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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 가진 AI 나올까… ‘스스로를 관찰하는 능력’ 탑재에 달렸다 [서울미래컨퍼런스 2023]

    ‘마음’ 가진 AI 나올까… ‘스스로를 관찰하는 능력’ 탑재에 달렸다 [서울미래컨퍼런스 2023]

    인간의 뇌 환경 따라 계속 변화AI는 닫힌 세계를 전제로 학습집단적 무의식 구현도 큰 숙제문명도 인류 공통 기억 결과물 “인간이 자기 자신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능력입니다. 인공지능(AI)에도 스스로를 관찰하는 능력을 탑재할 수 있을지가 인간의 마음을 구현하는 중요한 요건이 될 것입니다.”뇌영상기술을 이용한 정신질환 연구의 권위자인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뇌인지과학과 교수)가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 서울미래컨퍼런스’에서 ‘AI는 인간과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아직 대답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닫힌 세계를 가정한 AI의 한계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간 뇌의 가소성을 비교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환자들과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견해를 풀어내자 청중들은 귀를 기울였다. 권 교수는 챗GP T 등 생성형 AI의 등장에 따라 사회가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데이터를 제공받아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은 개방된 환경에서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반해 AI는 닫힌 세계를 전제로 학습을 수행하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마음에 대해선 “1000억개의 신경세포와 1000조개의 시냅스로 구성된 뇌는 상상하기 어려운 구조이고 사람이 살아가는 내내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가소성이 있다”며 “AI가 주위의 환경을 평가할 수는 있겠지만 스스로를 관찰하는 것은 인간 고유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무의식뿐만 아니라 심리학자 융이 말한 집단적 무의식을 AI가 어떻게 접근해 구현할 수 있을지도 커다란 숙제”라고 덧붙였다.권 교수와 함께 ‘인간과 AI+ 마음과 실존의 경계’ 세션 연사로 나선 김재인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인간의 고유함을 기계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등장하지만 인간은 도서관이자 학교라고 정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서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와 ‘AI 빅뱅’ 등에서 인문학과 AI의 관계를 탐구해 온 김 교수는 ‘철학이 바라보는 인간 마음의 고유함’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마음이 그릇과 같은 실체에 담겨 있다는 일반적인 접근과는 달리 몇몇 철학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의 활동으로 규정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김 교수는 “구석기 시대의 석기는 최소 6단계의 연속된 작업을 처음으로 발견한 최초 제작자가 동료에게 전수하고 이 기술이 후세에 이어진 결과”라며 “현재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이기도 개별적인 결과물이 아닌 축적된 인류의 공통 기억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도서관이자 학교인 공통의 기억에 도움을 받고 보태는 것이 인간”이라고 말했다. 두 연사는 인간의 몸을 구현한 로봇에 AI를 장착한 ‘인간형 AI 로봇’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도 몸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의 의미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권 교수는 “뇌는 신체가 없이는 인간의 마음과 같은 것을 형성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생명체와 무생물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또 다른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 AI가 바꾸는 세상, 기술이 만드는 불평등… 해법은 ‘인간’에 있다 [서울미래컨퍼런스 2023]

    AI가 바꾸는 세상, 기술이 만드는 불평등… 해법은 ‘인간’에 있다 [서울미래컨퍼런스 2023]

    신기술 사용 여부 따라 개인차 커사회과학·인문학·법률 등 전문가개발 단계부터 팀 이뤄 문제 예방AI기술 사용에 사회적 합의 필요인간, 모든 의사결정 책임자 돼야AI 지배 사회 예방할 제도 마련도 2019년 과학저널 ‘사이언스’엔 미국의 의료 분야 인공지능(AI)이 흑인을 차별하게 된 사례가 논문으로 게재됐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인 미국 흑인들은 아파도 건강한 백인보다 의료비를 덜 쓴다. 논문에 따르면 이런 통계에 따라 ‘의료비 지출액이 많을수록 위험한 환자’라는 잘못된 기준이 알고리즘에 적용돼 흑인보다 백인에게 의료 프로그램 추천이 빈번한 현상이 나타났다. AI가 세상을 바꾸지만 누군가는 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소외될 수 있다.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 서울미래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자인 제임스 랜데이(인간중심AI 연구소 부소장)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와 정재승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차별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데에 공감하고, 인간을 보다 존중하고 평등하게 하는 AI를 개발해 사용하기 위한 방법론에 관해 대담했다. 기술 발전이 초래하는 양극화는 기존 사회문제보다 심각하다. 랜데이 교수는 기조연설 중 “AI가 발달하면서 방사선사라는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던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의 예측은 틀렸다”며 “방사선사라는 직업이 아니라 AI를 사용하지 못하는 방사선사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도 토론에서 이 부분을 언급하며 “예를 들어 뇌에 캡슐을 삽입해 기억력을 강화하고 학습 효율을 높이는 여러 가지 기술이 등장하게 될 것 같다”며 “20~30년 뒤 이 기술을 사용한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이 같이 입시나 취업, 고시를 치르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 진행을 맡은 이정혜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벌써 ‘챗GPT’를 빠르게 활용하는 사람들은 시험이나 숙제에 활용한다”며 “사회적으로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기술로부터 발현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랜데이 교수는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AI의 개발 단계부터 각 분야 전문가가 팀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 전문가와 디자이너도 필요하지만 사회과학과 인문학 쪽 사람들도 필요하며 작업하는 분야에 따라 의학, 법률, 환경 관련 전문가가 필요할 수 있다”면서 “이런 팀원들은 처음부터 진정한 파트너가 돼야 하고 나중에 안전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게 아니라 만들 때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을 어디에 쓰느냐보다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학생들과 연구하는 정 교수는 “AI 기술은 어느 순간 부작용이 생겨서 금지하거나 누군가가 룰을 만들어서 규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기술을 어떤 곳에서는 사용해도 되고 어떤 곳에서는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시민들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토론에서 “AI가 점점 똑똑해지면서 그 영향을 받아 의사를 결정하는 사람이 의사 결정의 주체가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며 “진짜 의사 결정의 주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랜데이 교수는 “인간이 책임자가 돼야 하며 아주 사소한 결정을 제외한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사람의 건강과 고용 안정에 영향을 미치고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결정엔 사람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 교수는 “책임은 인간이 지겠지만 결국 우리가 검색어를 입력하고 추천 목록의 맨 위의 것을 선택하듯 AI가 제시한 결과값만 따르는 문화가 생기게 될 것”이라며 “AI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처럼 우리를 멸종시키려 하기보다 어느새 우리 사이에 들어와 사실상 사회를 지배하는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제도를 만들고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 당신은 나에게 적인가 친구인가…‘우정’에 관한 인문학적 상상력

    당신은 나에게 적인가 친구인가…‘우정’에 관한 인문학적 상상력

    국어사전에서는 ‘우정’을 ‘친구 사이의 정’이라고 간단히 정의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람과의 관계와 감정을 간단히 정의 내리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현대인은 소셜미디어(SNS) 덕분에 이전과 비교해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람과 관계를 갖는다. 그렇지만 온라인과는 달리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사람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거와 같이 우정을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인문 잡지 ‘한편’ 12호는 ‘우정’을 에세이와 비평, 문학적 접근부터 동물행동학, 사회인류학, 문화연구, 철학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파헤쳤다. ‘한편’은 주제 하나를 정해 다양한 측면에서 같음과 차이를 조명하고 있는 잡지다. 평론가 이연숙은 ‘비(非)우정의 우정’이라는 글을 통해 친구면 친구, 연인이면 연인이라는 식으로 정해진 역할을 구분하는 것은 사회적 압력이라고 말한다. 대신 저자와 독자의 관계에서처럼 서로를 모르면서도 공통적인 것으로 묶일 수 있는 관계까지도 우정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연숙은 “‘비우정의 우정’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너를 얼마나 아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함께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한다.그런가 하면 동물인지행동학자 김예나에게 우정은 나와 다른 종과 관계를 맺는 방법과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털 고르기를 하는 시간’이라는 글에서 김예나는 동거 중인 개, 연구소에서 만난 침팬지의 이야기를 꺼내며 우정의 바탕이 되는 공감은 인간이든 동물이든 상대방의 상황을 알아가는 일이라고 말한다. 상대가 보내는 신호를 정확히 파악하려고 애쓰는 과학적 태도가 사랑과 우정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적과 친구를 구분하는 ‘우정’은 정치에서 고전적인 개념이기도 하다. 식민지 조선 문학 연구자 김경채와 사회인류학자 이경빈, 정치평론가 김민하는 극한의 갈등에 빠진 현실에서 우정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개인과 관계에서 집단 간, 국가 간 관계로 확장해 논의한다. 김민하는 ‘정치에서 우정 찾기’라는 글을 통해 민주주의가 좌절되는 이유를, 우정을 파탄에 빠뜨리는 온라인 환경에서 찾는다. 내전 상황을 방불케 하는 SNS에서 극성 지지자들은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정치인들은 지지자들 눈치를 보느라 합의에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온라인 세계의 진영 싸움은 실제 문제와 무관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김민하는 다세대주택에서 막힌 하수구를 건물 사람들과 함께 뚫으려고 애쓴 경험을 들려주며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을 향한 우애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김민하는 “사회 구성원 전체에 대한 우정인 우애가 작동한다면 왜곡된 자유와 평등의 의미도 바로잡을 수 있다”라면서 “민주주의는 나만큼 남을 사랑할 수 있어야, 즉 연대의 정신이 일반적으로 실천되어야 사회 전체를 위한 해법이 도출될 수 있고 그래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 충장축제 등 광주 특색자원 5곳 ‘지역문화매력 100’ 선정

    충장축제 등 광주 특색자원 5곳 ‘지역문화매력 100’ 선정

    광주시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로컬100(지역문화매력100)’에 광주충장축제와 비엔날레 미디어파사드 등 5곳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로컬100’은 문체부의 ‘지방시대 지역문화정책 추진전략’에 따라 지역대표 유·무형 문화자원을 선정, 2년간(2023~2024년) 국내외에 집중 홍보하기 위해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이다. 광주에서는 ▲광주 추억의 충장축제·광주버스킹월드컵(동구) ▲남도달밤야시장(동구) ▲인문학축제 굿모닝! 양림(남구) ▲비엔날레 미디어파사드(북구) ▲별밤미술관(광산구) 등 5개가 선정돼 2년동안 국내외 홍보 혜택을 받게 된다. ‘로컬100’은 전국 지자체와 국민발굴단이 추천한 1000여곳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분석 및 전문가 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선정 결과는 문체부 공식인스타그램(mcstkorea)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광주 추억의 충장축제’는 광주의 번화가인 충장로·금남로의 특성을 살린 글로벌 거리 축제이며, 광주버스킹월드컵은 충장축제 기간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버스킹 공연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전국 야시장 가운데 최초로 선정된 ‘남도달밤야시장’은 단순 먹거리와 벼룩시장(플리마켓)으로 국한된 전통시장 야시장의 한계를 넘어 예술작가 참여, 자체 체험콘텐츠 등 놀이동산형 야시장 축제로 매회 1만명 이상 방문하는 등 호남 최대의 야시장으로 자리잡았다. ‘인문학축제 굿모닝!양림’은 인물·공간·콘텐츠를 활용한 전시·인문학 강의·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양림동 내 문화관광자원인 우일선교사사택·양림미술관 등과 연계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비엔날레 미디어파사드’는 유네스코 지정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만의 다양한 미디어아트 전시회를 개최해 문화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빛의 도시 광주만의 차별화된 야간 경관을 조성하고 이와 연계한 문화예술행사를 상설화했다. ‘별밤미술관’은 도심지 공원 5곳에 야외 전시공간을 구성, 시민의 일상 생활반경 내에서 시각예술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도록 기획한 공간이다. 송영희 문화유산과장은 “광주의 특색있는 문화자원이 지역문화매력 100선에 선정됨으로써 지역을 넘어 국내외에 홍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로컬100 기차여행 등 다양한 홍보채널을 활용해 ‘꿀잼도시 광주’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올해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 광주 ‘동구 인문학당’

    올해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 광주 ‘동구 인문학당’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과도기의 건축 양식을 잘 보여주는 광주 동구의 ‘동구 인문학당’이 올해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상(대통령상)에 선정됐다. 1954년 지은 건축물은 한국·일본·서양의 건축양식이 고루 섞여 있다. 2020년 당시 광주 동구에서 공영주차장을 조성하려 매입했지만, 전문가의 의견과 시민의 보존 요구를 받아들여 인문·문학 공간으로 거듭났다. 심사위원회는 지역주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최우수상(국무총리상)에는 서울 용산구 신흥시장의 노후화된 환경을 개선한 클라우드가 수상한다. 채광과 환기를 개선한 아케이드로, 기존 시장을 밝은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밖에 서울 동작구 벙커 대방 청소년 문화의 집이 거리마당상, 전북 부안예술공방이 누리쉼터상, 서울 강남구웰에이징센터가 두레나눔상, 인천 중구 인천시민애(愛)집이 우리사랑상(이상 문체부장관상)을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는 ‘2023 대한민국 건축문화제’에서 이들에 시상한다. 수상작 공간 사진과 영상물 등은 건축문화제 기간 문화역서울284에서 전시한다.
  • 이과생이 그린 문과 그림 [으른들의 미술사]

    이과생이 그린 문과 그림 [으른들의 미술사]

    카를 슈피츠베크(Carl Spitzweg, 1808~1885)는 ‘책 벌레’를 세 점 그렸다. 이 작품은 세 작품 가운데 가장 먼저 제작된 작품이다. 슈피츠베크는 부유한 집 삼형제 중 둘째로 태어났다. 그는 사실 뮌헨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약제사로 일한 이과 전공생이다. 그는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은 후 약제사를 그만두고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한 지독한 연습벌레였다.  ‘책 벌레’는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에서 책을 찾아 읽는 나이든 도서 애호가의 모습을 담았다. 노인은 형이상학(Metaphsik) 코너에서 책을 찾고 있다. 형이상학이란 존재에 대한 근본 원리를 깨우치는 학문이며, 이를 학문의 근원으로 보고 체계를 세운 인물은 아리스토텔레스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학을 배운 이후 존재에 대한 근본 원리를 연구하는 형이상학(metaphysics)을 ‘자연학(physica) 그 다음(meta) 학문’으로 주장했다. 여기에서 형이상학이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약제사를 그만두고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한 연습벌레  노인은 원하는 형이상학 책을 찾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책을 찾고 있다. 이 노인은 자신이 원하는 책을 찾기 위해 아래에서부터 찾았을 것이다. 그러나 노인이 찾는 책이 없는지 노인은 가랑이, 팔, 손에 각각 책을 고정한 채 또 다른 책을 읽고 있다. 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노안과 근시로 책에 얼굴을 묻고 보는 모습뿐 아니라 집중하느라 입을 삐죽 내민 데서도 보인다. 그러나 이 작품이 불안해 보이는 이유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다만 화면 왼편 아래 보이는 천체 지구본의 일부를 통해 볼 때 이 작품의 바닥을 짐작할 따름이다. 노인은 세계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그렇다고 현실 문제에도 딱히 관심이 없다. 오로지 노인의 관심은 존재에 대한 근본 원리, 즉 형이상학만 파고드는 책벌레다. 인문학 위기의 시대, 학문을 장려하는 그림으로 읽어야 학문에는 자연현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실과 직결되는 영역이 있기도 하고 인류의 사상을 정리하여 연구하는 분야도 있다. 애초에 이 작품은 현실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학문을 연구하는 노인을 풍자하기 위한 의도로 그려진 그림이다. 그러나 인간과 관련된 근원적인 존재와 사상을 연구하는 인문학의 위기 속에서 본다면 이 작품은 이렇게 위태로운 상황에서라도 학문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함을 말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적 감성과 창의적인 기술을 결합할 줄 아는 인간만이 미래를 선점할 수 있다고 했다. 이과생이 그린 문과 그림처럼 학문의 좌우 양날개로 비상해야만 더 멀리, 더 높이 날 수 있다. 인문학 위기 속 19세기 책벌레 그림 이야기를 들려주며 문과생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 [황수정 칼럼] 문제는 김기현의 진퇴가 아니다

    [황수정 칼럼] 문제는 김기현의 진퇴가 아니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은 솔직히 아직도 어리둥절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심 국민이 야속할 것이다. 패인 분석이 쏟아졌지만 17% 포인트 차이로까지 대패할 이유는 뭐였나 싶을 것이다. 김남국 코인, 송영길 돈봉투, 이재명 ‘방탄’은 말할 것도 없다. 두세 달만 되짚어도 꼬리를 물어 드러난 문재인 정부의 국민 기망극이 얼마였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감추려고 집값 통계를 조작했다. 사드 3불은 절대 없었다더니 한중이 합의했다는 문서가 나왔다. 9·19 군사합의로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했다고도 속였다. 이 거짓말은 문 전 대통령이 직접 했다. 국민 재산이든 국가 안보든 정략을 위해서는 속이고 조작했다. 범죄에 가까운 정권 차원의 조작이 줄줄이 드러났어도 국민 심판을 받지 않은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잊힐 만하면 SNS에 글을 올린다. ‘책방지기’ 문재인의 페북 정치는 효용이 있을까 없을까. 잠재 위력이 대단한 정치행위라 생각한다. 이 사실을 그가 너무 잘 알고 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내가 읽은 것도 그의 SNS 추천을 보고서였다. 잊히겠다더니 왜 약속을 어기느냐 비판하면서도 나는 책을 사서 읽었다. “적자생존의 진화에서 ‘적자’는 강하고 냉혹한 것이 아니라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에 의한 친화력.” 이런 고상한 서평을 하는 사람이 설마…. 거짓말로 국정을 조작했을까.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눈으로 보고도 의심을 유보하게 된다. 이 맥락에서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기반은 아예 없다시피 하다. 윤 대통령을 엄호해 줄 매력 있는 인적 자산이 무엇보다 없다. ‘찐윤’, ‘친윤’, ‘멀윤’까지 계보들을 탈탈 털어 봐도 잘 안 보인다. 쇄신하겠다던 집권당 대표는 ‘도로 영남 지도부’를 만들고는 “정계 은퇴할 각오로 뛰겠다” 했다. 그가 정계 은퇴를 하건 말건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그게 문제인 줄 모르는 것 자체가 집권당의 만성 패착이다. 윤 대통령에게는 자력갱생만이 당장의 해법이다. 혼자서 속성 방식으로라도 국면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어법부터 바꿔야 한다. 전직 대통령들 때문에 국민은 유체이탈 화법에 몸서리친다. 윤 대통령은 참모진에게 “소통을 더 강화하라”고 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하라”가 아니라 “하겠다”는 일인칭 화법이어야 한다. 강골 검사, 불도저 이미지를 벗는 철학적 사유의 노력을 이제라도 보여야 한다. 가장 효력이 늦을 듯해도 가장 빠를 수 있다. 대선 후보 때 자유시장 경제의 밀턴 프리드먼을 집중 공략했던 절박함이라면 가능하다. 인문학적 통찰력을 쌓아 틈틈이 드러내야 한다. 전 정권이 망가뜨린 국가 정체성을 힘들게 바로 세우면서 왜 “이념이 중요하다”고 말하는가. “이념을 넘어서자”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개혁에 불가피한 것도 아닌데 불필요한 적(敵)은 왜 만드나. 연구개발(R&D) 예산 대폭 감축으로 지식인 사회, 특히 인문학자들과 출판계가 “지식 생태계 파괴”라며 들끓는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외치면서도 인문학 토양을 더 탄탄히 다져 균형을 잡자고 해야 한다. 윤 대통령에게는 그런 감수성이 절박하다. 보수·진보 정권에 두루 참여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며칠 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이재명 대표가 이번 보궐선거로 되살아난 건 국민의힘 덕분 아닌가. (여야 모두 극단 지지층 쪽으로만 달리니) 일반 국민 입장에선 독약을 마시는 기분일 것이다.” 윤 대통령에게 쏟아진 당부는 집권당 편들기가 아니다. 입법 기능 마비, 삼권분립 무력화. 이대로라면 더 거대해질 야당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절멸시킬 위험성 때문이다. 내년 총선까지 6개월. 윤 대통령이 보여 줄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독약을 마시는 것 같은 중도층의 마음을 읽어야만 한다. 목표 지점을 알 수 없는 불가능의 예술이 어차피 정치 아닌가.
  • 서울시립대, 한국폴리텍대와 ‘AI 전문인재 양성 및 연구협업을 위한 업무 협약’ 체결

    서울시립대, 한국폴리텍대와 ‘AI 전문인재 양성 및 연구협업을 위한 업무 협약’ 체결

    서울시립대학교는 지난 11일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빅데이터·AI연구원이 한국폴리텍대 분당융합기술교육원과 ‘AI 전문인재 양성 및 연구협업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도시과학 분야와 금융 분야 인공지능 연구 상호 협력 ▲빅데이터·인공지능 관련 데이터 제공 및 공동 활용, 분석기술 교류 ▲인문학 전공자 대상 인공지능 관련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이다. 전종준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빅데이터·AI연구원장은 “챗(Chat)GPT를 비롯해 다양한 생성형 AI가 태동하는 시기다. 우리 연구원이 보유한 빅데이터·AI 분야의 기술력과 한국폴리텍대 분당융합기술교육원 AI금융소프트웨어과의 협업 노하우로 본격적인 인공지능 연구의 상호협력과 인공지능융합인재 양성에 협업할 기회가 주어져 뜻깊다”면서 “서울시립대가 보유한 슈퍼컴퓨터 클러스터의 첨단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해 금융기반 AI 연구를 선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만곤 한국폴리텍대 분당융합기술교육원 원장은 “이제는 빅데이터 시대를 지나 창조적인 AI시대로 도약하며 끊임없는 혁신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대학도 데이터융합SW과가 더욱 성장해 AI금융소프트웨어과로 진화함으로써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며 “특히 금융 대기업에서 오랜 직무경험과 인공지능 분야의 인재 양성의 경험이 풍부한 교수진과의 협업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폴리텍대학 분당 융합기술교육원은 분당 서현동에 위치, 대졸 미취업자 등을 대상으로 AI. Biotech의 맞춤형 교육훈련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AI금융소프트웨어 맞춤형 인재양성과정은 다음달부터 모집이 진행되며, 국가에서 교육비 및 실습비용이 전액 지원되는 과정이다. 또한 서울시립대 학생을 대상으로 인문학 전공자 대상 인공지능 교육 프로그램을 방학 중 개설할 예정이다.
  • 인간 중심의 ‘착한 인공지능’으로 길들이자

    인간 중심의 ‘착한 인공지능’으로 길들이자

    “인공지능(AI)은 결국 인간을 배제할 것인가, 인간과 협력할 것인가.” 미국 스탠퍼드대가 2019년 설립한 인간중심 AI연구소(Human-Centered AI Institute·HAI)는 인간과 협력해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AI 연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소가 매년 발간하는 ‘스탠퍼드 인공지능 연례보고서’는 세계적으로 널리 인용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AI 관련 연구를 선도하는 세계적 연구기관인 HAI의 부소장 제임스 랜데이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 공학과 교수가 오는 25일 열리는 ‘서울 미래컨퍼런스’의 기조 강연 연사로 나선다. 랜데이 교수는 ‘딥러닝(컴퓨터가 사람처럼 학습)의 대모’라 불리는 페이페이 리 교수와 함께 HAI를 공동 설립한 후 AI가 사회 전반에 이롭게 쓰일 방향에 대해 연구해 주목받았다. 이번 컨퍼런스의 기조 강연 주제 ‘착한 인공지능의 한계: 인간중심 인공지능을 향하여’에서도 랜데이 교수는 진정한 인간 중심의 AI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방향에 관해 설명한다. 그는 기존의 ‘착한 인공지능’은 AI 시스템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인식하고 있지만 단순히 이러한 영향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인간 중심 AI 개발을 위해서는 사용자, 커뮤니티, 사회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AI 알고리즘이 공개된 뒤 뒤늦게 문제점을 찾아내는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며 애초 AI 개발과 기획 단계에서 커뮤니티 구성원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인문학, 의학 또는 법학 전문가와 기술자들이 조기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랜데이 교수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전기공학 컴퓨터과학 학사, 카네기멜런대에서 컴퓨터과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코넬 공대, 워싱턴대, UC버클리 등에서 정교수로 재직했다. 미국컴퓨터학회(ACM)의 SIGCHI(Special Interest Group on Computer-Human Interaction)의 아카데미 회원이자 석학회원이다. 미국립과학재단(NSF) 컴퓨터 정보과학 공학 자문 위원회에서 6년간 활동했다.
  • [최보기의 책보기]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최보기의 책보기]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586은 물러나라’는 구호가 정치판에서 심심찮게 들린다. 이제는 낡았으니 후배들에게 길을 내주라는 요구다. 1960년대 출생으로 60대 초반부터 50대 후반 나이들이다. 베이비붐 세대들이라 숫자도 많다. 정치판 아니라도 이들의 퇴장은 벌써 시작된 지 오래다. 이 사람들의 팔팔한 20대 청춘 시절은 스마트폰이나 비디오 게임이 없었기에 음악이나 시(詩) 같은 예술과 인문학 소비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즈음 삼성 마이마이, 소니 워크맨 등 라디오가 딸린 휴대용 녹음기가 나왔는데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나 대중가요 테이프를 들으며 깊은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송창식, 윤형주, 조용필, 정태춘, 박은옥, 양희은, 이문세, 해바라기(이주호, 유익종) 등 586 청춘의 가슴을 뛰게 했던 가객들의 인기는 얼마나 높았으며 MBC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는 또 얼마나 청춘들의 심금을 울렸었던가! 그때 한국항공대학교 캠퍼스 밴드 활주로가 대학가요제에서 ‘탈춤’으로 떴는데 배철수 등 멤버 몇이 록밴드 ‘송골매’를 조직해 본격적으로 노래를 불렀으니 바로 ‘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 철없던 시절에 들었노라. 고락에 겨운 내 입술로 모든 얘기할 수도 있지만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였다. 구창모가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습’으로 합류하기 전이었다. 『디어 마이 송골매』는 그 당시 송골매라면 ‘미치고 환장했던’ 청춘들, 이제는 어느덧 퇴장할 나이가 돼버린 ‘아줌마 네 명’을 주인공 삼아 이경란 작가가 쓴 장편소설이다. 201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이름을 알렸던 작가는 소설집 『빨간 치마를 입은 아이』, 『다섯 개의 예각』, 장편소설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2022. 은행나무)을 썼다. 홍희, 은수, 미호, 기민은 송골매 ‘광팬(덕후)’으로 똘똘 뭉치는 사이였지만 결혼 후 각자의 삶에 눌리면서 또는 돈거래의 섭섭함 때문에 연락이 두절됐다. 사람 사는 일이 누구나 다 그렇다. 세계의 작가들이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행복한 집안은 비슷한 모습으로 행복하고, 불행한 집은 제각각 이유로 불행하다’를 소설의 가장 뛰어난 첫 문장으로 꼽는다 했던가? 네 명 주인공 역시 제각각의 십자가를 지고 그렇게 40년 세월을 헤쳐왔다. 앗! 그런데 이게 웬일? 그 송골매가 38년 만에 재결합해 콘서트 <열망>을 연다는 것이다. ‘배철수, 구창모 아저씨’가 다시 함께 무대에 서서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부르며 ‘탈춤’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 말이다! 2022년 9월 11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의 일이었다. 식당 홀에서 일하는 베테랑 홍희 아줌마가 주문받은 음식 그릇을 손님의 바지에 쏟을 만큼 경천동지할 뉴스가 분명했다. 소설은 이 콘서트를 계기로 연락 없이 살던 옛 전우(?)들이 다시 뭉치는 과정을 훈훈한 휴먼 스토리로 풀었다. 작가 자신이 실제로 송골매에 푹 빠져 살았으니 네 명 중 어느 한 명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다. 하여간 이 기회에 인터넷으로 송골매 재결합 콘서트 <열망>을 꼭 보고, 영화 <쎄시봉>으로 그리운 트윈 폴리오(송창식, 윤형주) 형들도 다시 만나고, <아치의 노래>로 정태춘, 박은옥 부부도 챙겨야 하겠다. 꼭 다시 만나야 할 가객이 또 누구누구가 있더라?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의 책보기] 누가 진실로 가난한 사람인가

    [최보기의 책보기] 누가 진실로 가난한 사람인가

    “지난 번 어버이날에 최준영 교수님이 ‘인생수업’이라는 책을 들고 병원으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 책을 통해 새삼 확인했습니다. 인생이라는 학교에 와서 잘 배우고 갑니다. 말년에 여러분과 함께 인문학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진작 공부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아쉽지만 어쩌겠습니까. 저는 이제 얼마 살지 못합니다. 아쉽거나 두렵지는 않습니다. 제 삶에 대해서, 그리고 인생이라는 것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했던 주인공은 그로부터 며칠 후 세상을 떠났다. 그는 ‘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이 성프란시스대학(노숙인대학)에서 인문학 과정을 열었을 때 참여했던 1기생 중 한 명인 ‘노숙인 김 씨’였다. 그가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최준영 교수님을 보고 싶다’고 했을 때 최준영은 그 즉시 달려가 세 시간 가까이 그의 말을 들어주기만 했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 했던가.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인데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공자께서 괜히 그런 말씀을 남기신 것이 아니다. 위대한 철학자 칸트는 “모든 인간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이다. 당신의 행동이 보편적 법칙이 되도록 살아라”고 했다. ‘가난할 권리’는 가난한 사람일지라도 (하늘로부터 받은) 살아야 할 권리인데 ‘함께 사는 세상’에서만 획득이 가능하다. ‘노숙인은 집, 직장, 건강을 잃고 길거리에 나앉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없는 사람, 저마다의 이유로 사람과의 관계가 모두 끊어진 사람’인데 ‘그에게도 사람이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 자기 돈 써가며 20년 째 찾아가는 최준영의 인생철학의 뿌리는 오차 없이, 도덕(道德)을 목숨처럼 여겼던 칸트에게 닿는다. ‘가난할 권리’는 최준영이 지난 20년 동안 만나고, 말을 들어줬던 사회적 약자들과 어울렁더울렁 얽히며 살아온 이야기다.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기록이자 성찰이다. 그날 김 씨 장례식장에 온 노숙인들이 대성통곡 하면서 내놓은 부의금이 130만 원이나 됐다. 옷 속에 바느질 해 지켰던 인생 최후의 비상금들이었다. 그들이 왜 우는지 아는 최준영이 단지 그들을 수단으로 어떤 목적을 달성하거나 돈을 벌기 위해 지난한 길을 걸어왔다는 의심이나 심증은 ‘가난할 권리’ 어디에도 없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했다. ‘가난할 권리’를 읽으며 울지 않거나,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다면 당신은 신이거나, 사람이 아니거나 중 하나다. 플라톤의 이데아(idea)는 모두가 함께 행복한 유토피아다. “거리에선 인문학이 작고, 인문학엔 거리가 적다”며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지향하는 저자의 꿈은 ‘교도소 대학 설립’이다. 얼마 전 김소담의 ‘이번 여행지는 사람입니다’를 소개할 때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라는 말을 다시 함으로써 ‘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 그와 함께 세상을 견디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책값은 16,000원이고, 온라인 서점에서 10% 할인 받으면 14,400원이다.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에세이로 먼저 만나는 가을…‘나로 살아가는 감각’ 일깨워봐요

    에세이로 먼저 만나는 가을…‘나로 살아가는 감각’ 일깨워봐요

    모처럼 맞은 긴 연휴, 읽어가는 여정만으로도 가을을 먼저 만끽할 수 있는 에세이들을 소개한다.‘나로 살아가는 감각’을 벼리게 하고, 황량한 시간이 성장의 시간임을 일깨워주고, 타인에게 스며드는 문학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산문집들이 두루 펴나왔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여행 아닌 여행기’(민음사)에서는 어느덧 등단 36년, 중견 작가가 된 그가 눈 밝게 알아본 일상 속 소소하지만 귀한 것들, 이를 견고히 품고 살아온 태도를 엿볼 수 있다. 47편의 글을 모은 산문집에 대해 작가는 “‘사람이 더 편견없이, 더 마음 편히, 그리고 더욱 사람답게 생명을 불태우며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세상을 떠날 때 후회가 없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마음으로 신중하게 골라낸” 글편이라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그는 ‘내 인생은 내가 이끌어가는 것’이라는 확실한 감각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의 가치를 설파한다. ‘오직 자신을 위해 조정하는 자기 인생. 그 과정에서 깨달은 온갖 것으로부터 나는 기운을 얻었다. 근육과 마찬가지, 마음도 매일 단련하면 강해진다. 사람에게 힘을 맡겨서는 안 된다. 힘은 합하는 것이지, 맡기는 게 아니다. 아무리 존경하는 사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이라도.’(36쪽) 이는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마주할 때에라도 마찬가지다. 그는 바다에 빠지는 사고로 평안한 노후 생활을 송구리째 앗아간 장애로 고통받는 아버지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이렇게 썼다. ‘그럼에도 인간은 기도하고, 마음의 상처가 울퉁불퉁하게나마 나아가고, 흉물스럽게 딱지가 않은 채 그저 산다. 공감과 격려도 힘은 되지만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 땅을 딛고 서 있어 주지는 않는다. 내 발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357쪽)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대상 등 굵직한 문학상을 섭렵하며 한국 문학의 현재를 기록해온 소설가 최윤(서강대 프랑스문화학과 명예교수)의 삶과 문학에 대한 그윽한 사유도 글로 만날 수 있다. 그의 새 산문집 ‘사막아, 사슴아’(문학과지성사)를 통해서다. 1994년 첫 산문집 ‘수줍은 아웃사이더의 고백’ 이후 30년만에 펴낸 이번 에세이 묶음에는 작가이자 교육자, 문학의 충실한 독자로 살아온 여정에서 단단히 여문 통찰들이 깃들어 있다. 동네 ‘나무 박사’ 아저씨의 말을 믿고 마당 구석에 잘 있던 라일락 나무를 한가운데로 옮긴 뒤 죽어가는 나무에 철렁했던 그는 죽은 나무에서 싹을 틔우는 여린 잎들을 목도하곤 가을의 숙명을 이렇게 짚는다. ‘누구나, 생에는 황량하게 죽은 것 같은 힘든 시간이 있다. 그리고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어서 지금의 그들이, 내가 있다. 게다가 잎을 떨구는 것은 회복의 한 절차이니 이번 가을도 역시 기다림의 계절이 될 것 같다.’(18쪽) 문학은 나를 죽이고 타인의 삶에 스며드는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환대’이자 ‘실천’으로서의 문학을 희구해온 작가의 철학이 고스란히 읽힌다. ‘문학이, 우리 문학하는 사람이 가장 잘하는 게 무엇일까요. 타자의 삶의 복부에 스며들어가는 것입니다. 나를 비우고, 때로는 죽이고, 생명부지의 타자의 삶에 들어가 그 속의 진실에 홀려서 타자 존재의 갈피에 접속하는 것. 사랑의 생리에는 자아가 소멸되는 이러한 홀림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진실에 홀려서 문학에 코가 꿰였던 것 아닌가요.’(178쪽)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의 ‘저주 토끼’, 부커상 후보로 지명된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을 번역한 안톤 허의 에세이집 ‘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어크로스)는 번역과 번역가에 대한 환상을 깨주는 거침 없는 일갈들이 흥미롭다. 번역 상을 타고 학위를 따도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고 끝내 데뷔하지 못하는 번역가가 부지기수인 상황, 번역 관련 기관들의 관료주의와 무례함, 해외파라고 영어 실력을 과신해 건성으로 텍스트를 읽어 잘못 이해하거나 작문 실수를 거듭하는 번역가 지망생들에 대한 조언 등 문학 번역을 둘러싼 민낯의 현실을 충실히 기록했다. 문학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출발한 솔직한 고언들이 새록새록하다. 사법고시를 보라는 부모님 뜻에 따라 꾸역꾸역 법대생으로 살다 늦은 나이에 문학 공부를 시작해 한국문학 번역가로 데뷔한 그는 흘려보낸 20대를 후회하며 이렇게 말한다. ‘실수를 해도 자신의 실수를 하는 것이 낫다. 인생을 망쳐도 내 손으로 망쳐야 한다’(62쪽). 부커상 후보 동시 지명, 미국 대형 출판사와의 출간 계약 등은 기존의 규칙과 관습을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일구며 얻은 성취이기도 하다. 이에 정보라 작가는 이런 추천의 말을 전한다. “우리 모두 이 책을 읽고 열심히, 용감하게, 후회 없이 내 인생 내 손으로 망치도록 하자. 투쟁.”
  • 이기재 양천구청장, 추석맞이 북한이탈주민과 반찬나눔 봉사

    이기재 양천구청장, 추석맞이 북한이탈주민과 반찬나눔 봉사

    이기재 서울 양천구청장은 추석을 앞둔 25일 신월4동 한빛종합사회복지관에 있는 서울남부하나센터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 북한이탈주민 자원봉사자와 함께 반찬나눔 봉사에 참여했다. 이 구청장과 김 장관은 복지관 지하에 있는 미리내 경로식당에서 북한이탈주민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소망두레봉사단원들과 함께 홀몸어르신 20가구에 전달할 반찬을 조리하고 포장했다. 양천구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은 990여명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두 번째로 많다. 구는 ▲초기 전입 북한이탈주민과 취약계층 밑반찬 봉사 ▲통일김장 담그기 ▲인문학 및 실물경제 교육 ▲북한이탈주민 맞춤형 서비스 ▲남북한 이웃모임 등 북한이탈주민 지원 사업과 보조금 지원을 통해 원활한 사회 적응과 정착을 돕고 있다. 이 구청장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우리 이웃으로 지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다 하겠다”라고 말했다.
  • 남해에서 즐기는 독일...독일마을 맥주축제 10월 6~8일

    남해에서 즐기는 독일...독일마을 맥주축제 10월 6~8일

    대한민국 안에 있는 작은 독일인 경남 남해군 독일마을에서 다음달 독일풍 맥주 축제가 열린다.남해군은 다음달 6일부터 8일까지 남해군 삼동면 독일마을 일원에서 제11회 독일마을 맥주축제가 열린다고 30일 밝혔다. 남해독일마을 맥주축제는 세계 3대 축제 가운데 하나인 독일 뮌헨 ‘옥토버 페스트’를 토대로 시작한 독일풍 축제로 한국에서 독일 정통 맥주와 소시지, 공연 등을 즐길 수 있는 이국적인 축제다. 남해군은 독일마을 맥주축제 명성을 높인 ‘옥토버나이트’와 ‘퍼레이드’ 등 기존 주요 프로그램을 알차게 준비하고, ‘독일마을’ 정체성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들도 많이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 빅텐트를 그대로 도입해 독일마을 축제장에 대형텐트를 치고, 주 무대와는 다른 이색적인 분위기로 공간을 꾸민 ‘빅텐트존’이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마다 축제때 인기가 높은 개막식날 퍼레이드도 올해는 개막 첫날 한차례에 이어 2일째와 3일째도 두차례씩 진행한다. 퍼레이드는 전문 공연단이 합세해 규모가 커졌다. 유럽 전통 요들송 공연단은 주무대와 빅텐트존, 마을 안팎 곳곳을 돌며 흥을 돋운다. 마을광장에 설치되는 무대존, 그늘막존, 키즈 및 인문학존 등으로 이뤄진 축제 중심 무대는 뮌헨 성당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광장 가운데에 설치한 그늘막존에는 스탠드형 테이블이 배치돼 누구나 편안하게 맥주와 안주를 즐길 수 있다.파독전시관 옆 공간에 마련한 키즈 및 인문학존은 그림형제의 작품 ‘헨델과 그레텔’에서 영감을 얻어 과자 모형으로 꾸며 어린이 등 방문객들이 독일 인문학 콘텐츠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축제 때 시행해 반응이 좋았던 쓰레기 없는 축제를 올해도 그대로 유지한다. 광장에서 유리맥주잔을 사용하고, 축제장 모든 구역에서 친환경 재생컵을 사용한다. 사전신청을 통해 축제장에서 개인 컵을 지참해 사용하는 100명에게 맥주 400cc를 무료로 제공한다. 포스터와 홍보전단지(리플릿) 등 종이 인쇄물을 없애고 대신 QR 코드를 활용한다. 관광 수용 태세 개선을 위해 축제장 먹거리 부스에는 통일된 축제복장을 착용하고, 메뉴와 가격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했다. 축제기간 교통난 해소와 방문객 편의를 위해 인근에 주차 공간을 마련하고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셔틀버스는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화암주차장과 삼동초등학교에서 축제장을 오간다. 남해군 관계자는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독일마을맥주축제를 올해는 더욱 풍성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 [최보기의 책보기] 묵직한 검정 화려한 빨갱이

    [최보기의 책보기] 묵직한 검정 화려한 빨갱이

    100세 시대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당구가 부활했다. 은퇴한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시간 보내기에 당구장만큼 가성비 높은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서너 명이 모여 짜릿한 승부와, 적당히 운동도 하는 게임을 반나절 즐기는 데 필요한 돈이 1인당 채 만 원이 안 된다. 당구게임에서 눈이 적록색약인 사람은 불리하다. 당구대 바닥 색깔이 녹색이고 공 색깔이 빨간색이라 얇게 맞추는 것이 정상인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는 고등학교 때 장래희망으로 의사가 돼 왕진 가방을 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순진한’ 꿈을 꾸었다. 교과서에서 슈바이처 박사와 나이팅게일을 배운 탓이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단체 영화를 보던 날 그 꿈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절망했다. 화려한 카드섹션이 각종 구호를 펼치는 장면에서 친구들은 환호하는데 필자 눈에는 그 구호들이 보이지 않아 당황했다. 알고보니 적록색약이었고, 이과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색맹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가!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란 우리 속담이 있듯이 모든 감각 중 중요하기로는 시각이 으뜸이다. 서양 철학을 지배하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모든 인간은 천성적으로 알고 싶어 하는데, 이에 대한 증거는 우리가 감각들로부터 취하는 즐거움에 있다. 다른 무엇보다 시각이 그렇다. 모든 감각들 중에 시각이 가장 우리에게 사물들 사이의 여러 차이점을 드러내 주고, 알게 해 주기 때문이다’며 ‘시각은 인간이 지식과 지혜를 갈망하는 제1증거’라 했다. (‘철학 브런치’, 사이언 정 지음, 부키 출판, 2014). 색깔의 구별이 이렇게나 중요한데 일반 지인들끼리 벌이는 행사에 ‘드레스 코드’라는 낯선 용어가 등장해 민망했던 때가 불과 20여 년 전이었다. 무조건 흰색을 신던 양말을 바지 색깔과 일치시켜 신는 문화도 그 즈음 대중에게 널리 퍼졌던 것 같다. ‘당신의 퍼스널 컬러가 매번 다른 진짜 이유’는 양말을 넘어 남들에게 돋보이도록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색깔로 머리 염색, 화장, 옷 매무새 등을 사계절에 맞춰 갖추기 위한 전문가의 조언을 담은 책이다. 저자 한지운은 디자인학 박사인데 ‘컬러 & 뷰티로 나를 디자인하라’는 주제의 ‘길 위의 인문학’ 강연으로 이미 이름이 났다.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웜톤, 쿨톤, 뮤트톤’ 같은 낯선 용어를 따라가다 보면 성격유형을 진단하는 MBTI만큼 금새 익숙해진다. 자기에게 맞는 색깔을 고르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가 싶은데 저자는 ‘컬러에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해소해주는 다음 세 가지 힘이 있다’고 한다. 첫째, 조화로운 컬러의 활용은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어 준다. 둘째, 새로운 컬러는 변화를 추구하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셋째, 긍정적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자신만의 색깔(퍼스널 컬러)를 잘 선택해 활용하면 멋지게 보임으로써 기분전환도 하고 당당한 자신감도 표출할 수 있다는 말이겠다. 메이크업, 헤어 디자인(파마와 염색), 의복, 액세서리 등 멋을 판매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볼 것을 권장하며, 베스트드레서(Best dresser)로 꼽히고 싶은 멋쟁이, 블랙보다 화이트가 더 관리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반인 역시 읽어보면 좋겠다. 자, 이제 집에 있는 옷으로 퍼스널 컬러를 확인해보자. 그 방법은 이 책 138페이지에서 시작한다.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서울예대 졸업 못했다” 유재석에 ‘싸늘한’ 반응 보인 연예인

    “서울예대 졸업 못했다” 유재석에 ‘싸늘한’ 반응 보인 연예인

    배우 이동휘가 ‘학벌 개그’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23일 유튜브 ‘뜬뜬’ 채널에 공개된 ‘대화합은 핑계고’라는 제목의 영상에선 배우 강하늘, 이동휘가 게스트로 출연해 유재석과 이야기를 나눴다. 유재석이 “동휘는 책 좀 보나”라고 묻자 이동휘는“‘총, 균, 쇠’라는 책을 오래 가지고 있는데 아직도 다 못 읽었다”고 답했다. 이어 배우 박정민을 언급하며 “어느 날 ‘총, 균, 쇠’를 다 읽었다고 하기에 나도 구입했다. 있어 보여서”라고 밝혔다. 유재석이 “주변에 많이 흔들리는 스타일이냐”고 묻자 이동휘는 “정민이한테 많이 흔들리죠. 아무래도 좋은 대학교도 나왔고”라고 말해 유재석에게 웃음을 안겼다. 박정민은 고려대 인문학부에 입학했다가 꿈을 위해 자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했다. 이동휘는 “(박정민의) 선택에 대해 더 신뢰를 하게 된다. 정민이에게 의지를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이에 강하늘과 유재석 역시 “정민이 형이 사색을 많이 한다”, “정민이가 참 사람이 괜찮다”라고 공감했다. 강하늘이 사회, 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말하자 이동휘는 “혹시 대학교 4년제 나오셨냐”며 강하늘의 학력에 관심을 보였다.이동휘는 유재석과 같은 서울예술대학교 출신으로, 서울예대는 2년제에서 3·4년제로 바뀌었다. 갑작스러운 이동휘의 관심에 강하늘이 당황해하며 웃음을 터뜨리자 이동휘는 “아니, 왜냐하면 저희는 같은 학교(서울예대)인데”라고 해명했다. 유재석이 “난 졸업을 못 했다”고 말하자 이동휘는 갑자기 싸늘한 눈빛을 나타내며 유재석을 당황케 했다. 유재석이 웃으며 “너 눈빛 뭐야. 동휘야, 나 되게 낯설었다. 너 되게 싸늘했다”라고 말했다. 이동휘는 손을 내저으며 “그냥 모르겠다. 제가 왜 그런 리액션을 했는지”라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강하늘이 “저는 4년제이긴 한데 저도 졸업을 못 했다”라고 밝히자 이동휘는 또다시 차가운 리액션을 보여 주변을 웃게 만들었다. 유재석은 “동휘가 다른 건 몰라도 졸업에 대해서는 엄격하다”라며 즐거워했다.
  • 美 예일대 강단 선 오세훈 “이민이 저출생 해법…약자동행이 최우선 가치”

    美 예일대 강단 선 오세훈 “이민이 저출생 해법…약자동행이 최우선 가치”

    “이민이 저출생 문제의 또 다른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1~2년 뒤엔 더 많은 한국인들이 동의할 것입니다. 이에 동남아 등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 학생들이 더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 합니다.” 북미 출장 중이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예일대 루스홀 강당에서 특강한 뒤 한국의 출생률 감소 해법과 관련해 질문을 받자 이같이 밝혔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강의는 예일대 동아시아 학회(The Council on East Asian Studies)의 초청으로 마련됐다. 오 시장은 법학대학원에서 객원교수를 지냈던 1998년 이후 25년 만에 다시 예일대를 찾았다. 오 시장은 30여분간 ‘약자와 동행하는 글로벌 도시 서울’이란 주제로 강의했다. 교육 분야의 ‘서울런’, 복지 분야의 ‘안심소득’과 ‘희망의 인문학’ 등 시의 주요 정책을 소개하고 도시 운영의 성공 사례를 공유했다. 오 시장은 유창한 영어로 강의는 물론 질의응답까지 직접 소화했다. 이날 강연엔 오 시장과 서울에 대한 인기를 반영하듯 200여명의 청중이 강당 좌석과 복도까지 가득 찼다. 50여명은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오 시장은 한국의 저출생과 관련해 “우선 한국인은 교육이 전부라 교육비를 아끼지 않는데 많은 젊은 한국인은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든다고 생각한다. 첫 해결법은 서울시와 정부가 교육을 잘 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지만 쉽지 않다”고 답했다.이어 “민감한 문제라 한국에서 이민 이슈를 언급하진 않지만 최근 들어 (이민이)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서울에만 54개 대학이 있고 동남아 학생들이 유학을 많이 온다. 그들이 더 잘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 학생은 “한국에서 사회적 격차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기 어려운데 공교육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겠냐”고 질문했다. 이에 오 시장은 “본질적으로 교육청과 교육부 관할이라 저에게 권한이 없지만 중앙정부에서 정책을 좌지우지할 위치가 된다면 공교육에 조금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여성 및 성소수자를 위한 정책이나 한국의 페미니즘에 대한 견해를 묻는 학생들도 있었다. 오 시장은 “10년 전 여성전용주차장을 만드는 등 여성행복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고 소개한 뒤 “한국에서는 자연스럽게 여권이 급신장하고 있어 10년 뒤면 아주 실질적인 평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짚었다. 성소수자의 권리에 대해서는 “그들의 성적 취향을 존중해야 하고 그들이 불편함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한국 사회는 아직 그 문제에 대해 보수적이어서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말을 아꼈다. 페미니즘과 관련해선 “한국의 페미니즘은 약간 과격한 측면이 있다. 역사적으로 남성 우위 사회였기에 반작용으로 훨씬 더 공격적인 페미니스트가 생겨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며 “조금 더 평등한 사회가 될 때까지 여러 측면에서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대답했다.한 학생은 오 시장이 10여년 전 무상급식 논란으로 사퇴했던 것과 관련해 “당시에는 선택적 복지 편에 섰는데 최근 발표한 대중교통 정책(기후동행카드)은 보편적 복지로 보여 혼란스럽다”고 질문했다. 이에 오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저는 부자에게 줄 돈이 있으면 가난한 사람에게 학비도 도와주자는 입장이었고, 지금도 그 철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중교통을 일정한 요금만 내면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이나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학생 등이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면서 “승용차 운전자는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 역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특강 후 진행된 리셉션 행사에서는 100여명의 학생이 줄을 지어 오 시장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오 시장은 밝은 표정으로 “열심히 공부하라”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특강에 앞서 오 시장은 피터 샐러비 예일대 총장과 면담하며 서민·중산층 가정 학생들의 교육 접근성을 높이고자 예일대에서 추진하는 지원 정책 등을 청취했다. 샐러비 총장은 “전액 무료 25∼30%, 일부 보조금 20% 등 총 55%의 학생이 어떤 형태로든 지원받아 학교에 다닌다”며 “미국 시민권 여부와 관계없이 국제 학생도 해당한다”고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샐러비 총장은 “유력한 대선 후보라고 들었다. 다음 대선은 언제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오 시장은 “저는 4선 서울시장으로서 5선 시장을 바라고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것만 알면 더 맛있는 추석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것만 알면 더 맛있는 추석

    이번 주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날만 같아라’라는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먹을거리가 부족하지 않은 요즘이지만 추석은 맛있는 냄새와 색깔, 다양한 음식으로 ‘천고마비’로 이끄는 때다. 먹을거리가 넘치는 명절을 앞두고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음식 관련 인문학책들이 잇따라 출간되면서 눈길을 끈다.‘역사와 문화로 보는 주방 오디세이’(글항아리)는 저자의 독특한 경력부터가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지만 글로 먹고사는 미래가 불안한 저자는 서울 남대문 그릇 도매 상가에서 5년 동안 냉장고, 가스레인지, 쓰레기통, 신발 등 업소용 주방용품 전반을 취급하는 장사를 했다. 장사꾼 DNA가 없다는 것을 느끼고 당시 경험과 지식에 많은 문헌 조사까지 더해 책을 펴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식사할 때 젓가락을 사용하지만 모두 차이가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멜라민 수지로 만든 중식 젓가락은 25㎝, 20g, 멜라민 일식 젓가락은 24.2㎝, 19g이다. 나무젓가락은 중식과 일식 모두 12~13g이지만 우리가 흔히 식당에서 만나는 스테인리스 젓가락은 22.8㎝, 43g이다. 이런 젓가락으로 생선이나 돼지등뼈 속 살을 발라내고 나면 손아귀에 쥐가 나는 것도 당연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요리용 칼날의 최적 각도, 도마의 종류에 따른 특징, 냄비의 비밀은 물론 한국인이 볶음밥을 먹기 시작한 때 등 기존 음식의 역사책 속에서도 보기 힘든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나면 사람들은 ‘차 한 잔’은 이제 당연한 코스가 됐다. 1999년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 국내 1호점이 문을 열고 20년이 훌쩍 지난 현재 서울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도시 중 가장 많은 스타벅스 매장을 갖고 있다. 한국인은 주당 12.3잔의 커피를 마시고 바리스타 자격증 소지자는 약 5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커피가 묻고 역사가 답하다’(역사비평사)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육사 교수인 저자는 인류가 커피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현재 한국의 커피 문화까지 한국인의 시각으로 분석한 커피의 역사다. 저자는 현재 알려진 커피의 기원도 ‘아라비안나이트’ 작가로 유명한 프랑스인 앙투앙 갈랑이 만들어 낸 가짜뉴스라고 지적한다. 커피나무, 특히 아라비카종 커피나무의 기원이 에티오피아이기 때문에 커피도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하고 많은 사람이 그렇게 알고 있다. 커피 음료의 시작은 예멘의 이슬람 수피교도지만 갈랑은 ‘커피의 기원과 발전’이라는 논문에서 기독교 국가인 에티오피아와 연결 짓기 위해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것이다. 커피는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공장노동자의 음료’가 됐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노동의 피로를 술로 달래는 대신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길어지고 술로 인한 산업재해가 줄어 자본가 이익은 늘어나게 됐다는 것이다.‘날이 좋아요, 차를 마셔요’(청림라이프)는 커피 대신 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커피가 노동을 위한 음료라면 차는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게 만드는 ‘휴식을 위한 음료’다. 와인이나 위스키, 심지어 커피에 대해서는 보통의 전문가들이 많지만 차에 대해서는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이 책은 저자가 차를 접하면서 느끼는 일상을 차분히 풀어내는 한편 시간이나 장소에 따라 어울리는 차를 알려주고 심지어 차를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우려내는 시간까지 조언한다.
  • [황비웅의 열린 시선] “정치, 전쟁과 달리 상대가 파트너… 범죄 의혹 있어도 野대표 만나야”/논설위원

    [황비웅의 열린 시선] “정치, 전쟁과 달리 상대가 파트너… 범죄 의혹 있어도 野대표 만나야”/논설위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 중도층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제3지대에서 창당한 신당이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창당을 선언한 신당이 ‘한국의희망’이다. 지난달 28일 공식 출범한 한국의희망 초대 대표를 맡은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정치에 발을 딛기 전 삼성전자 재직 중 고졸 출신으로 초고속 승진해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2016년 1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인재영입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나 거대 양당의 불신과 반목에 한계를 느껴 탈당한 뒤 신당을 창당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양 대표를 만나 그간의 소회와 창당 배경 등에 대해 들어 봤다.-민주당의 인재영입으로 정치에 입문했는데. 정치 문외한이라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저는 남들이 꽃길만 걸어왔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평생을 척박한 가시밭길을 스스로 개척해 온 사람이다. 삼성전자 시절의 혹독한 경험으로 정치도 비슷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고 너무 힘들었다.” -어떤 점이 힘들었나. “2016년 1월 12일 민주당에 영입된 뒤 3개월 만에 총선을 치렀다. 정치를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다 보니 낙선했고 바로 두 달 뒤에 최고위원·전국여성위원장 선거에 나왔다. 그때 원외에서 활동하면서 월·수·금요일에 정치 메시지 내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전국여성위원장으로서 대선을 준비하느라 전국을 돌면서 특강을 하고 세력화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정치인으로 빠르게 인정받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2020년 광주 서을 선거구에서 당선됐다. 당시 민주당 지역구 당선자 163명 중에 여성은 20명이었고 제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유일한 여성 당선자였다.” -여러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을 반대했는데. “민주당 시절 송영길 당시 대표가 제게 대선 경선에 출마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당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 과학기술 메시지인데 그런 부분을 보완해 달라고 했다. 당시 광주시당위원장과 상의를 했는데 그분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부터 정적 제거의 대상이 됐던 것 같다. 아마도 제가 광주의 맹주가 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모사를 당하고 굉장히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결국 모든 의혹을 벗고 억울함도 해소됐다. 그래서 복당 신청을 하고 기다렸는데 그 전에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하고 들어오라는 당의 메시지가 왔다. 복당을 눈앞에 두고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꼼수로 비쳐 국민적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완강히 거부했다. 그런데도 저밖에 없다고 간절히 부탁해 법안을 자세히 보겠다고 했다. 살펴보니 ‘아동학대처벌법’, ‘가정폭력범죄처벌법’, ‘독점규제법’, ‘성폭력처벌법’, ‘5·18 진상규명법’ 등 31개 기존 법안과 충돌했다. 절차적 하자는 차치하더라도 이런 법안을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양향자 문건’ 유출로 국회가 발칵 뒤집혔다. “검수완박 법안에 문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법안만 처리되면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는 ‘처럼회’(친이재명계 강성 초선의원 모임) 소속 법사위원들의 말에 경악했다. 국민적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민적 합의도, 절차적 당위성도 없이 이런 중차대한 입법을 졸속으로 처리하는 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저의 소신을 국민들께 알리기 위해 문건을 만들어 놓고 안건조정위에서 발표하려고 했는데 먼저 공개됐다. 4·19 행사 참석차 광주로 내려가는 도중에 문건 유출 소식을 듣고 전화기에 불이 나서 잠적을 했다. 행사를 마치고 박광온 당시 법사위원장을 만나 이렇게 처리돼서는 안 된다고 4시간 가까이 설득을 했다. 양심상 찬성할 수 없으니 광주 출신 비례대표 의원 2명에게 자발적 사보임을 받으라고 했다. 박 위원장이 좋은 의견이라고 하면서 기다리라고 하더라. 그런데 다음날 민형배 의원 탈당 속보가 떴다. 그때 정말 경악했다. 그래서 안건조정위 무력화 시도에 반대한다고 하고 기권을 했다.” -복당 신청은 그 사건 때문에 철회한 건가. “그 사건 이후 받은 공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당시 제 딸이 결혼하는데 너무 잔인한 공격을 받은 게 평생 상처가 될 것 같았다. 지금은 극복했다. 안건조정위에 꼭 와 달라고 해서 한번 참석해 법안 내용이 심각하다는 설명을 충분히 했는데도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다 죽는다는 소리만 반복하더라. 조국(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도 죄가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더라. 아무 얘기도 할 수 없었다. 그 사건 이후에도 송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고, 이재명 대선후보가 그 지역구를 물려받아서 선거에 나오질 않나. 도저히 이해가 안 되더라. 그렇게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자행되는 것을 보고 민주당에서는 더이상 할 일이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복당 신청을 철회했다.” -국민의힘 반도체위원장을 맡아 ‘K칩스법’ 통과에 공을 세웠다. 민주당 시절과 달랐나.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제가 반도체 위원장을 맡았을 때 여당이어서 별반 차이는 없었다. 다만 국민의힘에서는 무소속으로 위원장을 맡으니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많이 참여해 주셨고 K칩스법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발언, 이념 전쟁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 6월 윤 대통령이 과학기술계를 ‘구조조정의 대상’, ‘이권 카르텔의 온상’으로 지목하고 연구개발(R&D) 예산 재검토를 지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존에 제출한 예산안을 철회하고 불과 한 달 만에 출연연구기관 사업비 25% 삭감, 3조 4000억원의 R&D 예산 삭감 계획을 밝혔다. 누가 이해하겠나. 국가가 아무런 플랜 없이 졸속 삭감해 국가 R&D 인력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30일 한덕수 총리에게 재검토를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26년 검찰로 살아온 삶의 궤적으로 국가 통치가 가능하다고 보는 생각을 내려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아니라 전쟁을 하고 있다. 정치는 전쟁과 다르게 상대가 파트너라야 한다. 전쟁 대신 정치를 하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국가 비전이 없다 보니 모든 상황이 전쟁이 돼 버린다. 신뢰를 위해 아무리 야당 대표가 범죄자라고 인식하더라도 만나야 한다.” -한국의희망이라는 정당을 제3지대에서 가장 먼저 창당했다. “민주당에서 활동하면서 당론이 정해지면 어떤 말도 할 수 없고, 다른 말을 하면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 이상했다. 저는 민주당 출신이 아니고 전혀 다른 영역의 사람이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보다는 대통령을 만드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저는 제대로 된 정치 지도자를 배출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정당을 내세웠는데.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은 투명성, 신뢰성, 보안성이다. 정당에는 4가지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 당원관리, 공천관리, 후원관리, 정책관리다. 정당에서 투명하고 보안성이 있는 일을 하기에는 블록체인이 최고다. 정당의 돈봉투, 밀실공천, 회계부정, 대의원 과잉대표 등 폐단들이 완전히 없어지는 새로운 기반의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다. 다만 익숙한 기존 시스템과 결별을 못 하는 게 문제다.” -제3지대가 한국 정치에서 성공한 적이 없는데. “한국 정치에서 성공이 뭔가. 대통령 배출 안 하면 실패한 정당인지 묻고 싶다. 소수 약자들의 민의를 대변하는 정당도 성공한 정당이라고 본다. 무조건 대통령 나오고 전리품 나누고 해야 된다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당내 정치학교를 추진 중인데, 간단히 소개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유일하게 교육을 받지 않는 집단이 정치인이다. 그러다 보니 저질 정치인들이 속출한다. 정치 수준을 높이려면 수준 높은 정치학교의 출범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인재영입이 아니라 인재육성의 정당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정치인이 없다 보니 고관대작이나 유명인을 우선적으로 영입한다. 그분들이 갑자기 정치를 할 수가 없는데도 정당에 교육 시스템이 전무하다. 정치지도자를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민의를 대변하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간절함이 있다.” ●양향자 대표는 ▲1967년생 전남 화순 ▲광주여상 ▲한국디지털대 인문학과 ▲성균관대 대학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 석사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설계팀 연구위원(상무)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더불어민주당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광주 서을)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 ▲한국의희망 대표
  • ‘천 개의 파랑’ 천선란 북토크…내달 5일 한림대 ‘저자와 대화’

    ‘천 개의 파랑’ 천선란 북토크…내달 5일 한림대 ‘저자와 대화’

    한림대 지식미디어센터는 다음 달 5일 오후 4시 일송기념도서관 4층에서 ‘저자와의 대화’ 행사를 연다고 20일 밝혔다. 34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에서는 ‘천 개의 파랑’을 집필한 천선란 작가를 초청해 ‘SF소설을 통해 경험하는 경계의 허물어짐’ 이라는 주제로 북토크를 갖는다.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수상작인 ‘천 개의 파랑’은 SF가 진보하는 기술에서 부서지고 다친 작은 존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행사에는 학생, 주민 누구나 참가할 수 있고, 참가 신청은 지식미디어센터에서 받는다. 한림대 관계자는 “교내 구성원, 주민의 인문학적 소양 함양을 위해 행사를 열고 있다”며 “작가로부터 다채로운 얘기를 듣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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