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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망가 위주 소설출판 벽 허문다 / 인문학 전문 출판사 ‘소명’ 소설집 3권 펴내

    150여종의 인문학 관련 서적만을 외곬으로 펴내온 소명출판사가 처음으로 소설 3권을 펴냈다.출판사가 문학 관련 책을 내는 게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하지만 소명출판사의 기획이 눈길을 끄는 것은 소설 출판의 벽을 낮추거나 허물려는 의지가 담겼기 때문. 박성모(사진·41) 대표는 “소설 출판에는 명망가 위주의 출판과 상업주의라는 두 가지 벽이 존재하는데,이런 풍토에서는 신인이나 등단 뒤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에게 지면이 주어지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그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징검다리를 만들어보려고 나름의 성격에 맞는 소설 시리즈를 시작했다.”고 밝혔다.물론 상업적인 성공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이런 고민의 산물로 나온 게 80년대 노동운동 현장에서 문학활동을 했던 정혜주의 ‘내 안의 불빛’을 비롯,99년 문학동네에 중편으로 등단한 도태우의 ‘디오니소스의 죽음’,늦깎이 작가 김정주의 ‘을를에 관한 소묘’등 세권이다.첫 작품집인 만큼 작가들 이름이 낯설 수밖에 없다.하지만 그들의 작품세계는 문학적 기초가 탄탄하다. ●‘내 안의 불빛’ 노동운동에 헌신하던 작가가 ‘한백’이란 가명으로 88년 발표한 ‘동지와 함께’를 포함해 지식인과 노동자의 관계를 탐색하는 세편의 중편 모음집.‘강·섬·배’는 새로운 세기를 운운하면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모색하는 시대에 오히려 굼벵이처럼 느린 걸음으로 80년대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다.작가는 당시를 ‘쓰라린 자부심’의 시대라고 결론짓는다.‘영만이’는 노동자의 변신과정을 통해 지식인의 부채의식을 벗어난,있는 그대로의 노동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옮기고 있다. ●‘디오니소스의 죽음’ 신화와 현실을 오가는 상상력의 틀 속에 음악을 향한 열정으로 생을 불태우는 로커 ‘권’의 삶과 그를 둘러싼 음모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표제작 등 네편의 중단편을 모았다.작가는 ‘발루아의 환영’‘테에베 통신’‘판팔루스 판포스’ 등에서 현실에서 문학,나아가 예술과 종교의 존재 의미를 묻고 있다.작가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자신의 영혼을 불태우면서 존재를 증명하려고 노력하는 소수‘광인’들의 힘으로살고 있다. ●‘을를에 관한 소묘’ 탑골 공원에 모여 살아온 이야기를 털어놓는 인간 군상을 묘사하면서 삶의 공허함을 이야기한 표제작 외 세편을 실었다.현실과 유리된 채 인식론에 안주한 여성과 재봉질에 매달려 욕망에만 안주하는 다른 여성을 통해 생의 풍속도를 압축한 ‘알 수 없는 문’을 비롯,‘잃어버린 방’‘수면 아래 저편’등에서 녹록지 않은 솜씨를 자랑한다. 모두 어느 한 경향으로는 아우를 수 없는 다양한 색깔의 작품과 작가들이다.하지만 이들이 기존의 문학물 출판 관행으로는 좀처럼 빛을 보기 어려웠다는 점은 공통분모로 갖고 있다.그리고 그들의 결실이 낳은 ‘못자리’에는 누구 못지 않은 열정과 탄탄하게 키워온 글솜씨가 깔려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
  • “한국·멕시코 문화 이해할 다리 놓자”움베르토 구스만등 멕시코 대표작가 4인 내한

    “문화 교류는 상호인지 작업의 하나로 매우 중요합니다.저희 임무는 멕시코 문학을 한국에 알리는 것입니다.한국은 국제적 역량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한국 문학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과 단국대 아시아아메리카문제연구소(소장 고혜선)의 초청으로 멕시코작가협회(SOGEM)를 대표하는 작가 3인이 2일 한국을 방문했다.멕시코 작가가 작가교류를 논의하기 위해서 방한한 것은 처음이다.이들은 3일 오후 2시 서울 교보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멕시코 문학의 현주소 등을 설명했다. 극작가 하비에르 말피카 마우리(38)는 “양국의 극작가들이 공동작업으로 연극을 공연해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다리를 놓자.”고 제의했다. 소설가 움베르토 구스만(55)은 “멕시코문학은 20세기 들어서 테마·미학 기법 등에서 질적으로 비약했다.”면서 “특히 20세기 후반엔 미국의 소설기법을 차용하고 포스트모던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아동문학가 모니카 벨트란 브로손(33)은 “어릴 적부터 독서습관을 기르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지원한다.”고 전했다. 또 이들은 멕시코에서는 장편소설 외의 장르는 인기가 없다고 말했다.특히 시는 거의 안팔려 “시를 쓰는 것은 굶어죽는 일”이라고 비유했다.하지만 공연 문화는 매우 발달해 멕시코시티에서만 매주 50여편이 무대에 오른다고 설명했다.노벨문학상과 관련해서는 “정치적인 요소가 작용하는 만큼 수상에 너무 신경쓰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후 5시에는 교보빌딩에서 작품낭송회와 한국작가와의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이 행사에는 스페인어로 작품이 번역 출판된 시인 김광규 조정권 황지우,소설가 오정희 이호철 등과 민용태 고려대 교수 등 스페인문학 전공자들이 참가해 문학교류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4일 오전 10시30분 민족문학작가회의를 방문한 뒤 오후 1시 단국대에서 현대 멕시코와 중남미문학의 흐름과 자신들의 작품세계를 주제로 강의한다.또 ‘서울 문학의 집’ 방문 등 한국문화 체험의 시간을 가진 뒤 6일 귀국한다. 대산문화재단측은 “이들이 속한 단체가 새달 체결 예정인 양국 정부간 문화·교육 협력프로그램의 멕시코측 문학 업무를 전담할 것”이라면서 “양국의 작가 및 문학교류의 공식적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이종수기자 vielee@
  • [사설] 어느 인문학 시간강사의 죽음

    일곱살배기 딸과 아내를 둔 35세 서울대 인문학 시간 강사의 죽음은 이 땅의 학문세계의 암울한 현주소를 통절하게 보여준다.교수 임용 실패로 인한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도 있었다 하지만,고인을 사랑하는 가족들과 영원히 결별케 한 것은 박사학위를 갖고도 ‘일용잡급직’ 대우밖에 못 받는 경제적 지위가 가져다 준 고통이었다. 대학 시간 강사들은 강의의 50% 이상을 맡고 있으면서도 대우는 교수의 10분의1밖에 안 된다.여기에 건강·연금·고용 등 3대 보험 제외,고용 불안정 등 열악한 지위의 문제점이 누차 지적돼 왔는데도 개선될 기미는 전혀 없는 실정이다.교육부는 그나마 ‘기초학문 육성 지원사업’을 통해 박사급 연구인력이 월 150만∼2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것도 3년간 한시적 사업으로 근본 대책은 안 된다는 비판이 많다.고인도 연구원으로서 이 제도 지원을 받았으나 연구과제가 1주일 뒤면 끝나게 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급인력의 공급초과가 지적되기도 하지만 사립 대학의 전임교수 확보율이 평균 50%대인것을 보면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교육부와 대학 당국은 시간 강사의 인권 보호는 물론 학문 후세대 육성 차원에서도 문제해결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법정 교수충원율 조정,시간강사의 월급제 및 1년 단위 계약제 실시,상시적인 연구교수제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 백두산문학 신인문학상 시상식

    김윤호(金允鎬) 백두산문인협회장은 31일 오후 4시 서울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제20회 문학강연 및 시낭송회’와 ‘제5회 백두산문학 신인문학상 시상식’을 갖는다.
  • 국어국문학회 31일 학술대회 / “한국 인문학 위기는 잘못된 업적평가 때문”

    인문학의 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고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진단과 처방이 내려지고 있는 가운데 그 ‘위기의 핵’은 바로 연구업적 평가의 모순이라는 목소리가 학계에서 높게 일고 있다. 독창적인 학문적 주장을 위해 지난한 산통을 겪은,질적으로 우수한 연구업적에 대해 정당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만 인문학 연구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어국문학회(이사장 서대석 서울대 교수)가 오는 31일 ‘국어국문학 연구업적 평가의 제문제’를 주제로 동국대 중강당에서 마련하는 학술대회에서는 이같은 평가기준에 대한 학자들의 집중적인 성토가 있을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美 자연과학 평가모델 그대로 적용 미리 배포된 발제를 볼 때 학자들이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것은 바로 연구업적 평가에 대한 새로운 모델 제시다. 대표적인 논문 발표의 창구인 학술지에 대한 평가 기준이 이미 한국학술진흥재단에 의해서 제시되었고,각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교수업적평가에서도 연구업적에 대한 평가 기준을정해놓고 있다. 또한 신규 교원임용시에도 각 대학마다 연구업적을 평가하는 항목을 배점과 함께 책정하고 있다.문제는 이러한 제각각의 연구업적 평가 모델들의 일정한 기준이 없다는 데에 있다. 특히 인문학 분야는 자연과학 분야와는 그 학문 담론을 달리하기 때문에 연구 업적에 대한 평가 기준도 달라야 하지만 개별 학문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과학의 업적 평가 모델을 그대로 도용함으로써 효과적인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조동일 서울대 교수는 “현재 한국의 연구업적 평가는,미국의 과학정보기구(ISI)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인 과학인용색인(SCI)을 따라 한국학술진흥재단이 하고 있는 학술지 등재를 척도로 삼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인용 빈도수를 취급 잡지 선정의 기준으로 삼는다.”며 “잘못된 제도 때문에 본말전도의 기현상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문학 특성살린 새로운 잣대 필요 조 교수는 “ISI에서 취급하는 잡지에 발표한 논문은 1등급,한국학술진흥재단 등재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은 2등급,등재후보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은 3등급,그밖의 것들은 등외로 치며 논문을 국내의 학술지에만 발표하는 분야는 등급이 가장 낮은데 이 기준에서 보면 국어국문학이나 국사학은 등급이 가장 낮은 분야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흥규 고려대 교수는 “자연과학 분야의 평가 모델이나 학문적 기초 작업을 외국에 위임한 관행을 기준으로 국어국문학 등의 한국학 연구를 평가하는 현재의 방식은 더 이상 방치될 수 없다.”며 “현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문학 및 국학 연구의 특성을 적절하게 반영하고,건강한 학문적 기초를 확충해 나아가는 데 긴요한 기초 연구에 정당한 평가가 부여되도록 하는 제도의 일대 전환”이라고 말했다. 최원식 인하대 교수도 ““자국의 학술지를 국제적 수준으로 격상하려는 노력을 포기한 이공계쪽의 ‘신판 사대주의’가 한국의 인문계까지 석권하는 지경에 이르렀고,특히 종가를 자처하는 한국학 분야의 한국교수들은 속수무책”이라고 강도높게 지적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내 문학작품에서 한국은 ‘공기’ / 재미 소설가 이창래씨 방한

    “고향에 다시 와서 기쁩니다.세번째 소설 ‘어로프트(Aloft,‘하늘에 떠있는’이란 뜻)를 끝낸 뒤 한국전쟁 이후의 시대를 주제로 한 네번째 소설을 구상하기 위해 왔습니다.” 지난 1995년 소설 ‘네이티브 스피커’로 헤밍웨이재단상,펜문학상,아메리칸 북어워드 등을 수상하는 등 미국 문단의 주요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작가 이창래(38)씨가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 초청으로 모국을 찾았다.이씨는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대강당에서 ‘한국계 미국인 작가의 소속의 문제’를 주제로 강연했다.그는 “나보고 한국 사람이냐 미국 사람이냐고 물을 때 곤혹스럽다.”며 “미국에 정착한 한인들이 이제까지는 돈 버는데 치중했지만 앞으로는 시민활동과 예술활동에 무게를 두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다음은 일문 일답. 세번째 소설을 소개해달라. -젊은 시절 한국 여성과 결혼한 60세 미국인의 가족 이야기다.나이든 주인공이 인생을 돌이켜보면서 무엇을 후회하고 자식들에 다가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를 그렸다. 소설에서 아버지와 자식간의 갈등이 인종이 다르기 때문인가. -주인공이 아들과 딸이 혼혈이라는 표면적 이유에서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더 깊은 면에서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네번째 작품의 틀이 잡혔는지. -전직 미군 신부(神父)와 한국전쟁 때 전 가족이 죽은 젊은 한국 여성,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여성 등을 등장시켜 미국과 유럽,한국을 무대로 한 전쟁 이야기와 전후 젊은이들이 새로운 국가와 인생을 지향하는 모습을 다룰 생각이다.많은 미군이 참전해 죽었음에도 한국전은 미국 소설에서 잘 다루지 않아서 깊게 관찰하고 싶었다. 프린스턴 대학(인문학 창작과정)교수로 일하며 느낀 점은. -토니 모리슨,조이스 캐롤 오츠 등 이전에 팬으로 좋아하던 작가들과 동료로 일하게 돼 너무 기쁘다.뉴욕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프린스턴은 작지만 재미있는 도시다.물리·정치·사회학 등 다방면의 유능한 사람들이 많고 토론이 잦아 ‘지적 공동체’ 같다. ‘한국계’라는 수식어가 문학성을 가리는 게 아닌가. -많은 한국사람이 이창래가 무슨 작품을 썼는지보다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데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비록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민족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제 작품이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그렇지만 내 작품에서 한국은 ‘공기’처럼 영원할 것이다. 글 이종수기자 vielee@ 사진 안주영기자 jya@
  • 복권 대박꿈 확~깨는 말랑말랑한 경제

    나무 뒤에 숨은 사람 신동헌 그림 /영진팝 펴냄 정갑영 지음 ●로또·카지노등 생활속 소재 동원해 쉽게 풀이 1865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은 자동차의 등장으로 퇴색하기 시작한 마차를 보호하기 위해 ‘붉은 깃발법’을 선포했다.그 내용중 하나가 한 대의 자동차에는 세 사람의 운전수가 필요하고 그중 한 사람은 붉은 깃발(밤엔 붉은 등)을 들고 55m 앞을 마차로 달리면서 자동차를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그랬으니 누가 자동차를 타고 좋은 자동차를 개발하려 했겠는가.이 법은 결국 1896년에 폐지됐다. 이것은 정부가 ‘나무 뒤에 숨은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고 잘못된 규제정책을 펴 경제를 망친 한 사례다.경제는 이처럼 법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일상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이 경제현상일진대,경제를 제대로 읽으려면 사람과 사회를 함께 되새겨 보아야 한다. 연세대 경제학과 정갑영(51) 교수가 쓴 ‘나무 뒤에 숨은 사람’(신동헌 그림,영진팝 펴냄)은 도박·복권·영화·명품·세금 등 생활 속의 다양한 소재들을 동원해 시장경제의 논리를 설명한일종의 경제에세이다. 책 제목 ‘나무 뒤에 숨은 사람’은 “당신에겐 세금을 물리지 말고/내게도 물리지 말고/저 나무 뒤에 숨은 사람에게만 물리시오.”라는 상원의원 출신 미국 시인 러셀 롱의 시구에서 따온 말.모든 국민이 과연 즐겁게 세금을 낼 수 있을까라는 우문에 재치있게 시로 답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무 뒤에 숨은 사람’은 누구일까.저자는 이렇게 답한다.“나와 당신이 바로 그곳에 숨은 사람들이다.우리 모두 경제의 숲 속에 나무처럼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환경을 오염시키면 나무 뒤에 가려진 누군가가 짐을 진다.하나를 규제하면 다른 부작용이 나타난다.‘창문에 부과된 사치세’는 부자가 아니라 엉뚱하게도 창문을 만드는 기업의 근로자에게 전가된다.” 요컨대 ‘나무 뒤에 숨은 사람’이란 ‘말없는 다수’를 일컫는다.저자는 이러한 맥락에서 ‘나무 뒤에 숨은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시장을 이해하는 것이고,시장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풍요로운 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돈을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 ‘거품은늘 존재’ 이 책은 경제의 작동원리를 이해하려하기보다는 허황된 꿈을 안고 복권을 사고 카지노를 드나들고 주식시장을 헤매는 ‘나무 뒤에 숨은 사람들’에게 경제에 대한 바른 시각과 지혜를 안겨준다. 저자에 따르면 시장에서 작동되는 게임의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카지노의 룰렛 게임이다.‘돌아가는 작은 바퀴’라는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룰렛은 원래 16세기 유럽 상류사회에서 사교용으로 즐겼던 놀이다.지금은 카지노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간단한 도박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작은 원반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유혹했을까.저자는 룰렛의 경우 각각의 게임은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 독립된 것임에도 불구,도박사들은 처음에 실패하면 두번째는 이길 확률이 더 높아지고,세번째 네번째는 더욱 그럴 것이라고 여긴다고 말한다.이른바 ‘도박사의 오류’다.카지노는 으레 안전하게 영업할 수 있는 위험중립적인 옵션을 만들어 손해 보지 않는 장사를 한다.복권의 속성도 이와 마찬가지다. ●영화·오페라·시·소설에도 경제는 존재 경제학에서는 돈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본성’ 때문에 거품이 완전히 사라지기 어렵다고 본다.실제로 거품현상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경제를 교란시켜 왔다.1600년대 중반에는 네덜란드에서 튤립열풍이 불었고,1720년대 프랑스는 ‘미시시피’ 금광거품,영국은 1840년대 철도거품에 시달렸다.1920년대 미국에서는 수익보다 이자가 더 많은 거품을 좇는 행태를 일컫는 ‘폰지(Ponzi)게임’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거품이 사라지면 피해를 입는 쪽은 결국 ‘나무 뒤에 숨은 사람들’.이러한 풍부한 사례를 통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자산가치가 기본가치를 벗어나 급등하는 현상,즉 거품은 일시적이고 남아 있는 실체는 영원하다는 사실이다. 저자의 관심은 경제학의 이론이나 현상에만 머물지 않는다.영화나 오페라,시와 소설,노래 속에서 경제원리와 교훈을 잘도 끌어낸다.호메로스의 서사시로 널리 알려진 트로이 전쟁 이야기를 통해 이라크전 승전국 미국에 일침을 가한 대목은 퍽 시사적이다.트로이 전쟁은 10년간의 공방 끝에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목마의 계략으로 트로이를 함락시킴으로써 끝을 본 싸움이다.트로이의 최후는 비참했고 그리스 연합군의 피해는 엄청났다. 그러나 이 전쟁의 와중에서 경제적 실리를 얻은 사람도 있었으니,대표적인 인물이 인접국 트라키아의 왕 폴리메스토르이다.트로이 왕의 막내 아들 폴리도로스를 맡게 된 폴리메스토르는 전황을 활용해 실리를 취하고,마침내 트로이가 패배하자 신뢰를 저버리고 자신의 이득만을 챙긴 인물이다.그래서 위기상황에서 부당하게 자신의 이익만 좇는 현상을 ‘폴리메스토르의 유혹’이라고 부른다. ●미국 - 이라크 전쟁도 경제적 이권 때문 저자는 여기서 대량 살상무기 폐기를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킨 미국은 과연 이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운가 묻는다. ‘열보다 더 큰 아홉’(2001년)이란 베스트셀러를 내기도 한 저자는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경제 이야기를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풀어낸다.저자도 인정하듯 이런 종류의 ‘대중적인’ 경제 이야기는 비약과 생략이 많고 핵심을 벗어나기 쉽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주목할 만하다.경제와 일반대중의 거리를 좁혀 준다는 점에서,또 경제학자로서는 드물게 대중적인 글쓰기 솜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과학기술의 철학적 이해’ 심포지엄

    손예철(孫叡徹) 한양대 인문학연구소장은 7일 오후 3시 교내 인문대학 3층 멀티미디어실에서 ‘과학기술의 철학적 이해’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 “내 인생이 영화… 사람들 삶 계속 조명”영화감독 임권택씨 서울대서 강연

    “바로 이 땅에서,사람들이 서로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삶을 그리는 게 내 영화의 시작과 끝입니다.” 영화감독 임권택(林權澤·66)이 29일 서울대 강단에 섰다. 이날 오후 서울대 인문대 교수회의실에서 열린 인문학포럼에서 ‘임권택의 영화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임 감독은 100여명의 교수와 학생 앞에서 2시간 남짓 50년 ‘영화 인생’을 진솔하게 풀어냈다.특유의 어눌하면서도 솔직한 말투로 강연장에서는 간간이 웃음이 터져나왔다. 임 감독은 “전남 장성에서 지주집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좌익 집안 사람’이라는 낙인과 가난을 못 이겨 52년 부산으로 가출했다.”면서 “고향에서는 영화 한편 본 적 없지만 영화판에서는 먹고 살 만한 것 같아 영화를 시작했다.”고 영화계에 입문한 계기를 설명했다. 임 감독은 성실함으로 61년 스물 여섯이라는 이른 나이에 ‘두만강아 잘 있거라.’라는 작품으로 메가폰을 잡게 됐다.멜로,액션,코미디 등 닥치는 대로 찍다 보니 10년 동안 찍은 작품만 50여편. 임 감독은 “당시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예술정신 따위는 없었다.”면서 “누가 그때 영화를 이야기하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털어놨다.당초 임 감독의 목표는 할리우드 수준의 영화를 찍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열악한 조건에서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우리 민족’을 담는 것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임 감독은 “70년대부터는 순 ‘뻥까는’ 영화 대신 한국 사람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영화를 찍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80년대 이후 ‘만다라’로부터 시작,‘씨받이’,‘서편제’,‘춘향전’,‘취화선’ 등 굵직굵직한 명작들을 만들면서 국제적인 ‘대가’의 자리에 오른 임 감독은 “내가 영화 속에 담고자 하는 것은 인본”이라면서 “내 영화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지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
  • ‘커닝족보’ 판치는 인터넷게시판

    중간고사 시즌을 맞아 각 대학 인터넷게시판과 사이버대학 커뮤니티에 커닝페이퍼와 대리시험자를 물색하는 광고가 나돌고 있다. 과거 선배들이 시험예상 문제를 정리한 이른바 ‘족보’를 후배들에게 직접 물려줬다면,최근에는 강의실의 특성에 맞는 각종 커닝방법과 커닝페이퍼를 인터넷상에서 돌려 본다. 커닝 파일들은 각 대학 단과대별 커뮤니티에 가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H대 게시판에서 ID ‘골초’라는 한 학생은 “후배님들 잘 이용하세요.^^” 라며 첨부파일 형태로 10여개 과목별로 정리된 커닝페이퍼를 올렸다.깨알같은 글씨에 손바닥 안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정리돼 있어 후배들은 프린트만 하면 된다. S·J·C대 등 20여개 대학에서 진행되는 ‘열린 사이버강의’는 인터넷을 통해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그만큼 사이버 부정행위도 심하다.일부 학생들은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먼저 시험을 치른 사람을 찾아가 대리시험을 부탁하거나 모범답안을 돌리는 일도 잦다. S대 인문학부 김나열(19)군은 “3,4학년은 물론 신입생까지 인터넷상에서 커닝파일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돈을 받고 커닝페이퍼를 판매하는 사이트도 등장했다.한 사이트는 자료 한건에 500원씩 받고 커닝페이퍼를 다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과거 교실벽이나 책상에 글씨를 써놓았던 것은 차라리 애교스러울 정도”라면서 “신세대 학생들 사이에 문명의 이기인 사이버가 커닝의 새로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어 왠지 씁쓸하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
  • [열린세상] 지방대학의 위기

    지방대학의 한 교수가 오랫동안 힘들여 구했던 강단을 떠났다.그는 해마다 입시 시즌 몇 개월 전부터 학과 정원을 채우기 위한 신입생 모집 할당을 받고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곤 했다. 서울 출신이라 지방 고교에 연고도 없어 그의 신입생 유치 실적은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혹시 잘릴까봐 재단의 눈치 보랴,연구도 제대로 못하고 전전긍긍하던 차에 결국 그는 사표를 내고 서울로 올라와 시간강사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이는 한 지식인의 슬프고 안타까운 개인적인 얘기인 동시에 한국 대학이 처한 위기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현재 대학 위기론이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학생 수의 격감으로 정원의 반도 채우지 못하는 지방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 진학생 수의 감소는 수년 전부터 예측한 결과이지만 이에 대해 정부나 대학 당국들은 안이한 자세로 임해 왔다. 정부의 대학정책은 대통령 선거 공약 때만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유권자들을 현혹시켰고,선거 후에는 ‘무정책이 정책’이다. 특히 지방대학 육성책이나 지방인재 할당제 등이 흐지부지되고,잘못된 ‘선택과 집중’사업으로 교육예산만 축내었다.그러는 동안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고사하고,이공대학도 외면당한 채 지방대학들은 하나 둘씩 쓰러져 갔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와 대학 당국은 틈만 나면 세계적 수준의 대학을 말한다.교육부나 대학당국의 대학정책과 학문정책 방향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세계적 수준의 대학 발전과 학문발전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세계 일류 대학을 외치기 전에 대학의 내실화를 먼저 해야 한다.그러기 위해 정부는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지방대학 육성과 지원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여 대학의 실질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곧 우리 나라 전체 대학의 위기이다.통폐합과 퇴출 위기의 지방대학들을 방관만 할 것이 아니라,정부가 지방 대학 공동화 현상을 근본적으로 막을 대학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지방으로 향한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그리하여 왜곡된 지역 차별과 교육 불균형을 시정하고 지방대학에도 세계적 수준의 대학을 향해 도약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그런 꿈을 꿀 기회라도 한 번 주어야 한다. 수십년 동안 특혜를 받아 오고도 세계 일류 대학의 발바닥에도 못 미치는 서울대에만 한국대학의 자존심을 걸 수 없지 않은가. 지금 존폐의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들이 수두룩하다.대학 자체적으로 학과,대학 통폐합을 하기도 하고,학생 유치를 위해 교수를 세일즈맨으로 만들어 고등학교에 돌아다니게 하는 등 안쓰러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대학이 부실화된 데에는 재단의 학교 사유화 개념과 방만한 학교 경영도 한몫한다.뒤늦게나마 자구책으로 학과간 대학간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은 그래도 다행이다. 같은 재단임에도 불구하고 구성원들간의 이기심 때문에 통폐합을 못하는 대학들도 있다. 학과간,캠퍼스간,대학간 구조조정을 원치 않는다면 재단 차원에서라도 전격적인 구제 대책이 있어야 할 터인데 대학 경영 책임자들은 팔장만 끼고 있다. 여기에 교수들의 학벌주의와 집단이기주의가 가세하여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누구보다도 대학구성원 스스로가 대학 문제를직시하고 상황 타개를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고 지혜를 모아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현 정부의 지방대학 지원 정책이 말뿐이 아니길 바란다.그리고 대학 구성원들은 서로간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힘을 합쳐 뼈를 깎는 노력으로 상부의 지원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현 택 수 고려대 교수 사회학
  • 대입특집 / 대학별 요강

    한양대 한양대의 2004학년도 신입생 선발전형 핵심은 ‘자율학습능력 여부의 평가’다.뛰어난 창의력과 논리력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프로젝트를 창출해낼 수 있는 사람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전공적성과 학습능력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검사를 중요시한다.이 검사도구들은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전공적성검사는 언어능력,사고공간,감성검사 등 3대 분야로 나눠 각 50분 동안 실시된다.언어능력 검사는 언어를 정확하게 사용하는 능력과 언어추리 능력 등을 측정한다.사고공간 검사는 학생들의 귀납적 추리력을 평가하는 것으로,일정한 논리적 원리를 추리해내는 능력과 2차원과 3차원의 관계를 정확히 이해할 줄 아는 능력이나 상황을 전체적으로 판단하여 그 오차를 식별할 줄 아는 능력을 측정한다.감성검사는 학생의 정서적 갈등을 측정하고 자신의 상황에서 책임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한양대는 올해 수시모집의 경우 선발인원을 30.4%에서 35%로 늘렸다.지난해보다 평가성능이 향상된 새로운 모델의 전공적성검사도 도입했다.수시 1학기와 수시 2학기-Ⅰ 전형은 1단계에서 전공적성검사로 3배수를 뽑은 뒤 2단계에서 전공적성 40%,심층면접 40%,학생부성적 20%로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수시 1학기에서는 세계화,21세기 한양인,발명특허등록자,벤처기업가,예체능 우수자 등 5개 전형에서 신입생을 선발한다.모집 인원은 서울캠퍼스 334명과 안산캠퍼스 215명 등 전체 모집정원의 10%인 총 549명이다. 학생부는 인문계·예체능계는 국어와 사회·영어를,자연계는 수학·과학·영어를 반영한다.체육학과의 경우 수시에서 특기자 실기가 폐지되고 대신 대회성적 60%,면접 40%로 선발한다.디자인대학은 포트폴리오를 폐지하고 내신과 상장만으로 평가한다. 중앙대 중앙대는 올해 수시 1학기 모집에서 인문·자연계열 모집정원의 10%인 441명을 선발한다. 전형방법은 2단계다.1단계에서는 학생부 교과성적만으로 3∼5배수(서울캠퍼스 5배수,안성캠퍼스 3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는 학업적성논술 70%,심층면접 30%로 최종 합격자를 결정한다. 학업적성논술은 고교 교과과정 수준에서 통합교과적인 문제가 제시된다.객관적인 논리와 함께 수험생들이 자신의 주장을 얼마나 조리있게 표현하느냐를 평가한다.시험 시간은 120분이다. 심층면접은 인성과 지성 두 분야에서 학구적 잠재력과 진로인식,심리적 특성 등을 기준으로 다양한 테스트가 이뤄진다.때문에 수험생들은 자신이 지망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함께 진로까지 구체적으로 준비해놓는 것이 좋다.면접위원 2∼3명이 3∼4명의 수험생들의 조별 면접을 실시한다.중앙대는 입학원서 외에 추천서나 자기소개서,학업계획서 등 일체의 서류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학생부 반영은 비교과 영역을 배제하고 교과성적만으로 평어를 반영한다. 중앙대는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해 예비대학(Pre-University)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교장 추천을 받은 고2 학생들을 6일 동안 영어와 수학,인문학,과학기초 과목을 가르친 뒤 평가를 통해 이듬해 중앙대에 지원할 때 ‘예비대학 수료자 수시모집 특별과정’ 지원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이다.올해에는 서울과 안성캠퍼스에서 각 20명과 10명을 예비대학특별전형으로 선발한다. 경희대 경희대는 수시 1학기 모집에서 모집 인원을 대폭 늘려 서울캠퍼스 270명,수원캠퍼스 244명 등 모두 514명을 선발한다. 소질과 적성을 중시하는 전형으로 어학우수자를 선발하는 ‘국제화추진 전형’은 105명을 뽑는다. 토플이나 토익 우수자(수원캠퍼스는 TEPS 포함)를 대상으로 공인성적 90%와 심층면접 10%로 선발한다. 서울캠퍼스의 경우 토플 237점 이상,토익 850점 이상이어야 한다. 수원캠퍼스는 토플 220점 이상,토익 780점 이상 또는 텝스 720점 이상이 최저학력기준이다. 사회적 지도자로 양성하기 위한 리더십이 탁월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영예학생 전형’은 학년 학생회장이면 지원이 가능하며 총 100명을 선발한다.반영교과의 평균 평어가 3.5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다. 2004학년도 수시 1학기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특정과목 우수자 전형’은 305명을 선발한다.반영비율은 상향조정된 학업성적 논술 50%를 포함해 학생부 30%,면접 20%이다.서울캠퍼스의 인문계열에서는 사회교과군,자연계열에서는과학교과군의 모든 세부과목 평균평어 성적이 4.5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다. 경희대측은 수시 모집에서는 논술과 면접을 기존의 획일적 사고보다 자유로운 사고를 통해 마음을 여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편지속에 묻어나는 文人들의 삶’ 엿보기/ ‘문인교신전’ 새달 말까지 평창동 영인문학관서 열려

    “당신은 거짓말을 하십니다.전(前)에 아니하든(…).서러운 일입니다.당신의 하신 말슴(…).사랑이 현대인의 혼미(混迷) 속에 그 정신의 카오쓰 속에 있을 수 있다는 말슴이 미웁습니다.…” 이 연애편지는 일제 강점기 대표적 민족시인 백석이 소설가 최정희에게 보낸 것이다.이처럼 문인의 편지는 작품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문인의 편지를 모은 ‘문인교신전(文人交信展)’(편지모음 2003·정철에서 박완서까지)이 오는 12일부터 5월31일까지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에서 열려 눈길을 끈다. 이 전시회에는 가사문학의 대가 송강 정철의 한문편지,효종이 장모에게 한글로 보내는 편지 등 조선시대를 비롯,소설가 벽초 홍명희가 만해 한용운에게,시인 신동엽이 부인 인병선에게 보낸 편지 등 작고한 문인들의 편지 80여점이 나온다. 천상병이 이어령 당시 ‘문학사상’주간에게 시 두 편을 보낸 뒤 “3년 동안 부산의 아버지 제사에 가지 못했다.”면서 “고료로 2만원만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등 문인들의 내면 풍경을 읽을 수 있는 편지도 있다. 박경리,박완서,조정래,고은,구상,허만하,신봉승,윤석중,피천득 등 생존 문인들의 편지 80여점도 공개된다.알렉산드르 솔제니친,하인리히 뵐,아놀드 토인비 등이 1974년 7월 ‘문학사상’ 창간 2주년을 맞아 이어령 주간에게 보낸 축하편지도 볼 수 있다. 강인숙 관장은 “자전소설이나 육필원고도 작가의 예술 세계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자료이지만 직접성 면에서는 편지보다 약하다.”면서 “편지는 작가의 고뇌와 동료 예술가들과의 유대의식 등 내면을 직접 보여주기 때문에 작가연구의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전시회 첫날인 12일 오후 3시 소설가 박완서·최인호,시인 문정희·김초혜 등이 문인낭독회를 열어 ‘편지의 향기’를 느끼게 해준다.(02)379-3182. 이종수기자 vielee@
  • 책/수학, 내 친애하는 공포여 - 골치아픈 수학 ? 근거없는 공포깨기

    안 시에티 지음 전재연 옮김 / 궁리 펴냄 미국의 천재수학자 존 내시의 삶을 그린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내시는 천재적 기억력을 가진 자폐증 환자였다.영화를 본 사람들은,유리창에 깨알같은 숫자를 채워놓고 문제를 푸는 그의 정신불안증을 기억할 터.수학천재는 그렇게 편집증 비슷한 정신장애를 겪어야 하는 걸까.평범한 정서로는 도무지 친해지지 못하는 것이 수학일까. 프랑스의 수학교육 심리학자가 제목에서부터 만인의 공감을 얻어낼 책을 선보였다.수학에 관한 유서깊은(?) 편견을 걷어내는 독특한 비평서 ‘수학,내 친애하는 공포여’(안 시에티 지음,전재연 옮김,궁리 펴냄)다. 수학이 불면을 부르는 공포로 인식되는 건 세계 어디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심리치료 전문가로도 활동하는 지은이는 수학에 거부반응하는 프랑스 중고교생들과 오랫동안 면담하고 그 경험으로 얻은 정보와 제언들을 고스란히 책에 담았다. 수학기피증의 원인을 짚는 책의 접근법이 우선 흥미롭다.심리·교육학적 지식을 두루 동원해 수학장애를 앓는 여러 유형의현장사례들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예컨대 수학문제를 풀 때마다 괄호의 존재를 잊어버리는 여중 2년생 쥐디트.오빠가 노크도 없이 자기방을 들락거려 스트레스를 받아온 그녀는 괄호안 숫자가 계산에서 특별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개념을 망각했다.반대로,개별 경험으로 수학을 좋아하는 사례도 있다.오빠들한테 억눌려 말주변이 없는 마리에게는 부호화된 언어를 무작정 암기하면 되는 수학이 가장 편한 과목.이렇듯 수학장애의 여부는 개인환경이나 심리상태에 따라 결정된다는 게 책의 주장이다. 수학이 ‘억울하게’ 비인간적 학문으로 전락하는 또 다른 주요이유는 수학교사의 전형적인 이미지.놀랍게도 현장인터뷰에서 많은 학생들은 수학선생님을 ‘신체개입을 부정하는 사람’으로 인식했다.손가락 셈을 금지시킨다고 수학의 추상적 개념이 학생들에게 온전히 전달되는 게 아닌데 말이다. 현장에서 간추려진 수학장애 극복담은 실용서 역할도 톡톡히 한다.수학시간에 환상과 상상을 허용하면 수학적 잠재력이 깨어난다는 사실.한 중학생은 난쟁이들과 마녀가 사는 백설공주의 숲을 연상한 결과 거짓말처럼 쉽게 수직이등분선의 개념을 이해했다.이 대목에서 지은이는 “수학시간에 덮어놓고 상상력을 부정하는 것도 수학장애의 함정”이라고 꼬집는다. 수학용어나 도형이 자주 등장하긴 한다.하지만 난해할 거란 선입견을 가진다면 그 또한 ‘불합리한 공포’다.책이 하고 싶은 말은 일관되고 명료하다.근거없는 수학기피증을 극복하고 수학에 대해 새로운 인문학적 통찰을 해보자는 자상한 배려,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1만원. 황수정기자 sjh@
  • 이런 책 어때요/폭격의 역사 外

    ●폭격의 역사-스벤 린드크비스트 지음 김남섭 옮김 / 한겨레신문사 펴냄 미국·이라크 전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악의 축’ 이라크에 대한 정당한 응징인가,안정적 석유공급 길을 확보하기 위한 미국의 음모인가.그러나 이 책의 입장은 다르다.미국을 비롯한 구미 열강이 전쟁에 집착하는 이유는 백인우월주의,나아가 그들이 한사코 부인하고 싶어하는 인종주의와 대량학살이란 지적 전통에 근거하고 있음을 날카롭게 짚어낸다.그런 점에서 이 책은 백인우월주의가 낳은 학살과 야만의 기록이다.19세기 제국주의 팽창과정에서 저질러진 인종대학살의 선례가 나치 홀로코스트의 지적 기반이라는 게 저자의 소신이다.1만 5000원. ●인문학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최종덕 지음 / 휴머니스트 펴냄 김병욱 옮김 인문학에 대한 논의는 8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있어 왔다.글쓰기의 담론으로 시작된 인문학 논의는 표현의 문제,인문학 위기담론으로 이어졌다.자연과학과 철학,동양과 서양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두 문화’의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는 저자는 지식과 삶이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이 책엔 일상적 삶과 지식의 세계를 연결하는 사유와 방법,그리고 그 사례가 담겼다.저자는 지식을 암호화하거나 폐쇄된 자기만의 고유논리로 상대의 지식을 폄하하고 수입지식으로 학문의 권위를 내세우는 학계 일각의 지적 풍토를 비판한다.1만 5000원. ●피카소와의 대화-브로샤이 지음 정수경 옮김 / 에코리브르 펴냄 헝가리 출신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브로샤이의 앵글에 잡힌 화가 피카소의 삶.피카소가 이미 미술가로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1940년대 이후의 일화들을 일기형식으로 썼다.피카소의 보헤미안적 기질과 파시즘에 대한 증오 등을 보여준다.피카소는 매일 오전엔 손님을 맞았고 오후엔 작업을 했다.앙리 마티스와의 이야기는 그들이 절친한 친구이자 라이벌로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음을 보여준다.피카소는,‘천재화가는 죽어서만 이름을 남길 수 있다.’는 19세기 낭만주의적 발상에서 벗어나게 한 미술가다.2만 1000원. ●U - 보트 비밀일기-제프리 브룩스 지음 문근식 옮김 / 들녘 펴냄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전쟁 기간중 가장 많은 시간을 잠수함대책을 세우는 데 써야 했다.대서양에 독일 잠수함이 몇 척만 더 있었다면 영국이 멸망할 뻔했다고 훗날 그가 술회한 것처럼,독일 잠수함 U-보트는 2차세계대전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병기였다.개전 초 엄청난 피해를 입은 연합국측은 U-보트 세력에 맞선 호송선단 체계로 대서양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지만,U-보트의 활약상은 수많은 영화와 소설을 통해 신비화됐다.이 책은 통신과 음파탐지를 담당한 기술 부사관의 입장에서 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잠수함전 비화다.1만 2000원. ●사이버 문화와 예술의 유혹-이종관 지음 / 문예출판사 펴냄 현대는 디지털 파도로 상징되는 정보화의 시대다.이로 인해 사이버 공간이 창궐하게 됐지만 사이버 공간이란 특성 때문에 그 속에서 인문학적 상상력과 해석학적 마인드를 찾아보기 어렵다.저자(성균관대 교수)는 사이버 공간에 인문학적 사유를 불어넣는다.한편 정보화가 추진됨에 따라 생체적 몸을 지닌 인간은 인간 이후의 존재자,즉 포스트 휴먼에게 역사의 주도권을 물려주고 도태될지 모른다는 점을 지적한다.저자는 하이데거의 철학을 좇아 예술을 감성적·장식적 차원에서 이해하지 않고,존재의 진리를 드러내는 진리현상으로 밝혀낸다.1만 8000원. ●카트린 M의 전설-자크 앙릭 지음 / 열린책들 펴냄 프랑스 작가인 저자가 아내인 카트린 밀레를 모델로 사진작업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와 성에 대한 생각을 밝힌 에세이집.1970년대부터 앙릭은 카트린의 누드 사진을 찍어 왔으며 이 책을 위해 30여컷의 사진을 골라냈다.이 사진들은 자신의 소설세계에 대한 ‘환상적인 지지대’ 구실을 했다.책에는 육체의 재현,누드의 기능,성의 운명 등에 대한 성찰이 담겼다.앙릭은 부인과 함께 미술 전문지 ‘아트 프레스’를 이끌어 왔으며 2001년 부인이 쓴 ‘카트린 M의 성생활’과 함께 이 책을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동시에 출간해 유명세를 탔다.9500원.
  • 책꽂이/묵계월 경기소리 연구 外

    ●묵계월 경기소리 연구(류의호 지음,깊은샘 펴냄) 경기소리와 서도소리는 오랫동안 서울과 평양을 중심으로 경기도와 황해도,그리고 평안도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즐겨 부른 우리 소리다.언제부턴가 이 두 소리를 합쳐 경서도소리라고 부르며,실기인들 사이에서도 서로 넘나들고 있다.이 책은 중요 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소리’ 예능보유자 묵계월과 경기소리에 관한 본격 연구서다.1만 5000원. ●경험과 기억(정진홍 지음,당대 펴냄) 종교현상학을 전공한 저자의 종교문화 틈새읽기.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지금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종교를 인식하는 틀이 될 때 스스로 정직해지고 자신에게 의미있는 종교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미국의 대표적 종교사가인 멀치아 엘리아데를 사사한 저자는 종교학을 신학일변도의 주변학문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인문학의 지위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는 원로종교학자다.2만원. ●들뢰즈의 생명철학(고이즈미 요시유키 지음,이정우 옮김,동녘 펴냄) ‘20세기 형이상학의 완성자’라는 평을 듣는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에 대한 입문서.저자에 따르면 들뢰즈는 차이를 긍정하는 철학자다.차이를 부정이나 결여로 대체하는 사고습관을 버리지 않는 한 긍정적인 차이를 인식할 수 없다는 것이다.들뢰즈 사유의 수학적·생물학적 측면을 밝힌,흔치 않은 저작이다.8000원. ●나를 사랑하는 법(엔도 슈사쿠 지음,한은미 옮김,시아출판사 펴냄) ‘침묵’‘여자의 일생’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국민작가’ 엔도 슈사쿠의 행복론.그 요체는 간단하다.“약점이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장점이며,행복은 그 약점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데서 온다.” 참된 자기사랑만이 행복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8700원. ●포토몽타주(돈 애즈 지음,이윤희 옮김,시공사 펴냄) 20세기 초 사회풍자와 정치선전의 새로운 장을 연 포토몽타주의 세계를 고찰.포토몽타주는 1,2차 세계대전의 격동기 속에서 다다이스트들이 발견한 새로운 가능성이었다.사진을 잘라 신문 조각이나 드로잉 등과 함께 붙여 만드는 것으로,무질서하면서도 폭발적인 이미지는 현실을 끌어들이는 강렬한 에너지를지닌다.리하르트 휠젠베크,라울 하우스만,한나 회희,게오르게 그로츠,존 하트필드 등이 이 기법을 활용했다.1만 5000원. ●주희의 문화 이데올로기(이용주 지음,이학사 펴냄) 주희의 문화론은 동아시아적 문화전통의 출발점이자 동아시아 문화담론의 원형이다.오늘날 주희의 문화론 내지 문화정체성 이론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저자(성균관대 교수)는 주희에게서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는 지식인의 투철한 학문정신을 발견한다.학문은 지식 쪼가리의 집적이 아니라 삶에 방향성을 제시하는 이정표 만들기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태도는 주희 읽기의 관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1만7000원. ●마돈나(앤드루 모튼 지음,유소영 옮김,나무와숲 펴냄) 스타가수 마돈나의 출발은 알려진 바와 같이 보잘 것 없다.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성공의 꿈을 안고 뉴욕에 도착했을 때 그의 주머니엔 단돈 35달러밖에 없었다.전문 댄서가 되기 위해 여러 무용단을 전전했지만 성공은커녕 먹고 살기도 힘들어 누드모델이 되기도 했다.왜 아직도 마돈나인가.그의 삶의 궤적을 좇는다.1만 5000원. ●고중숙의 사이언스 크로키(고중숙 지음,해나무 펴냄) 과학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워주는 과학칼럼집.블랙홀의 정체,공룡의 멸종원인,평범한 회사원으로 2002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의 단백질 질량분석법 등 일반인들이 궁금해하는 과학상식들을 다뤘다.저자는 속도와 속력의 의미를 비교하며 벡터와 스칼라를 설명한다.일상용어와 전문용어간의 괴리현상도 밝힌다.1만 6000원. ●한국의 부자들(한상복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 북미 아이스하키 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웨인 그레츠키에게 기자가 물었다.“어떻게 그렇게 아이스하키를 잘 할 수 있나요?” 그레츠키는 이렇게 대답했다.“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퍽이 오는 곳에 미리 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됩니다.” 저자의 입장 또한 그레츠키와 똑같다.부자들은 돈을 좇지 않고,돈이 오는 길목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1만 1000원.
  • [사설]문화는 상상력, 기초부터 다져라

    참여정부의 문화정책 수반으로 영화감독 출신 장관이 임명되었다.행정경험이 없다거나 특정 문화세력의 강력 추천으로 낙점되었다는 점에서 의문부호를 붙이는 여론이 일부에서 있는 것으로 안다.그러나 오랫동안 문화행정에 문화인의 정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왔다는 한탄이 문화계 안에 널리 퍼져 있었고 이번만은 꼭 문화인 장관이 나와야겠다는 여망이 형성되어 있었던 터이기에 영화인이면서 작가 경력까지 갖고 있는 새 장관에 거는 기대가 크다.행정능력 또한 강력한 지도력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작가주의 영화감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크게 의심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 본다. 새 장관의 문화 행정 초점은 개혁에 두어야 할 것이다.무엇보다 문화계에는 지난 정부의 외환위기와 시장 개방 분위기 아래서 경제논리에 휘둘렸던 문화의 위상 재정립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다.마치 문화가 당장의 외화벌이 수단이라도 돼야 한다는 듯 떠들썩했던 신지식인 소동에서 보듯,문화라는 깊은 저수지의 유입로는 막아놓고 물만 빼쓰려는 식의 문화 접근은 장기적으로는 물론 중·단기 성공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다.여기서 우리는 문화 개혁의 시작은 ‘상상력’이라는 문화 기초 다지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문화의 저수지를 상상력으로 넘치게 할때 창의력과 이에 바탕한 문화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하드웨어보다는 콘텐츠 위주의 문화정책을 가져가며 광범위한 참여를 통해 문화역량을 제고할 수 있도록 문화 민주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특히 새 문화개념에 입각한 문예지원 시책,미술관 도서관 등 문화시설의 확충과 인문학을 육성시킬 수 있는 공공문화 시책 등을 기대한다.
  • [씨줄날줄] 관촌수필

    ‘나는 여태껏 그 대복어매처럼 수다스럽고 간사스러우며,걀근걀근 남 비위 잘 맞추고 아첨 잘하는 여자를 본 일이 별반 없는 줄로 안다.그녀는 별쫑맞게도 눈치가 빨라 무슨 일에건 사내 볼 쥐어지르게 빤드름했고 귀뚜라미 알듯 잘도 씨월거리곤 했는데,남 좋은 일에는 개미허리로 웃어주고,이웃의 안된 일엔 눈물도 싸게 먼저 울어댔으며,욕을 하려 들면 안팎 동네 구정물은 혼자 다 마신듯이 걸고 상스러웠다.’ ‘관촌수필’(1977)은 걸쭉한 입담과 어느 깊은 고을 한 틈새에서 솎아 내왔는지 모를 구수한 토속어가 따끈따끈한 시골집 아랫목에 잘 띄운 청국장 냄새를 연상시키는,‘이문구 표’ 문체의 전형을 보여 주는 소설이다.관촌수필의 문체는 ‘어휘,비유,문장의 흐름 자체가 근대화로 일컬어지는 사회적 변화에 완강히 저항하는 자세를 느끼게 한다.’(염무웅)는 이념적인 해석도 있다.하지만 그보다는 파동이 이는 듯한 음악성을 지목한 ‘청감(聽感)의 시학’(송희복),‘읽을수록 새로운 맛으로 감아드는 점착적(粘着的)인 문체’(김상태),‘시골 밭둑의 싱싱한 수풀’(송기숙)같다는 표현들이 ‘정치’보다는 ‘인간’의 깊은 품을 소중히 여겼던 작가의 성정에 더 잘 어울리지 않는가 싶다. 작가는 문단의 양대 진영에서 진보를 앞세운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을 지냈지만 사람을 아우르고 어려운 이를 챙길 줄 아는 큰 품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사소한 오해로 스승인 김동리선생이 ‘작가회의’에서 비판을 받자 미련없이 이 단체를 탈퇴한 일화도 있거니와 병상의 스승을 지키는 그에게 고은 시인은 ‘모인 사람 다 떠나간 무정한 세월에도 딱 한두 사람으로 남아 꺼져가는 불을 쬐고 있을 사람’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작가회의’로 돌아와서도 3개 문인단체를 끌어모아 문인복지사업을 챙기고 안티조선의 비난 속에 조선일보의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나는 어느 문인들이나 다를 바가 없는 생활을 해왔다.’고 담담히 토로하는 무구(無垢)함을 가졌던 작가 이문구(63).그가 별세했다.문단은 ‘어른’을 잃었고 독자는 ‘우리말의 살가운 고향’을 잃었다.고인의 명복을 빈다. 신연숙 yshin@
  • 굴곡많고 독특한 삶 토속적 문체에 녹여/25일 별세 소설가 이문구의 작품세계

    문학이 상상력의 날개를 달고 난다지만 어떤 작품도 작가의 경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이런 의미에서 지난 25일 밤 타계한 소설가 이문구가 겪은 다채롭고 독특한 삶은 그 자체가 한편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41년 농촌(충북 보령 관촌부락) 출생,좌익 활동하던 아버지의 전사(戰死)라는 쓴 기억을 남긴 한국 전쟁,서울서 맛본 도시빈민의 삶,그리고 작가와 문예지 편집인으로서 독재에 항거하다 받은 탄압 등.이처럼 굴곡 많은 그의 ‘고난의 연대’는 필연적으로‘이문구적 세계관’을 낳았고 이는 문학에 결정적 그림자를 드리웠다. 먼저,그의 대표작인 ‘관촌수필’ 연작(77)은 그의 성장사를 그린 것이자 정신적 고향인 농촌 공동체가 근대의 얼굴로 바뀌는 과정을 담고 있다. ‘관촌수필’ 연작은 내용만이 아니라 형식면에서도 이문구의 작품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이문구=토속어’라는 등식을 낳은 우리말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보여주었다.또 소설가 송기숙이 “시골 밭둑의 싱싱한 수풀 같은 문체”라고 칭찬한 매력적인 문체가 빛나는 것도 이 작품.그는 현대인들이 일상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충청도 사투리는 물론이고 구어와 속담 등을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우리 말의 보물 창고’로 자리잡았다. 이문구의 다른 대표작으로 꼽는 것은 ‘우리 동네’ 연작(81).그는 자신의 귀농 체험을 바탕으로 근대화 이후 일그러진 농촌의 얼굴을 생생하게 묘사했다.특히 숱한 통계자료를 동원해 농촌실상을 세밀하게 그려,리얼리즘 문학의 대계를 잇는 데 큰 몫을 했다.박탈당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농촌만이 아니라 도시로도 향했다.첫 장편 ‘장한몽’(71)을 통해 근대화·산업화·도시화의 격랑에 휩쓸려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 혹은 정신적 뿌리를 잃은 ‘이방인’들의 이야기를 오롯이 되살려내고 있다.이 작품 역시 공사장을 전전하면서 체득한 밑바닥 인생의 한과 울분을 생생하게 형상화했다. 그는 또 문학이 삶과 유리될 수 없다는 원칙을 몸으로 옮긴 대표적 현실 참여 문인이었다.암울했던 70년대 ‘실천문학’편집위원(74),‘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발기인 및 실무간사로 5년 동안 활동하면서 권력의 감시를 받았고,80년엔 정치활동규제자로 수난받았다.이어 84년부터 4년 동안 실천문학사 발행인으로 활동했고 민족작가회의 창립에 중추적 역할을 한 뒤 99년엔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을 맡았다. 정치적 탄압에 대한 충격이었을까?80년대 들어선 작품활동이 뜸하다 간헐적으로 동시를 발표했다.89년 요양차 고향으로 내려가면서 ‘산너머 남촌’(90),역사 장편소설 ‘매월당 김시습’(92) 등으로 작품 활동을 재개했고,2000년 ‘내 몸은 너무 오래 서있거나 걸어왔다’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고인의 넓은 인품을 기리고자 민족문학작가회의,한국문인협회,펜클럽한국본부 등 문인단체들은 장례위원회를 구성,28일 오전 9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문인장으로 영결식을 치르기로 했다.(02)760-2022. 이종수기자 vielee@
  • 소설가 이문구씨 별세

    소설가 이문구(전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씨가 25일 밤 10시40분 서울 을지로 백병원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62세. 이씨는 2년 전 위암수술을 받았으나 병이 악화돼 지난 22일 이 병원에 입원했다. 충남 보령 출신인 이씨는 1966년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단편 ‘이 풍진 세상을’ ‘해벽’ ‘몽금포타령’ ‘관촌수필’과 장편으로 ‘장한몽’ ‘산너머 남촌’ 등을 남겼으며 한국펜문학상,만해문학상,동인문학상,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유족으로는 부인 임경애(任景愛·50)씨와 아들 산복(山馥·26),딸 자숙(自淑·25)씨가 있다.장례는 28일 오전 8시 문인장으로 치러지며 유언에 따라 화장된다.빈소는 서울대병원 영안실.(02)760-2022. 이종수기자 vi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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