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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통 탁 트이는 비대면 명소들… “경북, 어디까지 가봤십니꺼”

    숨통 탁 트이는 비대면 명소들… “경북, 어디까지 가봤십니꺼”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푸른 동해와 길게 뻗은 백두대간, 울릉도와 독도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유한 경북이 ‘언택트(비대면) 관광 1번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비대면 힐링 관광 최적지로 손꼽힌다. 특히 자연의 숨결을 한결 느끼기 좋은 봄을 맞아 더욱 각광받고 있다. 코로나19로 곳곳의 봄꽃 축제는 취소됐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꽃은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여행하기 좋은 때를 맞춰 경북도가 추천한 가족·연인과 함께 건강하고 안전하게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는 주요 비대면 관광지를 23일 알아봤다. 지금까지 전국구 관광지에 가려져 비교적 덜 알려진 명소도 여럿 포함됐다. 너른 풍경과 맑은 공기는 덤으로 누린다.코로나19 장기화로 숨 가쁜 일상, 어디서도 만족하기 어렵다면 경북으로 떠나 보자. 주요 추천 관광지는 먼저 젊은 연인들의 핫플레이스인 안동의 낙강(洛江·낙동강)물길공원이다. 본래 이름보다 안동 ‘비밀의 숲’으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입구부터 우람한 은행나무와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장관을 이룬다. 특히 창포와 수련, 옥잠화로 초록빛을 띠는 인공연못 위로 드리워진 붉은 단풍나무 색의 대비가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그래서 한국의 프랑스 화가 모네의 정원인 ‘지베르니 정원’으로도 불린다. 인근 안동댐·월영공원까지 이어지는 산책로와 수변데크는 산책길로도 그만이다. 안동 시가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인 안동루 역시 놓치면 섭섭하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전국 언택트 100곳에 선정했다.포항 이가리닻전망대는 청하면 바닷가 이가리에 배의 닻 모양을 형상화해 설치한 전망대이다. 지난해 5월 높이 10m, 길이 102m 규모로 준공됐다. 전망대에 서면 주위의 해송 군락과 탁 트인 동해를 한눈에 즐길 수 있다. 북쪽 해안으로는 월포해수욕장, 방어리, 조사리가 잔잔한 곡선으로 멀어진다. 전망대는 독도를 향하고 있다. 이곳에서 독도까지는 직선거리로 251㎞. 최근 들어 드라마 ‘런 온’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SBS와 한국신문협회가 공동기획한 ‘배낭 메고 인생네컷’ 포항 편에 소개되기도 했다. 영양 죽파리 자작나무숲은 축구장 42개 크기인 30.6㏊의 면적을 차지한다. 30년 가까이 살아온 20m 크기의 자작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줄기 굵기는 60㎝ 정도다. 남부 지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해 산림청 국유림 명품숲으로 선정돼 산림휴양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기산마을 삼거리에 주차하면 숲까지 3㎞ 남짓 걷게 된다. 1시간 정도의 삼림욕이다. 중간중간 걸음을 멈춘 채 두 팔을 벌려 심호흡도 하고 자작나무 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여유가 생긴다. 숲 인근 약 4㎞의 계곡은 사람 손이 거의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다.울릉도 행남해안둘레길·성인봉(해발 986.4m) 원시림은 전국 최고의 트레킹 코스로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행남해안길은 울릉도의 최대 번화가인 도동방파제에서 저동 촛대바위까지 총 2.6㎞ 구간에 걸쳐 있다. 울창한 숲과 함께 절벽에서 푸른 바다를 감상할 수 있어 산책로의 백미로 꼽힌다. 미국 CNN 방송은 한국에 가면 꼭 가 봐야 할 관광지로 추천했다. 성인봉은 우리나라 섬의 산 가운데 제주도 한라산 다음으로 높다. 우리 땅 동쪽 끝, 원시림이 빼곡한 봉우리까지 오르며 끝없이 펼쳐진 동해를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진다. 천연기념물인 섬백리향과 울릉국화 등 40여종의 특종식물이 길손을 반긴다.김천의 사명대사공원은 백두대간 황악산의 아름다운 자연과 인근 직지사 등 문화·역사 자원을 연계한 문화·생태·체험형 관광지이다. 대표적 상징물은 5층 목탑(높이 41.2m) 형태로 지어진 ‘평화의 탑’이다. 신라 황룡사 9층 목탑을 본떠 만들어졌다. 1층 전시공간에선 탑을 짓는 영상 자료와 사명대사 관련 전시물을 볼 수 있다. 1층에선 꼭대기인 5층에서 조망하는 주변 전경을 담은 영상도 보여 준다. 이 탑은 밤에는 외부 설치 조명을 받아 빛나는 신비스런 모습을 연출한다. 평화의 탑 아래 아름다운 야경을 배경으로 인문학 강의, 예술단 공연, 우리차 시음회 등 각종 문화예술 행사가 열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텐트나 차량을 이용한 캠핑이 비대면 여행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날이 풀리면서 ‘방콕’하던 사람들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덜한 캠핑장과 자연관광지를 즐겨 찾고 있다. 경북도는 ‘클린 캠핑’을 테마로 도내 캠핑 여행지를 선정해 추천했다. 우선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는 경주 토함산 풍력발전 단지이다. 산 능선을 따라 7기의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있으며 바람길 산책로, 피크닉 테이블 조성 등으로 신흥 차박(차에서 묵기) 여행지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울러 일몰과 은하수 풍경이 매력적이어서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에게 출사지 명소로 잘 알려진 곳이다. 영덕 고래불국민야영장은 동해 고래불해수욕장 내에 동물형 카라반 25개, 숲속야영장과 오토캠핑장 123동, 조형전망대, 해안산책로, 편의시설 등을 갖췄다. 샤워장 및 취사장, 바닥 분수, 유아풀장, 어린이놀이터 등을 구비해 남녀노소 누구나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고래불해수욕장은 6개 해안마을을 배경으로 장장 20리나 펼쳐진 명품 해수욕장이다. 상주보 오토캠핑장은 드넓은 낙동강에서 수상레포츠와 캠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주변에 국립 낙동강생물자원관과 경천대가 있어 아이와 함께 생태체험을 할 수 있다. 4만여㎡ 터에 오토캠핑 60면, 일반캠핑 20면, 방갈로 6동을 비롯해 샤워실, 어린이놀이터, 파고라, 농구장, 족구장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포항 도구해수욕장은 포스코와 구룡포 해수욕장의 중간지점인 포항시 동해면 도구리에 있는 해수욕장이다. 백사장이 4만여㎡에 길이 800m, 폭 50m 규모로 주변의 이국적인 야자수 그늘 아래가 차박 캠핑장소로 유명하다. 고대 설화인 연오랑과 세오녀의 전설이 서려 있는 곳이다.경주 나아해변은 차박 관광지로 각광받는다. 작은 자갈이 깔린 몽돌해변으로 한적하고 조용해서 가족들과 연인이 함께할 수 있는 차박, ‘비박’ 캠핑지로 유명하다. 이 외에도 ▲별에서 출발한 여행, 영양 맹동산풍력단지와 수비별빛캠핑장 ▲일몰이 예쁜 바람의 언덕 풍차, 군위 화산산성 캠핑장 ▲배우 공유가 머무른 곳, 올모스크 홈스테이 청송 등이 있다.경북도는 또 벚꽃 시즌을 맞아 경주 여행을 권했다. 경주는 이달 말부터 다음달 첫째 주까지 도시 전체가 벚꽃 물결로 뒤덮인다. 보문단지와 대릉원, 반월성과 안압지, 계림숲, 첨성대 등 동부사적지 일대, 불국사, 무장산 입구 등 경주의 주요 사적지에 벚꽃이 지천이다. 특히 김유신 장군 묘 벚꽃은 꽃터널로 유명하고 보문단지는 말할 것도 없이 ‘꽃 대궐’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우리 도는 코로나19로 변화된 관광 수요에 맞는 개별관광 중심의 안전여행에 적합한 관광 상품을 개발·운영하고 있다”면서 “지금 코로나 청정 관광지인 경북을 방문하면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추억까지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오늘의 서울 톡]

    구로, 온라인 인문학 특강 마련 구로구가 주민들을 위한 온라인 인문학 특강을 마련했다. 이번 강의는 ‘구로기적의도서관’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생중계된다. 24일 오후 7시에는 책 ‘태극기를 든 소녀’의 저자 황동진, 박미화 작가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여성 독립운동가를 소개한다. 다음달 17일 오후 2시에는 꿈에 관한 그림책 ‘알바트로스의 꿈’을 지은 신유미 작가가 독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다음달 7일 오전 10시 30분에는 ‘미래 인재로 키우는 미국식 자녀교육법’의 저자 김종달 작가가 화상회의 앱 줌으로 4차 산업시대 자녀 교육법을 알려준다. 마포 ‘청년 인턴’ 참여 지역 기업 모집 마포구가 ‘청년 디지털·그린 뉴딜 인턴 지원사업’에 참여할 지역 기업을 모집한다. 청년 인턴에게 4차 산업분야에 해당하는 직무를 제공하는 상시 근로자 5인 이상의 중소기업으로, 인턴 기간 종료 후 정규직 전환 계획을 가지고 있는 곳이 대상이다. 참여 기업으로 선정되면 4개월간 청년 인턴 인건비의 90%인 월 180만원을 지원받게 된다. 그 외에도 기업 지원금을 매월 22만원 지원받는다. 접수기간은 다음달 2일까지이며 심사를 거친 뒤 최종 참여 기업을 선정한다. 자세한 사항은 마포구청 홈페이지의 채용공고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은평구민장학재단 장학생 선발 재단법인 은평구민장학재단은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올해 상반기 은평구민 장학생 선발을 위한 신청 접수를 받는다. 신청대상은 공고일 현재 은평구에 2년 이상 계속 거주하고 있는 초·중·고·대학생이며 선발 분야는 일반, 특기 분야이다. 5월에 심사를 거쳐 6월에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급할 장학금은 총 8000만원으로 초등학생 30만원, 중학생 40만원이며 고등학생은 선정심사위원회에서 별도로 결정한다. 대학생에게는 최대 200만원을 지원한다. 관악 ‘난곡마당 공영주차장’ 완공 관악구는 주민의 주차난 해소를 위해 난곡동 652-63번지 일대 부지에 ‘난곡마당 공영주차장’ 건설 공사를 완료했다고 22일 밝혔다. 총사업비 51억 1800만원을 투입했으며 시설규모는 부지면적 1221㎡에 장애인 주차면 1개면을 포함해 모두 41개면을 조성했다. 주차장 운영은 시설물 이관 및 운영 준비 절차를 거친 후 다음달 초 관악구시설관리공단에서 맡을 계획이다.
  • “이석영 6형제 숭고한 희생 기억해야”…남양주시 ‘리멤버 1910‘ 26일 개관 앞두고 언론에 공개

    “이석영 6형제 숭고한 희생 기억해야”…남양주시 ‘리멤버 1910‘ 26일 개관 앞두고 언론에 공개

    “역사체험관 REMEMBER 1910은 도시의 흉물로 방치됐던 목화웨딩홀을 철거하고 이석영 6형제의 결의를 담아 경술국치의 아픔과 숭고한 희생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고종과 명성황후가 잠든 홍릉 앞에 조성했습니다.” 경기 남양주시는 26일 ‘리멤버(REMEMBER) 1910’ 정식 개장을 앞두고 역사체험관 등을 22일 언론에 공개했다. 금곡동 홍릉 앞에 조성된 역사체험관은 지하 2층, 지상 1층, 전체면적 3900㎡ 규모로, 내부에는 친일파를 단죄하는 법정과 감옥, 이석영 선생 형제와 신흥무관학교 관련 자료 전시 공간 등이 설치됐다. 시는 홍릉을 가린 옛 예식장 건물을 철거하고 2000㎡ 규모의 시민 휴식 공간을 만들면서 ‘이석영 광장’으로 이름 붙였다. 이석영 선생은 남양주시 화도읍 가곡리 일대 땅을 모두 팔아 신흥무관학교를 건립하는데 보탠 독립운동가다. 광장 지하에는 역사체험관 ‘리멤버(REMEMBER) 1910’이 있다. 1910년은 일제에 의해 강제로 국권을 상실하고 이석영 선생을 비롯한 6명의 형제가 중국으로 망명한 해이다. 체험관은 역사 법정, 친일파 감옥, 미디어 홀, 콘퍼런스 룸 등으로 꾸며졌다. 역사 법정은 친일파를 재판하는 공간으로,맨 앞에 3명의 판사석이 있고 그 아래 검사석,변호인석,피고인석 등이 있다. 판사석에는 이석영 선생과 그의 동생인 아나키스트 이회영 선생, 초대 부통령을 지낸 이시영 선생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미디어 홀에는 이석영 선생 형제와 신흥무관학교 관련 자료가 전시됐다. 남양주시는 ‘리멤버 1910’을 시민 누구나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설계했다. 미디어 홀과 중앙 라운지에서는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등 편하게 쉴 수 있다. 주말에는 공연이나 영화 상영,인문학 콘서트 등 문화행사도 열린다. 역사 법정 방청석에는 USB 포트와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도 설치됐다. 콘퍼런스 룸은 주민자치단체 회의나 모임 장소 등 커뮤니티 공간으로 제공된다. 조광한 시장은 “1910년의 아픈 역사를 뼛속까지 새겨넣지 않으면 강대국 패권 다툼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독립적인 지위를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며 “시민들이 이곳에서 역사 체험을 하고 가족과 함께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예술의 경계 지우다 문학에 미술 입히다

    예술의 경계 지우다 문학에 미술 입히다

    지금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라는 야심적 행사가 열리고 있다. 봄날 햇살 가득한 오후 참으로 오랜만에 덕수궁을 찾았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지인인 윤효 시인과 동행했는데, 윤 관장은 김인혜 학예연구실 근대미술팀장과 함께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우리는 김 팀장의 꼼꼼하고도 친절한 설명을 통해 이번 전시의 내용과 함께 1930년대를 전후로 한 한국 예술사의 빛나는 장면들을 충실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꽤 익숙한 문인들 사이로 가끔씩 돋을새김되는 생소한 이름의 화가들이 퍽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문학사와 미술사는 그렇게 한 몸이 되어 여기까지 흘러온 것이다.●경계를 허무는 예술, 동행자로서의 미술관 전시장 첫 코스는 이상(李箱)이 차린 ‘제비다방’ 분위기를 담았다. 제비다방 사진이 남아 있는 것은 없지만 이상의 ‘자화상’(1928)이 걸려 있었다는 증언은 있으니, 이 공간은 그런대로 90여년 전 경성거리를 탐사하는 기분을 밝혀 주었다. 전시 기획 가운데 단연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1930년대 전후 잡지들이 문인과 화가를 결합시켜 만들어낸 ‘화문’(畵文) 장르였다. 가령 ‘여성’ 1938년 3월호에 백석의 유명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발표됐는데, 그의 절친인 화가 정현웅이 그림을 함께 그려 넣어 이 작품은 아름다운 채색 시화로 남은 것이다. 이들 말고도 이상과 구본웅, 김기림과 이여성, 이태준과 김용준, 김광균과 최재덕, 구상과 이중섭 등 문학과 미술이 주고받은 ‘이인행각’(二人行脚)은 우리에게 풍요롭고 아득한 시간의 힘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렇게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순간은 수많은 파생적 아우라(Aura)를 만들어 간다. 서로 분야가 다른 예술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 내는 이러한 접점은 우리를 그 안으로 초대해 숱한 이야기를 건네 온다. 문학을 품은 미술, 미술이 녹아든 문학이 협업해 이루어 낸 이러한 융합의 차원이야말로 그야말로 윤 관장의 생애를 빼닮았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화두는 언제나 ‘시화일률’(詩一律)이었다.“문인과 화가는 같은 울타리 안에서 함께 어울리면서 예술적 동반자로 살아왔습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그런 풍경이 보편적이었지요.” 그런데 시대가 바뀌어 문인과 화가가 동석하는 일은 드물어졌고, 좋게 말해 전문화라지만 통섭과 융합의 관점에서 보자면 빈곤해진 형국이라고 윤 관장은 말한다. “우리나라의 장르 결벽증도 이러한 융합 지향의 움직임을 다소 방해하는 것 같고요.” 윤 관장은 1982년 미술평론가로 등단해 40여년 동안 우리 미술 현장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왔다. 서양미술사가 주류인 우리 미술계에서 그동안 소외됐던 동아시아미술이나 제3세계 미술에도 관심을 갖고 그것의 실체를 추적했다. 나아가 그는 미술이 단순한 감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삶이라는 실체 안에서 ‘생활미술’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재작년 2월 국립현대미술관장을 맡으면서 구체적으로 형태를 갖추어 대중들 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은 4관 체제다. 과천, 덕수궁, 서울, 청주 각각의 특성화 작업을 통해 효율적 운영을 하고 있다. 그는 “미술관을 한마디로 은유하면 친구이자 동행자”라고 했다. “관람객의 눈높이와 취향이 워낙 다양하니까 이제는 쌍방 소통이 필요하다”고도 부연했다. 미술관 규모가 커지고 각각 특성화하면서 미술인들의 역할과 국민들의 기대가 함께 커졌다고 한다. “전문가들에게는 예술적 담론을 만들어 내는 모체가 되고, 일반 관객들에게는 문화적 취향을 충족해 새로운 경험을 가능케 하는 미술관이 되게끔 하는 것이죠.” 윤 관장은 무엇보다 한국 미술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연구 기능을 강조한다. 전시 기능 위주에서 연구하고 교육하고 궁극적으로는 한국 미술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수립하는 미술관을 생각하니 정말 ‘윤범모 브랜드’를 보는 듯하다. “우리 미술을 중심에 두는 주체적 자존심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시작의 스승으로서의 독서와 여행 윤 관장은 시집을 다섯 권 펴낸 시인이다. 미국 뉴욕에 잠시 체류하던 1980년대에 그는 첫 시집 ‘불법체류자’(1988)를 상재했다. 등단이라는 절차가 생략된 채였다. 그 시집은 후기에서 밝혔듯이 “불법이라, 정처를 찾지 못하고 언제까지 방황해야 할 것인가. 언제 합법적 공간에서 여유 있는 체류가 가능할까” 하는 젊은 날의 고백을 담은 성장 기록이었다. 이 시집은 모국의 역사, 이를테면 우리가 분단 시대를 겪고 민주화 운동을 치르면서 필연적으로 가지게 된 역사철학적 고민을 담고 있다. 그곳에서 느낀 백인문화도 비판적으로 담아내면서 ‘시인 윤범모’가 노래해 갈 시적 의제(agenda)를 오래전부터 만들고 있었다. 미술에서 우리 것을 강조했듯이, 시에서도 우리의 역사와 숨결을 가득 불러온 것이다. 시인은 미대생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결같은 답변을 한다. “좋은 그림은 좋은 시와 마찬가지 원리를 품고 있죠. 독만권서(讀萬券書) 행만리로(行萬里路)!” 책을 많이 읽고 먼 곳을 여행하라는 말보다 더 확실한 것은 없다고 한다. 젊었을 때부터 그는 이 말을 지침 삼아 실천하려고 애썼고, 독서와 여행은 한때의 직업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책과 여행이 시작(詩作)의 스승인 셈이다. “미대생들에게 세계문학전집 100권 읽기를 숙제로 내줍니다. 인문학적 배경이 부실하면 그만큼 그림 바탕이 허술해지죠.”그는 한국 미술사를 공부하다가 불교 미술에 주목하게 되었고 그 가운데 ‘석굴암’이 역시 이 땅 최고의 걸작임을 깨달았다. 그런데 석굴암 관련 문헌 자료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객관적 논증은 어렵지만 그는 특유의 상상력으로 석굴암을 알아가게 됐고 어느새 그 발견 과정을 시로 쓰기 시작했다. 그때 비로소 시를 천천히 공부할 시간을 가졌고 2008년에 등단 절차를 치렀다. 이어 시집들을 균질적이고 지속적으로 펴내면서 시인으로의 길에도 매진하고 있다. ‘노을 씨, 안녕!’(2009), ‘멀고 먼 해우소’(2011), ‘토함산 석굴암’(2015), ‘바람 미술관’(2020)으로 이어지는 그의 시는 “가슴에 내리꽂히는/ 하늘의 죽비 소리”(‘노을 씨, 안녕!’ 속 ‘천둥소리’)로, “소나기 죽비를 불러 모아/ 절마당을 가득 채우고”(‘멀고 먼 해우소’ 속 ‘달빛 소나기’) 있는 달빛으로 다가온다. 특별히 석굴암 이야기를 상상력으로 복원한 토함산 석굴암은 우리로 하여금 석굴암에 대한 경모와 감동의 서사를 경험하게끔 해 주는 장편 연작 시집이다. 이 시집에 대해 시인은 “석굴암의 가치가 국제무대에서 재인식되는 계기에 조그만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후기’)고 썼다.●동량 만들어 일가를 이루어가는 ‘시인 윤범모’ 미술학도로서 시를 써 가는 삶은 어떤 것일까? “시는 왜 쓰는가 하고 항상 묻지요. 왜 이런 끌탕을 자초하는가. 시인은 스스로 천형(天刑)을 안아 들이는 존재 같아요. 좋은 시는 좋은 삶과 직결될 것이니 얼마나 어려운 경지입니까?” 그러고 보니 최근 발표한 작품에서 그는 “집 한 채 세우는 데는 천지가 도와야 합니다/ 동량(棟樑) 만들어 일가(一家)를 이루는데 쉬워서야 되겠습니까”(‘시와 소금’ 2021년 봄호 중 ‘늙은 목수의 이야기’)라고 노래했다. 동량을 만들어 일가를 이루어 가는 어려운 도정을 두고 윤효 시인은 “세상의 이치를 한꺼번에 잡아 일필휘지하는 필력”이라고 의견을 주었다. 그렇게 시인은 시를 통해 “캄캄한 밤/ 염치불구하고 박차는 문/ 멀고 먼 해우소 가는 길에/ 드디어 터지는 오도송(悟道頌)”(‘멀고 먼 해우소’)을 얻어 갔다. 그에게 시는 형상 없는 그림이요, 그림은 형상 있는 시였던 셈이다. 시와 그림은 한 몸이고 한마음이라는 엄정한 사실이 체현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릇을 만들던 사기장(沙器匠)은 물레를 버리고 자유를 얻었습니다. 불상을 깎던 불모(佛母)는 만년에 자신이 만든 불상은 가짜라고 깨부수었다는 이야기. 나는 무애행(無碍行)에서 한 소식을 얻고자 희망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풍류까지 곁들여 있다면 비단 위의 꽃일 테고요.” 윤범모 시인은 자신의 예술관을 이렇게 피력한다. 불가적 깨우침과 치열한 삶의 탐구가 결속한 그의 시가 무애행으로 펼쳐질 것을 예감케 해 준 순간이었다. 덕수궁관 관람객이 대개 장년층일 거라는 나의 예측은 보기 좋게 날아갔다. 젊은층이 단연 많았기 때문이다. “원래 덕수궁은 중년 이상이 주된 층이었는데, 저도 놀랐죠. 새로운 변화로 매우 좋은 일입니다. 외국인들이 ‘다이내믹 코리아’를 미술관에서 느낀다고 합니다.” 오래전 이상은 그의 유작 ‘실화’(失花)에서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이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라고 썼다. 지금도 윤 관장은 ‘우리 것’이 중심에 서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를 꿈꾸면서 자신만의 비밀을 키워 가고 있을 것이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책꽂이]

    [책꽂이]

    왕정의 조건(김백철 지음, 이학사 펴냄) 김백철 계명대 사학과 교수가 조선 시대를 체계적으로 조망하고 왜곡된 역사관을 바로잡고자 쓴 역사서. 조선 왕정을 추동해 나간 이념 체계를 알아보고 국가의 실제 운영 방식에 주목한다. 저자는 한국이 고대에는 일본보다 더 강력한 국가상을 가졌다는 재야의 인식이 식민지 근대화론과 마찬가지로 제국주의 시대 왜곡된 관념이라고 지적한다. 489쪽. 2만 5000원.인공지능과 흙(김동훈 지음, 민음사 펴냄) 철학자의 시각에서 인공지능(AI) 시대 인문학이 물질과 감각에 주목한다는 점에 착안해 인류 역사 속 상상력이 어떻게 현실에서 재창조됐는가를 소개한다. 르네상스인들이 흑사병과 전쟁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현실을 딛고 일어선 과정, 로마 시대 화장품에서 마스크팩을 찾아낸 과정 등을 시대별로 짚어 봤다. 388쪽. 1만 8000원.섬Ⅰ·Ⅱ(이하림 지음, 무당거미 펴냄) 방송 PD 출신 이하림 작가가 페이스북에 올린 칼럼을 에세이집으로 펴냈다. 2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 혼돈의 시대, 인생사의 향수, 영화감독과 예술품에 대한 견해 등을 담고 있다. 1권 404쪽, 1만 5800원. 2권 344쪽, 1만 4800원.베르디 오페라(박종호 지음, 풍월당 펴냄) 클래식 음악 전문 출판사 풍월당 박종호 대표가 직접 쓴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삶과 오페라 이야기. ‘나부코’, ‘리골레토’, ‘아이다’ 등 유명 오페라 26편이 쓰인 시기와 배경, 동기를 이해할 수 있도록 베르디의 생애를 정리했다. 376쪽. 2만 3000원.살아있다는 달콤한 말(정영훈 지음, 모요사 펴냄) 혈액암 4기 판정을 받은 정영훈 KBS 기자가 자신의 투병 과정을 기록한 에세이. 6차례의 항암 치료 끝에 가까스로 생존한 저자가 ‘우리는 왜 몸과 마음이 온전할 때는 삶의 나날에 제대로 감사해하며 살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312쪽. 1만 6000원.누군가 아픈 밤(정인 지음, 호밀밭 펴냄) 노근리 평화상을 받은 정인 작가가 여성의 시각에서 해체되는 가족과 아픔을 다룬 소설집. ‘화마’, ‘누군가 아픈 밤’, ‘소리의 함정’, ‘아무 곳에도 없는’ 등 6편의 소설은 부부간 신뢰, 가족의 죽음, 혼혈 여성 등을 소재로 상처를 극복하려면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260쪽. 1만 4000원.
  • 신협, 지역 밀착형 사회공헌 5억원 지원

    신협 사회공헌재단은 지역 밀착형 사회공헌활동 ‘우리동네 어부바’에 5억원을 집행한다고 17일 밝혔다. 이 사업을 통해 오는 4∼11월 취약계층 어르신 돌봄과 지역민을 위한 인문학 교실, 다문화가정 아동 한국사능력자격증 지원, 취약계층 가정 무료 방문 한방진료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재단은 이외에도 111억원 규모의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 ‘전통문화 계승 강동’… ‘바위절마을 호상놀이’ 기록화

    ‘전통문화 계승 강동’… ‘바위절마을 호상놀이’ 기록화

    서울 강동구가 무형문화재 기록화 사업으로 전통문화 계승에 앞장선다. 강동구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0호인 ‘바위절마을 호상놀이’의 상여, 의류복장 등 장비·시설에 대한 정밀 현황 실측과 설계도서 작성을 통한 기록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10일 밝혔다. 바위절마을 호상놀이는 출상 전날 밤 선소리꾼과 상여꾼들이 빈 상여를 메고 상엿소리를 부르며 노는 놀이다. 이번 사업은 호상놀이 참여인력의 고령화, 장비 노후화 등을 고려해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의 전승·보존을 위해 추진하게 됐다. 기록화 사업대상은 쌍상여(부부) 2점, 만장기 20점, 의류복장 10점, 제반도구 10점 등이다. 구는 각종 사진 촬영과 호상놀이의 소리도 녹음할 예정이다. 호상놀이 재현행사 영상과 문화적 배경, 가치, 전승 실태 등에 대한 해설과 관련한 인문학적 자료는 서울시의 협조를 얻어 시가 2018년 제작한 ‘바위절마을 호상놀이’ 책자 일부를 담아 제작한다. 구는 현재 상여 등 장비에 대한 정밀실측과 설계를 마무리했다. 또 전문가의 자문·검토를 거쳐 5월쯤 인문학적 내용을 포함한 보고서를 제작·배포할 계획이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이번 기록화사업은 사라져가는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귀중한 향토문화유산의 보존 및 관리를 위해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문체부, 인문학 프로그램 운영 도서관·생활문화시설 공모

    문체부, 인문학 프로그램 운영 도서관·생활문화시설 공모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도서관 지혜학교’, ‘생활문화시설 길 위의 인문학’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도서관과 생활문화시설을 공개 모집한다고 10일 밝혔다. 올해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프로그램 운영 경험이 없는 작은 도서관 등이 지역 거점 도서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신청은 19일까지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누리집’(libraryonroad.kr)에서 할 수 있다. ‘생활문화시설 길 위의 인문학’은 올해 처음 도입한 인문 프로그램 공모 지원 시스템(inmun360.culture.go.kr/b2b)에서 사업 신청과 접수를 진행한다. 전국 문화의 집과 생활문화센터, 기초문화재단, 독립서점 등을 대상으로 31일까지 신청받는다. 지역 인문대학 강사 등이 도서관에서 참여형·토론형 인문심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도서관 지혜학교’를 운영할 도서관은 19일까지 전자우편(wisdom@kpipa.or.kr)으로 신청하면 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DBpia, 자체 연구자 지원사업 ‘아카루트’ 통해 신진연구자 지원

    DBpia, 자체 연구자 지원사업 ‘아카루트’ 통해 신진연구자 지원

    학술지 논문 투고 과정에서 겪는 신진연구자들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DBpia(디비피아)가 발 벗고 나섰다. 국내 대표 학술 플랫폼 DBpia는 ‘아카루트’와 손잡고 ‘젊은 연구자 논문 투고료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DBpia와 함께 학술 전문 기업 누리미디어에 속한 아카루트는 2020년 4월부터 논문 투고료 지원, 해외 논문번역 지원, 연구자 단체 지원 등 국내 학술 생태계를 위한 연구 지원 사업을 지속해 왔다. 아카루트는 아카데미(Academy)와 루트(Root & Route)의 합성어로 연구자들이 학술계에 뿌리를 내리고, 연구자로 나아가는 길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카루트가 단독으로 논문 투고료 지원 사업을 진행했던 지난해와 달리, DBpia와 힘을 합친 올해는 지원 규모와 학문분야가 늘어났다. 지원하는 연구자는 40명에서 70명으로 인문, 사회과학 분야로 제한됐던 학문분야는 자연과학, 공학, 예술체육에까지 확대됐다.이번 지원 사업 신청은 오는 3월 31일까지이며, 신청 자격은 한국연구재단 분류 기준으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예술체육 분야를 전공하는 석박사 대학원생 및 수료생과 박사학위 취득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비정규직 연구자들이면 가능하다. 이번 지원 사업의 자세한 신청 요강과 방법은 DBpia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학술지 논문 투고를 준비하는 한 대학원생은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할 때마다 심사비와 게재료 등을 납부하는 게 적잖은 부담이었다”며 “연구지원 사각지대에 지속적으로 관심갖는 DBpia의 이런 지원이 정말 반갑다”고 반색했다. 지원대상자로 선정된 연구자들은 단독 또는 제1저자로 집필한 논문이 KCI 등재지나 등재후보지 게재가 확정되면, 심사비와 게재료가 포함된 투고료 일체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단, 다른 기관에서 해당 학술지 투고료를 지원받지 않아야 한다. 이와 관련, DBpia 최순일 대표는 “DBpia는 독립연구자, 학문후속세대, 신진연구자 등 지원 사각지대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이번 지원사업도 DBpia의 오랜 노력의 일환이다”라며, “논문 투고료 지원사업을 통해 학문후속세대 등 신진연구자들의 발돋움에 기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학술콘텐츠의 발굴과 학술 커뮤니케이터로 활약하는 기업인 누리미디어는 국내 대표 학술플랫폼 DBpia를 비롯, 한국학 전문 지식콘텐츠 KRpia, 연구 지원사업 아카루트를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QAIST 전략으로 카이스트 새 50년 이끌 것”

    “QAIST 전략으로 카이스트 새 50년 이끌 것”

    “섬기는 리더십으로 카이스트에 새롭고 따뜻한 변화를 일으키겠다. ‘교육, 연구, 국제화, 기술사업화, 신뢰’(QAIST)라는 5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난달 23일부터 업무를 시작한 이광형(67) 카이스트 제17대 총장이 8일 카이스트 대전 본원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참석자를 최소화하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실시간 중계된 이날 취임식에서 이 총장은 “카이스트는 앞으로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찾아 정의하고 해결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대한민국 번영을 위한 글로벌 가치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미래 50년을 위한 카이스트 신문화 전략’으로 ‘QAIST’를 제시했다. 교육(Question), 연구(Advanced research),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 기술사업화(Start-up), 신뢰(Trust)라는 다섯 가지 혁신전략을 통해 글로벌 선도대학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다. 교육혁신은 인문학을 포함해 학과 간 경계 없는 융합교육으로 글로벌 창의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1랩 1독서 운동’, 연구혁신은 무엇을 연구할지 스스로 정의하기 위해 연구실마다 세계 최초의 것을 시도하자는 ‘1랩 1최초 운동’을 제안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2000년 초 SBS 드라마 ‘카이스트’를 쓴 송지나 작가, 이 총장의 제자로 알려진 김정주 NXC 대표가 직접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AI 교육·소외계층 지도… 평생학습프로그램 함께할까요

    AI 교육·소외계층 지도… 평생학습프로그램 함께할까요

    서울 영등포구가 4차 산업 관련 프로그램, 학습 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 등 지역특성화 평생학습프로그램을 함께 추진할 평생학습기관을 찾는다고 3일 밝혔다. 지역특성화 평생학습프로그램의 기본 방향은 사회적 쟁점, 전문 분야 역량 강화 등 주민 요구를 고려한 특성화 프로그램이다. 영등포구는 매년 지역특성화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지원해 왔다. 지난해에는 ▲책놀이 지도사 양성과정 ▲청소년 독서멘토 양성과정 등 5개 기관의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올해 공모 분야는 크게 일상학습과 전환학습 2가지다. 일상학습 분야로는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한 시민회복 프로그램(심리·정서 관련 및 공동체 의식 함양, 인문학적 교양·상식·문학·역사·철학 관련 교육 등이 해당) ▲다문화·장애인·미혼모 등 학습 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공모한다. 전환학습 분야에서는 ▲커리어 개발 프로그램(전문가 양성 및 공인·민간자격증 과정 등) ▲인공지능(AI) 및 4차 산업 분야 교육 등 미래사회 시민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다. 신청은 4일부터 5일까지다. 대상은 평생교육법 및 타 법령에 따라 설립된 지역 평생교육기관 또는 비영리민간단체다. 예산은 기관당 100만원에서 600만원까지 신청이 가능하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평생 누리는 배움의 기쁨이 지역사회와 구민의 발전과 성장을 담보할 것”이라며 “구민 누구나 배우고 꿈꾸는 평생학습도시 탁 트인 영등포를 만들어 가기 위한 지역 평생학습기관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아름다움과 악마성은 같은 것”… 포르노그래피 예술이 되다

    “아름다움과 악마성은 같은 것”… 포르노그래피 예술이 되다

    사드마조히즘·동성애 등 논쟁적 대상 절묘한 대비·채광 활용해 예술적 승화 20세기 후반 논란의 중심에 섰던 미국 현대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의 국내 첫 개인전 ‘모어 라이프’(More life·보다 나은 삶)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뉴욕에서 태어나 프랫인스티튜트에서 회화와 조각을 전공한 그는 1970년대 초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큐레이터의 권유로 사진을 시작해 패션 화보와 초상 사진, 정물 연작 등에서 탁월한 예술적 감각을 선보여 호평받았다. 동시에 당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던 흑인 남성 누드와 동성애, 사드마조히즘 같은 첨예한 주제를 파격적으로 다뤄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이 됐다. 이번 전시에선 그가 남긴 2000여점의 작품 가운데 100여점을 소개한다. 1970년대 펑크록 스타로 메이플소프의 연인이자 뮤즈였던 패티 스미스의 사진, 할리우드 배우 리처드 기어와 소설가 트루먼 카포티 등 유명인의 초상, 은유화한 꽃 사진 등과 아울러 극단적인 성적 표현으로 외설 시비를 불러일으킨 ‘X 포트폴리오’ 연작도 걸렸다. 40여년이 흐른 지금 시점에서도 ‘19금’ 수준인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으나 갤러리 측은 별도로 관람에 제한을 두지는 않았다. 대신 ‘X 포트폴리오’를 포함해 성적 표현의 수위가 높은 작품들은 2층 전시장에 따로 공개하고, 계단 입구에 안내문을 게시해 관객이 스스로 관람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메이플소프는 사회적 관습과 규범에 두려움 없이 맞선 문화 전사였지만 사진 미학에 있어서는 극한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추구한 탐미주의자였다. 절묘한 대칭과 대비, 치밀하게 계산된 채광으로 빚어낸 깊이 있는 흑백 사진들은 그만이 구축할 수 있는 독자적인 예술세계임이 분명하다. 마주 보는 두 송이의 튤립을 마치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처럼 표현한 ‘두 송이 튤립’(Two Tulips), 인간의 양면성을 조롱하듯 겉과 속이 다른 수박에 날카로운 칼날을 내리꽂은 ‘워터멜론 위드 나이프’(Watermelon with knife) 등은 치명적으로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용우 서강대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피사체의 본질을 꿰뚫는 찰나를 포착해 완벽한 서사성으로 펼쳐냈다”고 표현했다.메이플소프는 생전 “나는 포르노그래피를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았다”고 당당히 말했다. 또한 “아름다움과 악마성은 같은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편견과 금기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양가적 미학을 추구한 그의 예술 세계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논란의 대상이 된 작품들을 실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도 같은 제목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65년 출판 외길 동서문화사 고정일 대표 별세

    65년 출판 외길 동서문화사 고정일 대표 별세

    1956년 창립 이후 학술·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발행해온 고정일 동서문화사 대표가 지난달 27일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81세. 동서문화사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가족들만 참석한 가운데 고인의 장례 절차를 진행했다고 2일 밝혔다. 1940년생인 고인은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비교문화학을 전공했다. 1952년 서점 겸 출판사인 영창서관에 소년 사원으로 입사한 뒤 동서문화사를 창업해 65년 동안 출판사를 운영했다. 1956년 12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스토아학파를 대표하는 철학자 세네카의 ‘지혜와 사랑’을 처음 출간했다. ‘대망’, ‘한국문학전집’, ‘세계문학전집’, ‘한국세계사상전집’, ‘동서문고’, ‘그레이트북스’, ‘한국세계대백과사전’ 등 5000여종을 발간해왔다. ‘사상계’의 장준하 사장 유지를 이어 1977년에는 동인문학상을 부활, 운영위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이를 통해 1979년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부터 전상국, 오정희, 이문열, 김원일, 정소성 등 한국현대문학 대표작가들이 배출됐다. 한국서적협회 운영위원장, 대한출판문화협회 이사·감사 등을 지냈다. 문교부우수도서상·한국출판문화상·한국독서대상 등도 받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편견과 금기에 도전한 논쟁적 사진가 메이플소프 국내 첫 전시

    편견과 금기에 도전한 논쟁적 사진가 메이플소프 국내 첫 전시

    20세기 후반 논란의 중심에 섰던 미국 현대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의 국내 첫 개인전 ‘모어 라이프’(More life·보다 나은 삶)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뉴욕에서 태어나 프랫인스티튜트에서 회화와 조각을 전공한 그는 1970년대 초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큐레이터의 권유로 사진을 시작해 패션 화보와 초상 사진, 정물 연작 등에서 탁월한 예술적 감각을 선보여 호평받았다. 동시에 당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던 흑인 남성 누드와 동성애, 사드마조히즘 같은 첨예한 주제를 파격적으로 다뤄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이 됐다. 이번 전시에선 그가 남긴 2000여점의 작품 가운데 100여점을 소개한다. 1970년대 펑크록 스타로 메이플소프의 연인이자 뮤즈였던 패티 스미스의 사진, 할리우드 배우 리처드 기어와 소설가 트루먼 카포티 등 유명인의 초상, 은유화한 꽃 사진 등과 아울러 극단적인 성적 표현으로 외설 시비를 불러일으킨 ‘X 포트폴리오’ 연작도 걸렸다. 40여년이 흐른 지금 시점에서도 ‘19금’ 수준인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으나 갤러리 측은 별도로 관람에 제한을 두지는 않았다. 대신 ‘X 포트폴리오’를 포함해 성적 표현의 수위가 높은 작품들은 2층 전시장에 따로 공개하고, 계단 입구에 안내문을 게시해 관객이 스스로 관람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메이플소프는 사회적 관습과 규범에 두려움 없이 맞선 문화 전사였지만 사진 미학에 있어서는 극한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추구한 탐미주의자였다. 절묘한 대칭과 대비, 치밀하게 계산된 채광으로 빚어낸 깊이 있는 흑백 사진들은 그만이 구축할 수 있는 독자적인 예술세계임이 분명하다. 마주 보는 두 송이의 튤립을 마치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처럼 표현한 ‘두 송이 튤립’(Two Tulips), 인간의 양면성을 조롱하듯 겉과 속이 다른 수박에 날카로운 칼날을 내리꽂은 ‘워터멜론 위드 나이프’(Watermelon with knife) 등은 치명적으로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용우 서강대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피사체의 본질을 꿰뚫는 찰나를 포착해 완벽한 서사성으로 펼쳐냈다”고 표현했다.메이플소프는 생전 “나는 포르노그래피를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았다”고 당당히 말했다. 또한 “아름다움과 악마성은 같은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편견과 금기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양가적 미학을 추구한 그의 예술 세계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논란의 대상이 된 작품들을 실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도 같은 제목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책 정거장’ 활성화… 주민 소통 늘리는 구로

    ‘책 정거장’ 활성화… 주민 소통 늘리는 구로

    작은도서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구로구가 주민들이 좀 더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구로구는 작은도서관을 활성화하고 책 순환을 통해 도서관과 주민이 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책 정거장’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 ‘책 정거장’은 주민이 가정에서 보지 않는 책을 가까운 동 새마을 작은도서관(구로3동·개봉1동 제외)에 가져오면 구청이 책값의 50%(최대 1만 5000원) 가격으로 구매해 지역의 작은도서관, 북카페 등에 기증하는 도서 순환 시스템이다. 구매 대상 도서는 행사일 기준, 발행일로부터 12개월 미만의 신간 도서다. 다만 파손되거나 기증·증정용 표기가 있는 책, 문제집이나 수험서 등은 제외된다. 구로구는 올해 책 정거장 활성화를 위해 운영시기를 3월에서 2월로 한 달 앞당겼다. 판매 한도도 1인당 1회 최대 3권에서 5권으로 확대하고 연간 구매 상한제도도 폐지했다. ‘구로의 책’으로 선정된 도서는 기존대로 판매 제한이 없다. 이와 함께 구로구는 오는 15일부터 6월 3일까지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해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프로그램은 시민참여, 가치성장, 동아리공유, 구로인생학교 등 4개 분야 19개 강좌로 구성된다. 인문학을 배울 수 있는 구로인생학교는 성공회대학교와 손을 잡고 ▲건축으로 보는 세계문화여행 ▲우리 민화 이야기 ▲디지털미디어시대의 읽기와 쓰기 ▲일상스트레스 관리법 ▲읽기만하면 내 것이 되는 한 페이지 미술 ▲기술의 발전과 커뮤니케이션 변화 등으로 구성되 주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ICT·뇌건강·승마… ‘노원평생시민대학’ 개설

    ICT·뇌건강·승마… ‘노원평생시민대학’ 개설

    주민들의 평생학습을 위해 지역 대학들과 협력해 프로그램을 마련한 서울 노원구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노원구는 구민의 평생학습 증진을 위해 지역 내 7개 대학과 협력해 ‘노원평생시민대학’을 운영한다고 28일 밝혔다. 참여대학은 광운대, 삼육대, 서울과학기술대, 서울여대, 육군사관학교, 인덕대, 한국성서대다. 노원평생시민대학은 3월에 접수하며 4월부터 총 57개 강좌를 시작한다. 청소년, 직장인, 노인, 장애인 등 다양한 수요층에 맞춰 강의를 구성했다. 자격증 취득을 위한 전문가 과정도 개설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광운대는 ‘청소년, 청년’ 수강생에 중점을 둔 교과과정을 준비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미래기술을 집중적으로 교육하기 위해서다. 삼육대는 테니스와 스쿼시를 활용한 건강체육 분야의 강의를, 서울과기대는 뇌 건강 증진과 치매 조기예측·예방 교육 과정을 제공한다. 서울여대는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자유인생학교’ 2개 과정을 개설한다. 육사는 승마, 국궁 등을 포함한 건강체육 분야와 인문교양학 등 다양한 강좌를 운영한다. 인덕대는 인생이모작 설계, 창업교육 등 신중년의 건강한 새 출발을 지원하는 강좌에 중점을 뒀다. 성서대는 장애인을 위한 신체건강 지원 교육과 장애자녀 부모를 대상으로 한 강좌를 개설해 눈길을 끈다. 노원구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수강료는 1만원 또는 무료로 운영할 예정이다. 세부사항은 노원평생교육포털을 참조하면 된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구민들을 위해 같은 뜻으로 참여해 준 대학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100세 시대를 맞아 평생 배움의 기회가 있는 노원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비판이 잠든 순간 독재가 깨어난다

    비판이 잠든 순간 독재가 깨어난다

    체제 유지 성공 독재자 8명 분석언론 장악·진실 왜곡·미화 작업반대파마저 거짓 숭배 동참하며불신·감시·충성 경쟁만 남게 돼 비판·바른 조언만이 독재자 위협1994년 7월 8일 김일성이 사망하자 그의 거대한 동상이 서 있는 만수대에 모인 북한 주민들은 마치 경쟁하듯 슬퍼했다. 가슴을 손으로 마구 내리치며 비통해하는 이들도 있었고, 심지어 졸도해 쓰러지기도 했다. 이들의 눈물은 진짜였을까. 프랑크 디쾨터 홍콩대 인문학 석좌교수의 ‘독재자가 되는 법’은 효과적으로 체제를 유지한 8명의 독재자를 분석한다. 이들은 무솔리니,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 뒤발리에, 차우셰스쿠, 멩기스투다. 권력을 얻은 자들 대부분이 피비린내 나는 숙청, 교묘한 속임수, 혹은 각개 격파로 정적을 제거했다. 저자는 이런 방법에 관해 “일시적이나마 권좌를 유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이 독재자들에게서 보통의 권력자들과 결정적인 차이를 찾는다. 바로 강력한 개인숭배다. 저자는 독재자들이 개인숭배를 받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우선 언론 장악이 필수다. 무솔리니는 로마 진격 직후 반대 목소리를 내는 신문사의 인쇄기부터 파괴하고, 자신에게 호의적인 언론에 막대한 자금을 줬다. 나팔수 언론은 무솔리니를 영웅으로 추켜세웠다.진실을 왜곡하고 독재자를 미화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예컨대 히틀러에게는 전속사진가인 하인리히 호프만이 있었다. 히틀러의 신봉자인 요제프 괴벨스 나치스 선전장관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때론 외국인을 끌어들여 대외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다. 마오쩌둥은 기자 에드거 스노를 초대해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혁명가로서 각색한 이력을 들려줬다. 스노가 1937년 출간한 ‘중국의 붉은 별’에는 마오쩌둥이 독서광이자 천재인 데다가 탁월한 군사·정치적 전략가라는 내용이 담겼다. 독재자를 미화하고 찬양한다고 국민들이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는다. 개인숭배를 거부하거나 비판하는 이들에게 가혹한 폭력을 가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저자는 특히 “개인숭배를 시키는 목적은 설득이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측근이건 반대파건 독재자를 칭송하도록 해 모두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게 핵심이었다. 개인숭배를 거부하면 숙청당하기 때문에 거짓으로라도 따라야 한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 없게 되면, 반대파는 독재자에게 반대하는 공모자를 찾아내기 어렵다. 결국 서로를 불신하고 감시할 수밖에 없고, 독재자를 향한 충성 경쟁에 매달리게 된다. 독재자의 말로는 한결같이 비참하다. 자신을 반신이라 믿었던 히틀러는 자살했고, 차우셰스쿠는 생방송 도중 야유와 함께 순식간에 몰락했다. 나라 곳곳에 세운 스탈린 동상은 성난 시민들에 의해 내동댕이당했다.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북한 주민들이 슬퍼한 까닭은 슬퍼서가 아니라 비밀경찰들이 이들을 감시하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권력자를 무조건 옹호하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그의 눈은 멀게 마련이다. 이른바 ‘문빠’나 ‘대깨문’ 같은 단어가 섬뜩하게 들리고, ‘대통령의 괴벨스’를 자처하는 이들의 득세가 우려스런 이유다. 독재자가 생겨나는 것을 막는 장치는 결국 비판이다. 권력자 주변에 바른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사라지면 아첨꾼만 남는다. 성난 국민이 혁명을 일으키고 권력자를 끌어내리는 일, 우린 이미 몇 차례 겪었다. “결국 독재자에게 가장 큰 위협은 국민과 독재자 자신”이라는 저자의 마지막 말이 특히 와닿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시론] 영혼으로 빚은 문학, 표절은 범죄다/이광복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소설가

    [시론] 영혼으로 빚은 문학, 표절은 범죄다/이광복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소설가

    최근 충격적인 표절 사건이 발생했다. 어느 부질없는 청년이 다른 사람의 작품을 베껴 무려 다섯 군데 문학상을 받아 낸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본인의 양심과 심사위원 눈을 속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되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파렴치한 역대급 범죄 행각이다. 저작권을 침해하고, 저작권법 자체를 몰각했다. 표절 당사자는 정식으로 등단한 기성 문인이 아니다. 문학단체의 회원도 아니다. 그는 본격적인 문학작품 창작과는 관계없이 문학상 상금을 노리고 그런 해악을 저질렀다. 문학이 뭔가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런 범죄를 자행할 수가 없다. 문학은 본래 고뇌와 성찰의 산물이다. 뼈를 깎고 피를 말리는 고통 없이는 좋은 작품을 창작할 수가 없다. 그래서 흔히 문예 창작 과정을 일컬어 형극의 길이라고도 한다. 기절초풍할 이번 표절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국내외 많은 문인들이 혀를 내두르며 땅이 꺼져라 장탄식을 자아냈다. 필자 역시 얼마 동안 억장이 무너지는 실의와 허탈에 사로잡혔다. 분노를 금할 길 없었다. 이 사건은 신성한 문학을 욕되게 했고, 많은 문인들의 명예와 자존심에 찬물을 끼얹었다. 하기야 표절 시비는 오래전부터 종종 불거졌다. 학술논문·음악·미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이른바 ‘베껴먹기’가 들통나곤 했다. 그동안 국무총리와 장관 등 고위 공직 후보자들이 국회 청문회에서 논문 표절로 줄줄이 낙마했다. 특히 문학 부문에서 표절 문제가 발생하면 사회적 파장이 더욱 크다. 문학이야말로 다른 분야와는 달리 창작을 생명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표절 사건도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심각한 우려를 자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인 것은 우리 기성 문단의 경우 표절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정통 문인들은 문자 그대로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주옥같은 작품을 창작하고자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 문인들의 사전에는 표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의 자부심이다. 반면 극소수 사이비 문학청년과 좀벌레나 독버섯 같은 철부지들이 문학상 현상 공모와 작은 공명심에 눈이 멀어 문단과 세상을 어지럽힐 뿐이다. 이는 마치 미꾸라지 한두 마리가 온 강물을 다 흐려 놓는 경우와 같다. 그들의 표절 방법은 다양하다. 남의 작품을 통째로 베끼는가 하면 뭉텅뭉텅 떼어다가 짜깁기도 하고, 시의 경우 기존의 작품을 도용해 슬쩍슬쩍 낱말을 갈아 끼우는 수법도 있다. 그런가 하면 시를 대중가요 가사나 그 밖의 다른 용도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최소한의 문학적 소양조차 갖추지 못한 그들에게는 오직 문학상의 현상 고료, 즉 얼마간의 돈만이 ‘먹잇감’으로 보일 뿐이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처럼 혼탁해졌을까. 양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사회. 인문학의 중심인 문학을 도외시하고 ‘돈이면 그만’이라는 황금만능주의가 판을 치다 보니 양심까지 송두리째 팔아먹는 이런 풍조가 나타났다. 우리는 지금 이렇듯 가치관이 전도된, 문학의 본질조차 훼손되는 우스꽝스런 시대에 살고 있다.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그렇다면 표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혹자는 하기 쉬운 말로 심사위원의 책임론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것은 설득력이 없다. 신이 아닌 이상 심사위원이라고 해서 표절을 족집게처럼 집어 낼 수는 없다. 표절은 남몰래 일어나는 행위여서 근원적으로 예방하기도 어렵다. 이는 경찰이나 검찰이 있어도 범죄를 근절하지 못하는 이치와 같다. 일각에서는 문학상 공모 폐지를 주장하지만, 이 또한 옳은 처방이 아니다.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다. 인간성 회복을 위해서라도 문학상 공모는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대책은 딱 한 가지밖에 없다. 저작권법을 개정하든, 새로운 입법을 통해서든 제재와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지금까지는 표절이 적발돼도 유야무야 넘어가곤 했다. 도둑을 잡아 놓고서도 단죄하지 않으면 재발을 막기 어렵다. 악행에는 엄벌이 묘약이다. 표절이 발각될 경우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확실한 경종을 울리는 게 상책이다. 법적으로 죄과를 따져 물을 때에는 반드시 죄질을 살펴보게 마련이다. 또 단순 절도죄 중에는 생계형이라는 것도 있다. 하지만 표절은 어떤 경우에라도 정상을 참작할 여지가 없다. 남의 영혼이 빚어낸 소중한 문학작품을 훔쳐서 ‘자기 것’으로 가로채는 표절. 그 행위가 얼마나 중대한 범죄인가를 인식한다면 마땅히 강력한 사법적 응징으로 그 뿌리를 뽑아야 할 것이다.
  • 삼양그룹 양영·수당재단, 장학금 수여

    삼양그룹이 운영하는 양영재단, 수당재단이 전국 대학생 및 대학원생 88명에게 장학금 8억 3300만원을 수여했다고 22일 밝혔다. 올해부터는 학습 지원비까지 더해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돕는다. 대상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학생들로 각 학교의 추천을 받아 선정했다.삼양그룹은 ‘꿈을 이룰 기회를 제공한다’는 철학에 따라 두 장학재단을 통해 장학사업, 기초과학·인문학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권정선 경기도의원, 제9회 샘터문학상 공모전 시부분 신인문학상 수상

    권정선 경기도의원, 제9회 샘터문학상 공모전 시부분 신인문학상 수상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권정선 의원(더불어민주당·부천5)이 지난 20일 샘터문학이 주최하는 제9회 샘터문학상 공모전에서 시 부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신인문학상 당선은 작가로 등단을 알리는 통과의례란 점에서 현역 정치인이 시인으로 등단하는 이색적인 진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권 의원은 지난해 샘터문학상 공모에 ‘벌초(엄니의 작은집)외 4편’을 응모해 당선됐으며, 수상작 ‘엄니의 작은집’은 부모님에 대한 자전적 추억을 서술한 서정시로 권 의원의 부모님에 대한 애달픈 마음을 담았다. 수상에 대해 권 의원은 “뜻밖의 수상소식에 살아생전 자식이라면 벌벌 떠시던 부모님이 더욱 그립고 보고 싶어졌다”며 “아버지가 쉴새 없이 구해주셨던 책에서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고, 어머니의 삶의 모습은 화수분 같은 시상을 가져다 주셨다. 앞으로도 글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쓰고, 숨 쉬는 일상 하나하나를 기록해 나가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이날 시상식은 당초 작년 말에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시상식이 미뤄져오다 해가 바뀐 20일 중랑문화원에서 수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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