위안(약 5억 1000만 원) 어치에 달하는 마약을 대량으로 구매해 상습 투약해왔다고 밝혔다. 더욱이 사형 선고를 받은 오 씨의 경우, 지난 2016년 11월 무렵 대량으로 구매한 마약의 일부를 지난 2017년 7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마약 중독자 반 씨, 방 씨, 윤 씨, 구 씨, 모 씨, 서 씨, 장 씨 등에게 높은 가격으로 재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오 씨가 불법으로 유통, 재판매한 마약으로 얻은 취득한 수익은 약 180만 위안(약 3억 2000만 원)에 달한다고 현지 공안은 추정했다. 특히 오 씨는 스스로 상습 마약 투약자였다는 점에서 대규모 마약을 중국 남동부 대도시에 유통, 판매했다는 점에서 중벌을 면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현지 언론에 의해 공개된 재벌 2세 오 씨의 부친은 중국 저장성 일대에서 수력 발전소를 건설, 투자할 정도로 막대한 자금 동원력을 가진 인물로 전해졌다. 실제로 오 씨는 불과 몇 년전 개인 명의 계좌에 천 만 위안(약 17억 원)의 현금이 예치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오 씨의 상습적인 마약 투약 등 일탈은 그가 고교생이었던 무렵부터 시작됐다고 현지 언론을 보도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오 씨는 고교 시절 홍콩, 마카오 등에 소재한 대형 카지노를 불법으로 출입, 막대한 돈을 도박 자금으로 사용하며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지난 2015년 오 씨는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제 기간 동안 도박으로 약 400만 위안(약 6억 8000만 원)의 돈을 지출, 당시 그는 도박을 시작한 지 불과 1시간 만에 무려 30만 위안(약 5100만 원)의 도박 빚을 지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한편, 현지 언론은 재벌 2세 오 씨에 대해 ‘사형’ 판결이 내려진 것에 대해 역사상 가장 큰 마약 10대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번 사건의 중심에 선 오 씨 적발을 위해 현지 공안부는 지난 2017년 3월부터 오 씨와 관련도니 마약 밀매 단서를 수사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오 씨 마약 사건을 담당하는 전담반을 구성, △광둥성 △푸젠성 △상하이 △원저우 △취저우 등으로 이어지는 마약 밀매 연결 고리를 적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광주에 해공 신익희 연구소 문열었다.

    광주에 해공 신익희 연구소 문열었다.

    경기 광주시가 ‘해공 신익희 연구소 발족식’을 지난 11일 퇴촌에서 열었다고 13일 밝혔다. 이날 발족식에는 신동헌 시장과 소병훈·임종성 국회의원, 안기권 도의원, 주임록·동희영 시의원 등과 해공 기념사업회, 유족 등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해공 신익희 연구소는 광주에서 출생해서 평생을 독립 운동과 민주주의에 헌신하고 주도한 해공 선생의 업적을 정립하고 현대적 계승 방안과 대 국민 홍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광주에 거주하는 전현직 교수, 사업가, 시민이 중심이 되어 자발적으로 설립되었다. 이날 신 시장은 “광주시에서 출생하신 자랑스런 인물인 해공 선생의 업적을 정립하고 널리 알리기 위한 시민 자율 단체가 구성된 것을 축하하고 앞으로 추진하는 사업에 많은 전문가, 시민들이 동참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창봉 연구소장은 “해공 선생의 자주독립, 민주주의 수호와 인재 양성 등 사상, 철학과 업적을 전문가들과 함께 학술집을 출판하고 현대적 계승 방안을 정립해서 현 세대에 맞는 미디어 홍보를 통해 해공을 국민들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해공 신익희 연구소는 앞으로 시에서 제정한 해공기념주간인 7월8일부터 14일에는 학술대회, 토크콘서트 개최, 다큐영상을 상영하고, 홈페이지를 오픈하여 많은 시민과 단체의 참여를 이끌어 갈 계획이다. 해공 신익희 연구소는 정현기 이사장(전 연세대 교수), 이창봉 소장(현 중앙대 예술대학원 겸임교수), 부길만 자문위원장(전 동원대 교수), 구재이 후원위원장(굿택스 대표,세무사) 등 연구소 임원과 시민들의 참여로 구성된 회원, 자문그룹으로 구성되어 출범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허석 순천시장, ‘新 우리는 일꾼’ 출간

    허석 순천시장, ‘新 우리는 일꾼’ 출간

    공무원이든 민간인이든 우리 사회의 모든 조직에는 중심 역할을 하는 간부가 있기 마련이다. 그들의 사고방식과 판단력, 추진력에 따라 그 집단의 성공 여부는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물며 시민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간부들이다면 그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허석 순천시장이 최근 이같은 간부들의 중요성을 다룬 책을 발간해 관심을 끌고 있다. 21세기 간부 혁신을 위한 제언인 ‘新 우리는 일꾼’. A4용지 크기에 227쪽 분량이다. 허 시장이 1994년 노동단체와 학생회 집행부를 대상으로 썼던 ‘우리는 일꾼’이라는 책을 25년의 변화를 담아 모든 조직의 간부들에게 맞게 새롭게 펴냈다. ‘우리는 일꾼’은 그 당시 한총련과 노동조합 간부들의 필독서였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허 시장은 “사회가 급속하게 바뀌고 있는 만큼 간부에게 요구되는 자세도 예전과는 다를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간부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며 “크고 작은 조직의 간부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출판 배경을 설명했다. 간부의 관점, 조직관리, 자세 등 3개 장에 36가지 소주제를 다뤘다. 행정관료를 독자층으로 삼은 느낌이어서 딱딱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공장 근로자의 애환을 겪은 노동운동가로서의 삶을 글로 녹여내 오히려 따뜻한 마음이 와닿게 한다. 2015년 대한민국을 빛낸 위대한 인물(언론발전) 대상을 받고, ‘문학광장’을 통해 소설가로 등단하는 등 10여권의 책을 출판한 실력을 뽐내기라도 하듯 논리와 감성이 적절하게 섞여있어 술술 읽힌다. 그는 우선 ‘혁신할 것인가, 머무를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간부는 먼저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고, 살아진다는 것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수동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은 살아지는 것이고, 능동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은 살아가는 것이다. 자신과 주변을 사랑하는 사람은 적극적인 변화의 의지를 갖게되고, 변화의 의지가 쇠퇴한 사람들은 주변은 물론 자신마저 사라지고 만다. 나는 지금 살아가는 것인가 살아지는 것인가‘ 그는 또 간부가 갖춰야 할 자세로 자기중심적 사고 배제, 창조적 파괴, 인내심, 헌신성, 실천, 나눔의 미학 등을 강조한다. 허 시장은 “이 책을 쓰면서 자신의 삶에 충실하는 것이 조직에 충실하는 것이고, 자신의 생활을 혁신하는 것이 조직을 혁신하는 출발점이라는 명제를 새삼 담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책은 “조직의 근간을 이루는 간부가 개인주의에 대처하지 못하면 큰 폐해가 온다”며 “한 번 흐트러진 조직을 다시 복원하기란 쉽지 않은 만큼 조직 활성화를 위해 스스로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허 시장은 “지난 1월에 전남의 설화와 인물을 펴낸 데 이어 다시 책을 내니까 바쁜 와중에 언제 책을 썼냐고 묻는 분들이 계시는데 선거 전에 써두었던 책들이다”고 미소를 지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블랙피플 관객참여… 베니스를 물들이다

    블랙피플 관객참여… 베니스를 물들이다

    이탈리아어로 ‘2년마다’라는 뜻을 가진 ‘비엔날레’는 베니스비엔날레가 만든 말이다. 미술이란 장르의 특성상 적어도 2년의 시간이 경과해야 전체 흐름의 변화가 파악되리라는 생각에서 유래됐다. 전 세계 비엔날레의 기준인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이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 일대에서 개막됐다. 오는 11월 24일까지 열리는 베니스비엔날레는 총감독이 직접 큐레이팅하는 본 전시(국제전)와 각 국가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국가관 전시로 나뉜다. 국가관이 개별 국가의 정체성을 앞세우는 올림픽적인 성격을 띠는 반면 본 전시는 현재 미술계의 풍향을 알 수 있는 가장 ‘힙한’ 미술 축제라고 하는 것이 더 맞겠다. 올해 총감독을 맡은 랄프 루고프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 디렉터가 내세운 주제는 ‘흥미로운 시대를 살아가기를’. 흥미로운 시대를 포착한 흥미로운 작품들이 루고프의 선택을 받았다.●세계 미술계를 뒤집어 놓은 블랙 피플 약진 이번 전시에선 세계 미술계를 뒤집어 놓은, 흑인 작가들의 약진이 그대로 드러났다. 흑인 작가가 그린 흑인 회화 작품이 유난히 많았다. 미국 LA에서 활동하는 흑인 작가 헨리 테일러(61)는 ‘무제’에서 아프리카 출신이 지배하는 최초의 공화국인 ‘아이티’를 세웠던 아이티 혁명을 상징하는 그림을 그렸다. 니데카 아쿠닐리 크로스비(36)는 당대 나이지리아의 디아스포라를 상징하는 인물로, 자신의 경험을 반영한 그림을 선보였다. 그의 그림 속 단색 배경의 흑인들은 무표정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준다.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미국의 영화감독이자 작가 아서 자파(59)는 50분짜리 영화 ‘화이트 앨범’과 사슬에 에워싸인 타이어 ‘커다란 바퀴’를 선보였다. 영화에서 그는 백인 패권주의의 징후를 그와 가까운 백인들의 초상화와 병치시켰다.●공기 뿜뿜·영상통화… 대세는 관람객 참여형 아트 황금사자상은 아서 자파에게 돌아갔지만, 주목도가 가장 높았던 건 단연 중국 듀오 위안(47)·펑유(45)의 ‘Dear’였다. 로마 제국의 의자를 모티브로 한 듯한 이 권위적인 실리콘 의자는 5분에 한 번, 고압 공기를 내뿜는 고무호스를 휘둘렀다. 벽에 부닥치며 내는 파열음 때문에 관람객들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그 위압적인 소리에 움찔 놀라는 관람객의 반응은 이들 작품의 필수 구성 요소다. 또 다른 관람객 참여형 작품으로 눈에 띄는 것은 알제리 출신 네일 벨루파(34)의 ‘다양한 작업’이다. 동네 약수터에 있을 법한 운동 기구에 앉으면 세계 각국의 수염 자국이 파르스름한 젊은 군인과의 영상 통화 화면이 뜬다. 축구와 무기를 사랑하던 소년이 축구 선수가 될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군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 비가 오는 가운데 15시간 동안 오지 않는 적을 노려 봤다는 한국 군인의 이야기를 보고 듣노라면 시간이 절로 간다. 일견 약수터에 온 것 같은 사람들 풍경이 이 작품의 일부임은 말할 것도 없다.인도의 여성 작가 실파 굽타(43)의 작품 ‘당신의 목소리에 맞출 수 없어요, 나는’을 관람하는 방법은 100개의 시와 100개의 마이크 사이를 유유히 걸어다니는 것이다. 작품은 검열이라는 폭력에 저항하는 100개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이불 ‘DMZ’·강서경 ‘할머니’·아니카 이 ‘과학’ 접목 올해 본 전시에 참가한 한국 작가는 세 명으로 모두 여성이다. 1999년 이후 두 번째로 베니스비엔날레를 밟은 이불(55)과 지난해 스위스 아트바젤 예술상을 받은 강서경(42), 구겐하임미술관 휴고보스상을 수상한 아니카 이(48)가 그들이다.다시 찾은 베니스에서 이불 작가가 선보인 작업은 ‘오바드V’다.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 철거 과정에서 나온 철 600㎏을 녹여 만든 높이 4m의 철탑이다. 탑을 이루는 전구들, 모스 부호, 전광판 글자들은 모두 어떤 질문에든 “네, 그래요”라는 의미를 담았다. 한국인들에겐 의미심장한 작품이지만, 하필 채찍 소리가 요란한 유안·펭유 듀오 옆에 자리를 잡아 주목도가 덜했다. 작품의 크기마저 작아 아쉽다는 기자들 반응에 작가는 “(크기가) 커지면 프로파간다 아니에요?”했다. 그러나 기념비적인 소재에, 기념비적인 맥락을 담은 작품이라면 크기도 기념비적으로 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강 작가가 선보인 ‘그랜드마더 타워’와 ‘땅 모래 지류’ 연작은 역동적인 비엔날레 전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적인 공간이었다. 색색의 털실을 감은 철제 구조물은 세상을 떠난 할머니를 형상화한 ‘그랜드마더 타워’다. ‘땅 모래 지류’는 작가가 생각하는 회화의 개념을 시각화한 사각의 공간 안에 음높이·박자·동작 등을 담은 정간보(井間譜), 현지 아카데미아 학생들의 퍼포먼스 등을 녹여 냈다. 재미교포 아니카 이의 ‘바이올라이징 더 머신’은 과학기술을 접목한 작업이다. 천장에 매달린 조각은 무정형 유기체의 모습을 상기시켰고, 아래에 자리한 물웅덩이가 그 모습을 거울처럼 비췄다. 글 사진 베니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정황증거 그를 지목하는데… 15년 만에 잡힌 범인, 정말 누명 썼을까

    정황증거 그를 지목하는데… 15년 만에 잡힌 범인, 정말 누명 썼을까

    ‘부산사상 다방 여종업원 강도 살인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 1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양모(48·당시 31세)씨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기 때문이다.사건 발생 15년 만에 검거돼 1, 2심에서 모두 무기징역이 선고된 양씨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는 걸까. 법조계 안팎에서는 간접증거만 있는 이 사건의 파기환송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씨는 12일 현재 미결수 신분으로 부산구치소에 수감돼 있다.●대법원은 왜 파기환송했나 양씨는 2002년 5월 21일 부산 사상구 괘법동 태양다방 여종업원 A(당시 21세)씨를 납치해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마대 자루에 담아 바다에 버리고 798만원 상당의 A씨 예·적금을 찾은 혐의로 16년 만인 지난해 재판에 넘겨져 1,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15년 9월 재수사에 들어간 경찰은 2년여의 끈질긴 수사 끝에 양씨가 범인임을 밝혀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십수년이 지나 범행에 사용된 흉기 등 직접 증거물을 확보하지 못했다. 양씨는 검경 수사 과정에서 한결같이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는 길을 걷다가 우연히 A씨 가방을 주웠는데 안에 통장이 들어 있어 돈을 찾았을 뿐 자신이 A씨를 살해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은 탐문수사, 증인진술 등 정황증거를 통해 양씨가 범인임을 확정 지었다. 지난해 1월 부산지법에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뤄진 1심과 같은 해 7월 열린 2심에서 양씨는 모두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양씨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1심에서 배심원들은 7대2로 양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간접사실과 정황들을 종합해 볼 때 양씨가 피해자인 A씨를 살해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며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형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간접증거만으로는 양씨를 범인으로 확신할 정도로 범죄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특히 제3의 인물이 진범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대법원은 “중대한 범죄에선 유죄 인정에 매우 신중해야 하고 그 과정에 한 치의 의혹도 남겨선 안 된다는 점에서 볼 때 의문스럽거나 심리가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따라서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양씨가 아닌 제3자가 진범이라는 내용의 우편 제보가 대법원에 접수됐다. 수사 초기 유력하게 거론된 용의자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증거조사가 필요한 만큼 추가 심리가 필요한지도 검토해야 한다”며 파기환송 취지를 설명했다.●재심 첫 공판 열려… 법원 보석 신청 기각 부산고법 형사1부(부장 김문관)는 지난달 11일 열린 양씨의 파기환송심 첫 심리를 열고 검찰과 변호인 측 의견을 들었다. 재판부는 우선 1, 2심에서 범행 동기인 양씨의 경제적 상황을 들여다보고자 당시 그의 대출 상황 등을 다시 다루기로 했다. 경찰은 당시 조사에서 양씨가 도박에 빠져 카드빚이 연체되는 등 채무가 많아 돈을 뺏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씨의 동거녀와 최초 용의자도 증인으로 출석하도록 할 예정이다. 첫 공판에서 양씨 변호인은 “증거를 없애거나 도주 우려가 없고 모친이 위급해 임종을 지킬 수 있도록 해 달라”며 보석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양씨 보석 신청이 형사소송법상 필요한 보석 제외 사유에 해당하고 보석을 허가할 특별한 사유도 보이지 않는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형사소송법에는 피고인이 사형, 무기징역,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을 때와 도주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는 보석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오는 16일 오후 3시 2차 심리를 진행한다. 재판부는 양씨 구속 만기일인 7월 14일 안에 심리를 마무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간접증거만으로 유죄 인정될까 이번 파기환송심의 쟁점 사항은 피고인의 범행 방법, 피해자의 구체적인 사망 경위 등 직접적인 증거 없이 오로지 정황 증거와 증인 진술 등 간접증거만으로 양씨를 범인으로 단정 지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한 것도 양씨가 숨진 피해자의 통장으로 예금과 적금을 인출했다는 게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강도살인에 대한 간접증거가 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원심에서 채택한 증거 중 피고인과 함께 마대 자루를 옮겼다는 동거녀의 진술이 양씨의 강도살인 범행을 입증하는 유일한 간접증거인 만큼 다시 심리를 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는 제3자가 범인이라는 제보성 우편물이 대법원에 접수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검찰과 변호인 측 간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부산고법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이 1, 2심 심리가 미흡했다는 판단이었지 양씨가 무죄라는 취지의 파기환송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경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도 대법원에서 원심대로 유죄가 확정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이번 파기환송 판결문에서 “살인죄 등과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는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도 유죄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죄를 인정하려면 간접증거들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또 간접증거는 사실관계에 모순이 없어야 하며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원심 심리가 다소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수사를 한 부산경찰청 미제수사팀은 직접증거는 없지만, 재수사를 통해 양씨가 진범임을 확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의 재판 진행 경과 등을 지켜보고 파기환송심 공소 유지를 위해 보강수사 등을 펴는 등 검찰과 적극적으로 공동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도 “오래된 사건이어서 직접증거 확보는 어렵지만 보강수사 등을 통해 혐의 입증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17년 전 그날… 미제로 끝날 뻔한 사건 ‘부산 다방 여종업원 살인사건’으로 불린 이 사건의 발생 시계는 한·일월드컵이 열렸던 17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2002년 5월 21일 오후 10시쯤 사상구의 한 다방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A씨가 실종됐다. A씨는 열흘 뒤인 31일 부산 강서경찰서 뒤편 바닷가에서 마대 자루에 싸인 채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 검의 결과 피해자는 옷을 입고 있었지만 흉·복부에 집중된 17개를 포함해 흉기로 찔린 40여곳의 흔적이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강력계 형사들로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바닷속에서 이미 시신이 부패돼 범인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경찰은 뜻밖의 장소에서 사건과 관련된 중요한 단서를 찾았다. A씨가 실종된 바로 다음날인 22일 A씨가 일하던 다방 인근 은행에서 빨간색 야구모자를 눌러쓴 양씨가 A씨 명의의 예금통장에서 돈을 인출했던 것이다. 20여일 뒤 A씨 행세를 하고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며 두 여자가 다른 은행에서 A씨 명의로 된 적금통장에서 또다시 돈을 찾았다. 경찰은 용의자인 양씨를 공개수배했지만 결정적인 제보가 없어 사건은 답보 상태였다. 영원히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은 2015년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부산경찰청 미제 전담수사팀은 재수사와 시민 제보 등을 통해 사건 발생 15년 만인 2017년 8월 양씨를 용의자로 검거하고 법정에 세웠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윤중천 알지도 못한다” 또 잡아뗀 김학의…이번주 구속영장

    “윤중천 알지도 못한다” 또 잡아뗀 김학의…이번주 구속영장

    검찰, 윤씨와 ‘대질신문 의미 없다’ 판단…억대 뇌물수수 혐의 적용할 듯 뇌물수수와 별장 성접대 등 성범죄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이 12일 검찰의 2차 소환 조사에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 전 차관은 “나는 윤중천(58)을 알지 못한다”고 잡아뗀 뒤 “윤중천을 모르니 별장에 간 적도, 돈을 받은 적도 없다. 별장 성접대 동영상 속에 나오는 남성도 내가 아니다”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차관을 사흘 만에 다시 소환조사한 검찰은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김 전 차관과 윤씨와의 대질신문이 의미가 없다고 보고 이번주 안에 뇌물수수 혐의로 김 전 차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이날 오후 김 전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6시간 동안 건설업자 윤씨 등에게서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정황과 성범죄 의혹을 추궁했다. 김 전 차관 이날 오후 12시 50분쯤 서울동부지검 청사에 도착할 때와 마찬가지로 조사를 마치고 오후 7시 15분쯤 귀가할 때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김 전 차관은 ‘금품을 받은 혐의를 부인하느냐‘,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을 여전히 모른다는 입장이냐‘, ‘윤중천을 정말 모르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김 전 차관은 지난 9일 첫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윤씨는 알지 못하는 사람이며, 따라서 돈을 받거나 별장에 같이 간 사실도 없다”며 윤씨와 관계를 부인했다. 또 문제의 ‘별장 성접대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 역시 자신이 아니고, 금품거래 의혹이 제기된 또다른 사업가 최모씨도 전혀 모르는 인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수사단은 첫 소환조사 때부터 윤씨 등 금품공여자들과 김 전 차관을 대질신문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이 두번째 조사에서도 이들과 관계 자체를 완강히 부인함에 따라 대질의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성접대 의혹에 대한 검·경 수사에서도 윤씨를 모른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해왔다. 검찰은 그러나 윤씨와 최씨가 내놓은 진술, 김 전 차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과거 동선분석과 계좌추적 결과 등을 토대로 김 전 차관에게 1억원 이상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김 전 차관은 윤씨로부터 2007∼2008년 3000만원 안팎의 금품을 직접 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윤씨는 김 전 차관에게 명절 떡값 등 명목으로 수백만원씩 현금을 건넸고 검사장 승진에 도움을 준 인사에게 성의 표시를 하라며 500만원을 줬다고 진술했다. 김 전 차관이 요구해 감정가 1000만원 상당의 서양화 한 점을 건넸다는 진술도 했다. 검찰은 윤씨와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이모씨 사이의 보증금 분쟁에 김 전 차관이 개입해 이씨가 1억원의 이득을 얻었다고 보고 김 전 차관에게 제3자뇌물 혐의도 적용할 방침이다.윤씨는 2007년 이씨에게 명품판매점 보증금으로 1억원을 줬다가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윤씨는 2008년 2월 이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가 취하했다. 윤씨는 검찰에서 “김 전 차관이 이씨에게 받을 돈을 포기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날까봐 고소 취하를 종용한 것으로 의심한다. 뇌물액수가 1억원을 넘어감에 따라 공소시효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이면 15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된다. 검찰은 윤씨에게서 현금 등으로 받은 뇌물과 보증금 분쟁에서 비롯한 제3자뇌물을 포괄일죄(여러 행위가 포괄적으로 하나의 죄에 해당하는 것)로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검찰이 포착한 추가 금품수수 정황도 구속영장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뒷받침하는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2006년쯤부터 김 전 차관에게 차명 휴대전화를 제공하고 용돈과 생활비 등을 대주며 일종의 ‘스폰서’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최씨가 제공한 금품을 합치면 3000만원 이상이고 2009년 5월 이후까지 뇌물공여가 계속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3000만원 이상 뇌물수수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지만, 2009년 5월 이전의 금품거래도 포괄일죄로 묶일 수 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고대 로마 네로 황제 황금궁전 복원 작업 중 ‘비밀의 방’ 발견

    고대 로마 네로 황제 황금궁전 복원 작업 중 ‘비밀의 방’ 발견

    약 2000년 전 로마 황제 네로가 황금궁전 안에 만든 것으로 보이는 ‘비밀의 방’이 발견됐다고 AFP통신 등이 10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서기 64년 로마 대화재 직후 궁지에 몰린 네로 황제(기원후 37~68)가 같은 해부터 68년까지 세운 황금궁전(도무스 아우레아)의 터를 복원하던 고고학자들이 지난 8일 정교한 프레스코 벽화로 장식된 비밀의 방을 발견했다고 복원 작업을 감독하는 콜로세움 고고유적공원 측이 밝혔다.보도에 따르면, 이들 고고학자는 우연히 찾은 한 구멍을 통해 이번 비밀의 방을 발견했으며 그 안이 반인반마 괴물 켄타우루스들과 반인반양 모습을 한 목축의 신 판 등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을 정교하게 그린 프레스코 양식의 벽화로 장식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고고학자들은 “아직 그 내부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이 방에 ‘스핑크스의 방’(살라 델라 스핑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면서 “왜냐하면 서기 60년대의 로마 양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 내부는 매우 화려하며 보존 상태도 매우 양호하다”고 덧붙였다.네로 황제의 황금궁전은 황궁과 정원 그리고 인공호수 등으로 이뤄진 일종의 거대한 복합 시설이지만, 후대 황제들은 네로 황제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이를 없앴다. 서기 68년 반란이 일어나 네로 황제가 자살한 뒤 권력을 장악한 황제 베스파시아누스는 궁전 앞 인공호수 자리에 원형 경기장 콜로세움을 세웠다. 그 후 트라야누스 등 황제들은 궁전 건물을 허물고 목욕탕 등을 세우면서 황금궁전은 완전히 땅속에 묻히고 말았다. 한편 황금궁전의 복원은 2000년대 들어 본격화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발굴된 부분은 여전히 극히 일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사진=AFP 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증거인멸’ 삼성전자 임원 2명 구속… “혐의 소명”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증거인멸’ 삼성전자 임원 2명 구속… “혐의 소명”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숨기고 훼손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임원 2명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일 오전 0시 30분쯤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소속 백모(54)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서모(47) 상무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피의자 및 관련자들의 수사에 대한 대응방식 및 경위에 비춰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법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두 사람에 대해 증거인멸과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지난 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삼성바이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삼성바이오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자료와 내부 보고서 등 증거를 은폐·조작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회사 공용서버를 감추고 직원들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의미하는 ‘JY’, ‘합병’, ‘미전실’ 등의 단어를 검색해 문건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이들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시도가 이 사건 본류인 분식회계 의혹과도 연결된다고 보고 있다. 증거인멸 실무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에피스 소속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도 지난달 29일 구속됐다. 삼성전자 소속 임원들까지 구속되면서 그룹 차원에 대한 검찰 수사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증거인멸을 비롯해 분식회계의 시기와 방식, 관여한 인물이 상당 부분 겹친다고 보고 이날 구속된 백·서 상무를 상대로 최종 지시자가 누구인지를 집중적으로 밝힐 계획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최근 삼성바이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모(54) 경영자원혁신센터장을 불러 분식회계와 증거인멸을 둘러싼 의사결정에 어떻게 관여했는지도 조사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檢, 김학의 새로운 수뢰 정황 포착… 12일 재소환후 영장 방침

    檢, 김학의 새로운 수뢰 정황 포착… 12일 재소환후 영장 방침

    金 전 차관, 다른 사업가에게 2009년 이후 수천만원 수수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58)씨 이외에 다른 사업가에게서 금품을 제공받은 정황이 새롭게 포착됐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을 12일쯤 다시 불러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김 전 차관이 사업가 A씨에게서 금품을 수수한 단서를 잡고 전날 조사에서 사실관계를 추궁했다. 검찰은 최근 A씨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2009년 이후 김 전 차관에게 용돈과 생활비 등 명목으로 수천만원 상당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은 전날 조사에서 A씨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차관과 A씨 주변 계좌추적, 과거 동선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A씨 진술의 신빙성이 크다고 보고 김 전 차관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2일쯤 김 전 차관을 다시 소환해 뇌물수수와 성범죄 의혹을 재차 캐묻기로 했다. 조사 상황에 따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씨와 대질신문도 검토 중이다. 앞서 수사단은 윤씨를 상대로 조사에서 김 전 차관이 2007년 서울 목동 재개발사업 인허가 등 편의를 봐주겠다며 집 한 채를 요구했고, 시가 1000만원 상당의 그림과 승진 청탁 명목으로 500만원이 담긴 봉투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와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 이모씨 사이에 명품 판매점 보증금 1억원을 두고 분쟁이 벌어지자 윤씨에게 보증금을 포기하도록 한 정황도 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보증금 문제에 개입해 이씨가 1억원의 이득을 봤다고 보고 김 전 차관에게 제3자뇌물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 여성은 자신이 윤씨와 김 전 차관에게서 성폭행을 당해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자신이 마련해준 보증금 1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2008년 이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보증금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이 진행될 경우 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날까 우려해 고소를 취하하도록 종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과천시, 지역 대형 공사장 울타리에 ‘추사작품’ 선보인다.

    과천시, 지역 대형 공사장 울타리에 ‘추사작품’ 선보인다.

    경기도 과천시가 대규모 공사장 가설울타리를 공공미술 전시장소로 활용한 예술작품을 선보인다. 시는 ‘예술과 함께 하는 가로미술 프로젝트’의 하나로 주공 6단지 아파트 울타리에 추사체를 활용한 도안작업을 완료했다고 11일 밝혔다. 시는 2017년 7월 ‘과천시 재건축 아파트 가설울타리 기준’을 수립했다. 지역 내 대규모 공사 현장 가설울타리에 예술 작품을 전시해 공공미술 장소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가설울타리 도안작업은 시공사인 GS건설과 과천 추사박물관, 과천 주공6단지 주택재건측정비 사업조합이 함께 진행한다. 시가 이번에 활용한 작품은 추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작품이다. ‘두 동생에게 보낸 편지’ 13점, ‘민태호와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 6점, ‘우선 이상적에게 보낸 편지’ 1점 등이다. 또 ‘진흥북수고경’ 탁본 1점(북청 유배시절 황초령 보호비각 현판),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붓 천 자루, 벼루 열 개) 1점, ‘북한산진흥왕순수비’ 발견기 측면 탁본, ‘세한도’ 복제본 1점과 청나라 옹수곤 작품을 활용했다. 권기철 과천시 건축디자인팀장은 “앞으로도 공사 현장 가설 울타리에 예술 작품을 접목해 디자인함으로써 시민들이 예술을 접할 기회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과천시는 지난해 5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협력으로 주공2단지 공공주택 재건축 공사장 가설울타리에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 11점을 전시한 바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 김정희(1987~1856)는 말년에 과천에 기거하며 봉은사를 오가며 여생을 보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이게 국회냐”…시민단체, 국회 앞 오물투척

    “이게 국회냐”…시민단체, 국회 앞 오물투척

    한 시민단체 대표가 국회의원들을 비난한 뒤 국회 앞에 오물을 투척하는 소동이 벌여졌다. 경찰과 현장 목격자 등에 따르면 ‘충주 지방분권 시민참여 연대’ 대표인 신모씨는 10일 오후 2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근처 인도에 미리 준비한 오물을 뿌렸다. 신씨는 근처에서 경비 중이던 경찰에 제지당했다. 신씨는 살포한 유인물에서 “국회의원 여러분 지금 이게 국회입니까. 국민의 대표들이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민생에는 관심도 없어 서로 싸우고 있다”면서 “국회가 이 모양이니까 청와대에서도 민생은 뒷전이다”라고 비판했다. 신씨는 인근 경찰 지구대에서 오물투기에 따른 경범죄처벌법 위반 통고처분을 받은 뒤 귀가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사설]새로 출범할 최저임금위, 대화와 타협으로 인상폭 결정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취임 2주년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론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공약에 얽매여 무조건 그 속도로 인상돼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나 아래층 노동자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지 못한 것은 가슴이 아프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런 점들을 고려해 사회가 수용할 있는 적정선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건 문 대통령이었기에 이번 발언이 주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장수용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정부 안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온 바 있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사실상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의 가이드라인으로 봐도 무방하다. 최저임금은 최근 2년 간 30% 가까이 올랐다. 저임금 노동자의 사회적 불평등과 빈곤문제 완화 기여라는 긍정적 기대효과가 있었으나 도소매업과 음식, 숙박업 등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한계 노동자들이 퇴출당하면서 일자리 감소와 소득 양극화 심화라는 악영향이 불거졌다. 임금 인상이 일자리 증가의 둔화로 나타난 사례가 통계청 통계로 확인되는데도 사회안전망 확충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재정투입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을 소득주도성장론의 수단으로 밀어붙인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1기 경제팀의 패착의 결과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국회 공전으로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려던 계획 무산으로 현행 방식으로 정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류장수 위원장 등 8명의 최임위 공익위원이 모두 사퇴하기로 해 공익위원 신규선임부터 서둘러야 한다. 현행 법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오는 8월 5일까지 고시해야 한다. 약 20일간 행정절차 기간을 고려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정해야 한다. 과거 예를 보면 노사위원간 첨예한 입장 차이 속에 공익위원들의 중재로 최저임금 조정이 이뤄진 만큼 공익위원들은 객관적인 인물들로 선정하는게 중요하다, 지난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수출은 다섯달연속 감소하는 등 좀처럼 경기회복 조짐을 찾기 어렵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우리 경제가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노동자의 삶이 개선될 수 있는 선에서 최저임금 인상폭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앞으로 현장 방문을 확대하고 권역별 공청회를 열어 노사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대폭 청취한다고 하니 대화화 타협을 통해 인상폭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 ‘MB 사위’ 이상주 또 불출석…MB 항소심 재판 29일 마무리

    ‘MB 사위’ 이상주 또 불출석…MB 항소심 재판 29일 마무리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가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에 또 불출석했다. 핵심 증인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이 변호사가 잇따라 법정에 나오지 않으면서 증인신문 진행이 어려워진 만큼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도 곧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 심리로 10일 오후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에는 이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지난달 17일 예정된 증인신문에 불출석한 뒤 두 번째다. 검찰은 이날 “(이 변호사의) 소재 파악이 안 되고 오늘 아침까지도 사무실과 주거지에 연락이 안 됐다”면서 “다만 경찰에서 제출한 서류를 보면 (이 변호사의 부인인) 큰 딸이 (이 전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에 출입하는 걸로 파악돼서 증인 측에서 재판 내용 자체는 아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신청한 증인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전 회장에게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공직 임명이나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 청탁 등을 받고 22억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가 있다. 1심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이 전 회장에게 받은 금품이 뇌물로 인정됐다. 이 변호사는 이 전 회장에게 돈을 받아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이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청을 그대로 유지할 거냐는 재판부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이상주씨 부인은 사저에 발을 끊고 안 왔다”고 말했지만 검찰은 “증인으로 채택된 자체는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증인 이상주씨의 소재 파악이 안 되어서 다음 기일을 잡기가 힘들다”고 하자 검찰은 “기본적으로 증인신문이 필요한데 여러 가지 이유로 (재판이) 다소 길어진 면이 있어 지연이 안 되는 선에서 증인을 부르고 싶은 것”이라면서 “일단 증인신청을 유지하되 재판부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차후 증인신문 기일을 따로 안 잡겠다”면서 “출석 여부가 확인되면 김백준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알려주면 변론종결 전이라도 잡겠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더 이상 이 변호사에게 출석요구를 하지 않은 만큼 결국 이 전 대통령과 이 변호사의 법정 대면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이 전 대통령 측의 요청으로 증인으로 채택된 김 전 기획관도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6번이나 증인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증인신문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재판부는 서류증거 등을 바탕으로 양측의 변론을 듣고 재판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오는 27일과 29일 이틀간 공방기일을 갖고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둘러싼 쟁점들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29일 오전 쟁점 공방이 끝나면 오후 최종 변론을 할 예정이다. 29일 재판이 마무리되면 선고는 이르면 6월 말쯤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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