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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항시인’ 김남주 기념홀 모교에 생긴다

    ‘저항시인’ 김남주 기념홀 모교에 생긴다

    ‘38선은 38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를 쓴 시인 김남주(1946∼1994)의 모교인 전남대가 고인의 발자취를 기리는 홀을 세운다.6일 전남대에 따르면 ‘김남주 기념홀 건립추진위원회’는 7일 오후 4시 인문대 1호관에서 출범식과 계획보고회를 갖는다. 전남대는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인문대 1호관 113호 강의실을 개·보수해 공간을 마련한다. 기금 5억원을 조성해 내년 2월 준공할 계획이다. 추진위에는 대학 본부, 총동창회, 전남대 민주동우회, 한국작가회의 등이 참여한다. 김양현(전남대 인문대 학장) 추진위 집행위원장은 “시인의 정신과 삶의 태도, 문학적 유산은 길이 남겨야 할 귀중한 자산”이라며 “기념홀은 우리 학교에서 추진 중인 ‘민주길 프로젝트’의 핵심 콘텐츠”라고 밝혔다. 김남주는 군사 독재에 온몸으로 맞선 시인이다. 1946년 전남 해남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고교를 중퇴하고 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1969년 전남대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했다. 1972년 지하신문인 ‘함성’ ‘고발’ 등을 제작 유포하는 등 유신반대 운동을 벌이다 8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그는 1974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잿더미’ 등을 발표하면서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이후 ‘진혼가’ ‘조국은 하나다’ 등 시집과 산문집 ‘시와 혁명’ 등을 펴내며 유신체제에 저항했다. 1978년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에 가입했다가 이듬해 10월에 구속돼 15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988년 12월 형 집행정지로 풀려난 지 5년여 만에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 국립 5·18민주묘지에 묻혔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문화마당] ‘책’이 없다/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화마당] ‘책’이 없다/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지난 주말 ‘마을 축제’가 열렸다. 도서관, 지역단체 등이 함께 모여 책을 이야기하고 공부를 고민하는 잔치였다. 올해 주제는 ‘금서, 지금은 읽을 수 있는 책’. 노원 FM 공개방송에 나가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한 뒤라서인지 청중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권력의 비위를 거슬러 ‘금지된 책’인 금서(禁書)들이 시대가 지나면서 ‘황금의 책’인 금서(金書)가 되는 전복의 과정을 살피면서 ‘좋은 책이란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했다. 1559년부터 1966년까지 400년을 넘게 유지된 가톨릭의 금서 목록은 사실 필독서 목록이나 다름없다. 스피노자, 사르트르, 졸라, 지드 등은 신성모독을 빌미로 모든 책이 금서였다. ‘신곡’, ‘실낙원’, ‘적과 흑’, ‘레미제라블’, ‘보바리 부인’, ‘군주론’, ‘수상록’, ‘팡세’, ‘순수이성비판’, ‘사회계약론’ 등도 목록에 올랐다. 모두 자기 시대의 문제를 첨예하게 끌어안았기에 ‘반시대적인 책’이 될 수밖에 없었던 작품들이다. 방송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얼마 전 지인과 식사하다 들은 말이 뇌리를 떠돌았다. “책이 없다.” 베스트셀러가 너무 민망하다는 소리였다. 초연결사회 이후 책의 생산과 소비를 둘러싼 구조가 변하면서 ‘감식안’ 대신 ‘마케팅’이 악령처럼 출판을 사로잡고 있다. 책의 가치란 상대적이라서 저마다 다른 법이니 독자를 타박할 까닭은 없다. 독자들이 ‘펀딩’ 이후 같이 떡볶이를 먹고 싶든, ‘전자책 무료’ 덕분에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좋아하든, ‘방송’ 이후 자칭 ‘지식장사꾼’을 더 사랑하든, 다섯 해 이상 계속 잡화점에서 기적을 사든, 스테디셀러의 ‘리커버 특별판’만 애정하든…, 무슨 상관 있으랴. 카프카의 표현대로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 같은 책들이 꾸준히 출판되기만 한다면 말이다. 독자의 입맛을 달콤하게 만들기보다 독자의 뇌리를 파고들고 가슴을 때리는 비판 정신으로 날이 시퍼런. “요즈음 왜 가슴 뛰는 책이 없습니까.” 며칠 전 소셜미디어에서 한 기자가 일갈했다. 올 게 왔다는 느낌이었다. ‘출판이 이제 정말 위기로 들어섰구나.’ 출판의 목이 졸리고 있다면 양적 위기는 아닐 것이다. 책은 쏟아지고 있다. 도전자도 넘친다. 출간 종수는 어느새 한 해 8만종을 넘어섰고, 매년 1종 이상 출간하는 실적 출판사 숫자도 이미 7775곳에 이른다. 한 편집장 표현에 따르면 늘어나지 않은 것은 몇 해째 제자리걸음인 산업 전체 매출액과 직원 월급뿐이다. 저출산 고령화에 모바일 충격으로 인한 낮은 독서율로 고전하는 와중에도 좋은 책을 만들려고 원고를 찾고 편집에 공들이는 이들이 출판계에 적지 않음을 안다. 하지만 현행 출판에 불만이 쏟아지는 걸 보면 기꺼이 손들어 주고 싶은 책의 전반적 고갈도 심각한 듯하다. 고만고만하고 비슷비슷한 책이 유행 타고 범람 중일 뿐 문단 놀음에 고독을 잃어버린 문학은 완연히 힘을 잃었고, 인문사회는 자기 계발을 밀수하면서 거의 예능화했으며, 과학은 수입상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 편집의 위기가 심각한데 편집자를 우대하는 문화는 없어 해마다 베테랑 편집자들이 회사를 잃는 중이다. 출판의 ‘질적 위기’가 본격화됐다. ‘책의 해’를 맞이해 30억원 이상 예산을 들여 각종 포럼과 행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편집자를 북돋워 ‘반시대적인 책’을 만들도록 격려하지 못할 때, 관계자들이 보여 준 모든 분투와 노력도 허무할 뿐이다. 출판의 기본을 확인할 때가 왔다.
  • 연령·소득 높을수록 인문학 관심도 높다

    국민 68% “인문학 필요”… 관심도는 27% 국민 10명 중 7명은 ‘우리 사회에 인문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인문학에 관심 있다’고 한 이들은 10명 중 3명이 채 안 됐다. 주된 이유로 ‘인문학에 접근하기 어려워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올해 처음 실행한 ‘인문정신문화 실태조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조사는 1~6월 일반 국민 4500명과 인문학 전공자 500명 등 모두 5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설문 결과, 응답자 68.4%가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도는 20대 24.1%, 30대 22.3%, 40대 27.6%, 50대 이상이 35.3%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가구소득 수준별 인문학에 대한 관심도는 100만원 미만 16.1%, 100만~200만원 20.5%, 200만~300만원 23.0%, 300만~400만원 25.9%, 400만~500만원 30.8%, 500만~600만원 35.7%로 소득이 높을수록 인문학에 대한 관심도도 높았다. 그러나 ‘인문학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이들은 전체의 27.7%로 ‘인문학이 중요하다’는 응답의 절반에 못 미쳤다. 그 이유로 ‘내용이 어렵고 추상적이라 접근성이 낮기 때문에’(39.3%)와 ‘취업 및 직장업무에 직접적 관련성이 적기 때문에’(25.2%)라는 응답이 많았다. 인문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한 주된 요인은 ‘정보의 부족’(42.1%)과 ‘시간부족’(24.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문 프로그램의 인지 경로는 인터넷·블로그(42.3%), 방송·언론매체(40.7%),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34.8% 순이었다. 김영민 전국 사립대 인문대학장협의회장(동국대 교수)은 조사 결과에 관해 “쉽고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인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실용 인문학을 확대하는 등 문턱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문익점의 기업가 정신, 우리 시대 적용 고민해야”

    “문익점의 기업가 정신, 우리 시대 적용 고민해야”

    “기업을 경영하면서 항상 우리 역사에서 ‘롤모델’이 될 만한 경영인이 누가 있을까 하는 갈증을 안고 살았습니다. 누군가는 문익점 선생을 보며 ‘산업스파이’라고 농을 던지기도 하지만, 저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분이 지닌 기업가정신에 감탄하게 됐지요.” 윤동한(71) 한국콜마 회장은 지난 1일 출간한 역사 경영 에세이 ‘기업가 문익점’을 집필하게 된 배경에 대해 “사농공상을 구분하던 유교 사상에 따라 상업이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한 우리 역사에도 참된 기업인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4일 말했다.‘목화씨로 국민 기업을 키우다’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1990년 한국콜마를 창업해 화장품과 제약업계를 아우르는 기업으로 성장시킨 윤 회장이 기업인의 관점에서 문익점의 삶을 들여다본 책이다. 문익점은 중국에서 목화씨를 붓대롱에 숨겨 들어와 한반도에 보급한 인물이다. 책에서는 목화씨의 도입에서 재배기술 축적, 종자개량, 목면 제조기술 도입 발전, 전국 확산이라는 일련의 산업화 과정을 후대에 이르기까지 계획적으로 실천한 현대식 기업가로 그렸다. 윤 회장은 “과거에도 우리나라의 지식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오가며 교류했지만, 그들의 선진 문물을 우리 백성들에게 나눠 삶의 질을 높이려는 시도로 이어진 적은 거의 없었다”면서 “문익점이 기업인으로 위대한 점은 목화씨를 들여온 이후 독점적 지위와 막대한 이익을 취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에게 무료로 나눠 주고 재배 기술과 생산 기술 등의 정보를 대가 없이 공유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학창 시절부터 역사에 대한 관심이 각별했다고 한다. “고등학생 때는 역사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그런데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5남매 중 첫째로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경영학과에 입학했지요.” 그러나 기업인이 된 뒤에도 경영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역사를 통해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2016년에는 한국콜마를 경영하면서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경영 에세이 ‘인문학이 경영 안으로 들어왔다’를 펴냈다. 윤 회장은 문익점 선생을 재해석함으로써 기업인이 지녀야 할 소양을 알리는 동시에 국민들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반기업가 정서를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문익점 선생 이후에 이어져 온 국내 산업의 역사를 보면 안타까워요. 한때 일본이 간절하게 원하기도 했던 조선의 가장 중요한 수출품 목면은 일본의 도요타 방적기가 등장하면서 쇠퇴했고, 그렇게 번성한 도요타는 자동차 산업까지 이어져 꽃을 피웠지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이익에 앞서 국민을 생각하고, 정보와 기술을 과감하게 공유해 동반성장하는 ‘문익점 정신’을 우리 시대에 적용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했으면 합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워마드 ‘서울대 몰카 게시’ 의혹…하태경 “지구를 떠나라” 비판

    워마드 ‘서울대 몰카 게시’ 의혹…하태경 “지구를 떠나라” 비판

    남성혐오 인터넷 커뮤니티인 ‘워마드’에 ‘서울대 몰래카메라(불법촬영카메라·몰카)’ 게시글이 올라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29일 워마드에는 ‘서울대 중앙도서관 남자화장실 몰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된 글이 실제 몰카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태로 이 게시물의 조회 수는 현재까지 3000번을 넘었다. 서울대 관계자는 12일 “최근 몰카에 대한 학생들의 불안감이 커졌다”며 대학 차원에서 몰카 탐지 장비를 구매하고 화장실을 전수조사하는 등의 특별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부는 지난 8일 관악경찰서, 관악구청에서 장비와 인력을 지원받아 중앙도서관, 학생회관, 인문대, 자연대 화장실 등에서 탐지했지만 몰카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음달 7일까지는 서울대 학내 화장실 전체 1700개를 대상으로 몰카 탐지를 할 예정이다. 총학생회는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해 수사를 요청하고, 해당 글의 진위를 파악하는 한편 학내 인권 침해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워마드는 지난 5월에도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몰카’와 ‘고려대 캠퍼스 몰카’ 게시물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당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총학생회는 경찰에 해당 사건을 문의하고, 캠퍼스 내 화장실 몰카 점검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워마드’에 오른 대학 몰카…서울대 ‘몰카와의 전쟁’ 돌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한 뒤 “이 친구들 정말 정신 사납다. 더운 날 더 열 받게 한다. 그냥 지구를 떠나시라! 거긴 한국도 없고 한남충도 없다”고 비판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대구가톨릭대 ‘경산의 뿌리를 찾아서’ 인문학 강좌

    경북 경산에 있는 대구가톨릭대 역사·박물관은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 대학박물관 진흥지원사업’에 선정돼 오는 9∼11월 지역민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연다고 7일 밝혔다. ‘삼성현의 고장 경산, 그 뿌리를 찾아서’를 주제로 한 인문학 강좌 제안으로 사업에 선정돼 강좌를 연다. 강좌는 매주 금요일 각 분야 전문가가 경산의 역사·문화·사회·교육 등 지역의 사상적 전통과 문화적 특성을 들려준다. 문화유적 답사도 2차례 한다 .수강료는 무료다. 대학박물관 진흥지원사업은 대학박물관이 소장한 유물과 문화·교육프로그램, 인적 자원을 활용해 인문학 대중화와 지역 문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올해 처음 실시한다. 경산은 원효·설총·일연 등 삼성현이 태어난 곳이다. 특히 삼성현을 기리기 위해 2015년 개관한 삼성현역사문화공원은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정신문화 및 문화휴식 공간으로 연간 20여만 명이 찾는다. 경산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법인의 활발발]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가

    [법인의 활발발]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가

    한여름 산중 수행자들에게 청산(靑山)과 백운(白雲)은 결코 한가롭게 보이지 않는다. 휴가철을 맞아 지인들의 방문이 잦은 절집의 객실은 늘 만원이다. 요새는 하루에도 대여섯 번 넘게 찾아온 벗들에게 차 대접을 한다. 오죽하면 평시에 여유롭게 사는 과보를 단단히 받고 있는 것이라고 위로할까. 비록 몸은 힘들지만, 세간의 시주와 은혜로 맑고 아름다운 처소에서 복된 삶을 누리고 있으니, 그 미안함과 고마움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수행자가 속세를 떠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본디 출가수행이 그런 의미도 아니려니와 교통과 통신이 발달한 지금 오히려 산중이 세상과 소통하는 데 최적의 공간이 되고 있다. 이런 좋은 공간을 함께 나누는 일이야말로 산중 절집과 세상이 소통하고, 지혜와 자비를 나누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경전에서는 돈 들이지 않는 일곱 가지 보시를 말한다. 공간 나눔이 그중 하나다. 산중 암자를 찾은 이들은 제각각 삶터에서 갈등과 시비로 입은 마음의 상처를 내려놓고, 사색하고 성찰하며 자기 내면을 바라본다. 벅찬 감동을 안고 돌아간다. 청정한 자연이 그간 메말랐던 감성에 촉촉함을 선물한 것이다. 사람은 낯선 규칙 속에서 비로소 생각하기 시작한다. 낯선 규칙은 일상의 익숙한 관념과 습관으로부터 이별하는 삶을 말한다. 우리는 별생각 없이 넘치게 많은 말을 하고, 많이 사들이고, 많이 소비한다. 애처로운 자기존재 증명이다. 이를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공본능’이라고 했다. 사방 푸름이 둘러싼 산중에서는 ‘쌓고, 늘리고, 분주한 움직임’에서 벗어나 ‘덜어내고, 쉬고, 고요하게 침묵’하며, 자신과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게 된다. 자연은 문명에 오염된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회복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산의 청정한 기운은 누구에게나 스며들지 않는다. 그 마음이 겸허하고 고요하지 않으면 산은 한낱 ‘객관의 정물’에 머문다. 산(山)과 도(道)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이 산과 도를 멀리한다는 의미가 이를 두고 하는 말이겠다. 두 해 전 인문학 공부를 한다는 대도시의 경영인들이 다산과 초의 선사의 자취를 찾아 남도를 답사하면서 암자를 찾았다. 돈을 다루는 사람들이 인문학을 공부한다기에 흐뭇했는데, 그들의 언행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마침 그날 인근 군부대의 관심병사들이 와서 수련하고 있었다. 산중 암자에서 이십대 청년들을 보는 게 신기했던지 호기심을 갖고 쳐다보던 경영인들은 그들이 보살핌이 필요한 관심사병임을 알고 혀를 차며 한마디씩 했다. “아주 한심한 놈들이네. 군대 참 좋아졌다. 예전 같으면 정신병원에 가두었는데….” 그 순간 나는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 역사를 공부하겠다는 것은 바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함이 아닌가. 그런 이들이 이런 편협하고 경직된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보다니. 인문학은 대체 무엇을 위한 공부인가. 깊은 회의가 일었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자애에 바탕을 두지 않는 학문은 자신을 치장하는 한낱 지적 유희에 머물 뿐이다. 그 일을 겪으며 새삼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가’를 생각했다. 몇 해 전 산중 암자에서 젊은이들과 함께 삶의 고민과 모색을 나누는 ‘청년 출가학교’를 진행했다. 그때 청년들에게 특별한 사유의 기회를 주고자 훌륭한 인문학자들을 여럿 초대했다. 청년들은 강의에 진지하게 몰입했다. 그런데 청년들의 마음을 강하게 흔들었던 것은 인문학자들의 강의가 아니었다. 출가학교가 열리는 일주일 동안 음식을 만들어 준 공양주와 온갖 뒤치다꺼리를 도맡았던 자원봉사자들이었다. 내 한 몸 덥다고 푸념하기에도 바쁜 폭염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고 편하게 해주려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노라 고백했다. 입맛 잃은 청년들에게 누룽지를 슬며시 건네주는 손길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무엇이 흘러야 하는지를 알았다고 했다. 지극한 마음을 담으면 밥은 곧 따뜻한 마음이 된다. 처처(處處)가 불상이고 사사(事事)가 불공이라고 했다. 마음이 마음을 흔드는 이치를 새삼 깨달았던 여름날이었다.
  • [세종로의 아침] ‘레드오션’의 일본, 따라가는 한국/이석우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레드오션’의 일본, 따라가는 한국/이석우 국제부 선임기자

    일본의 중견기업에 다니는 지인은 “20년 전 매달 6만엔(약 60만원)가량의 용돈을 썼는데, 지금은 3만엔이 조금 넘는다”고 말했다. 지인뿐 아니라 대부분의 일본 직장인들은 1991년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씀씀이를 줄여 왔다. “2000년 한 달 평균 5만 9726엔이던 샐러리맨의 용돈은 2014년 3만 9572엔으로 낮아졌다”는 한 일본 은행의 조사 결과도 있다.도쿄 미나토구 관청가나 비즈니스 중심지 등에서도 엘리트 직장인들이 저가 음식 체인점에서 430엔(약 4300원)짜리 규동(소고기덧밥), 600엔짜리 정식을 주문하는 모습은 일상화됐다. NHK의 “50대까지 ‘현역 세대’가 지난 30년 동안 소비를 줄여 왔다”는 최근 보도도 이런 추세를 보여 준다. ‘세컨드 스트리트’, ‘모드 오프’ 같은 중고품점과 관련 사이트가 성황 중이고, 저가 가구·의류회사들이 상종가를 친 것도 긴축 모드로 돌아선 소비 행태 탓이다. 두 달여 전까지 3년 동안 도쿄 특파원으로서 경험했던 이 같은 모습은 현재진행형이다. 양적완화, 재정지출 확대 등을 동원한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가 수출 기업 실적과 국내총생산(GDP)을 높였지만, 기업은 사내 유보금을 높이며 투자에 소극적이고, 가계 지출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2100만명을 넘어 사상 최대”라는 일본 정부 발표도 연장선에 있다. 지난 13일 총무성의 ‘2017년 취업구조 기본조사’ 결과로, 비정규직이 전체 근로자의 38.2%나 됐다. 늘어난 일자리, 취업 노동자 증가분의 50.3%가 비정규직이었다. 고용률이 치솟아도 저임금, 비정규직 위주의 질 낮은 일자리만 늘게 되면 가계소득은 나아지지 않고 생산성 저하, 내수 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거품경제 이후 과감한 구조조정을 빠뜨린 채 양질의 일자리, 성장 가능성 높은 유망 분야인 ‘블루오션’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안주한 데 일본의 실패가 있었다. 그사이 중국 경제의 약진은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등 단지 몇백만원, 몇천만원 규모로 시작한 스타트업들의 도전과 성공에 힘입은 바 컸다. 아무리 최저임금을 올리고, 정부 재정지출을 늘려도 도전하는 개척자 정신이 없으면 결과가 어떨지는 일본의 지난 20여년 경험이 잘 보여 준다. ‘블루오션’을 만들어 내려는 도전, ‘패자 부활전’이 가능한 사회적 분위기, 과학기술 및 인문정신의 융복합 시대와 호흡을 맞출 인력 육성의 틀과 기업 생태계 구축은 생존을 위한 발등의 불이다. 교육부, 산업부, 고용노동부 등이 해마다 연구개발비와 인력 교육비 등에 각각 수조원씩을 집행하지만, 지금처럼 단기 성과와 청와대 실적 보고만을 앞세운다면 미래는 없다. 저소득 부양정책 역시 수혜자들의 근로 의욕을 높이고, 세심한 역량 개발 프로젝트와 연결되지 못한다면 그저 ‘돈 뿌리기’일 따름이다. 현재에 매몰돼 융복합 산업의 빅뱅에 응전하는 기회를 놓치면 미래는 없다. 다급한 눈앞의 실적과 안정성의 유혹을 넘어 내일을 생각하는 정책 결정자의 결단, 리스크를 떠안는 기업가 정신,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기풍의 회복이 절실하다. jun88@seoul.co.kr
  •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5대 세습에도 존경받는 스웨덴 재벌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5대 세습에도 존경받는 스웨덴 재벌

    발렌베리 그룹 후계자 2명 선정…견제·균형 수익금 중 연 3000억원 기초학문 연구에 투자창업 이후 160여년간 5대째 경영권을 세습해 오면서도 전 국민의 지속적인 존경을 받아 온 그룹이 있다. 한국의 모든 재벌들이 꿈꾸는 기업의 위상이 아닐까 싶다.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발렌베리 그룹이다. 한국 기업들은 발렌베리 그룹을 연구하고 모델로 삼기도 한다. 일부 총수들은 직접 스웨덴을 찾아가 그룹 간 친분을 과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 재벌들의 모습은 발렌베리 가문과 좀처럼 가까워지지 못하고 있다. 먼저 그룹 후계자 선정 기준이 엄청나게 까다롭다. 그룹 소유 가전제품 회사인 일렉트로룩스에 따르면 발렌베리가에서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데 혼자 힘으로 명문대를 졸업해야 하고,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해 정신력을 길러야 한다. 부모 도움 없이 세계적 금융 중심지에 진출, 실무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룹은 이런 원칙을 지킨 후계자 2명을 선정한다. 견제와 균형을 위해서다. 후계자들은 그룹의 금융, 산업 분야를 각각 맡아 운영한다. 후계자가 존재하고 가족경영을 추구하지만 발렌베리 가문은 기업들의 독립경영을 확실히 보장한다. 능력 있는 전문 경영인들에게 경영권을 일임하고 그들이 오랜 기간 일관성 있는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전문경영인 재임기간은 평균 12.9년이다. 특히 핵심 지주사인 아틀라스콥코의 경우 1873년 설립된 뒤 현재까지 회사를 이끈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는 11명에 불과하다. 총수가 하는 일은 지주회사인 인베스터를 통해 자회사 지배권을 행사하는 수준이다. 창업주 일가지만 개인 지분은 없고 재단 소속 지분을 통해 그룹 총괄 자리를 이어받는 구조다. 일부 주식에 의결권을 가중해서 부여하는 차등의결권을 시행하고 있는데 총수일가가 상속하는 주식은 21.5%의 의결권을 가진 인베스터의 주식 5.3%뿐이라서 경영권 세습 과정에서 증여, 상속에 관해 법적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특히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끼리 상호출자 관계로 묶여 있지 않아 내부 부당거래나 불법 행위가 불가능하다. 노조 대표를 이사회에 중용하는 등 노동자를 경영 파트너로 대한다. 한국 재벌기업들과 특히 다른 부분이다. 발렌베리 그룹 소속 회사들이 내는 수익금은 재단으로 들어가 사회에 재투자된다. 20%는 재단에 투자되고 80%는 과학, 기술, 인문학 등에 투자된다. 그 액수는 1년에 3억 달러(약 3000억원)에 달한다. 발렌베리 그룹은 이렇게 기초학문에 투자한 것이 결국 기업 성장으로 되돌아온다고 믿는다. 발렌베리 가문은 160여년 동안 5대에 걸쳐 번영을 누리고 있는 스웨덴의 재벌 가문이지만, 세계 1000대 부자 명단은 물론 스웨덴 100대 부자 명단에 단 한번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발렌베리의 후계자들은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는 철학을 갖고 특권 대신 책임감을 선택한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나에게 통일이란] “정치적 통일만이 통일 아니다…제도적 평화 우선 완성돼야”

    [나에게 통일이란] “정치적 통일만이 통일 아니다…제도적 평화 우선 완성돼야”

    늦은 봄 한반도에 분 훈풍으로 남북통일에 대한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세대별로 통일에 대한 인식차가 분명히 드러난다. 분위기에 따라 급변하는 여론도 통일 인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서울신문은 18일 이런 인식차를 줄이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려고 오랫동안 통일에 대해 연구하거나 관심을 둬온 전문가와 활동가 4명의 의견을 들었다.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세대별로 초청했다. 좌담회에는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53·이하 전 교수), 박주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44·이하 박 연구위원), 박영철 탈북청년모임 위드유 대표·북한대학원 박사과정(36·이하 박 대표), 안선영 여대생통일연구학회장·이화여대 사회학과 4학년(23·이하 안 학회장)이 참여했다. 좌담 진행은 임주형 기자가 맡았다.→서울신문 설문조사 결과, 통일에 찬성한다는 비율이 지난해보다 20% 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20대에서 통일 찬성률이 눈에 띄게 급등했다. 변화의 계기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전 교수 대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통일에 관한 수업을 하는데 3~5월 지나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1년 사이에 국민의식이 이 정도로 왔다 갔다 한다는 건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정보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통일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고민을 못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안 학회장 평창올림픽 때 공동입장하고 4월 정상회담하면서 20대에서도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런 정치적인 이벤트가 끝나고 나니 다들 통일에 대한 관심이 ‘1’도 없다더라.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취업, 진로가 더 급한 현실이다.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은 있지만, 적극적으로 찬성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박 연구위원 남북 정상회담이 역사적 이벤트이지만 이것으로 전체 20%, 청년층이 35%가량 확 바뀐다는 것은 통일에 대한 국민의 지식구조가 그만큼 얕고 추상적이라는 의미다. -박 대표 여론이 긍정적으로 되면서 남북관계에 대해 불안보다는 평화를 많이 생각하고, 통일에 대해 더 생각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일선 중고등학교에 나가 북한에 대해 이야기하면 지난해만 해도 ‘북한에 핵 있어요?’ 이런 질문이 주로 나왔는데, 요즘은 ‘통일이 되면 우리가 뭘 할 수 있어요?’ 식으로 질문이 달라졌다. →세대별 인식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 연구위원 통일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 통일이 필요하냐고 물었을 때 머릿속에 그리는 모습은 20대, 30대, 40대, 50대 다 다를 것이다. 북에 있는 이산 가족을 만나고 자유롭게 여행하거나 단기간 머무를 수 있는 정도를 생각한다면 굳이 정치적 통일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이 정도 상황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민족공동체로서 정치적으로 완전한 민족국가를 만드는 것인지 합의가 필요하다. -전 교수 100% 공감한다. 지금까지는 통일이라고 하면 둘 중 하나로 합치는 것으로만 생각이 고정돼 있다. 통일이라는 게 반드시 둘 중 하나로 합쳐져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강원도만 통일해서 통일특구 형태로 가고, 나머지는 남북 체제로 가는 식의 지방분권형 통합 방안도 있다. →정부의 명확한 계획이 없다고 보나. -전 교수 그렇다. 지금까지는 남과 북이 선택한 정치체제 중 어느 것이 우월한가를 보여주는 것이 통일이라고 생각했다. 독일 통일 방식을 우리에게 적용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다들 독일처럼 장벽을 부수고 들어가는 식으로 통일될 거라는 환상이 있다. 우리가 통일에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통일세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여전하다. -박 연구위원 통일세의 개념은 이명박 정부 시절 북한 붕괴론이 대두하면서 나왔다. 통일이 되면 많은 혼란이 발생하고 비용이 들 것이니 준비하자는 것인데, 통일 이후가 불안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는 셈이다. 통일은 통일세를 낼 필요가 없는 상황에 가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이 어느 정도 개혁 개방 사회구조로 바뀌고, 복지 정책이 시행되고 나서 만나는 게 통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안 학회장 우리는 중고등학교 시절 남북교류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고, 맨날 싸우고 대립하는 모습만 봤다. 그런데 갑자기 화해 분위기가 돼서 이제는 교류한다고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통일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나 정보도 없다. 통일세 역시 이것이 어떤 식으로 쓰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낼 거야, 안 낼 거야’ 물어보니 당연히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 교수 통일 재원은 이런 식으로 마련되지 않을 것이다. 단계별로 0~100을 놓고 보면, 남북 연합과 화해, 경제협력이 활성화되는 단계까지가 50이고, 그 이후 제도적 통합하는 데에 또 그만큼의 품이 든다. 남북 경협이나 왕래, 자원 협력이 충분히 이뤄지는 단계까지 가면 세금이라는 별도 장치보다는 이를 활성화하고 촉진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재원이 마련될 수 있다. →독일 통일을 예시로 많이 드는데. -전 교수 독일과 남북 관계는 절대 비교될 수 없다. 근본적으로 동독은 북한에는 없는 자유로운 선거와 독재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비판적 지식인, 그리고 교회가 있었다. 동서독 통일 과정 역시 동독 주민들이 선거를 통해 연방으로 들어간 것인데 우리는 자꾸만 장벽 붕괴만 떠올리고 있다. -박 연구위원 1972년도 동서독기본조약이 나오기 전부터 독일은 교류협력의 과정이 굉장히 길었다. 이미 100만 명의 주민이 왕래했었다. -전 교수 오히려 중국과 대만의 케이스가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더 알맞다고 본다. 형식적인 민간교류이긴 했지만 상거래를 했고(통상), 우편 거래(통우), 통신과 항공이 오갈 수 있었다(통항). 경제협력 단위를 차츰 늘리면서 지금은 투자까지 가능한데, 우리도 이 단계를 거쳐나가야 한다. →아직까지 상당수는 통일이 북한을 위한 것이고, 남한이 퍼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국가에는 이익이 되지만 개인에게는 별 이득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많은데. -전 교수 통일이 되면 남한과 북한에 각각 이익이 있겠지만, 성격이 다르다. 북한 주민들의 경우 경제적, 물질적 이익이 커진다면, 우리는 사회 전반적으로 정신적 가치가 커질 것이다. 분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폐해나 폭력, 모순이 해결되면서 우리 사회가 성숙해질 수 있다. 또 우리는 북한을 통해 유럽으로 갈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잖은가. 한반도 종단,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실제 경험하고 얻게 되는 사유의 확장이나 성숙은 돈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박 연구위원 이명박 정부에서 나온 통일세, 박근혜 정부에서 나온 통일대박론 이후 통일을 경제적 이익의 관점으로 보기 시작했다. 역설적으로 통일의 발목을 잡은 담론이라고 생각한다. 이익이 안 되면 통일을 안 할 것인가. 북한 땅 재개발론 같이 개인의 수입을 늘린다고 접근하면 위험하다. 통일은 직접적으로 개인의 수익을 늘려줄 수는 없지만, 사회기반 시설의 확충은 사회 전반에 이익을 가져다준다. -안 학회장 남북정상회담 하니까 ‘파주 땅값 얼마나 오를까’ 이런 식으로 경제적 뉴스 많이 나오더라. 벌써 접경 지역 땅값이 오른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이탈주민이 많이 사는 곳은 집값 떨어지니까 그 사람들 살지 않게 해달라는 시위도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통일한다는 것은 결국 남한만 잘사는 통일이다. 남녀별 갈등, 지역 갈등, 세대 갈등이 첨예한데 또 다른 갈등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 교수 한 학부모님이 저에게 질문했다. 아이가 6학년인데 학교에서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글짓기 숙제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가 통일에 반대해 고민이라는 것이다. 반대한다고 쓰면 점수가 안 나오기 때문이다. 이게 우리의 기본 인식이다. 그렇게 쓰면 학교 선생님이 원하는 답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데, 막상 아이에게 통일해야 한다고 설득할 논리는 없는 것이다. 통일 교육은 기본적으로 통일에 대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쓸 수 있는 게 기본이 돼야 한다. -박 대표 여론조사가 나올 때마다 응답이 계속 바뀌는 것은 통일 교육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 개선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현재 사회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우리가 통일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 학회장 학교에서 통일전망대 같은 데 가서 영상물을 보면, 남북이 싸운 역사를 보여준 다음 갑자기 통일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바뀐다. 우리는 과거에 적이었는데, 지금은 평화를 위해 통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는 애국심이나 민족 등 당위성의 문제로는 설득이 잘 안 된다. 통일이라는 말 자체도 윤리를 요구하고 부담감을 주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정상회담이 신선했던 이유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만나 악수하고, 밥 먹는 것을 보면서 남북 교류도 결국 사람 간의 교류라는 것이 와 닿았기 때문이다. 교류를 통해 어떻게 하면 이질성을 극복할 수 있을지부터 생각하자. →네 분은 어떤 형태의 통일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나. -안 학회장 지금 당장 통일을 얘기하기보다, 우선은 남북교류와 평화적 정착 노력을 먼저 하면서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고, 남북 간에 정보도 오가게 되면 그때쯤 통일에 대한 카드를 슬쩍 꺼낼 수 있지 않을까. -박 대표 우리 세대에 통일을 봤으면 한다. 하지만 통일이 되면 큰 혼란이 올 게 뻔하다. 지금 3만 5000명 북한이탈주민도 포용하지 못하는 입장인데 통일되면 2500만명, 3000만명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충분한 교육과 교류, 이런 것들이 충족돼야 한다. -전 교수 향후 20~30년에 대한 설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 2000년 남북이 합의한 통일 방안에 공통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통일에 대한 철학에 기반을 둔 큰 계획을 세우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꾸준하게 밀고 나가면서 논의해야 한다. -박 연구위원 어떤 형태로든 제도적인 평화가 우선돼야 한다. 모든 것의 시작은 두 집단의 전쟁이 공식적으로 종식되는 것에서 출발한다. 민족 공동체 통일방안도 교류 협력이 1단계인데, 그 이전에 0단계로서 제도적 평화 체제가 완성돼야 한다. 정리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책에는 모바일서 얻을 수 없는 통찰력이 있죠”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책에는 모바일서 얻을 수 없는 통찰력이 있죠”

    모바일 시대, 강동권 이학사 대표가 말하는 ‘책 읽는 이유’ “아무리 디지털시대, 모바일시대라고 해도 인간이 책을 필요로 하는 이상, 출판은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모바일을 넘어서는 깊은 지식과 통찰력, 새로운 해석과 비판적 사유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야 삶이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집니다.”두꺼운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주로 출판하는 이학사의 강동권(59) 대표는 “책에는 질감과 형태, 편의성과 사용성 등과 같은 독특한 물성뿐만 아니라 읽는 재미와 느낌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이런 강조와는 달리 출판업계는 단군 이래 최악의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출판업계, 적어도 책은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단순한 지식이나 사실은 책에서 찾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됐다”며 “책의 역할이나 효용이 달라졌다는 것을 절감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출판 영역을 잠식하지만 그도 한때는 마이다스동아일보(현재의 동아닷컴)과 싸이월드에서 6년간 이사를 지냈다.16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의 주택가에 위치한 그의 출판사인 이학사를 찾아갔다. 몇 개월 전에는 안국동에서 만났지만 지난 4월에 연건동으로 옮겼다. 그는 안국동에서 20년간 출판사를 운영했다. 새 출판사로 찾아가는 골목길 앞 담벼락엔 ‘길 막힘’이란 경고문이 있어 되돌아 나갔다. 몇 번 헤맨 끝에 경고문을 넘어서 들어가니 가정집 같은 건물에 ‘이학사’ 문패를 만났다. 북촌이 관광지로 뜨는 바람에 임대료가 올라 이사를 했다. 출판사 면적도 거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바람에 보유한 책을 많이 기증도 했지만 1만 5000여권을 폐기처분했단다. 이학사의 이런 상황이 우리 출판업계의 현주소를 상징하듯 다가왔다. 강 대표의 사무실 한쪽 벽에는 이미 출판한 책이, 다른 쪽 벽에는 번역하고자 하는 원서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 그동안 출판한 책 제목을 보면 상당히 어렵다. 책을 선정하는 기준은.☞ 철학, 종교학, 미학 책을 가장 많이 냈습니다. 이런 분야가 인간의 삶과 문화, 학문에서 가장 근원적이고 바탕을 이루기 때문에 이쪽을 천착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왜, 이리 어려운 책을 내느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지요. 우리나라의 지성계와 인문사회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굳이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최근에 낸 책을 보면 ‘메타 정치론’ ‘아우라의 진화’ ‘정신과학의 철학’ ‘비미학’ 등으로 그의 출판 성향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비전공자나 일반 독자 처지에서는 어렵게 보이겠지만 일정 수준에 도달한 작품들을 고릅니다. 이런 경향은 번역하는 여러 선생님과 제가 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겠지요.●“어려운 책도 누군가 꼭 할 일···새로운 통찰력 기준” 출판할 책을 고르는 특별한 기준은 없습니다. 해당 분야에서 고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거나 새로운 통찰과 해석, 비판적 사유를 담은 책을 내려고 합니다. 남이 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내용의 책은 피합니다. 그리고 우리 출판사가 어려운 책만 낸 것은 아니고 쉬운 책도 제법 냈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베스트셀러 내지 스테디셀러, 어떤 게 있나요.☞ 베스트셀러라고 할 만한 것은 없습니다. 스테디하게 나간 책들은 좀 있습니다. ‘철학, 삶을 만나다’(강신주), ‘정의론’(존 롤즈), ‘제국’(네그리, 하트), ‘처음 읽는 헌법’(조유진) 등이 그런 책들입니다. 처음 읽는 헌법이 꾸준하게 나가지만 요새는 워낙 책이 안 나가서 스테디셀러라고 할 만한 책도 드물어집니다. ●“제국, 세계종교사상사···우리 지성사에 큰 울림 남겨” 특히 ‘제국’과 ‘세계종교사상사’(전 3권) 출간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제국은 우리 지성계에 굉장한 울림을 주면서 출판사의 이름을 크게 알린 책입니다. 근대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사건과 현상을 횡단하면서 맥도널드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현대의 초국적 기업까지 조명했던 책입니다. 세계종교사상사는 20세기 최고의 종교학자 엘리아데(1907~1986)가 종교 사상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다룬 현대의 고전인데요, 우리 같은 작은 출판사가 7년 노력 끝에 2100쪽이 넘는 대작을 제대로 소개한 것이지요. 이것들은 올해의 출판인상(2014년)과 한국출판문화상 번역상(2006년)을 안겨줬습니다. - 출판하는데 가장 큰 애로점은.☞ 출판인 누구나 그렇겠지만 좋은 책을 냈는데 판매가 받쳐주지 않을 때 힘듭니다. 요새 흔히 출판을 문화산업이라고 합니다만 방점을 어디에 찍느냐 - 문화에 찍느냐, 산업에 찍느냐 - 에 따라 책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잖아요. 우리 출판사는 아무래도 문화를 강조하다보니 판매에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주로 전문적이고 두꺼운 책을 내다보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 판매가 따라주지 않으면 실망을 많이 하지요. 그런 책으로 ‘낯익은 시 낯설게 읽기’, ‘요가(엘리아데) ‘ 법이론’(임마누엘 칸트) 등이 기억납니다. - 과거 싸이월드 이사도 지내셨는데, 오프라인의 대명사 격인 책 출판을 하는 이유는.☞ 저는 책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책 내는 일을 하고 있고, 제가 좋아하는 일이고, 잘할 수 있는 일이며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 여전히 이 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30대 중반에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백수 생활을 좀 했습니다. 그때 회사를 다시 다니기는 싫고, 뭔가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출판의 ‘출’자도 모르고 덜컥 창업했지요. 그러다 제게 ‘꼭 나와달라’는 회사가 있어 낮에는 회사에 다니고 밤에는 출판사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제게 출판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일, 그래서 열린 세계, 다양하게 해석 가능한 세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출판사가 내는 책 한 권이 그 분야의 모든 것에 답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도 안 됩니다. 다만 새로운 인식, 새로운 통찰,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는 한 권의 책을 냄으로써 세계를 읽는 또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던지는 것이지요. 그런 것이 많아질 때 인간은 풍요로워집니다. - 모바일 시대에 책의 의미는 뭘까요.☞ 스마트폰 시대에는 단순 팩트나 지식은 스마트폰이 실시간으로 해결해 줍니다. 모바일에 부정확한 정보도 많지만 몇 번만 검색해 비교하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에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주는 데다 인구까지 줄고 있습니다. 그래서 출판은 더욱 어렵습니다. 옛날엔 ‘10년에 100종을 내면 안 망한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저는 23년간 250여종을 냈습니다. 그래도 어려우니···. ●“책을 낸다는 건 열린 세계, 다양한 세계 만드는 일” 그러나 책에는 깊은 이해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은 ‘본다’고 합니다.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스캔’하는 것이지요. 반면은 책을 ‘읽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보거나 스캔해서는 비판적 사유, 종합적 통찰을 기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종합적 통찰력을 기르는 최선의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시인 퐁주(1899~1988)가 한 말, ‘인간은 인간의 미래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이 말을 철학자 사르트르(1905~1980)는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가 있다는 것, 인간을 기다리는 티 없는 미래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아마도 이 미래는 인간이 누구의 지배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사는 세계, 자신의 존재와 가치, 자유와 평등 그 자체로 사는 세계일 것입니다. 제게 책은 바로 그런 열린 세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세계를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것입니다. - 일반 독자들이 여름 휴가철에 읽을 만한 책 소개를 부탁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헌법 개정 논의가 있다가 요즘 좀 조용해졌습니다만 ‘처음 읽는 헌법’(조유진 지음)을 추천합니다. 민주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덕목과 함께 우리 헌법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쓴 책입니다. 또 ‘서양철학사’(시르베크, 길리에 지음. 윤형식 옮김) 일독을 권합니다. 애초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대학생을 위한 교재로 만들어졌기에 쉽고 잘 읽힙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고경영자(CEO) 추천도서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기존에 국내에서 나온 다른 철학사 책들과는 달리 명료한 서술, 참신한 접근, 새로운 시각이 특징입니다. 또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메시지를 어떻게 만들고 관리해야 하는지를 다룬 ‘메시지가 미디어다’(유승찬 지음)도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한국어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책과 출판은 산업의 시각이 아니라 정신적 문화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한국어가 중요하지요. 한국인의 삶과 문학, 정신을 규정하는 것이 한국어입니다. 일제시대 한글 사용을 금지한 데서 알 수 있듯이 한국어가 사라지면 한국인의 문화와 정신, 영혼 즉 정체성이 사라질 것입니다, 그런 한국어를 담는 그릇이 책이고, 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출판입니다. ●“한국어와 출판은 문화간접자본···보호책 마련해야” 책과 출판은 도로와 교량 항만 같은 사회간접자본(SOC)과 마찬가지인 ‘문화간접자본(COC)’입니다. 문화간접자본이라는 말은 제가 만든 말인데, 이 토대 위에서 연극 영화 드라마 공연 등 다양한 문화가 발전합니다. SOC에서 경제가 꽃피듯 문화간접자본이 튼튼해야 우리 문화가 풍성해 질 것입니다. 최근 인구가 줄면서 또 앞으로 구조적인 변화에 따라 한국어를 쓰는 인구가 줄어들 것입니다. 한국어의 위기가 오면 한국인의 삶과 문화, 정신을 규정하는 정체성 위가 올 것입니다. 한국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책과 출판을 문화간접자본으로 규정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구정책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당국이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 요즘 주로 하시는 일은. ☞ 이사 뒷정리한다고 두어달 보냈습니다. 우리 출판사는 오래 전부터 주 39시간 근무를 해오고 있습니다. 저는 출근해서 책 보고, 원고 보고 선생님들 만납니다. 출퇴근 지하철과 집에서는 대개 원고를 봅니다. 우리는 편집자 한 명이 책을 책임지고 마무리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원고를 돌아가면서 읽습니다. 1교자와 2교자가 다릅니다. 오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지요. 한 원고를 최소 3명(필자와 편집자 2명)이 보면 오류를 거의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난해한 책은 7교, 8교까지 볼 때도 있습니다. 요즘엔 하버드대 교수를 지냈던 존 롤즈(1921~2002)의 ‘도덕 철학사 강의’를 2교째 보고 있습니다 매월 첫째, 셋째, 다섯째 토요일에는 친구들과 함께 당일치기 백두대간 종주를 합니다. 작년 9월 시작해 상주까지 북진해 왔습니다. 산행할 때 낙오하지 않기 위해서 매일 아침 한시간씩 허벅지와 무릎 근력을 키우는 운동도 합니다. 그리고 대간에 가는 주에는 수요일 이후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기도하는 것 같지요? 둘째 토요일은 청계산 산행 모임에 나갑니다. 한 달이 바쁘게 돌아갑니다. 그리고 조만간 어렵지만 흥미로운 주제인 타자 문제를 다룬 ‘인류학을 넘어서(Beyond Anthropology)’라는 책과 알랭 바디우가 쓴 존재론 책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자 강 대표는 자녀에게 읽히라며 ‘처음 읽는 헌법’과 ‘서양철학사’를 한 권씩 건네주었다. 기자들도 책을 좀 읽고 살아라는 뜻이 담긴 듯해서 받아들었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혼밥하면 건강에 나쁘다”… 과학적 근거 있나요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혼밥하면 건강에 나쁘다”… 과학적 근거 있나요

    얼마 전 한 걸그룹 멤버가 혼자 곱창집 야외 테이블에서 곱창을 맛있게 먹는 장면이 전파를 탔습니다. 방송 이후 해당 곱창집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가 됐고 전국의 곱창 판매가 급증했다고 합니다.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은 주위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무척 어색한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1인 가구 숫자가 늘어나면서 혼자 식사를 하는 ‘혼밥’이나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혼술’ 문화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혼밥 인구의 증가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인 모양입니다. 인문사회학자들뿐만 아니라 과학자들까지도 혼밥 문화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시도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혼밥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는 많지 않지만 혼자 하는 식사가 우울증이나 심혈관 질환, 비만, 대사증후군 등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간혹 눈에 띄곤 합니다. 국내에서 ‘왜 맛있을까’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찰스 스펜스 교수의 책 ‘미식물리학’(Gastrophysics)에서는 약 18만명의 청소년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가족과 정기적으로 식사를 같이하는 아이들이 비만에 걸릴 확률이 12% 낮고 건강한 음식을 먹을 확률은 25% 높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와 세인즈버리 국립사회연구센터도 최근 8000명의 영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혼밥은 정신질환을 제외한 다른 어떤 요인들보다 개인의 행복감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또 연구팀은 혼밥을 하는 분위기가 식사량, 식사의 종류, 식사과정에서 나타나는 신진대사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남성과 여성, 연령, 국가마다 다른 식습관 등 혼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에 무조건 “혼밥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라고 잘라 말하기 어렵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호주 퀸즐랜드공과대학 보건학과 캐서린 한나 교수는 사람들의 식사 장면을 촬영하고 인터뷰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혼밥은 건강상 문제나 개인적 성향, 사회경제적 상황 등에 따라 선택되며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영국 글래스고대 약대 나비드 새터 교수 역시 체중 조절 같은 건강관리 차원에서 이뤄지는 혼밥의 사례가 더 많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새터 교수팀은 사람들이 타인들과 어울려 식사를 하는 경우 혼자 먹을 때보다 식사량이 평소보다 1.5~2배 정도 늘어난다는 분석결과를 제시하며 건강 관리를 위해 식이조절이 필요한 사람들은 혼밥이 적절하다고 충고하기도 했습니다. 또 혼자 식사를 하는 경우 ‘간단히 해치우기’ 위해 패스트푸드 같은 정크푸드를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연구팀의 분석결과 연령대가 젊을수록 혼밥을 할 때도 건강식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좀 뻔한 얘기 같지만 혼밥을 하는 상황에 대해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카고대 신경생리학과 스테파니 카치오포 교수는 혼자 식사할 때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 지방과 칼로리 섭취량이 급증하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중 ‘먹는 것’은 빠질 수 없습니다. 사실 혼자가 편해서 혼밥을 즐기는 이들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경제적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혼밥을 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들에게 타인과 함께하는 식사의 즐거움을 되돌려 주기 위해서 과학계와 우리 사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dmondy@seoul.co.kr
  • 혼밥은 정말로 건강에 좋지 않은걸까

    혼밥은 정말로 건강에 좋지 않은걸까

    얼마 전 한 걸그룹 멤버가 혼자 곱창집 야외 테이블에서 곱창을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전파를 탔습니다. 방송 이후 해당 곱창집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가 됐고 전국의 곱창 판매가 급증했다고도 합니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은 주위 시선이 의식되는 무척이나 어색한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1인 가구 숫자가 늘어나면서 혼자 식사를 하는 혼밥이나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혼술 문화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 입니다.혼밥 인구의 증가는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인 모양입니다. 인문사회학자들 뿐만 아니라 과학자들까지도 혼밥 문화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려 시도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혼밥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는 많지 않지만 혼자 하는 식사가 우울증이나 심혈관질환, 비만, 대사증후군 등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결과들은 간혹 눈에 띄곤 합니다. 국내에서 ‘왜 맛있을까’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찰스 스펜스 교수의 책 ‘미식물리학’(Gastrophysics)에서는 약 18만명의 청소년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가족과 정기적으로 식사를 같이 하는 아이들이 비만에 걸릴 확률이 12% 낮고 건강한 음식을 먹을 확률은 25% 높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와 세인즈버리 국립사회연구센터도 최근 8000명의 영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혼밥은 정신질환을 제외한 다른 어떤 요인들보다 개인의 행복감을 떨어뜨린다는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또 연구팀은 혼밥하는 분위기가 식사량, 식사의 종류, 식사과정에서 나타나는 신진대사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남성과 여성, 연령, 국가마다 다른 식습관 등 혼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은 무수히 많기 때문에 무조건 “혼밥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라고 잘라 말하기 어렵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호주 퀸즐랜드공과대학 보건학과 캐서린 한나 교수는 사람들의 식사 장면을 촬영하고 인터뷰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혼밥은 건강상 문제나 개인적 성향, 사회경제적 상황 등에 따라 선택되며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영국 글래스고대 약대 나비드 새터 교수 역시 체중 조절 같은 건강관리 차원에서 이뤄지는 혼밥의 사례가 더 많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새터 교수팀은 사람들이 타인들과 어울려 식사를 하는 경우 혼자 먹을 때보다 식사량이 평소보다 1.5~2배 정도 늘어난다는 분석결과를 제시하며 건강 관리를 위해 식이조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혼밥이 적절하다고 충고하기도 햇습니다. 또 혼자 식사를 하는 경우 ‘간단히 해치우기’ 위해 패스트푸드 같은 정크푸드를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연구팀의 분석결과 연령대가 젊을수록 혼밥을 할 때도 건강식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좀 뻔한 얘기 같지만 혼밥을 하는 상황에 대해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카고대 신경생리학과 스테파니 카치오포 교수는 혼자 식사할 때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 지방과 칼로리 섭취량이 급증하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중 ‘먹는 것’은 빠질 수 없습니다. 사실 혼자가 편해서 혼밥을 즐기는 이들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경제적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혼밥을 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들에게 타인과 함께 하는 식사의 즐거움을 되돌려주기 위해서 과학계와 우리 사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dmondy@seoul.co.kr
  • ‘3·1 100주년’ 문화상 후보 모집

    ‘3·1 100주년’ 문화상 후보 모집

    3·1문화재단(이사장 김기영)이 한국의 문화 향상과 산업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3·1문화상’ 후보자를 모집한다고 2일 밝혔다. 모집 부문은 ▲자연과학 및 인문사회과학 학술상 ▲예술상 ▲기술·공학상 ▲특별상이며 오는 9월 10일까지 후보를 추천받아 내년 2월에 수상자를 발표한다. 시상식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내년 3월 1일에 열릴 예정이다. 부문별 수상자에게는 1억원(특별상 별도)의 상금과 상패가 주어진다. 3·1문화상은 3·1운동 정신을 계승한다는 취지로 1960년 제정됐다. 국내 민간 재단이 만든 최초의 상으로 매년 학술과 예술, 기술·공학 분야에서 탁월한 공적을 세운 개인 또는 단체를 시상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세종인문도시 명품여주’ 원경희 시장 퇴임

    ‘세종인문도시 명품여주’ 원경희 시장 퇴임

    원경희 경기 여주시장이 29일 이임식을 갖고 4년간의 임기를 마감했다. 여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원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시청 공직자와 각계 인사들이 함께해 지난 4년 동안 ‘세종인문도시 명품여주’를 돌아보고 주요 성과를 평가했다. 민선 6기 여주시는 세종대왕의 정신을 접목해 여주가 세계로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원 시장은 취임 초기 공직자들에게 친절을 주문했고, 모든 공직자들은 친절명찰을 부착하고 업무를 추진하며 실명제 열린 행정을 펼쳤다. 이날 원 시장은 “공무원의 친절과 시민의 행복지수가 높아졌다”며 “그동안 닦은 성과를 토대로 여주가 더욱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 한다”고 말했다. 민선6기 여주시는 시청 담장을 허물어 개방공간으로 조성하고 민원봉사실을 리모델링하는 등 민원인 중심의 시정을 전개했다. 뿐만 아니라 평생학습도시 신규지정 등 정보사회 시민의 욕구 충족과, 어르신을 위한 경로당 지원, 시민의 인문소양 강화 등 삶의 질 향상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그동안 인프라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여 여주나들목에서 점동을 잇는 도로와 여주시내에서 가남읍 도로 개통 등 교통 환경을 크게 개선했다. 아울러 세계유일의 여주시립폰박물관 개관과 황포돛배 진수, 여주박물관 신관 개관은 물론, 도시안전정보센터 등을 건립해 운영하며 역사·문화 및 안전 인프라를 구축 했다. 여주오곡나루축제와 여주도자기축제 등 지역 고유의 축제를 향상시켜 농·특산물과 전통 도자산업 육성에 집중했다. 특히 당남리섬을 볼거리의 메카로 만들었고, 세종대왕의 흔적을 남기는 한글시장 육성과 한글간판 개선 등에도 소홀함이 없었다. 세종인문도시 명품여주는 여러 성과를 내고 여주 역사의 한 페이지를 남기고 마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행복한 아이가 성적도 좋아진다

    [달콤한 사이언스] 행복한 아이가 성적도 좋아진다

    영국과 미국, 포르투갈 연구진이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이 학습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영국 런던대 전산신경과학과, 막스플랑크-UCL 전산정신과학 및 노화연구소,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 인문사회학부, 포르투갈 챔팔리모드 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세로토닌이 학습능력은 물론 학습속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6일자에 발표했다. 세로토닌은 혈관벽이 손상되면 혈소판에서 분비돼 혈액을 응고시키고 혈관벽을 수축시켜 출혈을 막는 물질이다. 혈관 뿐만 아니라 뇌 시상하부, 대뇌기저핵 같은 중추신경계에도 존재하면서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들어 우울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되고 세로토닌 농도가 높아지면 행복감, 만족감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있다. 연구팀은 8마리 생쥐를 대상으로 4마리는 뇌에 LED 전극을 심어 빛을 쬐어주면 세로토닌이 분비되도록 한 광유전학 장치를 하고 나머지 4마리에는 아무런 장치를 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8마리를 대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보상 실험을 실시하면서 인공지능(AI)의 기계학습에서 활용되는 강화학습 원리를 바탕으로 컴퓨터가 쥐의 행동을 기록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실험 과정 내내 LED가 심어져 있는 생쥐에게는 끊임없이 세로토닌을 분비하도록 자극을 줬는데 일반 생쥐에 비해 실패에서 배우는 속도가 2~3배 가량 빠르고 새로운 문제 상황을 빠르게 적응하고 인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요히토 리가야 칼텍 박사는 “이번 연구는 행복감이 학습능력과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울증 치료에 있어서도 단순히 약물 치료 뿐만 아니라 인지행동 변화를 통해 세로토닌이 분비될 수 있도록 병행치료하는 것이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부천을 빛낼 신인작가를 찾습니다”

    “부천을 빛낼 신인작가를 찾습니다”

    문학창의도시 경기 부천시가 지역을 빛낼 신인작가 발굴에 나선다. 부천문화재단은 부천신인문학상과 수주문학상을 오는 8월 6일부터 응모한다고 21일 밝혔다. 제15회 부천신인문학상 응모 부문은 소설을 비롯해 시와 동시, 동화, 수필, 일반희곡 등 6개 분야다. 오는 8월 6일부터 17일까지 방문하거나 우편·이메일을 통해 접수한다. 오는 10월 5일 당선자를 발표하고 부문별 1명씩 모두 6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당선자에겐 총 7백만원 상금이 주어진다. 공고일 기준 1년 이상 부천 거주민이거나 부천 소재 회사, 교육기관에 다니는 사람이면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가능하다. 미등단 작가 지망생이나 3년이내 신예 작가에 한한다.또 부천의 수주 변영로 시인을 이어갈 문학인도 모집한다. 제20회 수주문학상은 수주의 올곧은 시 정신과 뛰어난 문학성을 이을 문학인을 찾는다. 수주문학상은 전국적으로 공모한다. 응모 부문은 시(장시 제외) 분야로, 이전 수상자를 제외한 전국의 신인과 기성작가 모두 응모할 수 있다. 당선자 1명에게는 상금 1000만원이 수여된다. 오는 8월 6일부터 24일까지 우편으로만 접수한다. 시상은 오는 10월 27일 수주문학제 기간에 공동 진행될 예정이다. 신청 접수를 원하는 사람은 재단 홈페이지(www.bcf.or.kr)에서 지원신청서를 작성한 뒤 원고와 함께 제출하면 된다. 공모와 관련한 자세한 문의는 문화진흥부(032-320-6351~3)로 하면 된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단독] “남북, 의제 없어도 자주 만나야…적십자 당국자 교차 상주 추진”

    [단독] “남북, 의제 없어도 자주 만나야…적십자 당국자 교차 상주 추진”

    박경서(79) 대한적십자사(한적) 회장이 오는 22일 8·15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사실상의 남북 적십자 당국자 간 서울·평양 교차 상주 근무 방안을 제안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 회장은 8일 서울 중구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26일 남북 정상이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예고 없이 만났듯이 남북은 절대로 쉬운 것부터 해야 한다”며 “의제가 없어도 자주 만나야 한다. 서로 접촉하면서 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2일 남북 적십자회담 이후 “남북 적십자사 국장급이 상대 지역을 찾아 한 1주일 간격으로 상주하며 얘기하며 왔다 갔다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29번이나 북한을 방북했던 박 회장은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있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인 뒤 “16년 만에 평양에 갔더니 이면도로에 있던 아파트들까지 싹 바뀐 것을 보고 빈곤은 극복했다고 봤다”며 “앞으로 경제 발전을 하려면 북한이 핵 보유로 고립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1992년 김일성 주석을 직접 만났던 때를 떠올리며 “1월 13일 아침 10시부터 4시간을 만났는데 김 주석이 ‘북한 소장학자 6명이 소련 유학을 다녀왔는데 핵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자꾸 우리더라 핵을 가졌다는데 그럴 단계는 아니고, 핵이나 전쟁은 싫고 고려연방제 같은 것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과거 세계교회협의회(WCC)에서 대북 원조를 맡았던 박 회장은 ‘대북 퍼주기’ 비판에 대해 “한국식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의 대북 원조가 최고치일 때도 북한이 받는 전체 원조의 27%밖에 안 됐다”며 “90년대 후반에 WCC가 원조한 쌀도 가격이 가장 저렴했던 베트남 안남미로 당시 북한 군인들은 쌀밥을 먹고 있었기 때문에 민간인들에게 갔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는 22일 금강산에서 남북 적십자회담이 열리게 됐다. -적십자회담은 2010년 10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실무 접촉까지 포함하면 2015년 9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이미 남북 정상 간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고위급회담 개최로 대화의 분위기는 조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분위기가 남북 인도적 현안 해결 등 좋은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8월 15일을 전후한 이산가족 상봉이 주된 의제가 될 것으로 본다. 협상이라는 게 50%는 상대가 있는 것이니 북측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오려 한다. 8·15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열리지 않을까 싶다. 2015년 10월에 열었던 직전 상봉 행사(20차)도 같은 곳에서 열렸다. 직접 가서 둘러봐야 알겠지만 시설 때문에 늦어져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이산가족의 고령화가 빠르다. -생존자(5만 6890명) 중에 약 63%(3만 5960명)가 80세 이상이다. 첫 만남에서 북측이 과거처럼 100여명밖에 못 한다고 해도 우선은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이후 생존자 전체를 단번에는 못하겠지만 고향 방문단과 비슷하게 자기가 살았던 고향 근방이라도 가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편지 교환도 하고 화상 상봉도 할 수 있게 제안할 생각이다. 최근에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도 연락이 오고 KT에서도 연락이 와서 자기들이 사회 봉사 차원에서 북한에 첨단 시설을 만들어 보겠다고 하더라. 일회성 이벤트 중심의 이산가족 상봉이 아니라 정례적인 이산가족 상봉을 해 줘야 한다는 점을 북측에 호소하고 싶다. 이번 8·15 전후에 한꺼번에 하진 못하더라도 미래에 정례적인 방향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이산가족의 한을 푸는 는 데 중점을 두겠다.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이산가족 상봉은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실무진에서 검토를 하겠지만 최첨단 기계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더 깨끗하고 가깝게 헤어진 가족을 보여 준다고 했다. 그래서 구태여 안 가도 된다고 하더라. 진짜 그런 수준까지 발전되면 좋을 것 같다. →이번 회담에서 다룰 여타 문제는. -평양적십자병원의 현대화 같은 인도주의 사업을 논의하고 싶다. 보건 문제도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 북한의 건강은 남한의 건강인 측면도 있다. 실제 2000년대에 북에서 발생한 말라리아 모기가 비무장지대(DMZ)로 넘어와 우리 장병들을 문 적이 있다. 군 헌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우려가 컸다. →2016년 중국서 집단 탈북한 여종업원들의 송환 문제가 걸림돌이 되진 않을지. -북한에 한국인 6명이 체류해 있고 13명의 북측 종업원이 남측에 와 있다. 이건 각론에 해당한다. 각론도 중요하지만 순서가 있다. 판문점 선언을 시작으로 평화라는 큰 틀이 정착돼 비자를 받으며 남북이 서로 왔다 갔다 한다면 자연히 해소될 것이다. 즉, 각론으로 북 인권을 풀지 말고 총론으로 관계성 속에서 풀어 가자는 것이다. →최근 북측이 남측 억류자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언급이 있었다. 따로 북에서 연락이 왔는지. -북한적십자사에서 연락을 따로 받은 바 없으며 고위급회담을 통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적십자회담에서는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집중할 예정이다. →과거 직접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던데. -1992년 1월 13일 아침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4시간 동안 만났다. 제네바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 아시아국장을 할 때 1988년 북측에서 원조를 위해 부른 적이 있다. 1988년 방문한 북한은 동독하고 비슷한 수준이어서 원조를 줄 필요를 못 느꼈지만 교육시설의 설비는 너무 낙후된 상황이었다. WCC, 유네스코 등에서 30만 달러씩 원조했다. 이를 계기로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 →당시 김 주석의 전언 중에 핵과 관련된 게 있었는지. -김 주석이 ‘소장학자 6명이 소련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오더니 핵도 만들 수 있다고 그런다. 또 우리더러 자꾸 핵을 가지고 있다고 그러는데, 아주 초보 단계다. 우리는 핵이나 전쟁을 싫어하고 고려연방제 같은 것을 했으면 좋겠다’는 식의 얘기를 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보나. -김 위원장에게 진정성이 있다고 보고, 그러리라고 믿는다. 21세기에는 전 세계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경제적인 조건이 충족돼야 살아갈 수 있다. 김 위원장도 그런 것을 굉장히 중요시할 거다. 그간 29번 북한을 방문했었는데 16년 만인 2년 전 평양에 갔더니 완전히 세상이 변했더라. 평양 시내의 이면도로까지 전부 아파트가 보수돼 있었다. 북한도 절대 빈곤은 극복한 거 같다. 그러나 앞으로 더 발전을 하려면 핵을 가지고 가지는 않을 거다. 왜냐하면 전 세계에서 고립돼서 경제 발전을 할 수 있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북한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베트남이나 중국식 중 자기들이 좋은 것을 실정에 맞게 벤치마킹해서 잘살아 가면 좋겠다. →한적의 대표적 대북 지원 사업과 현황을 소개한다면. -2005년 ‘남북 적십자 간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맺고 평양적십자병원 지원 사업, 우정의 나무 심기 행사를 연례적으로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평양적십자병원 현대화를 위해 156억원 상당의 의약품, 의료장비를 지원했고 의료진 등이 방문했다. 지난 수년 동안은 남북 긴장 상황 속에서 직접 지원이 곤란해 국제적십자사연맹을 통해 재난 대비 대응, 물·위생, 보건, 생계지원 등의 사업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2016년 함경북도에서 발생한 집중호우 이재민을 위해 3억 1000만원을 지원해 응급구호품을 전달한 바 있다. →북 원조에 대해 ‘퍼주기’라는 시각도 있다. -그렇지 않다. 한국식 해석이다. 과거에 한번은 유엔과 비동맹국인 시리아, 파키스탄, 중국 등이 기록 없이 준 것까지 따져 보니 한국이 최고로 많이 지원했을 때도 북한이 원조를 받는 전체 식량의 27%밖에 안 됐다. 한국은 마치 우리가 안 주면 북한이 굶어 죽는다 그랬는데 그건 세계를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 →북한에 대한 원조나 경제 협력 시 유의해야 할 점은. -스스로 서고 걸음마를 하도록 가르쳐 줘야 한다. 서독은 통일에 흥분해 서독 노동자 임금의 80%를 동독 노동자에게 지급하고 서독 마르크와 동독 마르크를 1대1로 바꿔줬다. 그 결과 일주일에 물가가 400% 치솟기도 했다. 무상 원조가 아니라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알려줘야 한다. →최근 남북 관계 진전의 기회를 만든 원동력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세계 수준의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적십자사가 터키 안달리아 세계적십자사 총회에서 이사국이 됐다. 다른 국가들은 수년간 떨어지는 지위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유로 ‘촛불집회를 우리에게 보여 줬다’고 했다. 우리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 평화를 사랑하는 정신, 정의란 무엇이고 공동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들, 10개월간 촛불을 들면서 남의 얘기를 경청하는 것들이 결국 판문점 선언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년이 넘었지만 75%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게 이웃나라의 정상들이 문 대통령을 무시하지 못하는 힘이다. →향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평화체제 구축까지 유의할 점은. -절대로 쉬운 것부터 해야 한다. 의제가 없어도 정례적으로 만나야 한다. 그게 동·서독의 방식이다. 서로 접촉하면서 서로 변하자는 거다. 유럽연합(EU)도 처음 만들어졌을 때 프랑스하고 독일이 무조건 만나는 것을 정례화했다. 지난달 26일 남북 정상이 전혀 예고 없이 그냥 만나버렸다.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우리는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걸 전 세계에 보여 주었다. 남북 적십자사도 국장급은 그냥 마음대로 서울과 평양을 한 일주일씩 머물면서 얘기할 수 있게 됐으면 한다. →최근 비핵화 국면에서 남남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 합리적인 보수와 이성적인 진보는 같이 간다. 사실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으면 그 사회는 서서히 노령인구가 많아지고 보수화된다. 한국은 국민소득이 약 3만 달러다. 하지만 합리적인 보수와 이성적인 진보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이 둘을 잇는 다리가 필요하다. 지금의 대학생들이 다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 인권 문제를 두고 갈등이 많다. -북 인권은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북의 인권 개선은 북한 사람들이 먼저 눈을 떴을 때 가능하다. 제3자는 한정적으로 도울 수밖에 없다. 특히 인권은 시대에 따라서 더 복잡해지고 더 많이 발전돼야 한다. 따라서 유엔은 인권에 대한 정의를 지금도 내리지 않는다. 그런데 북한이 지난해 장애인 유엔인권 특별보고관을 들어오라 했다. 북한도 조금씩 인권에 대해서 눈을 뜨고 있는 것이다. 즉, 제3자가 북한의 인권을 풀 수 있다고 착각하지 않고 실패의 경험을 가서 전달해야 한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박경서 회장은 박경서 제29대 대한적십자사(한적) 회장은 인권 분야에서 ‘한국의 얼굴’로 통한다. 전남 순천 출신으로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독일 괴팅겐대에서 사회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모교인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79년 ‘크리스천 아카데미’ 사건에 연루돼 곤욕을 치른 것을 계기로 교수직을 그만두고 한국을 떠났다. 이후 1982년부터 1999년까지 18년간 스위스 제네바 세계교회협의회(WCC) 아시아정책위원회 의장 및 아시아국장으로 근무하며 인도적 지원사업에 관여했다. 당시 원조 등을 위해 28차례 북한을 방문한 것을 포함해 총 29번 북을 다녀왔다. 1992년 1월에는 김일성 주석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대한민국 초대 인권대사를 역임한 그는 성공회대 석좌교수, 국가인권위원회 창설멤버 및 상임위원, 진실과 화해위원회 자문위원, 통일부 정책위원회 위원장, 이화여대 석좌교수 및 평화학 연구원장,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장, 한국인권재단 고문, 유엔 인권정책센터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한적 29대 회장에는 지난해 8월 선출됐다. 저서로는 ‘독일 노동 운동사’(1984), ‘화해 그리고 통일’(1996), ‘인권대사가 체험한 한반도와 아시아’(2002), ‘인권이란 무엇인가’(2012), ‘그들도 나처럼 소중하다’(2012), ‘인문학이 인권에 답하다’(2015), ‘평화를 위한 끝없는 도전’(2018) 등이 있다. 2005년 황조 근정 훈장을 받았다. 인도, 네팔, 미얀마, 스리랑카 등의 정부에서 인권상 및 포상을 받았다.
  • 기업 손잡은 인문학, 비판 정신을 잃다

    기업 손잡은 인문학, 비판 정신을 잃다

    反기업 인문학/박민영 지음/인물과사상사/356쪽/1만 7000원2011년 3월 애플의 아이패드2 발표회장. 스티브 잡스는 무대 위 스크린에 교차로 표지판 영상을 띄웠다.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에는 ‘인문학’과 ‘기술’이라 적혀 있었다. 그는 심각한 얼굴로 “사람들은 그동안 기술을 따라잡으려 애썼지만, 반대로 기술이 사람을 찾아와야 한다”면서 “애플은 언제나 이 둘이 만나는 지점에 존재했다”고 강조했다. 스티브 잡스가 명실상부 ‘융합형 인재’의 아이콘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이후 ‘융합’ 하면 인문학과 기술공학을 떠올렸다. 노동을 착취하고 조세를 회피하는가 하면, 시장 독과점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대한 비판은 슬그머니 가려졌다.한국에 10여년 전부터 ‘인문학’이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인문학 열풍이라며 각종 책과 강연이 쏟아진다. 대기업은 너나 할 것 없이 인문학적 인재를 뽑겠다며 아우성이다. 그러나 정작 인문학의 출발점인 대학가에는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든가 ‘인구론’(인문계 졸업자 구십 퍼센트는 논다) 같은 신조어가 씁쓸한 현실을 대변한다.문화평론가 박민영은 신작 ‘반기업 인문학’에서 이런 현상의 중심에 ‘기업 인문학’이 있다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기업 인문학은 ‘기업의 이익과 자기계발에 복무하는 인문학’을 가리킨다. 존재 그 자체가 목적인 정통 인문학과 달리, 기업 인문학은 생존과 출세, 성공과 경제적 이익과 같은 목적을 향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인문학의 본질은 ‘전복적인 도전’이고 인문학적 사고는 ‘반성, 회의, 비판’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사회 전반에 물질주의나 과학기술 중심주의, 경쟁체제 등에 대한 반대의 기운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인문학 열풍의 실체는 기업 인문학 열풍이고, 이 기업 인문학이 교묘하고 영악한 논리로 주류적 사고에 영합하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대학과 진보 인문학자, 그리고 기업 등에 날 선 칼을 겨눈다. 취업이 안 된다는 이유로 대학가에 인문사회과학은 이미 밀려났다. 정부에서도 이공계열을 키우고 인문계열은 축소하라며 대학에 뭉칫돈을 쥐여 준다. 인문학자는 비정규직 강사 자리조차 구하기 어렵다. 진보 지식인이 인문학을 매개로 기업과 관계를 맺는 모습을 지적한 부분은 이 책의 백미다. 저자는 ‘시대의 스승’으로 불리는 신영복 교수가 2008년 성공회대 인문학습원 원장으로 ‘CEO를 위한 인문학 과정’을 개설한 것에 관해 날 선 비판을 날린다. 당시 강좌에는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 김태구 넥솔(전 대우자동차) 회장, 이병남 LG 인화원 원장이 강의를 들었다. 강의는 진보 학자인 진중권, 강헌, 유홍준 등이 나섰다. 이 밖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김호기 교수, 정승일 사회민주주의센터 대표가 회당 500만원에 이르는 고액의 강연료를 받으며 삼성 사장단을 대상으로 강연한 사례도 꼬집었다. 고액 강연이 좌파 지식인의 몸값을 올리고, 언론은 기업문화를 칭찬했다. 이처럼 인문학이 자본가와 진보 인문학자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지만 어떤 변화를 불렀는지 생각해 보라는 저자의 비판은 곱씹어 볼 만하다. ‘또 하나의 가족’을 외친 삼성은 정작 노조를 탄압하고,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급성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 산재 처리조차 하지 않는다. ‘사람이 미래’라던 두산도 20대 신입사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오히려 ‘반인문학적’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 전부터 유행하는 ‘빅 히스토리’ 역시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인 빌 게이츠가 빅 히스토리에 관심을 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융합학문의 ‘끝판왕’이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거대 역사를 다룬 빅 히스토리가 민족, 국민, 계급, 성 구별을 하지 않고 자본가와 노동자의 구별도 하지 않도록 하면서 권력을 둘러싼 정치적 문제들을 은폐하는 효과를 부른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명 인문학자들을 거론하며 시원하게 비판하는 저자의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하더라도, 정작 인문학이 어떻게 이를 이겨낼지에 관해서는 대안이 없어 아쉽다. 싸구려 강사들이 짜깁기한 얄팍한 인문학을 들고 나와 유튜브나 팟캐스트를 기웃거리는 꼬락서니도 보기 싫지만, 정통 인문학이 반드시 해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슬며시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In&Out] 직업능력개발, 포용적 성장의 모멘텀/김동만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In&Out] 직업능력개발, 포용적 성장의 모멘텀/김동만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잡스 이후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그동안 추진해 왔던 보급형 전기차 ‘모델3’의 생산지연 등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가는 길이 잘못되었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머스크는 새로운 기술의 보급과 확산을 통해 생활의 편리함을 높이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어려운 도전을 하고 있다. 머스크의 도전정신과 그런 도전을 응원하는 국민이 있는 미국이 모바일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전 세계 영화팬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마블코믹스의 영화들에도 이와 같은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이 ‘도전성’을 가지고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성장한다는 것이다. 신흥 경제강국 중국과 인도에서도 정보기술(IT) 등 기술 분야를 전공한 청년들이 기존 시장에 도전하여 글로벌 기업을 일군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이런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가 ‘성장’, ‘육성’이라는 동(動) 중심보다는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모자람이나 흠이 없다’는 정(靜) 중심의 ‘완전함’을 더 요구하기 때문이다. 청년들도 산업현장에서 경험과 직업능력개발을 통해 성장하기보다는 스펙을 쌓아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안정적인 직업을 위해 공공기관이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올해 9급 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에는 4953명을 선발하는 데 15만 5000여명이 응시했다고 한다. 우리 노동시장이 겪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준비와 인력수요 미스매칭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열정과 도전이 묻어나는 동 중심의 직업능력개발이 시금석이 되어야 한다.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4차 산업혁명의 헤게모니를 선점하기 위해 사람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간한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2016~2017)에 따르면 한국의 직업훈련 정도는 138개국 중 38위로 중국(41위)과 비슷하며 일본(10위), 독일(12위), 미국(15위)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훨씬 뒤처져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기술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기업, 학교, 공공기관, 민간훈련기관 등이 협업해 고급직업능력개발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시뮬레이션 훈련, 플립러닝(Flipped Learning)등 새로운 교수법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일자리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현장과 근로자의 지속적인 스케일 업도 중요하다. 공단이 기업의 맞춤형 인재 육성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해 온 선취업, 후학습, 일ㆍ학습병행에 참여한 근로자는 지난해까지 5만 7000여명에 이른다. 인문계 특화 청년취업아카데미 사업을 통해 대학생(졸업예정자)을 대상으로 융복합형 인재 육성과 미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직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자유학기제와 연계하여 중학생을 대상으로 숙련기술 체험캠프를 운영하고 청소년들의 기술에 대한 생각을 바꿔 나가고 있다. 올해는 찾아가는 체험캠프를 도입하고 전국으로 확대하게 된다. 그리고 중소기업의 직업능력개발훈련 참여를 확대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단은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별 훈련격차를 해소하고 직업능력개발을 통해 새로운 도전기회를 열어가는 것은 포용적 성장과 사회통합을 노동현장에서 실천하기 위한 중요한 모멘텀이다. 청년 등 모든 국민이 필요한 직업능력개발 프로그램에 언제나 참여할 수 있고 이렇게 개발한 직업능력에 따라 노동현장에서 공정하게 대우받을 수 있다면 우리 사회도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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