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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학, 詩를 만나 노래하다

    가타리, 들뢰즈, 비트겐슈타인, 아도르노, 하이데거… 무슨 글을 읽을 때 잘 나가다가도 이런 현대 철학자의 이름들이 들먹여지면 괜히 주눅이 든다. 가까이 두고 읽고 싶지만 해석은커녕 옆 사람에게 그 의미를 전달하기도 어려워 자칫 옆구리에 끼고 다니며 잘난 체한다는 말만 들을까 두렵다. 철학이 그러하듯 시(詩) 또한 마찬가지다. 좋은 것도 같은데 읽다 보면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재미있게 철학 접하기, 감동하며 시 읽기를 도와줄 책이다.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강신주 지음, 동녘 펴냄)은 21명의 현대 철학자와 현대 시인이 두 사람씩 꼭 손을 붙잡고 등장한다. 일종의 철학 입문서이자 시의 고갱이를 일깨워 준다. 그동안 신문, 잡지에서 영화 평론, 문학 평론, 정치 비평 등을 관심있게 읽고싶은 우리를 난처하게 만들며 표류하게 하곤 했던 철학의 개념들을 전면으로 끄집어내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글을 읽다가 불쑥불쑥 등장하는 ‘타자론’이니 ‘다중’이니 ‘부정 변증법’이니 하는 알쏭달쏭한 개념들은 인문학의 바다로 떠난 항해를 지루하게 만들거나 중도에 접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난해한 철학 개념의 설명을 도와주는 것은 시(詩)다. 철학은 물론 시조차 어려운데 이 둘을 붙여놓다니, 하고 난감해하는 찰나 ‘시 읽는 철학자’ 강신주는 말한다. “걱정하지 말라.” 철학에 시를 덧붙였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과 시인 기형도가 만나 ‘언어의 뼈’에 대해 생동감 있게 사유하도록 하고,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라는 시로 당대를 선구했던 유하와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접목시켜 자본주의의 소비문화에 대해 성찰하게 도와준다. 또한 ‘꽃’의 시인 김춘수의 또 다른 작품 ‘어둠’을 통해 난해하기만 했던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좀더 생동감있게 설명한다. ‘니체와 황동규’는 망각의 지혜를, ‘사르트르와 최영미’는 애무와 섹스의 비밀을, ‘바디우와 황지우’는 사랑의 존재론적 숙명을, ‘네그리와 박노해’는 민중이 아닌 다중(多衆)의 개념을 친절하게 풀어내고 있다. ‘아렌트와 김남주’가 만나서 ‘영혼없는 관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덧붙임은 물론이다. 저자는 “21명의 철학자와 시인들이 소개하는 모든 봉우리를 다 좋아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면서 “우리의 삶을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두 봉우리만을 확인하더라도 큰 수확이 될 것”이라고 철학, 그리고 시 읽기의 의의를 설명한다. 따라 읽다 보면 ‘철학적 시읽기’이자 ‘시로 철학 읽기’임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에 갓 들어간 새내기들의 인문학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1만 6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셉템버이슈’, 엣지녀 김혜수보다 더한 편집장

    ‘셉템버이슈’, 엣지녀 김혜수보다 더한 편집장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셉템버 이슈’는 쉽게 말해 2006년작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다큐멘터리 버전이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미국 최고의 패션지 ‘보그’의 편집장으로 20년간 군림해온 안나 윈투어가 1년에 발행되는 12권의 잡지 중 가장 중요한 9월호를 만드는 과정을 담았다. 윈투어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메릴 스트립이 열연한 ‘악마’ 편집장의 실제 모델로 유명하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동명 원작 소설의 저자 로렌 와이스버거는 윈투어의 어시스턴트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해 인기를 모은 국내 드라마 ‘스타일’에서 ‘엣지녀’ 박기자로 분한 김혜수도 윈투어에게 캐릭터를 빚졌다. 냉혹한 완벽주의자로서 부하 직원들을 닦달하는 박기자의 모습은 ‘얼음여왕’이란 별명을 가진 윈투어를 국내 잡지사로 일부 옮겨온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셉템버 이슈’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스타일’이 간과한 부분을 명확히 드러낸다. 바로 ‘셉템버 이슈’의 ‘악마’ 편집장은 한 권의 완벽한 잡지를 위해 온 몸을 다 바쳐 일한다는 것이다. ‘셉템버 이슈’ 속의 윈투어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나 ‘스타일’의 박기자처럼 모든 일을 어시스턴트에게 맡기지 않는다. 자신의 가방쯤은 직접 들고, ‘뭐든 엣지있게’를 부르짖는 대신 정확한 문제점을 세밀하게 지적한다. 또 그녀는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를 입고 샤넬을 더 많이 입지만 어디까지나 실용적이고 일하기에 적합한 차림이다. 일터를 패션쇼장으로 착각한 듯했던 ‘스타일’ 박기자의 모습은 윈투어를 비롯, 미국 보그 잡지사의 어떤 직원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윈투어는 ‘핵폭탄 윈투어’라는 별칭에 어울리게 냉정하고 때론 냉혹할 정도의 모습을 보인다. 패션 디렉터가 애써 연출해낸 화보 사진을 망설임 없이 빼고, 에디터들이 애써 만든 기획안의 취약점도 거침없이 짚어낸다. 이에 일부 직원들이 윈투어를 넌더리난다는 눈빛으로 보고 불만을 쏟아내는 모습도 스크린 위에 가감 없이 담겼다. 하지만 미국 보그지의 발행인은 ‘셉템버 이슈’의 감독 R.J.커틀러와의 인터뷰를 통해 “분명 윈투어는 따뜻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일을 효율적으로 해내는 방식이다.”고 말한다. 픽션의 과장을 걷어낸 ‘셉템버 이슈’는 안나 윈투어가 대책 없는 악마가 아니라 세계 패션계를 이끄는 바쁜 현대 여성이라는 사실을 담백하게 드러낸다. 오는 28일 개봉 예정. 사진 = 예인문화, 미로비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스틸이미지 / 사진설명 = (위, 왼쪽부터) 김혜수, 안나 윈투어, 메릴 스트립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캠퍼스 라이프]

    ‘파이오니아’ 꽃동네 봉사활동 ●충북대 23~30일 음성 꽃동네에서 봉사동아리 ‘파이오니아’가 봉사활동을 펼친다. 회원 33명은 중증 장애인들의 식사와 목욕 도우미, 청소 등을 하며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낼 예정이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파이오니아는 그동안 여름 농촌봉사활동, 겨울 꽃동네 봉사활동, 보육원 봉사활동 등을 꾸준히 해왔다. 자유전공 새내기들 잡지발행 ●충남대 올해 첫 신입생을 뽑은 자유전공학부 1년생들이 올해 학과생활을 정리한 ‘다빈치 스타일’이란 잡지를 냈다. 학부 학생 11명이 취재, 편집, 사진까지 직접 했다. 학내 교수 및 외부인사 기고문, 저명인사와의 인터뷰, 명저소개 등을 담았다. 이 학부는 내년도 신입생으로 인문·사회과학계열 27명, 자연계열 16명을 선발한다. ‘연구관리우수’ 인증받아 ●전북대 전국 국공립대학 가운데 2번째로 연구비 관리 우수기관 인증을 받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7개 항목에 걸쳐 연구비 관리 실태를 정밀 평가했다. 전북대는 연구비 수시점검팀을 설치해 사전에 부정적 집행을 예방하고 집행방안을 안내하고 있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인증 획득으로 전북대는 앞으로 3년간 중앙행정기관, 전문기관, 외부기관에 대한 정산보고 면제와 연구기관별 간접경비 비율 상향 조정, 연구비 중앙등급 평가시 A 등급이 부여되고 매년 10억원의 인센티브를 지원받게 됐다.
  • [뉴스다큐 시선]추억 묻어나는 전국 헌책방 거리

    [뉴스다큐 시선]추억 묻어나는 전국 헌책방 거리

    1970~198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며 전국적으로 형성됐던 헌책방 거리는 도시개발 과정에서 서서히 사라져 갔다. 하지만 돈이 궁했던 시기, 서민들의 추억을 품고 수십년째 이어져 내려오는 헌책방 골목은 아직도 많다. 부산의 ‘보수동 책방골목’은 대표적인 헌책방 거리다. 1950년 6·25전쟁 직후 상권이 형성된 이래 50년째 ‘영업중’이다. 피란민들이 가져온 책과 부산에 주둔했던 미군에게서 얻은 영어잡지 등을 지역민들이 판매하면서 보수동 헌책방 골목은 시작됐다. 전성기인 1980년대에는 70여개나 되는 헌책방이 들어서 고서와 소설, 참고서를 구입하러 나온 시민들을 맞았다. 1990년대 이후 새 책을 선호하는 경향과 인터넷서점의 등장으로 골목 내 서점 20여개가 문을 닫는 등 어려움도 겪었다. 하지만 2004년부터 열리고 있는 ‘책방골목 문화행사’는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보수동 책방골목 번영회의 양수성 총무는 “구청이 책방골목 내 7층 규모의 책 문화관을 내년 6월 안에 완공하기로 했다.”면서 “문화관이 지어지면 지역 명물로 자리잡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의 송림동과 금천동 일대의 ‘배다리 지역’에도 30여년 된 헌책방 6곳이 활력을 되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해부터 매년 5월 ‘배다리를 가꾸는 인천시민모임’이 ‘배다리 문화축전’을 연다. 헌책 벼룩시장과 시 낭송회, 인문학 강의 등 다채로운 행사로 채워진다. 전주의 동문거리도 한때 20개가 넘는 중고서적 가게가 들었던 이름난 헌책방 골목이었다. 지금은 4곳의 헌책방만 남아 명맥을 잇고 있다. 동대구역 인근 남문시장에도 제일서점 등 50년이 넘은 헌책방 20여곳이 남아 있다. 서울 평화시장과 대전 원동, 충북 청주의 중앙시장 안에 있는 헌책방 골목은 수십년째 지역 명물로 남아 있다.
  • [뉴스다큐 시선] 사라져 가는 청계6가·이태원 헌책방

    [뉴스다큐 시선] 사라져 가는 청계6가·이태원 헌책방

    이번 주인공은 사라져 가는 ‘헌책방’입니다. 40년 전통의 서울 청계6가 헌책방 골목과 영어서적을 파는 이태원을 다녀왔습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골목은 한산했습니다. 책 주인이 책장 사이에 끼워둔 단풍잎을 발견하는 기쁨, 밑줄 그어 놓은 구절을 읽고 고개를 주억거리던 기억이 그립지 않나요. 올가을 헌책방에 들러 헌책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에 취해 보는 건 어떨까요. 글 사진 동영상 오달란 유대근기자 dallan@seoul.co.kr “내 이름은 여재촬요입니다. 1893년(고종 30년)에 오횡묵이 쓴 지리서입니다. 한국과 세계의 지리를 담고 있습니다. 세계지도와 조선전도가 흠집 하나 없이 들어 있습니다. 개화기에는 지리 교과서로 인기가 많았죠. 우리 헌책방에서 나이가 가장 많습니다. 몸값도 상당하죠. 100만원에도 나를 사갈 고서 수집가가 있을 겁니다.”(서울 청계6가 상현서림의 헌책) “서점 밖 인도에 쌓아둔 책더미 맨 위에 내가 있습니다. 약초한방대백과가 내 이름입니다. 계절별로 나는 약초의 이름과 효능을 사진과 함께 설명한 책입니다. 일반 서점에서는 구할 수가 없어요. 50대 중년부부가 나를 집어 드네요. 올컬러 634쪽의 통통한 자태에 반한 모양이에요. 주인 아저씨는 단돈 9000원을 받고 검은 비닐봉지에 나를 담아 부부에게 건넵니다.”(청계6가 양지서림의 헌책) “나는 1913년에 영국에서 출판된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입니다. 빨간 하드커버 위에 금색 잉크로 코끼리와 알리바바를 새겨 넣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죠. 헌책방에 들어온 지도 어언 20년이 넘었네요. 주인 부부가 잘 관리한 덕분에 96살 먹은 책치곤 상태가 좋습니다. 내 몸에서 나는 은은한 바닐라 향기가 느껴지나요?”(이태원 포린북스토어의 헌책) 서울 청계6가 평화시장의 헌책방 골목. 2평 남짓한 가게 공간이 부족해 인도에까지 쌓아둔 책들이 손님의 시선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간혹 두어 명의 행인들이 서점을 기웃거리지만 한두 권 꺼내 들춰 보다가 이내 자리를 뜬다. 눈부신 가을햇살에 책 표지만 빛을 바래가고 있다. 40년째 이곳에서 양지서림을 지키고 있는 성세제(63)씨는 “1970년대 150개가 넘었던 책방이 지금은 50개도 안 남았다.”고 말했다. 책이 귀했던 시절, 헌책방은 배움에 목마른 학생들과 지갑을 선뜻 열기 어려운 서민들의 책 욕심을 두둑이 채워줬다. 청계천 골목은 새학기가 시작되는 3~4월과 9~10월이면 교재를 마련하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성씨는 “새까만 머리밖에 안 보일 정도였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신학기 대목에 번 돈으로 1년을 나기도 했다고 하니…. 2대째 상현서림을 운영하고 있는 이응민(45)씨는 “아버지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대학 교재를 팔아 번 돈으로 집도 사고 삼형제를 키워 장가까지 보내셨다.”고 말했다. 1970~1980년대 장발의 대학생들은 헌책방에 책을 내다판 돈으로 막걸리를 마시기도 했다. 부모님에게는 새책을 산다고 둘러대고 헌책을 구입한 뒤 남은 돈을 갖고 술집으로 향하는 주당들도 있었다고 한다. 유통이 금지된 불온서적들도 헌책방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청년들은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공산당사 등 사상서적을 구하기 위해 헌책방을 찾았다. 책방 주인들은 벽장이나 다락에 깊숙이 숨겨둔 책을 꺼내 신문지에 싸서 학생들에게 주었다. 조순 전 서울대 교수의 ‘경제학원론’은 헌책방 골목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대학생들의 필독서로 여겨지던 이 책을 확보하기 위해 헌책방 주인들 사이에서 피 말리는 경쟁이 벌어질 정도였다. 1980년대 등장한 복사기는 헌책방 호황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학가 곳곳에 1장당 10원을 받고 교재를 복사해 주는 복사집이 대거 들어서면서 헌책방을 찾는 학생들의 발길이 끊기기 시작했다. 급기야 책의 모든 쪽을 복사해 한 권의 책처럼 만들어 파는 제본 방식이 유행하면서 헌책방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태원 포린북스토어 “200명 단골들은 보물1호… 도올선생도 내 고객” 이응민씨는 2001년 아버지 이상화(72)씨의 헌책방을 물려받았다. 1977년부터 책방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삼형제 중 맏아들인 이씨가 대신 가업을 잇기로 했다. 슈퍼마켓 유통 영업소장으로 10여년 일한 이씨는 장사라면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슈퍼에서 야채 팔듯이 책을 팔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선 8000권에 달하는 책을 5000권으로 줄여 공간을 확보하고 책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비슷한 시기에 인터넷 헌책방도 시작했다. 인터넷 경매쇼핑몰에 헌책방을 내고 책 사진을 찍어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루에 택배 상자 54개를 부칠 때도 있었다. 오프라인 헌책방 수입의 2배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경매쇼핑몰의 수수료가 비싸 3년 전 인터넷 헌책방을 그만뒀다. 대신 헌책방 블로그를 시작했다. 이씨의 블로그는 하루 평균 700~1200명의 고정 방문자가 있을 만큼 명소가 됐다. 책방 운영 9년째에 접어든 이씨는 “책 장사는 그냥 장사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5000권이 넘는 책을 빨리 팔아치우겠다는 마음으로 덤볐더니 손님도 줄고 매출도 뚝 떨어졌다.”면서 “어느 순간 ‘못 팔면 내가 읽으면 되지.’ 하는 느긋한 생각으로 임했더니 일이 풀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씨의 남은 소원은 중학교 1학년인 큰딸에게 책방을 물려주는 일이다. 그는 “이 녀석이 예전의 나만큼 책 읽기를 싫어한다.”면서 “책을 싫어한 죄로 책방을 하게 된 아비의 운명을 닮아가려는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서울 지하철 녹사평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조금만 걷다 보면 진초록 천막을 드리운 2층 건물이 보인다. 한눈에도 오래돼 보이는 이곳은 최기웅(66)·김영자(61)씨 부부가 1973년부터 운영해온 포린북스토어다. 영어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한다. 최씨는 1967년 종로 화신백화점(현 종각타워) 뒷골목 노점에서 헌책 장사를 시작했다. 미군부대 근처 고물상을 뒤져 수집한 헌책은 이발소와 봉투집에서 많이 사갔다. 읽기 위해서가 아니다. 면도크림을 닦고 군밤과 과일을 담는 봉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최씨는 명동 뒷골목으로 자리를 옮겨 ‘읽기 위한 책’으로 팔기 시작했다. 컬러인쇄된 책이 귀하던 시절 그가 팔던 라이프, 루크, 포스트 등 미국 월간지는 좋은 구경거리였다. 영어 공부를 하려는 학생들도 그의 노점을 찾았다. 최씨는 “이화여대 영문과 학생들이 단골이었다. 내가 파는 잡지와 단행본으로 공부해 교수하고 있는 친구도 있을 것”이라며 기억을 떠올렸다. 1985년 이태원의 지금 자리로 이사를 왔다. 소설, 여행안내서, 요리책, 역사서 등 10만권의 책이 2~3중으로 설치한 책장을 빼곡하게 채웠다. 최씨는 영어책을 판다는 자부심으로 한길을 걸어 왔다. 부동산 붐이 일던 1990년 초, 서점을 치우고 부동산을 차리자는 친구의 제안도 단번에 거절했다. 최씨는 “그 당시 부동산을 했으면 큰 부자가 돼 있겠지만 그래도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에게 10만권의 헌책은 자식과 마찬가지다. 새것처럼 보이도록 매일같이 먼지를 떨고 손질한다. 24색 매직펜으로 칠이 벗겨진 표지를 덧칠하고 칫솔에 표백제를 묻혀 누렇게 바랜 책 옆면을 쓱쓱 닦아낸다. 10여분의 손질이 끝나면 새책처럼 깔끔해진다. 200명이 넘는 단골들은 최씨의 보물 1호다. 도올 김용옥 선생, 이팔호 전 경찰청장 등 유명인사들도 그의 책방에서 원서를 뒤적였다. 최씨 부부는 살림방이 딸린 이 책방에서 딸 셋을 키워 대학원까지 보냈다. 부인 김씨는 “책과 함께 커 온 딸들은 책방을 놀이터와 공부방으로 여기며 자랐다.”면서 “헌책방 운영이 예전 같지 않지만 여생을 책과 함께 마감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 “꿈도 성적순인가요” 그들의 좌절과 분노

    “꿈도 성적순인가요” 그들의 좌절과 분노

    “중고등학생 8명 중 1명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2009년 청소년 통계, 통계청) “학원에서 새벽 1시에 들어온 아이들 47.6%가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2008년 한국사회조사연구소) “청소년들 중 스트레스를 ‘종종 받는다’가 50.9%, ‘항상 받는다’가 23.4%이며, 스트레스 요인 1위는 시험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74.8%로 가장 높다.”(2007년 서울시청소년상담 지원센터 조사) 청소년 관련 통계들은 우리의 교육현실이 얼마나 깊고 심각하게 병들어 있는지, 그리고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를 가끔, 아주 가끔씩 환기시킨다. 이런 통계가 나올 때마다 교육전문가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시스템을 비판하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10대로 살아갈 운명을 타고난 청소년들만 골병이 든다. 자, 그럼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공부 잘하는 애한테 질문해서 답을 말하면 좋다고 하고, 나같이 못하는 애들한테 질문해서 대답을 못하면 막 나무라는 선생님들이 싫어요. 얼버무리거나 모른다고 하면 수업시간에 넌 뭘 했냐고….그런 말을 들으면 서운하죠. 같은 반 학생인데 걔하고 나하고 차별하는 거니까요.” ●공부 잘하는 학생과 차별 심해 “한 반에서 같이 생활해도 알고 보면 다 따로 놀아요. 한번은 선생님이랑 반 회식을 한 적이 있어요. 테이블마다 앉는데 거기서 확 갈리는 거예요. 진짜 공부만 하는 애들이 딱 모여서 먹고, 공부 하나도 안 하는 애들이 모여서 먹고, 어중간하게 하는 애들이 모여서 먹고….그걸 보면서 위화감을 느꼈어요.” “학원은 중학교 때부터 다녔어요. 요즘도 많이 다니지만. 저도 그 조류에 휩쓸린 거죠. 처음에는 혼자서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공부하자니 두려웠어요. 나는 혼자 하는데 딴 애들은 학원에 가서 더 중요한 걸 배우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저만 억울하잖아요.” ●지난 3년간 강남·북, 지방학교 르포 르포 작가 김순천이 지난 3년간 서울 강남과 강북, 지방, 인문계와 실업계, 대안학교, 자퇴생 등 다양한 유형의 학교와 사회에서 만난 10대들은 기성 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더이상 학교를 믿지 않는다. 한결이는 학교 안에서 성장할 수 없다고 말하고, 총희는 학교가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불평한다.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빈부의 격차에 좌절한다. 혜원이는 지방 학교에 다니는 자신이 너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담양에서 실업계 학교를 다니는 동준이와 근태는 빨리 자격증을 따서 취직을 하는 게 목표다. 작가는 강남권에 사는 아이와 강북, 지방에서 사는 아이들의 교육 환경에 차이가 많이 난다고 지적한다. 강남권 아이는 독서와 여행을 하면서도 꾸준히 자신의 공부를 할 수 있는 반면 강북과 지방권 아이는 그런 기회조차 잘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꿈을 키워주지 못하는 현실에 분노 아이들은 자신들의 꿈을 키워주지 못하는 현실에 분노한다. 예지는 커서 뭐가 될 거냐고 묻는 어른에게 “아저씨는 커서 된 게 그거예요?”라고 거침없이 쏘아붙인다. 작가는 사회가 변해야 10대들의 현실도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 10대를 인터뷰하다’(동녘 펴냄)에 실린 14명의 육성에 이제라도 기성 세대가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1만 3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아이와 함께한 시간 단 3일… 애아빠도 말없이 떠나” ☞연예계 비리근절 특별수사팀 떴다 ☞[주말화제]20~30대 전문직 귀향바람 ☞“어째 안주가 눅눅했어…” ☞‘명가녀’ 동영상 정체가 밝혀졌다 ☞이름뿐인 일반고교 조기졸업제
  • ‘스타일’ 카메오도 ‘엣지있게’… 2NE1ㆍ강지환 등 출연

    ‘스타일’ 카메오도 ‘엣지있게’… 2NE1ㆍ강지환 등 출연

    2NE1, 2PM, FT아일랜드, 강지환, 차예련, ‘웃찾사’ 팀, 디자이너 이상봉이 모두 한 자리에? 그것도 ‘엣지있게’! 방송 4회 만에 전국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SBS 주말드라마 ‘스타일’(극본 문지영ㆍ연출 오종록ㆍ제작 예인문화)에 ‘엣지있는’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눈길을 끈다. 지난 10일 서울 이태원에 진행된 드라마 ‘스타일’의 촬영현장에 아이돌그룹 2NE1, 2PM, FT아일랜드를 비롯해 배우 강지환, 차예련과 디자이너 이상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극중 패션매거진‘스타일’ 200호 기념 파티 장면을 위해 이들이 셀러브리티들로 참석한 것. 또 곽재석 역으로 감초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개그맨 한승훈을 위해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코너 ‘웅이아버지’팀이 촬영장을 찾아 카메오 출연으로 의리를 과시했다. ‘스타일’의 제작사 관계자는 “이번 장면을 위해 배우, 연출팀 할 것 없이 모두 자발적으로 카메오 섭외에 나서 이번 촬영에 진행하게 됐다.”면서 “실제 톱스타들의 출연으로 현장감을 살려 시청자들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할 것”이라고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스타일’은 패션 잡지사 에디터, 마크로비오틱 한식 셰프, 포토그래퍼 등 전문직 남녀들의 일과 사랑에 대한 열정을 리얼하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잇(It) 드라마’다. 사진제공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밀양’에서 ‘바보들의 행진’까지… 철학자가 본 한국영화

    ‘밀양’에서 ‘바보들의 행진’까지… 철학자가 본 한국영화

    철학자이자 숙명여대 교수인 김영민이 영화를 매개로 삼아 인문학적 가능성을 드러내려 시도했다. ‘영화인문학’(글항아리 펴냄)이 그 산물이다. 부제는 ‘어울림의 무늬, 혹은 어긋남의 흔적’. 가까이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년)에서부터 멀리는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1975년)까지 한국영화 27편에서 길어낸 통찰을 에세이 형태로 담았다. 저자에게 영화 ‘밀양’은 “‘인디아나 존스’ 따위의 영화 30개와도 바꿀 수 없는 수작”이다. 이유는 ‘밀양’이 종교라는 나르시시즘의 형식에서 벗어나 동종의 상처가 만났을 때에야 진정한 용서가 가능하다는 진실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복수는 나의 것’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 으뜸으로 치켜올리면서 “내가 아닌, 내가 모르는 수많은 너로 이루어진 폭력의 구조, 바로 그것만이 폭력을 온전히 소유한다.”는 점을 살펴내고 있다. 이밖에도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이 두루 도마에 오른다. 사실 영화비평의 권위는 약해진지 오래다. 개인블로그와 영화전문잡지는 영향력의 간극이 그리 크지 않다. 이런 영화비평에 대해 저자는 “시속의 유행이나 대중의 취향을 버르집고 따져 그 이치들의 맥을 잡고 거기에 틈타는 구조와 체계를 유형화시키며 이로써 (체계의 욕망이 아닌) 외부성의 희망을 조형해내는 노력”이라고 뜻을 새로이 새긴다. 제목이 ‘영화비평’이 아니라 ‘영화인문학’인 것은 특정한 매체에 특권적으로 머물지 않기 위함이다. 1만 50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스타일’ 김혜수, 하루 1~2시간 수면 ‘작품몰두’

    ‘스타일’ 김혜수, 하루 1~2시간 수면 ‘작품몰두’

    4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하는 배우 김혜수가 작품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김혜수는 8월 1일 첫 방송되는 SBS 새 주말드라마 ‘스타일’(극본 문지영ㆍ연출 오종록ㆍ제작 예인문화)에서 패션매거진 편집차장 박기자 역을 맡았다. 김혜수가 맡은 박기자 역은 기세고 자기중심적인 싱글녀로 외모는 물론 업무 처리능력 등 한치의 오차도 허용 하지 않는 완벽주의자다. 촬영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김혜수가 최근 하루 평균 한 두 시간 정도만 수면을 취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김혜수는 “요즘은 하루에 한 두 시간 정도 자면서 촬영을 하고 있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놓치고 가는 부분이 있을까 봐 정신 바짝 차리고 작은 부분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촬영에 집중하고 있는 중”이라며 남다른 열정을 내비쳤다. ‘스타일’은 패션계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미국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비교됐던 작품으로 그 완벽함과 카리스마가 영화 속 메릴 스트립과 흡사해 캐스팅 당시부터 네티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메릴 스트립과의 비교에 대해 김혜수는 “메릴 스트립과의 비교 자체가 과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면서도 “박기자 만의 인간적인 고뇌와 이면에 감춰진 부분을 제대로 표현해서 전혀 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인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스타일’은 한국형 칙릿(chick lit) 드라마로 패션 잡지사의 에디터, 마크로비오틱 쉐프, 포토그래퍼 등 전문직 남녀들의 일과 사랑에 대한 열정을 리얼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사진제공 = 와이앤에스커뮤니케이션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스타일’ 김혜수ㆍ류시원 등 포스터 공개

    ‘스타일’ 김혜수ㆍ류시원 등 포스터 공개

    SBS 새 주말드라마 ‘스타일’(극본 문지영ㆍ연출 오종록ㆍ제작 예인문화)의 포스터가 공개됐다. 지난 6일 SBS 일산 제작센터에서 진행된 ‘스타일’ 포스터 촬영에서 드라마 주인공을 맡은 류시원, 김혜수, 이지아, 이용우는 각자의 개성과 매력을 한껏 드러낸 의상으로 갈아입어 제작진의 감탄사를 자아냈다. 극중 유명 패션잡지 ‘스타일’의 차장 박기자 역을 맡은 김혜수는 블루 그린 스트라이프 원피스에 엔틱 풍의 귀걸이로 포인트를 줬다. 김혜수는 한국판 메릴 스트립을 연상시키는 도도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포즈를 연출해 완벽한 ‘편집장’ 포스를 뿜어냈다. 새로운 요리를 창안하며 요리업계에 새로운 미각을 선사하는 탑 셰프 서우진 역의 류시원은 시원한 블루색의 사파리 재킷과 화이트 팬츠를 매치하며 포인트로 넥타이를 코디한 ‘댄디 세미 원 포인트 룩’을 선보였다. 1년차 피처 에디터 이서정 역을 맡은 이지아는 여성스러운 검은색 하이웨스트 스커트에 캐주얼 화이트 탑을 믹스 매치했다. 특히 락 스타일의 뱅글 팔찌에 포인트를 줘 여성스러운 패미닌룩에 보이시한 매력을 더했다. 이지아는 한국판 앤 헤서웨이를 연상시키는 당찬 커리어 우먼의 면모를 과시했다. 포토그래퍼 겸 패션 에디터 김민준 역의 이용우는 나염 티셔츠에 금색 목걸이로 포인트를 주며 심플함이 돋보이는 의상을 입었다. 이용우는 모델 출신답게 8등신 몸매와 카리스마 있는 눈빛과 패션으로 새로운 패셔니스타의 탄생을 예고했다. 패션업계를 배경으로 20~30대 젊은이들의 일과 사랑을 그려 낸 SBS 주말드라마 ‘스타일’은 다음달 1일 ‘찬란한 유산’ 후속으로 첫 방송된다. 사진제공 = 예인문화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류시원 응원위해 日팬 600명 촬영장 방문

    류시원 응원위해 日팬 600명 촬영장 방문

    톱스타 류시원이 한류스타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과시했다.SBS 새 주말드라마 ‘스타일’(극본 문지영ㆍ연출 오종록ㆍ제작 예인문화)로 5년 만에 국내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류시원이 뜨거운 인기를 실감했다.지난 27일 서울 역사박물관 1층 레스토랑에서 진행된 드라마 촬영장에 류시원을 응원하러 일본 팬 600명이 방문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에게도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류시원은 20대부터 60대까지의 다양한 연령대층 팬들과 마주했다.일본 팬들은 3시간 동안 진행된 촬영을 지켜본 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로 자리를 옮겨 비공개 팬미팅을 가졌다.류시원은 이 자리에서 “팬들이 응원을 와 줘서 너무나 뿌듯했다.”면서 “함께한 시간이 벌써 5년이나 되다보니 가족 같은 느낌이다. 팬들에게 연기력으로 보답 하겠다.”고 말했다.류시원 김혜수 이지아 이용우 등이 출연하는 SBS 새 주말드라마 ‘스타일’은 패션잡지사의 패션에디터들을 중심으로 패션업계의 화려한 모습을 그린다.현재 방영되고 있는 SBS ‘찬란한 유산’ 후속으로 오는 8월 1일 첫 방송된다.사진제공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중견 만화가들 한국 만화의 역사와 미래를 말하다

    중견 만화가들 한국 만화의 역사와 미래를 말하다

    한국 만화 100주년이다. 일반적으로 1909년 6월2일 대한민보 창간호 1면에 실린 이도영 화백의 시사만화를 한국 근대 만화의 출발점으로 본다. 한국 만화는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100년을 향한 도약을 꿈꾸고 있다. 관련행사도 다채롭게 열린다. 시대의 흐름과 함께 호흡하며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왔던 김동화(59) 화백, 이희재(57) 화백, 박재동(56) 화백이 지난 20일 남산 자락의 서울애니메이션 센터 인근 찻집에서 한국 만화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만화는 무엇인가. 김동화 만화는 간식이다. 안 먹어도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만화는 새로운 면을 보여주며 생활을 즐겁고 윤택하게 만든다. 이희재 영양가 있는 간식이면 더욱 좋겠지. 작가 입장에서 보면 그리는 대상이 무엇이든 친철하고 쉽게 표현하는 게 쉽지 않다. 만만하고 쉬운 것 같지만 노하우와 내공이 있어야 한다. 박재동 그림과 시와 연출 등이 집약된 게 만화다. 예술 양식의 정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폭발력 있게 무엇을 전달할 수 있는 매력적인 방법이다. 작가는 그것을 위해 고통스러운 즐거움을 누린다. 만화는 정말 사랑스러운 매체다. →한국 만화가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닌데. 김동화 내가 가진 한국 만화 이미지는 대체로 회색 풍경이었다. 비바람, 눈보라 등 알록달록한 화려함보다 무채색이다. 사회적 여건이 어려웠다. 사전 검열이 가장 그랬다. 창작하는 사람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인 것을 찾아내야 하는데 검열에 걸리고 수정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이어졌다. 칼을 제대로 그릴 수도 없었고, 찢어지거나 때묻은 군복을 입은 군인을 그려서도 안 됐다. 박재동 어릴 때 부모님이 만화방을 했다. 남들은 만화를 골라서 봤지만 나는 무차별적으로 봤다. 너무 행복했다. 그런데 학교 선생님들은 만화방에 가지 말라고 했고, 학부모들은 만화를 찢어버렸다. 단속 때문에 부모님이 잡혀가기도 했다. 만화는 천시받고 금기시됐다. 또 울며겨자먹기로 재미 없는 책도 사야 할 정도로 독점 자본식 출판사가 횡포를 부렸다. 그런 사회적 편견과 출판사의 횡포가 검열과 함께 우리 만화 발전을 막았다. →지금은 만화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됐나. 김동화 굉장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오해가 많았다. 만화를 보지 않는 세대가 사회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직접 보지 않고 나쁘거나 반사회적이라고 재단했다. 우리는 굉장히 억울했다. 지금도 동시대 작가를 보면 동료라기보다는 전우라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현재는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가 사회를 이끌어간다. 만화를 봤고, 좋아했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희재 조선 시대 500년 동안 글 중심의 유교적 사고 속에서 살아 왔다. 글을 알아야 현자가 되고 출세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림은 가벼운 것이라는 의식이 생겼다. 그림 그리는 사람을 환쟁이로 낮춰 불렀다. 많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500년 관습이 유전자처럼 조금은 남아 있는 것 같다. 박재동 과거에는 한글도 천하게 생각해 한글 소설은 불량한 것으로 여긴 적이 있었다. 요즘은 소설을 권장한다. 입시에 나오기 때문이다. 영상 시대인데 글을 우위에 두는 것은 여전한 것 같다. 그렇지만 교과서에 만화가 실리고, 만화학과도 생기다 보니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아마 시험 문제로 만화가 출제되면 더욱 달라질 것 같다. 내가 대학에 갔을 때 어머니는 만화방 아들이 대학에 갔다고 동네방네 소리치셨다(웃음). →한국 만화의 기념비 같은 작품을 꼽는다면. 이희재 각 시대마다 대중들과 호흡한 작품들을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김종래의 ‘엄마 찾아 삼만리’는 1950~1960년대 히트했다. 전쟁 뒤 이산가족이 많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1960년대 김산호의 ‘라이파이’는 우울한 현실을 잊게 하는 환상적인 영웅으로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1970년대는 이상무의 독고탁이 절대적이었다. 서울 변두리를 무대로 우리들의 동생 같은 주인공을 내세워 당시 정서를 듬뿍 담았다. 1980년대에는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이 있다. 과거와는 달리 비호 같은 날렵한 템포로 질주하는 까치를 통해 사람들은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1987년 민주화의 물결과 함께 허영만이 한국 최초 이데올로기 만화인 ‘오! 한강’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만화 장르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고 있다. 김동화 당연한 현상이다. 이제는 콘텐츠 시대다. 즐기는 시대인데 그 중심에 만화가 있다. 글과 그림을 함께 가지고 있는 만화로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영화, 게임도 만들 수 있다. 만화가 뜨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중국이 발표한 5대 국가 사업에 만화와 애니메이션 육성이 들어가 있다. 이희재 문화 시대에는 원천 소스가 중요하다. 1990년대 이후 문화·예술 관련 창작품 한 개가 자동차 10만 대를 파는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 문화의 힘을 알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만화는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투자 대비 파급 효과가 가장 큰 고부가가치의 장르다. 수많은 창작 만화가 나왔을 때 어떤 작품이라도 문화 폭탄이, 문화적 영약이 될 수 있다. →이제 한국 만화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김동화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었던 일본 만화는 1960년대에 문학과 겨뤄보자며 양장에 평론까지 붙인 고급 만화를 내놓기도 했다. 우리는 검열 등 외부 여건과 싸우는 데 시간을 소모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노하우와 실력을 쌓았다. 실력으로 따지면 우리 작가들은 세계적이다. 이제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좋은 작품을 내놔야 할 때다. 내부 혁명이 있어야 한다.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아동·청소년에게 집중했는데, 이제는 아저씨·아줌마·할아버지·할머니를 위한 작품도 늘려야 한다. 100명의 작가가 있다면 100개의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 것이다. 박재동 100명의 작가, 100개의 이야기는 정말 중요한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주로 만화가가 되는데 나중에 보면 늘 스토리에서 부딪히게 된다. 만화의 본질은 스토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한계를 일찍 드러내게 된다. 이희재 작가들에게 그림은 기본이다. 그런데 그림은 내용을 담는 그릇일 뿐이다. 우리가 먹는 것은 그릇에 담긴 밥이다. 맛있는 만화를 짓기 위해 인문학을 공부하고 또 창작을 할 때 몰입해야 한다. 그래야 독자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선사할 수 있다. 스토리가 부족하면 좋은 스토리 작가와 협력하면 된다. 예술가는 혼자 하려는 성격이 강하지만 좋은 결과를 위해 만남과 협력의 폭을 넓혀가는 게 필요하다. →창작 만화를 발표할 통로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김동화 예전에는 출판물만 중요하게 여겼지만, 요즘은 인터넷이라는 바다와 같은 잡지가 있다. 만화 독자는 늘었지만 만화 잡지를 사는 독자는 줄었다. 그들은 인터넷으로 만화를 본다. 환경이 변한 것이다. 적극적으로 인터넷을 활용해야 한다. 지금은 적응하는 시기라 힘들지만 곧 극복할 것으로 본다. 이희재 인터넷은 만화시장의 문제이자 해법이다.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진다. 하지만 창작자가 스스로 설 때까지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 독자를 구축하고 성과가 이익으로 돌아와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작가가 전체 5% 정도다. 그 폭을 적어도 20~30%로 늘려야 한다. 창작 인력을 발굴하고, 일선에 오래 머물게 하며 내공을 키워 거인이 될 수 있게 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게 만화계와 정부의 숙제다. →한국 만화의 미래는 어떠한가. 김동화 60억이라는 120배 시장이 있는 세계로 나가야 한다. 일본을 비롯한 세계의 만화 작가들이 한국 만화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우리는 다양한 역사가 있고, 아픔이 많은 민족이라 필연적으로 만화 왕국이 될 수밖에 없다. 전국에 만화 관련 학과가 140~150개가 있다. 해마다 1000명 정도의 만화 인력이 배출된다. 지금 당장은 일본과 차이가 있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만회할 것이다. 박재동 노인들 사랑 이야기를 담은 만화가 등장할 정도로 폭이 넓어졌지만 일본 만화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분도 있다. 나는 미래를 준비하자는 말을 하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찍은 스필버그가 성공한 것처럼, 우리 어린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만화를 그리는 풍토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 그렇게 10년을 키우면 더욱 탄탄해지지 않겠나. 이희재 우리 만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국 만화 100년이지만 우리가 가진 생각을 신명나게 풀어낸 것은 10년 정도밖에 안 됐다. 일제 시대, 권위주의 정부 시절 탄압,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 사건에 이르기까지 힘든 과정을 겪었다. 지금은 세계에서 만화를 가장 활발하게 지원하는 나라가 될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다. 가을에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도 출범한다. 이제 만화가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정리 홍지민 강병철기자 icarus@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김동화 화백 한국형 순정만화의 아버지. 한국만화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만화 100주년 위원회 공동위원장이다. 대표작으로는 ‘요정 핑크’, ‘기생 이야기’, ‘황톳빛 이야기’, ‘빨간 자전거’ 등이 있다. 부인이 한승원 작가로 만화가 부부다. ●이희재 화백 우리시대 최고의 리얼리스트. 우리만화연대 대표를 지냈으며 한국만화 100주년 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대표작으로 ‘악동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간판스타’, ‘저 하늘에도 슬픔이’ 등이 있다. 소설가 이문열과 ‘만화 삼국지’를 펴내기도 했다. ●박재동 화백 국내 대표 시사만화 작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과 교수이자 한국만화 100주년 위원회 공동위원장이다. 대표작으로는 ‘목 긴 사나이’, ‘만화 내사랑’, ‘정치야 맛좀 볼텨’ 등이 있다. 애니메이션 ‘오돌또기’를 만들었다.
  • [아름다운 노후를 위하여] ⑧ 문화생활 따라하기

    [아름다운 노후를 위하여] ⑧ 문화생활 따라하기

    여가의 의미는 무엇일까. 삶에 필요한 일을 하는 이외의 시간을 여가라고 규정한다면 노인들이 보내는 대부분 시간은 여가에 해당한다. 은퇴 이후의 노인들은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시간이 여가이며, 결국 노년기는 여가생활을 어떻게 보내느냐로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들으며 그저 그런 여가를 보내느냐, 또래와 어울려 사회할동도 겸하면서 즐거운 여가를 보내느냐는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려있다. 저소득층 노인의 경우 TV시청, 화투·장기 놀이, 경로당에서 시간 보내기 등으로 여가가 제한돼 있다는 조사가 있기도 했다. 그 외에도 신문·잡지 등 독서하기, 등산, 산책 등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남들 못지않게 여가를 즐기며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노인 락밴드, 노인 댄스그룹 등이 새삼스럽지 않다. 이제부터는 “내가 어떻게”라는 생각보다는 “나도 여가를 즐겁게 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본인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여가를 찾아보자. ●손자에게 마술 보여주는 멋쟁이 노인 여가의 범위가 넓은 만큼 즐길 수 있는 종류도 다양하다. 노인들이 흔히 즐겨하는 민요, 풍물에서부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밴드연주, 마술까지 마음만 먹으면 도전할 수 있다. 최근 노년층에 ‘열풍’ 수준으로 퍼지고 있는 신종 여가는 밴드연주다. 20, 30대 젊은이들에게도 밴드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노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평소에 연주하고 싶던 혹은 연주했던 악기를 특화해 밴드를 구성하는 것이다. 무작정 혼자 도전하기보다는 먼저 전문가에게 교습을 받는 것이 좋다. 노인문화교실, 복지관 등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문화원연합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땡땡땡!실버문화학교’는 취미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다. 2005년 전국 10개 문화원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한 실버문화학교는 2009년 현재 전국 137개 문화원에서 운영 중이다. 노년층의 ‘스테디셀러’인 민요·풍물·서예·뜨개질 등은 물론 최근 인기 급상승한 락밴드·마술·영화제작까지 있다. 한국문화원연합회 정선영씨는 “영화제작, 마술은 남녀를 불문하고 신청이 쇄도한다.”면서 “마술을 배워 손녀에게 보여주면 멋쟁이 노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교춤·웹서핑… 꿩 먹고 알 먹는 복지관 지역 노인 복지관이나 노인대학에서는 ‘춤바람’난 노인들이 대세다. 사교춤이 대중화되면서 전국 방방곡곡마다 관련 강좌를 개설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서울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에선 댄스스포츠와 사교댄스 강좌가 매주 1회씩 열린다. 평일 낮시간대인 만큼 60대 이상이 대부분이다. 사교춤은 몸을 움직여 운동이 되지만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아 노인들에게 건강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안겨주는 취미생활이다. 춤뿐만 아니라 웹서핑, 스포츠 강좌 등을 통해 2030 못지않은 취미생활을 즐기는 노인들이 많다. 복지관 관계자는 “하루 8시간, 일주일 중 5일을 복지관에서 살면서 매일매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는 노인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전국 시·군·구 복지관에서 노인 관련 교육프로그램 혹은 취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은 구마다, 지방은 시·군 단위에서 운영 중이다. 지자체에 따라 노인 전용 복지관이나 종합복지관에서 노인 특화 사업을 하기도 한다. 서울의 경우 34개의 노인전용복지관이, 경기도는 43개를 운영 중이다. 복지관이나 노인대학에서 새로운 여가를 찾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많은 돈이 들지 않을 뿐더러,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자원봉사, 보람있는 사회참여 보람있는 여가를 보내고 싶다면 자원봉사를 추천한다. 체력이 허락하는 선에서 부담없이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 자원봉사는 단순히 자선적 의미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자원봉사를 경험한 노인들은 하나같이 ‘봉사활동을 할 때마다 다시 태어난 것 같다. 진작 했어야 하는데….’라며 입을 모은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결과 자원봉사활동이 노인의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결론이 나오기도 했다. 자원봉사를 하면 자신의 가치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져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노인에게 가장 적합한 자원봉사는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것과 노인을 위한 것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은퇴 전 자신의 직업이나 성향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교사였다면 청소년·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면 장기질환자의 말벗이 돼주는 자원봉사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여가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한다. 강남대 실버산업학부 박영란 교수는 “노후 여가생활을 통해 노인 문제 중 대표적인 질병, 소외 등을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서 “문화, 여행, 학습, 자원봉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노인들의 사회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책꽂이]

    ●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금난새 지음,생각의나무 펴냄) 음악가로서 저자의 삶과 음악에 영향을 준 교향곡 이야기.하이든 교향곡 ‘고별’,모차르트 교향곡 40번,베토벤의 ‘영웅’,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멘델스존의 ‘스코틀랜드’,브람스 교향곡 1번,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드보르자크의 ‘신세계에서’,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쇼스타코비치의 ‘혁명’ 등 10곡을 뽑았다.1만 5000원. ●한국의 자생식물(안영희 글,김영사 펴냄) 산행을 하다 보면 이름 모를 꽃과 풀이 많아 궁금증이 생기는데,이런 궁금증이 확 풀린다.식탁에 봄내음을 전하는 취나물,여름철 기력을 더해주는 오미자,가을의 정취를 더해주는 구절초,겨울철 눈 속에서 붉게 피는 동백.사람보다 먼저 한반도에 뿌리내리고 살아오면서 때로는 배를 채우는 먹잇감으로,때로는 소박한 놀잇감으로,때로는 유용한 살림살이가 되었던 자생식물의 족보를 사진과 글로 그려냈다.6만원. ●벌들의 화두(메이 R 베렌바움 지음,최재천·권은미 옮김) 부제가 ‘파브르 곤충기에 머문 어른들을 위한 곤충기’로 그 이후로 발전하고 있는 곤충학에 대한 접근을 돕는다.이를테면 지구는 숫자로만 따지면 ‘곤충의 행성´이다.곤충종류는 100만종,30만종의 어류나 10만종의 조류,8000종의 파충류,6000종의 양서로,5000종의 포유류와는 게임이 안 되게 압도적이다.또한 과학전문 잡지인 ‘사이언스’와 ‘네이처’지의 단골 논문인 곤충의 메탄가스 배출량 평가는 지구의 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란다.1만 4000원. ●진중권의 이매진(진중권 지음,씨네21북스 펴냄) 디지털시대 영화의 형식과 내용에 대한 변화,과학과 인문학의 담론이 만든 영화적 상상력 등을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냈다.역사를 트라우마로 기억하게 하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인간과 동물의 구별을 지우는 전자공학과 생명공학을 담은 ‘캐리비언의 해적’ 등 30여편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1만 3000원..
  • 다빈치 통해 읽는 진화생물학

    ‘레오나르도가 조개화석을 주운 날’(김동광·손향구 옮김, 세종서적 펴냄)은 다윈 이래 가장 널리 알려진 미국의 진화학자 스티븐 J 굴드가 잡지 ‘내추럴 히스토리’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진화의 개념과 발전사를 중심으로 서술한 이 과학 에세이에는 ‘인문주의적 박물학자’로서의 저자의 면모가 잘 드러나 있다. 책은 르네상스 시대 천재 예술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조개화석에 쏟은 열정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연다. 다빈치는 노아의 홍수에 의해 해양생물 껍질이 산으로 이동했다는 식의 당시 화석이론이나 ‘화석은 암석에서 자라나는 것’이라는 신플라톤주의자들의 이론에 반대했다. 대신 철저한 고생물학적 관찰을 바탕으로 ‘땅의 융기설’을 주장했다. 저자는 이같은 다빈치의 연구를 단지 ‘시대를 앞서간 외계인’의 성과쯤으로 접근해서는 올바른 이해에 도달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위대한 과학의 업적도 모름지기 사회적 맥락 속에서 배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빈치의 새로운 화석이론에도 ‘지구를 살아 있는 인체에 비유하는’ 중세의 인문학적 관점이 깔려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루터에 대한 이야기 또한 인문학적인 시각과 자연과학적인 관점을 연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 준다. 종교개혁가 루터를 단죄하기 위해 1521년 신성로마제국 보름스에서 제국의회가 소집되지만, 루터는 성경이나 명백한 논리에 의해 잘못이 입증되지 않는 한 주장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루터의 반대파는 물론 루터파마저도 금서, 분서, 교의 말살, 박해 같은 독선적이고 잔혹한 학살을 서슴지 않는다. 이같은 불관용과 폭력이라는 인간 행위를 규명하기 위해 저자는 진화생물학적 근원을 더듬는다. 예컨대 소집단을 이뤄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원시인 조상들이 생존을 위해 저지른 행위에 대한 기억이 ‘저주받은’ 유전자가 돼 대물림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모두 21편의 에세이를 통해 자연과학의 가장 깊고 넓은 주제인 ‘진화’가 불러 일으킨 희망과 편견, 갈등과 오류 등을 유머러스하고도 적나라하게 펼쳐 놓는다.2만 50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9) 봄꽃놀이와 단풍놀이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9) 봄꽃놀이와 단풍놀이

    계절이 바뀌면 어떤 일이 가장 먼저 하고 싶은가? 가을이 되었다 하면 변한 계절을 확인하고 싶다. 일상을 벗어나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싶은 법이다. 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일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동일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저만치 두고 빠져나오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평소 보지 못한 풍경을 보고 감탄하면서 일상의 괴로움을 잠시나마 잊으려 한다. 이건 지금이나 옛날이나 다를 바 없다. 이제 신윤복의 ‘젊은이들의 봄꽃놀이’(그림1)를 보자. 그림 왼쪽 위의 바위에 진달래가 피었다. 봄인 것이다. 그림의 상단부에는 젊은 청년 둘이 좌우로 배치되어 있고, 중간에 말을 탄 젊은 아가씨가 둘이 있다. 하단부에는 젊은 아가씨가 말을 타고 오고 있다. 봄바람에 장옷이 나부낀다. 뒤에는 역시 잘생긴 청년이 바람을 맞으며 따르고 있다. 남자는 이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하단부의 말은 아직 어린 티가 물씬 나는 사내아이가 말을 끌고 있고, 상단부의 왼쪽 끝에는 채찍을 든 말구종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따르고 있다. ●기생에게 꽃 꺾어주고 담뱃불 붙여주고 상단부의 젊은이 둘과 하단부의 젊은이들이 서로 만나기로 한 사이인지는 알 길이 없다. 진달래가 피는 봄이 되니, 마음이 울렁거려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평소 알고 지내는 기생들과 약속을 하여 야외로 나온 것이다. 야외에 나와 보니 진달래는 피어 있고, 아가씨는 한없이 어여쁘다. 진달래 핀 언덕을 지나니, 아가씨들이 꽃을 꺾어 달란다. 그래서 꺾어 아가씨 머리 위에 꽂아 주었다. 앞에 선 아가씨가 담배를 피우자, 뒤의 아가씨도 자기 짝에게 담배를 달란다. 그래서 뒤의 젊은이는 담뱃불을 붙여 건넨다. 기생에게 담뱃불을 붙여 주다니,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하지만 청춘 남녀가 좋아하면 모든 사회적 금제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시대를 초월해서 꼭 같은 법이다. 앞의 젊은이는 또 어떤가? 이 젊은이가 쓰고 있는 모자를 유심히 보라. 이건 벙거지다. 원래 벙거지는 하인배들이나 쓰는 물건이다. 그림의 오른쪽을 보면, 맨상투 바람의 얼굴이 시커먼 시무룩한 표정의 사내가 따라오고 있는데, 이 사내가 원래 말을 끌고 다니는 말구종이다. 봄날 주인 양반이 아가씨를 태우고 봄놀이를 나와 흥이 오른 끝에 이렇게 말한다.“이봐, 오늘은 내가 말구종을 할 터이니, 너는 뒤에 그냥 따라만 오면 되겠어.” 그러고는 말구종의 벙거지를 낚아채고 자기 갓을 넘겨준다. 말구종 주제에 어떻게 양반의 큰 갓을 쓰겠는가? 그러니 손에 들고 따를 수밖에. 갓은 처치 곤란이고, 말을 끄는 일은 양반이 대신하고 있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 얼굴이 시커먼 것은 원래 말구종 노릇 하느라고 햇볕에 그을려 그런 것이지만, 시무룩한 것은 난처한 처지 때문이다. 어쨌거나 젊은이들의 봄날 유쾌한 정취를 절묘하게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그림(2) 역시 신윤복의 ‘단풍놀이’다. 이 그림은 가을의 단풍놀이를 그린 것이다. 어떻게 아느냐고? 뒤쪽 가마꾼의 뒷덜미에 단풍잎이 꽂혀 있지 않은가? 바람에 흔들리는 갓을 잡고 있는, 잘생긴 젊은 남자는 돈깨나 있는 양반집 자제임이 분명하다. 바람이 선뜻 불어와 옷깃이 휘날리는데, 속을 보니 누비배자를 입고 있다. 여자는 여염집의 규수가 아니라, 기생이나 첩이다. 아니면 남편 앞에 담뱃대를 물 수가 없다. 또 여자가 타고 있는 것을 가마바탕이라 하는데, 이것은 기생과 같은 천한 여자의 나들이용이다. 뚜껑이 있는 가마, 즉 유옥교는 양반의 부녀자만 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덧붙여 말하자면, 가마꾼들의 어깨를 유심히 보면 끈이 보일 것이다. 이렇게 끈을 묶어 어깨에 메고 이 끈으로 가마의 무게를 받는다. 손에는 무게를 받지 않는다. 뒤 가마꾼이 두 손을 놓고 있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서울 시전(市廛)에는 이런 가마바탕이나 가마를 빌려주는 가게가 있었고, 가마꾼도 살 수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택시인 셈이다. 이 그림들은 대개 서울의 유산풍속을 그린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의 서울은 공해에 찌들고 콘크리트에 덮인, 자연이라고는 거의 찾을 수 없는 도시가 되었지만, 신윤복이 살던 그 시대는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는 도시였다. 인구도 적었다. 지금 서울 인구는 1000만명을 넘지만, 조선시대 서울은 인구 20만명 내외의 작고 아담한 도시였다. 인왕산 낙산 남산과 곳곳의 숲이 어우러진 도시였다. 어디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 찾아가 놀 수 있는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조선전기 성종 때의 관료였던 성현(成俔)의 말을 들어보자. 서울 성중에 아름다운 경치가 적기는 하지만, 그중 놀 만한 곳은 삼청동이 가장 좋고, 인왕동이 그 다음이며, 쌍계동(雙溪洞)·백운동(白雲洞)·청학동(靑鶴洞)이 그 다음이다. 그러고는 다시 동네를 하나하나 소개하는데 다 들을 것은 없고 삼청동만 들어보자. 삼청동은 소격서 동쪽에 있다. 계림제에서 북쪽은 맑은 샘물이 어지러이 서 있는 소나무 사이에서 쏟아져 나온다.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면 산은 높고 나무들은 조밀한데, 깊숙한 바위 골짜기를 몇 리 못 가서 바위가 끊어지고 낭떠러지를 이룬다. 그 밑은 물이 괴어 깊은 웅덩이를 이루고, 그 언저리는 평평하고 넓어서 수십 명이 앉을 만한데, 키 큰 소나무가 엉기어 그늘을 이룬다. 그 위의 바위를 에워싸고 있는 것은 모두 두견과 단풍잎이니 봄과 가을에는 붉은 그림자가 비쳐 벼슬아치들이 많이 와서 논다. 그 위로 몇 보를 가면 넓은 굴이 있다. ●서울 성중에 삼청동이 가장 놀기 좋은곳 어떤가. 삼청동만 들었지만, 이런 장소는 곳곳에 있었다. 성현은 도성 밖의 아름다운 산수로 장의사 앞 시내, 홍제원 일대, 모화관 일대, 남산 앞쪽의 이태원 들판, 서쪽의 진관·중흥·서산의 골짜기, 그리고 북쪽의 청량·속개 등의 골짜기와 동쪽 풍양과 남쪽의 안양사 같은 곳을 놀기 좋은 곳으로 꼽았다. 알 만한 지명도 있고, 아닌 것도 있지만 모두 지금의 서울 안에 있는 곳이다. 조선후기에도 서울 시내 곳곳이 꽃놀이를 하는 곳으로 손꼽혔다. 유득공의 ‘경도잡지’에 의하면, 필운대의 살구꽃, 북둔(北屯)의 복사꽃, 동대문 밖의 버들, 천연정(天然亭)의 연꽃, 삼청동·탕춘대(蕩春臺)의 수석(水石)에는 꽃과 산수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몰렸다고 한다. 특히 서울 성의 주위 40리를 하루 동안에 두루 돌아다니고 성 내외의 꽃과 버들을 다 본 사람을 제일로 꼽았으므로, 꼭두새벽에 출발하여 해질 무렵에 정해진 곳을 다 도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홍석모의 ‘동국세시기’에는 3월이면 필운대의 살구꽃, 북둔의 복사꽃, 흥인문 밖의 버들이 가장 좋은 곳이고, 여기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고 하였다. 이런 경치 좋은 곳에는 당연히 정자가 있었다.19세기 중반에 쓰인 ‘한양가’를 보면 수많은 놀이처와 정자, 누대를 소개하고 있다.“각색 놀음 벌어지니 방방곡곡 놀이처다/ 놀이처 어디맨고 누대 강산 좋을시고/ 조양루 석양루며 명설루 춘수루와/ 홍엽정 노인정과 송석원 생화정과/ 영파정 춘초정과 장유헌 몽답정과/ 필운대 상선대와 옥유동 도화동과/ 창의문 밖 내달아서 탕춘대 세검정과/ 족한정 탁영정과 별영 안 읍영룰다.” 여기 등장하는 허다한 정자는 모두 실제 서울에 있던 것들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서울, 걸어서 다닐 수 있었던 서울은 이제 모두 사라졌다. 봄과 가을 꽃놀이, 단풍놀이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놀이 자체가 이미 의식화, 의무화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 숙제하듯 해치워야 한다. 비용을 생각하면 장소를 정하고 숙소를 구하는 것도 간단치 않다. 장소와 숙소가 결정되면 승용차를 몰고 고속도로에 오른다. 한없는 인내심으로 차량의 바다를 항해한 끝에 목적지에 도착하면 이제 단풍나무보다 사람의 검은 머리로 채워진 더 큰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갖고자 했던 휴식은 증발한 지 오래다. 우리의 삶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1+1=∞’ 새코드 이해는 학문간 벽 허물기부터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1+1=∞’ 새코드 이해는 학문간 벽 허물기부터

    ‘통섭(統攝)’은 왜 필요한가. 통섭을 둘러싼 많은 논의들에 문제점은 없을까. 통섭이 안정적으로 한국 사회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어떤 접근법이 필요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서울신문은 6회에 걸친 ‘21세기 신(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를 마감하며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대표하는 석학들의 대담을 마련했다.‘인간을 공부하는 동물’로 스스로를 칭하는 경희대 영어학부 도정일 명예교수(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 대표)와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으로 꼽힌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가 거침없는 생각을 쏟아냈다. 서강대 철학과 엄정식 명예교수가 사회를 맡아 대담을 진행했다. 두 교수는 ‘통섭’이 더 이상 스쳐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중요한 사회적 과제라는데 동의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 학과간의 벽을 허무는 단계에서부터 천천히 접근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1 통섭은 왜 화두로 떠올랐나 엄정식 교수 대학 사회와 언론 등 곳곳에서 통섭이 화제다. 일각에서는 유행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학문적 필요성이나 학문 구분의 발전 방향을 놓고 볼 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분명하다. 오랫동안 통섭에 대해 고민해 오신 도 교수께서 왜 한국 사회에서 통섭이 화두가 됐는지를 진단해 달라. 도정일 교수 학문을 하기 위해서는 연구영역의 독자성뿐 아니라 유사하거나 연관이 있는 분야간에 대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분과(分科) 현상이 오랫동안 진행되다 보니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단절현상이 당연시되고 있다. 학문발전은 물론이고 사회발전이나 정책개발 및 시행 과정에서 단절현상은 매우 좋지 않다. 이런 반성에서 통섭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덕환 교수 통섭을 처음 주창한 에드워드 윌슨의 본거지인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절실한 필요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학문간의 분과는 이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장벽의 정도가 아니라 서로를 비하하고 폄하하는 일도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자연과학에서는 인문사회학 무용론이 나오고, 인문사회학에서는 거꾸로 자연과학 무용론이 나온다. 급속히 발전한 한국사회의 문제를 과학기술의 책임인 것처럼 몰아가는 분위기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문사회 분야와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다행히 과학계 내부에서는 현실적인 필요성에 의해 융합연구가 확대되는 추세다. 이를 인문사회까지 연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엄 교수 통섭에 관한 논의와 시도는 20세기 초부터 상당히 활발하게 있어 왔다. 물리학을 중심으로 학문을 통합하려는 움직임도 있었고, 철학계에서도 논리실증주의자들이 보편언어를 찾고자 했다. 윌슨은 이 시도를 생물학으로 옮겨 좀 더 발전시킨 것으로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통섭이 수입학문이라는 점이다. 기술은 그냥 수입하면 되지만 학문은 배경과 사연이 더 중요하다. 지적·문화적 풍토를 수입하지 않으면 나중에 또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좋은 담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가 통섭에 적용되면 좋을 것 같다. 담이 낮으면 도둑이 생기고, 담이 높으면 이웃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안된다. 이 같은 마음가짐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교수 통섭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통섭학이라는 별도의 학문이 아니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다. 어느 한 가지 학문이 모든 것을 흡수할 수 있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곤란하다. 물리학이나 생물학 등에서 비롯된 자연과학의 객관적인 방법론이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다만 이 방법론을 모든 분야에 적용해 보려는 시도 자체는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새로운 시도이니만큼 어려움도 있고, 기존 영역에서의 부정적인 비판도 있다. 그러나 자연과학의 객관화된 시각을 인문학에서 활용하는 것은 분명히 기초적인 통섭의 단계가 될 것으로 본다. 거꾸로 자연과학에서 인문학적인 상상력과 주관성을 도입하려는 시도도 활발해지고 있다. 도 교수 문제는 통섭이 ‘이렇게 하자.’고 정해 놓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통섭이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언어를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 말하자면 유전학, 진화론, 진화심리학 등의 학문도 언어 연구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통섭을 궁극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관건은 기준을 어떻게 세우느냐는 것이다. 즉 연구대상을 새로 발견하고 확장할 수 있는가, 대상에 대한 통찰을 더욱 과학적이고 인문학적으로 깊이있게 할 수 있는가 등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같은 실제적이고 학문적인 이득의 유무가 통섭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정당성을 결정해 줄 것이다. 이 교수 100% 동감한다. 학문의 발전을 위한 통섭은 근원적인 이유가 있는가를 짚어봐야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더욱 낮은 수준의 통섭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의 학생들과 교수들은 모두 분화된 학문에 익숙해져 있다. 상당히 혼란스러운 일이다. 인문사회 관련 교양을 들을 때는 자연과학의 부정적인 인식을 듣고, 자연과학을 들을 때는 인문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듣는다. 학문이 아닌 단지 골고루 아는 낮은 차원에서의 통섭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2 통섭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것인가 엄 교수 두 가지를 합치다 보면 아무래도 어느 한쪽이 더 힘을 발휘하게 마련이다. 특히 강자는 식민지적으로 취합하려는 경향이 있다. 인문학의 경우 과학과 통합되면서 과연 ‘학문’으로 존립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제우스의 불칼’이나 ‘이카루스의 날개’와 같은 신화는 이미 아무도 믿지 않는다. 과학기술이 인문학의 근거인 상상을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마찬가지로 천문학자들의 방식대로만 별을 보면 알퐁스 도데, 생텍쥐베리, 윤동주의 별은 볼 수 없다. 통섭의 시도에서 염려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학문의 영역이 가만히 있어도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학문 분야가 떼를 써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철학의 경우 현재는 수세기 전의 철학과 달리 ‘철학사’적인 측면만 남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학을 논하기 위해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공간, 시간, 죽음 등의 개념은 과학기술의 등장으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자연과학이 철학이라는 학문의 근간을 흔들었다고도 할 수 있다. 도 교수 어느 한쪽으로의 일방적인 통섭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인문학이 과학을 이해하고, 과학이 인문학을 이해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인문학과 과학이 통섭하자고 해서 함부로 합칠 수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예술을 포함한 인문학과 과학은 엄연히 시각이 다르고, 분야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르다는 전제 위에서 시작해야 한다. 과학은 일단 자연현상에 대한 보편적인 진실을 추구한다.‘도정일은 세포로 되어 있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나라는 인간에 대해 아무 것도 설명하지 못한다.‘세계는 입자로 구성돼 있고, 우주를 지배하는 힘은 네 가지 밖에 없다.’는 말도 분명히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낼 수 없다. 이 교수 통섭과 비슷하지만 좀 다른 개념인 융합의 경우 공학 분야에서는 상당히 오랜기간 모색돼 왔다. 로봇공학을 하는 사람은 심리학, 미학, 전자공학, 기계공학을 모두 시도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로봇공학은 수많은 학문들과 연관을 맺으며 발전해 왔고, 영역이 넓어지는 만큼 발전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융합의 결과는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화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물론 융합 과정에서 사멸하는 분야도 있다. 도 교수 학문융합, 통섭은 인문학이든 자연과학이든 간에 전혀 몰랐던 탐구의 영역을 생산해낼 수 있다. 오늘날 많은 인문학 분야가 ‘진화론’으로 대표되는 생물학적 발견을 참조하지 않고서는 진행이 되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것을 두고 생물학이 모든 학문을 점령하는 제국주의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은 말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지나친 분화의 결과가 교육에도 반영돼 있다는 점이다. 통합적 감성이나 세계관을 가질 기회도 없이 기능적인 전문인이 되고 다문화적인 세계관을 가질 수 없는 파편적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인문학이 변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학의 교양교육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인문학이다. 인문학이 통섭적 사고를 가져야 교육이 변하고 사회가 변할 수 있다. 3 통섭의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엄 교수 통섭이 본격화되면서 용어에 대한 논란도 있다. 통섭이나 ‘컨실리언스(Consilience)’라는 말을 쓴 윌슨의 성향 때문인지 환원주의나 제국주의적인 느낌을 갖기도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문진이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는데, 통섭을 궁극적인 목적이 아닌 방법의 하나 정도로 취급하고 싶었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나루터 가는 길을 함께 찾아가는 것이다. 나루터까지 함께 쉽게 간다면 자신들의 목표들도 좀 더 쉽게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통섭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지만 방법론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다양하지 않을까. 요즘 대학가에서는 통섭학과, 통섭대학원을 만든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교수 통섭에서 방법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연과학에서 탐구의 문제는 끊임없이 변해 왔다.19세기 말 한국에 처음으로 서양의 자연과학이 도입됐는데, 지금까지 계속 새로운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자연과학에서도 확실한 것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방법에 초점을 맞춰서 통섭을 얘기한다면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시각을 공유하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통섭이나 융합과 관련된 문제 가운데 하나가 ‘획일화’다. 여러 단계의 통섭이 있을 수 있는데 단 하나의 기준만 세우고 ‘여기서부터 통섭’이라고 한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통섭학과나 통섭대학원을 만든다는 얘기들이 있는데 통섭의 첫 단계를 시각과 인식의 공유라고 본다면 하나로 합치는 것이 아니라 합쳐서 여러 개가 다시 나와야 한다. 도 교수 통섭학과나 통섭대학원은 희극적이다. 통섭학과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문과 학문사이의 결합이나 통합은 필요하고, 가능하겠지만 통섭을 전문적으로 다룬다는 것은 통섭의 기본 정신과 전혀 맞지 않는 사고방식이다. 가장 자율과 객관적이 강조되는 문학에도 통합적 접근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된 것이 아니다. 문학비평에 정신분석과 언어학이 들어오는 데만 40∼50년이 걸렸다. 필요한 일이라면 누가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서 진행되게 마련이다. 다만, 활발한 논의를 통해 진행한다면 좀 더 효과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엄 교수 통섭을 논의하면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많은 것을 시도하고 말할수록 얻는 것도 많겠지만, 비난이나 비판도 있을 수 있다. 언제나 자기 반성은 중요하다. 그것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을 더 빨리 파악할 수 있고, 궤도를 수정할 수도 있도록 해준다. 가능하다면 모두 함께 모여 논의하고 격려한다면 분명히 통섭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리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엄정식 교수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미국 미시간 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아메리카학회 회장, 철학연구회 회장, 한국 철학회장을 지냈다. 서강대 재직 시절 ‘행복한 철학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고전철학부터 과학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강의를 진행했다. 특히 과학철학 강의를 통해 과학기술과 현대인의 행복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저서로 철학 입문서로 유명한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지혜의 윤리학’‘확실성의 추구’‘분석과 신비’‘자아와 자유’ 등이 있다. ■이덕환 교수 서강대학교 화학과, 과학커뮤니케이션 협동과정 교수. 비선형 분광학, 양자화학, 과학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고 미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와 대외활동 모두에서 주목받는 흔치 않은 과학자로 2006년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과학지식으로 사회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확실성의 종말’‘먹거리의 역사’‘거의 모든 것의 역사’ 등 베스트셀러 과학서적을 번역했다. ■도정일 교수 문학평론가. 경희대학교 영어학부 명예교수. 대한민국 전역에 세워진 ‘기적의 도서관’을 기획하고 감독한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상임대표다. 잡지 편집장, 동양통신 외신부장을 거쳐 미국으로 유학,1983년부터 경희대학교에서 비평이론 강의를 시작했고 이론교육에 힘을 쏟았다. 특히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와 4년 동안 만나 나눈 논쟁을 담은 책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대담’은 한국 사회 최초의 본격적인 통섭담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 미국이 아름답다지만 그 뒷면엔?

    미국이 아름답다지만 그 뒷면엔?

    “대학은 일종의 회사로 변모하였다.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사람에게 비정상적으로 높은 봉급을 지급하고, 교육을 상품화하고, 학생을 소비자로 모시고,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위한 기금을 축소하고…. 기업적인 가치가 대학을 잠식할수록 학급 규모가 커졌고, 더 많은 시간강사들이 고용되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대학 존스타운캠퍼스의 경제학 교수였던 마이클 예이츠는 이렇듯 우리 대학이 가고 있는 상황과 너무나도 닮은 모습에 질려 2001년 1월 55세의 ‘젊은’ 나이에 명예퇴직을 신청한다. 마이클과 부인 카렌 코레노스키는 이해 4월 옷가지와 노트북 컴퓨터, 낡은 차를 제외한 나머지 물건을 아이들과 친구들, 비영리 자선단체에 보내고 떠난다. ‘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원제 Cheap motels and hot plates, 마이클 예이츠 지음, 추선영 옮김, 이후 펴냄)는 2005년 여름까지 4년 넘게 두 사람이 미국 방방곡곡을 떠돌아 다닌 기록이다. 제목처럼 이들은 주로 모텔에서 묵으며 휴대용 전기 취사도구로 밥을 지어 먹었는데, 여행지에서 발견한 것은 미국 사회의 불평등과 노동의 괴로움, 그리고 환경파괴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4년 넘게 방방곡곡 떠돌아다닌 기록 32년 동안 노동문제를 연구하고 강의한 예이츠가 여행에서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경제학자로 노동을 분석하는 것과 실제로 노동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었다. 예이츠와 카렌은 얼마간의 낭만을 그리며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찾아가 공원 호텔의 프런트와 식당의 호스트로 취직했다. 하지만 국립공원은 지독한 작업 조건과 불쾌한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위탁운영사의 거대한 작업장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표를 던진 예이츠는 ‘돈을 가진 남성과 돈을 가진 소수의 여성이 도시를 통제하는 뉴욕의 맨해튼에서 발간되는 좌파 잡지 ‘먼슬리 리뷰’의 협동 편집자로 간다. 뉴욕은 가난한 예술가가 모일 수 있도록 주택의 임대료를 통제하는데, 연간소득이 25만달러(약 2억 5000만원)가 넘어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조차 방 8개짜리 호화 아파트에 시세의 5분의 1로 입주하고자 뇌물을 쓰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의 불평등·환경파괴에 대한 두려움 뉴욕을 떠난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하는데,‘부자들의 놀이터’인 플로리다의 마이애미비치에서는 곳곳에 경호원이 배치되어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한 파티장에 미식가들이 술과 음식을 즐기는 동안 곁에서는 여성 노숙자가 바닷물에 들어가 비누로 목욕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고급차를 탄 여성이 가난한 이웃집 아이를 치고는 창밖으로 50달러짜리 지폐만 던지고 그대로 가버리는 일도 일어난다. 게다가 항구의 유람선은 라이베리아 같은 나라에 선적을 등록하기 때문에 미국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도 문제다. 궂은 일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가난한 나라 출신의 다양한 유색인종으로 비인간적인 착취에 시달린다. 좌파 경제학자인 예이츠가 가장 분개한 도시는 뉴올리언스이다. 재즈의 고향으로 신화로 가득한 도시라지만,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몰아닥쳤을 때는 피난 계획조차 마련하지 않았던 무방비 도시였다는 것이다. 주민의 3분의 2가 흑인으로, 네 사람 중 한 사람 이상이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던 이 도시에 허리케인이 몰아쳐 가난한 흑인 수십만명이 미국 전역으로 흩어졌을 때 ‘뉴올리언스를 미시시피의 라스베이거스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던 공화당 정권 사람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그는 “정부는 가난한 흑인들이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는 만큼 그들에게 복귀 지원금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고, 수십억 달러의 재건 비용은 연줄이 있는 도급 업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장담했다. 예이츠는 “이 책은 그저 평범한 여행기가 아니라 내가 이해한 미국에 대한 기록”이라면서 “미국이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방문한 지역이 경제적·정치적·환경적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파악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충고가 아닐 수 없다.1만 6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신라 사람·현대 한국인의 성과 사랑

    신라 사람·현대 한국인의 성과 사랑

    인간의 성모럴을 담아낸 소설 두권이 나란히 나왔다. 심윤경(사진 왼쪽·36)의 ‘서라벌 사람들’(실천문학사)과 김경원(오른쪽·46)의 ‘와인이 있는 침대’(문학의문학). 이들 두 작품은 시대적 배경이 고대와 현대라는 현격한 시차를 두고 있지만, 인류 보편의 가치인 사랑 혹은 성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서라벌 사람들’은 신라시대의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신화적 상상력을 덧입혀 태어난 다섯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런 만큼 선덕여왕은 다이애나비, 화랑은 비보이, 무열왕은 카우치 포테이토(TV나 보면서 빈둥거리는 사람), 원효대사는 서태지로 그려졌다. 신라시대의 이야기이지만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한 상상력 덕분에 신라인들이 눈앞에서 놀이 마당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우리 전통문화의 근간이 되는 유교와 불교가 낯설고 참신한 외래문화였던 시점, 다시 말해 기존의 토착종교와 충돌하던 시점을 조명해보고 싶었습니다.” 작가는 그런 시대를 찾다가 신라시대 순교자 이차돈까지 거슬러 올라갔고, 잘 알려진 이차돈과 맞서는 토착종교 세력의 상징적인 인물이 없을까 고민하다 지증왕의 부인인 여걸 연제부인을 만나게 됐다고 말한다. “이렇게 만난 연제부인에 좀더 카리스마를 부여, 이차돈과의 불꽃 튀는 충돌을 그린 게 단편 ‘연제태후’였고, 이를 좀더 폭넓게 다루다 보니 연작소설로 이어졌습니다.” 소설에는 ‘연제태후’ 외에 신라 제일의 미소년 준랑 이야기를 다룬 ‘준랑의 혼인’, 백성들이 우러러 섬겼던 선덕여왕과 왕자 인문을 다룬 ‘변신’, 엄숙하기까지 했던 교합례 모습을 생생히 묘사한 ‘혜성가’, 헤드스핀(머리를 땅에 대고 물구나무 선 채 회전하는 것) 모습을 보여주는 원효대사를 등장시킨 ‘천관사’ 등이 실렸다. “우국충정의 이미지가 덧씌워진 화랑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하고 싶었어요. 한데 우연히 신문을 보다가 우리 젊은이들의 비보잉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기사를 보고, 그 맥이 전통문화에 닿아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사물놀이나 농악 등에 화랑의 피가 섞여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소설은 성에 관한 묘사가 너무나 대담해 문예지 ‘실천문학’ 연재 당시 ‘선데이 서라벌’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작가는 남녀의 성행위 모습이 장식된 토우장식 장경호 등 유물과 삼국유사의 행간을 읽으면서 소설의 모티프를 얻었다고 말했다. “현대물에서도 굳건한 입지를 만들고 싶다.”는 그는 “현재 산동네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경치가 좋은 아랫동네에는 부자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경계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9800원. ‘와인이 있는 침대’는 결혼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서른세살의 프리랜서 기자 다현과 주변 인물의 농도 짙은 사랑 이야기이다. 작가는 “와인을 매개로 쉽게 산화하지 않는 현대인의 ‘불멸의 사랑’을 말하고 싶었다.”고 집필 동기를 밝힌다. 다현은 어느 날 ‘21세기 유망직업’이라는 기사를 쓰기 위해 항공관제사 ‘연우’를 취재하면서 그에게서 남다른 매력과 신비감을 느낀다. 와인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늘 와인을 옆에 두고 있는 연우와 다현의 사랑은 그윽하게 숙성된 와인을 닮았다. 반면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적당히 즐기는 사랑에 익숙한 잡지사 편집장 ‘은혜’ 등 주변인물의 사랑은 산화하기 쉬운 와인과 같다. 그는 “사랑과 와인을 나란히 놓는다면 주인공들의 사랑은 책의 말미에 등장하는 불멸의 와인 ‘마데이라’와 같은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소설은 풍부한 와인 상식을 담고 있다. 이런 까닭에 와인 입문서처럼 흥미롭게 읽힌다. 작가는 “와인에 대해 따로 공부한 적은 없고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와인에 대해 배웠다.”며 “항상 침대 옆에 와인을 두고 즐기지만 소설을 쓰는 동안은 와인보다 폭탄주를 즐겼다.”고 털어놨다.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품격 있는 문학을 하고 싶다.”며 “장편 하나와 중편 하나를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1만원. 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단독]‘지역의 바다’서 실천인문학 닻 올린다

    [단독]‘지역의 바다’서 실천인문학 닻 올린다

    ‘마포실천인문네트워크´(마실네)가 학문의 바다에서 닻을 올린다. 대안적 인문학운동을 해온 단체들이 한 데 모여 오는 24일 출항한다. ‘인문학의 현장성과 실천성’을 기치로 내걸고, 인문학의 성찰적·비판적 기능의 복원을 주창한다. 마실네의 성격과 지향점은 이름 자체에 압축적으로 집약돼 있다. ●인문학의 현장성과 실천성 강조 먼저 ‘마포’. 서울시 마포구엔 대학으로 대표되는 제도교육기관만 밀집해 있는 게 아니다. 자발적 지식활동가 및 연구자들의 대안 학문공간 또한 어느 지역보다 많다. 이들 단체는 대학의 폐쇄성을 비판하며 각자의 색깔과 지향을 토대로 ‘제도’를 뛰어넘는 인문학 운동을 시도해 왔다. 지난 3월부터 이들은 마포란 지역성을 공통분모로 부각시키며 연대·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철학아카데미(원장 이정우),‘다중지성의 정원’(상임강사 조정환),‘풀로 엮은 집’(이사장 홍세화), 지행네트워크(대표 오창은), 다음 달 창간되는 잡지 ‘진보2.0’ 편집위원회(주간 구갑우) 등이 논의를 이끌었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원장 손석춘) ‘민중의 집’ 추진위원회, 세교연구소(이사장 최원식), 계간 ‘당대비평’ 복간준비위원회 등엔 현재 참여를 권유 중이다. 이명원 지행네트워크 연구위원은 “마포가 대학과 문화의 도시라고 일컬어지지만 소비도시로서의 성격이 강한 게 사실”이라면서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던 단체들이 힘을 합쳐 인문적 실험으로 지역을 재구성해 보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실천인문’. 이들 단체의 또 다른 공통점은 연구와 실천의 긴장 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현실과 유리된 학문을 배격하고 지역 및 대중과의 소통을 끊임없이 모색한다. 자본권력에 복무해 ‘성찰’이란 고유의 기능을 상실한 오늘의 인문학을 우려한다. 각자의 강의공간을 마련해 대중들과 만나온 것도 ‘살아 있는 지식’을 나누려는 노력의 일환이다.‘실천인문학’이란 표현은 구체적 삶에 뿌리를 둔 학문적 지향을 보다 선명히 하겠다는 각자의 선언인 셈이다. 천정환 ‘진보2.0’ 편집위원은 “반복적으로 회자되는 ‘인문학 위기설’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삶의 현장에서 구체적 사유의 대상들과 만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 그간 대안 학문운동은 여러 난관에 봉착해 왔다. 당찬 문제의식에 비해 인적·물적 자원은 빈약했고, 개별 단체의 지향에만 함몰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마실네 출범은 각 단체가 가진 고립성과 규모의 한계를 넘어 학문운동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강의공간 공유와 다채로운 공동기획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깔려 있다. 이정우 철학아카데미 원장은 “사회가 전체적으로 보수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판 인문학을 하는 단체들이 네트워크 조직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학문적 가능성을 여는 의미 있는 출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 색깔 유지하며 융합되는 것이 중요” 마실네 준비위원회는 최근 수차례 모임을 갖고 조직의 성격과 방향을 논의해왔다.24일 열리는 발대식(마포구 합정동 ‘풀로 엮은 집’)에서 그 첫 결실이 공개된다. 철학아카데미는 우리 시대 철학적 성찰의 절박성을 역설하고, 지행네트워크는 풀뿌리민주주의의 가능성과 방향을 토론한다.‘풀로 엮은 집’은 서울화력발전소(구 당인리화력발전소) 문화보금자리 만들기 전략을 모색하고,‘진보2.0’은 마실네 공동의 잡지 창간을 설계한다. 장기적으로는 마포 지역에 인문학 전문 도서관을 만들거나 사라져가는 서점을 연결해 관계망을 형성하고, 마포구청의 문화정책을 모니터링해 문제제기하는 실천 방안도 고려 중이다. 올가을엔 학술 심포지엄과 축제의 성격을 함께 띠는 공동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마실네는 이제 출발선상에 서 있다. 치열한 문제의식이 현실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역 단체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사업방향도 더 구체화돼야 한다. 이명원 연구위원은 “개별 단체가 연구, 강의, 운동 등 각자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마실네 안에서 조화롭게 융합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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